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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리터리 인사이드] ‘태국의 원빈’도 못 피한 軍입대 제비뽑기

    [밀리터리 인사이드] ‘태국의 원빈’도 못 피한 軍입대 제비뽑기

    우리에게 동남아국가 ‘태국’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관광’일 겁니다. ‘아시아의 진주’로 불리는 푸껫부터 치앙마이, 파타야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춰 전세계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군사적으로도 ‘세계적인 강국’으로 부를 정도는 아니지만 나름 주목할 만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세계 군사력 비교 사이트 ‘글로벌 파이어 파워’(GFP)에 따르면 정규군 30만 6000명(한국 62만명)으로 데이터를 취합한 106개 국가 중 20위(한국 7위)에 랭크돼 있습니다. 한 해 국방 예산은 우리나라의 6분의 1인 54억 달러입니다. 남과 북이 대치해 팽팽한 긴장감 속에 있는 우리와 비교할 수준은 못 됩니다만, 동남아시아 해군 중 유일하게 항공모함(헬기항모)을 보유하고 있고 F-16 전투기도 운용하고 있습니다. 6·25 전쟁 당시 황태자 피스트 디스퐁사-디스쿨 소장을 사령관으로 육군 3650명, 해군 2485명, 공군 45명을 파병했고 T-50 고등훈련기 등 우리 무기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고마운 나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나라, 참 재밌는 제도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와 같은 징병제 국가이긴 한데 뭔가 다릅니다. 우리는 군 면제자가 극소수여서 ‘신의 아들’이라고 부르는데, 이곳에서는 군대 가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심지어 자신의 운을 시험해야 한답니다. 군 면제자를 비난할 여지도 전혀 없습니다. 바로 운을 시험하는 과정이 ‘제비뽑기’이기 때문입니다. ●검정색과 빨강색…그날, 운명이 갈린다 제비뽑기로 군대가는 나라라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시죠?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물의 축제 ‘송크란 축제’를 앞둔 4월 초 태국 전역이 들썩들썩하는 이유는 바로 이 제비뽑기가 시행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신체검사는 통과해야 합니다. 가슴이 두근두근 하겠지만, 대부분의 남성은 즐거운 표정으로 이 황당한 행사에 참가합니다. 뽑기함에 슬쩍 손을 넣고 종이를 하나 쥡니다. 빨간색 종이를 뽑았다면? 당신은 군대를 가야 합니다. 반대로 검은색 종이는 면제라고 하네요. 색상이 있는 종이 대신 작은 글씨가 씌어 있는 종이나 구슬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아슬아슬할 것 같지만 징집될 확률은 20% 정도로, 그리 높은 편은 아닙니다. 결과는 그 자리에서 통보해주는데요. 오히려 면제 판정을 받은 이들 가운데 씁쓸한 표정을 짓는 이가 적지 않습니다. 반대로 상당수 남성이 징집 대상이 됐다는 얘기에 두 손을 번쩍들고 기뻐하는데요. 징병담당자를 부둥켜안기까지합니다. 우리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인데요. 왜 그럴까요. 우리나라는 연간 징집 가능 인구가 68만명으로,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 군대를 가야 합니다만, 태국은 상황이 다릅니다. 태국에서는 남성이 21세가 되면 징집 대상이 됩니다. 인구 6770만명인 태국은 해마다 징집 대상이 되는 남성이 104만명에 달합니다. 군 복무자의 3배가 넘기 때문에 모두가 나라의 부름을 받을 순 없겠죠. 군의 대우도 좋습니다. 태국의 대졸자 초임은 월 1만~1만 2000바트(33만~40만원) 수준입니다. 가정을 꾸려 그럭저럭 먹고 살 정도가 되는 수입이 1만 5000바트(50만원)입니다. 그런데 군에서 숙식을 제공하면서 월 3200~9000바트(10만~30만원)를 준다고 하니 솔깃할 수 밖에 없겠죠. 병장 기준 17만원을 받는 우리와 비교해도 사병에게는 적지 않은 돈입니다. 아니, 물가를 감안하면 훨씬 더 많이 받는 셈이죠. 빨간색 종이를 뽑고도 낙담하지 않고 오히려 기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트랜스젠더들도 제비뽑기를 해야 하는 이유는? “그럼 자원입대하는 게 낫지 않냐”고 말씀하실 분이 있을텐데요. 네. 자원입대도 가능합니다. 단, 복무기간이 짧습니다. 징병되면 2년, 자원입대는 6개월로 큰 차이가 있습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이들 중에는 차라리 뽑기를 잘해서 더 오랜 기간 군에서 복무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태국은 트랜스젠더가 많은 나라입니다. 트랜스젠더를 만나도 그다지 혐오하거나 부담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지 않습니다. 성 소수자라기보다는 그냥 일반 여성이나 여성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 정도로 이해합니다. 그런데 여성으로 살고자하는 이들이 군 복무를 원할리 없겠죠. 그래서 여성으로 살아왔다는 이력을 증명하면 신체검사 과정에 복무 면제 판정을 받습니다. 2010년까지는 일괄적으로 ‘심리 이상자’로 분류해 군 복무를 하지 않아도 됐는데요. 트랜스젠더 권익 단체가 문제를 제기해 다음해부터는 상황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태국은 트랜스젠더를 3가지 유형으로 분류합니다. 1형은 외형이 전형적인 남성으로 보이는 사람, 2형은 가슴 수술을 한 사람, 3형은 성기 수술을 한 사람입니다. 3형만 면제이고 1형과 2형은 징병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성기수술은 위험이 따를 뿐만 아니라 많은 돈이 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1형과 2형으로 남아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트랜스젠더 상당수가 제비뽑기를 해야 하는 것이죠. 결과가 좋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안타깝게 빨간색 종이를 뽑아 군 입대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겠죠. 수입이 많은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도 군 입대보단 안정적인 활동을 원할 겁니다. 하지만 제비뽑기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관문입니다. 한국 언론엔 보도되지 않았지만 ‘태국의 원빈’으로 불리는 배우 마리오 마우러도 올해 4월 제비뽑기를 했습니다. 마리오 마우러는 영화 ‘시암의 사랑’, ‘피막’, ‘잔다라 더 비기닝’ 등의 히트작으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배우입니다. 결과는 검은색 종이였습니다. 팬들은 물론 징병담당자까지 두 손을 들고 기뻐할 정도였죠. 마우러도 살짝살짝 웃음을 내비치긴 했지만 전반적으론 진지한 표정을 잃지 않았는데요. 속으론 기분이 무척 좋았겠죠? 그룹 2PM의 멤버 닉쿤도 제비뽑기로 군 면제 판정을 받았다고 잘못 알려졌는데요. 닉쿤은 2009년 군 지원자가 너무 많이 몰려 추첨을 하기도 전에 면제 판정을 받았습니다. 닉쿤이 참여한 제비뽑기 영상은 실제 뽑기 장면을 촬영하지 못한 현지 매체들이 너무 아쉬운 나머지 극적인 장면을 연출한 것이라고 합니다. ●TV 방송국도 보유한 軍…막강한 영향력 태국은 1932년 혁명으로 전제군주 국가에서 영국과 같은 입헌군주제 국가로 탈바꿈했습니다. 하지만 정국은 늘 불안했고, 지금까지 군부 쿠데타만 19번이나 일어났습니다. 군 수뇌부는 이 과정에서 모두가 주목하는 엘리트 집단으로 부상했고, 국민들도 그런 점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군부는 지난해도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여동생 잉락 친나왓 전 총리가 주축인 탁신 일가를 권력 중심에서 몰아내는 쿠데타를 일으켰죠. 군부는 지난달 10개월 만에 계엄령을 해제했습니다. 우리 입장에선 불편이 많았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방콕시민들은 오히려 “계엄령 때문에 탁신 일가 찬반 시위가 일어나지 않아서 좋았다”고 평가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군부 쿠데타로 집권한 육군참모총장 출신 프라윳 찬-오차 총리는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얼마 전 총선 대신 “국민이 원하면 2년 더 집권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히기도 했습니다. 군은 해마다 홍수 피해 복구에 많은 인력을 투입하는데다 농민 교육과 치안을 담당해 국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또 태국 육군은 놀랍게도 6대 TV 방송국 가운데 시청률이 높은 방송국 1곳(BBTV CH7)을 직접 소유하고 있는데요. 전국의 200여개 라디오 방송국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합니다. 높은 명예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정치인이 될 수 있는 지름길인 육군사관학교의 인기도 어마어마합니다. 지난달 치러진 예과 입학시험은 200명을 뽑는데 1만 8000명이 지원해 무려 900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고 합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1)“힘들어 죽겠다는” 예비군 훈련장…무슨 일이?(2)군통령들의 꿈의 무대 ‘걸그룹 대첩’ (3)대한민국 육·해·공군 무기의 세계 (4)‘로보캅2’에 등장한 국산총 아시나요 (5)한국 vs 일본 군사력 우위 논쟁…진실은? (6)모르면 간첩? ‘군대리아’ 얼마나 아시나요 (7)‘폭탄 실은 개’ 기상천외한 실패작들의 세계 (8)北 탄도미사일, 정말 바지선에서 발사됐을까 (9)예비군 훈련비 ‘10만원’ 약속, 잊으셨나요? (10)이순신 장군만 아는 당신을 위한 전쟁영웅 이야기
  • 국내여행 | [Village in Seoul 청파동] 청파, 푸른 언덕이 있는 동네

