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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법과 한국’ 학술대회

    대한국제법학회(회장 최승환 경희대 교수)는 오는 2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립외교원에서 ‘국제법과 한국: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창립 60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연다. 이어 21일에는 서대문구 미근동 동북아역사재단 대회의실에서 식민지책임판결과 한·일 협정 체제를 재조명하는 국제학술회의를 갖는다.
  • 정성으로 5시간 고아낸 한 그릇의 보약

    정성으로 5시간 고아낸 한 그릇의 보약

    뜬 모를 끝낸 논은 벼들이 뿌리를 내리고 푸르게 근육이 생겼다. 물꼬를 살피러 나온 농부의 느린 걸음 속에서 들밥을 떠올렸다. 그리고 지독하게 가물던 그 해 봄도 찔레꽃처럼 피어올랐다. 어죽 한 솥 끓여 들판에 펼치면 지나가던 사람 모두 불러 수저를 들던 나눔의 음식. 배고픈 시절 양 늘려먹는 고단백 음식이었으나 지금은 어렵게 찾아가 먹는 힐링 푸드다. 화천수력발전소 인근 간동면 구만리. 13년째 한 길을 걷고 있는 ‘화천어죽탕’(033-442-5544) 이장인(58)씨를 찾아갔다. 그는 춘천이 고향이다. 중3 때 친구들과 놀러왔던 기억이 늘 화천 언저리를 돌게 하더란다. 끝내는 강이 보이는 자리에서 어죽을 끓이기 시작했다. 어죽은 누치, 참마자, 붕어, 민물새우, 잉어, 끄리 등 어부들이 인근에서 가져온 자연산 잡어를 쓴다. 5시간 푹 고아 비린내를 제거하는 향 채소를 넣고 맷돌기계에 갈면 뼈 등이 콩 국물처럼 흘러내리는데 여기에 들깨와 고추장, 된장, 계절야채, 시래기, 버섯 등을 넣고 다시 끓인다. “단순히 한 끼 음식이 아니라 좋은 약이에요. 어죽은 많은 정성이 들어갑니다. 한 우물을 파다보면 그 물길이 깊고 차지잖아요. 그 마음으로 날마다 약 죽을 내 놓습니다.” 어죽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데 수리봉아래 강은 녹음에 휩싸였다. 잠시 한 눈 팔다가 국물을 뜬다. 걸쭉하고 쌉싸래하다. 시래기를 건져 먹는다. 잘 물러 구수하다. 국물에 산초와 들깨가루를 넣었더니 추어탕 느낌도 돈다. 근동에서 나는 싱싱한 재료를 오랫동안 끓여 낸 느린 음식. 수저가 자꾸 가는 것을 보니 몸이 좋은 반응을 하는가 싶다. 같이 시킨 감자전은 제법 덩어리가 씹힌다. 운전 때문에 곡주를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아내가 화가이기도 하거니와 호기심 많은 주인이 수집해놓은 피아노와 그림, 음향기기 등 구석구석 볼거리가 많다. 주인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정태춘의 낮은 목소리 ‘시인의 마을’이 귓가에 들려왔다. ‘창문을 열고 음~ 내다봐요 당신의 부푼 가슴으로 불어오는….’
  • [블랙아웃 ‘OUT’ 에너지 절약이 답이다] ①대기업·공기관 넥타이를 풀자

    [블랙아웃 ‘OUT’ 에너지 절약이 답이다] ①대기업·공기관 넥타이를 풀자

    인터넷 포털 업체인 SK커뮤니케이션즈가 입주해 있는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임광빌딩의 풍경은 다른 회사와 조금 다르다. 30일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식사를 마치고 삼삼오오 건물로 들어오는 직원들의 차림은 거의가 티셔츠에 면·청바지 그리고 운동화다. 아직은 이르지만 한여름에는 반바지를 입는 직원도 적지 않다. SK컴즈 관계자는 “편한 차림이 에너지 절약은 물론 업무 효율도 높인다는 생각에 이한상 대표도 특별한 행사가 없을 때는 티셔츠를 입고 다닌다”며 “가끔 보이는 넥타이 부대는 건물을 같이 쓰는 국민권익위원회 공무원들”이라고 귀띔했다. 다시 ‘노 타이’의 계절이 돌아왔다. 30일 여름철 전력 대란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와 기업 등은 차례로 직원들의 목을 답답하게 조였던 넥타이를 풀게 하고 에너지 절약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국내에서 넥타이를 풀고 시원한 차림을 하자는 ‘노 타이 캠페인’은 2006년쯤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익히 알려진 대로 넥타이를 풀기만 해도 체온이 2도쯤 떨어져 그만큼 냉방비를 절약하는 효과를 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에어컨 설정 온도를 2도 높이면 전력을 14% 정도 절감할 수 있다. 이는 330㎡ 규모 사무실에서 10짜리 에어컨을 가동한다고 할 때 선풍기 40~50대를 1시간 동안 한꺼번에 돌리는 전력과 맞먹는다. 나성화 에너지절약협력과장은 “에어컨 80만대만 2도씩 높여도 원자력발전소 1기를 없앨 수 있다”고 전했다. 사용 전력량으로 보면 에어컨 2도를 올릴 시 260만 정도가 절약돼 정부가 올여름 부족분으로 예상한 200만㎾를 커버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정부는 여름철 전력난이 심각한 경우 공공기관은 28도, 민간도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은 26도로 냉방 온도를 제한하고 있어 노 타이 차림을 하면 훨씬 시원한 상태로 업무를 볼 수 있다. 기업들에 있어 노 타이는 에너지 절약과 업무 효율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전략이다. 정보기술(IT) 업체와 같이 파격적인 형태는 아니더라도 각 기업 나름의 방식을 정해 노 타이 근무를 실천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여름철 복장 간소화 가이드’를 정해 운영하고 있다. 가이드는 웃옷 재킷은 벗고 셔츠는 깃 있는 캐주얼 셔츠나 티셔츠, 바지는 정장바지나 단정한 면바지, 적당한 길이의 치마, 신발은 구두와 구두 스타일의 캐주얼 신발을 신어도 된다는 식이다. 삼성그룹에는 부채, 방석 같은 용품도 지급하고 단체 급식에 냉면, 콩국수 같은 여름 메뉴를 확대한다는 ‘급식 가이드’도 있다. 항공업계도 노 타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한항공은 새달부터 3개월간 넥타이를 매지 않고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7일부터 넥타이를 매지 않고 있다. 이는 평년보다 일찍 찾아온 더위에 대비해 지난해보다 일주일 앞당겨 실시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 대한민국의 ‘쿨 비즈’는 갈 길이 멀다. 특히 관공서의 경우 시원하고 편안한 차림이 민원인들에 대한 예의에 어긋난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서울시는 지난해 박원순 시장이 앞장서 반바지나 샌들 차림을 허용한 ‘쿨 비즈 운동’을 벌였지만 “의전이나 예의상 문제가 있다”는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기업 역시 승무원이나 접객 직원 등 고객과 부딪치는 직원들에 대해서는 대부분 쿨 비즈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더운 여름에도 제복을 입는 게 예의라는 시각이 사라지지 않는 한 쿨 비즈 확대 역시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며 “이를 예의의 문제보다 직원들의 업무 환경, 국가적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이해하는 시각이 많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넥타이 풀면 260만kw 절약… 펑크난 예비전력 커버 가능

