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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협회장 비상근원칙 ‘1일천하’

    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이 지난 5일 금융관련 협회장의 비상근화 및 단임제 원칙을 밝혔으나 금융감독원에서 상근회장 및 상근부회장제를 도입키로 한 협회가 있어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위원장은 “앞으로 금융관련협회 등은 자율규제 기능이 강화돼 공익적 성격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강도높은 개혁이 추진돼야 한다”면서 “협회의 상임제 회장이 꼭 필요한지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하며 금융관련기관처럼 협회도 단임제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용협동조합중앙회는 차기 회장부터 비상근에서 상근으로바뀌게 되어 있다.지난해 신협법을 개정하면서 임기 4년의 상근제 회장직을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나아가 금감원은 이 신협중앙회에 상근부회장 제도를 추가로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위원장의 회장 상근직 비상근화와 배치되는 것이다. 금감원은 회원조합 이사장들 가운데서 선출되는 현행 회장체제로서는 자율규제기구로서의 역할수행이 어려운 점을 감안,조합관계자가아닌 신용담당 상근부회장직을 두면 리스크관리를 꾀할수 있다고 밝힌다.회장에 대한 견제도 가능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감원에서도 이같은 움직임을 감안해서인지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다.강권석(姜權錫) 금감위 대변인은 “이위원장이 협회장을 비상근회장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한 것은 업종별 협회의 특성을감안해 중장기적 과제로 검토할 것을 제안한 것 일뿐”이라고 해명했다. 박현갑기자
  • 현대건설 위기 벗어날까

    현대건설이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까? 회사채 신속인수 방안에 이어 정부가 해외공사 수주 지원을 위해 발벗고 나서면서 이같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그러나 자금시장 관계자들은 현대측의 강도 높은 자구 이행만이 유동성 위기의 근원적인 처방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자금난 실상은 금융감독원의 고위관계자는 1일 “현대건설은 3년치 공사물량을 수주한데다 회사채가 신속인수제를 통해 차환발행되고 있어 아파트분양대금 담보대출과 해외공사 지급보증 문제만 제대로 풀리면 오는 10월까지 자금난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즉,산업은행과 외환은행 등 국내금융기관이 현대건설의 해외공사 수주와 관련,4억달러의 지급보증 방안을 마련해주고 4,000억원의 아파트분양대금 담보대출만 이뤄진다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이 관계자는 “현대건설은 지난해 12억 달러의 해외차입금을 상환한데다 국내에서도 서산토지매각 등을 통해 약 1조3,000억원의 자구계획을 달성했다”면서 “해외에서도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계획은 올해 만기도래 차입금 규모는 국내 3조520억원,해외 6억8,000만달러 등 모두 3조8,340억원이다. 현대건설은 이 가운데 1조230억원을 내부자금으로 상환할 계획이다. 영업잉여자금 2,680억원과 자구계획 7,550억원 등이다.계획대로 된다면 부채는 지난해말 4조4,000억원대에서 3조5,000억원대로 줄게 된다.나머지 차입금 2조8,110억원은 외부지원을 토대로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방침에 따라 현대건설은 지난 1월에 만기도래한 회사채 800억원을 차환발행한데 이어 이달에도 1,200억원을 차환발행하게 된다. 이와 별도로 아파트분양대금 담보대출형태로 주택은행으로부터 1,200억원을 지원받는 등 아파트분양대금 대출을 통해 4,000억원의 자금을조달,모두 갚는다는 계획이다. ◆계획대로 될까 정부의 지원방침과 시장상황에 따라 매우 유동적인상태다.이때문에 하반기에 접어들어 위기상황에 봉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우선,영업이익은 3년간 공사를 수주한 상태라어느 정도 달성될 전망이다. 내부자금 조달계획은 부동산 및 증시가 살아야 성사가 가능해진다. 서산농장 매각만 하더라도 당초 6,000억원을 조달한다고 했으나 지난해 3,450억원만 달성한 상태다. 외부자금 조달문제도 정부와 채권금융기관의 지원이 없으면 불가능하다.이와관련,지난해 말 채권단 회의를 통해 올 상반기까지 만기연장해주기로 한 9,518억원의 채무가 하반기에도 계속 만기연장될 지여부가 관건이다.금융당국은 자구계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채권단을 통한 법정관리와 경영권박탈,회사분할도 불사한다는 입장이어서 현대측의 자구계획 노력이 주목된다. 박현갑기자 eagleduo@
  • 국부 해외유출 방지 인프라 구축

    국세청이 30일 전국세무관서장회의에서 시달한 올해 업무계획은 음성 탈루세액을 찾아내 공평과세를 실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신용카드 사용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신용카드 의무가입대상을 소규모 사업자까지 확대하는 한편 위장가맹점 등 신용카드 변칙거래 업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해외 조기 유학생 생활비 등 증여성 해외송금액이 39억달러로 45% 증가함에 따라 국부 해외유출 방지를 위한 과세인프라를 구축,운용한다. [대재산가의 변칙적인 상속·증여 차단] 부동산과 금융자산 자료의수집 및 활용범위를 확대,신종사채 같은 재산의 변동상황도 전산관리한다.국세통합시스템(TIS)을 활용,검증함으로써 불성실 신고혐의가있는 고액 상속자와 증여자를 집중 관리하는 것이다. 대재산가의 소득신고 상황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상속·증여세 신고상황과 비교,분석함으로써 변칙적 상속·증여를 근원적으로 봉쇄한다. [외환거래 자유화에 철저한 대비] 국부의 해외유출방지 과세 인프라를 현행 ‘사후적·개별접근법’에서 ‘사전적·시스템접근법’으로개편한다.해외거래 관리시스템과 해외투자 자금관리시스템,역외펀드관리시스템,환어음거래 관리시스템,금융선물 관리시스템,개인 외화유출방지시스템 등 6개 시스템을 연계 분석해 적발한다. 외환거래자료를 인별·사업자별로 누적관리하고 한국은행,관세청 등외환거래 관련기관으로부터 외환정보를 주기적으로 수집해 외환관리시스템과 연계,활용할 계획이다. 국내 기업이 홍콩,말레이시아 라부안,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지역에 페이퍼 컴퍼니나 펀드 등을 설치하고 저가수출,고가수입 등이전가격거래를 통해 외화를 유출하는 행위도 추적한다.해외 현지법인과 지사가 국내 모기업이나 본사의 신용보증 하에 현지에서 자금을대출받은 뒤 국제거래과정에서 이자·수수료 등 소득을 빼돌리는 행위에 대한 조사도 강화한다. 박선화기자 psh@
  • 2001 길섶에서/ ‘위험한 지식인’

    영국의 저술가 폴 존슨은 위선과 허위에 가득찬 지식인의 실상을 그렸다.철학자 장 자크 루소는 늘 주위 사람과 싸우는 편집증 환자였다. 유명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심한 알코올 중독에 거짓말쟁이였다. 요즘 읽을 만한 글이 없다고 한다. 남 흠집내려는 글도 흔하다.불륜을 주제로 한,그렇고 그런 3류 소설도 적지 않은 모양이다.글 쓰는이의 삶에 정말 문제가 있는 것일까,아니면 문제 많은 삶을 과거보다덜 위장하기 때문일까.아리송하다. 조혜정 연세대 교수의 지식인 충고는 들어둘 만큼 빛난다.“개인적으로 비관적이고 냉소적인 삶을 살면 비관적인 미래를 말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우리 주변에 근원적인 논의들이 지나치게 많이 생산되는것은 실은 그 필자들이 일상적으로 갖고 있는 개인적인 불안감이 상승작용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개인적인 삶을 관리하지 못함으로써 생기는 삶의 ‘짜증’을 독자에게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그래서글 쓰는 이는 자신의 삶이 즐거울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한다.”이상일 논설위원
  • 정신성 깃든 인체조각의 세계

    조각가 류인(1956∼99)은 비록 43세로 요절했지만 한국 현대조각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임에 틀림없다.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조각가로 꼽히는 김복진(1901∼41) 이후 인체를 중심으로 한 구상조각의 맥을 이어오는 데 적잖은 구실을 했기 때문이다.인체를 대상으로 시대상과 사회상을 반영하는 리얼리즘 미학의 기틀을 마련한 류인.그를 기리는 대규모 추모전이 열린다.31일부터 2월25일까지 서울관훈동 인사아트센터(02-736-1020)에서 열리는 ‘그와의 약속’전이그것이다. 작고한 뒤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추모전에는 ‘싹트는 달-황토현 서곡’ 등 2m가 넘는 대작을 포함해 ‘그와의 약속’‘지각의 주(柱)’‘어둠의 공기’ 등 20여점이 전시된다.설치작품 ‘황색음-묻혔던 숲’도 선보인다. 류인의 작품 대상은 초기작 몇 점과 ‘뇌성’‘하나비(碑)’ 정도를제외하곤 거의 남성인 것이 특징. 고대 지모신상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여체는 아름다움의 이상으로 간주됐지만 류인에겐 남성이야말로힘과 미의 상징이다. ‘그와의 약속’같은 작품을 보면 그리스신화의영웅상을 연상케 할만큼 솟구치는 힘이 느껴진다. 류인이 조소예술가로 입신한 데는 가정의 배경이 큰 몫을 했다.화가류경채와 희곡작가 강성희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늘 그림을 보면서자랐다.아버지의 작업대 옆에는 으레 조그만 꼬마의 이젤이 자리잡았다.또래 아이들과 노는 것보다 홀로 환을 치는 것을 더 즐거워 했다. 하지만 철이 들면서 그는 아버지 그늘에서 벗어나겠다는 생각에서 회화가 아닌 조소를 선택했다.조각가로 활동중인 형 류훈(47)이 그의조각세계에 미친 영향도 크다. 류인은 이미 20대 때부터 자신의 작품경향을 뚜렷이 했다.그것은 바로 해부학적 기초에 바탕을 둔 인체조각의 세계다.그는 인간 존재에대한 근원적인 문제를 인체의 형상을 분절하거나 왜곡하는 등의 해체적 방식을 통해 표현했다.미술평론가 최열은 “류인은 조각가 권진규가 추구했던 인간의 소외와 고통을 분노와 탄식,희망으로 역전시키면서 가장 진지한 세계를 구축해낸 작가”라고 말한다.그의 지적대로류인은 단지 대상을 복제하는 사실주의 작가를 넘어선,정신적 세계와통합을 이룬 현대적 의미의 리얼리스트다. 류인이 즐겨 사용한 재료는 브론즈와 철,나무,그리고 흙.그는 재료의 질료적 특성을 살리고 빛의 반사를 이용해 강인한 근육질의 인체상을 만들어냈다.‘로댕적인’ 견고함으로 표출된 내적인 힘의 세계. 그것은 마치 액션 페인팅이나 표현주의 회화와 같은 생동감을 자아낸다. 형상 자체의 표현성을 강조하는 비구상 조각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에게 류인의 인체 구상조각은 반가운 것이 아닐 수 없다.일단 눈으로보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가 궁극적으로 추구한 것은 정신성이 깃든 인체조각이다.그런만큼 내면의 진실을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기이하게 뒤틀리거나 흉칙하게 절단된 인체상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현대인의 일상적인 불안과 소외,파편화된의식 같은 것이 아닐까.그의 조각은 절망의 언어인 동시에 희망의 언어다. 김종면기자 jmkim@
  • 수출전선 ‘엔低 먹구름’

