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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밴쿠버 동계올림픽 폐막] 2010년 2월 행복했노라… 2014년 소치서 또 감동하라

    [밴쿠버 동계올림픽 폐막] 2010년 2월 행복했노라… 2014년 소치서 또 감동하라

    “2014년 러시아 소치에서 만납시다.” 17일간 승전보와 짙은 감동으로 온 국민들을 들뜨게 만들며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눈과 얼음의 축제’ 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한국 종합5위… ‘빙상강국’ 우뚝 2010 동계올림픽은 1일 캐나다 밴쿠버 BC플레이스 스타디움에서 82개국 선수단이 참석한 가운데 폐회식을 갖고 4년 뒤 재회를 기약했다. 빙상과 알파인스키, 바이애슬론, 봅슬레이-스켈레톤, 루지 등 5개 종목에 46명의 선수가 참가한 한국은 금메달 6개와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를 따내며 종합순위 5위에 오르는 사상 최고의 성적으로 새 역사를 썼다. 특히 쇼트트랙 편중에서 벗어나 스피드스케이팅과 피겨스케이팅까지 빙상 3종목에서 세계적인 강국으로 우뚝 섰다. 세계 처음으로 스피드스케이팅 남녀 500m를 석권하고, 아시아에선 넘볼 엄두조차 못 내던 최장거리 남자 1만m를 휩쓸어 의미를 더했다.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동계올림픽의 꽃’ 여자 피겨스케이팅 싱글에서는 김연아(20·고려대)가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완벽한 기술과 연기로 경쟁자들을 압도하며 역대 최고점을 228.56점으로 끌어올려 이번 대회를 통틀어 지구촌 최고의 슈퍼스타로 떠올랐다. 이런 가운데 캐나다는 역대 최다인 금메달 14개를 따냈다. 은 7개, 동 5개. 독일은 금 10·은 13·동 7개, 미국이 금 9·은 15·동 13개로 뒤를 이었다. 아시아에서는 여자 쇼트트랙 4종목을 싹쓸이한 중국이 금 5·은 2·동 4개로 종합 7위에 올랐다. 일본은 3개 대회 연속 ‘노골드’의 수모를 겪었다. 은 3·동 2개. ●日 기수 아사다 -캐나다는 로셰트 열전을 끝낸 BC플레이스 스타디움에서 1시간여에 걸친 식전 행사에 이어 국기를 앞세운 선수단이 자유롭게 들어서면서 아쉬움은 커졌다. 한국은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금메달리스트인 모태범(21·한국체대)이 기수를 맡았다. 피겨에서 은메달을 딴 아사다 마오(20)는 일본 기수로 나섰고, 모친상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감동을 자아냈던 피겨싱글의 동메달리스트 조애니 로셰트(24)는 캐나다 기수로 참가했다. 선수들이 축제 분위기 속에 자리를 잡자 이날 휘슬러에서 열린 크로스컨트리 남자 50㎞ 시상식이 열렸고 존 퍼롱 조직위원장의 인사말과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격려사가 이어졌다. 마침내 올림픽기가 내려져 2014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는 러시아 소치에 전달됐고 밴쿠버와 휘슬러를 밝혔던 성화가 사그라지면서 지구촌 축제의 주인공들은 4년 뒤 만날 것을 기약했다. 한국 선수단은 2일 귀국한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화보] 밴쿠버 동계올림픽 선수단 ‘금의환향’ ☞밴쿠버 동계올림픽 사진 보러가기
  • “연아는 이제 세계의 여왕”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연아(20·고려대)에 대한 찬사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 뉴스위크는 27일 인터넷판 동계올림픽 특집에서 “김연아가 한국의 여왕으로 불렸지만, 이제 우리 모두의, 세계의 여왕이 됐다.”고 극찬했다. AP통신은 28일 피겨 스케이팅에 대해 “경이적인 연기의 김연아가 이끄는 아시아와 북미가 변화의 중심”이라며 “반면 러시아로 대표되는 유럽은 이 변화에서 제외됐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세계기록을 세운 김연아의 연기는 유튜브에서 앞으로 수년 동안 주목받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뉴욕타임스의 자매지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금메달을 뛰어넘어 비상(飛上)하는 우아함의 결정적 순간”으로 “사상 유례없는 고난도의 기술과 아름다운 섬세함을 관객들이 목격했다.”고 보도했다. 1984년과 1988년 올림픽 2연패를 한 카타리나 비트는 “스케이팅이 가볍고 점프가 아주 높다.”고 평가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밤늦게까지 김연아의 금메달 연기를 지켜봤다면서 방미 중인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의 27일 회담에 앞서 “아주 매혹적이었다.”면서 “한 젊은 여성이 너무 훌륭하게 해낸 것이지만, 그는 각별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갈라쇼 공연에 대해서도 국내외 시청자들은 “역시 피겨여왕”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치마 아래쪽부터 푸른 빛이 그라데이션된 연한 회색빛 드레스를 입은 김연아는 19세기 프랑스 작곡가 쥘 마스네의 ‘타이스의 명상곡’의 느리고 감상적인 선율에 맞춰 백조처럼 우아한 연기를 펼쳤다. 김연아의 연기를 TV로 감상한 한국인들은 “마치 하늘을 나는 백조같이 우아하고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또한 “김연아는 운동선수가 아니라 예술가”라며 “세기의 선수를 둔 대한민국 국민인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야후 닷컴에도 김연아의 갈라쇼 연기 이후에 다수의 글이 올라왔다. 카렌은 “김연아는 놀라움 그 자체이고, 국제적인 예술가”라면서 “우리는 그녀의 영혼과 아름다운 몸에서 흘러나오는 위대한 연기를 자랑스럽게 생각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김연아 금메달 신기록 보험금 11억 보너스

    ‘피겨 여왕’ 김연아가 또 다른 돈방석에 앉았다. 영국 보험사로부터 100만달러(약 11억원)의 포상금을 받게 됐다. 이미 김연아는 ‘걸어다니는 기업’이다. 미국 경제 주간 포브스는 김연아의 지난해 수익을 765여만달러(약 88억원) 정도로 추산했다. 이번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아마추어 선수 가운데 스노보드의 숀 화이트(미국)와 함께 가장 많은 소득이었다. 그런 그에게 생각지도 못한 보너스가 또 주어졌다.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은 27일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 김연아가 보험금 100만달러를 받게 됐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한국 금융 스폰서는 동계올림픽 개막 전, 김연아가 세계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딸 경우 포상금 100만달러를 김연아에게 주기로 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CEO칼럼] 스피드 우선의 성공법칙/김중겸 현대건설 사장