    국내여행 | [Village in Seoul 청파동] 청파, 푸른 언덕이 있는 동네

    처음 그 이름을 들었을 때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청파靑坡, 푸른 언덕이 있는 동네. 일 년이 넘도록 몰랐던 우리 동네의 숨겨진 모습을 오늘, 골목길에서 만났다. ‘집 박물관’은 살아있다 청파동에 터를 잡은 지 일 년 하고도 넉 달째. 처음으로 카메라를 메고 동네를 걷는다. 오늘의 목적지는 슈퍼마켓도, 김밥집도, 단골 커피숍도 아니다. 숙명여대 앞길의 풋풋한 생기와 효창공원의 차분한 공기, 그보다 깊숙한 곳에 숨겨진 동네의 모습을 만나러 나섰다. 구글 지도를 켜고 청파동1가를 찍었다. 그쪽에 오래된 집이 많다고 들어서다. 지도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걷다가 하얗고 작은 골목길을 마주쳤다. 이끌리듯 들어가 셔터를 누르는데, 할아버지 한 분이 대문을 열고 나오신다. “뭘 찍는 거요?” 동네 여행을 취재 중이라 하니 관심을 보이신다. 이광래 할아버지(77세)는 청파동장을 3번이나 지내셨다고 했다. “청파동은 일제 강점기에 부자들이 많이 살았던 동네야. 그 당시 150평, 200평씩 되는 집을 갖고 살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다 강남으로 넘어갔지. 지금도 이 동네엔 아주 오래된 집이 많아. 우리 집도 50년은 됐고, 이 옆집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있던 거야.” 할아버지 말씀처럼 청파동은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들이 많이 모여 살았던 곳이다. 그때 지어진 일본식 가옥들이 지금도 일부 남아있다. 이어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도시형 한옥이 세워졌고 1970년대에는 서민형 양옥이 들어섰다. 1980년대부터는 다세대주택과 연립주택들이 지어지기 시작했다. 청파동은 이렇게 각기 다른 시간의 켜를 가진 집들이 한데 뒤섞여 부조화 속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건축학자 임석재 교수는 그의 책 <서울 골목길 풍경>에서 청파동을 ‘가히 20세기 집 박물관이라 할 만한 동네’라고 평하기도 했다. 학교가 많은 동네엔 우리 집이 있는 청파동3가는 청파동1가와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숙명여대와 바로 닿아 있어 일찍이 개발이 진행된 때문이다. 숙명여대 정문으로 올라가는 길엔 아기자기한 카페와 디저트 가게가 많다. 그 길에서 한 블록만 안쪽으로 들어서면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 나왔을 법한 하숙집들이 빼곡하다. 경쟁이라도 하듯 두 집 걸러 한 집마다 ‘하숙’이란 간판을 붙이고 있는 걸 보면 요즘에도 하숙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가 새삼스럽다. 청파동엔 학교가 많다. 숙명여대 말고도 청파초등학교, 선린중학교, 선린인터넷고등학교, 신광초등학교, 신광여자중학교, 신광여자고등학교까지 총 7개나 된다. 그래선지 오래된 골목길 틈새에도 활기찬 분위기가 맴돈다. 책가방을 맨 아이들과 교복을 입은 청소년들, 깔깔 웃으며 서로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여대생들을 여기저기서 마주친다. 학교가 많아 좋은 점은 또 있다. 싸고 맛있는 떡볶이 집이 많다는 것. 그러니 청파동에 놀러 오시려거든 많은 준비는 하지 마시라. 편안한 신발과 약간의 쌈짓돈만 있으면 흥미롭고 배부른 동네 여행을 할 수 있다. ●고서령 기자의 청파동 그곳? 입소문만으로 유명해진 일본 가정식당 로지노키친路地のKitchen 2인용 식탁 8개만이 옹기종기 들어차 있는 일본 가정식 식당. 요즘 청파동에서 가히 최고 인기를 자랑하는 ‘맛집’이다. 특별히 홍보를 한 적도 없는데 오직 입소문만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점심과 저녁, 시간을 정해 두고 딱 두 시간씩 오픈하는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긴 줄이 늘어선다. 그마저도 조금 늦게 찾아가면 ‘준비된 재료가 다 소진되었다’는 푯말만 보고 등을 돌려야 한다. 매일 신선한 재료를 준비해 한정 수량만으로 요리하기 때문이라고. 메뉴엔 일본식 닭튀김, 포크햄버그, 돈가츠, 돼지고기 야채 볶음요리 등이 있다. 메인 요리에 곁들여지는 일본식 두부튀김과 계란말이, 상큼한 양념의 샐러드와 토마토푸딩 후식 등 작은 접시 하나하나마다 정성이 느껴진다. 식사 시간 30분 전에 찾아가야 너무 오래 기다리지 않고 들어갈 수 있다. 협소한 공간과 높은 인기 때문에 중학생 이하 어린이와 5인 이상 손님은 받지 않는다. 예약 불가. 서울시 용산구 청파로43길 11 02-6213-9689 점심 12:00~14:00, 브레이크타임 14:00~18:00, 저녁 18:00~20:00 모든 메뉴 7,000~8,000원선 1989년부터 지켜 온 추억의 와플 맛 와플하우스 청파동엔 26년 역사의 유명 와플집이 있다. 학창시절 이곳에서 먹었던 와플 맛을 잊지 못해 자녀를 데리고 오는 사람들이 손님의 대부분일 정도로 역사 깊은(?) 곳이다. 2대째 가족경영을 하고 있는 이곳은 1989년 아주 작은 와플가게로 시작해 조금씩 가게를 확장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대표 메뉴는 사과잼과 버터를 바른 미국식 와플과 딸기 빙수. 두 개가 항상 세트처럼 팔린다. 가격은 저렴한 편이지만 반죽부터 햄버거 패티까지 최대한 홈메이드 방식으로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어린 아이들도 많이 찾는 곳인 만큼 재료의 품질에 더욱 신경을 쓴다고. 서울시 용산구 청파로45길 37 매일 11:00~23:00, 매달 둘째 주 화요일 휴무 버터 & 잼 와플 2,000원, 딸기빙수 6,500원 옛날 떡볶이 ‘무한리필’이요~ 달볶이 2000년부터 16년째 숙명여대 앞을 지키고 있는 작은 떡볶이 집. 이 집에선 떡볶이를 ‘달볶이’라고 부른다. 접시에 비닐을 씌워 내주는 옛날 떡볶이와 몽땅한 길이의 고소한 꼬마김밥을 맛볼 수 있다. 한 사람당 1인분 이상 주문하면 달볶이는 무한리필 해준다. 평일엔 숙대 학생들로, 주말엔 동네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다. 서울시 용산구 청파로47길 88 달볶이, 꼬마김밥, 순대, 튀김 각각 1인분 3,000원 쫄깃한 국물떡볶이의 정석 빨강떡볶이 청파동 중·고등학생들과 숙명여대생들의 숨은 떡볶이 맛집. 일반적인 볶음 떡볶이가 아니라 국물 떡볶이다. 떡을 건져 먹은 뒤 남은 국물에 김과 함께 밥을 비벼 주는데, 학생들에겐 떡보다 밥이 더 인기일 정도. 미리 만들어 놓지 않고 주문을 하면 그때그때 새로 끓여 내주는 것이 특징이다. 1단계부터 5단계까지 매운 정도를 선택할 수 있다. 매일 방부제 없는 떡을 새로 뽑아 만들기 때문에 방앗간에서 갓 나온 떡처럼 식감이 쫄깃하다. ‘안 끓인 떡볶이’ 재료를 전국 택배 배송 판매도 하고 있다. 떡볶이 소스가 라면스프처럼 가루로 되어 있기 때문에 집에서 간편하게 요리해 먹기 좋다. 서울시 용산구 청파로43길 29 02-703-3449 평일 10:00~21:00, 휴일 12:00~21:00 빨강떡볶이 2,500원, 공기밥+김 1,500원, 순대 3,000원 동네 사랑방 같은 동네 사진관 청파동사진관 삐뚤빼뚤한 간판 글씨와 파란색 대문이 눈길을 사로잡는 청파동사진관은 청파동에서 꽤 유명한 장소다. 사진만 찍는 게 아니라 음악회도 열고 동화 녹음도 하는, ‘청파동 사랑방’을 표방한다. 사진관 수익의 일부를 국내외 아이들을 돕는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증명사진, 여권사진, 프로필사진, 가족사진 등 거의 모든 종류의 사진을 촬영한다. 건물 외관은 클래식하지만 30대 사진관 주인이 정성스럽게 포토샵을 해주니, 사진품질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단 문을 닫을 때가 많으니 미리 전화로 예약한 뒤에 찾아가야 헛수고를 덜 수 있다. 서울시 용산구 청파로49길 14 070-8639-4415 blog.naver.com/im1771 최고급 원두 ‘스페셜 티’만 취급 카페 실Cafe SIL 커피 원두에도 등급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카페 실’은 최고 등급 원두인 ‘스페셜티’만 취급하는 카페다. 30가지 종류의 커피를 볶아 베이커리 카페, 사무실 등에 납품하고 손님들에게도 저렴하게 판매한다. 이 카페의 주인인 박영실 바리스타가 오랜 시간을 들여 직접 생두를 선별하고 볶는 작업을 한다. 카페 문을 연 2009년 이후 생두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이곳의 커피 가격은 6년 전 그대로다. 100g짜리 원두를 사면 200g 가까이 담아 줄 정도로 인심이 후하다. 영국·폴란드·이탈리아 등에서 수입한 커피 관련 도구도 백화점보다 30~40%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서울시 용산구 원효로97길 13 평일 11:00~21:00, 토요일 14:00~21:00, 일요일 12:30~21:00 아메리카노 3,000원, 드립스페셜티(핸드드립커피) 5,500원, 원두100g 1만2,000원부터 청파동 가는 길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 8번 출구 또는 1호선 남영역 1번 출구로 나와 숙명여대 방향으로 걸어가면 청파동3가에 닿는다. 숙명여대 정문까지 올라가면 정면에 효창공원 입구가 나온다. 청파동1가는 서울역 서부역에서 찾아가는 편이 더 가깝다. 글·사진 고서령 기자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이 글씨 못 읽는 당신은 멍청한 사람?’

    ‘이 글씨 못 읽는 당신은 멍청한 사람?’

    -'난독증' 아픔 알리려 '체험용 활자체' 개발한 청년 사진속 이 글자들을 읽으실 수 있습니까? ‘This typography is not designed to recreate what it would be like to read to read if you were dyslexic it is designed to simulate the feeling of reading with dyslexia by slowing the reading time of the viewer down to a speed of which someone who has dyslexia would read’ 듣고 말하는 능력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이 오로지 ‘글씨만’ 알아보지 못하는 ‘난독증’은 일반인으로서는 그 느낌을 상상하기 힘든 장애다. 이렇듯 가까운 사람들에게조차 "멍청하다"고 오해를 받거나 이해받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에 답답함을 느낀 영국의 난독증 청년이 그들의 심정을 대변해 줄 활자체를 만들어 화제가 되고 있다. 난독증 환자이지만 어려움을 딛고 디자이너로 성공한 다니엘 브리튼은 ‘헬베티카’ (Helvetica)폰트의 글자들을 40%씩 지워 보통 사람도 읽기 힘든 일명 ‘난독증’ (Dyslexia)폰트를 만들었다. 이 난독증 폰트는 난독증 환자의 활자 인식 방식을 과학적으로 재현하기 보다는 그들의 심리 상태를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다니엘은 이 폰트가 "평범한 활자를 읽을 때도 오랜 시간을 들여 진땀을 흘리는 난독증 환자의 심정을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다니엘은 “여덟 살 때부터 ‘게으름 피우지 말고 더 열심히 노력하라’거나 ‘너는 멍청하고 둔하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며 난독증 환자로서 겪었던 어려움을 회상했다. 그는 작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난독증을 진단받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전달할 방법을 고민했다. 그는 “난독증 증세를 홍보하는 기존 홍보물에는 시각적 자료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나는 난독증 환자들이 매일 겪는 어려움과 민망함을 알리고 싶었다”며 창작의 취지를 밝혔다. 그는 현재 난독증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지역 단체에서 일하고 있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메르스 공포] 병원 정보 비공개 후폭풍… 소송전 비화할 듯

    메르스 의심환자가 응급실에 실려 오자 기존의 ‘감염예방 매뉴얼’에 따라 즉각 응급실을 폐쇄하고 의료진과 응급실 환자 모두를 15시간 동안 격리 조치한 종합병원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당국이 환자 접촉 병원 및 발병 지역에 대해 비공개를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원칙에 따라 대응한 병원이 애꿎게 ‘메르스 병원’으로 낙인 찍힌 셈이다. 지난달 30일 오전 1시 10분쯤 요양병원 환자인 A(74)씨가 경기도 성남 분당제생병원 응급실에 실려왔다. A씨는 메르스 환자 접촉병원인 B병원에 이틀간 입원했다가 퇴원한 상태에서 메르스 유사 증세가 나타나 응급 후송됐다. 이 사실을 확인한 분당제생병원은 A씨를 곧바로 격리 조치하고 응급실을 폐쇄했다. 의사와 간호사, 응급실 내 환자와 보호자 모두 출입 통제 조치를 취했다. A씨는 이후 15시간 만에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메르스에 감염된 게 아니라는 판정을 받았다. 2차 정밀 검사에서도 역시 ‘음성’ 판정이 나왔다. 하지만 분당제생병원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포된 게시물을 통해 ‘메르스 접촉 병원’이라는 주홍글씨를 달게 됐다. 병원은 홈페이지에 메르스 의심 환자의 음성 판정 결과를 공지했지만 이미 전국적으로 나쁜 소문이 퍼지면서 문의전화가 폭주했다. 현재 분당제생병원의 외래 환자는 눈에 띄게 줄어든 상태다. 지난 1일 평소 대비 10% 정도가 줄어든 데 이어 2일부터는 20% 이상 감소했다. 하루 40여건 이뤄졌던 각종 수술은 20건 미만으로 반토막 났다. 권원표 분당제생병원 홍보팀장은 “메르스 의심 환자에 대해 원칙에 따라 적극 대응하고도 오히려 악의적 이미지만 얻게 됐다”며 “보건복지부에 항의 공문을 발송하고 허위 사실 유포자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길섶에서] 조문(弔問)/최광숙 논설위원

    모친상을 당한 지인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조문과 따뜻한 위로에 감사하다는 내용이다. 사진 한 장도 첨부됐다. 삐뚤빼뚤 글씨체가 마치 초등학생이 쓴 듯한 ‘가을’이라는 제목의 시(詩)다. ‘단풍을 보면 가을이 온다/오곡이 익으면 가을이 온다/추석이 오면 가을이 온다/겨울이 오면 가을은 간다’ 일상의 언어로 가을이 오고 감을, 아니 세월이 지나감을 담백하게 그려 낸 이 시구 옆에는 단풍잎이 붙여져 있다. 이 시는 지인의 어머니가 93세 되던 해 가을 힘든 재활 과정에서 떨리는 손으로 쓰신 것이라고 한다. 평소 유려한 필력과 단아한 글씨체는 잃어버리셨지만 당시 심경을 담아 한 글자씩 힘들게 쓰신 것이라고 했다. 어머니를 여의고 한없는 슬픔에 잠긴 아들의 마음이 어머니의 시 한 수로 절절하게 표현된 것 같아 마음이 먹먹해졌다. 문상 시 잘 아는 고인이야 이런저런 마음이 들지만 지인의 가족상일 때는 사실 망자(亡者)보다는 유가족에 대한 예의에 더 신경 쓰기 마련이다. 그러니 고인이 어떤 분인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두지 않게 된다. 하지만 이번 문자 한 통으로 잘 모르는 고인에 대한 진정한 조문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와인·맥주·커피로 글씨 쓰는 ‘윙크 펜’ 화제

