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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 먹거리’ 찾는 금융권 해외진출 진퇴양난

    ‘미래 먹거리’ 찾는 금융권 해외진출 진퇴양난

    거액의 비자금 조성과 막대한 투자 손실 등 국내 금융권의 해외 사업이 곳곳에서 말썽을 빚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기관 해외영업의 수익성은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국내 성장성의 한계 때문에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지만 현지 정착이 쉽지 않아 금융권은 진퇴양난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9월 말 현재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회사들은 해외에 374개 현지 사무소와 법인, 지점 등을 갖추고 있다. 은행과 보험사의 해외 진출은 해마다 늘고 있다. 은행의 경우 현지 사무소 등 설립이 2011년 134개에서 올 9월 말 148개로 10% 증가했다. 보험사는 2011년 74개에서 올 9월 80개로 7% 늘었다. 은행의 경우 중국(17개), 베트남(16개), 홍콩(12개) 등 전체의 67.6%(100개)가 아시아 지역에 몰려 있다. 금융권이 해외 진출에 적극적인 것은 과열 경쟁과 장기 저금리 기조로 국내 성장에 한계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3분기(7~9월) 국내 은행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순이자마진(NIM)은 1.81%로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을 받던 2009년 2분기 1.72% 이후 4년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 상반기 국내은행 해외 영업점(지점·현지법인)의 당기순이익은 2억 83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5% 감소하는 등 수익성 악화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내 금융권의 해외 영업이 쉽지 않은 것은 내부와 외부 모두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해외 진출국 금융당국이 자국 금융회사 보호를 위해 현지법인 설립 허가를 지연시키는 등 강력한 규제를 하는 경우가 많다. 단기 실적을 위해 영업하기 어려운 현지인보다는 해당 국가 진출 기업이나 유학생, 교민들을 중심으로 영업하는 등 국내 금융회사들의 문제도 있다. 보수적인 영업 행태의 한계도 있다. 해외 지점에 근무했던 은행권 관계자는 “현지 금융당국과 국내 금감원 및 본사 등 3단계의 감독을 받는데 충당금 설정이나 BIS 비율 등 저마다 보는 기준이 제각각이라 이를 맞추는 데 어려움이 커 최대한 보수적으로 영업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발달된 예금보호제도 등을 밴치마킹 하기 원하고 국내 기업 진출이 활발한 동남아 국가를 중심으로 진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금융은 신뢰의 문제인데 외국계 은행이 우리나라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처럼 시간이 걸리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진출이 수익성을 찾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현재 국내 금융사들은 해외 진출에 자신이 없는 상태로 금융당국이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다그칠 것이 아니라 10년 이상 걸리는 장기 과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증권사의 경우 글로벌 투자은행(IB)에 비해 자본력이나 유명세가 낮아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글로벌 IB가 약한 부문, 예를 들어 온라인 거래 등의 강점을 키우는 전략 등을 먼저 설정한 후 해외에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근로자들 ‘실리없는 파업’ 부담 상반기 17건… 통계작성후 최저

    근로자들 ‘실리없는 파업’ 부담 상반기 17건… 통계작성후 최저

    올해 노동계는 해마다 휘몰아쳤던 ‘하투’(夏鬪)가 미풍으로 끝나는 등 이렇다 할 대규모 노사분규가 없었다. 현대자동차의 파업도 10일 동안 이어지는 데 그쳤다. 상반기 파업 건수는 지난해의 딱 절반 수준이었다. 정부는 오랜 경기 침체로 현장의 근로자들이 실리 없는 투쟁 일변도의 쟁의를 꺼리는 분위기가 조성된 게 가장 큰 이유라고 분석했다. 복수노조 등 노사 관계 제도의 변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노사분규(1일 근로시간인 8시간 이상 작업 중단·정치파업 제외)는 17건으로 지난해 34건의 절반으로 감소하며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6년 이래 최저치를 나타냈다. 근로손실일수(파업기간 중 파업참가자수×파업시간÷8시간)도 3만 4500일로 역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장기 침체가 큰 이유로 꼽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파업 건수는 지난해를 제외하면 매년 꾸준히 감소세를 이어왔다. 지난해의 경우 연말 기준 근로손실일수가 93만 3627일로 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4월 국회의원 선거와 12월 대통령 선거 등이 맞물리면서 다양한 노사 갈등이 분출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화의료원의 28일 장기파업, SJM의 3개월에 걸친 직장폐쇄 등의 분규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올해는 민주노총 차원의 총파업 투쟁이 없었다. 민주노총 내 대표적 강성 노조인 금속노조도 총파업을 하지 않았다. 큰 틀에서 노동계의 하투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고용부 관계자는 “경기 침체의 영향에 더해 투쟁 중심의 노동운동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현장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파업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노사분규는 근로자가 이익을 볼 게 있어야 발생하는데 지난해와 올해는 경제성장률이 2%대에 불과한 상황”이라면서 “일부 노조는 기업 입장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이고, 일부 노조는 파업을 한다고 해도 얻어 낼 열매가 없을 것이라고 해석했을 것”이라고 했다. 2010년 시행된 사업장 복수노조도 파업을 줄이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 배규식 노동연구원 노사·사회정책 연구본부장은 “그동안은 새로운 노조를 건설하기보다 기존 노조를 분할하는 형태가 많았다”면서 “투쟁적인 노조 사업장에서 사용자 친화적인 노조가 생기는 경우가 친사용자 노조에 대항하기 위해 투쟁적인 노조가 생기는 경우보다 훨씬 많았다”고 전했다. 2010년 도입한 노조 전임자에 대한 근로시간면제제도(조합원 수에 따라 전임자의 근로면제시간의 상한선을 정하는 제도)로 종일제 노조 전임자가 줄어드는 것도 파업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노사분규의 불씨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15일부터 조리실무사와 영양사, 행정실무사 등 학교 비정규직(69개교 176명)이 처우 개선을 주장하며 경고 파업을 진행 중이다. 한국철도공사 민영화, 한국공항공사 청주공항 민영화 문제를 두고 해당 노조들도 반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는 한 해 분규 건수가 200건을 넘었던 2000~2005년 수준의 극심한 노사갈등은 다시 나타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김유선 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노조의 힘이 약해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노조원의 고령화 때문”이라면서 “현대자동차 노조만 해도 25년이 됐고, 설립을 주도했던 20~30대가 이제 50대가 됐으며 노동환경도 과거에 비해 개선되면서 노조 결속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한국은행과 함께하는 톡톡 경제 콘서트] 전세계 물가상승률은 왜 낮을까

