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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엑스페리, LG전자 OLED 및 프리미엄 LCD TV 신제품 라인에 시그니처 사운드 ‘DTS:X’ 탑재

    엑스페리, LG전자 OLED 및 프리미엄 LCD TV 신제품 라인에 시그니처 사운드 ‘DTS:X’ 탑재

    엑스페리(코리아 대표 유제용)는 LG와 LG의 최신 OLED 및 프리미엄 LCD TV에 ‘DTS:X 몰입형 오디오 기술’ 적용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5일 밝혔다. 엑스페리의 자회사인 DTS는 모바일, 홈, 시네마 등을 위한 선구적인 오디오 솔루션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전념하고 있다. 이번 발표는 더 많은 제품에 DTS:X 기술 적용을 확장한다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뿐 아니라,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DTS 사운드 경험을 확대하겠다는 LG의 협력을 의미한다. DTS는 어디서든 청취자들에게 실감 나는 고품질 오디오 경험을 제공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TV용 DTS:X 오디오 기술은 집에서 영화관 같은 오디오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DTS:X 기술이 적용된 LG의 최신 OLED 및 프리미엄 LCD TV 출시로, LG 소비자들은 TV 스피커에서 한층 더 생생한 몰입형 사운드를 즐길 수 있게 된다. 또한 LG의 DTS:X 적용 사운드바를 LG TV와 함께 사용하면 스트리밍과 울트라 HD 블루레이 콘텐츠 경험을 향상시킬 수 있다. 유제용 엑스페리 코리아 대표는 “DTS는 소비자들이 극장에서 기대하는 고품질의 사운드를 가정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해 새로운 수준의 오디오 경험을 제공한다”며 “LG TV 사용자들의 청취 경험을 높이는데 도움을 주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백선필 LG 전자 HE 제품 기획 상무는 “DTS:X 몰입형 오디오 기술을 자사의 최신 OLED 및 프리미엄 LCD TV에 적용하게 되어 기대가 크다”며 “소비자들은 DTS:X를 통해 집에서도 영화관과 같은 시청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DTS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두드리고 튕기고… 지금까지 이런 피아노는 없었다

    두드리고 튕기고… 지금까지 이런 피아노는 없었다

    “인간 고통, 예쁜 소리로 표현 못 해”버려진 피아노 분해해 3개 악기로낭만 선율 벗어나 파격 예술 창조콩쿠르 집중하는 한국 문화 일침14~15일 대학로예술극장서 공연피아노는 어떤 악기일까. 피아노는 어떤 소리를 낼 수 있을까. 건반을 두드려 누가 더 아름답게 연주하는지 겨루는 게 당연해진 세계에서 이렇게 물으면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당할지 모른다. 그런데 피아노는 꼭 그래야만 할까. 완성된 피아노 앞에 앉아 잘 만든 클래식을 연주하는 관습에서 벗어나면 그 안에 무수히 많은 소리가 숨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피아노를 분해하고 재조립해 두드리고 튕기는 젊은 음악가 김재훈(37)의 반항은 그래서 더 특별하다. 김재훈은 오는 14~1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김재훈의 P.N.O’를 선보인다. 기존의 피아노 연주에서 벗어나 피아노의 확장성을 실험하는, 일종의 피아노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무대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창작산실’이 이번에 음악 분야를 신설했는데 치열한 경쟁을 뚫고 김재훈의 공연이 선정됐다. 서울대 작곡과를 나온 ‘낭만파’ 음악가였던 그는 2019년 ‘휴먼 푸가’의 음악감독을 하면서 세계관의 변화를 겪게 된다. ‘휴먼 푸가’는 1980년 광주를 배경으로 쓴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연극화한 작품이다. 지난 3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만난 김재훈은 “인간이 고통당하는 내용을 다루다 보니 예쁜 소리만으로는 안 되겠더라. 고통을 표현하고자 현을 내리치기도 하고 피아노 내부를 긁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위험 부담이 컸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이를 계기로 오선지에 갇힌 낭만의 선율에서 벗어나기로 한 그는 피아노의 미래를 찾아 여러 곳을 다니다 무수히 많은 버려진 피아노를 마주하게 된다. 유기견을 입양하듯 피아노를 가져왔고 그것을 분해해 3개의 악기를 만들어 냈다. 김재훈은 “바르톨로메오 크리스토포리는 자신이 잘 만들던 악기만으로도 훌륭한 제작자로 살 수 있었지만 굳이 피아노 제작에 도전했다”면서 “완성에서 미완성으로 나아가려고 했던 시도들, 깨트리고 분해하려는 시도들이 있어 피아노라는 명작이 태어났다”고 했다. 아름다운 연주에 박수를 보내는 기존의 문화에서 벗어나 혁명을 꿈꾸는 그의 패기는 아름답게 완성된 세계를 깨트려 또 다른 미를 창조한 예술 거장들 못지않았다. 자신이 목격한 피아노들의 사연을 영상과 함께 풀어내는 김재훈의 무대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공연은 아니다. 그러나 한 번 보게 되면 금방 빠져들게 된다. 대중성과 예술성의 경계에 놓인 그의 작품은 창작산실이 있어 빛을 볼 수 있었다. 김재훈은 “이렇게 지원받는 기회가 아니면 대중적인 공연으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 “해외에 나가 연주해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도전을 통해 궁극적으로 꿈꾸는 것은 문화의 변화다. 김재훈은 “우리나라는 콩쿠르에 너무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일본은 이미 1980년대에 다 끝냈다”면서 “승자에게만 박수 보내는 음악이 아니라 같이 즐기고 연주하고 함께 나눌 수 있는 음악을 보여 주면서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 “韓 ‘내셔널리즘’ 낮추고 ‘남북평화가 이익’ 日 등 주변국 설득해야” [석학에 미래를 묻다]

    “韓 ‘내셔널리즘’ 낮추고 ‘남북평화가 이익’ 日 등 주변국 설득해야” [석학에 미래를 묻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한미일 밀착한일 관계 개선됐는지는 물음표근본적 역사 문제 해결 쉽지 않아향후 민간교류 등 좀더 진전 필요 尹정부 美중심 亞유력국가 추진세계는 미중 대결 넘어선 ‘다국화’양국 갈등 중화하는 외교 펼쳐야 북미만 바라본 文 대북정책 한계日에 강한 불신·배제 위기감 키워獨은 ‘통일, 유럽 이득’ 이해 구해“한국은 일본을 뛰어넘었나 아닌가의 수준만 따질 시기는 지났습니다. ‘한국만의 내셔널리즘’(민족주의와 국가주의)을 낮추고 지역 전체의 평화와 남북 간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합니다.” 지난달 18일 일본 도쿄 마루노우치 호텔에서 만난 강상중(73) 도쿄대 명예교수는 ‘한국의 미래’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한국에서 ‘마음의 힘’,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 등의 저서로 유명한 강 교수는 90분 넘게 이어진 인터뷰에서 한국이 내셔널리즘의 압력을 줄여야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지금의 한일 관계에 대해 “역사 문제 해결이 어렵다”면서도 “한일 국민 간 교류가 진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국화 시대의 한국을 평가한다면. “미국과 자본주의를 중심으로 한 1개 국가의 시대를 지나 지금은 그 30년을 끝내고 중국이라는 존재를 통해 다국화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강 교수는 일본어로 인터뷰했지만 한국을 표현할 때는 한국어로 ‘우리나라’라고 분명하게 말했다)의 문제는 지정학적 최전선에 위치해 행동 범위가 상당히 제약돼 있다는 점이다. 이런 한국의 지정학적 행동 제약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신남방정책을 통해 경제를 중심으로 아세안과의 관계를 넓혀 갔다면 윤석열 정부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라고 하며 미국을 중심으로 아시아에서 유력 국가가 되려는 것으로 보인다.” ●美쏠림, 대중 관계 어려운 상황으로 -미국과 보조를 맞추다 중국과의 무역 관계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윤 정부의 (미국 중심) 외교 정책을 보면 대중 관계를 굉장히 어려운 상황으로 만들고 있다. 특히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중국과 완전히 거리를 둘 수 없는 현실이 있는데 이런 딜레마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세계가 다국화되고 있지 않나. 그런 상황에서 이것이다, 저것이다의 선택으론 안 된다는 것이다. 또 한국 주도로만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미중 갈등, 남북 대립 문제 등을 한국의 힘만으로 풀기 어렵다는 것은 지난 문 정부가 보여 줬다.” -윤 정부의 미국 쏠림은 북한 위협 때문 아닌가. “문 정부의 대북 정책 한계는 북한 문제를 남북과 미국이 먼저 해결하면 다 끝난다고 본 것에 있었다. 일본과 중국 등 주변국을 신경 쓰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역으로 일본은 한국에 대한 강한 불신을 갖게 됐다. 일본은 남북문제에 관여할 수 없고 미국은 남북문제에 집중하게 되면서 일본은 배제됐다는 위기감을 갖게 됐다. 이 때문에 문 정부에서는 일본이 남북문제 해결에 방해가 되는 것으로 보였던 것이다.” -한국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나. “독일의 통일 방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독일은 동서 통일이 독일에 이익이 되는 것을 넘어 곧 분단된 유럽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라고 프랑스와 폴란드 등 주변국에 몇 번이나 이해를 구했다. 남북문제도 이런 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남북이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게 절대 불안한 일이 아니며 지역 안정에 공헌하는 일이라는 점을 몇 번이고 주변국에 설득해야 한다. 남북문제를 민족만의 문제로 여기면서 한일 관계에 소홀했던 내셔널리즘이 문제였다.”(강 교수가 말한 한국만의 내셔널리즘은 남북 분단과 북핵 문제 등을 민족 간 문제로만 접근해 해결하려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정학적 위기에 따라 한일이 가까워지는 듯하나 역사 문제가 남아 있다. “한일 간 역사 문제 해결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한국 내에서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하겠다는 컨센서스가 정리되지 않은 데다 고착화됐기 때문이다. 또 이와 관련해 일본에서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등이 맞물려 있다는 것도 문제다. 다만 국민 레벨의 교류는 꽤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 일본 내 젊은 세대를 보면 한국에 대한 동경이 있고 따라 하고 싶어 하는 움직임도 있고 한국을 가장 가고 싶은 나라로 꼽는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교류가 좀더 진전되는 게 필요하다.” ●日, 방위력에 세금 우선 투입 부적절 -일본의 ‘반격 능력’ 확보 등 군사력 강화에 대한 한국 내 우려가 크다. “일본으로서는 한미일 협력으로 중국과 북한에 대응하면서도 한편으로 불안감이 크니 방위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인데 여기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방위력 강화가 세금 사용의 우선순위가 될 이유가 없다. 일본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같은 일이 언제 발생할지 모른다. (북한과의 대립으로 언제 충돌이 벌어질지 모르는) 한국과 입장 자체가 다른데 지진 등에 대한 대비가 아닌 토마호크 등의 무기를 구입하는 데 세금을 쓴다는 게 맞지 않다.” -일본 정부가 방위력 강화의 근거로 삼는 중국 위협에 대한 평가는. “대만의 위기를 자꾸 거론하는데 대만 내에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는 국민도 있다. 힘이 약해진 미국으로서는 중국을 상대하기 위해 대만이라는 ‘레버리지’(지렛대)를 사용하고 싶은 것이고 일본이 이를 따라가고 있을 뿐이다.” ●中 세계 패권 여부 美 차기 대선에 달려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국가로 올라서는 데 성공할까. “앞으로가 문제다. 아직 중국의 화웨이 등이 반도체 생산을 완벽하게 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미국 등이 경제안보를 내세우며 다른 나라와 협력하고 있고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2024년 미국의 차기 대통령 선거가 관건이 될 것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시 미국 우선주의, 인권 등에 대한 미국만의 가치관 추구 때문에 각국으로부터 원한을 사게 됐고 이 때문에 중남미 등이 미국과 거리를 두게 되지 않았나. 이런 점을 볼 때 앞으로 중국이 세계의 패권을 차지할지 아닐지는 차기 미국 대통령이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이 될지에 달렸다.” ●日 지방선거 자민당 패배 가능성 커 -일본 정치의 변화 가능성은. “한국과 일본의 정치 상황은 전혀 다르다. 한국은 현재 국회의원 수도 야당이 많고 정권 교체가 일어나지 않았나. 하지만 일본은 자민당이 좋다, 싫다가 문제가 아니라 이노베이션(혁신)이 없다는 게 결정적 문제다. 이노베이션을 일으킬 정도로 야당이 실력을 갖고 있지 않다. 이렇다 보니 정치적 무관심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도 일본 정치에 변화가 없다는 뜻인가. “다가오는 일본 지방선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자민당이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 물가 상승에 대한 고통이 심각하며 이 때문에 여당에 대한 비판이 점점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난 30년 동안 임금도 오르지 않고 물가도 오르지 않는 정체 상태가 계속돼 왔다. 이러한 일본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기에는 불안감이 크고 쉽지 않다. 다만 조금씩 바뀔 수 있다. 그 시작이 이번 지방선거일 수 있다.” ■강상중 교수는 재일한국인 최초 도쿄대 정교수… 한일 양국서 인정받는 석학 재일한국인 2세로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람으로는 최초로 도쿄대 정교수가 된, 한일 양국에서 인정받는 석학이다. 1950년 일본 구마모토에서 태어나 와세다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고 독일 뉘른베르크대에서 정치사상사를 연구했다. 그는 1972년 한국을 처음 다녀온 뒤 ‘나가노 데쓰오’라는 일본 이름을 버리고 ‘강상중’이라는 한국 이름을 쓰고 있다. 세이가쿠인대 학장을 지낸 뒤 현재 도쿄대 명예교수와 고향인 구마모토현의 현립극장 이사장 겸 관장을 맡고 있다. 수많은 저서를 통해 전공인 정치뿐 아니라 삶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 줬고 조만간 아시아 인물사에 대한 새로운 책이 출간될 예정이다. 그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를 연구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강 교수는 “자민당을 만든 기시를 아는 것은 곧 일본의 안보관과 민족성을 알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신상옥 감독이 18년 전 연출한 유작 ‘겨울 이야기’ 10일 헌정 시사회