    넥타이 풀면 260만kw 절약… 펑크난 예비전력 커버 가능

    인터넷 포털 업체인 SK커뮤니케이션즈가 입주해 있는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임광빌딩의 풍경은 다른 회사와 조금 다르다. 30일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식사를 마치고 삼삼오오 건물로 들어오는 직원들의 차림은 거의가 티셔츠에 면·청바지 그리고 운동화다. 아직은 이르지만 한여름에는 반바지를 입는 직원도 적지 않다. SK컴즈 관계자는 “편한 차림이 에너지 절약은 물론 업무 효율도 높인다는 생각에 이한상 대표도 특별한 행사가 없을 때는 티셔츠를 입고 다닌다”며 “가끔 보이는 넥타이 부대는 건물을 같이 쓰는 국민권익위원회 공무원들”이라고 귀띔했다. 다시 ‘노 타이’의 계절이 돌아왔다. 30일 여름철 전력 대란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와 기업 등은 차례로 직원들의 목을 답답하게 조였던 넥타이를 풀게 하고 에너지 절약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국내에서 넥타이를 풀고 시원한 차림을 하자는 ‘노 타이 캠페인’은 2006년쯤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익히 알려진 대로 넥타이를 풀기만 해도 체온이 2도쯤 떨어져 그만큼 냉방비를 절약하는 효과를 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에어컨 설정 온도를 2도 높이면 전력을 14% 정도 절감할 수 있다. 이는 330㎡ 규모 사무실에서 10짜리 에어컨을 가동한다고 할 때 선풍기 40~50대를 1시간 동안 한꺼번에 돌리는 전력과 맞먹는다. 나성화 에너지절약협력과장은 “에어컨 80만대만 2도씩 높여도 원자력발전소 1기를 없앨 수 있다”고 전했다. 사용 전력량으로 보면 에어컨 2도를 올릴 시 260만 정도가 절약돼 정부가 올여름 부족분으로 예상한 200만㎾를 커버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정부는 여름철 전력난이 심각한 경우 공공기관은 28도, 민간도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은 26도로 냉방 온도를 제한하고 있어 노 타이 차림을 하면 훨씬 시원한 상태로 업무를 볼 수 있다. 기업들에 있어 노 타이는 에너지 절약과 업무 효율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전략이다. 정보기술(IT) 업체와 같이 파격적인 형태는 아니더라도 각 기업 나름의 방식을 정해 노 타이 근무를 실천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여름철 복장 간소화 가이드’를 정해 운영하고 있다. 가이드는 웃옷 재킷은 벗고 셔츠는 깃 있는 캐주얼 셔츠나 티셔츠, 바지는 정장바지나 단정한 면바지, 적당한 길이의 치마, 신발은 구두와 구두 스타일의 캐주얼 신발을 신어도 된다는 식이다. 삼성그룹에는 부채, 방석 같은 용품도 지급하고 단체 급식에 냉면, 콩국수 같은 여름 메뉴를 확대한다는 ‘급식 가이드’도 있다. 항공업계도 노 타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한항공은 새달부터 3개월간 넥타이를 매지 않고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7일부터 넥타이를 매지 않고 있다. 이는 평년보다 일찍 찾아온 더위에 대비해 지난해보다 일주일 앞당겨 실시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 대한민국의 ‘쿨 비즈’는 갈 길이 멀다. 특히 관공서의 경우 시원하고 편안한 차림이 민원인들에 대한 예의에 어긋난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서울시는 지난해 박원순 시장이 앞장서 반바지나 샌들 차림을 허용한 ‘쿨 비즈 운동’을 벌였지만 “의전이나 예의상 문제가 있다”는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기업 역시 승무원이나 접객 직원 등 고객과 부딪치는 직원들에 대해서는 대부분 쿨 비즈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더운 여름에도 제복을 입는 게 예의라는 시각이 사라지지 않는 한 쿨 비즈 확대 역시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며 “이를 예의의 문제보다 직원들의 업무 환경, 국가적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이해하는 시각이 많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성접대 여성 “특정 유력인사와 윤씨가 성폭행”

    성접대 여성 “특정 유력인사와 윤씨가 성폭행”

    사회 고위층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건설업자 윤중천(52)씨가 14일 경찰에 재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1차 소환 뒤 5일 만이다. 경찰은 전직 사정당국 고위 관계자 등 유력인사들을 성접대했다고 주장한 여성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윤씨가 성접대를 미끼로 사업상 이권을 따냈거나 자신에 대한 여러 건의 고소 사건에서 편의를 얻었는지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경찰은 성접대에 동원됐다는 여성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특정 유력인사와 윤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윤씨와 해당 유력인사에게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할 방침이다. 윤씨가 성접대 과정에서 여성들에게 마약류를 사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약물반응 여부 등을 살펴보기로 했다. 경찰은 윤씨에 대한 조사가 충분히 이뤄졌다고 판단되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 윤씨로부터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유력 인사들을 소환하고 성접대 피해 여성과 윤씨 간 대질신문을 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또 다른 성접대 대상으로 거론된 대기업 임원에 대해서는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윤씨를 추가 소환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날 윤씨는 당초 통보한 시간인 오후 1시보다 이른 오전 11시 50분쯤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 질문에 침묵한 채 엘리베이터를 타고 별관 7층 특수수사과로 올라갔다. 앞서 지난 9일 1차 출석 당시 윤씨는 성접대 동영상 등장 인물로 거론된 김 전 차관과 모르는 사이이며 유력인사들을 성접대하거나 동영상을 촬영한 사실도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 경찰은 윤씨가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는 “김 전 차관과 아는 사이”라고 했다가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을 바꾼 점이 구속영장 신청 요건에 해당하는지도 살펴볼 방침이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성접대 의혹’ 윤씨 경찰 출두 “김학의도, 동영상도 모른다”

    ‘성접대 의혹’ 윤씨 경찰 출두 “김학의도, 동영상도 모른다”

    경찰이 고위층을 대상으로 성 접대 로비를 벌인 의혹을 받고 있는 건설업자 윤모(52)씨를 내사 착수 52일 만인 9일 소환 조사했다. 그러나 윤씨가 성 접대는 물론 동영상 촬영 사실을 부인하면서 사건의 실체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 양상이다. 윤씨는 이날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출석해 밤늦게까지 조사를 받았다. 낮 12시 30분쯤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성 접대를 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말하는 등 모르쇠로 일관했다. 성 접대 동영상 촬영에 대해서도 “모르는 사실”이라면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간단한 대답만 남긴 채 윤씨는 곧바로 경찰청 별관 7층 특수수사과로 올라가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윤씨를 상대로 유력 인사들에게 향응을 제공하고 대가로 건설공사 수주 등의 이권을 챙겼는지, 자신과 관련된 소송에서 편의를 제공받았는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성 접대 동영상을 윤씨가 직접 촬영했는지, 이 동영상을 미끼로 유력 인사들을 협박했는지 등도 캐물었다. 그러나 윤씨는 “전·현직 공무원들과 친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성 접대를 포함해 향응, 금품을 제공하고 편의를 제공받거나 대가를 요구한 적은 없다”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영상 속 남성을 비롯해 전·현직 공무원들에게 알선수재 등의 혐의를 적용하려면 윤씨가 접대를 통해 대가를 얻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윤씨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수사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수사팀은 조만간 성 접대를 받았다고 거론되는 유력 인사와 성 접대에 동원됐다고 진술한 여성들을 불러 대질신문도 진행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추가 소환 조사를 할 가능성이 높으며 조사 과정에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구속영장 신청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국정원 의혹 핵심’ 심리정보국장 소환 조사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은 26일 민모 국정원 심리정보국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지난 25일 소환 조사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전날 민 국장을 소환해 밤늦게까지 10시간 이상 조사했다”면서 “필요하면 재소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 국장은 경찰에서 송치한 국정원 여직원 김모·이모씨의 직속상관으로,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이다. 민 국장은 특별수사팀 출범 이후 소환자다. 수사팀은 민 국장을 원세훈 전 원장 등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을 풀 인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민 국장을 상대로 국정원의 조직적인 선거 개입 등을 캐물었지만 민 국장은 관련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민 국장은 경찰의 두 차례 소환 요구에는 응하지 않았다. 민 국장은 국가정보원법 위반(정치관여 금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원 전 원장 등과 함께 고발된 상태다. 검찰은 국정원 직원들이 ‘오늘의 유머’, ‘보배드림’, ‘뽐뿌’ 등 3개 인터넷 사이트 외에 다른 사이트들에도 댓글을 달았는지 조사하고 있다. 한편 국정원은 국내 정치 개입 논란의 진원지인 심리정보국을 최근 폐지하고, 일부 간부를 보직해임 또는 대기 발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 국장도 보직 해임된 뒤 대기 발령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이 심리정보국을 폐지한 것은 지난해 대선을 전후해 ‘인터넷 댓글’ 등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 의혹이 불거지면서 논란을 빚은 데다 최근 각종 고소·고발로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되는 등 폐단이 드러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경찰은 지난 25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외부 전문가 등을 초청, 간담회를 열고 수사 지휘권자의 적절한 지휘·감독 방안 등을 논의했다. 부정선거진상규명 시민모임은 이날 김기용 전 경찰청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이번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며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 민생침해·국가재정 손실 등… 권익위 “3대 공직부패 척결”

