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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경숙 “엄마는 세계 공통의 울림 한국문학 희망을 보았죠”

    신경숙 “엄마는 세계 공통의 울림 한국문학 희망을 보았죠”

    신경숙(48)이 돌아왔다.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IT’S BEEN ONE WEEK since Mom went missing.)로 시작하는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의 영문 번역본과 함께 해외 11개국 독자들과 만나는 긴 여행을 끝내고서 말이다. 지난 4월 미국에서 영문판이 발간되면서 불기 시작한 세계적인 ‘엄마’ 열풍은 29개국에 판권이 팔리고 15개국에서 번역본이 발간되는 것으로 이어졌다. 미국에서는 초판 10만부가 매진되어 중쇄에 돌입했고, 한국에서도 4월 이후 32만부가 더 팔려 180만부를 돌파했다. 29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신씨는 “영어권에서 책이 출판되고 난 이후에 이런 반응을 짐작하지 않았다. 하나의 물방울이 수많은 물방울이 되어 돌아오는 걸 보면서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국경 너머의 독자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경 너머 독자를 처음 생각하게 됐다” 지난해 9월 신씨가 미국 뉴욕으로 떠난 것은 쉬기 위해서였다. 작가 생활을 시작한 지 27년째가 됐고, 출세작 ‘풍금이 있던 자리’(1993) 이후 ‘엄마를 부탁해’를 낼 때까지 한번도 쉰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세계 문화의 중심지라는 뉴욕에서 일년쯤 살고 싶다는 은근한 꿈이 실현된 것은 ‘엄마’의 영문판이 나온 4월까지였다. 그전에는 온갖 인종을 만나고 전시, 공연, 영화 등 문화생활도 다양하게 체험했다. 귀국해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면 심심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엄마’ 영문판이 나오면서 “10년간 할 여행을 1년 동안 다 했을” 정도로 작가는 세계 각국의 독자들을 쉼 없이 만났다. 세계인의 심금에 공통으로 울림을 지닌 ‘엄마’의 힘은 대단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만난 한 기자는 자신의 엄마가 생각났다며 인터뷰 도중에 눈물을 터뜨렸다.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작가의 아버지뻘 되는 남성은 ‘엄마’를 27권이나 사서 저자 사인을 부탁했다. 9시간이나 운전해서 신경숙 문학 행사에 왔다는 이 남성은 “당신 같은 사람이 여기 있다.”는 아내의 말에 ‘엄마’를 읽기 시작해 독서모임 회원들에게 나눠주고자 책을 샀다고 털어놓았다. 소설 ‘엄마’에서 항상 아내보다 앞서 빨리 걷는 남편의 모습은 이 늙은 미국 남자의 판박이였던 것. “책을 읽고 나서 아내와 보폭을 맞추느냐.”는 신씨의 질문에 미국 남자는 “그러려고 노력한다.”며 쑥스러워했단다. ●“외국인들이 한국문학 서사의 힘 느끼는 듯” 신씨는 외국에서 직접 느낀 한국 문학의 힘에 대해 “유럽 문학에 없던 공동체적 감각이나 인간에 대한 공감에서 희망을 찾는 듯한 기분이 많이 느껴졌다.”며 “유럽이나 미국 같은 영어권 문학에서 피로함을 느끼고 한국 문학에 대해 신선해하고 궁금해하는 느낌을 받았다. 한국 문학이 가진 서사의 힘을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같은 제3세계 문학에서 힘·희망·대안을 찾고 ‘엄마’에 나오는, 같이 뭔가 하려는 사랑에 대한 희망을 표시할 때가 잦아 기뻤다고 덧붙였다. 또 외국에서는 ‘엄마’의 주제를 확대시키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현대와 전통의 단절이나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의 대립구도로 보기도 했으며, 엄마의 실종을 물질문명이 만들어 놓은 상황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프랑스의 한 기자는 “엄마가 사라졌는데 왜 한국 경찰들은 열심히 찾지 않나.”라고 진지하게 질문해 3박4일 동안 13건의 인터뷰를 하느라 지친 신경숙을 웃게 만들기도 했다. 작가는 시대적 여건도 ‘엄마’가 영국에서 초판 1만부를, 스페인에서는 3쇄를 찍은 인기와 관련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 시대 자체가 계속 뭔가 근원적인 것을 찾아가는 상황에 몰려 있는데, 그런 지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소설 안에 있다. 과거에서 현재로 오는 동안 우리도 모르게 잃어버린 것이 이 소설 속에 있고, 그런 것이 공감을 주지 않았을까. 한국어를 할 줄 모르는 2, 3세가 외국에서 많이 성장하고 있는데 그들에게 한국 작품을 읽히고 싶어하는 부모 세대들도 일정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젠 칩거하며 글 쓰고 싶어” 여행을 좋아하지도, 많이 하지도 않는다는 작가는 이제 칩거하고 글을 쓰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밝혔다. 작가가 낳은 자식이 아니라 오히려 엄마 같은 작품 ‘엄마’ 때문에 신인 작가의 기분으로 해외 독자들과 만났다는 신씨는 “나에게는 처음 있는 일이지만 다른 작가에게는 이런 일이 두 번째, 세 번째가 되리라 생각한다.”며 한국 문학의 저력을 자신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열린세상] 조계종의 종교평화선언을 바라보며/석영중 고려대 노문학과 교수

    [열린세상] 조계종의 종교평화선언을 바라보며/석영중 고려대 노문학과 교수

    조계종이 며칠 전 ‘종교평화선언’의 초안을 발표했다. 초안 작성 작업을 주도한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 도법 스님은 그동안 종교가 화합과 평화가 아닌 갈등을 초래했음을 반성하면서 뼈저린 성찰과 자성을 통한 쇄신을 다짐했다. ‘나의 종교가 소중한 만큼 타인의 종교도 소중하게 여기고, 나의 종교에만 진리가 있다고 주장하지 않고 타인의 종교에도 진리가 있음을 인정하겠다.’는 것이 이 선언의 취지다. 오랜만에 접하는 화합의 메시지다.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말인 것 같다. 우리사회에도 갈등 요인이 많다. 이념·계층·세대 간은 물론 종교 갈등까지 상존해 있다. 이 때문에 상생과 공존으로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 적잖다. 특히 다인종·다문화를 향한 문이 열린 마당에 종교 간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이럴 때 한국 불교 최대 종단인 조계종이 관용과 평화의 선언을 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종교는 이데올로기, 민족과 더불어 인류의 화합을 저해하는 3대 요소로 간주된다.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종교로 인한 반목과 분쟁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십자군 전쟁에서 보스니아 내전과 9·11 테러에 이르기까지 많은 재앙과 대학살의 근저에는 종교적 원인이 깔려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종교야말로 모든 갈등의 근원이라는 극단적인 말이 나오기까지 했다. 도법 스님이 “종교는 사람들의 근심을 덜어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종교 때문에 근심하고 걱정하는 상황이 되었다.”는 말도 이를 반영한다. 그러나 정말 종교가 모든 분쟁의 근원인가. 통계에 의하면 세계 69억 인구의 70% 이상이 가톨릭, 개신교, 무슬림, 불교, 힌두교, 유대교 등의 종교를 가지고 있다. 이 모든 종교들 중 분쟁과 대학살을 교의로 삼아 가르치는 종교는 없다. 저명한 영국의 종교비평가 카렌 암스트롱은 종교가 가르치는 교의는 참인지 거짓인지 논리적으로 판단할 수 없으며, 윤리적 행동으로 옮겨졌을 때 참인지 거짓인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종교로 인한 모든 분쟁은 종교 교의를 정치적 담론으로 만들 때 발생한다. 그리고 종교의 정치화, 권력화를 조장하는 것은 거의 언제나 근본주의다. 요컨대, 종교가 문제가 아니라 종교적 근본주의가 문제다. 근본주의의 핵심은 편협과 오만과 탐욕이다. 자기가 믿는 것은 선이고 상대방이 믿는 것은 악이라는 믿음, 자기가 믿는 것만이 진리라는 믿음, 그것을 지지하기 위한 문자주의,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지고 상대를 지배하려는 권력에 대한 의지가 근본주의의 본질이다. 엄밀히 말해서 여기에는 그 어떤 종교적 내용도 없다. 대부분의 종교인들은 이러한 근본주의와는 상관없이 신앙생활을 한다. 종교가 원인이라고 알려진 역사상의 대재앙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이면에 있는 것은 종교가 아니라 종교를 빙자한 지배욕일 때가 많다. 이런 의미에서 근본주의는 광신이나 맹신과는 또 다르다. 맹신과 광신은 그야말로 미친 듯이 믿는 것이지만 종교적 근본주의는 미친 듯이 믿는 것이 아니다. 지배하기 위해 믿는 척하는 것이다. 조계종의 선언이 반가운 게 종교적인 화합을 촉구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현대사회에서는 무신론적 근본주의, 과학적 근본주의 역시 종교적 근본주의 못지않게 위험한 현상이다. 일부 미래학자들은 미래의 양극화 현상에 종교와 무신론 간의 대립을 첨가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그런 대립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모든 종교를 악으로 규정하는 무신론적 근본주의, 무신론과 과학만능을 결합해 모든 종교를 비과학적 편견으로 비난하는 과학주의적 근본주의가 벌써부터 고개를 든다. “상대방을 악이라 부르는 사람이 곧 악이다.”라는 도스토옙스키의 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도법 스님의 선언을 읽다 보니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생각난다. 2000년에 교황은 가톨릭 교회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뉘우쳤다. 진리에 봉사한다는 명목으로 사랑을 멀리했다는 것이 교황 발언의 요지였다. 각기 다른 시기에 각기 다른 종교인이 한 말이지만 결국 같은 얘기다. 상대방이 믿는 진리를 인정하지 않는 진리, 사랑이 없는 진리는 진리가 아니다.
  • 결국 ‘흙’이더라

