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그린
    2026-04-10
    검색기록 지우기
  • 야권
    2026-04-10
    검색기록 지우기
  • 탑승
    2026-04-10
    검색기록 지우기
  • 활력
    2026-04-1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5,366
  • KLPGA 개막전 오늘 티오프… 우승 원하는 자, 바람을 다스려라

    KLPGA 개막전 오늘 티오프… 우승 원하는 자, 바람을 다스려라

    12일부터 태국 촌부리 아마타 스프링스CC(파72)에서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개막전 리쥬란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노리는 선수라면 바람을 다스려야 한다. 아마타 스프링스CC는 KLPGA투어 선수들이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코스다. 이곳에서 연습 라운드와 프로암을 통해 코스를 돌아본 선수들은 하루 종일 불어대는 강한 바람에 혀를 내둘렀다. 강력한 우승 후보 유현조는 “바람이 승부를 가를 수 있다고 본다. 그린 옆에 물이 많아서 바람을 잘 계산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또다른 우승 후보 홍정민은 “매일 바람이 불기 때문에 티샷 정확도가 중요하다. 티샷에 더 신경을 쓰겠다”고 말했다. 대회 하루 전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박현경은 “어제 오늘 코스에서 바람이 적지 않게 불었다. 일정한 방향으로 불어서 다행이긴 하지만 바람 강도가 수시로 변한다”면서 “바람을 이겨내기보다는 잘 활용해야겠다”고 게임 플랜을 소개했다. 노승희는 “바람이 한쪽 방향으로 부는 건 맞다. 그린마다 바람 강도가 다르다. 그때그때 홀마다 바람의 강도를 세심하게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바람과의 싸움을 예고했다. 이 코스에 일찌감치 건너왔다는 조혜림 역시 “왼쪽에 해저드가 많은데 하필이면 바람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분다.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400경기 출장이라는 신기원을 예약한 안송이는 “강한 바람에 놀랐다. 덕분에 그린 스피드를 올리지 못한 게 그나마 위안”이라면서 “바람이 강하게 불 때와 좀 잠잠할 때 경기하는 게 너무 달라서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아마타 스프링스CC 시그니처 홀인 17번 홀(파3)은 색다른 경험이었다고들 했지만 그린이 넓고 티잉구역에서 그린으로 내려치는 건 아니라서 크게 어렵진 않다는 반응이었다. 태국 여자 골프 ‘장타여왕‘ 나타끄리따 웡타위랍은 “태국에서 살지만 이렇게 배를 타고 그린으로 들어가는 홀에서 경기하는 건 드문 경험”이라고 밝혔다.
  • 사드 레이더는 남겨 둔 美… 대중 ‘감시 공백’ 우려했나

    주한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일부가 중동으로 이동 중인 정황이 포착된 가운데 사드의 ‘눈’ 역할을 하는 X밴드 레이더(AN/TPY-2)는 아직 반출 기미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 대응뿐 아니라 중국 견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시민단체 사드철회평화회의에 따르면 사드 기지가 있는 경북 성주군 초전면 폐쇄회로(CC)TV에 지난 3일 밤 1시쯤 사드 발사대(차량) 6대가 차례대로 빠져나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후 중동 지역으로 보낼 요격미사일을 경기 평택 오산 공군 기지에 내려놓고 성주 기지로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사드 레이더는 옮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드철회평화회의 관계자는 “발사대 외에 레이더가 나간 모습은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CNN 등에 따르면 요르단 무와파크 살티 공군기지에 배치된 미군 사드 포대의 AN/TPY-2 레이더가 지난 1~2일 이란의 집중 공격으로 파괴됐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레이더까지 차출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으나 아직 특이 동향이 포착되지 않은 것이다. 이를 두고 미국이 ‘전략적 유연성’ 기조로 주한미군 자산을 다른 분쟁 지역에 재배치하면서도 대중 견제는 유지하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AN/TPY-2 레이더 탐지거리는 약 3000㎞로 중국 내부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사드 배치 결정 당시부터 중국이 거세게 반발해 왔다. 군 소식통은 “레이더는 한번 빼고 다시 설치하면 감시 정밀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최대한 안 건드리려고 했을 것”이라며 “잘못 건드렸다가 얼라인(레이더의 방향·각도·위치 등 설정)이 틀어지면 대북·대중 감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중동 지역에서는 이스라엘의 그린파인 레이더가 감시 공백을 대부분 메울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이날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을 만나 주한미군 자산 이동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날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신형 구축함 ‘최현호’의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화상 방식으로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 호수 위로 ‘티샷’… KLPGA 상금왕·대상, 개막전 충돌

