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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구 처단은 의거”… 서북청년회 후계자들 남북 신뢰를 깨다

    “김구 처단은 의거”… 서북청년회 후계자들 남북 신뢰를 깨다

    일부 ‘서북청년’들의 난동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의 저지, 주민들의 호소에도 대북전단을 마구 살포하며 남북의 신뢰를 파탄 내고 있다. 결국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됐다. 남북 관계의 이정표이자 신뢰의 상징이었으니 난동은 성공했다. ‘서북청년회’(서청)가 있었다. 해방 공간에서 극우세력의 칼과 몽둥이가 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테러하고 린치했던 단체다. 도저히 믿을 수 없었던 영화 ‘지슬’의 내용은 대부분 ‘서북청년’들이 제주도에서 저지른 실제 만행이었다. 약탈하고 능욕하고 토끼몰이를 하고, 학살하는 것도 성에 차지 않았다. 대검으로 할머니를 난자하고, 며느리를 겁간한 뒤 찔러 죽이고, 시신 옆에서 피 묻은 대검으로 사과를 깎아 처먹었다. 육지에선 백색테러로 민족지도자와 양심적인 지식인을 암살하고 진보적 사회단체들을 파괴했다. 백범 김구 등이 희생됐고 학생과 교사들이 린치를 당했으며 노조나 언론사가 파괴됐다. 다음은 ‘만인보’(지은이 고은)의 ‘선우기성’(전 서북청년회 집행위원장) 내용 중 일부. “이승만의 두 주먹이 돼…, 38선 이남이 떨었다, 모든 도시 촌락들, 선우기성의 대낮이 벌벌 떨어댔다.” ●“이승만의 두 주먹 돼… 38선 이남이 떨었다” 그러나 김구도 제거되고 군과 경찰이 정권의 폭력으로 자리잡자 이승만은 ‘서청’이 부담스러웠다. 게다가 그들은 더러운 비밀을 너무나 많이 알고 있었다. 제거해야 했다. ‘서청’을 이끌던 김성주의 운명은 상징적이었다. 1954년 5월 29일 김성주 사형집행 소식이 일간지에 짧게 보도됐다. 5월 6일 고등군사재판에서 사형을 선고했으니, ‘개처럼 살다가 개처럼 간’ 그의 삶은 그것으로 잊히는 듯했다. 하지만 돌아보니 의심스러운 게 한둘이 아니었다. 가족의 요청에도 군은 시신을 내주지 않았다. 5월 6일 선고 공판엔 김성주가 출정하지 않았다. 4월 7일 결심 공판에서 검찰의 구형은 징역 7년에 불과했다. 이듬해 1월 국회에 ‘김성주 살해 및 암장 사건 규명 청원’이 접수됐다. 국회는 진통 끝에 진상조사를 의결했다. 하지만 심증만 확인했지 실체적 진실에는 접근하지 못했다. ‘적법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이유로 헌병총사령관 원용덕 등을 처벌하라는 내용의 보고서만 채택했다. 진실이 드러난 것은 그로부터 5년 뒤, 4·19혁명 이후였다. 다음은 동아일보 1960년 8월 5일자 관련 기사의 주요 내용. 1954년 4월 16일 오후 1시 헌병총사령부 소속 지프가 3군 육군형무소에서 빠져나왔다. 지프 뒷자리엔 한쪽 눈이 실명한 듯한 미결수 한 명이 타고 있었다. 김성주였다. 지프는 아현동 한 민가에 머물다가 어둠이 깔린 뒤에야 신당동 원용덕 헌병총사령관 관저로 이동했다. 관저 앞 공터엔 지휘관용 군용천막이 있었다. 그날 밤 천막 안에서 한 발의 총성이 울렸다. 시신은 천막 인근의 헌병총사령관 방공호로 옮겨져 암장됐다. 시신은 6월 10일께 화장됐다. 김성주. 평안북도 출신으로 1946년 초 월남했다. 5월 평안남도 출신인 문봉제와 함께 탈북한 뒤 부랑하는 서북청년들을 모아 ‘평안청년회’(평청)를 결성했다. 평청은 탁월한 전투력을 발휘했다. 평청은 출범 후 남로당 기관지 해방일보 사옥 파괴 및 점거 등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후 잇따라 탈북 청년단체가 등장했다. 11월 함북·함남청년회, 황해회 청년부 등이 서북청년회로 통합됐다. 이승만, 조병옥 등은 경찰이 내놓고 저지를 수 없는 린치, 암살 등 테러를 서청에 맡겼다. 서청은 1947년 3월 1일 중도 및 좌파의 삼일절 행사를 피바다로 만들었다. 부산극장사건, 조선민주애국청년동맹사건, 정수복 검사 암살 사건 등도 서청의 짓이었다. 사회단체나 신문사를 습격했고 노조에 침투해 노동운동을 파괴했다. 그런 활동에 비례해 친일기업과 우익 정치인의 후원이 쏟아졌다. 1947년 9월 귀국한 이청천 광복군 총사령관은 우익 청년조직을 대동청년단으로 흡수하려 했다. 김구와 이승만 모두를 지지했던 선우기성 서청 집행위원장 등 다수파는 찬성했다. 이승만의 단정노선만 지지하던 문봉제나 김성주 등 강경파는 통합을 거부하고 서청(‘재건 서청’)을 이어 갔다. 테러는 더 극렬해졌다. 선거를 방해하고 독립지사를 암살했다. 5·10총선 땐 이승만을 무투표 당선시키기 위해 민족지사 최능진의 출마를 막았다. 제주도에서의 만행은 상상을 초월했다. 미군정의 실정에 지쳤던 제주도민의 민심은 1947년 경찰의 삼일절 행사 발포사건으로 돌아섰다. 육지 출신의 유해진이 새 지사로 임명됐다. 그는 4월 20일 부임하면서 서청 출신 7명을 경호원으로 대동했다. ‘서청’이 제주도로 몰려가는 물꼬였다. 그해 11월 서청제주도단이 결성됐다. 이듬해 4·3사건 이전까지 제주도에 들어온 서청 회원은 제주읍 300명, 면마다 40~50명 등 760여명에 이르렀다. ●서청제주도단 결성해 주민 학살·약탈 이들은 이승만의 사진이나 태극기를 강매하는 것은 기본이었고 멀쩡한 주민을 빨갱이로 몰아 고문해 가족들로부터 금품을 뜯어냈다. 심지어 ‘보급이 시원찮다’는 이유로 제주도 총무국장을 두들겨 패 죽이기도 했다. 이런 만행은 이듬해 4월 3일 남로당 무장대 봉기의 한 원인이 됐다. 당시 미군정청의 특별감사 결론은 이러했다. “(서청에 의존한 유해진 지사는)반복적으로 무능함을 드러냈고 폭력적으로 정치이념을 통제하려 했다.” “테러 행위를 수없이 자행했다.”(넬슨 특별감찰보고서) 정부 수립 후 이승만은 더 많은 서청을 제주도로 보냈다. ‘14연대의 제주 파병’ 문제로 터진 여순사건 직후 이승만은 서청 1000여명을 경찰이나 경찰보조원 혹은 국방경비대로 제주에 투입했다. 제주도는 피바다가 됐다. 1949년 6월 26일 김성주의 직계 안두희가 백범 김구를 암살했다. 김성주는 자랑하고 다녔다. ‘이승만의 지시를 받아 내가 안두희를 시켜 백범을 죽였다.’ 안두희 공판일에는 회원들과 떼거리로 법원에 몰려가 ‘안두희는 민족의 영웅’이라는 내용의 전단을 살포하며 석방을 요구했다. 김성주가 함께 모의했다는 ‘88구락부’ 멤버는 신성모 국방장관, 채병덕 참모총장, 장은산 포병사령관, 김창룡 특무대장, 김태선 서울시경국장, 정치 브로커 김지웅이었다. 이승만은 김성주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김성주는 미군에 줄을 댔다. 서청 회원들과 함께 미군 극동군사령부 직속의 북파공작대인 켈로부대에서 활약했다. 미군은 보답으로 그를 평안남도 도지사에 임명했다. 문봉제를 이미 평남 도지사로 발령했던 이승만은 분노했다. 전선이 교착되자, 이승만은 김성주 소령을 예편시켰다. 1952년 2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김성주는 무소속 조봉암 후보 편으로 돌아섰다. 1953년 6월 반공포로 석방에 대해 이승만을 비난한 것이 빌미가 돼 헌병대에 체포됐다. 1954년 1월 김성주는 두 가지 혐의로 기소됐다. 국가변란이나 대통령 살해 음모. 하지만 군 검찰조차 혐의를 인정하기 힘들었다. ●김성주 살해·암장 진실 사망 5년 뒤 드러나 1960년 8월 군검합동조사단은 원용덕 자택 2층에서 한 장의 밀서를 발견했다. “김성주는 반드시 극형에 처해야 한다. 그는 외국인이 임명한 평양지사였다. 이는 반역사건이기 때문에 응분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 …국방장관에게도 말했지만, 당신에게도 명령한다. 신속하고 아주 조용하게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2014년 9월 28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서북청년단’ 재건추진위원회라는 단체가 등장했다. 위원장 배성관은 일베에 이런 글을 올렸다. “서북청년단원 안두희가 김구를 처단한 것은 의거였다.” 앞서 2005년엔 자유개척청년단(단장 최대집 현 대한의사협회 회장)이란 ‘서북청년단의 정신 계승’을 표방한 단체가 결성됐다. 박상학, 박정오 형제는 자유북한운동연합, 큰샘이란 단체를 만들어 대북전단 살포로 돈도 벌고 ‘명성’도 얻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가 막아도 막무가내다. 이들 앞에서 한반도의 평화는 ‘벌벌 떤다’. 그러면 현대사의 저주, 서북청년단의 망령은 무엇으로 부활하는가. 4·15총선 때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는 태구민, 지성호 등 두 탈북자를 지역구(서울 강남갑)와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했다.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은 ‘국가적 망신’이라고 반발했다. 서북청년들을 괴물로 만든 이승만은 문봉제 서청 회장을 치안국장(지금의 경찰청장)과 교통부 장관에 중용했다. 부회장 김성주는 ‘아스팔트 위의 김창룡’이었다. 논설고문 kbc@seoul.co.kr
  • [특파원 칼럼] 불 꺼진 ‘리버티 오사카’와 조선인 추도식/김태균 도쿄 특파원

