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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위기 후 10년’ 한국경제 역동성이 없다

    외환보유 2배↑…고용 악화·성장 부진 “미래 먹거리 없어 제3 위기 직면 우려” “미국에선 구글과 같은 기업이 판을 흔들지만 한국 경제는 반도체와 자동차, 20년째 같은 먹거리다.”(주원 현대경제연구소 경제연구실장) “한국 금융의 외형만 놓고 보면 건실해졌지만 세계적인 투자은행(IB)이 나올 환경을 만들지 못했다는 점에선 낙제점이다.”(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2008년 9월 15일 세계 4위의 IB인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다. 1998년 외환위기를 극복한 자신감에 차 있던 한국 경제는 또 휘청거렸다. 그리고 10년. 한국 경제는 순항하는 듯 보인다. 2008년 12월 2004억 달러였던 외환 보유액은 지난 8월 말 4011억 달러로 2배 늘었다. 경상수지 흑자는 올 7월까지 384억 달러로 이미 2008년(31억 달러) 수준을 넘어섰다. 하지만 곳곳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20만~30만명 대를 오르내리던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지난 7월과 8월 각각 5000명, 3000명에 그치는 ‘고용 참사’가 빚어졌다. 우리는 이미 3.0%에서 2.9%로 낮춘 올해 성장률 목표마저 버거워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를 “세계 경제 위기로 죽기보다, 고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지난 10년 동안 안정성을 강화하는 대신 역동성을 잃었다는 의미다. 2010년 전체 수출액의 10.9%를 차지했던 반도체가 지난달에는 무려 22.5%를 책임졌다.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막을 내리면 외환위기와 금융위기에 이은 세 번째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금융위기 10년] 신흥국發 ‘금융위기설’… 美 금리 인상이 최대 관건

    [금융위기 10년] 신흥국發 ‘금융위기설’… 美 금리 인상이 최대 관건

    터키·아르헨티나 등 통화가치·주가 ‘뚝’ 미·중 무역전쟁에 물가 상승·경기 둔화 세계경제성장률 최대 0.4%P 하락 전망 전세계 집값 폭등…가계부채 뇌관으로미·중 무역전쟁, 이로 인해 불거진 신흥국 금융 불안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위기설’을 촉발시키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충격으로 신흥국에서 자금이 대거 이탈하며 통화가치와 주가를 동시에 끌어내리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미국의 양적완화(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이는 등의 방식으로 시중에 돈을 푸는 정책)로 신흥국 경제를 지탱해 왔지만 이러한 ‘빚’에 기댄 성장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월 500억 달러(약 55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에 불을 붙였다. 국제금융센터는 미국의 관세 부과 대상이 2500억 달러(약 275조원)로 확대될 경우 미·중 경제가 둔화되고 물가 상승 압력이 강해져 세계 경제성장률은 최대 0.4% 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2020년까지 세계경제 규모가 4800억 달러(약 530조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최근 터키,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 위기도 또 다른 위험 요인이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미국에서 촉발된 위기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방향은 정반대다. 2008년엔 미국의 부동산 버블(거품)이 꺼지면서 리먼브러더스 파산과 금융시장 경색으로 이어졌다. 지금은 금융위기를 극복한 미국이 시중에 풀었던 돈을 거둬들이는 과정에서 신흥국이 자금 이탈로 휘청거리고 있다. 올 들어 아르헨티나와 터키의 통화가치는 각각 50.9%, 40.9% 곤두박질쳤다. 터키 주가도 연초 대비 19.9% 떨어졌다. 금융위기 이후 각국이 초저금리 기조를 장기간 유지한 것은 세계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끼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부동산으로 자금이 쏠렸고, 각국 정부는 대출 규제까지 완화하면서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 최근 한국을 비롯해 스웨덴, 호주, 캐나다 등이 부랴부랴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부동산 버블과 가계대출이 금융 시스템에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증거다. 세계 부동산 가격 수준을 보여 주는 지표가 지난 10일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2017년 4분기 글로벌 실질 주택가격지수다. 이 지수는 2000년 1분기를 기준(100)으로 두고, 물가 상승률을 제외한 실질적인 주택가격 추이를 보여 준다. 이 지수는 지난해 4분기 160.1로 집계 이후 최고로 치솟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정영식 국제금융팀장은 “특히 신흥국은 금융위기 이후 상승 폭이 선진국보다도 가파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가별로는 홍콩 집값이 전년 대비 11.8% 올라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아일랜드(11.1%), 필리핀(7.2%), 태국(6.4%)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미국은 3.9%, 중국은 3.2% 오르는 데 그쳤다. 정 팀장은 “최대 관건은 결국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강도와 시점이 될 것”이라면서 “돈줄을 죄는 순간 가계부채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부동산 버블 문제도 본격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금융위기 ‘10년 주기설’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2008년 금융위기처럼 시중에 돈을 푸는 방식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2008년이 미국발 ‘금융위기’였다면 2018년은 외화부채 상환 부담이 커진 신흥국들의 ‘외환위기’ 성격”이라면서 “돈을 풀어서 경제를 회복시키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신흥국의 외화표시 부채 규모는 2013년 말 4조 9000억 달러(약 5400조원)에서 지난 1분기 5조 5000억 달러(약 6000조원)로 증가했다. 사상 최대 수준이다. 아르헨티나와 터키는 외환보유액 대비 외화부채가 200%를 웃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은 신흥국 경제 사정을 보고 통화정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신흥국들은 스스로 자금이 빠져나가지 않게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금융위기10년]‘빚’에 기댄 성장, 부메랑으로...10년 만에 금융위기 다시 오나

    [금융위기10년]‘빚’에 기댄 성장, 부메랑으로...10년 만에 금융위기 다시 오나

    미·중 무역전쟁과 신흥국 위기가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10년 만에 다시 ‘금융위기설’을 촉발시키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충격으로 신흥국에서 자금이 대거 이탈하며 통화가치와 주가를 끌어내렸다. 지난 10년간 미국의 양적완화(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이는 등의 방식으로 시중에 돈을 푸는 정책)로 신흥국들은 성장해 왔지만 ‘빚’에 기댄 성장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온 모양새다. 지난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00억 달러(약 55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미·중 무역 갈등이 본격화된 가운데 세계 경제에는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그 사이 중국은 미국산 제품 659개 품목에 25% 관세를 부과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미국도 추가로 2000억 달러(약 220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네 차례에 걸친 양국의 무역협상은 지난달 ‘빈손’으로 끝났다. 지난 13일 미국이 다시 중국에 협상 재개를 제안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무역분쟁은 미국 경제 여건이 양호한 가운데 진행돼 통상압박 여력이 커 예상보다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금융센터는 미국의 관세부과 대상이 2500억 달러(약 275조원)로 확대되고 장기화할 경우 국제 금융시장에 미치는 부작용이 클 것으로 진단했다. 미국과 중국(G2) 경제가 둔화되고 물가상승 압력이 강해져 세계 경제 성장률은 최대 0.4% 포인트 하락할 전망이다. 또한 2020년까지 세계 경제 규모가 4800억 달러(약 530조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의 경기침체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최근 터키,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 위기도 또 다른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10년 전과 비교해 보면 미국에서 시작된 위기라는 점은 같지만 방향은 정반대다. 2008년엔 미국의 부동산 거품이 터지면서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화되고 대형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과 금융시장 경색으로 이어졌다. 지금은 금융위기를 극복한 미국이 시중에 풀었던 돈을 거둬들이는 과정에서 신흥국이 자금 이탈로 휘청거리는 것이다. 미국이 거의 ‘제로 금리’를 유지하는 사이 고금리를 찾아 신흥국으로 쏠렸던 자금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고 있다. 경기가 회복된 미국은 올 상반기에만 두 차례 금리를 인상하는 등 본격적으로 돈을 죄는 긴축 정책에 나섰다. 신흥국 자금 이탈은 곧 통화가치와 주가의 폭락으로 연결됐다. 올 들어 아르헨티나의 통화가치는 50.9% 곤두박질쳤다. 터키도 40.9% 떨어졌다. 그밖에 브라질(-20.2%), 남아프리카공화국(-17.8%), 러시아(-16.9%)의 상황도 심상치 않다. 신흥국 위기 전염에 대한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주가도 마찬가지다. 터키 주가는 연초 대비 19.9% 떨어졌다. 러시아와 인도네시아는 8~9%, 아르헨티나는 3%가량 주가가 빠졌다. 2008년이 미국발 ‘금융위기’였다면 2018년 현재는 신흥국의 ‘외환위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흥국들의 외화부채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신흥국의 외화표시 부채 규모는 2013년 말 4조 9000억 달러(약 5400조원)에서 지난 1분기 5조 5000억 달러(약 6000조원)로 증가했다. 사상 최대 수준이다. 아르헨티나와 터키는 외환보유액 대비 외화부채가 200%를 웃돈다. 앞으로 채무 불이행 리스크가 부각되면 자금조달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상황이 악화되자 금융위기 ‘10년 주기설’이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2008년 금융위기처럼 시중에 돈을 푸는 방식으로 해결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은 돈을 풀어서 경제를 회복시키기는 어렵다고 본다”면서 “위기의 성격이 다르니 해법도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위기를 겪는 신흥국들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고통을 감내하는 수밖에 없는데 10년간 빚으로 해결하다가 밀린 숙제를 한꺼번에 하는 꼴”이라면서 “금리를 올려서 자금유출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은 신흥국 경제 사정을 보고 통화정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신흥국들은 스스로 자금이 빠져나가지 않게 위기관리를 해야 한다”면서 “터키와 아르헨티나는 우리나라가 1997년 외환위기 때 했던 방식으로 극복할 수밖에 없는데 터키는 미국과 정치적 갈등이 있어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미국발 금융위기와 달리 현재의 신흥국 위기는 전 세계적으로 전염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터키와 아르헨티나는 기본적으로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약한 국가이기 때문에 전 세계로 전이될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면서 “결국 우물 안의 파도로 끝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금융위기 10년]리먼이 파산 예고한 아마존은 시총 2위…무엇이 기업 운명 갈랐나