    신상옥 감독이 18년 전 연출한 유작 ‘겨울 이야기’ 10일 헌정 시사회

    2006년 세상을 등진 신상옥 감독의 미공개 유작 ‘겨울 이야기’의 헌정 시사회가 10일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열린다. 사단법인 신상옥감독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주관하는 이번 행사에는 동료, 후배 영화인들이 참석해 고인의 유작을 함께 관람하고, 고인에 대한 추억을 나눌 예정이다. 신상옥 감독은 2004년 ‘겨울 이야기’의 촬영을 마쳤으나 미처 편집을 마치지 못한 채 세상을 등졌다. 아들 신정균 감독과 조동관 촬영감독 등 후배 영화인들이 편집을 마무리해 18년 만에 작품을 선보이게 됐다. 오는 18일 개봉한다. 한국영화인총연합회 회장 양윤호 감독은 “고 신상옥 감독의 유작인 ‘겨울 이야기’가 18년 만에 개봉하는 만큼, 2023년을 대가의 숨결이 느껴지는 영화로 시작하며 뜻깊은 시간을 보내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겨울 이야기’는 아내의 죽음에 충격받아 치매가 온 노인(신구)과 그를 돌보는 며느리(김지숙)를 통해 치매 가정의 고통과 갈등, 화해를 그렸다. 신상옥 감독은 1961년 ‘성춘향’ ‘사랑방손님과 어머니’ 등의 작품을 통해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1978년 배우이자 아내 최은희와 납치돼 끌려간 북한에서 제작한 ‘돌아오지 않는 밀사’ ‘소금’ 등의 작품은 북한 영화계의 비약적 발전을 이끌었다. 그 뒤 탈북에 성공한 뒤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오던 그는 1994년 한국인 최초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오로지 영화 외길 인생만을 걸어왔다. 최은희 배우는 2018년 세상을 떠났다.
  • [길섶에서] 4막 인생의 새해/박현갑 논설위원

    [길섶에서] 4막 인생의 새해/박현갑 논설위원

    제야의 종소리는 듣지 않았다. 대신 새해엔 더 행복하게 지내자고 가족에게 말한 게 전부다. 예전엔 보신각 타종 소리에 “해피 뉴 이어!”를 외치며 새해를 시작했다. 다음날 카톡을 열어 보니 요란법석이었다. 연하장에 드론으로 만든 토끼 영상 등 새해 시작을 축하하는 소식들이다. 어제·오늘 시간에 차이가 있을까. 시간은 그대론데 우리의 관념만 바뀌지 않나 싶다. 대나무가 마디를 경계로 자라듯 새해맞이 행사는 1년이란 시간 단위로 거듭나려는 인간의 주술의식 같다. 산다는 건 희로애락이라는 4막짜리 연극 하기다. 기쁠 때나 슬플 때, 젊은 배우의 변화무쌍한 낯빛은 그 자체로 예술이다. 노여운 상황에서도 비난 대신 심호흡을 가다듬는 노배우의 자제력은 품위 있는 인생극장에서만 볼 수 있는 매력이다. 인생극의 러닝타임이 예년보다 길어졌다. 하지만 언젠가는 커튼을 내려야 하는 무대다. 무념무상의 경지엔 다다르지 못한다 하더라도 너무 아옹다옹하며 살지는 말자.
  • 이기재 양천구청장 “새로운 도시탄생 위한 도약” 구민 앞에서 새해 비전

    이기재 양천구청장 “새로운 도시탄생 위한 도약” 구민 앞에서 새해 비전

    이기재 서울 양천구청장이 2023년 새해를 맞이해 구민들과 함께 양천구의 올해 비전과 주요 시책을 발표하는 신년인사회를 연다. 구는 이 구청장이 오는 11일 오후 3시 양천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지역 국회의원, 시·구의원, 직능단체장, 각계각층의 구민 등 1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신년인사회를 개최한다고 3일 밝혔다. 올해는 작년 한 해 지역 사회 귀감이 됐던 1만 시간 이상 자원봉사자, 폭우 속 이웃을 지킨 수해 영웅 등 모범구민 약 30명도 함께한다. 이 구청장은 이 구청장은 2023년에는 구민의 오랜 염원을 담은 재건축, 재개발, 공항소음피해 지원확대 등 복잡하고 어려운 양천구의 7대 숙원과제 해결에 전력을 다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구는 노후아파트 재건축, 오래된 주택지역 재개발, 소규모 주택정비사업 등 깨끗한 주거환경 정비에 집중하며 올해부터 이러한 기능을 담당할 도시발전추진단을 운영한다. 대장홍대선, 경전철, 신월사거리역 신설 등 대중교통 사각지대 해소에 매진해 지역균형 발전과 구민의 교통복지를 도모할 계획이다. 국회대로 지상부 공원 조성 및 노후화된 서부트럭터미널을 도심형 복합물류센터로 재탄생시켜 양천구의 랜드마크로 만들어 나간다. 그 외에도 재산세 구세 감면 정책 등 공항소음 피해지역 지원 확대 및 목동운동장 일대 복합스포츠공원 조성 등 구민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 구청장은 “2023년은 민선 8기의 비전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첫 해로, 마음만 한결 같이 먹으면 어떠한 어려운 과제라도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규민이 간절히 원하는 양천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앞으로 강력한 추진력과 꼼꼼한 실행력으로 새로운 변화의 미래를 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더 퍼스트 슬램덩크’ 이노우에 감독 “왜 ‘퍼스트’ 붙였냐 하면”

    ‘더 퍼스트 슬램덩크’ 이노우에 감독 “왜 ‘퍼스트’ 붙였냐 하면”

    새해 극장가에 신선한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각본을 쓰고 연출한 이노우에 다케히코 감독이 4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뒷얘기들을 전날 대량 방출했다. 2014년 영화화를 결심한 과정, 제작 뒷얘기, 제목에 담긴 의미까지 털어놓았다. Q. 이 영화 제작은 어떻게 시작됐나? A. 제작 오퍼는 10년 이상 전부터 받았다. 파일럿 영상을 만들어 왔는데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해 거절했다. 다만 짧은 영상을 만드는 과정이 굉장히 힘든데도 계속해서 제안해 주신 제작진의 열의를 느꼈다. Q. 최종적으로 OK한 것은 언제인가? A. 2014년이다. 결정적인 요소는 파일럿 영상의 ‘얼굴’이었다. 강하게 호소하는 듯한 느낌으로, 만든 분의 혼이 들어가 있었다. 기술이나 영상의 퀄리티보다 열의나 영혼 같은 감정적인 부분이 가장 와닿았다. 애니메이션 관련 기술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기술은 어디까지나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농구 장면의 컴퓨터그래픽(CG)은 10명이 코트 위에서 움직이는 것을 그리는 데 가장 적합한 수단이기에 채택한 것이다. Q. OK를 낸 시점에 직접 각본까지 담당할 생각이었나? A. 그렇지 않았다. 다만 ‘OK’라고 대답한 시점에 어떤 형태로든 관련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야 내가 납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파일럿 필름을 보고 ‘여기는 이렇게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슬램덩크’를 영화화한다면 내가 조금이라도 관여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게 작품에 도움이 되고 독자들도 기뻐하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 가장 컸다. Q. ‘관여한다’와 ‘감독을 한다’는 무게감이 다르지 않나? A. 그렇다. 여러 가지 이유로 도달한 결과이지만, 영화 제작에 관해서 초보자인 내가 ‘감독을 하겠다’라고 할 수 있었던 것은 지금까지의 만화가 활동으로부터의 경험 덕분일지 모른다. ‘마지막 만화전’(2009~2010년 일본 전역 순회)을 진행할 때 이번과 마찬가지로 전시회 관련해서는 초보자로 현장에 들어갔다. 아마추어인데도 중요 인물로 관여했던 여러 차례의 경험이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Q.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그림이 그대로 움직이는 듯한 영상이 인상적이다. 어떻게 실현했나? A. 마음속에 ‘이런 느낌으로 하고 싶다’는 이미지는 있어도 그 경험이나 지식은 없었다. 대강의 이미지를 제시하면 그것을 경험 많은 스태프들이 ‘이런 느낌 아니냐’ 해석하거나 전달해줬다. 처음부터 명확하게 ‘여기가 골’이라고 돌진한 것이 아니라 함께 쌓아 올라가며 최종적으로 ‘도달했다!’는 느낌으로 완성했다. Q. 사실적인 농구 표현도 큰 특징이다. 경기 장면을 그리는 데 특히 중요한 포인트는 무엇인가? A. 굉장히 세세한 부분이지만 발을 밟는 방법이나 공을 받는 순간의 신체 반응, 슛하러 갈 때 약간의 타이밍 등 나 자신이 몸으로 기억하는 ‘농구다움’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다. 스태프들이 다 농구를 해본 사람이 아니어서 그런 뉘앙스를 어디까지 전달할 수 있을지 우려도 있었는데, 제작진들이 실제로 농구를 배우러 가서 직접 플레이를 해봤다고 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바라건대 아직도 농구를 좋아했으면 좋겠다. 이번 작업에 질려 ‘이제 농구는 쳐다보기도 싫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Q. 원작에 나왔던 경기 중간중간에 혼잣말이나 코믹한 장면은 전부 사라졌다. A. 이것도 진행하며 느낀 것이지만, 원작의 세세한 개그는 많이 들어가지 않았다. 만화라면 간단한 코믹 장면을 막간에 넣거나 할 수 있지만 영화는 스크린 사이즈가 일정해 구석구석에 개그를 넣어도 보이지 않는다. 커다란 화면에서 진행된다는 것이 만화와 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만화라면 칸 나누기 등으로 답을 찾을 수 있었겠지만 영화에서는 그 방법을 찾지 못했고 거기에 너무 집착하는 것보다 만화는 만화, 영화는 영화만의 즐거움이 있을 것이라 판단해 ‘농구다움’을 우선시하는 결론을 내렸다. Q. 주인공이 강백호가 아니라 송태섭이라는 점에 놀란 팬들도 많을 것 같다. A. 원작과 똑같이 만드는 것이 싫어서 다시 ‘슬램덩크’를 한다면 새로운 관점으로 하고 싶었다. 송태섭은 만화를 연재할 당시에도 서사를 더 그리고 싶은 캐릭터였다. 3학년에는 센터 채치수와 드라마가 있는 정대만, 강백호와 서태웅은 같은 1학년 라이벌이라서 2학년인 송태섭은 그 사이에 끼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송태섭을 그리기로 했다. 원작에 캐릭터의 가족 이야기는 잘 그려져 있지 않지만, 영화에서는 송태섭의 가족 이야기가 상당히 깊게 그려졌다. 연재할 때 나는 20대였기 때문에 고등학생의 관점에서 더 잘 그릴 수 있었고, 그것밖에 몰랐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시야가 넓어졌고 그리고 싶은 범위도 넓어졌다. ‘슬램덩크’를 그린 뒤 ‘배가본드’나 ‘리얼’을 그려온 것도 영향이 있었기에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한다. 원작에서 그린 가치관은 굉장히 단순했지만, 지금의 나 자신이 관련된 이상, 원작을 그리고 난 뒤 알게 된 ‘가치관은 하나가 아니고, 여러 개가 있어도 그 사람 나름의 답이 있다면 괜찮다’는 관점을 넣을 수밖에 없었다. Q. 성우 캐스팅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무엇인가? A. 성질(聲質, 목소리의 질감)이다. 만화를 그릴 때 목소리가 내 안에서 또렷하게 들리는 것은 아니지만 목소리의 윤기, 높낮이, 좀 쉬어 있다든가 굵고 심지가 있다든가 그런 질감이 어렴풋이 있었다. 거기에 맞는 사람을 골랐다. Q. 녹음할 때는 어떤 디렉션을 했나? A.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연기한다는 느낌보다는 그들이 평범한 고등학생이라는 느낌을 가장 소중히 여기고 싶었다. 성우들에게 ‘이 캐릭터는 이런 녀석입니다’라고 설명한 뒤, ‘가급적 평소 톤과 비슷하게 부탁드립니다’라고 디렉션 했다. 녹음을 진행하며 만화를 그릴 때는 캐릭터의 목소리까지 들리지 않지만, 말풍선에 글자를 넣으며 글자의 크기나 말풍선의 모양, 장소 등에서 목소리의 크고 작음이나 말하고 있는 동안의 느낌을 무의식적으로 그 속에 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점이 구체적인 디렉션을 할 때 가장 큰 도움이 됐다. Q. 녹음을 마치고 난 소감은? A. 감동했다. 성우와 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몸 하나로 와서 목소리만으로 승부하고 돌아가는 느낌이 검 하나로 싸우는 검사 같아서 멋있었다. 모든 분들이 ‘어떻게 이 녀석을 연기할까?’라고 고심해 주셨다. 녹음을 거듭할수록 좋아지는 것을 들으며 정말 고맙다고 느꼈다. Q. 주제가를 The Birthday와 10-FEET에 맡기게 된 계기는? A. 오프닝의 경우는 하나의 음으로 시작해서 점점 여러 가지 소리로 늘어가는 조금 불온한 분위기의 긴 인트로를 원했다. The Birthday의 팬이었기 때문에 꼭 이분들에게 부탁하고 싶었다. 10-FEET는 엔딩이나 극중 음악에 엄청난 노력을 쏟아주었다. 좋은 데모곡을 많이 내줘 ‘좀 더 이렇게 해도 될까요’라고 요청하면 다른 제안을 주고, 거기서부터 또 몇 번이고 마다않고 세세하게 고쳐주고 정말 고개를 숙여도 부족할 만큼 감사하다. Q. 곡에 대해 구체적인 요청을 한 부분이 있나? A. 기본적으로는 아까 말한 이야기와 동일하게 ‘이런 느낌을 원한다’라는 이미지만 제시하고 나머지는 조율했다. 곡을 들을 때마다 소리의 힘은 굉장하구나 감탄했다. Q. 스태프들은 감독 판단의 정확성에 놀랐다고 한다. 조금밖에 차이 나지 않는 음원이라도 ‘이쪽은 OK고 이쪽은 NO’라고 흔들리지 않고 판단했다고. A. 내가 전문성이 없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좋게 말하면 ‘선입견이 없는 만큼 정직하게 판단할 수 있었다’라는 것일 수 있고 나쁘게 말하면 ‘나도 처음이라 정답을 모르기 때문에 내 감각을 총동원해서 처음부터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경험이나 노하우가 없는 탓에 쉴 수 있는 사람도 못 쉬게 만들었다고 해야 할까? Q. 새로운 도전이었는데 그 원동력은 무엇이었나? A. 그건 만화다. 제3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만화 이외의 것들을 여러 가지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내 안에서는 단 하나의 길이다. 전부 만화가로서 마주하고 있고, 모든 경험이 만화가로서의 나에게 돌아온다. 미술관 전시나 일러스트 일, 이번 영화도 나에게는 전부 ‘만화는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자신을 깎아 다듬는 것이 결국 좋은 만화를 그리는 것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슬램덩크’ 팬들께 전하는 메시지는? A. 새로운 시각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본 ‘슬램덩크’를 만들었다. 만화는 만화로,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션으로, 영화는 영화로, 새로운 하나의 생명으로 만든 작품이다. 결국 뿌리는 다 같고, ‘슬램덩크’를 이미 알고 있더라도, ‘이런 슬램덩크도 있구나’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 북산고 농구부의 124분… 3040 향수 향해 ‘덩크슛’

