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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디다스컵 2002/ 부천 첫승 ‘꼴찌 반란’

    꼴찌 부천 SK가 강호 수원 삼성에 불의의 일격을 가하며고대하던 시즌 첫승을 일궈냈다. 부천은 10일 열린 프로축구 아디다스컵대회 A조 수원과의홈 경기에서 전반 초반 터진 박철과 남기일의 릴레이골을끝까지 지켜 2-0 완승을 거뒀다. 개막전에서 성남 일화의샤샤에게 한경기 개인 최다골인 5골을 헌납하며 0-6 참패를 당한 것을 포함,3게임 연속 패배의 늪에 빠졌던 부천은1승 3패로 처음 승점(3)을 챙겼지만 조 4위 포항에 득실에서 밀려 꼴찌 탈출엔 실패했다. 성남과 조 선두 다툼을 벌이던 수원은 2승2패(승점 6점)로 2위를 유지했다. 앞선 3경기에서 3득점-10실점의 부진에 빠졌던 부천은 이날 빠른 공수 전환과 탄탄한 수비로 수원을 농락해 탈 꼴찌의 희망을 부풀렸다. 부천 박철은 전반 4분 최문식이 벌칙지역 왼쪽 모서리에서 프리킥한 공이 골지역에 있던 윤정춘의 머리 맞고 떨어지자 쇄도하면서 오른발 강슛,포문을 열었다.공격의 고삐를 죄어가던 부천은 22분 뒤 공수에 걸쳐 뛰어난 활약을보이던 남기일이 골을 보태 2골차로 승부를 갈랐다. 최문식이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오버헤드킥으로 패스하자비탈리가 잡아 벌칙지역 오른쪽에서 센터링을 날렸고 이를잡은 남기일은 골지역 왼쪽으로 치고 들어가다 땅볼로 가볍게 그물을 흔들었다. 부천은 후반 18분 곽경근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해 위기를 맞았으나 이원식의 슛이 골대를 맞히는 등 우세한 경기를 펼치며 경기를 주도했다. B조에서는 선두 안양이 파죽의 4연승(승점 10)을 거둬 2위 울산 현대와의 격차를 4점차로 벌렸다. 박해옥기자
  • 나들이 손짓하는 봄축제/ 10일부터 ‘고창수산물축제’

    동백꽃이 한창인 전북 고창군 아산면 도립공원 선운산에서 제7회 고창 수산물축제가 열린다.10∼14일 열리는 이번 수산물축제는 천혜의 황금어장인 칠산 앞바다와 고창 연안에서 생산되는 신선하고 맛좋은 수산물을 마음껏 음미하고 구입할 수 있는 한마당 잔치다. 갯벌 풍천장어·주꾸미·대하·숭어·바지락·농어 등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 고창 특산물을 시중보다 30% 이상 싼값에 맛볼 수 있다. 자양 강장제로 널리 알려진 갯벌 풍천장어 요리에 복분자술을 곁들이는 건강식이 축제의 백미로 꼽힌다. 갯벌 풍천장어는 양식장어를 일정기간 갯벌에 풀어놓아자연산화한 뱀장어.탄력이 넘치는 육질과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주꾸미도 그물로 훑어잡는 다른 지역과는 달리 소라 통발로 잡아올리기 때문에 선도가 뛰어나고 알이 100%들어 있어 주꾸미의 참맛을 즐길 수 있다. 어업인 수산물 요리품평회·주꾸미 먹기대회·수산물 요리체험·바지락 까기대회·갯벌 풍천장어잡기 대회·풍천장어 이어달리기 등 주민과 관광객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행사도 다양하다. 축제 첫날인 10일에는 선운산을 찾는 관광객에게 풍성한먹거리가 무료로 제공된다.올해는 서해안 고속도로 개통으로 접근성이 좋아져 관광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봄철 입맛을 돋우는 수산물을 마음껏 즐기고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인돌군과 선운산 등을 둘러보는 하루 코스 봄여행도 떠나볼 만하다. 고창 임송학기자 shlim@
  • [CLEAN 3D] 대구 계림산업·백광도금 르포

    “지난해 작업자가 넘어져 허리를 다쳤을 때만 해도 부주의로 인한 사고인 줄 알았는데 ‘클린사업’을 신청해 바닥재질을 바꾼 뒤부터는 미끄럼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 개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시스템이 동반돼야만 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대구시 수성구 사월동의 닭고기 중간처리업체 ㈜계림산업의 이찬근(55) 이사는 지난달 28일 “‘클린사업’을 통해 크레인의 비상정지장치,운반도중 물건이 빠지지 않도록크레인의 후크를 채워주는 해지장치 등 평소에 인식하지못했던 ‘안전 사각지대’를 말끔히 해결하게 됐다.”고말했다. 지난 99년 대구시내 칠성시장의 비좁은 공장에서 현 위치로 이전한 계림산업은 ‘닭고기 냄새가 나지 않는 닭고기공장’으로 거듭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끊임없이바닥을 쓸고 닦고,작업자들의 손·발톱,머리카락 청결을철저히 점검하는 한편 위생복과 위생캡의 청결에도 신경을 썼다. 하지만 냉동닭을 녹인 뒤 부위별로 해체하는 작업의 특성상 바닥에는 항상 ‘핏물’이 가득했고 고무 장화를 신은작업자들은 ‘아차’ 하는 순간 미끄러져 바닥에 넘어질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한국산업안전공단 대구지도원은 바닥에 작업통로선을 확보하고,바닥 재질을 돌기가 달려 있어 미끄럼을 방지해주는 특수 재질 매트로 바꿨다.육상경기장 트랙에 쓰이는 재질과 비슷한 바닥은 항균 기능까지 갖춰 작업장의 위생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직원 김둘자(45·여)씨는 “바닥이 미끄러워 움직일 때마다 신경이 쓰였는데 한결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전동차를 신규 구입해 20㎏짜리 냉동닭 박스를 손으로 운반해야 했던 작업자들의 고충을 해결했고,옥외의 LP가스통이 넘어지지 않도록 전도방지장치를 새로 달았다. 지게차 안전벨트,변압기 주변의 방호그물 설치 등 작업장구석구석의 소홀하기 쉬운 부분도 보완했다. 안전과 자동화에 대한 투자 덕분에 계림산업은 정직원 20여명의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올해 170억원의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이 이사는 “앞으로 작업장 입구에 ‘에어샤워실’을 설치하고 전기 해동기 등 설비를 구입해 ‘클린사업장’의 명성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대구시 북구 침산동 안경테 도금업체 백광도금의 백운일(43) 대표는 “수차례 작업환경 개선을 통해 ‘클린사업장’으로 선정됐는 데도 중금속 중독 위험에 노출돼 있는 일반 도금업체와 함께 ‘도매금’으로 취급당하고있다.”면서 “사람이 필요해 생활정보지에 수차례 광고를 냈지만 ‘도금’이라는 업체 이름 때문인지 전화 한 통없다.”고 억울해했다. 대구지역 ‘클린사업장 1호’인 백광도금은 8억원의 설비 투자비를 들여 사방에 배기장치가 달린 ‘원형도금조’등을 도입해 작업장내 크롬,니켈 등 중금속 농도를 급감시켰다.설비 투자로 미진했던 작업장 개선은 클린사업에 참여하면서 해결했다. 도금조에서 안경테를 꺼낸 뒤 수차례 세척과정을 거치는공정 특성상 항상 작업장 바닥에 크롬액 등이 흥건했는데에폭시 코팅을 새로 하면서 바닥면에 경사를 줘 물기가 자연스럽게 빠지도록 했다.작업자들의 이동통로에는 쿠션매트를 깔아 무릎의 충격을 덜었고,미처 배기장치를 달지 못했던 산처리실 산세조 및 블랙도금장의 크롬산 세척조에측방형 국소배기장치를 설치해 유해물질의 흡입을 막았다. 77,83럭스(㏓)에 불과해 기준(150㏓)에 크게 미달했던 산처리실,약품창고의 조명을 높였고 역시 기준(90㏈)을 초과한 굉음을 냈던 초음파세척기의 소음도도 87㏈로 낮췄다. 백광도금에서 1년 근무한 채동규(37)씨는 “처음에는 도금업체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다소 불안했지만 배기장치 등이 완벽해 위험하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대구의 안경테 생산량이 전국물량의 80%를차지하고 도금업체도 50여곳이 넘지만 티타늄 도금장비 도입 등 신규투자나 작업환경 개선을 시도할 수 있는 곳은몇곳 안 된다.”면서 “업체들이 과감한 투자로 단순도금기술을 뛰어넘고 환경개선으로 근로자들의 건강을 보장해주지 못하면 2∼3년내에 안경테 도금업의 맥이 끊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구 류길상기자 ukelvin@
  • 홍익대 창단 첫 우승…대통령배축구대회

    홍익대가 창단 16년만에 처음으로 대통령배 전국남녀축구대회 패권을 차지했다. 홍익대는 18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주원관의 결승골로 할렐루야를 1-0으로 물리쳤다.특출한 스타하나 없는 홍익대는 이변을 거듭연출한 끝에 지난 86년 팀 창단 이후 처음 정상까지 내달았다. 홍익대 주원관은 전반 9분 골지역 정면으로 흐르는 볼을잡은 뒤 침착하게 그물을 흔들어 500여 모교 응원단을 열광시켰다.
  • 침몰 괴선박 4월 인양될듯

