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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O 무조건 바꿔” 머리 싸맨 금융사

    “CRO 무조건 바꿔” 머리 싸맨 금융사

    “기간 유예” vs “법적근거 없다” 겸직 제한 논란… 보완책 강구 금융사들이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 선임 문제를 놓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 지난달부터 시행된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라 다음달 말까지 CRO를 새로 뽑아야 해서다. 은행·보험·증권·카드 등 모든 금융권에서 약 400명의 CRO가 물갈이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사들은 “(CRO 일괄 교체는) 현실적 어려움이 많다”며 반발하고 있다. 22일 금융 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중 논란이 되는 부분은 CRO 선임이다. 새 법은 CRO의 독립성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기존에는 은행장이나 사장이 CRO를 임의로 선임하면 됐다. 은행의 경우 부행장들이 1년에 한 번씩 돌아가며 CRO를 맡았다. 하지만 새 법에서는 일정 자격요건(금융회사 10년 이상 근무 등)을 갖춰야 하고 반드시 이사회 의결을 거쳐 CRO를 뽑도록 했다. 임기도 2년 이상 보장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법 시행에 들어가면서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CRO는 전부 새로 뽑으라”고 금융권에 주문했다. 대신 다음달 말까지 석 달의 유예기간을 뒀다. 은행만 놓고 보면 약 50개사(국내 은행, 외국계 은행, 외은지점 포함) 가운데 신한은행 한 곳만 요건을 충족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금융사들이 앞으로 한 달 안에 CRO를 교체해야 하는 처지다. 금융사들은 “현실적으로 일정이 너무 빠듯한 데다 설사 이번에 바꾼다고 해도 연말연시 임원 인사 때 또 인사를 해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내년 3월까지 CRO 교체 기간을 더 유예해 달라”고 금융위에 요청하고 있다. 금융 당국의 태도는 단호하다. 유예 기간 연장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인사권을 틀어쥐고 있는 최고경영자(CEO)나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CRO들이 ‘밥그릇’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반발하는 것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깔려 있다. CRO 겸직 제한도 논란거리다. 새 법에서는 CRO의 대출 심사 및 승인 업무 겸직을 금지하고 있다. CRO가 대출 심사 과정에 개입해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국내 은행들은 CRO가 관할하는 감리본부와 대출 업무를 맡는 여신심사본부가 분리돼 있어 영향이 없다. 하지만 외국계 은행(한국씨티·제일은행 등)과 외은지점(HSBC, JP모건체이스, DBS 등), 금융투자회사(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는 CRO가 대출 심사 및 승인을 관장하고 있다. 한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대출 실행 단계부터 부실 가능성을 사전에 함께 점검하기 위해 CRO가 여신 관련 업무를 겸직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여신 심사와 승인 업무 역시 위험 관리 차원에서 이뤄지는 업무라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본사 차원의 조직 체계라 한국 법인만 별도 체계를 도입할 수도 없다”며 난감해했다. 이런저런 논란이 커지자 금융 당국은 일부 보완책을 다음주쯤 발표하기로 했다. CRO 겸직 제한을 다소 완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CRO가 여신심사위원회에 위원 자격으로 참석해 대출 승인 결정에 참여하는 것은 허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경제 블로그] 성과주의 그늘… 美 웰스파고의 ‘허위 실적’

    [경제 블로그] 성과주의 그늘… 美 웰스파고의 ‘허위 실적’

    금융노조, 23일 총파업 예고 미국 4대 대형 시중은행 중 하나인 웰스파고는 우리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앞다퉈 벤치마킹하려는 곳입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을 비롯해 이광구 우리은행장, 이경섭 농협은행장 등이 공공연하게 ‘한국판 웰스파고’를 중장기 비전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웰스파고는 ‘소매금융 강자’라 불립니다. 예대마진(예금과 대출의 이자 차이에서 오는 수익) 비중은 적고 비이자 수익 비중이 높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죠. 고객 1명에게 은행, 카드, 보험 등 6개 이상의 그룹 계열사 금융상품을 교차 판매해 비이자 수익을 높이는 방식입니다. 그런 웰스파고가 최근 ‘철퇴’를 맞았습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소비자금융국(CFPB)은 웰스파고에 벌금 1억 8500만 달러(약 2000억원)를 부과했습니다. 또 고객에게 부당이득 500만 달러(약 57억원)를 환급하라고 명령했죠. CFPB 조사에 따르면 웰스파고는 2011년부터 고객 명의를 도용해 200만개의 허위 예금계좌를 개설했습니다. 이 중 1만 4000개 계좌에서 연회비, 이자 수수료 등을 이유로 40만 달러(약 4억 3000만원)가 빠져나갔습니다. 웰스파고 직원들은 ‘허위 실적’을 바탕으로 보너스까지 챙겨 갔습니다. 웰스파고 사태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앞둔 우리 은행권에 주는 시사점이 큽니다. 성과주의 성공 사례로 꼽히던 웰스파고마저 불완전 판매에 발목이 잡혔으니 말이죠. 산업계를 통틀어 유일하게 연공서열형 호봉제를 고수하던 은행권이 급여 체계에 메스를 들이대겠다는 시도는 박수받아 마땅합니다. 실적 기여도와 상관없이 해마다 억대 연봉을 챙겨 가는 ‘무임 승차자’들이 적지 않아서죠. 다만 불완전 판매를 제어할 수 있는 고객보호 장치 없이는 성과연봉제 역시 제대로 뿌리내릴 수 없다는 게 웰스파고의 교훈일 겁니다. 금융노조는 오는 23일 성과연봉제에 반대하는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적지 않은 갈등과 반목이 예상됩니다. 노사 모두가 고개를 주억거릴 수 있을 만큼 제대로 된 성과연봉제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더 두고 볼 일입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제2 정태영’은 없었다… 감사보수 후려치는 기업들

    ‘제2 정태영’은 없었다… 감사보수 후려치는 기업들

    2014년 회계법인 딜로이트안진은 자신들의 귀를 의심했다. ‘고객’인 현대카드 측이 감사 보수를 4배 넘게 올려 주겠다고 해서다. 감사 보수를 현실화시켜 달라고 아무리 읍소해도 “감사를 맡길 회계법인은 많다”며 들은 척도 안 하는 게 국내 기업들의 대부분 풍토였다. 그런데 올려 달라는 요청도 안 했는데 알아서 올려 주겠다는 제안을 해 온 것이다. 그것도 한두 푼도 아니고 무려 네 배였다. 반신반의하는 딜로이트안진에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당시에는 사장)은 한 가지 단서를 붙였다. “대신 감사를 제대로 해 달라”고. 정 부회장은 2억 2000만원이던 외부감사 보수를 2014년 9억원으로 파격 인상했다. 그가 대표를 맡고 있는 또 다른 계열사 현대캐피탈도 마찬가지였다. 전년(3억 300만원)보다 3배 많은 9억 1800만원을 삼정KPMG 회계법인에 지급했다. 선진국처럼 투명하고 제대로 된 감사를 받으려면 합당한 보수를 지급해야 한다는 게 정 부회장의 생각이었다. ●보수 2배 자진 인상 회사 작년 ‘0’ 회계법인은 감사의 품질을 높이는 것으로 답했다. 안진이 2013년 현대카드에 투입한 총감사시간은 1910시간이었으나 이듬해 9466시간으로 5배나 늘었다. 지난해에는 감사보수가 동결됐음에도 600시간 이상 더 증가한 1만 74시간을 할애했다. 삼정이 현대캐피탈에 투입한 총감사시간도 2013년 3630시간에서 2014년과 2015년 각각 8940시간과 8990시간으로 늘었다.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감사시간은 100대 기업 평균 7385시간(2014년 기준)을 크게 웃돈다. 이는 기업과 외부감사 기관이 상생한 모범 사례로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회계업계는 정 부회장과 같은 CEO가 계속 나오면 외부감사의 질과 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제2의 정태영’은 없었다. 서울신문이 23일 한국공인회계사회를 통해 파악한 결과, 지난해 감사보수를 2배 이상 올린 140개 기업 중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처럼 자발적으로 인상한 기업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으로 감사업무 자체가 늘거나 그간 감사보수가 감사시간 대비 너무 낮아 협의를 통해 인상한 게 대다수였다. 현행법상 ▲자산총액 120억원 이상 ▲자산총액과 부채총액 각각 70억원 이상 ▲종업원 300명 이상인 기업은 의무적으로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 2만 4951개사가 해당한다. ●자유수임제 폐해… 제도 개선 필요 감사보수는 관행처럼 계속된 기업들의 ‘후려치기’로 많이 떨어져 있다. 회계사회에 따르면 100대 기업(금융사 제외)의 시간당 감사보수는 2008년 8만 9000원에서 2014년 7만 5000원으로 15.7% 감소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2009~13년 코스피 상장사 시가총액 상위 100곳 중 외부감사 기관을 변경한 47건을 분석한 결과, 29건(61.7%)에서 시간당 감사보수가 평균 23.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 기관 변경이 ‘보수 덤핑’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중경 회계사회장은 “감사보수를 투자로 보지 않고 비용으로 생각하는 기업이 많아 아쉽다”며 “갑을 관계에서 감사인을 선정하는 자유수임제의 폐해가 존재하는 만큼 법과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수 탓만 하며 기업 유착을 일삼는 회계업계의 관행이 개혁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안진은 2010~15년 30억원에 이르는 보수를 받고 연 6000시간 이상 대우조선해양을 감사했지만 분식회계를 적발하지 못해 고의적인 묵인 의혹을 받고 있다. ●적정 보수 기준 두고 부실감사 문책을 조명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고려대 경영대학 교수)은 “무작정 감사보수를 인상하면 회계법인이 기업에 종속되는 등 독립성 훼손 우려가 있다”며 “정부가 적정한 감사보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회계법인의 수익을 보장하고 부실 감사 시에는 엄격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금융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現 금융환경은 사육사 없는 정글… 살아남아야 자유 누린다”

    [금융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現 금융환경은 사육사 없는 정글… 살아남아야 자유 누린다”