    호수 위로 ‘티샷’… KLPGA 상금왕·대상, 개막전 충돌

    상금왕 홍정민·대상 유현조 격돌골프단 합류 노승희도 우승 후보김민솔·양효진 ‘신인왕’ 대결 주목낯선 코스 공략법이 승부의 열쇠17번 홀, 물 가운데 그린 있어 명물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나란히 상금왕과 대상을 차지했던 홍정민과 유현조가 2026년 개막전부터 정면 대결을 펼친다. 두 선수는 12일부터 나흘 동안 태국 촌부리 아마타스프링스CC(파72)에서 열리는 KLPGA투어 리쥬란 챔피언십(총상금 12억원)에 나란히 출전한다. 리쥬란 챔피언십은 올해 열리는 KLPGA투어 31개 대회 가운데 가장 먼저 열리는 시즌 개막전이다. 지난해 11월 2025년 시즌을 마친 뒤 각자 겨울 훈련 동안 쌓은 성과를 드러내 보일 시간이다. 올해 판도를 가늠할 풍항계이기도 하다. 자연스럽게 지난해 가장 뜨거웠던 홍정민, 유현조에게 초점이 맞춰진다. 상금왕과 대상을 나눠가진 사실이 말해주듯 둘은 지난해 막상막하였다. 다승(3회)과 상금에서는 홍정민이 앞섰지만 유현조는 평균타수 1위와 대상을 꿰찼다. 메이저대회도 한번씩 우승했다. 홍정민은 경험과 노련미, 유현조는 패기와 기복없는 경기력이 장점이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욕심보다는 힘을 빼고 개막전에 나서겠다며 몸을 낮췄다. 홍정민은 “우승 욕심이 난다”면서도 “처음 대회가 열리는 곳이기 때문에 코스와 잔디 파악이 먼저다. 지난 겨울 동안 준비한 과정을 믿고 내 플레이에 집중한다면 좋은 결과가 따라 올 것”이라고 전했다. 유현조는 “경기 감각이 아무래도 조금 떨어져 있을 시기이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욕심부리면 힘이 들어가더라. 전지훈련 동안 훈련했던 점을 점검하는 느낌으로 경기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상금 2위, 대상 4위에 오르면서 새로운 강자로 자리잡은 노승희도 개막전 우승 후보로 거론된다. 노승희는 이번 대회 타이틀 스폰서인 리쥬란 골프단에 올해부터 합류해 의욕이 크다. 코스는 다르지만 2024년 태국 개막전에서 우승했던 이예원은 태국 코스에서 또한번 우승을 노린다. 그는 “컨디션이 점점 올라오고 있다. 일단 톱10이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해 이맘때 태국 푸껫에서 열린 블루캐니언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랐던 박보겸은 타이틀 방어에 나서는 기분으로 출사표를 냈다. 신인왕을 다툴 김민솔과 양효진의 첫 대결도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최근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 대회 준우승으로 주목받은 아마추어 오수민(18·신성고)도 프로 언니들과 일합을 겨룬다. 대회가 열리는 아마타스프링스CC는 선수들에게 낯선 코스라서 코스를 얼마나 빨리 파악하고 공략법을 찾아내느냐가 승부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2005년 문을 연 아마타스프링스CC는 2006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혼다 LPGA 타일랜드가 열렸는데, 당시 한희원이 우승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아시안프로골프투어와 유럽의 대항전 로열 트로피 대회를 열었고, 태국 내셔널 타이틀 대회 타일랜드 골프 챔피언십 개최 코스인만큼 변별력이 높다. 그린이 호수 위에 둥둥 떠 있어 티샷한 뒤 배를 타고 그린으로 건너가야 하는 17번 홀(파3)은 이곳의 명물로 유명하다.
  • [박미경의 사진의 첫 문장] 새의 시선으로

