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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족들과 함께 김치 담가요

    가족들과 함께 김치 담가요

    겨울방학을 맞아 유통업체들이 가족들을 위한 다양한 김치 체험 프로그램을 열어 눈길을 끌고 있다. 대상FNF 종가집의 한식 체험관 ‘김치월드’는 청소년과 초보 주부를 위한 김치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8일 밝혔다. 청소년 체험 프로그램은 포기김치, 궁중떡볶이 등 만드는 과정 일체를 전문가가 영어와 일어로 설명해 한식 체험은 물론 외국어까지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영어·일어 김치 체험 프로그램’이다. 다음달 28일까지 주말 포함 주 4회 운영되며 청소년은 물론 대학생들도 참여할 수 있다. 참가비는 재료비 포함 1만원이다. 새내기 주부를 위한 김치 담그기 강좌도 이달부터 상시 진행한다. 배추 김치 담그는 법은 물론 겉절이, 연근조림, 불고기 꼬치 등 실생활에 응용할 수 있는 요리를 함께 배울 수 있다. 김장과 요리에 서툰 예비 신부나 새내기 주부 등이 수강할만하다. 강좌는 주말 포함 주 4회, 참가비는 재료비 포함, 5만 5000원이다. 동반인 참석 시 3만원이 추가된다. 일정과 예약은 김치월드 유선 전화(02-3290-8801~8802)나 김치월드 홈페이지(www.kimchiworld.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풀무원이 운영하는 김치박물관에서도 새해맞이 아버지와 함께 하는 김치 체험 프로그램인 ‘부자김치’ 행사를 한달간 연다. 아버지와 자녀가 함께 김치의 역사, 종류, 저장, 효능에 대한 전시 설명을 듣고 배추 김치를 직접 담가볼 수 있다. 매주 토요일마다 진행되며 참가비는 아버지와 자녀 1인 2만원, 자녀 1인 추가시 1만원이 추가된다. 어머니가 참여할 경우는 3만원이며 자녀 외 인원 추가는 1인당 2만원이다. 박물관 공식 까페(cafe.naver.com/pulmuonekimchimuseum)에서 사전 예약하면 된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저자와의 차 한잔] ‘청춘아 세상을 욕해라’ 펴낸 이경식

    [저자와의 차 한잔] ‘청춘아 세상을 욕해라’ 펴낸 이경식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했다. 꿈이 있기 때문에 청춘이라고도 했다. 위로가 되는 듯하다. 받아들이는 사람의 처지에서는 진통제일 수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엔 세상이 너무 가혹하다. 뭐, 날씨라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며 버틸 수 있겠다. 혹독한 겨울이 지나면 따뜻한 봄이 올 테니까. 하지만 현실은 언제 좋은 날이 오려나. 참고 견디며 미래를 준비하라는 말은 너무 많이 들어 지겹고 답답하다. 그런데 차라리 욕하란다. 아예 책 제목으로 뽑았다. ‘청춘아 세상을 욕해라’(일송북 펴냄)라고. 새해를 앞두고 만난 이경식(53) 작가는 조근조근, 하지만 속시원하게 말을 쏟아냈다. “솔직히 짜증나죠. 나도 그랬거든요. 어른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조건에서 산 것 같은데, ‘나도 다 해봐서 안다’고 하니까요. 애들한테 ‘고생도, 공부도 내가 더 많이 했지. 최루탄도 니들보다 더 많이 맞았어’라고 말해봤자 이렇게 나오죠. ‘짜증나게’ 모두 경쟁해야 하고, 돈 많이 벌어야 하고, 무조건 최고가 돼야 하는 그런 사회에 살고 있는 스트레스가 얼마나 크겠어요.” 대학에 다니는 두 아들만 봐도 알 수 있다. 큰아들은 그나마 대화가 많은 편이지만, 둘째 아들은 “아버지는 원래 저러니까”라면서 데면데면하다. “5년 전 ‘아륀지’가 상징하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강조한 실용주의, 효율성이라는 철학이 교육, 문화, 경제 모든 분야에서 녹아들면서 삶은 더 팍팍해졌어요. 그런데 새 정부에서는 나아질까요.” 그의 솔직한 심정은 물음표다. 20대를 생각하면 더더욱 마음이 편하지 않다. 개천에서 용 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힘들게 대학에 들어가도 한 학기 학비를 대려고 휴학을 해야 하는 게 많은 젊은이들의 현실이다. 처음 책 제목이었던 ‘한국이 망한다’가 솔직한 심정이었다. “한국이 망할 것 같으니 조심하자. 이렇게 되면 안 되지 않겠는가라는 의미였다”면서 “그런데 청년세대가 정신을 차릴 수 있는 세상인가”라고 반문했다. 나라가 망한다는 것은 국민 대부분에게서 희망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몇몇 대기업이 아무리 매출과 순이익 기록을 경신해도, 국민 대부분은 먹고살기 어려워진다는 말이다. 양문형 고급 냉장고가 있어도 보관할 음식이 없고, 고급 승용차보다 쌀 두 포대가 더 소중하다. 그는 “역사적으로 변화의 중심에는 젊은 세대가 섰고, 낡은 틀을 깰 새로운 생각과 용기도 젊은 세대에게 있다”면서 “그 세대가 세상을 향해 분노를 폭발해야 변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왜 기성세대는 안 되느냐”고 묻자 이번 대선 투표 행태로 설명했다. 그를 포함해 과거 변화를 위해 투신했던, 소위 386세대들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보수적으로 변한 것을 들었다. “나이가 들면 자신이 쌓은 것이 사라질까 두려워 변화하지 못하거든요” 그의 아픈 고백이다. 책에서 그는 왜 젊은 세대가 분노해야 하는지 진지하지만 너무 무겁지 않게, 때로는 맛깔나게 풀어낸다. 22살 여성이 장기를 팔기 위해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현실은, “혈액형, 나이가 어려서, 건강, 수술, 가격, 연락이라는 단어를 조합하고 살을 붙여 만든 지옥도”라고 표현한다. 박완서의 단편소설 ‘도둑맞은 가난’을 통해 자본가들이 현실을 얼마나 팍팍하게 만드는지 이야기하고,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패러디해 사회 기득권자들이 젊은이를 얼마나 옥죄고 있는지를 말한다. 현진건의 ‘술 권하는 사회’에 빗대고 “천재 한 명이 만 명을 먹여살린다”는 삼성 이건희 회장의 말을 빌려 한국 사회가 사람들에게 사이코패스질을 권한다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러면서 분노의 이유와 대상을 알려준다. 물론 증오와 분노는 다르다는 설명도 잊지 않는다. “세상을 향한 연민이 있어야 한다. 연민 없는 증오만 발산하면 사회는 나아질 수 없다”는 논리다. “세상은 너희들 것이니까 주눅 들거나 눈치 보지 말고, 절박한 현실에 화도 좀 내고, 기성세대들이 내놓은 길이 아닌 다른 길을 가겠다고도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文의 48%’ 집단 상실감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의 한 생맥주집은 대선 다음 날인 20일부터 22일까지 문을 닫는다. 가게 앞에는 사람이 죽었을 때 슬픔을 나타내는 ‘謹弔’(근조)라는 표시가 붙었다. 대통령 선거일인 19일 이 가게에서 TV를 통해 개표 결과를 지켜보고 있었던 박모(32) 씨는 “밤 11시쯤 ‘박근혜 당선 확정’이라는 메시지가 나오자 가게 주인이 ‘더 이상 영업을 못하겠다’며 나가달라고 말했다. 돈은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위터에는 전라북도 정읍의 한 편의점 주인이 내건 ‘잠시 쉽니다. 세상이 바뀌길 바랐는데. 가슴 아픈 분 소주는 그냥 가져가세요’라는 휴업 알림 사진이 전파됐다. 페이스북에도 “아침에 눈을 뜨기 싫다. 아직도 현실을 믿을 수 없다.”는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후보 지지자들의 울분에 찬 글들도 적지 않았다. 이번 대통령 선거 후 야권지지층 중에서 문 전 후보의 패배에 대해 실망감을 넘어 상실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문 후보에게 표를 줬던 유권자는 1469만2632명. 전체 유효투표의 48.02%에 달한다. 이들 중 일부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무력감’, ‘좌절’, ‘원망’ 같은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소설가 이외수씨는 21일 새벽 트위터에 “오랜만에 술 마시고 대취해서 울었다. 원래 술 마시면 꺼이꺼이 잘 운다”라고 적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백모(27)씨는 “선거날부터 이틀째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다. 속이 메슥거리고 입맛이 없다.”고 호소했다. 이 같은 증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시적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이라는 소견을 내놓고 있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일종의 심리적 트라우마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이 당연히 믿었던 것, 반드시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거기서 오는 실망감 자체가 매우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권 교수는 “물론 집단적인 현상이라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이런 반응이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2002년에는 막판에 단일화가 깨지면서 노무현 당시 후보가 당선될지 반신반의하는 야권 지지자들이 많았지만 이번에는 높은 투표율 등 기대감을 가질 수 있는 요인들이 많았다. 덩달아 허탈감도 더 컸을 것”이라며 “박근혜 당선인이 이를 잘 보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수연기자 songs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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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문이 만난사람] ‘서편제’ 데뷔 20년 오정해

