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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무 인간적인”… 사람 마음까지 경영한 ‘보통 사람’

    “너무 인간적인”… 사람 마음까지 경영한 ‘보통 사람’

    긴장한 승무원에 갑질은커녕 친근한 미소로 “개안타” 배려식당 종업원에도 지폐 쥐어줘몇 년 전 대한항공 비행기에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올랐다. ‘오너가(家)의 단체 갑질’로 유명한 회사다 보니, 다른 그룹일지라 해도 ‘왕 회장님’ 행차에 승무원들이 일동 긴장했다. 한 승무원이 꾸벅 탑승인사를 하니 동네 아저씨 같은 친근한 미소에 “개안타”며 그가 지나갔다. 잠시 후 식사 여부를 물으니 “묵었다. 안 무거도 개안타”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후 대한항공 객실 직원들에게 구 회장은 마음으로 모시는 VIP가 됐다. 작은 음식점에 가도 종업원 손에 조그맣게 접힌 지폐를 쥐여 주던 평범한 노인. 생활 속에서 구 회장을 만난 평범한 시민들은 “그냥 좋은 사람”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수수한 이웃집 아저씨 같아서 재벌 오너라는 느낌이 없었다고 말한다. 2018년 5월 20일. 이렇게 사람의 마음까지 ‘경영’한 그가 타계했다. 재벌 오너도 국민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 주고서.부하 직원은 그를 “인간적인, 너무 인간적인 사람”이라고 말한다. 재계는 “편법 없는 정도 경영을 실천한 큰 별”이라고 칭한다. 국민들은 ‘최순실 관련 청문회’에서 “기업이 정부 요구에 돈 못 내게 국회가 입법으로 막아 달라”며 ‘사이다 발언’을 한 재벌 오너로도 기억한다. 그의 타계를 안타까워하는 것은 단지 그가 LG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한 탁월한 경영인이어서가 아니다. 그의 진가는 경영 성과 못지않게 ‘인재 경영’과 ‘사회적 책임의 실천’에서 나타난다. “어렵다고 사람 자르지 마라”는 말은 직원을 아낀 구 회장의 철칙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규모 적자가 났을 때도 인위적 감원을 하지 않았다. 성장의 기회가 왔을 때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2008년 LG그룹은 인적 구조조정 대신 다양한 혁신을 시도했다. 그리고 경기회복기 인력 감축 없이도 위기를 넘겼다. 2005년 고인이 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잡음이나 분란 없이 허씨 일가와의 계열분리를 단행했던 일도 사람을 우선시한 까닭이다. 계열분리 과정에서도 정유·유통·건설 등 현금수입이 많은 사업을 양보해 ‘아름다운 이별’의 대표 사례로 꼽혔다. 구 회장이 제정한 ‘LG 의인상’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본이다. 그는 상을 주려고 개인 재산을 내놨다. 보통의 사재 출연은 흔히 부실기업의 대주주가 책임을 지려고 본인 돈을 내 놓는 경우라 더 눈길을 끌었다. 구 회장을 가까이서 접한 LG 인사들은 소탈함과 배려를 손에 꼽는다. 실제 행사장 앞이 복잡하면 차를 멀찌감치 대라고 한 뒤 수백미터를 걸어가거나 주말엔 장례식장 조문 때 비서 없이 홀로 빈소를 찾기도 했다. 온화한 성품이지만 소신은 굽히지 않았다. 구 회장은 평소 “어려운 상황이라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미봉책이나 편법을 동원하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빠져서는 안 된다”(2001년 임원세미나) 같은 당부를 자주 했다. 정상국 전 LG그룹 부사장은 고인을 이렇게 기억했다. “칭찬받은 기억보다 야단맞은 기억이 훨씬 더 많지만 한번도 억울하다거나 이른바 ‘재벌의 갑질’이라는 식의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부하 직원에게라도 ‘혹시 내가 인간적으로 잘못하고 있지나 않은지’ 언제나 세심하게 신경 쓰고 걱정하시던, 인간적인, 그야말로 인간적인 분이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경제 뉴스 깊이 보기] 분배 개선됐다고? 금융위기 이후 더 악화

    [경제 뉴스 깊이 보기] 분배 개선됐다고? 금융위기 이후 더 악화

    경제전문가 별도 지니계수 분석 저임금·청년 실업률 상승 영향 노동할수록 소득 불평등 심화 OECD 국가 중 8번째로 나빠 통계청 발표와는 정반대 결과 “가구 노력으로 빈곤 탈출 한계”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이 개선되고 있다는 정부 통계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연구 결과가 처음으로 나왔다. 최제민·박상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과 김성현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가 20일 한국경제학회의 ‘경제학연구’에 게재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소득 불평등 변화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2011년 0.349였던 지니계수는 2012년 0.350, 2013년 0.357로 상승했다가 2014년 0.354로 소폭 하락했다.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소득 불평등이 커진다는 뜻이다. 이는 정부 통계와 사뭇 다른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했던 지니계수는 2011년 0.311, 2012년 0.307, 2013·2014년 0.302 등으로 꾸준히 하락해 소득 불평등이 완화되는 것처럼 비쳐졌다. 이렇듯 정반대 결과가 나온 것은 통계 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이전 지니계수는 설문조사 방식이어서 고소득층의 응답률이 낮고 사업소득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연구에 활용한) 노동패널조사는 전국을 대표하는 1415가구를 선정해 소득 변화를 매년 추적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소득 분배를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 역시 기존 조사 방식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난해 12월 국세청 과세자료 등을 바탕으로 조사했으며 사적이전소득을 포함시키는 등 국제 기준에 맞춰 새롭게 계산한 2015~2016년 지니계수를 발표했다. 그 결과 지니계수는 2015년 0.354, 2016년 0.357 등으로 이전 조사 때보다 훨씬 높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에서도 여덟 번째로 불평등이 심각한 수준이다. 연구팀이 분석한 2014년까지 지니계수 추이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이후 지니계수를 비교해 보면 소득 불평등이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는 전반적인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김정란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와 상호 비교하면 소득 분배 추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또 소득 불평등을 증가시키는 원인으로 근로소득을 꼽았다. 비정규직과 저임금 노동 증가, 청년실업률 상승 등으로 인해 노동을 할수록 소득 불평등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외부의 도움 없이 가구 자체의 노력으로 빈곤을 벗어나거나 소득계층을 이동하는 것이 어려워졌다는 뜻”이라면서 “소득 재분배 정책의 초점이 근로소득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집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사설] 금융위기 수준 고용 쇼크, 정부는 직시해야

