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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뿌리를 돌아보는 이파리처럼_김경인 시인

    뿌리를 돌아보는 이파리처럼_김경인 시인

    취재, 글 이미현 기자 ┃ 사진 한영희 “오래 기다렸던 첫 시집이라 그런지 시원섭섭하네요. 한 편 한 편 작품을 쓸 땐 몰랐는데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오고 보니 제 한계가 보이는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고요.” 얼마 전 첫 시집 <한밤의 퀼트>를 낸 시인 김경인 씨(36세)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퀼트’라고 하면 색색의 조각천들이 모여 만들어낸 기하하적이고 아름다운 무늬가 떠오른다. 과연 그의 삶은, 문학은 어떤 색과 무늬의 조각들로 짜여져 있을까? 그의 시를 읽다 보면 수줍고 소심하며 겁에 질린 것처럼 커다란 눈망울을 가진 소녀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한밤중 혼자 침대에 누워 천장 벽지의 무늬, 창가에 비친 그림자, 방구석에 앉아 있는 인형들로 온갖 기괴한 상상을 하는 소녀…. “그래요? 어릴 때부터 멍하니 앉아 공상을 즐기긴 했어요. 덕분에 엄마한테 많이 혼났죠.” 그는 상상의 공간에서 환상과 현실, 의식과 무의식, 자신의 여러 얼굴들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김경인 시인이 문학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의 할아버지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감자’ ‘배따라기’를 쓴 소설가 금동 김동인의 손녀다. 금동의 아들·딸(6명), 손자·손녀(20명) 가운데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문학의 길을 걷는 사람은 그가 유일하다. “어릴 때 할머니와 일본식 구옥에 살았는데, 거실이 온통 책으로 가득 차 있었어요. 중앙에는 김동인 문학전집이, 그리고 양쪽으로는 할아버지의 작품이 수록된 한국문학전집이 빽빽이 꽂혀 있었죠.” 할아버지의 초상화, 가끔 할머니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 찾아왔던 기자들, 한 달에 한 번 인세 정산을 위해 찾아왔던 출판사 직원, 마룻바닥에 누워 바라보던 출판사 직원의 발톱에 칠해진 새빨간 매니큐어…. 1년에 한 번 동인문학상 시상식에 가는 날은 으쓱한 기분으로 예쁘게 차려입고 가는, 의젓하게 보여야 하는 날이었다. “할아버지는 내게 혈연적 유대라기보다는 숨 쉬고 생활하는, 나를 둘러싼 공기 같은 존재였던 것 같아요.” 유달리 책 읽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그를 보며 어른들은 말하곤 했다. “너는 나중에 자라서 할아버지 같은 작가가 되거라.” 그에게 그건 “훌륭한 사람이 되어라”와 다름 아닌 말이었다. “우리 가족에겐 이미 할아버지라는 훌륭한 사람이 있었으니까요.” 할아버지를 현실적으로 인식한 것은 중학교 국어시간 교과서에서 소설 ‘붉은 산’을 읽었을 때였다. “낯설기도 하고 흥분도 되는, 복잡한 심경”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내 안에서 ‘나는 뭔가’ 자문하며 부끄러워하는 나와, 내 존재의 근원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는 내가 충돌하는 것을 느꼈다”는 것이다. 중·고교 시절까지만 해도 산문을 즐겨 썼던 그가 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던 건 대학에 들어와 김수영의 시를 접하고부터였다. 이런 발화가 가능하구나, 이렇게 짧은 말로 많은 의미를 담아낼 수 있구나…. 그러다 대학원에 들어와 시를 공부하면서부터 비로소 진지하게 시를 쓰기 시작했다. 2001년 그가 <문예중앙>으로 등단하기 전까지 아주 가까운 사람들조차 그가 시를 쓴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가족들조차도 그의 등단 소식에 “너 시를 썼었니?” 할 정도였다고. “어린 시절부터 막연하게 이런 생각은 했던 것 같아요. ‘글을 쓴다면 정말 잘 써야겠다. 내 글을 읽는 독자들은 할아버지를 함께 떠올릴 거야’라고요. 우습죠?” 할아버지는 그를 있게 한 토양이었지만, 그에게는 하나의 벽이기도 했던 것. “어쩌면 죽을 때까지 사람들은 저를 ‘김동인의 손녀인데 시를 쓰는 사람’으로 기억할지 몰라요.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마다 그런 선입견들에 부딪히겠죠. 하지만 이젠 알아요. 결정지을 수도 없고, 벗어날 수도 없는 이파리의 숙명이라는 걸.” 이파리는 뿌리로부터 나왔지만 또 다른 뿌리가 되기를 꿈꾼다. 그러나 끊임없이 뿌리를 돌아볼 수밖에 없는 것이 이파리의 운명이기도 하다. 그는 언젠가 유족의 입장에서 할아버지에 대한 기록들을 정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응당 제가 맡아야 할 몫이라고 생각해요. 워낙 연구가 많이 되어 있어서 되려 연구자들의 도움을 받아야 할 부분도 많겠지만요.” 100세에 가까우신 할머니와 비교적 할아버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억을 많이 가지고 있는 큰고모의 구술 자료들도 조금씩 모으는 중이다. “불이 난 적이 있어서 가족들도 할아버지의 자료를 거의 가지고 있지 않아요. 헌책방에 부탁해 소설 초판본을 비롯한 자료들을 하나하나 사들이고 있는 실정이랍니다.” 그는 할아버지와 관련된 자료를 소장한 분이 있다면 연락을 주셨으면 한다는 간곡한 부탁의 말을 남겼다. 시인. 가톨릭대 국문과 졸업. 한양대 국문학 박사. 2001년 <문예중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
  • 부의 기원/에린 바인하커 지음

    복잡계(complex system)란 작은 요소들이 상호작용하면서 거시적인 패턴을 만들어 내는 조직체계를 말한다. 복잡계는 구성 요소의 상호작용이 고도로 불규칙적이기 때문에 무질서해 보이지만 혼돈상태에 빠지지 않고 끈임없이 새로운 질서를 형성한다. 복잡계 경제학 또한 경제를 균형적인 것으로 보지 않고 불균형한 상태에서 수많은 행위자들의 상호작용에 따라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으로 이해한다. 메뚜기가 진화의 과정에서 번식 등 각종 지식 체계를 몸 안에 수용해왔듯이 경제도 차별화, 복제 등의 과정을 거쳐 발전해온 만큼 부는 지식이고 부의 기원은 진화라는 것이다. ‘부의 기원’(에린 바인하커 지음, 안현실ㆍ정성철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은 경제학에서 가장 오래된 질문인 부의 근원을 추적하면서 갈수록 많은 동조자들을 모으고 있는 복잡계 경제학이라는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경영 현장에서도 복잡계를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기업 현실을 생태적 차원에서 분석하여 공생의 방안을 찾거나, 산업경기순환의 메커니즘을 밝혀내고 바람직한 대응전략을 찾으려는 움직임 등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복잡계센터를 설립한 것도 이런 노력의 연장선상에 있다. ‘부의 기원’의 지은이는 매킨지&컴퍼니의 선임고문으로 ‘포천’지에서 ‘새로운 세기의 비즈니스 리더’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책에선 복잡계 경제학의 연구성과를 집대성하면서 경제 현상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취했다. 예를 들면 경제 주체인 인간을 이기적인 존재로 보고 정부의 간섭을 배제해야 한다는 우파의 논리나 인간을 이타적인 존재로 보고 탐욕과 이기심을 초래하는 사회 구조를 타파해야 한다는 좌파의 논리 모두를 비판한다. 사회주의에는 경제가 너무 복잡해 중앙계획으로는 감당할 수 없게 되었으며, 신고전학파에는 시장이 효율적이고 정부 개입이 배제돼야 한다는 논리는 환상일 뿐이라고 지적한다.2만 8000원.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사설] ‘취재지원선진화 방안’ 백지화해야

