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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 길섶에서] 침묵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바다 속에서 나왔다.아프로디테는 달의 여신이기도 하다.달은 금실의 그물을 지상으로 내려 밤의 침묵을 잡아 올린다. 프랑스의 작가 베르코르는 ‘바다의 침묵’에서 나치의 군홧발에 짓밟히면서도 꺾이지 않는 프랑스의 혼을 침묵이라는 매개체로 그려냈다.죽음의 땅,러시아 전선으로 떠나야 하는 나치 장교의 독백보다는 그 독백을 묵묵히 견뎌내는 여주인공의 침묵에서 아련한 휴머니즘을 느끼게 된다. 침묵은 이처럼 사랑이 되기도 하고,백 마디의 말보다 더 진한 감동을 전하기도 한다. 대선 정국을 맞아 막말과 인신 비방,욕설 등 온갖 혼탁한 말들이 난무하고 있다.한 마디라도 뒤지면 대선에서 패배하는 양 핏대를 세우고 있다.거기에는 사랑도,여유도,휴머니즘도 없다.‘넘어지면 밟아주고 맨홀에 빠지면 뚜껑 덮어주기’식의 살벌함만 있을 뿐이다.앞으로 대선까지 60여일.단 하루만이라도 대선 후보를 비롯한 모든 유권자들이 침묵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우득정 논설위원
  • 축제속으로/ 안면도 백사장 대하축제-무안 갯벌 낙지 큰 잔치

    결실의 계절 가을을 맞아 몸과 마음을 살찌우는 지역 축제가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충남 안면도에서는 제철을 맞은 대하 축제가,전남 무안에서는 세발낙지 축제가 열려 맛을 따라 떠나봄직하다. ■안면도 백사장 대하축제 ‘담백한 대하 맛에서 가을을 느껴보세요.’ 국내 최고의 대하 생산지인 충남 태안군 안면도 백사장항에서 오는 17∼21일 ‘안면도 백사장대하축제’가 열려 관광객의 미각을 자극한다. 올해로 3번째를 맞는 이 축제는 17일 저녁 사물놀이와 관광객 노래자랑 등 전야제로 사실상 막이 오른다. 18일엔 오후 4시부터 개막식과 함께 인기 가수 김수희,한서경 등의 축하공연이 열리고 관광객이 직접 나서는 백사장 가요제,곡예 예술단의 불쇼 등이 가을 밤을 후끈 달군다. 다음날 같은 시간에는 장기자랑 등이 열리고 저녁 7시30분부터는 관광객들과 주병선 등 인기 가수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음악회가 펼쳐져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20일에는 각종 각설이 공연과 더불어 가족 장기자랑,메이크업 패션쇼 등이 이어지고 마지막날인 21일에는 관광객을 상대로 ‘대하 빨리 까기대회’ 등이 열려 축제의 절정을 이룬다. 축제기간중엔 매일 밤 불꽃이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고 혜전대 학생들은 대하요리 시연회를 통해 새로운 대하요리를 잇따라 선보인다. 특히 백사장의 대하는 육질이 단단해 쫄깃쫄깃한 맛으로 유명하다.맛이 담백하면서 고소한 데다 단백질도 풍부해 가을철 최고의 별미로 꼽힌다. 백사장항의 대하잡이 배는 20여척.매일 새벽 4∼5시에 출항,오후 3시쯤 입항하면 백사장항은 그물에서 금방 떼어낸 싱싱한 대하들이 넘쳐난다. 항구변의 20여식당들은 항상 손님들로 가득하지만 배가 들어오면 수협 앞에 즐비하게 늘어선 ‘좌판’이 관광객에게 더욱 인기다. 이곳에서는 상인들이 배에서 막 잡아온 대하를 함지박에 채워놓고 손님들과 흥정을 벌이느라 떠들썩하다.항구는 일순간 활기에 넘친다. 하지만 올해는 대하잡이가 시원치 않다.지난해 하루 1∼2t 잡히던 것이 200㎏ 안팎에 그치고 있다.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 1㎏에 6만원 안팎을 호가한다.예년에는 2만 5000원 정도였다.양식은㎏당 2만 5000원에서 3만원 선이다. 자연산은 수염이 길고 몸통이 살색을 띤다.씨알도 수염을 빼고 20㎝가 넘을 정도로 양식 대하보다 크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귀하다 보니 그물에서 떼어내면서 머리나 꼬리가 떨어져 온전한 것보다 1㎏에 1∼2만원 정도 싸게 파는 이른바 ‘파대하’도 많이 나오지 않는다. 대하요리는 소금을 불판에 깐 뒤 대하를 올려 구워먹는 ‘소금구이’가 일품이다.고소한 맛에 머리나 껍질까지 하나도 남기지 않고 먹는 사람들이 많다.찰진 맛에 회로도 즐긴다.쉽게 질리지 않는 것도 대하 회의 장점이다.대하탕은 술꾼들의 속을 달래는 데 제격이다. 백사장항이 있는 안면도는 국내 최고의 소나무 군락지로 알려져 볼거리를 선사한다.일명 ‘안면송’이라 불리는 이곳 소나무는 줄기가 붉고 곧게 뻗어 안면도 자연휴양림은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지난 4월 국제꽃박람회가 열렸던 꽃지해수욕장을 비롯해 이름도 예쁜 바람아래,밧개 등의 해수욕장이 있어 백사장을 거닐며 가을 바다의 정취도 만끽할 수 있다. 태안군 일대는 만리포,학암포 등 국내에서 가장 많은 해수욕장이 몰려 있고 수산물이 넘쳐나는 안흥항 등도 있다.요즘 태안에는 알이 차있는 꽃게도 많이 나와 구미를 돋운다.1㎏에 1만 5000원 안팎으로 싸다. 찾아가는 길은 서해안고속도로 홍성IC에서 빠져나와 서산AB지구와 간월도를 거쳐 30분 정도 달리면 안면도로 접어든다.(041)670-2411. 태안 이천열기자 sky@ ■무안 갯벌 낙지 큰 잔치 ‘가을에 제맛을 내는 세발낙지 드세요.’ 서해안 고속도로 종점 부근인 전남 무안에서 예로부터 이 지역 명물로 이름난 세발낙지가 한 자리에 모인다. 오는 19∼20일 게르마늄 갯벌이 드넓은 망운면 송현리 조금나루 해수욕장에서 제1회 ‘무안 갯벌낙지 큰 잔치’가 무안군 주최로 열린다. 관광객들은 횃불을 들고 직접 낙지를 잡고 갯벌 터줏대감인 ‘운저리’(망둥어)를 잡는 낚시대회도 개최돼 ‘꾼들’에게는 일석이조다. 또한 세발낙지 빨리 먹기와 낙지요리 경연대회 등 다채로운 이벤트도 마련돼 관광객의 흥미를 배가시킨다. 축제기간을 앞뒤로 해제·청계·망운면 등에서 세발낙지가 가장 많이 잡히고 맛도 가장 뛰어나다.현지에서 마리당 2500원선에 사 먹을 수 있다. 세발낙지는 낙지종류나 발이 세개라는 뜻이 아니고 새끼낙지를 가리키는 말로 특히 무안에서 잡히는 낙지는 발이 유난히 길고 머리는 엄지손가락만하다. 지역 주민들은 “청정해역에서 잡히는 무안 세발낙지는 서·남해안 어느 해안에서 잡히는 것보다 맛이 뛰어나다.”며 “나무젓가락에 통째로 휘감아 한입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배어난다.”고 입을 모아 자랑한다. 세발낙지는 단백질과 비타민,철분 등이 많아 피로와 간기능 회복 등에 뛰어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광객들은 20일 장흥 천관산에서 있을 ‘억새제’에 들러도 좋을 듯하다.(061)450-5226. 무안 남기창기자 kcnam@
  • 백기완씨 ‘우리말 으뜸지킴이’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올해의 우리말 으뜸 지킴이로 뽑혔다. 아동문학가 이오덕씨 등이 참여하는 ‘우리말 살리는 겨레 모임’은 한글날을 앞둔 7일 올해 우리말을 지키는 데 앞장선 개인·단체를 10명 선정,발표했다.백 소장은 박정희 정권 시절 터널을 순우리말인 ‘땅굴’이나 ‘맞뚜레’로 하자고 건의했다가 수사기관에 끌려가 고초를 겪고 문익환씨와 함께 학교현장에 ‘새내기’라는 말을 퍼뜨리는 등 우리말 보급에 앞장선 공로로 으뜸 지킴이에 올랐다. 순우리말 회사이름을 유지하고 있는 ㈜빙그레와 법률문구 한글쓰기를 주도해 온 박관용 국회의장,법조문의 한글화에 힘쓰는 법무부 등도 지킴이로 선정됐다. 반면 인터넷 통신 상에서 말본과 맞춤법을 어긴 말글을 퍼뜨린 불특정 다수의 네티즌,우리말을 천대하거나 엉터리 국어교과서를 만든 산업자원부와 교육부,영어 공용어 주장을 공론화한 소설가 복거일씨 등은 우리말 훼방꾼으로 뽑혔다. 이 모임의 공동대표인 우리말 운동가 이대로(56)씨는 “지난 1년간 누리그물(인터넷)을 통한 추천과자체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우리말 지킴이와 훼방꾼을 뽑았다.”고 말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
  • ‘銀杏을 털어라’ 한근 4천원…가로수 싹쓸이꾼 밤마다 활개