    [특파원 칼럼] 불 꺼진 ‘리버티 오사카’와 조선인 추도식/김태균 도쿄 특파원

    ‘2020년 5월 31일’은 일본 인권사에 또 하나의 커다란 오점이 남겨진 날로 기록될 것이다. 인권 수호의 상징적 보루로 자리매김해 온 오사카인권박물관이 이날 35년의 여정을 마감했다. ‘리버티 오사카’로 불린 이곳은 인권의 존엄한 가치를 일본 국민들에게 웅변해 온 이 나라에 단 하나뿐인 종합 인권박물관이었다. 리버티 오사카의 폐관은 끝없이 해코지를 반복해 온 일본의 극우 활동가들과 강력한 행정권력을 손에 넣은 극우 정치세력의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리버티 오사카는 대대로 천대받아 온 최하층 계급 ‘부라쿠민’ 인권단체와 오사카부·오사카시가 오사카시 나니와구 7000㎡ 부지에 1985년 공동 설립했다. 박물관에는 부라쿠민을 비롯해 재일한국인, 한센병 환자, 각종 공해병 피해자 등 일본 사회에서 차별과 멸시를 받아 온 계층·집단에 관한 자료 3만여점이 전시됐다. 조선인들이 일제에 당했던 핍박과 고통도 다양한 전시물로 만들어져 관람객을 맞았다. 그러나 2008년 당시 39세의 극우 성향 변호사 하시모토 도루가 오사카부 지사에 당선되면서 고난이 시작됐다. 하시모토는 당선되자마자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전시가 아니다”라며 관람내용의 수정을 요구했다. 박물관은 파국을 막기 위해 전시물 일부를 변경하는 굴욕까지 감수했지만, 철거를 목표로 한 그들의 공세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오사카시 시장으로 자리를 옮긴 하시모토는 2013년 전체 운영비의 80%를 차지하는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다. 2014년에는 박물관 부지 무상대여를 중단하고 연 2700만엔씩 임대료를 내라고 압박했다. 2015년에는 임대료 미납을 이유로 퇴거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5년간의 다툼 끝에 결국 박물관은 밀린 임대료 부담을 면제받는 대신 올해 5월 말로 박물관 운영을 종료하고 내년 6월까지 건물을 철거한다는 내용의 법원 화해권고를 받아들였다. 박물관 측은 2년 후 다른 곳으로의 이전 개관을 계획하고 있지만, 가능성은 차치하고 설령 실현된다 하더라도 리버티 오사카로서의 상징성은 결코 가질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 극우 세력이 완벽한 승리를 거둔 리버티 오사카에 이어 도쿄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려 하고 있다. 매년 9월 1일 도쿄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공원에서 개최돼 온 1923년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희생자 추도식이 올해부터는 아예 열리지도 못할 위기에 놓인 것이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가 추도식 행사 당일 바로 옆에서 맞불집회를 여는 극우단체와 충돌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행사 자체를 무산시키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1973년 추도식이 시작된 이후 근 5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관한 한 극우세력은 이미 한 차례 큰 성과를 거둔 상태다. 오사카 하시모토류의 성향인 고이케 지사는 6600명에 이르는 조선인 희생자가 발생했던 당시 만행을 부정하며 역대로 빠짐없이 해 왔던 도쿄도지사의 추도문 전달을 2017년부터 중단했다. 이후 3년 만에 나온 이번 압박은 추도식 자체를 없애기 위한 전체 과정의 마지막 단계인 셈이다. 코로나19 와중에도 일본에서는 인권을 부정했던 과거를 재차 부정하는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양심과 비양심, 이성과 비이성의 싸움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반동의 진영에 선 세력의 연이은 승리다. 일본 근대 산업화 과정에서 자행됐던 조선인 강제징용 노동자들에 대한 폭력과 착취의 과거를 지운 채 오직 영광의 역사로만 포장한 ‘산업문화유산센터’라는 이름의 시설물이 지난 15일부터 도쿄 한복판에서 일반 국민에 공개된 것도 그런 범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windsea@seoul.co.kr
  • ‘시위·약탈’ 대처법, 부시·트럼프의 닮은듯 다른 대응

