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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로호 둘러싼 5대 의혹

    나로호 둘러싼 5대 의혹

    한국 첫 우주로켓 나로호(KSLV-I) 발사가 실패로 끝난 가운데 나로호를 둘러싼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를 놓고 나로호 사업의 총괄 책임을 맡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해명을 내놓고 있지만 이마저 석연치 않아 의혹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나로호 발사 이후 제기된 다섯가지 의혹을 살펴 보자. 25일 오후 6시 10분, 안병만 교과부장관이 브리핑한 내용을 보면 “1단 엔진과 2단 킥모터는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위성이 정상적으로 분리됐다.”고 돼 있다. 여기엔 페어링 분리 성공여부는 쏙 빠져 있다. 발사 직후 페어링 문제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 확인된 만큼 은폐하려 했다는 의구심이 생길법 하다. 교과부 관계자는 “확실하게 분석한 후 발표하려 했다.”고 해명했지만 페어링 분리 실패 사실은 발사 과정에서도 명확히 확인할 수 있었던 부분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② 페어링 분리성공 선언… 실수? 발사후 3분 36초(216초) 페어링이 분리돼야 할 시점, 모니터를 보며 상황 방송을 하던 임석희 선임연구원은 발사후 4분 4초쯤(244초) “페어링 분리, 1단 분리”라고 방송했다. 박정주 발사체체계본부장은 “임 연구원이 주변에서 페어링 얘기가 오고가자 분리가 된 것으로 착각해 임의로 페어링분리가 됐다고 방송한 것”이라고 해명해 실수를 저지른 연구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게 아닌가 하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발사 당시 임 연구원은 “이륙 480초 고도 385㎞”, “이륙 510초 고도 360㎞” 등 비정상적인 나로호의 고도를 그대로 발표한 것으로 확인돼 성공 시나리오대로 읽은 것은 아님이 밝혀졌다. 하지만 모니터에 ‘2단 엔진 점화·종료’가 완료되지 않았는 데도 “2단 엔진 점화 성공”이라고 방송한 것은 아직 의혹으로 남아 있다. ③ ‘2단엔진 점화·종료’ 완료됐나 발사 당시 발사지휘센터 모니터에는 2단엔진 점화·종료가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박 단장은 “통제실에 있는 시스템이 신호를 제대로 접수하지 못해 디스플레이가 안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명은 석연치 않았다. 발사 후 540초 이후 단계에서 벌어진 위성 분리와 함께 페어링이 떨어져 나간 것에서는 모니터가 정상적으로 완료됐다는 파란색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실제 나로호는 페어링 분리 실패로 자세제어가 안돼 비정상적인 경로로 비행했기 때문에 2단 엔진이 점화됐더라도 점화·종료가 정상적으로 완료되지 않았을 가능성은 충분히 남아 있다. ④ 소멸, KAIST에 왜 안 알렸나 25일 나로 발사 후 다음날 새벽 대전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는 밤새 불이 꺼지지 않았다. 위성연구실 관계자는 “12명의 위성 운영요원들이 위성이 한반도 상공을 지나는 오전 3~7시 사이 혹시라도 위성의 신호가 잡힐까봐 모니터링을 했다.”면서 “위성이 소멸했다는 사실은 26일 오전 10시30분 교과부의 공식발표를 통해 처음 접했다.”고 말했다. 사실 교신은 궤도를 받아야 가능한데 교과부와 항우연은 위성의 궤도를 잡지 못해 위성센터에 궤도를 통보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 이러한 정황과 위성의 궤도진입 속도가 초속 6.23㎞밖에 미치지 못한 것을 알고 있었던 교과부와 항우연은 위성 역시 낙하해 소멸했음을 인지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기중인 위성센터에는 공식적인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 ⑤ 페어링 기초적문제…점검했나 나로호는 수 차례 점검과정을 거쳤다. 그럼에도 가장 기초적인 기술로 알려진 페어링 분리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점검을 제대로 했는데도 발생한 문제라면 상단을 제작한 우리 기술력의 근원적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만약 점검을 제대로 안했다면 ‘말뿐인 점검’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된다. 한 로켓 전문가는 “페어링 분리는 로켓 발사에서 중요한 단계이기 때문에 제대로 점검했다면 충분히 체크됐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인간본성 탐구 더 치열해지다

    인간본성 탐구 더 치열해지다

    정찬의 소설을 읽고 나면 마음 한구석이 묵직해진다. 그의 소설은 굳이 들여다보지 않아도 될 법한 내면의 모습을 애써 들춰낸다. 그 내면은 심리적·사회적 공포에 한없이 나약한 내면이다. 나약함은 무의식, 혹은 본능 속에서 폭력의 가해와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되도록 만든다. 결국 정찬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거의 매번 ‘나를 내려다보는 나’를 느끼는 인물이 등장하는 식으로 자아 분열에 가깝게 자신의 고뇌를 드러내곤 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신성(神聖)을 부정하며 인간의 구원에 대한 근원적 회의에 이르게 함은 물론, 인간 존재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성찰을 요구한다. 1983년 등단한 이후 일관되게 인간의 본성에 대한 탐구를 놓지 않아온 정찬이 새로운 소설집 ‘두 생애’(문학과지성사 펴냄)를 자신의 ‘인간탐구 목록’에 보탰다. 그는 지금껏 해온 것처럼 일관된 주제 의식을 밀어나가고, 나아가 기존의 소설보다 정교하고 치열하게 주제 의식을 파헤친다. ‘폭력의 형식’을 보면 정찬이 말하고자 하는 폭력의 부정적 연쇄성이 잘 드러난다. 외부로부터 당한 폭력의 피해는 자신에 대한 내부의 폭력으로 이어지고, 그 내부의 폭력은 다시 폭력의 가해자로 외피를 바꾼다. 가혹한 폭력은 부모 잃은 남매의 실낱 같은 희망마저 앗아간다. 인간 본성의 부정적인 면에 매달리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정찬은 “도스토옙스키의 위대함은 인간의 악의 심리를 철저히 파헤치며 어두운 악의 심연을 통해 빛을 그리워하도록 한 것”이라면서 “나의 소설 역시 인간에 내재된 악의 모습을 캐서 인간을 드러내도록 하는 것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정찬의 소설은 문학의 기능에 충실하다. 실낱 같은 희망이라도 보지 않는다면, 또한 기어이 인간의 구원을 얘기하지 않는다면 문학의 근원적 존재 의의와 거리를 두는 것일 테다. 표제작인 ‘두 생애’는 물론 ‘희생’은 정찬이 바라는 인간이 지향할 수 있는 희망의 형태를 보여준다. 더불어 그의 문학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인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희생’은 연서(戀書)의 형식을 빌려 서사를 끌고 간다. 어떠한 반대급부도 원하지 않는 사랑이 죽음을 앞두고 남긴 편지이기에 슬픔과 아름다움의 정서는 더욱 커져만 간다. 정찬은 참담한 폭력이 인간을, 그리고 인간의 관계를 어떻게 파괴시키는지 보여줌과 동시에 그 폭력이 빚어내는 고통과 분노를 극복해나갈 수 있는 힘을 이미 갖고 있음도 확인시켜 준다. 수사기관에서 당한 참혹한 성폭력과 그 폭력의 결과물이 고귀한 생명을 낳게 하는 억장무너짐을 겪었던 ‘희우’가 죽기 직전 남긴 편지를 통해 정찬의 간절한 바람을 전한다. 희우는 “희생자의 본질은 슬픔…. 슬픔은 고통과 고통이 불러일으키는 원한을 정화해요. 분노를 넘어서는 감정이 슬픔이에요.”라고 말한다. 공포스러운 폭력에 노출됐지만 결코 폭력에 동화되지 않은 인간 내면의 힘을 강조한 것. ‘두 생애’에서도 인간의 몸 세포 하나하나에 새겨진 고통의 기억을 되짚는 작업은 계속된다. ‘신의 대리인’으로 통하는 교황의 유년의 고통과 신으로부터 외면 당한 주인공의 고통의 기억, 그리고 또다른 어머니를 잃은 아이의 고통이 서로 맞닿아 있음을 확인한다. 그리고 ‘사랑을 불러일으킨 것은 고통이었다. 소년의 고통 속에서 나의 고통을 발견하지 않았다면 사랑의 감정이 생길 수 있었을까.’라고 고백한다. 쉼없이 이어지는 짧은 문장은 어색함 없이 빠른 호흡과 맥박을 유지시킨다. 장편소설의 홍수 속에서 단편소설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문체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는 점은 ‘정찬 소설 읽기’의 또다른 즐거움이다. 글 사진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충격적 사건들의 근원은 고대에 있다

