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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지로 떠나는 시간여행] (9) 볼음도

    [오지로 떠나는 시간여행] (9) 볼음도

    아는 사람만 몰래 찾아가는 가깝고도 먼 섬. 새들의 낙원. 넓은 농토보다 더 넓은 갯벌을 간직하고 분단의 혜택(?)까지 누리는 ‘볼음도’는 하늘·땅·바다가 맑은 천혜의 섬이다. 강화도 외포리 선착장에서 갈매기의 마중을 뒤로하고 뱃길로 1시간 남짓을 달리면 서해바다의 평화로운 섬이 맞이한다. 마을까지 들어가는 길가엔 아담한 황토집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갯벌을 향한 논둑에는 메뚜기들이 후두둑 날아가고 길모퉁이에서는 이름 모를 작은뱀이 자기 덩치보다 큰 개구리를 휘감고 낑낑거리고 있다. 갯벌의 유일한 이동수단인 경운기를 타고 끝이 보이지 않는 영뜰갯벌을 가로지르면 개흙에 말뚝을 박아 그물을 걸어놓은 수백미터의 건간망(建干網)이 여기저기 눈에 들어온다. 그물망에는 기름값도 안 나올 정도의 망둥어와 복어 몇 마리뿐이다. 몇 마리의 물고기지만 어부는 그래도 열심히 그물을 손질한다. 섬 면적의 4∼5배나 되는 갯벌에는 천연기념물인 저어새·도요새·노랑부리백로 등 온갖 텃새와 철새들이 자태를 뽐내듯 날아다니며 경운기 길을 열어준다. 광활한 갯벌에 띄엄띄엄 상합을 캐는 사람들이 한낮의 햇살을 묵묵히 받아내고 있다. 섬의 북단에는 바닷물에 떠내려 온 것을 심었다는 수령 800년의 천연기념물인 은행나무가 있다. 예전에는 매년 1월30일이면 풍어제를 지냈지만 6·25 이후 출어가 금지되어 사라졌단다. 은행나무 옆 볼음저수지는 60여만평의 논에 청정농수를 공급하고 날씨가 좋은 날은 5.5㎞ 떨어진 북한 황해도 연백염전까지 보인다고 한다. 농업과 함께 부업으로 그물을 매기도 하지만 볼음도 주민의 주업은 농업이다. 가구당 평균 경작면적이 1만 5000평이나 되는 대표적인 ‘농사짓는 섬’이다. 인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낙향한 오형단(48)씨는 4H활동을 하는 농민후계자로서 누구보다 볼음도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하다.“쌀시장 개방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친환경농법으로 좋은 품질의 쌀을 생산하는 것”이라며 청정지역인 볼음도에서 쌀이야말로 시장경쟁력이 있다고 자신있어 한다. 오씨는 현재 ‘친환경쌀작목반’을 이끌면서 6만평의 논에 우렁이농법을 사용하여 공동작업으로 쌀을 생산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섬 전체의 벼농사는 무농약 재배를 하였다. 전현원(63)씨는 객지생활 40여년 만에 병든 몸으로 지난 9월초에 섬에 돌아왔다.“고혈압과 심장병으로 집에서 마을회관까지 300m 거리를 몇 번을 쉬어서 갔지만 지금은 식사량도 늘고 활동도 왕성해서 일거리를 찾는다.”며 밝은 표정으로 섬 자랑을 늘어놓는다. 한때 학생수가 모자라 휴교하였다가 다시 문을 연 ‘서도중학교 볼음분교’에 근무하는 강정숙(57)씨.“섬주민들의 의식이 높고 학생들도 도덕교과서처럼 반듯해서 애착이 더 가요.” 외지로 진학하는 학생들 또한 우수해서 교육에 더욱 보람을 느낀단다. 올곧은 마음으로 섬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살고, 새들을 보물처럼 보듬는 갯벌과 하늘과 바다가 맑은 볼음도. 청정지역이며 천혜의 고장을 떠나는 이에게는 아쉽기만 한 섬으로 다시 와 닿는다. 글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 뉴타운 투기 꼼짝마

    뉴타운 부동산투기 꼼짝마! 정부가 뉴타운 부동산투기를 막기 위해 사방에 촘촘한 그물망을 쳤다. 실수요자가 아니면 사실상 재정비촉진지구 부동산을 사들이지 못하도록 했다. 20㎡(6평)이상 토지는 토지거래허가를 받아야 한다.허가 대상 토지(주택이 달린 대지)를 개인이 직접 살지 않고 임대 목적으로 구입하는 경우 토지거래허가를 받을 수 없다.토지거래허가 대상 기준은 건물 면적이 아닌 등기부등본에 나와 있는 땅 면적(대지지분)이 기준이다. 허가 내용대로 이용하지 않거나 임대를 주면 땅 구입 가격의 10%를 이행강제금으로 내야 한다. 이미 집을 한 채 갖고 있는 사람은 살고 있는 집을 팔겠다는 처분계획서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들이 구입할 때는 일단 투기목적으로 간주, 허가를 받기 어렵다. 이 경우 보유 중인 집을 모두 팔겠다는 처분계획서를 제출하고, 이사와 실제 거주해야 한다. 다만 임대주택법상 주택임대사업자는 임대 목적의 주택구입이 허용된다. 쪼개 팔기도 허용되지 않는다. 촉진지구 지정 이후(16개 지구 기준은 18일) 나눠진 필지를 사는 경우는 아무리 면적이 크더라도 아파트 분양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지구에 들어서는 공원·녹지공간은 조합원 토지로 조성된다.쾌적한 주거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사업지구 면적의 5% 또는 가구당 3㎡ 이상 중 큰 면적을 공원·녹지로 확보해야 한다. 또 용적률 완화, 초고층 허용 등의 인센티브를 받는 대신 주민들은 도로, 학교, 사회복지시설, 도서관, 문화시설 등 설치에 필요한 땅과 비용 일부를 분담해야 한다. 조합원 부담금이 늘어나는 셈이어서 당초 기대했던 투자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상가 구입은 비교적 투자 규제를 받지 않는다. 업무·상업용 건물도 원칙적으로 본인이 직접 영업해야 허가를 받을 수 있다.그러나 지배인 등 별도 전문 관리인을 선임해 운영하는 것은 허용된다. 규모가 큰 상가나 건물은 본인이 직접 사용하면서 일부 임대를 줘도 실수요로 인정한다.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김형효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42) 양약으로서의 공사상

    [김형효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42) 양약으로서의 공사상

    나는 20대부터 철학공부를 해왔었는데, 오랫동안 저 공(空)사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 까닭은 주로 의식철학을 중심으로 공부하였기 때문이리라. 나는 현상학적 실존주의에서 서양철학을 시작했고, 동양철학도 유학사상을 주자학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종지(宗旨)로 삼았다. 이 사상들은 다 깨어있는 의식의 형이상학과 도덕학에 해당한다. 의식철학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상과 역사와 신과 인간에 대한 진선미를 읽는 예리한 분별심을 키우는 학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의식학에 대한 회의가 레비-스트로스로부터 시발된 구조주의로부터 왔다. 의식은 자생적인 것이 아니라, 의식이 모르는 어떤 자연적 문화적 구조의 산물이라는 것을 구조주의가 가르친다. 이 구조가 무의식의 영역이다. 구조의 무의식이 갖는 중요성에 대한 나의 깨달음은 기존의 의식학이 표명하는 진리는 다 세상에 대한 표피적인 인식일 뿐이고, 세상에 대한 심층적 통찰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과 직결된다.17세기 네덜란드의 스피노자가 그의 ‘윤리학’에서 든 비유대로, 무의식의 원인을 모르는 사람들은 철없는 아기가 자유선택으로 젖을 먹었다거나, 소년이 의식의 자유에서 분노의 복수를 하게 되었다거나, 겁많은 아이가 자유결단에 의하여 도망가게 되었다고 다 착각하는 어리석음과 같다고 하겠다. 구조주의에 이어서 나는 데리다 등이 대표하는 해체주의의 가르침으로 세상의 기본 무의식의 문법이 불교가 가르쳐 온 불일이불이(不一而不二=하나도 둘도 아닌)의 이중적 교차법인 것을 알게 되었고, 이 문법은 노자와 장자가 ‘도덕경’과 ‘남화경’(장자내편)에서 각각 설파한 도(道)의 본질과 흡사한 가르침이라는 것을 터득했다. 이어서 나는 이 이중적 교차법의 도(道)가 불법이 말하는 연기법(緣起法)과 아주 유사한 진리를 다른 방식으로 말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말하자면 이 우주를 일관되게 관통하는 깊은 심층적 무의식의 도는 무(無)를 바탕으로 하는 교차법의 존재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차적 존재방식으로서의 연기법은 모든 존재가 상관적 관계의 매듭임을 말하는 것이므로 독존적 존재방식을 거부하는 것이다. 이 세상의 어떤 것도 자기 스스로 홀로 서는 실체가 아니라, 반드시 다른 것과의 관계에 의하여 생기고 또한 다른 것과의 관계가 끝나면 사라진다. 따라서 존재는 명사로 지칭될 수 있는 고체처럼 딱딱한 단독개념이 아니라, 관계의 설정으로 무수히 많은 다른 것들이 들락날락거리는 유연한 해면체의 삼투작용과 비슷한 공동의 존재방식을 지니고 있는 것이 된다.‘나무’의 존재도 많은 다른 것들과의 상관관계요, 심지어 ‘나’라는 존재도 내가 만난 무수한 인연들이 남긴 흔적들이 공존하는 세계다. 우리가 ‘나무’나 ‘나’라는 개념을 사용하지만, 사실 그 개념들은 편의상 지칭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방편이지 실상을 지시하는 것은 아니다. 실상은 아주 복잡한 관계의 총화다. 이 복잡한 관계의 총화를 불교에서 연기라 부른다. 제2의 붓다라고 불리어지는 인도의 고승(2~3세기) 용수(龍樹=나가르주나)의 유명한 저서 ‘중론’에 이 연기법의 의미가 먼저 나온다. 연기의 존재방식은 ‘생기하는 것도 아니고 소멸하는 것도 아니고, 영원한 실체도 아니고 영원한 허무도 아니고, 동일한 것도 아니고 다른 것도 아니고, 오는 것도 아니고 가는 것도 아니다.’라고 해석되어 있다. 이 우주의 일체적 존재방식은 서로 그물 망처럼 상응해서 짜여진 상호관계 속에서 생기하면서 동시에 사라지고, 항상 있거나 항상 없는 것도 아니므로 존재하고 동시에 없어지는 이중성을 정시하고 있고, 계속 동일한 존재방식을 유지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서로 아주 다른 존재방식을 나타내는 것도 아니다. 또 새 것이 오면서 헌 것이 가는 신진대사를 중단 없이 행하고 있지만, 우주의 존재방식은 오는 새 것이 가는 헌 것과 얽히고설켜 공존하기에 무엇이 가고 무엇이 오는지 정확히 분별되지 않는다. 그래서 오는 것도 가는 것도 아니라고 용수가 말했겠다. 연기의 존재방식은 생/멸(生/滅=생기/소멸)과 상/단(常/斷=실체/허무)과 동/이(同/異=같음/다름)와 내/거(來/去=옴/감)를 택일적으로나 분별적으로 말할 수 없는 반(反)개념적 사유를 지니고 있다. 반개념적 사유는 어느 것에 얽매이거나 집착하지 않는 사유를 의미한다. 심지어 어떤 것이 진리라 할지라도, 그 진리라는 것에 얽매이고 집착하면, 그것은 진리가 아니고 인간을 미망으로 빠뜨리는 마군(魔軍)이 된다. 진리도 자기의 이면에 악마성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것이 이 우주적 도의 본질이고, 그 본질이 무의식적이므로 인간의 의식은 이것을 보지 못한다. 용수는 이 도를 공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그는 연기법의 존재가 곧 공과 다른 것이 아니라고 설법했다. 공은 유/무를 택일적으로 선택하거나 그 둘을 변증법적으로 통일시키는 것도 아니다. 공은 유/무를 비동시적 동시성으로 동봉시키고 있다. 이 비동시적 동시성의 의미를 나는 이미 중국 화엄학의 대가인 현수법장 스님(7세기)의 ‘화엄금사자장’의 글을 인용하면서 설명한 적이 있었다(30회 글). 황금사자상이 사자라고 생각하면, 황금이라는 생각은 약간 후퇴하여 안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것이 황금이라 여기면, 사자라는 생각이 숨어 버리게 된다. 황금과 사자는 동시에 공존해 있지만, 생각은 비동시적으로 나타난다. 유/무도 이와 같다고 볼 수 있다. 가을 하늘에 떠 있는 뭉게구름은 높푸른 하늘의 허허로움을 바탕으로 나타나 있지만, 구름에 눈이 가면 허공은 뒤로 숨고, 허공에 마음이 가면 구름은 약간 뒤로 물러앉는다. 이것을 우리는 유/무의 비동시적 동시성을 동봉한 의미로서의 공이라 불러도 되겠다. 그러므로 사실상 공은 유/무를 다 동봉한 의미로서 유는 무로부터 나타난 무의 욕망과 같은 현상이고, 무는 유가 항상 있는 존재자로서의 실체처럼 고착될까봐 무로 사라지는 은적의 의미를 말한다. 존재자는 하이데거가 말한 용어인데, 그것은 존재가 연기법처럼 이해되지 못하고 실체처럼 단독명사로서 고착되는 개념화와 같다. 존재가 항상 있는 실체적 존재자로 간주되면, 사람들은 존재를 소유물처럼 생각하게 된다. 왜냐하면 항상 존재하는 것(존재자)들을 사람들은 자기 것으로 장악하려는 탐욕을 의식에서 표출시키기 때문이다. 이 공사상은 의식철학으로 잘 이해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의식철학은 논리적 자아의 힘인 지성의 보편성으로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장악하고 지배하는 주인의 위치를 고수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신의 지성이 우주를 창조했을 때에, 무로부터 유를 있게 했다고 한다. 창조는 무를 부정하여 유를 있게 하는 행위이므로 그 창조론은 무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의식철학에서 무는 존재의 결핍인 악과 동의어로 취급된다. 그러나 하이데거의 사상에 의하면 무를 배제한 의식의 철학은 유(존재)를 필연적으로 존재자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철학에서 무는 유와 동거할 수 없는 유의 파괴자처럼 간주되고, 유는 무와 싸워 승리해야 하는 의지로 여겨지므로 유는 무와 다른 ‘어떤 것’으로서의 자기동일성을 단단히 무장한 존재자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자기동일성으로 무장된 유는 위에서 지적된 해면체처럼 우주의 모든 것과 삼투작용을 하면서 일체감을 느끼는 공동존재방식이 아니다. 그래서 존재자는 존재와 다르다. 의식은 자의식이고 그 자의식의 철학은 존재자의 철학이다. 이것이 소유의 철학을 필연적으로 부른다. 중국 선종의 3대 조사인 승찬대사(6세기)는 그의 ‘신심명’에서 ‘유(존재)가 곧 무고, 무가 곧 유’라고 언명했다. 이것을 풀이하면 유는 무의 욕망이고, 무는 유의 은적과 같다는 뜻이겠다. 무는 허무가 아니고 고갈되지 않는 무한대의 기(氣)의 힘을 말한다. 무한대의 기는 자신을 표현하는 욕망과 같다. 무의 욕망은 자아의 욕망과 다르다. 자아의 욕망은 자아의 이기적 소유를 위한 탐욕을 말하지만, 무의 욕망은 세상에 한없이 일체로서의 공동존재의 기쁨을 보시하고픈 증여 자체다. 그 욕망을 우리는 그동안 소유론적 욕망과 구별된 존재론적 욕망이라 불렀다. 유가 무의 욕망이라면, 무는 유의 은적이다. 은적은 숨는 것이다. 왜 숨나? 존재(유)가 때가 되어 무로 숨지 않으면, 그 존재는 자기동일성의 강한 성채를 지어서 존재자적인 소유물로 모두 미끄러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인간에게 죽음이 없다면, 인생은 존재론적인 사유로 이해되지 않고 전적으로 소유론적 탐욕으로 가득 차게 되리라. 그때에 세상은 끝 모를 소유의 투기장으로 변할 것이다. 그것이 지옥이다. 죽음은 인간에게 무를 삶의 한복판에서 생각케 하는 양약이다. 유/무를 동시적으로 동봉하고 있는 공사상은 탐욕의 병을 씻게 해주는 양약이다. 탐욕이 왕성하다고 국민 각자가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 나라가 강해지는 것도 아니다. 지금 한국인은 치유하기 힘든 탐욕의 병을 앓고 있다. 특히 각계각층의 지도층의 탐욕은 도를 넘치고 있다고 여겨진다. 그들의 세속적 탐욕을 그들은 그럴싸한 명분으로 치장한다. 그 위선의 껍데기를 벗겨내야 한다. 탐욕이 곧 성공의 길이 아니기에 탐욕스러운 사람들은 사기를 친다. 사기가 도처에 판친다. 마음을 비운 사람이 사업을 해야 망하지 않고 부자 기업을 일으키고, 마음을 비운 사람이 정치를 해야 입으로만 떠드는 허상의 명분이 아니라 국민의 괴로움을 실질적으로 더는 실상(實相)의 정치인 지혜의 방편을 찾아낼 수 있고, 마음을 비운 사람이 교육을 해야 유치한 이념의 노예나 개인출세의 탐욕으로 교육을 망가뜨리지 않고 진실로 2세 국민을 훌륭히 키울 수 있다. 또 마음을 비운 사람이 장군이 되어야 호국의 간성인 강병을 육성할 수 있다. 국민의 마음을 어떻게 다 비우게 할 수 있는가? 그것은 부지하세월(不知何歲月)이다. 가장 빠른 효과의 길은 지도층이 솔선수범하는 길이다. 옛 신라가 삼국 중에서 가장 후진국이었는데, 지도층의 솔선수범으로 통일의 길로 나갈 수 있었다. 공은 마음을 비우는 무욕이라고 보통 생각한다. 그러나 그 무욕은 사리사욕을 없애는 것이지, 힘을 지우는 것은 아니다. 공에서 무욕의 힘이 솟는다. 그 힘을 나는 무의 욕망이라 불렀다. 무의 욕망은 일체를 이롭게 하고 복되게 하는 무사심의 존재론적 욕망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한승원 토굴살이] 꼬마 나폴리 연안 이야기