    결국 ‘흙’이더라

    “도기를 굽는 재료 정도였지, 흙 그 자체로 주목받은 적은 없지 않나요. 흙 자체에 집중하는 작품을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오는 9월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8년 만의 개인전 ‘임옥상의 토탈 아트-마스터피스 : 물, 불, 철, 살, 흙’을 여는 임옥상(61) 작가의 말이다. 전시 제목은 작품 세계를 다 보여주겠다는 것인데 작가 스스로는 흙을 강조하는 셈이다. 작가는 두 부분으로 나눠 설명했다. “자기표현이 강한 게 작가인데 그간 공공미술을 하느라 가슴앓이가 좀 있었습니다. 공공미술은 대중을 위해 많이 자제하고 양보해야 하니까요. 그 가슴앓이를 분출해낸 게 이번 전시입니다.” 작가는 그간 삼성래미안 아파트, 상암 월드컵 하늘공원, 청계천 전태일 거리, 고(故) 노무현 대통령 묘역 등을 만들어왔다. 2층 전시장 중앙에 놓여진 철로 만든 ‘산수’ 같은 작품은 그 가슴앓이를 말해준다. 3개의 직사각형 흙더미도 눈에 들어온다. 제목은 ‘흙, 살’. 표면에 사람들 얼굴이 부조 형식으로 새겨져 있다. 옛 종이부조 작업을 떠올리게 하지만 종이가 아니라 흙 자체를 썼다는 점이 특이하다. 자연 그대로의 흙을 썼단다. “제 작품의 시작이 땅이었죠. 제가 발 디디고 살고 있는 땅. 그게 생명의 근원 아니겠습니까. 그 땅으로 되돌아가고자 했습니다. 물, 불, 쇠 같은 매체를 다뤄봤지만 결국 그것 역시 흙에서 나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유명인 초상으로 나치 철십자 형태를 만든 ‘나무아미타불’은 풍자가 깃들어 있다. 사회 저명인사 17명이 등장하다 보니 ‘그 분’이 빠지면 섭섭할 일. 입 주변이 북한산 암벽 마냥 치솟은 게 절로 누구를 연상케 한다. “뭐, 다 아시면서….” 설명 끝이다. 또 다른 작품 ‘광화문 연가’는 광화문 일대를 붉은 물에 담가 놓았다. 청와대까지 잠겨 있다. ‘평화의 댐’을 안 지으면 일어날 상황을 시뮬레이션한 모 방송사 화면 같다. 정작 광화문 물난리의 주범은 ‘평화의 댐’이 아니었지만. 능청스러운 대답이 더 걸작이다. “빨강이 아니라 핑크예요. 저 색이 얼마나 섹시한데요.” 빨간색만 보면 튀어나오는 우리 사회 한쪽의 반응을 향해 날리는, 유쾌한 ‘한방’이다. (02)720-1020.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사설] 도대체 군납비리의 끝이 어디인가

    나라를 지키는 65만 국군 장병들에게 저질 건빵과 곰팡이 핀 햄버거빵을 먹게 만든 군납식품 비리 사건이 터져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은 그제 불량 빵을 군에 납품한 9개 업체 대표를 입찰비리 혐의로 입건하고 이들의 비리를 눈감아 주고 5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방위사업청 이모 사무관 등 2명을 붙잡았다. 군납식품 업체들에 수시로 입찰·단속 정보를 유출하며 거액을 받은 김모 중령 등 현역 군인 8명도 검거됐다. 군에 자식을 보낸 부모는 물론 국민의 가슴이 얼마나 미어터지겠는가. 방사청은 툭하면 터져 나오는 군납 비리를 막기 위해 국방부에서 분리돼 2006년 1월 출범했는데, 예나 지금이나 비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이후 K계열 국산 무기체계의 결함이 속속 드러났다. K1 전차, K2 흑표전차, K9 자주포, K11 복합소총, K21 장갑차 등이 이래저래 제구실을 못해 국민적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문제는 군납 비리가 무기나 장비류에서 밑창 떨어진 군화 등에 이어 곰팡이 햄버거빵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불량 무기, 불량 식품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최대 적이다. 우선 방사청은 칸막이식 인사와 폐쇄적인 조직 운용을 개선하는 데 머물지 말고 직원들의 업무 태도나 인식을 확 바꾸어야 한다. 불량 품질을 근원적으로 막기 위해 제3자인 민간기관에서 책임감리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불량품을 납품하다 적발되는 방산업체는 자격을 영구 박탈하는 등 치명적 불이익을 줘야 한다. 방사청, 각 군, 방산업체의 비리 커넥션을 감시하는 별도의 비리 추적반을 상시 가동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본다.
  • “소설이다” “아니다” 논란 속 문예지 ‘김애란 조명’ 잇따라

    “소설이다” “아니다” 논란 속 문예지 ‘김애란 조명’ 잇따라

    올해 한국 문단의 최고 수확은 단연 김애란(31)이다. 신예 김애란의 첫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창비 펴냄)은 발간 두 달여 만에 판매량 10만부를 기록했다. 지난주에는 급기야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2위에 올랐다. 밀리언셀러(100만부)에 등극한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수필 ‘아프니까 청춘이다’ 바로 다음 순위다. ●‘두근두근’ 두달여만에 판매 10만부 돌파 하지만 ‘두근두근’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쏟아지는 찬사만큼이나 “엉거주춤한 글쓰기”(김윤식 문학평론가), “서사에 결격 사유가 있다.”(한기욱 창비 편집위원) 등의 비판이 뒤따르고 있는 것. 이런 가운데 최신 문학 계간지 가을호들은 앞다투어 김애란을 조명했다. 문학평론가 차미령씨는 ‘문학동네’에 실린 평론에서 “‘두근두근’은 조로증의 경과에 따라 서사가 짜인 것처럼 보인다. 종래 보아 왔던 서사와 사뭇 다른 길을 가고 있는데, ‘두근두근’을 능동적인 것으로 만드는 다른 무언가가 거기에 있다.”고 분석했다. 일반적인 서사가 아니라고 해서 일각의 비판처럼 서사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황석영 “전형적 이야기꾼 탄생” ‘문학동네’는 이야기꾼의 숙명에 대해 김애란과 황석영이 나눈 대담도 함께 실었다. 황석영은 “김애란이 쌍둥이 자매라는 얘길 듣고 시치미를 떼는 이야기꾼의 ‘능청스러움의 연원’을 눈치챘다. 꼬마 때부터 항상 또 다른 자아와 함께하는 삶이란 자기가 객관화되는 ‘거울체험’을 일찍 경험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애란의 아버지가 이발소, 어머니가 손칼국수 집을 오래 했다는 이야기에 전형적인 이야기꾼의 탄생이라며 무릎을 친다. 서양에서는 ‘바버 앤드 덴티스트’라며 입심 센 이발소 주인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아주 많다는 것이 황석영의 설명이다. 낯선 손님들이 매일 오는 환경은 김애란이 이야기꾼이 되기에 아주 좋은 조건이었다는 것. ‘창작과비평’은 김애란을 인터뷰해 실었다. 인터뷰에서 김애란은 글쓰기의 가치에 대해 “이제 서른을 조금 넘겼는데 세상에 대해 얼마나 알겠나. 하지만 그냥 헛손질, 제가 ‘당신’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만지려고 허우적거렸던 손짓을 계속하고 싶다.”고 밝혔다. ‘두근두근’의 주인공은 조로증에 걸린 열일곱 살 소년 아름이다. 아름이는 소설 속에서 자신의 근원에 대한 소설을 쓴다. 김애란은 “작정하고 메타소설을 쓸 생각은 없었다. 이건 연애 이야기이기도 하고 성장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황제’의 추락… 시장 중심축 흔들린다