    [CEO칼럼] 스피드 우선의 성공법칙/김중겸 현대건설 사장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명장면 중 하나로 스피드스케이팅(빙속)을 빼놓을 수 없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100분의1초’ 싸움이나 다름없는 짜릿한 속도경쟁이었다. 결승선을 통과하기 직전 한쪽 다리를 힘껏 차올리며 분초를 다투던 우리 선수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생생하다. 한국 빙속 사상 첫 여성 금메달리스트인 이상화 선수의 경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결승전에서 불과 ‘0.05초’ 차이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감격이 아닐 수 없다. 반면 남자 500m에서 4위를 기록한 이강석 선수는 ‘0.03초’ 차이로 안타깝게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머리카락 한 개만큼의 차이라는 뜻의 ‘간발(間髮)의 차이’라는 표현이 결코 어색하지 않던 순간이었다. 100분의1초라는 아주 미세한 차이가 선수들의 운명을 갈라놓는 것을 보면서 속도와 시간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사실 기업경영 현장이야말로 매일매일 시간과 싸워야 하는 전쟁터이기 때문이다. 소비자 기호와 경영환경이 쉴 새 없이 변화하면서 남보다 빠른 ‘스피드 경영’이 아니면 낙오할 수밖에 없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더라도 민첩하게 움직여서 먼저 실행하는 게 최종 승자다. 자동차나 전자제품 등의 신상품 개발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고 있듯이 빠른 시간 안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해야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것이다. “덩치가 큰 기업이 항상 작은 기업을 이기는 것은 아니지만, 빠른 기업은 언제나 느린 기업을 이긴다.”(미국 시스코 시스템즈사 최고경영자)는 명언이 이러한 현실을 잘 말해준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건설 분야에서 시간은 돈이자 신뢰다. 공정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회사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세계 각국의 대기업들이 각축을 벌이는 해외시장은 ‘속도’의 전쟁터나 다름없다. 예컨대 중동의 산유국들은 가스처리시설 공사를 발주하면서 완공 후 가스 판매계획까지 감안해 발주계약을 한다. 따라서 발주처 입장에서는 행여 시설 공사가 정해진 기한 안에 완공이 되지 못하면 가스 생산·판매까지 지연되기 때문에 시공사에 막대한 페널티를 물릴 수밖에 없다. 이른바 ‘지체상금(遲滯償金), LD(Liquidated Damage)’라는 것이다. 공사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 금액이 많게는 하루에 수십억원에 이르기도 한다. 그러니 공기(工期)를 제때 지키지 못할 경우 자칫 ‘배(수주액)보다 배꼽(페널티)’이 더 큰 수렁에 빠질 수도 있다. 반면 신속 정확한 공정관리로 당초 계약보다 공기를 단축하면 발주처의 신뢰를 얻어 엄청난 반사이익을 얻기도 한다.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 아람코가 발주한 가스처리시설 공사를 조기에 완공해 최초 공사의 두 배가 넘는 후속수주를 따낸 기억도 있다. 한 차례의 노력이 가져온 이익치곤 헤아리기도 어려울 정도다. 건설 공사는 으레 비용 문제가 얽히고설켜 지연되는 경우가 많지만 ‘비용’보다 우선시해야 할 것은 ‘시간’이다. 비용은 어디까지나 내부의 문제이지만 시간은 외부와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언급한 대로 파장도 크기 때문이다. 스피드 경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사결정이 신속해야 한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일일이 상부의 지휘를 받아가며 총을 쏠 순 없는 법이다. 지난해 우리 회사는 해외수주 최대 격전지인 중동과 동남아시아 지역을 전담할 ‘부문장’ 제도를 새로 도입했는데 이 역시 빠른 의사결정 및 실행이 주요 목적이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해외현장에서 현안이 발생하면 담당 부문장을 통해 ‘선(先)조치, 후(後)보고’하라는 게 그 취지다. 변화에 대한 대응은 타이밍이 생명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이 100분의1초를 단축하기 위해 각고의 땀을 흘리듯 기업들도 속도경영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하는 시대를 맞았다.
  • 빙속 마지막 메달 ‘팀 추발’ 남았다

    빙속 마지막 메달 ‘팀 추발’ 남았다

    한국이 새 ‘효자종목’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마지막 메달을 노린다. 대회를 사흘 남기고 막판으로 치달은 밴쿠버 동계올림픽 팀 추발경기가 27~28일 열린다. 금 3개와 은메달 2개로 역대 최고 성적을 낸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은 27일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리는 8강전에서 이기면 4강전(남자 27일, 여자 28일)과 결승전(28일)을 갖는다. 2006년 토리노 대회 때 공식 종목으로 채택됐으며 한국은 첫 출전. 두 팀이 3인 1조로 팀을 꾸려 서로 링크의 반대편에서 동시에 출발해 추격하는 경기로, 어느 팀이든 상대의 맨 뒤 선수를 추월하면 이긴다. 남자 8바퀴(3200m), 여자 6바퀴(2400m)를 돌며, 추월을 못하면 가장 늦게 결승선을 끊은 선수의 기록으로 가린다. 2팀씩 맞붙는 토너먼트라 8강을 통과하고 4강에서 승리하면 은메달을 확보하게 된다. 남자부에서는 1만m 1위라는 기적을 일군 이승훈(22·한국체대), 이종우(25·의정부시청), 하홍선(19·동북고)이 출전한다. 500m 금메달리스트 모태범(21·한국체대)을 내세울 참이었지만 체력을 회복하지 못해 하홍선으로 대신한다. 여자부는 장거리 전문 이주연(23), 노선영(21·이상 한국체대), 박도영(17·덕정고)으로 짰다. 대진추첨 결과 남자팀은 2조에서 노르웨이, 여자팀은 1조에서 일본과 첫판을 겨룬다. 모두 해볼 만하다는 평가이다. ‘빅2’를 피했다. 그러나 1만m에서 엇갈린 희비로 눈길을 끌었던 이승훈과 5000m 금메달 스벤 크라머(24·네덜란드)의 맞대결은 당장 볼 수 없게 됐다. 두 나라의 다음 라운드 진출 여부에 달렸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밴쿠버 동계올림픽 사진 보러가기
  • [사설] 김연아! 피겨퀸 넘어 대한민국 브랜드다

