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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 정부 출범 100일 되도록 여전히 공석인 복지·교육 수장

    새 정부 출범 100일 되도록 여전히 공석인 복지·교육 수장

    윤석열 정부가 17일로 출범 100일을 맞이하도록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장관 공석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복지부는 아예 후보 두 명이 연달아 낙마하며 장관 임명조차 못해봤고, 교육부는 여러 논란에도 장관을 무리하게 임명했다가 ‘만 5세 입학’ 논란 끝에 경질할 수밖에 없었다. 선장도 없이 현안만 쌓이고 있는 양상이다. 게다가 교육부 장관은 사회부총리를 겸하기 때문에 사회부총리 역할마저 구멍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장관 공백으로 인한 혼선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유보통합 문제다. 기껏 정부가 유보통합 카드를 꺼냈지만 정작 유아교육(교육부)과 보육(복지부)을 맡은 두 부처 모두 수장이 없어 논의가 제자리걸음이다. 그런 와중에도 각자 동상이몽만 계속하고 있다. 최근 복지부는 ‘단독 플레이’로 영유아 학부모, 보육 단체 등을 대상으로 유보통합 관련 설문을 진행했다가 ‘엇박자’ 논란이 일자 “정부 부처 간 긴밀한 협의를 하고 있다”며 보도설명자료를 내기도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유보통합추진단을 설치해 교육 중심으로 체계를 일원화 할 방안을 곧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김인철 후보자가 낙마하고, 이후 ‘음주운전’, ‘논문 표절’ 등 각종 논란이 불거졌던 박순애 부총리가 지난 8일 취임 35일 만에 물러났다. 재임 한 달 동안, 만 5세 입학, 지방재정교육교부금 개편, 반도체 등 첨단 인재 양성, 초등 전일제 시행처럼 간단치 않은 의제만 섣불리 발표해놓은 채 이를 뒷수습할 사람이 없는 셈이다. 특히나 교육교부금 개편은 시도 교육청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힌 데다, 초등 전일제는 운영 및 관리 주체가 교육청이라 필히 협조를 구해야 한다. 또다른 교육부 관계자는 “교부금 개편은 시도 교육감들과의 소통과 함께 국회 법률 개정 사항이라 여·야 국회의원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라며 “아무래도 장관 임명이 빨리 끝나야 진전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코로나19 대응과 연금개혁 등 중대 현안이 산적한 복지부 역시 장관 공백 장기화로 업무 추진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호영·김승희 후보자가 각종 의혹으로 연이어 낙마하면서 17일로 92일째 장관 자리가 비어있다. 국민의 전 생에 걸쳐 건강과 복지를 책임지는 주무장관 자리가 석달째 비어있는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당장 인사가 적체돼 코로나19 상황 관리를 맡은 보건의료정책실장 등 주요 보직이 공석이 되자 복지부는 지난 12일 실장급 4명, 국장급 10명 무더기 인사를 냈다. 새 장관이 취임해 다시 주요 보직을 바꾸더라도 일단 새 인물을 임명해 급한 불을 끈 것이다. 보건의료정책실장, 저출산·고령화 과제를 맡은 인구정책실장, 연금개혁을 끌고 갈 연금정책국장 등 주요 보직의 담당자가 정해졌다.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위해 재정추계전문위원회를 꾸려 이달 중 재정 추계 작업에 착수하기로 하는 등 연금개혁 작업도 시작됐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살 듯 겉보기에는 문제없이 굴러가는 듯 하다. 하지만 복지부 관계자는 “장관이 없으면 방향을 정해 굵직한 과제들을 힘 있게 끌고 갈 수가 없다”면서 “복지부에는 국민의 삶과 매우 밀접한 각종 복지 현안이 산적한데 무엇에 방점을 찍고 우선순위를 매겨 추진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국정과제인 지속가능한 복지국가, 맞춤형 기초보장 강화, 복지·돌봄 서비스의 고도화, 장애인 맞춤형 통합지원 등은 아직 밑그림도 내놓지 못했다. 자칫 9~10월쯤 열리는 국정감사를 장관없이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재고 없어도 돈 번다…럭셔리의 디지털 전략, 소비자에게도 득? [명품톡+]

    재고 없어도 돈 번다…럭셔리의 디지털 전략, 소비자에게도 득? [명품톡+]

    브랜드 로드맵 없는 메타버스 확장 ‘문제’소비자에게 디지털 전략 수혜 명확히 알려야플랫폼 확장으로 자체 바이럴만 확산디지털 세상 속 구매, 실제 고객 경험에 어떤 이득 주나“보수적인 업계서는 말로만 듣던 4차산업혁명을 누가 앞당길까 했습니다. 코로나19가 터지니 혁명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2년 안에 이렇게 바뀔줄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ICT업계 관계자) 코로나19 이전 유통업계는 보수적인 업계로 꼽혔습니다. 유통망, 창고, 물류처리 등 모든 것이 커다란 창고가 필요했죠. 명품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물품을 저장할 곳이 필요하고 이를 판매할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 유지비는 높았고, 신제품이 나오면 버려지는 것도 많았죠. 이 모든 판도가 단번에 바뀐 건 코로나19 이후부터입니다. 디지털 전략을 확장하며 오프라인 매장은 디지털 판매를 위한 저장고가 됐습니다. 매장이 창고가 되면서 매장 유지비는 줄었고, 고용됐던 이들이 빠지면서 이 자리는 로봇이 대신했죠. 자동화 창고를 지향하면서 중국 증강현실(AR) 기술을 적용해 소비자의 얼굴 위에 화장품을 미리 얹어볼 수 있게 만드는 A사의 기술도 오프라인 매장에 등장했습니다. 국내 화장품 업계의 60% 차지하는 A사, L사 등이 사내외로 디지털 전략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를 옴니채널(omnichannel, omni+channel, 모든 것+채널) 확장이라 일컫죠. ● 디지털화, 소비자에게 좋아야 ‘혁신’ 패션업계는 어떨까요. M사를 중심으로 커뮤니티 확장을 꿈꾸는 플랫폼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기존 단건의 쇼핑몰이 아닌 여러 홈페이지를 큐레이팅해 선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소비자들이 플랫폼 내에서 패션을 ‘떠들게’ 만듭니다. 이 모든 것은 자발적 바이럴을 위한 것이죠. M사의 성공담을 따라 우후죽순 생겨난 패션 플랫폼들은 이러한 커뮤니티 전략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의 편의성 강구가 소비자에게도 좋을까요. 터치 한 번에 구매한다거나 매장에서 불편하게 점원을 부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장점이 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AR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라면 결국 점원을 불러야 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이러한 디지털 전략을 바탕으로 온라인상에 중복 아이템을 판매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어 그 효용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죠. ● 럭셔리 업계 유일성 확보, 구매자에겐 뭐가 득? 실제 구찌·돌체앤가바나 등이 NFT를 통해 메타버스 속 상품의 유일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특히 돌체앤가바나는 올해 메타버스 패션위크를 열기 위해 도메니코 돌체·스테파노 가바노의 디자인을 렌더링했어요. 디센트럴랜드서 작업했습니다. 이 메타버스 패션위크에는 영국 백화점 셀프리지스·토미힐피거·주얼리 브랜드 제이콥앤코도 참여했죠. 루이비통은 게임 앱을 만드는 등 자사 브랜드 전략을 디지털 세상으로 옮기고 있습니다. 또한 게임사와 협업해 자사 브랜드 로고를 넣은 콜라보 제품도 판매했습니다. 버버리도 온라인 게임을 출시하고 아바타를 꾸밀 수 있게 했죠. 발렌시아가는 신제품 패션쇼를 비디오 게임 형태로 내놔 아바타가 입어볼 수 있게 꾸몄고요. 닌텐도도 게임사와 협업해 신상품을 선뵀습니다. ‘동물의 숲’에서 쇼를 진행했죠. 모두 디지털 세상서 접근성을 낮춘다는 것인데, 이러한 쇼를 진행할 때 현실 속 젶품을 그대로 옮겨 판매한다는 점에 쟁점이 있습니다. 같은 물건을 온라인에 또 파는 것, 소비자에게도 좋을 게 있을까요. 명품계의 큰 손인 중국서도 같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국내 여러 기업의 옴니채널의 모델이 중국 알리바바 허마셴셩이고, 명품 구매 시장으로서는 세계 1위라는 점에서, 이들의 생각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 메타버스 속 제품 확산, 효용성은? 중국 명품전문지 징데일리는 16일 명품업계의 디지털 전략, 특히 NFT에 대해 회의적으로 조명했습니다. 메타버스에 진입하 소비자들의 가상적 수요 기대에 따라 제품을 만들고, 한정판이라며 대가를 주지만 이게 장기적으로 어떤 가치를 생성할지 회의적이라는 겁니다. 명품업계는 메타버스 시장 덕분에 오는 2030년까지 한화 약 65조를 벌어들일 것이라는 모건 스탠리 분석도 있죠.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하는데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실제 NFT 관련 사업을 전개하는 명품업계를 취재한 결과, 이들이 소비자들에게 디지털 소유권을 판매한 후 어떤 혜택을 줄 것인지 는 아직 구체화된 로드맵이 없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징데일리 역시 이러한 허점을 지적하고 있죠. 소비자가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좋은 고객 경험을 얻으려면 브랜드의 구체적인 로드맵이 필수라고 강조한 겁니다. 물리적인 것을 줄여 가상세계에서 새로운 시장을 발견했다면, 그 시장에 자본을 낸 소비자에게 어떠한 고객 경험을 줄 것인지 명확한 그림이 있어야겠죠. 지금처럼 이미 설립된 메타버스 플랫폼에 기대 매장을 꾸리고, 그 안에서 아바타를 꾸미는 것에서 나아가 어떤 경험을 줄 수 있을지 꾀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오프라인 매장, 나아가 재고까지 없는 상황에서 지적재산권만 있다면 메타버스 내에서 실체 없는 제품을 팔고, 이득을 보는 것은 기업뿐이겠죠.
  • 국민 품으로 온 청와대… 이제 필요하다, 청사진

