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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극단 최초 로봇 배우 무대 오른다…연극 ‘천 개의 파랑’

    국립극단 최초 로봇 배우 무대 오른다…연극 ‘천 개의 파랑’

    국립극단 74년 역사상 최초로 로봇이 배우로 무대에 선다. 국립극단은 연극 ‘천 개의 파랑’이 오는 4월 4일부터 28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무대에 오른다고 28일 밝혔다. 문단의 떠오르는 SF작가 천선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휴머노이드 기수인 ‘콜리’와 한때 가장 빠른 경주마였던 ‘투데이’의 교감과 우정을 그린다. 원작을 극작가 김도영이 각색했고, 연출은 지난해 국립극단 작품개발사업 ‘창작공감: 연출’ 공모를 통해 선발된 장한새가 맡았다. 이번 공연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로봇 ‘콜리’는 국립극단 역사상 최초의 로봇 배우로 기록될 전망이다. 145㎝의 아담한 키와 원작에서와 같은 브로콜리색의 몸통이 인상적이다. 얼굴은 LED로 제작됐고, 눈의 밝기를 조절하고 말을 하는 등 원작에서 콜리의 기능을 그대로 구현한다. 반자동 퍼펫으로 상반신과 손목, 목 등 관절을 스스로 움직일 수 있으며 가슴에 스피커가 달려 있다. 오작동을 대비해 콜리와 똑같은 사양의 ‘커버 배우’도 준비돼 있다고 한다. 장 연출은 “우리 모두 언제든 서로 쉽게 연결할 수 있는 초연결 시대에 살고 있지만, 모순적이게도 점점 더 고립되고 외로워지고 있다. 치열한 경쟁과 너무 빠르게 변화하는 속도를 좇아가기 바쁜 세상에서 이 작품이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 나아가 연대하는 행위의 따뜻함을 느끼게 해준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 ‘제주판 쉰들러’ 만나 목숨 구한… 일반재판 생존 수형인 첫 직권재심

    ‘제주판 쉰들러’ 만나 목숨 구한… 일반재판 생존 수형인 첫 직권재심

    제주4·3사건 직권재심 합동수행단이 일반재판 생존 수형인에 대한 첫 직권재심을 청구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제주4·3사건 직권재심 합동수행단(단장 강종헌·이하 합동수행단)은 1950년 5월 22일 제주지방법원에서 국가보안업위반죄 등으로 금고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일반재판 생존 수형인 강순주(94)씨에 대해 9차 직권재심을 청구했다고 27일 밝혔다. 강 씨는 2011년 1월 26일 희생자 결정된 생존 수형인으로 4·3특별법에 의한 특별재심을 청구했고, 이번 재심청구는 합동수행단에서 일반재판 생존수형인에 대해 직권재심을 청구한 첫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앞서 합동수행단은 희생자 결정이 없는 군사재판 생존 수형인 2명(박화춘 할머니와 오씨)에 대해 형사소송법에 근거해 직권재심을 청구하고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거주하는 4·3생존 희생자 강 씨(호적상 1932년 9월생)는 일본 나고야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1945년 광복이 되자 귀국했지만 1948년 4·3의 광풍을 마주했다. 일본말은 유창하지만 한국말이 어눌했던 16세 소년은 동네 지인과 숨어 있다가 영문도 모른채 잡혀갔다가 다행히 기소유예로 풀려났다. 그러나 1950년 6·25전쟁 이후 또 한번 예비검속으로 붙잡혀가는 운명을 맞았다. 불순분자라는 누명을 쓰고 성산포경찰서에 연행된 후 제주항에 있는 주정공장에 끌려가 취조와 고문을 당한 것. 바로 그때 훗날 ‘제주판 쉰들러’로 불리는 문형순(1897~1966) 성산포경찰서장이 지역에서 예비검속으로 구금된 221명을 총살하라는 군의 명령에 ‘부당(不當)하므로 불이행(不履行) 하겠다’며 강씨 등을 풀어줬다. 문 서장은 제주 4·3사건 당시 상부의 민간인 총살 명령을 거부하고 수많은 목숨을 구해 지금은 ‘제주판 쉰들러’로 불린다. 말년에 그는 대한극장(현대극장의 전신)에서 매표원으로 일하던 중 1966년 향년 70세에 홀로 생을 마감했다. 강씨는 문 서장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6·25전쟁에 국군으로 참전하기도 했고 4·3 보상금(100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강씨의 가족으로는 현재 배우자와 아들, 딸, 사위 등이 있다. 합동수행단 왕선주 검사는 “생존 수형인이고 연세가 드신데다 배우자 역시 중환자여서 재판부에 최우선적으로 재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라며 “3월 중에는 재심이 잡힐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합동수행단은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관련 군사재판 수형인에 대한 직권재심을 2022년 2월 10일 최초 청구한 이래 현재까지 48차에 걸쳐 총 1390명을 청구해 그중 45차로 청구한 수형인까지 총 1300명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 또한 일반재판 수형인에 대한 직권재심은 2022년 12월 28일 제주지검에서 1차로 10명을 청구하고 2023년 2월 22일 합동수행단이 그 업무를 이관받아 2023년 5월 11일부터 현재까지 2차~8차에 걸쳐 총 70명을 청구했다. 1차까지 포함하면 모두 80명을 청구한 셈이다. 현재 5차 청구 수형인까지 모두 50명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 왜곡된 조현병, 가시 돋친 시선… 편견에 갇혔다[연극 리뷰]

    왜곡된 조현병, 가시 돋친 시선… 편견에 갇혔다[연극 리뷰]

    “너희 엄마 집 밖으로 못 나오게 해.” 사라는 조현병을 앓는 엄마를 뒀다. 그래서 항상 두렵다. 조현병은 유전된다고 하니까. 언젠가 나도 미쳐 버리는 게 아닐까. 그러나 정작 사라를 미치게 하는 건 어머니로부터 유전된 조현병이 아니라, 그를 향한 왜곡되고 가시 돋친 세상의 편견이다. 지난 23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막을 올린 연극 ‘이상한 나라의 사라’는 조현병을 둘러싼 낙인에 정면으로 맞서는 작품이다. 조현병에 걸린 이는 모두 폭력적이며, 언젠간 살인을 저지를 인물인가. 한국 사회에서 조현병 인구가 점차 늘어나고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인식하려는 시도조차 없는 현실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엄마가 조현병 환자라는 이유로 부당한 시선을 감내해야 했던 사라는 결국 20일분의 향정신성 약물을 한꺼번에 삼킨다. 과다 복용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음에도 사라는 오히려 그것을 바란 듯하다. 사라가 약물을 삼킨 시간은 4시 48분. 이 숫자와 ‘사라’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작품은 ‘20세기 마지막 천재 극작가’로 불리는 사라 케인의 유작 ‘4.48 사이코시스’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됐다. 사라 케인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전 쓴 작품으로 현대인의 정신분열과 고독, 소외를 주제로 한다. ‘이상한 나라의 사라’는 ‘렉처 퍼포먼스’ 형태의 연극으로 극 중간중간 ‘해설자’를 등장시켜 조현병에 대한 편견과 왜곡을 바로잡는 ‘강연’을 펼친다. 연극에서 해설자로 등장하는 원인진 배우는 이 극을 쓴 작가이기도 하다. 원 작가는 희곡을 쓰면서 ‘조현병의 모든 것’(푸른숲) 등 서적과 경찰청 범죄통계 등 다양한 자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한다. “내 운명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나요?” 사라는 자신을 향한 의심 어린 시선을 거두지 않으면서도 조건 없는 긍정과 희망을 요구하는 세상에 이렇게 반문한다. 동심원을 연상케 하는 무대디자인이 인상적이다. 동그란 무대 안에 동그란 의자가 있고, 등장인물들은 무대 위를 동그랗게 뛰어다닌다. “동그라미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말하는 사라는 연기하는 내내 이 안에 갇혀 있다. 위협적으로 빙 둘러싸고 있는 사회의 목소리와 시선은 어린 소녀를 마구 강타한다. 사라는 동그라미 바깥으로 나올 수 있을까.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에 선정된 작품이다. 다음달 3일까지.
  • 깊어진 이야기, 장엄한 볼거리… 속편의 저주 뛰어넘는 ‘팝콘각’[영화 프리뷰]

    깊어진 이야기, 장엄한 볼거리… 속편의 저주 뛰어넘는 ‘팝콘각’[영화 프리뷰]

