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금강
    2026-08-18
    검색기록 지우기
  • 실효성
    2026-08-18
    검색기록 지우기
  • 칸영화제
    2026-08-18
    검색기록 지우기
  • 베트남
    2026-08-18
    검색기록 지우기
  • 관람석
    2026-08-1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2,857
  • [사설] ‘작별 상봉’이란 기막힌 말 더 듣고 싶지 않다

    또다시 한반도는 ‘눈물바다’가 되고 말았다. 금강산에서 열린 제20차 남북 이산가족 1차 상봉 행사가 어제 끝나면서다. 우리는 헤어지는 버스 창문 틈으로 마지막 잡은 혈육의 손을 차마 놓지 못하고 몸부림치는 현장을 목도했다. 방송 화면으로 지켜보는 이들의 가슴을 이토록 저미는데 당사자들의 비통함을 어찌 가늠하랴. 신혼 6개월 만에 헤어져 65년 만에 주름 가득한 얼굴로 다가온 북측 남편 오인세(83) 할아버지도, 그의 목덜미를 매만지는 남측 아내 이순규(85) 할머니도 눈엔 못다 흘린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이 순간이 지나면 이승에선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에 온몸을 떨고 있는 듯했다. 이번 1차 상봉 행사에선 북측 96가족과 이들의 남측 가족 389명이 만났다. 현재 정부에 등록된 이산가족 약 13만명 중 절반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생존자는 6만 7000명 정도다. 이번처럼 100명 안팎의 이산 1세대가 만나는 방식으로 이들의 한을 풀어 주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생존해 있는 상봉 신청자도 80대가 40%, 90세 이상이 10% 이상이어서 태반이 80세가 넘는 고령자들이다. 이들이 속속 유명을 달리하기 전에 대규모 정례적 상봉 성사를 서둘러야 할 이유다. 우리는 일회성 상봉의 안타까운 현실을 거듭 확인했다. 남쪽 이산가족들은 이번에 무려 663대1의 바늘구멍 같은 추첨 관문을 통과해야 했다. 더군다나 북측 가족들은 체제 동요에 대한 북한 당국의 우려 탓에 먹고살 만한 수준의 계층이 아니면 선발되기조차 힘들다고 한다. 그나마 ‘로또’에 당첨되듯 선발된 양측 가족이 혈육의 정을 나눈 시간은 2박3일 중 기껏 6차례, 12시간에 불과했다. 오죽 애간장이 탔으면 이들이 “몇 시간씩 끊어 만날 게 아니라 한 방에서 이틀간 같이 자게 해 달라”고 하소연했을까. 이산가족의 이런 간절한 소망을 알면서도 보여 주기식 이벤트 상봉으로 자족할 순 없다. 어제 금강산면회소에서 열린 ‘작별 상봉’ 행사가 웬 말인가. 남북 분단으로 흩어진 한가족이 65년을 기다려 12시간 만난 뒤 다시 만날 기약 없이 어쩌면 영원히 생이별하는 자리란 얘기가 아닌가. ‘헤어지려고 만난다?’ 형용모순이나 다름없는 말이 더는 안 나오게 해야 한다. 이산가족 생사확인 및 서신교환, 그리고 면회소 설치를 통한 상시 만남 등 제도적 해법을 속히 강구해야 한다. 그러려면 북한의 태도가 관건이다.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을 남측의 경제 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카드로 쓰는, 반인륜적 자세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은 정권 스스로 발상의 전환을 한다면 다행이겠으나, 그렇게 기대하기 어렵다면 우리 측의 다각적 대안이 긴요하다. 예컨대 이산가족의 정례적 상봉 등에 대한 북한의 태도 변화와 금강산 관광을 연계하는 유인 카드도 검토함직하다. 이북도민회 중앙회와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등이 유엔의 ‘실향민 처리 지침’을 근거로 성묘 방문단을 청원하고 있음은 뭘 말하나. 북한 인권 결의안이 이달 말 유엔총회에 상정된다고 하니 이산가족 문제를 보편적 인권 차원에서 국제사회에서 공론화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 생뚱 맞은 김정일·김정은 자랑

    이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서는 남북의 가족이 모인 가운데 ‘분단의 틈’이 드러나며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는 경우도 포착됐다. 특히 상봉의 감격에 젖은 남측 가족 면전에서 북측 가족들이 ‘노동당’과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을 언급, 남측 가족들을 당황케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21일 개별상봉에서 북측 원규상(82)씨는 여동생 원화자(74)씨 등 남측 가족들에게 “김정은 동지도 통일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남한도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씨의 한 남측 가족은 “당 간부 생활을 오래해서 그런지 미국에 대한 적개심이 높은 편이었고 미국을 빨리 물리쳐야 된다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지난 20일 단체상봉에서 아들 채희양(66)씨를 만난 북측 아버지 채훈식(88)씨는 60여년 만에 만난 아들에게 ‘김일성 표창장’을 자랑하듯 꺼내 보였다. 북측 동생 홍대균(83)씨와 남측 누나 홍복자(89)씨가 상봉한 테이블에서는 남측 동반가족이 ‘노동대회 참가장’을 슬쩍 덮자 북측 가족이 이를 다시 내보이는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북측 가족들의 이 같은 행동은 자신이 ‘북한에서 잘 살고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북한의 사전 ‘사상교육’ 효과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산 상봉에서 북측 가족이 ‘자본주의’에 물들 수 있다는 이유로 사전 교육을 실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육에서 북한은 대상자들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고 ‘드레스 코드’를 정해 옷까지 맞춰 준다고 한다. 실제 이번 행사에 참석한 북측 가족들은 남자는 검정 중절모와 회색 정장, 카키색 코트를, 여자는 무채색 한복을 입은 모습이었다. 상봉 행사 이후에도 사상 교육은 이어진다고 한다. 서울의 한 탈북자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북측 가족들은 상봉 후에 ‘남한 물’을 빼기 위해 사상교육을 다시 받고 상봉 중 있었던 일도 보고해야 한다”며 “표창장을 자랑하고 당을 언급하는 건 자기 사상이 투철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행동”이라고 했다. 금강산 공동취재단·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남측 시사에 밝은 北 기자들 질문공세