    오늘날 일어나는 굵직한 사건들이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다.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대립에서 뿌리를 찾는 9·11테러를 비롯해 각국의 민주화 운동의 원인을 찾아가면 수천년 전의 고대사까지 거슬러 올라가기도 한다. 이중 오늘날까지 회자되는, 심지어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15건의 사건을 추려낸 책이 ‘현대사를 바꾼 고대사 15장면’(플루타르코스 외 지음, 로시터 존슨 엮음, 정명진 옮김, 부글 펴냄)이다. 미국의 편집자 로시터 존슨은 헤로도토스·타키투스·함무라비·가스통 마스페로·바르톨트 게오르크 니부어 등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역사학자나 정치가, 고고학자 등의 글을 엮고 글마다 ‘엮은이 서문’으로 간략한 설명을 보탰다. 프랑스의 이집트 전문 고고학자 마스페로는 문명의 동이 튼 고대 이집트의 역사를 소개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루타르코스는 아테네를 하나의 도시이자 왕국으로 만든 테세우스를 이야기한다. 그리스 아테네를 건설한 사람을 보통 이집트 출신의 사이스로 지목하지만, 아테네의 진정한 창설자는 테세우스였다. 프랑스 사회심리학자 귀스타브 르 봉은 인도의 카스트 제도를 조망한다. 계층제도는 다른 나라에도 존재하지만 힌두인들에게 카스트 제도는 단순히 계층 구분의 의미를 넘어선다. 유일한 사회적 끈이며 국적 구분보다도 더 뿌리가 깊다. 영국의 지배를 받던 당시 2억 5000만명에 이르는 인도인이 6000여명의 이방인(영국)에게 불평 한마디 없이 복종했던 현상도 카스트 제도로 이해된다. 이 밖에 영국 역사학자 헨리 하트 밀먼은 예루살렘 신전을 건설한 솔로몬을, 영국 신학자 프레드릭 윌리엄 파라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사건을 소개한다. 고대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에게서 문명의 중심이 서구로 옮겨가게 된 계기를 제공한 페르시아의 그리스 침공을, 소설가 에드워드 불워 리튼에게서는 화산재에 뒤덮인 폼페이 이야기를 듣는다. 지금까지 존재하는 유물 중 가장 중요한 랜드마크의 하나로 통하는 ‘함무라비 법전’은 조항을 통으로 옮겼다. 기원전부터 바빌로니아 제국의 몰락까지 인간의 삶을 세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획기적이거나 충격적이었던 고대 사건을 알고 싶다면, 그 정수가 여기 망라돼 있다. 1만 3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뉴스&분석] 개헌·행정구역 개편 닻올랐다

    [뉴스&분석] 개헌·행정구역 개편 닻올랐다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4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경축사를 통해 선거제도 개선과 행정구역 개편, 대북(對北) 정책과 관련한 ‘한반도 신(新)평화구상’을 밝혔다. 집권 2기를 맞아 각 분야에 대한 ‘근원적 처방’으로 1차 종합판의 방향과 해법을 제시한 셈이다. 청와대와 각 부처는 24개 추진과제를 선별하는 등 구체적 실행 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후속작업에 들어갔다. 17일 대통령 주재 수석회의에서 본격 논의를 시작한다. 이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너무 잦은 선거로 국력이 소모되고 있다. 선거횟수를 줄이고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본격 논의가 필요하다.”며 선거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대통령은 “여당이 손해를 보더라도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해 구체적인 개편방안을 제안할 뜻을 내비쳤다. 이는 1개 선거구에서 2∼5명 정도 뽑는 중·대선거구제로 바꾸거나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여, 선거제 개편 대표회담 제의 이와 관련,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16일 선거제도 개편 등을 위한 정당 대표 회담을 야당에 정식 제의했다. 대선과 총선 등 주요 선거의 횟수를 조정하기 위해서는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 조정도 뒤따라야 하는 만큼 개헌론과 연결될 수 있어 주목된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국회 논의 과정을 지켜보는 단계지만 필요하다면 개헌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행정구역 개편과 관련, “100년 전에 마련된 낡은 행정구역이 지역주의를 심화시키고 효율적인 지역발전을 가로막는 벽이 되고 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구체적인 일정까지 제시했다는 점에서 여야간 협의 과정이 주목된다. 박 대표는 “정치 선진화와 지방 행정체제 개편의 구체안을 9월까지 마련, 국회에 있는 정개특위와 지방행정체제 개편특위에 제출해 이번 정기국회 중에 제도화되도록 당이 총력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대북정책과 관련, “언제, 어떤 수준에서든 남북 간의 모든 문제에 대해 대화와 협력을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며 남북 경제공동체를 위한 고위급 회의 설치를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와 재래식 무기 감축을 위한 대화에 나서면 그 진전에 따라 단계적으로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국제협력 프로그램과 경제·교육·재정·인프라·생활향상 등 대북 5대 개발 프로젝트를 가동하는 ‘한반도 신 평화구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고위급 회의 설치 제안은 언제 어디서든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무릎을 맞대고 얘기할 수 있다고 말한 연장선”이라면서 “여러가지 전제가 성숙되고 마련돼야 하지만 김 위원장과 남북정상회담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지자체 토착비리 근절 수사 지시 아울러 이 대통령은 권력형 비리 근절 대책과 관련, 검찰권과 경찰권 행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한편 지방자치단체의 토착비리 근절을 위한 수사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종락 주현진기자 jrlee@seoul.co.kr
  • 주인공이 된 작가, 죽음의 공포속 희망찾기

    김도언의 소설은 보여지는 대로 허투루 읽어도 된다. 소설가가 적극적으로 소설에 들어가서 ‘나’를 이야기하고, ‘나의 얘기’를 풀어내니 소설가에 대한 환상과 소설의 모호함 따위는 배제한 채 읽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김도언의 소설은 삶의 비의(秘意), 문학의 근원적 기능을 염두에 두고 접근하면 달라진다. 소설을 읽는 내내 한없이 뻐근해지는 두 어깨와 함께 가슴 언저리를 짓누르는 답답함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그가 여러 차례 ‘권태’라고 표현한 절망 또는 우울함은, 간절히 희구한 구원의 손길에 대한 역설이다. 김도언이 새 소설집 ‘랑의 사태’(문학과지성사 펴냄)를 내놓았다. 자신의 소설집 ‘악취미들’(2006)처럼 파격적인 상황과 인물이 등장하곤 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장편소설 ‘이토록 사소한 멜랑꼴리’(2008)에서의 너저분한 일상의 현실에 대한 세밀한 고백에 익숙한 독자, 또는 한 달 전에 내놓은 ‘미치지 않고서야’에서의 미친 듯 연애편력을 일삼던 여자 소설가를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랑의 사태’가 또 다른 생소함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작품 곳곳에서 김도언이 계속 등장한다. 9편의 단편작품 중 소설적 서사를 품고 있는 작품은 ‘내 생애 최고의 연인’, ‘전무후무한 퍼스트베이스맨’ 정도에 그친다. 세 번째 작품 ‘어느 위대한 소설가의 자술 연보’에서 한국이 일본에 통합 흡수된 가운데 사회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픈 김도언은 자신을 슬쩍 내비치는가 싶더니 ‘다큐멘터리 가족극장’, ‘안으로 나가고 밖으로 들어가는 방법에 대한 고찰’, ‘다크블루, 시간의 풍경’에서 작가 그 자체로 보이는 주인공을 내세우며 유년, 소년, 청년의 시간과 그 속의 사건들을 재구성하고 있다. ‘권태주의자’와 표제작 ‘랑의 사태’에서는 세상에 뜨악한 표정을 짓고 한 걸음 물러선 채 공포와 불안의 실체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자신을 들여다보고 타인들에게도 넌지시 이해를 구한다. 하지만 끊임없이 죽음에 대한 공포, 불안과 절망을 얘기하면서도 김도언은 희망의 끈을 아예 놓아버리지는 않는다. 소설 맨 마지막 작품인 ‘백하동 가는 길’에 등장하는 전직 고교 교사는 학생을 체벌해 학교에서 쫓겨나고 아내에게도 쫓겨나다시피 별거 상태이다. 하지만 비슷한 처지에 있는 좌절하는 친구 두 명과 함께 희망과 재기를 위해 찾아간 백하동에서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가 났으나 모두 멀쩡하다는데 안심한다. 그리고 아내에게 화해를 청하고, 체벌했던 학생에게 용서를 구하는 이메일을 보내며 끝을 맺는다. 앞으로 ‘김도언 없는 김도언 소설’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15일 TV 하이라이트]