    스크린 위에 펼쳐지는 사막 행성 아라키스의 풍경이 장엄하게 다가온다. 과거 로마 경기장을 본뜬 하코넨 가문의 삼각형 결투장, 샤잠 4세의 황궁 등을 그려 낸 장면에선 입이 떡 벌어진다. 프레멘 부족이 거대한 모래벌레를 타고 황제의 거처를 급습하는 전투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여기에 세계적인 영화음악 작곡가 한스 치머의 웅장하고 독특한 음악까지. 그야말로 상영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나 싶을 정도다. 28일 개봉하는 ‘듄: 파트2’는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 할 영화다.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한 세계관을 소개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인 전편에 이어 3년 만에 돌아온 속편은 이미 깔린 판에 화려한 볼거리를 쏟아 놓고, 원작의 깊이 있는 이야기를 밀도 있게 풀어낸다. 이번 편은 황제의 계략으로 멸문한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 폴(티모테 샬라메)이 어머니 레이디 제시카(레베카 퍼거슨)와 간신히 목숨만 부지한 채 아라키스의 사막으로 도망친 전편 이후를 그렸다. 폴은 사막 부족 프레멘과 숨어 지내며 그들과 함께 성장한다. 우주에서 가장 비싸고 신성한 환각물질 ‘스파이스’ 채취가 어려워지고, 프레멘의 기세가 높아지면서 황제와 귀족 가문의 불안감은 커진다. 잔혹한 암살자 페이드 로타(오스틴 버틀러)를 보내 폴과 프레멘을 몰살시키려 한다. 기계와 초능력이 공존하는 1만 191년의 우주를 배경으로 한 블록버스터 영화임에도 드니 빌뇌브 감독은 폴의 성장을 밀도 있게 보여 준다. 유약한 소년이었던 폴은 두려움을 딛고 자신의 운명을 각성하고, 이어 영웅이자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 광신도들의 교주로까지 거듭난다. 프레멘은 폴을 예언으로 전해져 오는 절대자 ‘리산 알 가입’이라 믿고, 비밀 여성 초능력 집단 ‘베네 게세리트’ 일원인 폴의 어머니는 그를 메시아 ‘퀴사츠 헤더락’이라고 여긴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지점에 선 폴은 암울한 미래를 미리 내다본다. 복수에 나서면서도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빌뇌브 감독은 지난 21일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듄’의 원작자 프랭크 허버트는 독자들의 첫 반응을 좋아하지 않았다.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를 향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은 책인데, 폴이 영웅시됐기 때문”이라며 “허버트가 이후 ‘듄의 메시아’를 새롭게 썼고, 작가의 의도를 충실히 담은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폴 역의 티모테 샬라메는 전반부에서 후반부까지 극적으로 변하는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흑백의 경기장에서 강렬한 눈빛으로 등장하는 그의 맞수 페이드 로타 역의 오스틴 버틀러도 인상적이다. 레이디 제시카를 맡은 레베카 퍼거슨, 폴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프레멘 부족의 족장 스틸가 역의 하비에르 바르뎀 역시 극에 무게감을 더한다. 폴의 동생으로 깜짝 등장하는 애니아 테일러조이가 다음 편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165분. 12세 이상 관람가.
  • 한동훈 “매크로 예매 금지… 암표는 중범죄 처벌”

    한동훈 “매크로 예매 금지… 암표는 중범죄 처벌”

    국민의힘이 공연과 스포츠 경기 등의 ‘암표 근절’을 위해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을 금지하고 암표 거래에 대한 처벌 강화를 추진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강원 원주시의 한 카페에서 ‘함께 누리는 문화’ 공약 발표식을 열고 공연·팬미팅·운동경기·e스포츠 등의 영역에서 웃돈을 주고 거래되는 암표를 근절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현행 20만원 벌금의 경범죄로 처벌하는 암표 거래에 대해 중범죄로 처벌이 가능하도록 공연법·국민체육진흥법 등을 개정하기로 했다.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해 매크로를 사용한 암표 거래 행위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규정도 새로 만들기로 했다. 이 외 여당은 시행령을 개정해 장애인 관람석을 상영관별로 1% 이상 배치, 장애인이 편리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했다. 현재는 ‘상영관별로 1% 이상’이 아니라 ‘영화관 전체 관람석 수의 1% 이상’ 배치하도록 해 상영관에 따라 장애인의 출입이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지역·소득 격차, 금전적 이익을 위한 불법행위, 장애로 인해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공정한 기회와 환경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하고 동료 시민 모두가 함께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공정하고 격차 없는 대한민국을 위한 공약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원주중앙시장에서 시민들과 ‘셀카’를 찍으며 소통했다. 그는 이날 모든 일정을 당 수석대변인인 박정하(원주갑) 의원, 기획재정부 2차관 출신 김완섭(원주을) 후보와 함께 소화했다. 한 위원장은 “(원주는) 가장 공천이 잘된 곳이라고 자평한다”고 말했다.
  • 한동훈 “매크로 예매 금지…암표는 중범죄 처벌”

    한동훈 “매크로 예매 금지…암표는 중범죄 처벌”

    극장 상영관별 장애인석 1% 이상韓, 원주 시장 찾아 “공천 잘된 곳” 국민의힘이 공연과 스포츠 경기 등의 ‘암표 근절’을 위해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을 금지하고 암표 거래에 대한 처벌 강화를 추진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강원 원주시의 한 카페에서 ‘함께 누리는 문화’ 공약 발표식을 열고 공연·팬미팅·운동경기·e스포츠 등의 영역에서 웃돈을 주고 거래되는 암표를 근절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현행 20만원 벌금의 경범죄로 처벌하는 암표 거래에 대해 중범죄로 처벌이 가능하도록 공연법·국민체육진흥법 등을 개정하기로 했다.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해 매크로를 사용한 암표 거래 행위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규정도 새로 만들기로 했다. 이 외 여당은 시행령을 개정해 장애인 관람석을 상영관별로 1% 이상 배치, 장애인이 편리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했다. 현재는 ‘상영관별로 1% 이상’이 아니라 ‘영화관 전체 관람석 수의 1% 이상’ 배치하도록 해 상영관에 따라 장애인의 출입이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지역·소득 격차, 금전적 이익을 위한 불법행위, 장애로 인해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공정한 기회와 환경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하고 동료 시민 모두가 함께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공정하고 격차 없는 대한민국을 위한 공약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원주중앙시장에서 시민들과 ‘셀카’를 찍으며 소통했다. 그는 이날 모든 일정을 당 수석대변인인 박정하(원주갑) 의원, 기획재정부 2차관 출신 김완섭(원주을) 후보와 함께 소화했다. 한 위원장은 “(원주는) 가장 공천이 잘된 곳이라고 자평한다”고 말했다.
  • 볼거리 많아지고 이야기 깊어졌다…SF블록버스터 ‘듄: 파트2’

    볼거리 많아지고 이야기 깊어졌다…SF블록버스터 ‘듄: 파트2’

