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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30] 비정규직의 애환과 희망

    [20&30] 비정규직의 애환과 희망

    외환위기를 거치며 확산된 ‘비정규직’은 20대와 30대에게는 미래의 슬픈 자화상이다. 이달 초 비정규직보호법안 시행과 이랜드 파업 사태 등을 거치면서 비정규직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장밋빛 꿈’을 안고 살아야 할 ‘2030’ 젊은 세대에게 비정규직이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삶의 최일선에서 현재 비정규직으로 살아가고 있는 20∼30대들의 애환과 희망을 함께 들어봤다. ●차별과 냉대라는 보이지 않는 벽 회사원 황모(28·여)씨는 비정규직이다. 취업난이 한창이던 2004년 겨우 지금 회사에 ‘업무 보조’라는 이름으로 입사해 일을 해오고 있다. 정규직 업무와 별반 차이가 없지만 그는 심한 ‘차별’을 실감하고 있다. 노조 가입도 하지 못하고, 정규직들이 다 받는 상여금 한 번 받은 적도 없다. 최근 회사가 큰 폭의 흑자를 내면서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그씨에게는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상여금은 회사 이익 창출에 기여한 사원들에게 이익의 일부를 배분하는 거잖아요. 비정규직은 회사를 위해 기여한 게 아무것도 없어서 성과급이나 상여금에서 배제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소속감을 못 느끼는 건 당연한 거죠.” 2005년부터 올해 1월까지 계약직으로 일하다 그만두고 직업전문학원에 다니는 권모(24·여)씨는 계약종료 한 달 전부터 ‘매년 재계약을 할 수 있을까.’라는 부담감 때문에 마음이 조급해지는 경험을 되풀이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9월부터 회사 사정이 많이 안 좋아졌어요. 한 번은 밀린 월급 일부를 지급한다고 해서 좋아했는데 정규직한테만 급여를 주더라고요. 항의를 했더니 업무처리 과정에서 일어난 단순한 실수 때문이라고 해명하면서 바로 입금해 주기는 했죠. 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정말 불쾌해요. 차별받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죠. 솔직히 항의를 안 했으면 안 줬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나마 그 회사는 ‘양반’이었다. 이전 회사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월급날도 달랐다고 한다.“정규직이야 노조가 있다 보니 회사 사정이 어려워도 월급날을 어긴 적이 없어요. 하지만 비정규직에게는 ‘회사에 돈이 없다.’는 이유로 1∼2주씩 지나서 월급을 주는 일이 다반사예요. 평생을 이렇게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답답해져요.” ●정규직이 꺼리는 ‘3D 업무´ 떠맡아 수많은 차별은 물론 비정규직들은 오히려 정규직 업무에 ‘플러스 알파’의 업무도 떠맡는다. 정규직들이 하기 싫어하는 3D(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업무도 비정규직들의 몫이다. 한 대기업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해 사보 교열업무를 보던 박모(37)씨는 지난해 회사를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 처음에 그가 맡기로 한 일은 교열업무뿐이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일이 하나둘씩 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통신사 뉴스의 재가공과 취재 기자의 초벌기사 정리는 물론 나중에는 사보의 한 섹션을 맡기며 직접 취재에 나설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나중에는 취재에 교열까지 하다 보니 사내 취재기자들보다 하는 일이 더 많아지더라고요. 나한테는 취재비도 안 주면서 취재하라는데 정말 참기 힘들었어요. 정규직 직원의 절반도 안 되는 급여를 받으며 내 돈 써가며 취재까지 해야 하는 현실이 많이 비참했어요.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했더니 제 상관이 ‘조금만 더 성실한 모습을 보였으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줄 수도 있었는데 자네 복이 여기까진가 보다.’라며 오히려 저를 힐난하더군요. 전 속으로 ‘사람 마음속에 피멍 들게 한 당신은 얼마나 오래 회사에 남아있나 두고 보겠다.’고 생각했죠. 근데 진짜 그 상관도 저 그만두고 3개월 뒤에 실적부진을 이유로 ‘잘리고’말더라고요.” 비정규직 김모(32·여)씨는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한다. 그럼에도 회사 간부들은 김씨에게 바닥 청소를 시키기도 한다. 정규직에게는 커피 심부름을 시키지 않는다. 정모(30·여)씨는 1년 계약 후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겠다는 약속을 믿고 한 공연기획사에 들어갔다. 입사하고 11개월이 되자 회사는 자신의 본업인 디자인 업무 대신 티켓 관리 업무를 맡겼다.‘그만두라.’는 무언의 압력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정씨는 꾹 참고 두 달을 버텼지만 결국 제 발로 회사를 그만뒀다. 기초자치단체에서 기간제 근로자로 일하는 신모(30)씨는 “사무실 앞에 붙여놓는 직원명단은 보통 이름과 직급을 쓰는데 유독 내 이름 옆에는 ‘계약직’이라고 써 놨다.”면서 “정규직 공무원들은 그런 식의 표현이 기분 나쁠 거라는 생각을 안 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계약직은 연말에 연봉재협상을 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내부게시판에 연봉협상이라는 제목으로 이름과 액수가 올라왔어요. 개인정보 유출도 그렇지만 연봉협상을 한 적도 없는데 결정이 다 돼버린 거예요. 담당 계장은 고의가 아니라 실수였다며 사과를 했습니다만 기분은 정말 씁쓸했지요.” ●“직장이동 자유로워… 다양한 경험 쌓아 좋기도” 비록 소수이기는 해도 비정규직이라는 신분을 오히려 ‘인생의 기회’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 현재 사업을 준비 중인 대학생 황모(27)씨는 용산전자상가, 반도체 수입업체, 홍보대행사, 영업사원 등 다양한 ‘비정규직’을 해왔다. 황씨는 지금껏 일궈온 경험을 밑천삼아 대학 졸업 뒤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고 싶어 한다.“만약 정규직 직원이 10년 동안 직장을 10번 넘게 옮겼다면 다들 그를 ‘사회 부적응자’로 보겠지만 비정규직에게는 그런 통념에서 자유로운 면이 있거든요.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은 오히려 비정규직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비정규직이 각 기업의 노하우를 단기간에 배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편의점 운영노하우를 알고 싶어 편의점 ‘알바’도 3개월가량 해봤다고 한다. “예전에 일본의 한 맥주회사 사장이 맥주맛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유럽의 한 맥주회사에 청소부로 취직해 결국 맥주제조 기밀을 훔쳐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우리 사회는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많은 사회로 알고 있어요. 즉 대부분은 원치 않아도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에서 일해야 한다는 뜻이잖아요.‘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도 있듯 현 상황에서 비정규직을 할 수밖에 없다면 차라리 “미래에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위해 경험을 쌓는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적극적으로 회사의 노하우와 핵심역량을 배워 두면 결국 내 자산이 되잖아요.” 강국진 류지영기자 betulo@seoul.co.kr ■ 민노총 비정규직 활동가 박종민씨 “노동계의 양대 산맥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자신들의 기득권에 안주해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큰 죄를 짓고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들이 외면한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곳이 사실상 노총밖에 없는데 이마저 두 개로 쪼개져 정규직 노동자들의 기득권 보호에 안주하는 단체로 전락해 버렸어요. 양대 노총이 진정 우리 사회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한다면 지금이라도 조직과 이념을 넘어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에 적극 협력해야 합니다.”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뉴코아 강남점 앞에서 지난 20일 공권력에 의해 강제 연행된 뉴코아·홈에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지지하기 위한 ‘매출타격투쟁’을 마치고 돌아가는 박종민(32·민주노총 비정규실 활동가)씨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바람이 가득 차 있었다. 2001년 중앙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박씨가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해. 대졸자의 절반가량이 비정규직으로 평생 고용불안과 불평등 계약 속에 힘들게 살아가야 한다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후배들이 학교를 졸업 뒤 비정규직의 설움과 고통 속에 살아야 하는 현실을 눈감아야 한다는 사실을 제 양심이 허락하지 않더라고요.” 지난해 민주노총에서 전업 활동가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비정규직 문제에 매달려온 박씨. 그동안 뉴코아 강남점에서 점거농성 조합원들의 지지 시위를 벌여온 그는 최근 공권력 투입을 통한 정부의 사태 해결을 바라보며 착잡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고 토로한다. “전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고 제 예비 장인도 목사님이십니다. 기독교인의 관점에서 볼 때도 ‘기독교기업’을 자처하는 이랜드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전 교회에서 늘 기독교인은 약하고 가난한 자의 편에 서라고 배워 왔는데 왜 이랜드는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의 희생을 통한 성장을 당연하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어떤 때는 ‘약자에 대한 위선적 태도를 취하는 게 기독교의 본질이 아닐까.’라는 회의론이 들기도 해요.” 끝으로 박씨는 현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양대노총의 대승적 협력과 정부의 적극적 참여를 촉구했다. “비정규직은 ‘밥줄’을 지키기 위해 자기의 ‘밥줄’을 걸고 싸워야 합니다. 이번 사태에서도 알 수 있지만 점거농성 등 극단적인 방법을 쓰기 전에는 들은 척도 않는 정부의 무성의한 태도가 비정규직을 더욱 극단으로 내몰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2002년 대선 당시 인간 노무현을 대통령 노무현으로 만든 시대적 사명은 ‘양극화를 해소하고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라.´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대적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정부뿐 아니라 양대 노총도 손을 맞잡고 나서야 합니다. 지금도 눈물 흘리고 있는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안 보이시나요.”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단식 18일째’ 한혜주 KTX승무원 “비정규직 하면 ‘서글프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올라요. 다른 사람들 보기에 별난 사람처럼 보일까봐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가끔 ‘나는 비정규직이 아니라 계약직이다.’라면서 자기 일이 아니니 귀찮게 하지 말라는 사람도 있어요. 어떤 사람은 ‘그래도 나는 월급 잘 받고 있다. 데모할 생각 말고 성실하게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말하죠. 그런 말을 들을 때는 정말 마음이 아파요.” 지난 20일 오전 서울역광장 농성장에서 만난 한혜주(26·여)씨는 인터뷰 내내 물병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단식 18일째라고 했다. 노조 홍보차량에서 나오는 안내 방송에 목소리가 묻힐 정도로 기운이 없어 보였지만 한씨는 자신의 생각을 또박또박 털어놨다. 그는 “신문에 얼굴사진이 최대한 예쁘게 나오게 ‘뽀샵질’을 해야 한다.”는 농담을 건넬 정도로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2004년 KTX가 개통하면서 승무원으로 입사할 때만 해도 한씨는 ‘준공무원’이 될 수 있다는 꿈에 부풀었다.“채용 공고도 공무원 분야로 돼 있었고요. 회사에선 ‘자회사이긴 하지만 철도청이 공사로 바뀌면 직접 고용과 정규직화가 될 것’이라고 얘기해 우리도 그렇게 믿었죠.” 한씨에겐 대학을 졸업한 뒤 첫 직장이었다. 하지만 환상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2005년에 공사로 바뀌었지만 승무원들은 여전히 저임금에 시달리며 1년 단위로 계약서를 새로 써야 했다. 한씨는 “병가 때문에 일을 쉬거나 하면 사측에서는 ‘이런 식으로 나가면 내년 계약에서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협박하곤 했다.”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준공무원 대우라는 말이 말짱 거짓이었음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입사 초기에 가졌던 자부심은 속았다는 분노로 바뀌었다. 노조라고 다 같은 노조가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노조가 자신들을 보호해 주지 않자 승무원들은 철도노조 KTX승무지부로 노조를 옮겼다. “처음엔 노조가 뭔지도 잘 몰랐죠. 어려운 일이 생기니까 자연스레 노조에 가입하게 됐죠.” ‘투쟁’을 시작한 지 500일이 넘었다. 한씨는 부모님께 가장 미안하다.“부모님이 마음고생이 심했어요. 처음엔 반대도 많이 하셨죠. 지금은 기왕 하는 거 맘 편하게 하라고 하셔요. 부모님이 저보다 더 속상하시겠죠.” 남자친구 얘길 꺼내자 한씨 표정에 미소가 번진다.“처음에는 소신을 갖고 하는 거니까 잘될 거라고 했어요. 나중에는 몸과 마음이 힘드니까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하더라고요. 지금은 제발 단식만은 말아 달라고 하죠.” 한씨는 인터뷰 말미에 “이철 철도공사 사장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고 했다.“칼자루는 사장이 쥐고 있습니다. 자신의 정치적 야욕을 위해 그 칼자루를 사용하지 말아 주세요. 원칙을 그렇게 따지시는데, 철도를 이용하는 시민과 노동자를 위한 원칙도 세워 보시기 바랍니다.‘한때’ 민주화 투사라고 하던데 그런 열정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네요.”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영혼의 땅’ 과테말라서 길을 찾다

