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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래심줄 같은 일본의 몰염치”

    “고래심줄 같은 일본의 몰염치”

    “날조된 역사교과서는 여전히 피해받은 국가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어 있고 고래심줄 같은 몰염치는 그것을 시정하지 않은 채 뻗치고 있는 것이다. 아닌 것을 그렇다 하고 분명한 것을 아니라 하는 것처럼 무서운 것은 없다.”(‘신국의 허상’에서) ‘토지’의 작가 고 박경리(1926∼2008) 선생은 지금으로부터 15년여 전 ‘일본’을 집중적으로 생각했다. 일제강점기에 교육을 받아서였을까, 역사교과서 왜곡 등 일본의 행태에 대한 선생의 생각은 완강했다. 작가적 직관과 깊고 넓은 지식을 기반으로 일본에 대한 생각을 풀어낸 선생의 유고가 공개됐다. 선생의 외동딸인 김영주 토지문학관장은 지난 5월 타계한 선생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일본산고(日本散考)’라는 제목이 적힌 원고지 63장 분량의 미발표 육필원고를 발견했다고 18일 밝혔다. 원고는 1편 ‘증오의 근원’과 2편 ‘신국(神國)의 허상’,3편 ‘동경 까마귀’로 구성돼 있으며 1,2편은 원고지 25장 정도의 완성본이지만 3편은 원고지 13장으로 미완성 상태다. 선생은 ‘증오의 근원’에서 해방후 일본 문화계의 우리 문화 홀대 경향을 ‘화두’로 삼아 이같은 원한의 근원을 파헤쳤다. “일본은 도래인이라 표현하는 한족(韓族)이 그들 지배계급을 형성했던 것을 부정하고 싶은 것이 그들의 심정일 것이며 가능하다면 일본 인종을 일본열도 고유의 인종이기를 바라는 것이 본심일 것이다.” 선생은 “우리와 일본이 동족 어쩌고 하는 것도 실은 진부한 얘기다. 역사연구의 영역일 뿐, 터럭만큼의 동질감도 없는 마당에 감상에 젖을 필요는 없다.”면서 “서로 이해하게 되면 좋고 다만 인류라는 자각으로 나를 다스려가며 앞으로 이 글을 써나갈 생각”이라고 집필 방향을 밝혔다. 왕권 확립을 위해 왕실 미화는 물론 신화의 날조·삭제·표절을 일삼은 일본 역사를 상세하게 소개한 선생은 ‘신국의 허상’에서 “일본만큼 ‘天(천)’자와 ‘神(신)’자를 애용하는 나라도 흔치 않다.”면서 “일본인은 신의 자손으로 즉, 신이라는 과대망상은 후일 세계정복을 꿈꾸는 망상으로 발전했다.”고 꼬집었다. ‘동경 까마귀’는 동갑내기 장호 시인의 동명 시를 인용하는 것으로 시작한다.“여유작작하다/사람 사는 언저리 아니면 못 사는 주제에/사람의 눈치쯤 아랑곳없이/정거장 둘레를 어슬렁거리다가도/지갑을 줍듯 먹어만 보면/스윽 달아난다” 선생은 일본인 정서에 깔린 짙은 우수와 허무주의를 겨울까마귀의 정서에서 찾아냈다. 선생은 또 서울 정릉에 살 때 집을 수리하러 온 일꾼들끼리 한가하고 익살스러운 몸짓으로 험악했던 징용탈출 경험을 얘기하던 모습을 소개하면서 낙천, 해학 등이 숨겨져 있는 것이 이상했다고 토로했다. 선생은 곧 이어 “바로 그런 것 때문에 나라를 빼앗겼을 것이며 또 바로 그런 낙천적 해학이 갖는 여유 때문에 끝내는 회생하여 이 민족이 망하지 않고 긴 세월 존속돼 온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다.”고 썼다. 김 관장은 “어머니는 일제강점기를 직접 겪으신 만큼 일본에 대한 글을 쓰고 싶어 하셨다. 생전에도 주위 사람들에게 일본 얘기를 많이 하셨다.”고 집필 배경을 추정했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거대과학의 꿈] 거대과학 왜 중요한가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거대과학의 꿈] 거대과학 왜 중요한가

    ‘거대과학(Big science)’이 부상하고 있다. 일반인에게 아직 낯선 이 용어는 과학기술 각 분야의 전문 인력과 거대 장비,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종합적 연구개발을 일컫는다. 예컨대 우주개발, 핵융합, 원자력발전과 같이 첨단가공 및 초정밀기술을 통해 극한의 자연현상을 관찰하거나 새롭게 만드는 그야말로 ‘거대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거대과학은 파급효과가 커서 관련 분야의 동반성장을 촉진한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지만 지구자원 고갈 및 환경문제 등 인류가 직면한 문제해결의 핵심열쇠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우리나라가 최근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거대과학 프로젝트로 우주개발을 꼽을 수 있다. 우주개발의 경우 한국 최초의 우주인 탄생으로 국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지만, 사실 정부는 1990년대부터 단계적으로 예산을 꾸준히 투자해 왔다. 우주인 선발은 그 결실 중 하나인 것이다.1992년 ‘우리별 1호’ 위성을 최초로 발사한 이후 2006년에는 1m급 고해상도 카메라를 탑재한 아리랑 2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한 바 있다. 현재 과학기술위성, 다목적실용위성, 무궁화 위성 등 총 11기의 위성을 운용하며 위성 강국 10위권으로 부상했다. 위성 자체의 개발만큼 중요한 것이 위성을 쏘아 올리는 발사체의 개발이다. 발사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위성을 언제든지 독자적으로 발사할 수 있다는 능력을 나타내기 때문에 소위 한 국가의 우주개발을 ‘완성’하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발사체 개발 또한 전형적인 거대과학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정부는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 발사체인 소형위성발사체(KSLV-1)를 올해 말 전라남도 고흥의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할 예정이다. 현재 발사체 기술을 보유한 국가는 프랑스, 미국, 중국, 일본 등 7개국으로 발사체는 세계 우주개발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핵심 분야다. 현재 소형위성발사체는 성공적 발사를 위한 막바지 준비에 여념이 없으며 올해 말 우리 땅에서 우리 힘으로 개발한 발사체가 성공한다면 명실상부한 세계 10위권의 우주강국 진입의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또 다른 거대과학 분야로 핵융합에너지를 들 수 있다. 핵융합은 화석연료 고갈과 지구온난화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이른바 ‘미래 청정 에너지원’이다. 특히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7%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3차 오일쇼크’라 불리는 초고유가에 대비하는 대안에너지 개발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이다. 정부는 그동안 환경 친화적이고 안전성이 뛰어나며 자원 고갈의 걱정이 없는 핵융합 에너지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1996년 핵융합연구장치인 KSTAR의 개발에 착수해 2007년에 완공,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으며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선진 7개국만이 참여하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개발에 뛰어들었다. 정부는 최초의 국제 대형 프로젝트인 핵융합실험로 사업을 통해 인류의 에너지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21세기는 지식기반시대다. 자원보유 여부가 국가의 부를 결정하던 과거와는 달리 창조적 지식과 정보가 국가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인 것이다. 우리나라가 거대과학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거대과학은 투자대비 결과물 산출기간이 길고 엄청난 예산과 기술력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국가 이익 증진 및 국제사회에서의 지위 향상을 위해 필수적인 분야이다. 이제 미래 기술강국을 준비하는 시각과 이에 대한 전략을 세워 거대과학기술에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나라가 자원빈국에서 기술부국으로 거듭나는 길이다.
  •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촛불과 진보의 앞날] “촛불은 멈출 곳을 미리 정하지 않아 긴 호흡·먼 시선으로 보는 지혜를”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촛불과 진보의 앞날] “촛불은 멈출 곳을 미리 정하지 않아 긴 호흡·먼 시선으로 보는 지혜를”

    2008년의 촛불시위는 한국 진보진영에 익숙한 많은 것들을 낡은 것으로 만들었으며, 그동안의 관념과 실천을 근본적으로 성찰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몇 가지 점에서 2008년의 촛불은 매우 독특하다. 첫째 촛불시위 참여자들은 위계적 조직에 의한 동원과 지도를 거부하며, 개인의 자발성에 기초해서 저항을 전개하려 한다. 이들은 단단한 중핵을 갖는 방사형 구조 속에서 움직이지 않고, 크고 작은 각양각색의 점들을 모아 점묘화를 그리려 한다. 사람들이 아고라에서, 인터넷 동호회에서, 한 명의 개인으로서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모아 집단적 흐름을 만들었다. 둘째 촛불 참여자들은 운동조직으로 제도화된 분업체계를 거부하며, 느슨하고 거대한 규모의 공동체적 협동으로 전체를 작동시킨다. 기존의 진보단체들은 틀을 가진 벌집형 분업체계 속에서 움직였다. 이에 반해 촛불시위대는 색종이 조각들을 붙여가며 전체의 모자이크를 만들어간다. 사진전문가, 트럭운전사, 신경과 의사, 김밥집 아줌마, 인쇄소 아저씨가 각자 자기 재주를 발휘해 촛불 작품을 만든다. 정해진 의무도 아니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니다. 셋째 이념과 사상, 거대담론들이 이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삶의 구체적 문제와 열망이다. 그 이야기들이 모여 사회적 담론이 되는 것이지, 사회체제의 이념이 먼저 있어 그것을 좇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지금 단 한 번도 진보를 말하지 않은 채 대한민국 진보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그러나 촛불의 새로운 힘 역시 그에 상응하는 약점과 한계를 갖고 있다. 촛불시위의 자유분방함은 그것의 생명력의 근원이기도 했지만, 바로 그 장점이 약점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계획되고 조직된 저항과 달리, 개인들의 무수한 물줄기들이 만나 흐르는 촛불의 강은 그것이 멈출 곳을 미리 정하고 흐르지 않는다. 모두가 당장 내일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긴 호흡, 먼 시선이 부족한 것이다. 물론 지금 당장은 상황이 너무나 급박하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촛불의 동력이 거시적이고 장기적 비전에 관련된 토론으로까지 이어져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촛불 참여자들이 애초에 쇠고기 이슈에서 출발하여 점차 한국의 정치·경제·문화의 다양한 문제들을 깊고 포괄적으로 제기해 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일각에서는 촛불집회가 정치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견해가 있지만, 정치적 표현과 정치행동의 자유는 대한민국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권리다. 우리나라 헌법은 결코 대통령과 국회의원만이 정치에 관한 발언과 표현의 권리를 갖는다고 규정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이 점에서 2008년의 촛불 참여자들은 놀랍게도 적극적이었다. 시민들은 정당·사회단체의 선전지를 받아 단지 읽기만 하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었다. 이들은 아고라에서, 인터넷 동호회에서, 직장에서, 학교에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판단하며 의견을 나누고 공론을 만들어간 주체들이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 모두는 개인들의 일상이 정치와 긴밀히 연관되어 있으며, 사회의 문제는 개인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자각은 지금 우리 손에 쥔 작은 촛불의 생명력을 더욱 끈질기고 강인한 것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 가슴 속의 불씨는 이제 꺼지지 않을 것 같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뜨거운 美대선 현장]“희망의 지도자… 우리의 미래를 맡긴다”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뜨거운 美대선 현장]“희망의 지도자… 우리의 미래를 맡긴다”