    국민권익위원회는 민생침해, 국가재정 손실, 공직자 부당 사익추구를 ‘3대 공직부패’로 선정하고 강력 대응하기로 했다. 권익위는 18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대강당에서 가진 ‘2013년도 반부패·청렴 정책 추진 및 고충민원 처리지침 전달회의’에서 3대 공직부패 척결을 위한 세부지침을 발표했다. 회의에는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교육단체, 공직유관단체 등 450여개 공공기관 감사관이 참석했다. 권익위는 민생침해 부패를 뿌리 뽑기 위해 공익신고자 보호제도를 보완·발전시키고 민생·복지, 교육, 연구개발, 지방행정 4개 분야에 대한 부패영향평가를 실시할 방침이다. 국가재정 손실 부패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예산 낭비와 누수를 집중 점검하되 부패수익은 철저히 환수조치하기로 했다. 또 공직자 부당 사익추구를 예방하기 위해 공직자 행동강령을 기관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강령으로 발전시키는 한편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을 올 상반기 중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황수정 기자 sjh@seoul.co.kr
  • 경북 경산 삼색 유혹

    경북 경산 삼색 유혹

    경북 경산은 대구의 위성도시, 혹은 산업도시 정도로 인식되는 곳입니다. 그 탓에 수도권 사람들이 여행 삼아 발걸음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한데 복사꽃 필 때는 다릅니다. 도시 안팎이 죄다 분홍빛으로 현란해집니다. 반곡지 물 위로 아름드리 왕버들과 복사꽃이 담기고, 인근의 계정숲은 신록의 싱그러움으로 가득 차지요. 도시의 겉옷을 걷어내면 원효, 설총, 일연 등 삼성현(三聖賢)의 역사가 튀어나옵니다. 여기에 경산의 ‘아이콘’ 팔공산 갓바위 부처까지 돌아본다면 봄날의 여정으로 모자람이 없겠습니다. 반짝이는 회백색 가지 위에 연분홍 꽃술이 얹혔다. 빛깔은 화사하고 향기는 은은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빛깔도 향도 짙어진다. 귀밑머리 간질인 봄의 훈풍이 진분홍 복사꽃잎을 날릴 때면 처녀 가슴이 까닭 없이 달뜬다. 이러니 선인들이 여염집 마당에 복숭아나무를 심지 말라 했을 게다. 경북 영천에서 고속도로를 버리고 경산 방면 국도로 갈아탄다. 사방이 복사꽃 천지다. 아랫녘에서 시작된 ‘꽃전선’이 내륙까지 확대된 모양새다. 하얀 배꽃도 한창 벌과 희롱하는 중이다. 경산시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경산은 복숭아 재배 면적이 1470㏊로 전국 3위다. 동북쪽으로 이웃한 영천시가 1위(이상 2012년 기준), 남쪽과 경계를 이룬 청도는 한때 2위에 올랐던 지역이다. 그 덕에 해마다 이맘때면 영천과 경산, 그리고 청도를 잇는 진분홍 ‘복사꽃 벨트’가 펼쳐진다. 하지만 경북 영덕의 지품면처럼 복사꽃을 관광상품화하려는 움직임은 아직 엿보이지 않는다. 복숭아 농사가 말 그대로 농업의 영역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일 터다. 그나마 경산에서 복사꽃 명소로 알려진 곳이 남산면 반곡리다. 보다 정확히는 마을 안쪽에 있는 반곡지의 유명세 덕에 지역 전체가 복사꽃 마을로 알려지게 됐다. 해마다 이맘때면 온 마을이 전국에서 몰려온 사진작가들로 몸살을 앓는다. 이때를 놓치면 일년을 더 기다려야 복사꽃 핀 반곡지를 카메라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 새벽, 그리고 저녁 무렵이면 마을 주변이 차량들로 가득 찬다. 이쯤 되면 마을 주민들이 싫은 내색을 할 법도 한데, 아직 그런 분위기는 아닌 듯하다. 주민과 방문객 간에 험악한 상황이 연출되기 전에 자치단체에서 주차공간을 확보하는 등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반곡지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선정한 ‘사진 찍기 좋은 녹색 명소’다. 근동의 사진작가들 사이에선 진작부터 봄 풍경 빼어난 곳으로 입소문 났다. 복사꽃 필 무렵 찾으면 단박에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바람이 잦아들 때면 파란 하늘이, 그리고 진분홍 복사꽃과 신록의 새 옷으로 갈아입은 왕버들이 저수지에 풍덩 빠져 있다. 자연이 그린 데칼코마니다. 반곡지의 둑길로 들면 분위기는 또 달라진다. 100m 남짓한 둑길에 십여 그루의 아름드리 왕버들이 뿌리를 내리고 섰다. 수백 년을 살아왔을 왕버들은 둥치가 어른 두어 명이 양 팔을 벌려야 맞닿을 정도로 굵다. 회오리처럼 휘휘 돌아간 나뭇결도 이채롭다. 늙고 거무튀튀한 가지 끝엔 올봄 새로 나온 연둣빛 잎들이 매달려 있다. 말 그대로 신록(新綠)이다. 이런 곳에서라면 누가, 어떤 카메라로 찍은들 작품이 되지 않으랴. 뷰파인더가 싱그러운 신록으로 가득하다. 반곡지가 있는 남산면 일대는 경산 최대의 복숭아 산지다. 그 덕에 저수지의 주변이 온통 복사꽃 꽃구름에 잠겨 있는 듯하다. 출렁대던 꽃구름은 마을 초입의 별밤곡 고개에서 마침내 파란 하늘과 맞닿았다. 마을 뒤편 삼성산도 볼만하다. 산벚꽃이 솜뭉치처럼 몽실몽실 피어나 산허리를 에워싸고 있다. 반곡지에서 차로 10여 분 거리에 계정숲이 있다. 구릉지에 조성된 숲으로, 이팝나무와 말채나무, 느티나무, 참느릅나무 등이 빼곡하다. 짙은 숲그늘에서 산책하기 맞춤하다. 계정숲 안에는 한 장군 묘와 사당, 자인현청 등이 보존돼 있다. 해마다 단오 때만 되면 계정숲에서는 자인단오제가 열린다. 중요무형문화재 제44호로 지정된 단오 축제다. 한 장군은 이 자인단오제에 여원무(女圓舞)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한 장군이 왜구의 침략에 맞서 누이동생과 함께 여장(女裝)을 하고 적을 유인해 물리쳤다는 게 춤의 내용이다. 경산은 삼성현(三聖賢)의 고장으로 불린다. 신라 승려 원효와 그의 아들이자 학자였던 설총, 삼국유사를 쓴 고려시대 승려 일연 등 3성인이 경산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와 관련해 가볼 만한 곳은 많지 않다. 올 6월께 삼성현역사문화공원이 완공되고 나면 다소 체면이 설 것으로 보인다. 경산 남쪽이 복사꽃 무릉도원이라면, 북쪽은 팔공산 관봉석조여래좌상(보물 제431호)이 굽어보는 불국의 영토다. 경산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관봉석조여래좌상은 흔히 ‘갓바위 부처’로 알려져 있다. 해발 850m에 달하는 팔공산 관봉(冠峰)의 암봉들 사이에 조성됐다. 축조 시기는 신라 선덕여왕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의현 대사가 어머니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갓바위 부처를 조성하는 동안 밤마다 큰 학이 날아와 지켜 줬다는 전설이 전해 온다. 갓바위 부처로 오르는 길은 연중 기도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정성껏 빌면 한 가지 소원은 반드시 이루어 준다는 영험 많은 부처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방문객 숫자만 한 해 500만명에 달한다. 특히 입시철에는 자녀의 합격을 기원하는 부모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팔공산은 경산 와촌면에 속해 있다. 흔히 대구 쪽을 들머리 삼지만, 경산 쪽에서 오르는 게 더 가깝고 수월하다. 일반 산행에 견줘 오르기가 고된 편은 아니다. 다만 몇 군데 깔딱고개가 있어서 ‘거의 다 왔다’는 말을 몇 번쯤 들을 각오는 하는 게 좋다. 갓바위 주차장에서 걸어가면 왕복 세 시간 정도 걸린다. 시내버스를 타고 좀 더 위쪽의 선본사 주차장까지 오르면 왕복 두 시간 이내에 다녀올 수 있다. 애견가라면 ‘경산의 삽살개’를 방문하는 것도 좋겠다. 삽살개는 귀신이나 액운(살)을 쫓는(삽)다는 뜻의 한국 토종견이다. 갓바위 가는 길의 대조농원, 삽사리테마파크 등에서 보호·육성되고 있다. 갓바위는 포항~대구고속도로 청통·와촌나들목, 반곡지는 대구~부산고속도로 수성나들목으로 빠지면 수월하다. 경부고속도로 경산나들목도 있다. 경산 시내에선 919번 도로를 타고 용성·자인·남산 방면으로 가다 석원석재 앞에서 925번 도로로 갈아탄 뒤 상대온천 앞 500m 지점에서 좌회전하면 별밤곡 고개다. 경산역에는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열차가 선다. 동대구역까지 고속철(KTX)로 간 뒤, 20분 간격으로 경산역까지 운행하는 무궁화호 열차를 타도 된다. 경산시장 입구에 돼지국밥 등을 맛볼 수 있는 ‘돼지골목’이 형성돼 있다. 인근에 개성 넘치는 벽화마을도 조성돼 있다. 숙소는 갓바위 들머리인 와촌면 일대에 몰려 있다. 여행의 피로를 풀려면 상대온천이 좋겠다. 반곡지에서 승용차로 10분 거리다. 경산시 새마을문화과 (053)810-5362~5365. 글 사진 경산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채동욱 “일선사건 개입 안 할 것”

