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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희대 김재홍 교수 「한국 현대시 시어사전」 발간

    ◎알쏭달쏭 1만2천여 「시어」풀이/최남선∼90년대의 시집 1만5천여권 검토/조어·되살려 쓴 고어·속어·상징시어 망라 『「님」만 님이 아니라 기룬 것은 다 님이다.중생이 석가의 님이라면 철학은 칸트의 님이다.장미화의 님이 봄비라면 마시니의 님은 이태리다.(중략)나는 해 저문 벌판에 돌아가는 길을 잃고 헤매는 어린 양이 기루어서 이 시를 쓴다』 만해 한용운의 시집 「님의 침묵」중 서시 「군말」에 나오는 이 「기루다」란 무슨 뜻일까.국어사전에는 물론 「기루다」라는 단어는 실려 있지 않다.그도 그럴 것이 이 말은 만해가 만들어 쓴 시어이기 때문이다.이것은 바로 애처롭다,그립다,찬양한다,아쉽다라는 뜻이다. 문학평론가이며 국문학자인 경희대 김재홍 교수가 지금까지 발간된 한국 현대시집에 나오는 말 가운데 사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시어 1만2천 단어를 엄선,그 의미를 규정하고 용례를 수록한 「한국현대시 시어사전」(고려대학교 출판부)을 펴냈다. 김교수는 이 사전을 편찬하기 위해 20여년간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서부터 오봉옥·박태일 등 90년대 시인들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1만5천여권의 시집을 검토했다.표제어는 시인들이 개인적으로 만든 말,즉 개인시어나 조어를 기본으로 시인들이 되살려 쓴 고어,시에서 많이 쓰이거나 쓸만한 말,살려나갈만한 방언,은어,속어,그리고 상징시어들을 대상으로 해 뽑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인들은 민족어의 완성,나아가 예술어로의 발전을 위해 진력해왔다.영어가 셰익스피어에 의해,독어가 괴테에 의해,프랑스어가 상징주의 시인들에 의해 생활어에서 예술어로 승화된 것이 그 좋은 예다.김교수는 수많은 고유어와 고어를 되살리는 한편 방언을 적극 활용하고 개인시어를 다양하게 만들어낸 미당 서정주를 우리 말의 텃밭을 풍요롭게 한 대표적인 인물로 꼽는다. 미당은 한자어인 「수면」을 「물낯바닥」「물거울」 등으로 풀어 사용하는가 하면 「민들레꽃」을 「민둘레꽃」「미움둘레꽃」「멈둘레꽃」「머슴둘레꽃」 등으로 변형,우리말의 예술적 가능성을 한껏 넓혔다.개가죽으로 만든 작은 북을 「개가죽방구」,마루나 가구 따위에 손때가 묻고 잘 닦여져 반들거리는 모습을 「때거울」이라고 표현한 점도 흥미롭다. 이 사전에는 현대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뇌짐」(폐병)·「벼루길」(아래에 강물이 흐르는 낭떠러지 길)·「가시버시」(부부)·「길분전」(길에 있는 하찮은 것들) 등 고어와 「그리매」(그림자)·「테우리」(목동)·「가개비」(개구리) 등 방언,「항가빠시」(소꿉놀이)·「가마리」(늘 욕먹거나 매맞는 사람) 등 속어도 망라돼 있다.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거나 잘못 알려진 시어들을 정확하게 판독,올바른 시읽기의 기초를 제공하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예를 들어 김영랑의 시「오메 단풍들것네」에는 『장광에 골불은 감잎 날러오아』라는 구절이 나온다.「골불은」은 전문학자들조차 그 뜻을 잘 모른다.이 사전은 용례확인을 통해 「골불은」이 「짓붉은」이란 뜻임을 밝힌다.김교수는 『사전 편찬과정을 통해 뜻있는 시인들이 민족정서의 살결과 숨결,혼결과 무늬결을 이루는 우리 말을 갈고 닦는데 정성을 쏟아 왔음을 새삼 확인했다』면서 『새로운 시어를 창조하는 시인만이 참시인』이라고 말했다.
  • 견디는 아이/하성란 소설가(굄돌)

    고입 입시반이 되기 전까지 우리는 교실을 야간에 수업을 받는 산업체 학생들과 같이 써야만 했다.보충수업이 끝나고 청소를 마칠 즈음이면 교실로 들어서던 그녀들과 맞부딪치고는 했다.근처의 방직 공장과 과자 공장에서 낮 근무를 마치고 헐레벌떡 뛰어오는 통에 복장은 단정치 않았다.우리들이 책상 줄을 맞추는 동안 그녀들은 서로의 머리를 땋아 주거나 단추가 떨어진 교복을 바느질하기도 했다. 촌스러운 밤색 교복도 그녀들의 풍만한 몸매를 숨길 수는 없었다.그도 그럴 것이 그녀들의 거의 과반수가 제 나이를 훌쩍 뛰어넘은 과년한 처녀들이었다.발육이 덜 된 나무젓가락 같던 중학교 일년생이 넘볼수 없는 것을 가지고 있었다.향기가 섞인 화장수 냄새와 일터에서 묻어온 냄새에 섞여 노상 땀냄새가 났다.그 땀냄새는 내 짝 체육복에서 풍기던 냄새와는 분명히 달랐다. 나와 책상을 같이 쓰던 언니는 가끔 책상 서랍 속에 노트며 모나미 볼펜 따위를 흘려두고 갔다.노트의 글씨들은 졸음 탓인지 가끔씩 칸을 넘고 알아볼 수 없었다.한번은 노트 갈피에서쓰다 만 편지지를 발견했다.부모님 전상서로 시작되는 글 속에는 부모의 건강에 대한 염려와 감자는 얼마나 수확했느냐는,일손은 모자라지 않았느냐는 이야기가 들어 있었다.모르긴 해도 그녀의 시골집에는 그녀의 월급을 기다리는 동생들이 감자알들보다도 더 많을 거였다. 입시반이 되면서 교실을 독차지할 수 있었다.서랍 속에 비밀 일기장을 넣어둘 수도,무거운 참고서를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좋았다.밤 늦게까지 공부를 하고 교문을 나설 때면 그때까지도 산업체 교실의 창 쪽에서는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그때까지 나는 견디는 아이입니다」라는 동시의 한 구절처럼 불빛은 영글어가고 있었다. 조간을 뒤적이면서 나는 그녀들에게서 풍기던 그 땀냄새가 몹시도 그립다.
  • 극단 학전 뮤지컬 「모스키토」 7월말까지 공연

    ◎풍자+재미+록뮤직 ‘감동의 어루러짐’ 극의 풍자와 재미에 록뮤직의 강렬한 감동을 고루 맛볼수 있는 록뮤지컬 「모스키토」가 5월의 청소년관객들을 겨냥,지난 5일부터 서울 대학로 무대에 올려졌다. 지난 94년 첫작품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으로 록뮤지컬에 자신감을 얻은 극단 학전이 7월말까지의 장기공연을 목표로 준비한 야심작으로 교육적·사회풍자적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는 노래극이다. 「모스키토」는 원래 독일 그립스극단의 대표적 청소년극으로서 정치행사인 선거에 임하는 청소년들의 정치·사회적,민족적 갈등을 재미있게 풍자하고 있는데 이번에 학전이 작품의 흐름은 유지시키면서도 독일의 상황을 한국적 현실로 수정했다.독일이나 한국 모두 현실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고조된 불신과 혐오를 공통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집권 정당이 총선전략으로 청소년에게까지 참정권을 확대하자 청소년들이 정당을 결성,선거에서 어른들을 참패시켰지만 아이들은 결국 정치를 어른들에게 넘기고 본연의 위치로 돌아간다는 것이 극의 줄거리. 정략에 의해 선거권을 부여받은 청소년들은 각 정당의 물량공세로 심각한 가치관의 혼란을 겪는다.유력당 당수의 딸이 재학중인 서울의 새서울고교도 마찬가지.이러한 상황에서 한 교사가 「선거공약 만들어보기」를 숙제로 내준게 발단이 돼 학생들의 불만과 대안모색 노력은 정당결성 움직임으로 자연스레 확산돼 나간다. 극의 내용은 다소 과장과 부자연스러움이 없지 않지만 이 과정에서 표현되는 날카로운 세태풍자가 돋보인다.5인조 록밴드 「노 코멘트(No Comment)」의 힘있는 연주와 출연진 13명의 거침없는 연기가 시원하다. 박광정 연출에 김용만·강신일 등이 출연한다.대학로 학전그린 소극장.평일 하오7시30분,토·일·공휴일 하오4시·7시30분,월 쉼. 문의 763­8233.
  • 탈북자들 동포애가 그립다(사설)

