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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동구 칼럼] ‘공공’의 품격을 높인다면

    [이동구 칼럼] ‘공공’의 품격을 높인다면

    “힘든 세상. 재석이 형, 아파트값 좀 잡아 줘요!” 배우 김광규씨가 지난주 한 방송사의 연예대상 수상소감으로 한 이 발언을 두고 의견들이 분분하다. “시상식에서 꼭 그런 말을 해야 했나”라는 비판과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현실이 오죽 답답했으면 그리 했을까”라는 옹호가 엇갈린다. 배우의 말처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아파트값은 하루가 다르게 뛰었고 전월세 가격 또한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불과 며칠, 몇주 사이에 널뛰기하는 집값은 제아무리 급여가 높은 직장인이라도 따라잡을 재간이 없을 지경이다. 불안해진 젊은이들은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다는 ‘영끌’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 내년에라도 호전될 수 있다는 징후는 별로 보이질 않는다. 정부는 ‘부동산 종합대책’이라며 4년여 만에 20차례 이상 대책을 쏟아냈다. 대출을 막고, 세금을 올리고, 거래를 어렵게 하는 등의 각종 규제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이제 웬만한 시 단위 지자체는 거의 대부분 부동산 거래 규제를 받게 됐지만 가격 안정 효과는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대책이 풍선효과를 불러 전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양상이 계속되고 있다. 규제 일변도의 임기응변적이고 보여주기식 대책이 만들어 낸 부작용이라는 지적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주택 정책에도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공공주택, 특히 공공임대주택이 과연 주택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정책으로 유효한 것인지 한번 되짚어 봤으면 한다. 적어도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도 종전처럼 인기 없는 공공주택을 계속 공급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공공주택이란 주택사업자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과 주택도시기금 등을 지원받아 건설하면 이를 매입, 임차해 소비자들에게 공급된다. 공공임대와 공공분양으로 구분되는데 84㎡ 이하의 중소형이 대다수이다. 문제는 공공주택이 전문 건설사들이 공급하는 민간 아파트에 비해 질적으로 떨어진다는 인식이 너무 깊어져 있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각종 부실, 날림 공사 그림자 등을 떨쳐내지 못한 채 여전히 시민들에겐 인기 없는 아파트로 인식돼 있다. 단순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라 차별이 성행하는 곳, 교육과 삶의 질이 떨어지는 곳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켜켜이 쌓여 있다.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도 화성 동탄 행복주택단지를 방문했을 때 변창흠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아파트의 내부 인테리어 개선과 홍보비 등으로 4억여원의 거액을 사용해 물의를 빚은 것도 질적으로 미흡한 공공주택의 실태를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공공주택 공급 방안을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위한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한다. 마치 핵심 메뉴인 양 자랑한다. 지난달에 발표된 부동산 대책에도 향후 2년간 수도권에 11만 4000가구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 담겨 있지만 이후에 집값 폭등이나 전세난이 안정되기는커녕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토부와 LH는 며칠 전 전세형 공공임대주택 1만 4299가구의 입주자 모집에 들어갔다. 서울 5586여가구를 비롯해 그동안 전국에 비어 있던 공공임대주택 물량이라고 한다. 이번에는 입주 희망자들이 얼마만큼 몰릴지 모를 일이나 전세난과 부동산 가격 폭등 속에서도 빈 주택이 이렇게 많았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공급 방식에 문제가 있었거나 공공주택, 공공임대주택이 수요자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해서 외면받고 있었다는 방증이 아닐 수 없다. 변 후보자 역시 임대주택 등 공공개발을 고집하고 있다. “임대주택에 사는 사람이 외식할 필요가 있나”라는 과거의 발언으로 볼 때 공공임대에 대한 인식이 권위주의 시대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미지 개선이나 질적 향상을 위한 노력이 없는 공공주택 공급 정책은 그동안의 무의미한 경험을 되풀이하기 십상으로 보여 우려스럽다. 임대든 분양이든 공공주택도 이제 좀더 품격을 높여야 한다. 단순히 공급 물량만 늘려서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시장을 안정시키는 정책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가격뿐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민간주택에 뒤지지 않는다는 신뢰를 줘야 한다. 공공이 제공하는 아파트 등이 민간업자가 제공하는 아파트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을 때 공공주택 공급이라는 정책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엄지로 10초간 여직원 손등 문지른 상사… 대법 “성추행 행위”

    엄지로 10초간 여직원 손등 문지른 상사… 대법 “성추행 행위”

    해군 A씨 “이게 뭐냐”며 손가락으로 비벼1·2심은 무죄…“성적 자유 침해 아냐”대법 “피해자 의사 반했고 성적 의도 있다”“평소에도 성희롱적 언동, 둘만 있을 때 해”부하 여직원의 손등을 양손 엄지로 10초간 문지른 행위는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게 할 수 있는 성적인 의도가 있는 추행으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무죄를 선고한 1·2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23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해군인 A씨는 지난해 2월 사무실에서 부하 여직원 B씨의 손등 부분을 10초간 양 엄지로 문질러 B씨를 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당시 A씨는 “이게 뭐냐”라며 B씨 손등 부분의 그림을 손가락으로 문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1·2심은 A씨의 행동은 손등 부위의 그림을 지우라는 의미일 뿐 B씨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B씨가 “사건 이전에 A씨의 성희롱적 언동이 많아 힘들었다”고 진술한 점, 당시 사무실에 A씨와 B씨 둘만 있었던 점 등을 근거로 A씨의 행동에 ‘성적인 의도’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의 행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이뤄진 것일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유형력의 행사”라면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할 수 있는 추행 행위”라고 판시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서울광장] 전형필과 손창근/서동철 논설위원

