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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2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시작…2.5단계와 차이는(종합)

    코로나 2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시작…2.5단계와 차이는(종합)

    정부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2.5단계에서 2단계로 2주간 조정하기로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정부는 앞으로 2주간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조정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아직 하루 확진자가 두자리 수로 줄지 않고 4명 중 1명꼴로 감염경로를 알 수 없어 안심할 상황은 아니지만 그동안 방역 강화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며 “사회적 피로도와 함께 그간 확인된 방역조치 효과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정 총리는 “뼈아픈 고통을 감내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면서 “추석과 한글날이 포함된 연휴 기간이 하반기 코로나 방역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기에 정부는 28일부터 2주간을 특별방역 기간으로 설정하고 전국적으로 강력한 방역강화 조치를 미리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기간엔 다소 힘들더라도 방역에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사회적 2.5단계 종료…뭐가 달라지나비난과 혐오 대신 응원과 연대·배려 음식점, 카페 등 영업시간과 방식을 제한하고 헬스장 등 중위험시설까지 집합을 금지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는 이날로 종료되면서 14일부터는 2주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된다. 2단계 조치사항의 경우 실내 50명 이상, 실외100명 이상이 대면으로 모이는 모든 사적·공적 집합, 모임, 행사가 금지된다. 스포츠 행사 또한 무관중으로 전환되며, 학교는 등교 수업과 원격 수업을 병행하되 인원을 축소한다. 실내 국공립시설의 경우에는 평상시의 50% 수준으로 이용객을 제한하며, 비대면 서비스 중심으로 운영된다. 복지관 등 사회복지이용시설은 휴관을 권고하지만 긴급돌봄 등 필수 서비스는 유지된다. 일반음식점, 제과점 등은 지난 2주간 밤 9시 이후로는 포장·배달 주문만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철저한 방역수칙을 지키는 조건 하에 예전처럼 정상 영업을 할 수 있다. 또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아이스크림점, 빙수전문점 등에서는 시간과 관계없이 포장·배달만 허용됐으나 기존처럼 매장 내 영업이 가능해진다. 다만 이들 음식점과 카페 등은 QR코드를 이용한 전자출입명부를 도입하는 등 출입자 명부를 엄격히 관리해야 하며, 또 사업주와 종사자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시설 내 이용자 간 2m 간격을 유지하도록 관리해야 한다.그러나 방심하긴 이르다. 정 총리는 “코로나19에서 회복된 후 일상에 복귀한 환자 중 많은 분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호흡곤란과 폐 손상 등 다양한 후유증이 속속 확인된다. 젊은 층은 물론 모든 연령층이 코로나19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우리나라도 현재 조사 진행 중이지만 방역당국에서 후유증 관리 방안도 함께 검토하라”면서 “코로나19에 걸렸다가 회복되어도 상당수가 확진자라는 사회적 주홍글씨로 인한 심적 부담을 호소한다. 누구라도 코로나에 감염될 수 있는 상황이기에 국민들께서는 역지사지 자세로 환자 입장을 먼저 생각해달라”고 호소했다. 끝으로 “비난과 혐오로는 코로나 전쟁에서 결코 승리할 수 없으며, 우리 공동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만 남게 된다”며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격려와 지지다.서로 간 응원과 연대, 배려와 양보로 지금 위기를 함께 극복해나가자”고 당부했다.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정경심 동생, 자필 제시에도 “코링크 계약서 검찰서 처음 봐” 철벽 방어

    정경심 동생, 자필 제시에도 “코링크 계약서 검찰서 처음 봐” 철벽 방어

    정경심(58) 동양대 교수의 동생이 재판에서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와 맺은 허위컨설팅 계약에 대해 검찰이 자필이 담긴 계약서를 제시했음에도 “본 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정 교수가 명의를 빌려 차명투자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누나에게) 빌린 돈일 뿐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 임정엽)의 심리로 10일 오후 진행된 정 교수의 29차 공판에 변호인 측 증인으로 출석한 동생 정모(57)씨는 변호인 주신문에서 정 교수에게 유리한 진술을 일관되게 내놨다. 코링크PE의 실소유주 의혹을 받는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37)씨에게 건넨 돈은 ‘투자금’이 아닌 ‘대여금’이라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정씨는 정 교수가 조씨에게 건넨 5억원이 코링크PE 설립자금으로 사용됐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고 밝혔다. 정 교수와 정씨 두 사람이 ‘대여금’ 10억원에 대한 연 이자 10%를 받기 위해 조씨와 허위 경영컨설팅 계약을 맺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계약서 자체를 본 적이 없다. 사건이 터진 뒤 조사를 받으면서 봤다”고 말했다. 물류 쪽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자신은 “오히려 물류컨설팅에 대해 말하는 줄 알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검찰이 반대신문에서 경영컨설팅 계약서를 제시하며 “사건이 터지고 봤다면 이 계약서에 증인 자필로 전화번호와 이름, 매월 돈 들어오는 날짜가 적혀 있는 건 뭐냐”고 묻자 정씨는 다소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글씨가 맞다던 정씨는 “돈을 빌려줬을 때 서류 작성을 했는데 도장을 직원이 찍어줘서 이 부분은 몰랐다. 계좌번호를 적어달라고 해서 적었고 순간 본 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저걸 본 기억이 없다”고 잘라말했다. 이어 검찰은 “대여금에 대한 이자라면 이자소득세가 나와야 하는데 사업소득세가 나왔고 코링크PE가 이를 부담하기로 했는데 그 이유가 뭐냐”고 묻자 정씨는 “이자를 받는 부분에 대해서만 신경을 썼지 사업소득세니 이런 건 제 소관이 아니었다”고 대답했다.정씨는 정 교수가 자신의 명의로 차명투자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빌려준 돈일 뿐 (차명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두 사람이 코링크PE에 건넨 10억원 중 5억원은 정씨의 명의로 돼 있었지만 이 중 3억원은 정 교수로부터 빌린 돈이었다. 검찰은 정씨가 3억원에 대한 이자를 4%만 지급하기로 해놓고 실제로는 8억원에 대한 이자 10%를 정 교수에게 보낸 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정씨는 이에 대해 “그간 누님이 잘해줬기 때문에 고마워서 그런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정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2017년 8월부터 5개월간 코링크PE에서 지급된 이자를 정 교수에 전달하지 않았을 때 3억원에 대한 이자 4%는 줬어야 하지 않았냐”고 되물었다. 정씨는 “누나가 너무 많이 주니 자기도 부담스럽다고 해서 잠시 홀딩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검찰은 이에 2017년 말 정 교수가 휴대폰에 저장해 둔 문자를 제시하며 “그해 9월 10월 11월 12월 동생에게 받을 돈이라고 하면서 천원단위까지 계산을 해놨다”면서 “돈의 액수도 8억원에 대한 이자 10%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정씨는 “제 누나가 공과 사는 있는 편이다. 자기 나름대로의 계산을 갖고 있었을 것”이라면서 “저는 빌린 돈이 맞다”고 답했다. 이자를 지급하지 않은 이유가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이 되고 재산등록하던 시기여서 그런 게 아니냐는 검찰의 질문에도 정씨는 “이미 지났을 때 인 것 같다”면서 “그런 얘길 들은 적은 없다”고 일축했다. 이 외에도 정씨는 줄곧 정 교수의 방어에 유리한 진술들을 내놓았다. 검찰은 “증인이 변호인신문에서 진술한 내용들이 검찰 5, 6회 조사 때와 180도 다른데 진술을 번복한 경위가 뭐냐”고 물었다. 정씨는 “그 땐 몸상태가 많이 좋지 않았고, 변호사가 중간에 영장 청구가 가능하다고 해서 압박감을 갖고 있었다”고 대답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아직 1960년대 서울… 서민의 삶도 오롯이