    3일 새벽 2시 서울 신촌거리.한 청년이 그물망이 달린 장대로 은행나무 가지를 마구 후려쳤다.은행이 우수수 떨어지자 나무 밑에 있던 어머니로 보이는 여성은 황급히 비닐봉지에 은행을 주워 담았다.딸은 두리번거리며 망을 보고 있었다. 가을철을 맞아 서울 밤거리에는 은행을 따려는 사람들과 단속반 사이에 쫓고 쫓기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구청의 단속을 피해 심야나 새벽에 은행을 따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트럭까지 동원해 은행을 싹쓸이하는 전문 털이꾼도 활개를 치고 있다.이들은 한약재 시장 등에서 1근에 3000∼4000원씩을 받고 은행을 팔아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은행을 몰래 따면 절도죄에 해당하며,은행을 따기 위해 나무를 훼손하면 재물손괴 혐의로 처벌을 받는다.‘시유도로’에 심어진 나무는 서울시의 재산이고,‘구유도로’의 나무는 구청의 재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야에 설치는 ‘은행 절도범’들을 단속하기는 쉽지 않다.그 틈을 타 은행나무가 밀집한 공원 주변에서는 서너명이 떼를 지어 트럭을 몰고 다니며은행을 털어가는 일도 자주 있다.많게는 1000만원 이상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목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심심찮게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구청 관계자는 “심야에 나무에 올라가 가지를 흔든 뒤 트럭에 은행을 쓸어담아 내빼는 사례가 종종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일선 구청들은 전문 절도범들에게 은행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수거반을 운영,은행을 따 양로원·경로당 등에 기증하고 있다.종로구청은 관내에서 은행 330㎏을 수확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노인정에 전달할 예정이다.다른 구청들도 50∼400㎏씩 수거했다. 박지연기자 anne02@
  • 말레이시아 여행 3題/ 콸라룸푸르서 ‘아시아’를 보고 랑카위서 ‘열대낙원’을 만난다