    정부의 ‘취재지원선진화 방안’을 둘러싼 혼란이 끝이 없다. 원인은 자명하다. 정부가 애초에 언론 등과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합브리핑룸을 만들고, 졸속 총리훈령(취재지원 기준안)을 내놓은 게 화근이다. 총리훈령에는 부처별 정책홍보실 경유취재 의무화(11조), 공무원 대면취재 장소제한(12조), 기자등록 의무화(20조), 보도유예(엠바고) 위반시 정부 제재(35조) 등 곳곳에 취재를 봉쇄하는 독소 조항을 심어 놓았다. 절차를 무시하고 통합브리핑룸부터 만들어 놓고 일선 기자들에게 기존의 방을 비우라고 하니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다. 외교부 등이 있는 정부종합청사 통합브리핑룸은 기자들의 반대로 보름 넘게 텅텅 비어 있다. 그제 환경부 브리핑에는 공무원을 동원해서 통합브리핑룸 기자석의 절반을 채우는 해괴한 광경이 목격됐다. 우리는 과거의 폐쇄형 기자실 체제가 적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으며, 따라서 개선할 여지가 있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기자들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언론계가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개선책을 찾으려는 노력을 더 기울였어야 했다. 정부가 그런 노력 없이 일방적으로 새로운 방안을 밀어붙인 것은 매우 유감이다. 총리훈령도 그렇다. 정부는 기자들의 반대와 여론에 떠밀려 정부의 엠바고 제재권을 삭제하고, 기자등록도 자율화하기로 했다. 총리훈령 11조와 12조의 취재봉쇄 및 대면취재 제한 조항도 의견수렴을 거쳐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기가 불순하고 악용소지가 다분한 제도를 움켜쥐고 여론이 좋지 않으니 찔끔찔끔 물러서는 행태는 언론의 감정만 돋우는 소모전이 될 것이다. 한덕수 총리는 어제 국무회의에서 언론과 직·간접 대화를 주문했다. 국정홍보처도 뒤늦게 의견수렴과 문제 조항의 개선을 약속한 만큼, 원인 제공자인 정부는 조만간 사태의 근원적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 [바로잡습니다]

    ●바로잡습니다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은 21일 ‘이혜훈 캠프 대변인은 라디오 방송에서 역전패의 근원인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인정하겠다고 했으나 매표공방을 불러일으킨 이 후보측 지지자들의 카메라폰 투표용지 촬영건에 대해서는 문제를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는 본지 20일자 보도와 관련, 라디오 인터뷰를 한 적이 없을 뿐더러 그런 말을 한 적도 없다고 알려 왔기에 바로 잡습니다.
  • [열린세상] 공교육 살리는 대통령을 뽑자/강경근 숭실대 헌법학 교수

    [열린세상] 공교육 살리는 대통령을 뽑자/강경근 숭실대 헌법학 교수

    노무현 정부에서 보수와 진보의 가장 첨예한 대치 전선은 국가보안법이나 남북관계법 등과 같은 국가 정체성 내지 안보관계 법률이 아니라 언론법과 사학법이었다. 전자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의 일부 위헌 결정이 내려졌고 후자의 일부는 개정되었다. 그렇게 된 근원적인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언론과 사학이 기본적으로는 사적인 자유의 영역에 속하는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그 기능이 가지는 공적 성격을 빌미로 과잉 제한함으로써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였다는 점이다. 특히 2005년도에 거의 새로 제정되었다 할 정도로 전면 개정된 사학법은 올 7월27일 재개정되었다. 사학 측에서는 이 재개정 사학법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을 새로 제기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그 이유로서 이른바 개방형 이사제는 비록 이사 구성 방법의 변화는 있지만 제도 자체가 여전히 공교육의 주체로서 지니는 사학의 자율성을 과잉으로 침해하는 반공익적 제도이다. 임시이사제 역시 그 구성 등을 교육인적자원부 산하의 사학법인분쟁조정위원회에 맡김으로써 사학의 설립과 운영 주체와는 무관한 사람이나 집단이 사학을 탈취할 수 있게 하는 반영구적 관선이사제의 황금의 다리가 되게 한다. 교원인사위원회가 교원 임면 등 인사에 관한 심의기관의 지위를 갖는 것 역시 사학법인의 권한인 인사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다는 등을 들고 있다. 문제는 이들 법을 둘러싼 논란이 우리 사회에 상당한 대가를 치르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예로 ‘2006년 강남구 사회통계조사’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가구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69만 4000원이라 한다. 학생 보유 가구수를 최소 8만가구로 잡아도 한 달에 약 560억원이니 1년이면 6700억원에 이른다. 다른 부대비용까지 보태면 1조원에 상당하는 금액이다. 기러기 아빠로 통칭되는 해외유학 가구의 경비는 또 얼마나 될 것인가. 이들 돈을 공교육이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정책의 실패를 상징하는 것이다. 원인은 사학을 관학으로 여기고 그 자율성을 국공립의 학교보다 더 죄는 사학법 체제에 있다. 투명한 경쟁을 통한 수월성 추구와 최저학력 보장을 위한 관학과 사학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학의 손발을 죄는 각종 사학관련 법제의 재편을 종합적으로 추진하여야 할 이유가 거기에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학교법인의 회계를 그가 설치·경영하는 학교에 속하는 회계와 법인의 업무에 속하는 회계로 엄격하게 구분함으로써 사학을 앉은뱅이로 만드는 법이다. 또 2003년부터 전국적으로 전면 실시된 중등의무교육경비는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에 의하여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등에도 지방교육재정 보통교부금 산정시 공·사립학교의 교원인건비 전액(법정부담금 포함)을 기준재정 수요에 반영하여 교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학교 의무교육 시행 전인 1973년에 제정된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을 그대로 적용하여 사립중학교 교직원의 법정부담금을 학교법인으로 하여금 부담하게 함으로써, 헌법이 정한 의무교육 무상 수혜권의 기본권의 취지에 합치하지 아니하는 헌법위반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 교육당국은 저소득층을 위한 무상의무교육을 받을 국민의 권리와 돈은 좀 들더라도 고품질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실현치 못하고 있다. 대선주자들 역시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사인 이들 문제들에 여전히 벽창호다. 그저 누가 더 못났느냐만 따지고 있다. 그러는 사이 학생과 학부모는 공교육을 외면하고 밖으로 나간다. 제17대 대통령은 공교육을 살리는 사람이어야 한다. 강경근 숭실대 헌법학 교수
  • [한나라 대선후보 이명박] 초반 朴 우세… 서울표서 희색

