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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사회를 받쳐주는 기둥 ‘善의지’/이종수 연세대 행정학 교수

    유영철에 의해 끔찍하게 살해된 희생자의 수는 스물한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지난달 18일 일요일 오후 이 끔찍한 사건을 속보로 처음 접했을 때,하루종일 우울하게 보내야 했다.어떻게 인간이 인간을 이토록 잔인하게 살해할 수 있는가? 무고한 생명을 해치는 것으로도 부족해 시신을 훼손하고,또 연쇄적으로 동일한 범죄를 반복하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으니! 인명훼손의 잔혹성에도 면역이 되는지,모두들 예상보다 빨리 평온을 되찾는 듯하다. 유영철이 기자들에게 했다는 말은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다 죽이고 나도 죽으려 했다.”고 한다.1991년 10월 여의도에서 차를 몰고 사람들에게 돌진해 20여명을 사상시킨 젊은이도 비슷한 말을 했다.시력이 나빠 취업에 차별을 당하던 그는 경찰에서 “다 죽여버리고,나도 사형선고를 받아 죽으려 했다.”고 말했다.작년 2월 대구 지하철 참사를 일으킨 사람도 마찬가지였다.뇌졸중으로 고통을 받던 그는 “사람들 있는 데 가서 같이 죽겠다.”며,지하철에 가 불을 질렀다.196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고,부상자 수도 147명에 달했다.원한,설움,소외감으로 가득찬 사람들이 사회적 보복심리에 저지른 범행들이다.극심한 소외감 때문에 사회적 보복을 자행하는 것이 선진국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니라,이제는 한국의 범죄원인도 선진국화되어가는 느낌이다. 이러한 사건들을 보며,필자는 도대체 이 사회를 받쳐주는 기둥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많은 사회과학자들은 지난 이십년 동안 이른바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을 숭배하여 왔다.신자유주의에 따르면,사회발전의 원동력은 인간의 이기심이고,그것을 승화시키는 객관적 요소는 경쟁이었으며,경쟁을 구체화하는 무대는 시장(市場)이었다.이러한 토대 위에서 나온 결론과 정책대안은 민영화,탈규제,자율화,경쟁체제 등이었다. 그러나,파괴적이고 흉악한 범죄들을 보노라면,이 사회를 받쳐주는 기둥은 다른 데서 찾아야 할 것 같다.칸트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받쳐주는 기둥은 이기심이 아니라 선의지(善意志)일 뿐이라고 말한다.이보다 훨씬 오래전 공자 역시 인간사를 받쳐주는 근원을 예(禮)와 치(恥)에서 찾았다.생각컨대,전 세계의 60억 인구 가운데 한 명의 악의(惡意)에 의해서도 온 인류는 멸절될 수 있으며,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기둥이 무너질 수 있는 것이다.소수의 적개심과 분노에 의해 자행된 미국의 9·11테러에서 7029명이 한꺼번에 사망 혹은 실종되었으며,세계경제가 곤두박질치고,전쟁의 개념 자체가 변하는 것을 우리는 목격한 바 있다. 1974년 토론토 대학의 애너톨 레퍼포트 교수는 사람의 행동방식 중 가장 효율적인 것은 협동,상호성,용서라고 지적한 바 있다.본인에게 더 유리하고 효율적인 길이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에 유익하니 협동하고 용서하라는 의미가 아니다.내용적으로 협동과 상호성,용서가 가장 효율적인 인간의 행동방식이라는 것이다. 1979년 수학자 로버트 액설로드는 컴퓨터 프로그램 경연대회를 개최한 적이 있다.14개의 팀이 참여하였는데,각 팀에 일정한 점수를 부여하고,서로 추가적인 점수를 많이 획득한 프로그램이 승리하도록 짜여진 경연대회였다.어떤 팀은 ‘무조건 점수를 빼앗고 상대를 갈아치우는’ 프로그램을,어떤 팀은 ‘상대가 적대적으로 나오면 그만두라고 경고한 후 벌을 가하는’ 프로그램을,어떤 팀은 ‘협동하는 척하다가 기습적 배신’을 하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참여하였다.프로그램 간 200회씩 서로 대결을 펼친 결과 협동과 상호성,용서를 내용으로 한 프로그램이 승리하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받쳐주는 기둥은 인간의 이기심이 아니라,선의지일 뿐임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협동과 상호성,그리고 인간에 대한 존중과 예의로 이루어진 기둥을 튼튼히 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밝은 미래가 보장되지 않을 것이다. 이종수 연세대 행정학 교수
  • [데스크 시각] 요산요수 서울/임태순 수도권 부장

    얼마전 홍제천 앞을 지나면서 뭔가 색다른 느낌을 받았다. 며칠간 내린 비가 그친 이날 아침 홍제천은 평소의 메말라 있던 모습과는 달리 물을 가득 안고 넉넉히 흐르고 있었다.장마 뒤끝이어서 끄물끄물한 하늘도 걷히고 날씨도 무덥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둑방에 나와 조깅을 하거나 산책을 하고 있었다. 여유있게 흘러가는 홍제천을 보는 순간 마음이 한결 넉넉해졌다.아 시냇물 하나로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 바뀔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옛날 일이 떠올랐다. 1980년대 후반 지방 중소도시를 취재하면서 경북 영천을 들렀다.당시 영천 시내를 가로지르는 금호강은 수량이 많지 않았다.강폭은 넓었지만 가운데로 물이 졸졸졸 흘러 빈약하기 그지없었다.상류에 댐이 생기면서 가둔 물을 포항쪽으로 흘려 보냈기 때문이다.마을주민들은 “강물이 메마르니 사람들의 마음도 덩달아 메말라 가는 것 같다.”면서 강에 물이 없는 것을 아쉬워했다. 서울에 하천은 모두 36개가 있다.그러나 그동안 서울의 하천은 죽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60,70년대 개발시대를 거치면서 한강은 오염되고 서울시민들의 물놀이 장소인 뚝섬은 사라져갔다.청계천 역시 오·폐수,악취로 중병을 앓다 아예 복개돼 버렸다.콘크리트로 지저분한 것을 뒤덮어버리니 보지 않아 좋고 복개된 곳에 도로를 세웠으니 일거양득이었던 셈이다.이후 다른 하천들도 복개하기에 바빴고,복개된 공간은 도로,주차장으로 이용됐다.그렇게 서울의 하천은 하나둘 자취를 감추고 그나마 있는 것들도 건천이 돼 냇가의 추억은 전설이 되고 말았다. 하천 복원의 계기가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청계천이다.지난해 청계천 복원공사 이후 일선 자치구들이 하천 되살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서울 송파구는 한강과 지하철에서 나오는 지하수를 끌어들여 건천인 성내천에 물이 흐르게 했다.물고기가 헤엄치고 어린 아이들이 개울가에서 멱을 감게 됐다. 얼마전 안양천에서는 민물게,가재가 발견됐다.수질개선 노력으로 물이 맑아졌기 때문이다.이러한 노력이 이어지면 서울의 냇가에서 천렵을 즐길 날도 멀지 않게 될 것이다. 서울시 이문희(李汶熙) 치수과장은 “하천이 복원돼 도로가 없어지니 동네가 조용해지고 게다가 맑은 물까지 흘러 집 근처에 정원이 생긴 느낌이라는 말을 주민들로부터 많이 듣는다.”면서 “서울 하천 종합복원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 유정희 의원은 집 근처의 도림천 살리기 운동에 매달리고 있다.도림천에서 영상제를 열어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그는 “물은 생명의 근원인 만큼 깨끗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아이들이 맑은 물에서 물장구를 치고 뛰놀면 정서적으로 안정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공자는 어진 사람은 산처럼 몸가짐이 무겁고 덕이 두터워 산을 좋아하고(仁者樂山) 슬기로운 사람은 막힘 없이 흐르는 물처럼 사리에 밝아 물을 즐긴다(智者樂水)고 했다. 서울은 북한산,관악산,도봉산 등 명산으로 둘러싸여 있다.이제 하천이 되살아나 막힘 없이 흐르는 물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게 되면 서울 사람들은 어짐에 슬기까지 갖추게 될 것이다. 요산요수(樂山樂水) 서울이다. 임태순 수도권 부장 stslim@seoul.co.kr
  • 노화랑 ‘이수동展’ 28일까지

    흰 구름이 떠 있는 푸른 하늘 아래 한 시인이 가지가 무성한 나무 꼭대기에 의자를 올려 놓고 앉아 있다.초승달 아래 눈이 소복이 쌓인 들판에 손톱만한 크기의 여자가 걸어가기도 한다.이수동(45)의 그림에는 이처럼 이야기가 있다.그의 서정적인 그림은 어렵거나 번잡스럽지 않아 마치 한눈에 들어오는 문장 같다. 관훈동 노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이수동전’(28일까지)에는 다양한 구성과 연출을 통해 이야기를 전해주는 색다른 작품들이 나와 있다.‘시인의 의자’‘꿈’‘꽃피는 아랫마을’‘겨울사랑’‘만화방창(萬花方暢)’ 등 20여점.남자와 여자,구름과 하늘,바다와 호수 등을 소재로 삼아 인간의 가장 보편적이고 근원적인 감정인 연애와 사랑,삶의 고독과 스산함,이별과 소멸을 말한다.단순한 형상과 비어 있는 공간연출,일러스트레이션에 가까운 도상과 캐릭터 등이 그의 그림의 특징이다.(02)732-3558.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공공감사법 개정 진통

    정부가 지방분권에 맞춰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감사원과 행정자치부 등 외부 감사를 줄이고,대신 내부 감사기능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안’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늦어도 오는 9월 정기국회를 거쳐 내년부터 시행할 방침이지만,중앙정부와 지자체,지방의회의 의견이 엇갈려 진통을 겪고 있다. ●9월 정기국회 거쳐 내년부터 시행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혁신위)는 19일 “자치단체 내부의 감사기능을 강화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안’을 4대 지방자치 관련 법인체와 중앙부처의 의견을 수렴해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라면서 “주요 내용은 자치단체 내부의 감사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혁신위는 이에 따라 우선 상급기관의 중복감사 문제를 근원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현재 감사원,행정자치부 등 중앙부처가 지자체에 대해 시행하는 감사를 최대한 줄이는 것을 담은 ‘단일감사원칙’을 명문화할 예정이다.감사원은 정책·사업평가에 주력하고,대신 행자부는 시·도를,시·도는 시·군·구를 감사하는 위임감사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감사와 유사한 외부 기관의 활동에 따른 지자체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중앙부처 및 상급단체에서 자치단체를 지도·감독할 때 현장 방문을 금지토록 했다.현장 방문이 불가피할 경우,해당기관의 감사책임자와 협의를 거쳐 시행하고,행자부에도 통보토록 했다. 대신 각 기관 감사책임자의 인사상 독립을 강화해 내부 자체 감사의 기능을 확대토록 할 방침이다.가급적 내부 감사를 하게 하되,특별한 경우에만 외부에서 감사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감사책임자를 개방형으로 선발하고,지방의회의 동의를 얻어 단체장이 임명토록 할 예정이다.감사책임자는 연 1회 감사결과를 의회에 보고해야 하고,의회도 특정사안에 대해 감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기관간 의견 엇갈려 입법 난항 혁신위의 입법안에 대해 시·도지사협의회,시·도의장협의회,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자치구의회의장회 등 기관마다 의견이 엇갈린다.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기초자치단체다.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참여정부의 지방분권정책이 가시적인 성과를 본 뒤에 법을 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시행시기를 유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광역 시·도가 시·군·구를 감사토록 하는 ‘위임감사제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한다.자체 감사를 강화하면 외부감사가 필요없다며 외부감사의 완전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광역자치단체는 행자부가 시·도를,시·도가 시·군·구를 감사하는 것에 대해 사실상 인정을 하면서도 주관적인 판단에 따른 특별감사제도와 중복감사 방지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광역·기초의회는 권한이 많이 늘어나 집행부보다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기고] 新·재생 에너지 개발에 힘 모아야/김영철 한국중부발전㈜ 사장

    누구나 알고 있듯이 현대 산업의 눈부신 발전은 석탄·석유 등과 같은 재생 불가능한 에너지원의 사용이 그 밑바탕에 자리잡고 있으며,산업이 고도화할수록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심해져 왔다.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화석연료의 유한성에 대한 갖가지 경고가 등장하고,실제로 유한 자원의 고갈현상이 심각하게 대두됨에 따라 우리 역시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세계 10대 교역국이자 에너지 소비국인 우리나라는 최근 에너지 가격급등,국내 에너지원 고갈 등으로 에너지 관리체계에 적신호가 발생했다.더구나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기후변화협약 등 국제 환경협약 가입국으로서 환경보전 및 에너지 소비량 절감에 대한 압력이 증가할 것이며,향후 우리 산업·경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예상된다. 이렇게 급박하게 전개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 92년부터 에너지 이용에 따른 효율 향상을 위해 에너지 절약 기술개발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2006년에는 최종 에너지 사용량의 10%인 2000만 탄소t을 절감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기술 향상만으로는 화석연료의 급격한 고갈을 대체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더욱 근원적이고 지속적인 에너지 개발 대책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그 가운데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타당한 방안이 바로 풍력·조력·태양열·수소·바이오·연료전지 등과 같은 지속 가능한 신·재생 에너지의 적극적인 개발이다. 2003년도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에 따르면 수력을 포함한 주요 선진국의 신·재생 에너지 공급 비중은 덴마크 10.4%,프랑스 7.0%,미국 4.3%,일본 3.0%로 우리나라의 1.9%에 비하여 매우 높은 수준이다.미국은 ‘수소연료 주도정책(Hydrogen Fuel Initiative)’을 통해 향후 5년간 17억달러의 투자 계획을 수립함으로써 미래 에너지원 개발의 선두주자로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신·재생 에너지 분야 기술개발 투자는 아직까지 미국의 2%,일본의 3.5% 수준으로 미미하다.하지만 우리 정부도 2011년까지 총 1차 에너지 소비량 중 5%,총 전력생산량 중 7%를 신·재생 에너지로 공급하고 현재의 기술 수준을 선진국 대비 70∼90% 정도로 육성한다는 개발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현재 우리의 기술력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할 때 상당한 격차가 있지만 용융탄산염형 연료전지의 경우 세계 3위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따라서 차세대 산업으로 중점 육성할 수 있는 분야의 경쟁력을 키운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모든 산업발전의 바탕이 되는 에너지원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는 미래의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그러므로 우리는 소비자의 에너지 절약에 대한 관심과 생산자의 기술향상에 의한 에너지 효율성 제고 노력을 지속함은 물론 미래를 이끌어 나갈 새로운 에너지 개발에 역량을 집중시켜야 할 것이다. 김영철 한국중부발전㈜ 사장˝
  • [출판계 이슈 따라잡기] 갈길 먼 도서유통 선진화

