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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극우파 “위안부는 창녀”… 美신문에 가증스러운 광고

    일본 극우파들이 미국 뉴저지주의 위안부 기림비에 ‘말뚝 테러’를 한 데 이어 미 언론에 “위안부는 창녀”라는 주장을 담은 광고를 게재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언론인, 교수, 정치평론가 등으로 구성된 일본 극우조직 ‘역사적 사실 위원회’는 지난 4일 뉴저지 지역 신문인 ‘스타레저’에 일본군 위안부 관련 사실을 호도하는 내용의 전면 광고를 게재했다. ‘그래, 우리는 팩트(사실)들을 기억한다’는 제목의 광고는 한국의 홍보 전문가 서경덕 교수와 가수 김장훈씨 등이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과 뉴욕 타임스스퀘어 광고판에 올린 ‘당신은 기억하십니까?’라는 광고를 반박하는 형식이다. 이들이 주장한 ‘세 가지 팩트’는 “위안부 모집은 민간 브로커들이 했다.”, “일본 정부는 불법 브로커들을 단속했다.”, “성노예는 존재하지 않았고 직업적인 창녀들의 수입은 장군의 월급을 능가했다.”로 이뤄졌다. 이들은 특히 “합법적인 매춘부들은 어느 전쟁에나 존재했다. 그들은 대접을 잘 받았다. 전쟁 중에 그들이 곤란을 당한 것은 슬픈 일이지만 어린 여성들을 성노예로 끌고 갔다거나 20세기 최대의 인신매매 범죄라고 우기는 것은 일본 군대를 고의로 훼손하려는 의도”라고 강변했다. 현지 한인단체 관계자는 “미국 신문에 위안부 역사를 부정하는 광고를 실은 자들의 뻔뻔함이 가증스럽다.”면서 “일본이 아직도 전 세계의 보편적인 인권 이슈를 외면하고 역사 왜곡을 일삼고 있어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경제포커스-현대車 연비 파문 확산] 글로벌 견제·성장통 해석 분분… 품질경영이 신뢰회복 관건

    [경제포커스-현대車 연비 파문 확산] 글로벌 견제·성장통 해석 분분… 품질경영이 신뢰회복 관건

    현대기아차가 미국 내 연비 과장 논란으로 사면초가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최근 현대기아차의 연비가 실제보다 높게 발표됐다는 소비자단체의 주장을 받아들여 연비를 평균 3% 낮추도록 권고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EPA 권고를 받아들여 바로 연비 라벨을 교체했을 뿐 아니라 발 빠르게 사과문을 게재하고 소비자 포상 프로그램 등으로 미국 소비자의 신뢰 회복에 나섰다. 보상 차량 대수는 미국 90여만대와 캐나다 17만 2000여대 등 107만대를 넘어섰고, 보상금액도 1000여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미국에서 7억 7500만 달러(8439억여원) 규모 집단 소송이 제기됐고 캐나다에서도 소비자 소송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또 국내 소비자들도 연비 관련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 30여년간 쌓아온 현대차에 대한 신뢰에 흠집이 난 것은 물론이다. 이를 두고 사소한 실수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처럼 북새통을 떠는 것은 부쩍 커버린 현대차에 대한 글로벌 견제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현대차의 연비에 대한 의문은 가시지 않고 있고, 현대기아차가 이번 사태에 대해 너무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반응도 없지 않다. 여기에 고속 성장에 따른 부작용이라는 지적도 곁들여진다. 현대기아차 연비 과장과 관련된 의문점을 짚어봤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연비 측정의 ‘저항계수값’이다. 연비는 도로 상태와 공차 중량, 온도 등 다양한 조건값, 저항계수에 좌우된다. 주행 저항 측정은 어떤 업체든 미국공업협회의 규정에 따른다. 이 규정의 애매모호한 문구가 논란의 원인이다. 규정에 따르면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혹은 그에 따르는 수준의 표면에서 테스트한다.’고 적혀 있다. 따라서 현대차는 그동안 주행저항 측정을 남양 연구소 주행 시험시설 아스팔트 도로에서 했다. 그런데 이번에 EPA가 그 점을 문제 삼았다. 규정상의 ‘아스팔트’는 ‘미국의 아스팔트’라는 것이다. 미국 도로 대부분은 국내와는 달리 시멘트 도로로 구름저항(바퀴가 돌 때의 저항)이 크다. 따라서 이번 테스트 결과 평균 3% 연비가 하락했다. 현대기아차가 이를 인정하고 발 빠르게 대응한 것은 맞지만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다.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26일 현대차 연구·개발(R&D) 부문의 사장 인사를 단행할 때 이미 EPA 결과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지난 2일(현지시간) EPA 발표 전에 먼저 보상계획을 발표하는 등 수습에 나섰더라면 지금처럼 상황이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번 미 연비사태가 현대기아차에 대한 글로벌 견제의 일환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번 연비사태를 주도한 미국 소비자단체인 워치독은 미국인의 세금이 많이 들어간 GM 차를 사는 게 소비자에게 이익이라는 식의 보수적인 주장을 펼치는 극우성향 단체이다. 이들은 최근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에 대해 2000여억원의 배상 판결을 받아내기도 했다. 워치독 등 미국 내 보수성향 단체들은 신차 판매 10대 중 1대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하는 현대기아차가 GM 등 자국 업체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보고 있다. 따라서 현대기아차에 대한 견제의 목소리는 적지 않았고, 현대기아차도 이를 알고 있으면서도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현대차의 전략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현대기아차가 세밀한 전략을 세우지 않는다면 언제든 제2의 연비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움직임과 수입 규제 조치 등에 대한 정보 수집과 분석,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가 현대기아차 고속성장의 부작용이라는 의견도 있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100만대 판매를 2년 연속 돌파하고, 중국과 브라질 등에 연이어 공장을 준공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런 급성장 뒤에는 반드시 ‘성장통’이 따르기 마련. 정몽구 회장이 지난해부터 품질경영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를 미연에 막지 못했다. 실제로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그랜저 배기가스 유입으로 국내에서 한 차례 소동을 겪었고 기아차 레이의 시동 꺼짐현상 등 크고 작은 결함이 발견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연비 효율 말고도 벨로스터 선루프 파손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처럼 해마다 수십종의 신차와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을 선보이고 판매 차량이 많아질수록 차량 결함이 늘고 있다. 2009~2010년 가속페달 문제로 내리막길을 걸은 토요타의 전철을 밟을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권위 있는 소비자 전문기관인 ‘컨슈머리포트’는 최근 현대차의 품질 신뢰성이 지난해 대비 6단계 하락한 17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은 “품질과 고객 서비스에 대한 좀 더 엄격한 진단과 대응으로 얼마나 빨리 성장통을 극복하느냐에 현대기아차의 미래가 달렸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백인 보수층 견제 딛고 “4년 더” 신화… 美 인종민주화 가속화