    채동욱 “일선사건 개입 안 할 것”

    채동욱 검찰총장이 검찰의 사건 처리와 관련해 일절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11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채 총장은 지난 9일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 보직 변경 신고식에서 “총장 권한을 일선에 대폭 위임하되 결과에 대해서는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채 총장은 “일선에서 확실한 입장을 제시하지 않은 채 만연히 구속 기소부터 무혐의 처분까지 모든 결정이 가능하다는 식의 보고서를 보내 총장의 결정에 의존하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증거 판단 내지 혐의 유무 판단은 일선과 대검 주무 부서가 협의해 내린 결론을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채 총장은 이런 방침이 담긴 글을 최근 검찰 내부 통신망(이프로스)에 올렸다. 이는 그동안 정치인, 고위 공직자, 재벌 총수 등이 관련된 대형 비리 사건에서 일선 수사팀이 독자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고 총장에게 사실상 결정권을 맡겨 오던 관행을 과감하게 혁파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최태원 SK 회장에 대한 검찰 구형과 관련해 한상대 당시 검찰총장이 수사팀의 의견과 달리 양형기준보다 낮은 형량을 구형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한편 이성한 경찰청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전국 경찰 지휘부 회의를 열고 “새 정부 출범 100일이 되는 6월 4일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4대 악 척결에 경찰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면서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지역은 지휘관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 봄마중 ‘매화’

    봄마중 ‘매화’