    스크린 위에 펼쳐지는 사막 행성 아라키스의 풍경이 장엄하게 다가온다. 과거 로마 경기장을 본뜬 하코넨 가문의 삼각형 결투장, 샤잠 4세의 황궁 등을 그려낸 장면에선 입이 떡 벌어진다. 프레멘 부족이 거대한 모래벌레를 타고 황제의 거처를 급습하는 전투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여기에 세계적인 영화음악 작곡가 한스 치머의 웅장하고 독특한 음악까지. 그야말로 상영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나 싶은 정도다. 28일 개봉하는 ‘듄: 파트2’는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 할 영화다.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한 세계관을 소개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인 전편에 이어 3년 만에 돌아온 속편은 이미 깔린 판에 화려한 볼거리를 쏟아놓고, 원작의 깊이 있는 이야기를 밀도 있게 풀어낸다. 이번 편은 황제의 계략으로 멸문한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 폴(티모테 샬라메)이 어머니 레이디 제시카(레베카 퍼거슨)와 간신히 목숨만 부지한 채 아라키스의 사막으로 도망친 전편 이후를 그렸다. 폴은 사막 부족 프레멘과 숨어 지내며 그들과 함께 성장한다. 우주에서 가장 비싸고 신성한 환각물질 ‘스파이스’ 채취가 어려워지고, 프레멘의 기세가 높아지면서 황제와 귀족 가문의 불안감은 커진다. 잔혹한 암살자 페이드 로타(오스틴 버틀러)를 보내 폴과 프레멘을 몰살시키려 한다. 기계와 초능력이 공존하는 1만 191년의 우주를 배경으로 한 블록버스터 영화임에도 드니 빌뇌브 감독은 폴의 성장을 밀도 있게 보여준다. 유약한 소년이었던 폴은 두려움을 딛고 자신의 운명을 각성하고, 이어 영웅이자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 광신도들의 교주로까지 거듭난다.프레멘은 폴을 예언으로 전해져오는 절대자 ‘리산 알 가입’이라 믿고, 비밀 집단 여성 초능력 집단 ‘베네 게세리트’ 일원인 폴의 어머니는 그를 메시아 ‘퀴사츠 헤더락’이라고 여긴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지점에 선 폴은 암울한 미래를 미리 내다본다. 복수에 나서면서도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빌뇌브 감독은 21일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듄’의 원작자 프랭크 허버트는 독자들의 첫 반응을 좋아하지 않았다.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를 향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은 책인데, 폴이 영웅시됐기 때문”이라며 “허버트가 이후 ‘듄의 메시아’를 새롭게 썼고, 작가의 의도를 충실히 담은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폴 역의 티모테 샬라메는 전반부에서 후반부까지 극적으로 변하는 캐릭터를 무게감 있게, 그리고 점차 커지는 고뇌를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특히 프레멘 부족장들과 만나 그들을 압도하는 모습은 섬찟할 정도다. 삶 아니면 죽음을 의미하는 흑백의 경기장에서 강렬한 눈빛으로 등장하는 그의 맞수 페이드 로타 역의 오스틴 버틀러도 인상적이다. 레이디 제시카를 맡은 레베카 퍼거슨, 폴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프레멘 부족의 족장 스틸가 역의 하비에르 바르뎀 역시 무게감을 더한다. 폴의 동생으로 깜짝 등장하는 안야 테일러 조이가 다음 편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165분. 12세 이상 관람가.
  • 경기아트센터, ‘재즈와 팝페라의 만남’ 낭만드림 콘서트…‘다음달 1일 저녁7시’

    경기아트센터, ‘재즈와 팝페라의 만남’ 낭만드림 콘서트…‘다음달 1일 저녁7시’

    경기아트센터가 새달 재즈와 팝페라를 결합한 낭만드림 콘서트를 연다. 26일 아트센터는 다음 달 1일 오후 7시 ‘Remember, 낭만드림 콘서트’를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 콘서트는 양왕열 재즈밴드와 임덕수 팝페라테너 가수가 출연하는 재즈와 팝페라의 만남으로 2024년을 맞이한 경기아트센터의 첫 기획공연이다. 아름다운 재즈의 감성과 뜨거운 라틴의 열정을 가진 양왕열 재즈콰르텟과 파워풀하고 청량한 음색의 팝페라테너 가수 임덕수, 팝페라소프라노 가수 김아름이 함께한다. 클래식부터 재즈, 라틴, 대중 팝과 뮤지컬 넘버곡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이번 콘서트는 관객들에게 재즈와 팝페라가 어우러지는 새로운 음악문화를 선사할 예정이다. 특히 프로그램 곡들에 출연진들의 낭만과 희망 섞인 해석이 더해져 더욱 생동감 있고, 다채로운 음악을 전달할 예정이다. 아트센터 관계자는 “양왕열 재즈콰르텟과 임덕수와의 콜라보 무대를 통해 다양한 음악적 색채와 폭넓은 즉흥성, 그리고 화려한 테크닉까지도 느낄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다”며 “많은 분들이 함께해 풍부한 감성과 감동을 느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공연 예매는 경기아트센터 홈페이지(www.ggac.or.kr) 또는 인터파크 티켓(ticket.interpark.com)에서 가능하다.
  • “반일주의 부추기는 영화에 좌파들 몰려”… ‘파묘’ 저격한 ‘건국전쟁’ 김덕영 감독

    “반일주의 부추기는 영화에 좌파들 몰려”… ‘파묘’ 저격한 ‘건국전쟁’ 김덕영 감독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와 정치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의 김덕영 감독이 장재현 감독의 영화 ‘파묘’를 저격했다. 김 감독은 2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서 “건국전쟁은 2월 25일까지 관객 동원 수 96만 6285명”이라며 “이번 주가 가장 큰 고비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달 1일 개봉한 건국전쟁은 상대적으로 주목받기 어려운 다큐멘터리로는 이례적으로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김 감독은 지난 22일 개봉한 영화 ‘파묘’를 언급하며 “항일 독립? 또 다시 반일주의를 부추기는 ‘파묘’에 좌파들이 몰리고 있다”며 “건국전쟁에 위협을 느낀 자들이 건국전쟁을 덮어버리기 위해 파묘로 분풀이를 하고 있다”고 적었다.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다룬 파묘는 개봉 4일 만에 누적 관객 수 200만명을 돌파했다. 최근 파묘를 본 관객들 사이에서는 영화 속 내용을 ‘항일’과 연결 지어 해석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러면서 “2019년 3월 16일, 김용옥 교수는 KBS 1TV ‘도올아인 오방간다’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립묘지에서 파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승만은 미국의 퍼핏(puppet·꼭두각시), 괴뢰’라고 말했다”면서 “영화 파묘에 좌파들이 열광하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김 감독은 “진실의 영화에는 눈을 감고, 미친 듯이 사악한 악령들이 출몰하는 영화에 올인하도록 이끄는 자들은 누구냐”면서 “대한민국이 어디서 왔고, 누구 덕분에 이렇게 잘살고 있는지,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대한민국의 ‘파국’을 막을 수 있도록 모두가 고민해야 할 상황이란 생각이 든다”고 적었다. 이어 “여기에 더해 할리우드 대작 ‘듄2’가 가세한다”면서 “파묘와 듄2로 관객이 몰리면 가장 큰 타격은 극장 수, 스크린의 감소다. 이걸 극복하는 대안은 오직 하나, ‘단결’이다. 뜻있는 기업, 사회단체, 기독교 교회가 마지막 힘을 내달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 고비를 넘어야 185만명 관객을 동원한 ‘노무현입니다’를 넘어설 수 있다”면서 “쉽게 찾아올 수 없는 기회다. 여러분 모두가 힘을 모아 건국전쟁 200만 고지 달성을 위해 애써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끝맺었다.
  • 이렇게 유쾌하고 젊은 오페라라니… 신선한 감각 돋보인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

    이렇게 유쾌하고 젊은 오페라라니… 신선한 감각 돋보인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

    국립오페라단이 새로운 시도로 색다른 오페라를 선보이며 ‘오페라는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깼다. 국내 초연작이기에 가능했던 도전들이 재밌고 친절한 오페라를 탄생시켰다. 지난 22~25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는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이 국내 초연으로 선보였다. 오페라 부파(희극 오페라)의 표본으로 여겨지는 작품으로 조아키노 안토니오 로시니(1792~1868)가 21세 때 단 27일 만에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작가 스탕달(1783~1842)이 “오페라 부파 양식의 완성”이라 극찬한 작품이다.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은 착하고 순종적인 아내에 질린 알제리의 태수(太守) 무스타파가 아름답고 당돌한 이탈리아 여인을 만나고 싶어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무스타파는 자신의 아내를 떼어내려고 이탈리아 남자로서 해적에 납치돼 노예가 된 린도로와 이어주고자 한다. 이때 린도로를 찾아 여자친구인 이사벨라가 알제리에 도착하고 재회한 두 사람이 무스타파를 속이고 탈출하는 과정이 작품의 줄거리다.국내 초연인 만큼 국립오페라단은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시도를 했다. 우선 포스터부터가 파격적이다. 공연한 적이 없다 보니 공연 사진도 없었고 작품과 맞는 1800년대 이미지도 마땅치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 미드저니를 활용해 낭만적인 화풍의 공연 포스터를 완성할 수 있었다. 오페라를 올드한 장르로 만들던 관습도 과감히 깼다. 작품상 설정은 혈기 왕성한 청년인데 역할은 노련한 중년의 성악가들을 쓰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과감하게 젊은 예술가들을 발탁했다. 젊은 성악가들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는 최상호 단장의 의중이 반영됐다. 2019년 데뷔한 발레리 마카로프, 이번이 국내 데뷔 무대인 이기업이 린도로를 맡았는데 선배 성악가들에 비해 노련함은 모자랐을지 몰라도 젊음의 에너지를 뽐내며 철부지 청년 역할에 딱 어울리는 모습으로 관객들과 만났다. 제57회 브장송 지휘콩쿠르에 한국인 최초로 3인 결승에 오른 36세의 젊은 지휘자 이든이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젊음의 에너지를 더했다.오페라 서곡이 연주되는 동안 애니메이션과 결합해 작품의 개략적인 설명을 보여준 것도 파격적이었다. 마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듯 아기자기한 그림과 설명으로 어떤 이야기인지 친절히 설명해줌으로써 관객들은 미리 친숙해질 수 있었다. 무대 연출 역시 알제리의 왕궁이 직관적이고 쉽게 표현되면서 초심자를 난해하게 만들었던 문턱도 대폭 낮췄다. 서양에서는 오페라가 오래된 예술이라 작품의 시대 배경을 충실히 반영한 연출은 이미 진작에 소화됐고 요즘은 누가 더 파격적인지를 보여주는지 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다 보니 오페라가 아직 상대적으로 덜 발달한 한국 같은 나라에서도 서양 연출가들은 온갖 상징과 비틀기로 무장해 파격적인 연출만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안 그래도 문턱이 높은 오페라를 초심자에게 더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국립오페라단은 이번에 작품 설정에 충실한 고전적인 연출로 처음 선보이는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의 매력을 한껏 살렸다.대다수 오페라가 그렇듯 오늘날 인권 감수성의 관점으로 보면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 역시 불편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성악가들이 음정은 조금 흔들려도 몸을 아끼지 않는 코믹한 연기로 오페라 부파의 진수를 선보인 덕에 관객들은 유쾌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초연이었지만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은 객석 대다수가 꽉 차며 열띤 반응이 쏟아졌다. 올해 첫 작품을 끝낸 국립오페라단은 4월 ‘한여름 밤의 꿈’, 5월 ‘죽음의 도시’, 10월 ‘탄호이저’, 12월 ‘서부의 아가씨’로 찾아올 예정이다.
  • 딸 버린 아빠, 알고 보니 필리핀 마약 거물