    김연아가 마침내 피겨 여신으로 등극했다. 누구도 쉽게 넘보지 못할 세계 신기록으로 피겨사를 새로 썼다. 사흘 전에는 본드걸로 세상을 홀리더니 어제는 푸른빛 의상의 신비한 여신으로 세상을 황홀케 했다. 여신이 날갯짓하는 승천무는 거침이 없었다. 파워와 부드러움이 완벽하게 조화된 아름다움의 극치에 전 세계는 숨죽였고 열광했다. 명품 몸매가 뿜어내는 동양적 신비는 어떤 경쟁자도 흉내낼 수 없는 그녀만의 상품이었다. 그녀가 13년 동안 흘린 땀과 눈물은 피겨 여신이란 영광으로 보상이 이뤄졌다. 이제 김연아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넘어 대한민국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그녀가 따낸 금메달의 가치는 단순히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4대륙 선수권, 그랑프리 대회에 이어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까지 잇따라 석권했다. 띄엄띄엄해서 이뤄낸 것과는 비교를 할 수 없다. 명실공히 여자 싱글부문에서 ‘퍼펙트’한 그랜드 슬램이다. 점수는 또 어떤가. 쇼트 프로그램의 78.50점도, 프리 스케이팅의 150.06점도, 합계 228.56점도 모두 세계 신기록이다. 지난해 10월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그녀가 이뤄낸 세계기록 210.03점을 훌쩍 넘어섰다. 은메달에 그친 일본의 아사다 마오에 무려 23.06점이나 앞선다. 그녀가 세운 금자탑은 미래의 피겨 꿈나무들이 넘어야 할 꿈이자 성벽이 됐다. 국민들은 그녀의 연기를 지켜보며 행여 실수할까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그녀는 평상심을 잃지 않고 당당히 떨쳐냈다. 164㎝에 47㎏. 가냘프고 앳된 스무 살의 여대생은 흔들림 없는 강철심장을 내보였다. 세계대회 5회 연속 우승한 그녀의 코치 브라이언 오서나, 국제대회 20회 우승의 미셸 콴도 올림픽 무대에서 번번이 좌절된 게 실력 탓이겠는가. 김연아는 이런 올림픽 징크스까지 허물었다. 그녀는 한때 고질적인 고관절 부상에 허리 통증으로 실의에 빠졌다. 스케이트가 발에 맞지 않아 은퇴를 심각하게 고려하기도 했다. 허리 디스크 진단에 꼬리뼈를 다치는 시련은 또 어떤가. 그래도 좌절하지 않고 눈물을 곱씹으며 13년간 혹독하게 다져 왔다. 피겨 여신의 신화는 운도 우연도 아닌 필연이다. 김연아가 해낸 좌절과 역경, 성공 드라마는 한국의 과거이자 현재이며 미래다. 벌써 김연아 효과가 수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추산이 나온다. 그녀의 영문 이름은 ‘YUNA KIM’. 종전까지 세계는 ‘유나’로 발음했다. 이제는 ‘연아’에 가깝다. 한국이 세계를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세계가 한국을 인정한다는 얘기다. 제2, 제3의 김연아에 눈을 돌릴 때다. 두 번 좌절된 2018년 평창올림픽 유치로도 이어 가자. 우리는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미래를 확인했다. 밴쿠버에서 또다시 보내준 낭보를 즐기자. 일상에서도 본받자. 연아, 축하한다. 그리고 고맙다.
  • [김연아 퍼펙트 금메달] 金연아 만든 찰떡궁합 드림팀

    김연아는 혼자가 아니었다. 한국인 최초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가 되기까지 든든한 지원군이 함께 했다. 데뷔 이후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은퇴까지 고민했던 김연아다. 이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올림픽 우승도 없었다. 일등공신은 역시 브라이언 오서 코치다. 오서는 2006년부터 김연아를 지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계도 분명했다. 한국 피겨 훈련 시스템이 워낙 열악했고 김연아는 어느 정도 매너리즘에 빠진 상태였다. 이 즈음부터 허리에도 조금씩 이상 징후가 보였다. 새로운 훈련 시스템이 필요했다. 오서는 그 수준에서 정체될 뻔했던 김연아를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이끌었다. 현역 시절 남자 싱글 무대를 이끌던 자신의 경험을 고스란히 전달했다. 기술적으로는 점프 연기를 향상하는 데 주력했고 연기에 풍부한 예술성을 부여했다.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의 공도 크다. 윌슨은 김연아의 장점을 짚어내 가장 어울리는 음악과 안무를 찾아냈다. 2007~08시즌 쇼트프로그램이었던 ‘박쥐 서곡’, 2008~09 시즌 프리스케이팅 ‘세헤라자데’, 이번 시즌 ‘제임스 본드 메들리’와 ‘피아노협주곡 F장조’ 등이 모두 윌슨의 작품이다. 윌슨은 딱딱한 ‘피겨기계’였던 김연아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피겨 선수’로 만든 주인공이다. 캐나다 토론토 전지훈련에서 김연아와 함께했던 송재형 물리치료사도 숨은 공로자다. 잦은 부상에 시달려온 김연아가 부상 없이 대회를 치르도록 꼼꼼히 건강을 관리했다. 김연아의 매니지먼트사 IB스포츠 관계자들도 식사, 숙박 등 일상생활부터 연습 스케줄까지 세밀한 것들을 모두 챙겼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매년 수천만원씩 김연아의 훈련비를 지원하며 뒤를 받쳤다. 이런 재정 지원이 없었다면 오서나 윌슨 같은 국제적인 코치를 만나는 일도 불가능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밴쿠버 동계올림픽 사진 보러가기
  • 피겨女神의 눈물…5천만이 행복했네

    피겨女神의 눈물…5천만이 행복했네

    대관식을 앞둔 ‘여왕’은 4분10초 연기를 마치고 난 뒤 주체없이 흐르는 눈물을 어쩌지 못했다. 스케이트 부츠를 처음 신었던 7살 꼬맹이 시절, 사실 그때부터 어깨 위에 얹힌 중압감은 14년 내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짓눌렀던 터다. 그러나 이제 여왕은 “다 이루었다. 이제야 편하다.”는 듯 마음껏 눈물을 쏟아냈다. 그리고는 당당하게 시상대 맨 꼭대기에 올라섰다. ‘피겨 여왕’의 화려한 대관식이었다. 김연아(20·고려대)가 26일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콜리시엄에서 펼쳐진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역대 최고점인 150.06점을 기록, 쇼트프로그램(78.50점)과의 합계에서도 역대 최고점인 228.56점을 받아들어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205.50점)를 무려 23.06점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연아의 올림픽 금메달은 1968년 그레노블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 이광영(남자)과 김혜경, 이현주(이상 여자)가 처음 출전한 지 42년 만에 일궈낸 쾌거다. 특히 프리스케이팅 점수 150.06점은 지난해 10월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기록한 역대 최고점(133.95점)을 무려 16.11점이나 뛰어넘은 놀라운 점수다. 합계 역시 같은 대회에서 달성한 여자 싱글 역대 최고점(210.03점)을 무려 18.53점이나 뛰어넘은 새로운 기록. 신채점제가 도입된 이후 220점대를 넘긴 점수는 처음이다. 한국 피겨가 첫 선을 보인 건 1894년 경복궁 향원정에서다. 당시 고종황제와 명성황후가 지켜보는 가운데 조선 주재 외국인들이 얼어붙은 연못 위에서 ‘얼음 위를 나는 기술’을 선보였다. 황후는 남녀가 사당패처럼 발재주를 부리며 손까지 잡았다 놓았다 하는 모양을 보며 매우 불쾌하게 여겼다고 전해진다. 그렇게 한국땅에 씨를 뿌린 피겨스케이팅은 116년 만인 이날 김연아의 손에 의해 활짝 피어난 셈이다. 김연아는 그랑프리파이널과 세계선수권, 4대륙선수권에 이어 올림픽까지 국제빙상연맹(ISU)이 주관하는 4개의 굵직한 대회를 모조리 석권하며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피겨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선수로 역사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4대륙대회를 빼고 3개 대회를 석권했던 선수는 1998년 나가노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던 타라 리핀스키(미국) 뿐. 또 김연아 자신의 우상이었던 미셸 콴(미국), 이리나 슬루츠카야(러시아)조차도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차지하지 못했다. 특히 김연아는 1년 사이에 4개 메이저대회 봉우리를 골고루 밟아 더는 올라설 곳이 없는, 진정한 피겨 여왕으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밴쿠버 동계올림픽 사진 보러가기
  • 연아, 26일을 즐겨라… 아사다와 대결

