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글씨
    2026-01-26
    검색기록 지우기
  • 광해
    2026-01-26
    검색기록 지우기
  • 캐리어
    2026-01-26
    검색기록 지우기
  • 무능력
    2026-01-26
    검색기록 지우기
  • 고통
    2026-01-26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257
  • [씨줄날줄] 디지털 치매/임태순 논설위원

    집 전화번호가 기억나지 않거나 평소 자주 들르던 처갓집을 찾지 못하는 경우를 주위에서 종종 본다. 휴대전화에 집전화번호를 저장해놓고 단축번호로 전화를 걸거나 내비게이션에 의존해 승용차를 몰고 처갓집을 가는 사람들에게 발생한다. 이처럼 디지털 기기사용에 익숙한 사람들이 순간적으로 기억력이나 계산력이 떨어지는 현상을 ‘디지털치매’(Digitai Dementia)라고 한다.‘IT 건망증’ ‘과학기술로 인한 건망증’ 등으로 불리다 지난해 국립국어연구원이 신조어로 발표하면서 용어가 정리됐다. 디지털치매현상은 생활 주변에 널리 번져 있다. 노래방 기기의 가사에 익숙했거나 한자전환모드로 한자를 써온 사람들이 갑자기 애창곡 가사가 생각나지 않거나 잘알고 있던 한자를 쓰지 못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암산한 값을 확신하지 못해 전자계산기로 다시 계산하기도 하고 손으로 글씨를 쓰는 것보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키보드로 입력하기도 한다. 치매현상은 우리나라만은 아니다. 때마침 외신은 영국에서 대학 신입생들의 학습수준을 조사해봤더니 덧·뺄셈을 못하거나 구두점, 철자법을 잘 몰라 문장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았다고 전한다. 입시위주의 주입식교육 때문이라는 분석이지만 인터넷 정보를 짜깁기한 논문도 부지기수였다는 걸로 미루어 디지털기기에 과다노출된 것도 무시할 수 없을 듯하다. 기억력 감퇴는 진화론의 용불용설에 기인한다. 사람의 꼬리가 쓰임새가 적어져 없어졌듯이 자주 사용하지 않다 보니 평소 잘 알던 것들도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치매라는 용어가 붙었지만 뇌의 집중력이 떨어져 일시적으로 생긴 현상인 만큼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인간의 고급 두뇌기능인 암기와 연산기능을 기계에 의존하다 보면 창조적인 뇌 기능이 퇴화할 가능성은 있다면서 우려를 표명한다. 정보화 시대에 디지털 기계사용을 마냥 외면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부작용을 얼마나 최소화하느냐는 것. 치매는 부지런히 손을 놀리면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디지털치매를 예방하려면 단축키 대신 손으로 집 전화번호를 누르는 등 직접 손을 사용할 것을 권한다. 일기를 쓰고 정신을 집중해 신문과 잡지를 읽는 것도 좋다고 말한다. 귀찮더라도 조금씩 손을 쓸 일이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유통업계 문화강좌 입맛대로 고르세요

    유통업계 문화강좌 입맛대로 고르세요

    “이번 봄에 뭔가를 해야지.” 하는 결심을 했다면 백화점·할인점 문화센터를 찾아보자. 롯데·신세계백화점의 경우 강좌만도 450∼500개 된다. 할인점의 경우 지역 상권 선점경쟁이 불붙으면서 매장마다 큼지막한 문화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저마다 ‘동네 유통·문화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의욕을 보여 강좌 내용이 알차다는 평이다. 강의는 건강, 꽃꽂이, 웨딩, 뷰티 및 패션, 수공예, 어학, 미술 및 서화, 요리, 기악 및 레슨, 리듬 및 다이어트 댄스, 자격증 과정 등 다양하다. 강의 시간대는 대체로 오전 7시∼오후 9시까지다. 골프연습장, 스포츠센터, 네일 숍(손·발톱 다듬는 가게) 등이 바로 옆에 인접한 ‘원스 톱’ 방식으로 운영하는 곳이 많아졌다. 권영규 신세계백화점 문화센터부장은 “주부들을 가정의 최고경영자(CEO)로 보고 여성학자·자녀교육가·패션·재테크 등의 강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또 올해는 이탈리아 토리노 올림픽, 독일 월드컵, 한·불 수교 120주년을 맞아 해외 문화와 관련된 강좌가 많아진 점이 특징이다. ●유명 레스토랑 돌며 ‘미각 여행´ 강좌 나른한 봄날 입맛을 되찾고 싶다면? 최고의 음식점을 찾거나, 요리를 배우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신세계 강남점과 본점은 이태원의 작은 프랑스 르 생텍스, 웨스틴 조선호텔의 베키아 앤 누보, 서울 청담동의 안나비니, 방배동 요리선생으로 유명한 최경숙의 멜리데 등 유명 레스토랑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최고의 음식 전문가로부터 요리와 매너에 대한 지도도 받고 코스별 음식도 즐길 수 있다. 가격은 4만 5000∼7만원. 본점 쿠킹 스튜디오의 정신우의 마스터 키친에서는 쉽게 만드는 일품요리, 디저트, 요리 명가의 비법을 매주 월요일 오후 3∼5시 진행한다. 수강료는 11만원(6회·재료비 포함). 그랜드백화점은 귀한 손님이나 특별한 초대 요리에 알맞은 봄요리 코스를 진행한다.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20분부터 1시간.6주에 6만원. 또 나른한 봄철 가족의 입맛을 잡아당길 건강식 가정요리는 매주 금요일 11시30분부터 1시간동안 연다.5만원. 신세계 이마트가 준비한 봄맞이 쿠깅 스튜디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강좌는 원 스톱 쿠킹 프로그램으로, 참가자들이 직접 재료를 준비해 요리를 한 뒤 저녁 식탁에 그대로 올릴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마트에서 재료를 구입하면 수강료 6000원을 50% 할인해 준다. ●영원한 테마…재테크 관심 집중 현대백화점은 토지 재테크 고수들과 함께 수도권·비수도권의 정책관리지역·농지·임야 등 다양한 부동산 현장을 답사하는 10회 강좌를 마련했다. 수강료는 10만∼30만원. 롯데백화점 본점은 매주 수요일 오후 7∼8시 증권 투자의 지혜와 채권관리 요령, 보험을 통한 자산관리 요령 등을 주제로 10회 강의를 진행한다. 수강료는 15만원.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강남점은 국내 최정상의 재테크 전문가 고정완(Re멤버스 대표)씨의 신흥 부자들의 성공투자 노하우, 주식 대가 고승덕의 주식실전 포인트, 솔로몬 변호사 김병준의 돈버는 법률 지혜, 실전 재개발·재건축 투자전략 등의 강좌가 진행된다. 갤러리아 수원점은 돈버는 강의·미래를 준비하는 삶이란 주제로 전문가를 초빙, 부동산 경매와 펀드 투자 등을 위한 강좌들을 준비했다. 강좌는 ▲전문가에게 듣는 펀드 투자의 이해 ▲부동산 경매 ▲부부가 함께 듣는 100세까지 노후를 준비하는 보통 사람들의 특별한 재테크 등이다. 엔씨백화점 평촌점은 펀드투자로 부자되는 법(1개월·4만원), 부동산 법원경매(3개월·8만원)를 준비했고, 뉴코아아웃렛 강남점은 우리 가정에 꼭맞는 재테크 디자인 등 재테크에 대해 일대일 맞춤식 강의를 진행한다. ●초등생 반장선거 대비 연설교육도 롯데백화점 분당점은 초등생을 대상으로 논술 답안지 작성시 눈에 쏙 들어오는 답안지를 쓰는 방법과 빠르고 예쁜 글씨 배우기를 진행한다. 매주 월요일 오후 5시30∼6시20분에 열리며 수강료는 5만원. 반면 강남점은 초등생을 대상으로 반장·회장 선거를 대비한 연설반을 매주 일요일 진행한다.6명의 소수 정예반으로 5회에 5만원. 이마트 월계·서수원·부평점은 전문교육기관 파고다어학원 및 한솔교육과 제휴, 시스템과 강사진을 그대로 적용한 영어스쿨과 논술 강좌를 운영한다. 매주 목요일로 3개월 과정으로 수강료는 과목당 9만원. 롯데마트 구로점은 매주 토요일 오후 4시부터 1시간 동안 초등생을 대상으로 주판을 갖고 덧셈·뺄셈·곱셈·나눗셈 등의 암산을 가르친다.12회 7만원. ●프랑스·독일·스페인 문화교실 눈길 신세계 강남점과 본점은 한·불 수교 120주년을 맞아 예술과 패션의 나라 프랑스의 격조 있는 문화를 전문가에게 배워보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프랑스 패션을 유명 연예인 스타일리스트 김현량씨가 소개하며(2회·2만원), 프랑스 요리, 다빈치 코드 속 프랑스 명화기행, 프랑스 영화의 이해와 감상 등의 강좌도 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월드컵과 올림픽 등 국제 스포츠행사를 계기로 베를린, 게르만신화, 동유럽, 프랑스, 피렌체, 스페인 그라나다, 런던궁, 모차르트의 오스트리아 등 유럽의 문화유산을 공부하는 세계문화 아카데미를 6만∼8만원의 수강료로 진행한다. 갤러리아백화점 역시 분야별 전문가를 초청,▲품격있는 와인과 마리아주(매주 금 오후 2시30분) ▲정경미 큐레이터와 함께하는 미술산책(매주 화 오후 2시) 등을 진행한다. 홈플러스 서울 강서점·영등포점·동대문점·금천점이 선보일 대표적인 문화강좌는 가나아트갤러리와의 제휴를 통해 ‘피카소와 함께 미술관 나들이´라는 체험 문화 강좌이다.3월부터 5월까지 매달 1회씩 개설된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새학기 학용품 싸게 사려면…