    ‘영혼의 땅’ 과테말라서 길을 찾다

    한 시대를 풍미한 혁명가도 이토록 적요(寂寥)한 호수 앞에서 세상사 부질없다는 생각을 했음에 틀림없다. 혁명가의 가슴 속 끓고 있던 마그마는 8만 5000년 전 화산 붕괴로 생겨난 칼데라 호수가 펼쳐놓은 갖가지 파노라마에 얽혀들어 급격히 식어들었을 것이다.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1928∼67)가 혁명의 꿈을 접을까 생각했다는 그 호수,‘멋진 신세계’의 영국 작가 올더스 헉슬리(1894∼1963)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라고 격찬한 아티틀란 호수를 다녀왔다. |글 사진 파나하첼(과테말라) 임병선특파원|과테말라시티에서 북동진, 이곳 아티틀란 호수의 관문 격인 파나하첼에 이르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굽이굽이 고갯길은 아찔하기까지 했고 뜬금없는 교통 정체로 멈춰서 있다보면 치킨버스(마을버스쯤 되는데 그야말로 ‘닭장차’)들의 매연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과테말라시티에서 150㎞ 떨어졌지만 왕복 4차로 확장이 한창이어서 3시간 넘게 걸렸다. ●모든 것이 아늑한 아티틀란 호수 그러나 긴 여정의 피로는 파나하첼 언덕에서 급한 내리막으로 조심조심 내려오면서 아찔한 황홀감으로 바뀌었다. 멀리 볼칸 톨리만과 볼칸 산페드로가 화산 활동으로 방금 뿜어져 나온 것 같은 구름떼들을 얹고 있었고 유려한 산자락을 따라 푸른빛의 호수가 어른거리고 있었다. 나중에 배를 타고 호수를 한 바퀴 돌 때 볼칸 톨리만 뒤에 숨어 있던 볼칸 아티틀란이 조용히 손을 흔들어댔다. 둘레만 150㎞에 이르는 호수 주위 산자락에 12개 인디오 마을이 듬성듬성 박혀 있다. 어느 곳이나 배를 대면 자그마한 마야족 어린이들과 그보다 크지 않은 키에 전통 의상을 차려입은 여인네들이 태피스트리(직물) 등을 잔뜩 둘러메고 다가온다. 이들의 해맑은 미소와 재잘거림에 시간을 맡겨본다. 어느 골목, 꾸리고 강한 내음이 풍겨오면 마리화나를 떠올려 봄직하다. 이곳은 1960년대 이후 전세계 히피족들이 값싼 위안을 얻기 위해 몰려든 도피처. 핍진한 세상 시름을 한 모금의 연기에 날려버리는 이들은 20달러에 담배 한 갑 정도의 마리화나를 얻는다. 그러고보니 파나하첼의 레스토랑들에 넋을 잃고 앉아 있던 초로의 히피들 얼굴이 떠오른다. 여기 구름은 하늘에 떠있는 게 아니라 해발 3000m대의 화산 자락에 둘러처져 있다. 구름이 가까운 곳, 어쩌면 마리화나족들의 위안과 혁명가의 투기(投棄) 모두 저 구름과 호수에서 연유하는지 모른다. ●식민과 참사의 고통 아로새기며 빛나는 안티과 과테말라 시티에서 동남쪽으로 달리면 금방이라도 용암과 마그마를 토해낼 것 같은 볼칸 데 아구아(물의 화산)의 위용과 마주친다. 그 아랫녘 조용히 깃든 안티구아는 스페인의 300년 식민통치 수도였던 곳.1776년 이 화산 폭발로 도시는 순식간에 잿더미에 묻혔다. 볼칸 드 아구아의 건너편을 오르면 십자가 언덕이 나온다. 격자 무늬로 들어선 새 시가지에서 뿜어나오는 파스텔톤 색조가 200년 전의 참사와 교차돼 더욱 빛난다. 사람의 문명은 끈질긴 것. 로마시대 포장도로처럼 돌을 깐 골목을 기웃거리면 여기저기 당시의 흔적들이 카메라를 유혹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도시는 갖가지 박물관, 카푸치나스 수도원, 라틴댄스 교습소, 아틀리에, 옥(玉)공장, 스페인풍 호텔, 화산 폭발때 무너진 라 메르세드 교회 등등으로 200년의 시공간이 뒤섞인다. 이밖에 일본 작가 이시다 유스케가 “가보기 전엔 죽지 마라.”고 다소 극단적으로 추천한 티칼의 마야유적을 보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후회될 것이다. bsnim@seoul.co.kr ●과테말라 Tips 관광 명소마다 값싸고 수준 높은 스페인 어학원들이 즐비하다. 하루 5시간씩 5일 수업에 7일간 재워주고 세끼 먹여주며 250달러(약 23만원) 정도 받는다. 아티틀란 호수나 안티과에 일주일씩 머무르며 스페인어를 익혀 남미 각국으로 흩어지는 배낭족들이 늘고 있다. 직항이 없어 대부분 로스앤젤레스 등에서 미국 항공사를 이용, 과테말라시티로 들어간다. 도로도 좋지 않고 무장강도를 만날 수도 있어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보다는 패키지 상품을 권장한다. 과테말라시티 투어(3시간)에 22달러, 안티과 투어(4시간)에 30달러, 마야족 재래시장으로 유명한 치치카스테낭고와 아티틀란 호수를 돌아보는 투어(점심 제공,11시간)에 40달러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하다. 치안이 안 좋은 것은 분명하지만 해가 진 뒤 거리에 나가지 않고 현금이 많은 비즈니스맨처럼 꾸미고 돌아다니지만 않으면 문제될 게 없다. ‘과테코리아(www.guatekorea.com)’에서 1986년부터 이민이 시작돼 벌써 1만명을 넘긴 교민, 유학생들로부터 친절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 [데스크시각] 도스토옙스키와 황석영 사이/박홍환 문화부 차장

    소설가 황석영씨와 대권주자 손학규씨의 관계는 설명이 필요없다.1970년대 초 구로공단에서 기름때 묻은 손으로 ‘자취밥’을 먹으며 노동운동을 함께 했다. 지난 3월 말 황씨는 기자들과 만나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줘야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곧바로 프랑스 파리로 떠났다. 최근 문단에서는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다. 황씨가 짜놓은 ‘시나리오’대로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소문과 사실을 종합하면 이렇다. 황씨는 1월 귀국후 작가들과의 모임에서 “조선, 중앙, 동아일보 사주를 모두 만났다.”고 말했다. 언론사 사주들을 만나서 나눈 얘기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소문은 여기서부터다. 귀국 직후 먼저 중앙일보를 찾아간 황씨는 ‘정치권 새판짜기’와 ‘손학규 띄우기’를 제안했다고 한다. 소문대로라면 황씨는 자신이 직접 작성한 방대한 분량의 ‘시나리오’-손씨의 한나라당 탈당을 포함한-를 상세하게 설명하고,“도와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띄우는 시점은 자신이 통보해 주겠다는 얘기까지 덧붙였다던가. 아무튼 중앙일보 인사들과는 술자리까지 이어져 예의 걸쭉한 입담과 함께 스스럼없는 정치 이야기가 계속됐다고 한다. 이어 조선일보를 찾아간 황씨는 비슷한 얘기를 건넸고, 역시 자신이 귀띔해주기 전에는 절대 기사화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는 것. 다시 시작되는 사실관계. 황씨는 1월22일 마침내 이른바 ‘총대론’을 직접 거론했다.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였다. 황씨는 “새정치 질서 만들기에 총대를 멜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달 5일에는 오마이뉴스에 직접 ‘현실정치 참여’를 암시하는 내용을 기고했다. 황씨가 기대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소문과 사실을 종합해 보면 보수언론과 진보언론을 모두 움직여 대권을 창출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스스로 “현재의 양당구도로는 안 된다. 제3의 힘이 나서야 한다.”고 했지만 그는 오히려 양 극단인 보수언론과 진보언론을 자신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문인의 정치적 견해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예전에도 현실정치에 직접 참여한 문인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소문대로라면 황씨의 경우는 다르다. 직접 계획하고, 실행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소설가 조정래씨는 최근 문인과 정치의 관계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작가는 정치인들을 더 많이 감시할 필요가 있다. 현실정치에 관여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정치세력에 들어가 부화뇌동하는 것은 자기파멸의 길인 동시에 문학에 대한 배반이다.” 조씨의 언급이 ‘금과옥조’가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되지만 판사가 ‘판결문’으로만 말하듯이 문인은 ‘작품’으로만 말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러시아의 대문호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는 자신의 마지막 대작 ‘카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을 통해 당대 러시아의 현실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노력했다. 방탕과 부패, 혼돈이라는 ‘삼두마차’를 타고 질주하는 19세기 말의 러시아를 ‘카라마조프’(우리 말로는 ‘어둠 그 자체’로 해석된다.)로 표현한 도스토옙스키는 그같은 어둠을 몰아내기 위해서는 어설픈 사회주의나 책임 없는 무정부주의 등 어떤 사상이 아니라 바로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작품 속에서 역설하고 있다. 독자들은 작가의 작품에서 현실을 읽어내고자 할 뿐이지, 현실에 있는 작가의 모습에서 감동을 구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정치인과 문인들의 관계가 이번 대선에서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도스토옙스키가 도스토옙스키답고, 황석영이 황석영답고, 김지하가 김지하답고, 조정래가 조정래다운 것은 그들의 ‘작품’ 속에서다. 박홍환 문화부 차장 stinger@seoul.co.kr
  • [12일 TV 하이라이트]

    ●일단 뛰어(KBS2 오후 8시55분) 혁진과 아버지와의 관계는 계속 악화되고, 병원에서 더 이상 경찰 일을 계속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노경사는 사과를 하기 위해 혁진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한다. 혁진의 아버지는 할 이야기가 없다며 전화를 끊는다. 순찰을 돌다 석영이 쓰러져 있는 것을 본 만수와 광태는 급히 병원으로 옮긴다.   ●글로벌 코리안(YTN 오전 10시35분) 베트남에서는 한국문화 열풍과 한국 취업에 대한 기대를 갖고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4년제 대학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은 2000여명이고 한국어 전문학원만 4곳에 달한다. 이런 수요에 비해 한국어 강사가 턱없이 부족해 한국어 교육에 어려움이 많다.   ●60분-부모(EBS 오전 10시) 어린이 문학평론가 김서정씨가 추천해 주는 판타지 동화 몇 편을 함께 읽어본다. 판타지 동화가 아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어루만져주고 위로해주는지, 인지 발달에는 어떤 도움을 주는지.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 교수와 인지심리학자 김미라 박사와 함께 살펴본다. 동화를 잘 읽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마녀유희(SBS 오후 9시55분) 유희를 찾은 마 회장은 대영그룹 막내와 선을 보라고 한다. 유희는 만나는 사람이 있다고 둘러대다 가정부인 무룡과 사귀고 있다고 거짓말을 한다. 충격을 받은 마 회장은 얼굴이 상기된 채 자리를 떠난다. 화가 안 풀린 마 회장은 무룡이 일하는 식당으로 찾아가 다시는 유희를 만나지 말라고 충고한다.   ●불만제로(MBC 오후 6시50분) 주부라면 한번쯤은 써보고 싶은 수입 주방용품. 그러나 그 가격은 상상초월이다.50만원대의 압력솥, 냄비는 30만원대, 심지어 냄비 뚜껑은 10만원을 넘는 등 국산 제품과의 가격차는 4∼5배. 그렇다면 가격의 차이는 품질의 차이일까. 국내에서 유독 수입 주방용품이 비싼 이유는 무엇일까.   ●문화지대 사랑하고 즐겨라(KBS1 오후 10시) 벽을 타고 건물을 뛰어넘는 야마카시부터 자동차로 미끄러지듯 도는 드리프팅까지 극단의 쾌락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허물며 극단을 추구하는 새로운 세대에 관한 이야기를 자옥의 수다를 통해 풀어본다. 올해로 20년차 디자이너, 정경희를 만나본다.
  • [안녕하셔요] 연기파 식모 3년만에 영화스타

    [안녕하셔요] 연기파 식모 3년만에 영화스타

    『잘 해낼 수 있을지 정말 걱정이에요』- TV 「탤런트」 3년만에 영화 『화녀』(김기영(金綺永)감독)의 주역을 맡은 윤여정양(23)의 영화계 「데뷔」첫 마디. 윤양은 극단 「산울림」의 창단 「멤버」로도 참가하여 TV·영화·연극 세가지 길을 모두 달리는 「슈퍼·우먼」으로 등장 했는데-. “작품 잘 소화시킬지 처음이라 걱정예요” 1947년 개성(開城)태생. 딸만 셋인 집안의 맏딸로 태어나 고향을 떠난 것이 1·4후퇴 때. 서울의 창신국민학교를 거쳐 66년 이화(梨花)여고를 졸업, 한양대학(漢陽大學) 국문과를 중퇴했다. 아버지는 국민학교 때 돌아 가고 학교 교의(校醫)로 있는 어머니 신소자(愼昭子)여사(46)와 동생들의 단촐한 식구. - 어떻게 영화에 나가게 되었죠? 『제가 TV「드라머」에서 식모역을 많이 했잖아요? 이번에 출연하는 「화녀」는 옛날에 한번 나왔던 적이 있는 「하녀(下女)」란 작품의 「리바이벌」이에요. 그 때 이은심(李恩心)씨가 맡았던 역을 제가 하게됐는데 「타이틀·롤」이죠. 잘 해야 될텐데 걱정이에요. 처음이라서 글쎄… 』 TV「드라머」에서는 자신있는 연기파 윤양이지만 처음 영화에 나가는 것이라서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것. 『TV 「드라머」하고 영화하고는 호흡이 다르잖아요? TV는 죽 연결이 되어서 한번 「슈팅」하면 그 감정이 계속해서 사는데 영화는 「커트」마다 끊기기 때문에 아무래도 「드라머」의 감정에 단절이 생기게 돼요. 어떤 사람은 그래서 더욱 쉽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난 더 곤란한 것 같아요』 - 연기의 비결이라도 있나요? 『누구나 그렇듯 바로 극중의 인물이 된 듯 분위기에 사로 잡히는 거죠. 그래서 내 경우는 한번 「슈팅」에 들어 갔다 하면 비교적 쉽게 끝까지 소화시킬 수가 있어요. 말하자면 작품을 소화하는 거라고 말할 수 있겠는데 어떻게 소화시키느냐 하는게 문제겠죠』 연기의 폭 넗히고 싶어 극단 「산울림」에 참여 - 어떻게 TV와 인연을 맺게 됐죠? 『67년 대학 1학년 때 홍두표(洪斗杓)선생님(TBC-TV 편성부국장)이 권해서 보조 MC로 김동건(金東鍵) 「아나운서」하고 「위키」리(李)씨와 출연한 것이 계기가 됐어요. 이왕 TV를 하려면 연기자 생활을 해보라고 해서 TBC 「탤런트」3기생으로 들어 갔어요. 그 때 함께 10명이 들어갔는데 지금까지 남은 사람은 저 혼자 뿐이에요. 저도 사실은 68년 여름에 그만 두었다가 1년만에 다시 들어온 거예요』 - 출연 작품은? 『얼마 안 돼요. 모두 해서 10편쯤 될까요? 그리고 또 저는 원채 병아리 인데다가 중간에 1년 동안 쉬기 까지 했으니 더욱 작품이 없죠. 연기력이 없다는 얘기겠죠.』 그러나 윤양은 지난해 TBC-TV에서 최우수 신인 「탤런트」상을 차지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 연극무대엔 서봤나요? 『연극이라고는 지난 해에 신협(新協)에서 공연했던 「마술의 제자」에 단역으로 출연한 경력밖에는 없어요. 곧 창립될 극단 「산울림」에 참가하게 된 것은 참된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서죠. TV 한 가지만 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울 것 같아요. 어떤 분은 한가지 만이라도 철저히 하라고 말씀하지만 연기의 폭을 넓힌다고 할까요, 아뭏든 연기자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연극을 해야할것 같아요』 단짝들과 어울릴땐 말솜씨로 한몫보고 - 한가한 시간은 어떻게 보내죠? 『친구들 하고 집으로 몰려다니며 노는게 취미예요. 단짝이 6명인데 TBC-TV 제작부차장 이백천(李白天)선생님, 가수 조영남(趙英男), 최영희(崔英喜), 「트윈·폴리오」「맴버」였던 송창식(宋昌植), 윤형주(尹亨柱)… 이렇게가 단짝이에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모두 노래를 잘 부르는데 나만은 못 불러요. 듣기만 하는 거죠』 만나면 으례 「기타」를 들고 모여앉아 합창을 하게 마련인데 윤양은 애석하게도 그중에 끼지 못하고 감상만으로 만족한다는 것. 노래 솜씨가 없는 대신 얘기하는 솜씨는 그 중에서 제일이라고. 현재 MBC「라디오」에서 『청춘만세』란 젊은이 대상 「프로그램」의 「디스크·재키」로 활약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윤양의 말솜씨는 짐작이 갈만도. 시력이 나빠 괴롭고 말많은 남자는 질색 - 「데이트」하는 남자가 있겠죠? 『없어요』 한마디로 잘라 버리면서, 『말이 많은 남자는 질색이에요』 아직 결혼할 꿈도 꾸어 보지 않았고 바람직한 남성상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말한다. - 제일 괴로운 점이 있다면 뭣이죠? 『눈이 굉장히 나빠요. 시력이 0.01예요. 거리에서 누굴 만나도 못 알아 볼 때가 많아요. 그래서 건방지다고 오해도 많이 받죠. 언젠가는 시장에서 엄마를 만났는데도 못알아 봤어요. 그정도니 녹화할 때 「큐」(연출자의 사인)를 못 보기가 십상이죠. 연출 하시는 분이 많이 고생하시죠. TV「드라머」는 눈치 빠르게 해야 하는건데 바로 앞에서 주는 「큐」도 제대로 못 받으니 곤란할 때가 많아요』 - 눈은 언제부터 나빠졌죠? 『중 3때 부터인가 봐요. 공연히 잠도 안자면서 「펄·벅」이다 뭐다 하면서 소설을 읽다보니 이 지경으로 절벽이 된거죠』 윤양은 지난 3월에 TBC-TV에서 MBC로 옮겨 『강변살자』『사랑과 슬픔의 강』에 출연. 8월말부터 나갈 목요 「드라머」에 「히로인」으로 출연할 예정. [선데이서울 70년 8월 16일호 제3권 33호 통권 제 98호]
  • 性정체성앓이 학생 교실서도 내몰린다