    북산고 농구부의 124분… 3040 향수 향해 ‘덩크슛’

    운동장이나 공터로 달려가 당장 공을 퉁기고 싶게 만들었던 농구 만화 ‘슬램덩크’가 그야말로 만화책을 찢고 나온다. 4일 개봉하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새해 벽두 극장가를 얼마나 퉁길지 기대된다. 자막판과 우리말 더빙판이라 N차 관람할 이유가 된다. 1990년부터 1996년까지 ‘주간 소년 점프’(슈에이샤)에 연재된 이 만화는 국내에서만 1450만부가 팔렸고, 전 세계 판매 부수가 1억 2000만부에 이르는 스포츠 만화의 고전이다. 한 번도 농구를 해본 적 없는 풋내기 강백호가 북산고교 농구부에서 겪는 성장 스토리를 담았다. 만화책 외에 TV 애니메이션과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로 재탄생했고, 영화로 만들어진 것도 네 차례나 된다. 1990년대 발매된 구판(31권)에 이어 2000년대에 출간된 완전판(24권)도 꾸준한 인기를 얻어 만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도 ‘슬램덩크’의 명대사 ‘왼손은 거들 뿐’은 알 정도로 세대를 넘나드는 사랑을 받았다. 만화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해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더욱 각별하다. 그가 10년 전부터 영화를 만들자는 제안을 뿌리치다 직접 감독과 각본을 맡는 조건으로 수락했다.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작품이 돼야 관객들이 기뻐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인데 애니메이션 제작 기법이 그만큼 발전돼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더해졌을 것이다.영화 주인공은 빨강머리 강백호가 아니고 넘버원 가드 송태섭이다. 원작에는 없었던 많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담긴다. 다른 인물 역시 각자의 위치에서 고민하고 성장하는 에피소드가 더해졌다. 만화에 탐닉하며 열정을 느꼈던 30, 40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은 물론 시들해졌던 열망을 길어올리기에 충분했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이나 움직임을 어떻게 만드냐가 중요한데 이 애니메이션은 만화책을 북 찢은 듯 정지 화면이 많았다. 멈춤과 역동적인 이미지를 변증법적으로 갈아 넣었다고 해야 할까? 일본 인기 록밴드 ‘더 버스데이’(The Birthday)와 ‘텐피트’(10FEET)가 참여한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은 북산고 5인방과 관객의 심장 박동을 일치하게 만들었다. 바닷가에 파도가 밀려오는 장면, 림의 그물이 출렁이는 장면은 너무도 사실적이어서 놀라웠다. 영화는 한 경기, 산왕공고와의 승부만 보여주는데 마지막 10분의 박진감은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소름 돋을 정도다. 푸르렀던 그 시절이 되살아나는 124분이다.
  • ‘제로 코로나’ 유탄 맞은 中영화… 1년 만에 수입 3조 1300억 증발[특파원 생생리포트]

    ‘제로 코로나’ 유탄 맞은 中영화… 1년 만에 수입 3조 1300억 증발[특파원 생생리포트]

    ‘중국 경기의 바로미터’로 평가받는 영화 시장 수입이 크게 쪼그라들었다.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의 영향으로 관객들이 극장 방문을 포기해서다. 2일 중국영화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전체 영화 흥행 수입은 300억 6700만 위안(약 5조 4800억원)으로 전년(472억 5800만 위안) 대비 36%나 줄어들었다. 이 가운데 자국 영화의 흥행 수입은 255억 1100만 위안으로 전체 실적의 85%를 차지했다. 영화관은 좁은 공간에 대규모 인원이 두 시간가량 함께 앉아 있는 곳이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지자 수시로 영화관을 폐쇄했다. 지난해에도 감염병이 산발적으로 확산하자 중국 전역의 영화관 대부분을 운영 중단시켰다. 이렇게 폐쇄와 재개장이 끝없이 이어지자 중국인 상당수는 극장 가는 것을 아예 포기했다.지난해 8월 베이징일보 조사에 따르면 중국 전역 영화관 가운데 절반 이상이 코로나19 영향으로 문을 닫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운영을 중단한 영화관 가운데 61.5%가 1개월 이상 영업을 못 했고, 2개월 넘게 쉰 곳도 31%에 달했다. 하반기에도 수도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대부분 지역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되면서 영화관이 문을 닫았다. 이런 상황에도 지난해 박스오피스 1위는 한국전쟁 관련 영화인 ‘장진호’의 속편 ‘장진호 수문교’가 차지했다. 전체 영화 시장 수입의 13.5%에 달하는 40억 6700억 위안을 끌어모았다. 장진호 시리즈는 1950년 11~12월 함경남도 장진 지역에서 벌어진 장진호 전투를 중국인의 시각으로 그렸다. 같은 해 9월 인천 상륙 작전을 성공시켜 전세를 뒤집은 미군은 개마고원 일대까지 치고 올라갔다가 중공군 7개 사단(12만명)에 포위됐다. 미군은 혹독한 추위와 배고픔 속에서 17일 만에 포위망을 뚫고 극적으로 탈출했지만 1만 8000여명이 숨지거나 다치는 등 피해가 컸다. 미중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중국의 대내외적 어려움이 커지자 이른바 ‘애국 영화’가 힘을 얻는 모양새다. 이어 조석 작가의 네이버 웹툰 ‘문유’를 원작으로 한 중국 영화 ‘두싱웨추’(獨行月球·달에서 홀로 걷다)와 코미디 영화 ‘냉정하지 못한 킬러’(這個殺手不太冷靜)가 각각 31억 위안과 26억 위안을 벌어 흥행 순위 2·3위를 차지했다. 중국의 영화 산업은 경제 성장과 맞물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영화관 스크린 수는 8만 2000여개다. 중국은 박스오피스와 스크린 수 모두 미국을 뛰어넘어 세계 1위 영화 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 새해엔 오페라 보러 갈까… 베르디로 꽉 채운 국립오페라단의 2023년

    새해엔 오페라 보러 갈까… 베르디로 꽉 채운 국립오페라단의 2023년

    ‘오페라의 제왕’ 베르디의 탄생 210주년을 맞아 국립오페라단이 2023년 한 해를 베르디의 작품으로 가득 채운다. 베르디의 작품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봄으로써 관객들을 오페라의 세계로 초대한다. 국립오페라단은 올해 ‘비바 베르디! 비바 오페라!’라는 기치를 내걸고 오는 6~7일 국립극장에서 ‘신년음악회 : 희망의 소리’를 시작으로 ‘맥베스’(4월 27~30일), ‘일 트로바토레’(6월 22~25일), ‘라 트라비아타’(9월 21~24일)를 무대에 올린다. 세 작품은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선보여 새로운 베르디, 새로운 국립오페라단을 만날 기회다. 이후 마지막 공연인 ‘나부코’가 11월 30일부터 12월 3일까지 열려 2023년의 화려한 오페라 축제를 마무리한다. ‘신년음악회 : 희망의 소리’는 정상급 성악가와 합창단이 꾸미는 갈라콘서트(6일), 2023년 정기공연 네 작품 속 주요장면을 미리 만나는 하이라이트 콘서트(7일)로 꾸며진다.올해 작품은 베르디를 제대로 보여 주기 위해 고심을 거듭해 선정했다. 초기작품인 ‘맥베스’와 2021년 큰 호평을 받았던 ‘나부코’를 통해서 그의 젊음과 패기, 오페라를 사랑하는 뜨거운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베르디 작품 빅3 중 두 작품인 ‘일 트로바토레’, ‘라 트라비아타’를 통해서는 작곡가로서 완전히 농익은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까다로운 작품으로 꼽히는 ‘맥베스’는 2016년 ‘오를란도 핀토 파초’, 2022년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로 평단과 관객들의 큰 호평을 받은 젊은 거장 연출가 파비오 체레사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밀라노 라 칼라 등 세계 오페라 무대를 누비며 ‘동시대 가장 설득력 있는 지휘자’로 평가받는 지휘자 이브 아벨이 만난다. 베르디 오페라 중 가장 박력 있고 열정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 ‘일 트로바토레’는 지난해 ‘아틸라’ 연출로 한국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던 연출가 잔카를로 델 모나코, 2017년 솔티 국제 지휘콩쿠르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 주요도시 대극장에서 관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신예 마에스트로 레오나르도 시니가 환상적인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국립오페라단의 대표 레퍼토리 ‘라 트라비아타’는 지휘자 세바스티안 랑 레싱과 연출가 뱅상 부사르가 의기투합한다. 이들은 작품 속 프렌치 감성을 극대화해 세련되고 감각적인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나부코’는 젊은 시절 잇따른 실패로 힘들어했던 베르디에게 작곡가로서의 큰 명성을 안겨준 작품으로 연출가 스테파노 포다와 지휘자 홍석원이 2021년에 이어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다. 관객들은 국립오페라단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마이오페라를 통해서도 오페라를 만날 수 있다.
  • 대작 흥행 틈바구니에서 ‘오세이사’ 눈물샘 흥행, 70만명 가까이

    대작 흥행 틈바구니에서 ‘오세이사’ 눈물샘 흥행, 70만명 가까이

    할리우드 대작 ‘아바타:물의 길’(‘아바타2’)과 뮤지컬 영화 ‘영웅’ 두 대작의 틈바구니에서 일본 청춘 로맨스 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오세이사’)가 10∼20대 젊은 여성 관객의 호응에 힘입어 70만명 흥행에 다가서고 있다. 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30일 개봉한 이 영화는 한달 남짓 만에 누적 관객 66만 2000여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개봉한 독립·예술영화뿐 아니라 2000년대 이후 개봉한 일본 로맨스 영화 중에서도 가장 높은 흥행 성적이다. 이 작품은 개봉 당일 박스오피스 9위에 진입한 뒤 하루 평균 1만명 안팎이 찾는 꾸준함을 보였다. 개봉 5주 차에 접어들면 꺾일 만도 한데 박스오피스 4위를 유지하고 있다. ‘오세이사’의 주 관객층은 10대다. CGV와 롯데시네마의 연령별 예매 분포에 따르면 이 영화를 예매한 10대 관객은 35% 이상이다. 20대 관객 비율도 CGV 28.5%, 롯데시네마 29.0%로 10대와 20대를 합하면 전체 관객의 60%를 넘는다. 성별 분포는 여성과 남성의 비율이 약 7:3 정도로, 젊은 여성 관객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수입사 미디어캐슬 관계자는 “어린 관객층이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눈물샘을 자극하는 스토리, 미키 다카히로 감독 특유의 아련하면서도 아름다운 영상이 10∼20대 여성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같은 제목의 소설을 각색한 ‘오세이사’는 자고 일어나면 전날의 기억을 모두 잃어버리는 마오리(후쿠모토 리코)와 같은 학교 남학생 도루(미치에다 슌스케)의 가슴 시린 첫사랑을 그린다. 일본 청춘스타 후쿠모토 리코, 인기 보이그룹 나니와단시의 멤버 미치에다 슌스케, 주목받는 신예 후루카와 고토네 등 어린 배우들의 깨끗하고 풋풋한 이미지와 일본풍 판타지가 결합해 기존 팬층을 만족시키면서도 보편적인 공감을 선사하는 애틋한 첫사랑 이야기가 젊은 여성 관객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아바타2’는 개봉 3주 차 주말인 지난달 30일∼1일 127만 4000여명이 관람해 누적 관객  774만 2000여명을 기록했다.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아바타2’의 국내 누적 매출액은 약 958억원이다.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아바타2’는 개봉 3주 차 주말 흥행 수익이 6344만 달러(약 800억 원)를 기록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북미 누적 흥행 수익은 4억 4051만 달러(5617억원),글로벌 누적 흥행 수익은 2일 예측치 포함 13억 9741만 달러(1조 7635억원)로 전망됐다. 국내 박스오피스 2위인 운제균 감독의 ‘영웅’은 개봉 12일째 누적 관객 167만 2000여명을 기록했다. 3위에는 일본 청춘 로맨스 영화 ‘오세이사’가 올랐는데 ‘아바타2’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관객 가운데 다소 무겁게 느껴지는 ‘영웅’보다 따듯한 느낌의 ‘오세이사’를 찾았기 때문이라는, 이른바 낙수 효과를 얘기하는 이들도 있다.
  • 체조합시다/김사사 [서울신문 2023 신춘문예 - 소설]

    체조합시다/김사사 [서울신문 2023 신춘문예 - 소설]