    ●그것이 알고싶다(SBS 오후 11시10분) 1년에 한 번은 고향땅인 중국 용정 땅을 찾는 윤혜원 여사. 오빠 윤동주 시인의 묘 앞에 설 때마다 그녀는 오빠의 사망 소식을 접하던 64년 전 그 날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일본 땅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죽어간 비극의 시인 윤동주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추적해 그 진실을 밝혀본다. ●걸어서 세계속으로(KBS1 오전 8시30분) 인구 9만명의 소도시 아비뇽은 축제기간 동안 다른 도시가 된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도시는 언제나 북적거리고 거리는 각종 퍼포먼스와 공연들로 넘쳐난다. 해가 늦게 지는 여름이라 공연은 밤 늦게까지 계속되고 새벽이 올 때까지 사람들은 축제를 즐긴다. 올해로 63회를 맞은 프랑스 아비뇽 축제현장으로 떠나본다. ●솔약국집 아들들(KBS2 오후 7시55분) 사표를 써놓고 고민하던 대풍은 사표를 찢어 버리고, 현우의 존재를 확인한다. 묘한 위기감을 느낀 대풍은 복실이를 레스토랑으로 데리고 가 저녁을 사 주는데 복실은 최선을 다해서 사랑했기 때문에 이제는 정리하고 싶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한편, 진풍은 수진의 차가워진 태도에 당황한다. ●천추태후(KBS2 오후 10시15분) 목종은 급기야 대신들 앞에서도 자신의 동성애 사실을 밝히고 황위에서 물러날 것임을 공표한다. 다급해진 김치양은 직접 천추태후를 찾아가 대량원군 대신 자신의 아들인 황주소군을 황제로 세워줄 것을 애원해 보지만 천추태후는 완강히 외면할 뿐이다. 결국 김치양은 거병을 하게 되는데…. ●찾아라! 맛있는 TV(MBC 오전 10시50분) 대한민국 누나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국민남동생 유승호가 ‘스타 맛집으로’에 떴다. ‘음식대격돌 맛수’에서는 여름철 최고의 별미 국수 요리의 대결이 펼쳐지고, 푸드 로드 쇼 ‘미식원정대 황금밥상’에서는 엉뚱 미녀 브로닌과 김한석, 꽃미남 외국인 조리장 미카엘이 우리나라 최고의 횡성 한우를 찾아 나선다. ●효도우미 0700(EBS 오후 5시10분) 지난 5월 화재로 집과 지체1급 장애인 큰아들을 잃은 김복순 할머니. 모든 것을 집어삼킨 화재로 방 안에 누워 있던 큰아들을 떠나보내야 했고, 남은 두 아들은 지적장애와 정신장애로 형의 죽음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기에 할머니의 슬픔은 더더욱 크기만 하다. 김복순 할머니의 사연을 만나본다. ●토마토(YTN 오전 8시25분) 인생의 3분의1을 차지하는 중요한 잠. 제대로 못자면 만병의 근원이 된다. 불면증,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등 수면 관련 질환만 해도 100여 가지에 이르며 국민 2명 중 1명이 수면장애를 앓고 있다. 너무 많이 자도 문제, 너무 못 자도 문제가 되는 잠. 상쾌한 아침을 만들기 위한 최적의 쾌면전략에 대해 알아본다.
  • ‘여권 쇄신’… 강력한 국정 드라이브 예고

    ■ MB, 8·15경축사 이후 정국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광복 64주년 경축사에서 향후 국정운영 방향의 큰 틀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집권 중반기를 맞는 이 대통령이 8·15 이후 국정운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전망이다. 지난 6월15일 이 대통령이 언급한 ‘근원적 처방’에 대한 해법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개편 및 개각→여당 쇄신→중도·서민 정책 추진→10월 재·보선 승리를 통해 2년차 동력을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힐 예정이다. 우선 인적쇄신 효과를 극대화시켜 국정운영의 발판을 삼겠다는 포석이다. 청와대 개편은 다음주 중 이뤄질 가능성이 있지만 개각은 다음달 이후로 넘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인사가 늦어지는 분위기여서 개각의 폭과 시기, 방향에 대한 이 대통령의 고심의 깊이를 짐작하게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이번 개각에서 정치인을 행정부에 포진시킴으로써 국정장악력을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친박(친 박근혜)계 인사의 입각 여부도 여권 화합이란 측면에서 관심사다. 정치인 입각과 여권 화합을 이룸으로써 여권을 쇄신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혀진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중도실용’, ‘친(親) 서민’을 정책적으로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우선 국정운영기조로서 ‘중도실용주의’가 확고히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이 지난 6월 이후 국정쇄신책 일환으로 제시했던 ‘중도강화론’을 집권체제 강화를 위한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포석이다. 이 밖에 민생현장 방문과 정책행보를 통해 좀 더 구체적인 서민정책을 내놓아 지지층 복원을 이룬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복지 뉴딜’, ‘휴먼 뉴딜’ 등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실천가능한 정책에 대해 보건복지가족부, 기획재정부 등 관련부처가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서민층 무보증 소액신용대출(마이크로 크레디트)과 후불제 대학등록금제 등 생활정책도 추진된다. 지역·이념·계층 간의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갈등의 실타래를 풀어나갈 정치개혁도 이뤄질 전망이다. 이를 위해 이 대통령은 행정구역 개편은 물론 노사관계 선진화, 공공기관 개혁 등의 주요 국정과제를 연내에 큰 틀에서 마무리짓는다는 방침이다. 북한 문제도 이 대통령의 집권 중반기에 풀어야 할 과제다. 장기 억류됐던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씨가 석방되긴 했으나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 긴장상황을 해결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의연하고 당당한’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북한을 국제사회 일원으로 이끌어내겠다는 원칙을 견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대선 기간 내놨던 ‘비핵·개방 300 0구상’을 토대로 미국, 일본 등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공조하에,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다방면에서 포괄적인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뜻을 거듭 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산층 복원, 규제혁파, 신성장 동력 육성, 법질서 확립, 선진 노사관계 구축 등도 이 대통령의 안정된 집권 체제를 위해 강력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나무없는 산’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나무없는 산’

    아버지가 떠나버린 집. 6살 소녀 진과 동생 빈은 엄마와 산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엄마는 자매를 시골의 고모 집에 맡겨두고 떠난다. 돼지저금통이 꽉 차면 돌아오겠다는 엄마의 말은 아이들에게 주문이 된다. 메뚜기를 구워 팔고, 100원 동전을 10원짜리 동전으로 바꿔가며, 진과 빈은 빨간 저금통을 채우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엄마는 돌아오지 않고, 고모는 두 아이를 외할아버지 댁으로 데려간다. 세상모르고 언니만 따르는 빈은 진에게 자꾸 묻는다. “엄마는 언제 와?” 시간이 흐르면서 진의 대답은 조금씩 달라진다. 이렇게 예쁜 아이를 버려두는 어른이 있을까만, 세상에는 그런 일이 흔하고 흔하다(빈 역을 맡은 꼬마는 실제로 고아원에 살고 있다). 어른의 태도를 꾸짖듯 스스로 살아가는 두 아이의 모습은 큰 채찍이 되어 다시 어른에게로 향한다. 도시에서 점점 시골마을로 옮겨 가면서, 진은 공부할 곳에서 멀어지고, 빈의 드레스에는 때가 묻고, 또래 친구들은 하나둘 사라진다. 결국 두 아이의 곁에는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은 할머니만 남는다. 영락없이 소녀들의 수난사처럼 전개되는 ‘나무 없는 산’은, 그러나 고맙게도 잔혹한 인생이야기가 아니다. 감독 김소영은 전작 ‘방황하는 날들’에 이어, 어린 두 비전문 배우가 출연한 ‘나무 없는 산’에서도 과감한 클로즈업을 택한다. ‘나무 없는 산’은 두 소녀가 세상에 펼치는 표정들의 파노라마다. 세상과 자신의 관계를 조금씩 인식하면서, 천진난만한 두 소녀의 눈동자는 흔들린다. 특히 똑똑한 언니지만 여전히 오줌싸개인 진은 투정을 부리고, 반항의 몸짓을 시도하고, 거짓을 경험하고, 눈물을 배운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하기 힘든 세상 앞에서 두 소녀의 영혼이 한치도 더러워지지 않음을, 관객은 목도한다. ‘나무 없는 산’은 아름다운 영혼이 담긴 얼굴의 기록이다. 테오 앙겔로풀로스의 ‘안개 속의 풍경’에서 보았듯이, 나무는 아이가 기댈 곳, 즉 아버지의 메타포다. 의지할 데 없는 아이는 방황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나무 없는 산’은 ‘나무’가 아닌 ‘산’에 방점을 찍는다. 이상하리만치 아버지의 모습을 제거한 ‘나무 없는 산’에서 눈여겨 볼 점은 ‘여성들의 연대 혹은 연계’다. 극중 엄마와 고모는 두 아이를 버린다기보다 생명의 근원으로 인계하는 것처럼 보인다. 마침내 두 아이가 머무는 할머니의 품은 산과 땅, 그러니까 생명을 살리는 공간을 의미한다. 말라죽을 뻔했던 두 아이는 위대한 자연과 사랑의 힘으로 누구도 범할 수 없는 건강한 생명의 빛을 발한다. 김소영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모태로 삼았다고 말했다. 유아기의 기억과 상처를 다룬 작품이 자칫 빠지기 쉬운 신파와 유치한 재현을, ‘나무없는 산’은 가뿐하게 넘어선다. 신화적인(결코 과장이 아니다) 두 인물을 통해 ‘나무 없는 산’은 상처와 기억을 승화하는 경지에 오른다. 아무리 찬란한 보석도 ‘나무 없는 산들’의 영롱함에는 미치지 못한다. 김소영은 ‘하늘’의 표정을 영화에 종종 삽입하곤 한다. 무심한 듯 변화무쌍한 하늘 아래, 조금씩 성장하는 인간은 하늘과 자신과 세상의 관계를 형성해 나간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은 인간의 이야기, 김소영이 소원하는 영화는 그런 게 아닐까 싶다. 27일 개봉. 영화평론가
  • 우리나라 성인 30%가 조루증 고민