    오는 30일이면 여만철씨 일가족 5명이 동토 북한을 탈출해 서울에 도착한 지 3년이 된다.이들은 김포공항에 내리자마자 『너무 배가 고파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했다』고 일성을 터뜨려 그때 이미 북한의 식량사정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실감케 했다. 이렇게 사선을 넘어 내려온 여씨 가족과 부모·형제를 모두 남겨둔 채 단신월남한 김형덕군이 16일 밤 서울 명동성당 민족화해학교에 초청연사로 나와 서울에서 지낸 지난 3년 동안의 생활상을 털어놨다.그동안의 생활을 진솔하게 고백하며 나름대로 통일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를 제시해 관심을 모았다.무엇보다 먼저 남과 북으로 갈라진 민족의 동질성을 확인하고 서로 사랑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의 가장 큰 고통은 아직까지 이질적인 존재로 취급되고 있는 점이다..여씨 부부만 해도 처음 1년 동안 백방으로 뛰어다녔으나 「북에서 왔다」는 이 한 가지 이유만으로 취직이 되지 않았다.여씨는 여섯 번이나 퇴짜를 맞은 끝에 천주교 신부의 도움으로 겨우 지금의 일자리를 구했다.그러나 북한에서 유치원원장까지 지낸 부인 이옥금씨는 끝내 아무도 불러주지 않아 신문광고를 통해 「미화원」자리를 얻어 일하고 있다.아이들 역시 사뭇 다른 교육제도로 인한 스트레스도 컸지만 친구를 사귈수 없었던 고통은 더 참을수 없었다. 도대체 다섯 식구도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통일후 그 많은 북한동포들을 어떻게 맞을지 걱정이라는 것이 이들의 고백이다.여씨 가족은 그래도 함께 넘어와 외로움을 달랠수 있지만 김군 등 단신 월남한 탈북자들은 달리 별다른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탈북자들을 한 핏줄로 받아들여 달라는 요구는 비단 이들만의 소망은 아니라고 본다. 차제에 당국은 이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정책프로그램을 개발해 차질없이 시행할 것을 촉구한다.민간차원의 민족 동질성 확인작업과 병행해 민족 재결합을 위한 정책개발에 나서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통일에 대비해 서둘러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 “한국 국가신용도 낮출계획 없다”

    ◎미 S&P 한보사태 등 불구 AA- 계속 유지 미국의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한보사태 등에도 불구하고 한국 국가의 신용도를 낮출 계획이 없다고 발표했다. S&P는 27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으로 대외적인 신인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지난 95년 A+에서 AA-로 한단계 올린 한국의 국가 신용도를 내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주 OECD가 우리나라의 국가등급을 2등급에서 최상급인 1A로 높인데 이어 나온 것이다.현재의 상황이 좋지는 않지만 국가신용등급을 낮출 정도의 영향은 미치지 않는 것으로 풀이돼 그나마 희망적이다. S&P의 클리포드 그립 금융기관담당 상무는 『현재 한국의 상황이 나빠지기는 했지만 국가등급을 낮출 정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그는 『규제완화의 과정에서 자발적인 은행간 합병을 이룰수 있으면 비용절감과 사업다변화,가격경쟁력 확보 등에서 좋기 때문에 신용평가 등급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S&P는 금융기관을 신용평가할 때 정부의지원능력을 반영한다』며 강조했다.
  • 낙관론이 그립다(송정숙 칼럼)

    요즘은 두 사람만 모여도 『…누구는 도둑이고 누구는 부패했고 …그자도 나쁘고 저자도 나쁘고,관리는 무능하고 부정하고,기업은 도둑이고,노동자는 게으르고,시민은 철이 없고,언론은 무책임해서 이 지경이 되었다』는 「논평」으로 들끓는다. 이런 논평은 거의 어김없이 이렇게 끝맺는다.『아무것도 되는 게 없어.끝났어.대한민국은 이제 끝났어』 그말이 어찌나 확신에 차 있는지 「대한민국이 끝나버린 일」이 그들의 「목표」였던 것처럼 보인다.그런 판정을 내려주기 위해 어디 외국에서 초빙해온 전문가처럼 「객관적」이고 「냉정」하기도 하다.그래도 뭔가 긍정적인 회생의 길이 있지 않겠나 조심스레 물으면 모멸하듯 『…틀렸어.이제 틀렸어…』하고 단호하게 뭉갠다. 그들은 흡사 「끝나버린 땅」에서 발을 쏘옥 빼고 멀지않아 떠나버릴 사람인 것 같다.이 나라가 「끝나버리는 일」과 아무 상관 없어 보이는 한국인이 왜 이리 많은 것일까.「뭐 묻은 뒷발 털 듯」 늠름하게 떠나버릴 그들은 시원하겠지만 이곳 말고는 갈 곳도 가고 싶은 곳도 없는 사람은 참으로 괴로운 나날이다.그 가학증에 충만한 「끝났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예리한 칼끝에 심장을 찔려 철철 유혈이 흐르는 것 같은 아픔을 견뎌야 한다. ○흡사 「끝나버린 땅」으로 단정 버리고 떠날때 떠나더라도 남는 이들의 생명인 이 나라를 가지고 「끝났다」는 말을 그렇게 거듭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멀쩡하던 나라라도 이토록 「끝나버렸음」을 거듭 뇌면 서글퍼서 스스로 끝내버리고 말 것이다.하물며 이처럼 어려운 지경을 헤매는 나라가 회생할 의욕을 갖겠는가. 우리네 옛분들은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을 중요한 경구로 삼았다.비트겐슈타인 같은 언어철학자는 언어에는 영혼이 있다고 믿는다고 한다.사람의 목소리에 실려 한번 내뱉어진 말은 그 순간부터 그 말이 지닌 의미가 실현되기를 벼르며 살아서 우주공간을 떠다닌다는 것이다. 「끝나버리고」 「틀려버리기」를 벼르며 허공을 떠도는 말이 우리 주변을 주술처럼 옭아매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가위가 눌린다. 이런 말이 우리의 오늘을 만든 원인에 대한 진단의 뜻인 줄은 안다.그러나 그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이처럼 자학하는 것은 우리땅을 황폐하게 만들고 그런 땅에는 어떤 회생의 희망도 깃들일 수 없다. 「네탓」을 들춰 「내탓」을 탕감시키려는 전술에만 혼신하느라고 노약남녀 가릴것 없이 삿대질투사가 되기를 서슴지 않는 정치권,당당하게 나서서 『내가 한 일이니 내가 해결한다』고 말하는 사람 하나 없는 풍토가 우리이긴 하지만 그보다 더 절망스러운 일은 내 가족 내 후손의 뿌리가 묻힌 땅을 걸핏하면 「끝나버린 땅」으로 주박하는 일이다.비겁한 온건파 논리라고 비난할지 모른다.그러나 정의와 의분을 과시하기 위한 가혹한 채찍을 견디기에도 우리는 지쳤다. ○스스로 책임지는 풍토돼야 엊그제 영화채널이 보내준 「아폴로13」이라는 영화가 있다.달을 향해 떠난 유인 우주선이 사고를 만나 달착륙은 포기하고 천신만고끝에 귀환하는 이야기다.「지상」과 우주선이 일체가 되어 위기를 탈출하는 내용이 감동적이다.그중에서도 우주선에 동승하려다가 탈락한 동료가 지상의 모형우주선 안에서 동료를 위해 벌이는 두뇌씨름은극적이다.그는 마침내 착륙유도용 컴퓨터가동을 위해 단지 4암페어의 전력을 찾아내는 데 성공하여 우주선원을 무사히 구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낸다.겨우 4암페어의 전력이 해내는 역할과 그것을 찾아내는 능력의 무한함에 경탄을 하게 된다. 그 엄청난 사고의 원인은 동력장치의 「작은 코일」 하나의 결함 때문이었음도 알려진다.105이상에 이르는 부품의 우주선도 한낱 작은 코일 하나로 재앙에 이를수 있고 인류의 위대함의 극치인 달착륙선의 재앙에서 인간이 살아 돌아오기 위해서는 단 4암페어의 전력도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호가 난파하는데 작은 코일 하나만한 잘못도 안 저지른 사람이 우리중에 있을까.우리 모두는 난파지경에 이른 대한민국호를 회생시키기 위해 단 4암페어의 전력으로라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그까짓!』하고 역할을 유기하면 이 재난은 헤쳐나가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중에서도 『끝났다!』는 말의 주박성에 무신경한 짓은 곤란하다.다른 사람까지도 탈기시켜 자포자기로 빠지게 만드는 악성전염균 같은것이 이 말에는 내재해 있기 때문이다.낙관론이 목마르게 그립다.
  • 김영진씨 둘째아들 해광군의 탈북기­우리가족 로정의 일기 전문:Ⅱ