    [서울광장] 전형필과 손창근/서동철 논설위원

    2020년 문화유산 분야의 주연으로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꼽고 싶다. ‘세한도’가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됐다는 소식이 무엇보다 반가웠고, 이 ‘한국 문인화의 정수’를 흔쾌히 내놓은 손창근 선생이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는 소식 또한 흐뭇했다. 앞서 손 선생은 개성 출신 실업가였던 선친 손세기 선생의 대를 이어 수집한 국보·보물급 문화재 ‘손세기·손창근 콜렉션’ 304점을 2018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문화재청은 손 선생의 서훈을 2004년 ‘문화유산 보호 유공자 포상’이 시작된 이래 첫 번째 금관문화훈장’이라고 했다. 그런데 역대 서훈자 명단을 보니 문화유산 분야에서 손 선생이 처음은 아니었다. 문화재청이 ‘문화유산 보호 유공자 포상’이라는 이름으로 주관해 서훈에 이른 금관문화훈장으로는 첫 번째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되지 않을까 싶다. 금관문화훈장 서훈자는 우현 고유섭 선생과 석남 송석하 선생, 김영환 공군 대령, 간송 전형필 선생도 있다. 우현은 ‘한국 최초의 미술사학자’로 불리는 인물이다. 특히 불교조각에 주목해 ‘조선탑파의 연구’ 같은 역저를 남겼다. 1933년 개성부립박물관장이 돼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재임한 우리 박물관의 초기 역사다. 석남은 국립민속박물관의 전신인 국립민족박물관 창립에 기여한 대표적 민속학자다. 6·25전쟁에 공군 조종사로 참전한 김영환 대령이 무공훈장이 아닌 문화훈장을 받은 것은 이채롭다. 가야산 무장공비 토벌 작전에서 해인사 폭격을 지시받고도 공격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려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을 지켰다. 이렇듯 대한민국 출범 이후 문화유산 분야에서 모두 다섯 분의 금관문화훈장 서훈자가 배출됐는데, 이 가운데 두 분이 문화유산 수집가라는 것은 그만큼 역할이 중요했다는 뜻이겠다. 한편으로 손창근 선생과 전형필 선생은 문화유산을 수집한 공로로 최고의 훈장을 받았다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세상의 평가는 자칫 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손 선생은 ‘세한도’의 소장자로 잘 알려져 있었음에도 미디어에는 제대로 노출되지 않았다. 그는 금관문화훈장을 받는 ‘2020 문화유산 보호 유공자 포상’ 자리에 자녀들만 보냈다. 90세가 넘은 고령이어서 거동이 편치 않은가 생각했지만, 이후 문재인 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 사진을 보니 그 나이로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건강했다. 청와대 방문에도 아들인 손성규 연세대 교수와 동행했다. 손 선생의 ‘깊은 뜻’이 아닐까 싶다. ‘세한도’를 비롯한 문화재 기증은 자녀들의 뜻이기도 하다는 것을 보여 주려는 속 깊은 배려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 선생은 청와대에서도 중요한 인사말은 자신이 하기보다 아들에게 맡겼다. 손 교수는 “‘세한도’ 176년 역사 중 저희 가족이 50년 동안 잠시 가지고 있었던 것”이라면서 “이렇게 힘든 국민께 이 그림이 위안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버지 그림이자 내 그림’이라는 ‘주인의식’이 없으면 할 수 없는 말이다. 앞서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청와대 본관 앞까지 나가 승용차에서 내리는 손 선생에게 깊이 머리 숙여 인사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반면 2020년은 간송에게 1962년 세상을 떠난 이후 가장 마음이 편치 않은 해로 기록될 것이다. 지난 5월 간송의 수집품 가운데 불상 두 점을 그의 손자가 경매에 내놨기 때문이다. 케이옥션 경매에서 유찰된 보물 제284호 금동여래입상과 보물 제285호 금동보살입상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엄청난 값을 치르고서야 사들일 수 있었다. 후손은 재정난을 이유로 들었다. 간송이 금관문화훈장을 받고도 남을 업적을 남겼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가 1938년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박물관인 보화각은 오늘날에도 간송미술관이라는 이름으로 전통문화 보존 및 연구의 중요한 축으로 기능하고 있다. 간송미술관은 또 가치와 물량에서 모두 가늠할 수 없는 문화유산을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세한도’ 미담은 손씨 집안 3대의 노력과 결단으로 이루어졌다. 반면 간송은 자칫 ‘가장 아름다운 문화유산 수집가’의 지위에서 내려와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앞으로가 더욱 문제다. 같은 금관문화훈장이지만, 손 선생 것은 변치 않을 ‘완성형’인 반면 간송 것은 후손이 하기에 따라 이미지가 갈리는 ‘미완성형’이기 때문이다. 간송 집안이 ‘우리가 곧 한국 문화’라는 자부심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sol@seoul.co.kr
  • [김주대의 방방곡곡 삶] 소망슈퍼 할머니

    [김주대의 방방곡곡 삶] 소망슈퍼 할머니

    낮에 찍은 사진을 정리하다가 재미있는 사진 한 장을 보게 된다. 경기도 김포 월곶면에서 찍은 사진인데 ‘소망슈퍼’라는 가게의 간판이 따스하다. 할아버지 한 분이 가게 앞에서 자전거를 손보고 있다. 가게 간판에 사내아이와 계집아이가 그려져 있다. 둘 다 복코에 도톰한 입술, 굵은 눈망울이 남매처럼 닮았다. 자전거 손보는 할아버지의 손자 손녀일까, 아니면 할아버지 젊었을 적 어린 자녀분들일까? 얼마나 아이들을 귀하고 자랑스럽게 여겼으면 간판으로 삼았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큰 기대 없이 사진 속에 보이는 번호로 전화를 건다. “안녕하세요, 저어… 거기 혹시 소망슈퍼인가요?” “네, 그런데요. 소망슈퍼예요.” 서울말과 비슷한 경기도 사투리의 할머니 목소리가 들려온다. 전혀 경계하지 않고 답할 만반의 태세를 갖춘 친절한 목소리다. 할머니라고 부르려다가 어머니라고 호칭을 급히 변경해 궁금했던 것을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어머니, 저어… 뜬금없이 전화해서 이런 거 물어봐도 실례가 안 될지 모르겠는데요….” 딱 잘라서 말하지 못하고 조금 망설이고 더듬자 할머니가 오히려 나를 안심시키며 대화를 이어 가신다. “예, 괜찮아요, 물어보세요.” “어머니, 제가 지나가다가 어머니 가게 간판에 닮은 남매가 그려져 있는 걸 봤어요. 혹시 손주들인가 싶어서요. 너무 귀엽고 예뻐서요. 어떤 사연이 담긴 간판 같아요.” “아, 가게 위 간판에 그림요? 아녜요, 아기들 없어요. 영감하고 저하고 둘이 살아요. 그림 그리는 화가들이 그려 줬어요. 우리 애기들 아녜요. 호호호, 김포대학 학생들인가 그 양반들이 오래전에 그려 준 거예요.” 묻지 않은 말까지 상세하게 답해 주신다. 친절함, 상냥함, 따스함, 고움, 낮음, 고요함. 그런 단어들이 막 귓구멍 속으로 들어오는 것 같다. “아, 네, 그렇군요. 간판이 참 따스하고 예뻐서 어떤 사연이 있나 궁금해서 전화드렸어요.” “예, 그러셨어요? 고마워요. 우리 애기들은 아닌데 참 예쁘지요? 고마워요.” 낯선 사람의 뜬금없는 전화에도 할머니는 친절하게 당신의 마음을 드러내신다. 거리낌 없이 대답하시는 목소리가 맑은 봄날처럼 투명하고 포근하다. 얼굴이 긴 할아버지가 자전거를 손질하는 모습이 무척 평화롭게 느껴졌는데 확대해서 보니 할아버지의 코가 간판에 그려진 아이들의 코와 똑 닮은 복코다. 간판을 만든 화가가 할아버지 할머니의 얼굴을 본떠 아이들 얼굴을 그렸음이 틀림없다. “어머니, 그런데요, 가게 앞에서 자전거 고치던 할아버지요….” 물음을 다 마치기도 전에 할머니께서는 친절히 대답하신다. “예, 우리 영감이에요.” “아, 네, 그런 것 같았어요. 간판에 그려진 아이들 얼굴과 할아버지 얼굴이 똑 닮았어요. 특히 복스러운 코가요.” “호호호, 그 양반 코가 복코라고 예전부터 그랬어요. 착해요. 자전거가 두 댄데 고쳐서 번갈아가며 타요. 착한 양반이에요.” “아이고, 어머니, 얘기 친절히 들려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혹시라도 나중에 지나가게 되면 한번 들를게요. 가게 앞에 함박꽃이 참 탐스럽더라고요.” “고마워요.” “네, 네, 어머니,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세요. 담에 꼭 한번 들르고 싶습니다.” “예, 그러세요.” 성품이니 품성이니 하는 걸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편이지만, 할머니와 통화하는 동안 본래 품성이 고운 분이 있다는 걸 새삼 느낀다. 할머니의 친절과 고운 성품을 친견하고 싶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친구들과 함께 소망슈퍼 앞 하늘색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맥주 두어 병 하기로 한다. 그때 할머니는 처음 보는 우리들에게 어떤 말씀을 해 주실까?
  • [김선영의 의(醫)심전심] 돌봄은 부가서비스가 아니다