    우리나라 성인 30%가 조루증 고민

    식약청이 최근 세계 첫 경구용 조루증 치료제인 한국얀센의 ‘프릴리지’(성분명 다폭세틴)에 대해 국내 시판을 허가하면서 조루증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성인의 약 30%가 조루증을 가진 것으로 조사되고 있는 데다 성 관계의 상대적 특성상 ‘배우자가 만족하지 못하면 아무리 시간이 길어도 조루’라는 인식이 강해 이 약제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조루증이란 조루증이란 ‘사정을 스스로 조절할 수 없거나 성교에 만족을 얻을 수 없을 정도로 질 내 삽입 즉시 또는 최소의 자극만으로 사정하는 경우’를 말한다. 의학적 진단기준은 ▲짧은 사정시간 ▲사정 조절능력 부족 ▲이로 인한 심각한 스트레스 등으로 이 3가지 조건에 해당되면 조루로 진단된다. 세계적으로 성인 남성의 30% 이상이 조루증을 가진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세계성의학회(ISSM)는 조루에 대해 ▲삽입 후 1분 이내에 사정을 하고 ▲사정 지연 능력이 없으며 ▲이 때문에 우울감, 좌절감, 성관계 회피 등 개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남성의 성적 장애라고 규정했다. ●원인 크게 병리학적 원인과 심리적 원인으로 나눈다. 과거에는 심리적 요인을 중시했으나 최근에는 성기의 과민성이나 사정중추의 문제를 주요인으로 꼽고 있다. 사정은 사정중추의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차단되는 순간 이뤄지는데, 조루 환자의 경우 이 세로토닌이 성관계 직후에 너무 빨리 차단돼 조루에 이른다는 것이다. 따라서 조루 관련 속설인 포경수술이나 귀두부를 마찰시켜 감각을 둔하게 하는 방법, 신경차단술이나 국소마취제 등은 제한적인 효과를 보일 뿐이라는 게 의료계의 지적이다. 프릴리지는 이 점에 착안, 세로토닌의 양을 증가시켜 사정을 지연시키도록 개발됐다. ●성적 반응과 조루의 영향 남성의 성적 반응은 ‘성적 욕망-흥분(발기)-안정기-절정(오르가즘)-해소’의 5단계로 이뤄진다. 사정은 일반적으로 안정기 끝이나 절정기 초입에 일어난다. 물론 조루도 비슷한 반응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정상인에 비해 각 단계, 특히 안정기가 짧아 발기 후 곧장 절정감에 이르는 특성을 보인다. 이런 조루증은 남성은 물론 배우자에게 심각한 상처를 준다. 2004년 세계 주요국가에서 진행된 조사 결과, 조루증 환자의 66%는 조루 때문에 강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50%는 수치심 등 자존감에 상처를 입거나 성적 자신감을 잃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 배우자 역시 남성에 대한 불신감, 짜증과 분노감을 느끼며, 부부간 친밀도도 크게 낮아졌다. 국내에서는 남편이 조루 치료를 거부하면 이혼 사유가 된다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치료법 가장 일반적인 치료법은 국소마취였다. 그러나 마취제는 피부과민반응 등 부작용이 적지 않고, 효과 발현 시간에 맞춰야 하는데다 삽입 전에 세척을 하지 않으면 여성의 감각까지 마비시키는 등의 문제가 있다. 마취제를 도포한 콘돔 역시 마취제와 흡사해 습관적으로 사용할 경우 귀두부의 감각이 무뎌져 발기부전을 부를 수 있다. 신경차단술은 정신적 문제나 원인질환이 없고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 적합하다. 그러나 과민성 조루가 아니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장기적인 훈련을 통해 조루증을 극복하는 행동요법은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릴리지의 약리효과 9월 시판 예정인 프릴리지는 18∼64세까지 사용할 수 있다. 사정중추에 작용하는 신경전달물질 세로토닌을 증가시켜 조루 증상을 개선하는 새로운 개념의 치료제로, 성관계 1∼3시간 전에 복용하면 7시간 정도 효과를 발휘한다. 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김세웅 교수는 “한국을 포함한 세계 143개국의 조루 환자 6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 3가지 진단기준이 모두 개선됐으며, 보고된 부작용은 가벼운 메스꺼움과 어지러움 등이 산발적으로 나타나는 정도였다.”고 밝혔다. 문제는 효과. 임상 결과, 프릴리지 사용 전 평균 0.9분이었던 사정 시간이 프릴리지 복용 후 3.5분으로 3.8배 이상 증가했다. 사정 조절능력도 ‘매우 좋다’거나 ‘좋다’고 답한 비율이 프릴리지 복용 전 0.4%에서 복용 후에는 최고 30%까지 증가했다. 조루증에 따른 스트레스나 파트너의 불만족 등 조루의 부정적 영향도 크게 개선됐으며, 특히 성관계 만족도는 본인과 파트너 모두에게서 70% 이상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의들은 “프릴리지는 비아그라 등 발기부전 치료제와 같이 사용해도 각 약제의 효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이성원 교수는 “조루는 단순히 사정에 이르는 시간이 짧은데 그치지 않고 남성의 자존감과 자신감, 그리고 여성 파트너의 만족감 등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질환”이라며 “먹는 조루증치료제가 국내에도 공급됨에 따라 조루의 근원적 치료가 가능해지게 됐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 퇴근하라고 컴퓨터 끄는 사장님 北 “김정운 지략으로 클린턴 방북” 잭슨자녀 대부 마크 레스터 “패리스는 내 친딸” 탈모 예방하려면 머리 감은뒤 수건 두드려 말려 천년요새서 환경운동 보루로 인천 계양산
  • [서울광장] 넛지(nudge)의 유혹/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넛지(nudge)의 유혹/진경호 논설위원

    두 의사가 있다. 의사 A는 “이 수술을 받으면 100명 중 90명은 삽니다.”라고 했다. 의사 B는 “이 수술을 받고 죽은 사람은 100명 중 10명입니다.”라고 했다. 누구에게 수술을 맡겨야 할까.- 심리학과 행동경제학, 커뮤니케이션학 등에서 많이 인용하는 예시다. 사람들은 대부분 A에게 수술을 맡긴다고 한다. 왜? 수술하고 살 확률이 90%이니까. 그럼 B에게 수술을 맡기면? 물론 그의 성공률도 90%다. 그런데도 환자들은 A를 찾는다. 이게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다. 보는 관점에 따라 사람은 같은 사물도 이처럼 달리 본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엊그제 휴가를 떠나면서 청와대 직원들에게 한 권의 책을 선물했다고 한다. 리처드 탈러 미 시카고대 경제학 교수와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함께 쓴 베스트셀러 ‘넛지(nudge)’다. 직역하면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이고, 의역하면 ‘주의를 환기시키다’가 된다. 덧붙여 탈러와 선스타인은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는 뜻을 얹었다. 작은 자극만으로도 상대의 판단과 반응을 크게 바꿀 수 있다는 내용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당신은 행복하세요.”라는 질문의 앞에 던질 때와 뒤에 던질 때 “행복하다.”라는 답변의 비율이 달라지는 게 바로 프레이밍 효과를 이용한 넛지의 힘이다. 남성들의 수렵본능(?)을 이용, 남자 화장실 소변기 한가운데에 파리 모양의 스티커를 과녁처럼 붙임으로써 소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을 80%나 줄였다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의 일화도 넛지의 사례다. 촛불정국에 호되게 데이고 난 지난해 7월 여름휴가 때 윈스턴 처칠의 회고록을 직원들에게 선물하며 위기정국 돌파 의지를 내비쳤던 이 대통령이다. 그런 그가 올여름 넛지를 집었다. 무슨 뜻일까. 뭘 말하자는 걸까. 얼마 전 만난 이 대통령의 측근 인사는 “이제서야 대통령이 정치에 재미를 느끼는 것 같더라.”고 했다. ‘이제’란 지난해 촛불시위와 친박 진영과의 갈등, 올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 등을 거친 뒤이고, 근원적 처방을 언급하며 친서민 행보의 기치를 뽑아든 시점을 말한다. 새삼 정치에 재미를 붙인 이 대통령이 넛지를 잡았다면 그 메시지는 뭔가. 부드럽게 홍보하자? 국민들에게 넛지를 가하자? 정국 프레임을 바꾸자? 탈러가 말한 넛지는 선의의 정책 행위를 전제로 한 홍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같은 값이면 정교한 홍보활동으로 국민들에게 정책을 잘 이해시키고 국민적 공감대를 넓히는 것이 정책 성공의 지름길임을 말한다. 좋은 일을 잘해 보자는 게 넛지다. 여기엔 전제가 있다. 넛지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상대(국민)를 알고, 상대가 원하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한데 지금 여권은 반대로 가고 있다. 정부 각 부처 홍보인력을 늘리더니 국정홍보를 강화할 기구를 국무총리실에 새로 만들겠다고 한다. 자기들 손으로 관(棺)에다 처박은 국정홍보처까지 다시 꺼낼 심산인 듯하다. 소통을 하랬더니 홍보를 하겠단다. 들으라 했거늘, 떠들겠다고 한다. 아무래도 촛불에 덜 데인 모양이다. 나 지금 당신 옆구리를 살짝 찌를 거야. 이렇게 말하면 이미 넛지가 아니다. 넛지의 시작은 옆구리를 찌를 팔꿈치가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읽는 눈과 귀다. 확성기 틀어놓고 목청 터져라 외쳐 고개를 돌리도록 만드는 게 아니라 부드럽게 귀를 간지럽혀 저도 모르게 돌아보도록 만드는 게 홍보다. 책이 아깝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체감물가 여전히 높은데…