    [한승원 토굴살이] 꼬마 나폴리 연안 이야기

    ㄹ형, 제 토굴 앞에 0자를 가로 눕혀 놓은 듯한 바다가 펼쳐져 있습니다. 서울을 버리고 온 날부터 ‘연꽃 바다’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그 제목으로 장편소설 한 편을 썼습니다. 호수 같은 바다 남쪽에는 고흥반도 산봉우리들이 뻗어나가고, 남서쪽에는 완도의 섬들이 첩첩 떠 있고, 서북쪽에는 장흥과 보성의 산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저는 어머니 콤플렉스가 많은 글쟁이입니다. 그것을 자궁 콤플렉스, 혹은 고향 콤플렉스라고 말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40년 동안 바다 이야기를 써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다 쓰지 못했다 싶어 고향 바닷가로 돌아왔고,‘멍텅구리 배’,‘물보라’,‘바닷가 학교’,‘검은댕기두루미’에 이어, 이 바다에서 생산되는 ‘키조개’ 이야기를 장편으로 쓰고 있습니다. 여성의 음부처럼 생긴 키조개를 통해 우주 시원의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아침저녁으로 마을 앞 연안을 산책하곤 하는 저의 사전 한 구석에는, 그 연안이 꼬마 나폴리라고 적혀 있습니다. 무지개처럼 휘움한 그 연안 동쪽에는, 사자산 엉덩이에 붙어 있는 삼비산에서 흘러온 냇물로 인해 형성된 거무스레한 모래 잔등이 질펀하게 뻗어나가 있습니다. 거기에는 갈매기 청둥오리 해오라기 물떼새들이 찾아오고, 황새와 검은댕기두루미도 한 발로 서 있다가 돌아가곤 합니다. 이사 오던 첫해 한여름에 저는 아침마다 그 연안바다 모래밭을 혼자서 땀 뻘뻘 흘리면서 청소했습니다. 그 모래밭에는 밀려온 쓰레기들이 해전으로 죽어 늘어진 시체들처럼 볼썽사납게 쌓여 있곤 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가끔 울력을 하여 그것들을 치우곤 하지만, 다음날 곧바로 불어댄 동남풍으로 인해 쓰레기들은 다시 쌓이곤 합니다. 스티로폼 부표, 헌 그물자락, 페트병, 통발들, 수초들…. 그것들을 제가 혼자서 하루아침에 십m씩 치우곤 한 것입니다. 저혼자서 그 바다를 관리하겠다는 영웅심에서 그런 것도 아니고, 저의 환경 사랑 의지를 만방에 선전하려는 만용이나 허세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유배살이를 자청하고, 스스로를 토굴 속에 가둔 저의 고독과 슬픔과 나약해지는 마음을 다잡고, 제 가슴속에 ‘이것은 내 바다’라는 확신을 심고 싶었습니다. 그 바다 한복판에 저의 뿌리를 내리려는 몸부림이었습니다. 비지땀 흘리며 하는 저의 도로(徒勞) 같은 몸짓이 보기에 민망했던지 당시의 김면장이 그해 가을부터 공익 요원들을 투입하였고, 이후로 그 바다는 계속 깨끗함을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환갑을 두 해 앞둔 때였습니다. 저는 소설 쓰는 틈틈이 저와, 바다와 씨름하며 사는 마을 사람들과 거기에 서식하는 물고기 물새 바람 해 달 별 이슬을 시편에 담았습니다. 그것들을 문학과 지성사에서 세 번째 시집 ‘노을 아래 파도를 줍다’로 펴내 주었습니다. 그 시들은, 토굴에 저를 가두고 기르는 제 자신과 바닷가를 산책할 때마다 저를 늘 환희심에 젖어들게 하는 마을 사람들의 삶과 앞바다와 하늘에 바치는 헌사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새로 부임한 젊은 조면장이 그 여닫이 연안 모래 언덕 위쪽의 아스팔트길 가장자리 숲에 600m쯤의 소로를 내고 20m 간격으로 저의 시비 30기를 세워 놓았습니다. 저의 시와 짧은 동화와 소설 한 대목들을 새긴 그 비석들은 각기 7t 무게의 바위와 보조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바람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가야 할 인생임에도 불구하고, 저의 육중한 흔적들을 그 연안바다 모래 언덕길에 놓아두도록 허락한 것은 저의 허망하고 미련스러운 탐욕이 아닌지, 그 탐욕으로 인해서 나라는 인간이 하나의 상업적인 싸구려가 되고 있지 않은지, 자못 두렵고 부끄럽습니다. 그것을 두려워하고 면목 없어하는 저에게 젊은 면장은 말을 합니다.“이것은 억지로 하고자 하여 된 일이 아닙니다. 선생님의 한 발짝 한 몸짓의 일상이 이 연안 바다 모래밭의 전설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소설가
  • [오지로 떠나는 시간여행] 수몰 마을 옥천 용호·석호리

    [오지로 떠나는 시간여행] 수몰 마을 옥천 용호·석호리

    상가 사이로 좁게 얽힌 도로를 타고 옥천 읍내를 벗어나자 두루뭉술한 흰 구름을 느릿느릿 흘려보내는 가을 하늘이 한눈에 들어온다. 대청호 푸른 물결 위에도 하나 가득 구름이 담겨 있다. 잘 찍어 놓은 슬라이드 사진을 연상시키는 것이 게으른 나그네가 털렁거리며 걷기 좋은 날씨다. 502번 지방도로의 포장이 끝난 부근에서 작은 나무판에 휘갈겨 쓴 이정표는 용호리 가는 길을 가리키고 있다. 용호리는 대청댐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파일’,‘쑥마루’,‘방개’ 등 정겨운 이름의 자연부락으로 이뤄진 제법 큰 마을이었다. 담수로 마을 대부분이 수몰되고 지금은 고향을 떠나지 못한 8가구 9명의 주민만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슬레이트 지붕에 호박나물을 널고 있던 심삼녀(62)씨를 붙잡고 동네 내력을 물었다.“쓸데없는 것 묻지 말고 점심은 했어? ” 이방인의 점심 걱정부터 하는 인정이 도시인인 기자에게는 다소 생경하다. 잠시후 아랫집에선 매운탕, 옆집 주민은 김치 한 보시기, 윗집 아주머니는 밭에서 갓 따온 빨간 고추가 달다며 권한다. 즉석에서 외지인의 방문을 환영하는 조촐한 파티가 벌어졌다. 훈훈한 인심이 가을 햇살만큼이나 따사롭다. 수확철에 멧돼지가 다 된 농사를 망칠까봐 걱정하는 주민들. 이들이 바깥나들이를 하려면 산길을 차로 1시간 넘게 돌아 나가야 한다. 때문에 군청에서 위탁받은 배가 석호리와 용호리 사이를 운항하는데 옥천 5일장이 서는 날이면 동네 사람 전원이 배를 타고 장을 보고 온단다.‘선장 박수성’이라고 쓰여진 명함을 건네는 박수성(72)씨는 이런 연유로 마을의 온갖 대소사를 챙기는 일까지도 하는 대장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용호리에서 한 굽이 뱃길을 돌아야 보이는 석호리에는 현재 진걸, 돌거리 마을만이 수몰을 면한 채 남아 있다. 배 위에서 바라본 진걸 마을은 빨강, 파랑, 원색의 함석지붕을 얹은 고만고만한 가옥이 10여채 늘어서 있다. 선착장에서 배를 묶고 있던 손학수(58)씨가 반갑게 맞는다. 대청호에서 붕어를 잡아 생계를 꾸리는 어부다. 해가 서쪽 산머리에 걸릴 즈음이면 미리 보아둔 곳에 그물을 놓는다. 양손에 그물을 잡고 모터는 발로 운전을 한다. 걸쭉한 입담으로 각박한 세상에 대한 ‘욕’을 해가며 그물을 놓는 솜씨가 정말로 예술이다. 호수를 향해 근사한 테라스가 열린 집이 있어 주인을 찾았다.“여행을 하던 중에 진걸 마을 풍경에 반해 눌러 살게 됐답니다.” 정태경(55)씨가 마을의 독거노인들을 돌보며 살고 있었다. 밤나무와 호두나무가 많아 아침 산책길에 줍는 밤과 호두가 매일 한 주머니씩은 된다며 호두를 대접한다. 물에 갇힌 마을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사연을 안고 수몰 전 옛 추억을 더듬으며 비탈에 남은 손바닥만한 땅을 일구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네들의 꿈도 물속에 잠긴 마을과 함께 사라진 듯하지만 소박한 꿈을 찾는 그들의 일상만큼은 무척 바쁘게 보였다. 뽀얀 물안개가 아직 수면 위에 머물고 있는 새벽. 일터로 향하는 마을 사람들 어깨 위로 짙은 가을이 내려앉는다. 글 강성남기자snk@seoul.co.kr
  • [한준규기자의 라크로스 체험기] 진짜사나이도 헉헉