    사춘기에 성 정체성을 놓고 고민하는 동성애자 청소년들이 학교와 학생들로부터 ‘집단따돌림(왕따)’과 전학·자퇴 권유 등 부당한 대우를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6일 동성애 상담을 맡은 한국레즈비언상담소에 따르면 최근 들어 동성애자 청소년들이 친구들로부터 집단따돌림을 당하거나 일부 교사들로부터 자퇴와 전학을 권유받은 사례에 대한 상담이 급증하고 있다. ●교사가 “우리반 누가 이반인지 써라” 설문 경기도의 한 여고에 다니는 A양은 최근 담임 교사가 내준 설문지를 받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설문지에 ‘우리 반에 어떤 아이가 이반(異般·동성연애자)인지 써라.’라고 적혀 있었던 것. 이후 A양은 학생부실로 끌려갔고 교사에게 “어떻게 행동했길래 아이들이 너를 꼽았느냐. 다른 아이들은 또 누가 있느냐.”는 채근을 들어야 했다. 결국 A양은 다른 ‘이반’들의 이름을 댔고 이들은 나란히 학생부실 앞 복도에서 손을 들고 벌을 선 뒤 다른 학생들의 놀림에 시달려야 했다. ●친구들에 끌려가 구타 당하기도 서울의 한 여고에 다니는 B양은 동성을 좋아한다는 소문이 돌아 친구들에게 집단따돌림을 당했다. 친구들은 “나 변태 싫은데, 진짜 더럽다.”라고 비아냥거렸고 B양이 자리를 비운 사이 체육복이나 책을 찢어 놓고 사물함을 부수기도 했다. 심지어 친구들에게 끌려가 구타를 당하기도 했다. 경기도의 한 남자 고교에 다니는 C군은 학교에 동성애자라는 소문이 돌자 교사가 C군의 부모를 불러 강제로 성 정체성을 밝히는 ‘아우팅’을 했다. 교사는 깜짝 놀라는 부모에게 “다른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학교 지침에서도 받아들일 수 없으니 한 달 동안 잘 생각해 보라.”며 은근히 전학이나 자퇴를 유도해 C군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서울의 한 중학교 3학년 D양은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테러’를 당했다. 친구들은 홈피 방명록에 “네가 어떻게 우리 학교에 다니냐.”며 연달아 D양을 비난하는 글을 남겼다.D양이 황급히 홈피를 폐쇄하자 이번에는 비밀번호를 해킹해 D양이 이용하는 다른 사이트까지 들어가 ‘○○○는 더러운 레즈비언이다.’라며 수치심을 안겼다. ●일탈·비행, 심지어 자살까지 불러 한국레즈비언상담소 관계자는 “동성애 관련 단체에서 학교측에 상담을 지원해 주겠다고 물으면 ‘이상 학생들을 계도해 다시 돌려놔야는데 더 이상하게 만들 일 있냐.’고 나오기 일쑤”라면서 “사회의 편견이 동성애 학생들의 분노를 일으켜 일탈과 비행, 심지어 자살이라는 극단까지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대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는 “다양성을 수용하는 사회변화를 일선 학교에서는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학생들이 상처를 받고 있다.”면서 “교육기관에서 동성애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학교 상담체계를 통해 학생들과 교사들의 인식을 개선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훈 이재연기자 nomad@seoul.co.kr
  • [월드이슈] 프랑스 겨울축제 ‘니스 카니발’ 현장을 가다

    [월드이슈] 프랑스 겨울축제 ‘니스 카니발’ 현장을 가다

    |니스 이종수특파원|‘고엽’의 시인 자크 프레베르는 “축제는 계속된다….”고 노래했다. 그의 시처럼 지구촌은 1년 내내 축제가 거의 끊이지 않는다. 봄·여름·가을에는 연극, 영화, 마임, 길거리 연극제, 현대·고전 무용과 음악 등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된 축제와 페스티벌이 방문객을 유혹한다. 겨울이 되어도 ‘인류의 열정’은 끝나지 않는다. 유럽·남미 등 곳곳에서 카니발로 흥분을 이어가면서 대중들은 늘 ‘일상의 전복’을 꿈꾼다. 중세시대에 시작돼 오늘날까지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프랑스 니스 카니발(2월16일∼3월5일) 현장을 가봤다. 프랑스 남쪽 니스의 쪽빛 바다가 카니발 열기로 뜨겁다. 브라질의 리우, 이탈리아의 베니스 카니발 등과 함께 세계 3대 카니발로 불리는 니스 카니발이 지난 16일(현지시간) 개막됐다.7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지만 근대적 형태의 카니발로는 123회를 맞은 니스 카니발은 올해의 왕(인물)으로 ‘럭비복장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을 선정했다. ●‘올해의 왕´ 자크시라크 대통령 선정 개막 첫날. 저녁 8시부터 관람객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7시30분부터 개막식인 ‘왕의 도착’을 위해 교통이 통제된 상태다. 9시가 되자 해안가에 만든 관람석은 벌써 꽉 찼다. 축제에 참여한 네 그룹의 학생들이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관객들 앞에서 흥을 돋운다. 이들이 신명난 음악 속에 군무를 펼치자 관람객 어깨도 들썩거렸다. 9시30분이 되자 거대한 시라크 대통령 인형을 태운 마차가 움직였다. 화려한 조명이 켜지면서 환호성이 터진다.17일 동안 도시를 ‘흥분의 난장(亂場)’으로 만들 축제가 시작된 것이다. 그 앞에 다양한 색상의 옷을 입은 선무단 1000여명이 열정적 춤을 추며 행진했다. 흥을 못이긴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춘다. 반대편 거리의 방문객들도 신명난 모습이다. 여기저기서 봄브(실 모양의 고체 스프레이)와 콩페티(종이꽃가루)가 날린다. 순간을 담으려는 듯 플래시도 쉼없이 터진다. 아이 둘을 데리고 영국에서 왔다는 주부 빅토리아는 “영국 카니발보다 더 재미있다.”며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흥분의 30분이 지났다.‘열기의 밤’이 저물고 있다. 그러나 열정을 식히지 못한 부부나 연인들은 거리에서 춤을 추면서 ‘그들만의 잔치’를 즐기고 있다. 니스시 공무원이라는 스코르시파 부인은 “일상생활에 눌린 흥을 발산하는 잔치”라며 “개막식이 짧은 게 늘 아쉽다.”고 말한다. 이어 “알롱 당세(춤을 춥시다).”라며 남편 손을 끌고 춤을 이어갔다. ●벨기에·덴마크 거리극단도 참여 지난 27일. 카니발의 백미인 ‘꽃 전투’가 펼쳐지는 산책로 ‘프롬나드 데 장글레’가 꽃밭으로 변했다. 화훼장식가 20명이 자기가 만든 ‘꽃수레’를 다듬느라 여념이 없다. 수레에는 화사하게 분장한 1인 혹은 2인의 모델들이 다양한 국적의 옷을 입고 있다. 오후 2시30분이 되자 열기가 고조된다. 아를에서 온 8명의 기마대가 꽃마차 행렬의 길을 열어준다. 체코 군악대, 벨기에 마법사단 등도 따라온다. 그 뒤를 브라질·아프리카·아시아 복장을 한 무희들이 민속춤을 추면서 열기를 고조시킨다. 마침내 관객들의 환성 속에 20대의 마차가 움직였다. 관람석을 지나면서 이들은 미모사꽃 등을 던진다. 두번째 거리를 돌 때는 수레에 장식된 모든 꽃을 던진다. 관객들도 내려와 꽃받기에 여념이 없다. 역사학자이자 카니발 조직위원인 안 시드로(50)는 “이 지역 전통 행사 가운데 하나인 ‘꽃 전투’를 재현한 것인데, 요즘엔 그냥 관객에게 던지기만 한다.”며 “세계에서 유일한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밤 9시가 되자 15만개의 전구가 메세나 광장을 밝혔다. 카니발의 하이라이트인 ‘빛의 행렬’이 시작된 것. 조직위가 선정한 20명의 인물을 닮은 거대한 인형을 태운 수레 20대가 관객들 앞을 지나갔다. 올해 왕인 시라크 대통령의 마스크를 비롯, 집권당 대선 후보 니콜라 사르코지,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을 풍자한 대형 인형도 보인다. 그 앞을 덴마크·벨기에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거리극단과 뮤지컬단이 재주를 뽐낸다. 광장을 한바퀴 돈 이들은 관객 속으로 들어와 함께 어울렸다. 배우와 관객이 하나가 되고 무대가 따로 없는 순간이다. 대형 인형 퍼레이드와 전시회, 길거리 퍼포먼스와 공연 등이 재연되면서 잔치는 5일까지 계속된다. vielee@seoul.co.kr ■ 세계의 겨울 축제 어떤게 있나 |니스 이종수특파원|일상생활과 단절하려는 인간의 ‘끼’는 겨울에도 쉬지 않는다. 세계 각국에서 카니발 등 크고 작은 축제가 펼쳐진다. 부활절 40일 전인 사순절 금욕기간 전에 고기를 먹어치우며 지배층을 조롱하고 억눌린 욕망을 분출하는 풍습에서 비롯한 카니발은 원래 종교적 색채가 강했으나 이후 점차 세속화됐다. 대표적인 것은 브라질의 리우 카니발. 화려한 의상의 무용수와 휘황찬란한 퍼레이드, 흥겨운 삼바 음악과 춤이 특징이다. 주로 2월 말부터 3월 초 사이에 4일 동안 열리는데 새벽까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축제를 벌인다. 브라질 국민들은 리우 카니발을 즐기기 위해 1년을 일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모든 국민의 사랑을 받는 축제다. 지난 20일 막을 내린 이탈리아의 베니스 카니발도 세계적 명성을 자랑한다. 일명 ‘가면축제’로 불릴 만큼 다양한 모양의 가면을 쓰고 화려한 의상을 입은 인파들이 거리를 가득 메운다. 또 산마르코 광장을 비롯, 거리와 골목마다 무도회와 뮤지컬, 연극, 춤 등이 펼쳐진다. 이밖에 프랑스의 샤랑트, 벨기에 뱅슈 등 유럽의 크고 작은 도시에서 카니발이 이어진다. 카니발은 아니지만 2월의 대표적 축제로 프랑스 남부 망통의 레몬 축제도 볼거리가 풍성하다. 또 캐나다 빅토리아에서 2월 말부터 8일 동안 열리는 ‘꽃송이 세기 축제’와 1월 말∼2월 초에 열리는 ‘카니발 드 퀘벡’도 이색적인 잔치다. 아시아의 겨울 축제로는 지난 24일 시작한 ‘타이완 등불축제’,3월에 시작하는 인도의 ‘구디 파드마 축제’ 등이 있다. vielee@seoul.co.kr ■ 베르나르 모렐 조직위원장 인터뷰 “말하고 싶은 것 풍자… 자유정신 구현” |니스 이종수특파원|“현대는 자유의 시대입니다.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고, 풍자하고 싶은 것을 풍자할 수 있죠. 여기에 니스 카니발의 본질이 담겨 있습니다.” 니스 카니발의 베르나르 모렐(60) 조직위원장. 성공적인 행사를 위해 정신없이 분주한 그를 27일 니스 관광사무국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올해 니스 카니발의 인물인 ‘스크럼을 짠 거대한 왕’에 대해 “프랑스의 올해 주요 행사는 세계 럭비대회와 대통령 선거다. 공통점이 있다. 승리를 위해 전력투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두 이벤트를 아우르는 게 올해 니스 카니발의 주제라고 말했다. 특히 시라크 대통령 인형에 대해 “그의 인형을 잘 봐라. 웃고 있지 않으냐. 어떤 상황에서도 웃으면서 ‘좋은 게 좋다.’는 제스처를 취하는 그의 근거없는 낙관주의를 꼬집은 것이다. 카니발을 찾은 사람들은 저 모습을 보고 원없이 웃으며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이다.”고 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베니스 카니발,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 카니발과는 다른 니스 카니발만의 독창성을 물어보았다.“베니스는 전통적이고 연륜이 오래됐다. 우리보다 유명하고 세련됐다. 리우 카니발은 열정적인 게 특징이다. 반면 니스 카니발은 비판과 미학정신이 결합됐다. 그래서 해마다 주제를 정할 때 고심한다. 또 모든 프로그램이 거리와 광장에서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다.” 준비기간을 물었더니 “1년 내내”라고 말한다. 이어 “카니발이 끝나자마자 내년 준비에 돌입한다.”며 “거의 세 달은 겨울잠을 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바로 조직 정비, 다음해 주제선정 등 정신없이 바쁘다.”고 했다. 이어 “올해도 프랑스와 외국의 유명한 만평가들이 60점의 작품을 보내왔다.”며 은근히 자부심을 드러낸다. 이 가운데 20작품을 선정해 대형 인형의 주인공으로 삼는다. 시라크 대통령은 물론 니콜라 사르코지, 세골렌 루아얄 등 유력 대선 후보들도 포함됐다. 이들의 대형 마스크를 태운 마차가 조명 속에 행렬하는 프로그램이 니스 카니발의 백미 가운데 하나다. 니스 카니발의 예산은 500만유로(약 60억원). 입장권 등 자체 수입 200만유로를 확보하고 나머지는 니스시가 주로 지원하고 소액의 후원금이 보태진다. vielee@seoul.co.kr
  • [길섶에서] 筆 & feel/최태환 수석논설위원

    K는 우리나라 1세대 조각가다. 기교를 생략한 테라코타 작품들은 전설이다.1970년대초 그는 작업실에서 목을 맸다.‘인생은 공(空), 파멸’이라는 메모만 남겼다. 염세의 그늘이 없던 그였다. 외국을 모방하는 ‘조각계의 천박함’, 그 절망이 극단으로 몰고갔을 것이라는 추론이 잠깐 돌았다. 그의 자살이유를 읽을 수 있는 코드가 30여년만에 발견됐다. 지난해 고인의 대학제자가 편지와 헌정작품을 옥션에 내놓았다. 한 언론이 공개했다.“최후의 천사였던 님, 인생은 무(無). 슈베르트의 미완성(교향곡)을 들으면서 작별합니다.” 5통의 편지를 남겼다. 나이와 현실을 뛰어넘은 짝사랑, 그리움. 죽는 시간까지 예고됐다. 천재 조각가의 글씨엔 애절하고 안타까운 심상이 절절하다. 요즘같은 컴퓨터 글씨라면, 소름끼치는 애틋함이 전달될 수 있을까. 출판계에선 캘리그래피가 유행이란다. 책 제목을 직접 글씨로 쓴 것이다. 제목으로 느낌을 전할 수 있어서다. 상혼은 메마른 독자의 정서를 흔든다. 탓할 일은 아닐 듯싶다. 육필은 때론 영혼을 흔든다.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 할머니 시인·작가 댕기머리 처녀 되어