    [한나라 대선후보 이명박] 초반 朴 우세… 서울표서 희색

    후보들은 결과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지자들은 그렇지 못했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결정 작업은 마지막까지 혼선에 혼선을 거듭했다. 개표 과정 내내 투표율과 승패를 놓고 근원지를 알 수 없는 소문이 퍼졌고, 결과가 알려진 뒤 대의원들끼리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20일 잠실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전당대회에는 대의원과 당원 1만 500여명이 입장했다. 개표는 오후 1시30분부터, 대의원 입장과 행사는 오후 2시부터 시작됐지만 오전부터 행사장 근처는 미리 도착한 당원들로 북적였다. 개표 시간 동안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아카펠라 공연과 경선 과정 파노라마 영상물 상영이 이어졌지만, 대의원의 눈은 행사장 1층에 놓인 투표함으로만 향했다. ●유리한 정보 전파하며 승리 기원 전국 16개 시·도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올라온 286개의 투표함을 둘러막은 철망 안으로는 출입이 금지됐지만, 캠프 관계자들과 기자들이 모인 주변으로는 승패를 가늠하는 소문이 퍼져 나갔다.“서울 개표가 끝났는데, 박근혜가 이겼다.”라는 소문이 나오자마자 “지금까지 이명박이 조금 졌지만, 이명박에게 몰표가 나오는 지역만 남아 있다.”는 말이 곧 쏟아졌다. 이명박 후보측과 박근혜 후보측은 서로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를 채택해 전파하며 승리를 기원했다. 지지자들의 ‘세싸움’은 여전했다. 이 후보가 장내에 입장하면서 일부 지지자들이 삼엄한 경비를 뚫고 행사장에 들어서자, 박 후보측이 항의하며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자개표는 빠르게 진행됐다. 초반 박 후보 지지세가 강한 대구·경북 지역이 집중적으로 개표되며 박 후보측에서 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서울 표가 개표되면서 이 후보측의 표정이 밝아졌다. 이 후보가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는 전언은 오후 3시쯤 나왔다. 이 후보측은 환호하면서도 “현장 투표에서 830여표 지고, 여론조사에서 2500여표 앞서서 이긴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개운치 않은 표정을 지었다. 박 후보측은 일제히 고개를 떨궜고, 일부는 행사장을 빠져나가 마음을 안정시키기도 했다. ●결과 발표 뒤에도 대의원들 몸싸움 이 후보 당선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뜨거웠던 경선전을 마무리짓기 위해 한나라당은 ‘화합의 토크 한마당’ 행사를 마련했다. 송지헌 아나운서가 진행한 행사에서 후보들은 경선 과정에서 인상적인 일을 허심탄회하게 털어 놓았다. 서로를 위한 덕담도 잊지 않았다. 이 후보는 “네 후보가 때론 격렬하게 보이기도 했지만, 원칙을 지켜 가면서 끝까지 잘 선전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것이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많은 우여곡절과 고난을 겪은 한나라당이 국민들의 정권교체 열망을 받들기 위해 이번 경선을 하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국민 여러분과 당원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원희룡 후보는 “기분 같아서는 경선을 한달쯤 더했으면 좋겠지만, 본선 준비를 위해 마감해야 한다니 아쉽다.”면서 “도와준 많은 분들께 빚을 졌으니, 평생 힘을 다해 당의 승리를 위해 애쓰겠다.”며 웃었다. 홍준표 후보는 “경선 과정 내내 제가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웠다.”면서 “경선 뒤 한마음으로 단합해 정권쟁취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경선 과정에서 기억에 남은 사건으로 이 후보는 “대구 재래시장에서 손을 붙잡고 ‘경제를 살려 달라.’며 울던 할머니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많은 분들이 지지선언을 해주셨는데, 서울 지역 노점상과 자영업자 2800여명께서 해주신 지지선언문이 지금도 맴돈다.”고 회상했다. ●‘여론조사 무효´ 현수막 들고 항의 무대 바깥에서 화합은 시간이 더 필요할 듯했다. 박 후보 지지자들은 “경선무효”를 외쳤다. 박관용 경선관리위원장이 득표수를 발표할 때에도 소란은 계속됐다. 이 후보로 후보자가 확정되자 박 후보 지지자들은 자리를 떴다. 행사가 끝난 뒤 박 후보 지지자 100여명은 ‘투표는 승리, 여론조사는 원천무효’라고 손으로 거칠게 쓴 현수막을 들고와 30여분 동안 거칠게 항의했다. 한편 박 위원장이 투표 현황을 발표하기에 앞서 박 후보측 유정복 의원이 박 후보에게 쪽지를 건넸다. 뒤이어 김무성 의원도 박 후보에게 다가가 귀엣말을 했다. 박 후보는 쪽지를 유심히 보다가 호주머니 깊숙이 넣었다. 그는 경선에 승복하고, 당의 화합을 위해 노력한다는 인사말을 할 때 그 쪽지를 다시 꺼내들고 읽어 내려갔다. 홍희경 김지훈기자 saloo@seoul.co.kr
  • [사고없는 일터 만들기] 자율적 안전시스템으로 사업장 위험요소 없앤다