    [한국은행과 함께하는 톡톡 경제 콘서트] 전세계 물가상승률은 왜 낮을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양적완화 등을 통해 돈, 즉 본원통화 공급을 크게 늘렸는데도 왜 물가상승률이 낮을까? 선진국 경제가 크게 위축돼 국내총생산(GDP)갭이 크게 마이너스인데 왜 디플레이션은 발생하지 않는 것일까?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전년 동기 대비 1%대로 하락한 후 최근 몇 개월간 1% 미만까지 낮아진 현상은 일시적일까 아니면 구조적일까? 이런 질문과 향후 인플레이션의 향방에 대해 답을 찾아보려면 물가 결정요인을 이해해야 한다. 인플레이션은 무엇에 의해 결정될까?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 교수는 “인플레이션은 언제나 어디서나 통화적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통화의 양이 거래되는 상품 양보다 많을 경우 돈의 가치가 하락하는 인플레이션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폴란드, 헝가리 등에서 연간 물가 상승률이 50%를 넘는 초(超)인플레이션이 나타났는데 당시 물가 상승률과 통화량 증가율이 비슷한 수준이었다. 경제학자들은 통화가 상품 공급보다 빠르게 늘어날 경우 당장은 아닐지라도 결국에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이제 통화량보다는 더 짧은 기간 내에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을 살펴보자. 우선 초과수요압력이다. 어떤 제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 기업이 정상 가동률로는 이를 충족시킬 수 없는 상황이라 가정하자. 기업가는 근로자에게 비싼 초과근무수당을 주며 공장 가동률을 높여 생산을 늘리게 된다. 초과수당 지급으로 생산비용이 높아지니 기업은 가격을 올려 받으려 할 것이다. 이런 기업들이 모여 국가 경제를 이루기 때문에 총수요가 정상적 공급능력을 초과할 경우 물가가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정책당국자들은 이 같은 초과수요압력을 GDP갭(실제GDP-잠재GDP)을 통해 파악한다. 기업은 제품의 가격을 수시로 바꿀 수 있을까? 기업이 제품 가격을 조정하려면 가격표를 바꿔야 하고 다른 기업들이 가격을 올리는지 눈치도 봐야 한다. 그래서 기업들은 통상 1∼2년에 한 번 정도 가격을 조정한다. 기업이 가격을 빈번하게 조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기대인플레이션이 가격 결정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기업은 앞으로 어느 정도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사람들의 기대를 감안해 가격을 미리 조정한다. 아울러 기대인플레이션이 높다는 것은 향후 생활비가 많이 상승할 것으로 본다는 의미이므로 근로자와 경영자 간 협상에 의해 결정되는 임금 상승률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기대인플레이션이 실제 물가상승률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대인플레이션은 어떻게 결정될까? 최근 1년간 물가상승률이 높았다면 사람들은 앞으로 얼마 동안은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리라 기대할 수 있다. 이를 과거지향적 기대 경향이라고 한다. 반면 중앙은행이 물가안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민간이 이를 믿는다면 기대인플레이션은 최근의 물가와 상관없이 중앙은행의 목표 수준에 안착될 것이다. 이 경우 실제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에서 벗어나 있더라도 임금이나 가격 결정 과정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이 제 역할을 다하면서 곧 목표 수준에 수렴해 갈 것이다. 기대인플레이션이 과거 지향적으로 움직이는지 아니면 목표 수준에서 안착될 것인지는 중앙은행에 대한 민간의 신뢰 정도와 관련돼 있다. 통화량, 초과수요압력, 기대인플레이션은 모두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은 이들 외에 수입물가, 농산물가격 등 공급 요인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위의 논의를 바탕으로 최근 선진국의 저물가 현상에 대해 해석해 보자.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등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본원통화를 급격히 늘렸음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에 머물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본원통화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우선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라 대출이 늘지 않고 돈이 금융권에만 맴돌며 실물 부문으로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부채축소(디레버리징)가 마무리되고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는 경우 인플레이션이 크게 상승할 위험이 있다. 그렇다면 주요 선진국들의 GDP갭률이 마이너스 3∼4%에 이르고 있는데도 디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고 물가가 중앙은행들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목표 수준을 조금 하회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현상은 어떻게 봐야 할까? 많은 경제학자들은 중앙은행의 물가안정 의지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기 때문이라 말한다. 즉 기대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의 목표 수준에 잘 안착되어 있기 때문에 경기가 ‘대(大)불황’ 상황인 데도 디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최근 물가상황은 어떻게 분석될 수 있을까? 우선 세계 경제 회복 지연으로 수입물가가 하락하고 현재 마이너스 1% 정도인 GDP 갭률도 내년까지 마이너스 상태를 이어갈 전망이다. 공급 측면에서는 양호한 기상여건으로 지난 수년간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던 농산물가격이 안정됐고 국제유가 및 국제곡물가격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무상보육·급식의 확대 실시 등 제도적 요인도 가세했다. 이같이 수요·공급 및 제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최근 1% 내외의 낮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일반인의 기대인플레이션이 3% 부근에 계속 머물고 있고 농산물가격 하락 등은 일시적 요인으로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내년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5% 정도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한국은행은 예상하고 있다. 지금 전 세계 중앙은행과 정책 당국자들은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다.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될 때 본원통화를 어떤 식으로 얼마나 빨리 회수해야 높은 인플레이션을 막을 수 있을까? 과연 저물가가 장기간 지속되어도 기대인플레이션이 하락하지 않고 중앙은행의 목표수준 부근에 안착될 것인가? 행태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이 어느 수준 이하로 낮아지면 기업이나 근로자가 가격 및 임금 결정 과정에서 물가를 별로 고려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 경우 실제 인플레이션은 어디에 수렴할 것인가?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다고 지금처럼 대폭적인 완화기조를 계속 유지하면 중앙은행의 신뢰성은 확보될 수 있을 것인가? 오늘도 정책 당국자들이 밤새 불을 밝혀 고민하고 연구하는 질문들의 목록이다. 박양수 계량모형부장·미 일리노이대 경제학 박사 [쏙쏙 경제용어] ■본원통화 중앙은행이 지폐 발행 등의 독점적 권한을 행사하여 공급한 통화를 말한다. 중앙은행의 화폐 발행액과 예금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한 지급준비금의 합계로 측정된다. 본원통화는 경제활동 과정에서 예금과 대출 증가 형태로 총통화 공급을 증가시킨다. ■디플레이션 물가의 지속적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에 대응되는 용어로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디플레이션의 원인으로는 생산물 과잉공급, 자산거품 붕괴, 과도한 긴축정책, 생산성 향상 등이 제시되고 있다.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채무자에서 채권자 등으로 비자발적인 소득재분배가 일어난다.
  • 지갑 내년 더 춥다… 한숨 쉬는 월급쟁이

    지갑 내년 더 춥다… 한숨 쉬는 월급쟁이

    노사 합의에 의한 국내 기업의 내년도 평균 임금 인상률이 3%대로 내려오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전반적인 경기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개인들의 경제사정은 내년에도 크게 나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7일 고용노동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노사 합의에 의한 협약임금 인상률은 평균 3.5%로 집계됐다. 정부의 표본조사 대상 9580개 사업장 중 10월까지 임금 협약을 마친 5403개(56%) 기업의 평균치다. 이는 지난해 이맘때까지의 평균 인상률 4.9%에 비해 1.4% 포인트 낮은 것이다. 1998년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외환위기 와중인 1998년(-2.7%)과 1999년(1.9%),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후인 2009년(1.9%)을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수치다. 협약임금 인상률은 노조와 사측이 임금협약에서 타결한 총임금(본봉 및 성과급 등)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대부분 협상 타결 시점부터 1년간 적용하기 때문에 내년 임금 수준까지 결정한다. 임금 인상률이 크게 낮아진 것은 경기 침체 때문이다. 김호연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임금 상승폭이 낮아지면 가계의 소비 능력이 약화돼 경기 활성화에 필수적인 내수 확대에 장애가 된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는 임금뿐 아니라 노사 관계에도 깊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전국에서 발생한 노사분규(8시간 이상 작업 중단)는 총 17건으로 지난해 상반기(34건)의 절반에 그치며 1996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국민은행의 카자흐은행 ‘5년 부실’ 뒷북 점검