    고용한파가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취업자 수가 3개월 연속 10만명대 증가에 그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정부는 국회에 추경 예산안을 신속하게 심의, 통과시켜 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연달아 일자리 창출 대책을 내놓고 있다. 통계청이 그제 발표한 ‘4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1년 전에 비해 12만 3000명 늘었다. 올 2월(10만 4000명)과 3월(11만 2000명)에 이어 취업자 수 증가 폭이 10만명대에 그쳤다. 특히 11개월 만에 감소로 돌아선 제조업의 고용 부진이 심상치 않다.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수출 등 경기를 낙관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 관계에 대해 정부 내에서 진단이 갈려 우려를 낳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국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이나 임금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한 달 전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한 “2~3월 고용 부진은 최저임금 인상 영향으로 보기 어렵다”던 입장을 번복한 데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15일 고위 당정청협의회에서 밝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는 없었다”는 발언과도 정면 배치된다. 일자리안정자금의 연장 여부에 대해서도 입장 차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진단이 엇갈리는데 정책이 제대로 나오겠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일자리 정책은 문재인 대통령이 최우선시하는 정책이다. ‘업무지시 1호’로 국가일자리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청와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해 매일 챙기고 있다. 공공부문의 일자리 창출이 민간 부문으로 확산되고 있는지 아직까지는 분명치 않다. 정부가 고용창출 효과가 큰 민간 일자리 대책에 힘을 싣는 이유다. 김동연 부총리는 어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혁신성장 보고대회에서 미래차와 드론 등 8대 핵심 사업을 통해 2022년까지 일자리 30만개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도 그제 소셜벤처와 국토교통, 뿌리산업을 활성화해 2022년까지 일자리 11만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절박한 심정으로 창의적으로 과감하게 일자리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숫자는 그럴듯한데 규제혁신과 노동개혁, 신성장 동력 발굴과 지원의 뒷받침 없이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수 있다. 최근 발표된 여러 경제지표가 한국 경제에 대해 울리는 경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 금융위기 같은 ‘고용 쇼크’

    취업자 수가 3개월 연속 10만명대 증가에 그쳤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서비스업에 이어 제조업 일자리까지 직격탄을 맞았다. 통계청이 16일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686만 8000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2만 3000명 늘어났다. 지난 1월 33만 4000명을 기록했던 취업자 수 증가 폭은 2월 10만 4000명, 3월 11만 2000명 등으로 쪼그라들었다. 산업별로는 지난해 6월부터 10개월 연속 취업자 수가 증가했던 제조업에서 지난달에는 6만 8000명이 줄었다. 제조업 위축의 영향으로 도·소매업 취업자 수도 6만 1000명 감소했다. 또 최저임금 인상과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의 여파로 숙박·음식점업 취업자 수 역시 2만 8000명 줄어 지난해 6월부터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유지했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조선업 등의 구조조정 여파가 제조업에 남은 것으로 보이고 제조업 생산지표 등이 2∼3월에 좋지 않아 후행성이 있는 고용지표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금융위기 같은 ‘고용 쇼크’

    취업자 수가 3개월 연속 10만명대 증가에 그쳤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서비스업에 이어 제조업 일자리까지 직격탄을 맞았다. 통계청이 16일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686만 8000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2만 3000명 늘어났다. 지난 1월 33만 4000명을 기록했던 취업자 수 증가 폭은 2월 10만 4000명, 3월 11만 2000명 등으로 쪼그라들었다. 산업별로는 지난해 6월부터 10개월 연속 취업자 수가 증가했던 제조업에서 지난달에는 6만 8000명이 줄었다. 제조업 위축의 영향으로 도·소매업 취업자 수도 6만 1000명 감소했다. 또 최저임금 인상과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의 여파로 숙박·음식점업 취업자 수 역시 2만 8000명 줄어 지난해 6월부터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유지했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조선업 등의 구조조정 여파가 제조업에 남은 것으로 보이고 제조업 생산지표 등이 2∼3월에 좋지 않아 후행성이 있는 고용지표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실업률과 고용률은 각각 4.1%와 60.9%로 모두 전년 동월 대비 0.1% 포인트 감소했다. 고용률과 실업률에 큰 차이가 없는데도 취업자 수가 늘지 않는 배경에는 ‘인구 감소 충격’이 작용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꾸준히 증가했던 생산가능인구는 지난해 8월(-1000명) 감소세로 전환된 뒤 2월 -4만 2000명, 3월 -6만 3000명, 지난달 -6만 6000명 등으로 감소 폭이 커지고 있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비즈카페] 한국GM 성공적 노사협상?… 비정규직은 늘 열외였다

    [비즈카페] 한국GM 성공적 노사협상?… 비정규직은 늘 열외였다

    비정규직 “고용보장” 피켓 시위 경영난 닥칠 때마다 무더기 해고한국GM이 경영정상화 방안을 발표하기 위해 14일 오전 열 예정이었던 기자간담회가 행사 직전 전격 취소됐습니다. 행사 시작 15분 전 비정규직 노조원 10여명이 행사장에서 고용 보장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자 한국GM 경영진이 기자회견을 급하게 취소해 버린 겁니다. 비정규직 노조 측이 “발언은 하지 않고 조용히 참관만 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한번 내려진 결정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현상적으로 보면 비정규직 노조를 비판하기 쉽습니다. 결과적으로 비정규직이 회사 행사장에 난입해 기자회견을 못 하게 한 셈이니까요. 하지만 협상과정을 잘 아는 한국GM 구성원들은 쉽게 비정규직들을 비난하지 못합니다. 성공적이라고 자평하는 노사 협상의 가장 큰 피해자가 비정규직일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한국GM 노사는 기나긴 협상을 마무리했습니다. 사측도 노조도 성공적이라고 말하지만 이번 협상 결과 어디를 봐도 비정규직에 대한 내용은 단 한 줄도 없습니다. 비정규직들이 “남은 건 우리가 잘리는 일”이라고 외치는 이유입니다. 실제 한국GM 회사 정상화 과정에서 인력을 추가로 줄일 방침입니다. 인천과 창원시 등에 신청한 외국인 투자지정 요청서에는 현재 1만 3000명인 직원 수를 1만 1000명으로 줄이겠다는 인력감축안이 포함돼 있습니다. 결국 2000명을 줄이겠다는 건데 현재 비정규직의 수는 부평과 창원공장을 합쳐 1900명 정도입니다. 그동안 한국GM은 회사가 어려울 때마다 예외 없이 비정규직을 무더기로 해고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전후로 부평공장에선 비정규직 1000여명이 직장을 잃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회사가 어려워진 2013년 이후 해고된 비정규직 수도 1300명에 달합니다. 다들 GM 사태가 마무리됐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똑같은 일을 하고도 늘 해고 1순위인 비정규직의 현실은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습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전호환의 교육의 향기] 기업과 대학, 그리고 사회적 책임

