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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녹색공간] 워드와 한국인의 종족성/박은경 환경과문화 연구소장

    지난 2월 미국 프로풋볼리그(NFL) 결승전 슈퍼볼에서 피츠버그 스틸러스 소속의 하인스 워드가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당시 한국 언론에서는 한국계선수가 서양인들의 우람한 풋볼선수들 사이에서 건재한 모습에 열광했고, 그가 얻게 된 돈방석에 대리만족이라도 하듯이 즐거워했다. 지난 4월3일 영웅이 된 하인스 워드가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김영희씨와 한국에 왔다. 워드가 극적인 터치다운으로 스틸러스를 승리로 이끌었던 것처럼 고향땅에 터치다운함으로써 파란만장한 김영희씨의 삶을 인간승리의 순간으로 승화시켰다. 워드는 자신에게 한국 피가 흐르는 것을 원망한 적이 있다며 이제는 그 사실이 송구스럽다고 토로했는데, 그의 솔직한 고백의 저편에는 이 땅에 사는 우리들 자신들이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한국인은 단일민족임을 강조하는 교육을 받고 자라고 살아가고 있다. 피부·머리·눈동자 색이 같은 종류의 사람들만이 한국인으로,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허구적 ‘종족성’을 가지고 살아왔다. 한국인이 떠나보낸 이들은 하인스 워드만은 아니다. 실은 우리들과 피부·머리·눈동자 색깔이 같은 화교들에게도 다른 ‘종족’이라는 굴레를 씌워 1960년 이후 그들의 생계수단이었던 중국 식당조차 하기 어렵게 해 4대째 살아온 그들을 한국 땅에서 떠나보냈다.1882년 임오군란 이후 한국 땅에 들어오기 시작하여서 1940년대에는 10만명에 이르렀던 화교들은 1970년대부터 한국을 떠나서 2000년 즈음에는 1만 5000여명으로 축소되었다. 100여년간 유일한 다른 종족집단이 화교들이었지만 한국이 지난 40년간 겪은 현대화와 산업화는 이제 다양한 외국인들을 한국사회에 유입시키고 있다. 젊은 여성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농촌에 이제 동남아시아 여성들이 한국인의 부엌을 차지해가고 있고, 단일민족을 그렇게 외치던 한국 땅에서 태어나는 아기들을 혼혈로 바꾸고 있다. 동남아 신부를 찾아준다는 거리의 홍보물에 놀랐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농촌 결혼의 두 쌍 중 한 쌍이 외국인과의 결혼이고 100쌍 중 11쌍이 외국인과의 혼인이라는 보도는 이제 한민족이 단일 혈통이라는 주장을 실효가 없게 만들었다. 2004년 말 약 42만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에 살고 있어 인구의 1%를 차지하고 있다. 또 임금노동자 1450만명 중 3%를 차지하고 있지 않은가? 21세기 한국인들의 혈통은 실로 다종족적인 양상을 띠어가고 있다. 이제 한국 땅에는 수많은 하인스 워드를 출산하고 있다. 김영희씨는 20여년 전에 아들을 안고 미국 땅으로 건너갔지만, 이제 태어나는 한국 땅의 혼혈아들은 아마도 이 땅에서 성장하게 될 것이다. 이들이 상처받지 않고 성장하여 미래 한국의 동력이 되게 하려면 우리 모두 ‘한국인’이라는 종족성을 재인식시키는 공공 인식을 증진해야 한다. 종족성은 원래 생물학적이고 원초적인 문화를 강조하는 근원주의적인 면과 사회정치적 상황에 따라서 변하는 상황주의적인 면이 있다.1980년대 미국사회과학 분야에서 크게 부각된 종족성에 대한 논쟁에서 사회정치적인 상황에 따라서 종족성이 변한다는 상황주의적 이론이 더욱 현실성이 있다는 주장이 우세하였다. 한국사회도 후기산업화로 들어가면서 한국인들의 노동에 대한 의식과 현실이 급변하면서 한국의 노동시장은 외국인 노동자에게 열리고, 농촌의 신랑들이 동남아 신부를 맞게 되는 세상이 된 현실을 한국인들은 주지해야 한다. 달라진 사회, 경제적 현실에 적응하려면 이제 우리와 다르게 생기고 한국말이 어눌한 혼혈아들을 한국인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러한 의식을 우리 마음에 심어야만 출산율이 1.16으로 세계 최저여서 남한의 인구가 1400만명에 그친다는 2100년에도 우리 손자들이 살아남을 수 있다. 하인스 워드는 한국인들에게 종족성을 가르친 훌륭한 사회선생이었다. 박은경 환경과문화 연구소장
  • [염주영칼럼] 밥상 위의 쌀전쟁 이기려면

    미국산 수입쌀 칼로스가 지난 주말 국내의 온라인 경매사이트에 나왔다. 수입쌀을 직거래하는 카페도 포털사이트에 등장했다. 소비자를 유혹하는 광고문구들을 내걸고 인터넷과 전화 주문을 받고 있다. 소비자들의 초기 반응은 미미하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쌀과 수입쌀 간에 서로 소비자의 밥상을 차지하기 위한 힘겨운 전쟁은 시작됐다. 올해 우리나라가 밥쌀용으로 수입해야 하는 물량은 5만 7000t으로 국내 소비량의 1.4%를 차지한다. 지난해 국회가 비준한 쌀협상 결과에 따르면 이후 매년 수입량을 늘려가야 한다. 오는 2014년에는 국내 소비량의 3.7%에 해당하는 12만여t이 들어온다. 이는 밥쌀용으로 시판되는 부분만 계산한 것이다. 술을 빚거나 과자를 만들거나 대북지원용으로 쓰이는 것까지 포함하면 2014년에 수입해야 하는 물량은 40여만t이나 된다. 또 그 이후에는 쌀시장 전면 개방이 기다리고 있다. 쌀산업이 가야 할 길은 이처럼 험난하다. 개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며 외길 수순이어서 퇴로도 없다. 살아남으려면 어떻게든 험로를 뚫고 가야만 한다. 개방화 시대에 우리 쌀산업이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농민들이 달라져야 한다. 쌀산업 위기 극복의 1차적인 주체는 농민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과거처럼 ‘농사만 지어 놓으면 정부가 사 주겠지.’ 하는 식의 사고로는 난관을 돌파할 수 없다.‘정부의존형 농민’에서 경쟁이 체질화되고 강한 자립의지로 무장한 ‘쌀산업 CEO’로 변신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도 개방화 시대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 가장 심각한 것은 수급 불균형이다. 지난 1990년대 후반 감산정책을 써야 할 시기에 증산정책을 쓴 결과 지금 심각한 수급 불균형이 빚어지고 있다. 만성적인 과잉생산과 과잉재고에다 시판용 수입쌀까지 겹치면서 쌀값이 폭락하고 있다. 지난해 수확기의 산지 쌀값은 전년보다 13.5%나 하락했다. 과잉생산으로 인한 쌀값 폭락은 그 자체로도 문제이지만 이것이 초래하는 재정의 비효율은 더 큰 문제다. 금년도 예산을 예로 들어보자. 농업분야 전체 예산 9조원 중 4조원이 쌀 관련이며, 이 가운데 2조 9000억원이 가격폭락으로 인한 농가의 소득결손을 보전하거나, 휴경·전작·재고처리 등을 위한 비용으로 쓰이고 있다. 처음부터 적정생산 규모를 유지했다면 절약할 수 있는 돈이다. 현재의 쌀정책은 100이 필요한데 120을 생산해 막대한 예산을 써가며 20을 줄이는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승용차로 서울에서 천안을 가는데 천안을 지나쳐 대전까지 갔다가 천안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이런 정책이 지속되는 한 농민은 농민대로 고달프고, 정부는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농촌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국민 한사람이 1년에 쌀을 80㎏정도 소비하는데 오는 2015년에 가면 60㎏대로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수입은 늘고 소비가 줄면 수급불균형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그에 따른 재정부담은 더욱 급격히 불어날 것이다. 정부는 서둘러 근원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논을 줄이는 것이다. 비진흥지역을 중심으로 향후 10년간 적어도 20만㏊(현재의 20%)는 감축해야 한다. 개방화 시대에는 관념적인 논 지상주의만으로 농민이 잘 사는 농촌을 만들 수 없다. 지금은 논이 귀해져야 농민이 살 수 있다. 정부의 쌀정책은 환골탈태해야 한다. 개방농업의 시대를 이끌어갈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수석 논설위원 yeomjs@seoul.co.kr
  • 노대통령 “공천비리 철저 수사를”

    노무현 대통령은 18일 정당의 공천비리와 관련,“공천비리야말로 부정을 파생시키는 근원적인 비리”라면서 철처히 단속하라고 검·경에 지시했다.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선거부정은 부정부패의 원인”이라고 전제,“현재 공천비리에 대한 검·경의 수사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신고에만 의존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공천비리에 대해 정당이나 주민의 신고만이 아닌 적극적인 인지 수사를 주문한 셈이다. 노 대통령은 특히 “왜 경찰 활동이 무딘지 평가하고 조사해서 보고하라.”면서 “경찰이 사건을 인지하지 않고 놓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고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이 전했다.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사설] 중국발 황사 국제공조 강화해야

    지난 주말 황사로 시민들이 큰 고통을 겪었다.2003년 이후 최악의 황사라고 한다. 서울, 부산 등 전국이 사정권에 들었다. 이같은 황사가 앞으로 두세 차례 더 있을 것이라고 하니 걱정스럽다. 그런데도 기상청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예보시스템을 완벽히 갖추지 못한 탓이다. 때문에 노는 토요일을 맞아 나들이를 나간 사람들은 무방비로 당해야 했다. 황사도 천재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미리 대비하면 피해 및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무엇보다 황사 피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국제공조가 필요하다. 중국발 황사는 한국은 물론 태평양을 건너 멀리 미국 서부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번 황사는 북한을 넘어 남쪽으로 내려왔다고 한다. 보통 황사는 네이멍구(內夢古)에서 발생해 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옮겨온다. 황사 예보와 관련해 북한과는 정보 교류가 부실한 만큼 애초부터 문제를 안고 있었던 셈이다. 발원지인 중국뿐만 아니라 북한, 일본, 미국 등과 공조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한·중 황사 공동관측소가 5곳 설치돼 있는데 더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공세적인 환경 외교도 펼치길 바란다. 중국측에 끊임없이 황사문제를 환기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보다 근원적인 대책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중국의 사막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황사 대책도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중국의 사막화 현상은 계속 동진하고 있다지 않는가. 중국 초원 지역의 생태 복원 및 보전활동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 이미 한·중 정부와 시민단체 간 협력사업이 시작됐지만 규모가 너무 미미하다. 재난예방 차원에서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것이 인류와 후손을 위한 길임은 말할 것도 없다.
  • 비키니 하객들 몰린 결혼식