    ‘북센의 이마트와의 모든 거래 청산과 완전 도서정가제의 완벽한 실현을 위해 끝까지 투쟁한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소속 100여 서점 대표들은 15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 모여 ‘도서유통 개선을 위한 전국서점인 대회’를 열고 이렇게 결의했다. 북센은 국내 최대 단행본 유통회사로 연간매출액은 800억원 규모다.6월29일에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물류창고를 준공했다.북센은 이마트의 전국 25개 지점에 책을 공급하다가 5월 24일에 도산한 대덕문구 대역을 자임하고 나섰다.대덕문구가 작년에 이마트에 공급한 물량은 275억원 규모다.이 사실이 알려지자 중소형 서점이 일제히 반발했고 결국 결의를 하기까지 이르렀다. 표면적으로는 중소형 서점과 북센의 대결이지만 문제는 더욱 근원적이다.2000년대에 들어 온라인서점이 출현하면서 도서정가제가 실질적으로 붕괴되다시피 하자 2002년 2월 27일에 미봉책인 변형도서정가제가 도입되었다.출간하고 1년이 지나지 않은 신간은 온라인서점에서 정가의 10%를 할인 판매할 수 있지만 오프라인서점은 정가대로 팔게 된 것이다.물론 출간하고 1년이 지난 도서는 할인에 제한이 없다. 시행 초기의 눈치 보기가 끝나자 곧 온라인서점,대형할인점,홈쇼핑 등은 마일리지나 경품을 통하여 무차별적인 할인공세를 폈다.이마트 25개 매장의 연간 매출액이 275억원에 이를 만큼 할인시장의 규모는 엄청나게 커졌다.할인시장에 대한 통제는 이미 불가능할 정도다.따라서 중소형 서점으로서 완전 도서정가제 도입 시행은 극단의 해법인 셈.하지만 많은 출판사는 할인경쟁을 대세로 여기고 있어 15일 대회에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현재 책값 결정권은 출판사에 있다.출판사는 책값을 올리고 할인폭을 적절히 운용하여 매출 확대를 꾀할 수 있다.할인업체들은 출판사의 이런 권한(?)과 담합해 베스트셀러를 중심으로 저가매입을 통한 ‘대한민국 최저가경쟁’을 일삼았다. 하지만 중소형 서점은 이런 제도에서 철저히 소외돼 있다.결정된 마진 외에는 이익 창출의 길이 꽉 막힌 셈.경영합리화 방법은 급료와 임대료를 낮추는 것뿐.학습참고서 등이 잘 팔릴 때는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지만 경기가 나빠지고부터는 충격을 흡수할 완충지대가 사라졌다.15일 대회에서 대안 도매상을 따로 세워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은 벼랑 끝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으로 볼 수 있다.상황이 이렇게 악화되고 막바지로 치닫고 있음에도 관계 당국은 거의 손을 놓고 있다. 이대로 가면? 바람 앞의 촛불 같은 중소형 서점은 대부분 사라지고,할인업체를 통한 소수의 베스트셀러만 판치면서 출판 불황은 심화되고,가격결정권으로 위세를 부리고 있는 대부분의 출판사도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결국 최대 피해자는 독자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
  • 중국인해커 1명 확인

    국회와 국방연구원,원자력연구소 등 우리나라 주요 국가기관을 해킹한 해커 중 1명이 중국인으로 확인됐다.또 국가기관 외에도 국내 기업체들도 이들에게 해킹당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정부 관계자가 14일 밝혀 해킹파문이 확산되고 있다.국가정보원은 이에 따라 사이버 테러 ‘경고’ 경보를 발령했다.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이날 “해커들 가운데 한국어를 사용하는 해커의 중국 이름과 학교,나이,거주지역 등 구체적인 신원을 확인했다.”면서 “이 중국인의 기본적인 신원 외에도 수년간 외국어학교에서 한국어 교육을 받았다는 점과 다른 해커집단과 연계해 함께 움직인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인의 구체적인 신원은 밝히지 않았다.또 다른 해커들의 인원 수나 신원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경찰청 관계자는 “초기수사에서 북한의 해킹부대 등도 의심됐지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확인됐다.”면서 “한글맞춤법이나 단어,어법 등이 어색한 점 등에서 한국어에 능통한 사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국가정보원과 경찰청은 IP 추적과 해킹 원격프로그램을 역추적한 결과 중국 모처의 PC가 최초 공격의 근원지로 밝혀졌으며 해킹과정에는 10대 이상의 컴퓨터가 수시로 번갈아가며 사용됐다고 밝혔다. 또 해킹에 사용된 IP도 유사한 대역대로 나타나 중국내 같은 지역에서 해킹공격이 있었다는 점을 시사했다.정부 관계자는 “공격이 상당히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이뤄졌다는 점에서 개인이 아닌 일정 규모 조직의 소행”이라고 밝혔다.그는 “수사 진행과정에서 이들 해킹조직이 한국의 전체 인터넷 네트워크를 흔들 수 있는 초고수급 집단으로 보인다.”며 “현재 알려지지 않았을 뿐 국가기관 외에도 국내 민간업체 역시 뚫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지난달 비슷한 해킹 피해를 당한 타이완을 방문해 공조 수사를 펼치는 한편 인터폴과도 연계 수사를 벌일 계획이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 [열린세상] 문명의 충돌과 공존/도중만 목원대 역사학 교수

    문명의 충돌과 공존에 관한 담론은 이미 21세기의 최대 화두로 굳어졌다.이 화두는 지난 세기를 마감하면서 등장했다.사실 금세기의 문턱에서 이라크 사태가 터지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이다.그랬다면,이 화두는 그저 헌팅턴 대 뮐러 간에 벌어졌던 일대 논쟁으로 끝났을지도 모른다.불행하게도 역사는 반대로 흘러갔다.9·11사건이 터진 것이다.미국은 보복조치로 이라크를 침공했다.이때까지만 해도 문명에 관한 담론은 아직 우리에게 국제적인 톱뉴스를 이해하는 패러다임에 불과했다.하지만 이라크 파병을 강요당하고 고 김선일씨가 무고하게 희생된 현실 앞에서,문명의 충돌과 공존에 관한 화두는 이제 우리에게도 뜨거운 감자일 수밖에 없다. 현실과 역사는 손등과 손바닥의 관계처럼 밀접하다.역사는 현실문제의 해결방향을 제시하고,현실 또한 그 역사의 의미를 새로이 되새겨 보게 해주기 때문이다.중국사에는 농경문화권의 한족과 유목문화권의 이민족이 만리장성을 사이에 두고 충돌에서 공존으로 나아갔던 장면이 선명히 남아있다.이 역사적인 장면은 우리의 눈앞에 진행중인 이라크 사태의 해결방안을 근본부터 다시 재고하도록 이끌어 준다. 만리장성은 한족과 유목민족 사이의 ‘피에 젖은 경계선’이었다.그것은 또한 농경문화와 유목문화를 가르는 문명권의 철벽과 같은 존재이기도 했다.상고시대부터 유목민족은 농경민인 한족을 끊임없이 침범하고 약탈하였다.한족에게 유목민족은 공포 그 자체였다.그것은 무소불위의 진시황제에게도 마찬가지였다.그가 만리장성을 축조한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이어서 한 무제도 유목민족을 악의 근원으로 판단했다.그는 전 국력을 기울여 유목민족을 공격했다.그러나 시황제의 만리장성도 무제의 수 차례의 파병도 모두 실패하고 만다.이것은 유목민족과 그 문화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선택의 결과였다.이해 없이 공존의 길은 결코 모색될 수 없었다.아니 도리어 양측의 무고한 젊은이들만이 무수히 희생되고 말았다.지금도 만리장성은 수많은 백성의 한(恨)으로 쌓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존의 길은 강자가 약자의 처지를 깊이 이해하고 만리장성의 문을 여는 순간 다가왔다.유목민이 한족을 침범하고 약탈할 수밖에 없었던 데에는 피치 못할 이유가 있었다.그들은 근본적으로 자급자족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농경민인 한족에게 침범과 약탈이었던 것이 유목민에게는 유일한 생존의 방법이었던 셈이다.한족이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자 문제해결은 비교적 간단했다. 한족이 유목민에게 자급자족의 부족 분을 제공하면 평화공존의 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만리장성을 열고 국제무역장을 개설하면 그만이었다.그 결과 관시(關市) 제도가 생겨나게 되었다.이렇듯이 문명권 사이에 평화공존의 길은 강자가 약자를 이해하는 토대 위에 열릴 수 있었던 것이다. 고 김선일씨의 피살은 우리에게 경악과 분노를 가져왔다.파병 반대를 외쳤던 많은 이가 찬성론자로 돌아섰다.정부도 ‘테러 단호 대처’란 기본 방침을 결정하였다.미국의 강경론자들을 따라 이슬람문명권과 우리 사이에 진시황제처럼 만리장성을 쌓겠다는 것이다.한무제처럼 군대를 파병해 악의 근원을 제거하겠다는 얘기다.여기에 공존은 있을 수 없다.오직 충돌의 법칙만이 더욱 난무하게 될 뿐이다.충돌의 법칙이 난무하는 세상에서는 상대방을 이해하는 길은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버린다.우리의 통찰력도 발휘될 수 없다.그 결과가 다시 더 큰 재난을 초래할 것이라는 사실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제 우리는 경악과 분노의 와중에서도 통찰력을 되찾아야 한다.이성을 회복해야 한다.하루빨리 충돌의 법칙을 파기하고 공존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강자인 미국의 강경책에 휘말려 들어가서는 안 된다.이슬람문명권의 입장에서 약자인 그들의 처지를 근본적으로 이해하도록 노력해야만 한다.공존의 원칙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이것이 끝까지 “살고싶다.”고 울부짖던 고 김선일씨의 희생과 지나간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숭고한 메시지가 아닐까. 그렇다면 바로 지금 우리는 그 메시지에 따라 충돌에서 공존으로 나아가야만 될 중요한 길목에 서있는 셈이다. 도중만 목원대 역사학 교수 ˝
  • [논술비타민] 결론쓰기-역전패를 안 당하려면…