    [박미경의 사진의 첫 문장] 새의 시선으로

    “사진을 하면서 늘 부러웠던 것이, 새의 시선이었다.” 높이 떠서 한눈에 아래를 내려다보는 수직의 시선. 땅 위에 수평으로 서서는 볼 수 없는 형상과 질서가 그 속에는 담길 것이었다. 사진가 박김형준에게 그런 시선을 선물한 것은, 뜻밖에도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전공했던 비주얼저널리즘과는 다른 생업을 이어 가면서, 도시의 난개발과 그로 인해 파생된 우리 사회의 현실을 15년여 동안 근기 있게 기록해 온 사진가가 박김형준이다. 그런 다큐멘터리사진가를 팬데믹이 멈춰 세웠다. 외출도 어려웠고 만남도 제한되었으니, 그냥 멈추게 한 것이 아니라 옴짝달싹할 수 없게 옭아매었다. 그때 문득, 촬영을 자유롭게 해 줄 ‘거리두기’의 방식이 떠올랐다. ‘드론’이었다. 2021년 겨울, 드론을 사용해 처음 부감으로 내려다본 곳은 생활반경 가까이에 있는 왕송호수였다. 오가는 길에 늘 지나치는 일상의 공간이지만, 영하 10도쯤이 되면 색다른 풍경을 보여 주던 기억이 그를 호수로 이끌었다. 그렇게 코로나 상황이 이어지던 네 번의 겨울을 반복해서 찾아갔다.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 손끝의 감각이 사라질 즈음 드론은 떠올랐다. 공중에서 바라본 왕송호수는 달랐다. 입체적이고 복잡하게 느껴졌던 풍경이 평면으로 보였다. 날이 차가워질수록 풍경은 더 선명해졌고, 그 익숙함 속에서 낯선 장면들이 하나씩 드러났다. 색과 요소가 덜어지면서, 단순함 속에 비정형의 형상이 비로소 또렷해졌다. 얼음 위로 얇게 쌓인 눈, 물가의 윤곽, 헐벗은 채로도 다옥하니 모여 있는 나무들, 바람결 따라 얼어붙은 물살의 결과 빙렬들이 서로 조응했다. 선과 면으로 소리 없이 변한 풍경은, 누구도 그린 적 없는 어떤 균형과 리듬을 품고 있었다. 새가 높은 하늘에서 아래를 내려다본다는 뜻을 지닌 조감도(鳥瞰圖)를 제목으로 한 박김형준의 ‘겨울조감도’. 구상이면서 추상인 이 풍경은, 호수가 수평에게는 보여 주지 않던 장면이자 혹독했던 팬데믹이 박김형준을 통해 우리에게 선사한 ‘새의 시선’이다. 박미경 류가헌 갤러리 관장
  • 한국적으로… 정공법으로… ‘바냐 아저씨’ 매력 속으로

