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소극대책·미 방관“상승작용”/슈퍼 엔…1달러70엔대 진입 배경
◎양국 차협상 난항으로 엔고행진 가속/일 무역규제 완화 않으면 70엔대 정착
세계 외환시장이 광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일본의 엔화가 19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심리적 마지노선인 1달러당 80엔선이 무너졌다.연초보다 무려 20%이상이 올랐다.지난해 말 소수의 경제학자들이 올해 상반기중 1달러당 80엔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을 때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웃어넘겼다.하지만 4개월도 채 안돼 80엔대를 돌파할 정도로 엔화의 평가절상이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주 83엔대에서 다소 주춤거리던 엔화는 이번주 들어 17일 82엔대,18일 81엔대에서 거래되더니 드디어 19일에는 80엔대가 깨졌다.이날 일본은행의 적극 개입으로 엔화 급등세가 돌아섰지만 엔화가 70엔대에 정착될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14일 일본 정부가 엔고종합대책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엔화는 오르는가.종합대책의 내용이 미흡하기 때문이다.또 이번 주 들어 엔고를 부추기는 요인이 잇달아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의 루빈재무장관은 지난16일 미·일 재무장관회담에서 일본의 종합대책에 불만을 표한 뒤 18일에는 오는 25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선진7개국(G7)회담에서 달러화의 속락을 막기위한 국제적인 협력이 핵심 의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미국은 「이번 기회에 단단히 일본의 버릇을…」이라고 벼르고 있는 듯하다.G7회담이 오히려 엔고를 부채질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일 자동차협상의 난항도 외환시장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양국은 워싱턴에서 차관급 자동차·자동차부품협상을 벌였다.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은 미국의 대일무역적자의 60%이상을 점하는 중요분야.일본 자동차회사들이 미국산 부품 구입을 늘리도록 하는 수치목표를 제시하라는 것이 미국의 요구였다.반면 일본은 민간기업에 대한 간여는 교섭대상이 될 수 없으며 수치목표는 관리무역이라고 주장,격렬한 논쟁을 벌이는등 난항을 겪고있다.
일본의 무라야마총리는 19일 70엔대의 엔화시세에 대해 『일시적』이라고 평가했다.18일 다케무라대장상으로부터 미·일 재무장관회담 결과를 설명듣는 각료간담회에서는 격한 대미비난이 잇달았다.오이데우정상은 『미국이 무역,재정적자를 방치하면서 일본의 노력을 일소에 부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포문을 열었고 노나카자치상은 『달러를 기축통화로 삼고 있는 것을 재고해야 한다』고 맞장구쳤다.
이제 일본 정부는 엔고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무역흑자의 감소,수입규제의 신속한 완화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는 요구에 쫓기고 있다.
◎미·일 정상·전문가들 반응/정부 개입엔 한계… 장기대응 방침/클린턴/경제안정위해 미 금리 인상해야/IMF
미 달러화가 19일 70엔대로 폭락하자 미·일 정부는 물론 수많은 금융·외환 전문가들은 다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놀람을 금치 못한 채 사태진전의 방향을 파악하기에 바빴다.
▲무라야마 도미이치 일본총리=최근 일 엔화 뿐아니라 독일 마르크화도 미 달러화에 대해 시세가 다시 오르고 있다.세계 기축통화가 이처럼 폭락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오늘 아침의 달러폭락은 참 곤란한 문제다.그러나 일시적 현상일것으로 믿는다.우리정부가 지난주에 발표한 엔고대책을 약속대로 실천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빌 클린턴 미대통령=미국정부는 강력한 달러를 원해 마지 않는다.그러나 지난 몇해동안 수없이 보아왔듯이 단기적 상황에서 자국 통화의 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부의 능력은 한계가 있다.그러므로 정부는 장기적 안목에서 이에 대해 일을 해야된다.
▲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총재=미달러의 약세는 미국만이 아니라 세계경제에 대한 위협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지난 2주동안 독일과 일본이 금리를 인하할 때 금리인상을 실시했어야만 했는데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세계 외환준비 주축통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나라는 이의 합리적인 안정성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소폭이라도 미국의 금리인상은 미국과 세계경제의 건강을 위해서 필수적이다.
▲마사이 다카코 캐나다 토론토도미니언은행 도쿄지점 딜러=지금 시장에는 미국과 일본 사이에 기본적인 의사소통마저 되고 있지 않고,양 정부의 발표도 서로 아귀가 맞지 않는 허점투성이라는 의구심들이 더욱 팽배하고 있다.
◎1달러 79.20엔땐 일 GDP 세계1위/미 총생산 앞질러… 5조4천9백억달러 기록/요미우리 보도
슈퍼 엔고에 힘입어 일본의 전체경제력이 미국을 앞질러 세계 1위가 될 것 같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엔고가 79.20엔까지 진행될 경우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5조4천9백24억달러를 기록,미국(5조4천7백76억달러)을 제치고 GDP기준으로 세계 1위가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물가상승률을 감안하지 않는 명목 GDP의 역전은 달러당 68.50엔(일 7조9백68억달러·미 7조9백55억달러)에서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지난 85년 달러표시 GDP는 미국이 일본의 3배에 달했다.그러나 지속적인 엔고로 88년 1.7배,지난해에는 1.3배로 좁혀졌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실질 경제성장률을 달러로 환산할 경우 일본은 엄청난 성장을 지속해온 것으로 나타났다.거품경제붕괴 이후 일본의 실질경제성장률은 겨우 1% 안팎의 저조한 실적에 머물렀으나 달러의 하락과 엔고에 따라 달러로 환산하면 불황에도 불구하고 지난 3년사이 연간 10% 안팎의 높은 성장을 기록한 것처럼 나타나게 되는 통계기법상의 현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