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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유머와 독설 정치/진경호 논설위원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연단에 올라 한껏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곤 한마디 했다.“제게도 여러분 같은 빠순이들 많아요….” ‘?!…빠순이?’ 여고생들이 웅성거렸다.“그게 뭐야?”“술집아가씨 아냐?” 강당은 썰렁해졌고, 졸지에 ‘술집여자’가 돼버린 여고생들 앞에서 이 총재는 헛기침만 연발했다.2002년 스승의 날 서울 은평구의 한 여고에서 있었던 일이다. ‘오빠부대’를 잘못 일컬어-비서실장이던 C의원의 귀띔이었다-결국 설화(舌禍)가 되고 만 이 3년전 일화는 우리 정치의 단면을 보여준다. 대선을 앞두고 청중의 마음을 잡아끌기 위해 유머를 하기는 해야겠는데 제대로 된 유머를 해본 적이 없으니 이런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맞고 말았던 것이다. 아쉽고 부럽지만 서구 정치사에는 품격있는 유머가 차고 넘친다. 못생긴 링컨은 “두 얼굴을 가진 이중인격자”라는 야당의원의 비난에 “내가 두 얼굴을 가졌다면 왜 이런 얼굴로 나왔겠느냐.”고 되받아쳤고, 저격을 당해 병원으로 실려간 레이건은 “제발 여러분 모두 공화당원이라고 말해 주시오.”라는 말로 둘러싼 의사들을 안심시켰다. 우리에게도 유머가 넘치는 정치인들이 없지는 않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머는 하도 많아 옮겨적기가 벅차고, 김상현 조홍규 전 의원 등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재담으로 지난 국회를 부드럽게 했다. 17대 들어 국회가 독설가들의 무대로 변한 듯하다. 걸쭉한 입담으로 경색정국을 풀어내는 정치인들은 사라지고, 유시민 전여옥 의원 등 저격수로 불리는 독설가들의 활극이 넘친다. 지난해 ‘차떼기당’ 발언의 주역 이해찬 국무총리 역시 올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어김없는 ‘소신발언’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총리는 훈계나 들으러 나온 사람이 아니다.”“…참 별꼴을 다 본다.”는 등의 발언은 독설을 넘어 싸움 수준이다. 여야의 정체성 공방 또한 청와대 비서관의 말을 빌리자면 ‘저주의 굿판’이나 다름없다. 영국의 역사학자 폴 존슨은 ‘지도자의 다섯가지 덕목’의 하나로 유머를 꼽았고,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유머의 원천은 기쁨이 아니라 슬픔”이라고 했다. 국민들의 고통과 슬픔을 보듬는, 따뜻한 유머의 정치가 그립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여성&남성] 아련한 10대의 첫사랑 당신도 그리워하나요

    [여성&남성] 아련한 10대의 첫사랑 당신도 그리워하나요

    가을이면 남자는 마음이 아린다. 귓불을 스쳐가는 바람 한 점에 옛사랑이 그리워진다.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뜻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이별했던 10월의 마지막날이 가슴 저미도록 생각난다. 여성 포털사이트 ‘젝시인러브´가 성인 남성 159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남성의 65%가 가을을 탄다고 했다. 가을이 오면 신체적·심리적인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도 38%는 고독해진다고 답했다.30%는 생각이 많아 한 가지 일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답했고,22%는 새로운 사랑을 꿈꾼다고 말했다. 왜 가을을 타느냐는 질문에는 52%가 모르겠다고 답했다. 가을과 사랑이 함께 찾아오면 계절을 타는 것 같다고 말한 남성도 22%였다. 이런 가을에 남성들이 가장 많이 떠올리는 사람은 바로 첫사랑. 가을이면 첫사랑이 그리워진다고 답한 남성은 36%였다. 내가 짝사랑한 사람이 그립다고 답한 남성은 28%, 가장 최근에 헤어진 사람이 떠오른다고 답한 남성은 20%, 나를 짝사랑한 여성이 보고 싶다고 응답한 남성은 5%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남자들이 가을에 싱숭생숭해지는 이유는 계절이 변하면서 생체리듬도 함께 변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마음벗 김종범정신과’ 김종범 원장은 일조량이 줄고 날씨가 쌀쌀해지는 가을에는 뇌신경 전달물질인 노에피네프린, 세로토닌, 가바 등의 분비량이 늘면서 우리 몸도 가을을 맞는다고 설명한다. 이런 신경 전달물질은 몸과 마음을 안정시키고 평화로운 기분을 들게 하지만 분비량이 증가하면 우울하고 쓸쓸한 기분에 빠져들게 할 수도 있다. 김 원장은 “일조량과 신체 리듬의 변화에 대한 인과관계가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우울증 환자에게 빛을 쪼여줘 치료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또 “가을이 되면 여름 내내 무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이 안정되면서 자신을 돌이켜보기도 하고 이성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하기도 한다.”면서 “남성과 여성이 모두 가을에 영향을 받지만 복잡한 정서에서 벗어나려는 성향이 남성들이 강하기 때문에 남성들이 가을을 더 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신체 리듬이 변하고 우울한 기분이 든다고 해서 지나간 사랑에 집착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충고한다. 결혼과 가족관계 연구소 M&S 김덕일 소장은 남성의 연애 감정은 스킨십에 영향을 받기 마련인데, 낮은 따뜻하고 밤은 서늘한 가을은 스킨십이 가장 그리워지는 계절이라고 말한다. 남성들에게 첫사랑과의 스킨십은 그만큼 강렬하고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소장은 “남성들은 첫사랑의 상대 여성을 최고의 여인으로 미화시키는 경우가 많고 자신의 잘못으로 사랑을 잃었다면 아쉬움과 안타까운 마음에 첫사랑을 더욱 애절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즐겨요 New 스포츠] (3) 엑스볼

    [즐겨요 New 스포츠] (3) 엑스볼

    새로운 종목이라 하여 이름이 붙은 엑스볼(X-ball)은 국내에서 최근 개발된 뉴-스포츠다. 흥미와 운동량, 여러 종목들의 장점을 따왔고 장소제한도 비교적 적다는 점에서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 테니스와 배드민턴, 탁구, 배구, 스쿼시를 결합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즐길 만하다. 동작이 커 체력소모가 많다.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다이어트에 그만이라고 엑스볼에 빠진 이들은 말한다. 바람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볼을 사용해 실내외를 따지지 않고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또 그립이 없기 때문에 손 힘이 약한 사람들에게 쉽다. 신체를 부딪칠 일이 없어 보호구 착용이 필요하지 않아 매우 안전한 점도 엑스볼의 매력으로 손꼽힌다. 운동량은 배드민턴과 탁구에 비해서는 많고 농구와 같은 전신운동이어서 잠시만 뛰어도 온몸을 땀으로 적시게 된다. 탁구공 크기의 작고 탄력이 좋은 고무공에 제기와 비슷한 깃털이 달렸다. 그러나 배드민턴의 셔틀콕에 비해 멀리 날아간다. 손바닥에 끼우도록 만들어진 라켓과 볼을 포함한 한 세트의 가격은 3만 9800∼4만원이다. 라켓은 겉보기에 복싱 트레이닝을 할 때 선수의 펀치를 받아주기 위해 코치가 들고 있는 미트와 닮았다. 검지와 중지, 약지를 윗면에 부착된 손잡이에 끼우면 ‘준비 끝’이다. 볼을 때리는 라켓 표면은 배드민턴 라켓과 같이 격자 모양의 줄이 달렸고 내부에 공간을 만들었다. 배드민턴 라켓의 샤프트를 제거하고 두껍게 만들어 손에 끼운다고 생각하면 맞다. 엑스볼을 개발, 특허를 출원한 업체는 더욱 역동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발 라켓을 곧 출시할 계획이다. 배구처럼 손과 발을 모두 쓰도록 하면 흥미를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기방법도 간단하다. 코트 중간에 줄을 치고 양쪽에서 라켓으로 볼을 노바운드, 또는 원바운드로 정해진 빗금 안으로 쳐넣어 점수를 매기면 된다. 스파이크를 할 때에는 배구, 노바운드로 볼을 칠 때는 배드민턴, 원바운드로 칠 땐 테니스나 탁구의 재미를 맛보게 한다.2명이 하든지,4명 또는 6명이 편을 갈라 플레이해도 좋다. 배드민턴처럼 비좁은 공간에서 네트가 없이 해도 나무랄 사람은 없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茶예술 茶문화축제

    茶예술 茶문화축제

    따스한 차 한 잔이 그리워지는 계절, 맑은 샘물 떠다 설록 한잎 똑 떨어뜨려, 아니면 지난해 말려 뒀던 국화 꽃잎 한 가닥 살짝 띄워 은은한 향기를 맡고 싶다. 다향에 빠져 사색을 즐기는 호젓한 여유가 더욱 그립다. 깊어가는 가을, 제주도다도협회(회장 이군칠)와 국제차문화축제위원회가 22일부터 24일까지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제4회 국제차문화축제를 연다. 중국·일본·타이완 등 3개국 다인들을 초청, 각국의 독특한 차문화 체험을 통해 서로간의 공감대를 넓혀가기 위해 마련한 자리. 특히 이번 축제는 국제관광도시 제주를 세계에 소개, 새로운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일본 전통다례는 이바라키현 가시마시 다도연맹이, 타이완 전통다례는 타이완 남투현 죽산다회가, 중국 전통다례는 강서성 남창여자전문대학이 각각 맡아 선보인다. 국내에선 부산전통문화전래원, 오성다례원 아인 박종환선생, 종정다례원 이정애 선생, 통도사 성보박물관 범하스님 등이 각국 다도인 대표들과 함께 전통다례와 전통예절 공연을 펼친다. 축제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귀한 손님에게 예를 갖춰 차와 다식을 대접하는 법을 재현(도내 15개, 도외 5개팀등 20개팀 참가)한다. 한국 다도문화 발전에 공헌한 추사선생을 추모하는 헌다례, 우리 전통혼례의 재현(성균관대학교 성래원), 다기, 도자기, 한지공예 전시회 등이 볼거리다. 국내에서 팔리는 먹는 샘물 가운데 차맛이 가장 잘 우러나는 것을 뽑아보는 ‘먹는 샘물 품평회’도 눈길을 끌 만하다. 제주다도협회 이정주 이사장은 “제주차문화축제는 감귤산업의 사양화에 따른 대체산업으로서의 비전을 제시하고 세계 최대 녹차 생산지인 동북아 4개국을 차문화벨트(tea belt line)로 조성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이번 축제가 한국의 차문화를 알리고 그 저변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마음과 몸이 한가로울 때/독서와 시 읊기에 지쳤을 때/마음이 어수선할 때/가곡을 들을 때/노래가 파하고 가락이 끝났을 때/문을 닫고 바깥일을 피할 때/북 치고 거문고를 타며 그림을 볼 때/깊은 밤 이야기를 나눌 때/밝은 창가 깨끗한 책상을 마주할 때/그윽한 방이나 아름다운 누각에 있을 때/앉아서 손님이 찾아왔을 때”(허차서의 ‘다소(茶疏)’) 지금이 바로 그때라면 푸른 섬 제주에서 다선일미(茶禪一味)의 세계에 한번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깊어가는 가을, 삼다도(三多島)를 넘어 삼다도(渗茶道) 제주에서 차향기에 취해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듯 싶다. 문의 제주도다도협회 064-711-3777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디카 리뷰] 삼성 프로 815