    딸 버린 아빠, 알고 보니 필리핀 마약 거물

    어느 날 아빠가 바람이 났다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 날아든다. 어린 윤서는 엄마를 지켜주기 위해 상대방에게 문자로 욕설을 날려보지만 대화하는 상대방은 불륜녀가 아닌 자신과 같은 또래의 여자아이다. 두 사람은 묘한 감정을 남기고 짧은 대화를 마친다. 어떤 운명이 펼쳐질지 모른 채. 올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에 선정돼 25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마지막 공연을 앞둔 연극 ‘테디 대디 런’은 코피노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코피노는 한국인 남성과 필리핀 현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2세를 뜻한다. ‘테디 대디 런’에서 윤서의 엄마는 남편과 한국을 버리고 미국으로 떠난다. 미국에서 자라던 윤서는 아빠를 만나기 위해 필리핀을 방문한다. 윤서가 아빠와의 시간을 보내고 출국하려다 날씨 때문에 비행기가 취소되면서 본격적인 아빠 추적기가 펼쳐진다. 아빠의 집으로 믿었던 곳에 돌아왔으나 누군가 황급히 떠난 흔적만 남았을 뿐이다. 윤서는 무슨 일이 생겼는지 걱정하며 아빠를 찾지만 낯선 땅에서 아빠의 행방을 추적하기가 만만치 않다. 이런 윤서 앞에 자신을 로즈라고 소개하는 니나가 나타나 윤서를 돕는다.바이크를 타고 등장한 니나는 윤서에게 “너의 아빠가 테디에게 돈을 빌렸다”며 여기저기 윤서를 데리고 다닌다. 테디의 정체가 대체 뭔지, 아빠의 사진을 본 사람들은 왜 태도가 달라지는지 모르지만 윤서는 어떻게든 아빠를 찾으려 애쓴다. 같은 이야기가 1부는 윤서의 입장에서, 2막은 니나의 입장에서 펼쳐진다. 사실 니나는 진실을 알고 있었고 테디는 테디 베어 인형에 마약을 넣어 판매하는 아빠를 의미하는 단어였다. 윤서가 사진을 보여주면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지던 것도 그가 마약 거물로서 한인 사회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지닌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유쾌한 분위기 속에 두 소녀가 서로 다른 목적으로 아빠를 찾는 이야기를 그렸지만 작품의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2막에서 리나가 “우린 버림받은 아이였어. 하지만 우린 무럭무럭 자라났어”라고 하는 말은 코피노들의 현실을 담담하면서도 아프게 보여준다. 리나의 엄마 로즈는 리나를 낳은 것이 축복이라고 말해줬지만 정작 리나는 자신의 처지를 두고 “신의 축복이 될 수 없어”라고 고백하는 장면도 마찬가지다.한국 정부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코피노들이 어떤 상처를 지니고 어렵게 살아가는지 ‘테디 대디 런’은 보여준다. 이세희 작가가 직접 필리핀 마닐라로 날아가 취재한 내용을 토대로 탄탄하게 이야기를 완성한 덕에 이들의 지난한 현실이 생생히 담겼다. 두 소녀가 결국 아빠를 찾으며 마무리되지만 마지막에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인지 몰라”라는 대사가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코피노 문제를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고민해보고 긍정적인 변화를 시도해보자는 의미로 들려서다. 연극 하나 만든다고 금방 바뀌지 않을 세상이겠으나 ‘테디 대디 런’은 그럼에도 우리 사회가 코피노를 위해 가져야 하는 최소한의 태도에 대해 깊은 울림을 전한다. 이 작가는 “모든 분이 코피노가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사회 문제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요즘 젊은 관객들에겐 낯설 수 있는 소재지만 같은 사건을 다른 입장에서 전개하면서 실마리를 풀어내는 전개 방식, 이야기가 보다 실감 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적극 활용된 영상, 재미난 음향효과와 OPPA♥(오빠) 간판 등이 작품 감상의 문턱을 낮춘다. 자칫 무겁게만 흐를 수 있는 코피노 이야기를 유쾌하고 색다르게 접근한 방식도 매력적이다.
  •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파리서 뉴욕으로 피신했던 샤갈을 만나다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파리서 뉴욕으로 피신했던 샤갈을 만나다

    국내 최초 몰입형 복합문화예술공간 ‘빛의 벙커’가 다섯 번째 전시 ‘샤갈, 파리에서 뉴욕까지(Chagall, Paris-New York)’를 오는 3월 22일 개막한다. 23일 빛의 벙커에 따르면 새달 정식 개막에 앞서 오는 26일부터 얼리버드 티켓 판매를 시작한다. 1차 얼리버드 티켓은 26일부터 3월 14일까지 입장권의 40% 할인된 가격으로, 2차 얼리버드 티켓은 3월 15일부터 21일까지 30% 할인된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다. 제주 성산에 위치한 빛의 벙커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전시 ‘샤갈, 파리에서 뉴욕까지’는 마르크 샤갈(1887. 7. 7~1985. 3. 28)의 독창적인 색채와 화풍을 빛과 음악, 첨단 디지털 기술을 통해 독특한 몰입형 예술 전시로 재탄생시켰다. 샤갈은 회화뿐 아니라 조각, 도자기, 스테인드글라스, 모자이크 그리고 콜라주까지 다양한 예술 분야를 넘나들었다. 이번 전시는 샤갈의 예술 여정에서 전환점이 된 파리와 뉴욕을 배경으로 그의 작품 세계를 집중 조명한다. 유태인이었던 그는 2차세계대전때인 1941년, 나치 군이 파리를 점령하자 어쩔 수 없이 미국으로 피신했다가 1948년에 프랑스로 돌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 천장화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의 대형 벽화들을 포함해 ‘천사의 추락’, ‘출애굽기’, ‘성경 메시지’ 등 샤갈의 상징적인 작품들로 구성되어 그의 다채로운 예술 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아름다운 음악 소리에 맞춰 전시장 내부의 벽과 바닥에 샤갈의 작품들이 사방으로 투사되어, 관람객들에게 강렬하고도 몽환적인 느낌을 선사한다. 박진우 ㈜티모넷 대표는 “빛의 벙커가 근대와 현대를 아우른 마르크 샤갈의 작품으로 다시 돌아온다”며 “샤갈의 다채롭고 독창적인 예술 여정을 생생한 몰입형 예술로 경험하고 싶은 분들은 이번 얼리버드 티켓 기간을 꼭 활용하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2022년 빛의 벙커는 개막작 ‘클림트’전, 두 번째 전시 ‘반 고흐’전에 이어 현재 세 번째 전시 ‘모네, 르누아르… 샤갈’ 그리고 ‘파울 클레’전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전시는 지중해 연안에서 활동한 모네, 르누아르, 샤갈을 비롯해 피사로, 시냑, 뒤피 등 인상주의부터 모더니즘에 이르는 20명 화가들의 5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샤갈의 작품 세계를 오롯이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할 수 있다. 한편 현재 빛의 벙커에서 전시 중인 ‘세잔, 프로방스의 빛’은 현대 회화의 아버지이자 후기 인상주의 화가인 폴 세잔의 작품을 3월 3일까지 선보이고 있다. ‘이왈종, 중도의 섬 제주’는 연장 운영되어 샤갈 전시와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이왈종, 중도의 섬 제주’는 빛의 벙커를 운영하는 ㈜티모넷이 자체 제작한 첫 기획전이자, ‘빛의 시리즈’ 최초 국내 작가 작품을 주제로 한 전시로 관람객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 부산콘서트홀·오페라하우스 개관 준비 공연 전문 인력 채용