    [금융위기 10년]리먼이 파산 예고한 아마존은 시총 2위…무엇이 기업 운명 갈랐나

    “이 기업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지극히 약하다. 지나치게 높은 수준으로 무능력하다. 또 한번 자금조달의 마술을 부리지 않으면 다음 4분기에는 현금이 고갈될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의 신호탄이 됐던 당시 세계 4위 투자은행(IB) 리먼 브라더스는 2000년 아마존을 이렇게 혹평했다. 사실상 파산을 전망한 것이다. 이후에도 아마존이 다른 회사에 대한 투자를 공개하지 않는 관행 때문에 회계 현금 잔고가 왜곡됐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미국 증권감독위원회(SEC)도 아마존을 조사했다. 아마존 주가는 폭락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금융계 평가가 부정확하다고 반박하면서도 철저한 고객 중심주의로 사업을 재편했다. 무료 배송서비스 등도 이때 나왔다. 닷컴 버블이 꺼져갔지만 아마존은 2003년 실적을 개선했다. 반면 리먼 브라더스는 2008년 9월 15일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을 기록했다. 2008년 세계 시가총액 100위권에 들지 못했던 아마존은 2018년 애플에 이어 시총 2위로 올라섰다. 금융위기 이후 지난 10년 동안 페이스북이나 알파벳 등 정보기술(IT) 기업처럼 시총 상위권으로 올라선 기업들이 적지 않다. 40위권이던 애플은 1위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중국 기업은 10위로 진입했다. 80위에 머물던 삼성전자도 19위로 뛰었다. 반면 2008년에 100위 안에 들었던 BNP파리바와 골드만삭스 등 금융 기업은 100위권 밖으로 떨어졌다. 현재 상위권 기업들도 계속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자기반성과 혁신이 필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부진하고 클라우드 시장이 커지면서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에서 페이스북과 넷플릭스가 빠지고 ‘MAGA’(MS·아마존·구글·애플)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은 미·중 무역갈등을 계기로 내수 시장을 겨냥한 기술 혁신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시총 부동의 1위는 삼성전자다. 국민은행이나 신한지주 등 금융기업이 2008년 코스피 시총 10권에 포진했으나 순위가 밀렸다. 그 빈자리를 네이버 등 IT나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같은 제약·바이오 기업이 채웠다. 다만 바이오 기업들은 자산으로 처리하던 연구개발비를 뒤늦게 비용으로 처리하는 등 혼란을 겪고 있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의 무형자산 비중이 늘어나면서 가치 평가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주가순자산비율(PBR)에 대한 투자자 신뢰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짚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금융위기 10년]2008년 vs 2018년 한국경제 혁신하셨나요

    [금융위기 10년]2008년 vs 2018년 한국경제 혁신하셨나요

    “반도체와 자동차, 한국경제는 20년째 같은 것으로 먹고 살고 있죠. 미국에선 구글 같은 기업들이 판을 흔들고 있지만 우리 경제는 너무 움직이지를 않아요.”(주원 현대경제연구소 경제연구실장) “2008년 이후 한국금융의 외형은 상당히 건실해졌죠. 하지만 체계적인 금융감독시스템을 만들지 못했고, 세계적인 투자은행(IB)이 출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못했다는 점에선 낙제점이라고 봅니다.”(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2008년 9월 15일. 세계 4위 IB인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다. 뉴욕 월가의 지진은 세계 경제를 강타했고, 1998년 외환위기를 극복한 뒤 자신감에 차 있던 한국경제는 또 휘청거렸다. 그리고 10년. 세계 경제기조에 발맞춰 저금리와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으로 한국 경제는 순항했으나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2008년 12월 2004억 달러였던 외환보유액은 지난 8월 말 4011억 달러로 두 배로 늘었다. 경상수지 흑자는 올 7월까지 384억 달러로 이미 2008년(31억 달러)과 2009년(335억 달러) 수준을 웃돈다. 하지만 지난 7월 취업자 수가 5000명, 8월은 3000명이 늘어나는 ‘고용참사’ 수준이다. 미국이 사상 최장기 호황을 이어가고 있지만, 우리는 이미 한단계 낮춘 올해 성장률 목표치인 2.9%마저 달성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10년간 안정성이 강화되는 대신, 역동성을 잃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한국경제를 “세계 경제 위기로 죽기 보다, 고사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진단하며 그 이유를 지난 10년간 혁신하지 않고 이미 열린 과실만 따먹은 것에서 찾고 있다. 세계 경기가 회복세를 나타낸 2010년 전체 수출액에서 10.9%(507억 700만 달러)를 차지했던 반도체는 지난달 수출액의 22.5%를 책임져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중소기업 수출 비중은 2010년 19.8%에서 지난해 18.5%로 낮아졌다.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지 않은 상황에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막을 내리면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에 이어 세번째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금융위기10년]전세 포함 땐 가계부채 2343조원·수출 의존...조마조마한 한국경제

    경제 위기는 외부 세력에 의한 강제적 변화를 이끄는 원인이 된다. 양극화의 시작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1997년 외환위기 당시의 산업 구조조정이 국내 기업들의 세계적 경쟁력을 강화한 측면이 있다. 금융권에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안정성 기준으로 적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외환위기 이후다. 2008년 이후 금융권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저축은행 사태와 카드정보유출 사태를 겪으면서 금융소비자 보호체계가 일부 강화됐고, 내년부터는 은행권은 바젤3(BIS비율 14%) 기준을 적용받는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를 넘는 방법으로 한국은 변화가 아닌 ‘빚’을 선택했다. 2008년 말 723조원 5000억원이었던 가계부채는 지난해 1450조 8000억원을 기록했고, 올 2분기 1493조 2000억원으로 조만간 1500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지난 3~4년 동안 대출을 통해 아파트 등 부동산에 투자하는 경향이 확산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한국의 가계부채는 2017년 기준 94.8%까지 올랐다. 미국(79%)과 일본(57%), 중국(44%)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70%보다 훨씬 높다. 이마저도 눈에 보이는 가계부채만 따졌을 때다. 국제 기준은 개인 사업자를 가계로 분류하고, 개인 간 채무인 전세보증금도 가계 부채로 잡는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올 1분기 기준 가계부채는 2343조원이다. 특히 791조원에 이르는 주택담보대출과 512조원의 전세보증금은 주택시장이 조정을 받으면 부실화 될 가능성도 있다. 질적인 측면에서는 더 위험하다. 가계부채 대출에서 원리금을 상환하는 장기대출 비중은 20% 안팎이다. 또 신용대출, 부동산 담보대출 등 사용 목적을 제한하지 않는 대출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것도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세계 금융위기가 가계부채 문제를 한번 정리하고 갈 수 있는 기회였음에도 순간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정부가 이를 회피했다고 지적한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팀장은 “1997년 이후 은행 등을 중심으로 한 금융권의 소매대출이 본격화되면서 가계대출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던 상황에서 2008년 금융위기는 이 문제를 한번 털고 갈 수 있는 기회였던 측면이 있다”면서 “가계부채 문제 등이 부담이 되면서 자본시장 육성 관련 정책도 탄력을 받지 못 했다”고 지적했다.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가졌음에도 지난 10년간 미래 먹거리를 찾는데 실패했다는 것도 문제다. 올해 1~8월 수출액은 3998억 달러로 사상 최대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연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으로 6000억 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특히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보다 31.5% 늘어난 115억 달러로 올 6월(112억 달러) 세운 사상 최대 수출액을 다시 깼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2.5%로 역대 최고치다. 그런데 다른 산업을 살펴보면 문제가 심각하다. 올해 8월까지 수출은 지난해보다 6.6% 늘었지만, 반도체를 빼면 수출 증가율은 0.37%로 내려앉는다. 조선(-56.2%)·액정표시장치(-8.8%)·가전(-7.3%)·무선통신기기(-5.4%) 등은 올해 8월까지 누적 수출액이 감소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적인 가격 상승 추세)에 들어섰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수요가 계속 늘 것인지는 알 수 없다”면서 “반도체도 사실 20년전 확보한 경쟁력 우위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상황인데, 빨리 미래먹거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은 기업 현장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소 경제연구실장은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처럼 기존 산업 경쟁력 강화가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먹거리뿐만 아니라 국민소득 3만 달러시대에도 커지지 않은 내수시장도 고민이다. 이에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해법을 내밀었지만 현재까지는 성적이 좋지 않다. 소득주도성장의 주요 골자는 최저임금인상 등의 방법으로 저소득층·빈곤층 소득을 증가시켜 이들의 소비지출을 늘리면 내수가 활성화 되고 국민소득도 따라 올라간다는 것이다. 이영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장이 올라가서 분배가 개선이 되는 것이지 소득을 인위적으로 올린다고 성장을 한다는 것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지난 10년간 한국경제는 금융시스템을 혁신하는 대신 ‘빚’이라는 진통제로 고통을 넘겼고, 새 먹거리를 찾는 수고보다 이전에 심어놓은 과실을 따먹으며 살았다. 79개월 연속 무역흑자와 4000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 은행권의 안정성 강화에도 불구하고 터키,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 금융위기설이 나오면 항상 움찔하는 이유다. 특히 우리가 쓸 수있는 카드가 얼마 없다는 것이 더 문제다. 이미 가계부채가 목까지 찬 상황이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해 현재 1.50%인 기준금리도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채와 무역흑자로 벌어들인 이익 중 상당 부분이 부동산 등 콘크리트 덩어리에 들어갔다”면서 “지표로만 보면 어느 때보다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어디서 뭐가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금융위기 10년] 전세계 집값도 폭등… “미국 금리인상이 최대 관건”