    서울신문은 지난 석 달간 ‘금융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가 산다’ 시리즈를 통해 우리 금융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했다.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금융당국과 금융사, 학계 전문가와 함께하는 좌담회를 열었다. 서울신문 본사에서 열린 좌담회에는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지금의 금융 환경을 “사육사가 사라진 정글”에 비유했다. 사육사가 있을 때는 굶어 죽을 걱정은 안 해도 되는 대신 길들여져야 했다. 사육사가 없으면 자유를 얻는 대신 생존 자체를 고민해야 한다. 사육사가 정말 사라진 것인지, 사라져 가고 있다면 변화된 환경에서 금융사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 것인지 들어봤다. ■사회 유영규 서울신문 금융부 차장 →정부가 금융개혁을 소리 높여 외치지만 국민의 체감지수는 낮다. 왜 금융개혁이 중요한가.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 금융개혁이란 화두를 던지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금융이 기본적으로 실물경제를 지원해야 하는 일차적인 기능을 지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금융산업 자체가 새로운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만들기 때문이다. 금융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곧 실물경제에 대한 지원이다.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어떤 개혁이든 실생활에서 체감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최근 금융회사에 대해 규제 완화를 하고 있지만 소비자에게까지 전달되려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인터넷전문은행도 출발의 토대는 닦였지만 본격 출범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아직도 시장에서는 규제를 탓하는 목소리가 많다. 더 풀어야 할 규제와 쥐어야 할 규제가 있다면.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그 전에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다. 한국에서 흔히 쓰는 금융기관이라는 말이 난 굉장히 어색하다. 금융회사라고 하지 않고 금융기관이라고 부른다. 호칭 자체가 기업을 이익과 계속 멀어지게 만든다. 사람들의 인식에도 ‘금융사는 공적기관’이란 이미지를 심어 “더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한다. 은행장 임기제도 말이 안 된다. 돈을 벌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없는 구조다. 또 직원들을 계속 다른 부서로 순환근무시키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진다. 금융당국자도 임기가 있으면 안 된다고 본다. 못하면 바꿔야지, 잘하는데 왜 바꾸나.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 건전성 규제도 소비자보호도 당연히 해야 하는 숙제다. 그런데 얼마만큼 할 것이냐는 판단의 문제다. 예를 들어 금융기관들이, 아 이런 표현 쓰지 말라고 했는데(웃음), 위험 부담을 하도록 규제를 풀면 건전성 문제와 충돌한다. 상품개발이나 판매에 관한 규제를 대폭 풀면 소비자 보호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금융은 원리원칙을 먼저 정하고 그 안에서 굉장히 세부적인 이슈를 다룰 수밖에 없다고 본다. -권 행장 금융회사가 이익을 못 내면 지속할 수 없다는 국민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 은행들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은 미국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다만 최근 비대면 채널이나 핀테크와 관련해 우리보다 빠른 진전을 보여 온 미국과 중국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역시 잘 알고 계실 거다. 규제가 없으면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지만 반대로 후유증도 큰 만큼 반면교사할 필요가 있다. -정 부위원장 금융기관은 건전성이 담보돼야 한다. 또 기본적으로 재산을 매개로 하지만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어느 영역보다 소비자 보호가 강하게 요구된다. 최근 이슈가 되는 부분은 영업행위 규제와 관련한 것인데 이 부분은 알게 모르게 일어나는 가격에 대한 규제, 보이지 않는 행정지도를 통한 그림자규제, 업권의 자율규제 등 다양하다. 이런 규제는 폐지 또는 완화돼야 한다고 본다. -안 원장 앞서 존 리 대표가 언급한 국내 경영진의 단기경영 문제는 핵심적인 이슈다. 미국은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의 임기가 약 7~8년이다. 우리나라는 대개 3년 내외다. 장기경영을 할 수 없다 보니 단기수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경영한다. 당기순이익에 집착하면서 장기적인 투자 안목은 잃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서비스에 정당한 대가를 내는 문화가 형성되지 않았다. 프라이빗뱅커(PB) 서비스만 해도 미국은 연 1~2%의 수수료를 부과하지만 우리는 공짜다. 그러니 PB들이 자금을 계속 회전시키는 방식으로 이윤을 창출하려 한다. 금융 소비자와 금융기관 모두 손해를 보는 게임을 반복 중이다. -리 대표 미국은 이자율이 내려가면 은행 주가가 오른다. 예금금리는 내리지만 대출금리는 안 내려 예대금리 폭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만큼 은행이 돈을 버는 것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없다. 미국에선 금융당국의 간섭을 싫어한다. 오히려 협회 규제가 더 강하다. 회사 내부규정은 그보다 더 심하다. 그러니 감독기관이 할 일이 줄어든다. →정권이 바뀌면 금융정책은 일관성을 잃는다. 금융정책이 긴 안목에서 방향성을 가지고 이어질 방법은 없을까. -안 원장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그걸 공무원에게 기대하기는 어렵다. 특히 공약과 관련된 사항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식인데 직업공무원이 이에 반하는 의견을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런 점에서 새 정권이 들어섰을 때 언론과 학자들이 공약을 검증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거시적으로는 정권의 정책 일관성을 위해 5년 단임제가 아닌 중임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5년짜리 정책만 남발하는 것에서 벗어나 계승과 발전의 정치문화 정착이 필요하다. →핀테크 등 정보기술(IT) 발달로 최근 금융산업에도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금융권 구조조정에 대한 생각은. -권 행장 은행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기업은행은 유휴인력이 없다. 과거엔 한 점포에 20~30명이 근무했지만 이제 대형점포를 제외하면 7~10명 수준이다. 은행마다 환경이 다르니까 은행에 맡겨 줬으면 한다. 스마트금융부라든지 문화콘텐츠, 핀테크사업부 등이 계속 생긴다. 인력 구조조정이 다는 아니다. 일하는 방식도 바꿔야 하고 조직에 대한 진단도 필요하다. 그동안 일상적으로 진행해 온 업무 프로세스도 효율적인지 봐야 한다. 한쪽은 이익을, 다른 한쪽에선 혁신을 고민하는 것이 효율성 있는 방향이지 인력과 점포 줄이기만이 구조조정은 아니다. -정 부위원장 지금까지 우리 금융시장은 획기적으로 시장이 증가해 비용 절감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금융도 새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비용 절감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됐다. 서비스 산업에서는 인건비가 굉장히 중요하다. 인건비를 무조건 줄이자는 게 아니고 성과에 따라서 보수를 지급하자는 거다. 연차가 아닌 수익 창출에 얼마나 기여했는지에 따라 보수가 정해져야 한다. 관성적인 보수체계를 바꾸지 않으면 혁신도, 비효율적인 지출구조 개혁도 불가능하다. -리 대표 미국에서 20년 일하고 한국에 오니까 차이점을 많이 느낀다. 물론 한국에도 장점이 있고 미국에도 장점은 있다. 사실 한국에 왔을 때 신기했던 건 보수체계였다. 3% 오르면 전 직원이 3% 오른다. 그래서 보수체계를 제일 먼저 바꿨다. 지금은 보상 시스템도 완전히 바꿨다. 한국 금융사는 위계가 지나치게 철저하다. 빠른 결정을 위해서는 수평적 조직이 돼야 하지만 한국은 수직적이다. 마인드는 꼭 공장 같았다. 금융에서는 전문성이 중요하다는 걸 잘 몰랐던 것 같다. 이런 체계라면 누가 사장으로 와도 바뀔 게 없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금융개혁의 롤모델은. -정 부위원장 우리 금융체계는 미국과 유사하다. 은행, 증권, 보험사의 영역이 각기 다르다. 반면 영국을 비롯한 유럽은 이를 하나로 합친 유니버설뱅킹 시스템이다. 유럽은 미국처럼 자본을 기반으로 할 수는 없기에 개인들의 전문성에 의존한다. 시스템 면에서 보면 우린 미국에 가깝지만 사회적 기반을 보면 영국처럼 인적자원을 잘 활용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양측 모두 롤모델이 될 수밖에 없다. -안 원장 금융의 역할이 산업자본 형성 후 부가가치를 높여 성장동력을 만드는 것이라고 할 때 영미식으로 가야 된다고 본다. 다만 과거 1990년대와 2000년대 영미식 은행 모형이 사라지고 미국도 분업주의에서 겸업주의로 가는 추세이기 때문에 (전통적인 영미식으로) 가는 건 쉽지 않을 거다. 자산운용사로는 개인적으로 웰링턴이 괜찮았다. 파트너십 회사인데 자산운용에 대해서는 신입사원부터 최고투자책임자(CIO)까지 아침마다 회의를 하면서 토론문화를 가져간다. 굉장히 감명 깊었는데 우리에게도 그런 롤모델이 있었으면 좋겠다. →‘낙하산’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안 원장 사실 낙하산은 정부가 아닌 정치권에서 내려보내는 거다. 막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최소한의 공공성을 제외한 공기업은 빨리 민영화하는 것이다. 민영화가 불가능하다면 능력 위주로 검증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우선 전문성과 청렴도를 갖췄는지를 봐야 한다. 정권과의 관계에만 집착해 검증 초점을 맞추기보다 최소 자격을 갖췄는지, 적합한 인물인지 등을 따져 봐야 한다. -정 부위원장 금융권은 전문가를 채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낙하산이냐 아니냐 하는 잣대를 보면 통상 노조 시각이 크게 반영되는 듯하다. 일부에선 내부 승진이 아니면 다 낙하산이라고 한다. 사실 규제기관과 금융기업은 굉장히 상호 교환적이고 보완적이다. 그런데 때론 과도하게 낙하산의 병폐만을 부각한다. 시장과 정책당국자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나 상호보완할 수 있는 여지를 원천 봉쇄하는 듯하다. 전문성이 없는 인사가 경쟁을 통하지 않고 금융기관 경영자가 되는 것은 분명히 낙하산이다. 다만 해당 회사의 소금 역할을 할 전문성 있는 외부인사까지 싸잡아 매도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금융개혁이 끝까지 힘을 잃지 않고 성공하려면. -리 대표 금융개혁은 나라만 쳐다보면 안 된다. 민간이 주도해야 하는 분야다. 지금도 많은 금융사가 회사가 아닌 기관처럼 움직이는데 이래서는 안 된다. -안 원장 그동안 정부는 동물원 사육사 역할을 해줬다. 덕분에 금융회사가 죽지는 않았지만 순치됐다. 그런데 최근 정부는 이런 동물을 자연에 풀어 주려 한다. 이제 금융회사에 공이 넘어온 것이다. 규제를 혁파하고 먹거리를 찾을 수 있게 해줬는데 그렇다면 금융회사가 화답할 차례가 아닌가. 정부에도 부탁이 있다. 서울신문 설문조사에서도 나왔지만 혹시 정권이 바뀌면 금융개혁이 또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권 행장 금융회사도 최근 많이 변하는 환경에 위기의식을 크게 느낀다. 이런 위기의식 자체가 사실 금융개혁의 기본이고 본질이다. 모든 회사들이 스스로 혁신하고 개혁해야 한다. -정 부위원장 지금까지는 당국이 금융사의 코치 역할을 했지만 앞으로는 심판만 할 것이다. 코치를 안 한다는 건 경쟁에서 도태되면 안 봐 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는 선수는 최선을 다해 뛰어야 한다. 혁신하고 새 수익 모델을 만들고 비효율적인 부분을 정리하는 금융기관은 살아남겠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도태되는 환경을 만들 것이다. 변한 환경을 수용하고 정해진 룰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려는 금융회사, 그것이 당국이 희망하는 미래의 모습이다. 정리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낙하산이냐 연임이냐… 금융사 하반기 인사태풍