    백인 보수층 견제 딛고 “4년 더” 신화… 美 인종민주화 가속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선 승리는 미 국내적으로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 재선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 오바마는 4년 전 최초의 흑인 대통령 당선이라는 역사를 만들었고, 재선에 성공함으로써 역사를 새로 쓰게 됐다. 물론 4년 전 오바마의 당선은 ‘오바마 바람’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역사적 대사건으로 평가됐다는 점에서 이번 재선 성공은 그에 못 미친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재선 성공의 의미가 더 클 수도 있다. 2008년 대선 승리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실정(失政)에 따른 반사적 이익의 측면이 있는 반면 이번에야 말로 흑인으로서 순수하게 실력으로 당선됐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지난 4년간 ‘흑인 대통령’을 심리적으로 거부하며 정통성을 부여하지 않았던 백인 보수층의 목소리는 한층 위력을 잃을 수밖에 없게 됐다. 사실 오바마는 ‘미국의 1인자’ 자리에 올랐음에도 지난 4년 간 흑인을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 백인 보수층의 끊임없는 인종차별적 견제에 시달렸다. 잰 브루어 애리조나 주지사가 대통령인 자신의 면전에 삿대질을 하며 비난을 퍼부었던 일과 일부 극우파가 자신을 케냐 출생이라며 줄기차게 의혹을 제기했던 일, 백인 경찰관의 공무집행을 비판해 논란에 휩싸인 오바마에게 해당 경찰관이 백악관 맥주 회동을 제안한 일 등은 백인 대통령이었더라면 감히 있을 수 없는 사건이었다. 더욱이 오바마는 이런 일들에 대놓고 맞비난을 하지 못했다. 선거가 흑·백 대결 구도로 가면 불리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오바마로서는 이런 수모를 견뎌내고 흑인 대통령 재선이라는 신화를 쓴 셈이다. 오바마의 재선 성공을 통해 미국 사회에서 흑인의 위상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흑인에게 국정을 맡긴 데 대한 국민적 평가가 어찌됐든 합격점을 받은 셈이기 때문이다. 흑인들이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에서 ‘묻지마 몰표’를 던진 것은 오바마의 실패를 자신들의 실패로 받아들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공화당 정부에서 흑인으로서 국무장관을 지낸 콜린 파월까지 오바마 지지를 선언한 것은 흑인들의 위기의식을 웅변한다. 흑인뿐 아니라 히스패닉과 아시아계 등이 오바마에게 전폭적 지지를 보낸 데에도 미국 사회 내 유색인종의 약진이라는 염원이 담겨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백인 천하였던 미국은 이제 흑인 대통령의 재선 성공으로 ‘인종적 민주화’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인구구성비 변화 추이상 갈수록 백인 인구 비율이 줄고 유색인종이 늘어나는 만큼 공화당은 생존을 위해 백인 보수층과 부유층 위주의 노선을 심각하게 재고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번 대선 국면에서 오바마는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동성결혼 합법화에 찬성 입장을 밝혔고, 낙태에 있어서도 여성의 선택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단언하는 등 역대 대통령들이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모호한 자세를 취했던 이슈에 대해 선명한 입장을 주저하지 않았다. 결국 오바마의 승리를 계기로 미국 사회의 이념 전선은 한층 ‘왼쪽’으로 이동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이후 실업률이 7.2%가 넘은 상황에서 재선에 성공한 첫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세웠다는 점도 오바마에게는 의미가 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日 ‘극우 대연합’ 자중지란

    일본의 차기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민주·자민당을 위협할 것으로 예측되는 제 3세력이 공천권과 이념 논쟁으로 공동 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하시모토 도루(왼쪽) 오사카시장이 이끄는 일본 유신회는 이시하라 신타로(오른쪽) 도쿄 전 지사와 합치기로 한 ‘일어나라 일본당’과 정책이 다르고, 당 집행부가 너무 노회하다는 이유로 선거 연대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하시모토 시장은 지난 5일 “정책과 가치관의 일치가 일본 유신회의 정체성”이라며 “일어나라 일본당과는 컬러가 다르다.”고 연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는 자민당의 아류로 치부되는 일어나라 일본당과의 무조건적인 통합은 ‘정치적인 야합’이라는 비판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오사카 등 서일본에 강세를 보이는 일본 유신회는 중의원 선거에서 모든 지역구에 1번 후보를 옹립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어 동일본을 근거지로 하는 민나노당과 충돌할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일본 유신회의 간사장인 마츠이 이치로 오사카부 지사는 “각 지역의 제 1 선거구는 도도부현의 중심이다. 이 곳이 승부처”라며 모든 지역의 제 1 선거구에 후보를 낼 뜻을 밝혔다. 지역 정당인 일본 유신회는 아직 전 지역에 강력한 지방조직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무당파층이 많은 제 1선거구에 주력할 계획이다. 하지만 동일본 지역에 근거를 둔 민나노당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당 소속 현역 의원 11명이 지역의 제1 선거구를 차지해야한다며 맞서고 있다. 정책협의에 들어간 두 당은 제1선거구 후보 문제가 연대에 최대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시하라 전 시장과 민나노당과의 연대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이시하라 전 시장과 일어나라 일본당은 원전을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나노당은 ‘탈 원전’을 주창하는 등 여러 정책분야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오바마냐 롬니냐… 美 오늘 대선] 오바마는 누구

    재선에 도전하는 민주당 후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4년 전 첫 흑인 대통령 당선이라는 역사를 쓴 인물이다. 재선에 성공하면 첫 흑인 대통령 재선이라는 미 역사상 전인미답의 새 길을 걷게 된다. 오바마는 미국에 유학 온 아프리카 케냐 출신의 흑인 아버지와 미국 캔자스주 출신의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아버지가 하버드대 박사 과정을 마치고 ‘아프리카와의 약속을 지키겠다’며 급거 귀국하는 바람에 오바마가 2살 때 부모는 이혼을 했다. 이후 오바마는 재혼한 어머니를 따라 인도네시아와 하와이를 전전하며 백인도 흑인도 아닌 정체성에 혼란을 겪었다. 오바마는 피부색으로 인한 모욕과 냉대에 좌절해 마리화나와 술에 탐닉하기도 했다. ●어릴 적 정체성 혼란에 마리화나 탐닉도 그는 미국 옥시덴털 칼리지에서 2년을 다니다 컬럼비아대학 정치학과에 편입해 국제관계학을 전공했다. 그 후 직장 생활을 하다가 1988년 하버드대 로스쿨에 입학해 1991년 박사학위를 땄다. 오바마는 시카고에서 변호사 활동을 하다가 1993년부터 2004년 일리노이주에서 미 상원의원에 당선될 때까지 시카고대 로스쿨에서 헌법을 강의했다. 그는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이었던 2004년 7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좌중을 휘어잡으면서 ‘전국구 스타’로 급부상했다. 이어 2008년 대선 민주당 경선 때 ‘대세론’을 구가하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현 국무장관)을 꺾고 후보가 됐다. 오바마는 2008년 대선에서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를 누르고 큰 표 차로 당선됐다. 당시 첫 흑인 대통령으로서 오바마는 ‘변화’를 갈구하는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상원의원 시절 기조연설로 ‘전국구 스타’에 하지만 미국의 1인자 자리에 올랐음에도 지난 4년간 흑인인 자신을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 백인 보수층의 끊임없는 견제에 시달렸다. 잰 브루어 애리조나 주지사가 대통령인 자신의 면전에서 삿대질을 하며 비난을 퍼부었던 일과 일부 극우파가 자신을 케냐 출생이라며 줄기차게 의혹을 제기했던 일 등은 백인 대통령이었더라면 감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오바마는 대놓고 맞비난을 하지 못했다. 선거가 흑백 대결 구도로 가면 불리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이번 대선에서 비록 승리하더라도 압도적 표 차로 당선됐던 4년 전과 달리 근소한 표 차로 가까스로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4년 전 엄청난 인기를 모으며 대통령에 당선된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상황이다. ●백인보수층 견제… 여소야대 줄다리기 예고 이번 선거가 박빙이라는 점에서 선거가 끝난 뒤 후유증도 클 전망이다. 따라서 오바마는 재선되더라도 선거로 갈라진 민심을 수습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대선과 동시에 치러지는 하원 선거에서는 공화당이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어서 오바마는 재선에 성공할 경우 공화당과 4년 더 여소야대로 줄다리기를 해야 한다. 오바마의 가장 큰 과제는 역시 경제 회생이다. 경제를 살리지 못할 경우 역대 최저의 지지율로 쫓기듯 백악관을 떠났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우려가 있다.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대외 정책 중 가장 관심이 가는 분야는 중동정책이다. 지난 4년간 ‘전쟁 지양’을 대외 정책 기조로 추구해 온 오바마가 과연 이스라엘의 이란 핵 시설 공격을 용인할지가 관건이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Obama] *나이:51세 *출생:하와이 *학력:하버드대 법대 *경력:시카고대 법대 교수,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연방상원의원, 대통령 *가족:부인 미셸과의 사이에 2녀 *종교:개신교
  • 아침조회, 극장서도 애국가 안부르는데…그라운드서만 국민의례?