    ‘시위·약탈’ 대처법, 부시·트럼프의 닮은듯 다른 대응

    부시·트럼프, 킹 목사 암살 후 최대 차별항의 시위비무장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폭행적 체포로 사망하면서 촉발된 분노 시위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응 방식이 당시 사상 최대였던 인종차별 항의 시위였던 로스앤젤레스(LA) 폭동 때의 조지 H.W. 부시(1924~2018) 전 대통령의 대처와 비교된다. 4일(현지시간)로 10일째 미국 전역에서 계속되는 시위는 흑인에 대한 시민권리 쟁취 운동을 벌였던 마틴 루서 킹 목사가 1968년 암살된 이후 최대의 인종차별 반대 시위이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 재임 시절인 1992년 발생한 LA 폭동은 흑인 청년 로드니 킹을 무차별한 백인 경찰에 대해 무죄 평결이 나오면서 발생한 사건으로, 그때까지 킹 목사 암살 이후 최대의 인종차별 항의 시위였다. ‘강경론’ 법무장관, 같은 인물… 부시에 군 소집 권고도당시와 지금의 법무장관은 공교롭게도 같은 인물이다. 두 사태에는 보수적 공화당 출신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인종 차별에 분노한 자국민에게 연방 군을 동원했거나, 군 동원 카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극좌파가 폭력시위 선동하고 가담한 증거가 있다”며 강경론을 펼치는 윌리엄 바는 그때나 지금이나 법무장관이었다. 부시 행정부 때 77대 법무장관을 맡은 그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인 2019년 2월 85대 법무장관으로 다시 취임했다. 1992년 LA 폭동 때 연방군 소집을 당시 부시 대통령에게 권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바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안티파’(Antifa)와 다른 비슷한 극단주의 세력이 다채로운 신념을 지닌 관련자들과 함께 폭력행위를 선동하고 거기에 가담하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안티파는 ‘안티 파시스트’(anti-fascist)의 줄인 말로, 신나치·파시즘·백인우월주의 따위를 신봉하는 극우세력에 맞서는 극좌 무장단체나 급진적인 인종차별 반대주의자를 일컫는다. 바 장관은 과격 시위의 다른 한편에서 외국 세력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왜곡된 정보를 유포하는 방식으로 시위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시 LA 찾아가 5일 기다려… 트럼프, 방문 계획 없어시위대와 활동가들을 대하는 태도 역시 다르다. 부시 전 대통령은 LA를 둘러보고 흑인 거주자들과 만나기 위해 5일간 기다렸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나 활동가 등을 만나지 않았고, 이번 사태의 진원지인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를 방문한다는 말도 아직 없다. 오히려 지난 1일 백악관 뒤편 교회를 방문해 기도하지 않고, 사진 찍기용 이벤트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두 공간 사이의 공원에 있던 평화 시위대를 강제로 해산시켰다는 논란에 휩싸인 상황이다. CNN “부시, 군 최후 수단”… 트럼프 “직권 동원”특히 나라를 지키는 것을 사명하는 군이 자국민을 향해 동원하는 것에 대한 대응 차이가 크다. 부시 전 대통령은 군을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하겠다고 하다가 결국 폭동진압법을 마지못해 동원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 초기부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혀오다 적극적으로 군 투입 카드를 꺼내 들었다고 CNN이 전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당시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LA 시장이 전화를 걸어 군 투입을 요청한 뒤 행정명령에 서명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주지사의 주방위군 동원을 촉구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직권으로 군을 투입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이다. CNN은 “부시 전 대통령은 최후의 수단이 될 때까지 폭동진압법 발동을 주저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주지사에 군 투입을 촉구하지만 몇몇 주는 군 동원이 필요 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서울광장] 뉴라이트와 일본 극우세력/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뉴라이트와 일본 극우세력/오일만 논설위원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파문 이후 숨죽이던 한일 양국의 극우세력들이 준동하고 있다. 군 위안부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심지어 일제 군국주의를 찬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뉴라이트의 핵심이자 ‘반일 종족주의’의 저자 이영훈 전 교수 등을 비롯한 다양한 친일 단체들이 주축이다. 이들은 “위안부업은 기존 공창제에서 비롯됐고 여인들의 의지와 선택에 따른 소영업”이라는 주장을 폈다. 한 술 더 떠 ‘일본군에 의해서 통제된 위안소라는 점은 본질적으로 중요하지 않다’는 일본 극우의 주장까지 답습한다. 이들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교학사 교과서, 국정 교과서 등을 주도했지만 지나친 친일·독재 미화와 함량 미달로 폐기처분됐다. 학문적으로 이미 사망선고를 받았음에도 기회 있을 때마다 뉴라이트 세력이 고개를 드는 근본적 이유는 식민사관에 있다. 해방 후 식민사관을 청산하지 못한 업보인 셈이다. 이승만 정권의 친일파 등용은 경찰·관료·군인에 국한되지 않았다. 역사학계도 식민사관의 제조기였던 조선사편수회 출신들이 대거 기용됐다. 이들은 교육부 장관·학술원장 등의 권력을 통해 소위 ‘이병도·신석호 사단’을 만들어 냈고 현재까지 역사학계 주류세력의 뿌리가 됐다. 식민사관은 주지하다시피 일본 군국주의의 조선 침략과 영구 지배를 위해 치밀하게 계획된 역사의 날조다. 쓰다 소기치 등 어용학자들이 한민족의 공간과 시간을 축소해 타율성과 정체성의 굴레를 씌웠다. 한마디로 ‘식민지배를 받아 마땅한 민족’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이런 식민사관은 현재까지도 고대사를 중심으로 횡행한다. 존 카터 코벨(1910∼1996) 박사의 좌절이 대표적 사례다. 미국 태생으로 서양인 최초로 일본미술사 박사학위를 받고 캘리포니아·하와이 주립대에서 동양 미술사를 가르쳤던 인물이다. 이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꼽혔던 그녀는 연구 도중 일본에서 발굴되는 고대 유물 대부분이 한국에 뿌리를 뒀다는 ‘역사의 진실’을 알게 됐다. 1978년부터 10여년간 한국에서 직접 현지답사를 하며 연구에 매진했고 이를 토대로 일제의 ‘임나일본부설’을 뒤집는 학설을 발표했다. 바로 “가야 부여족이 서기 369년 일본으로 건너가 왜를 정벌하고 식민지를 건설했다”는 내용이다. 일본 학계가 발칵 뒤집힌 건 당연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한국의 역사학자들이 코벨 박사의 주장이 허구라는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이다. 그들이 정설이라고 주장하는 ‘임나=가야’의 기본 전제가 무너지는 것을 우려한 까닭이다. 역사학은 본질적으로 토론과 논쟁을 통해 새롭게 발전하는 학문임에도 다른 학설을 가차없이 사이비와 이단으로 취급하는 것은 역사의 해석을 독점하겠다는, 위험한 시각이다. 코벨 박사는 다수의 저서를 남겼는데 “일본이 한국에 가한 최악의 잘못은 한국문화를 말살해서 한국인 스스로 과거에 대한 자부심을 잃고 자신을 비하하게 만든 것”이라고 기록했다. 한 가지 더 “한국 학자들은 진실을 밝히는 데 지나치게 겁을 먹고 있다”는 아쉬움도 남겼다. 코벨 박사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현재도 식민사관 2.0 버전이 버젓이 활개를 친다. 식민사관이 실증주의 사학이란 명패만 바꿔 단 것이다. 식민사관을 매개로 한일 극우세력들의 연대가 강화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반일 종족주의’ 공동 저자인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아베 정부의 한국 수출 규제 조치 직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일제의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발표를 했다. 더 경악스러운 것은 그가 일본 역사 수정주의자 후지키 ?이치의 금전적 지원(항공비와 체류비)을 받고 회의에 참석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에 귀화한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의 증언은 섬뜩하다. 그는 ‘신친일파’란 저서를 통해 “일본 극우세력은 신친일파를 양성하고 있고, 그들의 입을 빌려 일본 군국주의의 역사를 미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의 증언은 더 구체적이다. “극우단체인 사사카와재단 등은 한국의 학자들에게 고액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어떤 한국 학자는 일본 정부나 공안, 보수단체의 초청으로 1년에 30번 정도 일본을 가는데 사례비로 한 회당 500만~1000만원을 받는다”고 밝혔다. 역사는 민족의 뿌리이자 혼이다.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 극우의 역사 분식이 자행되는 이 시점에도 식민사관의 잔재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친일역사 바로 세우기’에 나선 문재인 정부의 임무는 막중하다. 우리 후손들에게까지 굴욕의 역사를 가르쳐선 안 될 일이다. oilman@seoul.co.kr
  • [사설]윤미향 의혹 전면 부인…검찰 수사 속도내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정의기억연대(정의연) 기부금 유용 의혹 등과 관련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이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게 쏠린 의혹들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두 차례 기자회견을 통해 윤 의원을 ‘배신자’로 규정하면서 죗값을 치르라고 한데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다 당선인에서 국회의원 신분으로 바뀌기 하루전 국민 앞에 나선 것이다. 윤 의원은 “국민에게 깊은 상처와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면서도 각종 의혹을 사실상 전면 부인했다. “잘못이 있다면 상응하는 책임을 지겠다”고 했지만 잘못에 방점을 둔 것이 아니라 한 점 의혹없이 소명하겠다는 데 강조점을 뒀다. 윤 의원과 이 할머니가 여전히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고, 윤 의원이 각종 의혹을 전면 부인함에 따라 진실 공방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안을 수사중인 검찰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검찰은 신속한 수사를 통해 시시비비를 명확히 가려야만 할 것이다. 진실 공방이 장기화 할수록 위안부 인권운동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커지고, 극우세력의 피해자 폄훼 시도 또한 되풀이될 것이다. 벌써부터 일부 극우학자들은 이미 역사적 사실로 판명된 일본 군국주의의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심포지엄까지 여는 것 아닌가. 모쪼록 검찰은 가급적 빨리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시민사회는 그것을 계기로 위안부 인권운동의 추진 동력을 회복하게 되길 기대한다. 윤 의원이 기부금이나 후원금, 모금액의 개인적 유용은 전혀 없었다고 한만큼 검찰 수사도 이 부분에 집중될 것이다. 윤 의원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부족한 점은 검찰 조사와 추가 설명을 통해, 한 점 의혹없이 소명하겠다”고 했다. 검찰 수사를 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소명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의원 신분을 이용해 검찰의 출석 요구 등을 거부하지는 않을 것으로 믿는다. 검찰도 여당 의원이라는 이유로 편의를 봐주거나 해서는 안될 것이다.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30년동안 고락을 같이하며 위안부 인권운동을 펼쳐온 일부 피해자들과 윤 의원 사이에 깊은 앙금이 남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 할머니는 두차례 피를 토하며 “이용당했다”고 윤 의원 등을 원망했다. 윤 의원과 정의연은 진심을 다했을 것으로 믿지만 피해자 할머니들이 소외감을 느꼈다면 위안부 인권운동의 방향이 잘못됐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이번 기회에 진정으로 피해자 중심의 위안부 인권운동을 정립해야만 한다.
  • [사설] 민주당·윤미향이 적극 소명해야 ‘극우 준동’ 막는다

    ‘윤미향 논란’이 장기화하자 우려했던 대로 한국의 극우세력이 위안부 피해자의 존재를 부정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 특히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능멸의 발언은 도를 넘어섰다. 한국 내 반민족적인 학자들이 이용수 인권운동가의 기자회견 후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위안부 인권운동에 타격을 가하려는 의도는 뚜렷하다. 세계적으로 실체가 인정된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동원 역사를 부정한다면 극우세력이 한국 국민으로서의 자격을 스스로 버린 것과 마찬가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승만학당’과 반일동상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주최로 그제 열린 토론회에서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는 위안부 피해는 일본군의 강제 납치·연행에 의한 게 아니라며 “식민지 시절 중개업자들이 가부장에게 1000엔씩 주면 딸을 보내곤 했다”고 얼빠진 주장을 했다. ‘위안부는 매춘’이라 발언해 징계받은 류석춘 연세대 교수도 “공창제 희생자 중 유독 일본군 위안부에게만 관심을 보이고 지원하는 것은 일종의 특권”이라고 파렴치한 주장을 했다. 이런 저열한 발언들에 대해 ‘학문 연구의 자유’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런 와중에 이용수 인권운동가의 2차 기자회견을 음모론으로 몰아가는 일부 친여세력도 자신의 언행이 극우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 리얼미터 등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정의연의 해명에 대해 71.9%는 ‘해명되지 않았다’고, 윤 당선자의 거취도 70.4%가 ‘사퇴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여론조사의 결과가 늘 옳지는 않겠으나,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윤 당선자가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검찰의 수사 결과와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버티는 것은 공당이나 공인의 자세로는 부적절하다. 민주당은 자체 진상조사를 하고, 윤 당선자도 칩거하지 말고 서너 개의 개인계좌로 받은 기부금 등의 행방에 대해 적극적으로 민주당에 밝힌 뒤 잘못이 있었다면 당과 국민에게 양해를 구해야 한다. 일본 정부의 역사왜곡과 은폐에 맞서 진실을 밝히려던 30년 전 활동가의 초심으로 돌아가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 [박록삼의 시시콜콜] 진보의 도덕, 보수의 도덕

