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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플러스] 심해 잠수정 이름 ‘해미래’로

    한국해양연구원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중인 수심 6000m급 무인탐사잠수정 이름을 공모한 결과, 바다와 미래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박근조(45·대구시)씨의 ‘해미래’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수중진수장치 이름은 미지의 바다를 누비는 모습을 연상케 하는 한담희(14·충북 영동 심천중 2년)군의 ‘해누비’가 뽑혔다. 박씨와 한군에게는 각각 50만원,30만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올해 말 시운전에 들어가는 무인잠수정은 심해 정밀지형도 작성, 지질 분석, 심해자원 탐사 등에 활용된다.
  • ‘세계를 뒤흔든 선언’ 시리즈 4권 출간

    누구나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읽지는 않는 책, 고전. 굳이 마크 트웨인의 익살이 아니더라도, 읽자고 결심해 책장 앞에만 서면 손이 잘 가지 않는 책이 고전이다. 당시에는 충격이었지만 지금은 상식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충격이 가신 책은 따분한 ‘공자왈 맹자왈’에 그치기 쉽다. 이럴 때면 누군가 시간의 간극을 메워줄 수 있는 다리를 놓아줬으면 싶다. ●입체적 구성으로 이해 쉽게 도서출판 그린비에서 낸 ‘세계를 뒤흔든 선언’시리즈는 이런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보인다. 모두 4권으로 구성된 이 시리즈는 카를 마르크스의 ‘공산당선언’(데이비드 보일 지음, 유강은 옮김), 미국 ‘독립선언서’(스테파니 드라이버 지음, 안효상 옮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시민 불복종’(앤드루 커크 지음, 유강은 옮김),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알렉스 맥길리브레이 지음, 이충호 옮김)을 각각 다루고 있다. 소로와 카슨의 책까지 ‘선언’에 포함된 것은 아무래도 정치적인 영향력을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사실 고전에 접근하도록 유도하는 책은 계속 나왔다. 책세상문고는 ‘고전의 세계’로 50여권을 이미 냈고, 살림출판사는 ‘e시대의 절대사상’을 타이틀로 50권의 시리즈를 내놓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선언시리즈에 눈길이 가는 것은 입체적인 구성 때문이다. 대개 고전 관련 서적은 ‘원문+해당 전공자의 풀이글’로 이뤄져 있다. 이 때문에 분량도 많고 다소 전문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이에 반해 선언시리즈는 본문을 과감하게 생략한 채 당시 배경과 그 이후의 파장·효과에 집중하고 있다.4권 모두 등장배경과 지은이, 선언 내용, 당대에 끼친 영향, 책이 남긴 유산, 여파, 연구자의 풀이글 순으로 일관되게 편집됐다. 부록으로 선언에 관련된 참고문헌 등이 실린 것은 물론이다. 여기다 각권 모두 170∼180쪽 정도의 문고판이어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풀이글·자료사진도 충실 그렇다고 내용이 허투는 아니다. 프리랜서나 편집자, 작가가 간결하게 집필하고 충실한 자료 사진과 그림이 뒷받침하고 있다. 문고판치고 지나치게 화려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여기에다 그린비는 각권의 풀이글을 고병권, 안효상, 홍세화, 박용남 등 이름만 봐도 든든한 이들에게 맡겼다. 원문 자체가 워낙에 유명세를 치렀던 책이라 직접 읽어 보라는 것 외에는 따로 설명할 말이 없다.‘공산당선언’과 ‘독립선언서’의 웅장한 목소리에서 근대의 출현을,‘시민불복종’과 ‘침묵의 봄’의 조근조근한 어투에서는 근대의 성찰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이채롭다. 다만 “세계를 뒤흔들었다.”는 말이 와닿지 않는다는 점은 못내 껄끄럽다.‘월드시리즈’가 세계선수권이 아니라 미국 국내 프로야구 리그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와 같은 기분이다. 이 껄끄러움을 덜어내려면 우리도 이렇게 산뜻한 책을 얼른 내놓는 방법밖에 없다. 각권 99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영화 ‘여자, 정혜’의 김지수

    영화 ‘여자, 정혜’의 김지수

    신중한 배우다. 말 한마디 허투루 던지는 법이 없다. 질문을 받으면 짧은 순간 골똘해지다가 단어 하나하나를 고르듯 조근조근 말을 꺼내는 모습 속엔, 오래 숙성된 와인 같은 깊은 향기가 배어있다. 김지수(32). 그녀의 배우 경력 14년은 숫자뿐이 아니었다. ●14년동안 차근차근 ‘준비된 영화배우’ 그 긴 시간동안 그녀는 TV속에만 갇혀있었다.10일 개봉하는 영화 ‘여자, 정혜’가 첫 스크린 나들이다.TV에서 떴다 하면 유행처럼 영화로 진출하는 풍토 속에서 그러기도 쉽지 않았을 듯하다.“스크린에 잘 어울릴 거라는 자신감도 부족했고, 이것저것 많이 재고 생각하다 보니 타이밍을 놓친 것 같아요. 마음이 확 움직이는 작품도 못 만났었고요.” 지금은 오히려 뒤늦게 영화로 온 게 더 잘된 것 같다고 생각한단다.“어린 배우들은 스크린에 꽉 차지 않는 경우가 많잖아요.” 표정만으로도 관객을 집중시킬 수 있는 힘이란, 오랜 내공과 경력에서 나오는 것임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어린 나이에 할 수 있는 역할을 못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녀만이 낼 수 있는 색깔이 있기에 붓을 휘두를 용기를 내었다.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정혜 되기’ ‘여자, 정혜’는 결과적으로 최고의 선택이었다.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의 정혜가 조금씩 상처의 균열을 드러내며 관객의 감정을 흡입해내는 연기는 놀라울 정도. 표정이 없었으면, 감정을 넣지 않았으면 하는 게 감독의 주문이었고, 그녀는 실제로 무표정한 얼굴에 미세한 감정의 결을 차곡차곡 새겨넣었다. 영화속엔 어린시절에 아픈 상처를 남긴 사람을 옆에 두고 칼을 천천히 뽑아 드는 장면이 있다. 온갖 감정이 녹아든 김지수의 얼굴이 결코 잊혀지지 않는….“억눌려왔던 분노, 슬픔, 아픔, 망설임이 복합적으로 들어가 있죠. 찍기 전에 가장 많이 걱정했던 장면인데 다행히 2번의 테이크만에 오케이를 받았어요.” 크랭크업 때 촬영했다는 그 장면 안의 김지수는 이미 정혜가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일 것이다. 하지만 정혜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갈등이 있는 부분에서만 살짝 감정을 드러내는 연기가 무척 힘들었다.”는 그녀. 게다가 몰래카메라 찍듯 자신을 쫓아다니는 핸드헬드 촬영은 “감시를 당하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이제는 어떤 작품을 해도 덜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그녀에게 ‘여자, 정혜’는 더없이 소중한 선물이지 않을까. ●해외영화제 잇단 호평 ‘즐거운 비명’ 지난해 10월 부산영화제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을 때만 해도 그녀는 ‘그렇게 좋아?’라며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선댄스영화제, 베를린영화제, 도빌 아시아 영화제, 홍콩영화제 등에 줄줄이 초청되며 그녀의 연기에 대한 호평이 잇따르자 이젠 그것이 구르는 눈덩이처럼 점점 커가는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너무 큰 기대감 때문에 영화를 재미없게 보지는 않을지 걱정스러워요.” 한 사람의 내면 심리만 좇는 영화다 보니 자신이 부각된 것에 불과하다며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는 그녀의 목소리엔 진심이 담겨있었다. 그런 ‘진심’이 그녀가 연기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진심이 묻어나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는 그녀는, 기교를 부리지 않고 진실되게 연기한다면 분명 관객이나 시청자도 알게 될 거라고 굳게 믿는다. 당분간은 영화에만 전념할 생각이고,3월초쯤 차기작이 결정될 예정이다.‘영화배우 김지수’란 호칭이 낯설거나 부끄럽지 않은, 앞으로 죽 지켜볼 만한 보석같은 배우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김지수는 미지수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화려한 연예계에서 오랜시간 지내온 김지수에게도 아직 못 이룬 꿈이 있을까. 남아있는 꿈이 있느냐는 다소 뜬금없는 질문에 그녀는 “세계일주와 외국유학”이라는 다소 의외의 대답을 들려줬다. “예전에 열흘가량 혼자서 일본을 여행한 적이 있어요. 외롭긴 한데 그 느낌을 잊지 못하겠더라고요.‘낯선 곳에서의 외로움’의 묘한 기분이 늘 팬터지처럼 제 곁을 맴돌아요. 그래서 낯선 곳에 가서 말을 배우다가 공부하고 싶다는, 어쩌면 꿈만으로 그칠지 모르는 꿈을 갖게 됐죠.” 그랬구나. 외로움을 많이 타고 싫어하면서도 외로움을 동경한다는 그녀. 잃어버릴 수 있는 소중한 것들을 결코 떠날 수 없음을 알면서도 낯선 미지의 세계를 꿈꾸는 그녀. 그 두 겹의 감수성이 아마도 그녀의 연기를 풍성하게 하는 원동력일 것이다. 연기야말로 외롭고도 낯선 곳으로의 여행일 테니까….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코스모스/칼 세이건 지음

    천문학 마니아들은 이제 더 이상 헌책방을 돌아다니지 않아도 된다. 절판된 뒤 제법 큰 도서관에서나 찾아 볼 수 있었던 칼 세이건의 역작 ‘코스모스’(홍승수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가 다시 출간됐기 때문이다. 1981년 한국에 소개된 ‘코스모스’는 천문학을 널리 알리기 위해 제작됐던 같은 이름의 TV시리즈물이 인기를 끌자 여기에 살을 덧붙여 출간한 책이다. 아이를 앞에다 안고 조근조근 얘기해 주는 듯한 설명 때문에 프로그램과 책 모두 크게 인기를 끌었다. TV시리즈물은 6억명의 시청자들이 즐겼고 책은 영어판만 600만권 이상 팔려나갔다. 이번에 새로 출간된 코스모스는 정식 판권 계약을 맺은 덕에 그림 자료도 보충하는 등 원문에 한층 충실하다. 서울대 천문학과 홍승수 교수가 번역한 문장은 과학적 사실에 충실하면서도 문학적이고 섬세했던 저자의 문체를 살리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96년 사망한 저자는 NASA의 숱한 무인우주탐사계획에 참가한 과학자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77년 ‘에덴의 용’으로 퓰리처상을 받기도 하고 85년 ‘콘택트’는 97년에 영화화될 정도로 대중적인 글쓰기를 실천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가장 큰 감흥은 천문학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이라기 보다 우주에 대한 저자의 경외와 자연 앞에서의 겸손이다. 무한한 진리의 바닷가에서 장난치는 어린아이와 같았다는 말년의 아이작 뉴턴의 회고는 어쩌면 깊은 밤 홀로 별자리를 올려다 보던 칼 세이건에게 딱 들어맞는 말일지 모른다.3만9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지율스님, 초인적 단식 87일째 돌연 잠적