    [금융위기 10년] 전세계 집값도 폭등… “미국 금리인상이 최대 관건”

    금융위기 이후 각국이 초저금리 기조를 장기간 유지한 것은 세계 부동산 시장에 버블이 끼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대표적인 자산시장으로 여겨지는 부동산으로 자금이 쏟아졌고, 각국 정부는 대출규제까지 완화하면서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 최근 한국을 비롯해 스웨덴, 호주, 캐나다 등 부동산 시장이 과열된 나라들이 부랴부랴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것은 부동산 버블과 가계대출이 국가 금융시스템에 위협이 될 정도로 커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세계 부동산 가격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지난 10일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2017년 4분기 글로벌 실질 주택가격지수다. 이 지수는 2000년 1분기를 기준(100)으로 두고, 물가상승률을 제외한 실질적인 주택가격 추이를 보여준다. IMF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질주택가격지수는 160.1로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질 주택가격지수는 금융위기 조짐이 보이던 2008년 1분기 159.0까지 상승했다가 이후 내림세였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정영식 국제금융팀장은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속도를 보면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특히 신흥국은 금융위기 이후 상승폭이 선진국보다도 가파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가별로 보면 홍콩이 전년 대비 11.8% 집값이 올라 상승폭이 가장 컸고, 아일랜드(11.1%), 필리핀(7.2%), 태국(6.4%) 등이 뒤를 따랐다. 반면 미국은 3.9%, 중국 3.2% 오르는 데 그쳤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금융위기 직후 자산을 팔아 부채를 갚는 디레버리징(Deleveraging)을 거쳐 주택가격 조정을 이뤘지만, 신흥국은 가격 조정 없이 외화 유입이 이어진 결과다. 이은재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과열 정도가 높은 홍콩의 부동산 가격 하락이 다른 국가의 자산·금융 시장에 우려의 신호를 줄 수 있어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별 지수에서는 감춰졌지만 선진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이상과열도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을 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PIR은 베이징이 17.1, 시드니 12.9, 서울 11.2, LA가 9.4 수준이었다. PIR이 17이라는 것은 평균 소득으로 중간 값에 있는 집을 마련하는데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7년이 걸린다는 뜻이다. 반면 도쿄와 싱가포르는 나란히 PIR배수가 4.8에 그쳤다. 정 팀장은 “최대 관건은 결국 미국의 금리인상 강도와 시점이 될 것”이라면서 “돈줄을 죄는 순간 가계부채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부동산 버블 문제도 본격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리먼 사태’와 함께 대학 문 나선 이들의 10년 뒤 자화상

    ‘리먼 사태’와 함께 대학 문 나선 이들의 10년 뒤 자화상

    미국에서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터졌던 2008년에 대학 문을 나선 이는 150만명으로 추산된다. 역대 가장 불행한 대학 졸업반이란 자조가 넘쳐나는 모양이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빚더미에 올라 어쩔 수 없이 자녀를 덜 갖게 됐고, 적지 않은 마음의 생채기를 강요당했다. 그 중 한 명인 영국 BBC의 뉴욕 비즈니스 담당 킴 기틀선 기자는 “미국 전역을 여행하며 전문가와 2008년 졸업반 동기들에게 10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고 14일 소개했다. 우리네 삼포 세대와 참 많은 것이 닮았다 싶어 가급적 필자의 문체를 그대로 옮기려 한다.첫째 우리는 덜 자녀를 갖게 됐다. 10년 동안 미국 여성들은 인구통계 지표들이 예측했던 것보다 무려 480만명 정도를 덜 낳은 것으로 파악된다. (‘사라진 아이들이 수백만’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케네스 존슨 뉴햄프셔 대학 교수는 “매년 출산 자료를 들여다볼 때마다 신생아 숫자가 늘 것이라고 예측하는데 매번 틀린다”며 “20대 여성들의 출산 포기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짚었다. 문제는 격차가 자꾸 벌어진다는 것이다. 존슨 교수는 “금융위기를 경험하며 취업 시장에 진입한 20대 초반 여성들은 아예 한 명도 갖지 않는다”며 “이들은 이전이나 이후 세대의 어떤 그룹보다 무자녀 비중이 높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문제는 대공황 때의 여성들처럼 출산을 잠시 보류한 것인지, 아니면 더 오래 기다려야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네바다 라스베이거스 캠퍼스를 졸업한 노라 캐롤은 금융위기 탓에 가정을 꾸리는 일의 시작을 미뤘을 뿐이라고 말했다. 안정적인 커리어를 일구고 주택을 살 돈을 모으는 데 집중했다. 그녀는 “이 모든 일에는 시간이 걸렸는데 임금이 낮은 일자리일수록 더 길어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뒤 이제는 첫 아기가 생기길 기다린다고 했다.둘째 우리는 이전 세대보다 훨씬 모아놓은 돈이 적다. BBC가 주관한 영국 내 조사를 봐도 지금 30~39세인 사람들은 지난 10년 동안 평균 재산이 7.2% 줄었고, 매년 2057파운드를 손해 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도 마찬가지로 1980년대 중반에 태어난 미국인들은 이전 세대들의 사례를 분석해 예측한 것보다 34%나 재산이 축났다고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은 주장했다. 이유는? 손에 덜 쥔 채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2008년에 대학을 졸업한 이들의 중간소득은 연간 4만 6000달러밖에 안된다. 이 액수는 2002년 25~34세의 대학 졸업자들보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더라도 8%가 줄어든 것이다.셋째 우리는 주식시장을 혐오하게 됐다. 밀레니엄 세대의 5명 가운데 둘은 주식에 손을 댔다. 하지만 연방준비기금에 따르면 7000달러 정도 밖에 투자하지 못했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하루에 다우존스 지수가 500포인트나 폭락하는 것을 본 이들은 겁에 질리기 마련이다. 올 여름 S&P 500 지수는 금융위기 후 325%나 올라 상당히 견고한 활황을 보였으나 2008년 대학 졸업반들은 그 과실을 따먹지도 못했다. 넷째 우리는 집도 안 산다. 25~34세인 밀레니엄 세대의 주택 소유 비율은 2015년 37%로 이전 세대의 그것보다 8%가 빠졌다. 영국에선 거의 절반 수준이다. 애도 덜 낳고, 재산도 적고, 주택시장의 거품이 빠질 때 구입 연령이 됐다는 점 등 여러 갈래 설명이 가능하다. 이 세대가 주택을 구입할 시기가 됐을 때는 이전 세대가 처음 주택을 구입했을 때의 재산 가치보다 훨씬 떨어졌다. 2013년 18~33세가 매입한 주택의 중간가격은 13만 3000달러였는데 2007년에는 19만 7000달러였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누구도 믿지 않는다. 기관에 대한 믿음은 위기 이전에도 떨어지고 있었지만 한 세대로서 우리의 믿음 지수는 현저히 낮다. 퓨 채러터블 트러스트의 조사에 따르면 “대체로 다수의 사람은 믿을 만하다”는 명제에 우리 세대는 17%만 동의했는데 우리 앞 세대는 31%, 부모 세대는 40%였다. 놀랄 것도 없이 기관에 이르면 우리는 월스트리트를 가장 불신한다. 센트럴 플로리다 대학을 나온 에릭 프레이저는 졸업 당시만 해도 금융업은 인기 있는 일자리였으며 무해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터져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이들의 얼굴이나 이름이 오르내리자 생각이 바뀌었다. 이어 더 이상 추락할 것이 없다는 점에서 희망의 조짐(silver lining)을 찾는다고 했다. 그는 “그 때를 전후해 인력시장에 들어온 우리는 겸손함을 배웠는데 그 전에 졸업했더라면 과연 같은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문소영 칼럼] ‘똘똘한 1채’도 적정한 보유세 물려야 한다