    [콸라룸푸르(말레이시아) 장상규특파원] 인천공항서 6시간, 그곳에 가면 ‘진정한 아시아(Truly Asia)’를 꿈꾸는 때묻지 않은 열대 낙원을 만날 수 있다.말레이계·중국계·인도계 등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어우러져 이방인에게도 금세 친근함으로 다가오는 나라,아시아 속의 ‘작은 아시아’말레이시아로 가족·연인들이 함께할 수 있는 매력적인 여행지를 찾아 떠나보자. ◆ ‘작은 아시아’콸라룸푸르 = ‘진흙강 어귀'라는 뜻을 지닌 인구 130만명의 말레이시아 수도.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등의 식민지였음을 보여주는 오래된 건물과 집들이 곳곳에 남아 있어 어제와 오늘의 자연스러운 공존을 보여준다.시내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높이 452m에 88층짜리인 세계 최고층 쌍둥이건물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국영석유회사 본사 건물).밤에는 오색 조명으로 온몸을 치장해 마치 거대한 불기둥을 보는 듯 환상적이다.대규모 쇼핑센터와 음악당이 부대시설로 있으며 건물 중간에 설치된 스카이 브리지(sky bridge)를 하루 두차례씩 일반 관광객에게 개방한다.또 시내 중심가 호텔시설이 밀집한 부킷나이스 거리에는 서울타워와 닮은꼴을 한 콸라룸푸르타워(높이 421m·세계 4번째)가 우뚝 솟아 있고 그 전망대에 오르면 시내 전경을 시원스레 볼 수 있다. 그밖에 어린이 가족을 동반한 여행이라면 산 하나를 송두리째 그물로 씌워 5000여 마리의 새들이 뛰놀게 만든 새공원과 코란의 역사를 한자리에 집약한 이슬람박물관,그리고 특산품인 세계최대 퓨터(주석·안티몬·구리 합금)생산공장 로열 셀랑고르 등은 꼭 들러보라고 권할 만하다. ◆ 역사의 도시 말라카 = 말레이 반도 남서부 해안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콸라룸푸르에서 147㎞,자동차로 2시간정도 걸린다.고속도로를 벗어나 도시 어귀로 들어서면 크고 오래된 공동묘지가 눈에 들어온다.대부분의 비석이 머리까지 땅속에 묻혀 있어 보기만 해도 이 도시의 역사를 말해 주는 듯하다.말레이시아의 역사적 유물과 사적지가 그리 넓지 않은 말라카 시내에 몰려 있고 도로가 좁고 꾸불꾸불해 걸어서 구경하는 것이 요모조모 살필 수 있어 차라리 편하고 좋다. 이곳엔이 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챙 훈 탱사원(1646년 건립),1459년에 세워진 항 리 포의 우물,600년 된 트랑케라 모스크,그리고 항 카수투리의 무덤등을 찾아 볼 수 있다.우리나라로 말한다면 천년고도 경주와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특히 잊지 말고 거닐어 볼 만한 곳은 존커 스트리트.남대문시장과 인사동을 합친 듯 도로변 빽빽이 노점들이 진치고 있고 먹을거리는 물론 골동품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어린이 장난감까지 주로 작고 앙증스러운 것들이 대부분.중국계 가문의 후손들이 모여 이루어진 마을로 마치 중국의 한도시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역사적 유물외에도 말라카는 매력적인두곳의 섬 리조트지역과 플라우 베사르,탄중 비다라,탄중 클링 등 아름다운해변을 자랑한다. ◆ 연인들의 천국 랑카위 = 안다만 해와 말라카 해협 내의 태국과 말레이시아경계에 자리한 플라우 랑카위는 99개의 섬 가운데 가장 큰 섬이자 전설의 섬으로 유명하다.콸라룸푸르에서 비행기로 한시간 거리.고도를 낮추는 기내에서부터 한눈에 들어오는 에메랄드 빛 바다에 뿌려진 녹색 섬들의 손짓이 마음을 사로잡는다.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많은 말레이시아 대표적 휴양지로 오붓함과 편안한 휴식을 찾는 가족과 연인들이 매년 크게 늘고 있다.이곳에선 투명한 바다에서의 수중스포츠,풍부한 열대수림의 정글트랙,코코아 나무가 그늘을 드리운 조용하고 평화로운 해변산책 등 발길 가는 곳,눈길 닿는 곳마다 이국의 아름다운 풍광이 찾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지르게 한다. 특히 쾌속 모터보트를 타고 섬 사이사이를 누비며 아름다운 정경을 가까이서 눈과 가슴에 담는 것은 빼놓을 수 없는 여행코스이며 임신한 처녀 전설을 간직한 담수호수인 타식 다양 분팅에서 수영과 물놀이도 꼭 해 볼 만하다.그리고 랑카위 대형수족관에 가면 사람보다 더 큰 황금물고기와 뿔 달린 개구리를 볼 수 있고 공항면세점보다 값이 싼 면세점에서 쇼핑도 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skjang@ ■여행 가이드/ 시내엔 면세점 없어, 연장자 예우 주의를 ◆ 문화·관습 = 연령과 지위는 사회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연장자에 대한 예우에 주의해야 한다.상대방을 한 손가락으로 가리키거나 손바닥을 위로 하고 손짓하는 것은 모욕을 주는 행위다.반드시 손바닥을 아래로 향하고 손가락을 손바닥 쪽으로 신호해야 한다.방향을 가리킬 때는 오른손 엄지를 사용한다. ◆ 언어·치안 = 공용어는 말레이어지만 쇼핑몰·호텔 등지에서는 대부분 영어가 통용되므로 간단한 생활영어를 할 수 있다면 의사소통에 불편은 없다.최근엔 방학을 이용해 영어연수차 말레이시아를 찾는 한국학생들이 늘고 있다.치안 상태는 안전한 편이다.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으므로 직접 운전할 때는 유의해야 한다.도로에 횡단보도가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으므로 길을 건널때는 좌우를 꼭 살펴야 한다.특히 오토바이를 주의하자. ◆ 쇼핑·기후 = 공항내 면세점 외에는 시내 백화점에 면세코너가 없다.개점은 보통 오전 10시에 해 오후 9∼10시까지 문을 연다.말레이시아 특산물의 하나인 퓨터 제품은 백화점이나 전문 취급점에서 값이 거의 같다.음식값·택시요금 등엔 봉사료 5%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팁을 주지않는 것이 관행이다.환전은 은행·호텔·쇼핑센터 등지의 환전소를 이용하면 된다.환율은 미화 1달러에 3.8링기트(말레이시아 화폐 단위)다.시차는 서울보다 한시간 늦으며 기후는 우리 한여름과 비슷하나 습도가 높은 편이다. ◆ 음식·기타 = 현지 음식은 향료가 강해 우리 입맛에는 잘 맞지 않는 편이다.대부분의 호텔이 뷔페식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을 참고하기를.숙박료를 포함해 물가가 우리나라에 비하면 싼 편이나,이슬람국가여서 맥주 등 술값은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 [사설] 뒷걸음질하는 상속·증여 稅政

    국민의 정부 들어 조세의 형평성이 심각히 훼손되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그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상속·증여세다.재정경제부가 어제 국회에 낸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상속·증여세율을 높였는 데도 불구하고 거둔 세금은 절대액이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실제 세금부담률(실효세율)도 오히려 낮아졌다.이는 세정이 허술했음을 의미한다.많은 재산들이 세법의 그물망을 피해 불법 또는 탈법으로 2세들에게 이전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00년에 상속·증여세의 최고세율을 45%에서 50%로 올리고,과표구간도 촘촘하게 조정했다.이는 부의 세습화로 경제적 특권계층이 고착화하는 것을 막고,불로소득에 중과세함으로써 조세정의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다.그러나 국세청이 실제로 세금을 거둔 실적은 이와 반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우선 지난해 전체 국세수입이 전년대비 3.1%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상속·증여세의 세수는 4.1%나 줄어들었다.특히 상속세의 실제 세금부담률은 지난 2000년에 평균 34.2%에서 지난해에는 31.3%로,증여세는 31.3%에서 28.8%로 3%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우리는 정책 취지와 상반되는 결과를 보면서 국세청이 법에 부여된 과세기능을 제대로 다하지 않았음을 지적코자 한다.아무리 제도를 뜯어고쳐 세율을 높이더라도 세정이 뒷받침해주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이런 세율 인상은 조세저항과 탈세만 조장하기 때문에 오히려 안한 것만 못하다.일부 부유층의 탈세는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다수의 근로소득자들의 세금과 세정에 대한 불만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된다.국세청은 고액재산가와 근로소득자들간에 공평과세가 이뤄질 수 있도록 세정을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 [사설] 총리인선 실패 되풀이 말라