    [전호환의 교육의 향기] 기업과 대학, 그리고 사회적 책임

    2018년 글로벌 기업 시가총액 6위인 페이스북이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과 러시아의 여론 조작 방조 등 갖가지 논란으로 흔들리면서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의 리더십도 큰 상처를 입었다. 4차 산업혁명 혁신의 아이콘이라 불린 저커버그는 결국 지난 4월 10일 미국 의회 청문회에 나가 사과를 했다. 평균 글 업로드 수가 최근 30% 가까이 빠지면서 페이스북의 활동성이 대폭 감소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글로벌 인터넷 플랫폼 기업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할 때 한순간에 추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사회적 책임의 정의는 시대에 따라 변해 왔다. 1778년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 출간된 이후 기업의 경제적 가치를 중시하는 자본주의 1.0시대가 시작됐다. 이후 1930년대 세계 대공황으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게 되는 자본주의 2.0, 1980년 이후 ‘시장은 항상 옳다’라는 신자유주의로 대변되는 자본주의 3.0이 꽃을 피웠다. 2008년 금융위기가 시장도 타락할 수 있다는 교훈을 주면서 ‘공생의 생태계’로 요약되는 따뜻한 자본주의 4.0의 시대가 도래했다. 시장 역시 제품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다시 가치 중심의 마켓시대가 되었다. 기술 또한 진화해 왔다. 지금은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초연결 융합기술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었다. 정치는 권위주의에서 지방분권시대로, 이제는 SNS를 이용한 개인 의견을 직접 표현하는 풀뿌리민주주의 시대를 열어 가고 있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출현과 이들 각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소비자는 본인이 구매하는 제품이 윤리적이어야 하고 또한 기업이익이 공익에 환원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ㆍ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CSR 정보공시의 의무화를 법제화하면서 기업의 CSR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투자자 또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대해 더 많은 투자를 한다. 한마디로 CSR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곧 영업이익 등 재무적 가치만 추구했던 과거의 기업은 이제 더이상 지속성장이 어렵다는 말이다. SK는 ‘기업은 재무적 가치는 물론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사회와 더불어 성장한다’는 경영철학을 회사의 정관에 담았다. 2017년 5월 상하이포럼에서 SK 최태원 회장은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경영목표를 반영하여 재무적 성과와 더불어 기업의 성과를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SK는 100개 이상의 사회적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기업의 사업모델 구축의 황금 규칙은 사회 문제 발굴에서 시작한다. 문제가 발견되면 그 해결은 기술의 혁신으로 가능하다. 유엔은 지속발전 가능한 지구촌을 만들기 위해 17개의 사회 문제를 제시했다. 빈곤 퇴치, 산업혁신과 인프라, 지속 가능한 도시와 공동체 등이며 그중에는 ‘좋은 교육’도 포함되어 있다. 이 시대에 ‘좋은 교육’이란 무엇일까. SK의 최광철 사회공헌위원장은 “가치의 문제를 해결하고 기계와 대체 불가한 선의를 실천하는 인재를 기르는 것”이라고 했다. 과거에는 지능지수와 감성지수가 인재 판단의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영성지수(Spiritual Quotient)와 사랑지수(Love Quotient)가 대신하고 있다. 중국 알리바바 CEO 잭 마윈 회장이 “기업이 존경을 받으면서 계속 성공하기 위해서는 혁신기술은 필수이고, 사랑지수는 핵심요소다”라고 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과 가치에 우리 대학들도 눈길을 돌릴 때다. 부산대는 SK그룹 등의 지원을 받아 지난 2015년 국내 최초로 ‘사회적 기업학 석사과정’을 개설, 4년째 사회적 인재들을 배출해 오고 있다. 사회적기업은 영리 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창출된 수익은 사회적 목적을 위해 재투자하는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러한 교육을 받은 인재는 ‘따뜻한 자본주의 시대’가 요구하는 사회적기업의 ‘사랑의 전도사’가 될 것이다.
  • 경제지표 줄줄이 하락… ‘비상등’ 켜졌다

    경제지표 줄줄이 하락… ‘비상등’ 켜졌다

    광공업 5개월 연속 내리막길 제조업 일용직 근로자 증가세 고용 없는 성장 체감경기 한파 “주력산업 위기부터 해결해야” 한국의 각종 경제 전망 지표가 줄줄이 하락하면서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광공업이 5개월째 내리막길을 걷는 등 제조업 체감경기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고 ‘고용 없는 성장’의 지속 여파로 제조업 분야의 ‘괜찮은 일자리’도 감소 추세다.앞으로 한국의 경기가 하강할 것이라는 경고음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나오고 있다. 13일 OECD에 따르면 올해 2월 한국의 경기선행지수(CLI)는 99.76을 기록했다. 지난 1월(99.84)부터 2개월 연속 100을 밑돌았다. 한국의 경기선행지수가 100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4년 9월 이후 40개월 만이다. OECD 경기선행지수는 6~9개월 뒤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 지표다. 100을 기준점으로 그 아래면 경기 하강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한국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아홉 달 연속 하강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OECD 평균 경기선행지수는 2016년 7월 이후 꾸준히 상승 추세인데 한국만 ‘역주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조업 체감경기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하락한 것도 심상치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광공업 전체 75개 업종 가운데 생산이 전월보다 감소한 업종은 55개였다. 주력산업인 자동차, 조선업, 철강제조업의 생산이 일제히 감소한 탓이다. 2월 자동차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12.5% 감소했고 조선업도 2013년 5월(-11.9%)부터 5년 가까이 감소세다. 철강제조업도 지난해 11월(-5.5%) 이후 5개월째 줄어들었다. 제조업의 위기는 ‘고용 없는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측면에서 더욱 비관적이다. 통계청이 최근 공개한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를 보면 제조업 분야 상용근로자 수는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세 분기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에 2394명이 줄어든 뒤로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에 각각 9257명, 2384명이 줄었다. 반면 제조업 임시·일용직 근로자 수는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에 각각 2523명, 2856명이 늘어났다. 제조업 내에서 안정성이 높은 일자리는 줄어들고 불안정한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시스템 리스크 서베이 결과’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한국 금융시스템의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와 통상압력 가중(76%)을 꼽았고 가계부채 누증이 74%로 그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주력산업의 위기를 직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주력산업의 위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베트남마저 수익률 -9.95% 곤두박질… “신흥국 투자 줄이면서 이슈 지켜봐야”

    베트남마저 수익률 -9.95% 곤두박질… “신흥국 투자 줄이면서 이슈 지켜봐야”

    신흥국 ‘6월 위기설’이 불거지면서 신흥국 투자자들의 걱정도 짙다. 6월이 오기 전에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신흥국 해외주식형 펀드에 투자한 비중을 줄여야 할지도 그중 하나다. 지난해 비과세 일몰을 앞두고 막차를 탔던 투자자들은 낮아진 해외주식형 펀드 수익률에 울상이다.최근 신흥국에 투자한 펀드들은 수익률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13일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승승장구하던 베트남 펀드는 지난 9일 기준 평균 수익률이 -9.95%를 기록했다. 지역·국가별로 따지면 수익률은 ‘꼴찌’다. 러시아와 브라질 펀드는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각각 -7.4%, -7.12%로 부진했다. 신흥국 주식 시장이 금융위기를 맞지는 않겠지만, 저가 매수할 기회는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신흥국 투자 비중을 줄여 나가면서 국제 정세와 기준금리 인상 속도 등을 관찰해야 한다는 평가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투자자들이 쉽게 투자할 수 있는 곳이 브라질”이라며 “아르헨티나에 인접한 브라질은 위기에 취약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4분기에 신흥국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어 3분기 정도에 신흥국 투자 비중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선제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추가적으로 신흥국에 투자하기보다 가격이 더 떨어질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해외펀드가 환매 수수료도 많고 환매에 시간이 많이 걸려 보유하고 있는 펀드를 서둘러서 처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외투자펀드는 환매를 신청한 뒤 대금 입금까지 최소 일주일에서 15일까지 걸린다. 5월 중순에 환매를 신청하면 6월 초에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신흥국에서 섣부르게 돌아설 필요는 없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당장 투자를 줄이기보다는 유가나 금리 인상 속도, 무역 전쟁 등 이슈를 지켜보는 편이 낫다”고 밝혔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안철수 “북한, 핵 문제로 수십조원 요구할 것”