    국민 품으로 온 청와대… 이제 필요하다, 청사진

    윤석열 대통령 취임과 함께 개방된 청와대가 17일로 개방 100일째를 맞는다. 권력의 심장부였던 곳이 국민의 공간으로 재탄생하면서 일차적인 목적은 달성했다. 다만 향후 활용 방안을 놓고 아직 정확한 계획이 수립되지 않아 청사진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청와대 터는 오랜 역사를 품은 공간인 동시에 한국 근현대사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고려시대 남경의 이궁이 있었다고 전해지며, 조선시대에는 경복궁의 후원으로 사용됐다. 최고 권력자가 거주했던 청와대는 서울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미지의 땅’으로 여겨졌다. 그동안 제한적으로 개방됐던 청와대가 전면 개방되면서 폭발적인 반응이 나왔다. 상시 개방된 현재에도 평일 1만명, 주말 2만명 이상이 방문하며 16일까지 약 155만명이 다녀갔다. 국민 개방에 맞춰 다양한 행사도 준비됐다. 문화재청 청와대국민개방추진단과 한국문화재재단은 야간 관람, 공연 등의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했다. 개방 100일을 기념해 사진공모전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준비되지 않은 채 전면 개방한 후유증도 만만치 않았다. 개방 이틀째인 지난 5월 11일에는 한 50대 여성이 보물로 지정된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 앞에 놓인 기물을 파손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최근에는 한 가구업체가 청와대를 상업적 홍보에 이용한 영상이 공개돼 영상을 내리는 일도 있었다. 지난 7월에는 청와대 관리를 담당하던 문화재청의 의지와 상관없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청와대를 미술관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또 다른 논란이 불거졌다. 문화재청 노조에서는 “청와대의 역사·문화적 정체성이 훼손되는 문체부의 계획에 우려의 뜻을 전하지 않을 수 없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청와대를 둘러싼 일련의 상황은 전체 큰 그림 없이 개방이 이뤄진 영향이 크다. 27대 문화재위원장이었던 이상해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특정 단체에서 자신들의 활동을 알리는 데 청와대를 활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국민적 합의가 먼저 이뤄진 뒤에 전체적인 계획을 세워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이 발주한 청와대 활용 관련 연구용역을 맡은 김정현 홍익대 교수는 “본관이나 관저는 최대한 보존하고, 영빈관이나 춘추관을 시민적인 공간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분리 활용할 것을 제안했지만, 이를 문체부에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향후 청와대 활용은 문체부가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문체부는 오는 31일 첫 전시회로 장애예술인 특별전을 열고, 하반기에 공간과 콘텐츠를 조합할 예산 및 세부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 이준석, 오늘부터 ‘국민의힘 전 대표’ 됐다

    이준석, 오늘부터 ‘국민의힘 전 대표’ 됐다

    이준석, 431일 만에 불명예 퇴진기존 최고위 해산, 당 비대위 공식출범비대위원장에 대표 권한과 직위 넘어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6일부로 공식적으로 대표직에서 해임, ‘전 대표’로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당대표 취임 431일만이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이날 공식 출범함에 따라 이 대표도 대표직에서 자동 해임됐다. 전국위원회 의장인 서병수 의원은 이날 상임전국위 비대위원 추인 결과를 발표하며 “이 시각 이후 과거의 최고위는 해산됐다”며 “비대위원장이 당 대표의 권한과 직위를 갖게 된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가처분’ 이어 장외 여론전 이어갈 듯…당 안팎 시선 엇갈려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들을 직격한 이 전 대표는 앞으로 더욱 거센 여론전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이 전 대표는 지난 15일부터 매일 라디오 방송과 저녁 뉴스에 출연해 윤 대통령과 윤핵관들에 대한 날 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온라인 당원 소통 공간을 만들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히는 등 자신의 ‘당내 투쟁’이 장기전이 될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청년정치 ‘빛과 그림자’ 남긴 ‘30대 당수’의 퇴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했던 ‘30대 당수’의 퇴장은 ‘청년정치’의 빛과 그림자를 보여줬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5선 중진 정우택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치적 도의와 금도를 넘어선 회견”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의 기자회견에서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호소인’으로 지목된 김정재 의원은 이날 YTN에서 “당대표 발언은 굉장히 절제되고 무겁게 해야 하는데 가볍고 어리석은 언행을 했다”면서 “이번 기자회견은 그야말로 찬란했던 청년 정치의 막을 내리는 게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박원순 피해 호소인을 차용해 윤핵관 호소인이라고 거기에 제 이름 석 자를 넣어 저를 전국구 의원으로 만들어 줘 깜짝 놀랐다”고 비꼬기도 했다. 최재형 혁신위원장은 KBS에서 “(이 전 대표의 기자회견에서) 좀 지나치게 거친 표현이 많이 나왔다”면서 “하고 싶은 말이 많겠지만 정치적으로 풀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으면 그렇게 푸는 게 더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아직까지도 그런 여지를 가지고 이 전 대표나 윤 대통령이나 좀더 소통하고 다시 한번 같이 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전 대표의 대표적 지지층인 ‘이대남’들 사이에서는 “기성 정치가 또 다시 청년 정치를 이용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준석계 의원들도 “여의도에 먼저 온 미래”(김웅 의원), “자랑스럽고 짠한 국민의힘 우리 대표”(김병욱 의원)라고 그를 옹호했다. 또 천하람 혁신위원은 전날 TBS에서 “이 대표는 그렇게 단정적으로 얘기하진 않지만 사실상 윤 대통령과의 결별을 선언한 것 같다”고 말했다.
  • “청와대, 국민께 드리겠다” 윤 대통령 공약이 만든 100일 풍경

    “청와대, 국민께 드리겠다” 윤 대통령 공약이 만든 100일 풍경

    윤석열 대통령 취임과 함께 개방된 청와대가 17일로 개방 100일째를 맞는다. 권력의 심장부였던 곳이 국민의 공간으로 재탄생하면서 일차적인 목적은 달성했다. 다만 단순 관람이 아니라 보다 의미 있게 청와대를 누릴 수 있도록 향후 활용 방안을 놓고 아직 정확한 계획이 수립되지 않아 청사진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청와대 터는 오랜 역사를 품은 공간인 동시에 한국 근현대사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고려시대 남경의 이궁이 있었다고 전해지며, 조선시대에는 경복궁의 후원으로 사용됐다. 최고 권력자가 거주했던 청와대는 서울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미지의 땅’으로 여겨졌다. 그동안 제한적으로 개방됐던 청와대가 전면 개방되면서 폭발적인 반응이 나왔다. 당초 개방하려던 계획보다 추가로 연장 개방했고, 상시 개방된 현재에도 평일 1만명, 주말 2만명 이상이 방문하며 16일까지 약 155만명이 다녀갔다. 국민 개방에 맞춰 다양한 행사도 준비됐다. 문화재청 청와대국민개방추진단과 한국문화재재단은 야간 관람, 공연 등의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했다. 개방 100일을 기념해 사진공모전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준비되지 않은 채 전면 개방한 후유증도 만만치 않았다. 개방 이틀째인 지난 5월 11일에는 한 50대 여성이 보물로 지정된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 앞에 놓인 기물을 파손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최근에는 한 가구업체가 청와대를 상업적 홍보에 이용한 영상이 공개돼 영상을 내리는 일도 있었다.지난 7월에는 청와대 관리를 담당하던 문화재청의 의지와 상관없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청와대를 미술관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또 다른 논란이 불거졌다. 개방 이후 줄곧 청와대 관리를 맡았던 문화재청은 노조 성명서를 통해 “청와대의 역사·문화적 정체성이 훼손되는 문체부의 계획에 우려의 뜻을 전하지 않을 수 없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청와대를 둘러싼 일련의 상황은 전체 큰 그림 없이 개방이 이뤄진 영향이 크다. 27대 문화재위원장이었던 이상해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특정 단체에서 자신들의 활동을 알리는 데 청와대를 활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국민적 합의가 먼저 이뤄진 뒤에 전체적인 계획을 세워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이 발주한 청와대 활용 관련 연구용역을 맡은 김정현 홍익대 교수는 “본관이나 관저는 최대한 보존하고, 영빈관이나 춘추관을 시민적인 공간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이원적으로 분리해 활용할 것을 제안했지만, 이를 문체부에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향후 청와대 활용은 문체부가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문체부는 오는 31일 첫 전시회로 장애예술인 특별전을 열고, 하반기에 공간과 콘텐츠를 조합할 예산 및 세부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 “재난도 격차따라”…폭우로 희생된 취약계층 추모분향소에 시민 발길

    “재난도 격차따라”…폭우로 희생된 취약계층 추모분향소에 시민 발길

    최근 수도권 집중호우 피해가 반지하에 사는 주거취약계층에게 집중되면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약자를 가장 먼저 희생시키는 불평등한 재난 사회를 해결하라고 요구가 나왔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주거권네트워크 등 177개 단체는 16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위기의 불평등한 고통 분담 문제에 대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들은 ‘폭우참사로 희생된 주거취약계층·발달장애인·빈곤층·노동자 추모공동행동’을 결성해 23일까지 활동한다. 추모행동 측은 “수해로 집에서 희생된 두 가족 모두 반지하에 살고 있었고 발달장애인과 기초생활수급자가 있는 여성 가족이었다”면서 “서울시는 반지하 금지 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조차 의심스러울 뿐더러 주거취약계층에게 더 나은 주택을 보장하기 위한 대안이 담겨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권달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지하에서 약자로 사는 것도 서러운데 대한민국에서는 재난이 올 때마다 이렇게 최약체가 희생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추모행동 측은 회견을 마친 뒤 서울시의회 청사 앞에 시민분향소를 마련했다. 분향소 안에는 신림동 40대 발달장애인 일가족 3명과 동작구에서 희생된 50대 발달장애인의 영정 그림이 걸렸다. 현수막과 함께 “불평등이 재난이다”, “폭우참사 재발방지 대책 마련하라”고 적힌 피켓도 곳곳에 붙었다. 분향소에는 국화를 헌화하고 향을 피우며 고인을 추모하는 시민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곳을 찾은 이모씨는 방명록에 “잊지 않겠습니다 불평등 재난이 사라질 수 있도록 행동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추모행동은 19일 분향소 앞에서 추모문화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 “가곡 등 한국 합창 음악을 세계로”…국립합창단 국제뮤직페스티벌