    아침조회, 극장서도 애국가 안부르는데…그라운드서만 국민의례?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삼천리 화려 강산의/(중략)/대한사람 대한으로/길이 보전하세로/각각 자리에 앉는다/주저앉는다.’ 황지우 시인의 시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는 영화 상영 전 애국가를 부르고 대한뉴스를 봤던 1980년대 군사정권의 극장 풍경을 묘사했다. 반공·국가주의가 한창이었던 시절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모습이다. 극장의 애국가도, 애국 조회도 사라진 세상이지만 스포츠 경기장에서는 여전히 국민의례를 한다. 지난 1일 끝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도 가수 패티김, 소찬휘, 이적 등이 애국가를 불렀다. 금발의 외국인 선수도, 치킨과 맥주를 든 관중도 ‘동해물과 백두산이’를 위해 일제히 일어섰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때부터 쭉 그랬다. 문화체육관광부나 대한체육회에 관련 강제 규정은 없지만 야구는 물론 프로농구와 프로배구도 애국가로 경기를 시작한다. 체육계 일부에선 관행으로 이어져 온 ‘경기장 국민의례’에 대해 생각해 볼 시점이라고 말한다. 정윤수 스포츠 문화 평론가는 “국민의례 자체가 국민 총화단결을 목표로 한 국가주의 시대의 잔재이므로 국가 대항전이 아니라면 없어져야 한다.”면서 “오히려 팀별로 특색 있고 상징적인 노래를 만들어 부르면 재미도, 의미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희준 동아대 생활체육학과 교수도 “3S정책(전두환 정권 시절 영화(screen), 스포츠(sport), 섹스(sex)로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유도하려는 정책)에서 시작된 한국 프로스포츠는 별 고민 없이 국가 이데올로기를 유지해 왔다.”면서 “한국시리즈처럼 타이틀이 걸린 경기는 부분적으로 허용하더라도 스포츠는 스포츠 자체로만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의 경우 그라운드에서 국가를 부르면 극우파 취급을 받는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는 선수들이 ‘EPL 노래’에 맞춰 입장하고 팬들이 ‘블루 이즈 더 컬러’(첼시), ‘유 윌 네버 워크 얼론’(리버풀) 등 구단 응원곡을 자연스럽게 합창한다. 프로축구 K리그도 성남을 제외한 15개 구단이 애국가 대신 ‘서포터스 헌정가’나 자기 팀의 색깔을 표현하는 고유의 노래를 튼다. 우리나라는 미국 스포츠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다민족, 다인종이 모인 데다 역사가 짧은 미국은 전통적으로 스포츠를 통해 국가주의를 강조해 왔다. 프로야구(MLB), 프로풋볼(NFL), 프로농구(NBA) 등이 시작 전에 국가를 틀고 메이저리그는 9·11테러 사건 후 7회가 끝나면 ‘제2의 국가’인 ‘가드 블레스 아메리카’까지 부른다. 반대로 애국가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역 연고제가 완벽히 정착된 야구에서 ‘자기 팀’을 외치며 대립하던 팬들이 한목소리로 애국가를 부르면서 공동체 의식을 느끼고 지역 갈등을 희석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김기한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스포츠의 순기능에는 사회 통합 기능도 있다.”면서 “국민 정서상 큰 거부반응이 없는 상태에서 굳이 국민의례를 없애야 할 당위성을 못 느끼겠다.”고 말했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 관계자도 “일상에서는 국민의례를 접하기 힘든데 코트에서 한국인이라는 소속감과 자부심을 느끼는 것도 필요하다.”면서 “선수로선 경기에 임하는 결의를 다지는 계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격동의 시대 日우경화 큰일”

    한때 일본 정치를 쥐락펴락했던 일본 국민생활제일당의 오자와 이치로(70) 대표가 정치권의 우경화를 크게 우려했다. 차기 중의원(하원) 선거를 앞두고 우익 정당들이 잇따라 창당되는 상황에서 일본의 비중 있는 정치인이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은 처음이다. 오자와 대표는 29일 인터넷 포털 야후 재팬에 게재된 ‘주간 아사히’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당정치의 향후 흐름과 관련, “세계적인 격동의 시대에 극단적 논의(극우)가 나오고 있어 큰일”이라면서 “갈수록 극단적 논의가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 정권에서 현직 각료가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 담화를 부정하는 등 일본 정치권의 우경화는 심각하다. 특히 독도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한국, 중국과 갈등을 빚으면서 우경화 흐름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오자와 대표는 “일본은 2대 정당(양당) 중심의 의회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아직 진전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가장 큰 책임은 국회의원에게 있지만 이들을 선택한 국민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오자와 대표는 지난 2009년 민주당 정권을 출범시킨 뒤 관료개혁, 정치주도, 아시아태평양 중시 외교, 대등한 미·일 관계 등을 내걸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정권은 2년 동안 한국, 중국과의 우호 관계를 유지했지만 지난해 9월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취임한 이후 우경화의 길을 걸어 ‘도로 자민당’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오자와 대표는 민주당에서 소비세 인상을 추진하는 노다 총리와 대립하다가 지난 7월 자파 의원 49명을 이끌고 탈당해 반(反)증세, 탈(脫)원전을 내걸고 생애 네 번째 신당인 국민생활제일당을 창당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뭉치는 日 ‘제3세력’… 극우파워 커지나