    [한준규기자의 라크로스 체험기] 진짜사나이도 헉헉

    파란 하늘과 따사로운 햇살, 그리고 선선한 바람이 대지를 감싸는 가을의 초입. 초록의 그라운드를 누비며 몸과 몸을 부딪치는 격렬한 운동이 ‘땡’기는 계절이다. ‘아∼뭐, 재미난 운동이 없을까’하는 사람들을 위해 ‘라크로스’란 운동을 소개한다. 우리에겐 아직 생소하지만 스틱 끝에 달린 잠자리채에 공을 담고 달리며 상대의 골대에 넣는 운동으로 미국에서는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 중심으로 라크로스가 유행처럼 서서히 번지기 시작했다. 장비가 비싼 것도 아니고 경기방식도 간단하다. 또 축구의 조직적 플레이, 아메리칸 풋볼의 거친 느낌, 핸드볼과 하키의 스피드가 모두 가미된 종합 운동으로 한번 재미를 붙이며 누구나 마니아가 된다. 라크로스는 도대체 어떤 운동일까.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지난주 수요일. 수원 경희대학교 필드하키장에서 라크로스 인터넷 동우회 ‘CLU’(Corea Lacrosse Union,www.freechal.com//lacrosse)의 회원들이 모인다는 이야기를 듣고 달려갔다. # 뭣에 쓰는 물건인고 간단한 인사를 마치자 그들은 길다란 가방에서 이상하게 생긴 것을 꺼낸다. 잠자리채 같기도 하고, 낚시할 때 고기를 떠내는 뜰채 비슷한 것을 주섬주섬 꺼낸다. “무엇인가요.”라고 묻자 “이게 라크로스 스틱입니다. 공을 헤드에 담고 던져 상대방의 골대에 넣으면 점수를 얻게 됩니다.”라는 노진규(32·라크로스 한국협회 사무장)씨. 별거 아니라는 표정을 짓자 노씨는 “그래도 보기보단 힘들어요. 헤드부분이 깊지 않아 공이 빠져나가기 쉽고 31인치(약 78㎝)이상 되는 길이의 스틱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의 속도가 160㎞이상으로 날아다니는 운동이에요. 한번 해보시겠습니까.”라고 권한다. 간단한 기본기를 배웠다. 스틱을 잡고 공을 던지고 받고. 어린 시절 날아가던 잠자리도 한번 휘두르면 어김없이 잡았는데 이건 서툴다.‘어 어디 갔지.’하고 돌아보면 어느새 공은 저만치 뒤에서 뒹굴고 있었다. “원래 처음에는 그래요.”라며 웃는 우충원(29·인터넷 쇼핑몰)씨.“자 이제 간단한 시합을 시작합니다. 장비를 챙기세요.”라는 노씨의 말에 따라 다들 옷을 갈아입는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헬멧과 가슴을 보호하는 패드는 물론이고 어깨와 팔, 두툼한 장갑까지 챙기고, 입에는 마우스피스를 무는 사람도 있었다. # 진정 사나이들의 경기 “자 오늘은 연습이니까 15분씩 4쿼터로 하겠습니다. 처음 오신 분은 첫퀴터는 좀 보시고 다음 쿼터부터 하시는 걸로 하겠습니다.” 이윽고 시합이 시작됐다. 패스를 하는데 수비수들이 스틱으로 공을 막는 것은 물론이고 상대방을 때린다. 그러자 공을 잡은 선수가 뛰기 시작한다. 몸집이 좋은 수비수가 몸으로 부딪치자 보기 좋게 옆으로 나가떨어진다.‘어, 장난이 아니네’. 거의 아이스하키수준으로 보디히트를 한다. 중간에서 공을 잡은 선수가 옆으로 뛰며 던진 공이 골 그물을 흔든다. 그런데 공이 보이지 않는다. 정말 빠르다. 부딪치고 때리고 달리기의 연속이다.“옆에, 뒤쪽 왼쪽, 앞에 오른쪽, 스틱첵” 골문을 지키는 골리(골키퍼)가 연신 큰소리로 지시를 한다. “탁탁탁, 퍽퍽퍽, 우∼와”하는 소리와 함께 두 골이 더 나왔다. 옆에서 박원기(28)씨가 “어떠세요. 재미나지요.”라며 말을 건네다.“아마 사람들이 두발로 하는 운동 중에 가장 빠르고 격렬한 운동이 바로 라크로스입니다. 그게 매력이지요.”하고 했다. 1쿼터가 끝나자 헬멧을 벗은 선수들의 얼굴은 그야말로 땀 범벅이다.“이번엔 한번 뛰셔야지요.”라는 노씨. 헬멧을 쓰고 운동장에 섰다. 우충원씨가 패스를 한다. 공을 잡았다. 에이 그런데 바로 공이 헤드에서 빠져 땅에 떨어진다. 순간 몇 명이 달려들며 밀쳐버린다. 이를 물고 달려 공을 뺏으려는데 벌써 저쪽으로 공이 날아간다. 정신을 차릴 수 없다.‘휙 휙’소리를 내며 이리저리 이어지는 패스. 어느 순간 공이 골대를 가른다. 이대로 물러설 순 없다.“제가 한번 해 볼테니 패스를 부탁합니다.”라고 조수영(26·삼성전자)씨에게 부탁을 했다. 공을 잡고 스틱을 살짝 돌리며 골대를 향해 돌진했다. 여기저기서 스틱이 날아들어 팔과 어깨를 때린다. “어이쿠.”하며 장현일(30)씨의 보디히트에 맞고 넘어졌다.“헉헉헉”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다시 일어났다. 몸과 몸이, 스틱과 스틱이 부딪치며 서로를 견제한다. ‘나라고 못할 것 있나’라며 공을 몰고 뛰어들어오는 상대 선수의 등쪽을 스틱으로 냅다 후려쳤다.“휘∼익” 심판의 호각과 함께 2분간 퇴장. 경기장 밖에서 기다리는 동안 “원래 스틱첵은 등부위를 치면 안됩니다. 팔이나 어깨 가슴만을 치는 것이 룰입니다.”라고 박원재씨가 귀띔해준다. 어떻게 15분이 흘렀는지 알 수가 없다. 그저 달리고 부딪치고 때렸을 뿐이다. 공의 속도가 빨라서인지 경기 속도 또한 무지하게 빠르다. 몇 번의 패스가 골로 연결되어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경기다. 아주 짜릿하다. 9대4로 당연히 우리편이 졌지만 참 재미나다. 운동량 또한 엄청나다. 아마 몸무게가 한 3㎏은 빠진 것 같다. “원래 라크로스는 와일드하고 남성적인 매력이 물씬 풍기는 운동입니다. 스틱으로 상대방과 부딪치고 때릴 수 있는 유일한 운동이지요. 그래서 부상을 막기 위한 장비 착용이 중요합니다.”라는 장현일씨.“미국에선 중·고등학교 여학생들도 거의 대부분 라크로스를 즐겨요. 물론 남자 경기와 ‘룰’이 달라 몸이나 스틱을 부딪치지 않지만 인간의 본성대로 달리고 던지고 뛰는 재미난 경기예요.”라는 배진아(19·유학생)씨. 그렇다. 모든 구기 종목의 장점을 모아놓은 듯한 라크로스는 짜릿한 재미와 체력, 지구력이 요구되는 운동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습성에 ‘딱’어울린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에 있지만 머지않아 동네에서 아이들이 편을 나눠 라크로스를 하는 날이 곧 올 듯싶다. ■ 라크로스의 역사 - 1500여년전 인디언 놀이 실제 라크로스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스포츠로 그 역사가 1500여년이 넘는다. 미국 인디언이 즐기던 경기였다. 라크로스는 프랑스어. 프랑스 개척자들이 인디언들이 하는 경기를 본 뒤 관사와 막대기를 뜻하는 la와 crosse를 합성해 만든 이름이다. 이 운동은 하키와 농구, 축구 등을 섞어놓았다. 하키처럼 스틱을 사용해 공을 잡고 먼 거리를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은 축구와 비슷하고 골문 근처에 있는 선수에게 공을 패스하는 건 농구와 같지만 서로 몸을 부딪치는 격렬한 운동이다. 따라서 상대 선수와의 거친 몸 싸움에 밀리지 않는 우수한 체격 조건과 농구처럼 패스나 슛할 때 속임수가 가능한 민첩성, 팀 워크를 위한 협동심이 필요하다. 1990년대 초반부터 미국에 라크로스붐이 일어나 지금은 동네에서 아이들이 모여 하는 운동으로 자리잡았다. 우리나라에서는 1998년 경희대학교에 처음 팀이 창단되었고 한국라크로스협회가 1997년 만들어져 사단법인으로 탈바꿈해 바람몰이를 하려고 하는 중이다. 경희대, 숭실대 한국체육대학에, 외대부속 외고와 전주고등학교,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 팀이 있으며 강남과 분당을 중심으로 한 유소년 클럽 2팀이 활동을 하고 있다. 라크로스 인터넷 동우회로 ‘CLU’가 유일하다. 라크로스를 접하고 싶은 사람들은 CLU를 통하거나 한국라크로스협회(02-743-5291)로 연락하면 된다. 또 오는 23일 오전 10시에 한강 시민공원 잠원지구 운동장에서 원명초등학교와 Max Sports팀의 초등학교 라크로스 친선경기 열린다.
  • [OUR STORY] 어부 2대 전어잡이 어로장 손대봉씨

    [OUR STORY] 어부 2대 전어잡이 어로장 손대봉씨

    점점 높아 가는 가을 하늘 아래 오곡백과가 풍성함을 더해간다. 뭍에서 말이 살찐다면 바다에서는 전어가 토실토실하게 살이 오른다.‘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속담처럼 가을 먹을거리의 대표주자는 단연 전어. 맛도 영양도 그야말로 만점일 때다. 이쯤되면 ‘제철에 먹은 전어 한 마리 열 보약 안부럽다’(?)는 말이 생길 법도 하다. 호남의 어느 지방에서는 ‘귀한 샛서방에게만 내어 준다’해서 샛서방고기라고도 불린다나. 전어(錢魚)는 고대중국의 화폐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제는 전어가 말그대로 돈되는 생선이 되었으니, 처음 뜻이야 어찌됐든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2006 전어축제’가 열리고 있는 충남 서천의 홍원항과 마량항 등에서는 해마다 이맘때면 전어굽는 냄새가 솔솔 풍겨온다.‘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고 할 만큼 고소한 냄새다. 어디 며느리뿐일까. 전국에서 찾아온 식도락가들이 산과 바다를 이룬다. 불과 10년전만 해도 전어가 이곳에서는 천대받는 생선이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전어냄새에 이끌려 마량항을 찾았다. 서해에서는 드물게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는 곳. 사위가 시나브로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저녁 6시쯤 소형 FRP선박인 돌고래2호에 올라타고 전어잡이 체험에 나섰다. 글 사진 서천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손대봉 어로장의 전어잡이 18년 선수(船首)에 서서 바다를 응시하고 있던 어로장 손대봉(51)씨가 “동쪽에서 샛바람이 불면 고기가 머리아파 안일어날 낀데…. 오늘 전어잡기는 고마 틀린 것 같네예.”라며 넋두리를 늘어놓았다.“다른 생선들은 대체로 물이 움직이는 시간대, 즉 들물(밀물)이나 날물(썰물)때 많이 잡히지만, 전어는 들물과 날물이 교차하는 시간대에 주로 잡히지예.1시간 남짓 물흐름이 정지되는 데, 펄속에서 유기물들을 먹던 전어가 그 시간에 다른 펄을 찾아가기 위해 일제히 이동한다 아입니꺼. 바로 그때 신속하게 양조망을 풀어서 잡는기라예.” 마량항 앞바다에는 벌써 30여척의 전어잡이 어선들이 몰려들어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전어떼가 나타났다는 무전이 들어오면 신속하게 이동해야 됩니더. 불과 5분사이에 배들이 집결한다 아입니꺼. 속도경쟁이 대단하지예. 이 배도 휘발유를 사용하는 145마력짜리 고성능 엔진을 두개나 달았지예.” 다른 배들보다 3∼4분정도 늦게 항구를 나선 돌고래 2호는 두시간 가까인 선단주변을 맴돌기만 할 뿐, 좀처럼 그물을 내릴 기회를 잡지 못했다. 어선에서 하나둘씩 불을 밝히자 마치 조그마한 시골읍내를 연상케 할 만큼 휘황찬란해졌다. 그물내리기를 포기하고 귀항하는 뱃전에 앉아 담배를 피워 문 손씨는 “3∼4개월만에 아파트 한 채를 짓기도 하고, 날리기도 할 만큼 투기성이 강한 게 전어잡이라예. 못잡는 경우도 많지만, 하루 수천만원 수입을 올리는 날도 적지 않아예.”경남 하동태생인 손씨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전어잡이에 나섰던 베테랑 전어잡이. 마량항에서 전어를 잡기 시작한 것은 11년쯤 된다.8월초까지는 고향에서 자신의 배를 이용해 전어를 잡다가 이맘때부터 11월초까지 이곳에서 ‘용병’생활을 한다.“콜레라 파동이 났던 2000년에는 단 한마리도 못잡았어예. 잡아도 사가는 사람이 없으니까예. 앞이 캄캄했다 아입니꺼.”대박은 이듬해인 2001년에 터졌다.“10월쯤 경기도 안산의 시화호에 사는 정보원에게서 전어가 많이 들어왔다는 연락을 받고는 트레일러에 배를 싣고 밤을 새워 올라갔지예. 그날 하루동안 전어를 21t이나 잡았다 아입니꺼.5t 물차로 꼬박 12시간을 실어 날랐지예. 돈으로는 1억1천만원 정도 됐고예.”그날 이후로도 2억여원이상 순수익을 올릴 만큼 수입이 짭짤했다. 이튿날 새벽 6시. 손씨를 비롯한 선원들이 굳은 표정으로 마량항을 나섰다.20분정도 나갔을까. 어군탐지기에 전어떼가 포착됐다. 배가 둥그런 원을 그리는 동안 손씨 등 선원들은 신속하게 그물을 내리기 시작했다.300m정도되는 양조망이 모두 풀려나간 시간은 불과 20여초. 곧바로 마량항에 대기하고 있던 전어운반선 돌고래 1호에게 무전을 날렸다. 전어가 제법 들었는지 그물을 올리는 선원들의 입가에 보일 듯 말 듯 미소가 번져갔다. 오늘 잡은 전어는 450kg정도. 금액으로는 2000만원가량 된다. “전어는 내 삶의 일부라예. 전어덕에 애들 셋 모두 대학보냈고, 이제 초등학교 다니는 막내딸만 교육시키면 됩니더.”오랜 원양어선 생활끝에 지난 91년 귀국한 손씨는 마흔이 훨씬 넘은 나이에 늦둥이 막내딸을 보았다며 멋쩍게 웃었다.“전어잡이는 60세까지만 할낍니더. 그 다음부터는 이제까지 고생만 한 집사람이랑 천천히 세계일주나 하며 살끼고예. 돈예?그 동안 잡은 전어만도 100억원어치는 넘을 거라예. 재산에는 별 욕심없어예. 부모님 잘모시고, 애들 잘 길렀으면 됐다 아입니꺼.”과장도 심하다. 설마 100억씩이나 벌었을까만은, 어쨌거나 손씨의 인생은 만선에 가까워 보였다.
  • [세이프 코리아] 성묘·벌초사고 61% ‘벌’에 당한다