    연아, 26일을 즐겨라… 아사다와 대결

    화룡점정. 한국인 최초의 피겨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 도전하는 ‘피겨퀸’ 김연아(20·고려대)가 마침내 마지막 방점을 찍는다. 김연아는 26일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시엄에서 열리는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을 통해 ‘여제의 자리’에 도전한다. 이날 7개의 점프를 포함해 4분 남짓 동안 큰 실수없이 소화할 경우 금메달은 물론 자신의 역대 합계 최고점(210.03점)까지 뛰어넘을 전망이다. 김연아는 24명의 선수 가운데 21번째로 은반에 나선다. 한편 25일 열린 쇼트트랙 여자 3000m계주 결승에서 한국은 1위로 결승선을 끊었지만 석연찮은 심판판정 탓에 실격, 올림픽 5연패에 실패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9600m부터 괴력의 스퍼트… “이승훈 지구력 연구대상”

    9600m부터 괴력의 스퍼트… “이승훈 지구력 연구대상”

    이승훈이 ‘아시아인의 무덤’으로 불리는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만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밴쿠버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스피드스케이팅 1만m는 ‘빙판의 마라톤’으로 불린다. 하지만 마라톤과는 다르다. 긴 다리를 이용해 빙판을 밀 때 쭉 뻗어나가야 한다. 체격이 좋은 유럽 선수들이 장거리에 강한 이유다. 지금까지 19차례 올림픽에서 유럽 선수들이 17차례나 금메달을 가져갔다. 1만m 세계기록 보유자인 스벤 크라머(24·네덜란드)를 보면 185㎝·80㎏으로 최적의 체격 조건을 지녔다. 이승훈 이전까지만 해도 아시아 선수가 장거리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렇다면 177㎝·70㎏으로 비교적 작은 체구인 이승훈이 기적을 일궈낸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타고난 심폐지구력을 들 수 있다. 한국체육대학이 지난해 6월 측정한 기초체력 결과에서 이승훈은 심폐지구력 항목 20m 왕복오래달리기(매회마다 속도를 높이는 방식) 횟수에서 159회, 최대산소 섭취량에서 68.6㎖(1분 동안 1㎏당)를 기록, 모두 A(우수)를 받았다. 보통 마라토너의 최대산소 섭취량은 70㎖ 정도다. ‘국민마라토너’ 이봉주와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황영조가 76~78㎖였다. 근지구력 항목 윗몸일으키기는 78회, 순발력 항목 제자리멀리뛰기는 2m1㎝로 모두 C(우려)를 받았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 체육과학연구원의 윤성원 박사는 “이승훈의 심폐지구력은 타고난 것 같다. 귀국하면 당장 연구해야겠다.”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승훈은 1만m에서도 탁월한 지구력을 선보였다. 이승훈은 400m를 33초89에 돌파하며 올림픽 기록(34초42)보다 빠르게 치고 나갔다. 하지만 7600m 랩타임부터 올림픽 기록에 0.52초 뒤졌고 9600m에서는 0.63초나 밀렸다. 그러나 막판 400m를 앞두고 기적 같은 스퍼트를 냈다. 결승선 100m 앞에서는 반 데 키에프트 아르젠(네덜란드)을 추월해 한 바퀴나 앞섰다. 이승훈은 올림픽을 앞두고도 쇼트트랙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할 경우 최대 이점은 코너링 기술에 있다. 쇼트트랙 출신답게 스피드를 유지하는 감각도 뛰어났다. 지난해 쇼트트랙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이승훈은 아이러니하게도 좌절로 시작한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기적을 썼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밴쿠버 동계올림픽 사진 보러가기
  • 네티즌 “사랑해요 박대용”

    네티즌 “사랑해요 박대용”

    네덜란드의 봅 데용(34)이 한국 네티즌들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다. 네티즌들은 봅 데용을 제갈성렬 SBS 해설위원이 중계하면서 ‘밥 데용’으로 호칭하자 발음이 비슷한 ‘박대용’이라는 한국 이름까지 지어주며 그의 스포츠 정신을 칭찬하고 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만m 동메달리스트인 봅 데용은 24일 플라워 세리머니가 끝난 뒤 은메달을 딴 러시아의 이반 스코브레프(27)와 얘기를 나눈 뒤 금메달리스트인 이승훈의 다리를 안고 자신들 어깨 위로 번쩍 들어 올렸다. 둘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순간 멈칫하던 이승훈은 곧 활짝 웃었고, 관중에게 꽃다발을 흔들며 인사했다. 동료인 스벤 크라머가 실격으로 금메달을 놓친 상황에서 봅 데용은 ‘당신이 최고’라고 이승훈을 치켜세운 것이다. 사실 봅 데용은 한국인들에게 낯선 선수가 아니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1만m 금메달리스트인 봅 데용은 지난 16일 스피드스케이팅 5000m에서 이승훈이 은메달 딸 때 옆 라인에서 함께 스케이트를 탔다. 유력한 메달리스트였지만 봅 데용은 이승훈이 결승선을 앞두고 ‘터보 추진력’을 내자 뒤로 처졌다. 당시 결승선을 통과한 뒤 봅 데용은 이승훈 쪽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봅 데용은 5000m에서 이승훈의 지구력과 속도를 경험하고, 이미 마음으로 최상급 선수로 인정했던 것이다. 네티즌들은 이날도 ‘밥대용’, ‘밥집 아들’이라고 코믹하게 부르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이승훈을 어깨에 무동 태워 준 밥데용, 오늘 온종일 한국인들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을 것이다. 진정한 스포츠 정신, 올림픽 정신을 보여줬다.”라거나, “이승훈의 금메달을 축하해 준다고 목마를 태워 국경을 넘어선 스포츠맨십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밴쿠버 동계올림픽 사진 보러가기
  • 밴쿠버 이변 주역… 당돌한 샛별들