    ◎“남행이 살길” 언제나 북서 알까요/외할머니 찾아가니 “끼니 걱정 돋우려 왔구나”/“쥐약 먹고 죽겠다”던 이모님 살고나 계신지 ◇1996년 3월 29일 금요일 (맑음) 이날도 역시 갈데가 없어 사정하여 이집에서 하루 더 묶게 되었다. ◇1996년 3월 30일 토요일 (약간흐림) 이날도 한국사람을 찾다가 찾지 못하고 날이 저물어 잠자리와 거처할 집이 없어서 기차역전에서 하룻밤 지내었다. ◇1996년 3월 31일 일요일 (맑음) 아침 일찍 우리 일행은 또다시 한국사람을 찾으러 나섰다.또 어느덧 날이 저물어 잠자리를 구하기 위해 어느 과수원 초막에서 하루 잠을 잤다. ◇1996년 4월 1일 월요일 (맑음) 오늘도 백산호텔에 한국사람이 많이 온다기에 백산호텔 앞에서 3시간 가량 있다가 수사 경찰이 다니기 때문에 위험해서 자리를 뜨지 않을 수 없었다.우리 일행은 걷고 또걸어 하오3시가 되어도 점심도 먹지 못한채 우리는 흥안향 흥안촌에 들어섰다. 우리 일행은 초두부집에 들어섰다.초두부집에서는 각종음식을 다하였다.우리는 밤과 초두부를 청하여 편안하게 식사를 나누고 식당에서 나와 한동안 밖에서 가족끼리 토론하였다.시간은 어느덧 흘러 저녁이 되었다.저녁이 되어서 어머니는 잠자리를 찾느라 서둘렀다.초두부집 주인이 퍽 마음이 후하여 우리를 보고 북조선에서 왔다고 하면서 초두부집 아주머니가 들어와 여기서 쉬라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초두부집 아주머니가 우리를 따뜻이 대해주면서 마음속으로 동정하는 것을 보았을때 마치 고향의 이모 생각이 그리워지며 친이모와 같은 감을 느끼지 않을수 없었다. ◇1996년 4월 2일 화요일 (흐림) 하루밤 푹 자고 난 우리 일행은 또다시 기약없는 길을 걷지 않으면 안되었다.이때 초두부집 주인장이 들어와 북조선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어보시며 친척에 어디에 있는가.(없다).돈은 얼마나 있는가(15원 있다). 주인님이 말씀하시기를 내가 12월에 북조선에 갔다왔다고 하면서 실정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온가족이 목숨을 내걸고 외국땅에 아이들까지 왔는가 하면서 우리를 크게 고무하고 동정하였다. 이때 우리 가족은 근심어린 심정으로 있으니 식당주인이 우리 심정을 알고 절대 시름놓고 살라고 목숨을 내걸고 두만강을 건너왔으니 살아야 한다고 하며 이제부터는 근심을 말라고 다시한번 위로의 힘을 주었다.그러면서 살아갈 방도를 같이 찾아보자고 하였다.이때 나의 마음은 북한에 있는 나의 할머니도 몇년 있다 만나는 손자를 반갑게 맞이하지 않는데 아무런 인연이 없는 이집 주인이 우리의 불행을 자기의 불행으로 여기고 몹시 가슴아파 하는가.진정으로 친혈육으로 맞이하여 주는가? 왜 북한에서는 친혈육도 모르게 되는가? 또한 기차간에서 숨지고 있는 그 청년보고 그 누구도 구원의 손길을 주려고 하지 않는가.이 두 현실도 무엇때문에 너무도 판이하게 차이 나는가? ◇1996년 4월 3일 수요일 (약간흐림) 우리 가족은 이틀동안 북조선에서 맛보지 못한 음식들을 먹으면서 북한실정 나의 다정한 동무들이 지금 굶주려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있는것이 눈앞에서 선히 떠올랐다. ◇1996년 4월 4일 목요일 맑음 나는 아침밥을 푸짐히 먹고나서 또 북한 생각뿐이었다.우리 떠나올때 옆에살던 이모네 집에서 요즘 어떻게 하루하루 살고 있는지? 너무 먹을것이 없어 온가족이 쥐약을 먹고 죽자고 하는 것을 물을 먹고 살어라도 죽어서는 안된다고 고무하여 주고 떠났는데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걱정이 된다. ◇1996년 4월 5일 금요일 (맑음) 초두부집 주인을 만난때로부터 벌써 5일이 지났다.오늘도 역시 우리 가족은 하는것 없이 대접을 잘 받았다. 먹지 못했다가 잘 먹어서인지 설사를 만나 약까지 쓰면서 대접을 받았다. ◇1996년 4월 6일 토요일 (갬) 나는 설사치료로 하여 밥을 먹지 않았다.먹고싶은 고깃국과 이밥을 먹지 못하고 하루종일 집에 누워 치료를 받았다.누워서 북한에 있는 모든 어린이들이 잘먹고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또 생각해 보았다. ◇1996년 4월 7일 일요일 (맑음) 주인님은 오늘은 일요일인데 시내에 구경을 가자고 하시었다.나는 너무좋아 어쩔바를 몰라 기쁨을 감출수 없었다. 연길시 백화상점 시장거리 모든것은 눈이 모자라 못볼 정도였다.가계에는 전기용 가마며,전자계산기 등 수없이 많은 것이 진열되어 있었다. 북조선에서는 돈이 있어도 물건이 없어 살수 없는데 여기에는 정말 없는 것이라는건 찾아볼래야 찾아볼수가 없었다. 나는 북조선에서 텔레비전을 볼때마다 세계에서 제일 잘살고 살기좋은 나라는 북조선이라고 알고 있었다. 내가 여기와 내눈으로 직접 보니까 현실과 너무나도 차이가 엄청나게 있었다. 식당주인이 말하기를 남조선은 중국보다 훨씬 더 경제가 발전하고 공업이 발전하여 세계 아세아의 4번째에 손꼽힌다고 하기에 나는 실지 그렇다면 한국에 꼭 가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였다. ◇1996년 4월 8일 월요일(약간흐림) 월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밖에 나가 나도 모르게 어제 일요일 하루 시내구경을 갔던 생각이 떠오르던 나머지 자꾸자꾸 떠오른 것이 아버지께서 떠나오실때 북조선과 남조선을 러무도차이가 있다고 하시던 말씀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우리 일행은 꼭 한국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한국으로 가 희망으로 나래를 떨치고 싶다. ◇1996년 4월 9일 화요일 맑음 우리 아버지께서 우리 가족은 무조건한국으로 갈 욕망이라고 말하니 주인님께서는 한국으로 가는 것이 수월하지 않다고 하면서 천천히 방도를 구해보자고 하시었다. 정말로 한국으로 가기 힘들단 말인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한단말인가? ◇1996년 4월 10일 수요일 (비) 이날은 비가오니 우리 5식구만 집에있게되었다. 창밖의 비가 내리니 쓸쓸한 기분으로 우리 가정이 걸어온 노정에 대해 더듬어보게 되었다.내가 떠나올때 정다운 동무들과 이별할때 우리는 식량구하러 함북도 무산군으로 간다고 하며 헤어지던 일이 오늘도 나의 눈에 삼삼하게 떠오른다. 나는 중국에 와서 고마운 분을 만나 생일을 매일같이 맞다시피 하는데 북조선의 나의 동무,○○ ○○ 지금 먹을 것을 제대로 먹고 학교에 다니는지 아 그립구나. ◇1996년 4월 11일 목요일 (맑음) 유달리 날씨는 화창하고 하늘을 쳐다보니 하늘에는 구름 하나 없이 해도 나만이 비치는듯 싶었다.나는 해를 보며 해는 하나이지만 무엇때문에 북조선어린이들이 헐벗고 굶주림에 시달려 배고픔을 참아야 하는가. 이것이 바로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용사로운 품인가? ◇1996년 4월 12일 금요일 (맑음) 이날은 우리형님이 강가로 놀러나가자고 하여 우리3형제는 강가로 향했다. 강가로 나가는 우리의 마음을 기뻤다. 강가의 나무들도 우리를 반겨주는 것만 같았다.우리 3형제는 강변에 앉아 조용히 이야기를 했다.이때 형님이 민들레꽃 한송이를 뜯으며 북한에서는 이 민들레꽃이 피기도전에 다 뜯어먹는다고 하였다.나는 형님의 말을 들을때마다 북조선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지 않을수 없었다. ◇1996년 4월 13일 토요일 (흐림) 아버지 어머니는 오늘도 한국사람을 만나러 시내갔다가 끝내 한국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왔다. ◇1996년 4월 14일 일요일 (맑음) 집주인은 우리들 거처를 찾자고 안도현으로 갔다고 하였다.우리는 한국을 못가고 안도현으로 가면 장차문제는 어떻게 되겠는가고 생각하였다.몹시 근심속에 하루를 보냈다. ◇1996년 4월 15일 월요일 (맑음) 이날은 내가 이국땅 중국에 왔지만 북조선 생각이 간절하다.왜냐하면 이날은 어버이 수령님께서 탄생하신 날이라북조선 어린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다.이날은 어린이들이 소망이 풀리는 날이다.왜냐하면 1년동안 먹어보지못한 사탕,과자를 먹어보기 때문이다. 나의 동무들에게도 차례가 가겠지. 동무들아.오늘은 너희들도 기쁘겠구나. 내눈에 선하다. 금철이 성국이 너희들은 지금 사탕과자를 먹으며 좋아하는 것이 눈에 삼삼하다. ◇1996년 4월 16일 (흐림) 오늘 아침은 북경으로 간다고 아버지 어머니가 기뻐하시었다. 처음 우리아버지께서는 한국 대사관으로 가보자고 주인께 말하니 주인께서는 대사관 가보나마나 한국가기 힘든데 이왕 목숨을 내걸고 온바에야 한번 대사관에 가는 것이 옳은것 같다고 하시면서 가기로 결정했다. ◇1996년 4월 17일 수요일 (갬) 식당집 아주머니께서는 북경으로 갈때 차안에서 먹을 도중식사도 준비하느라고 바삐 다니시었다. 주인집 아저씨는 아버지 어머니에게 한국에 가야 한다고 하면서 돈 500원을 동무네 집에서 꾸어주면서 이번에 북경에 가면 말도 모르니 찾아가기 힘들다고 하며 자기 아들과 같이 가라고 하시었다.이날저녁 아버지,어머니께서 북경으로 떠나시었다.
  • 악인에 사회가 놀아난다면(송정숙 칼럼)