    [디카 리뷰] 삼성 프로 815

    삼성이 마침내 고급 디카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하이엔드급인 프로 815를 시장에 내놓고 디카 사용자들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2/3인치급 CCD를 사용,800만 화소급 카메라로, 두툼한 그립부에서 수동으로 조작되는 대구경 줌 렌즈는 무려 15배의 광학줌을 지원한다. 또 뒷면에는 3.5인치 대형 액정 모니터를 사용하는 등 강력한 기능을 갖췄다. 옵션에 따라 79만원에서 85만대까지 가격이 다양하다. 815의 경우,35㎜필름 환산시 약 28∼420㎜의 광학 15배 줌은 그야말로 대포같다. 줌의 변환속도도 생각보다 빠르다. 줌 조절은 렌즈에 달린 줌링을 돌려 변환하는 방식으로 일반 DSLR과 같은 방식을 채택했다. 렌즈도 F2.2로 밝은 편이다. 비록 OEM이긴 하지만 슈나이더 렌즈의 뛰어난 해상력을 실감케 한다. 액정 모니터도 3개나 된다. 카메라 뒷면을 가득 채운 3.5인치 모니터는 화소수가 좀 떨어지는 느낌은 있지만 커다란 화면으로 구석구석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 카메라 셔터 옆에 위치한 정보창도 로앵글을 사용하면 이미지를 볼 수 있어 다양한 앵글을 사용할 수 있다. 배터리 또한 업그레이드해서 대형 LCD를 사용하지만 300컷 정도는 무난히 찍을 수 있다. 외장 플래시 지원과 RAW파일,AF록, 연속 자동초점,AF영역 설정 기능 등 보다 편리한 기능으로 무장해 고급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하지만 불편한 점도 있다.400㎜ 이상의 망원렌즈를 지원하면서 ‘손떨림방지기능’이 없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요즘 웬만한 하이엔드 기종에서는 필수처럼 되었는데 말이다. 가변길이 설계로 줌 조작시 렌즈가 너무 길게 튀어 나오는 점 또한 불만을 사기도 했다. 다른 메이커의 하이엔드급 디카보다 무게가 훨씬 무겁고 크다.AF의 문제점도 지적된다. 광각에는 무리가 없지만 망원으로 가면 포커스를 잘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장·단점에도 불구하고 고급 디카의 영역으로 첫발을 내디딘 삼성 케녹스는 무한한 가능성을 안고 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노래하는 사제간의 사랑

    노래하는 사제간의 사랑

      한 달 만에 만난 사이라도 긴 인사를 오래 하지 않는다. 하나 둘 모이는 대로「피아노」둘레에 모여 선다.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니지만 그냥「멜로디」를 잡고 화음을 맞춘다. 25명의「코러스」가 4평 남짓한 김자경씨 댁 거실을 꽉 메운다. 25명 모두가 이화여대 음악대학 성악과를 졸업한 김자경씨 제자들 -「오뚜기」회를 만들었다. 생김에서 성질까지가 오뚜기를 닮은 김자경씨에게 5, 6년 전부터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이「오뚜기」다. 스승의 별명을 그대로 모임의 이름으로. 김자경씨가 처음 내보낸 이대의 제자들은 59년부터 시작, 올해로 10년 졸업생을 냈다. 10년간의 성악과 졸업생이 전부 57명. 외국유학으로 멀리 있는 제자, 지방에 떨어져 살아 모이기 힘든 제자를 제하고 나니 25명이 손에 꼽힌다. 이들 만이라도 가까이 두고 자신의 10년간을 돌이켜 보면서 거슬러 올라가 보고 싶었다. 쉰이 넘은 일생의 보람 같은 것을 주워 모아보고 싶기도 했다. 이런 옛 스승의 회한을 달래주고 싶은 따뜻함이 제자들과의 모임이「오뚜기」회이기도 하다. 배움의 길이 뚝 끊기고 난 뒤 어느 날 갑자기 옛 스승이 그립고, 학우가 만나고 싶고,「캠퍼스」가 눈에 선하게 떠오르는 날이 있다.「배움을 연장시키고 싶어서」모이기도 했다. 회장에는 제자를 대표한 이영애씨(이대 음대 전임강사). 한 달에 한 번 첫째 금요일 2시, 김자경씨 댁에서 정기적인 모임을 갖는다. 회식은 호화롭지 않다. 차 한 잔, 아니면 라면 한 그릇이 고작이다. 반주는 김자경씨의 큰 며느리 공소자씨. 음대 기악과 졸업생이라「오뚜기」회 회원 자격 상실이란다. 회비는 한 달에 1천원씩. 절대로 쓰지 않고 모은다. 장학금 기금을 만들기 위해서다. 「오뚜기」회의 소문은 외국에 나가 있는 회원 자격이 있는 유학생들에게까지 퍼졌다. 이들은 참여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자주 전해온다. 장학금 기금에 보태달라고 얼마 안되지만 돈을 보내 오기도 한다. 서독에 있는 이주연씨, 미국에 있는 이규도씨 등. 「레퍼터리」는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찬송가에서 우리 가곡까지. 이 다양한「레퍼터리」는 1년에 한 번 정기공연을 갖고 발표된다. 이 공연기금 역시 개인의 이익으로 삼지 않는다. 그대로 장학기금에 쌓여지는 것. 연습이 별나게 따로 필요하지 않은 애초에 길들여진 제자들에 둘러싸여 병원, 고아원, 양로원… 위문을 해야 하는 곳으로 되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언제든지 위문을 하러 다녀야겠다는 것도 계획 안에 들어 있다. 만 50세의 연륜이 그 언제 한번 휴식을 가진 적이 없던 김자경씨는 아직도 할 일을 다하지 못해 안절부절하는 젊음으로 꽉 차있다. 『모두가 내 딸 같습니다』 아직 어리광을 벗지 못한 작년도 졸업생들이 엄마 치마폭을 감고 들 듯 어깨 언저리를 감싸고 돈다. 엄마가 된 지 몇 년이 지나버린 10년 전 졸업생들은 친정에 들른 맏딸처럼 스승을 보살피는 마음이 살뜰하다. 생활하면서 외면해 버렸던 잊혀간 노래들을 조갈이 풀릴 때까지 오랜만의 인사도 잊고 불러 젖힌다. 옆에 누가 새로 들어와「조인」했는지도 눈치 못 챈 듯 열중한다. 한 편에서는 김자경씨가 인자한 웃음을 얼굴 하나 가득 띠고「내 딸 같은」제자들을 하나 하나 따뜻한 손으로 손을 잡고 반갑게 맞아 들인다. 이제 25명이 다 모였다. 김자경씨가「피아노」앞에 앉았다. 발성 연습부터 시작,『아- 아- 』. 터질듯한 젊음으로 몇「옥타브」인가 더 튕겨 오를 것처럼 팽팽한 화음이 스승과 제자들을 세월을 무시한 채 묶어 버렸다. 늙음을 의식하던 스승은 잠시 10년이나 거슬러 올라간 삶을 즐기고 있는 듯이 착각하면서 흥분했다. [ 선데이서울 69년 3/2 제2권 9호 통권 제23호 ]
  • [統獨 15주년, 빛과 그림자] (상) 베를린 현지 르포