    한국적으로… 정공법으로… ‘바냐 아저씨’ 매력 속으로

    5월 22~31일 국립극단 ‘반야 아재’ 19세기 러시아, 한국 마을로 옮겨사회 모순과 고립을 투영한 변주‘바냐’ 조성하·‘소냐’ 심은경 연기5월 7~31일 LG아트센터 ‘바냐 삼촌’ 원작 유지하며 인물 밀도에 집중‘타인의 삶’ 손상규가 연출 맡아이서진·고아성 연극 데뷔작 기대 19세기 러시아 문학의 황금기를 이끈 대문호 안톤 체호프는 “인간은 식사하고 차를 마시고 시시한 소리를 늘어놓으며 살아간다. 그 와중에 행복이 무너지기도 하고 비극이 결정되기도 한다”는 말을 남겼다. 그의 4대 희곡은 이런 일상의 비극을 파고든다. ‘갈매기’에서 예술가들은 자신이 원하는 사랑과 재능을 갖지 못하고, ‘세 자매’에선 모스크바로 돌아갈 미래를 낙관하지만 지방도시에서 꿈을 잃어간다. ‘벚꽃동산’에선 집과 땅이 경매에 넘어갈 위기에도 파티를 열고 수다를 떨다가 결국 삶의 터전을 잃는다. ‘바냐 아저씨’는 가족을 위해 살아온 바냐와 조카 소냐의 상실을 그린다. 바냐는 매형에게 평생 헌신했지만 그가 무능한 지식인이라는 것을 깨닫고 무력감에 빠진다. 소냐는 사랑을 얻지 못한다. 비장한 파국마저 어이없이 실패한다. 비극 속 희극, 견디는 삶의 숭고함을 보여주는 ‘바냐 아저씨’는 체호프 문학의 정수로 꼽힌다. 오는 5월,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를 다른 색채로 풀어낸 연극 두 편이 관객을 만난다. 국립극단은 한국적 정서로 번안한 ‘반야 아재’를, LG아트센터 서울은 원작을 현대적 감각으로 살린 ‘바냐 삼촌’을 올린다. 2024년 ‘벚꽃동산’, 지난해 ‘헤다 가블러’를 동시에 올린 데 이어 세 번째 ‘같은 작품 다른 해석’으로 만났다. 국립극단의 ‘반야 아재’(5월 22~31일)는 원작의 배경인 19세기 말 러시아 영지를 현대 한국의 어느 마을로 옮겨왔다. 번안과 연출을 맡은 조광화 연출가는 한국적 변주를 더해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 위에 한국 사회의 모순과 고립을 투영한다. 주인공 이름도 바냐는 박이보로, 소냐는 서은희로 바꿨다. 박이보 역은 중후하고 탄탄한 연기력으로 정평이 난 조성하가 맡아 무력감과 내면의 갈등을 깊이 있게 그려낸다. 일본에서 먼저 연극 무대를 경험한 심은경은 서은희로 분해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묵묵히 삶을 지탱하는 인물을 연기한다. 이번 작품이 심은경에게는 첫 한국 연극 무대다. 손숙, 남명렬, 기주봉, 정경순, 임강희, 김승대 등 오랜 무대 경험을 가진 배우들이 흐름을 뒷받침하면서 극의 완성도를 높인다. LG아트센터 서울의 ‘바냐 삼촌’(5월 7~31일·LG시그니처홀)은 원작의 결을 유지하면서 인물의 밀도에 집중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공동창작집단 양손프로젝트 소속 배우인 손상규가 극작과 연출에 나섰다. 손상규는 지난해 연극 ‘타인의 삶’을 연출하면서 인물 표현과 제한된 무대를 영리하게 활용하면서 호평을 받았다. 이번 ‘바냐 삼촌’에서는 어떻게 원작에 집중하면서 치밀한 무대를 만들어낼지 기대를 모은다. 이 작품이 배우 이서진과 고아성의 연극 데뷔작이라는 점도 관심을 끈다. 예능프로그램에서 특유의 까칠함을 보여준 이서진이 허무한 바냐와 만나는 지점에 궁금증이 쏠린다. 고아성은 최근 영화 ‘파반느’에서 고립 속에 살다가 마음의 문을 열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난 6일 첫 대본 리딩 현장에서 고아성은 “이런 좋은 대사를 매일매일 내뱉는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면서 “늘 카메라 너머로 상상하던 관객들 앞에서 직접 연기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렌다”고 소감을 전했다.
  • 이 풍경의 길 끝에 뭐가 있을까