    지율스님, 초인적 단식 87일째 돌연 잠적

    ‘정부를 설득할 수도, 생명이 경각에 놓인 지율 스님을 설득할 수도 없다.’ 여권이 한 비구니의 생명을 건 초인적 단식 앞에서 전전긍긍하며 비상이 걸렸다. 87일째 단식하던 지율 스님은 21일 오후 돌연 서울 통의동에서 문규현 신부, 여동생 등과 함께 택시를 타고 마포구 망원동 마리아 수도회로 옮긴 뒤 행적이 묘연해졌다. 사실상 잠적한 것이다. 천성산 터널 공사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요구하며 칩거중인 지율 스님의 목숨은 단식 87일째를 맞으며 꺼져가는 촛불처럼 위태롭게 이어지고 있다. 녹색연합 서재철 국장은 “환경영향 재평가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정부의 확고한 입장을 이날 최종 확인한 데다 경찰이 강제로 병원에 입원시킬지 모른다고 우려해 이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20일 환경부와 당·정협의를 가진 데 이어 21일에도 6차 집행위를 갖고 지율 스님의 단식과 천성산 공사 관련 대책 등을 비공개리에 논의한 사실이 확인됐다. 여권으로선 지율 스님의 신변이 자칫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불어닥칠 엄청난 ‘정치적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뾰족한 정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날 낮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단칸방에서 칩거했던 지율 스님은 외부와의 접촉을 일절 거부했었다. 기자가 한참 문을 두드린 끝에 창문 틈으로 간신히 말문을 연 그는 잦아드는 목소리로 “인터뷰할 상태가 아니니 더이상 찾아오지 말라.”고 말했다. 한 측근은 “보건소 담당의사의 접근조차 허락하지 않아 먼 발치서 2차례 눈으로 관찰만 했을 뿐이며 최근 얼굴이 확연히 수척해졌다.”고 전했다. 열린우리당 집행위는 ‘당이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아무것도 없다.’는 결론 아닌 결론으로 끝났다는 후문이다. 이목희 5정조위원장은 “안타깝지만 당이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없다.”고말했다. 유기홍 집행위원은 “당 차원에서 정부도, 지율 스님도 설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청와대 문재인 민정수석이 3시간 30분 동안 가졌던 면담도 헛수고로 끝났고,20일 환경부 곽결호 장관은 문전박대 당했다. 지율 스님은 단식 해제조건으로 ▲토목공사는 진행하되 발파공사를 3개월 보류하고 ▲터널공사가 천성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3개월간 공동 조사할 것을 제시하며 이날까지 답변을 요구했다. 지율 스님은 “내일쯤 정리된 입장을 갖고 기자들과 만나겠다.”며 최종 심경을 밝힐 것임을 나타냈다. 박록삼 이효용기자 youngtan@seoul.co.kr
  • 김완기 인사수석 인생역정 “9급 면서기에서”

    김완기 인사수석 인생역정 “9급 면서기에서”

    김완기(61) 소청심사위원장이 20일 청와대 인사수석에 임명되자 그를 아는 많은 공무원들은 ‘정말 될 사람이 됐다.’며 기뻐했다. 인사수석의 정치적 비중은 차치하더라도, 인사수석이 하는 일을 따져보면 그가 정말 적임자라는 것이다. 김 신임 수석은 임명 직후 소감을 묻는 질문에 “개인적으로 벅찬자리다. 지금까지는 공직생활을 어려움 없이 해왔는데 벅차고 두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공평무사하게 일을 하려고 해도 청와대의 특성상 여러 역학 관계 때문에 잘 헤쳐나갈지 걱정이다.”고 겸손해 했다. 그는 고교를 마친 뒤 9급부터 공직생활을 시작,1급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전남 곡성 출신으로 고향의 중앙초등학교와 광주동중을 수석졸업하고 광주고까지 수석입학했다. 그러나 아버지를 일찍 여의는 바람에 중3 때부터 가정교사 일을 하면서 어머니와 2남4녀의 형제들을 부양해야 했다. 고교 졸업 뒤에는 흙벽돌 장사를 하며 대학진학을 노렸지만 결국 22세 때인 66년 9급공채에 합격, 광산군 서창면에서 면서기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70년대 서슬퍼런 긴급조치 시절에 당시 경찰의 수배를 받아온 인권변호사 고(故) 조영래 변호사를 집에 숨겨줄 만큼 강단있는 공무원이었다. 특히 9급 고졸 출신으로는 감히 접근조차하기 힘든, 당시 내무부의 핵심 요직인 행정과장을 거치기도 했다. 주위 사람들은 비고시 출신이며, 고졸인 그가 엘리트 집단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성실함과 자신을 낮추는 것이 몸에 뱄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99년 광주시 행정부시장로 부임하면서 호남지역에서 신망받는 공무원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정찬용 전임 인사수석과도 친분을 쌓았다. 그러던 그는 2001년 12월 후배들을 위해 광주부시장에서 물러나 명퇴를 했다. 대신 행자부 관련 기관인 국제교류화재단 상임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그를 아는 공무원들은 그가 공직에서 완전히 떠난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2003년 6월 차관급인 소청심사위원장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그가 돌아오자 관가에서는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말까지 나돌았다. 반면 그는 주변사람들에게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고 말해왔다. 소청심사위원장을 지내면서 어느 한쪽에 치우침 없이 조정 역할을 잘했다는 평을 받았다. 인사수석에 발탁된 것도 과거 내무부 행정과장 시절의 경험과 소청위원장 때의 균형감각이 높이 평가받았다는 분석이다. 25년 넘게 그를 지켜본 중앙부처의 한 1급 공무원은 “중앙과 지방행정에 경험이 풍부하고 본인을 낮추는 것이 몸에 밴 인물”이라면서 “사심이 없고 균형감각이 뛰어나 ‘사람 추천하는 일’만큼은 제대로 해낼 것”이라고 평했다. 김 신임 수석은 “좋은 인물은 사심없이 천거하겠다.”면서 “광주·전남지역과의 연결통로 역할도 하겠다.”고 말했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승승장구’ 영화 말아톤의 조승우

    ‘승승장구’ 영화 말아톤의 조승우

    지난해 여름,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연습실에서 그를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이미 여러차례 뮤지컬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그였지만 워낙 까다로운 배역이라 주변의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던 때였다. “한번 연습하고 나면 온몸에 진이 빠질 정도로 힘들다.”고 하소연하면서도 적당한 긴장감과 도전의식이 불러일으킨 엔돌핀으로 가득차 있던 그의 상기된 표정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조승우(25). 지난 하반기 뮤지컬계에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그가 이번엔 영화 ‘말아톤’(감독 정윤철,27일 개봉)으로 스크린을 장악할 태세다. 기자시사회 다음날인 18일, 서울 청담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에게선 또 하나의 도전을 끝낸 자에게서 느껴지는 여유와 만족감이 묻어났다. ‘말아톤’에서 그는 자폐증세로 다섯살 아이의 지능수준을 가진 스무살 청년 ‘초원’으로 변신했다. 마라톤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기까지 초원과 엄마(김미숙)가 겪는 힘든 여정을 그린 영화는 시사회내내 관객의 웃음과 눈물을 번갈아 이끌어냄으로써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하류인생’촬영 끝나고 보름 정도 몸이 아팠을 때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따뜻한 감동이 전해져오는 느낌이 참 좋았어요. 감독님에 대한 믿음도 컸고요.” 하지만 자폐아의 독특한 습관과 말투, 그리고 마라톤까지 모든 것이 그에겐 넘어야 할 산이었다. 자폐아 연기를 위해 실제 모델이 된 배형진씨를 수차례 만나고, 그가 다닌 자폐증 전문학교도 방문했다. 작은 몸동작 하나, 미세한 눈짓 하나까지 머리에 꼭꼭 담아두며 ‘내 모든 걸 쏟아 부으리라.’다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촬영 첫날 그는 장애 연기를 포기하고 말았다. “눈 깜빡이는 순간까지 설정해놓고 촬영에 들어갔는데 갑자기 내 연기가 껍데기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게 아닌데 싶었죠. 촬영을 중단하고 감독님이랑 대화를 나눴어요. 그러면서 초원이 자폐아가 아니라 어린이처럼 순수하고 호기심많은 자개아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순간부터 그는 연기한다는 생각을 버렸다. 대신 즉흥연기하듯 그때그때 상황에 녹아 들어갔다. 영화찍는 3개월 동안 일상생활에서도 초원이처럼 행동하는 그에게 감독은 “너처럼 칼같이 뾰족하고 예민한 배우에게 이런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그는 “영화라는 장르가 좀더 편해지고, 한발짝 나간 듯한 자신감이 든다.”는 말로 ‘말아톤’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으로 데뷔해 ‘와니와 준하’‘후아유’‘클래식’‘하류인생’에 이르기까지 그의 영화 이력은 남다른 데가 있다. 스타이면서도 마이너 같은 느낌을 주는 톡특한 행보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걸까. “블록버스터 영화나 방송,CF에 출연하는 걸 나쁘게 보진 않아요. 하지만 내가 가진 걸 한꺼번에 소진하고 싶진 않아요. 맨날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다 관객이 식상해하면 얼마나 서운하겠어요?휴대폰 배터리도 충전할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일견 나약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고집스러울 정도로 자기 주관이 뚜렷한 그다. 작품 선택 기준도 명확하다. “내가 잘하는 것보다는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싶은 배역에 더 끌려요. 뭔가 부족한 부분을 느끼면 그걸 채워가는 쪽으로 변신을 꾀하는 편이죠. 내가 좋아하는 걸 관객들도 함께 좋아해주면 더 바랄 게 없고요.” ● 내사랑 혜정아 인터뷰 말미에 슬쩍 여자친구 이야기를 꺼내자 눈이 먼저 웃는다.‘올드보이’의 배우 강혜정(23)과 공개적으로 데이트를 시작한 지 4개월째. 둘다 영화 촬영에 바빠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여느 또래 연인들처럼 아기자기한 사랑을 키워가고 있다. 여자친구가 생긴 이후 가장 큰 변화는 뭘까.“자신감이 생기고 더 당당해지는 것 같아요. 마음속에 든든한 기둥이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누군가의 존재감이 이렇게 크게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자주 웃게 됐어요.” 눈빛을 반짝이며 조근조근 이야기하던 그가 문득 쑥쓰러워졌는지 “어휴, 민망하네요. 그만 하죠.” 라며 말끝을 흐린다. 수줍은 듯 입꼬리를 살짝 올리는 그의 얼굴에선 카리스마 넘치는 ‘지킬박사’도, 순진무구한 ‘초원’의 모습도 남아있지 않았다. 대신 이제 막 사랑에 빠진 스물다섯 청년의 꾸미지 않은 맨 얼굴만이 말갛게 떠올랐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이적 “적군의 방에서 다시 만나요”

    이적 “적군의 방에서 다시 만나요”

    가수 이적이 오랜만에 무대에 오른다. 지난해 4월 KBS Cool FM ‘이적의 Dream On’의 진행을 맡은 이후 음악활동을 삼갔던 이적은 오는 2월17∼21일 서울 대학로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에서 ‘적군의 방 2005’ 콘서트(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7시)를 마련한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4월 열었던 ‘적군의 방’무대와 마찬가지로 친근하면서도 색다르고, 기발한 무대로 꾸며진다.400석 규모의 아담한 공연 무대에 이적의 작업실 혹은 거실처럼 편안한 분위기로 팬들을 안내한다. 어릴 적 작곡했던 습작들부터 즐겨 부르는 가요와 팝, 그리고 패닉, 카니발, 긱스, 솔로 앨범 등에서 보여준 ‘달팽이’,‘왼손잡이’,‘UFO’,‘내낡은 서랍속의 바다’,‘레인’,‘챔프’,‘하늘을 달리다’ 등 주옥 같은 곡들을 친구에게 들려주듯 조근조근 선사한다. 또한 김민기의 ‘작은 연못’, 동물원의 ‘표정’, 들국화의 ‘제발’ 등 그동안 연주되지 않았던 새로운 곡들도 대폭 추가했으며, 기존 음악도 완전히 새롭게 편곡해 들려준다. 평소 듣기 힘들었던 음악과 인생의 에피소드들도 관객과 함께 나눈다.1544-1555. 한편 이적은 김진표와 그룹 패닉을 재결성, 신보 4집 발매를 발매할 예정이다. 지난 98년 3집을 낸 이래 7년 만이다. 둘은 패닉의 데뷔 10주년이란 의미가 담긴 올해 ‘최고의 앨범’을 만들기로 의기투합했다. 패닉의 래퍼였던 김진표는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이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지난 연말 이적이 만든 10곡을 들어봤다.”고 밝혔다. 패닉은 9월중 앨범을 발매 한 뒤 전국투어와 연말공연도 벌일 계획이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우리동네 이야기] 동대문구 용두동