    아직 1960년대 서울… 서민의 삶도 오롯이

    도시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은 시장이다. 전쟁으로 생산 활동이 멈춘 상황이라도 사람들은 온갖 것들을 시장으로 들고나가 팔고 다른 필요한 것들을 사면서 최소한의 경제활동을 벌여 도시를 살려 낸다. 서울 흥인지문(동대문) 일대는 종전 후 여기저기 시장이 형성돼 폐허가 된 서울의 허파 같은 역할을 해 온 지역이다. 동대문시장이나 평화시장처럼 형태를 갖춘 시장뿐만 아니라 길바닥에서 잡동사니와 고물을 파는 난전(亂廛)이 활발하게 펼쳐졌다. 난전은 벼룩시장으로 명맥을 이으며 서울의 명물이 됐다. ‘아이스께끼’를 팔고 지게꾼 일이라도 할 수 있는 시장은 서민들이 삶을 영위하는 터전이었으며 시장 주변에는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거대한 집단 거주지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20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15회 서울풍물시장’ 편은 보물 제1호 흥인지문에서 시작한다. 흥인지문을 중심으로 반경 1㎞ 남짓한 지역에 전통시장 점포가 2만 7000여개나 있었다고 하니 어마어마한 숫자다. 점포들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전문상가들의 공세에 밀려 점차 줄고 있다. 흥인지문에서 도로를 건너면 1960년대의 풍경이 그대로 남아 있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뒷골목으로 들어서게 된다. 오래된 신발가게나 음식점만이 아니라 서울의 어느 곳에서도 찾기 어려운 ‘여인숙’ 간판이 눈길을 끈다. ‘동해 현대 여인숙’, ‘순안 여인숙’…. 수십 년 전 일자리를 찾아 갓 상경한 청년들이나 물건 떼러 온 지방 상인들도 이들 여인숙에서 하루를 묵었을 것이다. 안을 들여다보니 깨끗이 도배된 작은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여전히 나그네들에게 지친 몸을 뉠 공간을 싼값에 제공하는 것 같다. 벽의 위쪽을 뚫어 전등을 두 방이 같은 쓰던 예전의 여인숙 모습까지는 물론 남아 있지 않다.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피혁 가게들이 여러 집 들어서 있는 길가에 큰 교회가 나타난다. 1956년 세워졌다는 서울미래유산 ‘동신교회’인데 64년이 지난 지금도 건물 풍채가 번듯하고 깨끗하다. 전북 익산의 좋은 화강암으로 지은 교회라는데 전후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 어떻게 이렇게 좋은 교회를 건립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지금도 그렇지만 판잣집이 즐비했을 당시의 동신교회는 일대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건축물이었을 것이다. 크고 화려한 게 나쁘다는 게 아니고 생계를 위해 악착같이 살았던 월남민들을 비롯한 교인들은 오히려 멋진 교회를 정신적 안식처로 삼아 의지하며 위안을 받았다고 한다. 초창기부터 있었다는 ‘사랑의 쌀통’은 교회 한구석에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힘든 현실에서 교인들끼리 서로 도와주며 똘똘 뭉치는 데 교회가 중심체 역할을 했을 게 틀림없다.흥인지문 주변에는 같은 업종의 가게들이 밀집한 전문상가들이 많다. 동신교회 옆에는 수족관을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는 수족관 거리가 있다. 그 옆에는 완구와 팬시, 문구를 파는 상점들이 모여 있다. 50년 전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됐을 때 고속버스터미널은 버스 회사별로 흩어져 있었는데 서울역 주변에도 있었고 현재의 동대문 JW메리어트호텔 자리에도 있었다. 고속버스를 타고 고향에 가는 사람들이 시장에서 옷가지를 살 수도 있었겠지만, 주머니에 돈이 몇 푼 없을 때는 너도나도 문구나 완구를 사서 들고 갔다고 한다. 그런 수요도 있었는가 하면 이곳은 문구와 완구의 전국 도매시장 역할을 하며 번창했는데 지금은 손으로 꼽을 정도의 가게들만이 옛 명성을 잊고 영업 중이다.완구 거리에서 동묘앞역 쪽 대로로 나오면 화가 박수근의 집터를 만날 수 있다. 종로구 창신동 393-1번지 18평짜리 한옥으로 지금은 순댓국집이 돼 있다. 강원도 양구가 고향인 박수근은 1952년부터 11년 동안 여기에 살며 대청마루를 아틀리에 삼아 ‘절구질하는 여인’, ‘빨래터’, ‘시장의 사람들’ 등 대부분의 대표작을 그렸다. 지붕에서 내려오는 빗물관에는 ‘박수근 화백이 사시던 집’이라는 글씨가 씌어 있는데 문화재청장을 지낸 미술평론가 유홍준이 쓴 것이라고 한다. 길가에 붙여 놓은 ‘나는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예술에 대한 대단히 평범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박수근의 말을 보며 박수근과 이 동네는 무척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박수근의 정신적 고향이 바로 창신동인 셈이다. 다시 청계천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1960년대에 청계천을 복개하면서 천변에 있던 판잣집을 철거하고 아파트를 지어 주민들을 이주시켰는데 그게 청계천을 가운데 두고 북쪽 창신동과 남쪽 흥인동에 12동씩 있었던 삼일아파트다. 흥인동 쪽은 현재 재건축으로 현대식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그러나 창신동 쪽 삼일아파트는 7층 아파트 중에서 1~2층 상가만 남기고 3~7층을 철거했다. 다만 한 동만은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 있다. 청계천을 복개한 목적 중의 하나가 1963년 개관한 광장동 워커힐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쉽게 다닐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청계천 주변은 쪽방촌이 들어찬 서민들의 열악한 주거지였는데 당시 청계고가도로를 달리다 보면 삼일아파트가 주변의 슬럼가를 가려 빌딩 속을 달리는 듯한 느낌을 준 게 사실이다. 벼룩시장 하면 황학동을 떠올리게 된다. 황학동은 청계천과 2호선 신당역 사이 지역으로 1990년대까지 최고의 번성기를 구가했다. 이곳은 원래 조선시대에 미술품과 골동품을 팔던 곳이었다고 하는데 그 상점들이 인사동으로 옮겨가고 중고물품을 파는 거리로 유명해졌다. 그러나 청계천 복원 공사로 황학동 시장은 된서리를 맞았고 서울시는 상인들을 옛 동대문운동장 안에 임시로 만든 풍물시장으로 옮겨 장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황학동에는 중고 주방용품과 가전제품을 파는 거리가 형성돼 있지만, 예전의 활기찬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동대문운동장의 풍물시장은 2006년부터 운동장 공원화 사업이 진행되면서 갈 곳을 잃게 됐다. 서울시는 2008년 신설동 옛 숭인여중 부지에 2층짜리 서울풍물시장을 지어 상인들이 옮겨 가도록 했다. 서울풍물시장에 들어서면 1960년대에 만든 전축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쉽게 들을 수 있다. 현대식 오디오와 비교해서 음질이 뒤지지 않게 느껴진다. 그 밖에도 800개가 넘는 상점에서는 온갖 골동품들을 접할 수 있다. 이곳을 찾는 골동품 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은 물론 방송국이나 영화사의 소품 담당자들도 드라마나 영화에서 쓸 1970년대 이전의 물건을 구하려고 찾아온다. 건물은 새로 지은 것이지만 이색적인 물건들이 넘쳐나는 서울풍물시장은 2013년 서울 미래유산으로 등재됐다. 풍물시장 바로 옆에는 우산각(雨傘閣)이라는 초가로 된 정자가 있다. 조선 세종 때 대사헌에 오른 하정(夏亭) 유관은 매우 검소하고 청렴해 비가 오면 자신이 사는 오두막집에서 물이 새 우산을 받치고 책을 읽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동네 사람들은 유관의 집을 우산각, 신설동과 보문동 사이의 유관이 살던 마을을 우산각골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조선 후기 실학자인 이수광은 이곳에 비우당(庇雨堂)이라는 작은 집을 지어 유관의 청렴성을 알렸다. 이런 연유에서 청계천에는 비우당교라는 다리가 있고 신설동로터리에서 신답초등학교에 이르는 도로에는 하정로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황학동 벼룩시장이 서울 풍물시장으로 옮겨 갔지만 황학동에서 청계천을 넘어 북쪽 동묘를 중심으로 한 지역에는 서울 최대의 벼룩시장이 번성하고 있다. 동묘 벼룩시장의 메인도로와 갈라지는 여러 골목길에는 각양각색의 골동품, 중고 의류, LP판, 서적, 가전제품 등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그야말로 없는 게 없다. 명품 구제 옷을 1만~2만원이면 구할 수 있는 이곳에는 유명 연예인들도 찾아온다. 코로나19 시국에도 시장 안은 사람들로 북적댄다. 입구의 ‘풍년철물’은 1969년에 문을 열었다는 서울미래유산이다. 철물뿐만 아니라 잡화를 취급하는데 파는 물건보다 페인트로 쓴 서예 글씨체 간판이 고풍스러운 멋을 풍긴다.흥인지문에서 서울풍물시장까지 이어지는 청계천 주변은 예나 지금이나 서울 사람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 빈곤과 개발이라는 말이 혼재된 이 지역에는 굴곡진 서울의 현대사가 고스란히 스며 있다. 복원된 청계천에 허물지 않고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해 상징물로 남겨 놓은 청계고가도로 교각은 그런 아픔의 역사를 웅변해 주는 듯하다. 아픈 상처는 완전히 아물지 않았다. 개발 압력은 끊임없이 서민을 위협한다. 60년대식 뒷골목의 열악한 환경은 보존 가치를 갈수록 떨어뜨리지만 무턱대고 이뤄지는 개발은 그들을 벼랑 끝으로 몰 수 있다. 개발과 보존의 조화로운 접점을 찾고 생계를 해치지 않는 대안을 내놓은 게 사람 중심의 정책일 것이다. 박수근이 추구했던 선(善)과 진실은 시장 바닥에서 더 쉽게 찾을 수 있다. 그에 앞서 다른 지역에서는 사라져 버린 서울의 옛 모습과 뒤안길을 간직한 곳이라는 점에서 이 지역의 가치는 충분히 크다. 글 손성진 서울신문 논설고문 사진 김학영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연구위원 해설 한이수 서울도시문화지도사 ■ 다음 일정제16회 백남준 만나기 ●일시 : 9월 12일(토) 오전 10시 ●신청: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 ●문의 : 서울도시문화연구원(www.suci.kr)
  • 안락사 거절당하자, 죽어가는 모습 생중계한 남성

    안락사 거절당하자, 죽어가는 모습 생중계한 남성

    불치병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프랑스의 57세 남성이 스스로 식음을 전폐하고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모습을 라이브스트리밍으로 생중계를 시작하자 페이스북이 계정을 차단했다. 알랭 코크는 34년째 동맥의 벽들이 서로 달라붙는 희귀 퇴행성 질환을 앓고 있다. 의료진은 도리가 없다고 했다. 해서 그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안락사를 허용해달라고 청원했지만 거절 당했다. 프랑스에서는 치료가 되지 않는 환자라 해도 안락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코크는 가톨릭 교회를 비롯해 도덕적인 이유로 안락사에 반대하는 이들에게 죽어가는 모습을 보여줘 법 개정이 필요함을 깨닫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웃 네덜란드와 벨기에, 스위스는 의학적 도움을 받아 죽는 것을 허용하고 있지만 프랑스는 가톨릭 교회의 압력 등으로 용납하지 않고 있다. 그는 5일(이하 현지시간) 아침 일찍 전날 저녁을 끝으로 음식도 물도 약도 먹지 않는다며 죽음의 생중계를 시작하겠다고 알렸다. 코크는 디종에 있는 자택의 침대에 누운 채로 “해방에로의 여정이 시작됐다. 날 믿어달라. 난 행복하다”며 “앞으로 며칠이 어려울 것이란 점을 안다. 하지만 난 결심했고, 마음은 평온하다”고 말했다. 본인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페이스북은 극단을 선택하는 과정을 보여줄 수 없는 규정에 따라 계정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AFP 통신에 “이런 복잡한 문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싶다는 (코크 씨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코크 계정의 생방송을 차단했다”고 말했다. 코크는 페이스북이 오는 8일까지 생중계를 차단하겠다고 했다며 지지자들이 로비를 벌여 페이스북이 태도를 바꾸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이제 여러분에게 달렸다”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 7월 코크는 마크롱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며 위엄있게 죽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간청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감명받았다면서도 자신이 “법 위에 있을 수 없다”며 완곡한 거절 의사를 밝혔다. 아무래도 미안했던지 마크롱 대통령은 답장 위에 손글씨로 “개인적으로는 마음껏 지지하고 존경을 보낸다”고 적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스스로 체온 1일 1체크·실내외 ‘마스커즈’… 자발적 건강관리로 안전한 은평 만들기

