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칼럼] 집권당을 개혁하라
한가위 연휴동안 고향에서,친지들과 나눈 이야기들 중에는 정치가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그 이야기들 중에는 누가DJ의 발목을 잡는가,혹은 왜 정치권은 싸우기만 할까 하는 식의 ‘싸잡아 욕하기’가 대부분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나는 일단 개혁 지체와 관련 두 가지를 말하고자 한다.첫째,아직도기승을 부리는 극우세력 부분이다.대북관계에서 튀어보지 않고서는자신들의 정체성이 확보되지 않는 극우단체·언론·보수야당들이 심각할 정도로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어디 대북관계 뿐인가.정부가추진하고자 하는 정책에 조금이라도 전향적인 흔적이 묻어있으면 이들은 현실성이나 합리성 여부를 떠나 ‘of the·by the·for the 색깔’적인 시비를 건다.
건국이래 이어져온 ‘이승만정권의 정통성’을 가지고 자해공갈을하는 폭력집단.그 뻔한 수작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지만 모든 자해공갈의 피해자들이 그렇듯 DJ는 말없이 당하고 있을 뿐이다.잃을 것은쇠사슬 뿐인 나는 ‘이승만과 그의 후예들이 싫어요’를 외치며 광화문 네거리를 질주할 수도 있지만,‘대한민국 대통령’인 김대중은 그렇게 할 수가 없다.아무튼 이 자해공갈단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왔고 또 휘두르고 있는 중이다.기억하는가,97년 대선을.일개 극우집단이 대선후보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사상검증을 했던,그 전무했고 또 후무할 것이 분명한 엽기 퍼포먼스를.2000년 9월의 현실도 달라진 바 없어 안타깝다.
‘활자로 된 것이면 무엇이든 믿어버리는 우매한 대중’이라는 히틀러의 망언이 여전히 유효한 남한사회에서 판매부수 1위를 차지하고있는 언론.‘우리가 남이가’ 한 마디면 동남쪽 도민 천 몇 백만을인사불성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당.외국인이나 외계인이 보고 있는,우리의 후손이 보게 될 시대의 넌센스를 생각하면 너무나도 망신스러워서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
둘째,집권당도 책임을 져야 한다.특히 집권당내 예비 대권주자들이나 중견정치인들이 제역할을 못해주고 있다.특히 386 세대들의 자중지란,힘에 부치는 모습도 역력하다.집권당 내부사정을 난도질할 생각은 없다.집권당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의 개혁성이 보수 야당의 정치인들 못지 않게 의문시된다.양심과 지조,미래를 관통하는 일관된 철학과 소신을 갖춘 차세대 리더가 보이지 않는다.그럼에도 차기 대권논의가 솔솔찮게 나오는 정치현실이 개탄스럽기까지 하다.
‘젊은 박정희’에 ‘386세대의 도덕성’까지 거론되고 있지만,분위기 따라 움직이는 정치인들의 행태때문에 도무지 믿음이 가지않는다.
즉 권력에 집착하는 정치꾼들 때문에 이도저도 안되고 있다.저마다“자기 이외에는 안된다”고 주장하지만,자기점검과 자기개혁은 제대로 한 것을 보지 못하였다.이와 관련 집권당의 분발이 요구된다.누군가 십자가를 지지 않는 이상 집권당의 무기력증이 지속될 것이다.
시민단체와 이른바 진보적 지식인 집단도 개탄스럽다.그들은 사사건건 정권의 도덕적 흠집을 찾아내,DJ에게 ‘대안의 부재’를 지적하지만,내가 보기에 이 지적은 자승자박에 가깝다.광주의 등에 칼을 꽂은이른바 386 국회의원들도 있다.다 지난 얘기가 아니다.얼렁뚱땅 넘어갈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속시원한 매듭 한번 없이 문제거리만 키워온 대책없는 부류들이기 때문이다.쓰다 보니 정치권에 대한 냉소가되고 말았다.30년 인생 중 단 10초도 기성 정치판을 누비는 정치인들을 지지한 적이 없다.단순무식 초지일관 좌파인 나를,그저 냉소하는청년으로,DJ지지자로 만들어버리는 이 현실이 기막힐 뿐이다.
△김형렬 WP우플 기자 pissed@chollia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