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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도 작년 빚 3606억원 줄어

    경남도 작년 빚 3606억원 줄어

    지방자치단체 채무총액이 6000억원 정도 줄었다. 특히 전체 지자체의 채무 감소액 가운데 경남도의 감소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60%에 달했다. 19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지자체 채무총액은 28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현금주의 방식의 단식부기이며 발생주의 방식의 복식부기 부채와는 다르다. 이 가운데 21조 8010억원은 광역단체의 빚이다. 채무총액이 2013년 28조 6000억원보다 2.1% 줄면서 예산 대비 비율도 0.7% 포인트 낮아져 14.8%를 기록했다. 2008년 13.2%였던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점차 악화돼 2010년 18.4%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17개 시·도 본청 가운데 특히 인천의 경우 지난해 빚이 600억원이나 늘어 예산 대비 37.5%로 시·군·구를 포함해 243개 모든 지자체 중 가장 높았다. 광주(21.5%)도 채무 935억원 증가로 예산 대비 비율이 20%를 넘어섰다. 반면 경남은 빚을 3606억원이나 줄여 예산 대비 비율이 15.5%에서 10.9%로 호전됐다. 기초단체 중에서는 강원 태백시(35.3%)의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이 가장 나빠 두 번째인 속초시(18.5%)의 2배에 육박했다. ‘채무 제로’ 지자체는 2013년 57곳(시 5곳, 군 12곳, 구 40곳)에서 지난해엔 서울시 25개 자치구를 포함해 63곳(시 4곳, 군 18곳, 구 41곳)으로 늘었다. 지자체 채무총액이 감소한 원인은 가용 예산의 급격한 감소로 재정 파탄 위협을 느껴 무리한 투자 사업과 불필요한 지출을 억제하고 늘어난 세입을 채무 감축 재원으로 우선 활용한 덕분이라고 행자부는 설명했다. 경남도 관계자는 “2012년 이후 민간투자사업인 거가대교의 최소운영수입보장(MRG)을 비롯한 세출 조정에 주력했고 예산 결산에서 남은 순세계잉여금도 채무 상환에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주식 가격제한폭 ±30%로 확대… ‘대박’도 ‘쪽박’도 많아진다

    주식 가격제한폭 ±30%로 확대… ‘대박’도 ‘쪽박’도 많아진다

    다음달 15일부터 주식의 가격제한폭이 ±15%에서 ±30%로 확대된다. 하루 주가 변동폭이 30%에서 60%로 두 배가 되는 것이다. 1998년 ±12%에서 ±15%로 가격 제한폭이 커진 뒤 17년 만의 변화다. 불안과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주요 궁금증을 문답으로 짚어 봤다. →주가 변동폭이 두 배로 커지면 투기 매매가 늘어 시장 변동성이 커지지 않나. -과거 사례를 보면 오히려 반대다. 가격제한폭이 ±12%일 때는 코스피의 하루 주가 변동성이 2.65%였는데 1998년 ±15%로 늘리자 2.27%로 줄어들었다. 코스닥 시장도 4.59%에서 4.32%로 줄어들었다. 그만큼 시장의 효율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중소형주는 급락할 위험이 있지 않나. -그럴 가능성이 없진 않지만 높지는 않다. 그래서 한국거래소가 개별 종목에 대한 변동성완화장치(VI)를 강화했다. 지난해 9월부터 개별 종목이 직전 체결가 기준으로 갑자기 3% 이상 가격이 급변하면 거래가 2분간 정지된다(동적 VI). 이에 더해 직전 단일가 기준으로 10% 이상 가격이 급변하면 2분간 거래가 정지되는 조치(정적 VI)도 도입된다. 따라서 중소형주가 시장 전체에 비해 급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예를 들어 금융위기 당시 코스닥 시장 전체에서 하한가를 기록한 비중이 1.7%인데 중소형주로 국한하면 2.0%로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대박’과 ‘쪽박’이 잦아지는 것 아닌가. -다음달 커지는 변동폭에서는 2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맞으면 주가가 반 토막이 난다. 반면 사흘 연속 상한가면 주가가 두 배가 된다. 지금은 5거래일이 걸린다. ‘대박’과 ‘쪽박’이 빨라질 수밖에 없다. →내츄럴엔도텍 같은 사례가 발생하면 시장의 혼란이 커질 것 같은데. -기업 비리나 아무 이유 없이 급등락하는 테마주 등 예외적인 사례는 개별 종목별로 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기업 비리는 관리종목 지정,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등을 통해 관리하고 급등락 테마주는 단기과열종목 지정 등을 통해 관리할 수 있다. →불공정 거래가 더 늘어날 우려는 없나. -변동폭을 늘린 이유가 불공정 거래를 막기 위해서다. 인위적으로 15% 상한가를 만들어 낸 뒤 다음날 투자자들이 이를 사면 파는 방식의 ‘상한가 굳히기’, 유동성이 적어 기업 가치와 무관하게 형성되는 ‘상한가 따라잡기’ 등이 쉬웠기 때문이다. 상한가가 30%가 되면 시세 조종을 위해 돈이 더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불공정 거래를 막는 효과가 있다. →대형주 하락하면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데. -시장 전체에 대해서는 매매거래 중단(서킷 브레이커·CB)이 강화된다. 지금은 코스피(코스닥)가 전일 대비 10% 이상 하락하면 매매가 20분간 중지되는데 하루에 한 번만 발동된다. 다음달 15일부터는 CB가 3단계로 적용된다. 지수가 전일 대비 8% 이상 하락하면 지금처럼 20분간 매매가 중지되고 10분간 단일가 매매가 이뤄진다. 이후에도 지수가 전일 대비 15% 이상 떨어지면 2단계 CB가 발동돼 다시 20분간 매매가 정지된다. 10분간 단일가 매매 이후에도 전일 대비 20% 이상 떨어지면 그날 장이 끝난다. →신용거래 위험이 커지는데. -업계가 보증금률과 담보유지비율을 차등 적용하거나 신용거래 제한 대상 고객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월가의 부활… 원칙·효율·분배는 없었다

    미국 경제 회복과 더불어 세계 금융의 중심지 뉴욕 월스트리트도 과거의 영광을 되찾았다. 실적이 좋아진 대기업들의 인수·합병(M&A) 건수가 늘면서 두둑한 중개료를 챙긴 대형 투자은행들은 고용을 늘리고 임금을 올렸다. 몇 년간 7만 달러 수준에 머물던 신입사원의 연봉이 올 초 8만 5000달러까지 치솟았고, 금융업계 종사자 규모 또한 2007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한때 40%를 넘어선 대형 빌딩 공실률은 현재 5% 미만으로 떨어지는 등 이제 월스트리트에선 금융위기의 우울한 그림자를 찾을 수 없다. 한동안 애플, 구글 등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기업에 국가 경제 견인차의 지위를 내주고 인재를 빼앗겨 온 월스트리트가 기지개를 켜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목소리가 높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찮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의 부활과 함께 이를 반기지 않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실었다. 이들은 월스트리트의 성장은 자원배분 원칙, 효율성 극대화, 공정한 소득분배 등에 있어서 경제와 사회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도 보고서를 통해 미국을 포함한 몇몇 국가에서 지나치게 비대한 금융산업이 실물경제 성장과 생활수준 향상을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고소득 금융업종의 활황은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엘리트 인재를 흡수해 다른 산업의 부진을 가져오는 동시에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금융업과 비금융업종 간의 임금격차 또한 2007년 이전 수준만큼 벌어졌다. 금융업이 호황기를 누리기 전인 1990년대 이전에는 금융업과 다른 업종의 소득 차가 그리 크지 않았다. 브랜다이스 국제비즈니스스쿨의 스테판 체케티 교수는 “금융업의 상대적 고임금은 유능한 인재를 끌어들이지만 이는 결국 사회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대형 은행, 투자회사 등의 주요 역할은 자본을 적절하게 배분해 생산성을 높이는 데 있다. 하지만 호황기였던 1990년대와 2000년대에도 월스트리트의 이 같은 기여는 없었다. 대표적인 월스트리트 개혁론자인 뉴욕대의 토머스 필리폰 교수는 “지난 130년간 미국 금융업은 비생산적인 방법으로 자본을 사용해 왔다”며 “이는 불평등을 심화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시카고 부스경영대학원의 루이기 징거러스 교수도 “선진 경제에는 반드시 고도화된 금융 부문이 있어야 된다고 하지만 지난 40년간 금융업의 성장이 사회 발전에 기여했는지 뒷받침할 이론적, 실증적 증거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월스트리트의 존립과 역할에 대한 논란은 미국 정치판을 뒤덮을 전망이다. 대권 도전에 나선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공격받는 이유 중 하나는 남편 빌 클린턴 대통령 재임 당시의 친(親)월스트리트 정책 때문이다. 이런 성향을 우려한 민주당 일각에서는 금융 규제 강화를 주장해 온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을 대선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원자재값 더 오를 가능성” “떨어지는 칼날 될 수도”