    [도쿄 황성기특파원] 지난해 연말 동중국해에서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과 교전 끝에 침몰한 괴선박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가 25일 시작됐다.해상보안청은 이날 가고시마(鹿兒島)현 아마미오시마(庵美大島) 서쪽 390㎞ 해상에서괴선박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한 초음파 탐사에 들어갔다. 해상보안청은 수심 90∼100m의 해저에 침몰한 100t급 괴선박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한 뒤 원격조작식 수중 비디오카메라를 내려보내 선박 이름과 파손 상태 등을 확인한다. 탐사 작업은 3월 1일까지 실시된다.선체 인양은 침몰 해역이 잠잠해지는 4월쯤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인양을 민간 전문회사에 맡길 예정이다.1988년 일본의 해양조사선 등을 인양한 경험이 있는 H사는 “기술적인 어려움은 없다.”고 장담하고 있다.이 회사는 230m의 해저에 침몰한 200t급 일본 해양조사선을 인양한 적이 있다. 당시 이 회사는 침몰한 배에 쇠그물을 감고 선내 20여 곳에 풍선을 부착,배를 해저에서 살짝 띄운 뒤 바지선이 육지까지 수중 예인하는 ‘윈치-바지 기법’을 사용했다.괴선박인양에도 이 기법이 이용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과연 순조롭게 인양에 착수할 수 있을지 여부다. 일본 정부와 자민당 일각에서는 괴선박이 북한 선적으로추정되는 데다 침몰 해역도 중국측 배타적경제수역(EEZ)인만큼 이들과의 외교관계를 고려, 인양에 신중해야 한다는입장이 있기 때문이다.오기 지카게(扇千景) 국토교통상은“인양한다는 목표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어 일본측이 중국의 양해만 얻으면 날씨가 좋아지기를 기다려인양작업에 착수,늦어도 상반기 안으로는 괴선박의 선적과임무를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marry01@
  • 북한産 도루묵·대게 납 발견

    지난해 북한에서 수입된 수산물에서도 납이 발견돼 전량 반송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14일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 주문진지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0일 북한 나진항을 출발,동해 묵호항으로 반입된 북한산 냉장 도루묵에서 납덩어리가 발견돼 405상자 2025㎏ 전량반송됐다. 금속탐지기로 검사한 결과 반입된 도루묵 3마리에서는 누군가가 고의로 집어넣은 것으로 보이는 낚시용 추 등 직경 1.4∼2㎝짜리 납덩이 4개가 발견됐다. 이에 앞서 지난해 2월 23일에도 북한 나진항을 출발해 묵호항으로 반입된 냉동대게 275상자 3770㎏ 가운데 일부에서도그물추 모양의 납이 발견돼 반송됐다. 주문진지원 관계자는 “북한산 수산물은 국내에서 직접 수입 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 등 제3국을 통해 반입되고 있다. ”며 “누군가 고의로 납덩어리를 넣은 것 같았다.”고 밝혔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
  • [김삼웅 칼럼] 하늘을 두려워하며 살자

    개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실을 포함하는 큰 폭의 개각을 통해 흐트러진 민심을 추스르고 국정을 쇄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그러기 위해서는 ‘감투’에 연연하는 권력지향이 아닌 민심과 하늘을 두려워하는 참신한 인물을 새 내각에 발탁해야할 것이다. 인간에게 하늘은 태고적부터 우주를 창조한 초월적 존재로여겨졌다. 햇볕과 비를 내려 생명을 키우고 신앙인들에게는‘천당’이란 안식처를 제공한다. 인간사의 선악을 징벌하는 심판관 역할도 맡는다.한민족에게 하늘의 의미는 각별하다.단군신화는 하느님의 아들 환웅이 하늘에서 풍백·우사·운사를 거느리고 지상으로 내려와 인간 세상을 주관한 것으로 돼 있다. 고조선·부여·고구려·신라·가야의 건국설화에서 국가의시조들은 모두 하늘에서 내려왔거나 하늘이 낳은 신성한 존재로 그려진다.하늘은 우리 국호와도 연결된다.발해는 ‘밝은 해(태양)’를 신봉하는 ‘밝족’에서 기원한다.‘밝음’을 신앙의 대상으로 하는 ‘밝족’의 경천사상이 형성되고나라이름도 하늘자 돌림을 썼다. 하늘을 뜻하는 환도성(丸都城), 밝신의 가호 아래 이룩한 나라인 마한·진한·변한의 삼한과 한국이 이에 속한다.단군의 단(檀)은 박달나무로박달은 ‘밝다’의 뜻을 갖는다. 유교의 천명사상은 하늘의 본성은 천리(天理)로 “사람의도리를 다하고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盡人事待天命)”는‘민심 천심론’이다.불교의 윤회사상은 천계(天界)에서 출발하고,기독교는 여호와가 태초에 천지만물을 창조한 곳이하늘이며 하늘은 곧 하느님의 세계로 인식된다.천도교는 “사람이 곧 하늘이다.”는 인내천(人乃天)사상의 적통이다. 하늘을 공경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경천애인(敬天愛人)’사상은 동양의 보편적인 가치관이다.그래서 묵자는 “하늘이 바라는 바를 하지 않고 하늘이 바라지 않는 바를 하면즉 하늘도 또한 사람이 바라는 바를 하지 않고 바라지 않는바를 한다.”고 지적했다. 순천자는 흥하고 역천자는 망한다는 동양적 진리를 말한다. 하늘을 공경하고 두렵게 여기며 살아온 우리 사회가 언제부터인지 천도(天道)를 우습게 알고 역천하는 자들이 활개치게 됐다.날마다 터져 나오는 ‘게이트’나 고위 공직자들의 부패는 이 땅에 과연 천도와 정도가 남아 있는지를 묻게한다. 공자는 애제자 안회(顔回)의 요절에 “하늘이 나를버리는구나.”하고 통곡했고,사마천은 “천도가 존재한다면어찌 백이숙제를 굶어죽게 했느냐.”고 한탄했다. 인간 세상은 정도보다 사도(邪道),선보다 악이 이기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우리 근현대사만 해도 독립운동가보다 친일파,통일국가 수립 세력보다 분단세력,민주세력보다 독재세력이 판치는 왜곡된 역사가 이어졌다.그러나 종국적으로는 정도가 이기고 선이 승리함을 알 수 있다. 굳이 노자의 ‘하늘의 그물코(天網)’를 제기하지 않더라도 죄는 반드시 그물코에 걸리기 마련이다.일시적으로 법망을 피할지 몰라도 영원히 천망에서 벗어나지는 못한다.천망이 비록 촘촘하지 않아도 결코 놓치지 않는다.범죄가 꼬리를 무는 것은 자신만은 법망에 걸리지 않을 것이란 자만 때문이다.붙잡히게 될 것을 안다면 누가 도둑질을 하고 뇌물을 먹고 공권력을 남용할까.과거에는 권력형 비리가 대부분은폐됐지만 지금은 다르다. 우리 사회가 그만큼 맑아졌다. 현직 법무차관이 1800만원의 뇌물에 구속될 정도로 투명해진 것이다. 권력 주변의 독직행위는 엄벌해야 한다. 고도의 도덕성과윤리의식을 가져야 할 사정기관 간부와 고위공직자·기업인·교육자도 마찬가지다. 이런 ‘현상적 부패’와 함께 ‘구조악’의 척결도 시급한과제다. 민족의 화해협력을 방해하는 정치인들,학연과 지연을 바탕으로 기득권을 세습하면서 갈등을 부채질하는 지역주의자들의 구조악을 척결하지 못하고는 ‘정도사회’는 요원하다. “하늘은 높으면서 낮은 것을 듣는다.”(사마천)고 했다. ‘하늘’을 신이나 역사·양심·법이라 해도 무방하다.하늘에 역행하는 인간의 행위가 성공한 일은 결단코 없다. [김삼웅 주필 kimsu@
  • 동해안 횟집해수관 관리 엉망

    영동·중앙고속도로 개통 이후 강원도 동해안을 찾는 관광객은 크게 늘고 있으나 해당 지역 시·군들이 깔끔한 관광지 가꾸기에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겨울 바다를 즐기려는 관광객들이 급증했는 데도 강릉시 주문진의 경우 횟집들이 바닷물을 끌어 들이는 수십개의 해수관을 해안도로 변 백사장에 무질서하게 방치,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또 주문진항 주변에는 폐어선들이 방치돼 있으며,강릉 사천항 주변에도 폐가전제품과 폐그물 등이 어지럽게 버려진 채 수개월 동안 수거되지 않고 있다. 새천년 해안도로가 뚫리면서 삼척시의 대표적 관광명소로 떠올라 하루 평균 400여명의 수도권 관광객이 찾는 정라동 회센터 앞 해안에도 제멋대로 깔아 놓은 해수관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삼척시는 올해 바닷물을 공동으로 공급할 수 있는 양수장을 만들고,개별 관로는 모두 철거할 계획을 세웠지만 예산 부족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동해 망상해수욕장 일대 백사장에도 피서철에 설치됐던많은 구조물이 아직도 철거되지 않은 채 방치돼 미관을 해치고 있다.이밖에도 속초·양양 등의 해안과 방파제 주변에는 폐어망을 포함한 어구 등 각종 쓰레기가 곳곳에 쌓여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현상은 갈수록 늘고 있는 동해안 관광객을 위한세심한 배려가 아직도 계획 단계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가족과 함께 해변을 찾은 관광객 김지미(40·서울 송파구 방이동)씨는 “겨울 바다를 보기 위해 동해안을 찾았지만 해안과 항·포구에 쓰레기가 쌓이고 폐어선들이 무질서하게 버려져 있어 정취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고 말했다. 강릉 조한종기자 bell21@
  • 히딩크호 쑥스러운 8강행