    두번의 총리인선에 실패한 청와대가 다시 ‘서리’를 임명할 것이라고 한다.총리서리든,총리권한대행이든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 제도이므로 본질의 문제는 아닐 수 있다.다만 이 시점에서 청와대는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고,세번째 인선실패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데 어떤 방법이 좋은지를 숙고해야 할것이다. 서리제도를 고집하려면 새 서리의 임명을 서둘러야 한다.장대환 서리의 임명때부터 여러가지 의혹이 제기됐던 만큼 대통령을 보좌하는 성실한 기관들이라면 이미 제3의 대안(代案)들에 대한 검토가 있었으리라 믿는다.그렇다면 청와대는 오늘이라도 새 총리서리를 임명해서 총리업무를 맡기면 될 일이다. 그런 준비가 없었다면 서리제 고집을 꺾고,대행체제로 가는 것이 사리에 맞다.여권에서는 두번째 총리인준 부결을 놓고 국가신인도 하락을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주장대로 총리부재가 국정운영에 타격을 주는 중대사안이고,제3의 인물에 대한 준비가 안됐다면,어린이에게 물어봐도 총리대행체제로 국정공백을 막는 것이 맞다고 말할 것이다.청와대가 서리체제를 고집하면서도 계속 야당에 부결책임을 지랍시고 국가신인도 하락 운운한다면 자가당착이다. 인선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전검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장대환 서리의 임명을 발표하면서 청와대는 철저한 검증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음이 확인됐다고 했었다.그럼에도 여론의 그물에 걸린 것은 청와대의 인선검증 시스템이 객관성이 없거나,중립적으로 운영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요즘은 부동산 목록,세금납부 현황 등 필요한 자료들을 한나절이면 수집해 검증할 수 있다.이런 시대를 살면서도 두번이나 검증에 실패한 것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거나,작동했다 해도 자료해석자들의 생각이 국민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이야기다.임기 종반의 원만한 국정 수행을 위해서라도 인사 검증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점검해볼 것을 권한다.
  • “”농민의 땀 수박…발로 차서야””/ 통신업체 광고에 “”농산물 경시”” 농민 발끈

    “수박의 단물은 농민의 땀입니다.그런데 광고한다고 수박을 발로 차서야 되겠습니까.” 월드컵 열풍을 광고에 활용한 모 통신업체의 신문 광고에 농촌진흥청 직원과 농민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5일에 이어 6일에도 중앙 일간지에 게재된 문제의 광고는 할아버지가 수박을 발로 차고 그 뒤에서 할머니가 수박을 담았던 그물망을 들고 서 있는 장면. 광고에는 또 ‘둥근 것만 보면’ ‘남녀노소 누구나 축구선수가 되는,축구나라 대한민국’문구가 들어 있다. 이에 대해 농진청 직원들은 “월드컵 열풍을 광고에 활용한다는 아이디어가 고작 수박을 발로 차는 장면인가.”라며 “축구만 있고 농민은 없다는 식의 극단적인 광고는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농진청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한 직원은 “이 장면을 만들기 위해 수박을 몇 통이나 발로 찼겠느냐.”며 “우리 농산물 경시 풍조가 이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산 마늘의 세이프가드 연장 불허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농민들의 가슴에 멍이 들어 있는 시기에 이같은 광고를 내보낸 것에 농업 관계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농진청 한 직원은 “국민을 하나로 모은 월드컵 열기를 깎아내리려는 것은 아니지만 농민들의 땀이 밴 농산물을 경시하는 광고는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생명산업인 농업에 대한 최소한의 애정이 있다면 이같은 광고는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평택에서 시설작물을 재배하는 농민 한모(53)씨는 “수박의 단물은 농민의 땀인데 그 땀이 발길에 차이는 기분을 농민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며 “농산물 수입개방 등으로 가뜩이나 사기가 떨어진 농민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만드는 광고임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
  • [씨줄날줄] 빨치산

    이병주는 지난 1970년대 중반 소설 ‘지리산’을 통해 이현상,이태,하준수, 정순덕 등 역사의 그물에 잡히지 않은 채 잊혀진 빨치산들을 모두 되살려냈다.해방 이후 1955년까지 극단적인 좌우익 대결과 한국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빨치산 1만여명이 ‘굶어죽고 얼어죽고 맞아죽었지만’ 남과 북 모두로부터 따돌림당한 존재가 됐다.이들은 남에서는 ‘공비(共匪)’로,북에서는 ‘ 미제의 스파이’로 몰려 승자가 써내려간 역사의 행간 사이로 사라졌다. 이념이 아닌 의분(義憤)에서 빨치산을 조명한 이병주는 ‘지리산’에서 빨치산 단어 뒤에는 ‘산 사람’이라는 가치중립적인 단어를 괄호 속에 표기했다.‘지리산’에 이어 이태의 ‘남부군’,조정래의 ‘태백산맥’,김원일의 ‘겨울골짜기’등을 통해 빨치산의 존재는 과거 이데올로기 일변도의 시각에서 많이 중화됐었지만 여전히 ‘빨갱이’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럼에도 작가들은 이현상과 이태,하준수와 박태영 등이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지리산 골짜기를 헤매며 찾고자 했던 ‘삶의 방정식’에 대해 함께 고뇌하며 답을 구하려고 했다. 어떤 이는 ‘죽음의 방정식’으로,어떤 이는 ‘삶과 죽음의 중간지대’로 빨치산들의 행적을 규정했다.하지만 분단의 현실만큼이나 빨치산들이 찾고자 했던 방정식도 아직까지 현재 진행형으로 남아있다고 할 수 있겠다. 한나라당 이규택 총무가 23일 “시종일관 이회창 후보 흠집내기를 하는 민주당은 정책여당이 아니라 빨치산 집단 같다.”고 말했다가 국회가 밤늦게까지 파행을 거듭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이념의 덧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현실 탓이리라.문학평론가 김용직은 “정치는 스포츠도,장난도,로맨스도 아니다.냉엄한 현실일 뿐이다.”라는 말로 오도된 이념에 물들어 희생을 감수한 빨치산을 단죄했다.이 총무가 이 말을 기억했더라면 빨치산이라는 단어를 쉽게 사용할 수는 없었으리라. 빨치산(partisan)의 어원은 당원,동지를 뜻하는 ‘parti’에서 비롯돼 지금은 유격대원,게릴라를 일컫는다.빨치산이 조국 해방전쟁의 첨병역할을 한 공산권에서는 우군으로,자유진영에서는 적군으로 분류됐다.언제쯤 우리 말도 이념의 색채를 벗어던지고 원색을 되찾을 수 있을까. 우득정 논설위원
  • 경기시간 단축·요금 할인,프로야구 관중확보 비상

    축구열풍에 몸살을 앓는 프로야구가 관중 확보에 팔을 걷고 나섰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7일 올스타전에 대규모 이벤트를 마련해 분위기 반전에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지만 만족하는 눈치는 아니다. 이런 불안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프로야구 8개 구단 단장들은 최근 긴급모임을 갖고 ‘프로야구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야구교실 개설,경기시간 단축,요금 할인 등을 이견없이 결의했다.관중들이 경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내년부터 내야의 그물을 없애도록 했다. KBO 한 관계자는 “이런 성격의 모임은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그만큼 프로야구계는 관중확보에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9월 열리는 부산아시안게임에 프로선수들을 위주로 한 ‘드림팀’을 구성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금메달을 목에 걸어 사람들의 관심을 다시 야구로 돌려놓겠다는 포석이다.구단들도 사령탑을 맡은 김인식(두산) 감독이 요청하는 선수를 모두 내주기로 했다. 박준석기자
  • 수달 타카의 일생/수달의 눈으로 본 세상