    와인·맥주·커피로 글씨 쓰는 ‘윙크 펜’ 화제

    일반적인 잉크 대신 일상 속 다양한 액체로 글씨를 쓰게 해주는 펜이 온라인에 공개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은 '윙크 펜'이라고 이름 붙은 이 펜을 사용하면 와인, 맥주는 물론 주스, 커피 등 얼룩이 남는 액체는 무엇이든 잉크로 활용할 수 있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윙크 펜은 유리 펜촉과 나선형 잉크 용기, 상단부 뚜껑으로 구성돼 있다. 원하는 액체에 펜을 담근 채 뚜껑을 비틀면 나선형 구조를 따라 액체가 빨려 올라와 용기에 저장되는 원리다. 뚜껑을 반대로 돌리면 저장된 액체를 분사해 낼 수도 있다. 유리로 만든 펜촉은 양쪽으로 사용 가능하며 양 끝의 형태가 서로 달라 용도에 따라 뒤집어 조립하여 쓸 수 있다. 부드러운 필체를 원하면 휘어있는 쪽을, 꼼꼼한 필체를 원한다면 원뿔 형태 쪽을 사용하면 된다. 펜촉을 고정시키는 내부 재질은 탄성고무의 일종이다. 가느다란 튜브가 펜 중앙부의 잉크 저장 공간과 펜촉을 이어 잉크로 사용할 액체를 펜촉에 공급해 준다. 펜촉을 포함해 모든 부품은 완전 분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세척 또한 용이하다는 설명이다. 윙크 펜을 설계한 미국인 디자이너 제시카 챈은 '기본적인 글씨 쓰기 기능에 현대적 감각과 자연사랑이 결합해 만들어진 제품'이라고 이 펜을 소개하고 있다. '윙크(Wink)'라는 단어는 와인(Wine)과 잉크(Ink)의 합성어로, 제품 구상 초기에 와인을 주된 잉크 대체 물질로 고려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녀는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물질들을 활용해 환경보호에 도움을 주는 대안 제품을 발명하고 싶었다”며 제품 개발 동기를 설명했다. 또한 “적지 않은 펜들이 일회용으로 설계된다. 이런 펜들은 내장된 잉크를 소모한 뒤엔 결국 쓰레기가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윙크펜의 잉크는 '주방에 널려' 있다”고 덧붙였다. 제시카 챈은 총 4만7000 달러(약 5200만 원) 모금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최초 제품 가격은 60달러(약 6만5000 원)로 책정할 예정이다. 제품 출고는 7월 경에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잉크는 잊어라…와인, 맥주로 글씨 쓰는 ‘윙크 펜’

    잉크는 잊어라…와인, 맥주로 글씨 쓰는 ‘윙크 펜’

    일반적인 잉크 대신 일상 속 다양한 액체로 글씨를 쓰게 해주는 펜이 온라인에 공개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은 '윙크 펜'이라고 이름 붙은 이 펜을 사용하면 와인, 맥주는 물론 주스, 커피 등 얼룩이 남는 액체는 무엇이든 잉크로 활용할 수 있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윙크 펜은 유리 펜촉과 나선형 잉크 용기, 상단부 뚜껑으로 구성돼 있다. 원하는 액체에 펜을 담근 채 뚜껑을 비틀면 나선형 구조를 따라 액체가 빨려 올라와 용기에 저장되는 원리다. 뚜껑을 반대로 돌리면 저장된 액체를 분사해 낼 수도 있다. 유리로 만든 펜촉은 양쪽으로 사용 가능하며 양 끝의 형태가 서로 달라 용도에 따라 뒤집어 조립하여 쓸 수 있다. 부드러운 필체를 원하면 휘어있는 쪽을, 꼼꼼한 필체를 원한다면 원뿔 형태 쪽을 사용하면 된다. 펜촉을 고정시키는 내부 재질은 탄성고무의 일종이다. 가느다란 튜브가 펜 중앙부의 잉크 저장 공간과 펜촉을 이어 잉크로 사용할 액체를 펜촉에 공급해 준다. 펜촉을 포함해 모든 부품은 완전 분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세척 또한 용이하다는 설명이다. 윙크 펜을 설계한 미국인 디자이너 제시카 챈은 '기본적인 글씨 쓰기 기능에 현대적 감각과 자연사랑이 결합해 만들어진 제품'이라고 이 펜을 소개하고 있다. '윙크(Wink)'라는 단어는 와인(Wine)과 잉크(Ink)의 합성어로, 제품 구상 초기에 와인을 주된 잉크 대체 물질로 고려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녀는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물질들을 활용해 환경보호에 도움을 주는 대안 제품을 발명하고 싶었다”며 제품 개발 동기를 설명했다. 또한 “적지 않은 펜들이 일회용으로 설계된다. 이런 펜들은 내장된 잉크를 소모한 뒤엔 결국 쓰레기가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윙크펜의 잉크는 '주방에 널려' 있다”고 덧붙였다. 제시카 챈은 총 4만7000 달러(약 5200만 원) 모금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최초 제품 가격은 60달러(약 6만5000 원)로 책정할 예정이다. 제품 출고는 7월 경에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경제 블로그] 개인연금 수령액이 겨우 이거라구?

    [경제 블로그] 개인연금 수령액이 겨우 이거라구?

    직장인 A씨는 1991년 10월 교보생명의 ‘21세기장수 연금보험’에 가입했습니다. 은퇴한 뒤 목돈이 필요해진 A씨는 20년 넘게 부은 연금에 생각이 미쳤습니다. 보험사에 신청해 2013년 10월 생존연금을 일시금으로 받았습니다. 그런데 금액을 보고 자신의 눈을 의심했습니다. 1991년 가입 당시 받았던 설명서의 예시금액에 턱없이 못 미쳤기 때문입니다. 보험사에 항의했더니 “금리가 크게 떨어져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 돌아왔습니다. 그렇다면 가입 시점에 그런 설명을 해 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지만 교보생명 측은 “약관에 나와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약관에는 ‘깨알’ 같은 글씨로 시장금리에 따라 지급액이 변동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적혀 있었습니다. 억울한 마음에 A씨는 금융감독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했지만 ‘구제’받지 못했습니다. 금감원 측은 “가입 설명서의 지급 예시액이 확정 금액인 것처럼 소비자를 호도하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지급한다는 뜻으로 보기 힘들다는 법원 판례가 있어 구제가 힘들다”고 설명했습니다.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 ‘불완전판매’를 입증할 증거를 찾기도 어려웠습니다. 이렇듯 초저금리 탓에 연금 수령액이 떨어져 생긴 민원이 연간 1000건을 웃돌지만 이렇다 할 대책은 없습니다. 1990년대 보험사들은 ‘일단 팔고 보자’ 식으로 위험성보다는 수익률을 앞다퉈 강조했습니다. 그러다가 연금 지급이 서서히 개시되면서 곳곳에서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겁니다. 게다가 연금저축에는 또 다른 함정이 있습니다. 바로 물가상승률입니다. 예컨대 월 25만원씩 20년 납입으로 KDB생명보험의 연금저축에 가입한 B씨 사례를 볼까요. 보험사는 56세부터 연금을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연간 40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지금의 ‘화폐 가치’입니다. 20년 뒤에는 400만원이 200만원 가치도 안 될 수 있습니다. 정치권 공방과 미미한 수익률로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모두 흔들리는 상황입니다. 정부와 회사만 믿고 있을 수 없어 따로 든 개인연금마저도 낮은 금리에 물가상승에 따른 화폐 가치 하락분까지 따져 봐야 합니다. 결국 ‘노후 대비’는 정부와 개인이 수십 년간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야 할 것 같네요.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장준하 선생의 6000리 항일투쟁 여정기

    장준하 선생의 6000리 항일투쟁 여정기

    돌베개/장준하 지음/돌베개/460쪽/1만6000원 “또다시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하여 나는 붓글씨 한 자 한 획을 그을 때마다 손에 힘을 넣었고 그 힘은 나의 신념에서 솟아 흘렀다.” 장준하(1918~1975) 선생이 자신의 항일 기록을 서술한 수기 ‘돌베개’가 개정 출간됐다. 책은 단 2년간의 체험이 중심이다. 일제의 패색이 짙어가던 1944년 7월, 장준하가 중국 쉬저우(徐州)의 일본군 쓰카다 부대를 탈출한 뒤 6000리 먼 길을 7개월에 걸쳐 걸어서 충칭(重慶)의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갈 때까지의 대장정과, 광복을 맞아 1945년 11월 임시정부가 환국할 때까지의 상황을 담았다. 제목 ‘돌베개’는 성서 창세기 28장에 나오는 야곱의 이야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장준하가 결혼 일주일 만에 떠나온 아내에게 준 일군(日軍) 탈출의 암호였다. 그는 “앞이 보이지 않는 대륙에 발을 옮기며 내가 벨 ‘돌베개’를 찾는다”는 편지를 보내고 쓰카다 부대를 탈출했다. 돌베개를 베고 중원을 걸었던 장준하의 고된 여정은 그러나 해방 조국에 돌아와서도 끝나지 않았다. 근본을 알 수 없는 인사들이 광복군 모자 하나 얻어 쓰고 광복군입네 행세하는 “적반하장의 세상”이 되어버린 광복 조국에서 그는 “또다시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하여” 부조리와 싸웠다. 하지만 “현대사는 독립을 위해 이름 없이 피 뿜고 쓰러진 주검 위에서 칼을 든 자들을 군림시켰”고, 그는 “그 불쌍한 선열들 앞에 이 증언을 바람의 묘비로 띄우고자” 돌베개를 펴냈다. 책은 전면 개정판이다. 1971년 4월 첫 출간에 이어 1973년 시공사에서 나온 제3판을 원본으로 삼고, 이를 지난해 3월에 나온 다른 출판사의 개정판과 대조해 오류와 누락 부분을 바로잡았다. 예컨대 원문에는 김준엽의 일군 탈출 시기가 장준하 일행보다 ‘5개월’ 앞섰다고 되어 있으나 김준엽은 3월 29일, 장준하는 7월 7일 탈출했으므로 관련 자료에 따라 ‘3개월’로 수정했다. 6000리 역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상세한 지도와 다양한 컬러도판, 주요 등장인물 소개 등이 더해진 것도 새 개정판의 특징이다. 장준하 선생은 책 머리말 끝자락에 “살아서 50대 초반을 보내며 잠자리가 편치 않음을 괴로워한다”고 썼다. 참담한 운명을 예견한 걸까. 그는 1975년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2012년 묘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두개골에 타격의 흔적이 발견됐고, 이후 그의 사망원인이 실족추락사가 아닌 타살이었다는 게 확인됐지만 여태 진상은 규명되지 않고 있다. 영면의 잠자리조차 편안하지 않은 셈이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호크아이’ 시력 갖게 해주는 생체공학렌즈 개발

    ‘호크아이’ 시력 갖게 해주는 생체공학렌즈 개발

    영화 ‘어벤져스’에서 뛰어난 시력을 지닌 캐릭터인 ‘호크아이’가 현실에서도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캐나다 연구진은 기존 시력을 3.0 디옵터까지 증폭시키는 ‘생체공학 렌즈’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의 가스 웹 박사 연구진에 따르면 일반 시력교정수술이나 렌즈, 또는 안경보다 편리하게 시력을 높일 수 있는 생체공학 렌즈는 식염수가 든 주사기에 넣은 뒤 눈에 삽입하는 방식으로, 시술 시간이 8분에 불과하다. 이 렌즈를 삽입할 경우 시력 1.0 기준으로 3배까지 상승한다. 예컨대 이 렌즈를 착용하지 않은 A는 바로 앞까지 다가가야 특정 글자를 볼 수 있는 반면, 이 렌즈를 착용한 B는 6m 뒤에서도 글씨를 볼 수 있다. 이 렌즈는 선천성 또는 사고로 시력을 잃은 사람이나 나이가 들어 노안으로 불편함을 겪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가스 웹 박사가 개발한 생체공학 렌즈의 두께는 8㎜가량이며, 여기에는 1.17㎜ 두께의 확대경과 초소형 알루미늄 거울이 둘러싸고 있다. 특히 시술 과정에서 통증이 없고 백내장의 위험도 줄어든다는 장점이 두드러진다. 이 같은 ‘스마트 렌즈’의 개발은 세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구글의 ‘스마트 콘텍트 렌즈’를 예로 들 수 있는데, 구글과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가 공동으로 개발에 나선 스마트 렌즈는 센서와 마이크로칩 같은 미세한 부품을 콘택트렌즈에 심어 카메라의 자동초점(오토 포거스)과 유사한 방식으로 눈의 초점을 교정하는 기능을 담을 예정이다. 또 미국의 이노베가(Innovega)와 미국 국방부의 중앙 조사 개발 기구 ‘DARPA’ 공동 연구진은 디지털미디어와 투명한 증강현실데이터를 볼 수 있게 해 줄뿐만 아니라 시력 교정 기능을 겸한 ‘아이옵틱 콘택트렌즈’를 공개한 바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해외여행 | 반전매력 덴버 Denver