    [사고없는 일터 만들기] 자율적 안전시스템으로 사업장 위험요소 없앤다

    경기 화성시 양감면에 있는 제일산업㈜.230명의 근로자가 골판지와 골판지 상자, 종이 팔레트를 생산하면서 매년 2건 이상의 재해가 발생해 골머리를 앓았다. 하지만 지난해 공장 내부의 안전시스템을 구축하면서 199건의 공정상 위험 요인을 개선했다. 그 이후 재해율은 1건 이하로 38% 이상 감소했고 생산량은 5.4% 증가하는 효과를 거뒀다. 한국산업안전공단이 펼치는 자율안전종합지원사업의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안전시스템 구축후 재해율↓ 생산성↑ 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공단은 지난해부터 사업장의 위험성을 평가(위험요소 진단), 자율적인 안전·보건시스템을 구축 해주고 있다. 전체 제조업 재해의 84.8%를 차지하는 300인 미만 제조업 사업장의 안전 및 보건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자율안전종합지원사업은 사업장에 잠재된 유해·위험 요인을 근원적으로 없애고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사업장의 안전·보건을 유지한다는 개념이다. 종전 법령에 따라 안전·보건을 책임지도록 규제하는 것과 달리 사업장 자체적으로 안전·보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시범사업을 한 지난해에만 217곳의 사업장에 자율안전관리 프로그램을 구축해줬다. 올해는 500곳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230곳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마무리했다. 안전공단 관계자는 “법령을 지키는지 여부를 확인하던 기존의 명령 통제형에 비해 자율 규제형 안전보건프로그램에 사업장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대 5억원까지 융자지원 자율안전종합지원사업을 원하는 사업장은 안전공단에 신청하면 위험성 평가에서부터 시설개선까지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위험성 평가는 사업장 안의 유해·위험 요인을 잘 알고 있는 근로자와 안전보건조치 의무가 있는 사업주가 함께 발굴하고 개선하게 된다. 정확한 평가를 위해 65개 소업종별 모델을 갖추고 있어 전체 제조업 사업장의 72%까지 적용할 수 있다. 위험성 평가로 유해·위험 요인이 파악되면 사업장과 공단은 개선 대책을 마련하고 자율적인 안전관리에 들어가게 된다. 개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필요하면 최고 3000만원의 지원금과 5억원의 시설개선자금을 융자해 준다. 사업장은 이를 통해 보다 쉽게 실정에 맞는 안성맞춤의 안전·보건시스템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안전공단 관계자는 “자율적인 안전·보건시스템을 구축한 업체는 공통적으로 생산성 향상, 매출증가, 고용증가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나이키 한국 본사 (주)삼호산업 “자율적인 안전 시스템으로 사업장의 위험 요소가 사라진 이후 불량 감소, 매출 증가, 고용 증대 등 시너지 효과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세계적인 신발 브랜드 나이키의 한국본사인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삼호산업은 자율안전시스템 효과를 톡톡히 본 회사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한국산업안전공단이 주최한 자율안전종합지원 평가대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이 회사는 종업원이 230명으로 나이키 신발 신제품을 개발하고 자재를 구매, 해외 공장에 공급한다. 디자인을 개발하고 샘플만 만드는 곳이다. 종업원 300인 이하의 중·소규모 사업장으로 정부의 안전지원시스템 지원 대상이다. 이 회사도 자율안전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지난해 초 한국산업안전공단의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환경오염을 막고 근로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한편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사회적 책임을 높이겠다는 전략에서다. 이 회사 한두익 부사장은 “나이키의 현지 공장은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면 문을 닫게 된다.”고 말했다. 회사는 먼저 안전공단에 자율안전종합원지원 프로그램을 신청, 전문가의 기술지원으로 회사의 유해 요소를 찾아냈다.3개월여만에 관리(Management), 교육(Man), 설비(Machin), 물질·환경(Media) 등 4가지 분야에서 노출된 위험성과 개선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각 분야별로 전문 관리인(ESH위원) 1명씩, 모두 12명을 위촉해 안전시스템이 지속적으로 유지·관리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봄부터 이 자율안전종합시스템으로 근로자들은 안정적인 생산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근골격계 질환 예방과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1억여원의 경비로 작업장 배치를 새롭게 하고 핫 프레스기 등 설비기계의 안전성을 높였다. 또 접착제, 채색용잉크, 세척제 등을 친환경적인 소재로 바꿔 냄새와 중독사고 위험성을 없앴다. 작업표준화 및 안전수칙도 강화했다. 효과는 대단했다. 전세계 652개 나이키 생산공장의 안전보건관리 실태 평가(CR)에서 최상급인 그린(Green) 판정을 받았다. 이는 곧 나이키의 수주 물량 증가로 이어져 지난해 36%에 이르는 매출(1249억원) 증가 효과를 거뒀다. 불량률 감소, 품질 개선, 매출 증가에 따른 고용 증대 등 회사의 평가가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한 부사장은 “전세계 나이키 신발공장 가운데 품질, 경영, 사회적 책임 등 전분야에서 최상급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고 자랑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요즘은 한국본사의 자율안전시스템을 중국, 베트남 생산공장에도 적용하기로 하고 자체 평가작업에 들어갔다. 이 회사 안전책임자인 CR팀장 최승천씨는 “곧 한국본사와 중국, 베트남 생산시설이 통합관리될 것”이라면서 “우리 힘으로 안전시스템을 구축하고 상대적으로 열악한 나라에 전수할 수 있다는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글 부산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선진국에서는 산업 재해에 취약한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안전·보건프로그램 보급은 선진국에서도 활발하다. ●호주,20인 미만 사업장부터 관리 호주 안전보험위원회(ASCC)는 2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재해 예방을 위해 안전보건 컨설팅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안전계획 및 감사 활동을 사업장 규모에 알맞게 적용해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산업재해 예방을 통해 사업주와 근로자들의 경제적 이익을 크게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소규모 사업장 안전보건 컨설팅 프로그램의 주요 특징은 호주 전역의 2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각종 안전보건 자문, 교육 및 현장 컨설팅을 제공하고 사업주의 신청에 따라 사업장 별로 특화된 자문을 실시하는 데 있다. 각 단계별 주요 내용은 ▲사업주에 대한 안전보건 원칙 및 규정준수 과정 교육실시 ▲사업장에 대한 안전보건 평가 실시 ▲사업장 맞춤형 안전계획 수립 ▲수립된 안전계획의 준수를 위한 각종 교육 및 세미나 실시 등이다. ●미국, 인증 프로그램 운영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은 중소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무료 안전보건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컨설팅 결과 발견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법적 처벌을 받지 않으며, 해당 사업장의 개별 정보에 대해서는 철저한 보안이 유지된다. 아울러 대상 사업장에서 안전보건상 유해 위험 요인이 발견될 경우 이를 보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무료 안전보건 컨설팅을 실시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OSHA의 안전보건 정기감독을 1년간 유예해 준다. OSHA에서는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안전보건상 위험 요인을 제거하고 안전보건경영시스템 구축을 원활하게 진행하고 있는 사업장을 골라 안전보건 달성 인증 프로그램에 따라 인증서를 주고 있다. 현재 미국 전역에서 987개 사업장이 참여하고 있다. 인증대상 사업장은 상해와 질병으로 인한 근로손실일수와 총 재해자수를 전국 평균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또 작업 환경의 변화와 신규 장비 도입에 따른 새로운 재해 요인을 없애기 위한 노력을 했는지 여부를 증명해야 한다. 한국산업안전공단 제공
  • [S돋보기] 휴대전화 안터지는 케냐로 간 신세대 건각들