    낙하산이냐 연임이냐… 금융사 하반기 인사태풍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연임 및 교체가 올 하반기 최대 이슈가 될 전망이다. 신한금융,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등이 모두 올 연말과 내년 초 CEO 임기가 끝난다. 그동안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해 온 금융산업의 특성상 금융사들은 ‘낙하산’ 인사와 연임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2월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임기가 가장 먼저 끝난다. 이르면 9월부터 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가 구성돼 차기 행장 선출 준비에 들어간다. 우리은행 민영화 마무리와 함께 임기를 2년으로 정하고 시작한 이 행장은 민영화 추진 정도가 연임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행장은 임기 동안 실적을 호전시키고 유럽, 미국, 일본에서 해외 기업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민영화를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행추위가 꾸려질 때까지 연임에 대한 확정이 없거나 새로운 CEO 선임 움직임이 나올 경우 민영화는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 벌써부터 차기 행장을 겨냥한 물밑 작업이 치열하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조용병 신한은행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내부 규정에 따라 만 70세가 넘으면 회장직을 맡을 수 없기 때문에 만 68세인 한 회장은 더이상 연임이 불가능하다. 대규모 세대교체가 예상된다. 자회사 CEO 출신이 회장으로 오는 전례를 봤을 때 조 행장과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등이 유력한 차기 주자로 거론된다. 다음달 26일 임기가 끝나는 위 사장의 거취가 주목된다. 한 회장의 레임덕(권력 누수)을 막기 위해서라도 일단 위 사장을 1년 연임시켜 조 행장과 경쟁 구도를 만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임기는 내년 3월 끝난다. 현재로서는 연임이 무난해 보인다. 김정태(JT) 하나금융 회장의 임기가 내후년 3월 끝나는 만큼 ‘포스트 JT’로도 거론되지만 금융권은 JT의 3연임에 더 무게를 둔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아직 임기가 1년 반 이상 남았지만 지난 21일 열린 이사회에서 현직 CEO 연임 우선권을 경영승계 규정에 포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를 두고 “연임 욕심을 버렸다”는 성급한 분석도 들린다. KB금융 관계자는 “그동안 (KB 회장 인선에) 정부 입김이 유독 강했던 터라 방어적 차원에서 CEO 연임 우선권을 검토했고 그게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지만 자칫 CEO와 이사회가 너무 가까우면 1인 장기 집권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어 접은 것”이라면서 “이를 윤 회장의 연임과 연계 지어 해석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우선권을 주지 않는다고 해서 현직 CEO가 연임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올 연말에는 유일한 여성 행장인 권선주 기업은행장의 임기가 끝난다. 당초 권 행장의 연임설이 돌았으나 최근에는 전직 고위 금융관료 등의 하마평이 무성하다. 윤석헌 전 금융학회장은 “CEO 교체기마다 국내 금융권은 낙하산 인사와 줄서기로 몸살을 앓았다”며 “글로벌 경기 회복 불확실성 등으로 지금 같은 저성장이 얼마나 더 지속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금융사들이 살아남으려면 소모적인 후계 경쟁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사는 선진화된 CEO 승계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정부는 낙하산 유혹을 물리쳐야 한다는 주문이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한투증권, 10대 증권사 중 고객 민원 최다

    한투증권, 10대 증권사 중 고객 민원 최다

    CEO “고객 신뢰” 강조 불구 금감원 민원평가 2년간 4등급 직원 고객 돈 횡령 사건도 잇따라 한투 “펀드 판매 많아 민원 다수” 한국투자증권이 10대 증권사 중 고객들의 민원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부터 3년 연속이다. 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로서 10년째 한투증권을 이끌고 있는 유상호 사장이 실적 부문에선 좋은 성적표를 내고 있지만 고객과의 신뢰 쌓기에는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금융투자협회의 ‘금융투자사 민원 건수’를 보면 한투증권은 올해 1분기 자체 접수된 21건과 금융감독원 등 다른 기관에 접수된 25건을 합쳐 총 46건의 민원이 제기됐다. 유형별로는 주식과 선물·옵션 등 매매와 관련한 게 15건, 펀드와 주가연계증권(ELS) 등 수익증권 관련이 19건, 기타 12건이다. 그 뒤는 미래에셋대우(32건)와 신한금융투자(29건), 미래에셋증권(27건) 등의 순서였다. 한투증권은 2014~15년에도 10대 증권사 중 ‘민원 1위’라는 불명예 기록을 안았다. 지난해에는 234건이 접수돼 2위 하나금융투자(120건)에 비해 2배 가까이 많았다. 2014년엔 143건으로 10대 증권사 전체 482건의 29.7%에 달했다. 2위 삼성증권(64건)의 2배가 넘는다. 2013년의 경우 삼성증권과 하나금융투자가 하반기 공시를 하지 않았는데 두 곳을 뺀 나머지 8개 증권사만 놓고 봐도 한투증권의 민원(67건)이 가장 많았다. 한투증권은 고객과 진정한 신뢰를 쌓는다는 뜻에서 ‘트루 프렌드’(True Friend)를 기업 브랜드로 쓰고 있다. 실상은 ‘민원 프렌드’가 돼 버린 셈이다. 한투증권 측은 “경쟁사에 비해 펀드 등 상품 판매가 많다 보니 상대적으로 민원도 많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요즘은 금융사들이 블랙컨슈머(무리한 요구나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에게 당당하게 대처하는 추세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수년째 경쟁사보다 민원이 월등히 많다는 것은 고객 관리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역설적이게도 유 사장은 평소 “기업 경영은 사람 마음을 얻는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한투증권은 금감원이 해마다 발표하는 민원발생평가에서도 2013~14년 2년 연속 4등급에 그쳤다. 민원발생평가는 금융사의 민원 해결 노력 등을 점수화해 5개 등급으로 나누는 것으로, 1등급이 최우수등급이다. 지난해 평가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직원들의 횡령 사건도 최근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서울 강서지점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고객 돈 20억여원을 갖고 잠적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2014년에도 고객 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하거나 마음대로 빼내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힌 일이 있었다. 그 원인을 CEO의 임기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한투증권은 해마다 CEO를 재신임한다. 2007년 CEO로 발탁된 유 사장은 올해 9연임에 성공했다. 유 사장은 2011년부터 4년 연속 한투증권을 업계 순익 1위 증권사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화려한 실적 뒤에 그늘이 있다”면서 “(1년 단위로 재계약하는) 유 사장이 단기적 성과에 치중하다 보니 직원들이 공격적인 영업을 하고 민원이 발생해도 ‘법적 대응’ 운운하며 강하게 맞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증권사를 상대로 한 민원은 건수가 많지 않아도 금액이 만만치 않은 만큼 피해자들과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투증권 측은 “CEO 임기와 민원은 무관하다”면서 “최대한 민원을 줄여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금융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금융개혁 필요성’ 국내 금융사 CEO 20명에게 물어보니