    할머니 시인·작가 댕기머리 처녀 되어

    그들에게 그런 열정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40대에서 80대인 열아홉 사람의 시인과 작가들이 지난 9월 29일부터 30일, 이틀 동안 남산자락에 있는 <문학의 집·서울>에서 공연한 문인극 <맹진사댁 경사>에서 자신의 모습을 던져버리고 극중 인물에 빠져 관객들의 흥을 돋우었다. 필자는 이 연극의 스태프로 기획단계부터 마지막 쫑파티까지 참여하면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생각한 연극의 늪 속으로 다시 빠져들었다. 그리고 이번 연극을 통해 새롭게 연극이라는 늪 속에 빠진 문인이 몇 사람 있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문인극은 오래 전에 몇 번 공연된 바 있지만 최근 10여 년 간은 볼 수가 없었는데 지난해 <산림문학관>을 개관하면서 김후란 이사장이 문인극에 관심을 가져 이번 <문학의 집·서울> 개관 5주년 기념행사로 서울시와 유한킴벌리의 지원을 받아 공연이 이루어졌다.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맹진사댁 경사>는 1943년 오영진 작가가 발표한 때부터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 공연되고 있는, 대학에서나 기성극단에서 선호하는 작품 중의 하나이다. 돈으로 진사를 산 천민이 더 대접받는 양반이 되고 싶어서 가문에 혹해 사윗감을 보지도 않고 혼사를 결정하고는 그 사돈댁에 어울리는 가문이 되어야 한다며 맹씨네 족보를 거짓으로 바꾸는 등 법석을 뜬다. 그러는 중 사위가 병신이라는 소문을 듣는다. 아무리 가문이 탐난다 해도 하나뿐인 딸을 병신한테 시집보낼 수 없다고 생각한 맹진사는 궁리 끝에 딸의 몸종을 대신 시집보낸다. 그런데 초례청에 나타난 신랑은 외모가 준수했다. 이에 놀라 밤 피신을 시킨 딸을 데려다 놓지만 신랑은 대신 시집온 착한 이뿐이를 진정한 아내로 맞겠다고 공포하여 맹진사 내외와 그 딸은 하늘이 무너지는 허탈감에 빠진다는, 인간의 욕심이 지나치면 화가 됨을 보여주는 풍자극이다. 몇 번을 보아도 새로운 재미로 공감할 수 있고,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볼 수 있는 내용이어서 <문학의 집·서울> 개관 다섯 돌을 맞는 잔치 분위기에 적합한 작품으로 선정되었다. 연출을 맡은 극단 미추의 강대홍 상임연출가는 출연을 희망하는 문인들이 모인 첫날, 대본을 한 번씩 읽어보게 한 후 사흘 후에 배역을 결정하기로 하고는 걱정에 빠졌다. 문인들이라 감성이 있어 책 읽기는 좀 하는 것 같은데, 나이 드신 분이 많아 대사 외우는 것이 문제가 될 것 같다고 했다. 주최측에서 원래 문인극이란 전문극단 공연과 달리 실수하기 마련이고 관객들도 실수를 애교로 보아준다고 편안하게 생각하라고 했지만, 손님을 초대해놓고 실수하고 장난처럼 공연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며 연출가와 출연자 모두가 열심히 연습들을 했다. 그러기는 해도 으레 대사는 까먹을 테고 실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막상 막을 올리고 보니 입석까지 꽉 메운 관객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연극에 빠져들어 재미있어 하며 놀라워할 정도로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연극이 어설플 줄 알았는데 너무 잘했다” “얼마나 연습했느냐?” “현실에 맞는 풍자 몇 마디 감칠맛 났다”는 등 칭찬이 줄을 이었다. 맹 노인 역의 황금찬 시인은 여든아홉이며, 열세 사람이 6~70대여서 전체 출연자의 평균 연령은 일흔에 가까웠다. 그리고 주인공 맹 진사 역의 유자효 시인을 비롯해서 상당수의 출연자가 무대에 처음 서는 것이고 보면 그만큼의 성과 뒤에는 부단한 노력이 따랐다고 봐야 할 것이다. 처녀 역을 맡은 박순녀 소설가, 김여정 시인, 박정희 시인, 최금녀 시인, 지연희 수필가도 모두 할머니이다. 이 할머니들이 댕기머리 처녀가 되어 봄놀이 나와 두어 마디하고 퇴장하는데, 그 몇 마디를 위해서 보름 동안 연습을 했다. 처음에는 대사가 입에 붙지 않아 어색했지만 자꾸 연습을 하니 자신이 붙고 욕심이 생겨서 공연이 임박해서는 연출자에게 한 번 더 나오게 해달라고, 그게 안 되면 대사라도 한마디 더 달라고 조르기도 했단다. 누군가가 “연극은 모르핀 같아서 한번 맛을 알게 되면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고 했는데, 이번 공연을 통해서도 그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모두 나름대로 무척 바쁜 사람들이 출연료도 거의 없이 겨우 20여 일 연습기간 동안 오가는 교통비 정도인 데도 불구하고 연극에 대한 호기심과 매력 때문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고, 공동체 작업에 맞도록 서로 위하고 배려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연습에 몰두하여 공연의 성공을 가져오게 하였다. 연극이 끝나고 쫑파티라는 것을 했다. 연습하는 동안의 에피소드도 얘기하고 미진함도 털어놓으며 큰 소리로 노래도 부르고, 눈물은 흘리지 않았지만 모두가 아쉬움을 가슴 가득 안은 채 문인극이 계속되기를 바라며 헤어졌다. <맹진사댁 경사>에 출연한 문인 배우들은 다음과 같다. 맹노인 : 황금찬 시인 맹진사 : 전 SBS이사 유자효 시인 맹진사 부인 : ‘시마을문학회‘ 대표 홍금자 시인 갑분이 : 장안대학 교수 김유선 시인 이쁜이 : 박미경 수필가 삼돌이 : 전 한국시인협회장 이근배 시인 미언(신랑) : 국제펜클럽한국본부 부회장 이길원 시인 미언의 삼촌 : 전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성춘복 시인 박참봉 : 박정기 희곡작가 김규은 : 김규은 시인 텁석부리 : 장안대학 교수 정승재 소설가 처녀 I : 동남대학 교수 지연희 수필가 처녀 2 : 최금녀 시인 처녀 3 : 전 세륜중학교 교장 김여정 시인 처녀 4 : 박순녀 소설가 처녀 5 : 전 한양여대 교수 박정희 시인 농민1·친척 갑 : 한국희곡작가협회장 김흥우 희곡작가 농민2·친척 을 : 한국시문학연구소 소장 김경식 시인 농민3·친척 병 : 동덕여대 명예교수 조병무 평론가             월간 <삶과꿈> 2006.12 구독문의:02-319-3791
  • “어린이들이 즐거워하니 기분 좋아”

    정신지체 장애인 8명으로 구성된 인형극단 ‘러브라이프’(Love Life)가 27일 서울 성북구 월곡동 생명의전화 종합복지관 강당에서 불우아동을 위한 인형극 공연을 펼쳤다. 지난 4월 ‘장애인들을 문화 활동의 주체가 되게 하자’는 취지로 창단된 이 극단은 서울시의 도움을 받아 복지재단 생명의전화가 운영하고 있다. 극단의 구성원은 1∼3급 장애인들로 이들은 지난 6개월여 동안 현대인형극회의 도움으로 막대 인형의 조작 방법을 배우며 공연을 준비해 왔다. 이날 선보인 공연은 그림형제의 동명 동화가 원작인 ‘빨간모자’를 줄거리로 내레이션은 성우 배한성씨 등 한국성우협회 소속 성우들이 녹음으로 준비해 줬다. 김상완(27·정신지체 2급)씨와 노주연(26·여)씨 등 단원들은 늑대와 소녀, 할머니 등 각자 배역에 맞는 인형을 조작하며 30분간 공연을 했다. 공연을 관람하던 어린이집 아동 200여명은 이들의 열연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공연에서 사냥꾼역을 맡은 홍경준(30·정신지체 2급)씨는 “인형 다루는 법을 알아 가면서 자신감이 생겼으며 인형극을 보고 관객들이 즐거워하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러브라이프는 다음달까지 명수학교와 상계백병원, 송파초등학교 등 4곳을 더 돌며 어린이집 아동과 정신지체 장애인, 환아 등을 대상으로 순회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연합뉴스
  • [연극]

    ■ 조씨 고아 9월3∼14일 화∼금 7시30분, 토 3시·7시30분, 일 3시 예술의전당 토월극장.13세기 중국 작가 기군상이 쓴 잡극으로 권력을 향한 악행과 복수가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떠올린다. 극단 미추의 20돌 기념작. 톈친신 각색·연출, 정태화 이기봉 등 출연.2만∼3만원.(02)747-5161. ■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 9월5일∼10월8일 화∼금 8시, 토 4시·8시, 일 4시 혜화동 게릴라극장. 올해로 서거 50주년을 맞은 독일 작가 브레히트의 대표작을 판소리와 오광대 등 우리 전통 연희극 양식으로 재해석했다. 이윤택 번안·연출, 김미숙 한갑수 등 출연.1만 5000∼2만원.(02)763-1268. ■ 임차인 9월6일∼10월1일 화∼금 8시, 토 4시·7시, 일 3시·6시 대학로 정보소극장. 꿈을 잃은 여자, 아내를 의심한 남자, 낯선 곳을 두려워하는 남자, 수몰지 고향을 찾은 여자 등 4명의 남녀가 들려주는 4가지 이야기. 윤영선 작·연출, 오달수 박수영 등 출연.1만 5000∼2만원.(02)744-7304.
  • [심상덕의 서울야화](16)거지들이 사랑했던 스타 차홍녀

    [심상덕의 서울야화](16)거지들이 사랑했던 스타 차홍녀

    ‘대종상 영화제’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겁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영화의 발전과 함께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사랑도 해가 갈수록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고요. 그런데 옛날 영화 중 1965년 ‘김지미’와 ‘신영균’이 주연했던 전택이 감독의 ‘홍도야 우지마라’를 알고 있을 겁니다. 실제로 이 영화를 본 적이 없다 해도 그동안 연극으로 많이 공연이 됐고, 지난 1950년대에도 같은 제목의 영화가 상영된 적이 있었거든요. 또 1930년대 후반에도 인기몰이를 했던 영화였습니다. ‘홍도야 우지마라’는 지금으로부터 꼭 70년 전인 1936년 동양극장에서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라는 제목으로 연극으로 공연됐던 작품이었습니다. 이 연극에서 홍도 역을 맡았던 배우가 ‘차홍녀’였습니다. 홍도의 오빠역인 경찰관은 그 시절 첫손에 꼽히던 배우 ‘황철’이 맡았고요. 이 작품을 쓴 극작가 ‘임선규’는 처음부터 여자 주인공엔 차홍녀를 생각했었기에 ‘홍도’라는 이름이 등장하게 된 거고, 또 오빠인 경찰관 역엔 황철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철수’라는 등장 인물을 만들어 냈던 겁니다.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일찍 부모를 잃고 의지할데 없는 두 남매. 홍도는 오빠의 학비를 벌기 위해 기생이 된 뒤, 오빠의 동창생 청년과 사랑에 빠집니다. 그 청년은 이미 약혼녀가 있는데도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홍도를 아내로 맞아들이는 거죠. 그러나 홍도는 남편이 유학을 떠나자 소박을 맞고 쫓겨나게 되는 겁니다. 유학에서 돌아온 남편은 집안 식구들의 모함만 듣고 홍도를 마치 부정한 여자로 치부하면서, 전 약혼자와 결혼할 생각을 갖게 되고 이성을 잃은 홍도는 본의 아니게 전 약혼녀를 살해하게 돼 경찰관이 된 오빠에게 수갑이 채워져 끌려가야 하는 기구한 운명을 다룬 작품입니다. 그런데 ‘대종상 영화제’가 있는 오늘.‘서울야화’에서 왜 ‘홍도야 우지마라’라는 연극과 영화 얘기를 하느냐고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홍도야 우지마라’의 주인공 ‘차홍녀’가 인기절정의 여배우였지만 너무나 아까운 나이 25살에 꽃잎을 떨구게 됐던 겁니다. 그 이유가 뭐였는가 하면요. 당시 극단 ‘아랑’에서 지방 순회공연을 돌던 1940년 겨울. 강원도 철원에서 서울로 돌아오기 위해 기차역에 나갔는데 그날 따라 기차가 한 40분 정도 연착이 되는 바람에 기차역 주변을 서성이고 있을 때, 그 추운 날씨에 역 앞에서 온몸을 웅크리고 덜덜덜덜 떨면서 구걸하는 거지를 발견하게 됐던 거죠. 바로 이 순간 차홍녀가 그 거지 앞을 그냥 지나쳤다면 아무런 탈이 없었을 겁니다. 그러나 평소 인정이 많던 차홍녀는 그 거지에게 적선을 했던 겁니다. 거지는 그 인정이 고마워 손을 내밀었는데 차홍녀가 따스하게 거지의 손을 꼭 붙잡아 줬던 거죠.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입니까. 그러나 바로 그 순간, 그 거지와의 접촉에서 그 당시 한창 유행하고 있던 ‘천연두’에 걸려 지방공연을 다녀온 지 며칠 만에 죽어버린 겁니다. 그 당시 ‘천연두’에 걸리면 전염병치료소인 ‘순화병원’에 강제로 수용돼 비참한 대우를 받았기 때문에 그녀의 가족들은 이같은 사실을 숨기고 한약을 먹이면서 이불을 뒤집어 씌웠다는 겁니다. 차홍녀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그 원인에 대해 서울시내에 소문이 순식간에 퍼져나갔고, 그 당시 동양극장 앞에서 관객들을 상대로 구걸하던 거지들은 물론 서울시내 다른 지역 거지들에게도 소문이 퍼져나가면서 차홍녀의 장례식이 있던 그날, 거지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겁니다. 그리고 당시 화장터가 있었던 홍제동까지 거지들이 상여의 뒤를 길게 따라가면서 대성통곡을 했다고 합니다.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우리에게는 ‘홍도야 우지마라’로 더 잘 알려진 연극을 통해 인기 정상에 올랐던 차홍녀. 그녀는 비록 스물다섯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세상을 떠난 지 6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차홍녀’의 사진을 들여다 볼 때마다 아직도 우리 가슴 속엔 마음씨 고왔던 그 시절의 스타 ‘차홍녀’의 따뜻한 체온이 전해지는 듯합니다.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우리나라 최초·최고령 프로 마술사 이흥선 옹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우리나라 최초·최고령 프로 마술사 이흥선 옹