    |워싱턴 김균미특파원|“존 F 케네디 이후 나를 이렇게 감동시킨 지도자는 없었다.”(스미티·노년의 백인 남성) “폭풍우 가운데에 서 있는 나무와 같은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라는 인상을 받았다.”(한스·20대 인도계 미국인 여성) “열정적이고, 똑똑하며 창의적이고, 남의 말에 귀기울이는 진정한 지도자, 그가 바로 오바마입니다.”(디바스티·시카고대 백인 여학생) “1960·70년대 우리 세대와는 다른 역할을 할 겁니다. 변화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접근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흑인 남성 노인) 지난달 28일 화창했던 토요일 오후 3시 버지니아주 매클린 타이슨스 코너 근처에 위치한 타운하우스 2층 거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버락 오바마를 지지하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였다. 오바마 지지자인 콜린 레이러(여)는 자신의 집에 간단한 음료와 다과를 준비해놓고 이웃주민들을 초청했다. 이른바 ‘변화를 위한 화합’ 홈 파티다. 오바마 선거캠프에 따르면 이날 하루 동안 미 전역에서 3000여개의 홈 파티가 열렸다. ●하루 동안 미국 전역서 3000여개 홈파티 열어 콜린의 집에는 20여명의 지역주민들이 모였다. 여성이 다수를 차지했고, 남성은 5명이었다. 아시아계가 4명, 흑인이 5명, 히스패닉 2명, 나머지는 백인이었다. 나이는 20대에서 60∼70대까지 다양했지만 30·40대가 주를 이뤘다. 이들 중에는 이미 오바마를 위해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선거 자원봉사는 생전 처음이라는 사람도 여럿 있었다.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던 여성도 2명 참석했다. 파티 호스트인 콜린은 먼저 “토요일 오후 시간을 내줘 고맙다.”는 인사로 말문을 열었다. 이어 올초 아이오와 코커스에서부터 뉴저지 등 경선 과정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느낀 점들을 말했다.“더 많은 사람들이 희망의 정치인 오바마 지지활동에 참여할 수 있길 바란다.”면서 오바마를 대통령에 당선시키기 위해 지혜와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며 토론을 이끌었다. ●유권자들에게 전화·선거자금 기부로 힘 보태 참석자들은 돌아가며 자기 소개와 오바마를 지지하는 이유, 그리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말했다. 직장 여성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스피어스는 “지난 7년이 되풀이되지 않길 원하기 때문에 오바마를 지지한다.”면서 그동안 선거운동을 돕지 못했지만 이제부터는 시간을 내 자원봉사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 선거 자원봉사는 난생 처음이라는 셀비(여)도 “오바마는 신뢰를 주는 지도자”라고 말했다. 10·17세 두 아이의 엄마인 수전 디센티는 “몇년전 라디오에서 오바마가 처음 말하는 걸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면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는 오바마가 당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오바마가 미국사회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확신에 차 있었다. 디바스티라고 자신을 소개한 젊은 백인 여성은 “시카고법대에서 오바마를 교수로 만났다.”면서 “당시에도 열정적이고 진지하며 지적인 면에 감명을 받았다.”고 오바마 예찬론을 폈다. 그는 “그동안 학교 때문에 돕지를 못했는데 이제는 열심히 자원봉사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뭔가 기여하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유권자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선거자금 기부나 유권자 등록을 권유하는 일 등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젊은 층 모이는 쇼핑몰 집중공략해야” 화제는 자연스럽게 어떻게 하면 한명이라도 더 유권자로 등록시킬 수 있을까로 옮겨갔다. 참석자들은 슈퍼마켓이나 자동차등록사업소(DMV), 도서관, 주말 농산물 장터, 지하철역, 지역 체육시설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집중 공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점장이나 매니저에 따라 선거운동원들의 활동에 대한 태도가 다르다며 이를 이미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워싱턴 DC 민주당 지부에서 일하는 샤론 로저스는 “페어팩스 카운티는 대표적인 격전지역으로 놓쳐서는 안 된다.”면서 “올해 18세로 투표권을 얻은 젊은 유권자들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젊은층이 많이 모이는 쇼핑몰이나 스타벅스, 자동차운전면허소 등을 공략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얘기가 오갔다. 콜린은 “젊은층이나 연장자, 한인사회 등 자신이 편안한 계층을 대상으로 활동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면서 “언제든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이메일로 보내달라.”는 말로 2시간 동안 계속된 파티를 마무리했다. 일부는 파티가 끝난 뒤에도 남아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 미국에, 미국과 세계와의 관계에 변화와 희망을 가져올 수 있는 지도자를 차기 대통령에 꼭 선출시키겠다는 강한 의지와 열기가 느껴졌다. 오바마측은 올여름 내내 이같은 소규모 홈파티를 통해 지지자들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kmkim@seoul.co.kr
  • “21세기 유랑민의 질곡 외면할 수 없었죠”

    “21세기 유랑민의 질곡 외면할 수 없었죠”

    지금 이 땅에 정착한 새터민이나 중국 또는 제3국을 유랑하는 탈북자들이나 모두 저마다 절절한 사연을 갖고 있다. 어떤 이는 배고픔을 못견뎌, 또 어떤 이는 가족의 약을 구하려고, 또 다른 이는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며 목숨을 건 탈북을 감행했고, 지금도 강가에서 탈북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탈북 이후는 또 어떤가. 중국 공안(경찰)과의 숨바꼭질, 몽골 등 제3국에서의 기약없는 유랑,‘기획입국’ 브로커들의 농간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에 도착해도 정착은 지난한 길이다. 그들을 온전한 ‘시민’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회에서 그들은 여전히 ‘이방인’일 따름이다. 이제는 한국의 시민이 되리라 기대했던 그들에게 주민번호 뒷자리가 125(남),225(여)로 시작되는 동일코드를 붙여 “이 사람은 탈북자입니다.”라고 선을 긋는다. ●단편 7개 연작으로 새터민의 삶을 좇다 “진정으로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생각한다면 21세기 유랑민들인 이들에게 삶의 온전성을 되돌려줘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인권, 탈북자인권은 인간안보의 차원에서 접근해야지 정치적으로 악용되어선 안 됩니다.‘가짜 인권놀음’을 멈춰야 합니다.” 탈북 여성의 고달픈 여정을 그린 연작소설 ‘찔레꽃’(창비 펴냄)을 출간한 소설가 정도상(48)씨는 17일 “모어(母語)공동체의 온전한 회복이 분단체제 작가에게 주어진 중요한 과제”라면서 “작가는 모어공동체가 갈등, 긴장, 유랑으로부터 벗어나 평화롭게 번영하는 것을 지향해야 하고, 이번 작품도 그런 의도에서 구상했다.”고 말했다. ‘겨울, 압록강’‘함흥·2001·안개’‘늪지’‘풍풍우우’‘소소, 눈사람 되다’‘얼룩말’‘찔레꽃’ 등 7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인신매매단에 속아 중국으로 넘어간 북한 여성 ‘충심’이 신분을 속인 채 중국 땅을 헤매다 몽골을 거쳐 한국에 정착하는 궤적을 담고 있다. 인신매매단에 속아 조선족 남성과 강제결혼하고, 지옥같은 삶에서 탈출해 안마사로 일하다 기획입국 브로커인 선교사를 만나 수백만원을 주고 몽골을 거쳐 한국 땅을 밟지만 충심은 또 다시 ‘주변’에 머물 뿐이다.2차까지 나가야 하는 노래방 도우미 외에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아무리 먼 길을 돌고 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의 최종목적지는 결국 가족이 있는 집이라고 생각하니 왈칵 울음이 터져나오려 했다.”(132쪽,‘풍풍우우’ 가운데) 작가는 5년전 탈북 소년의 유랑과 죽음을 담은 ‘꽃제비’라는 제목의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고 작품을 쓰기로 작정했다고 한다.‘얼룩말’이라는 제목은 아들이 지어줬다. ●하나의 삶에 짜깁기한 네 여성의 ‘크로싱´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위원회 상임이사로 남북 실무교류를 책임지고 있는 처지여서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탈북자 문제가 이슈가 됐는데도 작가들이 작품으로 다루지 않는 것이 안타까웠고, 오랫동안 자신의 어깨를 짓눌러온 ‘의식의 덩어리’도 이번 기회에 내려놓고 싶었다. 작가는 “남과 북의 독자들이나 작가들이 진정성을 갖고 읽어 우리 민족의 고달픈 유랑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면서 “비록 남루할지언정 가족과 집은 그 자체가 삶의 온전성이기 때문에 당연히 보호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작가는 중국 선양에서 만난 북한출신 안마사 등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2006년 봄 ‘소소, 눈사람 되다’를 발표한 이후 연작소설 형식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주인공 ‘충심’은 한 인물이 아니라 작가가 만난 함흥, 신의주, 무산, 남양 출신 탈북여성 4명의 사연을 복합적으로 녹여 만들어냈다. 작가는 “앞으로 청소년 성장소설이나 노동자들을 계급적 존재가 아닌 욕망의 근원으로 해부한 작품을 쓰고 싶다.”면서 “민중들의 ‘사소한 이야기’를 80년대식 리얼리즘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도 실험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거대과학의 꿈] 2045년 상용화 목표… 미래자원 개발 잰걸음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거대과학의 꿈] 2045년 상용화 목표… 미래자원 개발 잰걸음