    해외여행 | 반전매력 덴버 Denver

    Unexpected Denver 미국 로키산맥 위 해발 1,600m에 둥지를 튼 도시, 덴버Denver를 만났다. 로키의 웅장함만 기대하며 찾아갔다가 통통 튀는 젊은 도시의 반전매력에 무장 해제되고 말았다. 풍선껌의 추억으로 시작한 여행 나에게 ‘덴버’라는 이름은 어릴 적 즐겨 씹었던 ‘내 친구 덴버’ 풍선껌으로 익숙하다. 귀여운 공룡 판박이 스티커로 포장된 풍선껌 하나에 50원이었다. 콜로라도주관광청 마이클Michael Driver에게 이 이야길 했더니 실제로 미국에 ‘마지막 공룡 덴버Denver, the Last Dinosaur’라는 만화영화가 있었고 덴버가 공룡 화석으로 유명한 지역이라고 알려준다. 그게 내가 실제 덴버에 대해 처음으로 접한 정보다. 그 정도로 생소했단 이야기다. 덴버는 미국 서부 콜로라도주의 주도다. 해발 1,600m(1마일)에 자리해 있다. 1마일 높이에 있다는 의미로 ‘마일하이시티Mile High City’라고 부른다. 이 높은 곳에 도시가 생길 수 있었던 건 금 때문이다. 1858년 금광 캠프가 설립된 뒤 행운을 캐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신흥도시로 발달했다. 오늘날 덴버는 개성 있는 미술관과 수제맥주 브루어리, 화려한 나이트라이프가 가득 채웠다. 덴버와 그 옆 도시 포트콜린스Fort Collins의 통통 튀는 매력을 만나고 돌아왔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덴버의 놀이터 Life Style 덴버 유행 따라잡기, 여기서 시작 오늘날 덴버의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한눈에 보려면 유니온스테이션Union Station을 찾아가면 된다. “유니온스테이션은 1881년부터 100년 넘게 덴버 교통의 허브 역할을 해 왔어요. 작년 여름부턴 완전히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해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죠.” 콜로라도주관광청 리디아Lydia Cheng가 설명했다. ‘기차역이 다 거기서 거기 아니겠어?’라고 생각하며 안으로 들어선 순간,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딱 봐도 특색 있는 상점들과 세련된 인테리어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금빛 조명과 푹신한 갈색 소파, 클래식한 소품들로 꾸며진 라운지는 몇 시간이고 앉아 책을 읽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큼지막한 창으로 쏟아지는 햇살이 역 안 가득 따뜻한 분위기를 더했다. “새롭게 문을 연 유니온스테이션의 2~4층엔 112개의 객실로 구성된 크로포드호텔The Crawford Hotel이 들어섰어요. 1층엔 콜로라도 출신 셰프 소유의 레스토랑들과 맥주를 마실 수 있는 펍, 디저트가게, 커피숍, 꽃집, 로컬상점 등이 입점했고요.” 그렇다고 유니온스테이션이 ‘교통 허브’ 기능을 버린 건 아니다. 암트랙Amtrack, RTD 등 버스·기차 노선과 무료 셔틀버스 등이 여전히 유니온스테이션을 지나고 있다. 2016년엔 덴버국제공항과 유니온스테이션을 30분 만에 주파하는 철도 서비스도 시작될 예정이다. 덴버의 라이프스타일을 대표하는 또 한 곳, 16번가 쇼핑몰 거리다. 노천카페와 레스토랑, 다양한 상점들이 16km 넘게 죽 늘어서 있다. 놀라운 점은 매일 새벽 5시부터 이튿날 새벽 1시까지 무료셔틀버스16th Street Free Mall Ride를 운행한다는 사실. 무료셔틀버스 외 다른 차량은 16번가 도로에 진입이 금지되어 있어 길이 막힐 일도 없다. 공원도 스케일이 달라 서울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조깅을 하러 한강을 찾듯, 덴버 사람들이 찾는 곳이 있다. 바로 레드록스공원 & 공연장Red Rocks Park & Amphitheater이다. 거대한 붉은 바위들이 병풍처럼 둘러싼 이곳은 덴버 시민들의 운동 장소로 인기다. 관중석으로 쓰이는 계단을 쉴 새 없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좌우로 달리며 하체 근육 단련을 하는 사람들의 진풍경에 입이 떡 벌어졌다. 자전거를 타고 공원까지 달려와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사람들, 나란히 앉아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 그 속에 섞여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넋 놓고 보고 있는데 마이클이 말을 걸었다. “기회가 된다면 여름철에 다시 와요.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 아래 세계적인 록그룹과 오페라,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즐길 수 있거든요. 생각만 해도 낭만적이지 않나요?” 1900년대부터 비틀즈, 존 덴버, 스눕독 등 다양한 장르의 세계 정상급 가수들이 이곳에서 공연했다고. 레드록스 홈페이지에 1년 치 공연 스케줄이 모두 나와 있으니 꼭 보고 싶은 공연이 있다면 미리 예약하는 것이 현명하다. 밤새도록 깨어 있어도 좋아 이태원 인근으로 이사한 뒤부터 클럽의 재미를 알았다. 덴버에서의 밤을 호텔방에서 맥주만 홀짝이며 보낼 수 없다고 생각한 이유다. 금요일 밤 11시, 덴버 다운타운 거리는 서울처럼 환했고 여기저기서 신나는 음악과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덴버는 나이트라이프Night Life로 유명해요. 밤늦도록 문을 여는 바, 클럽이 많으니 한번 경험해 보세요!” 리디아의 말 한마디에 사람들을 꼬드겨 클럽행을 감행했다. 가장 ‘핫’하다는 클럽에선 여권을 챙겨가지 않아 퇴짜 맞고, 대충 보아 사람이 많아 보이는 다른 클럽에 입장했다. 한참 놀다가 알았지만 거긴 한국의 8090 추억의 가요 클럽 같은 곳이었다. 그래서 누가 봐도 여행자 몰골(?)인 우리를 여권 없이 입장시켜 주었는지도. 어찌되었든 덴버에 갔다면 클럽도 좋고 바도 좋으니 나이트라이프를 경험해 보기를 권한다. 댄스, 코미디, 라이브음악 등 선택지도 다양하다. 단 클럽 입구에서 퇴짜 맞지 않으려면 여권과 클럽용(?) 복장을 갖추시길. 유니온스테이션 1701 Wynkoop, Denver unionstationindenver.com 레드록스공원 & 공연장 Red Rocks Amphitheatre, 18300 West Alameda Parkway, Morrison www.redrocksonline.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맥주의 나파밸리 Craft Beer “어서 와, ‘맥주의 나파밸리’는 처음이지?” 콜로라도주는 미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맥주 애호가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1860년대부터 시작된 ‘브루잉Brewing’ 문화는 수많은 브루어리를 탄생시키며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다. 1980년대부터는 소규모 수제맥주 브루어리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맥주의 종류와 특색도 더욱 다양해졌다. “덴버 시내에서만 매일 200가지 넘는 종류의 크래프트 비어가 만들어져요. 매주 새로운 스타일의 맥주가 탄생하고 있죠. 거리마다 탭하우스, 브루펍, 개스트로펍 등이 넘쳐나요. 콜로라도를 ‘맥주의 나파밸리Napa Valley of Beer’라고 부르는 이유예요.” 덴버도 좋지만 사실 콜로라도주에서 크래프트 비어로 가장 유명한 도시는 따로 있다. 덴버에서 자동차로 1시간 15분 거리에 있는 포트콜린스Fort Collins다. 인구 15만의 아기자기한 이 도시에서 콜로라도주 전체 맥주 생산량의 70%가 만들어진다. “콜로라도주에 약 300개의 브루어리가 있고, 그중 포트콜린스에 있는 건 약 16개뿐이에요. 적은 브루어리 숫자에 비해 생산량이 많은 건 미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브루어리가 2개나 있기 때문이죠.” 뉴벨지움브루어리New Belgium Brewery는 미국에서 3위, 오델브루잉컴퍼니Odell Brewing Company는 미국에서 5위 규모라고. 포트콜린스는 CNN이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0위권에 꾸준히 들어 온 도시이기도 하다. 자전거 문화가 발달해 어딜 가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포트콜린스를 찾아간 첫날 저녁, 핑크빛 석양이 아름답게 내려앉은 ‘올드타운Old Town’을 걸었다. 월트 디즈니가 디즈니랜드의 영감을 받았다는 하늘색 지붕 건물과 로컬디자이너들의 의류·액세서리·인테리어소품숍, 80년 역사의 베이커리 카페와 캐주얼한 분위기의 레스토랑이 오밀조밀 모여 동화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New Belgium Brewery ‘뉴 벨기에’에서 맛보는 11가지 맥주 ‘뉴벨지움브루어리’의 첫인상은 이랬다. 야외 테라스 옆에 일렬로 주차된 자전거, 맥주잔 하나씩 손에 들고 대화삼매경에 빠진 젊은이들, 아이를 데려와 맥주를 즐기는 가족, 빨간 푸드트럭과 손 글씨 메뉴판, 얼굴에 함박웃음을 띤 채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 미국 소도시의 즐거운 맥주 문화가 한 장면에 다 녹아 있었다. 뉴벨지움은 포트콜린스에서 가장 인기 있고 규모가 큰 브루어리다. 미국 전체에서 3위에 꼽히는 생산량을 자랑한다. 이 브루어리의 이름이 ‘새로운 벨기에New Belgium’가 된 배경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우리의 브루어리 투어 가이드로 나선 케빈Kevin이 매력적인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뉴벨지움브루어리의 설립자 제프Jeff의 원래 직업은 전기엔지니어였어요. 여가시간에 집에서 맥주 만드는 것을 즐기던 그는 1988년 산악자전거 한 대를 가지고 벨기에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3주 동안 자전거를 타고 맥주로 유명한 마을의 브루어리와 펍을 찾아다니며 ‘맥주 투어’를 했어요. 제프는 여행을 마친 뒤 다시 엔지니어의 삶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그의 아내 킴Kim이 그를 설득했죠. ‘당신은 엔지니어 일을 할 때보다 맥주를 만들 때 훨씬 행복해 보여요. 당신의 훌륭한 맥주를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브루어리 사업을 해 보는 게 어때요?’라고요. 제프는 엔지니어를 그만두고 맥주 양조에만 전념하기 시작했고 1991년 6월29일 정부에서 브루어리 사업 자격을 취득했죠. 그날이 뉴벨지움브루어리가 탄생한 날입니다.” 이 브루어리의 이름이 ‘뉴벨지움’인 것, 로고가 자전거인 것, 최고 인기 맥주의 이름이 ‘팻 타이어Fat Tire’인 것은 그 배경에 이러한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뉴벨지움브루어리에서는 하루 11회(1회당 정원 약 25명)의 퍼블릭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투어에 참가하면 이곳에서 만든 수제맥주를 마음껏 맛보고, 직접 탭을 당겨 맥주를 따라 보고, 맥주 양조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뉴벨지움의 역사와 경영 철학에 대한 실감나는 이야기도 들려준다. 맥주를 즐기러 온 사람들과 투어 참가자들을 합해 매일 400~500명이 이곳을 찾아온다고. 뉴벨지움브루어리 500 Linden Street, Fort Collins newbelgium.com 맥주 테스터 USD1.50, 16온스 1잔 USD4 ●친근한 거리예술의 도시 Art 16색 물감 팔레트 같은 도시 덴버에서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란 하늘을 만나기 위해선 특별한 운이 따르지 않아도 된다. 365일 중 300일 맑은 날씨가 이어지기 때문. 이 도시의 파란 하늘을 더 돋보이게 만들어 주는 건 거리 곳곳의 공공예술작품들이다. 곰, 말, 버팔로 등 동물을 모티브로 한 색색의 개성 있는 작품들이 눈길을 붙잡는다. “덴버는 시 예산의 일부를 공공예술에 투자하도록 법으로 정해 놓았어요. 모든 공공건물은 의무적으로 옥외 예술작품을 설치해야 하죠. 덴버의 명물이 된 블루베어작품명 ‘I See What You Mean’도 그 일환으로 만들어진 것이죠.” 덴버의 예술을 대표하는 장소는 ‘덴버미술관Denver Art Museum’이다. 1893년 문을 연 이 미술관은 세계 최대 규모의 아메리칸인디언 예술품 컬렉션을 포함해 6만8,000여 점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다. 로키마운틴의 뾰족한 산봉우리를 본뜬 미술관 건물도 볼거리다. ‘히스토리콜로라도센터History Colorado Center’에선 콜로라도 역사 관련 전시품을 직접 만지고 눌러 보고 올라타 보기도 하면서 재미있게 체험할 수 있다. 또 세계적 추상화가 클리포드 스틸Clyfford Still의 작품 2,400여 점을 볼 수 있는 ‘클리포드스틸미술관Clyfford Still Museum’, 1,600여 마리의 나비가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덴버보태닉가든Denver Botanic Gardens’ 등이 각기 다른 매력으로 여행자들의 발길을 유혹한다. ‘마일하이컬처패스Mile High Culture Pass’를 이용하면 할인된 요금으로 관람할 수 있다. 덴버미술관 Denver Art Museum, 100 W 14th Ave Pkwy, Denver www.denverartmuseum.org 화·수·목·토·일요일 10:00~17:00, 금요일 10:00~20:00, 월요일 휴관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히스토리콜로라도센터 History Colorado, 1200 Broadway, Denver www.historycolorado.org 매일 10:00~17:00 마일하이컬처패스Mile High Culure Pass 덴버의 7개 어트랙션 중 원하는 것을 골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패스. 3일 동안 3개 어트랙션을 이용할 수 있는 ‘3일 패스’는 USD25(USD12 할인). 5일 동안 7개 어트랙션을 이용할 수 있는 ‘5일 패스’는 USD52.80(USD25 할인). 클리포드 스틸 뮤지엄Clyfford Still Museum, 덴버미술관Denver Art Museum, 덴버보태닉가든Denver Botanic Gardens, 덴버자연사박물관Denver Museum of Nature & Science, 덴버동물원Denver Zoo, 히스토리콜로라도History Colorado Center, 커클랜드미술관Kirkland Museum of Fine & Decorative Art에서 이용 가능하다. www.MileHighCulturePass.com ▶travel info Denver AIRLINE 우동 한 그릇 ‘뚝딱’ 하고 드림라이너, 어때? 현재 한국에서 덴버로 가는 직항은 없다. 가장 빠른 길은 유나이티드항공UA의 인천-나리타-덴버 노선이다. 나리타에서의 경유 시간은 약 2시간. 일본에서 먹어야 가장 맛있다는 우동 한 그릇 ‘뚝딱’ 하고 면세점에서 일본 생초콜릿 몇 개 사고 나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나리타-덴버 노선에선 보잉사 항공기종 중 으뜸이라는 ‘B787 드림라이너’가 운항한다. 드림라이너는 쾌적한 기내환경을 제공하는 기재로 알려져 있는데, 창문 크기가 타 항공기보다 30% 더 크고 천장 높이도 15~20cm 높다. 타 항공기보다 기내 압력이 낮고 습도가 높아 피곤함과 건조함이 덜한 것도 장점이다. 비행 소요 시간은 인천에서 나리타까지 2시간 15분, 나리타에서 덴버까지 10시간 35분. www.kr.united.com Hotel ‘팝아트’ 같은 호텔 커티스The Curtis 덴버 다운타운 심장부에 위치한 개성 강한 호텔. 알록달록한 인테리어와 독특한 그림, 소품들이 ‘팝아트’ 속에 들어간 듯한 기분을 들게 한다. 체크인 할 때 달달한 초콜릿쿠키와 호텔 근처 스타벅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료 커피 쿠폰을 하나씩 나눠 준다. 근처에 밤 늦게까지 문을 여는 펍과 클럽이 많아 교통편 걱정 없이 놀 수 있다. 1405 Curtis Street, Denver www.thecurtis.com 캠핑 온 듯 즐겨 봐 캔들우드 스위트Candlewood Suites 모든 객실이 스위트로 구성된 콘도형 호텔이다. 부엌에는 큼지막한 냉장고와 널찍한 조리 공간, 식탁, 각종 조리도구와 식기가 깔끔하게 갖춰져 있다. 호텔 바로 앞에 대형 마트가 있어 장을 보기도 쉽다. 객실에 갖춰진 물품 외에 보드게임, 믹서기, 바비큐 시설 등을 호텔에서 대여할 수 있다. 2014년 12월2일에 문을 연 따끈따끈한 신상 호텔이라 더 깨끗하다. 314 Pavillion Lane, Fort Collins CandlewoodSuites.com Restaurant ‘핫’한 멕시칸 레스토랑 타마요Tamayo 요즘 덴버 젊은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멕시코 퓨전 레스토랑. 멕시코에서 성장한 미국의 유명 셰프 리차드Richard Sandoval의 여러 레스토랑 중 하나다. 감칠맛 나는 아보카도소스, 살사소스에 찍어 먹는 나초가 일품이다. 마가리타를 곁들이면 금상첨화. 1400 Larimer Street, In Larimer Square, Denver www.richardsandoval.com/tamayo 스테이크와 함께 수제맥주 한잔 메인라인Mainline 포트콜린스 올드타운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맛있는 수제맥주와 함께 스테이크, 베이비백립, 감자튀김 등 전형적인 미국음식을 맛볼 수 있다. 가격도 참 착하다. ‘라지 플레이트’에 속하는 메뉴인 뉴욕스트립 스테이크가 USD22, 베이비백립 하프사이즈 USD12 등이다. 다양한 종류의 생맥주는 1잔당 USD5. 125 South College Ave, Fort Collins www.mainlinefoco.com Shopping 명품부터 미국 브랜드까지 한곳에 체리 크릭Cherry Creek 세포라, 아베크롬비, 코치, 갭 등 인기 미국 브랜드부터 오메가, 루이비통, 티파니, 버버리 등 명품까지 160개 매장이 한곳에 모인 대형 쇼핑센터다. 여행객들에게 제공하는 ‘쇼핑 패스포트Passport to Shopping’를 이용하면 60여 개 매장에서 추가 할인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3000 East First Avenue, Denver 월~토요일 10:00~21:00 일요일 11:00~18:00 shopcherrycreek.com 글·사진 고서령 기자 취재협조 유나이티드항공 www.kr.united.com, 콜로라도관광청 www.colorado.com
  • 국내여행 | 거제백미 巨濟白眉 해금강 마을