    제시문(가) 인간은 새로운 우주론 덕택에 무지의 암흑에서 진리의 찬란한 빛으로 진보했다.우주의 진정한 체계가 발견됨에 따라,인간은 마침내 자신이 우주 내의 어느 곳에 서있는지 알게 되었다.태양이 지구를 대신하여 행성체계의 중심에 들어선 것과 마찬가지로,과학 역시 신학을 물리치고 인간의 지식체계의 중심을 차지했다.이제 인간의 정신이 진정한 빛의 근원을 탐구하게 되면서,진리를 향한 끝없는 도약이 미래를 가득 채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현대 우주론의 엄청난 성과에도 불구하고,서구는 철저한 물리주의의 길을 따라 내려오는 동안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중요한 것을 또한 잃어버렸다.현대 우주론이 성공을 거두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공간의 동질화로 인해 영혼 또는 정신의 공간이 우리의 세계관에서 추방되어 버린 것이다.동질적인 공간은 오직 한 종류의 실재만을 수용할 수 있었다.즉 과학적 세계관에서는 물질의 물리적 실재만이 존재했다.중세 우주론에서 육체와 영혼은 공간이 비동질적이라는 믿음 때문에 공존할 수 있었다.반면에 근대의 우주론 자들은 지구 공간과 천체 공간의 중세적 구분을 폐기함으로써 실재를 고전적인 육체-영혼 이항체계의 절반으로 축소시켰다.게다가 물질 공간이 무한으로까지 일단 확장되어버린 다음에는,어떠한 형태로든 영혼 공간이 들어설 수 있는 자리는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좀더 적나라하게 말해서,근대 우주론의 무한 공간에는 ‘영혼’이니 ‘정신’이니 하는 것들이 존재할 장소가 전혀 없었다.중세의 우주에서 영혼의 장소는 항상 ‘너머’였다.중세에는 우주가 유한하다고 믿었으므로,적어도 비유적으로라도 물질세계의 바깥에 영혼의 자리가 충분히 남아 있다고 상상할 수 있었다.그러나 물질의 세계가 무한한데 영혼의 세계가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물질세계의 한계가 없어짐으로써 기독교적인 영혼의 세계는 우주로부터 삭제되었다.이러한 삭제는 서구를 정신적 위기에 빠뜨렸으며,우리는 그 여파 때문에 아직도 고통을 겪고 있다. 제시문(나)사이버공간은 빅뱅에 견줄 만한 기하급수적인 힘으로 현재 우리 눈앞에서 폭발하고 있다.우주론자들은 우주의 물질 공간이 약 150억 년 전에 무에서 폭발하여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하는데,사이버공간도 역시 무에서 시작되었다.현재 우리는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공간,새로운 영역의 탄생을 목격하고 있다.서로 연결된 전 지구적 컴퓨터 네트워크 공간은 이전과 다른 영역으로 팽창하고 있다.물질공간처럼,이 새로운 사이버공간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면서,끊임없이 팽창하고 있다.매일 수천 개에 달하는 새로운 노드 혹은 ‘사이트’들이 인터넷과 관련 네트워크에 추가되고 있으며,이러한 새 노드를 통해서 사이버공간의 전체 영역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모든 사이트들은 동시에 여러 ‘방향’으로 가지를 뻗어 나가는 웹의 복잡한 미로 안에서 서로 연결된다.1998년 중반 현재,정기적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의 수는 1억 명에 이르고 있다.그리고 다음 10년 동안에는 10억 명에 근접할 것으로 추정된다.이미 3억 페이지가 등록되어 있는 월드와이드웹은 최근 들어 하루에 백만 페이지씩 성장하고 있다.무에서 시작한 지 약 30년 만에 사이버공간은 인간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영토’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매우 중대한 의미에서 새로운 디지털 공간은 물리학이 탐구해온 공간 ‘너머’에 있다.왜냐하면 사이버 세계는 물질의 소립자나 힘이 아니라 비트와 바이트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데이터 패킷은 사이버공간의 존재론적 토대이며,전 지구적 현상이 ‘출현하는’ 근원이 된다.사이버공간은 물질의 소립자나 에너지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좀더 명확하게 말해서,그것은 한마디로 혁명적인 공간이다.사이버공간은 존재론적으로 물리적 현상에 근거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물리학 법칙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그러한 법칙의 한계에 의해 제한되지도 않는다. 우리는 이러한 발전의 중요성을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어떤 의미에서 실리콘 칩은 우리를 형이상학적 통로로 이끈다.한 웹사이트에서 다른 웹사이트로 여행하는 나의 ‘운동’은 어떠한 역학 방정식으로도 설명될 수 없고,내가 활동하는 온라인 공간은 어떠한 물리적 미터법으로도 측정할 수 없다.여기에서 ‘공간’의 개념 자체는 지금까지 거의 이해된 바 없는 새로운 의미를 띠게 된다.역설적이게도,사이버공간은 물리학적 과학기술의 부산물이다.실리콘 칩,광섬유,액정화면,원격통신위성,심지어는 인터넷에 동력을 공급하는 전기까지,이 모두가 과학의 부산물이다.하지만 사이버공간이 물리학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그것은 순전히 물리주의적인 실재관에 얽매이지는 않는다. 소위 ‘과학의 시대’에 우리들은 철저히 물리적인 공간의 개념에 길들여져서,사이버공간을 진정한 ‘공간’으로 받아들이는 데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그러나 내가 사이버공간에 ‘들어갔을 때’,나의 몸은 의자에 편하게 앉아 있지만,‘나’는 자체적인 논리와 지형을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세계로 송신된다.분명히 그것은 내가 물질세계에서 경험하는 그 어떤 것과도 다른 종류의 지형이지만,그것이 물질적이지 않다고 해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즉,어떤 것이 물질적이지 않다고 해서 그것이 실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물질성의 결여에도 불구하고,사이버공간은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이다.나는 거기에 있다.우리는 사이버공간을 순전히 물리주의적인 세계상에서 거부당한 인간의 비물질적 측면을 부분적으로나마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사이버공간은 정신을 위한,특히 상상력을 위한,새로운 영역이 되었다. (가)와 (나)의 지문(지난 6일자와 동일)을 읽고 사이버세계의 유용성에 관한 글쓴이의 입장을 정리한 후,이에 대해 가능한 반론을 제시해 보시오.(이화여자대학교 2004학년도 논술 모의시험 문제) 1.사오정 고민하다 삼장 선생이 사오정과 저팔계의 답안을 살펴보는 동안 둘은 소곤거리며 잡담을 했다.“사오정 너 눈이 왜 그렇게 충혈됐니?”“응.‘EURO 2004’ 보느라 잠을 못 자서 그래.”“너 정말 축구 좋아하는구나.그게 그렇게 재미있니?”저팔계는 혀를 내둘렀다.“그럼.잘하는 팀들의 경기여서 정말 볼만해.지난 영국과 프랑스 경기는 완전히 한 편의 드라마였어.월드컵 때 한국과 이탈리아의 경기 같았어.”사오정은 당시의 감동이 되살아나는듯 목소리를 높였다. “영국과 프랑스 전이 그렇게 재미있었느냐?”삼장 선쟁이 갑자기 끼어들었다.“그럼요.영국이 시종일관 리드하고 있었는데,프랑스가 후반 거의 끝나갈 무렵에 두 골을 넣어 역전승을 거뒀거든요.”삼장 선생은 껄껄 웃으시더니 “너는 영국과 프랑스 중 어느 편이 되고 싶으냐?”라며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네?무슨 말씀이신지….당연히 프랑스가 이겼으니 프랑스처럼 되고 싶죠.”“그런데 네 답안은 프랑스가 아니라 영국이 되고 말았구나.답안의 문제점을 분석해 보렴.” 2.저팔계 도움말주다 ‘논술 답안지가 영국이라고? 무슨 소리지?’저팔계와 사오정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서론,본론,결론 대충 제대로 쓴 거 같은데….’사오정은 고개를 갸웃거렸다.옆에서 답안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저팔계가 “결론이 좀 복잡한 느낌인데….”라며 중얼거렸다.“결론?”“응.본론이 계속 이어지는 것 같아.”“그래?하긴 내가 좀더 하고픈 말이 남았는데 분량 제한 때문에 다하지 못해서 결론에 살짝 집어넣기는 했어.하지만 그게 큰 문제가 되나?” 3.삼장선생 웃다 “그래 뭐가 문제인지를 알아냈느냐?”밖에서 들어온 삼장 선생이 물었다.“결론이 문제인가요?”둘은 자신없는 목소리로 반문했다.“항상 제대로 짚기는 하는구나.실력이 늘고 있다는 증거라 기분이 좋다.”며 껄껄 웃었다.“사오정아! 모든 일에 끝까지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긴장을 늦췄다가는 영국처럼 역전패를 당하고 만단다.네 답안의 결론은 결론으로서의 성격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단다.그래서 내가 네 답안이 영국을 닮았다고 하는 거란다.이번 네 답안은 서론이나 본론은 나무랄 데 없이 잘 썼다.그런데 결론에서 초를 치고 말았구나.그러니 경기 내내 우세했지만 마지막에 역전골을 내준 영국과 똑같다고 할 수 밖에….”사오정은 삼장 선생의 의미심장한 말에 시야가 다소 밝아지는 느낌이 들었다.“사오정아,끝이 좋아야 다 좋은 법이다.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는 말도 있지 않으냐.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듣도록 하여라.” 4.삼장 선생,핵심을 찌르다 “사오정아! 네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본론에 모두 포함돼 있으나 이를 적절하게 끝맺는 결론을 제대로 작성해야 제대로 결실을 볼 수 있단다.서론에서 기대감을 주고 본론에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으면,결론에서 읽는 사람에게 성취감을 주어야 하느니라.네 답안은 본론까지는 잘 작성했으나 결론에서 성취감보다는 오히려 실망감을 주는 면이 있단다. 강한 인상을 주지 못하는 추상적이고 밋밋한 결론 내용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새로운 문제를 결론에서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의문점을 지닐 수 있는 내용을 제시하고 있으니 읽는 사람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결론은 서론 못지않게 채점자의 눈에 잘 띄는 위치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하면 애써 작성한 본론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수 있으니 유의하도록 하려무나. 논술의 결론은 본문의 내용을 요약하는 내용과 주제를 재강조하는 내용,간단한 전망을 곁들이는 내용 정도로 작성하면 큰 무리가 없단다.물론 이 가운데 어느 한 요소를 빼고 두 가지 요소만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중요한 것은 논술 과정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내용이 적절히 요약,정리되면서도 채점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줄 수 있는 내용인가 하는 점이란다. 무엇보다도 결론을 작성할 때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본론에서 논의한 핵심 내용을 얼마나 조리있게 요약하고 정리하는가 하는 점이다.결론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본론의 내용을 간추려 한 눈에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본론의 내용은 결국 주제가 될 것이므로 주제가 선명하게 드러나도록 결론을 작성하는 것이 일차적으로 중요하다.다음의 글을 읽어 보려무나. 어느 사회든 그 사회가 추구했던 완벽한 모습을 이룰 수는 없다.정신적인 세계를 추구한 사이버 공간은 여러 가지 문제와 함께 물질세계에서 나타난 병폐까지 보였다.그러므로,우리는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여 사이버 공간의 원래 취지인 정신적인 세계 추구를 이루어야 한다.그리고 물질 만능주의적인 세상에서 물질적인 것으로부터 소외당한 영혼과 정신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그런 사이버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2004년 이화여대 논술 모의고사 우수 답안에서) 윗 글에서는 본론의 내용 요약과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는지.’하는 당위성을 간단하게 주장하면서 글을 마무리하고 있다.비교적 무난한 결론이라 할 수 있다.물론 위의 결론도 모자란 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지나치게 상투적이고 추상적인 당위성 주장으로 글을 마친 것은 부족한 점이다.수험생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인데,‘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이라는 표현은 너무나 추상적이면서도 당연한 얘기다.비슷한 내용인데도,두 개의 문장으로 나열하여 서술한 셋째,넷째 문장의 연결도 고쳐야 할 부분이다.사소하지만 첫째 문장과 둘째 문장의 연결도 매끄럽지 못한 점은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다.이러한 부분까지도 모자람이 없도록 해야 바람직한 결론이 가능한 것이다. 결론을 작성할 때 조심해야 할 점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 모두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와 같은 추상적인 문장이 많다는 것이다.문제 극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다만 그 구체적인 방법이 문제가 될 뿐이므로 ‘노력하자.’라는 말이 의미를 지니기 위해서는 그 구체적인 해결 방안이 제시되어야 하는데,이렇게 되면 결론에서 다시 새로운 논의를 전개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사오정아!네 답안이 바로 그런 경우인데,너는 위의 예시문과 같은 결론에 그 방법론까지 예시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꺼내는 것처럼 해놓고 글을 마쳤으니 문제가 생긴 것이다.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으면 본론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를 전개하든지 아니면 그냥 요약 정리하는 것으로 글을 끝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결론이 본론을 요약,정리하는 부분이기는 하지만,그렇다고 본론의 내용과 거의 비슷한 표현으로 작성하는 것도 문제다.본론의 문장을 그대로 가져다가 약간 말만 바꾼다든지 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글 전체의 주제나 내용을 다시 한번 총괄적으로 정리하는,말 그대로 요약이 되어야 한다.본문의 내용을 이것저것 발췌하는 방식의 결론 쓰기는 하지 말아야 하느니라.내 말을 알아 듣겠느냐?” 5.사오정 깨닫다 “삼장 선생님,왜 제 답안지가 영국 축구와 같다고 하셨는지 이제 잘 알겠습니다.논술은 서론,본론,결론,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군요.”사오정의 말에 삼장 선생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축구가 네게 큰 교훈을 주었구나.오늘도 축구경기가 있지?얼른 가서 보려므나.혹시 아느냐,또다른 교훈을 주는 드라마틱한 시합을 보게 될지….”삼장 선생의 말에 둘은 웃음을 터뜨렸다. 노병곤 문학박사·’글과 생각’ 송파캠퍼스 원장·전 광운대 교수 다음주 논술 강의 주제는 ‘입은 비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하자.’입니다. 논술과 심층면접 지상강의 내용에 대해 이해가 안 되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http:///cafe.daum.net/seoulinseoul로 문의하면 선생님들의 조언과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 [논술비타민] 결론쓰기-역전패를 안 당하려면…