    이 풍경의 길 끝에 뭐가 있을까

    지중해성 기후가 만들어내는 화려한 색감의 꽃들과 이글대는 형상으로 하늘로 뻗은 사이프러스. 그 사이로 난 길의 끝은 하늘에 닿는다. 흐드러지고 흔들리는 꽃과 나무는 길과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지우며 어우러진다. 가수 겸 화가 권지안(솔비·42)이 서울 강남구 갤러리 위 청담에서 풍경을 담은 30여점의 작품으로 개인전 ‘허밍 로드’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작 가운데 다수의 작품에서 길이 등장한다. 그는 이 길이 특정 목적지를 향해 가는 경로라기보다 삶의 시간이 축적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권지안은 10일 서울신문과 통화에서 “단순히 풍경을 재연하는 게 아니라 풍경과 함께 있는 순간을 그리고 싶었다”면서 “어느새 마흔을 넘었고 그림을 그린 지도 15년이 됐는데, 여전히 막연하다. 길은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자 앞으로 펼쳐 나갈 길에 대한 다짐”이라고 소개했다. ●붓 대신 손으로 그리는 그림 추구 앞서 그는 ‘사과는 그릴 줄 아느냐’라는 비아냥에서 시작된 ‘애플’ 시리즈와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 놓인 ‘허밍 레터’ 시리즈 등을 2012년부터 꾸준히 선보여 왔다. 붓 대신 손가락을 사용하며 물감을 직접 얹고 밀어내는 신체적 행위를 중시하는 게 권지안 작품의 특징이다. 그는 이번 개인전을 준비하며 지난해 빈센트 반 고흐의 숨결이 살아있는 프랑스 남부 도시 아를로 향했다. 그 영향인지 작품의 색감이 기존에 비해 훨씬 밝아졌다. 고흐의 작품 속에도 자주 등장하는 사이프러스도 작품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사이프러스는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나무이자 죽음과 애도를 상징하는 나무다. 작가에게는 사이프러스가 또 다른 길인 셈이다. ●글자로 옮긴 ‘허밍’ 소리는 또 다른 언어 길과 맞닿는 부분에 적힌 의미를 알 수 없는 글씨들은 작가가 꾸준히 작품에 담아온 ‘허밍’이다. 흥얼거리던 소리는 작품 속에서 흘린 글씨 모습으로 남았다. 권지안은 “나의 허밍은 떠나보낸 아버지를 향한 마음에서 시작됐다”며 “내게 허밍은 기억과 감정을 잇는 통로가 됐고 점차 다양한 세계로 연결하는 하나의 언어로 확장됐다”고 설명했다. 혼란함이 마음을 지배할 때 그는 자연의 작은 소리에 귀 기울이기를 제안한다. “우리는 때론 길 위에서 멈칫하며 방향을 잃기도 하잖아요. 그 과정에서 또 다른 길을 발견하기도 하고요. 그때 자연에서 흘러나오는 작은 허밍에 다시 걸어갈 동력을 얻길 바랍니다.” 전시는 다음 달 4일까지.
  • [서울광장] 청령포 가는 또 하나의 방법