    “통 가려고 해야 말이지요. 다들 프랑스 생모리츠처럼 풍광도 멋지고 인터넷과 휴대전화도 잘 터지는 곳을 선호하더군요.” 대한육상경기연맹의 서상택 총무이사는 10일 혀를 끌끌 찼다. 이날 밤늦게 인천공항을 통해 마라톤 유망주 5명을 ‘철각의 왕국’ 케냐로 떠나보내기까지 우여곡절이 떠올라서였다. 연맹은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에서 개최국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는 마라톤을 중점 육성하기 위해 2억원의 예산을 투입, 지난 2월부터 야심찬 ‘케냐 프로젝트’를 밀어붙였지만 참가자를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 대학생 선수들에겐 발걸음 떼기도 숨이 차다는 해발 2300m 고지대가 겁을 집어먹게 했을 것이다.그러잖아도 하루 60㎞씩 내달리던 선배들과 달리,20㎞ 훈련에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이들이 적지 않았던 터. 일본인 코치가 혹독하게 내몬다고 훈련에서 이탈해 버려 그 코치는 1년 만에 보따리를 싸야 했다. 여기에 여자친구와의 휴대전화 통화도 쉽지 않고 게임이나 인터넷도 잘 안 되는 곳에서 8주를 지내야 하니 젊은 선수들에겐 막막하기만 했을 것이다. 연맹에선 10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그것도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했다. 수도 나이로비에서 북서쪽으로 350㎞ 떨어진 엘도라토 고지훈련센터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10년 전부터 상급훈련센터로 공인한 곳. 연평균 기온 17도에 습도가 낮고 전문 지도자가 상주하고 있어 세계 톱랭커 5∼6명이 늘 머무르는 곳으로 이름나 있다. 국가대표급에게나 주어질 좋은 기회를,5000m와 1만m 상위 10위에 들어가는 대학생 선수들에게 제공하겠다고 나섰지만 의외의 걸림돌에 가로막힌 것.황규훈 연맹 전무가 직접 어르고 달래 1차 5명을 추리고 현지사정에 밝은 김홍화(전 동양대 감독) 코치, 적혈구 수치를 점검하는 김기진 계명대 교수 등이 함께 떠났다. 지난달 중국 쿤밍에서 한 달간 적응훈련을 거친 서행준(20·건국대)은 “고지훈련을 마치고 이제 자신감을 갖게 됐다. 보름 정도 지나면 적응할 수 있을 걸로 본다.”고 말했다.이들이 케냐에서 정작 배워올 것은 왜 달리느냐는 근원적인 물음과 케냐의 건각들이 달리는 이유에 대한 답일지 모른다. 신필렬 연맹 회장이 “영혼을 담아 오라.”고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거리 미술관 속으로] (39) 테크노마트 ‘빛-우주21’

    [거리 미술관 속으로] (39) 테크노마트 ‘빛-우주21’

    단 3초만에 상대방에게 호감이나 비호감을 갖게 하는 것은 첫인상이다. 건물의 첫인상 역할을 하는 것이 로비. 어떤 인상을 주느냐에 따라 건물에 대한 이미지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서울 광진구 테크노마트의 첫인상은 33m 높이의 보이드 공간(몇개 층을 관통해 뚫려있는 곳)에 달린 ‘빛-우주21’(27m·알루미늄)로 좌우됐다. 얼핏 크리스마스 장식줄을 꼬아 달아놓은 듯, 커다란 다슬기 모양의 용수철이 천장에 매달려 있는 듯, 육중한 몸이 바람을 타고 천천히 돌아가며 화려한 빛의 변화를 보여준다. 국내 최대 규모의 모빌인 이 조형물은 ‘빛의 화가’로 유명한 고 하동철(1942∼2006) 전 서울대 서양화과 교수의 작품이다. 천장에 철골을 박고 원판을 매달아 바람에 따라 움직이도록 했다. 그 움직임에 따라 색이 달라지고, 다채롭게 빛이 번지면서 신비로움 그 자체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30년 가까이 ‘빛’에 집중하며 작품활동을 해온 하 교수는 줄곧 “예술은 결국 우주의 질서를 닮으려는 몸짓이고, 빛은 우주 질서를 상징하는 불변의 요소이자 생명의 근원이다. 내 작품은 색의 변조를 통해 본질을 가리는 싸움의 연속”이라면서 그림이나 조형물에 빛을 담는 데 애써 왔다. 빛을 등지고 오는 어머니를 기다리던 고향의 모습, 어머니의 상여를 따라가며 본 태양의 눈부심, 비행기를 타고 북극을 지나며 본 오로라 등이 그에게 빛의 영감을 주었다. 그의 작품 세계를 단조로운 모노톤으로 고요한 명상의 빛을 담은 초기와 다양한 색으로 감성을 풍부하게 내보인 후기로 구분짓는다면, 이 작품은 단연 후반기 작업의 특성을 담고 있다. 그만큼 웅장하고 현란하다. 더불어 빛을 다루는 그의 내공이 작품의 면, 모서리, 꼭짓점 곳곳에 오롯이 녹아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인사]

    ■ 한국철도시설공단 ◇팀장 전보△건설본부 중부권PM팀장 이현정 △〃 서부권PM팀장 이동춘 △〃 동부권PM팀장 이근원 △기술본부 전력기술팀장 김학환 △〃 통신기술팀장 김시구 △기획조정실 PM기획팀장 이종찬 △수도권지역본부 건설1팀장 정장용 △〃 수도권지역본부 건설2팀장 김문진 △영남지역본부 건설1팀장 오병수 △〃 경부고속철도T/F팀장 노광태 △미래사업추진단 해외사업팀장 이계환 △기획조정실 홍보팀장 이동렬
  • 美 붕괴 교량 90년부터 결함 지적

    |워싱턴 이도운특파원|1일(현지시간) 저녁 미국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발생한 고속도로 교량 붕괴 사고의 피해 복구가 빠르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교량이 붕괴돼 떨어진 미시시피 강의 물살이 빠른데다가 콘크리트와 철근 잔해들이 현장에 널려있어 구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구조 작업이 늦어지면서 사고로 인한 사망자와 부상자 수도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사망자 수는 8명부터 30명까지 추정되고 있으며, 부상자는 70여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팀 폴렌티 미네소타 주지사는 주의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청소와 복구 등에 500만달러(약 46억원)의 예산을 배정하기로 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사고가 난 교량은 베어링 부식 등 때문에 1990년부터 구조적 결함이 지적돼 왔으나 2020년까지는 베어링 등의 교체 계획이 없었다. 이와 관련, 미네소타 주 교통국은 “결함이 발견됐다고 교량의 부속품을 곧바로 바꾸는 것은 아니다.”면서 “전국의 교량 7만 7000개에서 비슷한 결함이 지적돼 왔다.”고 밝혔다. 미 연방교통국은 사고가 난 교량과 비슷한 철제 트러스 구조의 교량들을 점검하도록 각 주에 요청했다. 이번 사고로 미국의 노후화된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토목학회가 2005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부터 3년간 미국 전역의 60만개 교량을 점검한 결과 27% 이상이 구조적으로 결함이 있거나 기능적으로 노후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CNN은 보도했다. 이 보고서는 교량의 결함들을 모두 보완하려면 20년간 매년 94억달러가 소요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장기간에 걸친 투자 부족과 연방정부 차원의 교통정책 부재가 문제를 키웠다고 지적했다고 CNN은 전했다. 이와 관련, 해리 리드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미국의 사회기반시설들이 퇴화해가고 있다.”면서 “이번 사고가 미국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1년 ‘9·11 테러’이후 테러와의 전쟁에 몰두하느라 기본적인 사회설비 유지, 보수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교량 붕괴 사고가 발생한 미네소타 주 출신의 에이미 클로부차 상원의원도 “문제를 근원에서부터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dawn@seoul.co.kr
  • [사설] 점거-공권력 투입 악순환 끊어야