    [세이프 코리아] 성묘·벌초사고 61% ‘벌’에 당한다

    추석이 2주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성묘는 우리의 고유한 미풍양속이다. 명절을 앞두고 벌초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벌초와 성묘길에 벌에 쏘이거나 뱀에 물리는 사고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 풀을 깎는 용도로 많이 보급된 예초기 사고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들뜨기 쉬운 명절일수록 각종 안전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더욱 높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소방방재청은 추석을 앞두고 벌 쏘임과 예초기 사고 등이 급증함에 따라 18일 ‘추석절 성묘·벌초 등에 따른 안전사고 주의보’를 발령했다. ●충북·경북·경기순으로 많아 지난 1일부터 17일까지 벌초 등으로 발생한 안전사고는 모두 288건이다. 벌 쏘임이 전체의 61.5%인 177건을 차지했다.195명이 벌에 쏘여 2명은 사망했다. 예초기 사고가 59건, 뱀에 물리는 사고도 52건이나 일어났다. 지역별로는 충북이 벌 쏘임 30건, 예초기 6건, 뱀 물림 4건 등 40건을 비롯해 ▲경북 38건 ▲경기 35건 ▲강원 34건 등이었다. 일요일인 지난 10일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야산에서 벌초를 하던 김모(55)씨는 땅속에서 갑자기 날아오른 벌에 머리를 쏘여 숨졌다. 이날 경남 고성군 회화면에서는 40대 남자가 예초기 작업을 하다가 발등을 크게 다치는 불상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소방방재청은 오는 21일 윤달이 끝난 뒤에는 벌초 등 묘지관리를 위한 입산자가 더욱 늘어나면서 안전사고 발생 위험도 높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벌 쏘임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벌을 자극해서 일어난다. 벌집은 땅 속에 있거나 나무 등에 매달려 있다. 벌들에게 벌초·성묘객은 ‘침입자’다. 벌에 쏘이는 것은 보통사람들에게는 사실 사고라고도 할 수 없다. 여러 차레 쏘이지 않는 이상 약간의 통증과 쏘인 부위가 부어오르는 것이 고작이다. 하지만 벌독 알레르기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얘기가 달라진다. 심하면 몸 전체에 두드러기가 나고 위경련, 자궁 수축, 설사와 함께 호흡 곤란 등의 쇼크 증세로 사망할 수 있다. 뱀은 주로 4월 하순부터 11월 초까지 활동한다. 뱀은 주로 바위나 썩은 나무 밑 등 습한 곳에서 서식한다. 잡초가 우거진 길을 아무 생각 없이 가는 것도 삼가야 한다. ●묘지 주변 술 뿌리면 멧돼지 부르는 셈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뱀은 대부분 독이 없다. 살모사나 까치살모사 등 독사도 맹독성은 아니다. 뱀에 물렸을 때는 최대한 움직이지 말고,119에 신고해 구조를 기다리는 것이 현명하다. 낫 대용으로 사용하는 예초기도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날이 고속으로 회전하기 때문에 몸의 일부분이 닿으면 큰 상처를 입기 일쑤이고 심하면 절단되기도 한다. 날에 돌맹이 등이 튀어올라 다치는 사례도 적지않다. 유행성 출혈열도 주의가 필요하다. 쥐의 배설물에 오염된 먼지가 사람의 호흡기에 들어오거나 쥐에 물리면 감염된다. 이 병의 초기 증상은 고열, 두통, 복통 등이다. 풀이나 나뭇잎에 스치거나 옻독 등에 오르면 피부가 가렵고 붉어지며 물집이 생기기도 한다. 이밖에 벌초나 성묘를 한 뒤 묘소 주변에 술을 뿌리지 않는 것이 좋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멧돼지가 술냄새를 찾아 묘를 마구 파헤치곤 해 자칫 명절에 ‘불효’가 될 수도 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벌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 할리우드의 1991년작 영화 ‘마이걸’에서는 아역배우 매컬리 컬킨이 연기한 주인공이 벌에 쏘여 죽는 장면이 나온다. 주연 배우의 비극적인 결말은 영화에서 뻔한 스토리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벌독 알레르기를 갖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올해는 장마가 길어지면서 제대로 꽃이 피지 않아 꿀이 부족해졌다. 이 때문에 ‘식량’을 구하지 못한 벌들은 더욱 예민해졌다. 올 가을 벌에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벌독 알레르기는 주로 꿀벌과 말벌 등에 물렸을 때 나타나는 과민반응이다. 벌독 알레르기의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아토피 병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레르기 체질을 가진 사람이 벌에 처음 쏘이면 보통 사람과 마찬가지로 조금 아프거나 가려운 것으로 끝난다. 이때 독액은 림프관이나 혈관으로 체내에 흡수된 뒤 항체가 생긴다. 문제는 두번째 쏘였을 때. 독이 항체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구토, 현기증,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최악의 경우 한시간 안에 사망하기도 한다. 벌독 알레르기가 있는지는 일반 병원에서 벌독 추출액으로 피부반응시험을 해서 진단할 수 있다. 벌독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병원에서 에피네프린을 처방받거나, 그물망을 머리에 덮어 쓰고 나가야 한다. 아예 벌초와 성묘를 피하는 것도 좋다. 말벌이 꿀벌보다 훨씬 위협적이다. 꿀벌은 한 번 쏘면 죽지만, 말벌은 여러 차례 쏠 수 있다. 말벌은 길이가 25㎜ 정도로 꿀벌보다 약간 크다. 요란한 예초기 소음과 진동, 매연 등은 땅벌을 자극한다. 벌초 전에 흙을 조금씩 뿌리면서 수풀이나 무덤 근처 나무에 벌집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벌에 쏘이지 않으려면 밝은 색이나 원색 옷은 피해야 한다. 향수나 화장품에 들어 있는 성분이 말벌의 공격을 유도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벌초나 성묘를 갈 때 소매가 긴 옷과 장화 장갑 등 보호 장구를 착용하는 것은 상식이다. 살충제도 필수품이다. 벌은 파리나 모기보다 살충제에 대한 내성이 약하다. 피부와 겉옷에 곤충을 쫓는 약을 뿌리는 것도 좋다. 벌집을 건드렸을 때는 가능한 낮은 자세를 취하거나 엎드린다. 갑자기 뛰거나 손·손수건 등으로 주위를 휘두르는 것은 절대 금물.‘나 여기 있소’ 하고 벌떼를 유도하는 행위다. 벌침은 핀셋보다는 신용카드 등으로 피부를 밀어 빼는 것이 좋다. 쏘였을 때는 얼음 찜질을 하고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른 뒤 안정을 취한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예초기·뱀사고 예방·대처법 예초기는 사용이 간단한 기계처럼 보인다. 그러나 농촌에서 자주 쓰는 사람들도 부주의로 부상을 당하곤 한다. 평소에 잘 접해보지 않은 도시민들은 그만큼 조심해서 다뤄야 한다. 예초기를 사용하기 전에는 목이 긴 장화와 장갑, 보호안경 등 안전장구를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예초기 날에는 보호덮개를 부착하고 볼트, 너트, 칼날 등 기계 부품 부착 상태를 사용 전에 점검해야 한다. 작업을 할 때는 칼날이 돌에 부딪히지 않도록 주의한다. 초보자는 금속날 대신 안전한 나일론 커터를 쓰고, 작업 반경 15m 안에는 사람이 접근하지 않도록 한다.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깨끗한 물로 상처를 씻고 소독약을 바른 뒤 수건으로 감싼다. 절단된 부위는 얼지 않을 정도로 차갑게 유지한 뒤 병원에서 곧바로 접합수술을 받아야 한다. 고속으로 회전하는 예초기 날에 튄 작은 돌이나 나뭇조각으로 눈을 다치기도 한다. 눈을 비비며 이물질을 빼내려고 하면 상처가 악화될 수 있다. 일단 고개를 숙이고 눈을 깜박거리며 눈물이 나도록 해 이물질이 자연스럽게 빠져나오게 해야 한다. 두꺼운 등산화는 뱀에 물리는 것을 막는 필수품. 잡초를 헤치기 위한 지팡이 등도 준비한다. 일단 뱀에 물리면 독이 퍼지지 않도록 최대한 움직임을 줄이고 119에 신고하는 것이 최선이다.30분이 지나지 않았으면 상처 부위를 1㎝ 정도 절개한 뒤 입으로 독을 빨아낸다. 입 안에 상처나 충치가 없어야 한다. 물린 부위가 통증과 함께 부풀어오르면 물린 곳에서 5∼10㎝ 위쪽을 끈이나 고무줄, 손수건 등으로 묶어 독이 퍼지지 않게 한다. 얼음 찜질도 통증 완화에 좋다. 손을 물렸을 때는 반지와 시계 등을 빼야 한다. 응급 조치가 끝나면 병원이나 보건소에서 반드시 해독제를 맞아야 한다. 유행성 출혈열을 막기 위해서는 벌초나 성묘 때 긴 옷을 입고, 작업한 뒤에도 목욕을 하고 입었던 옷은 세탁해야 한다. 야외에서 섣불리 잔디나 풀밭에 앉거나 눕지 않는 것도 예방책이다. 야외에 나갔다 돌아온 뒤 1∼3주 사이에 발열, 오한, 두통 등 증상이 나타나면 서둘러 의사를 찾아야 한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신나는 과학이야기] 물 분자는 서로를 끌어당긴다?

    [신나는 과학이야기] 물 분자는 서로를 끌어당긴다?