    부산콘서트홀·오페라하우스 개관 준비 공연 전문 인력 채용

    부산시는 ‘부산오페라하우스’와 ‘부산콘서트홀’의 본격적인 개관 준비를 위해 공연장 전문 인력을 채용한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채용을 통해 시는 부산오페라하우스와 부산콘서트홀의 공연 기획, 무대 기술 등 전반적인 개관 준비를 담당하게 될 경력직 공연 전문가를 모집한다. 채용 직무는 공연기획 분야 팀장급 1명(임기제 5급 상당) 공연기획 분야 1명(임기제 7급 상당), 무대 기술 조명 분야 1명(시간선택제 임기제 나급)이다. 공연기획 분야 팀장급은 클래식(오페라) 축제를 통한 클래식 저변 확대, 세계 최정상급 연주자 섭외 및 부산콘서트홀의 개관공연과 정규시즌 공연 확정, 전문인력 양성 및 국내·외 예술가, 극장, 공연기획사 등 국내외 네트워크 구축 등을 담당하게 된다. 시는 서류전형과 면접시험을 거쳐 4월 중 공연 전문 인력을 최종 선발할 예정이다. 임용 기간은 임용일로부터 1년이고, 근무 실적 등에 따라 총 5년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다. 원서는 다음달 4일부터 6일까지 접수한다. 자세한 사항은 부산시 홈페이지에 부산소식-공고-채용공고(www.busan.go.kr/nbincruit)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부산시민공원에 조성 중인 부산콘서트홀은 현재 공정률 76%로, 오는 8월 준공해 2025년 개관 예정이다. 부산오페라하우스는 2026년 준공, 2027년 개관 목표로 건립 중이다 .
  • 대학로 상징 ‘학전’ 33년 만에 결국 폐관

    대학로 상징 ‘학전’ 33년 만에 결국 폐관

    33년간 대학로를 지키며 국내 공연예술인의 산실이 됐던 소극장 학전이 결국 다음달 15일 폐관을 확정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학전은 22일 보도자료를 내고 “학전이 주최하는 마지막 공연인 학전 어린이 무대 ‘고추장 떡볶이’와 33팀의 가수, 학전 배우들이 마련한 ‘학전 어게인’ 콘서트를 끝으로 그간의 여정을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위암 투병 중인 것으로 알려진 김민기 학전 대표는 “모두 다 그저 감사하다, 고맙습니다”라는 간결한 인사로 소감을 갈음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학전의 명맥을 이어 가기 위해 발표한 계획에 대해서 학전 측은 “김민기 대표의 뜻을 잇되 학전의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 독자적인 공간으로 운영해 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김 대표의 건강 악화와 경영난 등으로 학전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문화예술위원회는 지난해 말 학전 소극장을 재정비해 역사성과 정체성을 계승하는 공간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학전 측은 “학전과의 협의 없이 보도된 내용”이라면서 학전이 예전처럼 그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극장 내 상징적인 공간이나 공연, 물건을 이어서 운영하는 것 자체에는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 주민보다 많은 책손님… 원더풀! 기적을 인증하다 [박상준의 書行(서행)]

    주민보다 많은 책손님… 원더풀! 기적을 인증하다 [박상준의 書行(서행)]