    [김문이 만난사람] ‘서편제’ 데뷔 20년 오정해

    ‘큰 소리꾼이 되어라, 마음의 한을 품어라, 큰 소리꾼이 되어라.’ 20년 전 영화 ‘서편제’는 그렇게 심금을 울렸다. 아버지가 딸을 진정한 소리꾼으로 만들기 위해 눈을 멀게 하는 장면이다. 앞이 안 보이는 딸은 ‘이제는 소리밖에 할 수 없지요.’라고 애절하게 울부짖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한국 영화 최초 100만 관객 돌파라는 신기록을 세우면서 그야말로 영화의 한 ‘신드롬’을 일으켰다. 판소리와 소리꾼에 대해 잘 몰랐던 사람들도 이 영화를 통해 새롭게 이해하게 됐다. 그만큼 사회적 이슈였고 눈부신 영상에 녹아든 여주인공 송화의 목소리에 울고 감동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정서와 한을 토해내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이 영화는 1993년 상하이영화제 최우수감독상(임권택), 최우수 여우주연상(오정해), 제31회 대종상 최우수작품상·감독상, 제14회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남우주연상(김명곤), 제4회 춘사영화예술상 대상·작품상·감독상·여우주연상(오정해), 청룡영화제 최다관객상·대상·작품상·촬영상·신인여우상·남우주연상·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면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오정해(41)씨에게는 요즘 ‘서편제’(아래 사진)가 각별하게 다가온다. 20년 전 미스 춘향 ‘진’으로 뽑히면서 임권택 감독에 의해 ‘서편제’ 여주인공으로 발탁됐다. 얼떨결에 출연했지만 영화가 대박을 터뜨릴 줄 몰랐다. 지금 생각해도 울면서 연기를 했던 기억이 선하다고 말한다. 연기 생활 20년을 맞은 그를 만났다. 지난 13일 오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경기 안양의 한 중국집 2층에서 마주 앉았다. 중국집은 ‘퓨전 중식’ 메뉴로 남편이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남편을 도와 중식당에 가끔 나왔지만 지금은 바빠서 거의 도와주지 못하고 있다. 오씨와는 구면이어서 오랜만이라고 인사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세월이 좀 지났는데도 얼굴이 변하지 않는다.”고 하자 “저는 숫자를 잘 몰라요, 나이를 세면 뭐해요.”라며 웃는다. 그는 원래 솔직 털털한 성격이다. 책 읽는 것, 조근조근 대화하는 것도 좋아한다. “지난주 토요일 경기 광주에서 ‘오정해의 소리이야기’(부제, 당신이 있어 고맙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관객들과 편하게 만났습니다. 그때 그랬지요. 지난 세월을 살아오면서 데뷔 20주년이라는 말을 처음 꺼냈습니다. 전화를 주시지 않았으면 그조차도 잊고 살았을지 몰라요(웃음).” 원래부터 숫자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그는 “나이든 몇 월 며칠 세는 것이 중요한지 모르고 살아간다.”고 말한다. 얼마 전 결혼 15주년인 것도 잊었었고 생일도 가끔 ‘까먹는’ 경우가 있단다. 정말 그렇게만 지냈을까. 따지고 보면 세월의 무게, 세월의 힘이란 무시할 수 없다. 최근 철학박사 학위를 땄고 ‘오정해의 소리이야기’라는 새로운 무대도 시작했다. 또 판소리 다섯 마당과 아리랑 연구에 관심을 갖고 자료수집 등 책자 발간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씨와 만나면서 ‘서편제’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보더라도 인생의 중요한 전환기였기 때문이다. 그 영화를 떠올릴 때 가장 생각나는 것은 무엇일까. “서편제는 보는 사람마다 다 다른 것 같아요. 자기 안에서 찾는 영화의 장면이 달라요. 화면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요. 제 개인적으로는 영상과 음악이 아주 잘 어울리는 완벽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민족의 한과 정서가 잘 함축된 음악, 그리고 북을 치는 동호와 회포 푸는 장면 등 제가 불과 22살 때 겪었던 감동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는 당시가 더 어른스러웠다며 웃는다. 지금은 아이 낳고 엄마가 되었지만 그때는 뭣도 모르고 자신만만하게 모든 일을 했던 것 같다고 술회한다. 또한 주위에서 많이 이끌어 주었기에 더욱 그랬단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미스 춘향’ 시절로 돌아갔다. 타고난 노래 솜씨를 보이던 그는 주변의 권유로 판소리를 시작했다. 13살 때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에서 최연소로 장원을 하면서 명창 김소희(1995년 작고)의 제자가 됐다. 이후 KBS 국악마당에 두 번 출연하면서 한복 연구가 허영(2000년 작고)과 인연을 맺었다. 결국 한복이 너무 잘 어울린다는 칭찬에 ‘미스 춘향’ 대회에 나가게 되면서 ‘서편제’를 찍게 됐다. “어디 대회나 무슨 행사에 나갈 때마다 주위에서 제 손을 꼭 잡아 주셨던 분들이 많았습니다. 어린 나이에 한 시대를 풍미하게 되는 엄청난 행운이었죠. 도움을 많이 받았고 따라서 책임감 또한 컸습니다. 소리꾼 오정해로서 흐트러지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걸어왔다고나 할까요. 또 ‘서편제’라는 명찰이 붙어 있으니 부담이 없어요. 어떤 무대든, 어떤 장소든 그 명찰로 100% 편하게 다가갈 수 있어요. 관객들의 기대치도 그런 것 같고요.” 그는 지난 20년 세월을 돌아보면서 아이 낳고 딱 한 달 집에서 쉰 것 외에는 거의 매일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 것 같다고 회고한다. 관객들과 호흡할 수 있는 라이브 무대를 꾸준히 가졌다. 월요일에 한복을 입으면 이튿날에는 드레스를, 또 그다음 날에는 연극 무대복으로, 일주일 동안 매일 옷을 갈아입으며 관객들과 만났다. 그럴 것이 ‘서편제’ 이후 영화, 연극, 뮤지컬, 방송진행, 학생, 선생으로 살아 왔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는 박사학위까지 땄다며 수줍게 웃는다. 내용을 묻자 대단한 일은 아니라면서 부각시키지 말아 달라고 했다. 그래도 연기자 중에는 보기 드믄 철학박사가 아니냐고 거듭 물었더니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원래 저는 다도(茶道)에 취미가 있어요. 우리나라에는 엄마문화가 없잖아요. 교육문제도 그렇고 아이를 학교에만 맡긴다고 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음식, 예절, 꽃, 그릇, 사물에 대한 관심을 갖다 보니 원광대에 계신 교무님을 알게 되면서 원광대에서 동양철학을 공부하게 됐고 7년 만에 박사학위를 받았어요.” 그의 논문 제목은 ‘판소리 심청가의 예술성 연구’이다. ‘심청가’를 모성애적 차원에서 새롭게 풀어 써 관심을 끌었다. 인당수 자체가 곧 ‘모성’이라는 것이다. 그는 논문을 쓰고 나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 많은 자료들을 모았지만 논문에 다 풀어내지 못해 좀 더 연구하면서 책으로 펴낼 준비를 하고 있다. 내친김에 심청가에 이어 판소리 다섯 마당까지 접근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또 있다. ‘아리랑’을 연구하겠단다. “외국 사람들이 ‘아리랑’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선뜻 대답을 잘 못합니다. 지방마다 다르고 외국 교포사회에서의 아리랑도 다르고 그렇잖아요. 누군가 쉽게 정리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박사과정 공부를 하면서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 새삼 더 생겼다고나 할까요.” 공부하면서 느꼈던 고충도 털어놓는다. 익산까지 오고 가느라 직접 운전(지프 형식의 SUV 차량)을 하는 것도 그렇고 멀미하는 것, 방송과 무대 출연하는 것, 특강 시간을 쪼개 가며 공부하는 것 등이 힘들었다고 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오늘에 충실하려는 버릇’ 때문에 무사히 공부를 마친 것 같다며 웃는다. “저는 단기 기억상실증처럼 살자는 주의입니다. 오늘에 충실하는 것이지요. 과거는 흘러간 것이고 다가올 미래에 대해 미리 불안해할 필요도 없잖아요. 또 어느 순간 일이 많다고 생각하면 그냥 놔 버려요. 오늘 다 움켜쥘 필요가 없어요. 시간이 지나면 놔 버렸던 것이 다시 오거든요. 20년 전에는 책임감으로 살았지만 지금은 놔 버릴 수 있다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어요.” 겨울이 되면 길가의 가로수가 나뭇잎조차 내려놓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냐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그는 20년 전에 입었던 옷을 지금도 입는다고 했다. 중간에 ‘돼지’처럼 살찌기도 했지만 지금은 당시에 직접 만들었던 옷을 입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의 집에는 애지중지하는 재봉틀이 있다. 본인의 옷은 물론이고 아들 옷, 조카들 옷까지 손수 만들어 주기도 한다. 시간이 되면 동대문 시장에 가서 원단을 직접 고른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머릿속으로 20년을 다시 정리했다. 소리꾼 오정해는 판소리를 예술적으로 접근하는 일을 시작했고, 또 ‘오정해의 소리이야기’라는 특별한 무대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으며 내년에는 본인이 작사한 노래로 음반을 낸다. 아울러 집착이라는 단어를 버리고 편안하게 ‘오늘주의’로 홀가분하게 살아가고 있다.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행복한 오정해가 되는 것이며 오늘이 행복해야 미래가 있는 것 아니냐. 철학을 공부하다 보니 대답이 모호해진다.”며 웃는다. 동갑인 남편과는 친구처럼 지낸다. 영화, 독서 등 취미도 비슷하다. 17년 전 뮤지컬 ‘쇼 코미디’에 출연했을 때 동료 배우 최정원씨의 소개로 남편을 만났다. 슬하에 중학생인 아들이 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판소리 신동 오정해 철학박사 되기까지 1971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났다. 6살 때 고전무용을 시작했다. 한복을 뒤집어쓰고 사극을 흉내내는 것을 좋아했다. 이후 주위의 권유로 국악과 판소리, 가야금을 배웠다. 13세 때 전주대사습놀이에서 최연소로 장원, 주목을 끌었다. 이때 인간문화재 김소희 선생의 직계 제자가 됐다. 중학교 2학년 방학 때부터 서울과 목포를 오가며 판소리를 공부했다. ‘춘향가’ 이수자인 그는 학창시절부터 국악경연대회나 명창대회에서 여러 차례 수상했다. 1992년 미스 춘향 ‘진’으로 선발되면서 임권택 감독에 의해 영화 ‘서편제’(1993년)로 데뷔했다.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서울관객 100만명 돌파 등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운 ‘서편제’로 스타가 된다. 이후 영화 태백산맥(1994년), 축제(1996년), 천년학(2007년) 등에 출연했다. 2008년에는 마당극 ‘학생신위부군’에 출연, 호평을 받았다. 중앙대 국악예술학 석사를 거쳐 최근 원광대에서 동양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방송 진행, 특강, 연극, 뮤지컬 등에 출연하고 있다.
  • 은행장 교체사실 1년뒤 알려… ‘늑장 보고’ 금감원