    비키니 하객들 몰린 결혼식

    새하얀「드레스」의 신부 얼굴은 이미 새까맣게 분장되어 있었다. 좀 허탈스러워 보이는 신랑 역시 구리빛으로 그을은 얼굴로 신부곁에서 바싹 「폼」을 곤두세웠다. 주례는 엄숙하게도 「팬츠」차림- 「비키니」의 賀客(하객)들이 뙤약볕아래 열심히 모여들었다.『그럼 지금으로부터…』역시 반라의 사회자는 쓰윽 한번 이마의 땀을 쓸어냈다. 8월6일「바캉스」가 뒹굴던 萬里浦(만리포) 해수욕장에서는 한국 최초의 臨海(임해)결혼식이 해조음의 장엄한「웨딩•마치」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성대히 베풀어졌다. 극단「架橋(가교)」의 집단 바캉스 예식 하루전에 사발 통문 신랑 李昇珪(이승규•30)군. 신부 金素野(김소야•25)양. 공식 초청객은 극단「架橋(가교)」의 전「멤버」와 극작가 李根三(이근삼)씨 내외. 이밖에 40, 50명의 벌거숭이들이 말하자면 不請(불청) VIP가 되어, 이 매력적인 해변의「웨딩」을 지켜보고 있었다. 신랑 李昇珪군은 극단「가교」의 대표이자 연출자. 신부 金素野양 역시「가교」의 홍1점「히로인」.「가교」는「뮤지컬」『미련한 팔자 대감』의 전국 순회공연을 마치고 이곳 만리포 해수욕장에서 1주일째의 야영「릴랙스」를 즐기고 있는 참이었다. 결혼식 하루 전인 5일 저녁 이들에겐 난데없이 한장의 사발통문이 띄워졌다. 李昇珪군과 金素野양이 내일아침 바닷가 모처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라는 것. 다음 공연작품의「리허설」이 아니냐고 처음엔 믿지 않는 눈치였지만 그것이 연극이 아니라 實演(실연)이란 것이 밝혀 졌을 때 야영「몽고•텐트」속에서는 함성이 터졌다.『브라보』! 「가교」의 중견 金東昱(김동욱)이 달려들어 가위로 신랑의 머리를 깎았다. 金相烈(김상열), 車寬 (차관), 朴瓊賢(박경현) 등「멤버」는 만리포 해변과 숲속에 아무렇게나 핀 꽃들을 한아름 꺾어와 신부용「부케」를 정성스럽게 만들었다. 진홍의 해당화와 샛노란 들국화, 산나리꽃 도라지꽃의 곱고 요염한 몸매가 한아름의 꽃다발이 되었다. 박인환(朴仁煥) 김정필(金正筆) 尹文植(윤문식) 탁명식(卓明植) 尹元一(윤원일)등은 예식장「헌팅」을 위해 나갔고 일부는 야전용 A「텐트」(2인용)로「무디」한 新房(신방)을 꾸몄다. 피로연용으로 한말의 막걸리와 10병의 맥주, 10병의「콜라」가 주문되었다. 현지 조달한 主禮(주례)님도 팬츠에 남방 차림 주례 역시 한국 최초의 현지 의뢰. 마침 서울 草洞(초동)교회 趙香祿(조향록)목사가 주일학교 어린이들을 데리고 와 야영을 하고 있었다. 聖劇(성극)을 과거에 많이 공연한「가교」로서는 趙목사와도 옛 인연이 있어 쾌락을 받았다. 모든 준비 완료. 『도시의, 도무지 그 케케한 숨막힘에서부터 벗어 나고 싶었던 겁니다. 자연이 주는 축복을 우리의 결혼식에서 만이라도 숨쉬고 싶었어요. 무슨 가정의례준칙이라든가 어서픈「쇼•맨십」같은, 소영웅주의를 좇자는건 절대로 아니었어요. 시끄러움이 싫어 예까지 왔는데 기자 양반한테 들키다니 이거 억울합니다』 신랑은 차라리 웃어 버렸다. 8월6일 아침, 간밤의 소나기가 농담처럼 떠나버린 만리포 옆 속칭 천리포 해수욕장 일각에서 이들의 결혼식은 올려졌다. 좀더 자세히 이날의 결혼식 실황을 지상중계해보자. <10시25분>하얀「드레스」의 신부가 입장했다. 신부 대기실은 사방 1m남짓의 바윗덩이 세개가 포개진 해변모래사장끝. <10시26분> 신랑 신부 인사. 이때부터 주위에서 수영을 즐기던「비키니」들이 모여들기 시작. <10시28분>약력소개. 사회자는『산과 바다와 여러분이 두사람의 맺음의 증인』이라고 말했다. <10시30분>예물교환. 신부에겐 자수정반지가, 신랑에겐 만년필이 주어졌다. <10시31분>趙香祿(조향록)목사의 주례사. 趙목사는「팬츠」와 남방으로「드레스•업」(?) 한채『좀 더 좋은 연극을 해 달라』고 간곡한 주례사 一席(일석). <10시37분>신랑신부에게 꽃다발 증정.「가교」의 정신적후원자인 李根三씨 영애 유리, 유원양이 신랑 신부에게 각각 하나씩. <10시38분>「가교」의 團歌(단가)제창.『이 세상은 아름다운 곳, 이 세상엔 희망이 있네! 희망이 있네』.「狂人(광인)들의 祝祭(축제)」에 나온「인서트•뮤직」을 그대로 단가로 채택 한 것. <10시41분>李根三씨 축사.『성실한 가정을 꾸미라』는 당부. <10시45분>『만복의 근원이신 하느님…』趙목사의 축도. 신랑 신부와「가교」「멤버」들은 물론 구경하러 모인 남녀노소의「비키니」들이 모두 눈을 감고 기도에 참여하는 異變(이변)이 일어났다. 완전히 혼연일체가 된 축복「두드」. 신부목에는 소라 목걸이 조각배로 드라이브 하고 만리포에 「바캉스」를 즐기러 왔다는 李杜鉉(이두현)교수 (민속학)가 이번 해변 결혼식 유일의 축의금을 보내왔다. 역시 휴가를 왔다는 TV「탤러트」尹啓榮(윤계영)군은 신부의 목에 한아름의 소라 목걸이를 걸어줬고. 피로연이 현장의「비치•파라솔」밑에서 떠들썩하게 벌어졌다. 모두가 총각인「가교」의「멤버」들은 퇴장하는 신랑 신부를 향해 5색「테이프」대신 5색 물보라를 튕겼다. 「가교」동료들의 축하의 사연도 갖가지. 『바다는「세트」, 해변이 무대, 등장인물 여자1 남자1, 연출 극단「가교」, 공연시간 20분, 가장 아름다운 이 공연을 축하함』(金相烈) 『출렁이는 파도는 아름다운 축가, 신랑 신부의 배역이 좋다. 얼마나 행복한 결혼 공연인지-』(車寬) 『신방은「텐트」속, 어떻게「텐트」를 뚫고 들여다보지?』(金東昱) 드라이브를 해야겠는데 우선 「하이웨이」가 그 천년의 모래사장엔 없었다. 자동차도, 운전사도, 북악「스카이웨이」도 없는데, 마침 나룻배가 저쪽 쥐섬을 뒤로하고 달려 오는게 아닌가.「가교」의「올•멤버」가 승선하고 신랑 신부가 직접 노를 잡았다. 「가교」는 65년 5월『데모스테스의재판』을 창립 공연으로 창단한극단. 창단이래 『퇴비탑의 기적』『요나의 표적』, 『몽땅털어 놉시다』, 『노부인의 방문』, 『광인들의 축제』,『미련한 팔자 대감』등의 중요공연을 가졌고 특히『몽땅 털어놉시다』는 68년도 최고 관객동원을 기록하는등 저력과 열의로 모여진 극단. 이번 만리포에서의 집단 야영도 실은 9월 중순께 공연 예정인「살롱•드라마」『旅人宿(여인숙)의 一夜(일야)』(로드•덴세니 作)와 역시 10월 중순께 공연하려고 한『불만의 도시』(劉賢鍾(유현종) 작)등 두 작품의 공연준비가 그 목적이었다. 2, 3년동안「로맨스」 를 꽃피워온 李昇珪•金素野「커플」의 이번 결혼식은『자연속에서 우리들만의 의식을 갖고 싶다』던 오랜 그들의 소망이 시기적으로 합일되어진 것뿐. 「바캉스」異變이랄까. 이날의 진기한 해변 결혼식은 신방인2인용 A「텐트」속의 촛불이 조용히 꺼짐으로써 그따갑던 막이내렸다. [ 선데이서울 69년 8/17 제2권 33호 통권 제47호 ]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14) 원효의 화쟁사상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14) 원효의 화쟁사상

