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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로의 아침] US오픈에 1913년이 없었다면/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US오픈에 1913년이 없었다면/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세계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 놓은 사건에는 늘 단초가 있다. 미국과 영국의 ‘골프 전쟁’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게 라이더컵 골프대회다. 지금은 유럽 각국에서 선발된 ‘연합군’이 미국과 겨루지만 처음에는 영국과 미국의 국가대항전으로 출발했다. 트로피를 기부한 영국인 사업가 새뮤얼 라이더의 이름을 딴 이 대회는 1927년 처음 열려 1977년까지는 영국과 미국 각 10~12명의 선수가 2년마다 맞붙었지만 1979년부터 아일랜드가 참가하면서 ‘유럽 연합군’이 등장했다. 1959년부터 10연승을 거두며 어느새 ‘거인’으로 성장한 미국 골프에 대항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미국이 처음부터 독주를 한 건 아니다. 1913년 US오픈이 아니었더라면 그리고 프랜시스 위멧이라는 인물이 아니었더라면 세계 골프는 지금도 영국 주도로 흘러갔을지 모른다. US오픈은 35년 먼저 창설한 디오픈(브리티시오픈)에 맞서고자 1895년 만들어졌다. 영국인은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진정한) 골프대회’라는 의미로 ‘디오픈’이라고 부른다. 미국인은 ‘브리티시오픈’이라며 우회적으로 이를 거부한다. 첫 16년 동안 우승자는 대서양을 건너온 영국 골퍼였다. 1912년에야 19세의 존 맥더모트가 첫 미국인 챔피언이 됐으며, 그는 이듬해까지 2연패를 달성했다. 그러자 영국은 고민했다. 이미 테니스, 육상, 요트 등에서 미국에 밀리면서 위기의식을 느꼈던 터라 골프만큼은 미국에 내줄 수 없다는 메시지가 필요했다. 그래서 내세운 이가 당대의 최고 스타 해리 바든이다. 오른손 새끼손가락을 왼손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워 골프채를 잡는 ‘오버래핑 그립’ 혹은 ‘바든 그립’의 창시자이기도 한 그는 앞서 디오픈을 5차례나 정복하고 1900년 US오픈에서도 우승한, 현재로 말하면 타이거 우즈와도 같은 인물이었다. 바든은 매사추세츠주 브루클린의 ‘더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1913년 대회에서 US오픈 타이틀 탈환에 나섰지만 이 동네의 캐디 출신 20세 청년 위멧에게 18홀 연장 끝에 패해 물러나야 했다. 2017년 미국 ‘골프채널’은 세계 골프 3대 역전극 중 1955년 US오픈에서 벤 호건을 제친 잭 플렉, 2009년 PGA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를 따돌린 양용은보다 위멧의 역전승을 첫손에 꼽았다. 영화 ‘지상 최고의 게임’ 속 위멧은 11살 때부터 동네 골프장인 더 컨트리클럽에서 캐디를 하며 골프를 배웠다. 노동자 아버지를 둔 그는 가난했던 탓에 골프를 치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었지만 “네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절대 그 길을 건널 수 없다”던 아버지의 말을 17번 홀 건너 자신의 집 부엌에서 밥을 짓던 어머니의 모습과 오버랩시키며 연장 승부의 도화선이 된 동타 버디를 뽑아냈다. 아마추어 선수이자 캐디였던 위멧의 우승은 미국 골프사의 중대한 전환점이 됐다. 골프는 일부 계층의 것이 아닌 소시민의 스포츠로 다시 자리매김했다. 골프가 대중화되면서 1912년 35만명이었던 골프 인구는 1922년 200만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매년 6월에 치러지던 US오픈이 21일 새벽(한국시간) 120번째 대회를 무사히 마쳤다. 144명의 선수는 뉴욕의 윙드풋에서 악명 높은 코스를 감내했을 게 뻔하다. 특히 올해 대회는 1913년 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9월의 US오픈’이었다. 107년 전 ‘골프 특사’ 바든이 6월의 디오픈을 먼저 치르도록 일방적으로 일정 조정을 요구했기 때문인 것과 달리 올해는 코로나19 탓에 석 달이나 미뤄졌다. 코로나19는 윙드풋의 길고도 질긴 러프보다, 심술궂게 사방에서 불어대는 바람보다, 수두룩하게 아가리를 벌린 벙커보다 더한 고난이다. 위멧이 남긴 골프 명언으로 새삼 위로를 받는다. ‘골프는 어떠한 불운도 감수하는 미덕이다.’ cbk91065@seoul.co.kr
  • [우리 아이 마음 읽기] 일곱 살 꼬마 69% “코로나 없어지는 마법 쓰고 싶어요”

    [우리 아이 마음 읽기] 일곱 살 꼬마 69% “코로나 없어지는 마법 쓰고 싶어요”

    서울 용산구에 사는 일곱 살 태우는 올해 어린이집에 10번도 안 갔다. 선생님 얼굴도, 친구들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다. 처음엔 TV 실컷 보고 원하는 만큼 자전거를 탈 수 있다고 신났지만 이제는 어린이집이 그립고 친구들과 놀고 싶다. 코로나19 뉴스가 들리면 귀를 쫑긋 세운다는 태우는 “1년 뒤에 백신이 나온대요. 코로나 없는 세상이 올 거예요”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들도 어른처럼 코로나19 없는 세상을 기다린다. 태우처럼 코로나19가 정복될 것으로 믿는 어린이도 있지만 신규 확진자가 수일 연속 세 자릿수로 불어나는 상황을 비관적으로 받아들이는 어린이도 적지 않다. 6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전국공공형어린이집연합회 소속 6개 어린이집에 재원하는 만 6세 아동 3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2.6%인 20명은 코로나19가 이 세상에서 없어질 거라고 기대했다. 의사 선생님이 코로나19 약(백신)을 만들어 줄 것이라는 믿음이 근거였다. 손을 잘 씻고 마스크를 잘 쓰는 등 여러 사람이 위생수칙을 지키는 점도 코로나19 종식을 기대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하지만 14명(36.8%)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고 4명(10.5%)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너무 세고 많다’는 이유를 들었고 ‘감기랑 똑같아서 그냥 계속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한 어린이는 “바이러스가 변종이 돼 점점 강해지고 사람들이 알 수 없는 것이 많이 생기고 있다”며 명확한 분석을 내놨다. 지금 한 가지 마법을 쓸 수 있다면 무엇을 제일 하고 싶은지 어린이들에게 물었다. ‘코로나19가 없어지도록 우리나라 전체를 소독하겠다’는 답변이 17명(39.5%)으로 가장 많았고 ‘바이러스를 없애는 약을 빨리 만들고 싶다’는 답변이 13명(30.2%)으로 뒤를 이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없는 곳으로 가고 싶다’는 의견(7명)과 ‘코로나19로 아픈 친구들이 빨리 낫도록 맛있는 것을 사주고 싶다’(4명)는 답변도 눈길을 끌었다. ‘코로나19를 없앨 수 있는 요정으로 변신하겠다’는 깜찍한 생각도 나왔다. 아이들이 상상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모습은 어떨까. 19명(44.2%)은 ‘동그라미 모양일 것 같다’고 상상했고 16명(37.2%)은 ‘아주 작아서 눈에 안 보일 것’이라고 답했다. ‘동그라미 모양이지만 삐죽삐죽 줄이 있고 작은 동그라미가 달렸을 것’이라는 구체적인 상상도 있었고 ‘울퉁불퉁하고 뾰족뾰족해서 못생겼을 것 같다’는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아이들이 추천하는 집콕 비법은 엄마, 아빠, 형제·자매와 신나게 놀기였다. “엄마 아빠와 같이 춤을 추고” “엄마와 숨바꼭질을 하고”, “아빠 몸에 올라가기 놀이”를 하고 “오빠랑 보드게임”을 즐기라는 게 일곱 살들의 꿀팁이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2030 세대] 웃기는 사람들/김현집 미 스탠퍼드대 고전학 박사과정