    국민은행의 카자흐은행 ‘5년 부실’ 뒷북 점검

    금융감독 당국이 KB국민은행이 5년 전 지분을 인수한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의 부실 파악에 나섰다. 앞서 부실 인수가 확인됐음에도 이제야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 ‘뒷북’ 수습에 나선 것이다. 은행 또한 5년간 해외영업장의 부실을 방치해 왔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17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조영제 금융감독원 부원장과 실무진 등은 다음 달 초 카자흐스탄 금융당국을 방문해 국민은행이 2대 주주인 BCC 부실에 대한 현장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부원장이 직접 현지 방문을 통해 점검한다는 것은 그만큼 사안이 심각하다는 이야기다. 최근 카자흐스탄 금융당국이 BCC 부실과 관련해 금감원에 두 차례 공문을 보낸 데다 현지에서 BCC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해외 법인은 현지 금융당국 관할이라 국내에서 파악하기 힘들다”면서 “분식회계 가능성 등은 그쪽(카자흐스탄 금융당국)에서 제기한 것이고 우리 쪽은 알기 어려워 직접 가서 살펴본 다음 구체적인 문제점 등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BCC는 금융권에서 최악의 해외투자 사례로 꼽히는, 국민은행의 ‘애물단지’다. 2007년 말 강정원 당시 국민은행장은 카자흐스탄의 높은 경제성장률 등을 보고 카자흐스탄 내 6위 은행이었던 BCC를 인수하기로 결심했다. 이어 국민은행은 2008년 8월 BCC 지분 41.9%를 9392억원에 사들였다. 하지만 그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BCC 주가가 하락하고 현지 부동산경기 침체 등으로 대출 자산이 줄줄이 부실화돼 BCC는 2010년 244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금융권에서는 국민은행이 BCC를 너무 비싸게 인수했다는 거품론과 당시 강 행장이 외환은행 인수에 실패하자 뭔가 보여주기 위해 무리하게 인수·합병(M&A)을 추진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감원은 2010년 BCC 지분 매입과 관련해 KB금융 종합 검사를 실시했고 강 행장은 결국 국민은행장에서 물러났다. 이어 그해 8월 열린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BCC 투자 관련 이사회 허위 보고 등으로 강 전 행장은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투자 결정 당시 이사회에 중대 사안을 허위보고하거나 의도적으로 누락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런 부실 투자 문제에다 현재까지 8000억원대 손실을 입었지만 국민은행은 아직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BCC 장부가를 두고 논란이 일어나기까지 했다. 회계법인 삼정KPMG가 보고한 BCC 장부가는 1000억원대 중반인 반면 국민은행 외부감사인인 삼일PWC가 제출한 감사보고서에서는 2800여억원이었다. 삼정KPMG의 평가대로라면 BCC 장부가는 반토막이 난다. 대출채권 대손충당금을 과소계상했다는 의혹이 커지는 부분이다.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는 “9000억원 넘게 투자해서 여태까지 회계상 8000억원을 손실처리했다. 손실규모를 과소계상할 이유가 없을뿐더러 BCC는 세계적인 회사가 감사하고 있는데 분식회계는 꿈도 못 꾼다”며 분식회계 의혹을 부인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지갑 내년 더 춥다… 한숨 쉬는 월급쟁이

    지갑 내년 더 춥다… 한숨 쉬는 월급쟁이

    노사 합의에 의한 국내 기업의 내년도 평균 임금 인상률이 3%대로 내려오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전반적인 경기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개인들의 경제사정은 내년에도 크게 나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7일 고용노동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노사 합의에 의한 협약임금 인상률은 평균 3.5%로 집계됐다. 정부의 표본조사 대상 9580개 사업장 중 10월까지 임금 협약을 마친 5403개(56%) 기업의 평균치다. 이는 지난해 이맘때까지의 평균 인상률 4.9%에 비해 1.4% 포인트 낮은 것이다. 1998년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외환위기 와중인 1998년(-2.7%)과 1999년(1.9%),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후인 2009년(1.9%)을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수치다. 협약임금 인상률은 노조와 사측이 임금협약에서 타결한 총임금(본봉 및 성과급 등)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대부분 협상 타결 시점부터 1년간 적용하기 때문에 내년 임금 수준까지 결정한다. 임금 인상률이 크게 낮아진 것은 경기 침체 때문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도 올해 협약임금 인상률 목표를 8%대로 예년보다 낮게 정했다”면서 “양대 노총에서까지 인상률 하락의 불가피성을 인정했을 만큼 올해 경기가 좋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연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임금 상승폭이 낮아지면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가 줄기 때문에 투자 여력이 커질 수 있는 장점이 있겠으나 가계의 소비 능력이 약화돼 경기 활성화에 필수적인 내수 확대에 장애가 된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는 임금뿐 아니라 노사 관계에도 깊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전국에서 발생한 노사분규(8시간 이상 작업 중단)는 총 17건으로 지난해 상반기(34건)의 절반에 그치며 1996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근로자들 ‘실리없는 파업’ 부담 상반기 17건… 통계작성후 최저

    근로자들 ‘실리없는 파업’ 부담 상반기 17건… 통계작성후 최저

    올해 노동계는 해마다 휘몰아쳤던 ‘하투’(夏鬪)가 미풍으로 끝나는 등 이렇다 할 대규모 노사분규가 없었다. 현대자동차의 파업도 10일 동안 이어지는 데 그쳤다. 상반기 파업 건수는 지난해의 딱 절반 수준이었다. 정부는 오랜 경기 침체로 현장의 근로자들이 실리 없는 투쟁 일변도의 쟁의를 꺼리는 분위기가 조성된 게 가장 큰 이유라고 분석했다. 복수노조 등 노사 관계 제도의 변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노사분규(1일 근로시간인 8시간 이상 작업 중단·정치파업 제외)는 17건으로 지난해 34건의 절반으로 감소하며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6년 이래 최저치를 나타냈다. 근로손실일수(파업기간 중 파업참가자수×파업시간÷8시간)도 3만 4500일로 역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장기 침체가 큰 이유로 꼽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파업 건수는 지난해를 제외하면 매년 꾸준히 감소세를 이어왔다. 지난해의 경우 연말 기준 근로손실일수가 93만 3627일로 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4월 국회의원 선거와 12월 대통령 선거 등이 맞물리면서 다양한 노사 갈등이 분출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화의료원의 28일 장기파업, SJM의 3개월에 걸친 직장폐쇄 등의 분규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올해는 민주노총 차원의 총파업 투쟁이 없었다. 민주노총 내 대표적 강성 노조인 금속노조도 총파업을 하지 않았다. 큰 틀에서 노동계의 하투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고용부 관계자는 “경기 침체의 영향에 더해 투쟁 중심의 노동운동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현장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파업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노사분규는 근로자가 이익을 볼 게 있어야 발생하는데 지난해와 올해는 경제성장률이 2%대에 불과한 상황”이라면서 “일부 노조는 기업 입장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이고, 일부 노조는 파업을 한다고 해도 얻어 낼 열매가 없을 것이라고 해석했을 것”이라고 했다. 2010년 시행된 사업장 복수노조도 파업을 줄이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 배규식 노동연구원 노사·사회정책 연구본부장은 “그동안은 새로운 노조를 건설하기보다 기존 노조를 분할하는 형태가 많았다”면서 “투쟁적인 노조 사업장에서 사용자 친화적인 노조가 생기는 경우가 친사용자 노조에 대항하기 위해 투쟁적인 노조가 생기는 경우보다 훨씬 많았다”고 전했다. 2010년 도입한 노조 전임자에 대한 근로시간면제제도(조합원 수에 따라 전임자의 근로면제시간의 상한선을 정하는 제도)로 종일제 노조 전임자가 줄어드는 것도 파업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노사분규의 불씨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15일부터 조리실무사와 영양사, 행정실무사 등 학교 비정규직(69개교 176명)이 처우 개선을 주장하며 경고 파업을 진행 중이다. 한국철도공사 민영화, 한국공항공사 청주공항 민영화 문제를 두고 해당 노조들도 반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는 한 해 분규 건수가 200건을 넘었던 2000~2005년 수준의 극심한 노사갈등은 다시 나타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김유선 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노조의 힘이 약해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노조원의 고령화 때문”이라면서 “현대자동차 노조만 해도 25년이 됐고, 설립을 주도했던 20~30대가 이제 50대가 됐으며 노동환경도 과거에 비해 개선되면서 노조 결속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말하는 정의로운 금융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말하는 정의로운 금융