    은행장 교체사실 1년뒤 알려… ‘늑장 보고’ 금감원

    금융감독원이 은행 주식 변동이나 은행장 교체 등 소비자들의 권익과 밀접한 정보조차 제때 금융위원회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심지어 외국계 은행장 교체는 거의 1년이 지난 뒤에야 늑장 보고했다. 금융위원회는 담당자가 바뀌어도 정보 접근 권한을 조정하지 않는 등 소비자들의 권익 정보 챙기기에 마찬가지로 둔감한 행태를 보였다. 9일 감사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하고 있는 외국계 은행 두 곳은 은행장이 해임된 사실을 금감원에 지난해 2월 15, 16일 각각 보고했다. 금감원이 이 내용을 금융위에 보고한 것은 350여일 뒤인 올 2월 3일이다. 1년 가까이 묵살하고 있다가 감사원의 감사가 시작되자 부랴부랴 보고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보고받은 외국계 은행 서울지점 대표자 선임 정보도 올 2월에야 금융위에 알렸다. 은행법 18조 1항과 은행업 감독규정 84조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국내에 지점을 두고 있는 외국 은행의 행장이 해임됐을 때는 관련 법규 저촉 여부와 은행 이용자의 권익 침해 여부를 검토해 금융위에 보고해야 한다. 임원 선임도 은행법상의 결격사유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금감원은 지난해 4월 국민연금공단의 은행 보유 지분 현황도 보고받았다. 외환은행 보유 지분이 5.00%에서 3.97%로 줄어들고, 모 은행의 지분을 4.05%까지 보유했다는 내용이었다. 은행은 공공적인 성격이 강한 만큼 주식 변동 사항 등은 금융위가 상시 모니터링해야 한다. 다만 금융위 직원 수와 업무 부하 등을 감안해 일부 업무는 금감원에 위탁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대신 금감원은 이를 지체 없이 금융위에 보고해야 한다. 현재 금감원이 금융위에 곧바로 보고해야 하는 위탁 업무는 13개다. 국민연금공단의 은행 보유 지분 변동도 여기에 해당하지만 금감원은 이 또한 10개월이 지난 올 2월에야 보고했다. 감사원 측은 “지난 7월 금융위에 대한 감사 결과 금감원이 3개 업무에 대해 특별한 사유 없이 최장 353일까지 금융위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지적했다.이에 대해 금감원 측은 “보고 과정에서 일부 지연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조직개편 논의가 불거지면서 이때부터 금감원 내부에 일을 미루는 풍조가 팽배해진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감원장의 ‘불협화음’도 보이지 않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감사원은 2004년 감사 때 당시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와 금감원의 정보 공유가 미흡하다며 6개월마다 두 기관이 정보협의회를 열어 정보공유 방안을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정보협의회는 2004년 11월과 2005년 3월 딱 두 번 열리고 말았다. 직무를 유기한 것은 금융위도 마찬가지다. 보고받을 정보를 제대로 챙기지 않은 것은 물론 마땅히 자신들이 파악해야 할 정보에 접근이 안 되는데도 시정 요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금융위 직원들의 소속 과별로 금융감독 정보 시스템 접근 권한을 다르게 부여한다. 인사 이동이 이뤄지면 접근 권한을 곧바로 조정해야 하는데 이게 안 돼 2008년 9월 이후 소속 과가 바뀐 금융위 직원 50명 중 12명이 감사원 감사가 이뤄질 때까지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간부를 제외한 금융위 직원 수가 170명인 것을 감안하면 10%가량이 관련 정보에 접근조차 못 했던 셈이다. 감사원은 이번에도 금감원과의 정보공유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금융위에 주문했다. 하지만 금융업계는 양측의 감정 대립이 워낙 심해 쉽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文 “호남서 정통성 날개 달아주셨다”

