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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페인 위기 불씨, 美·英 부채질 탓?

    스페인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내내 머리를 맴돈 것은 스페인 ‘경제위기설’이었다. 과연 얼마나 심각할까. 잠시 1997년 한국이 겪었던 외환위기와 겹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마드리드에 도착한 뒤 받은 첫인상은 선입견을 철저히 배신했다. 분명 스페인은 언제 위기에 빠질지 모르는 살얼음판을 지나고 있다. 하지만 마드리드에서 만난 이들의 대체적인 반응은 “힘들긴 하지만 잘 이겨낼 것이다.”로 요약할 수 있었다. 물론 스페인의 경제지표는 좋지 않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마드리드 지사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실업률 추정치는 19.5%에 이른다. 마드리드 시내에서 만난 대학생 호세 로드리게스는 “내 주변에 있는 졸업생 가운데 취업한 사람은 손으로 꼽을 정도”라면서 “나 역시 졸업하고 나면 곧바로 실업자가 될까 두렵다.”고 털어놨다. 스페인의 무역수지는 531억 달러 적자다. 높은 실업과 긴축재정으로 인해 소비가 얼어붙었다. 그나마 주변국의 경제회복에 힘 입어 지난해 산업 생산과 수출이 늘어난 것이 위안거리다. 스페인 정부 역시 허리띠를 졸라매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7월 부가가치세를 16%에서 18%로 인상했고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 400유로 근로소득세 환급제도를 폐지했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해 5월과 12월 각각 150억 유로와 144억 유로에 이르는 강도 높은 긴축재정을 추진했다. 공무원 임금을 10년간 5% 삭감하고 2500유로에 이르는 출산장려금 지원을 중단했으며 주요 공항 운영권을 민간에 이양했다. 장기실업자 보조금도 지난 1월 폐지했다. 스페인 위기설에 대한 경보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21일 스페인이 여전히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각에선 스페인 정부의 긴축 조치와 심각한 실업에 항의해 20만명이 대규모 시위를 벌인 지 이틀 만에 보고서가 나왔다는 ‘시점’을 주목하기도 했다. 적잖은 전문가들은 스페인의 상황이 여러 가지로 어려움에도 그리스나 아일랜드와는 분명히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며 ‘위기설’을 배격한다. 실제 지난해 10월에는 IMF도 올해 경제성장률을 전년도 0.3% 적자보다 호전된 0.7% 흑자로 전망했다. 유럽연합(EU) 역시 지난 2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7%로 예상했고 지난해 12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0.9%로 추정했다. 시민들의 표정에서도 별다른 그늘을 느낄 수 없었다. 일부러 길을 물으며 말을 붙였을 때 느껴지는 분위기는 너무 친절해서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시민들은 여유가 넘쳤고 곧 있을 여름 휴가 한 달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고 있었다. 실질구매력(ppp) 대비 국내총생산(GDP) 수준만 놓고 보면 한국과 스페인이 비슷하지만 삶의 여유에 있어서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느껴졌다. 한 마드리드 시민은 경제 상황이 나쁜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국제 투기꾼들과 금융회사들이 자꾸 ‘위기가 다가온다’는 식으로 위기를 부채질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어떤 이는 기자가 영국을 거쳐 마드리드에 왔다는 말을 듣고는 “힘들기는 영국 친구들이 더하지.”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스페인과 영국의 공공요금 등 체감 경기만 비교해 봐도 이런 선입견은 바로 깨진다. 런던의 지하철 기본요금은 4파운드(약 6930원)지만 마드리드에선 1유로(약 1537원)다. 그나마 런던은 구간에 따라 요금이 급격히 늘어나지만 마드리드는 구간별 요금 차이가 없다. 런던의 인터넷 사정이 유럽에서 최악이라는 것은 런던 시민들조차 인정할 정도다. 기자가 머문 런던 호텔에서는 24시간 인터넷 요금이 12.95파운드(약 2만 2450원)나 됐지만 마드리드에 있는 호텔에선 4유로(약 6150원)를 요구했다. 영국의 대표적인 가격 비교 웹사이트인 머니수퍼마켓이 지난달 공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6개월간 영국의 가구 평균 공공요금은 1주일에 54파운드나 늘었다. 전문가들은 가구당 연평균 500파운드의 에너지 요금이 인상될 것으로 전망한다. 런던에서 4명이 공동으로 기거한다는 대학생 마틴 웹은 “지난 1분기 전기요금이 500파운드나 나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거기다 올해 1월 보수-자유민주 연립정부는 선거공약과 정반대로 17.5%였던 부가가치세를 20%로 전격 인상했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왜 ‘스페인 위기설’은 지난해 2월 초 이래 되풀이되는데 ‘영국 위기설’ 얘기는 들을 수가 없을까. 이는 ‘위기설 담론’을 누가 생산하는지가 실마리가 될 것이다. 스페인 위기설의 진원지는 미국과 영국계로 나뉜 3대 신용평가회사, 미국에 본부를 둔 IMF와 세계은행,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에 기반한 투자은행과 헤지펀드 등이다. 게다가 미국과 영국의 주요 언론들은 유로화가 생기기 전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유로화의 ‘태생적 한계’로 인한 ‘붕괴 위기설’을 전파해 왔다. 미국이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심각한 위기에서 잠시 숨을 돌린 2009년 말부터 국제사회에선 본격적으로 재정적자에 따른 일부 국가 위기설이 흘러나왔다. 스페인 역시 위기설의 포화를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만악의 근원’처럼 묘사되는 재정적자와 정부부채를 수치로 비교해보면 상황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지난해 기준 영국의 GDP 대비 재정적자와 정부부채는 각각 10.4%와 80.0%였다. 미국은 연방정부와 주정부를 합해서 지난해 재정적자가 10.8%, 정부부채는 99.5%나 됐다. 이에 반해 올해 스페인의 GDP 대비 재정적자와 정부부채는 6.7%와 68.7%로, 영국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재정적자에 따른 위기’가 설 자리는 어디일까. 혹시 우리는 1997년 외환위기를 순전히 ‘내 탓이오’로 기억하는 마음으로 스페인에 대해서도 ‘네 탓이오’라고 단순하게 여기고 마는 것은 아닐까. 강국진 순회특파원 betulo@seoul.co.kr
  • “1997년 외환위기 이긴 韓처럼 구조조정 하라”

    ‘유럽은 1997년 아시아 경제위기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미국 월가의 유명 경제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이 27일 블룸버그통신에 게재한 칼럼의 내용이다. 그는 지금의 그리스가 1997년 아시아 경제 위기의 모양새를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에 배울 게 많다고 지적한다. 페섹이 소개한 5가지 교훈을 정리해 봤다. 채무불이행(디폴트)은 불가피하다 1997년 7월. 태국이 밧화(貨)를 절하했을 때 인도네시아는 ‘설마 태국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결국 같은 신세로 전락했다. 한국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를 피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끝내 손을 벌렸다. 그리스도 현실을 받아들이라. 빚을 청산하라 1997년 12월 한국은 570억 달러(약 62조원)의 구제금융을 받은 뒤 세율을 낮추고 부실 기업이 파산하도록 강력한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부채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밝혔다. 그리스가 본받아야 할 교훈은 이 점이다. 신속하게 채무를 조정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싱가포르 소재 LGT 그룹의 남아시아 투자 전략 책임자 사이먼 그로스 호지는 “아시아 경제위기는 문제의 근원에 빠르게 대처할수록 회복 속도도 빨라진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개혁을 잊지 말라 재정 개혁도 중요하지만 일단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장기적 비전이 필요하다. 그래야 기업이 변하고 고용이 창출된다. 아시아는 위기를 겪은 뒤 서비스 부문을 개방하고 관료주의와 연고주의의 부작용을 줄여 나가는 등 발빠르게 움직였다. 허리띠만 졸라맨다고 위기가 극복되지 않는다. ’증세’보다는 ‘성장’이다 일본은 경제위기 당시 엄청난 국채를 발행하며 재정적자를 풍선처럼 키웠다. 결국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소비세를 인상했다. 이는 막 일어나려던 회복의 가능성을 다시 죽인 결과를 초래했다. 지금의 국제 환경에서는 재정 균형과 동시에 성장의 발판을 키워야 한다. 새롭게 출발하라 시장은 빨리 잊고 빨리 용서해준다. IMF 구제는 엄청난 대가를 요구하겠지만 아시아는 이를 발판으로 급부상했다. 그리스에 대한 IMF의 조건은 인도네시아, 한국, 태국에 대한 조건만큼 가혹하지도 않다. 아시아의 사례는 위기 뒤에 새로운 삶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공직사회는 지금] 인사철마다 급증하는 음해성 투서