    1승도 못올린 한국이 북중미골드컵 축구대회에서 멋쩍게 8강 문턱을 넘어섰다. 한국은 2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의 로즈볼구장에서 열린 대회 B조리그 쿠바와의 2차전에서 졸전 끝에 0-0 무승부를 기록했다.1무1패가 된 한국은 다득점에서 쿠바를 가까스로 제치고 미국(2승)에 이어 조2위를 차지해 28일 A조 1위인 멕시코와 4강 진출을 다툰다.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75위의 약체 쿠바와 통산전적 1무를 기록했다.전대회인 2000골드컵에 처음 출전해 1회전 탈락한 한국은 이번에 비로소 8강 문턱을 넘어섰으나 조별리그 두경기 결과로 볼 때향후 진로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기기만 해도 8강 진출을 확정할 수 있었던 탓인지 한국은 처음부터 수세에 몰리며 답답한 경기를 펼쳤다. 황선홍-최용수를 투톱으로,박지성을 게임메이커로 배치해역삼각 공격대형을 갖춘 한국은 두꺼운 수비와 강한 압박으로 맞선 쿠바의 저항에 밀려 슈팅 한번 날리지 못한 채 전반 20분을 허비했다.박지성이 전방의 공격수를 따라잡지 못한데다 미드필드에서의패스조차 원활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오히려 쿠바의 역습에 간간이 위기를 맞은 한국은 이천수의 왼쪽 움직임이 살아나면서 다소 활력을 찾기 시작했으나 쉽사리 무기력증에서 헤어나지 못했다.한국은 전반 20분 황선홍이 벌칙지역 안으로 땅볼 전진패스한 볼을 이천수가 달려들며 오른발 슛,그물 상단을 흔든 것 외에는 결정적 슈팅 한번 날리지 못하고 후반을 맞았다. 한국은 후반 들어 공격의 고삐를 조였으나 중요한 순간마다 어이없는 패스미스를 범해 스스로 공격의 흐름을 끊는 일이 잦았다. 그나마 공격력이 살아난 것은 황선홍과 이천수 대신 김도훈 이을용이 각각 교체 투입되면서부터.박지성 이을용 최용수의 잇따른 문전 노크로 활기를 얻은 한국은 종료직전 쿠바를 강하게 몰아붙였으나 골문을 열기에는 시간이 모자랐다.A조에 걸린 마지막 한장의 8강 티켓을 놓고 벌어진 앞 경기에서는 엘살바도르가 과테말라를 1-0으로 물리치고 멕시코에 이어 조2위를 확정했다.엘살바도르는 오는 28일 B조 1위인 미국과 8강전을 벌인다. 패서디나(미 캘리포니아주) 박해옥특파원 hop@ ■한국-쿠바전 양팀 감독 경기평. ▲거스 히딩크 한국 감독=결과는 만족할 수 없지만 8강에올라 한경기 더 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다.쿠바처럼 그다지 강하지 않은 팀을 상대로 여러번의 찬스에서 결정을짓지못한 것은 아쉽다.특히 페널티박스 안에서 날카로운공격을 펼치지 못했다.골찬스에서 좀더 냉정을 유지할 수있는 ‘킬러본능’을 지닌 선수가 필요하다. ▲미겔 콤파니 쿠바 감독=한국은 좋은 경기를 했다.이날경기에서 0-0으로 비긴 것은 한국이 월드컵에서 좋은 결과를 얻도록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한국은 아주 조밀한(compact) 축구를 하며 볼터치가 좋다는 인상을 받았다.쿠바축구는 발전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발전을 거듭할 것이다. 미국과의 경기에서 페널티킥으로 실점한 것이 결국 탈락의원인이 돼 아쉽다.
  • ‘그물수비’로 쿠바 낚는다

    [패서디나(미 캘리포니아주) 박해옥특파원] 수비 조직력을보완하고 후반 집중력을 강화하라. 북중미골드컵축구대회 미국전에서 뼈아픈 1패를 안은 한국 대표팀이 24일 오후 2시에 열릴 B조리그 마지막 경기인 쿠바전을 계기로 이 두가지에 대한 집중 점검에 나선다. 지난 20일 미국전에서 드러난 이같은 문제점을 보완하지않고서는 월드컵 16강은 커녕 사상 첫 본선 1승조차 장담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미국전 패인으로 수비라인의 조직력 부재를 꼽으면서 보완이 시급하다는 진단을 내렸다.미국전 기술보고서를 작성한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 김광명씨는 “두 차례 모두 우리 수비 숫자가 상대 공격자보다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골을 먹었다.”고 전제한 뒤 “볼을 잡은 선수의 반대편에서 갑자기 뛰쳐들어가는 상대 선수를 놓친게 실점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골드컵 현장을 취재하고 있는 재일교포 축구전문 프리랜서인 신무광씨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그는 “수비수들은 볼과 볼을 잡은 사람과 반대편에서 뛰어들어가는 제3의 인물을 동시에 꿰뚫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 뒤 “그러나 한국 수비수들은 이 세가지중 제3의 인물을 놓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수비지향적인 일본 축구와 달리 매우 공격적인 히딩크 축구는 그 특성상 실점의위험을 많이 않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완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히딩크 감독은 이같은 문제를 ‘집중력 상실’이라는 말로 표현했다.미국전 첫 골과 관련한 오프사이드 논란에 대해 “정당한 골이다.”고 단정한 히딩크는 다만 수비라인의 순간적인 집중력 부재가 문제였다고 밝혔다.따라서 쿠바전에서는 이의 보완에 집중할 뜻을 밝혔다.또 후반 20분 동안 집중력이 무너진 것을 결정적 패인으로 꼽은 그는이에 대한 보완을 당면과제로 내세웠다. 한편 한국과 맞붙을 쿠바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5위로 지난 38년 프랑스월드컵에 첫 출전한 이래 아직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는 중미의 축구 변방이다.한국과는 아직 한번도 대표팀간 경기를 벌인 적이 없다. hop@ ■히딩크 쿠바전 구상. [패서디나 박해옥특파원] 거스 히딩크 감독은 22일 캘리포니아주 포모나시의 고교 운동장에서 오전 11시부터 2시간 가량 훈련을 마친 뒤 쿠바전에서는 포메이션의 변화 없이 구성원만 일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쿠바를 맞아 팀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 미국전과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다만 포지션별로 몇몇 선수들이바뀔 것이다.부상 선수들이 많이 있지만 나머지 모든 선수들도 언제나 뛸 수 있다. ◇황선홍을 기용할 것인가. 황선홍이 뛸 수 있기를 원한다.그러나 그럴 수 있을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근육 부상은위험하기 때문에 무리를 해서 오랫 동안 쉬게 하고 싶지않다. ◇게임 메이커로는 누구를 기용할 생각인지. 이천수와 박지성 등 몇몇을 놓고 생각중이다. ◇송종국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송종국은 게임 메이커와 수비수 모두 기용이 가능한 선수다. ◇월드컵 상대인 미국의 강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미국은 체력적으로 강한 팀이다.그래서 끝까지 파이팅을유지하는 것이 강점이다.
  • 감포 참가자미회 미식가 유혹

    경북 경주시 감포 연안에서 잡히는 ‘참가자미’가 상종가를 치면서 어민들의 소득을 높여주는 효자 생선이 되고있다. 6일 경주시 감포지역 어업인 후계자들에 따르면 소형선주협회 회원들이 소형 어선 20여척과 그물을 이용,연간 참가자미 1,500여t을 어획,척당 7,000여만원씩의 짭짤한 소득을 올리고 있다. 겨울철 참가자미는 맛이 담백하고 단백질이 풍부하다.또동맥경화와 뇌졸중 억제 등 각종 성인병 예방과 항암 효과에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식가들 사이에 인기를끌고 있다. 그 결과 경주와 감포지역에서 참가자미회 횟집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그래서 참가자미 가격도 높다. 15㎏들이 상자당 여름철에 4만∼5만원이지만 요즘엔 8만∼9만원선을 웃돈다. 참가자미는 회로도 좋지만 반쯤 말린 상태에서 초고추장을 발라서 굽는 구이는 고소하고 담백해 맛도 일품이다. 경주 김상화기자 shkim@
  • 대한매일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낙하하는‘

    ***‘낙하하는 것의 이름을 안들 睡蓮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장석원. 백 송이 꽃을 피운 수련은 어느덧 물에 잠겼다. 서서히 문이 열리고 있었고,바람은 그때 태어났다. 나의 이름은 피곤한 바람이다. 나는 백 송이 수련이 내뱉은 한숨이다. 햇빛이 몸을 데워 비상했고, 몸 속에는 한 방울 물이 갈증을 태우고 있다. 내 몸은 지금 구름빛이다. 나는 가볍다. 후두둑 떨어지는 적색 열매처럼 가까운 미래에 나는 돌아갈 것이다. 이마에 떨어지는 것, 얼굴에 번지는 것 내게 쇄도하는 현기증. 그대 몸에 얼룩지는 오래된 바람,흰 손길에 갇혀 나는 물 밑에 있고 나는 오므라들어 졸고, 백 송이 꽃을 피운 수련은 어느덧 물에 잠겼고, 물 위를 지나던 나는 바람이요 장막이요, 그때 저기 부유하는 꽃잎. ■‘장석원’ 당선소감. 개념으로 쪼갤 수 없는 시간인 사랑의 순간.그런 순간이 있는 오후의 풍경 속에서 나와 나의 시는 동시에 경계 너머의햇빛을 보았다.사랑하는 두 존재는 ‘동시’라는 명사에 갇힌다.어느 한 쪽의 사랑으로는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나 혼자의 사랑이 날 지치게 했다.사랑의 동시성은 시간의 그물에 포박되지 않는다.사랑하는 존재는 언제나 같은 시간에같이 존재하면서 같은 곳을 쳐다본다.사랑에 빠진 사람에게‘그’나 ‘그녀’는 존재하지 않는다.이제 나와 시 너머에있는 ‘그들’을 향해 나아간다.시는 감옥이었다.‘나’와‘너’가 이루는 세계에서 ‘나’와 ‘너’와 ‘그들’이 이루는 세계로 떠나고,다시 다른 ‘그들’이 존재하는 다른 곳으로 유목하는 내 언어의 출발이 기쁘다.출옥하지만 나와 시는 ‘동시에’ 존재한다.나는 다시 그 감옥을 선택하고,시는 나를 선택했다,동시에. 나의 출발을 있게 해 주신 두 심사위원 선생님과 최동호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내 시에 살고 있는 ‘그들’이 떠오릅니다.내 시가 탄생했던 ‘poetika’의 벗들과 혁웅 형,찬기형,순원 형,행숙 그리고 장욱.내게 처음으로 시를 쓰게 했던 국문과 문창반의 선후배님들,가족들…. ◆약력1969년 충북 청주 출생.고려대 국문과 졸업.고려대 국문과대학원 박사과정 재학중. ■심사평. 끝까지 검토의 대상이 된 것은 4명.이영옥의 ‘주먹 만한 구멍 한 개’ 외 4편,천서봉의 ‘뿌리 내리는 아버지’ 외 3편,김정문의 ‘賊反荷杖’ 외 2편,그리고 장석원의 ‘낙하하는 것의…’외 6편이었다. 이영옥의 ‘주먹만한…’은 “겨울바람은/아버지 자전거의녹슨 귀를 때렸다”의 첫 2행에서 보이는 일상-추억 풍경화(化=畵)의 고전적 품격을 장장 26행씩이나 무리 없이 유지-발전시키고 있는 솜씨가 놀랍지만 나머지 작품들은 순서대로풍경의 긴장이 처지고 감상적이며 심지어 감상주의적이다.천서봉의 작품은 수준이 고르지만 ‘뿌리내리는…’의 “절망에 대한 썩지않는 공식”과 “소풍 같은 봄날”의 모순이 끝내 미학적으로 해결되지 못했다.김정문의 ‘賊反荷杖’은 표면적인 산문-이야기성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소설과 시의 차이를 예각의 미학으로 형상화한,도시변방(불광동)의 대표적인 풍경화(化=畵)라고 하겠다.하지만,제목의 서투름이 좀 불길했는데,과연 ‘웃음’을 아직 길들이지 못했다. 당선작으로 뽑은 ‘낙하하는…’은,물,문,바람,피곤,갈증,태움,구름,현기증 등 온갖 인간형상과 자연현상이 시 전체를넘쳐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요가 단아하다.제목의 질문혹은 자문과 마지막 행 “~이요”의 음풍농월투까지 포함해서 그렇다.이 절묘한 세파 속 ‘단아한 고요’는,“찍 침을뱉으며 햇빛 속으로 귀향하”는 ‘건달’(‘물결 그리고 물결’),‘게르니카’와 ‘김추자의 꽃잎’과 ‘5공화국 대통령 취임 연설문’(‘김추자에게 보내는 연서’),‘군화’와“사타구니보다 따뜻한 곳”(‘파로호’)까지 거느리면서도단아한 고요며,급기야 거느리므로 단아한 고요다.우리는 이분을 뽑기로 합의했다. 김명인 김정환
  • 대한매일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 강물의 대화-정다일(2)