    국내여행 | 거제백미 巨濟白眉 해금강 마을

    홀로 선 해금강은 외롭지 않았다. 웅장한 돌섬의 등 뒤에는 어머니의 자궁 같은 해금강 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태생적으로 연결된 둘은 오랫동안 서로를 바라보며 선하게 닮아 있었다. 해금강이 태어난 곳 거제 하면 해금강. 오래된 공식이다. 대한민국 명승 제2호로 1971년에 지정됐다(참고로 명승 제1호는 강원도 명주 청학동 소금강이다). 한려수도의 그 많은 섬 중에서 유독 ‘갈도葛島’라는 작은 섬이 ‘제2의 해금강(북한의 해금강과 비교하여)’으로 불리게 된 이유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연간 수십만명의 관광객들이 거제를 찾아온다. 그러나 해금강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언제, 어디서, 누구와 보느냐에 따라 그 모습은 변화무쌍하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이 있다. 거제 해금강의 속살을 샅샅이 알고 있는 곳은 해금강 마을뿐이라는 것이다. 비밀은 지형에 있다. 해금강 마을은 거제 남부면의 해안선에서 동쪽으로 돌출된 갈곶乫串에 자리잡고 있다. 그 모양이 마치 해금강을 위한 디딤대 같다. 세상의 모든 섬이 육지의 일부였듯, 해금강은 오래전에 해금강 마을의 일부였다. “제가 세상을 많이는 못 다녀 봤지만, 아침나절에 바다 위에 나가서 해금강을 바라보면, 이런 풍경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해금강 마을에서 나고 자라 60여 년을 살아온 해금강 유람선 김재덕 사장의 말은 화려한 수식어 없이도 울림이 컸다. 진심의 힘이다. 해금강 유람선이 처음도 아닌데 그를 따라 배에 오르는 마음이 새삼 두근거렸다. 육지에서는 볼 수 없다던 해금강의 얼굴. 그것이 휴가철이면 여행자로 만선을 이룬 유람선들이 거제 앞바다를 바쁘게 질주하는 이유일 것이다. 예전에는 나룻배를 타고 갔을 만큼 마을 선착장과 해금강은 가까웠다. 배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사자바위를 지나 십자동굴 안으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두 개의 큰 바위섬으로 이루어진 해금강의 안쪽에는 파도의 침식작용으로 형성된 십자동굴이 있다. 남쪽 동굴은 길이가 100m나 되어 물이 빠지는 간조 때에는 사람이 걸어서 지나갈 수 있을 정도다. 유람선은 덩치가 커서 입구만을 서성였지만 선장은 약수동굴, 십자동굴 등도 모두 놓치지 않고 노크를 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보통은 십자동굴을 해금강 유람선의 하이라이트라고 이야기하지만 내가 감동한 순간은 좀 달랐다. 오후의 역광 속에서도 신랑신부바위, 병풍바위, 미륵바위, 촛대바위, 거북바위 등은 분명한 실루엣을 자랑했고 수직의 입석들마저 다양한 무늬와 색채로 매력을 발산했다. 해풍과 파도에 견뎌 온 세월 동안 무수한 이야기가 이끼처럼 돌섬을 덮고 있었다. 유람선이 동쪽으로 가장 멀어졌다가 선수를 돌려 해금강을 마주하던 그 순간, 드디어 육지에서는 볼 수 없었던 해금강의 얼굴이 나타났다. 오랜 시간 삭풍에 씻기면서도 섬은 곱게 늙어 있었다. 풍란과 작은 새들에게 어깨를 내어주는 해금강의 넉넉함은 마을 주민들과 닮았다. 완벽한 전망대, 우제봉 해금강 마을을 가장 완벽한 해금강 조망장소라고 말하는 이유는 사실 선착장이 가까워서가 아니다. 우제봉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 올라가면 해금강을 한눈에 담아올 수 있다고 했다. 해금강을 만나는 새로운 방법이었다. 우제봉은 높지도 멀지도 않았다. 해발 107m 정상까지의 거리는 1km 내외로, 천천히 걸어도 20~30분 정도면 정상에 도착한다. 해금강 매표소 옆에서 시작한 오솔길은 금세 빽빽한 자생 동백나무와 소나무 숲길로 변했다. 한여름에도 서늘하게 느껴질 정도로 원시림이 무성한 곳이다. 짧은 경사 구간을 지나면 능선을 따라 나무데크 길이 등장한다. 2012년 2월, 데크가 깔리기 전까지만 해도 우제봉 능선은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코스가 아니었다. 마을 어르신들에게는 어린날 땔감을 줍기 위해 오르내리던 곳이었다. 지금의 우제봉은 객지 손님이 찾아오면 마을 주민들이 입을 모아 ‘강추’하는 트레킹 코스다. 조촐히 시작한 트레킹에는 어느새 유람선 사장님 내외분, 펜션 사장님과 그녀의 서울 친구, 두어 달 전에 해금강 마을에 부임한 목사님까지 합세해 있었다. 봄날 오후의 정겨운 산책이다. 유쾌한 사람들의 기운에 힘든 줄도 모르고 계단 위에 올라서니 순식간에 시야가 확 트였다. 그리고 왼쪽으로 낯익은 돌섬이 눈부시게 펼쳐져 있었다. 처음 보는 (듯한) 해금강이었다. 저 섬이 이리도 가까웠던가. 만져질 듯 가까운 해금강을 향해 팔을 뻗으니 손등 위로 따가운 봄볕이 쏟아졌다.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상기된 동백꽃 한 송이가 새파란 하늘, 짙푸른 바다의 경계선 사이로 핏빛 포물선을 그리며 낙화했다. 그 순간 떠오른 감탄사는 ‘완벽하다!’였다. 전망대는 정상 바로 아래에 있다. 정상에는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다를 감시할 수 있을 만큼 시야가 좋은 지점이다. 전망대에는 해금강을 액자 속에 담을 수 있는 포토존과 망원경, 벤치까지 갖추어져 있었다. 전망대에 가만히 앉아서 시선을 멀리 던지면 외도와 서이말등대, 대·소병대도, 매물도까지 걸려드는 풍경마다 대어고 월척이다. 한려해상의 수많은 섬 중에서 특별히 해금강을 주목한 것은 우리 조상만이 아니었다. 약초섬으로 불릴 만큼 약초가 많았기 때문인지 진시황제의 명령으로 불로초를 찾아 먼 길을 떠났던 서불徐市 일행도 잠시 이곳에 머물렀었다. 실제로 우제봉 정상의 석벽에 ‘서불과차徐市過次’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으나 1959년 사라호 태풍으로 손상되었다고 한다. 글자를 보았다는 아버지들의 증언이 바람을 타고 아들들에게 전해질 뿐이다. 수만, 수천년의 세월이 지나 화강암 돌섬에 동굴이 생기고 글씨는 지워졌지만 해와 달의 약속은 여전하다. 우제봉과 해금강 마을 갯바위 일대는 소문난 일출, 일몰 명소다. 매년 3월 중순~4월 중순과 10월 중순~11월 중순경이면 ‘오메가’라고 불리는 해돋이 광경이 연출된다. 사자바위와 해금강 사이, 수면을 뚫고 올라오는 명품 일출을 보고 싶다면 적기는 1월1일이 아니다. 바로 지금이다. ●interview 해금강 마을기업 김옥덕 대표 팔방미인 동백처럼 해금강 마을기업 “해금강은 그야말로 보물섬이죠. 90년대만 해도 ‘거제 하면 해금강’이었으니까요. 박정희 전 대통령도 서거 전 마지막 가족 여행으로 해금강호텔에 머물렀고, 김영삼 전 대통령도 1983년 오랜 단식 투쟁 이후에 여기에 와서 몸을 회복했습니다. 예전부터 시인, 묵객들이 많이 찾아왔고 해금강 사자바위 일출은 전국 5대 일출에 듭니다.” 산증인이란 이런 분을 두고 하는 말일까. 추억과 자랑을 막힘없이 풀어내는 김옥덕씨는 해금강 마을기업 대표와 이장직을 겸하고 있다. 인구 120명, 65호수의 작은 마을이지만 그의 하루가 바쁘기만 한 이유다. 주민들이 조금씩 출자하여 설립한 해금강 마을기업은 해수부의 ‘어촌 6차 산업화 시범사업’에 지원한 28개 마을 중 최종 선정된 4개 마을에 포함됐다. 2014년에는 안전행정부 마을기업에 선정되는 겹경사를 맞았다. “마을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졌다”고 말하는 김대표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넘칠 수밖에. 어촌으로서의 기능이 줄어들고 고령화로 활기가 줄어든 해금강 마을에는 다시 새바람이 불고 있다. 주민 모두 6개월 동안 어촌특화 역량강화 컨설팅 교육까지 받았다. 6차 산업은 생산1차, 가공2차, 서비스 제공3차을 모두 더한 개념으로 유무형 자원을 융·복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설명하면 어렵지만 예를 들면 쉬워진다. 유람선 터미널 1층에는 김, 오징어, 멸치 등을 파는 특산물 매장도 있지만 동백껍질을 이용한 각종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가판대도 있다. 아내 강진순 여사의 아이디어로 동백열매를 싸고 있는 껍질을 이용해 브로치, 머리띠, 목걸이 등의 장식품 제작에 성공한 것. 앞으로 화장품까지 출시할 계획이다. “여수 동백은 나무가 잎이 작고 꽃도 작은 편이지만 거제의 동백은 꽃도 크고 두꺼워요.” 김 대표는 거제 동백에 대한 자랑도 잊지 않았다. 마을에 방치되어 있는 빈집을 개조해서 게스트하우스로 분양한다는 계획도 세운 상태다. 그의 설명을 듣고 나니 ‘힐링을 품고 있는 천혜의 절경, 머물고 싶은 우리 해금강 마을’이라는 캐치프레이즈의 뜻이 달리 보인다. 객지로 보낼 수밖에 없었던 자녀들이 돌아올 수 있는 고향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도 읽혔다. ●fresh seafood 해금강 마을의 감성 식도락 <삼시세끼-어촌편>을 촬영한 외딴섬 만재도쯤은 가야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던 군소를 거제 해금강 마을에서 만났다. 뿐만 아니라 출연자 유해진이 그렇게 잡고 싶어했던 자연산 감성돔의 맛도 볼 수 있었다. 거제 ‘참바다’의 맛이 해금강 마을에 살아 있다. 군소는 이런 맛이구나! 군소는 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해산물이다. 군소는 가르쳐 주지 않고 혼자 먹는 맛이라던데, 사실 설명하기도 쉽지 않다. 바다토끼라는 별명이 있는가 하면, 바다의 민달팽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흐물흐물하고 반점 투성이 비호감 비주얼이지만 일단 삶아 놓으면 의외로 쫀득쫀득하게 씹는 맛이 있다. 저온숙성의 비밀, 성게비빕밥 첫술을 뜨는 순간부터 도저히 동작을 멈출 수 없었던 성게비빕밥. 그동안 먹어 온 냉동성게의 맛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진한 성게맛의 비결은 다진 멍게를 약간의 양념과 간으로 버무려 저온에서 숙성을 시키는 것이다. 살짝 얼었다가 밥의 온기에 버터처럼 녹아내리는 성게의 풍미는 밥알을 씹을 때마다 되살아난다. 쌀로 만든 진짜 전복죽 죽을 ‘정성 반, 재료 반’이라고 하는 이유가 있다. 생쌀을 오래도록 저으며 죽을 쑤려면 시간도 힘도 많이 들기에 요즘은 그냥 밥을 사용하는 음식점들도 허다하다. 그러나 해금강 대해횟집에서는 전통방식을 고집한다. 불린 쌀을 끓이기 시작해 죽이 될 때까지 젓고 또 젓는다. 그리고 수조에서 건져낸 신선한 전복을 다져서 넣고 죽이 적당히 퍼질 때까지 또 젓는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는 안주인의 인사가 송구할 만큼 전복죽은 맛있다. 