    ‘미스터 엔’으로 불리는 사카키바라 전 일본 재무성 차관의 관측대로 엔화는 달러당 130엔까지 절하될 것인가.그렇게 되면 우리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엔 추가절하 가능성 높다 도이체방크는 올초 달러당 130엔 돌파시점을 1년뒤인 연말로 예측했으나 19일 6개월후로 수정했다.골드만삭스도 이날 3개월후 엔-달러 전망치를 117엔에서 124엔으로 상향조정했다.예상치를 훨씬 밑도는 경기회복 속도,취약한 금융시스템,통화당국의 대응능력 부족,주식 및 자산가격 약세 등을 엔화약세의 근거로들었다.미야자와 기이치 재무상 등 당국자들의 ‘엔화 약세 용인’발언과 부시 미국 새 행정부의 ‘강한 달러’유지 표명도 엔화약세장기화 전망을 거든다. 전광우(全光宇) 국제금융센터 소장은 “금리가 제로에 가깝고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20∼130%에 이르는 등 일본정부가 취할수 있는 정책수단은 수출밖에 없어 엔화약세를 용인할 수 밖에 없을것”이라고 내다봤다. ■원화에는 어떤 영향? 원화도 추가절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차백인(車白仁) 금융연구원 국제금융팀장은 “최근원화는 달러보다 엔화와의 연동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원화의추가절하 여지가 많다”고 내다봤다.모건스탠리·JP모건·살로먼스미스바니 등은 3개월뒤 원-달러 환율을 1,300원 이상으로 전망했다. ■수출 득실 전망 엇갈려 반도체,전자,철강 등 주력 수출품목이 대부분 일본과 겹친다.엔화가치가 떨어지면 우리나라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밀리게 된다는 점에서 ‘악재’다.국내 관련업계는 달러당 130엔을 돌파하면 일본기업들의 제품가격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연구소들의 분석에 따르면 엔이 1% 절하될 경우 경상수지는 1억5,000만달러,GDP는 0.06%포인트가 하락한다.그러나 한국은행 이재욱(李載旭) 국제국장은 “현재 원화가 같이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엔화약세가 당장 우리나라 수출에 큰 타격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반박했다. ■주식시장은 환영 골드만삭스는 엔화 약세로 외국인 매수세가 한국증시로 계속 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최근의 증시 호황 배경에는‘엔화 약세’가 자리하고 있다는데 상당수 증시전문가들도 동의한다. 하지만 대우증권 이종우(李鐘雨) 투자전략팀장은 엔이 약세일때 우리나라 증시가 좋았던 적이 없었던 과거사례를 상기시키며 장기적으로는 ‘잠복된 악재’일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안미현 김성수기자 hyun@
  • 올해 40만개 일자리 창출

    정부는 올해 4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평균 실업률을 3.7%로 안정시키는 한편 올 평균 실업자 수를 82만9,000명 선으로 유지하기 위해공공근로사업 등 실업대책에 모두 2조9,06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노동부는 17일 오전 당정회의를 열어 이같은 내용의 ‘2001년 종합실업대책’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16일 밝혔다. 정부는 구조조정과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실업률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1·4분기에 4.3%(94만4,000명)의 실업률을 전망하고 공공근로사업비 6,500억원 가운데 45%인 2,925억원을 투입해 18만1,000명을 대상으로 공공근로사업을 실시,실업확산을 조기 차단키로 했다. 이와함께 성장산업의 집중육성 차원에서 벤처 인터넷산업 투자자금1조원을 추가로 조성하고 근원적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회간접자본투자를 전년도에 비해 5,500억원 늘리기로 했다. 노동부 김재영(金在英)고용정책실장은 “실업자 수를 90만명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성장산업 육성,직업훈련 강화,취업연결망 및 사회안전망의 확충 등 장기적 관점에서 고용안정이 정착될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저소득층의 고용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으로 청소·시설관리·재활용·봉제 등 ‘자활 공동체 창업’에 1곳당 최대 7,000만원을 지원,모두 600곳의 자활 공동체를 설립할 방침이다.또 자영업 창업을 원하는3,000명에게 전세 점포를 지원하고 추가로 초기 시설투자비용도 1,500만원까지 지원키로 했다. 인력수요가 많은 정보통신,서비스업종,3D업종을 중심으로 실업자 20만명을 대상으로 직업훈련을 집중하되 구조조정 실직자,청소년,일용근로자,여성,장애인 등 대상별로 특성을 고려해 훈련을 실시할 방침이다. 노동부는 또 일용직 고용보험 적용과 장기 자발적 실업자에 대한 실업급여 지급 방안도 강구하는 등 사회안전망을 확충·운영키로 했다. 오일만기자 oilman@
  • 日도 ‘공무원 철밥통’ 대수술

    “일본의 모든 화(禍)의 근원은 관료중심의 국가체제다” 97년 서점가를 휩쓸었던 야야마 타로(屋山太郞)의 ‘관료망국론’은 일본의 재생을 위해서는 관료정치와 결별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3년여가 지난 지금 일본 정부와 자민당이 대대적인 공무원제도개혁에 나섰다. 일 산케이(産經)신문이 8일 보도한 공무원 제도 개혁안의 주요 골자는 ▲공무원의 특권적인 신분보장 제도를 폐지하고 ▲인사·조직관리를 근본부터 개혁하겠다는 것으로 이를 위해 현행 국가공무원법과지방공무원법을 폐지하고 공통의 신(新)공무원법을 제정하며 공무원의 노동3권을 인정한다는 것 등이다.또,연공서열에 따라 적용되던 인사제도,급여체계를 민간기업과 같이 실력에 따른 인사·임금체계로전환한다는 내용도 포함된다. 정부·자민당은 행정개혁의 초점인 공무원제도 개혁에 대해 오는 6월까지 ‘기본계획’을 마련하여 내년 정기국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할 방침이다.자민당 행정개혁추진본부 노나카 히로무(野中廣務) 본부장이 설계한 공무원제도 개혁의 커다란 골격은 이미정부측 책임자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행정개혁담당상의 합의를 얻은 상태다. 자민당 등은 특히 사무담당 공무원에 대해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등의 노동3권을 보장하고 민간인과 똑같은 법령을 적용하지만 방위,경찰,해상보안서,감옥,소방 담당공무원에 대해서는 계속해서신분보장제도를 유지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연금은 공적 연금제도일원화 방침에 입각해 공제연금과 후생연금이 통합된다. 인사·조직관리의 개혁은 기획부문과 실무부문의 분리를 목적으로하기 때문에 관리직 승진시 1·2·3종,사무직,기술직으로 나뉘어 있는 현행 직종 구분을 없애고 ‘기획관리직’과 ‘실무관리직’의 두종류로 구분한다.기획관리직의 급여는 연봉제로 하되 각 직위에 따라 연봉수준을 고정하고 큰 틀의 범위 내에서 각 성(省)이 유연하게 적용한다. 실적이 따르지 않는 직원에 대해서는 자동적으로 지위를 강등시키거나 보수를 낮출 방침이다.또 기획관리직의 일정 수를 외부에서 등용하고 공개모집제도 실시할 계획이다. 이 외에 총리와 각료는 5명의 보좌관을 임용할 수 있고,공무원 시험의 결과를 점수제로 하며,시험연령 제한을 철폐하고 연2회 시험을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중에 있다. 이진아기자 jlee@
  • 루스벨트 ‘휠체어 동상’6년 투쟁끝 내일 제막

    ‘뉴딜정책’으로 미국을 경제공황에서 이끌어낸 프랭클린 D 루스벨트 32대 미 대통령.1921년 39살 때 앓은 소아마비 장애를 극복,더 높이 평가받는 루즈벨트 대통령의 실물 크기 ‘휠체어 동상’이 10일워싱턴 DC 루스벨트 기념관에서 제막된다고 워싱턴포스트가 7일 보도했다. 어쩌면 당연해 보이는 ‘휠체어 동상’의 제막은 미 장애인 단체들이 지난 6년간 투쟁 끝에 얻어낸 결실.95년 피터 코플러라는 한 주식투자가가 장애를 극복한 루스벨트의 인간적 모습을 묘사하는 동상 건립에 100만달러를 기부하고 장애인 단체들이 적극 동조하고 나섰다. 그러나 루스벨트의 손자인 데이비드 루스벨트 등이 포함된 추모위원회측은 “생전에 장애가 공개되는 것을 원치 않은 고인의 뜻애 어긋나는 행위”라며 반대,논쟁을 거듭해왔다. 월남전에서 어깨와 팔에 장애를 입은 밥 돌 전 상원의원과 지미 카터·조지 부시 등 전 대통령,그리고 많은 의회 지도자들이 루스벨트의 지도력은 “장애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장애 때문에 더 개발된것”이라고 힘을 실어주면서 휠체어 동상 쪽으로 대세가 굳어졌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재임기간(1933∼45년) 자신의 장애 노출을 극도로 꺼렸다.현재 국립문서보관서에 남아 있는 1만여장의 사진중 4장만이 휠체어를 탄 모습이다.97년 개관된 기념관의 3m 높이 동상 역시어깨 위에 걸친 외투로 휠체어를 가리고 있다. 전미장애인기구의 앨런 라이히 총재는 7일 “동상 제막은 장애를 가리는 부끄러움의 외투를 벗어던지는 것”이라며 의의를 강조했다.그는 “초대형 링컨 대통령상이나 제퍼슨 동상에 비해 턱없이 작게 보이는 실물 크기 동상을 만든 것도 그의 인간적인 왜소함과 신체적인장애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0일 루스벨트 동상의 제막식에는 빌 클린턴 대통령이 참석,직접 제막한다.동상 옆에는 루스벨트의 수족 역할을 한 부인 엘리너 여사의어록 비석도 함께 공개된다.“프랭클린의 질병은 그에게 전에는 갖지못했던 힘과 용기를 가져다줬다. 삶의 근원을 숙고하게 했고 무한한인내와 신념이라는 가장 위대한 교훈을 얻게 만들었다.”김수정기자 crystal@
  • 대한매일 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작-최하림론(2)