    文 “호남서 정통성 날개 달아주셨다”

    ‘문재인 대세론’이 민주통합당 하반기 대선경선 판도의 ‘바로미터’인 광주·전남 순회경선에서도 통했다. 문 후보는 6일 광주에서 열린 순회경선에서 48.46%의 득표율을 올리며 2위인 손학규(32.31%)후보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승산이 있는 후보를 전략적으로 선택해 온 호남에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문 후보는 전체 선거인단의 과반에 육박하는 경기(15일)와 서울(16일) 경선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다. 하지만 누적득표율이 과반에 못 미친 46.81%에 그쳐 결선 투표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문 후보는 8일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순회경선에서 최대한 표를 끌어모아 누적득표율 과반선 회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는 경선 결과가 발표된 직후 “(광주·전남 시민들이)저에게 섭섭한 점이 많이 있으실 텐데 다 털어내고 저에게 정통성을 부여해 줬다. 날개를 달아 주셨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평소 비문(비문재인) 후보들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 왔던 그는 이날 경선에서 작심한 듯 “우리끼리 똘똘 뭉쳐도 모자랄 판에 경선을 흠집내고 당을 상처주고, 결과에 승복하지 않으려는 태도는 결단코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수도권에서의 정면 승부를 앞두고 비문 후보들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광주·전남 경선을 기점으로 맞불 공세에 들어간 모습이다. 반면 손·김 후보는 민주당의 분열 양상에 냉랭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광주·전남 표심을 의식한 듯 문 후보에 대한 공격을 잠시 중단했다. 손 후보는 화살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돌려 “민주당 경선 결과보다는 당외 특정 인사 행보에 더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어쩌다 민주당이 이지경이 됐냐.”며 안 원장에게 향하는 야권 표심 단속에 나섰다. 김 후보는 4명의 대선 경선 후보와 이해찬 당 대표가 긴급히 만날 것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공정하지 못한 경선이라도 국민을 믿고 끝까지 완주하겠다.”고 밝혔다. 정세균 후보는 “모바일을 보완하기 위해 국민배심원제 같은 민심 반영 방안을 조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었지만 묵살당했다.”면서 “애당심에서 우러나온 경고를 묵살한 지도부, 유불리에 따라 입장을 번복한 후보들 모두에게 다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며 당과 손·김 후보를 모두 비판했다. 당 지도부에는 어김없이 야유가 쏟아졌다. 임채정 당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인사말을 시작도 하기 전에 당원들이 야유를 퍼붓자 침통한 표정으로 “나는 광주사람입니다. 광주에서 태어났고 광주에서 학교를 다녔습니다.”라고 호소했다. 대회장에는 민주당 ‘근조’현수막도 나붙었다. “퇴행적인 경선이 지속될 때 물리적 방법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는 괴문서가 수백여장 배포되기도 했다. 경선이 끝난 후 체육관 밖에서는 성난 당원 20여명이 당 지도부가 탄 버스를 가로막고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당원들은 모바일 투표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며 5분여간 대치했으나 경찰들의 제지로 버스는 무사히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한편 당 지도부는 모바일 투표 방식을 둘러싼 비문 후보들의 문제제기에 대해 “법적·기술적 문제가 없는 한 모든 검증 요구를 받겠다.”고 밝혔다. 또 모바일 투개표 실시 시기를 순회경선 이후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광주 이현정·송수연기자 hjlee@seoul.co.kr
  • [뉴스&분석] 지금 한국은 좌불安석

    [뉴스&분석] 지금 한국은 좌불安석

    범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안철수(50)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진짜 생각은 무엇일까. 안 원장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지지율에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지만 출마 여부나 시기 등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의 최측근조차 최근 “솔직히 출마하지 않고 존경받는 인물로 남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는 말까지 했다. 안 원장 스스로는 향후 행보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말한다. 유민영 대변인도 “정해진 입장이 없다.”고 되풀이한다. 현재 안 원장은 생각을 다듬어가는 중인 것 같다. 강원, 전북, 충북 등의 지역을 찾아 민심을 듣고, 이메일이나 편지 등으로 국민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전·현직 의원들도 직간접으로 만나 자신의 생각을 내비치며 자문하고 있다. 최근 충남 홍성 농촌을 방문해 “대통령이 목표는 아니다. 아직 나이가 있으니까 이번이든 다음이든 기회가 닿을 수 있다. 한 번도 스스로 대선에 나가겠다고 말한 적이 없으며, 호출을 당한 케이스”라고 말했다고 한 누리꾼이 전하며 논란이 일었다. 그러자 주형로 충남 친환경농업인 연합회장은 4일 “구체적인 대선 얘기는 없었고, 꼭 자신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안 나가겠다는 것은 아니었다.”면서 “결단을 곧 내릴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홍성 현장에 있었던 한 여성도 홍성여성농업인센터 카페에 올린 글에서 “지금까지 이르게 된 행보는 국민이 불러낸 것이기에, 그 요청에 자신이 맞는 사람인지 아닌지 엄중히 검증하기 위해서 (현장 방문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곧 입장을 밝힐 시기가 다가올 것이다. 안철수님이 대선에 출마했으면 좋겠다.”고 기대를 적었다. 정치권 인사들을 통해서도 그의 현재 생각을 추론할 수 있다. 안 원장은 지난 6월 민주통합당 김한길 최고위원에게 측근을 보내 “대선 국면에서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의견을 구했다. 또 4·11총선 때 대구에서 출마했다 낙선한 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을 8월 10일쯤 ‘시골의사’ 박경철씨와 같이 만나 의견을 들었다. 김 전 의원은 “아직 안 원장이 정치할 준비가 안 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만약 결심하면 좌고우면해서는 안 된다. 파도가 밀려오거나 흑색선전당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진정성이 인정되면 하는 것이고, 안 되면 장렬히 전사하면 되는 것이라고 부추겼지만, 안 원장은 듣고만 있더라.”고 전했다. ‘안철수의 생각’은, 더 다듬어진 뒤 최종 모습을 드러낼 것 같다. 이춘규 선임기자·이현정기자 taein@seoul.co.kr
  • 강제퇴거 1년… 서울역 노숙인을 만나다

    강제퇴거 1년… 서울역 노숙인을 만나다

    “잘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이 섞어서 사는 게 세상살이 아닙니까? 노숙인이라고 건물에 들어오지도 못하는 게 말이 됩니까? 완전히 후퇴해도 한참 후퇴한 것 아닙니까?” 서울역에서 2년 째 노숙생활을 하고 있다는 박형수(가명·55)씨의 말이다. 24일 밤 8시 케이블채널인 서울신문STV로 방영되는 ‘TV 쏙 서울신문’에서는 강제퇴거 1년을 맞은 서울역 노숙인들을 만났다. 21일 낮 12시 서울역 광장에는 무료급식소를 찾아 삼삼오오 모여드는 노숙인들이 보인다. 강제퇴거 조치가 있은 지 1년이 됐지만 시행 전 모습과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지난해 8월 22일 코레일은 시민의 안전과 서울역 이미지 개선을 이유로 노숙인들에게 밤 1시 30분부터 4시 사이에 역 내에서 취침을 금지하는 강제퇴거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노숙인에 대한 차별은 낮에도 이어진다. 노숙인들은 서울역 광장에서 비 피할 곳이 없어 처마 밑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눴다. 옛 서울역 건물 주변은 차단봉이 설치돼 접근조차 못 했다. 가로수와 가로등 밑은 앉기 불편한 구조로 돼 있어 잠시 쉴 자리마저 잃었다. 노숙인 인권단체인 홈리스행동의 설문 조사 결과, 강제퇴거 조치로 인한 피해를 묻는 질문에 조사대상의 23.8%가 ‘비나 더위, 추위 등을 피할 곳이 없어졌다’고 대답했고, 19.9%가 ‘억울함·모멸감·심리적 위축이 심해졌다’고 응답했다. 서울시는 노숙인들의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주거 및 일자리 지원과 상담·응급구호 활동, 쉼터 확대 등 노숙인 지원정책을 마련했지만 노숙인 수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일 서울역 주변 노숙인은 243명으로 지난해 8월 23일 조사했던 218명보다 되레 25명 늘었다. 매일 오후 11시를 기준으로 집계되는 노숙인 수도 평균 200명에서 230명 안팎으로 나타났다. 이우룡 서울시 자활정책팀장은 “서울역 노숙인은 경기악화 등 문제가 있기 때문에 계속 유입되는 부분이 있다. 이분들 위해서 앞으로 정신질환자, 노숙 시설기피자 등 유형별로 세부적인 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이 밖에 ‘TV 쏙 서울신문’에서는 29일부터 열리는 ‘제14회 런던 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경기도 이천에 있는 장애인체육종합훈련원에서 땀 흘리고 있는 국가대표 선수들을 만났다. 또한 올해로 백수(99세)를 맞은 한국 추상미술 1세대 한묵 화백을 갤러리현대 강남에서 만났다. 지자체장 릴레이 인터뷰에서는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꿈이고 소망”이라고 말하는 김영종 종로구청장을 만나 그간 구정살림의 소회와 앞으로 남은 임기의 계획을 들어본다. 성민수PD globalsms@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89) 화순 야사리 느티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89) 화순 야사리 느티나무