    수달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 ‘수달 타카의 일생’(헨리 윌리엄스 지음,한성용 옮김)이 출간됐다(그물코 출판사, 1만 2000원).1927년 영국에서 출간돼 영국의 권위있는 ‘호돈던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 지은이는 1921년 영국의 노스 데븐 지방에서 고아가 된 수달을 돌보는 일을했다.수달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됐고,이를 글로 담은 것.수달에 대한 진지한 관찰 덕분에 잘 만들어진 자연 다큐멘터리처럼 사실적이고 전문적이다. 소설의 배경은 수달이 사냥꾼들에 무자비하게 쫓기던 1920년대.타카는 어미뱃속에 있을 때부터 사냥개들에게 쫓기는 신세다.어린 타카는 뛰어난 지혜로 사냥개들을 물리치고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모험을 한다. 수달이 사냥개에게 맞서는 긴박한 상황뿐 아니라 아름다운 데븐지방의 자연도 묘사돼 있다.올빼미,왜가리,물범,오소리 등의 생활까지도 마치 수달의 눈을 통해 본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돼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타카’가 사냥개들에게 둘러싸여 죽음을 맞는 마지막 장면은 인간들이 얼마나 자연에 몹쓸 짓을 해왔는지를 깨닫게 한다.현재 데븐지방의 투 리버는‘타카 지역’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관광프로그램 ‘수달 타카’와 함께 관광열차인 ‘타카 트레일’이 운행되고 있다. 이송하기자 songha@
  • 연평도 경비정 호위속 조업재개

    서해교전 발생 나흘 만인 3일 새벽 출어에 나섰던 연평도 어선들이 이날 오후 연평도 당섬부두로 속속 귀항하고 있다. 이날 오전 6시 일제히 닻을 올린 37척의 꽃게잡이 어선은 1시간20분간의 항해 끝에 조업구역에 도착,지난 27∼28일 설치해 놓은 그물과 틀을 철거하는데 바쁜 일손을 놀렸다.귀항 어선들은 회수 그물을 내려놓고는 또다시 조업구역을 향해 출항하는 등 당섬부두는 잇따른 어선들의 출항과 귀항의 반복속에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어선들이 귀항하자 동원된 어민들은 귀항 어선들이 거둬온 그물에서 꽃게를 수거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대부분 죽은 상태였다.이날 오전 11시쯤 가장 먼저 귀항한 진흥7호 선장 최율(崔律·47)씨는 “고속경비정의 호위 속에 그물 회수 작업을 했다.”며 “장기간 물속에 방치돼 있던 꽃게 대부분이 죽어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날 서해특정해역에는 해군 고속 경비정 6척이 어선들을 근접 호위,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한편 이날 오전 서해상에 낀 짙은 안개로 운항이 불투명했던 인천∼연평도실버스타호는 낮 1시 정상운항에 들어갔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
  • 서해교전 당일 우리어선 조업경계선 이탈 “불법어로 통제중 피습” 논란

    서해교전 당일 우리 어선 일부가 북방한계선(NLL)까지는 아니지만 조업경계선을 넘어 불법 어로행위를 하는 바람에 우리 해군 경비정이 어선들을 통제하느라 분주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조업경계선 북쪽 1.5마일,NLL 남쪽 4.5마일 해상에 위치한 적색선(어로 저지선)에 우리 어선 상당수가 불법으로 그물을 쳐놓았고 군은 그물 철거를 위한 조업구역 이탈을 한때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연평도 어민 등에 따르면 교전 당일 조업허가를 받은 어선 56척 가운데 10여척이 꽃게잡이에 열중한 나머지 해군 함정 6척의 통제를 벗어나 정해진 작업구역을 이탈한 것으로 전해졌다.우리 해군은 어선들을 급히 남쪽으로 유도했으나 어선 1∼2척이 통제를 무시한 채 달아나 우리 고속정과 어선간의 추격전마저 벌어진 와중에 북한 경비정이 갑자기 NLL을 침범,선제사격을 했다는 것이다. 어민 최모(39)씨는 “꽃게 흉년에 금어기마저 앞둔 시점이어서 서해교전 직전인 29일에도 어선들이 조업경계선을 이탈,어로작업을 하다 북한 경비정이 나타나 강제철수했다.”고 말했다.지난달 27·28일에도 10∼30척 정도가 조업구역을 이탈,적색선 구역에서 조업하다 해군의 조치에 따라 강제철수를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민들은 “지난달 27일 새벽 6시 출어 전 해군 경비정이 연평도 당섬에 정박해 있던 어선들에 ‘27∼30일 적색선에 쳐놓은 그물 철거를 위한 조업이 가능하다.’는 방송을 했고 해군 2함대와 해병대 연평부대가 어민회에 허가공문까지 보냈다.”고 주장했다. 주민 이모(39)씨는 “올들어서만 우리 어선이 12차례나 조업경계선을 벗어났다.”면서 “꽃게 욕심을 참지 못한 어민과 사실상 조업구역 이탈을 묵인한 군당국에도 이번 교전에 일부 책임이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에 대해 합동참모본부는 어선 1척이 어로 한계선과 한계선 밖 0.5∼1 마일 사이를 드나들었을 뿐이고,이탈 어선을 교전·피격 함정과는 다른 고속정 328호가 통제했으며,조류에 밀려 조업구역 밖으로 나간 그물 철거는 꽃게잡이가 끝나는 6월말 이후 허용해온 관례에 따라 이번에도 7월 초에 허용할 계획이었다고 해명했다.북한은 연평도 인근에서 잡은 꽃게 대부분을 중국으로 수출,주요 외화벌이 수단으로 활용한다. 연평도 김학준기자 kimhj@
  • 서해교전/ 연평도 어민 반응·표정

    30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이곳 앞바다 곳곳에는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북한의 재도발을 분쇄하려는 해군 함정들이 ‘발톱을 드러낸 듯한’ 모습으로 경계를 펴고 있어 전날 남북한 함정간에 발생한 교전이 아직 끝나지 않은 ‘현재상황’이란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부두 입구에는 3년 전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 함정들을 우리 해군이 크게 격파한 것을 기념하는 ‘연평전승비’가 버티고 있어분단의 후유증을 부단히 겪어야만 했던 이 섬의 숙명적 상황을 짐작케 했다. 섬 안에서는 분향소로 향하는 촌로들의 구부정한 발걸음이 이어졌다.어민들은 이날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면사무소로 몰려들어 서해교전으로 산화한 해군 장병들을 기리기 위한 합동분향소를 설치했다. “어민들이 북방한계선 인근에서 조업할 때마다 해군 경비정들이 둘러싸고 보호해 줘 장병들은 우리에게 가족이나 다름없지요.” 분향을 마친 이양만(李良萬·67)씨는 “국가와 어민들을 지키기 위해 꽃다운 젊은이들이 죽어야만 하는 현실이 가슴아프다.”면서 “곧통일이라도 될 듯하더니 왜 이같은 일이 반복되는지 알 수 없다.”고 탄식했다. 주민들이 슬픔을 추스르자마자 눈앞에 무겁게 다가오는 것은 ‘현실적인’문제다.교전 이후 조업금지 조치로 발이 묶인 어선 30여척이 부두에서 기약없는 대기상태에 들어가 생계에 타격을 입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연평해전 당시에도 주민들은 15일간 주업인 꽃게 잡이를 못한 데다 여름철 관광객마저 끊겨 막대한 손실을 입은 바 있다.7,8월이 꽃게 산란기 보호를 위한 금어기여서 지난번보다는 피해가 적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지만 한창 막판 그물맛을 보던 차에 내려진 조업금지령은 어민들의 가슴을 후벼팠다. “주민들은 실제로는 5,6월 두달간 꽃게 잡이를 해 1년을 먹고 살기 때문에 조업 금지는 극약과 다름없습니다.” 특히 올해는 꽃게 흉어로 어획량이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미쳤기 때문에 생활비와 자녀 학비 등을 걱정하는 어민들이 늘고 있다.이 때문에 교전때 총성과 포성이 요동치는 가운데서도 조금이라도 꽃게를 더 잡기 위해 철수 지시에 일부러 늑장을 부린 어민들도 있었다는 후문이다.연평도 어촌계 박근섭(朴根燮·59)씨는 “금어기에도 다른 어류를 잡거나 어망 철거 등 후속작업을 위해 바다에 나갈 일이 많은데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까봐 크게 걱정된다.”고 말했다. 연평도 김학준기자 kimhj@
  • 이지영 귀국전 30일까지