    이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는 북한 기자 10여명도 취재차 참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측 기자들은 우리 취재진 등을 대상으로 남한의 주요 현안에 대한 질문을 퍼부었다. 북한 매체들은 21일 상봉 소식을 일제히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우리 측 상봉자들은 남녘의 가족, 친척들과 집체 상봉을 했다”며 “우리 측 상봉자들은 자신과 가족들이 인민대중 중심의 우리식 사회주의 제도에서 행복하고 보람찬 삶을 누리고 있는 데 대해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노동신문, 조선중앙방송도 사실 전달 위주로 짧게 상봉 소식을 보도했다. 이런 보도 양상과 달리 현장에 나온 북측 기자들의 관심사는 다양했다. 지난 20일 만찬에서 우리 취재진을 만난 북측 기자는 “내년에 남측에 총선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될 것 같으냐”며 “여당이랑 야당 중 어디가 더 우세할 것 같으냐”고 물었다. 우리 측 기자가 “우리 상황을 잘 아는 거 아니냐”며 반문하자 북측 기자는 “관심은 많지만 잘 알지는 못한다”고 답했다. 또 “(남측에서는) 인터넷으로 아무나 기사를 쓸 수 있느냐”며 남한 언론 환경에도 관심을 보였다. 단체상봉 중 북한 ‘민주조선’ 소속 기자는 “최근 국정화 얘기가 나오던데 그게 뭐냐. 역사학자들은 왜 반대하느냐”며 교과서 국정화 논란에 관심을 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남측 소식을 담당한다는 한 북측 기자는 남측 기자에게 “최근에 본 남측발(發) 뉴스 중 병사들이 전역 연기를 신청했다는 뉴스가 가장 놀라웠다”며 어떻게 된 일이냐고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남북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8월 남측 군인들이 잇따라 전역을 연기하겠다고 신청한 뉴스를 두고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금강산 공동취재단·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점심 행사 준비하는 북측 접대원

    점심 행사 준비하는 북측 접대원

    한복 차림의 북측 접대원이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둘째 날인 21일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공동중식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금강산 연합뉴스
  • [구본영 칼럼] 숙의 민주주의, 한국정치가 가야 할 먼 길

    [구본영 칼럼] 숙의 민주주의, 한국정치가 가야 할 먼 길

    최근 영국 하원의 토론 풍경을 보고 새삼 놀랐다. 오래전 국제부 기자 때 즐겨 봤던 BBC 방송을 통해 남루하고 좁아터진 회의장을 다시 보면서다. 질문하는 의원들과 답변하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얼굴에 침이 튈 만큼 가까이 있었다. 순간 저 웅장한 여의도 의사당의 널찍한 본회의장이 뇌리를 스쳤다. 부러운 건 따로 있었다. 회의장 시설 따위의 겉모습이 아니라 영국 하원의 밀도 있는 토론 양상이었다. 충실하게 따져 묻고 진지하게 답하는, 정책 공방이 인상적이었다. ‘여의도 스타일’과는 너무 달랐다. 호통 섞인 질타는 장황하게 이어지지만, 구체적 답변은커녕 들을 생각도 없어 보이는 게 우리 국회의 초상이라면. 그런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황교안 총리를 상대로 한 대정부 질문과 같은 날 캐머런 총리가 출석한 영국 하원 회의록을 정밀 분석한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총리·장관의 답변 1건당 평균시간은 한국이 21.2초인 반면 영국은 41.7초로 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우리의 경우 총리가 답변하려 하면 “가만 있으라”고 말을 끊기 일쑤 아닌가. 게다가 오전에 질문을 쏟아낸 뒤 오후엔 답변도 듣지 않고 지역구로 달려가는 의원들도 부지기수라니…. 이러니 쟁점은 넘쳐나지만 뭐 하나 가(可)든, 부(否)든 적기에 논란을 매듭짓거나 후속 대책이 세워질 턱이 없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개발 논란이 아직도 진행형인 게 단적인 사례다. 사실 모든 정책에는 빛과 그늘이 섞여 있기 마련이다. 예컨대 강을 준설하고 보를 설치해 물그릇을 키워 홍수를 막고 가뭄에 대비하자는 게 4대강 사업의 선의라 하자.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질이나 생태계가 오염될 가능성을 우려할 만한 이유도 있다. 그런데도 찬반 진영 간 삿대질만 끝없이 이어지는 건 뭘 말하나. 정책의 명암에 대한 전문적 토론은 않고 상대 측을 살인·강도나 사기·절도 같은 범죄 집단인양 단칼에 단죄하려 드는 꼴이다. 언론도 흙먼지 자욱한 난장에 뛰어들어 타협을 어렵게 하는 게 저간의 사정이다. 일방적 ‘주창 저널리즘’으로 어느 편을 들면서….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라는 게 문제다. 요즘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충남 등 지역민들이 한숨이 깊어지고 있지 않나. 4대강 보 중 하나인 금강 백제보엔 물이 가득한데 말라붙은 보령댐 주변에선 농업용수는커녕 곧 식수를 걱정할 판이다. 4대강 물 활용방안에 대해 여야 간 타협이 안 되면서다. 한 전문가의 한탄이 가슴에 와 닿았다. “4대강 사업에서 고칠 건 고치고 쓸모 있는 부분은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데 정치적 이해에 따라 전면 부정하거나, 긍정하는 흑백논리만 횡행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의견의 평행선이 감정의 평행선으로 번지면서 합리적 절충이 불가능해지는 게 우리의 고질인가. 정부와 여당, 그리고 야당과 진보단체가 뒤엉켜 드잡이를 벌이는 작금의 ‘역사 전쟁’을 보라. 교과서에는 근현대사의 팩트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이 담겨야 한다는 본질을 놓고 벌이는 열린 자세의 토론이라면 다행일 게다. 그러나 한쪽은 현행 8종 검인정교과서의 편향성을, 다른 쪽은 앞으로 나올 국정교과서의 편향 가능성만 지적하면서 반대쪽은 쳐다볼 생각조차 않는다. 조선조 예송 논쟁의 재판이 될까 자못 걱정스럽다. 민초의 삶과는 무관하게 임금의 사후 상복을 몇 년 입느냐를 놓고 싸우는 식이라면 시쳇말로 ‘노 답’이다. 민주주의를 진화론적 관점으로 보면 ‘숙의 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가 가장 소망스러운 단계다. ‘숙의’(熟議)란 공적 이슈를 놓고 ‘일방적 주장 대신 경청하면서 합의를 일구는 과정’이다. 하지만 우리 정치문화의 현주소는? 해묵은 4대강 논쟁이든, 작금의 교과서 논란이든 상대의 견해에는 귀를 막은 채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겠다’는 주장만 난무하는 상황 아닌가. 이런 척박한 토양에서 영국과 같은 숙의 민주주의가 꽃피기를 기대한다고? 언감생심일지도 모르겠다. ‘올바른 국사’ 교육보다 더 급한 건 서로 의견에 일리가 있음을 인정하면서 대화로 이견을 좁혀 가는 민주시민 양성 교육이란 생각도 든다. 논설고문
  • 88세 아버지가 딸에게 바치는 노래… ‘백마강’ 구슬피 울렸다