    “원자재값 더 오를 가능성” “떨어지는 칼날 될 수도”

    올 들어 원자재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자 원자재 상품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최고점과 비교하면 여전히 원유나 원자재 상품이 저평가돼 있다”(이승우 KDB대우증권 크로스에셋전략팀장)는 인식에서다. 최근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주식 가치에 (거품) 위험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것처럼 주식과 채권은 글로벌 유동성에 힘입어 지나치게 올랐다는 우려의 반작용인 셈이다. 하지만 “섣불리 투자에 나섰다간 ‘떨어지는 칼날이 될 수도 있다”(황세영 한국씨티 강남CPC센터장)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원자재 상품 중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원유와 귀금속의 올해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다. 그동안 가격이 저평가됐다는 인식에 ‘반발매수세’가 움직인 것이란 분석이다.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최근 배럴당 60달러 선까지 급등했다. 지난 3월 43.5달러까지 떨어졌다가 한달 반 만에 40%가량 오른 것이다. 구리값도 마찬가지다. 지난 1월 말부터 폭등하기 시작해 당시 t당 5400달러(선물 기준)에서 6400달러까지 올랐다. 원자재 투자의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변동성’이다. 원유는 다음달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총회를 전후로 변동성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다. 강유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OPEC 총회에서도 감산을 결정하지 않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지만 지난해 11월(OPEC에서 감산 불발)처럼 국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까지 폭락했던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변동성이 일시적으로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달 말 끝나는 이란 핵협상도 변수다. 이란 핵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이란은 하루 100만 배럴 이상 추가 생산에 들어갈 수 있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상품시장팀장은 “이란이 증산에 나서면 배럴당 40달러도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경기 민감품목인 원유와 구리, 은은 세계 경기 회복 상황을 살펴보며 투자 시기와 회수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 강 연구원은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서 전체 자산 중 원자재 비중은 10%로 가져가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접근을 제안했다. 이영아 기업은행 PB 과장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세계 경기 회복 흐름을 보고 원유와 원자재는 조금씩 분할 매수해야 한다”며 “오는 3분기를 기점으로 세계 경기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투자금을 회수하는 게 현명하다”고 강조했다. 금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천원창 신영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오르면서 물가상승 기대감이 높은 국면엔 금이 각광받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반면 황 센터장은 “금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이지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달러 강세 국면에 진입하거나 3분기 이후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면 금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2008~2010년 온스당 1900달러에 육박했던 고점을 다시 재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반적인 원자재 투자 방법으로 자리잡은 원자재 상장지수펀드(ETF)의 옥석을 가리는 것도 중요하다. 국내 주요 원자재 ETF는 연초 대비 수익률이 3%로 다른 투자상품보다는 높은 편이다. 하지만 국내 상장된 ETF는 매매차익의 15.4%를 배당소득세로 내야 한다. 이 과장은 “ETF의 시가총액(펀드 설정액)이 크고 거래량이 많은 상품 위주로 선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도요타·샤프 등 해외 진출 일본 기업 엔저 영향·고품질 전술로 본국 회귀

    도요타부터 샤프, 캐논까지 해외에 진출한 일본 제조업체들이 최근 연이어 본국으로 되돌아가는 현상은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산업연구원(KIET)은 18일 공개한 ‘일본 제조업의 국내 회귀 동향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 시장의 빠른 성장에 맞춰 저가격 제품과 고품질 제품을 동시에 공급하고자 일본 국내로 회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일본 제조업체들의 본국 유턴 현상은 발 빠르다. 도요타는 2017년 캠리의 미국 생산을 중단하고 쓰쓰미 공장에서 연 10만 대를 생산하기로 했다. 닛산도 미국 이전 계획을 취소하는 한편 북미용 로그의 규슈 공장 생산량을 연 10만대로 확대하기로 했다. 전자업종도 마찬가지다. 파나소닉은 중국에서 생산 중인 세탁기 등 가전제품 일부를 시즈오카현 후쿠로이와 고베 공장으로의 이전을 검토 중이다. 샤프와 캐논 역시 중국 공장에서 생산 중인 가전과 카메라의 생산을 일본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엔저로 자국 생산비가 낮아진 데다 과거에 가격만을 우선시했던 중국 등 신흥국 소비자 생활의 질이 향상되면서 갈수록 품질을 중시하는 시장의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했다. 산업연구원은 “메이드 인 재팬을 활용해 일본 제품의 고품질 이미지를 상기시키려는 전술”이라며 “해외 일본 기업들이 생산기지로만 활용해 온 아시아 지역의 역할이 소비시장으로 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시론] 수출이 부진한 네 가지 이유/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연구실장

    [시론] 수출이 부진한 네 가지 이유/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연구실장

    수출 경기의 침체가 심각하다. 우리 수출은 불과 2011년까지만 해도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이었으나 2012년 이후에는 정체됐다. 특히 올해 수출은 1월부터 4월까지 4개월 연속으로 마이너스 실적을 보이고 있다. 수출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세계 경제가 불황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글로벌 경제들이 내수 침체를 경험하고 있다. 특히 우리의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에서 저성장이 진행되면서 우리 수출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 둘째, 기간을 넓혀 보면 아시아의 국제 분업 구조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 금융위기 이전에는 중국이 가공무역 형태의 조립 공정에 주력하고 있었다. 한국은 여기에 소요되는 중간재(원부자재)를 중국에 수출하는 형태로 아시아 분업 구조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모르는 사이 중국은 소재 및 부품 등의 고부가 중간재에 대한 자국 생산 비율을 높이는 산업구조 재편 전략을 추진했다. 그 결과 우리 기업들이 생산하는 중간재의 중국 수출 길이 점차 막혀 갔다. 변화하는 시장 수요에 우리 제품들이 설 자리는 없어졌다. 셋째, 경쟁력의 하락을 들 수 있다. 제품 경쟁력은 크게 보면 가격 경쟁력과 비가격 경쟁력 두 가지다. 가격 경쟁력은 생산원가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 그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인건비다. 인건비는 속성상 자연스럽게 상승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인건비가 높아지는 부분에 대해 기술·품질 등 비가격 경쟁력으로 대응한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의 주력 수출품들은 여전히 가격 경쟁력에 대한 미련을 놓지 못했고 기술과 품질은 세계 일류 제품들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더구나 신흥공업국들이 세계 제조업 시장에 뛰어들면서 획일적이고 표준화된 제품들이 많이 쏟아져 나왔다. 글로벌 소비자들의 눈에는 그 제품이 그 제품 같아 보일 수밖에 없다. 우리 제품을 특별히 선호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넷째, 10년 전, 20년 전의 주력 수출 상품이 여전히 한국 수출의 중심에 서 있다. 새로운 수출 산업이 보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모든 정부마다 새로운 산업을 모색하려는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무엇 하나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 결국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수출 시장을 모두 내어주게 될 것이고 우리 주력 수출산업들이 쇠락의 길로 접어들 것이다. 사실 이러한 문제점들은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다. 정부도 주요 경제권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확대하고 있고, 세일즈 외교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큰 틀에서 수출 시장의 외연을 더 확보하려고 노력 중인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수출 침체 문제는 근본적으로 산업의 경쟁력 문제, 즉 내다 팔 것이 많지 않은 것이 핵심이다. 제품만 좋다면 정부가 그렇게 노력하지 않아도 바이어들이 알아서 찾아올 것은 당연하지 싶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보고서에서 지적한 것과 같이 수출 침체는 수출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1990년대 중반 일본의 세계 수출 시장 점유율이 약 9%를 정점으로 급격하게 하락하는 시점이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시간’의 출발점이 됐다. 마찬가지로 수출이 없는 한국 경제는 존재할 수 없다. 자원이 없기에 소득과 투자의 원천이 여전히 해외에서 들어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수출산업의 위기는 수출산업에서 끝나지 않는다. 연관 효과를 통해 다른 산업의 위기로 전이될 것이다. 그래서 실업률은 높아지고 가계의 소득이 고갈돼 내수 침체로 이어질 것이다. 지금 수출 침체를 막기 위한 정부와 기업들의 노력이 절실하다. 특히 기업들이 나서야 할 때다. 따라가는 데 급급하지 말고 공급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스타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가격으로 승부하지 말고 기술과 품질로 앞서 나가야 한다. 중국 시장에 머무르지 말고 새로운 시장을 찾아나서야 한다.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출산업을 찾는 것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수출이 활력을 잃어 가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 원인과 해결책을 정부도 기업도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실행에 옮기는 것만 남았다. 수출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
  • 루비니 “고가 미술시장 부패로 얼룩”… 경매 잔칫날 쓴소리