    안철수 “북한, 핵 문제로 수십조원 요구할 것”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북한이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수십조원 넘게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안철수 후보는 12일 대전 둔산동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남충희 대전시장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아직 돈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북한이 핵개발 이전인 20년 전부터 2조원에 달하는 돈을 요구했다. 지금은 수십조, 그 이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돈을 누가 내느냐. 아마도 대한민국 정부에 요구할 가능성이 많다. 그건 정말 만만치 않은 상황이 되는 것”이라면서 “남북관계 호전에 대한 기대감이 크고, 나도 북핵이 폐기되고 평화가 정착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하지만 경제는 너무 어렵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우리나라 올해 성장률이 세계 평균 3.8%보다 낮은 3.1%다. 반도체 수출이 잘 돼 높아 보이지만 호황기 이후 줄어드는 시기가 온다”면서 “18개월 만인 지난 3월 처음으로 수출이 감소했다. 사상 최고의 실업률을 기록했다. 공장가동률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라고 지적했다. 안철수 후보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고비들이 있을 것이다. 동결이 아니라 폐기로 북미회담에서 결론이 나야 한다. 주한미군 감축처럼 한미동맹에 영향을 끼치면 안 된다”면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가 잘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성태윤의 경제 인사이트] 러시아 위기와 LTCM 사태 전염을 기억하라

    [성태윤의 경제 인사이트] 러시아 위기와 LTCM 사태 전염을 기억하라

    최근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이 선거에서 압승하며 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는 서방의 제재로 경기가 위축되면서 어려움은 지속되고 있다. 주요 산유국인 러시아는 2014년 큰 폭의 유가 하락과 함께 경제성장률이 0.7%(2014년)와 -2.8%(2015년)로 떨어지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8%(2014년)와 15.5%(2015년)에 이를 정도로 이미 위기를 경험했었다. 최근 유가가 다소 회복되며 경제 사정이 일부 개선됐지만, 미국의 셰일가스가 본격화된 이후 과거와 같이 고유가를 통한 산유국의 우월적 지위를 누리기 어렵다는 근본적인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석유 등 자연자원에 의존하는 경제로서의 취약성은 커져 있다. 물론 러시아 정부는 대규모 정부 지출 확대를 통해 경제의 어려움을 타개하려 하고 있으나, 이를 통해 상황을 반등시킬 수 있을지 미지수다. 1998년은 루블화 강세와 재정적자로 러시아 경제에 대한 대외 신뢰가 약화된 상태에서 루블화에 대한 국제적인 투기 공격이 가세하면서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고 러시아 정부는 대외 부채에 대한 지급유예를 의미하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던 해다. 즉 러시아가 사실상 국가 부도 사태에 직면한 해였다. 결과적으로 러시아의 경제성장률은 1998년 -5.3%에 이르고 물가상승률은 27%(1998년), 85%(1999년)로 솟구쳤다. 그런데 최근 미국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면서 경기 과열을 우려하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자 러시아를 비롯해 일부 라틴아메리카 및 아시아 국가 금융시장에 대해 과거 1998년 러시아 위기와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장기자본 투자가 이루어지기보다 금리 차이에 의존한 국제 투자자금이 주로 유입됐던 것으로 보이는 국가들의 채권시장 및 금융기관 은행차입금을 중심으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기대를 반영해 국제채권시장에서는 장기채권 금리가 많이 올랐는데, 미국 10년 장기국채 금리가 2014년 이후 처음으로 3.0%를 넘어선 상황이고, 아시아권에서는 베트남, 인도,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에서 2018년 4월에 20bp 가까이 또는 그 이상 큰 폭으로 10년 만기 국채의 가격이 오른 바 있다. 우리나라도 기준금리를 올리지는 않았지만 장기국채 금리는 오름세로 접어들었다. 이런 상황일수록 신흥국의 약한 고리에서 문제가 터지면 다른 국가로 위기가 전염될 수 있다. 1998년 러시아 위기를 보면 당사자인 러시아도 어려움에 빠지지만, 실제로는 미국도 충격을 받는데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LTCM) 사태 때문이다. 당시 LTCM은 러시아와 미국 국채의 이자율 차이가 너무 크다는 판단하에 러시아 국채에 크게 투자하고 미국 국채를 공매도(空賣渡)해 놓은 상태였다. 즉 러시아 국채의 이자율이 떨어지거나 미국 국채의 이자율이 상승하는 방향이면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였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로 움직였다. 러시아에 위기가 닥치면서 러시아 국채의 이자율이 급등했고 러시아와 미국 국채 간의 이자율 차이가 더욱 벌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LTCM은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됐는데, 문제는 이를 현실화하면 LTCM에 투자한 많은 미국 금융기관들 역시 동반 위기에 처할 형편이었다. 이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금융기관이 많은 자산을 매각하는 과정을 통해 미국 금융시장에서 자산 가격이 폭락한다면 미국에서도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즉 러시아 위기가 LTCM 사태를 통해 미국의 금융위기로 전염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를 막기 위해 미국 연준은 LTCM에 구제금융을 제공하게 된다. 최근같이 미국이 통화정책을 변경하는 상황에서는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는 1998년 러시아처럼 이자율 차이에 의존하는 자금이 많이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는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불안 요소가 증대됨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 금융시장에 직접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러한 신흥국가에 투자된 자금에 노출된 우리 금융기관이나 회사의 경우에 위험이 증가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 93세 마하티르 15년만에 총리 복귀… 말聯 61년만에 정권 교체