    “지낼만 하다 안 하다 그런 구분을 버렸습니다.그저 내마지막 정처(定處)이려니 하는 거지요.한 십 년이 돼 가나요.처음엔 묵정밭에 흑염소를 치며 그럭저럭 살았습니다. 이젠 세상과 대화하는 방법을 잊었다하는 게 옳겠지요.그동안 내 대화상대라는 것이 강물이거나 그 물결이거나 그아래 조약돌이거나 그 사이 물고기들이었으니….” 나도 이곳에서 강물과 대화하던 시절이 있었다.어둑어둑산줄기와 물줄기를 덮어먹는 어둠이 밀려드는 저녁이면 나는 강으로 내려갔다.그곳에서 어린 나는 밤새 내 곁을 스치며 흘러가는 강물을,몇날 며칠 강물에 씻겨도 사라지지않는 알 수 없는 그리움을,그리고 쿨럭쿨럭 마른기침에 몸을 뒤척이며 깨어나는 강의 새벽을,그것들에 홀로 사무쳐밤을 새워 울어야 하는 소쩍이의 서러움 따위를 생각했다. 매일 저녁 강에 나가 새롭게 흘러온 강물을 만났다.나는그 저녁 무렵을 좋아했다.저 강 양편의 산줄기 밑자락으로거뭇거뭇 이내가 밀려들고, 강 수면으로 하루살이가 발버둥을 치고,물고기가 뛰어오르는 시간.나는 그 시간이면늘어딘 가로 떠나고 싶어 강에 나가 종이배를 띄우고는 했다. 어떤 날은 내 고무신까지 띄워 보냈기에 어머니가 미탄 장에 가서 사온 신발을 내 발에 억지로 꿰어맞출 때까지나는 맨발이었다.그 무렵 나는 눈치챘다.이내가 곧 어둠이되어 강을 덮어먹는 먹장구름처럼 밀려들 때면 이 강의 저녁을 견디는 일이란 참으로 고단한 짓이라는 것을. 그 날,그러니까 어머니 곁에서 아예 사라지겠다고 처음으로 훌쩍강을 등지던 시간도 저녁쯤이었다. “나는 이 집에서 태어났고,어머니는 이 개자리집이 마지막 거처였습니다.” 술잔을 들다 우뚝 멈춘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어머니는 개자리집에서 젊은 시절부터 강을 오르내리는뗏꾼들을 상대로 주막을 열었다. 뗏목은 아우라지를 지나조양강을 거쳐 밤이나 낮이나 떠내려왔다. 뗏꾼들은 험한황새여울을 지나가기 위해 무당소에 이르면 강변에 뗏목을 댔고, 개자리주막으로 올라와 술을 청했다.좋은 시절이었다. 강은 늘 사람들로 북적였고, 마루 밑의 개도 낮술에취해 어슬렁거리다 잠들었다 했을 정도로 흥청거렸다. 뗏목의 끝물이었다. 궁궐떼는 물론이고 서까래떼도 보기어려웠던 뗏목 막바지였다.하루종일 지켜봐야 겨우 부동떼나 화목떼 서너 바닥 내려가면 그만이었다. 그동안 나귀에봇짐을 싣고 부지런히 강마을을 찾아 강을 오르내리던 한남정네가 그 어름에 이 짓도 마지막이라며 개자리주막을스쳐갔다. 칠족령을 넘어 상류의 강마을 찾아간다는 그 남정네는 이튿날 믿지 못할 강바람 같은 기약 하나를 떨구고갔다.이번에는 기어코 이 강의 최상류 오대산 우통수까지다녀오겠다고 했다.그리고 한세월 개자리에서 등 붙이고살겠다고 했다.하지만,아무리 먼 길이라 해도 한 달포면우통수를 돌았을 터이고,또 한 달이면 강을 되짚어 내려왔을 시간이 흘렀건만 코끝도 보이지 않았다.남정네는 징용끌려가 감감무소식인 남정네들만큼이나 돌아올 줄 몰랐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2년이 지났다.강에는 날마다 남정네의 소식을 묻는 물푸레나무 나뭇잎배가 띄워졌다. 3년으로 접어들던 어느 보름달 밝은 밤이었다.마루 밑 누렁이가 달을 베어 물고 컹컹 짖어댔다.한 사내가 절퉁절퉁몸을 심하게 기우뚱거리며 마당으로 들어섰다. 마루에 털푸석 주저앉은 사내가 다짜고짜 청했던 물 한 대접을 들이붓고는 엉금엉금 기다시피 문지방을 넘었다.사내야 그 남정네가 맞건만 그 좋던 풍채는 다 어디에 떼어먹히고,머리는 쑥대머리요,걸친 것이라곤 어느 집 똥수세미요,다리 한짝은 뒤틀린 싸릿가지 모양으로 배배 꼬였다. 반딧불에 글을 읽어도 좋았을 눈빛이었건만 꾸물꾸물 진물이 배어나는눈자위엔 쉬파리만 닝닝대며 꼬여들었다. 이 강의 시원이우통수가 아닌 검용소란 말이여? 밤낮 알 수 없는 말만 중얼거렸다.정성이 지극했음인지,남정네는 일년을 반 토막낸그 여름에 훠이훠이 강을 오르내릴 수 있을 정도로 기력을회복했다.그런 그가 가을 무청을 엮어 뒤꼍 바람벽에 주렁주렁 시래기를 매달아놓고는 또 길을 나서겠다고 말했다. 고향 청풍에 다녀오겠다는 남정네의 말은 아직 색깔 하나변하지 않았던 무청처럼 시퍼렇게 당찬 것이 믿을 만했다. 내 맘에는 그래도 느이 아부지가 첨부텀 끝까정 애오라지내 남정네였다야.니는 느이 아부지를 그래 빼다박았으면서두 성정은 으째 그리두 다른지….어머니의 이야기는 늘 그사람을 내 아버지로 오금박아 두는 것을 잊지 않았다. 어머니는 그 남정네와의 언약을 무당소 깊은 강 밑에 갈무리해두었다.하지만 그뿐이었다.강바람을 타고 오르내린 소식몇 점이 무당소를 회오리쳐대다가는 떠내려갔을 뿐이다. 한 뗏꾼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무당소 앞에서 굿을 하던무당이 굿판에 도취되어 스스로 물 속으로 걸어 들어가 사라져버렸다는 무당소.어머니는 밤을 낮 삼아 무당소 기슭에 넋을 놓고 주질러앉았고,속절없이 흘러가는 강물만 하염없었다.강물은 어머니의 돌팔매질로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한바탕 회오리바람 같은 푸념이 지나가고 나면 어머니는 뗏목아라리를 부르며 강을 쓰다듬었고 자신을 위로했다. 눈물로 사귄 정은 오래도록 가지만, 금전으로 사귄 정은잠시 잠깐이라네.우리 맺은 언약이 강물에 흘러갔나니. 구시월 막바지에 서리맞은 국화라.나를 보세요,함께 갑시다. 그믐 초승달이 뜨도록 놀다 가세요.무당소 황새여울에 떼를 띄워놓았네.무당소 개자리집아 술상 차려 놓게나. 내가 흥얼거리던 뗏목아라리를 따라 부르던 그의 눈빛이먹먹해져 있다. “충주댐 아랫마을에 살았던 때가 있었지요. 저녁이면 버릇처럼 충주호에 낚싯대를 담갔습니다.간혹 낚시를 따라온어머니가 이 아라리를 불렀지요.아버지가 부르던 소리라며.호수에 수장된 어머니와 나의 고향이 낚싯바늘을 물어줄리도 없었건만,우리는 낚싯대를 드리우고 흘러간 뗏목아라리를 부르곤 했습니다.그러던 어느 날,나는 끔찍한 선물을받았습니다.” 그의 낚싯대에 걸려 올라온 것은 뱀장어였다. 그가 어린시절을 보냈던 강에는 뱀장어가 많이 살았다. 하지만 고향남태평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충주호에 갇힌 뱀장어는 사람 팔뚝만큼이나 살이 뒤룩뒤룩 올라 있었다. 그 날, 그는낚싯대를 꺾어버렸다.그 뒤부터 밤이면 지붕 위 허공 어디에선가 강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에선 살찐 뱀장어가 뒤척였다. 강에서 살던 뱀장어는 알을 낳을 때가 되면 무려 3,000㎞나 떨어진,자신이 태어났던 태평양 먼바다로 헤엄쳐 가야한다.뱀장어는 자신의 알이 다른 물고기에게 잡아먹히지않도록 하기 위해서 칠흑의 어두운 그믐날에 마지막 사랑을 나누고 최후를 맞이한다.다시 태어난 뱀장어 치어 댓닢뱀장어는 바다 물결에 실려 한반도까지 오며 실뱀장어로바뀌어 봄이면 서해와 남해로 흘러드는 강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이것이 뱀장어가 가고 싶은 길이다.하지만 이땅의 강은 이미 뱀장어의 강이 아니다.하구둑이나 수중보가 가로막고 길을 터주지 않는 것이다. 나는 빈 주전자를 들어 그에게 흔들어 보인다. 술잔을 오래도록 들여다보며 생각에 잠겼던 그가 빈 주전자에 옥수수 막걸리를 가득 채워 들어온다. 오래도록 말없이 천장을바라보던 그가 입을 연다. “이 강물에 어머니를 잃고, 나는 정처 없는 떠돌이가 되었지요. 길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길을 잃는 일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길을 잃을 때 길의 본질을 만나게 됩니다. 나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백척간두의 순간에머무르고자 했습니다.잃어버린 길을 잇기 위해 동강으로들어왔다고 하면 그대의 궁금증이 조금 풀릴는지요.” 그에게 나는 묻고 싶었다.그 낭떠러지의 허공이 가난하게떠난 자들이 누릴 수 있는 여백이 되는지를,그 여백은 정처를 정하면 충만해지는지를.하지만 나는 말로 만들어내지못한다. “내 어린 시절의 강에는 뱀장어보다 열목어(熱目魚)가많았습니다.” 눈에 열이 많아 그 열을 식히기 위해 물이 더 찬 상류로상류로 올라가야만 하는 물고기.어린 내 친구들은 그 물고기를 엿메기라 불렀다.우리는 싸리나무 낚싯대로 고등어만한 열목어를 낚아 올리고는 했다.그 엿메기를 잡는 날은최고의 낚시꾼이 되었다.개울 한가운데 바위 위에 앉아 열목어를 낚아채다 보면 낭창낭창한 싸리나무 낚싯대가 부러지기도 했고,물고기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물 속으로 풍덩빠지기도 했다.그래서 물고기를 잡다가 열목어도 잡지 못하고 물에 빠지면 엿메기를 잡았냐며 놀려대기도 했다. 어린 내가 어찌 열목어의 열을 이해할 수 있었겠는가. 살다보면 세상에는 열을 올려야 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다는 것을, 그래서 저 처음으로 거슬러 올라야 한다는 것을 어찌알았겠는가. 나는 이 강의 개자리집에 돌아와서야 내 눈에식혀야 할 열이 참으로 많이 박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대의 바짓가랑이에 휩쓸려온 바람에는 저 먼 북태평양 베링해의 냄새가 묻어 있습니다.연어를 만나기 위해 남대천에 가본 적이 있는지요. 10월의 남대천에는 베링해를떠나온 연어가 산란절식(産卵節食)으로 상류로 거슬러 오릅니다. 섬세한 지도를 그릴 줄 아는 그들은 자신이 태어난 강의 냄새를 떠올리고,밤하늘의 별을 보고 방향을 가늠해낸답니다.그대는 무엇을 나침반 삼아 이곳까지 왔는지,그대는 어느 시절 어느 세월을 휘돌아 여기까지 거슬러 왔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는 혼잣말처럼 말했다. 어쩌면 내 대답을 듣기 위해 청한 물음이 아닐 수 있다.나는 길을 나서기 전, 나침반으로동서남북을 가늠해보고 지도를 펼쳐 길의 처음과 끝을 짚어보며 준비의 시간을 갖지 못했다.어디서 휘어져 산모롱이를 돌아나가고 어디서 굽이쳐 흐르는 강물을 건너야 하는지를 살피지 못했다.길에 서 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다. 낯선 길에서 깃들 곳을 찾는다는 것이 얼마나힘겨운가를,얼마나 서러운가를…. 한강 하류에 사는 동안 나는 아침이면 어김없이 출근을해 저녁이나 밤이면 집으로 돌아왔으며, 일요일이면 밀린빚을 청산하듯 하루종일 잠을 잤으며, 우리 가족은 살강스러운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대로 지낼 만한 사이였다. 그도시에서의 20여 년은 그렇게 짜지도 맵지도 않은 적당한즐거움과 적당한 상실감으로 흘려보낸 시간들이었다.그 시간이 얼마나 밍밍한 시간,아니 세월이었는지를 나는 알려고 하지 않았다. 이곳 개자리로부터 나는 철저히 도망치려했으며 깨끗이 잊고 싶어했다. 아내의 부탁을 나는 기꺼이받아들였다. 아내가 딸 나나의 교육을 위해 불현듯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겠다고 말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베링해의 물결은 지금이 아니라 이후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아내는 5년 전 캐나다로 떠난 처형네를 찾아갈 것이다. 처형네 세탁소에서 한 3년 다림질을 하다 보면 이 땅에서의 기억은 다 증발될 것이다.아내는 나의 옛날을 다 증발시키고 싶어한다.나나를 위해 내일만을 생각하며 모든 것을 잊고 살 수는 없는거야? 아내는 나의 정처를 모른다. 아내는 지금 나에게 연락할 수 없다.이곳은 핸드폰 불통지역이다. “어딜 가나 적응하려 애쓰는 건 정신보다 몸이 먼저지요. 하지만 상처를 만나 먼저 시름에 겨워하는 것은 정신이 아닐는지요.그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것은 그물에 걸리지 않는 강물처럼 소리소문 없이 빠져나가는 시간이더군요.” 어머니는 나이 마흔을 넘겨서야 얻은 자식 때문이었는지멍울은 조금씩 가시는 듯했다.뗏목이 사라지고,남정네가사라진 강에서 돌아온 어머니는 산자락 비탈밭을 일구기시작했다.이 일대 밭은 모두 어머니가 화전으로 일구어냈다.밤이면 산비탈에선 파란 도깨비불이 일었다.큰물이 지는 여름이면 무당소에서는 어디서 나타났는지 밤새 꾸르릉꾸르릉 이무기 우는 소리가 강을 흔들어댔다. 한낮에도 산그늘이 지는 무당소 뼝대에서는 뻐꾸기가 무섭다며 뻐버꾸뻐꾹 울어댔다. 뻐꾸기가 우는 여름이면 어머니는 말했다. 세월처럼 무서븐 게 없다드니 참말이네. 내가 중학교 진학을 위해 이곳을 떠나면서부터 어머니는허물어지기 시작했다.밭은 하나둘 묵정밭으로 변해갔고,개자리집에는 머리 풀어헤친 귀신이 산다는 소문으로 흉흉했다.아랫마을 사람들도 발길을 끊었다.밤이면 승냥이처럼울어대는 어머니의 곡성이 강을 타고 내려가 아랫마을을하얗게 흔들어 깨우곤 했다.나는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더먼 곳으로 떠났고, 어머니는 머리를 풀어헤치고 무당소로걸어 들어갔다. “강이 꽝꽝 얼었어요. 누치도 잡고, 보고 싶다던 무당소밑바닥도 실컷 봐요.…,먼저 나갑니다.” 마당에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밤새워 술 마신 티가묻어 있지 않다.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다시 이불 속으로묻는다.이제 몇 시간 남지 않았다.아내는 내가 돌아가지않아도 나나의 손을 잡고 예정된 시간에 공항으로 나갈 것이다.나는 이불 속에서 머리를 흔들어본다.머릿속은 끊임없이 윙윙 울리고 있다.겨울 하늘 높이 날아올라 팽팽하게당겨진 연줄이 우는 소리 같다. 어젯밤 그는 말했다.밤새 강이 얼 것이며,날이 새면 누치를 잡으러 가자고.요즘도 1월이면 무당소는 물론이고 1㎞상류까지 얼어붙는다고 했다.이 강줄기를 타고 올라오는누치는 100마리쯤이 한꺼번에 떼를 지어 몰려올 때도 있다.지난 겨울엔 강바닥이 시커멓게 보일 정도로 엄청난 누치떼가 올라왔다.겨울이 되면 찬물에 산란하기 위해 상류로올라오는 것이다.얼음썰매를 타고 누치를 찾아 강을 오르내리며 이마에 땀이 배어날 시간이 흘러갈 즘이면 강바닥을 뒤집는 누치떼를 만날 수 있다.도끼와 작살을 움켜쥐고얼음 위를 질주하며 누치떼를 쫓다보면 놈들은 숨을 헐떡이며 꼼짝도 못하고 강바닥에 엎드려 있다.누치는 얼음장아래 찬물에서 쫌만 움직여도 곧바로 뼈 가운데로 얼음이생겨 오래 달릴 수가 없어요.누치가 꼼짝도 못하고 가만히서 있을 때 도끼로 얼음을 깨고, 작살로 단방에 찔러야 합니다. 그리고, 그는 또 무엇인가를 이야기했다. 그렇다,북진나루. 나는 방문을 활짝 열어젖힌다.그는 마당에 없다.저 아래 무당소에서 움직이는 그가 조약돌처럼 작게 보인다. 개자리에 앉은 내 몸도 이제는 보호색을 띠어 강변의 자갈밭을 닮아있지 않던가요.그의 말처럼 그는 개자리에 앉아 조약돌을 닮아가고 있다. 나는 어젯밤 그가 고향 이야기를 할 때,그도 어쩌면 슬픔하나를 갈무리해두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그는 어머니를생각하면 먼저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고 말했다.충주댐이막히면서 청풍의 절반쯤은 물에 잠겼지요.하지만 남한강뱃길이 있던 시절엔 제천의 중심이었습니다.서울에서 올라온 돛단배들은 소금에 절인 바닷물고기며 온갖 물건들을그득그득 싣고 북진나루로 들어왔지요.배가 들어오는 날이면 봇짐장수였던 우리 아버지는 서울 물건들을 사서 나귀에 싣고 남한강 강마을을 찾아 길을 떠났습니다.그 강물에아버지를 빼앗겨버린 우리 어머니…, 어머니는 돌아가시기며칠 전에야 말했지요. 동강에 한번 가보자.느 아부지 여즉 거서 잘 살고 있는지? 강은 정말 꽝꽝 얼어붙었다.그는 누치를 찾아 상류로 더올라갔는지 보이지 않는다.군데군데 얼음구멍을 낸 흔적이보인다. 얼음은 유리처럼 맑아 무당소의 강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인다.물고기의 비늘이 얼핏 물 밖의 햇살을 받아내며 반짝 물살을 뒤집는다.그 물고기는 어머니의 하얀 버선을 닮았다.그토록 보고싶었던 무당소의 강바닥.하지만 어제의 그 강물은 이미 떠나고,얼음장 밑으로는 오늘 지금의강물이 흐르고 있다. 나는 거울처럼 맑은 강물 위에 내 얼굴을 댔다.어머니의유품 중 유일하게 지금까지 나를 쫓아온 댓돌만한 거울이그랬듯 얼음거울 역시 나를 다 비추지 못한다.하지만 나는알고 있다. 아무리 비춰 보아도 내 안에는 내가 없다는 것을.어린 시절의 내 강물은 이미 다 빠져나가고,내 몸은 메말라 있다는 것을. 나는 몸을 뒤집어 무당소에 눕는다.하늘은 눈이 시리도록푸르다.그곳에서 깨알같던 점 하나가 점점 커지며 검은 불덩이로 변해 무당소로 떨어지고 있었다.내 이마를 향해 내리꽂히고 있다.내 몸은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고 뻣뻣하게 굳어간다.곤두박질치던 그것은 무당소 바위벼랑에 다다른 순간,다시 파랗게 얼어붙은 하늘로 솟구친다.교미 중인 검독수리 한 쌍이다.어머니는 무당소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던 그 해 겨울,내게 말했다.언제 청풍 북진나루에 가보거라.느이 아부지 거서 여적 잘 살고 있는지? 나는 비틀걸음으로 상류로 오른다.
  • [씨줄날줄] 천망회회(天網恢恢)