    [문소영 칼럼] ‘똘똘한 1채’도 적정한 보유세 물려야 한다

    “집을 사야 할까?” 지난해 12월 미국 뉴저지에서 텍사스 포트워스로 이사한 동생이 이렇게 물었다. 동생은 지금 정원이 딸린 조그만 집에서 2300달러 월세로 산다. 보증금은 2300달러다. 의무적인 보험까지 포함해 연간 거주비가 2만 8000달러다. 뉴욕 맨해튼도 아닌데 거주비가 엄청나 “집을 사라”고 하고 싶지만, 미국의 부동산 조세 체계가 한국과 달라 조언하기 어려웠다.미국 부동산 관련 조세를 동생의 뉴저지의 집 매매로 설명해 보겠다. 2007년 세계적 금융위기가 오기 직전 동생은 직장 근처에 43만 달러(약 4억 8000만원)로 지어진 지 20년 된 단독주택을 샀다. 마당이 넓고 꽃나무가 많은 방 4개, 욕실 2개인 집이다. 그전에는 그 동네에서 월세 1700달러로 살았다. 구매 첫해부터 매년 1만 달러(약 1100만원) 안팎의 재산세를 냈지만, 연간 약 2만 달러의 비싼 월세보다는 낫다는 판단이었다. 한국은 공시지가 20억원 아파트의 보유세가 연간 1000만원 수준이니 비교된다. 11년 동안 11만 달러의 보유세를 낸 이 집을 올 6월에 44만 달러에 팔았다. 시세차익은커녕 집 수리비 10만 달러를 포함해 ‘매몰비용´이 21만 달러가 된다. ‘집은 사 놓으면 오른다’는 한국적 상식에 대입하면 동생은 큰 손해를 본 것 같았다. 포트워스의 보유세는 2.3%로, 뉴저지와 같은 43만 달러의 집을 사면 매년 1만 달러의 세금을 내야 한다. 다행히 1주택자에게 보유세 25%를 감해 준단다. 동생은 텍사스에 집을 사야 할까? 이제 서울 강북의 중위 아파트 가격조차 7억원이라고 하는 시대의 한국적 상황을 살펴보자. 정부가 서울과 과천 등 일부 수도권의 부동산 폭등 광풍에 보유세와 종부세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에 당장 “강남 25억 아파트에 사는 샐러리맨인데 보유세를 올리면 나더러 아파트를 팔란 말이냐?”는 항의가 나오고, 은퇴한 1주택자에게 가혹한 처사라며 동조한다. 그러나 1년 만에 수억원이 오른 ‘똘똘한 1채’의 보유세 인상을 견딜 수 없다며 억울해하는 한국적 정서가 마땅한가, 다시 돌아볼 시점이다. 오히려, 보유세 인상뿐 아니라 1가구 1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면제도 재고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요즘 부동산 시장은 정부가 지난해 8·2 부동산 종합대책으로 투기지역에 대한 총부채상환비율(DTI)이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규제하지 않았더라면, 전국의 무주택자들이 은행서 주택담보대출로 돈을 빌려 서울의 아파트를 사서 1년 만에 3억~8억원까지도 시세차익을 낼 수 있는 장세다. 최근 강북 아파트도 최근 1개월에 1억원 호가가 오르고, 강남은 하룻밤 자고 나면 1억원이 오른다고 한다. 그러니 지난해 여름 서울 송파구의 아파트를 10억원에 팔았는데 1년 만에 6억~8억원이 올랐다며, 잠을 못 자는 친인척이 주변에 생겨나고, 서울 집을 팔고 일산 등으로 거주지를 옮긴 사람들이나 지방 사람들은 ‘부동산 우울증’에 시달리는 것이다. 매도자 우위의 시장으로 돌아서서 위약금을 주고 매매 계약을 무르자는 집주인들이 적지 않을 만큼 매물이 마르고 있다. 남들의 행운에 배가 아파서 그러느냐고 의심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서울 아파트 폭등이 심각한 이유는 시간 차를 두고 수도권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주고, 또 수도권 주변 상가의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며, 상가가 오르면 다시 임대료 상승 등으로 자영업자의 고통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사회 전체에 과도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니 더는 똘똘한 1채에 대한 보유세 인상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텍사스와 비슷하게 ‘시세의 2.3%’로 보유세를 한 방에 올릴 수는 없겠지만, 부동산 광풍을 잠재울 수 있는 수준까지는 높여야 한다. 또 박봉의 회사원이라 현재로서는 매년 보유세를 내기 어렵다면 해당 주택을 매매하거나 상속, 증여하는 시점까지 과세를 이연하는 방법이 있다. 과세이연에는 물론 적정 이자를 붙여야 한다. 부동산 거래세 인하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을 전체적으로 손본다는 것을 전제로 똘똘한 1채에 대한 양도소득세 과세도 고려해야 한다. 더불어 서울시는 도심 건물의 용적률 등을 높여 고밀도 주상복합건물을 허용하고, 재건축·재개발 등도 허용해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가격 폭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이미 서울 부동산 시장은 어떤 정책을 써도 부작용이 불가피한 시장으로 변질됐다. 논설실장 symun@seoul.co.kr
  • 최악 실업, 최악 취업… 위기의 ‘일자리 정부’

    최악 실업, 최악 취업… 위기의 ‘일자리 정부’

    실업자 113만명… 외환위기 이후 최고 지난달 취업 3000명 증가… 8년만에 최저 김동연 “최저임금 속도조절 협의” 불구 내년 인상 확정… 당·정·청 조율 여부 주목‘일자리 충격’이 ‘고용 참사’가 되고 있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3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 7월 5000명 증가보다 증가폭이 더 적다. 반면 실업자는 113만명으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다. ‘J노믹스’(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핵심인 소득주도성장이 일자리를 창출해 가계소득을 늘려 내수를 활성화한다는 것인데 첫 단추가 어긋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에 대한 합리적 대안을 만들기 위해 당·청과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2018년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690만 7000명으로 1년 전보다 3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금융위기 여파로 2010년 1월 1만명 감소한 이후 가장 낮은 증가폭이다. 실업자는 1년 전보다 13만 4000명 늘어난 113만 3000명을 기록했다. 8월 기준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136만 4000명 이후 19년 만에 가장 많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도소매, 사업시설, 제조업 등에서 취업자 수 감소가 지속하고 있다”며 “인구 증가폭이 줄었다는 것만으로 취업자 수 부진을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 11일 “최저임금 인상과 제조업 구조조정 등 정책적 요인도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 등 그동안 추진해 왔던 고용정책에 대해 어떤 보완책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김 부총리는 이날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저임금 (인상) 속도와 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단위기간 조정 문제를 좀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부총리는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결정된 것이니 불가역적”이라면서 “그 이후의 방향에 대해 시장과 기업의 애로를 더 귀담아듣고 조정할 수 있는 정책적 여지를 좀 봐야 하고 관계부처, 당, 청과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언급했다. 당·정·청이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늦출지는 미지수다. 김 부총리는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시한을 이틀 앞둔 지난 7월 12일 속도 조절을 주장했지만 최저임금위원회는 10.9% 인상을 결정했다. 김정식(전 한국경제학회장)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계속 추진하려면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이나 분야별 차등 인상, 산업별 근로시간 단축 차등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성장엔진 열어” vs “나 때부터 회복” 트럼프·오바마 경제성과 놓고 설전

    “성장엔진 열어” vs “나 때부터 회복” 트럼프·오바마 경제성과 놓고 설전

    NYT “오바마때 회복, 트럼프때 더 상승”미국의 전·현직 대통령이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4.2% 성과를 놓고 서로 자신의 공(功)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민주 양당의 공치사가 두 전·현직 대통령 간 대리전으로 노출되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얼굴)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2016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이겼다면 당시 1% 안팎에서 줄어들던 GDP 성장률이 4.2%가 아니라 마이너스 4%가 됐을 것”이라며 “나는 규제 완화와 감세로 멋진 성장 엔진을 열었다”고 밝혔다. 이어 “GDP 성장률(4.2%)이 실업률(3.9%·8월 기준)보다 높게 나온 건 100여년 만에 처음 아닌가”라고 자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오른쪽) 전 대통령의 실명을 언급하며 한발 더 나갔다. 그는 “오바마는 ‘트럼프 대통령이 GDP 성장률 4%를 달성하려면 마법 지팡이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4.2% 달성으로 마법 지팡이를 가졌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성과를 과시하는 이유는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한 일종의 역공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7일 “여러분이 지금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들을 때 이 회복세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기억하자”면서 “일자리 숫자가 나올 때 공화당은 그것이 기적이라 말하고 있지만 그런 일자리 숫자는 2015∼2016년에도 같았다”고 말했다. 미 언론은 누구의 손도 일방적으로 들지는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바마 전 대통령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추락한 미국 경제를 회복세로 돌려놨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더 상승시켰다고 분석했다. NYT는 트럼프의 집권 19개월간 일자리 358만개가 창출됐지만, 오바마의 집권 마지막 19개월간 생겨난 일자리도 396만개라고 지적했다. 다만 최근 기간 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기록한 건 오바마 집권 당시인 2014년 3분기의 4.9%라고 전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월드 Zoom in] 러 루블화 가치 2년 6개월 만에 최저치…‘악화일로’ 신흥국 통화 휴지조각 위기