    [우리동네 이야기] 동대문구 용두동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은 요즘 모처럼의 개발 기회를 맞아 용틀임하고 있는 곳이다. 이 곳이 서울에서 장래가 밝다는 점은 용두동(龍頭洞)이란 동명에 잘 나타난다. 바로 ‘좌청룡 우백호’라는 풍수지리설과 맞닿아 있다. 우리나라 태조산(太祖山)인 백두대간은 중조산(中祖山)인 강원도 철령, 근조산(近祖山)인 서울 북한산으로 이어져 내려와 왼쪽으로 ‘청룡의 줄기’라고 불리는 정릉천이 자리한 곳이 용두동이다. 반면 서울의 오른쪽 백호(白虎)는 백두대간∼북악산에서 자하문을 지나 인왕산으로 이어진다. 마침 이 동네를 감싼 주변 야산의 모습이 용머리처럼 생겨서 이름이 붙었다. 용두동은 지금으로부터 110년 전인 1894년 갑오개혁 때 한성부 인창방(仁昌坊) 소속으로 탄생했다. 그 때는 동이 아니라 리(里)였다. 이 동네는 조선시대 이후 강원도 사람들이 아침 일찍 동대문이 열리자마자 서울로 들어가기 위해 묵어가던 길목이어서 그런지 주막이나 객주집으로 생활하는 주민이 많았다. 홍릉천, 성북천, 정릉천 등에서 흘러내린 물이 너무도 맑아 물맛이 뛰어나기로 이름이 높았다.1958년까지만 해도 ‘꿀맛처럼 달아서 도성 안으로 들어가는 길손들은 너나없이 떠 마셨으며,4대문 안에 용두 물장수도 있었다.’는 기록이 보일 정도로 유명한 용두동 찬우물터는 흔적을 찾을 수 없다. 강동구 상일동에서 출발해 폭 50m, 길이가 무려 14.5㎞에 이르는 천호대로 끝자락인 하정로를 기준으로 동대문구청사 쪽은 1동, 건너편은 2동이다. 하정로에는 지하철 2호선 동대문구청역 공사가 내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한창이다. 구청 맞은편 1만 6400여㎡(4970평)에는 2006년 하반기까지 녹지는 물론 연못과 분수광장 등 편의시설을 갖춘 근린공원이 들어설 계획이다. 지하에는 최첨단 무공해 폐기물종합처리장도 설치돼 완공 뒤 환경·재활용 부문에서도 서울시내 선두적인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청계천 일대에 몰려 있던 수족관 업자들이 1980년대 초부터 옮겨와 형성된 ‘어항 거리’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현재 40개 가까운 업소에서 관상어 220여종을 포함, 관련 용품들을 도·소매로 팔고 있다. 옛 전통을 살려, 살고 싶은 특화지역으로 우뚝 설 꿈에 부풀어 있다. 오랜 역사의 그늘에 가려 제자리걸음을 걸어왔지만 한약전시관 등 한약을 테마로 한 고층건물 신축과 동부청과시장 등 재래시장과 주택단지 재개발, 간선도로 확장 등 굵직굵직한 사업들이 균형개발촉진지구 지정과 맞물려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토종웰빙을 찾아서 대구 연근

    토종웰빙을 찾아서 대구 연근

    ‘사각사각 삭사각.’ 입속에서 씹는 소리가 유별난 연근(蓮根). 연근만큼 웰빙 바람의 덕을 본 작물도 드물다. 격식을 차린 전통한식 밥상에 찬거리로 간간이 올랐던 연근이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식물로 알려지면서 웰빙이라는 훈풍을 만나고 있다. 어느 날 석가가 중생들을 모아 놓고 설법 대신에 난데없이 연꽃 한송이를 들어 보였다. 모두들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제자 가섭만이 ‘연꽃은 진흙속에 살지만 꽃이나 잎에는 더러운 것이 묻지 않듯이 불자 역시 세속에 처해 있어도 세상의 추함에 물들지 말고 오직 선을 행하라.’라는 뜻을 깨닫고 미소를 지었다. 이심전심과 같은 의미를 가진 불교의 대표적인 화두 가운데 하나인 염화시중 또는 염화미소란 말의 유래다. 이처럼 연은 그동안 식용작물보다는 불교의 상징물로 더 알려져 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웰빙 바람을 타고 연근은 불교의 상징물만이 아닌, 농약에서 해방된 안전한 먹을거리로 인기가 치솟고 있다. 대구라고 하면 빼곡한 섬유공장으로 인해 공업도시의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연근의 국내 최대 집산지다. 대구사람들조차 국내에서 유통되는 연근의 절반 정도가 대구에서 생산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대구에서 연을 가장 많이 재배하는 곳은 동구 사북·금강·대림동 일대의 속칭 반야월. 이곳은 토질이 비옥한데다 부근에 안심습지가 있고 금호강을 끼고 있어 연근 재배의 적지로 꼽힌다. 금호강 주변 늪지대에 아무렇게나 자생하던 연을 1950년대 중반, 부자들만 먹는 고급음식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일부 농가들이 소득증대를 위해 재배에 나서게 됐다. 반야월 연근단지는 재배면적이 95㏊에 이르며 국내 생산량의 절반인 연간 3000t의 연근을 생산한다. 연은 연꽃과에 속하는 다년생초로 이집트가 원산지. 매년 4월 중순 파종해 그해 9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거의 연중 내내 수확된다. 식용뿐만 아니라 수질정화 능력이 뛰어나고, 제초제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재배가 가능하다. 좋은 연근은 몸통에 흠이 없고 통실통실하며 마디가 굵고 일정하면서 잎 크기가 균일해야 한다. 반야월 일대는 유기질이 많이 함유된 점토가 널리 분포돼 있어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연근보다 당도가 높은 게 특징이다. 한방에서는 연근은 열을 내리고 피를 서늘하게 하며 출혈을 막아주는 약효가 있어 열병으로 가슴이 답답하고 입이 마르며 피를 토하거나 코피가 나는 것을 치료하는 약재로 쓰인다. 코피가 자주 나는 어린이에게 연근즙을 내어 먹이면 잘 낫고 눈에 열이 나고 핏발이 서는 것도 가라앉혀 준다. 연근즙은 소변을 볼 때 화끈거리며 시원스럽게 나오지 않을 경우에도 좋다. 연근 30g을 강판에 간후 생강즙을 한숟갈 넣은 다음 뜨거운 물을 부으면 된다. 연근을 익혀서 먹으면 비·위장을 건실하게 해 소화기능을 돕고 오래 먹으면 화내는 것을 가라앉게 하는 효과도 있다. 연근을 이용한 요리도 다양하다. 깨끗이 씻은 연근의 껍질을 벗기고 얄팍하게 썰어 끓는 물에 데친 후 물에 불린 쌀과 연꽃 열매를 넣고 약한 불에 끓여서 소금으로 간을 하면 담백한 연근죽을 맛볼 수 있다. 또 연근을 강판에 갈아 찹쌀가루와 반죽해 새알심을 빚어 놓은 후 미역과 들깨가루를 넣어 끓이면 연근 찹쌀수제비가 된다. 연근을 4㎜정도 두께로 썰어 식초물에 살짝 삶아 물기를 빼둔 후 육수, 진간장, 청주, 설탕, 커피, 물엿, 후추를 넣고 윤기가 나도록 졸여 참기름을 넣어 버무려 내면 맛있는 연근조림이 된다. 연근 구멍에다 물에 불린 찹쌀과 당근 등 채소를 다져 넣고 찜통에 쪄내는 연근밥은 한끼 식사로도 충분하다. 최근에는 대구농업기술센터가 연근을 이용한 음료수 개발을 진행중이다. 소비자들이 흙에 묻은 연근을 구입해 껍질을 벗겨야 하고 쓰레기가 나오는 번거러움을 덜어주기 위해 연근을 세척후 진공포장한 제품도 선보이고 있다. 대구 반야월농협 (053)962-2881. 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노빠 vs 김빠 연기금 사이버전쟁… 막말·저주 도배

    노빠 vs 김빠 연기금 사이버전쟁… 막말·저주 도배

    “누가 감히 ‘노무현 짱’님을 비판해?(노사모 마음) “너나 명개남이나 정말 웃긴다.”(수구) “아이고 애쓰십니다.”(막걸리) “한심한 뇌사모 알바 막걸리여.”(노무현) “뭐 이런 기 다있노.”(×발로마) “×발로마=뇌사모, 이게 노사모입니다.”(뇌사모) 지난 21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의 인터넷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실린 글들이다. 지금 인터넷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와 김근태 장관 지지자들 사이에 ‘전쟁’이 한창이다. 속된 표현으로,‘노빠(노무현 오빠부대) 대 김빠(김근태 오빠부대)의 ‘사이버 대전(大戰)’으로도 불린다. 주요 전쟁터는 김 장관의 홈페이지다. 지난 19일 김 장관이 연·기금을 ‘한국형 뉴딜 정책’에 투입하는 데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이후 불이 붙기 시작해서 3일이 넘도록 식을 줄을 모르고 있다. 김 장관의 발언이 알려진 19일 오후부터 22일 오후(5시 현재)까지 3일 동안 무려 900건이 넘는 글이 김 장관의 홈페이지에 쏟아졌다. 하루 평균 300건 이상이 실린 것이다. 18일 이전에 하루 평균 50여건이 올라온 것과 비교하면 6배 이상이 늘어난 셈이다. 김 장관을 비판하는 네티즌들의 공습에 김 장관 지지자들이 즉각적으로 반격에 나서면서 게시판이 도배되고 있는 것이다. 양측은 처음엔 비교적 논리적인 공방으로 맞섰으나,21일 노 대통령의 열렬 지지자인 명계남씨가 김 장관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글을 게재한 이후 자존심 싸움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김 장관의 지지자들이 “명계남 바보”“명계남이는 말조심해라.”라는 인신공격성 비난을 쏟아내자, 반대편에서는 김 장관을 가리켜 “양아치XX”라는 욕설과 함께 “‘근조’ 김근태”라는 저주에 가까운 글까지 무차별적으로 올리고 있다. 22일에는 ‘지티짱’이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이 “명계남씨 오늘 장관실로 오시오. 무릎꿇고 사과하시오.”라고 공격하자,‘딴지’라는 네티즌이 즉각 “조폭입니까? 무릎꿇어라니….”라고 반격한 글이 실리기도 했다. 일부 김 장관 지지자들은 아예 청와대를 기습 공격하기도 했다.‘김재훈’이라는 네티즌은 청와대 홈페이지로 쳐들어가 “노사모, 맹개남, 당신들이 노 대통령의 대변자가 되려하지 마라.”고 분풀이를 해놓았다. “인신공격, 감정싸움을 하지 말자.”고 자성론을 내놓는 네티즌도 있지만,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양측의 험악한 기세를 누르기엔 역부족이다. 어떤 네티즌은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익명으로 양측의 갈등을 조장한다는 주장도 한다.‘허허허’란 네티즌은 “딴나라(한나라당) 알바들이 노빠를 가장해 노빠와 김근태 지지자를 이간질시키는 몰지각한 짓을 하고 있으니, 확실히 박멸하자.”고 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15회 공인중개사 시험은 무효”

    ‘시험무효 20만명 서명운동’,‘후원금 모금운동’,‘제2차 항의집회’ 제15회 공인중개사 시험문제의 부당성을 성토하는 인터넷 카페모임 ‘근조 15회 공인중개사 시험(http://cafe.daum.net/ rmswh15)’이 밝힌 향후 일정이다. 공인중개사 시험이 끝난 직후인 지난 14일 개설된 이 카페는 21일 현재 회원수가 1만 1500명을 넘어설 정도로 수험생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사이트를 통해 시험 문제의 부당성뿐 아니라 문제 유출 의혹에 대한 근거, 각종 안타까운 사연 등을 공유하고 있다. 사이버상에서만 모임이 있는 것이 아니다.15회 공인중개사 수험생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박일)는 서울 종로구 한 학원의 강의실에 사무실까지 마련, 집회 및 서명운동 등을 지휘하고 있다. 비대위는 오는 26일 오후 2차 항의집회를 열 예정이다.2차 집회는 지난 18일 여의도 집회 때와는 달리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다. 법적 소송을 위해 변호인단도 구성할 계획이다. 박일 위원장은 “현재 수만명의 서명을 받아 놓은 상태고, 상당액을 모금했다.”면서 “시험 무효화 등 비대위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고시 뺨친 중개사시험…“지문읽다 종쳤다”

    고시 뺨친 중개사시험…“지문읽다 종쳤다”