    [統獨 15주년, 빛과 그림자] (상) 베를린 현지 르포

    수도 베를린을 비롯해 독일 전역에서는 지난 3일 크고 작은 통독 15주년 행사가 열렸다. 그러나 분위기는 지난 1990년 10월3일 당시 총리로서 통일의 주역을 맡았던 헬무트 콜의 이름을 연호하며 환호하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독일이 분단의 역사에 종말을 고한 첫 해의 행복감은 사라진 지 오래다. 대신 옛 동독 지역 주민들 사이에 자괴감과 실망감이 팽배하고 심지어 이전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현실에 대한 불만과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서도 어느덧 통일 15주년을 맞은 독일을 찾아 통일의 빛과 그림자를 살펴봤다. |베를린·포츠담 함혜리특파원|통독 기념일인 3일 베를린 시내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는 거대한 축제가 열렸다. 록밴드가 신나는 음악을 연주하고, 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나들이 나온 시민과 관광객들 때문에 발걸음을 옮기기조차 어려울 지경이다. 언제 분단시절이 있었느냐는 듯 축제 분위기에 도취해 있는 젊은이들 사이로 간간이 나이가 지긋한 노인들도 눈에 띈다. 소시지와 감자·버섯 등을 안주 삼아 맥주잔을 앞에 놓고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흥겹다. ●통일의 두 얼굴 전날 방문했던 베를린 인근 포츠담시의 축제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포츠담시는 베를린을 둘러싸고 있는 브란덴부르크주의 주도로 동독에 속해 있던 지역이다. 연방주가 돌아가면서 통독 기념행사를 주관하는데 올해는 마침 브란덴부르크주가 주관했다. 포츠담 시내 중심부의 루스트 가르텐(즐거움의 정원)에서는 ‘미래가 자란다-통일 15주년’이라는 주제로 곳곳에 설치된 가설무대에서 콘서트, 메이크업쇼, 헤어쇼 등 각종 축하행사가 열렸다. 가족·친구들과 어울려 나들이 나와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시민들의 표정은 그러나 그다지 밝지 않았다. 맥주잔을 앞에 놓고 앉아 공연을 감상하고 있던 클로프트 부부에게 지금의 생활이 행복한지 물었다.50세 정도 돼 보이는 클로프트가 오른손을 들어 좌우로 흔들어 보인다. 그저 그렇다는 뜻이다. 통일된 후 다니던 공장이 문을 닫는 바람에 일자리를 잃은 그는 아직도 일자리를 찾지 못해 연금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90년 6.4%였던 동독 지역의 실업률은 2004년 19.5%로 치솟았다. 서독 지역(8.9%)의 두 배 이상이다. 브란덴부르크주의 경우에는 공식적인 실업률이 25%에 달하고 실제 실업률은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추산된다. 18살 된 딸 카트린과 축제를 보러 나온 마리아는 “여행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좋은 가전제품을 갖추게 된 지금의 생활이 행복하기도 하지만 과거가 그립기도 하다.”고 말했다. ●멈춰 버린 경제성장 외형상 통일은 독일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 준 것이 틀림없다. 옛 동독 지역 사람들의 생활 수준도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아졌다. 동독 지역의 개인소득은 서독 지역의 83%까지 올라가 1991년에 비해 2배 이상 높아졌다. 주거비용과 공공요금까지 감안하면 87%에 육박한다. 통일은 또 동·서독인 모두에게 ‘반쪽 독일인’이라는 문화적·심리적 콤플렉스를 완전 해소시켰다. 동독 지역의 환경은 개선됐고 인프라도 많이 구축됐다. 법체제도 성공적으로 이식됐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대학과 문화재도 복원됐다. 하지만 내면으로 들어가면 사정은 판이하게 달라진다. 이같은 생활수준의 향상은 동독 지역 사람들이 스스로 일을 해서 성취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서독의 동독에 대한 재정이전 덕분이다. 독일 정부는 통일이 이뤄진 1990년 이후 무려 1조 2400억유로(약 1550조원)를 옛 동독 지역에 쏟아부었다.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약 4%에 해당하는 850억유로가 투입된 셈이다. “문제는 투자에 비해 효과가 미미하고, 특히 1990년대 중반 이후 동독 지역의 성장이 멈췄다는 것”이라고 유력지 디벨트의 우베 뮐러 기자는 분석했다. 통일 직후인 1991년부터 1996년까지 동독 지역은 서독 지역보다 높은 경제성장을 보였다. 동독의 1인당 GDP는 1991년 서독 지역의 42.3%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1996년 67.8%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성장을 멈춰 버렸다.2004년의 경우 1인당 GDP는 서독의 67.2%에 해당한다. 동독 지역의 민간경제가 너무 없다는 것도 큰 문제다. 독일 전체의 상장기업 가치가 21조유로인데 이 가운데 동독이 차지하는 비중은 0.1%(14억유로)에 불과하다. 연매출 500만유로 이상인 기업 중 11.2%만이 동독 지역에 소재해 있다. ●인구이동 심화 통독 이후 동독의 인구는 140만명이 줄었다. 이중 60%가 동독에서 서쪽으로 이동한 사람들이다. 특히 일할 능력을 가진 젊은 층의 이주비율이 높다.IWH연구소에 따르면 1991년 이후 동독 지역의 노동가능인구(15∼65세)가 110만명 줄었다.2004년 동독을 떠난 사람 중 54%가 18∼30세의 청년층이다. 독일 정부는 지금까지 1600억유로를 사회간접자본 확충, 주택건설 등 인프라 구축에 투입했지만 투자효과는 미미하다. 프랑스 경제지 레제코는 “라이프치히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목에 늘어선 대부분의 건물이 텅 비어 있는 것만 봐도 문제의 심각성을 쉽게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건물이 낡아서가 아니다. 대부분 새로 지어지거나 증축된 건물이지만 인구가 줄어들고 일자리도 없어지면서 사람들이 떠나간 탓이다. 동독지역에는 비어 있는 주택만 100만여가구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15년간은 인구이동이 더 두드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인구 고령화와 낮은 출생률까지 겹쳐 2020년에 인구는 현재보다 11%가 줄어들고, 노동가능인구는 22%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과거에 대한 향수 독일 정부는 동독 지원금 부담으로 재정상황이 유럽연합(EU)의 재정 안정화 조약을 위반할 정도로 악화됐다. 천문학적인 돈을 퍼부었지만 생산성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낮은 경제성장, 높은 사회보장 비용 때문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만들어 버리고 독일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통일 이후 독일 정부의 동독 경제 통합 노력이 성과를 보이지 않음으로써 정치적인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일방적인 원조에 ‘중독’된 동독 주민들은 높은 실업률과 경제난을 정치권 탓으로 돌리며 기존 정치권에 대한 거부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동독 지역 주민들이 막다른 골목에서 헤어날 수 있는 새로운 계기를 제공하는 것이 차기 총리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라고 지적했다. lotus@seoul.co.kr ■ 동독지역 주민 슐츠 “기존 일자리 90%가 사라져 월급 없지만 연금이 더 많아” |베를린 함혜리특파원|“감격의 눈물이 복받쳐 올라 참을 수 없었다. 밤에 친구들을 모두 깨우고 우리 집에 모여 소중한 날 마시려고 지하창고에 간직했던 포도주를 따서 축배를 들었다.”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지난 1일 저녁 옛 동독 지역의 알렉산더 광장 한 모퉁이에 있는 자그마한 맥주집. 아돌프 슐츠(65)는 통독 당시를 회상하며 다시 한번 눈물을 그렁거렸다. 기자가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으로 남아 있는 한국에서 왔다고 소개하자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던 그는 “한국 국민도 빨리 통일의 감격을 맛보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슐츠는 베를린 지역의 일간지 베를리너 자이퉁의 납활자 식자공으로 일했다. ▶독일이 통일된 뒤 피부로 느낀 가장 큰 변화는. -일자리가 없어진 것이었다. 동독은 실업이 없었다. 기존의 일터가 90% 이상 사라졌기 때문에 일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동독 시절에는 당원이 되고, 당에서 정해 주는 곳에서 일을 했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어떻게 일을 찾아야 할지 몰랐다. ▶긍정적인 측면의 변화를 꼽는다면. -무엇보다 표현과 이동의 자유를 얻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아무 곳이나 마음대로 여행할 수 없었고 곳곳에 경찰이 있고 당원이 있어서 말도 함부로 할 수 없었다. 당에 부정적인 얘기를 하면 곧바로 강등되거나 다른 곳으로 옮겨 가야 했다. ▶물가가 많이 올라서 힘들지 않나. -빵이나 맥주 같은 기본 생필품은 예전이 물론 더 쌌다. 하지만 쓸 만한 가전제품이나 고급품의 경우 구입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예전에 동독산 자동차 한 대를 사려면 13년을 기다려야 했다. 웬만한 것도 신청하고 나서 6개월을 기다리는 것이 기본이었다. 지금은 그런 문제가 없다. ▶지금 생활에 만족하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예전이 좋았던 것도 많다. 교육 시스템은 나라 전체가 동일했기 때문에 학교를 다른 지역으로 옮겨도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주마다 시스템이 달라졌다. 동독에서는 모든 직장에 보육시설이 갖춰져 있었기 때문에 여성들이 일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었다. 게다가 모두 무료였다. 아이들은 무사히 잘 자랐지만 지금은 아이들 키우기가 힘들다. 마약이나 부랑자들로 인한 범죄도 없었다. ▶그렇다면 과거 체제로 돌아가기를 원하나. -결코 아니다. 자유가 있는 지금이 좋다. 생활도 솔직히 많이 좋아졌다. 과거에 노동으로 벌었던 월급보다 지금 받고 있는 연금이 많다. lotus@seoul.co.kr
  • 추석선물 바꿔도 됩니다