    [월드 Zoom in] 러 루블화 가치 2년 6개월 만에 최저치…‘악화일로’ 신흥국 통화 휴지조각 위기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2년 6개월 만에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모스크바 외환시장에서 루블화 환율은 10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달러당 70루블을 돌파했다. 환율이 70루블을 넘은 것은 2016년 3월 16일 이후 처음이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루블화 가치 추락이 미국의 대러 추가 제재 우려와 터키 등 신흥국 금융시장의 혼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격화도 루블화 하락을 부추겼다. 루블화 같은 신흥국 통화가 휴지조각이 될 위기에 처했다. 베네수엘라, 터키, 아르헨티나 등 기존 위험국에 이어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인도네시아 상황도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남아공 랜드화 가치 최대폭 급락 남아공 랜드화 환율은 지난 4일 전날보다 3% 이상 급등했다. 하루 기준으로 2016년 11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랜드화 가치는 그만큼 급락했다. 남아공의 경제성장률이 1분기(-2.6%)에 이어 2분기에도 -0.7%를 기록하면서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했다는 판단이 랜드화 가치를 끌어내렸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남아공은 뿌리 깊은 인종갈등 등의 구조적 문제뿐 아니라 30%에 가까운 높은 실업률, 미·중 무역전쟁과 신흥국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는 얘기다. ●인니 루피아화 가치 20년래 최저치 경상수지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도 20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하며 통화방어 의지를 내보였지만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정부는 결국 250억 달러(약 28조원) 규모의 발전소 건설 공사도 중단했다. 인도 루피화 가치는 지난 5일 사상 최저치인 달러당 71.76루피를 기록하는 등 6일 연속 하락했다. 이에 아룬 제틀리 인도 재무장관이 “경제 상황을 살펴보면 환율 변동 이유가 국내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요인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원유 소비량의 80%를 수입하는 인도는 올 들어 유가 상승, 미국발 무역전쟁 여파로 루피화가 맥을 못 추고 있다. ●무역전쟁·금융시장 혼란 등 영향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협상을 진행 중인 아르헨티나의 재정 위기도 여전하다. 정부가 나서서 곡물 수출품에 수출세를 매기고 정부 부처를 반으로 줄이는 긴축 처방을 내놨지만, 페소화 하락을 막지 못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경제 붕괴로 화폐 개혁을 단행한 베네수엘라의 볼리바르처럼 “아르헨티나 페소화도 결국 휴지조각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더욱 커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쌍둥이 적자’로 고통받는 터키의 리라화 환율은 이달 초 6% 넘게 상승했다. 브라질 헤알, 칠레 페소화 등 다른 신흥국 통화 가치도 내림세를 지속하기는 마찬가지다. 투자회사 SBI는 “아르헨티나와 터키 등이 발표한 조치들이 근본적으로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면서 “특히 미국의 긴축으로 다른 신흥시장으로 위기 전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살인적 집값 상승에… 맥도날드·차에서 잠드는 ‘억대 연봉 난민’

    [글로벌 인사이트] 살인적 집값 상승에… 맥도날드·차에서 잠드는 ‘억대 연봉 난민’

    “집을 살 수 없다고? ‘지구 종말론’을 탓하라.”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크리스 브라이언트는 최근 이런 제목의 칼럼으로 선진국 가운데 처음 외국인의 주택 매매를 법적으로 금지한 뉴질랜드 정부에 찬성하는 목소리를 냈다. 살인적인 집값 상승에 거리로 내몰리는 국민을 위해 다소 극단적일지라도 뉴질랜드 정부가 자구책을 내놨다는 평가다.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뉴질랜드 전체 인구 450만여명의 1%에 해당하는 약 4만명이 홈리스(노숙자)로 추산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2% 내외)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FT는 뉴질랜드의 집값이 지난 10년여 새 57% 상승했으며, 특히 오클랜드는 상승폭이 90%에 달했다고 집계했다. 국경을 초월한 부동산 투기가 과열되면서 정작 국민들은 자동차, 텐트, 창고, 거리로 나앉는 신세가 됐다. 특히 뉴질랜드는 전 세계 부자들에게 핵전쟁, 생물학전, 상위 1% 부자를 향한 혁명 등으로 인한 이른바 ‘둠스데이’(지구 종말의 날)를 대비한 피난처로 여겨지면서 집값이 하락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참모이자 인터넷 결제 서비스 페이팔의 공동창업자인 피터 틸이 2011년 비밀리에 뉴질랜드 시민권을 취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외국 투기자본이 집값을 끌어올려 젊은 키위(뉴질랜드인)들이 집을 살 수 없게 됐다”며 외국인 주택 매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한 한편, 노숙자 주거시설을 지을 목적으로 1억 뉴질랜드 달러(약 756억원)를 투입했다. ● 실리콘밸리 일자리 29%↑… 주택은 4% 늘어 살인적인 집값 상승에 ‘주거 적신호’가 켜진 나라는 뉴질랜드만이 아니다. 10일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올해 1분기 또는 지난해 4분기 기준 ‘글로벌 실질 주택가격 지수’는 160.1로 2000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금융위기 직전 정점을 찍었던 2008년 1분기의 159.0을 추월했다. 국가별로 보면 63개국 가운데 48개국(76%)에서 최근 1년간 실질 주택가격이 오른 것이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워싱턴주 시애틀, 뉴욕의 집값이 폭등하고 있다. 중화권에서는 홍콩과 중국 선전, 상하이 등 역시 대도시를 중심으로 집값이 치솟고 있다. 영국 런던, 캐나다 밴쿠버 등에서도 투기자본에 의한 집값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억대 연봉을 받고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차에서 노숙하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 미 연방정부는 샌프란시스코 ‘베이에어리어’에서 4인 가족 기준 소득 11만 7400달러(약 1억 3000만원) 이하를 저소득층으로 분류한다. 막대한 주거비 부담 때문이다. 치솟는 수요에 비해 경직된 주택 공급이 비극을 불렀다. 컨설팅사 맥킨지의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대 이후 캘리포니아 일대에는 주민 1000명이 유입될 때 신규 주택 공급은 325가구에 불과했다. 반면 1973년부터 2010년까지 27년간 샌프란시스코 주민들의 실질 소득은 2배로 증가했다. 반세기가 흐르는 동안 도시의 풍경은 별로 변한 것 없이 갈수록 퇴락해 가는데 집값만 미친 듯이 오르는 상황이다. 292개 회원사를 둔 조직인 실리콘밸리리더십그룹(SVLG)의 칼 가디노 회장은 “지금의 주택·교통난이 지속한다면 얼마 안 있어 ‘실리콘밸리 엑소더스’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SVLG는 2010년부터 2016년까지 7년 동안 정보기술(IT) 기업의 집중으로 실리콘밸리 지역의 일자리는 29%나 증가했지만 이들이 머물 주택 공급은 겨우 4%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아마존의 도시’이자 ‘스타벅스의 고향’으로 불리는 시애틀은 지난 4년간 뉴욕 집값을 뛰어넘었다. 시애틀 시의회는 노숙자 복지 기금을 마련한다는 명목으로 지난 5월 인두세 부과 법안을 꺼냈으나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이 이에 맞서 도심에 짓고 있던 17층짜리 오피스빌딩 건설 계획을 중단하는 등 역풍을 맞아 백지화됐다. 이 법안은 영업이익 2000만 달러가 넘는 기업에 직원 1명당 275달러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골자였다. 시애틀에서만 4만 5000여명을 고용해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주범이라는 비판을 받아 온 아마존이 타깃이었다. ●‘맥난민’ 5년새 6배 급증… 57%가 직장인 중국 광둥성 선전시도 비슷한 요인으로 신음하고 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중국의 흔한 시골 중 한 곳이던 선전은 덩샤오핑 개방정책의 일환으로 1980년 경제특구로 지정되면서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화웨이, 인터넷서비스 전문업체인 텐센트, 배터리·전기차 제조업체인 BYD 등이 들어서 있다. 기업의 성장과 함께 인구가 집중되면서 임대료가 치솟았다. 글로벌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넘베오에 따르면 2018년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초인플레이션을 겪는 베네수엘라의 카라카스를 제외하면 세계 1위는 홍콩이고 베이징이 2위, 상하이가 3위이며 선전은 그 뒤를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집값 폭등으로 새로운 풍속이 생겨났다. 홍콩에서는 집 대신 패스트푸드점인 맥도날드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을 일컬어 ‘맥난민’이라 부른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국제청년회의소(JCI)가 지난 6~7월 홍콩 시내에 산재한 110개 맥도날드 매장을 조사한 결과 맥난민의 수는 334명에 달해 2013년에 비해 6배로 급증했다고 조명했다. 놀라운 사실은 이들 중 57%가 멀쩡한 직업을 가진 직장인이라는 점이다. 천문학적인 집값 부담이 그들을 거리로 내몰았다. 홍콩 중산층 아파트 가격은 평(3.3㎡)당 1억원을 넘어서 내 집 마련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시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영국 런던 리젠트 운하에 정박된 보트에서는 일명 ‘보트족’이 모여 산다. 폭등한 월세를 감당하지 못한 사람들이 주거용 선박에서 수상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런던의 주택 평균 거래가는 9억원대인데 비해 보트는 3000만원 정도면 구할 수 있다. 보트에서 생활하는 영국인은 3만명에 이른다. 집값은 지난해 영국 노동자들이 평균적으로 벌 수 있는 연간 소득의 8배로 폭등했다. 이는 영국에서 집값과 연소득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7년 이래 최고 수준이다.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의 집값은 1997년부터 2016년까지 259%나 폭등했다. 이 기간 연소득은 68% 오르는 데 그쳤다. 영국 왕립경제학회는 “외국인의 투자가 없었다면 2014년 영국 평균 집값은 실제보다 19% 낮았을 것”이라는 내용의 논문을 내기도 했다. ●호주·홍콩, 빈집에 세금 부과 추진 전 세계가 집값 폭등으로 신음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갈 곳 잃은 시중 유동자금이 부동산에 몰리고 있는 탓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 정부는 금리를 낮추고 역사상 유례없는 돈 풀기에 나섰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기준 금리를 0.25%까지 낮춰 기업과 가계에 대한 대출을 대폭 늘렸고 민간이 가진 미 국채를 사들여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당시 시중에 풀린 수조 달러가 넘는 천문학적 액수의 유동자금이 투자처를 찾던 끝에 각국의 부동산 시장을 과열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현상이 일부 도시 지역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오를 만한 곳에만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른 각국의 대응도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의 주택 구입 금지 법안을 의결한 뉴질랜드 의회를 비롯해 호주는 외국인이 주택을 사들인 경우 6개월 이상 빈집으로 두면 처벌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홍콩 정부도 ‘빈집세’ 카드를 꺼내들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전했다. 주택 개발업자가 분양한 아파트가 1년 이상 팔리지 않고 빈집으로 남아 있으면 임대료의 두 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세금으로 매긴다는 방침이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IMF “글로벌 주택값 역대 최고 수준”