    비정규직 갈등으로 빚어진 이랜드 사태가 노조원들의 매장 점거와 공권력 투입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뉴코아 강남점을 재점거한 노조원을 경찰이 강제해산하자 노동계는 즉각 후속 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이 5일과 11일 이랜드 전국 유통매장에 대한 집중 타격투쟁을 벌이기로 한 것이다. 법원이 회사가 낸 뉴코아와 이랜드 매장에 대한 점거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임에 따라 점거투쟁 대신 매장 앞 대규모 집회로 사측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다. 민주노총은 이랜드그룹 노조원들과 함께 1000여명의 ‘타격대’를 조직해 투쟁을 이끌어 간다고 하니 물리적 충돌은 예고돼 있는 셈이다. 노사가 오랜만에 자리를 마주하긴 했지만 서로에게 요구하는 사항만 늘어났을 뿐 교섭다운 교섭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정말이지 걱정스러운 일이다. 거듭 촉구하지만 정부는 이랜드 사태에서 확인된 도급과 외주용역화의 남발을 막을 장치를 하루빨리 내놓아야 한다. 속수무책으로 공권력만 투입하고 할 일 다한 것처럼 있을 게 아니라 근원적인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사측은 비정규직 문제의 상징처럼 이랜드 사태가 부각됐다며 남 탓만 해서는 안 된다. 비용이 더 들어가는데도 비정규직의 고용을 보장한 다른 기업들의 사례가 있다. 그런 만큼 이번 사태를 보는 국민들과 노조원들의 눈높이가 비정규직 문제를 비교적 수월하게 마무리하고 넘어간 다른 유통업체 수준으로 올라와 있음을 잘 알아야 한다. 노동계도 마찬가지다. 상급단체가 거들어 투쟁력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노사 대화를 통한 자율적인 타결이 우선이다. 양측의 극한 대결이 지속되면 공멸할 수 있다. 매장 점거로 피해를 본 회사, 간부들이 구속된 노조는 격앙된 감정을 가라앉히고 접점을 찾는 지혜를 짜내야 할 것이다.
  • 치매·뇌졸중 등 퇴행성 신경질환 치료에 새 장

    치매·뇌졸중 등 퇴행성 신경질환 치료에 새 장

    연세대는 30일 화학과 신인재 교수 연구팀이 근육세포(근원세포)를 신경세포로 바꾸는 유기 화합물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화합물은 환자에게 바로 이식할 수 있기 때문에 치매, 파킨슨씨병, 뇌졸중 등 뇌의 신경세포가 사멸하면서 생기는 각종 퇴행성 신경질환 치료에 새 장을 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 교수에 따르면 ‘뉴로다진(Neurodazine)’이라고 이름 지은 화합물을 발근육의 일부에 투여한 결과 40∼50% 정도가 신경세포로 분화했다. 이 같은 결과가 지난 9일자 미국화학회지에 실렸다. 뉴로다진은 알데히드, 다이케톤, 암모니아의 조합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근육세포를 신경세포로 분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단백질을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유기 화합물로 분화시킨 신경세포가 온전한 기능을 가진 진짜 신경세포로 기능하는지 여부는 아직 증명하지 못한 상태다. 신 교수는 “서울의 한 병원이 뉴로다진을 줄기세포에 합성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예비 실험에서는 인간이식에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면서 “인간의 근육을 뇌에 이식하는 것을 목표로 보았을 때 절반은 이루었다.”고 말했다. 이번 결과는 과학재단 국가지정연구실 사업의 일환으로 3년 연구 끝에 나온 것으로 권위있는 학술지 네이처와 사이언스에도 제출했으나 진짜 신경세포라는 확증이 없다는 이유로 게재가 기각됐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특허가 출원됐으며, 미국과 PCT국제특허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신 교수 연구팀은 연구 결과를 확증하기 위해 신경세포 고유특성에 대한 실험, 다른 연구팀과 공조해 척추가 손상된 쥐에 이식하는 동물실험을 해나갈 계획이다. 글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테러리즘의 근원과 역사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한국인 23명의 피랍 사건이 애초의 기대와는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 이번 사건은 3년 전 김선일씨 사태 이후 아랍 세계와의 관계에서 근본적인 해결이나 진전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뼈아픈 깨달음을 안겨준다. 탈레반 세력의 부활, 무리한 선교활동, 정부의 뒤늦은 파병 철수 결정 등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지만, 이 또한 임시방편에 그친다면 비슷한 사태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이슬람,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나?’(지아우딘 사르다르 등 지음, 유나영 옮김, 이후 펴냄)는 현대 이슬람 사회의 쟁점, 서구 사회가 이슬람에 대해 갖고 있는 오해와 편견 등을 살핀 책이다. 저자들은 이슬람이 오늘날 테러리즘, 독재, 억압 등과 결부돼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안타까워한다.“(무슬림들이)서구야말로 자신들의 모든 문제를 일으킨 근원이라고 습관적으로 비난하면서도 서구가 그 해결책을 제시해 주지 않을까 슬며시 기대하는 모습 또한 흔히 볼 수 있다.”고 비판한다. 오늘날 이슬람에는 긴급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슬람에 대한 증오와 노골적인 공격으로 일관하면서 이슬람에 대한 이해와 협력을 거부하는 서구사회에 대한 비판도 빼놓지 않는다. 특히 대상을 제대로 파악하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는데도 ‘터무니없이’ 간단히 규정해버리는 ‘박식한 무지’가 유독 무슬림에 대해 적용되고 있다면서, 이는 서구 중심의 오리엔탈리즘과 연결돼 있다고 경계한다. 나아가 “오리엔탈리즘은 무슬림을 이해할 수는 없어도 예측할 수는 있는 존재로 만들어 권위를 획득했다.”면서 “미국 9·11 테러 이후에 아랍인과 무슬림을 악마로 몰아붙이는 경향에도 오리엔탈리즘의 전형적인 특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고 일침을 놓는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슬람 내부에서 일고 있는 자성과 개혁 노력이다. 영국인 무슬림 샤밈 미아흐는 무슬림으로서 정체성을 재발견해 더욱 나은 시민이 됐다면서 이렇게 기술한다.“젊고 자기주장이 강한 남녀 무슬림들은 전통적 이슬람 관습에 끊임없이 도전한다. 나도 잠자리에 들 때면 전통적인 긴 옷을 벗어던지고 편안한 할랄 사각 팬티로 갈아입는다.”고. 언제나 일상의 작은 흐름이 역사를 만드는 법이다.9500원.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사설] KF-16 또 추락, 대책은 있는 건가

    지난 20일밤 야간비행임무를 수행하던 공군 KF-16 전투기 1대가 또 서해상에 추락했다. 탑승했던 조종사 2명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미 팬텀기를 타고 비행중에 순직한 공군조종사를 아버지로 둔 박인철 중위가 희생자에 포함돼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KF-16기는 우리 공군의 주력기로, 지난 97년 이후 이번에 5번째 추락했다. 특히 지난 2월에도 1기가 추락해 공군참모총장이 사퇴하는 등 파문을 일으켰는데 올들어 벌써 두번째 사고라니 할 말을 잊게 한다. 그동안 4차례의 추락 원인은 모두 정비불량 아니면 기체결함이었다. 지난 2월 사고의 원인도 엔진 정비 부실로, 넉넉하지도 않은 항공기 정비예산의 전용이 불러온 인재(人災)였다. 당시에도 정비불량 상태로 운용 중인 KF-16기가 더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었다. 그 때 임시방편에 급급하지 말고 제대로 대책을 세웠다면 이번 사고는 피할 수 있었을 것 아닌가. 대당 425억원대인 전투기의 추락으로 인한 비용 손실만 문제가 아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조종사의 희생이 이어지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말인가.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근원적인 대책을 세워 다시는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우리는 차제에 F-15K급 전투기 20대를 도입하는 차세대전투기(FX) 2차사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KF-16기의 경우 미국서 이미 일부 부품 생산이 중단됐기에 F-15K 역시 업그레이드로 성능은 개선하더라도 향후 정비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 [거리 미술관 속으로] (36) 연세빌딩앞 ‘시간-1993’