    7세기 신라의 원효대사(元曉大師)를 모르는 사람이 없겠다. 그의 사상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화쟁(和諍)사상이겠다.12세기에 들어와서 고려 숙종은 원효대사를 기려 화쟁국사비(和諍國師碑)를 세우도록 왕명을 내렸다고 한다. 원효의 사상을 이미 고려시대부터 화쟁으로 대변하였음을 우리가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원효의 화쟁사상은 많은 이들이 말하는 만큼 그 사상의 진수가 그렇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다. 원효의 사유에는 대중적으로 쉽게 접하기 어려운 대목이 있기 때문이리라. 원효의 화쟁은 불법을 설명하는 기본 사유의 방식이지만, 이 사유가 우주의 필연적 법칙을 일깨워주는 가르침에 다름 아니므로, 결국 화쟁적 사유는 우주의 필연적 법칙을 말하는 방식을 뜻한다.‘금강경’(17장)에 불법이 우주의 사실적 법칙이라고 암시되어 있다. 단적으로 우주의 필연성은 공(空)과 색(色)의 두 가지 계기의 실이 서로 새끼꼬기나 천짜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화쟁사상의 기본이다. 불교를 상징하는 卍(만)자가 바로 저 새끼꼬기나 천짜기의 법칙을 형상화한 것이리라. 공은 눈에 안 보이는 진여의 진리요, 색은 눈에 보이는 세속의 진리다. 안 보이는 진리와 보이는 진리가 물론 서로 다르지만 또한 연계되어 있다. 눈에 보이는 색의 존재는 눈에 안 보이는 허공의 바탕에 의지하여 생긴 무늬에 불과하다. 만약에 허공이라는 배경이 없고 모든 공간이 다 색의 물질들로 빈틈없이 꽉 차 있다면, 우리는 어떤 색의 물질들도 구분할 수 없으리라. 허공이 바탕이요, 물질은 무늬에 비유되므로 허공은 물질을 물질로 존재하게끔 해주는 근거이고, 물질은 그 허공의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허공의 공과 물질의 색은 불일이불이(不一而不二=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님)의 관계를 맺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 허공과 같은 공을 어떻게 이해할까? 허공은 생사(生死)와 유무(有無)의 모든 변화무쌍한 순환을 다 초탈하고 있다. 무릇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죽게 되므로 오직 영원한 것은 불생불멸한 공밖에 없다. 바다를 공에 비유한다면, 바다에서 일어나는 모든 파도의 부침은 곧 생멸의 현상과 같다. 따라서 공은 불생불멸(不生不滅)의 이중부정과 같다. 불생불멸은 또 비유비무(非有非無=유도 아니고 무도 아님)의 이중부정과 같다고 하겠다.‘금강삼매경론’에서 원효는 이 이중부정의 공 세계를 홀로 해맑은 초탈의 의미를 지닌 ‘독정(獨淨)’이라고 명명했다. 현상적 존재의 생멸과 유무에 전혀 흔들리지 않는 해탈의 경지를 말하는 것이다. 허공이나 바다가 만물의 부침에 의하여 조금도 영향을 입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만물의 부침을 가능케 해주는 근거다. 그래서 공은 불교에서 허무의 상징이 아니라, 고갈되지 않는 무한기(無限氣)의 상징이 된다. 공이 이중부정이라면, 색은 어떠한가? 색은 물질인데, 그 물질은 독존하지 않고 연기(緣起)의 법으로 존재한다. 연기의 법은 서로 다른 만물과의 상호 얽힘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나무는 물과 햇볕과 땅과 바람과의 상호 연관성에 의거해서 존재한다. 이 연관성의 관계가 다르면, 다른 나무가 생긴다. 이것을 연생(緣生)이라 부른다. 이 연생의 관계를 최소한도로 생략하면, 이중긍정이 된다. 나무는 물과 햇볕, 또는 땅의 흙과 하늘의 바람과 각각 이중긍정의 존재양식을 얽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나무는 자기와 관계를 맺고 있는 타자인 물과 햇볕과 흙과 바람의 흔적을 이미 함축하고 있다. 색의 물질은 고착된 하나의 독립개체가 아니라, 여러 개의 인연으로 다양하게 얽힌 타자들과의 관련성이다. 그래서 불교에서 색의 물질을 차이의 상관성으로 읽는다. 나무는 물과 불(햇볕)과 흙과 바람이라는 차이의 상관성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이 연기법이다. 이 연기법의 존재방식을 현대 포스트 모더니즘의 철학에서 차연(差延=difference)이라 부른다. 차연은 차이(差-異)와 연기(延-期) 또는 연장(延-長)의 두 뜻을 합쳐서 줄인 말인데, 예컨대 나무는 물과 다르면서(차이) 물의 힘이 거기에 시간적으로 약간 연기되어 작용하거나 공간적으로 연장되어 그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을 상징한다. 철학적 차연과 불교적 연기는 같은 뜻이다. 연기법은 이 세상 모든 만물의 존재방식이 서로 다양하게 차이 속에서 연계돼 있음을 가리킨다. 차이 속의 연계와 같은 존재방식은 허공처럼, 바다처럼 넓고 깊어야 가능하다. 한국의 식자들은 흔히 다양성의 문화를 당위로서만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다양성의 문화가 연기법처럼 가능하기 위하여 마음과 문화가 깊어져야 한다. 깊지 않은 마음과 문화는 결코 다양한 존재방식을 사실적으로 수용하지 못한다. 화쟁사상도 깊어진 사유에서 가능하다. 원효는 ‘금강삼매경론’에서 이중긍정의 연기법을 담연(湛然=깊고 넉넉함)의 세계라고 표현했다. 우리는 다 아는 얄팍한 당위만 역설하지 말고, 깊고 넉넉한 문화를 일구기 위해 사유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중부정인 공의 해탈이나 이중긍정인 색의 존재가 서로 다르지만 동시에 상관적으로 얽혀 있어서 새끼꼬기나 천짜기의 상관성을 맺고 있다. 공이 없으면 색의 존재도 성립되지 않는 것을 앞에서 설명했다. 또 색이 없다면 공도 인식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하늘의 구름과 새들의 비상과 해와 달의 색으로 인하여 우리가 허공을 문득 지각하기 때문이다. 만물도 서로 다른 것과의 차연적(연기적) 관계로서 존재한다. 공사상은 2∼3세기경 인도의 나가르주나(한자명=龍樹)의 중관사상으로 대변되고, 색사상은 역시 3∼4세기경 인도의 마이트레야(한자명=彌勒)의 유식사상에서 개화된다. 원효의 화쟁사상은 이 중관학파와 유식학파의 불교적 쟁론을 통합시킨 사유라고 보겠다. 그러나 원효의 화쟁사상은 그 이상의 철학적 의미를 갖는다. 그의 화쟁사상은 이 우주의 법이 일원론도, 이원론도 아닌 이중성의 사실로 존재함을 인식해야 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중성은 모든 사실의 근원적인 존재방식을 말하는 것으로서, 일원적으로 합일되는 것도 아니고 이원적으로 갈라지는 것도 아닌 중도의 법으로서 불일이불이(不一而不二)고, 원효는 이를 또한 융이이불일(融二而不一=둘을 융합하되 하나로 만들지 않음)이라 불렀다. 공과 색이 이미 그런 이중관계로 엮어져 있음을 우리가 앞에서 설명했다. 색의 존재방식도 역시 이중긍정의 방식인데, 그것은 나무의 경우처럼 물과 불(햇볕)이 소 닭 쳐다보듯이 외면하는 것도 아니고, 서로 변증법적 투쟁에 의하여 하나로 합일하는 것도 아니다. 나무에서 물과 불이 차이를 유지하면서 서로 상관하고 있다. 화쟁사상은 이런 이중성의 존재방식을 말하기에 변증법적 통일을 부정한다. 차이가 모순투쟁을 초래하지 않고, 차연과 같은 상관적 관계를 부른다. 이것이 화쟁사상이다. 이 화쟁사상은 노자의 도(道)와 유사하다. 선과 악이 다르지만 동시에 동거하고 있고, 약이 독과 다르지만 역시 동거하고 있다(3·4회 글). 노자는 명암의 이중적 동거양식을 밝음(明)에 염하듯(襲) 옷을 입히는 뜻으로서 습명(襲明)이라 비유했다(4회 글). 이런 이중성을 장자는 보광(光=빛을 보자기로 덮음)이라 불렀다. 이것은 다 흑백의 선명성 논리와 택일적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보지 말 것을 종용하는 사유다. 이 점에서 원효의 화쟁사상은 노장사상과 맥락을 같이 하며,20세기 서양의 해체주의적 철학자인 독일의 하이데거와 프랑스의 데리다의 차연적 세상읽기와 그 궤도를 같이 한다. 선명성을 좋아하는 택일의 논리는 이 세상의 필연적 사실의 법과 맞지 않고, 자아가 타자를 박살내고 자아의 동일성만이 승리하기를 노리는 투사의 심리와 다르지 않다. 투사는 자기동일성의 승리를 쟁취하는 투쟁의 도사이나, 세상을 경영하는 지혜와 내용이 없다. 왜냐하면 세상의 경영은 배척의 투쟁에서가 아니라, 화쟁과 같은 다양성의 포괄과 그것을 포용하는 깊이에서 우러나오기 때문이다. 화쟁사상은 투쟁사상이 아니다. 화쟁의 ‘화(和)’자는 불교의 卍(만)자처럼 동일성과 타자성이 서로 새끼꼬기하듯 만나고 갈라지기를 반복하는 그런 이치를 가리킨다. 거기에 이미 허공의 빈 곳이 사이에 끼어서 둘을 갈라놓고 또 하나로 합치게 하는 배경을 이룬다. 이것은 또 마음이 허공처럼 허심하여 소유론적 집착을 놓지 않으면, 화쟁의 사실을 결코 실천할 수 없음을 가리킨다. 마음이 이미 자기고집에 편파적으로 집착되어 있으면, 화쟁은 말로만 하고 실제로는 투쟁의 심리로 마음이 꽉 차 있다는 것을 뜻한다. 약간 어렵겠으나 원효의 화쟁사상을 말하는 한 구절을 ‘대승기신론소’에서 인용한다.“동일함(一)은 동일하지 않음(非一)에 상응하므로 다름에 상관적이어서 다름과 같이 동거하며, 다름(異)은 다르지 않음(非異)에 상응하므로 동일함에 상관적이어서 동일함과 동거한다.” 오른쪽은 왼쪽과 다르지만 왼쪽이 없으면 자기도 존립하지 못하고, 반대로 왼쪽도 오른쪽과 다르지만 오른쪽이 없으면 자기도 성립하지 못한다. 화쟁사상은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홀로 생기는 법이 없기에 반드시 어떤 일의 작용과 상대방의 반작용을 동시에 고려함이다. 이것이 이중긍정의 태도다. 이것과 저것은 서로 작용과 반작용의 상관관계를 지니므로 오로지 나는 100% 정당하고, 상대방은 100% 그르다는 생각으로서는 끝없는 투쟁의 연속만이 있을 뿐이다. 이것은 노장이 말하는 습명과 보광의 중도적 태도가 아니다. 중도는 어중간한 기회주의적 눈치보기나 단물만을 좇는 속물적 출세주의를 더구나 말하지 않는다. 이들은 사리사욕의 대명사다. 중도는 세상의 필연적 존재방식이 다 이중성의 공존으로 짜여져 있기에 단정적인 막말을 하지 않는 마음가짐에서 핀다. 우리는 세상일에 대하여 너무 흑백논리와 선악심리로 막말을 하고 단죄한다. 그런 풍토에선 같이 참회하고, 같이 손에 손잡고 강강수월래를 부르기가 어려워진다. 빨리 끓고 쉽게 식는 사회는 사유가 얄팍하다. 화쟁은 오직 사회가 깊어지기를 바라는 곳에서 자란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서해 유전 ‘있나, 없나’

    군산 앞바다 서해 2-2광구에 유전이 있는지를 놓고 이곳을 시추했던 업체와 산업자원부간에 논란이 뜨겁다. 서해 2-2광구에서 석유 탐사를 벌인 지구지질정보는 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탐사시추 자료 분석결과 유전의 부존 가능성을 보여주는 유징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지구지질정보는 탐사시추 자료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물리검층 전문업체인 미국의 핼리버튼사에 정밀분석을 의뢰한 결과, 총 18개 구간에서 유징이 확인됐고 이 중 3개 구역에 대해 생산성검사(DST)를 실시할 것을 추천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산자부는 “핼리버튼의 보고서는 물리검층 자료만을 이용해서 파쇄대(암반이 깨진 구간으로서 석유가 생성되는 근원암으로부터 석유가 흘러들어와 저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는 구간) 발달이 가능한 구간을 생산성 검사를 해볼 만한 구간으로 선정해 준 것일 뿐”이라며 “보고서에는 유징이 전혀 보고되지 않았다는 점을 명시하고 해석 시 이를 고려할 것까지 권유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산자부는 이 보고서가 지난달에 지구지질정보의 탐사권 연장을 불허한 조치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구지질정보는 탐사권 연장이 불허된 이후 지난달 23일 탐사권설정출원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산자부는 이에 대한 검토 절차를 거쳐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02일 TV 하이라이트]

    ●미디어 바로보기(EBS 오후 8시20분) 최근 다니엘 헤니 등이 많은 관심을 받으면서 혼혈인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지만, 이는 경제력을 갖춘 일부 스타에만 한정하여 인정하는 분위기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혼혈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존재한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적 인식의 근원은 어디에 있는지 짚어본다. ●인사이드 월드(YTN 오전 10시25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국민들의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더욱 수준 높은 사회보장을 위해 연금 정책을 개선한 칠레와 빈민들에게 일자리를 창출해 실업률을 감소시키고 있는 세네갈, 아주 가난한 지역이었지만 시민단체와 결연해 훌륭히 자신들의 권리를 찾아내고 있는 인도 뭄바이를 찾아가 본다. ●신돈(MBC 오후 9시40분) 공민왕은 신돈이 도술을 부려 노국공주의 혼이나마 만나게 해주겠다는 제의에 귀가 솔깃해진다. 하지만 신돈은 노국공주의 혼을 편안히 보내주라 청하며 공민왕과 반야가 마주치게 한다. 반야를 만난 뒤 예전의 활기를 되찾은 공민왕은 신돈의 개경천도를 지지한다. 한편, 반야는 공민왕의 아이를 가지고 입덧을 시작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SBS 오후 11시55분) 선천적인 척추 기형으로 등을 대고 바로 누워서 자지 못하는 진학. 볼록 솟아오른 등 때문에 몸을 반쯤 일으킨 채 얼굴 한쪽을 벽에 붙이고 잠을 잔다. 일반중학교 특수반 수업을 받는 진학은 사춘기에 접어들고 있다. 다른 생김새에 신경도 많이 쓰이고, 그런 자신의 모습이 싫기만 하다. ●도전, 골든벨(KBS1 오후 7시10분) 산 좋고 물 맑은 강원도에서 5개 학교 연합팀이 골든벨을 향해 도전한다. 강릉여고 한민지 학생은 장애를 가지고 계신 부모님을 위해 손, 발이 되어드리는 효녀이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애타는 응원에 힘입어 골든벨을 향해 달려 나간다. 민지 학생은 55대 골든벨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인지 지켜본다. ●비타민(KBS2 오후 10시5분) 사람 입보다 더 쉴 새 없이 움직이는 턱관절. 입을 열고 닫을 때 이상한 소리와 통증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늘고 있다고 한다. 과연 턱관절 장애로부터 벗어날 특별한 비법은 무엇일까. 봄의 불청객 황사가 극성을 부릴수록 고통받는 호흡기. 호흡기 보호는 물론 질병까지 막아줄 봄나물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 느림, 그러나 빠른 깨달음