    루비니 “고가 미술시장 부패로 얼룩”… 경매 잔칫날 쓴소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해 ‘닥터 둠’이라는 별명을 얻은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가 미술시장이 부패로 얼룩져 있다고 비판했다. 루비니 교수는 미술품 수집에도 조예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현지시간) CNN머니에 따르면 루비니 교수는 고가 미술품 시장이 탈세와 돈세탁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루비니 교수의 이런 발언은 이날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 나온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이라는 그림이 사상 최고 추정가를 기록한 후에 나왔다. 한 사람이 100만 달러(약 11억원) 이상의 값비싼 그림을 살 수 있는 미술품 시장에서는 그림값을 현금으로 내고 신고할 필요도 없어 금융 규제가 적용되기 어렵다. 실제로 2007년에는 한 브라질 은행가가 돈세탁을 하려고 장 미셸 바스키아의 ‘한니발’이라는 그림을 사서 들어오다 적발된 적이 있다. 이처럼 거래 내용이 불투명한 미술 시장은 조세 피난처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 루비니 교수의 주장이다. 스위스 은행에 예금해 두면 조세 당국에 적발될 수 있지만 그림의 경우 언제나 거래할 수 있고 스위스 제네바 자유항구 등에 무한정 놔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루비니 교수는 “규제가 무조건 답은 아니다”라며 “그 대신 시장 내에서 미술품 거래를 더 투명하게 하는 행동 수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글로벌 경제] 美고용시장 호황 등 경기회복 불구 소득 상승 부진으로 소비 ‘게걸음’

    [글로벌 경제] 美고용시장 호황 등 경기회복 불구 소득 상승 부진으로 소비 ‘게걸음’

    “건설업계가 호황이라 취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11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 인근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만난 데이비드 휘태커(45)는 새로운 일자리를 얻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공사장 인부로 일하는 그는 “이 동네만 해도 고층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기 때문에 지난해보다 일자리가 많아졌다”며 “몇 년 전 실직했던 이들이 공사 현장으로 와서 일한다”고 귀띔했다. 전 세계가 경기 침체를 보이는 가운데 미국만 나홀로 실업률이 떨어지는 등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 덕분에 다른 나라들이 기준금리 인하 등 특단의 대책을 세우는 것과 대조적으로 미국에서는 연내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미국 경기 회복 신호는 지난해부터 나타난 일자리 증가에서 포착됐다. 지난달 실업률은 전달보다 0.1% 포인트 낮아진 5.4%로, 2008년 5월(5.4%) 이후 7년 만에 최저치다. 비농업부문 신규 일자리는 22만 3000개로, 전달(8만 5000개)보다 크게 늘어나 고용 부진 우려를 해소했다. 특히 신규 일자리 가운데 건설업 분야는 4만 5000개로 20%를 차지, 건설업이 일자리 마련을 견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월 무역수지 적자 514억 달러 하지만 임금 수준은 제자리걸음이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애널리스트 애덤 오지메크는 “현재 임금 수준이 2008년 금융위기 이전과 비슷하다”고 밝혔다. 소비로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소득 상승이 부진해 소비 회복 속도를 더디게 한다. 이는 실업률이 완전고용 수준(5.0~5.2%)에 근접해 있어도 금리 인상 시기를 확실히 예측하지 못하게 한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RB)는 지난해 10월 양적완화를 끝낸 뒤부터 금리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연준에서도 6월 인상, 9월 인상, 내년 인상 등 시나리오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준, 금리인상 신중… 9월이후 說 조기 금리 인상론의 근거가 최근엔 약해졌다. 지난달 무역수지 적자가 514억 달러(약 56조 1300억원)로 2008년 10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데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잠정 성장률이 예상에 훨씬 못 미치는 0.2%에 그치면서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까지 제기됐기 때문이다. 달러화 강세에 따른 수출 부진과 소비재 수입 증가가 무역수지 적자를 키웠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지난해 3분기 5.0%, 4분기 2.2%에서 올 1분기 0.2%로 곤두박질친 성장률은 소비와 수출, 투자의 동반 부진 상황을 보여 준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1분기 성장 부진으로 연준의 6월 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며 9월 또는 그후를 금리 인상 시기로 제시했다. 블룸버그·월스트리트저널의 최근 전문가 조사에 따르면 65~73%가 9월 인상을 예측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한강신도시 모아엘가 2차’,중소형 열풍 속 전용 59㎡ 4베이 관심

    ‘한강신도시 모아엘가 2차’,중소형 열풍 속 전용 59㎡ 4베이 관심

    요즘 전용 59㎡ 소형아파트가 상승률과 청약경쟁률 등 부동산 지표상에서 중형, 대형을 뛰어넘는 인기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전세난과 최근의 저금리 기조에 힘입어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수요자들이 자금 부담이 덜한 소형아파트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4베이 설계, 수납공간 극대화, 가변형 벽체 활용 등을 통해 옛 84㎡만큼 넓은 주거공간을 갖춘 59㎡ 아파트를 선보이고 있는 것도 소형아파트의 인기를 끌어올리는 이유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 4월 24일까지 서울 지역에 공급된 아파트의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은 12.22대1이다. 이중 전용 59㎡아파트가 속한 공급면적 66㎡~99㎡미만은 13.4대1로 면적별 최고경쟁률을 기록한 반면 전용 132㎡~165㎡미만은 0.93대1에 불과했다. 동기간 서울지역 분양아파트의 청약경쟁률 상위 10개 주택형중 7개도 모두 전용 59㎡형으로 조사돼 소형아파트의 강세현상이 얼마나 두드러지게 나타나는지를 확인해볼 수 있다. 4베이 설계는 전면 발코니와 접한 방과 거실의 개수를 말하는 베이가 4개인 설계를 일컫는다. 거실과 방 세개에 모두 발코니가 있어 발코니를 확장할 경우 주거전용공간을 많게는 30㎡정도 넓힐 수 있다. 이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1억 4800여만원의 분양가 절감효과를 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4베이 설계를 주거전용공간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수납공간 극대화나 가변형벽체체 설계 등을 적용해 대형아파트에서나 볼법한 방4개, 욕실 2개의 평면을 구현해내면서 신혼부부, 1인가구 등이 주를 이루던 수요층도 4•5인 가구나 중장년층으로 확대가 가능하다. 2011년 전용 59㎡ 소형에 4베이 설계가 첫선을 보인 이후 최근에는 소형아파트를 4베이인지 4베이가 아닌지로 구분하는 기준까지 생겨났을 정도로 인기의 척도가 되고 있다. 실제로 현대건설이 이달 분양한 '창원 감계 힐스테이트 2차'는 전용면적 59㎡가 118명 모집에 3155명이 청약해 26.7대 1의 최고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4베이의 원조 반도건설이 동탄2신도시에 공급했던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5.0'의 전용면적 59㎡형도 기타 경기지역 청약에서 487.5대 1의 경이적인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부동산 전문가는 “하우스푸어가 양산됐던 글로벌금융위기를 겪을 수요자들이 시장상황에 따라 부침이 심한 대형아파트보다 자금부담과 위험부담을 동시에 줄일 수 있는 소형아파트를 선호하면서 소형아파트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며 “내집마련 수요자라면 같은 소형아파트여도 공간 활용도가 높고 집을 넓게 쓸수있는 4베이 설계 아파트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지난 8일 모델하우스를 오픈하고 13일 1순위 청약접수를 받는 김포 한강신도시 모아엘가 2차는 남향 위주의 배치와 간섭이 최소화된 동 배치를 한 것이 장점이며 4베이 3룸, 양면 개방형 3룸 등 혁신평면 설계로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김포 도시철도 구래역(2018년 개통예정, 가칭)과 M버스 복합환승센터가 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서울로의 진출입이 수월할 전망이며, 이마트가 직선거리 600m 거리에 위치해 있다. 또 중심상권이 주변에 위치해 있어 생활인프라의 편의성도 갖췄고 초등학교 2곳과 중학교 1곳도 도보거리에 있다문의 : 1899-6054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골프 프리즘] 고가 골프회원권 내리막길 저가·대중제서 찾는 살 길