    속도와 풍경은 언제나 서로를 배반한다. 속도를 잡으면 풍경을 놓치고, 풍경에 몰입하면 속도를 잃을 수밖에 없다. 십 년 쯤 전의 어느 날, 천천히 시골 길을 가던 중에 커다란 느티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요즘처럼 견디기 힘들 만큼 무덥던 여름 날이었다. 어쩌면 무더위에 지쳐 걸음이 느려진 것인지 모른다. 지친 발걸음 앞에 화들짝 다가선 느티나무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속도를 버리자 다가온 풍경이었다. 전남 화순군 동면중학교 이서분교의 느티나무다. 분교라고 하기에는 교사(校舍)도 크고, 운동장도 널따란 제법 큼지막한 시골 학교였다. 학교 안으로 들어서자, 예닐곱 명의 아이들이 교문 반대편에 쪼르르 줄지어 앉아 있었다. ●풍경을 더 살갑게 그려주는 마을의 중심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여름 방학을 며칠 앞둔 아이들의 미술 시간이었다. 처음 만난 나무였지만, 운동장 가장자리에 모여 앉은 아이들의 풍경이 귀여워서 나무보다 먼저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저마다 서로 다른 스케치북을 들고 있었지만, 아이들이 그리는 그림의 대상은 모두 똑같았다. 느티나무였다. 그때 아이들은 선생님이 나무를 그리라고 한 게 아니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한 아이는 ‘우리는 그림을 그리면 무조건 느티나무만 그린다.’고까지 했다. 돌아보니 느티나무를 빼놓고는 이 학교 풍경을 이야기할 수도, 그릴 수도 없을 듯하다. 느티나무가 있는 풍경이 그만큼 압도적인 까닭이다. “그 아이들이 이제 스무 살이 조금 넘었어요. 도시에 나가서 대학에 다니지만, 부모님들이 여전히 우리 마을에 살고 있어서 방학하면 옵니다. 느티나무는 언제나 그 아이들이 모이는 장소예요. 어릴 때부터 소중하게 여기던 나무이니까요.” 화순군 이서면 야사1구 이순준(57) 이장은 50가구 남짓 되는 작은 마을이지만, 이 마을 출신으로 서울의 일류대학에 진학한 학생이 아마 호남 지역 최고일 거라는 자랑도 덧붙인다. 학교 담장을 빠르게 지나면서 설핏 바라보면 야사리 느티나무는 그저 크고 잘생긴 한 그루의 느티나무로 보인다. 그러나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학교 안으로 들어서서 바라보면 두 그루의 나무가 바짝 붙어 서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그루로서는 이루기 힘들 만큼 너른 수관 폭을 가진 장엄한 위용의 느티나무로 보이는 건 자연스럽다. ●세 그루의 당산나무 가운데 하나 줄기가 북쪽으로 약간 비스듬하게 오른 두 그루의 느티나무는 제가끔 키 25m, 줄기 둘레 7m 쯤 되는 400살 된 늙은 나무다. 두 그루 중 남쪽의 나무는 사람 키보다 조금 높은 자리에서 굵은 가지를 제 키 보다 더 길게 뻗어냈고, 북쪽의 나무는 꼿꼿하게 서서 나무의 중심을 잡았다. 두 그루 모두 마주 바라본 방향으로는 가지를 뻗지 않고 위로만 솟아올랐다. 서로의 자람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게다. 한 쌍의 느티나무가 펼친 그늘의 폭은 사방으로 30m를 훌쩍 넘는다. 전교생이라 해봐야 고작 여남은 명이던 아이들을 모두 품고도 남을 만큼 너른 그늘이다. 운동장 한 가운데에 서 있는 나무는 아무래도 이 학교 아이들에게 성가신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축구를 하더라도 아이들은 직선으로 내달리지 못하고, 나무 주위를 마치 숨바꼭질하듯 에돌아야 한다. 하지만 선생님이나 아이들 누구도 나무에 불평을 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마을의 안녕을 지켜온 당산나무인 까닭이다. “우리 마을에는 당산나무가 세 그루 있어요. 이 느티나무 외에 마을 어귀에 서 있는 은행나무와 마을 앞논 너머에 있는 또 하나의 나무가 모두 당산나무예요. 지금도 정월대보름 전날 밤에는 세 곳에서 차례대로 당산제를 올리지요.” 이장 이씨가 말한 은행나무는 천연기념물 제303호로 지정된 500살 된 나무로, 키가 27m나 되는 장한 나무다. 최근 전라남도기념물 제235호로 지정된 야사리 느티나무에 비해 나이나 규모에서 앞선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에게 규모나 나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모두가 똑같이 마을의 안녕을 지켜주는 고마운 나무일 뿐이다. 당산나무가 있었고 도담도담 자라나는 아이들이 있기에 언제나 마을의 중심이었던 학교는 지난 2008년 2월에 ‘마지막 졸업식’을 치렀다. 일곱 명의 졸업생을 끝으로 아름다운 시골 학교는 교문을 닫았다. 아이들 떠난 교정은 썰렁했다. 교문을 닫자 아이들이 뛰놀던 운동장에는 온갖 풀들이 무릎까지 키를 키우며, 사람의 발길이 뜸해진 묵정밭 꼴을 했고, 아이들과 학교를 잃은 사람들의 마음은 허전했다. 나무 홀로 옛 추억만 되새기는 쓸쓸한 풍경이 됐다. ●풍경과 속도의 이율배반을 가르칠 채비 “다른 곳에서처럼 미술관이나 자연 박물관으로 활용할 방도를 생각하기도 했지만, 쉽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얼마 전에 학교 건물을 ‘농촌 체험관’을 비롯해 농촌에 꼭 필요한 시설로 리모델링한다는 계획이 통과되었고, 그에 맞는 지원금도 나왔어요.” 교정에 남은 나무에게서 화색이 도는 듯한 느낌을 받은 건 나무가 새로 맞이할 아이들에 대한 기대로 달뜬 탓이리라. 굵은 빗줄기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자, 이장은 논에 물을 대야 한다며, 스쿠터를 타고 서둘러 나무 곁을 떠났다. 농촌 아이들을 키우던 운동장의 나무는 이제 도시 아이들에게 농촌의 자연을 가르치는 초록 그늘로 바뀔 것이다. 더 빠른 속도의 컴퓨터로 첨단 게임을 즐기던 도시 아이들은 이제 수백년 동안 똑같은 모습으로 한자리를 지켜온 나무 그늘에 들어서서 속도와 풍경의 이율배반을 깨달을 것이다. 폐교 운동장에 남아 옛이야기를 조근조근 들려주는 한 쌍의 느티나무가 고마운 이유다. 글 사진 화순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전남 화순군 이서면 야사리 197번지. 호남고속국도의 창평나들목으로 나가서 우회전하여 지방도로 60호선을 타고 담양군 고서면까지 간다. 고서면사무소 앞 사거리에서 좌회전하여 지방도로 887호선으로 무등산 방면으로 16㎞ 쯤 간다. 담양 남면 구산리 향원당 앞의 삼거리에서 좌회전한다. 4.5㎞쯤 가면 이서면 야사리에 이른다. 나무는 폐교한 동면중학교 이서분교장 운동장 한가운데 있는데, 도로에서도 잘 보인다. 자동차는 학교 근처의 도로변 빈자리에 세우면 된다.
  • 유엔 “시리아는 전면 내전상태” 규정