    지난 14일 치러진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이 말썽이다. 너무 어렵게 출제돼 수험생의 집단반발을 사고 있다. 수험생들은 “공인중개사 시험이 사법시험보다 더 어렵다.”면서 변별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전문 강사들조차 “제시간 내에 풀 수 없는 고난이도 문제”라고 비난하고 있다. 급기야 주무 부처인 건설교통부는 17일 홈페이지를 통해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것을 시인하면서 공식사과했다. 제15회 공인중개사 시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주무부서인 건설교통부의 사과에도 불구, 수험생들은 합격점수 조정이나 추가 시험실시 등을 요구하며 집단 반발하고 있어 당분간 진통이 계속될 전망이다. ●합격률 최고 15배 차이 다음달 28일 올해 공인중개사 시험의 최종 합격자가 발표되기 전까지는 난이도 조절의 실패를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건교부도 인정했듯 올해 시험이 지난해에 비해 상당히 어려워 전년도 합격률인 19.1%보다 훨씬 밑돌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올해 응시한 16만 7797명 가운데 1%도 합격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공인중개사 시험의 합격률은 시행 초기부터 춤을 춰 왔다. 제1회 공인중개사 시험이 치러졌던 지난 1985년에는 합격률이 무려 38.2%에 이르렀다.15만 7923명이 응시,6만 277명이 합격한 것이다. 그러나 이듬해의 제2회 때는 합격률이 11.5%로 뚝 떨어졌다. 이후 5∼18%를 넘나들던 합격률은 지난 1995년 제8회에서 사상 최저치인 2.6%로까지 떨어지기도 했다.4만 2423명 중에 1102명만 합격한 것이다. 결국 제8회 시험에서는 합격선을 60점에서 40점으로 낮추는 긴급 처방을 취하기도 했다. 당국이 시험 난이도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면서 수험생들만 해마다 울고 웃는 상황이 되풀이돼 온 것이다. 공인중개사 시험을 위탁관리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측은 “과거와 달리 계산문제나 그림·모형 중심, 사례 중심의 문제가 많이 출제됐고 이 때문에 응시생들이 지문을 읽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단측은 다만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이처럼 많이 출제된 것은 출제위원이나 선정위원들이 합격자의 수준을 높이려는 뜻을 담은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매년 빈발하는 복수정답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사례중심의 문제가 대거 출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전문학원에서 진행하는 족집게식 수업이 통할 수 있는 단답형 문제도 공인중개사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라도 피해야 한다는 점에도 공감대가 서 있다. 경기대 사회교육원 임병영 부동산교육팀장은 “단답형 문제보다는 사례나 계산·도표 등 실무중심의 문제가 출제되는 방향에는 찬성한다.”면서 “그러나 현재 배정된 시간으로는 변별력이 없는 만큼 시험시간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난이도 조절기구 필요 공인중개사 시험문제는 출제위원의 문제출제와 선정·검토위원의 문제선정 등 3단계를 거쳐 만들어진다. 이번에도 관계·학계 전문가 50명이 문제를 출제했다. 출제위원 1명당 적게는 20문제, 많게는 40문제를 출제, 모두 1000여 문제를 만들어 낸다. 20명의 선정위원들은 출제위원들이 만든 1000여 문제 가운데 난이도별로 과목당 40문제를 선정한다. 이후 20명의 검토위원들은 선정위원들이 뽑은 문제의 난이도에 이상은 없는지, 복수정답 여지는 없는지를 따져 최종적으로 과목당 40문제를 뽑아낸다. 공단 관계자는 “문제의 난이도는 전적으로 출제·선정·검토위원 소관이라 공단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면서 “다만 시험을 치르기 전에 비슷한 유형의 문제로 모의시험을 치러보는 등 난이도를 객관적으로 조절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는 사태발생 3일 만인 17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시험 난이도가 예년에 비해 다소 높았다고 판단한다.”면서 “조사를 통해 대책을 마련, 응시생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건교부는 우선 가채점을 통해 정확한 난이도를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시험이 예년에 비해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나 아직 채점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대안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복수정답 시비가 불거진 문제에 대해서도 이의신청 기간이 끝나는 대로 정답심의위원회를 열어 다시 판단할 것을 약속했다. 건교부측은 “공인중개사자격시험 1회부터 지난해 14회까지 합격률이 낮게는 2.6%에서 최고 38.2%까지 나타나는 등 일정한 수준의 난이도를 유지하지 못했다.”고 시인하고 “아직까지 표준화된 시험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난이도 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충식 강혜승기자 chungsik@seoul.co.kr ■ “시험 무효화하라” 수험생들의 분노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기세다. 지난 14일 시험장을 나선 수험생들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동시다발적으로 규탄대회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필요할 경우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시험 직후 ‘근조(謹弔) 15회 공인중개사시험(cafe.daum.net/rmswh15)’ 카페가 개설됐다. 가입자만 17일 현재 8000명에 이르고, 게시판에는 수험생들의 성토가 넘쳐난다. 건설교통부가 사과성명을 냈지만 수험생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수험생 박은하씨는 “건교부에서 사과를 했다는데 구체적 대안은 밝히지도 않고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수험생들은 인터넷 카페를 기반으로 소모임을 조직,‘시험무효 20만 서명운동’에 나서는 한편 건교부와 산업인력공단 등 관계기관에 대해 항의집회도 벌일 계획이다. 경찰청에 따르면,18일 여의도 집회를 시작으로 29·30일 잇따라 집회신고가 접수돼 있다. 수험생들이 조직한 비상대책위의 관계자는 “이번 시험은 공인중개사에게 필요한 법적 소양과 실무지식을 평가하는 당초의 목적을 벗어나 응시생들을 우롱한 것.”이라며 “정부는 이번 시험을 무효화하고 재시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수험생은 “예상 합격률이 1∼2%가 안된다고들 하는데 합격자 수를 줄이려고 의도적으로 어렵게 출제한 것은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공인중개사 학원 단위의 집회도 활발하다.30대 직장인 수험생 김모씨는 “한 학원에서는 단체버스까지 동원해 항의집회를 벌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다른 수험생들도 적을 둔 학원을 중심으로 단체행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난이도 들쭉날쭉 변별력 되레 상실” 이번 공인중개사 시험에 대해 분통을 터뜨리긴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대학 부동산학과 교수와 학원 강사들은 물론 공인중개사자격시험 출제위원으로 활동했던 전문가들까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과거 시험 출제위원으로 위촉됐던 김모 교수는 “중개업법 시행령에 1차시험은 중개업무 수행에 필요한 소양 및 지식정도를 측정하고,2차시험은 실무능력을 검정하도록 명시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험은 출제 원칙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전문성을 요하는 문제들로 구성됐다.”고 평가했다. J대학 이모 교수 역시 “사법시험에서도 판례문제는 문제당 2분의 시간을 주는데 이번 중개사시험에서는 판례문제를 대거 내놓고도 수험생들에게 문제당 1분에 풀도록 요구했으니 무리가 없을 수 있겠느냐.”고 혀를 찼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이번 시험의 문제점은 사례문제가 지나치게 많이 출제됐고, 문제 지문이 너무 길었다는 점이다. 학원의 부동산학개론 강사 안상철씨는 “전문가조차 출제의도를 파악하기 힘든 문제들도 눈에 띈다.”면서 “실력껏 푼 수험생과 그냥 답을 찍은 수험생 간의 실력차를 변별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난해하게 출제됐다.”고 지적했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뒷골목 맛세상] 관철동 퓨전요리