    제시문(가) 인간은 새로운 우주론 덕택에 무지의 암흑에서 진리의 찬란한 빛으로 진보했다.우주의 진정한 체계가 발견됨에 따라,인간은 마침내 자신이 우주 내의 어느 곳에 서있는지 알게 되었다.태양이 지구를 대신하여 행성체계의 중심에 들어선 것과 마찬가지로,과학 역시 신학을 물리치고 인간의 지식체계의 중심을 차지했다.이제 인간의 정신이 진정한 빛의 근원을 탐구하게 되면서,진리를 향한 끝없는 도약이 미래를 가득 채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현대 우주론의 엄청난 성과에도 불구하고,서구는 철저한 물리주의의 길을 따라 내려오는 동안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중요한 것을 또한 잃어버렸다.현대 우주론이 성공을 거두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공간의 동질화로 인해 영혼 또는 정신의 공간이 우리의 세계관에서 추방되어 버린 것이다.동질적인 공간은 오직 한 종류의 실재만을 수용할 수 있었다.즉 과학적 세계관에서는 물질의 물리적 실재만이 존재했다.중세 우주론에서 육체와 영혼은 공간이 비동질적이라는 믿음 때문에 공존할 수 있었다.반면에 근대의 우주론 자들은 지구 공간과 천체 공간의 중세적 구분을 폐기함으로써 실재를 고전적인 육체-영혼 이항체계의 절반으로 축소시켰다.게다가 물질 공간이 무한으로까지 일단 확장되어버린 다음에는,어떠한 형태로든 영혼 공간이 들어설 수 있는 자리는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좀더 적나라하게 말해서,근대 우주론의 무한 공간에는 ‘영혼’이니 ‘정신’이니 하는 것들이 존재할 장소가 전혀 없었다.중세의 우주에서 영혼의 장소는 항상 ‘너머’였다.중세에는 우주가 유한하다고 믿었으므로,적어도 비유적으로라도 물질세계의 바깥에 영혼의 자리가 충분히 남아 있다고 상상할 수 있었다.그러나 물질의 세계가 무한한데 영혼의 세계가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물질세계의 한계가 없어짐으로써 기독교적인 영혼의 세계는 우주로부터 삭제되었다.이러한 삭제는 서구를 정신적 위기에 빠뜨렸으며,우리는 그 여파 때문에 아직도 고통을 겪고 있다. 제시문(나)사이버공간은 빅뱅에 견줄 만한 기하급수적인 힘으로 현재 우리 눈앞에서 폭발하고 있다.우주론자들은 우주의 물질 공간이 약 150억 년 전에 무에서 폭발하여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하는데,사이버공간도 역시 무에서 시작되었다.현재 우리는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공간,새로운 영역의 탄생을 목격하고 있다.서로 연결된 전 지구적 컴퓨터 네트워크 공간은 이전과 다른 영역으로 팽창하고 있다.물질공간처럼,이 새로운 사이버공간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면서,끊임없이 팽창하고 있다.매일 수천 개에 달하는 새로운 노드 혹은 ‘사이트’들이 인터넷과 관련 네트워크에 추가되고 있으며,이러한 새 노드를 통해서 사이버공간의 전체 영역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모든 사이트들은 동시에 여러 ‘방향’으로 가지를 뻗어 나가는 웹의 복잡한 미로 안에서 서로 연결된다.1998년 중반 현재,정기적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의 수는 1억 명에 이르고 있다.그리고 다음 10년 동안에는 10억 명에 근접할 것으로 추정된다.이미 3억 페이지가 등록되어 있는 월드와이드웹은 최근 들어 하루에 백만 페이지씩 성장하고 있다.무에서 시작한 지 약 30년 만에 사이버공간은 인간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영토’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매우 중대한 의미에서 새로운 디지털 공간은 물리학이 탐구해온 공간 ‘너머’에 있다.왜냐하면 사이버 세계는 물질의 소립자나 힘이 아니라 비트와 바이트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데이터 패킷은 사이버공간의 존재론적 토대이며,전 지구적 현상이 ‘출현하는’ 근원이 된다.사이버공간은 물질의 소립자나 에너지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좀더 명확하게 말해서,그것은 한마디로 혁명적인 공간이다.사이버공간은 존재론적으로 물리적 현상에 근거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물리학 법칙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그러한 법칙의 한계에 의해 제한되지도 않는다. 우리는 이러한 발전의 중요성을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어떤 의미에서 실리콘 칩은 우리를 형이상학적 통로로 이끈다.한 웹사이트에서 다른 웹사이트로 여행하는 나의 ‘운동’은 어떠한 역학 방정식으로도 설명될 수 없고,내가 활동하는 온라인 공간은 어떠한 물리적 미터법으로도 측정할 수 없다.여기에서 ‘공간’의 개념 자체는 지금까지 거의 이해된 바 없는 새로운 의미를 띠게 된다.역설적이게도,사이버공간은 물리학적 과학기술의 부산물이다.실리콘 칩,광섬유,액정화면,원격통신위성,심지어는 인터넷에 동력을 공급하는 전기까지,이 모두가 과학의 부산물이다.하지만 사이버공간이 물리학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그것은 순전히 물리주의적인 실재관에 얽매이지는 않는다. 소위 ‘과학의 시대’에 우리들은 철저히 물리적인 공간의 개념에 길들여져서,사이버공간을 진정한 ‘공간’으로 받아들이는 데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그러나 내가 사이버공간에 ‘들어갔을 때’,나의 몸은 의자에 편하게 앉아 있지만,‘나’는 자체적인 논리와 지형을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세계로 송신된다.분명히 그것은 내가 물질세계에서 경험하는 그 어떤 것과도 다른 종류의 지형이지만,그것이 물질적이지 않다고 해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즉,어떤 것이 물질적이지 않다고 해서 그것이 실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물질성의 결여에도 불구하고,사이버공간은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이다.나는 거기에 있다.우리는 사이버공간을 순전히 물리주의적인 세계상에서 거부당한 인간의 비물질적 측면을 부분적으로나마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사이버공간은 정신을 위한,특히 상상력을 위한,새로운 영역이 되었다. (가)와 (나)의 지문(지난 6일자와 동일)을 읽고 사이버세계의 유용성에 관한 글쓴이의 입장을 정리한 후,이에 대해 가능한 반론을 제시해 보시오.(이화여자대학교 2004학년도 논술 모의시험 문제) 1.사오정 고민하다 삼장 선생이 사오정과 저팔계의 답안을 살펴보는 동안 둘은 소곤거리며 잡담을 했다.“사오정 너 눈이 왜 그렇게 충혈됐니?”“응.‘EURO 2004’ 보느라 잠을 못 자서 그래.”“너 정말 축구 좋아하는구나.그게 그렇게 재미있니?”저팔계는 혀를 내둘렀다.“그럼.잘하는 팀들의 경기여서 정말 볼만해.지난 영국과 프랑스 경기는 완전히 한 편의 드라마였어.월드컵 때 한국과 이탈리아의 경기 같았어.”사오정은 당시의 감동이 되살아나는듯 목소리를 높였다. “영국과 프랑스 전이 그렇게 재미있었느냐?”삼장 선쟁이 갑자기 끼어들었다.“그럼요.영국이 시종일관 리드하고 있었는데,프랑스가 후반 거의 끝나갈 무렵에 두 골을 넣어 역전승을 거뒀거든요.”삼장 선생은 껄껄 웃으시더니 “너는 영국과 프랑스 중 어느 편이 되고 싶으냐?”라며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네?무슨 말씀이신지….당연히 프랑스가 이겼으니 프랑스처럼 되고 싶죠.”“그런데 네 답안은 프랑스가 아니라 영국이 되고 말았구나.답안의 문제점을 분석해 보렴.” 2.저팔계 도움말주다 ‘논술 답안지가 영국이라고? 무슨 소리지?’저팔계와 사오정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서론,본론,결론 대충 제대로 쓴 거 같은데….’사오정은 고개를 갸웃거렸다.옆에서 답안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저팔계가 “결론이 좀 복잡한 느낌인데….”라며 중얼거렸다.“결론?”“응.본론이 계속 이어지는 것 같아.”“그래?하긴 내가 좀더 하고픈 말이 남았는데 분량 제한 때문에 다하지 못해서 결론에 살짝 집어넣기는 했어.하지만 그게 큰 문제가 되나?” 3.삼장선생 웃다 “그래 뭐가 문제인지를 알아냈느냐?”밖에서 들어온 삼장 선생이 물었다.“결론이 문제인가요?”둘은 자신없는 목소리로 반문했다.“항상 제대로 짚기는 하는구나.실력이 늘고 있다는 증거라 기분이 좋다.”며 껄껄 웃었다.“사오정아! 모든 일에 끝까지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긴장을 늦췄다가는 영국처럼 역전패를 당하고 만단다.네 답안의 결론은 결론으로서의 성격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단다.그래서 내가 네 답안이 영국을 닮았다고 하는 거란다.이번 네 답안은 서론이나 본론은 나무랄 데 없이 잘 썼다.그런데 결론에서 초를 치고 말았구나.그러니 경기 내내 우세했지만 마지막에 역전골을 내준 영국과 똑같다고 할 수 밖에….”사오정은 삼장 선생의 의미심장한 말에 시야가 다소 밝아지는 느낌이 들었다.“사오정아,끝이 좋아야 다 좋은 법이다.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는 말도 있지 않으냐.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듣도록 하여라.” 4.삼장 선생,핵심을 찌르다 “사오정아! 네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본론에 모두 포함돼 있으나 이를 적절하게 끝맺는 결론을 제대로 작성해야 제대로 결실을 볼 수 있단다.서론에서 기대감을 주고 본론에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으면,결론에서 읽는 사람에게 성취감을 주어야 하느니라.네 답안은 본론까지는 잘 작성했으나 결론에서 성취감보다는 오히려 실망감을 주는 면이 있단다. 강한 인상을 주지 못하는 추상적이고 밋밋한 결론 내용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새로운 문제를 결론에서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의문점을 지닐 수 있는 내용을 제시하고 있으니 읽는 사람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결론은 서론 못지않게 채점자의 눈에 잘 띄는 위치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하면 애써 작성한 본론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수 있으니 유의하도록 하려무나. 논술의 결론은 본문의 내용을 요약하는 내용과 주제를 재강조하는 내용,간단한 전망을 곁들이는 내용 정도로 작성하면 큰 무리가 없단다.물론 이 가운데 어느 한 요소를 빼고 두 가지 요소만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중요한 것은 논술 과정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내용이 적절히 요약,정리되면서도 채점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줄 수 있는 내용인가 하는 점이란다. 무엇보다도 결론을 작성할 때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본론에서 논의한 핵심 내용을 얼마나 조리있게 요약하고 정리하는가 하는 점이다.결론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본론의 내용을 간추려 한 눈에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본론의 내용은 결국 주제가 될 것이므로 주제가 선명하게 드러나도록 결론을 작성하는 것이 일차적으로 중요하다.다음의 글을 읽어 보려무나. 어느 사회든 그 사회가 추구했던 완벽한 모습을 이룰 수는 없다.정신적인 세계를 추구한 사이버 공간은 여러 가지 문제와 함께 물질세계에서 나타난 병폐까지 보였다.그러므로,우리는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여 사이버 공간의 원래 취지인 정신적인 세계 추구를 이루어야 한다.그리고 물질 만능주의적인 세상에서 물질적인 것으로부터 소외당한 영혼과 정신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그런 사이버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2004년 이화여대 논술 모의고사 우수 답안에서) 윗 글에서는 본론의 내용 요약과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는지.’하는 당위성을 간단하게 주장하면서 글을 마무리하고 있다.비교적 무난한 결론이라 할 수 있다.물론 위의 결론도 모자란 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지나치게 상투적이고 추상적인 당위성 주장으로 글을 마친 것은 부족한 점이다.수험생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인데,‘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이라는 표현은 너무나 추상적이면서도 당연한 얘기다.비슷한 내용인데도,두 개의 문장으로 나열하여 서술한 셋째,넷째 문장의 연결도 고쳐야 할 부분이다.사소하지만 첫째 문장과 둘째 문장의 연결도 매끄럽지 못한 점은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다.이러한 부분까지도 모자람이 없도록 해야 바람직한 결론이 가능한 것이다. 결론을 작성할 때 조심해야 할 점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 모두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와 같은 추상적인 문장이 많다는 것이다.문제 극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다만 그 구체적인 방법이 문제가 될 뿐이므로 ‘노력하자.’라는 말이 의미를 지니기 위해서는 그 구체적인 해결 방안이 제시되어야 하는데,이렇게 되면 결론에서 다시 새로운 논의를 전개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사오정아!네 답안이 바로 그런 경우인데,너는 위의 예시문과 같은 결론에 그 방법론까지 예시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꺼내는 것처럼 해놓고 글을 마쳤으니 문제가 생긴 것이다.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으면 본론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를 전개하든지 아니면 그냥 요약 정리하는 것으로 글을 끝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결론이 본론을 요약,정리하는 부분이기는 하지만,그렇다고 본론의 내용과 거의 비슷한 표현으로 작성하는 것도 문제다.본론의 문장을 그대로 가져다가 약간 말만 바꾼다든지 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글 전체의 주제나 내용을 다시 한번 총괄적으로 정리하는,말 그대로 요약이 되어야 한다.본문의 내용을 이것저것 발췌하는 방식의 결론 쓰기는 하지 말아야 하느니라.내 말을 알아 듣겠느냐?” 5.사오정 깨닫다 “삼장 선생님,왜 제 답안지가 영국 축구와 같다고 하셨는지 이제 잘 알겠습니다.논술은 서론,본론,결론,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군요.”사오정의 말에 삼장 선생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축구가 네게 큰 교훈을 주었구나.오늘도 축구경기가 있지?얼른 가서 보려므나.혹시 아느냐,또다른 교훈을 주는 드라마틱한 시합을 보게 될지….”삼장 선생의 말에 둘은 웃음을 터뜨렸다. 노병곤 문학박사·’글과 생각’ 송파캠퍼스 원장·전 광운대 교수 다음주 논술 강의 주제는 ‘입은 비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하자.’입니다. 논술과 심층면접 지상강의 내용에 대해 이해가 안 되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http:///cafe.daum.net/seoulinseoul로 문의하면 선생님들의 조언과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 [차이나 리포트 2004] (1) 차이나 쇼크는 없다

    [차이나 리포트 2004] (1) 차이나 쇼크는 없다

    |베이징·상하이 염주영특파원|중국정부가 긴축정책으로 선회하면서 한국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경제가 긴축으로 불황에 빠지면 우리 경제가 내수 부진에다 수출 길마저 막히지 않을까 하는 불안심리가 팽배하다.과연 그럴까.취재팀은 먼저 중국의 밑바닥 경제부터 살펴보기로 했다. 베이징의 실리콘 밸리로 일컬어지는 중관촌.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이 일대의 전자상가는 발 들여 놓기가 힘들 만큼 초만원이다.진열대에는 디지털 카메라와 휴대전화,노트북 컴퓨터와 LCD,MP3 등 첨단 제품들이 즐비하다. 서울 용산의 전자상가나 도쿄 아키하바라에 와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손님들로 바글대는 모습만 다를 뿐이다. 2년전 진열대의 맨 앞자리를 차지했던 한국산 제품들은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그 자리에 중국산 제품들이 당당히 올라와 있다.한참을 기웃거린 끝에 겨우 찾아낸 것이 삼성 애니콜 정도다. 중국기업들의 빠른 기술진보가 피부에 와 닿았다. 베이징의 왕푸징가.도로 폭이 서울 명동의 3배 정도 되는 보행자 전용도로에는 평일 낮인데도 쇼핑객들로 넘쳐난다.길 양편으로 늘어선 백화점과 상가들도 들고 나는 손님들로 붐비기는 마찬가지. 그 중 한 곳을 들어가 보았다.건물 장식은 그다지 화려해 보이지 않았지만 진열된 제품들의 값은 장난이 아니다. 남성·여성의류 매장의 마네킹들 거의가 한벌에 100만원이 넘는 고급 수입의류를 걸치고 있다.‘만원짜리 넥타이도 많겠지.중국이니까.’라는 생각은 큰 오산이었다. 베이징 중산층의 소비 수준은 서울 강남을 능가하지 않을까 여겨졌다.출퇴근 시간대에 2환도로(톈안먼 광장을 중심축으로 한 4개의 순환도로 가운데 두번째 도로)에서 교통체증을 경험하고 나서 이런 생각은 더욱 굳어졌다. 중국은 지금 졸업 시즌이다.상하이 지역의 올해 대학 졸업자 평균 취업률은 이미 70%를 넘었다. 상하이 명문 푸단대에서 역사학을 가르치는 손 케지 교수(푸단대 역사학과)는 “푸단대의 경우 기업 선호도가 높아 유학과 대학원 진학자를 제외하고 전공에 관계 없이 취업률 100%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 학생들은 10여곳의 기업들 가운데 한 곳을 골라 가는 경우가 보통이라고 한다.대졸자 취업난이 극심한 한국과는 사정이 정 반대다. 대졸자 초임은 국내기업이 30만∼45만원 선이며,외국기업이나 합작기업의 경우 120만원까지 받는다. 손 교수는 “집값이 급등한 것만 제외하면 젊은 층들은 경제적으로 별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어디에도 긴축의 어두운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긴축 속의 호경기’를 누리고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취재팀은 중국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을 들어 보기 위해 한국의 재정경제부에 해당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를 방문했다. ●젊은층 경제적으로 어려움 못느껴 왕 유에핑(王岳平) 산업발전연구소 주임은 ‘온건한 긴축’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긴축은 필요합니다.그러나 과거 계획경제 시절의 강제적인 방법이나 정책수단을 동원하지는 않을 겁니다.” 급격한 긴축은 피할 것이라는 뜻이 담겨있다. 리 진펑 부처장은 “지금의 상황이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정상적인 경기변동의 과정이며,오는 2006∼2008년 사이에 수급 불균형 현상이 대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심각하게 보지 않는다는 얘기다. 중국은 현재 부동산·자동차·석유화학 등의 분야에서 지방정부들간의 경쟁으로 심각한 과잉·중복 투자를 빚고 있다.전력난을 해소하고 원자재값을 안정시키려면 지방정부에 대한 투자조정이 필요한데 지방정부들이 말을 듣지 않아 골치를 앓고 있다. 왕 주임은 “그럼에도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들을 굴복시키기 위해 강제 조정 등의 조치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그대신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장친화적’인 방식으로 설득하고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과학원 지속가능발전연구중심의 판지아화 부주임은 보다 근원적인 문제를 꺼냈다. 판 부주임은 “중국은 1980년 개혁개방 이후 20년간 연평균 9.5%의 속도로 성장했다.오는 2020년까지는 연평균 7.2%의 속도로 성장하는 것이 장기 목표”라고 말했다. 물과 에너지,환경 등 세가지를 제약 요인으로 꼽으면서 “중국에서는 7%를 높은 성장률이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요컨대 중국정부가 긴축을 말할 때 그것은 최소한 7%의 성장률을 유지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중국 지도부가 그 밑으로 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을 방관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상하이 푸둥신구의 야경은 휘황찬란하다.개혁개방을 시작한 지 한 세대가 지나기 전에 중국인들은 양쯔강 하구에다 ‘동방의 맨해튼’을 건설하고 있다. ●상하이 30층이상 빌딩 4000여개 상하이 시에는 현재 30층 이상 고층 빌딩이 4000여개에 이른다.중국정부는 이같은 과열을 차단하기 위해 부동산 관련 대출을 중단했다.그러나 여전히 하루 1.5개 꼴로 고층빌딩이 들어서고 있다.백화점이나 상가,대형 할인매장 등도 베이징보다 더욱 붐비는 모습이다. 중국정부는 연일 긴축정책을 강화해 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물경제에서 긴축의 영향을 느낄 만한 구석은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5월 원자바오 총리의 금리인상 시사 발언 이후에도 중국경제는 여전히 호황을 지속하고 있다.반면에 한국에서는 한때 주가가 폭락하고 금리와 환율이 요동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이종일 코트라 베이징지사장은 한마디로 ‘난센스’라고 말했다.“중국의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나온 과민반응입니다.한국언론들의 보도를 보고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긴축을 해도 중국경제가 급격히 후퇴해 불황으로 빠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yeomjs@seoul.co.kr ■ 긴축정책후의 중국경제 |베이징·상하이 염주영특파원| 중국은 시속 300㎞로 달리는 고속철에 비유할 수 있다.짧은 시간내에 목적지에 도달하는 이점이 있는 반면,자칫하면 엔진 과열로 대형참사를 부를 수 있다. 대형참사가 일어나면 중국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그런 대형참사를 예방하려면 성능 좋은 브레이크가 있어야 한다.다행히도 중국은 잘 듣는 브레이크를 갖고 있다. 중국은 지난 1·4분기에 성장률이 10.2%까지 치솟아 오르면서 여기저기서 엔진 과열 현상이 나타났다.이에 중국 정부는 부동산 등 과열 부문의 대출을 제한하는 등 긴축정책의 강도를 한 단계 높였다. 이후 과열이 급속도로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원자바오 총리는 지난 6월 16일 열린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긴축정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긴축정책으로 경제적 불안요소가 많이 해소됐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그 예로 지난 1∼2월에 53% 증가율을 보였던 고정자산투자가 5월 누계기준으로 34.8%로 줄어들었고,5월중 원부자재 가격 증가율도 14.3%에 그쳐 7개월 만에 하락세로 반전했다.그중 철강 가격은 5월중 전월대비 7.6% 하락했다.4월까지 적자를 나타냈던 무역수지도 5월에는 흑자로 다시 전환되었다.그런 가운데도 1∼5월의 공업생산증가율은 18.1%를 나타내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10%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지나치게 높은 성장률이어서 과열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중국경제가 고도성장 과정에서 안고 있는 문제는 세가지.첫째는 금융팽창으로 인한 물가상승 압력을 해소하는 것이고,둘째는 에너지와 원자재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며,셋째는 환경오염 문제이다.이 가운데 이번 긴축정책으로 인플레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정부는 가급적이면 금리인상 없이 과열 경기를 진정시킬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이번 결과는 중국지도부의 그같은 기대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주고 있다. 그러나 두 번째와 세 번째 과제는 중국경제의 고도성장을 제약하는 장기적인 불안요인으로 남아 있다.사막화가 베이징 근방까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공업화가 진행된 연해 지역의 물과 대기오염은 심각한 상황이다. 에너지와 원자재 부족을 일으키는 주범인 지방정부간 중복 과잉투자의 조정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yeomjs@seoul.co.kr
  • [차이나 리포트 2004] (1) 차이나 쇼크는 없다