    [박록삼의 시시콜콜] 진보의 도덕, 보수의 도덕

    사실관계는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참담하다. 전세계 인류를 대상으로 저지른 전쟁 범죄에 맞선 30년의 오랜 활동이 기부금의 개인적 횡령, 주먹구구식 회계 비리 등 파렴치범으로 몰리며 도매금으로 손가락질 받고 있다. 국제인권운동, 여성운동, 평화운동의 빛나는 역사가 허물어질 위기에 놓여 있다. 뼈아픈 비판도 있고, 모종의 의도에 근거한 억측도 있고, 웬지 주류세력이 된 것 같으니 그냥 비판을 받아라는 식의 몰가치적 비난도 있고, 이참에 기사 조회수 좀 늘려보겠다는 언론 상업주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본의 극우세력들이 이죽거리며 내뱉는 썩은 웃음소리들이 있다. 1990년 11월 일본의 전쟁 범죄에 맞서 만들어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김학순 할머니로 시작해서 한국,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네덜란드, 호주 등 전세계 피해자들의 용기있는 증언을 이끌어냈다. 1992년 1월 8일 처음 시작한 수요집회는 1440차에 이르도록 계속되고 있으며 일본의 추악한 반인륜적인 범죄에 대한 국제사회의 단죄 요구는 높았다. 하지만 일본은 이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고, 당연히 공식 사죄 및 법적 배상도 외면해왔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이제 정대협, 정의기억연대의 불투명한 회계 처리에 대한 비판의 여론이 거세지자 적반하장의 입장을 낸다. 일본 우익 매체 산케이신문은 지난 19일부터 몇 차례에 걸쳐 ‘반일집회를 중단하고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영훈, 이우연 등 극우세력의 이데올로그들은 “강제징용은 없었다. 위안부는 고위험 고수익 시장” 등 기존 의견을 반복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에 힘입어 평화의 소녀상을 훼손한 사건까지 벌어졌다. 미래통합당 홍문표 의원은 “(윤미향 전 대표는) 이완용보다 더한 사람”이라는 무시무시한 비유를 했다. 더더욱 참담한 일이다.회계에 부정함이 있고, 활동에 위법함이 있으면 당연히 처벌받아야 한다. 관성에 빠져 무사안일했다면 시민들의 죽비를 내려맞아야 한다. 하지만, 전쟁 성폭력 이슈를 힘겹게 끌고오며 국제인권운동사에 길이 빛나는 활동과 성과까지 부정되어선 안된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 극우세력이 이용할 틈을 줘서도 결코 안된다. 왜 이렇게 됐을까. 학생운동, 노동운동, 시민운동, 정부여당(민주당 계열 옛 야당)이 심각한 위기에 빠지는 것은 대부분 도덕성에 타격을 입을 때다. 유교적 문화가 남아 있기에 국민들이 도덕성이라는 가치에 더욱 민감한 부분도 있겠지만, 그 잣대는 하필 이들 진보적 가치를 가진 세력에 유독 엄격하게 들이대진다. 그래서 진보단체 혹은 진보를 지향하는 기자 개인 등에서는 스스로 ‘도덕성 컴플렉스’에 빠진 경우 또한 많다. 조금의 빈틈이라도 보였다가는 개인의 파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집단과 세력의 위상 추락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도덕’은 공동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기초적 수단이다. 전통적 측면에서 변화보다는 안정, 새로움보다는 익숙함을 추구하는 보수주의자를 보수주의자로 지탱시켜줄 수 있는 핵심 무기가 도덕이다. 민족과 국가의 개념 역시 중요한 기준 중 하나다. 반면 진보주의를 실천하고 지향하는 이라면 기존의 관성과 제도, 질서, 문화에 대한 전복을 꾀하기 마련이다. 어떤 진보의 가치도 그 배경에 도덕을 필수 기초 요소로 삼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의 현대사 속 상황은 달랐다. 한국의 보수 세력의 기초는 ‘도덕’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민족 또는 국가의 이익 또한 아니었다. 숱한 보수세력의 정치인, 기업인들은 반공, 반북이라는 이념적 토대 위에서 자신의 이익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등으로 시작해 이명박, 박근혜에 이르기까지 보수세력의 대통령들이 보여준 부도덕함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또한 기업인들 역시 권력에 막대한 돈을 건네며 자신들의 부를 더욱 키우는 데 혈안을 했다. 장삼이사 같은 평범한 보수를 자칭하는 이들 또한 필요하면 기꺼이 성조기와 이스라엘기를 흔들어 대고, 또 한때는 가스통까지 들고 광장으로 나와 공권력을 위협했다. 배려, 공정, 타인 및 공동체 존중 등 도덕의 가치는 어디에서도 찾기 어려울 정도다. 하기에 그 반대편에 있는 진보세력이 오히려 ‘도덕’을 자신의 무기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진보의 가치를 왼손에 들고, 도덕을 오른손에 든 채 ‘도덕적이지 못한 보수’와 맞서는 양상이다. 하나 안타깝게도 자승자박이다. 필연적으로 모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진보세력이라 하더라도 사적 욕망이 없을 수 없는 개인들의 모임이다. 공공의 가치의 제도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 공동체 발전에 대한 비전 마련 등 전통적 의미의 진보와 보수의 가치가 뒤섞여서 진보세력을 이룰 뿐이다. 필연적으로 언제든 도덕적 일탈의 개인이 나올 수도 있는 구조인 셈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적 상황에서 도덕적이지 않은 채 진보의 가치를 실현하는 시민운동은 가능하지 않다. 그렇기에 정의기억연대에 쏟아지는 비난에 대해 ‘조중동이 100년 동안 저지른 과에 비하면 천분의 1, 만분의 1일 것이고, 그 역사적 기여는 조중동의 백배 천배’(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페이스북 인용)라는 항변처럼 억울함을 토로하곤 한다. 하지만 이런 항변 또한 많은 이들에게 ‘겨 묻은 개와 × 묻은 개’ 사이의 싸움처럼 비쳐지기 일쑤다. 이제는 시민이 나설 때다. 일탈하는 진보세력 내 개인은 따끔히 단죄하더라도 그 가치와 방향까지 더욱 활성화시켜야 한다. 옥석구분의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하는 시민사회의 힘은 시민에 있기 때문이다. 박록삼 논설위원 youngtan@seoul.co.kr
  • [사설] ‘윤미향 빌미’로 준동하는 극우, 과거사 왜곡 중단하라

    검찰이 그제 ‘일본군성노예제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에 대한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 정의연 사무실과 연남동 위안부 할머니 쉼터인 ‘평화의 우리집’ 등을 압수수색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자와 정의연은 기부금과 후원금 회계부실 처리 의혹과 ‘안성쉼터’ 조성과 관련해 횡령 및 업무상 배임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관련 혐의는 검찰 수사로 조만간 밝혀질 것이지만, 정의연의 이번 위기를 빌미로 과거사를 왜곡하려는 극우세력이 준동하는 사실을 시민들은 좌시해선 안 된다. ‘위안부 할머니는 사기’라는 가짜뉴스가 소셜미디어에 유통되고, 서울의 한 소녀상은 돌멩이 테러를 당했다. ‘반일동상진실규명공대위’(공대위)라는 극우단체는 정의연이 주도해 온 수요집회가 “청소년들한테 성노예 개념을 주입해 정신적으로 학대했다”며 소녀상 철거와 수요집회 중단을 주장했다. 또한 ‘반일 종족주의’ 등의 출간을 주도한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 등 극우 인사들은 “일본군 위안소는 후방의 공창제에 비해 고노동, 고수익, 고위험의 시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동원에 대해서도 “노무동원은 자발적”이었다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일본 최고재판소조차 지난 2007년 4월 27일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도 불구하고 개인 청구권은 살아 있다”고 판결했는데도, 한국의 극우세력이 이 문제를 쟁점화하려는 의도가 의심스럽다. 일본 군국주의의 대표적 전쟁범죄인 위안부 강제동원 등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살아서 범죄사실을 증언하는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진실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극우들이 이를 부정하며 일본 극우와 궤를 같이하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특히 학문의 외피를 쓰고 역사왜곡을 일삼는 것은 극우세력 스스로 한국인임을 부인하는 꼴이다. 정의연이 과거의 잘못을 도려내는 과정에 있다고 해서 세계적으로 공인된 위안부 피해자 인권운동이 매도돼서는 안 된다. 특히 한일 극우가 주장한다면, 소녀상 철거도, 수요집회 중단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달라진 보수’ 주호영, 노무현의 봉하마을 찾는다

    ‘달라진 보수’ 주호영, 노무현의 봉하마을 찾는다

    23일 盧 11주기 추도식 참석4년 만에 당대표급 참석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오는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 11주기 추도식에 참석한다. 보수정당 대표급의 추도식 참석은 2016년 새누리당 대표 권한을 대행하던 정진석 원내대표 이후 4년 만이다. 주 원내대표는 20일 “저는 8주기 추도식에도 참석했고, 우리 당 대표들이 참석한 사례가 많다”며 “국민 통합의 의미도 있는 추도식”이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최근 노무현재단이 보낸 추도식 초청장을 받았다. 재단은 코로나19 우려로 추도식 규모를 대폭 축소했고, 통합당에서는 주 원내대표만 초청했다. 주 원내대표의 추도식 참석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일 뿐 아니라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과 통합당 인사들의 과거 5·18 망언 사죄에 이어 극우세력과 거리를 두고 ‘달라진 보수’의 모습을 각인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통합당은 2018년 9주기 추도식 때 전신인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불참했고, 지난해 10주기 추도식 때는 황교안 전 대표가 ‘민생투쟁 대장정’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주 원내대표는 국민 통합의 상징이 있는 행사에 진영 논리를 내세워 지도부가 불참하는 비정상을 바로잡겠다는 방침이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는 5·18 진상 규명과 역사 왜곡을 방지하는 입법에 대한 심 대표의 협조 요청에 “21대 국회가 개원하면 상임위에서 충분히 논의해 빨리 결론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지난 8일 취임 후 빠르게 당을 장악해 나가고 있는 주 원내대표는 당내 소통에도 적극적인 모양새다. 이날 오전 재선, 오후 3선 이상 의원들을 만났다. 21~22일에는 국회에서 21대 국회의원 연찬회를 열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추진 여부 등 지도체제와 무소속 복당 문제 등을 논의한다. 관건은 미래한국당과의 합당이다. 한국당은 주 원내대표의 권한까지 거론하며 국회 개원 전 합당을 거부하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한국당 소속 현역 의원과 21대 초선 비례대표 당선자들을 개별 접촉하며 협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前야당 대표 형까지 체포된 영국 봉쇄 해제 시위