    밴쿠버 이변 주역… 당돌한 샛별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당돌한 신세대들이 연일 이변의 드라마를 써 내려가고 있다. 21살 동갑내기로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인 모태범과 이상화(한국체대), 이정수(단국대)에 이어 아시아인 최초로 1만m 금메달을 따낸 이승훈(22·한국체대), 그리고 여자 피겨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역대 최고점(78.50점)을 기록한 김연아(20·고려대)가 그 주인공. 1988년 서울올림픽 전후로 태어난 이들 신세대의 가장 큰 장점은 두려움을 모르는 자신감과 표현력 넘치는 개성이다. 이승훈은 24일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만m에서 금메달을 딴 뒤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양손의 검지를 치켜올리는 ‘손가락 세리머니’를 펼쳤다. 모태범도 스피드스케이팅 500m 금메달이 확정된 뒤 태극기를 온몸에 두르고 막춤을 추며 즐거워했다. 서로 부둥켜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 익숙해진 기성세대들에게는 낯선 모습이었다. 이들은 하기 싫어도 억지로 하는 운동이 아닌 스스로 하는 운동을 통해 효율을 높였다. 과거 엄격한 선후배 관계 대신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자신의 성취감을 위해 운동하는 환경이 조성된 것. 이런 허물없는 분위기에서 이들은 선배들의 성과보다 값진 결과를 일궈냈다. 이들에게서 선배들이 품었던 애국심이나 헝그리 정신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이들은 대부분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서 자라나 안정적인 지원을 받으며 운동한 세대다. 이들은 신세대답게 실력뿐 아니라 외모도 갖췄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금메달리스트인 이상화는 ‘빙판 위의 신세경’이라고 불릴 정도로 미모에 대한 칭찬이 자자했다. 이승훈도 잘생기고 호감가는 외모로 여성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CF 섭외 1순위인 김연아의 외모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또 이들은 과거 선배들과 달리 개성을 중시하고 중성적인 특징을 보인다. 모태범은 왼쪽 귀에 ‘나이키’ 모양의 귀걸이를 하고 있다. 굵은 허벅지에 ‘꿀벅지’라는 별명이 붙은 이상화도 보이시한 중성적인 매력을 풍긴다. 이정수도 물건을 살 때 세심하게 비교한 끝에 구입하며 여성 못지않게 화장품이나 미용실에도 신경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 수준에 오른 어린 선수들은 결단력과 지구력, 근력 등 남성적 특성과 세심함, 안정적 경기운영 등 여성적 특성을 모두 갖춘 경우가 많다. 경기장에 들어서면 이들은 어린 나이답지 않게 철저한 승부근성을 보이지만 평소에는 또래 젊은이들과 다를 것 없는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돌아간다. 초등학교 동창으로 ‘절친’인 이상화와 모태범은 미니홈피에 함께 다정한 포즈를 취한 사진을 올려놓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밴쿠버 동계올림픽 사진 보러가기
  • [조은지특파원의 밴쿠버 인사이드] 이것이 스포츠맨십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가 벌어진 24일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 지친 기색도 없이 묵묵히 빙판을 달린 이승훈(한국체대)이 남자 1만m 정상에 올랐다. 이승훈은 열광하는 관중에게 여유롭게 손을 흔들었다. V자를 그리는 모습은 귀엽기보다 늠름했고 의젓했다. 벅찬 감격과 힘든 훈련 등을 생각하면 눈시울이 붉어질 만도 했다. 하지만 이 청년은 누구보다 밝고 환한 미소로 ‘최고가 된 순간’을 만끽했다. 그 순간이었다. 은메달을 딴 스코브레프(러시아)와 동메달을 차지한 봅 데용(네덜란드)이 이승훈을 번쩍 들어 올렸다. 이승훈은 잠깐 당황한 듯했지만 이내 가장 높은 곳에서 ‘챔피언의 인사’를 날렸다. 내려온 뒤엔 서로 진한 포옹도 잊지 않았다. 이 모습은 금메달만큼이나 뭉클한 감동을 안겼다. 그야말로 ‘훈훈’했다. 이승훈은 “둘이 나를 금메달리스트로 인정해 준 것 같다. 정말 영광스럽고 기뻤다.”고 했다. 운동선수에게 올림픽은 ‘꿈의 무대’다. 금메달을 노리는 월드클래스 선수에게도, 출전에 의의를 두는 선수에게도 올림픽은 ‘로망’이다. 모두가 나름의 목표가 있다. 4년 동안 숱하게 포기하고, 좌절하면서 스스로를 다잡아 왔다. 누구나가 그렇다. 톱클래스 선수라면 당연히 금메달을 원한다. 세계에서 최고가 되는 순간은 상상만으로도 멋지지 않은가. 그렇게 바라며 힘들게 4년을 달려왔다. 그래서 금메달리스트에게 ‘축하한다. 당신은 챔피언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어렵다. 핑계를 대기가, 험담하기가 더 쉽다. 하지만 그들은 진심으로 금메달리스트를 인정했다. ‘최고’를 인정하는 것이 패배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다음에는 내가 더 열심히 하겠어. 내가 이겨야 할 상대가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야.’라고 말할 줄 아는 것이 진정한 스포츠맨십이다. 이들은 스포츠 축제를 즐길 줄 아는 ‘진정한 챔피언’이었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네덜란드 ‘오렌지군단’도 이들 못지않은 ‘챔피언’이었다. 오렌지군단은 자국의 스벤 크라머를 열광적으로 응원했지만 이승훈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승훈과 한 조에서 경기한 자국의 반 데 키에프트 아르젠을 추월하는 장면에서도 응원은 멈추지 않았다. 이승훈의 올림픽 기록을 보고는 모두가 일어서서 환호했다. 태극기를 들고 링크를 도는 순간까지 쉼 없이 박수를 보냈다.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은 각박하다. 하지만 투덜대기 전에 1등을 깨끗이 인정하는 것, 그 자리에 서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스포츠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 zone4@seoul.co.kr ☞밴쿠버 동계올림픽 사진 보러가기
  • ‘연아의 날’ 밝았다

    ‘연아의 날’ 밝았다

    한국 피겨 사상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벼르는 김연아(20·고려대)가 마침내 24일 쇼트프로그램을 시작으로 ‘금빛 도전’에 나선다.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76.28점)과 프리스케이팅(133.95점), 총점(210.03점)의 역대 최고점은 모두 김연아의 작품인 터라 기대는 더 크다. 특히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반면 아사다 마오(20·일본)의 쇼트프로그램 최고점은 75.84점으로 김연아보다 0.44점 뒤진다. 쇼트프로그램은 총 8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각각 세 차례의 점프와 스핀, 그리고 한 차례의 스파이럴과 스텝 시퀀스로 짜여진다. 6년을 ‘동갑내기 라이벌’로 지낸 둘은 첫날 연기를 어떻게 펼쳐낼까. ●내일을 향해 쏴라…007 제임스 본드 메들리 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 첫 시작은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수 10점)다. 심판들로부터 최고의 찬사를 받는 기술. 김연아는 이 기술로 수행점수(GOE)를 무려 2.2점까지 받은 적이 있다. 다음 과제는 역시 완벽한 ‘인 에지(In edge)’를 앞세운 트리플 플립(기본점 5.5점)이고, 곧바로 레이백 스핀과 스파이럴 시퀀스로 표정 연기와 스케이팅의 묘미를 전해준다. 더블 악셀(공중 2회전 반·기본점수 3.5점)로 세 가지 점프 과제를 모두 끝내는 김연아는 플라잉 싯스핀에서 기본 싯스핀 동작에 이어 양손을 깍지 껴서 위로 들고 공중에 떠 있는 다리를 엉덩이 쪽으로 향하게 하는 소위 ‘브로큰 레그(broken leg)’ 동작으로 바꾼다. 007 주제음악이 끝날 무렵 김연아는 펜스 앞쪽에서 이번 쇼트프로그램의 백미로 손꼽히는 ‘스트레이트 라인 스텝 시퀀스(SlSt)’를 실시한다. 묵직한 전자 기타의 저음에 맞춰 스텝 연기를 시작하는 김연아는 마지막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회전축이 되는 발을 바꾸는 스핀)에서 카멜 스핀과 싯 스핀을 연속으로 시도하고, 발을 바꿔 왼발을 머리 앞쪽까지 들어 올린 채 회전하는 ‘I 스핀’으로 연기를 마친다. ●트리플 악셀로 펼치는 가면 무도회 아사다 마오의 쇼트프로그램은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 반)이 핵심이다. 첫 과제인 이 기술의 성공 여부에 따라 아사다의 메달 색깔도 달라질 전망. 배점이 큰 점프지만 실패하면 GOE의 감점도 커진다. 트리플 악셀의 GOE 감점은 1.4~4.2점. 다른 트리플 점프들이 1~3점 깎이는 데 견줘 폭이 훨씬 넓다. ‘가면무도회’의 박력 있는 왈츠 리듬에 맞춰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9.5점)로 연기를 시작해 트리플 플립(기본점 5.5점)으로 연기를 이어나간다. 레이백 스핀에 이어 아사다의 유연성이 돋보이는 스파이럴 시퀀스가 끝나면 더블 악셀로 점프 과제를 끝낸다. 플라잉 싯 스핀과 스텝 시퀀스를 펼치는 아사다는 김연아와 마찬가지로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으로 연기를 마무리한다. 한편 김연아의 첫 경기가 펼쳐지는 당일인 23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밴쿠버에서 화요일(23일)은 김연아의 밤’이라는 제목의 특집 기사를 내보내 “김연아는 지난해 세계선수권 대회와 그랑프리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누구도 꺾을 수 없는 선수가 됐다.”고 대서특필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밴쿠버 동계올림픽 사진 보러가기
  • [데스크 시각] 소외종목 적극 지원해야/김영중 체육부장