    [골프 프리즘] 고가 골프회원권 내리막길 저가·대중제서 찾는 살 길

    골프장 회원권은 한때 20억원을 육박했다. 그러나 2008년 이후 골프장 회원권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지금은 8억원이 넘는 고가 회원권은 사실상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12일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 229개 회원제 골프장 가운데 개인 회원권 가격이 8억원이 넘는 곳은 단 1곳뿐이었다. 2005년부터 120개 회원제 골프장을 대상으로 회원권 가격 추이를 추적한 이 연구소는 2008년 조사 때는 13곳이 회원권 가격 8억원을 넘어섰다고 덧붙였다. 2008년만 해도 10억원을 초과해 20억원에 육박하는 초고가 골프장 회원권을 찾기란 어렵지 않았다. 당시는 주말 부킹은 물론, 그린피 면제 등 다양한 혜택을 주는 대신 높은 가격을 매긴 골프장 회원권이 날개 돋친 듯 팔리던 시대였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와 골프장 공급이 넘쳐나면서 회원권 가격은 추락하기 시작했고 대부분의 고가 회원권 가격은 반 토막이 났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은 “회원권 수요가 투자, 접대 골프 위주에서 개인의 이용 가치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초고가 회원권 가격이 특히 많은 타격을 입었다”고 진단했다. 고가 회원권 값이 떨어지면서 골프장 통상 회원권 가격도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이 연구소가 2005년부터 회원권 가격을 추적한 120개 회원제 골프장 가운데 73.3%는 회원권 가격이 1억 2000만원 이하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가운데 38.3%에 이르는 46곳의 회원권은 6000만원 이하로 조사됐다. 전체 회원권 값도 최고치를 기록한 2008년 4월 평균 3억 1705만원을 기점으로 하락세가 꾸준히 이어져 지난 4월에는 평균 1억 1444만원으로 63.9%나 폭락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69.2%로 하락폭이 가장 컸고, 충청권 -55.7%, 강원권 -51.7%, 호남권이 -26.5%씩 떨어졌다. 영남권만 2.5% 상승했다. 이 같은 고가 회원권이 자취를 감추고 대신 저가 회원권이 등장하는 것은 과거 일본 골프장들이 걸었던 경로와 비슷하다. 일본에서는 1990년대만 해도 전체 회원제 골프장 가운데 83.3%가 회원권 가격 1000만엔이 넘었지만 2013년 1000만엔을 웃도는 회원권을 자랑하는 골프장은 2.9%로 감소했다. 그 대신 1990년에는 단 한곳도 없던 100만엔 미만의 회원권 골프장 비중은 81.2%로 높아졌다. 에이스골프닷컴 송용권 대표는 “과거 95%가 넘던 회원제 골프장은 현재 전체 골프장 가운데 60%로 떨어졌으며 앞으로 30% 이하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회원제 골프장 시장은 소수 정예 고급 골프장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중제(퍼블릭) 골프장으로 갈아타는 사례도 늘고 있다. 골프장 간 경쟁 격화와 고금리 부채 등의 영향 탓에 악화되는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대중제 골프장은 그린피와 세금 등을 포함해도 회원제에 견줘 4만~5만원가량 저렴하기 때문에 내장객과 매출을 늘릴 수 있다. 또 그린피 부담이 줄어들면서 1만명 안팎의 내장객 증가 효과를 본다는 분석도 있다. 심재훈 삼정KPMG 컨설턴트는 “최근 저금리가 계속돼 입회금(회원권) 반환에 필요한 자금조달이 쉬워지면서 회원들과의 경영정상화 협상이 이전보다 쉬워진 것도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금리로 돈을 빌려 회원들의 입회금을 100% 반환한 뒤 퍼블릭으로 전환한 롯데스카이힐 성주CC가 대표적 사례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파인밸리CC, 아름다운CC 등 4곳의 회원제 골프장이 퍼블릭으로 전환한 데 이어 올해 이미 전환을 완료했거나 전환 중인 골프장은 12곳에 이른다. 2007년 전남 영암의 아크로CC가 처음 퍼블릭으로 바뀐 지 8년 만에 최대 규모다. 현재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골프장 중에서도 상당수가 퍼블릭 전환을 내부 검토 중이어서 앞으로 이 수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4월 말 현재 법정관리를 진행 중인 골프장은 모두 44곳이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쥐꼬리’ 이자에 장년층 웁니다

    ‘쥐꼬리’ 이자에 장년층 웁니다

    가계의 순이자소득이 2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순이자소득은 예·적금 등으로 벌어들인 이자 소득에서 대출 이자 등으로 나간 돈을 뺀 것이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순이자소득 감소 폭이 크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초저금리 시대의 부작용도 심각하게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오는 1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이달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순이자소득 작년 1조 5935억 그쳐 11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비영리단체 포함)가 벌어들인 이자 소득은 43조 1405억원이다. 2007년 42조 93억원 이후 가장 적다. 가계의 이자 지출은 41조 5470억원으로 역시 2007년(39조 7169억원) 이후 가장 적다. 이자 소득에서 이자 지출을 뺀 이자 수지(순이자소득)는 1조 5935억원으로 1988년(1조 2878억원) 이후 가장 적다. 기준금리(연 1.75%)가 사상 처음 1%대로 접어들면서 대출 이자 부담은 줄어들었지만 예금 이자가 더 많이 줄면서 ‘티끌 모아 태산’이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60대 이상 가구 재산소득 2년 전의 78% 아직은 우리 국민이 갖고 있는 전체 금융 자산이 금융 부채보다 많은 데서 빚어진 현상이다. 지난해 말 현재 가계의 금융 자산은 2885조 8000억원, 금융 부채는 1295조원이다. 금융 자산이 금융 부채보다 1590조 8000억원이나 더 많다. 더 가늘어진 ‘쥐꼬리’ 이자 소득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계층은 60대 이상의 장년층이다. 근로소득보다는 이자·배당 등의 재산소득이나 임대 등의 사업소득으로 생활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주가 60대 이상인 가구의 2014년 재산소득은 월 4만 1723원으로 2012년 5만 5754원의 78%에 그쳤다. 2012년은 기준금리 인하가 다시 시작됐던 해이다. 그해 7월 기준금리가 1년 1개월 만에 3.25%에서 3.0%로 떨어진 것을 시작으로 올 3월까지 총 여섯 번의 인하가 단행됐다. 2012년 말 1만원 선에 턱걸이했던 가구당 순이자소득은 2013년 말과 2014년 말에는 아예 1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소비 늘리려면 소득 증가 우선 돼야”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소비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과 거의 같이(상관계수 0.95) 움직이고 있다”면서 “소비를 늘리려면 빚을 늘려 소비 수요를 진작하기보다 소득을 늘리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준금리 인하로 가계 부채가 늘면 원리금 상환 부담 때문에 금리를 내린 만큼 소비가 늘어나지 않는다”며 “중국의 금리 인하와 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추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지만 사상 초유 1% 금리 시대의 부작용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평택~시흥 ‘착한 민자도로’ 비결