    93세 마하티르 15년만에 총리 복귀… 말聯 61년만에 정권 교체

    93세의 마하티르 모하맛 전 총리의 복귀가 말레이시아의 정치 지형을 확 바꿔 놓았다. ‘말레이 근대화’의 상징인 그는 이번에는 61년 만에 말레이시아 정치사상 첫 정권 교체를 실현시키는 변화를 일으켰다.10일 말레이시아 선거관리위원회의 개표 결과 등에 따르면 전날 치른 총선거에서 마하티르가 이끄는 신야권연합인 희망연대(PH)와 사바 지역의 정당인 와리산당은 하원 222석의 과반인 113석을 확보했다. 집권여당연합인 통일말레이국민기구(UMNO)와 국민전선(BN)은 기존 의석(133석)의 반 토막 수준인 79석을 얻는 데 그치며 참패했다. 1957년 영국에서 독립한 뒤 한 차례도 정권을 놓지 않았던 BN이 ‘마하티르의 반란’에 부닥쳐 야당으로 전락하게 됐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총선 후 기자회견에서 “오늘(10일) 긴급히 정부가 구성되어야 한다”면서 바로 총리에 취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981년부터 2003년까지 22년 동안 고속 성장과 권위주의 통치라는 유산을 남겼던 마하티르는 15년 만에 다시 총리직에 복귀하게 됐고, 최고령 국가정상이란 기록을 세우게 됐다. 마하티르의 복귀는 22년 동안 빈곤한 농어촌 국가였던 말레이시아의 공업화를 성공시키면서 중진국의 반열에 올려놓은 그에 대한 기대가 크게 작용했다. ‘근대화를 이끈 국부(國父)’, ‘개발독재자’란 엇갈린 평가 속에서도 22년의 집권 기간에 말레이시아를 새로운 반열에 올려놨고 청렴한 정치를 해 왔다는 기억이 지금도 강렬하게 국민들의 뇌리에 각인돼 있다. 그는 지난해 말 신야권연합인 PH의 총리 후보로 추대돼 야권의 선거운동을 지휘해 왔다. 이번 총선에서 PH가 집권 여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이었던 농촌 지역에서도 BN을 웃도는 득표를 한 것 등도 마하티르의 영향력과 힘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의 집권에는 나집 총리를 비롯한 여권 수뇌부의 부정부패과 민생 악화 등 광범위하고 높은 국민들의 불만이 토양이 됐다. 나집 정권은 국내 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부가가치세 격인 6%의 재화용역세(GST)를 도입하고 석유 보조금 등을 폐지해 서민의 생활을 어렵게 했다는 평을 받았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총리로 부임한 뒤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를 사면할 것으로 보인다. 안와르 전 부총리는 마하티르 전 총리 시절 부패와 동성애 혐의로 구속된 뒤 2004년 풀려났다가 2015년 나잡 라작 현 총리에 의해 같은 혐의로 재구속됐다. 마하티르 전 총리가 안와르 전 부총리에게 다시 자유를 주려는 것에 대해 현지 정치전문가들은 그가 고령인 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한다. 야권의 지도자로서 자리한 안와르 전 부총리가 오는 6월 출소하면 사면을 거쳐 정권을 넘겨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어 나집 총리 등 현 집권 세력의 돈세탁과 관련해 재조사를 진행할 수도 있다. 그는 나집 총리의 후견인으로서 집권을 돕기도 했지만 나집 총리의 부패 추문들이 터지자 총리 퇴진 운동을 벌였다. 나집 총리는 2015년 국영투자기업 1MDB에서 수조원의 나랏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말레이시아 사법당국은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했고 마하티르 전 총리는 자신이 키운 BN에서 쫓겨났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10일 “우리는 복수를 추구하지 않는다”면서도 “우리가 원하는 것은 법치의 회복이며, 법을 어긴 자는 법정에 서야만 한다”고 말해 나집 총리 등 현 집권층의 부패 혐의에 대해 재조사를 실시할 것을 시사했다. 의사 출신인 마하티르는 1957년 독립을 전후해 정치의 길을 걸었고, 1972년부터 각부 장관과 부총리 등을 거쳐 1981년부터 2003년까지 집권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를 일축하고 고정환율제 채택, 외국자본 유출 금지 등 독자적인 조치로 경제를 회복시킨 것은 높이 평가되기도 했다. 그러나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사법부를 정부의 도구로 전락시켰다는 비판도 받았다. 또 반미주의적 태도로 서방과 마찰을 일으키고, ‘부미푸트라’ 등 말레이계 우대 정책을 고수해 중국계와 인도계를 차별하는 정책을 펼쳤다.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부정하며 아시아적 특수성을 강조하면서 보편적 가치론을 주장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 1990년대 말에는 가치관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졸업생 90% 세계 100위권 대학에… 해외유학 돌려세운 제주