    일본 정치권에서 차기 중의원(하원)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자민당, 공명당 등 기존 체제에 대항하는 ‘제3세력’의 연대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우익 정치인인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시장이 이끄는 일본유신회가 극우 정당 창당을 선언한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 지사와 정책 공조를 협의하기로 했다. 이시하라 도쿄도 지사는 우익 정당인 ‘일어나라 일본’을 모태로 다음 달 신당을 만들 예정이다. 28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하시모토 대표는 전날 오사카에서 열린 당 간부회의에 참석해 “이시하라와 정책의 방향성이 같다.”면서 정책 공조 등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시모토와 이시하라는 영토문제와 국방력 강화, 정치 및 교육개혁 등에서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 두 사람은 또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시모토는 헌법 개정 요건 완화를 통해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헌법 제9조)의 존속 여부를 국민투표로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시하라도 현행 헌법을 폐기하고 핵무기 보유 등 우경화된 헌법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본유신회는 중·참의원 14명이 소속된 ‘다함께당’과도 26일부터 정책 협의를 시작했다. 일본유신회는 오사카 등 간사이 지방에 기반이 있고, 다함께당은 지난 2010년 참의원 선거 당시 도쿄 등 간토 지방에서 인기를 끌었다. 그런 점에서 일본유신회가 이시하라 신당, 다함께당과 연대를 모색하는 것은 ‘동서연대’ 선거전략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기에다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 지사가 이끄는 ‘일본 제일 아이치회’도 ‘주쿄(中京) 일본유신회’를 만들어 하시모토와 선거 공조의 틀을 이뤘다. 이처럼 일본유신회와 일본 제일 아이치회 등 지역 정당은 기존 정당에 대한 염증과 정치권의 이전투구에 따른 국정 혼란, 중앙정치에서 소외된 지역의 반발 등을 이용해 기성 정당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며 제3세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집권땐 집단자위권 행사…2045년까지 美軍 철수”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이 이끄는 일본유신회가 26일 극우 성향을 극명하게 보여 주는 총선(중의원 선거) 공약안을 공개했다. 일본유신회는 외교안보 공약으로 동맹국이 공격받을 경우 자국이 공격받은 것으로 간주해 공격할 수 있는 권리인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제시했다. 또 이를 용인하지 않는 정부의 헌법 해석도 바꾸겠다고 공약했다. 아울러 독도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 등 영토 문제 타협불가 입장을 천명했다. 또 2045년을 목표로 외국 군의 일본 주둔을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자체 국방력을 강화한 뒤 오키나와를 비롯한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을 모두 철수시키겠다는 것이다. 정치분야 공약으로는 헌법을 개정해 임기 4년의 총리 공선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집권당 의원과 당원 의견만 반영되는 현재의 총리 선출 방식을 바꿔 국민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옥상옥’으로 지적되는 참의원(상원) 폐지도 추진한다. 현재 480명인 중의원 정원을 240명으로 반감하고, 세비와 경비를 30% 삭감하기로 했다. 모든 원전은 2030년까지 철폐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A)에 참여하기로 했다. 교육 분야의 우경화 공약도 눈에 띈다. 교육개혁을 단행해 일본의 역사와 전통에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역사 교육을 강화하고, 교육위원회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이는 학생들에게 왜곡된 역사를 가리키겠다는 뜻이다. 이번 공약은 급진적인 데다 이상에 치우쳐 실현 가능성이 의문시된다는 지적이 많다. 앞서 하시모토 시장은 전날 신당 창당을 선언한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도 지사와의 공조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시모토와 이시하라의 선거 공조가 이뤄지면 차기 총선에서 제1당이 될 가능성이 높은 자민당과 함께 우익 경향의 정책들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치권의 극우화가 더욱 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日극우 이시하라 “신당 창당”

    일본의 대표적 극우 정치인인 이시하라 신타로(80) 도쿄도 지사가 지사직을 사임하고, 신당 창당 계획을 발표했다. 이시하라 지사는 25일 기자회견을 갖고 “신당을 만들어 동료들과 함께 국회에 복귀하려 한다.”면서 “신당 결성은 당장이라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자민당 시절 참의원과 중의원, 환경청 장관, 운수상(현 국토교통상)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4월 도쿄도 지사 4선에 성공해 4년 임기 중 18개월 정도 재임했다. 이른바 ‘이시하라 신당’에는 히라누마 다케오 대표가 이끄는 우익 정당인 ‘일어나라 일본’ 등 현역 의원 5명이 참여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시하라 신당은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이 이끄는 일본유신회와도 공조할 방침이다. 하시모토 시장도 기자회견에서 이시하라 신당에 대해 “함께 다양한 대화를 해야 한다.”며 공조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시하라 지사와 하시모토 시장이 차기 총선에서 연대할 경우 도쿄와 오사카를 중심으로 상당한 파괴력이 예상된다. 기존의 민주당과 자민당의 두 거당 체제를 무너뜨릴 제3세력으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푸틴 3기’ 보수·우경화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밤 11시 이후에 고함을 치거나 발을 구르는 행동을 하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개가 짖어도 개 주인이 처벌받는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의회가 주민들의 숙면을 위해 제정한 ‘야간소음단속법’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다. 아동에 대한 유해 정보 관리법에 따라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지난주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의 공연 관객을 16세 이상으로 제한한다고 공지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3일(현지시간) 오랫동안 ‘유럽을 향해 열린 러시아의 창’으로 불렸던 상트페테르부르크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집권 3기에 접어들면서 급격히 보수·우경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유주의자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 아래서 목소리를 낮추고 있던 보수주의, 애국주의 성향의 관료들이 푸틴 재집권과 동시에 냉전 시대의 레토릭을 구사하며 옛 영광 재현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의회는 지난 3월엔 미성년자에 대한 동성애 선전 금지 조례를 채택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푸틴은 지난 12년간 정치 엘리트와 관료 사회에서 보수주의와 자유주의 세력이 서로를 견제하도록 균형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지난 12월 반정부 시위 열풍이 불어닥쳤을 때 자유주의자 관료들이 자신에게 등을 돌리는 상황을 겪으면서 보수주의에 힘을 실어주는 쪽으로 변화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극우주의 언론인인 알렉산더 프로크하노프는 “푸틴은 자유주의 세력이 확산되면서 자신이 리비아 독재자인 무아마르 카다피 같은 운명에 처해질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푸틴 3기 러시아의 보수·우경화 회귀는 러시아정교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크렘린은 최근 러시아정교회 사제를 국립원자력대학의 신학대 학장으로 임명했고 모스크바 기차역에 러시아정교회 신자들을 위한 교회를 세웠다. 푸틴이 이끄는 통합러시아당은 신성모독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네오나치’ 트위터서 퇴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가 독일의 ‘네오나치’(신나치주의)를 표방하는 극우단체의 계정을 차단했다고 18일(현지시간) CNN이 보도했다. 이는 트위터가 특정 내용을 담은 계정을 차단할 수 있는 ‘국가별 콘텐츠 차단’ 정책을 도입한 이후 처음 적용한 사례다. 트위터의 알렉스 멕길리브레이 법률책임 고문은 공식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지난 1월 ‘국가별 콘텐츠 차단’ 방안을 발표했으며 독일 정부가 불법으로 규정한 단체에 대해 처음으로 이를 행사했다.”고 밝혔다. 앞서 인권단체들은 트위터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특정 국가가 반정부적인 메시지를 담은 트위터를 자의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면서 “‘인터넷의 빅 브러더’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에 계정이 차단된 단체는 ‘더 나은 하노버’라는 극우단체다. 이들은 인종주의를 구호로 내세우며 나치가 유대인을 박해했던 독일 북부 지방 하노버를 중심으로 나치의 역사를 되돌리자고 주장한다. 이 단체는 최근 터키 출신 여성으로 독일 사회복지부 장관에 임명된 아이굴 오즈칸에게 협박성 동영상을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니더작센주 검찰은 현재 인종 증오 범죄 조장 및 범죄 조직 조성 혐의로 이 단체 회원 20명을 조사하고 있다. 우베 쉬네만 니더작센주 내무장관은 CNN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극우주의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지지자를 결집하는 상황에서 트위터의 즉각적인 조치는 매우 합당한 것”이라면서 환영 의사를 밝혔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Weekend inside] 印·印尼·日 등 정치지형 바뀐다