    경칩(5일)이 지났다. 봄은 벌써 시작됐다. 봄의 전령, 매화의 개화 소식도 들려온다. 희고 붉고 푸릇한 꽃망울들이 행장 꾸려 남녘으로 떠나라고 채근한다. 옛 선인들도 즐겼다던 탐매(探梅) 여행. 말라비틀어진 고목 등걸에 보석처럼 매달린 매화 좇아 봄나들이 떠날 때다. 겨울의 결기가 여전해도 절집의 매화는 어김없이 꽃봉오리를 내놓는다. 그 가운데 전남 순천의 금둔사는 제주도를 제외하고 국내에서 가장 먼저 매화가 피는 곳으로 알려졌다. 금둔사 홍매는 납월(月·음력 12월)의 모진 추위에 꽃망울을 터뜨린다고 해서 ‘납월매’라 불린다. 30여년 전, 인근 낙안읍성의 600년 묵은 납월매에서 씨를 얻어다 절집에 심었다. 낙안읍성 납매는 벌써 고사했고 금둔사 홍매가 국내 유일한 납월매라고 한다. 금둔사에는 이 밖에도 100여 그루의 토종 매화가 어우러져 피어난다. 꽃망울을 일찍 터뜨리기로는 경남 양산의 통도사도 금둔사 못지않다. 다른 절집에 견줘 경내에 매화나무가 많지는 않은 편이다. 하지만 영각 앞의 350년쯤 된 나무가 피워 내는 홍매화는 ‘우리나라 홍매의 표준’이라고 일컬어질 만큼 자태가 빼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신라시대 자장율사에 의해 창건된 절집 이름을 따 ‘자장매’라고도 불린다. 이번 주말께부터 활짝 피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둔사 납월매가 지고 나면 순천 조계산을 앞뒤로 등진 선암사와 송광사의 매화들이 꽃을 피운다. 특히 선암사엔 절집의 내력만큼이나 오래된 매화가 많다. 탐매 여행을 말할 때마다 선암사가 늘 첫손에 꼽히는 이유다. 3월 말부터 각황전 원통전으로 향하는 담장을 따라 홍매와 백매, 청매 등 각양각색의 매화가 일제히 꽃등불을 켠다. 이른바 ‘선암매’다. 이때쯤 경내도 고아한 향기로 가득 찬다. 무우전 앞의 620살 먹었다는 백매와 각황전 돌담길의 550살 홍매 등은 천연기념물(제488호)이다. ‘송광매’로 불리는 송광사 백매화도 수령이 200년을 넘겼다. 발길을 지리산으로 돌려 구례 화엄사에 들면 ‘화엄매’와 만난다. 우리나라 고매 중 가장 색이 검붉어 ‘흑매’(黑梅)라고도 불린다. 수령은 300~400년으로 추정된다. 붉은 매화와 어우러진 산사 풍경이 그만이다. 화엄사에 딸린 길상암 앞 대숲에도 야생 매화 한 그루가 자란다. 수령 450년 정도로 추정되는 백매로 천연기념물 제485호다. ‘야매’(野梅)란 이름에 걸맞게 거칠고 강인한 수형이 일품이다. 단풍으로 이름난 장성 백양사엔 ‘고불매’가 있다. 360년 묵은 천연기념물(제486호)이다. 우화루 기와지붕 위로 가지를 걸치고 피어나는 홍매화가 고혹적이다. 절집뿐 아니라 꼬장꼬장한 선비의 집 담장에서도 고졸한 매화와 만날 수 있다. 경남 산청은 지리산 근동에서 명자깨나 날리는 매화마을이다. 단속사 절터의 ‘정당매’(政堂梅), 남사마을의 ‘분양매’(汾陽梅), 산천재의 ‘남명매’(南冥梅) 등 ‘산청 3매’(山淸三梅)를 길러 냈다. ‘남명매’는 조선 중기의 학자 조식이 후학을 가르치던 산천재에 있다. 조식의 호 ‘남명’에서 이름을 딴 하얀 빛깔의 백매다. 수령은 450년 정도로 추정된다. 빼어난 수형 덕에 ‘명품 매화’ 반열에 올랐다. 특히 매화 향이 유난히 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명매는 보통 3월 하순, 순천 선암사 등보다 일찍 핀다. 단성면 남사리 예담촌은 500여년 역사를 헤아리는 양반 마을이다. 전통 한옥과 토담, 돌담이 어우러져 고풍스러운 느낌을 물씬 풍긴다. 오래된 양반가가 많은 만큼이나 선비의 기개를 상징하는 매화도 많다. 가장 오래된 분양매는 고사했지만 ‘남사매’ ‘최씨매’ 등 많은 고매들과 만날 수 있다. ‘정당매’는 단성면 운리의 옛 단속사 절터에 홀로 남은 고매다. 수령은 640년을 헤아린다. 해마다 3월 하순께 하얀 홑꽃을 피운다. 전남 담양에선 매정(梅庭·정원의 매화)의 진수를 엿볼 수 있다. 담양은 소쇄원 등 정자와 원림이 즐비한 곳이다. 선비들이 즐겨 머물렀으니 당연히 매화나무도 많을 터. 명옥헌 원림의 ‘명옥헌매’와 죽림재에 있는 ‘죽림매’ 등이 이름났다. 고려 말 무신 전신민이 은거했던 독수정 주변의 ‘독수매’와 지곡리 지실마을의 ‘계당매’, 장산리 미암종가 마당의 ‘미암매’, 장화리 홍주송씨 종택인 하심당의 ‘하심매’ 등 정자, 고택과 어우러진 고매의 멋을 한껏 느낄 수 있다. 해마다 울긋불긋 꽃대궐을 차리는 곳으로 섬진강을 빼놓을 수 없다. 전남 광양과 구례, 경남 하동 등 국내 매화 여행 1번지로 꼽히는 곳들이 죄다 섬진강 자락에 몰려 있다. 예부터 ‘저절로 물 흐르고 꽃 핀다’는 뜻에서 수류화개(水流花開)라 불린 섬진강은 매화에 이어 산수유꽃과 벚꽃, 배꽃 등을 줄지어 피워 내는 대한민국 ‘꽃전선’의 북상 경로이기도 하다. 운이 좋다면 희고 붉은 매화와 노란 산수유가 그럴싸하게 어우러지는 풍경도 만날 수 있다. 화신(花信)의 봉홧불은 전남 광양의 섬진마을(매화마을)이 켜 든다. 국내 최대 매화 군락지다. 섬진강을 따라 수만 그루의 매화가 꽃물결을 이루는데 풍경이 가장 빼어난 곳은 청매실농원이다. 1920년대 전국에서 가장 먼저 매화나무를 심은 것으로 전해진다. 청매실농원에 들면 희고 붉고 푸릇한 꽃망울들이 객을 반긴다. 비탈진 언덕엔 2500여개의 장독대가 늘어서 있다. 장독마다 매실로 만든 된장과 고추장이 익어 간다.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의 세트장이었던 초가집을 지나 전망대에 오르면 구름처럼 피어난 매화꽃과 섬진강, 그리고 강 건너 하동의 평사리 등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섬진마을은 올해도 어김없이 ‘광양국제매화문화축제’를 연다. 광양시가 예상하는 매화 만개 시기는 이달 하순. 올해로 16회를 이어 온 축제 또한 개화 시기에 맞춰 오는 23일부터 31일까지 섬진마을 일대에서 펼쳐진다. 섬진강 너머 경남 하동 땅에서 맞는 매화 향도 범상치 않다. 특히 청매실농원과 섬진강을 두고 마주한 흥룡리 흥룡마을과 먹점마을 등이 소문난 매화마을이다. 지리산에 기댄 마을 골짜기와 밭두렁, 고샅길과 개울가까지 온통 매화나무다. 구례 쪽에선 구례읍 유곡리 다무락골이 매화마을로 널리 알려졌다. 노란 산수유 개화 시기에 여행 일정을 맞추는 것도 좋겠다. 29~31일 구례 산동마을 등에서 산수유꽃축제가 열린다. 열흘 붉은 꽃은 없는 법. 섬진강에 흩뿌려지는 꽃비를 맞으려면 서두를 일이다. 글 사진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亞기자협회 세미나 28일 개최

    아시아기자협회(회장 아이반 림)는 28일 오전 10시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동북아역사재단 대회의실에서 한국언론진흥재단 후원으로 ‘영토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아시아 언론의 역할’을 주제로 세미나를 연다. 마이클 프릴러 한림대 교수, 알파고 시나시 터키 지한통신사 기자 등이 주제 발표를 한다.
  • 경정급 간부가 직접 수사…경찰 ‘大수사관제’ 도입