    *역사와 개인이 만나는 시의 자리-최하림론. 4.풍경의 미학 정신. 최하림의 시는 역사와 실존이 부딪치는 자리에서 수행되는 치열한시적 사유의 세계이다.두 테마에 대한 집요한 천착 과정을 통해서 그가 보여준 절제와 균형의 미학은, 그의 시세계에 시적 긴장을 유지할수 있는 동인이었다.질곡의 한국현대사를 통과하면서,그리고 그 현실에 부단한 시적 대응을 견지하면서도 특정한 관점에 경도되거나 생경한 직설의 형식을 취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그의 시가 자신을 시적 사유의 근거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자신에 대한 성찰에서 시적 사유를 시작한다는 것은,세계와의 정서적 거리두기를 가능케 하는 미적전략이다.관조와 응시를 통해 세계에 접근하는 최하림의 시적 방식은,심미적 거리를 확보하려는 시적 태도인 셈이다.역사와 현실에 대한집요한 시적 장고(長考)는 그의 시가 기초한 진지한 미학 정신에서연유한다. 이 미학정신을 구현하는 시적 형식으로 최하림은 풍경화(風景化)의방식을 사용한다.그것은 ‘겨울’,‘골짜기’,‘밤’,‘눈’,‘개’,‘새’,‘강’,‘어둠’,‘바다’,‘사내’ 등 시대적 상징성을 확보하고 있는 소재들을 동원하여 현실을 암시하는 상황을 설정하고,그상황을 시인의 내면적 정서나 정신적 지향과 겹쳐서 하나의 압축된풍경으로 처리하는 방식을 의미한다.이러한 그의 시적 방법은 현실에대한 내적 관조와 깊은 침잠이 선행되어야 하는 창작 방법이다. 현실에 대한 직설적 토로나 생경한 비판의 형식이 아닌,그것을 하나의 형상으로 구축하는 최하림의 미학 정신은 그의 시가 발딛고 있는 기지이자 오늘의 시점까지 그의 시를 추동시킨 문학적 원동력이다.그 심미적 시정신은 자신과 현실적 사태에 대한 반성적 사유의 토양인 셈이다. 큰 나무들이 넘어진다 산과 산 새에서/강과 강 새에서 마을 새에서/길을 벗어난 사람이 어디로인지 달리고/길러진 개들이 일어서서/추운겨울을 향하여 짖는다/// 한 방향으로 흐르는 작은 강을 따라/우리들은 입을 다물고 걸어간다/저녁 그림자처럼 걸어간다 마을도/나루터도 사라지고 과거도 현재도/보이지 않는다/날아가는 새들의/불길한울음만 공중에 떠돌며/얼어붙은 겨울을 슬퍼하고/// 언덕도 상점도폭설에 막히고/거리마다 바리케이트 쳐져/사람들이/어이어이어이 울부짖고/갈색 옷을 입은 사내 몇,들리지 않는 소리로/진정하라고 말하고 또 다른 소리로/진정하라고 말하고 그 소리들이 모여/겨울나무를넘어뜨린다/// 꽁꽁 언 새벽 여섯 시,地靈처럼 걷는/사람들 새로 우리들은 걸어간다/살얼음의 아픔이 여울마다/경천동지하며 뛰어올라갈기를 날리고,/우리와는 다른 방향으로 일단의 사내들이/사냥개를끌고 온다 개들이 짖는다/이제는 얼어붙은 우리들의 꿈이여/눈과 같은 결정체로 三韓의 삼림에 내리어오라/기다리는 노변에서 상수리숲도 우어이우어이/울고 겨울새도 울고 우리도 울고 있다.― 「겨울 精緻」 전문 암담한 시대적 상황이 구체적인 풍경으로 형상화된 작품이다. 시 전체를 물들이고 있는 음울한 절망의 정조가 ‘우리’라는 대명사와 결합되고 등장하는 소재들이 암울한 시대적 상징으로 수렴되면서, 시는비극적 현실을 환기하는 한 반영으로 읽힌다. 산에서는 숲을 숲이게만드는 ‘큰 나무들이’ 사라져 가고 ‘한 방향으로 흐르는 작은 강을 따라’ 사람들이 ‘그림자처럼’ ‘입을 다물고 걸어가는’ 상황은, 미래에 대한 전망이 몰수된 황폐하고 암담한 현실이다. 폭설로 봉쇄된 암담한 겨울,새의 울음과 숨죽인 통곡만이 가득한 강제와 감시의 현실을 시인은 ‘地靈처럼 걷는 사람들’이라는 섬뜩한죽음의 형상으로 그리고 있다.‘경천동지하며 뛰어올라 갈기를 날리는’ 듯한 것으로 생생하게 경험되는 현실의 고통은,출구에 대한 욕망의 절실함만큼이나 격렬한 것으로 감각된다.꿈마저 얼어붙은 전망부재의 현실에서 ‘우리들’은 눈을 부르고 있다.하늘을 향해 ‘내리어오라’고 주술처럼 되뇌이는 사람들의 바람 속에는 일말의 가시적인 가능성이라도 확인하고자 하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 우리의 암울한 질곡의 현대사를 최하림의 시는 이렇게 묘사한다. 당대 현실에 대한 아무런 직설적 비판이 없는데도 이 시가 보여주는 암담하고 폭압적인 상황은,상황 자체로써 이미 현실에 대한 강력한 비판을 수행한다. 구체적 풍경을 통해 형상화된 현실은그것이 그리는대상 자체보다 생생하며,그것의 문제적 국면은 증폭되어 표출된다.구체적 풍경이 발휘하는 형상력은 시적 정서와 의식을 보다 직핍하고절실하게 드러내는 기능을 감당한다.문학의 본질적인 힘은 바로 이구체성에서 발원하는 것으로서,삶과 현실에 대한 섬세한 사유와 그것의 미적 형상화는 문학을 다른 제도와 구별짓는 힘의 원천이다.심미주의의 좌절은 야만주의를 부른다. 거친 육성과 생경함 속에 건설된시는,시간의 거센 물살을 견뎌낼 수 없으며,시대가 지나간 자리에 조잡하고 초라한 모습으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구체적 풍경을 통해 현실을 형상화하는 최하림의 시적 태도는, 사실적 풍경도 정신화하는 방식으로 움직인다.다음의 시에서 우리는 풍경과 의식이 상호 작용하여 삶에 대한 근원적 성찰을 구체적 형상으로드러내는 최하림 시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눈이 내리니/나뭇가지들이 무게를 이기지/못하고 포물선을 그리며휘어지다가/눈을 털고 일어나고,/다시 눈을 털고 일어나고 한다/오후 내내 그 일을 단조롭게/반복한다 우리가 날마다/아침을 시작하고또/시작하는 것과 같으다/// 이런 날/하늘은 지붕 가까이/내려와 멈추고 세상 길도/들녘에서 모습을 지운다/나는 천근 무게로 눈꺼풀이/내려 앉아 꿈속처럼 눈을 감는다/아이의 속뼈같이 여린 가지들이/사라지고 또다시 가지들이/사라지고 또다시 가지들이/떠올라 머나먼 마을에/차곡차곡 쌓인다/// 나는 사나운 짐승처럼 눈벌판을/마구 쏘다니고 싶지만/나는 결코 눈길에 발자국을 남기지/못한다 눈은 나를 덮고 또 덮으며/종일 내려 쌓인다 ― 「아무 생각 없이 겨울 풍경 그리기」전문 이 시에는 오랫동안의 응시를 통해서만 포착할 수 있는 눈 내린 겨울 풍경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최하림의 [바라보는 시]가 빈번하게 펼쳐 보이는 눈여겨보지 않은 사물들의 아름다운 움직임이 정겹게그려진 작품이다.나뭇가지들이 ‘눈을 털고 일어나고 다시 털고 일어난다’는 묘사 속에는 순진무구의 서정성이 담겨 있다.비어있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정경들이 시인의 투명한 시선에 의해 포착된다.최하림의 최근시가 보여주는 정결한 세계는 이러한 시선에 의해 확보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최하림의 시적 특질은 그러한 맑은 시선이나 그 시선에 포착된 자연 대상의 아름다움보다,오히려 그것을 정신성의 세계로 고양시키는 시의식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눈내린 상황을 인간의 일상으로전환시키고,그것을 다시 보편적 시간의 세계로 확대하는 방식은,사물의 정경을 정신의 풍경으로 환치하는 최하림 시의 특징이라 하겠다. 여기서 눈의 의미는 일상성으로,그리고 다시 시간의 무게로 전이되면서,‘지붕’과 ‘길’과 ‘들녘’에 내린 눈은 사람과 마을을 지우는무화(無化)의 상징으로 자리를 옮긴다. 시인이 ‘눈을 감고’ 의식의심층에서 바라보는 광경은 개별적 존재들을 지워버리는 시간의 냉혹함이다.명멸하는 ‘아이의 속뼈같은’ 가지들이 ‘차곡차곡 쌓이’는‘머나먼 마을’이란, 존재들이 묻힐 시간의 영원한 심연을 의미한다.이 마을의 광경은 시인의 의식이 형상화한 정신의 풍경인 것이다.말할 수 없는 비극성을 삼키고도 저토록 평화로운 마을의 풍경,고요 속에 잔혹함을 내포한 시간의 벌판을 시인은 ‘사나운 짐승’이 되어‘마구’ ‘마구 쏘다니고’ 싶다.그것은 모든 인간의 삶 속에 내재하는 존재의 비극적 충동이다.시간의 고요한 위력 앞에 선 무력한 인간의 보잘 것 없음,정화된 풍경 속에 내재한 동적 충동의 이유인 것이다.외부의 풍경을 정신화하고 정신을 풍경화함으로써,이 시는 생의비극성을 구체적 형상으로 표현하였다. 최근의 시들을 중심으로 최하림의 많은 시들은 정적(靜寂)의 풍경을노래한다.투명하고 정결한 정서를 보여주는 이 시들 속에는 사물과의화해를 꿈꾸는 생의 충동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이 꿈꾸기가 바라보는 행위를 통해서 이루어지고,바라보는 일이 종내에는 어둠으로 귀착될 것임을 시인은 안다.어둠은 죽음이고,어둠은 무(無)이다.삶에 내재하는 비극성이 동적 충동을 부른다.그가 보여주는 정화의 풍경은존재의 비극성이 미만한 시간의 풍경이며,그래서 생의 충동으로 가득한 허무의 비가(悲歌)이다. 최하림의 역사적 상상력과 실존적 고뇌는 구체적 풍경을 통해서 생생하게 형상화된다. 반성적 거리에 뿌리를 둔 이 풍경의 형식 속에는세계에 대한 깊은 응시와 성찰의 정신이 내재되어 있다.이러한 정신에 기초한 시적 사유의 세계는 그 깊이만큼의 집요함과 강인함을 내포한다.역사와 인간에 대한 비극적 인식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미학정신이 최하림의 시세계를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5.다시 꿈꾸는 아침의 역사 현재적 삶이 보다 나은 세계를 향한 의의있는 연결이라는 신념이 없다면,인간은 생의 종말을 단순히 불길하고 허무한 상징으로밖에 인식할 수 없다.고통스러운 역사와 유한한 존재들을 모두 삼켜버린 시간의 냉혹함 앞에서,최하림은 인간의 자세를 생각한다.절망적인 역사와실존의 비극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역사 밖에 존재할 수 없다. 이는최하림이 끝내 포기하지 않은 시적 사유의 대전제이다.최하림에게 역사와 실존은 삶이 끌고 갈 두 개의 테마이다.‘지옥 같은 역사’의기억과 질병을 통해 찾아온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 그는 황폐한 삶의현장을 다시 응시한다.“보이지 않는 들판을 간다는 것은 어려운일이다”.(「들판」) 냉엄한 역사적 현실과 인간에 대한 비극적 인식을안고 건너야 하는 그 들판은, 정신의 강인함이 요청되는 고되고 지난한 삶의 현장이다.최하림은 들판을 건너는 방법에 관해서 말하지 않는다. 그는 새로운 길의 줄기찬 모색과 그 모색의 매력을 이야기한다. 내 눈이 너를 보고/내 귀가 너를 듣는 동안에/감추인 아침이 차츰차츰 열리고/감당할 수 없이 세상이 밝아온다/경이로운 아침이여 새벽부터 길들은/사립을 나서서 숨소리 깊은 들로 간다/내가 처음의 나그네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부지런한 농부들은 벌써 몇 사람째 이슬을 털고 갔다/그들의 발걸음이 들을 깨우고 비린내음 물씬한/밭고랑옥수수들을 흔든다 옥수수들이/눈 비비며 일어나 제 모습 본다/우리도 어느 날,들을 가면서 우리가 지나는 모습/볼 것이다 긴 낫 들고,그림자 드리우며,/존재하는 것들이 밝게 얼굴 드러낼 것이다/언덕으로 올라가는 도랑에서,나는 잠시,햇빛에 싸여,/걸음이 미치지 않는곳의 신비를 본다/가려고 하지 않는 길들은 매력있다 ― 「밭고랑 옥수수」전문 건강한 아침의 세계를 노래하고 있는 작품이다.들을 깨우고 새벽을여는 농부들의 모습을 통해 새로운 역사의 모색을 그리고 있는 이 시에는 역사의 운동에 대한 시인의 인식이 담겨 있다.‘차츰차츰 열리’는 역사의 새벽을 ‘감추인 아침’이라고 적고 있는 표현에는,[숨겨져 있던 것이 드러나는] 의식의 개안을 통해 아침의 역사가 시작된다는 시인의 인식이 내재되어 있다.‘감당할 수 없이 밝아오’는 ‘경이로운 아침’은 그것을 향해 눈과 귀를 열어두고 있는 ‘동안’,다시 말해 정화된 응시의 시간이 있고 나서야 찾아오는 국면인 것이다.이는 ‘오래오래’ ‘멈춘 평화’의 시간을 거쳐야 비로소 ‘보이지 않는 들판’을 건널 수 있다는 「들판」의 사유와도 상통한다.이응시의 시간은 ‘처음의 나그네’를 ‘부지런한 농부’로 전환시키는인식의 계기이다. ‘이슬을 털고’ ‘들을 깨우고’ ‘밭고랑 옥수수들을 흔’들며 역사의 새벽을 걸어가는 이 부지런한 농부들의 발걸음에서,‘숨소리 깊은 들’은 건강한 생명력을 성취할 수 있는 것이다. 역사가개인에게 의식화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러한 상상력 속에는,역사란 개인의 고통과 반성을 통해서 성취되는 변증법적 삶이라는 인식이 담겨 있다. 들을 찾아 나서는 ‘농부들’은 바로 끊임없는 자기부정을 통해 굳건한 존재로 선 역사적 주체들인 것이다.‘걸음이 미치지 않는 곳’의 ‘신비’함과 그 길의 매력은 바로 이러한 고통과 반성을 거친 자들의 가슴 속에 찾아온다.역사는,아니 역사적 삶은 성취되는 것이 아니라 패배 속에서 다시 꿈꾸는 것임을,최하림은 새벽을 여는 농부들의 힘찬 발걸음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역사적 세계에 대한 염원은 최근 시들에 집중적으로 등장하는 [아침 이미지]에서 잘 드러난다. “미소 속으로 아버지가 쇠스랑을 메고/온다 이슬 젖은 잠방이 바람으로 온다/(오오 고통스런 세상으로 오시는 아버지!)/노동으로 빛난얼굴을 하고 아버지는/사립으로 온다 우리 가족은 모두/아침의 유대속에서 아침의 빛을 뿌리며//온다 새로운 아이들이 따뜻한 유대 속으로/온다 무성한 시간의 숲을 헤치고/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포르릉포르릉 날며”(「아침 유대」,5·6연)에 그려진 것처럼,찬란한 역사의아침은 아버지의 고통스러운 노동을 통해서 열리는 세계이다. 황폐한대지를 갈고 고르는 노동을 통해서 이룩되는 역사, 그 노동으로 다져진 아버지의 ‘빛난 얼굴’은, 고통을 통해 새로운 전망을 열어가는역사의 변증법적 운동력을 상징한다.개인의 고통과 줄기찬 노동이 역사를 일구어 간다.역사의 아침은,고통을 견디고 또다시 꿈꾸는 강인한 정신 속에 깃드는 것임을 최하림의 시는 보여준다. [농부의 대지적 상상력]이라 부를 수 있는 최하림의 역사 의식은 인간적 실존에 기초한 공동체의 연대를 모색한다.그 삶이란 “모서리들이/조금씩 조금씩 부서지고 모서리들이/닳아지고 모서리들이 정다워지면서/죽음 가까이 죽음처럼 둥글”(「모카커피를 마시며」)어 지는조화와 화해의 삶이며, 모든 존재의 동질적 비극성에 기초한 관용과사랑의 정신에서 연유하는 삶이다.아울러 이러한 개인의 유대가 지향하는 공동체적 삶은 ‘목적이 없고 관객이 없으므로 그들 자신이 춤이고 즐거움’(「즐거운 딸들」)이 되는,과정 자체가 하나의 목적을이루는 삶이다.존재에의 연민에 뿌리를 둔 공동체의 유대는,개인의실존과 역사가 만나는 인간적 역사의 모습이며,냉소주의와 자기아집에 대항하는 부단한 투쟁의 역사인 것이다. 집요하게 존재와 역사의 막막함을 들여다보는 최하림의 질긴 시적고투의 역정은,속도와 효용성이 주도하는 현실세계에 있어서 시의 역할을 재고하게 하는 육중한 무게를 지니고 있다. ‘밤새도록 죽지를눈에 박고 졸며 혼몽 속을 헤매’(「눈을 맞으며」)는 굴뚝새의 모습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처럼,출구가 보이지 않는 현실,실종된 역사를 고통스럽게 견뎌내는 최하림의 고독한 견인주의는 우리에게 시와 시인의 자리를 돌아보게 한다.시의 진정한 자리는 인간적 진실을고민하고 탐색하는 반성적 사유와 그것을 구체화하는 미학 정신 위에서 건설되며,인간적 진실은 경험과 존재가, 사색과 생이 만나는 자리위에 구축된다. 시의 위의(威儀)는 준엄한 자기 반성과, 그 반성을 통해 한 단계 나아간 진실에의 깨달음에서 발현된다.최하림이 한 작은 글에서 ‘창조적 정신을 잃고 관성에 의지하는 시’가 ‘지상의 평화를 헤친다’고했던 고백은,시적 정신의 정수가 무엇인지를 시사한다.새로운 세기의시의 모습이 인간과 역사를 보다 창조적인 시각으로 열어 보일 길찾기가 될 것이라면,최하림의 시적 작업은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하고극복해야 할 언덕이다.더불어 그의 시가 현재를 넘어서 또다른 세계에 도달할 것을 믿는 것은,그의 진지하고 강인한 정신의 역투에 대한믿음에서이다. 김문주
  • 대한매일 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작-최하림론(1)