    평택~시흥 ‘착한 민자도로’ 비결

    민자 고속도로 하면 비싼 통행료가 떠오른다. 정부 재정을 투자해 건설한 일반 고속도로와 비교하면 통행료가 터무니없이 비싸다. 하지만 평택~시흥민자고속도로(42.6㎞)는 지난 1일부터 통행료를 3100원에서 2900원으로 6.5% 인하했다. 2013년 10월 정부와 3~4년간 통행료 인상을 동결하기로 합의해 ‘착한 고속도로’라는 별칭을 얻은 데 이어 두 번째 결단을 내린 셈이다. ㎞당 통행료가 일반 고속도로의 1.07배 수준이다. 민자 고속도로 통행료에는 부가가치세가 붙기 때문에 사실상 일반 고속도로 같은 수준이다. 착한 고속도로 운영 비결은 무엇일까. 이 고속도로의 사업 방식을 보면 바람직한 민자 고속도로건설·운영의 해법이 보인다. 먼저 사업자 선정부터 경쟁을 유도했다. 경쟁을 통해 당초 제안자를 따돌리고 한라컨소시엄(한라·대우건설·한화건설)이 사업자로 선정됐다. 민자 고속도로는 사업 제안자가 시공을 하는데 이 경우 공사비는 예정가의 90% 이상으로 책정된다. 하지만 경쟁을 통해 공사비가 예정가 대비 67% 수준으로 떨어졌다. 입찰 방식으로 시공사를 선정하는 일반 고속도로의 평균 낙찰률도 75% 정도다. 재무적 투자자(농협·기업은행)의 안정적인 재원 조달, 빠른 의사 결정도 사업 지연을 막을 수 있었다. 착공 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대주단 모집이 지연되고 기성금 지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재무적 투자자가 각각 1000억원씩 브리지론을 낮은 금리로 제공해 제때 공사를 마칠 수 있었다. 사업이 지연되면 물가상승률 증가로 통행료가 인상된다. 같은 시기에 사업을 시작한 안양~성남, 인천~김포민자고속도로 사업은 아직도 완공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민자 도로가 주먹구구식 수요 분석과 정부의 수박 겉핥기식 검증 때문에 최소수익보장(MRG)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지만 이 도로는 최초로 MRG를 보장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업제안 당시부터 교통 수요를 정확하고 보수적으로 예측, 적정 규모(4~6차로)로 건설했다. 2013년 4월 개통 초기부터 교통량이 협약 대비 84%에 이르렀고, 지난해 말에는 예측 대비 90%를 달성했다. 두 차례 자금 재조달은 통행료를 끌어내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차 재조달은 사업자의 자기자본비율을 25%에서 15%로 변경해 성공했다. 운영 9개월 만에 당초 7.4%였던 선순위 차입금 금리를 4.4%로 낮추는 2차 자금 재조달을 추진했다. 두 차례의 자금 재조달로 통행료 9% 인하 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운영 혁신도 한몫했다. 유료도로 운영 경험이 많은 전문 운영사에 도로 운영을 맡겨 운영비(인건비 및 유지보수비)를 낮췄다. ㎞당 운영비가 가장 낮은 도로다. 연간 매출액 규모가 660억원이지만 직원은 대표를 포함해 11명에 불과하다. 유영창 사장은 11일 “민자 고속도로 통행료를 낮추기 위해 필요한 것은 원활한 자금 재조달과 ‘짠순이’ 경영뿐”이라며 “투자 금융기관들이 자금 재조달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열린세상] 주택경기와 경제활성화/김교식 아시아신탁 회장

    [열린세상] 주택경기와 경제활성화/김교식 아시아신탁 회장

    주택시장에 다시 봄날이 온 것일까. 올해 들어 신규 분양도 잘 되고, 기존 아파트 거래량도 200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경매시장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종전에는 기성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택 구입에 관심이 적었던 30~40대 젊은 가장들이 주택 구매에 앞장서고 있다. 돌이켜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주택 경기는 항상 경제활성화의 중심에 있었다. 특히 베이비부머를 비롯한 기성세대에 ‘내 집’은 의식주를 위한 공간이나 가정생활의 터전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50대 이상 보통 사람들의 인생 사이클을 보면 대체로 ‘집’과 함께 고만고만한 모습으로 살아왔다. 학교와 군복무까지 마치고 취업을 하는 ‘첫 번째 30년’은 부모 집에서 지낸다. ‘두 번째 30년’(30~60세)은 결혼 후 전셋집을 전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열심히 일하고 악착같이 모으면 취업 후 10여년 후에는 은행 대출이 제법 끼어 있지만 내 집을 장만할 수 있었다. 전셋집을 전전하다가 내 집을 장만했을 때 갖는 감격과 자부심, 가장으로서의 권위를 우리 기성세대 대부분은 경험했다. 그 집을 둥지로 해서 자녀를 가르치고, 결혼시키고, 은퇴하고 나면 대체로 인생의 ‘두 번째 30년’이 끝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세 번째 30년‘(60~90세)은 그 집이 전 재산이다. 자녀가 결혼해 갑자기 휑하게 커진 집을 팔아 자금을 활용하려 해도 집이 안 팔렸고 그래서 집값은 더욱 떨어졌다. 개인으로서는 노후가 불안해지고, 국가 전체적으로는 복지비용이 증가하면서 일본식 불황이 오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많이 했다. 집이 단순한 생활공간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다. 이와 반대로 젊은이들에게는 언제부터인지 내 집 마련이 인생의 우선순위에서 한참 뒤로 밀려났다. 집값이 너무 오른 탓도 크지만, 힘들게 돈을 모아 집을 사던 부모 세대와 인생관이 크게 달라졌다. 무리하게 돈을 모으고 대출을 하여 집을 사기보다는 전세를 택하고 그 대신 여유자금으로 좋은 차를 사고 스포츠를 즐기며 계절에 맞는 휴가지로 여행을 가는 것이 우선순위를 차지했다. 이랬던 젊은 세대가 모습을 바꾸고 있다. 요즘 TV 뉴스에서는 30대와 40대 초반의 젊은 가장들이 집을 사러 모델하우스 앞에 길게 줄 선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마치 20~30여년 전의 데자뷔처럼 느껴진다. 젊은 층이 가세하면서 달아오르기 시작한 주택경기는 분양 단지마다 완판 행진이 이어지고, 청약 경쟁률도 전에 없이 높은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세대별 실거래 자료를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주택 경기가 호황이었던 2007년과 2008년 30대 가구주의 주택구입률이 전체 세대의 15% 내외였지만 2013년과 2014년에는 30대의 주택 구입률이 25% 내외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새로운 수요층의 등장’이 앞으로도 주택 시장의 호황을 견조하게 견인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실제 이들은 최근 들어 전세 금액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고 월세를 부담하자니 자녀 학원비를 마련할 수 없게 되자 울며 겨자 먹기로 ‘사자’를 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금리도 사상 최저로 떨어졌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로 대출 여력도 늘어났다. 정부의 정책 금리와 지원 조건도 눈에 띄게 좋아졌기 때문에 이들 세대의 ‘사자’ 행렬이 제법 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4년도 신혼부부 가구 주거실태 조사’에 따르면 5년 이내 신혼부부 10쌍 가운데 8쌍 이상이 “내 집을 꼭 마련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50대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한 이후 수요층의 공백이 우려됐던 주택 시장의 세대교체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긍정적인 측면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오랜만에 나타난 새로운 수요층의 부동산 심리를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베이비부머의 에코세대인 새로운 수요층 대부분은 구매력 부족으로 금융권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하우스푸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련 정책을 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주택시장 구매층의 세대교체를 연착륙시키고, 부동산 시장의 저성장 프레임을 해소하며, 모처럼 봄을 맞은 주택 경기가 한국 경제 활성화를 견인하는 실력을 다시 한번 보여 주길 기대해 본다.
  • ‘붉은 에드’의 좌절… 길 잃은 유럽좌파