    [김선영의 의(醫)심전심] 돌봄은 부가서비스가 아니다

    워킹맘으로서 나 역시 초등돌봄교실의 도움을 많이 받은 수혜자다. 나도 모르는 아이의 버릇, 취향들을 귀띔해 주시는 돌봄교실 선생님들이 아니었다면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기가 더 어려웠을지 모른다. 아이의 등하교 상황 체크를 위해 시도 때도 없이 돌봄 선생님께 죄송해하며 문자를 보낸다. 내 아이를 위해서라도 그들이 고용 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기를 바란다.  초등돌봄교실의 운영 주체를 학교에서 지자체로 이관하는 내용을 담은 ‘온종일 돌봄 특별법‘의 추진이 학교 비정규직 노조의 돌봄전담사 파업을 거치면서 유보됐다고 한다. 12월의 2차 파업은 유보됐지만 이젠 교원단체에서 반발하고 있다. 돌봄교사들은 지자체로 돌봄교실이 이관될 경우 자칫 민간위탁이 되면서 신분과 처우가 불안정해질 것을 우려해 법 제정에 반대하고, 반면 교사들은 나날이 가중된 돌봄교실 관련 행정업무 때문에 속히 지자체로 이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련 기사를 읽으며 문득 ‘돌봄’이라는 행위가 지자체와 학교가 서로 떠넘기는 애물단지가 됐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는 여성들이 가정에서 무상으로 제공했던 일들이 사회에 나왔지만, 국가와 시장은 그 대가를 제대로 지불하려 들지 않는다. ‘원래 공짜’ 또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로 여기는 관념이 아직 너무 팽배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공기와 물처럼 사는 데 당연히 필요한 서비스여서 가격 또한 당연히 저렴해야 한다고 여기는 것일까.  돌봄교실 운영이 문제가 된 것은 돌봄을 교육에 덧붙여지는 부가서비스로 염가에 제공하려 한 국가의 안일한 정책 때문일 것이다. 예산과 시설 부족, 중구난방식의 정책이 매번 지적돼 왔다. 사실 돌봄전담사도 교사도 괴로워한다는 뉴스를 보며 왠지 데자뷔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그 닮은꼴이 간호간병 통합병동이라는 것을 최근에 깨달았다. 이 역시 돌봄을 의료에 덧붙여지는 부가서비스로 염가 묶음판매로 해결하는 꼴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저렴한 비용으로 병원에서 간병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 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이들은 스스로 활동이 가능한 경증환자들뿐이다. 건강보험에서 제공하는 비용으로 돌볼 수 있는 환자의 중증도가 그 정도이기 때문이다. 실제 돌봄이 절실히 필요한 중증 또는 말기 환자들은 통합병동 입원이 불가능하다. 그들이 이용해야 하는 민간시장의 간병인들은 인력파견업체의 열악한 처우와 보수를 견뎌야 하는데, 돌봄전담사들이 두려워하는 것도 이런 상황일 것이다. 적은 돈과 땜질식 정책으로 ‘국가가 책임진다’는 그림을 보여 주기 위해 사람이 함부로 휘둘린다. 간호사가, 간병인이, 교사가, 그리고 돌봄전담사가.  교육과 의료는 그 자체로 전문적이고 노동집약적인 서비스다. 주로 돌봄과 함께 이루어지고 100% 분리할 수 없는 것도 맞지만, 그렇다고 돌봄을 함부로 얹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돌봄노동에는 별도의 전문성과 질 관리가 필요하고 합리적인 보수를 지불해야 하며, 이 일을 하는 이들에게 충분한 존경과 대우를 제공해야 한다. 팬데믹 상황에서 더 위험하고 힘들어진 돌봄노동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고민이 필요하다. 하버드 의대 교수인 아서 클라인먼은 치매로 고통받는 아내를 돌본 경험을 쓴 저서 ‘케어’에서 돌봄노동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관심을 촉구하며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돌봄이 인간의 우주에 영원히 자연스러운 요소로 존재한다는 우리의 순진한 가정이 피상적이고 근거도 약함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될지도 모른다.” 한 사람의 성장을, 또는 회복을 위해 그의 몸과 마음을 살피고 알아차리며 돕는 행위는 숭고한 상호작용이며 인간의 존재에 필수적인 노동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당연하게 기대할 수 있는 선의는 결코 아니며, 우리 사회가 충분히 그 가치를 인정하고 대접해야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다.
  • [책 속 한줄] 아파트는 언제쯤 살 곳이 될 수 있을까

    [책 속 한줄] 아파트는 언제쯤 살 곳이 될 수 있을까

    아파트로 누군가는 돈을 벌고 또 누군가는 돈을 잃는다. 거대한 룰렛 판에 수백만 명이 둘러앉아 있는 것 같은 그림이 떠오른다.(85쪽) 배우 김광규가 지난 19일 열린 S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말하다가 개그맨 유재석에게 대뜸 “아파트값 좀 잡아 달라”고 해 화제가 됐다. 국토교통부 장관이 아닌 ‘재석이형’에게 부탁한 이유는, 그도 장관이 못 미더워서가 아닐까. 정부의 헛발질과 사람들의 욕심으로 아파트값은 연일 신기록을 경신 중이다. ‘집을 쫓는 모험’(2020) 저자는 운도 참 없다. 어렵게 장만한 아파트를 잘못 팔아 6억원을 손해 봤다. 팔고 나서 치솟은 아파트 시세를 보며 2년 동안 얼굴에 열꽃이 피어 잠도 제대로 못 잤다. 그 덕분에 빌라, 한옥으로 즐겁게 이사를 했고, 서울 서촌에 작은 집을 지을 수 있었다. 15년 동안 6번의 이사기를 읽으며, 아파트는 언제쯤 재산이 아니라 거주 공간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해 본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최지인 작가와 함께 서울갤러리에서 ‘해피 뉴 이어’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최지인 작가와 함께 서울갤러리에서 ‘해피 뉴 이어’

    ‘서울갤러리 전시작가 공모’ 올해의 마지막 선정작가로 최지인 작가의 개인전 ‘메리 크리스마스 앤드 해피뉴이어’(Merr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전이 서울신문(프레스센터) 1층 특별전시장에서 이달 31일까지 열린다. 서울갤러리 작가 공모전은 서울신문·서울갤러리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한국미술협회가 후원했다. 최지인 작가는 이번 전시를 기획하며 크리스마스와 연말인데도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서로를 멀리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고 조금이나마 관람객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도록 전시를 구성했으며 반짝이는 조명 속에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작품이 하나 됨을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최지인 작가는 작가 노트에서 “코로나로 온 사회가 일시 정지된 상태일 때 온라인 세상에 관심을 갖고 그 안에서 작업을 했다. 온라인 세상 안에 새로운 세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2012년부터 민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그리면서 동양화로 어색하지 않게 소통하고 싶었는데, 동서양의 구분이 의미 없게 느껴지면서 샹들리에가 꽃처럼 보였다”며 “동양화에서 나비는 기쁨을 뜻한다고 한다. 꽃과 나비가 어우러진 화접도, 꽃처럼 피어나는 듯한 샹들리에에 나비를 더해 형상화했다”고 설명했다.동양화를 전공한 최지인 작가는 동양화의 전통 재료에 머물지 않고 나무쟁반이나 거울 등에 그림을 그리며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 ‘실험’을 이어오고 있다. 나무 위 새나 거울 그림은 홍콩, 싱가포르에서 완판을 기록하며 호평을 받기도 했다. 화려한 샹들리에가 마치 전통 민화 속의 꽃으로 보인다는 최 작가는 ‘행복을 주는 그림-화조도’나 ‘화접도’를 스테인레스 스틸에 아이패드로 작업해 현대적으로 새롭게 해석하기도 했다.최 작가의 작품은 뮤지컬 배우 김준수, ‘언어의 온도’ 저자 이기주 등 유명인과 서울시박물관, 하이트재단, 유중재단, 쉐마미술관 등에서 소장하고 있다. 또한 최 작가는 그림에세이 ‘잘 지내나요’, ‘미술관에 가기 싫다’, ‘계절의 다섯 가지 색’의 저자이기도 하다. 현재 작품활동을 열심히 하는 와중에도 유튜브 방송 ‘지인티비’를 통해 다른 작가의 전시를 소개하거나 미술을 알기 쉽게 설명하며 미술의 대중화에도 힘쓰고 있다. 서울신문의 미술전문 아트플랫폼 서울갤러리(www.seoulgallery.co.kr)에는 최지인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많이 전시돼 있으며 서울갤러리 선정작가 외에 국내 유명작가들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강남순의 낮꿈꾸기] ‘코로나 크리스마스’, 당신의 백신은 무엇입니까