    올리버 스톤이 감독한 영화 ‘알렉산더’가 생각난다. 유럽과 아프리카, 아시아 등 3개 대륙을 정복하고 최초로 동·서양 화합을 꿈꾸는 가장 위대한 정복자, 역사적 ‘대왕’의 위용을 그렸다.‘알렉산더’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25년 전 어느날.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극장식 레스토랑 ‘무랑루즈’. 동안(童顔)의 한 50대 남자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무대 위에 올랐다. 주위는 순간 침묵으로 변했다. 잠시 후 그가 쓴 모자에서 비둘기가 튀어나오더니 하늘로 계속 날아오른다. 이어 입안에서 하얀 종이를 내뱉더니 곧 국수가락으로 변해버린다. 또 객석으로 내던져진 낚싯줄마다 금붕어가 연이어 딸려나온다. 기립박수는 그칠 줄 몰랐다. 이를 지켜보던 ‘눈물젖은 두만강’의 김정구씨는 놀라 벌어진 입을 억지로 다물며 “당신은 대왕이오, 대왕. 세계를 정복한 알렉산더처럼 말이오.”라고 했다. 이후 이 남자는 ‘알렉산더 리’로 통했다. 그랬다. 마술계의 대왕, 살아있는 마술의 전설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프로 마술사이며 현역 최고령 마술가이기도 하다.‘알렉산더 리’, 대중들에겐 이흥선(83)씨로 잘 알려져 있다.26세에 마술계에 입문했으니 말 그대로 60년 성상을 ‘마술 인생’이라는 파란만장하고 독특한 삶을 살아왔다. 더욱 흥미있는 것은 원래 선수급 수준의 기계체조를 했다는 사실. 서울 용산에서 출생한 그는 어릴 적부터 철봉에 매달리고 있어야 더 행복해질 정도였다. 이후 체조, 물구나무서기, 고난도의 텀블링 등을 척척 해냈다. 나중에는 차력까지 배웠다.‘근육짱’으로 소문났음은 당연했다. ●새달 부산 국제매직페스티벌 심사위원 그래서 일제 때 유명했던 신광·동양·대륙서커스단에서 앞다투어 데려가 청년시절부터 전국을 돌며 유랑생활을 하게 된다. 가설극장에서 고 서영춘씨와 배삼룡씨 등 여러 희극인들과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감동의 공연도 자주 펼쳤다. 서커스와 마술, 만담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했던 이씨는 가는 곳마다 ‘인기짱’이었다. 춥고 배고팠던 암울했던 시절의 온갖 시름을 잊게 해줬다. 세월이 지난 요즘, 어느 정도 쉴 법도 한데 아니다. 팔순 중반의 나이를 무색케 할 정도로 여전히 정열을 쏟아낸다. 노인들과 불우이웃이 있는 곳, 어디든 달려가 흥미진진한 마술로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 해마다 어린이날이면 마술공연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전해준다. 지난해에는 일본에 초청돼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젊은이 못지않은 기발한 마술연기로 기립박수를 받았다. 어디 이뿐이랴. 김정우와 최현우 등 차세대 마술사들을 키워내는 것도 중요하게 여긴다.‘앉으나 서나 마술생각’에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한다. 작은 성냥갑 하나라도 그의 손이 닿는 순간 척척 마술도구로 변해버려 ‘요술손’이라는 별명 또한 여전하다. 오는 8월에는 특별한 무대를 갖는다.10일부터 5일 동안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매직페스티벌에서 심사위원을 맡은 것. 아울러 여기에서 신인 마술가들을 위한 무대, 즉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새로운 마술로 한 수 지도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그의 손에서 개발된 마술만 어림잡아 2000가지가 넘는다. 이래저래 응용된 것까지 합하면 1만여가지나 된다. 이같은 마술인생의 흔적은 그의 집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비둘기 15마리가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온갖 마술도구가 구석구석 널려 있어 흡사 ‘매직박물관’을 연상케 한다. ●지금까지 1만여가지 개발… 김정우·최현우씨 등 조련 지난주 서울 홍익대 근처의 ‘알렉산더 매직바’에서 이씨를 만났다.‘알렉선더 리’의 이름을 따서 그렇게 지었다. 이씨는 이곳에 자주 들러 팬들에게 서비스차원에서 간단한 마술을 선보이곤 한다. 먼저 근황을 물었다.“가만히 있을 수 있나. 이것저것 마술기계를 만드느라 끝이 없지 뭐.”라고 했다. 옆에 있던 마술감독이자 이씨의 매니저인 김준오씨는 “제자들이 사용하다 망가진 마술도구를 고쳐주기도 해요.”라고 거들었다. 80대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젊게 보인다고 하자 “근심 걱정 없어요. 밤낮 그저 웃고 명랑하게 지내지 뭐. 그게 건강비결이요.”라고 하며 연신 웃는다. 이씨는 26세에 마술을 처음 접했다. 서커스단 일로 평소 알고 지내던 타이완의 마술사 ‘미스터 엑스’가 하루는 다급하게 찾아왔다. 숙소에서 잠을 자던 중 누가 돈을 훔쳐가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는 것. 딱하게 여긴 이씨는 미스터 엑스를 자신의 집에서 잠시 동안 지내게 했다. 그러던 중 하루는 미스터 엑스가 이씨에게 “차력이나 체조는 나이가 들면 못합니다. 그러니 나이 먹고도 할 수 있는 마술을 배우십시오.”라고 하면서 마술을 가르쳐준다. 비둘기 날리는 것 등 몇 가지 기술을 전수받은 이씨는 자료 등을 열심히 뒤져가며 여러 가지 응용기술을 터득했다. “당시 마술을 가끔씩 하는 사람이 있긴 했어요. 간단한 소품정도였지요. 하지만 비둘기가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입에서 불이 뿜어나오고, 또 사람이 공중에 붕붕 뜨니까 무척 좋아했어요. 또 깡통에서 담배 꺼내기, 종이를 찢어 국수가락 만들기 등을 막 했지요.” 6·25전쟁 때에는 마술 덕분에 생명을 건지기도 했다. 피란길 무주경찰서에서 잠시 지낼 때 갑자기 인민군의 공격을 받게 됐다. 그런데 경찰관은 불과 5∼6명밖에 없었다. 이씨는 경찰서에 있는 모자랑 옷가지를 다 모아놓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마술을 부리며 수십명이 있는 것처럼 위장했다. 그랬더니 인민군들은 경찰관 숫자가 많은 것으로 착각해 다른 곳으로 향했다. 이씨는 해방 전 유랑극단과 함께 평안도와 함경도까지 공연을 한 경험이 있어 인민군들과 맞닥뜨리면 이를 내세워 죽을 고비에서 살아남곤 했다. ●“한번 사용한 마술은 두번 다시 안해” 전쟁이 끝나면서 이씨는 본격적인 마술사의 인생을 걷는다. 때마침 가수 김정구씨, 한복남씨 등과 극단이나 호텔에서 공연을 자주 하게 된다. 그때마다 연예인들은 이씨의 마술솜씨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는 방송 출연을 자주하는 데 도움이 됐고 유일한 프로 마술사로 독주하게 된다. 하룻밤 사이에 많게는 열군데씩 밤무대를 누볐고 일주일에 1∼2회 고정 출연하는 TV마술쇼를 맡기도 했다. 빈손에서 비둘기 10여마리가 나오고 네모난 도구속에 사람을 집어넣어 부분절단하는 아찔한 장면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씨는 특히 80년대초 외손자 김정우와 함께 변웅전씨가 진행하는 ‘TV 묘기 대행진’에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현재 김정우는 최현우와 함께 이씨의 뒤를 잇는 대표적 수제자로서 활약하고 있다. 이씨의 마술철학은 한번 사용한 마술은 두번 이상 하지 않는다는 것. 항상 새로운 것을 선보여야 한다는 고집으로 일관했다. 롯데월드에서 7,8년 동안 최장수 고정 출연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덕분이다. 늘 웃음을 잃지 않는 노(老) 마술사에게 즉석 묘기를 주문했다. 사진촬영을 위해 흔쾌히 의상까지 갈아입는다. 잠시 손으로 뭔가 만지작 하더니 눈깜짝할 사이에 모자 속에서 비둘기 한마리가 푸드득 날아간다. 방안을 한바퀴 휘 돌더니 이내 이씨의 어깨에 사뿐이 앉는 비둘기. 그에게 있어서 마술은 인생의 전부였음이 느껴진다. 평생을 거의 마술에 바쳤고 전쟁통에는 마술로 목숨을 건졌다. 요즘에는 우리나라 마술발전을 위해 잠시도 쉬지 않는다. 문득 마술이란 무엇인지 물었다.“뭐니뭐니 해도 잡념을 없애주지요. 사람이 잡념이 없으면 즐겁잖아요. 마술은 아이디어와 노력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에 어린이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선사해요.IQ도 높여주고….” 또 마술기계를 만드는 데 중요한 것은 재료가 아니라 창의력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이씨는 “벙어리학교나, 눈감은 맹인 앞에서도 마술공연을 여러번 했는데 그때마다 박수소리가 요란했다.”며 크게 웃는다. 주말매거진 We팀장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24년 서울 용산 출생. ▲40년 근민체육단 결성. 이후 신광·천마·금강·대륙·동양·동춘서커스단 공연. ▲49년 마술계 입문. 비둘기 마술을 국내 처음 선보임. 이후 기계체조와 마술, 만담 등으로 매년 전국 순회공연. ▲64년 TBC방송 개국기념 마술쇼 출연. 이후 ‘묘기 대행진’ ‘희한한 세상’ 등 TV 마술프로그램 단골출연. ▲80년 ‘알렉산더 리’라는 별명을 얻음. ▲96년 서울에 최초의 마술 상설공연장 ‘알렉산더 매직바’ 개설. ▲2001∼05년 대한민국 매직페스티벌 심사위원 및 특별출연. ▲04년 한국마술협회 공로상 수상 ▲05년 서울랜드마술대회 심사위원, 일본 특별 초청공연 참가. ▲06년 5월 서울국제매직페스티벌 초청공연 참가. ▲기타 지금까지 주특기만 2000여가지 개발.
  • 서울人 하나되어 서울사랑 한마당