    88세 아버지가 딸에게 바치는 노래… ‘백마강’ 구슬피 울렸다

    “아빠, 지금도 그때 부르던 기억 나요? 노래하실 수 있어요?” 21일 오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두 번째 단체상봉에서 북측 최고령자 리흥종(88)씨는 즉석에서 노래를 불렀다. 딸 이정숙(68)씨가 아버지의 기억을 끄집어내자 리씨는 또렷한 목소리로 젊은 시절 자주 부르던 ‘백마강’ 곡조를 뽑았다. 딸은 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노래를 따라 불렀다. 지켜보던 사람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노래가 끝나자 딸이 말했다. “아빠, 어떻게 가사도 다 기억해. 아빠 노래 잘 하시네!”, 추억에 잠긴 딸은 “엄마가 나 서너 살 때 나를 팔에 놓고 노래를 불러 주셨어. 아빠 생각나면 나를 안고서 이 노래를 했다고. 내가 아빠한테 지금 그 노래 불러줄까? 여기 가만히 귀에다 대고 해 드릴게, 지금” 하고 말했다. 그러나 리씨는 “북에서는 그 노래 하면 안 돼” 하며 거절했고, 딸은 노래 부르기를 포기했다. 곡명은 끝내 알 수 없었다. 북측 상봉단인 리한식(87)씨는 흰 종이에 연필로 어머니 권오희(92)씨와 65년 전 함께 살았던 경북 예천의 초가집을 그렸다. 리씨가 어려서부터 손재주가 좋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남측 이복동생 이종인(55)씨가 “형님이 보고 싶을 때마다 꺼내 보게 그림을 그려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리씨는 목에 걸었던 이름표를 벗어 자 대신 쓰면서 한 획 한 획 정성스레 초가집을 그려 나갔다. 온 정신을 집중하며 그림을 그리는 아들을 권씨는 가만히 지켜봤다. 40분 만에 초가집의 기둥과 담벼락, 초가의 음영, 마루의 무늬, 댓돌까지 생생하게 그려낸 리씨의 그림에 동생들은 탄성을 질렀다. 남측 최오순(94)씨는 초코파이를 직접 뜯어 시동생인 정규현(88)씨에게 건네 주며 “잡숴 봐요”라고 말했다. 북한 최고 수학자라는 평가를 받았던 고(故) 조주경씨의 아내 림리규(85)씨는 아들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현재 아들 조철민씨는 북한 명문대인 김책공업종합대학 수학과 교수다. 이산가족들은 서로에게 말을 걸고 추억을 더듬으며 흘러간 세월을 되돌리려는 듯 애틋한 모습이었다. 이날 건강 악화로 행사 불참자도 발생했다. 북한 측 염진봉(84)씨는 변비 등 건강 악화로 오후 단체상봉에 불참하고 숙소에서 치료를 받았다. 앞서 낮 12시부터 시작된 공동중식에서 남측의 사촌동생 김혜미자(76)씨를 만난 북측의 김태숙(81)씨는 혜미자씨와 동행한 증조카 재홍씨에게 연신 “필요한 거 있으면 다음 상봉에 가져다 줄게”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북측의 친형 김주성(85)씨를 만난 남측 동생 주철(83)씨 가족은 전날 두 번의 상봉행사에도 불구하고 이날 중식 상봉에서도 연신 눈물을 흘리며 대화를 나눠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동생 주철씨는 주성씨의 북측 딸 성희씨에게 “아버지 잘 모셔야 한다, 그래야 다시 본다”고 당부했고 성희씨 역시 눈물을 흘리며 “삼촌도 건강하셔야 다시 만난다, 꼭 다시 만나자”라고 말했다. 북측 가족들 중 일부는 남측에서 제공한 음식을 보며 “처음 본다”고 신기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무화과와 귤을 보며 “처음 먹어 본다”는 반응이 대체적이었다. 일부는 귤 껍질을 까지 않고 그냥 먹으려는 모습을 보여 남측 가족들이 껍질을 까주기도 했다. 이날 점심 메뉴는 크림과자, 남새합성(야채모둠), 색찰떡, 닭편구이, 청포종합랭채, 은정차(녹차) 등이었다. 술과 음료로는 들쭉술, 대동강맥주, 배향단물(배맛 주스), 인풍포도술 등이 제공됐다. 남측 가족 중 한 할머니가 금강산호텔 2층에 마련된 오찬 장소에 들어서다 노란색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북측 여성 안내원을 보더니 “곱다”며 연신 등을 쓰다듬었다. 남측 가족들은 음식을 가져다주는 여성 안내원들에게 같이 사진 찍기를 부탁하며 “언제 이런 미인하고 사진을 찍겠느냐”며 미모에 대한 칭찬을 연발했다. 한편 북한이 전날 우리 측 기자들의 노트북을 무리하게 검열한 것과 관련, 23일 남측의 2차 상봉 취재단의 방북부터는 우리 당국이 제공하는 새 노트북을 받아 취재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대해 기자단은 북한이 이전과 다르게 언론을 향해 무리하고 부당한 요구를 하고 있는 반면 정부는 이 같은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열린세상] 다가올 통일 준비, 북한 산림녹화가 먼저/윤영균 국민대 특임교수, 전 국립산림과학원장