    지난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째 하락하면서 9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1.6%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물가가 급등한 지난해 이맘 때와 비교한 것이어서 서민들의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인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은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6% 올랐다고 3일 발표했다. 물가상승률은 작년 7월 5.9%를 정점으로 8~9월 5%대, 10~12월 4%대로 낮아진 뒤 올해도 꾸준히 떨어져 6월 2.0%까지 내려왔다. 물가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기저(基底) 효과다. 지난해 7월 물가상승률은 5.9%로 9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 초반대에서 유지되고 있는 점도 이유가 됐다. 그러나 생선·과일·채소 등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4%나 올랐다. 두 달 연속 내림세를 보였던 생활물가지수도 0.4%의 오름세로 돌아섰다. 파(54.7%), 우유(22.0%), 갈치(21.5%) 등의 상승률이 높았다.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2% 올랐다. 연초 배럴당 40달러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가 다시 70달러 선을 향하고 있고, 미국 달러화 약세 영향으로 국제 원자재 값이 꿈틀거리고 있는 점도 향후 물가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다.. 한편 이달부터 물가에 대한 점검과 주요 정책 결정이 범 정부 경제부처 장관들이 참석하는 경제정책조정회의(현재 명칭은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이뤄진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최고가격 지정과 폐지, 긴급 수급조정 조치 및 해제는 경제정책조정회의의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하는 내용의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공고했다. 물가 정책을 맡았던 기존 물가안정위, 공공요금자문위를 각각 경제정책조정회의와 재정정책자문위원회로 통합한 데 따른 것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기존 물가안정위는 5명 정도의 장관만이 참석하면서 실질적인 역할이나 결정 권한이 약하다는 지적이 많았다.”면서 “각 경제부처 장관과 공정거래위원장·금융위원장, 청와대 경제수석 등 주요 경제 브레인들이 모두 참석하는 경제정책조정회의가 물가 정책을 맡아 운영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게 이번 개정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개정에 따라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을 놓고 재정부와 지식경제부 등 관련 부처들이 불협화음을 내던 과거의 모습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지역을 살리는 지역뉴스/남인용 부경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옴부즈맨 칼럼] 지역을 살리는 지역뉴스/남인용 부경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영화 ‘해운대’는 지진해일이 해운대를 덮치는 상황을 훈훈한 사랑 이야기에 담아 보여 준다. 이 영화는 영화의 영어 제목도 ‘해운대’로 하여 해운대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 기여한다. 이렇듯 각 지역이 대외적인 명성을 갖는 데는 언론을 비롯한 매스미디어의 영향이 지대하다. 언론에 지명이 등장하는 경우는 세 가지이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적인 업무와 관련될 때, 특정 지역에서 주목할 만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찾아가볼 만한 여행지를 소개할 때 등이다. 같은 지명이 각 기사에서 서로 다른 이미지로 비춰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는 동일한 지역에 대한 복합적인 이미지를 갖게 된다. 경북도의 안용복재단, 경기 성남시의 청소년육성재단, 김태환 제주지사의 주민과의 대화 행사 등을 소재로 한 ‘지자체장 벌써 선거운동’(6월19일)에서 언급되듯이, 일상적인 업무나 지역의 행사가 내년 6월의 지방선거와 관련해 선거운동으로 변질되거나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사전 선거운동 여부를 철저하게 감시하고, 일상 업무가 불필요하게 방해받지 않도록 조정하는 언론의 역할을 기대한다. ‘무산된 통영의 꿈’(7월29일)은 통영이 윤이상 음악당 건립에 대한 정부의 지원불가 입장에 따라 규모를 대폭 줄이고 음악당에도 지역명을 붙이게 된 상황을 보도하고 있다. 지원불가를 밝힌 정부의 조치도 아쉬움이 많지만 그렇다고 음악당의 이름을 바꾸려는 지방자치단체는 더욱 안타깝다. 정권교체 때마다 매번 이름을 고쳐 달 수는 없지 않은가. 대관령국제음악제를 다룬 ‘세계적 음악가들 실험무대 즐기세요’(7월6일), 밀양·거창·목포의 축제를 다룬 ‘더위 식히고 문화예술도 즐겨 볼까’(7월15일), 하동군과 보은군의 축제를 다룬 ‘지자체 축제속으로’(7월25일) 등은 각 지방자치단체의 행사를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축제로 재정난을 겪은 일본 지자체의 사례를 명심해야 한다. 수많은 시설들이 무용지물이 되어 적자투성이가 되었음을 지적하고 행사의 내실화를 기해야 한다. 사건 기사는 ‘부산 시간당 73㎜ 물폭탄 쏟아져’(7월8일), ‘중부 이틀 만에 또 물벼락…복구중 수마’(7월15일), ‘부산 시간당 90㎜…출근길 물바다’(7월17일) 등이 있었다. 이 기사들은 대체로 사건 중심으로 보도되고 근원적인 대책이나 분석은 부족했다. 지방 정부와 지역 방송의 협력을 통해 재난방송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이끌어 재난에 대비해야 한다. 여행 기사는 ‘도시와 산’, ‘Let’s Go’, ‘진우석의 걷기 좋은 산길’과 같은 기획 기사였다. 지난 7주간 ‘도시와 산’에서는 천안 광덕산, 성남 불곡·영장산, 전남 영암 월출산, 부산 금정산, 수원 광교산, 충주 남산, 울산 무룡산을 소개했다. 전국 각 지역이 골고루 반영됐다. ‘Let’s Go’는 포천·영월·상하이·정선·시안-뤄양-장저우·태안·울산 장생포를 다루고, 진우석의 걷기 좋은 산길에서는 울릉도 나리분지-성인봉, 가평 조무락골, 문경 새재, 관악산 무너미 고개, 방태산 적가리골-주억봉, 가평군 아재비고개, 울릉도 내수전 옛길을 다루었다. 여행 관련 기획 기사의 특징은 여행 지역의 미흡한 점에 대한 지적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여행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점, 개선할 점도 담아 여행문화 발전에 기여했으면 한다. 요즘 체험마을 관광이 유행이다. 각 농어산촌 마을마다 체험마을로 꾸며 외부 관광객을 유치한다. 체험마을은 근사해 보이지만 마을의 실상은 어려움이 많다. 관광 목적의 체험마을이 아닌 ‘현실 마을’도 행복할 수 있도록 지역 발전을 선도하는 기사를 기대한다. 남인용 부경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도시와 산] 전주 모악산