    느림, 그러나 빠른 깨달음

    “어찌하여 느림의 즐거움은 사라져 버렸는가? 아, 어디에 있는가, 옛날의 그 한량들은? 민요들 속의 그 게으른 주인공들은, 이 방앗간 저 방앗간을 어슬렁거리며 총총한 별 아래 잠자던 그 방랑객들은? 시골길, 초원, 숲속의 빈터, 자연과 더불어 사라져 버렸는가?” -밀란 쿤데라 『느림』중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숨가쁘게 돌아가는 우리네 삶. 가끔 무엇인가 알 수 없는 허무함이 가슴을 메이게 한다.‘도대체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 피곤에 찌들린 일상에서 벗어나 그동안 살아온 생활을 돌아보고 재충전할 기회를 갖고 싶다면 ‘명상’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반박자만 느리게 살면 인생이 달라질 것이다. 명상으로 잠시 느림의 미학에 빠져보자. 만물이 생동하는 봄, 자신을 찾고 마음에 평안을 얻고 싶은 사람들은 가족과 함께 가까운 명상 센터를 찾아보자.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봄햇살이 따사로운 주말. 충북 진천에 있는 수선대를 찾았다. 여기는 수선재(043-536-0013,www.soosunjae.org)에서 운영하는 야외 명상 수련원이다. 지난 1999년 폐교인 진천 두촌분교를 개조해 만들었다. 숙소와 식당 등도 있어 편하게 자연과 벗하며 명상에 빠져들 수 있다. 어슴푸레 대지를 밝히려는 새벽,50여명이 손을 모으고 앉아 있다. “지금 막 태양이 빛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여러분 자신이 태양의 가운데 있다고 명상하세요. 그 찬란한 빛이 온몸을 감싸고 태양의 기운을 가득 받은 여러분 몸과 마음 어디에도 그늘진 곳은 없습니다.” 조용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이고(수선대 원장)씨가 명상의 세계로 사람들을 이끈다. 30분이 지났다. 다리가 아플만 하지만 어느 누구 신음소리 한번 내지 않는 적막감이 커다란 교실을 꽉 채운다.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 5시부터 시작된 수련은 아침해가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오전 8시쯤 끝났다. # 자신을 찾아가는 길 수련을 마친 사람들의 표정은 맑고 깨끗했다.“힘들지 않았어요.”라는 질문에 한결같이 웃음으로 답하는 그들은 과연 ‘득도’를 한 것일까. 수련한 지 3개월 됐다는 민정화(28·그린티샵 매니저)씨는 “오늘 수련은 특히 너무 좋았다.”며 “마음의 평안 그 자체인 것 같다.”고 말했다. 녹차 전문점을 운영하는 그녀는 사람들에게 받는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이 편할 날이 없었다. 그래서 명상에 입문을 하게 됐다.“항상 내 자신의 가슴, 즉 내면을 들여다보며 반성하고 씻어내니 그저 마음도 몸도 편해진다.”고 말한다. 민씨의 권유로 명상을 시작한 언니 여경(35·대학원)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다니다가 지난해 그만두고 대학원에 입학했다.“이젠 생활의 중심이 잡히는 것 같아요. 내성적인 성격 탓에 남들에게 휩쓸려 다니는 일이 많았는데 이젠 스스로 돌아보고 결정하며 행동하는 모습에 제 자신도 놀라지요. 사람들을 만날 때 당당해지고 내면의 소리를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성격으로 변했어요.” # 거대한 자연 속의 자신을 만나다 아침밥을 먹고 그들은 무변대란 곳으로 간다. 수선대에서 걸어서 20여분 거리에 있는 ‘무변대’는 제2의 수련원을 지을 곳이란다. “무변대는 볼텍스(Vor-tex)가 있는 곳으로 명상을 하기에 정말 좋은 장소.”라고 이고 원장은 설명한다. 볼텍스란 소용돌이, 와동이라는 뜻으로 지구 표면에서 발생하는 전자기장이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올라가거나 또는 지구 표면으로 빨려드는 현상으로 쉽게 말하면 ‘에너지 마당’이다. 우주에서 에너지가 내려와 좋은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한 10여분을 걷자 이 원장은 “자 이제 왼손 바닥은 하늘로 향해 하늘의 기운을 받고 오른손 바닥은 땅을 향해 받은 기운을 쏟아내고 땅의 기운을 받아들입니다. 천천히 머릿속을 비우며 걸으며 자신에게 집중해 보세요.”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마치 무엇엔가 홀린 사람들처럼 나란히 서서 걷는다. 어디까지 가는지,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 아무도 묻는 사람들도 없이 산길을 따라 간다. 수북하게 쌓여 있는 나뭇잎을 밟으며 사각사각 걷는다. 고행을 떠나는 성자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문득 따사로운 햇살과 지저귀는 새소리에 그저 마음이 편안해지며 잡념이 사그라짐을 느낀다.1시간 정도를 그렇게 걷더니 김재은 사범의 말에 따라 모두 모여 간단한 체조를 한다. 서서 호흡을 고르던 그들은 이제 황금빛 잡풀들이 누워 있는 땅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는다. 그리고는 다시 명상에 들어간다. 눈을 감았다. 몸을 스치는 바람, 새소리, 온몸에 공명이 되어 울린다. “바람이 불어옵니다. 이제 바람이 몸을 통과해 지나갑니다. 가슴 깊이 있던 응어리와 분노들이 보이십니까. 바람에 날려보내세요.” 미움, 시기, 증오 등 우리를 옥죄고 있는 나쁜 마음들과 이별을 하고 따사로운 햇살을 가득 가슴에 품고는 일어선다. 이종민(38·에코샵 홀씨 대표)씨는 “이렇게 자연을 걸어 보고, 들어 보고, 함께 하다 보면 자신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풀 한 포기, 꿈틀대는 벌레 하나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으며 자신 또한 인생의 주인임을 느끼게 하지요.”라고 수련소감을 말한다. 또한 이하정(25·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씨는 “이렇게 앉아 자연의 힘을 느끼고 돌아가면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항상 웃으며 일할 수 있는 에너지가 됩니다.”라고 했다.5살 아들을 둔 박정인(35·주부)씨도 “이렇게 명상을 하면 급하다며 안달복달하는 마음이 없어지고 여유가 생깁니다.”고 의미를 부여한다. 비우려 하니 편해지고 다시 채워질 여유가 생겨서일까 다들 얼굴이 행복해 보였다. ■ 도심에서 명상 즐겨볼까 # 명상 백화점 웰빙 열풍을 타고 도심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명상을 할 수 있는 수련장이 생겨났다. 서울 종로경찰서 바로 뒤 인사동에 위치한 명상 아루이 선(02-722-6653)은 대표적인 명상카페. 아담한 한옥집을 개조해 만든 공간으로 차를 마실 뿐 아니라 다양한 명상 체험이 가능하다. 홍옥·청옥·자수정·맥반석 등 오색영롱한 광물들의 기운을 맨발로 느끼는 ‘걷기명상’을 비롯해 돌명상, 그림명상, 감촉(곡물)명상, 음악명상 등 10여 가지의 명상 체험을 할 수 있다. 헤드셋에서 나오는 내레이션을 듣거나 명상 지도사가 체험을 도와준다. 또한 귀한 차를 마실 수 있다. 산에서 직접 채취한 약재들로 끓여 기운을 북돋아주는 아루이선(仙)차, 호두·대추·밤을 넣어 두뇌 활동에 도움을 주는 고향 하늘차, 백련차 등 각종 선차가 송화다식, 녹차다식과 함께 나온다. 가격 1만원. # 차와 함께 명상을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 있는 초의차명상원은 차를 마시며 명상을 하는 곳이다. 미얀마에서 명상과 선차 수행을 하고 돌아온 지장스님이 누구나 쉽고 편하게 명상을 할 수 있도록 하게 하자는 뜻에서 만든 공간이다. 명상에 쉽게 빠져들기 위한 매개로 차를 이용하는 독특한 방법으로 명상을 자연스럽게 유도해 인기가 많다. 스님과 함께 찻잔에 차를 따르고, 향·빛깔 등을 음미하며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방법으로 수련을 한다. 또한 녹차, 보이차, 타이차 등 여러 종류의 차를 마시는 즐거움도 있다.(02)732-7209. # 깨달음을 통한 명상 서울 가회동에 있는 안국선원은 ‘간화선’이란 독특한 방법으로 명상을 유도한다. 선원장인 수불스님이 던진 선문답을 고민하며 답을 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간화선은 각박한 삶을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 정신적인 깨달음을 주는 것으로 참선을 통해 스스로 번뇌를 깨치고 삶의 근원적인 답을 구하며 마음의 평안함을 되찾게 만든다. 종교와 상관없이 수행을 할 수 있다.(02)732-0772,www.ahnkookzen.org로 신청하면 된다.
  • 황사, 결막염·비염·천식·피부병… ‘만병근원’

    최근 한 차례 황사가 휩쓴 가운데 기상청은 올해 황사가 3∼4월에 집중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황사는 봄철 건강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불청객. 자칫 하다가는 이런저런 질환으로 곤욕을 치르기 쉽다. 특히 면역성이 약하고 활동성이 강한 어린이나 노약자, 평소 알레르기 및 호흡기질환을 앓는 사람은 보다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황사 속 미생물이 일반인에게는 별다른 해를 안끼치지만 면역성이 약한 사람에게는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정에서는 청소기나 물걸레질을 자주해 집안으로 날아든 미세먼지를 제거해야 하며, 외출 후에는 손과 얼굴을 잘 씻는 등 개인위생 수칙을 지켜야 한다. ●자극성 결막염 황사와 건조한 대기로 쉽게 발생하는 질환이 바로 자극성 결막염이다. 눈이 가렵고, 눈물이 많이 나며, 충혈과 함께 눈에 이물감을 느끼는 것이 주된 증상이다. 눈을 비비면 끈끈한 분비물이 나오고, 심하면 흰자위가 부풀기도 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외출을 삼가는 것이 상책이다. 외출 때는 고글(보호안경)을 끼거나,2% 크로몰린 소디움을 눈에 넣어줘도 된다. 귀가 후에는 미지근한 물로 눈과 콧속을 깨끗이 씻어내야 하는데, 이 때 눈에 자극을 주는 소금물은 피해야 한다. 결막염 증세가 의심되면 깨끗한 찬물에 눈을 담그고 깜빡거리거나 얼음찜질을 해주면 증세가 진정된다. 그래도 상태가 나아지지 않으면 전문의 치료를 받는 게 상책이다. ●알레르기성 비염 재채기와 함께 맑은 콧물이 흐르거나 코가 막히는 것이 주요 증상이다. 초·중·고생의 30%, 성인의 10% 정도가 알레르기성 비염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증상이 심하면 항히스타민제를 사용해 콧물이나 코막힘을 줄일 수 있으나, 가려움증, 입마름 등의 부작용이 따른다. 코점막 충혈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혈관수축제를 콧속에 뿌리기도 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크로몰린 소디움을 미리 코에 뿌려주면 효과가 있다. ●기관지 천식 황사 먼지가 호흡기로 흡입되면 기도 점막을 자극해 정상인도 호흡이 곤란해지고 목이 아프다. 특히 기관지가 약한 천식이나 폐결핵 환자가 황사에 노출되면 호흡이 곤란해지는 등 증상을 심각하게 악화시킬 수도 있다. 특히 천식의 경우 갑자기 심한 기침을 하거나, 숨쉴 때 쌕쌕거리는 천명음이 나며, 늦은 밤이나 새벽에 발작적인 기침이 나와 잠을 설치기도 한다. 원인은 알레르기 원인물질이 기관지 점막을 자극, 기관지가 좁혀지는 과민반응 때문에 나타난다. 이 경우 전문의 치료를 받아야 하며, 치료에는 주로 소염제와 기관지 확장제를 사용한다. 천식환자는 황사철 외출을 삼가고 가능한 실내에 머무는 것이 좋다. 또 실내에도 황사가 들어올 수 있으므로 공기정화기를 가동하며, 적정 습도를 유지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피부관리 황사에는 미세먼지외에도 수은 납 알루미늄 카드뮴 비소 등 중금속이 다량 포함돼 있어 오래 맨살이 노출될 경우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가정 흔한 피부질환은 산성 미세입자가 피부 모공으로 들어가 일으키는 접촉성 피부염. 흔히 알레르기 질환은 특정 물질에만 반응하는 것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황사에 포함된 중금속의 농도가 심한 경우에는 대상 범위가 거의 제한이 없어진다. 일단 염증이 생기면 접촉 부위가 몹시 가렵고 벌겋게 부어 오른다. 이런 증상이 2∼3일이 지나도 낫지 않거나 증세가 심해지면 차가운 물에 적신 타월을 비닐에 싸 염증 부위에 대어 증상을 가라앉힌 뒤 의사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 때 2차 감염이 올 수 있으므로 절대 긁지 않도록 해야 한다. ■ 도움말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이상일·호흡기내과 권오정·안과 정의상 교수. 대한피부과개원의협의회. 홍남수 듀오피부과 원장.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코드로 읽는책] 공포의 계절/월레 소잉카 지음