    스스로 체온 1일 1체크·실내외 ‘마스커즈’… 자발적 건강관리로 안전한 은평 만들기

    서울 은평구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민관협치형 코로나19 건강생활 캠페인을 추진한다고 3일 밝혔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방역수준을 격상함에 따라 구민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공동체의 건강관리에 참여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은평구는 주민참여형 생활방역으로 매일 자신의 체온을 재어 몸 상태를 점검하도록 하는 ‘체온 1일 1체크 캠페인’, 실내외 올바른 마스크 착용을 생활화하는 ‘마스커즈 캠페인’ 등을 함께해 생활 방역수칙에 대한 주민 참여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달부터 은평구 내 21만 가구를 대상으로 체온계를 순차적으로 배포하고 있다. 또 은평구자원봉사센터에서는 불필요한 외출과 모임을 자제하고 집 안에서 즐겁고 재미있게 지내는 방법을 이웃과 공유하는 온라인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 집 안에서의 여가생활 사진이나 동영상과 ‘당신이 안녕하면 나도 안녕합니다’라는 문구를 손글씨, 그림, 동영상 등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해시태그와 함께 게시하면 된다. 은평구 마을지원센터에서도 마을넷·동네넷 네트워크를 활용해 주민에게 방역 수칙을 알리는 홍보물을 배포해 마을에서의 생활방역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행정 주도의 방역과 더불어 주민들이 스스로의 건강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면서 함께 지역 방역망을 유지해 나간다면 코로나19 극복이 훨씬 더 앞당겨질 것”이라며 “주민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검찰 ‘3종 만능 열쇠’로 수사권 조정 흔드는데… 속 터지는 경찰

    검찰 ‘3종 만능 열쇠’로 수사권 조정 흔드는데… 속 터지는 경찰

    검사 압수수색 영장 발부 땐 직접수사지방검찰청장 수사개시 판단권 부여법무부 독자적으로 시행령 개정 가능 경찰관 입법예고안 반대 릴레이시위공무원 노조 ‘입법안 수정’ 기자회견코로나로 의원 토론회 등 중단돼 난감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대통령령 입법예고안을 두고 경찰 내부에서 강한 반발이 일고 있다. 일선 경찰관들이 경찰 내부망에 입법예고안에 반대하는 릴레이 시위를 진행하는 한편 경찰 내 일반직 공무원들까지 입법안에 대한 수정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번에 개정된 대통령령이 상위법인 검경 수사권 조정 법령의 취지를 넘어서는 조문을 담고 있어 법 취지에 맞게 해당 조문을 수정·삭제하라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관련된 오프라인 일정은 중단되고 자칫하다간 밥그릇 싸움에만 몰두하는 것처럼 비칠까 우려해 경찰은 마냥 목소리를 높이기가 난감한 상황이다. 1일 경찰청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달 7일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대통령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지난 1월 수사권 조정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하위 법령에 대한 세부안들을 만든 것이다. 경찰은 입법예고안이 나오자마자 기존 검찰 개혁안에서 후퇴했다고 반발했다. 형사소송법 대통령령이 법무부 단독 주관이라는 점(검찰의 자의적 법령 개정 가능)과 검찰청법 대통령령이 검사에게 직접 수사를 확대할 수 있는 해석·재량권을 줬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특히 경찰은 검찰개혁의 취지를 무너뜨릴 수 있는 ‘3종 만능열쇠’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검사가 압수수색 영장만 발부받으면 사건을 직접 수사할 수 있는 점, 지방검찰청장에게 수사 개시 여부에 대한 판단권을 부여한 점은 검찰의 수사범위 축소를 언제든 무력화할 수 있다고 반발한다. 이 제정안은 내년 1월 1일 시행된다. 오는 16일까지 40일간의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법제처 심사와 차관회의,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제정안을 수정하려면 경찰은 적어도 국무회의 의결 전까진 수정 작업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일선 경찰관들도 발벗고 나서고 있다. 지난달 19일부터 경찰 내부망 ‘폴넷’ 등 게시판에는 ‘입법예고안 수정을 강력히 촉구합니다’라는 릴레이 게시글이 올라온다. 이날 오전 기준 게시글 640건이 올라왔고 3200여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게시글에서 ‘대통령령 (법무부) 단독 주관 절대 반대(NO)’ 등 글씨가 적힌 팻말을 들고 인증샷을 찍어 올리고 있다. 경찰 주변에서도 경찰 편에 서서 수사권 조정안 시행령의 부당함을 알리고 있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과 국가공무원노동조합은 2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대통령령 입법안 수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한다. 정부에서 발표한 입법예고안은 법의 위임 한계를 일탈하고 검찰개혁 취지에도 역행한다는 내용이다. 경찰위원회 역시 조만간 입법예고안에 대한 의견을 담은 공문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경찰은 난감할 수밖에 없다. 시행령 수정을 위해 관련 형사법학회와 경찰학회, 국회의원 등과 세미나와 토론회 등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모든 일정이 멈춘 것이다. 조만간 온라인 방식으로라도 개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내부에서 나오지만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찰청 관계자는 “온 국민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고통을 겪는 이때 수사권 조정안 개정에 대한 목소리를 높인들 밥그릇 챙기기로 비칠까 조심스러워 답답한 상황”이라며 “현재 가능한 방식대로 학계와 정계 등에 수사권 조정 시행령의 부당함을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고령층 전용 금융앱… 보험가입 상한도 70세로

    고령층 전용 모바일금융 앱이 개발되고, 보험 가입 가능 연령이 기존 65세에서 70세로 상향 조정된다. 불완전판매와 같은 고령층 금융사기나 착취를 막고자 노인금융피해방지법도 추진된다. 금융위원회는 30일 이러한 내용이 담긴 ‘고령 친화 금융환경 조성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우선 일반 앱과 구분된 ‘고령자 전용 모바일금융 앱’을 출시한다. 전용 앱은 큰 글씨와 고령층이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 위주 구성, 음성 인식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금융사가 자체 개발한다. 아울러 고령화와 기대수명 연장을 고려해 현재 65세 전후인 보험 가입 상한 연령도 70세로 높이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주택연금과 치매보험에 동시에 가입하면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금융상품과 치매환자 등을 위해 재산 관리와 병원비·간병비 처리 등을 맡아 주는 ‘후견지원신탁’ 등 고령 친화 상품과 제도도 활성화한다. 또 고령층을 상대로 한 금융상품의 불완전판매, 착취, 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노인금융피해방지법이 만들어진다. 고령층 전용 상품설명서 도입과 고령층 대상 불완전판매 가중 처벌 등도 검토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금융당국, 노인을 위한 금융 정책 본격 추진

    금융당국, 노인을 위한 금융 정책 본격 추진

    노인 전용 모바일금융 앱이 출시되고, 보험가입 가능 연령이 65세 전후에서 70세 전후로 높이는 방안이 추진된다. 불완전판매와 같은 고령층 금융사기나 착취를 막기 위한 노인금융피해방지법도 만들어진다. 금융위원회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고령 친화 금융환경 조성방안’을 추진한다고 30일 밝혔다. 이는 범부처 2기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와 고령 친화 금융 지원 TF 논의 결과에 따른 조치다. 우선 일반 앱과 구분된 ‘고령자 전용 모바일금융 앱’이 출시된다. 전용 앱은 큰 글씨, 고령층이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 위주의 구성, 음성인식 등에 대한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금융회사가 자체 개발하게 된다. 또 줄어드는 은행 점포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층을 위해 지점 폐쇄 영향 평가를 강화하기로 했다. 지점 폐쇄 영향 평가에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고, 폐쇄 3개월 전에는 고객들에게 통지하도록 하는 등 사전 절차가 강화된다. 국내은행 지점 수는 2013년 6월 말 7689곳에서 지난해 말 6711곳으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고령층이 금융거래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을 수용해 전국에 2655곳 지점을 보유한 우체국 등과의 창구 업무 제휴 확대 등 대체 창구도 마련한다.아울러 고령화와 기대 수명 연장을 고려해 현재 65세 전후인 보험 가입 상한 연령도 70세로 높이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주택연금과 치매보험에 동시에 가입하면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금융상품, 치매환자 등을 위해 재산 관리와 병원비·간병비 처리 등을 맡아주는 ‘후견지원신탁’ 등 고령 친화 상품과 제도도 활성화한다. 우대 금리, 가격 할인 혜택 등이 온라인에 집중되면서 고령 소비자가 소외되고 있는 현실도 개선한다. 온라인 특판 상품을 만들 땐 고령층 전용 대면 거래 특판 상품도 만드는 방식이다. 관련 실적은 소비자 보호 실태 평가에 가점으로 반영한다. 금융당국은 고령층을 상대로 한 금융상품의 불완전판매, 착취, 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노인 금융피해 방지법 제정도 추진한다. 고령층 전용 상품설명서 도입, 고령층 대상 불완전판매 제재 가중 등의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일정 금액 이상 결제되면 가족 등 지정인에게 이를 통보하는 ‘고령자 전용 카드’ 개발도 검토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금융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세부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고급 필기구 도전장… 모나미의 이유 있는 고급화 전략