    “가곡 등 한국 합창 음악을 세계로”…국립합창단 국제뮤직페스티벌

    “한국의 합창 음악은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클래식 분야입니다. 한국 합창 앨범의 해외 유통에 이어 ‘한국 가곡의 밤’을 통해 미국 음악계와 예술적 교류를 위한 거점을 마련할 것입니다.”(윤의중 국립합창단장 겸 예술감독) 국립합창단이 ‘아메리칸 솔로이스츠 앙상블과 함께하는 한국가곡의 밤’을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2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최한다. 앞서 지난 13일 강릉아트센터와 15일 부산 캠퍼스D에서 먼저 관객과 만났으며 20일에는 대전 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도 공연한다. 윤의중 국립합창단장은 16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번 공연은 한국형 합창곡의 세계화를 위한 국립합창단의 예술 한류 확산사업인 ‘2022 국제뮤직페스티벌’ 일환으로 기획했다”면서 “프로젝트를 준비한 1년간 미국 성악가들의 연주 영상과 이력서 등을 직접 보고 섭외했다”고 말했다. ‘한국가곡의 밤’에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성악가 24명을 초청해 새로 결성한 합창단 ‘아메리칸 솔로이스츠 앙상블’이 국립합창단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이들은 ‘엄마야 누나야’, ‘아리랑’, ‘사의 찬미’ 등 한국 가곡 13곡을 윤 단장의 지휘와 김경희, 서미경, 김민환의 반주로 노래한다. 이를 통해 한미수교 140주년을 맞아 역사적 의의를 되돌아보고, 한미동맹의 의미를 되새긴다. 아메리칸 솔로이스츠 앙상블에 참여한 소프라노 첼시 알렉시스 헬름은 “이 앙상블에 선택돼 한국에 오게 된 건 매우 큰 영광”이라며 “한국의 가곡은 눈물이 날만큼 아름다운 감정을 느끼게 하고 따뜻하고 깊이 있고 울림 있는 소리가 특징”이라고 말했다. 함께 참여한 베이스 성악가 엔리코 라가스카는 “한국 가곡은 강과 산, 바다의 전경을 그림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표현하는데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산과 강들을 보며 한국의 가곡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면서 “얼마 전 국립합창단의 ‘바다 교향곡’을 들었는데 굉장히 정교하고 섬세해서 감명을 받았다. 한국의 합창 음악은 서구 음악에 비해 매우 수준이 높다”고 전했다. 윤 단장은 “한국 가곡은 우선 국내 시인들의 훌륭한 시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며 “시 가사에 담긴 한이나 정과 같은 정서를 외국인도 느낄 수 있도록 잘 의역해 표현한다면, 그 우수성이 변색되지 않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한국 전래동요와 가곡 등을 담은 국립합창단의 첫 정규 앨범 ‘보이스 오브 솔러스’(Voice of Solace·위로의 목소리)를 전 세계에 발매했다. 전래동요 ‘새야 새야’를 비롯해 ‘어기영차’, ‘어랑’, ‘어이 가리’, ‘기근’, ‘아리랑’, ‘청산에 살어리랏다’, ‘섬집아기’ 등 한국 고유의 정서가 담긴 8곡(11개 트랙)의 창작곡이 수록됐다. 이영조, 우효원, 오병희, 조혜영이 작곡·편곡에 참여했다. 윤 단장은 “한국 합창이 미국에서 음원 유통을 시작했다는 것이 큰 의미”라며 “유튜브 뿐 아니라 뉴욕타임스퀘어 전광판을 통해 일주일간 홍보영상이 송출됐고, 음반매장 등 미국 내 27개 지역 판매처에서 유통된다”고 소개했다.
  • “만화로 독도를 만나 보세요”…경북도교육청, 독도 웹툰 개발 연재

    “만화로 독도를 만나 보세요”…경북도교육청, 독도 웹툰 개발 연재

    “만화로 독도를 만나 보세요.” 경북교육청은 학생들이 재미있게 독도를 배울 수 있도록 독도 웹툰을 개발해 연재를 시작했다고 16일 밝혔다. ‘뭉치탐정 수수께끼 파일’이라는 제목의 웹툰은 초등 5학년 주인공 여학생이 탐정 능력이 있는 반려견과 함께 독도에서 일어난 의문의 사건을 수사하는 내용이다. 수사 과정에서 독도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독도를 지키는 사람들, 독도의 자원과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학습할 수 있게 해 준다. 독도 웹툰은 경북지역 교사들이 만들었으며 사이버독도학교 누리집 독도놀이터에 탑재돼 있다. 경북교육청은 사이버독도학교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웹툰을 홍보해 많은 국민이 즐길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독도 웹툰이 더욱 쉽고 재미있게 독도를 공부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도교육청은 지난 7월 ‘독도,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섬’이라는 주제로 만든 독도엽서를 해외 학교와 국제교류 사업을 추진 중인 경북지역 90개 국제교류학교 전교생에게 전달했다. 독도엽서는 사진 3종과 유화 2종 등 모두 5종으로 제작됐으며 엽서에 들어가는 사진은 경북지역 현직 교사들이 직접 촬영했고 그림은 퇴직한 교원이 경북교육을 위해 제공한 자료를 활용했다. 엽서 앞면에는 ‘경북교육청 사이버독도학교’의 홈페이지 주소가 게재돼 있고, 뒷면에는 ‘한국의 섬, 독도’라는 문구가 한글과 영어로 적혀 있다.
  • 니콜라·눈사람의 두 아버지… 출판·서점 추모 행렬 이어져

    니콜라·눈사람의 두 아버지… 출판·서점 추모 행렬 이어져

    따뜻함과 유머를 그림에 담았던 두 거장, 장 자크 상페와 레이먼드 브릭스가 잇따라 영면함에 따라 출판계와 서점가에서 추모 물결이 일고 있다. ‘꼬마 니콜라’, ‘좀머 씨 이야기’의 삽화가이자 ‘얼굴 빨개지는 아이’,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 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 작가 장 자크 상페가 지난 11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다. 그는 관조적이면서도 따뜻하고 유머 넘치는 그림과 글로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의 대부분 책은 열린책들과 미메시스를 통해 국내에 소개됐다. 그의 유작이 된 ‘상페의 스케치북’을 편집한 오연경 미메시스 편집자는 “거의 손볼 것이 없을 정도로 완벽해 상페의 책 편집을 맡으면 늘 행복했다”면서 “배경을 커다랗게 그리고 인물을 작게 그리는 경우에도 보편적인 사람의 표정과 감정이 잘 드러나 보이게 했던 작가였다”고 추억했다.앞서 지난 9일에는 영국의 그림책 작가 레이먼드 브릭스가 별세했다. 1978년 출간된 그의 ‘눈사람 아저씨’는 전 세계에서 550만부 넘게 팔리며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 비룡소 관계자는 “만화 형식 등 그의 독특하고 독보적인 스타일은 그림동화 시리즈의 첫 책으로 부족함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북극곰 출판사는 영국의 틴 블레이크가 기획한 일러스트레이터 전기를 출간하며 국내 독자를 그의 작품 세계로 안내했다. 이루리 북극곰 편집장은 “캐릭터의 귀여움보다는 드라마의 힘으로 독자를 사로잡았으며 유머 넘치는 드라마와 슬픈 결말이 주는 울림으로 깊은 감동을 주는 작가”라고 말했다. 출판계와 서점가는 서둘러 두 거장을 위한 추모전을 마련하고 있다. 교보문고는 지난 12일부터 장 자크 상페 추모전을 마련해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온라인 서점들도 두 거장의 부고를 알리고 추모전을 열어 그들의 작품 세계와 책을 소개하고 있다. 북극곰 출판사는 레이먼드 브릭스의 작품인 ‘에델과 어니스트’의 아트프린트 원화전을 기획 중이다.
  • “교육에 개혁·혁신은 위험… 교육청엔 변화 바람 필요” [로컬人 포커스]

    “교육에 개혁·혁신은 위험… 교육청엔 변화 바람 필요” [로컬人 포커스]

    학생들 고려해 공약 추진 융통성교육감실 직행 통로 문 다시 열어“교육에서 개혁과 혁신이라는 단어는 매우 위험하고 어울리지 않습니다.” 김광수(69) 제주교육감은 지난 11일 취임 이후 1개월을 맞아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최근 논란 끝에 폐기된 정부의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학제 개편안과 외국어고 폐지 문제를 의식한 듯 이렇게 말했다. 김 교육감은 가장 보수적일 것이라는 편견을 뒤집고 가장 합리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중 하나가 ‘IB(국제바칼로레아)교육’이다. 그는 후보 때 IB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지 않겠다고 공약했지만, 최근 표선면 초등학교에 IB 교육과정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표선지역 초등학교 중 표선초와 토산초는 IB 후보학교로 지정됐지만 가마초 등 2개 학교는 지정되지 않아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통일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김 교육감은 “초등학교 때 IB교육을 안 받은 아이들이 IB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표선중에 입학했을 때 적응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IB교육을 무턱대고 확장하지는 않겠다는 큰 그림은 변하지 않았다. 그는 표선지역 외에 다른 지역까지 IB학교를 확대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반면 전임 교육감이 설립 인가를 내주지 않아 멈춰 있던 영어교육도시 내 국제학교는 당초 계획대로 7개 학교(현재 4개 학교 개교) 모두 개교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4개 학교만 들어오고 멈추니 도시마저 모습을 갖추다가 멈췄다”며 “예정대로 학교가 다 들어서면 도시 또한 완성된 모습을 띨 것”이라고 했다. 제주교육청에서는 작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비서실을 거쳐 교육감을 만나는 오랜 관행을 없앴다. ‘직행 통로’ 문을 다시 열었다. 김 교육감은 “숲이 무성하면 그늘도 많아지듯, 때론 나무를 베어 내야 햇빛이 든다”면서 “외부인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내부 결재를 해야 하는 직원들까지 비서실에서 통제한다면 어떻게 소통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 ‘정책 쇼통’ 대신 ‘출근 소통’했지만… 일잘러 참모진 존재감 보여야 [INTO]