    [뒷골목 맛세상] 관철동 퓨전요리

    이제 막 네온사인들이 불을 밝히는 황혼 무렵에 관철동에 들어선 이라면, 그리고 옛날의 관철동을 기억하고 있는 사십대나 오십대의 중년이라면, 대부분이 먹고 마시고 즐기는 내용으로 점철되어 있는 현란한 일루미네이션에 문득 아연한 느낌이 될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여기가 정말로 관철동이 맞아? 하고, 무언가 낯선 거리에라도 온 듯한 생경감에 몇번이고 주변을 돌아보게 될지도 모른다. 종각으로부터 시작하여 종로서적을 지나고 삼일빌딩 가각을 돌아 다시 종각에 이르는 사각형 블록의 관철동은 10여분이면 다 돌아볼 수 있는, 그다지 넓지 않은 공간이다. 이 공간이 언제부터인가 애오라지 젊은이들만이 넘쳐나는 젊은이들만을 위한 놀이공간이 되어, 예의 현란한 일루미네이션마저도 어쩌다 잘못 들어선 40,50대에게는 아예 접근조차 거부하는 출입금지 경고등으로 여겨질지 모른다. 도대체 언제부터 관철동은 그렇듯 ‘젊은이들만의 세상’이 된 것일까. 일찍이 40대의 나이에 요절한 작가 강홍규의 ‘관철동시대’가 그려 보이는 60,70년대의 관철동은 그야말로 ‘문학동네 술동네’였다.‘귀천’의 천의무봉한 천상병 시인, 장면박사에게 맞서 국회의원 후보자가 되기도 했던 한국판 돈키호테 김관식 시인, 시인보다는 은둔한 명의로 알려졌던 신동문, 번역가이자 철저한 무소유의 철인으로 평생을 향기롭게 산 민병산, 시인 신경림, 평론가 구중서, 분례기로 한 시대에 필명을 드높인 작가 방영웅, 만다라로 문단에 얼굴을 내민 작가 김성동까지 포함해서, 한국기원을 중심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뻔질나게 드나들던 관철동은 오직 어른들만의, 어른들만을 위한 놀이공간이었다. 그런 관철동이 80년대에 이르면 작가 강석경의 ‘숲속의 방’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젊은이들의 거리로 변한다. 작가는 지문에서 말한다.‘하긴 노래 부를 곳이 없어서 이곳에 오는 것은 아니겠지. 젊음은 젊음끼리 모여 숲을 이루는 것이다. 숲속에서 위안을 받고 혼란도 확인한다.’ 그렇다. 어느 시대이거나 젊은이들은 그 사회에서 새로운 생활양식을 만들어내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그리하여 젊은이들은 기존의 질서를 거부한 채 전위적이고 반항적인 자신들만의 문화공간을 창조하려 한다. ‘숲속의 방’의 주인공 소양 또한 어쩔 수 없이 전위적이고 반항적이다. 대학생 소양은 80년대 우리 사회를 휩쓴 두 개의 이데올로기, 관제(官製) 보수주의와 그에 맞선 도식적이고 교조적인 민중주의, 그 어느 곳에도 끼지 못한다. 또한 ‘벼락부자 할머니를 우습게 여기고 부모에게 반항하며 부르주아적 이데올로기를 거부’하고, 관철동에서 나름대로 문화공간을 창조하기 위해 호스테스도 되어 보지만, 그녀의 무기는 자칫 스스로를 상처 내기 쉬운 순수한 감수성 하나뿐이다. ‘…성을 도구로 여자가 물질화, 비인격화된다는 건 너무 끔찍하다. 비루하게 생긴 한 녀석이 팁을 준답시고 가슴에 손을 넣어서 그 자리에서 빼내 찢어버렸다. 부잣집 딸의 객기는 결코 아니었지만 나는 방종하기 위해 호스티스가 되려 한 것도 아니다. 쇠사슬같이 무거운 청춘을 탕진하기 위해, 그냥 바닥으로 내려갈 대로 내려가 보라고. 무엇보다도 나는 내 속의 헛된 계급, 부르주아적 속성을 부수고 싶었을 뿐.’관철동이라는 젊은이들만의 숲속에서 새로운 문화공간을 창조하려 하던 소양은 끝내 한 편의 시를 남기고 자살로 짧은 청춘을 탕진하고 만다. 여기는 꿈이 아니야 날개는 없고 몸뚱이만 있는 더러운 땅이야 새가 아니고 나비가 아니고 땅을 전신으로 문지르고 다니는 뱀이야 날개는 환각이야 깨어지면 아프고 괴롭고 추한 몸뚱이야 오늘은 본질적으로 가장 절망한 날이었어 모든게 나랑은 관계없는 저들의 생명체였어 소양의 시체를 앞에 두고, 그녀의 언니는 탄식한다.‘바보같이 세상 밖에서 자신을 찾으려 하다니, 네가 적당히 타협만 한다면 땅에 온몸을 문지르고 다니며 피 흘리지 않아도 좋을 텐데, 청춘은 쇠사슬이 아니라 날개일 텐데.’ 80년대의 소양이 오늘 다시 살아와서 나와 함께 관철동의 거리에 선다면 이번에는 무슨 시를 쓸까. 올리브, 포모도르, 포호아, 송스피자, 겐조라멘, 쇼부, 고메이, 테리야키, 사누키보래, 스시켈리포니아, 도니도니, 고추와 마늘, 삼김, 옥돌대나무통삼겹, 떡삼돌김치삼겹살, 와인돌김치삼겹살, 황토불가마통삼겹…. 소양의 눈에 얼핏 스쳐가는 음식점 간판들의 일루미네이션 중에서 과연 몇 가지에나 자신이 죽음으로써 이루고자 했던 문화공간의 정체성을 느낄까. 오늘의 관철동은 온통 퓨전음식의 전시장 같은 느낌이다. 이른바 동서양을 넘나드는 음식의 백가쟁명이다. 간판 이름들 또한 자칫 머리를 어지럽게 하지만, 메뉴에 이르면 그 기발하고 자유로운 착상과 통통 튀는 아이디어에 차라리 경탄하는 마음마저 든다. ‘고추와 마늘’의 메뉴에는 오니기리, 쓰꾸네, 페타이볶음면, 아스파라가스말이가 있고,‘사누키보래’에는 카레우동, 해물야키우동, 치킨샐러드우동, 북어해장우동, 얼큰해물우동이 있다. 스시캘리포니아에는 치즈드래곤롤, 알랙산더롤 채리블러섬롤, 스파이더롤, 바이킹롤, 프렌치키스롤, 라이언롤이, 쇼부라는 일본식 선술집에는 각종 초밥 이외에도 해물계란탕, 누룽지탕, 삼겹살고추장구이, 꽁치김치찌개, 해물떡볶이, 새우칠리탕수육 등이 있다. 이외에도 무교동 낙지골목에서 비교적 고전적인 낙지요리법을 지킨다고 알려졌던 ‘무교동낙지’마저도 프랜차이즈화되어 관철동에 들어와서는 낙지육개장, 양푼낙지비빔밥, 해초수제비, 해초칼국수, 낙지순두부찌개, 영양갈낙탕 등 퓨전요리를 내놓고 있다. 관철동은 거의 대부분의 음식점들이 건대나 홍대, 신촌, 압구정이나 혹은 강남역 부근에 흔한 프랜차이즈의 지점들이다. 삼김 종각점, 홍초불닭 종로점, 쇼부 종각점, 봉추찜닭 종로점…, 이를테면 음식점마저도 모두 규격화되어 또 하나의 새로운 ‘관제’가 된 식이다. 관철동에서 보신각 바로 뒤편에 있는 ‘관철동44번가’(02-722-6598)라는 유기농 돼지요리 전문집을 발견한 것은 차라리 행운에 가까웠다. 우선 ‘관철동44번가’는 지점 따위를 거느린 본점도 아니거니와 그렇다고 어느 본점의 지점도 아닌 개인 업소였는데, 메뉴 중에서 먼저 매료된 것은 새싹비빔밥(5000원)이었다. 새싹비빔밥은 순무, 브로콜리, 유채, 설채, 적채, 알팔파 등 8가지 씨앗들을 1,2㎝로 싹을 틔워 그 새싹에다가 사과며 파인애플 소스며 고추장에 비벼먹는 식이다. 새싹비빔밥의 새싹들은 어쩐지 덜컥 한 입에 입안에 넣기가 꺼려질 정도로 너무 앙증스럽지만, 정작 한 입 넣으면 이내 입안에서 감도는 새싹들의 부드러움에 취하고 만다. ‘관철동44번가’는 주메뉴가 새싹비빔밥이 아니라 유기농돼지 요리다. 사료에 뽕잎을 섞어서 키운 돼지고기에 크로렐라와 녹차의 가루를 버무려 숙성시켜, 유기농웰빙말이삼겹살, 유기농열겹살, 웰빙소스삼겹살, 메콤소스삼겹살 등으로 메뉴화 하고 있다. 1인분에 7000원인데, 상추, 깻잎, 브로콜리, 치커리 등의 야채를 사과와 파인애플, 오렌지 소스에 버무린 야채샐러드에 곁들여 먹거나 무를 둥근 모양 그대로 얇게 썰어서 식초에 절인 무절임으로 고기를 싸먹기도 하고, 묵은 김치에 싸먹기도 한다. 점심 메뉴로는 솥밥(5000원)이 있는데, 이 또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흑미와 완두콩을 청평에서 생산한 쌀에 섞어 무쇠솥에 그대로 밥을 내는 식인데, 이 솥밥에다가 손님의 취향대로 된장찌개, 오삼불고기, 제육볶음, 낙지볶음, 김치찌개 등을 골라먹을 수가 있다. 이를테면 손님이 네 명이라면 저마다 다른 메뉴를 골라 네 가지를 골고루 맛볼 수가 있는 셈이다. 이 솥밥은 미리 예약만 한다면, 버섯이며 무, 콩나물, 굴 등을 넣어 버섯솥밥, 무솥밥, 콩나물솥밥, 굴솥밥 식으로 먹을 수가 있는데 값은 같다. 종로코아 뒤편의 좁은 골목길에서 ‘일번지연탄불소금구이’를 발견했을 때 나로서는 거의 감격할 뻔했다. 아니, 아직도 연탄불이 남아 있다니! 게다가 돼지껍질까지 있다니!나는 어쩔 수 없이 한두 세월을 뒤로 훌쩍 건너 뛴 기분이 되어, 둥근 알루미늄 탁자 가운데에서 새파란 불꽃을 널름거리며 피어오르는 연탄불을 바라 보았다. 그러자 문득 70년대의 옛날로 돌아가 천상병, 김관식, 민병산, 신동문, 강홍규 등의 어른들 맨 꽁무니에 나 또한 작가 김성동과 함께 껴앉아서 그이들에게서 술잔을 건네받고 황송해하는 모습이 연탄불꽃에 어른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다시 한번 돌아보면, 그이들은 모두 세상을 달리하여 먼 곳으로 떠난 옛사람들이 아니랴. ■ 입안 얼얼… 눈물 줄줄 관철동에만 해도 불닭이라는 이름의 닭요리 체인점들은 무려 10여군데가 넘는다. 홍초불닭, 황초불닭, 종로본초불닭, 신화불닭, 신화로불닭, 청양초화다닥…. 이밖에도 봉추찜닭, 황추찜닭도 있다. 이쯤 되면 가히 불닭시대가 시작된 셈이다. 불닭이니, 홍초, 신화(辛火), 화다닥 하는 명칭에서도 얼핏 느낄 수 있듯이 이 닭요리들은 모두 매운 맛과 관계가 있다. 이 요리들의 특징은 맵다 못해 견디기 힘들 정도로 매우 맵다는 점이다. 입안에 넣자마자 대뜸 무슨 바늘처럼 혓바닥을 콕콕 쏘아대는 매운 맛은 아무리 매운 맛을 즐기는 이라 할지라도 자칫 눈물까지 줄줄 흘리지 않으면 안될 정도다. 많은 불닭들 중에서 뜻밖에도 지점이 아니라 본점이라는 종로본초불닭(02-735-4065)을 찾았는데, 불닭(1만 2000원)을 위시해서, 바비큐불닭, 치즈불닭이 있고, 한 접시에 9000원짜리 불떡볶이, 불오징어, 불닭발들이 있는데, 이 중에 불자가 들어간 것은 모두 바늘 같은 매운 맛이었다. 이 매운 맛을 상쇄시키는 것이 누룽지탕인데, 한 그릇에 5000원이지만 무한정 리콜이 되고 있었다. 이를테면 고기 한 점 먹고 이미 얼얼해진 입안에 누룽지탕 국물을 훌훌 들이마시고, 다시 고기 한 점을 먹고 얼른 국물을 훌훌 들이마시는 식이었다. 종로본초불닭의 젊은 사장 최두호씨는 젊은이답게 이렇듯 매운 맛이 유행하는 것을 일종의 사회현상으로 풀이하여, 계속되는 불경기를 이겨내기 위한 심리적 대응으로 보았다. 땀을 뻘뻘 흘리며 매운 것을 먹다 보면 저절로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것이었다.
  • 문화-역사-레저 ‘마포U벨트’ 뜬다

    문화-역사-레저 ‘마포U벨트’ 뜬다

    서울 마포구의 새로운 생활 중심축인 ‘마포U벨트’가 뜨고 있다. 마포구는 합정동 ‘절두산 성지’와 ‘외국인 묘지’를 잇기 위해 조성중인 가칭 ‘양화진 공원’을 중심으로 마포의 역사·문화·레저를 접목시킨 ‘마포U벨트’를 조성할 계획이다.박홍섭 마포구청장은 “이미 조성된 난지한강공원과 한강시민공원 망원지구에 이어 당산철교∼마포대교 구간 한강변 3㎞에 대한 ‘강변테마공원 기본계획·설계’가 끝난 상태”라며 “양화진 공원이 내년에 완성되고 장기적으로 당인리 화력발전소 자리에 문화종합센터가 들어서면 ‘홍대 문화지구-당인리 문화종합센터-양화진 공원-한강시민공원-서울월드컵경기장’을 잇는 명실상부한 U자형 여가·문화·역사 벨트가 완성된다.”고 말했다. 새롭게 구상중인 ‘마포U벨트’의 중심에는 ‘양화진 공원’이 있다. 마포구는 우리나라 천주교 최대 성지인 ‘잠두봉(절두산)사적지’와 기독교·서구문명을 들여오는 데 기여한 외국인들이 묻힌 ‘서울 외국인묘지’를 하나로 잇기로 하고 130억여원의 사업비를 투입,내년 5월까지 1600여평 규모의 공원을 조성할 방침이다. ●천주교와 기독교 ‘성지’연결 작업 두 곳 모두 교계를 중심으로 그동안 부분적인 환경개선과 박물관,기념관 건립 등은 각각 이뤄졌지만 전체를 통합하는 관점에서 접근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유훈 도시관리국장은 “이곳은 지하철 2호선 당산철교로 인해 양쪽이 분리된 채 30년 이상 흉물스럽게 방치돼 왔던 곳”이라면서 “양쪽 모두 접근로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한강쪽에서의 접근조차 불가능한 열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는 역사적·종교적 유래가 깊은 이곳에 친환경적인 생태공원을 조성해 공원을 찾는 순례객들이 역사교육 공간으로 활용토록 할 방침이다.또 인근 지역주민들이 가족단위로 휴식과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공원을 건전한 생활 환경으로 조성해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계획이다. 특히 구는 양화진 공원이 완성되고 당인리 화력발전소 부지에 문화종합센터가 들어서면 ‘마포U벨트’내 ‘홍대문화지구-당인리 문화종합센터-양화진 공원’을 잇는 새로운 ‘문화 소벨트’가 만들어지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박도식 문화체육과장은 “이곳은 홍대 중심의 인디·언더 문화와 양화진 공원 주변의 종교·역사 문화가 접목돼 당인리 문화종합센터에서 구현되는 마포의 문화·역사·종교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1600평 공원 조성해 1만 9000평 문화공간 창출 ‘절두산 성지’와 ‘외국인 묘지’를 연결하는 양화진 공원 조성이 완료되면 1만 9000평 규모의 역사 유적지가 재탄생해 월드컵경기장과 월드컵공원에 이은 또 하나의 세계적인 명소가 될 전망이다. 마포구는 이에 따라 40여억원을 들여 1단계 공사로 이미 131대를 수용할 수 있는 지하 2층 규모의 주차장을 거의 완공한 상태다.가장 난공사로 염려됐던 주차장 건설이 완성 단계에 이름에 따라 공원 조성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구는 9월 중 주차장을 완벽하게 마무리하고 내년 5월까지 주변 조경공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지하주차장 위로 조성되는 공원은 크게 ▲상징공간▲역사학습공간▲휴게·만남공간▲피크닉공간 등으로 구성돼 광장과 산책로,전시벽,양화진터,전망정자,벤치 등이 들어선다. 역사학습공간에는 천주교와 기독교를 아우르는 개화기 교회사와 양화진을 중심으로 외세의 침략이 빈번했던 민족사를 상징하는 조형물과 부조벽이 설치되고 소나무와 향나무,화관목 등을 심을 예정이다.특히 조선시대 군영이었던 양화진 터에는 주춧돌로 진터를 상징하는 공간을 만들고 외곽에 전통담과 안내 표식을 만들어 역사 교육 효과를 도모할 방침이다. ●홍대 문화지구와 당인리 문화종합센터 지난 6월 당시 문화관광부 이창동 장관은 국무회의 석상에서 ‘창의한국-21세기 새로운 문화의 비전’과 ‘새로운 한국의 예술정책’을 대통령에게 보고하면서 처음으로 당인리 화력발전소 이전을 언급했다.거의 용도폐기 상태인 화력발전소를 없애고 이곳에 공연장,전시장,도서관 등을 갖춘 복합문화센터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당시 문화부 발표에는 세부 계획까지 담겨 있다.‘문화비전’과 ‘새예술정책’에 따르면 문화부는 오는 2006년까지 국고 예산을 비롯,로또복권 수익금·문예진흥기금 등으로 1000억여원의 예산을 마련,관계 부처와 협의해 당인리 발전소를 매입해 국제적인 문화·관광명소로 만든다는 것이다.새롭게 건설될 문화종합센터에는 공연장,전시장 외에 도서관,인터넷 예술카페 등을 갖춰 매일 각종 행사와 이벤트,세미나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이 전 장관이 당인리 화력발전소 이전을 언급하며 이곳에 문화종합센터를 건설해야 한다는 뜻을 밝힌 데는 주변의 홍대 문화지구와 양화진 공원조성에 대한 고려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것이 관계자들의 일치된 관측이다. 특히 당인리에 문화종합센터를 설치함으로서 문화·예술의 메카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홍대 문화지구의 잠재력을 발산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준다는 측면에서 이같은 구상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잠두봉 사적지는 마포구 합정동 96의1외 12필지(면적 3만 5548㎡)에 위치한 이곳은 절두산(切頭山)성지로도 잘 알려져 있는 마포의 명소다. 고종 3년(1866년)에 발생한 병인양요(丙寅洋擾) 당시 1만여명의 천주교 신자들이 이곳에서 처형된 데서 ‘절두산’이란 이름이 붙었다.1997년 국가지정 문화재(사적 399호)로 지정됐다. 절두산 성지는 세계 천주교 신자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으며,특히 1984년 5월 한국교회 창설 200주년을 맞아 한국을 방문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서울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이기도 하다. 절두산 성지 야외 전시장에는 김대건 신부의 동상과 박순집의 묘 등 교회사에서 중요한 인물과 관련된 야외 전시물 등이 있다.연간 15만 4000명의 신자와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 ●서울 외국인묘지는 서울 외국인묘지는 마포구 합정동 145의3외 9필지(면적 1만 3224㎡)에 위치하며 13개국의 외국인 묘 500여기가 조성돼 있다.1866년 최초의 서양병원 광혜원의 의사 존 헤론이 사망,묘지를 구하지 못하자 고종이 땅을 하사해 조성됐다. 이곳에 안장된 외국인들은 대부분 개화기에 국내에서 선교활동과 항일운동을 했거나 대학건립과 언론활동 등을 통해 한국 근대화에 공헌했던 사람들이다. 대한매일신보(현 서울신문)를 창간해 우리나라 언론사에 큰 역할을 한 영국인 베델(한국명 배설)의 경우 일제관헌의 손에서 유해나마 온전히 보존할 목적으로 이곳에 안장했다.연세대학교를 설립한 미국인 언더우드 박사와 그 일가도 이곳에 안장돼 있다.또한 이화여자대학교에 공적이 많았던 아펜젤러,알리스 베베카 등의 묘도 이곳에 있다. 한국의 독립을 위해 평생을 언론활동에 종사하다 1969년 서울에서 세상을 떠난 호머 B 헐버트 박사의 묘도 있으며,한국에서 태어난 최초의 서양인이자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크리스마스실을 발행한 바 있는 셔우드 홀 박사의 유해도 그의 유언에 따라 대한결핵협회장으로 이 묘지에 안장됐다. 외국인묘지 앞에는 한국기독교 100주년 기념사업회가 1986년 준공한 연건평 330평 규모의 기념관이 들어서 있다.연간 3만 6000여명이 이곳을 방문한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아하 그렇구나] 터프걸 강유미