    졸업생 90% 세계 100위권 대학에… 해외유학 돌려세운 제주

    제주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40여분 남짓 제주도의 남서부 지역인 서귀포시 대정읍 구억리. 제주의 오지였던 이곳에 국제학교가 문을 연 지 7년. 4개 국제학교와 아파트 등이 즐비하게 들어선 제주 영어교육도시에는 해외 조기 유학 대신 제주 유학을 선택한 학생과 학부모들로 북적인다.10일 제주도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조기 해외 유학 바람이 불면서 기러기 아빠 양산과 유학 비용에 따른 무역 수지 악화, 중도 하차 학생의 국내 부적응 등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는 2006년 12월 국가 차원의 영어교육도시 조성 계획을 마련해 도를 선정했다.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제주 영어교육도시 조성 사업을 맡아 대정읍 구억리·보성리·신평리 일원 370만 9058㎡(약 115만평)에 터를 마련하고 국제학교를 중심으로 상업시설, 주거시설과 공공시설이 복합된 정주형 교육도시로 건설하고 있다. JDC는 영국, 캐나다, 미국의 명문학교 유치에 나서 2011년 9월 영국의 노스런던칼리지잇스쿨 제주(NLCS Jeju), 2012년 10월 캐나다의 브랭섬홀 아시아(BHA)가 문을 열었다. 지난해 10월에는 미국의 세인트 존스베리 아카데미 제주(SJA Jeju)가 개교했다. 2011년 8월에는 국내 첫 공립 국제학교인 KIS도 문을 열었다. 이들 4개 국제학교에는 전국에서 유학 온 학생 3600여명이 재학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60%는 기숙사 생활을 하고 나머지 40%는 제주에 함께 온 부모와 지낸다. 영어교육도시의 정주 및 활동 인구는 지난해 현재 8100여명 규모다. NLCS, BHA, SJA 3개 국제학교는 명문학교 유치를 위해 JDC가 학교 부지와 건물을 제공하고 학교 운영도 지원한다. JDC는 이들 학교의 본교에 연간 100여만 달러 규모의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한다. 공립인 KIS는 제주도교육청이 직접 투자했다. 국제학교의 연간 수업료는 2500만~3500만원, 기숙사비는 연간 1500만~2000만원 수준이다. 제주 영어교육도시에는 현재 2개 국제학교가 추가로 진출 의사를 밝혔다. 130년 역사의 싱가포르 명문학교인 ACS가 지난해 5월 JDC와 ACS Jeju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ACS는 2005년 세계 최고의 국제공통대학입학자격시험(IB) 학교로 선정됐고 현재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에 7개 교를 운영하고 있다. 영어와 중국어를 동시에 가르치겠다는 홍콩의 라이프 트리 국제학교도 지난 2월 JDC와 MOU를 체결했다. 라이프 트리는 중국 선전에 본사를 둔 해려다국제교육그룹(HIE)이 운영한다. 2014년 첫 졸업생을 배출하기 시작한 국제학교는 졸업생 90% 이상이 최고 명문대학을 비롯, 세계 100위권 대학에 입학하는 등 뛰어난 진학 성과를 내고 있다. 일부 졸업생은 글로벌 전형 등으로 국내 유명 대학에도 진학한다. JDC가 최근 재학생 517명과 학부모 630명을 대상으로 교육과정 및 학교생활, 학교시설 등을 설문조사한 결과 재학생 88%, 학부모 90.6%가 ‘보통 이상’의 만족도를 나타냈다. 학부모의 절반 이상은 제주 국제학교의 장점으로 내국인 입학제도 및 국내외 학력인증 제도를 꼽았다. JDC는 제주 국제학교가 타 지역 국제학교나 외국인학교보다 제도적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영어교육도시는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부모 52.6%는 학비 외에도 연간 3000만원 이상을 제주에서 쓴다고 응답했다. 해외 조기 유학을 떠나는 10대 이하 내국인 출국자는 2007년 이후 해마다 감소 추세다. 2008년 금융위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의 국제 인구이동 조사에 따르면 0~19세 내국인 출국자는 2016년 6만 4564명으로 2015년(6만 6037명)보다 1473명 줄었다. 조기 유학 바람이 절정에 달했던 10년 전인 2006년(9만 9821명)과 비교하면 3만 5257명이나 급감했다. 지난해 영어교육도시 4개 국제학교 학생 358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45%인 1611명이 제주에 국제학교가 없었다면 해외 유학을 갔을 것이라고 답변, 제주가 조기 해외 유학 수요의 상당수를 흡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JDC는 영어교육도시로 인한 외화 절감액이 2011년 253억원, 2012년 416억원, 2013년 535억원, 2014년 627억원, 2015년 759억원, 2016년 901억원으로 분석했다. 외화 절감액은 연도별 총 학생 수에 1인당 연간 유학비용 7000만원과 유학 의향 비율을 곱한 값이다. SJA가 문을 연 지난해에는 외화 절감액이 10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분석했다. 국제학교의 과실 송금 문제는 계속 논란거리다. 과실 송금은 국제학교 투자와 운영에 따른 수익금을 재단으로 가져가는 것을 말한다. 제주 영어교육도시 국제학교는 현재 과실 송금을 허용하지 않는다. 교육사업의 지나친 영리화와 외화 유출 우려 등의 반대 여론에 따랐다. 두바이, 베이징, 상하이, 싱가포르, 홍콩 등지의 국제학교는 과실 송금을 허용한다. JDC는 과실 송금을 허용해야 이들 도시와 경쟁해 세계적인 명문학교를 제주에 유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JDC는 학교 운영비를 충분히 확보해야 하고 미래발전기금 적립, 제주도교육감의 사전 승인 등 안전장치를 마련하면 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김두한 JDC 교육사업처장은 “허허벌판에서 시작한 제주 영어교육도시가 자리잡아 가면서 ACS와 라이프 트리는 자신들이 학교 건물을 짓는 등 직접 투자해 제주에 진출하겠다고 한다”며 “앞으로 수년 내 이들 학교가 들어서면 제주는 동북아의 교육 허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실송금 허용 문제는 제주에 세계적인 명문학교 유치 등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올드보이’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 귀환... 93세로 세계 최고령 지도자

    ‘올드보이’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 귀환... 93세로 세계 최고령 지도자

    말레이시아 야권연합이 9일 치러진 총선에서 승리해 독립 후 61년 만에 첫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야권연합의 승리로 1981년부터 2003년까지 22년간 말레이시아를 철권 통치했던 ‘올드보이’ 마하티르(93) 전 총리가 15년 만에 총리직에 복귀하는 것이 확실시된다. 마하티르는 이르면 10일 취임선서를 하고 15년만에 다시 총리직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그는 세계 최고령 국가정상이 된다. 현재 현직인 국가정상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인물은 튀니지의 베지 카이드 에셉시(92) 대통령으로 알려졌다.10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선거관리위원회는 개표를 완료한 결과 신야권연합 희망연대(PH)가 하원 222석의 과반인 113석을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PH와 협력 관계인 보르네오 섬 사바 지역정당 와리산도 8석을 확보했다. 반면 통일말레이국민기구(UMNO)를 주축으로 한 집권여당연합 국민전선(BN)은 기존 131석보다 52석이나 적은 79석을 얻는데 그쳤다. 이로써 1957년 영국에서 독립한 뒤 한 차례도 정권을 놓지 않았던 BN은 집권 61년 만에 야권으로 전락하게 됐다. 당초 전문가들은 ‘게리맨더링’(자의적 선거구 획정) 성격이 강한 최근의 선거구 개정 때문에 야권이 득표에서 앞서고도 여당에 패배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변화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열망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수준이었다. 실제로 이번 총선에서 PH는 집권여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이었던 농촌 지역에서도 BN을 웃도는 득표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라자나트남 국제연구소의 라샤드 알리 연구원은 “많은 이들이 마하티르를 말레이시아를 구하기 위해 과거에서 돌아온 구원자적 인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나집 라작 현 총리를 비롯한 여권 수뇌부의 부정부패 스캔들과 민생악화 등에 대한 불만이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나집 총리는 지난 2015년 국영투자기업 1MDB에서 수조원의 나랏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말레이 사법당국은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했지만, 돈세탁과 관련해 미국과 싱가포르, 스위스 등은 아직도 해당 의혹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집권여당이 한국의 부가가치세와 비슷한 6%의 재화용역세(GST)를 도입하고 석유 보조금 등을 폐지해 서민의 생활비 부담이 커진 것도 인기 하락에 한몫했다.‘근대화를 이끈 국부(國父)’와 ‘개발독재자’란 엇갈린 평가를 받는 마하티르 전 총리는 한때 나집 총리의 후견인이었으나 나집 총리의 비자금 스캔들이 터지자 총리 퇴진 운동을 벌이다가 BN에서 축출됐다. 이에 반발한 그는 야당 지도자로 변신했고, 지난해 말 PH의 총리 후보로 추대돼 야권의 선거운동을 지휘해 왔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10일 새벽 국왕 측으로부터 야권의 승리를 인정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이날 중 총리 취임 선서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복수를 추구하지 않는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법치의 회복이며, 법을 어긴 자는 법정에 서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현지에선 이러한 발언에 대해 나집 총리를 비롯한 1MDB 스캔들 관계자들에 대한 재수사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1925년 영국 식민 치하의 말레이 반도에서 태어나 의사가 된 그는 1957년 말레이시아의 독립을 전후해 본격적으로 정치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1969년 툰쿠 압둘 라만 당시 총리가 중국계의 경제적 지배에 짓눌린 말레이계를 대변하지 못한다고 비난하다가 한때 정계에서 축출됐으나, 1972년 툰쿠 총리의 사임으로 복귀한 뒤로는 각부 장관과 부총리 등을 역임하며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결국 1981년 후세인 온 당시 총리가 건강 악화로 사임하자 총리직을 승계했고, 이후 2003년까지 무려 22년간 장기 집권을 이어갔다. 이 기간 그는 경제성장을 먼저 이뤄낸 한국과 일본의 사례를 배워야 한다는 ‘룩 이스트(Look East)’ 정책과, 말레이시아를 2020년까지 선진국 대열에 올려놓겠다는 ‘와와산 2020’ 등을 주창하며 강력한 국가주도 경제발전 정책을 펼쳤다. 한편 마하티르는 동성애 혐의로 투옥된 야권의 실질적 지도자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가 올해 6월 석방되면 복권을 거쳐 적당한 시점에 총리직을 이양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와르 전 부총리는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대책을 놓고 마하티르 당시 총리와 갈등을 빚어 실각한 뒤 부패·동성애 사범으로 몰려 잦은 옥고를 치러왔다.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에서 동성애는 최장 20년의 징역이 선고될 수 있는 중죄다. 두 사람은 이후 20년 가까이 숙적으로 지내왔으나 정권교체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최근 극적인 화해를 이뤄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한ㆍ일 통화스와프 재개 이를수록 좋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재개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체면보다 실리’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는 “통화스와프는 중앙은행이 경제협력 차원에서 접근하자는 것이고, 그렇게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4·27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은 측의 기류가 3월 이전과 확실히 달라졌다는 메시지여서 어느 때보다 협상 재개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통화스와프는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급격히 커지는 비상시에 각자의 통화를 서로에게 빌려주는 계약이다. 자금 유출에 대비하는 ‘외환 보험’과 같은 것이다. 외환시장에 당장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외환위기에 당장 필요한 외화를 가장 이른 시일 안에 조달할 수 있다. 한ㆍ일 통화스와프 협정은 2001년 7월 시작해 2011년 700억 달러 수준까지 확대됐다가 이후 양국 외교 관계가 악화하면서 2016년 완전히 종료됐다.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비록 한국은 3984억 달러를 웃도는 외환을 보유할 정도로 경제 펀더멘털이 양호한 편이지만 비상 상황에 대비한 안전장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법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이뤄져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외국인 투자자금은 급격히 빠져나갈 공산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ㆍ일 통화스와프를 금융협력 차원에서 논의해 보기로 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한국은 지난해 새로 연장한 중국과의 560억 달러 통화스와프 이외에 전 세계적으로 1168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역부족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국에서는 두 달 새 600억 달러가 빠져나갔지만 위기 상황을 극복한 것은 미국·일본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덕분이었다. 한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과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맺었지만 2010년 종료됐다. 미국과도 통화스와프 재개를 더 미룰 수 없는 이유다.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는 국제 공조를 통한 통화스와프가 필수적이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한 외환의 급격한 유출 현상이 오기 전에 유로나 엔화처럼 국제적으로 영향력이 큰 통화와 스와프 협정을 맺어 추가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미국의 잇단 금리 인상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위해서라도 일본과는 가급적 조속한 시일 안에 접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 文정부 1년, 코스닥 33% 급등… ‘빚내 주식’도 사상 최고