    ‘정책 쇼통’ 대신 ‘출근 소통’했지만… 일잘러 참모진 존재감 보여야 [INTO]

    윤석열 대통령이 간밤 기록적인 폭우로 일가족 3명이 숨진 서울 관악구 신림동 다가구주택 현장을 찾은 지난 9일. 정장 구두를 운동화로 갈아 신고 현장에 가야 한다는 참모의 조언을 윤 대통령은 듣지 않았다고 한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그런 게 다 ‘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바로 옆에 있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등산화를 신고 있어 더욱 대비가 됐다. 이게 정치를 오래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 같다”고 말했다. 취임 초 참모들은 “누구처럼 쇼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며 윤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을 치켜세웠지만 이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그렇게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쌓이며 지지율 20%대로 취임 100일(8월 17일)을 맞는 현재 상황을 만들었다는 자조가 흘러나오기 때문이다.●“외부 충격 없이 지지율 하락에 답답” 역대 대통령 중 취임 후 가장 빨리 성사된 한미 정상회담과 6·1 지방선거 승리,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순방 등 숨 가쁘게 달려온 윤 대통령이지만 메시지 리스크와 각종 인사 논란, 집권여당 내홍, ‘내부 총질’ 문자 파동 등이 연이어 터지며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안팎의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20%대 지지율이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과거 전임 대통령들의 낮은 지지율이 광우병 시위(이명박 전 대통령)나 탄핵 사태(박근혜 전 대통령)와 같은 ‘외부 충격’ 때문이었던 것과 달리 윤 대통령은 별다른 대형 사고도 없이 지지율이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외부 요인에 의해 지지율이 내려간 경우에는 해당 요인이 사라지면 자연스럽게 지지율이 회복된다”면서 “하지만 윤 대통령은 ‘가랑비에 옷 젖듯이’ 지지율이 내려갔기 때문에 더욱 답답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도어스테핑, 감정보다 비전 소통해야 용산 청사 개막과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회견) 등 ‘윤석열 시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시도들에 대한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우리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국정 홍보 방안을 찾아보자”는 당선인 시절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기획된 약식회견은 1년에 한두 차례 있는 기자회견이나 기념사 등에서나 접할 수 있던 대통령의 육성을 매번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참모진은 물론 취재진까지 대통령과 한 건물에 있는 용산 청사였기에 가능한 대국민 소통 방식이었다. 하지만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은 오히려 리스크가 됐다. 정제되지 않은 발언은 물론 격화된 감정을 그대로 보여 주는 얼굴 표정과 손짓, 걸음걸이까지 취재진 앞에 그대로 노출되며 부정적 여론을 키웠다. 전문가들은 약식회견이 국정운영의 안정감을 보여 주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통령이 하루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자리인 만큼 감정이나 정치적 공세를 내세우기보다는 준비된 정책과 비전을 차분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제는 약식회견이라는 형식이 아닌 내용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제대로 준비해 ‘대통령다움’을 보여 주는 자리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출근길 약식회견은 단순히 국민과의 소통을 확대했다는 의미를 넘어 정부 운영에 있어 투명성을 담보하는 시도”라며 “과도기이기 때문에 일부 문제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이를 극복하면서 정착해 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국민 눈높이 못 맞춘 인사에 ‘삐걱’ 용산 시대가 삐거덕거리기 시작한 배경에는 각종 인사 논란이 있었다. 장관 인사 논란이 잠잠해질 쯤에는 대통령실 내 채용 문제가 불거지는 등 윤석열 정부의 인사 논란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진행되며 지지율을 조금씩 잠식해 갔다. 박순애·김승희 장관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부정적 여론이 확산하며 여론조사에서 긍정·부정 평가가 역전되는 ‘데드크로스’ 현상이 처음 나왔고 이어 나토 순방 민간인 동행 논란, 강릉 지인 아들 채용 논란 등이 이어지며 당시 첫 해외 순방의 성과는 금세 묻히고 만다. 강릉 지인 아들 대통령실 채용 논란 때는 한국갤럽 여론조사 기준으로 처음으로 부정 평가가 60%를 넘기며 여론이 더욱 심각해졌다. 대통령실 내에서는 ‘이쯤에서 논란이 끝나겠지’ 하고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리는 모습이었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이’ 민심은 악화되고 있던 셈이다. 대통령실의 수세적인 대응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이지호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는 “사적 채용 등 인사 문제를 비판하면 대통령실은 ‘전임 정부도 다 그렇게 했다’고 해명하는데, 국민들 입장에서는 ‘그렇다면 전임 정부와 윤석열 정부는 무엇이 다른 거냐’고 묻게 된다”고 지적했다. 신율 교수는 “나토 순방에 이원모 인사비서관의 부인이 동행했던 일이나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봉하마을 방문에 지인이 함께했던 일 등은 대통령실이 국민 눈높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 준 사례였다”고 말했다. ●경제 중심으로 문제 풀어야 할 때 한미동맹 재건과 민간 중심으로의 경제 전환, 공공기관 개혁, 탈원전 정책 폐기 등 지난 100일 윤석열 정부의 정책 행보는 보수 정권으로의 회귀를 명확히 보여 줬다. 진영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 수 있지만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적극 동참하며 기존 한미동맹을 기술·경제안보 동맹으로 확장한 것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강력한 글로벌 질서 재편 시도와 맞물려 시의적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촉발된 전 세계 에너지 안보 위기 속에 윤 대통령이 직접 방산, 원전을 챙기고 있는 행보도 긍정적으로 볼 만하다. 다만 이 같은 정책 행보가 윤 대통령의 100일 동안 제대로 부각됐는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윤 대통령이 지난 5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처음으로 연금·노동·교육의 3대 개혁 의지를 밝혔지만 석 달이 지나도록 밑그림조차 그리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주 52시간 관련 고용노동부와 대통령실의 엇박자, 교육부 업무보고 과정에서 불쑥 튀어나온 ‘만 5세 입학’ 학제개편안처럼 설익은 정책은 급격한 여론 악화만 불렀다. 결국 지난 8일 박순애 교육부 장관이 사퇴하며 교육부 장관 인선까지 원점으로 돌아오는 사태를 맞는다. 여론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정책 추진이 어떻게 국정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지 보여 준 사례였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제·민생 행보는 그동안의 잦은 빈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지호 교수는 “비상경제민생회의가 5차까지 진행됐는데, 앞서 몇몇 민생회의는 탈북어민 북송 사태 등의 이슈가 같은 시기에 불거지며 결국 묻히고 말았다. 특히 당시 북송 이슈를 앞장서 제기한 사람은 윤 대통령 본인이었다”면서 “대통령실이 여러 이슈를 한꺼번에 터트리며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부터라도 참모들이 윤 대통령의 정책 행보를 제대로 보좌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지지율 하락세가 멈추지 않자 최근 수석비서관들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대통령을 대신해 현안을 설명하며 대국민 소통을 강화하고 나섰지만 만시지탄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준한 교수는 “수석들이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다 보니 국민들이 수석 이름도 모르고, 무엇을 하는지도 모른다”며 “수석들이 ‘대통령의 분신’과 같이 일을 하고 있다는 정도의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더욱 분발해야 한다. 지금처럼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앞에 나서는 식이라면 ‘대통령이 시켜서 하는구나’라는 평가만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호 교수는 “광우병 사태로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졌던 이명박 정부는 당시 인적 쇄신에 더해 ‘녹색성장’을 전면에 내걸며 이후 40%대까지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면서 “이제는 경제를 중심으로 문제를 풀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베를린 장벽 낯뜨거운 키스 그린 러 화가 브루벨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베를린 장벽 낯뜨거운 키스 그린 러 화가 브루벨