    [아하 그렇구나] 터프걸 강유미

    ‘마이걸’로 순식간에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KBS 신인 개그우먼 강유미(22).화면 속에서 마냥 늠름해 보였던 그녀는 예상 밖으로 왜소하고 앳된 얼굴이었다.허스키한 음색의 걸걸한 목소리만 아니라면 그녀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다. “저를 보고 TV에서 보던 것과 다르다고 하는 분들이 많아요.실제 성격도 좀 소심하고,동기들 사이에서는 가장 여성스럽다는 얘기도 들어요.” 본인 말대로 “지르는 역할”만 주로 하고 있다는 그녀는 “남성스러운 캐릭터가 자신의 유일한 장기”라며 “최대한 살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여중·여고를 나왔는데요,연극반에서 주로 남자 연기를 해왔어요.그래서 남성 연기에는 자신있어요.” 얌전하게 조근조근 얘기하다가도 코미디 연기에 대해서 말이 나오면 표정과 말투를 바꾸면서 즉석 모노 드라마를 펼친다.역시 넘치는 끼는 좀체 감출 수 없나 보다.“연극반 활동하면서 연기에 대해 소질 있다는 말 많이 들었어요.무대에 서면 그냥 ‘저 사람들도 나랑 똑같다.’생각해요.그러면 하나도 떨리지 않거든요.” ‘마이걸’은 온전히 선배 개그맨 김병만의 머릿속에서 나왔다고 한다.KBS2 ‘폭소클럽’의 ‘여자이야기’에서 보스 기질이 다분한 강한 여자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그녀에게 김병만은 딱 맞는 캐릭터를 부여했다.엄경천,강주희와 팀을 이뤄 치른 내부 오디션.반응은 폭발적이었다.“PD님이 진짜 많이 웃으셨어요.” ‘마이걸’이 신선한 소재로 웃음을 얻는 데 성공했지만 시청자들의 기대치가 날로 높아져서 부담감도 크다고 덧붙인다. 지난 4월 개그맨 시험에 합격한 새내기지만 방송 경력은 2002년부터 시작된다.당시 위성방송 KBS코리아에서 방영하던 ‘한반도 유머총집합’이 데뷔 무대.일반인들이 매주 나와 코미디를 선보이는 프로그램이었다.“3회 연속 우수상을 받으면 정식 연기자 자격을 준다고 해서 이거다 싶었죠.” 삼성플라자에서 캐셔로 일하며 틈틈이 개그를 준비한 그녀는 눈에 띄는 연기로 우수상을 받았다.부모님과 상의 끝에 결국 직장을 때려 치웠다.어릴 적 꿈을 따라 나서기 위해.그러나 길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 개그맨 시험에서의 고배.방황하던 그녀에게 또 한번의 기회가 왔다.‘유머 총집합’을 하며 알게 된 작가가 ‘폭소클럽’으로 가게 되면서 그녀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그리고 그녀는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그녀의 꿈은 홍콩 영화배우 겸 감독인 주성치처럼 되는 것.주성치가 나온 영화는 거의 다 수집했을 정도로 열혈팬이다.주성치처럼 진지한 코미디언,웃기는 연기자가 되기 위해 그녀는 몸과 머리를 하루도 놀리지 않는다.주말도 없이 이어지는 아이디어 회의와 연습에 오히려 즐거운 표정이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개콘 인기짱 마이걸 남자가 느끼한 미소를 띤 채 한 여자를 빤히 쳐다보며 윙크하듯 눈을 여러번 깜빡인다.당황한 여자 부끄럽게 묻는다.“오빠,지금 뭐하는 거예요?” “음….눈으로 얘기하고 있잖아.영원히 사랑하겠다고.”“오빠,저도 사랑해요.” 성취감에 도취된 남자,여자를 안으며 버터가 잘잘 흐르는 목소리로 말한다.“그럼,오빠잖아∼” 용기를 얻은 남자,반대 편에 서 있는,언뜻 봐도 만만찮아 뵈는 인상의 여자에게 간다.애교스럽게 눈을 깜빡이는데 못마땅하게 지켜보던 여자,갑작스레 손을 들어 포크로 스테이크 집 듯 남자의 두 눈을 찌른다.그리고 이어지는 터프한 한마디.“눈 깔아!자식아!팍!” 남자는 동요 ‘곰 세마리’를 부르며 다시금 애교를 떨어보지만 여자는 꿈쩍도 안는다.면박만 줄뿐.“너,또 ‘풀하우스’봤구나?독창적으로 살아!이 자식아!” 지난달부터 KBS 2TV ‘개그콘서트’에 새롭게 등장,회자되고 있는 ‘마이걸’의 한 장면이다.이 코너에서는 단지 외모가 달린다는 이유로 온갖 수모를 감수하던 여주인공의 모습은 찾을 수 없다.대신 “동시에 두 여자를 사랑한다.”며 대놓고 양다리를 걸치는 남자의 뻔뻔한 짓거리를 손짓 하나,말 한마디로 ‘단칼’에 응징한다. ‘터프걸’ 유미의 출현에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겁다.“신선하다.”는 평가가 주종.사실 남자 하나가 ‘얼굴이 좀 되는’ 여자와 ‘안되는’ 여자를 사이에 두고 여성을 희화화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비슷한 포맷의 SBS ‘웃찾사’에 등장하는 ‘끔찍이 깜찍이’를 보자.여기서 ‘끔찍이’는 못생기고 뚱뚱해서 미안하고 그래서 무시당하고 놀림감이 된다.그러고도 고작 “아∼앙,오빠 너무해.”라며 수동적으로 저항할 뿐이다.웃길지 모르지만 전혀 웃기지 않다. 반면 보무도 당당한 우리의 ‘터프걸’ 유미는 절대 기죽지 않는다.오히려 ‘버터남’을 향해 씩씩하게 소리친다.“독창적으로 살아!성숙하게 살아!성실하게 살아!상대를 봐가면서 해!팍∼!씨∼.” 그녀에게 잘못 걸렸다가는 뼈도 못추릴 것 같다.‘마이걸’의 인기는 익숙해있던 상식을 뒤집은 데서 나온다.‘저 여자가 뭘 믿고 남자에게 저렇게 막 나오나.’시청자들 배꼽을 잡으며 뒤집어진다.한편 여자들은?오랜만에 묵은 체증이 풀린 그녀들,모처럼 편안한 저녁을 먹었다는 후문이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세계유산 등록이후 첫발-중국 고구려유적지를 가다] (상) 첫 수도 홀본성