    모래는 아이들에게 무엇인가 만드는 것을 통한 기쁨을 얻게 해주는 값진 장난감이다. 하지만 모래만을 이용해서는 크고 멋진 작품을 만들기는 어렵다. 푸석푸석한 모래에 적당량의 물을 섞어 알갱이들을 붙여주어야 한다. 오늘은 고무 밴드처럼 모래 알갱이를 서로 잡아당겨 묶기도 하고 흩어지게도 하는 물의 성질을 알아보는 실험을 해보자. 종이컵이나 플라스틱컵의 바닥에 송곳으로 빨대보다 지름이 조금 작은 구멍을 뚫는다. 그리고 주름진 음료수 빨대의 구부러지는 쪽을 최대한 구부리고 그 상태가 유지되도록 셀로판테이프로 고정한다. 빨대를 짧은 쪽 길이보다 2㎝정도 더 길게 자르고 컵의 구멍에 끼우기 쉽도록 끝을 날카롭게 자른다. 빨대를 끼우고 틈이 생기지 않도록 고무 찰흙이나 글루건으로 막는다. 컵의 바닥으로 나온 빨대의 긴 쪽을 짧게 자르면 요술컵이 완성된다. ●사이펀의 원리 생활에 응용 이제 컵에 물을 천천히 부어보자. 처음에는 일반 컵과 같이 차오르다가 일정 한계에 이르면 모두가 관을 타고 흘러내려 버린다. 이 요술컵에는 물을 넘치게 부을 수가 없다. 잔의 70% 이상 술을 채우면 모두 밑으로 흘러내리는 계영배(戒盈杯)와 같다. 요술컵은 사이펀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사이펀이란 용기를 기울이지 않고 액체를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옮기는데 사용하는 구부러진 관을 부르는 이름이다. 가정에서 무거운 수족관 속의 물을 바꾼다거나 기름을 다른 용기에 옮기는 손펌프를 사용할 때, 그윽한 향의 커피를 우려내는 커피포트에서부터 깔끔한 마무리의 양변기까지 일상 생활에서 흔히 접하게 된다. 요술컵에서 물이 흘러내리는 원리를 살펴보자. 요술컵에 물을 빨대가 구부러진 높이까지 부으면 짧은 빨대의 안과 밖에서 물이 같은 높이로 채워진다. 요술컵의 바닥에 구멍이 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긴 빨대 쪽으로 물이 넘어가지 않기 때문에 물이 아래로 새지 않는다. 하지만 물을 h보다 더 많이 부으면 빨대 안이 물로 가득 차게 되고 긴 빨대 안에 들어 있던 물이 중력에 의해 아래쪽으로 빠져 나가게 된다. 물이 빠진 만큼 빨대 내부에는 진공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빨대 안과 바깥에 압력차가 생겨 짧은 빨대 안으로 물이 계속 들어가 바닥이 보일 때까지 샌다. 그러면 물은 왜 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걸까? 물 분자가 수소결합에 의해 강하게 서로를 끌어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빨대 안쪽에 채워진 것이 물이 아닌 모래였다면 높은 곳으로 올라가 떨어지게 되더라도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떨어지는 물 분자는 끊임없이 다른 분자를 잡아당기기 때문에 계속 떨어진다. 그래서 요술컵은 구부러진 관의 가장 위쪽까지 물이 차오른 순간부터 물이 떨어지기 시작해 관의 가장 낮은 부분에 물이 없어질 때까지 물이 떨어지는 것이다. ●표면장력… 거꾸로 해도 안 쏟아져 이번에는 거꾸로 해도 물이 쏟아지지 않는 마술컵을 만들어 보자. 종이나 플라스틱 컵과 양파를 묶는 망처럼 성긴 그물을 준비한다. 컵의 입구에 글루건을 바르고 망을 씌워서 붙인 후 모양대로 자른다. 그리고 컵에 물을 채워 손으로 막고 거꾸로 뒤집는다. 마술을 부리듯 서서히 손을 떼어 보자. 물이 쏟아져 내릴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컵 속의 물은 쏟아지지 않는다. 물이 쏟아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망은 컵의 내부 쪽으로 밀려 둥근 모양을 하며 밀려 올라가 있다. 이것은 컵이 넘치도록 물을 넣어도 표면적을 작게 하여 둥그런 모양을 하며 넘치지 않도록 잡아당기는 표면 장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김연숙 부평고교 교사
  • [지금 장흥에선] 회진항~관덕방조제 운하 계획

    [지금 장흥에선] 회진항~관덕방조제 운하 계획

    격세지감이랄까. 숱한 논란 끝에 새만금 방조제가 축조된 것과는 정반대로, 남녘의 한 간척지에서는 방조제를 허물고 바닷물을 끌어들여 예전의 갯벌을 되찾으려는 ‘의미있는’ 발걸음이 시작됐다. 대한민국 간척사에서 처음 있는 역사적인 일이다. 정부도 식량안보 논리에서 벗어나 갯벌 복원사업, 생명운동에 불을 지핌으로써 향후 보폭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인 무대는 1965년 민간인들이 간척사업을 했던 청정해역 득량만인 전남 장흥군의 한적한 바닷가이다. 장흥군은 벌써 ‘운하 관광시대’를 겨냥, 발빠르게 관광 청사진을 준비중이다. 서울 광화문에서 경도상으로 정남쪽이라 해서 이름 붙여진 ‘정남진 장흥’. 국내 첫 운하 관광시대를 열면서 기존의 건강휴양촌 이미지를 살려 복합관광 혁신도시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운하에서 낚시를 장흥군 회진면 회진항(국가지정 1종어항) 뒤편 수로에서 아스라이 보이는 관덕방조제까지 이어지는 간척지가 200여㏊에 이르는 관덕농장이다. 이 거대한 논 한가운데로 운하가 뚫린다. 길이 4000m, 폭 200m, 깊이 20m 남짓으로 계획됐다. 이 운하는 해양수산부의 연안정비 시범사업으로 추진돼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운하 형태는 회진항 수로에서 신상리 관덕방조제까지 ‘낫’을 살짝 옆으로 돌려 놓은 기역자로 연결된다. 논 한복판을 뚫고 지나갈 운하는 황금빛 들판, 푸른 하늘, 쪽빛 바다와 어우러져 멋진 한폭의 그림으로 태어난다. 운하 위로는 한껏 멋을 부린 관광다리를 3개쯤 놓고 양쪽 둑으로는 산책로, 낚시터, 자전거도로 등 체험거리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배를 타거나 둑 아래에서 편하고 즐겁게 바다낚시를 즐기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곳과 연계한 배후지역 관광낚시도 여건이 차고 넘친다. 이미 회진하면 다양한 어종과 놀랄 만한 포인트로 전국 제1의 바다낚시터로 널리 알려져 있다. 요즘 회진 앞바다에서는 전어·병어·참장어 등이 손맛을 제대로 느낄 만큼 씨알이 굵어졌다. 또 이 운하 예정지에서 5분가량 들어가면 간척지와 노력도를 잇는 연륙교(452m)가 완공돼 바다쪽 접근이 더 좋아졌다. 노력도에는 해수풀장과 낚시터, 산림욕장 등을 만든다. 장흥군은 다리 바로 밑 폐교를 10억원에 사들여 각종 바다체험과 초보 강태공을 배려한 바다낚시 학교를 열기 위해 문패를 손질하고 있다. 다리 앞쪽 바다쪽으로 부유물을 띄워 설치하는 인공 바다낚시터 조성을 위해 기본계획 작성에 들어갔다. 최연수 장흥군 해양수산과장은 “내년에 확보된 12억여원으로 운하의 기본 및 실시설계를 하고 2009년까지 200억원을 투자한다.”며 “운하 건설과 갯벌복원 사업에는 보다 적극적인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복합관광지 탄생 회진항∼신상리 운하가 3년 뒤 마무리되면 회진항 앞쪽과 신상리 관덕방조제 앞 갯벌이 제기능을 찾게 된다. 이렇게 되면 어장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저절로 주민소득도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 바닷물이 간만의 차로 흐름이 빨라지면서 고약한 냄새가 나던 갯벌에도 생명이 살아 꿈틀거리는 생태체험장이 된다. 운하는 엄청나게 퇴적된 펄로 골치를 앓고 있는 회진항의 구겨진 체면도 되살린다. 이어 항구 기능이 살아나면서 관광항구로 변신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장흥군은 생태체험 관광에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다. 청정해역의 갯벌 복원지를 거점 관광지로 하고 인근 바다 관광지와 엮는 형태이다. 그래서 운하 예정지 인근에 만들 인공 바다낚시터와 회진면∼관산읍∼대덕읍의 청정 해안선을 따라 바지락과 굴 캐기, 참장어 낚기, 개매기(그물치고 고기잡기) 체험 등에 초점을 맞춘다. 또한 이곳 바닷가에서 태어나 바다를 화두로 소설쓰기에 매달린 동갑내기 한승원·이청준과 그의 선배 송기숙의 생가는 오롯이 그 자체가 살아있는 관광상품이다. 얼마 전 문을 연 억불산 정상의 천문과학관, 장흥댐, 천년고찰 보림사, 쇠똥구리마을, 지렁이 생태체험장 등도 복합관광자원으로 손색이 없다. ●운하개통 기대효과 방조제에 막혀 있던 득량만의 거센 조류는 운하를 타고 회진항 수로를 오간다. 하루 4번 물 방향이 바뀌는 작용으로 회진항 앞쪽과 관덕방조제 양옆에 쌓인 엄청난 양의 진흙더미는 봄눈 녹듯 사라질 것이 확실하다. 그동안 방조제 축조 이후 조류 속도가 느려지거나 아예 막히면서 윤기가 번지르르하던 갯벌이 자꾸만 썩어갔다. 이는 국가항인 회진항과 인근 황금어장을 망치는 주범이자 흉물거리였다. 간척지 논둑에서 만난 60대 농민은 “주민들은 간척지에 운하를 만들고 갯벌을 살리려는 노력에 박수를 쳐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래선지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관덕농장의 논값이 들먹거리고 있다는 소문도 들려 부작용이 감지됐다. 그러나 회진항 조금 못 미친 관산읍 삼산리 바닷가에서는 간척사업(논 250여㏊)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다. 장흥 글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김인규 장흥군수 “회진항 운하건설 사업은 간척지의 갯벌복원 의의” 김인규(52) 장흥군수는 10일 “회진항 운하 공사는 국회 통과라는 절차가 있어 조심스럽지만 간척지의 갯벌 복원이라는 측면에서 상징성이 크다.”고 말했다. ▶운하의 의미는. -한마디로 소통이다. 자연도 인간도 물도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고이면 썩는다.’는 세상 이치를 갯벌 복원이 웅변하고도 남는다. ▶운하는 어떤 관광자원인가. -운하에서 다리위 낚시, 둑방낚시, 자전거일주, 돛단배 운항 등을 즐긴다. 생태체험 관광의 중심축이다. 마음 편하게 해보라는 것이다. ▶가고 싶은 종합관광이란. -도시화로 현대인들이 자꾸 ‘빠르게 빠르게’에만 매달리고 있어 안타깝다.‘정남진’인 장흥은 따뜻한 기후, 풍부한 물산, 인심 좋은 고장이다. 장흥에서는 ‘느린 세상’의 멋을 보여주려 한다. 마음을 비우고 생각도 바꾸면 세상이 달라진다. 관광은 지역에서 생산·가공·유통하는 종합관광 상품이 돼야 한다. 장흥은 ‘개방형 휴양도시’가 목표이다. 퇴직자 등이 휴양지 삼아 건강한 삶을 누린다면 바랄 게 없다. 장흥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사촌~장재도선 제방에 다리놓기 ‘한창’ 회진항에서 승용차로 30분 거리인 바닷가에서도 40여년 전에 쌓았던 또 다른 제방을 헐어내고 물길을 내고 있었다. 장흥군 안양면 사촌마을이다. 쫄깃하고 담백한 맛으로 바지락의 대명사로 통하는 장흥 바지락의 특산지가 바로 이곳이다. 여기서는 마을 앞 섬인 장재도를 잇는 제방에서 둑을 트는 공사가 한창이다.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올 1월부터 52억여원을 들여 2009년 1월 완공을 목표로, 둑 한가운데를 걷어내고 다리로 바꾸고 있다. 둑 길이 120m 가운데 중심의 80m를 모두 들어내고 다리를 놓는다. 바닷물 흐름을 좋게 하고 어선들이 손쉽게 지나가도록 교각은 3개만 세운다. 다리 위에서 낚시도 하면서 밤경치를 즐기도록 난간에는 특수조명도 준비중이다. 원래 사촌마을 앞 펄밭에서는 바지락과 고막 등 패류가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조금 바다로 나가면 병어·전어·낚지 등 어류도 짭짤한 소득원일 만큼 청정해역이었다. 지금도 사촌마을은 장흥군에서 가장 잘사는 마을로 통한다. 그러나 1962년 이 둑이 놓이면서 사촌마을 앞 갯벌을 적시던 조류가 막혔다. 주민들은 “둑이 생긴 뒤 갯벌에서는 역겨운 냄새와 함께 수없이 많은 바지락이 썩어 나갔다.”며 “둑이 헐리고 갯벌이 되살아나면 마을 공동양식장도 금방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흥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아시안컵 2007] 쏘는 족족 들어갔다