     1989년 독일 베를린 장벽이 갑자기 붕괴됐을 때 무너지지 않은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에는 유명한 벽화 하나가 그려졌다. 동서 냉전의 상징이 무너지자 남은 장벽 1,3㎞에 21개국 작가 118명이 달라붙어 그림을 그려 넣었다. 그 중에서도 레오니트 브레즈네프(1906~82년) 옛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에리히 호네커(1912~94년) 옛동독 공산당 서기장이 열정적인 입맞춤을 하는 벽화가 가장 눈길을 붙잡았다.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는 관광 명소가 됐고 러시아 화가 드미트리 브루벨(62)이1990년 그린 이 작품 ‘형제의 키스’는 관광객이 반드시 보고 사진을 찍어야 할 벽화로 꼽히게 됐다. 이 작품의 부제는 ‘주여, 이 치명적인 사랑을 이겨내고 살아남게 도와주소서’로 달렸다.  그림의 모티프가 된 것은 1979년 브레즈네프와 호네커가 동독 건국 30주년을 맞아 입을 맞추는 장면을 포착한 레기스 보수의 사진이었다. 그냥 입술만 닿은 게 아니었다. 남사스럽게도 이 시절 동구권 지도자끼리는 이런 낯뜨거운 장면을 곧잘 연출했는데 두 사람은 한결 낯뜨거운 키스를 퍼부었다. 이 그림은 2009년 깨끗이 지워졌다가 브루벨 자신이 손수 다시 그렸다.  브루벨은 2015년 인터뷰를 통해 그렇게 뜨겁게 사회주의 혈맹을 맹세했던 두 나라의 뜨거운 사랑이 결국은 동구권 붕괴란 허망한 결말에 이르렀음을 표현하려 했다고 털어놓았다.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브루벨이 14일(현지시간)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모스크바 국립 교육대학을 졸업했으며, 최근 몇 년은 독일에서 거주해 왔다. 아트 뉴스 러시아의 편집장 밀레나 올로바는 페이스북 계정에 그의 타계 소식을 알리며 “그의 사랑하는 사람들과 친구들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의 성(姓) 브루벨(Vrubel)은 폴란드의 흔한 성 위로벨(Wrobel)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의 몸에 폴란드인의 피가 흐른다는 얘기다. 2001년에 그는 아내 빅토리아 티모페예바와 함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표정만으로 ‘푸틴의 12가지 모드’란 캘린더 작품집을 엮어 모스크바 시민들의 인기를 끌었다. 티모페예바는 우크라이나 오데사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고인은 7년 전 인터뷰를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름(크림) 반도 합병을 규탄한 일이 있다.  지난달 14일 그의 페이스북 계정에는 병원에서 치료받는 사진이 올라왔다. 티모페예바는 사흘 뒤 남편이 코로나19에서 회복한 사실을 알리며 “그의 심장이 갑자기 무척 약해졌다”고 전했다.
  • 갤럭시Z 폴드4·플립4 사전 예약 16일부터…앞다퉈 ‘콜라보 상품’ 내세운 통신3사

    갤럭시Z 폴드4·플립4 사전 예약 16일부터…앞다퉈 ‘콜라보 상품’ 내세운 통신3사

    SKT, 산타마리아노벨라·구글 콜라보KT, ‘우영우 에디션’·워치5 예약혜택LG유플, 메종키츠네·지프 등 콜라보삼성전자의 신제품 폴더블폰 사전 예약 가입을 앞두고 이동통신 3사가 고객을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콜라보 상품과 혜택을 앞다퉈 내놓았다. 1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삼성전자의 신제품 폴더블폰 ‘갤럭시Z폴드4’(폴드4)와 ‘갤럭시Z플립4’(플립4)의 사전 예약 가입을 16일부터 22일까지 받는다. 사전 예약을 한 고객의 단말기는 23일부터 차례대로 개통된다. 사전 예약을 하지 않은 일반 고객은 국내 공식 출시일인 이달 26일부터 구매하고 개통할 수 있다.SK텔레콤은 여러 기업과 제휴해 폴드4·플립4의 특별 에디션 및 패키지를 소개했다. 이탈리아 향수·화장품 브랜드 산타마리아노벨라와 협업해 소형 향수 5종과 폰케이스 등으로 구성된 패키지를 T다이렉트샵에서 1000대 한정 판매한다. 구글과 제휴해 Z플립 4 케이스와 무선충전기로 구성된 액세서리 팩도 출시한다. 삼성전자와 협력해 Z플립4 화이트와 보스 에코백 등이 포함된 ‘원더플립 화이트 에디션’도 선보인다. SK텔레콤은 폴드4와 플립4를 구매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왓 어 원더플립’ 캠페인을 진행한다. 사전 예약한 뒤 개통하고 응모한 고객은 추첨을 통해 에버랜드 투어가이드의 전담 안내와 호텔 숙박 등이 포함된 1박 2일 ‘원더랜드 VIP 패키지’(170만원 상당)를 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추첨을 통해 ‘원더클래스 프로모션’을 통해 운동·요리 유튜버들의 원데이 클래스 이용권과 5성급 호텔 숙박권도 받아볼 수 있다. 온·오프라인으로 다양한 체험공간과 구매자 대상 행사도 진행한다. SK텔레콤은 이달 오는 26일까지 신세계백화점 강남·죽전점에서 플립4·에이닷 팝업존을 열고, 다음달 16일까지는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 ‘빛의 시어터’에서 원더플립·에이닷 팝업존 등을 운영한다. 자사 메타버스 ‘이프랜드’에서는 오는 19일부터 22일까지 T다이렉트샵 전용관에 ‘원더플립 랜드(방)’을 만들어 기포티콘 등의 사은품을 나누는 행사도 연다.KT는 갤럭시 Z플립4의 화이트 색상을 ‘우영우 에디션’과 ‘Y에디션’ 등 두 가지로 나눠 출시한다. ‘우영우 에디션’은 Z플립4 화이트와 피크닉 매트, 머그컵 등으로 구성됐다. 미디어 계열사 KT스튜디오지니에서 제작한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콘텐츠와 제휴한 특별판이다. 피크닉 매트와 머그컵에는 우영우가 고래 등을 타고 음악을 즐기는 듯한 모습의 그림이 그려졌다. KT는 KT Y와 편집숍 ‘나이스웨더’가 제휴한 ‘Y에디션’도 선보인다. 갤럭시 Z플립4 화이트, KT Y 아티스트 케이스·팔레트와 나이스웨더 굿즈 5종으로 구성됐다. KT를 통해 폴드4·플립4 사전 예약을 하는 고객은 삼성케어플러스 파손보장형 2년권 및 커버 1종, 유튜브 프리미엄 4개월 무료 체험권, 지니뮤직 3개월 이용권 등을 누릴 수 있다. KT는 폴드4·플립4와 함께 워치5·워치5 프로 사전 예약도 진행한다. 워치5 프로 사전 예약 고객은 ‘버즈 라이브’를, 워치5 사전 예약하자는 ‘풀커버 스타일링팩’ 또는 ‘스톤헨지 스트랩링’ 중 하나를 받을 수 있다. 사전 예약을 위해서는 다음 달 15일까지 개방형 메타버스 플랫폼 ‘미러시티’에 참여해야 한다.LG유플러스는 폴드4·플립4 사전 예약 고객이 응모한 뒤 개통을 완료하면 추첨을 거쳐 자동차 브랜드 ‘지프’와 함께 제작한 캠핑 패키지와 자사 대표 캐릭터 ‘무너’가 그려진 골프 패키지를 각 200명에게 증정한다.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해 명품 브랜드 ‘메종키츠네’와 협업한 Z플립4 에디션을 3만대만 출시한다. 특히 메종키츠네 에디션 구매자 중 1993년 이후 출생자는 Z플립4 후면 패널 색상 1회 교체권과 갤럭시 버즈 라이브 무료 증정 또는 버즈2 프로 30% 할인 혜택을 추가로 누릴 수 있다. 이외에도 자사 복합문화공간 ‘일상비일상의틈’에서 다음 달 7일 래퍼 ‘래원’ 등이 참여하는 ‘메종키츠네 프라이빗 파티’를 열고, 메종키츠네 에디션 구매자 15명을 초청할 예정이다. 일상비일상의틈에서 열리는 팝업 행사에서는 워치5와 버즈2프로 등을 체험할 수 있다.
  • 김광수 제주교육감 “이젠 비서실 거치지 말고 직통 문으로 들어오세요”

    김광수 제주교육감 “이젠 비서실 거치지 말고 직통 문으로 들어오세요”