    [열린세상] 다가올 통일 준비, 북한 산림녹화가 먼저/윤영균 국민대 특임교수, 전 국립산림과학원장

    “식량난 해소를 위해서 다락밭(계단밭)을 만들었고, 땔감용으로 나무를 모조리 베어내 산이 헐벗어졌으며, 심지어 중국 접경 지역의 울창했던 산림도 식량과 교환하기 위해 마구 베어내 없어졌습니다. 학교에서는 나무를 심고 길러야 가뭄과 홍수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가르치지만 당장 급한 현실 때문에 소용이 없습니다.” 북한 양강도 혜산 출신 새터민 방송인 김은아씨의 증언이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보아온 고향의 산림이 하루아침에 황폐해진 이유를 생생하게 설명해주었다. 사실 혜산시는 말 그대로 ‘산의 혜택을 받은 곳’인데 이제는 그 이름이 무색할 지경이 되었다. 북한 산림의 황폐화는 그녀의 증언뿐 아니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1998년부터 위성영상을 통하여 모니터링한 결과로도 증명되었다. 2008년 기준 북한의 전체 산림면적은 899만㏊로, 그중 황폐 산지가 전체 산림의 32%인 284만㏊에 이른다고 한다. 또한 지난 5년 동안 평양, 개성, 혜산, 봉산, 고성 등 5개 지역 산림을 정밀 관찰한 결과 개간 산지가 무입목지(無立木地·나무가 서 있지 않은 땅)나 나지(地·나무나 풀이 전혀 없는 땅)로 전환되는 등 황폐의 정도가 심각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것은 전 세계 산림 황폐화 순위 3위를 차지할 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앞으로 복구사업을 실행할 때 일반 조림이 아닌 사방(砂防) 복구가 필요한 면적이 확대되는 것임을 의미하는 동시에, 복구 비용 또한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이 북한의 산림녹화사업을 통일 전에 해야 하는 이유이다. 얼마 전 북한 내각 부총리 최영건이 산림녹화 관련 지시가 현실과 동떨어졌다며 불만을 나타내다 총살됐다는 소식이 있었다. 앞서 지난 1월에도 북한 산림녹화를 담당하고 있는 임업성 부상이 녹화사업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처형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현실과 동떨어진 지시란 대체 무엇이었을까.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평양 중앙양묘장에서 ‘고난의 행군’ 시기에 산림이 황폐화된 것을 지적하고, 군인들에게 나무를 심어 조기에 복구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이는 북한도 과거 잘못된 다락밭 조성정책을 인정하면서 10년 안에 벌거숭이산을 모조리 수림화(녹화의 북한식 표현)한다는 것으로, 황폐된 산지 168만㏊에 65억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는 것이다. 이 수치는 연평균 6억 5000만 그루에 해당하는 것으로, 올해 우리나라가 심은 5000만 그루의 13배다. 현재 북한은 현실과 동떨어진 거창한 녹화 계획만 내놓고 해마다 봄, 가을철만 되면 군인과 인민들을 동원해 수백만 그루의 나무를 심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나무들이 잘 자라고 있다는 증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어쩌면 구호로만, 숫자로만 심는 것이지 실제로 산에 묘목이 심어지고 있는지는 모를 일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러한 북한 산림 황폐화를 우리 민족이 그저 보고만 있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사단법인 한반도녹색평화운동(KGPM)은 함경북도 두만강 인근 지역에서 ‘광복 70주년, 분단 70년, 통일화합 나무심기 발대식’을 가졌고 이에 필요한 묘목과 씨앗을 보낸다고 한다. 또한 재미교포 기독교인들이 주축이 된 원그린코리아운동(OGKM)이라는 단체도 북한의 산림복구를 위해 그동안 수백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고, 앞으로도 더 심어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민간단체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산림청에서도 북한 측의 요청을 받아 우리 전문가들이 금강산 병해충 피해 현장을 방문하여 소나무 숲 피해를 조사하였고, 지난 9월 중순 방제 약제와 기자재 지원과 함께 우리 전문가들의 기술 지원으로 시범 방제작업을 하였다. 아울러 지난 10월 초 남북강원도협회 관계자들도 북한을 방문하여 병해충 방제용 분무기, 방제복, 마스크 등의 물품을 전달하고 공동 시범사업도 하였다. 이 가을, 모처럼 찾아온 이산가족 상봉과 함께 남북 교류의 불씨가 살아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아시아녹화기구(Green Asia Organization) 등 민간단체가 추진하는 조림과 혼농임업(混農林業·농업과 임업을 겸하는 형태) 시범사업뿐만 아니라 올가을 조림부터 북한 산림복구 지원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를 기대해 본다.
  • ‘아버지, 울지마세요’