    [도시와 산] 전주 모악산

    모악산(해발 793.5m)은 전북 대부분의 시·군에서 그 웅장한 자태가 바라다보이는 대표적인 ‘평지 돌출산’이다. 모악산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한반도 최대 곡창지대인 호남평야의 젖줄 역할을 하고 있어 ‘어머니의 산’으로 불린다. 고어인 ‘엄뫼’를 의역해서 모악(母岳)이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영험한 기가 뭉쳐 있는 명당으로 알려져 증산교를 비롯한 숱한 신흥종교가 태동했다. 이 산을 중심으로 이상적인 복지사회를 제시하는 불교의 미륵사상이 개화했다. ●온갖 전설 얽힌 무속신앙의 본거지 모악산은 난리를 피할 수 있는 명당으로 널리 알려진 산이다. 각종 무속신앙의 본거지가 됐고, 신흥종교 암자가 난립하기도 했다. 많을 때에는 80여개의 암자가 있었다. 모악산 서쪽 자락 금평저수지 인근에는 증산교 본부가 자리 잡고 있다. 기를 품은 산이다 보니 세상이 혼란하면 사람들이 모여들어 사회개혁을 꿈꿨다. 통일신라 때 억압받던 백제 유민의 고통을 달래준 진표율사, 후백제를 세운 견훤, 조선 중기 ‘천하공물설(천하는 일정한 주인이 없다.)’ 등 혁신적인 사상을 품다 고발당해 자살로 생을 마감한 정여립, 동학혁명의 기치를 내건 전봉준 등 수많은 이들의 혁명정신이 깃든 곳이다. 모악산은 한때 북한 김일성의 시조묘 논란으로 화제가 됐다. 전주 김씨 시조 김태서가 모악산 명당 터에 묘를 써 김일성과 김정일의 운이 발복했다는 설이다. 산이 크고 역사가 깊은 만큼 많은 전설이 얽혀 있다. 정상으로 가는 능선길의 무제봉은 기우제를 올리던 곳이다. 조선시대 가뭄 때마다 전주감사가 산 돼지를 제물로 올리고 주민들은 농악을 울리며 밤을 지새웠다고 한다. 무제봉 왼쪽의 장군봉은 많은 사람이 신성시해왔다. 명당으로 소문나 몰래 묘를 쓰기도 했다. 그러나 이 줄기에 묘를 쓰면 가뭄이 들어 입산금지령까지 내려졌었다. ●접근성 뛰어난 근교산 모악산은 전북 전주시 중인동, 김제시 금산면, 완주군 구이면 등 3개 시·군에 걸쳐 있다. 전주 도심에서 차량으로 15분 안팎이면 도착할 정도로 접근성이 뛰어나다. 직장인들이 출퇴근 전·후에도 다녀올 만큼 시민들의 친숙한 쉼터이자 휴양지다. 이름처럼 언제 누가 찾아와도 어머니처럼 품에 안아주는 정겨운 산이다. 삶의 고단함과 괴로움이 모두 사라지고 새로운 의욕이 용솟음치는 기운을 준다고 한다. 동편 자락에는 전북도립미술관이 있어 건강을 챙기고 문화생활을 즐기려는 이들이 많이 찾는다. 산 주변은 경관이 아름답고 환경이 좋아 전원주택지로 인기가 높다. 완주군 구이면 모악산 자락은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일찍 터를 잡았다. 3.3㎡에 70만~100만원을 호가하지만 매물이 없을 정도다. 남서쪽 자락인 전주시 중인동 일대도 전원주택들이 앞다퉈 들어서고 있다. 전주시가 완산체육공원을 조성해 찾는 시민들이 급증했다. 모악산도립공원 관리사무소 이동훈씨는 “모악산은 산세가 아름답기도 하지만 불교, 증산교, 천주교 등 각종 종교문화가 발달한 특별한 지역”이라며 “탐방객이 연간 100만명에 이를 만큼 전북도민들로부터 사랑받는 호남의 명산”이라고 말했다. ●호남 4경의 아름다운 산 모악산은 봄경치가 아름답다. 모악춘경(母岳春景)은 호남사경(湖南四景) 가운데 제일로 꼽힌다. 4월에 피는 벚꽃과 배롱나무 꽃은 장관이다. 두번째가 변산반도의 하경(夏景)이요, 세번째는 내장산의 단풍, 네번째가 백양사의 설경(雪景)이다. 봄이 아니어도 모악산은 수려한 자태를 자랑한다. 정유재란, 동학농민운동, 한국전쟁 등을 거치면서 큰 나무는 거의 베이거나 불에 탔지만 끈질긴 생명력으로 빠르게 상처를 회복했다. 전북녹색연합 한승우 사무국장은 “모악산은 도시 근교에 있지만 멸종위기 생물들이 서식할 만큼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고 생태계가 건강하다.”면서 “전주시의 녹지 핵심공간으로 보호하고 가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산이지만 등산코스는 만만하지 않다. 4개의 등산코스가 모두 2시간30분 이상 소요된다. 가장 인기 좋은 완주군 구이면 주차장~대원사~수왕사~금산사 주차장 코스는 4시간이 걸린다. 구이면 원기리 모악산 들머리에서 고은 시인의 시비를 지나면 왼쪽에 선녀폭포, 사랑바위, 선녀다리를 만난다. 선녀와 나무꾼이 사랑을 속삭이다 노여움을 사 바위로 굳어져 석상이 됐다는 애틋한 전설이 전해오는 곳이다. 20분쯤 오르면 보덕화상의 제자 대원스님이 창건했다는 대원사에 이른다. 증산교 창시자 강일순이 깨달음을 얻은 곳으로 유명하다. 정상에는 방송사 중계탑이 있다. 최근에 옥상을 공개해 산 정상을 도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민원이 다소 가라앉았다. 정상에 서면 사방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경관에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동으로는 한폭의 수채화 같은 구이 호반이 눈길을 붙잡는다. 서쪽으로는 호남평야가 발아래 펼쳐진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변산반도까지 보인다. 남쪽으로는 멀리 내장산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북으로는 전주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호남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구이, 금평 등 대다수 저수지와 하천은 그 물의 근원을 모악산에 두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관개시설인 벽골제도 젖줄이 모악산에 닿아 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퀸 8월호]청와대를 용산으로 옮기라고?!

    [퀸 8월호]청와대를 용산으로 옮기라고?!

    나라 안팎으로 어수선한 요즈음 청와대를 옮겨야 한다는 의견이 풍수지리 전문가들 사이에서 힘을 얻고 있다. 풍수지리 전문가들은 “혼란을 수습하고 국가의 도약을 위해서는 청와대 이전이 꼭 필요하다”면서 구체적으로 청와대를 이전할 터까지 거론하고 있다고 종합여성지 Queen 8월호가 보도했다.  특히 지종학풍수지리연구소 지종학 소장은 “한반도 전체에서도 노른자위에 속하는 천혜의 명당 용산으로 청와대를 옮김으로써 우리 민족의 주체성을 확립하고 부국강병을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해 관심을 모은다.  주산인 북악산이 머리를 잔뜩 동쪽으로 꼬고 있어서 마치 청와대와 경복궁을 꼴도 보기 싫다고 외면하는 형상이 청와대 터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한 지 소장은 지금의 위치보다 풍수적으로 훨씬 나은 곳으로 용산을 추천했다.  그는 그 근거로 용산이, 삼각산(북한산)에서부터 숨가쁘게 달려온 목마른 용이 비로소 물을 만난 갈용음수(喝龍飮水)의 땅으로서 예로부터 재물이 쌓이는 땅이라는 점을 들었다. 실제로 용산은 고려시대에는 부의 근원이 되는 고을이라는 뜻의 ‘부원현(富原縣)’으로 불렸으며, 조선시대에는 팔도에서 한강을 따라 올라오는 세곡선이 짐을 푸는 곳으로 선창, 병영창 등 곡식을 가득 쌓아두던 창고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풍수지리학적 관점에서 살펴본 청와대는 흉가에 가깝다”는 영목풍수지리연구소 김성수 소장은 청와대는 북악산 뒤쪽 삼각산에서 보면 골이 파여 있어 골육상잔이 나게끔 되어 있는 데다 뒤에서 엿보는 규봉(도둑봉우리)마저 있어 살기가 있고 나쁜 일이 많이 생긴다고 분석했다.  김 소장은 청와대를 이전하면 좋을 명당이자 우리나라가 영구 창생할 자리로 창경궁을 거론하며 “창경궁은 북악에서 흘러온 용맥의 주맥이 생기처를 이루는 곳으로 부근의 문화재를 전혀 훼손하지 않고 대통령 관저를 짓기에 모자람이 없는 터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터는 사기가 충만하여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규정하는 대한풍수지리연구원 김승기 원장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전직 대통령들의 불행을 보면 더 이상 설명이 필요가 없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민족의 숙원인 남북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통일 때까지는 현 청와대 남방에 길지가 있으며, 한반도 통일 후의 청와대 터는 현 자리에서 북방에 위치해야 국운이 상승하여 세계열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자세한 내용은 Queen 8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Queen 기사 원문보기 [매거진 ‘퀸’ 다른기사 보러가기] ☞[퀸 7월호]이 여자의 삶-싱글맘 배종옥이 행복하게 사는 이유 ☞[퀸 7월호]홍승기 변호사 김용희 판사의 일탈,참을 수 없는 매력 ☞[퀸 6월호]웃음 되찾은 가수 구준엽,여성지 첫 母子 인터뷰 ☞[퀸 6월호]Front Essay-작가 은희경의 ‘소설가로 산다는 것은’ ☞[퀸 6월호]두려움 떨치고 대중 앞에 서기까지 심경 풀 고백
  • 신부·스님 나란히 유럽 가톨릭 체험기 출간