    前야당 대표 형까지 체포된 영국 봉쇄 해제 시위

    유럽 곳곳에서 코로나19에 따른 봉쇄령을 해제하라는 시위가 잇따르는 가운데 영국에서는 전 노동당 대표의 형제까지 시위에 나섰다가 체포되는 일이 벌어졌다. BBC방송은 16일(현지시간) 런던 중심부 하이드파크에서 봉쇄 해제를 요구하는 일명 ‘자유 영국 시위’가 벌어져 19명이 사회적 거리두기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체포된 인사 가운데는 올해 초까지 제1야당인 노동당 대표를 지낸 제러미 코빈의 친형이자 민간 기후전망기관인 ‘웨더액션’의 과학자 피어스 코빈도 포함됐다. 5세대 이동통신(5G)이 코로나19를 확산시킨다는 음모론을 믿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코빈은 이날 시위 도중 경찰에 연행돼 공원 밖으로 끌려나갔다. 영국은 지난 15일 오후 5시 기준 코로나19 사망자가 3만 4000명을 넘어선 상태다.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는 경찰이 최루탄까지 쏘며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이번 시위에는 일부 정치인들도 참석했으며, 시위대를 변호하던 상원의원이 경찰의 진압으로 부상을 당할 만큼 격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폴란드 정부는 최근 잇따라 봉쇄 완화 조치를 내놨지만, 시위대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해산을 요구하는 경찰에게 폴란드 헌법을 보여주며 자유와 권리를 주장하는 등 격렬히 항의했다.독일에서도 베를린과 슈투트가르트, 뮌헨 등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이들은 독일 엘리트와 정부가 코로나19 확진자 숫자를 과장해 시민을 통제하려고 한다는 음모론을 제기하며 코로나19에 따른 조치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베를린에서는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로 200여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시위에서는 ‘우리가 국민이다’와 같은 극우세력의 구호가 나와 시위의 배후에 극우 정치집단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독일은 베를린이 지난 15일부터 음식점 영업을 재개하는 등 마스크 착용 등 생활방역을 의무화하는 조건으로 단계적으로 봉쇄조치를 완화하고 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민주, 정의연 적극 엄호 “역사적 성과 훼손해선 안돼”

    민주, 정의연 적극 엄호 “역사적 성과 훼손해선 안돼”

    김두관 “친일세력 마지막 준동 막아내야”우상호 “윤미향 당선인 공격 도 넘었다”김해영 “기부금 내역 투명하게 공개해야”더불어민주당은 15일 회계 부실 등 논란을 빚은 윤미향 당선인과 정의기억연대(정의연)에 대해 그동안의 활동을 폄하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기부금 논란으로 30년간 역사와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헌신한 정의연 활동이 부정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박성준 원내대변인은 최고위 후 기자들에게 “정의연과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역사적 성과, 사회적 공론을 위한 노력이라는 본질적 가치가 분명히 있는데 회계투명성 부분이 이를 훼손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두관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보수언론과 야당의 공격은 결과적으로 일본 극우세력만 좋아할 상황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그는 “일본의 반인륜적 전쟁범죄를 밝혀내고 이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활동에 대한 공격은 결국 친일 이외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어 “윤 당선인과 더 많은 동료의원이 마음을 모아 ‘친일세력’의 마지막 준동을 막아내는데 앞장서는 21대 국회가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우상호 의원은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언론의 정의연 털기, 윤 당선인에 대한 공격이 도를 넘었고 이제 무엇을 비판하는 것인지 목표조차 상실됐다”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이용수 할머니를 부추겨 윤 당선인을 공격하도록 만든 어떤 사람이 있다면 그것도 불순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일에 언론과 우리 국민들이 이용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경고도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다만 윤 당선인과 정의연이 기부금 사용 내역 공개와 회계투명성 확보 노력을 할 필요는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해영 최고위원은 “세계사적인 ‘위안부’ 인권운동의 진정성을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정의연 회계 처리 관련 문제는 정의연의 헌신, 성과와는 분리해서 살펴볼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피해 할머니에 의해 회계 처리 관련 의혹이 제기된 만큼 정의연과 윤 당선인은 기부금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 의혹을 불식하고 위안부 인권활동에 더 많은 추진력을 확보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극우의 가짜 5월 넘어… ‘하나 된 5월’을 향해 간다

    극우의 가짜 5월 넘어… ‘하나 된 5월’을 향해 간다

    5·18민주화운동은 성격이 복잡하지 않다. 당시 신군부가 정권을 장악하려는 음모를 꾸미며 민주주의를 압살하려 하자 광주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이를 반대했고, 신군부가 잔인하게 총과 칼로, 그리고 헬기 기총 소사로 시위 시민을 학살한 것이 시작과 끝이다. 그날은 1997년 이미 국가기념일로 지정됐고 세계적인 민주화운동의 모범 사례가 돼 유네스코에 기록물이 등재되고 있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폭동 vs 저항’이란 대립적 논란이 그치지 않는다. ‘집단 기억’의 공유를 바탕으로 5·18의 정신인 자유, 민주, 평화, 평등이 온 세상에 구현되도록 5·18의 전국화와 세계화를 이끌어 가야 한다는 지적이다.지난해 6월 홍콩 도심 집회에서 5·18 상징곡인 ‘님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지면서 세계에 중계됐다.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에서 홍콩 어머니 6000여명이 광둥(廣東)어로 번안된 이 곡을 합창했다. 이 장면은 전파를 타고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이 노래는 현재 중국·필리핀·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각국의 민주화 투쟁 현장에서 으레 불리는 ‘민중 가요’로 자리잡았다. 이는 1994년 국민과 해외동포 성금으로 설립된 5·18기념재단의 국제 교류와 연대 사업이 이뤄 낸 성과로 꼽힌다. 기념재단은 1999년부터 매년 5월 ‘광주아시아포럼’과 5·18아카데미 등을 열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가을로 연기했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국제적 활동가들의 교류와 소통을 주도하는 프로그램이다. 재단은 2000년부터는 ‘광주인권상’을 제정, 매년 5월 수상자를 선정한다. 영어·중국어 등 외국어로 5·18의 진상을 알리는 각종 출판물과 음반 등의 발간·배포도 이어지고 있다. 5·18이 국제적 민주화의 모델로 위상을 굳혀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2011년 5월 5·18민주화운동 관련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으로 등재됐다. 2007년 남아공 넬슨 만델라의 1963년 법원 판결 기록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한 적은 있지만 아시아 민주화·인권운동 측면에서 ‘1980년 광주 상황’을 등재했다는 점은 향후 국내 현대사 정립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5·18이 세계 민주화운동의 전형적인 사례로 공인받은 셈이다. ●코로나에도 집회 열겠다는 극우세력 국내 상황은 미완에 머물고 있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5·18민주화운동이 19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치부되기 일쑤다. 5·18이 법적·정치적으로 이미 ‘민주화운동’으로 규정됐지만 평가는 제각각인 탓이다. 올 40주년 기념행사도 ‘5월 정신’의 전국화를 목표로 서울·부산·대구·경기 등 전국에서 14개 사업 80여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일부 보수단체는 5·18기념주간에 ‘5·18 폄훼’를 준비하고 있다. 실제로 자유연대 등 극우단체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5·18 40주년 전야제마저 취소된 상황인데도 16~17일 금남로에서 3000여명이 참석한다는 내용의 집회 신고를 냈다. 이들은 앞서 지난 6일 광주시청 앞 등지에서 “5·18 유공자 명단과 공적 조서 등을 공개할 것”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명단 공개가 불법인 줄 알면서도 영상매체 등을 통해 똑같은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또 광주시가 ‘감염병예방관리법’에 따라 집회를 금지했지만, 이들은 법원에 집회 금지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게릴라식 공격도 이어진다. 수년간 5·18민주화운동을 북한 특수군 소행이라 주장해 온 지만원(79)씨는 지난 2월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된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지만 법정 구속은 되지 않았다. 지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매체인 ‘시스템 클럽’(5월 8일)에 ‘무등산의 진달래’란 제목의 글을 통해 “북한 특수군 600여명은 김일성의 지령을 받아 1980년 5월 21일 밤중에 광주교도소를 5회 공격했다”고 밝혔다. 지씨의 글은 다른 극우단체의 인터넷 사이트에 퍼져 나가면서 ‘5·18 왜곡과 폄훼’의 진원지 중 하나로 지목된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5·18 학살의 주범인 신군부와 그를 추종하는 세력들은 이를 사실인 양 호도하고, ‘전라도 사람’을 비하하는 내용을 퍼뜨리거나 재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해 ‘공동의 기억’을 형성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5·18의 전국화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신군부의 왜곡된 자료 보수매체 타고 확산 5·18 왜곡은 최초 12·12 쿠데타를 통해 실권을 장악한 신군부가 주도했다. 신군부는 5·18을 불순세력의 선동에 의한 폭동으로 간주하고 담화문 등을 통해 이런 사실을 퍼뜨렸다. 2017년 국방부 특조위가 활동하는 과정에서 당시 군사정부의 조직적인 5·18 왜곡의 일부가 처음 드러났다. 1985년 국방부 주도로 설립된 ‘80위원회’는 ‘광주사태 백서’를 발간하기 위해 군 관련 자료를 모았다. 계엄군의 진압작전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관련 서류 곳곳에서 왜곡 흔적이 발견됐다. 1988년 광주청문회를 앞두고 설립된 ‘511연구위원회’도 광주에 투입된 각 군의 전투 상보 등을 첨삭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 오인 사격에 따른 계엄군의 사인을 시민군 발포로 숨진 것으로 위장하거나 사망자 검시 보고서 등을 조작해 ‘지휘권 이원화’나 최초 발포 명령자를 숨기는 데 급급한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같이 정부가 왜곡한 각종 자료는 2000년대 이후 인터넷 확산 바람을 타고 보수 매체 등에 그대로 노출돼 역사를 비틀었다. 이들 내부 집단에서는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5·18을 ‘북한군이 일으킨 폭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인터넷에는 아직도 이런 정보가 흘러 넘치고 있다. ●광주시 역사 왜곡 대응 전담팀 운영 광주의 광역·기초 의원 90여명은 최근 합동결의대회를 열고 극우 보수단체의 금남로 집회 금지와 5·18 왜곡·날조 금지를 촉구하는 특별법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이들은 “일부 극우 세력들은 5·18을 지속해서 비방·폄훼하면서 역사적으로 검증된 사실마저 왜곡하는 몰지각한 행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광주시는 역사 왜곡 대응 전담팀을 꾸려 운영하고 있다. 이 지역 4·15 총선 당선자들도 최근 21대 국회에서 ‘5·18 왜곡 처벌법’을 발의하기로 했다. 이기봉 5·18기념재단 사무처장은 “일부 인사들이 5·18을 막말 수준으로 폄훼하는 것은 언론 및 표현의 자유와 무관하다”며 “악의적 왜곡은 법으로 엄단하고 5·18의 조속한 진상 규명과 헌법 전문 반영을 통해 아무도 시비를 걸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정기 전남대 5·18연구소장은 “5·18에 대한 기억의 공유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그 정신의 전국화는 영원히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사설] 정의연, 기금 내역 투명히 공개해 도약 계기 만들어야