    [강남순의 낮꿈꾸기] ‘코로나 크리스마스’, 당신의 백신은 무엇입니까

    2020년은 모든 이들에게 힘든 한 해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은 갖가지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 백신이 나왔다고는 하지만 온 인류가 백신의 효과를 보기까지는 요원하다. 일자리를 잃고, 가족을 잃고, 고립된 일상을 보내는 이들, 칠흑같이 어두운 터널 속에 갇혀 있는 경험을 하는 이들이 도처에 있다. 고립과 고통을 견디지 못해 자살하는 이들도 늘어 가고 있다. 누군가의 표현대로 ‘코로나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고통스러운 위기 한가운데에서 맞게 되는 크리스마스란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코로나19의 위기는 이전에 생각하지 않았던 의미들에 대해 생각하도록 만든다. 4세기에 로마에서 크리스마스의 축하가 시작됐고 9세기가 돼 비로소 주요한 기독교 명절로 지켜지기 시작한 크리스마스는 현재 세계 160여개의 나라에서 공식적인 휴일로 지키고 있다고 한다. 크리스마스가 기독교 배경을 지닌 서구 세계만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특별한 축하의 절기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상업주의가 크리스마스를 왜곡시키고, 승리주의적으로 해석된 기독교의 예수 모습이 정작 크리스마스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이러한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특별한 절기로 자리잡고 있다. 크리스마스는 이제 기독교라는 한 특정 종교에만 제한된 종교적 절기의 의미를 넘어서 있다. 지금보다 나은 새해, 나은 미래를 기다리는 기다림과 희망의 절기이기도 하다. 크리스마스 전통은 네 가지 중요한 보편 가치를 담고 있다. 희망, 평화, 기쁨 그리고 사랑이다. 예수가 추구하고, 가르치고, 실천하고자 한 가치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가치들은 제각기 왜곡된 이해로 오염돼 왔다. 이 개념들을 호명해도 아무런 감동을 느끼기 힘든 이유이다. 모든 개념이 그러하듯 상투적 이해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사전적 의미를 괄호 속에 넣고서, 새롭게 그 의미를 재음미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상투성의 덫’에 빠져 무의미하고 공허한 단지 상업주의로 변질된 크리스마스에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금전을 낭비해야 하는 절기가 돼 버리기 때문이다. 코로나 위기로 인한 짙은 어둠이 많은 이들의 삶을 짓누르고 있는 이 ‘코로나 크리스마스’를 넘어서는 ‘백신’은, 우리 자신의 인간됨을 재확인하고 확장하게 하는 이러한 소중한 가치들의 재조명이며 재창출을 통해서라고 나는 본다.희망이란 무엇인가. 더 나은 세계를 향한 진정한 희망이란 ‘모든 것이 잘될 거야’와 같은 낭만화된 ‘희망 고문’이 아니다. 또는 구체적인 데이터에 근거한 ‘낙관’과도 다르다. 희망의 토대는 사실적인 데이터에 근거한 성공과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보다 나은 삶을 위해서 씨름하는 그 과정 자체에 희망의 의미가 있다. 그렇기에 ‘실패’의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 규정한 성공 또는 실패로 자신의 삶이 휘둘리지 않게 하는 것이 바로 절망을 넘어서는 희망의 의미이다. 나는 어떠한 삶을 살고자 하는가. 내가 살고 싶은 세계를 향해서 나는 용기를 가지고 어떠한 씨름을 하는가. 그러한 고민과 씨름하는 그 과정 자체가 바로 희망의 근거다. 기독교에서는 예수를 종종 ‘평화의 왕’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물론 나는 예수와 직접 대화한 적은 없지만, 제자들의 냄새나고 지저분한 발을 씻긴 그 예수가 자신이 ‘왕’과 같은 위계주의적 표현으로 지칭되는 것에 동조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예수를 ‘왕’으로 표현하는 종교적 상징은 예수를 지배자와 승리자로 표상함으로써 기독교의 승리주의를 정당화하는 것으로 사용되곤 한다. 예수가 지향하고 확산하고자 하는 평화란 무엇인가. 소극적 의미의 평화란 분열, 전쟁, 갈등의 부재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왕’으로 표상되는 힘센 세력이 약자 위에 군림해서 아무 소리 못 하도록 억누르는 상태도 표면적으로 ‘평화’라고 착각하게 된다. 이런 위험한 평화는 가정, 학교, 직장, 나라 또는 세계적 정황에서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누가 규정하는 평화인가’를 물어야 한다. 반면 적극적 의미의 평화란 이 사회에 존재하는 차별, 배제, 혐오, 분열, 불의를 넘어서서 연대와 정의를 추구하는 구체적 변혁을 필요로 한다. 한국은 여전히 북한과 남한의 분열, 젠더 차별, 계층과 출신 지역·학력 등에 의한 차별과 배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 장애인·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 등의 문제가 산재해 있다. 이러한 문제들에는 무관심하면서 “모두에게 평화를”이라는 크리스마스 메시지를 암송하고 노래 부르는 것은 위선적이며 공허하다. 기독교가 아닌 종교에 대한 혐오로 불상을 파괴하고 사찰에 불을 지르면서 ‘평화의 왕 예수’ 또는 ‘모두에게 평화를’이라고 외치는 것 또한 위선적이다. 다양한 얼굴의 불의, 차별, 혐오를 방치하면서 외치는 평화, 차별금지법과 같은 가장 기본적인 평등과 정의의 제도화를 반대하면서 외치는 평화란 위험한 ‘거짓 평화’일 뿐이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그러나 이 당연한 진리를 받아들이지 않고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많은 이들은 권력, 성공, 물질에 대한 욕망을 좀처럼 제어하지 못한다. 인간의 죽음에 대한 인식에 따른 두려움은 인류에 철학과 종교의 등장을 가능하게 했다. 죽음에 관한 두려움과 그 한계를 넘어서는 길은 무엇인가. 철학이나 종교는 각기 다른 개념들을 동원해서 행복과 기쁨을 추구하는 방식에 대해 말하고 있다. ‘나는 행복한가’라는 질문은 시작점이 아니다. 시작점이 돼야 하는 질문은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나를 알아가고, 나를 지속적으로 가꾸는 과정을 통해서, 나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서서히 배우게 된다. 그러한 과정에서 ‘기쁨’이 가능하게 된다. 행복과 기쁨이란 외부세계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내 삶의 주체가 돼서 내가 나 자신과 타자와의 관계를 올바르게 만들어 가는 그 한가운데에서 진정한 행복과 그에 따른 기쁨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탄생의 경험은 크리스마스가 우리에게 상기시키는 것이다. 크리스마스라는 절기가 상징하는 ‘사랑’의 가치는 희망, 평화, 그리고 기쁨의 가치와 연결돼 그 정점을 이룬다. 이 세계와 인간에 대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 신이 스스로 인간이 돼 예수로 태어났다는 것을 상징하는 크리스마스의 의미는, 포괄적인 의미의 ‘사랑’의 메시지이다. 신이 인간이 된다는 ‘성육’의 의미는 물론 사실적인 생물학적 표현이 아니다. 시의 언어처럼 심오한 메타포적 의미를 품고 있다. 도대체 ‘사랑’이 무엇이기에 신이 자신의 신적 자리까지 내려놓고 인간으로 태어나는가. 예수는 우리가 지금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에서는 참으로 먼 삶을 살았다. 그렇기에 ‘신의 아들’ 또는 ‘인간이 된 신’이라는 종교화된 교리로 포장하지 말고 ‘탈교리화’를 통해 예수의 태어남과 살아감의 의미를 살펴보아야 한다. 예수는 요즘 같이 모든 시설이 갖추어진 병원이나 저택에서 출생하지 못하고 차고나 창고 같은 곳에서 태어났다. 3년이라는 짧은 공적 삶에서 그는 노숙인으로 살았다. 12명의 제자가 따라다녔다고는 하나, 그 어느 제자도 예수가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그 심오한 세계를 이해하지 못했다. 예수는 기존의 종교적·정치적 제도가 인간생명을 억압하는 것일 때, 과감히 그 제도에 맞서서 저항했다. 그 당시 안식일을 지킨다는 절대적인 종교적 관습보다 ‘인간 생명’이 먼저라고 하면서, ‘생명의 철학’을 설파하고 실천했다. 예수의 생명의 철학을 담은 메시지의 정점에 있는 사랑의 메시지는 나, 이웃, 원수 그리고 신에 대한 사랑의 분리 불가성을 품는다. 희망, 평화, 기쁨 그리고 사랑이라는 가치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으며 분리해서 생각해서는 안 된다. 크리스마스는 이러한 소중한 가치를 ‘예수의 탄생’이라는 상징과 함께 재조명하고 재창출하는 절기다. 결국 나의 삶이란 무수한 너의 삶과 연결돼 있다. 크리스마스를 축하하고자 한다면 코로나 위기 한가운데에서 희망이 아닌 절망, 평화가 아닌 폭력과 차별, 기쁨이 아닌 비통함과 고통 그리고 사랑이 아닌 혐오를 경험하고 있는 이들이 누구인가를 둘러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글 텍사스크리스천대(TCU) 브라이트신학대학원 교수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발달장애 꼬리표 떼고…이젠 정규직 화가