    새로운 금융시대/로버트 실러 지음/노지양·조윤정 옮김/알에이치코리아/456쪽/1만 7000원 오늘날 우리는 금융자본주의라는 세계 질서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금융자본주의는 여러 금융기관들이 이끌어 가는 경제 시스템을 말한다. 그 시스템은 지금 잘 작동되고 있을까. 경제위기로 금융에 대한 대중의 분노는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제위기를 촉발시킨 주된 원인이 금융업계의 탐욕과 무책임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은 금융위기의 책임자들을 감옥으로 보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대표적인 예로 2008년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은 금융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한 나라의 금융위기가 전 세계에 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일깨워 주었다. 또한 2011년 미국에서 시작된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 운동은 전 세계 80여개국으로 확산됐다. 이 사건은 결국 일단락됐지만 비난 여론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금융’과 ‘좋은 사회’를 어떻게 연결해야 할까.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신간 ‘새로운 금융시대’를 통해 ‘금융’과 ‘좋은 사회’라는, 결코 양립하기 어려운 두 화두를 설득력 있게 풀어 냈다. 금융은 결코 돈을 뺏는 약탈자가 아니며 인류문명을 진보시킨 주체이고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시선으로 접근한다. 또한 금융은 고질적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이 만든 발명품이고 아직 미완성이라는 것을 전제하고 어차피 써야 한다면 제대로 된 발명품을 만들어 쓰는 게 가장 실리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현대 사회의 발전을 위한 금융의 역할, 즉 금융기관 종사자뿐만 아니라 정책 당국자, 경제학자, 그리고 일반인들에게 금융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우고 금융이 올바르게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지 못하고 넘어가는 금융 현상의 본질, 그리고 금융의 혁신과 개인 투자, 세계 경제의 흐름을 바꿀 금융의 미래 등을 저자 특유의 통찰력으로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사설] 실적 나빠도 100억원대 보수받은 금융 CEO들

    금융회사들의 최고경영자(CEO) 연봉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금융감독원이 65개 금융사의 성과보수 체계를 점검한 결과 보수 89억원과 배당금 47억원 등 136억원을 받은 CEO도 있다. 하루에 2440만원가량을 번 셈이다. 전직 보험사 사장은 올해 사장 퇴임을 하면서 특별퇴직금만 173억원을 받았다고 한다. 입이 딱 벌어진다. 금융사 CEO들의 연봉 수준 자체를 문제 삼으려는 것은 아니다. 경영 실적 등 기준에 합당하게 보수를 받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도덕적 해이가 심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근로기준법을 어기면서까지 퇴직금을 받는 등 갖가지 편법들을 동원하면서 돈 잔치를 벌이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금융회사들은 장기적 경기 침체로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뼈를 깎는 자구책을 시행하기보다는 수수료를 올리는 등 손해를 고객들에게 전가하기도 한다. 순익이 많을 때는 연봉을 발 빠르게 올리는 반면, 실적이 악화될 때는 내리지 않는 곳도 적잖다. 경영 실적과 상관없이 연봉 17억원 전액을 고정급으로 챙긴 CEO도 있다. 금융당국의 철저하고 지속적인 감시가 요구된다. 금융사들은 고객들이 맡기는 자산을 토대로 영업 활동을 한다. 일반 기업과 달리 공익성이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까닭에 CEO 보수도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책정할 필요가 있다. 총자산순이익률(ROA) 등 잴 수 있는 평가지표는 전년도보다 낮게 설정하고, 성취도 등 주관적인 지표는 만점을 주는 방식으로 성과급을 챙기는 곳도 있다고 한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성과 평가 방식을 바로잡아야 한다. 금융사 CEO의 연봉을 결정하는 보상위원회도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는 2010년부터 금융사 경영진에 대한 보상원칙 모범규준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보상위원회는 과반수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해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54개 금융사 가운데 31.5%에 해당하는 17곳은 CEO가 보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인 보상위원회를 구성한다는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금융사들은 보수산정체계가 경영 전략의 핵심 요소이기에 외부 간섭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보수 산정 과정의 투명성 확보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금융사들의 자율규제 기능으로 합리적인 보수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 [공공기관 개혁] “정권마다 경제 위기 땐 공공기관 동원… 비효율 개선 공염불”

    [공공기관 개혁] “정권마다 경제 위기 땐 공공기관 동원… 비효율 개선 공염불”

    지난 15년간 정권이 세 차례 교체될 때마다 새로 들어선 정부들은 어김없이 공공기관 개혁을 부르짖었다. 하지만 근본적인 개혁은 없었다. 200%가 넘는 부채 비율은 줄어들 줄 모르고 과잉 복지와 높은 보수는 여전하다. 박근혜 정부도 이번에야말로 공공기관을 혁신하겠다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껏 대책이 없어서 개혁이 안 된 게 아니라고 진단한다. 정권 초기의 서슬 퍼런 개혁 드라이브를 등에 업고 숱한 전문가들이 나서 메스를 들이댔는데도 공공기관의 현실이 아직까지 이 모양인 것은 대체 왜일까. 우리나라에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신설된 것은 30년 전인 1983년이다. 하지만 대대적인 공공기관 개혁 대책은 1998년 7월 4일 김대중 정부의 ‘제1차 공기업 민영화 계획’이 처음이다. 김대중 정부는 두 차례의 민영화 계획을 통해 76개의 공기업을 민영화했다. 당시 정부가 진단한 공공기관의 문제점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방만한 경영과 비효율, 생산성을 초과하는 과도한 임금 인상, 무리한 수당 신설, 경영 실패에 대한 무책임 등이었다. 하지만 해외 자금 유치가 절박했던 외환위기 직후에 추진한 공기업 민영화는 국내 시장경제 확대의 목적이 컸다. 결국 한국전력(발전부문 6개사 분리), 한국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등 굵직한 민영화 과제는 차기 정부로 넘어갔다. 2003년 출범한 노무현 정부는 민영화 대신 윤리경영을 도입하고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알리오)을 구축했다. 이는 인건비 편법 운용을 막고 접대비의 투명성을 높이는 일정 수준의 성과로 이어졌다. 노무현 정부 개혁의 핵심은 2005년 12월 1일 발표한 ‘공공기관 지배구조 혁신’ 방안이었다. 관리 대상 공공기관을 101개에서 314개로 늘리고 감독기관을 일원화했다. 역시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민영화 작업이 정지되면서 공공기관 수는 2002년 260개에서 2007년 305개로 늘었고 인력은 19만 1000명에서 25만 8000명으로 35.1% 늘었다. 이명박 정부는 ‘작은 정부, 큰 시장’을 원칙으로 세웠다.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이 독점성에서 비롯된다고 봤다. 2008년부터 8차에 걸친 공기업 선진화 계획에 따라 121개 기관을 통합하고 38개 기관을 민영화했으며 정원 감축을 했다. 2010년 6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을 마련했고 불합리한 노사 관행을 바꾸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비대했던 공공기관의 규모는 줄어들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공공기관을 정책의 도구로 이용하면서 공공기관의 부채는 2008년 290조원에서 지난해 493조 4000억원으로 70.1%가 증가했다. 부채 비율은 133%에서 207%로 74% 포인트 늘었다. 수자원공사는 ‘4대강’ 예산 22조원 중 8조원을 부담했다. 한국주택토지공사는 ‘보금자리주택’ 관련 부채가 23조 8000억원이다. 그럼에도 지난 정부들이 동시에 추진한 것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와 고객만족도 평가다.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공공기관 스스로 개선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공공기관들은 국정감사나 경영평가 등의 일시적인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는 식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26개 공공기관 가운데 내부 경영사정 공시(公示) 평가에서 ‘우수’를 받은 곳은 5개에 불과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기획재정부는 ‘공기업 합리화 방안’을 내놓았다. 상시 부채 개혁, 향후 4년간 7만명 채용 등이 골자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각 정권마다 외환위기, 카드 사태,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장애물을 만나면서 공공기관 개혁을 제대로 하지 못한 측면이 크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 역시 경제 활성화에 공공기관을 동원하는 과거 전철을 되풀이할 수 있다”면서 “외부의 변수에 아랑곳하지 말고 공공기관 개혁이라는 목표를 흔들림 없이 유지해 밀어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금융주 공매도 금지’ 5년 만에 해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취해졌던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가 5년 만에 풀린다. 공매도 잔액 공시가 의무화되고 위반 시 제재 조치가 취해진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는 이런 내용이 담긴 ‘공매도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했다고 13일 밝혔다. 공매도는 갖고 있지 않은 증권이나 빌린 증권을 파는 투자기법으로 주가 하락 때 유동성 공급 등의 순기능이 있지만, 투기성이 있어 공정한 가격이 형성되지 않는 부정적 기능이 있다. 금융위는 2008년 10월 모든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했다가 2009년 6월 비금융주만 공매도 금지를 해제했다.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 금지는 14일부터 해제된다. 종목별 공매도 잔액이 발행주식 총수의 0.5%를 넘는 투자자는 공매도 잔액 내용 등을 한국거래소 홈페이지에 공시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정정명령, 과태료 등의 제재를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현재는 공매도 주식 수가 발행주식 수의 0.01%를 넘는 투자자는 인적 사항과 투자 종목을 금감원에 보고해야 하지만 보고하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는 없다. 금융위는 1억원 미만의 소액 공매도는 보고 대상에서 제외하는 대신 10억원 이상의 공매도는 기준비율 초과 여부에 관계없이 보고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뉴스 분석] 디플레의 공포 지구촌 덮치나