    추석선물 바꿔도 됩니다

    맘에 들지 않는 추석선물을 살림에 필요한 실용품으로 바꿔 보자. 일부 유통업체는 ‘추석 선물 100% 반품·교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영수증이 없어도 재판매가 가능하면 다른 제품으로 바꿔주거나 상품권으로 환불해 준다. 꼭 챙겨야 할 교환·반품 노하우를 짚어본다. ●빠를수록 좋아 기본적으로 상품을 받은지 7일 이내라면 언제든지 교환·반품이 가능하다. 상품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것도 반품 이유로 괜찮다. 전화나 인터넷 홈페이지로 의사를 밝히면 된다. 상품이 담겼던 박스에 그대로 포장해두면 고객센터가 도로 가져간다. 홈쇼핑은 좀더 관대하다.30일 이내라면 언제든지 무상으로 교환·반품해준다. 의료·패션·보석류는 15일로 보다 짧다. 반송 비용은 일차적으로 업체가 부담한다. 그러나 식품, 화훼, 소모품, 음반, 도서 등 이미 개봉·설치가 됐거나 소비자가 상품을 훼손한 경우에는 비용 일부를 내기도 한다. ●정육 등 신선상품 가장 까다로워 제품별로 반품이 불가능한 경우가 각각 달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정육·굴비·버섯 등 신선식품은 반품이 매우 까다롭다. 신선도가 상품가치를 좌우하기 때문. 개봉하거나 먹어본 뒤에는 반품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며칠간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뒤늦게 반품을 원해도 마찬가지다. 맛이 없더라도 절반 이상 먹은 경우에는 교환이 힘들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배달 출발 후에는 반품·교환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배달 전에 신선식품의 수취 여부를 확인하기 때문. 물론 품질에 문제가 있으면 바꿔준다. 신선식품은 배달받기 전이나, 받자마자 교환·반품 의사를 밝히는 게 현명하다. ●상표 떼면 낭패 가전제품은 전기코드를 꼽아 설치하거나 사용하면 반품이 불가능하다. 내부 프로그램이 인식돼 재판매가 어렵다는 게 이유다. 디지털카메라의 경우 찍어보고 메모리를 지웠더라도 반품이 안된다.CD,DVD, 게임기 등은 박스 포장을 없애거나 바코드를 훼손하면 돌려보낼 수 없다. 복제했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의류, 잡화, 액세서리는 상표(Tag)를 떼거나 품질보증서를 훼손·분실하면 반품할 수 없다. 특히 해외명품의 경우 포장지만 훼손해도 상품가치가 크게 떨어졌다고 판단한다. 속옷·의류·침구·수예용품은 수선하거나 세탁하면 바꾸기 어렵다. 화장품·미용제품은 밀봉을 개봉하면 힘들다. 개봉만으로도 산화가 시작돼 상품가치가 훼손됐다고 본다. 부작용 때문이라면 의사의 소견서가 필요하다. 유모차나 아동용 장난감 등 유아용품과 인라인·자전거·신발 같은 스포츠·레저용품은 실외에서 사용한 흔적이 있거나 부속품이 훼손된 경우엔 환불할 수 없다. 골프상품은 헤드 그립을 제거하면 어렵다. ●불량품은 사진 찍어 놓도록 분쟁을 없애려면 상품을 받아 테스트용 샘플을 먼저 사용하자. 맘이 들지 않으면 언제라도 전체를 바꿀 수 있다. 모양이나 색깔이 마음에 들지 않는 전자제품은 받는 즉시 반품을 신청해야 한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상품을 사용했다고 간주한다. 상품이 불량인 경우엔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놓고 나중에 증거자료로 첨부하면 좋다. 일부 할인점은 추석 선물에 대해서 융통성 있게 교환·반품해주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는 ‘추석선물 100% 교환·환불 서비스’에 들어갔다. 이마트 상품이고 재판매가 가능하다면 다른 제품으로 바꿔주는 것. 환불은 상품권으로 주는 게 원칙이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영수증이 없어도 다른 상품으로 교환하거나 상품권·현금으로 환불해 준다. 전국 점포 어디에서나 가능하다. 롯데마트는 소비자 과실로 손상된 상품을 빼고는 환불·교환을 원칙으로 세웠다. 그랜드마트도 다음달 15일까지 같은 품목으로 바꿔주거나 상품권을 주는 서비스에 나섰다. 삼성테스코 운영기획팀 이성철 이사는 “선물 구매자뿐 아니라 받는 사람도 고객이란 의미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면서 “취향이 중요한 넥타이, 구두, 액세서리 등은 교환을 통해 소비자의 만족도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공주 금정농원 밤줍기 체험 속으로…

    공주 금정농원 밤줍기 체험 속으로…

    토실토실한 알밤에 눈이 팔려 건성으로 성묘를 하다 아버지에게 ‘꿀밤’을 맞던 어린 시절.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추억의 한 장면이 눈물나도록 그립습니다. 황금빛 들녘에 오곡백과가 알알이 영글어 가는 이 때, 성묘를 마치고 가을 햇살을 만끽하며 아이들과 함께 밤줍기 체험에 나서는 것은 어떨까요. 한가위의 밤농장 나들이는 아이들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입니다. 글·사진 공주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밤을 추석 차례상에 올리는 건 삼정승이 나오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밤은 세알이 한 밤송이가 된다. 가운데 있는 밤은 ‘영의정´ 오른쪽에 있는 밤은 ‘우의정´ 좌측에 있는 밤은 ‘좌의정´ 이라는 의미가 되며 밤송이에는 각기 특유의 기질을 가지는 오기(五氣)가 들어 있으며 바로 그 오기는 인간의 성질을 나타낸다. 첫째, 가시는 내유 외강의 성질 둘째, 껍질은 단단하고 강한 기질 셋째, 껍질 속의 털은 포근함을 의미한다. 넷째, 속 껍질의 떫은 맛은 인생살이의 떫은 맛 다섯째, 속알의 고소한 맛은 깨달음의 참 맛이다. 올 추석 밤을 깨물며 인생을 반추한다면 지나친 감상일까? ●알밤의 가을 추억을 주우며 “와∼, 밤송이가 입을 활짝 벌렸네….” 충남 공주시 정안면 무성산 자락에 위치한 금정농원(041-858-6763). 하늘을 향해 툭터진 탐스러운 밤송이 사이로 아이들의 즐거운 함성이 메아리친다. 푸른 하늘을 향해 장대를 휘두르며 밤을 따는 어른들과 나무 아래에서 햇밤을 줍느라 이리 저리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한데 어우러져 흥겨운 모습을 연출한다. 밤나무 아래에서는 어른 아이 할 것없이 모두 동심의 세계에 빠졌다. “밤송이 떨어진다. 조심해!” 밤나무 위에서 갑자기 밤송이가 떨어지자 나무 아래에 돗자리를 펴고 앉은 가족들이 머리를 감싼다.30분 남짓밖에 안지났는데 농원에서 나눠준 3㎏짜리 밤봉투가 알밤으로 가득하다. 밤나무 아래에서는 누가 큰 알밤을 주웠나 알밤을 서로 대보고, 밤가시를 피해 나뭇가지로 알밤을 빼내느라 진땀을 흘리지만 곳곳에서는 웃음꽃이 피어오른다. 아들과 조카를 데리고 밤줍기에 온 김재남(32)씨는 “아이들과 함께 직접 탐스러운 알밤을 줍고, 주운 햇밤을 맛볼 수 있어서 좋다.”면서 “어린시절 밤을 따던 추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난다.”고 즐거워했다. 지난 1일부터 밤줍기 체험이 시작된 4만여평의 금정농원에는 가족단위 나들이객들이 밤줍기에 여념없다. 매년 밤이 열리는 9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주말에는 하루 200여명의 가족단위 나들이객들이 몰린다. 34년째 금정농원을 운영하는 김재환씨는 “정암면은 우리나라 밤 생산의 10%가량을 생산하는 대표적인 밤 산지로, 밤이 자라기에 가장 적합한 토질과 기후 조건을 갖추고 있어 공주 정안밤은 전국에서 가장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고 자랑했다. 밤줍기 체험은 별다른 장비가 필요없다. 농장 입구에서 입장료 1만원을 내고 3㎏를 담을 수 있는 자루를 받은 뒤 야트막한 산에 올라가 밤을 주워 담으면 된다. 아울러 이 곳에서는 시중보다 싼 값에 밤을 구입할 수 있다. 밤중에 가장 맛있다는 옥광밤이 1㎏당에 5000∼6000원. 조생종 밤인 단택과 추파, 자봉 등은 1㎏당 3000∼4000원이다. 그러나 밤줍기 체험은 밤가시가 날카로운 만큼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은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밤을 줍기 위해서는 두꺼운 면장갑을 챙겨야 하며, 챙이 있는 모자와 긴바지를 입는 것이 좋다. 나눠준 자루 외에 주머니에 밤을 넣어오는 것은 밤줍기 체험의 금기 사항. 가을 햇살 속에서 토실토실 여물어가는 밤을 줍는 것은 자연학습을 겸한 최고의 가족나들이. 수도권 인근에서 밤줍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을 소개한다. 떠나기전 예약은 필수. ●용인 서전농원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 서전농원(cafe.daum.net/yonginbam)은 5만여평의 산자락에 1만여그루의 밤나무가 있다.10월말까지 다양한 품종의 밤줍기를 즐길 수있다. 농원에 사슴, 토끼 등을 길러 아이들의 자연 학습장으로도 좋으며,10만여평에 이르는 인근 숲에서 산책하기에도 좋다. 영동고속도로 양지 IC에서 4㎞ 직진한 뒤 자황리에서 500m 정도 들어가면 된다. 체험료는 어른 1만 3000원, 어린이 8000원.(031)332-8037. ●천안 유성농장 천안시 위례산 기슭에 자리한 유성농장(www.welcomefarm.co.kr)은 25만평의 야산에 2만여그루의 밤나무가 있다. 시설관리비(어른 6000원, 어린이 4000원)를 내면 주차와 원두막,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는 취사도구 등을 빌려준다. 약수터와 놀이터, 휴게소 등 편의시설이 있어 편안하게 쉴 수 있다. 밤줍기 체험료 1만원을 내면 4㎏짜리 자루를 나눠 준다. 가는 길은 경부고속도로 목천IC에서 나와 병천 방면으로 2㎞를 간 뒤 연충교 쌍다리를 건너기 전에 좌회전해서 개울따라 북면 11㎞ 직진하면 농장이 보인다.(041)553-3120. ●영흥도 해오름빌리지 인천시 옹진군 영흥도 해오름빌리지(www.sunrisevillage.co.kr)는 한적한 가을 바다의 정취를 즐기며 밤줍기 체험을 할 수 있는 전원 휴양지.9평짜리 콘도식 방갈로 6동이 전원속에 묻혀 있다. 야트막한 산등성이를 따라 800여평의 밤나무 군락이 형성돼 있는데 거의 토종밤이다. 숙박객들에게는 무료로 개방된다. 펜션 앞에 배나무 밭이 있어 배따기 체험은 물론 인근 장경리해수욕장에서 갯벌 체험, 망둥어 낚시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월곳 IC에서 빠져나와 안산 시화방조제를 건너 303지방도를 타고 대부도, 선재도를 거쳐 영흥도로 들어가면 된다.(032)886-3381. ●가평 건영농원 경기 가평군 가평읍 두밀리 마을의 건영농원(gpminbak.co.kr/geon)에서는 20일부터 10월5일까지 6000여평 야산에서 밤줍기 체험을 할 수 있다. 농원에는 100여명이 식사를 할 수 있는 원두막이 있어 야외에서 식사도 즐길 수 있다. 입장료는 2.4㎏ 1자루에 성인 1만 5000원, 어린이 1만원이다. 노지에서 재배되는 표고버섯도 살 수 있다. 생표고는 2㎏에 2만원. 경춘국도에서 가평·청평 방향으로 가다 청평검문소를 지나 가평읍으로 들어가기 전에 가평농협 파머스 마켓 인근 SK주유소에서 좌회전해 두밀리 버스종점방향으로 6㎞가량 가면 보인다.(031)582-4057. ●길가에 늘어선 예쁜 허수아비 밤줍기 체험을 마친 뒤 인근 마곡사를 둘러보면 좋다. 농원에서 마곡사로 가는 길목 곳곳에서는 추수를 앞둔 논 사이로 예쁜 허수아비들을 자주 만난다. 지난달 정안면 문천리에서 열린 ‘허수아비 만들기 축제’에서 관광객들이 만들었던 허수아비 수백여점이 9월 한달간 마곡사 가는 길 옆 8㎞구간의 들녘에 전시된다. 논둑에 세워진 예쁜 허수아비들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으면 좋은 추억거리가 된다. 가을의 푸르름을 만끽하며 10여분쯤 달리면 태화산 기슭 맑은 계곡을 끼고 있는 천년 고찰인 마곡사에 이른다. 백제 의자왕 3년(643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주차비 2000원, 입장료 2000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800m쯤 걸어올라가는 길이 아름답다. 사찰 입구에는 산채비빔밥, 더덕구이, 해물파전, 도토리묵 등을 파는 집들이 즐비하다. 예스러운 토담집으로 지어진 ‘추억의 삼학’(041-841-8023)은 산채정식 1만원, 산채비빔밥 6000원이다. 마곡사 인근의 마곡온천(041-841-6201)에 가면 밤줍기로 쌓인 땀과 피로를 풀 수 있다. 온천수로 만든 25m 6레인의 실내 수영장 등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 있어 휴식을 취하기 좋다. 성인 5000원, 어린이 3000원. 이 밖에 백제의 고도 공주에서는 무령왕릉과 공산성, 국립공주박물관 등 다양한 백제 문화 유적을 둘러볼 수 있다. ●여행 정보 천안∼논산고속도로 정안IC에서 공주방면 23번 국도를 타고 7㎞쯤 달리면 길가에 정안농협이 나오고, 여기에서 조금더 가면 오른편에 금정농원으로 들어가는 표지판이 보인다. 마을 입구에 300여대의 차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이 있으며, 여기에 차를 세운 뒤 농원까지 100m를 걸어가면 된다. 여행 상품으로는 우리테마에서 추석인 17일과 18일,25일 3차례 당일일정으로 금정농원 밤줍기 체험 여행을 떠난다. 오전 7시 서울 덕수궁을 출발해 돌아오는 길에 고창 선운사도 함께 돌아본다. 참가비는 성인 4만 5000원.(02)733-0882.
  • [Love & Wedding] 심윤섭·함명숙