    ‘황제’의 추락… 시장 중심축 흔들린다

    국내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추락하면서 시장의 중심축이 흔들리고 있다. 올해 초 1주에 100만원이 넘는 ‘황제주’에 등극해 증시의 새 역사를 쓰는 듯했던 삼성전자는 주요 수출국인 미국 경제가 이중침체(더블딥)에 빠질 우려가 커지면서 외국인을 비롯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구글, 애플 등 소프트웨어 업체가 잇따라 하드웨어 부문 강화에 나서면서 ‘알맹이(소프트웨어) 없이 껍데기(하드웨어)에 강한’ 삼성의 근원적인 경쟁력마저 위협받는 상황이다. 1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4.09%(2만 9000원) 떨어진 68만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101만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던 지난 1월 28일 대비 32.67% 하락한 것이며, 연중 최저가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148조 7723억원에서 100조 1635억원으로 3분의1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전문가들은 국내 시총 1위(전체의 9.24%)의 대장주(株)인 삼성전자 주가가 급락한 것은 단순히 개별 종목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을 떠받치는 중심축이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정보기술(IT) 거품 등 업황과 관련한 이슈가 있더라도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는 적었다.”면서 “최근 시장의 불안심리가 이전보다 강하게 투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국 증시에서 시총 1위인 애플의 주가가 빠지면 상징성이 크듯이 삼성전자도 국내에서 비슷한 위상을 갖고 있다.”면서 “최근 세계 IT시장이 소프트웨어 개발을 통해 생산성을 창출하는 기업에 높은 프리미엄을 주다 보니 하드웨어에 치중한 삼성전자가 새로운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구글이 모토롤라를 인수하고 애플이 일본 샤프사에 투자 의향을 밝히면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통합이 대세가 되고 있어 삼성전자의 경쟁력에 의문이 생기고 있다.”면서 “다만 삼성전자가 20조원의 자금력을 지닌 만큼 인수·합병(M&A)에 나서는 등 돌파구를 마련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주가가 다시 100만원을 돌파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가가 다시 100만원을 돌파하려면 외국인들의 투자 심리가 살아나야 한다.”면서 “여기에 반도체 및 액정표시장치(LCD) 가격이 안정되고 ‘갤럭시S 2’ 등이 호조세를 보이면 예상보다 빨리 100만원대를 회복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류지영·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강남 ‘청렴 온라인 카페’ 떴다

    강남 ‘청렴 온라인 카페’ 떴다

    Q: 공용물인 TV와 세탁기를 자택에서 사용하면? A: 예산으로 구입한 기관의 자산을 개인이 자택으로 가져가 사용하는 것은 공무원 행동강령 제13조(공용물의 사적 사용·수익 금지) 위반입니다. ‘청렴 최우수 도시 만들기’를 슬로건으로 대대적인 청렴운동을 펴고 있는 강남구가 17일 청렴 문화 정착을 위해 인터넷 청렴 카페 ‘다산회’(cafe.naver.com/cleangangnam)를 개설했다. 이날 첫선을 보인 온라인 커뮤니티 ‘다산회’는 청렴에 관한 정보와 고민을 나누는 곳으로 청렴한 조직문화 정착을 위해 만든 것이다. ●청렴위반 사례·청렴 이야기 소개 커뮤니티의 자랑은 웹툰(webtoon·인터넷 만화)을 활용해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꾸며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청렴 교육을 한다는 것이다. 각종 청렴위반 사례를 만화로 흥미진진하게 소개했다. 또 ‘역사속의 청렴이야기’ 코너에서는 “나라 재산이라면 바늘 하나라도 탐내지 말라.”고 외쳤던 조선 청백리 이약동(1416~1493) 제주목사의 유명한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조선시대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에 얽힌 이야기도 사진과 함께 글로 실었다. 웹툰과 청렴 이야기 등은 회원 가입 없이도 볼 수 있지만 새내기방과 구민감사관방 등 뜻이 맞는 회원들끼리 대화할 수 있는 전용게시판을 따로 두어 허심탄회하게 소통하도록 했다. 구는 직원들의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역사속의 청렴 이야기’ 원고도 모집한다. 채택된 직원에게는 ‘청렴마일리지’를 부여하고 우수자는 연말에 표창할 방침이다. ●공직자 비리신고센터도 마련 특히 청렴마일리지는 개인과 부서의 청렴도 평가에 반영하고, 청렴소식과 역사속 청렴이야기, 공무원 행동강령 사례 등을 묶어 매월 웹진(webzine·인터넷 잡지)을 발간하기로 했다. 구는 ‘공직자 비리신고센터’와 ‘하도급 부조리 신고센터’도 별도로 마련했다. 이에 앞서 직원 청렴학습 동아리 ‘다산회’는 지난달 30일 경기 남양주시에 있는 다산 정약용(1762~1836)의 생가를 탐방하기도 했다. 직원들은 “청렴이야말로 모든 선(善)의 근원이며, 덕의 바탕이다. 청렴하지 않은 자는 목민관이 될 수 없다.”는 다산의 뜻을 기리며 청렴 실천 결의대회를 가졌다. 신연희 구청장은 “이번에 첫선을 보이는 ‘다산회’가 청렴한 공직사회를 조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청렴 최우수 도시를 목표로 주민이 만족할 때까지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공생의 해법] 대기업, 中企 인력 빼가면 불이익

    대기업의 독점구조를 풀어야 고용이 늘어난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서 부당하게 인력을 스카우트할 경우, 정부 관련 사업에서 감점을 받게 된다. ‘공생발전’을 위해서 중소기업 보호육성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대기업 독점구조 풀어야 고용 는다” 18일 기획재정부가 한국노동경제학회로부터 제출받은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위한 고용·해고제도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독점적 생산물 시장구조는 완전 경쟁시장에 비해 고용량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노동시장에서 노동조합의 조직을 용이하게 해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강화시킨다고 지적했다. 독점 시장의 경우, 독점 이윤이 발생해 노동조합의 조직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파업발생 확률 또한 유의미하게 증가한다. 보고서는 현재 고용위기의 근원에는 생산물 시장과 노동시장의 왜곡된 시장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며 가장 먼저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적절히 통제하는 시장 질서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규제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만들어 주거나 산업 정책 등으로 불합리한 특혜를 줘 시장 기능을 왜곡하는 것은 비효율적 노동시장 구조와 비생산적 노사관계를 만들기 때문이다. 생산물 시장에서 시장 지배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태에서 노동시장 정책은 근본적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2009년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에 노조가 있는 정규직은 월 평균 임금 327만 3000원에 근속 기간이 12.4년이고 국민연금 99.3%, 고용보험은 75.3%가 가입돼 있다. 하지만 이에 해당하는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7.1%다. 반면 중소기업에 다니지만 비정규직에다 노조가 구성되지 않은 경우는 월 평균 임금 114만 6000원에 근속 기간은 1.6년에 불과하다. 국민연금 43.5%, 고용보험은 35.4%만 혜택을 받고 있지만 이들은 전체 근로자의 27.7%를 차지한다. ●정부 조달물품 심사서 감점 처리 정부는 이날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중소기업 기술인력 보호·육성 강화 방안을 마련했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인력에 대한 부당 유인·채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부당행위를 구체적으로 나열하기로 했다. 정부 조달 물품 입찰 심사기준에서 불공정 채용을 한 기업은 감점 처리되며 정부의 연구개발 사업 신청기업 평가 기준에도 불공정 행위가 포함된다. 중소기업이 개발한 핵심기술을 기술임치센터에 보관하는 기술자료 임치제가 의무화된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부고]