    文정부 1년, 코스닥 33% 급등… ‘빚내 주식’도 사상 최고

    중기·벤처 활성화 정책 영향 코스닥 상승률 역대 최고 기록코스피 ‘박스피’ 탈출, 7% 올라 남북 경협·제약 바이오주 집중 문재인 정부 출범 뒤 1년간 코스닥 지수가 33% 오르면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높은 코스닥 상승률을 기록했다. 코스피는 7% 상승해 중위권 수준이었다. 다만 최근 증시 호조세를 틈타 ‘빚내 투자’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향후 하락장에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2017년 5월 10일)한 지 약 1년이 지난 4일 코스피 지수는 취임 직전 거래일인 지난해 5월 8일 2292.76보다 7.35% 오른 2461.38로 거래를 마쳤다.글로벌 경기 호황에 기업 실적이 개선되면서 상승세를 탄 코스피는 주주친화정책과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정책 기대감에 한때 2600선을 눈앞에 두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본격화하는 데다 미·중 무역갈등에 주춤세를 보이고 있다. 1983년 코스피 출범 이후 취임한 대통령 7명의 임기 첫 1년간 코스피 등락률과 비교하면 노무현(40.66%)·노태우(39.86%)·김영삼(36.70%) 정부 순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문 대통령의 성적은 4위로 중간이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박스피’에 갇혔던 이명박(-36.73%)·박근혜(-2.68%) 정부에 비해 코스피가 상승세를 탔다. 코스닥 지수의 상승세가 더 두드러졌다. 지난해 5월 8일 643.39에서 지난 4일 856.34까지 올라 33.10% 뛰었다. 현 정부가 중소기업과 코스닥 활성화 정책을 연달아 내놓으면서 시장 분위기가 개선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코스닥 지수가 대통령 취임 첫해에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코스닥 지수는 이명박(-44.56%)·김대중(-27.63%) 정부 때는 취임 1년 동안 큰 폭으로 떨어졌다. 박근혜(0.05%) 정부 때는 제자리걸음했다. 증시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빚내 주식 투자’인 신용거래 융자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는 지난달 19일 처음으로 12조원을 넘어선 뒤 지난 3일 12조 2874억원을 찍었다. ‘빚내 투자’는 증시에 대해 시장에서 긍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는 의미이지만, 하락 장세로 돌아서면 변동성이 커질 위험도 있다. 담보 비율 때문에 매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남북경협주와 제약·바이오주 중심으로 ‘빚내 투자’가 집중됐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신용융자도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해 현대엘리베이,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 코스닥 시장에서는 삼천당제약, 아프리카TV, 제룡전기, 셀트리온제약 등이 신용거래 융자가 많았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오늘의 경제 Talk 톡]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2000년 5월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린 한국·중국·일본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 재무장관 회의 중 합의된 금융 위기 예방시스템이다. 계약 상대국에 금융위기가 발생할 경우 약정 금액 범위 내에서 자금을 지원한다.
  • 용산국제업무지구에 종합병원 건립