    [서울광장] 청령포 가는 또 하나의 방법

    강원도 영월을 배경으로 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흥행하면서 2006년 개봉 영화 ‘라디오 스타’도 소환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왕사남’ 현장을 보러 영월을 찾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라스’의 금강정과 청록다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라스’의 배경으로 영월이 선택된 것도 이 고장 분들에게는 송구하지만 오지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영월이 단종의 배소(配所)가 된 것과 같은 이유였다. 우리 뇌리 속의 청령포는 나갈 수도 없고 들어갈 수도 없는 외로운 유배지다. 지금은 신림에서 영월 사이에 터널도 뚫렸다지만, 오래전 영월에 가는 길이 쉽지 않았다는 기억이 있다. 그러니 청령포를 방문하면 단종을 고립시킨 주변의 산과 강이 너무 아름다워 오히려 더욱 비극적인 느낌을 갖게 된다. 그런데 지역에선 단종의 유배길이 육로가 아닌 뱃길이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주장도 있는 모양이다. 영월읍은 서강과 동강이 합류해 남한강을 이루는 두물머리에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남한강 수운은 강원도 내륙과 한양을 잇는 중요한 교통수단이었다. 삼연 김창흡(1653~1722)의 ‘단구일기’(丹丘日記)는 일종의 유람기이지만 조선시대 남한강 뱃길의 사정도 짐작케 한다. 청음 김상헌의 증손자로 문곡 김수항의 자제인 김창집·김창협·김창흡·김창업 형제는 당대 정치를 좌지우지했다. 흔히 장동 김문으로 불리는 이들 집안은 인왕산 옆 장동과 청풍계에서 대대로 살았다. 장동 김문은 겸재 정선의 패트런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겸재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인왕제색도’와 ‘청풍계도’ 역시 장동 김문이 사는 동네를 시점 삼아 그린 작품이다. 겸재의 대표 화첩 중 하나인 ‘경교명승첩’의 ‘석실서원도’도 그렇다. 남양주 한강변 석실서원은 장동 김문의 가묘(家廟)나 다름없었고 훗날 삼연도 배향됐다. 삼연은 1688년 3월 한양에서 출발해 뱃길로 여주·충주·청풍·단양·영월을 35일 동안 여행하고 일기와 300수 남짓한 시를 남겼다. 본격적인 유람에 앞서 덕포에서 성묘를 하고 4일 출발했다고 적었으니 석실서원과 묘소를 먼저 들른 듯하다. 삼연의 남한강 유람은 형인 농암 김창협이 한 해 전 청풍부사로 나간 것이 계기가 됐다. 청풍은 오늘날 제천시의 일개 면이지만 조선시대에는 읍 격이 높은 도호부였다. 남한강이 절경을 이루는 곳으로 수운을 이용하면 한양을 오가기도 어렵지 않았다. 이 때문에 청풍에는 당대 실력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삼연은 한벽루에서 ‘양근과 여주 지나 동쪽으로 거슬러 충주를 넘어 도착한 뒤에는 조각배를 저녁 물가에 내버려두었네’라고 노래했다. 삼연은 3월 25일 단종의 무덤과 사육신의 사당인 육신사(六臣祠)를 찾았다. 이곳에서 ‘삼경에는 노산군의 무덤 위에서 울더니 / 사경에는 육신사로 옮겨 내려가고 / 오경에는 소리마저 끊어졌으니 어찌된 일인가 / 금강의 물은 흐느끼며 피를 더한다 / 나그네는 말을 몰아 밤에도 머물지 못하고 / 명월루에서 슬픔과 원망에 젖어 있네’라는 시를 남긴다. 자규(子規)란 소쩍새다. 단종은 영월 관풍헌에서 죽기 전에 지었다는 ‘자규시’를 통해 자신을 원통한 소쩍새에 비견했다. 삼연도 옮겨 다니며 구슬피 우는 소쩍새를 떠올렸다. 금강(錦江)은 청령포를 흐르는 서강을 이른다. ‘단종의 물길 유배’ 주장에는 “영월 뱃길은 험한 물살을 거슬러야 하는 만큼 꺼렸을 것”이라는 반론이 많다. 단종이 한양을 떠난 6월 22일은 장마철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삼연은 양평을 막 지난 대탄(大灘)부터 ‘물길이 높고 여울이 심히 사나운데 가운데 돌덩이가 많아 얼기설기 엉켜 있다. 물가는 사납고 물은 노하여 들끓듯 하니 차가운 포말이 날아와 매우 두려웠다’고 적었다. 그럼에도 단종이 유배길 초반 뱃길을 이용했다는 것은 정설이다. 원주 흥원창까지는 배를 탔을 것이다. ‘단구일기’를 보면 청령포가 ‘극악의 유배지’는 아닐 수 있다는 느낌도 갖게 된다. 뱃길이라면 영월에서 남한강 하류 서울 사이는 조금 과장하면 노를 젓지 않아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영월과 청령포가 ‘마음의 거리’로는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던 듯싶다. 적어도 세조가 조카 단종을 영월에 보내면서 처음 먹었던 마음만큼은 이런 게 아니었을까 모르겠다. 아직도 세조를 모르는 탓인가. 서동철 논설위원
  • ‘언더독’의 반란… 반전의 극장가