    [2030 세대] 웃기는 사람들/김현집 미 스탠퍼드대 고전학 박사과정

    영국 하면 유머와 코미디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어느 독일 남자가 자기는 ‘몬티 파이손’ 팬이라고 자랑하는 것을 들은 적 있다. 몬티 파이손은 1969년에 만들어진 영국 대표 코미디그룹이다. 그들은 10분가량의 우스운 삽화 혹은 ‘스케치’를 엮어 텔레비전 방송 프로그램과 영화를 만들었다. 마치 달나라에라도 갔다 온 것 같은 상상력. ‘비욘드 더 프린지’(1960)나 ‘더 군 쇼’(1951~60)가 개척한 부조리한 코미디를 몬티 파이손이 완성했다. 당시 영국 코미디는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출신들이 장악했는데, 수준 높은 ‘하이 컬처’를 섞는다. ‘프루스트를 1분 만에 요약해요’ 따위. 혹은 한때 로마의 지배를 받고 있던 유대인들이 로마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이런 장면. “로마인들이 우리 유대인들에게 해 준 게 뭐가 있나요?” “길 만들어 주고 목욕탕 만들어 주고. 하수도 시설도….” “아니, 그럼 길 만들어 주고 목욕탕 만들어 주고 하수도 시설 만들어 준 거 빼곤, 해 준 게 뭐가 있나요?” “… 없군요!” 유난히 말장난이 많다. 언어를 어린아이 찰흙 주무르듯이 만지며 노는 거다. 정치적인 표적이 있거나, 비틀림을 욱여넣거나 불쾌한 꼬임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상황의 부조리함을 굴리고 굴린다. 비슷한 예로 P G 우드하우스(1881~1975)가 있다. 영국 상류층을 소재로 한 코미디를 쓴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귀족들의 과장된 생활방식과 언어를 비꼬았지만 그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별난 나머지 사랑스럽다. 조지 오웰은 우드하우스가 지은 죄가 있다면 상류층을 천진한 재밋거리로 만든 것이라고 했다. 1980년도 후까지도 몬티 파이손식 코미디는 계속됐지만 이런 고전적인 유머는 민주적이고, 모던하고, 서민적인 코미디로 대체됐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슬랩스틱(몸 개그)이고, 시대 흐름을 따르기에 급하고, 전 세대를 부정하기에 바빠진, 그야말로 매력이 없어져버린 거다. 수준 높은 코미디는 여유와 고삐 없는 상상에서 나온다. 프랑스의 피에르 데프로주, 독일의 로리오, 카를 발렌틴의 풍부한 상상력과 말장난은 유머를 넘어선 그 무엇이 있다. 다만 국민성 탓일까? 영국만큼 유머 감각을 자랑하는 나라도 드물다. 영국인들은 자신했다. 만약 히틀러가 영국인이었다면 유머라곤 없는 그의 연설을 듣고 모두 비웃었을 거라고. 그리고 그는 결코 정치적으로 성공하지도 못했을 거라고. 물론 오늘날의 영국은 많이 달라졌다. 나라 사랑을 논하고 국민 대다수가 선을 원한다는, 쓸모없이 진지하고 유머 없는 선동주의에 빠져 있다. 조용한 여름 저녁, 저 멀리서 달팽이가 헛기침을 하는 소리가 들린다던 유머의 대가 우드하우스의 영국이 그립다.
  • BTS 멤버들 BBC 인터뷰 “아미들 감사, 모두 굳건함 잃지 않길”

    BTS 멤버들 BBC 인터뷰 “아미들 감사, 모두 굳건함 잃지 않길”

    로라 비커 영국 BBC 서울 특파원이 방탄소년단(BTS)의 싱글 ‘다이너마이트’가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에 등극한 것을 축하하며 그동안 멤버들과 각자 했던 인터뷰를 한 데 정리해 홈페이지에 실었다. 새로운 내용은 없지만 BTS가 어떤 생각으로 이 노래를 만들었고 이들의 팬을 가리키는 ‘아미’와 어떤 정서적 공감과 연결을 갖고 있는지 들여다볼 수 있다고 생각해 옮긴다. 비커 특파원은 팬들이 가장 묻고 싶어하는 질문인 병역 의무를 언제 이행할 것인지 등 멤버들이 모든 질문에 답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최근의 트윗들을 보면 이들은 한국 가수로는 처음 빌보드의 가장 중요한 차트의 1위를 차지했다는 감격에 압도돼 있으며 싱글이 놀라운 성공을 거둔 것에 눈물 글썽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올해는 특히 코로나19 감염병 때문에 아미와의 결속력이 더 강해졌고,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연결된 느낌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것 역시 잊지 않았다.‘다이너마이트’의 성공을 축하한다. 영국을 비롯해 세계 차트에서 잘 나가는데 느낌이 어떤가? RM : 오피셜 싱글 차트를 비롯해 믿기지 않는 성공을 거둔 것에 몸 둘 바를 모르고 있다. 우리 위대한 아미들에게 커다란 감사! ‘다이너마이트’는 지금 당장 세계가 필요로 하는 역동적인 에너지를 선사하려는 마음에서 만들었다. 세상의 많은 이들이 즐겨주니 엄청 행복하다. 정국 : 이렇게 대단한 일을 만들어준 아미에게 감사드린다. 여러분은 코로나19 때문에 세상 사람들이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팬들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최종적으로 이번 작품이 이런 의도를 얼마나 충족시켰다고 보는지? RM : 어느 정도는 이뤘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우리가 원한 것은 단 하나, 모든 것을 잊고 그저 머리를 흔들며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어보라는 것이었다. BTS가 주는 진짜 즐거움 하나는 라이브 공연을 보는 것이다. 내 경험으로 볼 때 전율이 느껴졌다. 그런데 라이브 공연을 못하면서 어떻게 이런 것들을 맞춰나가는지? 슈가 : 우리의 세계 순회공연 계획은 코로나19 때문에 변결됐고 솔직히 의기소침했었다. 우리는 무대가 그립고 팬들이 보고 싶다. 이런 좌절된 느낌을 다시 끌어올리려고 지난 6월 온라인 랜선 공연을 기획했다. 직접 얼굴을 맞대지는 못하지만 세계 곳곳의 우리 팬들은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응원을 우리에게 보내준다. 이런 시기에도 응원하고 위안을 주는 일에는 여러 방법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다이너마이트’의 디스코 요소를 십분 즐겼는가? 제이홉 : 우리는 디스코를 몸소 즐긴 세대는 아니기 때문에 동영상을 많이 보며 연구했고 가능한 한 흥을 몸에 익히려고 시도했다. 정말 재미있었고 홀린 것처럼 했다. 당신도 우리처럼 홀렸지 않았나? 하나의 밴드로서 여러분은 올해 얼마나 힘들었나? 지민 : 모두에게 힘든 시절이어서 우리만 예외일 수 없는 노릇이다. 계획한 많은 것들을 할 수가 없었다. 아티스트로서 무대에서 사람들과 연결돼야 하는데 그것이 가장 가슴 아프게 만들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상황에 적응할 방법을 찾고 있으며 ‘다이너마이트’가 그렇게 하는 한 방법이었다. 여러분이 흑인목숨도소중해(BLM)에 기부한 것에 대해 많이들 얘기한다. 왜 기부하겠다고 결심했는가? 팬들이 여러분과 뜻을 함께 해 기부에 동참한 것을 어떻게 봤는지? RM : 우리는 트위터 메시지 만으로 모든 뜻이 전달됐다고 생각한다. 인종차별에 반대하고 폭력을 규탄하며 모든 것들은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고 본다. 팬들이 우리 뜻과 함께 해주니 감사할 따름이다. 어떻게 이번 노래를 영어로만 발표하겠다고 결정했는지? V : 처음 들었을 때 우리 모두 이 노래가 좋았다. 신선하게 느껴졌고, 우리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과 달랐다. 음악적 관점에서 우리는 이 노래는 영어로 부르는 것이 가장 낫다고 생각했다. 만장일치로 이견이 없었다. 힘겨운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뭔가? 진 :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지만 지금의 삶이 얼마나 힘든지에 상관 없이 기운을 내고 굳건함을 잃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이런 와중에 조그마한 즐거움이라도 함께 찾아보자. 그리고‘다이너마이트’를 들으면 집에서의 시간이 조금 더 즐거워질 것이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영국 부모, 아들 살해한 사형수 둘 종신형 감형한 태국 국왕에 “감사”

    영국 부모, 아들 살해한 사형수 둘 종신형 감형한 태국 국왕에 “감사”

    대단한 부모들이다. 2014년 9월 여자친구와 함께 배낭여행으로 태국을 찾은 아들 데이비드 밀러(당시 24)가 무참히 살해되는 비극을 맛본 이언과 수 밀러 부부다. 영국 저지 출신으로 토목환경공학과 대학원생이던 데이비드는 노퍼크 출신으로 에섹스 대학에 다니던 한나 위더리지(23)와 함께 휴양지로 유명한 코 타오 섬을 찾았다가 해변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미얀마 노동자 출신 남성들인 자우 린과 와이 피요(윈 자우 툰)가 위더리지를 강간하고 둘 다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두 사람에게는 이듬해 12월 사형이 선고됐다. 2017년 항소심과 지난해 대법원에서도 원심은 유지됐다. 여느 피해자 부모와 달리 밀러 부부는 오래 전부터 이들의 사형 집행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여왔다. 이미 두 범인이 강간과 살해 혐의를 인정하고 용서를 빌었다는 이유에서다. 그들이 유죄를 인정함으로써 은전이 가능해졌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마하 와치랄롱꼰 태국 국왕이 지난달 28일 자신의 68번째 생일을 자축하는 의미에서 이 나라의 모든 사형수들의 사면 여부를 검토해 두 사람을 종신형으로 감경했다고 왕실이 지난 14일 뒤늦게 밝혔다. 이언과 수는 이에 16일 성명을 내 “국왕 폐하가 우리 아들 데이비드의 살인범들에게 은전을 베푼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고 BBC가 전했다. 이어 소셜미디어 활동가들이 여론에 변화를 일으키려 했던 일이 마침내 태국 법원까지 바뀌게 해 혼란스러운 시기를 끝낼 수 있게 됐다며 “모든 순간 아들이 그립다. 딸을 끔찍하게 잃은 위더리지 가족과 늘 마음을 함께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들 두 살인범들이 다른 가족들에게 해를 끼칠 수 없는 감옥에서 오래오래 시간을 보내며 자신들의 행동이 가져온 결과들을 돌아보길 바란다”고 말했다.일부에서는 두 미얀마 청년들이 함정에 걸려든 것이며 고문에 의해 허위 자백을 한 것이라고 했다. 국왕이 이렇게 은전을 베푼 배경에는 한달 가까이 이어진 반정부 집회가 있지 않나 짐작해볼 수 있다. 하지만 국왕의 이번 칙령으로 구체적으로 몇 명의 사형수들이 사면, 감경 등의 은전을 입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야후 뉴스 UK는 17일 전했다. 태국에서는 지난달 18일부터 반정부 집회가 재개됐다. 의회 해산 및 새 총선 실시, 군부가 제정한 헌법 개정, 반정부 인사 탄압 중지 등의 요구를 내건 반정부 집회는 대학 캠퍼스를 중심으로 여러 지역에서 계속되다가 16일에는 방콕 도심 민주기념비 앞에 약 2만명이 모여 진행됐다. 일부 언론은 2014년 쿠데타 이후 최대 반정부 집회라고 전했다. 18일 일간 방콕포스트와 온라인 매체 네이션 등에 따르면 전날 태국 각 지역에서 학생들이 세 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6년 전 민주화 운동 세력의 상징적인 행동을 따라 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나 사진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번져나갔다. 사진과 영상에는 해시태그 ‘# 독재에 반대한다’가 달려 있다고 방콕포스트는 전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이래도 안 써?…美 유튜버, 마스크 발사장치 개발