    [공직사회는 지금] 인사철마다 급증하는 음해성 투서

    투서(投書)는 남을 헐뜯거나 직위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익명으로 잘못이나 약점을 고발하는 글을 말한다. 현 정부 집권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공직사회에 줄서기와 함께 갖가지 투서가 접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중앙부처와 대전청사·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부처나 기관에 한달 평균 20~30건의 투서가 접수된다. 투서를 조직을 와해시키는 행위로 비난하면서도 사정반이나 정보부서에서는 이를 적절히 활용하기도 한다. 공직사회에 만연되고 있는 투서의 유형과 근절되지 않는 이유, 대안 등을 알아본다. 최근 잇따른 중앙부처의 연찬회 향응제공 비리가 밝혀진 것은, 일부 투서 내용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외교 공관장의 비리가 드러난 ‘상하이 스캔들’도 현지 교민의 투서에서 비롯됐다. 투서는 인사철이면 극성을 부린다. 경쟁자를 떨어뜨리고 본인이 유리한 위치에 서기 위해 평소 잘 따르는 부하 직원을 시키기도 하고, 외부 사람을 이용하기도 한다. 투서는 대부분 음해성으로 사실이 아닌 경우가 많다. ●감사팀 “무기명 투서도 검토할 수밖에…” 청와대 민정라인의 핵심 관계자는 “투서가 거의 매일 들어오지만 인사철이 되면 건수도 많아진다.”면서 “익명 투서는 무시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경우는 참고 자료로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부처나 기관의 감사 담당자들은 ‘투서’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음해성의 악의적 내용으로 확인도 어려운 데다 자칫 본인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관에서는 익명 투서는 참고용으로, 실명은 조사 후 회신하는 방식으로 내부 방침이 정해져 있다. 내부적으로 무기명 투서에 대해서는 답변해 줄 필요도, 전달할 방법도 없지만 업무상 읽어 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구체적으로 심증이 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은밀히 감사를 벌이기도 한다. 투서로 인해 마음 고생을 하거나, 공직에서 불이익을 받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노름과 관련된 투서는 지금도 흔하다. 과천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 A씨. 퇴근 후 별 부담 없이 음식점에서 밥값 내기 고스톱을 쳤는데 느닷없이 조사를 받았다. 근무 시간이 아니고 밥값 내기로 판돈이 크지 않았다는 점 등이 고려돼 징계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노름꾼이라는 소문이 퍼져 곤욕을 치르고 있다. 대전청사 내 어느 청에서는 고위 간부인 B씨가 노래방에 자주 다닌다는 투서가 있었다. 승진 인사를 앞두고 B씨를 흠집내기 위한 것이었다. 신빙성이 없어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지만 당사자는 마음의 상처를 입고 한동안 고생을 했다. 투서로 인해 공직을 그만둔 기관장도 있다. 올해 4월 김구섭 한국국방연구원(KIDA) 원장은 임기를 한 달도 채 남겨 놓지 않은 상태에서 해임됐다. 김 원장은 2009년 10월 직원인 조모 육군 대령으로부터 인사청탁과 함께 2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감사원 감사에 적발돼 해임을 요구하는 감사 결과를 통보받았다. 당시 김 원장은 “감사원 조사 내용이 표절한 연구 결과물을 제출해 면직처분을 받은 전직 KIDA 연구원 2명이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제출한 투서에서 모함한 내용과 동일하다.”며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물러나고 말았다. 주위 사람들은 “직원의 투서가 발목을 잡은 것”이라고 말한다. 투서는 각종 선거에서 무차별적으로 양산된다. 지난해 지방선거 후 한 자치단체 군수 부인이 기능직 공무원을 특별채용하는 과정에서 1000만원을 받았다는 투서가 수사기관에 접수됐다. 내용에는 돈을 건넨 사람의 이름과 돈을 받은 장소 등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 투서는 선거과정에서 대립했던 상대 후보의 측근이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특수수사대는 내용과 정황이 그럴듯해 지난해 10월부터 수사에 착수, 최근까지 수사를 벌였지만 혐의를 입증할 구체적인 근거를 찾지 못했다. 문제는 해당 군이 주관하는 각종 공사입찰 등에 대해 전방위 수사가 진행됐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군청 직원들은 “행정업무에 차질은 물론이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최근엔 강원도 강릉시의 간부들이 뇌물수수 혐의로 잇따라 구속되는 상황에서 해당 시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투서가 잇따라 검찰과 언론사에 접수돼 망신을 샀다. 춘천지검 강릉지청은 인사 청탁 대가로 부하 직원으로부터 수천만원 상당의 승용차를 뇌물로 받은 김모(59) 전 행정지원국장을 특가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지난 13일 구속했다. 또 부하 직원 A씨를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 전엔 시장과 국장급 간부의 비리를 고발하는 A4용지 3장 분량의 투서가 우편으로 배달됐다. 투서는 ‘강릉시 공무원 노동조합’ 명의로 돼 있지만 해당 노동조합에서는 투서를 보낸 적이 없다고 밝혀, 누가 단체 이름까지 도용해 보낸 것인지를 두고 추측만이 난무한다. 조달청이나 한국철도시설공단처럼 계약이 많은 기관에는 ‘…카더라, …한다더라’와 같이 팩트가 분명하지 않은 의혹 제기가 많다. 담당 부서는 조사나 입증이 힘든 내용이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어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라져야 할 관행 vs 비리색출 필요악 투서는 행정력 낭비뿐 아니라 불신을 조장하는 근원이라는 점에서 사라져야 할 관행이고, 잘못된 행위로 치부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필요 악’이란 주장도 나온다. 총리실이나 감사원 등에서 공직 비리 행위를 적발할 수 있는 것도 투서나 제보가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윤리지식연구소 조은경 소장은 “최근 음해성 투서는 전문 브로커들까지 개입해 치밀하게 작성되기 때문에 사정반이나 수사기관이 나설 수밖에 없게 만든다.”면서 “결국 이런 과정에서 선의의 피해자들이 나오고, 사실을 규명하기 위해 행정력이 낭비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관마다 무기명 투서에 대해 참고만 하거나 아예 무시한다고 말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확인에 들어가기 때문에 근절되지 않는다.”며 “내부 고발자에 대한 보호법 등에 따라 제보·고발자의 이름을 떳떳하게 밝히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처종합·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다양한 시각으로 ‘대장경의 모든 것’ 조명