    [세계유산 등록이후 첫발-중국 고구려유적지를 가다] (상) 첫 수도 홀본성

    지난 7월1일 중국에 있는 고구려 유적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뒤 처음으로 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 고구려 유적지를 두루 다녀온 고구려연구회 서길수(서경대 교수) 회장이 본지에 답사기를 보내왔다.중국 중앙정부와 관련 지방도시들은 세계문화유산 등록 이후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면서 고구려가 중국의 지방정권임을 강조하는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세계유산 등록을 준비하기 시작한 지난해 초부터 관광객들이 접근조차 하지 못하도록 통제했으나,등록 이후에는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들에게까지 새롭게 단장한 유적지들의 사진 촬영까지 허용하는 등 고구려사의 자국 역사 편입을 자신하는 듯한 모습을 내비치고 있다.등재 이후 현지의 움직임,고구려 첫 수도인 환런현(桓仁·홀본성)과 두 번째 수도인 지안시(集安·국내성) 유적지들의 변화 모습을 사진과 함께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외국인 단체로서는 이 팀이 처음입니다.” 답사 첫날인 12일 창춘(長春)에서 고구려의 옛 수도인 지안으로 가는 도중에 들른 고구려 나통산성의 관리가 우리 일행에게 던진 말이다.나통산성은 고구려 북방개척의 전진기지이자 현재 지린(吉林)성에서 가장 큰 고구려 산성이다.성벽이 잘 남아 있어 그동안 여러 차례 답사를 시도했지만 현지 공안국의 제지로 실패했다. ●곳곳에 ‘중화민족 찬란한 역사’ 플래카드 하지만 중국은 고구려 유적을 세계유산으로 등록한 뒤 태도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한국 단체의 나통산성 답사는 이번이 두 번째인데 두번 모두 고구려연구회에서 주최한 만큼 그 변화를 분명하게 비교할 수 있었다.첫 답사 때에는 현지 문화국에서 일일이 따라다니며 사진 촬영을 철저하게 금지했으나 이번 답사에는 마음대로 사진을 찍도록 했다.고구려 유적이 세계유산에 등재된 뒤 생긴 첫 변화를 확인한 것이다. 고구려의 첫 수도이자 오녀산성이 있는 환런에 들어서자 올 들어 말끔하게 단장한 가로등이 먼저 우리를 맞았다.우리나라의 읍에 해당하는 환런현은 오녀산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뒤 마치 새롭게 태어난 도시처럼 바뀌었다.거리와 주요 건물에는 ‘고구려 수도의 유적을 보호하고,중화민족의 찬란한 역사를 전시하자(保護高句麗都城遺迹 展示中華民族輝煌歷史)’‘오녀산산성 세계문화유산 등록 성공을 열렬히 경축한다(熱烈慶祝五女山山城申報世界文化遺産成功)’는 플래카드들이 곳곳에 걸려 있어 세계유산 등록에 대한 열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환런에서는 세계유산 등재가 확정되기 이전인 6월15일부터 경축행사가 시작돼 7월15일까지 계속됐다고 한다.정부에서 행사를 위해 200만위안(3억원)을 지원했다.지원금은 고구려와 오녀산성을 주제로 한 그림전시회와 춤·노래공연을 한달 동안 계속하는 데 쓰였다.농촌의 각 마을과 랴오닝(遼寧)성에서 참석하거나 파견된 공연팀들이 한달 내내 대축제를 벌였다.조선족들도 우리 춤을 추며 참가했다고 한다.“순리대로 한다면 환런이 고구려 첫 수도이니,평양보다 먼저 신청해야 되는 것 아닌가?” 현지에서 만난 순진한 한 조선족 노인의 반문은 가슴을 때렸다. 환런현 외곽을 돌아흐르는 훈강(고구려 비류수) 가의 행사장에는 행사가 끝난 지 열흘이 지났지만 각종 조명과 음향시설이 설치됐던 대형 가설무대가 남아 있어 당시의 열기가 그대로 전해졌다.남아 있는 플래카드에는 ‘고구려 문화예술 주(周) 오녀산의 여름-고구려 첫 왕도 환런 오녀산성’(주최:중국환런만족자치현 위원회,중국환런만족자치현,후원:중국환런만족자치현 위원회 선전부,중국환런만족자치현 문화국)이라 적혀 있었다. 세계유산에 등록된 뒤 환런현의 현장,부현장 등 3명은 1등 공(功),선전부장·문화국장 등 3명은 2등 공,부선전부장 등 3명은 3등 공으로 9명이 표창을 받았다고 한다.중국이 세계유산 등록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역사 왜곡의 심각성은 환런현이 세계유산을 신청하면서 만든 ‘오녀산산성 사적진열관’에서 그대로 드러났다.진열관은 세계유산 심사를 받기 한달 전인 2003년 7월 초에 시작해 8월11일까지 급조해 같은 달 30일 개관했다.그러나 발굴 당시의 평면도와 시대별로 분류한 유물을 전시해 오녀산성의 발굴 결과를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전시 출토유물 202점과 복제유물 145점을 전시했는데,화살촉 같은 유물을 빼놓고는 대부분 복제유물이었다.진열관에는 고구려가 중국 땅에서 건국됐음을 집중 부각하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 보였다. ●‘고구려왕 中조복 받았다’ 기술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박물관 안내문에는 “문헌에 흘승골서라고 기재된 오녀산성은 랴오닝성 환런현 오녀산 위에 자리잡고 있는데 중국 동북지구의 고대 소수민족 고구려가 창건한 초기의 수도이다.”라고 돼 있다.바로 옆에 있는 고구려사 연표는 중원왕조기년-고구려 왕계 및 재위기간-중요 사실로 나누어 맨 앞 머리에 중국의 왕조에 따라 고구려사를 분류하고,중요 사실은 중국과 관련된 사실만 뽑아 적었다. 먼저 BC 108년 한나라가 현토를 세웠다는 사실을 쓰고,이어서 BC 82년에 현토를 고구려현으로 옮겼으며 바로 그 한나라 현토에 BC 37년 주몽이 고구려를 세웠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나머지 중요 사실도 대부분 고구려가 조공한 사실과 책봉 받은 사실만 기록하고 있다. 전시장 안에 있는 고구려의 건국에 대한 사실도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었다. “기원 전 108년 한사군이 설립됐다.그 가운데 현토군 아래 고구려현이 설립됐다.오녀산 주위는 이 고구려현에 속했다.선진적인 한문화의 영향을 받아 현지 주민의 생산력이 빠르게 높아졌다.기원 전 37년 부여왕자 주몽이 고구려를 세우고 오녀산에 성을 쌓고 도읍했다.고구려 왕은 (중국의)중앙정권이 내린 조복(朝服)을 받고 그 호적을 고구려 현령이 관장했다.여기서 고구려 민족과 중앙왕조의 예속관계가 확립됐다.” 이 설명을 보는 사람들은 한눈에 고구려가 한나라의 지방정권에서 출발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교묘하게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더구나 중앙정권이 임명한 고구려 현령이 고구려의 호적을 관리했다는 주장은 정말 황당하기 그지없었다.진열관에는 이러한 중국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고구려 유물이 아닌 한나라의 기와(현토) 같은 중국계 유물을 특별히 전시하고 있었다.앞으로 박물관이 될 이 진열관은 고구려 역사가 중국역사임을 국내외 관광객에게 주입하는 교육장으로 개발했음을 쉽게 알 수 있었다. 14일 오전 8시 서둘러 오녀산성으로 찾아갔으나 거기에는 정말 뜻밖의 ‘장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오녀산성 위에 있는 주차장은 물론 서문과 남문으로 가는 갈래길까지 차들이 꽉 들어차서 시장바닥을 방불케 했다.우리는 비교적 덜 밀리는 남문 쪽을 택해 올라갔으나 예정보다 1시간이나 늦게 올랐다. “국경절에는 하루에 5000명이 몰린다.”는 가이드의 말이 실감났다. 세계유산 등록 이후 ‘이제는 관광사업’이라는 중국의 의도가 한눈에 읽혔다.국가등급 관광지(별 4개)로 변했고,새로 새운 오녀산산성 표지판에는 유네스코와 세계유산 휘장이 선명하게 부각돼 있다. ●관광객 줄서…시장바닥 방불 전에 갔을 때는 조선족중학교 교사들을 안내원으로 활용해 우리말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정식으로 안내원 교육을 받은 안내원을 앞세워야 했다.그러나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뒤 경계심이나 신경질적인 제약보다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드는 자신감을 보여 주었다.입구의 울타리도 뜯어버렸고,일일이 따라다니며 감시하던 직원들도 보이지 않았다. 고구려의 첫 수도 환런에서는 이제 관광객을 끌어들여 수입을 올리면서,찾아오는 국내외 관광객에게 고구려가 중국의 지방정권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모든 준비를 끝내고 그 목표 달성에 총력을 기울이는 큰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11) 철원평야의 맥박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11) 철원평야의 맥박

    철원평야는 강원도 북서부 지역을 남북으로 40㎞,동서로 15㎞나 뻗은 강원도 제1의 곡창지대다.가을철,드넓은 지역을 기계로 추수하다 보니 곡물이 많이 떨어지는 데다 겨울철에도 얼지 않는 샘통에서 흘러내리는 물 등은 철새들에게 더없는 먹을거리와 쉼터를 제공한다.이를테면 철원평야는 사람도,새도 넉넉히 먹여 살리는 ‘생명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철새 250여종 사철 날아들어 “괘륵∼ 괘륵∼ 괘륵.” 철원군 갈말읍 민간인 통제선 검문 초소로 향하는 길가는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미확인 지뢰지대가 삼엄하게 펼쳐져 있다.사람은 접근조차 할 수 없지만 빽빽이 들어선 아까시나무 숲은 백로와 왜가리 등 여름철새로 그득하다.새끼들은 귀청이 얼얼한 정도로 시끄럽게 울어대고,어미들은 날개를 푸덕이며 새끼들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등 연신 부산하게 움직인다. 녀석들이 일제히 울어대는 통에 수미터 떨어진 동료들의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다.육군 ○○사단 정훈공보참모 신민호 중령은 “지뢰 매설지역 안쪽이라 사람들이 절대로 접근하지 못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여기 새들은 모두 기세가 등등하다.”며 웃는다. 철원평야는 사시사철 철새들로 가득한 이른바 ‘철새들의 낙원’이다.10월쯤 백로 등 여름철새들이 날아가기가 무섭게 두루미·재두루미 등 겨울철새들이 이곳을 제일 먼저 찾아온다.두루미류 1000여마리와 흰꼬리수리 등 독수리류 300여마리,기러기류 10만여마리가 이곳에서 겨울을 난다.이뿐 아니다.수리부엉이 등 올빼미류와 새매를 비롯한 매류,중대백로 등 백로류 등도 있다. 철원평야는 ‘여름손님’ 100여종,‘겨울손님’ 140여종이 찾아오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철새 도래지다.이 가운데 두루미,재두루미,흑두루미,큰덤불해오라기,알락해오라기,수리부엉이,올빼미,쇠부엉이,칡부엉이,독수리,흰꼬리수리,황조롱이,큰고니 등 수십여종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됐거나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종·보호야생종들로 보호받고 있는 희귀조들이다.물까치 등 흔한 텃새들까지 합하면 철원평야에 서식하고 있는 새들은 수백종에 달한다. 새들이 철원평야를 가득 메우는 이유는 사람들의 배려도 한몫한다.이곳 농민들은 추수 뒤 논을 갈아 엎지 않는데,철새들이 낙곡을 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철원평야는 이렇듯 사람과 새들이 서로 정을 나누며 공생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철새 내쫓는 무분별 탐조관광 하지만 최근 들어 새들의 평화로운 안식처가 조금씩 파괴되는 조짐도 나타난다.이 지역 환경보호단체들은 “지방자치단체의 근시안적인 개발정책이 철새들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있다.”며 “제대로 된 개발·보존 정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한해 5만여명이 다녀가는 ‘철새탐조관광’이 비판의 주요 대상이다.한국조류협회 김수호 철원지회 사무국장은 “제대로 된 가이드조차 채용하지 않는 데다 아무 때고 관광객들을 몰고 다니는 등 섣부른 생태관광이 철새들을 철원평야에서 쫓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새들의 수난도 갈수록 늘고 있다.한국조류협회가 지난해 철원평야에서 구조한 야생조류는 300여마리로,해마다 수가 급증하는 추세라고 한다.새들이 먹잇감을 찾곤 하는 수로 등을 모조리 콘트리트로 발라 버리는 바람에 먹이를 쉬 잡아먹지 못하는 데다 큰 새와 야생동물들이 수로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우선 새가 있고 나서야 관광이나,개발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관광객 등쌀에 철새들이 떠나는 일이 있어선 안 되지요.마구잡이식 생태관광으로 관광수입을 올리는 것보다 철원평야에 얼마나 많은 종의 철새들이 어떻게 서식하고 있는지 등 서식환경을 우선적으로 파악하고 보전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김수호 사무국장의 이같은 경고는 철원평야 민통선 지역 내에 있는 학저수지의 사례로 볼 때 충분한 설득력을 갖는다.철원군 여름철새의 최대 도래지였던 학저수지를 1990년대 중반 개인낚시터로 임대해 준 이후부터 철새 서식지가 대거 파괴되면서 과거의 명성을 잃었다고 한다. 철원군에서 상처 입은 야생조수를 치료하며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수의사 김이수씨는 “근시안적인 개발정책이 후대에 물려줘야 할 인류의 보물을 파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철원자연생태학습원에서 일반인들을 상대로 수년째 자연보호 프로그램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정미황(40)씨의 말은 그래서 새겨들을 만하다.“현재와 같은 인간중심 일변도의 접근방식을 우선 바꿔야 합니다.대상자인 새,즉 환경보호에 기반한 사고와 고민이 없다면 결국 야생동물은 물론 우리 인간들도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 그동안 자연이 가르쳐 준 이치입니다.” 철원 채수범기자 lokavid@seoul.co.kr ■ 전문가 칼럼 철원평야는 한반도의 허리를 가르는 DMZ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DMZ의 동쪽은 산악지대요,서쪽은 평야지대인데 그 중간이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이것도 저것도 아닌 성격을 지닌다.그렇지만 철원평야는 이렇게 어정쩡한 성격과는 다르다.주변이 금학산(947m),명성산(923m),오성산(1062m)으로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내륙평야로 인정받을 만큼 평야로서의 성격을 확실하게 지니고 있다.이런 조건은 자연적으로도 독특하지만,평야로서 농경과 어울린다는 점에서 더 독특한 생태적 풍경을 연출한다. 보통 자연상태에서만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지구상의 생물다양성이나 우리나라의 생물다양성도 농경문화와 함께 보존돼 온 예가 많다.우리가 들에서 볼 수 있는 생물은 대부분 농경문화가 부양해온 것이다.국가가 그 중요성을 인정해 각각 천연기념물 202호와 203호로 지정한 철원평야의 두루미와 재두루미도 현대적 농경문화가 불러들인 것이다. 물론 철원평야에 겨울철새가 날아오는 것은 겨울에도 얼지 않는 샘통이 먹을 물을 공급해 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철원평야에 먹이가 많다는 점이다.철원평야의 민통선 이북 지역에서는 기계로 농사를 짓기 때문에 낙곡량(곡식을 회수할 때 땅에 떨어져 두고 오는 곡물의 양)이 많다.두루미와 재두루미는 이것들을 먹고 먼 거리를 날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만든 토교저수지나 산명호도 생물다양성에 중요한 서식처이다.넓은 둑은 독수리를 불러들이기도 한다.이처럼 자연물이 아닌 토교저수지나 산명호가 철원평야의 생태계를 부양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최근에는 관광객을 위한 도로 때문에 두루미들이 철원평야에서 쉬지 못하고 DMZ로 날아가는 경향이 눈에 띄게 늘었다.철새 정책이 철새를 쫓아내고 있는 것이다.인위적이라고 다 나쁜 것은 아니지만,자연과 얼마나 친해지고 어떻게 소통해야하는가라는 문제를 더 깊이 인식해야 한다. 최근에는 농민과 철새 간에도 긴장관계가 형성되고 있다.철새가 많이 와서 당국이 철새보호구역으로 지정하려 하자 화가 난 농민들이 샘통 주변을 갈아엎기도 하고,농지를 미리 객토해 철새들의 먹이를 땅 속에 파묻기도 하였다.인간의 삶터가 위협당할 지경이니 그 사정이 이해못할 바도 아니다.DMZ는 남북의 소통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이처럼 인간과 자연간의 소통문제도 해결해야 할 국면에 와 있다. 신준환 국립산림과학원 산림환경부장
  • [부동산 in] 길豚 돈豚-수원~동인천 복선전철