    이것은 아시아나 스포츠 상설 매장에서 산 트램펄린. 공중부양. 수양은 뛰고 있다. 흔들리고 있다. 조금씩 어지럼증을 느끼고 있다. 전시제품이므로 모서리 변색 있음. 그러나 탄력 좋음. 아시아나 아저씨는 이것이 아주 튼튼한 물건이라고 말했고 정말 그렇게 생겼으니 괜찮겠다 싶지만 수양은 어쩔 수 없이 좀 무서워진다. 그녀는 변색한 트램펄린 모서리를 손톱으로 살살 긁으면서 물었다. 아저씨. 만약 부러지면 어떻게 할 건지? 그건 내가 어떻게 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지요 아가씨…. 맞는 말이다. 수양은 칼을 팔러 가기 전에 튼튼하고 단단한 물건들을 생각하며 오십 분씩 뛰었다. 붉은 벽돌과 철제 의자 강화유리로 된 창문 그리고 칼…. 트램펄린 앞에는 높이 백칠십 센티미터짜리 거울이 있고 수양은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열심히 뛴다. 이것은 은근히 땀이 나는 일이므로 겨울에는 얇은 반소매 티셔츠만 입고 뛰어야 하고 여름에는 다 벗고 뛰어야 한다. 뛰어오를 때는 정말로 공중부양하는 기분이지만 그것은 기분일 뿐이고 어쨌든 떨어지는 일이다. 수양이 영양제나 선크림이나 치약이나 칫솔이 아니라 칼을 파는 이유는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무서워서라도 사 준다는 말이다…. 수양은 칼 판매상이다. * 수양은 택기와 알고 지낸 지 꽤 되었고 택기의 사육장에 가 본 적도 있다. 사육장은 동굴처럼 길고 캄캄해서 거기에 무엇이 있기는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고 보고 있으면 기분이 나빴다. 수양이 택기야 저렇게 하면 토끼가 살 수 있냐 너무 어둡지 않냐 물었을 때 택기는 원래 조명을 켜 두는 곳이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지금은 왜 어두운 거니 묻자 기주가 깜박한 거라고도 했다. 사육장 입구에는 파란색 파라솔이 있었고 그 아래로 작은 탁자와 바퀴 달린 접이식 침대, 플라스틱 의자를 두었다. 의자에는 헐렁한 러닝셔츠와 익은 노른자색 사부 반바지를 입은 사람이 늘어져 있었는데, 수양은 그 사람이 말로만 듣던 기주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택기의 둔하고 쓸모없는 동생 기주. 네가 바로 기주다. 기주는 고개를 뒤로 기울인 채 눈을 감은 모습이었고 무릎 위로 까만 총이 놓여 있었다. 택기야 저거 진짜 총이냐. 비비탄총이지. 그렇구나 난 또. 정오를 지나던 때였으므로 하늘을 향한 기주의 얼굴은 서서히 달궈지는 중이었다. 그늘을 벗어난 얼굴 위로 노랗고 깨끗한 햇빛이 일렁거렸으니 기주는 잘 먹고 잘 자라는 중인 아이처럼 보였다. 스포츠머리에다 늘 하얀 두건을 쓰는 택기와는 전혀 닮지 않았다. 수양은 기주의 뺨 위로 조심스레 검지를 얹었고 손가락으로 전해지는 미세한 따듯함을 느꼈다. 택기가 토끼 한 마리를 잡아 사육장 밖으로 걸어 나왔을 때, 그의 표정은 중요한 약속을 앞둔 사람처럼 신중하고 뻣뻣했다. 기주는 그때까지도 절대 깨지 않았으므로 수양은 택기야 기주가 졸고 있어… 하고 작게 속삭였다. 택기는 기주가 졸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 척을 하는 거라고 말했다. 잿빛 토끼는 몸집이 컸다. 그냥 큰 게 아니라 아주 컸다. 택기는 자이언트 토끼라고 말했다. 크고 따듯하고 순한걸. 택기야 이 토끼는 정말로 순하다고. 털에 파묻힌 토끼의 눈이 마름모 모양이었기 때문에 수양은 토끼의 미간을 마름모꼴로 문질렀다. 몸집이 큰 것과는 별개로 토끼는 부드럽고 무른 표피를 가져서 조금만 세게 쥐면 으스러질 것 같았다. 수양이 토끼도 우는가 어떻게 우는가 기억이 나지 않네 하자 택기는 토끼를 가리켜 커서 문제다, 크고 소리도 없어서 문제다, 하고 중얼거렸다. 그게 왜 문제야. 커야 더 좋지. 너는 토끼로 요리하는 요리사니까 커야 좋은 거지. 개새끼들이 도망을 간다고. 토끼는 개새끼가 될 수 없었지만 택기는 달리 부를 말이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도망을 간다니 탈출한다는 것인가. 어떻게 탈출해. 이렇게 큰데. 크기가 이런데. 가끔 유연한 토끼들이 있다고 해도 토끼는 액체가 아니므로 수양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택기가 하는 탕집은 사육장과 마주 보고 있고 탕집 주방 쪽창은 사육장 입구를 향해 나 있었다. 택기는 하얀 두건을 쓰고 방수 앞치마를 두른 모습으로 탕을 끓인다. 매일 그렇게 한다. 그러다 보면 택기의 몸에서는 아주 이상한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데 그래도 수양은 택기의 냄새에 대해 이야기해 본 적이 없다. 택기가 한참 탕을 끓이다가 쪽창을 쳐다보면 토끼 두어 마리가 잔디밭에 우뚝 서 있는 것이다. 어떤 때는 택기와 단번에 얼굴이 마주치고 어떤 때는 뒷모습이 보이지만, 뒤돌아 있던 놈도 언젠가 택기 쪽으로 고개를 돌리게 되어 있고 그러다가 산으로 사라진다고 했다. 택기는 개새끼들이 사람을 놀릴 줄 안다고 싫어했다. 사실 토끼는 번식이 빠른 동물이라서 두어 마리가 없어진다고 문제 되는 것은 아니었는데 택기는 기주더러 탈출하는 놈들을 되는 대로 잡아내라고 거기에 앉혀 두었다. 기주는 그동안 뭔가를 잡아낸 적이 없다. 쟤는 아무것도 못 잡아. 택기가 말했다. 기주는 여태껏 바닥에만 비비탄을 쏘아 댔기 때문에 기주가 앉은 부근으로는 잔디가 자라지 않았고 살짝 젖은 토양이 드러났다. * 수양은 이제 택기의 탕집에서 칼을 팔게 되었지만 원래는 여기저기에서 잘 팔고 다녔다. 모르는 집의 문을 두드리고 칼 세트를 재빠르게 보여 준 뒤 현관에 걸터앉아서 800방짜리 숫돌에다 느릿느릿하게 칼을 갈고 이것 보세요 참 쉽지요 하는 일을 잘했다. 배낭에 챙긴 A4 용지 다발 중 한 장을 꺼낸 뒤에 막 갈아 낸 칼로 비스듬히 잘라 내고 한번 해 보세요 정말 부드럽고 예리하지요 하는 일도 잘했다. 가끔은 몇 달 전에 팔았던 집에 가서 또 팔아 내고 이번에는 업그레이드되었으니 다르다고 거짓말하는 일도. 그런 일을 못 하게 된 것은 어느 날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사람의 집에 갔기 때문인데, 그가 원로 마술사였다는 소문이 있다. 그는 특히 손도 대지 않고 멀리 있는 폭죽을 터뜨리는 마술을 잘했는데 그것만큼 사람들의 반응이 좋은 게 없어서 터뜨리고 터뜨리다 귀가 먹었다고 했다. 어쨌든 수양은 원로 마술사쯤은 상대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은 수양이 아무리 이것 보세요 이것 보세요 해도 칼을 제대로 보지 않았고 대신 전화기를 들었다. 수양은 그날 처음으로 지구대에 가 보았는데, 눈썹이 짙고 목소리가 큰 박 순경은 그냥 말하는 것이지만 소리 지르는 것처럼 들리는 볼륨으로 말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당신은 당신이 얼마나 위험한 사람인지 알 필요가 있어요 알아야 해요 하며 조금은 간절한 표정으로 수양의 손을 꼭 붙잡았다. 박 순경의 손바닥이 참 축축해서 수양은 이 사람 겁이 많은 사람이잖아 생각했고 앞으로는 그런 식으로 칼 파는 일을 그만두고 싶어졌다. 그래도 수양은 칼 파는 데 재능이 있었고 다른 일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으므로 지구대를 나와 집으로 돌아가서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하지 하며 트램펄린을 뛰었다. 뒤통수가 팽팽하게 조여드는 느낌이 들자 수양은 앞으로도 트램펄린 타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멈추고 싶지 않았으나 나중에는 기운이 빠져서 잠들었다. 다음 날에는 오전 다섯 시에 잠에서 깼다. 잠 없는 노인들이나 일찍 나가는 공장 사람들한테는 그만큼 이른 시간에 찾아가서 칼을 파는 수밖에 없었으니 수양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려 노력하는 편이었는데 그것이 그만 몸에 익어 버린 것이다. 잠자는 동안에는 땀을 조금 흘렸다. 날이 점점 더워져서 그랬다. 수양은 택기가 토끼탕을 잘 끓인다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택기가 만든 탕을 먹어 본 적이 없고 그때까지 택기의 얼굴을 본 적도 없었지만, 오가는 길에 택기의 탕집을 자주 보았고 거기에는 늘 사람이 많았으니 그런 집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택기의 탕집 앞에는 국도가 있고 작은 산도 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몰라도 그 작은 산이 국내 100대 명산 중 칠십 번째나 팔십 번째쯤 되었다. 수양은 그 산이 얼마나 명산인지 궁금했다. 지구대에 다녀온 다음 날, 수양은 일찍 일어나게 되었으니 산책을 하기로 마음먹었고 싱크대에서 미지근한 물로 얼굴을 씻어 낸 뒤 밖으로 나가 아주 천천히 걸었다. 그녀는 무척 여유로운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차분한 음악을 듣고 따뜻한 차를 끓여 마신 뒤에 산책하기를 즐기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기 때문에 몸을 앞뒤로 조금씩 흔들어 가며 걸을 수 있도록 신경 썼다. 수양은 칼을 팔러 갈 때 주로 흰옷을 입었는데, 가장 친절하고 상냥해 보이면서도 미묘하게 위협적인 색깔이 바로 흰색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제 그런 식으로 칼을 팔지 않게 되었으나 자연스레 흰 옷을 골라 입었다는 사실이 좀 웃겼다. 어디서 자꾸만 하나둘하나둘하나둘하나둘 하고 조금도 쉬지 않고 구호를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수양은 곧 택기의 탕집 앞 잔디밭에 다다랐고 거기에서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이 열을 맞춰 잔뜩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 아니 저건… 새천년 체조잖아. 수양은 원래 칼을 잘 파는 사람이었지만 그날처럼 칼을 많이 팔아 본 적은 없었다. 하나둘하나둘하나둘 구호는 알맞게 외치는데 동작은 전혀 들어맞지 않는 사람들이 체조를 끝내고 명산이라는 산을 탄다고 우르르 사라졌을 때, 수양은 생각을 하자 생각을 해, 하며 걷던 길을 다시 걸었고 명산 앞에 있는 ‘명산 앞 간이 휴게소’로 들어섰다. ‘명산 앞 간이 휴게소’에서는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는 만두를 팔았는데 택기의 탕집만큼은 아니더라도 장사가 잘됐다. 여기까지 따라오기는 했으나 산을 타기 싫은 아이들이 김밥과 만두를 먹고 있었고 산 타는 사람들만 노리는 일명 등산객 전문 린치족들이 교복을 꼬박꼬박 챙겨 입은 모습으로 담배를 계산하는 중이었다. 수양은 매운맛 만두를 사서 전자레인지에 돌린 뒤에 자리에 앉았다. 김이 나는 만두를 젓가락으로 조금씩 잘라 먹으며 산을 타는 사람들에게 칼을 팔아야겠어 하고 중얼거렸다. 김밥과 만두를 먹던 아이들에게 혹시 칼을 사겠니 물었지만 아이들은 무시했고 김밥에서 빼낸 단무지만 계속해서 찔러 댔다. 수양은 왠지 섭섭해져서 입을 쩝쩝 다셨다. 그래 역시 어른들에게 팔아야겠지…. 수양은 하나둘하나둘하나둘 체조하던 사람들이 내려올 때까지 만두를 야금야금 베어 먹다가 벽걸이형 선풍기의 약풍을 맞으며 졸았다. 그러곤 결국 그들이 다시 돌아오는 데 무려 여섯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저렇게 작은 산에서 도대체 무엇을 하기에 그만큼이나 걸린단 말인가. 알 수 없었지만 알고 싶지도 않았다. 수양은 사람들이 손바닥을 짝짝 부딪치며 내려와서는 곧장 택기의 탕집으로 향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러고는 집으로 달려가서 칼 세트와 함께 A4 용지가 든 배낭을 챙겼는데, 그 사람들 앞에서는 종이를 자르는 시범 따위 보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로는 그런 것들을 챙기지 않았다. 택기의 탕집 앞에는 하얀 두건을 쓰고 분홍색 방수 앞치마를 두른 남자가 서 있었다. 그것이 바로 택기였다. 택기는 탕집 입구로 들어서려는 수양을 붙잡았다. 탕을 드시려면 예약을 하셔야 하는데요. 저는 탕 먹으러 온 사람 아니거든요. 그런 음식은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그럼 왜 들어갑니까? 칼을 좀 팔고 싶어서요. 택기가 수양의 팔뚝을 가볍게 내려놓으며 약간의 미소를 지었을 때 수양은 이 사람이 설마 나를 좋아하게 되었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택기의 손바닥이 너무 두꺼웠고 반짝거리는 그의 분홍색 앞치마가 마음에 들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그의 몸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길 바랐다. 탕이 싫으면 뭘 좋아하시죠. 택기가 물었다. 저는 감자튀김을 좋아해요. 수양이 대답했다. 산을 좀 타 봤다 하는 사람들은 주로 택기의 탕집에 모인다. 수양이 테이블 여러 개를 이어 붙인 곳으로 다가가서 제 칼을 좀 보시겠어요 하면 어어 그렇지 봐야지 하는 사람들이었다. 수양의 칼은 그다지 특별한 게 아니었고 일주일에 두어 번 방영하는 홈쇼핑 식칼과 유사한 모양새였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수양이 칼을 꺼내 들 때마다 마술을 본 것처럼 좋아했다. 제 칼을 좀 사시겠어요 하면 당연히 사 줘야지 이걸로 기필코 그놈을 죽이고 말리라 그런데 아가씨는 누군가? 하는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은 모두 칼을 사게 되어 있다. 수양은 매일 아침 몸을 앞뒤로 흔들며 산책하게 되었다. 하나둘하나둘하나둘 체조하는 사람들을 지켜본 뒤 명산 앞에 있는 ‘명산 앞 간이 휴게소’에 앉아 조금 식은 만두를 먹었고 할 일이 없어지면 린치족들의 대화를 엿들어 보려 했다. 그들은 늘 길쭉한 막대 모양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중얼거렸다. 