전복도 쌀알도 존재감이 살아있는 진짜 전복죽이다. 감성돔은 살아 있다! 두툼한 감성돔의 식감은 신기하게도 고기를 연상시켰다. 여전히 아가미를 움직이고 있는 신선한 감성돔은 싯사 20만원에 육박하는 귀하신 몸이기도 하다. 겨울이 제철인 이 녀석을 잡겠다고 밤낮없이 낚시대를 던지는 낚시꾼들이 일대에 수두룩하다. 자연산 감성돔의 남다른 위엄을 느껴 보시라. 해금강도 식후경! 시간이 부족했다. 마을의 모든 식당을 가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런 공유는 가능하다. 관광횟집식당055-633-1466은 회가 주력이다. 깨끗하게 관리한 수조에서 유영 중인 어종들을 살펴본 후 선택하면 된다. 영양 듬뿍한 성게비빕밥도 이 집에서 먹었다. 천년송횟집055-632-6210은 해물탕이 유명하고, 그래서인지 유명한 사람들도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집이다. 냄비가 넘치도록 담겨 나오는 해물은 그저 황송할 지경. 간을 약하게 해서 신선한 해물맛을 제대로 살렸다. 아침에 부드러운 죽이 당긴다면 대해횟집055-633-7700을 추천. 정성으로 쑨 전복죽은 맛도 그만이었다. 대부분의 식당은 유람선 매표소 주차장 주변에 자리잡고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밖에도 해금강 마을에서는 봄철의 싱그러움을 더하는 도다리 쑥국, 해장국으로 좋은 물메기탕, 고소한 볼락구이, 담백하고 깔끔한 어죽, 청정해역의 자랑인 굴구이를 추천한다. ▶travel info 거제 해금강 마을 Road 찾아가기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개통, 거가대교의 개통으로 몇년 사이 거제로의 접근성이 월등히 개선됐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거제 고현 시외버스터미널까지는 고속버스로 4시간 30분이 걸린다. 고현에서 해금강 마을까지는 승용차로 40여 분 정도 소요된다. 거제 고현 시내버스터미널 1688-5003 Boat 해금강 마을의 자부심, 해금강유람선 해금강까지 운항하는 유람선은 여럿이지만 해금강과 가장 가까운 선착장은 해금강 마을에 있다. 선착장에서 해금강이 빤히 바라보인다. 가까운 만큼 해금강을 둘러볼 시간이 상대적으로 넉넉하다. 해금강과 외도 주변을 유람하는 제1코스와 우제봉 인근, 외도 기착까지뿐 아니라 외도, 매물도 코스도 있다. 휴가철에는 매진이 되는 경우가 많으니 인터넷에서 미리 예매를 해두는 것이 좋다. 해금강유람선매표소 경남 거제시 남부면 해금강로 270 제1코스 해금강선착장-해금강-외도부변(선상) 성인 1만3,000원 소요시간 50분 제2코스 해금강선착장-해금강-우제봉-외도 기착 성인 1만6,000원 소요시간 130분 055-633-1352 www.hggtour.net Shop 반짝반짝 빛나는 동백이야기 해금강 마을은 마을기업인 ‘동백이야기’라는 브랜드로 액세서리를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동백씨를 담고 있는 씨방의 겉껍질을 말린 다음 다양한 색깔의 매니큐어를 칠해 브로치, 헤어밴드 등으로 재탄생시킨 것. 그 화려함에 있어서는 동백꽃을 능가한다. 유람선 선착장 지하층에 작업장이 있어서 직접 액세서리를 제작해 보는 체험도 가능하다. 동백이야기 haegeumgang.com 055-632-0555 Stay 경치 좋은 파도소리펜션 창문은 창문이 아니었다. 담아낸 경치를 보면 그 자체가 멋진 액자다. 언덕배기에 자리잡은 파도소리펜션에서는 진짜 파도소리가 들렸다. 총 6실로 구성되어 있으며 복층형은 2층 침실공간이 넉넉하다. 경남 거제시 남부면 갈곶리 37 (비수기, 준성수기 기준) 원룸형 10만~15만원, 복층 원형 13만~17만원. 055-632-8956 www.padosorinet.com Famous 여차-홍포 해안드라이브 길 여차에서 홍포로 이어지는 3.5km의 해안도로는 60여 개의 섬들이 떠 있는 다도해의 수려한 경관과 더불어 알알이 박힌 작은 어촌들을 통과하는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다. 여차의 몽돌해변, 홍포의 명사해수욕장 등 다양한 모래사장도 경험할 수 있다. 일출과 낙조의 명소들 남부면 일대에는 일출과 낙소의 명소들이 즐비하지만 시기에 따라 해의 위치가 바뀐다. 예를 들어 홍포 바다의 일몰은 11월 초순부터 2월 초순 사이가 절정이고 우제봉의 ‘오메가’ 일출은 3월과 10월에만 볼 수 있는 장관이다. 신선대 전망대 해금강 마을 초입의 도로변에 조성한 조망 공간으로, 개인적으로는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전망대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신선대 전망대에서 가장 잘 보이지 않는 것은 신선대. 하지만 오른쪽으로 남부면의 작은 어촌부터 왼쪽으로는 먼 바다 위에 떠 있는 대소병대도와 다포도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해금강 마을로 들어오는 차량의 행렬이 활기를 더해 준다. 글·사진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해금강유람선 055-633-1352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미술관은 PRADA를 입는다

    미술관은 PRADA를 입는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PRADA)를 이끄는 미우치아 프라다(66)는 예술발전에 공헌한다는 목표로 1993년 프라다재단을 설립했다. 방대한 컬렉션으로 화제를 불러 모은 프라다재단이 과연 언제, 어디에 미술관을 열어 소장품을 공개할 것인지가 국제 미술계의 오랜 관심사였다. 소문만 나돌던 미술관이 드디어 그 실체를 드러냈다. 이탈리아 밀라노시 남부에 위치한 라르고 이사르코(Largo Isarco) 에 새로 문을 연 프라다재단 미술관 컴플렉스를 일반 공개 첫날인 지난 9일 방문했다. 라르고 이사르코는 후기 산업사회의 대표적 산업단지였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을 실어 날랐던 기찻길을 지나 공단 한가운데에 위치한 프라다미술관은 겉에서 보기엔 다른 공장 건물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입구 외벽에 붉은색 글씨로 현재 진행 중인 전시를 알리는 전광판이 없다면 그냥 지나칠 정도다. 하지만 그 안으로 한 발짝 들어서면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프라다재단의 새로운 헤드쿼터 역할도 하는 총면적 1만 9000㎡ 규모의 아트 컴플렉스는 원래 ‘소시에테 이탈리아나 스피리티’라는 증류주 양조장이 있던 곳으로 건물들은 1910년대에 지어졌다. 미우치아는 몇 해 전에 이 양조장을 사들여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 건축가 렘 콜하스와 함께 미술관 복합단지로 변신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렘 콜하스는 과거 양조장의 사무실, 실험실, 증류주 수조, 창고 등으로 사용된 기존 건물들의 원래 외관을 유지한 채 어린이 도서실, 카페, 전시장으로 개조했다. 기획전시를 위한 포디움과 마당 한가운데에 있는 극장, 탑(Torre) 등 세 개의 새로운 건물이 추가됐다. 패션하우스 프라다가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으로 공간 전체에 통일감을 주는 가운데 다양한 형태의 건물들이 이뤄내는 공간적 대비가 흥미로운 산책을 유도한다. 단정한 안내원들의 복장부터 전시대, 인도의 바닥까지도 컬러 톤을 짙은 회색으로 일체화시킨 세심함이 엿보인다. 사각의 유리건물 포디움에서는 고대 로마시대의 고전적 작품들이 후대에 걸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가늠하게 하는 개관 기획전시 ‘시리얼 클래식’전이 열리고 있다. 기존 건물의 외벽에 황금색을 입힌 ‘흉가(Haunted House)’에서는 신체 부위를 진짜같이 만들어 벽에 부착하는 로버트 고버와 거미 작품으로 유명한 루이스 부르주아의 작품을 상설전시하고 있다. 실험실로 쓰였던 공간을 개조한 남쪽 전시장과 물류창고에서는 소장품의 전반적 개요를 보여주는 ‘소개’전이 열린다. 1960년대의 뉴다다에서 미니멀아트에 이르기까지의 회화와 설치 등 어떤 작품들을, 어떤 방식으로 수집해 왔는지를 볼 수 있다. 창고는 예술이 된 일상을 상징하는 다양한 자동차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북쪽 전시장은 만 레이, 리처드 세라, 브루스 나우먼, 프란시스 피카비아, 데이비드 호크니 등 현대미술 대표작가들의 사진, 회화, 설치, 비디오 작품들을 소개한다. 극장에서는 로만 폴란스키의 작품을 상영하고 그 지하에는 독일의 예술가 토마스 디만드가 ‘석회석 동굴’을 재현한 작품이 설치돼 있다. 가장 극적인 공간은 ‘치스테르나(Cisterna)’ 전시장이다. 거대한 수조가 설치됐던 3개의 공간에 작품 한 점씩을 놓고 ‘트리티코’라는 제목을 붙였다. 상반된 성격의 단막 오페라 세 편을 하룻저녁 무대에 올린 푸치니의 마지막 오페라 ‘일 트리티코’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듯하다. 첫 번째 방에는 부드러운 조각으로 포스트미니멀리즘이라는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한 에바 헤세(1936~1970)의 작품 ‘상자 2’(1968)가 놓였다. 두 번째 방은 파격적인 작품으로 화제를 불러 모으는 데미언 허스트의 ‘잃어버린 사랑’(2000)이 주인공이다. 수조 속에 놓인 산부인과병원 진료의자, 탁자 위에 수술기구와 함께 놓인 진주목걸이와 금반지, 금시계 등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설치물들 사이로 열대어들이 유유히 헤엄쳐 다니는 작품은 기이하고도 아름답다. 마지막 방 한쪽 벽에는 이탈리아 조각가 피노 파스칼리(1935~1968)의 작품 ‘1 입방미터의 흙’(1967)이 설치돼 있다. 전시실들을 찬찬히 돌아보다 보면 현대미술의 종합선물세트를 받은 기분이 든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과 대중을 보다 가깝게 해 줌으로써 문화가 매력적이고 유용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고 싶다”는 미우치아의 소망이 현실화된 공간은 풍요롭고 획기적인 창조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하고 있다. 글 사진 밀라노(이탈리아)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회색도시에 색 입히는 신촌 거리 위 스튜디오