    [Love & Wedding] 심윤섭·함명숙

    아내를 처음 봤을 때를 생각하니 웃음부터 나온다. 현대카드에 경력사원으로 입사한 나는 한달간 교육을 마치고 동기들과 여러 팀에 인사를 다녔다. 당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인사를 다니는 또 한 무리의 어린 여사원들이 있었다. 무리 속 그녀는 앳된 얼굴의 여고 3년생이었다. 말 그대로 어린애 였다. 지하철 노선이 같다는 이유로 그녀와 나를 포함한 팀원 4명은 출퇴근을 같이 하며 함께 어울리는 사이가 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별뜻 없이 친근하게 그녀를 대했는데 그게 후일의 화근(?)이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야근을 하고 난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가지고 오는 피로회복제, 그리고 때때로 싸오는 맛있는 김밥과 주먹밥을 난 그냥 호의로만 받아들였다. 그런데 어느 날 퇴근길에 근사한 카페를 데리고 가달라 조르는 그녀를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한강 근처 어느 카페를 가게 됐는데 그 자리에서 그만 그녀로부터 프러포즈를 받게 된 것. 나는 나이차가 너무 많이 나고 이미 진지하게 생각하는 여자 친구가 있다는 등 여러 이유를 들어 거절했다. 그리고 애처로운 마음에 집 앞까지 바래다 주었는데 그만 거기서 사건이 벌어졌다. 그녀에게 입술을 뺏기고 만 것이다. 그리고 얼마 후 우연인지 갑자기 사귀던 여자친구로부터 이별을 통보 받았고, 헤어짐의 아픔을 느낄 시간도 없이 난 저돌적으로 다가오는 우리 아내에게 그만 넘어가버리고 말았다. 일단 사귀어 보고 아직 어린 그녀의 맘이 변하면 미련없이 헤어져야지 하는 생각을 갖고 시작했던 만남. 난 도둑놈 소리를 들을까 조마조마하며 사람들 모르게 사귀고 싶었으나 철없는 그녀는 우리 사이를 알리고 싶어 안달 난 사람 같았다. 도시락을 싸와 같이 먹자 하고 커플링을 하자고 졸랐던 것. 스물 한 살의 여자와 서른 즈음 남자의 닭살스런 연애가 시작된 것이다. 현대카드 모든 직원들이 우리 사이를 알아차리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모두들 날 도둑놈 취급했고, 도통 내 말은 들으려 하지 않았다. 우리는 회사의 공인 커플이 됐고 연애기간 동안 아무리 싸워도 매일 얼굴을 안보고 넘어간 적이 없었다. 참 많이 싸웠는데도 불구하고 헤어지지 않고 3년이나 연애를 했다. 그리고 열애 끝에 드디어 우리는 2001년 9월16일 결혼했다. 이제 어느덧 졸졸 쫓아 다니며 무조건 좋다고 애교를 부리던 그 소녀는 사라지고 하늘 같은 ‘마눌님’이 되어 시시콜콜 잔소리를 한다. 설거지, 화장실 청소를 하지 않으면 불호령이 떨어진다. 게다가 아들 귀한 우리 집에 들어와 나를 쏙 빼닮은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은 후에는 세상에 무서운 게 없는 여자가 되었다. 예전의 그 귀여운 꼬맹이가 가끔 그립기도 하지만. 지금 내 곁에서 우리 아이와 나를 보살펴 주는 하늘 같은 그녀를 난 세상 누구보다 사랑한다. 앞으로도 그 결심은 영원히 변치 않으리라. 자기야 사랑해.
  • 붓으로 빚어낸 ‘내면의 빛’

    붓으로 빚어낸 ‘내면의 빛’

    ‘사람의 손으로 빛을 그릴 수 있을 까? 생명 실상(實相)의 빛을.’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방혜자(68) 화백. 보이지만 잡히지 않는 ‘빛’. 방씨는 오래전부터 고민해온 ‘빛’을 작품으로 형상화했다. 육안으로 보는 빛에 머물지 않고 깊숙한 내면, 마음으로 보는 빛이 하나가 되는 세계. 그는 그런 빛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그는 이 세상에 모든 것을 빛으로 받아들인다. 사랑도, 자비도, 지혜도 모두 마음의 빛이다. 우주만상이 빛이 아닌 것이 없다. 심지어는 검은 색에도 빛이 있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이 세상에 온 것은 어둠에 가려져 있는 원래의 본심인 빛을 찾아서 온 것입니다. 살면서 빛을 잊을 때가 많은데 원래의 본심인 지혜의 형상을 보기 위해 그림을 그리는 것이죠.” 빗방울이 간간이 떨어지는 여름 저녁, 방 화백은 더위를 털어내듯 시원스럽게 자신의 작품 세계, 작품의 근원을 좇아온 수행 생활에 대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오는 24일 갤러리 현대에서 개인전 ‘빛의 숨결’을 가질 예정이다. 건강이 어떠한지 묻자 “몇년째 호흡기 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다.”고 했다. 작품 활동에 제약을 받지 않느냐고 되묻자 “아프지만 작품을 하다보면 에너지가 많이 생겨 환희심을 갖고 일하게 된다.”며 “화가는 정말 좋은 직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술가의 경지를 넘어 이제는 인생, 우주의 세계까지 다다른 철학자 같기도 하고 종교인 같기도 하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두운 마음에 한 줄기 빛을 밝혀 준다. 나직나직 조용한 음성에 실려 있는 그의 말 한 마디가 오히려 힘차게 다가오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작은 눈, 훤한 이마, 자연스럽게 틀어 올린 머리가 부드러운 미소와 어우러져 자비를 구현하는 관세음보살을 연상케 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예술가는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그립니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은 50여점. ‘자연의 숨결’‘생명의 숨결’‘대지의 빛’‘우주의 빛’등의 작품 제목처럼 그의 자연과 우주에 대한 통찰과 찬탄, 사랑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그의 작업 방식은 독특하다. 한지나 천의 뒷면에 질감 좋은 엷은 재료를 사용, 뒤에서 빛이 비추어 나오고 스며 들도록 색깔을 칠한 뒤 다시 그위에 색깔을 입혀 나가며 빛과 색의 묘한 조화를 만들어 낸다. 앞에서 봐도, 뒤에서 봐도 작품이다. 때론 의도와는 달리 뒷면의 작품이 더 좋은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재료는 석채, 식물성 염료, 흙 등 다양한 천연 자연 재료.“우리나라는 보석이에요.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 많아요. 황토색이 아름다워 요즘 황토를 재료로 사용한답니다.” 2주전 프랑스에서 귀국한 그는 한국의 미를 찾아 절로, 산으로 다닌다. 경기도 광주 영은 미술관에서 작품활동도 하고 있다. 다음달 7일까지. (02)737-2504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광북 60주년 만감 교차하는 2人] 朴대표 홀로 부르는 ‘思母曲’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게 8·15 광복절은 희비와 만감이 교차하는 특별한 날이다.●`공인 박근혜´서 `딸 박근혜´로 정치인으로 ‘공인 박근혜’는 ‘해방의 의미’를 되새기고 축하하면서 이를 미래지향적 비전제시로 연결시키는 책무를 안고 있다. 한편 ‘딸 박근혜’라는 사적 영역에서는 31년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그리는 슬픔도 겹친다. 이런 ‘역설’은 15일에도 되풀이됐다. 박 대표는 이날 서울 광화문의 8·15경축식에 참석한 뒤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으로 가 ‘고 육영수 여사 31주기 추도식’에 참여했다. 이 행사에서 박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대해 “우리는 자꾸 과거로만 가는 것 같다.”고 부정적 반응을 보이며 잠시 공적 영역으로 나왔다. 그러나 무게 중심은 어머니를 기리는 사적 공간에 놓였다.●지만씨 “아버지에 대해 나쁜 인식주려는 세력있다” 박 대표는 동생 지만씨 부부와 묘소에 분향한 뒤 독일 파견 간호사였던 임경희씨가 “육영수 여사가 독일을 방문한 뒤 눈물을 흘렸을 때 나도 울었다.”며 추도사를 읽는 동안 잠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지만씨는 추도사에서 “요즘 아버지를 괴상하게 왜곡시켜 자라나는 아이들과 젊은 세대들이 아버지에 대한 나쁜 인식을 갖도록 노력하는 일부 세력이 있다.”면서 “어머니가 이를 아시면 많이 안타까워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기춘 여의도연구소 소장, 김무성 사무총장, 전여옥 대변인, 곽성문·공성진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과 황인성 전 국무총리, 김성진 전 문공부장관을 비롯,‘박사모’회원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박 대표는 전날 밤 10시에 미니홈피 게시판에 ‘사모곡(思母曲)’을 올리며 사적 공간으로 더욱 깊숙이 들어갔다.“어머니께서 돌아가신 지 31주기가 됐는데도 항상 가슴 속에는 어머니가 그립고 보고 싶다.”라고 시작한 글은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려 노력했던 육여사를 기리고 있다. 이어 “오늘 밤은 유난히 어머니가 그리워지고, 그 분이 생전에 하시던 일들이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라고 맺는다.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김후년의 클럽하우스] 골퍼와 캐디