    이래도 안 써?…美 유튜버, 마스크 발사장치 개발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여전히 많은 사람이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이 중에는 그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이 때문에 숨을 쉴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부터 그저 불편하거나 귀찮다는 이유로 마스크를 거부하는 이들도 있다.그런데 최근 미국의 한 유명 유튜버가 미국의 이런 문제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 마스크 거부자에게 마스크를 발사해 강제로 착용하게 할 수 있는 발사 장치를 만들어 공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시넷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유튜브 채널에서만 1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앨런 판은 “미국의 코로나 유행 문제는 미국만의 문제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그가 말한 미국만의 문제는 바로 총이다.미국의 대중과학 TV 프로그램인 ‘호기심 해결사’(Myth Busters: The Search)의 출연자로도 알려진 그는 페인트 스프레이 용기에 부착되는 권총 모양의 그립과 이산화탄소 저장용기 그리고 자동차의 브레이 장치 부품 등을 사용해 이른바 ‘마스크 건’(MASK GUN)이라고 부르는 발사 장치를 만들었다. 그는 콜린 퍼즈라는 이름의 한 유튜버가 발명한 휴대용 그네 세트에 영감을 얻어 이 장치를 개발했다. 그네 세트는 끈 부분을 나무에 발사해 감을 수 있게 돼 있다. 이는 무게를 지탱할 나무가 있다면 어디든 그네를 매달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이와 비슷한 원리로 앨런 판은 마스크를 발사하는 데 스트랩에 무게추를 달아놔서 이 부분이 대상자의 머리에 휘감기며 마스크를 쓰게 하는 것이다.그는 자택에서 마네킹은 물론 자기 자신에게도 이 발사 장치를 실험했다. 그러고 나서 이를 밖으로 들고 나가 다른 사람들의 도움으로 이를 자기 자신의 얼굴에 발사했다. 하지만 바람 등의 영향으로 마스크는 제대로 착용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미국에서는 마스크 착용 문제를 놓고 크고 작은 문제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한 와플 가게의 직원은 고객에게 마스크를 써 달라고 요청했다가 총격을 당했고, 같은 이유로 한 스타벅스 점원은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사진=앨런 판/유튜브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폭풍우에 매몰된 美 노인, 품 안에 아이가…손자 살리고 떠난 할머니

    폭풍우에 매몰된 美 노인, 품 안에 아이가…손자 살리고 떠난 할머니

    폭풍우에 휘말려 전복된 집에서 온몸을 내던져 증손자를 구한 70대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폭스뉴스는 최근 미국 중서부를 강타한 폭풍우 영향으로 인디애나주 포트웨인의 한 이동식 주택이 붕괴돼 이사벨 아텐시오(73) 할머니가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함께 있던 손자 체이스(4)는 할머니가 품에 안아 살렸다. 사고 현장은 처참했다. 시간당 최대 160㎞ 폭풍우 ‘드레초’(Derecho)가 덮치면서 트레일러로 만든 이동식 주택이 모여있던 마을은 쑥대밭이 됐다. 사망한 할머니가 살던 트레일러는 옆으로 데굴데굴 굴러 다른 트레일러를 들이받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부서졌다.구조도 쉽지 않았다. 포트웨인 소방국 관계자는 “주택이 무너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나, 가스 누출과 전기설비 고장으로 섣부르게 접근할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진입로를 겨우 확보하고 구조 작업을 시작한 구급대는 10분 후 손자를 끌어안고 의식을 잃은 할머니를 발견했다. 할머니 품에 안긴 손자는 다행히 의식도 명확했고 특별한 부상도 없었다. 그러나 온몸으로 건물 잔해를 막아내고 손자를 살린 할머니는 매우 위독했다. 포트웨인 소방국 아담 오코너 부국장은 “할머니를 즉시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사망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손자는 경미한 찰과상과 타박상만 입고 무사한 상태다.할머니 손녀이자 체이스 어머니인 케이리 쇼는 “할머니 집이 무너졌다는 이웃 얘기에 급히 달려갔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할머니는 내 영웅이다. 마음 깊이 감사하고 있다”며 오열했다. 또 다른 손녀는 폐허가 된 집을 보며 “여기서 살아나온 사람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라면서 “할머니는 늘 우리를 지켜주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정말 그러셨다”라고 애도를 표했다. 이웃 주민들도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마을 사람들은 이동식 주택만 모여 있는 이 마을에서 17년을 산 할머니가 누구에게나 늘 친절하고 따뜻했다고 회상했다. 마샤 폰드는 “할머니라면 손자가 아니라 그 누구였어도 목숨을 내던져 구하셨을 것”이라며 “할머니가 너무 그립다”라고 말했다.할머니의 목숨을 앗아간 ‘드렌초’는 초강풍과 벼락을 동반한 채 직선으로 넓고 빠르게 이동하는 폭풍우의 일종이다. 허리케인과 달라서 중심부나 태풍의 눈이 없다. 하지만 그 위력은 토네이도처럼 강력하고, 허리케인처럼 광범위하다. 사우스다코타주에서 시작된 이번 드렌초는 14시간 동안 위스콘신주와 일리노이주, 인디애나주와 아이오와주 등 1200㎞를 휩쓸며 큰 피해를 낸 뒤 오하이오주 서부에서 세력이 약화했다. 강풍으로 수목이 뽑혀 날아갔고 차들이 뒤집혀 교통이 마비됐다. 수십만 세대가 정전 피해를 당했으며, 인터넷도 불통이다. 미국 최대 옥수수 생산지 아이오와주는 무려 400만㏊에 달하는 농경지가 초토화됐다. 수확을 한 달 앞두고 있었던 탓에 농업인 상심이 크다. 킴 레이놀즈 아이오와주지사는 “최악의 상황이다. 평생 처음 보는 피해 규모”라고 호소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트럼프 동생 로버트 71세로 숨져…“내 최고의 친구, 그리울 것” 애도

    트럼프 동생 로버트 71세로 숨져…“내 최고의 친구, 그리울 것” 애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동생인 로버트 S 트럼프가 15일(현지시간) 사망했다고 백악관이 성명을 통해 알렸다. 71세.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에서 “무거운 마음으로 내 훌륭한 동생 로버트가 오늘 밤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알린다”며 “단순한 동생이 아니라 내 최고의 친구였다. 매우 그립겠지만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이다. 그에 대한 기억은 내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라며 애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로버트의 병명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혈액응고방지제를 복용 중이었고 최근 낙상해 뇌출혈을 앓았다. 그는 트럼프가의 3남 2녀 중 막내로 가장 특권의식이 없었고 조용히 살기를 바랐다. 한때 트럼프 그룹의 임원을 역임하며 형 트럼프와 잠시 반목할 때도 있었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에 출마하면서 화해한 이후 늘 사이가 좋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카 메리 트럼프가 지난달 폭로성 책을 출판하려 하자 출판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도 로버트였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붕괴되는 집에서 손자 품에 안아 살리고 세상 떠난 美 할머니

