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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갑닫는 가계… 더 멀어진 ‘국민소득 3만弗’

    지갑닫는 가계… 더 멀어진 ‘국민소득 3만弗’

    일각선 “중진국 함정 빠졌나” 우려도 1인당 국민소득이 6년 만에 줄어들면서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가 더 멀어졌다. 경기 침체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가계는 더욱 지갑을 닫고 있다. 한국은행은 25일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2만 7340달러라고 밝혔다. 2014년 2만 8071달러보다 2.6% 줄었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첫 감소세다. 1인당 GNI는 2006년 2만 823달러로 처음 2만 달러를 넘어섰지만 그 이후로 3만 달러에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 1인당 GNI는 국민들의 생활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1인당 GNI 3만 달러’는 선진국 반열에 오르는 기준으로 많이 인식돼왔다. 특히 2014년에 3만 달러 근처까지 갔다가 줄어들어 아쉬움이 더 크다. 선진국 문턱에서 10년째 주저앉고 있어 우리나라가 ‘중진국 함정’에 빠졌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1인당 GNI가 지난해 줄어든 것은 경제성장률이 저조한데다가 원화마저 약세를 띠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6%로 3년 만에 가장 낮다. 평균 환율은 달러당 1131.5원으로 2014년(1053.1원)보다 7.4% 올랐다. 올해도 1인당 GNI 3만 달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세계적으로 교역량이 줄어 수출 부진은 여전하다.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6% 줄어들었다. 수출 부진을 보완할 내수마저도 부진하다. 지난해 가계의 순저축률은 7.7%로 전년(6.3%)보다 1.4% 포인트 올랐다. 2000년(8.4%)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12년 3.4%와 비교하면 3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뛰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노후, 일자리, 주거 불안 등으로 가계의 평균소비성향은 떨어지고 저축률은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통계청의 ‘2015 가계동향’에서도 지난해 가계의 평균 소비성향(소득에 대한 소비의 비율)은 71.9%로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한국 경제 혁신, 아직도 대기업 집중”

    “한국 경제 혁신, 아직도 대기업 집중”

    보아오 포럼서 유일호 부총리 만나 “혁신은 민간·풀뿌리 계층에서 나와… 한국 사회 전반에는 퍼져 있지 않은 듯”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에드먼드 펠프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한국 경제의 혁신이 아직 일부 대기업에 집중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하이난성 보아오에서 열리고 있는 보아오 포럼에 참석한 펠프스 교수는 지난 24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및 한국 언론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혁신이 한국 경제 전반에 널리 퍼져 있는 것 같지 않다고 생각된다”며 이처럼 밝혔다. 2006년 인플레와 실업의 상충 관계에 관한 이해를 증진시킴으로써 거시경제 정책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그는 저서 ‘대번영의 조건’에서 동력을 잃어버린 자본주의가 다시 번영하려면 혁신이 시작된 근대 경제를 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1972년부터 2012년 사이 미국의 총요소생산성이 2%대에서 1%대로 감소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잠재성장률 저하가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응 방향으로 혁신을 강조한 것이다. 펠프스 교수는 한국의 ‘창조경제’ 등 정부 주도형 혁신에 대해 “혁신은 항상 민간 영역에서 나온다고 본다”며 “미국의 침체는 민간 영역에서 혁신에 대한 장애물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또 “미국 혁신의 성공 비결은 혁신이 풀뿌리 계층에서 전 사회로 퍼져 나갔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세계경제 상황에 대해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요인이 상존해 복잡하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복이 지속되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유 부총리는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며 “한국은 창조경제와 4대 부문 구조개혁 및 청년 창업 등 일자리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함으로써 경제 전반에 혁신 여건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리커창 “美·日, 성장 우호 정책 펼쳐야”

    선진국 보호 무역 경향 비판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의 보호무역 경향을 비판하면서 “성장 우호 정책을 펴라”고 촉구했다. 리 총리는 24일 하이난성 보아오에서 열린 보아오 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중국은 모든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한다. 특히 선진국들은 성장 우호적인 정책을 취해야 한다”면서 “일부 선진국의 정책조정이 ‘외부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부효과’는 미국의 양적 완화와 일본의 엔화 약세 정책 등으로 인해 신흥국이 악영향을 받는 것을 뜻한다. 리 총리는 또 아시아 국가들을 향해 “‘아시아금융협력협회’를 만들어 금융시장을 개선하고 금융위기 재발을 막자”고 제안했다. 이어 중국 주도로 추진 중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올해 안에 타결지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도 피력했다. 그는 “우리는 소폭의 기복 때문에 경제발전 규칙을 위반하거나 시장운행의 규칙을 통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경제운행이 합리적 구간에서 미끄러질 기미가 보이면 과감한 종합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갖고 있고 금융 조정 수단도 비축해 놓고 있다는 점도 부각했다. 리 총리는 향후 5년간 중국의 상품 수입액은 10조 달러를 넘어서고, 대외 투자액은 6000억 달러를 돌파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2일 공식 일정에 돌입해 25일 폐막하는 이번 포럼에는 세계 정·재계, 학계 인사 2000여명이 참석했다. 한국에서는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원희룡 제주지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데스크 시각] 경제는 정치다/전경하 경제정책부 차장