    ‘아버지, 울지마세요’

    22일 강원도 고성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제20차 남북이산가족상봉 작별상봉에서 남측 딸 이정숙씨가 북측 아버지 리흥종씨와 작별을 아쉬워하며 아버지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한 컷 포토영상] 이 손, 언제 다시 잡을 수 있을까…

    [한 컷 포토영상] 이 손, 언제 다시 잡을 수 있을까…

    제20차 이산가족 1회차 단체상봉 마지막 날인 22일 오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작별 상봉을 마친 후 버스에 오른 북측 가족과 차창 밖 남측 가족들이 서로의 손을 잡고 눈물의 배웅을 했습니다. 손끝을 맞잡은 그들의 손에서 이별의 아픔이 절절하게 전해집니다. 사진=금강산 사진공동취재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포토] ‘우리 꼭 다시 만나요’

    [포토] ‘우리 꼭 다시 만나요’

    22일 강원도 고성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제20차 남북이산가족상봉 작별상봉을 마친후 북측 가족들이 버스에 탑승한 가운데 남측 가족들이 마지막으로 손을 잡으며 눈물로 배웅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 [이산가족 상봉 첫날] “이게 꿈은 아니지”… 60년 만에 딸 본 아버지 입술을 떨었다

    [이산가족 상봉 첫날] “이게 꿈은 아니지”… 60년 만에 딸 본 아버지 입술을 떨었다

    “총각으로 돌아가신 줄 알고 20년 동안 제사를 지내드렸는데….” 20일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북쪽에 있는 시아주버니 김주성(85)씨를 만난 조정숙(79)씨는 이 같은 소회를 밝히며 울먹였다. 남다른 사연을 가진 이산가족 남측 상봉단 389명은 이날 오후 3시 30분(서울시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북측 96가족 141명과 60여년 만에 재회했다. 헤어졌던 시간만큼 사연 많고 회한이 가득한 면회소는 가족들이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반가움과 울음의 도가니가 됐다. 오후 2시 50분쯤 북한 노래 ‘반갑습니다’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먼저 착석해 기다리는 남측 가족들 사이로 북측 리흥종(88)씨가 휠체어를 타고 들어서자 동생 흥옥(80)씨는 “오빠” 하며 매달렸다. 흥옥씨가 남측에 남겨졌던 흥종씨의 딸인 이정숙(68)씨를 오빠에게 “딸이야 딸”이라고 소개하자 흥종씨는 눈시울을 붉혔고 입술을 떨었다. 결혼한 지 1년도 채 안 돼 이별한 오인세(83)씨의 부인 이순규(85)씨는 눈물도 나질 않는다며 야속한 인생을 탓했다. 이씨는 오씨를 본 뒤 “이젠 눈물도 안 나온다. 평생을 떨어져 살았으니 할 얘기는 많지만 어떻게 (3일 만에) 다 얘기하느냐”며 말끝을 흐렸다. 이씨는 정성스럽게 준비한 손목시계를 꺼냈다.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후회와 앞으로 함께 보낼 시간을 기억하자는 취지로 시계 뒷면에 본인과 남편의 이름을 새겨넣었다. 북측 대상자 명단에는 북한 최고 수학자였던 고 조주경(1931∼2002년)씨의 아내 림리규(85)씨가 포함됐다. 림씨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장인 금강산호텔에서 남한에 사는 동생 임학규(80), 조카 임현근(77), 시동생 조주찬(83)씨 등을 만났다. 학규씨는 누나인 리규씨에게 “지금 누이가 몇이우?”라며 묻자 리규씨는 “나 여든여섯이야. 근데 등본엔 여든다섯이야”라고 답했다. 리규씨의 남편 조씨도 서울대 재학 중 인민군에 의해 북한으로 끌려갔다. 조씨는 김일성종합대학 교수이자 북한에서 최고의 과학자에게 주어지는 ‘인민과학자’ 칭호를 받은 유명 과학자다. 상상하기 어려운 오랜 시간의 이별 뒤 첫 상봉이 2시간 만에 끝나자 상봉장은 금세 서로를 부둥켜안은 가족들의 눈물로 가득 찼다. 짧지만 강한 첫 대면을 이어 간 남북 상봉단은 저녁 남측 주최 ‘환영 만찬’에서 함께 식사를 하며 한 차례 더 혈육의 정을 나눴다. 1차 상봉단장으로 방북한 김성주 대한적십자(한적) 총재는 환영사에서 “이산가족 한 분이라도 더 살아 계실 때 편지도 교환하고 자유롭게 상시 상봉하는 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이렇게 하는 것만이 고령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 수 있다”고 말했다. 남북관계가 교전 직전까지 치달은 직후 가까스로 열린 이산가족 상봉 행사여서 그런지 북측 기자들의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북측 기자들은 또 남측 취재진이나 한적 관계자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와 말을 걸며 친근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앞서 북측 출입사무소(CIQ) 수속 절차 과정에서 북측이 남측 기자단 노트북에 대한 전수 검사를 요구하면서 일정이 지연되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애초 북측은 노트북을 걷어 검사한 뒤 오후에 숙소로 가져다주겠다고 통보했으나, 기자단의 거부로 현장에서 검사가 진행됐다. 금강산 공동취재단·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꽃보다 예쁜 그녀들’…금강산 호텔서 만찬 준비하는 북측 여성들