    뉴욕 프래트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에서 공부를 마친 이지영씨가 서울 인사동 갤러리 아트인사이드에서 귀국전을 열고 있다.이지영의 작품들은 흰색,파랑색,빨강색 화면에 거미줄 같은 그물망이 촘촘하게 아로새겨진 것들.짧은 선들이 왼쪽에서 오른쪽,혹은 위에서 아래로 연결된 반복적인 망(web)은 수많은 인간관계를 상징한다. 작품을 본 관람객 중 일부는 네오 지오(Neo Geo)나 솔 르윗(Sol Le Wett)의 반복적 기하형태를 떠올리고 섣불리 이름붙이기를 시도할지 모르지만,그는 이같은 시도를 거부한다.그가 짜는 선과 망의 공간은 언뜻 질서정연한 비감성적 형태로 보이지만,사실은 인간적인 흔적이며 인관관계에 대한 생각,인간이 웅성거리는 공간의 상징체이기 때문이다.기계적인 선이 아닌 심상(心想)의 구현이라는 설명이다. 이지영은 평면 위에 흰색과 노란색을 먼저 칠하고 마지막으로 색의 층을 반복해서 칠해 마치 장인이 옻칠하듯 한다.그 칠이 미처 마르기 전에 끝을 뭉툭하게 자른 붓으로 끝없이 형성되는 짧은 선들을 누르듯이 긋고 또 그어서 이어 나간다.마치 확장되는 인간관계처럼.30일까지. 문소영기자 symun@
  • 자치단체 해수욕장 피서객 유치 경쟁/자치단체 해수욕장 피서객 유치 경쟁

    불타는 태양,넘실대는 푸른 파도와 드넓은 백사장이 손짓하는 바캉스 시즌이 다가왔다.한국 축구의 월드컵 4강 진출로 뜨겁게 달아오른 열기를 식혀주려는 듯 전국주요 해수욕장은 29일 제주 서귀포 중문해수욕장과 충남 대천해수욕장의 개장을 시작으로 대부분 다음달 초순까지 일제히 문을 열고 40여일간의 ‘바다축제’에 들어간다.올해는 서해안고속도로 전구간은 물론 중앙고속도로,대전∼진주고속도로 등 전국을 하루 생활권으로 묶는 고속도로망이 구축된 가운데 주5일 근무제까지 확산됨에 따라 동·서·남해의 해수욕장을 찾는 피서객이 예년보다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이에 따라 각 자치단체들은 다양한 축제를 마련하고 샤워장·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크게 늘리고 피서객 유치경쟁을 벌인다. ◇강원=강원 동해안 97개 해수욕장은 깨끗하고 친절하면서도 질서있는 해수욕장 운영을 목표로 오는 7월10일부터 차례로 개장,8월20일까지 피서객들을 맞는다. 지역내 해수욕장을 둔 6개 시·군은 영동고속도로 확장 개통과 양양국제공항 개항 등으로 올 여름피서객이 사상최대인 150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206억원을 투입,백사장 청소기구와 수상 인명구조선을 구입하고 주차장도 넓히는 한편 화장실과 샤워장,급수대 등 편의시설도 대폭 늘렸다. 해수욕장 개장과 연계한 다양한 이벤트와 축제도 마련된다.강릉 경포해수욕장에선 7월20일∼8월15일 여름바다예술제가 열려 비키니 모델 선발과 야외 영화제,전통민속 공연 등이 펼쳐진다.세계동굴박람회(7월10일∼8월10일)가 열리는 삼척에서는 8월4일 황영조세계제패기념 비치마라톤대회가 열리는 등 동굴박람회와 연계된 다양한 이벤트가 준비돼 있다. ◇경북=포항·영덕·울진 등 경북 동해안 25개 해수욕장은 올해 130여만명의 피서객을 유치키로 하고 자치단체 등과 연계,개막 축하공연과 해변의 모래를 이용한 체험행사,노래자랑을 비롯한 문화행사,일출맞이 백사장걷기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부산=전국 최대 인파가 몰리는 해운대해수욕장을 비롯,광안리·송정·다대포·송도 등 부산지역 해수욕장은 7월1일 일제히 개장한다. 해운대구는 지난해 모두890만명이 찾은 해운대해수욕장에 올해도 비슷한 규모의피서 인파가 몰릴 것으로 보고 탈의장 설치와 백사장 정비작업을 했다.8월1일부터나흘간 해운대·광안리 등 6개 해수욕장에서 부산바다축제가 일제히 열려 해양스포츠교실과 불꽃놀이,바다와 춤의 어울림 ‘파장’ 등의 행사를 갖는다. ◇경남=남해 상주해수욕장과 사천 남일대해수욕장도 7월6일 개장을 목표로 손님맞이 채비에 분주하며 각각 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돌멍게축제,바다영화제 등 이벤트를 마련한다. ◇전남= 전남도내 13개 시·군의 47개 해수욕장이 7월초부터 8월말까지 앞다퉈 문을 열고 손님을 맞는다.서·남해안 깨끗한 바닷가는 사실상 해수욕장이나 다름없다.섬 지역인 신안 13곳,완도 9곳,진도 5곳이다.신안 임자면 대광 해수욕장은 모래밭이 무려 1.2㎞(폭 300m)나 펼쳐져 장관을 이루며,보성율포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해수 녹차탕이 유명하다.땅끝을 상징하는 해남 송호와 함평 돌머리해수욕장은 갯벌생태체험장을 운영한다. ◇전북=이 지역 8개 해수욕장도 7월10∼13일 일제히 문을 연다.부안군과 국립공원변산반도관리사무소는 변산·고사포·격포·모항·벌금해수욕장 등이 올해 해안도로가 왕복 2차선으로 확장돼 새로운 관광코스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미스변산 선발대회 등 축제와 이벤트를 마련,본격적인 홍보전에 들어갔다. ◇충남=서해안 최대인 대천해수욕장이 작년보다 하루 빠른 오는 29일 개장하는 것을 시작으로 7월10일까지 크고 작은 30여개의 해수욕장이 차례로 문을 연다. 대천해수욕장은 30일 개장 기념 전국 마라톤대회와 궁도대회,모래 조각전 등을 개최하며 머드축제와 해변영화제,해양수산부장관배 요트대회 등 다양한 이벤트도 마련했다.보령시는 올해 이 지역에 1000만명 이상의 피서객이 몰릴 것으로 보고 대천해수욕장의 진입로와 5000여대 규모의 주차장,샤워장 등 편익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를 마쳤으며 오토캠핑장(6600㎡)도 신설했다. 안면도 국제꽃박람회 등으로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높아진 꽃지해수욕장을 비롯한 태안지역 해수욕장들도 해변예술제(꽃지),해변음악회(만리포),통기타 라이브콘서트(연포) 등 다채로운 이벤트로 해수욕객들을 유혹한다. ◇인천·경기= 인천국제공항 개항으로 연륙화된 용유도 을왕해수욕장이 7월10일쯤 개장한 뒤 8월에는 해변 씨름대회,보물찾기,풍어제 등 다양한 해양축제를 벌일 계획이다.인천 무의도에 위치한 하나개해수욕장도 다음달 10일쯤 개장,소정의 참가비만 내면 관광객들이 숭어나 농어를 맨손으로 마음껏 잡을 수 있는 ‘한그물 고기잡기대회’를 8월에 연다. 전국종합·정리 동해 조한종기자 bell21@
  • 월드컵/8강전 세네갈-터키,만시즈 한방에 검은돌풍 ‘소멸’