    경찰이 수사 역량 강화 차원에서 일선 경찰서 과장급에 해당하는 경정급 간부가 직접 중대 사건을 수사하는 ‘대(大)수사관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기존에 수사를 담당하는 직급은 통상 경감 이하로, 경정 이상 간부는 수사 분야에 재직하더라도 수사 지휘만 담당해 왔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수사국은 지난 21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에서 수사 경과 및 수사 경험이 풍부한 경찰관들이 참여한 가운데 ‘대수사관제도 관련 간담회’를 열어 경정 계급이 직접 사건을 조사하는 대수사관 제도 시행을 위한 의견을 수렴했다. 경찰은 이날 간담회에서 참가자들이 대수사관 제도 시행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임에 따라 올해 상반기 중 서울지방경찰청과 경기지방경찰청에서 새 제도를 시범 운용한 뒤 미비점을 보완해 전국 지방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경찰은 경정급 간부 중 수사 경력이 10년 이상인 실적 우수자를 대상으로 대수사관을 선발할 예정이며 일반 수사관 2~3명과 대수사관 1명으로 구성된 팀은 지방경찰청이나 경찰청 본청에 편성돼 중대 사건을 직접 수사하는 역할을 맡게 될 예정이다.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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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재판소 ◇신규△헌법연구관 강소현△헌법연구관보 김지현◇승진△헌법연구관 김혜진 ■통계청 △대변인 정동명◇과장△운영지원 은순현△통계정책 안형준△통계심사 문정철△표본 김동회△조사기획 백만기△경제총조사 오삼규△통계대행 송성헌△산업통계 김대호△물가동향 김보경△사회통계기획 양성구△고용통계 공미숙△정보화기획 진찬우△교육기획 윤석은◇담당관△기획재정 김남훈△행정관리 임병권◇팀장△성과관리 양동희△통계기준 최종록△공간정보서비스 이명호◇경인통계청△수원사무소장 윤종호<과장>△조사지원 김현애△경제조사 박영주△사회조사 김미자△농어업서비스업조사 황희봉◇동북통계청 <과장>△경제조사 김규영△사회조사 이충학△농어업조사 홍영락◇호남통계청 <과장>△조사지원 박종원△사회조사 한상권△농어업조사 서찬일◇동남통계청△청장 박수윤 ■소방방재청 ◇소방감 전보△119구조구급국장 조송래△국방대 교육파견 강태석 ■문화재청 ◇과장급△고도보존팀장 박한규△천연기념물과장 이상걸△한국전통문화대 전통문화교육원 교육기획과장 남기황<연구소장>△국립중원문화재 김삼기△국립나주문화재 김성범<교육훈련 파견>△세종연구소 도중필△통일교육원 심영섭 ■농촌진흥청 ◇교육파견△중앙공무원교육원 이종기△통일교육원 양보석△국방대 정준용◇과장급△고객지원센터장 박정승△국립축산과학원 한우시험장장 강희설 ■국민권익위원회 ◇교육파견△중앙공무원교육원 우경종△국방대 나성운△통일교육원 권석원△세종연구소 정재창◇과장급△경제제도개선담당관 김응서△민원정보분석센터장 최창우△행정교육심판과장 배문규 ■서울시 ◇승진 <지방관리관>△경제진흥실장 최동윤<지방이사관>△행정국 최진호△인재개발원장 남원준△도시기반시설본부장 조성일◇전보△건축정책추진단장 정유승△정보화기획단장 김경서△공공개발센터장 이성창 ■인천시 △자치행정국 박덕순 전상주 오호균 김상길 유승준(총무과)△문화관광체육국장 나금환△남동구 부구청장 이정호△2014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원회 정대유 차재선△여성가족국장 방윤숙△경제자유구역청 기획조정본부장 김성수△아시아경기대회지원본부장 이풍우△총무과장 권순명△경제자유구역청 박병근△투자유치담당관 최종윤△자치행정국장 오병집◇의회사무처△입법정책담당관 정관희△의사담당관 김복기△기획행정전문위원 김희식 ■한국토지주택공사 ◇본부장△판매보상 이현주△신사옥건설 김영부△서울지역 유춘재◇실장△기획조정 김양수◇처장△주택견적 류신현△판매기획 조대현△국토주택정보 허동준 ■코트라 ◇실장△운영지원 이태식 △전시컨벤션 오재호 △산업자원협력 소영술 △감사 노인호◇단장△지식서비스사업 전병석 △IT사업 이규남◇사무소장△인천공항 오세광 ■한국기계연구원 △부산레이저기술지원센터장 서정△지식경영홍보실장 송재윤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지원본부장 유영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승진 <본부장>△환경인증 김용국△녹색생활 문승식<실장>△환경경제 임현정△성과확산 권재섭◇전보 <실장>△미래전략홍보 박종헌△환경융합정책 이보영△미래환경사업 이종현△산업육성 이기철△수출지원 손동엽△환경표준관리 이상화△환경표지인증 고태원△환경기술평가 김종환△녹색제품진흥 석승우<센터장>△환경실증 권성안 ■동아일보 ◇승진 <부장급>△AD1팀장 김의섭△AD2팀장 백남진◇전보△광고총괄기획팀장 조병익△전략영업팀장 이병기△AD본부 기획위원 이준우 유호경 조병준△미디어연구소 부장급 최수묵 ■중앙일보 △중앙종합연구원장 직무대행(경제연구소장 겸임) 심상복 ■아시아엔 △편집이사 겸 CCO(콘텐츠총괄) 오룡 ■KBS N △사장 박희성 ■충남대 ◇대학원장△법학전문·특허법무 맹수석△경영 박재기◇대학장△공과 김형일△약학 강종성△생활과학 이영선△사범 신준국△간호 김종임△생명시스템과학 박희문 ■고려대 △노동대학원장 김동원△공공행정학부장 심광호◇대학장△문과 최덕수△간호 장성옥△경상(경영정보대학원장 겸임) 강병구◇처장△대외협력 마동훈△사무 김상봉 ■한양대 ◇부총장△교학(사회봉사단장 겸임) 이영무△경영 선우명호◇대학원장△국제관광 김남조△법학전문(법과대학장 겸임) 박종보△의생명공학전문 김진혁△기술경영전문 최경현△임상간호정보(간호학부장 겸임) 김분한◇대학장△예술·체육(올림픽체육관장 겸임) 김종◇처장△입학 배영찬△총무 정해익◇본부·센터장△제2입학관리본부 황승용△공학교육혁신센터 박종현 ■한국외대 ◇대학장△동양어 김영연△상경 임기영△인문 채희락△국제지역 장태상△자연과학 하현준◇대학원장△통번역 방교영△국제지역 오승렬◇관·소장△도서관(서울) 오명근△학생생활상담연구소 이명조◇연구소장△언론정보 이유나△글로벌정치 홍원표△법학 문재완△중남미 김원호△인도 임근동◇사이버한국외대△학장 박흥수 ■숭실대 ◇부총장△학사 황준성△대외 정병희◇실장△교목 김회권△비서 한재필◇처장△기획 전규안△교무 이향범△학생 박창호△총무 이병덕△관리 이철우△지식정보 김진오△연구·산학협력(산학협력단장 겸임) 김영한△대외협력 김선욱△입학 정진석◇대학장△경제통상 이윤재△IT 최형일△베어드학부 정달영◇관·원장△생활관 김재권△평생교육원 기영화◇센터장△평생교육 조춘구△교육개발 김명호△경력개발 김근흡△봉사지원 장창훈△외국인학생지원 배귀희△입학사정 임태진 ■명지대 ◇대학장△인문 조희선△자연과학 권철안△공과 한병문◇대학원장△기록정보과학전문 김익한△산업 강경식△교육 김영기◇관·원장△도서관 윤충화△전산정보원 박현민◇자연캠퍼스△학생경력개발처장 김종환 ■인하대 ◇대학원장△교육 조미혜△물류전문 하헌구◇대학장△IT공과 이승걸△경영(경영대학원장 겸임) 김종대△문과 안명철◇처장△교무 조명우△기획 남두우△국제 최기영◇원장△평생교육 김태승 ■서울대병원 △서울대암병원장 노동영△행정처장 이몽열 ■한국은행 ◇2급△기획협력국 김영설 노영래 전주형 홍동수△금융통화위원회실 문한근△국제협력실 양동성△커뮤니케이션국 최규권△공보실 서신구△전산정보국 박민호 이상윤 최정수△인사경영국 김용주 윤영식 이창기 이창기△인재개발원 강주환 고용수△조사국 이원기 이정욱△경제통계국 김영태 김영헌 조한상△거시건전성분석국 김동일 김용선 전태영△통화정책국 황성△금융결제국 류상철 정민교△국제국 박찬호 이승헌△워싱턴주재 이환석△외자운용원 안성봉 이정수△감사실 김상복 유창조 조덕근△대구경북본부 국맹수△광주전남본부 강지광△전북본부 정하법△강원본부 박형근△인천본부 성경창△제주본부 하천수△경기본부 김대수 이명희△강릉본부 권형문△강남본부 강윤규△인사경영국소속 강길상 강성대 김재거 박래형 오동철 이규인 최성주 최원형 ■외환은행 ◇지점장△남영동 김선우△메트로시티 정영택△부천중앙 박진태△사월역 이한희△신제주 김찬기△창동 김강수△통영 김병영△화성발안 이규태△SIM 김윤호△대기업영업2본부 SRM이기문 ■한글과컴퓨터 ◇승진 <상무이사>△솔루션컨텐츠사업실 우유상<이사>△비지니스마케팅실 박현수△기술운영실 이기진
  • 수천만원 불법자금 받은 혐의 새누리 홍문표 의원 경찰조사