    [아시안컵 2007] 쏘는 족족 들어갔다

    지난달 16일 타이완 타이베이에서 열린 2007아시안컵 B조 예선 2차전 한국-타이완 경기를 찾아간 몇몇 한국 축구팬은 놀랐다. 타이완 사람들이 축구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기 때문.A매치를 보러왔다는 한국팬에게 “타이완에도 축구대표팀이 있느냐.”는 황당한(?) 질문을 던졌다. 그날 한국은 3-0으로 완승을 거뒀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44위를 상대로는 다소 성에 차지 않는 점수였다.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6일 수원월드컵 경기장에서 타이완과 아시안컵 예선 4차전을 치렀다. 승패를 떠나 이날 초점은 한국이 타이완 골망을 얼마나 흔들 것인가에 쏠렸다. 지난 2일 ‘중동 강호’ 이란에 종료 직전 불의의 동점골을 얻어맞아 1-1 무승부를 이룬 터라 더욱 그랬다. 결과는 정조국(3골) 설기현(2골 1도움) 조재진(2골) 김두현(1골 2도움) 등을 앞세운 한국이 8-0으로 이겼다. 특히 정조국은 개인 통산 첫 A매치 해트트릭을, 김두현은 베어벡호 출범 이후 A매치 3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황태자 ‘투톱’으로 떠올랐다. 한국이 A매치에서 8골 이상 넣은 것은 2003년 9월 네팔전에서 16-0으로 이긴 이후 약 3년 만이다.A매치에서 해트트릭이 나온 것도 같은 해 10월 네팔전 김도훈의 3골 이후 처음.3승1무(승점 10)의 한국은 이로써 남은 2경기에서 승점1만 올려도 자력으로 본선 진출 티켓을 거머쥐게 됐다. 한국은 10월 시리아와 홈경기,11월 이란과의 원정경기를 남기고 있다. 역시 첫 골이 중요했다. 지난 타이완 원정에서는 첫 골이 나기까지 31분이 걸렸다. 이번엔 4분 밖에 필요하지 않았다. 김남일이 하프라인을 넘어서자마자 상대 오프사이드 트랩을 한 번에 무너뜨리는 킬패스를 찔러줬고, 설기현이 오른발 강슛으로 타이완 그물을 갈랐다. 1분 뒤에는 송종국의 왼발 크로스를 받아 정조국이 헤딩골을 따내며 승기를 굳혔다. 하지만 전반 11분 조재진의 슛이 골포스트를 때린 이후 경기는 다소 소강 상태로 흘렀다. 최전방 공격수 없이 미드필드와 수비 라인을 각각 5명으로 깔았던 타이완 수비망은 견고해졌다. 반면 문전에서 한국 공격의 잔실수가 늘었다. 다시 숨통이 트인 것은 전반 종료 직전이었다.43분 김두현이 올려준 크로스를 문전에서 똬리를 틀던 설기현이 잘라먹는 헤딩슛으로 득점포를 재가동한 데 이어 2분 뒤 역시 김두현의 코너킥을 정조국이 재차 헤딩골로 연결시켰다. 후반 들어 베어벡 감독은 전반 내내 몸이 무거웠던 박지성과 이영표를 빼고, 최성국과 장학영을 투입하는 여유를 보였다. 후반에도 한국은 조재진(2골) 김두현 정조국이 함께 4골을 보태며 현장을 찾은 2만 1000여명의 관중을 즐겁게 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데스크시각] 이단과의 대화/김성호 문화전문기자 · 부장급

    지난달 소천한 강원용 경동교회 명예목사가 생전 일관되게 강조했던 것은 다름아닌 대화였다. 암울했던 군사정권 시절 크리스천아카데미 운동을 통해 단절의 벽을 허물고 소통의 문을 연 방식도 대화였고,30대 이후 줄곧 ‘사이와 너머’라는 실천적 신앙을 견지한 근저에도 대화가 있었다. 강 목사의 영결식장에서 김수환 추기경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남겼던 “목사님 갈래갈래 찢어진 이 나라가 파국으로 가는 길을 막아주십시오.”라는 추도사는 대화부재의 안타까운 현실에 대한 강한 불만 표출이었을 것이다. 지난 7월의 서울 세계감리교대회가 빚어낸 감리교-루터교-로마가톨릭간 ‘의화교리 공동선언문’합의가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았던 것도 따져보면 대화의 성공 차원이었다. 의화교리 공동선언문이 무엇인가.16세기 초 가톨릭교회의 가르침과 루터교의 교리가 격렬하게 충돌한 신학적 논쟁을 500년 만에 가라앉힌 역사적 사건이다.1999년 교황청과 루터교 세계연맹이 ‘선행의 실천’과 ‘개인의 신앙’을 조화시킨 공동합의를 이끌어냈는데 이번 서울 감리교대회를 통해 이 합의에 감리교가 동참했던 것이다. 천주교 대표로 공동선언문에 서명한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 의장 발터 카스퍼 추기경의 “종교간 힘겨운 대화의 노력이 이끌어낸 획기적 사건”이란 소감에도 역시 대화가 들어있다. 최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이단(異端)·사이비에 대한 집단 대응에 나설 것을 천명해 종교계 안팎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올해부터 9월 첫째 주간(9월3∼9일)을 ‘초교파 이단 경계 주간’으로 제정해 각 교단에 ‘이단 경계 주간’을 지킬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데 이어 내년부터는 구체적인 행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한기총의 선언에 “세상을 현혹하고 사회악을 일삼는 교주나 집단을 경계하고 응징하는 게 당연하다.”는 주장과 “이단·사이비의 판단 기준이 무엇인가.”라는 견해가 맞서고 있다. 말할 나위 없이 한기총의 이단·사이비 판결 기준은 성경·신학·정통교회의 역사성이다. 당연히 ‘나쁜 무리를 걸러내고 제어한다.’는 원칙이다. 그러면 이 판결 기준은 영원 불멸의 가치일까. 국내서만 봐도 한때 이단시됐던 교단과 교회가 정통으로 자리잡은 예는 적지 않다. 국외로 눈을 돌려보면 우리 교계에는 이단인 교파가 사회를 움직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논어 위정편에는 ‘이단을 공부하는 것이 해로울 뿐이다.’(攻乎異端 斯害也已)라는 선언에 이어 ‘군자는 두루 화친하되 편파적이지 않고, 소인은 편파적이지만 두루 화친하지 못한다.’(君子周而不比 小人比而不周)라는 말이 전한다.‘학문을 배우되 사유하지 않으면 배운 것의 그물에 걸려 사유의 자유를 망각하고, 사유하되 경험적으로 배우지 않으면 그 사유가 황당해져서 위험해진다.’(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라는 어구도 따른다. 이른바 교조주의와 이단에 대한 선입견 경계다. 교조주의는 흔히 ‘자기 확신에 너무 꽉 차거나 어떤 의문도 용납하지 않는 고집덩어리’에 비유된다.“정확히 알고 조용히 말하기보다 정확히 알지도 모르면서 큰 소리로 세상을 제압하려는 이데올로그들이 너무 판을 치는 세상에서 이제 순수를 남들에게 강요하는 사람들의 허상을 알아야 한다.”고 외쳤던 한 철학자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인류가 가진 최상의 도덕률’로 인정되는 종교의 가장 큰 미덕은 역시 사랑과 자비, 포용일 것이다. 불교 경전 ‘앙굴마라경’에서 “이 세상 어느 중생도 전생에 너의 부모형제가 아닌 이가 없다.”고 한 것이나 “석가모니 부처님이 자신을 죽이려 했던 흉악한 사람에게도 성불(成佛)하도록 수기(예언)를 내렸다.”는 법화경 구절은 모두 포용과 배려의 적시일 것이다. 한기총의 ‘이단 경계 주간’에 앞서 대화와 이해를 생각해본다.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 부장급 kimus@seoul.co.kr
  • 폭주족에 멍석까는 경찰

    경찰이 3·1절이나 광복절 등 폭주족이 기승을 부리는 국경일에 한해 오토바이 집단운행을 제한적으로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반 운전자들은 물론 폭주족들로부터조차 “안이한 발상”이라는 비판적인 반응들이 쏟아지고 있다. 경찰청은 29일 “폭주족들이 폭주 전 경찰에 사전신고를 하고 헬멧을 쓰는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경찰 보호 하에 집단 질주를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국경일 특정시간대에 자유로나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등에 집단질주용 차로를 따로 정할 계획이다. 단속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폭주족의 선두와 후미에서 경찰이 교통관리를 해주면서 시속 100㎞ 이상 질주도 보장해 주겠다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면서 “지방자치단체와 협조해 오토바이 전용 상설 주행공간을 확보하고 폭주족과 건전한 오토바이 동호회와의 만남도 주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대신, 미신고 무단폭주에 대해서는 전담팀을 구성해 강력하게 단속하기로 했다. 일본 경찰에서 사용 중인 유색근접분사기(특수잉크총)와 그물망도 도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반응은 비판적이다. 승용차로 출퇴근한다는 김모(43)씨는 “폭주족들이 얼마나 되는지 현황파악도 안 된 상태에서 단속이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일반시민들이 이용할 도로에서의 폭주를 허용하는 게 발상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폭주를 즐긴다는 청소년들의 반응도 시큰둥하다. 인터넷에서 폭주 커뮤니티를 운영 중인 정모(17)군은 “보통 번개모임을 해도 50∼60명은 금방 모을 수 있지만 헬멧 쓰고 정해진 길을 그것도 경찰이랑 달리자고 하면 재미 없어서 누가 하겠느냐.”고 반문했다.같은 커뮤니티의 조모(18)군도 “폭주는 경찰을 따돌리고 중앙선을 넘나들며 일종의 일탈에서 오는 쾌감과 해방감, 스피드감을 즐기자는 것인데 경찰은 무슨 마라톤 대회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평소 진입이 금지돼 있는 간선도로를 달리고 싶은 동네 아저씨들은 경찰 모임에 모일 것같다.”고 말했다.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송두율칼럼] 몸과 사회

    [송두율칼럼] 몸과 사회

    최근 한국의 인터넷 매체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들 가운데 ‘몸짱’과 ‘얼짱’이 있다. 거의 매일 날씬한 몸매나 멋진 남녀들의 사진과 함께 등장하는 몸짱과 얼짱에 관한 기사 없이는 신문이나 포털이 존재할 수 없을 것처럼까지 보여진다. 물론 이런 현상이 유독 한국적 현상은 아니지만 정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몸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아 죽을 때까지 우리의 존재를 지탱하는 유일한 장소다. 따라서 몸의 생물학적 의미는 우선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몸은 동시에 사회적 그리고 문화적 상징으로서도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몸은 건강이나 질병과 연관되어 일차적으로 문제되지만, 사회-문화적 가치와 규범, 그리고 이념체계에 의하여 생산되며, 또 몸은 일을 통해서 사회적 현실을 적극적으로 구성한다. 즉 몸은 사회적 산물이며 동시에 사회관계를 새롭게 구성하는 힘이다. 그러나 몸의 사회적 의미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랫동안 잊혀졌다. 1970년대에 들어서서 몸의 문제는 격리나 감금, 또는 고문과 같은 체벌(體罰)과 관련시켜 근대이성의 폭력적 구조를 고발한 프랑스의 철학자 푸코의 연구를 필두로 해서, 그리고 1980년대에 들어서서 여성해방운동과 접목되면서 사회, 문화, 정치적 맥락 속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었다. 여성의 몸이 사회적으로 생산되는데 있어서 남성위주의 몸에 대한 이해가 자리잡고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런던의 빅토리아와 앨버트(Victoria & Albert)박물관에는 1800년경에 그려진 작자미상의 ‘아름다움을 위한 학교’라는 그림이 걸려 있다. 우락부락한 남성들이 여성을 천장에 매달고 목을 강제로 늘이기도 하고 여성들의 몸매를 자로 재어 보고 야단치며 조련시키는 장면들을 이 그림은 보여주고 있다. 몇년 전 어느 일본의 대기업이 영국에서 여직원을 채용할 때 미모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했다가 사회적으로 말썽을 일으킨 적이 있고, 중국과 한국에서도 많은 여성이 직장을 얻기 위해서 성형수술까지 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이곳 언론매체에 종종 등장하는 것도 여성 몸의 사회적 생산이 아시아사회에서 여전히 심각한 문제라는 생각을 들게끔 한다. 한국적 맥락에서 여성의 몸을 구성하는데 있어서 전통적인 가부장적 사회에서 살아 온 남성의 욕망이 지배적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동시에 민족국가 단위의 경계를 허물고 오늘날 지구적 범위에서 움직이는 자본과 이를 연결시키고 있는 정보의 그물망이 한국여성의 몸을 엮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국여성의 몸을 서양의 유행산업이 경쟁적으로 개발해온 여성미학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욕망을 포함한 모든 상징적인 것이 상품과 정보로서 생산되고 소비되고 있는 오늘날, 지구적 범위에서 우리의 삶을 생산하는 ‘제국(帝國)’의 ‘생물학적 권력’을 문제삼는 네그리와 하트의 견해에 주의를 돌릴 필요가 있다. 건강과 아름다움을 표출하는 몸이 사회적 생산과정에서 심하게 왜곡되고 있는 경향에 맞서 진정한 ‘몸의 귀환(歸還)’을 내세우며 여성주체로서의 몸을 정립하려는 서양의 많은 담론이 한국사회에서 몸의 사회적 의미를 비판적으로 재구성하는 노력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되겠지만 몸짱과 얼짱으로 현재 도배되는 정보와 광고의 바다를 헤쳐나가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을 것처럼 느껴진다. 건강과 아름다움이라는 이름 밑에 몸에 가해지는 폭력과 전횡(專橫)이 그리 쉽게 사라지지 않겠지만, 앞으로는 몸짱과 얼짱에 대한 공허한 이야기보다는 ‘마음짱’에 대한 따뜻한 이야기를 더 자주 접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보며 서양과 달리 오랫동안 몸과 마음을 하나로 여기고 진정한 몸사랑(愛身)을 가르친 동양의 사상적 전통을 새삼 떠올려 본다.
  • 이영표 풀타임 소화 “베어벡 감독 보셨죠?”