    붕괴되는 집에서 손자 품에 안아 살리고 세상 떠난 美 할머니

    폭풍우에 휘말려 전복된 집에서 온몸을 내던져 증손자를 구한 70대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폭스뉴스는 최근 미국 중서부를 강타한 폭풍우 영향으로 인디애나주 포트웨인의 한 이동식 주택이 붕괴돼 이사벨 아텐시오(73) 할머니가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함께 있던 손자 체이스(4)는 할머니가 품에 안아 살렸다. 사고 현장은 처참했다. 시간당 최대 160㎞ 폭풍우 ‘드레초’(Derecho)가 덮치면서 트레일러로 만든 이동식 주택이 모여있던 마을은 쑥대밭이 됐다. 사망한 할머니가 살던 트레일러는 옆으로 데굴데굴 굴러 다른 트레일러를 들이받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부서졌다.구조도 쉽지 않았다. 포트웨인 소방국 관계자는 “주택이 무너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나, 가스 누출과 전기설비 고장으로 섣부르게 접근할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진입로를 겨우 확보하고 구조 작업을 시작한 구급대는 10분 후 손자를 끌어안고 의식을 잃은 할머니를 발견했다. 할머니 품에 안긴 손자는 다행히 의식도 명확했고 특별한 부상도 없었다. 그러나 온몸으로 건물 잔해를 막아내고 손자를 살린 할머니는 매우 위독했다. 포트웨인 소방국 아담 오코너 부국장은 “할머니를 즉시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사망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손자는 경미한 찰과상과 타박상만 입고 무사한 상태다.할머니 손녀이자 체이스 어머니인 케이리 쇼는 “할머니 집이 무너졌다는 이웃 얘기에 급히 달려갔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할머니는 내 영웅이다. 마음 깊이 감사하고 있다”며 오열했다. 또 다른 손녀는 폐허가 된 집을 보며 “여기서 살아나온 사람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라면서 “할머니는 늘 우리를 지켜주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정말 그러셨다”라고 애도를 표했다. 이웃 주민들도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마을 사람들은 이동식 주택만 모여 있는 이 마을에서 17년을 산 할머니가 누구에게나 늘 친절하고 따뜻했다고 회상했다. 마샤 폰드는 “할머니라면 손자가 아니라 그 누구였어도 목숨을 내던져 구하셨을 것”이라며 “할머니가 너무 그립다”라고 말했다.할머니의 목숨을 앗아간 ‘드렌초’는 초강풍과 벼락을 동반한 채 직선으로 넓고 빠르게 이동하는 폭풍우의 일종이다. 허리케인과 달라서 중심부나 태풍의 눈이 없다. 하지만 그 위력은 토네이도처럼 강력하고, 허리케인처럼 광범위하다. 사우스다코타주에서 시작된 이번 드렌초는 14시간 동안 위스콘신주와 일리노이주, 인디애나주와 아이오와주 등 1200㎞를 휩쓸며 큰 피해를 낸 뒤 오하이오주 서부에서 세력이 약화했다. 강풍으로 수목이 뽑혀 날아갔고 차들이 뒤집혀 교통이 마비됐다. 수십만 세대가 정전 피해를 당했으며, 인터넷도 불통이다. 미국 최대 옥수수 생산지 아이오와주는 무려 400만㏊에 달하는 농경지가 초토화됐다. 수확을 한 달 앞두고 있었던 탓에 농업인 상심이 크다. 킴 레이놀즈 아이오와주지사는 “최악의 상황이다. 평생 처음 보는 피해 규모”라고 호소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월드피플+] 폭풍우에 온몸 내던져 손자 살리고 세상 떠난 美 할머니

    [월드피플+] 폭풍우에 온몸 내던져 손자 살리고 세상 떠난 美 할머니

    폭풍우에 휘말려 전복된 집에서 온몸을 내던져 증손자를 구한 70대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폭스뉴스는 10일(현지시간) 미국 중서부를 강타한 폭풍우 영향으로 인디애나주 포트웨인의 한 이동식 주택이 붕괴돼 이사벨 아텐시오(73) 할머니가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함께 있던 손자 체이스(4)는 할머니가 품에 안아 살렸다. 사고 현장은 처참했다. 시간당 최대 160㎞ 폭풍우 ‘드레초’(Derecho)가 덮치면서 트레일러로 만든 이동식 주택이 모여있던 마을은 쑥대밭이 됐다. 사망한 할머니가 살던 트레일러는 옆으로 데굴데굴 굴러 다른 트레일러를 들이받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부서졌다.구조도 쉽지 않았다. 포트웨인 소방국 관계자는 “주택이 무너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나, 가스 누출과 전기설비 고장으로 섣부르게 접근할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진입로를 겨우 확보하고 구조 작업을 시작한 구급대는 10분 후 손자를 끌어안고 의식을 잃은 할머니를 발견했다. 할머니 품에 안긴 손자는 다행히 의식도 명확했고 특별한 부상도 없었다. 그러나 온몸으로 건물 잔해를 막아내고 손자를 살린 할머니는 매우 위독했다. 포트웨인 소방국 아담 오코너 부국장은 “할머니를 즉시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사망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손자는 경미한 찰과상과 타박상만 입고 무사한 상태다.할머니 손녀이자 체이스 어머니인 케이리 쇼는 “할머니 집이 무너졌다는 이웃 얘기에 급히 달려갔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할머니는 내 영웅이다. 마음 깊이 감사하고 있다”며 오열했다. 또 다른 손녀는 폐허가 된 집을 보며 “여기서 살아나온 사람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라면서 “할머니는 늘 우리를 지켜주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정말 그러셨다”라고 애도를 표했다. 이웃 주민들도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마을 사람들은 이동식 주택만 모여 있는 이 마을에서 17년을 산 할머니가 누구에게나 늘 친절하고 따뜻했다고 회상했다. 마샤 폰드는 “할머니라면 손자가 아니라 그 누구였어도 목숨을 내던져 구하셨을 것”이라며 “할머니가 너무 그립다”라고 말했다.할머니의 목숨을 앗아간 ‘드렌초’는 초강풍과 벼락을 동반한 채 직선으로 넓고 빠르게 이동하는 폭풍우의 일종이다. 허리케인과 달라서 중심부나 태풍의 눈이 없다. 하지만 그 위력은 토네이도처럼 강력하고, 허리케인처럼 광범위하다. 사우스다코타주에서 시작된 이번 드렌초는 14시간 동안 위스콘신주와 일리노이주, 인디애나주와 아이오와주 등 1200㎞를 휩쓸며 큰 피해를 낸 뒤 오하이오주 서부에서 세력이 약화했다. 강풍으로 수목이 뽑혀 날아갔고 차들이 뒤집혀 교통이 마비됐다. 수십만 세대가 정전 피해를 당했으며, 인터넷도 불통이다. 미국 최대 옥수수 생산지 아이오와주는 무려 400만㏊에 달하는 농경지가 초토화됐다. 수확을 한 달 앞두고 있었던 탓에 농업인 상심이 크다. 킴 레이놀즈 아이오와주지사는 “최악의 상황이다. 평생 처음 보는 피해 규모”라고 호소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국정과제 매듭지을 ‘파워 실장’… 우윤근·유은혜·최재성 물망

    국정과제 매듭지을 ‘파워 실장’… 우윤근·유은혜·최재성 물망

    지난 7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5명(정무·국민소통·민정·시민사회·인사)의 집단 사의 표명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남은 임기 20개월을 함께할 ‘순장조’에 해당하는 ‘청와대 3기’ 개편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문 대통령이 이르면 10일 수락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정치권의 관심은 노 실장의 거취에 쏠린다. 9일 복수의 청와대·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노 실장은 후임자를 찾을 때까지 ‘조건부’로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커 보인다. ‘1기 청와대’를 끌었던 임종석 전 실장이 20개월을 소화한 데 이어 2019년 1월 바통을 이어받은 노 실장도 19개월을 넘겼다. 5년 단임제(60개월)임을 감안하면 느슨해진 청와대와 공직사회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고 임기 중 실천 가능한 국정과제를 매듭지어 ‘레거시’(업적)를 남기기 위해서도 3기가 들어설 적절한 시점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아직 1년 8개월이 남았다. 새로운 판을 짜서 성과를 낼 인물이 필요하다”면서 “대통령의 신뢰는 물론 당정청의 원활한 조율과 청와대 비서진을 장악할 수 있는 그립, 정무적 판단 능력을 함께 갖춰 대통령의 부담을 덜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마지막 실장은 ‘질서 있는 퇴각’을 준비하고 정무적 기능을 수행하며 정권 재창출을 가능케 해야 한다”면서 “관리형은 곤란하다”고 했다. 역대 정권의 마지막 비서실장인 고 김윤환(전두환 정부), 박지원(김대중 정부·현 국가정보원장), 문재인(노무현 정부) 실장 등을 보더라도 이런 면면이 확인된다. 후임으로는 3선을 지낸 우윤근 전 러시아 대사,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4선 출신 최재성 전 의원(가나다순)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가운데 의외의 인물이 발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빠짐없이 하마평에 오르는 ‘개국공신’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현 정부에서 공직을 맡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친문(친문재인) 핵심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신현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은 비서실장으로는 무게감이 부족하고 김앤장 경력이 부담스럽다는 평가다. 사의를 표명한 수석 중에는 강기정 정무, 윤도한 국민소통, 김조원 민정수석이 우선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다주택자 논란에 휩싸였다가 시세보다 2억원가량 비싸게 잠실 아파트를 내놓아 비난받은 김조원 수석의 후임에는 참여정부 사정비서관을 지낸 이재순 법무법인 서평 대표변호사, 법무비서관이었던 김진국 감사원 감사위원 등이 거론된다. 노 실장 등의 일괄 사의 과정에서 빠진 김상조 정책실장을 비롯한 정책 라인 개편도 향후 불가피하다. 부동산 정책과 맞물려 여권을 향한 민심 이반이 임계점을 넘어선 데 대한 정무적 책임을 지기 위해 노 실장 등이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고는 하지만 정책적 판단에 대한 책임도 누군가 져야 하는 상황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정책 라인까지 교체하는 것은 업무 공백이 우려될뿐더러 경제정책 기조를 전면 부정하는 모양새가 된다”며 “추후 개각과 맞물려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현장] “3.5m 소방차도 삼켜” 동료 순직 슬퍼할 겨를도 없이 사투