    [데스크 시각] 경제는 정치다/전경하 경제정책부 차장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 대결 이후 이에 못지않게 흥미진진한 프로그램이 총선 공천 드라마였다. 예선(공천)이 본선(선거)보다 흥행에 성공한 듯하다. 그 결과 나올 20대 국회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여야 모두 경제 전문가를 전면에 배치했다. 그런데 여야 경제통의 정치적 성향이 바뀌었다. 정책의 철학이, 차별이 없으니 사람이 무슨 대수냐 싶기는 하다. 현재의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총선이 끝난 뒤 여야 모두 경제 살리기를 어젠다로 들고나올 공산이 큰데 내놓을 정책이 제대로 굴러갈까 싶다. 공천 과정에서 보여 준 행태를 보면 여야가 주요 사안에 대해 협의나 합의를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크게 든다. 그렇게 내부에서 개싸움을 해댔는데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선들 온전할까.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세계 경제의 ‘소방수’ 역할을 했던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전 의장은 자신의 회고록 ‘행동하는 용기’에서 ‘경제 프로그램은 이를 뒷받침하는 논리가 아무리 나무랄 데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정치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없다면 성공할 수 없다’고 썼다. 쉽게 말하면 경제는 정치다. 외환위기 수습 과정에서 ‘저승사자’라고 불린 이헌재 전 부총리가 ‘경제특강’이란 부제를 붙여 2012년에 낸 책 이름이기도 하다. 이 전 부총리는 ‘경제는 그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의 삶에 대한 선택이다. 모든 선택에는 이해관계자의 가치 판단이 담겨 있다. 그리고 언제나 타협과 조정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경제는 정치다’라고 썼다. 오는 5월 29일까지 아직도 임기가 남아 있는 ‘레임덕’ 19대 국회는 그걸 여실히 보여 줬다. 국회를 통과한 법이라도 여야의 담합으로 본래의 취지가 훼손되기도 했고, 법의 방향성과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그게 상대방의 치적이 될 거 같으면 타협과 조정은커녕 이유 불문 반대로 국회에 묶어 뒀다. 우리 사회에서 국회가 경제 회복을 방해하는 훼방꾼이 된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경제보좌관을 했던 조윤제 전 영국 대사는 저서 ‘한국의 권력구조와 경제정책’에서 우리 국가 지배구조의 문제점으로 네 가지를 꼽았다. 이원적(직접투표로 선출된 대통령과 국회) 민주주의 정통성과 국회의 지나친 국정 견제 기능, 정당의 취약성, 집권 여당과 대통령의 모호한 공조 및 협력관계, 그리고 대통령의 임기다. 총선이 끝나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시작으로 또다시 공적 기관의 임원진 인사가 시작될 거다. 다음달 20일 임기가 끝나는 4명의 금통위원(하성근, 정해방, 정순원, 문우식) 추천권이 각 기관(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대한상의, 한은)에 있지만 요식 절차일 뿐이라는 건 구문이다. 이 자리에 오려는 인사들의 줄이 남대문로 한은 정문에서 광화문광장을 넘어 이제 이순신 동상에까지 이르렀다는 우스갯소리도 이젠 낯설지 않다. 이런저런 인사들이 후보군에 오르내리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총선 탈락자가 올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나온다. 총선 이후의 인사판이 배신과 보복, 줄 대기와 보은의 연장선상에 있을 거라는 우려가 크다. 경제는 정치이지만 정치적 현실을 위해 악용되는 수단이어서는 안 된다. 이번 공천 개싸움은 국가 지배구조가 개편돼야 하는 당위성의 민낯을 보여 줬다. 경제를 살릴 정책도 필요하지만 그와 함께 정책을 만들어 내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 lark3@seoul.co.kr
  • [열린세상] 주요국 중앙은행들과 발맞춰 금리 내려야/장재철 씨티그룹 한국수석이코노미스트

    [열린세상] 주요국 중앙은행들과 발맞춰 금리 내려야/장재철 씨티그룹 한국수석이코노미스트

    원·달러 환율의 하락이 심상치 않다. 한 달 사이에 약 6%나 하락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원화가 강세를 보였던 기간의 월평균 하락 속도보다도 다섯 배, 다른 아시아 통화의 환율 하락과 비교해도 두 배 정도 빠른 것이다. 1년 이상 부진을 지속하고 있는 수출 부문이 이러한 원화의 강세를 우려하는 이유다. 최근의 원·달러 환율 하락은 중국 인민은행의 지준율 인하와 지난주에 있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연기 등과 같은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변화가 주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미 연준은 미국 경제가 소비회복과 낮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금융시장과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 투자와 수출의 부진, 저유가 등에 따른 낮은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향후 금리인상 속도도 더 완만해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 결과는 달러의 약세 전환, 신흥국 통화 강세, 주식시장의 반등, 유가 상승 등으로 나타났다. 중국 경제의 둔화나 선진국 경제의 성장세 약화 등 글로벌 경제에 대한 리스크는 크게 변하지 않은 가운데, 미 연준의 이러한 결정은 그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을 짓눌러온 많은 불안 요인들을 일거에 해소한 듯하다. 원·달러 환율도 그 영향으로 연말에는 1220원쯤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애초 전망치보다 달러당 50원 정도 낮은 수준이다. 연평균으로는 애초 환율 대비 환손실이 26조원, 국내총생산(GDP)의 약 2%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변화는 중앙은행들의 마이너스 금리의 도입이다. 궁극적으로 마이너스 금리는 디플레이션 극복을 위한 통화 가치의 하락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지난 1월 일본 중앙은행인 BOJ의 초과지불준비금에 대한 마이너스 금리 도입과 유로 지역 중앙은행인 ECB의 중앙은행 예치금에 대한 마이너스 금리 폭 확대 등은 예상과 달리 엔화와 유로화의 강세를 유발했다. 정책 도입 시점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의 위험회피 성향이 안전 통화인 엔화와 유로화의 수요를 늘렸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정책 의도와는 다른 결과로 BOJ와 ECB는 추가적인 마이너스 금리 인하와 더불어 추가적인 양적 완화도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씨티그룹은 BOJ가 올 7월 마이너스 금리를 -0.3%까지 추가 인하하고 일본 국채를 추가 매입할 것으로 전망한다. 주목할 것은 일본 중앙은행이 국채 매입을 확대했을 때 엔화 약세가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또한 최근의 금융시장 변동성과 글로벌 경제에 대한 위험 요인을 고려할 때, 이미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유로 지역, 스위스, 스웨덴, 덴마크, 일본 이외에도 이스라엘이나 노르웨이 등도 조만간 마이너스 금리에 동참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결국 더 많은 중앙은행들이 마이너스 금리를 통한 추가적인 완화 조치를 취할수록 국제 외환시장에서는 자국통화 가치 하락을 위한 제로섬게임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의 정책 기조는 이러한 주요국 중앙은행들과는 자못 다른 듯하다.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경기둔화 우려와 수출의 부진, 새로 설정한 물가목표 2%를 훨씬 밑도는 물가수준 등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은 3월까지 9개월 연속 금리 동결을 이어 오고 있다. 한국은행의 판단은 현재의 정책금리 1.50%가 경기 회복에 충분한 수준이며, 낮은 물가도 유가 등 공급 측 요인에 의한 것이고, 지금 중요한 것은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한 구조조정이라는 것이다. 미 연준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1.5%를 상회하는 2%가 예상돼도 낮은 물가상승률과 대외 불안 요인으로 3월의 금리인상을 뒤로 지연시켰다. 유럽 경제도 같은 이유로 추가적인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했다. 미국, 유럽, 일본을 제외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다른 나라들은 물론 기축통화 국가들이 아니다. 한국은행은 다음달 정기 경제전망 수정에서 올해 성장률을 애초 예상했던 잠재성장률 수준인 3% 아래로 하향 조정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제 한국은행도 다른 중앙은행들과 보조를 맞추어 마이너스 금리는 아니더라도 금리 인하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 [신산업·융합에서 길을 찾다] 금융 혁명 핀테크①