    ‘언더독’의 반란… 반전의 극장가

    ‘언더독’의 반란이 한국 영화 부활의 신호탄을 쏘고 있다. 중소 규모 영화들이 연달아 손익분기점을 넘어 장기 흥행을 이어가며 침체 일로를 겪고 있던 한국 영화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올해 초 구교환·문가영 주연의 멜로 영화 ‘만약에 우리’가 흥행에 성공한 것은 영화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순제작비 30억원이 투입된 이 작품은 13일 만에 손익분기점 110만명을 돌파하고 누적 관객 260만 명을 동원했다. 멜로 영화가 200만 관객을 넘긴 것은 2019년 ‘가장 보통의 연애’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지 않은 멜로 영화는 극장에서 흥행하기 어렵다는 편견을 보기 좋게 뒤집었다. 중국 영화 ‘먼 훗날 우리’를 리메이크한 ‘만약에 우리’는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법한 사랑과 이별, 재회라는 소재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2000년대 초반 한국의 시대상을 담아 아날로그 감성을 강조한 것도 흥행 요인이 됐다. ‘신의 악단’의 흥행도 올해 영화계의 이변으로 꼽힌다. 당초 이 작품은 기독교적 색채가 짙은 영화로 고전이 예상됐지만 역주행에 성공하며 손익분기점 70만명의 두배에 가까운 14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신의 악단’은 북한에서 국제사회 지원을 얻기 위한 방편으로 가짜 찬양단을 창설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로 ‘광야를 지나며’, ‘은혜’ 등의 서정적인 CCM(현대 기독교 음악)이 스토리와 어우러지면서 몰입도를 높였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교회 단체 관람 등 종교계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다고 하더라도 100만명의 관객을 넘기기는 어렵다”면서 “‘신의 악단’은 휴머니즘을 강조한 음악영화로 참회와 희생의 종교적인 메시지가 큰 울림을 줬다”고 분석했다. 역대 34번째 천만 영화에 등극한 ‘왕과 사는 남자’는 사극 장르로는 비교적 적은 예산인 105억원으로 제작됐다. 화려한 볼거리와 스타 마케팅을 전면에 내세우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손익분기점인 260만명을 가뿐히 넘겼고 1000만을 넘어 1100만 관객까지 불러모으는 등 흥행세가 지속되고 있다. 당분간 눈에 띄는 경쟁작이 없어 1200만을 넘어 1300만 관객 동원까지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황재현 CJ CGV 전략지원담당은 “최근 중소 규모 영화의 흥행은 높은 제작비와 톱스타를 내세운 블록버스터가 아니더라도 극장에서 가치 소비를 할 수 있는 작품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면서 “앞으로 관객들과 정서적인 감정을 공유하고 화두를 던질 수 있는 다양한 규모의 영화들이 많이 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 군웅할거? 절대강자?… KLPGA 8개월 대장정 스타트[권훈의 골프 확대경]

    군웅할거? 절대강자?… KLPGA 8개월 대장정 스타트[권훈의 골프 확대경]