    고급 필기구 도전장… 모나미의 이유 있는 고급화 전략

    모나미하면 검정과 하얀색의 모나미 153을 떠올리기 쉽지만 2020년 밀레니얼과 세대에게 모나미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잉크랩을 비롯한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모나미 컨셉스토어와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채널을 활용해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와 소통하고 국내를 넘어 해외 팬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보급형 볼펜에서 고급 볼펜으로 방향 선회를 한 것도 이미 오래전이다. 시장에 고급볼펜을 처음 선보인 2014년 이후 평균 두 자리수 이상의 성장을 기록하며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해외 문구 브랜드 못지 않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뿐 아니라 협업 마케팅 사례로 빠짐없이 등장하는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화장품부터 식품, 자동차까지 산업을 불문하고 폭넓은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이색 콜라보레이션 볼펜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빈폴 키즈, 온라인 취미 플랫폼 하비풀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리딩 브랜드로서 문구업계를 선도해 나가고 있다. 2014년 1월, 153볼펜 출시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한정판 제품인 ‘모나미 153 리미티드’를 1만자루 한정으로 출시했다. 한정판으로 내놓은 153 리미티드 에디션은 모나미를 상징하는 육각 모양의 국민 볼펜 153의 디자인을 따왔지만 고급 메탈 바디와 고급 금속 리필심을 적용해 사양을 높인 제품이다. 당시 기존 153볼펜 가격의 무려 100배나 높은 가격이었지만 이 리미티드 제품은 출시하자마자 품절됐고 판매처는 접속자 폭주로 일시적인 접속불가 상태가 되기도 했다. 2014년 첫 한정판 ‘153 리미티드’ 출시 성공을 통해 모나미는 변화하는 소비자 인식에 따른 고급 필기구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에 프리미엄 전략을 전면에 내세운 모나미는 153 리미티드 에디션을 시작으로 고급펜을 잇달아 선보이며 고급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고급 볼펜은 재질과 컬러를 차별화하고 육각 모양의 바디는 유지했다. 기존 153 볼펜이 가지고 있던 아이덴티티는 이어가되 오래된 이미지를 고급스럽고 트렌디하게 바꾸는데 성공했다는 평이다. 실제로 2014년 리미티드 출시 이후 후속 제품을 출시해 본격적인 매출을 달성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모나미 고급필기구는 꾸준한 매출 성장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 기기의 사용이 일상화된 요즘, 현대인에게 필기구는 더 이상 생필품이 아니다. 개인적인 기호에 따라 소비하고,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담을 수 있으며, 가치 있다고 생각하면 기꺼이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필기구 시장에서도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가 점차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153 프리미엄 라인은 모나미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도 가성비와 프리미엄이라는 상반된 가치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제품이다. 2018년 첫 선을 보인 프리미엄 만년필 ‘153 네오 만년필’은 모나미를 상징하는 육각 모양에 고급펜 ‘153 네오’의 디자인을 더해 제품 간 통일성을 부여했다. 또한 손글씨, 캘리그라피 등 필기구를 사용하는 취미들이 보편화되면서 고급 사양이면서도 사용이 간편한 제품을 찾는 이들이 증가함에 따라 캐주얼한 디자인의 ‘라인 만년필’, 깔끔한 필기선을 자랑하는 ‘153 네오만년필 EF’를 연이어 출시했다. 이달 출시한 ‘153 네오 아트’도 153 네오 시리즈 특유의 심플한 디자인과 세계적인 거장들의 명화에서 영감을 얻은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출시 하루 만에 프로모션 수량이 완판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모나미 마케팅 담당자는 “다양한 제품군으로 기존 고객들의 만족도를 제고시키기 위한 것은 물론 문구 수집가, 필기구 전문 소비자 등 하이엔드 취향의 고객층까지 아우르기 위해 고급펜 라인 개발에 힘쓰고 있다. 모나미는 앞으로도 한국의 대표 문구기업으로서 프리미엄 라인부터 가성비를 강화한 보급 펜 라인까지 제품 라인업 세분화를 통해 리딩 브랜드로 입지를 탄탄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유성 학폭 몰랐다는 NC… 이순철 해설위원 “알아야만 하는 상황 아니었나”

    김유성 학폭 몰랐다는 NC… 이순철 해설위원 “알아야만 하는 상황 아니었나”

    ‘학교 폭력 이력이 있는 고교 신인 선수가 프로야구 선수가 되는 것은 정의로운가.’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2021년 고교 신인 1차 지명 선수 김유성(19)의 중학교 시절 학교 폭력 이력이 드러난 뒤 야구 팬들이 한국 사회에 던진 질문이다. 팬들은 3년 전 키움 히어로즈가 1차 지명한 안우진 사건에 데자뷔를 느끼며 ‘지명 철회’, ‘야구계 퇴출’을 요구하고 있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보통 사람들은 엄두도 내지 못할 부와 명예를 누리는 기반에는 ‘팬 없이 프로야구가 존재할 수 없다’는 전제가 있는 만큼 팬들의 높아진 인권감수성에 부응하는 후속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NC 다이노스는 지난 25일 “8월 24일 1차 지명 발표 후 구단 SNS 포스팅을 통해 올라온 댓글로 인지했다”고 설명했다. 팬들은 구단의 지명 전 까지 몰랐다는 해명이 석연치 않다는 비판을 했다. 야구 실력이 좋은 신인을 지명 하기 위해서 폭력 사실을 알고도 눈 감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순철 SBS 해설위원은 26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구단이 ‘알아야만 하는 상황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야구계 전체에 미칠 파장 고려해서라도 NC 구단과 김유성 선수가 피해자에게 충분한 사과를 해야 하고 반성하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닐 학폭 꼬리표에 대해서는 야구를 계속 할 생각이라면 선수 본인이 감수할 수밖에 없다”며 “야구인들 모두 이런 일이 있으면 나중에 계속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단들은 매년 1000명 가까운 선수들의 징계 이력을 일일이 확인해 걸러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이상원 키움 스카우트 팀장은 이날 “개인 신상에 관해 구단이 살펴보는 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야구 규약 상 사전접촉 금지(탬퍼링)에 해당한다”며 “징계 이력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보호법 상 부모와 당사자인 선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동의를 구하기 위해 선수 측과 접촉하는 순간 탬퍼링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 “확인을 위해 사전 접촉을 한다고 해도 매해 스카우트가 확인해야 하는 대상자가 1000명이라 분명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이어 “저희는 팬들이 존재하니까 구단도 존재한다는 걸 알기에 팬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며 “구단이 인성과 실력 모든 걸 겸비한 프랜차이즈 스타를 키우기 위해서 징계 정보를 알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대안으로 스포츠윤리센터의 징계정보시스템을 프로 구단이 적극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지난달 국회에서 통과된 ‘최숙현법(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경기단체에 소속된 선수, 체육지도자, 심판 및 임직원의 징계에 관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하여 징계정보시스템을 구축·운영해야 한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올 연말까지 대한체육회, 각 시도교육청, 체육지도자 징계 정보를 가진 공단 등 가지고 있는 모든 정보를 통합해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늦어도 2022년 전까지 스포츠윤리센터가 징계정보시스템을 총괄 관리하게 되고, 각 종목 단체가 징계 이력을 의무적으로 입력하는 프로세스를 갖출 것”이라고 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안도현의 꽃차례] 시란 무엇인가

    [안도현의 꽃차례] 시란 무엇인가

    수십 년 시를 읽고 쓰는 일을 운명처럼 여기고 살았다. 여러 권의 시집을 냈고 나를 시인으로 불러 주는 분들을 많이 만났다. 그런데 최근에 나는 과연 시인인가 하는 의문이 내 안에서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할머니들이 쓴 시가 나를 뒤흔들었기 때문이다. 논산 한글대학에서 뒤늦게 한글을 깨친 어르신들의 시는 시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되묻게 한다. 사람의 마음에 가닿는 일이 시가 지향하는 가치 중의 하나라면 내가 쓰는 시는 그분들의 시에 훨씬 못 미치는 게 아닌지. 흔히 시는 감추어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직설적인 표현을 피하고 비유에 기대어 말을 하라는 거다. 그러나 비유의 과정을 통과하지 않은 비유 이전의 언어에 오히려 진심이 어려 있을 때가 많다. “아이고 군인 대장인지 알았는디/시집 와 보니 대장간집 아들이더라/허청에는 호미 낫이 널부러져 있고/장정들 세로 매질소리/내 귀청 떨어지네/일꾼 밥 해주는 일이/왜 이리 힘들었던지”(김광자, ‘대장간집 아들’) ‘군인 대장’과 ‘대장간집’의 유사한 음성이 기발한 언어유희를 만들어 낸다. 사실 이 유희 속에는 절망을 끌어안으면서 현실을 인내하는 화자의 슬픔이 내재돼 있다. 이 시는 한낱 푸념이 아니다. 이 어르신의 생애 그 자체다.무기교의 기교라는 말이 있다. 예술의 영역에서 기교는 멋을 부리거나 자신의 작품을 과시하려는 욕망에서 발생한다. 할머니들이 시적인 기교를 누구에게 배우거나 연습했을 리가 없다. 아예 그 개념조차 염두에 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 덕분에 아무런 치장과 수식이 없는 무기교의 맨얼굴을 선보일 수 있었을 것이다. “어머니가 하얀 고모신 사오셨다/조아서/발닥고 새신에/발을 꼭 맞추엇다/그리고/나는 사분사분/둑길을 거럿다/나비처럼/하얀 고모신에/흙 무들 까봐/고모신 버서/가슴에 안고/맴발로 맴발로 거럿다”(이범휘, ‘하얀 고모신’) 하얀 고무신을 선물받은 아이의 마음은 발을 닦고 나서야 새 신을 신는 마음이고, 신발의 크기와 상관없이 발을 신발에 꼭 맞추는 마음이며, 고무신에 흙이 묻을까봐 가슴에 안고 둑길을 걷는 마음이다. 이 시가 특히 아름다운 것은 마지막 행 “맴발로 맴발로”의 반복 때문인데 이 반복은 즐거움에 가득 차서 걷는 아이를 실감 있게 표현한다. 이 산뜻하기 그지없는 반복을 지금 이 땅의 어느 시인이 구사할 수 있다는 말인가. 세상은 고차원적인 지식과 정보가 넘치지만 우리는 별로 행복하지 않다. 우리는 단순해지는 법을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풍부한 경험과 단단한 이력을 쌓으면서 우리는 딱딱해져 버렸기 때문이다. 맞춤법과 띄어쓰기에 매달리면서 우리의 글들은 기계적인 형식 속에 갇혀 공문서처럼 변해 버렸다. “백일홍 나무에/고운 꽃이 피었구나/100일 뒤에는/쌀밥을 먹겠구나”(오세연, ‘백일홍’) 백일홍은 배롱나무를 말하는데 여름에 100일 가까이 꽃을 피운다고 해서 백일홍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100일 뒤에 가을이 와서 추수를 하게 되고 그러면 쌀밥을 먹게 된다는 이 발견의 눈은 경험이 만든 뛰어난 과학이다. 백일홍의 꽃과 쌀밥 사이의 먼 거리가 이렇게 가까울 줄이야. 문자를 습득하면서 어르신들은 생을 바라보는 관점이 변화됐다. 비로소 다물었던 입을 열고 캄캄하던 눈을 개안(開眼)한 것이다. 한글을 공부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되찾게 됐고, 타자를 조금 더 이해하는 눈을 갖게 됐다. “기푼 산속에 밭 있다/깨도 심었고/콩도 심었는데/토끼가 뜨더 먹었다/나는 무엇을 먹을까/토끼한데 젓다”(이월영, ‘깨밭’) 세상을 보는 태도, 소재의 착상, 시 창작의 과정, 그리고 그 결과물인 시에 진솔한 마음이 차고 넘친다. 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사촌형을 따라 도시로 나가 살았다. 어머니가 그때 보낸 편지 속에는 열심히 공부해서 큰사람이 되라는 훈계 따위는 없었다. 내가 기억하는 문장은 “나물 무칠 때 참기름 많이 넣어 먹어라.” 이거 하나다.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을 읽으며 나는 그 옛적 우리 어머니의 이 한 문장을 떠올린다. 삐뚤삐뚤한 글씨를 편지지에 적던 어머니의 손과 한 자 한 자 공을 들여 글자를 적었을 할머니들의 손을 생각한다.
  • 유일한의 ‘의기’ 신영복의 ‘울림’… 오류동선 타고 흐른다