    [신산업·융합에서 길을 찾다] 금융 혁명 핀테크①

    핀테크는 ‘파이낸스’(finance·금융)와 ‘테크놀로지’(technology·기술)의 합성어로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 간 결합을 말한다. 예금, 대출, 송금, 결제, 자산 관리·운용, 보험 등 기존 금융 서비스를 대체해 나가는 것은 물론 새로운 서비스까지 속속 창출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핀테크는 ICT의 진화가 촉발한 ‘금융 혁명’으로 불린다. ●핀테크, IT·스마트폰 살릴 새 동력 핀테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성장했다. 리먼 사태 등으로 금융권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모바일(이동통신) 등 ICT 기술이 급속히 발달하면서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엑센추어에 따르면 글로벌 핀테크 시장 투자 규모는 2008년 9억 2000만 달러(약 1조 700억원)에서 2014년 122억 달러(약 14조 2000억원)로 6년 만에 10배 이상 커졌다. 전 세계가 저성장 시대에 직면했지만 핀테크 분야는 고성장이 예견되면서 덩치를 키우고 있다. 핀테크는 기존 금융과 가동되는 방식부터 다르다. 우리에게 친숙한 금융이 은행 지점에서 만나는 직원에게 서비스를 받는 것이었다면 핀테크는 본인이 주도적으로 가상의 인터넷이나 모바일(이동통신) 속의 금융사와 거래하는 형태를 띤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금융 지점이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왔고, 지점 직원은 스마트폰에 내장된 핀테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ICT 플랫폼으로 바뀐 셈이다. 핀테크의 선두 주자는 미국의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과 중국의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등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이다. 이들은 검색,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전자상거래 등 본연의 서비스를 운영하며 축적해 온 ICT 기술을 활용해 기존 고객을 핀테크 서비스가 제공되는 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기존 금융이 IT를 이용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핀테크는 IT 기술이 독자적으로 금융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셈이다. ●결제·대출 중개 등 4개 영역서 폭발적 성장 핀테크는 송금, 간편 결제, 자금 모집 및 대출 중개, 자산 관리 등 4개 영역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에 더해 스타트업(신생 벤처)을 중심으로 금융 데이터 분석, 금융 소프트웨어, 플랫폼 등의 분야로도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다. 금융데이터 분석 부문에는 미국의 어펌이 있다. 어펌은 자사 가입 회원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신용카드가 아닌 본인의 신용으로 할부 구매할 수 있는 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회원의 공개된 데이터를 분석해 몇 초 안에 신용도를 평가한 뒤 회원의 적정 할부 수수료를 산정해 부과하기 때문에 신용카드나 전자지갑과 같은 결제 수단이 없어도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금융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는 빌가드가 눈길을 끈다. 빌가드는 자사가 개발한 예측 시스템을 활용해 신용카드 수수료 과다 청구 등의 오류를 포착해 회원에게 알려준다. 지난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플랫폼 회사 온덱도 핀테크 신생 벤처다. 100% 온라인으로만 대출 신청서를 받고, 자체 개발한 신용평가시스템으로 신청자의 금융 기관 거래 내용, 현금 흐름, SNS 평판 등을 분석해 몇 분 만에 대출 여부를 정한다. 이들은 기존 금융기관보다 빠르고 저렴한 서비스로 새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다. ●금융 해외 진출땐 다른 산업 동반 수출 가능 핀테크 산업은 미국과 영국이 주도하고 있다. 투자와 규제 완화를 내세운 정부의 지원이 있기에 가능하다. 영국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융 산업이 타격을 입은 뒤 핀테크를 신산업으로 육성했다. 핀테크 벤처를 키우기 위한 전문 연구소와 창업 지원 기관을 설립했다. 영국 정부와 뱅크오브아메리카, 도이치뱅크 등 대형 글로벌 금융이 공동 설립한 금융테크혁신연구소는 유망 핀테크 기업을 선정해 투자하고 금융회사와 제휴하도록 돕는다. 세계 첫 P2P(개인 간) 대출 플랫폼인 조파가 2005년 영국에서 나온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1990년대 세계 최초로 인터넷 전문 은행이 등장한 미국은 금융사뿐 아니라 산업자본이 세운 인터넷 전문 은행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IT 기업들이 모바일을 통해 금융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자사 플랫폼을 통해 거래하는 소비자와 판매자 사이의 신뢰를 담보해 주기 위해 2004년 알리페이를 출시한 알리바바는 은행업 허가를 받아 지난 10년 동안 지급 결제→대출→투자→보험→은행으로 진화했다. 서강대 경영학부 정유신 교수는 핀테크가 금융에만 머물지 않고 유통, 제조업 등 다른 산업 분야로 옮겨 간다며 관련 투자와 규제 완화를 통한 핀테크 육성 강화가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미국 온라인 결제 서비스 페이팔은 온라인 쇼핑몰 이베이에, 중국 알리페이는 알리바바와 한몸”이라면서 “이들이 익숙한 결제 시스템을 무기로 쇼핑몰로 고객을 끄는 선순환을 만들듯 금융이 해외로 진출하면 한국 산업의 동반 수출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경제 블로그] 구조조정 1호 中企까지… ISA 강권하는 하나은행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 이후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은행권엔 폭풍 같은 한 주였습니다. ‘초반에 밀리면 안 된다’는 인식이 퍼지며 은행 간 ISA 고객 모셔 오기 경쟁이 뜨거웠죠. 여기에 증권업권과의 자존심 싸움까지 더해져 ‘총성 없는 전쟁’이 이어졌습니다. 은행원들의 그 절박한 심정이야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도(道)를 넘어선 영업행위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 은행도 있었습니다. 하나은행이 장본인입니다. 하나은행은 이달 초 중소기업인 A사에 “모든 직원(65명)을 ISA에 가입시키라”고 요구해 논란의 중심이 됐습니다. 물론 은행원들이 평소 거래하는 중소기업에 10좌, 20좌씩 ISA 가입을 부탁하는 일은 흔한 풍경입니다. 중소기업도 그런 요청을 굳이 마다하지는 않습니다. 거래 은행과의 관계를 고려해 ‘불가피한 비용’ 정도로 받아들입니다. 힘들 때 서로 돕겠다는 거죠. 하지만 이번엔 사정이 좀 다릅니다. A사는 올해 초 연합자산관리(유암코)가 ‘1호 구조조정’ 대상으로 정한 기업입니다. A사는 2009년 6월부터 채권단 공동관리(워크아웃)를 받아 오고 있습니다. 기업 정상화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6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결국 금융 당국이 팔소매를 걷어붙이고 살려 보겠다며 구조조정 대상으로 정했습니다. A사는 한때 2000억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이던 알짜 수출기업이었습니다. 그런 A사의 발목을 잡은 건 ‘키코’(환헤지 파생상품)였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로 수많은 중소기업이 키코 사태로 쓰러졌습니다. 은행원들조차 상품 내용을 알지 못한 채 중소기업에 ‘묻지마 가입’을 권유했더랬죠. A사 역시 거래 은행 4곳(약 3000억원)에서 판매하는 키코에 가입했다가 2007년 대규모 환손실을 입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하나은행입니다. 그런데 전 직원에 ISA 가입까지 ‘강권’하니 A사가 펄쩍 뛸 만도 합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혀를 끌끌 찹니다. “아무리 실적 쌓기가 급하기로서니 구조조정 기업까지 동원하는 것은 상도의에 어긋난다”는 것이죠. 서민의 재산 형성을 돕는 만능통장이라던 ISA는 벌써부터 ‘불완전 판매’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상품 차별화 대신 은행원들만 쥐어짜는 후진적인 영업 행태가 가장 큰 원인입니다. 무엇보다 은행이 ‘갑’의 지위를 이용해 거래 중소기업에 부담을 떠넘기는 일은 사라져야 합니다. 그러지 않아도 먹고살기 팍팍한 것이 우리 중소기업들의 현실이니깐요.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무디스, 한국 국가신용등급 유지… “높은 수준의 경제회복력이 강점”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1일(현지시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2’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고 기획재정부가 전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한국 신용등급 전망은 종전과 같이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Aa2는 무디스의 신용등급 가운데 3번째로 높은 등급이다. 무디스는 지난해 12월 한국 신용등급을 Aa3에서 사상 최고인 Aa2로 한 단계 상향조정한 뒤 3개월째 같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무디스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뒷받침하는 강점으로 높은 수준의 경제회복력, 건전재정 기조 및 양호한 국가채무, 1997년 이후 지속된 구조개혁, 감소된 대외 취약성 등을 제시했다. 한국이 직면한 도전요인으로는 경쟁력 유지, 비금융 공공기관 부채, 가계부채,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언급했다. 무디스는 한국이 경제의 규모와 다양성, 경쟁력 등으로 인해 앞으로도 높은 수준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하에서 견조한 중장기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분석했다. 또 과거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한 면역력을 통해 한국 경제의 성장 역동성을 알 수 있다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에도 침체하지 않은 몇 안 되는 국가라고 소개했다. 한국이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지수 26위에 오른 점도 짚었다. 무디스는 한국이 제도적으로 정책 수립과 집행의 효율성이 독일과 홍콩, 영국 등과 마찬가지로 뛰어나다면서 재정·통화정책이 상대적으로 낮은 인플레이션과 안정적 성장에 기여하고 있고, 정보공개가 투명하게 이뤄진다고 평가했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핫뉴스][단독] 7세 딸 암매장한 엄마는 ‘집주인의 꼭두각시’였다 [핫뉴스][현장 블로그] 피투성이 강아지… 때린 주인에게 돌려보낸다고요?
  • [In&Out] 위기의 한국 해운, ‘묶음’ 정책으로 풀자/조봉기 한국선주협회 상무이사