    21세기는 글로벌시대라고 한다. 경제적·문화적 국경이 하나씩 무너지면서 ‘세계는 하나’라는 지향점에 가까워지는 듯도 하다. 하지만 실상 그 이면은 폭력과 테러로 얼룩져 있다. 지난 8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제3세계의 대표적 지성으로 꼽히는 나이지리아 출신의 윌레 소잉카는 그래서 오늘날 세계를 설명하는 핵심적 키워드로 ‘공포’를 제시한다. ‘공포의 계절’(월레 소잉카 지음, 이완기 옮김, 루비박스 펴냄)은 오늘날 일상에 스며드는 공포의 정체를 정치와 종교라는 틀을 통해 자세히 분석한 책이다. 이 책은 지난 2004년 BBC라디오에 초빙된 윌레 소잉카의 강연내용을 묶은 것이다. 저자는 우선 공포의 근원과 그 영향을 추적하면서 국제정세가 강요하는 국가간 갈등, 국가와 테러조직 사이의 관계를 탐색한다. 그는 오늘날의 테러조직을 유사국가로 상정한다. 소잉카가 보기에 오늘날 심화된 공포를 유포시키는 근원은 바로 이 유사국가다. 하지만 국가 역시 현실 혹은 가상의 반역세력을 낙인찍는 방식을 통해 유사국가가 득세하는 데 모종의 관계를 맺음으로써 그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을 즐기고 있다. 저자는 유사국가의 뿌리에 예속과 맹종을 강제하는 광기의 종교적 수사학이 놓여 있다고 지적한다.‘우리는 진정 종교에 대해 말해야 한다.’는 소잉카의 절규는 본질적 가르침에서 벗어나 세속에 대한 권력 의지로 광기의 온상을 제공하고 있는 종교의 잘못에 대한 따가운 질책이다. 유사국가 도발은 9·11테러에서 정점을 이룬다. 하지만 소잉카는 9·11에 대해 “수십년에 걸쳐 사하라 사막 위에 무참하게 피의 글씨로 덧칠해져 왔던 전조의 귀결이었다.”고 설명한다. 요컨대 9·11은 세계 정치학 속에 내재되었던 정치와 종교를 둘러싼 갈등의 파국적 확인이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른바 제1세계 밖에서 증식하고 있던 갈등의 전조를 무시하며 다른 한편에서 이를 부추기던 서방세계를 강력 비판한다. 소잉카가 오늘날의 인간 존재 조건을 고찰하며 내놓은 처방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추구’로 나타난다. 그가 보기에 인간 존엄성에 대한 공격은 공포가 노리는 가장 큰 목적 가운데 하나이며 정신의 예속과 권력의 승리를 알리는 서곡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시급히 조명되고 복원되어야 할 게 바로 존엄성에 대한 가치라는 것이다. 존엄성은 오늘날 국가와 유사국가의 폭력, 그리고 종교의 수사학적 광기가 강제하는 ‘굴욕’에 맞설 수 있는 반(反)테제이며, 따라서 존엄성에 대한 이해와 존중의 장치 마련이 절실하다고 소잉카는 거듭 강조한다.1만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盧대통령 ‘인터넷 대화’ 항목별 요지

    ■ 증세 ●“양극화문제 증세로 변질 잘못 이해하는 부분 있어” 노무현 대통령은 23일 오후 1시부터 2시간 동안 청와대 영빈관에서 네티즌들과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를 갖고 양극화 문제를 비롯, 국정 현안에 대해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노 대통령은 “본격적으로 양극화 얘기를 하자고 했는데,‘세금 올리자.’로 변질됐다.”고 말을 꺼냈다. 그러나 “세금을 더 내라는 말이 아니고 한번 생각해 보자, 연구해 보자는 것”이라며 세금 논란의 배경을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세금 얘기를 꺼내니까 바로 ‘월급쟁이가 봉이냐.’로 나왔다.”면서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득 계층의 절반 정도는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TV나 신문을 보면 봉급자들이 궐기할 것 같다. 돌을 맞는 게 아닌가 싶어 겁이 나는데, 한숨 돌리고 봐달라.“고 농담을 섞어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종합소득세는 상위 20%가 대개 97%를, 전체 소득을 합산해서 내면 96.7%를 상위 20%가 내고 있다.”면서 “세금에 대해 화를 낼 분들은 상위 20% 소득자들”이라고 말했다. ■ 부동산 ●“양극화의 원인이자 결과 ‘8·31’ 우습게 보지 말라 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는 양극화의 심각한 원인이자 핵심적인 결과”라고 진단한 뒤 “부동산은 만병의 근원”이라고 강조했다. 8·31 대책의 결과에 대해 “자신한다.”고 답했다. “임기가 아직 2년 남았다.”면서 “지금 8·31 대책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딱 짧게 표어로 말하면 ‘8·31 대책 우습게 보지 말라.’”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정책의 내용이 부실하면 저항에 무너지지만 내용이 완벽하게 돼있으면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저항이 꺾이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재건축에서 발생하는 초과 이익은 환수하는 방향으로, 지금 3단계 부동산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4단계,5단계까지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 비정규직 ●“차별 최대한 줄이도록 강제할 수단 다 열겠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 노 대통령은 “답답하기 짝이 없다.”고 전제를 깔았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겠다.”면서 “숫자를 줄이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갑자기 숫자가 줄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노 대통령은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을 택한 사람도 많은데 통계가 분명치 않다.”면서 정부의 부실도 책망했다. 노 대통령은 “대신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을 최대한 줄이도록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은 다 열겠다.”면서 “기업이 견딜 수 있는 만큼 강제해 보겠다.”고 선을 분명히 그었다. 이어 “(비정규직이) 건강보험, 연급, 실업. 고용보험에도 가입하도록 하는 등 정규직과의 차이를 줄여가고 마지막에 차이를 줄이는 것이 임금”이라면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문제는 엄청난 시비가 있을 수 있지만 판례를 축적하면서 줄여나가 보자.”고 역설했다. ■ 교육 ●“특목고는 평준화에 배치 뽑기 아닌 키우기 경쟁을” 노 대통령은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는 평준화 정책에 배치되는 정책”이라고 전제한 뒤,“수월성, 특수한 방향의 교육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순되지만 조화롭게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서열화는 특수화와 다르다. 특수성은 예외적으로 인정된다.”면서 “보편성을 특수성에 맞추면 교육을 망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교육에서는 창조성과 사회성, 다양성이 가장 강조된다.”면서 “기회를 균등하게 줘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기 위해선 공교육이 살아야 한다. 내신 평가에 의한 대학 입시제도로 가지 않을 수 없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획일적인 평가방식은 창의성과 다양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미 상위 5%, 수능 9등급에서, 학교 편차가 있지만 과목에서도 1%의 인재를 찾을 수 있다.”면서 “그런데 대학에서는 0.1%만 찾으려 한다.”고 대학을 비판했다. 또 “뽑는 경쟁을 하지 말고 키우는 경쟁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데스크시각] 관대와 망각-최 의원은 걱정하지 말라/손성진 사회부장

    “법의 판단에 따르겠다.”고 말한 검사 출신 최연희 의원의 태도는 ‘검사스럽다’는 신조어에 또 하나의 의미를 추가했다.‘잘못해도 무조건 법으로 따진다’는. 만취해서 여기자를 추행한 그는 “딸들 볼 낯이 없다.”고 했지만 진실로 부끄러워하는 모습은 아니었다.‘알량한’ 자리를 지키려는 욕심에 더럽혀진 명예를 조금이나마 회복하겠다는 최소한의 양심마저 저버린 것이다. 관대와 망각, 최 의원은 거기에 기대고 있다. 그의 내심대로, 금고 이하의 형을 받아 의원직을 유지하게 될지 모른다. 그만큼 우리는 법원을 포함해서 성문제에 관대하다. 강간범에게도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법원이 성추행에 어떤 형을 선고하는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최 의원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다는 말들을 심심찮게 듣는다. 귀를 의심케 하는 것은, 심지어 최 의원을 옹호하고 두둔하는 발언을 한 ‘여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최 의원에게 법정에 가서 한번 따져보자는 생각이 나게 한 것은 그런 현실이다. 한국인들이 성문제에 관대한 것은 뿌리깊은 남존여비 관념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기생, 요정문화와 해외로까지 발을 뻗치는 성매매의 근원을 여성을 하대하는 인습에서 찾아도 틀리지 않는다. 돈과 권력이면 무엇이든 가능하고 어느 정도의 성접촉쯤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한국 남성들이다. 요즘에는 대서특필되는 성희롱이 사회적, 법적인 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여년 전이다. 그전에는 성희롱이란 단어도 생소했거니와 혹간 그런 일이 있더라도 ‘그럴 수 있는 것’쯤으로 돌려버리기 일쑤였다. 성폭력은 늘어나는 한편으로 발생 계층이 광범위해지고 있다.‘발바리’·경찰관·선생님·중학생·군인·교도관·정치인까지, 성폭력 가해자는 직종불문이고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는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아직 성범죄가 적게 발생하는 나라에 속한다.2002년 기준으로 한국의 강간·추행 건수는 인구 10만명당 19.8건이다. 미국은 33건, 영국 86.6건, 독일 33.9건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치명적인 맹점이 있다. 통계에는 신고된 범죄만 기록되는데 한국의 성범죄 신고율은 불과 6%밖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94%는 드러나지 않고 파묻혀 버린다. 스코틀랜드는 신고율이 62.3%, 프랑스는 60.2%이고 스페인도 35.5%로 우리와는 천양지차다. 성폭력 피해자를 도리어 질시하는 사회풍조와,‘2차 피해’가 신고율을 10%에도 못 미치게 만드는 원인이다. 수치심을 팽개친 최 의원처럼 떳떳하게(?) 법의 심판을 받겠다는 가해자가 있는 반면 남자 경찰관 앞에서, 만인이 지켜보는 법정에서 ‘신고한’ 피해자들은 거꾸로 죄인처럼 수치심을 무릅쓰고 구체적인 진술을 해야 한다. 이번에도 성폭력의 심각성을 일깨운 것은 언론도 국회도 아니고 신발가게 주인의 어린이 성폭행 살인 사건이었다. 우리의 특성은 무관심, 무방비로 일관하다 사건이 터지면 방패막이가 되겠다고 난리법석을 떨고는 금방 잊어버리는 점이다. 검찰, 법원, 국회, 여성부, 경찰, 언론들이 일제히 마치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 전자팔찌다 뭐다 해서 캐비닛 속에서 잠자던 온갖 대책들을 동시다발로 끄집어 낸 게 한달 전이다. 그들이 한달 전의 상황을 망각해 버렸으리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러면서도 정책화 작업이 얼마나 진행되고 있는지 벌써 의심스러워지는 것은 그들의 냄비근성이 미덥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혹해야 할 것에 관대하고 오래 기억해야 할 것을 너무 빨리 잊어버린다. 모든 것들이 한때의 폭풍우처럼 지나가면 그만이다. 1999년에도 여기자가 피해자인 추행사건이 있었다. 그때 가해자는 검사였는데, 당시에도 검찰 내부와 여성계에서 큰 문제가 됐고 검사는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7년 가까이 지난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 그 검사는 검찰 중앙 조직의 핵심 요직에 올라 있다. 하물며 검찰 조직에서 이러니 다른 곳인들 오죽하랴. 최연희 의원은 걱정하지 말라.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테니까. 손성진 사회부장 sonsj@seoul.co.kr
  •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34) 한국의 다도철학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34) 한국의 다도철학