    63개국 중 홍콩 상승률 1위·한국 45위 전 세계 실질 주택가격이 금융위기 직전 정점을 찍었던 2008년보다 높아져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10일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세계 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 1분기 또는 지난해 4분기 기준 ‘글로벌 실질 주택가격 지수’는 160.1로 집계됐다. 2008년 1분기 159.0을 넘어선 것은 물론, IMF가 자료를 확보하고 있는 2000년 이후 최고점을 찍은 것이다. IMF는 2000년 1분기를 기준(100)으로 분기마다 주택가격 지수를 발표한다. 물가 상승을 반영한 세계 63개국의 실질 주택가격을 평균해 구한 값이다. 주택가격 지수는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2012년 1분기 143.1까지 곤두박질쳤다. 6년 전 저점과 비교할 때 주택가격 지수는 약 12% 올랐다. 각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장기간 초저금리가 계속되면서 주택시장이 과열됐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최근 1년간 63개국 가운데 48개국의 주택가격이 상승했는데, 홍콩이 11.8%나 올라 상승률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유럽에서 경제성장률이 가장 높은 아일랜드로 11.1%를 기록했다. 미국은 3.9% 올랐으며 아시아에서는 태국 6.4%, 중국 3.2%, 일본이 1.5% 각각 올랐다. 한국은 0.3%로 45위에 머물렀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이종락의 재계인맥 대해부](12) 위기탈출 선봉에 나선 현대기아차 CEO들

    [이종락의 재계인맥 대해부](12) 위기탈출 선봉에 나선 현대기아차 CEO들

    양웅철-권문식 부회장, 기술개발 ‘쌍두마차’김용환 부회장, 정몽구 회장 ‘그림자 보좌’박한우 기아차 사장, 부회장 없는 대표맡아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글로벌 판매실적이 725만대에 그쳤다. 이는 2013년의 755만대에 미치지 못하고 2011년 712만대를 조금 넘겨 6년 전 수준으로 후퇴한 것이어서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위기상황을 입증하고 있다. 지난해 신차 출시지연으로 인한 미국시장의 부진과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등의 영향으로 인한 중국시장의 부진이 뼈아팠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불황도 한몫했다. 현대차그룹은 도요타, GM, 폭스바겐, 르노·닛산에 이어 글로벌 완성차 가운데 5번째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올해 중요한 고비를 맞고 있다. 반등의 기회를 맞지 못하면 ‘글로벌 메이커 빅3’의 꿈은 영원히 좌절될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의 운명은 전문경영인들이 쥐고 있는 셈이다.  윤여철(66) 현대기아차 부회장은 서울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자동차 판매영업 직원 출신인 윤 부회장은 운영지원실장, 경영지원본부장, 노무관리지원담당, 울산공장장 등을 거쳐 현대차와 기아차의 노무관리와 국내생산 부문을 총괄하는 부회장에 올랐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연속 무분규 타결이라는 전례없는 노사협상을 이끈 장본인으로 그룹내 최고의 노무관리 전문가로 불린다. 또한 윤 부회장은 그룹을 대표해 대외 활동을 하는 등 선임 부회장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양웅철(64) 현대기아차 부회장은 광주고-서울대 기계설계학-미 텍사스대 기계설비학 석사-미 UC 데이비스대 기계설계학 박사학위를 딴 ‘학구형’이다. 현대기아차의 연구개발 부문을 책임지고 있다. 1987년부터 미국 포드자동차 연구·개발(R&D)센터에 근무하다, 2004년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로 합류했다. 하이브리드카 개발실장, 전자개발센터장 등을 맡았고, 연구개발본부 본부장, 사장 등을 거쳐 2011년 4월 현대차 연구개발총괄본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양 부회장은 그동안 현대기아차의 친환경차와 전장기술 개발에 주도적이 역할을 해왔다. 친환경차 시장 본격 진입을 위한 초기 하이브리드카 개발부터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전기차에 이르기까지 현대기아차의 친환경차 포트폴리오 확장에 남다른 리더십을 발휘했다. 최근에는 자율주행, 인공지능 등으로 대표되는 스마트카 부문에서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통한 기술 협력 등에 있어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권문식(64) 현대기아차 부회장은 경복고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나왔다. 독일 아헨공대 생산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양 부회장이 ‘미국파’라면 권 부회장은 ‘독일파’인 셈이다. 1991년 현대정공에 입사한 권 부회장은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에서 선행개발실장, 선행개발센터장, 연구개발기획조정실장 등을 거치며 엔지니어의 길을 걸었다. 현대제철 제철사업관리본부장과 제철사업총괄 사장에 올라 현대차그룹의 숙원 사업이었던 일관제철소 건설을 진두 지휘했다. 이후 자동차 전장부품 계열사 케피코 대표, 차량용 반도체 개발을 맡은 신생 계열사 현대오트론을 맡았다. 2012년 현대기아차로 복귀해 연구개발본부장 사장을 맡았고, 2015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공학부문 최고 영예인 공학한림원 정회원이자, 2016년부터 제29대 한국자동차공학회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김용환(62) 현대기아차 부회장은 인창고, 동국대 무역학과, 고려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유럽사무소장 등을 거쳐 2003년에는 기아차 해외영업본부장을 맡았다. 2008년에는 현대차로 복귀해 해외영업본부 사장, 기획조정실 사장을 지낸 후 2010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김 부회장은 그룹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기획조정실을 맡아 현대건설 인수, 신사옥 건립 등 그룹의 굵직한 주요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특히 2010년 현대건설을 놓고 현대그룹과의 인수 경쟁에서 승리한 것은 가장 큰 공적 중 하나로 회자된다. 정몽구 회장의 해외 출장이나 중요 행사 때는 대부분 수행하는 등 정회장의 신임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회장 아래 ‘실세라인’으로 알려진 현대정공 출신이 아닌데도 능력을 인정받아 최고경영진 반열까지 올랐다. 이원희(58) 현대자동차 사장은 대광고, 성균관대 경영학과, 웨스턴일리노이대 회계학 석사 출신이다. 현대차 재정팀장, 국제금융팀장, 미국판매법인 재경담당 상무, 재경본부장 전무, 부사장, 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재무통’으로 통한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 재무담당으로 일하면서 공격적 마케팅으로 실적을 개선해 미국 금융위기 상황을 극복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2010년 재경본부장을 맡은 이후에는 현대차가 글로벌 완성차 회사로 입지를 다지고 재무건전성과 수익성 측면에서 진일보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2010년부터 5년 여간 10% 안팎의 높은 영업이익율을 기록하고 글로벌 신용등급이 상향되는 등 높은 외형성장을 달성했다. 박한우(60) 기아차 사장도 현대차그룹 내 손꼽히는 재무관리 분야 전문가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부회장이 없는 기아차 대표를 맡고 있다. 중앙상고와 단국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박 사장은 2003년부터 2012년까지 현대차 인도법인에서 재경담당으로 이사, 상무, 전무를 거친후 법인장(부사장)까지 역임했다. 법인장 시절 i10, i20 등 현지전략 차종들을 성공적으로 히트시키며 인도시장에서 현대차가 2위 업체로 입지를 다지는데 큰 역할을 했다. 2012년 기아차 재경본부장(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2014년에는 기아차 사장으로 승진했다.   피터 슈라이어(65) 사장은 현대기아차의 디자인 변천사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슈라이어 사장은 독일 뮌헨의 산업디자인 전문학교와 영국 런던의 왕립예술학교에서 자동차디자인을 전공했다. 1994년부터 2002년까지 아우디 디자인 총괄 책임자로 근무하며 TT, A6 등 아우디 디자인의 변혁을 주도했으며, 2002년부터 2006년까지는 폭스바겐의 디자인 총괄 책임자로 근무했다. 2006년 기아차 디자인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되며 현대기아차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피터 슈라이어의 영입에 각별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BMW의 크리스 뱅글, 아우디의 월터 드 실바와 함께 유럽 3대 자동차 디자이너에 꼽힌다. 그는 기아차의 디자인 방향성을 ‘직선의 간결함’으로 제시하고, 호랑이 코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로 상징되는 패밀리룩을 정립시켰다. 이러한 디자인 혁신을 바탕으로 기아차는 2008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10년 출시된 K5는 현재까지도 슈라이어 사장이 탄생시킨 역대급 명작으로 남아 있다. 슈라이어 사장은 최근 제네시스 브랜드의 디자인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알버트 비어만(61) 사장은 현대기아차의 차량성능 시험과 고성능차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독일 출신인 비어만 사장은 독일 아헨공대에서 기계공학 석사를 전공했다. 1983년 BMW에 입사해 고성능차 주행성능, 서스펜션, 구동, 공조시스템 등의 개발을 담당했으며, BMW M 연구소장직을 맡아 고성능차 개발을 총괄했다. BMW의 모터스포츠 참가 차량 개발 주역으로, 30여년간 고성능차 개발에 매진해온 세계 최고의 전문가다. 2015년 현대기아차에 부사장으로 영입된 비어만 사장은 남양연구소에서 출시전 차량의 안전성, 내구성, 소음진동 등 성능시험과 함께 현대차 N으로 대표되는 고성능차의 개발 총괄을 담당해오고 있다.   이종락 논설위원 jrlee@seoul.co.kr
  • [이종락의 재계인맥 대해부](11) 현대가의 ‘큰 어른’ 정몽구 회장과 ‘장손’ 정의선 부회장