    [In&Out] 위기의 한국 해운, ‘묶음’ 정책으로 풀자/조봉기 한국선주협회 상무이사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최근 대국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를 뜨겁게 달궜다. 알파고는 1202개의 중앙처리장치(CPU)로 구성돼 있다. 이는 1202명의 상급 기사들이 모여 스스로 학습하며 바둑을 두는 것과 같다. 알파고는 끝내기 같은 디테일에도 강하고 전체를 조망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한 수를 두면서도 전체적으로, 궁극적으로 판세에 가장 유리한 곳에 착점한다. 이번 대국을 보면서 9년째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는 국내 해운산업과 해운과 직접 연관된 무역, 조선, 기자재, 선박금융, 항만 등에서도 전체적인 판세를 조망하면서 부분적으로도 강한 알파고 같은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다른 나라를 보면 더욱 그렇다. 인도 정부의 해운업 육성 의지와 행보는 대단하다. 2014년 5월 취임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그해 7월 발표한 2014~2015 예산안에서 항만 개발과 수로사업 등에 수십억 달러를 배정했다. 3~4년 내 7~8%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해운과 연관 산업 육성책도 발표했다. 인도의 수출입 물동량을 자국 선박으로 수송하기 위해 인도 선박회사에 저렴한 금융과 세제 혜택을 부여, 선대(船隊) 확충과 함께 조선산업도 부흥시키려 했다. ‘인도해양산업전’을 매년 4월 열어 전 세계 해운과 연관 산업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 유치에도 열심이다. 인도 정부는 무역, 금융, 해운, 조선, 항만 등을 한 번에 묶어 성장시키는 전략을 구사 중이다. 미국은 1970년대 자국 상선대(商船隊)가 국제 경쟁력을 잃자 해운업을 포기했었다. 하지만 해운과 연관 산업에서 파생되는 실익과 고용효과를 잘 아는 미국은 2014년 11월 액화천연가스(LNG) 수송권을 자국 조선소에서 건조된 선박에 자국민만 선원인 선박회사에 부여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지난해 12월 ‘한·미 해운협력회의’에서는 자동차 해상 운송에 자국 선박을 투입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에너지 수출, 해운, 조선, 선원 등을 상호 연계시켰다.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중국 해운, 조선 등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자국 선박회사가 보유한 노후선을 자국에서 해체하고 선박을 지으면 보조금과 함께 저리 금융을 부여하는 정책을 펼쳐 자국 해운, 조선, 해체산업을 동시에 살렸다. 자동적으로 선박들의 연식도 좋아지고 연료유를 덜 쓰게 돼 운항 원가 측면에서도 우리나라 선박들보다 경쟁력이 높아졌다. 중국 정부는 선박금융, 해운, 조선, 해체산업을 한데 묶었다. 지난해 12월 한국 해운은 세계 5위에서 6위로 추락했다. 우리 해운산업의 대표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유동성 위기다. 지난해 조선 3사의 적자도 8조 5000억원이다. 수출도 14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다. 우리 경제는 ‘범의 아가리’에 있는 위기 상황이다. 사활의 문제이며 묘수가 필요하다. 관세청에 따르면 1999~2014년 조선산업의 수출액은 3350억 달러다. 수출입은행의 우대금리와 조선산업의 우수한 기술력이 밑바탕이 돼 벌어들인 달러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대금리에 최신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선박들의 경쟁 상대가 바로 우리 상선대였다. 조선업 수출을 위한 정석이 우리 해운산업에는 자충수였는지도 모른다. ‘묶음’ 정책이 묘수다. 한 개 산업만을 위한 정책이나 지원이 아닌 여러 산업을 묶어 살리거나 육성할 수 있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부분에도 강하고 전체도 조망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한 개 산업만 생각한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 경제의 패착이다.
  • [김동수 민생프리즘] 뉴노멀 시대의 경제 매뉴얼