    신부와 스님의 유럽 가톨릭 체험기가 나란히 나왔다. 서울 한남동 천주교 성당 김형찬 주임신부와 대구 선본사(갓바위) 주지 향적 스님이 각각 직접 몸으로 부딪친 이탈리아 성지순례기와 프랑스 수도원 체험기를 냈다. ‘땅 위에는 하늘을 담은 곳이 있다’(주심 펴냄)는 지난해 4월 김 신부가 본당 신자 30여명을 인솔하고 이탈리아를 다녀온 뒤 썼다. 한국인들이 잘 찾지는 않지만 성인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몬테카시노, 피에트렐치나, 란치아노, 아시시, 시에나, 로마 등 10여개 도시를 10일간 돌아본 기록이다. “해외여행 정보와 자료는 많지만 성지순례의 특성을 살린 정보는 드물어 안타까웠다.”고 밝힌 김 신부는 이 여행을 위해 직접 순례코스를 짜고 신도들을 위한 현지 가이드 역할도 했다. 애초 기획처럼 진정한 의미의 순례가 될 수 있도록 현지 성당마다 들러 미사를 올리고 기도를 드렸다고 한다. 책은 영성을 위한 길을 떠나는 일행의 여정이 잘 나타나 있다. 곳곳에 가톨릭 신앙에 대한 해석도 함께 전하고, 사제로서 여행지에서 겪은 에피소드들도 소개한다. 또 순례 안내서로서 방문했던 성당의 전화번호·홈페이지는 물론 미사·순례 시간, 일행이 머문 호텔 위치 등 유용한 정보도 함께 담았다. 1만 5000원. 한편 향적 스님의 ‘프랑스 수도원의 고행’(금시조 펴냄)은 20년 전 스님이 프랑스 피에르키비르 수도원에서 수행했던 것을 인연으로 낸 체험기다. 1년가량 수도사들과 함께 생활한 스님은 “불교의 묵조선(默照禪)과 수도원의 묵상기도나, 육체노동의 신성함을 강조하는 등 둘 사이의 공통점을 보면 동서양 종교의 근원은 결국 하나의 물줄기라는 생각이 든다.”고 감상을 밝히며, 승려의 눈으로 본 수도원 생활을 전한다. 스님은 저술을 위해 최근 다시 프랑스 수도원을 들렀다고 한다. 책에는 체험기 외에도 이해인 수녀와의 종교화합 대담을 비롯, 각종 기고 칼럼과 법문도 함께 모았다. 책 후미에는 체험기 일부를 불어로 번역해 실었다. 1만 5000원.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미디어법 통과 후폭풍] 한나라 민생행보로 국면 전환

    한나라당이 미디어 관련법 강행 처리의 후폭풍을 차단하기 위해 ‘민생 챙기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민생 이슈를 주도해 오는 10월 재·보선 국면을 준비하는 한편 여권의 인적 개편과 국정쇄신을 통한 ‘근원적 처방’을 뒷받침한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당 지도부는 8월 한달 동안 전국을 돌며 민생 현안을 점검하고 대안 마련에 주력하기로 했다. 국회 예결위 소속 당 의원 29명이 4개조로 나눠 16개 시·도를 방문, 예산에 반영할 만한 지역 민원을 청취하는 계획도 잡았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24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비정규직 근로자의 가슴 아픈 현실이 방치돼 있고, 서민을 위한 민생법안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서민생활 관련 법안이 다음 국회에서 차질 없이 처리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을 겨냥해 “5개월이 넘는 등원 거부, 거리 투쟁과 농성, 국회법 무시, 폭력 행사, 반대를 위한 반대, 이명박 발목잡기에 전력을 쏟는 게 제1야당의 존재 이유인지 묻고 싶다.”면서 “지금이라도 국회로 돌아와 정치파업이 아닌 민생 정책 경쟁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김성조 정책위의장은 “당내 각 정책조정위원회와 관련 상임위가 8월 한달 동안 어떻게 활동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도록 했다.”면서 “이를 토대로 9월 정기국회 활동과 관련한 세부 사항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미디어법 통과 후폭풍] 9월 전대 신경전…이재오 최고위원론 솔솔

    [미디어법 통과 후폭풍] 9월 전대 신경전…이재오 최고위원론 솔솔

    한나라당내 각 계파가 서울시당위원장 경선 이후 ‘9월 전당대회론’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9월 전대론에는 주류내 이재오계와 정두언 의원, 일부 쇄신파가 총대를 멨다. 청와대와 내각의 개편에 맞춰 여당도 일신해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 대비해야 한다는 논리다. 특히 이재오(얼굴) 전 최고위원의 정치 복귀를 꾀하는 이재오계가 적극적이다. 공성진 최고위원은 24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빨리 전대를 해서 새 지도부가 출범해야 근원적인 처방을 할 수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갈등의 폭이 크다면 그 후유증은 어떻게 추스르겠느냐.”고 말했다. 9월 전대론은 박희태 대표의 경남 양산 재선거 출마론에서 비롯된다. 출마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는 박 대표가 9월쯤 대표직을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선 차점자인 정몽준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승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 최고위원은 다시 전대를 열어 대표직을 쟁취하는 데 더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날 서울시당위원장 경선에서 이재오계와 정 최고위원이 지원한 전여옥 의원이 낙선하면서 9월 전대론에 빨간 불이 켜졌다. 당원들이 아직 이 전 최고위원이 전면에 나서는 것에 부담을 가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일각에서는 당헌·당규를 고쳐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선출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이 전 최고위원이 당 대표가 아니라 최고위원에 출마하는 시나리오다. 정 최고위원을 대표로 내세워 이 전 최고위원의 복귀에 대한 거부감을 희석시키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친박은 여전히 9월 전대에 반대한다. 결국 ‘이재오 복귀’를 위한 게 아니냐며 일축한다. 9월에 전대가 열려도 불참한다는 입장이다. 온건 성향의 한 친이 의원도 “서울시당위원장 경선은 ‘9월 전대는 어렵다.’는 당원들의 메시지”라면서 “친박과 계속 싸워선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당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日, 천황제 논의 비켜가는 한 진정한 식민지 사과는 난망”

    “日, 천황제 논의 비켜가는 한 진정한 식민지 사과는 난망”

    재일동포 학자 윤건차(65) 가나가와대 교수는 30년간 한·일관계와 민족문제 연구에 매진해왔다. 해방 직전 일본 교토에서 태어난 그는 남한과 북한, 일본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않는 ‘자이니치’(재일조선인)란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일 현대 사상사와 지식인 사회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포착하는 데 집중했다. 한국 지식인의 이념 지형도를 제시해 큰 반향을 일으킨 ‘현대 한국의 사상 흐름’(2000년)과 ‘한·일 근대사상의 교착’(2003년) 등이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윤 교수가 지난 5년간 한·일 현대사의 소용돌이에서 양국 지식인의 사상적 흐름을 비교분석해 집필한 신간 ‘교착된 사상의 현대사-1945년 이후의 한국·일본·재일조선인’(창비 펴냄)이 국내에 출간됐다. 지난해 ‘사상체험의 교착’이란 제목으로 일본에서 먼저 소개된 것으로, 지금까지 그가 연구한 한·일 사상사 연구의 결정판이다. 이 책과 첫 시집 ‘겨울숲’(화남 펴냄)의 동시 출간에 맞춰 방한한 그를 지난 20일 서울 명동에서 만났다. 윤 교수는 “‘사상체험’은 머릿속 생각만이 아니라 실천을 통해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 결과가 현재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이 책은 1945년 해방 또는 패전 이후 한국, 일본, 재일조선인의 역사 속에 각인된 사상체험에 대한 탐구서”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연구는 정보 수집이 어려워 거의 다루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그가 보기에 일본 사회의 근원적인 사상 과제는 천황제이다. 그는 “마루야마 마사오, 와다 하루키 등 일본의 진보적 지식인도 천황제 문제는 비켜간다. 천황제에 대한 논의가 터부시되는 한 식민지 과거를 둘러싼 일본의 태도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때문에 한국은 일본 측에 사과를 계속 요구하되 섣부른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최대 과제는 남북 분단의 극복이다. 그는 “북한에 대해서 비판적인 생각을 갖고 있고, 또 통일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보지 않지만 식민지배의 유산을 극복하는 가장 중요한 과업임에는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이 책에서 독특한 시도를 했다. 한국, 일본, 재일조선인의 사회상을 대표한다고 보는 시 68편을 뽑아 분석 자료로 활용했다. 그는 “사회과학으로 온전히 파악할 수 없는 인간의 감정을 파악하려면 문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직접 시를 쓰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는 “내 시에는 일본과 남북한, 세 개의 나라 사이에서 살 수밖에 없는 재일조선인으로 어떻게 고민하고 투쟁하며 살아왔는지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시집 ‘겨울숲’은 대학 때 썼던 시와, 지난해 아내와 사별한 뒤 집중적으로 쓴 시들을 모은 것이다. 윤 교수는 향후 과제로 ‘자이니치 정신사’ 연구를 꼽았다. 재일조선인 2세대로서 1세대와 3세대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여긴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아마도 자서전을 쓰는 느낌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올해 안식년인 그는 가을 학기에 숙명여대 대학원에서 강의를 맡는다. 그는 “한국에 머무는 동안 가능한 한 많은 경험을 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김형준 정치비평] 미디어법 담판과 역지사지의 정치