    에드 밀리밴드의 노동당이 영국 총선에서 패한 것을 두고 다시금 ‘길 잃은 유럽 좌파’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등 영국 언론들에 따르면 이번 총선이 관심을 모았던 것은 단순히 정권 교체 때문이 아니라 ‘정통 좌파의 부활’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시금석이었기 때문이다. 사민주의로 상징되는 유럽의 좌파가 더이상 좌파스럽지 못하다는 비난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선거 때만 잠깐 좌파인 척하다 구제금융, 긴축재정, 균형예산, 복지축소 등 우파 레퍼토리를 반복한다는 지적이다. 이럴 바에야 왜 좌파에 투표하느냐는 비아냥도 따라다닌다.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정권이 그렇고, 기민당 대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독일 사민당도 비슷하다. 그리스의 시리자, 스페인의 포데모스 같은 제3의 정당이 뜨는 것도 기존 좌파 정당이 부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010년 형 데이비드를 꺾고 노동당 당권을 장악한 밀리밴드가 주목받은 것은 이 흐름에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밀리밴드는 당내 좌파 고든 브라운 전 총리의 핵심 참모 출신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국민적 불만도 등에 업었다. 당초 열세라는 평을 뒤집고 당권을 장악한 것도 당보다는 노조의 조직적 지지 덕이었다. 노조 쪽에서 “우리가 당을 되찾았다”고 환호할 정도였다. 이런 요인들이 밀리밴드의 좌편향을 가속화했다. 그는 부자 친화적 노선으로 세 번의 총선에서 승리한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구호 ‘신노동당’, ‘제3의 길’을 맹비난했다. 심지어 “나는 신노동당 이념과 정책을 고치려는 게 아니다. 신노동당의 기억을 아예 지워버리고 싶다”고 공언했다. ‘붉은 에드’라는 별칭은 이 때문에 생겨났다. 총선 승부수도 ‘정통 좌파’였다. ‘노동자 우선’ 구호 아래 최우선 국정 과제로 ‘불평등 퇴치’를 내세웠다. 연소득 15만 파운드 이상 고소득자에 대한 50% 고세율 적용, 200만 파운드 이상 고급주택에 대한 세금 부과 등을 약속했다. 복지제도 확대와 최저임금 인상도 내세웠다. 기업들이 매력을 느낄 만한 정책은 ‘유럽연합 잔류’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기업인들과 파이낸셜타임스 같은 경제지들은 물론, 가디언 같은 좌파 매체도 “경제정책이 불균형적이다”, “일부 노동자층에만 너무 의존한다”는 지적을 내놨다. 텔레그래프는 “머리 좋은 전략가라 총선 승리 공식을 잘 알고 있음에도 의도적으로 그 공식을 피하고 있다”고 평했다. 총선 전부터 “전통 좌파가 전통 우파와 싸우면 선거 결과도 전통적일 것”이라며 우파의 승리를 예견한 블레어 전 총리는 이날 옵서버지 기고문에서 “친기업 중도 노선으로 갈아 타라”고 촉구했다. 노동당은 11일 회의를 열고 향후 수습 방안을 논의한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패배는 전통적 노동자계급과 노조가 쇠퇴하고, 사회주의 이념이 퇴조한 오늘날 글로벌 경제에서 좌파 정당의 정체성에 대한 풀리지 않는 숙제를 남겼다”고 평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복지를 공격하는 자 진실을 보지못한 자

    복지를 공격하는 자 진실을 보지못한 자

    복지사회와 그 적들/가오롄쿠이 지음/김태성·박예진 옮김/부키/416쪽/1만 8000원 2009년 발발해 유럽 전역으로 급속히 번진 그리스 부채 위기는 과도한 복지지출 탓이란 견해가 우세하다. 하지만 실상을 보면 그 인식은 빗나가도 한참 빗나갔다. 그리스의 복지수준은 유럽연합 평균 복지수준을 훨씬 밑돌고 북유럽 5개국의 수준보다 낮다. 왜 그런 오류와 격차가 생기는 것일까. ‘복지사회와 그 적들’은 복지사회·복지국가와 관련해 잘못 생성되고 퍼진 주장·통념을 뒤집어 새 복지모델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원 제목 ‘위기에 처한 세계’의 책 서두에 등장하는 그리스의 경우 실상과 인식의 격차가 큰 대표 사례로 지적된다. 그리스 재정위기의 결정적 위기는 과도한 복지가 아니라 아테네 올림픽 적자 탓임이 드러난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의 총지출은 160억 달러 규모로 당초 예산의 3배를 넘겨 재정위기로 뻗쳤다. 그 오류의 인식을 퍼뜨린 장본인으로 서구 언론과 주류경제학자들이 지목된다. 그리스 경제가 지속적인 침체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이유도 과다한 복지가 아니라 복지보장의 미비로 야기된 소비위축임을 밝혀낸다. 저자가 거듭 주장하는 논지는 명쾌하다. ‘결함이 있지만, 그래도 복지국가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종주국인 미국·영국, 그 뒤를 이은 일본·북유럽 복지국가들의 실태를 촘촘히 비교해 설득력을 더한다. 부채, 실업률, 1인당 GDP, 빈부 격차 등에서 북유럽 복지국가들은 안정적 경제수준을 유지하지만 미국·영국 등은 휘청거리는 모습이 대조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복지축소’ ‘복지거부’주장이 드센 까닭은 무엇일까. 저자는 이 대목에서 ‘복지국가에 대한 문제제기에 오류가 있다’고 단정한다. 지금의 복지축소·거부는 사실관계의 왜곡이나 진실의 은폐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복지논쟁을 유발하는 가장 큰 요인은 세금 부담이다. 어느 정부나 국민이건 복지사회를 갈망하면서도 과중한 세금부담을 꺼리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증폭되는 오해는 ‘복지지출이 많은 나라는 정부부채가 많다’ ‘복지국가는 효율이 낮다’는 것으로 압축된다. 저자는 이 부분을 또박또박 반박한다. 2010년 스웨덴·노르웨이는 재정흑자를 기록했고 덴마크의 재정적자는 GDP의 2.6%, 핀란드는 2.5%에 불과하다. 그런 반면 1980년대 이후 이른바 ‘탈복지화’로 치달았던 미국(99.4%)·영국(81.8%)등은 부채규모가 상대적으로 높다. ‘복지사회는 부자 나라에서만 가능한 것인가’ 이부분에 대해서도 저자는 “복지는 국가의 부유함의 결과”라는 인식을 보기 좋게 뒤집는다. 19세기 말 최초로 사회보장제를 입법한 독일이나 20세기 초·중반 사회보장제를 세운 북유럽 국가들은 유럽의 가장 낙후된 곳들이었다. “북유럽의 성공은 성장·분배의 이항대립이 아니라 동시에 달성과 지속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각종 통계와 자료로 입증한다. 그렇다면 지금의 지난한 복지문제를 풀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저자는 자유주의를 토대로 복지사회 모델을 증축해온 자본주의 항로를 반추한다. 영국의 경우 성과 못지않게 빈번한 경제위기와 계급충돌의 부작용이 컸다. 이에 비해 독일은 19세기 말 사회보장제를 통해 자본주의를 발전시켰고 그 복지국가 이념을 이어받은 북유럽은 마치 ‘복지 전시장’처럼 발전했다. 영국·미국은 저복지·탈복지의 길을 걸었고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그런 저복지국가의 경제가 치명타를 맞은 반면 북유럽은 건재한 사실에 저자는 주목한다. 저자가 세운 대안의 사회발전 모델은 바로 주거와 의료, 생필품 등 국민의 생활원가를 낮추는 ‘저생존원가형 사회’이다. 자동차나 고등교육, 통신망 등 생활에 필요한 게 많아지고 사회적 분업으로 모든 것을 구매해 써야 한다면 생존원가가 상승하게 된다. 따라서 시장경제와 빈부격차, 복지사회와 높은 세금이라는 모순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새 모델이 바로 ‘저생존원가형 사회’로 결정된다. 그래서 “정부가 세금과 도시개발을 통해 물가를 낮춰야 한다”고 저자는 매듭짓는다. 생존형 소비와 향유형 소비, 사치형 소비의 구분에 따른 세금 차등화가 그 주요 방편이다. “빈부격차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중국에 하나의 대안으로 이 책을 썼다.” 그 주장대로 책은 중국 상황에 기운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상급식이며 공무원연금, 국민연금 재편 논의를 포함한 복지 논란이 뜨거운 국내에서도 적지 않게 공감할 수 있는 책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한국 대외투자 첫 1조달러 돌파