    [김동수 민생프리즘] 뉴노멀 시대의 경제 매뉴얼

    한때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쓰이던 적이 있다. 의미만 놓고 본다면 개혁의 또 다른 표현이겠지만 다소 신선하게 다가왔던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문제의 본질은 무엇이 ‘정상’이냐에 있다. 혹자는 비정상적이라고 운위되는 상황이 새로운 정상일 수도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뉴노멀’이라는 경제용어는 바로 이러한 관점을 잘 반영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뉴노멀’은 과거 정상이라고 이해해 오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경제질서를 뜻한다. 일종의 패러다임 전환인 셈이다. 다소간의 부침 내지 변동이 있더라도 계속 성장한다는 것이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경제의 모습이다. 그러한 가운데 고용과 소득이 늘어나면서 개발도상국 단계를 지나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경제발전의 과정이었다. 그 결과로 국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국부 역시 증대된다는 것이 우리가 배워 온 경제학 원론이다. 안타깝게도 그런 좋았던 시대가 이제 종말을 고하고 있다. 지금은 저성장·저수익·저물가가 일상이 되고 있는, 즉 ‘뉴노멀’인 새로운 시대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변했으니 그에 맞춰 우리의 사고와 행동규범도 따라서 바뀌어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도태의 길로 접어든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 아니던가. 그래서인지 뉴노멀의 시대에 어떻게 해야 생존할 수 있는지 매뉴얼을 제시하는 지침서들이 최근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가계와 기업, 정부로 대표되는 경제주체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딱히 구체적으로 ‘이것이다’라고 자신 있게 모범 답안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제까지와는 상당히 다른 접근법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가령 뉴노멀 시대에는 더 많은 교육이 더 높은 수준의 일자리와 급여를 보장해 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자신들의 노후를 저당 잡히면서까지 자녀들의 교육에 과도하게 지출하는 것은 올바른 접근법이 아닐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사두기만 하면 오를 것이라는 믿음하에 무리하게 빚을 내 부동산과 같은 자산을 구매하는 것 역시 잘못된 투자일 수 있다. 기업들의 경우 수직적 분업과 계열화에 기초한 문어발식 확장 방식은 발빠른 변신을 도모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뉴노멀 시대에는 더이상 통용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혹시 부실에 빠지더라도 저성장 사회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 기업들의 규모와 활동이 최적화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기업 생태계를 떠받쳐 온 재벌 체제의 효율성은 시간이 흐를수록 떨어져서 언젠가는 한순간 멸종의 길을 밟은 공룡과 같은 처지에 빠질 수도 있다. 그래서 뉴노멀 시대에는 작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강소기업, 이른바 한국형 히든 챔피언들이 경제의 허리이자 혁신의 주체로서 주도적 역할을 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동시에 기업 간 협업과 융합도 활발하게 전개될 것이다. 다시 말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협력해 미래형 자동차를 개발하는 일이 현실이 되는 상황이 도래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정부의 경우는 어떤가. 안타깝지만 더이상 경제성장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국민의 행복한 생활을 담보해 주지 않는 세상이 됐다. 그러니 정부가 성장률 목표에 집착한 나머지 단기적이고 인위적인 부양정책에만 올인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지나치게 수출 위주의 그리고 중후장대형의 제조업 육성에만 몰두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없다. 그보다는 수출과 내수, 제조업과 서비스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균형 발전과 공생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이와 더불어 중장기적 관점에서 강소기업 인재육성 정책 또한 마련돼야 한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생산자와 소비자 그리고 성장과 복지 측면에서도 균형 있는 접근이 모색돼야 할 일이다. 뉴노멀 시대의 경제준칙과 규범은 과거와 많이 달라질 것이라는 데 이론이 없다. 때마침 뉴노멀 시대의 올바른 경제 전략 방향에 대한 의식 있는 논의가 학계 및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일고 있어 다행이다. 이러한 논의 속에서 새로운 경제질서에 대한 실질적 해법이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고려대 석좌교수·전 공정거래위원장
  • 달러 강세 언제까지… “강세 지속” vs “한계 도달”

    달러 강세 언제까지… “강세 지속” vs “한계 도달”

    지난 17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여전히 시장에서는 금리인상 여부와 이로 인한 달러화의 향방을 놓고 공방이 거세다. 연준이 오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금리를 올릴 거란 전망이 대세지만 달러화 가치의 방향성을 두고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주요 신흥국 통화 대비 달러 지수(OITP)는 2.1%가량 하락했다. 2014년 하반기부터 속도를 높여왔던 신흥국 통화 가치 하락이 주춤하면서 그간의 빠른 하락에 대한 반작용으로 급등한 것이다. OITP는 미국과 많이 거래하는 한국,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 19개 신흥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수다. 2013년 미국이 금융위기 이후 지속해 오던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는 ‘테이퍼링’을 시작하면서 신흥국 통화 가치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선진국이 대규모로 풀던 통화가 신흥국 자본시장으로 흘러들어가며 신흥국 통화 강세를 뒷받침했지만, 미국이 긴축정책으로 돌아서며 신흥국의 자본 유출이 현실화된 탓이다. 유로존과 일본은 양적완화를 지속했지만 상대적으로 달러 가치 급등을 초래했다. 지난해 말 미국은 테이퍼링에 이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시장에서는 향후 수년간 금리가 점진적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하지만 인상 속도를 두고는 서로 다른 전망이 나온다. 서대일 KDB대우증권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제조업 침체 위험이 있지만 고용시장이 호조를 보여 연준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방향을 바꿀 가능성은 낮다”면서 “이에 반해 신흥국은 경상수지 흑자 폭이 줄고 있고 외환보유액이 감소하는 중에도 달러화 비중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흥국의 경기 둔화 지속과 자본 유출로 달러화는 계속 비싸질 거란 분석이다. 달러화 강세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중제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11년 이후 미국 자산에 대한 투자가 달러화 강세를 이끌었는데 미국의 채권·주식에 대한 전망이 불확실해지며 투자가 정체되고 있다”며 “미국이 금리 인상 시기를 늦추게 되면 유로화 가치가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달러화의 가치 변동은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등에 직접 연동될 뿐 아니라 글로벌 투자자금의 흐름을 바꿔 놓는 결정적 변수다. 우리나라에도 수출 등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세계 경제의 최대 위험요인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경제 블로그] ISA 급한 은행·증권사, 저축은행 모시기

    [경제 블로그] ISA 급한 은행·증권사, 저축은행 모시기

    격세지감. 최근 금융권에서 저축은행의 입지를 보면 떠오르는 말입니다. 저축은행은 한때 금융권 부실의 대명사로 불려 왔습니다. 무리하게 늘렸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눈덩이 부실이 돼서 돌아왔죠. 2011년 1월 삼화저축은행을 시작으로 3년간 지속됐던 저축은행 구조조정 칼바람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런데 최근 금융권에선 저축은행 ‘모셔 가기’가 한창입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를 앞두고 벌어지는 풍경이죠. 서울의 A저축은행은 대형 시중은행을 비롯해 지방은행, 증권사 등 모두 3곳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습니다. 모두 자사의 ISA 상품에 A저축은행의 예·적금 상품을 담겠다며 몸이 달아 있죠. A저축은행은 “수신을 단기간에 급격하게 늘릴 수 없어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면서도 입가엔 웃음이 떠나질 않습니다. 다른 저축은행도 비슷한 표정입니다. 시중은행 정기예금(1년 만기) 금리는 연 1.2~1.4%로 ‘쥐꼬리’입니다. 반면 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2% 초반이죠. ISA에 은행의 자사 예·적금 상품을 담지 못하는 마당에 이왕이면 금리가 조금이라도 높은 저축은행 상품으로 고객 몰이에 나서겠다는 게 은행들의 계산입니다. 가장 발빠르게 움직인 곳은 우리은행입니다. 지난 1월 저축은행중앙회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저축은행 예·적금 상품을 ISA에 담기로 했습니다. 금융지주에 속한 은행은 같은 그룹 내 계열사 상품을 ISA에 담을 수 없습니다. 우리은행은 민영화 과정에서 증권사와 저축은행을 팔아치운 탓에 경쟁사에 비해 상품 포트폴리오 구성도 상대적으로 불리합니다. 계열 저축은행이 있는 KB국민은행도 상품군 다양화 등을 위해 다른 저축은행에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저축은행들도 이득이 되는 거래입니다. 당장은 ISA가 초반인 만큼 은행에서 판매하는 수신 한도를 100억~300억원 정도로 설정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추이를 봐 가며 500억, 1000억원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영업권역 제한을 받는 저축은행 입장에선 전국의 은행 채널을 조달 창구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저축은행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납니다. ISA의 흥행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그래도 경계를 뛰어넘는 금융권의 협업 시도는 박수쳐 줄 만합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닥터 코퍼’ 상승세… 경기회복 신호인가