    [뉴스 분석] 디플레의 공포 지구촌 덮치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이 돈을 풀기 시작하면서 ‘물가가 급격하게 상승할 것’(인플레이션)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5년 후인 지금 전 세계는 통화량이 줄어 물가가 떨어지고 경제활동이 침체되는 디플레이션을 두려워하고 있다. 시중에 풀린 막대한 돈이 경기를 못 살린 채 사라진 것이다.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할 경우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은 통화량이 급격히 줄어 장기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2일 통계청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에 비해 각각 0.7% 오르는 데 그쳤다. 이에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를 0.5%에서 사상 최저인 0.25%로 내리는 통화완화정책을 택했다. 올해 9월 소비자물가를 보면 우리나라(2.0%→0.8%) 및 유로존(2.6%→1.2%), 타이완(3.0%→0.8%) 등은 1년 전에 비해 물가상승률이 절반 미만이다. 미국도 2.0%에서 1.2%로 떨어졌다. 특히 타이완의 8월 소비자 물가는 -0.8%로 3년 만에 마이너스다. 중국이 유일하게 3%대의 완만한 물가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간 각국은 완만한 물가상승을 동반하는 경기회복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경쟁적으로 풀었다. 미국·일본·유로존이 발행한 화폐량(본원통화량)은 2007년 말 2조 9000억 달러에서 올해 6월 6조 6000억 달러로 증가했다. 약 4000조원이 공급된 셈이다. 그럼에도 물가 상승이 아니라 디플레이션 우려가 크다. 재정위기에 시달렸던 남유럽이 대표적이다. 그리스의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6%로 추정된다. 스페인은 0.1%로 마이너스 진입 직전이고, 포르투갈 0.3%, 이탈리아 0.7% 등이다. 물가 하락으로 실질금리가 오르면서 대출자들이 주택 등의 자산을 팔고, 이에 따라 물가 하락이 반복되는 ‘부채 디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ECB가 디플레이션을 피하려면 과거 장기 불황에 빠졌던 일본보다 빠른 통화완화정책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김철환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선진국에서 풀린 자금이 신흥국에 투자로 들어가고 선진국 실물 경제에서 돌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태봉 국제금융센터 해외정보실장은 “한국, 브라질 등 신흥국에 들어오는 자금은 많아도 통화의 회전율이 매우 낮은 상황으로 돈이 돌지 않고 있다”며 “금리가 낮으니까 은행은 기업채권을 사들여 이익을 얻기보다는 현금을 갖고 있고 기업은 투자를 안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명헌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상승률이 14개월 연속 2% 미만인 점을 감안할 때 장기 디플레이션의 초입에 있다”면서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할 경우 장기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으므로 무엇보다 기업 투자를 늘리면서 경제활성화에 나서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국내 진출 외국계 금융회사 지각변동

    한국 금융시장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회사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시장을 주름잡던 영국·미국계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 보험, 증권, 자산운용, 할부금융 등 모든 업권에서 15개사가 퇴출당하거나 사업 규모를 줄였다. 반면 일본계와 중국계 금융회사가 자본금, 점포, 직원 등 모든 분야에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한국 시장에서 사업을 철수하거나 축소한 외국계 은행은 3개사다. 리먼브러더스가 2009년 인가가 취소됐고 메릴린치도 문을 닫았다. 7월에는 HSBC가 소매금융업무를 중단했다. 증권사와 할부금융사 중에서도 리먼브러더스증권, 푸르덴셜증권, 키이큅먼트파이낸스, GE캐피탈 등 미국계 금융회사가 잇따라 문을 닫았다. 보험업계에서는 영국계인 아비바그룹과 HSBC가 각각 우리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과의 합작을 끝내고 철수하거나 철수를 준비 중이다. 한국에서 물러난 외국계 금융회사 가운데 독일 에르고(보험), 네덜란드 ING(보험),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자산운용) 등 유럽계도 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이 실적을 통합 관리하는 보험업계에서 외국계의 입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알리안츠, 메트라이프, PCA, ACE, 푸르덴셜, ING, 라이나, 카디프, AIA 등 8개 외국계에 우리아비바를 더한 9개 생명보험사의 시장점유율은 2009년 21.9%에서 지난해 16.3%로 5.6% 포인트 하락했다. 중국과 일본계 금융회사는 빈틈을 파고들고 있다. 중국은 경제력 확대에 힘입은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일본은 최근의 엔저 현상에 따른 반사 효과로 한국 시장에서 저변을 넓히는 추세다. 은행에서 이 같은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국내에 진출한 중국계 은행 중 2009년 12월 진출한 농업은행을 제외하고 중국은행, 중국공상은행, 중국건설은행, 교통은행 4곳의 임직원 수는 2008년 6월 196명에서 올해 6월 296명으로 늘어났다. 총자산 규모도 6조원에서 18조원으로 늘었다. 일본계인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미즈호코퍼레이트은행, 미쓰비시도쿄UFJ은행, 야마구치은행 등 4곳의 임직원 수도 같은 기간 313명에서 525명으로, 총자산은 20조원에서 38조원으로 늘어났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한국은행과 함께하는 톡톡 경제 콘서트] 경제성장률과 GDP갭의 관계