    사업자들로부터 뇌물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 홍문표(65·충남 홍성예산) 의원이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20일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따르면 홍 의원은 지난 17일 오후 2시쯤 서울 미근동 경찰청에 자진 출석해 18일 새벽까지 15시간가량 조사를 받았다. 홍 의원은 2008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시절 종자 수입업자와 골재 채취업자들로부터 농어촌공사가 발주한 공사를 따내도록 도와주는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종자 수입업자 등이 농림수산식품부, 농어촌공사 등을 상대로 로비를 하는 과정에서 한국영농신문 대표 민모(55·구속)씨에게 로비 자금 명목으로 건넨 8000여만원 중 일부가 홍 의원의 측근에 흘러들어가 최종적으로 홍 의원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홍 의원은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 6년 만에 돌아온 움베르토 에코, 19세기 유럽의 증오·음모 겨누다

    6년 만에 돌아온 움베르토 에코, 19세기 유럽의 증오·음모 겨누다

    “유대인은 에스파냐 사람처럼 허영심이 강하고, 크로아티아 사람처럼 무지하며, 근동 사람처럼 탐욕스럽고, 몰타 사람처럼 배은망덕하며, 집시처럼 뻔뻔하고, 영국인처럼 더러우며, 칼미크 사람처럼 기름기가 많고, 프로이센 사람처럼 오만하며, 피에몬테 지방의 아스티 사람처럼 험담을 잘할 뿐만 아니라 발정을 억누르지 못해 간통을 쉽게 저지른다.”(1권 17쪽) 6년 만에 접하는 움베르토 에코(81)의 신작 소설 ‘프라하의 묘지’(열린책들 펴냄·2권)는 첫 장부터 분위기가 심상찮다. 19세기 유럽에 팽배했던 인종, 종교, 여자에 대한 편견들이 뒤섞여 역겨움을 한껏 자아내더니 어느새 예리한 칼날이 유대인을 겨누고 있다. 작가는 1830년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방에서 태어난 ‘시모네 시모니니’라는 가상의 인물을 내세워 증오와 음모가 어떻게 발생해 번져 나가는지를 추적한다. 에코의 표현처럼 시모니니는 ‘세계 문학 사상 가장 혐오스러운 주인공’으로, 그의 할아버지는 19세기 유대인의 세계 지배 음모론의 ‘비조’(鼻祖)격에 해당한다. 그런 할아버지 밑에서 자란 시모니니는 무신앙과 냉소주의를 몸에 익혔고 사르데냐, 프랑스, 프로이센 등을 오가며 비밀 정보원으로 활동한다. 그가 내놓은 일생 최악의 위작은 바로 ‘시온 장로들의 프로토콜’이란 허위 문서.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조세프 발사모’의 천둥산 회의 장면은 유대인 랍비들의 프라하 묘지 회의 장면으로 바뀌고, 외젠 쉬의 ‘민중의 신비’에 나오는 예수회 신부의 글은 랍비의 연설문이 된다. 실존했던 이 문서는 1921년 허위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 문서는 ‘유대인들의 세계 지배 음모’를 퍼뜨리는 데 기여하며 20세기 유대인 학살의 단초가 됐다. 하지만 진짜라고 믿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에코는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늘날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똑같은 일을 벌이고 있다. 이라크에서 벌어진 전쟁은 속임수에 바탕을 둔 전쟁이었고 CIA조차 이를 인정했다. 사담 후세인이 평생에 걸쳐 온갖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라크 전쟁의 원인이 된 그 짓만은 하지 않았다. 하나의 거짓 때문에 전쟁이 벌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에코는 2010년 이 소설을 고국 이탈리아에서 처음 출간했다. 이탈리아에선 65만부, 스페인에선 초판만 200만부가 팔렸다. 에코는 출간 전 번역자들에게 19세기 문체를 과장되지 않게 재현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 때문에 우리나라에선 1910년대 신문에 연재되던 번안 소설의 문체가 활용됐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사자성어로 본 은행권 신년 화두…‘리스크 관리’ ‘위기극복’