    ‘닥터 코퍼’ 상승세… 경기회복 신호인가

    中부양 의지·유가 40弗 돌파 영향… 2분기 수요도 겹쳐 올 6.3% 올라 “6월이후 조정 가능성… 낙관 일러” 글로벌 경기 흐름을 잘 반영해 ‘닥터 코퍼’(Dr. Copper)라는 별명이 붙은 구리 가격이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어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온다. 하지만 낙관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8일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3개월 선물 구리 가격은 t당 500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3.6%나 급등한 전날(5027달러) 종가에서 약간 상승분을 반납했지만 5000달러 선을 재확인했다. 구리 가격이 5000달러에서 형성된 건 지난해 11월 5일(5011달러) 이후 4개월여 만이다. 올해 들어서만 6.3% 상승하는 등 훈풍을 탔다. 건설과 제조 등 산업 전반에 쓰이는 대표적인 원자재 구리는 글로벌 경제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t당 2800달러까지 추락한 구리는 2011년 1만 달러로 회복돼 세계경제가 되살아났다는 신호로 읽혔다. 그러나 지난해 전 세계 구리 수요의 40%를 차지하는 중국의 성장 둔화와 공급과잉 우려 탓에 속절없이 추락하며 다시 어두운 ‘시그널’을 냈다. 구리 가격이 반등에 성공한 것은 중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경기 부양 의지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5일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6.5~7.0%로 제시하고 경착륙은 없다고 단언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 비중도 2.3%에서 3%로 확대했다. 앞서 중국 인민은행은 대형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17.5%에서 17.0%로 5% 포인트 낮췄다. 달러 강세가 주춤하고 유가가 반등 국면에 접어든 것도 구리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유가가 상승하면 구리 생산 비용이 늘어나 공급이 줄어든다. 이날 국제유가는 산유국의 생산량 동결 논의 준비 소식에 급등했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5.48% 오른 배럴당 40.84달러에 거래돼 올 들어 처음으로 40달러를 돌파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5.5% 상승한 37.9달러까지 올랐다. 여기에 다가오는 2분기가 구리 소비의 계절적 성수기인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그러나 아직 ‘구리 박사’가 제대로 된 경기회복 신호를 보냈다고 해석하긴 어렵다. 강유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지표 역할을 하는 구리 가격이 최근 오른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고 2분기 중 최대 10%가량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면서도 “계절적 요인이 사라진 6월 이후 미국 금리 추가 인상 등의 요인이 겹치면 가격 조정이 나타날 수 있어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생각나눔] 보증 늘리기가 성과냐, 부실 줄이는 게 성과냐

    [생각나눔] 보증 늘리기가 성과냐, 부실 줄이는 게 성과냐

    보증 늘리면 부실 증가 불 보듯 부실 덜자면 보증 줄여야 하는데 축소 땐 中企 자금난 부추길 우려 정책보증기관인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이 고민에 빠졌다. 신보·기보를 포함한 9개 금융 공기업은 연내 성과연봉제를 도입해야 한다. 도입하지 않으면 월급이 깎일 처지다. 그런데 신보와 기보는 ‘보증기관’이라는 특성상 성과평가 체계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부실 위험이 따라도 보증을 늘리는 게 성과인지, 보증을 줄여서 부실을 덜 내는 게 성과인지 갈피를 못 잡겠다”는 토로가 나오는 이유다. 자칫 보증이 축소돼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을 부추길 수 있는 만큼 다른 금융 공기업과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9개 금융 공기업은 전날 금융위원회와 성과연봉제 도입 등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에 따라 최하위·기능직을 제외한 모든 직원의 성과연봉 비중을 기본급의 평균 30% 이상까지 늘려야 한다. 같은 직급이라도 최고·최저 연봉 격차는 20~30%가량 둬야 한다. 논란의 중심은 보증기관이다. 기·신보를 이용하는 주요 고객은 담보 여력이 없는 영세 기업이나 창업 초기 기업들이다. 자체 신용으로는 자금 융통이 어려워 기·신보 보증서를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신보와 기보의 보증서 이용 업체 숫자는 약 27만 5000곳(대출잔액 약 62조원)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보증 지원이 크게 늘어난 것을 빼고는 줄곧 보증 잔액이 이 수준을 유지한다. 돈을 떼일 위험 때문이다. 기·신보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보증기관 관계자는 “직원들의 성과 측정을 보증 실적으로 하면 (필연적으로) 부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그렇다고 부실 감축을 잣대로 삼으면 보증 규모가 줄어 중소기업에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치밀한 사전 분석을 통해 부실 위험이 적은 곳에 보증 서면 되지 않느냐’는 반론이 나올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얘기라는 게 보증기관들의 항변이다. 실제 신보의 보증 부실률은 4% 안팎이지만 2008년에는 5.1%까지 치솟기도 했다. 경기 침체로 문을 닫는 중소기업이 늘면서 부실률이 껑충 뛴 것이다. 직원의 과실이 아니더라도 부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위 측은 “성과평가 체계를 마련할 때 과당 경쟁을 자제하고 장기적 성장을 지향하는 큰 그림을 제시했다”며 “이런 취지를 잘 살린다면 보증기관을 비롯해 각 기관의 특성을 충분히 (평가체계에) 반영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각 기관에 맞게 평가체계를 마련해야겠지만 보증기관은 직원들을 1등부터 100등까지 줄 세우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며 “특히 중소기업 자금 공급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공공성을 우위에 두고 접근하는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주식형펀드 ‘비과세’ 앞세워 재도약하나