    회색도시에 색 입히는 신촌 거리 위 스튜디오

    ‘회색빛 도로 위가 팝업 스튜디오로 변신합니다.’ 서대문구는 16일 신촌 연세로에서 ‘2015 신촌대학문화축제-아스팔트 스튜디오’를 연다고 13일 밝혔다. 예술로 소통하고 체험하는 거리 예술 축제다. 낮 12시부터 오후 8시까지 청년 아마추어 예술가들의 실험이 펼쳐진다. 이날 오전 4시부터는 차량 통행이 제한된다. 축제는 전시, 참여예술, 공연, 암막 속 빛 체험, 머리 위 예술 등 5가지 주제로 진행된다. 전시 구간에서는 청년 작가 22개 팀(개인)이 예술 작품을 선보인다. 일러스트, 팝아트, 펜화, 멋글씨, 도자기공예, 인테리어, 섬유디자인, 판화, 목공예, 캐리커처 등 분야도 다양하다. 참여예술 구간에서는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잔디 패치를 아스팔트 위에 조성하고 그 위에 정원 틀을 만들어 시민들이 모빌과 같은 장식을 할 수 있다. 신촌 머리글자인 ‘ㅅ’과 ‘ㅊ’ 모양 대평 스티로폼 조형물에 직접 색을 입힐 수 있다. 공연장은 독수리약국 앞과 유플렉스 앞 횡단보도 등 두 곳이다. 20여개 청년 팀이 무용, 힙합, 어쿠스틱, 국악, 디제잉, 오케스트라 플래시몹 등 공연을 무대에 올린다. 특히 행사장에 설치되는 암막 컨테이너에서는 이색 체험을 할 수 있다. 빛의 궤적을 사진으로 담아내거나 빔프로젝터를 통해 입체영상을 피사체에 투영하는 등 새로운 볼거리를 선사한다. 문석진 구청장은 “올해 5회째를 맞은 축제는 2013년 3회부터 아스팔트 스튜디오 콘셉트로 이어져 오고 있다”며 “청년이 주체가 되고 아마추어 예술가들이 어우러지는 특색 있는 거리 예술 축제에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가문의 영광’ 표창·임명장 고급화

    ‘가문의 영광’ 표창·임명장 고급화

    “장관이 조직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따지고 보면 인사권 말고는 없습니다. 직원들한테 맨입으로 열심히 일하라고만 하겠습니까, 돈을 더 주겠습니까.”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최근 한 간담회에서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인사=만사’라는 교훈을 가리킨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중요하다. ‘공복’으로 불리는 공무원들에겐 특히 임명장이나 표창장(오른쪽)은 집안 보배와 같은 것이다. 7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각 부처마다 기관장 재량으로 수여하도록 한 임명장과 표창에 대한 내규를 통일하도록 권장할 계획이다. 일종의 명예이기도 한데 너무 초라한 데다 주먹구구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서다. 임명장의 경우 5급 이상은 대통령 명의로 수여된다. 그래서 “사무관만 되면 장관도 자르지 못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행자부는 먼저 직원 선호도 조사와 자체적으로 꾸리고 있는 브랜드 제고 특별위원회 자문을 거쳤다. 이어 나름대로 내규를 바꿔 지난달 27일 430명에 대한 대규모 인사이동 때 적용했다. 무엇보다 종이 재질을 획기적으로(?) 바꿨다. 한지(韓紙)를 사용한다. 다만 보존성과 인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닥 성분과 천연 펄프 성분을 7대3 비율로 섞었다. 제지업계에 따르면 일반 인쇄용지에 비해 10배 이상인 최소 200년 동안 보존할 수 있다. 이전엔 마분지처럼 조금 두꺼운 인쇄용지를 썼다. 세월이 흐를수록 누렇게 바래 ‘장농 종이’에 그쳤다. 행자부에서만 연간 표창은 8000여점, 임명장은 4000여개에 이른다. 서체도 컴퓨터에서 뽑은 궁서체를 썼지만 전문가 얘기를 들어 2개 가운데 하나를 택하도록 직원들의 의견을 물었다. 오륜행실도체가 훈민정음 해례본체를 간발의 차이로 따돌렸다. 오륜행실도체는 조선 정조 21년(1797년) 때 왕명을 받들어 편찬된 오륜행실도의 글씨체로 ‘한글 서체의 완성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임명장과 표창장 테두리를 갈색 매듭 무늬에서 금색 무궁화 무늬로 고급스럽게 바꿨다. 국가 상징을 돋을새김해 한층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훈·포장 등 대통령 명의로 수여하는 정부 포상과 차별을 둬야 해 테두리를 한 줄로 한정해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해 7월부터 행자부에서 실무수습을 마치고 지방자치단체에 부임한 K주무관은 “100년 넘도록 보존할 수 있는 한지로 만든 임명장이라니 집안 대대로 소중하게 여겨야겠다”며 “더욱 열심히 일해 역량을 한껏 펼쳐보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현대차 제네시스 캠페인 영상 인기…유튜브 조회 수 5천만 건 돌파

    현대차 제네시스 캠페인 영상 인기…유튜브 조회 수 5천만 건 돌파

    자동차로 우주까지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까? 현대자동차가 지난달 공개한 브랜드 캠페인 영상 ‘메시지 투 스페이스(A Message to Space: 우주로 보내는 메시지)’가 전세계 누리꾼들의 이목을 끌며 유튜브 조회 수 5천만 건을 돌파했다. 영상은 우주비행사인 아빠를 그리워하는 스테파니라는 소녀의 사연으로 시작된다. 이에 현대자동차는 프리미엄 세단 제네시스를 이용해 우주에서 볼 수 있는 초대형 글씨를 써내려가는 모험에 나선다. 11대의 제네시스는 네바다 사막 위를 주행하며 타이어 트랙으로 ‘스테파니는 아빠를 사랑해요(Steph lovs you)’라는 메시지를 남기는 데 성공한다. 현대자동차의 이번 캠페인 영상은 NBC, CBS, ABC 등 세계 유력 언론 보도와 소비자의 자발적 공유가 더해지면서 공개 1주 만에 세계 광고 영상 중 공유 1위, 미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 뉴스’ 주간 바이럴 비디오 2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이번 영상을 통해 자동차는 인생의 소중한 사람들을 가깝게 연결해주는 제품, 삶의 동반자라는 현대차의 생각을 더 많이 전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제네시스로 그린 영상 속 초대형 타이어 트랙 메시지는 ‘가장 큰 타이어 트랙 이미지’라는 신규 항목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사진·영상=Hyundai : A Message to Space/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위로가 되는 사람, 51인의 짙은 향기

    위로가 되는 사람, 51인의 짙은 향기

    사람 향기/김문 지음/들녘/360쪽/1만 3000원 사람의 얘기는 끝이 없었다. 시가 됐고, 소설이 됐고, 노래가 됐고, 그림이 됐다. 그저 절로 되어지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스스로 오만 것들을 다 했다. 숨을 몰아쉬며 산을 타고, 인간의 존엄을 확인하기 위해 쌈박질을 하고, 꿈틀거리는 생명의 몸짓을 사진 찍고, 정직한 삶과 몸의 가치를 찾아 밭을 갈아 씨를 뿌리고, 그것들로 밥을 지어먹고, 술도가를 기웃거리며 술을 빚고 마셨다. 그렇게 되어지고, 하다 보니 꼬박 10년의 시간이 흘렀다. 2004년 12월 김문이 신문쟁이로서 시작한 ‘김문이 만난 사람’은 매주 한 개면씩 사람 얘기를 담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오갔던 유장한 오딧세이였다. 그새 김문은 신문쟁이의 껍데기마저 벗어버렸고 자유로움의 끄트머리에 있는 또 다른 무언가를 찾아 헤매게 됐다. 김문은 정치, 경제 등 세상을 들었다 놨다 하는 이름 짜한 이들은 애써 피했다. 10년 동안 500명 가까운 사람을 만났고, 그들의 이야기를 옮겨 적은 게 원고지 1만장을 넘겼다. 소설을 쓰는 박범신, 조정래, 이외수는 물론이고, 그림 그리는 김병종, 오원배, 이영복, 곽원주가 있고, 국악하는 김뻑국, 사진 찍는 배병우, 김병태, 건축가 승효상, 이재호 등이 그에게 지내왔던 삶의 실타래를 풀어냈다. 이 책은 그 중 51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문인, 화가, 가수, 무용가, 코미디언, 학자 등이 어지러이 섞여 있는 듯하다. 서로 다른 삶을 지내는 이들이건만, 그들 삶의 형태를 꿰뚫는 것이 있다. 바삐 돌아가는 세상에 뒤처져 있는 이들이거나, 그런 세상을 비웃는 이들의 엮음이다. 책을 보며 ‘그저 한가하게 예술, 삶이나 운운한다’며 눈을 삐뚜로 뜨는 이들이 있거든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가 시전하는 ‘똥 철학’에 시선을 모을 일이다. 아니면 타고난 소리꾼으로, 배우로 지내다 철학박사가 된 오정해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볼 일이다. 한 걸음 떨어져 관조하는 이가 바꾸는 세상은 더욱 치열하다. 삶을 영위하는 방식이 향기로우면 결과물도 향기로울 수밖에 없는 탓이다. 천대받던 뽕짝도 그의 자그마한 몸을 거치면 혼이 담긴 묵직한 소리가 됐다. 장사익이 최근 붓글씨에 푹 빠져 있음을 알려왔다. 노래만큼이나 느리게 쓰고, 희망을 주는 장사익의 글씨는 책의 표제가 됐다. ‘화실과 서재를 왕래하다 보면 둘이 하나로 섞이고 만나게 된다. 문장은 수채화 같은 빛깔을 띠고 그림은 글 기운 비슷한 무엇을 발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삶과 예술의 경계조차 벗어버린 듯한 삶의 방식을 소개한 화가 김병종(서울대 미대 교수)이 발문을 썼다. 위로가 되는 풍경은 결국 사람의 풍경이라고 한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씨줄날줄] 손편지/황수정 논설위원

    종이 만드는 기술은 조선 전기에 절정을 맞았다. 그래도 종이는 늘 귀했고 비쌌다. 여염집에서 부담 없이 쓰기가 쉽지 않았다. 국립한글박물관에 가면 그 생생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박물관의 특별기획전 ‘한글 편지, 시대를 읽다’에서 눈이 번쩍 뜨이게 하는 건 430년 전 경북 안동의 ‘원이 엄마’가 부쳐온 사부곡(思夫曲)이다. “어째서 나를 두고 먼저 가십니까. 당신은 내게 어떤 마음을 가졌었고 나는 당신을 향해 어떤 마음을 가졌나요. 이런 마음으로 내가 어떻게 자식을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 세상에서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원이 엄마는 이름 없는 필부다. 1998년 안동시내 택지 공사를 하느라 고성 이씨 집안의 묘를 이장하던 중 관 속에서 그의 편지가 발견됐다. 무덤의 주인은 이응태(1556~1586년). 유복자를 남긴 채 서른 살을 갓 넘기고 떠나는 남편의 마지막 길에 애끓는 마음을 전했던 것이다. 머리칼을 베어 신을 삼는다는 옛말은 그저 언표인 줄 알았다. 원이 엄마는 제 머리카락을 섞어 삼은 미투리 한 켤레도 편지 옆에 나란히 두었다. 종이가 귀했던 옛날에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편지지 한 장에 모든 사연을 담아야 했다 한다. 한정된 지면을 최대한 활용해야 했으니 편지쓰기 요령이 따로 있었다. 우선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려가면서 글자를 앉히되 내용이 혼동되지 않도록 글을 써내려가는 방향도 제각각 달리 잡아야 했다. 종이 한 장 위에 입추의 여지 없도록 한 글자라도 더 적으려 애태운 원이 엄마도 그렇게 썼다. 430년 전에 발신된 편지 앞에 오래 붙들려 있었다. 세상에 그 어떤 연서가 저렇게 간곡할 수 있을까. 무한 리필 되는 이메일, 카톡 같은 소통공간 하고는 애당초 댈 게 못 되는 얘기다. 지울 수 없는 먹글씨였으니 한 글자 한 글자에 온 마음을 졸였을 것이다. 그렇게 들어간 심력은 또 얼마나 크고 높았겠나. 18년을 귀양살이로 보낸 다산 정약용에게 편지가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강진 귀양살이 10년째 되던 해 다산은 멀리 부인에게서 낡은 치마 다섯 폭을 전해 받았다. 누렇게 빛바랜 천을 종이 삼아 아들에게 훈계의 편지를 적어 보냈다. 시집간 딸에게는 화목을 기원하는 시화 편지를 보냈다. 그 아들딸은 차마 삶을 비뚜로 살지 못했을 터다. 일상에서 글을 읽어 이해하는 능력이 문해력(文解力)이다. 문맹과는 다른 개념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01년 조사에서 우리나라 비문해 인구가 이미 전체 성인의 24.8%였다. 이후 공식 조사가 없었다. 액정 속에서 비문(非文)의 파편들로 소통하는 지금 우리의 문해력은 어디까지 떨어졌을지 알고 싶지도 않다. 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는 근원적인 능력의 싹이 손편지에도 있다면, 과장일까.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 ‘시네마 천국’ 종로3가, 추억을 잃고 서성이네