    다양한 시각으로 ‘대장경의 모든 것’ 조명

    고려 초조대장경(1011~1087) 발원 1000년을 맞아 대장경과 관련한 대규모 국제학술대회가 열린다. 고려대장경연구소(소장 종림스님)와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소장 김천학)가 오는 26∼29일 대구 인터불고호텔 컨벤션홀 및 세미나룸에서 여는 ‘대장경-2011년 고려대장경 1000년 기념 국제학술대회’가 그것이다. 대회의 특징은 고려대장경을 중심으로 세계 대장경을 집중 조명하는 첫 국제학술대회라는 점이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중국, 일본 등 총 9개국 27명의 대장경 관련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이 가운데 팔리성전협회 회장인 영국 루퍼트 괴틴 교수를 비롯해 인도 티베트불교 원전 연구를 주도한 미국 루이스 고메스 교수, 일본 후나야마 도루 교수와 가라시마 세세이 교수, 김천학 불교문화연구소장, 남권희 경북대 교수 등이 눈에 띈다. 대회에선 ‘역경과 전승, 그리고 전산화’, ‘언어와 역경, 그리고 유포’, ‘고려대장경의 재조명’, ‘동아시아에서의 대장경’, ‘경전과 지역성’, ‘불교의 근원과 전승’,‘사본, 편찬, 그리고 소장처’, ‘고려초조대장경의 서지학과 고고학’, ‘경전과 가상공간’ 등 9개 분과를 통해 총 27편의 논문이 발표될 예정. 한역 대장경뿐만 아니라 팔리어, 산스크리트어, 티베트어 등 여러 언어로 만들어진 대장경의 편찬과 역경, 전승 과정을 살피면서 다양한 시각으로 대장경을 조명하게 된다. 고려대장경의 서지학·고고학적 의미를 중심으로 사본의 편찬·번역과 관련한 문제들이 다양한 해석으로 풀어지며 특히 초조대장경이 어디에서 제작되고 어떻게 보관됐는지를 규명하는 자리도 마련돼 시선을 모은다. 한편, ‘디지털 시대의 대장경’을 주제로 한 종합토론에는 모든 학자들이 참석해 각국에서 진행중인 대장경의 전산화 현황과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한 소통의 가능성을 놓고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시론] 최종 대부자가 금융감독을 하는 이유/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시론] 최종 대부자가 금융감독을 하는 이유/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설립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의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는 고정환율제 하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 국가들의 국제수지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 것이었다. 그러나 1971년 브레턴우즈 체제라는 국제금융질서가 무너지면서 세계 주요국가들이 고정환율제를 포기했고, IMF는 새로운 역할을 요구받게 된다. 특히 1980년 이후 많은 신흥국가에 과도한 국가채무에 따른 금융위기가 찾아오자 국제적 대부자로서 기능하는 부분이 크게 늘어났다. 우리나라도 1997년 외환위기 상황에서 IMF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IMF는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뿐 아니라 1990년대 초반 멕시코 위기를 비롯해 여러 국가들에 자금 지원을 하는 국제적인 최종 대부자 역할을 했다. 학계에서는 신흥국가들의 금융 불안정 극복 과정에서 IMF가 최종 대부자로 기능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의가 있어 왔다. 국제금융질서에서 최종 대부자로서의 역할은 장단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위기를 맞이한 국가에 제공되는 자금 지원은 이들 국가가 금융위기에서 회복되도록 돕고, 다른 국가로 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막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국제적인 최종 대부자가 구제금융을 제공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퍼지게 되면 여러 국가들이 위험한 투자 행위를 늘려 금융위기 발생 자체를 증가시킬 수 있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문제는 국내금융시장에도 적용된다. 금융기관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금융위기가 촉발되더라도 최종 대부자로서의 역할을하는 중앙은행이 자금을 직접 지원하거나 금리를 낮추어 금융기관의 부담을 줄여 줄 것으로 생각한다면 금융기관들이 보다 위험한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존재한다. 개별 금융기관 하나만 이러한 위험을 감수한다면 그 금융기관의 문제이지만 여러 금융기관들이 너도나도 그러한 대열에 합류한다면 경제 전체가 상당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국제적 최종 대부자의 역할과 관련해서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위험한 투자를 막는 적절한 정책적 처방을 하는 국가에 대해서만 자금을 제공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IMF가 주권국가들에 대해서 사전적으로 이러한 조치를 강제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사전에 이에 대한 견제가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데, 일단 문제가 발생하면 다른 국가로의 전이를 막기 위해 구제금융을 제공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결국 이러한 문제의 근원에는 IMF가 국제금융질서상에서 최종 대부자로서 역할을 하는 부분이 있지만 사전적인 감독기능은 수행할 수 없다는 근본적인 제약이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측면에서 금융위기에 대응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이 최종 대부자라는 기능을 통해 사전적인 금융감독 기능을 수행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금융부문에 문제가 발생하면 구제금융을 제공하고 낮은 금리의 자금을 통해 지원받을 것이라는 믿음이 널리 퍼질 경우,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과도한 위험을 선택하게 만들어서 실제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최종 대부자는 이러한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단이 필요한데, 이것이 금융감독이다. 즉, 구제금융을 제공하더라도 과도한 위험선택을 막기 위한 조치를 사전적으로 취한 기관에만 유동성을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다. 결국 많은 국가에서 중앙은행이 금융감독 기능을 수행하는 주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최종 대부자인 중앙은행이 실제 최종 대부자로서 구제금융을 제공해야 되는 상황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금융감독체제는 과도한 위험 선택을 막기 위한 금융감독과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최종 대부자로서의 중앙은행 역할이 완전히 분리된 상황이다. 이러한 체제는 부실금융에 대해 직접 책임을 지는 부분이 약한 금융감독당국의 감독 부실과 자신이 감독하지 않은 금융기관에 대해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형태로 책임지기 어려운 중앙은행이 금융안정에 대해 소극적 역할을 취하는 문제로 나타날 수 있다.
  • 인생역마차(人生驛馬車)=시동생과 차린 아내의 제2 가정(家庭)

    혼인신고를 못했던 것이 실수라면 실수였다. 군에서 제대하고 돌아와 보니 동생이 아내를 차지하고 가장 행세를 하고 있지 않은가··· 옥신각신 하던 끝에「아내를 빼앗긴 사나이」는 제2의 여인과 새 출발을 했다.  그로부터 2년. 전 아내가 다시 나타나『당신의 아들이니 도맡아 양육하라』며 아이들을 떠맡으라는 성화.  -제 이름은 김성환(金性煥·가명·30)이라고 합니다. 동대문 밖에서 조그만 시계방을 차려 그럭저럭 먹고 사는 처지입니다. 2년만에 겨우 가게를 차려 이젠 조금 형편이 펴이게 된 것입니다.  제 아내는 이금옥(李錦玉·가명·26)이라고 하며 딸 하나를 두었읍(습)니다. 아직 말다툼 한번 해본 일 없이 금실좋게 살고 있습니다.  지난 봄이었읍(습)지요. 3월인가 4월인가 잘 생각이 안납니다만 제 가게에 어떤 여자가 나타났읍(습)니다. 바로 제 첫번째 아내이자 지금은 동생의 아내가 된 장미자(張美子·가명·29)였읍(습)니다. 이 여자를 대하는 제 마음이 편할 수 없었읍(습)니다. 부끄럽고 창피해서 얼굴도 못들 일입니다만 이젠 할 수 없이 털어놓고 여러 선생님들의 의견을 묻고 싶습니다. 어쨌든 할 말이 있다고 해서 근처 다방으로 갔읍(습)니다. 이 날 이 여자와 제가 나눈 대화는 대충 다음과 같습니다.  『x식이 하고 x숙이는 당신 자식이 아녜요? 제 아버지를 찾는 눈치니까 맡아 기르세요』  말이야 그럴싸 하고 온순했읍(습)니다만 순간 목구멍으로 치미는 뜨거운 것을 참을 수가 없었읍(습)니다. 간신히 눌러 참으며 말했읍(습)니다.  『2년 전 나보고 뭐라고 했소? 모두 맡아 기른다고 떵떵거리지 않았나 그 말이요. 이제 와서 귀찮으니 나보고 데려다 기르란 말이요?』  『그 애들은 누가 뭐래도 당신 자식이 아녜요? 그 땐 그 때고 지금은 지금이지요』  1시간 가까이 옥신각신하다가 결론없이 헤어지고 말았읍(습)니다. 이런 기묘한 얘기의 근원은 2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년전 저는 군에서 제대했읍(습)니다. 호적의 출생신고가 늦게 되어서 2년이나 늦어 군복무를 마쳤읍(습)니다.  집에 돌아와 저는 엄청난 현실에 부딪쳐 심장이 멎는 듯 했읍(습)니다.  동생 광식(光植·가명·27)이가 내 아내와 동거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제가 휴가를 나온지 1년만 이었읍(습)니다.  1년 동안에 동생은 아내를 범하고 제가 맡겼던 가게며 아이들까지 모두 자기의 것으로 해 버렸읍(습)니다. 아내는 동생의 방에서 잤읍(습)니다. 이 기막힌 현실을 그러나 저는 뒤엎을 용기가 없었읍(습)니다. 언제나 동생은 어려서부터 제 것을 빼앗아 살아온 녀석이었읍(습)니다. 동생의 악착같은 정복욕 앞에 저는 언제나 손을 들고 말았으니까요. 만약 아내라도 울며 용서를 빌었다면 동생을 타일렀을 지도 모릅니다. 아내마저 끝내 동생 편이 되었던 것이죠. 게다가 동생은 혼인신고까지 해 버렸다고 했읍(습)니다. 저는 자식 둘을 낳도록 아내와의 혼인신고를 해 두지 않았지요. 이제 그들은 법적으로도 완전한 부부가 되어 있었읍(습)니다. 어떻게 손을 써 볼 도리가 없었지요.  아이들이라도 제가 맡아 기르겠다고 했읍(습)니다만 아내가 거절을 했습니다.  저는 동생과 아내의 얼굴에 침을 뱉고 집을 뛰쳐나왔읍(습)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나같은 바보가 세상에 한 사람이라도 있을까? 고개를 저었읍(습)니다. 있을 수 없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바로 제 앞에서 사건은 일어나고 있었읍(습)니다. 미친듯 술을 퍼 먹으며 통곡했읍(습)니다. 취해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 닥치는대로 살림을 부수었읍(습)니다. 동네가 떠나가라고 악을 쓰며 이 불륜과 사련의 남녀를 규탄했읍(습)니다. 그러나 허무했읍(습)니다. 뼈에 사무치는 배신감과 외로움을 견딜 수가 없었읍(습)니다.  집을 나오며『깨끗이 모든 걸 단념한다. 앞으로 다시는 내 눈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그들에게 선언했읍(습)니다. 동생이며 아내며 자식이며 나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존재들이었읍(습)니다. 지하에 계실 부모님들에게 부끄럽고 죄송해서 몸둘 바를 몰랐읍(습)니다. 그 뒤부터 저는 막노동을 해 가며 죽어라고 일을 했습니다. 밤새워 코피를 쏟으며 빈혈로 쓰러져도 그 엄청난 악몽을 잊기 위해서는 일 밖에 할 것이 없었습니다.  1년만에 1백만원을 모았습니다. 전에 하던 시계수리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착실하게 일을 해서 가게는 번창했읍(습)지요.  저를 착하게 본 이웃가게 아주머니가 중매를 들어 지금의 아내와 드디어 새살림을 꾸미게 (꾸리게) 되었읍(습)니다. 차츰 과거의 상처도 잊고 사는 재미가 막 나려 하는데 저 악마같은 여자가 또다시 나타났읍(습)니다. 동생도 나빴지만 여자가 틈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어찌 이런 사건이 일어났겠읍(습)니까. 그 여자가 우리 집안을 몽땅 말아먹고 말 악마입니다. 동생이 아직도 그걸 깨우치지 못하고 있읍(습)니다. 우리 평화로운 가정이 또다시 태풍에 휘말리게 됩니다. 정말 어떻게 했으면 좋을까요?  <植>    [이런 경우엔]  결혼을 하고 자녀를 둘씩 둘 때까지 혼인신고를 아니한 것은 귀하의 불찰입니다. 2년 전에 자기가 기르겠다고 호언하면서 자식이라도 돌려 달라는 귀하의 부정(父情)을 짓밟은 전처에 대한 귀하의 극심한 반감과 아이들을 데려옴으로 해서 새로운 아내와의 사이에 있을 지도 모르는 불화 때문에 몹시 고민하고 있는 것 같읍(습)니다.  그러나 귀하가 당해 온 쓰라인 과거를 현재의 처가 잘 알고 따라서 귀하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전제하에서 귀하는 귀하의 핏줄을 이어받은 가엾은 자식들을 하루 속히 그들로부터 찾아오셔야 되리라 믿습니다.  그래야만 자식들의 장래 양육이나 교육이 제대로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자식들이 전처와 동생간의 호적에 신고가 되어 있으면 관할 법원에 호적정정 신청을 하여 그애들이 그들간의 친생자가 아님을 확인시킨 다음 귀하의 호적에 다시 신고하면 됩니다. <이재운(李在運) 변호사> [선데이서울 73년 7월15일 제6권 28호 통권 제248호] ●이 기사는 ‘공전의 히트’를 친 연예주간지 ‘선데이서울’에 38년전 실렸던 기사 내용입니다. 당시 사회상을 지금과 비교하면서 보시면 더욱 재미있습니다.
  • “심사기간 단축·난민법 통과돼야”