    *역사와 개인이 만나는 시의 자리-최하림론. 1.거친 육성(肉聲)과 혼돈을 넘어서 고야의 한 그림에는 황폐하고 공포스러운 표정의 크로노스가 자식을잡아먹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그림 속의 주인공 크로노스는 ‘시간’을 상징하는 신으로서 자식을 낳는 족족 잡아 삼키는데,자식 중에하나인 제우스를 삼켰다가 제우스의 아내 메티스〔‘숙려(熟慮)’라는 뜻의 여신〕가 준 약을 마시게 되어 그를 토해놓는다.아버지의 뱃속에서 놓여난 제우스는 아버지 크로노스를 무한지옥인 타르타로스에가두어 버리고 은(銀)의 시대를 펼친다. 인간 상상력의 한 중요한 테마가 실현되어 있는 크로노스의 신화에서, 우리는 시간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인류의 뿌리 깊은 욕망을확인할 수 있다. 크로노스의 자식들인 우리 인간은 그의 뱃속에서 삶을 영위하지만,그로부터 해방되는 순간을 열망한다.종교를 비롯한 인간의 모든 활동은 이 신화적 상상력을 실현하려는 욕망의 발현이다. 그러나 인간은 시간 밖에 존재할 수 없으며,인간의 삶이란 결국 시간과 벌이는 고투의 흔적이다.시간은 모든 고통의 원천이자 자기동일성의 근원적 조건인 것이다.우리는 시간이 지나간 자리에서 생의 좌표와 의미를 가늠하고 수정한다. 시간이 거쳐가고 남은 자리에 부려져있는 소모와 쇠약, 또 한켠에서 벌어지는 생성의 현장은 인간의 근원을 돌아보게 하는 냉엄한 지표이다. 인간의 경험과 욕망을 담아내는 문학은 궁극적으로 시간과 투쟁하는존재의 모습을 형상화한다.시의 경우,이 대결의 양상은 정서적 직접성과 대상의 중층성이라는 성격을 띠게 되는데,여기서 대상의 중층성이란,현실과의 역동적 상호 작용 속에서 구축되는 한 시인의 작품 세계에는 현실의 시간적 궤적과 생리적 연치가 더해가면서 변모하는 한자연인의 모습이 함께 담겨있음을 말한다. 시에는 시대와 개인을 통과한 시간의 흔적이 남아 있다.시는 시대와 개인,역사와 인간이 삼투하며 길항하는 생생한 내면의 현장이다.한 시인의 시세계를 조감함으로써 우리 자신 속에도 깃들어 살고 있는 시간의 신이 한 인간의 몸을 빌어 건네는 전언을 들을 수 있으며,아울러 몸 속에 지핀 시간과의 길고도 험한 싸움을 수행하는 한 정신의 고언(苦言)도 듣게 되는것이다. 이미 다섯 권의 시집 ―『우리들을 위하여』(1976),『작은 마을에서』(1982),『겨울 깊은 물소리』(1987),『속이 깊은 심연으로』(1991),『굴참나무 숲에서 아이들이 온다』(1998) ― 을 상재한 바 있는 최하림은 역사와 현실에 대한 진지한 사색과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압축된 풍경과 서정적 형식을 통해 형상화해 왔다.그의 시에서 우리는 지나온 역사의 의미와 그 현실을 통과한 한 개인의 정신의 풍경을,더불어 몸을 받은 존재로서 시간을 경험하는 한 인간의 고단한 삶의역정을 보게 된다. 최하림의 시가 현실참여적 성격을 보이는 1970,80년대는 전사회적으로 정치적 열기가 강렬한 시기였다. 소위〈시의 시대〉로 불렸던 이 연대(年代)에 시가 발휘한 힘은 분화(噴火)를 꿈꾸던 당대인의 욕망과 상상력에서 발원한 것이었다.극렬한 용출을 욕망하게 만든 억압적 상황은 역설적으로 시에 힘을 실어주었던 배후(背後)였으며,현실의 후광 속에서 시는 단일하면서도강렬한 상징으로 떠오를 수 있었다.그러나 한편으로는 역사와 현실의거대한 깃발 아래,개인의 실존에 대한 시적 사유의 깊이나 언어적 성취가 상대적으로 소외되기도 하였다. 시 장르의 폭발력이 외부에 있었던 만큼,현실적 열기가 지나간 현장에는 작부들의 사이비 신세타령만이 웅성댈 뿐,역사와 현실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들은 이제 실종되고 없다.80년대가 부려놓고 간 피폐하고 앙상한 언어의 잔해들 위로,묵시록적 상상력과 정신분열증적 언어들이 쇄말리즘의 안개 속에 밀려와 있고,‘시의 죽음’이 풍문처럼떠도는 상황에서 한 세기가 막을 내렸다. 그리고 불과 일 년 전만 해도 미만하던 세기말의 암울한 전망과 우려가 새로운 세기의 도래와함께 말끔하게 제거되면서,그 자리에는 기술자본주의의 지칠 줄 모르는 광란의 질주에 도취되어,그것에 저항하고 개입할 의지를 포기한상혼(商魂)들이 혼몽 속을 헤매고 있다. 최하림 시의 독자적 가능성은,‘역사적 연대’의 흔적들이 썰물처럼빠져나간 이 흉흉한 시점에서도 여전히 역사와 현실에 대한 진지한천착을 서정적긴장 속에서 일관되게 수행해 오고 있다는 점,아울러그러한 작업이 자기 존재,나아가 존재 일반에 대한 깊은 성찰에까지닿아있어 시적 사유의 폭과 깊이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 놓여 있다. 우리는 그의 시에서 7,80년대의 날선 육성(肉聲)과 90년대의 세기말적 언어들을 넘어서는 치열한 시적 사유를 만나게 된다.깊은 고통과오랜 침잠의 시간들이 동행하는 그 세계에서,우리는 ‘역사의 시대’에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개인의 실존적 고뇌들이 진지한 역사적 상상력과 조우하는 장면을 목도할 수 있다.역사와 개인을 집요하게 응시하는 최하림의 시적 태도는 우리 시대 문학의 자리를 새삼 되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강인한 정신 속에 길이 있다.길을 만들고,그 길을 가는 것은 문학의 태생적인 운명이다.그것은 포기하지 않는 꿈이,문학의 배태(胚胎)된 자리이기 때문이다. 2.역사의 공범의식,그 도덕적 순결성〈아우슈비쯔〉는 시간의 진행을 진보의 역사로 인식했던 인류에게근본적인 반성의 계기였다.근대의 쌍생아인 자본주의와 역사주의 모두에 가능태로 잠복해 있던 폭력적 욕망이 그 포악성을 드러낸 자리에서 역사는 시간의 근본적인 의미와 방향을 인간으로 하여금 되묻도록 요구하였다.20세기의 인류에게 〈아우슈비쯔〉가 있었던 것처럼우리 현대사의 한 극점에는 〈광주〉가 놓여있다.역사적 상상력의 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광주〉는 결과적으로 역사적 현실로부터 선회하는 최초의 기점이 되었다.그것은 고통의 진원지를 응시하는 힘의부족에서 연유한 것이었는데,〈광주〉를 문제삼던 많은 사람들은,아예 〈광주〉가 서있던 ‘역사의 자리’를 떠나버리고 말았다.바로 이지점이, 최하림을 여타의 시인들과 갈라놓는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 한국사의 비극적 상징인 [광주]를 통과하면서, 그리고 ‘현실사회주의권의 해체’라는 세계사적 변혁을 지나면서 최하림은 역사와 존재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사유 속으로 침잠한다.역사의 진보에 대한 믿음의 붕괴를 그는 외부적 현실을 통해서 해소하지 않고, 역사를 내면속에 소환하는 방식으로 끌어안는다.역사의 내면화는 필연적으로 역사를 윤리학의 차원으로 환원한다.역사는 익명의 타자의 것이 아닌,주체의 윤리적 실천의 장으로 치환되는 것이다. 따라서 외부에 대한공격적인 정서보다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반성적 사유가 시의 주를 이루게 된다.낭만적 격정과 들끓는 고뇌로부터 한걸음 비켜선 자리에서 최하림은 지나온 역사와 시간을,그리고 시와 인간을 응시한다. 어둠과 함께 온 기억들에 싸여 나는/나를 밝혀주지 못하는 불빛을본다/빛이 멀면 편안하다 죄가 많은/우리는 죄들이 두렵고 어둠이 내려서/아름다우니 어둠에 몸 섞는다/이런 밤 새들은 얼마나 조심스레/그들의 하늘을 날았던지/내 영혼은 어디를 방황했던지/검은 유리 같은 공기 속에서 길들은/보이지 않게 밤으로 이동하고/새로운 추억이짐짝처럼 마른 나무 밑에 쌓인다/시간이 별다를 것 없는 모습으로 흘러 간다/시간을 따라서 광목도로 어디쯤 걸음을 멈추고 쉴 곳이 있을것이다/잠시 유숙할 집이 있을 것이다/우리에게 범한 죄를 우리가 사할 때가 있을 것이다/한 사람에게만은 사랑이었고 배반이었던 여자도어디쯤 있을 것이다/그러나 세상은 결국너를 버리고 달려간다/세상은 고통스럽고 일어서는 자는 숨을 수 없어서 불행하다/내 가슴은 사직처럼 허물어져간다/예감을 노래해선 안 된다/나는 밤으로 간다 잘있거라/한번도 힘껏 꽃잎 피지 못하고/한번도 힘껏 울어보지 못한/정다운 말들아 내 딸들아 ―「光木道路」 전문 한바탕의 회오리 같은 역사가 훑고 지나간 내면 세계에,짙은 허무와체념이 배음을 이루고 있는 작품이다.쓸쓸한 어조 사이로 배어나오는고통과 절망 속에,내면으로 귀환한 역사의 흔적이 음각되어 있다. 이흔적이 구체화된 기억의 형상은 최하림의 역사 인식을 반영하는 중요한 단초로서,그의 시 곳곳에는 역사가 남기고 간 상처가 고통의 기억으로 잔존해 있다.그 기억의 공간은,‘절망의 부레 찢어지는 소리’가 ‘어둠 속에서 악마구리같이 아우성치며’(「말하기 전에,나는」) ‘피투성이 된 붉고붉은 입술들’(「우리들은 오늘도」) ‘갈가리찢긴 육신의 목소리’(「무등산」)들이 ‘합창을 이루는’, 아비규환의 절규가 가득한 곳이다.이러한 고통스러운 공포의 기억을 조성한과거는‘몇 대의 트럭이 난폭하게 거리를 질러가고’(「부식 동판화」) ‘탐욕스러운 개들이 안개 속으로 달려가’ (「고통의 문지방」)며 ‘사나이가 시간을 죄스레 칼질하고 생채기에서 뚝,뚝, 피가 흐르는’(「상처」),폭력과 살육으로 얼룩진 광란의 시간이다.주목할 점은 이러한 과거의 기억이 역사 자체의 이미지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시적 화자를 끊임없이 고통스럽게 만드는 ‘죄와 벌’의 이미지로 출현한다는 사실이다.