    [이종락의 재계인맥 대해부](11) 현대가의 ‘큰 어른’ 정몽구 회장과 ‘장손’ 정의선 부회장

    정몽구 회장, 현대가 실질적 장남 역할...일가 챙겨아들 정의선 부회장, 경영 최일선에서 그룹 진두지휘2016년, 2017년 판매부진으로 경영시험대에 올라  지난달 16일 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유엔빌리지에 있는 현대차그룹 정몽구(80) 회장의 자택에 현대가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정 회장의 어머니인 변중석씨의 11주기를 맞아 범현대가가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정 회장과 아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집에서 제사를 준비하고 범현대가 친척들을 맞이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정몽진 KCC그룹 회장, 정몽일 전 현대기업금융 회장, 정몽석 현대종합금속 회장, 정몽혁 현대종합상사 회장, 정몽용 성우오토모티브 회장, 정몽규 HDC그룹 회장, 정몽윤 현대해상화재 회장, 정몽열 KCC건설 사장, 정몽훈 성우전자 회장 등이 제사에 참석했다. 아랫대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과 정대선 현대BS&C 사장,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의 부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모습을 보였다. 현대가 제사는 2014년까지 정주영 명예회장의 생전 자택인 서울 종로구 청운동에서 열리다가 2015년부터 정몽구 회장의 자택에서 모셔지고 있다. 정몽구 회장의 집안에서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2남인 정 회장은 큰 형인 정몽필 전 인천제철 사장이 지난 1982년 교통사고로 사망한 뒤 현대가의 장자 역할을 하고 있다. 2000년 3월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놓고 동생인 고 정몽헌 회장과 ‘왕자의 난’이라고 불리는 경영권 승계다툼을 벌였다. 이를 계기로 정 회장은 같은 해 현대자동차 등 10개사를 이끌고 현대그룹으로 독립했다. 하지만 결국 승자는 정 회장 몫이었다. 현대차그룹은 재계 2위의 글로벌 기업이 됐고, 동생 몽헌 회장이 이끌던 현대그룹은 올해 자산 5조 이상의 대기업집단에서도 빠졌다. 정 회장은 경복고와 한양대 공업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몽헌·몽준 등 동생들과 달리 현대차·현대정공·현대자동차서비스·현대강관·현대산업개발·인천제철 등 여러 회사의 현장에서 두루 일했던 경험이 오늘날의 현대차를 일굴 수 있는 발판이 됐다. 실제로 현대자동차그룹은 2000년 이후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성장과 변화를 거듭해 왔다. 1999년 세계 판매 순위 10위였던 현대·기아차는 2000년대 들어 자동차업체 중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이며 세계 5위 수준의 자동차 메이커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정 회장은 “품질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라는 각오로 2000년 ‘품질경영’을 선언, 품질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혁신에 회사의 모든 역량을 투입했다. 특히 2002년에는 회장 직속으로 품질총괄본부를 신설했다. 품질총괄본부는 연구개발, 구매, 생산, A/S 등 모든 과정이 품질 시각에서 최고 역량을 펼치도록 지휘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다. 정 회장은 아직도 양재동 사옥 품질상황실에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제이디파워의 충고’를 걸어두고 있다. 주요 위기 때마다 업계의 허를 찌르는 ‘역발상 경영’도 정 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대표한다. 1998년 기아차 인수, 1999년 미국에서 ‘10년 10만마일 워런티’ 실시, 2009년 금융위기 때 ‘어슈어런스 프로그램(구매 후 1년 내 실직하면 차를 되사주는 프로그램)’이란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 오늘의 현대차를 글로벌기업으로 키웠다. 정 회장은 부인 고 이정화씨와 결혼해 1남3녀를 두고 있다. 장남 정의선 현대자동차부회장은 1995년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 장녀 정지선씨와 결혼, 1남 1녀를 낳았다. 정지선씨는 서울대 음대를 졸업했다. 사돈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은 경복고 선후배 사이다. 장녀 정성이 이노션 고문은 선두훈 대전 선병원 이사장과 결혼했다. 차녀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은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 결혼했다. 삼녀 정윤이 해비치 호텔리앤드리조트 전무는 신성재 삼우 부회장과 결혼했다가 2014년 이혼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부터 해외출장에 나서지도, 국내 공식석상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등 외아들 정의선 부회장에게 많은 권한을 위임하고 있다. 정의선(48) 부회장은 휘문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94년 현대정공에 과장으로 입사했으나 1년만에 미국으로 떠나 샌프란시스코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일본 이토추상사 뉴욕지사에서 2년동안 근무하다가 1999년 현대차에 자재본부 이사로 재입사했다.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현장에서 확실하게 경영수업을 받았다. 구매실장(상무)과 국내 영업본무 영업담당과 기획총괄본부 기획담당(전무)를 겸임했다. 2005년에는 기아차 사장, 현대자동차그룹 기획총괄본부 사장, 현대모비스 사장을 겸임했고, 2009년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아버지와 함께 있을 때 아버지 보다 앞서지 않으려고 한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밥상머리 교육이 몸에 뱄다. 재벌 3세인데도 소박하고 겸손하다는 평을 듣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해 7월 1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이 정의선을 기아차 사장으로 임명하고 그룹 차원에서 지원해 기아차를 회생시켰다. 정의선의 능력에 대해 시장에서는 의구심이 거의 없다”고 말했을 정도다. 실제로 정의선 부회장은 기아차 사장에 취임한 이후 ‘디자인 경영’을 추진하며 2008년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2006년 폭스바겐 총괄 디자이너 출신인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총괄 사장을 ‘삼고초려’ 끝에 기아차 디자인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이때부터 기아차는 독자 디자인 개발에 착수해 특징이 없던 기아차의 얼굴에 ‘패밀리룩’을 새겨 대반전을 이뤘다. 여기에다 브랜드 경영,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성공적인 런칭 등이 성과로 꼽힌다. 2011년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현대차의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을 발표하며 신브랜드경영을 선포했다. 2015년 11월 전 세계에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을 공표했다. 제네시스는 정 부회장이 초기 기획단계부터 외부인사 영입과 조직개편까지 모든 과정을 기획하고 주도한 야심작으로 평가받는다. 최근에는 친환경차, 커넥티드카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를 중심으로 현대차의 체질 변화를 이루는데 공을 들이면서 IT 업계와의 다양한 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경영능력 시험대에 올랐다. 현대·기아 판매량이 2016년 18년만에 역성장하면서 788만대에 그친 데 이어 지난해에도 725만대에 머물렀다. 미국 판매부진과 사드 영향으로 중국 시장이 고전한 이유다. 아버지 정몽구 회장이 일궈낸 글로벌 기업의 규모를 더 키울지, 아니면 이대로 주저앉을지 그룹의 운명이 그의 능력에 달려 있는 셈이다.  이종락 논설위원 jrlee@seoul.co.kr
  • 애경그룹 2세 ‘채형석 시대’ 열리나