    [김형준 정치비평] 미디어법 담판과 역지사지의 정치

    여야가 핵심 쟁점 법안인 미디어법에 대한 최종 담판에 착수했다. 하지만 의견 차가 워낙 커서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 한나라당은 2012년까지 지상파의 소유와 경영에 대기업과 신문의 참여를 유보하는 협상안을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지상파든 종합편성채널이든 보도전문채널이든 신문이 참여하는 것 자체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법이 극적으로 타결되든 결렬되든 간에 이제 상쟁과 공멸의 의회 정치는 끝을 내야 한다. 걸핏하면 점거 농성하고, 수시로 합의를 뒤집고, 소수의 대표들만 모여서 밀실에서 협상하는 후진적인 관행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재의 비뚤어지고 왜곡된 의정 문화를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 KBS와 동서리서치가 지난 7월9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여야가 서로 반목하는 원인으로 ‘대화와 타협의 정치문화 부재’(27.2%), ‘국회의원의 자질 부족’(21.6%), ‘상호간의 불신’(17.3%) 순으로 대답했다. 여야 간 대화와 타협이 잘 안 되는 이유로 ‘보스 중심의 계파 정치’(30.9%)와 ‘당론 중심의 표결’(27.0%)을 가장 많이 지적했다. 이런 조사 결과가 주는 함의는 의원들이 자신의 정치 철학과 신념을 갖고 양심에 따라 정직하게 의정 활동에 임해야만 국회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의원들은 ‘나는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는 국회법 46조와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라는 114조 2항을 금과옥조로 삼아 정파적 또는 계파적 이익에서 벗어나 국민만을 바라보며 우직하고 양심적인 의정활동을 펼쳐야 한다.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은 과거 열린 우리당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지난 2004년 열린 우리당은 참여정부의 존재 이유였고 지상 과제였던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 개혁 입법을 힘으로 밀어붙이려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조차 “박물관으로 보내야 한다.”고 했던 국가보안법은 여론과 야당의 극렬한 반대에 직면하면서 다수 의석을 갖고 있었던 진보세력이 법 개정을 포기했다. 실제로 2004년 10월29일 한 언론기관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가보안법 폐지와 형법보완 입법에 대해 찬성은 35.9%인 반면 반대는 58.6%였다. 비슷한 시기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노무현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분야는 경제회복(75.6%)으로 나타났으며 집권당이 추진하는 정치개혁(7.2%), 과거사문제(2.4%), 언론개혁(1.3%)은 우선순위에서 뒤처져 있었다. 국민의 다수가 반대하는 법안은 어떤 논리와 명분으로도 일방적으로 관철시킬 수 없다. 또한 국민이 요구하는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려있는 법안을 힘으로 밀어붙일 경우 엄청난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 힘으로만 밀어붙이려는 권위주의 정치를 종식시키고, 민생우선의 서민 정책을 펼치며,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야당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바로 여당 성공을 위한 근원적인 처방이다. 야당도 반대를 위한 반대의 나쁜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핵심 쟁점에 대해선 국민앞에 떳떳하게 대안을 제시하고 심판받아야 한다. 더욱이 목적이 합당하면 이를 수행하기 위한 수단이 불법이라도 정당화될 수 있다는 편의주의적인 시각도 버려야 한다. 걸핏하면 국회를 포기하고 길거리로 나가 투쟁하는 자기 부정적이고 패배주의적인 행보도 자제해야 한다. 엄밀히 따져 보면 이번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 승자는 없고 모두가 패자이다. 성공하는 정치의 핵심은 민심을 제대로 읽는 것이다. 여야 모두 민심은 공기와도 같은 것이어서 민심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것은 마치 공기를 거부하면서 결국 질식되어 죽음의 길로 가는 것과도 같다는 것을 깊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 교수
  • [열린세상] ‘先대책 後개발 원칙’ 지켜야 / 신방웅 한양대 석좌교수 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

    [열린세상] ‘先대책 後개발 원칙’ 지켜야 / 신방웅 한양대 석좌교수 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

    도시가 형성되면 사람과 물자가 원활하게 소통되어야 한다. 하지만 여러 여건상 완벽하지 못한 것도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세계의 풍경이다. 선진국일수록 많은 시민들이 보다 편안하게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고려와 배려가 필요하다. 선진국의 필요충분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살다 보면 할 수 없어서 안타까운 경우도 있고, 할 수 없는 불가피한 사정도 있다. 꼭 해야 할 일은 하는 게 인간의 도리이기도 하다. 내가 살고 있는 경기도 일산신도시는 삶의 환경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만족스럽다. 호수변을 따라 직장까지 걸어서 출근하는 즐거움은 그 어디에도 비길 데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만이 있다면 서울로 오가는 교통체증이다. 서울과 주변 도시간의 교통연계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불가피한 과제이다. 어떻게 해야 시민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고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것이 정책입안자의 책무이기도 하다. 이를 해결하려면 우선순위와 예산 등이 문제가 된다. 어느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의 교통혼잡비용이 전국의 54.5%인 12조 9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업무상 서울을 오가는 필자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주거환경면에서는 일산신도시는 손꼽을 정도로 좋지만 서울이나 인근 도시로 나갈 때면 교통체증을 고려하는 게 습관이 됐다. 도로상황을 미리 확인하고 한 시간 정도는 일찍 출발해야 마음이 놓인다. 일산의 이런 이중성은 수도권의 교통 혼잡 때문에 빚어진 결과다. 개발에 앞서 교통대책을 철저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평범한 명제를 간과한 대가다. 수도권 신도시가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서울과 주변도시간의 교통연계는 불가피하다. 일산신도시가 있는 수도권 서북부지역은 자유로 건설 이후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한 사례가 거의 없다. 일산에서 서울시청까지 가려면 지하철로 85분, 승용차로 67분 정도 걸린다. 출·퇴근에만 3시간을 소비해야 한다. 일산주변에는 고양시의 풍동, 삼송, 식사, 덕이, 향동, 지축지구와 국제전시장, 파주시의 운정, 선유지구와 월롱첨단산업단지가 2014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이 사업들이 완료되면 이 일대의 교통수요 발생량은 지금보다 몇 배 이상이 될 것이다. 정부가 경의선 복선전철을 개통했고, 대심도 고속철도 등 대중교통망 확충을 계획하고 있다. 서울 상암동에서 일산을 거쳐 파주를 연결하는 제2자유로에 대한 기대가 크다. 내년 6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전체 구간의 완전개통은 2011년쯤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심도도 발상은 훌륭하지만 지방자치단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일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여건이 많이 좋아지겠지만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여가와 쇼핑 등 통행목적이 다양해지는 만큼 출발지와 목적지를 ‘도어 투 도어 서비스’로 연결할 수 있는 광역도로망이 함께 건설돼야만 근원적인 해결이 가능하다. 도로는 탄소배출을 수반하는 사회기반시설이다. 하지만 적정한 도로망은 자동차 통행시간을 감소시켜 오염물질 배출을 줄일 수 있다. 따라서 수도권 서부지역의 균형발전의 기틀을 제공할 수원~광명~서울~문산 고속도로 축은 수도권의 서북부와 서남부를 고속으로 연결, 교통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런데 인근 지방자치단체들이 노선계획 협의과정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해 착공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주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개발계획 수립에는 관심을 가지면서도 선행되어야 하는 교통인프라에 대한 고려는 간과하는 것이 문제다. 도로는 필요한 시기에 공급되어야 혼잡비용을 줄이고 주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되새기길 바란다. ‘선대책 후개발’이라는 원칙에 맞춰 교통대책을 세우고 그에 맞게 광역도로망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개발해야 한다. 광역도로망은 수도권의 신도시들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필수적 요소이다. 신방웅 한양대 석좌교수 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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