이는 “기억의 아이들이 붉은 얼굴로 지나가고/어디서인지 흰 이를 드러내며 킬킬킬킬/웃는 아이”(「섬진강」)와 같이 과거의 기억에 대응하는 심리적 이미지가 대체로 자조적이고 자학적인 형상으로 각인되어 시인의 내면에 환기된다는 점에서 보다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역사적 현장을 투과하면서 굴절,각인된 이러한이미지들은 시인이 과거의 역사를 자기반성의 방식으로 수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최하림에게서 과거는 부정적 실체라기보다,폭압적 상황을 결과적으로 방기했던 고통스런 부채의 시간인 것이다. 역사를 내면화하는 이러한 방식은 최하림의 많은 시편들을 의식의풍경으로 읽게 만든다.인용된 시의 배경인 ‘어둠’의 상황은 죄의식속에 고통스러워하는 화자의 내면을 상징한다.‘빛’과 대조되는 ‘어둠’은,공포와 방황의 시간을 의미하면서 동시에 윤리적 자의식의내면 상태를 보여준다.이 어둠 속에는 한국 근대사의 비극적 경험과현실사회주의권의 몰락이 각인시켜놓은 고통스러운 상흔,시간을 역사의 진보로 인식한 20세기적 사유의 참담한 좌절이 가로놓여져 있다. ‘빛’으로 생각했던 역사와 시간의 배반을 절망적인 체념으로 추억하면서도,자신을 ‘어둠과 함께 온’ 역사의 주체로 사유하는 시인에게 과거의 기억은 ‘짐짝’ 같이 둔중한 고통의 추억이 될 수밖에 없다.광포한 역사의 기억이 형벌과 같은 공포의 대상이라면,그 기억의공간 속에서 시인은 자신을 유형수(流刑囚)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폭력적인 역사,패배의 역사를 주체가 되어 감내하려는 태도는 최하림시의 역사 의식과 도덕적 순결성의 원천이다. 역사의 폭력에 희생된영혼들이 ‘보이지 않는 내 맘속의맘까지도 감시한다’(「죽은 자들이여,너희는 어디 있는가」)는 토로나,‘말’에 대한 자학적인 공격,그리고 시의 언어를 형벌로 인식하는 태도 등은 최하림이 과거의 역사적 경험을 의식의 내면으로 소환하여 현재의 윤리적 검열의 내적장치로 삼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들이다. [베드로] 연작시들과 [소록도] 시편들은,자신을 불행한 역사의 공범자로 인식하는 시인의 이러한 의식을 반영한다.가롯유다뿐만 아니라베드로 역시,예수를 로마의 종교 지도자들에게 팔아넘긴 공범자라는죄의식이 죽음과 패배의 시대를 통과한 최하림의 내면 속에 자리잡고있는 것이다. 포악한 현실의 암묵적 공범이라는 이러한 윤리적 자의식은 “우리에게 범한 죄를 우리가 사할 때가 있을 것이”라는 대용서의 전제를 마련한다.이는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는 예수의 정신과 상통하는 것으로서,우리는 최하림의 시에서 개인의 윤리성의 문제로 화육(化肉)한 역사의 실체를 만나게 된다.그에게 있어서 역사는자신의 [시와 삶]을 향해 끊임없이 윤리적 질문을 투척하는 고통의실체인것이며,시는 역사에 바치는 고해성사인 셈이다.따라서 시 초반부의 ‘빛이 멀면 편안하다’는 진술은,회한과 고통이 배어있는 역설적 고백으로서,이러한 도덕적 순결성은 윤리적인 차원을 넘어 종교적인 성격에까지 닿아 있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최하림의 시는 시간을 보는 시각에서 지상으로 복귀한다. ‘사랑’이자 ‘배반’이었던 역사와, 역사의 연인들은 시간의 무심한흐름 속 ‘어디쯤 걸음을 멈추고 쉴’ 것이기 때문이다.시인은 영원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명멸하는 역사와 인간 존재의 의미를 되묻는다. ‘세상은 결국 너를 버리고 달려갈’ 것이고 역사의 전망을 모색하는 자는 ‘숨을 수 없어서 불행할’ 것이지만, 그래도 시인은 다시그 역사의 암담한 ‘밤으로 갈’ 것임을 밝히고 있다. ‘예감을 노래해선 안 된다’는 당위적 진술과 ‘나는 밤으로 간다’는 고백 사이에는, ‘역사의 진보’라는 믿음의 종말이 몰고온 뼈아픈 각성과 현재의 암담함을 감내하겠다는 고뇌의 의지가 가로놓여 있다.시간의 냉혹함을 응시하는 유한한 역사적 존재의 허무와 절망을 그대로 끌어안으면서도 결코, 역사적 삶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에서 우리는 어둠 속을 걸어가는 한 정신의 비장한 모습을 보게 된다. 역사를 자신에 대한 윤리적 성찰의 계기로 수용하면서도,다시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 최하림의 엄격한 현실주의에서 우리는 고결한 지상의 세계와 만난다.미래를 밝혀줄 어떠한 것도 남아있지 않은 현실을자기 성찰의 자리로 삼는 그 강인한 정신의 고도(孤島)는 우리에게시의 자리를 새삼 생각하게 한다. 3.인간의 실존,그 처연한 고요 현재는 과거의 기억 위에서 진행되며 모든 삶은 시간 속에 묻힌다는명제는,최하림 시의 기본 전제이다. 최근 시집『굴참나무 숲에서 아이들이 온다』에는 시간이라는 관점에서 역사와 실존의 주제를 다룬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이 시집에 수록된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동일 제목의 두 편의 시는 최하림의 시적 작업이 그동안 집요하게 천착해온 두 테마를 압축해서 보여준다.두 편의 작품에서 추구하는 [집]이란,하나는 우리 모두가 다시 꿈꾸며 세워야 할 역사적 미래를 의미하고,나머지 하나는 실존적개인이 최종적으로 도달할 적막의 세계를 상징한다. 이 두 개의 테마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작품 속에 나타나는데, 인간실존의 주제가 보다 근원적이라는 점에서 후자의 것이 최하림 시의보다 깊은 심층을 이룬다고 하겠다.이는 역사의 문제를 개인의 윤리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태도에서도 잘 드러난다.개인적 실존의 문제를놓지 않고 역사적 현실을 응시하는 그의 자세는, 한 평론가의 지적대로 그를 ‘고전적 정신의 표상’으로 이해하게 하는 요인이다.개인의존재성에서 출발하여 현실의 문제에 육박해가는 이러한 특징은 최하림의 독자성을 보여주는 그의 시의 미덕이다.[집으로 가는 길] 두 번째 작품에서 우리는 그가 도달한 개인적 실존의 한 극점을 보게 된다. 많은 길을 걸어 고향집 마루에 오른다/귀에 익은 어머님 말씀은 들리지 않고/공기는 썰렁하고 뒤꼍에서는 치운 바람이 돈다/나는 마루에 벌렁 드러눕는다 이내 그런/내가 눈물겨워진다 종내는 이렇게 홀로/누울 수밖에 없다는 말 때문이/아니라 마룻바닥에 감도는 처연한고요/때문이다 마침내 나는 고요에 이르렀구나/한 달도 나무들도 오늘내 고요를/결코 풀어주지는 못하리라 ―「집으로 가는 길」(88쪽)전문 이 작품은 소리가 멎고 시간이 정지된 듯한 깊은 고적(孤寂)의 세계를 보여준다.원초적 고요에 휩싸인 흑백필름 같은 이 침묵의 세계에서 우리는 인간의 근원적인 실존의 풍경을 본다.모성의 자궁에서 나와 영원의 집으로 돌아가는 인간은,그가 출발한 고요의 세계와 도착할 침묵의 집 사이에 존재한다.그 집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길을 가야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그 ‘많은 길을 걸어’ 귀환하는 ‘고향집’은 실존의 근원지로서,길의 출발이었던 ‘어머니’조차 존재하지않는 무(無)의 세계이다.‘공기는 썰렁하고’ ‘치운 바람이 도’는그 적막의 세계에서 ‘벌렁 드러눕는’,이 시의 가장 처연한 대목은존재의 고단한 무게와 허무함을,행위를 통해 서늘하게 표현하고 있다.존재의 무게를 부려놓는 행위는 주검이 되어 땅에 몸을 누이는 행위를 환기시킨다.여기에서 시인이 도달한 ‘처연한 고요’가 감도는 ‘마룻바닥’은 내가 떠나온 어머니,그 어머니의 어머니가 도달했을 인간 보편의 공간이자 삶 속에 내재한 근원적인 침묵의 세계이다.죽음이란,결국 존재를 끌고 다니던 침묵이 보편적인 고요의 세계로 돌아가 합류하는 영역인 것이다.그 거대한 절대 침묵의 세계 속으로의 편입,그것이 바로 [집으로 가는 길]이다. 그런데 이 ‘처연한 고요’의 세계에 도달했다는 진술은, 시인이 이미 이 상태를 경험했음을 의미한다.그것은 사물로부터의 소외를 처절하게 체험했던 투병기간의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시인이 도달한 이‘처연한 고요’의 세계는 그의 시에 등장하는 ‘무색계’(「구천동시론」)의 심연을 이루는 정서이다.색신(色身)과 물질의 속박을 벗어나 순정신적 세계를 의미하는 무색계는,최근 시집(『굴참나무 숲에서아이들이 온다』)에 다수를 차지하는 만물과 교감을 누리는 시들의정신적 바탕이라 할 수 있다.사물로 스며들고 사물에 개방되어 만물과 동화(同和)를 경험하는 투명하고 정결한 세계는,이미 무색계에 들어와 있는 상태로서,사물과의 자유로운 정신적교감을 보여주는 이시들 속에 처연한 정서가 내재되어 있는 것은 이 ‘무색계’가 육체적 실존의 끝을 기저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최하림의 시세계에 한 축을 이루는 개인적 실존의 문제는 그의 시에배어있는 허무와 쓸쓸함의 원천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존재의 막막함을 끈질기게 응시하는 그의 태도에서 우리는 실존의 처연함,그 서늘한 고요를 감지하게 된다.어떠한 과장이나 포오즈도 용납하지 않고 존재의 현실을 고스란히 감내하는 그의 준엄한 태도는,현학적 사변과 요설,감상적 자기 연민과 소영웅주의가 만연한 오늘의 문학적 현실을 반성케 하는 시정신의 본질을 보여 준다.언어의 사원에서 울려나오는 서늘한 사유는,삶이 부과한 시의 자리이자 시가 돌아가야 할 시원(始原)이다. 김문주
  • 올 물가관리 “빨간불”