    [데스크 시각] 소외종목 적극 지원해야/김영중 체육부장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잇따라 금빛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초래한 경제난으로 마음고생을 겪고 있을 다수의 국민이 선수들의 승전보에 환호를 보내면서 잠시나마 시름을 잊는다. 언론들도 신세대 금메달리스트들의 톡톡튀는 발언들을 생중계하듯 전달하면서 흥겨운 에너지를 퍼뜨리고 있다. 실제로 이번 동계올림픽의 성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세계 최강이라는 쇼트트랙의 활약이야 예상했다고 해도, 취약종목으로 분류됐던 스피드스케이팅에서의 메달 소식은 분명 흥분되는 일이다. 모태범과 이상화는 동계올림픽 사상 처음 남녀 스피드스케이팅 500m 동반 우승을 이뤄냈고, 이승훈은 아시아 최초로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인 5000m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AP통신이 ‘한국선수에 질렸다.’는 특집기사를 전 세계에 타전했을 정도다. 온 국민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김연아가 한국 피겨스케이팅 역사상 처음 금메달까지 목에 건다면 온 나라는 온통 축제분위기에 젖을 것이다. 그러나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곰곰이 생각해 보자. ‘밴쿠버의 영광’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 것 같은가. 냉정하게 보면 몇몇 뛰어난 선수들이 ‘돌출’했을 뿐 우리나라의 빙상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물론 지금의 신세대 메달리스트들이 앞으로 몇 년간은 세계를 휘어잡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들의 뒤를 받칠 꿈나무들이 있는가. 빙상시설이나 여건은 밴쿠버 올림픽에서 부상한 ‘신흥 빙상강국’에 걸맞은 수준인가. 이번 동계올림픽 돌풍의 주역인 스피드스케이팅의 현실만 봐도 참담하다.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등록된 선수라고 해야 고작 500여명에 그친다. 국제규격인 400m의 롱트랙을 갖춘 실내 스케이트장은 태릉국제스케이트장이 유일하다. 일반 선수들은 국가대표와 상비군에 밀려 하루 2시간씩 두 번만 사용할 수 있다. 초·중·고와 대학 선수들은 한꺼번에 몰려 연습해야 한다. 그나마 전통적인 강세 종목인 쇼트트랙을 위한 스케이트장이 32곳 있을 뿐이다. 다른 종목의 환경은 더하다. 영화 ‘국가대표’로 유명해진 스키점프는 강원 평창 알펜시아에 점프대가 하나 만들어져 있을 뿐이다. 그나마 사용료가 비싸 선수들이 마음껏 날개를 펼 수 없다고 한다. 오죽하면 김흥수 스키점프 대표팀 코치가 “지원을 요구하느니 훈련에 전념하겠다.”고 체념에 가까운 소리를 하겠는가. 루지와 스켈레톤, 봅슬레이 등 썰매 종목은 아예 경기장이 없다. 외국으로 나가서 국가대표를 뽑아야 한다. 시설과 여건이 맞지 않아 동계체전 종목에서조차 빠졌다. 이들 종목의 선수는 개개인의 힘으로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따내 밴쿠버 땅을 밟았다. 물론 여러 가지 악조건을 뚫고 일궈낸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성과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신세대의 과감한 도전정신과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부모의 헌신, 지도자와 협회 등의 구슬땀이 조화를 이뤄 일궈낸 결실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일부 뛰어난 선수에게만 의존해서 유지되는 빙상 강국의 위치를 우리가 언제까지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어렵게 구축한 밴쿠버의 영광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이런 분위기를 살려 각종 종목의 저변 확대에 나서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한가지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정부가 빙상과 스키 등 훈련 및 경기 여건이 열악한 비인기 종목 15개를 선정, 청소년 대표선수 육성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빠르면 6월부터 선수 육성에 20억 6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움직임이다. 하지만 정부의 발표가 금메달 열풍에 휩싸여 나온 일회성 정책이 될지, 지속성을 갖추게 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jeuness@seoul.co.kr
  • 장미란 12억원에 재계약할 듯

    베이징올림픽 여자 역도 금메달리스트 장미란 선수가 향후 3년간 계약금과 연봉을 합쳐 최대 12억원을 받고 경기 고양시와 재계약할 것으로 알려졌다. 고양시는 지난 13일 계약이 만료된 장 선수에게 최근 3년 동안 계약금 5억~6억원, 연봉 2억원 등 모두 11억~12억원을 제시했다고 22일 밝혔다. 장미란 선수 측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빠르면 이번 주내 계약이 성사될 전망이다. 이는 지난 3년 동안 장미란 선수가 받은 것보다 갑절 인상된 금액으로, 국내 역도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연봉을 받게 된다.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김연아 “퍼시픽 콜리시엄은 약속의 링크”

    김연아 “퍼시픽 콜리시엄은 약속의 링크”