    KSLV-1이 선진국의 기술력을 따라잡기 위한 거대과학이라면, 한국형핵융합실험로 KSTAR는 한국이 주도할 수 있는 미래형 거대과학이다.KSTAR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에너지의 근원인 ‘태양’을 만들기 위한 21세기판 ‘이카로스 프로젝트’다. 태양에너지의 발생 원리를 모방한 ‘인공태양’을 만들어 인류가 무한히 쓸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든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80∼90%가 수소로 이뤄져 있는 태양의 중심부는 섭씨 1500만도의 고온에서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수소 플라스마 상태로 뒤섞여 있다. 플라스마는 고체, 액체, 기체 등 물질의 3상이 아닌 제4의 물질이다. 이 상태에서 수소 원자핵들이 지구의 33만배에 이르는 중력으로 인해 서로를 잡아당기며 연쇄적으로 핵융합을 일으키면 열과 에너지가 발생한다. 지구상에서 이같은 수소는 바닷물의 중수소와 원자력 발전소에서 부산물로 생산되는 삼중수소에서 무한에 가깝게 얻을 수 있다. 인류가 2000만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핵융합 발전이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1g의 혼합연료(중수소+삼중수소)로 석유 8t, 전기 10㎾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바닷물 1ℓ에 포함된 0.03g의 중수소만으로 300ℓ의 휘발유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핵융합 발전의 관건은 태양과 같은 초고온의 플라스마를 만들어 유지하는 일이다. 또 섭씨 1억도 이상의 플라스마에 녹지 않고 견뎌내는 핵융합 장치를 만들어 내는 것도 관건이다. 현재 과학자들은 ‘토카막’(Tokamak)이라는 장치를 만들어 초고온의 플라스마를 허공에 띄워 용기에 닿지 않게 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KSTAR 역시 토카막의 일종이다. 합은 상용화 시점이 2045년으로 잡혀 있다. 사실상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인 셈이다. 그러나 지난 2006년부터 한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미국, 러시아 등 7개 나라가 참여해 프랑스 카다라슈에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핵융합은 거대과학이 반드시 이뤄내야 할 과제로 평가되고 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인간 탐욕이 빚은 ‘환경전염병’

    수년 전 일각에서 ‘아토피는 정치다.’란 주장이 제기됐다. 아토피는 환경병이고 환경병은 환경정책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의미다. 짧은 문장이지만 현대 질병의 속성을 명확하게 표현한 명제였다. ‘자연의 역습, 환경전염병’(마크 제롬 월터스 지음, 이한음 옮김, 책세상 펴냄)도 하나의 명제를 던진다.‘현대 전염병의 주범은 인간이다.’ 전통적으로 전염병은 해충과 동물, 바이러스 등으로부터 발병하는 것으로 믿어져왔다. 그러나 이 책은 거듭 단언한다.‘인간을 공포에 떨게 하는 현대 전염병의 근원은 다른 누구도, 무엇도 아닌 인간이다.’ 해충이, 동물이, 바이러스가 전염병의 시원으로 인식되는 현실의 진짜 이면엔 인간의 환경파괴가 도사리고 있다는 관점은 사실 더 이상 충격적이지도 논쟁적이지도 않다. 수의사이자 언론학자인 저자는 인간 개입으로 발생하는 생태변화가 ‘환경전염병(ecodemic)’을 일으킨다고 말한다. 그가 지목하는 환경전염병의 대표적 사례는 광우병이다. 광우병은 초식동물인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인 결과로 발생했다. 고기의 양을 늘리려는 인간의 탐욕이 뇌에 구멍을 뚫은 치명적 질병을 초래하고 말았다. 살모넬라 질병의 일종인 ‘살모넬라 DT104’도 마찬가지. 인간이든 가축이든 최소한의 생활공간이 보장되지 않으면 건강이 담보될 수 없음은 자명한 이치다. 가축이 병에 걸리지 않을 환경을 만드는 대신 좁은 축사에 억지로 밀어넣어 항생제를 다량 투입하는 사육방식은 치명적인 항생제 내성 질환을 탄생시켰다. 에이즈와 라임병, 한타바이러스폐증후군, 웨스트나일뇌염 등도 저자가 꼽는 대표적 환경전염병이다. 저자는 과학적인 치료법 개발에 골몰하는 것만으로는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고 경고한다. 인간과 환경 및 건강과의 상호연관성에 대한 새로운 사유가 시급하다. 전염병은 인간 삶의 방식과 사고 습관을 깊이 성찰하게 만드는 ‘등에’와도 같다.1만 3000원.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21세기 新다빈치 프로젝트-통섭을 말하다] 음악가가 음향기기 만드는 ‘통섭의 시대’ 온다