그게 어떤 말인지는 들리지 않았다. 택기는 수양의 칼을 사지 않았지만 매일 웃는 얼굴 모양의 동그란 감자튀김을 내 주었고 수양은 그것을 천천히 먹어 치웠다. * 기주야 너는 왜 토끼를 잡지 못하니. 수양은 매일 택기의 탕집에서 칼을 팔게 되었으므로 기주의 얼굴도 매일 보았다. 택기는 두피부터 손등과 발가락까지 온몸에 땀이 많은 편이었는데 기주는 그렇지 않았다. 기주는 파라솔 아래 탁자 앞에서 밥을 먹고 침대나 플라스틱 의자에서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하고 하여튼 그런 식으로 종일 바깥에 있지만 가까이 다가가도 바짝 마른 풀 냄새나 무언가를 태우는 냄새 같은 것만이 났다. 밥을 먹고 나서는 바닥에다 비비탄총을 쏘고 종아리나 팔뚝 주위로 부채질을 조금 하다가 신문에서 오려 낸 스도쿠를 한참 붙잡고 있었는데 빈칸을 모두 채우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수양은 접이식 침대 위에 누워서 천천히 복식호흡을 했다. 언젠가 그것이 송장 자세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아주 편안해진다. 너는 왜 토끼를 못 잡냐고. 몰라. 그걸 왜 몰라, 보고 있는데 왜 몰라. 그냥 잠깐 눈을 감았는데 밖으로 나와 있었어, 저기에 서 있었어. 토끼를 왜 좋아하나. 누가? 여기 오는 사람들이. 정력에도 좋고 건강에도 좋대. 토끼는 조루라던데? 그거랑 무슨 상관이야. 일간 신문에서 오려 낸 스도쿠가 바람에 날아가도 기주와 수양은 몸을 움직이지 않는다. 내일은 또 다른 스도쿠가 배달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주는 공중에서 나부끼는 스도쿠 종이를 보며 이마를 조금 구겼고 모든 것이 무게중심 때문이라고 말했다. 따지고 보면 사람의 심장은 아주 미세하게 왼쪽으로 치우친 상태이므로 무게중심도 왼쪽에 있을 수밖에 없고 따라서 모두의 왼쪽 엉덩이는 조금 더 눌려 있고 작다고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늘 왼쪽으로 살짝 돌아앉게 되어 있다고. 안 그래도 사람이라면 모두 그런 편인데, 기주는 특히 자신이 왼쪽으로 조금씩 돌아앉는 상상만 해도 본능처럼 왼쪽으로 이끌리고 그래서 자꾸만 왼쪽을 주시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토끼들은 하필 오른쪽에서만 출몰하고 그런 이유로 도저히 놈들을 발견할 수가 없다고. 그렇지만 기주가 신경을 써서 오른쪽으로 돌아앉아 보아도 변하는 건 없었다. 어떻게 해도 토끼들은 탈출하고 기주는 밥을 먹고 있었거나 스도쿠를 풀고 있었거나 눈을 감고 있었거나 무게중심 때문이었거나 무슨 무슨 이유로 토끼를 발견하지 못했다. 뒤늦게 산 쪽으로 멀어지는 토끼를 발견하고 아아아아 토끼가 나타났다 지금은 멀어지는 중이다 하고 소리를 지르면 택기가 뛰어나오지만 이미 모든 게 사라지고 난 뒤였다. 수양은 사라진 토끼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 전에 살아 있기는 한 건지 궁금해졌다. 이만큼이나 사라졌으면 이미 산에는 토끼가 천지일 텐데 산을 타는 사람들은 자꾸만 택기의 탕집에 와서 토끼탕을 먹었고 산을 타다 토끼를 본 사람은 없다고 하니 저녁에는 산에 올라가 보기로 했다. 수양은 보이지가 않네 여기로 좀 와 봐라 이리 좀 와라 하며 산을 오르다 페도라를 만났는데, 그가 페도라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 페도라는 까맣고 큰 페도라를 쓰고 있었고 걸친 옷이 없었다. 아주 깊은 페도라여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페도라는 줄무늬 사각팬티만 입은 모습으로 큰 소나무를 껴안고 있었는데 팔이 긴 편이어서 편안하고 안정적인 모습이었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몸을 잘 다룰 줄 아는 사람 같았다. 수양이 ‘명산 앞 간이 휴게소’에서 만난 린치족들을 떠올리며 옷까지 모두 벗겨 가다니 정말 답도 없는 놈들이로군, 하자 페도라가 고개를 저었다. 저는 산을 타고 또 탔지요. 그러다 보니 점점 더워져서 옷을 한 꺼풀씩 벗었고 이것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벗을 때마다 길을 잃는 기분이더군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들을 만나기는 했다만 뭐라고 했던가요…. 페도라는 여기에서 말을 멈추고 목을 가다듬더니 얇고 연약한 목소리를 내었다. 우리는 아주 건강해 너무 건강해 우리는 내일이 없는 사람이에요 하면서 나를 지나쳤습니다. 정말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외우는 일은 잘해서 말이죠. 밤이 되니 추워져서 나무를 안고 싶었습니다. 그는 손가락을 세워 모자와 팬티를 가리켰다. 이건 제 자존심이라 남겨 두었습니다. * 택기의 손은 두껍다. 손등은 거칠지만 손바닥은 부드러워서 영 이상한 손이다. 수양은 택기가 탕집 안에서 날카로운 칼을 다루다 그 손까지 어떻게 해 버리는 건 아닌가 가끔 생각하는데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 적은 없다. 산을 타고 온 사람들은 자리를 떠날 때까지 쉴 새 없이 떠들기 때문에 괴로울 만큼 시끄럽고 그것은 모두 택기의 탕집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므로 택기는 자주 지치고 늘어진다. 늘어진 택기는 수양의 집에서 잠을 잔다. 택기의 탕집과 택기와 기주가 사는 집은 아주 가까이 붙어 있는데도 택기는 가끔 수양의 집에서 자겠다고 성가시게 굴고 징징거리다 결국 그렇게 했다. 수양은 이제 칼 가는 시범을 보일 필요가 없지만 습관처럼 칼 가는 연습을 하고 트램펄린을 탔다. 그만 타. 왜. 나 머리가 아파. 이것만큼 긴장되는 게 없다고. 수양이 칼을 갈고 있으면 택기가 조용히 옆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허공에다 수양과 같은 동작으로 칼을 갈아 보고 바보 같은 표정을 짓는다. 요리하는 택기는 두건을 쓰는 데다 표정도 굳어 있으니 어느 폭력배의 막내쯤으로 보이는데, 이럴 때는 바보 같은 표정을 지으니 정말 바보 같았다. 그러다가 너무 집중하면 택기의 작은 입술이 동그랗게 벌어지고 침이 떨어진다. 수양은 그때마다 택기의 목에 하얀 수건을 매 주었다. 아무리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도 침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수건을 매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택기는 칼 가는 시늉을 한참 하고 나서 미끄러지듯 바닥에 드러눕는다. 택기야 내일은 몇 마리나 잡냐. 아마 스물세 마리. 그렇구나 바쁘겠다. 택기와 수양은 아무 사이도 아니지만 가까이 붙어 잔 적이 많고 그러다 보니 서로에게 바로 오늘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러면 수양은 아무래도 칼 있는 집에서 하는 건 좀 그렇지, 하고 택기에게 말을 걸고 택기는 나도 방금 개새끼들 잡고 와서 좀, 이라고 대답한 뒤 눈을 감았다. 기주 말로는 자기 몸은 왼쪽이 더 무겁대. 걔는 원래 헛소리를 잘해. 나 어제 페도라를 봤어. 어디서 파는데. 아니 페도라 쓴 사람 봤다고. 어디서 봤는데. 산에서. 산에서 그런 걸 왜 쓰고 있어. 내가 박 순경을 불렀어. 박 순경은 왜. 데려가 줄 것 같아서 불렀어, 진짜 데려가더라. 택기는 새벽 일찍 일어나서 토끼를 잡아야 하고 수양은 흔들흔들 걷는 산책을 해야 하므로 그때쯤이면 수양이 이제 자자, 하고 그들은 잠을 잤다. 그런데 그날따라 택기가 수양의 팔뚝에 얼굴을 비벼 댔고 수양은 그것이 아주 뜨겁게 느껴졌기 때문에 택기의 얼굴이 언제부터 뜨거웠는지 궁금해졌다. 택기야 너는 왜 요리를 잘하냐. 사실 택기는 요리를 썩 잘하는 편이 아니었고 탕집은 택기의 고모가 소유하던 것이었는데, 그녀는 매일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잠자리에 들기 전 택기와 기주의 얼굴을 조심스레 붙잡고 볼 키스를 해 주는 다정한 사람이었다. 당시의 택기는 이미 어른이었고 그런 일이 시들했지만 어린 기주는 그 시간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고모는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고 생활력이 강했으나 아름다운 것을 좋아했으므로 종일 동물을 관리하고 탕을 끓이는 일을 견딜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이제는 정말 견딜 수 없겠다고 느낄 때마다 탕집을 찾는 사람들은 늘어나기만 했다. 고모는 하루하루 침실 방문을 잠그고 우는 일을 반복했으며 아주 먼 곳에 사는 친구와 긴 통화를 이어 가다 결국은 떠날 수밖에 없었다는데, 수양은 도대체 그 고모가 어디로 떠났다는 것인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게 말이 되냐. 말이 안 될 건 뭐지 나는 거짓말을 안 하는데. 택기가 말했다. 택기와 기주는 그녀가 아주 먼 곳에 있다던 친구를 찾아간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고모로부터 딱 한 번 받은 엽서에는 그런 소식이 적혀 있지 않았고 감기는 걸리지 않았니 하는 식의 시답잖은 안부와 함께 탕을 맛있게 끓이는 조리법이 정갈한 글씨로 적혀 있었다. 그보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른 뒤에 고모는 택기 앞으로 분홍색 방수 앞치마가 담긴 택배를 보냈다. 멀리 있는 곳에서 모텔 장사를 시작했으며 경치가 좋다는 내용의 쪽지를 함께 남기곤 연락이 닿지 않았으므로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밤마다 전화를 걸었던 누군가가 정말로 있었던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고모가 보낸 엽서 앞면에는 어떤 지역의 문화재 사진이 크게 붙어 있었는데 기주는 택기 몰래 그곳으로 찾아가기 위해 짐을 꾸렸다가 들킨 적이 있다. 어쨌든 택기는 돈 때문에 요리사가 되었고 자꾸자꾸 토끼를 잡고 자꾸자꾸 탕을 끓이다 보면 다 잘하게 되어 있다고도 말했다. 실망이야. 대대로 내려오는 명장 집안인 줄 알았는데. 택기는 이제 내가 명장이 되겠어 하고 속삭였다. * 수양은 아침 식사로 매운 컵라면을 먹은 뒤 집을 나섰다. 그날따라 날이 무척 더웠다. 이상하게도 수양은 배가 아주 헛헛한 기분이었고 뜨겁기도 해서, 어쩐지 저녁이 되면 배가 몹시 고파지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원한 게 먹고 싶다 차갑고 시원한 게, 하며 걸었다. 탕집 앞에서는 하나둘하나둘 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대신 몸을 꼭 죄는 회색 양복을 입은 페도라가 서 있었다. 그는 양손을 주먹 쥔 채 정면을 바라보았다. 산 타는 사람들은 구호를 외치는 대신 바둑판처럼 깔끔한 간격을 유지하며 페도라를 마주 보았다. 그 속에서 러닝셔츠를 입은 기주의 뒷모습이 함께 보였다. 바닥에 놓인 시디플레이어에서 노래 전주가 흐르자 수양은 트로트잖아, 했고 가장 뒤에 서 있던 짧은 파마머리 여자가 뒤돌아 이건 샹송이야 아가씨, 하고 단호하게 속삭인 뒤 고개를 돌렸다. 페도라는 긴장한 것처럼 보였는데 정말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가 오른손을 올려 가슴 부근을 꼭 쥐더니 툭 하고 가볍게 무릎을 꺾어 쓰러지자 산 타는 사람들과 기주가 똑같은 모션을 했다. 왼쪽 가슴 위로 손을 얹고 살며시 주먹을 쥔 뒤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바짝 서 있던 잔디가 푹푹 꺼지는 소리가 얕게 들렸다. 움직임 없이 서 있는 것은 수양과 탕집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던 택기뿐이었다. 페도라는 곧바로 일어나 정자세를 취했는데 그 과정이 너무나 유연하고 부드러웠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그를 따라 할 수 없었다. 그런 일은 노래가 끝날 때까지 반복되었고 사람들은 산을 타기 위해 흩어졌으며 페도라는 시디플레이어를 들고 잰걸음으로 멀어졌다. 수양은 그날 밤에 페도라를 다시 만났다. 그는 기주와 함께 접이식 침대에 앉아서 사육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페도라는 페도라를 쓰지 않은 채였고 품이 큰 티셔츠와 반바지에 납작한 가죽 슬리퍼를 신었다. 얼굴 끝이 뾰족한 데다 길쭉하고 마른 몸을 가지고 있어서 물 위에서 흔들리는 수생식물 같은 모습이었다. 침대 옆 의자에는 박 순경이 등을 둥그렇게 말고 앉아 기주의 스도쿠를 대신 채우고 있었다. 수양은 그 모습이 믿기지 않았기 때문에 저것이 진짜인가 생각했다. 날이 더웠으므로 휴게소에 들러 과일과 빙과류를 사 오던 길이었고 기주가 수양을 발견하고서 손을 흔들었기 때문에 그들 넷은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기주야 택기는 어디 있냐. 사육장에. 또 토끼 잡으러 갔냐. 그래야 내일 팔지. 그렇긴 하지. 수양은 고개를 아래위로 흔들었다. 페도라가 수양에게 수양씨 반갑습니다 하자 수양이 네 페도라씨, 하고 대답했다. 페도라씨와 박 순경님은 왜 여기에 있나요. 저는 지금 박 순경의 집에 살고 있습니다. 언제부터요. 그날부터요. 수양은 페도라의 어조에서 어느 해안지역을 떠올렸으나 구태여 말하지는 않았다. 기주는 수양에게 페도라가 극장에서 일했다고 일러 주었고 수양은 배우이시군요, 하며 페도라를 바라보았다. 페도라는 그렇다면 그렇고 아니라면 아닌 것도 같다고 대답했다. 박 순경은 수양의 노란 장바구니에서 크림 맛 아이스크림을 꺼내 먹더니 수양의 칼로 참외를 깎아 탁자 위에 한 조각씩 올려 두었다. 모두 참외를 아작아작 씹어 먹었다. 박 순경은 시간 간격을 두고 참외 다섯 개를 깎아 냈는데, 넷은 그것을 모조리 해치웠다. 탁자 한쪽에 쌓인 참외 껍질이 아주 얇게 깎인 모양새여서 박 순경은 그런 일에 소질이 있는 사람으로 보였다. 페도라는 수양이 페도라씨, 하고 부를 때마다 턱 끝을 당기며 조금씩 새는 웃음을 참았다. 한때 자신이 그런 별명으로 불렸다고 했다. 