    유일한의 ‘의기’ 신영복의 ‘울림’… 오류동선 타고 흐른다

    지구본을 놓고 돌려 보면 이 세상에 안 가 본 나라가 정말 많다. 사실 대한민국이라고 다르지 않아서 가 보지 않은 곳이 수두룩하다. 그렇다면 서울은 어떨까? 이상하게도 활동 반경은 늘 비슷한 곳, 익숙한 곳을 맴돈다. 그러다 보니 서울에서 긴 세월을 살아도 한 번도 안 가 본 곳이 많다.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20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는 참 고맙게도 서울의 구석구석까지 우리를 이끌어 준다. 긴 장마가 끝나고 푹푹 찌는 무더위가 한창이던 지난 22일 진행된 ‘제13회 항동철길’ 편은 서울의 서쪽 끝에 위치해 자주 다니기 쉽지 않은 구로구 항동과 오류동 일대의 숨은 이야기와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는 즐거움을 안겨 줬다. 답사 지역의 서울미래유산은 항동철길이 유일하지만 주변 곳곳에 의미 있는 볼거리가 가득하다. 경기 부천시와의 경계에 있는 오류동과 온수동 인근 마을 답사는 온수역(지하철 1호선)에서 출발했다. 온수(溫水)동이란 지명은 예전에 더운물이 나와서 얻은 것이고, 오류(梧柳)동은 오동나무와 버드나무가 많아서 유래했다. 더운물은 온천이니 병 치료에 좋고, 오동나무는 가구를 만드는 데 유용한 나무다. 버드나무는 해열·진통제 성분을 지녀 약용으로 오래전부터 사용됐다. ‘버들 류’(柳)자가 들어간 유한양행을 설립한 유일한(1895~1971) 박사가 세운 유한공업고 교정에 있는 그의 묘소가 이날 답사의 첫 행선지다. 견고하게 우뚝 서 있는 교사 건물을 뒤로하고 교정 중앙에 잘 다듬어진 묘역이 있다.‘참된 인간, 기술연마, 사회봉사’를 교훈으로 삼은 유한공고 교정 선생의 동상 앞에는 그의 어록 중 이런 글이 쓰여 있다. ‘눈으로 남을 볼 줄 아는 사람은 훌륭한 사람이다. 그러나 귀로는 남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알고 머리로는 남의 행복에 대해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은 더욱 훌륭한 사람이다.’ 민족의 행복을 늘 염두에 뒀던 선생은 1895년 평양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의 본명은 유일형이었다. 9살 때인 1904년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유학을 떠나 1916년 미시간주립대학 상과에 입학했다. 아르바이트로 무역업을 하던 중 3·1운동 소식을 접했다. 미국 동부 필라델피아 리틀극장에서 4월 14일부터 사흘간 열린 한인자유대회에 대학 4학년이던 선생은 대의원 자격으로 서재필, 이승만, 조병옥, 임병직 등과 참가해 실무적인 일을 맡았다. 1926년 귀국해 유한양행을 설립했다. 민족의 실력 양성과 경제적 자립을 염두에 두고 미국에 유학을 보낸 부친의 뜻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었고 선생이 품고 있던 민족적 대업을 도모하기 위해서였다. 유한양행은 의약품을 생산하는 동시에 위생용품, 농기구, 염료 등을 수입해 민중의 건강과 생활 향상에 주력하고 우리나라 특산품인 화문석, 도자기, 죽제품 등을 미국에 수출해 민족자본 형성의 기초를 닦았다.그러나 1930년대 들어 일제의 만주 침략과 중일전쟁 도발 등으로 국내외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선생은 1930년대 후반부터 미국에 체류하며 유럽과 중국 시장을 개척하는 동시에 독립운동에 참여했다. 1941년 4월 해외 독립운동단체들이 연합해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개최한 해외한족대회에서 주역으로 활동한 선생은 그해 12월 7일 일제의 진주만 폭격으로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자 미군 전략정보처(OSS)의 한국 담당 고문으로 활약하기 시작했고 1945년엔 OSS가 수립한 냅코작전에 참여한다. 냅코작전은 반일 민족의식이 투철한 재미 한인을 선발해 한국과 일본에 침투시켜 후방을 교란하는 작전이었다. 핵심 요원으로 선발돼 훈련을 받고 1조 조장으로 임명돼 작전명령을 기다리던 중 일제의 항복으로 이 계획은 실행되지 못했다. 선생은 광복 이후 1946년 7월 귀국한 뒤 유한양행을 재정비하고 사장과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초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1952년 고려공과기술학교, 1964년 유한공고를 설립했다. 소유 주식을 각종 장학기금으로 출연하는 등 자본의 사회 환원에 앞장섰던 선생의 공훈을 기려 정부는 1995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선생은 1936년 가족을 위해 천왕산 아래에 붉은 벽돌로 양식 건물을 지었다. 대한성공회가 1914년 강화에 개교한 성미카엘신학원의 새로운 교사로 이 집을 포함한 부지를 1956년 매입해 1961년부터 이곳에서 신학대학원 과정을 시작했다. 한때 신학원장의 사택으로도 사용되던 이 집은 1970년대 이후 집회시설로 전환됐고 1973년 이래 민주화를 위한 젊은이들의 연구집회 장소로서 민청학련 사건의 산실이 되기도 했다. 성공회대에서는 연세대와 성미카엘신학원 교수로 우리나라의 신학교육 발전에 헌신한 구두인(찰스 굿윈) 신부를 기리기 위해 이 집을 ‘구두인관’으로 명명하고 보존하고 있다. 녹색 담쟁이넝쿨이 붉은 벽돌과 멋진 조화를 이룬 구두인관은 담쟁이에 빨갛게 단풍이 든 가을에 한층 더 운치가 있을 것 같다.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자 구로구의 근대건축물로 사랑받고 있다.성공회대 뒷산에는 이 학교 교수로 생을 마친 신영복(1941~2016) 교수가 잠들어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육사에서 경제학 교관으로 재직하던 중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돼 구속,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 20일 동안 수감 생활을 하다가 1988년 특별가석방돼 출소했다. 이후 작가로, 교수로 많은 글과 강의를 통해 사람에 대한 애정을 토대로 한 관계론을 설파했다. 그가 수감 중 지인들에게 보낸 옥중 편지를 모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강의 노트를 정리한 ‘담론’ 등에는 깊은 울림을 주는 글귀가 가득하다. 어릴 적부터 할아버지 슬하에서 붓글씨를 배운 뒤 민중의 글씨체를 모색하던 중 어머니의 필체에서 영향을 받아 ‘어깨동무체’라고도 불리는 ‘신영복체’를 만들어 적지 않은 작품을 남겼다. 푸른수목원과 항동철길로 연결되는 천왕산의 성공회대 순환길 산책로는 더불어 사는 삶을 강조했던 신 교수를 기리기 위해 ‘더불어 숲’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그가 남긴 시화를 담은 팻말 36개가 세워져 있어 사색하며 걷기에 아주 좋다. 가장 먼저 만나는 글은 낯익은 ‘처음처럼’이다.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추운 겨울 저녁에도 마치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언제나 새날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 가는 끊임없는 시작입니다.’신 교수의 묘소에서 잠시 숨을 고른 뒤 숲길을 이어 걸으면 푸른수목원과 항동철길을 만나게 된다. 푸른수목원은 서울시 최초로 2013년 조성된 시립수목원이다. 구로구 항동 일대 10만 3000㎡의 부지에 2100여종의 다양한 식물과 25개 테마원으로 꾸며졌으며 작은 도서관, 숲교육센터 등 생태학습장도 갖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방에 하늘을 가리는 것 없이 서울시내에서 보기 드문 시골 같은 풍경을 보존하고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바로 옆에 항동지구 아파트가 들어서 아쉬움을 안긴다.드디어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된 항동철길로 들어선다. 2015년 항동철길 아트 프로젝트 때 만들어진 간이역 ‘항동철길역’이 앙증스럽다. 항동철길의 정식 명칭은 오류동선이다. 오류선, 경기화학선이라고도 불린다. 구로구 오류2동에서 부천시 소사구 옥길동까지 연결된 단선철도로 1957년 9월 26일 착공해 1959년 5월 30일 준공된 산업철도다. 우리나라 최초의 비료회사인 경기화학공업주식회사(현 KG케미칼)가 1957년 옥길동에 설립되면서 원료 및 생산물을 운송하기 위해 설치했다. 너비 3m에 총연장 4.5㎞인 이 철로는 삼천리 연탄공장과 동부제강 등이 있던 때에는 하루 10여 차례 화물열차가 오갔으나 점차 이용 빈도가 줄어들었고,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2016년 항동공공주택지구 개발사업을 시작하면서 운행이 잠정 중단됐다. 항동지구 개발사업 완료 후 국방부와 구로구, 코레일, 한국도시철도공단 등 관련 기관들이 철도 운행 재개 문제를 논의했으나 이해관계가 달라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철길 인근의 푸른수목원과 함께 산책로가 조성돼 도심 속 걷기 좋은 길로 꼽히지만 운행이 재개되면 산책로는 폐쇄해야 한다. 빼곡하게 들어선 아파트와 빌라, 다세대 주택들이 병풍처럼 둘러진 가운데에 류순정·류홍 부자 묘역(서울시 기념물 제22호)이 있다. 서울시내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조선 중기의 부자 2대 공신묘역을 나와 몇 블록을 지나면 항동철길의 정비가 되지 않은 구역과 만난다. 철로 주변은 동네 주민들의 텃밭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돌을 걸러 내고 화전을 일구듯 가꾼 밭에서는 장맛비 속에서 살아남은 호박, 옥수수, 콩 등이 철길에 내리쬐는 햇살을 머금고 여물어 가고 있었다. 글 함혜리 칼럼니스트 사진 김학영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연구위원 ●구로 일대 서울미래유산 구로디지털단지역 1968년 무역박람회를 위해 설치된 간이역 가리봉시장 구로공단의 배후지로서 주요 고객이었던 공단 노동자들의 삶의 모습이 담겨졌던 시장 가산디지털단지역 1968년 무역박람회를 위해 설치된 간이역 ----------------------------------------------------------------------------------------------- ●다음 일정 : 제14회 문래창작촌 ●출발 일시 : 8월 29일 오전 10시 ●신청(무료) :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 ●문의 : 서울도시문화연구원(www.suci.kr)
  • “우리교회는 카톡 라이브동영상으로 예배드립니다”