    주식형펀드 ‘비과세’ 앞세워 재도약하나

    작년 9년 만에 ‘채권형’에 뒤져… 혜택 부각·흥행 땐 재역전 가능 저금리 장기화와 세계경제 불안 등 여파로 채권형펀드의 인기가 주식형펀드를 9년 만에 앞질렀다. 그러나 비과세 혜택이라는 날개를 단 해외주식투자 전용펀드가 흥행에 성공한다면 주식형펀드의 재역전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주식형펀드의 순자산 규모는 75조 2000억원으로 채권형펀드의 순자산 85조 8000억원에 못 미쳤다. 주식형펀드를 찾는 투자자들은 2007년 이후 꾸준히 줄어든 데 반해 채권형펀드로는 지속적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2006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역전된 것이다. 2007년 6월 해외주식형펀드의 매매·평가차익에 대한 한시적인 비과세 혜택이 도입되면서 해외투자 붐이 시작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사이트펀드로 대표되는 해외투자펀드 열풍이 불면서 2006년 말 50조 1000억원 규모이던 주식형펀드의 순자산은 1년 만에 네 배 넘게 불어났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로 해외투자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고 이듬해엔 한시 적용됐던 비과세 혜택이 끝나면서 주식형펀드는 해마다 역성장을 겪어야 했다. 반면 채권형펀드는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국내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채권형펀드 순자산은 지난해 말 85조 8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거란 전망 속에서 주식형펀드가 채권형펀드를 누르고 대세로 떠오를 가능성도 점쳐진다. 태희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증시 침체와 저금리가 지속된다면 채권형펀드의 강세가 이어지겠지만 해외주식투자 전용펀드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부활하면서 앞으로 주식형펀드의 성장세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출시된 비과세 해외펀드는 지난 7일까지 모두 392조여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아직 ‘부활’ 수준으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세계 증시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고 비과세 이점이 부각되면 ‘발동’이 걸릴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경제 불안심리 확산돼선 안돼”

    “경제 불안심리 확산돼선 안돼”

    한·미 역대 최대 연합훈련 관련 “北 추가 도발 시 응분의 대가” 박근혜(얼굴) 대통령은 7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내외적으로 경제 상황이 어려운데 지금의 어려움이 금융위기와 같은 사태로 번지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지만 경제 불안 심리가 필요 이상으로 확대돼서도 안 된다”며 “투자와 소비 심리가 지나치게 위축되면 정상적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국민들에게 자신감과 희망을 줄 수 있도록 경제활성화 대책에 전력하고 국민과의 소통 노력도 강화해 달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경제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면서 “앞으로 자동차 개별소비세 연장, 재정 조기 집행 등의 정책 효과가 본격화되면 경기 개선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모든 정책을 일자리 창출이라는 과정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고 정책 효과가 의도했던 대로 실제로 나타나고 있는지 세밀하게 평가하고 개선해야 할 것”이라며 올해 경제정책을 ‘고용’ 중심으로 운용할 것을 거듭 주문했다. 또한 “올해 일자리 사업에 역대 최대인 15조 8000억원이 투입되는데 정책 수요자에게 100% 효과가 미치는지 따져 보고 경제활성화를 위한 재정사업들도 그 효과를 철저하게 점검해 달라”며 일자리 정책의 구조조정도 거듭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누군가는 미래의 삼성, 미래의 현대를 만들기 위해 도전해야 한다. 우리는 그 기업과 기술을 파는 게 목적이 아니라 그들의 세계시장 진출을 돕고 지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한·미 두 나라가 사상 최대 규모의 키리졸브(KR)·독수리(FE) 연합훈련에 들어간 것과 관련해 “우리 국민한테는 안보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북한에는 추가 도발 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파견법 등 쟁점 법안 처리와 관련, “지금 국회 사정이 어렵기는 하지만 끝까지 포기해선 안 된다”면서 “국회가 일자리로 고통받는 국민의 마음을 헤아린다면 이번 국회에서 입법을 매듭지어 주길 바란다”고 거듭 촉구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폴 오스터·존 쿠체 서신교류 보니… 거장도 혹평엔 ‘울분’

    폴 오스터·존 쿠체 서신교류 보니… 거장도 혹평엔 ‘울분’

    오스터, 회고록도 동시에 출간 미국 작가 폴 오스터(왼쪽)는 자신의 작품에 혹평을 날린 서평가를 우연히 마주했다. “주먹을 날리고 싶었으나 예의 바르게 악수를 나눴다”는 그의 말에 존 쿠체는 이렇게 되받는다. “당신의 너그러움에 찬사를 보내고 문제의 서평가에게는 당신을 본받아 고상해지지 못한 데 야유를 보냅니다.” 두 작가가 주고받은 편지에서 흘러나오는 대화들이다. 도회적인 언어와 탁월한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직조해내는 폴 오스터와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서구 문명의 위선을 비판했다는 평을 받으며 200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존 쿠체(오른쪽). 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작가들의 우정과 이들의 내면, 사생활을 엿볼 수 있는 책이 나왔다. 두 사람 사이에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오간 편지 79통을 묶은 ‘디어 존, 디어 폴’(열린책들)이다. 2008년 호주의 한 문학 축제에서 처음 만난 직후 쿠체는 오스터에게 서로 편지를 나누자고 제안한다. 이후 각각 미국, 호주에 사는 두 작가는 ‘대양과 대륙을 가로지르며’ 우정에 대한 정의, 스포츠 영웅와 아버지의 역할, 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 경쟁의 쾌감, 근친상간, 시인의 몰락 등 다채로운 화두에 대해 교집합을 이루면서도 때로는 팽팽하게 대립각을 세우며 대화를 이어나간다. 송은주 번역가는 “자기만의 관점과 세계가 뚜렷한 작가들답게, 상대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고 경청하면서도 자신의 견해를 쉽게 철회하고 상대의 것을 수용하지는 않는다. 그런 탓에 평화롭고 한가로운 대화는 종종 빠른 속도로 스매싱을 주고받는 탁구 경기처럼 긴장감을 풍긴다”고 짚었다. 평론가들로부터 받은 혹평, 독자들의 오해 등에 맞닥뜨리면 울분을 터뜨리며 서로 역성을 들어주는 부분에서는 거장으로 추앙받는 그들 역시 나약한 인간임이 드러난다. 쿠체는 소설 속 인물의 반유대주의적 발언에 분노한 독자가 보낸 편지를 오스터에게 보여주며 이렇게 토로한다. “진짜 문제는 (반유대주의라는 비난으로) 방어적인 입장에 몰리는 순간으로부터, 그리고 이어지는 축 가라앉는 기분으로부터 발생합니다. 그것은 독자와 작가 사이의 선의가 증발해 버렸다는 느낌입니다. 그러한 선의가 없다면 읽기는 즐거움을 잃게 되고 쓰기는 반갑잖은, 짐스러운 훈련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오스터는 단호하게 조언한다. “그런 멍청한 편지는 무시하고 더는 생각도 하지 마십시오. (중략) 보통 저는 구겨서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는 식으로 대응합니다.” 오스터의 내면 풍경을 부감할 수 있는 또 다른 책도 열린책들에서 출간됐다. 그가 유년기부터 청년 시절까지의 궤적들을 산문으로 옮긴 ‘내면 보고서’다. 작가는 자신을 ‘당신’이란 2인칭으로 호출하면서 기억의 지층을 헤집어 사진으로 순간을 포착한 듯 세밀한 기억의 파편들을 건져 올린다. 어린 시절 행복감을 느꼈던 찰나, 유대인으로서의 자의식과 상처, 미국적 이데올로기에 대한 의문 등 작가의 현재를 만든 성장의 순간들을 감지할 수 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高환율 = 수출 증대’ 등식 더이상 안 통해…고품질 제품 개발·내수 활성화만이 살길