    ●심계택(서울신문 가좌지국장)씨 장모상 16일 성남중앙병원, 발인 18일 오전 (031)7995-260 ●장영남(전 삼성종합화학 부사장)씨 별세 수현(장수현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씨 부친상 16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8일 오전 7시 (02)3410-6903 ●이진원(사업)씨 모친상 박종진(MBN 국제부장)이한준(사업)씨 장모상 16일 서울대병원, 발인 18일 오전 7시 (02)2072-2027 ●김수한(대우조선해양 상무이사)씨 별세 종태(해동서예학회 이사장)씨 동생상 16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8일 오전 11시 30분 (02)3010-2293 ●김기동(도봉종합골프 회장)씨 부친상 이특구(서울시립대 명예교수)김휘철(자영업)씨 장인상 16일 고려대 안암병원, 발인 19일 오전 6시 30분 011-718-5841 ●김정일(SBS 아나운서팀 차장)씨 부친상 16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19일 오전 9시 (02)2227-7584 ●윤진혁(사업)재웅(SBK 전무)씨 부친상 김혜숙(사업)김영애(아이올리 부사장)씨 시부상 16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8일 오전 7시 (02)3010-2265 ●엄영환(미래로가는길 대표)영건(아시아나항공)씨 부친상 김휘부(화가)오병운(남강토건 부장)씨 장인상 16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18일 오전 5시 (02)2227-7594 ●이근수(미국선급협회 한국총본부장)근원(전 조선일보)근호(미국 거주·사업)씨 부친상 16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18일 낮 12시 (02)2227-7597 ●이지연(동남보건대 작업치료과 교수)정환(세람저축은행)씨 모친상 한형민(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박윤규(공군 합동참모본부 중령)씨 장모상 16일 강릉 연세병원, 발인 18일 오전 (033)646-9700 ●신덕일(소이빈네이처 대리)경자(금강아산병원 영상의학과 의사)영옥(대영중 교사)씨 부친상 윤춘호(극동건설 대표이사)최윤광(삼성물산 전무이사)강천봉(대경종합관리)문광섭(우인건축 대표)씨 장인상 16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8일 오전 8시 30분 (02)3010-2235
  • 스키다큐 ‘겨울냄새’, 한국 스키 기원·계보 찾는다

    스키다큐 ‘겨울냄새’, 한국 스키 기원·계보 찾는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며 제작된 스키 다큐멘터리영화 ‘겨울냄새’가 아시아 스키의 근원이 되는 한국 스키의 역사를 살펴보고, 그 계보를 잇는 스키의 달인 데몬스트레이터(Demonstrator)를 소개한다. ‘겨울냄새’는 4세기 고대 고구려 스키의 실물사진이 전시된 ‘대관령 스키역사박물관’에서 시작된다. 박물관의 정일환 큐레이터는 “1955년 출판된 독일 스키 사학자 루터(C.J.Luther)의 저서 ‘고대 스키역사 50년’에는 스키가 한국 북반구와 중앙 시베리아에서 세계의 다른 지방으로 전파된 경로를 보여주는 ‘스키의 전파도’가 기록돼 있다.”며 “동양 스키의 기원이 한반도라는 것을 입증하는 자료”라고 밝혔다. 1912년 한국에 주둔한 일본군 유가와 중위가 함경도 옛 농가에서 발견한 고대(古代)의 스키를 고고학적으로 분석·조사한 결과, 놀랍게도 4세기 북유럽에서 사용한 스키와 일치했고 신석기 지층에서 발견된 스키와도 같다는 결론이 나왔다. 애석하게도 이 4세기 고대 고구려 스키 유물은 일본 다카다 박물관에 소장돼 있으며, 대관령 스키역사박물관에는 실물 크기의 사진만이 전시돼 있다. 제작과 촬영을 맡은 전화성 감독은 “루터의 연구결과와 1912년 함경도에서 발견된 4세기 한반도 스키의 유형을 볼 때, 북유럽형 스키와 한반도 고대 스키 사이에는 긴밀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는 겨울 한 철에만 스키를 탈 수 있다. 그런데 전체인구 중 십 분의 일 가량인 500만 명이 그 한철을 즐기기 위해 스키를 탄다. 고대로부터 스키를 탔던 ‘스키 DNA’의 뜨거운 열정이 우리민족의 몸속에 흐르고 있다고 생각해 그 계보를 잇는 스키 달인들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3월 스물아홉 비정규직의 사랑과 희망을 다룬 영화 ‘스물아홉살’로 영화계에 데뷔한 전화성 감독의 신작 ‘겨울냄새’는 오는 18일 개봉한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英 15세 소년, 13세 소녀에 ‘몹쓸짓’

    英 15세 소년, 13세 소녀에 ‘몹쓸짓’

    일주일 넘게 계속되는 영국 폭동의 현장에서 10대들의 범죄행각이 막장까지 치닫고 있다. 10대 소년이 광란의 폭동 속에서 2살 아래의 소녀를 성폭행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청소년들은 ‘왜 범행을 저질렀느냐.’는 질문에는 정작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주 폭동이 불붙은 런던 동부 울리치 지역에서는 15세 소년이 폭동 현장에서 13살 된 여학생을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고 15일 영국 데일리메일이 보도했다. 이 용의자는 방화와 절도 등으로 혼란이 가중되는 틈을 타 유리파편으로 소녀를 위협한 뒤 범행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소년은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성장하며 엄격한 윤리교육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간호사인 소년의 어머니는 “결손가정에서 어렵게 자란 것도 아니고 종교적 가치를 배우며 컸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피의자 상당수 평범한 청소년 영국 언론들은 폭동 현장에서 폭력과 절도 등 비행을 저지르는 청소년을 찾는 건 매우 쉬운 일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폭동현장에서 약탈과 방화, 폭력 등의 혐의로 체포된 사람은 2800여명이고 이 가운데 1300명이 기소됐다. 피의자 중 상당수는 청소년이다. 더 큰 문제는 붙잡힌 청소년들이 자신의 범행 이유에 대해 적절히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규율 없는 학교 vs 빈부차… 원인 분분 이에 대해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이 내놓는 해석은 천양지차다. 보수당 소속인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무책임과 이기심, 엄격한 규율이 없는 학교, 처벌받지 않는 범죄 등이 폭동을 키웠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동당 등 야권은 저소득층의 경찰에 대한 깊은 불신과 소득 불균형을 사태의 원인으로 꼽는다. 클리포드 스콧 리버풀대 교수는 “다른 폭도들과 함께 있으면 (군중심리 탓에) 이성을 잃게 된다는 식의 해석은 이번 사태의 근원을 밝혀내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WHO&WHAT] 인간은 이기적 동물? 이타적 동물?