    “우리교회는 카톡 라이브동영상으로 예배드립니다”

    “우리 교회는 신개념 카톡 라이브동영상으로 예배드립니다.” 서울 사랑제일교회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가운데 경기 부천의 한 교회에서 카카오톡 라이브동영상을 활용해 예배를 진행하고 전국에 온라인 예배 방법을 알리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부천기독교총연합회(부기총) 사무총장인 윤문용 예닮고을교회 목사. 윤 목사는 지난 23일 주일예배에 신기능 카카오톡 라이브 생방송인 실시간 라이브톡으로 예배를 진행했다. 카톡비대면으로 예배 보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고 쉽다. 베타버전 기능의 휴대전화만 있으면 가능하고 3명 이상 모여 동시에 40명까지 소규모 교인들을 상대로 예배를 볼 수 있다. 방법은 우선 카카오톡 단톡방에 입장한 뒤, 채팅 입력글씨 기호 옆에 플러스기호를 클릭한다. 평소 못보던 라이브톡이라는 항목이 나온다. 라이브톡을 실행하면 전면·후면 카메라가 있고 라이브톡시작을 터치하면 된다. 화면 위에 현재 몇 명이 채팅에 참여하는지도 알 수 있으며, 아래에 뒤로가기가 있다. 마이크끄기나 카메라끄기, 채팅보지 않기 기능도 있다. 전체화면 형태로 보이며 위치도 이리저리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 화면 빈공간 아무곳이나 터치하면 라이브톡을 종료할 수 있다. 단, 채팅한 기록은 남아있지만 동영상 녹화는 안된다.카톡 온라인예배를 시작한 배경에 대해 윤 목사는 “코로나가 확산우려가 있어 부천의 작은 교회들이 어떻게 비대면으로 예배 지낼 방법이 없냐고 문의하는 과정에서 방법을 찾다 카카오톡을 통해 실시간 인터넷 방송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디 예배는 교회예배당에 가서 드리는 게 원칙이지만 방송시설이 잘 갖춰진 대형교회와 달리 우리같은 중소형교회에서는 온라인으로 실시할 방송장치가 없다. 부천에서는 우리교회가 처음 실시했다”고 말했다. 윤 목사는 유튜브 채널을 이용해 보려고 했으나 인원이 1000명이 넘어야 가능하고 페이스북은 회원가입 절차 등으로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어려웠다고 전했다. 또 그는 “어제 우리교회에서 교인 27명이 함께 카톡동영상으로 예배를 드렸다. 각자 휴대전화만 있으면 별도 장치없이 집이나 차안에서도 예배를 드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윤 목사는 카톡을 이용한 온라인 예배방식을 부천시교회 인넷망에 올리고 전국교회 인터넷사이트에도 게재해 널리 알리고 있다. 앞으로 부천내 여러 교회들이 이런 예배방식을 도입해 실시하겠다는 방침이며, 안양의 한 교회로부터 동영상 예배법을 알려줘 고맙다는 인사도 받았다. 부기총 사무총장인 윤 목사는 “부천내 교회뿐만 아니라 전국에 있는 소형교회에서도 온라인동영상 예배에 동참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오동택 부천시 문화예술과장은 “주일에 점검해보니 대부분 교회가 시 방침을 잘 지키고 있었다”면서 “현장 예배가 어려운 소규모교회에 카카오톡을 이용해 새로운 인터넷 예배방법을 알려주는 목사님이 있다. 이를 널리 공유하고 확산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글·사진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과천 추사박물관, ‘추사의 과천 시절’ 특별전 9월 1일 개막

    과천 추사박물관, ‘추사의 과천 시절’ 특별전 9월 1일 개막

    경기 과천시 추사박물관이 다음달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추사한국전-추사의 과천 시절’을 주제로 특별기획전을 개최한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추사 김정희 선생(1786~1856)이 북청 유배를 다녀온 1852년 10월부터 1856년 서거하기까지 추사 학예의 절정기에 해당하는 시기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이번 특별전은 과천시, 예술의전당, 예산군, 제주 세계유산본부 등 추사 4개 기관이 협약을 맺어 공동사업으로 진행해 더욱 의미가 깊다. 전시는 총 3개 부문으로 나눠 열린다. 제1부 ‘젊은 추사 연행(燕行)과 학예의 근원’, 제2부 ‘해동통유’, 제3부 ‘과천 시절’로 이어진다. 전시유물은 ‘연행 직전 편지’, ‘박종마정 물반정주’ 큰 글씨, ‘실사구시잠’, ‘예학명 임서’, ‘파공진상’ 등과 함께 과천시절의 작품인 ‘청관산옥만음’, ‘송백인 오언시’ 등 추사의 명품 30여 점을 전시한다. 이번 특별전시 작품은 다음달 8일 이후 추사박물관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으로도 소개한다. 김종천 과천시장은 “이번 특별기획전은 추사와 과천이 어떤 인연이 있는지를 살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민주노총 확진자 나오자… 야권 “코로나 정치수단화·이중잣대”

    민주노총 확진자 나오자… 야권 “코로나 정치수단화·이중잣대”

    광복절인 지난 15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개최한 대규모 집회 참가자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자 야권에서 코로나 재확산의 정부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미래통합당 출신인 윤상현 무소속 의원은 24일 페이스북에 “광복절 보신각 일대에서 2000명이 참석한 민노총 집회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예견된 일”이라며 “똑같이 광화문 종각 일대에서 집회를 열었는데, 보수단체와 기독교단체들은 체포·구속 및 검사가 대대적으로 행해지고 민노총은 검사는커녕 동선조차 파악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심지어 보건소에서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냐는 전화가 오자 민노총 집회에 참석했다고 답해 검사를 피했다는 웃지 못할 글까지 유포되는 실정”이라면서 “정부여당이 강조한 ‘살아있는 공권력’의 엄중함은 유독 보수단체, 기독교단체만을 향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광복절 집회를 허가한 박형순 판사 해임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여당의 ‘박형순 금지법’ 발의 등을 언급하며 “코로나가 완벽히 정치수단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참에 보수단체를 코로나 재확산의 원흉으로 주홍글씨 새기려 한다는 음모론이 부디 뜬소문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통합당 하태경 의원은 “코로나 확산 주범은 서울시와 더불어민주당의 이중잣대”라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서울시는 8·15 우파들의 집회는 모두 금지 처분 내렸으면서 민노총 집회는 허용했다”며 “코로나는 우파에만 침투하고 좌파에는 침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라고 비꼬았다. 하 의원은 민주당을 겨냥해 “광화문 전광훈 집회와 통합당을 엮어 공격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런데 자기들 편인 민노총 집회에도 확진자가 발생했다”면서 “하지만 통합당은 민노총과 민주당을 엮어 비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민주당과 똑같이 코로나와 전쟁은 하지 않고 정쟁만 일삼는 나쁜 정당이 되지 말자”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민주노총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 화성지회 소속 A씨가 지난 22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광복절 민주노총 전국 노동자대회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민주노총은 A씨가 집회에서 감염된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4억여원 몰래 기부한 천사, 수재민 돕기 300만원 또 기부

    4억여원 몰래 기부한 천사, 수재민 돕기 300만원 또 기부

    연말연시 이웃돕기 성금 등으로 3년간 여러 차례에 걸쳐 모두 4억원 가까운 돈을 몰래 낸 기부천사가 집중호우 피해자 돕기에 써달라며 300만원을 또 몰래 기부했다.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경남모금회)는 누군지 알 수 없는 기부자가 수해 피해 성금으로 현금 300만원을 내놨다고 19일 밝혔다.이 익명 기부자는 전날 오후 발신자를 알 수 없는 전화로 “수해 피해자 돕기 특별성금에 참여하고 싶다. 넉넉하지 않은 금액이지만 피해를 보신 분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 사무실 앞 모금함을 확인해 달라”며 기부를 알렸다. 경남모금회는 직원들이 모금함을 확인했더니 5만원권 현금 300만원과 손편지가 함께 들어있었다고 밝혔다. 손편지에는 “집중호우로 삶의 터전을 잃고 큰 피해를 입은 이재민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냅니다. 이웃을 돕고자 넣었던 적금이 하동 피해지역 이재민에게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넉넉하지 않은 액수라 죄송합니다. 피해 지역이 하루빨리 복구되어 아픔이 치유돼 일상으로 복귀하길 기도합니다”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경남모금회는 손편지 글씨가 2018년 초부터 그동안 여러차례 고액기부를 한 익명 기부자와 같은 점으로 미뤄 동일한 기부자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철저히 신분을 감추고 있는 이 익명 기부자는 2018년 초에 이웃돕기 성금으로 7년 동안 매월 은행에 저금해 모은 2억 6400만원을 몰래 기부한데 이어 같은해 12월에는 5534만 8730원을 익명으로 기부했다. 이웃돕기 성금뿐만 아니라 코로나19 극복, 진주 아파트 방화 피해자 지원 성금도 내는 등 이번 수재민 돕기 성금까지 3년 사이 3억 8000만원의 큰 돈을 모두 익명으로 기부했다. 경남모금회는 이 성금을 재해구호협회에 전달해 이재민에게 지원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마스크 시대 패피, ‘안경발’이 다했네