    새학기 학용품 싸게 사려면…

    보름정도 지나면 새 학기가 시작된다.겨우내 웅크리고 지내던 어린이들로서는 친구들과 다시 만날 생각에 절로 신이 날 법하다.방학을 맞아 가정에서 주로 생활하는 자녀들 뒷바라지하느라 고생하던 어머니들로서도 한시름 놓을 수 있는 기회다.하지만 자녀를 처음 학교에 보내는 경우라면 예비 학부모로서 고민거리도 적지않은 때가 요즈음이다.특히 외동딸·아들을 둔 부모의 경우가 그렇다.맨 먼저 생각나는 것은 학용품이다.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어떤 것이 좋은지 등 궁금한 것이 많다.학부모를 대신해 자녀들의 학용품을 최대한 싸게 살 수 있는 곳을 다녀왔다.새내기 초등학생들의 학용품 고르는 요령과 올바른 사용 습관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지역별로 문구류를 싸게 살 수 있는 곳이 한두 곳 정도는 있다. 그러나 욕심을 내서 다양한 제품을 보고 최대한 싸게 사기를 원한다면 이 곳에 가보자. 도소매를 동시에 하는 곳으로 새 학기 학용품을 한꺼번에 장만할 때 이용하기 편한 곳이다. 이 곳들의 장점은 묶음 단위로 일반 소비자가격의 최대 40%까지 싸게 살 수 있고, 여러 종류를 비교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가족 주말나들이 코스로도 제 격이다. ●어디로 가볼까 서울 천호동 현대백화점 건너편에는 강동구에서 특화거리로 지정한 ‘문구·완구도매시장’이 있다.100여m에 걸쳐 양쪽으로 문구점과 완구점, 화방, 필방, 체육사, 지물포, 교재사 등 학용품 관련 가게들이 30여곳 몰려 있는 이른바 ‘문구·완구거리’다.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일요일과 공휴일은 쉬지만 새 학기 무렵과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등 대목 때는 공휴일이라도 문을 여는 곳이 많다. 서울 동대문구 창신동 ‘문구거리’도 유명하다. 동대문역 4번 출구로 나와 독일약국 골목으로 들어가면 문구 관련 도매가게 140여곳이 밀집돼 있다. 주로 공책류와 크레파스, 연필, 실내화, 가방, 스케치북 등 학용품을 취급하지만 어린이 선물용품이나 팬시용품, 파티용품 등을 파는 곳도 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문을 열고, 일요일이나 공휴일은 대부분의 가게가 쉰다. 나들이 삼아 제대로 둘러보려면 3시간은 걸린다. 상가번영회장인 구철홍씨는 “대형 마트의 등장으로 문 닫는 소매점이 늘면서 이 곳의 경기도 많이 나빠졌지만 학용품을 싸게 사려는 알뜰족들은 대형 마트보다 훨씬 싸고 종류도 많은 이 곳을 여전히 자주 찾는다.”면서 “주말에 가족 단위로 나와 학용품도 사고 청계천 나들이까지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예전에 비해 크게 줄었지만 영등포시장 안에 있는 문구 도매상도 쏠쏠하다. 문구류와 체육 용품, 지물포, 완구류, 화방 등이 좁은 골목길을 따라 자리잡고 있으며, 뜨개실, 머리핀, 고무줄 등 여학생용품만 따로 파는 곳도 있다. ●얼마나 싸나 일반 소비자가격에 비해 30∼40% 정도 싸다고 보면 된다. 공책류나 필기류 등 대부분의 제품을 주로 10권,1다스 단위로 묶음 판매하지만 실내화나 크레파스 등은 낱개로도 판다. 초등학교 공책의 경우 10권 1만원짜리가 6000원,5000원짜리는 3000원 수준이다. 필통은 값이 다양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에게 인기있는 천으로 된 것은 2000원이면 살 수 있다. 크레파스는 24색이 2400∼2500원, 색연필 12색은 2100원, 수채화 물감은 18색짜리가 2500원 수준이다. 연필은 12개들이 한 다스에 1000원으로 최대 50%까지 싸다. 완구류도 마찬가지다. 레고나 건담 등 인기 품목은 소매가에 비해 20∼25% 싸고, 그 밖의 제품은 최대 45%까지 싸다. ●어떻게 갈까 도매상가들은 대부분 지역별로 흩어져 있지만 주차장은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천호동 문구·완구도매시장은 지하철 5·8호선 천호역에서 내려 천호대교 쪽으로 나오면 바로 오른편에 있다. 창신동 문구거리는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이나 6호선 동묘앞역에서 걸어서 채 5분도 걸리지 않는다. 영등포시장은 영등포시장 네거리에서 여의도 방향으로 50m쯤 가다가 왼쪽 시장 입구로 들어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교사라면 이 곳 교사들이 애용하는 곳도 있다. 교사들 사이에 입소문이 난 곳이다. 학급 환경정리나 각종 교구·교자재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초등학교 교사들이 주로 찾는다. 씽크빅 문구센터가 대표적이다. 서울과 경기도 지역을 중심으로 가맹점 형태로 문을 열고 있으며, 주변 학교 교사들이 단골이다. 취급 물품도 일반 학용품은 물론 찰흙, 지점토, 우드락 제품 등 주변에서 쉽게 구하기 어려운 재료 등을 두루 갖추고 있다. 가격은 모닝글로리나 영아트, 바른손 등 인기 브랜드의 경우 소매가의 20∼25%, 비브랜드 제품은 30∼40%까지 싼값에 살 수 있다. 낱개로 파는 것도 20% 정도 싸다. 노량진 씽크빅 문구센터 김형근 과장은 “일단 한번 거래하는 선생님들에게는 전화로 주문만 하면 양에 상관없이 택배비 없이 직접 배달해 준다.”면서 “알음알음으로 찾아오는 선생님들이 많다.”고 말했다. 지점은 서울 남대문로에 있는 본점을 비롯해 노량진, 일산 장항동, 경기도 군포시 궁내동 등 여러 곳이 있다. 본점은 남대문에서 한국은행 방향으로 100m쯤 걷다 보면 큰 길가 오른쪽에 있다. 노량진점은 서울 노량진역 대성학원 옆에 있으며, 군포에는 금강마을 주공2차 아파트 단지 앞에 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새내기 학용품 고르는법 새내기 초등학생들이 쓸 첫 학용품을 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하면서도 실용적인 것을 고르는 것이다. 교사들은 학교별로 나눠주는 자세한 안내문을 참고하되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복잡한 것은 피하라고 조언한다. ●공책류 공책과 종합장, 일기장 등이 있다. 공책은 줄이 있는 것과 칸으로 된 것, 종합장은 줄이 있거나 그냥 백지로 된 것이 있다. 처음에는 주로 칸이 있는 것을 사용하지만 학교별로 칸의 크기나 줄 수를 정해 주기도 하기 때문에 안내문을 참고하면 된다. 일기는 그림일기로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선지가 그려진 음악공책은 1학년 때는 당장 필요없다. ●필기류 연필은 진하고 심이 무른 것이 좋다.HB연필보다는 2B연필이 적당하다. 샤프연필은 사주지 말아야 한다. 저학년이 쓰기에 불편한 데다 1학년의 경우 수업 시간에 샤프연필에 정신을 빼앗기는 경우가 많고, 예쁜 글씨체도 습관 들이기 어렵다. 지우개는 말랑말랑해서 부드럽게 지워지는 것을 고른다. 커터칼은 위험하므로 아예 맡기지 않아야 한다. 연필을 깎을 거라면 자그마한 휴대용 연필깎이를 사주거나 대부분의 반마다 갖추고 있는 연필깎이를 이용해도 된다. 필통은 자석필통이면 무난하다. 천이나 털로 된 것은 쓰기 불편하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복잡한 기능의 필통은 아이들이 수업 도중 딴전을 피우게 하는 장난감이 된다. 최근에는 게임 기능까지 갖춘 필통이 있는데 사줘서는 안된다. ●가방 두 어깨에 메는 것이 좋다. 너무 많은 주머니가 달린 것보다는 책과 물통 등을 구분해 담을 수 있도록 서너 개의 구획이 나뉘어져 있는 것이 편하다. 단 A4용지 크기의 클리어파일이 들어갈 정도의 크기가 좋다. 학교에서 나눠 주는 각종 안내문이나 숙제 등을 정리하기 편하다. 여행용 가방을 본떠 만든 바퀴 달린 가방은 불편하기도 하고 위험하다. ●신발 벨크로(일명 찍찍이)테이프가 달린 운동화가 좋다. 구두 형태나 발목까지 올라오는 농구화는 피해야 한다. 발이 불편하고, 쉽게 신고 벗기 어렵다. 힐리스(바퀴 달린 운동화)나 걸어다닐 때마다 빛이 번쩍거리는 야광 운동화는 피한다. 실내화는 운동화 형태를 고른다. 다양한 색이 많이 나와 있다. 털로 된 것은 비위생적이고 체육관에서 운동할 때는 위험하다. ●미술도구 크레파스와 물감, 색연필, 사인펜은 12색 정도면 무난하다.24색이 넘으면 무겁기만 하고, 색을 다 활용하지도 못한다. 물감은 포스터컬러는 피하고 수채화용을 고른다. 붓은 대·중·소 각 한 자루씩이면 충분하다. 색연필은 뒷부분을 돌리면 심이 나오는 플라스틱 형태가 좋다. 연필처럼 깎아서 쓰는 전문가용은 불편하기도 하고, 전혀 필요없다. 스케치북은 4절지 크기로 하나 정도 준비하면 된다. ●기타 여학생은 너무 큰 머리핀을 삼가야 한다. 다른 아이들의 시선을 빼앗아 피해를 주고 체육시간에도 불편하다. 대부분 4∼5월부터 시작하는 학교급식에 필요한 숟가락과 젓가락은 적당한 크기를 고른다. 특히 숟가락은 너무 작으면 국을 떠 먹기 어렵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올바른 학용품 사용 학습 새내기 초등학생 자녀에게 학용품을 사주고 난 뒤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올바른 사용 습관을 길러주는 일이다. 처음에 습관을 어떻게 들이느냐에 따라 공부 습관까지 달라진다. ●낱개로 줘라 학용품을 한꺼번에 많이 샀다고 하더라도 자녀에게 줄 때는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줘야 한다. 한번에 주면 아껴 쓰지도 않고 학용품의 소중함을 배울 수 없다. 필통 속 연필은 세 자루면 충분하다. ●올바른 사용법을 알려줘라 연필을 올바로 잡는 법을 가르친다. 요즘 입학하는 초등학생들의 절반 정도는 연필을 바르게 잡지 못한다고 한다. 단 크레파스는 쥐는 방법에 따라 다양한 표현이 나오므로 특정한 방법을 고집할 필요 없다. 급식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젓가락 사용법을 가르치는 것이 좋다. 두뇌발달에도 좋고, 젓가락 사용법을 배우기 가장 좋은 때가 초등학교 1학년이다. 아이들이 힘들어하면 연필이나 젓가락을 쉽게 잡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연필끼우개나 젓가락을 쓰면 도움이 된다. ●학용품마다 이름을 써라 자신의 물건에 대한 소중함을 알려주기 위해 견출지를 이용해 이름을 붙인다. 연필이나 크레파스 등도 낱개마다 붙이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매일 소지품을 살펴보고 잃어버린 것이 없는지,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등을 가르친다. ●스스로 정리하도록 하라 소지품 정리에서부터 가방 챙기기에 이르기까지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크레파스 등을 쓰고 제자리에 넣거나 가방의 주머니마다 어디에 뭘 넣는지 등을 알려주고 스스로 해보도록 한다. 책가방은 혼자 챙기도록 하고 아이 몰래 점검한 뒤 챙기지 못하거나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잊어버린 것은 없는지 등을 물어 자연스럽게 혼자 힘으로 챙기도록 한다. ■ 도움말 : 서울 신동초등학교 이현주 교사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사진으로 본 전통의 숨결] (15)전통 목각(木刻)

    [사진으로 본 전통의 숨결] (15)전통 목각(木刻)

    나무는 인류보다 일찍 이 땅에 뿌리내리고 살아왔다. 그만큼 나무는 오래 전부터 우리 조상들의 긴요한 살림살이와 생활 장식의 밑거름이 되어온 것이다. 조선시대에 들어서면서 독립 장인들이 나타나 다양한 나무 공예품들이 만들어졌다. 이 가운데 일부가 지금까지 문화유산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리 문화유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불교문화재 가운데 가장 섬세한 작품으로 남아 있는 것은 나무를 재료로 삼은 불교 목공예품이다. 불교 목공예는 단순한 장인의 솜씨만 뽐낸 작품이 아니다. 신실한 불심이 마음에 가득한 이가 목물 하나하나마다 정성들여 깎고 다듬어 부처님의 신비스러운 영험을 넣은 것이다. 불교 목공예는 우리 민족의 특징인 단순 간결미에 우아한 아름다움을 더해 불교미술로서의 화려 섬세함을 갖추고 있다. 목판에 글씨와 그림을 새겨 넣는 서각(書刻) 역시 대표적인 불교 목공예다. 석가탑에서 발견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은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목판 인출본으로 꼽힌다. 또 팔만대장경은 불교의 융성과 더불어 경판 인쇄가 얼마나 활발했는지를 보여주는 서각의 백미(白眉)라 할 수 있다. 근대에 들어서 서각은 경전의 판본(板本)을 중심으로 하여 사찰과 고궁의 현판, 기둥에 부착되어 있는 주련, 비석 및 각종 공예품 등에서 볼 수 있다. 불상과 달리 서민들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졌고, 서민들의 정서가 녹아 있는 목각도 있다. 우리 조상들의 얼굴을 담고 있는 탈과 장승이 그것이다. 탈의 본래 의미는 ‘탈이 나다, 탈을 내다.’에서 찾을 수 있다. 질병이나 나쁜 잡신을 포함하여 자기의 행복, 희망을 방해하는 것들을 모두 막아주는 것이 바로 탈이다. 탈이 난 것을 탈로 막는다는 생각에서 우리의 조상들은 탈을 만들고 믿어왔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주력(呪力)을 키우기 위하여 부적처럼 몸에 지니기도 하고 얼굴에 눌러쓰기도 하였다. 생활과 친숙해지면서 놀이의 도구로 발전하기도 했다. 우리 조상들은 자연을 극복의 대상으로 보지 않았다. 자연 그대로의 원형에 동화되어 나무 한 그루에도 성스러운 혼령이 깃들었다고 믿어왔다. 장승은 마을 입구에 세워져 이정표와 수호신 역할을 해왔다. 액과 탈을 치유하기 위한 장승은 탈의 뿌리이다. 약이나 인위적 치료가 아닌 자연치유 능력을 우리 선조 스스로가 발견한 것이다. 마을마다 장승의 모양과 서는 위치가 다른 것은 지역마다 사람들의 기원, 소망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상상력·꿈·희망·기도의 상징물이 바로 탈이며, 장승인 셈이다. 이처럼 우리의 목각(木刻)에는 자연을 생활 속으로 끌어왔던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미감(美感)이 그대로 담겨 있다. 자연과 동화되어 살아온 조상들의 정신적 우수함은 이 땅에서 면면히 유지·전승되어 우리 문화의 저력으로 깊이 뿌리내린 것이다. 글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72억t 물 막아라” 긴장의 새만금

    서울에서 서해안고속도로로 3시간20분 달려 동군산으로 빠지면 만경·김제평야가 좌우로 펼쳐진다.20분을 계속 가도 산이 보이지 않을 만큼 넓은 땅인데 굳이 바다까지 메울 필요가 있냐는 생각이 드는 순간 빨간 글씨로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고 쓰인 팻말이 눈에 띈다. 군산쪽 새만금 방조제가 시작되는 비응도다. 새만금은 ‘새로운 만경과 김제를 만든다.’는 뜻이다. 군산과 부안쪽 변산반도 33㎞를 잇는 방조제를 쌓아 안쪽 간석지를 농지 등의 땅으로 일구는 사업이다.1991년 시작,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지금은 북쪽 1.1㎞, 남쪽 1.6㎞ 등 수심이 40m가 넘는 갯고랑 구간 2.7㎞만 트여 있다. 이 곳을 막는 끝막이 공사가 3월24일부터 4월24일까지 이뤄진다.50일 남겨둔 셈이다. 방조제 위의 비포장 도로 주변에는 바다에서 건진 모래와 돌산에서 캔 바위, 작은 돌들을 철끈으로 묶은 돌망태가 산처럼 쌓여 있다. 덤프트럭 21만대 분량이다.3일도 예행연습하듯 트럭과 바지선들이 오간다. 그런데 유독 3월 말부터 한 달간만 끝막이 공사를 해야 할까. 공사 관계자의 설명은 이렇다.“새만금 지역에는 소양강댐 저수량의 2.5배에 달라는 72억t의 바닷물이 초당 5.5∼7.5m의 속도로 드나들고 있다. 황영조 선수가 마라톤 대회에서 달릴 때의 속도 5.2m보다 빠르고 아파트 3층 규모의 바닷물이 한꺼번에 오가는 분량이다. 이 곳의 조수간만 차이도 9m에 이른다. 어설프게 방조제를 쌓다가는 집채만한 바위도 순식간에 떠내려 간다.” 그래서 선택한 날짜가 조수간만의 차이가 6m로 가장 낮은 3∼4월이다. 먼저 배수갑문 2곳의 쇠문짝 20개를 활짝 열어 바닷물을 빼 유속을 분산시킨다. 쇠문짝은 너비 30m, 높이 15m나 된다. 동시에 바지선 14대와 덤프트럭 210대가 3t짜리 물망태와 6t짜리 암석을 바닷속으로 쏟아 붓는다.국내외 간척사상 최대의 난공사로 꼽히기 때문에 공사 관계자들도 성공 여부에는 마른 침만 삼킨다. 기상이 악화되면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지역 주민들이 더 믿고 기대하는 눈치다.군산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秋史친필 등 2700점 日서 기증

    조선 후기 대표적인 학자이자 서화가인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1786∼1856)의 서거 150주년을 맞아 그가 동생에게 쓴 편지 등 친필 20여점이 포함된 추사 관련 자료 2700여점이 국내 최초로 공개됐다. 이들 자료는 식민지시대에 추사 연구를 개척한 일본인 학자 후지쓰카 쓰카시(1879∼1948)가 평생 수집한 자료 중 집안에 소장해온 자료 일체로, 그의 아들인 후지쓰카 아키나오(94)가 최근 경기도 과천시에 기증한 것이다. 앞으로 추사 연구가 종합적·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과천시는 2일 시 청사에서 ‘추사 김정희 유적자료 인수’ 기자회견을 열고, 기증품 현황과 인수과정, 향후 관리계획 등을 설명했다. 기증품 중에는 특히 추사가 1852년 과천에 머물면서 제자인 이상적(李尙迪)에게 보낸 간찰(편지)을 비롯,40대 초반에 두 동생 김명희(金命喜)와 김상희(金相喜)에게 보낸 편지 13건 등 친필 20여점이 눈에 띈다. 추사연구회 김영복 운영위원은 “동생들에게 보낸 간찰첩은 추사체 완성 전 매우 드문 글씨체로, 추사의 가족사 연구에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스승 완원(阮元)이 추사에게 전한 학술총서인 ‘황청경해’(전 680책)와 금석문에 대한 추사의 견해를 수록한 청나라 학자 옹방강(翁方綱)의 세계 유일한 친필본 `해동금석영기´ 등 추사와 관련된 고서적 2400여권, 서화 40여점, 사진자료 300여점 등도 기증됐다. 특히 청나라 학자들이 추사에게 보낸 편지와 서화를 비롯, 제자·스승들과 함께 만든 서간첩 등도 공개됐다. 또 추사의 영정사진과 가족사진, 추사와 주변학자들의 친필 학술자료 등을 찍은 사진자료도 기증돼 추사를 비롯한 조선 후기 지식인 사회가 청대 학술·문화계와 어떻게 교류했는지를 밝히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과천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시사 키워드] 백기(白旗)