    유엔이 시리아의 상황을 ‘전면적 내전 상태’로 규정했다. 유엔 평화유지활동 책임자인 에르베 라드수 유엔 사무차장은 12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시리아가 현재 내전 상태인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말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시리아 정부가 일부 대도시의 통제권을 반정부 세력에 빼앗긴 것은 확실하며, 이를 탈환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폭력의 수위가 더욱 높아져 탱크와 대포뿐 아니라 공격용 헬기까지 동원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유엔 고위 당국자가 시리아 상황을 내전으로 규정한 것은 처음이라고 BBC 등 외신들은 전했다.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과 반군은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의 중재로 지난 4월 12일 휴전에 합의한 이후에도 끊임없이 충돌을 빚고 있으며, 특히 정부군의 무차별적인 학살로 어린이를 비롯한 민간인들이 대규모로 희생되고 있다. 유엔은 휴전 감시단원 300여명을 파견했지만 현장 접근조차 어려워 활동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평화안의 시한이 내달 중순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그때까지 진전이 없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감시단의 임무를 연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시리아 정부군에 무기를 공급하는 러시아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클린턴 장관은 “알아사드 정권에 공격용 헬기를 공급하는 러시아의 행동이 시리아의 무력충돌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정면 공격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자국의 무기 수출과 시리아 사태는 연관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부 아랍 국가가 반군인 자유시리아군에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13일 터키 주재 서방 외교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가 터키 정보당국의 암묵적 도움 아래 반군에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고 단독 보도했다. 사우디와 카타르 정부는 이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피했다. 국제인권단체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반정부 시위 발발 이후 지금까지 정부군의 유혈 진압으로 숨진 사람은 어린이 1200명을 포함해 1만 3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5일 17회 ‘환경의 날’ 기념식… 환경보전 유공 39명 포상

    환경부는 5일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의 마당에서 ‘녹색성장 성과를 온 국민과 함께’라는 주제로 제17회 환경의 날 기념식을 연다. 기념식에는 김황식 국무총리를 비롯해 민간단체 관계자, 일반 시민 등 15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전기 자동차·자전거 승차, 우수환경도서 증정 게임, 폐비닐 장신구 만들기 등의 부대 체험행사도 열린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환경 보전에 기여한 39명이 훈·포장과 대통령상, 국무총리상 등 정부 포상을 받는다. 훈·포장자 명단은 다음과 같다. ◇훈장 ▲국민훈장동백장 유네스코 인간과생물권계획 국제조정이사회 공동위원장 최청일 ▲홍조근조훈장 한양대 교수 배우근 ▲국민훈장목련장 한국녹색구매네트워크 상임대표 이덕승 ▲녹노근정훈장 동남보건대 교수 황경철 ◇국민포장 ▲충남녹색환경지원센터 센터장 정진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정종수 ▲국립공원관리공단 기획재정처장 이행만 ▲한화케미칼 상무 기준학 ◇근정포장 ▲전남대 교수 이학영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시인이 열어주는 ‘인생 비상구’

    ‘심리학의 위안’(김경미 지음, 교양인 펴냄)은 시인이 지은 심리학 책이다. 보다 정확히는 심리학의 여러 이론과 실험들을 쉽고 간결하게 현실에 적용한 심리 에세이에 가깝다. 책엔 골치 아픈 인과관계도 없고, 외워야 할 전문 용어도 없다. 그저 물 흐르듯, 잔잔하게 내면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여성에게 30대는 삶의 갈림길이다. 최승자 시인의 표현대로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 회사에서 계속 승진 경쟁을 해야 하는 건지, 결혼을 하고 영화처럼 ‘박수칠 때 떠나’야 하는 건지 등을 두고 고민한다. 저자는 심리학자 대니얼 레빈슨의 표현을 원용해 ‘여성들의 인생 난이도가 중에서 갑자기 최고 난이도로 바뀌는 시기’라고 30대를 정의한 뒤 “30대야말로 오히려 ‘이렇게 살 수도 있고 저렇게 살 수도 있는 시기’가 된 것”이라며 완곡하게 비튼 비상구를 제시한다. 책은 이처럼 화두를 던지고, 심리학자의 분석을 곁들인 뒤, 해결책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간다. 완곡하되 따끔한 지적도 잊지 않는다. 저자는 요즘 이혼 사유로 ‘성격 차이’를 흔히 꼽지만, 정확히는 ‘성격 차이를 인정하지 못해서’ 이혼한다고 했다. 차이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그걸 인정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문제라는 거다. 그 예가 상담심리학자 조성환이 쓴 ‘성격’에 나온다. 그는 성격을 ‘인식형’과 ‘판단형’으로 나눈다. 밤 11시께 친구가 근처에 왔다며 나오라고 전화했다 치자. ‘인식형’은 어지간하면 입고 있던 차림새 그대로 나간다. 반면 ‘판단형’은 시간이 있어도 핑계를 대며 나가지 않는다. 우정이 약해서는 아니다. 단지 성격상 즉흥적인 일에 대한 거부감이 클 뿐이다. 이런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니, 우정에 ‘쨍~’하고 금이 간다. 책은 도식적인 판단 기준, 예컨대 악한 부정이나 착한 긍정 등을 무조건 인정하지는 않는다. 스트레스가 정신을 깨우고, 멋진 불행도 있으며, 지키지 못할 결심도 하는 게 낫다는 식이다. 책의 핵심은 자명하다. 알면서도 결과가 두려워 접근조차 하지 않았던 ‘내 안의 두려움과 만나라.’는 거다. 다소 어색한 비유도 옥에 티처럼 나온다. 걱정 이론을 설명하기 위해 나오는 ‘생명과 만찬의 원칙’이 예다. 책은 약육강식의 세계를 이야기하며 가젤 영양은 살기 위해, 치타는 ‘맛있는 저녁거리’를 장만하기 위해 달린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치타가 개그 콘서트 ‘네가지’에 출연했다면 “나도 살기 위해 달려!”라고 외쳤을 거다. 단 한순간도 야생에서 ‘그저 한 끼 식사거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처럼 치열한 야생을 느슨하게 비유하다 보니, 의도와 달리 결론이 다소 맥빠지게 와닿는 경우도 생긴다. 1만 4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청소년 왕따, 남 탓말고 내 아이 교육부터 잘 합시다