    [WHO&WHAT] 인간은 이기적 동물? 이타적 동물?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인가, 이타적인 동물인가.’  이 질문에서 어느 한쪽의 손을 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흔히 인간은 이기적이면서 이타적이기도 한 양면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소한 현대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본다면 인간은 ‘순수하게’ 이기적인 동물이다. 1976년 영국에서 출간된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 옥스퍼드대 교수의 이 이론은 여전히 생물학계의 주류로 각광받고 있다. 도킨스의 이론은 결코 이해하기 쉬운 내용은 아니다. ‘인간은 유전자의 꼭두각시이자 기계’ 정도로 요약된다. 모든 생명체가 자기 보존의 원칙이라는 한 가지 목적만을 갖고 있으며 유전자는 이에 맞춰 프로그램돼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흔히 인간을 동물과 다르게 하는, 남을 위한 희생정신과 이타성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타성은 수많은 학자들이 진화생물학을 반박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도 하다.  이번 주 가상인터뷰 ‘후 앤드 왓’(Who & What)에서는 ‘인간의 이타성’에 대한 공개재판을 열었다. 피고석에는 역사상 가장 ‘이타적인 과학자’로 꼽히는 러시아의 식물학자 니콜라이 바빌로프(1887~1943)가 앉았다. 인류의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전세계를 떠돌며 종자를 모았지만, 정작 본인은 감옥에서 굶어죽은 비극의 주인공이다. 인간의 근원에 대한 왕성한 탐구욕을 보여 온 영화 ‘혹성탈출’ 속 원숭이들의 영웅 시저가 검사로 나서 바빌로프의 이타적 유전자를 기소했다. 바빌로프의 변호는 그의 후계자로 평가받는 ‘녹색혁명의 아버지’ 노먼 빈센트 볼로그(1914~2009)가 맡았다. 시저 니콜라이 바빌로프. 1887년 모스크바 출생. 작물학자이자 식물유전학자, 수집가, 탐험가. 맞는가? 바빌로프그렇다. 시저법정에 섰는데도 전혀 낯설어하지 않는다. 보통 피고인석에 서게 되면 죄를 지은 사람이나 아닌 사람이나 모두 긴장한 모습이게 마련인데. 바빌로프 2년 정도 수용소와 법정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때보다는 오히려 분위기나 의자가 편하다. 시저당신이 왜 여기에 불려 왔는지 죄목을 알고 있나. 바빌로프잘 모르겠다. 시저당신은 유전자의 법칙을 거스른 혐의를 받고 있다. 현대 진화생물학의 핵심 토대인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 따르면 유전자는 오로지 생존만을 생각한다. 그런데 당신의 일생은 이 이론으로 잘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 자리의 배심원 앞에서 그걸 입증해 보이겠다. 당신의 집안은 꽤 부잣집이었다. 당신의 부모는 당신이 섬유공장을 물려받기를 원했는데 왜 따르지 않았나. 바빌로프우리 가족이 부유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난 세 명의 형제들을 어려서 병으로 잃었다. 그 때문에 나를 포함한 나머지 형제들은 당시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던 과학과 의학을 통해 이 같은 불행을 없앨 수 있다고 믿었다. 누나 둘은 의사와 세균학자, 형은 물리학자, 난 식물학자가 됐다. 시저다른 형제들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런데 왜 당신은 식물학인가. 당시에는 식물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별 의미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바빌로프사실 의사가 될지 식물학자가 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학 입학 직전 러시아에 최악의 흉년이 닥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그들에게 뭔가 도움을 주고 싶었다. 시저당신 자신을 위해서였다면 분명 의사가 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 아니었나. 잘살고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식량을 걱정해서 식물학자가 됐다는 사실부터 아이러니하다. 과학적 발견으로 인류의 고통을 덜 수 있을 것이라는 자만에 빠져 있었던 것 아닌가. 바빌로프그게 나의 가장 큰 희망이었다. 난 새로운 발견을 할 때마다 ‘이 발견을 어떻게 농사에 활용할 수 있을까.’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어떻게 응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또 작물의 질병과 전염병 때문에 생겨나는 기아, 사망, 이주, 사회불안을 막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시저그래서 결국 당신은 가족조차 버리고 먼 길을 떠났다. 1916년에 처음 파미르 고원으로 ‘페르시아 밀’을 찾아 떠난 이후 1933년까지 115차례나 소위 ‘종자찾기 여행’을 했다. 첫 여행을 떠날 때는 신혼이었고, 아들이 태어났는데 안아 줄 시간조차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게 말이 되나. 도대체 얼마나 숭고한 여행이었기에 가족도 팽개쳤던 건가. 바빌로프작물이 지닌 질병면역력을 찾기 위해 지구상에 어떤 식물이 오랫동안 살아남았는지를 알고자 했다. 농작물이 잘 자라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않다. 날씨의 영향도 있고, 병충해가 생겨서 순식간에 초토화되는 일도 많다. 무엇보다 인간이 생산성이 높다거나 하는 이유로 한 가지 작물에만 집착하면 그 작물에 병충해가 생길 경우 모두 굶어 죽게 마련이다. 하지만 다양한 생물을 키울 수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더위에 강한 작물, 추위에 강한 작물, 생산성은 낮은 대신에 병충해에 강한 작물을 적절하게 섞어서 키운다면 어떤 경우에도 기아를 면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작물의 근원을 찾아야했다. 밀, 벼, 콩 등이 처음 태어난 곳을 찾는다면 그곳에서 가장 강하게 자란 품종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시저그래서 도대체 품종을 얼마나 모은 것인가. 바빌로프정확하지는 않지만 5대륙을 모두 돌면서 나와 동료들이 모은 종자와 덩이줄기가 14만 8000개에서 17만 5000개 정도 될 거다. 당연히 모두 땅에 심는 순간 자랄 수 있는 발아 가능한 종자들이었다. 시저그동안에 당신은 이혼도 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인류를 구한다는 목표 아래 결국 가족을 잃은 건데, 만족하나. 바빌로프아내 에카테리나와 아들 올레그에게는 미안하지만, 난 거기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종자여행을 위해서 말을 배울 시간도 부족했다. 시저전 세계를 돌아다녔는데, 몇 개 국어나 할 수 있나. 바빌로프러시아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라틴어는 기본이고 에티오피아 공용어인 암하라어나 페르시아어까지 배웠다. 땅과 씨앗의 진정한 주인은 농부들이고, 종자에 대해서는 그들이 가장 잘 안다. 그들의 말로 대화하는 것이 종자여행의 핵심이었다. 시저다시 말하자면 당신은 오로지 씨앗을 찾기 위해 전 세계를 떠돌았고, 그 결과 가족을 잃었다. 심지어 국가도 당신을 인정하지 않았다. 러시아에 식량이 부족해지자 스탈린 체제의 농업학자들은 당신이 지나치게 많은 종자를 가져와 방치했기 때문에 식량정책이 실패했다고 주장하면서 가뒀다. 재판에서 총살형을 선고받았고, 물론 다행히 집행되지는 않았지만 결국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식량을 모은 당신이 감옥에서 굶어 죽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졌잖은가. 당신은 뭘 위해 일한 건가. 유전자가 이기적이라면, 당신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것 아닌가. 심지어 당신의 제자들은 연구소의 종자에 전혀 손을 대지 않고 있다가 세계대전 중에 봉쇄된 도시에서 굶어 죽었다. 이 또한 당신의 책임 아닌가. 바빌로프…. 볼로그바빌로프의 성과가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에 대해서는 그 뒤를 이었던 내가 좀 더 보충하고 싶다. 병충해에 강하고, 식량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것이 당신의 목표였다. 맞는가. 바빌로프그렇다. 그것만이 인류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볼로그현재 러시아의 경작지 80%에서 바빌로프가 세운 연구소의 종자에서 개발된 품종을 키우고 있다. 불과 80년이 지나지 않아 수천년을 내려온 농업의 뿌리를 바꾼 거다. 종류는 1000가지가 넘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생물다양성은 지금 이 순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화두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화학비료를 뿌리고, 병충해를 막기 위해 농약을 살포한 덕분에 땅은 피폐해졌고 새로운 병충해에 인간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결국 식물학자와 농업학자들은 80년 전 바빌로프가 주장했던 생물다양성이 무엇인지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 시저바빌로프의 노력들이 실제로 인류가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는 것인가. 볼로그나 역시 바빌로프의 여행에서 연구의 기본을 얻었다. 밀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다가 결국 밀의 근원을 찾기 시작했고, 병충해에 강한 앉은뱅이 밀을 얻었다. 이 밀이 인도와 파키스탄의 10억명이 넘는 사람들을 기아에서 구했다. 시저그 덕분에 당신은 1970년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평생 아쉬움 없이 연구를 하고 영광을 누렸다. 그런데 바빌로프는 결국 아무것도 얻은 것 없이 희생만 한 것 아닌가. 여러 가지 정황상 바빌로프의 유전자는 유죄가 분명하다. 볼로그시저 당신은 ‘이기적 유전자’의 가장 큰 함정에 빠져 있다. 바빌로프가 이타적이냐 하는 질문에 당신은 ‘그렇다.’라고 대답하겠지만 실제로는 바빌로프야말로 가장 이기적인 유전자를 갖고 있다. 이기적인 유전자를 주장하는 유전자 설계론의 핵심은 유전자가 자신이 속한 종이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유전자를 위해 행동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이로운 행위를 하는 이타주의자들은 결국에는 생존을 위해 교묘하게 이타성으로 위장된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바빌로프는 자기 자신이나 가족의 이익을 위하는 대신 인류라는 종의 생존을 위해 철저하게 프로그램된 유전자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가족까지 버릴 수 있는 이타성이 바로 지독한 이기적 유전자의 증거다. 오히려 바빌로프야말로 ‘이기적 유전자’ 그 자체가 아닌가. 바빌로프이기적 유전자니 이타적 유전자니 하는 부분은 잘 모르겠다. 난 그냥 내 머리와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행동했다. 죽는 순간까지 내가 모은 종자들에 대해 걱정했는데, 그 덕분에 인류가 기아에서 조금이나마 해방됐다니 기쁘다는 생각뿐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참고문헌]  지상의 모든 음식은 어디에서 오는가(게리 폴 나브한·강경이/아카이브)  이타적 유전자(매트 리들리·신좌섭/사이언스북스)  이타적 과학자(프란츠 부케티츠·도복선/서해문집)  기아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스코트 킬맨·이순주/에이지21)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이상임/을유문화사)  생각의 역사2(피터 왓슨·이광일/들녘)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WHO&WHAT] 소설 속 영국인 주인공 폴 웨스트 “파리서 1년 살아보니” [WHO&WHAT] 인류 첫 셀레브러티 ‘클레오파트라’… 베일 속의 그녀의 얘기 들어보니 [WHO&WHAT] 유전학의 창시자 수도사 멘델의 고백… “저, 유전학의 아버지 아니에요” [WHO&WHAT] 인간은 이기적 동물? 이타적 동물?…러시아 식물학자 니콜라이 바빌로프가 밝힌 유전자의 비밀
  • [열린세상] 땜질식 접근으론 북핵 해결 못한다/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열린세상] 땜질식 접근으론 북핵 해결 못한다/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지난 20년 동안 북한 핵문제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남북관계 개선의 핵심 전제였다. 이명박(MB) 정부의 ‘비핵·개방·3000’은 한반도의 핵심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였다. 북한은 이런 MB정부의 대북 제안을 거부했으며, 2차 핵실험 감행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본격 가동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논의하기 위한 양측 간 고위실무접촉 내용을 이례적으로 폭로했다. 이 때문에 한반도 비핵화 해결은 더 요원해지는 듯했다. 비관적 전망이 팽배한 가운데 지난달 22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6자회담 남북 수석대표와 외무장관들이 전격적으로 회담을 가졌다. 일주일 후 미국 뉴욕에서 북·미 고위급회담이 개최돼 6자회담 재개문제를 비롯해 양국 간 향후 일정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6자회담이 중단된 후 북핵문제와 관련한 가장 긍정적 변화로 볼 수 있다.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을 실제로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이유는 포기할 때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크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6자회담에서 합의한 9·19공동성명이나 2·13합의에 명시돼 있다. 경제, 에너지 지원을 받을 수 있고 한반도평화체제와 동아시아안보체제 구축과 관련해 북·미, 북·일 등 관련국가와의 국교정상화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관련해 북한에 부과된 유엔안보리 대북제재안이 철회됨으로써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로 분류돼 투자와 교역에서 혜택을 받는다. 또 MB정부가 제안한 ‘그랜드바겐’ 구상에 따라 대규모 경제지원도 받을 수 있다. 한마디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경제적 이익을 중심으로 외교·정치·군사적 이익의 순서로 미래의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이유는 앞서 이익의 순서와 역순이며 비중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다. 핵무기를 보유함으로써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소위 적대세력(?)으로부터의 침략을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방인 중국으로부터의 자주성을 지켜낼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핵을 보유함으로써 김정은의 3대세습에 대한 대내외적 비난을 잠재우고 정권의 정당성, 강성대국의 정당화를 기할 수 있다. 북한은 이라크, 리비아 등이 미국 등의 일방적 공격을 당한 것도 핵무기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핵을 보유하면 경제적 지원도 받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우리의 대북정책은 대통령의 임기와 같은 최대 5년 내에 성과를 내야 한다. 미국의 대북정책 역시 짧으면 4년 길면 8년이다. 반면 중국은 최소 10년이고 북한은 지도자의 수명을 넘어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북핵 문제는 정책의 시간만이 아니라 정권의 수명과도 연관이 있어 북한정권의 실질적인 변화 없이 해결될 수 없다. 미국이 국내 재정 악화와 리더십 약화 등으로 여력이 없는 것도 핵문제의 획기적 전환을 어렵게 한다. 아울러 북한의 핵문제는 현재와 미래의 선택문제이다. 핵을 폐기할 경우 미래세대에게 혜택이 주어질 것이나, 핵을 포기하지 않고 보유할 경우 현재 정권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김일성 체제를 포기할 수 없는 김정일 정권은 미래 후속세대의 희생을 담보로 핵을 끌어안고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MB정부의 ‘비핵·개방·3000’은 실행에 옮기지도 못한 채 폐기될 운명에 놓이게 되었다. 이는 MB정부의 정책 실패라기보다는 김정일 정권의 한계이자 숙명이다. 따라서 북핵문제의 해법은 정책의 시간성을 충분히 확보하거나 장단기 해법을 병행 모색하는 데서 찾을 수밖에 없다. ‘비핵·개방·3000’이란 미래지향적 근원적 해법은 존치하면서도 6자회담 재개를 비롯한 현실적이고 대증요법인 간여관리정책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으며, ‘비핵·개방·3000’의 비전과 철학을 계승할 정권 재창출에도 집중해야 한다. 임기를 1년반이나 남겨놓고 핵문제의 막연한 절충과 땜질식 보완을 통해서는 수십년 동안 정권과 체제의 사활을 걸고 덤벼드는 북한을 당해낼 수 없을 것이다.
  • [글로벌 시대] 유럽의 위기 끝이 안 보인다/장홍 프랑스 알자스 주정부 개발청 자문위원