    권병호라는 사람의 「계획된 것」으로 보이는 수법에 걸려 사회가 시끌시끌하다.「미국시민권」을 가지고 LA로 베이징으로 출몰하며 멋대로 흘려주는 「폭로시나리오」에 정치권과 언론은 충실한 확산역을 하고 그때마다 나라는 상처를 입고있다. 권씨가 한짓은 소름끼치는 데가 있다.그는 처음부터 온갖 「증거물」들을 챙겨두었다.무엇이나 「복사」해두고 「사진」찍어두고 「녹음」해두었다.작심하고 해둔 짓이다.그것들은 덫이었다.그렇게 쳐놓은 덫에 눈먼 볼모가 걸려들자 발톱을 세워 협박했고 성에 안 차자,「폭로」라면 얼마든지 처리할 능력을 가진 정치권에 던져주었다.그러고는 날렵하게 외국으로 날아가버렸다.그는 이미 자기회사 직원들에게 「사기혐의」로 고소당해 기소중지상태에 있었는데도 자유자재로 덫도 치고 그것을 거두러 드나들었으며 외국에 앉아 「기자회견」도 하고 검찰도 시험하며 유유히 즐기고 있다.악행의 전형이다. 그런 천재적 직업사기꾼이 『내말 잘듣는 소영이』를 들먹이며 진급유혹을 했을 때 명색이 장군급인 고위 군인이놀아났다는 일이 너무 한심하다.자신이 진급하기 위해 경쟁상대인 동료를 헐뜯는 메모를 써줘가며 매달린 꼴이어서 창피하기 그지없다.그때문에 「잠수함충격」에 시달려온 정국을 다시한번 가격하고 말았다. 사리판단에 어리석었던 사람이 자신이 지은 허물 때문에 시달리는 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다.그러나 그때문에 사회가 악인에게 번번이 놀아나서 사회가 상처 아물 날이 없어지는 일은 환멸스럽다.선거운동을 하며 차곡차곡 「증거」를 챙겨두었다가 그것을 미끼로 충성을 맹세했던 보스를 「협박」하고 그것이 먹히지 않으면 「폭로」와 「무마」사이를 오가며 『좋은 조건』을 흥정하다가 급기야 자신의 손목에도 수갑을 차는 일도 있었다.버림받은 「본처」가 『오뉴월의 서리』가 되어 「증거」를 들고 「폭로전술」의 효험을 만끽하다가 『성폭력을 당했다』느니 하는 일도 있었다.모두가 「폭로」를 전략으로 한 유형들이다.이 「폭로전성시대」가 불길하고 우울하다. 물론 가장 좋은 해답은 이런 「악행의 덫」에 걸려들지 않는 일이다.권력의 주변이면 아직 어린 20대의 「여식」까지도 청탁받을 힘을 지니고 있고 그런 힘에 물 불 가리지 않고 매달려 승진을 하려했다는 일만으로도 부끄럽고 부끄러운 일이다.설사 그런 일이 가능했더라도 별을 몇개씩 단 장군이라면 『차마 그짓까지 하면서 진급을 하지는 않겠다』며 지켜야 할 자존심쯤은 있어야 했다. 그리고 이처럼 명백하게 계획적인 악행을 내포된 「폭로」라면,더구나 그것이 국가 사회에 타격을 줄만큼 심각한 것이라면 『우리는 그런 치사한 방법에 동조할만큼 품위없고 사려없지 않다』라며 결연한 태도를 취할만한 금도있는 정치권도 그립다.그것이 『꿈같은 생각』일지는 몰라도 그럴수만 있다면 권씨같은 계획적인 악행이 쉽게 기생하는 일을 어느정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양호씨 사건」에는 「경전투헬기 로비」라는 예비 독직의 냄새도 진하게 묻어있다.그러나 아직 그것은 「권씨의 시나리오」선에 머물고 있다.재벌이 국제사기꾼에 놀아났는지,이른바 『율곡비리사건』이라고 불리는 무기도입 비리의 참혹한 결과를 얼마전에 목격한 이씨가 아직도 그런 비리를 염두에 두었던 「국방장관」이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아직은 권씨의 꾸민 흔적만 농후한 「시나리오」가 있을 뿐이다. 혹시라도 이 부분이 천재사기꾼의 장난에 불과했다는 결론이 난다고 해도 우리가 입은 상처는 여전히 상처인채 낫지 못할 것이다.사람들은 「공식발표」에는 완벽한 장님이고 「소문」만을 「진실」로 확신하고 싶어하는 질환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 뜻에서는 『이 모두가 첩보공작에 의한 것』이라고 풀이하는 다소 우익 경도된 보수층의 말에도 일리가 있어보인다.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나 권씨류의 프로사기꾼은 있다.진급에 너무 눈이 멀어 가슴에 훈장이 주렁주렁 빛나는 장군이 지옥같은 빚을 걸머지게 만드는 덫에 걸려들지 않는 것은 모두 개인자신이 책임질 일이다.다만 사회지도층은 이런 악행이 창궐하는 일을 예방하는데 참여하는 사려깊음이 있어야 한다.그래야 사회가 품위있어지고 나라도 선진할 것이다.악인에게 너무 빈번히 놀아나는 사회는 부끄럽다.
  • 베스트셀러 시인 유시화/5년만에 두번째 시집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내주 출간/존재의 내면에 우주의 삼라만상이… 지난 91년 첫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를 발표,시집도 대형 베스트셀러가 될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유시화씨가 5년만에 두번째 시집을 낸다.열림원에서 내주 출간예정인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 그것.첫시집 못잖게 낭만적인 제목의 시집에서 시인은 존재의 내면풍경으로 시선을 돌린 끝에 오히려 우주의 삼라만상을 친근하게 만나고 있다. 수록된 63편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별·빛·나무·소금·새·물고기 등 자연의 자식들은 날것 그대로의 순수한 존재가 아니라 인간사의 온갖 감정을 자신들의 육신에 투영해 보여준다.(「나무는」에서) 등 사람과 자연은 어느덧 같은 감성의 언어로 교감하는 사이가 돼있는 것. 이처럼 자연의 생명들을 빌어 명상의 향취와 사랑의 지혜를 전하는 시들은 어디선가 한번쯤 읽어본 듯한 느낌을 준다.편안한 생김새로 더욱 넉넉한 친구처럼,그의 시들은 인간사의 슬픔까지 넉넉하게 순화하기를 꿈꾸고 있다.(「눈물」에서)
  • 따끈한 차 한잔 그리운 계절/감잎차를 마시자

    ◎쌉쌀한 맛·그윽한 향기… 비타민C 등 풍부/환절기 감기예방 탁월… 피부미용 효과도 날씨가 쌀쌀해지면 따끈한 한잔의 차가 더욱 그립다.차를 잘 아는 이들은 환절기로 접어드는 이맘때엔 감잎차가 제격이라고 한다.그윽하고 쌉쌀한 향기도 일품이지만 비타민 C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 감기 예방에도 탁월한 효능을 자랑한다는 것이다. 감잎에 포함된 비타민 C는 레몬의 20배,귤의 30배에 이른다.때문에 감잎차 한잔으로 감기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향상,피부재생 등 미용효과,피로회복,노화의 억제 등 무궁무진한 건강상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감잎을 따서 이같은 감잎차를 직접 만들어 보는 것도 삶에 윤기와 여유를 보태주는 일이 될듯.번거로운 도시인들을 위해서는 끓인 물을 붓기만 하면 되는 형태로 포장된 감잎차가 시중에 여러종 나와 있다. ◇만드는법=①감나무의 어린 잎을 따다가 가제 등으로 닦은 뒤 물에 씻는다.②찜통에서 2∼3분간 찐 다음 3㎝간격으로 썬다.이때 너무 삶아 비타민 C가 파괴되지 않도록 주의할 것.③데친 감잎을 찬물로 식힌뒤 그늘진 곳에서 바짝 말려 습기차지 않는 곳에 보관한다.④마실때는 물을 끓여 80도 정도로 식힌 뒤 감잎을 알맞게 넣어 2∼3분간 우려내면 된다.
  • 신선함이 그립다/임성렬 도서출판 신서원 대표(굄돌)

    어느 사이엔가 봄이 와 있었다.아직은 어설프기만한 많은 생명들이 나름으로 그 봄의 문을 열고 있다.봄볕,가슴 벌려 들이쉴 양의 봄바람,보송한 잔디,그리고 그 위에 어린 강아지와 한 아이가 놀고 있고,아이 부르며 달려오는 누이의 가슴에 노란 개나리 한아름이 더없이 신선한 봄이다. 오늘,우리는 그 봄볕과도 같이 신선함으로 다가서는 모든 일들을 그리워하는 것이다.주위 어디에건 설레이도록 향긋한 신선함이 없어보이는 요즈음에 더욱 그러하다. 사람이 세상을 지배하던 때가 있었다.사람만이 가지는 사랑도 존엄성도 숭고함도 있던 그런 세상이 있었다.그러나 이제는 그렇지가 못한 듯하다.가장 보편적이면서도 아주 하찮은 것들이라 여겨졌던 우리의 소중한 것들이 주위에서 사라지고만 그런 황량한 빈터만이 있을 뿐인 것이다.더욱 불행스러운 것은 그런 빈자리를 메우는 것들이 편협한 동물적 욕구의 잔해들이라는 사실이다.그만그만한 권력 그리고 돈,또다른 많은 자기만을 위한 것들을 오로지 하는 사람들,추행·공갈·사기·절도 등의 소식들이 모두그 잔해들이었다.그로 인해 모두는 놀라고 괴로워하고 두려워하고 슬퍼하는 것이다.마치 가위눌린 듯 놀란 아이처럼 말이다. 이런 일들은 점차로 사람들을 메마르게 하고,또 그런 세상이니 사람들은 메마를 수 밖에 없다.사람이 사는 곳에서라면 풋풋한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풀기없이 늘어진 우리 어깨,자조의 미소를 띤 얼굴들을 바라보면서 지금 우리에게는 흥을 북돋울만한 신선한 무엇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것이 무엇이라 해도 좋다.우리에게 신선함을 주면 그만이다.흥을 북돋워 주기만 하면 된다. 가지지 않은 사람도 불행해 하지 않고,가진 사람들은 갖지 않은 사람들을 위하여 더 많은 무엇인가를 주려고 하는 신선함,그리하여 그 많은,버릴 것 없이 진솔한 사람들이 우리 시대의 전면으로 튀어나와 우리에게 신선한 모습으로 다가서기를 고대하는 것이다.
  • 극동의 관문 하바로프스크(시베리아 대탐방:68)