    애경그룹 2세 ‘채형석 시대’ 열리나

    비누·세제→항공·관광·유통 다각화 주역 ‘42년 본사’ 옮겨 ‘홍대시대’ 시너지 모색애경그룹이 42년 만에 지난달 본사를 이전하며 ‘홍대시대’를 시작한 가운데 본사 이전을 주도한 채형석(58) 총괄부회장에게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채 총괄부회장이 앞서 비누, 세제 등 생활용품 전문 기업이었던 애경을 화장품, 항공사, 호텔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한 단계 끌어올린 주역으로 평가받는 만큼 본사 이전과 함께 본격적으로 ‘채형석 시대’를 열 것이라는 관측이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채 총괄부회장이 조만간 그룹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채 총괄부회장은 애경의 창업주인 고 채몽인 회장의 장남이다. 현재 애경그룹은 채 창업주의 부인인 장영신(82) 회장이 이끌고 있다. 이미 채 총괄부회장은 고령인 장 회장을 대신해 2000년대 중반부터 경영 일선에서 그룹 내 주요한 사업을 주도해 왔다. 특히 2005년 제주항공을 설립해 2006년 취항에 나서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항공, 관광, 유통으로 다각화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초반에는 애경의 항공업 진출을 두고 무리수라는 평이 우세했다. 실제로 제주항공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쟁사의 견제 등으로 설립 첫해부터 2010년까지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고전했다. 그러나 채 총괄부회장은 사업을 접는 대신 외려 2010년 AK면세점을 매각하는 등 자금을 마련해 항공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했다. 당시로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면세점 사업을 포기하고 항공업을 확대하는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이후 제주항공은 흑자로 돌아서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는 매출 1조 2000억원 달성이 목표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홍대 통합사옥 ‘애경타워’에는 지주회사인 AK홀딩스와 애경산업, AK켐텍, AKIS, 마포애경타운 등 5개 계열사와 제주항공 국제영업팀이 입주했다. 또 제주항공에서 운영하는 호텔 ‘홀리데이 인 익스프레스 서울 홍대’와 AK플라자에서 운영하는 쇼핑몰 ‘AK&홍대’가 들어서 계열사 간의 시너지 창출을 모색하고 나섰다. 이 역시 채 총괄부회장의 작품이라는 후문이다. 실제로 채 총괄부회장은 올해 초 신년 워크숍에서 “올해 새로운 홍대 시대를 열어 젊고 트렌디한 공간에서 대도약을 할 것”이라면서 “애경그룹의 퀸텀점프를 모색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사설] 2분기 성장률 0.6%, 정부·국회 규제혁신에 사활 걸어야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2018년 2분기 국민소득(잠정)’을 보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397조 9592억원(계절조정계열)으로 전 분기보다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한다. 지난해 4분기 -0.2%에서 올해 1분기 1.0%로 반짝했다가 2분기에 다시 주저앉은 것이다. 이 추세라면 정부와 한은이 당초 3.0%에서 2.9%로 낮춘 올해 목표 성장률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오는 10월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낮출 것이라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더 암울한 것은 세부 지표다. 건설투자는 1분기 1.8%에서 -2.1%로 돌아섰고, 설비투자 증가율은 -5.7%, 지식재산생산물투자는 -0.7%였다. 3, 4분기 성장률을 가늠해 볼 수 있는 3대 투자 지표가 모두 역성장한 것은 2012년 2분기 이후 처음이라고 하니 예사롭지 않다. 국민총소득(GNI)도 1.0% 감소했다고 한다. 지난해 4분기 -1.2%에서 올해 1분기 1.3%로 개선됐지만, 반년 만에 다시 고꾸라진 것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내년이다. 경제는 고꾸라지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일으켜 세우려면 많은 시간과 함께 서민 등 각 경제주체의 희생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절절하게 체험한 바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이에 대한 해법을 놓고 갑론을박할 뿐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8월 임시국회가 열렸지만, 여야 대표들이 합의한 규제완화 법안들조차 처리하지 못하고 빈손으로 마무리했다. 여당마저도 문재인 대통령의 규제혁신 1호 법안인 ‘인터넷 전문은행에 관한 특례법’(은산분리 규제완화 법안)에 제동을 걸었다. 그제 개원한 정기국회에 이들 규제완화 법안과 일자리 창출과 성장을 견인할 450조 5000억원의 ‘슈퍼예산’이 넘어가 있지만, 벌써 국정조사 등 정치 이슈들에 뒷전으로 밀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어제 국회를 찾아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 상임위원장을 찾아다니며 규제완화 법안의 처리를 호소했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정기국회에 이어 두 번째다. 그만큼 규제완화는 절실하다. 이제 여당은 물론 야당도 규제완화에 눈과 귀를 열어야 할 때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만큼은 규제완화 법안들을 반드시 처리해 경제활력 회복에 힘을 보태야 한다. 정부·여당도 소득주도성장을 위해서라도 단기적으로 일자리 창출에 효과가 있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추가하고, 혁신성장에 매진해야 한다. 경제가 고꾸라지면 소득주도성장도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 힘 빠진 성장·더 나빠진 주머니 사정…경기 하강 논란 커질 듯

    힘 빠진 성장·더 나빠진 주머니 사정…경기 하강 논란 커질 듯

    한은 “잠재 수준 성장세 지속” 불구 투자·소비↓…수출 증가세도 꺾여 ‘소득 3만弗’ 상처뿐인 영광 될 수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줄어들어올해 2분기(4~6월) 경제성장률이 꺾이면서 경기 하강 논란을 부채질할 것으로 우려된다. 더 큰 문제는 소득 증가 속도가 이런 둔화된 경제 성장 속도마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기 대비 실질 국민총소득(GNI·계절조정기준) 증가율은 1분기 1.3%에서 2분기 -1.0%로 추락했다. 1년 전과 비교해도 각각 2.0%, 1.5% 증가에 그쳤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1, 2분기 각 2.8%)을 훨씬 밑돈다. 실질 GNI는 구매력을 반영하는 소득 지표로, 체감 경기와 지표 경기의 간극이 커졌다는 의미다. 이는 1995년부터 2008년까지만 해도 두 차례(2002·2008년)를 빼면 꾸준히 지속되던 현상이었다. 당시는 고도 성장기여서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인 2009년부터 2016년까지는 2011년을 제외하면 소득 증가가 경제 성장 속도를 앞질렀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경기 상승 국면에서는 체감 효과를 높이고 하강 국면에서는 충격을 줄일 수 있었다는 뜻이다. 지난해에도 소득 증가율과 경제성장률은 3.1%로 같았다. 하지만 국민들로서는 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상황에서 앞으로 외형 성장마저 둔화되면 ‘이중고’에 시달릴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한은 관계자는 “잠재성장률 수준의 견실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2분기 민간소비(0.3%)는 6분기, 설비투자(-5.7%)는 9분기, 건설투자(-2.1%)는 2분기 만에 각각 최저였다. 수출(0.4%) 증가세도 한풀 꺾였다. 전망도 밝지 않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전월보다 0.2포인트 낮아진 99.8을 기록했다. 이는 두 달 연속 하락한 것으로, 수치가 100 밑으로 떨어진 것도 2016년 8월 이후 23개월 만이다. 통계청은 경기선행지수가 6개월 연속 하락하면 ‘경기 전환점’으로 본다.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2.8%에 머문 상황에서 정부와 한은이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2.9%)을 달성하는 게 쉽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한은에 따르면 3, 4분기 평균 전기 대비 0.91∼1.03% 성장해야 연간 성장률 2.9%에 이를 수 있다. 연간 2.9% 성장률을 기록한 2016년에는 한 차례도 분기 성장률이 0.91%를 넘지 못했다. 올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돌파가 유력하지만 ‘상처뿐인 영광’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기가 받쳐 주지 않는 흐름이어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역시 줄어드는 모양새다. 한은이 다음달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금리를 올리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는 10월과 11월 두 차례 남아 있다. 다만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에 초점을 맞추고 인상할 가능성도 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아르헨티나 19개 정부부처 절반 이하 축소 왜?

    아르헨티나 19개 정부부처 절반 이하 축소 왜?

    통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금융 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아르헨티나가 재정 흑자 전환을 위해 정부 부처를 절반 이하로 줄이고 곡물세를 부과하는 등 자구책을 내놨다. 터키를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신흥국 사이에서 금융 불안 우려가 도미노처럼 번지는 양상인 가운데 아르헨티나의 ‘초긴축’ 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지 이목이 쏠린다.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TV 대국민 담화에서 2020년까지 재정 흑자를 목표로 비상 긴축 정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전했다. 마크리 대통령은 “이것은 또 다른 위기가 아니라 마지막이어야 한다”면서 “수출품에 세금을 매기는 것은 비상대책으로 일단 경제가 안정되면 해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페소화 가치 하락으로 이득을 본 수출업자들이 더 기여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지출을 계속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내년부터 주력 곡물 수출품에 대한 세금을 올린다. 아르헨티나는 세계 최대 간장, 콩기름의 수출국이다. 옥수수, 밀, 콩도 대량 샌산한다. 이런 주요 곡물 수출품에 달러당 4페소, 가공 제품에 달러당 3페소의 세금이 각각 부과된다. 또 현재 19개인 정부 부처를 10개 이상 없앤다. 아직까진 어떤 부처가 통합·폐지될 지는 발표되지 않았다. 이에 따른 공무원 인력 감축도 불가피하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지난 6월 국제통화기금(IMF)와 500억 달러(약 55조 5800억원) 규모 구제금융 지원에 합의했다. 아르헨티나 화폐인 페소화 가치는 지난주 16%가량 급락하고 올 들어 50%가량 하락했다. 니콜라스 두호브네 재무부 장관은 이번에 발표된 긴축 정책으로 2020년까지 GDP 1%에 이르는 재정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는 주요 곡물 수출 가격 부진, 금융위기, 물가상승 탓에 1%가 넘는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스위스 금융기업 UBS 애셋매니지먼트의 신흥시장 투자 담당 페데리코 카우네는 이날 FT에 “(아르헨티나 정부가 발표한 이번 정책은)그들이 겪고있는 위기를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면서 “신흥국들은 시장에 좀 긴축 재정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과의 갈등으로 리라화 폭락을 겪은 터키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신흥국들의 통화 가치가 줄줄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루피아화는 지난 3일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 방송 CNBC에 따르면 이날 외환시장에서 루피아화 환율은 달러당 1만 4777루피아까지 상승했다. 이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루피아화 가치는 올해 들어 8.93%나 하락했다. 브라질 통화인 헤알화의 가치가 지난달 31일 10년 내 가장 낮은 수준인 1헤알당 267.17원까지 떨어졌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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