    최근 한 여론조사 전문기관에서 민선5기 전국 17개 시도교육감을 대상으로 교육행정 직무수행을 평가한 결과 김광수 제주교육감이 가장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취임 한달 만에 이뤄진 평가지만 취임 초기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것에 김 교육감과 제주교육청은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후보자 시절 공약한 교육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 걱정스러운 기우마저 잠재우며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지난 11일 서울신문은 김광수(69) 제주도교육감과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내내 그는 솔직하고 소탈한 모습으로 허심탄회하게 응했다. 취임 한달여를 돌아본 소회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전국 시도 교육감으로 가장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1위를 차지했는데요. -솔직히 너무 놀랐다. 기대도 안 했다. 사실 교육감에 당선됐을 때도 놀랐다. 선거를 불과 보름 앞두고 엎치락뒤치락 하며 박빙이라는 여론조사가 나와 4년 전처럼 지는 게 아닌가 해서 불안했었다. 돌파구를 마련해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승부수를 뭘로 띄웠는데요. -학력 얘기를 꺼냈다. 어쩌면 가장 위험하고 가장 미련한 승부수일 지는 모르지만, 질 때 지더라도 정면 돌파하고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상대편에서 성적, 석차 얘기하는 건 ‘옛날사람’이라며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교육청의 존재가치를 먼저 생각하고 학교는 부모에게 아이가 뭘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릴 의무가 있다는 논리를 폈다. 각 개인의 실력을 알아야 행복의 질도 높아진다고 생각해 성적을 화두로 삼았다. 결국 그는 6·1 전국동시지방선거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 선거 결과 총 16만 8019표를 얻어 최종 57.47%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4년 전이라면 통하지 않았을 정면돌파가 아닌가요. -맞다. 그때 얘기했으면 또 떨어졌을 것이다. 분위기가 ‘성적’을 노골적으로 꺼낼 분위기가 아니었다. 4년 전에는 안 통했을 카드가 먹혔다. ‘그때는 틀렸지만 지금은 맞다’라는 말이 적절할 표현이다. 학부모들이 점점 자녀들의 성적과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내 자식 성적이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팽배해진 것이다. 그가 말하는 진단평가는 한 학기에 2번 정도 기초 학력을 진단하는 국가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를 전수 조사 방식으로 진행하겠다는 얘기다. 학생별 기초 학력을 진단한 후, 진단 결과에 맞는 치료 대책을 찾아 지원해 주는 개념의 진단 평가여서 과거 일제고사 부활이라는 시각은 맞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어떤 교육정책을 펴고 싶은가. -(정부의 ‘만 5세 초교 입학’ 학제 개편안과 외국어고 폐지 논란을 의식한듯) 교육에는 개혁과 혁신이라는 단어는 매우 위험하고 안 어울린다. 발달단계에 있는 아이들을 어쩌겠다는 건지, 한 학년 뛰어 넘기겠다는 건지 걱정된다. 5세와 6세를 한 교실에 두고 수업하는 문제를 비롯해 아동 발달과 심리적 측면 등 여러 우려되는 문제점 때문이다. ▲가장 보수적일 것이라는 편견을 뒤집고 가장 합리적인 행보를 하고 있다. -저는 사실 왼쪽으로 치우친 중도보수였다. 비정규직 시각만 놓고도 그렇다. 아이들을 키우는 가장일텐데 임금 만큼은 정규직 못지않게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들에게 나의 접근방식이 어떠냐고 물어보니까 철저하게 ‘중도보수’ 라고 하더라. 비정규직에게 더 줘야 진짜 진보라며…. 선거를 3번 도운 우리 아들은 ‘찐진보’다. 이번 선거때도 아빠가 태극기부대를 만들지는 않을까 걱정했다(웃음). ▲공약으로 IB교육 프로그램을 확대추진 않겠다고 했는데 최근엔 IB학교를 추가한다고 말했는데요. -큰 그림에서는 바뀌지 않았다. 현재 표선지역 초등학교 중 표선초와 토산초는 IB 후보학교로 지정됐지만 가마초 등 2개 학교는 지정되지 않았다. 이들이 표선중학교에서 만나면 교육과정이 너무 달라 갭이 생기고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예를 들면 조기유학갔던 아이들이 돌아와 우리나라 교육방식에 적응하려면 문제가 발생하는 이치와 똑같다. 그런 면에서 표선면 초등학교 아이들에게만이라도 교육방식이 같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다른 지역으로 IB학교를 추진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특히 표선중학교 아이들이 졸업해서 고교 진할할 때 다 IB교육을 하는 표선고에 진학하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표선중 학생 중 40% 정도는 제주시 일반고 등에 진학하는데 교육방식이 확연히 달라져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우린 영어교육도시 국제학교를 다닌 아이들이 국내 수능을 쳤을때 점수가 안 나왔던 경험을 간과해선 안 된다. ▲영어교육도시 국제학교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아직 인가가 안 나온 학교가 더 있는데. -제주영어교육도시는 지난 2007년 기본계획이 확정된 이래 서귀포시 대정읍 일원 379만 597㎡ 부지에 총 사업비 1조 9256억 원을 들여 추진되고 있다. 국내에, 그것도 제주에서 세계 최고의 교육시스템을 접목하자는 취지로 출발해 온 몇 년은 순조롭게 진행돼 현재까지 NLCS JEJU를 포함한 4개교가 설립·운영되고 있다. 현재 지난 2016년 4번째로 개교한 세인트존스베리 아카데미 이후 6년째 추가로 설립된 학교가 없다. 국제학교 7곳을 약속했던 당초 계획은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 숫자에 연연하는 건가요. -아니다. ‘광수생각’은 따로 있다. 4개 학교가 들어온 이후 설립계획이 중도에 멈추니 도시마저 도시다운 모습을 갖추다가 말았다. 2~3개가 더 들어와 완성되면 여기 사는 도시도 완성된 모습을 띨 것이다. 희망섞인 바람이지만, 국제학교 입학정원이 초과돼 자연스럽게 인근에 초중학교가 생겨난다면 교육청이 이래라 저래라 안해도 IB학교 수준의 교육을 하는 학교가 나올 수 있다.▲교육감이 되기 전과 된 후 가장 큰 차이를 실감할 때는 언제인가. -걱정이 많아 잠이 안 올 때가 있다. 그러나 ‘모두 안고 가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여유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내 편, 네 편으로 나누는 게 의미가 없다. 어쩌면 한달 만에 좋은 평가를 받는게 이 부분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교육감이 돼 개인시간 등 취미활동이 많이 줄어들었을 것 같은데요. -언론에 보도될 정도로 난 마라톤 마니아다. 교감 시절에는 국제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제주시 도남동에서 중문까지 달려서 출근한 적이 있으며, 무릉중학교 교감 때는 토요일마다 40~50㎞ 거리를 마라톤으로 출근했다. 마라톤 클럽을 두군데 가입해 있는데 요즘 활동을 못해서 아쉽다. ▲인터뷰 때마다 가족 얘기를 자주 하는데…. -마누라나 아들이나 모두 든든한 후원군이다. 힘들면 그만 두라고 얘기해준다. 저를 통해서 사리사욕 챙기지 않겠다는 얘기여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막혀있던 교육감실 문을 처음으로 개방했다던데. -숲이 무성하면 그늘이 많아지듯, 때론 가까운 나무를 베어내야 햇빛이 들어온다. 비서실을 거쳐 내 방을 노크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내부 직원들에게 주고 싶지 않았다. 내부 결제를 해야 할 때도 비서실을 거친다면 어떻게 소통하겠는가. 그러나 관행이 무섭다. 하루에 한 두 사람만이 ‘직통’ 문을 이용하고 대부분은 습관처럼 비서실을 통해 온다. 아내가 교장시절부터 문을 개방해놓으라고 충고는 지금도 따르고 있다. 교육감실은 항상 열려 있어야 모든 일 처리가 투명하다는 생각이다. 이날 인터뷰 내내 교육감실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 당대 세계미술 흐름 앞선 ‘실천가’… 지난 10년 가장 핫한 여성작가[이지윤 큐레이터의 은밀한 미술인생]

    당대 세계미술 흐름 앞선 ‘실천가’… 지난 10년 가장 핫한 여성작가[이지윤 큐레이터의 은밀한 미술인생]