    “심사기간 단축·난민법 통과돼야”

    국내 난민 신청자 수는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지만 난민을 돕는 국내 단체는 손에 꼽힌다. 자국의 박해와 핍박을 피해 쫓기듯이 한국으로 들어오는 난민들은 한 해 400여명으로 법률지원과 생활지원이 무엇보다 절실하지만 난민전문 지원단체는 전국적으로 세 곳에 불과하다. 2009년 3월 출범한 ‘난민인권센터’(NANCEN)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국가의 난민 보호 의무를 촉구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센터의 실무활동을 총괄하고 있는 김성인 사무국장은 “난민 심사 기간의 전향적인 단축이 모든 문제 해결의 근원”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난민을 돕는 전문 비정부기구(NGO)를 설립하게 된 계기는. -아직도 난민 하면 ‘자선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정부가 난민협약에 가입한 이상 난민보호는 1차적으로 국가가 책임져야 할 문제다. 정부의 난민에 대한 인식과 지원이 열악한 상태에서 난민보호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분명히 촉구하는 전문 운동단체의 필요성을 느꼈다. →센터에서 중점을 두고 활동하는 분야는. -센터는 난민과 관련된 법·제도와 함께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더불어 난민들이 한국사회에서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자립역량을 강화하도록 돕는다. 이를 위해서 난민 심사과정에 필요한 법률지원과 긴급구호를 제공하고 제도개선, 인식 확산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난민 신청자나 탈락자들의 국내 생활 수준은 어떤가. -아무런 지원도 없이 2~3년을 버티라면 어느 누가 견뎌낼 수 있겠나. 난민 심사기간 동안 머물 수 있도록 했으면 이 기간 동안 생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단이나 지원책을 마련해 주어야 하지 않겠나. →국내 난민지위 향상을 위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난민 심사기간의 전향적인 단축이 모든 문제해결의 근원이다. 심사기간 단축은 난민이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시기의 단축을 의미한다. 현재 세 명뿐인 서울출입국사무소의 심사인원을 증원해야 한다. 또 국회에 계류 중인 ‘난민 등의 지위와 처우에 관한 법률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100살’ 침대가 말하는 인간 이야기

    “하기야 침대가 되는 것 이외에, 세상의 만사에 대해 가장 잘 이야기할 방법이 달리 무엇이 있겠는가. 침대는 그저 잠을 자는 곳이 아니라, 당신들 악마성의 근원이자 모든 희망과 가능성이 공존하는 신비한 장소인 것이다.” 원고지 2000장이 넘는 최수철(53)씨의 신작 장편소설의 주인공은 ‘침대’(문학과지성사 펴냄)다. “나는 침대다.”로 시작되는 소설 ‘침대’는 서시베리아 침엽수 지대에서 자란 자작나무 ‘나(침대)’가 시베리아 횡단철도에 실려 러시아 리에파야 항구에 도착하고 이어 발틱, 희망봉, 싱가포르를 거쳐 대한해협에 이르는 100여 년간의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나’는 침대로 만들어져 전쟁터에 나가 온갖 전쟁의 참상을 목격한다. 침대가 실린 병원선이 일본 함대에 나포되면서 침대는 무라사키라는 일본 군인의 손에 들어가고, 기생 후쿠쓰케와 만난다. 후쿠쓰케는 조선의 풍류객 장선우의 아이를 낳다가 침대에서 세상을 떠나고, 침대는 조선의 세도가 송병수의 저택으로 옮겨진다. 조선으로 건너온 침대는 다시 유랑 서커스단장, 거지 왕초를 만나고 전쟁을 겪는다. 천일야화와 같은 무궁무진한 사건과 이야기들이 침대 위에서 전개된다. 작가 최수철은 “처음 침대에 대한 소설을 쓰겠다고 마음을 정한 후로, 내 머릿속에서는 수없이 많은 일화가 쉬지 않고 만들어졌다.”며 “어찌나 다양한 이야기가 무궁무진하게 쏟아져 나오는지 어떻게 한자리에 쓸어 담아야 할지 몰라 행복에 겨운 고민을 해야 할 정도였다.”고 밝혔다. 작가가 ‘침대’를 주인공으로 끝 간 데 없는 상상력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나는 인간들이 잠을 자며 여행을 할 때 그들이 타고 다닐 배를 만들었어요. 나는 그 배를 침대라고 이름 붙였어요.”란 소설 속 대모신의 말처럼 침대는 ‘인간사의 백과사전’이기 때문일 것이다. 전작인 ‘페스트’에서 의식의 해체, 엄정한 문체, 도저한 지적 사유란 작가적 스타일을 보여 줬던 최수철씨는 6년 만의 신작에서 소설이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의 재미란 어떤 것인지 작정하고 풀어놓은 듯하다. 영주의 초야권에 대항해 마법 침대를 만드는 목수,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침대, 침대 위에서 사람을 죽이는 연쇄살인범 등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이야기가 끝없이 펼쳐진다. ‘침대’는 침대 위에서 흥미진진하면서도 때로는 오싹하게 즐길 수 있는 잠자리 이야기로, 촘촘하게 짜인 꿈 같은 소설 속 세상으로 독자를 매혹한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선진국·브릭스 성장동력 상실”

    “선진국·브릭스 성장동력 상실”