    해가 길어졌다. 꽃피는 3월 버들가지에도 봄이 오고 새들이 맑은소리로 미친듯이 여기저기서 울어댄다. 차밭의 묵은 풀들을 정리하는 일에 흥이 돋는다. 해가 뉘엿뉘엿 산봉우리를 돌아 집으로 돌아간다. 푸르디 푸른 봄 하늘은 마치 뜬구름이 사라진 허공처럼 무량한 넓이를 보여준다. 삶이란, 차인의 길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삶과 차, 삶과 차와 자연이 하나가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차의 길이라는 것이 새삼 세월속에서 묻어난다. 서산 청허 스님은 그같은 차인의 삶을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금생의 한길로 다닌 지 벌써 몇 년이며/현기를 헤아리는가 후도생(後道生)아/산 밖에서 인간 세상의 변화를 알지 못하고/베갯머리가에서 시냇물 소리를 듣네/꽃 밟고 돌아오는 길 봄 구름이 습하고/계수나무로 차 달이는데 저녁노을이 맑다/숲의 학과 야생 고라니가 서로 믿으니 이미 후덕한데/붉은 문에 하필 수놓은 옷이 빛나겠는가” 참으로 소박한 차의 살림살이가 묻어난다. 저녁노을을 벗삼아 계수나무로 달여먹는 차는 얼마나 풍요롭고 또 풍요롭겠는가. 사람들은 이같은 차의 미학을 음풍농월의 단절적인 삶으로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 한폭의 수묵화 같은 차의 살림살이는 단지 삶의 멋을 부리기 위한 겉치장이 아니다. 관념과 현실을 투과한 깨달음의 삶속에서 펼쳐지는 우주적인 삶은 곧 현실일 수 있으며 충만한 내면의 동화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차를 접하며 가장 많이 듣는 것은 바로 ‘다도(茶道)’라는 말이다. 조금 풀어서 해석한다면 차의 길 즉 차의 정신성과 물신성을 동시에 함축하고 있는 말이라고 본다.‘다도’는 크게 2가지 뜻을 지닌다. 먼저 차를 다루고 끓이고 마시는 바른 방법이다. 이같은 것은 무척 현상적인 것으로 차를 다루고 끓여내는 모든 행위를 원만자적하게 해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하나는 위에서 지적했듯이 정신성의 획득이다. 차 즉 다법을 통해 얻어지는 내면의 깨달음이다. 옛 성인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모든 것은 하나의 길로 통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즉 차의 내외적인 조건을 충족시킴으로써 얻을 수 있는 진리의 당체를 얻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성인 초의 스님이 처음으로 ‘다도’라는 말을 언급했다. 초의 스님은 “다도를 설명하기 위해서 동다송을 썼다. 조주풍의 다도가 없어져버려 알지 못하므로 다신전을 쓴다.”고 말씀했다. 초의 스님은 또 김명희에게 “수체(水體)와 다신(茶神)이 열리어 정기가 들어오니 곧 대도를 이루게 된다.”고 했다. 초의 스님은 올바른 다법 안에는 차의 물신성과 정신성을 동시에 투과해야 한다는 다도론을 넌지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도철학을 도대체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 것인가. 다도철학이란 차를 다루고 끓이고 마시는 일에서 자연과 인간의 삶을 깨닫게 되는 진리나 이념의 총체적인 것을 말하는 것이다. 다도철학은 단순한 차를 벗어나 당시대를 함께 관통할 수 있는 사회문화적 사상과 연관을 가지며 그것은 다도사상 다도정신 다인정신 다도관 등 모든 것을 포괄하는 개념을 갖는 것이다. 우리의 다도사상은 ‘정(正)’과 ‘중(中)’으로 요약할 수 있다.‘정’과 ‘중’은 불·유·선 등 우리선조들의 정신적 사상사적 철학을 모두 포괄하고 있는 보편적인 개념이다.‘정’과 ‘중’의 개념을 고전적 관점에서 살펴보자. 먼저 유가에서는 ‘정’을 통한 ‘중’이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정’은 무사(無邪)이며 본래의 ‘성(性)’이자 진리이다. 이에 반해 ‘중’은 중용이고 화(和)이다. 이것을 불교에서 보면 ‘정’은 팔정도며,‘중’은 ‘중도’다. 이것을 도가적으로 본다면 ‘정’은 심재와 전일이며,‘중’은 망형일 수 있다. 정과 중은 다사(茶事)와 행다례의 원리가 된다. 포법에 있어서 ‘정’은 정갈한 차, 깨끗한 차를 알맞은 분량으로 열을 제대로 익혀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을 뜻한다.‘중’은 이러한 중요한 요소들이 서로 어울려 본래의 모습으로 탄생하게 하는 역동적인 관계를 ‘기’와 시간으로 잘 다스려 조화롭게 그 내용을 얻는 것이다. 행다례에서 ‘정’은 올바른 자세이며 ‘중’은 온화한 부드러움이다. 찻자리에서 ‘정’은 차를 접대하는 팽주인 주인과, 손님의 기본 예의범절이며,‘중’은 깍듯하고 예의범절을 지키나 조금은 여유가 있는 상대적인 예절을 뜻한다. 한발짝 더 나아간다면 찻자리부터 차를 우려내는 것까지 주인의 빈틈없는 세밀한 정성이 ‘정’이 될 수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를 접대받는 손님이 주인과 하나가 되어 온화하고 편안한 마음이 되는 것이 ‘중’에 해당된다. ‘정’과 ‘중’은 또한 차실 등 찻자리를 꾸밀 때 기준이 되는 중요한 미의식이기도 하다. 먼저 다실이다. 다실에 있어서 ‘정’은 자연과 일체가 되어 있는, 아니면 현대인들의 삶속에 녹아있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라야 한다.‘중’은 편안하게 손님을 맞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공부하고 수행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 차 핵심인 다완을 만드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최고의 ‘다완’으로 불리는 ‘이도다완’은 먼저 다구를 쓰는 사람이 쓰기에 편하고 개성이 있게 만들어져 있다. 뿐만 아니라 자연을 닮은 것처럼 넓고 담백한 의연함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다완에서 ‘정’은 자연을 닮은 담백함이요,‘중’은 다구가 쓰기에 편하나 개성이 있다는 점이다. 다도에서 ‘정’과 ‘중’은 한발짝 더 나아가 차인의 사회 문화, 윤리적인 삶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것은 어쩌면 현대 차인들의 삶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차인의 사회 문화적인 삶속에서 ‘정’은 자신의 실체를 거짓없이 있는 대로 꿰뚫어보고 인정하는 것이다. 자신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그만큼 내적 성찰이 이루어졌으며 그에 맞는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안분자족’의 삶을 있는 그대로 살 수 있는 조건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자신이 지닌 능력의 최상과 최하가 어디에 있음을 알고 삶을 열심히 영위해갈 수 있는 성실한 노력이다. 차인의 삶속에서 ‘중’은 부족한 자신과 이웃을 사랑할 수 있는 따스한 마음인 ‘자비’다. 차에는 또한 자신의 삶을 건강하고 풍요롭게 영위할 수 있는 실천적인 철학이 숨겨져 있다. 먼저 차는 사회적 구조속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자신을 다스릴 수 있게 해준다. 분노도 탐욕도 모두 생각에서 나온다. 꾸준한 음다생활을 통해 가벼운 살림살이로 급진전하고 있는 자신의 살림살이를 깊고 넓게 할 수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성하는 삶이 매우 중요하다. 다산 정약용은 자신의 그릇된 점을 깨달아가는 것을 공부라고 했다. 또한 옛 다인인 목은 이색은 자신의 차실에 가만히 정좌해 하루생활을 반성하는 차생활을 하며 탐욕에 물들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차는 또 현대인들의 가장 큰 적이라고 부르는 스트레스를 다스릴 수 있다. 옛 차인들은 차의 고유한 기능중 한가운데에 근심을 없애는 것을 들었다. 음다는 신체의 오관을 즐겁게 해준다. 코로는 향기를 맡고 혀로는 맛을 보고, 눈으로는 찻물과 차싹과 다구를 보며, 손으로는 따스한 찻잔의 촉감을 느끼고, 귀로는 찻물 끓는 소리를 들으며 편안하고 즐거워할 수 있다. 지금은 그같은 호사를 누릴 수 없지만 땔나무를 사용했던 옛 차인들은 찻물 끓는 소리를 유난히 사랑했다. 찻물 끓는 소리를 소나무에 스치는 바람, 비오는 소리, 봄 강물소리 등 천지만물을 그대로 보듬어안는 자연의 소리로 들으며 사랑했다. 뿐만 아니다. 물은 인간의 몸을 이루고 있다. 그런 점에서 물을 대하는 인간은 가장 편안하게 그것을 흡수한다. 그같은 물의 친연성은 정신적 신체적 긴장을 이완함으로써 뇌파를 쉽게 안정시켜 일상생활의 안정화를 가져다준다. 우리 주변에 중요한 일을 앞두거나 중요한 회의를 앞두고 꼭 차를 먹는 습관을 지닌 다인들이 많다는 것이 그것을 입증한다. 차생활은 스트레스를 낮추고 정신건강을 유지시킨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음다생활은 또 사람과 사람, 조직과 조직간 대화의 통로를 만든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현대인들의 주요한 삶의 문화적 터전은 가상공간에 있는 가상현실이다. 가상의 공간은 함께하는 공동체 문화보다는 지극히 개별화된 공간이라는 점에서 비인간화의 길을 걷게 하는 ‘쿨 컬처’ 즉 차가운 문화로 상징된다. 차는 이같은 차가운 문화를 훈훈한 문화로 바꾸어주는 역할을 한다. 차를 함께 마시면서 자신의 내면에 있는 본원적인 감정들을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차를 끓여 마시는 과정에서 굳었던 감정들은 서서히 풀릴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조건마저 형성되기 때문이다. 차는 가족과 가족, 조직과 조직, 더 나아가 인간과 신이 영혼을 나눌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차는 또 인간과 인간의 도리를 지키고 살아가는 예의를 갖출 수 있는 기본자세를 만든다. 음다생활은 인내심과 질서를 갖춘 예의바른 행동에서 시작하고 끝을 맺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차는 젊을 때뿐만 아니라 중년기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건강하고 아름다운 신체를 가꿀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물의 진리를 통해 자연을 사랑하게 되는 우주적인 눈을 갖추게 한다는 점에서 삶의 실천철학으로서도 그 가치를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대흥사 제11대 종사인 함월 해원선사는 차가 가진 삶의 실천철학을 이렇게 시로 노래하고 있다. “갑술년 봄 온갖 꽃 감상하는데/청암스님은 회를 돕느라 사무가 번다하네/편지를 보내도 답장이 없어 걱정스럽더니/다행히 직접 만나니 즐거움이 끝이 없네/쌍계의 물 가득하니 선차(仙茶)로 족하고/칠불의 바람 불어와 손님의 흥을 더하네/멀리 낙동강 향해 돌아가야 하나니/헤어짐에 이르러 뜻이 어떠한가 묻지 마라.” <일지암 암주> ■ 中·日의 다도철학 중국에서 다도란 말에 대한 기록은 8세기말 당나라 사람 봉연이 썼다. 봉연은 그의 글에서 “이로부터 다도가 크게 성행했다.”고 적고 있다. 그 후 ‘다록’을 썼던 장원이 그의 저서에서 “차를 정성들여 만들고 건조하게 저장하며 깨끗하게 우리면 다도를 다한 것이다.”고 차를 다루는 법에 대한 다도를 적고 있다. 그러나 중국 다도정신의 근원은 육우가 쓴 ‘다경’에서부터 비롯됐다. 육우는 다도의 근원을 ‘검덕’으로 보고 그것을 숭상해야 한다고 했다. 북송의 휘종황제는 ‘대관다론’에서 “청(淸)·화(和)·정(靜)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저런 것들을 종합해보면 중국의 다도정신은 ‘검(儉)·청·화·정’으로 집약된다.‘검’은 검소,‘청’은 청렴결백,‘화’는 화목,‘정’은 고요한 경지를 의미한다. 근대의 차인인 장만방은 “중국의 다덕은 염(廉)·미(美)·화(和)·경(敬)이다. 염은 맑은 차를 마심으로써 청렴하고 근검하게 하며, 미는 명품차에서 아름다운 맛과 향기를 음미하며 우정을 서로 나누고 건강하게 장수를 누릴 수 있다. 화는 다례를 중시하는 덕을 지녀 화합하고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게 된다는 것이다. 경은 남을 존경하고 백성을 사랑하며 다른 사람이 즐거워할 수 있도록 정갈한 다기와 좋은 물을 쓴다는 것이다.”고 밝히고 있다. 일본의 다도철학은 다른 어느나라보다도 투철하다고 볼 수 있다. 일본에서 ‘차’는 곧 ‘도’요 정신이며 삶으로까지 여겨지고 있을 정도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다도는 철학적 의미가 매우 깊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의 다도철학은 앞서 살펴봤지만 ‘와비’정신이 그 핵심이다. 와비는 원래 ‘사랑을 이루지 못하는 허전함’‘은자의 생활철학’등에서 보여지듯 인간의 삶속에 근원적으로 투영된, 완전한 탐욕을 벗어난 깨달음의 경지를 상징한다. ‘달님도 구름 사이가 아니라면 싫습니다.’고 했던 센리휴의 말은 이같은 와비정신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와비사상은 또 다구를 평가하는 기준에서도 볼 수 있다. 와비차에 어울리는 차그릇들은 완전한 상태의 차그릇에 손질을 가해 불완전하고 불균형적인 ‘초(草)’의 상태가 되어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그래서 센리휴는 다실에 놓인 멀쩡한 꽃병 귀를 한쪽만 망치로 떼어냈다고 한다. 이같은 와비정신은 다회에서 내놓은 식사에서도 드러난다. 밥 한 그릇에 반찬 두세 가지, 가벼운 술 등 간단하고 소박한 식사가 기본이었다. 일본의 다도는 센리휴의 사규(四規)로 압축된다. ‘화·경·청·적’이 그것이다.‘화’란 찻자리에 참석한 사람들과 주인이 하나가 되는 것이고, 경은 주인과 손님 모두가 각기 불성을 지닌 인격체가 되는 것이다.‘청’은 물질적 정신적인 욕심을 떨쳐낸 맑은 마음을 통해 자유롭게 되는 것이며,‘적’은 공간적 고요함과 그 어느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열반의 세계로 진입하는 것을 뜻한다. 위에서 살폈듯 중국과 일본 등도 차에 대한 형식과 내용을 벗어나 국가와 개인의 삶의 철학으로서 ‘차’의 길을 가꾸어왔음을 알 수 있다.
  • 사막 2400만평 나무 자라는 녹지로