    현재 살아 있는 동시대(컨템퍼러리) 작가 중 동서양을 통틀어 가장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고, 동시대의 아이콘인 여성 작가는 구사마 야요이다. 아마 이름은 몰라도, ‘루이비통 작가’ 또는 ‘호박 작가’ 정도는 많은 사람이 알 듯하다. 하지만 그녀의 유명세와 달리 그녀의 ‘화려한’ 작품에 대한 설명과 내용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대단해 보이는 성공이 사실 그리 오래된 것도 아니다. 93세로 지난 10년간 세계 미술시장에서 가장 뜨겁게 주목받은 구사마 야요이의 삶은 어떠했을까. 아직도, 정신병원에서 그림을 그린다. ‘고통, 불안, 공포와 매일같이 싸우고 있는 내게, 예술을 계속하는 것만이 그 병으로부터 나를 회복시키는 유일한 수단이었다.’(작가노트, 테이트모던, 전시카탈로그 2012) 구사마 야요이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녀의 생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녀의 가족사와 정신병력은 작품의 시작 지점으로, 작품 세계의 근간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1929년 100년 넘게 종묘업을 가업으로 삼아 온 일본 마쓰모토시의 유서 있는 가문에서 막내로 태어나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다. 그러나 방탕한 생활을 이어 가던 아버지와 강압적이고 히스테릭한 어머니 아래에서, 그녀는 다소 암울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10살 전부터 심각한 환청과 환각에 시달렸다. 어린 구사마는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환청과 환각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자신에게 보이고 들리는 것을 정신없이 그렸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에 놀라고 두려운 마음이 조금씩 진정되는 것을 경험했다. 구사마에게 그림이란 현실과 환영 사이 공포의 체험 속에서, 이로부터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 됐다. 이런 이유로 구사마는 교토의 시립미술공예학교(현 교토예대) 일본화과 입학을 결심했다. 그러나 곧 전통적 방식, 세밀 묘사를 강요하는 등의 정형화된 화법의 교육과 보수적인 화단이 자신에게 맞지 않음을 느끼고는 학교를 그만두었다. 그리고는 자유와 더 넓은 세계를 찾아 1957년 미국으로 떠났으며, 그곳에서 그녀만의 독자적인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93세 여전히 정신병원에서 그림 그려 뉴욕 도착 당시 그녀는 처음에는 추상표현주의 영향을 받아 평면회화 작업을 진행하였으나 점차 도널드 저드, 자신의 연인이였던 조지프 코넬의 영향을 받아 조각, 설치미술까지 영역을 넓혀 가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 나갔다. 뉴욕에 정착한 지 18개월 만에, 그녀는 브라타 갤러리에서 ‘무한 그물’ 시리즈로 첫 개인전을 가졌다. 5점의 그물(Net) 시리즈는 거미줄 모양으로 뒤덮인 거대한 흰색의 캔버스로, 그물망은 정교하게 조직되어 퍼져 나가는 것처럼 끝없는 공간을 만들어 낸다. ‘무한 그물’은 구사마가 미국에 정착한 후 잭슨 폴록의 ‘뿌리는(dripping) 회화’뿐만 아니라 단색(모노크롬) 회화의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 준다. 또한 이 시리즈는 이후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등 유럽에도 소개되며 그녀의 서구권 진입을 성공적으로 알리는 작품이 되었다. 그녀가 아시아 작가로서 서구 현대미술계에서 인정받은 첫 작가라는 점은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 이후, 구사마는 작품의 주요 주제인 ‘무한’을 설치작업으로 제시해 회화 공간을 어떠한 신체적 경험으로 확장시키기 시작했다. 이 작품이 1965년 처음 공개되어 60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대표작 중 하나로 자리잡은 ‘무한 거울 방’ 시리즈이다.‘무한 거울 방’은 방 안에 설치된 거울들이 서로를 비추며 방 안에 있는 조명, 사물, 사람 등을 포함한 모든 것을 반사시켜 무한히 뻗어 나가는 환경을 만들어 낸다. 방 안으로 초대된 관람객들은, 자신의 반사된 이미지들에 둘러싸이는데, 이 생소한 경험이 작가에게는 여전히 진행 중인 자기 소멸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당시 매우 도전적이고, 21세기에나 나올 법한 설치미술 영역을 이미 1965년에 혁신적인 미술로 제안했다. 더 나아가, 그녀는 회화나 설치 등 특정 장르에 구속되지 않고, 미술과 사회 규범에 갇히지 않은 채 ‘예술적 실천’을 행했다. 대표적 예로, 1960년대 이후 그녀는 전위 예술 퍼포먼스인 일종의 ‘구사마 해프닝’을 시도한다. 파격적인 누드 퍼포먼스와 해프닝은 뉴욕의 공공장소인 월스트리트, 센트럴파크, 자유의 여신상 등에서 행해졌다. 남녀의 몸 위에 물방울 무늬를 그려 넣는다든지, 베트남 전쟁에 항의하며 성조기를 태우는 등 사회적·정치적 운동에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구사마는 미국에서 작품활동을 하는 동안에 회화에서 시작해 조각, 설치, 해프닝에 이르는 등 장르의 영역을 확장하고, 장르 간 경계를 허물어 갔다는 점에서 당대 세계미술 흐름과 함께하기도, 때로는 그 흐름을 앞서가기도 하였다. 그러나 미국 화단에서 구사마의 화려한 성공은 길게 유지되지 못했다. 이렇게 실험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쳤던 것에 비해, 1960년대 후반에 들어서며 그녀의 작품은 점점 좋지 못한 평가를 받게 되었고 1970년대 들어서면서 미국 화단에서 그녀의 입지는 거의 사라졌다. 약 10여년간의 뉴욕 생활을 마친 그때쯤 구사마는 아버지와 연인의 죽음을 맞는다. 그리고 정신질환 치료를 위해 1972년 일본으로 돌아간다. 일본으로 돌아온 구사마는 귀국 직전 뉴욕에서 보인 전위적인 퍼포먼스 ‘해프닝’ 활동으로 인해 보수적인 일본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했으며, 정신질환 치료를 위해 정신 요양 시설에 들어감으로써 미술 활동은 이전만큼이나 활발하게 지속하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귀국한 구사마는 초기엔 거의 무명에 가까운 생활을 하였다. 그리고 미술계보다 덜 보수적인 태도를 보였던 문학계에서 주로 활동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사마는 미술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으며, 현재 그녀를 대표하는 작품인 ‘호박’ 시리즈는 이 시기에 제작됐다. 구사마에게 유명한 이 ‘호박’은 어린 시절 교감하던 자연을 상징하며 순수함을 의미한다. 이는 종묘상을 운영하는 부모가 외출하면 주로 비닐하우스에서 시간을 보내며 꽃이나 호박을 관찰하면서 시간을 보낸 것과도 연관된다.●장르의 영역 확장… 경계도 허물어 구사마가 1972년 일본으로 귀국한 후, 첫 회고전을 갖게 된 것은 1987년이다. 도쿄도 아닌, 지방 미술관인 기타큐슈 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이 전시는 냉담했던 일본 내에서 구사마에 대한 ‘예술적’ 평가를 새롭게 다지게 된 전환점이 되었다. 또한 국제 미술계에서 점차 잊혀져 가던 구사마는 1989년 뉴욕의 국제현대미술센터에서 주최된 ‘구사마 야요이 회고전’을 통해 주목을 받게 된다. 이 전시를 통해 ‘무한 그물’이 전후 미술사 공백을 메우는 귀중한 작품이자, 미국의 팝아트, 페미니즘, 히피 문화 등에도 영감을 주었던 것이 실증적으로 주목받았으며 국제적으로 재평가받게 됐다. 이를 계기로 작가는 1993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일본 대표작가로 선택됐다. 당시 베네치아 비엔날레의 한국관을 백남준이 나간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멋진 1993년이다. 그 이후, 일본인 첫 여성작가로서 로스앤젤레스, 뉴욕, 도쿄 등 여러 나라를 순회하면서 국제 미술계의 최전선으로 복귀했다. 어찌 보면, 사실상 2006년 런던의 빅토리아 미로 갤러리가 구사마를 소개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대세는 달라졌다. 런던에서의 2008년 대규모 회고전 이후, 같은 해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작품이 500만 달러 이상으로 팔리며 살아 있는 여성 예술가의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 2013년에는 일본인 작가 중 거래량, 거래 총액 1위였다. 이로써 구사마는 더이상 동양의 여성 예술가가 아닌 보편적인 현대미술사적 계보에서 논의되게 된 것이다. 구사마의 회고전들을 살펴보면 언제나 기록적인 수식어가 뒤따르는 작가일지라도, 그 이면에는 여러 번의 좌절의 순간에도 끊임없는 도전과 일관된 실천을 통해 인고의 시간을 견뎌 온 순간들이 있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다. 숨 프로젝트 대표
  • 회색지대에 스며든 붉은 공장… 햇빛 타고 흐르는, 부유하는 공간[건축 오디세이]

    회색지대에 스며든 붉은 공장… 햇빛 타고 흐르는, 부유하는 공간[건축 오디세이]

    한국은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1조 8239억 달러(약 2166조 8000억원)로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이다. 무역액(1조 2596억 달러)은 세계 8위이며 수출액(6445억 4000만 달러)만 놓고 보면 세계 7위다. 수치로 보나 성과로 보나 대한민국의 위상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한강의 기적’을 이어 가는 외형적 성장에 비해 산업 시설은 기름때 묻은 공장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행스럽게도 건축가들의 손길이 미치면서 제품 생산을 위한 기능 못지않게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편의와 디자인 감성을 담은 공장 건물이 하나둘 생겨나 산업 현장의 풍경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건축가 김수영(숨비건축사사무소장)이 지난해 울산석유화학공업단지 내에 신축한 KPX케미칼 울산공장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국내 최대의 공업 도시인 울산 남구에 위치한 울산석유화학공업단지. 울산공항에서 자동차로 20여분을 달려 도착한 공단의 모습은 영화 속에서 보던 디스토피아 같았다. 지상에선 탱크로리가 달린 대형 트럭들이 오가고 고개를 들면 회색빛 하늘 아래 어마어마한 규모의 저장 탱크들과 연결 파이프들이 고층 빌딩처럼 서 있었다. 거대한 굴뚝에선 수증기가 줄기차게 뿜어져 나온다. 한마디로 살풍경하다. 길 한편에 마련된 주차장에 차를 대고 KPX케미칼(울산 남구 납도로 103)로 들어갔다. 미리 방문 요청을 해 놓은 터였지만 정문에서 다시 신청서를 작성하고 신분 확인을 한 뒤에야 공장 단지에 들어설 수 있었다. 화학공장 단지 내에 위치한 KPX케미칼은 자동차, 침구류, 가전제품 등에 사용하는 우레탄과 반도체를 만들 때 사용되는 소재를 생산한다. 밖에서 볼 때는 몰랐는데 생산 제품의 원료를 저장하는 탱크에서 시작돼 파이프라인을 타고 이리 가고 저리 가면서 최종 제품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제조 공정이 이뤄질 것으로 짐작되는 공장의 규모는 어마어마했다. 12만 3000㎡에 이르는 부지 규모는 숫자만으로는 가늠하기 어려웠다. 김수영 소장은 “현장을 처음 방문했을 때 화학단지와 주변의 시설물들이 무척 낯설었지만 기능을 고려해 노랑, 빨강, 파랑으로 구분해 색칠한 파이프라인, 거대한 매스를 형성하는 철골구조와 반짝이는 금속패널들이 만들어 내는 독특한 풍경이 아름답게 느껴졌다”고 말한다. ‘안전한 공장, 깨끗한 공장, 쾌적한 공장’, ‘PSM(공정안전관리) 정착은 생존의 필수조건’이라고 적힌 구호가 무색하지 않게 이 거대한 장치 산업에서는 안전이 최고 우선이라는 것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바닥에 그어진 선은 하늘색과 초록색으로 구분돼 있는데 하늘색 선이 그어진 곳 안에서는 안전보호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초록색 선이 그어진 구간(그린존) 안에서는 안전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은 채로 다닐 수 있다. 주 출입구에 면해 단정하게 서 있는 3층 높이의 붉은색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새로 지어진 사무동 건물이다. 김 소장은 “기존 건물을 확장 이전하면서 새로 짓는 건축물은 거대 시설들과 함께 하나의 산업적 풍경을 이루면서 주 출입구에 면해 있는 만큼 기업의 상징성을 갖도록 하는 것이 이슈였다”며 “붉은 톤의 금속 재질이 갖는 선적인 요소들이 복잡한 산업 시설의 배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건축가 김종규와 김준성의 사무실에서 10년 넘게 실무를 수련하고 2010년 숨비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2014년 제7회 젊은 건축가상, 2016년 김수근 건축상 프리뷰상, 2019년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최우수상 수상이라는 성과가 말해 주듯 차근차근 내실을 다지며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규모와 상관없이 구조와 치수, 빛과 같은 요소를 다루는 그의 방식은 정교하고 깔끔하다. “콘크리트 기단을 만들고 그 위에 가벼운 것을 얹은 뒤 선으로 나눠야 주변의 풍경과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H빔이나 파이프라인의 선들이 가진 풍경을 공장의 기능적 요소들과 함께 연결하고자 했습니다.” 주 출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바로 이어지는 사무동은 28m×28m(연면적 2260㎡)의 정방형 건물로 조경 공간을 사이에 두고 기존 연구소와 일렬로 서 있다. 1층은 철근 콘크리트, 2~3층은 철골구조를 적용했고 내부는 H빔을 사용했다. 기둥과 보를 중심으로 구성하면서 외피와 구조가 하나의 면을 이루는 방식으로 구축했다. 1층은 콘크리트 기둥을 4m 간격으로 놓되 콘크리트 외피가 기둥의 두께만큼 안으로 들어간 형태고, 2~3층은 각 파이프 기둥을 2m 간격으로 놓은 뒤 벽돌색에 가까운 붉은색으로 도색한 알루미늄 외피를 밖으로 돌출하는 방식을 취했다.김 소장은 “콘크리트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철골구조를 건축에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주변의 금속들과의 관계를 구조적으로 연결시키는 시도였는데 철골을 사용해 보니 콘크리트와는 다른 성격의 공간이 도출됐다”고 말했다. 건물의 출입구는 케이크를 자른 듯 1층의 모서리를 삼각형으로 덜어 내 만들었다. 출입구로 들어서면 외피의 색과 같은 붉은 벽돌색 바탕에 흰색으로 쓰인 KPX케미칼 로고가 선명하다. 현관의 천장 높이는 2.35m. 다소 답답한 느낌을 받으며 자동문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의외의 공간이 펼쳐지며 갑자기 눈이 번쩍 뜨인다. 3층 천장부터 바닥까지 뻥 뚫려 있는 공간에 밝은 빛이 가득하다. 흰색으로 마감된 캔틸레버 계단은 기둥이 없어서인지 공중에 떠 있는 것 같다. 라운드 형태의 난간에도 빛이 부서진다. “공장 내의 건물이기 때문에 도시의 화려한 오피스 빌딩처럼 화려하고 고급스럽게 지을 필요는 없지만 이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빡빡한 현장의 무게를 다소나마 덜어 낼 수 있도록 3층 높이의 보이드(void·빈 공간)와 빛을 이용해 ‘부유하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미술관의 아트리움을 연상하게 하는 보이드를 가운데 두고 각 층에 사무공간이 둘러서 배치돼 있다. 빛은 12m×5m의 직사각형으로 뚫린 천창에서 9㎜ 두께의 철판으로 된 루버(날개창)를 통해 실내로 들어와 흰색으로 칠해진 H빔 기둥과 보, 계단, 유리 난간에 반사돼 공간을 부유한다. 고흥석을 매끈하게 갈아 마감한 1층 바닥으로 떨어지는 빛이 반사되면서 중력을 잊게 만든다. “천장을 통해 들어오는 빛과 그림자가 내부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좀더 직접적인 교감을 주기를 바랐다면 시시각각 변하는 붉은 톤의 외피는 건물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색다른 시각적 즐거움을 주리라 생각합니다.”김 소장은 “외피 색깔부터 내부의 보이드 공간, 디자인이 드러나는 캔틸레버 계단, 천장 등 파격적인 시도를 기업 오너가 적극적으로 수용해 준 결과”라면서 “처음엔 모두들 보이드 공간을 아까워했지만 이용하는 분들이 공장 사무실이 아니라 미술관에 오는 것 같다며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사무실 내부도 말끔하게 디자인돼 있어 창밖으로 보이는 거대 설비들만 아니면 화학공장이라기보다 최첨단 정보기술(IT) 기업이나 갤러리에 와 있는 느낌이다. 실제로 3층 공간은 미술 작품들을 벽에 걸고 테이블을 놓아 갤러리로 꾸밀 예정이라고 한다. 김 소장은 앞서 경기 양주의 음향기기 생산공장 소비코 사무동을 디자인했고, 충북 오창에도 배터리 부품(리드탭)을 생산하는 공장을 짓고 있다. KPX케미칼에서는 석유화학 제품을 보관하는 탱크터미널에 위치한 글로벌 물류창고 건물을 추가 발주했다.“산업의 역사가 긴 서구 국가에서는 공장이 건축 영역으로 들어온 지 오래입니다. 공장은 기능 면에서 구조적 부분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건축가들이 많이 작업했습니다. 우리나라는 공장이 건축 분야로 아직 편입되진 않았지만 오너들의 인식이 서서히 변화하는 것 같습니다.” 김 소장은 “지금까지 제조업 공장에서는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적었지만 그들이 하루를 보내는 공장의 환경이 좀더 좋아지면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고 생산성도 향상된다”면서 “근무자들의 복리후생을 늘리고, 공장의 이미지를 변화하기 위해 건축물에 디자인을 더하려는 기업이 늘어나면 젊은층의 제조업 기피 현상도 어느 정도 해소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함혜리 칼럼니스트
  • 색다른 예술 입고 미술관으로 바뀐 구로구청