    선진국과 신흥국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4일(현지시간) OECD 국가 및 브릭스(BRICs) 국가의 4월 경기선행지수(CLI)를 발표하고, 미국과 독일을 제외한 선진국과 브릭스 경제 대부분이 성장 모멘텀을 상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OECD는 이날 회원국의 CLI가 103.0으로 전달과 같은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로권 국가들과 브릭스 국가인 브라질, 중국, 인도, 러시아의 지수는 모두 하락했다. OECD는 “중국의 경제 활동이 주춤해졌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브라질과 인도도 경기가 둔화됐고, 러시아 역시 성장 모멘텀 상실의 첫 조짐을 보였다.”고 밝혔다. 유로권 선진국들도 둔화 양상을 보였다. 프랑스는 전달 102.2에서 101.7로 하락했으며, 이탈리아도 102.1에서 101.6으로 떨어졌다. 유로권 전체로 보면 103.1에서 102.8로 떨어졌다. 일본은 대지진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해 지수 산정 대상에서 제외됐고, 한국은 5개월 연속 100.5를 기록했다. 최근 OECD 평균치를 계속 웃돌았던 미국은 4월에도 가까스로 성장세를 유지했으나 향후 성장에 대해서는 비관적이다. 무엇보다 CLI의 증가폭이 둔화되고 있는 점이 이 같은 우려를 낳고 있다.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나타낸 것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 노동부는 15일 가격변동이 심한 에너지와 식품류를 제외한 5월 근원 소비자물가가 전월 대비 0.3%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2008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성장 둔화는 올 하반기쯤 풀릴 것으로 예측됐다. 시장 예측기관인 무디스 어낼리틱스의 라이언 스위트 이코노미스트는 “최근의 경기 둔화세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 놀라지 않고 있다.”면서 “올 하반기에는 ‘소프트 패치’(경기 회복기의 일시적 둔화)에서 벗어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용어 클릭] ●경기선행지수(CLI) 경기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경기지표로 미래의 경기가 상승 혹은 하강할 것인지 예측할 때 사용된다. 보통 4~6개월 후의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로 쓰이며 산업활동, 주택, 금융·통화, 국내총생산(GDP) 등의 흐름을 복합적으로 계산한다. CLI가 100 이상에서 증가하면 경기 팽창, 감소하면 경기 하강을 의미한다.
  • 초등교감의 비애…교장·교사 ‘중간 위치’ 어려움

    초등교감의 비애…교장·교사 ‘중간 위치’ 어려움

    지난 3월 19일 서울 신길동의 한 초등학교. 혼자 방송 조례를 마친 임모(55·여) 교감이 갑자기 쓰러졌다. 임 교감은 이후 24일 동안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다가 결국 4월 12일 뇌출혈로 사망했다. 사망 원인은 뇌출혈이었지만 직접적 이유는 과로라고 유족들은 주장한다. 쓰러질 당시 임 교감은 신도림동 S초등학교에서 신길동의 이 학교로 전근 온 지 2개월도 안 된 상태였다. 하지만 유족들은 “임 교감이 S초등학교에서 3년간 재직하는 동안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스트레스를 받고 괴로움을 토로한 일기는 유에스비(USB)에 빼곡하게 정리돼 있다. USB 일기에 따르면 현재 정년 퇴임한 K 교장이 스트레스의 근원이었다. 일기에는 “학교경영에 있어 가장 가까운 교감의 말을 경청하기는커녕 민주적 협의는 전무하고 그만 말하라고 화만 내면 그만인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유족들은 “임 교감은 방학 때도 출근했다.”며 “일이 많아 집에 들어오지 못하는 날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임 교감은 스트레스를 받았고, 학교를 옮긴 후 쓰러졌다. 유족 측은 “교장이 문병을 왔었지만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교감이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 외로 심각하다. 2008년 발표된 ‘초등학교 교감의 직무 스트레스 요인과 대처 방식’(서울교대 문덕심)에 따르면 교감은 학교 안의 갖가지 상황에서 학교장을 보완해 교사를 지도하고 갈등을 조정해야 하는 등 ‘중간 위치’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학교장이 교감을 무시하고 교사와 직접 업무를 협의해서 교감을 소외시킨다거나 독단적인 학교 경영 스타일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임 교감이 받은 스트레스와 일맥상통한다. 또 논문은 “교감은 교사 때와는 달리 실질적인 권한은 없으면서도 책임만 더 막중한 상태에서 이러한 직무 스트레스 요인을 교장이 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견뎌내야 하는 어려운 기간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한다. 교감의 업무량이 과중한 것도 스트레스의 요인 중 하나다. 서울의 S초등학교에 따르면 교감의 기본 업무는 크게 15가지로 분류된다. 교감은 교원 관리, 학부모 민원 처리, 회의 주재, 하루 평균 50건 이상의 공문 처리, 아동 교육 활동 관리, 학교 건물 위험 요소 순시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교장이 아빠라면 교감은 엄마에 해당한다. 엄마가 아이들과 아빠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데 여기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상당한 게 사실이다. 가교 역할만이 아니라 민원 처리, 교원 관리 등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지만 이에 대한 권한은 없고 책임만 많다.”고 말했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데스크 시각] 한나라당의 자충수/진경호 국제부장

    [데스크 시각] 한나라당의 자충수/진경호 국제부장

    적어도 민심잡기 차원에서 보면 한나라당, 머리가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미안한 말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황우여 원내대표, 머리가 나쁘다. 반값 등록금? 4·27 재·보선에서 확인된 성난 민심에 잔뜩 겁을 집어먹고 꺼내든 카드이겠으나, 웬걸…정말 겁 없이 꺼낸 카드다. 이제 어쩔 텐가. 황 원내대표 입에서 ‘등록금’이 나온 뒤로 청계광장에 매일 밤 수천, 수만명이 몰리고 있다. 그리고 ‘무조건 반값’을 외친다. 여당 시절 재정부담 때문에 안 된다던 민주당도 계산을 어떻게 했는지 ‘이젠 된다.’며 가세했다. 황우여, 이제 어떡할 텐가. 이거 다 들어줄 수 있나. 매를 벌었다. 차라리 ‘반값 등록금’이 ‘통 큰 치킨’이라면 얘기는 좀 달랐을 듯하다. 뒤로 더 많은 매출을 노린 미끼상품이라면, 일개 민간기업이 구사하는 얄팍한 상술이라도 담고 있는 것이라면, ‘오호~다음 수는 뭘까. 뭘 노리는 걸까.’하며 정치공학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라도 발동했을 것이다. 한데 사정은 그렇지가 않아 보인다. 하기야 감사원이 사립대를 쥐어짜고, 관계부처는 제 머리를 쥐어짜고 있으니 어떤 형태로든 조만간 인하안은 나올 듯하다. 그러나 이 난제를 푼(?) 한나라당이 박수를 받을까. 장담컨대 그러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국민들은 배가 고플 것이다. 한달 만에 내놓을 대책, 지난 3년 반 동안 뭘 하고 있었느냐는 소리만 들을 뿐이다. 한나라당은 그래서 머리가 나쁘다. 정부의 재정 부담을 다음 정권으로 넘기게 된다는 점에서 무책임하기까지 하다. 엊그제엔 의무교육 적용 연령을 만 3~4세로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겠다고 했다. 정부가 불과 한달여 전 내놓은 ‘만 5세’를 더 낮추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도 재정이 얼마나 더 드는지는 따져보지 않았다. 앞뒤 안 가리고 달려드는 품새가 마치 ‘복지’라는 말만 붙으면 닥치는 대로 입에 집어넣고 보는 허심(虛心)성 폭식 증세마저 보이는 듯하다. 복지, 외면할 수 없는 가치다. 등록금, 내려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졸속으로, 미끼상품처럼 내놓을 정책이 아니다. 어쭙잖은 선심정책으로 표심을 사겠다니, 국민이 그렇게 값싸 보이는가. 대학 등록금이 자유당 시절 선거판에 마구 뿌려대던 막걸리인가. 등록금 인하는 어쩌면 한나라당으로서는 대박이 날 이슈였을 수 있다. 미국 정치판에서 종종 등장하는 정교하고 과감한 ‘이슈 선점 전략’을 생각했다면, 면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어느날 떡하니 ‘반값 등록금’ 정책을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반값’을 외치는 야당과 치열하게 정책 논쟁을 벌이며 집권여당의 책임 있는 모습을 부각시킬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한나라당의 새가슴은 그러나 이도 놓치고, 저도 놓쳤다. 정책은 상품이다. 국민의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고, 잘못 사면 몇년 몇십년을 후회하는 비싼 상품이다. 시장 수요와 제조원가를 따져 수익모델을 만들어야 하고, 이를 국민에게 어떻게 판매할 것인지 치밀한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 제값을 받고, 정책을 사는 국민들도 만족한다. 그것이 정부나 한나라당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것이다. 적어도 대학 등록금에 관한 한 한나라당은 아무 것도 없었다. 한나라당의 전장(戰場)은 따로 있다고 본다. 올 초 집권 4년차 국정과제로 삼은 ‘공정사회’다. 지난 3월 한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0%는 우리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답했다. 대학 등록금보다 더 구조적이고, 근원적인 병폐는 지금 이 사회에 횡행하는 불공정이고, 반칙이고, 편법이다. 얼마 전 공직자의 전관예우를 근절할 몇 가지 방안을 내놓았으나, 이런 것으로 이 사회의 불공정과 반칙이 일소될 것이라고는 정책 입안자들조차 생각하지 않을 성싶다. 어설픈 선심정책 몇 개로 서민정당이 되지 않는다. 이미 가진 자들의 정당으로 국민에게 각인된 지 오래다. 이 현실을 인정하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정당, 반칙을 용납하지 않는 정당의 모습만이라도 보이는 것, 그게 한나라당에도 쉽고 정책혼란도 줄이는 길이다. jade@seoul.co.kr
  • 재정부-한은, 뒤바뀐 물가잡기 행보