    [한국은행과 함께하는 톡톡 경제 콘서트] 경제성장률과 GDP갭의 관계

    한국은행은 지난해 7월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국내총생산(GDP)갭이 마이너스로 돌아서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주요 이유로 언급했다. 최근에는 여러 경제 전망기관이 ‘2014년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인 3%대 중후반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금융시장에서는 한은이나 정부가 추가 부양조치를 취하리라는 기대가 크게 줄고 있다. 이처럼 ‘잠재성장률’과 ‘GDP갭’은 통화나 재정정책 수행 과정에서 핵심 정보로 쓰이고 있지만 이들의 개념과 상호관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혼동하거나 오해하고 있다. 잠재성장률 및 GDP갭에 관한 정보가 거시정책 수행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우선 잠재성장률을 이해해야 한다. GDP는 ‘한 나라의 국경 안에서 생산된 모든 최종 생산물의 가치’를 말한다. 국가 경제규모를 나타내는 척도다. GDP 증가율은 직전 분기 또는 전년 동기에 비해 GDP가 얼마나 늘었는가를 보여주는 것으로 ‘경제성장률’이라고도 한다. 한편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GDP가 평균적으로 늘어나는 정도를 의미한다. 그래서 경제성장률은 높을 때도 있고 낮을 때도 있지만 5년 정도를 평균해 보면 그 나라의 잠재성장률과 비슷하게 된다. 잠재성장률은 42.195㎞를 달리는 마라톤 주자의 평균 속도에 비유될 수 있다. 마라톤 주자는 코스 공략이나 다른 주자와의 경쟁을 위해 속도를 빨리하기도 하고 다소 늦추기도 하지만 전 구간의 평균 속도는 자신의 기초체력을 반영한 평상시 기록과 비슷할 수밖에 없다. 한은의 추정에 의하면 최근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연 3.3∼3.8%다. 이를 전분기 대비 증가율로 바꿔보면 0.8∼0.9%다. 경제성장률이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경기 순환주기가 4∼5년이라면 우리나라에서 5년 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3%대 중후반, 그 가운데 2년가량은 전분기 대비 1% 미만의 성장률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즉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3%대로 하락했다면 0%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 분기를 자주 목격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잠재성장률로 대표되는 한 나라의 기초체력, 즉 성장 잠재력은 어떤 요인에 의해 결정될까? 경제학자들은 ▲얼마나 많은 노동력을 갖고 있는지 ▲투자를 통해 얼마나 많은 자본을 축적했는지 ▲정치·경제·사회제도의 효율성, 연구개발 및 인적자본투자 등에 의해 좌우되는 총요소생산성이 얼마나 높은지 등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한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투자가 위축됨에 따라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다고 우려하는 것도 이런 논리에 근거하고 있다. 거시경제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는 실제 경제성장률과 잠재성장률의 차이뿐만 아니라 실제 GDP가 적정 수준에서 얼마나 어떤 방향으로 벗어나 있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한 나라 경제에 적정한 생산수준이 있고 실제 GDP가 적정 수준에서 오랫동안 많이 벗어나 있는 경우 물가 상승이나 실업자 증가 등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정책 당국자는 실제 생산이 적정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재정이나 통화정책으로 대응하여 경제 안정화를 도모한다. 그러나 적정 생산수준은 개념적이며 관측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정책 당국자들은 잠재 GDP를 추정하고 이를 적정 생산수준의 대용(代用)변수로 활용한다. 잠재 GDP는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도달 가능한 최대 생산수준’으로 정의된다. 그래서 실제 GDP와 잠재GDP의 차이인 GDP갭(gap)이 플러스(+)이면 초과 수요가 발생해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는 것으로, GDP갭이 마이너스(-)이면 초과수요 압력이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GDP갭이 플러스이면 긴축적으로, GDP갭이 마이너스이면 완화적으로 거시정책을 운용하게 된다. 지난해 7월 한은이 GDP갭의 마이너스 전환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은 이런 논리에 바탕을 둔 것이다. 잠재 GDP는 생산함수모형, 은닉인자모형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추정한다. 따라서 실제 GDP와 잠재GDP의 차이인 GDP갭은 추정 방법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정책 당국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잠재 GDP와 GDP갭을 추정해 비교 분석함으로써 정책 오류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아울러 GDP갭 자체가 추정치로서 불확실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GDP갭이 ‘0’(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경우 금리정책 기조에 변화를 주지 않으려는 보수적 태도를 견지하기도 한다. 잠재성장률도 잠재 GDP처럼 관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추정된 잠재 GDP의 기간 중 평균 증가율을 통해 파악한다. 물론 잠재 GDP는 분기별로 추정될 수 있기 때문에 잠재 GDP의 증가율도 분기별로 계산될 수 있다. 그래서 분기별로 잠재 GDP의 증가율이 변하기도 한다. 그러나 잠재성장률은 마라톤 주자의 평균속도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단기간에 크게 변동하는 것이 개념상 적절치 않다. 따라서 통상 5년에서 10년 정도의 잠재 GDP 평균 증가율을 잠재성장률로 간주한다. 일부 연구기관에서 잠재 GDP 추정치에 대해 1년 정도만 증가율을 계산한 뒤 잠재성장률이 크게 변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그럼 실제 경제성장률, 잠재성장률, GDP갭 등은 경기순환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경기순환에서 경기 정점(頂點)은 GDP갭의 플러스 폭이 가장 큰 점을, 경기 저점(底點)은 마이너스 폭이 가장 큰 점을 의미한다. 따라서 경기 저점에서 정점까지 구간, 즉 ‘경기 상승기’에는 실제 GDP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웃돌고 GDP갭의 마이너스 폭이 줄어들거나 플러스 폭이 확대된다. 반면 경기 정점에서 저점까지인 ‘경기 수축기’에는 실제 GDP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면서 GDP갭의 플러스 폭이 축소되거나 마이너스 폭이 확대된다. 지난 10월 한은의 경제전망 보고서는 2013년 이후 GDP갭률의 마이너스 폭이 완만하게 축소된다고 제시했다. 앞으로 GDP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소폭이나마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민간에 밝힌 셈이다. 금융시장에서 추가 금리인하 기대가 줄어드는 것은 이런 커뮤니케이션의 영향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잠재성장률뿐만 아니라 잠재 GDP 수준 자체도 하락했을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2000년대 들어 물가가 안정되었으나 자산가격 급등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았던 경험에 비춰 볼 때 적정 생산수준, 즉 잠재 GDP에 대한 개념도 새로 정립돼야 할 상황이다. 향후 인구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연금재정이나 조세부담률 변화 등에 대한 전망이 중요하기 때문에 미래의 잠재성장률을 최대한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잠재성장률, 잠재 GDP, GDP갭 등에 대해 정책 당국자와 학계에서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민간의 이해가 높아질 때 동 정보 변수들이 정책판단 및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다. 박양수 계량모형부장·미 일리노이대 경제학 박사 [쏙쏙 경제용어] ■총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 생산성에는 상품 및 서비스 생산을 위해 투입된 노동량과 생산량의 비율인 ‘노동생산성’, 투입된 자본량과 생산량 간의 비율인 ‘자본생산성’ 등이 있다. ‘총요소생산성’은 노동 투입 증가에 따른 생산 증가분과 자본 투입 증가에 따른 생산 증가분을 전체 생산 증가분에서 뺀 생산 증가분을 의미한다. 총요소생산성은 제도, 법, 연구개발 및 인적자본투자 등에 의해 결정된다. ■GDP갭과 GDP갭률 실제 GDP과 잠재 GDP의 차이가 ‘GDP갭’이다. ‘GDP갭률’은 GDP갭을 잠재 GDP로 나눈 비율이다. 실제 GDP 성장률과 잠재성장률의 차이를 나타내는 것이 아님에 주의해야 한다.
  • 중소기업 112곳 구조조정… 3년 만에 최대

    중소기업 112개사가 구조조정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10년 이후 3년 만에 최대 규모다. 금융감독원은 2013년도 중소기업 신용위험 정기평가 결과 구조조정 대상 중소기업이 지난해(97개)보다 15.5%(15개사) 늘었다고 8일 밝혔다.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중소기업 가운데 C등급을 받은 54개사는 채권단과의 협의로 기업 재무구조개선(워크아웃)이 추진된다. C등급을 받은 중소기업 중에는 상장사도 1개 포함됐다. D등급을 받은 58개 중소기업은 채권단의 지원 없이 자체 정상화를 하거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해야 한다. 업종별로 제조업 53개사, 비제조업 59개사였다. 제조업은 경기 회복 지연에 따른 경영 실적 악화로 지난해보다 20.5%(9개) 늘었다. 골프장 운영업 등 오락 및 레저서비스업이 23개사로 지난해보다 283.3%(17개) 증가했다. 금감원은 “B·C등급으로 평가된 중소기업은 정상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 만큼 주채권은행이 책임지고 신규자금 등 적극적인 금융지원을 하도록 지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공동체 삶’에 유토피아 있다