    비교적 최근까지 청소년 사회의 ‘왕따’ 문제로 여론이 펄펄 끓었다. 지금은 다소 잠잠해졌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단지 냄비의 표면이 식었고, 그러다 보니 어른들의 시선이 다시 연예계와 스포츠계, 그리고 불교계 등으로 분산됐을 뿐이다. 왕따가 독버섯처럼 번져 가는 원인은 뭘까. 학교 선생님들의 훈육이 잘못돼서? 가정 교육이 덜 돼서? 아니면 아이 스스로 악한 본성을 타고 났기 때문에? 누군가 잘잘못의 원인을 자신 밖에서만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문제의 근본 원인은 어른”이라며 “옆집 불구경하듯 슬그머니 남 탓하지 말고 자신의 아이 교육부터 잘하시오!”라고 일갈한다면 여기저기서 박수깨나 받을 듯하다. ‘내 아이가 보내는 SOS’(푸른 영토 펴냄)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겪고 있거나, 혹은 겪게 될 문제를 집안으로 끌고 들어온다. 아이들의 문제가 오로지 가정 교육의 결여 때문에 생겼다는 주장은 아니지만, 최소한 집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 보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배승민)와 작가(심현정)가 함께 쓴 책이어선지, 건네는 화법은 조근조근하다. 한데, 담긴 내용만큼은 여간 차고 맵지 않다. 책은 아이의 일기에서 시작된다.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면 일기를 쓴다. 아이들도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자신의 일기를 본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은 일기 속에 자신의 생활뿐 아니라 직접 말로 하기 어려운 요구들을 담는다. 아이가 엄마에게 보내는 마음의 신호인 셈이다. 책은 아이들의 신호가 담긴 일기를 텍스트 삼아, 엄마가 주변과 자신을 돌아본 뒤, 전문의의 의견(Dr. Mom Says)을 구하는 식으로 꾸며져 있다. 책에 등장하는 사례는 다양하다. 여러 아이들의 일기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어른이 아이들의 거울이라는 점이다. 그게 여러 ‘사례’의 주요한 ‘원인’이란 뜻이다. 예컨대, 책은 왕따 피해를 당한 아이가 극단에 몰려 자살을 택한다 해도 가해 아이들이 죄책감을 느끼지는 못한다고 했다. 힘의 균형에 의해 강자는 약자에게 무슨 짓을 해도 된다, 약자의 감정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아이들이 어른들의 세계에서 부던히 보고 자랐기 때문이다. 책은 “타인의 감정을 읽는 능력은 물론, 자신의 감정을 읽는 능력조차 키우지 못한 아이들에게 양심과 죄책감을 요구하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라며 “결국 왕따는 가해나 피해 ‘아동’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그 아이들 주변의 ‘어른들’ 문제”라고 지적한다. 1만 38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통합진보당 해부] ③ 당권파의 심장 ‘총무실’

    19대 총선 비례대표 부정 선거 파문으로 당권파와 비당권파로 대치하고 있는 통합진보당에는 비당권파가 접근조차 할 수 없는 난공불락의 철옹성이 존재한다. 회계·재정 및 당원 관리를 전담하는 ‘총무실’이다.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 후 민족해방(NL) 계열의 경기동부연합이 당권을 거머쥐면서 다른 정파 인사의 진입이 허용되지 않는 유일한 당내 조직이 총무실, 그중에서도 회계·재정 부문이다. 지난해 12월 민노당 NL진영과 국민참여당(유시민), 진보신당 탈당파(심상정·노회찬)가 55대30대15의 지분으로 통합할 때도 총무실 회계·재정에는 당직자 배분이 이뤄지지 않았다. 총무실은 경기동부연합 핵심 멤버로 민노당 성남 수정구 지역위원장 출신인 백승우 사무부총장이 장악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백 부총장의 부인인 김미희(경기 성남중원) 국회의원 당선자 역시 경기동부연합 소속이다. 부정선거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한 이청호 부산 금정구 의원은 백 부총장을 온라인 투표 서버의 소스코드를 열어 본 당직자로 지목했었다. 비당권파가 백 부총장에게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이유는 총무실이 당과 관련된 각종 사업 예산을 집행하고 선거 광고 및 공보물 제작의 사업자 지정 등 이권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경기동부연합의 숨은 실세로 꼽히는 이석기(비례 2번) 당선자가 대표였던 광고기획사 CNP전략그룹이 당의 광고·홍보 사업을 독점할 수 있었던 것은 총무실을 장악했기에 가능했다는 게 비당권파의 인식이다. CNP전략그룹은 2005년 2월 설립된 후 민노당 권영길 대선후보 광고 등 굵직한 당내 행사와 공보물 제작을 수의계약으로 독점해 급성장했다. 당초 광고기획·행사대행·자판기운영 등의 사업 목적도 2010년부터는 홍보컨설팅, 통신판매업, 전자상거래업으로 확대됐다. CNP전략그룹 계열사인 사회동향연구소는 진보대통합 여론조사, 이정희 공동대표의 19대 총선 관악을 여론조사 등 최근까지 당 및 주요 후보의 여론조사를 전담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 당선자의 CNP 계열사가 민노당 시절부터 각종 당 사업을 전담해 20억원 이상 번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익의 일부가 경기동부연합의 조직 관리비로 쓰였을 것이라는 의혹이 팽배하다. 서울신문이 CNP전략그룹의 법인등기부등본을 열람한 결과 이 당선자는 올 2월 대표직에서 사임했다. 현 대표인 금모씨는 이 당선자의 한국외대(용인캠퍼스) 후배다. 부실·부정 경선의 도마에 오른 비례대표 경선의 온라인 투표 시스템을 개발한 A사의 수의계약도 총무실이 주도했다. A사 대표 김모씨는 “당 총무실에서 온라인 투표 시스템을 개발해 달라고 의뢰를 해 와 응했다.”고 말했다. 2007년 민노당의 당원·당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던 A사는 이전까지 투표 시스템 개발 경험이 전혀 없던 업체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작은 무대 큰 울림’ 소수정예 공연 2편

    ‘작은 무대 큰 울림’ 소수정예 공연 2편

    “오늘은 보리순차를 준비했습니다. 다관(茶罐)을 잡고, 엄지로 뚜껑을 살짝 눌러주세요. 차는 세 번에 나눠 마십니다. 첫 모금은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두 모금은 좋은 공연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과편과 떡, 연근과자 등이 있으니 편하게 드세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이복형 차문화연구원장이 조근조근 다례(茶禮)를 설명한다. 30㎡ 크기 한옥방에 관객 22명만이 나란히 앉아 있을 뿐이라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없다. ●음악 즐기던 풍류방의 여유 속으로 연주자들이 앉은 곳은 한 발짝 앞이다. 연주자가 코앞에 있으니 연주 중에는 더욱 ‘부동자세’를 유지해야 할 것 같다. 이런 부담감을 알아챘는지 피리 연주자 김승애가 한마디 던진다. “엄숙하게 들으려고 하지 마시고, 마음 내려놓으세요. 찻잔을 달그락거려도 괜찮고요. 그저 색다른 경험을 하시길 바랍니다.” 거문고 연주자 박성아(경기도립국악단 단원)가 술대로 현을 내리쳐 묵직한 소리를 만들어 내며 연주를 시작한다. 조선후기 대표적인 풍류음악인 현악영산회상을 변형한 정상지곡이다. 느리고 차분한 소리로 이어지는 선율 외에, 손가락 누름에 따라 달라지는 울림, 술대가 나무판과 맞부딪치는 충격, 현이 괘(거문고 현 받침)에 쓸리는 소리 등 많은 것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미동도 하지 않던 관객들은 점점 음악에 녹아들어 흔들흔들 장단을 맞추거나 차를 마시고 주전부리를 즐긴다. 연주가 끝나면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연주자와 대화도 풀어낸다. 거문고 줄 가격이나 술대 재질 등 사소한 질문부터 음악 해설까지 소재는 다양하다. 이어진 신쾌동 류 거문고산조는 느린 진양조에서 빠른 자진모리로 연결되며, 비로소 긴장이 풀린 관객의 흥을 더욱 돋우었다. 지난 17일 서울 필동 남산국악당에서 마련한 국악공연 ‘남산풍류’의 한 장면이다. 매주 월·화요일에 열리는 ‘남산풍류’는 조선시대 풍류방을 재현한 공연이다. 신분을 떠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풍류방처럼, 사랑방 같은 작은 공간에서 연주자와 관객이 차를 마시며 자연스럽게 음악을 나눌 수 있도록 만들었다. 관객은 단 20명 안팎. 연주자와 관객이 소통하기에 딱 좋은 규모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얼굴을 맞대는 어색함을 털어버리면 더없이 편안하고 친근하게 전통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공간이 작다는 것은 연주자의 실력이 금방 드러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세종문화회관은 연주자 선정에도 심혈을 기울여 연주자 17명을 선발했다. 거문고, 가야금, 해금 등 기악과 정가, 판소리 등 성악을 골고루 구성했다. 23~24일에는 김영기(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예능보유자)가 정가를 부르고, 30일~5월 1일엔 김참다운(국립국악원 창작악단 단원)이 아쟁 연주를 한다. 상반기는 7월 31일까지, 하반기 프로그램은 9월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다과를 포함한 관람료는 5만원. (02)2261-0511~2. ●공간은 한 평, 감동은 펜트하우스 서울 내수동 광화문시대 401호는 이름만 들어도 느낌이 딱 전달되는 ‘세상에서 제일 작은 한평극장’이다. 한 사람이 누울 정도 공간인 한 평(3.3㎡)이라니, 어떻게 공연을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도 있겠다. 실제 실내는 복층 구조로 공간은 10평 정도 나온다. 연출가이자 배우인 심철종 극장장은 “예술가와 관객이 교감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공간 규모가 한 평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 중심축인 광화문에 예술적 감성을 불어넣고 싶다.”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공연은 연극계를 이끌어가는 40대 이상의 명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아 그들의 출연작 중 기억에 남는 장면과 대사를 선사하는 ‘배우 100인의 독백-모노스토리’로 시작한다. 매회 배우 7~8명이 각자 10분 정도 연기를 하고, 관객과 대화를 나눈다. 시즌1은 한창 진행 중인 ‘제33회 서울연극제’와 연계해 5월 12일까지 매주 월요일에는 서울 대학로 연극센터에서, 금·토요일에는 한평극장에서 무대를 꾸민다. 출연 배우는 심 극장장을 비롯해 박웅, 이호성, 전수환, 박정자, 고인배, 남명렬, 맹봉학, 손종학, 천정하, 조준형, 오광록, 황정민, 박기산, 이우진 등 쟁쟁하다. 2만원. (02)338-9240.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디도스 특검, 경찰청 압수수색 ‘헛발질’