    발달장애 꼬리표 떼고…이젠 정규직 화가

    작가 정도운(25)씨는 뮤지션의 모습과 가사를 통해 죽음, 관계 등 마음속 다양한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내는 팝아티스트다. 자폐성 발달장애인 가운데 특별한 재능을 가진 소수이기도하다. 그가 지난 4월 아트퍼니처 제작 업체 시우에 ‘정사원’으로 취직했다. 월 1회 출근, 10호(53.5×42㎝)짜리 그림 2점을 제출하는 게 계약 조건이다. 회사는 정씨의 그림을 가구 등에 접목해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18일 서울 노들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씨의 어머니 고유경(56)씨는 “정 작가도 회사에 기여를 해야 하고 회사도 홍보 효과든 정 작가의 그림을 입힌 작품 판매를 통해 돈을 벌어야 한다.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사실 정씨는 운이 좋은 편이다. 재능을 타고났고 부모는 재촉하지 않고 정씨가 안정적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도왔다. 정씨의 부모는 입학을 꺼렸던 학교를 설득해 미술 고등학교에 그를 입학시키기도 했다. 물론 그의 재능이 따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들의 ‘자립’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였다. 정책 덕에 발달장애인들은 대부분 학교나 공공기관에서 진로·직무 교육을 받는다. 정씨도 학교 졸업 후 직업 적응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주간 보호센터도 다녀 봤지만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방에 틀어박혔다. 고씨는 “발달장애인이 과연 직업을 가지고 자립할 수 있을까. 발달장애인의 부모인 나도 늘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발달장애인의 고용률은 20.06%. 그마저도 대부분 서비스직이나 단순 노무직에 편중돼 있는 게 현실이다. 근속 기간도 3년 7개월로 다른 장애 평균(6년)에 비해 매우 낮다. 고씨는 장애아들이 부모 품을 떠나 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는 먼저 지난해 정씨의 그림이 수익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발달장애인 화가 부모들과 그림 렌털을 주 사업으로 하는 협동조합, ‘아르브뤼코리아’를 결성했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이효성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경기북부지사장(현재 중증통합지원국장)이 표준사업장인 시우를 소개했다. 정씨와 같은 발달장애인 화가의 특별한 재능이 ‘직업’으로 이어질 수 있게 주선한 셈이다. 고씨는 정씨가 회사에 느끼는 소속감이 남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에 내는 그림은 평소 하는 작품이랑 다르다”면서 “(시우) 사장님만 보면 ‘우리 사장님, 우리 사장님’ 하며 따른다”고 웃었다. 정씨는 발달장애인 화가들이 직접 계약에 참여할 수 있도록 쉬운 표준계약서를 개발하는 데도 참여했다. 고씨가 계약 내용을 설명하면 정씨가 이를 듣고 이해한 내용을 삽화로 그렸다. 함께 입사한 발달장애인 화가 2명도 이 계약서를 썼다. “사실 발달장애인이 사회에 노출된 지 얼마 안 되거든요. 남들에게 폐를 끼칠까 아이를 차에 태워 다니고…. 처음 보면 깜짝 놀라겠지만 그냥 저 친구는 발달장애가 있구나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요. 계속해서 노출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회도 장애에 익숙해져야지요. 언젠가 발달장애인 화가라는 타이틀 대신 화가 정도운으로 불리는 게 당연한 날이 오길 꿈꿔요.”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이근아 기자 leeguenah@seoul.co.kr
  • “적응 아닌 적성에 맞는 일자리 찾아줘야… 정보격차 해소가 관건”

    “적응 아닌 적성에 맞는 일자리 찾아줘야… 정보격차 해소가 관건”

    예술은 ‘안정적인 직업’이 될 수 없다는 편견이 있다. 특히 발달장애인의 예술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 편견에 도전하는 움직임이 있다. 발달장애인 화가를 정규직으로 고용해 그림을 가구에 접목시키겠다는 아이디어다. 지난 17일 발달장애인 화가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하게끔 이끈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효성 중증통합지원 국장을 만났다. 이 국장의 마음을 움직인 건 “우리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못 살아요”라던 간절한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한마디였다. 그는 “여러 발달장애인들이 생산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만나 보면 음악이나 미술 등 예술적 재능이 훌륭한 경우가 많다”면서 “그런데 그 그림이 상업화돼 하나의 직업으로서 인정받는 일이 어렵다는 호소를 들었다”고 말했다. 시작은 ‘아트 소화기’였다. 사회적 협동조합 아르브뤼코리아에 소속된 발달장애인들의 그림을 소화기에 입혀 출시했다. 시장의 반응이 좋았다. 이 국장은 “그림 자체가 별로였다면 사업체들 설득이 어려웠을 것”이라며 웃었다. 이 시도가 정규직 채용 아이디어로까지 이어졌다. 수익 창출 단계까지 이르지는 못했지만, 장애인 취업 시장에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선례를 만들고,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적성이나 흥미 대신 기존 일자리에 장애인들이 적응해야 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장애인들의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찾아 줬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쉬움도 있다. 이 국장은 “실무와 현장 사이 큰 온도 차를 느낀다”고 했다. 장애인들을 위해 여러 직업을 개발해 취업을 장려하고 고용 유지를 위해서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장애인들 사이에 정보 격차가 크다는 의미다. 그는 “아무리 홍보를 많이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정보 격차가 크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공단에서) 입사 전 직무 습득을 돕는 잡 코치나 보조공학기기 지급 등 여러 가지를 지원하고 있으니 적극적으로 정보를 활용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근아 기자 leeguenah@seoul.co.kr
  • 담뱃갑 경고그림·문구 내일부터 바뀐다