    3만명 사는 곳, 벌써 6만 다녀가시작은 어린이 전문도서관 건립직육면체에 낮은 원통 겹친 구조책과 책 사이 거니는 ‘서가 산책’열람석 어디서든 도서관 한눈에갤러리 복도 걸으며 정원 감상도XR-뮤지엄 메타버스로 작품 탐방 연초부터 스타필드 수원이 화제다. 개장 열흘 만에 약 84만명이 방문했다. 별마당도서관은 그 상징이다. 22m 높이의 웅장한 서고 사진이 소셜미디어(SNS)를 가득 채운다. 쇼핑몰 한가운데 도서관이 들어서는 건 참 반가운 일이다. 그럼에도 이를 ‘기적’이라 부르지는 않는다. 강원 인제 기적의도서관은 지난해 6월 문을 열었다. 개관 6개월 만에 5만여명이 다녀갔다. 인제군 인구는 2024년 1월 기준 3만 2004명이다. 기적의도서관은 2003년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이 MBC 프로그램 ‘느낌표’와 시작한 어린이 전문도서관 건립 사업이다. 설립 취지는 ‘이 나라의 모든 어린이는 밝게, 바르게, 자유롭게 자랄 권리를 갖습니다’로 시작한다. 무려 21년째 진행형이다. 인제는 도서관에 관한 열일곱 번째이자 강원도 첫 기적의 땅이다.●별마당도서관도 부럽지 않아 인제 기적의도서관 홈페이지는 매일 ‘오늘 마주친 한 구절’을 제공한다. 이날은 ‘모든 것은 그 자리에’(올리버 색스 지음, 알마)의 한 구절이 올라와 있었다. 2018년 ‘뉴욕타임스’에 “삼청공원 숲속 도서관에서 혁신의 미래를 보았다”라고 기고했던 바로 그 작가의 책이다. “나는 도서관에서 자유를 만끽했다. 수천 권, 수만 권의 책들을 마음대로 들여다보고, 마음대로 거닐고, 특별한 분위기와 다른 독자들과의 조용한 동행을 즐겼다.” 도서관 여행 즐기는 법으로 삼아도 좋을 문장이다. 도서관이 주는 첫 번째 기쁨은 원하는 책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자유다. 이는 책과 책 사이를 거니는 서가 산책에서 출발한다. 도서관을 어슬렁대는 일은 목적이 없어도 느슨하고 여유롭다. 그래야 한다. 풀꽃을 들여다보듯 눈길 끄는 책의 책장을 넘기고, 다른 이들은 무엇을 발견했나 슬쩍 제목을 훔쳐보기도 하면서. 그러다 책 한 권을 쥐고 앉아서는 나 또한 조용히 그들의 동행이 된다. 인제 기적의도서관의 공간 구성은 도서관 산책의 소소한 행복을 더해 준다. 도서관을 설계한 이상윤 건축가와 지안건축의 솜씨는 한국문화공간상 도서관 부문 수상으로 이미 증명됐다. 건물은 가로가 긴 직육면체 가운데 낮은 원통을 겹쳐 놓은 형태다. 원통은 종합자료실과 동아리실, 스튜디오 등이 모여 있는 도서관의 심장이다. 1층은 도서관 바깥으로 링 형태의 갤러리 복도가 있고, 2층은 도서관 안쪽으로 열람석과 서가가 크게 원을 그리며 띠를 두른다.건물 좌우 날개 역할을 하는 직육면체 공간은 갤러리 복도를 따라 이동한다. 갤러리라는 이름이 붙은 건 도서관 정원과 자연의 계절이 바뀌는 걸 감상하면서 걷고, 그때 안쪽 벽으로 ‘인제의 자연’과 ‘인제의 미래’를 주제로 한 영상이 흐르기 때문이다. 동쪽 어린이실은 도서관 안의 도서관이다. 어깨동무담이 있는 야외 데크로 나가는 출입구가 따로 있다. 데크에 앉아 볕을 쬐며 책을 읽는 봄날의 아이들이 그려진다. 서쪽 몰입형 미디어아트실 역시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책 하늘 내린 인제 글로 설명하니 공간의 연결고리가 잘 보이지 않을 거다. 무책임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가서 보면 안다. 기적의도서관은 2003년부터 ‘건축 부문에서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델의 공간 구조’를 끊임없이 제시해 오지 않았던가. 특히 2층 원형 서가에서는 누구라도 잠깐 멈춰 서기 마련이다. 도서관은 바닥부터 천장까지 열린 구조다. 가운데 계단식 열린 극장과 열람석이 지하 1층에서 2층까지 공간의 축을 만들며 개방감을 이끈다. 좌우로는 신전처럼 높은 기둥이 일렬로 늘어선다. 스타필드 수원 별마당도서관의 절반 높이밖에 되지 않는 11.55m이지만 그 못지않게 웅장하다. 열람석 어디에서든 도서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무엇보다 이곳은 ‘하늘 내린 인제’의 도서관이다. 투명한 그리드 천장에서 넉넉한 자연광이 내린다. 시시각각 변하는 그림자를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태양열 전지판의 격자 문양이 지속가능성을, 이곳이 내린천을 지켜 낸 고장 인제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그러고 보니 인공조명조차 많지 않다. 햇살을 빌려 읽는 책들은 활자에 생기를 불어넣고 읽는 이의 상상으로 피어난다. 그래서 인제 기적의도서관 슬로건이 ‘시간을 넘어 무한한 상상’인지도.●청구기호 없는 10년의 추천 도서 도서관 산책을 끝내고 숨을 돌릴 때쯤, 이번에는 개방감에 취해 보지 못했던 서가의 특이한 점이 보인다. 칸칸을 채운 건 말할 것도 없이 책이다. 하지만 위쪽의 책들은 청구기호가 보이지 않는다. 책등에 붙어 책의 위치를 알려 주는 ‘670.4-이82ㅅ’ 같은 스티커 말이다. 인제 기적의도서관 1층 서가 3~4단을 채운 책들은 지난 10년간의 세종도서다. 세종도서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추천 도서다. 그 제목을 살피는 것만으로 지난 10년간의 양서 목록을 훑어 볼 수 있는 셈이다. 낡고 바랜 책은 손이 닿지 않는 위치이지만 플라스틱 표지함이 아닌 온전한 책으로 자리해 반갑다. 그러다 불쑥 끼어드는 몇몇 문장들 앞에서 또 걸음을 멈춘다. 정수기 옆에, 2층 인제니아 뒤편 벽에, 알콩달콩열람석 등받이에 숨은 그림처럼, 아마 마저 찾지 못한 숨은 문구가 더 있을 것이다.‘책 읽어라 그래야 잔소리 안 듣는다. 정예원 2023.2.16’ ‘굳게 닫힌 책은 냄비 받침에 불과하다. 차정민 2023.1.31’ 이 말들의 주인공인 정예원과 차정민은 누구일까. 스마트폰을 꺼내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이름이다. 그럴 수밖에. 예원과 정민은 인제에 사는 중학생이다. 인제 기적의도서관은 건립 과정에 청소년준비단이 참여했다. 동아리 스튜디오의 이름과 테마 색깔도 그들이 정했다. 위대한 작가들과 어깨를 견주는 ‘명언’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들이 원하는 자리에 남겨져 방문자를 마중한다. 나중에 예원이나 정민이가 부모가 돼 아이와 다시 찾는다면 이 글귀는 그에게 기적의 조우와 다름없겠다.●반짝반짝 빛나는 XR뮤지엄 메타버스 공간과 예술 관련 서적이 모여 있는 예술갤러리도 눈여겨볼 만하다. 도서관 1층 한쪽에서 이미 아이들이 헤드셋을 끼고 조이스틱을 움직이며 스크린 속 구스타프 클림트의 뮤지엄을 탐방 중이다. 세계 유명 작가의 전시를 접하기 어려운 지역민과 어린이들에게는 이 또한 작은 미술관 역할을 한다. 그곳에서 음악책 한 권을 챙겨 들고는 계단 열람석으로 이동한다. 커다란 강의실 같기도 한 자리는 이국의 도서관을 닮았다. 파르테논신전이나 콜로세움도 생각난다. 얼마간은 긴장을 푼 채로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서가를 마주한다. 책의 신전이지만 책을 다루지 않는 시간이 좋다. 그리고 나의 ‘조용한 동행’들 곁에서 책장을 넘긴다. 오늘 고른 책은 ‘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 이야기’(이채훈 지음, 혜다)다. 손끝의 감각만으로 펼친 페이지 속, 모차르트와 클레멘티의 피아노 대결 이야기를 읽는다. 작가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석한 모차르트와 높은 기술적 완성도를 보여 준 클레멘티의 연주를, 2016년 경기 성남아트센터에서 있었던 53개의 손가락을 가진 로봇과 인간 피아니스트의 대결에 비유해 피력한다. ‘언어의 한계 때문에 우리는 예술을 사랑하는 것이다.’ 언젠가 도서관 서가의 종이책도 태블릿으로 대체될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책의 각 단락에는 주제에 해당하는 클래식 음악을 QR코드로 소개한다. 모차르트 에피소드에는 피아니스트 막달레나 바체프스카가 연주한 모차르트의 ‘반짝반짝 작은 별’ 변주곡이 실렸다. 에어팟을 끼고 살짝 볼륨을 높인다. 미래는 잊고 음악에 귀를 기울인다. 머릿속 음표들이 피아노 선율을 따라 통통대며 떠다닌다. ‘반짝반짝 작은 별’이 흐르는 도서관은 ‘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의 풍경이다. 각자로서 책 한 권을 마주하지만 책이라는 대자연이 주는 일체감은 종이의 질감처럼 쉬이 떨칠 수 없는 도서관의 매력이다. 올리버 색스가 말한 ‘조용한 동행’의 순간이 한번 더 반짝인다. 이곳의 ‘모든 것은 (온전한) 그 자리에’ 있다. ●박인환문학관, 거리의 시인들 마침 인제 기적의도서관 옆에 박인환문학관이 있다. 또 문학관은 인제산촌민속박물관과 이웃한다. 박인환은 ‘세월이 가면’, ‘목마와 숙녀’로 잘 알려진 시인이다. 인제읍 상동리에서 태어났다. 문학관 부지가 그의 집터다. 전시실은 책방 마리서사가 있던 1940년대 서울 명동 거리를 2층 세트로 재현했다. 마리서사는 박인환 시인이 스무 살에 세운 책방으로 아내를 처음 만난 곳이다. ‘은성’은 배우 최불암씨의 어머니가 운영하던 막걸리집이다. ‘세월이 가면’이 쓰이고 노래로 만들어진 장소다. ‘모나리자 다방’은 시인이 술값 대신 맡겨 놓은 만년필을 찾아 김수영에게 선물한 에피소드가 있다. 그가 서른한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이었다. 야외에 조성된 시인 박인환의 거리와 조형물 또한 볼거리다. 그 가운데 ‘시인의 품’은 바람을 맞아 넥타이가 날리는 시인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동상 품 안으로 들어가면 시로 만든 노래를 들을 수 있다. 도서관과 문학관과 박물관의 정원은 등한하게 이어 걸어도 왠지 문학적이다. 뒤늦은 눈발이라도 날린다면 지난 겨울에 소소한 작별 인사를 전해도 좋겠다.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박인환 얼굴) 하며. ●만해마을, 노출 콘크리트의 법당 인제를 대표하는 또 한 사람의 시인은 만해 한용운이다. 인제 백담사는 만해가 정식 출가한 고찰이다. 백담사 가는 길 북촌 변에는 동국대 만해마을이 있다. 사나흘 정도 조용히 머물다 가기에 이만한 장소도 흔하지 않다. 언뜻 불교 사찰 건축을 떠올릴 테지만 노출 콘크리트가 주를 이룬다. 불교에 조예가 깊은 건축가 김개천이 설계했다. 절제된 고요와 침묵의 힘이 느껴진다. 20년 전에 지어진 건축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만해문학박물관, 서원보전, 북카페는 꼭 들러볼 일이다. 만해문학박물관은 건물 안 로비에 해당하는 중정에서 깜짝 놀란다. 겨우내 내린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다. 안 인 줄 알았는데 머리 위 하늘이 열려 안과 밖의 경계가 없다. 다른 계절이라면 미처 알지 못했을 비밀이다. 서원보전은 만해를 기리는 법당이다. 1층 필로티를 통과해 2층 측면 입구로 들어선다. 법당이라지만 가만히 제 마음을 들여다보는 명상 공간처럼 보인다. 불상이 있는 동쪽만 창틀의 격자 프레임을 달리해 눈길을 끈다. 그 너머로 솔숲의 초록 음영이 어린다. 숙소동 문인의 집 맞은편에는 북카페 ‘깃듸일나무’가 있다. ‘깃듸일’은 만해의 시 ‘생명’ 속에 나오는 시어 ‘깃들일 나무’에서 딴 이름이다. 새가 깃을 접고 쉴 수 있는 나무다. 벽면을 가득 채운 책들과 편백나무 프레임이 편안한 쉼터를 연출한다.●세상 스마트한 전망 쉼터 인제 여행의 색다른 테마로 건축 여행을 들 수 있겠다. 인제 기적의도서관과 동국대 만해마을은 건축 공간으로 상을 받았다. 만해마을에서 10분 거리에는 여초서예관이 있다. 이성관 건축가가 설계했는데 기존의 소나무 숲을 보존해 서예관의 특징을 살렸다. 이 또한 건축상을 받았다. ‘ㅁ’자의 단순한 형태인 듯하나 중첩되는 면과 틈은 건물로 써 나간 서예인 양하다. 겨울에는 기존 개울을 활용한 바닥연못을 볼 수 없는 게 아쉽다.인제는 휴게 쉼터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인제로 들어서는 소양호 옆 설악로(44번 국도) 변에는 인제스마트복합쉼터가 있다. ‘2022년 젊은 건축가상’을 (공동) 수상한 김효영 건축가가 디자인한 재미난 건물이다. 기존 판매장은 책방과 전망대 중심으로 리모델링하고, 그 곁에 새 판매장을 지은 두 동의 쉼터다. 나풀나풀 곡선미를 자랑하는 판매장의 콘크리트 지붕과 각기 다른 생김의 기둥, 전망대 꼭대기에 간당간당해 보이는 황동욱의 설치 작품 ‘스톤 로그 시리즈’ 등은 건축을 모르는 사람들도 흥미롭게 들여다볼 요소다. 물론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소양호 풍경 역시 압권이다. 책 좋아하는 이들은 2층 무인 책방 쉼터를 조심해야 한다. 책 구성이 예사롭지 않은 까닭에 체류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지기 쉽다. 알고 보니 인제 읍내에 있는 책방 ‘나무야’에서 책을 선별했다. 책방 ‘나무야’는 인제 기적의도석관에서 약 500m 거리에 있다. 세심하고 촘촘하며 메시지를 놓치지 않는 큐레이션이 돋보이는 책방이다. 소양호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 기어이 시집 한 권에 눈으로 밑줄을 치고 만다. 표제시이기도 한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이다. 내 마음이 봄을 기다리는 설렘인지 겨울을 보내는 아쉬움인지는 나조차 알 수 없다. 겨울 쪽에 미련이 남는 이들은 원대리 자작나무숲행을 서둘러야 한다. 오는 3월 2일부터 4월 30일까지는 산불 조심 기간으로 입산을 통제한다. 3월 1일까지 개방한다. 이제 겨울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는 말이다. [여행수첩] ●인제 기적의도서관 운영 시간 평일 오전 9시~오후 10시, 매주 금요일, 법정공휴일 휴관, https://lib.inje.go.kr/main, (033)460-4321
  • 33년 역사 뒤로하고…대학로 공연예술 산실 학전 결국 폐관