    [Weekend inside] 印·印尼·日 등 정치지형 바뀐다

    ‘아웃사이더들의 반란’으로 아시아 정치판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아시아에서 ‘주류’가 아닌 ‘아웃사이더’들이 정치판에 뛰어들어 판 자체를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오는 12월 한국 대선의 무소속 안철수 후보뿐 아니라 일본,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인도, 말레이시아 등에서 비정치인 출신들이 각국 정치 지형을 뒤바꾸며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20일 인도네시아에서는 가구 수출업자였던 조코 위도도(51·이하 조코위) 자바주 솔로시장이 자카르타특별주 주지사 결선투표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자카르타 주지사 선거는 2014년 대선을 앞두고 주요 정당 간 대리전 성격으로 치러졌다. 그런 만큼 그는 이제 기존 정치 거물들에게 위압적인 존재가 됐다. 파키스탄의 크리켓 영웅인 임란 칸(60·이하 칸) 파키스탄정의운동당 총재는 내년 6월 파키스탄 총선에서 차기 총리직을 정조준하고 있다. 대통령 후보로도 이름이 오르내린다. 연이은 극우 발언으로 주변국들과의 긴장을 초래하고 있는 ‘망언 제조기’ 하시모토 도루(43) 오사카 시장도 변호사 시절 텔레비전 토크쇼를 통해 넓힌 인지도를 바탕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인도, 말레이시아 등에서는 비정치인들이 기존 체제를 개혁하는 구심점으로 활약하고 있다. ‘제2의 간디’로 불리는 인도의 사회 운동가 안나 하자레(75)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부패 관료 처벌 등을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벌여 정치권을 위협했다. 2014년 총선을 겨냥한 정당을 출범하려 했던 그는 지난달 초 “국민들이 올바른 정치인을 뽑도록 힘쓰겠다.”며 창당 계획을 포기했다. 국민전선(BN)이 55년간 장기 집권해 온 말레이시아 정부는 야당의 견제보다 여성 변호사 암비가 스리네바산(56)이 주도하는 선거법 개혁 운동을 더 두려워하고 있다. ●기존 정치 쇄신 실패, 소셜미디어 세대 등이 동력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등의 해외 언론과 아시아 정치 전문가들은 ‘아웃사이더’들이 아시아 정치권의 최전선에 등장할 수 있었던 공통적인 배경으로 ▲폐쇄적인 기존 정치권의 쇄신 노력 실패 ▲부정부패에 대한 민심 폭발 ▲소셜미디어 세대의 반란 등을 꼽았다. 왕실에 가까운 폐쇄적인 정치권의 예로는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등이 거론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가장 최근에 치러진 2009년 대선에서 1965년 축출당한 독재자 수하르토의 딸과 사위, 그의 재임 시절 장군 2명이 후보로 나섰다. ‘그때 그 장군’ 가운데 한 명이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현 대통령이다. 파키스탄에서는 집권당과 제2 정당이 모두 족벌 체제다. 비정치인 출신 ‘정치 스타’들은 강력한 부패 척결 의지로 민심을 사로잡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조코위 주지사 당선자는 공직자들의 뇌물 수수 행태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유명하다. 파키스탄의 칸 총재는 “국회에 입성하면 취임 90일 안에 모든 부정부패를 단죄하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학력이 높고 도시에 주로 거주하며 수백명의 페이스북 친구를 거느린 소셜미디어 세대의 등장은 ‘아웃사이더’들에게 강력한 정치 참여 동력이 되고 있다. 트위터리안 등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이 거대 정당 체제 없이도 인터넷·모바일 기술을 통해 전 세계에 자신들의 개혁 아이디어를 퍼다 나르고 지지 세력을 결집해 주기 때문이다. ●신흥 정치 스타, 그들은? 이런 배경을 등에 업고 떠오른 신흥 정치인들은 기존 정치에 대한 냉소로 세대를 뛰어넘어 폭넓게 환영받고 있다. 1971~1992년 파키스탄 크리켓 국가대표 선수로 활약한 칸은 주장으로 뛰었던 1992년 마지막 경기에서 고국에 처음으로 크리켓 월드컵 우승을 안기며 단숨에 ‘국민 영웅’이 됐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영화배우, 스포츠 스타 등이 인기를 표로 연결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칸은 이들과 달리 새로운 정치를 구현하려는 비정치인 출신 정치인으로 자신을 내세우고 있다. 그는 최근 ‘미국 드론(무인정찰기) 반대 시위’ 등 각종 정치 집회를 주도하며 내년 총선에서의 의석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여름에만 20만명의 지지자를 집결시키는 위력을 과시했다고 CNN은 전했다. 2000년대 초 시장 선거에 나섰을 때만 해도 조코위는 ‘정치에 대해 뭘 알겠냐’는 회의적인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가구 수출업자로 출장을 다녔던 유럽의 도시개발 사례를 솔로시에 적용해 살기 좋은 도시로 성장시킨 그는 취임 1년 만에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원칙을 지키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유명하지만 늘 똑같은 체크 무늬 셔츠를 구겨진 채로 입고 다니는 소탈한 모습으로 ‘때묻지 않은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도 각인시켰다. 이제 그는 인도네시아 국내총생산(GDP)의 6분의1을 차지하는 자카르타특별주를 책임지게 됐다. 솔로시의 부패를 청산한 것처럼 자카르타주를 부패의 수렁에서 건져낸다면 2014년 부통령 후보로 지명될 가능성이 높다.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한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인도네시아행동당(거린드라당) 총재의 신임을 받고 있다. 하시모토 시장은 일본의 대표 산업도시 오사카를 기반으로 성장한 지역 정치인으로, 리더십 부재로 침체됐던 일본 정계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중앙 무대까지 치고 올라왔다. 지난달 12일에는 일본유신회를 창당해 ‘새로운 정치’를 내걸며 기존 정치권의 구태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비주류들의 고민 특유의 카리스마로 ‘젊은 고이즈미’ ‘제2의 오자와’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그는 그러나 폭넓은 지지 확보에 뚜렷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 다음 달 초에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차기 총선 여론조사에서 일본유신회의 지지율은 뚝 떨어졌다. 현실성 없는 정책과 내부 주도권 갈등, 망언을 일삼는 하시모토 시장의 가벼운 입(?) 등이 원인이다. 특히 제국주의 시절 일본의 잔혹한 역사를 부정, 왜곡하는 그의 극우 포퓰리즘은 나라 안팎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이는 일본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독도를 둘러싸고 각각 중국, 한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현 시점에서 매우 위험하고 근시안적인 태도라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칸과 조코위도 ‘주류’로 나아갈수록 자신들이 경멸했던 기존 정치권 세력과 타협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맞닥뜨리고 있다.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등은 모두 지역 표심이 선거 승리의 관건이다. 지역 장악력이 높고 조직을 갖고 있는 구(舊)정치인들과 손을 잡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미 기존 거대 정당 조직원들을 지지자로 규합한 칸은 자신의 출세를 위해 군부, 정보국 등 권력 남용을 일삼은 ‘기득권’ 세력과 이슬람 무장단체의 잔혹 행위에 눈감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조코위는 인도네시아의 주류 정당 2곳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하시모토 시장이 이끄는 일본유신회도 민주당 등 기존 정당에서 탈당한 정치인들로 꾸려졌다. 기존의 ‘정치 괴물’들과 싸우기 위해 원래 자신을 지지했던 이상주의자들을 저버리고 스스로 ‘괴물’이 된 형국이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서울광장] 이명박 특검과 클린턴 특검/최광숙 논설위원