    [금융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금융개혁 필요성’ 국내 금융사 CEO 20명에게 물어보니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나 계좌이동제, 기술금융도 결국엔 ‘땅따먹기’(고객 뺏어오기)와 다를 바 없다.” 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의 얘기다. 거침없이 이어지는 그의 발언. “정부가 ‘선진 금융’이라고 힘주어 포장한 상품들을 모든 은행들이 한날한시에 ‘땅’ 하고 내놓는다. 그런데 상품 내용이 다들 고만고만하니 대출 금리나 수수료를 깎아 주고, 예금 이자를 더 얹어 주며 고객을 한 명이라도 뺏어오려고만 한다. 이런 땅따먹기 게임에선 선진 금융기법은 없고 (정부에 보여 주기 위한) 실적 경쟁만 남게 된다.” 금융 당국은 ISA와 계좌이동제, 안심전환대출, 비대면실명확인서비스 등 새로운 금융 서비스들을 잇따라 내놓았다. ‘금융개혁 마중물’이라는 강조도 빠뜨리지 않는다. 하지만 금융권은 “정부가 (정책 출시에 드는) 비용은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불만이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올 4월 일임형 ISA를 출시하기 위해 전산을 새로 개발하고 인력 채용 및 교육에 적지 않은 비용을 들였다”며 “앞으로 수익은 얼마나 될지 투입 비용을 모두 건질 수 있을지 계산조차 어려운데 은행들이 적자를 보면서까지 고객 가치를 계속 실현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CEO는 “정권이 바뀌면 도루묵이 될지도 모르는 일에 선뜻 큰 비용을 투입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일선 현장에서 ‘유효기간 1년 반(박근혜 정권 남은 임기)짜리 정책과 상품’이라며 반발해도 자신 있게 ‘믿고 따라오라’고 설득하기가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금융개혁이 추진력을 얻으려면 역대 정권에서부터 되풀이되어 온 민(民)과 관(官) 사이의 불신을 걷어내야 함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CEO들 새 정책·서비스 ‘투자보다 비용’ 인식 특히 정책 지속성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명박 정부 때 강조했던 ‘녹색금융’은 현 정권 들어 ‘기술금융’으로 자리바꿈됐다. 조선업 구조조정 실패로 뭇매를 맞고 있는 산업은행은 정권에 따라 정책금융공사를 떼었다(2009년 이명박 정부) 붙였다(2015년 박근혜 정부) 하며 2500억원만 날렸다. 한 카드사 임원은 “당국은 섭섭할지 모르겠지만 (정권 교체 때마다) 그렇게 단명한 상품을 수도 없이 봐 와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이런 ‘학습효과’ 탓에 CEO들에게 새 정책이나 새 서비스는 ‘투자’보다 ‘비용’으로 더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CEO들이 금융개혁 필요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신문 설문조사에 응한 국내 금융사(은행·증권·보험·카드 등) CEO 20명은 ‘국내 금융산업 선진화에 기여했다고 생각되는 서비스’로 현 정권이 도입한 ‘비대면 실명확인 서비스’(51.34%)를 가장 많이 꼽았다. A증권사 임원은 “비대면 실명 확인은 점포와 실명거래 위주의 기존 영업 관행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 뒤는 ‘계좌이동제’(20%)가 차지했지만 ‘비대면 실명확인’ 응답과의 격차가 컸다. ‘간편결제’(14.28%), ‘ISA’(8.57%), ‘인터넷전문은행’(5.71%) 등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보였다. 금융 당국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해서는 CEO들 모두 100% 찬성 입장을 보였다. ‘발전적인 경쟁 문화가 자리 잡으면 서비스나 실적 개선에 도움 될 것’(75%)이라는 게 주된 이유였다. ●“대못 규제 철폐·해외진출 활성화 반드시 필요” B은행장은 “전 산업을 통틀어 호봉제가 적용되고 있는 유일한 업종이 은행업”이라며 “오히려 정부가 성과주의를 도입하라고 얘기하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당연히 추진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은 노조 반발을 의식해 섣불리 성과연봉제 카드를 협상 테이블 위에 꺼내 놓지 못했을 뿐이라는 고백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금융권 보신주의를 뿌리뽑고 성과주의 문화를 확산해야 한다”며 ‘거친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다만 금융권이 생각하는 금융개혁의 선(先)과 후(後)는 금융 당국과 온도차가 있었다. CEO들은 ‘절절포’를 가장 많이 외친다. 절절포는 임 위원장이 NH농협금융 회장 시절 범금융인 대토론회에서 ‘규제 완화는 절대로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고 발언한 데서 생겨난 말이다. 금융 당국은 금융개혁의 일환으로 그동안 1064건의 법령 규제 중 211건을 개선했다. 그림자 규제는 700건 중 43건으로 줄었다. CEO들은 ‘반드시 필요한 금융개혁’을 묻는 질문에 ‘대못 규제 철폐 내지 완화’(20.83%), ‘해외진출 활성화’(20.83%)를 가장 많이 꼽았다. 그 뒤는 ‘금융 노사관계 개혁’(16.67%), ‘낙하산 및 관치금융 차단’(12.5%) 및 ‘고객 중심의 금융서비스 제공’(12.5%) 등이 차지했다. C은행 임원은 “축구장에서 왼발 슛을 잘 날리는 선수가 있고 어시스트에 능한 선수가 있는 것처럼 은행마다 특성과 장기가 다 다른데 이런 기량을 자유롭게 펼칠 여건이 잘 안 된다”고 토로했다. 지금은 비대면 실명확인→계좌이동제→ISA→사잇돌대출(중금리대출) 등 금융 당국이 정해 놓은 타임스케줄에 따라 모든 금융사들이 허겁지겁 따라가기 바쁘다는 것이다. ●MB정부 이후 끊임없이 금융감독 체계 개편 제기 D은행 부행장도 “2014년 금융 당국과 은행들이 모인 기술금융 태스크포스(TF)에서 기술금융 부작용을 언급했던 한 금융사 임원은 이후 회의에선 아예 발언권조차 얻지 못했다”며 “이런 상명하복식 분위기에서 어떻게 금융사가 자유롭게 당국과 소통하고 창의성을 발휘하겠느냐”고 털어놓았다. 여전히 금융 당국이 ‘심판’ 대신 ‘코치’ 역할을 하려 한다는 볼멘소리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 체계 개편에 대한 주장이 끊임없이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 교수는 “지금의 금융개혁에는 금융사와 소비자에 대한 부분은 있지만 정작 금융 당국 개혁에 대해서는 고민이 없다”며 “이명박 정부에서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을 분리한 이후 부작용과 비효율성이 적지 않은 만큼 금융감독 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 금융산업의 특성상 금융 당국 스스로 심판과 코치 사이에서 갈등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반론도 있다.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 교수는 “2011년 미국 월가 시위 이후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금융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았고 소비자 보호와 관련한 민감한 사태가 터졌을 땐 여론재판이 극심하다”며 “이런 풍토에선 금융 당국도 몸을 사릴 수밖에 없고 자꾸 코치 역할을 하려는 유혹을 떨쳐 버리기 힘들다”고 강변했다. 실제 2014년 최수현 당시 금융감독원장은 그해 초 터진 카드 고객 정보 1억건 유출 사건 책임을 지고 중도 해임됐다. 이재웅 성균관대 경제학 명예교수는 “5년 단임 대통령제 아래선 관료들이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유혹은 (연임이 쉽지 않은) 금융사 CEO들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금융사의 유전자(DNA) 변화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 교수는 “정부가 시장에 맡겨 개혁을 추진하더라도 이해 당사자인 금융사 경영진 및 주요 주주의 개혁 의지가 부족한 경우도 있다”며 “(금융사들은) 정부 때문에 개혁이 안 된다고 책임을 떠넘기지만 금융사의 의지 부족도 개혁을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경영자들 관치금융에 오랫동안 순치’ 지적도 특히 글로벌 금융사로의 도약 과정에서는 정부 지원 못지않게 금융사 스스로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 CEO 중에 글로벌 DNA가 부족한 사람이 적지 않다”며 “선진 금융 경험이 많은 유능한 인재를 CEO로 과감하게 영입하고 글로벌 인재를 키워 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부 승계를 통해 CEO를 배출하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하다고만은 볼 수 없다”며 “금융권 경영자들이 관치금융에 너무 오랫동안 순치돼 왔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설문에 참여해 주신 분(가나다순)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 권선주 기업은행장,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 박종복 SC제일은행장,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유구현 우리카드 사장,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이경섭 농협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이병찬 신한생명 사장, 이원태 수협은행장, 조용병 신한은행장, 조웅기 미래에셋증권 사장,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 “노조보다 정책 지속성 더 걱정”

    “노조보다 정책 지속성 더 걱정”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물었다. “금융개혁을 실천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이냐”고. ‘강성 노조’보다 의외로 ‘정부 정책 일관성 결여’를 꼽은 답변이 더 많았다. 서울신문이 10일 은행·증권·보험·카드사 CEO 2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0%는 ‘정권이 바뀌면 (지금의 금융개혁이) 또다시 흐지부지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금융개혁의 최대 난관으로 꼽았다. ‘노조 반발’(25%)이나 ‘시장과 충분한 소통 없는 정부의 일방통행 추진’(20%)보다 많다. 노조의 ‘등쌀’보다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이 금융 CEO들에겐 더 큰 부담이라는 얘기다. 한 시중은행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전 정부 색깔 지우기가 이뤄지고 금융 당국 수장이 교체되면 성향을 파악하느라 분주하다”면서 “2~3년 앞도 내다볼 수 없다 보니 ‘금융의 삼성전자’를 꿈꾸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재웅 성균관대 경제학 명예교수는“금융개혁이 성공하려면 당국과 CEO 모두 정권이 원하는 그림이 아닌 시장과 소비자의 눈높이를 좇아가야 한다”면서 “금융사들은 정부 탓을 하지만 금융사의 의지 부족도 개혁을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경제 블로그] 김정태와 이재용 닮은꼴 ‘몸집 줄이기’

    [경제 블로그] 김정태와 이재용 닮은꼴 ‘몸집 줄이기’

    요즘 금융권에선 김정태(왼쪽) 하나금융 회장과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와 재벌 총수의 조합이 왠지 낯설어 보이지만 다 이유가 있습니다. 김 회장은 최근 하나금융 몸집을 한창 줄이고 있습니다. 경쟁사인 신한금융, KB금융과 순위 다툼이 치열하지만 당장 ‘1등’ 타이틀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그보단 내실을 기하겠다는 전략이지요. 여기에는 ‘2018년 위기론’이 크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김 회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하나금융 계열사 임직원에게 “내후년에 큰 위기가 올 수 있다. 쓰나미가 몰려올 때 살아남으려면 최대한 몸집을 가볍게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일부 경제학자들이 10년 주기 위기설을 강조하며 내년 혹은 내후년에 글로벌 경제가 또 한번 휘청거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불필요한 자산은 최대한 처분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라고 주문하고 있지요. 대표적인 게 부동산 매각입니다. 하나금융은 서울 을지로의 옛 외환은행 본점(장부가 4600억원)이나 리모델링 중인 하나은행 본점을 처분할 계획입니다. 경기도 용인의 KEB하나은행 연수원도 팔 계획입니다. 하나금융은 석유·화학과 전자 부문 대기업 여신도 보수적으로 운용할 계획입니다. 이 또한 “2018년 이후부터는 전자 부문도 중국에 따라잡힐 것”이라며 선제적인 위기 대응을 주문한 김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입니다. 이재용 부회장도 올 들어 삼성생명(태평로 본관 및 빌딩)과 삼성화재(본관·역삼빌딩 지분 50%) 소유의 부동산을 줄줄이 처분하고 있습니다. 계열사 빅딜도 과감히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그룹의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할 때까지 돈이 안 되는 사업은 정리하고 덩치를 작게 가져가겠다는 전략이죠. 오너 기업인인 이 부회장과 월급쟁이 CEO인 김 회장이 ‘같은 판단’ 아래 비슷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건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다만 중첩되는 두 사람의 행보를 보며 금융권 사람들은 김 회장 특유의 ‘동물적인 감각’이 이번에도 적중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금융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천송이 코트 → 은행 마감시간 → 성과연봉… 금융개혁 ‘온도차’

    [금융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천송이 코트 → 은행 마감시간 → 성과연봉… 금융개혁 ‘온도차’