    고환율 정책이 수출에 물꼬를 트여줄 수 있다는 것도 옛말이 됐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원화 가치 하락으로 우리나라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개선된다는 것이다. 2008년 당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고환율 정책을 밀어붙였다. 90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까지 치솟았고, 기대대로 수출은 살아났다. 경상흑자도 늘어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탈출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고환율 효과가 제대로 나타났던 셈이다. 하지만 최근 1200원대의 높은 환율에도 수출은 지지부진하다. ‘고환율→수출 증가’의 선순환 고리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모습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상황은 비슷하다. 일본의 경우 2012년 아베노믹스 이후 지속적인 엔화 가치 하락에도 수출은 되레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신흥국인 브라질도 2011년 7월 이후 헤일화가 159% 절하됐음에도 불구하고 수출은 19% 이상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고환율 효과가 사라진 것에 대해 국내·외 경제구조 변화가 반영된 ‘구조적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김권식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은 “세계 수출 물량 자체가 감소한 데다 세계적으로 중간재를 수입해 완제품을 수출하는 비중이 확대되면서 환율이 수입·수출 양방향으로 영향을 줬다”면서 “더 이상 통화 약세에 따른 수출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용복 한국은행 국제무역팀 차장은 “수출 경쟁국인 중국과 우리나라의 환율이 동반 상승했기 때문에 수출이 주춤한 영향이 있지만, 근본적인 영향 중 하나는 원화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 수출 기업들이 생산 공장을 해외로 옮기면 그 지역의 통화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움직임과 상관 관계가 없다는 얘기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출 부진의 원인을 정확히 인식하고 그에 따른 전략적인 수출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고품질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이 수출 개선의 근본적인 해법이며 수출 부진을 대체할 수 있는 내수 활성화에도 노력을 기울여야한다”고 조언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씨줄날줄] 중국과 ‘중진국의 함정’/구본영 논설고문

    [씨줄날줄] 중국과 ‘중진국의 함정’/구본영 논설고문

    리커창 총리가 업무 보고 중 진땀을 흘리는 동안 박수 한번 안 친 시진핑 국가주석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 그제 외신이 스케치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회의장에서의 중국 권부 1, 2인자의 표정이었다. 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등 양회(兩會)에 쏠린 세계인의 눈길을 끌 만한 스냅 사진이었다. 이들 5세대 지도부의 심각한 얼굴에는 중국 경제의 불확실한 전망에 따른 불안감이 짙게 배어 있을 법하다. 이는 중국 정부가 1995년 이후 처음으로 성장률 목표를 6.5∼7% 범위로 정한 데서도 짐작된다. 더구나 리 총리는 이날 “앞으로 5년은 ‘중진국 함정’을 극복할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시기로 각종 모순과 위험이 뚜렷이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개혁·개방 이후 고성장을 구가해 온 중국이 실제로 ‘중진국의 함정’에 빠져든다면? 경제적으로는 시장화, 정치적으로는 1당 체제를 취해 온 중국 사회의 누적된 모순, 즉 도농·계층 간 양극화 문제 등이 일시에 분출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중진국의 함정은 2006년 세계은행이 공식화한 용어다. 경제발전 초기엔 순조롭게 성장하던 개발도상국이 중진국 수준에 이르러 성장이 장기간 정체하는 현상을 말한다. 20세기에 중진국을 거쳐 선진국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나라로는 일본과 아일랜드 정도가 꼽힌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베네수엘라 등 많은 중남미국들과 포르투갈·그리스 등 일부 남유럽국들이 중진국의 덫에 걸린 전형적 사례로 꼽힌다. 한때 고성장하다가 포퓰리즘에 젖어들거나 반(反)세계화 노선을 밟으면서 1인당 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외려 뒷걸음치면서다. 2007년 1인당 2만 달러 돌파 후 금융위기 등으로 소득이 다시 떨어지자 중진국의 함정을 걱정했던 우리다. 2010년에 2만 달러대로 재진입하면서 그런 우려는 잦아들었으나, 아직 온전히 마음을 놓을 단계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인당 소득 3만 달러가 대체로 선진국의 잣대로 통용된다. 하지만 우리는 십수년 동안 3만 달러의 벽에 막혀 있지 않나. 인구 5000만명이 넘는 나라 중 미국과 일본,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 6개국은 벌써 3만 달러를 넘어섰는데…. 고성장기에 세계의 생산기지이자 시장이었던 중국의 위기가 우리에게 강 건너 불일 순 없다. 중국 정부는 중진국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경기 부양뿐만 아니라 공세적 구조 개혁을 예고하고 있다. 석탄·시멘트 등 공급 과잉 상태인 ‘강시(좀비)기업’을 구조조정하는 대신에 새로운 일자리 1000만개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치권은 중국 지도부의 그것처럼 위기의식을 공유하는 모습조차 안 보이니 사뭇 걱정스럽다. 총선을 앞두고 표밭 갈이에 쏟는 절반의 관심이라도 노동개혁 등 4대 부문 구조 개혁에 기울였으면 좋으련만….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5집 중 1곳은 아내가 ‘경제적 가모장’

    전체 기혼가구 5곳 중 1곳은 아내의 수입이 남편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동연구원은 ‘기혼여성의 경제적 상태 변화’ 보고서에서 2014년 기준 전체 기혼가구 중 아내의 수입이 남편보다 많은 가구가 전체의 21.4%라고 4일 발표했다. 지난 2005년 13.9%에서 큰폭 증가했다. 분석대상은 아내의 나이가 25∼54세인 가구다. 보고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자리를 잃은 남편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남편이 돈을 벌지 않는 아내 외벌이 가구도 7.2%에서 13.3%로 높아졌다. 금융위기 후 남편 대신 생활전선에 뛰어든 아내가 많다는 뜻이다. 맞벌이 가구의 비중은 2005년 31.4%에서 꾸준히 높아져 2014년 39.2%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남편 외벌이 가구의 비중은 51.6%에서 37.9%로 줄었다. 부부 모두 미취업인 가구는 8% 수준에서 횡보했다. 보고서는 “기혼여성의 경제활동 참가가 꾸준히 늘어난데다, 금융위기 이후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감소한 남편이 늘어나면서 아내의 수입이 더 많은 가구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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