    33년 역사 뒤로하고…대학로 공연예술 산실 학전 결국 폐관

    33년간 대학로를 지키며 국내 공연예술인의 산실이 됐던 소극장 학전이 결국 다음달 15일 폐관을 확정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학전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발표한 계획에 대해서 학전 측은 “김민기 대표의 뜻을 잇되 학전의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 독자적인 공간으로 운영해 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학전은 22일 보도자료를 내고 “학전이 주최하는 마지막 공연인 학전 어린이 무대 ‘고추장 떡볶이’와 33팀의 가수, 학전 배우들이 마련한 ‘학전 어게인’ 콘서트를 끝으로 그간의 여정을 마무리한다”고 전했다. 위암 투병 중인 것으로 알려진 김 대표는 “모두 다 그저 감사하다, 고맙습니다”라는 간결한 인사로 소감을 갈음했다. 학전은 폐관 이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학전 소극장을 운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앞서 김 대표의 건강 악화와 경영난 등으로 학전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지난해 말 학전 소극장을 재정비해 역사성과 정체성을 계승하는 공간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문화예술위가 학전 건물주와 임대차 계약을 맺고 민간 위탁으로 지원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예술위는 학전의 명칭도 계속 쓰기 위해 협의를 이어갔고, 이에 공연예술계는 학전의 명맥이 이어지는 것으로 기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학전 측은 “학전과의 최종 협의 없이 보도된 내용”이라면서 학전이 예전처럼 그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걸 분명히 했다. 다만 극장 내 상징적인 공간이나 공연, 물건을 이어서 운영하는 것 자체에는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1년 김 대표가 대학로에 개관한 학전은 33년간 총 359개 작품을 기획했다. ‘김광석 콘서트’,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 등을 개최해 대학로에 라이브 콘서트 문화를 만드는 데에도 기여했다. 1994년 초연한 록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최초의 기획 프로덕션으로 4000회 이상 공연되기도 했다. 2004년부터 김 대표는 아동극에도 관심을 보였고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공연에도 집중했다. ‘우리는 친구다’, ‘고추장 떡볶이’ 등이 대표작이다. 학전은 “33년간 실험과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대학로 소극장의 상징, 학전블루 소극장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만, 오롯이 좋은 공연을 위한 공간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학전 어게인의 정신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국립예술단체 무대에서 꿈 펼칠 청년예술가 260명 모집…3월 15일까지

    국립오페라단, 국립합창단,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국립현대무용단, 국립극단, 서울예술단 등 6개 국립예술단체와 국립국악원, 국립극장이 다음 달 15일까지 클래식 음악, 무용, 연극·뮤지컬, 전통 등 4개 공연예술 분야 청년 교육단원 260명을 통합 모집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실무 경험을 쌓기 어려운 청년예술가들에게 국내 최고의 단체에서 공공 무대를 경험하도록 하는 ‘청년 교육단원 육성사업’을 22일 공고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문화예술 3대 혁신전략, 10대 핵심과제’에서 청년 예술인 지원책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95명이었던 청년 교육단원을 350명으로 확대 운영한다고 밝혔다. 19세 이상 34세 미만 청년예술가로서 관련 분야 대학 졸업자와 졸업예정자 또는 관련 경력이 있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공모 인원은 클래식 음악 성악 분야 55명(국립오페라단 30명·국립합창단 25명), 클래식 음악 기악 분야 25명(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무용(현대무용) 분야 20명(국립현대무용단), 연극·뮤지컬 분야 50명(국립극단 40명·서울예술단 10명), 전통예술 분야 110명(국립국악원 60명·국립극장 50명)이다. 선정되면 공공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고 활동 지원금도 받는다. 지원 자격과 신청 방법 등은 국립예술단체연합회 홈페이지(narts.kr) 또는 단체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된다. 문체부 담당자는 “지난해 ‘퀸 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김태한 성악가 등 청년 교육단원으로 활동한 예술가들이 세계 무대에서도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차세대 문화 주자들을 발굴하고 청년 예술가들에게 다양한 현장 경험을 제공하는 기반을 만들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 개운하고 화끈한 ‘오컬트’…김고은 굿판, 스크린 압도[영화 리뷰]

    개운하고 화끈한 ‘오컬트’…김고은 굿판, 스크린 압도[영화 리뷰]