    [현장] “3.5m 소방차도 삼켜” 동료 순직 슬퍼할 겨를도 없이 사투

    차량 3대 물에 빠진 것 발견하고 구조 작업섬진강 넘친 물이 3.5m 높이 소방차도 삼켜“마음 추스를 새도 없이 구조작업 매진”피서객을 구하다가 순직한 동료의 안타까운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전남 순천소방서 소속 소방관들이 폭우 속에 사투를 벌이며 구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순천소방서 119 산악구조대원들은 지난 8일 오전 6시 33분쯤 전남 구례군 토지면 피아골 입구가 침수됐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이창우 소방장(38)과 동료들은 깊이를 알 수 없는 거센 물살이 진입로를 뒤덮은 현장에 출동해 주민과 펜션 투숙객 20여명을 무사히 대피시켰다.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던 이 소방장과 동료는 오전 7시 30분쯤 마산면 냉천리 도로에서 차량 3대가 물에 빠진 것을 발견했다. 1t 트럭 2대에 있던 3명은 지붕으로 대피해 있었고 승용차에 있던 4명은 시동이 꺼진 차 안에서 어찌할 줄을 모르고 있었다. 8.5t급 대형 소방차에 타고 있던 대원들은 즉시 차에서 내려 구조를 시도했다.그때까지만 해도 차체 높이가 3.5m인 소방차는 운행이 가능했지만 구조 작업 도중 물이 성인 목 높이까지 빠르게 차올랐고 소방차의 시동도 꺼졌다. 섬진강에서 범람한 물이 순식간에 소방차가 있던 국도까지 삼켜버렸다. 대원들은 사람들에게 소방차에 구비된 구명조끼를 입힌 뒤 소방차 지붕 위로 한 명씩 대피시켰다.다행히 SUV 소방차를 타고 뒤따라오던 대원 2명이 119상황실로 구조요청을 했고 이들은 쏟아지는 폭우 속에 2시간여 만에 구조 보트에 의해 무사히 사지에서 빠져나왔다. 불어난 물은 한때 소방차 지붕 높이까지 육박했던 만큼 이 소방장 등이 트럭과 승용차 탑승자들을 즉시 구조하지 못했더라면 그들의 목숨이 위험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소방장 등은 지난달 31일 피아골에서 급류에 휩쓸린 피서객을 구조하다 순직한 김국환(28) 소방장과 같은 팀 동료들이다.이 소방장은 “휴대전화도 침수돼 상황을 알릴 수 없었는데 다행히 뒤차 동료들이 상황실에 연락해 무사히 구조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을 하는 순간에도 김 소방장이 문득 생각나고 그립다”며 “상황이 안정되면 소방서에서 권장한 상담 치료도 고려하겠지만 지금은 국가적 재난 상황이니 모두 구조 임무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트를 타고 이들을 구조한 조세훈(48) 소방위는 “김 소방장과 같은 팀 대원들이 마음을 추스를 새도 없이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해 안타깝다”며 “우리 모두 주민 피해가 없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고 구조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8개월 만에 돌아온 독도… “남은 생, 이 섬과 함께할 것”

    8개월 만에 돌아온 독도… “남은 생, 이 섬과 함께할 것”

    “남편과 독도 지킴이로 살았던 날 그리워30년 살아온 집 어느 곳보다 마음 편해” 편의시설 없는 척박한 ‘서도’에서 생활딸 부부, 김씨 보살핌 위해 독도로 전입“‘영원한 독도인’으로 살다 간 남편의 소중한 독도 사랑 정신을 되새기며 독도 지킴이로 여생을 보내고 싶습니다.” 독도 유일 주민 김신열(83)씨는 29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오랜만에 독도 집(서도 주민숙소)에 돌아오니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이어 “1991년 남편과 함께 주소지를 독도로 옮기고 터전을 마련해 독도 지킴이로 살았던 지난 세월이 무척이나 그립다”면서 “30년 가까운 세월을 정붙이고 살아온 독도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독도에서 나간 지 8개월여 만인 이날 독도에 다시 들어갔다. 그동안 경북 울진에 있는 큰딸 집에서 생활해 왔다. 애초 지난 4월쯤 독도로 돌아가려 했으나 코로나19 발생으로 뱃길이 끊기는 등의 사정으로 인해 늦어졌다. 그의 독도행에는 둘째 사위 김경철(54·전 울릉군 공무원)씨가 동행했다. 김씨가 고령인 데다 뇌졸중 등 성인병을 앓고 있어 주위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독도 주민숙소에 도착한 뒤 남편 사진을 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독도 지킴이’이자 ‘초대 독도리 이장’으로 유명한 남편 김성도씨가 2018년 10월 숨진 뒤 유일한 독도 주민이 됐다. 또 둘째 딸 부부도 어머니 김씨를 모시고 독도에서 살기 위해 주소지를 옮기려고 지난 28일 ‘정부24’(www.gov.kr)에 온라인 전입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의 둘째 딸 진희씨는 “우리 땅 독도 수호에 앞장선 아버지의 뜻을 잇고자 남편과 함께 어머니를 정성껏 모시며 독도 주민이 되기로 했다. 우리 가족이 대를 이어 독도에 사는 것으로, 영유권 강화에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각오”라고 말했다. 경북 울릉군은 2018년 7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국비 등 15억원을 들여 노후된 독도 서도 주민숙소를 고쳐 지었다. 독도 서도는 평지가 거의 없는 바위섬으로 사람이 살기 척박한 곳이다. 하지만 젊은 시절부터 이곳에서 해녀 등으로 활동한 김씨에게는 어느 곳보다 마음이 편한 곳이라고 한다. 독도경비대와 등대지기는 그나마 편의시설이 많은 건너편 동도에 머문다. 포항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베를린 인싸 되기? 베지테리언으로 살아 봐