    지난달 초 서울 영등포 경찰서에 백기가 내걸려 오가던 시민들이 발길을 잠시 멈추었다. 이후 국방부 헌병대도 백기를 내걸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백기는 범죄를 저지른 시민이나 장병이 한 명도 없어 유치장이나 영창이 텅 비어 있음을 알리기 위해 게양됐다. ■ 포인트 백기게양은 치안상태가 양호하고 군 기강이 완벽하다는 의미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흰 깃발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 ●61년만에 내걸린 백기 서울 영등포 경찰서는 지난달 2일 오전 11시30분쯤 백기를 내걸었다.1945년 10월 경찰서가 문을 연 이래 처음이다. 하루 평균 20명 넘는 피의자들이 수용되던 이곳 유치장이 텅 빈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영등포 경찰서는 국회, 금융회사, 방송사 등이 밀집된 여의도와 영등포역 주변 유흥가 밀집지역 등을 끼고 있어 치안수요가 어느 경찰서보다 많은 곳이다. 영등포 경찰서측은 “백기 게양은 연말연시 특별 방범활동과 인권을 우선하는 불구속 수사원칙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백기는 28시간 만에 내려졌다. 백기 게양 다음날인 3일 오후 3시쯤 홍모(32)씨가 절도 혐의로 입건돼 백기를 내렸다는 것. 경찰은 2000년 1월 이후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된 유치인이 없을 경우 백기를 게양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그동안 구로서(2000년 4월)와 강동서(2005년 2월)에서 백기를 내건 바 있다. 당시 백기 게양시간은 두 곳 모두 10시간 이내였다. ●헌병대도 처음으로 백기게양 국방부 헌병대도 지난달 12일 법규를 위반해 영창(미결 수용실)에 수용된 장병이 단 한 명도 없음을 알리는 ‘백기’를 내걸었다.1989년 창설 이래 17년만에 처음이었다. 백기는 20일 병사 한 명이 징계를 받아 영창에 수용되면서 9일만에 내려졌다. 국방부 헌병대 영창은 일선 군 부대와 달리 일반사병에서부터 장성에 이르기까지 계급과 상관없이 징계 등을 받은 장병을 수용한다. ●백기는 항복보단 평화의 상징? 경찰이 내건 백기는 헌병대 백기와 달리 100% 백기는 아니다. 중앙에 포돌이가 그려지고 그 밑에 “유치장에 유치인 없는 날”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백기’는 항복의 표시로서 쓰는 흰 기로 국어사전에 정의돼 있다.“백기 투항했다.”,“사학단체, 사실상 백기들다.”는 등의 표현에서 나타나듯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대항 세력에게 굴복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전쟁에서 적에게 항복의사를 보일 때도 백기를 내걸었다. 이런 점 때문에 경찰 내부에서도 백기 게양에 불만이 없는 게 아니라고 한다.“범죄꾼들에게 항복했다.”는 엉뚱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백기는 경찰이나 군에서 ‘평화’이미지로 새롭게 재탄생하고 있다. 범죄가 없는 깨끗한 세상을 뜻하거나 추구한다는 것이다. 경찰 백기게양은 특별 방범활동과 국민의 인권을 우선하는 불구속 수사 원칙이 가시화된 조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치안상태가 완벽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달리 생각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경찰이 민생치안 사범 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아 유치장이 비게 된 것은 아닌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폭설 때문에 백기를 올린 농어촌 지역 경찰서들이 마냥 즐거워만 할 수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치안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는 서울의 대표적인 부도심권에 위치한 영등포서에 백기가 내걸렸다는 것은 경찰이 범죄단속을 게을리했다는 반증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검찰은 지난해 범죄단속 건수가 2004년에 비해 크게 준 원인을 두고 ‘범죄발생 감소’ 때문이라는 경찰 주장과 달리 ‘경찰의 단속 소홀’ 때문이라고 달리 해석했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이 검ㆍ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여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음주운전 등 민생범죄 단속을 소홀히 한 채 수사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획ㆍ인지수사에 치중한 것이 범죄단속 감소 배경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헌병대에 백기라고요. 요즘 군인들이 법규를 잘 지킨다는 뜻인지 아니면 법규가 전보다 많이 물러진 것인지…암튼 축하할 일이군요.” 국방부 홈페이지에 내걸린 한 네티즌의 반응도 이런 의문이 담겨 있다. ●생각을 정리하며 백기는 항복과 평화라는 두가지 이중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전국 방방곡곡을 붉게 물들인 붉은 악마 응원전을 떠올려보자. 분단 현실 때문에 그 전까지만 하더라도 붉은색은 국민들이 사용하기를 꺼린 색상이었다. 하지만 세상을 삼킬듯한 젊은이들의 열정은 붉은색을 분단과 반목의 어두운 이미지에서 화합과 단결의 상징으로 승화시켰다. 마찬가지로 전국 경찰서마다 ‘평화’의 백기가 게양되는 그 날이 오기를 기대해보자.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싱가포르 섹스의 마술사들

    싱가포르 섹스의 마술사들

    중국소녀의 안마사, 귀를 후벼주는 기술자와 발바닥을 씻어주는 청소부등 「차이나•타운」은 서양 사람인 「이안•로드리게스」씨를 즐겁게 했다. 일찌기 체험 못한 「섹스」의 쾌감을 맛보게 한 까닭이다. 그것은 「섹스」의 마술이었다. 중국인 골목 여관에들자 가련한 안마사가 옷벗고 「싱가포르」의 중국인사회에 뿌리깊게 속삭여지는 비화가 있다. 태평양전쟁에서 패주한 일본군이 「정글」속에 막대한 보화들을 파묻어두었다는 실화 같은 전설. 그러나 보배찾기에 나선 모험가들은 번번이 실패만 거듭해온 것도 또한 사실이다. 그것보다도 차라리 밤의 보배들을 찾는 일이 백배 더 나을 것 같다. 오늘날 「싱가포르」는 높은 출생율을 앞질러 가려는 박력있는 주택정책으로해서 도처에 「아파트」의 대군이 솟아나고 있다. 7분마다 한명 꼴로 사람이 태어나는데 공영 「아파트」의 건축은 45분마다 한동 꼴이다. 그러나 밤의 보배를 구하는 모험가는 근대적인 「아파트」의 출현에 실망할 필요는 없다. 중국인이 떼지어 사는 곳 - 「차이나•타운」에 펼쳐지는 은밀스러운 세계는 아직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 덕분으로 고대중국부터 내려오는 「섹스•매지션」(성의 마술사)와 만나게 된 것이었다. 「차이나•타운」은 악취가 풍기는 골목길로서 이루어져 있다. 검은 중국옷 아가씨가 출몰한다. 나는 「손님을 초대하는 저택」이라는 여관에 들어갔다. 간판이름은 「유니버스」니 「인터내셔널」이니 해서 꼬부랑글씨로 씌어져 있다. 방값은 1「달러」50 「센트」(약5백40원). 내가 방안에 앉자 맨발의 소년이 갑자기 「마사지」라고 외쳤다. 내 승낙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15~16세 되어보이는 가련한 중국소녀가 나타났다. 가냘프로 긴 손가락으로 「베드」를 가리키고 누우라는 시늉을 했다. 내가 그 지시에 따르고 있는 동안에 그녀는 재빨리 중국옷을 벗어 젖히고 「팬티」모습이 됐다. 소녀의 움직임은 극히 기계적이었다. 그 젖꼭지는 설익은 과실같이 가무잡잡하고 단단해 보였다. 아직 피어나지 못한 소녀의 하반신은 모든 수치심을 거부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녀는 기괴한 소리를 호령처럼 크게 냅다 지르며 내 등에 뛰어 올랐다. 그 젊고 부드러운 몸 전체가 「마사지」기구로 「돌연변이」를 했다. 다음은 귀후벼주는 직공 쾌감에 둥둥떠있는 기분 다음에 등장한 인물은 욋과의사 검은 가방을 든 나이 지긋한 사나이. 귀를 후벼주는 직공이었다. 가방을 열고 내 베개 아래에 검은 종이 한장을 깔았다. 그리고서는 마치 「스위스」의 시계직공을 무색케 할 정도로 익숙한 손놀림으로 내 귀를 후비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한 특별시술에 대해 전혀 경험한 바가 없었던 나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 몸은 돌 처럼 굳어졌다. 그러나 그것도 순간적인 일이다. 어느새 내 몸은 솜처럼 풀어지고 샘솟는 쾌감에 둥실둥실 떠 있는 기분이 됐다. 제 정신을 차렸을 때는 4시간이 지나 있었다. 날카로운 칼로 발톱잘라주고 긁어주어 더욱 놀라게 한 것은 그 검은 종이 쪽지에 수북하게 쌓인 귀지들이었다. 사람의 귀가 그처럼 많이 불필요한 노폐물들을 끼고 있다는 것을 미처 몰랐었다. 귀 후비기의 요금은 1「달러」50「센트」(약5백40원). 다음에 등장한 인물은 발바닥 청소기술자다. 이 사나이도 역시 검은 가방을 들고 나타났다. 그는 향을 피워 「베드」밑에 놓았다. 사람의 관능을 마비시키는 듯한 향기가 서서히 방안에 퍼졌다. 일종의 최음제 비슷했다. 사나이는 가방을 열고 별의별 기구를 다 끄집어 내었다. 먼저 구리로 만든 대야로 내 발을 정성들여 씻었다. 이어 「수술」이 시작되는데 기름 비슷한 약을 발톱에 바른 다음 발톱을 자르지 않는가. 연장도 가위가 아니라 날카로운 「나이프」를 조각가 처럼 움직이는 것이었다. 발톱 사이에서 발등으로 다시 발바닥으로 그의 정교한 연장들은 번뜩였다. 나는 귀 후비기 때 보다 더 한 쾌감에 몸을 내 맡길 수 밖에 없었다. 그 여관에 나를 데려다 준 친구의 설명에 따르면 「싱가포르」에는 성의 마술사라고 부를 수 밖에 없는 소녀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빨을 몽땅뺀 아가씨가 특수한 일한다는 소문도 소녀들은 소경이고 발의 크기는 10cm도 안된다. 이빨은 모두 빼버렸다. 그 입은 특수한 용도를 위해서만 쓰인다. 소녀는 날 때 전문가에게 팔려 가서 필요한 기술을 배운다. 이러한 소녀들이 실제로 있는 눈치였다. 부유한 상인들이 애완한다는 것이다. 여관 밖에 나온 여행자는 여러종류의 街娼에게 붙들리게 마련이다. 허벅지를 허옇게 드러내 놓은 중국 아가씨의 하룻밤 값이 불과 6「달러」(약1천9백원) 아니면 7「달러」. 나는 「차이나•타운」의 우중충한 여관방에서 30세 가량의 일본여자와 만났다. 일본「오사까」에서 「누드•댄서」를 하고 있었는데 벌이가 좋다는 꾐에 빠져 「홍콩」까지 흘러갔다. 벌이가 예상과는 달랐다. 빚이 쌓였다. 빚을 갚기 위해 「브로커」가 시키는대로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동료들 중에는 도망을 못치게 두 눈알과 이빨을 모조리 빼버리는 무시무시한 처벌을 받은 아가씨도 있었다. 여성애화는 「유럽」에도 미국에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여성들을 정신적으로 개조해서 부려먹지 육체까지 개조하려 들지 않는다. [ 선데이서울 69년 6/8 제2권 23호 통권 제37호 ]
  • [27일 TV 하이라이트]

    ●특집다큐〈문화콘텐츠 강국으로 가는 길〉(EBS 낮 12시) 한류 열풍 속에서 콘텐츠 산업의 가치가 새롭게 각인되고 있다. 문화 콘텐츠를 비즈니스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을 알리고, 해외 성공사례 취재를 통해 문화산업 강국 코리아로 성장하기 위한 요건들을 제시한다. 또한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문화 콘텐츠 산업의 비전 등에 대해서 알아본다.   ●인사이드 월드(YTN 오전 10시25분) 심해에는 알려지지 않은 생물체들이 최대 500만 종까지 서식하고 있다. 원유 사업에 있어 해저에서 중대한 역할을 하고 있는 무인잠수정이 이제는 새로운 생물들을 찾는 일을 돕고 있다. 무인잠수정으로 과학자들도 처음 보는 희귀 물고기뿐만 아니라 석유와 가스 발굴이 남긴 흔적 등을 촬영한다.   ●신비한TV 서프라이즈(MBC 오전 11시) 1975년 미국의 한 중년남자가 고급스러워 보이는 황금 권총 하나를 구입했다. 구입한 권총을 닦던 중년 남자는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된다. 자신이 파산되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남자는 결국 새로 산 권총으로 자살을 하고 말았다.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황금 권총. 이 총에는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었을까.   ●설날특집 일요일이 좋다(SBS 오후 6시) 설날특집으로 다시 돌아온 2006년 新 좋은세상 만들기 ‘운수대통 쌀가마 퀴즈’를 선보인다. 어르신들의 구수한 입담과 인생의 에피소드가 담긴 장독대 퀴즈, 어르신들의 재치와 연예인들의 순발력으로 함께 하는 세대공감 쌀가마 스피드 퀴즈, 사랑방토크 코너 등을 선보인다.   ●TV쇼 진품명품(KBS1 오전 11시) 평화로운 농촌 풍경이 담긴 10폭의 자수병풍. 농사를 준비하고 추수하는 모습들을 한땀 한땀 정성스럽게 수놓았다. 특별한 용도를 위해 제작되었다고 하는 이 병풍에 담긴 궁금증을 알아본다.`춘첩´이라는 제목의 글씨 한 점이 의뢰되었다. 파란 꽃문양이 그려진 종이에 쓰여진 이 글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맛있는 설날(KBS2 오전 8시) 우리 국민들이 생각하는 대표적인 설날 음식은 무엇일까?민족의 대명절 설. 설 음식에는 한해 액운을 물리치고 행운을 기원하는 의미와 함께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는 뜻까지 담겨 있다고 한다. 음식 하나하나에 특별한 맛과 의미가 담겨 있는 설 음식과, 한국의 대표 설 음식은 무엇인지 앙케트를 통해 알아본다.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동숙의 노래’로 가수 데뷔 40년 문주란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동숙의 노래’로 가수 데뷔 40년 문주란