그래서 배우라고요 아니라고요. 극장은 극장인데 영화를 보여 주는 극장은 아니고요…. 카바레라고 더 많이 부르던데요…. 그러면 가수인가 보군요. 그것도 애매한 것이 나는 노래에도 소질이 있었지만 다른 것을 조금 더…. 페도라는 관광지에 있는 관광 카바레 출신으로, 밤무대 가수를 노렸으나 실력이 그만큼은 되지 못해서 코미디와 차력을 하다가 나중에는 가수 뒤에서 춤을 추는 댄서가 되었다. 그는 주로 샹송 가수의 뒤편에서 팔다리를 부드럽게 흔들며 흐느적거리는, 춤이라고는 할 수 없는 그런 춤을 추었다. 노래의 분위기에 맞춰 페도라를 쓰고 실크 셔츠를 입었으므로 전체적으로 잠들기 직전인 사람이 몽롱한 정신으로 침실이나 거실을 슥슥 걸어 대는 느낌이었다. 샹송이 한국인에게 인기가 많은 것과는 별개로 카바레에서 잘 통하는 장르는 아니었으니 샹송을 부르던 여자 가수와 페도라가 무대에 올라가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대체로 에이급 무대가 시작되기 전에 잠깐 세워지거나 펑크 난 공연을 메우기 위해 급조하는 식이었다. 원형 무대를 둘러싸고 앉거나 서거나 춤추거나 하며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이미 정신이 나간 상태여서 이런저런 욕을 하고 술이나 음식 던지기를 좋아했으며 샹송 가수와 페도라에게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짧은 공연을 마치면 유령처럼 사라지던 샹송 가수와 페도라가 ‘덜떨어진 듀오’로 불리게 된 것은 어느 날 페도라가 춤을 추다 크게 미끄러졌기 때문이었다. 그의 춤에는 정교함이나 정신 집중 같은 것이 필요하지 않았으니 그는 늘 언제쯤 이따위 춤을 그만두게 될 것인가 골몰하며 춤을 추었다. 그 일은 다만 페도라의 정신이 다른 데 있었고 밑창이 닳아 본드 칠을 한 그의 구두가 미끄러운 무대 바닥을 견디지 못해 생긴 불상사였을 뿐이지만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페도라가 마치 허공에서 날아온 강렬한 펀치를 맞고 쓰러진 사연 있고 가련한 남자로 보였다. 그가 쓰러져 있는 동안 샹송 가수는 엉덩이를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며 클라이맥스를 불렀다. 샹송 가수는 주로 앙리코 마시아스의 ‘추억의 솔렌자라’를 불렀는데 그것은 프랑스의 민요를 빌려 만들어진 노래였고 그날 샹송 가수가 부르던 노래 역시 그것이었다. 아무래도 민요라는 것이 공동체적이면서도 신비스러운 것이라… 라고 페도라는 덧붙였다. 그 노래는 세계적으로 히트를 쳤다. 프랑스인이 아니고서야 웬만한 사람들은 들어 보지도 못했을 곳이 솔렌자라였지만 어느새 솔렌자라는 모두에게 추억의 솔렌자라가 되어 있었다. 페도라가 쓰러지자 사람들이 무대를 주시하기 시작했고 이내 샹송 가수의 목소리를 따라 흥얼거렸다. 무대 아래에서 뒷짐을 지고 서 있던 안내요원은 두 손을 입가로 모은 뒤 야 이 새끼야 계속해, 계속하라고. 멈추지 마!라고 외쳤다. 안내요원과 페도라는 가끔 함께 술을 마신 적이 있다. 그가 주춤거리며 일어서자 누군가 휘파람을 불었고 누군가는 소리를 질렀다. 그날부터 샹송 가수와 페도라는 ‘덜떨어진 듀오’로 불리며 완벽한 B급이 되었다. 페도라는 완벽한 B급이 된 이후로 춤을 그만두고 마임을 했다. 주된 특기는 역시 쓰러지거나 넘어지는 것이었고 그중에서도 ‘화살 맞는 남자’를 가장 잘했다. 어떤 식으로 화살을 맞게 되는지는 매번 달라졌기 때문에 ‘덜떨어진 듀오’가 무대에 오르면 페도라는 먼저 무대 앞으로 한 발짝 나서서 말했다. 오늘은 도망치다 화살을 맞는 소년입니다 이번에는 사랑하는 사람 대신 화살을 맞는 남자입니다 하는 식이었다. 페도라는 관광 카바레의 유명 인사가 되어서 ‘덜떨어진 듀오’가 아닌 ‘페도라’로 불리기 시작했다. 카바레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이미 페도라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는 어떤 이유로 화살을 맞는 콘셉트인지 설명할 필요가 없어졌다. 무엇보다 페도라 역시 그 일을 자꾸만 반복하다 보니 정말로 자신이 화살을 수없이 맞아 본 가슴 아픈 사람처럼 느껴졌고 그 감정은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화살을 맞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일어나느냐였는데, 사람들은 원하는 것이 많았다. 화살을 맞고 쓰러진 뒤에 재빨리 일어나 정면을 바라보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자세였다. 그 외에도 아주 천천히 일어나거나 몸을 조금씩 굴려 일어나거나 하는 많은 방식이 있었다. 화살을 맞는 모습이 리얼하게 느껴지는 것보다도 어떻게든 다시 일어나는 일이 중요했다. 크고 동그란 무대를 둘러싼 사람들은 무대 앞 바리케이드에 달라붙어 페도라를 향해 다트를 던지는 듯한 가벼운 자세로 툭툭 한 손을 뻗거나 활시위를 당기는 척했고 그러면 페도라는 타이밍을 노려 바닥으로 주저앉아야 했다.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사람들이 외치는 순간 알맞은 자세로 일어나는 것이 핵심이었다. 어느 틈에 관광 카바레 포스터에는 깊고 검은 페도라를 쓰고 하관만을 드러낸 페도라가 매력적으로 미소 짓는 측면 모습이 들어섰다. 그들의 캐치프레이즈는 ‘페도라는 무조건 일어난다’였다. 사람들이 ‘화살 맞는 남자’를 원한 것은 물론이고 페도라 역시 그런 일에 사로잡혔으므로, 그는 넉넉한 실크 셔츠 대신 흰색 쫄쫄이만을 입고 무대에 서게 되었다. 쫄쫄이는 페도라가 자세를 달리할 때마다 미세하게 꿈틀거리는 근육을 치밀하게 보여 주었다. 무대 조명 아래에서 길쭉하고 마른 페도라는 석고상처럼 보였다. 페도라는 그날 아침 택기의 탕집 앞에서 ‘화살 맞는 남자’를 시도할 때 입은 양복이 박 순경의 것이라고 했다. 가장 작은 사이즈를 찾느라고 고생했습니다. 그가 길게 한숨을 쉬었다. 기주는 페도라를 향해 떼돈을 벌었냐고 물었다. 물론 그렇지요. 페도라가 답했다. 페도라가 점차 이름을 알리면서 샹송 가수는 잊히게 되었다. 그녀는 카바레에서 완전히 떠나기로 한 날 분장실로 페도라를 불러내었고 그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자다가 화살이나 맞아라…. 그는 그날의 분장실과 샹송 가수를 상기하며 은밀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끝내줬지요. 그는 잠시간 굉장한 화살을 맞은 기분을, 그것이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화살이라는 기분을 온몸으로 느꼈고 ‘페도라’로 사는 일을 그만두었다. 그는 이제 밝은 낮부터 일하는 직업을 얻고 싶어졌으므로 골목길에 커피숍을 차렸는데, 그곳은 분명 커피숍으로 시작했으나 나중에는 또 다른 카바레가 돼 버리고 말았다. 카바레의 단골들은 종종 무리 지어 커피숍에 들렀다. 그들은 테이블에 앉아 페도라가 내린 커피를 음미하고 얌전히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일을 반복하다 어느새 에이프런을 두른 바리스타 페도라의 구역을 침범했고, 손수 커피를 내려 마신 뒤 커피값과 팁을 금고에 채워 넣기 시작했다. 장소는 달라졌으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페도라는 또다시 화살 맞는 남자가 되어서 쓰러졌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중이었다. 카바레의 단골들은 매일 아침 일찍 경직된 얼굴로 찾아와서 페도라의 쇼를 관람한 뒤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고 돌아갔다. 커피숍을 접고 책 대여점과 노래 연습장을 차례로 열었지만, 그것은 아무 소용 없는 일이었다. 끝으로 번 돈을 모두 까먹은 페도라가 백화점 주차요원이 되었을 때는 그가 들고 있던 주홍색 경광봉마저 화살이 되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에 그는 멀리 도망쳤고 그렇게 하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그들은 아주 캄캄한 시간까지 파라솔 아래에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줄곧 무덥고 눅눅했다. 페도라의 이마에서 땀이 죽죽 흘러내려 턱 끝에 매달렸다. 기주는 비비탄총을 매만졌고 수양은 사육장 천장에 달린 노란 조명을 바라봤다. 박 순경이 수양씨 아직도 칼을 파신다고요, 하고 물었다. 정말 이상하시네 나한테 왜 자꾸 그러세요. 수양은 억울한 기분으로 되물었다. 저 사실 산을 잘 탑니다. 순경님이 산을 잘 타는데 나더러 어쩌라고요. 저도 린치족이었습니다. 뭐라고요? 그냥 그렇다는 겁니다. 박 순경은 코끝을 조금 긁적이다 또다시 수양의 장바구니를 뒤적였다. 이제는 깎아 먹을 참외도 없었기 때문에 그는 날씨가 참 덥네요 같은 말만 몇 번 더 했다. * 페도라는 매일 시디플레이어를 들고 나타났고 사람들은 새천년 체조를 하는 대신 화살 맞는 사람들이 되어 갔다. 쓰러졌다 일어나는 순간에는 분위기가 고조되었기 때문에 모두 흥분한 모습으로 크게 숨 쉬었다. 방수 앞치마를 두른 택기도 종종 수양과 나란히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주로 산 타는 사람들 한복판에서 왼쪽 가슴을 그러쥐고 쓰러지는 기주를 구경했다. 택기야 기주가 제일 열심인 거 아냐. 쟤가 얼마나 땀이 없는데 저렇게 축축해지다니. 택기는 가만히 기주를 보다 사육장으로 걸어 들어가서 한참 동안 나오지 않았다. 시디플레이어의 노래는 한 시간가량 반복 재생되었으므로 사람들은 한 시간 동안 화살 맞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수양은 이른 오전마다 택기의 탕집 앞에 서서 기주와 페도라를 번갈아 보며 시간을 보내는 일에 익숙해졌다. 그런 뒤에는 ‘명산 앞 간이 휴게소’에 갔다. 페도라는 일이 끝난 후에 시디플레이어를 챙겨 신속하게 걸었다. 아무래도 박 순경과 함께 아침을 먹기 위한 속도일 거라고 수양은 생각했다. 페도라의 ‘화살 맞는 남자’가 또다시 유명해지자 화살 맞는 사람이 되겠다는 이들은 끊임없이 늘어났다. ‘화살 맞는 산악 동호회’ 슬로건이 걸린 전세버스가 페도라를 찾아온 날에는 분반이 필요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먼저 맞는 조와 나중에 맞는 조로 나뉘었다. 그날의 페도라는 이전보다 땀을 많이 흘렸고 모든 일을 마친 뒤 ‘명산 앞 간이 휴게소’ 쪽으로 걸어가는 수양을 불러 세웠다. 수양씨, 칼을 파는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다 알면서 왜 그러세요. 페도라가 입가를 우물우물 달싹였다. 나를 죽여 주십시오…. 수양은 그 순간 몹시 울고 싶어졌다. 나는 칼 파는 사람이지 칼 쓰는 사람이 아니라고요, 하고 말한 뒤 침을 삼켰다. 잘 알고 있습니다. 페도라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깊게 미소 지었다. 수양은 바로 그 미소가 한때 관광 카바레 포스터 속에 자리했던 그의 모습임을 알 수 있었다. 수양씨, 나는 이제 평생 이렇게 살게 되었습니다. 페도라는 느린 걸음으로 멀어졌다. 페도라의 속도가 아주 느렸기 때문에, 수양은 그의 크기가 도저히 작아지지 않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다시 걸었고 ‘명산 앞 간이 휴게소’에 앉아 만두를 베어 먹다 다리를 덜덜 떠는 린치족과 눈이 마주쳤다. 이봐, 한가하면 우리랑 놀지 그래? 우리는 꽤 괜찮은 사람들이라고. 나는 칼 파는 사람이다…. 어쩌라고! 크게 외친 린치족이 도망쳤다. 흐트러진 플라스틱 의자를 보던 수양은 애매한 기분이 되어서 린치족의 목소리를 되새겼다. * 페도라가 자취를 감춘 어느 아침에도 시디플레이어는 잔디밭 위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산 타는 사람들과 기주는 화살 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 착실히 열을 맞췄다. 기주가 시디플레이어의 재생 버튼을 눌렀을 때 택기가 사육장 밖으로 뛰어나왔다. 수양은 사육장 바깥으로 몸을 내민 잿빛 토끼를 단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너는 그때 그 토끼구나. 너는 지금까지 계속 거기에 있었구나…. 잿빛 토끼 뒤로 몇 마리의 토끼들이 튀어나와 잔디밭 위에 선 사람들 사이를 헤집었다. 빠르고 부드러운 움직임이었다. 오랫동안 화살 맞기를 훈련한 기주는 교묘한 움직임으로 발밑의 토끼를 피할 수 있었으므로, 끊임없이 화살을 맞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 정면을 바라보는 자세를 취했다. 사람들은 이리저리 고꾸라지다 분산되었다. 몇몇이 토끼를 잡기 위해 두 손을 죄며 바닥 가까이 몸을 숙였고 토끼는 매끄러운 몸짓으로 벗어났다. 택기가 기주의 비비탄총을 손에 들었지만 비비탄이 다 떨어져 틱틱 소리만 났다. 제법 많이 사라진 토끼 때문에 택기는 한동안 탕집 문을 닫았다. 박 순경은 꽤 오랜 시간 페도라를 찾다 ‘명산 앞 간이 휴게소’ CCTV에 찍힌 그의 마지막 흔적을 확인한 뒤 조용해졌다. 화면 속에 무엇이 있었는지는 끝내 말하지 않았다. 기주야 너는 이제 화살을 맞지 않니. 나는 이제 다 해냈어. 화살 맞는 사람들은 드문드문 찾아오다 발길을 끊었다. 페도라가 다시 돌아오지 않았으므로 그에 대한 모든 것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수양은 이제 페도라의 옆얼굴이나 자세, 목소리와 같은 것들을 묘연한 실루엣만으로 떠올렸다. 그러고는 택기와 잠을 자거나 트램펄린을 타거나 칼을 갈았다. 깰 생각 없이 느슨하고 풀어진 얼굴로 잠을 자는 기주의 뺨 위로, 수양은 그들이 아주 처음 만난 날처럼 손가락을 얹었다가 뗐다. 박 순경은 새로 마련한 자신의 과도로 참외를 깎았다. 그는 매일 누군가 내버려 둔 스도쿠를 채워 넣는 데 몰두했는데, 어떤 날에는 작은 탄성과 함께 저기에 토끼가, 하며 잔디밭 어딘가를 가리켰다. 저건 진짜 토끼야, 진짜다. 작게 속삭인 수양이 살금살금 다가갔다. 그러나 방수 앞치마를 한쪽 어깨에 걸친 택기가 탕집 처마 아래에 서서 그곳을 바라보기만 했으므로 수양은 걸음을 멈추었다.
  • 만화책 찢고 나온 ‘더 퍼스트 슬램덩크’ 원작보다 더한 박진감