    ‘꽃보다 예쁜 그녀들’…금강산 호텔서 만찬 준비하는 북측 여성들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둘째날인 21일 오전 공동중식만찬이 열리는 금강산호텔 연회장에서 북측 여성들이 만찬을 준비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 [서울광장] 이산가족 해법 이젠 바뀌어야 한다/진경호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이산가족 해법 이젠 바뀌어야 한다/진경호 편집국 부국장

    금강산이 또 한번 눈물로 적셔졌다. 1953년 6·25 전쟁의 포성이 멈춘 날부터만 따져도 무려 62년 넘게 응어리진 한(限)들이 어제 또 한번 눈물로 뿌려졌다. 그 모진 세월을 깊은 주름으로 새겨 넣은 얼굴에서 네 살배기 코흘리개 남동생을 찾아낸 기쁨에 울었고, 오늘이 지나면 다신 이승에서 만나볼 수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또 울었다. 금강산으로 떠나기 전날 편숙자씨는 북의 사촌 언니를 만날 생각에 “반가워서 살점이 벌벌 떨린다”고 했다. 일흔여덟의 나이에 새삼 살 떨리는 설렘이라는 것이 남아 있을까 싶다면 그건 아마도 뼛속 깊이 사무친 이산의 정신적 궁핍과 허기를 헤아리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금강산은 이렇게 26일 2차 상봉단이 만남을 마칠 때까지 세월을 이겨 낸 재회의 기쁨과 통절한 석별의 아쉬움으로 흥건하게 적셔질 것이다. 마땅히 들뜨고 설레고 기뻐야 할 이 아침, 그러나 그런 흥분 뒤로 우리가 시선을 던져야 할 곳이 있다. 고령자 위주의 컴퓨터 추첨으로 행운을 부여잡은 이들을 마냥 부러운 시선으로 쳐다보고만 있을 남은 이산가족들이다. 1985년 북한에 수해 물자를 제공해 주는 대가로 첫 상봉이 이뤄진 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본격화한 이산가족 상봉은 이번 20차 상봉까지 고작 2000명이 채 안 되는 가족들의 만남을 이뤄 내는 데 그쳤다. 상봉을 신청한 12만 9698명 가운데 1986명만 가족을 만났다. 0.15%다. 지금처럼 한 해에 200명 남짓 만나는 식이라면 생존해 있는 상봉 신청자 6만 6292명이 모두 가족들을 만나는 데 300년도 더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 해에 4200여명, 하루 평균 12명의 상봉 신청자가 사망하고 있을 만큼 상봉 신청자 대부분이 70세를 훌쩍 넘긴 고령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15년 정도 뒤엔 그나마 상봉을 기다릴 신청자조차 남지 않을 상황이다. 지금대로라면 고작해야 3000명 정도만이 상봉의 기쁨을 맛볼 뿐 나머지 6만 3000여명은 저승에 가서나 헤어진 가족을 만나야 한다. 살 떨리는 설렘으로 재회의 기쁨을 맛본 이산가족들의 ‘달라진 일상’도 허투루 볼 일이 아니다. 지난해 2월 19차 상봉을 통해 북측 가족을 만나고 돌아온 이산가족 가운데 많은 이들이 극심한 허탈감과 무기력, 불면과 같은 심리적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 당시 대한적십자사 조사에 따르면 남측 이산가족 10명 가운데 3명이 ‘상봉 후 생활에 불편이 있다’고 답했다. ‘북한에 있는 가족 걱정으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거나 ‘다시 보고 싶어 잠을 못 잔다’, ‘허탈감 때문에 일상으로 돌아가기 힘들다’고 했다. 심지어 ‘생각과 이념이 달라 실망했다’거나 ‘차라리 만나지 않는 게 나을 뻔했다’는 사람도 10명 중 1명꼴로 나왔다. 두 손을 꼭 부여잡고 ‘우리 꼭 살아서 다시 만나자’고 다짐다짐하며 돌아섰지만 열에 아홉은 다신 이승에서 만날 수 있을 거라 믿지 않았다. 이번 20차 상봉이 당장의 경제적 대가 없이 이뤄진 점만 두고 박수칠 일이 아니다. 북한 지도부의 ‘통 큰 결단’에 매여 있다는 점에서 예나 다를 바 없다. 통곡의 포옹을 지켜보며 함께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엔 세월이 많이 흘렀고, 남은 시간은 턱없이 모자라다. 가뭄에 콩 나는 식의 이런 이산가족 상봉은 이제 틀을 바꿔야 한다. 이산상봉 행사에 매달리기보다 생사 확인과 서신 교환에 보다 힘을 쏟아야 한다. 정부가 2011년 이산가족 1만 605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가장 많은 응답자(40.4%)들이 북에 남은 가족이 살았는지 죽었는지부터 정부가 확인해 주기를 희망했다. 대면 상봉 확대는 그다음(35.9%)이었다. 황해도 연백이 고향인 서병덕(84)씨는 지난해 평화문제연구소 발간 ‘통일한국’과의 인터뷰에서 북의 사촌 누이와의 만남을 거절한 심경을 토로했다. 19차 상봉을 앞두고 “북의 사촌 누이와 만나겠느냐”는 연락을 받아들고는 왜 북에 남은 어머니와 동생들로부터는 연락이 없는지, 사촌 누이를 만나면 어머니는 영영 못 보게 되는 건 아닌지 두려웠다고 했다. 어머니의 생사를 알고 있었다면 하지 않았을 선택이다. 북의 행정 체계도 이젠 이산가족의 생사를 즉각 확인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른 상황이다. 정부는 다음 상봉 행사를 논하는 것과 더불어 1000만 이산가족의 전면적 생사 확인을 최우선 과제로 다뤄야 한다. 통일의 기운은 거기서 싹튼다. jade@seoul.co.kr
  • 오준 유엔대사, “반총장 정치 하려할까요 글쎄...”