    ‘너무나도 그님을 사랑했기에’ 노래가 없는 인생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세상의 온갖 시름을 어찌 달래고 오는 백발과 가는 세월을 무엇으로 잠시 잡아본단 말인가. 에구, 속절없음이리라. 그러기에 무수한 세월이 흘러도 노래는 늘 우리 곁에서 추억과 인생을 이야기하겠지…. 지난 14일 저녁 8시.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북한강가에 위치한 한 라이브 카페.100여평 넓이의 홀 안에는 남녀노소들로 꽉 차 있었다. 잠시후 살갗색깔 바탕에 작은 구슬방울 반짝이가 박혀 있는 드레스를 곱게 차려 입은 여인이 무대 위로 등장한다. 어깨선이 확연히 드러난데다 조명빛을 받아서인지 얼핏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가냘픈 모습이었다.‘쁘바빠∼앙’ 하는 색소폰 반주가 나오자 요란한 박수소리와 함께 여인이 노래한다. 익숙한 목소리,‘동숙의 노래’였다. 특유의 저음인 알토인가 싶더니 어느새 소프라노까지 사뿐사뿐 넘나든다. 이어 추억의 ‘카사비앙카’를 부른다. 얼마전 인기 드라마 ‘황금사과’의 주제곡으로 젊은이들에게도 잘 알려진 곡. 박수가 끊이질 않는다. 여인은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해’로 대신한다. 노래 몇 자락을 쫙 깔아 흥을 돋운 여인은 “날씨도 추운데 멀리서 오시느라 고생 많이 했지예. 대신 마 신청곡을 많이 주시면 열심히 불러드리겠심니더.”라고 인사한다. 기다렸다는 듯 여기저기에서 쪽지가 쇄도한다. 여인은 이를 받아들더니 “어디보자,‘낙조’‘백치아다다’‘공항의 이별’‘돌지 않는 풍차’‘과거를 묻지 마세요’‘가슴아프게’…. 우와 이렇게 많이라요? 오늘 죽었심니더.”라며 무대에 털썩 주저앉는 모습을 연출한다. 한바탕 웃음이 쏟아진다. “반갑습니다.6년 전 이곳에 왔어예. 호미로 풀 베고, 반은 속세를 떠나 있지예. 하지만 매주 토요일은 팬들과 이렇게 만나는 날로 정했지예.” 이때 손님 중 한 사람이 불쑥 나이를 묻는다.“아따 보소, 연예인 나이는 거꾸로 먹는기라예. 오십하나믄 오십, 마흔아홉, 마흔여덟으로 말이지예. 노래나 듣지 나이는 왜 묻는교.”라고 받아넘긴다. 이렇게 1시간30분동안 시간가는 줄 모르게 노래와 웃음이 가득가득 이어진다. 가수 문주란씨. 데뷔곡 ‘동숙의 노래’로 공전의 히트를 쳤다. 올해로 발표된 지 꼭 40년째를 맞는다.40대 이상의 팬들에겐 여전히 애창되는 곡들이 많다. 뿐만 아니라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해’로 젊은이들 사이에도 많이 불려져 폭넓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 문씨는 6년 전 지금의 청평 집(2층)을 마련하고 아래층에 라이브 카페 ‘문주란 뮤즈클럽’을 만들었다. 전국에서 찾아오는 팬들의 성화에 못이겨 매주 토요일 ‘만남의 무대’를 결심했던 것. 문씨는 또 워낙 불심이 깊어 2층에 부처를 모시고 살면서 되도록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아 팬들의 궁금증을 더해왔다. 이런 문씨가 오는 5월 신곡을 낼 예정이다. 신곡의 주제는 인생을 관조하면서 음미해보는 내용으로 1997년 ‘굿바이 홍콩’ 이후 10년만에 신곡을 발표하는 셈이다. 청평에서 문씨를 만났다. 자연스럽게 ‘동숙의 노래’에 대한 감회 얘기가 먼저 나왔다.“중학생 때 안 불렀습니껴. 나이가 너무 어려 방송을 내보내느니 마느니 하는 논란도 많았지예.”라고 회고한다. 노래 속의 동숙은? “원래 영화 ‘최후전선 180리’의 주제가였지예. 여자 주인공인 바로 동숙이라예.”라고 대답한다. 중1 때부터 ‘데니보이’ 같은 노래를 곧잘 불렀단다. 부산 MBC노래자랑에서 연속해서 몇주 동안 우승하자 ‘덕수궁 돌담길’과 ‘바보처럼 울었다’로 잘 알려진 진송남씨가 “12살 아이가 목소리 굵고 노래를 썩 잘 부른다.”고 호평을 했다. 이에 한 흥행업자가 부산으로 내려와 문주란을 무작정 서울로 데리고 온다. 어린 나이에 낯선 서울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이 무렵 특유의 저음 목소리에 탄복한 작곡가 백영호씨가 맞춤형 노래를 작곡, 선물한 것이 바로 ‘동숙의 노래’였다. 당시를 잠시 회상하던 문씨에게 어느덧 40년 세월이 흘렀다고 했다.“어린 나이에 데뷔해 지금은 이렇게 변하지 않았는교. 돌아보건데 가수라는 명찰을 달고, 가슴깊이 삶을 얘기하듯이 노래해 왔지예. 신세대 노래와 비교해보면 유치할지 몰라도 말입니더.”라고 했다. 이어 “요즘에는 다 비주얼 위주가 아닝교. 화려한 치장에 춤 위주로 노래를 부르고…,(이런 노래들이)세월이 흘러도 과연 우리 가슴에 남을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해본다. 또한 “솔로보다는 그룹으로 많이 나오지예. 그러다 보면 개성을 잘 몰라예. 가수 이름인지, 노래 제목인지도 헷갈리고. 세대가 변해도 인간이 가는 인생길은 똑같은 거 아닝교.”라고 했다. 적어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배가수로서 후배에 대한 충고와 아쉬움이 동시에 담겨져 있으리라. 청평에서의 삶이 궁금했다. 스님처럼 산다는 즉답이 나온다. 조용한 곳이라 고독에 몸부림칠 때도 있지만 부처 앞에서 반야심경과 천수경을 외우며 마음을 다스린다고 했다. 가끔 친언니가 드나들면서 말벗을 해주지만 애견 네마리(꼬돌이 뽀순이 루비 등)가 자식처럼 항상 곁에 있어 위안을 삼는다.“비가 부슬부슬 올 때 허전하고 고독에 빠지죠. 그럴 때 가끔 서울로 나가 쇼핑도 하지예.”라고 했다. 혹 술친구는? “박일남씨가 ‘주란아 한잔 하자.’고 전화를 주지예. 남진씨도 그렇고요.”라고 귀띔했다. 왜 결혼을 안 했느냐는 질문에 “첫단추를 잘못 끼웠지예. 성격이 쾌활한 편이지만 만가지 복을 주지는 않았어예. 남자들한테 환멸을 느꼈다고나 할까요. 인간 문주란이 아닌 가수 문주란으로 다들 접근했심니더. 진실이 없는기라예. 오히려 혼자 있는게 편하다는 생각을 했지예.”라고 거침없이 나온다. 아울러 “기쁨과 슬픔은 마음 먹기에 달렸지예. 사랑과 미움이 종이 한장 차이 아닝교. 상대방을 이해하고 노력하면 만사 그만이라예.”라고 나름대로 불심의 경지를 피력한다. 밤무대 출연 여부를 묻자 “절대 안 나가요.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시간이 짧아요. 어떻게 하면 깨끗하게, 멋있게 가느냐가 중요하지예.”라고 목소리를 약간 높인다. 자존심인지 모르겠지만 늙어가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이기가 싫어 방송출연도 안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젊었을 적 이미지로 남고 싶은 욕망도 자신을 붙들어멨단다. 하지만 잠시 생각하더니 올해는 꼭 신곡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수 데뷔 40년을 맞기에 팬들을 위해 최소한의 보답을 해야 한다는 주위의 권유를 뿌리칠 수 없었다고 했다. 현재 작곡가 김희갑씨 등 여러 곡을 받아 검토 중이며 기왕지사 문주란이 살아 있다는, 존재의 이유를 다시 한번 드러내보이겠다는 각오다. 몸매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지 않으냐고 했더니 “소식(小食)이라예. 집에서 스트레칭을 자주하지예. 요즘에는 담배를 줄이려고 애를 쓰고 있어예.”라며 웃는다. 문씨는 부산 서면에서 비교적 부유한 집안의 6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삼촌이 한일합섬 창설멤버였다. 아버지는 한량소리를 들을 정도로 노래와 춤솜씨가 좋았다. 자식들 중 문씨가 끼를 유일하게 이어받았다. 어릴 적 서울에 올라와 고생하면서 22살에 해선 안될 사랑에 빠졌다가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기도 했다. 자신이 부른 곡 중 가장 아끼는 노래는 ‘백치 아다다’‘초우’‘동숙의 노래’‘파란 이별의 글씨’ 등 대부분 쓸쓸한 노래를 꼽는다. 한때 배호씨와도 절친해 노래를 자주 바꿔부르기도 했다며 잠시 회상에 젖어본다. 지난해 병마와 싸우는 작곡가 박춘석씨가 휠체어에 몸을 의지해 문주란 뮤즈클럽을 찾았다. 둘은 벽에 걸린 왕년의 사진을 보면서 한없이 울었다. 문씨는 이때 “선생님, 사람은 가지만 명곡은 세월이 흘러도 영원히 남아예.”라고 위로했다. 문씨는 요즘 한 템포 느리게 사는 여유가 생겼다. 시간이 허락되면 네팔 참선여행을 꼭 다녀올 생각이다. “기대하세요. 올해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좋아하는 팬들과 함께 춤과 노래의 향연을 멋있게 펼칠 생각입니더.” We팀장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부산 서면 출생 ▲중학 1학년 때 부산 MBC 노래자랑 우승 ▲1966년 2월 ‘동숙의 노래’로 가수데뷔 ■ 대표곡 ▲타인들(66년) ▲돌지 않는 풍차(67년) ▲낙조(67년) ▲카사비앙카(68년) ▲별빛속의 연가(69년) ▲주란꽃(69년) ▲백치아다다(70년대) ▲초우(70년대) ▲별이 빛나는 밤에 부르스(71년) ▲공항의 이별(72년)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해(92년) ▲굿바이 홍콩(97년) ▲이밖에 공항대합실, 공항에 부는 바람, 나하나의 사랑, 과거를 묻지 마세요, 꼭 필요합니다 등 수십곡
  • [신나는 과학이야기] 세탁용 세제 이용한 마술

    [신나는 과학이야기] 세탁용 세제 이용한 마술

    200만개의 구슬 전구로 다양한 디자인의 구조물을 채색해 환상적인 예술공간을 창조해내는 서울의 루미나리에(빛의 축제)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빛이 어둠을 밝히고 예술적 감수성을 자극하여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어둠과 빛을 이용한 실험을 집에서 즐겨보자. 첩보영화에서 흔히 보는 비밀편지를 만드는 방법은 다양하다. 산성이나 염기성 용액으로 글씨를 쓰고 지시약을 뿌려 글씨가 나타나게 할 수 있다. 레몬용액을 묻혀 문서를 만든 뒤 종이를 불로 가열하면 물은 증발하고 레몬이 묻은 부분만 타게 하는 방법도 있다. 또 탄산수소나트륨은 물을 흡수하는 성질이 강하기 때문에 물에 담그면 글씨를 쓴 부분이 먼저 드러나게 된다. 이번에는 빛을 이용한 비밀 편지를 만들어 보자. 신문 용지나 색지를 편지지 모양으로 자르거나 꾸민다. 그리고 미지근한 물에 세탁용 가루세제를 녹이고 이것을 붓에 묻혀 편지를 쓴다.10∼15분 정도 놓아두면 물이 증발하면서 글씨가 사라진다. 비눗물의 얼룩이 조금 남아 무엇인가 쓰여 있지만 보통 상태에서는 읽을 수 없는 비밀 편지가 된다. 어떻게 해야 이 편지를 읽을 수 있을까? 세제 중에는 형광물질(형광 증백제)이 포함되어 있다. 때문에 세제에 빛이 닿으면 형광물질이 청백광을 발하면서 세탁물의 밝기가 한층 나아 보여 옷의 색이 선명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보통 빛 아래에서 형광물질이 내는 빛은 다른 빛에 가려 구별하기 어렵다. 세제의 형광물질을 빛나게 하기 위해서는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짧고 에너지가 강한 눈에 보이지 않는 빛, 즉 자외선을 사용하면 된다. 편지를 들고 노래방이나 나이트클럽 같은 특수 조명을 사용하는 곳으로 가면 즉시 편지의 비밀이 밝혀진다. ‘블랙라이트’라고 하는 자외선을 방출하는 형광등으로 조명을 하기 때문이다. 일반 형광등에서도 자외선이 방출되기는 하지만 형광등 내부 표면의 형광 물질에 의해 자외선이 가시광선으로 변환되어 나온다. 가시광선으로 바뀌지 않은 여분의 자외선은 형광등의 유리가 흡수한다. 블랙라이트는 유리관에 형광물질을 바르지 않아 자외선은 그대로 통과되고, 가시광선은 검은 물질의 필터에 의해 차단된다. 때문에 눈으로 보면 아무 빛도 나오지 않는 그냥 검은 등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블랙라이트에 형광물질을 가까이 하면 형광물질이 빛을 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화장지나 속옷, 종이처럼 흰색이 선호되는 생활용품에 블랙라이트를 쪼이면 형광물질을 확인하기 쉽다. 가짜 지폐의 식별과 암석·보석을 구분할 때도 쓰인다. 하지만 블랙라이트는 강한 자외선이 방출되므로 눈으로 오랫동안 직접 보는 것은 피해야 한다. 블랙라이트를 이용한 예술도 탄생했다. 체코 프라하의 볼거리 가운데 하나가 ‘블랙시어터’라는 마임극이다. 얼마 전 방영됐던 드라마에서도 배우들이 검은 옷을 입고 특수한 형광 안료를 바른 줄인형으로 공연하는 장면을 봤다. 여러 색의 형광 팬과 형광 색지를 이용하면 집에서도 간단한 가족 연극을 만들어 볼 수 있다. 김연숙 부평고 교사
  • [14일 TV 하이라이트]

    ●스페이스-공감(EBS 오후 10시30분) ‘기억 속으로’를 부르며 우리의 기억 속에 들어온 가수 이은미가 2005년 10월 6번째 앨범을 들고 3년 만에 돌아왔다. 이번 앨범 역시 듣고 이해하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 없는, 날카롭거나 강하지 않은 음악들이 담겨 있다. 지나치지 않은, 그러나 흠뻑 빠져들 수 있는 이은미의 음악을 엿볼 수 있다.   ●인사이드 월드(YTN 오전 10시25분) 1년전 인도양에서 가장 큰 위력의 쓰나미가 발생했다. 쓰나미 공격을 정면으로 받았던 인도양의 주변국들에 지난 1년은 그야말로 고통의 시간이었다. 복구는 멀고 먼 이야기였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조차 지키지 못했다. 대재앙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다시 용기를 내어 복원과 재건에 힘쓰는 모습을 살펴본다.   ●TV쇼 진품명품(KBS1 오전 11시) 진품명품에 의뢰된 고지도 한 점. 굽이굽이 뻗은 산과 길, 마을 등을 정감 있게 묘사했는데 과연 지도에 묘사된 지역은 지금의 어느 곳에 해당하는 것일까?‘石奉書’라는 제목의 고서 세 점. 이 고서에 쓰여진 글씨가 조선 최고의 명필가 한석봉의 필체라고 하는데 과연 이 고서는 그의 진본이 맞을까?   ●성장드라마 반올림#2(KBS2 오전 8시50분) 옥림은 며칠간 집에 묶게 될 예림의 친구 유진이 집앞에서 자신을 쫓아오는 줄 알고 오해해 처음부터 유진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갖는다. 고양이를 안고 들어온 유진, 옥림은 그 고양이가 너무 귀여워 고양이에 대한 관심을 보이지만 사사건건 자신을 아이 취급하는 유진이 얄밉기만 하다.   ●MBC스페셜(MBC 오후 11시30분)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국가로 평가받는 미국. 그러나 ‘팍스 아메리카나’의 이면에도 숱한 위기가 있었다. 그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힘, 그것이야말로 오늘날까지 미국인들의 존경을 받는 위대한 대통령들의 ‘리더십’이었다. 미국인들의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서 알아본다.   ●하늘이시여(SBS 오후 8시45분) 왕모와 식사하던 예리는 앞으로 왕모에 대한 감정이 자기에게 기울거라며 그렇게 되는지 아닌지 내기를 제안한다. 그러자 왕모는 그런 예리에게 시간과 감정만 낭비할 뿐이라며 충고한다. 방송사 분장실에서 한바탕 눈물을 쏟아낸 예리는 그 길로 자경을 찾아가서는 자경에게 왕모와 사귀느냐고 따진다.
  • [쉬어가기˙˙˙] NFL 한국계 워드 한글문신