    만화책 찢고 나온 ‘더 퍼스트 슬램덩크’ 원작보다 더한 박진감

    운동장이나 공터로 달려가 당장 농구공을 퉁기고 싶게 만들었던 만화 ‘슬램덩크’가 그야말로 만화책을 찢고 나왔다. 오는 4일 개봉하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새해 벽두 극장가를 얼마나 퉁길지 기대된다. 자막판과 우리말 더빙판으로 N차 관람할 이유가 된다. 1990년부터 1996년까지 ‘주간 소년 점프’(슈에이샤)에서 연재된 이 만화는 국내에서만 1450만부가 팔렸고, 전 세계 판매고가 1억 2000만 부에 이르는 스포츠 만화의 고전이다. 한 번도 농구를 해본 적 없는 풋내기 강백호가 북산고교 농구부에서 겪는 성장 스토리를 담았다. 만화책 외에 TV 애니메이션과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로 재탄생했고, 영화로 만들어진 것도 네 차례나 된다. 1990년대 발매된 구판(31권)에 이어 2000년대에 출간된 완전판(24권)도 꾸준한 인기를 얻어 만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도 ‘슬램덩크’의 명대사 ‘왼손은 거들 뿐’은 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만화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해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더욱 각별하다. 그가 10년 전부터 영화를 만들자는 제안을 뿌리치다 직접 감독과 각본을 맡는 조건으로 수락했다.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작품이 돼야 관객들이 기뻐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이유에서였는데 애니메이션 제작 기법이 그만큼 발전돼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더해졌을 것이다. 영화 주인공은 빨강 머리 강백호가 아니고 No.1 가드 송태섭이다. 이노우에 감독은 “송태섭은 연재 당시에도 스토리를 더 그리고 싶은 캐릭터였다”며 “내가 성장하던 시기였던 20대 때 연재한 ‘슬램덩크’는 몸집이 크고 엄청난 능력과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주인공을 다뤘다. 그러나 그로부터 26년이 흐른 지금은 아픔을 안고 있거나 아픔을 극복한 존재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원작에는 없었던 많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담긴다. 다른 인물 역시 각자의 위치에서 고민하고 성장하는 에피소드가 더해졌다.‘슬램덩크’를 보며 열정을 느꼈던 30~40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은 물론, 시들해졌던 열망을 되살리기에 충분했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이나 기본적으로 움직임을 어떻게 만들어가느냐가 중요한데 이 애니메이션은 만화책을 북 찢은 듯 정지 화면이 많았다. 멈춤과 역동적인 이미지를 변증법적으로 갈아넣었다고 해야 할까? 일본 인기 록밴드 ‘더 버스데이(The Birthday’와 ‘텐피트(10-FEET)’가 참여한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은 북산고 5인방과 관객의 심장 박동을 일치하게 만들었다. 약간 신파적이거나 일본 특유의 무미건조한 개그 코드가 거슬리긴 하지만 극의 흐름을 빼앗을 정도는 아니었다. 강백호가 외치는 “왼손은 거들뿐!”, “포기하면 그 순간이 바로 시합 종료”라는 안 선생님, 채치수의 고릴라 덩크슛, 뜨거운 승부를 마친 뒤 강백호와 서태웅이 나누는 하이 파이브처럼 원작을 본 사람이라면 기억할 만한 명장면·명대사가 향수를 자극한다.영화 초반 사각사각 연필 소리와 함께 흰 화면 위에 그려지는 얇은 선들이 모여 만들어진 북산고 5인방이 살아 움직이는 장면은 원작 팬들에게 뭉클함을 안긴다. 얇은 선이 돋보이는 이노우에만의 화풍에 옅은 색이 입혀진 영화는 전반적으로 수채화 같은 느낌이지만 컴퓨터그래픽(CG)으로 구현된 선수들의 움직임, 공중에 흩날리는 땀방울, 파도가 밀려오는 장면, 부드럽게 출렁이는 림의 그물은 실제처럼 생생하다. 코트 위를 누비는 선수들 사이사이, 골대 아래 등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는 카메라 워킹은 박진감과 속도감을, 재깍거리는 초시계 소리만 들리는 북산의 마지막 반격 장면은 몰입감을 극도로 끌어올린다. 영화는 오직 한 경기, 왕산공고와의 한 판 승부만 보여주는데 마지막 10분의 박진감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이 애니메이션을 통해 푸르렀던 그 시절을 되살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124분이다.
  • ‘연기대상’ 이종석, 수상소감서 공개 고백…‘그 분’ 누구?

    ‘연기대상’ 이종석, 수상소감서 공개 고백…‘그 분’ 누구?

    배우 이종석이 ‘빅마우스’로 ‘2022 MBC 연기대상’ 대상의 영예를 안은 가운데, 수상 소감에서 언급한 ‘그 분’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 마포구 상암 MBC 미디어센터에서 ‘2022 MBC 연기대상’ 시상식이 개최됐다. 방송인 김성주, 가수 겸 배우 최수영이 진행을 맡았다. 이날 대상 시상자는 지난해 ‘검은 태양’으로 대상을 품에 안은 남궁민이 나선 가운데, ‘빅마우스’ 이종석이 호명됐다. 이종석은 지난 9월 종영한 ‘빅마우스’를 통해 약 3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종석은 “우선 너무 너무 감사하다. 제가 한 6년 전에 20대 때 연기대상을 처음 받았다. 20대 때는 이 상의 의미를 잘 몰랐었던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종석은 지난 2016년 MBC 드라마 ‘W’로 대상을 수상했다. 6년 만에 두 번째 트로피를 안게 된 이종석은 “30대가 되어서 오랜만의 복귀작으로 여러분들께 인사를 드렸는데 너무 많이 사랑해주시고 큰 상을 주셨다. 책임감과 무게감이 20대 때와는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종석은 함께 고생한 ‘빅마우스’ 감독, 작가, 배우들은 물론 스태프들의 이름을 부르며 고마움을 전했다. 또 “저희 어머니는 어제 밤부터 혹시 상 받으면 ‘수상 소감 잘 못 하니까 연습을 하라’고 하셨다. 가슴을 졸이시면서 보고 계신 것 같은데 아직까지는 제가 괜찮은 것 같다. 너무 너무 사랑하고 감사드린다”고 했다. 특히 이종석은 “군 복무를 마치고 많은 고민과 두려움과 괴로움들이 많았었는데 그때 인간적으로 좋은 방향성과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끔 도와주신 분이 있었다. 그분께 이 자리를 빌려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다. 항상 그렇게 멋져줘서 너무 고맙고 내가 아주 오랫동안 많이 좋아했다고, 너무 존경한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해 이목을 모았다. 마지막으로 이종석은 “이 시기에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돼서 이걸 동력으로 열심히 살 수 있을 것 같다. 열심히 하는 좋은 배우가 되도록 하겠다. 시청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마쳤다.
  • ‘푸틴 얼굴을 셋이나 문신으로’ 폴루닌 공연 항의에 伊극장 취소

    ‘푸틴 얼굴을 셋이나 문신으로’ 폴루닌 공연 항의에 伊극장 취소

    가슴과 양쪽 어깨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얼굴 문신이 3개가 있을 정도로 열렬한 푸틴 지지자인 무용수 세르게이 폴루닌(33·러시아)이 다음달 이탈리아 밀라노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지만 반대 여론이 빗발치자 결국 극장이 공연을 취소했다. 밀라노의 아르침볼디 극장은 30일(현지시간)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내년 1월 28∼29일 예정됐던 풀루닌의 공연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극장 측은 “불안하고 위협적인 분위기 속에서 정상적인 공연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폴루닌의 소속사와 협의 끝에 공연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폴루닌이 공연한다는 소식에 아르침볼디 극장에는 항의 이메일이 쇄도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결국 아르침볼디 극장은 공연을 취소하고 예매 티켓 3500장을 모두 환불해주기로 했다. 이번 공연은 애초 2019년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과 폴루닌의 부상 등으로 다섯 차례 연기된 끝에 내년 1월 말로 공연 일정이 확정됐다. 우크라이나 헤르손에서 태어난 풀루닌은 열아홉 살에 영국 로열발레단의 최연소 수석 무용수로 발탁된 천재 발레리노다. 타고난 재능과 뛰어난 테크닉, 매력적인 외모로 세계 발레계의 슈퍼스타로 주목 받았다. 그러나 ‘발레계의 악동’, ‘발레계의 제임스 딘’, ‘발레계의 반항아’ 등의 수식어가 보여주듯 그는 공연 전날 행방불명되는가 하면 약물 스캔들에 휘말리는 등 자주 말썽을 일으켰다. 특히 2018년 11월 인스타그램에 푸틴의 얼굴을 문신한 가슴 사진을 올리며 러시아 국적 취득 소식을 전해 충격을 줬다. 폴루닌은 지난 9월 우즈베키스탄에서 투어 공연을 하던 중 전사한 러시아 군인들을 위해 군복을 입고 춤춰 우즈베키스탄 당국으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러시아 출신 예술가와 예술 단체들은 지난 2월 24일 자국 군대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보이콧을 당하고 있다.한편 폴루닌이 남자 주인공으로 라에티샤 도슈와 불꽃 튀기는 연기를 선보이는 영화 ‘단순한 열정’(다니엘 아르비드 감독)이 내년 2월 1일 국내에서 개봉한다. 아니 에르노가 1991년 출간한 스테디 셀러를 스크린에 옮겼는데 여성의 거부할 수 없는 육체적 욕망과 탐닉에 대한 이야기를 관능미 넘치면서도 밀도 높게 담아내 제73회 칸국제영화제,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제68회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제42회 모스크바국제영화제, 제16회 취리히영화제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 유인택 경기문화재단 신임 대표이사 취임

    유인택 경기문화재단 신임 대표이사 취임

    경기문화재단은 유인택(67) 전 예술의전당 사장이 신임 대표이사로 취임했다고 30일 밝혔다.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 임기는 2년이다. 유 대표이사는 국내 최초 문화콘텐츠 벤처캐피탈인 ‘아시아문화기술투자’에서 공동대표를 역임했으며,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뮤지컬스쿨원장,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뮤지컬 단장, 동양예술극장 대표를 지냈다.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 임기는 2년이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는 한국문화예술회 위원, 2019년부터 지난 6월까지는 예술의 전당 사장을 역임한 바 있다.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 26일 유 대표이사에 대한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열고 양당 합의로 ‘적합’ 의견의 결과보고서를 채택했다.
  • ‘더 퍼스트 슬램덩크’, ‘교섭’, ‘유령’…새해 맞아 시동 거는 신작들