    서울人 하나되어 서울사랑 한마당

    ‘열심히 일한 당신, 즐겨라.’ 가정의 달을 맞은 화창한 봄날, 서울이 축제로 들썩입니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Hi Seoul 페스티벌’이 5월4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5일부터 7일까지 서울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습니다. 주제는 ‘서울人 서울In’. 서울을 사랑하는 서울 마니아가 서울에서 하나된다는 의미입니다. 서울신문의 수도권섹션과 이름이 똑같습니다. 서울광장과 청계천은 축제내내 변신을 거듭합니다. 4일에는 초대형 설치미술 ‘우리의 꿈, 우리의 서울’이 서울광장 하늘을 수놓습니다. 시민들의 소망 메시지를 담은 대형 삿갓 모양입니다. 어린이날인 5일에는 놀이터로 변합니다.6일에는 서울의 잊혀진 역사를 되새기는 도성밟기와 청계천 시민걷기대회가 열립니다.7일에는 화합과 단결을 다지는 8도 민속대동놀이와 퍼레이드가 펼쳐집니다.2006 독일 월드컵의 선전을 기원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 콘서트 대∼한민국’으로 축제는 막을 내립니다. 흥겨운 놀이마당에 몸을 맡겨 보십시오.‘서울인’이 축제속으로 미리 들어가 봤습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100배 즐기기-도성·청계천 걷기 ‘하이 서울(Hi Seoul) 페스티벌 2006’은 종합 문화축제다. 전통과 현대, 한국과 세계가 만나는 서울의 특성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페스티벌을 100배 즐길 수 있도록 색깔별로 행사를 묶었다. ●쇼!쇼!쇼! 서울광장에서는 밤마다 화려한 공연이 이어진다.5월4일 신동엽과 최윤영이 진행하는 전야제 ‘한류와 친구들’로 축제의 서막이 오르고,5일에는 뮤지컬 하이라이트 장면을 모은 최고의 뮤지컬 공연이 펼쳐진다. 윤복희 남경주 김선경 최정원 등 뮤지컬 배우 100명이 명성황후, 사운드 오브 뮤직, 헤드윅 등 18개 작품을 공연한다. 7일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콘서트 대∼한민국’은 임백천과 황현정이 진행한다. 러시아 지휘자 세르게이 고사친스키가 지휘를 맡아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 민요, 한국환상곡 등을 연주한다. 팝 콘서트 형식이다. 프라자호텔에서 쏘아올리는 불꽃놀이가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서울 상암동 월드컵 공원에서는 인디밴드와 록이 어우러진다.5일에는 이상은, 델리스파이스, 뷰렛, 몽라가,6일에는 전인권, 내귀에 도청장치 등이 공연한다. 서울 명동에선 밤새도록 시민 댄스 페스티벌이 펼쳐진다. ●세계를 품안에 6일 서울은 세계를 만난다. 주한 외국인과 모스크바, 카이로 등 자매도시를 초청해 ‘지구촌 한마당’을 선보인다.80개 부스에서 세계의 음식, 풍물을 체험할 수 있다. 외국인 어린이 그림 283점은 시청 후정에 전시된다. 오후 7시30분 서울광장에서는 ‘지구촌 카니발´이 열린다. 아프리카·터키·라틴아메리카 등 세계 타악공연을 맛볼 ‘소리의 향연’과 삼바·탱고·플라멩코 등 세계 춤을 즐길 ‘몸짓의 향연’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이날 앙카라 공연단이 특별 출연한다. 마무리는 시민이 하나되는 꼭짓점 댄스다. ●전통을 느끼며 경복궁과 덕수궁, 서울숲에서 우리 전통문화를 즐기자. 고궁축제에선 세종대왕즉위식, 종묘제례-어가행령, 수문장 교대의식 등 왕실 문화행사를 관람할 수 있다. 국악 축제 한마당에선 줄타기와 광대놀이, 탈춤, 전통·창작국악, 퓨전 가락 등이 ‘전통과 퓨전, 젊음과 신명’이란 테마로 진행된다. 시민작가가 직접 만든 수공예 작품을 사고 파는 예술장터가 덕수궁 돌담길에서 열린다. 직접 배우거나 만들어 보는 예술체험장이 한쪽에 설치된다. 4일에는 청계천 연등행렬을 따라 나서 보자. 조계사∼광교∼청계광장∼청계천∼삼일교∼인사동∼조계사를 돌며 축제 분위기를 살린다. 또 청계천 복원을 축하하며 4월20일부터 5월7일까지 다산교∼고산자교에 연등을 매달아 아름다운 야경을 연출한다. ●가족과 함께 5일은 어린이 날. 서울광장은 놀이터로 변한다. 오전 기념식이 끝나면 어린이 댄스, 동요 부르기, 레크리에이션 로봇대회 등 공연이 이어지고, 캐릭터 월드, 모래 놀이터, 페이스 페인팅,4컷 만화 그리기 대회 등 가족 놀이마당이 펼쳐진다. 영화 ‘왕의 남자’ 줄타기 공연은 오후 3시에 진행된다. 경희궁에선 어린이 백일장을, 전쟁기념관에선 문화 축제를 선보인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이번 페스티벌 2006’의 특징은 서울인이 하나되어 즐기는 시민참여축제라는 점이다. 서울광장, 청계천 등 도심 곳곳에서 몸으로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풍성하다. ●도성 밟기 도성밟기는 끊어진 서울 도성의 성곽을 빛과 그림으로 연결하는 문화프로젝트다. 복원한 도성을 밟다보면 서울의 역사와 문화가 한눈에 들어온다. 성곽을 복원한다는 의미에서 전문 작가들이 흥인지문(300m)과 경희궁(50m), 숭례문(300m) 앞에서 끊어진 성곽을 길거리그림(그래피티)으로 잇는다.5월6일 오전 10시부터 시민 5000여명이 복원된 도성 성곽의 흔적을 밟아 나간다. 이 때 청계천 시민걷기대회도 함께 진행된다. 시민걷기대회는 살곶이 공원에서 출발, 고산자교∼오간수교∼청계광장∼서울광장에 도착하는 코스다.8.5㎞를 2시간 30분동안 걷는다. 오간수교, 청계광장 등 청계천 곳곳에선 문화공연이 펼쳐진다. 도성밟기는 두 코스로 나뉜다. 제1코스는 마로니에 공원∼낙산공원∼동인교회 입구∼흥인지문∼청계천∼광교∼청계광장∼서울광장으로 5.3㎞구간이다. 이 코스는 오전 11시쯤 오간수교에서 시민걷기대회 참가자와 만나도록 기획했다. 제2코스는 사직공원∼인왕산∼창의문∼청운중학교∼연무관 로터리∼정부종합청사∼세종문화회관∼서울광장으로 이어진다.6.1㎞로 2시간 30분가량 걸린다. 참가자 접수는 인터넷으로 하면 된다. 현장에서도 접수를 받는다. ●우리의 꿈, 우리의 서울. 서울광장 하늘에 시민들의 꿈과 환상을 담은 초대형 설치미술이 떠오른다. 시민들이 4월29∼30일 소망 메시지를 적어 서울광장에 놓인 삿갓모양의 망사천 그물망에 매달면 애드벌룬, 열기구 등을 이용해 공중에 떠 오른다. 하늘로 띄우는 퍼포먼스는 5월4일 오전 11시에 진행된다. 밤에는 조명을 밝혀 환상적인 분위기가 연출된다. 7일 동화면세점∼덕수궁 대한문에서는 시민화합줄다리기가 열린다.4000명이 북촌팀과 남촌팀으로 나뉘어 당진 기지시 줄다리기(중요 무형문화재 제75호)를 펼친다. 풍물패의 응원으로 흥을 더한다. 이날 서울광장에선 춘천 마임, 안성 바우덕이, 여주 도자기 엑스포, 충주 무술, 전주 소리, 진도 씻김굿, 안동 하회 별신굿, 남해안 별신굿, 제주 민속 예술단, 봉산 탈출 등 팔도민속놀이가 진행된다. 서울인의 어우러짐은 이날 오후에 펼쳐지는 퍼레이드에서 절정에 달한다. 육·해·공군, 해병대 의장대와 군악대, 중국·터키전통공연단, 월드컵 참가국 등 50개 단체 4000여명이 퍼레이드 차량과 월드컵 공모양의 애드벌룬을 앞세우고 종묘∼종로3가∼종로1가∼세종로∼서울광장을 행진한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먹을거리·그랜드세일 ‘축제도 식후경’ 이번 페스티벌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먹을거리다. 거리 곳곳에서 서울의 전통 맛을 느낄 수 있는 각종 음식과 세계 음식들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 시민들이 직접 만든 수공예 작품을 구입할 수 있는 ‘서울 3일장’도 열린다. ●서울 ‘원조’의 맛을 뽐낸다 다음달 4∼7일 4일 동안 시청 후정과 원구단, 청계천변, 동화면세점 등에서는 서울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서울사랑 음식축제’가 열려 서울을 대표하는 최고의 맛을 뽐낸다. 서울 원조 음식전과 가족 퓨전 음식전, 청계천변 정겨운 음식마당 등으로 진행되는 음식축제에서는 ‘장충동 족발’과 ‘신림동 순대’‘신당동 떡볶이’‘마포갈비’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유명 음식점 40개를 비롯해 여성단체가 운영하는 29개와 대학생 동아리가 운영하는 4개 등 총 110개의 부스가 설치된다. 1∼7일 북창동 일대 음식점 30여곳에서 음식값의 10%를 할인해 주고, 무교·다동 음식문화거리에서의 음식점 19곳에서도 5%를 할인해 준다. ●지구촌 먹을거리 한자리에 5일과 6일 서울광장과 무교로, 시청 후정에서는 세계의 다양한 맛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 음식전은 5일과 6일 이틀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41개국 부스가 설치된다. 6일에 오후 2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는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지구촌 한마당’이 열려 서울 거주 외국인 및 자매도시 초청 공연과 함께 각국 민속공연 등이 펼쳐진다. ●시민들의 수공예 시장 덕수궁 돌담길 주변(우천시 시청앞 지하공간)에서는 5∼7일 오전 10시∼오후 7시,‘서울 3일장’이 열린다 3일장에서는 시민이 직접 만든 수공예품을 사고 파는 장터와 함께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운영하는 예술체험코너 등이 마련됐다. 특히 환경을 주제로한 작품과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진 작품, 재활용 물품을 가지고 만든 작품 등이 전시된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5000여개 업소 싸게, 더 싸게 페스티벌 기간 중 ‘하이서울 그랜드세일 쿠폰’을 이용하면 5000여개의 업소에서 최대 70%의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시내 주요 쇼핑 거리에서는 오는 29일에서 다음달 10일까지 대규모 할인 이벤트인 ‘하이서울 그랜드 세일’이 펼쳐진다. 명동과 남대문, 동대문, 이태원, 북창동 등 관광특구지역 쇼핑점을 비롯해 면세점, 관광호텔 등 5000여곳의 업소에서 대대적인 할인행사가 진행된다. 이태원 450여개 업소에서는 의류와 액세서리, 가죽, 가방, 구두, 잡화, 기념품 등을 10∼70% 할인 판매하고, 동대문에서는 두타와 밀리오레, 청대문 등에서 의류와 잡화 등을 10∼50% 할인해 준다. 남대문은 3만원 이상 아동의류 및 아동용품 구입고객에게 사은품을 증정한다. 롯데·신라·동화·워커힐·SKM 등 시내 5개 주요 면세점도 쿠폰을 소지하면 5∼3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호텔의 경우 코리아나호텔과 타워호텔, 노보텔, 신라호텔, 롯데호텔 등 13개 호텔이 객실 정가의 30∼50%로 묵을 수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에서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김치, 김, 젓갈, 선식, 건과류 등을 10∼20% 할인해주며, 갤러리아 콩코스도 외국인에게 패션잡화와 신사·숙녀의류, 유·아동의류 등을 5∼10%로 할인해 준다. 서울관광기념품판매점에서는 기념품 전체를 5% 할인한다. 종로 3가 귀금속 거리에서는 600여개 업체가 순금제품을 제외한 14K 제품을 5∼10%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이 밖에 코엑스 아쿠라리움이 입장료(일반 2000원, 어린이 1000원)를 할인해 주며, 김치박물관도 입장료를 1000원 할인해 준다. 또 남산 N타워 관람료 10%, 정동극장 전통예술무대 공연 10%, 도깨비스톰 난타 공연 10% 할인 혜택이 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준비의 주역들 ● 진두지휘 유인촌 서울문화재단 대표 “시민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도심 거리를 자유롭게 거닐며 서울의 역사와 전통을 즐길 수 있도록 축제를 준비했습니다.” ‘하이서울 페스티벌 2006’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유인촌(55)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올해 축제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축제는 시민들이 함께 즐기는 것”이라는 그의 생각처럼 이번 축제는 지난해에 비해 시민 참여행사가 대폭 늘었다. 특히 서울의 역사와 전통을 되살려 보자는 취지에서 경건한 ‘의식’도 더해졌다. 지난 21일 축제 마무리를 위해 서울시청을 방문한 유 대표를 만났다. ▶페스티벌의 주제는. -페스티벌의 주제인 ‘서울인(人), 서울인(In)’은 한마디로 서울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의 ‘삶(Life)´이다. 그래서 서울의 다양한 삶을 축제에 담았다. 주제는 실무위원을 맡고 있는 이영란(41) 작가가 만들었다. ▶페스티벌의 특징은. -축제를 통해 시민들이 차만 다니던 길을 걸어보는 것 자체가 시민들에게는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무작정 먹고, 놀고, 마시기에 앞서 서울의 역사와 전통을 한번쯤 생각해 보자는 의미를 담았다. 전야제 때 시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선조들에게 ‘고(告·축제를 알리는 의식)´하는 것이라든지 ‘도성밟기’에 앞서 유실된 성곽을 ‘그래피티(페인트로 그리는 것)’로 잇는 것 등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와 달라진 점은. -시민 참여행사가 늘었다. 낙산과 인왕산 등 2개의 코스로 나눠진 ‘도성밟기’ 행사에는 시민 5000여명이 참여하게 되며, 살곶이 공원에서 서울광장까지 걷기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또 다음달 4일 서울광장 상공에 지름 50m의 그물망 형태 초대형 설치미술 작품에는 시민들이 직접 쓴 소망 메시지가 담길 예정이다. ▶프로그램이 많아 다소 산만하다는 느낌을 주는데. -인구 1000만명이 넘는 대도시에서 이뤄지는 축제다 보니 어쩔 수 없다. 소도시에서 이뤄지는 축제에 비해 밀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재단에 ‘축제부’를 만들어 설과 추석, 단오 등 특징적인 주제의 소규모 축제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선보일 계획이다. ▶올해부터 재단이 주최를 하는데. -장기적으로 볼 때 축제는 민간 주도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래서 지난해 시에서 주최하던 행사를 재단이 맡게 됐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교통통제와 안전관리, 청소, 환경, 위생 등 시와 관계기관의 협조 없이는 어렵다.10회 정도 넘어서면 민간 주도 축제로 정착될 것이다. ▶축제 기간이 짧아졌는데. -축제가 너무 길면 안 된다. 처음에는 10일 가까이 행사를 했는데 길다 보니 밀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교통통제 등으로 시민불편 등을 초래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하루 정도 더 줄일 생각이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행사 준비도 어려웠지만 올해는 지방선거가 있어 신경을 많이 썼다. 축제가 선거와는 거리가 있지만 그래도 선거법에 위반되지 않도록 음식물 나눠주는 것 등에 대해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전문가·50여개 단체·스타 등 수천명 힘모아 하이서울 페스티벌의 화려한 무대 뒤에는 축제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땀이 배어 있다. 페스티벌에는 시민 공모를 통한 자원봉사자와 퍼레이드·프로그램 참가자 등 수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축제를 빛낸다. 인터넷을 통해 지원을 받아 선발한 286명의 자원활동가들이 곳곳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한다. 가장 많은 자원활동가가 투입되는 곳은 서울광장 행사와 도성밟기, 시민화합 줄다리기, 서울 3일장, 서울 매직페스티벌 등 행사별 현장진행보조 요원으로 250명이 활동하게 된다. 종합안내소에서 외국인 안내(영어·일어·중국어)와 매직 페스티벌 통역 등에 8명이 활동하고, 홍보 9명, 사무국지원 5명 등이다. 또 각 분야 전문가들로 축제 실무위원회가 구성돼 축제 준비를 도왔다. 이영란 극작가와 미술가 한젬나씨, 임옥상 우리문화 대표, 유재현 상상공장 대표, 천호균 쌈지 대표이사, 최정화 가슴시각개발 연구소장 등 12명의 실무위원회에 참여했다. 하이서울 그랜드 퍼레이드에는 사가정 풍물단, 한국사자춤보존회, 화성동탄초등학교 어린이외발자전거팀, 유노스클럽, 터키공연단, 미군 치어걸 등 국내외 50여개 단체 4000여명이 참가한다. 춘천마임 축제팀과 안성 바우덕이, 안동 하회 별신굿, 제주 민속예술단 등 전국 8도에서 올라온 민속놀이 팀도 행사에 볼거리를 제공한다. 인기 연예인들도 대거 축제에 참여한다. 전야제 행사에는 동방신기와 보아, 세븐, 장나라, 이효리, 버즈 등이 참여하며, 뮤지컬 하이라이트공연에는 윤복희, 옥주현, 남경주, 김선경, 최정원 등 유명 뮤지컬 배우 100여명이 출연할 예정이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연극·영화·마술축제에 초대합니다 ‘하이 서울 페스티벌’과 어우러져 연극·영화·마술 축제도 펼쳐진다. 1977년부터 전통을 이어온 ‘서울연극제’가 다음달 3∼21일 아르코 예술극장과 아룽구지 소극장, 서강대 메리홀에서 진행된다. 연극인의 창작 의욕을 높이고 한국 연극을 세계에 알리고자 기획했다. 공식 참가작과 자유 참가작, 구립극단 경연대회 등 공연이 다채롭다. 일주일 이상 공연하는 작품은 8편이다. 올해 3회째를 맞은 ‘서울 환경영화제’는 4∼10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개최된다. 28개국에서 출품한 영화 109편을 만날 수 있다. 경쟁부문인 ‘국제 환경영화 경선’에는 14개국 20편이 경합을 벌인다. 장편 극영화와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는 무료다. 감독과의 대화 등도 마련됐다. ‘서울 매직 페스티벌’은 지난해 처음 열려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시민들이 상상력을 자극하고 꿈과 희망을 주는 마술에 매료됐다. 올해는 서울 열린극장 창동에서 펼쳐진다. 세계 최고의 마술인이 펼치는 ‘프로 매직쇼’와 궁금했던 마술의 비밀을 직접 배워보는 ‘매직 강의쇼’, 일반인이 참여하는 마술 경연대회가 기획됐다. 공중부양마술, 신체분리마술, 탈출마술, 신체통과마술 등을 경험할 마술 체험관도 준비됐다. 한편 축제기간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편리하다. 서울광장과 청계천의 교통이 자주 통제되기 때문이다. 서울광장은 오후 5시부터 관람객 수에 따라 프라자호텔, 태평로까지 차량 통행을 제한한다. 한낮에도 시간별로 통행량을 조절한다. 자세한 사항은 표 참조.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봉산탈춤·판소리 참여하면 재미 2배 서울시는 28∼31일 경희궁에서 국가 지정 무형문화재와 서울시 지정 무형문화재 보유자의 공연 등 다양한 전통문화 볼거리를 선보이는 서울무형문화재의 축제를 한다. 이번 행사는 단지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체험 가능한 프로그램이 많은 게 특징이다. 참여하면 승무의 정재만과 판소리의 이옥천 등의 공연을 볼 수 있다. 또한 곡물을 곱게 치는 체장을 만드는 최성철, 옻나무 수액 칠의 정제와 도장 등을 하는 신중현 등이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보고 배울 수 있다. 첫날인 28일 오후 6시30분부터 시작하는 전야제 때는 영화 ‘왕의 남자’에 나오는 남사당놀이패의 줄타기가 선보인다. 이어 대접돌리기, 땅재주 등 다양한 기예와 함께 가야금병창과 태평무, 선소리산타령 등 흥겨운 한마당이 펼쳐진다. 축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9일과 30일엔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는 굿판이 활짝 펼쳐진다. 중랑구 봉화산 일대에서 400년 넘게 전해오는 봉화산 도당굿과 남이장군사당제, 서울새남굿 등이 벌어진다. 또한 지배계층에 대한 풍자와 서민들의 애환으로 해학과 익살을 이끌어내 양반과 천민 등 모든 계층한테 사랑을 받았던 송파산대놀이와 봉산탈춤, 강령탈춤, 북청사자놀음 등을 볼 수 있다. 물론 원하면 직접 춤을 배울 수도 있다. 그리고 경희궁 입구에 있는 시립미술관 경희궁분관에선 전통을 고집스럽게 이어나가고 있는 장인들이 직접 다양한 전통공예품을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연과 옹기, 매듭, 민화 등을 배워 직접 해보기, 시골장터에서 보던 엿장수의 구수한 장단과 함께 윷놀이, 투호놀이, 제기차기, 널뛰기 등 전통민속놀이를 체험할 수 있다. 경희궁 곳곳엔 전통 먹을거리 장터가 준비된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10일 TV 하이라이트]