    미국프로풋볼(NFL)의 한국계 스타 하인스 워드(30·피츠버그 스틸러스)가 한글 문신을 공개했다고. 미국의 스포츠전문 주간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인터넷판은 12일 워드가 오른 팔에 ‘하인스 워드’라고 선명한 한글 문신을 새겨놓았으며, 글씨 아래 미키마우스가 대학 최우수선수에게 시상하는 하이즈만 트로피의 형상을 담고 있다고 보도.
  • 차승원 새영화 촬영현장 가보니

    차승원 새영화 촬영현장 가보니

    개인기 하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차승원. 그의 개인기에 의존한 또 한편의 영화가 제작중이다. 이미 ‘장미와 콩나물´로 TV에선 스타PD로 이름난 안판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국경의 남쪽´. 그는 이 영화에서도 어김없이 망가지려 하고 있다. 8:2 가르마에 포마드 기름을 바르고 , 제대로 부를 리 만무한 호른과 3개월간 씨름하고... 그러나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건 북한 혁명가극 재연을 위해 제작비의 10%를 쏟아붓는 장면이 전주에서 촬영 중이란다. 4월 개봉을 앞두고 막바지 작업이 한창인 ‘국경의 남쪽´ 촬영 현장을 찾아가 봤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 만세’,‘21세기의 태양 김정일 장군 만세’. 여기저기 나부끼는 불온한 플래카드들.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초상화도 나란히 걸려 있다. 등장인물들도 하나같이 김일성배지를 자랑스레 달았다. 무대 위에서 올려진 공연 제목은 ‘당의 참된 딸’. 북한이 꼽는 5대 혁명가극 가운데 하나다. 거기다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대개 인민복 차림에다 어떤 사람은 무공훈장을 왼 가슴에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다. 이만하면 경칠 일이 생길 법도 하다. 그런데 어디선가 쿡쿡쿡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4월 개봉을 앞두고 막바지 촬영이 한창인 ‘국경의 남쪽’(감독 안판석·제작 싸이더스FNH) 주연 차승원의 개인기 때문이다. 이날 촬영분의 포인트는 ‘화려하면서도 엄숙한 북한공연+탈북 직전의 긴장감’. 그런데도 잠깐잠깐 쉬는 사이 취재진이 몰려오면, 그는 설익은 깜짝 호른 연주에 농익은 너스레를 섞어 촬영장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래도 워낙 진지한 장면이라 많이 자제하고는 있다고 한다. #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가려고요.” 차승원의 역할은 평양만수예술단의 호른 연주자 ‘선호’. 북한에 연인(조이진 역)을 놔두고 탈북한 뒤 남한에서 새로운 사랑(심혜진 역)을 만난다. 그러나 북의 연인을 다시 만나게 되면서 갈등하는 역할이다. 북한을 소재로 한 영화는 이제껏 많았다. 어떻게 보면 스토리는 뻔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상황에서 오는 자잘한 에피소드들과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채워나갈 수밖에 없다. 어떻게 채울까.“이념의 상처를 안은 사랑이었다면 안 했을 겁니다. 그냥 지금 시대의 사랑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배경에만 분단이라는 상황이 놓여 있다뿐이지 보편적인 사랑을 다룬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물론 코믹한 요소도 있다.“코미디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 생각합니다. 체제와 이념이 다른 데서 오는 그런 정서의 차이, 그 정도가 되겠지요.” 그렇기에 호른 연주와 북한말을 배우는데 공을 들였을 뿐 별다른 준비는 하지 않았다 한다. 눈에 띄는 차이라면 포마드 바른 8대2가르마의 머리 정도라는 말이다.“비워놓고 흘러가는 대로” 연기하고 있다는 말은 이제 코믹흥행배우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말로도 들린다. # “신혼여행 가는 기분인데요.” 이번이 첫 데뷔작인 안판석 감독은 원래 MBC 드라마왕국에 힘을 보탠 스타PD. 그래서인지 “신인 감독일수록 대형장면 때 너무 초조해하는데 안 감독은 아주 여유있게 컨트롤한다.”(차승재 싸이더스FNH 대표)는 칭찬이 쏟아진다.‘짝’,‘장미와 콩나물’,‘아줌마’ 등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영화에 뛰어든 것도 원래 관심있던 차에 친분있던 유하 감독(‘말죽거리 잔혹사’), 김성수 감독(‘아라한장풍대작전’)의 강권(?)도 힘을 보탰다. 차승원은 물론, 촬영분량이 적은 남쪽 연인 역에 심혜진이 선뜻 나선 것도 PD시절 맺어둔 친분 덕분이다. 이런 점들을 보면 ‘초짜’감독치고는 나름대로 순탄한 길을 걸었는데도 안 감독은 불안감을 숨기지 않았다.“드라마 찍을 때는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하는 걸로 핑계삼았거든요. 그런데 영화는 그런 핑계를 댈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인지 하루하루가 더 긴장됩니다. 다 찍은 뒤 어떤 작품이 나올지 저조차도 떨립니다. 신혼여행 직전인 것 같아요.” # 제작비의 10%가 투입된 초호화 장면 촬영장소는 전주에 위치한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모악당. 한석규 주연 ‘주홍글씨’, 최민식 주연의 ‘꽃피는 봄이 오면’ 등의 촬영지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이번 영화에서는 평양대극장으로 설정됐다. 제작진은 원래 북한 현지 로케까지 생각했지만 성사되지 않아, 철저한 고증 끝에 모악당을 평양 제1의 무대로 변모시켰다. 이를 위해 북한군복 등 의상은 중국에서 실어왔고 각종 배지나 휘장, 플래카드도 준비했다. 또 1·2층 관객석을 가득 채울 평양시민과 군장성, 당간부를 위해 1300여명의 보조출연자들이 동원됐다. 여기에다 무대 위에서 공연을 펼칠 북한 가극단은 뮤지컬 ‘명성황후팀’이, 무대 바로 아래에서 연주할 평양만수예술단은 ‘전주시립교향악단’이 맡았다. 북한 가극의 원형을 되살리되 저작권 문제 등이 생기지 않도록 곡과 안무는 새롭게 다듬었다. 이러니 순제작비 50억원 가운데 10%인 5억원을 쏟아부었다는 말이 헛되게 들리지 않는다. 전주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한웅비’ 이름처럼 되길

    게리 트렉슬러 주한 미7공군사령관이 `한웅비´(韓雄飛)라는 한국식 이름을 가진 명예 경기도민이 됐다. 트렉슬러 사령관은 10일 경기도 평택 미7공군사령부에서 한·미동맹친선회(회장 서진섭) 주최로 열린 `한·미친선의 밤´ 행사에서 ‘烏山 韓雄飛 中將’이라는 붓글씨가 쓰인 세로 액자를 선물로 받았다. 한·미동맹친선회가 전 국전심사위원으로 활동했던 원로 서예가 지촌(芝村) 허룡(76) 화백에게 부탁해 트렉슬러 사령관의 한국식 이름을 지어 이를 붓글씨 액자로 선물한 것이다. 이날 행사는 미7공군사령관을 비롯해 51전투비행단 단장,8전투비행단장 등 미공군 지휘관 30여명과 한·미동맹친선회 관계자 등 모두 1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명예도민증 수여, 모범장병 시상, 미술작품 증정, 감사패 전달과 한국고전무용 공연 등의 순으로 3시간 가량 계속됐다. 서진섭(75) 회장은 “한반도의 평화유지에 역할을 해달라는 의미에서 트렉슬러 사령관의 한국 이름을 ‘공군의 영웅’이라는 뜻을 담아 한웅비로 했다.”고 설명했다.평택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고통스럽지 않게 죽어간다…” 美 탄광희생자 최후 메모발견

    미 웨스트버지니아주 톨먼스빌 탄광 매몰 사고로 목숨을 잃은 광부 가운데 몇명은 지하 갱도에 독가스가 차오르는 마지막 순간까지 가족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고통스럽지 않게 죽어간다.”는 내용의 메모를 남긴 것으로 전해져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AP 통신에 따르면 탄광 감독으로 다른 12명의 광부와 함께 매몰된 마틴 톨레르 주니어(51)는 “저세상에서 모든 사람들을 보겠다고 전해줘. 그리 나쁘지는 않아. 난 그저 잠들고 싶어. 사랑해.”라고 적은 메모를 남겼다. 그는 평소 바지 주머니에 꽂고 다니던 보험가입 신청서에 볼펜으로 이같은 내용의 메모를 남겼다. 30년 동안 탄광에서 마틴과 함께 일한 형 톰은 동생의 글씨가 “매우 가늘고 엉성하게” 쓰여 있는 점으로 미뤄 생명이 꺼져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메모를 남긴 것으로 보인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한 희생자 유족은 마틴의 메모 외에 최소 4개의 메모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희생자 프레드 웨어 주니어(59)의 시신에서는 메모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가족들은 함께 숨진 아버지의 동료들이 “당신 아버지는 고통을 받지 않았다.”라고 적은 메모를 남겼다는 말을 부검의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한편 매몰된 광부 중 유일하게 목숨을 건진 랜들 매코이의 아버지는 아들이 생명을 건진 것은 숨진 동료들이 가장 젊은 아들에게 동료애를 발휘한 덕분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그는 숨진 광부들이 평소에 모두 형제처럼 지냈다며 2명의 어린 자녀를 둔 랜들에게 비상용 산소를 양보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금둥이’ ‘굶둥이’ 양육 양극화] 1장4만원 기저귀…명품 치장·영어유치원 필수

    [‘금둥이’ ‘굶둥이’ 양육 양극화] 1장4만원 기저귀…명품 치장·영어유치원 필수

    “하나밖에 없는 내 아이, 아까울 게 있나요.” 지난해 우리나라 여성의 합계출산율은 1.16명. 여성 100명이 평생 낳는 자녀의 총합이 116명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자녀를 한명만 낳아 기르는 것이 사회의 커다란 흐름으로 굳어지고 부모의 관심과 경제능력이 이들에게 집중되면서 어른 사회의 양극화 현상이 어린이 세계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 아현동에 사는 이햇님(36)씨는 유모차를 두번이나 구입했다.30만원짜리 국산 제품을 썼지만 울퉁불퉁한 길에 다닐 때면 아기 머리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40만원을 훌쩍 넘는 외제 유모차를 다시 샀다. 이씨는 아기 건강을 생각해 일회용 기저귀 대신 면기저귀를 빨아서 사용한다.1장에 무려 4만원이나 하는 유기농 면기저귀다. 음식 재료 역시 유기농만 고집한다. 이씨는 “외로움보다 가난을 물려주는 게 죄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 애 같은 20개월짜리한테 1000만원짜리 책 세트를 사주는 엄마도 있는데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 중곡동에 사는 차진영(28)씨도 비슷한 생각이다. 아이 옷은 특정 명품 브랜드를 고집하고 몇십만원짜리 책을 사주는 데도 돈을 아끼지 않는다. 영어 유치원은 물론 초등학교 때 해외 연수도 필수적으로 시킬 계획이다. 기대와 정성이 아이에게 집중되면서 심각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인 장세아(가명·10)양은 지난 3년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엄마가 외동아이인 장양에게 기대하고 집착하는 정도가 너무 심했다. 평일에는 바이올린, 피아노, 영어는 물론 종이접기 학원까지 하루에 3∼4곳의 학원을 다녀야 했다. 주말에는 엄마와 함께 재즈댄스, 붓글씨 등을 배우러 다녔다. 장양은 엄마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거짓말을 밥먹듯 하기 시작했다. 성적을 속이고 반장이 되지도 않았으면서도 거짓말을 해 부모를 무려 3개월이나 속였다. 학교에서는 100평짜리 아파트에 산다며 친구들을 속였다. 연세누리신경정신과 이호분 박사는 “정신과 상담을 받는 아이들 절반 정도가 부모의 과도한 기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서 “외동아이들의 경우 문제 있는 빈도가 높다.”고 말했다. 주부 이모(32)씨는 6개월 전 딸아이의 돌잔치를 집에서 직접 치렀다. 이씨는 “강남의 1000만원짜리 돌잔치는 남의 얘기일 뿐”이라면서 “지금도 이렇게 차이가 나는데 나중에 아이가 더 크면 어떨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아이를 유치원 대신 지역 문화센터나 스포츠단에 데리고 다닌다는 서모(33)씨는 “아이가 한명인 부모라고 다 좋은 유치원에 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소득 수준에 따라 자녀 수도 달라지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주부 강모(29)씨는 “아이 하나도 벅차서 영어 유치원 같은 건 꿈도 못꾼다.”면서 “반면 한의사인 형님네는 애를 둘이나 낳고도 50만원짜리 명품 옷을 척척 사준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 김승권 저출산고령정책연구본부장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유층에서는 둘째는 물론 셋째아이까지 낳는 경우가 많다.”면서 “자녀 양육에 대한 비용이 자녀 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는 것으로 자칫 자녀의 수에서도 양극화에 따른 불균형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2006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아빠의 워드프로세서 3급 자격증/최지운