    후원금 사용 회계의 투명성 논란에 휩싸인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측이 그제 기자회견을 열고 제기된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지만 100% 납득할 만한 해명은 되지 못했다. 시민운동의 정당성과 생명력을 담보하는 힘은 결국 투명성이라는 점에서 어떤 형식으로든 추가 검증을 통해 명명백백하게 의혹이 규명돼야 할 것이다. 정의연 자체 역량이 안 된다면 공평무사한 제3세력에 의한 검증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문제제기로 촉발된 이번 논란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막대한 후원금이 정작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건네지지 않는 등 사용처가 불분명하다는 점이고, 둘째는 정의연 윤미향 전 이사장이 한일 위안부 합의 내용을 사전에 알았는지 여부다. 나머지 하나는 윤 전 이사장 딸의 미국 유학경비 출처 등과 관련된 의혹이다. 정의연 측은 회계 투명성 논란과 관련해 일부 표기에 부정확한 측면이 있었다며 사과했다. 부족한 인력 탓에 편의적으로 실무처리 했을 뿐 어떤 부정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세부 항목은 공개하지 않아 의혹을 자초하고 있다. 스스로 떳떳하다면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이제라도 빠짐없이 공개하면 된다. 단순한 회계 실수나 사소한 잘못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윤 전 이사장 관련 의혹도 자료를 첨부해 투명하게 소명하길 바란다. 이번 기회에 정의연이 투명하게 검증돼야 위안부 인권운동의 동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일본 제국주의의 인권말살적 전쟁범죄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먼 후세까지 그 실상을 낱낱이 전해 인류사의 교훈으로 삼아야만 한다. 게다가 가해자인 일본 극우세력들은 여지껏 사과는커녕 인정조차 하지 않는 것 아닌가. 정의연과 활동가들이 30년의 헌신적 노력으로 위안부 인권운동을 전개한 공로는 인정돼야 한다. 이제는 폐쇄적 운영과 주먹구구식 회계에서 벗어나 한 단계 발전·승화할 필요가 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위안부 인권운동이 더욱 강건해지기를 기대한다.
  • 40년 전 진실 찾는 5·18 조사위… “처벌 아닌 화해가 목적”

    40년 전 진실 찾는 5·18 조사위… “처벌 아닌 화해가 목적”

    본격적인 조사 활동을 개시한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 조사위원회(5·18 진상조사위)의 송선태 위원장이 “최초 발포 명령자와 헬기사격 및 각종 인권침해 사건 등 민주화운동을 총칼로 무자비하게 진압한 40년 전 5월의 총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전력투구하겠다”고 밝혔다. 송 위원장은 12일 서울 중구 5·18 진상조사위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5·18 특별법’(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에 명시된 진상 규명 범위 중 우선 조사 과제를 공개했다. 먼저 5·18 당시 계엄군이 시민들을 향해 발포한 경위와 발포 지휘체계, 발포 책임자 확인 등 계엄군의 발포 행위와 관련한 진상을 규명한다. 송 위원장은 “지금까지 총 9차례 조사가 있었지만 상급 지휘관 중심의 조사에 그쳐 발포 책임자 규명에 한계가 있었다”며 “1980년 5월 18~27일 2만명이 넘는 병력이 광주에 투입됐는데 이 중 1만 4000여명이 병사와 하사 등 초급 간부였다. 이번에는 ‘아래로부터의 조사’를 통해 발포 현장의 생생한 증언과 자료를 수집·분석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극우세력이 주장하는 ‘북한군 개입설’도 조사 대상이다. 송 위원장은 “‘북한 특수군이 침투해 광주시민을 살상하고 유언비어를 유포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진실을 추적하고, 주장이 허위 사실일 경우 유포자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사건 ▲암매장 사건 ▲행방불명자 조사 ▲군에 의한 성폭력 사건 등이 우선 조사 대상으로 선정됐다. 송 위원장은 “과거 5·18 조사기록과 수사·재판기록, 군 관련 기록 등 60만쪽이 넘는 기록이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된 상태”라면서도 “5월 21일 전남도청 앞에 모여 있던 시민들에게 군이 집단 발포한 일에 대해 적은 군 기록은 단 한 건도 없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처벌이 아닌 진실·화해가 위원회의 활동 목적”이라며 “가해자와 피해자를 공정하게 조사해 국가폭력의 실상을 확인한 후 책임을 물을 사항이 발견되면 주저 없이 조처하겠다”고 덧붙였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日국민 58% “아베 정권의 자위대 명기 헌법개정 반대”

    日국민 58% “아베 정권의 자위대 명기 헌법개정 반대”

    일본 국민의 58%는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현 정권 하에서의 헌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군대 보유 금지’를 규정한 현행 평화헌법을 백지화하고 사실상의 군대로서 ‘자위대’를 명시하는 방향의 헌법 9조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민 5명 중 3명이 이를 용인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인 셈이다. 3일 일본의 ‘헌법기념일’(제헌절)을 맞아 아사히신문이 실시·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베 정권 하에서의 개헌에 대해 응답자의 58%가 반대 의사를 밝혔다. 찬성한다는 답변은 32%에 그쳤다. ‘반대’는 지난해 52%보다 6%포인트 올라갔고, ‘찬성’은 지난해보다 4%포인트 줄었다. 이는 아베 총리가 국가재정을 사적으로 이용한 ‘벚꽃을 보는 모임’ 파문, 자신의 측근을 검찰총장에 앉히기 위한 탈법적 검사장 정년 연장 등 의혹에 더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보여온 무능한 대응 등이 종합적으로 맞물리면서 국민들이 그의 정치적 숙원인 개헌에 한층 더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가 제안한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는 방향의 헌법 9조 개정에 대해 찬성 41%, 반대 50%로 반대가 더 많았다. 특히 국회에서 개헌 논의를 서두를 필요가 있느냐는 물음에는 압도적으로 많은 72%가 그럴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응답은 22%에 그쳤다. 교도통신이 실시한 비슷한 성격의 조사에서도 아베 총리 체제에서 개헌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찬성 의견을 크게 웃돌았다. 개헌의 필요성이 있다는 응답은 61%로, 필요없다는 응답(36%)보다 훨씬 많았으나 현 정권에서 개헌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40%에 그쳤고, 반대한다는 의견이 58%에 달했다. 한편 아베 총리는 이날 극우세력 ‘아름다운 일본 헌법을 만드는 국민모임’이 주최한 헌법포럼에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개헌 결의에 흔들림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자위대의 헌법 9조 명기에 대해 “자위대가 위헌이라는 이상한 논쟁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라도 헌법상에 명확하게 자리매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아베 총리는 이 단체가 2017년 개최했던 헌법기념일 행사에 영상 메시지를 보내 ‘2020년 개정 헌법 시행’과 ‘헌법 9조에 자위대 명기’ 목표를 밝힌 바 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코로나 사령관’ 보호령 신변 위협에 경호 강화