    마스크 시대 패피, ‘안경발’이 다했네

    감추거나 보여 주거나. 예로부터 안경은 두 가지 기능만 했다. 11세기 중국 송나라 판관들은 검은색 연수정 안경을 썼다. 죄인들을 심문할 때 표정을 숨기기 위해서다. 시력을 보완하는 안경은 13세기 이탈리아에서 처음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로도 꾸준히 사랑받은 안경은 최근 정보기술(IT)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안경을 쓰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콘텐츠를 눈앞에 펼쳐 주는 기능이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표정을 감추고, 무언가를 보여 주는 데 그쳤던 안경이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이 거듭날 수 있을까. ●보여 주거나 감추거나… 안경의 문화사 최초의 안경에 대해선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폭군의 대명사’ 로마 5대 황제 네로(37~68)는 검투사 경기를 즐길 때마다 에메랄드를 챙겼다. 에메랄드를 통해 경기를 본 것으로 전해진다. 본격적인 시력 교정용 안경은 13세기 이탈리아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유리공예로 유명한 이탈리아 무라노섬 유리공들이 시력을 교정하는 렌즈 개발에 성공한다. 깨알 같은 글씨를 오래 들여다봐야 하는 당시 수도사, 학자들에게는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이후 렌즈를 손잡이가 달린 나무 고리에 끼우면서 사용이 한층 편리해진다. 지금처럼 다리가 달리고 얼굴에 착용하게끔 만들어진 것은 18세기에 이르러서다. 이때 형성된 안경의 기본 틀은 2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보여 주는’ 안경이 서양에서 개발됐다면 ‘감추는’ 안경은 그보다 앞서 동양에서 먼저 사용됐다. 송나라 판관들이 썼다는 연수정 안경은 광물에 연기를 쏘여 흐릿하게 만든 것이다.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1990년대 인기 중국 드라마 ‘판관 포청천’에서 포청천이 선글라스를 끼고 등장하는 장면은 없다. 그래도 실제로는 착용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현대식 선글라스는 20세기 초 미국에서 개발됐다. 미군 전투기 조종사들이 태양광 탓에 시력을 잃는 등 사고가 빈발하면서 햇빛을 차단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개발했다. 1937년 미 공군의 요청에 따라 선글라스를 제작한 것을 계기로 설립된 유명 브랜드 ‘레이밴’의 명칭은 ‘태양광선(Ray)을 막는다(Ban)’는 뜻이다.●마스크와 잘 어울리는 안경테 개발 ‘안경은 얼굴이다.’ 국내 유명 안경 브랜드 ‘룩옵티컬’의 슬로건이다. 안경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시력을 보완하는 도구로서 안경의 역할은 점점 퇴색하고 있다. 안경이 답답하면 라식, 라섹, 렌즈삽입술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그럼에도 패션 아이템으로서 안경은 여전히 건재하다. 안경테의 모양과 색깔, 재질에 따라 다양한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 과거에는 두꺼운 뿔테가 유행했지만 요즘은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주는 투명한 재질의 안경테가 가장 인기란다. 물론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이니 집에 있는 뿔테도 잘 간직하시라. 온 국민이 마스크를 쓰고 사는 코로나 시대, 안경은 더 빛을 발한다. 얼굴 절반이 가려진 상태에서 아무리 멋진 화장을 해도 어디 보일 데가 없다. 개성을 드러낼 곳은 오로지 안경뿐이다. 그럼에도 눈은 여전히 겉으로 드러나기에 센스 있는 안경으로 독특한 멋을 연출할 수 있다. 안경 디자이너인 김종필 디자인샤우어 대표는 “최근 한 손님이 오더니 안경테를 색깔별로 다섯 개나 사 갔다. 이유를 물으니 ‘마스크를 쓰고 다니느라 컬러풀한 안경이 필요해졌다’고 대답했다”며 “앞으로 마스크와 잘 어울리는 디자인의 안경이 속속 개발되고 관련 시장도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5인치 스마트폰 대신 100인치 AR로 안경이 한 차례 도약을 준비 중이다. 세계 굴지의 스마트 기업들이 속속 ‘스마트 글라스’를 개발하고 있다. 2012년 구글은 ‘구글 글라스’를 선보인 바 있다. 그러나 기업용 시제품만 만들어졌을 뿐 상용화에는 실패했다. 그러다 최근 스마트 글라스 개발사 ‘노스’를 인수하고 나서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불붙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LG유플러스는 최근 5세대(5G) 이동통신과 증강현실(AR) 기술을 결합한 5G AR글라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고 밝혔다. 이름은 ‘U+리얼글래스’이며 가격은 69만 9000원이다. 안경을 쓰듯 기기를 착용하면 렌즈를 통해 원하는 콘텐츠를 자유자재로 볼 수 있다. 영화 ‘킹스맨’에 등장하는 3D 원격회의 기능도 올해 안에 출시할 예정이다. 송대원 LG유플러스 미래디바이스담당 상무는 이렇게 강조했다. “이제 넥스트 스마트 기기의 첫발을 뗐다. 앞으로 (사람들은) 5인치 스마트폰에서 고개를 들어 100인치 AR 화면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이은혜의 책 사이로 달리다] 나이 든 저자들

    [이은혜의 책 사이로 달리다] 나이 든 저자들

    지난해 한 저명 학자가 방한해 강연을 했다. 한 시간 뒤 청중 질문을 받았는데, 한 젊은 독자가 “선생님 예전 책에서 고전에 대해 이런 내용을 언급하셨는데요”라며 질문했다. 그러자 학자는 “내가 그런 말을 했다고요? 책을 하도 많이 써서 기억이 안 나네요”라고 재치 있는 농담으로 위기를 모면했지만, 노년의 학자를 바라보는 젊은이의 얼굴에는 당황, 안타까움이 비쳤던 반면 이해심과 동질감은 없었다. 젊은이는 노인을 바라볼 때의 심리가 이질감에 훨씬 가깝고, 가까운 미래에 자신도 그와 같이 되리라는 생각을 잘 하지 못한다. 얼마 전에는 한 저자의 북토크에 참여했는데, 그는 책을 볼 때는 돋보기를 썼다가 청중을 볼 때는 돋보기를 벗고, 다시 돋보기를 쓰고 또 벗는 분주한 손놀림으로 독자들의 집중력을 흩뜨렸다. 누구에게나 닥치는 노안 때문에 그에게 이전엔 눈이 돼 주었던 안경이 근거리 글씨를 볼 때는 까만 점박이처럼 보이게 만든 것이다. 그는 자신이 쓴 글을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더듬거리며 읽었다. 체호프의 소설 ‘지루한 이야기’의 주인공은 명예교수 스체파노비치다. 그는 고매한 학자로서 평생 굉장한 지적 성과를 쌓았는데, 소설은 늘어진 피부에다 걸핏하면 짜증 내고 극도로 예민한 노인이 된 모습에만 집중한다. 젊은 시절의 기억력은 그에게서 빠른 걸음으로 달아나 버렸다. 과거 애처가였던 그는 지금은 “뚱뚱하고 굼뜬 아내를 바라보는 것 자체가 고통”이라 하고, 제자를 “학술적인 멍텅구리”라 평가하며 동료 교수의 부고를 듣고는 “그는 학문의 주인이 아니라 하인”이었다고 일갈한다. 하지만 그는 두려워한다. 박사 후보생이 자신을 보는 눈빛에서 “내 음성과 내 오종종한 체형과 신경질적인 몸짓에 대한 경멸”을 읽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무너지는 내면이 “노예에게나 걸맞은 것”이라며 수치스러워한다. 나이 든 저자를 대하는 독자와 편집자는 이제야 막 그의 원고나 책을 읽기 시작한 터라 아직 그의 늙음을 목격할 준비가 안 됐다. 일부 나이 든 저자는 눈이 잘 안 보여 저자 교정을 생략하기도 하는데, 빨간펜 표시가 없는 그들의 새하얀 교정지는 낯설기만 하다. 이런 모습이 비관적으로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나이 들면 사람은 반성적이 되곤 하는 데다 글 자체가 또한 자기반성적 매체이므로 글 쓰며 나이 먹는 이들이 보이는 각성은 뼈를 때린다. 특히 그들은 숱하게 쓰고 읽어 온 것이 어쩌면 ‘표절’일 뿐일지 모른다고 겸허히 말한다. 꿈에서 “모두가 나를 비난한다. 네 시는 표절이라고”(장이지)라거나 “뜻과 소리의 부스러기 정도로만 차이 나게도 물론 우리는 작품 도둑들”(조연호)이란 시구는 한때 자신의 글솜씨에 감탄했을 나르시시즘적 모습을 벗고 범상한 존재임을 고백한다. 사회운동가 파커 파머는 노년에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내가 초기에 쓴 글을 보라! 나는 그 시궁창 같은 글을 다시 읽을 때,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 글들은 이제 보니 ‘다음절(多音節)의 배설물’ 같은 것이었다. 나는 한때 60~70대에 이른 사람들과 그들의 글을 선호했는데, 세상을 다 가진 듯 덤벼드는 풋내기의 젊음보다 전체를 꿰뚫는 통찰력,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중심, 피상적이지 않은 비판, 그간 이룬 독서의 산맥들이 경탄을 자아냈기 때문이다(물론 젊은 세대 관점에서는 유연성 없는 것처럼 여겨지리라). 노인들은 걸핏하면 ‘회상’에 잠기는 약점을 지니지만, 속으로 내 ‘심리적 고물’을 버리고 싶다는 바람을 갖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지난 몇십 년간 더 위로 쌓으려던 성취를 내려놓으며 자신이 넘어지는 걸 인정하고, 삶의 속도보다는 단순함과 생명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싶어 한다. 그래서 그들은 나이가 들어서 쓰는 걸 절제하거나 소박하게 쓰기도 하는데, 그런 ‘담백한 시듦’이 노년의 방식인 것이다.
  • 허위매물 올리면 과태료 최대 500만원...21일부터 단속