    |베이징·상하이 염주영특파원|중국정부가 긴축정책으로 선회하면서 한국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경제가 긴축으로 불황에 빠지면 우리 경제가 내수 부진에다 수출 길마저 막히지 않을까 하는 불안심리가 팽배하다.과연 그럴까.취재팀은 먼저 중국의 밑바닥 경제부터 살펴보기로 했다. 베이징의 실리콘 밸리로 일컬어지는 중관촌.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이 일대의 전자상가는 발 들여 놓기가 힘들 만큼 초만원이다.진열대에는 디지털 카메라와 휴대전화,노트북 컴퓨터와 LCD,MP3 등 첨단 제품들이 즐비하다. 서울 용산의 전자상가나 도쿄 아키하바라에 와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손님들로 바글대는 모습만 다를 뿐이다. 2년전 진열대의 맨 앞자리를 차지했던 한국산 제품들은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그 자리에 중국산 제품들이 당당히 올라와 있다.한참을 기웃거린 끝에 겨우 찾아낸 것이 삼성 애니콜 정도다. 중국기업들의 빠른 기술진보가 피부에 와 닿았다. 베이징의 왕푸징가.도로 폭이 서울 명동의 3배 정도 되는 보행자 전용도로에는 평일 낮인데도 쇼핑객들로 넘쳐난다.길 양편으로 늘어선 백화점과 상가들도 들고 나는 손님들로 붐비기는 마찬가지. 그 중 한 곳을 들어가 보았다.건물 장식은 그다지 화려해 보이지 않았지만 진열된 제품들의 값은 장난이 아니다. 남성·여성의류 매장의 마네킹들 거의가 한벌에 100만원이 넘는 고급 수입의류를 걸치고 있다.‘만원짜리 넥타이도 많겠지.중국이니까.’라는 생각은 큰 오산이었다. 베이징 중산층의 소비 수준은 서울 강남을 능가하지 않을까 여겨졌다.출퇴근 시간대에 2환도로(톈안먼 광장을 중심축으로 한 4개의 순환도로 가운데 두번째 도로)에서 교통체증을 경험하고 나서 이런 생각은 더욱 굳어졌다. 중국은 지금 졸업 시즌이다.상하이 지역의 올해 대학 졸업자 평균 취업률은 이미 70%를 넘었다. 상하이 명문 푸단대에서 역사학을 가르치는 손 케지 교수(푸단대 역사학과)는 “푸단대의 경우 기업 선호도가 높아 유학과 대학원 진학자를 제외하고 전공에 관계 없이 취업률 100%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 학생들은 10여곳의 기업들 가운데 한 곳을 골라 가는 경우가 보통이라고 한다.대졸자 취업난이 극심한 한국과는 사정이 정 반대다. 대졸자 초임은 국내기업이 30만∼45만원 선이며,외국기업이나 합작기업의 경우 120만원까지 받는다. 손 교수는 “집값이 급등한 것만 제외하면 젊은 층들은 경제적으로 별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어디에도 긴축의 어두운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긴축 속의 호경기’를 누리고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취재팀은 중국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을 들어 보기 위해 한국의 재정경제부에 해당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를 방문했다. ●젊은층 경제적으로 어려움 못느껴 왕 유에핑(王岳平) 산업발전연구소 주임은 ‘온건한 긴축’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긴축은 필요합니다.그러나 과거 계획경제 시절의 강제적인 방법이나 정책수단을 동원하지는 않을 겁니다.” 급격한 긴축은 피할 것이라는 뜻이 담겨있다. 리 진펑 부처장은 “지금의 상황이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정상적인 경기변동의 과정이며,오는 2006∼2008년 사이에 수급 불균형 현상이 대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심각하게 보지 않는다는 얘기다. 중국은 현재 부동산·자동차·석유화학 등의 분야에서 지방정부들간의 경쟁으로 심각한 과잉·중복 투자를 빚고 있다.전력난을 해소하고 원자재값을 안정시키려면 지방정부에 대한 투자조정이 필요한데 지방정부들이 말을 듣지 않아 골치를 앓고 있다. 왕 주임은 “그럼에도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들을 굴복시키기 위해 강제 조정 등의 조치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그대신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장친화적’인 방식으로 설득하고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과학원 지속가능발전연구중심의 판지아화 부주임은 보다 근원적인 문제를 꺼냈다. 판 부주임은 “중국은 1980년 개혁개방 이후 20년간 연평균 9.5%의 속도로 성장했다.오는 2020년까지는 연평균 7.2%의 속도로 성장하는 것이 장기 목표”라고 말했다. 물과 에너지,환경 등 세가지를 제약 요인으로 꼽으면서 “중국에서는 7%를 높은 성장률이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요컨대 중국정부가 긴축을 말할 때 그것은 최소한 7%의 성장률을 유지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중국 지도부가 그 밑으로 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을 방관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상하이 푸둥신구의 야경은 휘황찬란하다.개혁개방을 시작한 지 한 세대가 지나기 전에 중국인들은 양쯔강 하구에다 ‘동방의 맨해튼’을 건설하고 있다. ●상하이 30층이상 빌딩 4000여개 상하이 시에는 현재 30층 이상 고층 빌딩이 4000여개에 이른다.중국정부는 이같은 과열을 차단하기 위해 부동산 관련 대출을 중단했다.그러나 여전히 하루 1.5개 꼴로 고층빌딩이 들어서고 있다.백화점이나 상가,대형 할인매장 등도 베이징보다 더욱 붐비는 모습이다. 중국정부는 연일 긴축정책을 강화해 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물경제에서 긴축의 영향을 느낄 만한 구석은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5월 원자바오 총리의 금리인상 시사 발언 이후에도 중국경제는 여전히 호황을 지속하고 있다.반면에 한국에서는 한때 주가가 폭락하고 금리와 환율이 요동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이종일 코트라 베이징지사장은 한마디로 ‘난센스’라고 말했다.“중국의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나온 과민반응입니다.한국언론들의 보도를 보고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긴축을 해도 중국경제가 급격히 후퇴해 불황으로 빠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yeomjs@seoul.co.kr ˝
  • [논술 비타민] 조직력이 있어야 한다