    ‘코로나 사령관’ 보호령 신변 위협에 경호 강화

    트럼프 잘못된 견해에 정면반박해 인기 극우파 “국가 흔드는 세력” 음모론 제기미국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위기를 경고하며 맹활약하고 있는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에 대한 경호가 강화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정국에서 ‘최고사령관’이나 다름없는 존재감을 드러내는 그의 인기가 올라가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세력의 표적이 됐기 때문이다. 파우치 소장에 대한 개인 경호는 전날 미 연방보안청의 권고에 따라 제공되기 시작됐다. 그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와 휴교령, 자택격리 등을 적극적으로 주창한 인사로 꼽힌다. 79세에도 하루 4~5시간만 자며 사태 해결에 매진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대비를 이뤘다. 특히 “4월 12일 부활절까지 미국인들의 생활을 정상화하겠다”던 트럼프가 계획을 포기한 것도 그의 설득이 통했기 때문이라는 보도가 잇따르며 국민들 사이에서 그의 전문적 식견과 대처에 관한 호평이 자자하다. 백악관 브리핑이나 인터뷰 등 공개석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잘못된 견해를 수정하거나 정면 반박하는 그의 강단 있는 행동에 팬덤이 생겨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파우치 소장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됐다. 보수 우파 진영에서는 그가 정부 뒤에 숨어 국가를 흔드는 세력이라는 의미인 ‘딥 스테이트’(Deep State)의 일원이라는 음모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극성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파우치 소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무시한다는 비난도 거세다. 지난달 20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무부를 비판하며 ‘딥 스테이트’라는 용어를 쓰자 뒤에 있던 파우치 소장이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장면이 포착됐고, 이때부터 파우치 소장을 비판하는 글이 더욱 급증했다. 더불어 파우치 소장의 신변을 직접 위협하는 일이 반복됐고, 최근에는 사인을 요구하는 척하며 그와 접촉하려는 사례도 있어 경호 강화 필요성이 제기됐다. WP는 “파우치 소장이 일부 우익 논객과 블로거들의 공개적인 표적이 됐으며, 경제활동이 재개되기를 촉구하는 이들은 그의 전문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파우치 소장 간 불화가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지만,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파우치 소장을 존경한다”며 이를 부인하고 있다. 그의 경호 강화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경호가 필요하지 않다. 모든 사람들이 그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코로나19’ 헛소문·유언비어 확산되는 일본...인터넷 과장광고도

    ‘코로나19’ 헛소문·유언비어 확산되는 일본...인터넷 과장광고도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전세계적으로 잘못된 정보나 유언비어, 뜬소문이 판을 치고 있는 가운데 일본에서도 그 정도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이 틈을 타 코로나19에 대한 특효를 강조하며 과장광고로 재미를 보려는 판매업체들도 급증했다. 마이니치신문은 11일 전문가들의 말을 빌어 따뜻한 물이나 비타민D가 코로나19 예방에 좋다는 근거없는 정보에서부터 특정지명을 거론하며 ‘감염자가 있는데도 당국이 공개하지 않고 있다’ 등 불안을 부추기는 루머 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전했다. 마이니치는 ‘26~27도의 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사멸된다’는 루머를 사례로 들었다. 그러나 사람의 체온보다 낮은 온도에서 바이러스가 죽는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고 실제로 후생노동성도 ‘효과가 있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한 중고물품 판매 사이트에는 ‘코로나 대책’이라며 화강암이 출품되기도 했다. 화강암에서 나오는 자외선이 강력한 바이러스 살균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후생노동성과 국립건강영양연구소는 모두 부정하고 있다. 음모론도 판을 친다. 이를테면 코로나19는 중국 우한시의 중국과학원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파나온 생물병기라는 설이다. 이 루머에 대해 전세계 전문가 27명은 영국 의학잡지 ‘랜싯’에서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이 코로나19를 ‘일본 폐렴’으로 명명하려고 한다는 극우세력이 조장한 것으로 보이는 유언비어도 나돌고 있다. 그 증거로 제시된 것은 일본 주재 중국대사관이 지난달 27일 홈페이지에 올린 글로, 여기에서 중국어로 ‘일본 신종 관상병독폐렴’라고 적힌 부분이다. 그러나 이는 ‘일본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상황이 변화하고 있다’는 내용의 일부를 악의적으로 발췌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니치는 또 ‘코로나19 방지에 파래, 마늘, 생강이 좋다’, ‘중국 우한에서 귀국한 인도인이 모두 음성이었던 것은 손으로 카레를 먹기 때문에 손을 자주 씻어서’ 등도 낭설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소비자청은 “코로나19 예방을 빙자해 과학적 근거가 없는 상품 광고가 확산되고 있다”며 지난 10일 인터넷쇼핑몰 등 30개 업체 총 46개 제품에 대해 관련 표현을 광고에서 제거할 것을 요청하는 긴급조치를 발동했다. 이를테면 ‘코로나19 예방에는 올리브 잎 추출물이 효과가 있다’, ‘코로나19는 한방식품이 효과적. 예방을 위해 민들레즙을’, ‘천연 발효 낫토에는 바이러스가 이길수 없다’ 등이 시정 대상으로 꼽혔다. 소비자청은 특정 성분이나 식품을 통해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거나 음이온에서 바이러스가 사멸한다는 주장 등은 민간기업에서 제대로 시험을 할 수 없는 현 시점에서 볼 때 근거가 없어 부당표시의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박록삼의 시시콜콜] 한국당이 ‘괴뢰(傀儡) 정당’ 만들면 의석수 늘까?

    [박록삼의 시시콜콜] 한국당이 ‘괴뢰(傀儡) 정당’ 만들면 의석수 늘까?

    지난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 연단에 선 심재철 원내대표의 표정은 결연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과 좌파연합세력이 연동형선거제를 밀어붙인다면 우리는 비례한국당을 만들 수밖에 없음을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한국당으로서는 일종의 협박이었다. ‘형식상으로는 독립적이나 실질적으로는 다른 단체에 종속되어 그의 말을 따르는 단체나 정권’인 ‘괴뢰(傀儡) 정당’을 만들 테니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하지 말란 경고이기도 했다.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취지를 무력화하거나 민주주의를 조롱하려는 저열한 꼼수에 더욱 가깝지만 말이다. 모든 민생법안에까지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며, 소수의견을 알리기 위한 의회민주주의의 수단을 기괴하게 사용했던 전력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꼼수의 백미’다. 지난해 12월 15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합의했음에도 이후 일관되게 합의 정신을 부정해왔던 한국당이다. 오히려 비례대표제 폐지, 국회의원 축소 등 정치개혁, 선거제 개혁에 역행하는 안으로 여야 협상 자체를 거부해왔다. 국회법에 따라 선거법 개정안의 패스트트랙 처리는 불가피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당 의원들은 폭력과 기물 파손, 동료의원 감금 등 국회선진화법을 위반하며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드는 위법행위까지 서슴지 않았다.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진지한 선거제 개혁 논의를 어렵게 만든 데에는 한국당의 책임이 가장 크다. 재미있는 점은 민주당 일부 의원이 즉각 ‘화답’했다는 사실이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례한국당을 만들겠다고 대놓고 협박한다”고 우려를 표하면서도 “역대 자유한국당 정당득표율은 어떤 상황하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견고하다. 심지어 2004년 노무현 탄핵 국면에서도 여론조사에서는 형편없이 나왔지만 결과는 36%를 얻었다”라고 적었다. 그래서 “그렇게라도 한국당이 반칙을 하겠다면 그에 맞서겠지만 결국은 한국당이 얻을 것이 없다”라며 “마찬가지로 4+1에 들어와있는 야당들도 위성정당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연동형의 캡을 절반 이하로 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씁쓸하다. 이미 민주당과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 각 정당의 이해관계 셈법에 따라 ‘누더기 연동형비례대표제’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더 후퇴하자는 주장을 공공연히 하는 셈이다. 그런데 심 원내대표 공언처럼 ‘비례한국당’을 만들면 진짜 한국당이 비례대표를 확 늘릴 수 있을까. 민 의원은 “일각에서는 비례 50석 중 30석을 (한국당이) 가져갈 거라는 시뮬레이션을 내놓는다”고 전했다. 이게 진짜 가능할까. 일단 ‘비례한국당’이 별도로 선관위에 정당으로 등록돼있다. 한국당은 별도의 이름으로 괴뢰(傀儡) 정당, 혹은 위성 정당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에서는 다른 정당을 위한 선거운동이 금지돼있다. “후보 투표는 한국당에 하고, 정당 투표는 우리 찍지 말고 우리의 괴뢰 정당에 투표하라”는 발언은 선거법 위반이 된다. 또한 다른 정당 경선에 개입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 돈 없는 정당을 운영할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가능성까지 높아진다. 이 모든 장벽을 뛰어넘어 한국당이 자신들의 괴뢰정당을 만들어도 ‘250석(지역)+50석(비례)’, 그리고 연동형캡 30석 한도 내에서 움직인다면 그 괴뢰정당이 얼마나 많은 정당득표를 얻으며 선전할 지는 미지수다. 만약 극우세력을 중심으로 5% 정도 표를 보내준다면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방식으로 1~2석에, 기존 비례대표 배분 방식으로 최소 1석 정도를 합쳐 2~3석이 가능하다. 만약 10% 정당득표를 얻으면 5석이 된다. 한국당의 정당득표를 갉아먹고, 또다른 ‘형제 정당’인 우리공화당에 대해 ‘팀킬’이 될 부분은 빼고 말이다. 민주주의를 퇴행시켰다는 비판을 받는 꼼수의 결과물치고는, 또 현행 선거법, 정치자금법의 늪을 빠져나온 대가치고는 너무 아쉬운 결과물이 될 것 같다. 현실성도, 정치적 이익도 없는 안을 가지고 선거제 개혁 움직임을 훼방하려는 의도는 고스란히 한국당에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국민과 의회를 우롱하는 정치는 이제 그만하길 바랄 따름이다. 박록삼 논설위원 youngtan@seoul.co.kr
  • 욕하고 머리채 잡고… ‘무법천지 국회’ 만든 한국당 지지자들