    ‘1년 전 밴쿠버의 행복한 기억을 떠올려라.’ ‘동갑내기 라이벌’ 김연아(고려대)와 아사다 마오(일본·이상 20)의 ‘밴쿠버 최후의 결투’가 개막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현지에서도 팽팽한 긴장감이 돌고 있다. 둘은 22일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시엄에서 열린 쇼트프로그램 연기 순서 추첨식에서 마주쳤다. 같은 경기장에서 마주친 건 지난해 10월 그랑프리 5차 대회인 ‘에릭 봉파르(프랑스)’ 이후 4개월 만이다. 아사다와 김연아는 24일 새벽 펼쳐지는 이번 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마지막 5조 5명의 선수 가운데 두 번째와 세 번째로 나서 연기를 펼치게 됐다. 둘다 워낙 예술점수를 후하게 버는 수준급 연기의 주인공이라 결국 기술점수의 수행점수(GOE) 차이가 메달의 색깔을 바꿀 전망. 관건은 ‘점프의 정석’으로 알려진 김연아의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와 아사다의 ‘트리플 악셀’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 그러나 김연아로서는 출발부터 좋다. 김연아는 추첨 결과를 받아든 뒤 “ 딱 좋다.”고 만족에 찬 대답을 던졌다. “어느 그룹에 포함되든지 마지막 순서만 피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는 것이 김연아의 설명. 사실, 김연아는 밴쿠버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다. 지난해 2월 4대륙선수권대회, 김연아는 처음 나선 이 대회에서 아사다와 조애니 로셰트(캐나다)를 각각 3위와 2위로 밀어내고 우승했다. 이번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퍼시픽 콜리시엄에서 열렸던 터라 ‘미리보는 올림픽’으로도 주목을 끌었던 대회.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종전보다 0.29점을 끌어올린 당시까지의 역대 최고점수(72.24점)를 기록, 경쟁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김연아는 한 달 뒤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쇼트와 프리 모두 역대 최고점을 뛰어넘어 최종 합계에서 피겨 사상 처음으로 ‘꿈의 200점’을 넘었다. 밴쿠버는 ‘약속의 땅’이었다. 우승만큼이나 더 중요했던 건 빙질에 대한 감각과 현지 분위기에 대한 적응을 마쳤다는 것. 김연아는 이날 공식훈련을 마치고 난 뒤 “어제는 빙질이 (1년 전에 비해) 좀 이상했는데 오늘은 훨씬 나아졌다.”면서 “전반적으로 좋은 연습이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김연아는 시니어무대에 뛰어든 2006~07시즌 이후 그랑프리파이널과 세계선수권, 1999년 생겨난 4대륙선수권까지 모두 평정했다. 남은 건 이제 올림픽 메달뿐. 이 4개 타이틀을 한꺼번에 움켜쥔 선수는 이제까지 한 명도 없었다. 김연아의 우상인 미셸 콴과 사샤 코헨은 물론, 최연소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금메달리스트인 타라 리핀스키(이상 미국)도 일궈내지 못한 대업이다. 이제 김연아가 이번 밴쿠버올림픽에서 그 대업에 마지막 남은 ‘한 점’을 찍는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밴쿠버 동계올림픽 사진 더 보러가기
  • [조은지특파원의 밴쿠버 인사이드] 흑인은 아직도 이방인

    ‘흑색 탄환’ 샤니 데이비스(미국)가 18일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 이어 밴쿠버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스피드스케이팅 1000m 2연패에 성공한 데이비스는 감격에 겨운 듯 링크를 돌며 오랜 시간 손을 흔들었다. 관중들은 아낌 없는 박수를 보냈다. 4년 만에 또 시상대에 선 그의 모습은 찡한 감동을 안겼다. 동계올림픽에서 흑인으로서 유일한 개인 종목 금메달리스트인 그는 실력보다 피부색으로 더 큰 주목을 받았다. 하계올림픽에서는 월등한 신체조건을 앞세운 흑인들이 주류다. 반면 동계올림픽에서 흑인이 시상대에 서는 건 낯설다. ‘눈과 얼음의 축제’에 초대된 흑인도 거의 없다. 총 2622명의 참가선수 중 손으로 꼽을 정도. 북미와 유럽대륙의 백인 선수들이 대부분(2300여명)이다. 단 1명만 출전한 나라가 20개국인데 대부분 흑인이다. 우선은 환경 탓일 게다. 동계스포츠는 유럽과 북미의 추운 지역에서 발달했다. 아프리카나 중남미는 사시사철 덥다. 동계스포츠의 불모지인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생활수준의 차이도 이유가 된다. 겨울스포츠는 고가의 장비가 기본. 육상이나 농구 등 ‘백야드(backyard) 스포츠’보다 돈이 많이 든다. 선진국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부르주아’가 아니면 접근하기 어렵다. 신체 특성도 영향이 있다. 지방보다 근육이 많은 흑인은 유난히 추위에 약하다. 무거운 근육이 많아 수영에서 빛을 내지 못하는 것과 같다. 1980년대부터 흑인들의 ‘조용한 반란’이 시작됐다. 1988년 캘거리 대회에서 데비 토머스(미국)가 피겨스케이팅 여자싱글 동메달로 흑인 사상 처음 시상대에 올랐다. 영화 ‘쿨러닝’으로 유명한 자메이카 봅슬레이팀도 출전해 ‘흑인’이 화두가 됐다. 도전은 이어졌다. 마침내 토리노 대회에서 데이비스가 흑인 최초로 개인종목 ‘금빛 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피겨스케이팅에서 흑인만으로 구성된 페어팀이 처음 출전했다. 야닉 보누르-바네사 제임스(프랑스)가 주인공. 알파인 스키에서는 홀로 출전해 ‘도전 정신’을 보여 주는 가나의 콰메 은크루마 아좀퐁이 있다. 큰 족적을 남긴 데이비스는 1500m에서도 메달을 노린다. 이들의 분전은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다. 그럼에도 동계올림픽은 여전히 ‘잘사는 백인들의 잔치’다. ‘반쪽 축제’가 언제쯤 전 지구인의 축제가 될까. zone4@seoul.co.kr
  • “태범은 스피드광·상화는 지고 못살아”

    “태범은 스피드광·상화는 지고 못살아”