    담뱃갑 경고그림·문구 내일부터 바뀐다

    새로운 담뱃갑 경고그림과 문구가 23일부터 적용된다. 흡연 폐해를 더 명확히 보여주는 그림으로 바꿔 담배 제품의 유해성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려는 목적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21일 “24개월마다 담뱃갑 경고그림 및 문구를 고시해야 함에 따라 2018년 12월 23일부터 사용해온 현재 경고그림 및 문구는 2020년 12월 22일로 적용이 종료된다”고 밝혔다. 2022년 12월 22일까지 적용되는 새로운 경고그림과 문구는 국민건강증진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난 6월 22일 개정됐고 6개월의 시행 유예기간을 뒀었다. 이번 경고그림에서 새로운 그림으로 교체된 것은 모두 9종으로 폐암, 구강암, 심장질환, 뇌졸중, 간접흡연, 임산부 흡연, 조기 사망, 치아 변색, 액상형 전자담배 등이다. 다만 3종(후두암, 성기능장애, 궐련형 전자담배) 경고그림의 경우 현재도 효과가 있다고 보고 유지하기로 했다. 2016년 12월 담뱃갑 경고그림·문구 제도 시행 이후 성인남성 흡연율과 담배 판매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복지부에 따르면 2016년 40.7%, 2017년 38.1%, 2018년 36.7%를 기록했다. 이윤신 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새롭게 교체되는 담뱃갑 경고그림과 문구가 담배 제품의 유해성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울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安, 명분·실리 챙긴 승부수… 존재감 올려 대권 몸집 만들기

    安, 명분·실리 챙긴 승부수… 존재감 올려 대권 몸집 만들기

    安 “정권 교체로 암울한 현실 바꾸겠다”결자해지 명분으로 승리 땐 유력 대권주자단일화·원샷 경선 등 놓고 국민의힘과 진통지난 2일까지만 해도 “서울시장 선거에는 절대 안 나간다”고 했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대선 대신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로 급선회한 건 연이은 선거 패배로 존재감이 희미해진 상황에서 마지막 반전을 위한 ‘현실적 선택지’를 고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보궐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야권 내 위상이 높아져 이를 발판 삼아 차기 또는 차차기 대선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 재기 불능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야권 단일화’가 최대 변수다. 안 대표는 최근 ‘야권 혁신플랫폼’을 띄우며 대권 도전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 왔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이를 외면해 성과가 나지 않자 당내에서도 당장 서울시장부터 다시 도전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안 대표는 20일 기자회견에서 “지금의 암울한 현실을 바꾸려면 정권 교체 외엔 어떤 답도 없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가 그 교두보라는 많은 분의 의견을 부인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대권에서 서울시장으로 ‘일보 후퇴’했지만 정치적 입지가 크게 위축된 안 대표의 현실을 고려하면 명분과 실리를 챙긴 최선의 결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과거 민주당에 서울시장 자리를 양보한 안 대표가 이번에 야권 후보로 출마하면 결자해지라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다”며 “승리할 경우 유력 대권 주자로 급부상하는 실리까지 챙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안 대표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야권 단일화’다. 안 대표는 국민의힘 밖에서 형성되는 ‘야권 빅텐트’의 주도권을 거머쥔 뒤 단일 후보가 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안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원샷 경선’(통합 경선)을 치르자고 주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안 대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 등이 국민의힘 후보와 함께 범야권 단일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등 국민의힘 다수는 야권연대를 하더라도 국민의힘 간판 아래 내부 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 대표의 출사표에 서울시장 선거판은 훨씬 커졌다. ‘서울시장 차출론’의 주인공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페이스북에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보궐선거와 대선 승리로 가는 야권 대통합의 큰 밑그림이 마련될 것”이라고 견제했다. 출마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나경원 전 의원은 “흥미로운 전개”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대권 직행 대신 ‘마지막 반전’ 택한 안철수…서울시장 삼수 성공할까

    대권 직행 대신 ‘마지막 반전’ 택한 안철수…서울시장 삼수 성공할까

    야권 대권 주자 중 하나인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로 입장을 급선회한 건 연이은 선거 패배로 존재감이 희미해진 상황에서 마지막 반전을 위한 ‘현실적 선택지’를 고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끌 경우 야권 내 위상이 높아져 이를 발판 삼아 차기 대선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재기 불능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안 대표가 제시한 ‘야권 단일화’가 최대 변수다. 안 대표는 최근 ‘야권 혁신플랫폼’을 띄우며 대권 도전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왔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이를 철저히 외면하는 등 성과가 나지 않자 당내에서도 당장 서울시장부터 다시 도전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안 대표는 20일 기자회견에서 “지금의 암울한 현실을 바꾸려면 정권교체 외엔 어떤 답도 없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가 그 교두보라는 많은 분들의 의견을 부인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대권에서 서울시장으로 ‘일보 후퇴’했지만 정치적 입지가 크게 위축된 안 대표의 현실을 고려하면 명분과 실리를 챙긴 최선의 결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여당에 서울시장 자리를 넘겨준 안 대표가 이번에 야권 후보로 출마하면 결자해지라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다”며 “만약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유력 대권주자로 급부상하는 실리까지 챙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안 대표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야권 단일화’다. 야권은 안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지만 야권 빅텐트의 주도권을 누가 쥘 것이냐를 두고는 안 대표와 국민의힘 간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이날 안 대표는 ‘공정 경쟁’을 전제로 한 연대를 강조했지만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야권연대를 하더라도 국민의힘 간판 아래 내부 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103석국민의힘이 3석 국민의당과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하는 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날 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된 5선 정진석 의원은 페이스북에 “안 대표의 세번째 서울시장 출마 선언이 문재인 정권의 폭정을 종식시키겠다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라 믿는다”며 “그렇다면 안 대표 또한 소아(小我)를 버리고 대의(大義)만을 좇아야 한다. 이기적인 자기중심적 사고를 과감히 버리고 야권통합의 밀알이 되겠다는 겸허한 자세와 희생정신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안 대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 등이 국민의힘 후보와 함께 범야권 ‘원샷 경선’을 치르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안 대표의 출사표에 선거판도 들썩이고 있다. ‘서울시장 차출론’의 주인공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페이스북에 환영의 뜻을 밝히며 “저도 필요한 어떤 역할이라도 하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러면서도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보궐선거와 대선 승리로 가는 야권대통합의 큰 밑그림이 마련될 것”이라고 안 대표를 견제했다. 나경원 전 의원은 방송 인터뷰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상황을 더 지켜보자”고 말을 아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대권 도전 의지를 재확인했다. 유 전 의원 측 관계자는 “기존에 밝혔던 입장과 달라진 바 없다”고 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문준용 8년 만에 개인전 소식에…금산갤러리 트래픽 초과