    ‘공동체 삶’에 유토피아 있다

    나우토피아/존 조던·이자벨 프레모 지음/이민주 옮김/아름다운사람들/488쪽/2만 9000원 글로벌 금융위기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던 2007년, 영국의 교수 출신 사회운동가 존 조던과 이자벨 프로모는 자본주의에 저항해 다양한 형태의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공동체 11곳을 찾아 유럽을 누볐다. 신자유주의의 추악한 민낯을 목도하면서 자본주의가 만연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재앙에서 벗어나 다르게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한 여정이었다. 영국에서 시작해 스페인과 프랑스, 세르비아, 독일을 거쳐 덴마크에 이르는 7개월간의 공동체 탐험기는 2011년 프랑스에서 책으로 출간돼 큰 반향을 일으켰다. 원제는 ‘유토피아로 가는 오솔길’(Les sentiers de l‘uotpie)이다. 크리스 칼슨이 2008년 펴낸 ‘나우토피아’(Nowtopia· 지금의 천국)에서 한국어 제목을 차용한 이 책은 완벽한 사회에 대한 기존의 유토피아적 환상에서 벗어나 불완전할지라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지금 실현 가능한 실천의 태도를 유토피아의 개념으로 새롭게 규정한다. “유토피아는 아무 데에도 없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유토피아는 우리가 그를 재정복하는 곳 어디나 있다. 미래에 대한 환상으로부터 멀리, 역사의 종말로부터 현재의 바로 이 순간으로 유토피아를 데려온 지점에 있다. 왜냐하면 유토피아란 이곳, 그리고 바로 지금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469쪽) 런던 히드로국제공항에서 새로운 활주로 건설에 반대하는 ‘21세기 시민불복종캠프’의 기습 시위에 참여하는 것에서 출발한 이들의 여정은 대규모 산업형태의 농업을 부추기는 영국 정부의 토지개발정책에 도전해 친환경적인 영속농업을 실천하는 남부 덴버주의 ‘랜드매터스’ 공동체 방문으로 이어진다. 2003년 17㏊의 농지에 열 명이 정착하면서 시작된 랜드매터스는 자연자원이든 노동이든 에너지 낭비를 최대한 줄여 윤리적인 관점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일관적인 삶을 꾸리는 것을 핵심 철학으로 삼고 있다. 스페인의 ‘파이데이아’는 학생과 교육자의 권리가 동등하게 인정받는 학습공동체다. 평등, 정의, 연대, 자유, 비폭력, 문화, 행복의 7가지 가치가 학습의 중심이며 아이부터 어른까지 똑같이 자유를 누리고, 책임을 진다. ‘칸 마스데우’는 반소비사회를 실험하는 공동체다. 스스로 일을 선택하고 개인적인 즐거움이 아니라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다고 옛 소련식의 전체주의적 시스템과는 거리가 멀다. 공동 작업과 개인의 자유가 균형을 이루는 진정한 공동체의 삶을 모색하고 있다. 1980년 도시 밖으로 추방된 실업자와 농업 근로자들이 지방 공작의 땅을 수용해 공장과 주택을 짓고 마을을 일군 ‘마리날레다’는 지금 유럽에서 가장 살기 좋은 마을 중 하나로 변모했다. 근로자가 스스로 공장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세르비아의 ‘즈레냐닌’, 유럽 유토피아 공동체의 대명사인 프랑스 ‘롱고 마이’, 사회에서 낙오된 주변인들이 자신들만의 개방적이고 연대감 강한 자유도시를 구축한 덴마크의 ‘크리스티아니아’, 성과 사랑의 해방구인 독일의 ‘제그’ 등은 자본주의 내부에서 각자의 유토피아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누리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다채롭게 보여준다. 책에 소개된 11개 유토피아 공동체들의 공통점은 모두가 다르게 살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이들 공동체가 너무나 급진적이어서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고, 또 자본주의의 거대 시스템 자체를 바꾸지 않는 상황에서 일부 사람들이 벌이는 이런 소규모 실험이 인류의 미래를 바꿀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을 품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들은 “우리의 세계를 다시 만들어낼 가능성에 대한 실험실이며 우리의 다른 삶을 위해 영감을 얻어야 할 곳”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저자들은 이 책의 출간 이후 교수란 안정된 직업을 내려놓고,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의 농장에서 뜻을 같이하는 동료들과 그들만의 유토피아를 꿈꾸는 자립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서울광장] 한국경제 만성질환 힐링법/오승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한국경제 만성질환 힐링법/오승호 논설위원

    전직 경제장관급인 한 인사는 사석에서 “우리 경제는 지금 정말 큰 문제”라면서 “우리나라는 급성 질환은 치료를 잘하는데, 만성 질환 치료에는 소질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3년 카드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은 잘 극복해 해외에서 찬사를 받았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블랙 스완을 정부와 기업, 국민들이 힘을 모아 이겨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최근 런던에서 개최된 ‘열린 정부 파트너십’에서 “아시아의 4번째 경제강국인 한국은 말 그대로 등불과 같은 존재”라고 치켜세운 것도 경제 위기를 잘 치유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수출이나 경상수지, 물가, 재정건전성 등 주요 경제지표는 괜찮은데 우리 경제는 무엇이 큰 문제라는 것일까. 사실 경제지표도 사정을 알면 마냥 박수 칠 일만은 아니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일본을 앞지를 전망이지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입 수요 감소와 원자재 가격 하락 영향이 크다. 오히려 환율 복병이 생겨 골머리를 앓을 가능성도 있다. 일반적으로 경상수지 흑자는 국내총생산(GDP)의 3%를 넘으면 과다한 신호로 받아들인다. 올해는 5%가량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재무부는 최근 환율보고서를 통해 한국 외환 당국의 개입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모르긴 해도 경상수지 흑자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넘치는 달러화를 소화할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지금의 경제 위기를 만성 질환에 비유하는 이유는 저성장의 탈출구가 보이지 않아서다. 특히 건설관련 내수 침체의 부작용이 적잖다. 내년에 3%대의 성장을 한다고 해도 결코 좋은 성적이라 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갓 넘은 시기에 3%대의 성장은 조로(早老)라고 지적한다. 적어도 4%대는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임원 출신인 지인은 “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에서 탈피해 서비스산업으로 탈출구를 찾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면서 “단기적으로 큰 문제는 없지만 장기적으로 저성장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저출산 고령화로 성장 동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방책도 보이지 않는다. 잠재성장률 하락이나 고령화, 내수 침체 등을 들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닮아가고 있다는 경고음이 높지만 무심한 듯 보인다. 한 대기업 오너는 사석에서 “몇 년 안에 광고물량이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돈이 되지 않는 곳인데도 외형을 키우기 위해 투자한 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 뉴욕대 의대 대니얼 오프리 교수는 지난 2011년 만성질환 관리와 관련, 뉴욕타임스의 칼럼을 통해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켜보는 게 최고의 치료법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환자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수술이나 약물을 남용할 때 생기는 부작용을 조심해야 한다는 취지다. 우리 경제도 비슷하다. 성장을 고려해 설혹 금리를 낮춘다고 해도 효과는 미지수다. 기업들은 돈이 넘치는 상황에서는 이자율이 투자에 변수는 되지 못한다. 적절한 치료법은 소통과 타협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정부는 기업인들을 불러 투자를 종용하지만, 이들은 돌아서면 다그치기만 한다고 투덜댄다. 경제민주화 입법과 관련한 시각 차이가 해소되지 않는 한 투자를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을 듯하다. 통상임금 문제도 기업 투자와 직간접적으로 상관있는 현안이다. 정부나 노사정위원회는 기업이나 정치권을 설득하는 노력을 다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복지제도 강화와 관련해 국민대타협위원회를 만들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증세부터 꺼내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했다. 국민들의 의견이 어떤지를 묻는 절차를 차질없이 진행해야 한다. 정책의 불확실성은 투자의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포함해 산적한 현안을 제때 해결하는 것이 지속 성장의 해결책이라고 본다. osh@seoul.co.kr
  • 올해도 착한 분양가 여전히 상승세’왕십리 KCC 스위첸’

    올해도 착한 분양가 여전히 상승세’왕십리 KCC 스위첸’