    ●대발견 아이Q(EBS 오후 8시5분) 아이들의 건강을 위한 전통 발효 음식, 김치.‘알쏭달쏭 육아극장’에서는 김치에 대해 알아본다. 돌 이전의 아이들, 불안한 상황이 닥치면 엄마를 통해 불안한 정서를 조절한다고 하는데 불안한 상황이 닥치면 어떻게 반응할까? 아이의 정서적 반응에 따른 부모의 현명한 양육태도에 대해 알아본다.   ●진실게임(SBS 오후 8시55분) 가짜 쌍둥이를 찾아라!강도 잡은 쌍둥이, 백만불짜리 살인미소 쌍둥이,SS501 김현중을 닮은 초절정 꽃미남 얼짱 쌍둥이, 성적도 성격도 똑같은 꼴찌 쌍둥이, 오동통한 볼살의 귀여운 매력덩어리 감자 쌍둥이 등 다섯 쌍의 쌍둥이 중에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단 한 쌍의 남남을 찾아낸다.   ●세계 세계인(YTN 오전 10시40분) 인도의 힌두교도들은 시신에 직접 손을 대지 않지만 ‘아고리’라는 힌두종파는 시신을 숭배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시신 위에 앉아 시신의 살을 먹고 술을 먹는 나름대로의 의식을 행한다. 이런 극단적인 행동은 마음이 순수하면 모든 것이 깨끗해진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MBC 오후 8시20분) 태희는 희정 몰래 은민이네서 가져온 금두꺼비를 가지고 가출한다. 희정은 시어머니에게 금두꺼비를 찾아달라고 애원하고, 생활이 어려워 안 해본 일이 없다며 울분을 토해낸다. 한편, 은민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과외선생님을 구하던 은민엄마는 희정의 소개로 태경을 집으로 오게 하는데….   ●별난여자 별난남자(KBS1 오후 8시25분) 회사로 찾아온 나라는 사무실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종남이 꽂고 있는 브로치를 빼앗는다. 종남과 첫 방송 축하 통화를 하던 민숙은 나라의 흥분한 목소리를 듣고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감을 느낀다. 나라는 해인을 불러 자신이 준 브로치를 종남이 갖고 있는 이유를 묻는다.   ●어린이드라마 641가족(KBS2 오후 6시10분) 아이들은 풍석이와 함께 종구의 집에 찾아가 상구 대신 종구의 생일 파티를 준비한다. 망막 색소 변성증에 걸려 곧 앞을 못 보게 될 종구를 재호가 바닷가로 데리고 나오자 종구를 위해 준비한 불꽃들이 하늘을 수놓는다. 한편, 급한은 요성의 마음에 들기 위해 살을 빼기로 결심한다.
  • “한솥밥 먹던 스타 다 모였네”

    올해 창단 10돌을 맞은 극단 차이무(대표 민복기)와 극단 유(대표 유인촌)가 나란히 ‘공연 잔치’를 벌인다. 한솥밥 먹던 옛 식구들까지 모두 가세해 펼치는 특별한 자축연이다. 극단 차이무는 풍자 코미디 ‘마르고 닳도록’(12월1∼17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으로 관객의 웃음보를 찌르고, 극단 유는 톨스토이 원작의 뮤지컬 ‘어느 말의 이야기, 홀스또메르’(12월9∼18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로 인생의 희로애락을 노래한다. 두 극단 모두 영화와 드라마에서 각광받는 스타 연기자들의 산실 노릇을 해왔는데 이들이 단역도 마다않고 뛰어드는 통에 보기 드물게 초호화 캐스팅 무대가 돼버렸다. ●새로운 차원으로 관객을 안내하는 즐거움 극단 차이무는 ‘차원이동무대선’의 준말이다. 세상을 보는 다차원의 관점을 제시하고 싶어서 붙인 이름이다. 연우무대 출신의 극작가 겸 연출가 이상우, 배우 문성근, 류태호를 중심으로 송강호 강신일 박광정 등 ‘범 연우인’들이 뭉쳤다. 이상우 연출가는 “91년 연우무대를 나온 뒤 개인사무실을 냈는데 동료·후배들이 매일 몰려와 술을 마시기에 ‘그러지 말고 공연을 하자.’고 해서 만든 극단”이라며 웃었다. 차이무는 번역극 ‘플레이랜드’로 창단 신고식을 치른 이후 ‘늙은 도둑이야기’‘비언소’‘돼지 사냥’ 등 창작 흥행작을 줄줄이 내놓았다.‘차이무 스타일’ 혹은 ‘이상우 스타일’로 불리는 차이무 연극의 가장 큰 특징은 ‘재미’다. 하지만 결코 가볍지는 않다.‘생각은 깊게, 표현은 경쾌하게’라는 이상우 연출가의 작품관은 풍자와 냉소가 깃든 독특한 질감의 ‘차이무표 코미디’를 만들어냈다. 극단 차이무의 또다른 특징은 단원들을 멀티플레이어로 키우는 것. 배우가 연출도 하고, 연출이 스태프 일을 하기도 한다.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면 ‘변절자’로 취급하는 다른 극단들과 달리 차이무는 오히려 배우들에게 “여기에서만 필요한 배우가 되지 말고 다른 곳에서도 불러주는 배우가 되라.”고 독려한다. 이런 분위기 덕에 차이무에는 TV와 스크린, 무대를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하는 배우들이 많다. 창단 공연 이후 10년 만에 무대에 서는 문성근은 “공동체 안에서 하모니를 이뤄내는 차이무만의 남다른 분위기가 있다.”면서 “차이무의 레퍼토리를 연중 공연할 수 있는 전용극장을 조만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0주년 기념작 ‘마르고 닳도록’(이강백 작·이상우 연출)은 애국가의 저작료를 받아내려는 스페인 마피아 집단을 내세워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꼬집는 블랙 코미디. 문성근 강신일 박광정 김승욱 등 스타 배우들이 단독 캐스트로 공연 내내 무대를 지킨다.(02)747-1010. ●무대와 관객을 향한 끝없는 열정 배우 유인촌이 이끄는 극단 유는 남들이 가지 않는 험한 길을 주로 택했다.IMF 외환위기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99년, 공연문화의 불모지인 강남 한복판에 전용극장을 덜컥 지었고,‘홀스또메르’‘철안 붓다’ 등 작품성은 있지만 돈은 안 되는 공연들을 뚝심있게 무대에 올렸다. 지난해에는 지방으로까지 눈을 돌려 강원도 봉평에 달빛극장을 개관했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유 대표가 CF 찍어 적자를 메워 온 시간들이 쌓여 어느새 10년. 그의 말대로 여태 버텨온 게 ‘기적’이다. 더이상 버틸 수 없을 정도로 힘들 때 구세주처럼 나타난 ‘택시 드리벌’‘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 같은 흥행작들도 큰 버팀목이 됐다. 과거 10년을 결산하고, 미래의 10년을 전망하는 기념 공연 ‘어느 말의 이야기, 홀스또메르’를 앞둔 그는 “기대감과 부담감을 동시에 느낀다.”고 했다. 원래 계획했던 ‘햄릿’이 주역 캐스팅 문제로 무산되면서 차질이 빚어지긴 했지만 유 대표가 맨처음 10주년 기념작으로 점찍었던 작품은 ‘어느 말의 이야기’였다. 그는 “서사적인 스타일과 사실주의를 절묘하게 조화시킨 무대로 연극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을 두루 갖춘 작품이어서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한다.”고 말했다. ‘어느말의 이야기’는 한때 뛰어난 경주마였으나 지금은 늙고 병든 말 홀스또메르의 일생을 통해 우리네 인생을 통찰하는 우화극이다. 러시아 전통민요를 연상케 하는 서정적인 음악들이 곁들여진 뮤지컬로, 러시아인 아코디언 연주자를 비롯한 5인조 밴드가 라이브로 음악을 연주한다. 1997년 초연부터 세차례 ‘홀스또메르’역을 맡아온 유 대표가 이번에도 같은 역할로 무대에 오른다. 서울문화재단 대표로 임명되면서 잠시 배우 일을 접었던 그는 “체력적으로 아주 힘든 배역인데다 부족한 연습시간 등 어려운 점은 많지만 10주년 기념작인 만큼 최고의 완성도를 갖춘 공연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극단 출신의 영화배우 김수로, 정규수 등 30여명의 단원들이 출연한다.(02)515-0589.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월드이슈] 이주자 급증…흔들리는 유럽

    [월드이슈] 이주자 급증…흔들리는 유럽

    |파리 함혜리특파원|‘소요, 범죄…공화국의 적들.’프랑스의 대도시 외곽 저소득층 집단거주지역에서 발생한 소요사태가 이어지는 동안 파리의 곳곳에는 자극적인 붉은 글씨로 이같은 내용을 담은 포스터가 나붙기 시작했다.‘공화국 수호연합’이란 극우단체가 제작한 포스터는 이민자들을 배척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프랑스 소요사태를 계기로 극우단체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 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들은 과거 사회당 정권은 물론 현 중도우파 정부의 정책이 모두 실패했음을 강조하며 공화국의 가치를 수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업과 경기침체로 고전하는 독일에서는 신자유주의 노선에 반대하는 좌파연합이 지난 9월 치러진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러시아에서는 국수주의를 고취하는 극우파들이 외국 혐오증과 반유대주의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안정과 평화’의 상징이던 유럽사회가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높은 실업률, 이민자 문제, 가속화되는 세계화 등으로 혼란을 겪으면서 극단주의가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목소리 높이는 극우세력 이민자들의 차별과 소외에 대한 분노가 폭발한 프랑스 소요사태를 계기로 극우세력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장마리 르펜 당수는 14일 저녁 파리도심 팔레롸얄에서 대중 집회를 갖고 “지난 30년간 좌·우파 정부를 막론하고 추진한 이민자 정책이 실패했음이 이번 소요사태로 입증됐다.”면서 “외국인들에 대한 모든 사회보장 혜택을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날 뉴스전문채널 LCI의 토론프로그램에서도 “경찰에 돌을 던지고 학교를 불태우는 극단적인 폭력행위로 사회 신고식을 치르는 이민 2·3세들은 장차 테러리스트로 성장할 것”이라며 “이들이 바로 시라크가 공들여 키운 자녀들”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자동적으로 프랑스 국적을 취득했지만 자신들이 프랑스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심지어 프랑스를 적으로 여긴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프랑스인으로 대우받아서는 안된다.”고 유화책을 비판했다. 역시 이민자 수용에 반대하는 다른 국수주의 우파정당인 ‘프랑스운동’(MPF)의 필립 드 빌리에 당수도 사태 초반부터 “20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통금령을 실시하고 파리 교외 지역에 군대를 투입해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했었다.FN과 MPF는 지난 5월말 프랑스의 유럽헌법 국민투표 당시 프랑스를 보호하기 위해서 EU헌법이 부결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결국 투표결과가 부결로 나타나면서 힘을 얻은데다 이번 소요사태로 더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부 정치분석가들 사이에 이번 소요사태로 시라크 대통령과 정부 입지가 약화된 틈을 타 극우정당이 다시 세를 얻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프랑스 유권자들은 지난 2002년 대선 1차 투표에서 사회당의 리오넬 조스팽 후보 대신 르펜 당수를 선택, 르펜이 2차 결선투표에서 자크 시라크 후보와 맞붙는 이변이 발생했었다. ●뿌리내리는 유럽의 신좌파 한편 여야 정당간 뚜렷한 승자없이 끝난 지난 9월18일의 독일 총선에서 최대의 돌풍을 일으킨 정당은 좌파연합이었다. 좌파연합은 구 동독 공산당의 후신인 민사당(PDS)과 사민당의 우경화에 반발해 분리해 나온 사민당 좌파와 노조 지도자들이 만든 ‘선거대안’이 통합한 정당이다. 좌우 이념대립이 극심했던 지난 60년대 중반∼70년대 초반 이후 독일에서는 각 주 단위로 반급진주의 조례를 채택, 정치적인 극단주의를 지양해 왔다. 따라서 지금까지 극우·극좌파는 의회내 교섭단체 구성에 필요한 5% 이상의 지지를 받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 총선결과 좌파연합은 총 54석을 확보하면서 8.7%의 지지를 받으며 의회 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했다. 독일의 한 언론인은 “좌파연합의 정책들은 대부분 재정적으로 실현이 불가능한 것들이다. 실현가능성과 현실성이 거의 없지만 경제가 어렵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달콤한 약속’에 이끌리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유럽정치 지형에서 신좌파를 표방하는 정치운동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전했다. ‘개혁이냐 사망이냐.’의 문제로 고민해 왔던 유럽공산주의가 그동안 우파 정책노선을 포용하는 개혁을 추구해 왔으나 영국의 노동당과 독일의 사민당이 우파 정책을 채택함으로써 생긴 커다란 공백을 메우기 위해 신좌파 운동이 새로이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특히 반전운동과 반세계화운동, 반 신자유주의의 토양에서 독일의 좌파연합과 같은 신좌파 성향의 정당이 서서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의 네오-코뮤니스트들과 신좌파들이 모여 지난해 조직한 유럽좌파정당(ELP)은 지난 달 29·30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첫 총회를 갖고 신자유주의가 야기한 유럽의 위기를 극복하고 평화와 민주주의, 인권의 가치를 재정립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채택했다. lotus@seoul.co.kr ■ 양극을 이끄는 대표적 인물 |파리 함혜리특파원|프랑스의 장마리 르펜과 독일의 오스카 라퐁텐은 극우·극좌 양 극단으로 치닫는 유럽정치상황을 상징한다. 갈수록 커지고 있는 그들의 목소리가 곧 유럽 정치상황의 변화 방향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 신자유주의 맹비난…신좌파 상징 오스카 라퐁텐 독일의 좌파연합을 이끌고 있는 오스카 라퐁텐(62)은 유럽에서 태동하고 있는 신좌파 운동의 상징적인 인물로 꼽힌다. 골수 좌파인 그는 신자유주의가 유럽 위기를 불러왔다며 비판한다. 대학생 때인 1966년 사민당에 가입하고 1976년 32세에 프랑스 접경 산업도시 자르브뤼켄의 최연소 시장이 된 그는 68세대 스타급 정치인으로 한때 게르하르트 슈뢰더, 루돌프 샤르핑(94년 사민당 총리후보)과 함께 독일 사민당 3두체제를 이루면서 당내 좌파를 이끌었다. 그는 우파에 가까운 중도좌파 성향의 슈뢰더와 정책적인 대립으로 1999년 3월 모든 정치적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슈뢰더 총리의 노선에 실망한 당원들과 노동계를 규합한 뒤 옛 동독공산당의 후신인 민사당까지 끌어들여 좌파연합을 결성했으며 지난 9월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 노골적 인종주의…극우파 수장 장 마리 르펜 극우파 정치인으로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프랑스의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장마리 르펜(77) 당수.1972년 이후 FN당수를 맡고 있는 그는 지난 2002년 대선에서 프랑스 정치사상 처음으로 극우파가 대통령 자리를 놓고 맞대결을 벌인 정치 파란을 일으켜 프랑스와 세계를 함께 놀라게 했다. 노골적인 인종주의와 국수주의를 기초로 한 극우파의 부상은 평등·박애·자유를 이념으로 하는 프랑스 민주주의의 위기론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르펜은 최근 AP통신과의 회견에서 파리 교외 폭동이 시작된 이래 당으로 지지 e메일과 당원으로 가입하겠다는 요청이 넘치고 있으며 자신의 ‘제로 이민’ 정책에 대한 지지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2007년 대선에도 출마할 것이라고 밝힌 그가 또 다시 극우돌풍을 일으킬지 관심사다. lotus@seoul.co.kr ■ ’배우자 이민’도 언어시험 통과해야 유럽에서 무슬림들의 이민은 복지 제도의 부담 가중, 기독교 문화와의 충돌 등으로 오래전부터 논쟁거리였으나 이제는 사회안정을 위협하는 문제거리가 되고 있다. 7·7 런던 테러와 프랑스 소요 사태 및 무슬림 청년의 네덜란드 반 고흐 영화감독 살인사건 등으로 무슬림은 유럽에서 위협적인 세력으로 인식되고 있다. 서유럽 국가들은 1960년대 이후 경제 활황으로 노동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자 북아프리카나 가난한 인접 이슬람 국가 이민자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경제가 침체하자 본국으로 돌아갈줄 알았던 이민자들은 도심 밖에서 그들만의 거주지나 ‘접시 도시’를 형성하면서 냉대와 차별의 대상이 됐다. 접시 도시란 이슬람 커뮤니티에서 아랍 위성방송을 보기 위해 접시 모양 안테나를 집집마다 달아 붙여진 이름이다. 해마다 유럽연합으로 가는 합법 이민자는 130만명쯤이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많은 700만명 가량이 불법이민을 시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모로코나 튀니지 등에서는 매년 수천명이 스페인 카나리 제도나 이탈리아 람페투사 섬 등으로 밀입국을 시도한다. 때문에 유럽연합에서는 이들 불법 이민자를 막기 위해 공동경비정을 띄우는 지중해 해상 작전을 계획 중이다. 유럽의 이민은 망명, 가족의 재결합, 결혼이란 크게 세가지 법적 형태로 이뤄진다. 망명 조건은 까다로워져 해마다 탈락자가 증가추세다. 가족 결합이나 결혼도 네덜란드에서는 언어 시험을 통과해야 가능하도록 하는 등 점점 관문이 좁아지고 있다. 친척이나 배우자를 데려오기 위한 나이와 연봉 조건도 높아지고 있다. 영국은 유럽연합 시민이 아니거나 기술이 없을 경우 자국에 정착하는 길을 막는 이민 법안을 추진 중이다. 오직 투자자나 기술이 있을 경우에만 영국 시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네덜란드도 시민권을 따기 위한 시험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시민권을 받게 되면 미국처럼 국가를 연주하는 의식도 마련할 예정이다. 높아지고 있는 유럽의 ‘이민 장벽’은 미국 등 다른나라에까지 영향을 주면서 세계적인 추세로 확산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한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장애인의 性과 결혼] “결혼이오?…총각딱지 떼는게 평생 소원이죠”