    한국 대외투자 첫 1조달러 돌파

    우리나라의 대외투자 규모가 외환보유액을 합쳐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넘어섰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중국에 대한 투자가 늘면서 중국이 유럽연합(EU)을 제치고 한국의 2위 대외투자 대상국으로 부상했다. 반면 외국인의 국내투자 규모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세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2014년 지역별·통화별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대외투자 잔액은 7166억 달러로 1년 전보다 955억 달러 늘었다. 여기에 작년 말 현재 외환보유액(준비자산) 3636억 달러를 합하면 총 투자잔액은 1조 802억 달러다. 투자지역별로는 미국이 1736억 달러로 24.2%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이어 중국(1324억 달러), EU(1272억 달러), 동남아(162억 달러) 순서다. 특히 중국에 대한 투자규모는 2013년 동남아지역을 제치고 미국과 EU에 이어 3위로 부상한 데 이어 작년엔 EU도 누르고 2위에 올랐다. 중국에 대한 투자규모가 2010년 말 641억 달러였던 점을 고려하면 불과 4년 새 2배를 넘는 수준으로 급증한 것이다.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투자 잔액은 작년 말 현재 9983억 달러로 2013년 말(1조 48억 달러)보다 65억 달러 줄었다. 외국인의 국내투자가 줄어든 것은 2008년 이후 6년 만이다. 지역별 국내 투자규모는 EU가 2653억 달러(26.6%)로 가장 많았다. 미국(2609억 달러)과 동남아(1660억 달러)가 그 뒤를 이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자 증가와 제도 변경… 단기 완성 더 중요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자 증가와 제도 변경… 단기 완성 더 중요

    2008년 이전에 연간 최대 16만 명에 달했던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시장 침체의 여파로 5년 연속 줄어들었던 바 있다. 이런 상황을 반전시킨 것은, 전세값 상승·부동산 3법 시행으로 인한 주택 매매량 증가·초저금리 기조 3가지다. 부동산 경기 그 자체로 간주되는 지표인 매매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공인중개사들에게 숨통이 트이자, 이를 감지하고 공인중개사 시험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다시 늘고 있다. 그런데 2016년부터 도입되는 공인중개사 수습제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이 제도에 따르면, 2016년 이후 공인중개사 시험 합격자는 개업까지 2년을 더 기다려야만 한다. 때문에, 수험 비용 절감이 주된 목적이던 단기 완성이 더욱 절박한 과제가 됐다. 2015년도 공인중개사 시험 일정은 10월 24일(토)다. 현 시점에서 그리 긴 시간이 남지 않았는데, 비용 부담을 이유로 독학을 택한 수험생들은 촉박한 시간과 더불어 방대한 학습량과 난해한 법률용어라는 이중고를 겪기 쉽다. 공인중개사 시험과목은 1차가 민법과 부동산학개론, 2차가 공시법, 세법과 공법이다. 두꺼운 교재부터가 수험생에게 심리적 부담을 주고, 어렵고 생소한 법률 용어가 자주 등장해 가뜩이나 어려운 독학의 리듬을 끊기 일쑤다. 이런 문제에 대한 대안을, 무료 공인중개사 인강 카페에서 찾는 수험생이 많다. 이런 카페에서는, 가입만 해도 합격할 때까지 동영상 강의 전체가 무료로 제공되며, 강의 질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유명 공인중개사 학원 강사진을 섭외한다. 기초·기본 과정, 고급 과정, 심화 과정, 문제풀이 과정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학습 시스템이 마련되었다는 점도 오프라인 학원과 다를 바 없다. 공인중개사 무료 인강 카페 ‘공전무(http://cafe.naver.com/0director)’에서는, 위에 열거한 특전 이외에도, 강의를 녹음한 MP3 파일까지 무제한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교재 또한 EBS공인중개사 교재가 포함된 시중 공인중개사 교재를 채택, 강의 질에 충실한 것이 특징이다. 뉴스팀 seoulen@seoul.co.kr
  • [줌 인 서울] 서울역 철도부지에 ‘강북판 코엑스’ 만든다

    [줌 인 서울] 서울역 철도부지에 ‘강북판 코엑스’ 만든다

    서울시는 코레일과 북부역세권 개발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올해 안에 민간사업자 공모에 나서기로 했다. 또 올해 50억원을 투입, 침체 상태인 남대문 시장활성화에도 나설 방침이다. 서울시는 7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서울역 일대 종합발전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엔 서울 역세권 도시재생사업의 핵심인 ‘서울역 7017 프로젝트’로 추진되는 서울역 고가와 북부역세권 개발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담겼다. 북부역세권 개발은 코레일 소유 서울역 북쪽 철도부지(5만 5000㎡)에 컨벤션센터와 부대시설인 호텔·오피스텔·쇼핑몰 등으로 구성된 일명 ‘강북판 코엑스’를 만드는 복합개발 프로젝트다. 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사업이 중단됐다가 지난해 5월부터 재추진 중이다. 시는 북부역세권 개발을 위해 이달 중 코레일과 함께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건축규모와 기능 등을 협의하고 종합적인 교통대책을 마련하고 나서 올해 하반기 민간사업자 공모에 나설 계획이다. 대체도로는 북부역세권을 지나가는 경로로 설치된다. 서울역 고가 철거에 따른 교통 혼잡 대책으로는 우회경로 마련과 숭례문 서쪽 교차로 신설 등 주변 16개 교차로 개선을 제시했다. 또 퇴계로(남대문시장) 인근을 지나는 시내버스 노선은 현재 12개에서 15개로 늘리고 이 지역을 편도로 운행하던 버스 일부를 왕복 운행하기로 했다. 서울역 주변 지역 중 용산구 청파동과 마포구 공덕동 지역은 봉제산업 발전방안을 마련해 지원하기로 했다. 개발이 지연된 용산구 서계동은 9월에 지구단위계획을 확정해 이른 시일 내 개발할 예정이다. 중구 중림동에 있는 청소차고지는 올해 말까지 청소차량을 다른 지역으로 분산하는 식으로 이전할 방침이다. 이건기 서울시 2부시장은 “북부역세권 개발과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 등이 마무리되면 남대문과 서울역 일대가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소통을 강화하면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박원순 시장은 지난달 남대문시장에서 현장 시장실을 열 계획이었으나 상인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지방자치 20년 성찰] ‘美디트로이트 파산’ 경험이 주는 교훈