    며칠 전 지방의 한 골프장에서 라운드하던 모 은행의 행장이 캐디를 폭행, 불구속 입건된 사건이 있었다. 골자는 지인들과 라운드하던 중 뒷 조의 볼이 갑자기 날아와 자신이 맞을 뻔한 것에 격분해 이를 사과하러 온 캐디를 욕설과 함께 발로 차 부상을 입혔다는 것. 라운드 도중 날아온 볼에 놀라 엉겁결에 벌어진 일이고 나중에 사과했다지만, 다른 사람을 대신해서 사과하러온 캐디를 때리고 욕설을 퍼부은 잘못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필이면 이날 한 방송국에선 노골적으로 수작을 벌이면서 캐디를 비하하는 내용의 연속극이 방영돼 캐디들은 안팎으로 수난을 겪어야 했다. 예비군 훈련복만 입으면 점잖던 평소와 달리 망가진 모습을 보인다는 몇몇 사람처럼, 필드에 나서면 거들먹거리며 캐디를 폭행하거나 욕설을 내뱉고 성적 희롱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 예외일 수 없다. 해외 골프투어 규제가 완화된 이후 동남아 등지를 찾은 한국 골퍼들이 보인 추태에 이골이 난 현지 골프장들이 한국인 골퍼 출입 금지를 내건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골퍼들의 추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간간이 언론에서 이의 병폐를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캠페인도 벌였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팁을 매개로 서비스를 주고받는 골퍼와 캐디는 상하관계가 아니라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동반자적 수평의 관계다. 캐디는 단순히 클럽을 전해 주는 사람이 아니다. 클럽 선택에 필요한 거리는 물론 코스의 컨디션, 그린 위에서 볼이 놓인 상태 등에 관해 조언하는 도우미다. 특히 처음 찾은 골프장이나 궂은 날씨 속에 라운드할 때 캐디의 조언은 라운드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절대적이다. 현재 많은 골프장이 5인승 카트를 도입,4백 1캐디제를 운영하고 있다.1명의 캐디가 4명의 골퍼를 수발하려면 클럽을 갖다 주거나 그린 위의 볼을 닦기도 벅찰 때가 많다. 비가 오거나 안개가 낀 날은 더욱 바쁘다. 이럴 때 1캐디제의 옛날 생각에 ‘나만 봐.’하는 식의 서비스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제일 먼 저 홀 아웃하면 깃대를 들고 동반자 전원이 홀아웃할 때를 기다려 깃대를 정리하는 아량을 베풀 줄 아는 넉넉함을 가진 골퍼가 그립다. 외국의 골프대회에선 프로 골퍼 못지않게 프로 캐디들의 모습을 접할 수 있다. 타이거 우즈의 캐디가 고국에서 환대를 받듯, 그들이 누리는 인기는 프로 골퍼에 버금간다. 라운드하기 전 자신의 소개와 더불어 곱게 인사하는 캐디도 당당한 직업인이다. 그들은 폭행이나 욕설, 성적 희롱의 대상이 아니다. 그들을 무시하면서 제대로 된 서비스를 요구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골프 칼럼니스트 golf21@golf21.com
  • [깔깔깔]

    ●변한 아내 신혼 때는 아내가 설거지하고 있을 때 뒤에서 꼭 껴안아 주면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설거지 중에 뽀뽀도 하고 그랬습니다. 지금은 설거지할 때 뒤에서 껴안으면 바로 설거지 구정물이 얼굴에 튀깁니다. 신혼 때는 충무로에서 영화 보고 수유리까지 걸어오며 절반거리는 업고 오기도 했습니다. 엊그제 “자, 업혀봐” 하며 등 내밀었더니 냅다 등을 걷어차는 게 아닙니까. 엎어져서 코 깨졌습니다. 아내가 TV 드라마를 보다가 내 옆에 있는 리모컨을 달라고 하더군요. 모처럼 신혼때처럼 “뽀뽀해 주면 주지∼”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다 리모컨으로 입술을 매우 아프게 맞았습니다. 뽀뽀해 달라고 한 게 그렇게 큰 죄인지 진짜 몰랐습니다. 아직도 입술이 얼얼합니다. 신혼때가 그립다고 외쳤더니 아내는 자식 때문에 참고 사는 것이니 입 닥치라고 합니다.
  • [어린이 책꽂이] 부심이의 엄마생각/백기완 지음

    통일운동가 백기완(72)씨는 일흔이 넘은 지금 이 순간까지도 어머니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 ‘부심이의 엄마생각’(노나메기 펴냄)은 그가 “피눈물이 나도록 그립다.”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43편의 짧은 이야기로 불러낸 수필동화 느낌의 책이다. 북녘에 계신 어머니를 못 만나고 산 지 어언 60여년. 그렇건만 글월로 일깨워진 기억 속의 어머니는 어제본 듯 또렷또렷하다. “쌈불(바다속 화산)같은 그리움”으로 써내린 어머니와의 애절한 추억은 신기하게도 나이를 먹지 않았다.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시절. 힘없는 이들에게는 늘 관대하라 하셨고 권력의 횡포에는 당당히 맞설 수 있어야 한다고 가르쳤던 어머니와의 일화들이 번번이 깊은 감동을 길어올린다. ‘부심’은 백씨의 어릴 적 별명이다. 풀빛 바지에 빨간 대님, 빨간 저고리에 풀빛 고름이 붙은 옷을 부심이라 하는데 “이 옷을 입고 눈보라치는 들판에서도 봄 새싹 같이 살라고 어머니가 지어준 이름”이라고 그는 적었다. 초등 고학년 이상.(02)762-0017.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儒林(384)-제4부 百花齊放 제1장 浩然之氣(10)

    儒林(384)-제4부 百花齊放 제1장 浩然之氣(10)

    제4부 百花齊放 제1장 浩然之氣(10) 맹자의 어머니는 이곳이야말로 자식을 기르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라고 깨닫고 비로소 안심하고 기뻐하였다고 하는데, 이를 통해 교육에는 무엇보다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비유할 때는 ‘맹자의 어머니가 세 번 이사하다.’라는 뜻의 ‘맹모삼천(孟母三遷)’의 고사성어를 인용하는 것이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고도 쓰여지는 이 고사는 맹자의 어머니 급씨가 자식의 교육을 위해 얼마나 헌신적이었던가를 말해주는 가장 유명한 일화이다. 일찍이 사마천은 ‘공자세가’에서 ‘공자는 어렸을 때부터 놀 때에도 항상 예기를 진열하고 놀아 그 예절바른 태도는 선천적인 듯 보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맹자가 세 번 이사 끝에 ‘학교에서 가르치는 대로 제구를 늘어놓고 제사를 지내는 예를 흉내 내며 놀았다’는 기록은 맹자가 어렸을 때부터 공자의 가르침에 깊은 영향을 받았음을 드러내는 중요한 증거이며 이를 통해 맹자는 태생적으로 공자의 수법(授法)제자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났음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와 야합하여 사생아를 낳아 이를 꺼려 아버지의 묘소조차 가르쳐 주지 않은 철부지 공자의 어머니와는 달리 명문가의 후손이었던 맹자의 어머니는 집안 생계와 자식의 교육이라는 이중의 고난 속에서도 아들에 대한 기대가 매우 높았고 오직 교육만이 맹자가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꿰뚫어 보았다. 인류가 낳은 최고의 성인, 공자가 왠지 나서기를 꺼려하고 대인관계에 있어 적극적으로 맞서기보다는 기다리고 참고 물러서는 행동을 보인 것과는 달리 장강대화와 같은 언변으로 제후들을 질타하며 호연지기(浩然之氣)를 보인 당당한 투장 맹자가 탄생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맹자의 어머니가 보인 자식에 대한 기대감과 자신감의 소산일 것이다. 이 두 가지의 정반대적 성격은 모두 어렸을 때 어머니가 보인 교육열에서 비롯된 것이니 ‘세살 이전에 아이의 인격이 모두 형성된다.’는 현대유아교육의 중요성은 그 어머니의 역할이 얼마나 지대한가를 웅변하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맹자는 어머니에 의해서 높은 관심을 받아 자신감 넘치는 소년으로 성장하였다. 이를 말해주는 또 하나의 예가 ‘열녀전’에 전하고 있다. 맹자의 나이가 교육에 전념해야 할 시기가 되었을 때 어머니는 아들을 위해 당시로서는 체계적인 교육방법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처음에 맹자는 별로 노력하지 않았던 듯 보인다. 어느 날 집을 떠나 공부하던 맹자가 느닷없이 집으로 돌아온다. 아마도 집이 그립고 공부가 지겹기도 해서였을 것이다. 그때 맹자의 어머니는 베틀에 앉아서 베를 짜고 있었다. 어머니는 오랜만에 돌아온 아들을 반갑게 맞아 주기는커녕 베틀에 앉은 채로 맹자에게 엄하게 물었다. “공부는 다했느냐.” “여전히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갑자기 돌아왔느냐.” 이에 맹자는 다음과 같이 변명하였다. “제 물건이 하나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그 물건을 찾고자 하여서 돌아왔습니다.” 맹자가 대답하자 어머니는 잠자코 곁에 있는 칼을 들어 짜고 있던 베를 단숨에 잘라버렸다.
  • ‘청풍영월’에 빠져볼까