    제시문(가)인간은 새로운 우주론 덕택에 무지의 암흑에서 진리의 찬란한 빛으로 진보했다.우주의 진정한 체계가 발견됨에 따라,인간은 마침내 자신이 우주 내의 어느 곳에 서있는지 알게 되었다.태양이 지구를 대신하여 행성체계의 중심에 들어선 것과 마찬가지로,과학 역시 신학을 물리치고 인간의 지식체계의 중심을 차지했다.이제 인간의 정신이 진정한 빛의 근원을 탐구하게 되면서,진리를 향한 끝없는 도약이 미래를 가득 채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현대 우주론의 엄청난 성과에도 불구하고,서구는 철저한 물리주의의 길을 따라 내려오는 동안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중요한 것을 또한 잃어버렸다.현대 우주론이 성공을 거두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공간의 동질화로 인해 영혼 또는 정신의 공간이 우리의 세계관에서 추방되어 버린 것이다.동질적인 공간은 오직 한 종류의 실재만을 수용할 수 있었다.즉 과학적 세계관에서는 물질의 물리적 실재만이 존재했다.중세 우주론에서 육체와 영혼은 공간이 비동질적이라는 믿음 때문에 공존할 수 있었다.반면에 근대의 우주론 자들은 지구 공간과 천체 공간의 중세적 구분을 폐기함으로써 실재를 고전적인 육체-영혼 이항체계의 절반으로 축소시켰다.게다가 물질 공간이 무한으로까지 일단 확장되어버린 다음에는,어떠한 형태로든 영혼 공간이 들어설 수 있는 자리는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좀더 적나라하게 말해서,근대 우주론의 무한 공간에는 ‘영혼’이니 ‘정신’이니 하는 것들이 존재할 장소가 전혀 없었다.중세의 우주에서 영혼의 장소는 항상 ‘너머’였다.중세에는 우주가 유한하다고 믿었으므로,적어도 비유적으로라도 물질세계의 바깥에 영혼의 자리가 충분히 남아 있다고 상상할 수 있었다.그러나 물질의 세계가 무한한데 영혼의 세계가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물질세계의 한계가 없어짐으로써 기독교적인 영혼의 세계는 우주로부터 삭제되었다.이러한 삭제는 서구를 정신적 위기에 빠뜨렸으며,우리는 그 여파 때문에 아직도 고통을 겪고 있다. 제시문(나) 사이버공간은 빅뱅에 견줄 만한 기하급수적인 힘으로 현재 우리 눈앞에서 폭발하고 있다.우주론자들은 우주의 물질 공간이 약 150억 년 전에 무에서 폭발하여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하는데,사이버공간도 역시 무에서 시작되었다.현재 우리는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공간,새로운 영역의 탄생을 목격하고 있다.서로 연결된 전 지구적 컴퓨터 네트워크 공간은 이전과 다른 영역으로 팽창하고 있다.물질공간처럼,이 새로운 사이버공간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면서,끊임없이 팽창하고 있다.매일 수천 개에 달하는 새로운 노드 혹은 ‘사이트’들이 인터넷과 관련 네트워크에 추가되고 있으며,이러한 새 노드를 통해서 사이버공간의 전체 영역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모든 사이트들은 동시에 여러 ‘방향’으로 가지를 뻗어 나가는 웹의 복잡한 미로 안에서 서로 연결된다.1998년 중반 현재,정기적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의 수는 1억 명에 이르고 있다.그리고 다음 10년 동안에는 10억 명에 근접할 것으로 추정된다.이미 3억 페이지가 등록되어 있는 월드와이드웹은 최근 들어 하루에 백만 페이지씩 성장하고 있다.무에서 시작한 지 약 30년 만에 사이버공간은 인간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영토’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매우 중대한 의미에서 새로운 디지털 공간은 물리학이 탐구해온 공간 ‘너머’에 있다.왜냐하면 사이버 세계는 물질의 소립자나 힘이 아니라 비트와 바이트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데이터 패킷은 사이버공간의 존재론적 토대이며,전 지구적 현상이 ‘출현하는’ 근원이 된다.사이버공간은 물질의 소립자나 에너지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좀더 명확하게 말해서,그것은 한마디로 혁명적인 공간이다.사이버공간은 존재론적으로 물리적 현상에 근거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물리학 법칙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그러한 법칙의 한계에 의해 제한되지도 않는다. 우리는 이러한 발전의 중요성을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어떤 의미에서 실리콘 칩은 우리를 형이상학적 통로로 이끈다.한 웹사이트에서 다른 웹사이트로 여행하는 나의 ‘운동’은 어떠한 역학 방정식으로도 설명될 수 없고,내가 활동하는 온라인 공간은 어떠한 물리적 미터법으로도 측정할 수 없다.여기에서 ‘공간’의 개념 자체는 지금까지 거의 이해된 바 없는 새로운 의미를 띠게 된다.역설적이게도,사이버공간은 물리학적 과학기술의 부산물이다.실리콘 칩,광섬유,액정화면,원격통신위성,심지어는 인터넷에 동력을 공급하는 전기까지,이 모두가 과학의 부산물이다.하지만 사이버공간이 물리학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그것은 순전히 물리주의적인 실재관에 얽매이지는 않는다. 소위 ‘과학의 시대’에 우리들은 철저히 물리적인 공간의 개념에 길들여져서,사이버공간을 진정한 ‘공간’으로 받아들이는 데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그러나 내가 사이버공간에 ‘들어갔을 때’,나의 몸은 의자에 편하게 앉아 있지만,‘나’는 자체적인 논리와 지형을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세계로 송신된다.분명히 그것은 내가 물질세계에서 경험하는 그 어떤 것과도 다른 종류의 지형이지만,그것이 물질적이지 않다고 해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즉,어떤 것이 물질적이지 않다고 해서 그것이 실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물질성의 결여에도 불구하고,사이버공간은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이다.나는 거기에 있다.우리는 사이버공간을 순전히 물리주의적인 세계상에서 거부당한 인간의 비물질적 측면을 부분적으로나마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사이버공간은 정신을 위한,특히 상상력을 위한,새로운 영역이 되었다. ■(가)와 (나)의 지문(지난 6월29일자와 동일)을 읽고 사이버세계의 유용성에 관한 글쓴이의 입장을 정리한 후,이에 대해 가능한 반론을 제시해 보시오(이화여자대학교 2004학년도 논술 모의시험 문제). 1.사오정 고민하다 ‘아,참!” TV 축구중계를 보던 사오정은 화들짝 놀랐다.축구에 정신이 팔려 과제를 깜빡 잊은 것이다.부랴부랴 논술 답안을 고친 사오정은 황급히 삼장 선생에게로 갔다.“죄송합니다.축구를 보다가 그만….” “축구? 무슨 축구?” 저팔계가 물었다.“오늘 우리나라 국가대표팀 A매치가 있는 날이잖아.” “그래.결과는 어떻게 되었느냐?” “당연히 우리가 이기고 있죠.상대팀이 개인기는 좋은데,우리 조직력을 당해내지 못하더라고요.” 사오정은 마치 자기가 선수라도 된 듯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그래? 참 잘 됐구나.그건 그렇고 숙제는 했느냐?” 사오정은 고친 논술 답안을 내밀었다.내용을 유심히 살피던 삼장 선생은 “서론은 지난번에 가르쳐준 대로 잘 고쳤구나.그런데 본론이 문제구나.한국 축구를 본받아야겠다.저팔계의 것과 비교해 보고 무엇이 문제인지 생각해 보렴.” 2.저팔계 도움말 주다 ‘한국 축구를 본받으라고? 무슨 소리지? 대충 내용은 비슷한 거 같은데….’사오정은 고개를 갸웃거렸다.“근데 내용이 좀 정리가 덜 된 느낌이 들어” 저팔계가 한마디 거들었다.“그래? 하긴 어떤 때는 내용이 정리가 잘 되고 어떤 때는 잘 안되고 그렇더라고….” “너,혹시 본론 쓸 때 단락 개념 없이 쓰는 거 아니야?” “단락 개념이 뭐야? 대충 글이 길어지거나 내용이 바뀌는 것 같은 부분에서 나눠주면 되는 거 아니야?” 사오정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큰일 날 소리! 단락은 대충대충 구성하면 안돼.형식과 내용이 엄격히 규정돼 있는 개념이야.” “어떻게든 할 얘기를 다 하면 되는 거 아냐?”5.사오정 드디어 깨닫다 사오정은 단락이 단순히 글이 길어지면 대충 나누는 그런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축구만 조직력이 중요한 게 아니군요.글쓰기에서도 조직력이 중요하네요.” 사오정은 시야가 훤해진 느낌이 들었다. 3.논달선생 삼장 꾸짖다 “그래,뭐가 문제인지를 알아냈느냐?” 밖에서 들어온 삼장 선생이 물었다.둘은 단락 전개가 잘못된 것 같다고 했다.삼장 선생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그래.제대로 짚었구나.왜 내가 너희들에게 문제를 스스로 찾아보라고 하는지 아느냐? 스스로 문제를 인식해야만 고칠 수 있기 때문이란다.이번 답안은 할 얘기들이 모두 제시됐지만 정리가 제대로 안돼 있어서 문제다.아까 한국 축구팀이 어떻게 해서 이겼다고 했지?” “조직력이 뛰어나서….” 삼장 선생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사오정은 잠시 당황했다.“그래! 조직력은 팀의 승리를 가져다주는 중요한 요소란다.글쓰기에서도 전체 구성이나 문장들 간의 조직력이 필요한데,네가 쓴 글에는 그게 없구나.중구난방으로 글을 쓰고 말았으니 조직력이 생기겠느냐?” ‘글의 조직력?’ 사오정은 고개를 갸웃거렸다.군대를 예로 들어보자.병사들이 여기저기 오합지졸로 뒤섞여 있으면 대장이 ‘공격!’하고 소리쳐 봐야 대장 주변 병사들만 공격을 하고 나머지는 우왕좌왕하게 되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는 법이다.때문에 군대는 각자 역할을 정해주고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들끼리 묶어서 중간 조직체를 구성한단다.이러한 중간 조직체들이 각자 맡은 바 소임을 다하면 전쟁에서 승리하게 되는 것이지.마찬가지로 글에서도 중간 조직체가 필요한데,그것이 바로 단락이란다.동일한 주제를 지향하는 내용들을 한 군데에 모아서 조직화해 주어야 설득력 있고 일관된 서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그런데 너의 글을 보면 둘째 단락에 포함되어야 할 얘기가 셋째 단락에서 다시 제시되고,셋째 단락에 포함되어야 할 얘기가 둘째 단락에서 미리 제시되는 경우도 있으니 조직력이 제대로 생기겠느냐?” 삼장 선생의 설명에 사오정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글쓰기에서 단락 개념은 매우 중요하다.단락 개념을 가지고 글을 쓰는 경우와 단락 개념이 없이 막연하게 전체 주제만을 가지고 글을 쓰는 경우,그 결과는 천양지차임을 명심하려무나.축구에서만 조직력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글쓰기에서도 조직력이 중요한데,글에서의 조직력은 단락을 얼마나 제대로 구성했는지 여부에 달린 거란다.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듣도록 하려무나.” 4.삼장 선생 핵심을 찌르다 일반적으로 본문을 구성하는 단락을 일반 단락이라고 한다.일반 단락은 그 형식과 내용이 엄격히 규정되어 있는 글의 중간 조직체로서,항상 하나의 소주제문과 여러 개의 뒷받침 문장으로 구성되어야 하는 법이다.물론 소주제문의 위치는 달라질 수 있단다.제일 앞에 있으면 두괄식 단락이 되는 것이고,제일 뒤에 주제문이 나오면 미괄식,제일 앞과 뒤에 나오면 양괄식,중간에 나오면 중괄식,생략되면 무괄식 단락이 된다.일반적으로 중괄식과 무괄식은 주제를 선명하게 전달하기 어렵기 때문에 두괄식,미괄식,양괄식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단다.특히 논술 답안에서는 두괄식이나 양괄식을 권장하고 싶구나.다음의 예를 읽어 보려무나. 하지만 사이버 공간이 언제나 유용한 것만은 아니다.(1)정신을 위한 공간이면 정신을 편안하게 해 주어야 하는데 지금 사이버 공간은 오히려 정신을 황폐화시키고 혼란스럽게 만든다.그 예가 급속도로 늘어가는 음란,폭력 사이트이다.그리고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자살 사이트도 정신적인 편안함을 제공해 주지는 못한다.(2)이 뿐만 아니라 익명성을 이용한 특정 인물의 비방,국가기밀 등 중요한 정보에 대한 해킹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존재한다.(3)그리고 사이버 공간은 물질적인 세계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준다.아바타라는 것은 실제 돈을 갖고 인터넷상의 자신을 꾸미는 것인데 그 정도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리니지라는 게임에서는 몇 십만 원짜리 무기와 장식품이 순식간에 다 팔리고 고액에 재거래되기까지 한다.이와 같은 문제점이 있는 한 글쓴이가 주장한 사이버 공간의 유용성은 100%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다.(2004년 이화여대 논술 모의고사 우수 답안 중에서) 윗글은 우수 답안으로 예시한 답안의 본론 중 한 단락이다.‘사이버 공간이 언제나 유용한 것만은 아니다.’라는 소주제를 제시하고,이 소주제문을 ‘(1)정신의 황폐화,(2)익명성 악용,해킹 등의 여러 문제,(3)물질 세계의 문제 상존’의 세 가지 내용으로 뒷받침하고 있고,마지막에서 다시 소주제문을 재강조한 양괄식 단락이란다.다소 부족한 면이 있지만 본론인 일반 단락이 갖춰야 할 형식과 내용을 어느 정도는 잘 갖춘 예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좀더 나은 답안이 되려면 더욱 치밀한 단락 구성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위의 본론의 경우 (1),(3)의 내용은 예시를 들면서 자세히 서술하고 있지만 (2)의 내용은 한 줄로 끝내고 만 것은 다소 문제가 있다.(2)의 경우에도 자세히 예시를 하거나,그냥 한 줄로 제시하는 것으로 충분한 부수적인 내용이면 제일 마지막으로 위치를 바꾸어서 (1)-(3)-(2) 정도로 구성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또한 일부분에서 문장 구성이나 연결이 어색한 경우들도 눈에 띄는데,그런 사소하게 생각되는 부분까지도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사오정아! 네 답안의 가장 큰 문제는 위와 같은 단락에 ‘사이버 공간이 유용한 경우도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셈이다.읽는 사람이 혼돈스러울 수밖에 없겠지? 다른 서술 내용들이 사이버 공간이 늘 유용한 것은 아니라는 목표를 향하고 있는데,‘사이버 공간이 유용한 경우도 있다.’는 내용이 끼어 있으면 조직력이 와해될 수밖에 없는 법이다.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노병곤 문학박사 ‘글과생각’ 송파캠퍼스 원장· 전 광운대 교수 다음주에는 ‘결론 쓰기’에 대한 강의가 이어집니다. 논술과 심층면접 지상강의 내용에 대해 이해가 안 되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http:///cafe.daum.net/seoulinseoul로 문의하면 선생님들의 조언과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 [노원경찰서-한마디]김규철 서장

    [노원경찰서-한마디]김규철 서장

    “범죄란 한번 당하면 그 정신적 충격이 평생을 갑니다.가장 중요한 것은 ‘검거’가 아니라 ‘예방’이죠.” 서울 노원경찰서 김규철(53) 서장은 “실적보다는 주민이 범죄의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경찰서 운영에도 이 원칙이 적용된다.지난해 4월 부임한 뒤 가장 역점을 둔 사업이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한 ‘경찰서 현장체험과 유괴·납치범죄 예방교실’이다.지금까지 275회에 1만 8512명이 참여했다.90분짜리인 이 프로그램은 상황실 견학,소란을 피우는 취객을 머물게 하는 주취장 체험,유괴상황을 가정한 연극 등으로 이뤄져 있다.경무과 직원 1명과 의경 3명이 전담한다. 어린이를 주취장 철창 안에 들어가보도록 하고 “기분이 어떠냐.”고 물으면 대부분이 “정말 죄지으면 안될 것 같아요.”라고 한다.이보다 효과적인 범죄예방 교육이 없다.의경이 출연해 “과자 사줄게 아저씨랑 같이 가자.”라는 식으로 꾸미는 ‘유괴 연극’도 인기다.상황별 대처 요령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관내뿐 아니라 다른 관할지역 유치원에서도 찾아 예약이 1주일씩 밀릴 정도로 인기가 좋다. 민생 침해형 범죄의 특징을 설명하면서도 김 서장의 ‘예방 지상주의’는 이어진다.“은행강도를 막는 데는 은행 내부보다는 현관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야 합니다.특히 금융권 범죄는 다른 강력범죄와 연관되기 때문에 근원적 차단 노력이 절실하죠.” 이같은 지론에 따라 노원구청에 수차례 건의한 끝에 올 하반기 강력범죄 다발지역 8곳에 CCTV를 설치할 수 있는 예산을 확보했다. 김 서장의 또다른 원칙은 직원의 복지를 최우선으로 배려하는 것.‘신명나는 직장 분위기’가 조성돼야 치안 성과도 커진다는 생각이다.‘복지부장관’,‘해결사’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다.이 같은 노력이 반영돼 노원서는 지난 4년간 경찰관 비리·구타·총기사고·강압수사 등 자체 사건이 한 건도 없어 지난해 12월 서울경찰청에 의해 ‘그린 경찰서’로 뽑혔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노원경찰서-한마디]김규철 서장

    “범죄란 한번 당하면 그 정신적 충격이 평생을 갑니다.가장 중요한 것은 ‘검거’가 아니라 ‘예방’이죠.” 서울 노원경찰서 김규철(53) 서장은 “실적보다는 주민이 범죄의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경찰서 운영에도 이 원칙이 적용된다.지난해 4월 부임한 뒤 가장 역점을 둔 사업이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한 ‘경찰서 현장체험과 유괴·납치범죄 예방교실’이다.지금까지 275회에 1만 8512명이 참여했다.90분짜리인 이 프로그램은 상황실 견학,소란을 피우는 취객을 머물게 하는 주취장 체험,유괴상황을 가정한 연극 등으로 이뤄져 있다.경무과 직원 1명과 의경 3명이 전담한다. 어린이를 주취장 철창 안에 들어가보도록 하고 “기분이 어떠냐.”고 물으면 대부분이 “정말 죄지으면 안될 것 같아요.”라고 한다.이보다 효과적인 범죄예방 교육이 없다.의경이 출연해 “과자 사줄게 아저씨랑 같이 가자.”라는 식으로 꾸미는 ‘유괴 연극’도 인기다.상황별 대처 요령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관내뿐 아니라 다른 관할지역 유치원에서도 찾아 예약이 1주일씩 밀릴 정도로 인기가 좋다. 민생 침해형 범죄의 특징을 설명하면서도 김 서장의 ‘예방 지상주의’는 이어진다.“은행강도를 막는 데는 은행 내부보다는 현관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야 합니다.특히 금융권 범죄는 다른 강력범죄와 연관되기 때문에 근원적 차단 노력이 절실하죠.” 이같은 지론에 따라 노원구청에 수차례 건의한 끝에 올 하반기 강력범죄 다발지역 8곳에 CCTV를 설치할 수 있는 예산을 확보했다. 김 서장의 또다른 원칙은 직원의 복지를 최우선으로 배려하는 것.‘신명나는 직장 분위기’가 조성돼야 치안 성과도 커진다는 생각이다.‘복지부장관’,‘해결사’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다.이 같은 노력이 반영돼 노원서는 지난 4년간 경찰관 비리·구타·총기사고·강압수사 등 자체 사건이 한 건도 없어 지난해 12월 서울경찰청에 의해 ‘그린 경찰서’로 뽑혔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논술 비타민] 조직력이 있어야 한다