    내일은 아빠와 제가 함께 시험을 보아요. 옆집에 사는 언니가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워드프로세서 시험이 있거든요. 그런데 창피하게도 아빠는 저보다 급수가 낮은 3급을 본답니다. 저는 2급을 보는데 말이에요. “알트(Alt)키와 엔(N)키를 함께 누르면?” “새 문서가 펼쳐지지.” “인쇄할 때 누르는 단축키?” “아빠를 무시하니? 알트키 더하기 P키잖아.” “이건 모를 걸. 컨트롤(Ctrl)키와 브이(V)키를 동시에 누르면?” “어, 뭐더라. 오려두기인가?” “붙이기잖아, 아빠. 어떻게 나보다 더 몰라.” 솔직히 저는 아빠가 틀리길 바랐어요. 그래야 우리 선생님처럼 아빠에게 혼낼 수 있거든요. 아빠는 제가 수학 시험에서 20점을 받아 선생님에게 혼날 때처럼 잔뜩 움츠린 표정으로 절 바라보고 계셨어요. 그걸 보곤 겉으론 화가 난 척했지만 속으론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 하지만 아빠는 머리를 긁적이며, “미안하다.” 라고 말씀하셨어요. 엄마는 제 20점짜리 수학 시험지를 받아도 언제든 웃으시며, “다음엔 잘 하거라.” 라고 자상하게 말씀해주세요. 저도 감히 어머니 흉내를 내어 보았어요. “내일 시험은 잘 보세요, 아빠.” 아빠는 웃으시며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절 ‘던킨 도너츠’ 매장으로 데리고 가셨어요. 한 개씩 틀릴 때마다 도너츠 한 개씩 사주기로 했거든요. 그 날 전 도너츠 5개를 먹고도 4개나 더 남겼답니다. 아빠는 컴퓨터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세요. 저는 컴퓨터로 밤마다 친구들과 만나 ‘카트라이더’도 하고 컴퓨터로 일기도 쓰고, 컴퓨터로 재미난 만화도 보는데 말이에요. 이메일도 없으세요. 언제는 아빠 회사 부장님께 급하게 보내야 하는 서류라며 저보고 타이핑해서 메일로 보내달라고 부탁하셨어요. 마침 ‘카트라이더’가 잘 되고 있어서 루찌를 한참 벌어들이고 있는 참이었는데 말이에요. “어떻게 나보다 컴퓨터를 더 몰라?” 이렇게 화를 내고 말았어요. 그런데 정작 아빠는 꿀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계시는데 오히려 엄마가 절 크게 나무라셨답니다. “좋아, 나도 세미 따라 이번에 시험 보겠어.” 아빠가 워드프로세서 시험을 보기로 결심하신 건 한 달 전쯤이에요. 제가 컴퓨터반 친구들과 시험을 보겠다고 했더니 그런 말씀을 하신 거였어요. “여보, 부장님께 또 소리 들으셨어요?” “자꾸 나보고 컴맹이라고 놀리잖아. 반드시 따서 부장의 코를 납작하게 해 줄 거야.” 그래서 그 날부터 아빠는 저의 학생이 되었어요. 공부를 지지리도 못하는 학생이었어요. 하지만 덕분에 도너츠는 배가 터지게 먹을 수 있었답니다. 아빠는 저보다 한 시간 일찍 시험을 보세요. 그래서 저와 헤어져 먼저 시험장에 들어가셨어요. 아빠는 제 또래 아이들과 함께 앉아 제 앞에서처럼 땀을 뻘뻘 흘리며 겨우 두 손가락으로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고 계시겠지요? 그래도 시간 안에 다 치고 나오셔야 할 텐데. 그런데 시험장을 나오시는 아빠의 표정이 밝아요. 시험을 잘 보신 모양이에요. 안타까워요. 도너츠를 더 이상 얻어먹지 못하니까요. 하지만 더 이상 아빠가 부장아저씨께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될 것 같아 기쁘답니다. 아빠는 자격증을 항상 지갑에 넣고 다니세요. 그리고 수시로 열어보면서 흐뭇해하신답니다. 이젠 귀찮게 메일 보내달라고 부탁하지도 않아요. 제 컴퓨터에서 문서를 친 다음 아빠의 이메일로 보내신답니다. 며칠 전부터는 저한테 ‘카트라이더’도 배우셔서 PC방에서 함께 게임을 하기도 해요. 친구들은 그런 저를 부러워한답니다. 친구 아빠들은 게임한다고 화부터 내신대요. 비록 아빠랑 같이 하면 질 때가 더 많지만요. 전 아빠랑 게임할 때가 제일 즐겁습니다. 늦은 밤, 아빠가 술에 잔뜩 취해서 들어오셨어요. 아빠는 술을 잘 못 마시는데 말이에요. 엄마도 놀라서 물어보셨어요. “왜 이리 많이 마신 거예요? 무슨 괴로운 일 있으세요?” “나만 살아남았어, 나만. 다 잘렸어.” 그리곤 엉엉 우셨어요. 한 번도 저한테 우는 모습을 보여주신 적이 없는 아빠였거든요. 엄마가 말씀해 주셨는데 이번 인사 때 아빠의 부하직원들이 다 잘리셨대요. 아빠만 유일하게 빠지셨구요. 아빠는 미안한 마음에 직원들과 못 마시는 술을 실컷 마셨대요. 한동안 아빠의 표정엔 먹구름이 가득했어요. 저랑 PC방에 같이 가지도 않으셨어요. 예전엔 혼자 ‘카트라이더’를 해도 재밌었는데 아빠랑 같이 한 뒤론 혼자하면 무지 재미가 없어요. 그러다 아빠가 문방구에서 엽서를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키셨어요. 엽서를 사서 갖다드리자 하루 종일 거실에서 엽서를 쓰시고 계셨어요. “아빠, 밥 먹어.” 아빠가 식사하시는 틈을 타 전 몰래 식탁에서 빠져나와 거실로 향했어요. 아빠가 엽서에 무엇을 그렇게 열심히 쓰시는지 궁금했거든요. 무척 낡아 보이는 만년필 옆으론 제가 사온 엽서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어요. 맨 위에 있는 것을 펴보았어요. ‘진대리, 그동안 수고 많았네. 어딜 가든 대진물산과 동료들을 잊지 말고 하는 일마다 번창하길 빌겠네. 그동안 고마웠고 또한 미안하네.’ 다른 엽서들도 내용이 다 비슷했어요. 받는 사람의 이름만 달랐구요. 그래서 고생하시는 아빠를 도와드리려고, “아빠, 내가 컴퓨터로 대신 쳐줄까?” 라고 말했답니다. 그러자 아빠는, “아니, 나도 이젠 칠 수 있는 걸.” 하고 조용히 말씀하셨어요. 맞아요, 아빠도 당당히 워드프로세서 3급 자격증을 갖고 있는데. 제가 그만 깜빡했어요. 그래서 대신 아빠가 쓴 엽서를 학교 앞에 있는 우체국에 갖다드리기로 했어요. “어머나, 글씨가 참 예쁘네. 정말 너희 아빠가 쓰신 거니?” 엄마가 주신 용돈을 저금할 때 자주 찾아가는 우체국 언니가 아빠의 엽서를 보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글씨를 잘 쓰신 건가? 잘 모르겠지만 아빠를 칭찬하는 말이라 기분이 좋아서 그렇다고 대답했어요. “아빠가 이러니 너도 글씨가 참 예쁘겠다. 니 얼굴처럼.” 집에 돌아와서 엄마에게 제 노트를 보여주며 물어보았어요. “엄마, 나도 아빠처럼 글씨 예쁜 거야?” 엄마는 빙그레 웃으시며 말씀하셨어요. “좀 더 정성껏 써야 되겠구나.” 속상했어요. 우체국 언니가 아빠 글씨 칭찬해 준 것처럼 엄마도 내 글씨를 칭찬해주기를 바랐거든요. “엄마, 나도 어떻게 하면 아빠처럼 글씨 예쁘게 쓸 수 있어?” “너도 아빠처럼 연필로 글을 써보렴.” “그러면 나도 잘 쓸 수 있어?” “그럼.” 그날 전 아빠한테 일기장을 사달라고 졸랐어요. 그래서 아빠는 마시마로가 귀엽게 웃고 있는 스프링노트를 사 주셨어요. 전 거기에다 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왜 컴퓨터에다 안 쓰니?” “나도 아빠처럼 예쁜 글씨를 쓸 거야. 아빠도 옛날처럼 다시 펜으로 써.” “그럼 부장아저씨한테 혼나.” “부장아저씨 되게 못 됐다.” 아빠는 말없이 제 머리를 쓰다듬으며 밝게 웃으셨답니다. 최지운
  • [사진으로 본 전통의 숨결] 한지공예와 지승장(紙繩匠)

    [사진으로 본 전통의 숨결] 한지공예와 지승장(紙繩匠)

    우리 선조들은 한지를 오랜 옛날부터 실생활 속에서 다양한 용도로 활용해왔다. 한지 공예도 그 중의 하나다. 한지 공예의 바탕이 되는 제지(製紙)기술은 삼국시대에 불교와 함께 한반도에 들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 고유의 한지(韓紙)는 닥나무를 원료로 만든다. 지질이 엷으면서도 부드럽고 질긴 특성이 있다.“지천년(紙千年)견오백(絹五百)”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처럼 종이는 여러 겹 붙이면 화살도 뚫지 못할 정도로 질기고 견고해 한지 공예에 활용됐다. 한지공예는 안방의 살림살이 가운데 특히 여성들이 사용하는 생활용구를 만드는 데 주로 활용됐다. 이는 한지의 부드러운 질감이 여성들의 정서에도 잘 맞았기 때문일 것이다. 한지공예는 크게 색지(色紙)공예, 지승(紙繩)공예, 지호(紙糊)공예 등 세 갈래로 나뉜다. 지승공예는 종이를 좁고 기다랗게 오려 손으로 비벼 종이끈을 만든 뒤, 이것을 엮어 여러 가지 생활용품을 만드는 공예다. 지호공예는 종이를 물에 불린 뒤 풀을 고루 섞어 절구에 찧어 만든 종이점토로, 그릇이나 가면 등을 만드는 공예 기법이다. 한지로 만들 수 있는 작품으로는 색지상자, 반짇고리, 패물상자, 색실상자, 고비, 연상, 예단함, 부채, 붓통, 갓집, 지통, 색실첩, 동고리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한지공예는 자연미와 실용미가 결합된 환경 재활용 공예품이라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종이가 생산도 적게 되고 비싸기도 해서 대단히 귀한 물건이었다. 따라서 일반 서민들은 문살에 바르고 남은 창호지 따위의 버려진 종이를 모아 갖가지 소품을 만들었다. 못 쓰게 된 서책을 뜯어 손으로 꼬아 ‘노엮개’라는 끈을 만들고, 조각 종이를 겹겹이 붙여서 그릇 등의 유지(油紙)제품을 만들었다. 폐지 재활용 측면이 강조된 부분이다. 한지가 공예품의 소재로 등장되면서 장식을 위한 다양한 색상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고대로부터 전해온 음양오행 사상에 근거한 적, 청, 황, 흑, 백의 전통 색채문화는 생활 속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요소로 사용되었다. 또 여러 가지 색깔의 한지로 다양한 문양을 파서 공예품을 장식했는데, 목기나 나전칠기품이 갖지 못한 담백하고 화려한 멋을 문양과 함께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이다. 한지는 우리 민족을 닮았다. 작은 충격에도 쉽게 구겨지고 찢어지고 상처를 받는다. 반면에 두드릴수록 탄탄해지고 모일수록 질겨지며 공을 들이면 명품(名品)으로 완성되는 모양이 마치 우리네 민족성처럼 느껴진다. 이처럼 우리 고유의 색과 문양을 사용하여 만드는 한지 공예에는 민족의 뚜렷한 개성이 녹아 있다. 글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무형문화재 지승장 최영준씨 “씨줄·날줄 한지로만 해야”“원래는 씨줄과 날줄을 모두 한지(韓紙)로만 해야 합니다.” 지승공예가 최영준(55·여)씨는 요즘 와서 날줄로 매듭실을 사용해 만드는 제품이 못마땅하다. 최씨가 지승공예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73년. 결혼과 함께 충남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였던 시조부(김영복·1986년 작고)로부터 관련 기법을 배웠다. “정갈한 마음으로 노엮개를 해야 한다.”며 항상 나무라기만 하시던 시할아버지.“눈치보며 노엮개를 배운 기간이 족히 5년은 될 거예요.” 그래도 힘들게 배운 덕에 솜씨를 인정받아 그녀도 1986년 대를 이어 인간문화재로 지정받았다.“할아버지는 말년에 의식이 없으신 상태에서도 노엮개를 흉내내시며 뭔가 제게 자꾸 주는 시늉을 하셨어요.” 붓글씨가 쓰여진 한지를 찢어 노엮개를 엮어내고 있는 그녀는 지금 장인(匠人)의 맥을 한올 한올 잇고 있는 것이다.
  •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당선작] 블랙홀/김미정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당선작] 블랙홀/김미정