    [거리 미술관 속으로] (36) 연세빌딩앞 ‘시간-1993’

    어딘지 모르게 칙칙한 느낌이 강한 서울역 주변이 최근 몇년 사이 밝은 이미지로 바뀌고 있다. 서울시티타워, 대우건설빌딩,GS건설로 이어지는 스카이라인을 주도하는 건물 중 하나가 연세재단 세브란스빌딩이다. 1988년 오래된 세브란스빌딩이 철거되고, 현대식의 푸른 새 건물이 준공되면서 이 앞에는 연세대가 추구한 100년의 향학열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세워졌다. 홍익대 조소과 이형우(52) 교수의 작품,‘시간-1993’(1993년,300×130㎝)이다. 색색의 옷을 입은 원뿔형의 이 조형물은 유독 눈에 띄었다. 일각에서는 “회색에 둘러싸인 주변에 활기를 불어넣는다.”고 평가했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물음표를 달았다. 1981년 홍익 조소과를 졸업하고,1986년까지 이탈리아 로마와 프랑스 파리의 국립미술학교 조각과에서 수학하고 돌아온 이 교수는 “조형물을 의뢰받은 때가 연세대 100주년 즈음이었기 때문에 학교의 역사를 시간의 흔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고민했다.”고 떠올렸다. 작품의 형태감을 중시하는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이 교수는 “단순하지만 기하학적인 형태에 역사와 시간을 접목하는 상징물을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연세’의 이응(ㅇ)과 시옷(ㅅ)을 의미하는 원형과 삼각형을 큰 틀로 삼아 원뿔 형태를 잡았다.‘만물의 근원은 수(數)’라는 피타고라스의 개념과 시간을 접목시켜 6,12,24의 코드를 넣었다. 원뿔 주변에는 12개의 화강석을 두르고,24개의 스테인리스 스틸로 벽면을 만들었다. 이 스테인리스 스틸에는 빨강, 노랑, 파랑, 초록 등 6가지 밝은 색상으로 도색해 생기를 불어넣었다.24각이 모이는 원뿔의 꼭대기는 대학이 추구하는 향학의 끝이다. 역사와 시간을 고스란히 담은 이 조형물 곳곳에도 세월의 주름이 지면서 조만간 보수에 들어갈 예정이다.‘KTX 서울역’의 변화에 발맞춰 이 조형물은 또 어떻게 변신할지 궁금하다. 글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강유정의 영화 in] 트리스탄과 이졸데

    극복할 수 없는 장애물 너머의 사랑. 이 공식이야말로 수많은 연애 서사의 근원이다. 왕의 아내를 사랑한 신하, 적의 딸을 사랑한 병사처럼 극복할 수 없기에 그 사랑은 더 숭고해 보인다. 케빈 레이놀즈 감독의 작품 ‘트리스탄과 이졸데’ 역시 그렇다. 12세기 켈트족 신화를 영화화한 이 작품은 사랑에 관한 가장 오래된 고전 중 하나이다. 운명적 우연과 돌이킬 수 없는 정염의 소용돌이 속에 펼쳐지는 피비린내 나는 전투,‘트리스탄과 이졸데’는 격정적이면서도 낭만적인 연애 서사시이다. 켈트족 신화 속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사랑은 신화의 속성상 운명의 장난에 가깝다. 사랑의 묘약을 잘못 나눠 마신 두 젊은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줄거리이니 말이다.‘로미오와 줄리엣’의 원형이라고도 할 수 있을 이 신화 속에서 트리스탄은 슬픔에 빠져 죽고 이졸데도 따라 죽는다. 영화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환상적 성격이 강한 신화를 역사적 배경을 근간으로 한 연애 서사시로 각색해 냈다. 아일랜드와 영국간의 오래된 갈등이 극복할 수 없는 장애물로 전치되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부모를 죽인 적국의 여인을 사랑한 트리스탄과 그를 구해준 생명의 은인인 이졸데, 이 보편적이면서도 오래된 구성은 지금까지도 자유롭지 못한 두 나라의 갈등 위에서 팽팽히 진행된다. 바그너의 오페라로도 잘 알려진 이 이야기의 힘은 금지된 사랑에 대한 열망으로 압축된다. 적국의 여인이기에, 그리고 충성을 다짐한 영주의 아내이기에 열정은 더해간다. 친구의 아내를 사랑했던 바그너가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이야기를 선택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윤리와 법이 금지한 사랑에 빠지는 것은 통속적이지만 가장 오랫동안 전해 내려온 사건임에 틀림없다.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또 하나의 매력은 몸과 칼이 부딪치는 원시적 전투의 생명력이다. 특별한 기계적 도움 없이 아날로그 방식으로 촬영된 전투 장면은 고전적 로맨스의 질감을 강화해낸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가득찬 스크린에 익숙해진 눈에 투박한 질감으로 완성된 12세기 영국 풍경은 독특한 아우라를 제공한다. 고전적 로맨스의 질감은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이성적 사랑뿐만 아니라 마크 영주와 트리스탄 간에 충성과 신의로 맺어진 남성적 관계에서도 발견된다. 사랑하는 여인을 빼앗긴 안타까움만큼이나 격정적인 트리스탄의 눈빛은 두 여인을 사이에 둔 갈등보다 더 절절하게 받아들여진다. 품위 있고 격조 있는 영주 역할을 한 루퍼스 스웰 역시 마찬가지이다. 트리스탄의 죽음으로 끝나는 이 드라마에는 엄밀히 말해 새로운 이야기라고는 찾아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오래 묵은 로맨스는 보는 이의 가슴을 들뜨게 한다. 금지된, 장애물 너머의 사랑이 인류의 영원한 서사일 수밖에 없음을 확인시켜 주기 때문이다. 영화평론가
  •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보았지]노숙자 왜가리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보았지]노숙자 왜가리