    [21세기 新다빈치 프로젝트-통섭을 말하다] 음악가가 음향기기 만드는 ‘통섭의 시대’ 온다

    원효의 화엄사상 해설이나 조선 말기 실학자 최한기의 기(氣) 철학에서 주로 사용됐다. 정치적으로는 ‘총괄하여 관할한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최재천 교수가 에드워드 윌슨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의 저서 ‘컨실리언스(Consilience)’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재해석해 도입한 개념이다. 요즘 한국 지식사회의 최고 화두는 ‘통섭(統攝)’이다. 대학들은 앞다퉈 통섭을 표방한 학과를 설립하고, 석학들은 지식의 통합을 외치고 있다. 통섭이 ‘새로운 변화’의 상징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4년 전 일개 학설로 한국에 소개된 통섭은 이제 스쳐 지나가는 유행이 아닌, 우리 사회가 가야 하는 방향으로 대접받고 있는 셈이다. 통섭이 왜 국내 지식사회의 주제어로 떠올랐고, 그것은 왜 필요한 것일까. 통섭을 주장하는 많은 학자들은 통섭이 ‘한국적 특수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데 대부분 동의한다.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고등학교 때부터 문과, 이과의 구분에 익숙해진 한국 사람들은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별개의 학문으로 생각한다. 서양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편의상의 학과 구분이 한국에서는 절대적인 기준으로 자리를 잡았고, 결국 그것은 유연하고 복합적인 사고를 갖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학자들은 인간과 기계, 우주, 생명공학 등 다양한 학문을 과학적 방법과 인문학적 방법으로 동시에 고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는 1933년부터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교류가 시작됐고, 일본도 학문 전 분야를 아우르는 ‘슈퍼대학원’의 등장을 앞두고 있다. 물론 특수한 학과가 오히려 인기를 끌 정도로 ‘전문성’이 강조되는 한국사회에서 통섭을 논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노령화, 산업 변화의 가속화 등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통섭적 사고를 갖춘 인간상이 필요하다. 한 예로 평생 직업의 개념이 희박해지는 상황에서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직업을 찾기 위해 매번 새로운 자격증을 따고 공부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신 폭넓은 사고를 갖고, 뛰어난 적응력을 가진 사람을 키운다면 그만큼 새 길을 모색하고 목표를 세우는 데 유리할 수밖에 없다. 학자들이 ‘통섭형 사고 교육’을 어린 시절부터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통섭은 학문의 벽을 허무는 일에서 시작된다. 현재 한국의 대학사회는 같은 학과 교수들 사이에서도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것을 불문율처럼 여기고 있다. 한 사람이 모든 일을 해낼 수 없는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이같은 구분은 오히려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데 장애로 작용할 뿐이다. 특히 다른 학문에 대한 관심과 기본적인 개념의 이해는 전혀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개미를 연구하는 생물학자가 인간사회를 기본으로 연구하거나, 기계공학자 대신 음악 전공자가 음향기기를 만든다면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결과물이 나올 것이다. 미국의 경제학자들은 미분방정식으로 경제를 예측하는 대신 자기공명영상을 도입해 경제활동을 하는 인간의 뇌를 분석하기 시작했다.MIT에서는 사람이 전혀 등장하지 않은 채 전자기기가 오페라의 막을 올리고 공연을 한다. 여러 학문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아리스토텔레스 통섭의 원조 통섭은 인류 역사와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다.‘지식의 경계’를 넘어서려고 했던 모든 노력을 통섭의 일환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각종 학문에 ‘광범위한 관심’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지식의 경계가 없던 시절인 만큼 그의 관심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겠지만, 그 결과 수많은 분야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원조’로 떠받들어진다. 박지원, 홍대용, 최한기 등 조선시대 후기 실학자들도 인문사회과학을 배워 자연과학에 적용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통섭의 역사에 기록될 만한 것으로 평가된다.200여년의 시간 차이는 있지만 서양의 다빈치와 조선의 정약용이 약속이나 한 듯 기중기(거중기)를 개발했다는 사실은 통섭적 사고가 시대적 배경이나 사회환경과는 상관없이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가장 전형적인 형태의 통섭은 ‘자연을 흉내내는 일’에서 시작된다. 인간사회를 바꾼 수많은 도구와 아이디어가 자연에서 비롯됐다. 기업들은 동물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연구해 새로운 휴대전화를 만들기 위해 연구 중이다.‘현실에 존재하는 통섭의 메카’로 불리는 미국 MIT 미디어랩은 1985년 ‘함께 모여 상상의 나래를 펼치자.’는 소박한 목표로 시작됐지만, 매년 수백건 이상의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내는 ‘상상력 공장’으로 발전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국내 연구 현주소 2005년 최재천 교수 등 윌슨의 ‘컨실리언스’를 번역 학문적 기반 아직 취약… 대학들 전면도입 움직 통섭의 개념이 국내 학계의 전면에 등장한 것은 과학철학자 장대익 박사와 최재천 교수가 에드워드 윌슨의 저서 ‘컨실리언스(Consilience)’를 ‘통섭’이란 이름으로 번역, 출간한 2005년의 일이다. 퓰리처상을 두 차례나 받은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이자 생태학자인 윌슨은 개미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로 섬 생물지리학과 사회생물학이라는 두 개의 학문을 개척했다. 윌슨이 주창한 컨실리언스는 르네상스 회귀로 집약된다. 인문학과 사회과학 등 모든 학문이 언젠가는 자연과학적인 방법론으로 통합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컨실리언스는 19세기 자연철학자 윌리엄 휴얼이 처음 만들어냈다. 라틴어의 ‘컨실리에르(consiliere)’에서 파생된 것으로 추정된다.‘컨(con)’은 영어로 ‘함께’라는 뜻을,‘살리에르(salire)’는 ‘뛰어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결국 휴얼과 윌슨의 ‘컨실리언스’는 ‘서로 다른 현상들로부터 도출되는 결론들이 서로 일치하거나 정연한 일관성을 보이는 상태’를 의미한다. 최 교수와 장 박사는 컨실리언스에 대응하는 우리말을 찾기 위해 고심하다가 원효대사의 화엄 사상에서 통섭이라는 말을 찾아냈다. 그러나 이들의 통섭은 방법론과 지향점에서 윌슨 것과 다르다. 윌슨이 자연과학으로의 통합을 강조한 데 반해, 이들은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동등한 위치에서 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진행되는 통섭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학자들의 상당수가 무조건적인 생물학 중심의 학문적 통합보다는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자연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비중을 두고 있다. 통섭이 ‘학문간의 벽을 허물자.’라는 정도의 의미로 쓰이고 있지만, 그것의 정확한 의미나 지향점을 설명할 수 있는 학문적 기반은 취약하다. 올 초 서울대에서 열린 포럼에서는 “기계적으로 학과가 통합되는 것을 물리학적 통합, 두 학문이 새 학문을 만들어내는 것을 화학적 통합으로 정의한다면 통섭은 생물학적 결합으로 경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구체적 지향점에 대해서는 누구도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다. 특히 가설과 학문 사이에서 여전히 논쟁 중인 외국과 달리, 전면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움직임은 다소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쪽도 있다. 인위적인 벽 허물기가 될 경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통섭의 시대’ 다시 주목받는 다빈치식 사고 통섭을 언급하는 학자들은 통섭형 인간의 표본으로 르네상스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꼽는다. 다빈치식 사고는 끊임없는 지적 호기심과 경험을 통한 증명정신, 예리한 관찰과 섬세한 감각, 모호한 것까지 포용하는 묘사법, 과학과 예술의 조화, 건강한 육체와 정신, 그리고 한 가지 아이디어에 다양한 분야를 엮어내는 연결 습관 등으로 집약된다. 시대와 환경을 뛰어넘어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인 셈이다. 과연 다빈치는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사고방식이 그로 하여금 위대한 업적을 쌓게 만들었을까. 다빈치식 사고를 가진 수많은 사람을 키워 새로운 시각으로 현대를 바라보게 할 수는 없을까. 이탈리아 각지에 숨어 있는 다빈치의 발자취를 찾아, 왜 그가 지금 다시 주목받고 있는지를 짚어봤다. |빈치·피렌체·밀라노(이탈리아) 박건형특파원|이탈리아 밀라노에 자리잡은 오페라극장 라 스칼라 앞 광장. 거대한 성당 두오모를 보려는 관광객들이 꼭 지나야 하는 이곳에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의 동상이 우뚝 솟아 있다. 동상 아래에 적혀 있는 ‘과학과 예술의 혁명가(AL Rinnovatore Delle Arti E Delle Scienze)’라는 문구는 다빈치를 설명해주는 가장 짧은 수식어이자,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로 추앙받는 다빈치에 대한 이탈리아인들의 헌사다. ●거대한 박물관이 된 다빈치 고향 50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이탈리아 곳곳에는 다빈치가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다빈치는 이탈리아인들의 영웅이자 정신적 지주다. 수도 로마 공항의 공식 명칭은 ‘레오나르도다빈치공항’. 공항과 시내를 연결하는 기차의 이름 역시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다. 공항 곳곳에 다빈치의 작품을 형성화한 조형물들과 그의 동상을 목격할 수 있다. 암흑의 중세를 벗어나 인문학의 부흥을 이끌어낸 르네상스의 핵심도시 피렌체를 지나 피사 방향으로 65㎞가량 떨어진 작은 마을 빈치에 도착했다. 나지막한 언덕으로 둘러싸여 있고, 사방 어느 곳에나 포도밭과 올리브 나무만이 가득한 특별할 것 없는 시골마을이 바로 다빈치의 고향이다. 마을 중심지의 가장 높은 곳에는 3m가 넘는 비트루비우스의 ‘인체 비례도’ 조형물이 다빈치의 고향임을 말해주고 있다. 다빈치는 로마의 건축가 비트루비우스의 이론에 따라 기하학적으로 완전하다고 생각하는 원 안에 사람의 몸을 그렸다. 이 비례도의 원본은 베니스 박물관에 소장돼 있지만, 공개는 허용되지 않는다. 다빈치가 빈치에 살았던 기간은 태어난 이후 피렌체에서 베르키오의 도제로 들어가기 전까지 16∼17년간으로 알려져 있다. 붉은색 벽돌로 지어진 그의 생가는 세 개의 방으로 이뤄져 있다. 집 내부에는 다빈치의 생애와 작품에 관한 글들이 벽을 장식하고 있지만, 실제로 다빈치의 흔적은 벽난로와 책상뿐이었다. 생가를 지키고 있는 빈치 시청의 알베르토 로카티는 “다빈치는 세르 피에로와 카테리나라는 하층계급 여인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였다.”면서 “다빈치를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는 다빈치의 왕성한 학구열이 어린 시절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에 대한 반사작용이란 설도 있다.”고 소개했다. 마을의 중심지 폭이 채 500m밖에 되지 않는 조그만 빈치지만, 마을 전체가 거대한 다빈치 박물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 성당 옆에 자리잡은 다빈치 박물관에는 그가 설계한 물레와 기중기 등의 원리가 자세히 설명돼 있다. 다빈치 아이디어 박물관은 다빈치의 사고가 어떻게 형성됐으며 후세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체험관이다. 박물관 학예사인 세르지오 페오네는 “다빈치는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처럼 사고가 다방면으로 발달해 있었다.”면서 “이 박물관의 첫 번째 전시물도 플라톤의 흉상”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빈치가 스케치한 작품을 실제로 만들어보는 작업이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잡고 있을 정도로 많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을 곳곳에 자리잡은 상점에서는 티셔츠나 엽서 등 흔한 기념품 대신 다빈치가 고안한 시계와 헬리콥터 모형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학문과 예술 꽃피운 피렌체, 밀라노 다빈치 연구자들은 그의 생애를 크게 제1차 피렌체 시대(1466∼1482), 제1차 밀라노 시대(1482∼1499), 제2차 피렌체 시대(1499∼1506), 제2차 밀라노 시대(1506∼1513), 그리고 로마ㆍ앙부아즈 시대(1513∼1519) 등 다섯 시기로 구분한다. 말년을 제외하면 그의 성과가 대부분 밀라노와 피렌체에서 이뤄진 셈이다. 피렌체 우피치 박물관에는 다빈치의 작품 중 가장 오래된 1473년의 데생이 걸려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다빈치는 보티첼리, 크레디, 페루지노 등 베로키오 산하의 수많은 제자들 중 한 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베로키오의 도제로 있는 동안 다빈치는 그림을 그리는 일에만 매달리지 않고 건축, 도형 연구, 광학론, 원근법, 기하학, 자연과학, 음악 등을 폭넓게 익혔다. 이때 배운 원근법의 결실이 바로 1495∼1497년에 다빈치가 완성한 밀라노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의 ‘최후의 만찬’이다.15분에 단 25명의 관람객에게만 공개되는 이 불후의 거작은 성당의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울 만큼 크고 장엄했다.‘최후의 만찬’ 전문 가이드인 실비아 솜바루는 “작품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미술사학자, 구조학자, 역사학자, 광학자 등 각 분야에 걸쳐 있다.”면서 “지금도 이 그림 연구로 연간 수십편의 논문이 쏟아져 나올 정도”라고 밝혔다. 성당 길 건너편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국립 과학기술박물관이 있다. 온통 과학에 관한 내용으로 꾸며진 박물관 전시물 중 다빈치가 고안한 각종 기계들이 단연 인기다. 피렌체 시내에도 다빈치의 기계를 실물 크기로 재구성해 전시·체험할 수 있도록 한 두 곳의 박물관이 있다. 두 도시의 대형 서점에는 다빈치 관련 서적들이 별도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고, 탄생 555주년을 맞았던 지난해에는 도시 전역이 다빈치 기념물로 꾸며지기도 했다. 빈치시의 다빈치 박물관장 알레산드로 베조시는 “다빈치의 지식은 대부분 직접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실험을 통해 검증하는 단계를 거쳤다.”고 소개했다. 이어 “다빈치가 ‘단순한 천재’였다면 그저 동경의 대상이자 신화적인 존재에 머물렀겠지만, 다빈치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각고의 노력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닮고 싶은 존재’ ‘배워야 할 존재’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kitsch@seoul.co.kr ■다빈치는 어떻게 만능학자가 되었을까 호기심·증명정신 겸비 ‘노력하는 천재’ 해부학자, 건축가, 식물학자, 도시계획가, 의상·무대디자이너, 요리사, 해학가, 엔지니어, 발명가, 지리학자, 지질학자, 수학자, 군사과학자, 음악가, 화가, 철학자, 물리학자, 이야기꾼…. 다빈치는 인간이 알고 있는 거의 모든 분야에 관심을 가졌고, 여러 분야에서 천재성을 발휘했던 인물이다. 이탈리아 전역은 물론, 프랑스와 영국에도 다빈치 박물관이 있고 대부분 진품을 최소한 한 가지 이상 소장하고 있다. 평생 그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얼마나 방대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가 탄생한지 55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다빈치는 지식인들이 꿈꾸는 ‘만능인’(Universal Man)의 표상으로 꼽힌다. 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가 주창한 지능의 다양성에 대한 이론에 따르면 천재는 논리·수학(스티븐 호킹, 아이작 뉴턴), 언어(윌리엄 셰익스피어, 에밀리 디킨슨), 공간·기술(미켈란젤로), 음악(모차르트), 신체·운동감각(무하마드 알리), 사회적 대인관계(엘리자베스1세, 마하트마 간디), 자기 인식적 대인관계(틱낫한, 테레사 수녀) 등 일곱가지 척도 중 하나에서 특이성을 보인다. 그러나 다빈치는 일곱가지 분야에서 모두 천재성을 나타냈다. 고도로 전문화되고 세분화된 현대 사회에서 다빈치가 다시 각광받는 것은 그가 거의 모든 학문에서 특이성을 보인 이유가 단순한 천재여서가 아니었다는 점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노력하는 천재’였고,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실용주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그가 해부학에 관심을 가진 것은 좀 더 정확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였고, 물의 과학에 관심을 가진 것은 좀 더 좋은 다리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유체역학에 대한 연구는 비행기 설계로 이어졌고, 노년에는 이 모든 기계의 원리를 하나로 설명할 수 있는 근원을 찾기 위해 골몰했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는 다빈치의 사고방식을 이해함으로써 교육법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마이클 겔브가 쓴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생각하기’는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교육서적 목록에 올라 있다. 겔브는 “다빈치가 살았던 르네상스 시대에는 다재다능하고 균형잡힌 인간, 예술과 과학 양쪽을 모두 편안하게 포용할 수 있는 인간을 이상형으로 삼았다.”면서 “정보의 홍수 속에서 폭넓은 지식을 쌓아야 하는 현대인에게 다빈치식 사고는 최적의 모델”이라고 밝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위기의 한국경제 탈출구를 찾아라] (상) 제2의 외환위기 오나