    [글로벌 시대] 유럽의 위기 끝이 안 보인다/장홍 프랑스 알자스 주정부 개발청 자문위원

    유럽 통합의 중심축은 파리-베를린이다. 2차 대전 후 유럽 통합의 초기에는 프랑스와 독일의 재화합이 통합을 위한 절대 전제조건이었다. 이후 불·독 커플은 오랜 기간 유럽 통합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드골-아데나워, 지스카르 데스탱-슈미트, 미테랑-콜이 환상의 커플을 이루었다. 하지만 이 같은 오랜 전통은 사르코지-메르켈 커플에 이르러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이와 더불어 유럽 통합호도 출렁거리고 있다. 사르코지-메르켈 커플이 늘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지만, 그리스 재정 위기에 대처하는 방안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기 전까진 표면상으로는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그리스 위기와 더불어 파리와 베를린이 동상이몽의 커플임이 드러나면서, 그리스의 위기가 다른 유럽연합(EU) 회원국들로 파급되는 것을 염려해야 하는 심상치 않은 상황이 벌어졌다. ‘경제 대국, 정치 소국’이란 EU의 근원적 문제가 재발한 것이다. EU 위원장을 10년이나 역임한 자크 들로르조차도 EU를 가리켜 ‘정치적 UFO’라고 비꼬았다. 현재 유럽 통합호엔 선장이 없다. 불꽃은 이탈리아로 튀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채비율이 120%에 달하는 이탈리아의 사정은, 경제기조가 튼튼하다고 주장하는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암울하기만 하다. 경제성장률은 0%에 가까우며, 현 정부가 내세운 긴축재정은 2013~2014년 실행되는 것이다. 당장 해결해야 할 숙제를 현 정부 임기 이후의 문제로 남겨놓은 것이다. 게다가 잦은 스캔들에 연루된 베를루스코니 총리에 대한 정치적 불신이 이탈리아의 위기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그는 국가의 위기보다 자신이 연루된 재판의 향방에 더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이며, 의회에서 여전히 다수를 이루고 있지만 명목상의 다수에 지나지 않는다. ‘독불장군’이 된 베를루스코니는 홀로 금융시장에 맞서 외로운 전투를 하고 있다. 현재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는 연 6%를 상회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이자의 추가부담도 커졌다. 7%에 이르면 국가부도 위기가 도래하기에, 이탈리아는 현재 매우 급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 자파테로의 스페인 정부로 언제 불꽃이 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 두 국가가 그리스처럼 경제적 소국이 아니라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그리스의 공공부채는 3450억 유로인 데 비해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각각 1조 9160억 유로와 6930억 유로라는 점이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마누엘 바호주 EU 위원장은 유로존 17개국 지도자들에게 지난달 21일 브뤼셀에서 그리스의 위기가 다른 국가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취해진 결정들을 ‘즉각’ 실행에 옮기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문제는 위기에 처한 국가들의 국채를 유럽재정안전기금(EFSF)으로 구매한다는 데 합의를 보았지만, 9월 말 전에는 실행이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유는 유로존 17개 회원국 의회의 비준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집에 불이 났는데, 소방관은 진화 절차만 따지는 격이다. 이 같은 유럽의 거버넌스 부재는 상황을 더욱 불안정한 상태로 몰아가, 유로존의 약한 고리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국제금융시장의 공격에 더욱 노출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거듭 불거지는 재정 위기에도 불구하고 EU는 이름에 값하는 공동의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독일이 EFSF 증액은 물론, 과도한 채무를 진 국가들에 돈을 대주는 소위 ‘송금 연합’에 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탈리아나 스페인의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EU 차원의 수단을 지니고 있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재정위기에 처한 국가들이 자생적으로 위기를 극복하느냐, 아니면 유로존의 해체냐 하는 기로(岐路)에 서 있다. 불·독 커플의 불협화음에다, 미국의 재정난으로 세계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EU의 앞날은 산 넘어 산이다.
  • [사설] ‘갑을관계 비리’의 전형 보여준 한전 현장