    1992년 타계한 소설가 이병주씨는 ‘지리산’‘산하’‘관부연락선’등 한국 현대사를 무대로 한 역사소설로 이름을 날렸지만 그의 초기 작품 중에는 주옥같은 단편도 적지 않다.그 가운데 하나가 ‘천망(天網)’(원제 ‘매화나무의 인과’)이다.시골 마을의 대지주인 영감이 탐욕에 눈멀어 순간적으로 살인을 한 뒤 그 비밀을 목격한 머슴과의 관계가 차츰 역전되면서 일가족 모두가 몰락해 가는 과정을 그렸는데,추리적 기법에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짙어오싹한 기분마저 들게 하는 작품이다. 노자의 도덕경 73장에는 천망회회(天網恢恢)소이불실(疏而不失,失 대신에 漏(루)를 쓰기도 한다)이란 구절이 있다.‘하늘의 그물은 넓고도 넓어,성기긴 하지만 빠뜨리지 않는다’고 풀이된다.이에서 비롯된 천망이란 말에는,사람이 죄를 짓고도 인간사회의 그물(법망)을 피할 수는 있으나결국 하늘의 그물은 피하지 못해 반드시 벌을 받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하긴 도덕경 이전의 기록인 시경(詩經)에도‘천지강망(天之降罔,罔=網)’‘천강죄고 ’같은 표현들이 들어 있으니 이같은 사상이 얼마나 오랜 뿌리를 가졌는지알게 된다. 지난달 중순 ‘수지 김’ 사건의 진상이 14년 만에 공개되는 것을 지켜 보면서 ‘하늘의 그물’을 다시 한번 깨닫지 않을 수 없었다.제 아내를 숨지게 하고도 이를 은폐하고자 고인을 북한 간첩으로 매도한 인물,이후 국가정보기관의 비호를 받으며 성공한 벤처기업가로 행세하던 자는살인죄 공소시효 마감을 불과 두 달 앞두고 발각돼 이제법의 심판을 기다린다.또 정권안보를 목적으로 간첩사건을조작해 한 가족을 파멸로 이끈 자들은 그 추악한 실체를다시 한번 국민 앞에 드러냈다.이 어찌 하늘의 그물이 그들을 잡은 것이 아니라고 강변하겠는가. 2001년 한 해를 둘러보면,우리 사회에는 하늘의 그물이머리 위로 덮쳐 오는 줄 모르고 여전히 거짓과 부정으로일관하는 자들이 적지 않다.최종길 교수·장준하 선생 등을 포함해 의문사 진상규명의 대상이 된 사건의 관련자들,진승현·이용호 게이트 등 각종 비리·의혹사건에 연루돼국민에게 죄를 짓고도 오리발을 내미는 자들이 그들이다. 그들이야말로‘하늘의 그물은 넓고도 넓어,성기긴 하지만빠뜨리지 않는다’는 의미를 되새기기 바란다. 이용원 논설위원ywyi@
  • 퍼블릭/ 한마디