    문준용 8년 만에 개인전 소식에…금산갤러리 트래픽 초과

    그룹전에만 참여하며 조용히 작품활동을 해 온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 작가가 8년만에 개인전을 열었다. 소식이 알려지자 19일 오전 작품이 전시되는 금산갤러리 홈페이지는 일일 트래픽 초과로 접속이 되지 않는 상태다. 2012년 갤러리 고도에서 첫 개인전을 열고 8년 만에 금산갤러리에서 23일까지 ‘시선 너머, 어딘가의 사이’라는 제목의 개인전을 열게 된 문준용 작가는 신작 ‘인사이드(Inside)’와 ‘아웃사이드(Outside)’를 비롯한 5점의 미디어 작품을 전시한다. 문준용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자신이 고안한 ‘증강된 그림자(Augmented Shadow)’를 선보인다. 센서로 조명의 위치와 각도를 탐지하고, 이를 통해 실재 그림자의 위치와 각도를 감지한 뒤 컴퓨터 그래픽으로 생성된 가상 그림자 영상을 실재 그림자 위에 투사해 증강현실(AR)을 구현하는 장치다. 문 대통령과 남항초등학교 동기인 황달성 대표가 운영하는 금산갤러리는 그동안 문 작가의 다양한 전시를 함께 추진하고 관리해왔다. 금산갤러리 측은 “이번 전시는 지난 10월 열린 파라다이스 아트랩에 선보인 증강현실을 이용한 작품의 반응이 뜨거워 다시 한번 재조명한다는 취지도 있다.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미디어 작업을 통해 특수한 시각 언어를 탐구해 온 작가의 실험정신을 보여주는 전시”라고 소개하고 있다. 미디어아트 작가이자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활동하는 문준용 작가는 뉴욕현대미술관(MoMA), Microwave, Onedotzero, FILE, Cinekid, Scopitone 등의 국제 전시를 비롯하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금호미술관 등의 국공립 미술관에서 전시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레지던시, 서울시립미술관 신진작가지원 등에 선정됐고, 해냄출판사 미술창작교과서에 작품이 게재됐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Eraser1/홍지연 · 이 도시의 트럭들/나희덕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Eraser1/홍지연 · 이 도시의 트럭들/나희덕

    이 도시의 트럭들/나희덕 돼지들은 이미 삶을 반납했다움직일 공간이 없으면 움직일 생각도 사라지는지분홍빛 삶이 푸대자루처럼 포개져 있다 트럭에 실려가는 돼지들은당신에게 어떤 기억을 불러일으키는가 짝짓기 직전 개들의 표정과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들의 눈망울에서당신은 어떤 비애를 읽어내는가아니, 그 표정들은 당신에게 무엇을 요구하는가 이 도시의 트럭들은너무 많이 싣고 너무 멀리 간다 엿가락처럼 휜 철근들과케이지를 가득 채운 닭들과위태롭게 쌓여 있는 양배추들과금방이라도 굴러떨어질 것 같은 원목들을 싣고트럭들은 무엇을 실었는지도 잊은 채 달린다 커브를 돌 때마다휘청, 죽음 쪽으로 쏟아지려는 것들이 있다 첫눈이 왔습니다. 오랜만에 마음이 착해지네요. 눈 덮인 하얀 세상을 바라보는 것 겨울이 준 축복입니다. 길들 지붕들 가로수들 택배 오토바이들 위에 눈이 수북이 쌓입니다. 빨간 십자가를 켜고 눈을 맞는 교회당의 모습도 춥지 않군요. 이런 날 시골집 아랫목에 앉아 할머니가 구워 준 고구마 먹으며 눈 덮인 들판을 바라본다면, 낙원이겠지요. 하나도 어렵지 않은 일이 왜 꿈이 돼 버렸는지. 시 속의 풍경 끔찍합니다. 이 도시의 트럭들은 너무 많은 소 닭 돼지들을 싣고 어디론가 달립니다. 무엇을 실었는지도 모른 채 달리는 트럭들도 있습니다. 적재함에 실린 비참한 가금류의 모습, 행선지도 모른 채 미친 듯 달리는 트럭들. 한때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 일컫던 인간의 모습 아닐까요. 곽재구 시인
  • 괴소문 진실 쫓는 동심들의 모험

    괴소문 진실 쫓는 동심들의 모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코르누코피아 왕국. 북쪽 음침한 숲지대만 빼면 온 국토에 먹거리가 넘치고 인정 많은 사람들로 가득한 이 나라에 이기적이고 허영심 많은 프레드가 왕위에 오른다. 코르누코피아에 전설 속 괴물 ‘이카보그’가 나타났다는 괴소문이 퍼지자 프레드 왕이 군대를 이끌고 전설의 발원지를 향한 사이, 왕국 사람들이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일이 생긴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이웃을 잃은 어린이들은 세상을 어지럽히는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저자 J K 롤링이 어린이들을 위해 선보인 소설 ‘이카보그’가 국내에도 출간됐다. 이카보그(Ickabog)는 ‘영광이 사라졌다’라는 뜻의 ‘이카보드’(Ichabod)를 변형한 말이다. 롤링은 “한 개인이나 국가는 어떻게 악에 사로잡히는 것일까, 그것을 물리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롤링은 10여년 전 구상했지만 자신의 아이들에게만 들려줬다가 코로나19로 집에 ‘갇힌’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전해주기 위해 인터넷에 연재하기 시작했다. 책엔 이카보그 일러스트 공모전에 응모한 아이들의 그림 34점도 수록했다. 해리포터처럼 마법을 쓰지는 않아도 아이들의 모험담이 무료한 일상을 달래 준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마음의 일: 재수×오은 그림 시집(재수·오은 지음, 창비교육 펴냄) 동갑내기 친구인 만화가 재수와 시인 오은이 시와 그림으로 펼쳐 낸 마음 이야기. 시집이면서 그림책인 이 책은 그들의 청소년기, 장래 희망에 대한 고민, 다짐 등을 시와 그림으로 표현했다. 시를 만화로 읽고, 만화를 보며 시를 읽는 경험을 할 수 있다. 240쪽. 1만 4000원.기자를 위한 실전 언론법(김상우 지음, 한울아카데미 펴냄) 하루 평균 10건의 기사가 분쟁에 휘말리는 상황에서 일선 현장의 기자가 옆에 두고 참고할 만한 언론법의 핵심 내용을 쉬운 언어로 담았다. 신문과 방송에서 두루 기자 생활을 한 저자가 저널리즘의 비판적 감시 기능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조언해 기자 지망생들에게도 유익하다. 256쪽. 3만원불안한 승리 자본주의의 세계사 1860~1914(도널드 서순 지음, 유강은 옮김, 뿌리와이파리 펴냄) 역사학자 도널드 서순이 1860년 무렵부터 1차 세계대전 전까지 자본주의가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지 총체적 역사를 서술했다. 자본주의는 민주주의, 제국주의, 민족주의로 이어지며 끝없는 불안을 불러일으킨다. 현재를 성찰하는 것은 우리의 몫임을 강조한다. 1088쪽. 5만 5000원.인간 공자, 난세를 살다(리숴 지음, 박희선 옮김, 메디치미디어 펴냄) 춘추시대라는 난세에 열국을 주유한 공자의 부침 많은 일생과 인간적 모습, 그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집대성했다. 기존의 수많은 공자 전기와 달리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춘추시대 사회·정치·제도를 복원해 냈다. 672쪽. 3만 2000원.베토벤 현악 사중주(나성인 지음, 풍월당 펴냄) 베토벤은 교향곡, 협주곡, 피아노소나타 등 클래식 음악의 거의 모든 분야에 위대한 작품을 남겼지만 현악 사중주의 매력에 접근하는 애호가는 많지 않다. 저자는 베토벤의 생애와 함께 현악 사중주를 좀더 쉽고 즐겁게 들을 수 있도록 작품 해설과 사회문화적 배경을 함께 짚었다. 416쪽. 1만 8000원.나의 가련한 지배자(이현주 지음, 코난북스 펴냄) 1970년생인 딸이 칠순을 넘긴 엄마와의 관계를 회상하며 성장과 결혼, 가사와 양육을 담은 연대기. 저자는 엄마와 딸의 관계란 연민과 지배와 구속과 구원이 뒤엉킨 복잡한 연대라고 말했다. 딸이 특별히 원하지 않지만 엄마가 딸을 간섭하고 통제하는 경우를 ‘김치 권력’으로 규정하고 자유를 갖지 못한 엄마의 삶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260쪽. 1만 5000원.
  • 죽음을 받아들인 화가, 마지막까지 그려 간 진심