    그제 하도급업체로부터 수년간에 걸쳐 15억원 상당의 뇌물과 접대를 받은 한국전력 현장감독관 70여명이 경찰에 적발된 사건은 ‘갑을관계 비리’의 전형을 보여준 사례다. 이들은 2006년부터 최근까지 한전에서 발주하는 전기공사를 원청회사에 수주해 놓고 이들이 다시 하도급업체에 일을 맡기는 것을 묵인해 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고 한다. 일부 직원들은 자기 부인을 하청업체에 취업시켰는가 하면 서울 강남에 주류백화점을 차려놓고 하도급업체 직원을 불러 양주와 와인을 시가보다 무려 10배 이상 비싸게 팔아 거액을 챙겼다고 한다. 이들의 행태는 도덕적 해이를 넘어 범법행위를 저지른 것이나 다름없다. 그것도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의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한전이라고 하니 기가 막힐 뿐이다. 문제는 이번에 밝혀진 것 말고 하도급 비리 행태가 한전 내부에 뿌리 깊게 박혀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이번 사태에서 보듯 수년 동안 수십명이 하도급 비리에 간여해 왔다는 것은 그만큼 하도급 비리가 관행적이고 구조적으로 이어져 왔다는 얘기다. 한전은 부인하고 있지만 대개 하도급 비리는 현장 직원과 이들을 관리·감독하는 상위 직원들 간의 보이지 않는 방조 내지 묵인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한전은 금품과 향응 수수, 횡령 등이 적발될 때는 금액과 상관없이 세번 징계를 받으면 해임하는 등의 쇄신책을 내놓았지만 이것만으로 하도급 비리를 근원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한번이라도 적발되면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하는 고강도 대책이 나와야 비리 불감증을 깨울 수 있다. 다른 공기업이나 민간기업들에 모범 사례가 될 정도는 돼야 한다. 그런 다음 추가적인 제도 개선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식경제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 부처는 한전을 비롯한 공공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하도급 비리 근절방안을 마련하는 데 고민해야 한다. 서울시가 지난 3월 내놓은 하도급 직불제 등도 참고할 만하다. 형식적인 하도급 부조리 센터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맡고 있는 기획재정부도 청렴도 평가에 하도급 비리 등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
  • 경찰 “SK컴즈 해킹 진원지는 중국”

    경찰 “SK컴즈 해킹 진원지는 중국”

    싸이월드와 네이트 해킹 사건으로 유출된 SK커뮤니케이션즈의 3500만명 회원 정보가 이미 중국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해킹 공격의 근원지 역시 중국이었다. 게다가 악성코드 및 해킹 수준으로 미뤄 역대 최고 수준의 해커 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자칫 1400만명에 달하는 알집 사용자가 좀비 PC로 해킹에 이용당할 뻔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11일 SK컴즈와 이스트소프트(알집 제작·배포사), 관련업체의 PC와 서버 등 40여대를 분석한 결과, 이스트소프트의 알집 업데이트 서버를 통해 SK컴즈 사내망을 악성코드로 감염시킨 뒤 빼낸 3500만명의 개인 정보가 중국에 할당된 인터넷 주소(IP)로 유출됐다고 밝혔다. 일반 공개 프로그램인 알집의 업데이트를 이용한 해킹은 처음이다. 때문에 사이버 보안의식 강화와 함께 통합적인 법률 관리와 기구를 통해 범죄에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출된 주요 항목은 사용자식별기호(ID), 비밀번호와 주민등록번호, 이름, 생년월일, 성별, 이메일주소, 전화번호, 주소, 닉네임 등이다. 정석화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수사실장은 “해커가 처음부터 SK컴즈 직원들이 알집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스트소프트를 거쳐 SK컴즈를 표적 해킹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해킹 수준으로 미루어 이미 비밀번호나 주민등록번호에 설정된 암호가 해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악성코드의 수준이나 보안업체인 이스트소프트를 대담하게 해킹한 점 등으로 비춰 이 사건에 역대 최고 수준의 해커가 개입된 것 같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해커는 지난달 18~19일 이스트소프트의 알집 업데이트 서버를 해킹해 정상 업데이트 파일을 악성코드 파일로 바꿔 치기했다. 또 SK컴즈 직원들이 접속할 때를 기다려 SK컴즈 사내망을 파고 들어가 PC 62대를 좀비PC로 만들었다. 같은 달 18∼25일에는 악성코드에 감염된 사내망 좀비PC로부터 데이터베이스(DB)서버망에 접근할 수 있는 관리자의 ID와 비밀번호 등 접속정보를 추가로 수집했다. 이어 좀비PC를 원격조종해 관리자 권한으로 DB서버에 접속한 뒤 회원정보를 빼냈다. 해커는 일단 SK컴즈를 노려 악성코드를 내려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일반인을 해킹 표적으로 겨냥했더라면 알집 프로그램을 사용한 회원 대부분이 악성코드에 감염됐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다른 IT기업에 대해서도 악성코드 감염 및 개인정보 유출 피해가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 등도 대규모 해킹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찰은 “네이버와 다음 등의 일부 직원이 개인용 무료 알집 프로그램을 사용한 의혹이 있다는 점에서 해킹 사건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SK컴즈는 “직원이 개인적으로 내려받는 것을 모두 관리·감독하기란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경찰 측은 “기업들이 백신에만 의존하지 말고 악성코드 감염사실을 신속히 탐지해 좀비PC로 동작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 대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최동호 새벽을 열며] 황병기 명인과 한국의 달항아리

    [최동호 새벽을 열며] 황병기 명인과 한국의 달항아리

    지난 7일 밤 해운대 달맞이 언덕에서 거행된 ‘달맞이 축제’에 다녀왔다. 젊은 연주자들이 ‘한국의 소리’를 개막 공연으로 시연했는데 푸르고 싱싱한 소리가 인상적이었다. 바이올린을 연상시키는 해금의 소리는 대금과 피리 그리고 피아노와 어우러져 독특한 음색으로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여기서 깊이와 울림을 생각하며 과연 한국의 소리가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어, 지난달 중순 황병기 명인의 창작 국악 50주년 기념 ‘가야금 콘서트 달항아리’를 떠올려 보았다. 당일 밖에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내는 만석이었다. 공연은 다섯 단락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이 모두가 황 명인의 창작곡들이라는 점에서 한국 음악은 과거와 현재는 물론 미래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곡 ‘밤의 소리’는 안윤식의 그림 ‘성재수간도’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라고 한다. 나무들 사이를 바라보며 행여 님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남자의 뒷모습에서 느낄 수 있는 시적인 이미지를 소리로 표현한 ‘밤의 소리’는 간절함이 배어 있으면서 여백의 공간을 거느린 작품이었다. 다음 곡 ‘소엽산방’은 야사 ‘패림’에 기록된 내용을 소재로 한 것으로서 ‘낙엽을 쓰는 산방’, 다시 말하면 은자의 유유자적을 거문고 소리로 표현한 곡이다. 장중하면서도 쓸쓸하고 초연한 은자의 마음이 거칠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는 거문고 줄에 실려 오동나무 결의 여음을 느끼게 했다. 세 번째 곡 ‘하마단’은 비단길 저 편에 있는 이상향을 그리는 마음을 표현했는데, 이국적인 정서를 불어넣어 비단결처럼 고운 소리로 울려나왔다. ‘추천사’는 서정주의 시에 곡을 붙인 것으로서 강권순의 목소리로 가창되었는데, 서양의 가곡을 듣는 것과는 다르게 가깝고도 애절한 노래 소리는 악기 소리를 뛰어넘는 절절함이 녹아 있었다. 그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을 장식한 곡 ‘미궁’과 ‘침향무’였다. 황 명인이 가야금을 직접 연주한 ‘미궁’은 여창자 윤인숙의 극적인 목소리를 통해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인간의 희로애락을 담아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소리이자 가장 원초적인 소리를 들려주었다. ‘미궁’은 죽음의 나락에 처한 인간의 소리이자 절규이기도 했다. 마지막 ‘침향무’는 ‘미궁’과 대조적으로 밝고 명상적이고 그러면서도 무엇인가 깊은 사유를 유발하는 곡이었다. 널리 알려져 있어 쉬울 것 같지만 오히려 그런 까닭에 제대로 연주하기도 힘들고 제대로 듣기도 어려운 곡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침향무’는 가야금의 소리를 소리로 즐길 수 있는 여백이 많이 있어 청중에게는 일종의 쇄락한 기쁨을 느끼게 하는 곡이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미궁’의 아우성치는 곡소리가 등 뒤를 따라왔다. 음산하고 귀기 서린 높은 소리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며칠 지나자 ‘침향무’의 가야금 소리가 불러일으키는 여음이 잔잔하게 되살아나면서 ‘밤의 소리’에서 시작된 유현한 가락이 가슴을 사로잡았다. 그것은 가득 찬 것 같으면서도 텅 비어 있는 소리이며 비어 있으면서도 가득 차 있는 소리였다. 공연 당일 무대 전면을 차지하고 있던 달항아리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그렇구나. 그날의 공연을 기획한 황 명인의 의도가 여기에 있구나. 황 명인이 콘서트의 표제를 ‘달항아리’라고 정한 이유를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서양화가 김환기도 “나의 모든 예술은 조선의 달항아리에서 나왔다.”고 했다. 한국의 소리가 바로 달항아리에 있다고 한다면 성급한 일일까. 최근 우리 주변에 범람하는 모든 소리들이 빈 달항아리를 채우고 다시 이를 비우면서 창조적 울림을 전할 때 한국의 소리가 진정한 의미에서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음악이 될 것이며 이를 예견하도록 만들어 준 것이 황병기 명인의 연주회였다. ‘달맞이 축제’에서는 물론 앞으로 누군가 한국 소리의 근원을 찾고자 한다면 이 달항아리 소리를 지향하고 극복해야 할 것이 아닐까 한다.
  • [이제는 공공외교다] 유럽서 느낀 일본문화