    [위기의 한국경제 탈출구를 찾아라] (상) 제2의 외환위기 오나

    한국경제에 비상등이 켜지고 있다. 경기침체와 고물가가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국제유가는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미국의 금융위기도 재발하는 분위기다. 이런 악조건 속에 경상수지 적자와 국가채무가 늘어나자 ‘제2의 외환위기’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우리 경제의 상황이 얼마나 나쁜지, 난국을 어떻게 견뎌낼지에 대해 세 차례에 걸쳐 시리즈로 진단한다. 지난 7일 정부와 한국은행이 ‘고환율 정책’을 포기하고, 역으로 ‘환율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많은 국민들은 외환보유고를 털어 원화 가치를 방어하다가 외환위기를 맞았던 뼈아픈 1997년 가을을 떠올렸다. 국제금융계의 속설 중 하나인 ‘외환위기 10년 주기설’을 떠올리며 불안해 했다. 최근 인터넷을 중심으로 퍼지는 ‘9월 위기설’이나 ‘3분기 순채무국 전환’ 등 각종 위기설의 근원은 ‘한국에 달러는 충분한가?’로 귀결된다. ●경상수지 누적 적자 규모 줄어들까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까지 누적 경상수지 적자는 65억달러로 추정된다. 하반기는 25억달러 적자로 합쳐서,90억달러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희소식은 1분기(1∼3월)까지 누적 경상수지 적자가 52억달러지만,2분기(4∼6월)에는 13억달러로 4분의1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6월에는 7억달러 정도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반기 경상수지 적자규모도 25억달러로 상반기의 38%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상반기에는 3∼4월 중 외국인 배당금 송금이 55억달러가 있기 때문에 경상수지 적자요인이 컸지만, 하반기에 국제유가가 하반기 평균 128달러 수준으로 수렴할 경우 적자규모가 크게 축소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1조 달러의 1%인 100억달러 규모의 경상수지 적자는 균형수준이라고 봐도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해 하반기 평균이 150달러까지 치솟을 경우 경상수지 적자가 걷잡을 수 없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6위의 외환보유고는 튼튼한가 경상수지 적자란 곧바로 외환보유고가 줄어든다는 의미가 된다.6월 말 현재 2581억달러의 외환보유고가 줄어들 가능성은 산재해 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내년까지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환율전쟁’도 외환보유고를 줄이는 요인이다. 지난 5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정부가 원·달러 환율 상승을 막기 위해 퍼부은 자금의 규모가 90억∼100억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 7월7일부터 10일까지 환율 하락을 위해 약 60억∼80억달러 규모의 외환보유고를 추가로 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두 달 사이에 150억∼170억달러(한화로 15조∼17조원)를 사용한 것이다. 임지원 JP모건체이스 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있고 내년까지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될 정망이며 국제금융시장의 경색이 지속되고 있어 우호적인 환경이 아니다.”면서 “그나마 역외 환투기 세력이 주춤한 것은 외환보유고가 넉넉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외채 급증, 위험은 없나 외채규모는 2005년 말 1879억달러에서 2008년 3월 4125억달러로 2배 이상 급증했다. 때문에 순대외채권 규모는 2005년 1207억달러에서 2008년 3월 150억달러로 급속히 줄어들었다.3분기 중 순채무국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외채도 2005년 659억달러에서 2008년 3월 1765억달러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임 수석애널리스트는 “해외투자자들은 단기외채 성격이 10년 전과 다른 만큼 증가속도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크게 나빠졌다고 판단될 경우 복합적인 위기가 발생할 수는 있다.”고 지적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놈놈놈’을 보는 두가지 시선

    ‘놈놈놈’을 보는 두가지 시선

    하반기 영화계 최대 기대작인 ‘놈놈놈’이 17일 개봉을 앞두고 베일을 벗었다. 다양한 인종이 뒤엉키고 총칼이 난무하는 1930년대 중국 만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영화는 200억원에 이르는 제작비, 올해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 진출 등으로 숱한 화제를 뿌렸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로 말하는 법. 감독의 연출과 배우의 연기, 두가지 관람포인트를 짚어가며 ‘놈놈놈’을 전격 해부한다. ●최신 감각에 아날로그 감수성 더한 ‘김치 웨스턴’ ‘놈놈놈’의 김지운 감독은 삭풍이 몰아치는 황야를 배경으로 긴장감 넘치는 총잡이들의 서부극에 매료됐고, 이를 이른바 ‘김치 웨스턴’으로 불리는 한국형 서부극이라는 독특한 장르로 구현해 냈다. ‘장화, 홍련’‘달콤한 인생’ 등 충무로에서 스타일을 강조한 영화로 일가를 이룬 김 감독은 중국 사막을 무대로 펼쳐지는 장대한 스케일과 시원한 영상미로 한국영화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영화적 감각으로는 최첨단을 달리면서도 감독은 제작과정에서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견지했다. 서양에선 잊혀지고, 국내에선 1960∼70년대 유행했던 만주 웨스턴을 부활시킨 것은 물론 외화 ‘인디아나 존스’처럼 컴퓨터그래픽(CG)보다는 배우들의 실제 액션과 거친 카메라 워킹으로 생생한 느낌을 살렸다. 정체불명의 보물지도를 놓고 세명의 조선인과 일본군, 마적단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꿈을 좇아 끊임없이 질주하는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을 반영한다. 김 감독은 “잊혀졌던 아날로그의 생생한 힘과 원시적인 기운에서 나오는 박진감을 표현하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단 스타일의 강조로 인한 상대적인 서사의 부재는 이 영화 성패의 최대 걸림돌이다. 국내 개봉판은 지난 5월 칸 영화제 출품 버전의 도입부와 엔딩을 수정하고, 시대적인 배경과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늘려 대중성을 높였다. 영화적 메시지냐, 순수 오락영화의 미덕이냐는 이제 온전히 관객의 선택에 달렸다. ●송강호+이병헌+정우성=? 이 영화의 제작자인 바른손의 최재원 대표는 “앞으로 주연급 톱스타 세명이 한 영화에 다시 모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놈놈놈’은 최근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스리톱 주연의 영화다. 세르지오 레오네의 ‘석양의 무법자’(The Good,The Bad And The Ugly)에서 제목을 빌려 왔지만, 세 인물 사이에 뚜렷한 선악의 기준은 없다. 대신 인물 캐릭터는 영화속에서 새롭게 구성됐다. 이 가운데 중심축이 되는 것은 단연 ‘이상한 놈’ 윤태구 역의 송강호. 헬멧을 쓰고 오토바이를 타고 황야를 질주하는 모습부터 웃음을 자아내는 그는 코믹과 정극 연기를 오가며 자칫 무겁게 흐를 수 있는 극의 균형을 잡는다.‘스타일’의 진수를 보여주는 이 영화의 최대 수혜자는 정우성이다. 카우보이 복장을 한 채 한줄로 밧줄을 타거나, 후반 추격신에서 말을 타고 장총을 쏘는 장면은 압권이다. “솔직히 영화 출연을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힌 이병헌은 손가락을 서슴지 않고 자르는 등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으로 남성팬들을 사로잡는다.“촬영현장이 열악해 경쟁의식보단 동지의식이 생겼다.”고 말하는 세 배우. 하지만 각자 맡은 캐릭터의 개성이 너무나 뚜렷해 오히려 산만한 느낌을 주는 것은 단점이다. 이들의 의기투합이 의미있는 시너지 효과를 낼지,‘부적절한 조합’으로 주저앉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주성영 “아고라는 ‘디지털 쓰레기장’” 논란

    주성영 “아고라는 ‘디지털 쓰레기장’” 논란

    “다음 아고라는 밥 먹고 할 일 없는 소수의 인터넷 룸펜들이 다수를 가장해 분노와 증오를 부추기는 어둠의 공간,‘디지털 쓰레기장’이다.” ‘형편없는 네티즌들’,‘천민 민주주의’,‘출금조치를 당한 네티즌들은 조폭이나 횡령배’ 등의 발언으로 논란을 물의를 빚었던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개인 논평을 통해 온라인 촛불집회의 근원지로 알려진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를 향해 공개적으로 독설을 퍼부었다. 주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에 올린 ‘아고라(agora)와 아수라(asura)’라는 제목의 글에서 “아고라는 특정한 목적을 가진 이들이 퍼뜨리는 괴담의 온상이며,순진한 대중을 거리로 내모는 선전 선동의 장”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주의에서는 소수의 의견일지라도 존중해야 함은 상식”이라고 전제한 뒤 “하지만 아고라는 ‘토론’을 하라면서 소수의 의견은 아예 묵살되는 해괴한 곳”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주 의원은 아고라의 대표적인 특징인 ‘추천’,‘반대’ 투표에 대해서도 “숫자가 많은 진영에서 자기편 글에는 ‘추천’을 하고 반대편 글에는 ‘반대’를 해서 추천 베스트에는 한쪽 진영의 글로만 도배가 되도록 해놓았다.사람들은 당연히 극단으로 치우친 한쪽의 의견만을 접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익명성에 기대어 온갖 저주와 욕설,증오와 모독이 난무하는 상황을 당연한 듯 여기는 다수의 아고라 네티즌들”이라며 “현재 아고라는 이성적인 토론이 불가능한 ‘아수라장’이 된지 오래”라고 덧붙였다. 그는 “다음측은 지난 7일부터 아고라에 글을 게재하는 모든 작성자의 IP(인터넷 프로토콜) 주소를 부분 공개해 반복적으로 글을 올리는 이른바 ‘도배’와 ‘타인 사칭’을 막고,‘실시간 논쟁글’을 신설해 찬반 의견이 고루 분포되게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전한 뒤 “이는 결국 그간의 아고라가 균형 없고,불건전한 토론문화를 조장해왔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지옥에서는 무서운 절망감과 증오,천한 말과 저주와 모독이 난무한다’는 마리아 파우스티나 수녀의 말을 인용하면서 “다음 아고라는 파우스티나 수녀가 봤다는 지옥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고 거듭 비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인터넷 공간의 타락이 얼마나 끔찍한지 이에 대한 정화가 얼마나 시급한지를 거듭 깨달았다.”고 밝힌 뒤 인터넷 실명제 법제화를 촉구했다. 거듭되는 강경발언으로 네티즌들로부터 ‘주 열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던 그가 이번에는 다음 아고라를 공개 비난함으로써 네티즌들과 또 다시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주 의원의 논평에 대해 아고라에서 활동하는 네티즌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네티즌들은 “주 의원의 천박한 말과 행동을 질타하니까 도리어 아고라를 폄하하고 있다.”(날으는 달팽이),“당신이야 말로 쓰레기”(백두산),“욕할 가치도 없다.”(오아시스다) 라며 주 의원을 비난하고 있다. 또 아고라 청원게시판에서는 “주성영 의원의 국회의원 배지 반납을 요구합니다.”라는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서커스, 예술이고 환상이다