    서울대공원 동물원에는 제 맘대로 사는 ‘자유인’이 있다. 우리에 있고 싶으면 있고, 나가고 싶으면 산과 들로 날아간다. 텃새인 왜가리 이야기다. 녀석들은 20년 넘게 동물원에 살고 있지만 동물원 공식 식구는 아니다.341종 2944마리로 정리된 동물원 주민등록에는 녀석들의 기록이 없다. ●사자 우리까지 멋대로 드나든 간큰 왜가리 왜가리가 서울대공원을 처음 찾은 것은 동물원 개원 후 3년이 지난 1987년쯤이다. 당시 수십 마리 정도가 큰물새장 지붕에 둥지를 틀었다. 큰물새장 지붕은 높이 30m, 넓이 3000여평. 새들이 둥지를 틀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또 낚시 등이 금지된 대공원 앞 호수는 먹잇감도 풍부했다. 이런 입지조건이 입소문이 났는지 녀석들의 수는 점차 늘었다. 현재 800마리 정도로 추산되는 녀석들은 거칠 것이 없다. 백수의 왕인 사자 우리부터 코끼리, 하마 우리까지 내키는 대로 들어간다. 특히 왜가리들이 즐겨 드나드는 곳은 해양관. 먹이로 생선종류가 나오기 때문인데 늙은 북극곰이 번번이 먹이를 빼앗긴다. 식욕도 떨어지고 나이 들어 먹는 속도도 느린 북극곰의 생리에 빤한 왜가리들은 마치 제 것인 양 곰의 생선을 낚아채 간다. 하지만 2005년부터 큰물새장에서 미스터리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물새장 안 다른 새들이 이유 없이 죽어갔다. 동물원측은 “심할 땐 하루 10마리씩 픽픽 죽어 나가는데 다음날 문을 열어 보기가 무서울 정도였다.”고 밝혔다. 큰물새장의 안과 밖은 철저히 봉쇄돼 있다. 왜가리들이 안으로 접근할 수 없어 먹이 다툼이 일어났을 리도, 다른 새들과 싸움이 일어났을 리도 없는 상황이었다. 먹이 조사도 해봤지만 독극물 등 오염은 발견되지 않았다. 미스터리는 죽은 새들을 부검하자 풀렸다. 오염된 식수가 문제였다. ●얹혀사는 주제에 오염 근원이었네 지붕 위에 사는 왜가리의 수가 늘면서 새장 안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양의 똥이 떨어져 새장 안 물을 오염시켰다는 것이다. 영문도 모르고 이 물을 마신 새들이 병에 걸려 죽은 것으로 판명됐다. 고민 끝에 동물원은 왜가리 둥지의 강제철거를 결정했다. 철거는 지난해 가을과 올봄 두 차례 진행됐다. 큰물새장 천장에는 소리를 울려 왜가리들을 쫓아낼 수 있게 고안된 큰 방울을 달았다. 그후 물새들의 괴사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모의원 복지과장은 “같은 자리에서 20년을 산 왜가리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었지만 다른 새의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면서 “다행히도 왜가리들이 동물원 옆 소나무 숲으로 옮겨 잘 살고 있다.”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시사저널 前 기자들 창간매체 제호 공모

    경영진의 삼성 관련 기사 삭제로 파업을 벌이다 지난달 26일 사측과 최종 결별한 시사저널 기자들이 2일 오후 서울 방송회관에서 ‘새 매체 창간 선포식’을 갖고 창간 자본금을 댈 투자자와 제호를 공모했다. 22명의 기자들로 구성된 ‘참언론실천시사기자단’은 “새 매체는 전문·탐사보도를 통해 사안에 대한 근원적 접근과 대안을 모색하는 창의적 저널리즘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열린세상] 한번 진보는 영원한 진보?/윤성이 경희대 한국정치 교수

    [열린세상] 한번 진보는 영원한 진보?/윤성이 경희대 한국정치 교수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한번 진보는 영원한 진보이고, 한번 보수 역시 영원한 보수인가. 그간 진보와 보수 세력의 집회와 시위에 관한 보도를 떠올려보자. 광화문에서 혹은 시청앞 광장에서 보수와 진보 진영의 시위장면을 보면 항상 같은 인사들이 전면에 나서 있다. 시위를 하는 이유가 국가보안법이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든 혹은 사학법이든 상관없이 항상 낯익은 얼굴들이 같은 편에 서 있고 그때그때 앞세운 현수막과 구호만이 달라질 뿐이다. 이러한 장면을 보면 한번 보수는 영원한 보수이고 한번 진보 또한 영원한 진보라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어찌하여 사안의 다름에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의 진보는 환경에서도, 교육에서도 그리고 여성문제에서도 항상 진보이고, 보수 또한 모든 사안에서 동일하게 보수적 성향을 가질 수 있을까. 분명 정상적이고 이성적인 모습은 아닌 듯싶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때 북한문제에 대해서는 진보적 입장을 가진 사람이라도 환경이나 교육 문제에 관해서는 보수적 성향을 보일 수 있을 것이고, 거꾸로 정치적으로는 보수이지만 문화나 인권 문제에 있어서는 진보적 성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서 이렇게 지극히 상식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모든 갈등은 진보 대 보수라는 이분법적 도식으로 단순화해 있다. 진보와 보수는 모든 사안에서 항상 같은 줄에 서게 된다. 한번도 이 줄이 엉키거나 엇갈리는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사회갈등에 대한 이분법적 이해방식은 권위주의 정권에서 비롯되었다.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는 정치문제뿐만 아니라 노동·여성·인권 등 모든 사안이 민주 대 반민주의 대결구도로 귀착되었다. 모든 사회문제의 근원이 권위주의 정권에서 비롯됐기에 이를 무너뜨리지 않고서는 어떤 문제도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없었다. 따라서 민주 대 반민주는 지극히 타당하고 정확한 인식의 틀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오늘날 우리사회의 모든 갈등을 보수 대 진보로 환원하는 인식구도는 올바른 것인가. 남북문제와 대미관계뿐만 아니라 환경, 교육, 문화, 여성, 인권 등 모든 사안에 대한 생각과 태도를 이분법적 틀 속에 담는 것이 과연 이성적인 행태라 할 수 있을 것인가. 정치학 원론 첫 시간에 매번 강조하는 것이 사고의 유연성이다. 고교까지는 교과서 내용이 참이고 진리였으나 대학에서는 읽고 듣는 모든 것을 비판적 자세로 수용하여야 한다고 가르친다. 또 자신의 생각과 논리를 통해 사회현상을 분석하고 이해하면서도, 나와 다른 생각이 있을 수 있고 때로는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라고 당부한다. 이러한 사고의 유연성이 밑받침이 될 때 비로소 사회현상에 대한 정확하고 폭넓은 이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민주화 20년을 겪으면서도 우리사회는 여전히 권위주의 정권 하의 이분법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때의 민주 대 반민주 구도가 이제는 진보 대 보수 대결로 바뀐 것이다. 바뀌지 않은 것이 있다면 양 집단간 대결이 여전히 사생결단의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민주화세력에 권위주의 정권은 대화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그런데 진보와 보수 진영간의 대화와 타협도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인가. 그러지 않을 것이다. 생각과 성향의 다름은 당연한 것이고 다양성 속에서 조화를 찾아 가는 것이 민주주의이다. 모든 사회현상을 진보와 보수의 틀로만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경직된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경직된 사고 틀로서는 결코 사안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영원한 해병’은 아름다운 자긍심이나 영원한 진보와 보수는 우리사회의 일그러진 단면일 뿐이다. 윤성이 경희대 한국정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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