    오준 유엔대사, “반총장 정치 하려할까요 글쎄...”

     내년 말 임기가 끝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권 도전설이 계속 제기되는 가운데 반 총장의 측근은 그의 대선 출마 가능성을 낮게 봤다. 반 총장의 정치 참여 여부는 임기 말쯤 구체적으로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과 가까운 오준 주유엔 한국대사는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헤리티지재단에서 열린 심포지움에 참석하기 전 서울신문 등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반 총장의 대권 도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반 총장이 정치를 하려고 하지 않을 것 같다. (정치를) 하려고 할까요”라고 반문한 뒤 “그래서 요즘 뉴욕을 찾는 정치인들과 기자들을 만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가능성을 거듭 묻자 오 대사는 부정적 어조로 재확인했으나, “반 총장의 임기가 내년 말이니 그 때 (도전 가능성을) 물어보면 더 명확해지지 않겠느냐”며 여운을 남겼다.  오 대사는 이날 심포지움 연설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유엔의 역할에 대해 “개성공단·금강산관광 등 지금은 중단된 남북 간 협력사업이 있었는데 때가 되면 반 총장의 중재 역할을 포함해 유엔이 더 큰 역할을 할 기회가 있을 것”며 “반 총장이 임기가 아직 1년 2개월 남았는데 일이 잘 풀린다면 그가 중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반 총장이 그동안 언급해온 임기 내 방북 추진 가능성 등을 고려한 발언으로 보인다.  한편 오 대사는 여성 첫 유엔 사무총장 탄생 가능성(서울신문 10월 21일자 15면 보도)에 대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유엔이 올해 70년이 됐는데 이번에도 여성 사무총장이 나오지 않으면 사무총장 임기를 고려할 때 10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80년이면 너무 늦다”고 밝혔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남북이산가족상봉 선물이 한가득’

    ‘남북이산가족상봉 선물이 한가득’

    21일 강원도 고성 금강산에서 열린 제20차 남북이산가족상봉 개별상봉에 앞서 북측 호텔종사자들이 선물을 방으로 옮기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 60년 만에 부른다… “오빠가 옳은가”

    60년 만에 부른다… “오빠가 옳은가”

    잘 다린 셔츠와 베레모, 한껏 멋을 내고 ‘7번 테이블’에 정좌한 김남규(96)씨는 교통사고로 귀가 어두워져 함께 온 남쪽 가족들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종이에 손바닥만 하게 쓴 글씨만 알아볼 정도로 시력도 쇠약했다. 그러나 반세기가 훌쩍 지나 다시 만난 여동생을 알아보기는 어렵지 않은 것 같았다. 주름진 얼굴에 눈물을 흘리며 오빠의 두 손을 잡은 북측 여동생 김남동(83)씨의 어깨를 김씨는 묵묵히 토닥거렸다. 그렇지만 김씨는 남동씨가 “오빠가 옳은가?(맞나?)”라고 울먹이는 소리는 알아듣지 못하는 듯했다. 세월의 틈은 김씨 남매의 극적인 재회에도 서로의 목소리를 듣는 건 허락하지 않았다. 20일 금강산에서 시작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지난해 2월 이후 1년 8개월 만에 재개된 것이다. 하지만 이날 만난 가족들 입장에서는 60여년 만에 이뤄진 재회다. 이날 남북 96가족이 상봉한 이산가족면회소에는 “오빠”, “아버지”, “살았구나, 살았어”라며 서로를 부르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아버지가 집을 떠난 뒤 태어난 남측 오장균(65)씨는 이날 처음 북에 사는 아버지 오인세(83)씨를 만나 오랜 한을 풀었다. 2살 때 아버지가 행방불명된 남측 이정숙(여·68)씨도 북측에 있는 아버지 리흥종(88)씨와 재회했다. 눈물 젖은 대화라도 가능한 가족들은 다행스러웠다. 이미 초고령자가 많은 만큼 상봉장 여기저기서 휠체어를 탄 모습의 가족들이 적지 않았다. 이날 첫 상봉에는 남측 가족 389명이 북측 가족 141명을 만났다. 가족들은 각 2시간인 단체 상봉과 환영 만찬에서 만남의 기쁨을 누린 뒤 첫날 행사를 마무리했다. 둘째 날인 21일에는 개별 상봉, 공동 중식, 단체 상봉이 진행된다. 1회차 상봉행사는 22일까지 진행되며 이 기간 동안 가족들은 총 6차례, 12시간 동안 만난다. 24~26일 진행되는 2회차 상봉에서는 남측 가족 255명과 북측 가족 188명이 상봉한다. 금강산 공동취재단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이산가족 상봉 첫날] “매번 기대했다가 실망 나에겐 고문… 가슴 미어져 요즘엔 TV도 안 틀어”