    ●블랙홀/김미정 등장인물 광식 정애 남자 가인 등을 들고 있는 아이 인철 그 밖의 배우들 각 에피소드들의 시간적 배경은 같다. 에피소드 1 전체 무대는 1,2층의 구조로 되어 있다.2층은 오랜 병원생활을 했음을 짐작하게 해 주는 병실의 내부가 있다. 병실에는 환자용 침대와 보호자용 침대가 있고 침대를 바라보며 유리창이 있다. 유리창 밖으로는 도시의 풍경이 보인다. 양끝으로는 줄을 연결해서 빨래를 걸어 놓았다. 한쪽에는 1층으로 내려오는 계단이 있고 그것은 병원 비상계단의 모습이다. 침대 옆에는 인공호흡기와 심장모니터기가 놓여져 있다.1층은 어느 산동네를 연상케 하는 배경들이 있고 계단의 정반대쪽에는 지하철 입구의 표시가 그려져 있다. 계단의 앞쪽으로는 벤치가 있고 그 벤치 옆에는 어느 노숙자가 놓고 간 듯한 신문지들과 소주병들이 나뒹군다. 멀리서 들리는 소리, 얼핏 들으면 기차소리와도 같은 규칙적인 소리.2층의 무대가 조금 밝아지면서 기차소리는 심장 모니터기의 소리로 바뀐다.2층의 무대가 완전히 밝아지면 모니터의 소리는 잦아들고 보호자용 침대에 앉아서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광식의 모습이 보인다. 유리창 밖에는 어깨에 끈을 매단 남자가 유리창을 닦는다. 유리창을 닦다가 소주를 꺼내어 마신다. 광식의 앞에는 먹던 중이었던 김치그릇과 밑반찬 그릇들 그리고 밥그릇이 있다. 나머지 두 침대는 비어있다. 광식:(입맛을 다시며)거 참 맛있겠네. 저 양반 저거 세상을 아는 양반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소주 한 병 사오는 건데.(혼잣말로)거 혼자만 잡숫지 말고 나눠 먹읍시다.(먹던 밥을 계속 먹는다.) 남자가 유리창을 두드리더니 소주병을 내민다. 광식:한 잔 주시게요?아이고 그럼 나야 고맙지요. 유리창 남자가 소주를 따르는 시늉을 한다. 광식이 술잔을 받는 시늉을 한다. 광식:(마시는 시늉)원샷! 캬! 안주는? 안주도 줘야지. 남자가 씩 웃는다. 광식:사람 참 싱겁소. 남자도 하!웃는 모양. 그러고는 유리창을 닦는다. 광식:하, 취한다.(침대의 이불을 젖히니 아이가 반듯이 누워 있다. 광식이 아이의 몸을 옆으로 돌려서 등을 문지른다)우리 딸입니다. 예쁘죠? 메리 크리스마스! 오늘이 예수님 귀 빠진 날이래요. 뭐 대단한 양반인지는 몰라도 병원 전체가 들썩들썩 합니다. 우리 병실 환자들은 모두 외출을 나갑디다. 세상을 구원하신 독생자 그리스님인지 놈인지 덕분에 오랜만에 조용하고 좋수.(등을 문지르다가 손을 동그랗게 하고 두드린다.)하나요, 할머니가 지팡이 들고서 달달달, 둘이요, 두부장수 두부를 판다고 달달달, 셋이요, 새 각시가 빨래를 한다고 달달달. 광식이 부르는 노래의 반주와 함께 빨간 등을 든 여자아이가 등장해서 1층의 무대를 돌아다닌다. 아이가 작은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남자가 내려다보고 있다. 아이:(가만히 서서)아빠!일곱은 뭐라고 그랬죠? 남자가 뭔가를 이야기하는 듯하지만 들리지 않는다. 유리창을 두드린다. 광식이 쳐다본다. 남자가 손가락 일곱 개를 유리창에다 댄다. 광식:일곱이요. 일본 놈이 순찰을 돈다고 달달달! 아이:아!(아이가 다시 노래를 부르면서 무대를 돌아다니다가 퇴장한다.) 광식:(아이의 등에 베개를 대주고 이불을 덮어주면서 남자를 빤히 쳐다본다.)우리가 언제 한 번 본 적이 있죠?(유리창에 입김을 불어서 글씨를 쓴다.‘나 몰라요?’큰 소리로 입 모양이 보이게)초등학교 어디? 난 초등학교 다닐 때까지는 공주에서 살다가 중학교 올라가면서 서울로 이사 왔는데…. 고향이 공주?아닌가?아무튼 형씨 인상 한 번 좋수다. 어쩌다 이런 일…. 뭐 오해는 마슈. 위험하니까. 이런 일 하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잘 될 거요. 인상 보면 알지.(아이를 쳐다보며)우리 애는 십 년째 이러고 누워 있어요. 교통사고를 크게 당했거든.(사이)원무과에서는 석 달에 한 번씩 청구서가 나옵니다. 일년 만에 집 날리고 벌써 팔 년 짼데 뭐가 남았겠습니까?지금은 월세 낼 돈도 없어서 병원에서 살아요. 뭐 그런 얘기를 밥 먹으면서 하냐고 그러겠지만 어쩌겠습니까. 이게 현실인걸. 만날 울고 짠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니까. 그냥 하루하루 간신히 넘기는 거죠. 하루의 끝은 웃으면서 보내려고 해요. 그게 살아남는 방법이죠.(한숨을 쉬며)그래도 하루에도 몇 번씩 울화가 치밀어요.(조금 작은 소리로)이건 형씨한테만 하는 말인데요. 처음에는 살아준 것만으로도 고맙더니 딱 일년이 지나니까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길어야 삼년이겠지. 웃기죠?딱 일년 만에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내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걸 우리 마누라가 알면 난리 날 겁니다. 긴병에 효자 없죠?맞습니다. 부모라면 벌써 포기했을 겁니다. 자식이니까 붙들고 있는 겁니다.(큰소리로)진짜 나 몰라요?(한참의 사이 후 고개를 숙인다. 어깨를 들썩인다. 다시 한참의 사이를 두고 고개를 든다.)제길, 소주 한잔에 취했네. 다 잘 될 거요.(사이)그거 하면 하루 얼마나 줍 니까? 남자가 유리창에다 손가락을 대고는 여섯, 다섯, 넷, 셋, 둘, 하나를 세더니 칼을 꺼내어서 줄을 끊는다. 순식간에 남자가 사라진다. 광식:어?(광식은 잠시 아무 움직임이 없다가 주머니에서 전화를 찾는다.)씨!지가 왜 죽어. 죽을 놈이 누군데.(한참 만에 전화를 찾는다. 떨리는 목소리로)저 여기 13층인데요.(사이)네?병원(사이)한영병원요. 사람이 떨어졌어요.(사이)아니 안이 아니고 밖인데요. 그러니까 그 사람이 누구냐면…유리창을 닦는 사람인데…. 인상이 좋고…. 어디서 많이 본 것도 같고…. 저 위 동네에 사는…. 헉!(갑자기 입을 막는다. 전화를 놓친다.) 광식이 정신없이 병실을 빠져나가 비상계단으로 내려간다. 머리를 벽에다 반복해서 박는다. 무언가 모를 괴로움에 몸부림을 친다. 그러다가 미친 듯이 웃는다. 한참 만에 다시 병실로 돌아온다. 아이를 바라보고 유리창 밖을 바라본다. 두 손바닥을 유리창에다 댄다. 이제부터는 모든 행동이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아이의 호흡기 전원을 끈다. 호흡기 소리가 점점 잦아들다가 멈춘다. 침대 위 아이의 몸이 위로 한 번 뛰었다가 털썩 내려앉는다. 심장모니터의 박동소리가 완전히 멈춘다. 광식의 몸이 털썩 밑으로 내려간다. 무대가 서서히 어두워진다. 광식의 손바닥 자국이 드러난다. 소리:2005년 12월25일 서울의 모 병원에서는 인공호흡기를 달고 생명을 유지하던 15세 김모 양의 아버지가 아이의 인공호흡기를 떼어내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김모 씨는 병원 소각장에서 아이의 신발을 태우다가 붙들렸습니다. 김모 양은 지난 1998년 교통사고를 당해 그 이후로 계속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서 살아왔던 걸로 밝혀졌습니다.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아이의 목숨마저 끊어버리게 된 김모 씨는 현재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씨의 다른 가족으로는 아이의 어머니 최모 씨와 8세의 아들이 있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김씨는 아내 최모 씨에 의해 경찰에 신고 되었다고 합니다. 같은 날 김모 양의 병실 밖에서는 병원의 유리창을 닦는 강모 씨의 추락사가 있었습니다. 강모 씨의 주머니에는 마시다 만 소주병이 있었고 리프트의 한 쪽에는 분골함으로 보이는 상 자에 하얀 재가 반쯤 들어 있었습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아 한층 들뜬 분 위기의 한 쪽에는 이런 어두운…. 암전 에피소드 2 빗소리와 함께 무대가 밝아진다.2층 무대의 소품들은 여전하다. 정애가 지하철 입구를 통해 밀고 다니는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들고 등장하고는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더니 그냥 그 자리에 선다. 주머니에서 수건을 꺼내어서 닦는다. 남자가 벤치에 앉아 있다가 정애가 있는 곳으로 온다. 정애:(남자를 힐끗 보더니)크리스마스에 눈이 안 오고 비가 오네요. 남자가 쭈그리고 앉는다. 정애도 쭈그리고 앉는다. 정애:(남자를 바라보며)묘한 기분이 들어요. 남자:…. 정애:(천천히 고개를 돌리며)나 좀 봐 주책이야. 남자가 담배를 피운다. 정애:(가방에서 칫솔을 꺼낸다. 혼잣말로 연습한다.)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학교에서나 공부하시느라 살림하시느라 일하시느라 얼마나 스트레스가 많으십니까. 오늘 제가 가지고 나온 물건은 여러분의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해소시킬 수 있는 건강 칫솔입니다. 이 건강 칫솔은 아이에스오 9002 인준을 받은 칫솔모를 사용한 칫솔로서 여러분의 이와 잇몸의 구석구석까지 들어가서 찌꺼기와 치석을 제거해 줄 것입니다. 몇 달이 지나도 칫솔모가 상하지 않아 칫솔을 자주 바꾸실 필요가 없습니다.(남자를 쳐다보며)한영병원 1002호에 입원해 있는 가인이를 아시죠? 제 딸이에요. 남자:(그제서야 고개를 돌려서 정애를 본다) 정애:그동안 잘 지냈어요? 남자:…. 정애:당신, 많이 늙었네요. 남자:…. 정애:먹고 살만 하시면 칫솔 두 개만 사주세요.5천원이에요. 이 칫솔은 아이에스오 9002를 인정받았어요. 그게 뭔지 아시죠? 남자가 주머니에서 5천원을 꺼내서 정애에게 준다. 정애가 남자에게 칫솔을 준다. 정애:우리 가인이는 저 혼자 이빨도 못 닦아요. 그래서 칫솔도 필요 없죠.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무대 가운데로 간다. 뒤돌아서 정애를 바라본다. 남자:봉천동 산27번지에 사는 소영이는 어제 바다에 뿌려졌습니다. 며칠 전에 돌에 깔려서 죽었거든요. 그 아이도 이제 칫솔은 필요없을 겁니다. 정애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남자:가인이는 오래오래 살길 바랍니다. 정애가 남자에게 달려들어 옷을 잡고 흔든다. 남자와 정애의 몸싸움. 슬프고도 정열적인 음악이 흐른다. 얼핏 보면 두 사람이 춤을 추는 것 같다.2층 병실로 검은 옷을 입은 조폭이 등장한다. 쇠방망이를 들었다. 조폭:으메 씨벌, 병실 한 번 좋구마잉, 으메 씨벌, 돈 빌려준 놈은 지 엄니 병원비도 없어서 집구석에서 다 돌아가시게 생겼는디 돈 빌려간 놈은 지 자식을 번듯하니 이런 큰 병원에다 모셔두고 있어 잉?니들이 사람이여?개, 돼지만도 못한 것들 아녀 이것!씨발!(방망이를 한 번 내리친다) 정애:병원비가 없어서 사채를 썼어. 갚은 이자만으로도 원금을 까고도 남는데 이 새끼들이 이자가 한달만 밀려도 병실로 찾아오네. 아이의 아빠가 작업복을 입고 1층으로 등장한다. 같은 복장의 배우들이 방망이를 들었다. 광식:이 집은 재개발 지역 내에 있습니다. 나 난 이, 이렇게까지 하긴 싫어요. 어서 어서들 나가세요. 안, 안 그러면 가만 두지 않겠어. 어, 어서 나가!셋을 셀 거야. 하나!둘!씨발 나가요!셋!(방망이를 치켜든다.) 배우들이 같이 치켜든다. 남자:봉천동 산 27번지 재개발 지역. 거기서 살고 있는 사람들. 조폭:울 엄니도 몇 년째 똥오줌 받아내고 있다니까. 니 자식만 자식이고 울 엄니는 늙었응께 고만 돌아가시라 이거여 뭐여!잔말 말고 돈 내놔!안 그러면 자식이고 뭐고 없응께. 인철이가 피에로 분장을 하고 등장한다. 남자와 정애는 본격적으로 춤을 춘다. 광식:인철아!이 자식 여기 있었구나. 나 좀 살려주라!이게 사람이 할 짓이 아니야. 난 못 하겠다. 내가 그 돈은 꼭 갚을게. 인철아. 나 좀 놔 주라. 내 이 손으로 우리 엄니같은 노인네 허리를 치고 머리를 잡고 집에다 불을 지르고 그랬다. 야!인철아!나 좀 ! 인철:아직 먹고 살 만한가 보구나, 니가. 알아서 해. 광식:야, 우리가 불알친구 아니냐. 이 자식아. 인철:어렵게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생각해. 자식을 생각하라고. 광식:인철아. 나 이제 이 짓 못하겠다. 나 좀 봐주라. 인철:야 이 자식아. 일할 사람은 많아. 너 당장 돈 갚을 수 있어? 광식:내가 벌어서 갚을게. 인철:오다가 떨어져서 말이야. 니가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나도 곤란해져. 이쪽 사람들이 얼마나 무서운 지는 알지? 광식:그래도 난, 난 못해. 인철:이 자식아. 그럼 돈을 가져와. 광식:으으으으으! 인철:쉽게 생각해. 아이의 호흡기 소리가 거칠어진다. 음악이 고조되면서 2층 병실의 조폭과 1층의 광식과 다른 배우들이 방망이를 휘두르고 정애와 남자가 무대를 빙글빙글 돈다. 배우들의 모습은 마치 무협영화의 한 장면 같다. 정애:있는데 안 주는 것 아닌데. 조폭:그려? 갚을 능력이 없으면 몸으로라도 때워야지. 아줌니 아직 탱탱하구마잉. 남자:일곱 살 난 딸이 집 마당으로 뛰어들다가 돌에 깔려 죽었네. 정애:그럴게요, 그럴게요, 제가 가서 일해 드릴게요. 빚만큼 일해 드릴게요. 제발 가주세요. 조폭:오메, 이렇게 쉬운 길이 있었는데 괜히 힘써 부렀네. 현란한 조명이 무대 전체를 채우고 이어서 공사장의 먼지 같은 희뿌연 연기가 무대를 가득 메운다. 무대에 탬버린 소리가 울린다. 연기가 걷힌다. 화려한 옷을 입은 정애가 탬버린을 치고 있다. 정애는 노래를 부른다.2층의 유리창 밖으로 어깨에 끈을 매단 남자가 유골함에서 하얀 재를 허공에 뿌린다. 조명이 서서히 암전된다. 에피소드 3 웨딩마치 흐르면서 무대가 밝아지면 2층의 무대에는 하얀 천이 내려와져 있다. 무대의 곳곳에는 두 사람이 올라갈 수 있는 단들이 있고 단위에 사람들이 둘씩 앉아 있다. 그들은 모두 광식과 정애다. 첫번째 단 광식:오늘은 입질이 영 시원찮네. 정애:아이 재미없어. 광식:그러게 왜 따라왔어. 정애:집에 있어도 재미없어. 광식:그러셔?가인이는? 정애:아까부터 곯아 떨어졌어. 텐트 치고 잔다고 좋아하더니. 당신은 낚시가 그렇게 좋아? 광식:그러엄. 정애:우리보다도? 광식:그러엄. 정애:치, 그럼 왜 결혼했냐? 평생 혼자 낚시나 하고 살지. 광식:니가 결혼해 달라고 하도 쫓아 다녀서 할 수 없이 했다. 정애:뭐야?내가 언제? 광식:물고기 머리냐? 정애:하이구 그러셔?그래서, 그래서 후회해? 광식:글쎄에. 정애:이이가 정말.(광식을 꼬집는다.) 광식:아야!조용히해. 물고기들 다 도망간다. 정애:똑바로 말하란 말야.(또 꼬집는다.) 광식:아야. 왜 이래 마누라. 똑바로 말하면 잡아먹으려고? 정애:뭐야? 광식:하하하. 두번째 단 정애:방송국에서 우리 가인이를 찍어간대. 광식:그래?방송국에서 어떻게 알고? 