    무당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은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한 부유한 집안으로부터 병의 이유를 밝혀 달라는 거액의 의뢰를 받는다. 조상의 묫자리가 화근임을 알아챈 화림은 이장을 권하고 이에 최고의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이 합류하게 된다. 상덕이 악지에 자리한 기이한 묘임을 알아차리고 “못하겠다”고 거부하지만 화림의 설득으로 결국 묘를 파헤치게 된다. 22일 개봉하는 ‘파묘’는 ‘검은 사제들’(2015), ‘사바하’(2019) 등으로 오컬트 영화에 집중해 온 장재현 감독의 신작이다. 묘를 잘못 써서 화를 입는 묫바람과 과거 일제강점기 조상의 악행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무속을 내세워 호기심을 유발한다. 특히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등 최고의 연기력을 보여 주는 배우들이 각각 풍수사와 무당, 장의사 등으로 나서면서 관심이 쏠렸다. 데뷔 35년 만에 첫 오컬트 장르에 도전하는 최민식은 기괴한 사건의 원인을 찾는 풍수사로 극의 중심을 잡는다. 영험한 무당으로 나선 김고은은 보이지 않는 것을 꿰뚫어 보면서 카리스마를 내뿜는다.특히 4대의 카메라로 담아 낸 ‘대살굿’ 장면이 인상적이다. 김고은은 얼굴에 먹칠을 하고 통돼지 5마리를 칼부림하며 스크린을 압도한다. 여기에 유해진과 이도현 역시 위기가 닥쳤을 때 힘을 보탠다. 서로를 속이거나 하지 않고 각각의 역할에 충실하며 사건의 핵심으로 다가가는 팀플레이가 재미를 준다. 무속인이 등장하고 저주 등을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나홍진 감독 영화 ‘곡성’(2016)을 떠올릴 법하다. 그러나 영화는 중반 이후 일제가 강점기 우리나라에서 행했던 ‘쇠말뚝 괴담’을 소재로 다른 분위기를 선보인다. 장 감독은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진행한 언론시사회에서 “묘 이장을 수십 번 정도 따라다니면서 ‘무덤을 파서 태우고 하는 일들에 무엇을 녹일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과거의 잘못된 뭔가를 꺼내서 그걸 깨끗이 없애는 것에 관한 정서가 와닿았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의 땅, 우리의 과거를 돌이켜보면 상처와 트라우마가 많다. 그것을 파묘로 표현해 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오컬트 장르가 주는 공포감을 최대한 살려 내면서도 확실한 오락 영화로서의 재미를 추구한 점도 차별점이다. 찝찝함을 덜어 낸 탓에 개운한 맛이 나지만 현실과 공상의 조화가 깨진다는 점에선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보이지 않는 것’을 다루는 전반부에 비해 ‘보이는 것’이 본격적으로 나오는 중후반부에선 현실감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장 감독은 이에 대해 “영화 만드는 내내 고민이 많았던 지점이다. 그러나 재미를 위해 불편하더라도 한 발짝 더 나가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관객들이 오컬트 영화로서의 의미보다 재밌고 화끈한 영화로 받아들이고, 극장에서 아무런 선입견 없이 많이 즐겨 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134분. 15세 관람가.
  • 도둑인 줄 알았더니 고려 신하… ‘정선아리랑’에 얽힌 사연

    도둑인 줄 알았더니 고려 신하… ‘정선아리랑’에 얽힌 사연

    1398년 초 늦겨울. 보릿고개가 힘겹던 강원도 정선의 깊은 골짜기 마을에 소중한 식량이 사라졌다. 훔쳐 간 사람을 잡고 보니 어째 정체가 영 수상하다. 도대체 무슨 사연인 걸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에 선정된 연극 ‘화전’은 조선 초기에 전오륜(1334~1425)을 비롯한 고려 유신 7명이 강원도 정선 서운산으로 은거지를 옮겨 산나물을 뜯어먹고 살며 절개를 지켰다는 역사 속 사실을 모티브로 창작한 작품이다. 농사일을 모르는 고려 유신들과 나랏일을 모르는 화전민들의 공존을 담았다. 식량을 훔친 이는 전오륜의 아들이었고 그는 “나 혼자 먹었다”고 거짓말했다가 이내 함께 온 사람들을 먹이기 위해 훔친 사실이 드러난다. 마을 사람들은 도둑을 처단하자고 하지만 마을 촌장은 딱한 사정을 살피고 유신들이 모두 남자이니 이들에게 일을 시키자고 제안한다. 마을 사람들은 못마땅해하면서도 촌장의 의견을 따른다. 만날 일 없을 것 같던 이들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농사일과 거리가 멀었지만 유신들은 열심히 일을 배우며 마을 살림을 돕는다. 어딜 가나 남녀 간의 정분이 나기 마련이라 마을 처녀와 사랑에 빠지는 일도 생긴다. 그러나 유신들의 마음은 고려 왕조를 복권하는 데 있다. 은밀한 대화가 새어나가고 질투심에 눈이 먼 돌치가 이를 폭로하면서 위기가 찾아온다.자신들의 생존을 위해서는 유신들을 역적으로 고발하는 게 최선이었지만 그래도 얼마간 함께 살아간 정 때문에 촌장은 냉혹하게 내치지 못한다. 결국 이들을 도피시키기로 했지만 돌치의 신고로 출동한 현감과 병사들이 산에다 불을 지르며 비극으로 작품이 마무리된다. 지금은 옅어진 공동체에 대한 애정과 고뇌가 슬프게 그려진다. ‘정선아리랑’은 정선으로 도피한 고려 유신들이 가족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고난을 겪어야 하는 비통한 심정을 한시로 지어 부르던 것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졌다. 노래에 얽힌 구체적인 사연을 전한 뒤 마지막 장면에 구슬피 부르는 ‘정선아리랑’은 그래서 더 깊은 울림을 준다. 단순한 이야기 구조는 그 시절 사람들의 서글픈 현실을 담아내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생생한 강원도 사투리와 음악적 요소를 극대화한 점이 작품감상의 또 다른 매력을 더했다. 작품 자체의 메시지도 그렇지만 다양한 연령대의 배우들이 균형감 있게 어우러져 공존의 가치를 더욱 일깨우는 연극이다. 정선에는 여전히 이들이 살다 간 흔적이 남아 있다.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 ‘보이는 것’ 나오는 ‘파묘’…‘곡성’과 다른 ‘화끈함’ 돋보이지만...

    ‘보이는 것’ 나오는 ‘파묘’…‘곡성’과 다른 ‘화끈함’ 돋보이지만...

    무당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은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부유한 집안에서 병의 이유를 밝혀달라는 거액의 의뢰를 받는다. 조상의 묫자리가 화근임을 알아챈 화림은 이장을 권하고, 최고의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이 합류한다. 상덕이 악지에 자리한 기이한 묘임을 알아차리고 “못하겠다”고 거부하지만, 화림의 설득으로 결국 묘를 파헤치게 된다. 22일 개봉하는 ‘파묘’는 ‘검은 사제들’(2015), ‘사바하’(2019) 등으로 오컬트 영화에 집중해온 장재현 감독 신작이다. 묘를 잘못 써서 화를 입는 묫바람과 과거 일제 강점기 조상의 악행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무속을 내세워 호기심을 유발한다. 특히 배우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등 최고의 연기력을 보여주는 배우들이 각각 풍수사와 무당, 장의사 등으로 나서면서 관심이 쏠렸다. 데뷔 35년 만에 첫 오컬트 장르에 도전하는 최민식은 기괴한 사건의 원인을 찾는 풍수사로 극의 중심을 잡는다. 영험한 무당으로 나선 김고은은 보이지 않는 것을 꿰뚫어 보면서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특히 4대의 카메라로 담아낸 ‘대살굿’ 장면이 인상적이다. 김고은은 얼굴에 먹칠을 하고 통돼지 5마리를 칼부림하며 스크린을 압도한다. 여기에 유해진과 이도현 역시 위기가 닥쳤을 때 힘을 보탠다. 서로를 속이거나 하지 않고 각각의 역할에 충실하며 사건의 핵심으로 다가가는 팀플레이가 재미를 준다.무속인이 등장하고 저주 등을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나홍진 감독 영화 ‘곡성’(2016)을 떠올릴 법하다. 그러나 영화는 중반 이후 강점기 일제가 우리나라에 행했던 ‘쇠말뚝 괴담’을 소재로 다른 분위기를 보인다. 장 감독은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진행한 언론시사회에서 “묘 이장을 수십 번 정도 따라다니면서 ‘무덤을 파서 태우고 하는 일들에 무엇을 녹일 수 있을까’ 고민을 했는데, 과거의 잘못된 뭔가를 꺼내서 그걸 깨끗이 없애는 것에 관한 정서가 와닿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땅, 우리의 과거를 돌이켜보면 상처와 트라우마가 많다. 그것을 파묘로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오컬트 장르가 주는 공포감을 최대한 살려내면서도 확실한 오락 영화로서의 재미를 추구한 점도 차별점이다. 찝찝함을 덜어낸 탓에 개운한 맛이 나지만, 현실과 공상의 조화가 깨진다는 점에선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보이지 않는 것’을 다루는 전반부에 비해 ‘보이는 것’이 본격적으로 나오는 중후반부에선 현실감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장 감독은 이에 대해 “영화 만드는 내내 고민이 많았던 지점이다. 그러나 재미를 위해 불편하더라도 한발짝 더 나가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객들이 오컬트 영화로서의 의미보다 재밌고 화끈한 영화로 받아들이고, 극장에서 아무런 선입견 없이 많이 즐겨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134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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