    그 어느 때보다 올해 금융권의 경영환경이 열악할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2일 업무를 시작한 각 은행들의 신년사는 ‘리스크 관리’에 초점이 맞춰졌다. 은행들이 고민 끝에 골라낸 사자성어도 지난해와 다르게 ‘위기 극복’과 연관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운외창천’(雲外蒼天·구름 밖으로 나오면 맑고 푸른 하늘이 나타난다)을 새해 화두로 제시하며 “어려울수록 힘을 모아 난관을 극복하면 희망찬 내일을 맞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실패 등을 염두에 둔 말로 풀이된다. 민병덕 국민은행장은 임직원들에게 ‘다난흥방’(多難興邦·어려움이 많을수록 서로 단결하고 분발해 부흥시킨다)의 마음가짐을 주문했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아문센 경영’을 내세웠다. 인류 최초로 남극에 도달한 탐험가 로알 아문센처럼 잠재적 위험 요인 등을 철저히 분석해 재무건전성을 튼튼히 하자는 주문이다. 서진원 신한은행장은 “우직지계(迂直之計·가까운 길을 곧게만 가는 것이 아니라 돌아갈 줄도 알아야 한다는 병법 지혜)를 마음에 새겨 멀리 보는 안목으로 현재의 역경을 극복하자”고 강조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법고창신’(法古創新·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을 낙점했다. 그동안 이뤄온 결실을 발판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한 발 더 다가가자는 뜻이다. 김 회장은 “신속한 의사 결정도 중요하지만 리스크를 철저히 분석하고 검증하는 자세도 생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봉산개도 우수가교’(逢山開道 遇水架橋·산을 만나면 길을 만들어 나가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아 건넌다)를 인용하며 “어려운 때이지만 자신감을 가지라”고 독려했다. ‘담합’이 의심되는 곳도 있다. 신동규 농협금융 회장과 김용환 수출입은행장은 나란히 ‘유지경성’(有志竟成·굳건한 뜻이 있으면 반드시 이루어진다)을 뽑아들었다. 이를 통해 신 회장은 “비상경영으로 위기 돌파”를, 김 행장은 “성장과 고용 지원”을 각각 강조했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따로 사자성어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위험 관리와 고객정보 보호 등을 역설했다. 이순우 우리은행장은 바위 틈새에 뿌리를 내리고 한겨울을 나는 ‘운근동죽’(雲根凍竹·촉촉한 뿌리의 언 대나무)처럼 어려움을 이겨내자고 주문했다. 윤용로 외환은행장은 해외시장 공략을 통한 신규 수익원 발굴을 강조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국민투표 저지 대규모 시위”… 이집트 또 유혈충돌 우려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의 헌법 선언문 폐기에도 불구하고 야권연합이 11일(현지시간) 국민투표 저지를 위한 대규모 시위를 열겠다고 선전포고했다. 무르시 대통령 지지 세력인 무슬림형제단 등이 포함된 이슬람주의자연합도 같은 날 맞불 시위에 나서겠다고 밝힘에 따라 이집트 정국이 다시 유혈 사태의 소용돌이로 빠져들 전망이다. 야당 연합체인 구국전선은 9일 기자회견에서 오는 15일로 예정된 새 헌법 초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거부하기 위해 수도 카이로 등 전국에서 대규모 시위를 열자고 촉구했다. 구국전선은 “이집트 국민을 대표하지 않는 헌법 초안은 인정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대해 무슬림형제단 대변인 마흐무드 고즐란은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합법에 대한 찬성’이라는 슬로건 아래 국민투표를 지지하는 시위로 대항하겠다.”고 응수했다. 카이로, 알렉산드리아 등에서 국민투표 지지 시위에 나설 이슬람주의자연합에는 무슬림형제단과 무슬림형제단이 창당한 자유정의당(FJP), 이슬람 근본주의자 세력인 살라피스트 단체 등이 포함돼 있다. 앞서 대통령 권력 확대를 규정한 헌법 선언문은 폐기하는 대신 국민투표는 강행하겠다고 밝힌 무르시 대통령은 군부에 국민투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주요 국가기관을 방어하라고 이날 지시했다. 민간인 체포권도 부여했다. 탱크와 군부대가 카이로 대통령궁 앞에 배치된 가운데 F16 전투기가 도심을 저공 비행해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군 병력이 대통령궁 주변에 콘크리트 블록으로 급히 추가 방어벽을 쌓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에 따라 군의 무력 진압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찬반 세력 간 충돌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이집트 군부는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양측 모두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무르시 정부는 헌법 초안이 대통령에게 제출된 지 2주 안에 국민투표를 치러야 한다는 규정을 들어 투표를 연기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민층에서 무르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여전히 높아 헌법 통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에릭 트래거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 연구원은 “무슬림형제단은 다수의 지지로 투표에서 승리할 것이라 믿고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불안정한 상황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범인 잡을 땐 폼은 덜 나도 막 싸우는 거죠”

    “범인 잡을 땐 폼은 덜 나도 막 싸우는 거죠”

    “형사라고 다 양복바지에 흰 운동화만 신어야 하나요?” 18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서대문경찰서 강력5팀. 베레모와 무통재킷, 갈색 구두를 조화시킨 세련된 패션의 형사가 피의자 조서를 꾸미고 있다. ‘꽃중년’이라고 불리는 김성욱(44) 경사다. 2004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특별수사팀원으로 연쇄 살인마 유영철 검거에도 공을 세웠던 베테랑 형사지만 그는 충무로에서 ‘형사 연기 자문가’로 유명하다. 대학에서 연극영화를 전공한 경험을 살려 ‘연가시’(2012년) 등 영화 10여편에서 경찰 역할 배우의 연기를 자문하고 극본도 감수했다. 지금도 영화 시나리오 두 편을 감수 중이다. 강력 범죄와 범죄 영화가 늘어날수록 김 경사는 바빠진다. 부산이 고향인 그는 학창 시절 유명한 사고뭉치였다. 싸움 때문에 얼굴 성할 날이 없던 그에게 미국 명감독 머빈 르로이의 영화 ‘애수’는 전환점이 됐다. 친구들보다 2년 늦게 89학번으로 경성대 연극영화과에 들어갔다. 제대 뒤 서울로 온 그는 영화판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다. ‘계약커플’(1994년)에 조연으로 출연했지만 그게 끝이었다. 1년 만에 부산으로 돌아갔다. 방황하던 그에게 알고 지내던 형사가 무술경관이 돼 보라고 했다. 태권도와 유도가 각 2단. 완력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1997년 경찰복을 입었다. 바쁜 형사 생활에 연기는 모두 잊었다고 생각할 때쯤 전공을 살릴 기회가 왔다. 2003년 드라마 ‘눈사람’에 강력계 형사로 출연한 배우 조재현이 대학 후배인 그에게 형사 연기를 자문했다. 이후 “연극영화과 출신 형사가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한석규, 이성재, 김정태, 김민준, 김동완 등 형사 역을 맡은 배우마다 그를 찾아와 수사·탐문·잠복 현장의 ‘리얼리티’를 배워 갔다. 영화 ‘미스터 소크라테스’(2005년) 등은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여했다. “우리 경찰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며 대가 없이 일해 줬다. 김 경사는 대본과 연기에 대해 조언할 때 현실성과 섬세함을 강조한다. “범인을 ‘잡았다’는 표현 대신 실제 우리처럼 ‘땄다’는 표현을 쓰라고 말해 주지요. 또 범인을 쫓을 때 총 쏘고 날라차기하는 일도 거의 없어요. 애들처럼 그냥 막 싸우는 거죠. 폼은 덜 나도 그게 더 진짜 같아요.” 그는 영화인으로서의 자부심이 크다. 현장 속 자신의 눈빛과 표정, 행동이 배우에게 입혀져 관객을 숨죽이게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연가시처럼 자문해 준 영화가 히트하면 뿌듯하지만 흥행이 잘 안 되면 마음이 많이 안 좋죠.” 경찰에서 은퇴한 뒤에는 나이 지긋한 베테랑 형사 전문 배우로 활동하는 게 그의 꿈이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印尼 쓰나미 희생자 신원 확인 한국이 먼저 해내 보람”

    “印尼 쓰나미 희생자 신원 확인 한국이 먼저 해내 보람”

    2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에서 진행된 제64주년 과학수사의날 기념식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낙은(55) 수석법의관이 법의학 분야 대상을 받았다. 정 법의관은 18년간 국과수 법의관으로 근무하며 시신 4000여건을 부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정 법의관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계기로 대학병원 의사 등 12년간의 의료기관 생활을 청산하고 국과수 법의관이 된 인물이다. 그는 “당시 500여명이 죽었는데 100명 이상의 신원을 결국 확인해주지 못했다.”면서 “억울하게 희생당한 사람, 기막힌 사연이 그렇게 많았는데 당시 기술적으로 한계를 실감했다.”며 법의학계 입문 배경을 밝혔다. 이후 한국의 법의학은 그의 손길을 거치며 대형참사 발생 때마다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시신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착해 나갔다. 2002년 중국 민항기 김해 추락사건,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2004년 인도네시아 쓰나미, 2007년 이천 화재 참사 등 대형참사에서 한 구라도 더 많은 시신이 가족들에게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은 그를 비롯한 국과수 법의관들이 흘린 땀의 결실이었다. 정 법의관은 인도네시아 쓰나미 당시 희생된 우리 국민의 시신 20여구의 신원을 피해국 중 가장 빠르게 확인한 것을 재직 중 가장 큰 보람으로 꼽았다. 그는 “쓰나미 당시 39개국에서 희생자가 나왔다. 10명 이상 희생자가 나온 국가 중에 한국이 제일 빨리 신원을 확인해 본국으로 송환하는 임무를 완수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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