    사막 2400만평 나무 자라는 녹지로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로 인류가 큰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경보음이 갈수록 크게 울리고 있다. 기후변화의 위험은 급격한 산업화·도시화에 따른 화석연료의 무분별한 사용 탓이 크지만 지구의 3분의1을 차지하는 건조지대가 세계 곳곳에서 빠른 속도로 불모지로 변해가고 있는 것도 주된 이유다. 유엔 역시 올해를 ‘사막과 사막화의 해’로 정하고 전 지구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선 상태다.“사막화는 인류가 직면한 가장 위급한 환경재앙”(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 5개 지역 생태계 복원 우리나라는 사막화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 당사국이다. 중국과 몽골 등지의 사막으로부터 해마다 날아오는 황사로 대기오염이 가중되면서 건강은 물론, 환경피해와 막대한 경제적 손실도 초래하고 있다. 더욱이 황사의 빈도가 갈수록 잦아지고 황사에 포함된 유해물질의 농도 또한 높아지는 추세여서 사막화 방지는 시급하고 절실하게 요청되는 사안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의 자금·기술지원으로 중국 사막지대의 일부가 푸르게 바뀌고 생태계가 복원되는, 의미있는 결실이 맺어졌다.19일 한국국제협력단이 펴낸 ‘중국 서부지역 조림사업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타클라마칸 사막지대의 신장 위구르 자치구 등 5개 지역에 1600만그루의 나무를 심어 이 가운데 90% 가량이 뿌리를 박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서부지역 조림사업은 2001년부터 5년동안 5개 지역에서 순차적으로 시행돼 왔다.1998년 김대중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우리나라와 중국이 500만 달러씩의 비용을 분담했다. 한국산림과학원과 한국산지환경조사연구회 등 조림사업팀이 현지에 머물면서 지역별 토양특성을 맞는 조림 수종 고르기와 관개 방법 등 기술지도를 해 왔다. 그 결과 풀 한포기 없던 2400만평의 땅이 녹지로 탈바꿈하고, 심은 나무는 3∼5m까지 자라났다. 사업팀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한국산림과학원 윤호중 박사는 “사막화 방지와 현지 생태계 복원을 위한 우리나라의 첫 조림사업은 현지 주민들도 놀랄 정도의 대성공”이라고 말했다. 조림사업은 다방면에 걸친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사업팀은 우선 산림이 안정적으로 조성되면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은 물론 대기오염 정화, 모래바람 방지 효과 등의 생태·생활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지 주민들에게 조림 및 산림관리에 필요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대추·포도·살구나무 같은 유실수를 통한 경제적 수익을 올릴 수 있게 한 점도 의미있는 성과로 꼽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전체의 사막지대 면적을 감안하면 이번 조림사업지의 규모는 미미한 편이어서 당장 황사 방지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사막지대 조림사업, 더욱 확대해야” 한국산림과학원 이천용 박사는 “황사를 방지하기 위해선 결국 녹화조림이 근원적 대책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국제적 지원·협력 확대 등으로 사막화 방지에 대한 복구·복원 사업이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어서 장기적으론 큰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박사는 정부 차원에서 이번 조림사업의 성과를 국제적으로 널리 알리고 사막화 방지사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교토의정서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의무 대상국에 포함되는 경우에 대비해 사막지대 조림사업으로 ‘탄소 배출권’을 우선적으로 확보하자는 취지이다. 이 박사는 “사막지대 조림사업은 워낙 어려워 탄소 배출권에 대한 인센티브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면서 “황사 억제와 탄소 배출권 확보, 그리고 무역증대와 자원외교 등 여러 측면에 두루 효과를 미치는 점을 감안해 정부 차원에서 사막화 방지사업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은 국토면적의 30% 가까운 넓이가 사막화로 이미 황폐해졌고, 해마다 9억평의 땅이 사막화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한국 NGO 몽골 조림사업 활발 2008년까지 10만그루 심는다 전 지구적 환경문제로 떠오른 사막화 방지사업에 국제사회가 주목한 것은 30여년 전이다. 유엔이 주도한 ‘사막화 방지회의’가 1976년 시작된 이래 1994년엔 ‘사막화 방지 국제협약’이 맺어졌다.191개 나라가 회원으로 가입했는데, 우리나라는 1999년 협약을 비준해 158번째 가입국이 됐다. 우리나라가 참여하는 사막화 방지 조림사업은 정부와 비정부기구(NGO) 차원에서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정부 차원의 사막화 방지사업은 중국에서, 황사의 또다른 발생지인 고비 사막을 둔 몽골에선 NGO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사단법인 시민정보미디어센터와 동북아산림포럼, 로터리클럽 등이 대표적이다.2000년 이후 본격적인 조림사업에 나서 지금까지 200만평의 땅을 녹지로 바꾸는 성과를 올렸다. 시민정보미디어센터는 ‘미래를 위한 나무 한그루 심기 운동’을 펴고 있다.1999년 중국·일본·몽골·대만 등과 시민단체 국제심포지엄을 연 뒤 2000년부터 몽골의 NGO와 나무심기 운동에 본격 착수했다.2008년까지 몽골에 10만그루의 나무를 심는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몽골의 사막화는 중국보다 면적은 작지만 훨씬 심각한 상태다. 국토의 절반 가량이 이미 사막화했으며 사막화 위기에 직면한 면적은 전 국토의 90%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막화 규모도 심각하지만 NGO들이 몽골을 주요 활동무대로 삼은 것은 몽골 정부의 취약한 재정 형편과 주민들의 열악한 생활 등도 감안됐다. 시민정보미디어센터 김한나 팀장은 “현지 조림지 및 묘목장 관리 등에 필요한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현지 주민들의 실업 및 빈곤 감소에도 기여하고 있다.”면서 “동아시아 환경위기를 해결하려면 앞으로 시민단체들의 국제적 교류·협력활동이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열린세상] 폭력의 그늘,무엇이 남는가/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 교수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에 납치되었던 KBS 용태영 기자가 무사히 귀환하게 되었다는 소식에 온 국민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제2의 김선일 사건으로 비화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해오고 있었던 터였다. 성공적 협상에 나섰던 한국 외교관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테러를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심리적 충격과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폭력적 행위라고 규정할 때, 테러의 역사는 아마도 인류 역사만큼의 오랜 기록일 것이다. 최근 자주 사용되는 테러방법은 주로 자살폭탄공격, 하이재킹, 그리고 인질납치 등이다. 정치적 갈등이 첨예한 중동지역에서 테러는 일상사가 되어 있다. 특히 종교적 차이로 인한 정치적 갈등일 때, 테러라는 폭력적 방법에 쉽게 도착(倒錯)된다. 테러를 감행하는 측에 있어 죽음은 순교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테러는 이미 중요한 국제정치적 이슈다. 탈냉전기 국제정치 현안의 중요도와 대응방법을 결정하는 소위 ‘현안 결정자’(agenda-setter)의 역할은 미국이 맡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테러행위는 미국의 국가안보에 가장 심각한 위협요소다.9·11 테러 이후 명백해진 안보관이다. 냉전기 미국의 국가목표가 봉쇄(containment)였다면 탈냉전기 국가목표는 테러 방지다. 이에 따라 주요 강대국들의 외교안보 목표도 미국을 좇아 테러방지에 두고 있다. 그러나 국제정치의 핵심 현안으로 떠오른 테러가 쉽게 수그러들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 보인다. 목표가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의 논제에 철학적 합의를 이룰 수 없는 이상, 테러를 행하는 측과 이에 대응하려는 측 사이의 간극은 메워지지 않고 영원한 평행선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인간 지성적 능력의 한계, 인간과 사회의 불완전성이 오늘날 테러문제로 극명하게 드러나 있다. 더욱이 오늘날 미국이 테러방지에 대응하는 방법 또한 군사력이라는 폭력성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으면서 미궁에 빠지게 되는 폭력 악순환성의 전례를 보여준다. 테러는 테러를 가하는 측이 던지는 일종의 대화 방법이다. 문제는 대화의 방식이 너무 일방적이라는 점과 단기간에 세간의 주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는 환각 때문에 폭력사용이라는 유혹에 쉽게 빠진다는 점이다. 일방적으로 자신의 주장만을 퍼붓듯 이야기하는 것은 대화가 아니라 자기 논리의 난폭한 표현일 뿐이다. 이것은 사회 내 갈등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뭔가 보여주지 않으면 상대가 나의 주장에 귀 기울이지 않을 것이라는 강박관념이 폭력수단의 사용을 유혹한다. 유사한 폭력적 행동이 이전에 일정정도 효과를 가져왔다고 믿는 인식적 관성이 폭력 행위를 반복시킨다. 폭력성을 띤 언술도 마찬가지다. 사회 내부에서나 국제관계에서 폭력이 그치지 않고 하나의 관습처럼 전승되었던 이유도 거기에 있다. 상대방의 의사와 행동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난폭한 어조나 폭력만이 유일한 수단이 아니다. 꾸준한 설득을 통한 방도도 있고, 심금을 울리는 어사(語辭)나 눈물 한 방울에 비춰지는 감성도 변화의 원동력이 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들을 학습하고 있는 중이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화 시대가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과제다. 이럴 때, 비폭력 평화운동을 통해 위대한 진보를 이루었던 간디나 킹 목사의 발자취를 진지하게 재조명해야 한다. 폭력이 단기적 효과가 있다고 해서 그것이 근원적 문제 해결이나 장기적 목표 달성에 반드시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피는 더 많은 피를, 폭력은 더 거대한 폭력을 부른다는 사실만이 명백한 진리다. 영화 ‘뮌헨’에서 주인공은 “테러를 주도한 자를 제거하고 나면 더 악랄한 자들이 그 자리를 채울 것”이라고 되뇌며 폭력적 보복행위의 허탈감을 토해낸다. 그 절망어린 목소리가 더 큰 울림으로 남는다. 그것은 이 시대 우리들의 고뇌나 다름없다. 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 교수
  • [열린세상] 신농촌 건설 추진하는 중국의 고민/정종욱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요즘 중국 정가의 최대 화두는 농촌 살리기이다. 마치 중국의 미래가 농촌에 걸려 있는 듯이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농민 생활 향상과 농업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역설한다. 오늘로서 일주일째에 접어든 제10기 전국인민대표자대회 제4차 회의에서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행한 개막연설과 원자바오 총리의 정부공작 보고도 농촌문제를 주제로 다루었다. 또 이 대회에서 채택될 11차 5개년계획(11·5계획) 역시 농촌문제 해결이 그 핵심 내용이다. 후진타오나 원자바오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는 이유도 농촌과 농민과 농업의 이른바 3농 문제를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경제의 지속성장은 물론 정치적 안정과 정권의 정통성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농민이 편안하면 천하가 편안하다는 ‘농민안 천하안(農民安 天下安)’이라는 공자의 말을 상기할 필요도 없다. 농민계급은 중국 공산당 혁명의 주축이었다. 뿐만 아니라 1980년대의 개혁개방 초기에만 해도 농민들의 피와 땀으로 부의 축적이 이루어졌고 이를 발판으로 기록적 경제성장이 가능했다. 농민들도 그런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상황이 급격히 바뀌기 사작했다. 외국자본이 몰려들면서 연안 지역의 도시들이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고 도·농 간의 격차도 하루가 다르게 벌어져 갔다. 농사일보다 훨씬 많은 임금을 받기 위해 수많은 농민이 도시로 몰려나가면서 농촌의 황폐화가 가속되는, 농민공(農民工)의 맹류(盲流) 현상이 걷잡을 수 없이 일어났다. 게다가 농촌에 남아 있던 농민들은 높은 세금과 형편없는 의료·교육시설에 시달렸다. 그러다 개발 붐을 타고 도로와 공장 등 산업시설이 들어오면서 땅과 집을 날리게 되자 드디어 집단행동으로 불만을 표출하는 군집성 시위가 확산되었다. 경제성장의 주역을 자부하던 농민들이 그 성장의 최대 피해자로 몰락해 버린 것이다. 작년 한해만 해도 농민들의 시위가 8만 7000건에 달했다.2004년에는 7만 4000건이었다. 광둥성의 한 어촌에서는 화력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시위대에 진압경찰이 총을 쏘아 30명 이상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농촌문제가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소외계층 전체의 정치·사회적 문제가 된 것이다. 중국 정부가 내세우는 해결책은 새로운 사회주의 농촌 건설이다. 이를 위해 금년에 국방예산보다 더 많은 한화 42조원에 해당하는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농민세를 폐지하고 인프라를 구축하고 복지혜택도 대폭 늘릴 계획이다. 당연한 일이다. 후진타오는 경력의 대부분을 낙후지역에서 근무했고, 원자바오는 낙후지역에서 근무했을 뿐 아니라 자타가 공인하는 농업 전문가이다. 그리고 11·5계획이 끝나고 2년 후인 2012년에는 이들 4세대의 임기도 끝난다. 그런 의미에서 후진타오와 원자바오는 농촌문제 해결에 가장 적임자일 뿐 아니라 농촌문제 해결이 바로 그들의 치적을 평가하는 최대 지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새로운 농촌의 건설은 말처럼 쉽지 않다. 경제문제 전체와 연계되어 있는 게 3농문제이다. 도시와 농촌의 조화로운 발전을 추구한다지만 고도성장을 희생할 수도 없는 게 4세대 지도부의 고민이자 한계이기도 하다. 서부 대개발에 엄청난 재원을 쏟아 부었지만 지역격차는 줄어들지 않았다. 부정부패도 정치체제 속에 기생하고 있기 때문에 발본색원이 어렵다. 최근에 후진타오가 말하는 ‘8영(榮) 8치(恥)’가 바로 그렇다.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을 8가지씩 제시하고 있지만 이는 자세와 태도를 강조할 뿐 부패의 근원적 제거책은 아니다. 결국 4세대 지도층이 정치적 생명을 걸고 추구하는 사회주의 신농촌 건설계획도 사회주의가 안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또 하나의 운동에 그칠 가능성이 많다. 정종욱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 조지 몬비오의 ‘도둑맞은 세계화’