    [부동산 in] 길豚 돈豚-수원~동인천 복선전철

    추억과 낭만의 철도,수인선이 다시 태어나면서 역세권 부동산이 관심을 끌고 있다.인천 송도와 수원을 연결하는 수인선은 일제시대 때 경기만 소래·남동·군자 일대의 염전에서 생산되는 소금을 실어나르기 위해 민간이 건설한 협궤 철도.해방 후 국유화되었다가 이용객과 화물이 줄어들면서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95년에 ‘퇴역’하고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다. 그러나 서해안 개발과 함께 인구가 늘고 물동량이 증가하면서 2010년 완공 목표로 복선전철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덩달아 주변 부동산 개발도 한창이다.전철 개통을 내다보고 투자해볼 만한 곳이다. ●서해안벨트 잇는 산업철도 역할 수원∼인천구간 중 한대앞∼오이도는 안산선을 이용한다. 협궤철도를 표준궤 복선전철로 건설하는 구간은 52.8㎞이며 3개 구간으로 나눠 진행된다. 1차 구간은 오이도∼연수 11㎞,2차 구간은 한대앞∼수원 27㎞,3차 구간은 연수∼동인천 9.5㎞이다.1차 구간은 2008년,2,3차 구간은 2010년 완전 개통된다.1차 구간인 오이도∼연수 구간은 곧 착공한다. 특히 1차 구간은 서해안 시대를 맞아 대규모 택지개발이 한창이다.민간 업체들도 신규 아파트를 잇달아 건설하고 있다.오이도,당월,월곶,소래,논현택지,논현,남동,승기,연수역 등 9개 역이 새로 생긴다.이중 승기,논현,논현택지 등 3곳은 인천지하철 등과 갈아탈 수 있는 역이다. 서울·인천,안산·수원이 쉽게 연결돼 접근성이 개선돼 주변 부동산값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 전철 개통 수혜를 입는 곳으로는 논현지구가 단연 으뜸. 인천 남동구 논현·고잔동 일대 77만평으로 5만 5000명을 수용하는 미니 신도시다.1만 8786가구가 건설되며 주공이 1만 3642가구,민간이 5144가구를 짓는다. 인천시청으로부터 6㎞ 떨어진 곳으로 북쪽은 오봉산과 붙었고,동쪽은 소래포구를 중심으로 자연생태공원으로 개발된다.남쪽은 인천 남동공단과 한화 아파트 개발예정부지다. 제2경인고속도로 서창JC와 남동IC,월곶IC가 근접하고 지구 안으로 수인선이 지난다.인천지하철 1호선 남인천역이 1.5㎞ 지점에 있다. 다음달 주공 아파트 공공분양 32평형 1731가구와 국민임대 1801가구 공급을 시작으로 본격 개발된다.10월에는 공공임대 21∼23평형 785가구가 나오고,11월쯤 국민임대 801가구가 추가 공급된다. ●논현지구 아파트 인기 예감 우림건설도 논현지구에서 45∼63평형 837가구를 9월쯤 분양키로 했다.신영도 같은 시기에 36∼81평형 중대형 아파트 985가구를 내놓는다.한화건설도 하반기에 1023가구를 분양할 계획이다. 이건만 원주민공인중개사 대표는 “논현 지구는 송도 신도시와 함께 인천의 새로운 주거지역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충분히 갖춘 곳”이라면서 “아파트를 분양받거나 주변 역세권 땅에 묻어두면 수인선 개통 이후 큰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흥시에서는 월곶동이 떠오르는 지역.민간업체들이 아파트를 짓기 시작하면서 신도시가 형성되고 있는 곳이다. 월곶동 풍림아이원2차 1725가구는 내년 3월에 입주하며 월곶역이 걸어서 10분 거리다.이미 입주한 2560가구의 풍림아이원1차와 붙어 있어 대단지를 이룬다.풍림아이원 3차도 월곶역 개통 수혜단지.560가구이며 내년 5월 입주예정.최근 분양한 풍림4차 683가구도 초기에 기대 이상의 계약률을 기록했다. 인천에서는 남구 용현동 유원아파트 941가구가 전철개통 덕을 톡톡히 볼 것으로 예상되는 아파트.연수∼동인천 구간 개통 이후 용현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2001년 6월에 입주한 용현 대우아파트 616가구도 수인선 개통 이후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젓갈 시장으로 유명한 소래 포구에도 과거의 역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새 역이 들어선다.주변은 대규모 상업지역으로 바뀐다. 앞선 투자자들은 소래 포구역 주변 부동산을 많이 사들이면서 땅값이 큰 폭으로 올랐다. 하지만 전철이 개동되면 논현역과 함께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역으로 발전하고 관광객이 몰려들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격이 턱까지 올랐다.상가를 끼고 있는 땅은 평당 1000만원을 넘어서 개인 투자자는 접근조차 어렵다. 중개업자들은 “투자자는 몰리지만 물건이 없어 거래가 안 된다.”면서 “논현지구에서 나오는 단독택지,상업지를 분양받으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부동산 in] 길豚 돈豚-수원~동인천 복선전철

    추억과 낭만의 철도,수인선이 다시 태어나면서 역세권 부동산이 관심을 끌고 있다.인천 송도와 수원을 연결하는 수인선은 일제시대 때 경기만 소래·남동·군자 일대의 염전에서 생산되는 소금을 실어나르기 위해 민간이 건설한 협궤 철도.해방 후 국유화되었다가 이용객과 화물이 줄어들면서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95년에 ‘퇴역’하고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다. 그러나 서해안 개발과 함께 인구가 늘고 물동량이 증가하면서 2010년 완공 목표로 복선전철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덩달아 주변 부동산 개발도 한창이다.전철 개통을 내다보고 투자해볼 만한 곳이다. ●서해안벨트 잇는 산업철도 역할 수원∼인천구간 중 한대앞∼오이도는 안산선을 이용한다. 협궤철도를 표준궤 복선전철로 건설하는 구간은 52.8㎞이며 3개 구간으로 나눠 진행된다. 1차 구간은 오이도∼연수 11㎞,2차 구간은 한대앞∼수원 27㎞,3차 구간은 연수∼동인천 9.5㎞이다.1차 구간은 2008년,2,3차 구간은 2010년 완전 개통된다.1차 구간인 오이도∼연수 구간은 곧 착공한다. 특히 1차 구간은 서해안 시대를 맞아 대규모 택지개발이 한창이다.민간 업체들도 신규 아파트를 잇달아 건설하고 있다.오이도,당월,월곶,소래,논현택지,논현,남동,승기,연수역 등 9개 역이 새로 생긴다.이중 승기,논현,논현택지 등 3곳은 인천지하철 등과 갈아탈 수 있는 역이다. 서울·인천,안산·수원이 쉽게 연결돼 접근성이 개선돼 주변 부동산값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 전철 개통 수혜를 입는 곳으로는 논현지구가 단연 으뜸. 인천 남동구 논현·고잔동 일대 77만평으로 5만 5000명을 수용하는 미니 신도시다.1만 8786가구가 건설되며 주공이 1만 3642가구,민간이 5144가구를 짓는다. 인천시청으로부터 6㎞ 떨어진 곳으로 북쪽은 오봉산과 붙었고,동쪽은 소래포구를 중심으로 자연생태공원으로 개발된다.남쪽은 인천 남동공단과 한화 아파트 개발예정부지다. 제2경인고속도로 서창JC와 남동IC,월곶IC가 근접하고 지구 안으로 수인선이 지난다.인천지하철 1호선 남인천역이 1.5㎞ 지점에 있다. 다음달 주공 아파트 공공분양 32평형 1731가구와 국민임대 1801가구 공급을 시작으로 본격 개발된다.10월에는 공공임대 21∼23평형 785가구가 나오고,11월쯤 국민임대 801가구가 추가 공급된다. ●논현지구 아파트 인기 예감 우림건설도 논현지구에서 45∼63평형 837가구를 9월쯤 분양키로 했다.신영도 같은 시기에 36∼81평형 중대형 아파트 985가구를 내놓는다.한화건설도 하반기에 1023가구를 분양할 계획이다. 이건만 원주민공인중개사 대표는 “논현 지구는 송도 신도시와 함께 인천의 새로운 주거지역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충분히 갖춘 곳”이라면서 “아파트를 분양받거나 주변 역세권 땅에 묻어두면 수인선 개통 이후 큰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흥시에서는 월곶동이 떠오르는 지역.민간업체들이 아파트를 짓기 시작하면서 신도시가 형성되고 있는 곳이다. 월곶동 풍림아이원2차 1725가구는 내년 3월에 입주하며 월곶역이 걸어서 10분 거리다.이미 입주한 2560가구의 풍림아이원1차와 붙어 있어 대단지를 이룬다.풍림아이원 3차도 월곶역 개통 수혜단지.560가구이며 내년 5월 입주예정.최근 분양한 풍림4차 683가구도 초기에 기대 이상의 계약률을 기록했다. 인천에서는 남구 용현동 유원아파트 941가구가 전철개통 덕을 톡톡히 볼 것으로 예상되는 아파트.연수∼동인천 구간 개통 이후 용현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2001년 6월에 입주한 용현 대우아파트 616가구도 수인선 개통 이후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젓갈 시장으로 유명한 소래 포구에도 과거의 역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새 역이 들어선다.주변은 대규모 상업지역으로 바뀐다. 앞선 투자자들은 소래 포구역 주변 부동산을 많이 사들이면서 땅값이 큰 폭으로 올랐다. 하지만 전철이 개동되면 논현역과 함께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역으로 발전하고 관광객이 몰려들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격이 턱까지 올랐다.상가를 끼고 있는 땅은 평당 1000만원을 넘어서 개인 투자자는 접근조차 어렵다. 중개업자들은 “투자자는 몰리지만 물건이 없어 거래가 안 된다.”면서 “논현지구에서 나오는 단독택지,상업지를 분양받으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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