    다시 한 번 벅찬 감격이 밀려 왔다. 18일 오전 모태범이 스피드스케이팅 1000m에서 은메달을 따내는 장면을 자택에서 TV로 지켜 보던 전풍성(59) 코치는 두 손을 번쩍들며 “태범이 만세!”라고 환호했다. 몇시간 뒤 인터뷰 내내 그의 얼굴에는 함지박만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전 코치는 두 금메달리스트, 모태범과 이상화를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9년간 가르친 스승이다. 모태범은 은메달을 따자 곧바로 전 코치에게 전화를 걸어 왔다. “코치님, 저 또 은메달 땄어요.” 개구진 성격이 목소리에 그대로 묻어났다. 이상화도 정식 시상식을 마치고 전화로 감사인사를 했다. 이상화는 19일 열리는 1000m 경기를 걱정하는 눈치였다. 전 코치는 “솔직히 1000m는 네 주종목이 아니니까 욕심부리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고 조언했다. 또 “상승세를 이어나간다면 태범이처럼 메달을 또 노려볼 만하다.”고 자신감을 북돋웠다. 전 코치는 모태범이 첫 금메달을 땄을 땐 감격스러워 눈물이 났다. 다음날 이상화가 금메달을 따자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다. “쇼트트랙이 아닌 스피드스케이팅에서 한국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제 손에서 자란 아이들이 금메달리스트라니, 영광스럽다는 말밖에는 안 나옵니다.” 스피드스케이팅 지도자로 땀을 흘린 30년 이상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우리나라 빙속계의 74년 숙원을 푼 자랑스러운 두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한 전 코치를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만났다. 그는 ‘제2의 모태범·이상화’를 키우기 위해 매일 빙상장에 나와 10여명의 어린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다. →모태범과 이상화 사이는 어땠나 -둘다 성격이 활발하고 적극적이어서 잘 맞았다. 뛰고 구르면서 같이 커간 친구들이다. 태범이가 상화에게 장난을 많이 쳤다. 캐나다로 전지훈련 나갈 때 태범이가 “이상화는 외국 나가면 열심히 안 한다.”면서 장난을 걸기도 했다. →처음에 두 선수를 만난 계기는? -은석초등학교 빙상부 코치였다. 태범이랑 상화가 그전까지는 빙상부 취미반에서 배우다가 각각 4, 5학년 때 선수부로 들어왔다. 은석초 코치를 그만두고 개인지도자로 나섰을 때 둘 다 내게 와서 개인 지도를 받았다. →다른 아이들과 다른 점은? -처음에는 일반 학생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 중학교 올라가던 해 겨울, 전국대회에서 상을 싹쓸이하면서 갑자기 실력이 늘었다. 둘 다 스케이트를 굉장히 좋아했다. 태범이는 평소에는 개구쟁이인데 운동만 시작하면 집중력이 남달랐다. 굉장히 진지했다. 스케이트만 신으면 눈이 빛났다. 관찰력도 뛰어났다. 자기보다 조금이라도 잘하는 선수가 있으면 혼자서 유심히 지켜보고 자세를 따라했다. “저는 왜 이강석, 이규혁 선배들처럼 안 될까요.”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상화의 승부욕은 알아줬다. 대회에서 지면 항상 울었다. “시합이란 게 항상 이길 수만은 없다.”고 달래도 대성통곡을 하면서 난리가 났다. 라커룸에서 울다가 화장실 가서 또 울고 그랬다. 분에 못 이겨서 ‘담에 꼭 이긴다’면서 씩씩대기도 했다. 운동선수로서는 ‘완벽’ 그 자체였다. 다른 아이들은 시키는 것만 하는데도 투덜대거나 벅차했는데, 그 둘은 항상 운동 욕심을 부렸다. →두 선수의 장단점을 말해 달라 -상화는 순발력을 타고났다. 어렸을 때부터 출발이 빨랐다. 지구력은 조금 떨어졌다. 기초체력 훈련을 통해서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훈련시킨 기억이 난다. 상화 자신도 부족한 점을 알고 매일 달리기 등을 통해 그 점을 단련했다. 결국엔 스스로 극복해내더라. 태범이는 단거리를 위해 태어난 선수였다. 장거리 훈련은 힘들어했다. 400m 경기장을 10바퀴 쉬지 않고 달리는 훈련을 가장 싫어했다.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상화가 중학교 때, 태범이가 고등학교 때 각각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그때 가장 크게 칭찬했다. 상화는 여학생이다 보니 혼 내면 삐칠 때도 있었다. 입이 쭉 삐져 나왔는데 모른척하고 있으면 금세 풀리고 연습에 집중했다. 태범이는 스피드광이다. 초등학교 때 스키장에 같이 간 적이 있는데, 처음 타는데도 제일 높은 코스에 올라가서 활강을 하더라. 오토바이, 자동차도 좋아한다. →이번 올림픽 금메달 이후 스피드스케이팅을 배우는 어린 학생들의 반응은? -다들 활기차졌다. 그동안 쇼트트랙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이 있었다. 학생들이 “저도 모태범·이상화 선수처럼 되겠다.”면서 열심이다. 어린 아이를 스케이트장에 데리고 온 아버지들도 갑자기 늘었다. →스케이팅 열기를 이어나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나 -스피드스케이팅을 위한 400m 경기장이 국내에 태릉 하나다. 외국의 경우 실내 온도가 영상 15도 유지해야 하는데 여기는 영상 1도 수준이다. 아이들이 너무 추우니까 배우기를 꺼린다. 경기장 하나라도 국제 수준에 맞는 곳이 필요하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그대들은 밴쿠버 연금술사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멀티메달’을 획득한 모태범과 한국 최초의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금메달리스트 이상화(이상 21·한국체대) 뒤에는 그림자처럼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 공신들이 있었다. 우선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당시 삼성 스포츠단 단장이었던 박성인 빙상연맹 회장을 빼놓을 수 없다. 박 회장은 토리노올림픽 직후 장기적인 안목에서 빙상 종목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밴쿠버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쇼트트랙 위주의 지원에서 벗어나 스피드스케이팅과 피겨 종목까지 지원 폭을 확대한 것. 1997년부터 14년간 1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지원해 왔다. 매년 평균 7억~8억원을 지원해 온 셈이다. 연맹은 이 프로젝트를 가동하면서 스피드스케이팅에서도 과학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한국체육과학연구원에 선수들 개개인에 대한 분석을 의뢰했다. 체육과학연구원은 스피드스케이팅을 중점 종목으로 선정, 3명으로 한 팀을 이뤄 체계적인 지원을 했다. 주 코디네이터로 윤성원 박사가 선정됐고, 기술 담당은 이순호 박사가 맡았다. 선수들의 심리 지원은 우민정 박사가 담당했다. 윤성원 박사는 선수들 개개인의 체력과 피로도를 측정해 취약점을 찾아내 조언하는 역할을 맡았다. 피로도를 누적시키는 젖산 분비를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했고, 이는 선수들의 체력 강화에 많은 도움이 됐다. 우민정 박사는 심리 검사를 통해 선수들이 시합장에서 불안을 극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이순호 박사는 “선수들의 실제 경기장면을 비디오로 촬영해 스타트 동작을 심층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이 스타트 반응속도가 느린 문제를 해결했다. 스케이트날 각도가 너무 벌어져 있었던 것이 원인이었다. 이 박사는 스케이트날과 다리 각도, 짧은 보폭 등을 개선할 것을 조언했다. 연맹에서 특별히 영입한 스케이트화 정비 전문가 2명도 빼놓을 수 없다. 토리노 대회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딴 오세종(28)씨와 스케이트 장비 전문회사인 삼덕스포츠에서 특별 영입된 김동민(34)씨가 그 주인공. 지난해 8월 대표팀 전지훈련부터 지금까지 선수들의 그림자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토리노 대회까지는 선수들이 직접 날을 갈아 연습 시간이 부족했지만, 이번 대회부터 선수들은 두 전문가 덕분에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2008년부터 대표팀에 합류한 김양수 재활 트레이너도 선수들의 물리치료를 담당하면서 선수들의 부상 관리에 큰 역할을 했다. 지난 토리노 대회까지는 대표팀 트레이너가 따로 없었다. 이런 지원이 없었다면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새 역사 탄생은 더 미뤄졌을지 모를 일이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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