    ‘초롱이’ 이영표(29·토트넘 홋스퍼)가 오른쪽 측면 수비로 풀타임을 소화했다. 이영표는 23일 런던 화이트하트레인 스타디움에서 열린 06∼07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셰필드 유나이티드와의 홈경기에서 든든한 수비 그물을 치는 한편, 공격에도 자주 가담하며 팀의 2-0 승리에 힘을 보탰다. 지난 20일 볼턴과의 원정 개막전에서 0-2로 졌던 토트넘은 이로써 3만 5000여명의 홈 관중 앞에서 시즌 첫 승전고를 울리며 승점 3을 챙겼다. 이 관중 속에는 핌 베어벡 한국축구대표팀 감독도 있었다. 지난 시즌 이영표가 도맡았던 왼쪽 측면 수비에는 토트넘에 새로 합류한 카메룬 출신 베누아 아수 에코토가 두 경기 연속 똬리를 틀었다. 토트넘은 2부리그인 챔피언십에서 승격한 셰필드를 상대로 경기를 쉽게 풀어갔다.전반 수비에 치중하던 이영표는 후반 들어 활발한 오버래핑을 시도하며 크로스를 올렸고, 후반 10분과 경기 종료 직전에는 슛까지 시도했다. 토트넘은 전반 7분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이적한 공격수 디미타르 베르바토프가 이영표와 로비 킨, 애런 레넌을 거친 공을 그대로 차 셰필드 그물을 출렁거리게 했다.10분 뒤에는 미드필더 저메인 제나스가 골키퍼를 제치고 팀의 두 번째 골을 낚았다. 영국 스포츠전문채널 스카이스포츠는 이영표에게 평점 6을 줬다. 이영표의 경쟁자 아코토 등 토트넘 수비진도 모두 평점 6을 받았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여름 막바지 직장인 패션 코디

    여름 막바지 직장인 패션 코디

    패션에 가장 신경 쓰이는 때가 바로 계절의 막바지다. 새 옷을 사기에는 활용도가 떨어지고, 있는 옷으로 버티자니 조금 지겹다. 날씨는 또 어찌나 오락가락하는지…. 아무리 난감한 상황에도 틈새는 있는 법. 이맘때의 틈새는 여름옷의 대폭 할인, 작은 소품으로 멋내기, 롱런(long-run) 아이템 찾아내기다. 시원한 가을을 기다리지만 날씨를 보면 가을을 논하기는 이르다. 찌는 듯한 무더위가 한풀 꺾인 듯하지만 여전히 옷차림은 여름철 그대로. 이제는 지겨워지기도 하지만 다시 사려니 부담스럽고, 또 입으려니 지루하다. 그렇다면 방법은?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女-니트로 결점 가리고, 무더위는 날리고 유행 아이템과 적절한 시기. 이 두 재료를 섞으면 올 여름 패션을 멋스럽게 마무리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가을·겨울 아이템으로 꼽히다가 올 여름에 유독 강세를 보였던 니트. 볼레로 카디건, 그물 조끼, 늘어지는 긴 니트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했다. 다리가 짧거나 허벅지가 굵어 고민인 여성들에게는 몸매 커버의 효과까지 주어 인기를 끌었다. 이런 니트와 한창 세일에 돌입한 원피스를 조화시켜 막바지 여름을 버텨보자. # 결점 커버에 효과 만점, 니트 일반적으로 여름 니트는 아크릴 100%와 코튼·리넨, 나일론·아크릴, 아크릴·코튼 혼방 등의 소재가 많다. 가볍고 통기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어 여름에도 인기. 성기게 손으로 직접 짠 듯한 모양, 구멍이 숭숭 뚫린 그물 모양으로 시원함이 묻어난다. 여기에 구슬, 스팽글, 인조 보석 등 다양한 장식을 넣으면 귀엽고 사랑스러운 스타일을 만들기도 한다. 바다의 느낌을 주는 파랑이나 세련된 느낌의 하얀색, 여성스러운 연보라 등이 여름에 좋다. 2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짧은 볼레로 타입의 니트는 해가 변해도 여성들의 패션 아이템에서 빠지지 않는다. 하체를 더욱 길어보이게 하고, 다소 민망한 민소매 차림을 가려주는 능력도 있어 여성들이 가장 즐겨입는 아이템으로 완전히 자리잡은 듯하다. 하나 장만해 놓으면 두고두고 활용하기 좋다. # 지금이 절호의 찬스, 여름 원피스 의류업체가 가을 옷을 내놓으면서 여름옷을 한창 세일해서 판매할 때가 바로 8월말이다. 가격이 절반으로 뚝 떨어지는 시기다. 백화점에서는 여름 원피스 기획전을 곳곳에서 펼치고, 할인점에서는 최고 70%까지 저렴하게 판매한다. 브랜드 로드숍에서는 평균 40∼50%의 할인율을 유지하고 있다. 남은 여름동안 입기 좋고, 내년 여름에도 입을 수 있도록 신중하게 고르는 것이 관건. 실용적이고 질 좋은 원피스를 싸게 구입해 지혜로운 패션 생활을 누려보자. 유행을 타지 않는 기본적인 디자인은 이른 가을, 내년 여름까지도 입을 수 있다. 일시적인 유행을 타는 무늬, 너무 여성스럽거나 소녀풍의 스타일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 니트를 멋스럽게 입으려면 여유로운 분위기를 내고자 한다면 몸에 밀착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흐르는 라인을 가진 니트가 적당하다. 상의가 늘어지는 스타일이 대부분이므로 아래에 입는 치마, 바지는 몸에 붙는 디자인을 선택한다. 무릎길이의 버뮤다 팬츠나 아랫단을 접은 롤업바지를 입고 구멍이 성기게 난 여유로운 니트를 입으면 시원한 느낌도 주면서 멋스럽다. 더욱 캐주얼한 느낌을 주고자 한다면 자연스럽게 어깨를 드러내는 오프숄더 연출이 좋다. 벨트로 허리 라인을 살려주어야 더욱 날씬해 보인다. 얇은 소재로 된 볼레로 카디건은 민소매 원피스와 함께 입으면 부담스러운 노출을 피할 수 있다. 냉방으로 인한 실내외 큰 기온차를 극복하는 데에도 좋다. 약간 펑퍼짐한 바지를 입을 때에는 몸에 붙는 민소매 티셔츠를 입고 볼레로 카디건을 덧입는다. 노출을 하는 민망함을 줄일 수 있다. 하체가 튼튼한 사람에게 더없이 좋은 여름철 옷차림이기도 하다. ■ 男-비즈니스 재킷 + 노타이 = 온도↓ 멋↑ 섭씨 30도를 웃도는 날씨가 계속되면서 직장인은 곤혹스럽다. 더구나 정장 스타일을 고집해야 하는 남성 직장인은 더더욱 그렇다.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를 날씨라 여름옷을 장만하자니 얼마나 입을지도 미지수고, 계속 입자니 지겹다. 이럴 때는 있는 옷을 멋스럽게 활용하는 공식을 알고 조화시키는 것이 정답이다. 삼성패션연구소 조연숙 연구원은 “공식을 알면 시원하면서도 효율적으로 2℃정도는 낮출 수 있는 옷차림을 만든다. 재킷을 벗고도 격식있는 비즈니스룩을 연출하고, 체감온도를 저하시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 남성 패션의 기본, 셔츠와 바지 시원한 여름을 나기 위해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셔츠와 바지의 요령있는 선택’이다. 청량감 있는 소재를 사용하고, 심지나 버튼 등 부속품의 무게를 줄인 가벼운 것이 좋다. 재킷을 입지 않고, 재킷으로 덮이는 셔츠와 바지를 부각시켜 디자인의 선택이 더더욱 중요하다. 셔츠는 깃 부분이 잘 정돈돼 보이면서 입체적인 디자인을 선택한다. 하얀색과 파란색이 가장 시원한 느낌을 준다. 연한 파스텔 색상은 신선하다. 정장 재킷 대신 여름용 재킷을 선택했다면 안에 조직감 있는 하얀색 셔츠로 단정하게 연출한다. 재킷과 비슷한 계열의 색상으로 줄무늬를 넣은 셔츠, 화사한 색상의 셔츠형 니트로 포인트를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바지는 밑위 길이를 높여 다리가 길어 보이도록 하는 것이 좋다. 주머니의 위치와 각도를 조절하면 엉덩이가 위로 올라가 보이는 ‘힙업’ 효과도 생긴다. # 베이지 계열의 자연스러운 색상 활용 재킷을 입어야 하는 경우라면 정장 재킷보다는 비즈니스 재킷이 적당하다. 안감과 어깨 패드가 없어 통기성이 좋고, 활동하기 편한 비즈니스 재킷은 정장 대용으로도 제 역할을 한다. 또 퇴근 후 활동에도 불편하지 않아 실용적이다. 면 소재 재킷에는 베이지, 하얀색 같은 자연스러운 바지가 잘 어울린다. 셔츠와 포켓칩을 하얀색으로 통일하면 안정된 느낌을 준다. 가방은 갈색의 가죽 가방이 무난하다. 캔버스 소재라면 보다 감각적인 연출이 가능하다. 조금 더 화사한 색상의 재킷에 끌린다면 어깨 라인의 실루엣이 약간 강조된 디자인으로 캐주얼한 느낌을 줄이는 것도 요령이다. # 액세서리 활용으로 포인트를 포켓칩은 타이를 대신할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다. 처음에는 어색하기도 하지만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내는 데 딱 좋다. 빨질레리 이은경 디자인실장은 “일반적으로 하얀 색상의 포켓칩이 보편적이지만, 재킷의 색상과 유사하면서도 다소 연한 컬러를 활용해도 좋다.”고 조언했다. 가방은 너무 격식을 갖춘 듯한 가죽보다는 가벼운 이미지의 나일론이나 캔버스 소재에 가죽으로 덧댄 디자인이 한결 잘 어울린다. 재킷을 벗은 차림에서 포인트는 바지와 벨트의 조화. 면 소재 바지에는 가죽을 얼기설기 엮은 메시 벨트나 캐주얼한 캔버스 벨트를 하는 것이 좋다. 구두는 기존의 검정 슈즈보다는 갈색으로 선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사진제공:제일모직, 신원>
  • 늦여름 피서지 충북영동 물한계곡