    [지방자치 20년 성찰] ‘美디트로이트 파산’ 경험이 주는 교훈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20년이 됐다. 사람으로 보자면 성년이지만 중앙정부의 통제로 지방자치는 유년기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많다. 지방자치가 ‘중앙자치’로 불리기도 하고, 지자체가 맡은 재정과 사무가 20%인 점을 빗대 ‘2할 자치’라고 폄하하는 경우도 있다. 다행히 최근 들어 지방자치의 원래 의미대로 자치조직권과 예산운영권을 지자체가 가져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그 시점과 방법에 대해서는 아직 갈등이 많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의 현 상황을 분석하고 20살이 된 지방자치제가 나아가야 할 바에 대해 5회에 걸쳐 점검한다. “한국에도 디트로이트와 같이 재정이 열악한 지역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문제는 도시 파산의 피해와 책임을 중앙정부, 기업, 상류층을 제외한 평범한 시민들만 짊어졌다는 점입니다.” 지난달 3일 미국 미시간주 이스트랜싱시 미시간주립대학교(MSU)에서 만난 안드레이 시모노프(50) 경제학과 교수는 2013년 7월 발생한 디트로이트시의 파산 원인을 자동차 산업의 퇴조보다 시의 부패에 대한 시민 감시 소홀, 주민 이주 가속화 등 미흡한 주민 참여에서 찾았다. 그는 “자동차 산업의 퇴조는 인건비 절감을 위한 공장 이전 등으로 50년 이상 진행됐다”며 “따라서 파산의 직접적 이유는 시민 참여가 줄면서 부패 정부 감시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디트로이트시는 지난해 12월 파산을 종료했다. 하지만 여전히 신호등과 가로등이 들어오지 않는 곳이 있고, 지난 1월 실업률은 14.3%(미시간주 5.9%)였다. 주민들이 떠나면서 10년간 인구의 22.1%가 줄었다. 경찰은 신고 후 30분이 넘어서 도착하고, 2006년 이후 발생한 노숙자만 2만여명이다. 하지만 ‘빅3’로 불리는 GM, 포드, 크라이슬러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건재하고, 시에 돈을 빌려준 은행들은 담보권을 행사해 이익을 보전했다. 상류층은 인근 부촌인 버밍햄시로 이전했고 시 정부는 연금 축소 등 피해를 공무원과 시민에게 떠넘겼다. 서민들은 일자리와 집을 잃었고 높은 세금 부담을 견디고 있다. 시는 도로 건설, 가로등 정비 등을 위해 이달 매출세를 6%에서 7%로 올리는 투표를 실시한다. ●시민들, 우범 지역 된 빈집 정리 운동 우리나라도 지난해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가 44.8%로 최저를 기록했고 부동산 침체로 지방세인 재산세가 줄고 있다. 그래서 재앙의 피해가 서민에게 집중되는 것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곳 거주자의 절반이 글을 읽지 못한다. 대졸 비율은 12.7%로 미국 전체(28.8%)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흑인 비율은 82.7%로 미국 전역(12.6%)의 6배가 넘고, 저소득층 비율은 39.3%로 미국 전체(14.5%)의 2배 이상이다. 34만 9170개의 주택 중 22.8%가 비었고, 재산세 미납으로 시에 압류된 빈집이 1만 6000개다. 지난달 2일 미국 디트로이트시내에 위치한 노숙자 시설 ‘디트로이트 레스큐 미션’에서 만난 스티븐 헤어리어드(48)는 시의 파산이 지난해 12월 끝났지만 서민 형편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연봉 4만 3000달러(약 4700만원)를 받던 직장을 잃고 5개월 만에 홈리스로 전락했다”며 “대학도 나왔고 자동차 부품을 18년이나 만들었는데 구직 시험에서 11번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4만 3000달러의 연봉을 받으며 자동차 부품 회사에 다녔지만 회사가 지난해 4월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아시아로 이전했다. 직원 7000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퇴직금을 받기 위해 소송 중이다. 8년 전 이혼한 전처에게 양육비를 보내며 1200달러짜리 월세에 살던 헤어리어드는 5개월 만에 돈을 내지 못해 쫓겨났다. 이후 차에서 자면서 노숙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대부분 기업이 2008년 금융위기에 해고한 직원을 우선적으로 채용하기 때문에 계속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다”면서 “우울증이 생기고, 양육비를 못 주면서 전처와 함께 사는 아이들도 생계가 곤란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내에는 빈집뿐 아니라 빈 빌딩도 많았다. 시의 사무실 공실률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25.1%에 달한다. 빈 건물은 그라피티로 덮여 있고, 소상공인 유치를 방해한다. 파인 도로 때문에 교통사고도 늘고 있다. 재정 부족으로 운행을 중지한 철도 탓에 폐허가 된 중앙기차역은 다른 용도로 개발하기 위해 유리창을 갈아 끼우는 공사를 시작하고 있었다. 시내의 한 빌딩에서 그라피티를 흰색 페인트로 덧씌우던 조지 피트(62)는 “인근에서 병원을 운영하는데 빈 건물 때문에 고객이 오기를 기피해 그라피티를 지우고 있다”며 “수도까지 끊기는 지역이 있다”고 답답해했다. 리사 쿡 MSU 경제학과 교수는 “세금을 빼돌려 내연녀에게 주고 사회지도층에게 수도요금을 면제해 주는 등 킬패트릭 전 시장의 부정을 감시하지 못한 것이 파산의 이유”라며 “다만 파산으로 인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시를 살리는 노력을 하고 정부 감시의 필요성, 투표의 중요성에 대해 눈을 뜬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말했다. ●市 예산 사용 감시 등 도시 재생 노력도 이어져 시민단체는 범죄자 은신처로 사용되는 빈집을 리모델링하는 일을 시작했다. 예술가들은 폐공장을 사들여 예술품 벼룩시장으로 바꿨다. 무엇보다 시 정부의 예산 사용에 대해 주 정부와 시민 대표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었다. 또 기업 유치를 위해 미시간 주 정부는 1500개의 기업 규제를 없앴다. 데이비드 로렌 대한민국 명예영사관은 “일자리를 늘려 시내를 살리자는 운동의 일환으로 사우스필드시에 있던 은행을 디트로이트시내로 올해 안에 옮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디트로이트가 재활하기 위해 갈 길은 아직 멀어 보인다. 시민단체 DRMM의 차드 아우디 대표는 “파산 이후 시 정부의 예산을 감시하고 우범 지역이 된 빈집을 정리하는 시민운동이 일어나는 등 시 재생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파산을 막는 방법은 중앙정부의 감독 강화가 아니라 시민의 관심”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디트로이트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유럽 마이너스 국채 언제까지 안전자산일까

    유럽 마이너스 국채 언제까지 안전자산일까

    폴란드 정부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3년짜리 국채 8000만 스위스프랑(약 922억 8640만원)을 금리 -0.213%에 발행했다. 독일·스위스 등 선진국에 이어 신흥국에서도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 국채를 발행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8000만 스위스프랑어치의 폴란드 국채에 투자했을 때 3년 뒤 만기가 돌아오면 17만 400스위스프랑의 이자(수수료)를 물어야 하는 셈이다. 폴란드 국채의 금리 -0.213%는 스위스 중앙은행이 세계 최저 수준으로 낮춘 기준금리 -0.75%보다 높기 때문에 스위스 투자자를 중심으로 수요가 몰려들었다. 파비앙 웰란다고다 HSBC 이사는 “스위스프랑 국채시장에서 이번 마이너스 국채 발행 규모는 역대 최대 규모”라고 말했다. 덴마크 여성 의료인 에바 크리스티안센은 현지 은행 단스케방크로부터 금리 -0.0172%에 대출을 받은 뒤 매달 7덴마크크로네(약 1130원)의 이자를 받고 있다. 스칸디나비스카엔스킬다은행(SEB) 등 스웨덴 은행들도 예금자들과 이자 문제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유럽에 마이너스 금리가 확산되면서 돈을 빌리면 웃돈을 받는 유례없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 같은 사례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이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의 물가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라는 고육책을 쓰면서 빚어진 진풍경이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에 따르면 독일 국채의 70%가 마이너스 금리로 거래된다. 프랑스의 마이너스 금리 국채 비중도 50% 정도이고, 재정위기를 겪은 스페인의 비중도 17%에 이른다. 유로존 국채 가운데 30% 이상이 마이너스 금리를 띠고 있는데, 그 규모는 2조 유로(약 2241조원)에 이른다. 마이너스 금리가 확산되는 것은 디플레에 대한 공포 탓이 크다.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은 올 3월 현재 -0.1%, 스위스는 -0.9%다. 통화당국 입장에서는 물가상승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금리 인하가 절실하다. 그런데 주요국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해 이미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린 상황이다. 결국 스위스 중앙은행은 지난 1월 기준금리를 -0.75%까지 낮췄다. 덴마크(-0.75%), 스웨덴(-0.25%) 등도 잇따라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했다. 이들 국가 외에도 마이너스 금리인 국가는 독일과 스페인 등 10개국이 넘는다. 투자자들이 마이너스 금리 국채를 사들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디플레가 실질 이자율을 보장해 주는 만큼 그나마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치부되는 것이다. 디플레로 화폐가치가 오르면 명목 금리가 마이너스라도 실질 금리는 플러스가 될 수 있다. 예컨대 금리가 -1%, 물가가 -2%라고 가정하면 실질 이자율은 1%가 된다. 채권자는 -1%만큼 손해를 볼 것 같지만 만기에 돈의 가치가 2% 오르는 덕분에 1%만큼 이득을 보는 것이다. 투자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투자 대상은 안전자산인 선진국 국채와 실물자산, 기타 자산이다. 국채를 사면 손해가 1%지만 실물자산을 사면 2%로 손해의 폭이 커진다. 국채를 사는 것이 손해가 적은 셈이다. 매매 차익도 노릴 수 있다. 발행금리가 마이너스라도 국채 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금리는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면 국채를 사는 것이 이익이다. 적당한 시기에 되팔면 차익을 남길 수 있다. 때문에 국채 금리가 이들 국가의 금리 수준까지 떨어지기 전에는 투자 매력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지적했다. 그러나 마이너스 금리 채권시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마이너스 금리가 겪어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인 만큼 세계 경제와 글로벌 금융시스템에 어떤 역풍을 불러올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스티븐 메이저 HSBC 채권 리서치 부문장은 “비전통적인 중앙은행 정책이 운용되고 있는 만큼 비전통적인 결과가 빚어질 수 있다는 예상도 해야 할 것”이라며 “채권은 더이상 채권처럼 거래되지 않고 상품처럼 거래된다”고 말했다. 안전자산의 대명사인 채권이 투기가 벌어지는 투자상품처럼 위험자산으로 전락했다는 설명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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