    베를린 인싸 되기? 베지테리언으로 살아 봐

    獨인구 10%인 800만명이 비건채식주의자 위한 레스토랑 많아밀로 만든 고기, 두유로 만든 햄맛과 멋 다 잡은 코스 요리까지 육식파도 고기가 그립지 않더라나는 고기파다. 고기는 안 가리고 다 잘 먹는다. 삼겹살을 좋아하고, 엄마가 만들어 주는 떡갈비는 일주일도 넘게 먹을 수 있다. 서울 우래옥에서 먹는 불고기를 평양냉면만큼이나 사랑하고, 아무렇게나 굽는 한우는 가만히 보고 있을 수가 없다. 바싹 익힌 한우는 상상조차 하기 싫다. 이런 내가 베지테리언과 사귀게 되다니. 나를 ‘과격한 육식주의자’라고 놀리던 친구는 말했다. “고기 못 먹어서 어떻게 만나. 너 고기 못 먹으면 히스테리 장난 아니잖아. 아무래도 오래 못 가겠는데?” 나도 이 연애가 엄청 힘들 줄 알았다. 그런데 의외로 잘 지낸다. 아직까진. 베를린에선 신기하다 싶을 정도로 비건(채식주의자) 레스토랑도 자주 간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가는 비건 레스토랑은 먼저 가자고 조를 정도다. 이유는? 맛있어서다. 먹을 만한 정도가 아니라 눈이 동그래질 만큼 맛있다. 남자친구는 치즈와 우유, 생선까지 먹는 페스코 베지테리언인데, 우리는 채식보다 더 엄격한 기준의 비건, 즉 유제품과 달걀을 재료로 쓰지 않는 레스토랑에도 자주 간다.단골로 가는 비건 레스토랑은 집에서 멀지 않은 베트남 음식점 ‘안 다오’다. 그곳에서 세이탄(Seitan·밀로 만든 식물성 고기)이 들어간 쌀국수와 비건 햄과 두부, 야채들이 들어간 카레우동과 밥을 즐겨 먹는다. 돌솥 같은 그릇에 국물이 자작하게 담긴 ‘카포’는 콩으로 만든 새우와 그린 바나나, 각종 야채, 견과류 등이 들어 있는 음식이다. 유기농 콩으로 만든 요구르트와 두유로 만든 조림 국물은 우리네 생선조림처럼 혀에 착 붙는다. 밀로 만든 고기는 진짜 고기처럼 쫄깃쫄깃하고 두유로 만든 햄도 굳이 말하지 않으면 일반 햄과 별로 다르지 않은 맛이다. 베를린에서 즐겨 가는 단골집이 비건 음식점이라니, 스스로 생각해도 웃긴 일이었다.●베를린 ‘주류문화’가 된 채식 남자친구가 아니었다면 베를린에서 이렇게 채식이나 비건 레스토랑을 자주 가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번 발을 들이고 나니 채식의 문턱이 그 어느 도시보다 매우 낮다는 걸 실감한다. 실제로 베를린은 ‘유럽 비건의 수도’로 손꼽힌다. 동물 복지와 환경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소수 사람들이 즐기는 것이 아니라 다수가 채식을 일상화하고 있다. 독일 전체 인구 중에는 10% 해당하는 800여만명이 채식 인구다. 그 중심에 베를린이 있다. 베를린에서 채식은 이미 ‘주류문화’가 됐다. 진짜 베를리너가 되려면 베지테리언이 돼야 한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당신도 베를린에서 누군가를 만난다면 그 혹은 그녀가 베지테리언일 확률은 반 이상이라고 (거짓말 조금 보태서) 장담한다. 그렇다면 베를린은 어떻게 채식과 비건의 수도가 될 수 있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오늘의 시점에서 얘기하자면, 베를린에는 채식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이 정말 많다. 채식주의자와 비건을 위한 전문 음식점도 많지만 일반 레스토랑도 ‘채식 메뉴’를 잘 갖추고 있다. 육식주의자인 나와 채식주의자인 남자친구가 어느 레스토랑에서나 서로 먹고 싶은 걸 사이 좋게 고르고 같이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베를린에서는 채식주의자들이 고기가 안 들어간 메뉴를 찾아 멀리 발품을 팔거나 힘들게 찾아다니지 않아도 된다. 동네 음식점 가듯이 언제 어디서든 찾을 수 있다. 전 세계 비건을 위한 식당 가이드 앱 ‘해피카우’는 이런 ‘비건 프렌들리’ 식당이 베를린에 600여군데 있다고 밝혔다. 채식주의자와 비건을 위한 전문 식당은 200여군데에 달한다.●팔레스타인·이스라엘인 함께 운영하는 ‘카난’ 채식 및 비건 전문 음식점 중에는 지향하는 콘셉트나 의도가 단연 돋보이는 곳이 많다. 그중 한 곳은 채식 전문 식당인 ‘카난’(Kanaan)이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가나안’의 그 ‘가나안’이다. 이곳이 유명해진 건 두 오너 때문이다. 지금도 분쟁이 끊이지 않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국적의 두 사람이 함께 문을 열어 화제가 됐다. 이스라엘인 오즈 벤 데이비드와 팔레스타인인 잘릴 다빗이 음식을 통해 평화와 우정의 메시지를 전하는 셈이다. 이곳에서는 후무스와 팔라펠을 메인 메뉴로 두고 있다. 후무스는 종류만 7가지에 달한다. 우유와 달걀을 이용한 채식 메뉴가 대부분이고 우유 대신 두유로 만든 요구르트 소스의 후무스 버거 등 비건 메뉴도 잘 갖추고 있다. 이곳이 특별한 건 또 있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난민과 성 소수자들을 직원으로 채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에서도 큰 이슈가 되는 난민과 인종차별, 성차별적 문제를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적극 해결하고 있다. 또 팔레스타인에 필요한 식재료 공장을 만들어 어려움에 처한 현지인들을 지속적으로 돕는다. 음식도 맛있다. 강황이 들어간 매콤한 버섯 후무스와 팔라펠 플레이트는 둘이 먹어도 충분할 만큼 양도 많고 맛있다. ●쓰레기 제로 추구하는 ‘프레아 레스토랑’ 독일에선 명품이나 비싼 옷 입고 티 내는 걸 촌스럽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부자들도 잘사는 티를 잘 안 낸다. 베를린 거리에는 그냥 아래위로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지나다닐 뿐이다. 내가 베를린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 반면 채식을 하는 건 매우 고급스럽고 바람직한 습관이라 여긴다. 육류를 먹지 않음으로써 동물들이 비윤리적인 환경에서 사는 걸 막을 수 있고, 지구 환경을 보호할 수 있으며, 자신의 건강도 지킬 수 있으니 채식만큼 쉽고 적합한 것이 없다고들 생각한다. “왜 베지테리언이 됐어?” 남자친구를 만난 첫날 물어봤던 것 같다. “동물을 비윤리적으로 사육하고 고기를 얻는 공장식 육류 산업에 반대하기 때문이야. 내가 쓰는 돈이 그곳으로 가는 게 싫어. 고기를 안 먹은 건 열네 살 때부터인데, 그렇다고 고기를 아예 안 먹는 건 아니야. 아이들이 먹다 남긴 치킨이나 고기는 일부러 먹기도 해. 버려지려고 죽은 애들이 아니니까. 야생에서 자유롭게 살다가 사냥꾼에게 잡힌 고기도 맛은 봐. 걔네는 행복하게 살다가 간 거잖아.” 먹다 남긴 고기를 가끔 그가 먹을 때, 즐거워서 먹는 게 아니란 건 이미 표정에서 알겠다. 도저히 못 먹겠는 건 그도 남긴다. 하지만 원래 음식을 안 남기고 먹는 스타일이라 버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더구나 그게 고기라면 남이 주문한 음식이라도 버리지 않으려고 대신 먹는다. 나도 가급적이면 음식을 남기지 않으려고 애쓴다. 베를린의 레스토랑은 음식의 양이 기본적으로 많아서 고기 메뉴를 시키면 남기는 경우가 많은데, 다 못 먹을 것 같으면 그냥 채식 메뉴를 시킬 때도 있다. 남기지 않는 것,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것 또한 베를린에서는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한다. 쓰레기를 줄이는 데에 만족하지 않고 ‘제로’로 만들자는 ‘제로 웨이스트’ 운동이 확산하는 이유다.미테 한복판에 있는 ‘프레아’(FREA)는 ‘세계 최초의 제로 웨이스트 레스토랑’으로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식재료는 가까운 산지에서 포장되지 않은 상태로 공급받고 매장 내에서는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다. 테이블에는 일회용 냅킨 대신 부드러운 면 손수건을 놓는 식이다. 음식은 모두 채식과 비건 메뉴로 돼 있으며 일체의 동물성 재료는 사용하지 않는다. 헤이즐넛을 이용해 만드는 커피와 쌀로 만든 우유, 직접 만드는 사워도 빵과 파스타 등 더 건강하고 질 좋은 재료를 만드는 데 열심이다. 음식을 남기지 않고 다 먹는 것이 기본 취지이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쓰레기는 레스토랑 내에 설치된 음식물 처리 기계를 통해 퇴비로 만든다.베를린의 힙스터들이 모이는 ‘프레아’에서 머리를 앙증맞게 옆으로 묶은 남자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음식을 고른다. 건강식 샐러드와 홈메이드 파스타 혹은 구운 감자가 메인으로 나오는 점심코스는 16유로. 적당한 가격에 폼 내기도 좋아서 서울에서 친구가 오면 당장 데려가고 싶은데, 여행은 언제나 가능해질까. 채식 어렵다고? 베를린 마트 ‘비건 패티’ 즐겨 봐●비건 음식이 파인다이닝을 만났을 때 ‘러키 리크’ 남자친구를 만난 지 1년, 베를린에서 산 지 7개월이 된 기념으로 모처럼 근사한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래서 고른 ‘러키 리크’ 레스토랑은 비건 음식을 파인다이닝 콘셉트로 내는 곳으로 유명하다. 베를린에서 꼭 가 봐야 할 비건 레스토랑 중 한 곳이기도 하다. 베를린에서 더 많은 비건 음식과 레스토랑을 경험해 보고 싶었던 터라 꼭 한번 가 보고 싶은 곳이었다. 저녁에만 열고 코스요리로만 내기 때문에 아무 때나 가긴 버거웠다.2011년에 오픈한 ‘러키 리크’는 두부나 콩을 이용한 단순한 비건 음식이 아니라 실제 소고기처럼 느껴지는 스테이크, 일반 치즈와 전혀 분간이 안 가는 비건 치즈 등을 독창적으로 선보이며 입소문을 탔다. 비트를 구워 만든 스테이크가 어떻게 진짜 스테이크 같은 맛을 내는지 너무 궁금했다.‘러키 리크’의 메뉴는 딱 한 가지. 샐러드, 수프, 두 가지의 메인 음식, 디저트로 구성된 메뉴에서 3코스, 4코스, 5코스로 고를 수 있다. 우리가 간 날 메뉴에는 스테이크가 없었다. 대신 아스파라거스로 만든 슈니첼(독일식 돈가스)과 여러 가지 곡물과 야채로 바삭하게 만든 슈니첼이 메인으로 있었다. 아스파라거스 슈니첼은 고기를 먹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아쉬운 ‘뻔한’ 맛이 났지만, 곡물 슈니첼은 바삭바삭한 식감이 진짜 고기를 씹는 것 같았다. 아몬드로 만든 리코타 치즈도 진짜 치즈 같고 코코넛 아이스크림도 우유 없이 만들었다는 걸 알아채기 어려웠다. 소문대로 러키 리크는 비건 음식을 먹을 때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2% 부족한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만족스러웠다.●하나의 유행, 일상의 방식으로 통하는 ‘채식’ 고기를 먹는 사람들에겐 환경과 동물 보호를 위한 설득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채식을 즐길 수 있으려면 고기 맛이 ‘별로’ 그립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능동적인 채식주의자가 될 수 있다. 고기 굽는 소리나 냄새만 맡아도 침이 고이는 사람들이 신념만 가지고 채식을 하기엔 너무 고행이 따를 테니까. 유럽의 비건 마켓 ‘베간츠’의 창업자인 얀 브레딕도 어느 신문 인터뷰에서 ‘비건 푸드가 비(非)비건 음식보다 맛있지 않으면 사람들을 움직일 수 없다’고 했는데, 그 말에 무척 공감이 갔다. 고기가 그립지 않은 비건 음식, 과연 얼마나 가까이 있을까. 매번 햄버거를 사 먹는 게 지겨워서 집에서 만들어 먹은 적이 있다. 패티는 슈퍼마켓 ‘레베’에서 샀다. 남자친구는 비건 버거로 유명한 ‘비욘드 버거’ 패티를, 나는 소고기 패티를 샀다. 베지 버거는 가히 패티계의 혁명이라 느껴질 맛이었다. 일반 고기와 차이점을 거의 느낄 수 없고, 식감은 더 부드럽고 가벼웠다. 이 놀라운 맛은 이미 빌 게이츠도 투자할 만큼 획기적인 제품으로 인정을 받고 있었다. 이 ‘식물성 고기’의 한 가지 단점이라면, 일반 고기 패티가 2유로대인데 이 비건 버거는 5유로가 넘는다는 것. 진짜 고기이고 가격까지 저렴한데도 더 비싼 비건 패티를 사 먹고 싶은 건 맛 경쟁력에서 이겼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게는. 베를린에 와서 고기가 들어간 메뉴를 시키고 남기는 반복을 줄였다. 고기를 끊겠다는 생각을 아직 해 본 적은 없지만, 고기를 먹는 횟수가 현저히 줄었다. 비건 음식을 먹는 것이 힘들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일상이 됐기 때문이다. 베를린에서 채식은 이제 그냥 하나의 유행, 일상의 방식으로 통한다. 그중 비건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져서 음식에만 국한되지 않고 비건 패션과 뷰티 아이템, 비건 투어 프로그램 등 라이프 스타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특히 뷰티 제품은 베를린에서 음식만큼 관심이 높은데, 이곳의 흔한 드럭 스토어인 데엠과 로스만에만 가도 동물성 원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은 비건 뷰티 제품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 대형 숍들은 식물성 100%의 자체 비건 브랜드 제품도 만들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애용한다. 베를린에서 산 뒤에 화장품을 구매하는 데 드는 비용도 거의 반 이상 줄었다. 전에는 쳐다도 안 보던 비건 음식과 채식에 맛을 들이고 있는 요즘, 나는 조금씩 진짜 베를리너가 돼 가는 기분이 든다. 여행작가 dongmi01@gmail.com
  • “가지마! 여보”…만류 뿌리치고 코로나 사지 뛰어든 美 의사의 죽음