    ●정부가 연근해 구조조정에 대해 힘쓰고 있지만 별 효과가 없는 것 같다.허가 어업들간에 서로 잡는 어종이 무너지고 있다. 어획강도가 높은 트롤어선들은 규격 그물 안에 속그물을넣어 멸치나 어린 갈치를 잡아 사료로 위판하고 있으며 멸치를 잡아야 할 권현망어선들은 옆구역의 멸치자원이 풍부함에도 조업구역 제한으로 인해 넘어가지 못하고 휴업을하거나 기름만 때고 돌아다니고 있다. 어떤 선단들은 다른 병어나 갈치 어종을 잡아 위판하고,서해안의 일부 안강망 어선들은 회유길목에서 멸치를 잡아육상이나 선상에서 자숙건조해 위판하는 행위를 하는 등어민들이 도산하지 않으려고 불법을 저지르는 우리 수산업의 현실을 해양수산부는 아는지…. 감척을 하고 어업의 경쟁력을 키워주는 문제는 이제 어민의 손을 떠나 정부에 달려 있다.(해양수산부 자유게시판에김덕성씨가 올린 글). ●나 자신과 주변에서 일하는 공무원 대다수에게 비리는남의 일이다.그러나 보통사람들은 모든 공무원이 다 비리공무원인 것처럼 말한다.세상 모든 부정과 부패가 공무원들이 저지른 양 연일 사정이 거론된다.또 모든 개혁 정책의 실험 대상은 공무원이다.모든 혜택을 공무원이 우선 누리는 것처럼 일반 국민의 시기와 질투를 한몸에 받는다.공무원은 동네북이다.만만한 게 공무원이다.(‘공뭔’이 행정자치부 홈페이지에 올린 글)
  • 한·미 내일 ‘월드컵 리허설’

    바다로,세계로,미래로­. 축구에 관한 한 ‘외딴 섬’에 머물렀던 제주도가 9일 10개 월드컵경기장 가운데 마지막으로 완공된 서귀포월드컵경기장(공식명 제주월드컵경기장) 개장과 함께 세계에서도 내로라 하는 ‘축구 명소’로 거듭난다. 한국월드컵축구대회조직위원회(KOWOC)와 서귀포시는 이날 오후 2시 경기장 제막식을 시작으로 개장 기념행사를 갖는다.이어 5시부터는 우리 대표팀이 월드컵 본선 1회전 상대인 미국팀과 평가전을 벌인다. 지난 99년 2월부터 1,251억원을 들여 2년 10개월여만에웅장한 자태를 드러낸 서귀포경기장은 제주공항에서 남쪽으로 230㎞ 떨어진 서귀포시 법환동 신시가지에 우뚝 섰다. 관중석에 앉으면 멀리 북쪽으로 한라산이 손에 잡힐 듯한눈에 들어오고 남쪽으로는 쪽빛 바닷물이 금세 넘쳐 흘러들 것처럼 출렁인다.범섬,숲섬 등 그림 같은 섬들도 가까이 보인다. 제주 특유의 분화구 모양을 기본으로 고기잡이에 쓰이는그물을 형상화한 경기장은 주변 경관과 잘 어우러졌다는찬사를 받고 있다.레나르트 요한손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도 “이렇게 아름다운 경기장은 세상에 없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가장 큰 특징은 그라운드가 지면 아래로 14m나 움푹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바람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설계 용역사에 특별 주문한 결과다.또 관중들이 경관을 즐길 수있도록 지붕을 53%만 씌운 ‘반쪽 개방형’으로 설계됐다. 겨울에도 그다지 춥지 않아 공사 기간을 10개 경기장 가운데 최단으로 줄였다.게다가 지반이 현무암으로 형성된 덕분에 배수시설에 특별히 신경쓰지 않아 경비는 다른 경기장의 절반 이하다. 서귀포시 월드컵기획단 김대규 담당관(40)은 “월드컵대회가 끝난 이후 활용방안으로 아이맥스 극장 등 문화공간을 만들 계획”이라면서 “미국 스포츠마케팅 회사인 지텍(G-Tec)과의 3,700만달러 투자 협상이 성사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서귀포 송한수기자 onekor@. ***미국과의 평가전 이모저모. ■국내 축구팬들의 10%가 9일 오후 5시 서귀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미국과의 평가전 결과를 한국의 1-0 승리로예상했다.체육복표 위탑사업자인 한국타이거풀스가 이 경기를 대상으로 발매중(9일 오후 4시50분 마감)인 ‘토토스페셜’ 중간집계에 따르면 참가자 2만8,700명중 가장 많은 10.8%가 전반 0-0 무승부 뒤 후반 1-0의 스코어에 베팅을 했다. ■한국축구대표팀은 7일 오전 훈련을 생략한 채 10시부터숙소인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실시했다. 반면 미국 대표팀은 이날 미군헬기를 타고 판문점으로 가공동경비구역(JSA)을 둘러보는 여유를 부렸다. ■두 팀 감독은 7일 한결 같이 이번 경기의 승패에 연연하지 않을 뜻을 밝혔다.거스 히딩크 감독은 상대 전력 파악과 다양한 선수기용 의사를 밝혔고 브루스 아레나 미국 감독은 자기 팀내에서 새 재목을 발굴하는데 주력할 뜻을 드러냈다. ■올초 홍콩칼스버그컵대회 파라과이전에서 미드필드까지나갔다가 위기를 자초해 거스 히딩크 감독의 눈 밖에 났던골키퍼 김병지(31·포항)가 9일 미국과의 평가전에서 모처럼 A매치(국가대표팀간 경기) 출전기회를 잡게 됐다.거스히딩크 감독은“김병지를 선발출장시키거나 후반 교체 투입해 최소한 45분간은뛰게 하겠다”고 말했다. 서귀포 송한수기자.
  • 김명섭의 ‘대서양문명사’/ 세계화 파도속 한반도 생존전략

