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그래도 수출만이 살길이다/신동규 수출입은행장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올해 우리 경제의 키워드를 꼽아 본다면 내수부진과 수출호황일 것 같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내수부진은 올해 절정에 달한 것 같고, 반면 수출은 30%가 넘는 증가율로 근래 유례없는 기록을 세웠다. 내수와 수출이 근래 들어 극명하게 갈라진 해도 없었을 것이다. 그나마 수출호조 덕분에 금년 경제성장률을 5% 가깝게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내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내수경기 회복은 지연되고, 수출 증가세는 크게 둔화될 것이란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일부 기관은 내년 수출을 한자릿수 증가율로 전망하고 있고, 높게 전망한 기관도 1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 내년도 우리의 수출여건은 올해보다 많이 나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우리의 주 수출시장인 중국과 미국의 내년도 경기가 올해에 크게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은 쌍둥이 적자의 심화로 금리인상, 약세 달러 유지에 주력하고 있어 경기의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중국 역시 경기과열 진정을 위한 긴축정책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므로 올해보다 1∼2%의 성장률 저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적으로는 최근에 진행된 원화의 급격한 절상이 내년부터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키게 될 것으로 보이고, 또한 우리의 주 수출업종인 IT부문에서는 반도체의 공급과잉으로 가격하락이 예상된다.
이처럼 수출환경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내년에도 우리 경제가 의지할 곳은 수출밖에 없다. 왜냐하면 내수회복에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고, 내수회복의 돌파구를 만들기 위해 수출이 버텨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년에는 기업, 정부, 수출지원기관 모두가 수출증대에 그 어느 때보다도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할 것이다.
다행인 것은 올해에는 수출시장의 확대를 위한 기반 구축에 많은 성과가 있었다. 대통령이 숨 가쁘게 펼친 정상외교로 러시아, 인도, 베트남, 중남미 등 신흥시장에서 우리의 국가 이미지, 기업 브랜드가 크게 제고되었다. 이들 개도국은 정부주도하에 경제가 운용되기 때문에 정상들간의 경제협력 논의는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후속조치가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면 어렵게 쌓은 우리의 위상이 거품처럼 사라져 버릴 수 있다. 정부 부처나 수출지원기관들은 정상회담에서 논의됐던 경협 관련 사항들의 구체적 실행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해외진출 애로점을 해소하고 진출 확대에 필요한 각종 통상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FTA 등 정부간 무역협정의 체결을 서두르고, 유용한 시장정보를 제공하고 자문서비스 지원을 강화할 수 있는 조치 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국가별로 진출유망 분야를 분석·제시해 기업들의 해외진출 역량이 분산되지 않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
기업들은 원화 환율절상, 원자재 가격인상 등에 따른 가격경쟁력의 저하를 품질경쟁력으로 보충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현지 구매자들에 대한 밀착 마케팅을 강화해 높아진 국가 인지도를 상품판매에 연결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금융면에서 수출을 지원하고 있는 수출입은행도 내년에는 더욱 비상한 각오를 갖고 임할 계획이다. 우리는 내년도 여신지원규모를 올해보다 25%이상 많은 24조원으로 늘려 잡았으며, 특히 해외 플랜트 수주 지원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고유가 지속으로 증가가 예상되는 중동지역과 러시아, 인도 등과의 대형 플랜트 수출거래를 적극 발굴 ·지원해 우리나라 플랜트 수출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이다.
신동규 수출입은행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