    [이제는 공공외교다] 유럽서 느낀 일본문화

    독일 남부 하이델베르크 역사에 있는 서점에 들어가면 한쪽에 일본 망가 번역본이 별도 칸에 빼곡하게 진열돼 있는 걸 볼 수 있다. 독일어로 번역된 일본 망가를 펼쳐봤다. 책 자체도 일본식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도록 편집해 놓았다. 일본 문화 대표상품인 망가의 인기는 남미의 브라질 최남단 포르투알레그레에서도 느낄 수 있다. 시내 광장 곳곳에 있는 가판대에서 포르투갈어로 번역된 일본 망가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지금도 여전히 ‘일본은 있다’. 언제부턴가 한국에서는 일본을 ‘지는 나라’ 로 취급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1990년대 ‘일본은 없다’가 도발적인 주장이었다면 2000년대엔 알게 모르게 상식처럼 돼 버렸다. 하지만 외국에서 조금만 지내 보면 그 ‘상식’이 사실은 ‘몰상식’이라는 것을 별로 힘들이지 않고 깨달을 수 있다. 문화적 자부심이 넘쳐나는 유럽에선 그것을 더욱 더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최근 들어 유럽에 상륙한 몇몇 아이돌그룹의 열풍에 온 나라가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 있는 ‘한류’에 비해 이미 19세기부터 유럽 중심부에서 열풍을 일으켰던 ‘자포니즘’, 이른바 ‘일류’(日流)는 지금도 차분하게 유럽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에서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일본어 전공자 넘쳐 취업난 헝가리에는 일본어 가이드 자격증을 가진 헝가리인이 15명이 넘는다. 최근 들어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이 늘고는 있지만 아직 한국어 가이드 자격증을 가진 헝가리인은 없다. 헝가리 최대 명문대인 엘테대 한국학과 초머 모세 교수가 “일본학과보다 한국학과가 취직에 유리하다.”면서 밝힌 이유는 중부유럽에서 일본과 한국의 문화적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본학과 졸업생은 취직하기가 힘듭니다. 1970년대 일본학과가 생겨서 지금은 일본어를 잘하는 사람이 이미 너무 많거든요. 한국학과는 2008년 처음 생겼고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합니다. 헝가리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올해 첫 한국학과 졸업생들을 스카우트하려고 경쟁할 정도로 수요가 많습니다.” 엘테대 동아시아 도서관은 한국어 장서를 약 3만권 보유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 관련 소장도서 규모를 묻자 사서는 “각각 30만권가량”이라고 답했다. 프랑스 파리 중심가에 위치한 일본문화원에서 만난 다케우치 사와코 원장은 “이곳은 유럽과 아프리카 주재 일본문화원의 구심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일본 정부에서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본문화원 전체 예산의 10%가량을 일본 재계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 후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다케우치 원장은 “게이단렌은 회원기업들이 추렴한 돈으로 기금을 만들어 우리 문화원을 지원한다.”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라는 면도 있지만 문화외교가 결국 기업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잘 이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문화의 저력은 바다 건너 남미에서도 절감할 수 있다. 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 이성형 HK교수는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 간담회 발표를 통해 “중남미 문인들은 일본풍에 대해 약간 경이로운 시선으로 접근한다.”며 일본 문학이 차지하는 위상을 소개한 바 있다. 그는 “하이쿠(俳句·일본 전통시 양식)는 이곳 시인들이 즐겨 차용하는 시 양식이다.”면서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1968년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설국’의 모티브에 매료되어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을 쓰기도 했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일본 문화가 유행한 것은 17세기 일본도자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867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차 만국박람회를 전후로 유럽에선 일본 문화 열풍이 불었다. ‘자포니즘’이란 용어까지 등장했다. 19세기 인상파 화가들인 클로드 모네, 에두아르 마네, 에드가 드가, 피에르 르누아르, 폴 고갱 등이 모두 일본 풍속화에 심취했다. 빈센트 반 고흐는 친동생에게 “내 모든 작품은 일본 미술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지금도 일본 문화는 전세계에서 사랑받는다. 망가나 게임은 물론이고 스시, 사케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일본 문학계도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두 명이나 배출했다. 일본 문화청은 문화교류사 제도를 통해 해마다 분야별로 교류사를 뽑아 해외로 내보내거나 해외에서 활동하는 문화인사들을 교류사로 임명한다. 교류사들은 활동을 마치고 경험을 보고서로 작성해 발표하는데 이는 문화청 장관이 직접 주재하는 중요행사이다. ●‘자포니즘’ 한류보다 수백년 앞서 일본 문화가 유럽에서 아무 거부반응 없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건 아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중국학과 안나 발터(여)는 일본 문화에 대한 호감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과거사 문제를 대하는 것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일본이 왜 과거사 청산에 소극적이고 역사왜곡을 계속하는지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청산하지 못한 과거사는 아시아에선 더 예리하게 일본에 대한 근원적인 반감으로 작용한다. 1990년대 아무로 나미에 같은 아이돌이나 드라마가 아시아를 열광시키고 대형 기획사가 베트남과 베이징 등지에서 직접 오디션을 실시하는 등 한때 반짝했던 일본 대중문화가 빛을 잃어버리는 데 한 원인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 사진 부다페스트·하이델베르크 파리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사설] 이러다 추석 물가대란 오는 것 아닌가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4.7%를 기록했다. 7개월째 내리 4%대 고공행진이다. 식료품 등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4.8% 올랐고, 생선·채소류·과실류 등 신선식품지수는 9.0% 급등했다. 특히 신선채소류 물가의 전월 대비 상승률은 21.5%를 기록해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정부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목표치가 4.0%인 점을 감안하면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우선 이번 장마와 기습 호우 등으로 채소류 작황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농촌에서는 올여름 농사가 엉망이 돼 채소대란이 올 것이란 걱정이 벌써 나온다. 그래서 이달은 물론 추석이 끼어 있는 9월에도 채소와 과실류의 가격 강세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렇게 되면 추석 물가대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농축산물과 석유를 제외한 근원물가의 가파른 상승세도 예사롭지 않다. 올 초 3%대 초반이던 것이 7월에는 3.8%까지 올랐다. 지난해에는 1%대 후반이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9월부터 물가상승률이 둔화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기저효과에 따른 숫자놀음에 불과하다.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8월까지 2%대 중·후반을 유지하다 9월부터 3%대 후반에서 4%대를 기록했다. 올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둔화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물가라는 게 잡으려 한다고 잡히는 건 물론 아니다. 특히 채소류 등 신선식품은 산지의 수급에 절대적으로 좌우된다. 유통망 등 수급체계를 꼼꼼히 챙겨 가격인상을 최소화하고 부족분은 미리 중국 등 다른 데서 물량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계절적인 요인인 채소류 등은 그렇다 치더라도 집세·공공요금·개인서비스 등 서비스물가가 급등세를 보이는 게 또 다른 걱정이다. 서비스물가는 가격통제를 한다고 유효수요가 줄어드는 게 아니다. 따라서 정부와 물가당국은 거시경제정책 차원에서 물가와 금리의 상관관계를 유념해야 한다. 지금은 실질금리(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수치)가 마이너스다. 물가는 계속 치솟는데 금리만 묶어 두는 게 과연 최상의 선택인지 다시 한번 깊이 고민해야 한다.
  • “정치권 복지정책 논란은 정책 포퓰리즘에서 시작”

     서울시가 진행 중인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쟁점화 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의 복지정책에 관한 정책토론회가 30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한국경영기술지도사회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광화문비전포럼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용철 회장(부산대 교수)의 사회로 정치권에서 첨예한 대립이 나타나고 있는 최근의 복지정책에 관한 토론이 다양하게 벌어졌다.  김 회장은 “최근의 정치권 복지정책의 경쟁은 정책 포퓰리즘의 근원에서 비롯되고 있으며 이는 다분히 내년 총선과 차기 대선을 의식하고 있는 정치권의 무책임한 대중영합전략의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 회장은 또 “정치 포퓰리즘은 국민의 이익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이는 정치적 이익을 가장한 단기적 정치 전략에 치중하게 되는 것으로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국가재정을 위태롭게 하므로 자제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제에 나선 박은숙 그리스도대 교수는 “복지정책에 앞서 복지국가에 관한 올바른 개념 규정이 전제되고 현재와 차별되는 새로운 복지정책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네모토 마사쯔구 충북대교수는 “사회적 기업의 도시지역개발의 참여가 현재 한국에서는 부족한 실정이고 이를 활성화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의 보완과 국민적 컨센서스를 통해 복지 사각지대의 소외계층을 더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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