    “우리의 임무는 세계화를 뒤집어 엎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장악해 전지구적 민주주의 혁명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다.” 최근 유행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모든 문제마다 ‘세계화’ 꼬리표를 붙이는 일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제기는 출구가 없다는 문제에 봉착한다. 세계화가 ‘만병의 근원’이라면, 국민국가 단위로 되돌아가 문 닫아 걸고는 사는 게 ‘만병 통치약’인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선진국와 후진국 사이에 낀 우리에게는 이중잣대 문제도 있다.‘할리우드:문화제국주의=한류:아름다운 문화의 힘’이라는 기괴한 방정식은 언제까지 성립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세계화의 진짜 문제는 무엇인가. 조지 몬비오의 ‘도둑 맞은 세계화’(창비 펴냄)는 그런 면에서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는 파격적인 책이다. 원제 ‘동의의 시대-신세계질서를 위한 선언’이나 적절하게 의역된 한국판 제목은 한 가지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세계화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동의가 없는, 민주주의가 없는 세계화라서 문제라는 것. 그렇다면 해답은 하나뿐이다. 세계화를 부정할 게 아니라, 세계화를 민주주의 원칙 아래 두어야 한다. 저자는 구체적으로 ▲민주적으로 선출된 세계의회 ▲무역적자와 채무축적 문제를 해결할 국제청산연맹 ▲가난한 나라를 도울 수 있는 공정무역기구의 설립을 주장한다. 그게 가능한 소리냐고? 여기서 저자는 다시 도발을 감행한다. 구체적 실천 방안을 내놓지 못한 채 불가능하다고만 말하는 것은 “근본적인 변화의 가능성을 막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냉철하게 비판하고서는 대안에 가서는 두루뭉술해져 버리는, 기존 반세계화론자들에 대한 일갈이다. 영국의 진보적 고급지로 꼽히는 ‘가디언’의 칼럼니스트가 저자인 데다, 황정아 서울대 기초교육원 초빙교수의 깔끔한 번역이 쉽게 읽히게 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데스크시각] 응코시스 시콜레 아프리카!/임병선 국제부 차장

    제78회 아카데미 영화제 시상식이 열린 6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코닥 극장에 낯선 언어 “응코시스 시콜레 아프리카!”가 울려 퍼졌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초치’의 개빈 후드(42) 감독이 트로피를 든 채 외친 소리였다. 어쩌면 후드는 백인과 영어의 독무대가 되어온 오스카 잔칫상에 으레 등장하던 수상 소감 ‘갓 블레스(God bless)’를 대신하는 아프리카의 자존심을 외치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는 “신이여, 아프리카를 돌보소서!”라고 외쳤지만 신이 그 소리를 들었는지, 요즈음 세계 각국은 검은 대륙에 애정 공세를 펴느라 여념이 없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4일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한 나라를 소개하고 있다. 서남아프리카 앙골라의 대서양 연안 벵구엘라와 내륙의 광산을 잇는 철도 건설현장에 나타난 ‘친절한 나라’는 과거 포르투갈이나 영국 식민주의자들보다 더 도움이 되고 덜 까다로운 파트너로 인정받고 있다. 5억달러(약 5000억원)이나 되는 공사비를 기꺼이 댈 뿐만 아니라 이역만리에서 온 이 나라 노동자들은 낡은 천막에서 먹고 자며 현지인들과 뒹군다. 다름 아닌 중국이다. 중국이 앙골라 기반시설 건설에 제공한 차관은 20억달러(약 2조원)에 이른다. 이 차관은 2개 철도 노선과 정부 건물들, 수도 루안다의 신공항 건설에 투자되고 있다. 중국이 앙골라에 매혹된 이유는 석유와 전략적 광물이다. 중국 국영기업 시노펙사는 지난해 앙골라가 프랑스 정유사 토탈의 채굴권 계약 갱신을 거부했을 때 이를 가로챘다. G8(선진 7개국+러시아)이 최빈국 부채 400억달러(약 40조원)의 탕감을 약속하기 1년 전에 이미 아프리카 국가의 빚 13억달러(약 1조 3000억원)를 털어버린 감각이 눈부실 정도다. 중국이 급성장하는 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아프리카 자원에 눈을 돌린 것은 역사가 꽤 됐다.1991년 첸지천(錢其琛) 외교부장의 순방 이후 지금껏 외교부장들은 매년 첫 방문지로 이 대륙을 선택해왔다. 이런 노력은 과거 식민주의의 모델인 영국을 제치고 대륙 전체에서 미국과 프랑스 다음의 교역 상대국으로 중국을 떠오르게 했다. 중국은 앙골라 말고도 나이지리아, 수단, 콩고, 알제리 등에 손을 뻗치고 있다. 짐바브웨 무가베 대통령의 저택을 900만달러(약 90억원)나 들여 직접 지어주고 이권을 챙길 정도로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을 실천하고 있다. 일본이 1980년대 동남아시아에서 펼쳤던 민심 얻기 전략을 베낀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와 민간의 빈틈없는 공조는 2004년 지진해일(쓰나미) 발생 사나흘만에 수천개의 시신 봉투를 적재한 일본 함정이 태국 해변에 등장하게 했다. 6일 노무현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 첫 기착지인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교포간담회에서도 이 지역과 중동에서의 중국 드라이브가 화제가 됐다고 한다. 지난달 정부는 이번 순방에서는 에너지 외교에 비중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일본과 중국이 10여년 기울인 노력을 이른 시간에 따라잡을 수 있을지, 또 그만한 여력과 집중력, 민간과의 유기적 네트워크가 있는지 의문이다. 하기야 지청구 늘어놓을 자격은 기자부터 없다.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 접근 방법을 제때 알리지 못한 책임 때문이다. 검은 대륙의 약동을 세밀히 감지해내지 못하고 수십년 되풀이되는 얘기로 평가절하한 결과가 쌓이고 쌓여 중국에마저 추월당하는지 모를 일이다. 영화 ‘초치’는 요하네스버그의 흑인 거주지 소웨토의 19세 갱 단원 초치가 한 여인을 총으로 쏴죽인 뒤 훔친 차 뒷좌석에서 아기를 발견, 부모를 찾아주고 새 삶을 시작한다는 내용이다. 후드 감독이 설파했듯이 영화는 “에이즈, 범죄, 기아 등으로 허덕이는 아프리카가 지금 희망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웅변”하고 있다. 우리는 그 길을 앞당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러려면 당장의 에너지, 자원보다 더 멀리, 더 근원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뒤처졌다고 무리수를 뒀다가는 정말 큰 망신을 살 수 있다. 임병선 국제부 차장 bsnim@seoul.co.kr
  • [사설] 선거에 갈팡질팡하는 재산세

    수도권 지자체들이 재산세 인하에 앞다퉈 나서면서 수도권과 지방간 조세갈등이 재연될 조짐이다. 더구나 지방선거와 맞물려 주민들의 항의와 민원이 워낙 거세다 보니 지자체로서는 진퇴양난인 모양이다. 이웃 지자체를 핑계로 덩달아 세율을 내리겠다거나, 유권자의 표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부작용도 심각하다. 서울에서는 지난해 탄력세율을 적용하지 않았던 강남구를 필두로 너댓 곳이 올해는 세율을 내리겠다고 한다. 재산세 불균형과 부담이 컸던 수도권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렇게 되면 서울은 탄력세율 적용 자치구가 지난해 15곳에서 올해는 20여곳으로 늘어난다. 경기도도 14개 시·군에서 20여곳에 이를 전망이다. 지자체별 탄력세율 적용이 이렇듯 둘쭉날쭉이다 보니 ‘동일가격 동일세금’이라는 공평과세 원칙은 있으나마나다. 더 큰 문제는 재정에 여유가 있는 지자체들이 세율인하에 앞장서는 바람에 재정자립도가 약한 지자체의 주민들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탄력세율이 적용되지 않은 서울·수도권 지자체에서는 조세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주민의 요구를 마냥 외면하기 어렵다는 지자체들의 하소연에도 일면 수긍이 간다. 사실 재산세 파동은 부동산 가격이 전국적으로 고르지 않고, 지자체간 세수 불균형 때문에 생긴 문제다. 그렇다고 과도한 증·감세를 막으려고 지자체에 맡겨놓은 탄력세율을 없앤다는 것도 지방화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다. 정부와 지자체는 지역간 공평과세 원칙부터 살릴 길을 찾아봐야 한다. 탄력세율 적용시 부자가 더 혜택을 보는 등의 현행 재산세 체계의 문제점도 근원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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