    미국이라는 유일 강대국에 의해 몰아치고 있는 세계화의시공간적 의미는 무엇인가.현 역사의 불가역적 흐름으로보이는 세계화의 파도에서 아시아의 작은 나라인 한반도가 취해야 할 생존의 전략은 무엇인가. 책 ‘대서양문명사-팽창·침탈·헤게모니’(김명섭 지음,한길사 펴냄)는 오늘날 ‘시장’이라는 이름아래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의 맥락을 ‘대서양적 표준의 세계화’에서찾고 대서양을 둘러싼 국제관계의 역사를 한국인의 관점에서 요약하고 재해석한다. 프랑스에서 국제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한신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로 있는 저자는 인간역사를 ‘국제적 표준’들의 부침과정으로 풀어내고 바다를 둘러싼 문명권을 분석범주로 삼는다.거시적 관점에서 국제관계의 그물망 구조를 포착하려는 저자의 독특한 상상력을 보여준다. 그에 따르면 국제적 표준이란 좁게는 국제조약,협정,국제적 프로토콜,넓게는 정치,경제,문화적 헤게모니 장악을 위한 정치적 의지력을 포괄하는 개념이다.표준화 전쟁에서의 승리는 곧 문명을 의미했고 패배는 곧 야만으로 전락했음을 역사는 보여준다는 것이다. 저자는 현대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표준화전쟁의 뿌리를11세기 십자군전쟁에서 찾는다.이슬람적 표준의 확장과 좌절로 시작된 대서양문명은 포르투갈,에스파냐,프로테스탄트,가톨릭,프랑스,그리고 영국 ‘표준’의 승리를 거쳐 미국 표준의 등장과 앵글로 색슨 표준의 득세로 이어진다. 저자는 도시,국가,혹은 문명 단위 등 각 층위에서 이뤄진‘표준' 장악의 노력에서 결정적인 것은 단순한 힘의 우위나 독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유와 포섭이었다는점에 주목한다.에스파냐의 표준은 포르투갈의 표준을 흡수통합하였고 네덜란드적 표준에 영향을 미쳤으며 영국적 표준은 이전의 표준들을 흡수하여 더욱 강력하고 광대한 표준을 만들어냈다.오늘날 미국적 표준이 가지고 있는 힘은이러한 연속적 관점을 통해서만 이해될 수 있으며 세계화역시 대서양적 표준의 확장이라는 오랜 역사적 연장선 위에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화와 관련해 대서양 세계와 그밖의 국가들을 비교해본다면 대서양세계 국가는 맷돌의 중심에,비대서양 국가들은 맷돌의 주변에 있다고 할 수 있다.맷돌의 주변에 있는국가들은 맷돌의 중심에서 공급되는 지식,정보,기술 등을소화해내기 위해 더욱더 빨리 돌지 않을 수 없으며 이와같은 주변성은 시간적 차원에서 세대간의 이질화 현상을증폭시킨다.이제 세계는 대서양적 표준에 속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로 나뉠 가능성이 높다. 이중국적의 허용으로 미국의 시민권이 세계의 시민권과 중첩되는 폭이 넓어질 것이며 고급 인력들은 삶의 질과 자녀교육을 문제삼아 대서양문명권을 선택함으로써 국제적 빈부격차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서 우리는 세계화의 파도밑으로 들어가버리고 말 것인가,언제 전복될지 모를 민족국가 깃발을 단 돛대를 부여잡고 바다를 건너가고자 할 것인가. 저자는 민족국가의 희망을 선택하며 ‘자기 표준에 입각한 동심원적 구조의 세계화’를 새로운 역사인식과 실천방법으로서 제안한다. 이는 단계적으로 새로운 표준을 창조해내는 한편 세계적표준의 방향과 힘을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주변부를 이탈하여 더욱 적극적인 의미의 세계화를 이룩해 내자는 것이다. 이 세계화는 인류의 자산을 더욱 풍부히 하는,열려있는 민족국가로서의 세계화이며 ‘거인의 어깨를 빌리되 거인보다 멀리 볼 줄 아는’,즉 문명의 흐름을 정확히 포착하되결코 그 흐름에 함몰되지 않는 ‘강소국’(작지만 강한 국가)의 생존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연숙기자 yshin@
  • FA컵축구/ 대전 창단 첫 우승

    대전이 창단 이후 처음으로 우승컵을 품에 안는 감격을누렸다. 대전 시티즌은 25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대회인 2001서울은행FA컵전국축구선수권 결승전에서 포항 스틸러스를 1-0으로 꺾고 정상에 올라 우승컵과 1억원의 상금을 거머쥐었다.결승골을 넣은 대전 김은중은 대회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대전이 프로축구대회는 물론 프로·아마가 한데 어울린 FA컵 대회를 통틀어 정상에 오르기는 지난 97년 창단 이후처음이다.올시즌 정규리그 꼴찌팀 대전은 이번 대회 초반부터 안양 LG,전북 현대 등 프로팀들을 잇따라 격파하는돌풍을 이어가며 창단 후 처음 결승에 오르는 상승세를 과시했다.대전은 이번 우승으로 내년 프로축구 개막 이벤트인 슈퍼컵대회에서 정규리그 챔피언 성남 일화와 왕중왕타이틀을 다투게 됐다. 반면 5년만의 이 대회 패권을 노리던 정규리그 5위팀 포항은 이동국이 부진을 보인데다 패기와 조직력에서 밀려맥없이 무너졌다. 우승 갈증에 시달려온 대전은 전반 중반 이후 확연히 게임을 주도하면서부터 승리를예고했다.전반 초반 다소 주춤했던 대전은 짧은 패스가 활발히 살아나고 미드필드에서 한번에 좌우로 열어주는 긴 패스가 주효하면서 쉬임 없이 포항을 밀어붙였다. 공오균 장철우의 저돌적인 왼쪽 돌파에 더욱 기세를 올린 대전은 후반 37분 장철우와 2대1패스를 주고 받은 이관우가 벌칙지역 바깥 왼쪽에서 회심의 오른발 슛을 날려 포항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대전은 이후 장철우의 왼쪽 센터링에 이어 김영근이 아크 부근에서 결정적인 왼발 슛을 날렸으나 포항 골키퍼 김병지의 선방에 막혀 승부를 후반으로넘겼다. 승부는 후반 8분만에 대전 골잡이 김은중의 오른발 끝에서 갈렸다.김은중은 공오균이 센터 서클 부근에서 수비수뒤로 절묘하게 볼을 밀어주자 아크 정면에서 달려든 골키퍼를 제치며 가볍게 오른발로 그물을 갈랐다. 포항은 실점 이후 총공세를 펼쳤으나 후반 25분 코난의슛이 골 포스트를 맞고 나오는 등 골운도 따르지 않아 준우승에 머물렀다. 박해옥기자 hop@
  • 납검출 중국산 갈치 전량 반송

    중국산 갈치에서도 납이 검출돼 해당 수입물량 전체가 반송된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인천 수산물품질검사원은 지난 8일 인천공항을 통해 수입된 중국산 냉장갈치 1마리에서길이 3㎝(15g)가량의 납조각 1개를 발견,수입 물량 3t을전량 반송조치했다. 7월 한·중 수출입수산물 위생관리 약정 발효 이후 중국산 수산물에서 납이 검출된 것은 지난 9월15일 부산항을 통해 수입된 냉동조기 3마리(전체 수입물량 25t)에서 길이 3㎝ 가량의 납 그물추 7개가 발견된 것을 비롯해 모두 7차례다. 해양부 관계자는 “중국 일부 지역의 검역 시스템이 아직 완전히 갖춰지지 못한 데 원인이 있는 것 같다”면서 “최근에는 고가 수산물에서 납이 검출되는 추세여서 검역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병철기자 bcjoo@
  • [클린 증시] (1)한탕주의 방치 안된다