    재정부-한은, 뒤바뀐 물가잡기 행보

    정부가 최근 전방위적인 물가 잡기에 나서고 있다. 정부 관계부처 모두가 ‘물가당국’이라는 신종 용어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정부의 요란스러운 물가잡기 행보와 달리 최근 물가의 흐름은 하향 안정세다. 우선 물가 급등의 주범인 국제 원자재값이 주춤한 데다 물가와 관련된 각종 수치들도 올 1분기에 정점을 찍고 내리막에 있다. 특히 하반기 물가는 지난해 배춧값 파동 등에 따른 ‘기저 효과’로 상반기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근 정부의 물가잡기 행보가 다소 생뚱맞기도 한 대목이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10일 하반기 물가와 관련해 “공공요금 인상이나 유가 공급 등 요인이 있지만 전망(목표)을 바꿀 정도로 올라갈 것이라고 예단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한은의 올 물가전망치 3.9%에 대해 “현재는 이를 바꿀 특별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는 연일 ‘물가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하반기 ‘풍선효과’에 대한 선제적 대응과 내년 총선을 대비한 다목적 카드라는 시각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물가 관계 장관회의를 긴급 소집한 데 이어 13일 한 조찬 강연에서도 “물가가 현재 발등에 떨어진 가장 큰 불”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우리나라는 가격이 한번 오르면 내려가지 않는 하방경직성이 뚜렷이 보인다.”면서 “여기엔 독과점적 시장구조로 인한 거품과 초과이익 등이 개입돼 있지 않으냐는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박 장관은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면서 ”진입 규제 완화와 정보 공개 강화, 불공정거래 감시 노력 등이 가속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런 압박전 탓에 인위적으로 억눌렸던 서비스가격과 공공요금의 인상이 임박해지면서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진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하반기 물가상승 요소는 국제원자재값 상승 등의 공급 측면이 아닌, 외식비와 가공식품 등의 서비스 요금이며 전기료 등 공공요금 인상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원물가를 감안하면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3% 후반에서 4% 초반까지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성장과 물가상승률이 비슷해지면서 체감 물가가 심각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는 내년 총선 등 정치권 일정과 맞물려 있어 무시 못할 요소라는 것이다. 박 장관이 물가 현장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데서도 잘 드러난다.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은 “공공요금 인상은 인플레이션 측면에서 보면 일회성 요인”이라면서 “하지만 근원물가를 잡지 못하면 기대 인플레를 끌어올려 물가 상승 악순환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두·이경주기자 golders@seoul.co.kr
  • [기준금리 전격 인상] 금통위원들 만장일치… 정부와 ‘물가잡기 교감’ 작용했나

    [기준금리 전격 인상] 금통위원들 만장일치… 정부와 ‘물가잡기 교감’ 작용했나

    1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인상은 3개월 만에 예상을 깬 ‘깜짝 인상’이고, 금통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시장은 이와 관련, 물가 안정에 대한 ‘정부와의 교감’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했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 방향에서 “근원인플레이션율이 3%대 중반으로 높아졌다.”고 명시할 정도로 물가에 깊은 우려를 드러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물가를 잡기 위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렸다면 지난 5월이 더 시의적절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한은은 지난 4월 ‘경제전망 수정’에서 이미 ‘근원인플레이션’(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핵심 인플레이션)이 하반기에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올 4분기엔 근원인플레이션율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앞지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점에서 ‘뒷북 대응’이자 금리인상 ‘실기 논란’도 나온다. 실제로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는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5월 생산자물가는 11개월 만에 전월 대비 0.1% 하락했으며, 5월 소비자물가도 5개월째 4%대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전월 대비 2개월 연속 상승세가 꺾였다. 반면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의 주요 이유였던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욱 확대됐다. ▲미국은 경기 둔화가 엿보이고 ▲유럽은 일부 국가의 재정위기가 재확산되고 ▲중국은 경기 긴축 가능성이 나타나는 등 세계 경제의 삼각축이 모두 삐걱거리는 형국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일부 유럽 국가의 재정문제, 북아프리카·중동 지역의 정정불안, 일본 대지진의 영향 등이 (우리나라 경제에) 하방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달의 기준금리 인상에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듯하다. 7월 이후 공공요금 줄인상을 앞두고 있는 정부로서는 하반기 물가 안정이 절대 과제로 떠올랐다. 물가 안정을 위한 정부 측 선제적 대응 시점으로는 이달이 금리 인상에 적절했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과 함께 연일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물가 안정을 강조했다. 특히 박 장관은 금통위 정례회의가 열린 시간에 물가 관계 장관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물가 안정을 위해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그동안 물가상승이 주로 공급 측 요인에 기인한 데 이어 최근 가공식품과 서비스요금 등 수요 측 요인으로 이미 전환되고 있어 당분간 물가 불안이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 부처가 모두 ‘물가당국’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 1월 청와대에서 열린 서민물가안정대책 이후 한은 금통위가 이례적으로 1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수순과 닮은꼴 행보다. 김 총재는 정부와의 교감 여부에 대해 “금통위는 미래의 경제전망을 보고 하는 것이지 그 외에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면서 “답할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채권 참여자들은 자신들의 전망이 틀리자 불평을 쏟아내고 있다. 한 채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들어 다섯 번 연속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틀렸다.”고 말했다.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근원 물가가 오른 것과 기재부의 물가안정 대책이 맞물려 금리 인상이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김경두·오달란기자 golders@seoul.co.kr
  • [부고]

    ●한태열(전 대통령 비서실 비서관·전 인하대 교수)씨 별세 이종선(전 이화여대 기획처 차장)씨 남편상 한규섭(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씨 부친상 10일 서울대병원, 발인 13일 오전 5시 30분 (02)2072-2014 ●윤영섭(KT캐피탈 사장)완섭(전 기업은행 지점장)동섭(금호아시아나 기장)씨 부친상 공영재(공안과)김현(고려대 의대 교수)씨 장인상 윤창기(국군 수도통합병원 군의관)철기(육군사관학교)씨 조부상 10일 고려대안암병원, 발인 13일 오전 9시 (02)920-5045 ●변근원(충북일보 대표)씨 장모상 10일 서울장례식장, 발인 12일 오전 7시 (02)868-5000 ●홍순강(종근당 상무이사)씨 부인상 9일 서울대병원, 발인 12일 오전 7시 (02)2072-2018 ●최호빈 영익(KT스카이라이프 총괄전무)영준(사업)영우(〃)씨 모친상 10일 울산 영락원, 발인 12일 오전 7시 (052)256-6895 ●이수진(전 대한전기협회 부회장)씨 별세 민희(농협중앙회 차장)씨 부친상 10일 분당 서울대병원, 발인 12일 오전 5시 30분 (031)787-1512 ●이석일(MBC 보도운영부 부장)씨 부인상 10일 여의도 성모병원, 발인 12일 오전 9시 (02)3779-2192 ●정민관(AM특장 이사)민곤(광주시 비서실장)씨 모친상 10일 광주 천지장례식장, 발인 12일 오전 9시 (062)670-0026 ●신광석(누리인포스 상무)용호(중앙일보 정치부 차장)씨 부친상 최정기(유신스텐 대표)정경근(프로메디아 〃)씨 장인상 10일 마산회원구 삼성창원병원, 발인 13일 오전 8시 (055)290-5642 ●나병욱(경북대 물리학과 명예교수)씨 별세 상천(전 SK텔레콤 전무·솔브리지국제대학 초빙교수)우천(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상무)씨 부친상 최연식(전 LG전자 상무·전 코레일유통 감사)씨 장인상 이경섭(아시아항공연구소장)김혜정(성악가)씨 시부상 나경수(경북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경학(전 경북공고 교사)씨 형님상 10일 경북대병원, 발인 13일 오전 8시 (053)200-6141
  • 판검사 수임제한 기준 파견기관 근무도 포함