    서커스, 예술이고 환상이다

    대나무 막대기 끝에서 100개의 접시가 핑글핑글 돌아간다. 각기 다른 무늬와 색의 회전은 마치 꽃밭이 펼쳐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공중에는 칠흑 같은 밤 유성이 떨어지듯 365개의 공이 날아다닌다.1만 2000개의 코르크 마개가 한여름 시원한 소나기처럼 쏟아져내린다. 공중으로 치솟았던 배우들은 하늘이 삼켜버린 듯 훌쩍 사라진다. 캐나다 대표 서커스단체인 서크 엘루아즈의 하늘 3부작 ‘노마드´ ‘레인´ ‘네비아’가운데 ‘네비아´(이탈리아어로 안개라는 뜻)가 9∼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화려하게 선보인다. 지난해 스위스 제네바에서 초연했고,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이번에 우리나라를 찾는다. ‘네비아’의 연출가 다니엘 핀지 파스카(44)는 이번 작품에서 작·연출·조명 등 1인 3역을 맡았다. 스위스 출신인 파스카는 체조를 배우면서 서커스에 첫발을 내디뎠다. 안무가·곡예사로도 활동하는 그는 서정적인 이야기와 조명을 이용한 극적 효과 연출이 주특기. 2006년 토리노 동계 올림픽 폐막식과 지난해 ‘퀴담’으로 국내 공연 흥행1위를 기록한 태양의 서커스의 최신작 ‘코르테오’(2005)를 연출하기도 했다. 4일 오후 전화 인터뷰로 만난 그는 “곡예는 역사의 여명에서 시작된 오래된 예술이자 신을 향한 인간의 응답”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보도의 가장자리를 걷거나 뛰어오르는 것도 서커스의 원형이죠.” 대형 뮤지컬이 득세하고 있는 공연시장에서 ‘서커스’는 옛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파스카는 이에 대해 “현재의 서커스는 과거와 전혀 다른 것”이라고 못박았다. “서커스는 새로운 변혁기로 전환점을 맞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프랑스에서 시작돼 캐나다를 거쳐가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죠. 새로운 무대 메커니즘과 애크러배틱 퍼포먼스로 과거보다 더 풍성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최근의 서커스 성공 요인은 예술적으로 사람들을 감동시키기 때문이지요.” ‘네비아’는 안개 속에서 길을 잃은 주인공 곤잘로가 기억에서 건져올린 유년기의 친구, 연인들에 대한 단상을 하나의 이야기로 묶었다. 죽은 친구는 살아나고, 물고기는 날고, 마을에서는 축제가 벌어진다. 그의 공연에는 유독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건들이 많다. 이번 공연에서 사용되는 코르크 마개 외에도 그간 감자가루, 깃털, 눈 등을 사용했다. 그는 “영감의 근원은 꿈에서 온다.”고 말했다. 유독 꿈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장면이나 비행, 하늘과 관련된 이미지가 많이 등장한다는 것. 증조부 때부터 사진사였던 집안 내력 때문에 빛에 대한 감식안도 남다르다. 암실을 놀이터 삼았던 연출가는 “어린 시절의 시각적 경험과 상상력이 시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는 자신의 연출 스타일을 만들었다.”고 밝혔다.“어린 시절 할머니 집에 있을 때 안개가 끼면, 현실이 아닌 환상적인 장소로 이동하는 것 같았어요. 안개만 끼었을 뿐인데 꿈이 현실로 이뤄진 듯한 느낌이 들었죠.” ‘네비아’는 과연 한국관객들에게 어떤 인상을 남길까. 그는 “한국 관객은 로맨틱한 감수성을 지녔다.”면서 이 점이 ‘네비아’와 맞닿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제가 아는 한국인들은 자신의 가족과 조상에 대한 기억이 매우 선명하고 가족과의 연결이 매우 강합니다.‘네비아’는 유년기의 기억과 가족,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죠. 그래서 한국인의 정서와 꼭 맞을 거라는 기대가 드네요.”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禪詩로 읽는 한국선사들의 참모습

    ‘풍류가 되지 않는 곳에 오히려 풍류가 있다.’(不風流處也風流, 벽암록)/‘한 말 한 획의 모든 마음이 부처와 조사의 근원에서 흘러나왔다.’(片言隻字皆流出佛祖之淵源, 종용록). 1000여년의 역사를 갖는 선시(禪詩)는 시라는 문학적 장르보다는, 선(禪)의 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차용된 방편으로 봐야 한다. ‘호흡지간에도 법을 설하고 일거수일투족이 진리에 닿는다.’는 선사들이 무명 중생의 눈을 뜨게 토하는 진리의 노래인 까닭이다. 그런 점에서 선시는 적어도 한국 불교계에는 깨달음의 세계가 표출된 지극한 사랑으로 전해진다. 중흥조 경허부터 이어진 선사들의 울림들은 한국 선불교를 크게 장엄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선사들의 삶과 수행 핵심을 선시로 보여주는 역작이 나왔다. 현대 문단 속에서 선시의 이론적 틀을 제공한 인물로 평가받는 송준영 시인이 펴낸 ‘황금털 사자의 미미소(微微笑)1’(여시아문 펴냄). 경허부터 용성, 학명, 만공, 한암, 만해, 효봉, 혜암, 동산, 경봉, 고암 등 한국 선불교의 기라성같은 선지식들의 진면목이 흥미진진한 선시로 풀어진다. ‘황금털 사자’란 인간 본래의 면목을 부르는 알듯말듯한 이름격. 선시에서 흔히 보이는 ‘무영탑’‘토끼풀’‘진흙소’‘돌사람(石人)’‘나무까치’와 같은 표현이다. 말 할 수 없는 무한실상인 화엄법계라고나 할까. 저자는 역시 “선지식들이 간절하게 우리에게 흘려보내는 자비심 실상의 다른 이름”이라고 책 제목을 설명한다. 이름 그대로 책에는 “너무 가볍고 작아서 보이지 않지만 간절하기만 한” 선사들의 면목을 솔직하거나 반어적으로 드러낸 대목들이 진진하다. ‘머리를 숙이고 항시 조는 일, 조는 일 말고는 무슨 일이 또 있단 말인가. 조는 일 말고는 다시 일이 없어 머리를 숙인 채 항시 졸고만 있네’(경허 스님의 ‘졸음’)/‘여러분의 깊은 맘 진정 감사하오. 먼 길 오셨는데 정말 좋은 봄이구료. 세간법과 출세간법 나는 알지 못하오. 심산에 오래 몸을 감추어 참괴할 뿐이오’(한암스님의 ‘장도환에게 주다’)/‘싸늘한 창문, 불빛 물로 흐르는 밤, 등 그림자 바라보며 누워있어요. 불빛도 불그림자도 닫지 못하는 그곳, 아직도 선승이란 행색 부끄러워요’(만해 스님의 ‘등불 그림자를 보며’)…. “선사들의 자취가 풍문으로 구전되다가 뒤섞여 구분조차 힘든 실상이 안타까워 정리 차원에서 작업했다.”는 저자의 소박한 변과는 달리 책은 아주 알차다. 선사들의 게송은 물론 상당법어나 소참법문, 직접 쓴 서문이나 서간문, 투고 글, 대담, 선의 법맥, 선화로 본 행장, 연보가 소상하다. 선사들의 문도회가 만든 어록과 법어, 학자들이 발굴한 자료들이 대부분이지만 직접 발품을 팔아 받은 구술내용도 적지않다.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재테크 칼럼] 인플레이션 끝나는 시점을 주목하라

    지난해 미국의 비우량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사태로 신용위기를 겪은 세계 증시가 올해는 유가 폭등으로 인플레이션 위기를 맞고 있다. 베트남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은 높은 물가상승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 세계 증시도 물가상승 위기에 의한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면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플레이션 위기 원인을 진단해 보고 어떤 과정을 거쳐 회복될 것인가를 파악하는 것이 성공 투자전략의 핵심이다. 세계 인플레이션의 주 원인은 유가상승이다. 유가가 결정되는 구조는 장·단기 글로벌 경기상황이라는 수급 요인에 65%가 결정되고, 나머지는 지정학적 리스크(위험)와 투기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인플레이션 위기는 유가상승의 35%를 결정짓는 투기적 수요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표적인 달러 자산인 유가는 서브프라임 사태로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구조적 상승에 투기적 자금까지 가세, 배럴당 140달러라는 상상도 못한 값을 만들어냈다. 인플레이션의 근원은 달러화 가치 하락이라는 징검다리를 건너 미국의 신용위기와 맞닿아 있다. 우리가 주목할 점은 인플레이션 위기 해소는 달러화 가치가 하락세에서 강세로 전환돼야 끝난다는 점이다. 달러화 가치를 결정짓는 요인 중 하나는 각국의 금리 수위이다. 미국의 정책금리가 2%이고 유럽중앙은행의 정책금리가 4%인 상황이 달러화 약세를 만들어 냈고 미국이 6월 말 금리를 동결한 상황에서 3일 유럽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이 달러화 가치 추가 하락에 유가 급등이라는 위기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다. 현재 상황이 최악이라는 점은 틀림없어 보인다. 앞으로 미국이 정책금리를 올리고, 유럽중앙은행이 금리 동결 정책으로 보조를 맞춰 준다면, 달러화 가치 상승에 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이 연출되기 위해서는 미국 경기의 회복 징후가 나타나야 한다. 미국 정부는 서브프라임 사태의 해결 정책으로 급격한 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지금은 그 효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회복 징후가 나타나면 자연스럽게 금리 인상→달러화 가치 상승→원자재시장의 투기자금 이탈→인플레이션 완화→세계 증시 회복의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인플레이션은 경기과열 국면 뒤에 나타나는 여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경기과열 국면에서 침체 국면으로 전환되는 국면에서는 경기 과열의 후유증으로 여전히 물가 상승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임금, 원자재 가격 등은 비탄력적인 가격 구조에 의해 수요가 꺾이더라도 한동안 강세를 시현한다. 주가는 경기의 선행지표이고, 물가는 경기의 후행지표이다. 물가상승이 극에 달해 위기상황이 확산되는 시점은 주가 하락이 상당기간 진행되어 반등을 모색하는 시점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번 인플레이션의 끝은 주가 반등의 시점이 될 것이며, 그 시기는 9월쯤이 될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위기는 항상 투자자에게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을 잊지 말기 바란다. 87년의 블랙먼데이와 97년의 아시아 외환위기는 투자자들이 부를 늘릴 수 있는 최고의 기회였다. 오성진 현대증권 WM컨설팅센터장
  • [靑수석 전면 교체] 여야 엇갈린 반응