    “가지마! 여보”…만류 뿌리치고 코로나 사지 뛰어든 美 의사의 죽음

    동성인 남편의 만류에도 끝까지 환자 곁을 지킨 의사가 코로나19로 사망했다. 27일(현지시간) USA투데이는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한 유명 병원 의사가 코로나19 확진 한 달 만에 숨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사망한 의사는 볼티모어 자애병원의 조셉 코스타(56)로, 지난 25일 남편 품에서 생을 마감했다. 병원 측은 "코스타는 환자와 가족, 동료 모두에게 존경받는 의사였다"면서 “우리는 훌륭한 의료진 한 명을 잃었다”며 애통해했다. 이어 “팬데믹 최전선에서 의료진으로서 사명감 하나로 끝까지 환자 곁을 지켰다. 헌신적이고 이타적 삶을 살다 간 그가 매우 그립다”며 허탈함을 드러냈다.코스타의 사망 소식을 접한 동료들은 고된 의료현장에서 잠시 장갑과 마스크를 내려놓고 밤샘 기도로 그를 추모했다. 코스타가 돌봤던 환자 한 명도 지역언론에 “환자에 대한 애정으로 똘똘 뭉친 분이었다. 늘 웃는 얼굴이었고 꾸준한 사람이었다”며 애도했다. 코스타는 지난 6월 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후 한 달 만에 목숨을 잃었다. 동성부부인 그의 남편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일하러 가지 말라고 애걸복걸 사정을 했는데 (이렇게 됐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또 코스타가 희귀 자가면역장애로 감염 취약군이었다고 밝혀 안타까움을 더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목숨을 잃을 확률이 누구보다 높았지만, 목숨을 걸고 사지로 뛰어든 셈이다. 코스타의 동성 남편은 “마스크 안 쓰고 다니는 사람들 보면 정신이 나갔나 싶다. 코로나는 순식간에 당신 목숨을 앗아갈 것”이라며 안일한 방역 의식에 분노를 드러냈다.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28일까지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은 15만 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가 처음 세계보건기구(WHO)보고된 지난해 12월 31일 이후 7개월 만이다. 누적 확진자도 449만8343명으로 450만 명선에 바짝 다가가고 있다. 29일 ABC방송 굿모닝아메리카에 출연한 앤서니 파우치 미국국립알레그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이제 오하이오와 인디애나, 테네시, 켄터키 등 미국 중부 지역이 새로운 확산 우려 지역으로 떠올랐다고 경고했다. 파우치 소장은 최근 이 지역 양성 판정 비율이 늘고 있다면서 “정말로 조심해야 한다는 확실한 징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또 다른 급증은 아직 감당할 수 없다”며 경제 재개는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구순 아버지의 커밍아웃 “딸아 걱정 마라. 나도 한때 남자를”

    구순 아버지의 커밍아웃 “딸아 걱정 마라. 나도 한때 남자를”

    “딸아 걱정 마라. 나도 한때는 같은 남자를 사랑했단다.” 얼마 전 90세 생일을 지낸 아버지 케네스 펠츠(미국)는 일생에 어떤 일도 너무 늦는 일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표본 같다. 코로나19로 봉쇄돼 콜로라도주의 집에 꼼짝 없이 붙어 지내면서 낡은 기억을 끄집어내 회고록을 집필했다. 책에서 평생을 감춰온 내밀한 비밀을 털어놓았다. 캘리포니아주에서 만난 남자 필립을 아끼다 못해 사랑했던 사실을 고백했다. 사실 16년의 결혼 생활을 통해 가진 딸 레베카도 25년 전 동성애자임을 아버지에게 털어놓았다. 레베카는 당시 아버지가 했던 말 중에 “6개월도 못 갈 거다”라고 장담했던 것만 기억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차마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지 못했다. 커밍아웃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단다. 어릴 적 종교적인 이유 등으로 엄격하기 이를 데 없었던 캔자스주 서부에서 자라나 감히 남자를 좋아한다는 얘기를 꺼낼 수가 없었다. 당시만 해도 동성애는 불법이라 감옥에 보내던 시절이라 두 사람은 다른 이들의 눈을 피해 만나 사랑을 키웠다. 레베카는 파트너와 6개월을 넘어 지금까지 25년 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케네스는 딸의 파트너를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1979년 이혼한 뒤 케네스는 필립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다 최근에야 2년 전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그러다 봉쇄령이 내려져 회고록 쓰는 데 집중할 시간이 주어지자 용기가 생겼다. 딸에게 “여전히 필립이 그립다”고 말하니까 딸은 “아버지에게 그런 일이 있었는지 꿈에도 몰랐다”고 답했다. 그렇게 비밀을 털어놓고 나니 모두의 앞에서 당당하게 고백할 수 있게 됐다. 해서 그는 딸과 함께 26일(현지시간) 영국 BBC 인터뷰를 통해 커밍아웃을 하며 “난 자유”라고 외치며 웃었다. 동성애를 상징하는 무지개 색깔 옷을 입고 딸과 함께 어깨를 거는가 하면 “목걸이도 걸고 머리도 물들이고 싶다”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반려견 2마리 산책시키던 영국인 견주, 목줄에 걸려 질식사

    반려견 2마리 산책시키던 영국인 견주, 목줄에 걸려 질식사

    반려견 2마리를 산책시키던 견주가 그만 목줄에 걸려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21일 영국 더선 지의 보도에 의하면 이 비극적이 사건은 지난 8일 영국 노스 웨일스 주 레크섬에 위치한 가든 빌리지에서 발생했다. 당시 한 어린 소녀가 바닥에 엎어져 숨이 넘어가고 있는 한 중년 여성을 발견하고는 인근에 있던 2명의 남성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남성들이 도착했을 때 중년 여성은 목줄에 눌려 거의 의식을 잃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남성들은 목줄을 풀고 응급구조대에 연락하고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중년 여성은 안타깝게 현장에서 사망했다. 사망자는 데보라 메리 로버츠(47)라는 이름의 여성으로 당시 견종이 알려지지 않은 반려견 2마리를 데리고 산책중이었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원인을 찾기 위해 부검을 실시한 결과 질식이외에는 다른 사망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경찰은 당시 목격자인 어린 소녀와 2명의 남성의 진술을 토대로 의심스런 정황이 발견되지 않아 해당 여성이 반려견을 산책시키다 반려견들의 목줄에 걸려 질식사한 것으로 결론내렸다. 보도에 따르면 데보라에게는 4명의 자녀가 있으며, 이들 자녀는 어머니를 추모하는 글을 올려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아들인 칼럼은 페이스북에 “어머니는 자식들을 위해 한평생 살아오신 분이며 세상에서 가장 친절하신 분이셨다. 어머니가 너무 그립다”고 적었다. 칼럼의 글에는 남겨진 자녀들을 위로하는 글과 데보라의 명복을 기리는 다른 가족들, 친구들, 이웃들의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김경태 해외통신원 tvbodaga@gmail.com
  • [여기는 남미] 코로나의 역설…멕시코 유명 해변에 나타난 가오리떼