    한국은행은 2일 올해 물가안정 목표를 ‘3.0±1%’로 설정했다고 밝혔다.이는 한은이 당초 설정한 중기 목표치 ‘2.5±1%’를 벗어나는것으로 물가관리에 적신호가 켜졌음을 의미한다. 한은은 고유가와 공공요금 인상 여파로 올해 연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7%,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율을 3.6%로각각 전망했다. 지난해의 2.3%와 1.8%에 비해 목표치를 상향조정 했다.특히 상반기 물가가 상한선인 4%까지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한은 관계자는 그러나 “수요에 의한 상승이라면 큰 문제이지만 비용에의한 것이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물가수위가 높아지고 있으나 한은은 뚜렷한 정책대응 수단을 찾지못하고 있다.게다가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선택,예산의 60∼70%를 상반기에 집중 배정해 가뜩이나 불안한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아졌다.한은은 “워낙 불확실한 요인들이 많아 개별부문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만이 최선의 물가안정 대책”이라고 밝혔다. 안미현기자 hyun@
  • 無線 e-세상…21세기 삶의 틀 바꾼다

    디지털이 빚은 ‘빛의 세상’이 생활의 틀을 혁신적으로 변모시키고있다.근대통신 150년의 역사를 단숨에 뛰어넘은 21세기 정보통신 기술의 비약이 원동력이다.물리적 시공(時空)에 구애받지 않는 새로운세상이 인류생활 속에 급속히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정보통신 혁명의 힘은 기술의 진보가 가져다 준 ‘이동성’과 ‘스피드’에서 나왔다. 원시시대의 빛·연기·소리에서 1870년대 알렉산더 벨의 자석전화기를 거쳐 오늘날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생각과 사상을 주고 받는 정보통신 도구의 변화속도는 상상을 뛰어넘을 만큼 빨랐다.마이크로칩의처리능력이 18개월마다 두 배로 증대된다는 ‘무어의 법칙’은 기하급수적인 디지털 확장의 한 예에 불과하다. 그만큼 인류의 생활혁명이 가속화하고 있다.구리선이 광(光)섬유·광케이블로,복잡한 전선이 무선안테나로 바뀌면서 언제든지 마음만먹으면 낮이건 밤이건,가정이건 사무실이건,국내건 해외건 의사를 교환하고 정보를 찾을 수 있게 됐다. 생활 속에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이 90년대 중반부터 찾아온 인터넷이다.정보의 양방향 흐름을 통해 정치·경제·사회·문화의 틀을 근원에서부터 바꾸고 있다. 전 세계가 거미줄처럼 촘촘한 광통신망으로 연결되고 있다.정부 계획대로라면 2005년쯤 전국 모든 가정에 10Mbps급 인터넷망이 깔린다.모든 가정에서 인터넷으로 비디오와 TV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용량이다. 이때쯤이면 음성전화의 개념은 완전히 퇴색될 것으로 보인다.이계철(李啓徹) 전 한국통신 사장조차 “얼마 뒤에는 인터넷회선을 쓰면 음성전화는 공짜로 끼워주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가까운 장래에 ‘꿈의 통신’을 실현해 줄 주인공으로는 지난해 말국내 사업자가 선정된 IMT-2000(차세대 이동통신)이다.전화·인터넷·TV·비디오 등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한데 모은 차세대 생활수단이다.이동성과 정보접근의 즉각성이라는 숙제를 한꺼번에해결해준다.한마디로 움직이는 거실이자 오피스,극장으로 기능하게된다. 영화감상,사이버 원격교육 등 멀티미디어 서비스와 원격 영상 의료서비스,위성을 통한 위치정보서비스 등을 단말기 하나로모두 해결할수 있다.물론 미국에서도,일본에서도 자신만의 번호 하나로 전화를걸고 받을 수 있다. 최근 미 조지워싱턴대 연구팀은 2003년이면 이런 첨단휴대용 정보기기를 통해 선진국 시민의 30%가 인터넷과 비디오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2,200만명에 육박하고 있는 국내 이동통신 이용자들은 2007년을 전후로 거의 모두 IMT-2000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가정이나 회사에서 선을 없애는 ‘블루투스’(Bluetooth) 기술도 생활을 혁신적으로 바꾸게 된다.바깥에서 집안에 있는 TV 냉장고 세탁기를 통제하게 되면서 주부들도 가사노동의 부담에서 벗어나게 된다. 가정과 회사의 모든 인터넷에서 선을 없앤 무선 LAN(근거리통신망)도 이미 보편화하는 추세다. 생활의 변화는 경제활동과 뗄 수 없다.이미 일반용어가 돼버린 ‘e-커머스’(전자상거래) ‘m-커머스’(이동상거래) ‘c-커머스’(협동상거래) ‘e-마켓플레이스’(전자 장터) 등을 통해 가정과 기업의 상거래 패턴 자체가 물리적 공간을 이탈해 사이버 공간으로 옮겨지고있다.2003년이면 전 세계비즈니스의 80%가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에서 이루어질 전망이다.그러나 지난해 전국민을 놀라게 만들었던 인터넷 자살 도우미나 매매춘 알선,연예인 비디오 파문 등 ‘디지털 사회의 적들’에 대한 효율적인 대응이 새로운 숙제로 부상하고 있다. 김태균기자 windsea@. *출판사 K과장의 하루. ‘휴대폰없이 단 하루라도 버틸 수 있을 까?’ 중견출판사 영업과장 K씨(35)는 출근길에 집을 나서면서 문득 이런생각을 해봤다.어젯밤 과음으로 휴대폰을 잃어버리고 졸지에 ‘맨손’이 된 불안감이 여기까지 생각을 미치게 했다. ‘A출판사,B서적,C문고….오늘 중요한 연락이 몰렸는 데 큰일이군’ 아무래도 오늘은 외출하지 말고 사무실에서 ‘앉은뱅이’로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그가 휴대폰을 장만했던 건 남보다 비교적 이른 93년이었다.당시만 해도 비싼 통화료때문에 주로 ‘받기 전용’이었지만 지금은 휴대폰없이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상황이 됐다.이른바 ‘모바일 오피스’(Mobile Office)가 됐기 때문이다. 92년 회사에 처음 입사했던 때를 떠올려봤다.당시 주위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던 모토로라의 ‘브라보 플러스’ 삐삐.이게 뭘까하고 신기한듯 바라보던 주위의 시선에 어깨가 으쓱해졌던 기억이 새롭다.초등학교 6학년때인 78년 처음으로 전화가 놓이던 날,그의 집은 잔치를했다.“이제는 옆집 신세 안져도 되겠구나” 아버지는 무척 기뻐하셨다.하지만 삐삐나 전화나 지금은 그에게 별다른 느낌은 주지 않는다. 삐삐는 이미 2년 전에 처분했다. 회사에 도착한 그에게 e-메일 12통이 와 있다.6통은 거래처,3개는친구들,2개는 맞춤뉴스,1개는 거래은행에서 왔다.85년 대학 1학년때정성들여 적은 연애편지를 빨간 우체통에 넣고서 남모를 흥분에 젖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e-메일이나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해결하는 요즘 학생들은 그 기분을 알까?’ 오전 11시.유명 원로작가 Z씨와 미팅.그는 지난 여름까지만해도 광화문 사무실에서 잠실에 있는 Z씨의 집까지 직접 방문하곤 했다.만나는 시간보다 오가는 시간이 더 걸렸다.하지만 지금 그는 PC카메라를통해 Z씨와 대화한다.30분간 이야기를 나눈뒤 부산 Y문고 L차장에게인터넷으로 인스턴트 메시지를 보냈다.Z씨의 새 작품 출간이 다소 늦어질 것 같다는 연락이었다.곧 바로 “큰 문제는 없다”는 연락이 역시 인스턴트 메시지를 통해 L차장으로부터 왔다. ‘이전 같았으면 전화로 했을까?’ 요즘 그의 출판사는 종이책을 전자책으로 바꾸는 사업을 새로 시작했다.인터넷 바람이 가져온 ‘e-북’ 바람을 좇아야겠다는 생각에서다.학창시절 누런 갱지로 된 책을 보아온 K씨지만 인터넷 시대가 가져온 ‘정보혁명’을 앞장서 이끌지 않으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2002년 IMT-2000시대가 열리면 우리 생활은 어떻게 변할까’ 아침에 머리를 스쳐간 통신에 대한 단상을 퇴근까지 이어간 K씨.하지만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사회에 첫발을 디딜 당시 현재 상황을 상상 못했던 것만큼 앞으로 몇년 뒤를 예견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것이란 생각 뿐이다.인터넷이나 이동통신 인구에 대한 예측이 터무니없이 빗나갔던 것처럼…. 김태균기자
  • 국세청 부정부패 추방 성적 1등