    ◎군수산업 민수전환 붐… 시장경제 “몸살”/수송비 등 부담에 합작회사 무역 치중/물가고속 선업 늘어 구소련 체제에 “향수”/평균 월급 110만루블… 게란 10개 5천루블 하바로프스크시는 인구 62만명으로 블라디보스토크에 이어 극동 제2의 도시다.극동의 관문으로 항공·철도 등 교통요충지이자 극동의 산업중심지다. 그러나 러시아가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겪고 있는 물가앙등과 실업률급증 및 저임금에 관한 한 하바로프스크 주민도 예외는 아니다.오히려 더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하바로프스크주 경제위원회의 발레리 쇼로코프 부위원장은 『하바로프스크주 기계공업은 기계 및 부품의 70∼80%를 유럽쪽 러시아에서 실어오는데 거리가 멀어 수송비부담이 큰데다가 이곳에 몰려 있는 수많은 군수업체가 민수로 전환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고 실업자가 늘고 있다』고 말한다.예를 들면 석탄값에 비해 수송비가 두배다.공장은 많지만 경쟁력은 떨어지는 실정이다. 92∼93년에는 합작기업이 1백개이상 생겨나 잘 나가는 듯했으나 94년초 관세가 대폭 오른 뒤 외국인투자도 떨어졌단다.합작회사중 다수는 제조는 안중에도 없고 무역에만 치중한다는 것이다. ○항공·철도 교통 요충지 쇼로코프 부위원장은 『군수업체에서 95년부터 50가지 생필품을 만들기 시작했고 2005년까지 경제구조개선계획을 세워놓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고 불투명한 장래를 걱정한다.수송비를 낮추는 방식으로 극동의 자원을 활용해 경제구조를 조정하려 하지만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극동의 정유소 두곳은 모두 하바로프스크주에 있다.61년 역사의 하바로프스크정유소는 그동안 직원을 많이 줄였지만 아직도 1천3백명에 이른다.서시베리아 튜멘에서 사오는 원유는 t당 90달러(약 7만원)에 수송비 45달러를 더하면 가공이전상태에서 국제가격보다 높다.수출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상태다. 빅토르 레메카 부사장은 『주문이 줄어들어 운영하기가 어렵고 대책을 모색중이지만 사실 대책이 없다』면서 『중앙정부에서 해결해야 하는데 정치에 밀려 경제는 뒷전』이라고 불만을 토로한다.하바로프스크시내에서 유통되는기름중 이 공장에서 대는 것은 45%에 불과하다.나머지는 앙가라스크 등지에서 직접 가공해오거나 수입된 것이다.생산량이 얼마나 줄었느냐는 질문에 『업무상 비밀』이라며 입을 다문다. 정유소 현장을 안내한 1급기사 타마라 셰골례바(여)는 『95년 생산량이 4년전인 91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고 귀띔한다.23년째 이 공장에서 일해왔고 월급은 1백20만루블(약 20만원)이란다.콤소몰스크나 아무레의 정유소도 사정은 비슷하다. 하바로프스크 식료품시장.실내에서는 과일·야채·육류·치즈 등 주로 식료품을 팔고,야외에서는 철물점·잡화상·양말 몇켤레 놓고 파는 상인초년병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상인만 1천여명이다.장보러 나온 시민으로 북적댄다.특히 주말이면 인산인해를 이룬다. ㎏당 감자·양배추 1천루블(약 1백70원),당근 3천루블,오렌지 1만루블,포도 1만1천루블,계란 10개에 5천루블 등이다.러시아인의 월평균 급여가 1백10만루블(약 19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싼 편이 아니다.엔지니어로서 출장가기 전에 늘 시장에 나와 물건을 대량 사간다는올레그 보그단씨(40)는 『92년 가격자유화 이후 물가가 너무 자주,많이 올라 시장보기가 겁난다』고 말한다. ○수송비가 석탄값 2배 시장 실내 야채코너에서 김치·당근 등 야채를 조리해 파는 김춘권씨(여·58)는 월수입에 대해 『그냥 조금 번다』면서 『이제는 열심히 일하는 만큼 잘 살 수 있다』고 말한다.8세때인 48년 함흥에서 하바로프스크로 이주해와 남편(65)및 아들가족과 함께 사는데 크게 여유는 없지만 어려움도 없다고 했다.한인들은 근면성이 높아 평균적으로 러시아인에 비해 못사는 사람이 적다는 말도 했다. 닭고기코너에서 일하는 라리사 콘트라체바양(21)은 ㎏당 1만1천루블씩에 팔고 총판매액의 1.5%를 수당으로 받는다.월평균 20만∼30만루블(약 4만3천원)선이다.『사회주의시절에는 이러지 않았다는데 지금은 먹고 살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야외에서 철물을 파는 미하일 시르만씨(61)는 캄차카의 선박수리공장에서 일하다 몇년전 퇴직했다.장사로 월평균 1백50만루블정도 벌고 연금 34만루블을 합하면 넉넉치는 못해도 그런대로 살 만하단다.그는 『전에는 하루 8시간만 일하면 됐지만 이제는 돈을 벌려면 더 일해야 한다』면서 『당장은 어렵지만 이 시기를 넘겨야 시장경제로 넘어갈 수 있다』고 낙관론을 폈다. 하바로프스크 인투리스트호텔 옥상 기관실에 근무하는 보리스 파우토프씨(54)는 24시간 철야근무하고 이틀씩 쉬는데 월 50만루블을 받아 방3개짜리 집세로 22만루블씩 내고 나면 먹고 살기가 빠듯해 주말농장에서 야채 등을 기른다면서 페레스트로이카 이전 시절이 그립다고 했다. 하바로프스크주 청사앞 중앙광장에서 한장에 8천루블씩 받고 사진을 찍어주는 40대남자는 회사에서 해고돼 작년가을부터 이 일을 하는데 월평균수입이 80만루블에 불과해 밑천이라도 있으면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단다.이름은 밝히면 안좋을 것같다고 했다. ○북한,벌목사업소 진출 체제변화에 대해 이같이 찬반양론이 엇갈리기는 하지만 돌이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현지신문에는 컴퓨터전문가·법률가·은행가 등을 월급 1천3백50만루블(약 2백30만원)에 모신다는 구인광고가 게재된다.서민 생활수준과는 대조를 이룬다. 시장부근 상점진열대에 놓인 카메라렌즈 필터의 가격은 3천루블,그림엽서는 20장에 5백루블(약 85원)이다.컵라면 4천루블,이태리타월 1만루블과 어울리지 않는다.계획경제시절의 관성 때문에 공급은 쉽게 줄어들지 않는 반면 수요는 급속히 줄어들기 때문에 제값을 못받아도 계속 만들어낸다. 하바로프스크 동남쪽 아무르강가에 북한 벌목사업소가 있다는 현지안내인의 말을 듣고 따라 나섰다.최근 벌목공의 남한귀순이 늘어나면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니 섣불리 접촉할 생각은 포기하는 게 좋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붉은 벽돌로 된 담장으로 둘러싸인 벌목사업소 겸 벌목공 숙소단지였다.「우리식대로 살아가자」는 현수막도 걸려 있었다.벌목공 20여명이 작업을 나가기 위해 사업소 앞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으나 안내인은 괜히 봉변당하지 말라며 끝내 말렸다.하는 수 없이 차에서 내리지 않은 채 빙빙 돌며 사진만 몇장 찍다가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이역만리 극동에서마저 분단의 아픔을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었다.〈하바로프스크=김주혁·유재임 특파원〉
  • 북한 바로 알고 대처하자:하