    ‘청풍영월’에 빠져볼까

    ■ 코흘리개 삼식이는 어떻게 변했을까 누구에게나 한번쯤 다시 돌아가고 싶은 어린 시절의 소중한 추억이 있다. 코흘리개 옆집 친구와 마을 앞 개울가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물장난을 치고, 밤하늘을 가득 수놓은 별을 헤아리며 감자를 구워먹던 그 시절. 요즘처럼 목을 죄어오는 아스팔트 복사열과 희뿌연 스모그가 티없이 맑았던 어린 시절의 풍경을 더욱 그립게 만든다. 아이들에게 아빠와 엄마의 어린 시절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도 못내 아쉽다. 그렇다면 청정한 강물이 흐르고, 때묻지 않은 자연이 그대로 숨쉬는 강원도 영월군으로 떠나보자. 영월은 잃어버린 어린 시절과 닮은 곳이다. 순박한 시골 풍경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어린시절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보석처럼 반짝이는 밤하늘의 별도 가슴에 품을 수 있다. 어린이들에겐 꿈과 희망이, 어른들에겐 동심의 세계가 펼쳐지는 영월에서 어린 시절의 소중한 추억을 되새겨 보는 것은 어떨까.(사진 한반도지형) 영월 글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타임머신을 타고 어린시절로 ‘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고, 다람쥐 쫓던 어린 시절….’ 영월군 서쪽 끝에 있는 ‘밧도네 마을’은 ‘어린시절’이라는 노래를 절로 흥얼거리게 만든다. 노란 금계화가 길가에 늘어선 마을에 들어서자 30년 전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듯 가슴이 벅차 오른다. 태기산과 치악산에서 내려온 주천강이 마을을 바깥으로 돈다 해서 붙여진 밧도네 마을. 친숙한 마을 지명만큼이나 예스럽고 아름답다. 폐교를 활용해 만든 이 곳의 비산체험학교(033-374-1251·www.bisanschool.com)는 어린시절 추억을 되살려 주는 곳. 흙내음이 코끝을 간지르는 학교에 들어서자 이승복 동상과 책 읽는 소녀의 동상이 새삼 새롭게 다가온다. 청소시간마다 친구들과 왁스를 칠해 문지르던 교실 나무바닥과 복도에선 잠시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을 만난다. 이 학교는 폐교된 도천초등학교 주천분교를 원용석(47)·김은선(42)씨 부부가 3년 전 교육청으로부터 임대받아 꾸몄다. 원씨는 계절마다 감자캐기, 옥수수따기, 모내기 등 농사체험과 물고기 잡기 등 생태체험을 맡고, 김씨는 꽃누르미(압화)를 가르친다. 꽃누르미는 김씨가 학교 주변에 피어나는 갖가지 들꽃을 따서 말려 두었다가 열쇠고리와 목걸이, 액자, 옆서 등을 만드는 것이다. 벽면을 가득 메운 작품들은 저마다 고운 꽃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작품들은 자연이 만든 한폭의 풍경화다. 학교 앞을 흐르는 주천강에는 반두(양 끝에 막대기를 대어 두 사람이 맞잡고 물고기를 몰아 잡도록 된 그물)를 들고 물고기를 잡는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흥겹다. “와∼ 많이 잡혔네!” 이태규·이상용·탁성곤·김찬우(9·주천초 2년)군 등 4명의 아이들이 학교를 마친 뒤 곧바로 강으로 달려왔다. 태규와 상용이가 ‘풍덩 풍덩’ 발로 물을 튕기며 고기를 몰고, 성곤이와 찬우는 반두를 들고 있다가 때를 맞춰 반두를 올린다. 반두에는 영화 제목으로 유명해진 쉬리와 통가리, 피라미 등 10㎝ 남짓한 물고기 5∼6마리가 걸려 오른다. “에이, 쉬리만 잡히네….”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잡을 수 없는 물고기인 쉬리만 연신 올라오자 아쉽다는 듯 놓아 준다. 물고기 잡기에 싫증난 아이들은 곧이어 물놀이를 시작했다. 반두를 내팽개치고 옷을 입은 채 수중보에서 물미끄럼을 타는 데 여념이 없다. 아이들의 고기잡이를 도와주던 원씨는 “차분하게 어린 시절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다양한 체험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이 곳은 아이들도 좋아하지만 어른들이 어린 시절 향수를 느낄 수 있어 더 즐거워한다.”고 전했다. 체험료는 한 가지당 5000원, 여름 방학기간 중에는 사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 마루에 올라 별을 보다 ●별하나의 추억과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영월에서는 어느 곳에서나 별을 볼 수 있다. 특히 해발 799m의 봉래산 별마로 천문대(374-7463·www.yao.or.kr)에서는 많은 별을 가슴에 품을 수 있다. 별마로천문대는 별과 마루(정상), 로(고요할 로)의 합성어로 ‘별을 보는 고요한 정상’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시민 천문대다. 인간이 가장 쾌적함을 느낄 수 있다는 ‘해피 700’에 위치한 천문대는 봉래산을 수십여바퀴 휘감으며 곡예운전을 해야 정상에 도착한다.800㎜ 반사망원경으로 낮에는 태양 흑점을 관찰할 수 있고, 밤에는 목성, 달이 떠있는 별천지를 관찰할 수 있다. 이 곳은 연간 관측일수(쾌청일수)가 196일로 우리나라 평균 116일보다 훨씬 많아 국내 최고의 관측 여건을 가지고 있으며, 주변에 광해(방해하는 빛)와 관측의 최대 적인 습기가 없어 최적의 관측 여건을 자랑한다. 특히 망원경으로 별을 보지 않더라도 산꼭대기에 쏟아지는 별을 보며 호젓한 낭만을 즐길 수 있다. 이 곳에서 바라보는 영월시내의 야경 또한 일품이다. 부모와 함께 온 이하민(6·경기 용인시 수지읍 베아제 유치원)양은 “반짝이는 별들이 너무 아름답다.”며 망원경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천문대는 월요일과 공휴일 다음달 휴관하며,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청소년 4000원이다. 영월은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박물관이 많다. 대표적인 박물관은 책박물관(372-1713). 폐교에 세워진 이 박물관은 박대헌씨가 사비를 털어 만들었다. 이 곳에선 어디에서도 구하기 힘든 60∼70년대 초등학교 교과서를 비롯해 1925년 조선총독부가 발간한 서적, 한국문학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책 수만권이 빛바랜 모습으로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성인 2000원, 어린이 1000원. 이밖에 곤충박물관(374-5888)과 다음달 개관하는 사진박물관 등도 둘러보면 좋다. ●신비한 천혜비경 자연속으로 영월은 유명한 동강의 어라연 말고도 자연이 만들어낸 갖가지 천혜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인기 명소는 ‘한반도 지형’. 선암마을 건너 숲속의 전망대에서 보면 마을 풍경이 신기할 정도로 한반도 지도를 그대로 닮았다.5년 전 사진작가가 발견해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유명해졌다고 한다. 서강을 끼고 동쪽은 높은 절벽에 나무가 울창한 반면 서쪽은 경사가 완만해 평지에 가까워 ‘동고서저’의 한반도 지형도 그대로이며, 북쪽으로는 백두산, 남쪽으로는 장기곶까지 똑같다. 영월은 무엇보다 조선 6대 임금인 단종이 숙부인 수양대군에 의해 비운의 죽음을 맞이한 고장. 곳곳에서 단종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단종이 유배길에 쉬어간 군등치 고개를 넘어 가면 단종 무덤인 장릉(370-2619)과 유배지인 청령포(370-2620)가 있다. 단종은 1457년 봄에 영월 청령포에 유배되었고 그해 10월 사약을 받고 죽었다. 단종이 죽어도 시신을 거두는 이가 없자 영월 호장 엄흥도가 시신을 거둬 모신 곳이 장릉이다. 장릉 소나무가 모두 장릉을 향해 고개를 숙여 신비롭다. 입장료는 성인 1200원. 장릉에서 남쪽 방향으로 10분만 차를 타면 청령포가 나온다. 청령포는 단종이 유배됐던 창살 없는 감옥. 삼면은 서강이 휘감아 흐르고 육지와 이어진 한쪽면은 수직절벽으로 이뤄져 있다. 섬은 아니지만 배를 타야 도달할 수 있다. 청령포 한가운데에 위치한 관음송은 600살 먹은 30m 높이의 소나무. 당시 단종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 들어 관음송이라 불렸다. 청령포 숲은 지난해 11월 산림청에서 선정한 ‘아름다운 천년의 숲’에 뽑혔다. 도선료 400원을 포함해 입장료는 1300원. 이 곳에서 차로 10분쯤 거리에 신선암이라 불리는 선돌이 있다. 선돌은 말 그대로 서있는 돌. 밑에서 굽이굽이 흐르는 서강 줄기와 어우러지면서 동양화를 보는 느낌을 준다. 아침에는 강 안개에 젖어, 오후에는 석양에 잠겨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밖에 태백산 줄기의 험산준령이 빚어낸 태고적 신비를 뽐내는 우리나라 최고의 계곡인 칠랑이계곡과 김삿갓 계곡을 비롯해 고씨동굴 (천연기념물 219호)과 김삿갓 유적지 등에서는 시원한 여름을 느낄 수 있다. ● 알고가세요 영월은 서울에서 승용차로 2시간30분 거리에 있다. 중앙고속도로 제천IC를 빠져나와 38번 국도를 따라 가면 영월읍으로 갈 수 있다. 밧도네 마을은 신림IC에서 88번 지방도를 따라 주천면 방향으로 가면 된다. 먹을거리로는 태백과 정선, 평창 등 해발 700m 이상에서만 자생하는 나물에다 들기름과 콩, 표고버섯 등 각종 재료들이 들어가 독특한 맛을 내는 ‘곤드레밥’이 미식가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읍내 중앙로 농협군지부 맞은편에 자리잡은 청산회관(374-2141)은 모녀가 대를 이어가며 운영하고 있는 한정식집으로 지난 97년부터 곤드레밥을 특색 음식으로 내놓기 시작했다. 가격은 1인분 6000원. 가족단위 숙박시설은 다소 부족하지만 읍내 모텔과 여관이 깨끗하다. 민박요금 예고제 마을인 밧도네 마을은 4인실이 성수기에 4만원 정도다. 영월군청 문화관광과 (033) 370-2542.
  • [그 영화 어때?] 오늘 개봉 옴니버스 영화 ‘에로스’