    [서울광장] 이명박 특검과 클린턴 특검/최광숙 논설위원

    이명박 대통령은 고심 끝에 내곡동 사저 부지 의혹을 수사할 특별검사로 이광범 변호사를 임명했다. 청와대는 그동안 민주통합당이 추천한 김형태·이광범 변호사의 진보성향이 부담스러운 듯 재추천을 요구했다가 여론이 그다지 좋지 않게 돌아가자 결국 두 사람 중 상대적으로 ‘야성’(野性)이 덜하다고 판단했는지 이 변호사를 특별검사로 선택했다. 특별검사 논란을 보면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특검이 생각나는 것은 왜 일까? 한국과 미국은 정치·문화적으로 판이하지만 두 특검이 묘하게도 닮았기 때문이다. 첫째, 두 특검 모두 대통령이나 직계 가족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다. 둘째, 이들 특검이 ‘부동산’문제에서 출발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클린턴의 특검은 결국 섹스 스캔들로 귀착이 되긴 했지만, 처음에는 클린턴이 아칸소 주지사 시절 세운 화이트워터 부동산 개발회사의 토지거래 사기사건 의혹, 이른바 ‘화이트워터 게이트’를 다루기 위해 도입됐다. 셋째, 특별검사로 임명된 이들이 모두 대통령과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는 것도 일치한다. 1994년 8월 화이트워터 게이트를 수사하기 위해 특별검사로 임명된 케네스 스타 검사는 당초 수사의 목적 달성이 여의치 않자 클린턴의 지저분한 욕정을 까발리는 것으로 선회했다. 마침내 스타 검사는 클린턴으로부터 르윈스키와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 고해성사까지 받아내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듯했다. 하지만 미국민들 사이에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진 특별검사의 독선을 지켜보면서 특검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스타 검사가 무려 4년 동안 4000만 달러라는 막대한 세금을 쓰고도 내놓은 특검의 결과물이 한편의 포르노물이 아니냐는 반론도 강하게 제기됐다. 더구나 클린턴과 당적이 다른 골수 공화당원 출신인 스타 검사는 클린턴의 은밀한 개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다. 그러다 보니 극우 보수세력의 대변자로서 클린턴을 대통령직에서 몰아내려 했다는 비판까지 받았다. 공화당은 1998년 말 치러진 의회의 중간선거에서 클린턴의 여성 스캔들을 최대한 활용하려 했으나 정작 중간선거 결과는 공화당의 패배로 끝났고, 클린턴에 대한 탄핵도 결국 무산됐다. ‘클린턴 특검’을 계기로 미국은 1979년 제정됐던 ‘특별검사법’을 1999년 6월 폐기했다. ‘워터게이트’ 특검으로 닉슨 대통령을 미 역사상 최초로 임기 도중에 물러나도록 하는 공을 세웠지만 점차 실효성과 정파성, 예산낭비 등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많다는 결론이 내려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스타 검사 자신도 청문회에서 특검제 폐지를 주장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결국 법에 의거해 대통령이 임명하던 특별검사는 검찰청 내부규정으로 검찰총장이 임명토록 변경되면서 권한과 위상이 대폭 축소됐다. ‘이명박 특검’은 검찰의 부실 수사에서 비롯됐다. 수사를 총괄·지휘한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이 기자의 물음에 “대통령 일가에 부담돼 (청와대 실무자를)기소하지 않았다.”고 답할 정도니 국민 입장에서는 오죽하겠는가. 국민 다수는 검찰이 사건의 핵심인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를 서면조사하는 데 그치는 등 처음부터 의혹을 제대로 파헤치겠다는 의지를 갖지 않았다는 의문을 품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 특검이 대선을 앞두고 자칫 정쟁 차원으로 흘러간다면 그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특검은 무엇보다 진실 규명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혹여 정치권이 이번 특검을 대선에 활용하려고 한다면 앞서 ‘클린턴 특검’에서 봤듯이 오히려 역풍이 불 수도 있다. 검찰처럼 겉으로는 사법적 정의를 외치면서 정치적 중립성을 잃은 수사를 한다면 특검제에 대한 무용론에 힘이 실릴 수도 있다. 이번에 임명된 이 특별검사는 “정치적 고려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역할은 특정 정파를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국민이 궁금해하는 진실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는 일이어야 한다. bori@seoul.co.kr
  • “日王 사죄요구 발언 진의 알면 이해했을 것”

    “日王 사죄요구 발언 진의 알면 이해했을 것”

    이명박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일본의 아소 다로 전 총리와 면담을 가졌다. 아소 전 총리는 서울에서 열리는 ‘한·일, 일·한 협력위원회 제48회 합동총회’ 참석을 위해 방한했다. 이 대통령은 아소 전 총리가 일왕 사죄 요구 발언의 배경에 대해 묻자 “진의가 그대로 전달됐다면 보다 더 잘 이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소 전 총리는 “그렇다면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 8월 14일 “(일왕이) 한국을 방문하고 싶으면 독립운동을 하다 돌아가신 분들을 찾아가서 진심으로 사과하면 좋겠다.”고 말하자 일본이 반발했다. ●노다총리 친서·메시지 전달 못받아 면담에서 노다 요시히코 총리의 친서나 메시지 전달은 없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밝혔다. 아소 전 총리는 차기 일본 총리로 유력시되는 아베 신조 자민당 신임 총재와도 가까운 인물로, 자민당 내에서도 극우파로 분류된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옹호하고 과거 여러 차례 과거사 문제에 대해 ‘망언’을 한 경력이 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역사왜곡 日극우기업제품 NO” 연세대생 불매 운동 뜨거운 호응