    ‘더 퍼스트 슬램덩크’, ‘교섭’, ‘유령’…새해 맞아 시동 거는 신작들

    새해를 맞아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을 신작들이 잇따라 얼굴 알리기에 나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홍보를 비롯해 제작 과정에 대한 소개 등으로 새해 극장가를 겨냥하고 있다. 다음 달 4일 개봉하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전국 제패를 꿈꾸는 북산고 농구부 5인방의 꿈과 열정, 멈추지 않는 도전을 그렸다. 동명의 만화 원작자인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직접 각본과 감독에 참여해 연재 이후 26년 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극장판 영화다. 원작 만화는 1990년부터 1996년까지 ‘주간 소년 점프’에서 연재하며 누적 발행 부수 1억 2000만부를 기록하기도 했다. 원작 속 캐릭터의 개성은 유지하면서 감정이 드러나는 표정, 유니폼의 질감 그리고 캐릭터의 얼굴에 흐르는 땀방울까지 섬세한 표현을 더해 완성도를 높였다. 배급사 측은 농구 경기의 실감 나는 연출을 연일 강조한다. “이노우에 감독이 직접 리터치한 작화와 컴퓨터그래픽(CG)가 더해져 신체 반응이나 공의 움직임 등 섬세한 디테일로 실제 경기를 보는 듯한 몰입감을 관객들에게 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18일 나란히 개봉하는 한국영화들도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고 있다. 최악의 피랍사건으로 탈레반의 인질이 된 한국인들을 구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한 외교관과 현지 국정원 요원의 교섭 작전을 그린 영화 ‘교섭’은 최근 ‘#교섭은내가할게’ 챌린지를 시작했다. 교섭 전문 외교관 정재호(황정민), 국정원 요원 박대식(현빈), 유일한 한국인 통역 카심(강기영)을 교통수단 및 머리장식, 말풍선 등을 선택해 나만의 스타일로 꾸미고 인스타그램에 인증하는 행사로, 추첨을 통해 소장가치가 있는 각종 경품을 준다. 배급사 측은 “시작과 동시에 1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하며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고 밝혔다. 영화는 한국 영화 최초로 요르단 로케이션으로 촬영했다. 광활하고 이국적인 풍경을 담은 임순례 감독의 연출에 황정민과 현빈 등 국내 정상급 배우들의 실감 나는 연기를 더했다.설경구·이하늬 주연 영화 ‘유령’은 1933년 경성을 배경으로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 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으며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이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를 그린 스파이 액션 영화다. ‘독전’ 이해영 감독이 연출한 작품은 밀실 추리극의 흥미와 함께 1930년대 공간들을 경성시대 특유의 분위기를 감각적으로 구현했다. 배급사 측은 최근 강렬한 컬러와 서양식 건축물들로 구성한 배경 등을 잇달아 공개했다. 지금의 을지로인 황금정 거리에 있는 극장 ‘황금관’은 극 중 차경이 즐겨 찾는 곳으로, 항일조직 스파이 유령이 암호 전달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벼랑 끝 요새 같은 호텔은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압도되는 높은 층고와 함께 구조물, 가구 등 사소한 소품 디테일까지 일제강점기에 사치를 즐긴 최고위층들의 장소임을 알 수 있다. 배급사 측은 “이 공간에 항일조직 스파이 유령의 용의자들이 감금된다”고 소개했다. 이외에도 남산 위의 신사나 경복궁의 정면을 가로막았던 조선총독부 등의 공간들이 시대적 배경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이사장에 장인경 철박물관장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이사장에 장인경 철박물관장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이사장에 장인경 철박물관 관장을 29일 임명했다. 신임 이사장 임기는 2025년 12월 28일까지 3년이다. 장 신임 이사장은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한 뒤, 한양대에서 문화인류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전 세계 130여개 국가가 회원으로 활동하는 박물관 분야 국제협의체인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아·태평양지역연합 위원장, 집행이사, 한국위원장 등을 지냈다. 올해 8월 ICOM 부위원장으로 선임돼 활동 중이다. 문체부는 “학계와 현장에서 쌓아온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재단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해 국립박물관 활성화와 국민문화 향유권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은 국립박물관이 소장·전시한 유물을 활용해 문화가치를 확산하는 사업을 하는 공공기관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전문공연장 ‘극장 용’을 운영하고 있다.
  • 소중한 사이 ‘묻어둔 상처 공감’ 더 소중해지다

    소중한 사이 ‘묻어둔 상처 공감’ 더 소중해지다

    “우리가 빨리 변해 가는 환경 속에 살고 있잖습니까. 그런데 그 바쁜 물결 속에서 놓치는 것들이 많을 것 같아요. 소중한 것들을…. 그런 현실에서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그런 연극인 것 같아요.”(신구) 가까운 사이라서 오히려 더 진솔하지 못할 때가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놓치고 서로의 상처를 들여다보지 못하다 보면 미안한 것들도 차곡차곡 쌓인다. 지난 18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개막한 연극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는 소중한 사람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챙겨 주고 싶게 하는 작품이다. 배경은 충청도 어느 소도시 변두리의 폐관을 앞둔 단관 극장 ‘레인보우 씨네마’. 극장주 조한수와 초대 주인이자 아버지 조병식, 아들 조원우 3대가 44년을 지켜 온 이 영화관은 폐관하기 전 마지막 상영을 준비한다. 어느 날 태풍이 몰아쳐 등장인물 모두 극장에 모였을 때 갑자기 전기가 나간다. 음울한 분위기를 빌려 조씨 삼부자는 10년간 한 번도 제대로 이야기한 적 없던 공통의 상처에 대해 이야기한다. 각자의 아픔을 털어놓으며 폭우가 내린 흙길처럼 감정이 엉망진창인 대화가 지나간 뒤 상처를 비로소 정면으로 마주한 이들 앞에 무지개가 나타난다. 마지막 상영까지 무사히 마치면 윌리엄 워즈워스의 시 ‘내 가슴이 뛴다’의 구절이 연극의 제목이 된 이유에 공감하게 된다. 2018년 초연한 이 작품은 교내 따돌림, 가족 부양 문제, 성 소수자 문제 등 소외된 아픔들을 담담하면서도 따뜻하게 풀어냈다. 작품성을 인정받아 2020년에는 서울연극제 대상을 받았다. 구태환 연출은 “이 작품은 공감에 관한 이야기”라며 “공감이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어떤 일을 당했을 때 남의 일이 아니라 마치 내 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같이 기뻐해 주고, 슬퍼해 주고, 공감력이 제대로 작동하는 사회는 굉장히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한다”면서 “일곱 색깔이 만나 어우러져 아름다운 무지개가 만들어지듯 일곱 명의 다른 인물이 서로 공감하고 이해하면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고 설명했다. 좋은 이야기에 더해 배우들의 연기 욕심이 남달라 작품은 더 특별한 힘을 얻는다. 지난 10월 끝낸 연극 ‘두 교황’을 할 당시 건강이 좋지 않았던 신구는 연극을 다시 하는 이유에 대해 “하고 싶으니까 한다”며 “내가 참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했다”고 말했다. 조한수 역의 손병호도 “신구 선생님 말씀대로 무대 서는 게 좋으니까 무대를 고집하게 된다”면서 “무대에 섰을 때 기쁨이 커서 기회가 된다면 많은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 그렇게 살아가는 게 큰 희망과 꿈”이라고 말했다. 영화 필름에 쌓인 먼지를 털어 내듯 묵었던 사연을 털어 내는 이야기가 끝나고 나면 가까운 이를 생각하는 마음이 한결 순하고 부드러워지게 된다. 내년 2월 19일까지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다.
  • ‘전주’ 100년 노포의 품격… 그곳에 가면 허리끈부터 푸시게

    ‘전주’ 100년 노포의 품격… 그곳에 가면 허리끈부터 푸시게

    전북 전주에는 사불여(四不如)라는 말이 전해온다고 한다. “관리는 아전만 못하고, 아전은 기생만 못하고, 기생은 소리만 못하고, 소리는 음식만 못하다”라는 뜻이다. 예부터 음식 문화가 특히 발달한 곳이 전주라는 표현일 테다. 이번 여정은 전주의 음식 문화 탐방이다. 그 가운데 전주 원도심의 노포(오래된 가게) 톺아보기가 주제다. 전주에 눈이 왔다. 펑펑 쏟아졌다. 현지인들에 따르면 1년에 두 번 보기 쉽지 않은 게 눈이라던데, 운이 좋았던 모양이다.●요릿집·기생집 거쳐 카페로 변신 ‘행원’(전주미래유산 18호)부터 간다. 설경과 더없이 잘 어울리는 한옥 카페다. 풍남문 바로 아래 있다. 흔히 ‘은행나무 정원’이라고 알려진 행원(杏園)을 ‘살구나무 정원’이라고 정정해 준 이는 김경미(58) 대표다. 전북전통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이면서 행원의 대표도 겸하고 있다. 그는 “행(杏) 자는 보통 은행나무를 뜻하지만 살구나무라는 뜻도 있다”며 “예부터 남정네들이 행원촌을 유곽을 뜻하는 은어로 사용했던 만큼, 행원 역시 은행나무보다 살구나무 정원으로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드물긴 해도 문학작품 등에서 살구꽃을 논다니로 표현하고 있는 것에 비춰 볼 때 김 대표의 지적은 꽤 타당해 보인다. 행원은 1928년 ‘식도원’이란 조선요리전문점으로 출발했다. 1938년엔 ‘낙원’이라는 기생 요릿집으로 바뀐다. 기생을 양성하는 권번의 역할도 병행했다. 행원이 서울의 삼청각처럼 전주를 대표하는 요정으로 자리잡은 건 이때부터다. 1942년엔 ‘전주의 마지막 기생’이라 불리는 남전 허산옥(1926~1993)이 ‘낙원권번’을 인수했다. 보통은 이때 상호가 ‘행원’으로 변경됐을 것이라 추정하지만 김 대표는 “정확한 명칭 변경 연대는 알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후 몇 차례 업태와 소유자가 바뀌다 2017년께 음식점으로서의 긴 역사를 접고 카페로 탈바꿈했다. 행원은 일본식 한옥 구조가 독특하다. 앞마당에 정원을 두지 않는 우리 전통 조경법과 달리 ‘ㄷ’ 자 건물 안쪽에 작은 연못과 정원을 조성했다. 전형적인 일본식 조경이다. 정원을 에워싼 건물은 한옥 형태다. 이 안에 복도 등 일본식 구조가 혼합돼 있다. 사실 행원의 자태가 절정일 때는 봄이다. 정원의 철쭉 두 그루가 각각 흰꽃과 붉은꽃을 틔워 낸다. 이 모습 하나만으로도 행원을 찾을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행원의 시그니처 음료는 쌍화차다. 거무튀튀하고 묵직한 곱돌그릇에 낸다. 수수부꾸미 등 전통 주전부리를 곁들일 수도 있다. 주말엔 전통 공연도 열린다. 가야금과 대금이 만들어 내는 청아한 소리가 ‘사르락’ 눈 내리는 소리와 조응할 때면 딱 별유천지다. 전통 음식 만들기 체험 등의 프로그램도 있다. 행원의 쌍화차가 고급스럽고 양반적이라면, 남부시장 ‘은혜휴게실’의 쌍화차는 투박하면서 서민적이다. 행원이 풍남문 안쪽, 은혜휴게실이 성 밖에 있다는 점도 차이다. 가격도 2000원에 불과하다. 매실차, 식혜 등의 음료는 거기서 절반인 1000원이다. 그렇다고 재료가 허술하지도 않다. 20여가지에 달하는 재료로 쌍화차를 끓여 낸다. 고물가 시대에 믿기 힘들 만큼 ‘착한’ 가격인데, 주인장은 “박리다매”라며 웃었다.●콩나물국밥·팥죽… 서민 음식의 보고 남부시장은 ‘서민 음식의 보고’라 부를 만하다.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음식과 만날 수 있다. ‘현대옥’은 토렴식 콩나물국밥으로 유명한 집이다. 수란과 오징어를 곁들여 먹는다. ‘동래분식’은 팥죽, 팥칼국수 등으로 알려졌다. 일반 칼국수 등도 판다. ‘조점례남문피순대’ 등 피순대가 맛있는 집도 즐비하다. 시장에서 풍남문 건너엔 ‘세은이네’가 있다. 원래 국수로 입소문 난 집인데, 저녁엔 해물샤부샤부 등 주문형 식단도 운영한다. 전주의 노포들이 주로 자리잡은 곳은 한옥마을 주변이다. 한옥마을에서 반경 1㎞ 안에 있다고 보면 틀림없다. 한옥마을은 전주를 넘어 대한민국에서도 손꼽히는 명소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의 세력 확장에 대한 반발로 조선인들이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근대식 한옥들을 짓기 시작하면서 형성됐다고 한다. 일부에선 일본인들이 중심 상권으로 쏟아져 들어오자 이를 견디지 못한 조선인들이 풍남문 밖으로 밀려나면서 일종의 젠트리피케이션처럼 형성됐다고 보기도 한다.●핫플 객사길에서 맛보는 일품 불갈비 전주는 서울처럼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였다. 동서남북에 각각 문이 있었는데, 지금은 남쪽을 지키던 풍남문(보물)만 남았다. 일본인들이 허문 성벽은 대부분 소실됐는데, 그중 일부가 경기전 앞 전동성당(사적)의 초석으로 남아 있다. 1978년 문을 연 ‘효자문식당’은 불갈비로 유명한 집이다. 기름층을 제거하는 직원만 따로 둘 만큼 갈비 손질에 정성을 들인다는 집이다. 소문대로 갈비가 담백하고 고소하면서 씹는 맛도 일품이다. 직접 담근다는 김치 맛도 빼놓을 수 없다. 생긴 건 묵은지와 비슷한데 맛은 좀 더 상큼하다. 당면을 넣지 않은 갈비탕도 퍽 인상적이다. 요즘 전주의 ‘핫플’로 떠오른 전주객사길에 있다.‘태봉집’은 복어, 아구, 홍어 등을 찜과 탕으로 내는 집이다. 복어 맑은탕에 곁들여 먹는 복어 곤이가 독특하다. 연한 순두부처럼 생겼는데 씹는 맛은 없지만 담백하고 특유의 고소한 맛이 난다. 잘 쓰이지 않는 식재료인데 홍어애처럼 부러 찾는 이들도 있다. 역시 전주객사길에 있다.태봉집 바로 앞엔 ‘카페 한채’가 있다. 이름 그대로 옛 2층 양옥집 전체를 카페로 활용하고 있다. 말차 슈페너, 슈가케인라테 등 독특한 디저트 음료로 유명하다. ‘경우’는 한옥 카페다. 시그니처 음료는 얼그레이사과우유다. 이름처럼 얼그레이를 베이스로, 직접 담근 사과청과 우유크림 등을 넣어 만든다. 매우 달달해 피로를 풀기 좋다. 두 곳 모두 객사길에 있다.●미술과 문학·술·음악까지 모두 섭렵 밤 시간을 보낼 만한 곳도 있다. ‘초원편의점’은 1세대 전주 ‘가맥’(가게맥주)집 중 하나다. ‘가맥’의 특징은 각 가게의 독특한 소스, 안줏거리 등에 있다. 이 집 역시 계란말이와 망치로 두드려 편 갑오징어 등의 안주로 유명하다. 완산경찰서 바로 앞에 있다. ‘더뮤지션’은 재즈 공연이 펼쳐지는 라이브 주점이다. 낡은 극장을 소극장 형태의 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실내는 2층이다. 반짝이는 미러볼 아래서 음악을 들으며 느슨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른바 ‘객리단길’ 바로 옆에 있다.이제 쉼터 노릇을 하는 공간들을 소개할 차례다. 다가여행자도서관은 예전 요양병원을 여행 특화 도서관으로 꾸민 곳이다. 여행자를 위한 쉼터도 갖췄다. 의자에 앉아 책을 보거나 안방처럼 앉아서 쉴 수 있다. ‘다가독(讀)방’, ‘머물다가’, ‘노올다가’ 등 독특한 공간도 많아 도서관치고는 드물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인증샷 명소가 됐다. 볼거리 많은 차이나타운 초입에 있다. 전주현대미술관은 옛 제약회사 건물을 재활용한 대안미술공간이다. 원도심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데 전주 옛 거리를 꼼꼼하게 살피려는 도보 여행자들이 우연히 들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다가여행자도서관에서 두 블록 정도 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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