    전·후반 0-0.스코어만 보면 의미있는 경기는 아니었다.그러나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는 듯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의 연속이었다. 문제는 다시 오기 힘든 4강 진출 기회를 잡은 양팀 모두 수많은 기회에도 불구하고 소득은 없었다는 점. 전반 27분 하산 샤슈의 완벽한 패스를 하칸쉬퀴르가 헛발질,골문을 빗나가면서 경기장에는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돌았다.골이 터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 12분 뒤 하칸쉬퀴르는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맞았지만 다시 어설픈 플레이로 무산시키고 말았다.에르귄 펜베의 크로스 패스를 문전 정면에서 놓친 것.하칸쉬퀴르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터키 벤치에서는 탄식이,관중석의 응원단에서는 탄식과 함께 야유가 터져 나왔다. 하칸쉬퀴르의 어설픈 플레이로 두 번이나 기회를 놓친 터키는 5분 뒤 세네갈 수비수 오마르 다프의 몸을 던지는 투지에 거의 손에 쥐었던 골을 다시 한번 날려 버리는 불운이 계속됐다.아크 부근에서 하칸쉬퀴르의 패스를 받은 하산 샤슈가 로빙 패스한 공을 일리디아 바슈튀르크가 헤딩슛했고 공은 실바옆을 비켜 골문을 향해 굴러갔으나 골라인을 통과하기 직전 바슈튀르크를 뒤쫓던 세네갈 수비수 오마르 다프가 다리를 뻗어 넘어지며 밖으로 쳐낸 것. 후반 들어서도 경기의 주도권은 터키쪽에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골을 결정지어주는 선수가 없었다.결국 슈퀴르 대신 일한 만시즈가 투입됐고 그는 연장 전반 4분 ‘골든골’의 주인공이 됐다. 위미트다발라가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뒤 올린 센터링을 일한 만시즈가 골지역 오른쪽 모서리 부근에서 논스톱 터닝 슛,반대편 포스트 안쪽그물에 꽂았다. 오사카(일본) 황성기특파원 marry01@ 양팀 감독의 말 ◇셰놀 귀네슈 터키 감독=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이겼고 좀더 일치감치 끝낼수 있었다.다만 여러 차례의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해 고전했을 뿐이다.오늘 경기는 매우 공정했다.세네갈의 플레이도 과격하지 않았다.4강전에서 격돌할 브라질에는 조별예선에서 패했지만 심판의 불공정한 판정에 의한 것이었다.우리는 여전히 강하다. ◇브뤼노 메추 세네갈 감독= 우리는 오늘 우리팀이 세계 정상급임을 과시했다.오늘경기는 체력적인 면에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연장전까지 몰고 간 점에서 우리 선수들을 영웅이라 부르고 싶다.우리는 아프리카 축구의 신기원을 이룩한 사실에 만족한다.터키는 매우 강한 팀이다.승리를 축하한다.
  • 월드컵/한국-스페인전 승리확정 순간/홍명보 킥 그물 꽂히자 붉은함성 ‘출렁’

    다섯번째 키커로 나선 홍명보의 킥이 스페인 골 네트를 출렁이자 광주월드컵경기장의 ‘붉은 바다’가 용틀임을 했고 동시에 온 겨레의 함성이 전국을 뒤덮었다. 제대로 서있을 기운조차 없을 정도로 모든 땀과 피와 눈물을 그라운드에 쏟아낸 태극전사들은 모두 홍명보에게 달려와 승리의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 그리고 한국 대표팀이 지난 14일 16강행을 확정지은 뒤와 지난 18일 이탈리아와의 연장 역전 드라마를 마친 뒤 선보인 승리의 세리머니가 이어졌다.힘차게 내달리지도 못했고 넘어질 때 쭉 미끄러지는 정도가 훨씬 약했다.그만큼 이날 스페인과의 120분 혈투는 이탈리아와의 연장 117분 혈투와 함께 젖먹던 힘까지,한 발자욱 뗄 힘마저 앗아가 버린 것이다. 수차례 위기와 찬스를 주고받으며 120분의 혈투가 속절없이 막을 내리자 관중석에선 수군거림이 들렸다.“승부차기인데 어쩌지…” 지난 10일 미국 전에서의 이을용과 이탈리아 전에서 안정환이 잇따라 페널티킥을 실축해 한국 선수들의 심적 부담이 클 것이 걱정됐기 때문이었다.더욱이 스페인의 이케르 카시야스 골키퍼는 끈질기기로 유명한 아일랜드와의 승부차기에서 두번이나 선방을 펼쳐 상승세를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선수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이날따라 너무나 확실하고도 안정된 킥을 날렸다.한국의 첫번째 키커는 황선홍.A매치 101경기에 나선 이 백전노장은 오른발 슈팅을 날렸고 몸을 날린 카시야스의 겨드랑이를 스치고 뒤로 굴러가 골 네트가 철렁였다.아찔한 순간이었다.첫번째 키커의 실축은 곧 패배를 부르는 불길한 조짐이었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1번 키커 이에로,한국의 2번 박지성,그리고 차례대로 바라하,설기현,사비가 골을 성공시켜 3-3.광주월드컵경기장에는 심장을 후벼낼 것 같은 적막과 환호가 초 단위로 갈렸다. 그리고 안정환.페널티킥 실축의 공포를 가볍게 털어내듯 그는 오른쪽 코너를 보고 힘차게 때렸고 그물은 출렁댔다. 위력적인 돌파로 한국의 오른쪽 문전을 위협한 호아킨이 키커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긴장한 그의 표정에서 뭔가 자신없는 듯한 표정이 스쳤다.관중의 환호가 시작됐고 공을 향해 달리던 그의 발걸음이 엉키는 게 눈에 들어왔다.도움닫기를 하면서 이운재의 눈을 속이려 한 것.그러나 한 템포를 멈추고 오른발로 찬 그의 슛을 이운재는 미리 방향을 읽어내고 몸을 날려 손으로 쳐냈다. 이날따라 유난히 몸이 무거워 보여 지켜보는 이들을 120분 내내 안쓰럽게 만든 한국 선수들.이탈리아를 꺾었을 때 선보인 화려하고도 떠들썩한 세리머니를 생략했다. 그러나 빛고을의 관중들은 아무도 그들을 탓하지 않았다.그들은 서 있을 힘조차 없었던 것이다. 광주 박준석기자 pjs@
  • 월드컵/한국축구 첫승서 4강까지/‘이변 아닌 실력’ 입증