    죽음을 받아들인 화가, 마지막까지 그려 간 진심

    웃는 것도 아니고 우는 것도 아니고, 나 아닌 남 같은 자화상. 수술로 얼굴 일부를 잃어버린 화가는 그렇게 어색한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 2013년 5월 구강암 판정을 받고 2014년 6월 세상을 떠나기까지, 화가가 1년 남짓 투병하며 쓴 일기 16편과 드로잉 116점을 모았다. 하염없이 내리는 빗줄기와 꽃, 간호하다 잠든 아내의 모습 그리고 차마 세상에 두고 갈 수 없었던 딸의 고운 모습을 비롯해 진심 담은 짧은 글들을 시간순으로 엮었다. 볼로냐 국제아동도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에 선정되기도 했던 그의 그림은 더없이 생생하다. 그러나 병세가 심해지면서 글씨는 읽기 어려워지고, 그림은 서툴러진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그림을 남기고 숨을 거둔 그의 나이, 고작 52세였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오늘의 서울 톡]

    노원, 체험 겨울방학 ‘노원N스쿨’ 노원구는 겨울방학을 다양한 체험활동으로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노원N스쿨’을 운영한다. 올해 노원 대학생 아이디어 공모전 제안사업을 구체화한 것이다. 내년 1월 4일부터 16일까지 운영하며 ▲생태환경스쿨 ▲사이언스스쿨 ▲진로직업스쿨 등 3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3일 과정으로 화·목·토(생태환경스쿨, 사이언스스쿨)와 월·수·금(진로직업스쿨)에 있다. 접수는 21일 오후 6시까지다. 대상은 접수일 현재 초등학교 3학년~중학교 3학년이며, 초등학교 60명, 중학생 60명을 선발한다. 구로 ‘우리동네 키움센터’ 4곳 오픈 구로구가 오류2동, 천왕숲, 온수동, 항동에 우리동네 키움센터 10~13호 4곳을 차례로 문 열었다. 서울시와 자치구가 협력해 진행하는 초등 방과후 돌봄 사업 우리동네 키움센터는 부모의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보편적인 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 숙제 봐주기, 학원 챙겨 보내기 등 기본적인 돌봄 활동과 독서, 미술, 체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학기 중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방학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긴급돌봄도 실시한다. 서초 ‘신나는 트로트’ 언택트 공연 서초구는 코로나19로 지친 장애인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21일 낮 12시에 ‘신나는 서초, 신나는 트로트 콘서트’ 언택트 공연을 선보인다. 한우리정보센터가 운영하는 장애전문 인터넷방송국 참새TV를 통해 유튜브로 방송한다. 개그맨 표인봉의 사회로 진행할 공연은 트로트계의 ‘아들돌’로 불리는 삼총사, ‘맛보고 가세요’를 부른 혜진이, ‘인생 뭐 있나’의 주인공 이병철이 무대에 올라 활기 차고 신나는 공연을 펼친다. 특별무대에서는 발달장애 직업 연주자로 구성된 서초 한우리오케스트라 발달장애 윈드팀이 출연해 멋진 앙상블 공연을 펼친다. 성동, 수제화 업체 작업환경 개선 성동구는 지난 6월부터 시작한 성수동 수제화 제조업체의 작업환경 개선 지원 사업을 지난 15일 완료했다. 수제화는 제작 과정 특성상 가죽 재단, 그라인더 및 본드 작업 등이 많아 미세먼지, 냄새 등 환기와 관련된 실내 환경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작업현장이다. 구는 시비 2억원을 확보해 지난 6월 성수동 내 사업자등록을 한 상시근로자 10인 미만의 소공인 수체화 업체를 대상으로 서류심사와 현장 실태조사를 마친 후 총 51개 업체를 선정했다. 업체별로 최대 450만원까지 지원받아 개선공사를 했다. 성북, 성북길빛도서관 1주년 행사 성북구와 성북문화재단이 성북길빛도서관 1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비대면 온라인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18~19일 진행되며 18일 오후 7시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의 저자 이도우 소설가와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이 소설가와의 함께하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은 성북문화재단 채널에서 방송한다. 19일 오전 10시 30분에는 그림책 ‘이상한 동물원’의 이예숙 작가가 어린이를 대상으로 ‘팝업북 만들기’를 강의한다. 오후 2시에는 그림책 ‘간질간질’의 서현 작가와의 온라인 만남이 있다. 사전 예약해야 하며 문의 전화는 (02) 6906-9278이다. 양천, 불법광고물 수거 참여자 모집 양천구는 불법광고물 근절을 위해 ‘불법유동광고물 수거보상제’ 주민참여자를 모집한다. 참여자로 선정된 주민은 직접 불법현수막, 벽보 및 유해명함을 수거하고 동 주민센터에 제출하면 실적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받는다. 보상비용은 일반형 현수막 2000원, 족자형 현수막 1000원이다. 첨지류인 벽보와 유해명함은 100매당 2000~5000원을 받는다. 참여 희망자는 31일까지 동주민센터에서 신청 가능하며 동별로 3명씩 총 54명을 선발한다.
  • 주은빈 작가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전 통해 바다 속 여행을 떠나 보자

    주은빈 작가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전 통해 바다 속 여행을 떠나 보자

    ‘서울갤러리 전시작가 공모’ 선정작가 주은빈 작가의 개인전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Where is my place?)전이 서울신문(프레스센터) 1층 특별전시장에서 오는 19일까지 열린다. 서울갤러리 작가 공모전은 서울신문·서울갤러리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한국미술협회가 후원했다. 주은빈 작가는 바다 속 물고기들과 형형색색의 산호초들의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세계에 순수함을 간직한 아기의 여행을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담아내고 있다.주 작가가 이번 전시를 통해 ‘나는 어디로 가야하는지, 무엇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인간이면 누구나 살아가면서 느껴야 하는 감정의 변화를 작가는 색감과 형태를 통해 담아낸다. 단순히 아름다운 이미지가 아니라 우리가 겪는 감정의 굴곡처럼 색을 통해 살아 숨 쉬는 듯한 이미지를 구현하고자 했다. 고층 건물 로비 한가운데 위치한 원기둥 수족관 속 물고기들이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는 눈을 부릅뜨고 같은 방향으로 빙글빙글 돌기만 하는 모습에서 주 작가는 우리들의 반복되는 일상, 같은 공간, 같은 사람 등 우리도 물고기와 같은 삶을 살고 있지 않은지 생각하게 되었다. 작가는 이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향이 무엇인지 알아가려고 했으며 그동안 절제하고 숨겨 놓았던 생각, 감정들을 드러내고 이를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했다.주은빈 작가는 2017년 이화여자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했으며 서울갤러리 전시작가 공모전에서 소재의 참신함과 색의 조화 등을 높이 평가받아 기대되는 청년 작가로 선정됐다. 주 작가는 풍부한 색조 혹은 색의 조화로도 감동을 줄 수 있으며 그의 그림을 통해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삶 속에서 소소한 일에도 즐거움을 느끼고 무뎌진 감각이 되살아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서울신문의 미술전문 아트플랫폼 서울갤러리(www.seoulgallery.co.kr)에 들어가면 주은빈 작가 외 전시작가 공모 선정작가 등 다른 화가들의 작품들도 감상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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