    증시가 곪고 있다.주가조작·내부자거래 등 각종 불공정거래가 판치고,‘대박증후군’으로 투자자들의 가치관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작전세력도 큰손에서 대학생,주부로까지확산됐다. 대한매일은 증시 작전세력과 개미군단의 무분별한 한탕주의,증권가에 만연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고발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새 기획물 ‘클린 증시’를 11차례에 걸쳐 내보낸다. “기회는 오겠죠.이번에 성공하면 손털고 외국으로 나가살 생각입니다. 능력껏 돈버는 사람들 왜 욕합니까.자기도돈벌면 되죠.”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모씨(40)는 “정치권등에서 내년에 있을 지방자치단체장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선거자금을 끌어모으기 위해 특정 종목을 ‘뻥튀기한다’는 믿을 만한 정보가 나돌아 수소문 중”이라면서 “몇군데는 이미 작전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돈 저돈 끌어모아 3억원 가량 확보해 뒀다”며 “종목만 정해지면 ‘몰빵’(대량매집)을 칠 생각”이라고 했다. 옆에 앉은 조모씨(39)는 “올 연말에서 내년초쯤 ‘대박’의기회가 오지 않겠느냐”며 “주위에도 나처럼 큰 돈을만지려고 벼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이상매매 징후로 포착된 코스닥 30개,거래소 50여개 등 80여개 종목을 집중조사하고 있다.조사요원 한 사람당 1개 종목꼴로 붙어 있다. “불공정거래요? 근절 안됩니다.” 금감원 조사국 관계자는 “불공정거래가 왜 근절되지 않나”라는 물음에 구체적인 설명없이 근절되지 않는다고만말했다. 그만큼 불공정거래가 만연해 있고,또 잡아내기 어려울 정도로 교묘해졌다는 얘기다. 요즘 증권가 주변에서는 벤처 거품 여파로 ‘대박의 꿈’이 깨지면서 제2,제3의 이용호게이트가 곧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라는 얘기들도 설득력있게 나돌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에는 내년 선거철 특수를 앞두고 주가 1,000포인트시대를 구가하며 활황장세를 이끌었던 99년의 ‘바이코리아 붐’이 재현되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증권사는 물론 ‘투자자문’이라는 간판을 내건 사설펀드모집 사무실의 분위기도 달아오르고 있다.증권사 한직원은 “그동안 연락이 뜸하던 고객 가운데 ‘좋은 거 없느냐’고 물어보는 예가 부쩍 늘고 있다”면서 “특정 종목에 대한 정보를 역으로 건네주며 확인을 요청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박의 꿈은 ‘큰손’들만의 얘기가 아니다.개미군단도마찬가지다.서울 화곡동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박모씨(47)는 아침 7시쯤 가게를 연 뒤 개장시간에 맞춰 인근 PC방으로 간다.장세를 훑어본 뒤 바로 사이버거래를 시작한다. 호재나 악재따위는 개의치 않는다.특정 종목에 대해 주워들은 정보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그는 단골손님인 모 회사 사장이 ‘조만간 특정종목의 주가를 ○만원까지 올릴 계획을 세워두고 있으니,군말없이사라’는 말에 솔깃해 주식에 손댔다.그동안 1억원 가까이손해를 봤지만 활황장세만 오면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으로 여전히 자신하고 있다.99년에 1,000만원을 주식에 투자해 5억원을 번 뒤 두배로 늘리려다 쪽박을 찬 노모씨(34)도 “그동안 모아 둔 돈으로 재기를 노리고 있다”면서 “전에 같이 일했던 사람들(작전꾼)을 다시 수소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병철 박현갑 문소영기자 bcjoo@. ■부끄러운 우리증시 현주소- 학생·주부도 작전 '한탕 공화국'. ‘증시 규모는 세계 15위로 상위권,증시 건전성은 39위로하위권’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세계 47개국을 대상으로증시 건전성(지난해 기준)을 조사해 지난 8월 발표한 보고서의 일부다.낯부끄러운 우리 증시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굳이 이 보고서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증시의 위험수위’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요즘들어 이같은 우려는 더욱 현실화되고 있다.여의도 증권가에는 ‘이용호 게이트’와는 비교도 안되는 메가톤급 주가조작 사건이 또 터질 것이라는 소문이 쫙 퍼져 있다. 금융당국도이미 의심가는 종목에 대해 확인작업에 착수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코스닥시장에서는 올초 등록때 1만원선이던 A종목이 9월초 10만원대를 훌쩍 넘겼다가 미국 테러사태 이후 절반 가까이 뚝 떨어지면서 주가조작 의혹에 휩싸였다.A종목과 경쟁업체인 B종목이 10만원대를 유지하고있는 데 비해 턱없이 떨어졌기 때문이다.모 증권사가 작전세력과 짜고 B종목의 주가만큼 올려놓은 뒤 빠져나갔다는얘기가 무성하게 나돌고 있다. 지난달 부도난 코스닥의 C종목은 부도 당일 상한가를 치면서 대량 거래가 이뤄져 의혹이 제기됐고,엔터테인먼트업종 가운데 조직폭력배가 개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종목도여럿 도마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물론 이같은 일은 일부 종목에 국한된 것이기는 하다.하지만 그 여파는 증시를 왜곡시키고,개미군단(일반투자자)에까지 막대한 피해를 준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외환위기 이후 몰아닥친 구조조정 한파로 직장을 잃은 퇴직자들이 증시에 쏟아부은 퇴직금만도 수십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특히 증권사를 거치지 않은인터넷 사기공모에 걸려든 개미투자자들의 피해도 엄청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들어 9월말 현재 시세조정,미공개정보 이용, 단기 매매차익 취득 등 각종 불공정거래 행위로 294건이 적발됐다.지난해 전체(274건)보다 20건이 늘었다.연말까지는 350건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98년에는 175건,99년엔 189건이었다. 내년 1월부터 개별종목의 선물·옵션거래가 시작되면 증시는 더 ‘도박장’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고,불공정거래 행위도 그만큼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불공정거래 사례가 급증한 것은 전산매매가 가능해지고,코스닥시장에 벤처열풍이 불면서 시장의 규모가 커진 것이첫째 요인이다. 특히 코스닥시장은 특정분야에서 경쟁력을키운다는 당초의 벤처정신과 달리 ‘검은 세력’들의 작전공간으로 변질됐다. 개미군단에게는 허황된 한탕주의를 부추긴 측면도 적지 않다.심지어 주부·대학생들까지 무차별적으로 허수주문을 내 시세조정에 가담하는 등 도덕적 해이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코스닥시장의 경우 코스닥 전 종목을 대상으로 올해 1∼9월까지 데이트레이딩 현황을 분석한 결과,데이트레이딩이평균 47.6%를 기록했다.전체 거래량에서 당일 매수·매도를 반복해 체결한 거래량이 전체 거래의 거의 절반에 가까웠다는 얘기다.인터넷의 급격한 확산,도박장으로 변질된코스닥시장의 가열현상,여기에 검은 세력과 개미군단의 한탕주의가 증시를 끊임없이 혼탁시키고 있는 것이다. 증권사의 무료강좌로 주식에 눈을 뜨게 된 주부 K씨(36)는 “하루라도 주식거래를 하지 않으면 일손이 잡히지 않을 만큼 데이트레이딩에 중독돼 버렸다”면서 “대박의 꿈을 실현하려는 이같은 현상은 주위에서도 일상화된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개인이나 기업,작전세력의 각종 불법과 비리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당국의 감시·감독은 이에 따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금융감독위원회에 준사법권을 부여하고 금감원의 인력확충에 나서는 등 검은 세력과의 전쟁에 들어갔다. 그러나 몇몇 세력이 규합해 사고 파는 고전적 수법을넘어 전산매매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작전을 펼치는 세력들을 그물망식으로 단속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금감원 김영록(金永祿) 조사1국장은 “이른바 작전세력은점조직으로 돼 있는 데다 감시를 피하기 위해 동시다발적으로 매매거래를 하는 바람에 실체 파악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최근 금감원에 부여된 준사법권 등을 통해 불공정거래를 근절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증권거래소 옥치장(玉致章) 감사는 “작전세력을 뿌리뽑기 위해서는 사법당국의 강한 처벌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불공정 거래행위를 하다 적발되면 시장에서 영원히 추방하는 등 강도높은 처벌 기준을 마련하고,자율규제기관과 법적 규제기관과의 신속한 협조를 통해 적발에서처벌까지의 기간을 최대한 단축시켜야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병철기자 bcjoo@. ■“사회·정치변수 많은 내년 더 걱정”.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를 근절하지 않고는 ‘클린 증시’의 정착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증권거래소 감리총괄담당 김인건(金仁建) 부이사장 보는주가조작 세력이 점차 광범위해지고 수법도 지능화되고 있지만,제때 적발해 내지 못해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증권거래소가 지난달말까지 감리대상 종목으로 모두 170건을 지정했지만 시장감시대상 종목은 그보다 훨씬 많았음을 암시해주는 대목이다. 그는 “작전세력이 ‘큰손’과 대주주,증권사 직원들로구성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엔 20대 후반∼30대 초반의주부,대학생,일반 중·소규모 투자자들까지 적극적으로 끼어들고 있어 문제”라고 했다.시세조작도 2∼4일간 집중적으로 개입한후 시세차익을 챙기는 ‘번개작전’이 성행해 일반 매매와 구별이 어렵다고 밝혔다.김 부이사장보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의 발달로 허수성 호가를 이용한 시세조정,계좌분산 등 불공정 거래가 확산되고 있다”고 얘기했다. 시세조정의 대상이 유통물량이 적은 우선주나 관리종목등에 집중되는 것도 HTS의 영향이라는 것이다.올해 주가가 이상 급등해 감리종목으로 지정된 보통주가 지난달말 17건에 불과한 반면 우선주가 153건이나 지정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시세조작이 사라지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의 한탕주의적인 사고가 장기 투자로 수익을 내는 쪽으로 바뀌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이사장보는 사회·정치적 변수가 많은 내년이 더 걱정이다.주가변동이 클 경우 주가조작 세력들이 날뛸 가능성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다만,검찰과 사법부가 주가조작에 대해 어느 때보다 단호해져 다행스럽다.검찰이 증권담당팀을따로 마련했고,법원도 엄정한 처벌을 내리고 있어 주가조작세력들에게 경고를주고 있다. 최근 사법부가 주가조작을 한 지방 K대 학생에게 시세차익의 3배를 벌금으로 부과한 것이 대표 사례다. 문소영기자 symun@. ■국민 14명중 1명꼴 주식투자. 증권거래소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식인구는 상장법인과 코스닥 등록법인을 합쳐 모두 330만4,000여명이다.총인구의 7%,경제활동인구의 15.2%에 해당한다. 전체 국민 14명중 1명,경제활동능력을 보유한 국민 7명가운데 1명이 주식을 10주 이상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식투자 인구는 90년대 들어 증시활황을 보인 94년을 제외하고는 외환위기가 닥친 97년까지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다가 98년 이후 증시회복과 벤처기업 투자열풍에 힘입어급격히 늘어났다. 소유주식수별 분포를 보면 10만주 이상의 소유주주수가전체 0.2%에 불과하나 소유주식수는 전체 67.8%를 차지해주식분산이 미흡한 실정이다.지역별로는 서울이 주식인구의 32.9%,발행주식의 71.5%를 차지해 지역별 편중현상도심하다.성별은 남자가 73.2%,여자가 26.8%이며,연령별로는 60세이상이 18.5%로 가장 많고 40∼44세(16%), 45∼49세(14.4%), 50∼54세(13.6%)등의 순이다. 주식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시가총액 217조원(거래소 188조,코스닥 29조), 세계 15위다.98년과 99년의 각32위와 비교하면 17단계나 뛰어오른 것이다.중국과 타이완은 우리나라보다 각각 1·2단계 높은 13·14위다. 주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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