    ◎북녘의 내일」북한문제 전문가의 예진/북정권 개방 시늉하며 체제고삐 조일것/최근 잇당 탈북사태 권력체제 이완의 상징/4강의 력학변화로 군사모험 가능성 희박/우리사회 북변화 주워담을 「그릇」 준비해야 □대담 정용석 단대 정경대학장 이동복 민족통일연구원 초청 연구위원 ▲이동복 민족통일연구원초청연구위원=최근의 잇단 탈북·망명사건과 관련,북한사태를 보는 시각이 각각 다른 것 같습니다.저는 거시적인 안목에서 북한의 붕괴는 이미 시작됐다고 봅니다.공산주의체제는 중국과 베트남에서 변형을 시도하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을뿐 북한을 제외하곤 전 세계적으로 붕괴된 셈인데 북한만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봅니다.그러나 이를 너무 단순화해서 보기 때문에 혼선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과거 공산체제가 무너진 것을 보면 일거에 붕괴된 예는 하나도 없습니다.먼저 내부적으로 정권 차원에서,그 다음 공산주의 체제 차원에서,그 다음 국가 차원에서 붕괴현상이 오는 3단계 과정을 모두 겪었습니다.붕괴과정시점에서 보면 북한은 지난 53년에서 56년옛 소련이나 동구권이 처해 있는 상황과 비슷합니다.상당히 장기간에 걸친 붕괴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그런만큼 이 단계에서 북한이 금방 붕괴할 것 같이 흥분하고 법석을 떠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봅니다. ○장기적 붕괴과정 분명 ▲정용석 단국대정경대학장=그렇습니다.북한의 붕괴가 시작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북한이 곧 붕괴된다고 보는 것은 이른 감이 있지요.최근 김정일의 가족까지 망명을 했다해서 체제붕괴위기설이 증폭되고 있는 것 같은데,탈북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해서 그것을 바로 북한체제의 붕괴조짐으로 보는 것은 너무 단순한 시각인 것 같습니다.예컨대 동독의 경우 1945년에 분단이 되면서 수많은 사람이 동독에서 서독으로 넘어왔습니다.61년 동독이 베를린 장벽을 쌓았을 때 앞으로 서독에 넘어갈 수 없다해서 그 한해에만 무려 20만7천명이 동독을 탈출했습니다.그럼에도 동독은 무너지지 않았으며 붕괴하는데 29년이 걸렸습니다.또 베를린 장벽이 세워진 후 동독에서 탈출한 사람은 63만7천명에 이르고 2백여명이탈출하다 목숨을 잃었습니다.이러한 동독의 예를 보아도 지금 북한에서 몇명 몇십명 넘어오고 있다 해서 북한이 무너진다고 보는 것은 공산체제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단견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현재 북한에서 탈출하는 사람들은 자유가 그립고 배가 고파서 넘어오는 것은 틀림없지만 상당수는 불만을 갖고 있고 또 개인적으로 넘어오지 않을 수 없는 사람들이 넘어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위원=일부에서는 잇단 탈북·망명사태와 평양주재 러시아대사관에서의 망명기도 사건을 동구권의 붕괴과정과 비교해 보는 시각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입니다.먼저 동구권의 붕괴시점을 어느 시점으로 보느냐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헝가리,체코등지에서 문제가 생긴 때가 89년이고 이 무렵 동독에서 대규모 탈출이 있었는 데 동구의 붕괴는 그 때에 시작된 것이 아니죠.동구권의 붕괴는 이미 1956년 흐루시초프가 등장했을 때 붕괴과정이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그후 붕괴를 막아보고 지연시키려는 노력이 지속되었고 그러다가 최종적으로 붕괴과정이 마무리된 것이 89년부터 91년 사이입니다.이것과 최근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을 비교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봅니다.동구권의 붕괴는 일반 인민대중이 봉기해서 체제를 무너뜨린 사건을 의미하는 데,지금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에 북한의 인민대중이 관계하고 있느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인민대중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권력계층 사이에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정학장=이를 체제적 특성에서 보면 동구권의 붕괴는 공산국들이 옛 소련의 고르바초프가 체제를 개방하도록 압력을 가하면서 시작됐습니다.여기에 자유의 틈을 타고 89년 봄 동독에서 무려 14만명이 탈출을 했습니다.그러나 북한의 탈북사태와 기도는 동구권과는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북한 체제가 개방되지 않는 상태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일부 불만자들이나 또는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용기있는 예외적인 기도이지 체제가 개방됨으로써 거기서 뛰쳐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따라서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연속되기가 어려운 것이죠. ○체제개방 결과론 못봐 ▲이위원=최근의 탈북·망명사태는 외교관 망명,조명길하사의 망명기도,성혜임여인의 망명등 세가지로 분류해볼 수 있는 데 각기 공통된 기반에서 출발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우리 언론들이 성혜임여인 사건을 두고 굉장히 들떠있는 데,성여인 사건은 남북관계발전사에서 보면 그 중요도가 가장 바닥에 처지는 멜로드라마입니다.그것은 규방비화에서 파생된 사건이어서 센세이셔널한 소재는 되겠지만,북한 실권자와 관계된 일이기 때문에 이를 남북관계와 연관지어 떠들썩하게 취급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봅니다.성여인사건의 성격을 정확히 규명하고 넘어가야 하는데,성혜임일가는 1940년에 사상적으로,이념적으로 북한을 택해 넘어갔고 북에 가서 상당한 혜택을 누렸던 사람들입니다.다만 특이한 것은 성여인이 북한 권력자의 총애를 받아 동궁빈의 위치를 확보했었는데 여기서 시앗싸움이 일어나 밀려난 사람이 엉뚱한 외도를 하는 것이고 외도를 결행하게된 동기도 도덕적으로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최근 탈출·망명자 사건에서 의미가 있는 것은 조하사사건입니다.여기서 우리가 읽을 수 있는 것은 권력계층의 중심부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는 점입니다.이는 북한의 외부정세에 눈을 뜬 유일한 세력인 권력계층에서 북한의 장래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가세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김일성이 살아있을 때는 김일성의 카리스마 때문에 모든 사람이 희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김일성 사망후 김정일이 김일성의 카리스마를 대체하지 못하기 때문에 김정일 주변의 권력계층안에서 장래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린 계층이 생기고 있는 것이죠.피부적으로 권력계층에서 받는 혜택을 연연하던 상당수가 못살겠다,나가자 해서 나오는 현상이 오늘날 탈출·망명자들이라고 봅니다. ○성씨 과열보도 못마땅 ▲정학장=일련의 탈북·망명사태가 일어나고 있는 것과 관련,북한 체제의 모순 때문에 넘어온 것으로 확대해석하는 경향이 있는데 여기에 큰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이 시점에서 망명자가 늘고 있는 것은 주변의 국가들,또 세계적인 흐름이 자유·개방쪽으로 가고 있는 데 이러한 흐름이 북한에 들어가 터져나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그러나 그것도 극히 제한적이고 개인적인 불만의 표출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위원=일부에서는 북한에서 반체제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만 현재 북한에서 반체제운동은 있을 수 없습니다.반체제운동이란 집권세력대 민중차원에서 형성되는 것인데 북한에서는 이런 것이 없습니다.그러나 북한에서도 앞으로 반체제운동이 일어날 것은 필연적 전망입니다.그 시기는 A라는 지도자가 B라는 지도자를 숙청하는 과정중에 일어나게 됩니다.B를 제거한 A는 권력유지를 위해 인민대중에게 그 사유를 설명하게 됩니다.그 과정에서 대중들은 새로운 정보를 얻게 되고 동시에 정치의식을 갖게 되고 여기서 진일보하면 반체제의식이 생겨나게 됩니다. ▲정학장=배급과 관련한 소규모 난동은 몰라도 체제에 반기를 드는 일은 전혀 불가능한 일입니다.물론 사람이 사는 사회니까 북한에서도 불만이나 불평은 있을 수 있고 또 일부 표현도 가능할지 모릅니다.그러나 그같은 움직임을 세력화,조직화하여 체제에 대항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이위원=북한은 최근들어 증가하고 있는 탈북사태 등에 김일성이 하던 방식,즉 엄격한 통제와 내부단속으로 대처할 것으로 봅니다.김정일정권은 주민들의 정부와 정책에 대한 불만을 수용할만한 신축성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만일 이를 수용할 경우 이제까지 감춰졌던 모순이 전면적으로 표출될 것이고 모순의 극대화는 곧 체제의 단명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융통성을 발휘할 여지가 없다고 봐야 합니다. ○불만수용 가능성 없어 ▲정학장=3가지 대응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첫번째는 주민들의 불만을 수용,개방하는 것이며 두번째는 강권통치의 강화고 세번째는 개방시늉을 하면서 체제단속을 강화하는 경우입니다.그러나 김정일은 「개방은 곧 무장해제」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개방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입니다.그리고 강권통치를 강화할 경우 비등점에 달한 주민불만이 폭발할 위험성을 고려,이 방책 또한 취하지 않을 것입니다.따라서 표면적으로 개방흉내를 내면서 내부적으론 보다 철저한 체제단속에 나설 가능성이 많습니다 ▲이위원=북한이 지금 안팎으로 곤경에 처한 것은 부인못할 사실입니다.이와 관련해서 미국을 비롯,우리 사회 일각에서 북한의 군사적 모험 가능성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데 정학장께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정학장=결론부터 말해 북한의 군사모험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왜냐하면 과거 북한을 군사적으로 지원해온 소련이 붕괴됐을 뿐 아니라 구소련을 이은 러시아가 한국의 수교국이 됐습니다.중국 역시 시장경제로의 체제변혁과정에 있습니다.따라서 그 어떤 국가보다 서방세계의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나 중국이 북한의 무력도발을 지원할 수 없을 것입니다.다만 김정일의 정신상태가 불안정하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을 전면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또 우리 내부의 허점 즉 정치·경제·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경우 김정일은 무력도발의 유혹을 느낄 것입니다. ▲이위원=저는 북한의 도발가능성을 「절대적 상수」와 「상대적 변수」로 나눠 생각하고 싶습니다.먼저 절대적 상수개념으로 파악할 때 총체적 국력과 군사력 격차 때문에 북한은 전면전도발능력을 상실했다고 봅니다.그러나 상대적 변수로 볼 때 그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습니다.이 상대적 변수는 남한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우리 내부에서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경우 북한은 이를 「남한으로부터의 초청장」으로 보고 대남도발을 할지 모릅니다.우리가 가드를 내리면 오판의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또 하나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북한의 대남사업이 「전체 전략관리부서」와 「부분 전략관리부서」에 의해 따로따로 수행되고 있기 때문에 조정·통합기능이 약화되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별개의 도발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국지억인 도발은 가능 ▲정학장=최근의 탈북사태와 관련,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흥분하고 있는 느낌입니다.북한을 탈출한 분들의 용기는 가상하나 탈북동기 등이 지나치게 미화될 경우 사회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죠. ▲이위원=현재 중요한 것은 남북관계 개선인데 북한의 정책노선 변화 없이는 남북관계개선이나 통일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봅니다.김정일정권은 김일성정권의연장선상에 있는 것입니다.따라서 김정일이 있는 한 북한의 변화는 불가능합니다.이렇게 볼때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은 김정일체제가 다른 체제로 바뀌지 않는 한 먹혀들어가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그래서 김정일체제를 달래서 정책을 바꾸도록 하거나 김정일체제가 다른 체제로 바뀔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어야 합니다.우리가 해야 할 일은 김정일정권이 다른 체제로 바뀔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 것입니다.북한내부의 모순과 갈등구조에 의해 스스로 변화가 초래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그동안 우리는 북한의 변화를 주워 담을 그릇을 준비해야 합니다.통일전 서독이 그러했던 것처럼 통일과 관련한 여러 상황을 상정,이에 대응할 수 있는 법제준비를 해야 합니다.지금이야말로 우리가 북한의 변화에 대비,들뜨지 말고 내실있는 준비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 시중 외제골프채 70% “가짜”/서울지검