    국세청이 올해 정부기관 가운데 부정부패 추방 부문에서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국세청은 29일 제2건국범국민추진위원회(대표공동위원장 金相厦)가실시한 ‘공공부문 부정부패 추방 노력도’ 평가에서 정부부처,지방자치단체,공기업 등 68개 기관 가운데 최우수기관으로 뽑혀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올해 기획예산처가 실시한 공공부문 개혁 평가에서 최우수기관으로뽑힌 데 이어 겹경사를 맞았다. 국세청은 지난해 9월1일 제2개청 선언이후 실시한 지역담당제 폐지,기능별 조직전환,납세자보호담당관제 신설 등을 통해 부정부패 발생소지를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 과세자료의 전산누적관리시스템 도입,전자신고·전자납부제 실시,온라인 민원서류 발급 등 소프트웨어 측면의 개혁도 긍적적인 점수를땄다. 이 때문에 안정남(安正男) 국세청장은 개청이래 국세청의 체질을 바꾼 개혁적인 청장으로 안팎에서 평가받고 있다. 한편 국무총리 표창은 관세청과 서울시가 받았다. 박선화기자 psh@
  • 美 또 총기난사… 동료 7명 살해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부근에 소재한 인터넷 자문회사 에지워터테크놀로지의 본사 사무실에서 26일 이 회사의 직원 마이클 맥더모트(42)가 AK-47소총 등을 난사,직원 7명이 목숨을 잃었다. 현지 검찰은 사건 직후 경찰이 3층짜리 건물 1층 로비에서 AK-47소총과 산탄총,권총 등으로 무장한 범인을 발견,체포했으며 범인은 7건의 살인 혐의로 기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총기난동 사건은 꼭 구조조정 때문만은 아니지만 최근의 미 경기후퇴 현상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돼 미국인들을 침울하게 하고 있다. 92년 설립된 이 회사는 나스닥이 5,000포인트를 넘던 지난 3월 12달러 수준이던 주가가 최근 6달러 수준으로 하락,약 70여명의 직원중최근 25명을 감원했다. 지난 3월 이 회사에 입사한 범인 맥더모트는 감원대상은 아니었다. 그러나 익명의 한 동료는 그가 성탄절을 앞두고 지난주 받은 임금에서 일정분이 삭감돼 몹시 화를 냈었다고 전했다. 살해당한 7명은 모두 회계과에 근무하던 사람들로 무차별 사격이 아닌 선별적 살인으로 드러났다.임금 삭감과 관련된 분노가 개입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경력없이 컴퓨터 회사에 입사한 그가 감봉 대상자임을 알았을 때 느낀 자괴심과 분노에 최근 감원과 관련한 불안감도 범행을 부추겼을 것으로 경찰은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사건을 수사중인 웨이크필드 검찰은 “동기에 대해 아직 아무 것도 알 수 없다”고 밝혔으며,회사측도 범행동기가 불분명하다고말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첨단관련 회사 400여곳이 폐업하고 주식가격이 50%이상 하락하는가 하면 ‘신경제’ 이외 부문에서도 경기후퇴로 곳곳에서 감원 열풍이 몰아치고 있어 이번 사건은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부를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 최철호특파원 hay@. *총기소지 규제 다시 논란. 26일 발생한 총기사고로 미국 총기문화의 문제점이 또다시 도마위에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크고작은 총기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이같은논의는 계속됐지만 사고를 근원적으로 막는 데는 실패했다. 미국의 총기소지 전통은 영국 식민지로부터 독립을 쟁취한 뒤 1791년 미국을 세운 ‘건국의 아버지들(Founding Fathers)’이 헌법을 개정해 총기소유권을 명문화한데서부터 시작됐다.그만큼 미 총기문화는미국의 역사와 기원을 같이하는 것이다. 전국총기협회(NRA) 등 총기소유권을 옹호하는 총기 로비스트들도 헌법의 권리를 주장함과 동시에 총기는 관리의 대상일 뿐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강조하고있다. 그러나 올해 초 미시간주에서 한 6세의 초등학교 남학생이 급우들앞에서 같은 또래의 여학생을 총으로 무참히 살해한 사건을 비롯한충격적인 사건이 잇따르자 100만명에 이르는 미 어머니들이 ‘총기반대 어머니 행진’을 개최하는 등 총기규제 움직임이 점차 설득력을얻고 있다.총기가 미국의 역사와 문화임을 인정하더라도 무고한 생명을 담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총기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 것은 민주-공화당의 총기에 대한 정책의 차이에서도 빚어진다. 지난 미 대선 과정에서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는 안전관리 방안을강조한 총기규제법 강화를,앨 고어 민주당 후보는 총기자체의 규제를주장해 자당의 논리를 대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콜럼바인 고교의 총기사건 이후 미국의 50개주 가운데 캘리포니아주와 일리노이주를 포함한 15개 이상의 주에서는 전국총기협회가 지지하는 법안이 폐기되고 총기규제 강화법안이 통과돼 총기규제에서 진일보한 측면은 있지만 연방 수준에서는 아직 답보상태다. 신규등록한 모든 총기의 방아쇠에 잠금장치를 한다는 규제법안의 현실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또한 미국 전역에 돌고 있는기존의 수많은 총기들의 처리 문제도 총기문제 해결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지적했듯 미국에서의 총기소지는 개척시대부터 내려온 ‘개인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권리’라는 전통과 깊은 연관이 있다.따라서앞으로도 각 정당간,시민과 총기제조업자간,총기피해자,학자들 사이의 논쟁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강충식기자 chungsik@
  • 미당 서정주선생의 작품세계

    한국 현대 시사(詩史)에서 미당 서정주의 위치는 확고하다.만 스무살때인 1935년부터 60여년의 시작생활로 1,000편에 가까운 시를 쏟아낸 미당을, 후학인 고은은 “서정주는 하나의 정부(政府)”라고 말한바 있다.수많은 후배 시인들은 ‘한국시의 학교’와 같은 그의 시편을 열렬히 탐구했으며 생존시에 그를 ‘살아 있는 시신(詩神)’으로떠받드는 시 독자들도 부지기수였다. 그의 시는 대다수 현대시처럼 구조분석이나 기호해석을 시도할 필요없이 그대로 주욱 읽힌다.논리적으로 설명하고 분석하기 이전의 직관적인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며 그 직관은 한국인의 심성에 직통한다. 시어(詩語)도 우리 주변의 흔한 말들이며 후반에 갈수록 고향의 질펀한 남도 사투리가 아름답게 녹아 있다. “신라의 국선도와 불교의 윤회 전생,그리고 민간에 떠도는 온갖 설화를 에두르는 그의 시적 방황 또는 정신사적 편력은 한국인 심상의우주에 떠올라 있는 역사의 총체,생사관,이승과 저승을 한데 아우른다”고 시인이자 평론가인 장석주는 말한다.평론가 천이두는 미당을‘구도의 시인’이라고 한마디로 요약한다.미당의 시는 억눌린 정신의 아픔을 노래하는 관능적인 초기시에서부터 신화 정신과 불교적 달관에 이르는 다양한 편력을 거쳤다.이같은 다양한 시세계는 15권의시집 가운데 특히 ‘화사집(花蛇集)’‘귀촉도(歸蜀途)’‘서정주시선’‘신라초(新羅抄)’‘동천(冬天)’및 ‘질마재 신화’ 등 6권에순차적으로 잘 나타나 있다. ‘화사집’(1941년)을 통해 우리는 관능과 자의식 사이에서 방황하며갈등에 몸부림치고 고뇌하는 젊음의 모습을 본다고 평론가 천이두는설명한다. 이러한 방황과 갈등을 거쳐 그는 차츰 자아를 각성하게 되며,그것은 ‘고향의 사투리’즉 전통적 가락의 확인에로 나아가는 것이다.이러한 전통적 가락에의 확인은 시집 ‘귀촉도’(1948년)를 통해서 볼 수 있는데 조선(朝鮮)적인 한의 가락에로 이어지면서,고뇌를전통적인 가락으로 다스리려는 노력이 역력하다. 이어 ‘서정주시선’(1956년)의 시편들은 이러한 한을 극복하고 체념과 달관 속에 범속한 일상성을 포용하려는 노력의 산물들로 흔히 설명된다.그래서 현세긍정의 건강한 낙천적 가락이 빚어지는데 미당은여기에 머물지 않고 ‘신라초’(1960년)에서는 생명에의 근원적인 탐구 노력을 시작한다.이 노력은 신라의 불교적 세계 천착으로 이어지며 특히 불교적 윤회에 모든 것을 위치 지으려는 의지가 뚜렷하다.다음 시집 ‘동천’(1968년)에 이르면 이러한 불교적 윤회사상이 신라천착에서 벗어나 좀 더 보편적인 신앙의 체계를 이뤄,구도자로서의일정한 자세를 정립하기에 이르름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머무는 대신 미당은 한걸음 더나가 한국인의 의식 저변에 깔려 있는 신화적 원형을 천착하고자 한다.그의 고향 ‘질마재’의 설화적 공간에서 아름답게 개화한 50대 미당의 상상력은 파격적 산문시집 ‘질마재 신화’(1975년)를 낳았다.이 땅의 여느 농촌과 다를 바없는 한 마을을,한국인의 신화가 살아 숨쉬는 마을로 불멸화한 이 시집은 마을에 떠도는 간통 소문,오줌발 소리,죽어 해일이 되어 돌아온이야기 등 온갖 설화와 풍문을 신화이기도 하고 실재 뉴스이기도 한것처럼 뒤섞여 펼쳐보인다. 가끔 방언과토속어의 빈번한 사용 등 미당의 시어가 시적으로 일탈해 있다는 지적이 있으나 자세히 살펴보면 의도적이고 의식적인 시적계산의 결과일 수 있다고 평론가 황현산은 주의를 환기시킨다. 미당의 여러 시(詩)외적인 행적은 분명 비판의 여지가 있다.미당의시가 고뇌나 갈등없이 쉽게 절대 영원이나 초월의 세계로 나아가며그래서 진실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들린다.일부 평론가는,미당의 시는김소월과 만해 한용운, 그리고 조지훈과 김수영에 필적할 수 없다고까지 말한다. 그러나 “미당이 없는 한국 현대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강조하는 평론가 이남호의 말에 한국시 독자 대부분은 공감할 것이다. 김재영기자 kjykjy@. *自畵像.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흙으로바람벽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 갑오년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외할아버지의 숱 많은 머리털과 그크다란 눈이 나를 닮었다 한다.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 찬란히 틔워오는 어느 아침에도 이마 우에 얹힌 시의 이슬에는 몇 방울의 피가 언제나 섞여 있어 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트린 병든 수캐만냥 헐떡거리며 나는 왔다. (1935년). *上歌手의 노래. 질마재 상가수의 노랫소리는 답답하면 열두 발 상무를 젓고, 따분하면 어깨에 고깔 쓴 중을 세우고, 또 상여면 상여머리에 뙤약볕 같은놋쇠 요령을 흔들며, 이승과 저승에 뻗쳤습니다. 그렇지만, 그 소리를 안하는 어느 아침에 보니까 상가수는 뒷간 똥오줌 항아리에서 똥오줌 거름을 옮겨 내고 있었는데요.왜, 거, 있지않아, 하늘의 별과 달도 언제나 잘 비치는 우리네 똥오줌 항아리,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지붕도 앗세 작파해버린 우리네 그 참 재미있는똥오줌 항아리, 거길 明鏡으로 해 망건 밑에 염발질을 열심히 하고서 있었습니다.망건 밑으로 흘러내린 머리털을 망건 속으로 보기좋게밀어넣어 올리는 쇠뿔 염발질을 점잔하게 하고 있어요. 明鏡도 이만큼은 특별나고 기름져서 이승 저승에 두루 무성하던 그노랫소리는 나온 것 아닐까요? (1972년). * 미당 선생 연보. ■1915년 전북 고창 출생□29년 중앙고보 입학■35년 동국대 전신인 중앙불교전문학교 입학□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김동리·오장환·이용희 등과 시전문지 ‘시인부락’동인 결성■41년 첫 시집 ‘화사집’출간□48년 제2시집 ‘귀촉도’출간■정부수립과 동시에 문교부 초대 예술과장□54년 예술원 초대·종신회원,서라벌예대 교수■61년 시집 ‘신라초’로 5·16문예상 본상 수상□72년 ‘서정주문학전집’(전5권) 출간■75년 시집 ‘질마재 신화’ 출간□77년 한국문인협회 이사장■82년 시집 ‘학이 울고 간 날들의 시’ 출간□83년 ‘미당 서정주 시전집’(전2권·91년 개정판)■97년 마지막 시집 ‘80 소년 떠돌이의 시’ 출간
  • [대한광장] 신바람 경제를 위하여