    제시문(가)인간은 새로운 우주론 덕택에 무지의 암흑에서 진리의 찬란한 빛으로 진보했다.우주의 진정한 체계가 발견됨에 따라,인간은 마침내 자신이 우주 내의 어느 곳에 서있는지 알게 되었다.태양이 지구를 대신하여 행성체계의 중심에 들어선 것과 마찬가지로,과학 역시 신학을 물리치고 인간의 지식체계의 중심을 차지했다.이제 인간의 정신이 진정한 빛의 근원을 탐구하게 되면서,진리를 향한 끝없는 도약이 미래를 가득 채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현대 우주론의 엄청난 성과에도 불구하고,서구는 철저한 물리주의의 길을 따라 내려오는 동안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중요한 것을 또한 잃어버렸다.현대 우주론이 성공을 거두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공간의 동질화로 인해 영혼 또는 정신의 공간이 우리의 세계관에서 추방되어 버린 것이다.동질적인 공간은 오직 한 종류의 실재만을 수용할 수 있었다.즉 과학적 세계관에서는 물질의 물리적 실재만이 존재했다.중세 우주론에서 육체와 영혼은 공간이 비동질적이라는 믿음 때문에 공존할 수 있었다.반면에 근대의 우주론 자들은 지구 공간과 천체 공간의 중세적 구분을 폐기함으로써 실재를 고전적인 육체-영혼 이항체계의 절반으로 축소시켰다.게다가 물질 공간이 무한으로까지 일단 확장되어버린 다음에는,어떠한 형태로든 영혼 공간이 들어설 수 있는 자리는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좀더 적나라하게 말해서,근대 우주론의 무한 공간에는 ‘영혼’이니 ‘정신’이니 하는 것들이 존재할 장소가 전혀 없었다.중세의 우주에서 영혼의 장소는 항상 ‘너머’였다.중세에는 우주가 유한하다고 믿었으므로,적어도 비유적으로라도 물질세계의 바깥에 영혼의 자리가 충분히 남아 있다고 상상할 수 있었다.그러나 물질의 세계가 무한한데 영혼의 세계가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물질세계의 한계가 없어짐으로써 기독교적인 영혼의 세계는 우주로부터 삭제되었다.이러한 삭제는 서구를 정신적 위기에 빠뜨렸으며,우리는 그 여파 때문에 아직도 고통을 겪고 있다. 제시문(나) 사이버공간은 빅뱅에 견줄 만한 기하급수적인 힘으로 현재 우리 눈앞에서 폭발하고 있다.우주론자들은 우주의 물질 공간이 약 150억 년 전에 무에서 폭발하여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하는데,사이버공간도 역시 무에서 시작되었다.현재 우리는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공간,새로운 영역의 탄생을 목격하고 있다.서로 연결된 전 지구적 컴퓨터 네트워크 공간은 이전과 다른 영역으로 팽창하고 있다.물질공간처럼,이 새로운 사이버공간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면서,끊임없이 팽창하고 있다.매일 수천 개에 달하는 새로운 노드 혹은 ‘사이트’들이 인터넷과 관련 네트워크에 추가되고 있으며,이러한 새 노드를 통해서 사이버공간의 전체 영역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모든 사이트들은 동시에 여러 ‘방향’으로 가지를 뻗어 나가는 웹의 복잡한 미로 안에서 서로 연결된다.1998년 중반 현재,정기적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의 수는 1억 명에 이르고 있다.그리고 다음 10년 동안에는 10억 명에 근접할 것으로 추정된다.이미 3억 페이지가 등록되어 있는 월드와이드웹은 최근 들어 하루에 백만 페이지씩 성장하고 있다.무에서 시작한 지 약 30년 만에 사이버공간은 인간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영토’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매우 중대한 의미에서 새로운 디지털 공간은 물리학이 탐구해온 공간 ‘너머’에 있다.왜냐하면 사이버 세계는 물질의 소립자나 힘이 아니라 비트와 바이트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데이터 패킷은 사이버공간의 존재론적 토대이며,전 지구적 현상이 ‘출현하는’ 근원이 된다.사이버공간은 물질의 소립자나 에너지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좀더 명확하게 말해서,그것은 한마디로 혁명적인 공간이다.사이버공간은 존재론적으로 물리적 현상에 근거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물리학 법칙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그러한 법칙의 한계에 의해 제한되지도 않는다. 우리는 이러한 발전의 중요성을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어떤 의미에서 실리콘 칩은 우리를 형이상학적 통로로 이끈다.한 웹사이트에서 다른 웹사이트로 여행하는 나의 ‘운동’은 어떠한 역학 방정식으로도 설명될 수 없고,내가 활동하는 온라인 공간은 어떠한 물리적 미터법으로도 측정할 수 없다.여기에서 ‘공간’의 개념 자체는 지금까지 거의 이해된 바 없는 새로운 의미를 띠게 된다.역설적이게도,사이버공간은 물리학적 과학기술의 부산물이다.실리콘 칩,광섬유,액정화면,원격통신위성,심지어는 인터넷에 동력을 공급하는 전기까지,이 모두가 과학의 부산물이다.하지만 사이버공간이 물리학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그것은 순전히 물리주의적인 실재관에 얽매이지는 않는다. 소위 ‘과학의 시대’에 우리들은 철저히 물리적인 공간의 개념에 길들여져서,사이버공간을 진정한 ‘공간’으로 받아들이는 데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그러나 내가 사이버공간에 ‘들어갔을 때’,나의 몸은 의자에 편하게 앉아 있지만,‘나’는 자체적인 논리와 지형을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세계로 송신된다.분명히 그것은 내가 물질세계에서 경험하는 그 어떤 것과도 다른 종류의 지형이지만,그것이 물질적이지 않다고 해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즉,어떤 것이 물질적이지 않다고 해서 그것이 실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물질성의 결여에도 불구하고,사이버공간은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이다.나는 거기에 있다.우리는 사이버공간을 순전히 물리주의적인 세계상에서 거부당한 인간의 비물질적 측면을 부분적으로나마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사이버공간은 정신을 위한,특히 상상력을 위한,새로운 영역이 되었다. ■(가)와 (나)의 지문(지난 6월29일자와 동일)을 읽고 사이버세계의 유용성에 관한 글쓴이의 입장을 정리한 후,이에 대해 가능한 반론을 제시해 보시오(이화여자대학교 2004학년도 논술 모의시험 문제). 1.사오정 고민하다 ‘아,참!” TV 축구중계를 보던 사오정은 화들짝 놀랐다.축구에 정신이 팔려 과제를 깜빡 잊은 것이다.부랴부랴 논술 답안을 고친 사오정은 황급히 삼장 선생에게로 갔다.“죄송합니다.축구를 보다가 그만….” “축구? 무슨 축구?” 저팔계가 물었다.“오늘 우리나라 국가대표팀 A매치가 있는 날이잖아.” “그래.결과는 어떻게 되었느냐?” “당연히 우리가 이기고 있죠.상대팀이 개인기는 좋은데,우리 조직력을 당해내지 못하더라고요.” 사오정은 마치 자기가 선수라도 된 듯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그래? 참 잘 됐구나.그건 그렇고 숙제는 했느냐?” 사오정은 고친 논술 답안을 내밀었다.내용을 유심히 살피던 삼장 선생은 “서론은 지난번에 가르쳐준 대로 잘 고쳤구나.그런데 본론이 문제구나.한국 축구를 본받아야겠다.저팔계의 것과 비교해 보고 무엇이 문제인지 생각해 보렴.” 2.저팔계 도움말 주다 ‘한국 축구를 본받으라고? 무슨 소리지? 대충 내용은 비슷한 거 같은데….’사오정은 고개를 갸웃거렸다.“근데 내용이 좀 정리가 덜 된 느낌이 들어” 저팔계가 한마디 거들었다.“그래? 하긴 어떤 때는 내용이 정리가 잘 되고 어떤 때는 잘 안되고 그렇더라고….” “너,혹시 본론 쓸 때 단락 개념 없이 쓰는 거 아니야?” “단락 개념이 뭐야? 대충 글이 길어지거나 내용이 바뀌는 것 같은 부분에서 나눠주면 되는 거 아니야?” 사오정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큰일 날 소리! 단락은 대충대충 구성하면 안돼.형식과 내용이 엄격히 규정돼 있는 개념이야.” “어떻게든 할 얘기를 다 하면 되는 거 아냐?” 5.사오정 드디어 깨닫다 사오정은 단락이 단순히 글이 길어지면 대충 나누는 그런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축구만 조직력이 중요한 게 아니군요.글쓰기에서도 조직력이 중요하네요.” 사오정은 시야가 훤해진 느낌이 들었다. 3.논달선생 삼장 꾸짖다 “그래,뭐가 문제인지를 알아냈느냐?” 밖에서 들어온 삼장 선생이 물었다.둘은 단락 전개가 잘못된 것 같다고 했다.삼장 선생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그래.제대로 짚었구나.왜 내가 너희들에게 문제를 스스로 찾아보라고 하는지 아느냐? 스스로 문제를 인식해야만 고칠 수 있기 때문이란다.이번 답안은 할 얘기들이 모두 제시됐지만 정리가 제대로 안돼 있어서 문제다.아까 한국 축구팀이 어떻게 해서 이겼다고 했지?” “조직력이 뛰어나서….” 삼장 선생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사오정은 잠시 당황했다.“그래! 조직력은 팀의 승리를 가져다주는 중요한 요소란다.글쓰기에서도 전체 구성이나 문장들 간의 조직력이 필요한데,네가 쓴 글에는 그게 없구나.중구난방으로 글을 쓰고 말았으니 조직력이 생기겠느냐?” ‘글의 조직력?’ 사오정은 고개를 갸웃거렸다.군대를 예로 들어보자.병사들이 여기저기 오합지졸로 뒤섞여 있으면 대장이 ‘공격!’하고 소리쳐 봐야 대장 주변 병사들만 공격을 하고 나머지는 우왕좌왕하게 되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는 법이다.때문에 군대는 각자 역할을 정해주고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들끼리 묶어서 중간 조직체를 구성한단다.이러한 중간 조직체들이 각자 맡은 바 소임을 다하면 전쟁에서 승리하게 되는 것이지.마찬가지로 글에서도 중간 조직체가 필요한데,그것이 바로 단락이란다.동일한 주제를 지향하는 내용들을 한 군데에 모아서 조직화해 주어야 설득력 있고 일관된 서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그런데 너의 글을 보면 둘째 단락에 포함되어야 할 얘기가 셋째 단락에서 다시 제시되고,셋째 단락에 포함되어야 할 얘기가 둘째 단락에서 미리 제시되는 경우도 있으니 조직력이 제대로 생기겠느냐?” 삼장 선생의 설명에 사오정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글쓰기에서 단락 개념은 매우 중요하다.단락 개념을 가지고 글을 쓰는 경우와 단락 개념이 없이 막연하게 전체 주제만을 가지고 글을 쓰는 경우,그 결과는 천양지차임을 명심하려무나.축구에서만 조직력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글쓰기에서도 조직력이 중요한데,글에서의 조직력은 단락을 얼마나 제대로 구성했는지 여부에 달린 거란다.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듣도록 하려무나.” 4.삼장 선생 핵심을 찌르다 일반적으로 본문을 구성하는 단락을 일반 단락이라고 한다.일반 단락은 그 형식과 내용이 엄격히 규정되어 있는 글의 중간 조직체로서,항상 하나의 소주제문과 여러 개의 뒷받침 문장으로 구성되어야 하는 법이다.물론 소주제문의 위치는 달라질 수 있단다.제일 앞에 있으면 두괄식 단락이 되는 것이고,제일 뒤에 주제문이 나오면 미괄식,제일 앞과 뒤에 나오면 양괄식,중간에 나오면 중괄식,생략되면 무괄식 단락이 된다.일반적으로 중괄식과 무괄식은 주제를 선명하게 전달하기 어렵기 때문에 두괄식,미괄식,양괄식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단다.특히 논술 답안에서는 두괄식이나 양괄식을 권장하고 싶구나.다음의 예를 읽어 보려무나. 하지만 사이버 공간이 언제나 유용한 것만은 아니다.(1)정신을 위한 공간이면 정신을 편안하게 해 주어야 하는데 지금 사이버 공간은 오히려 정신을 황폐화시키고 혼란스럽게 만든다.그 예가 급속도로 늘어가는 음란,폭력 사이트이다.그리고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자살 사이트도 정신적인 편안함을 제공해 주지는 못한다.(2)이 뿐만 아니라 익명성을 이용한 특정 인물의 비방,국가기밀 등 중요한 정보에 대한 해킹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존재한다.(3)그리고 사이버 공간은 물질적인 세계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준다.아바타라는 것은 실제 돈을 갖고 인터넷상의 자신을 꾸미는 것인데 그 정도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리니지라는 게임에서는 몇 십만 원짜리 무기와 장식품이 순식간에 다 팔리고 고액에 재거래되기까지 한다.이와 같은 문제점이 있는 한 글쓴이가 주장한 사이버 공간의 유용성은 100%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다.(2004년 이화여대 논술 모의고사 우수 답안 중에서) 윗글은 우수 답안으로 예시한 답안의 본론 중 한 단락이다.‘사이버 공간이 언제나 유용한 것만은 아니다.’라는 소주제를 제시하고,이 소주제문을 ‘(1)정신의 황폐화,(2)익명성 악용,해킹 등의 여러 문제,(3)물질 세계의 문제 상존’의 세 가지 내용으로 뒷받침하고 있고,마지막에서 다시 소주제문을 재강조한 양괄식 단락이란다.다소 부족한 면이 있지만 본론인 일반 단락이 갖춰야 할 형식과 내용을 어느 정도는 잘 갖춘 예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좀더 나은 답안이 되려면 더욱 치밀한 단락 구성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위의 본론의 경우 (1),(3)의 내용은 예시를 들면서 자세히 서술하고 있지만 (2)의 내용은 한 줄로 끝내고 만 것은 다소 문제가 있다.(2)의 경우에도 자세히 예시를 하거나,그냥 한 줄로 제시하는 것으로 충분한 부수적인 내용이면 제일 마지막으로 위치를 바꾸어서 (1)-(3)-(2) 정도로 구성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또한 일부분에서 문장 구성이나 연결이 어색한 경우들도 눈에 띄는데,그런 사소하게 생각되는 부분까지도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사오정아! 네 답안의 가장 큰 문제는 위와 같은 단락에 ‘사이버 공간이 유용한 경우도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셈이다.읽는 사람이 혼돈스러울 수밖에 없겠지? 다른 서술 내용들이 사이버 공간이 늘 유용한 것은 아니라는 목표를 향하고 있는데,‘사이버 공간이 유용한 경우도 있다.’는 내용이 끼어 있으면 조직력이 와해될 수밖에 없는 법이다.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노병곤 문학박사 ‘글과생각’ 송파캠퍼스 원장· 전 광운대 교수 다음주에는 ‘결론 쓰기’에 대한 강의가 이어집니다. 논술과 심층면접 지상강의 내용에 대해 이해가 안 되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http:///cafe.daum.net/seoulinseoul로 문의하면 선생님들의 조언과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
  • [녹색공간] 우리 모두의 웰빙/이상헌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에너지·산업팀장

    2001년 여름에 박사과정을 마치고 나는 시민단체에서 상근 사무처장으로 일하게 되었다.내 역할 중의 하나는 가정주부들이나 학생들에게 물과 에너지와 관련된 주제의 강의를 담당하는 것이었다.살림살이를 담당하는 주부들이 내게 가장 많이 던진 질문은 수돗물을 안심하고 마셔도 되느냐,어떤 물을 먹는 게 좋으냐 하는 것이었다.나는 다소 당황스러웠다.수돗물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고,그로 인해서 정수기 시장만 계속 커지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그래서 일단 나라에서 많은 돈을 들여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고자 하니 기본적으로 믿으셔도 좋지만,오래된 수도관이 아직 충분히 교체되지 않고 있어서 당분간은 보리차를 끓여서 드시는 게 좋다고 알려드렸다. 그 이후,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이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알게 되면 십중팔구는 여전히 같은 질문을 한다.그러나 바야흐로 웰빙의 시대가 도래하고 사람들이 자신들의 건강에 엄청난 관심을 보이게 되자 나는 내 대답이 불충분할 뿐만 아니라 잘못된 웰빙 바람을 부추기는 것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우리가 마시는 물의 근원이 썩어가고 있는데 그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그저 나 혼자만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는 방법 하나를 알려준 것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다시 말해서 소극적인 대처 방법만 알려주었지,적극적으로 우리 모두의 웰빙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끌어내지 못했던 것이다.내 답변이 모든 이의 웰빙에 기여하려면 우리가 마시는 물의 원천이 지금 어떤 형편에 처해있는지 먼저 알려주어야 했던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서울이므로 서울 분들을 위해 우리가 마시는 한강 물의 상류가 지금 어떤 처지에 놓여있는지 알려드려야 할 것 같다.강원도 영월군 상동읍,남한강 최상류인 옥동천 옆에는 90년대 초 대한중석 광산이 문을 닫으면서 버려진 폐 잿가루 1200만t이 두 개의 댐에 갇혀있다.이 잿가루는 납을 포함한 중금속 덩어리인데도 복토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 바람부는 날에는 온 동네로 날아 들어가 주민들이 납중독에 시달리고 있다.또한 침출수 방지 공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 비가 올 때마다 침출수가 옥동천으로 흘러들어간다.옥동천은 남한강으로 흘러들어가고 바로 그 물이 팔당으로 흘러들어온다. 좀 더 밑으로 내려와서 경기도 이천의 복하천 강변에는 20년 동안 매립해놓은 생활쓰레기,병원 폐기물 등이 5만t이 쌓여있다.여기도 침출수 대비 공사가 부실해서 온갖 오염물질이 복하천으로 흘러들어가고 이 복하천도 남한강으로 흘러들어가게 되며 당연히 팔당으로 모여든다.지난 6월초에 서울환경운동연합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강 상류 지천의 수질이 호소기준으로 평균 5등급 정도를 나타냈다고 한다.이것은 공업용수 정도로만 사용할 수 있는 수질이다. 서울시민들이 마시는 한강물의 상류가 지금 이런 지경에 처해있다.이렇게 상류가 썩어가고 있는데,하류 쪽에서 정수기를 쓰고 생수를 사먹고,보리차를 끓여먹는다고 해서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제 누가 나에게 어떤 물을 먹는 것이 좋으냐고 질문하면,나는 이렇게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어떤 물을 드셔도 상관없지만 지금 드시는 물의 근원이 썩어가고 있으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같이 노력하자고 말이다.우리 모두의 웰빙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만 잘 먹고 잘 살겠다는 웰빙은 이기적인 욕심의 표현일 뿐이다.모두가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웰빙의 첫 번째 조건은 모두가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상헌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에너지·산업팀장˝
  • [儒林 속 한자이야기] (26)