정애:간호사들이 편지를 써 줬대. 광식:정말? 세번째 단의 배우들이 플래시를 터트린다. 정애:아이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워요. 광식:가끔씩 눈을 맞추고 울기도 합니다. 정애:가인아. 어서 일어나서 엄마랑 밖에 나가 놀아야지. 광식:(얼굴을 찌그러트리고 입을 크게 벌려서 운다.) 정애:그럴 땐 우리말을 알아듣는 것 같아요. 그럼 가인이가 곧 일어날 것 같아요. 광식:(정애의 등을 두드린다.)두 시간에 한 번씩 체위를 바꿔주고 등을 이렇게 두드려 줘야 합니다. 정애:가래도 뽑아줘야 하고요. 낮에는 어머니가 와 계시고 밤에는 우리가 교대로 하죠. 낮에는 돈을 벌어야 하니까요. 정애와 광식의 역할을 바꾸어 정애가 광식의 등을 두드린다. 광식:가장 필요한 거는 역시…. 정애:(얼른)아이의 병원비를 석 달에 한 번씩 계산해야 해요. 셋째 단의 배우들이 플래시를 터트린다. 세번째 단 정애:밑 빠진 독에 물붓기지. 벌써 통장이 바닥났어. 광식:인수가 걱정이야. 정애:왜? 광식:장모님이 병원으로 데리고 왔어. 정애:그래서? 광식:데리고 가서 자장면을 사줬는데, 아이가 이상했어. 정애:이상해? 광식:자장면을 먹다가도 눈을 깜빡하고 얘기도 잘 하지 않고 그저 눈만 깜빡거렸어. 정애:하도 오랜만에 보니까 낯설어서 그랬겠지. 광식:그게 아니야. 정애:그럼, 아이한테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야? 광식:장모님이 그러는데 신경증 증세가 있대. 정애:뭐? 광식:우리가 잘 돌봐주지 못해서 그래. 태어나고 얼마 있지 않아 가인이가 그렇게 되고…. 아무리 장모님이 신경 써 줘도. 정애:그래서 엄마가 잘 못 돌봐서 그런단 거야? 광식:이 사람이!누가 그렇대? 정애:그럼 뭐야, 그럼 뭐냐고. 광식:으이구, 왜 억질 부려. 내가 뭐라고 했다고. 정애:몰라. 정말 미치겠다. 다른 배우들이 세번째 단을 쳐다본다. 네번째 단 광식:당신 저녁마다 어디를 나가는 거야. 정애:내가 말했잖아. 친구 식당일 도와준다고. 광식:당신 정말! 정애:어서 밥이나 먹어. 광식:…. 정애:유리창 닦는 아저씨가 죽었어. 광식:뭐? 정애:집이 재개발돼서 다 부숴지고 식구들이 다 뿔뿔이 흩어지고 그랬대. 광식:그래서, 죽었어? 정애:줄을 끊었어. 광식:다, 당신이 봤어? 정애:아니, 들었어. 깡패들이 와서 집을 다 부쉈대. 참 기분이 묘해. 그 아저씬 우리 가인이가 바깥세상을 잘 볼 수 있게 유리창을 깨끗하게 잘 닦아줬는데. 광식:…. 정애:불쌍하다. 그치?그런 거 보면 우리만 힘든 것도 아냐. 가인이는 이렇게 살아 있잖아.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도……. 광식: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 그게 어울리는 말이니? 정애:왜 이래?오늘?짜증이 컨셉트야? 광식:힘들겠다. 자기는. 정애:새삼스럽게 왜 이래. 광식:밤마다 춤추고 노래하는 게 얼마나 힘들겠어? 정애:뭐? 광식:…. 정애:어, 어떻게 알았어? 광식:더럽다. 정애:누가? 광식:내가. 정애: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당신이 사채만 안 썼어도. 광식:당신이 다른 남자들 앞에서 웃고 있을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쏠려. 정애:그럼 가서 일억만 벌어와. 광식:제길! 정애:당신이 신체 포기각서도 썼다며. 콩팥하나 떼어줬는데 이번에는 뭘 주려고?눈?간?심장?그럼 우리 가인이는?당신이 죽으면 가인이도 죽어. 광식:개새끼들한테 돈을 빌리는 게 아니었어. 가만두지 않을 거야. 정애:허풍 떨지 마. 광식:뭐? 정애:어렵지 않아. 그냥 노래만 불러. 광식:거기가 그런 데냐?노래만 부르는 데냐고. 정애:정 못 믿겠으면 따라와서 보면 되잖아. 광식:꿈에도 생각 못했어. 당신이…. 정애:아까 어머니가 호박죽 끓여 오셨던데 먹을래? 광식:…. 정애:총각김치도 있어. 광식:개새끼. 정애:애 듣는 데서 왜 자꾸 욕을 하고 그래. 광식:듣긴 누가 듣는다고 그래. 병신이! 정애:(광식의 뺨을 친다.) 광식:인생이 억울하다. 정애:…. 광식:…. 정애:가인이가 다 들어. 세 단의 배우들이 일어나서 계단으로 올라가서 하얀 천을 내린다. 침대위의 아이가 호흡기를 단 채 침대에 앉아있다. 빨래가 매달려 있는 줄 사이에는 등이 여러 개 걸려 있다. 등이 하나둘씩 켜지면서 정애의 얼굴 몽환적이 된다. 무대에는 등의 불빛만이 있다. 정애:이상하지. 유리창 아저씨가 우리 병실 앞에서 하얀 재를 뿌리는 꿈을 꿨어. 그게 우리 가인이가 죽어서 태운 재 같아서 가슴이 저려 죽는 줄 알았어.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당신 얼굴이랑 똑같이 생긴 거야. 광식:그 사람. 자기 아이가, 무너지는 집에 깔려서 죽었어. 정애:어떻게 알아? 광식:나도 꿈을 꿨어. 둘이서 장난삼아 주거니 받거니 소주 한 잔 하는데 그 사람 얼굴이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 거야. 초등학교 동창인가 중학교 동창인가 물어보려는 참에 줄을 끊더라. 그러고 나니까 생각이 나는 거야. 죽은 그 아이를 많이 닮았더라. 내가 그 사람을 닮고 죽은 아이가 가인이를 닮고 ……. 정애:꿈을 꾸는 것 같다가 일어나보면 꿈이랑 별 차이가 없는 현실이 돌아와. 광식:내가 거기 있었어. 아이가 죽을 때 내가 거기 있었어. 죄책감 때문에 미칠 것 같다. 배우들이 등 앞에 서있다. 하나의 등에 하나의 광식과 정애. 두 사람이 조금 더 몽환적인 상태가 된다. 정애:지금도 꿈을 꾸는 것 같아. 광식:꿈에서 보면 우리의 머리맡에 등이 하나씩 걸려 있어. 정애:예쁘다. 광식:등이 하나씩 꺼져. 정애:슬프다. 배우들이 등을 차례로 끈다. 광식:가인이 머리위의 등은 아직 켜져 있어. 정애:다행이다. 광식:(두 팔을 천천히 들어올린다)나는 꺼진 내 등을 부여잡고 울어. 당신 등을 부여잡고 울어.(울음을 터트린다.) 정애:부모란 게 그런 거야. 자식이란 게 그런 거야. 광식:저기 아직 꺼지지 않았지만 많이 희미해진 등들이 있네. 정애:그건 누구의 등일까? 광식:인수. 정애:저게 우리 인수 등이야?어머, 정말 빨갛고 작은 등이네. 광식:그 아이, 그 아이 아빠. 정애:어쩜, 저렇게 예쁜 등을 가진 아이였어. 광식:(손을 원을 그리며 돌린다.)나는 가인이의 등을 꺼. 정애:어?그럼 안돼. 광식:천천히, 조금씩 심지를 줄여. 미안해. 정말 미안해. 배우가 가인이의 등을 끈다. 앉아있던 아이의 눈이 무섭게 커진다. 호흡을 거칠게 쉰다. 그러다 점점 잦아든다. 앉은 채로 숨을 멈춘다. 정애가 광식의 목을 조른다. 남아 있는 등들이 무대를 비춘다. 숨을 멈춘 가인의 눈이 등불처럼 떠져 있다. 암전. 에피소드 4 1층 무대의 한곳에 햇빛처럼 조명이 드리우고 광식이 벤치에 쭈그리고 앉아있다. 광식의 그림자가 무대 전체에 비추어지면서 광식의 외로움이 극대화된다. 정애가 계단을 통해 내려와서 무대 가운데로 천천히 걸어간다. 소복을 입고 있다. 광식의 그림자에 정애의 모습이 겹친다. 정애:(허공에 손을 대본다.)크리스마스에 눈이 오면 뭐라고 그러지? 광식:메리 크리스마스. 정애:치, 화이트 크리스마스 아냐? 광식:알면서 왜 물어봐? 정애:어서 일어나서 이리로 와. 집에 가야지. 광식:왜 이래? 당신이 이쪽으로 와야 해. 병원으로 가는 길은 이쪽이야. 정애가 광식의 쪽으로 걸어오다가 멈춘다. 정애가 당황해하며 멈춰 서서 양쪽을 바라본다. 정애:어디로 가지?가인이가 죽었는데. 광식:(놀라며)무슨 소리야?가인이가 죽어? 정애:균에 감염이 돼서 열이 40도까지 올라갔어. 누가 때리지 않았어도 온몸에 멍이 들고 입과 항문으로 피가 줄줄 나왔어. 당신이 없는 동안에 가인이가 죽었어. 지금 가면 볼 수 있어. 광식:(가슴을 쥐어짜며)아! 정애:죽는 건 너무 순간이라 처음엔 나도 믿을 수가 없었어. 집으로 데려와서 씻기고 옷을 입히고 당신을 기다렸어. 오늘쯤 당신이 병원으로 올까봐 이리로 왔어. 광식:우리한테 집이 있었나? 정애:가인이를 보내려고 집을 구했어. 며칠동안만이라도 있을 수 있었어. 오늘 나가야 해. 주인이 죽은 아이를 데리고 들어오는 걸 보고는 당장 나가라고 그러는데 며칠만 봐달라고 빌었어. 광식:난 꿈을 꾸는 것 같아. 정애:다른 병실 아이도 죽었어. 아이 아빠가 호흡기를 껐어. 뉴스에도 나왔어. 그 아이 아버지는 잡혀 갔어. 나도 꿈을 꾸는 것 같아. 아니 잘 모르겠어. 지난 8년이 꿈인지, 아니면 지금이 꿈인지. 광식이 운다. 그림자가 흐느낀다. 정애의 몸에 겹쳐져서 두 사람의 흐느낌이 된다. 광식:장례비는? 정애:아이 옷하고, 염할 것 하고, 화장터 가서 화장할 것 하고 집세 내고 그리고……. 시간이 흐른다. 무대 위를 비추는 조명이 시간이 흘러감을 알게 해준다. 그림자가 점점 작아진다. 광식:하나요, 할머니가 지팡이 들고서 달달달…. 정애:차내에 계시는 승객 여러분, 여기를 잠시 봐 주십시오. 우리가 흔히 쓰는 칫솔은 한달만 써도 칫솔모가 쉽게 닳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칫솔로는 치석까지 제거되지 않습니다. 광식:둘이요, 두부장수. 정애:여기 새로운 칫솔이 나왔습니다. 몇 달을 써도 칫솔모가 손상되지 않는 칫솔입니다. 이를 닦으면 부드러운 칫솔모가 이의 구석구석까지 파고 들어가 찌꺼기와 치석을 제거해 줍니다. 광식:낙원으로 갔니? 정애:이를 닦는 동안 여러분을 낙원으로 데리고 가줄 칫솔이 두개에 오천원입니다. 광식:정말 하루저녁이 꿈같다. 아이들이 죽고 어른들은 자살하고 마치 블랙홀에 빠진 것 같아. 정애:하얀 옷을 입어서 니 모습이 성모 마리아처럼 성스럽고 숨소리는 너무나 고요해서 세상의 모든 소음을 덮어주었어. 엄마는 꿈을 꾼다. 니가 등불을 들고 나타나 아빠를 위로해주고 엄마의 눈물을 닦아주고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선하게 해주는 꿈을……. 죽은 이들이 등불을 들고 등장한다. 자신의 영정사진을 들었다. 환하게 웃고 있다. 조명이 서서히 암전된다. ■ 당선소감 “수술후 벅찬 소식… ‘이런게 인생이구나’ 느껴” 갑자기 배에 기형종이 생겨 수술을 받게 되었고 수술 직후 당선 소식을 들었다. 통증과 전신마취 후의 몽롱함 속에서 들은 가슴 벅찬 소식이었다.‘이런 게 인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부터 나는 ‘대전여민회’라는 여성운동단체의 연극 소모임 ‘돼지꿈’에서 활동을 해 왔다. 다양한 계층의 수많은 여성 문제를 연극으로 만들어 공연을 하면서 ‘연극’이라는 것이 사람의 다친 마음을 치료해주고 닫힌 마음을 열어주는 최고의 약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간호사로서 막연히 연극에 대한 동경만 가지고 있던 나를 연극판으로 이끌어주고 몇 년을 한결같이 믿어준 대전여민회의 언니와 동생들 그리고 진연 언니에게 가장 먼저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나와 같이 몇 년을 울고 웃으며 연극을 했던 모든 돼지꿈 단원들과도 술 한 잔 하면서 기쁨을 나누고 싶다. 정말 소중한 사람들이다. 단 몇 평의 무대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신 김상열 교수님께도 감사를 드린다. 부모님, 대전대의 모든 교수님들과, 같이 스터디했던 동료들, 그밖에 작품을 열심히 읽어주고 평을 해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아 주었던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마지막으로, 지금도 해결되지 않은 병마와 싸우고 있는 환자와 그의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과 함께 개인이나 가족의 병이 아닌 사회의 병으로 인식해 같이 치료할 날을 바라며 당선 소감을 마친다. 김미정 ●약력 1971년 대전 출생 충남대학교 간호학과 졸업, 대전대 문예창작대학원 수료 대전여민회 문회위원장(연극모임 ‘돼지꿈’ 연출 및 극작 활동) ■ 심사평 “꿈·현실 넘나들며 존재의 불가사의 부각 돋보여” 신춘문예에도 유행은 있는가 보다. 올해 응모작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심사를 하면서 그 작품이 그 작품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다른 말로 하면 개성 있는 작품이 눈에 띄지 않았다는 말이다. 자의식과 관념이 과잉되어 작가 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작품들, 고통의 아우성만 보여주고 고통의 근원을 성찰하지 않으려는 엄살과 감상(感傷)덩어리의 작품들, 무뇌아적 형식실험에 진부한 소재를 안이하게 결합한 작품들, 존재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꺼내 보이려는 도살의 욕망은 보이나 존재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나 깨달음은 보이지 않는 작품들 등. 개성이나 독창성의 기준을 떠나 극작의 기본기를 중심으로 작품을 선별하려고도 해보았으나 단편희곡이 지녀야 할 덕목을 지닌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소한 소재를 의미심장하게 구성해내는 능력, 압축적이면서 오랜 울림을 줄 수 있는 내공, 존재의 심연을 깊고 섬세하게 응시하는 통찰력을 지닌 신인을 만날 수 없었다. 정말 심사를 하는 입장에서 독창성보다 기본기에 충실한 신인을 기대했다. 그 이유는 대개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작가들이 등단과 함께 사라져가는 경우가 너무나 허다하기 때문이다. 등단은 시작일 뿐이다. 그런데 시작과 동시에 끝을 내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김미정의 작품과 박재원의 작품이 최종적으로 거론되었다. 박재원의 희곡은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서라운드(surround), 다시 말해 삶의 조건에 대한 성찰이 엿보인다는 점에서 좋은 평을 받았다. 그러나 형식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삶의 조건에 대한 중심인물의 대응이 자폐적이라는 지적 또한 면할 수 없었다. 김미정의 ‘블랙홀’은 공간, 인물, 사건의 혼재와 병치, 꿈과 현실의 넘나듦을 통해 존재의 불가사의한 면을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좋은 평을 받았다. 무엇보다 연극 공간의 활용과 극적 이미지의 연결이 돋보였고 무거운 소재를 다루는 와중에도 코믹함을 잃지 않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철리 김태웅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