    ‘전관예우 금지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행령이 중요하다. 하지만 법무부는 변호사법 개정안 시행 이후 아직까지 시행령을 마련하지 않았다. 법안이 전체적인 뼈대를 잡는다면 시행령은 구체적인 사안을 규정한다. 법무부는 다음주 중으로 장차관 입안 보고를 마치고, 이르면 7월 중 시행령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3일 법무부에 따르면 변호사법 개정안을 담당하는 법무과는 최근 시행령 초안 작성을 마쳤다. 일반적으로 시행령은 초안을 입안한 후 입법 예고, 법제처 심사, 관계부처 의견조회, 국무회의 확정 과정을 거친다. 법무부 관계자는 “장차관에게 초안을 보고한 뒤 법무부 안을 마무리 지을 방침”이라면서 “법무부에서는 내부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만 남은 셈”이라고 말했다. ●내주 장차관 보고… 새달 중 시행 지난달 17일 공포된 변호사법 개정안은 판검사와 장기복무 군법무관, 그 밖의 변호사 자격이 있는 공무원이 퇴직 후 변호사로 개업하면 퇴직 전 1년간 몸담았던 기관이 처리하는 민·형사, 행정사건 등을 1년간 수임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시행령은 법안에서 담지 못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규정, 실효성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둔다. 법무부 관계자는 “판검사의 경우 소속 기관과 실제 근무 기관이 다른 일이 종종 있다. 이에 대한 판단이 법안에는 없었는데 시행령에서 구체적으로 정했다.”면서 “실제로 파견돼 근무한 기관을 기준으로 사건을 수임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형기준법 제정… ‘예우’ 발생 소지 차단 이와 별도로 법무부는 검찰의 사건처리기준을 세분화하고, 양형기준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또 영장항고제를 도입하고, 형량을 정함에 있어 정상감경의 요건을 구체화하는 등 형사사건 처리 기준을 객관화·세분화해 검사 및 법관의 재량 범위를 축소함으로써 전관예우 발생 소지를 근원적으로 차단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검사장급·고등 부장판사급 이상 고위직이 퇴임 후 변호사로 개업하면 퇴직 후 1년 내 선임된 검찰수사사건에 대해서는 최종 근무기관과 관계없이 위임전결규정의 개정을 통해 검찰 전결권자를 한 단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3일 전관예우 관련 비리단속 강화를 검찰에 지시했다. 공무원의 청탁·알선 명목의 금품수수 등에 대한 집중 단속을 통하여, 전관예우 관련 구조적 비리를 엄단할 계획이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마마 고고’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마마 고고’

    개봉 당시엔 흥행하지 못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종종 회자되는 영화가 있다. 홈비디오로 출시되며 뒤늦은 발견의 기쁨을 주었던 ‘자연의 아이들’도 그런 영화 중 한 편이다. 교환가치를 잃은 노인의 상실감과 생존, 사라지도록 강요받는 자의 슬픔 같은 익숙한 주제와 아이슬란드의 낯설고 신비로운 풍경을 병치한 영화의 감동은 잊을 수 없었다. 연출을 맡은 프리드릭 토르 프리드릭슨의 존재는 몇몇 시네필의 머릿속에 각인됐다. 하지만 이후 프리드릭슨의 영화는 상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한국에서 개봉되지 못했다. ‘콜드 피버’, ‘팔콘’, ‘나이스랜드’는 영화제를 통해서만 소개됐으며, 근래 영화 제작에 신경을 쓴 프리드릭슨은 대중의 기억에서 멀어져 갔다. ‘나이스랜드’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던 그는 관객과의 대화 도중 차기작으로 ‘가슴 따뜻한 멜로 드라마’를 찍고 싶다고 밝혔다. 멜로라고 하면 대부분 연인의 사랑이야기를 떠올리겠으나, 멜로 드라마의 오랜 주제 가운데 하나는 ‘가족 간의 갈등’이다. 프리드릭슨은 ‘나이스랜드’ 이후 오랜만에 발표한 장편영화 ‘마마 고고’(2일 개봉)로 자신의 말을 지켰다. ‘자연의 아이들’, ‘콜드 피버’, ‘어머니의 용기’에서 다뤘던 ‘가족(과 노인)’의 주제를 잇는 ‘마마 고고’는 프리드릭슨의 개인사가 반영된 작품이기도 하다. 어머니와 아들의 사연은 많은 부분 감독과 지인의 경험에서 따온 것이고, 영화의 주인공은 ‘자연의 아이들’의 감독으로 설정되어 있다. 주인공은 영화의 불모지로 알려진 아이슬란드에서 고독하게 영화 작업에 매진해 온 감독이다. 야심 차게 발표한 ‘자연의 아이들’로 영화계의 주목을 얻는 데 성공했지만, 노인의 이야기에 관심이 없는 관객들은 영화를 철저히 외면한다. 국가의 경제난과 가족의 열악한 형편이 겹치면서 그는 곤경에 처한다. 때마침 벌어진 어머니의 병환은 그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크고 작은 실수를 자주 저지르는 데다 감정 기복이 심해진 어머니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는다. 그와 누이들은 여의찮은 경제사정을 이유로 어머니의 요양원 행을 결정한다. ‘자연의 아이들’에서 양로원을 탈출하는 노인을 그렸던 그가 정작 자신의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야 한다. 프리드릭슨은 영화에 판타지를 삽입하기를 즐긴다. ‘마마 고고’에서도 노파는 죽은 남편의 환영과 계속 대면한다. 이와 이질적으로 그의 영화는 리얼리즘에 바탕을 둔다. 가식 없는 자연스러움으로 인해 영화에서 눈에 띄는 스타일을 찾기란 힘들며, 사모곡에 마음을 담은 ‘마마 고고’는 더욱더 그러하다. 그런데 수수한 옷만 걸쳤음에도 ‘마마 고고’의 클라이맥스에선 저절로 눈물이 흐른다. 눈물이 무색무취인 것처럼, 깊은 감동엔 요란한 장치가 필요 없는 법이다. 기다려 주지 않는 부모와 시간 앞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말하는 것 같지만, 이 영화의 질문은 보다 근원적이다. ‘마마 고고’는 한 인간이 남길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인지, 그러니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지 돌아보도록 한다. 영화평론가
  • [사설] 5개월째 4%대 고공행진 물가 누가 챙기나

    물가 오름세가 예사롭지 않다. 올 들어 5개월째 내리 4%대다. 하반기 전기·가스·버스요금 등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될 경우 다시 한번 물가 쇼크가 나타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상기후 등으로 폭등했던 농축산물 가격과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았던 국제유가가 다소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데도 소비자물가가 4%대인 것은 그만큼 물가가 불안함을 말해 준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전년 동월 대비 3.5% 올라 2009년 6월(3.5%) 이후 2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물가 상승의 요인이 농축산물과 석유류 등을 포함한 공업제품에서 서비스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데 있다. 5월 서비스물가는 전월 대비 0.3%, 전년 동월 대비 2.8% 각각 상승했다. 농축산물과 공업제품 등은 가격이 올라가도 얼마 가지 않아 안정된다. 하지만 서비스분야는 한번 올라가면 계속 오르는 경향이 있다. 공공서비스·개인서비스·집세 등이 포함된 서비스는 수요 측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특히 하반기에 전기료·가스료 등 공공요금은 오를 수밖에 없다. 상반기에는 묶어 뒀지만 하반기에는 풀지 않을 수 없다. 공공요금 억제로 공기업이 수익을 내지 못하면 정부가 적자폭을 메워야 한다. 하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기저효과로 물가상승률이 상반기만큼 높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물가의 고삐를 바짝 죄어야 한다. 그런데 경제정책의 사령탑인 기획재정부는 장관의 교체기를 맞아 일손을 놓고 있다. 물가를 책임지는 중앙은행은 가계빚의 심각성 때문에 금리카드는 꺼내들지도 못하고 있다. 가계부채 규모가 800조원을 웃돌고 있으며, 가처분소득의 1.55배나 된다고 한다. 가계부채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 그렇다고 무섭게 치솟는 물가를 쳐다만 보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중앙은행과 정부는 금리 등 거시적인 수단을 통한 물가 상승 억제에 전력투구해야 한다.
  • 5월 소비자물가 4.1% 상승

    5월 소비자물가 4.1% 상승

    5월 소비자물가가 4.1% 오르면서 5개월 연속 4%대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4.1% 상승했으며 전월 대비로는 변동이 없었다.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로 4.1% 상승한 이후 5개월 연속 4%대의 상승폭을 보였다. 따라서 올해 들어 5월까지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올랐다. 특히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5월 근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5% 올라 2009년 6월(3.5%) 이후 2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월대비로는 0.5% 올라 7개월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 시작된 물가 상승세가 수요 압력과 인플레 기대심리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8% 올랐다. 생선과 채소, 과실 등 신선식품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3% 올랐다. 하지만 전월 대비로는 9.0% 급락했다. 전년 동월 대비 부문별 상승폭을 보면 농축수산물은 5.9% 올랐다. 농산물 3.4%, 축산물 10.0%, 수산물은 9.3%의 상승률을 보였다. 공업제품은 석유류(12.6%)의 가파른 오름세에 따라 5.9% 상승했다. 다만 최근 국제유가가 진정되면서 전월 대비로는 0.8% 하락했다. 서비스 부문은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했다. 집세가 3.8%(전세 4.3%, 월세 2.6%), 개인서비스는 3.3%, 공공서비스는 1.2%의 상승률을 보였다. 전년 동월 대비 품목별 상승폭을 보면 농축수산물 중에서는 마늘(57.6%), 돼지고기(29.5%), 콩(59.3%) 등이 급등했다. 공업제품은 정유사 가격 인하에도 휘발유와 경유가 각각 9.9%, 13.9% 올랐다. 개인 서비스 중에서는 외식 삼겹살(14.5%), 외식 돼지갈비(14.3%), 미용료(8.4%), 단과 대입 학원비(5.6%) 등이 올랐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北 황금평·나선특구 착공식 왜 연기됐나