    ‘시네마 천국’ 종로3가, 추억을 잃고 서성이네

    사라 본이 부른 ‘러버스 콘체르토’는 영화 ‘접속’의 엔딩곡이었다. 서로 다른 사랑의 생채기를 가슴에 품고 있던 동현(한석규)과 수현(전도연)은 PC통신으로 만난다. 얼굴도 모른 채 요즘 말로 ‘썸’을 탄다. ‘접속 신드롬’이 일었고, OST 판매 열풍이 일었다. 영화 도입부에 동현과 수현이 각자 영화를 보고 나서는 곳도, 영화 마지막에 두 사람이 극적으로 만나고 ‘러버스 콘체르토’가 흐르는 곳도 모두 한 장소다. 서울 종로3가 피카디리극장 앞이었다. 삐삐가 있고, 엇갈린 약속을 확인하려는 공중전화기 앞의 긴 줄이 있고, 푸른 모니터 화면 위에 깜빡이는 커서를 따라 흐르는 여운이 있던 시절인, 1997년 어느 가을날의 풍경이다. 18년이 흘렀다. 지난달 30일 오후 피카디리 극장, 아니 롯데시네마 피카디리점 앞 광장에 다시 섰다. 극장은 상가건물로 재개발됐고, 극장은 지하에 8개 스크린이 있는 복합상영관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영화배우들의 손바닥을 핸드프린팅해 놓은 ‘스타의 광장’은 흔적조차 없다. 1층 광장 왼쪽에는 예전처럼 매표소가 있다. 감색 양복을 입은 한 중년의 남자가 고개를 들어 상영시간표를 짧게 확인하더니 유리창 안쪽에다 “2시 40분 ‘차이나타운’ 한 장이요.”라고 나지막히 말했다. 길 맞은편에 있던 단성사는 가림막 안쪽에서 막바지 건물공사가 한창이다. 한국 최초의 영화관 단성사는 떠나는 마지막 길조차 순탄하지 못했다. 8년 전 경영난으로 부도가 났고, 극장으로서의 용도가 폐기됐다. 2012년 법원경매에 나온 뒤 세 번의 유찰 끝에 지난 3월 575억원에 낙찰됐다. 감정가의 59.7%였다. 물론 그 감정가에는 나운규의 ‘아리랑’(1926), ‘겨울여자’(1977), ‘장군의 아들’(1990), ‘서편제’(1993) 등 한국 영화사에 쓰여진 각종 기록을 품은 108년 동안의 유장한 역사도, 자기 얼굴 잘 그려달라고 배우로부터 부탁받기도 했던 ‘영화 간판쟁이’의 으쓱거림도, 컴컴한 극장 뒷줄에서 남몰래 입 맞춘 청춘남녀의 순정함도, 기다랗게 늘어선 줄 사이를 오가며 암표를 팔고 쥐포를 팔아 생계를 이어야 했던 가장의 위대함도, 모두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건물 1만 3642㎡(지하 4층~지상 10층), 인근 토지 4개 필지(2009.1㎡)’만으로 가치가 매겨졌을 따름이다. 새 주인은 이곳을 영화와 관계없는 오피스 건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하니 단성사의 흔적은 이제 영영 사라지게 됐다. ‘잡식성 시네필’을 자처하는 시인 김영탁(56)은 “1970~1980년대 당시 젊고 가난한 연인들은 단성사, 피카디리 등에서 영화를 보고 나서 사람이 몰려들기 전 서둘러 물만두집으로 옮겨 짜장면 한 그릇과 물만두를 나눠 먹고 하염없이 종로, 을지로를 걷는 것으로 데이트 삼았다”고 지나간 시절을 회상했다. 물만두집 ‘신성원’은 이미 없어졌다. 그는 “단성사, 스카라, 대한극장, 국도, 명보 등 극장 앞에는 나름 유명한 짜장면집이 늘 있었다”면서 “영화의 시대는 짜장면의 전성시대이기도 했던 것 같은데, 이제 몇몇 집을 제외하고 많이들 없어졌다”고 말했다. 김영탁의 기억 속에 들어 있던 가난한 젊은이들이 찾곤 하던 피맛길의 고갈비 막걸리집이나, 작품성 있는 영화를 상영하던 종로2가 코아아트홀, 퇴계로 스카라극장 앞 짜장면집도 모두 극장과 함께 사라졌다. 어렴풋하게 남은 추억만 종로 언저리를 맴돌 따름이다. 서성이는 발걸음은 종로 뒷길인 피맛길을 따라 탑골공원 후문 쪽을 향했다. 시인 기형도(1960~1989)가 만 스물 아홉이 되기 일주일 전 그날 밤, 마지막 가쁜 숨을 토해냈던 심야극장이 있던 곳이다. 개봉 기한이 지난 영화 2편을 동시상영하는 재개봉관 파고다극장이었다. 어떤 이들은 기형도가 본 마지막 영화가 ‘뽕2’라는 사실에 적이 놀랐고, 또 어떤 이들은 그도 자기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내심 안도했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가거라 짧았던 밤들아’로 시작하는 시편 ‘빈 집’은 그의 불안과 절망을 드러냈고, 생의 마지막에 대한 문학적 암시를 담았다. 유고시집 ‘입 속의 검은 잎’에 실려 숱한 문청들을 불면의 밤으로 내몰았다. 또 유하, 박몽구 등 뭇 시인들은 요절한 젊은 시인과 파고다극장을 자신들의 시에 담아 다시 살려내보려 애쓰기도 했다. 파고다극장 건물은 옛 모습 그대로였지만 고시원으로 변신했다. 앞쪽에 즐비한 포장마차는 낮술을 마시는 노인들로 북적였다. 21세기 화려함의 흔적도, 치기어린 젊음도 없는, 시간을 붙잡고 멈춰진 공간처럼 남아 있다. 탑골공원 담벼락을 끼고 ‘국밥 2000원’, ‘닭곰탕 3000원’, ‘이발 3500원’ 등속의 삐뚤빼뚤한 손글씨 메뉴판을 내건 가게들이 여전히 남아 있는 골목을 지나니 낙원상가다. 허리우드극장이 있는 곳이다. 낙원상가 4층에 있는 허리우드 극장은 실버영화관으로 탈바꿈했다. 55세 이상이면 2000원에 영화를 볼 수 있다. 1956년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을 받은 ‘트래피즈’를 상영하는 중이다. 슬쩍 문을 열고 훑어보니 전체 300석 중 3분의 2 가까이 들어찼다. 그 옆 ‘명량’을 상영하는 낭만영화관에선 절반 이상 객석을 메운 관객들이 막바지로 치닫는 명량대첩 전투장면에 흠뻑 빠져 있었다. 2009년부터 실버영화관을 운영하고 있는 김은주(41) 허리우드클래식 대표는 자부심과 어려움을 함께 털어놓았다. 허리우드클래식은 90명에 이르는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회적기업이기도 하다. 그는 “고전영화로서 화면의 질은 아마 국내에서 가장 좋다고 자부한다. 극장 좌석 높이를 감안해 자막 위치도 조금 위로 올리고, 어르신들을 배려해 자막의 글자 크기도 크게 입혔다”고 자랑하면서도 “객석을 가득 메우더라도 운영상 적자는 불가피해 사재를 털고 있고, 서울시와 기업의 후원금으로 메우고 있다”고 말했다. 실버영화관에서 내려오니 커다란 솥단지에서 흰 김이 모락거리는 국밥집들이 즐비하다. 시인 황지우(63)가 ‘…파고다 공원 뒤편 순댓집에서/ 국밥을 숟가락 가득 떠넣으시는 노인의, 쩍 벌린 입이/ 나는 어찌 이리 눈물겨운가’(시 ‘거룩한 식사’ 중)라고 노래했던 순댓국집들이다. 늦은 오후, 중씰한 대여섯명의 남자들이 벽을 마주한 채 가난하고도 바쁜 숟가락질에 한창이다. 허우적거리며 추억을 더듬던 발걸음이 문득 멈추고, 이내 시장기가 몰려온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선과 묵은 본디 하나지요”

    “선과 묵은 본디 하나지요”

    “선(禪)과 붓글씨는 둘이 아니지요. 수행자들은 그래서 서예라 부르지 않고 서도(書道)라고 말합니다. 이 또한 도를 닦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조계종 원로 의원이자 법주사 조실인 월서(80) 스님이 동남아 오지 마을을 돕기 위한 서예 전시회를 개최한다.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여는 자비나눔의 ‘천호월서선사 산수전’이 그것. 원효·무학·나옹·서산 대사 등 고승부터 근현대 역대 선지식들의 오도송, 열반송을 소재로 한 서예작품 400여점이 선보인다. 스님이 소장하거나 찬조받은 작품 30여점도 함께 전시된다. 월서 스님은 1956년 전남 구례 화엄사에서 금오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선승이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 전투경찰로 징집돼 지리산 공비토벌작전에 투입된 지 사흘 만에 입대 동기 2명의 전사를 겪었다고 한다. 군 병역을 마친 뒤에도 숱한 희생자를 생각하며 고통에 시달리던 중 지리산 실상사 약수암으로 금오 스님을 찾아가 “나고 죽는 것보다 큰 일은 없으니 그 생사 일대사를 해결하려면 출가하라”는 말을 듣고 곧바로 출가했다. 조계사와 불국사 주지, 중앙종회의장, 호계원장 등을 거쳐 현재 조계종 원로 의원과 법주사 조실, 직할교구 봉국사 주지를 맡고 있다. 월서 스님은 지난 30여년 동안 ‘선묵일여’(禪墨一如) 정신으로 수행정진해 온 선사로 유명하다. 스님은 “선과 서예는 수행과 연습에 고비가 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며 “서예는 외롭게 붓과 씨름하는 작업인데 고비마다 뛰어넘고 수행과 정진을 이어 가야 맑고 고요함에 이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월서 스님이 2012년 설립한 ‘사단법인 천호희망재단’의 국제구호 활동의 일환이다. 스님은 그동안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네팔 등지에서 학교 건립은 물론 교과서, 학용품, 컴퓨터 지원 등 현지 교육 불사에 앞장서 왔다. 자비나눔 전시회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 스님의 작품 130여점을 출품한 전시회를 열어 수익금 전액을 북한 동포와 외국인 노동자를 돕는 기금으로 보시했다. 그 불사를 후원이나 협찬 없이 오로지 혼자 힘으로 해냈다. “자칫 잘못하면 업을 짓게 돼요.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하는 게 낫지요.” 스님은 이번 전시를 놓고 “어쩌면 마지막 서예 전시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욱 정성을 다했으며 동남아 오지 교육 불사의 대업을 위한 작품 전시라는 측면에서 정신을 가다듬지 않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원로 서예가인 구당 여원구 화백은 “월서 스님 글씨에는 추사의 기상이 서려 있다”며 “글씨에 뼈가 있고 작품을 마주하면 옷매무시를 가다듬을 만큼 청정한 기상이 뿜어져 나온다”고 밝혔다. 전시회 수익금은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네팔 등 동남아 오지 마을의 학교 건립과 장학금으로 전액 지원된다. 월서 스님은 “선지식 스님들의 오도송과 열반송을 서예 작품으로 하여 삼라만상의 진실을 깨닫고 답답하던 마음이 홀연히 열리는 대오하는 마음을 갖게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속박과 번뇌, 미망과 아집에서 벗어난 적멸의 순간을 직접 친견하는 느낌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의미를 밝혔다.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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