    克己復禮(극기복례) 유림 123에는 ‘禮’가 나온다. ‘說文解字(설문해자)’에 의하면 ‘禮(예도 례)’는 신 앞에 제사하여 복을 구한다 할 때 신을 뜻하는 ‘示’(보일 시)자와 제를 행하는 그릇을 의미하는 ‘ ’(제기이름 례)자의 합체이며,그 발음도 ‘ ’자에서 취한 글자임을 알 수 있다. ‘示’에 대해서는 光明崇拜(빛광,밝을 명,높일 숭,절 배),生殖器(날 생,번성할 식,그릇 기)의 상징,祭壇(제단) 등의 여러 설이 있으나 모두 神(신) 또는 絶對者(절대자)를 숭배하는 뜻을 담고 있다.그리고 ‘豊’의 원형은 ‘ ’자이며,나무로 만든 제기인 ‘豆’(두) 위에 祭物(제물)을 올려놓은 글자이다.따라서 ‘禮’의 자학적(字學的)인 의미는 역시 神 앞에 제물을 올리며 복을 비는 原始宗敎的(근원 원,처음 시,마루 종,가르칠 교) 의미로 해석하는 게 妥當(온당할 타,마땅 당)할 것이다.사회가 점차 祭政分離(제사 제,다스릴 정,나눌 분,가를 리) 체제로 전환하면서 ‘禮’는 ‘인간 행위의 準則(법도 준,법칙 칙)’이라는 개인의 도덕으로 변모한다. ‘禮’가 쓰이는 단어에는 無禮(무례),禮節(예절),禮儀(예의),克己復禮(극기복례) 등이 있다.‘論語’(논어) 顔淵(안연)편을 보면,안회(공자의 애제자)가 仁(인)에 대하여 묻자,공자는 “자기를 이겨내어 예로 돌아감이 인을 실천하는 것(克己復禮·이길 극,몸 기,회복할 복,예도 례)”이라고 전제,실천덕목을 묻는 질문에 대하여 “예가 아니거든 보지 말며,예가 아니거든 듣지 말고,예가 아니거든 말하지 말며,예가 아니거든 움직이지 마라.”고 宣言(베풀 선,말씀 언)한다. 극기복례(克己復禮)란 ‘내 마음에 끼어드는 사사로운 욕심을 떨쳐버리고 그것을 이겨내어 타고난 착한 성품을 회복함’을 뜻한다.인간 본연의 성품을 회복하자면 자연질서에 어긋나는 것은 보지 않고 듣지 않고 말하지도 않으며 행동을 해서도 안된다.非禮(비례)란 天理(하늘 천,이치 리)에 어긋나는 것,곧 자연질서에 온당치 못한 비인간적 삶을 말한다.사사로운 욕심에 사로잡힌 자신을 극복하고 예로 돌아가야 비로소 인간다운 모습을 지닐 수 있다는 말이다. 예는 인간 행위,즉 인간다움의 基準點(터 기,법도 준,점 점)이다.그러므로 배우는 사람은 기본을 바로 세우고자 노력하고,이를 바탕으로 온전한 가정을 이루며,사회 및 국가의 秩序(차례 질,순서 서)를 확립함은 물론 모든 사물까지도 서로 조화를 이루어 안정을 얻도록 한다.儒家(유가)에서는 이를 大同社會(큰 대,한가지 동,모일 사,모을 회)라 부른다.대동사회로 진입하기 위한 정치적 方便(방편)이 바로 王道政治(왕도정치)이며,이 왕도정치도 예를 실현하는 것 이상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예가 具備(갖출 구,갖출 비)될 때 인간에게 尊嚴性(높을 존,엄할 엄,성질 성)과 價値性(가치성)을 賦與(구실 부,줄 여)할 수 있으나 예를 喪失(잃을 상,잃을 실)할 때 인간은 금수로 轉落(구를 전,떨어질 락)한다.예의 가치는 인간을 인간답게 살도록 함으로써 인간과 동물을 구별하는 기준이 되는 것인 만큼 예의 특성은 理性(다스릴 리,성품 성)일 수밖에 없다.따라서 옛 어른들은 예에서 벗어난 행위는 비이성적이요,반인륜적이며,비문화적인 방향으로 흐를 위험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혼자 있을 때조차 예에서 벗어나지 않고자 노력한 것이다. 김석제 반월정보산업고 교사(철학박사)˝
  • 여성작가 3人 눈길끄는 작품집 3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받지 않았지만 자기 나름의 작품세계를 일궈온 여성작가 세 명이 나란히 작품집을 냈다.‘빙화’(세계사 펴냄)‘나의 피투성이 연인’(민음사 펴냄)‘행복’(창비사 펴냄)을 출간한 이나미(43) 정미경(44) 정지아(39)가 주인공.각각 ‘속도감과 힘있는 문체’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의 세계’ ‘변혁의 꿈 좌절 이후’ 등의 평을 들으면서 여느 작가와는 구별되는 독특한 영역을 확보한 이들의 개성있는 작품 세계로 들어가 본다. ●‘빙화’=내면의 상처 연대 통해 치유 8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92년부터 4년 동안 모스크바에서 유학한 작가의 경험이 오롯이 묻어나는 작품집이다.표제작의 제목이 처연하고 인상적이다.꽃은 꽃인데 얼음꽃이다.곱지만 차가운,아름답지만 곧 사그라질 이 모순이 공존하는 얼음꽃의 상징성은 작품집 전반에 배어 있다. 표제작 ‘빙화’의 여주인공은 모스크바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뒤 후배가 러시아 기숙사의 화재로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다.감정의 공황 상태에 빠진 주인공은 둘이 함께 어울렸던 장면들을 차분히 떠올리면서 마음을 다잡아 간다.그 과정을 다루면서 작가는 정듦과 이별,생성과 소멸이 부질없음을 들려준다. 작품집의 주인공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대개 위태롭다.상처입은 영혼들이기 때문이다.레즈비언의 비극적 운명을 통해 동성애자의 고통을 들여다보는 ‘푸른 등불의 요코하마’나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의 희생자로 이혼한 뒤 유학간 주인공을 다룬 ‘부활제’ 등은 그를 잘 보여준다. 평론가 정호웅은 “작품집 중심인물들은 거의 예외없이 상처로 인한 고통 속에 현실을 견뎌내는 투쟁자들”이라며 “깊은 연민의 마음으로 스스로 유폐된 이들을 바라보던 시선은 혼돈의 세계를 기꺼이 끌어안고 연대를 통해 상처가 치유될 것임을 암시한다.”고 해석한다.그 치유 능력은 작품 ‘봉인’의 주인공이 지닌 열정에 잘 녹아 있다.자신의 꿈을 찾아,가족들의 격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러시아 유학을 강행하는 작품 속 주인공은 작가가 세상에 던지려는 메시지이자 문학에 거는 꿈으로 다가온다.“내가 매달리고 지켜 나갈 것은 이상과 열정뿐이었다.” ●‘나의 피투성이 연인’=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지난 2001년 늦깎이로 등단한 뒤 1년 만에 2002년 장편 ‘장밋빛 인생’으로 26회 오늘의 작가상을 받으며 ‘준비된 작가’임을 입증한 작가 정미경의 첫 작품집이다. “눈부신 글솜씨”“시뮬라시옹시대에 걸맞은 주제를 탁월하게 형상화” 등의 찬사를 받은 작가의 중·단편 6편을 모았다.특히 표제작은 그의 작품세계를 잘 보여주는데 다음의 표현에 압축적으로 담겨 있다.“그를 향해 전화기를 집어던질 수도,얼굴에 손톱자국을 낼 수도 없는 곳에 존재하는 사람에게 분노를 느껴야 하는 자신.분노를 폭발시킬 상대는 존재하지 않는데 살갗이 벗겨지도록 제 살을 긁어대야만 하는 자신만이 혼자 남아 있었다.”(96쪽) 주인공이 교통사고로 죽은 남편에게 갖는 배신감·분노의 심정을 옮긴 것이다.“모든 게 좋아.너의 모든 것이”라는 말이 온전히 자신만을 향한 표현인 줄 알았던 유선이 남편의 미발표 원고 파일을 정리하다가 죽기 직전까지 남편이 사랑한 숨겨 놓은 여인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 망연자실하고 온 몸이 스멀거리는 가려움증에 시달린다.믿었던 사랑마저 가짜임을 보여주는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시뮬라시옹(거짓 꾸밈)의 시대’를 소설로 그리고 있다. 그렇지만 작가는 이 가짜에 대해 삿대질하지 않는다.대신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에 연민을 느끼고 동정의 시선을 보낸다.표제작에서 고민하던 유선은 결국 남편의 유고집 출간을 포기하고 남편의 사랑을 ‘자기만의 것’으로 남기는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행복’=행복할 수 없었던 이유 90년 부모의 체험을 살린 ‘빨치산의 딸’로 문학동네에 맨살을 보인 뒤 96년 제도권 문학의 통과장치인 신춘문예로 재등장해 녹록지 않은 실력을 보여준 작가의 첫 작품집이다. ‘노동해방문학’ 등에서 활약하며 “세상을 구원하는 글쓰기를 꿈꿨던” 작가의 작품 속에는 ‘좌절된 꿈’으로 인한 눌림과 그것을 극복해 가는 표정이 잘 드러난다. 표제작 ‘행복’은 “어머니는 남부군,아버지는 전남도당 소속”인 부모 아래서 자란 한 여교사의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전개되는 작품으로 작가의 자전적 성격이 짙다.늙은 부모와의 첫 여행에서 주인공은 “빨치산 시절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자 귀착점”이었던 부모들이 현실에서 느낀 생소함과 그로 인한 어둠이 자신에게 미친 내력을 들려준다.평론가 김영찬은 해설에서 정지아 소설의 주인공이 마음의 문을 닫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이런 상처의 외적 근원이 “좌절된 정치적 꿈에 대한 저린 상실감이자 희망 없는 현재의 삶에 대한 낯선 두려움이며,그래도 어떻게든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 앞에서 갖게 되는 잔혹한 슬픔”이라고 분석한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임영숙 칼럼] 김선일씨가 남긴 것

    이라크 과격 테러집단에 의한 김선일씨의 참혹한 죽음에 많은 어머니들이 눈물을 흘렸다.그의 불우했던 성장환경에 가슴 아파하며 “내 아들처럼 느껴진다.”고 안타까워했다.참수 동영상을 보지 않고도 정신적 외상을 입어 “내가 죽인 것 같다.”고 괴로워하는 이들도 있었다.그러나 비극적인 소식이 알려지고 장례식이 열린 지난 30일까지 1주일 동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 사회를 걱정스럽게 보는 시선도 없지 않았다.언론의 상업주의와 정치인·지식인들의 정략적인 태도가 지나쳐 집단적 히스테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라크 추가 파병에 대한 찬반 입장에 따라 서로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파병 찬반과 상관없이 개인의 성격에 따라서 다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어느쪽이든 죽은 김씨는 살아 남은 이들에게 풀어야 할 많은 숙제를 남겼다. 우선 그는 우리 모두에게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다.“살고 싶다.”는 그의 절규는 인간 존재는 무엇인가에 대해 새삼스럽게 생각하게 만들었다.시인 김정란씨가 지난 24일 서울신문에 기고한 글을 통해 고인은 이렇게 말한다.“잊지 말아라.살아 있는 너희는 잊지 말아라.사람이 사람인 것은 갈대보다도 더 연약한 것이라는 것을,사람은 사람이라는 잔인한 짐승에 불과하다는 것을,사람은 사람이라는 지옥이라는 것을….내 죽음은 아직 물질의 세계에 남아 물질을 얻으려고 아옹다옹 다투는 너희에게 던져졌다.아니다 던져진 것은 내 죽음이 아니라,주검이다.…너희가 해결해야 할 너희안의 짐승이 죽인 몸…” 이 질문의 무게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다른 숙제 역시 만만치 않다.테러 대상국이 된 한국이 국제 사회에 보여줄 적절한 행위와 대응은 무엇인가.미군이,아니 미국이 공식적으로 밝힌 사건 인지 시점은 정확한 것인가. 국가는 국민에게 무엇이며 부실한 국가 시스템을 어떻게 재정비해야 하느냐 등이 그것이다.정부가 국민을 보호해야 할 책무를 다하지 못했는데 누가 잘못했는가,무엇이 원인인가,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질문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동안 외교통상부와 국정원,국가안전보장회의(NSC),국방부 등 외교안보 기관들이 부실한 정보·협상능력 때문에 여론의 호된 질책을 받았다.특히 외교통상부는 AP통신의 피랍확인 전화를 제대로 처리했다면 김씨를 살릴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조직문화와 근무자세까지 집중포화를 받았다.이라크대사관의 허술한 교민보호 대책 또한 도마위에 올랐다.미국·영국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군대를 파병할 예정이면서도 이라크어를 구사하는 외교관은 단 1명 파견한 무신경과 현지 문화와 언어,지역정서를 잘 아는 중동전문가를 키우지 않은 단견도 지적됐다. 이런 모든 문제들을 우리가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다면 고인이 남긴 숙제는 오히려 큰 선물이 될 것이다.장례식장에서 낭독된 유가족들의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는 그 선물을 우리가 받을 수 있음을 일깨운다.“선일이가 죽기까지 당신들을 사랑했듯이 그 사랑으로 우리 모두는 당신들을 용서합니다.…한국이 이라크를 사랑하는 것,세계가 이라크를 사랑하는 것,그리고 우리 모두가 하나 되어 우리 모두를 사랑하는 것 안에 선일이가 꽃피우고자 했던 꿈이 있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선일이와 영원히 헤어져야 하는 이 자리에서 슬픔과 고통의 언덕을 넘어 떨리는 목소리로 고백합니다.이라크를 용서합니다.당신들을 사랑합니다.” 종교적 믿음이 없더라도 인간 존재 안의 ‘잔인한 짐승’을 인류애로 극복할 수 있다면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그 작은 실천으로 고인이 준비했다가 미처 전하지 못한 담요를 팔루자 주민들에게 고인의 이름으로 전달하면 어떨까. 주필ys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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