    “역사왜곡 日극우기업제품 NO” 연세대생 불매 운동 뜨거운 호응

    “우리가 쓰는 필기구나 술, 담배 중에 역사 왜곡을 돕는 일본 기업의 제품이 많더라고요.” 연세대 학생들이 일본 극우단체를 지원하는 현지 기업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시작하면서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광고 동아리 ‘생사여부’(‘생각하는 사람은 여기서 부활한다’를 줄인 말) 회원 24명은 지난달부터 일본 우익 교과서 개정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아사히(맥주), 재팬타바코(담배), 니콘(카메라), 펜텔(필기구), 파이로트(필기구) 등 5개 일본 기업 제품을 상대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독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을 놓고 일본 내 극우세력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 학생들이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다. 동아리 회장인 2학년 김우현(20)씨는 “경기 광주시의 위안부 할머니 단체인 나눔의 집에서 일부 회원이 봉사활동을 한 뒤 경험을 공유하면서 위안부 문제가 더욱 절실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들은 여름방학 내내 플래카드와 불매운동 캠페인 동영상을 제작했다. 지난달 2학기 개강 직후 ‘아직도 위안부가 매춘부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적힌 5개의 펼침막을 신촌캠퍼스 내 취업설명회 홍보물 사이에 설치했다. 동영상은 지난달 27일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에 공개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김씨는 “이번 캠페인으로 일본 기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는 없겠지만 학생들이 위안부 문제 등에 깊이 고민하게 된 것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정치 프레임은 논리가 아니다, 매력이다

    정치 프레임은 논리가 아니다, 매력이다

    추석입니다. 그것도 연말에 대선이 예정된. 그래선지 추석 민심을 겨냥한 대선용 책들이 범람(?)합니다. 역시나 썩 와닿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이 참에, 요즘 언론들이 앞다퉈 쓰는 프레임(Frame)을 한번 정리하려 합니다. 대선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쯤이라고 해두지요. 프레임은 세상을 대할 때 잣대로 쓰이는 어떤 틀을 말합니다. 1970년대 어빙 고프만이라는 학자가 쓴 뒤 심리학, 경제·경영학, 정치학 등 여러 분야로 널리 퍼졌습니다. 와튼 스쿨에서 13년간 인기강좌였다는 후광을 받아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스튜어트 다이아몬드의 책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8.0 펴냄)도 결국 프레임에 대한 얘기입니다. 그럼에도 프레임이라는 단어가 대중화된 것은 아무래도 미국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의 공이라 해야겠지요. 대충 생각나는 것만 떠올려봐도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삼인 펴냄), ‘프레임 전쟁’(창비 펴냄), ‘자유는 누구의 것인가’(웅진지식하우스 펴냄), ‘폴리티컬 마인드’(한울아카데미 펴냄) 같은 책들이 줄줄이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이렇게 많이 소개된 것은 아무래도 상식을 뒤엎는 묘한 매력 때문일 겁니다. 진보진영의 18번 레퍼토리 ‘반대!’, ‘철폐!’라는 구호가 사실은 상대방 프레임을 더 강화시켜줄 뿐이라는 주장이었으니까요. 가장 강력한 슈팅인 줄 알고 발가락에다 온 힘을 다 모아 찼는데, 알고보니 우리 골대 쪽으로 차고 있더라는 겁니다. 레이코프가 책을 쓴 이유도 이겁니다. 사실에 근거해 논리적으로 합당한 얘기를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고, 프레임 같은 얘기는 일종의 테크닉 문제라고 보는 게 답답해서입니다. 레이코프의 한국판 B급 버전이랄까, 딴지일보 김어준은 ‘닥치고 정치’(푸른숲 펴냄)에서 이런 표현을 씁니다. “그런데 진보 정당의 방식은 이런 식이야. 처음 만난 상대 앞에 재무 계획서와 신혼방 설계도를 딱 꺼내놔. 그리고 입주할 주택의 입지 조건과 구입할 차량의 대출 조건 및 주변 교육 환경의 우수성에 대해 부동산과 금융, 교육 전문 용어를 섞어 진지하게 프레젠테이션하지. 그런 다음 건조한 표정으로 바로 결혼하재.” 김어준이 보기에 “정치란 국민과 연애하는 것”인데, 이게 과연 연애냐고 되묻는 겁니다. 레이코프는 이 문제를 ‘문화전쟁’이라 부릅니다. 자기가 만든 말이 아닙니다. 19세기 독일 비스마르크 정권이 가톨릭 세력에 맞서 추진한 세속화정책에서 나온 용어입니다. 이 단어가 미국에서 다시 나타난 것은 클린턴-르윈스키 스캔들 때입니다. 대중적 관심은 클린턴이 집무실로 르윈스키를 불러다 구강성교를 했을까, 그러니까 영어식 말장난으로 오벌(Oval Office·백악관 서쪽 대통령 개인 집무실)에서 오럴(Oral)했을까 같은 자극적 소재에 쏠렸습니다. 그런데 당시 미국의 식자층과 언론인들이 ‘문화전쟁’이라 부르며 우려했던 사태는 뉴트 깅리치의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가 연방정부 폐쇄에 이를 정도로 클린턴 정권을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상황이었습니다. 기독교 근본주의에 매몰된 공화당 내 극우파들 때문에 백인 하층 노동자들을 선동해 의회의 합의정치라는 틀 자체를 망가뜨리는 게 아니냐, 이로 인해 의회 포퓰리즘을 제어하기 위해 도입한 대통령제가 무력해지는 것 아니냐는 한탄들이 쏟아진 겁니다. 요즘 미국 대선에서 보듯, 이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제 슬슬 대입이 되십니까. 미국에서 문화전쟁은 대개 레이거니즘이 시초로 꼽히는데, 한국에서 문화전쟁은 언제부터였을까요. 뉴라이트라 불리는 일군의 학자들, 조중동이라 불리는 보수언론 등이 ‘건국과 부국의 역사’,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선진화로’, ‘잃어버린 10년’ 같은 서사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전파한 시기부터가 아니였을까 싶습니다. 현 정권의 멘토라 불리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정명’(正名)을 말하고, 지금은 박근혜 캠프에 가 있는 이상돈 중앙대 교수가 우파가 문화전쟁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겁니다. 이들 주장이 사실적으로, 논리적으로 옳고 그르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아니, 레이코프가 수차례 얘기했지요. 상대가 말한 것을 두고 옳으냐 그르냐 따지는 순간, 대중들은 코끼리를 떠올리고 그들의 프레임은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레이코프에게서 흥미로운 부분은 바로 그 뒤의 대목들입니다. ‘그럼 어떻게 할까요’라는 질문에 그는 대면으로든, 서면으로든, 전화로든, 뭐로든 어떤 사안에 대해 질문받거나 입장 표명을 요구받을 때에 최대한 겸손하고 친절하게 다 설명해주라고 합니다. 이거 참 묘하게 웃깁니다. 인지과학이 어쩌고, 프레임이 어쩌고 한창 떠들다 결론은 ‘성의 있게 답하라.’니까요. 이 부분에서 ‘정치의 발견’(박상훈 지음, 폴리테이아 펴냄) 제3강 ‘정치의 기술, 실천의 기술’ 부분을 꼭 참고해 볼 만합니다. 시카고 빈민운동의 대부로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에게 큰 영향을 끼친 정치이론가 사울 알린스키(1909~1972) 얘기가 집중적으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최근 미국 대선의 화제 가운데 하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빈 의자 퍼포먼스였지요. 그런데 그 퍼포먼스를 눌러버린 건 오바마의 대응이었습니다. “그래도 난 당신의 팬”이라 대꾸해버렸으니까요. 요즘 말로 완전 ‘대인배 포스’지요. 인간적 매력이 먼저이고 그 뒤에 사실관계나 논리적 정합성을 갖춘 서사가 따라붙어야 한다는 것, 그게 프레임의 작동방식이라는 겁니다. 모두가 프레임, 프레임을 외치는 상황 속에서 어떤 후보가 프레임의 이런 속성을 정확히 알고 잡아낼 수 있을까요. 관전 포인트입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사설] ‘상식 역주행’ 日 정부, 양심 일깨운 日 지식인