    ◎100억대 조립·판매 20명 적발… 6명 구속/캘러웨이­혼마 등 유명상표 붙여/1만세트 제작… 2∼3백만원 받아 「캘러웨이」,「혼마」 등 해외 유명상표를 불법 부착한 가짜 외제 골프채 1백억원 어치를 제조,시중에 판매한 골프채 수입 및 제조업자 등 모두 20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지검 남부지청 형사 4부(신건수부장·이창재검사)는 19일 유명 외제상표를 불법 부착한 골프 부품을 밀수입한 연송훈(34·경기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씨 등 골프채 부품수입업자 2명과 국내에서 부품을 제조한 박용관(39)씨 등 부품제조업자 2명,이를 완제품으로 조립해 시중에 팔아온 문성영(34)씨 등 조립업자 2명 등 모두 6명을 상표법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또 이들로부터 골프채를 공급받아 판매한 정우용(40)씨 등 11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입건하고 달아난 대만인 골프채 부품 밀매상 왕승리씨(33) 등 3명을 수배했다. 연씨등은 지난해 2월부터 대만에서 제작된 가짜 유명 골프채나 머리(헤드)손잡이(그립)부분의 부품 1만7천4백여개를 밀수입해 조립업자 문씨등을 통해 완제품으로 만든뒤 세트당 2백만∼3백만원에 판매해 14억여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함께 구속된 박씨등은 지난해 2월 경기 김포군에 골프채 부품 제조공장을 차려놓고 몸체(샤프트) 2만여개를 만들어 외제상표를 부착해 조립업자들에게 판매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조사결과 이들은 대만에서 제작된 「캘러웨이」「혼마」「미즈노」등 가짜 유명 골프채 부품을 이용,완제품을 만들어 중국인 밀매상을 통해 밀수입하거나 상표가 없는 상태로 정식 수입해 영세공장등에서 조립한뒤 유명제품 라벨을 붙여 골프상이나 골프 실내연습장의 직원을 통해 판매하는 수법으로 지금까지 모두 1만세트(12만개)를 판매해 1백억원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관계자는 『시중에서 유통되는 외제 골프채의 70%가 가짜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들이 만든 골프채는 외관상으론 진품과 구분이 안되나 무게 중심과 균형이 안맞아 장시간 사용할 경우 「골프 엘보」등의 부상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 성철스님 열반 2주기 추모제

    【합천=강원식 기자】 성철스님 열반 2주기 추모제가 12일 경남 합천 해인사 대적광전에서 송월주 조계종 총무원장 등 1천여 신도가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추모제는 반야심경 봉독과 성철 스님의 행장 소개에 이어 송원장과 해인사 주지 지관스님의 추모사순으로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송원장은 추모사에서 『나라가 어렵고 국민의 마음이 불안할 때 큰 스님의 말씀과 위엄이 더욱 그립다』며 『모든 사부대중의 의식개혁으로 새로운 한국불교를 이룰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말했다.
  • 꾸준히 팔리는 책 1위/법정 스님의 「무소유」

    ◎교보문고,출판 2년 넘은 20권 집계/“유려한 글” 호평… 20년간 60만부 팔려/80년대 출판물 이문열 「삼국지」·일 무라카미 「상실의 시대」/90년대 서적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문화유산 답사기」 새로 진입 출판사상 최고의 불황이라는 올해에도 서점가에서 꾸준히 팔려나가는 책들은 있다.한때 반짝 인기를 끄는 베스트셀러보다는 나온지 꽤 되면서도 여전히 사랑을 받는 스테디셀러가 그것이다. 국내 대형서점 가운데 유일하게 스테디셀러 판매량을 따로 집계하는 교보문고를 통해 올들어 10월 말까지 많이 팔린 스테디셀러 스무가지를 정리했다. 교보문고는 첫판이 나온지 2년이 지난 책들을 집계 대상으로 삼고 있다. 스테디셀러 20종 가운데 가장 오래된 책은 76년 4월 나온 법정스님의 에세이집 「무소유」와 피천득의 수필집 「수필」등 2종.범우사가 출간한 이 책들은 그동안 「무소유」가 60만권,「수필」이 30만권가량 팔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오랫동안 인기를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무소유」는 유려한 글과 함께 지은이가 전달하는 메시지가 그만큼 현대인의 가슴에 와닿기 때문에,「수필」은 교과서에 실릴만큼 그 장르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인식된데다 고정팬을 확보했기 때문으로 범우사측은 보고 있다. 80년대 처음 나온 스테디셀러는 모두 5종.작가 이문열이 새 감각,새 문장으로 쓴 「삼국지」가 한글세대의 지원에 힘입어 다른 번역본들을 앞질렀음이 눈에 띈다.또 일본에서 신세대 대표 작가로 꼽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는 89년6월 소개돼 여태껏 인기가 높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세상살이의 교훈을 들려주는 「내 아들아 너는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밀란 쿤데라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도 독자들이 계속 찾는 작품들이다.서가에 빼곡히 꽂혀 있는 한국사 교양서 가운데 「이야기 한국사」가 스테디셀러에 포함된 것은 딱딱하게 여겨지는 역사를 쉽고 명쾌하게 전달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90년대에 출간된 스테디셀러들은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이것이 미국영어다」처럼 영어회화 책이 있는가 하면「음식궁합」같이 건강관련서도 있다. 문학작품중 소설로는 파트릭 쥐스킨트의 「좀머씨 이야기」와 「콘트라베이스」,미국의 흑백문제를 다룬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가,시집으로 류시화의 「그대가 곁에 없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가 잘 나간다. 일본인의 정신세계를 해부한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윤동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소개된지는 오래됐지만 90년대 나온 판들이 가장 잘 팔리고 있다. 이밖에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들은 「첫 출간후 2년」이라는 스테디셀러 기준에 따라 새로 20위 안에 포함됐다. 김재준 교보문고 조사과장은 『스테디셀러야말로 삶을 풍요롭게 하는 마음의 양식』이라면서 스테디셀러가 많아져야 출판·서점계도 어려움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가장 많이 팔린 책「고등어」/종로서적,지난 6개월 베스트셀러 집계

    ◎2위 「매디슨카운티…」·3위 「세상의 모든 딸들」 지난 반년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책은 공지영씨의 소설 「고등어」였다.그러나 문학작품은 전반적으로 인기가 떨어졌고 전체 책 판매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주어 20% 가량 줄어들었다. 서울 종로서점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5월25일까지의 판매량을 집계,부문별 베스트셀러 순위를 최근 발표했다.【별표 참조】 이에 따르면 종합 판매량에서 ①위 「고등어」 말고도 ②「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③「세상의 모든 딸들」 ④「영원한 것은 없다」(이상 외국소설) 등 소설이 상위권을 차지했으나 문학작품 총 판매량은 30% 가량 감소했다.시집으로는 「원태연 알레르기」(원태연),「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이정하),「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류시화),「서른,잔치는 끝났다」(최영미)들이 모두 종합 20위 안에 드는 인기를 모았다. 또 컴퓨터·PC통신 관련서적들이 새로운 인기도서로 자리잡아 「컴퓨터 길라잡이」(임채성 등),「HITEL 길라잡이」(한국PC통신 편집부),「저는 컴퓨터를 하나도 모르는데요」(이일경 등)들이 많이 팔렸다. 정치인들의 자전 에세이집인 「신화는 없다」(이명박·5위),「머리가 하얀 남자」(김덕룡·23위),「영원한 촌놈」(서석재·34위)들과 성공한 여성들의 수기류인 「스물셋의 사랑,마흔아홉의 성공」(조안 리),「강한 여자는 수채화처럼 산다」(이정순) 등도 새로운 베스트셀러 품목으로 떠올랐다. 이밖에 지난해에 많이 팔렸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일본은 없다」「나의 문화유산 답사기­2」(이상 7∼9위)가 올들어서도 여전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 박수근의 주인공들(송정숙 칼럼)