    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는 말했다. “뒷산(부실 대기업)이 무너지고 있는데 금융당국은 개울가 정비(성과연봉제 도입)만 외치고 있다.” 그는 “총탄이 빗발치는 전시(부실 기업 구조조정) 상황에서 지휘관이 군인들 연봉을 논의하자는 게 이치에 맞느냐”고도 했다. 일의 앞뒤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금융개혁을 둘러싼 정부와 금융소비자의 시각차도 뚜렷하다. 서울신문이 온라인리서치 전문회사인 엠브레인과 공동으로 전국 만 20세 이상 금융소비자 480명을 조사한 결과 ‘고객 위주의 금융서비스 제공’(37.3%)을 금융개혁의 핵심으로 꼽은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낙하산 및 관치금융 차단’(32.3%), ‘금융규제 완화 및 철폐’(11.5%)가 뒤를 이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정부의 금융개혁 과제들이 주로 규제 완화나 성과주의 도입 등 금융당국과 금융사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체감도가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강명헌 단국대 경제학 교수는 “금융산업은 민간 영역인데 정부는 여전히 금융의 공적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며 “정부가 이런 시각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금융사도 소비자도 공감할 수 없는 금융개혁만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금융사, 소비자의 이해관계가 제각각 다르니 시각이 갈리는 것은 당연하다”(김상조 한성대 경제학 교수)는 반론도 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계좌이동제, 안심전환대출, 비대면 실명확인 서비스, 간편결제 등 금융당국이 자부심을 느끼는 ‘금융개혁 성과물’에 대한 평가도 아직은 뜨뜻미지근하다. 설문에 참여한 금융소비자들이 한 번이라도 접해 본 서비스는 ‘간편결제’(46.5%)가 가장 많았다. 반면 올해 처음 도입된 ISA나 은행 창구에서 주거래 은행을 갈아탈 수 있는 계좌이동제는 10명 중 1.3명꼴로 이용해 봤다는 결과가 나왔다. 1993년 금융실명제법 도입 이후 23년 만에 은행 영업점 방문 없이도 계좌 개설이 가능토록 한 ’비대면 실명확인 서비스’는 이용자가 5.0%에 불과했다. 비대면 실명확인은 인터넷 전문은행의 흥행과도 직결되는 서비스다. 서비스가 시작된 지 얼마 안된 데다 아직은 수요가 크지 않은 탓도 있어 보인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 초빙교수는 “금융소비자의 필요나 요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부가 해외 사례를 참고하거나 정책적 필요(가계부채 안정, 금융사 건전성 강화 등)에 따라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며 금융개혁 상품이 정작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하는 이유를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한때 ‘천송이 코트’ 논란을 가져왔던 간편결제(공인인증서 폐지)가 금융개혁이라고 했다가 또 어느 날은 은행 영업시간을 도마에 올리더니 지금은 성과연봉제 도입이 금융개혁의 최대 과제인 것처럼 떠든다”고 지적했다. 금융사들도 정부에 ‘등 떠밀려’ 관련 상품들을 줄줄이 내놨지만 금융사별 차별점은 찾아보기 어렵다. 또 하나의 ‘붕어빵 상품’을 양산한 셈이다. 한 은행 부행장은 “금융사끼리 자존심 경쟁도 치열하지만 ISA나 계좌이동제 등 정책 상품은 실적을 잘 쌓아 정부에 잘 보여야 한다는 심적 압박도 크다”고 토로했다. 고객을 위한 상품 개발이나 서비스 차별화라는 본래 취지와는 달리 정부에 잘 보이기 위해 금융사들이 실적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는 고백이다. 그렇다 보니 금융당국에 대한 소비자의 점수도 짰다. ‘못하고 있는 편’(26.3%). ‘아주 못한다’(5.8%) 등 금융위원회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32.1%로 긍정적 평가(‘잘하고 있는 편’ 5.6%)를 크게 웃돌았다. 이런 시각은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개혁에도 그대로 투사된다.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금융개혁에 ‘반대한다’(22.1%) 또는 ‘잘 모르겠다’(56.7%)고 응답한 78.8%는 반대 이유로 ‘시장과의 충분한 소통 없이 이뤄지는 정부 주도의 일방통행’(34.9%)을 가장 많이 꼽았다. 금융권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해서는 찬성(57.1%)이 반대(42.9%)보다 많았다.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직원이나 금융사 간 경쟁을 부추겨 불완전판매 등 부작용이 우려돼서’(51.5%)였다. 적지 않은 소비자가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보다 소비자 보호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험성에 더 주목했다는 점은 금융당국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유념해야 할 대목으로 보인다. 연내 출범을 앞두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도 비슷한 이유로 ‘우려’가 많았다. ‘기존 거래 은행 대신 인터넷은행을 이용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없다’(14.4%) 또는 ‘고민해 보겠다’(47.1%)가 65.1%나 됐다. 그 이유로는 ‘보안(해킹)에 대한 우려 때문’(53.6%)이 가장 많았다. 윤석헌 전 숭실대 금융학 교수는 “금융소비자들은 금융개혁의 주요 명제 중 하나가 바로 ‘소비자 보호’라는 메시지를 던져 주고 있는 것”이라며 “2014년 카드사 고객 정보유출 사건에서 경험했듯이 아무리 좋은 제도와 서비스라고 해도 고객 보호에 실패하면 도리어 금융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쓰라린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금융소비자 대다수는 현재 거래하고 있는 금융사에 대해 ‘보통 이상’(88.2%)의 점수를 줬다. 다만 거래 금융사에 느끼는 가장 큰 불만은 ‘낮은 (예금) 이자, 저조한 수익률’(56.5%)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지난해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의 발언 이후 논란이 됐던 ‘붕어빵’ 은행 영업시간(오전 9시~오후 4시)에 대한 불만(19.4%)도 적지 않았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실 기업 구조조정과 성과연봉제 도입을 통해 경쟁력부터 제고하겠다는 금융당국도,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금융사도, 서비스와 수익률을 개선해 달라는 소비자 요구도 결국은 다 금융개혁”이라면서 “뭘 먼저 하고 나중에 할 것인지의 문제이지, 한 가지 방향으로 금융개혁을 규정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광우 연세대 경제대학원 석좌교수는 “아무리 금융개혁을 외쳐도 소비자들이 공감하지 않으면 추진 동력을 상실한다”면서 “금융산업의 의미와 금융개혁의 절실함을 소비자들이 절감하기 위해선 정부 홍보도 중요하지만 초·중·고교 시절부터 금융교육을 의무화하는 노력도 동반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글로벌·대기업 박차고 나왔다… 국내 P2P 시장에 뛰어든 2030

    글로벌·대기업 박차고 나왔다… 국내 P2P 시장에 뛰어든 2030

    지난해 10월 국내 P2P(개인 대 개인) 금융업체 어니스트펀드에 합류한 이인섭(27) 전략이사는 대원외고를 중퇴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수재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와 미국계 컨설팅회사 매킨지 프랑크푸르트 지사에서 근무하는 등 세계 금융의 중심 월가에서도 탐낸 인재다. 하지만 이 이사는 총직원 24명에 불과한 스타트업 어니스트펀드에서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이메일로 동갑내기 서상훈 어니스트펀드 대표와 사이버 교류를 하다 “함께하자”는 제안에 의기투합했다. 서 대표도 서울대 경영학과를 7학기 만에 조기 수석 졸업하고 미국 벤처캐피털 콜라보레이티브펀드에서 근무하는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이 이사는 “매킨지 시절 영국과 싱가포르 기업 고위 경영자들을 만나면서 P2P의 잠재력을 알게 됐다”며 “유럽의 글로벌 은행들은 이미 P2P를 강력한 경쟁자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가 어니스트펀드에서 받는 연봉은 매킨지의 3분의1도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창립 멤버 자격으로 받은 지분과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이 훗날 충분한 보상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는 “미국과 영국 P2P 기업은 이미 상당한 규모의 금융기관으로 성장해 이직해도 내 손으로 일군다는 성취감이 없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P2P 시장이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기업이나 해외 명문대 출신 20~30대 젊은 인재가 속속 합류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보장된 부와 명예를 박차고 나온 이들은 아직 걸음마 수준인 국내 P2P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와 동료들이 차고에서 애플을 창업해 세계를 정복한 것처럼 새로운 신화 창조를 꿈꾸고 있다. 지난해 9월 피플펀드에 합류한 이수환(34) 전략총괄이사는 매킨지와 함께 세계 3대 컨설팅회사로 꼽히는 보스턴컨설팅그룹, 베인앤컴퍼니 등에서 10여년간 근무했다. 일본 도쿄와 인도 뭄바이 지사 근무를 마치고 베인앤컴퍼니 한국 지사 상무(Principal)로 승진해 3억원 가까운 연봉을 받았다. 하지만 베인앤컴퍼니에서 함께 근무한 김대윤(35) 피플펀드 대표의 삼고초려 끝에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직장을 그만두는 것에 망설일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김 대표가 술자리에서 ‘15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제 너를 모실 수 있게 됐다’며 설득하는 바람에 더는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이 이사는 P2P가 국내에서도 성장할 수 있는 이유를 세 가지로 압축했다. ▲이미 해외에서 성공한 모델이고 ▲인간의 삶에서 의식주 못지않게 중요한 금융의 새로운 모델이며 ▲현재 제도권 금융이 많은 불편과 불합리한 모순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오프라인 지점을 방문해 수많은 서류에 자필 사인하는 건 시대의 흐름에 역행한다”며 “정보기술(IT)과 모바일에 최적화된 P2P는 은행 등 전통적 금융 플레이어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부터 8퍼센트의 UX(사용자 경험)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손승표(26)씨는 민족사관고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기호 시스템(Symbolic systems)과 경제학을 공부했다. 기호 시스템은 철학과 전산학, 심리학 등을 융합한 스탠퍼드대의 독특한 전공이다. 소비자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법을 배웠다는 손씨는 8퍼센트에서 고객이 쉽게 P2P에 접근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상품도 설계한다. 대학 2학년을 마치고 휴학한 손씨는 포드 실리콘밸리 연구소에서 10개월가량 근무한 뒤 2013년 국내로 돌아와 창업을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오픈’(Open)을 개발했으나 성공하지 못하고 8퍼센트에서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그는 “기존 금융사는 과도한 마케팅과 지점 비용, 인건비 등으로 인해 연 6~10%대 중금리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새로운 금융이 기존 대출 시장의 비효율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P2P에는 국내 굴지의 기업에서 옮겨온 인재도 여럿 있다. 포스코에 근무하며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던 김태경(37) 회계사는 지난 3월 사표를 던지고 8퍼센트에 합류했다. 아내와 두 아들이 있는 포항을 등지고 서울에서의 힘겨운 타지 생활을 선택했다. 월요일 새벽 KTX로 상경해 고시원에서 출퇴근하다 금요일 저녁 집으로 간다. “기존의 대기업에선 틀에 박힌 할당된 일만 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한계를 느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중금리 시장을 개척해 보고 싶어 8퍼센트로 왔죠. 기존 금융권이 독점하고 있는 권한과 이익을 개인에게 돌려주고 부를 증대시키는 혁신을 이뤄보고 싶습니다.” 박성용(33) 렌딧 리스크 관리총괄이사는 스탠퍼드대학원에서 통계학 석사를 취득하고 삼성화재에 근무하다 김성준(32) 대표, 김유구(35) 상품설계 이사와 렌딧을 공동 창업했다. 김 대표와는 스탠퍼드대학원에서 동문수학했고 김 이사와는 삼성화재를 함께 다녔다. 기계학습(머신러닝) 등을 공부한 박 이사와 카이스트를 나온 공대 출신 김 대표, 미국 컬럼비아대학원에서 국제금융정책학을 전공한 김 이사의 만남은 IT와 금융의 융합이다. 박 이사는 “미국과 영국 등에서 진행 중인 금융 혁신을 따라가는 것에 목말라 있던 중 김 대표의 창업 제안을 받고 주저 없이 따라나섰다”고 말했다. 2006년 출범한 영국 기업 ‘조파’를 원조로 한 P2P는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된 중금리 대출시장을 공략하며 전 세계적으로 30조원 규모의 금융산업으로 성장했다. 2025년에는 1조 달러(약 116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학자들의 전망이다. 세계 1위 업체 미국 렌딩클럽은 2014년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에 성공해 6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창립 초기인 2007년 10명 안팎에 불과했던 렌딩클럽은 현재 400명 이상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내에서도 핀테크(IT+금융)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P2P 주요 7개사의 누적 대출액은 23일 기준 1160억원에 달한다. 올해 1월 432억원에서 5개월 새 700억원 이상 늘었다. P2P가 향후 성장 과정에서 겪게 될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지금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미국과 중국 P2P는 이미 성장통을 앓고 있다. 렌딩클럽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르노 라플랑셰 회장은 지난달 2200만 달러 규모의 부당 대출 상품을 판매한 사실이 적발돼 미국 재무부의 조사를 받았다. P2P 업체가 2600여개에 달하는 중국은 투자자들의 돈을 떼먹는 사기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김대윤 피플펀드 대표는 “금융 사고를 원천 방지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한다”며 “기존 금융기관과 P2P가 협업해 안전한 자금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구조조정 발표] 대우조선 ‘방산’ 따로 떼내 지분 매각… 자회사 14개 모두 판다