    욕하고 머리채 잡고… ‘무법천지 국회’ 만든 한국당 지지자들

    수천명 몰려와 돌발 행동에 아수라장 황교안·한국당 ‘나 몰라라’ 점거 방치 文의장 “특정 지지세력에 국회 유린” 민주 “黃·한국당 국민의 심판받을 것”자유한국당이 16일 국회에서 주최한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선거법, 2대 악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 보수 시민단체와 한국당 지지자 수천명이 난입해 아수라장이 됐다. 광화문 집회를 주도하던 이른바 ‘아스팔트 보수’ 단체들이 국회를 마비시킨 초유의 사태를 빚은 것이다. 오전 11시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집회 참가자들이 국회 앞마당으로 쏟아졌다. 이들은 순식간에 본청 계단을 가득 메웠고, 일부가 본청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했다. “문희상(국회의장) 사퇴하라”, “더불어민주당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한국당 규탄대회가 끝난 후에도 돌아가지 않고 국회 앞마당과 본청 계단, 출입구를 막았다. 국회 본청의 모든 출입구가 폐쇄됐고, 외곽의 동서남북 문도 폐문 조치됐다. 일부 참가자는 ‘국회의장’이라고 쓰인 주차 표석에 ‘문희상 개XX’라는 낙서를 적었다. 이 과정에서 선거법 통과를 촉구하며 지난 2일부터 본청 앞에서 농성 중이던 정의당은 시위대에 둘러싸여 침을 맞고 머리채를 잡히는 등 봉변을 당했다. 본청에서 나가던 민주당 설훈 최고위원도 시위대와 충돌했다. 시위대가 욕을 하고 밀치는 과정에서 설 의원의 안경이 날아갔고, 경찰 호위를 받아 의원회관으로 이동했다.한국당은 황교안 대표가 직접 국회 앞마당까지 나가 시위대의 경내 진입을 환영했으나 공식행사가 끝난 후 ‘나 몰라라’하며 국회 점거를 방치했다. 황 대표는 규탄대회 말미에 “불법이 있으면 안 된다. 우리가 책잡히면 안 된다”고 했지만 이후 7시간 넘게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경찰이 시위대에 검거작전 경고 방송을 수십 차례 내보낸 오후 7시 30분쯤에야 황 대표는 다시 마이크를 잡고 “시위를 마치고 평화적으로 경찰관을 따라 내려가자”고 했다. 초유의 사태를 맞은 문희상 국회의장은 “특정 세력의 지지자들이 국회를 유린하다시피 했다”며 “국회에서 이런 상황이 초래된 것은 여야 모두의 책임”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극우세력과 결탁해 국회를 무법천지로 만드는 황 대표와 한국당은 국민의 심판으로 퇴출당할 것”이라며 “제1야당이 선택한 것은 의회정치가 아니라 정치깡패와 다름없는 무법과 폭력이라는 점은 정치개혁과 선거개혁의 필요성을 명확히 보여 준다”고 했다. 민주평화당 홍성문 대변인도 “수사당국은 무소불위의 깡패집단, 국회 폭거세력으로 거듭난 극우세력들의 반민주적·폭력적인 행위를 좌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이만희 한국당 대변인은 “국회를 유린하는 것은 날치기를 중단하라는 국민이 아니라, 국회를 권력의 하수인으로 만들려는 청와대와 민주당, 문 의장”이라고 논평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한국당 규탄대회에 與 중진들 ‘봉변’…민주 “정치깡패” 비판

    한국당 규탄대회에 與 중진들 ‘봉변’…민주 “정치깡패” 비판

    황교안 “선거법 죽어도 막아야 하는 것”지지자들 본청 진입 막히자 앞에서 집회설훈·홍영표 등 민주 중진들 포위되기도자유한국당이 16일 주최한 ‘공수처·선거법 저지’ 규탄대회에 이른바 ‘태극기 부대’로 불리는 지지자들이 몰려들면서 국회 일대 교통이 마비되는 등 큰 혼란을 빚었다. 일부 더불어민주당 중진들이 한국당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이는 등 곳곳에서 물리적 마찰도 빚어졌다. 국회 사무처는 국회청사 출입문을 봉쇄하는 등 출입제한 조치까지 내렸다. 한국당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국회 본청 앞에서 소속 의원, 당원·지지자들과 함께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의 폐기를 촉구하는 규탄대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수천명이 참여했다고 한국당은 추산했다. 참가자들은 태극기, 성조기, 손팻말 등을 든 채 본청 각 출입문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국회 사무처는 모든 출입문을 봉쇄했다. 출입이 저지되자 이들은 본청 정문 앞 계단과 잔디밭에 모였다. 정미경 최고위원이 마이크를 잡고 “500조 이상의 우리 세금을 날치기 한 자가 누구냐”고 묻자 참석자들은 “문희상”이라고 답했다. 정 최고위원이 “그 대가로 무엇을 받으려고 합니까”라고 묻자 참석자들은 “아들 공천”이라고 했다. 그는 “문희상 국회의장과 닮은 사람이 있다. 조국 씨 잊으셨나”라고 묻기도 했다.참가자들은 ‘국민들은 분노한다! 2대악법 날치기 반대!’라는 펼침막을 든 채 “세금도둑 민주당”, “날치기 공수처법”, “날치기 선거법” 등의 구호를 외쳤다. 마이크를 이어받은 심재철 원내대표는 “(국가의) 주인이 내는 세금으로 움직이는 국회에 들어오겠다는데 이 국회 문을 걸어 잠그는 행동, 잘못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민주당은 맨 처음에는 ‘225명(지역구)+75명(비례대표)’. 이렇게 얘기를 했다. 그러다가 지금은 ‘250+50’을 얘기하고 있다”며 “국회 의석이라는 게 어디 엿가락 흥정하는 것이냐”고 연동형 비례제를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발언대에 오른 황 대표는 “공수처가 들어오면 자유민주주의는 무너진다”며 ‘공수처 반대’와 ‘선거법 반대’를 20차례씩 외치자고 했다. 그러고 나서 참가자들이 외칠 때마다 손가락으로 셌다. 황 대표는 연동형 비례제에 대해 “갑자기 이거 만들어서 민주당이 군소 여당들, 말하자면 똘마니와 원 구성하고, 이런저런 표 얻어서 160석 되고, 180석 되고 이러면 이제 뭐가 될까”라고 물었다. 몇몇 참가자가 “공산주의”라고 하자 황 대표는 “그게 바로 독재다. 그래서 선거법은 죽어도 막아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불법이 있으면 안 된다. 우리가 책잡히면 안 된다”고 지지자 등의 국회 무단 진입을 만류하기도 했다. 황 대표와 의원들은 출입문을 봉쇄한 경찰관들에게 출입증을 보여주고 국회 본청으로 들어갔다. 참가자들은 본청 앞 계단의 민주평화당·바른미래당 천막을 찾아가 이들이 민주당과 함께 공수처법·선거법을 추진하는 데 대해 거세게 항의했다. 민주당 일부 중진들은 규탄대회 참석자들에게 포위되는 등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설훈 최고위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오후 국회에서 상임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나오던 도중 시위대가 심한 욕설을 하며 밀치기 시작했다”며 “부상을 당하진 않았지만 충돌 과정에서 안경이 떨어졌다”고 말했다.그는 “차를 타고 이동하려 했지만 시위대가 막아서 도저히 차로 갈 수가 없었다”며 “결국 경찰 호위를 받고 걸어서 의원회관으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홍영표 의원도 국회에서 규탄대회 참가자들을 만나 항의를 받은 뒤 경찰의 경호를 받으며 이동했다. 국회 진입이 불허되자 집회 참가자들은 정문과 후문 등지에 진을 치고 앉아 호루라기 등을 불며 함성을 질렀다. 경찰은 본청을 비롯한 국회 주변에 경찰력과 버스들을 배치해 출입을 통제했고, 그 여파로 일대 교통이 마비되다시피 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극우세력과 결탁해 국회를 무법천지로 만드는 황 대표와 한국당은 국민의 심판으로 퇴출당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제1야당이 선택한 것은 의회정치가 아니라 정치깡패와 다름없는 무법과 폭력이라는 점은 정치개혁과 선거개혁의 필요성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은 “한국당과 우리공화당 당원 및 지지자들이 국회 본청 앞 선거개혁 농성장에 있던 정의당 당원 및 당직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욕설을 장시간 퍼붓고 얼굴에 침을 뱉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만희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국회를 유린하는 것은 일방적 날치기를 중단하라는 국민이 아니라, 선거법과 공수처법 강행을 위해 국회를 권력의 하수인으로 만들려는 청와대와 민주당, 그리고 문 의장”이라고 논평했다. 문 의장은 입장문에서 “특정 세력의 지지자들이 국회를 유린하다시피 했다”며 “여야 정치인 모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국회에서 이런 상황이 초래된 것은 여야 모두의 책임”이라며 “특히 나의 책임을 통감한다”고 전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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