    박수근의 주인공들에게는 친화력이 있다.가로로 반듯하게 그려진 아낙네들의 임질하기에 알맞은 머리선,팔뚝이 완강하고 발디딤이 당당한 참기름장수,빨래터에서 빨래하고 맷돌을 돌리며 일하는 아낙들의 그 강건한 몸짓의 선들은 우리네 어머니들의 모성애를 함축하고 있다. 저만한 아기를 등에 매달고 땅거미가 지기 시작한 저녁나절 누군가를 기다리며 하염없이 서있는 무명치마에 검정고무신 신은 조그마한 소녀.박수근의 또하나의 주인공인 이「아기업은 소녀」는 우리에게 가슴을 휘돌아가는 아릿한 바람소리를 듣게 한다.과꽃 함께 심던 누님처럼 그리워지는 곤군한 소녀들.그들 모두가 이제는 초로에 들어섰을 것이다.소용돌이치는 변혁기를 거쳐 지금쯤 재테크로 돈을 벌어 미국유학에서 PHD나 MBA를 딴 아들 딸도 두었을 것이고 부유한 노년을 맞기도 했을 것이다. 작고한지 30주기를 기념하여 서울 사간동 현대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박수근전에서는 우리의 『그 때 그 시절』과 만나게 된다.그 그림속에 동면하듯이 담겨있는 「우리」는 소박하고 무심하고 무공해하다.측은하고 서럽기도 하지만 그립고 정겹기도 하다. 살아있는 동안에는 사람들이 아는 척을 하지 않아 서럽게 살다간 화가 박수근은 그 설움의 파편들을 차곡차곡 담가 두었다.그것이 발효되어 향기높은 물질을 만들었고 오늘 우리가 이렇게 맡을 수 있게 한 것이다.가족을 건사하기에 실팍하고 성실하게 긴장한 아낙네의 팔뚝,고난의 그림자를 뚜벅뚜벅 밟으며 묵묵하게 일하는 가장들의 모습,응석도 모르고 분홍빛 꿈 같은 것이 이 세상에 있다는 일에도 길들여지지 않았지만 배고파 칭얼거리는 어린 동생을 업어기른 착한 효녀들,그들은 모두 우리의 고난기를 견뎌온 진실한 주인공들이다.우리가 겪어온 고난이 수치와 회한만이지 않게 하는 예술을,그 고난의 삶에서 그는 어떻게 이리 선연히 표현할 수 있었을까. 산 동안의 부당한 설움을 보상이라도 받듯 죽은 이후에 화려하게 부상한 그의 그림속 주인공들은 오직 한가지 옷만 입고 있다.한결 같은 무명옷이다.화학섬유와는 견줄 수 없는 따뜻하고 소박한 무공해옷이다. 미망인이 된 그의 아내가전해주던 일화 한토막이 있다.화가는 서울 종로통에 있는 고급 주단집 쇼윈도에서 아름다운 비단 한복감을 보아두었다.벼르고 별러 아내의 생일에 맞춰 그옷감을 사러 갔더니 누군가 벌써 사가버린 뒤였다.울면서 돌아와 아내에게 그것을「고백」한 남편을 혼자된 아내는 두고두고 못 잊어했다.아침 끼니를 아꼈다가 남편에게 점심을 먹이는 아내를 붙들고 주루룩 눈물을 흘리곤 하던 그는 『얼마 못살고 가려고 그랬는지 유난히 잘 울었던 사람』이었다고 한다.50밖에 못살고 떠났다. 본격적인 그림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한 그가 우리의 짧은 근대 미술사를 탄탄하게 대표하는 화가로 성장한 것은 그가 지닌 재능의 천부성을 뜻하기도 한다.그러나 그런 재능이 흔히 갖기쉬운 비극적인 괴팍성이나 비정상함을 그는 보이지않는다.마른 붓으로 거칠게 그린 위에 부분적으로 덧칠을 하는 그의 마티에르 방식은 작품에 깊게 깊게 여러 층의 세계를 새겼다.그래서 그의 작품에서는 들여다 볼 때마다 속에서 새로운 그림이 돋아난다.고목속에서 파란 잎사귀도 나오고 농악패들에게서 상모며 꽹과리도 나온다.아무 것도 없어보이는 들판에서 파란 풀도 돋고 행상의 함지에서 새빨간 사과가,누이등에 업힌 아기에게서 호두만한 주먹이 발갛게 드러나기도 한다. 생전에 그 흔한 개인전도 한번 열어보지 못했던 그는 아틀리에는 말고라도 이젤도 제대로 갖지 못했었다고 전해진다.그래도 그의 「속이 깊은 그림」들은 완벽하고 성숙한 기법으로 압도한다. 우리의 그 많은 곤궁속에서 진주 같은 아름다움의 서정들을 찾아 술을 담가놓은 그의 그림들이,물자가 흔해서 황폐해진 오늘의 우리를 이렇게 위로할 수 있는 것은 그래도 그 시절의 우리에게는 소박한 삶이 있고 진실한 가정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가난하지만 품위가 있었던 시절에 대한 자부심있는 그리움이다.박수근의 주인공들은 그러한 「우리들」이다. 눈밝은 외국 사람들은 벌써부터 그를 발견했고 그래서 국제 경매에서도 내정가를 웃도는 값에 팔리기도 한다.멀잖아서 파리의 인상파 미술관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기 위해 교섭이 올 것으로 예측도 되고 있다.그를 지녔다는일이 우리에게는 너무 고맙다.
  • 30대시인 3인/장석남·이윤학·박청호씨 시집 나란히 출간

    ◎“현실 해부” 새 조류 모색/장석남/존재의 상처까지 끌어안는 포용력/이윤학/죽음에 못박힌 삶을 예리하게 분석/박청호/무기력해진 세상을 신랄하게 풍자 서른,잔치는 정말 끝났을까.올봄 문단에 이른바 「신세대문학」논의가 심심치않게 일고 있는 가운데 서른줄에 접어든 시인 세사람이 문학과 지성사에서 나란히 새 시집을 냈다. 65년생 장석남의 두번째 시집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과 이윤학의 「붉은 열매를 가진 적이 있다」,66년생 박청호의 처녀시집「치명적인 것들」이 그것. 이 책들은 맞서 싸워야할 뚜렷한 대상이 사라진 90년대의 지루한 침체속에서 「잔치의 종언」까지 말했던 젊은 시인들이 다시금 전망 모색에 나선 작품이란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그 모색은 아직 버겁고 앞이 잘 드러나 보이지 않긴 하지만 다양하게 펼쳐지면서 현실의 불모성까지 정직하게 드러낸다.척박해진 현실을 넘어서기 위해 그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것이 일단 젊은 시인들의 공통된 전략이다. 장석남에게 쓸쓸함은 삶의 기본정서다.쓸쓸함의 흉터때문에 삶이란 본질적으로 아픔일수 밖에 없다.아무도 이 상처에서 자유로울수 없고 나 자신도 마찬가지라는 인식이 그의 시에는 담겨있다. 그러나 이런 존재의 상처가 덧나지 않는다는데서 장석남은 대부분의 서정시인들과 갈라진다.『병들고 구차한 삶 자체를 바로 인간이 날아오를수 있는 조건으로』(진형준) 끌어안는데 장석남 시세계의 힘이 있는 것이다. 받아들이는 그의 자세는 사뭇 존재론적이다. 이에 견줘 이윤학의 상상력은 한결 사물중심이다.그는 사물의 한 단면,일상생활의 사소한 부분에서 섬광같은 이미지를 포착하는 예리한 눈을 갖고 있다.그 눈은 어항속의 자라를 보고 는 독방을 떠올리고 바위산의 나무들을 고 노래한다. 썩어야만 집착을 멸할수 있는 이윤학의 상상력은 결코 행복하지 않다.그것은 『죽음에 화석의 형태로 머물고 있는』(정과리) 상상력이다.그러나 이 앞에서 함부로 포기하지 않고 현미경을 들이대 해부를 계속하는 이윤학은 죽음과 팽팽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며 대결할수 있다. 박청호의 시는 신랄한 풍자와 부정으로 가득차 있다.에서처럼 추방당해 무력해진 희망앞에서 박청호는 모든것을 지운다. 하지만 이 도저한 부정이 설득력을 갖는것은 그 부정의 대상에 자신역시 포함되기 때문이다.보는 나는 스스로를 반성하는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할수 있는 것이다.
  • 효친휴가(외언내언)

    이제는 고인이 된 김희갑씨가 고향방문단 위문잔치때에 부르던 『어머님의 손을 놓고 돌아설 때에…』로 시작되는 청승스런 가요 「비내리는 고모령」은 어디서 언제 들려도 중년 이상된 우리네 가장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토끼같은 아이들과 ○○같은 마누라」에게 사로잡혀 노부모를 돌보지 못하고 있을망정 불효하는 한을 가슴에 담아두고 노래방에 가서나 풀어보는 불효자 콤플렉스의 가장들.아마도 「효」는 우리에게 이런 정서의 유전 인자로 보다 더 진하게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그렇게 그립다가도 정작 만나면 사흘이 못가서 불화가 폭발한다.애증이 칡넝쿨처럼 얽혀서 갈등을 낳는 관계.그게 육친관계다.그것이 강력한 규범일 수 있었던 옛날과는 달리 효도를 하고싶은 마음과 현실 사이에서 불화와 갈등을 세련되게 승화시키지 못해 어려워진 것이 오늘의 가족관계다.그러므로 패륜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효」를 말하지만 별로 효율적인 「말」노릇을 하지 못한다.관념적인 「말」보다는 애증의 교차가 빚는 갈등의 문제를 극복하는일에 지혜를 나누는 일이 효율적일 것이다. 그렇지만 정서만이라도 우리에게만 있는 「효」는 아름답다.비록 고질적인 가족이기주의가 있기는 해도 아직은 우리가 가정의 붕괴현상을 가장 더디게 겪고있는 사회인 것도 「효」의 정서가 공헌하는 바일 것이다. 효가 사람사는 도리였던 시대의 분들에게는 우스워 보이게 시작된 「어버이날」도 많은 자손들이 어버이에게 무관심해진 오늘을 반성하기 위한 것.공무원에게 어버이 생신날 하루 효친휴가를 허락하기로 한다는 소식도 전해진다.3·1절도 개천절도 그저 노는 날이 되어버린 마당에 효친휴가도 「놀기좋은 하루」로 추가되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나 집안에 「효」의 전통이 살아있는 가정의 자녀는 좀 다르다.진정한 효친휴가를 보내는 일은 해당 가정과 직장에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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