    색다른 예술 입고 미술관으로 바뀐 구로구청

    “그림을 그리면 기분이 좋아져요. 학원에서 따로 배우지는 않고 집에서 스스로 익혔어요. 빨리 제 작품 전시도 보고 싶어요.”발달장애인 김민영(27)씨는 평소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한다. 노을진 하늘을 배경으로 들판을 지나가는 기차, 먹음직스러운 수박과 원두막이 있는 풍경, 온갖 화사한 꽃 등 꾸밈없는 자연이 김씨가 주로 그리는 소재다. 그가 공들여 그린 그림은 이번에 특별한 공간에 전시됐다. 바로 구로구청사다. 지난 3일 구로장애인가족지원센터에서 만난 김씨는 자신의 그림을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앞으로도 꽃, 나무, 바다 같은 자연 풍경을 많이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구로구청사 5층 사회복지과 앞 복도가 ‘특별한 미술관’으로 변신한 건 지난 6월부터다. 발달장애인 5명이 직접 그린 회화 작품 36점이 복도 양쪽 벽에 나란히 걸렸다. 복도를 지나가던 한 직원은 “색감도 화려하고 소재가 다양한 그림이 걸려 있으니 정말 미술관에 온 것 같다”면서 “삭막했던 복도가 환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구는 구청 복도를 일상 속 예술 공간으로 활용하고자 미술 작품을 꾸준히 전시해 왔다. 발달장애인의 작품을 전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으로 3개월 주기로 작품을 교체해 다양한 그림을 전시할 예정이다. 조성원 구로장애인가족지원센터 팀장은 “발달장애인들에게는 다양한 자극이 필요한데 이번에 구청에서 전시회를 한다고 하니까 더욱 고무돼 열심히 참여하려고 한다”며 “발달장애인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키울 기회가 많이 생기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발달장애인 작가들의 그림은 구로구청 외에 ‘시끄러운 도서관’ 입구에도 전시돼 있다. 구로종합사회복지관 2층에 있는 시끄러운 도서관은 일반 도서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발달장애인이나 경계선 지능을 가진 ‘느린 학습자’들이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돌아다니며 소리 내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관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도서관 관계자는 “도서관에서 독서뿐 아니라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각종 도구와 전자 칠판도 마련돼 있다”며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아이들이 함께 그림을 그리며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문헌일 구로구청장은 “앞으로도 발달장애인들의 창작 활동을 장려하고 이들이 자립할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 ‘커피 사업 대박’ 김정화 “2주년 생축” 무슨 일?

    ‘커피 사업 대박’ 김정화 “2주년 생축” 무슨 일?

    배우 김정화가 자신이 운영 중인 카페 브랜드 오픈 2주년 소식을 전하며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김정화는 1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꺄호 벌써 2년, 감회가 새롭네요. 어디에 있든 최선을 다하는 김정화가 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함께 공개한 사진 속 김정화는 “2주년 생축”이라고 적힌 그림을 들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한편 김정화는 지난 2000년 가수 이승환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며 연예계에 데뷔했다. 2013년 작곡가 겸 가수 유은성과 결혼했으며 슬하에 두 아들을 두고 있다. 그는 2020년 아프리카 케냐의 한 지역을 돕기 위한 선행의 일환으로 카페를 열고 커피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약 2년 만에 8호점까지 오픈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 울산전국체전 주경기장 ‘안전 디자인’

    울산전국체전 주경기장 ‘안전 디자인’

    울산종합운동장이 오는 10월 열리는 전국체전을 앞두고 안전운동장으로 탈바꿈했다. 울산시는 오는 10월 7일 열리는 전국체전을 앞두고 주경기장인 울산종합운동장에 안전 디자인을 적용했다고 12일 밝혔다. 시는 우선 관람석 출입구 벽면에 그림문자(픽토그램)와 방향 표시를 도색해 운동장 어느 곳에서도 출입구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바닥과 계단 대피 동선에는 유도 안내선과 지주형 안내 간판을 설치했다. 또 출입구 인근에는 소화기 함을 설치하고 비상구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안내선을 둬 화재 때 신속 대처가 가능하게 했다. 울산종합운동장에서는 전국체전 개·폐회식 등이 열린다. 시 관계자는 “공공건축물에 대해 안전 디자인 적용을 지속해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여름/강지이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여름/강지이

    19살 때 수도원에 입회했다가 깨달음의 한계에 부딪혀 6년 뒤 수도원을 나와 이탈리아에서 회화를 공부했다. 이번 전시에선 뒷모습의 풍경을 그린 회화를 선보이며 가장 본질적이며 인간적인 행위를 설명한다. 서울 종로구 갤러리 마리에서 9월 30일까지. 여름/강지이 그곳에 영화관이 있었다 여름엔 수영을 했고 나무 밑을 걷다 네가 그 앞에 서 있기에 그곳에 들어갔다 거기선 상한 우유 냄새와 따뜻한 밀가루 냄새가 났다 너는 장면들에 대해 얘기했고 그 장면들은 어디에도 나오지 않은 것이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어두워지면 너는 물처럼 투명해졌다나는 여름엔 수영을 했다 물 밑에 빛이 가득했다 강 밑에 은하수가 있었다 매해 여름을 살지만 같은 여름은 아니다. 일생 사랑을 하지만 당연히 같은 사랑은 아니듯이. 물속에서 자맥질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여름은 일 년 중 가장 깊고 넓은 생활의 무대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왜 물속이 궁금할까? 생애의 여름인 청춘이면 인간은 왜 사랑이라는 영화관이 궁금할까? 거기에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 장면’이 있기 때문이다. 상영이 끝나면 ‘물처럼 투명해’지는 ‘너’라는 영화관! ‘물 밑에 가득한’ ‘빛’을 보느라고 ‘여름엔 수영을’ 한다. 그 맹목(盲目)의 ‘빛’을 어떤 도량형으로 말하랴. 저런! 그것이 밤까지, ‘은하수’를 보는 일까지 이어지다니. ‘너’의 ‘투명’이 짙었음을 문득 알아차린다. 여름은 이미 지나갔으리라. 장석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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