    20일 단행된 청와대 수석 인선에 대해 여야는 극명하게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은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야당들은 일제히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라고 혹평했다. ●여 “이제 제자리로 돌아가자”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재산문제와 전문성을 모두 감안하여 국민 눈높이와 정서에 맞춘 인사로 보인다.”면서 “새 진용을 갖춘 청와대도 첫 출발하고 내각 인사도 뒤따를 것이며 쇠고기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되었으니 야당을 포함한 모두 각자 제자리로 돌아가 새출발하자.”고 논평했다. 하지만 통합민주당은 “측근 위주의 돌려막기 인사”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차영 대변인은 “청와대가 ‘MB 북악산 캠프’인가.”라면서 “신선함이 전혀 없는 그 밥에 그 나물들”이라고 꼬집었다. ●야 “李대변인도 교체해야” 특히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에 대해 차 대변인은 “국민과의 소통 실패에 대한 책임은 물론 언론 통제와 도덕성 등 어느 하나 봐줄 수가 없는 교체 0순위로 그동안 쇠고기 정국에 숨어 있던 것뿐”이라면서 “숫자와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쇄신에 대한 진정성”이라고 교체를 촉구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이번 인사 역시 지역 편중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면서 “호남 인사가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충청이나 강원, 경기 등은 여전히 소외되었다는 점에서 국민을 아우르고 통합하는 데 미흡했다.”고 말했다. 선진당 역시 청와대 이 대변인 유임에 대해 “도저히 받아들일 수도,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은 “‘초록은 동색’인 인사들로 교체하면서 인적 쇄신이라고 주장한다면 인사가 만사가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는 만가지 화를 불러오는 근원이 될 것임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논평했다. 나길회 구동회기자 kkirina@seoul.co.kr
  • “실용주의 거봉의 삶 자유롭게 그렸죠”

    “실용주의 거봉의 삶 자유롭게 그렸죠”

    “‘다산’이라는 거대한 준봉을 넘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졌습니다. 이제는 그 어떤 소설도 쉽게 써내려 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기는군요.” 소설가 한승원(69)이 조선 실학자 정약용의 삶을 파고든 역사소설 ‘다산’(전2권, 랜덤하우스)과 시집 ‘달 긷는 집’(문학과지성사)을 동시에 펴냈다. 다산의 제자 초의 스님을 다룬 ‘초의’(2003), 다산의 둘째형 정약전을 그린 ‘흑산도 하늘 길’(2005), 다산의 후학 김정희를 복원한 ‘추사’(2007)에 이어 내놓은 시리즈 완결편이다.‘초의’ ‘흑산도 가는 길’ ‘추사’는 모두 ‘다산’을 위한 전주곡에 불과했던 셈이다. ●작가 스스로 유폐된 삶 선택… 토굴 짓고 글쓰기 “10여년 전 다산 공부를 시작하면서 소설로 한번 써보고 싶었습니다. 다산은 18년간 전남 강진에 유배돼 갇혀 살면서도 헛되이 보내지 않고 500권이 넘는 책을 쓰면서 철저히 자기 삶을 승화시킨 분이었습니다.” 작가 또한 스스로 ‘유폐의 삶’을 택했다.”나를 가두면 뭔가 큰 일을 이루지 않을까 싶어 13년 전 서울을 떠나 전남 장흥으로 내려와 토굴을 짓고 글을 쓰기 시작했지요. 그 결과물이 바로 ‘다산’입니다.” 소설은 다산이 결혼 60주년 회혼일(回婚日)에 숨을 거두는 장면에서 시작된다.“‘다산’을 시간 순으로 다루진 않았습니다. 다산의 임종을 전후해 시간을 넘나들며 영상적인 기법으로 처리했습니다.” 역사소설의 딱딱함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한 배려라는 작가는 “그림으로 치면 남종화처럼 자유롭게 썼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정조 임금의 승하 후 1801년 서용보의 간언으로 다산이 형제들과 함께 잡혀들어가는 장면에서 다시 정조의 총애를 받으며 참 선비의 길을 걷던 때로 거슬러 올라가는 등 긴박감 넘치는 구성이 가능했다. 물론 다산이 오랜 유배를 통해 절대 고독을 체험하고 이를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인간적 고뇌도 생생하게 그렸다. “다산은 유학자였지만, 천주교·불교·도교 등 다른 종교와의 교유가 폭넓게 이뤄진 까닭에 사상체계가 방대하죠. 때문에 이들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 나름대로 많은 공부를 했습니다.” 다산의 저술은 물론 천주교의 천주실의·칠극, 도교의 노장서적, 유마경·화엄경의 불경, 사서삼경 등 200권 이상을 독파했다는 것이다. 작가는 “‘실사구시’를 중시하는 다산은 실용주의를 앞세운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특히 재조명되고 있는 인물”이라며 ”다산은 성인의 뜻에 따라 백성을 이끄는 것을 ‘사업’이라 했고 이런 사업을 하는 사람을 선비로 봤다.”고 설명한다.“단지 밥밖에 모르고, 그 천덕스러운 밥을 위해 백성들을 속이는 실용주의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각권 1만원. ●샤머니즘과 불교가 융합된 원초적 생명의 세계 함께 나온 시집 ‘달 긷는 집’은 소설을 집필하는 틈틈이 쓴 71편의 시를 묶은 것.‘열애일기’(1991),‘사랑은 늘 혼자 깨어 있게 하고’(1995),‘노을 아래서 파도를 줍다(1999)’에 이어 네번째로 펴낸 시집이다. 내 몸을 소진시켜 진리를 추구한다는 뜻이 담긴 ‘달 긷는 집’은 한과 샤머니즘, 불교가 융합된 원초적 생명의 세계를 진솔하게 그려냈다.“우주를 화려하게 색칠하는 것이 꿈인 나는/피어나는 것이 아니고/혈서처럼 세상 굽이굽이에 시를 쓰는 것입니다.”(시 ‘꽃’중에서) 꽃과 바다, 구름 등 천하만상(萬象)이 불교적 색채 속에 오롯이 휘감겨 있다. 작가는 “살아가는 것 자체가 경계 없이 사유하는 것인 만큼 굳이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있다.”며 “내 시는 특별한 기교가 없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게 특징”이라고 밝혔다.“그동안 쓰고 싶었던, 인간의 근원적인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어요. 문학으로 삶의 시원을 탐구해보자는 것이지요.” 70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유가연동보조금 새달부터 지급

    유가연동보조금 새달부터 지급

    다음달부터 운수업자와 농어민들에게 경유 가격 상승분의 절반이 ‘유가 연동 보조금’으로 지원된다. 정부는 17일 서울 중앙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어 이같은 내용의 지방세법 및 시행령 개정안 등을 의결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7월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버스·화물차·연안화물선·농어민에게 ℓ당 1800원을 넘는 경유값 상승분의 50%를 유가 연동 보조금으로 지급한다. 이는 기존 유류세 유가보조금과 별도로 신설된 것. 이를 위해 지방세인 주행세율을 현행 32%에서 36%로 인상해 1조 5000억원의 재원을 마련하는 대신, 주행세 인상분만큼 교통·에너지·환경세율을 인하, 국민들의 세금 부담액이 늘지 않도록 했다. 개정안은 또 자동차세 부과를 위한 비영업용 승용차의 배기량별 세율구간을 현행 5단계에서 3단계로 단순화하고, 세율도 일부 인하했다. 이에 따라 ℓ당 세액은 1000㏄ 이하 80원,1600㏄ 이하 140원,1600㏄ 초과 200원이다. 이 경우 800∼1000㏄ 차량은 20%,2000㏄ 초과 차량은 10% 정도 자동차세가 줄어들 전망이다. 이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이행을 위한 후속 대책의 하나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비롯해 특정 농산물에 대한 특별긴급관세 부과근거를 마련한 관세특례법 개정안,FTA 이행지원기금의 범위를 확대한 농·어업인지원법 개정안 등 17대 국회에서 자동폐기됐던 FTA관련 법안 17건이 재의결됐다. 이들 법안은 대통령 재가를 거쳐 18대 국회에 다시 제출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산재보상보험 적용대상에 골프장 캐디, 학습지 교사, 레미콘 기사, 보험 설계사를 추가한 산재보상법 시행령 개정안 ▲중소기업이 물류단지 등을 조성할 경우 개발부담금 50%를 감면하는 개발이익환수법 시행령 개정안 ▲국가가 소송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대상자에 참전유공자, 북한이탈주민, 범죄피해자를 추가하는 내용의 법률구조법 시행령 개정안 등도 처리됐다. 한편 한승수 총리는 국무회의에서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정부는 화물운송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화물업계도 정부의 약속을 믿고 집단행동을 철회해줄 것”을 당부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데스크시각] 양안의 국·공합작과 한반도/이석우 국제부장