    2000년을 맞이하면서 Y2K 문제로 부산을 떨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벌써 2001년이 코앞에 다가왔다.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이 희망찬 것이면 좋겠으나 수치로 보는 경제지표뿐만 아니라 체감경기도 좋지 않아서 연말임에도 마음이 무겁다.주위를 돌아보면 IMF때보다 상황이 더좋지 않다는 소리가 많이 들린다.그동안 국내외 전문가들이 경제 회복의 처방을 여러가지 제시하였는데 자금 흐름의 투명성을 강조하는내용이 약방의 감초처럼 공통적으로 들어 있다.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동과 서의 문화적 이질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예로서 금전거래를들 수 있다.돈을 빌릴 때 서양에서는 친한 사이일수록 고마워하면서차용증을 써주는데 동양에서는 반대로 차용증을 써달라고 했다가는빌린 사람이 심한 모멸감을 느끼게 마련이어서 친구 관계가 깨지기십상이다.서양에서는 나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시키는 신의의 징표로서 차용증을 쓰는데 동양에서는 그렇게 요구하면 오히려 나를 못 믿을 사람으로 여긴다고 해석하는 것이다.한 꺼풀 더 벗기고 들어가면 한쪽은 사람은 믿을 수 없는 존재라고 보는데 다른 한 쪽은 믿음은 인간으로서 당연히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덕목으로 본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이러한 차이는 사회제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서양에서는 세세한내용을 모두 기록하기 때문에 계약서가 두툼하게 되기 일쑤이다.이러한 문화적 배경은 모든 것을 법에 의존하는 사회체제로 연결되었고그 결과 사회를 유지하는 데 법률가가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사람이란 유약하여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언약보다도 계약서라고 하는 제도적 장치에 의존하는 사회체제가 발전한 것이다. IMF이후 외국은행이나 기업들이 우리에게 요구한 것들 중에서 가장강조된 것이 기업 관행을 투명하게 하는 것이었다.회계 처리를 분명하게 하고 경영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등의 것들을 말하는데 이것은우리를 더 이상 믿을 수 없다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한마디로 우리의 도덕지수가 예전과 달리 땅에 떨어질대로 떨어져 사회체제가 엉망이 되었으니 서양방식의 제도의존형으로바꾸라는 것이다.대통령이 직접 수천억씩 챙기는 일을 그들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서양과 같은 제도의존형은 최소한의 투명성을 보장한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경직성이라는 제도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규격을 적용하듯이 일률적으로 사회체제를 운용하므로 사람들이평준화되며 결과적으로 사회 발전도 평균적인 수준 이상을 기대하기어렵다.제도에 사람이 종속되므로 자발적인 동기 부여가 쉽지 않고사회 구성원들간의 근원적인 신뢰 및 유대관계를 구축하기가 용이하지 않다.쉽게 말한다면 모여 살 수는 있어도 정을 나누면서 믿고 살기는 어려운 것이다. 신의에 바탕을 둔 사회체제는 이와 달리 타율이 아니라 자율에 의해 움직이는 체제이기 때문에 유연성이 뛰어나며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가 있다.제대로만 작동한다면 그 체제에서 뿜어내는 힘은 가공할 정도의 위력을 지니게 되며 사람들을 활력에 차게 만든다.그러나 이러한 체제가 잘 작동하려면 고도의 도덕적 소양을 바탕으로 하는 신뢰관계가 필수적이다. 이제 어떻게 하면 난국을 극복할 것인가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부족하였던 제도적 요소를 보강하면서 도덕지수를 회복하여신바람 나게 일하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은없을 것이다. 새해에는 부디 우리 모두 어려워도 왜 사는가를 곱씹으면서 제도에의한 타율과 신의를 중시하는 자율이 적절히 조화된 사회체제를 이끌어 내어 신바람의 문화가 활짝 피어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렇게 된다면 새로운 경제 모델을 창출하는 일이 어찌 꿈에 그치겠는가. 방 건 웅 한국표준연구원 책임연구원
  • 신간 맛보기

    ◆새 근원수필/조선미술대요(김용준 지음,열화당 펴냄) 화가이자 미술사학자,미술평론가인 근원(近園)김용준(1904∼67)의 문화예술론이집약된 글모음집.5권으로 기획된 ‘김용준 전집’중 먼저 1·2권이나왔다. ‘새 근원수필’에는 1948년 출판된 ‘근원수필’에 수록된 글들을비롯,근원의 첫 수필인 ‘서울사람 시골사람’,월북 몇달 전인 50년발표된 ‘십삼급(級)기인(碁人)산필(散筆)’등 53편의 글이 실렸다. ‘조선미술대요’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국권상실기 조선미술에 이르기까지 우리 미술의 아름다움을 비교미술사학의 관점에서 기술한 인문교양서다.각권 1만5,000원◆미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임길진 등 13명 지음,백의 펴냄) 굴절된한미관계사와 미국에 대한 한국의 종속현상을 분석. 1부는 한미관계사와 한국의 미국적 가치를,2부는 우리 교육을 둘러싼미국주의를 다뤘다.제너럴 셔먼호 사건과 관련,미국의 침략행위를 은폐하는 등 미국 찬양과 반공주의의 논리가 횡행하는 고등학교 교과서내용을 비판했다.3부는 일본과 북한,러시아의 미국관,또 미국의 일본관을 짚었다.4부는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배경을 주제로 전문가 좌담을 실었다.미국에 대해 균형잡힌 시각을 갖게 해준다.1만3,000원◆미녀와 야수,그리고 인간(김용석 지음,푸른숲 펴냄) 미국 디즈니의애니메이션(저자는 만화영화가 아니라 魂畵·얼그림이라고 표현)작품4편을 철학적으로 분석.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의 마법을 푸는 통상적 스토리와 달리,마법에 걸린 왕자 스스로가 사랑을 배우고 실행해서 여자의 사랑을 받아야 마법이 풀리도록 돼있는 ‘미녀와 야수’의 차별성을 진단. 여주인공의 머리색깔 등 세세한 부분까지도 관찰.‘자유와 진리’를주제로 한 ‘알라딘’,햄릿과 유사하다는 ‘라이언 킹’,원작을 해피엔딩으로 수정한 ‘인어공주’도 다양한 각도로 해부.기술은 세계 최고수준이면서 컨텐츠가 부족한 한국 애니메이션산업이 참고할 만 하다.1만5,000원◆차라리 아이를 굶겨라(다음을 지키는 엄마 모임 지음,시공사 펴냄)제목이 너무 도발적이다 싶다가도 페이지를 넘길수록 정말 그렇게라도 해야 할듯한 위기감에휩싸이게 하는 책.‘…엄마 모임’은 경실련 환경개발센터에서 떨어져나온 ‘환경정의시민연대’의 주부 모임. 아이들 안전한 먹거리를 찾아헤매다 거꾸로 식탁오염이 얼마나 치명적인지만 확인했다.책은 이들이 울리는 절박한 사이렌.라면,냉동식품은 물론 믿고 먹던 우유 콩 생선 등도 식품첨가물에 환경호르몬 범벅이라는 주장.믿고싶지 않은 현실에 넋두리만 늘어놓는게 아니라 이모저모 대안을 챙겨본 점이 돋보인다.8,500원
  • “수상쩍은 메일 바로 지워라”

    컴퓨터 바이러스를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아무리 주의해도 유행성 독감의 위험에서 완전히 비껴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하지만 조심하면 99%까지 예방할 수 있다.감염피해도 최소화할수 있다. ■최신 백신 프로그램 설치 안철수연구소(www.ahnlab.com)의 ‘V3’,하우리(www.hauri.com)의 ‘바이로봇’,시만텍(www.symantec.co.kr)의 ‘노턴안티바이러스’ 등 백신 소프트웨어를 PC에 설치하는 것은기본.하지만 백신은 이미 세상에 알려진 바이러스를 토대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미확인 바이러스는 제대로 점검할 수 없다.11월에 나온 백신으로 12월에 나온 바이러스를 진단·치료할 수 없다.수시로 최신백신으로 바꿔주어야 한다.대부분 백신프로그램은 자동으로 최신판으로 업그레이드 해주는 ‘스마트 업데이트’기능을 갖고 있다.백신 프로그램이 항상 시스템과 인터넷을 감시하도록 설정해 두는 게 좋다. ■수상쩍은 e-메일 삭제 텍스트(확장자 txt)나 ?글(hwp),워드(doc),엑셀(xls),파워포인트(.ppt)처럼 흔히 쓰는 형식이 아닌 파일이 e-메일에 첨부돼 있으면 바로 지워야 한다.확장자가 vbs(비주얼 베이직스크립트)인 것은 대부분 바이러스다.e-메일 바이러스는 대개 아웃룩,아웃룩익스프레스 및 넷스케이프 메신저 등 메일 프로그램 주소록에등록된 사람에게 무차별로 메일을 보내기 때문에 아무리 친한 사람으로부터 온 것이어도 100% 믿으면 안된다.수상쩍은 파일은 우선 지워버린뒤 발송자에게 전화로 묻는 것도 방법이다.e-메일이나 제목·발신자 등이 불분명하거나 아예 없는 e-메일은 바로 삭제해야 한다. 이런 e-메일을 지울 때에는 메일 프로그램에서 시프트(Shift)키를 누른채 삭제(Delete)키를 누르는 게 좋다.지운편지함으로 가지 않고 영구 삭제된다. ■처음보는 프로그램은 일단 의심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이 많은 불법복제 소프트웨어를 쓰지 말아야 한다.인터넷이나 PC통신에서 셰어웨어나 공개 소프트웨어를 받을 때에도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거나등록된 지 1주일 이상 지난 것인지 확인해봐야 한다. 물론 어느 경우든 미리 백신으로 체크하는 것은 필수.또 플로피디스크는 바이러스의‘온상’이기 쉽다. 권석철(權錫哲·30) 하우리 사장은 “감기가 유행할 때 조심하는 것처럼 최신 바이러스 정보와 동향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면서 “특히 청소년이나 주부 인터넷 교실 등에서도 정보를 스스로 지킬 수 있는 마인드와 능력을 키워주는 보안교육을 체계적으로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
  • 주목받는 재미있는 소설 두권

    실생활에서와 마찬가지로 문학에서 웃음은 귀하다.폭소든 미소든 독자를 웃게 하는 소설은,웃음하곤 언제나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현실을 솜씨있게 변형해야 한다.현실을 왜곡하지 않으면서 문학적 웃음을 선사하는 두 권의 소설이 주목된다. 성석제의 장편 ‘순정’(문학동네)은 도둑을 주인공으로 한다.희한하게 ‘밝고 순정적인’도둑을 ‘낙천적인’풍자의 눈으로 이야기한다. 현실에서 상습 절도범이 밝고 낙천적인 이야기거리를 가질 리 없는데,성석제는 도둑의 삶과 주변을 살작살짝 재미있는 형태로 구부린 뒤이를 악의없는 냉소를 지을 때 비틀어지는 입술만큼이나 비틀린 문체로 그려낸다.현실에서 변형된 인물이므로 정공법에서 벗어난 문체가동원될 수 밖에 없다.1960년생인 성석제는,지난 십년간 여성적 내면서술에 파묻혀 사라져버렸다고 요새 비평가들마다 아우성인 이야기-서사에 탁월한 솜씨를 보여왔다. ‘순정’의 이야기는 크게 두 줄기이다.도둑으로 커가는 주인공의 성장과정과 어린 시절 여자친구에 대한 영원한 애모가 뒤엉키다가 끝에가서합류한다. 살짝 비켜서서 현실을 보는 이 소설에서 도둑이란 직업은 어두컴컴한 환경과 행위의 표상이 아니라 밝지 않은 현실을 웃음기있게 풍자할 수 있는 소설적 가상의 위치라고 할 수 있다.장애자를 돕기 위해 고급요정에 나가는 여자친구에게 더 큰 성적 일탈을 못하도록 도둑질한다는 애모의 스토리 또한 현실적이라기 보다는 비유적이다. 성석제는 한 젊은이의 문제있는 태생,성장환경,직업,사회활동 그리고사랑을 웃음이 나오도록 재미있게 서술한다.많은 독자들은 “그의 폭소는 삶의 근원적 비애를 환기시킨다는 점에서 문학적”이라는 전문가의 평을 수긍할 것이다. 위기철의 ‘고슴도치’(청년사)도 독자를 웃음짓게 만드는 소설이다. 성석제의 소설보다 웃음을 만들어내는 문학적 기제가 미약하긴 하지만 위기철의 문학적 웃음도 억지가 아닌 진정함을 담고 있다.위기철은 웃음하고 거리가 먼 대부분의 현실을 소설에서 생략하고 잔잔한미소를 유발할 수 있는 좁은 골목길을 뚫어낸다. 요새 사람답지 않게 순진하나 사회적으로는 가시를 곤두세운 고슴도치처럼 방어적인 한 남자와 세상을 밝게만 보고 이것을 매력적인 수다로 표출하는 여자가 맺어지는 이야기다.남녀 주인공의 대립적인 성격이 소설의 원천인데 이 대립을 만화적으로 강조하고 있음을 독자는눈치챈다. 그러면서도 이 문학적 강조로 만들어지는 웃음을 거부감없이 받아들이게 된다.거기에 삶에 대한 작가의 성찰 또한 만만찮다. 김재영기자 kjy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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