    디도스 특검, 경찰청 압수수색 ‘헛발질’

    지난해 10·26 재·보궐 선거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사건을 수사하는 특별검사팀이 4일 축소·은폐 의혹을 사고 있는 경찰청 전산센터를 압수수색하면서도 정작 수사를 맡았던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손도 못 대는 수모를 당했다. 압수수색 영장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는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박태석 특검팀은 이날 오전 10시 30분쯤부터 검사 2명을 비롯한 수사팀 8명을 투입해 ‘경찰청 전산센터’에 해당하는 경찰청 12층 정보통신관리관실과 킥스(KICS·형사사법포털) 운영체제 등을 압수수색했다. 특검팀이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의 대상이 ‘경찰청 전산센터’로 적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산센터의 범죄인 경력 조회 내역 등 전산기록과 직원 간 메신저 내역, 전자메일 내역 등을 증거물로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핵심 수색 장소인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압수 대상에 명시되지 않은 데다 전산센터가 아닌 탓에 접근조차 못했다. 경찰청 측은 “특검팀이 압수 대상을 잘못 기재한 사실을 인정, 압수수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경찰 조직에 대한 사전 조사도 없이 포괄적 의미로 ‘전산센터’로 적은 잘못을 지적한 것이다. 특검팀은 결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의 압수수색을 생략한 채 오후 1시쯤 영장집행을 마쳤다. 특검팀은 일단 압수물을 분석한 뒤 필요하면 자료 요청 등을 통해 추가적으로 수사 자료를 확보하기로 했다. 특검팀은 경찰청 압수수색과 관련, 수사기관의 사건 은폐 의혹에 대한 내용도 수사하도록 한 특검법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1일 디도스 공격 혐의로 최구식 전 새누리당 의원의 전 비서 공모(28·구속기소)씨 등을 체포해 같은 달 9일 공씨 단독 범행으로 결론짓고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에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전 비서 김모(31·구속기소)씨 등 공범이 추가로 확인됐고, 이들 간의 금전거래도 드러남에 따라 경찰 수사의 축소·은폐 의혹이 제기됐다. 안석·백민경기자 ccto@seoul.co.kr
  • 하이힐에 사인펜으로 눈 화장…조숙한 초딩들 아이돌 모방 심각

    경기도 D초등학교에 다니는 6학년 이모(12)양은 올해 초 예비소집일에 학교를 갔다가 뜻밖의 장면을 봤다. 같은 반의 몇몇 친구들이 스키니진에 굽이 5㎝가 넘는 하이힐 워커를 신고 있었기 때문. 눈꺼풀에 아이라인을 그린 친구도 있었다. 이양은 “나만 뒤처지는 게 아닌가 싶어 그날 수업이 끝나자 지하철 지하상가로 가 5㎝ 뒷굽의 하이힐을 샀다.”고 말했다. ●초딩들 “나만 뒤처질까봐…” 일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하이힐’과 ‘컴퓨터용 수성사인펜’으로 아이라인을 그리는 화장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연예계에 나이 어린 아이돌이 등장하면서 일부 초등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이들의 외모를 모방하는 ‘조숙 키즈’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재휘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원래 어른을 흉내 내는 것은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지만 남보다 더 빨리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아이돌 그룹 티아라처럼 입고 싶은데 하이힐을 신어야 스타일이 날 것 같아요.”, “어디서 어린이 하이힐을 구할 수 있나요.” 등의 질문이 올라오고 있다. ●“성장기 어린이 건강 우려” 문제는 하이힐과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그리는 아이라인이 모두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 하이힐은 자라는 어린이들의 관절과 근조직에 무리를 줄 수 있고, 컴퓨터용 사인펜은 접촉성 피부염을 유발할 수 있다. 권대규 인하대병원 소아정형외과 교수는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하이힐을 신으면 허리와 발 뒤꿈치에 무리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민경 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눈꺼풀에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아이라인을 그릴 경우 눈 점막에 자극을 줄 수도 있고, 알레르기성 피부염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 [사설] 중앙당 폐지 실현하려면 정당법 고쳐라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당 대표와 최고위원 중심인 현행 지도체제를 폐지하는 개혁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중앙당 기능을 사실상 폐지하고 원내 정당을 지향하려는 방안에 대해 친박계 등 당내 일각의 시기상조론도 만만찮다. 우리는 원내 정당화가 궁극적으로 바람직한 정당정치 선진화 방안이지만, 여야가 손을 맞잡아야만 실효를 거둘 수 있다고 본다. 한나라당 비대위는 상·하원 지도자들이 평상시 정당을 이끄는 미국식 원내정당을 모델로 삼고 있다. 당 대표와 사무처 등 상근조직을 없애고 전국위원장이 당원 관리·교육을 전담하는 정도의 중앙당 기능만을 수행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전국위+원내 정당화’는 잘만 운용되면 ‘돈 봉투 전당대회’를 청산할 대안이 될 수 있을 게다. 당 대표가 당직 인선권과 공천권을 장악하는 현행 제도 하에서 전대 때마다 돈 봉투를 돌리는 관행은 공공연한 비밀이지 않은가. 과거 전대 돈 봉투 의혹으로 박희태 국회의장이 수사 대상으로 전락한 데 이어 민주당 대표 예비경선장 화장실에서도 돈다발이 오갔다는 보도를 보라. 그러나 미국식 원내정당화가 한국정치의 구태를 해결할 만능열쇠는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 각 정당의 행태를 보자. 여당 최고위원회의는 계파 갈등으로 온갖 가십만 쏟아내면서 ‘봉숭아 학당’이라는 비아냥을 듣기 일쑤였다. 하지만 원내대표가 이끄는 의원총회 또한 친이-친박이 세종시, 동남권 신공항 등 사안마다 부딪치면서 민주적 토론으로 당론을 정하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야당 의총도 종북 논쟁 등 쟁점을 놓고 ‘개그 콘서트’ 못잖은 희화적 행태를 연출해 왔다. 심지어 원내대표가 여야 협상에서 합의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절충안을 손바닥 뒤집듯 뒤엎어 버리기도 했다. 사실 중앙당 폐지에 앞서 미국의회에서처럼 크로스보팅이 일반화되는 등 타협과 절충의 정치문화부터 착근시켜야만 한다. 그러지 않은 상황에서는 어느 한 당이 먼저 나서면 손해라는 현실론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그런 맥락에서 중앙당 폐지는 여당의 비대위가 아니라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다뤄야 할 사안이다. 여야는 ‘돈 봉투 전대’와 결별하겠다면서 전당대회를 국민 혈세로 지원하려는 엉뚱한 발상을 접고, 중앙당 기능 축소를 지향하는 정당법 개정 논의부터 시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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