    “뉴스만 봐도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아서 요즘은 TV도 안 틀어요.” 남과 북 이산가족이 만난 20일, 금강산으로 향하는 상봉단 행렬 뒤에는 명단에서 빠진 수많은 실향민이 있었다. 그들은 또 한번 눈물을 삼키며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언니 둘을 북에 두고 월남한 조장금(83)씨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매번 기대했다가 다시 실망하는 일은 너무도 고문 같다”며 흐느꼈다. 조씨는 지난달 7일 대한적십자사를 찾아가 이번에도 상봉자 대상에 들지 못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며칠을 몸져누웠다. 2000년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한 이후 15년을 피 마르는 심정으로 살아 왔다는 조씨는 “올해가 내게 남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그 기대가 무너졌다. 아마 이번 생엔 다시 못 볼 것 같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6·25전쟁 중에 언니와 두 남동생과 생이별한 조강황(85)씨도 “나는 왜 저 사람들(상봉단) 속에 낄 수 없는지 하늘이 야속했다”고 했다. 조씨는 “또 다음이 있겠거니 하고 기다려야지 별 수 있나”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제대로 먹고사는지가 제일 걱정이라는 조씨는 “형제들을 만나 삼계탕을 실컷 먹게 해 주는 게 소원”이라며 만남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서울 종로구 이북5도청에서 만난 실향민 이용수(80)씨는 “너무 늦기 전에 유일한 피붙이인 다섯 살 위 누나를 만나 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당시 수원 피란길에 만난 동향 사람에게서 북에 남은 누나 소식을 들었다는 이씨는 누나가 매일같이 동생 걱정에 운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찢어졌다고 했다. 누나와는 그 후로 소식이 끊겼다. 이씨는 그때만 해도 이별이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다.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연락이 없네요. 몇 년 안에는 성사가 돼야 건강한 몸으로 만나러 갈 텐데 말이에요.” 지친 이씨가 메마른 한숨을 쏟아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맛있게 드시길’…남북이산가족상봉 점심 준비하는 북쪽 여성들

    ‘맛있게 드시길’…남북이산가족상봉 점심 준비하는 북쪽 여성들

    21일 강원도 고성 금강산에서 열린 제20차 남북이산가족상봉 점심 준비하는 북쪽 여성들.사진공동취재단
  • ‘애타는 마음’…북측 가족들 금강산호텔 앞 집결

    ‘애타는 마음’…북측 가족들 금강산호텔 앞 집결

    21일 강원도 고성 금강산에서 열린 제20차 남북이산가족상봉 개별상봉을 위해 북측 가족들이 금강산호텔앞에 집결해 있다.사진공동취재단
  • [사설] 이산 상봉, 남북 관계 개선 계기로

    우여곡절 끝에 제20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오늘 금강산에서 열린다. 오는 26일까지 1, 2차로 나뉘어 진행되는 상봉 행사에 참석하는 우리 측 이산가족들이 어제 속초에 집결해 설레는 하룻밤을 보냈다. 이들은 남북출입사무소(CIQ)를 거쳐 버스편으로 60여년 동안 꿈꿔 왔던 가족을 만나 이산의 한을 풀게 된다. 이번 행사는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8·25 합의’의 첫 단추를 끼우는 의미도 크다. 남북 관계는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도 반목과 갈등을 지속하다가 지난 8월 급기야 무력 충돌 직전까지 갔던 아픔을 겪었다. 이번 행사가 남북한의 극한 대치 국면을 끝내고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한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는 모멘텀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가 시급하다. 통일부 이산가족정보 통합 시스템 자료에 등록된 생존 이산가족은 6만 6292명에 이른다. 이 중 컴퓨터 추첨을 통해 이번에 최종적으로 90명만이 꿈에도 그리던 가족을 만나게 됐다. 무려 736대1의 경쟁률이다. 추첨에서 떨어진 고령자들이 눈물을 흘리면서 뒤돌아서는 광경이 언제까지 되풀이돼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우리 측 이산가족 중 81.6%인 5만 4123명이 70세 이상 고령자라는 점이다. 90세 이상 최고령자만도 7896명에 이르고 80∼89세도 2만 8101명이다. 이분들의 한을 살아생전에 풀어 주기 위해서라도 정례화는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 정례화의 전 단계로서 화상 상봉과 서신 교환, 생사 확인이라도 할 수 있도록 결단을 내릴 필요도 있다. 이산가족 행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서도 늘 소극적 태도로 나오는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남북 관계는 이명박 정부 때부터 악화일로를 걷다가 이제 다시 걸음마를 뗀 상황이다. 어렵사리 이뤄진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지 않고 민간 교류 확대로 이어져 남북 관계 개선과 화해의 물꼬가 돼야 한다. 남북의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상봉 행사를 통해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면서 신뢰를 쌓아 나가는 작업이 더욱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섣불리 성과를 내려고 서두르다가는 자칫 남북 관계의 안정적 발전은커녕 대화 유지도 힘들 수 있다는 것은 과거 숱한 경험으로 알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8·25 합의’ 과정에서 새로 만들어진 ‘김관진-황병서 남북 고위급 채널’이 언제든지 정상 가동될 수 있는 대화 시스템 구축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남북 관계는 북한 핵 문제로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에서 엄청난 변화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우리가 남북 관계 개선과 화해의 주도권을 쥐게 되면 한반도와 동북아 외교 안보 전략에서 추동력을 갖게 되는 의미가 있다. 남북 관계가 대치 국면으로 굳어지면 북핵 문제 해결은 물론 최근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한·미·중 3각 공조와 기존의 한·미·일 및 한·중·일 다자협력 구도 자체가 위협받게 된다. 동북아 평화 정착의 첫걸음이자 능동적 외교의 실마리가 바로 남북 관계 개선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