    훗날 사가(史家)들이 일본 역사에서 가장 부끄러운 시기의 하나로 기록할 역사 왜곡 행태를 일본 정부가 줄기차게 이어가고 있다.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다 못해 국제사회를 상대로 ‘국제법에 의한 해결’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는 엊그제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국제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법치주의가 강화돼야 한다.”며 중국과 분쟁을 빚고 있는 센카쿠 열도와 함께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를 통해 다룰 것을 주장했다. 부끄러운 제국주의 침탈의 역사 앞에서 국제사회를 상대로 법치주의를 들먹이는 일본 정부의 후안무치에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어제 유엔총회 연설에서 지적했듯 일본은 법치를 운운하기에 앞서 역사인식부터 바로잡아야 하며 국제사법 절차를 국내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일부터 중단해야 한다. 지금 일본은 역사적 갈림길에 서 있다. 동북아 침략의 역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사과를 통해 21세기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국가로 나아갈 것인가, 맹목의 극우주의에 매달려 동북아 평화를 해치고 국제사회의 변방으로 물러설 것인가를 선택해야 할 시점이다. 상황은 극히 우려스럽다. 극우 강경파의 선봉이라 할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자민당 총재에 올랐다. 내년 총선을 통해 집권과 함께 일본 정부를 이끌 공산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일 수교 50년을 코앞에 두고 있고, 중·일 수교가 40년을 넘기는 상황에서 일본 정치권이 빠른 속도로 동북아 외교 지형을 퇴행시키며 한·일, 중·일 간 외교 마찰을 한층 심화시킬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들이 마침내 자국 정부의 맹목적 행태에 회초리를 들었다는 점이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 등 지식인과 시민 800명은 어제 호소문을 통해 “독도와 센카쿠 문제는 일본의 아시아 침략 역사에서 생겨났다.”면서 영토 문제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일본 정부에 견줘 한결 성숙한 자세가 아닐 수 없다. 진정 동북아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고자 한다면 일본 정부는 지금이라도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 강경우파 아베 복귀… 동아시아 격랑

    강경우파 아베 복귀… 동아시아 격랑

    일본의 대표적 극우 정치인인 아베 신조(58) 전 총리가 26일 제1야당인 자민당 총재에 선출됐다. 아베 총재는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영토와 영해가 위협받고 있다.”며 “강한 일본을 만들기 위해 정권을 되찾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과거사 및 영토 문제에 강경한 목소리를 내 온 아베 전 총리가 제1야당 총재로 복귀함에 따라 동아시아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정당 지지율에서 집권 민주당을 앞서고 있는 자민당이 차기 총선에서 재집권하게 되면 아베 전 총리는 다시 총리가 되기 때문에 한국, 중국과의 경색된 관계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아베 전 총리는 전쟁을 금지한 헌법을 개정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고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번 총재 선거 과정에서도 “(총리가 되면) 고노 담화뿐 아니라 무라야마 담화도 모두 수정하겠다.”, “총리로 있을 때 하지 못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베 전 총리는 이날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시게루 전 정조회장과 2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역전 승리했다. 당원과 서포터, 소속 국회의원이 참여한 1차 투표에서는 141표를 획득해 이시바 전 정조회장(199표)에게 뒤졌지만 국회의원만 참여한 결선 투표에서 108표를 얻어 89표에 그친 이시바 전 정조회장을 눌렀다. 한편 토요타자동차가 26일부터 다음 달 말까지 중국에서의 자동차 생산을 일시 중단키로 하는 등 일본 자동차 기업들이 중국 내 생산량 감축에 나섰다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토요타는 이날부터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 공장 문을 닫았으며 공장 가동을 재개한 뒤에도 야간 교대 근무는 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토요타의 중국 내 판매량은 반일 시위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된 이후 30% 가까이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닛산자동차도 수요 감소 등을 고려해 27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중국 내 합작공장 가동을 중단키로 했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과 겐바 고이치로 일본 외무상이 25일(현지시간) 회담을 가졌지만 향후 대화를 지속하자는 데 견해를 함께한 것 외에는 아무런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씨줄날줄] 펩시와 바퀴벌레/노주석 논설위원

    1898년 창업한 미국 펩시콜라의 태극 로고는 1950년에 처음 등장했다. 펩시콜라 100년사를 보면 음양을 상징하는 태극에서 착안했다고만 기록돼 있을 뿐 정확한 채택 경위는 남아 있지 않다. 펩시의 로고 변천사를 보면 문자보다 문양을 강조하는 쪽으로 계속 바뀌고 있다. 태극기는 1883년 조선의 국기로 정식 채택됐으므로 펩시의 로고와는 어떤 상관도 없음을 알 수 있다. 바퀴벌레는 공룡시대보다 1억년 앞선 4억년 전에 등장해 오늘날까지 생존하고 있는 ‘살아 있는 화석’이다. 빙하기를 견뎌낼 정도로 놀라운 생명력과 번식력을 자랑한다. 전 세계에 4000종이 서식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독일바퀴·일본바퀴·미국바퀴·먹바퀴 등 4종이 주를 이룬다. 최근 3년 사이 일본바퀴의 개체 수가 6배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일본바퀴는 보통 바퀴보다 덩치가 갑절이나 크다. 일본에서 유행하는 바퀴 대처법을 보면 ▲신문지로 후려친다 ▲도움을 청한다 ▲일단 도망간다 ▲청소기로 빨아낸다 ▲쫓아낸다 ▲뜨거운 물을 붓는다 등이 있다. 태극기의 태극이 펩시콜라 문양으로, 4괘가 바퀴벌레로 둔갑해 훼손되는 동영상이 유튜브 등을 통해 떠돌아다녀 공분을 사고 있다. 철없는 일본 극우주의자들의 소행이다. 대응할 가치도 느끼지 못하지만, 한때 세계 2위 경제 대국 일본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모르겠다. 지구상에서 일본인을 우습게 아는 사람은 한국사람밖에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이제는 최다 인구와 최대의 시장을 앞세운 중국인의 일본 배척운동 앞에서도 움츠리고 있다. 한 누리꾼의 표현처럼 ‘열등감 대폭발’이라고 해석할 도리밖에 없을 듯하다. 태극기를 펩시마크로 표현한 것은 무식의 소치이고, 우주의 운행원리를 담은 4괘를 바퀴벌레로 표현한 것은 소심한 일본인의 바퀴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이 아닐까. 런던올림픽 때 일본 여자체조선수들이 일제 군기(軍旗)인 욱일승천기를 응용한 유니폼을 입고 출전했다. 도쿄에서 열린 U20 여자월드컵 한·일전에서 일부 관중이 욱일승천기를 들고 응원했다. 이 기는 독일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처럼 영원히 축출돼야 할 군국주의의 망령이다. 우리 국회는 욱일기 사용과 경기장 반입 금지를 정부에 촉구했다. 또 뉴욕동포를 중심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에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어른스러운 행동이다. 일부 일본 국수주의자들이 이웃나라의 국기를 훼손하는 것은 누워서 침뱉기요, 제 눈 찌르기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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