    北 황금평·나선특구 착공식 왜 연기됐나

    북한과 중국 간 경제협력의 ‘시금석’인 압록강 황금평 공동개발 및 중국 훈춘(琿春)~북한 나선특별시 도로포장공사 착공식이 예정됐던 이달 말 열리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방중 기간 중국과의 경제협력 및 대북원조 협상과정에서 심각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북측이 갑자기 착공식을 취소시켰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한편에선 착공식 자체가 아예 예정돼 있지 않았다는 근원적인 의혹도 제기된다. 복수의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일단 착공식이 예정돼 있었던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한 소식통은 27일 “두 곳 모두 착공식이 예정돼 있었다.”면서 “다만 돈이 개입되는 경제문제다 보니 서로 밀고당기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북 소식통도 “양쪽의 움직임이 매우 분주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격 취소보다는 시간을 다소 뒤로 미룬 연기에 가깝다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한 소식통은 “황금평의 경우 조정해야 할 부분이 남아 있다고 들었다.”면서 “그렇지만 일각의 관측처럼 큰 갈등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착공식이 김 위원장 방중 시기와 맞물려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을 뿐 당초 양측 지방정부 간 행사가 부풀려진 측면이 많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한 소식통은 “랴오닝성이나 지린성 차원의 프로젝트가 갑자기 중앙정부 지도자들이 참석하는 대형 착공식으로 둔갑했다.”며 중국 내 지방정부나 참여기업들의 ‘거품 홍보’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미 황금평과 나선 쪽에서 공사가 시작되고 있다는 점에서 착공식 연기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 북한의 원정리와 나진항 간 도로 보수공사가 5월 말부터 시작된다고 반관영 통신사인 중국신문사가 이날 지린성 정부를 인용해 보도했다. 1억 5000만 위안의 공사비 전액을 중국 측에서 부담하는 전장 53.5㎞의 이 도로는 북쪽으로는 중국 훈춘 취안허(圈河)통상구, 남쪽으로는 북한의 나진항과 연결된다. 나선의 경우 지난해 8월 북·중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후진타오 주석에게 ‘동해 출해권’을 내주겠다고 약속한 뒤부터 실무진들이 분주하게 움직였고, 황금평은 지난해 말에야 북한의 합영투자위원회와 중국 상무부가 기본적인 협약을 맺었다는 점에서 ‘속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있다. 나선과는 달리 황금평의 경우, 북·중 간에 합의할 사안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북한 합영투자위 이수영(전 스위스대사 리철) 위원장이 지난달 초 방중해 장기간 머물렀다는 점에서 상당한 협의가 진행된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착공식 연기로 여전히 양측 간 협의가 끝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합영투자위를 책임지는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 겸 국방위 부위원장이 중국의 장핑(張平)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천더밍(陳德銘) 상무부장과 함께 김 위원장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간 정상회담에 배석한 것은 그만큼 북·중간에 황금평을 비롯한 경협사안이 많다는 방증으로도 해석돼 향후 발표될 조치들이 주목된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지금이 평화롭습니까 현실 못 본 척하는 거겠죠”

    “지금이 평화롭습니까 현실 못 본 척하는 거겠죠”

    경기 평택시 대추리 황새울 들녘과 지구 반 바퀴 가까이 떨어진 이라크 서부 마을 함다니아는 무엇으로, 어떻게 만나 소설의 한 공간에 자리하고 숨가쁘게 오갔을까. 전쟁, 그리고 미국에 의해서다. 이를 문학적으로 명확히 인식한 소설가 강영(51)에 의해서다. ‘나비, 사바나로 날다’(이야기마을 펴냄)는 2006년 미군기지 건설에 맞섰던 대추리 사람들과 같은 해 미군에게 강간, 납치, 학살된 이라크 함다니아 마을의 순박한 이들을 불러냈다. 그리고 서로 다른 공간에 있는 이들은 지구상에 어떤 전쟁도 정의로울 수 없음을 각각 삶으로 웅변한다. ‘나비’는 장편소설이다. 그러나 ‘지리산’ 또는 ‘붉은 산 검은 피’나 ‘단테’와 같은 유구한 서사를 품고 있는 장편 서사시라고 해도 그만이다. 작가는 시조의 형식을 빌렸다고 말한다. 모두 2만여행을 갖고 인류의 근원적 문제인 전쟁의 다툼 가운데 개인의 문제를 성찰하고자 했으며 실제 형식적 불변의 원칙인 종장 첫 3음절을 꼬박 지켜냈다. 강영은 “잘 읽히는 소설을 넘어 노래처럼 불리는 소설을 쓰고자 했다.”면서 독특한 형식을 차용한 이유를 설명했다. 덕분에 읽는 맛이 산다. 대추리에 터 박고 살아온 이들의 걸쭉한 입말을 담아 내는 대목에서는 한판 구성진 판소리 사설 같기도 하고, 이라크 함다니아의 잔혹한 실상을 담은 편지는 아리아를 옮겨 놓은 듯 아련하게 읽힌다. 또한 리얼리즘에 대한 원칙을 틀어쥐면서도 전통적인-혹자는 낡은, 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방식이 아닌 ‘몽환적 리얼리즘’의 실험이 엿보인다. 완성도를 한껏 높였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르겠지만 현실의 치열한 지점을 직시하되 꿈과 현실의 경계를 무화(無化)시키는 방식은 우리가 처한 현실에 대해 새로운 시각과 새로운 인식을 도출해 내기에 충분하다. 문장은 몽환적인 원시의 속삭임처럼 들린다. 대추리의 평화로움도, 그저 땅을 부치며 살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도 열세 살 소녀의 눈에 비친 그대로, 소녀 ‘여정’의 언어로 그려진다. 여정은 일부러 숨을 꾹 참으면 나비로 변해 황새울 들녘과 이라크 함다니아, 일본의 오키나와 등 평화가 간절한 곳을 자유로이 훨훨 날아다니거나 그리운 엄마 아빠를 만날 수 있음을 안다. 오히려 일부러 기절하며 꿈의 경지로 가지 않으면 도달하기 어려운 것이 ‘평화’임을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대명한 21세기에 반미 소설이라니. ‘시대착오적’이라는 혐의를 쉬 벗어나기 어려울 성싶다. “이라크를 들여다보고, 팔레스타인을 들여다보고, 멀리 갈 것 없이 한국 사회만 봐도 평화의 가치로, 반전의 시선으로 집중하면 늘 미국이라는 존재가 나오더라고요. 기가 막히죠. 이런 상황에서 ‘반미 문학’이라는 평가에 부담감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사명감만 커져요. 평생을 써도 모자랄 주제예요.” 유별난 운동권 작가는 아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평범하게 공장에서 일하다가 뒤늦게 창원대 영문과에 들어가 문학수업을 받은 강영은 2002년 중편소설 ‘원더풀 패밀리’로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9년의 시간이 흘러서야 첫 장편소설을 상재했으니 많이 늦은 셈이다. 과작(寡作)이었느냐는 질문에 “이 작품 외에도 장편소설만 네 편을 더 썼다.”고 답했다. 당연히 반전과 평화, 자본의 문제에 집중하고 있단다. 그는 “지금 우리의 상태를 평화롭다고 여기는 것은 착각이다.”라면서 “그저 못 본 척하거나 보지 않으려고 할 뿐”이라고 말했다. “정말로 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전체 인류중 0.1%도 되지 않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따져 봐도 전쟁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몇십명밖에 되지 않을 거예요. 그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연대해서 평화에 대한 간절한 바람을 보여줘야 합니다. 저에게는 소설이 그 연대의 중요한 방법입니다.” 세련되게 잘 만들어진, 그러나 형식도, 글감도 뭔가 틀에 박힌 듯한 소설이 주를 이루는 시대다. 애써 꾸미지 않고 찬물에 세수한 말간 얼굴을 만난 듯 반가운 작품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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