    [구조조정 발표] 대우조선 ‘방산’ 따로 떼내 지분 매각… 자회사 14개 모두 판다

    2018년까지 설비 20%·인력 30% 감축 현대重, 하이투자증권 등 3개 금융사 매각 삼성重, 호텔·R&D센터 팔아 자금 확보 한진해운·현대상선, CEO·CFO 교체 기업 구조조정의 몸통 격인 대우조선해양은 2020년까지 자회사 14개를 모두 매각한다. 알짜인 특수선 사업부(방산 부문)는 따로 떼내 100% 자회사로 만든 뒤 지분 일부(30~40%)를 매각한다. 그동안 4조여원을 지원받고도 회생 발판을 마련하지 못한 만큼 고강도 자구노력을 하는 대신 추가 지원을 받기 위해서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도 2018년까지 설비 20%, 인력 30%를 각각 줄이기로 했다.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받고 있는 중소 조선사는 자체 정상화가 어려울 경우 대형사의 하청공장으로 만드는 방안이 검토된다. 정부가 8일 내놓은 기업 구조조정 방안에 따르면 조선 3사는 10조 3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조선 빅3가 위태로워지면 국가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는 만큼 일단 각 사가 스스로 회생의 발판을 마련하면 이후 큰 틀에서 조선업 재편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유동성 부족을 단순히 메우는 금융지원은 (구조조정 추진계획) 어디에도 포함하지 않았다”며 “유동성 부족은 자구계획으로 스스로 해결하는 게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조선 3사가 마련한 자구안에는 6000명 안팎의 인력 감축방안도 포함됐다. 지난해 10월 1조 8500억원의 자구안을 내놓은 대우조선은 3조 5000억원의 추가 계획을 내놨다. 모두 5조 3000억원 규모다. 수주 절벽이 장기화될 경우에 대비해 2조원 이상의 추가 생산설비 감축·매각 계획도 마련했다. 14개 자회사는 모두 매각(약 3000억원)하기로 했다. 방산 부문은 100% 자회사로 만든 뒤 일부 지분(30~40%)을 판다. 투자자 유치나 기업공개(IPO) 방식을 검토 중이다. 도크(선박 건조대)는 7개에서 5개로 줄여 생산능력을 30% 축소한다. 현대중공업 3사(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는 비핵심자산 매각과 사업 조정 등으로 3조 5000억원을 마련하고 비상시를 대비해 3조 6000억원을 추가 확보하기로 했다. 하이투자증권 등 3개 금융사는 매각하고 일부 사업은 철수한다. 도크도 순차적으로 일부 폐쇄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거제도 삼성호텔·판교 연구개발(R&D)센터 등 비핵심자산과 잉여 생산설비 매각, 인력 감축으로 1조 5000억원을 확보한다. 유동성은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하기로 했다. 중소 조선사에 대해선 “(자구노력 이행 시까지) 추가 지원은 없다”고 못 박은 정부는 “자체 해결이 어려운 경우 처리방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스스로 생존하지 못하면 법정관리로 보낼 수 있다는 얘기다. 성동조선은 자구계획(3248억원)을 제대로 이행하면 2019년까지 자금 부족이 없을 것으로 분석됐지만, 대선조선은 자구안(673억원)을 이행해도 내년 중 자금이 고갈된다. SPP조선은 내년 3월까지 자금 부족 없이 수주 선박 13척을 건조·인도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모두 교체하는 등 고강도 조직개편이 진행된다. 경영능력을 갖추고 업계 이해도가 높은 해운전문가를 해운사 수장으로 앉힐 방침이다. 한진해운의 유동성 확보에 대해 정부는 “소유주가 있는 만큼 유동성 문제는 자체 노력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1000억원이 넘는 용선료 연체금과 유동성 문제를 대주주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금융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네 마음대로 해라! 핀테크