    #1 7년 전 추락사고로 전신이 마비된 이양신(33·여)씨는 타고난 여성성을 박탈당할 뻔했다. 입원상태에서 생리를 하자 어머니는 이를 없앨 방법을 찾았고, 이씨도 “이제 결혼도 못 할텐데.”라는 생각에 남성호르몬제 투여에 동의했다. 그러나 부작용으로 한달 동안 하혈만 하다 그만뒀다. 5년쯤 지나자 어머니는 아예 자궁 적출 수술을 권했다. 장애인에게 성이란 귀찮고 사치스러운 것이란 인식이 깔려 있었다. 이씨 자신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안, 수술을 생각해보기도 했다. 지금도 ‘감각이 없는데 섹스하고 싶은 생각은 드냐.’ ‘임신도 할 수 있느냐.’는 어처구니없는 얘기를 듣곤 한다. ●“결혼도 못할텐데” 생리하자 자궁적출 #2 뇌성마비 1급 장애인 김광태(가명·33)씨는 한달에 한번꼴로 성매매 여성들을 찾는다. 물론 “오빠, 그 몸으로 섹스할 수 있겠어.”라는 얘기를 들은 적도 많다. 시간이 갈수록 “이렇게 불법적인 방법으로 죄 짓듯 욕구를 해결해야 하나.”라며 자조해 보기도 하지만 어차피 이 길 외에는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그래도 자기는 낫다며 온몸을 꼼짝 못해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자위행위를 하는 친구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씨는 “먹고 자는 것과 마찬가지로 성욕도 인간의 본능”이라면서 “강아지도 발정이 나면 접붙여줄 생각을 하면서 장애인의 성에 대해서는 완전히 무시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몸으로…” 윤락업소서도 기피 #3 중증 정신지체 장애인인 딸이 성욕을 못 이겨 온 몸을 자해한다. 보다 못한 아버지는 돈뭉치를 들고 거리에 나가 청년들을 붙들고 통사정을 한다.“제발 우리 딸과 한번만 자 달라.”고. 미친 사람 취급을 받고 경찰서에 잡혀가기도 하지만 그의 지상과제는 ‘남들과 똑같은’ 욕망을 표출하는 딸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다. 결국 아버지는 자기 스스로 나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야 만다.(독립영화 ‘아빠’의 줄거리-감독 이수진) ●‘무성(無性)적 존재’로 인식 장애인의 성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장애인들이 성기능은 물론 성욕도 없을 것이라는 편견, 먹고 살기도 힘든데 성은 사치라는 인식, 불편한 몸으로 결혼해 아이를 낳아봤자 키울 수나 있겠냐는 동정 등이 바탕에 깔려 있다. 그러나 시각·청각장애 등은 물론 뇌성마비·전신마비 장애인들도 대개 비장애인과 똑같은 성기능과 성욕구를 갖고 있다. 감각과 운동신경이 마비된 척수손상 장애인 역시 성욕구가 크게 다르지 않고, 임신·출산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성과의 만남을 통해 자연스럽게 성을 익히고 결혼으로 가정을 꾸민다는 것은 요원한 꿈이다.8년 전 교통사고로 불완전 전신마비 장애인이 된 이전형(38)씨는 지난 겨울부터 지역신문에 배우자를 구하는 광고를 냈다. 몇번의 만남 끝에 올 4월 한 여인과 결혼식을 올렸지만 패물을 노리고 접근한 사기결혼이었다. 이씨는 “장애인도 똑같이 성욕이 있고 평범한 결혼생활을 하고 싶어 한다.”면서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람 만날 기회 자체가 적고, 경제적인 문제가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숨지었다. ●교류의 장·경제력 없어 걸림돌 이런 문제는 결국 장애인의 이동권, 교육권, 노동권의 총체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이수지 간사는 “중증 장애인의 경우 이동 자체가 불편하기 때문에 학교에도 다니지 못하고 당연히 직업활동도 하지 못해 사회에서 소외된다.”면서 “비장애인에 비해 이성을 만날 기회 자체가 차단되고 경제력도 갖지 못하면서 성과 결혼의 문제가 원천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장애인연맹 김미선 부회장은 “장애인의 성 문제가 사회적으로 한번도 공론화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면서 “장애를 개인이 아닌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하는 것과 장애인의 자기 결정권을 인정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애인의 성 문제를 ‘인간의 기본적 욕구’의 문제로 인정하고 장애의 종류와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세심한 제도를 논의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효용 나길회기자 utility@seoul.co.kr
  • ‘연극적 상상력’ 절묘하게 끌어내

    ‘연극적 상상력’ 절묘하게 끌어내

    극단 동숭아트센터의 코믹극 ‘주머니속의 돌’(메리 존스 작, 박혜선 연출)은 타이밍이 생명이다. 배우도, 관객도 절대 한눈을 팔아선 안된다. 박자를 놓치는 순간 이야기의 흐름은 끊어지고, 연극의 재미는 뚝 떨어진다. ‘주머니속의 돌’은 2명의 배우가 단 한번의 등장·퇴장도 없이 17명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독특한 형식의 연극. 순박한 시골 청년이 순식간에 톱스타 여배우가 됐다가 껄렁한 보디가드로 변신하는 신기한 마법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진다. 그렇다고 무슨 대단한 기술력이 동원되는 건 아니다. 그저 꽃장식 모자나 얼굴의 큼직한 점, 혹은 지팡이 하나면 충분하다. 무대는 강원도 산골마을. 서울에서 톱스타 나주리를 비롯한 영화 촬영팀이 도착하고, 마을 주민들이 엑스트라로 고용된다. 외지 생활을 하다 고향에 돌아온 김갑택(박철민)과 황진구(최덕문)도 이들 엑스트라중의 하나다. 시인을 꿈꾸던 진구는 세파에 찌들어 현실주의자가 됐지만 갑택은 여전히 시나리오 작가의 희망을 간직하고 있다. 연극은 두 청년을 중심으로 영화촬영장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을 정감있게 풀어놓는다. 간식거리를 더 얻으려는 갑택, 강원도 사투리를 배우기 위해 진구를 이용하는 나주리 등이 밉지 않게 그려진다. 실제 촬영장을 엿보듯 유쾌하게 진행되던 극은 엑스트라 배역에서 잘린 철구가 주머니에 돌을 가득 채운 채 물에 빠져 자살하는 사건으로 인해 전환을 맞는다. 허구의 세계인 영화에서는 한낱 배경에 불과한 엑스트라지만 현실에서는 저마다 인생의 주인공인 마을 주민들. 갑택과 진구가 ‘우리가 주역인 영화를 만들자’며 의기투합하는 마지막 장면은 가슴 찡하다. 이 작품의 또다른 미덕은 연극의 중심이 배우임을 새삼 확인시켜준다는 것.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배역을 넘나드는 박철민(사진 위), 최덕문(사진 아래)의 연기는 가히 천의무봉이라 할 만하다. 특히 박철민은 공연 중 관객의 휴대전화가 울리자 즉석에서 애드리브를 구사하는 등 코믹연기의 달인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번역극의 흔적이 드러나지 않는 매끄러운 연출도 인상적이다. 드라마, 영화와 다른 ‘연극적 상상력’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다면 꼭 챙겨볼 만한 작품이다. 서현철, 홍성춘팀이 더블 캐스트(목·금·일)로 출연한다.10월 30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02)741-3391.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주말에 뭘 보러갈까]

    ●어린이 ■ 뽀롱뽀롱 뽀로로 11일까지 롯데월드예술극장. 호기심많은 꼬마 펭귄 뽀로로와 친구들의 신나는 모험기.(02)543-6706. ■ 달그락 콩콩, 덜그럭 쿵쾅 4일까지 우리극장. 그림자극, 인형극, 노래극, 마임극을 한편으로 본다.(02)745-0308. ■ 숲속놀이 창고 11일까지 코엑스1층 특별관. 도심속에서 물, 바람, 흙과 어울리는 자연조형놀이.(02)516-1501. ●클래식 ■ 가을밤 음악여행 2일,3일 오후 8시 양평 한화리조트 야외공연. 가족과 연인이 대자연속에서 펼쳐지는 웅장한 클래식을 맛볼 수 있는 자리. 금난새의 지휘로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바리톤 김동규씨가 출연한다. 강씨는 사라사테 ‘지고이네르바이젠’을 연주하고 김씨는 오페라 카르멘 ‘투우사의 노래’를 부른다.(02)716-3336. ■ 오페라 나비부인 1∼4일 대학로 설치극장 (02)741-3934. ■ 과천 시립청소년교향악단 정기연주회 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02)500-1400). ●미술 황주리전(13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아트사이드) 작가가 자식처럼 아끼는 불독 ‘베티’를 의인화한 자화상 시리즈가 선보인다. 립스틱을 바르고, 코냑을 들이켜는 불독이 귀엽기만 하다. 도시적 삶에 대한 풍자와 유머가 있는 그의 이번 작품들은 모두 흑백그림. 작가 특유의 ‘칸막이’식 그림에는 인간 풍속도가 그려져 보는 이로 하여금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02)725-1020. ■ 안윤모전 삶의 희망을 포기한 이들을 위한 ‘희망낚기’가 전시회의 주제. 파도를 헤치고 풍랑과 싸우면서도 희망을 낚기 위해 낚싯대를 드리운다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가 회화 100여점과 설치물에 담겨 있다. 오는 5일부터 16일까지 선화랑(02)734-0458. ■ 박서보 김창열전 물방울 작가 김창열과 선긋기로 동양회화의 세계를 그린 박서보 화백의 작품들이 전시된다. 오는 14일까지 갤러리 두가헌(02)3210-2111. ■ 이누리전 유럽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젊은 작가의 첫 개인전. 캔버스 대신 알루미늄 플레이트를 이용, 독창적인 화면을 그려내고 있다.1일∼10월 1일까지 갤러리 피케이엠(02)734-9467. ●뮤지컬 아이다(무기한 LG아트센터)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와 파라오의 딸 암네리스, 그리고 이집트의 장군 라다메스의 운명적인 삼각사랑을 그린 디즈니 뮤지컬. 팝의 황제 엘튼 존의 감칠맛나는 음악이 인상적이다. 옥주현 문혜영 배해선 출연.1588-7890. ■ 뱃보이 무기한 신시뮤지컬극장. 박쥐소년의 인간세상 적응기를 그린 컬트뮤지컬. 샘 비브리토 연출, 김수용 슈 출연.1544-1555. ■ 밑바닥에서 무기한 예술극장 나무와물. 막심 고리키의 원작을 세미 뮤지컬로 각색. 왕용범 연출·박용전 작곡, 허성민 황지영 출연.(02)745-2124. ■ 풋루스 10월16일까지 연강홀. 반항과 억압, 사랑과 고통 등 분출하는 젊음의 열정을 춤과 노래로 풀어낸다. 서지영 이한 출연.(02)766-8551. ●연극 주머니속의 돌(10월30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등장인물은 17명, 배우는 단 2명. 이보다 더 효율적인 연극은 없다. 숨돌릴 틈 없이 펼쳐지는 100분간의 코믹극. 메리 존스 작·박혜선 연출, 박철민 최덕문 서현철 홍성춘 출연.(02)741-3391. ■ 선착장에서 18일까지 게릴라극장. 외딴 섬 울릉도에 모여든 이류인생들의 고달픈 삶. 박근형 연출, 엄효섭 이규회 출연.(02)763-1268. ■ 블랙 햄릿 16일까지 충무아트홀 소극장.59년 역사의 극단 신협이 새롭게 각색한 햄릿. 전세권 연출, 이명호 이혜진 출연.(02)2253-7537. ■ 셜리 발렌타인 11일까지 우림청담시어터. 중년여성의 자아찾기 여정을 그린 배우 손숙의 모노드라마.(02)569-0696. ■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25일까지 산울림소극장. 세상의 모든 엄마와 딸을 위한 연극. 임영웅 연출, 박정자 정세라 출연.(02)334-5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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