    ‘첫 승에서 4강까지’ 숨가쁘게 진행된 한편의 드라마였다.한국축구는 그동안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해 왔지만 국제 축구계에서는 변방에 불과했다.그러나 2002한·일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폴란드와 포르투갈을 꺾으면서 이변을 만드는 ‘경이의 팀’으로 급부상했다. 더구나 지난 18일 3회 우승 관록을 지닌 ‘아주리군단’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강인한 근성과 체력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일궈내 단숨에 세계 축구의 중심권으로 진입했다.22일 ‘무적함대’ 스페인마저 120분의 사투와 승부차기 끝에 침몰시키고 4강에 뛰어 올라 신화창조의 행진을 이어 갔다.한국은 이제 유럽 남미와 함께 세계 축구계의 당당한 한 축을 이루게 됐다. 한반도를 열광과 환희의 도가니로 몰아 넣고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격동의 19일’ 가운데 하이라이트는 지난 18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탈리아와의 16강전. 경기 시작 5분만에 안정환의 페널티킥 실축,전반 18분 크리스티안 비에리의 선제골로 출발이 좋지 않았다.파상공세에도 빗장수비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패배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후반 43분.설기현의 왼발 슛이 그대로 그물을 갈랐다.분위기는 휘어 잡았지만 연장전에서도 아주리의 빗장은 좀체 열리지 않았다.코칭스태프가 승부차기 키커를 정하려는 순간 이영표의 센터링을 안정환이 번개처럼 솟아 헤딩슛. 8강 골든골이었다.연장전 후반 11분이었다.120년 한국 축구의 집념이 담긴 한판 117분이었다. 지난 14일 인천 문학경기장.1무1패로 벼랑끝에 몰린 포르투갈이 불맞은 멧돼지처럼 덤벼들었다.지축을 뒤흔드는 듯한 함성이 한반도를 감싼 것은 후반 25분 박지성의 왼발 슛이었다.16강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나흘전인 10일 대구월드컵경기장.미국은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5위 유럽 강호 포르투갈을 3-2로 꺾는 이변을 일으킨 팀.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전반 24분 미국의 클린트 매시스가 선제골을 넣었다.시간이 지날수록 입술이 바짝바짝 타들어갔다.패색이 짙어지는 듯 한 후반 33분 이을용의 왼발 프리킥을 안정환이 골문을 향해 머리로 살짝 넘겼다.이길 수 있는 경기를 비겼다는 아쉬움보다는16강에 갈 수 있다는 신념을 심어준 한판이었다. 지난 4일 설렘과 긴장속에 맞은 폴란드와의 첫 판.전반 26분 ‘황새’황선홍이 왼발 논스톱 슛으로 선제골을 안기면서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은 물론 한반도 전체가 달아올랐다. 후반 8분 유상철이 쐐기를 박는 2번째 골을 작렬시켰다.그토록 목말라한 월드컵 1승을 움켜 쥔 순간이었다.바로 한국이 세계를 뒤흔든 ‘축구 반란’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다. 이기철기자 chuli@
  • 월드컵/8강전 독일-미국/발라크 ‘美風’ 잠재웠다

    ‘독일 전차’의 힘이 미국의 스피드를 잠재웠다. 승부가 갈린 건 독일의 맹공이 기세를 올리던 전반 39분.오른쪽 측면을 집중공략하던 독일은 아크 오른쪽 미드필드에서 프리킥을 얻었다. 오른발 킥에 능한 베른트 슈나이더와 왼발 킥이 일품인 크리스티안 치게가 공을 앞에 두고 나란히 섰다.프리킥을 전담하던 슈나이더 대신 치게가 찬 왼발 프리킥은 안쪽으로 휘어 들어가며 반대편에서 달려드는 미하엘 발라크의 머리에 맞고 골문을 향했다.골키퍼 브래드 프리덜이 막아보려 했지만 볼은 겨드랑이 사이로 빠져들며 골 네트를 흔들었다. 독일은 전반 42분 다시 한번 결정적 찬스를 맞았다.이번엔 왼쪽 측면에서 반대편을 향해 날아든 빠른 센터링을 미로슬라프 클로제가 번개 같은 헤딩 슛으로 연결시켰다. 들어가면 득점선두로 나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그러나 공은 불운하게도 바로 앞포스트를 맞고 튀어나왔다. 수비 후 역습작전을 펼치다 독일의 순간적인 맹공에 기세가 꺾인 미국은 후반들어 공격의 고삐를 조였다.브라이언 맥브라이드 대신 신예 클린트 매시스를 투입해 선제공격에 나서 주도권을 다시 장악했다. 미국은 상대 문전을 부지런히 휘젓다가 후반 4분 그레그 버홀터의 왼발 문전 슛으로 독일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골키퍼 올리버 칸이 넘어지며 펀칭했고,튀어오른 공은 오른쪽 골대를 지키던 토르스텐 프링스의 몸에 막혀 다시 골키퍼 손으로 넘어갔다.미국 선수들은 공이 프링스의 손에 맞았다며 거세게 항의했지만 주심은 페널티킥을 인정하지 않았다. 미국은 종료 직전 수비수인 토니 새네가 골문 앞에서 방아찧듯 헤딩슛을 날렸으나 공은 왼쪽 옆그물을 흔들고 말았다. 울산 김성수 박준석기자 sskim@ ●루디 푈러 독일 감독= 올리버 칸이 전반에 여러차례 우리 목숨을 구했다.상당히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며 경기 내용에 만족하지 못한다.좀더 잘하지 않으면 준결승전이 마지막이 될수도 있다. ●브루스 어리나 미국 감독= 운이 많이 작용했다.여러차례 기회가 있었으나 놓쳤고 독일은 두번의 기회 중 한번을 골로 연결했다.우리팀은 많이 발전했고 점점 좋아지고 있다.2006년에도 좋은 활약을 펼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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