    [금융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네 마음대로 해라! 핀테크

    런던 ‘규제 샌드박스’ 새 금융 생태계… 스타트업은 혁신기술 내놓고, 정부는 걸림돌 되는 법 없애고, 금융사는 빠르게 적용하고 새로운 첨단기술이 금융 서비스와 접목하면서 금융산업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전통 금융산업을 주도하던 나라들도 과감한 금융 개혁 없이는 순식간에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핀테크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영국 런던에서 만난 핀테크 기업가들과 은행가, 금융 당국 관계자는 모두 ‘에코시스템’(생태계)을 강조했다. 전통 금융산업과의 협업에서부터 규제 조율과 지원책 등 기존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지 않고서는 혁신이 움틀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규제 장벽과 관습으로 새로운 기술을 제때 받아들이지 못하면 ‘갈라파고스’(최고의 기술을 가졌다 하더라도 외부와 단절되면 세계 시장에서 고립될 수밖에 없다는 비유)가 될 것이라는 경고도 빠지지 않았다. 영국 금융감독청(FCA)은 지난해 11월 핀테크 산업의 새로운 도전을 예고했다. 혁신적인 금융 신상품이나 서비스를 규제에 구애받지 않고 테스트해 볼 수 있는 ‘규제 샌드박스’(Regulatory sandbox)를 올해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우리 정부도 이를 벤치마킹해 오는 7월 로보어드바이저(자동화된 온라인 자산 관리 서비스) 샌드박스를 사전 테스트할 예정이다. 크리스토퍼 울러드 FCA 전략·경쟁부문 국장은 샌드박스 시행을 앞두고 지난달 열린 ‘금융혁신 국제정상회의’에서 “영국은 세계 최초로 샌드박스 제도를 시행하는데 이 역시 경쟁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 본다”면서 “핀테크 기업뿐만 아니라 감독 당국과 관계되는 모두에게 도전과 학습이 되는 실험”이라고 강조했다. 샌드박스는 본래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다가 넘어져도 다치지 않도록 깔아 놓은 모래 상자를 의미한다. 이처럼 규제 샌드박스의 핵심은 혁신적인 서비스나 제품을 일정 범위 내에서 규제의 장벽에 부딪히지 않고 구현해 볼 수 있도록 한 데 있다. 일종의 규제 완충 장치다. FCA 정책 전문가는 “이를 통해 제품 개발자는 혁신적 아이디어를 시장에 출시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시장 접근성도 훨씬 높일 수 있다”면서 “동시에 감독 당국은 사전에 적합한 소비자 보호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FCA는 우선 1년에 테스트 집단 2개를 선정하기로 하고 오는 7월 8일까지 첫 번째 집단을 모집하기로 했다. 선정 기준은 아이디어가 새롭고 혁신적인지, 소비자에게 득이 되는지, 금융서비스 분야에 적합한지, 실제로 테스트할 준비가 됐는지 등이다. FCA와 상품을 만든 회사가 함께 적용 범위와 성과 측정 방법, 보안 문제 등을 논의한 뒤 FCA가 모니터링하는 가운데 테스트를 진행한다. 테스트가 끝나면 FCA가 재검토 후 상용화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새로운 온라인 대출 방식이나 가상화폐, 블록체인(가상화폐 거래 시 해킹을 막는 기술) 등 대안 금융으로 떠오르고 있는 서비스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은행의 각종 계약 및 거래 서류들을 한번에 정리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을 개발한 핀테크 업체 클로즈매치. 이 시스템을 복잡한 은행 대출 심사에 활용하면 각 부서에서 실시간 서류 검토가 가능해 1시간 만에 대출을 실행할 수도 있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예브게니 리코데드가 투자은행에서 일하며 낸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었던 것은 글로벌 은행들의 핀테크 육성 프로그램이 있었기 때문이다. 핀테크 육성기관 레벨39에서 만난 리코데드는 “바클레이즈은행의 육성(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멘토링을 받고 스페인 BBVA은행에서 진행하는 경연대회 등을 통해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면서 “금융사와 정부, 스타트업 간의 컬래버레이션(협업)은 핀테크 시장을 발전시키는 핵심 요소”라고 꼽았다. 실제로 바클레이즈와 산탄데르, HSBC 등 글로벌 금융사들은 자체적으로 육성 프로그램을 도입하거나 경연대회 등을 통해 핀테크 산업을 육성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레벨39를 기획한 엔틱의 닉 설 전무는 “기업에는 투자 유치를 할 수 있도록 멘토링을 지원하고, 반대로 잠재 투자자들에게는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를 보고 해법을 찾도록 핀테크 기업들을 연결해 주기도 한다”면서 “레벨39라는 공간을 두고 일종의 생태계 조성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레벨39는 1년에 2~3번 ‘해커톤’(단기간에 상품을 개발하거나 문제 해결 방법을 찾는 경연대회)도 진행한다. 런던의 HSBC 본사에서 만난 크리스토퍼 샤조트 HSBC그룹 이노베이션 총괄은 “핀테크 분야의 급부상은 우리 은행들에 위협보다는 기회로 보는 것이 맞다”면서 “실적과 잠재력이 있는 핀테크 업체와 관계를 맺고 투자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은행 산업과 그 고객들이 혁신적인 서비스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외환 거래 자동 주문 시스템을 만든 핀테크기업 바라쿠다의 CEO 키렌 피츠패트릭은 오픈 API(데이터 플랫폼을 외부에 공개해 외부 개발자나 사용자들과 공유하는 프로그램)와 세제 혜택을 영국 정책의 강점으로 꼽았다. 바라쿠다는 은행의 외환 주문과 그에 따른 위험을 실시간으로 관리해 주는 전자트레이딩 시스템을 개발해 세계 25개 주요 은행과 계약을 맺고 있다. 피츠패트릭은 “이를 개발하려면 은행들이 보유한 데이터가 필요했는데 오픈 API가 있어 가능했다”면서 “핀테크 회사뿐만 아니라 이런 회사에 투자하는 기업들에도 감세 혜택을 주는 것 또한 영국 시장의 매력”이라고 전했다. 영국은 올해부터 크라우드펀딩의 하나인 P2P(개인 대 개인) 대출·투자에 대해서도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넣어 면세 혜택을 주기로 했다. 싱가포르, 홍콩, 호주 등에서의 로드쇼나 프로모션 활동을 통해 해외 핀테크 기업을 각 지역에 유치하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런던의 한 글로벌 금융사에서 전자트레이딩을 담당하는 배채환씨는 “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다 해도 규제 장벽에 막혀 시장 진입이 어렵거나 세계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갈라파고스 섬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세계 금융회사들은 지금 핀테크를 통해 새로운 사업을 찾고 좀 더 빠른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글 사진 런던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금감원 옴부즈맨에 前금융사 CEO 민병덕·황건호·김병헌 현장 챙긴다

    민병덕, 황건호, 김병헌 등 전직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이 ‘금융 현장’에 투입된다. 이들은 금융 당국의 불합리한 규제를 감시하고 금융 소비자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옴부즈맨’ 역할을 맡는다. 금융감독원은 이런 내용의 ‘현장 중심 금융감독 강화 방안’을 수립해 올해 중 추진할 계획이라고 5일 밝혔다. 우선 금감원은 1명(김동원 고려대 교수)이던 옴부즈맨을 3명으로 늘리고 역할도 확대하기로 했다. 은행·비은행 권역은 민병덕 전 KB국민은행장, 금융투자 권역은 황건호 전 메리츠종금증권 사장, 보험 권역은 김병헌 전 LIG손해보험 사장이 담당한다. 부서장 경력이 있는 금감원 직원 3명이 옴부즈맨보(補)로 임명돼 옴부즈맨을 보좌한다. 업무도 고충 민원 처리 위주에서 금융 현장의 각종 애로 사항과 의견을 모두 수렴하는 것으로 강화된다. 서태종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현장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현장에서 답을 찾는다’는 기조 아래 모든 금융감독 업무를 수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현장 중심 원칙을 견지하겠다”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보험·증권·카드사도 8월부터 대주주 적격성 심사

    보험사와 증권사, 카드사도 대주주 적격성에 대해 중간 심사를 시행한다. 금융위원회는 그동안 은행과 저축은행에만 시행하던 동태적 대주주 적격성 심사제도를 보험사, 증권사, 신용카드사에도 확대 적용하는 내용의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사지배구조법) 시행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17일 밝혔다. 동태적 적격성 심사는 대주주가 적격성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지를 주기적으로 심사하는 제도다. 최대 주주 중 최다 출자자 개인 1명에 대해 2년마다 적격성 요건을 유지하고 있는지 심사한다. 법 시행은 8월부터다. 임원 선임 요건도 깐깐해졌다. 금융사나 그 자회사 등에 여신 거래가 있는 기업과 특수 관계에 있거나 거래 기업의 이익 등을 대변할 우려가 있는 자는 결격 요건이 된다. 최대 주주와 주요 거래 관계에 있는 법인에서 최근 2년 내 상근 임원직을 했으면 사외이사로 선임될 수 없다. 또한 매년 연차보고서를 통해 이사와 사외이사, 감사위원 등 임원 유형별로 보수 총액을 공개해야 한다. 최고경영자(CEO) 선임과 관련해서는 CEO 자격과 경영승계 원칙 등을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반영한 뒤 공시해야 한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금융공기업보다 센 성과연봉제 시중은행장들 공동 추진하기로

    노조 반발 산별교섭으로 넘을 듯 “대졸 초임 삭감… 신규 채용 증원” 시중은행장들이 금융공기업보다 좀더 강력한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대졸 초임 은행원들의 연봉도 낮추기로 했다. 노조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은행연합회는 4일 하영구 회장과 회원사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를 열어 이같이 결의했다. 사용자협의회가 열린 것은 2011년 이후 5년 만이다. 하 회장은 “저금리·저성장으로 금융사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호봉제 중심의 연공형 임금체계 탓에 경쟁력은 악화되고 있다”며 “성과연봉제 도입 필요성에 대해 회의에 참석한 은행장들이 모두 공감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추진 방안은 금융노조와 은행권 실무자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논의할 계획이다. 하 회장은 “금융공기업보다 민간 금융사에 성과연봉제가 더 절박하고 필요한 상황”이라며 “(금융위가 금융공기업에 적용하겠다고 밝힌 가이드라인) 이상이어야 한다는 게 금융권 CEO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금융공기업 기준에 따르면 최하위 직급(5급)과 기능직을 제외한 전 직원이 연봉제 실시 대상이 된다. 같은 팀장급(3급)이라도 성과에 따라 최대 2000만원까지 연봉 차이가 난다. 은행장들은 신입 직원 초임 삭감에도 의견을 모았다. 하 회장은 “은행권 초임이 5000만원 수준인데 국내 어느 산업보다 높고, 금융산업 내에서도 다른 업권에 비해 은행권의 절대 수치가 높다”며 “초임을 현실화해 신규채용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노조의 반발은 산별교섭으로 넘어서겠다는 전략이다. 금융노조는 일찌감치 “성과연봉제와 관련해 어떠한 논의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2010년 2월 설립된 사용자협의회는 17개 은행을 포함한 34개 기관(금융공기업 9곳 포함)이 회원사이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한국경제 CEO 2016 인터뷰] 성세환 BNK금융 회장

    [한국경제 CEO 2016 인터뷰] 성세환 BNK금융 회장

    영업통 부지점장 80명 뽑아 외부서 숨은 고객 찾게 할 것 모바일은행 ‘썸뱅크’ 새달 출시 “지난해 말 경남 김해시 소방서장을 만났어요. 공단이 잔뜩 몰려 있다 보니 전국에서 화재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 중 하나가 김해시라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지난해에는 화재 발생률이 적었대요. 가동을 안 하는 공장이 많아서 그랬다고 합니다. 그만큼 경기가 안 좋았다는 얘기죠. 올해도 대내외 악재들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에요. 비가 오기 전에 주춧돌이 젖은 것을 보고 우산을 미리 펼치는 전략(礎潤張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성세환(64) BNK금융그룹 회장은 1일 서울신문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위기’를 언급했다. “지역은행 특성상 중소·제조업과 맞닿아 있는 만큼 서민들의 체감 경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말과 함께였다. 부산·경남은행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BNK금융은 그래서 미리 우산 펼치는 작업에 한창이다. 성 회장은 “자산을 키우면 리스크도 같이 증가한다”며 자산 성장보다는 순익 확대에 방점을 찍겠다고 말했다. 최대 자회사인 부산은행만 하더라도 올해 자산 확대 규모를 2조 2000억원으로 잡았다. 총자산(56조 5000억원) 대비 4%에도 못 미치는 성장률이다. 반면 BNK금융 전체 순익 목표액은 5400억원이다. 전년 대비 10%가량 높은 수준이다. 내실을 다지면서 수익률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는 모든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의 희망 사항이다. 그런데 말처럼 ‘실천’이 쉽지 않다. 성 회장은 소매금융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가 얘기하는 소매금융은 가계대출을 포함해 10억원 안팎의 자영업자 대출과 중소기업 대출 등이다. 성 회장은 “수백억원 단위의 기업대출보다 2억, 3억원짜리 소매대출이 예상손실을 다 포함해도 수익률이 더 높다”며 “소매대출은 예·적금 상품이나 펀드, 보험 등의 교차 판매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성 회장은 올해부터 영업점에 리테일영업팀장(BRM) 직제를 도입했다. 태블릿PC를 들고 다니며 영업을 뛰는 ‘아웃바운드’(외부) 조직이다. 대형 시중은행에서는 퇴직을 앞둔 고참 행원들이 주로 맡는 업무이지만 성 회장은 각 지점에서 영업통으로 꼽히는 부지점장 약 80명을 차출했다. ‘역발상’이다. 그는 “은행이 미처 주목하지 못했던 고객을 발굴할 수 있고 예비 지점장들이 최일선에서 영업에 대한 노하우를 쌓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영업구역(부산·울산·경남)을 넘어 점포를 확대할 수 없는 지역은행의 한계점은 모바일 전문은행으로 극복할 생각이다. 성 회장은 “오는 3월 BNK금융 최대주주인 롯데그룹과 함께 모바일 전문은행 썸뱅크(가칭)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썸뱅크는 ‘밀당’처럼 설렌다는 의미와 금융 서비스의 편리한 장점이 결합됐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성 회장은 “3월 비대면 계좌 개설과 중금리 대출을 시작으로 5월에는 2단계로 여러 제휴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롯데 유통 계열사의 멤버십 포인트인 ‘L포인트’나 롯데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L페이’와의 연계도 추진 중이다. 특히 롯데그룹 계열 편의점 체인인 세븐일레븐의 전국 7000개 영업점 중 5000곳에 썸뱅크 전용 자동화기기(ATM)를 설치할 계획이다. BNK금융의 소형 영업점인 셈이다. 성 회장은 시중은행 간 과당 경쟁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대형 시중은행들이 지역에 내려와 대출금리를 후려치며 출혈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며 “대형 은행은 덩치에 맞게 해외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금융산업이 건전하게 상생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인터넷은행이 올해 금융산업 최대 전환점”