    [데스크시각] 양안의 국·공합작과 한반도/이석우 국제부장

    칠흑같은 어둠이 깔린 상하이 시내의 골목골목, 거리거리. 자정이 가까워지자 비명과 절규가 메아리쳤고 피비린내가 도시를 흔들었다. 하루 밤새 400여명은 집에서 잠 자거나 가족과 쉬고 있다가, 혹은 술집이나 길 가에서 번개에 맞은 듯 도륙당했고 또다른 5000여명은 경찰 등에 끌려가 처형당한 뒤 쓰레기처럼 버려졌다. 역사는 1927년 4월12일 동트기 전까지 몇 시간 동안 기습적으로 벌어진 참사를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3년 4개월 동안 유지돼 오던 1차 국·공합작은 이로써 깨졌다. 장제스(蔣介石) 등 국민당 우파들은 커가던 좌파세력에 불안을 느껴 쑨원(孫文·中山)의 이상과 유지를 저버리고 청방(淸)등 조폭과 군·경을 동원,‘청당(淸黨)’이라며 살육전을 벌였다. 공산당원들은 앞서 국민당 창시자 쑨원의 결정으로 국민당 당적을 얻어 국민당안에 들어와 활동하고 있었다.‘4·12사건’은 앙드레 말로의 콩쿠르상 수상작 ‘인간 조건(La Condition Humaine)’의 배경으로 널리 알려졌고 소설에선 암살범 첸과 공산당 비밀요원 카토프 등을 통해 좌·우 대립과 혁명의 엄혹한 상황 속의 실존적 선택을 그렸다. 중·일전쟁이 발발한 1937년 그 해 9월 장제스 감금사건(시안사변)을 계기로 이뤄진 두번째 국·공합작은 45년 8월 일본 패망 때까지 이어진다. 그 뒤 4년 가까운 내전 끝에 장제스는 타이완으로 줄행랑을 쳤다. 양측은 이런 애증의 역사를 안고 타이완해협 양안에서 60년 가까이 대치해 왔다. 양측은 12일 9년 만에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회담을 열었다. 국민당을 ‘대륙에서 온 점령자’로 여긴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시절 끊겼던 협상을 재개한 것이다. 양측은 ‘하나의 중국’, 한 뿌리에서 나온 존재임을 확인하고 통합을 향한 노력을 다짐하고 있다. 그것은 중국과의 혈연을 부정하고 별개의 정체성(identity)을 강조해 온 물결의 퇴조와 양안관계의 전환을 의미한다. 국민당과 중국공산당이 지난 9년의 공백을 단숨에 뛰어넘어 다시 얼굴을 맞댈 수 있었던 데에는 일란성 쌍둥이의 경험 같은 ‘협력의 추억’ 탓도 적잖다. 이 쌍둥이에게 ‘존재의 근원’인 쑨원이 양측 모두에게 국부(國父)로 떠받들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건국일 등 주요 행사때 톈안먼 광장에 쑨원의 대형 사진이 빼놓지 않고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나 중국의 민족주의 색채가 짙어질수록 쑨원의 위치가 더 두드러지는 것도 같은 연유에서다. 국·공합작의 기억과 쑨원 같은 ‘공통분모’가 양안을 이어주는 끈이라면 남북한을 묶어 줄 구심점은 무엇일까. 여전히 ‘빨치산의 주술’에 묶여 있는 북한과 상하이 임시정부의 외연 확대에 제자리 걸음인 남측 사이에는 수렴되지 못할 평행선만 그어질 뿐일까. 양안은 13일 직항노선 개설과 대륙 관광객의 타이완 방문 합의 등 2개 협정서에 서명할 계획이라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급속한 관계개선과 양안 통합의 가속화를 의미하는 시발점이란 점에서 무게가 있다.4·12사건의 악몽과 참혹한 상쟁의 상흔을 넘어 대중화권의 비전을 향해 동반상승의 실천적 협력을 모색하는 타이완과 대륙. 6·10항쟁 21주년을 맞아 태평로를 가득 메웠던 촛불의 물결과 외침이 닫힌 민족주의를 넘어 민족통합의 구심점으로, 세계화 파고를 뚫고 나갈 에너지로 승화될 수 있을까. 올해 정부 수립 60주년을 맞은 한반도는 양안 관계의 훈풍은 물론 북·미 관계개선의 급물살 등 급변하는 주변 환경의 도전속에 있다. 양안에 부는 훈풍이, 주변환경의 변화가, 다가오는 60년의 틀을 어떻게 짜고, 대내외적으로 통합과 상생의 여지를 어떻게 찾아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준비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이석우 국제부장 jun88@seoul.co.kr
  • [부고] 영화 ‘로렌조 오일’ 실제 주인공 30세 오도네 사망

    [부고] 영화 ‘로렌조 오일’ 실제 주인공 30세 오도네 사망

    불치병에 걸린 아들을 치료하기 위해 직접 특효약을 개발한 부부의 실화를 그린 영화 ‘로렌조 오일’의 실제 주인공 로렌조 오도네가 30일(현지시간) 사망했다.30세. 로렌조는 서른살 생일 이튿날인 이날 미국 버지니아주 자택에서 대량 출혈을 일으켜 숨졌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아버지 오거스토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로렌조는 최근 음식물이 폐로 들어가는 사고 이후 흡인성 폐렴에 시달려왔다. 로렌조는 6살 때 부신백질이영양증(ALD)판정을 받았다. 성염색체인 X염색체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하는 병으로 몸 안의 ‘긴사슬 지방산’이 분해되지 않고 뇌에 들어가 신경세포를 파괴하는 희귀 질환이다. 의사들은 당시 로렌조가 8살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오거스토와 아내 미카엘라는 포기하지 않고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인 끝에 올리브유와 평지씨 기름을 섞은 기적의 치료물질 ‘로렌조 오일’을 만들어냈다. 과학적 전문 지식 없이 오로지 실습을 통해 얻어낸 이들의 성과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고,1992년 닉 놀테·수전 서랜든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로 만들어지기까지 했다. 해피엔딩으로 끝맺은 영화와 달리 현실에서 로렌조 오일의 치료 효과는 논란의 대상이었다.10년에 걸친 연구 결과 과학자들은 로렌조 오일이 ALD를 근원적으로 치료할 수는 없지만 신경세포를 파괴하는 ‘긴사슬 지방산’의 생성을 억제하는 데는 일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오거스토는 “로렌조는 우리를 보지도 못하고, 얘기도 할 수 없었지만 늘 우리 곁에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로렌조의 유해를 지난 2000년 숨진 아내의 곁에 안장한 뒤 고향인 이탈리아로 돌아가 책을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기고] 국민체감형 행정진단의 중요성/이환범 행정안전부 행정진단센터장

    [기고] 국민체감형 행정진단의 중요성/이환범 행정안전부 행정진단센터장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중앙과 지방을 막론하고 정부조직의 군살을 빼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정부는 지난 2월 1차 중앙정부 조직개편으로 국가공무원 3427명을 감축했다. 또 행정안전부는 최근 조직·인력 운영의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40개 과(課)를 통·폐합해 대국·대과 체제로 과감한 변화를 추진했다. 이어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올해 안에 지방공무원 수를 1만여명 줄이고, 총액인건비 규모도 최대 10%까지 절감하도록 적극 유도할 계획이다. 나아가 조직·인력 감축개혁은 각 부처 소속기관 및 출연연구기관, 공기업 등 공공부문 전 영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과거에도 몇차례 정부조직 개편이 있었지만, 통합 부처간 기능·인력의 물리적 결합만을 중시한 나머지, 화학적 융합은 이끌어 내지 못해 결국 실패한 개혁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통합 부처의 화학적 융합을 통해 작고 유능한 정부를 조기에 구축하기 위해 기획재정부·국토해양부·보건복지가족부 등 통합 부처를 중심으로 정부융합관리진단을 추진 중이다. 뉴욕시 보건·정신위생부, 매사추세츠주 경제개발부, 미시간주 공동체보건부 등 대규모 조직 통폐합을 추진한 미국 정부의 개혁 성공사례에서도 조직융합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행정안전부는 조직·기능·인력·제도 등에 대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정밀진단을 지속하고, 이를 통해 개선된 행정서비스를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외형적으로 부처 수를 줄이고 공무원 정원을 감축한다고 해서 국민을 위한 행정서비스의 질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즉 정부조직의 간소화가 반드시 효율적·실용적 정부조직으로의 변화를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에 보다 근원적인 조직·인력관리의 내실화가 병행돼야 함은 자명한 이치이다.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유능한 정부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난 5년간 비대화된 공공부문의 구석구석을 진단하여 비효율적인 부분을 찾아낼 필요가 있다. 조직·기능·인력 등 하드웨어 측면에 대한 진단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규제·제도 등 행정서비스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소프트웨어 측면에 대한 행정진단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행정진단을 통해 조직·인력운영의 효율화와 규제·제도개선의 밑거름이 될 때, 비로소 ‘국민을 섬기는 정부’로 새로이 변화될 수 있다. 지난 5년간 참여정부는 ‘일 잘하는 정부’를 목표로 정부기구와 인력을 대폭 증원했다. 중앙정부 조직규모는 58개 기관에서 65개 기관으로, 공무원 인력 규모는 88만명에서 95만명으로 각각 늘어났다. 증원된 국가공무원 대부분은 교원·경찰·교정 등 대민서비스 분야에 집중되었다고는 하지만 조직·인력규모의 확대에 비해 국민이 체감하는 행정서비스 수준은 별반 개선된 점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지난 4월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 삶의 질과 밀접한 경찰·소방·교육·우정 분야 등에 대한 행정서비스 개선 차원에서 해당 기능 및 인력에 대한 정밀진단에 착수했다. 이는 인구증감 변동, 고객수요 변화, 정보기술 발달 등과 같은 행정환경 변화를 감안해 실무인력 재배치를 탄력적으로 추진함으로써 개선되고 변화된 정부서비스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데 주된 목적이 있다. 이처럼 행정안전부의 행정진단센터는 정부 및 공공부문에 대한 정밀진단 결과에 따라 선진일류 정부구현 및 국민체감형 정부운영을 위해 주어진 역할수행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다. 더불어 최근 정부운영에서 다소 미흡했던 국민과의 의사소통 활성화 차원에서 이해 관계자 및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포럼 운영 등 협업진단을 적극 추진, 창조적 실용정부 지속화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이환범 행정안전부 행정진단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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