    올해도 역시 부동산 시장의 키워드는 저렴한 분양가였다. 수도권이나 지방 모두 저렴한 분양가를 선보인 단지들은 높은 청약 성적표를 받으며 분양에 성공했다. 실제 롯데건설이 공급한 ‘덕수궁 롯데캐슬’의 3.3㎡당 평균분양가는 1636만원으로 인근 마포지역 분양가가 1800만~2000만원으로 이보다 훨씬 저렴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일 실시한 1순위 청약에서 총 217가구 모집에 1517명이 몰리며 평균 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위례신도시에서도 저렴한 분양가를 선보인 단지가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17일 1순위 청약을 접수한 ‘송파 와이즈 더샵’은 송파권역임에도 불구하고 인근 성남권과 비슷한 3.3㎡당 1715만원의 분양가를 앞세워 최고 42.41대 1, 평균 16.09대 1로 마감했다. 업계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실수요자들로 재편되고 집값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저렴한 분양가가 가장 큰 무기”라며 “향후에도 저렴한 분양가를 앞세운 단지들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성동구 왕십리에서 인근 분양한 아파트 단지보다 비슷한 주택형 대비 최고 1억 1천만원까지 가격 차이가 나는 민간 아파트가 공급돼 화제다. 서울시 성동구 하왕십리동 일대에 광희리츠가 시행하고 KCC건설이 시공하는 ‘왕십리 KCC 스위첸’은 지난 8월 공급한 왕십리 텐즈힐보다 약 8천~1억 1천 만원까지 낮춘 금액으로 분양가가 책정됐다. 부동산관계자에 따르면 왕십리 KCC 스위첸의 전용 84A㎡ 분양가는 5억 950만원으로 인근에 분양한 아파트 보다 최고 1억 원 이상(발코니 확장가 포함) 저렴한 금액이다. 전용 59A㎡ 또한 상당히 저렴하다. 이 아파트의 전용 59A㎡는 3억9850만원의 분양가도 인근 시세 대비 8천 만원 이상(발코니 확장가 포함) 차이가 난다. 실제 최근 입주한 주변 아파트 시세들과도 가격경쟁력을 갖췄다. 사업지 인근에 위치한 아파트의 경우 현재 5억 7000만원 가량에 시세가 형성돼 있으며, 전용 59.95㎡도 4억 3500만원 시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 부동산 시세 2013.10.25 일반평균가 기준) 이와 비교해도 약 3~6천 만원가량 저렴한 금액이다. 한편 왕십리 KCC 스위첸은 지하 3층, 지상 최고 18층, 3개 동, 총 272가구로 구성됐다. 전용면적은 59~84㎡로 수요자들에게 인기가 좋은 중소형으로만 이뤄졌다. 면적별로는 59㎡ 42가구, 64㎡ 90가구, 68㎡ 34가구, 73㎡ 2가구, 84㎡ 104가구 등 총 11개 타입으로 구성 돼 수요자들의 선택 폭을 넓혔다. 한편 견본주택은 서초구 서초2동 1323-7 롯데칠성 옆에 위치한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요즘 소비 트렌드는 S·E·N·S·E

    요즘 소비 트렌드는 S·E·N·S·E

    ‘소비시장의 신조류는 센스(S·E·N·S·E).’ 대한상공회의소는 6일 ‘소비 패턴 변화와 기업의 대응 연구’라는 보고서에서 “불황의 장기화와 인구구조 및 사회문화의 변화 등으로 소비지형도가 달라지고 있다”면서 이런 신조류에 기업들의 유연한 대응을 요구했다. 센스는 ‘불필요한 지출통제’(Save & control), ‘여성의 감성소비’(Emotional female power), ‘치유받고픈 마음’(Need to heal), ‘아이들에게 아낌없는 투자’(Spare no money on kids), ‘체험 갈망’(Enjoy experience)의 영문 머리글자를 딴 것이라고 했다. 보고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가 다시 어려워지면서 가계부채·노후·고용 불안 등으로 소비자들이 충동구매나 불필요한 지출을 억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른 소비자의 평판 중시’, ‘유행은 우선순위에서 제외’, ‘술자리를 줄이고 가족중심 소비는 증가’ 등 최근 일본인들의 소비 가치관 변화도 예를 들었다. 소비의 또 다른 패턴은 ‘여심(女心)을 훔쳐라’로 요약된다. 가구의 94%, 여행상품의 92%, 전자제품의 61%, 자동차의 80%, 주택의 91%가 여성 소비자에 의해 구매가 결정된다는 학계 보고를 인용했다. 또 힐링 상품이 명상, 요가, 스파 등에서 벗어나 식품, 화장품, 가구, 패션, 의료 등 광범위한 부문에 걸쳐 출시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보고서는 1990년대에 젊은 시절을 보냈던 ‘X세대’들이 자녀의 소비생활에 지대한 영향력을 쏟고 있다고 분석했다. 컴퓨터가 TV보다 익숙한 현재 신세대는 스마트폰·PC·카메라 등 정보기술(IT) 분야를 ‘키즈 시장’으로 형성하고 있는데, 그 규모가 전세계적으로 2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색다른 체험활동을 통해 자기계발을 추구하는 교육관광 콘텐츠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박종갑 대한상의 상무는 “물건을 팔기 위해서는 품질, 스토리, 이미지뿐만 아니라 소비 맥락과 고객이 처한 상황까지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 관광지마다 외국인 북적… ‘아시아 4龍’ 부활 꿈꾸다

    관광지마다 외국인 북적… ‘아시아 4龍’ 부활 꿈꾸다

    지난 1일 밤 타이완 타이베이에서 가장 큰 스린(士林) 야시장. 중국말에 한국말, 일본말까지 섞여 그야말로 왁자지껄하다. 현지식 닭튀김, 곱창국수, 버블티, 각종 열대과일 등 먹거리가 몰려 있어 식도락을 즐기는 국내외 관광객의 필수 코스로 꼽힌다. 여행 가이드 리훼이리(52·여)는 “한국 단체 관광객은 내년 2월까지 예약이 끝난 상태”라면서 “최근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가 방영된 후 한국인 관광객이 급격하게 늘었다”고 말했다. 2일 낮 국립고궁박물원은 중국인 단체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세계 4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이곳은 장제스 총통이 이끄는 중국 국민당이 국공 내전에서 패한 뒤 타이완으로 이동할 때 대륙에서 가져온 문화재로 이뤄져 있다. 이 때문에 중국 본토 관광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이다. 사람이 너무 많아 입장하려면 전시실마다 줄을 20~30분씩 서야 할 정도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의 늪에 빠져 있던 타이완 경제가 관광 산업의 가파른 성장세를 바탕으로 오랜만에 햇발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아랫목과 윗목의 온도 차가 너무 커서 경기회복의 온기를 피부로 체감할 정도는 아직 아니다. 전통의 강점이었던 전자, 광업, 광학 등 수출은 여전히 차가운 윗목에 있기 때문이다. 과거 ‘아시아의 4마리 용’으로 불리며 한국, 홍콩, 싱가포르와 함께 아시아 경제의 폭발적 성장세를 이끌던 타이완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마이너스 성장세로 추락했다. 타이완은 2010년 중국과 중국·타이완 양안경제협력구조협의(ECFA)를 체결했다. ECFA는 자유무역협정(FTA)처럼 상품의 관세를 없애고 투자를 보장하는 협정이다. 여행객 제한 완화, 항공·해운 직항 증편, 자유화 품목 95% 무관세화, 개인 사업자등록 허용 등이 주 내용이다. 이 가운데 타이완 경제에 가장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본토 여행객과 운송 물량 확대에 따른 관광 산업의 활성화다. 타이완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2010년 163만명에서 지난해 200만명으로 2년 새 23%가 증가했다. 이에 따라 호텔, 식당, 항공, 여행사 등 관광 관련 업종이 모두 호황을 누리고 있다. 여기에는 특히 서비스업과 관광업에 총력을 기울인 정부의 역할이 컸다. 타이완 정부는 지난해 6월부터는 중국인 자유여행을 시범적으로 허용했다. 타이베이 한 호텔의 직원 시샤오징(29·여)은 “중국, 일본, 한국 관광객이 대다수인데 최고급 호텔을 제외하고는 중국인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광이 아닌 다른 산업분야의 경기 회복은 아직 더디다. 특히 ECFA 발효 후 중국 의존도가 높아져 과거보다 중국의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 것도 부담이다. 중소기업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천웨이청(26)은 “중국 관광객이 늘어 관광수입이 많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관광업에 종사하지 않는 한 경기 성장세가 실감 나지 않는다”면서 “최근 몇 년 동안 대졸 이상 고학력자의 실업이 심각해 젊은이들의 좌절감이 크다”고 말했다. 한 대학생(24)도 “대부분 기업이 조건부 인턴을 거쳐야만 채용을 하는 등 취업 문제가 심각해 아이를 갖는 것조차 걱정할 정도”라고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타이완은 한국처럼 수출주도형 경제구조라서 세계적인 불경기 여파가 여전히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글 사진 타이베이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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