    “인터넷은행이 올해 금융산업 최대 전환점”

    금융사 CEO 10명 중 7명이 꼽아3명은 “계좌이동제 파괴력 더 커” 올해 금융산업은 여러 도전과 변화를 앞두고 있다. 23년 만에 은행업에 진출하는 인터넷 전문은행을 비롯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계좌이동제, 비대면실명인증 등이 주인공이다. 시장 한복판에 있는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이 중에서도 인터넷 전문은행을 올해 ‘가장 두려운 메기’로 꼽았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 전문은행은 올 하반기쯤 선보일 예정이다. 서울신문이 권선주 기업은행장, 김용환 NH농협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성세환 BNK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이경섭 NH농협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이원태 수협은행장, 조용병 신한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등 10명에게 ‘올해 금융산업의 최대 전환점’을 물은 결과 윤종규 회장 등 7명이 인터넷은행을 꼽았다.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해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을 준비 중인 윤 회장은 “정체돼 있던 금융산업에 고객 중심의 서비스 경쟁을 촉발할 것”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KT 컨소시엄의 K뱅크에 참여한 이광구 행장은 “인터넷은행이 출범하면 계좌이동제, 간편결제, 비대면 실명거래 등 다른 금융혁신 효과도 빠른 속도로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은행이 속한 인터파크 컨소시엄이 탈락하는 바람에 인터넷은행 초기 기회를 놓친 권선주 행장은 “(인터넷은행들이) 빅데이터 신용평가모형을 활용해 기존 은행과는 다른 다양한 신용평가기법을 선보일 것”이라면서 “특히 캐피탈, 저축은행, 카드 등 고금리 대출상품을 취급하던 2금융권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와 K뱅크는 출범과 동시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방침이라 금융권의 임금 체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쓴소리도 나왔다. 김용환 회장은 “(인터넷은행이) 중금리 대출을 목표로 하면 고객 확대나 수익성 제고에 한계가 있다”며 “그들의 강점인 빅데이터나 유통, 통신 등의 고객 기반을 활용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병 행장은 “기존 금융기관 이상의 고객 보호와 신뢰 형성에 노력해야 한다”고 뼈 있는 조언을 했다. 김정태 회장은 “기존 은행들의 인터넷뱅킹과 사실상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의 파괴력을 낮게 봤다. 대신 계좌이동제에 주목했다. 함영주 행장과 이경섭 행장도 계좌이동제를 더 큰 두려움으로 꼽았다. 함 행장은 “(온라인에서만 변경이 되는 지금과 달리) 오는 26일부터 은행 창구에서도 계좌 이동이 가능해지면 거래를 자주하는 주거래 계좌에 자동이체를 집중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한 교차판매가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ISA와 관련해서는 한목소리로 보완책을 주문했다. 증권사와 달리 은행은 자사 예·적금 상품을 ISA 계좌에 담을 수 없어 불리하다는 것이다. 이런 불평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상품이 오래 지속되기 힘들다고 CEO들은 입을 모았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금융·재테크 특집] 저금리 시대 ‘알짜 상품’ 뜨고 불황기에도 재테크는 있다

    [금융·재테크 특집] 저금리 시대 ‘알짜 상품’ 뜨고 불황기에도 재테크는 있다

    국내 주요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올해 경영 화두로 ‘내실’과 ‘뒷문 잠그기’(사후 부실 관리)를 강조하고 있다. 성장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겠다는 의미다. 그만큼 시장 여건이 녹록지 않다. 저금리와 경기 침체라는 깊은 골짜기에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 불안 등 대외 악재까지 겹친 탓이다. 과거처럼 고금리에 카드 포인트 등을 쏟아 놓기 어려운 상황인 금융사들이지만 그래도 흙 속에 진주는 있는 법. 올해 금융 소비자들이 주목할 만한 금융상품을 모아 봤다. KB국민은행이 출시한 ‘KB내맘대로적금’은 고객이 저축 금액이나 계약 기간, 우대 이율, 부가서비스 등을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온라인에서의 상품 가입 및 설계 과정을 게임 방식으로 마련해 ‘재미’라는 요소를 첨가한 것도 눈길을 끈다. 금리 변동기라는 악재를 역이용한 상품도 있다. IBK기업은행이 내놓은 ‘금리인상 안심적금’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오르면 우대금리(0.2% 포인트)를 얹어 주는 것이 특징이다. 금리 인상 시기엔 만기가 정해져 있는 적금 상품에 미리 가입하는 것이 손해라고 느끼는 고객들의 우려를 덜어줄 수 있는 상품이다. 대신증권의 ‘대신 밸런스 달러자산 포커스랩’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강(强)달러 기조에 유리하게 설계됐다. 미국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데 지수 상승으로 인한 수익에 더해 달러 강세에 따른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흥국생명 ‘라이프업UL종신보험V2’는 2%대 금리를 찾기 힘든 시중은행 상품보다 최저 0.5% 포인트 이상 높은 2.5%(복리)라는 금리를 보장해 준다. 계약 기간 중 급전이 필요하면 중도 인출도 가능하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국선도·수채화… 금융CEO의 이색 힐링법

    국선도·수채화… 금융CEO의 이색 힐링법

    ‘공중 부양할 수 있나요.’ 취미가 국선도(단전호흡)인 이원태 수협은행장이 가끔 듣는 황당한 질문이다. 그만큼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취미다. 이 행장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과장 시절이었던 1989년부터 매일 아침마다 1시간 넘게 국선도를 하고 있다. 이 행장은 재경부 사내 동호회를 통해 국선도를 처음 접했다. 강봉균 전 재경부 장관도 당시 동호회 멤버였다. 이 행장은 20일 “과천에 정부청사가 있던 시절엔 점심시간 뒷산에서 동호회 사람들과 국선도를 했다”며 “머릿속의 복잡한 고민들이 사라지고 체력 관리도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은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빠듯한 일정을 소화한다. 매일 수치로 나타나는 영업실적 탓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도 없다.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일각에서 “CEO 호르몬이 따로 있다”고 혀를 내두르기도 한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금융사들은 예외 없이 자신만의 ‘힐링’ 비법을 갖고 있다. 금융사 CEO들이 꽁꽁 숨겨둔 취미를 소개한다. 올해 초 취임한 이경섭 농협은행장의 취미는 수채화 그리기다. 2013년 농협금융 부사장 시절부터 독학으로 배운 그림 실력이 수준급이다. 날씨가 좋을 땐 이젤을 들고 밖으로 나가 몇 시간씩 그림을 그리고, 여유가 없을 땐 카메라로 풍경 사진을 찍어놓은 뒤 짬짬이 작업한다. 최근에는 대금도 틈날 때마다 배우고 있다. 이 행장은 “학창 시절엔 국어, 수학 등 주요 과목을 잘해야 우등생 대접을 받았지만 나이 들어선 과목이 바뀐다“면서 “30년 가까이 팍팍하게 살다 보니 음악과 미술을 즐길 줄 아는 감수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줄넘기 전도사’로 유명한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최근 음악감상 취미가 생겼다. 자택에 음악감상실도 별도로 마련했다. 오디오 마니아인 남편이 구입한 영국제 탄노이 스피커로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 권 행장은 “퇴근 후에는 한두 시간, 휴일에는 반나절 동안 음악감상실에 앉아 있기도 한다”면서 “맘먹은 날은 베토벤 교향곡을 1번부터 9번까지 이어 듣기도 한다. 정신없이 보내는 일상 중에 유일하게 쉼표를 찍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은 주변이 다 아는 얼리 어답터다. 최신 IT 기기 중 휴대가 가능하고 몸에 착용할 수 있는 제품은 일단 구입해 보고 직접 사용해 봐야 직성이 풀린다. 휴대전화도 6개월에 한 번 신제품으로 교체한다. 사무실과 집에서 사용하는 태블릿PC도 별도다. 스마트워치, 블루투스 휴대용 자판 등 다양한 IT 제품이 그의 손을 거쳐갔다. “핀테크(금융+IT) 시대인 만큼 CEO도 첨단 제품에 민감해야 트렌드를 읽고 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게 평소 그의 철학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요즘 스마트폰 ‘셀카’ 찍는 재미에 푹 빠졌다. 그는 취임 첫해인 지난해 전국을 돌며 28회에 걸쳐 150여곳의 센터 및 영업점 직원들을 만나 왔다. 윤 회장이 영업점에 들어설 때마다 셀카를 함께 찍자는 직원들 요청이 적지 않았다. 처음엔 쑥스러워하던 윤 회장도 이제는 직원들에게 먼저 “같이 사진을 찍자”고 말할 정도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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