    늦여름 피서지 충북영동 물한계곡

    말복과 입추가 지났건만 아직도 무더위가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있다. 윤달도 끼어 있어 이달말까지 휴가철이 계속된다.시원한 물소리와 소슬바람이 찾는 ‘도시탈출´은 계속 이어진다. 그렇다면 충북 영동의 물한계곡으로 따나보자. 흰 구름과 깎아지른 절벽에 깊고 푸른 소(沼), 아름다운 물소리, 하늘을 뒤덮은 잣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에 금방 신선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한다. 또한 바위에 걸터앉아 차분하게 가야금 줄을 튕기는 난계 박연선생의 여유가 가득한 충북 영동의 물한계곡은 마지막 더위를 피하기 ‘딱´이다. 충북 영동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영동 민주지산 늦여름 계곡 지리적으로 우리나라의 한가운데 위치한 충북 영동은 경북 김천과 전북 무주에 걸쳐 있는 삼도봉과 민주지산(岷周之山), 각호산 등 해발 1000m가 넘는 산들이 즐비하며 그 높고 험한 산이 만들어낸 물한계곡을 품고 있다. 여름 땡볕이 아스팔트를 녹여버릴 기세로 덤벼들지만 물한계곡은 예외이다. 태고적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계곡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어이 추워’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 시원함이 가득한 곳 황간에서 물한계곡까지 키 작은 감나무 가로수 길을 따라 달리면 어디서 본 듯한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진다. 고속철도 교각이 초록빛 들녘을 가로지르는 상촌삼거리에서 오른쪽 길로 접어들자 소백산맥이 추풍령에서 잠시 숨을 멈추었다가 불끈하고 일어선 듯한 해발 1242m의 민주지산의 모습이 장쾌하게 펼쳐진다. 민주지산은 충청·경상·전라의 삼도가 만나는 전략적 요충지로 1000여년 전 백제와 신라가 서로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치렀던 역사의 현장이다. 병풍처럼 늘어선 민주지산과 석기봉·삼도봉·각호산의 크고 작은 수많은 계곡에서 흘러내린 깨끗하고 시원한 물이 하나 둘 합쳐지며 20여㎞에 이르는 깊고 아름다운 물한계곡을 만들었다. 물이 차고 맑기로 소문난 물한계곡은 영동 토박이들이 숨겨놓은 피서지였는데 어느새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기 시작했다. 8월의 폭염을 피해 도시를 탈출한 차들이 물한계곡과 함께 달리는 도로의 가로수 그늘에서 더위를 피하고 마음의 여유를 찾고 있으며 단풍나무와 잡목이 울창한 터널을 만들어 하늘조차 보이지 않는 계곡엔 마지막 무더위를 피해 한가함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도시는 몇 주째 계속되는 폭염에 몸살을 앓고 있지만 햇살 한 줄기 비집고 들어올 틈을 주지 않는 계곡엔 서늘한 한기만 흐를 뿐이다. 물도 얼마나 찬지 2분 이상 발을 담그기가 힘들 정도다. 그래도 아이들은 물장구를 치며 ‘깔깔’거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조그만 그물로 ‘워워워’하며 산천어, 갈겨니, 피라미 등과 숨바꼭질하는 즐거운 목소리가 깊은 계곡에 메아리친다. 또 계곡 한쪽에는 빨갛게 익은 수박과 노란 참외, 맛난 점심이 둥둥 떠다니고 돗자리를 깔고 앉아 아이들의 재롱을 즐거워하는 어르신들의 밝은 미소가 가득하다. 정말 물한계곡 어디를 둘러보아도 ‘무더위’는 찾을 수 없다. 물한계곡은 꺽지 쉬리 퉁가리 산천어가 유유히 헤엄을 치고 온갖 이름 모를 새들과 매미가 깊은 계곡에서 한여름 연주회를 갖는 생태계 보고. 푸른 이끼가 가득한 바위 주변의 맑고 투명한 물속의 물고기들은 잘 꾸민 어항을 보고 있는 듯 잊고 지냈던 마음속의 여유가 조용히 찾아든다. # 하늘을 뒤덮은 초록의 물결 물한계곡 피서와 민주지산 산행은 다정한 연인관계. 물한계곡 주차장에서 민주지산이나 삼도봉까지는 왕복 4∼5시간이면 돌아볼 수 있다. 입구에 시골 할머니들이 더덕 등 각종 산나물들을 팔고 있으며 민박, 식당 등이 즐비하다. 불과 주차장에서 입구까지 잠깐 걸었는데 땀이 비 오듯 한다. 하지만 계곡을 따라 등산로에 들어서자 갑자기 ‘에어컨’을 틀어놓은 사무실에 들어 온 것 마냥 시원한 바람이 느껴진다. 역시 때묻지 않은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은 대단했다. 박연 선생이 타는 거문고 소리처럼 ‘콸콸콸’ 때론 ‘졸졸졸’ 흐르는 계곡물 소리가 참으로 아름답고 시원했다. 민주지산은 삼국시대 백제와 신라가 각축을 벌인 역사의 무대다. 동국여지승람이나 대동여지도에 나타난 민주지산의 원래 이름은 백운산(白雲山)이었다. 일제강점기에 지금의 민주지산으로 바뀐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유래에 관계없이 요즘은 ‘백성이 주인인 산’(民主之山)으로도 많이 불린다. 삼도봉과 민주지산으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있는 전나무숲까지는 20여분. 미니미골과 음주암골, 쪽새골, 배나무골, 그리고 각호골에서 발원한 계곡물이 수시로 아름다운 소(沼)를 만들고 때로는 등산로를 가로막는다. 이끼 낀 징검다리가 ‘통통’뛰어 건너며 잠시 손이라도 담그면 시원함이 온몸을 전기처럼 타고 흐른다. 초보자들은 평탄하고 완만한 삼도봉 코스를 오르는 게 좋다. 민주지산 코스는 삼도봉 등산로에 비해 훨씬 가파르고 험할 뿐 아니라 등산로가 수시로 사라지기 때문에 자칫하면 길을 잃고 헤매기 십상이다. 하지만 어김없이 눈높이 나뭇가지에 ‘민주산악회’,‘오봉등산회’ 등 붉고 노란 리본이 구세주처럼 나타난다. 물한계곡은 폭만 줄어들 뿐 8부 능선을 오를 때까지 물 흐르는 소리가 메아리친다. 이따금 협곡을 방불케 할 정도로 계곡이 깊어 선녀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을 했었다고 해도 믿을 만한 넓고 깊은 초록빛 소들이 이어진다. 민주지산에서 석기봉을 넘어 삼도봉 능선에는 철따라 철쭉, 진달래, 단풍나무들이 군락을 이루어 등산객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약 2시간이며 종주가 가능하다. 드넓은 들국화밭이 펼쳐져 있는 각호골 입구는 만나기 힘든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 흥겨운 가락에 상큼한 와인이 어울릴까 ‘덩덩 덩∼덕쿵’하는 가락과 ‘에에∼이요’라는 우리 소리에는 보통 걸쭉한 막걸리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는 25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난계국악축제’에는 흥겨운 우리 소리와 ‘와인’을 마시는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다. 햇볕이 따가운 8월, 충북 영동에서는 포도가 한창이다. 영동지역의 포도는 당도가 높으며 알이 굵고 실해 전국에서 으뜸으로 친다. 와인 제조공장은 국내에서 와인에 대한 제조과정을 한눈에 보고 이해 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와인 공장인 ‘와이너리투어’를 할 수 있는 와인코리아(043-744-3211,www.winekr.co.kr)가 있어 축제의 즐거움을 더한다. 당도가 높은 국산 ‘캠벨얼리’ 포도로 만들어지는 ‘샤토마니’는 영동읍 매천리 일대 지하 토굴 속에서 참나무통에 담겨 숙성된다. 이 토굴은 일제가 탄약저장을 위해 군사용으로 팠지만 사계절 13℃의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 포도주 숙성고로 안성맞춤이다. 와이너리 투어는 포도농가 방문, 포도따기, 와인 숙성창고 및 와인제조공장 견학, 와인 시음 등으로 진행되며, 산지 가격으로 포도 및 와인도 구입할 수 있다. 또한 힙합이나 재즈는 익숙한 우리의 아이들에게 ‘국악’이란 낯설고 고루한 음악을 쉽고 재미나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관악·현악·타악기 체험은 물론이고 8가지 재료에 의한 악기를 만드는 ‘악기공방’(금부, 석부, 사부, 죽부. 포부, 토부, 혁부, 목부)에는 전문가의 시연과 체험을 할 수 있는 별도공간도 있으며 피리를 멋지게 불었던 난계 박연선생을 소재로 한 공연 ‘역사추리극 박연’, 열린 국악무대 등 다양한 국악체험과 포도먹기, 대형포도밟기, 와인만들기 등 재미난 이벤트도 가득하다.(043)740-3224. # 여행정보 경부고속도로 황간나들목에서 빠져나와 매곡을 지나 임산과 하도대교를 지나면 물한계곡이 시작된다. 도마령까지 완전하게 포장이 되어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다. 가족과 함께라면 기차여행을 추천한다. 영동역에서 축제장까지 지척이며 막히는 도로에서 시간을 허비하며 피곤만 쌓이는 자동차여행보다 KTX로 대전역에서 내려 영동역까지 환승하는 열차를 이용하면 좋다. 축제기간에는 KTX를 이용한 패키지 여행상품을 이용하면 더욱 편리하다.(1577-7788) 청정수인 영동계곡에서 만든 ‘우렁쌈밥’이 별미. 쫄깃한 우렁이를 넣고 끓인 담백하고 구수한 된장에 상추, 쑥갓, 배추 등 유기농 야채를 함께 먹는 맛은 영동의 별미. 폭포가든(043-742-1777). 금강변에서 사육한 오리에 각종 한약재를 넣어 특유의 맛과 형을 자랑하는 토방(043-745-5689)의 오리백숙, 민물고기에 인삼 대추를 넣고 끓인 어죽이 맛있는 선희식당(043-745-9450)도 추천할 만한 식당이다. 숙박은 물한계곡 입구에 상촌황토방산장(043-743-9992), 계곡황토민박(043-745-3359) 등 민박이 밀집해 있다.
  • 태풍 에위니아로 추락 컨테이너 대부분 인양안돼 여수어민 피해

    지난달 발생한 태풍 ‘에위니아’때 전남 여수시 남면 소리도 인근 해상에 추락한 컨테이너의 대부분이 인양되지 않아 어민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7일 여수지역 어민과 수산업계에 따르면 권형망·유자망·이동성 구획어업 등 9개 단체로 구성된 ‘여수 업종별 어업협의회’는 최근 ‘어민 대책위’(위원장 노순기)를 구성하고 컨테이너 수색·수거작업을 적극적으로 펼쳐줄 것을 관계기관에 요구하고 나섰다. 어민들은 “최근 여수 인근 해안에서 조업중인 멸치잡이 권형망 어선들의 그물이 수장된 컨테이너에 걸려 찢기는 사고가 20여건 발생했다.”며 “해경 등은 하루빨리 컨테이너의 위치를 추적해 인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지역은 컨테이너가 가라앉은 여수시 남면 소리도와 이웃한 금호도·손죽도·초도·거문도 해상 일대로 알려졌다. 이 일대는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멸치어장이 형성될 예정이어서 조업에 나서는 선박들의 피해가 급증할 전망이다.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역사가 놓친 민초들의 얘기 ‘새록’

    이야기라는 그물은 역사의 그물보다 한결 촘촘하다. 역사가 외면한, 아니 놓치고 간 것들을 이야기는 알뜰하게 주워 섬긴다. 설화가 됐든, 패설이 됐든, 야담이 됐든 이야기에 정이 가는 것은 거기에 우리 삶의 원형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본능이라면,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도 본능. 우리 조상들은 틈만 나면 마실을 다니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도서출판 보리에서 기획한 북한의 한국학 고전 현대화 시리즈 ‘겨레고전문학선집’(전4권)에는 675편이나 되는 우리 옛 이야기가 실려 있어 눈길을 끈다.‘삼국유사’를 비롯해 성현의 ‘용재총화’, 유몽인의 ‘어우야담’, 조선말의 ‘잡기고담’ 등 우리 설화·패설·야담집에서 골라 실었다. 설화는 ‘거북아 거북아 수로를 내놓아라’라는 제목의 책으로 묶였고,‘거문고에 귀신이 붙었다고 야단’‘폭포는 돼지가 다 먹었지요’라는 타이틀을 내건 두 권은 패설집으로 기획됐다.‘내시의 안해’에는 야담집에서 추려낸 재기발랄한 이야기들이 실렸다. 먼저 관심을 끄는 것은 패설. 패설이란 말은 고려말 이제현이 쓴 패설집 ‘역옹패설’에 그 어원을 둔다.“패(稗)의 뜻을 따지면 ‘돌피’라는 말이다. 함부로 적어 놓은 글들을 기쁘게 뒤적거려 보나 아무 맺힌 것, 속살 있는 것이 없어서 그 하찮은 것이 돌피와 다를 것이 없었다. 그래서 그것들을 한데 묶어 ‘패설(稗說)’이라고 이름 붙였다.” 요컨대 패설이란 붓 가는 대로 끼적거린, 어깨에 힘을 빼고 자유롭게 쓴 글이라 할 수 있다. 조선시대 백과사전류인 ‘견첩록’에 실려 전하는 이야기 한 토막. 고을 원의 가렴주구가 하도 심해 백성들은 죽을 맛이었다. 하루는 원님이 운문사의 스님을 보고 “너희 절이 지금쯤 폭포가 보기 좋겠구나.”라고 하자, 스님은 또 뭘 달라는 줄 알고 놀라 얼결에 “절의 폭포는 올 여름에 멧돼지가 다 먹어버렸습니다.”라고 했다. 명승으로 이름난 강릉 한송정에 관리들의 행차가 이어져 폐해가 심하자 백성들이 차라리 한송정을 호랑이가 잡아갔으면 좋겠다고 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이같은 패설은 시가 돼 불려지기도 했다.“폭포는 올해/돼지가 다 먹었건만/한송정은 어느 날에/범이 와서 잡아갈까.” 풍자미학의 절정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대의 징후를 생생히 드러내는 야담류의 이야기도 흥미롭다.‘잡기고담’에 나오는 ‘내시의 안해’가 대표적인 예다.“초가지붕 아래서 베 이불을 덮고 자고 나물죽을 나누어 먹더라도 진짜 사내와 사는 게 인생의 더없는 낙이 아니겠소?” 내시의 아내로 사는 것을 포기하고 딴 남자를 골라 새로운 인생을 열어가는 ‘대담한’ 조선시대 여성의 이야기다. 신분질서가 해체돼 가던 조선 후기, 낡은 질서에서 벗어나 자신의 욕망과 개성을 발산하는 능동적 주체들의 변화된 삶을 엿볼 수 있다. 북한에서 국역된 고전들을 다시 편집한 이번 시리즈는 리상호, 홍기문(홍명희의 아들) 등 북한을 대표하는 한학의 대가들이 우리말 번역을 맡았다. 권당 2만 2000∼2만 5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K-리그] “베어벡 감독님 봤죠” 최성국 득점왕 ‘골인’

    ‘베어벡 감독님, 봤죠?’ 이미 FC서울의 우승이 확정된 가운데 지난 29일 열린 K-리그 하우젠컵대회 마지막 13라운드 7경기에서 가장 관심이 쏠린 것은 득점왕 경쟁이었다. 앞서 ‘리틀 마라도나’ 최성국(23·울산)과 ‘삼바’ 뽀뽀(28·부산)가 나란히 7골을 기록하며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었던 것. 조 본프레레 감독 시절이던 2005년 1월 이후 약 1년 6개월 만에 다시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려서일까. 최성국이 펄펄 날았다. 세 경기 연속 득점포(4골)를 가동하며 득점왕(8골)으로 우뚝 섰다. 최성국은 이날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성남과의 원정 경기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 전반 종료 직전 팀 동료 김영삼의 슈팅이 상대 수비수 몸에 맞고 흐르자 성남 수비수 1명을 살짝 따돌리고 왼발 슈팅으로 골 그물을 갈랐다. 울산은 성남과 2-2로 비겼다. 뽀뽀는 대전과의 경기에서 득점없이 도움에 그쳤다. 핌 베어벡 감독은 지난 28일 아시안컵 예선 타이완전을 대비한 예비명단을 발표하며 “기술도 있으면서 축구에 대한 지능을 갖춘 선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명보 코치도 “영리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선수를 선호한다.”고 밝힌 바 있다. 스피드 못지않게 순간 재치와 발 재간이 빼어난 것으로 정평이 난 최성국으로서는 이번이 대표팀 붙박이가 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최성국은 “어린 선수들이 대표팀에 많이 들어온 만큼 열심히 뛰어서 아시안컵 예선과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김두현(성남) 이종민(울산) 신영록(수원) 등도 이날 골을 터뜨리며 대표팀 예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것을 자축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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