    [여기는 남미] 코로나의 역설…멕시코 유명 해변에 나타난 가오리떼

    멕시코의 유명 휴양지 아카풀코에서 코로나시대가 동물에게 가져온 역설적인 상황이 또다시 확인됐다. 최근 멕시코 언론은 가오리떼가 아카풀코 해안가까지 밀려와 한가롭게 헤엄을 치는 모습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멕시코의 음악가 달레시오가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영상을 보면 아카풀코 해안가를 방문한 가오리는 최소한 수십 마리로 추정된다. 가오리가 떼지어 헤엄치고 있는 해안가에는 수영복을 입은 어린이가 서 있는데 수심은 겨우 발목을 적실 정도다. 달레시오는 영상을 찍으며 "믿기지 않는다"면서 "(자연이) 너무 아름답다"는 말을 되풀이한다. 특히 달레시오는 "가오리들이 해안가까지 접근해 헤엄을 치고 있다"면서 "굉장하다"고 감탄을 연발했다. 멕시코는 중남미에서도 가오리가 많기로 유명하지만 가오리가 해안가까지 접근하는 건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아카풀코에서 40년 넘게 살고 있다는 한 주민은 "평생 바다와 함께 살고 있지만 아카풀코 해안가에서 가오리를 본 건 처음"이라면서 "코로나19로 인적이 뜸해진 후 자연이 제 모습을 찾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앞서 지난 4월 아카풀코에서는 발광 플랑크톤이 출현해 화제가 됐다. 60년 만에 나타난 발광 플랑크톤이 아카풀코 얕은 해안까지 밀려오면서 아카풀코 푸른 LED 조명을 설치한 것처럼 빛났다. 현지 언론은 "지난 3월 발광 플랑크톤에 이어 이번에 가오리떼가 등장한 건 그간 인간이 얼마나 자연과 환경을 힘들게 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봉쇄가 완화되면서 해수욕 금지는 풀렸지만 아직은 아카풀코를 찾는 관광객이 많지 않은 편이다. 아카풀코의 한 호텔에 근무한다는 남자는 "하루속히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모든 게 정상되길 바라지만 (발광 플랑크톤이나 가오리떼 같은) 이런 일을 보면 인파가 붐비는 아카풀코가 그다지 그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멕시코는 자타가 공인하는 가오리 천국이다. 그간 멕시코에서 발견된 가오리는 모두 95종에 이른다. 하지만 최근엔 멸종이 걱정되는 가오리가 적지 않다. 가오리는 유난히 번식력이 약한 종인데 무차별적 포획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는 지난해 멸종위기에 몰린 가오리 6종을 보호종으로 지정하고 무분별한 포획을 금지했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김기중 기자의 책 골라주는 남자] 역경을 마주한 당신, 위인전을 쓸 절호의 기회

    [김기중 기자의 책 골라주는 남자] 역경을 마주한 당신, 위인전을 쓸 절호의 기회

    초등학교 시절, 50권짜리 위인전 전집을 아주 재밌게 읽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위인들의 삶은 소설보다 다이내믹했습니다. 역경이 가로막으면 불굴의 의지로 이겨 내고, 전 세계 사람들이 칭송할 만한 성과를 남깁니다. 한때는 에디슨처럼 되고 싶었고, 또 언젠가는 링컨이 되고 싶었습니다. 가끔 초등학교 시절이 그립기도 합니다. 타인이 그린 삶의 궤적을 읽으며 가슴 뛰던 그때를, 이 2권의 책이 다시 떠올리게 해 줄 수 있을까 싶습니다. ‘엔리코 페르미, 모든 것을 알았던 마지막 사람’(김영사)은 ‘페르미 정리’로 유명한 이탈리아계 미국인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의 평전입니다. ‘물리학의 교황’으로까지 불리지만 페르미에 관한 전기는 그의 부인과 제자가 쓴 게 전부입니다. 부제가 ‘철저한 조사와 애정으로 그려낸 한 천재의 초상화’라 할 만큼 조사가 철저합니다. 저자 데이비드 N 슈워츠는 페르미의 제자가 될 뻔했던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글 한 편으로 페르미 연구를 시작합니다. 1970년 이후 새로 알려진 사실들과 인터뷰를 바탕으로 미국, 이탈리아, 스위스, 영국을 오가며 자료를 뒤지고 수많은 사람을 인터뷰합니다. 로마 출신의 어린 소년이 세계적인 물리학자가 되기까지를 그리면서 평면적이었던 페르미는 복잡하고도 매력적인 인물로 되살아납니다.‘영웅의 여정’(갈라파고스)은 신화 연구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조지프 캠벨에 관한 책입니다. 캠벨의 주요 강연과 인터뷰를 추려 편집한 다큐멘터리영화를 책으로 옮겼습니다. 북미대륙 원주민의 신화와 아서왕 전설이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캠벨은 전 세계의 신화를 탐구하며 각각의 이야기에서 공통 공식을 뽑아냅니다. 바로 ‘태어남-부름-모험-역경-귀환’으로 요약되는 ‘영웅의 여정’입니다. 캠벨은 그러면서 영웅의 여정이 신화뿐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삶 안에서도 전개된다고 강조합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모두 위인이나 영웅은 아니지만, 각자의 삶에서는 위인이고 영웅이 아닐까. gjkim@seoul.co.kr
  • 아시아인 첫 기록 둘… EPL서 잊히지 않을 이름, 손흥민

    아시아인 첫 기록 둘… EPL서 잊히지 않을 이름, 손흥민

    아스널전서 5개월 만에 득점포 재가동 예리한 코너킥으로 역전 헤더골 돕기도 10-10은 더브라위너 이어 리그 두 번째 “팬들 더 그리워… 남은 3경기도 이길 것”“오늘따라 팬분들이 더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28)은 사실 유럽 빅리그를 휘젓는 아시아 최고 선수라는 것을 굳이 입증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아홉수를 풀고 네 시즌 연속 프리미어리그(EPL) 두 자릿수 득점과 커리어 첫 정규리그 10-10클럽 가입에 성공했다. 모두 아시아 최초다.손흥민은 13일 새벽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시즌 EPL 35라운드 아스널과의 북런던 더비 홈 경기에서 1골 1도움을 올리며 팀의 2-1 역전승을 이끌었다. 코로나19로 리그가 중단된 기간을 포함해 지난 2월 애스턴 빌라전 이후 무려 5개월, 6경기 만에 득점포를 재가동하고 또 3경기 만에 도움을 추가하며 리그 10호골·10도움을 신고했다. 시즌 전체로는 17골(12도움). 정규리그 북런던 더비에서는 첫 골이다. 10-10클럽 가입은 최근 스페인 라리가 첫 20-20클럽에 가입한 리오넬 메시만큼은 아니더라도 본인의 골 결정력은 물론 다른 선수의 골까지 이끌어내는 시야가 넓은 만능 공격수라는 징표다. 올시즌 EPL에서 현재까기 손흥민에 앞서 이 기록을 달성한 선수는 11골 18도움의 케빈 더브라위너(맨체스터 시티)가 유일하다.토트넘은 이전 경기에 견줘 이날은 선을 끌어올리며 초반부터 활발한 공세를 펼쳤다. 선제골은 아스널의 몫이었다. 전반 16분 알렉상드르 라카제트의 레이저 중거리슛이 터진 것. 자칫 흐름을 내줄 상황에서 손흥민이 3분 만에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상대 세아드 콜라시나츠의 백패스 실수에 먹이를 낚아채는 맹수처럼 달려들어 공을 따낸 손흥민은 슈팅 각도를 좁히기 위해 달려나온 골키퍼를 넘기는 칩샷을 터뜨렸다. 후반 36분에는 날카로운 코너킥을 올려 토비 알데르베이럴트의 역전 헤더골을 거들었다. 승점 52점을 기록한 토트넘은 아스널(승점 50)을 제치고 8위로 뛰어오르며 다음 시즌 유럽 클럽 대항전 진출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 갔다. 손흥민은 이날 경기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와 구단 영상 메시지를 통해 팬들이 그립다고 했다. 그는 “열심히 뛰어준 동료들과 응원해 주시는 팬 덕분에 좋은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었다”면서 “하루빨리 경기장에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남은 3경기에서도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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