    30일 개봉하는 옴니버스 멜로 ‘에로스’(Eros)에는 세가지 빛깔의 사랑이 담겨 있다. 첫사랑처럼 수줍은, 꿈꾸듯 몽롱한, 촛불처럼 위태로운. 골라보는 재미만도 ‘수지 맞다’ 싶은데, 옴니버스 작업에 참여한 감독들의 면면도 호화롭다.‘중경삼림’‘화양연화’의 왕가위,‘에린 브로코비치’‘오션스 일레븐’의 스티븐 소더버그,‘정사’‘욕망’의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 왕가위 감독이 ‘그녀의 손길’편으로 맨먼저 사랑에 관한 짧고도 강렬한 영감을 스크린에 투사했다. 궁리와 장첸이 주연한 이 작품은 많은 관객들에게 가장 애절한 감성으로 다가갈 것 같다. 도도하고 색정적인 고급 콜걸 후아(궁리)의 기습적 손길로 첫 경험을 했던 젊은 재단사 장(장첸). 후아의 향기를 잊지 못하는 장은, 그녀의 옷을 만들고 그립게 바라보며 헌신적인 사랑을 바친다. 남녀 주인공이 단 한번도 격정적인 접촉을 하지 않는 화면은 탐미적이되 절제된 미학의 극치를 구사한다. 전염병으로 초라하게 죽어가는 후안을 끝까지 말없이 끌어안는 장의 사랑에 나른한 감동을 전해받을 즈음. 아이디어 많기로 소문난 할리우드 감독 소더버그가 불쑥 디미는 이야기는 어째 좀 생뚱맞기도 하다. 밤마다 에로틱한 꿈을 꾸는 광고 세일즈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과 그의 심리를 상담하는 의사(알란 아킨)가 롱테이크 샷으로 흑백화면을 채우는 단조로운 설정이다. 꿈속의 정체모를 여인 때문에 신경쇠약에 걸린 남자, 그의 등 뒤에 앉아 상담을 빙자해 엉뚱한 행동을 계속하는 의사의 모습은 무성 코미디처럼 낯선 유쾌함을 안긴다. 이탈리아 거장감독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드라마 ‘위험한 관계’는 위태롭게 흔들리는 한쌍의 남녀를 담담한 어조로 좇는다. 권태기에 빠진 부부 크리스토퍼(크리스토퍼 부숄츠)와 클로에(레지나 넴니)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는, 단순히 남녀관계 변화를 포착했다기보다는 인간의 존재방식에 관한 철학적 사유를 드러낸다. 명감독들이 날려온 ‘사랑과 욕망의 모르스 부호’같은 영화에는 배경음악이 그 자체로 하나의 캐릭터가 됐다. 화면을 뒤덮는 재즈선율에 노곤하게 빠져든다.18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맹물 화가’ 석철주 4년만에 개인전

    ‘맹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알려진 석철주 화백이 4년만에 개인전을 갖는다. ‘꿈을 그리다’라는 제목으로 인사동 학고재 아트센터에서 오는 15일부터 28일까지 열린다. 그가 청전 이상범으로부터 한국화를 배운 지 올해가 꼭 40년째가 되는 해이다. 그런 그에게는 한국화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적 변용을 모색을 해 온 작가라는 평이 따른다. 그는 70년대 전통적인 산수화,90년대 질박한 장독을 표현한 ‘옹기’시리즈를,95년부터 조각보와 골무 등을 그린 ‘규방’시리즈를,97년부터는 맹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만의 독특한 화법은 바로 맹물 그림. “캔버스에 밑칠을 6∼7번 한 뒤 원하는 기본색을 칠합니다. 노란색 형태를 원하면 노란색을 2번 칠한 뒤 그것이 마른 다음 다시 검은색을 칠하지요. 그런 뒤 마르기 전에 내가 원하는 그림을 맹물로 그립니다. 그위에 넓은 붓으로 지워 나가면 맹물로 그려진 것이 없어지면서 그 밑의 노란색이 스며 나옵니다.” 그는 이처럼 한국화의 ‘스밈과 번짐’효과를 서양화 재료로 표현, 한국 전통의 미감을 현대적 시각으로 담아내는 참신한 시도를 하고 있다. 전시장 1층에는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마음속 풍경으로 재창조한 ‘신몽유도원도’시리즈로 꾸며졌다.20대 시절 설악산, 지리산 등 전국의 명산을 누비고 다니며 마음속에 그린 산들이 작품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뭉게뭉게 피어 오르는 구름처럼 몽환적이고 아득한 산세는 서양화와 한국화, 현실세계와 이상세계의 구분이 무의미해진다. 2층에는 식물의 이미지를 실루엣으로 표현한 ‘신장개업’‘흔들림’‘비 갠 오후’ 등이 전시되고 있다. 특히 조선시대 달항아리의 모양을 그대로 따 그 안에 특유의 아득한 산수를 펼쳐 놓은 ‘달항아리’는 마치 청화백자 모습을 보는 듯 담백한 기품이 느껴진다.(02)739-4937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선동열, 박찬호에 애정어린 조언

    “찬호, 정말 대견하죠.” 현역시절 ‘국보급 투수’로 불린 선동열(42) 삼성 감독에게 빅리그 통산 100승 달성의 초읽기에 들어간 ‘코리안특급’ 박찬호(32·텍사스 레인저스)는 남다른 느낌을 준다. 한때 자신이 몸담고 싶어했던 미국 프로야구에서 꿋꿋이 활약하며 ‘세 자릿수’승수를 눈 앞에 두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난 선수라도 자기관리가 확실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프로의 세계, 더욱이 낯선 이국 땅에서 명성을 떨치기도 힘들지만 슬럼프를 겪은 뒤 재기하는 게 훨씬 어렵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체득한 데서 오는 동질감 때문은 아닐까. 롯데와의 경기가 비로 취소된 지난 1일 대구구장에서 만난 선 감독은 박찬호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특유의 진지한 표정으로 “대견하다.”는 말과 함께 연방 고개를 끄덕인다.‘립서비스’ 이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동안 찬호가 피칭하는 것을 보지 못해 기술적인 부분에서 달라진 점은 말하기 어렵다.”고 털어놓은 선 감독은 “한국에서도 100승 투수가 손을 꼽을 만한데 날고 기는 선수들이 모인 메이저리그에서 해낸다면 두 말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고 후배에게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찬사를 보냈다. 물론 선 감독은 “100승,150승처럼 눈에 띄는 기록을 남기는 것도 좋겠지만, 그보다는 몸관리를 철저하게 해 롱런하는 투수가 되기를 바란다.”고 애정어린 충고도 잊지 않았다. 선 감독은 일본진출 첫 해인 1996년 혹독한 부진으로 호시노 감독에게 ‘짐 싸서 당장 돌아가라.’는 모욕적인 대우를 받은 뒤 자존심을 다 버리고 뼈를 깎는 노력으로 결국 ‘나고야의 태양’으로 화려하게 떠올랐던 기억을 더듬었다. 그래서 더욱 2002년 FA대박을 터뜨리고 텍사스로 이적한 첫 해부터 지독한 슬럼프에 빠져 팬들과 지역언론에 의해 난도질을 당하며 만신창이가 됐던 박찬호가 올시즌 4년 만에 화려하게 재기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선동열은 전무후무한 3번의 0점대 방어율(86,87,95년)을 남기고 일본으로 건너가 최다세이브포인트 타이인 38SP를 작성한 ‘살아있는 전설’. 한·일 양국에서 15시즌을 뛰며 프로통산 156승 44패 230세이브를 남겼다. 반면 선동열의 플레이를 보고 꿈을 키운 박찬호는 한국인 최초의 빅리거로 매번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새로운 역사를 고쳐 쓰고 있다. 지난 94년 기록적인 120만달러의 계약금을 받고 태평양을 건너갔고 풀타임 빅리거가 된 지 꼭 10년째인 올시즌 통산 100승을 목전에 두고 있다. 선 감독이 박찬호를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지난 2001년 삼성-두산의 한국시리즈 6차전이 열린 잠실구장에서였다. 당시 한국야구위원회(KBO) 홍보위원이던 선 감독은 오랜만에 프로야구 경기장을 찾은 박찬호와 나란히 앉아 경기를 관람하면서 ‘슬라이더의 명인’답게 그립을 잡아보이며 비법을 전수하기도 했다. 10년 터울을 두고 등장한 위대한 투수들이지만, 우열을 가린다는 것은 난센스다. 활동했던 시기와 환경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 선 감독이 올해로 100주년을 맞은 한국야구의 불세출의 영웅이라면, 박찬호는 IMF 외환위기 시절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었으며, 불가능할 것 같던 한국인의 메이저리그 도전사에 이정표를 세운 ‘현재진행형’ 스타인 셈이다. 그래도 여전히 남는 의문 하나.‘선동열과 박찬호 중 누가 더 위대할까’.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이런 질문들로 도배가 돼 있다. 비교를 하고 서열을 가려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의 심리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선 감독은 어떻게 생각할까. 간단하게 튀어나온 말은 답이 될 것 같진 않았다. “뭐 다 끝난 얘긴데….” 대구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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