    용산국제업무지구에 종합병원 건립

    부지 대가 공사 소유 땅 개발 해제 수년간 표류하던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이 재개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사업이 현실화되면 대규모 ‘종합의료시설’이 들어설 전망이다.서울 용산구와 한국철도공사 코레일은 지난 2일 용산구청 정책회의실에서 ‘종합의료시설 유치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3일 밝혔다. 코레일은 이번 MOU에 따라 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을 수립할 시 종합의료시설 부지 확보 계획을 마련키로 했다. 용산구는 국제업무지구 내 종합의료시설 부지가 확보되면 동북아 비즈니스 허브로서 지역 위상이 한층 높아지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 종합의료시설 예정부지의 위치와 면적 등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 대신 구는 이번 MOU를 통해 코레일이 소유한 옛 중앙대 용산병원 부지를 합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 제한 규정을 풀어줄 예정이다.2008년 용산구는 구내에 종합병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해당 용지를 종합의료시설 용지로 묶었다. 이후 지난 2011년 중대병원이 동작구 흑석동으로 이전하고 나서 코레일과 함께 해당 부지에 종합의료시설 유치를 추진했으나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부지가 1만여㎡로 다른 종합병원과 비교해 좁을 뿐만 아니라 입지상 토지가격과 임대료 부담이 커 사업이 계속 무산됐다. 이에 구는 2016년부터 중대병원 부지가 포함된 용산 지구단위계획 재정비를 하는 과정에서 국제업무지구 내 종합의료시설을 유치하는 대신 기존 중대병원 부지는 개발 제한 규정을 풀어주기로 했다. 한편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은 철도 부채 해결을 위해 시행된 단군 이래 최대 규모 개발 사업이다. 2007년 서울시와 코레일은 용산역 철도정비창과 서부이촌동을 통합 개발한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코레일과 민간 건설사들이 자금난을 겪다 2013년 대출이자 52억원을 납부하지 못해 사업이 무산됐고 도시개발구역 지정도 해제됐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In&Out] 보호무역 기조 장기화, 홍수 대비 심정으로/한진현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In&Out] 보호무역 기조 장기화, 홍수 대비 심정으로/한진현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풍년이 계속되면 홍수 대비는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큰비로 강둑을 넘친 물이 논밭을 덮치고 축사를 쓸어가면 그때서야 구멍 뚫린 하늘을 원망한다. 부족한 대비는 결국 흉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요즘 글로벌 경제라는 상공을 쳐다보면 큰비를 잔뜩 머금은 먹구름뿐이다.  그간 세계경제는 정보기술(IT) 버블 붕괴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도 자유무역 확산과 글로벌 밸류체인을 활용한 생산성 증가의 혜택을 누리며 지속 성장해 왔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일방적인 수입 규제 조치들을 취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보호무역주의 기운이 전 세계를 덮치고 있다. 세계 1위 무역국으로 첨단기술 산업의 리더로 급부상하는 중국의 도전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조치로 표출되는 것 같다. 중국산 수입품을 규제하겠다는 미국의 법적 장치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기간에 마련됐지만 실제 집행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의 궁극적 목표가 중국이라고 해서 남의 집 불구경하듯 팔짱 끼고 볼 일만은 아니다. 중국과 유사한 수출 구조를 갖고 미국 시장에 제품을 수출하는 우리 기업들에 불똥이 마구 튀고 있다. 미국의 수입 규제 절차법인 ‘이용 가능한 정보’(AFA)와 ‘특별시장상황’(PMS) 등을 적용한 고율 관세가 우리 기업들에 직접 피해를 주고 있다. 미국이 전통적으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빈번하게 활용하는 반덤핑·상계 관세뿐만 아니라 그동안 좀처럼 사용하지 않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와 안보 위협을 근거로 수입을 규제하는 1962년 무역확장법 카드까지 꺼내 들면서 미국발 보호무역주의는 갈수록 기세를 떨치고 있다. 반덤핑·상계 관세의 소나기를 막느라 전전긍긍하는데 예상치 못한 우박까지 들이치는 격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조치들이 일회성 우환으로 그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놓고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과 이에 대한 중국의 반발이 반복되면서 보호무역 기조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로서는 주도면밀한 대응이 필요하다.  우선 수출 최전선에서 수입 규제 조치에 직면한 기업들과 유관기관, 정부 사이에 긴밀한 협조와 대응 체제가 구축돼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민간과 정부가 힘을 합쳐 한·미 협력 네트워크를 공고히 해야 한다.  한국무역협회가 주도한 대미 통상사절단은 지난달 15~19일 미국을 방문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성과를 공유하고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포스코, 만도,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등 주요 대기업과 업종별 단체로 구성된 사절단은 미 의회를 비롯해 싱크탱크, 미 무역대표부(USTR) 등 행정부를 방문해 보호무역 조치에 우려를 전달했다. 미 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한·미산업 연대포럼’을 열어 한국 기업이 미국의 에너지 개발에 공동 참여하는 등 여러 분야에서의 협력이 양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음을 널리 알렸다. 한국 기업과 거래하는 미국 기업들도 나서서 미 행정부의 수입 규제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민간 차원의 대미 교류 활동이 단기간에 가시적인 효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 정부가 힘을 보탰더라면 보다 입체적이고 능동적인 활동이 가능했을 것이란 아쉬움도 남는다. 분명한 사실은 평소 제방을 두둑이 쌓고 수로를 깊게 파는 노력이 폭우가 쏟아질 때 비로소 빛을 발하듯 일상적으로 대미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민관이 합심해 대미 아웃리치(접촉)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 생산·투자 ‘동반 하락’… 공장가동률 9년 만에 최저

    생산·투자 ‘동반 하락’… 공장가동률 9년 만에 최저

    생산 1.2%↓ 26개월 만에 최악 투자 7.8% 급감… 6개월 만에↓ 소비는 2.7% 늘어 3개월째 증가 자동차 수출 3.7% 줄어 직격탄자동차 수출 부진과 건설업 침체 등의 영향으로 제조업 가동률이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산업생산도 2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26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다만 소비는 3개월 연속 증가하며 호조세를 이어 갔다.통계청이 30일 발표한 ‘3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산업생산은 전월보다 1.2% 감소했다. 지난 1월 1.0% 증가했다가 2월 0.2% 감소한 데 이어 2개월 연속 하락했다. 1.2% 감소폭은 2016년 1월 이후 2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전산업생산이 부진한 원인으로는 제조업 경기를 지탱해 주는 광공업 생산이 2.5%나 감소한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 지난 2월 3.0% 하락한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광공업은 반도체(1.2%)에서 늘었지만, 자동차(-3.7%), 기계장비(-4.3%) 등에서 줄었다.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우리가 자동차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곳이 북미 지역인데 최근 미국 수출이 만만치가 않다”면서 “완성차 수출이 부진하니 생산이 안 되고 부품도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한국GM 사태가 자동차 수출 감소에 미친 영향은 그리 크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어 과장은 “3월 GM의 생산이 0이었지만, 군산공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0.8% 정도밖에 되지 않아 군산공장 폐쇄가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한국GM이 미국 본사의 군산공장 폐쇄 발표 이후 판매 부진을 겪은 영향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전달보다 1.8% 포인트 하락한 70.3%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홍역을 앓았던 2009년 3월(69.9%) 이후 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설비투자도 7.8% 급감하면서 6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고, 감소율도 2016년 7월(-8.3%) 이후 1년 8개월 만에 최대치다. 건설업체가 실제로 시공한 실적인 건설기성도 지난 2월(-4.9%)에 이어 3월에 4.5% 줄어들면서 2개월 연속 감소했다. 반면 서비스업 생산과 소비를 합친 내수는 좋은 흐름을 보였다.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2.7% 증가했다. 특히 감소세였던 중국인 관광객이 증가세로 전환하면서 면세점의 소매판매액이 전년 같은 달보다 59.1% 증가했다. 어 과장은 “중국인 관광객 증가가 면세점 판매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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