    허위매물 올리면 과태료 최대 500만원...21일부터 단속

    정부가 부동산 시장감시 기구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중인 가운데, 오는 21일부터 공인중개사가 인터넷에 허위·과장 광고를 올리는지 정부가 조사하고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게 하는 법이 시행된다. 1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작년 8월 20일 공포된 개정 ‘공인중개사법’이 1년의 유예기간을 마치고 21일 시행된다. 공인중개사가 존재하지 않는 허위매물을 광고하는 것은 물론, 매물이 실제 있지만 중개 대상이 될 수 없거나 이를 중개할 의사가 없는 경우도 부당 광고를 한 것으로 처분된다. 가격 등을 사실과 다르게 표시하는 것뿐만 아니라 입지조건, 생활여건 등 주택 등 부동산 수요자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내용을 빠트리거나 은폐, 축소하는 것도 위법한 광고에 해당한다. 국토부는 고시를 통해 세부적인 허위 매물 유형을 정했다. 집주인이 의뢰하지 않았는데도 공인중개사가 임의로 낸 광고 등도 허위 광고가 될 수 있다. 매도인과 임대인 등으로부터 의뢰를 받지 못한 공인중개사가 다른 중개사에 의뢰된 주택 등을 함부로 광고하는 경우도 불법이다. 광고에 제시된 옵션이 실제와 현저하게 차이가 나거나 관리비 금액이 실제와 크게 다른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광고할 때는 집 방향이 동남향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서향 등으로 광고와 실제 주택의 방향이 90도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도 과장 광고에 해당한다. 부동산 매수자의 선택에 중요한 변수가 되는 내용을 아주 작은 글씨로 표기하는 것도 기만 광고다. 예를 들면 전원주택 용지를 광고하면서 도로나 상하수도 건설비가 추가로 들어갈 수 있다는 내용을 아주 작은 글씨로 표기하는 경우다. 인터넷 광고에서 부동산 중개사무소의 명칭과 소재지는 등록증에 기재된 것을 써야 하며 중개보조원의 전화번호는 표기할 수 없다. 개업 공인중개사가 아닌 중개보조원이 부동산 광고를 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국토부는 부동산 인터넷 광고 규정이 준수되는지 여부를 감시할 수 있고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나 플랫폼업체 등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관련 자료를 받아 보고 잘못된 정보에 대한 시정을 요구할 수도 있다.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하거나 시정 요구에 따르지 않는 경우 건당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지금까지는 인터넷을 통한 부동산 관련 허위 광고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표시광고법 위반 여부를 따져 처분해 왔으나 효력이 약했다. 이에 국토부가 직접 이를 모니터링하거나 조사하고 시정 조치까지 할 수 있게 해 규제의 집행력을 높이기로 한 것이다. 한편, 정부가 부동산 시장 교란행위를 직접 조사하는 전담 기구를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 인터넷 부동산 부당 광고에 대한 규제는 더욱 강력해질 전망이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핵심은] 믿었던 유튜버의 ‘뒷광고’가 주는 배신감

    [핵심은] 믿었던 유튜버의 ‘뒷광고’가 주는 배신감

    시청자분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방법은 재미있는 영상을 올리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광고가 포함되고 몰입도가 떨어질까 봐 광고 고지에 대해서 소홀했습니다 - 보겸 최근 광고 방송들을 진행하면서 시청자분들께 제대로 고지를 하지 않고 단지, 콘티를 기획하면서 오로지 화젯거리나 극적인 연출에만 신경 썼습니다 - 양팡 이번 주도 내내 ‘뒷광고’ 논란이 유튜브를 달궜습니다. 뒷광고란 특정 제품을 홍보하는 콘텐츠를 제작하고서 업체로부터 대가를 받은 사실을 숨기는 것을 말합니다. 지금까지 관행처럼 이루어지던 뒷광고가 최근 한 유튜버의 폭로로 사회적 공분을 사자, 수많은 유튜버가 광고 표시 없이 올린 영상을 뒤늦게 부랴부랴 수정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영상을 올려도 비판은 사그라지지 않았고 유튜버들은 고개 숙이는 영상을 재차 올려야 했습니다. 양팡은 ‘평생 반성하면서 살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만을 남긴 후 모든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습니다. 쯔양은 더는 방송을 이어가지 않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구독자가 수백만 명에 이를 만큼 사랑받던 이들인데 사람들은 왜 한순간에 등을 돌렸을까요? 단지 ‘대가를 받고 제작한 광고성 콘텐츠’라는 사실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뒷광고 논란의 핵심을 짚어드리겠습니다.■ 핵심 ① 신뢰를 기반으로 팬덤 형성되는 유튜브 우선 유튜브에서 소비되는 콘텐츠의 특성을 알아야 합니다. 유튜브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콘텐츠의 대부분은 채널 운영자의 꾸밈 없는 모습을 기반으로 합니다. 이용자들에게 마치 오래 알아 온 친구,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이웃 같은 이미지를 느끼게끔 해야 하죠. 일환으로 유튜버들은 구독자들의 애칭을 짓고 댓글도 적극적으로 달며 주기적인 라이브 방송을 통해 소통을 이어갑니다. 채널 운영 기간이 늘수록 콘텐츠 생산자와 이용자 간 심리적 거리가 점점 좁혀지고 서로에 대한 신뢰감이 형성됩니다. 그러다 보니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대가를 받고 브랜디드 콘텐츠(제품 광고를 목적으로 제작된 콘텐츠)를 올리거나 리뷰 영상에 협찬받은 제품을 끼워 넣는 행위가 어색해지는 겁니다. 업체 입장에서도 광고라는 사실이 전면에 드러나길 꺼리고요. 이런 속성 때문에 유튜버들은 광고 표시를 가급적 숨기고 싶어 합니다. 댓글에서 은근슬쩍 언급하거나 ‘더보기’ 버튼을 따로 눌러야 볼 수 있는 곳에 표기하는 정도로 넘어갑니다. 심지어 어떤 유튜버는 광고라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기도 합니다.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이 운영하는 ‘슈스스TV’가 특히 비판의 대상이 됐던 이유도 광고 영상에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제품)이라는 표현을 썼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광고라는 사실을 잘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는 정도를 넘어 이용자를 속이고 기만했다는 것이죠. 결국 핵심은 그동안 쌓아온 인간적 신뢰를 깨뜨렸다는 배신감입니다. 상처받은 이용자들은 뒷광고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구독 자체를 취소해버립니다. 현재 논란이 된 유튜브 채널마다 ‘이 사람은 불법행위를 한 사람입니다. 당장 구독을 취소하세요.’라고 쓴 댓글이 다수의 추천을 받아 상단에 올라온 걸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핵심 ② 불분명했던 광고 표시 기준이 혼란 야기유튜버들을 무작정 비난하기도 힘듭니다. 지금까지는 광고 표시에 대한 명확한 제도적 기준이 없었습니다. 콘텐츠 제작자가 자체적인 판단 아래 각기 다른 방식으로 표기해왔습니다. 의도적으로 누락한 이들도 있겠지만, 필요성을 인지 못 한 이들도 있을 겁니다. 앞으로는 기준이 분명해집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다음 달 1일부터 뒷광고를 금지하는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 지침’ 개정안을 시행합니다. 이를 지키지 않은 사업자에게 광고로 얻은 매출액이나 수입액의 2% 이하 또는 5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이제 인플루언서(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가 경제적 대가를 받고 제품 리뷰 등 광고성 콘텐츠를 올릴 때는 ‘협찬을 받았다’, ‘광고 글이다’ 같은 문구로 밝혀야 합니다. 꼼수도 통하지 않습니다. 잘 안 보이는 곳에 조그마한 글씨로 표시하는 것도 위반으로 봅니다. 소비자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에 적절한 크기와 색상으로 또렷하게 써야 합니다. 우회적으로 ‘체험단’, ‘Thanks to’처럼 애매한 문구를 사용하는 것도 안 됩니다. 유튜브에 영상을 올릴 때는 제목과 영상 시작 부분, 끝부분에 경제적 대가를 받았다고 표시해야 하고, 영상을 중간부터 보는 이용자도 알아챌 수 있도록 사이사이에 반복적으로 나타내야 합니다. 재생 시 5분마다 표기하는 것을 이상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는 경제적 대가를 받았다고 사진 안에 표시해야 한다. 다만 사진과 본문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내용이라면 본문 첫 부분이나 첫 번째 해시태그에 표시해도 됩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광고주, 즉 사업주와 사업자 단체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식이어서 인플루언서들을 제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공정위는 인플루언서도 사업자로 해석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핵심 ③ 제재도 필요하지만 스스로 책임감 느껴야 때문에 국회에서는 인플루언서에 대한 책임도 물을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인플루언서들이 뒷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표시·광고의 공정화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인플루언서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상품을 홍보하고 기업으로부터 대가를 받고도 이를 알리지 않으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소비자들이 허위광고에 속아서 제품을 사는 피해를 막겠다는 취지입니다. 현행 표시광고법은 책임을 사업자에게만 지웁니다. 공정위는 지난해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등 7개 기업이 인플루언서를 통해 위장 광고한 사실을 적발하고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인플루언서들은 관련 규정이 없어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습니다. 제도가 바뀌면 인식도 바뀌어야 하겠죠. 이용자들이 진정 원하는 건 법규를 얼마나 세세하게 따르느냐가 아닙니다.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의적 책임입니다. 최근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대중의 관심이 쏠렸던 카걸은 아예 채널의 콘셉트 자체가 거짓이라며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채널을 운영하는 부부가 실제로는 평범한 소시민이면서 호화로운 삶을 누리는 재벌인 것처럼 포장했다는 겁니다. 채널에서 슈퍼카를 주로 소개해온 카걸 측은 “멋진 자동차를 타고 전 세계를 탐험하는 채널”이 콘텐츠의 주제였으며 “콘셉트를 유지한다는 명목 아래 멋진 장소, 멋진 자동차, 멋진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기에만 몰두했다”고 해명했습니다.진솔한 일상을 보여주는 게 유튜브의 미덕이라고 여기는 이용자들은 이마저도 기만이라고 봤습니다. 이 채널 역시 모든 콘텐츠를 비공개로 전환했습니다. 광고뿐만 아니라 삶을 거짓으로 꾸미는 것도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입니다. 과거엔 공직에 있는 사람만을 공인이라고 일컬었습니다. 언행에 사회적 책임이 뒤따른다는 뜻에서 사인과 구분했습니다. 미디어의 파급력이 갈수록 커지는 요즘엔 인플루언서들도 공인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인플루언서들에게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끼칠 영향을 한 번 더 생각해보는 자세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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