    리쥬란 챔피언십 나흘 동안 열전31개 대회 역대 최대 상금 347억 선수들 경기력 상향 평준화 뚜렷홍정민·유현조 2강 경쟁 구도 속이예원·방신실·노승희 등 도전장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가 긴 겨울잠을 마치고 2026년 시즌을 시작한다. 개막전은 12일부터 나흘 동안 태국 촌부리 아마타 스프링스 CC(파72)에서 열리는 리쥬란 챔피언십(총상금 12억원)이다. KLPGA투어는 리쥬란 챔피언십이 끝나고 2주를 쉰 뒤 4월 2일 경기 여주시 더 시에나 벨루토 CC(파72)에서 시작하는 더 시에나 오픈부터 11월 6~8일 경기 파주시 서원밸리 GC에서 개최되는 대보 하우스디 챔피언십까지 8개월 동안 쉼없이 달린다. 태국 개막전부터 마지막 대회까지 모두 31개 대회가 치러진다. 총상금은 347억원. 역대 최대 규모다. 올해 KLPGA투어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절대 강자가 없는 군웅할거 양상이 이어질지, 압도적인 지배자가 등장할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지난 시즌에는 31개 대회에서 22명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예원, 방신실, 홍정민 등 3명이 3승씩 따내며 공동 다승왕에 올랐다. 김민솔과 고지원이 각각 2승을 거뒀다. 홍정민이 상금왕을 차지했고, 대상은 유현조 차지였다. 상금왕과 대상을 두 선수가 나눠 가졌다는 것에서 시즌을 지배한 선수가 없었다는 게 잘 드러난다. 이런 현상은 2024년부터 시작됐다. 2024년에는 다승왕 시상대에 5명이나 늘어섰다. 이예원, 박현경, 박지영, 배소현, 마다솜이 3승씩 따냈다. 2015년 전인지(5승), 2016년 박성현(7승), 2019년 최혜진(5승), 2021년과 2022년 박민지(각 6승) 등 절대강자가 호령하던 시절은 옛날 이야기다. 출중한 스타가 사라진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KLPGA투어 선수들의 경기력이 상향 평준화된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워낙 선수층이 두터워지면서 혜성처럼 등장하는 새로운 스타 탄생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도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방심하면 곧바로 다른 선수들이 치고 올라온다. 매주 대회가 열리는 시즌 내내 집중력과 경기력을 꾸준하게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올해도 절대강자의 등장보다는 정상급 선수 10여명이 1인자를 다투는 양상이 될 가능성이 더 높게 점쳐진다. 지난해 상금왕 홍정민, 대상 수상자 유현조라는 2강의 경쟁 구도 속에 작년 공동 다승왕 이예원과 방신실도 1인자 후보로 손색이 없다. 신흥 강자로 우뚝 선 노승희와 어떤 대회에서도 우승 후보군에서 빠지지 않는 박현경, 이가영, 박지영, 고지우, 고지원 등도 경쟁에 합류할 태세다. 지난해 시즌 절반만 뛰고도 2승을 챙긴 김민솔은 상금왕과 신인왕 동시 석권을 꿈꾼다. 데뷔 이후 9년 만에 우승 없는 시즌을 보낸 박민지는 부활과 함께 통산 20승 달성이라는 대기록을 향해 달린다. 그렇다면 이들은 이번 시즌을 무엇을 준비했고 어떤 각오를 다지고 있을까. 정상급 선수 대부분 겨울 동안 체력 훈련과 쇼트 게임 능력 향상에 공을 들였다고 입을 모았다. 홍정민은 “체력 훈련을 강화하면서 쇼트게임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시즌 내내 기복없는 경기력 유지에 초점을 맞췄다는 그는 올해 최우선 목표로 메이저대회 한국여자오픈 우승을 꼽았다. 유현조 역시 체력 훈련, 특히 근력 운동에 중점을 뒀다고 소개했다. 정규투어를 두 시즌 겪으면서 체력의 중요성을 절감했다는 그는 “그린 주변 어프로치샷과 벙커샷 때 스핀을 많이 먹여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떨구는 연습에 집중했다”며 쇼트게임 연습에도 적지 않은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첫해 신인왕, 2년차에 대상을 받은 유현조는 올해는 다승왕이 탐난다고 밝혔다. 2023년에 대상과 상금왕을 한꺼번에 받아봤던 이예원은 3승 이상과 다승왕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예원 역시 그린 주변에서 어려운 상황에서 치는 리커버리 샷, 즉 쇼트게임과 트러블 샷을 주로 연습했다고 말했다. 방신실도 80m 이내 웨지 샷과 그린 주변 쇼트게임을 중점적으로 훈련했다. 그는 작년 3승보다 1승 많은 4승을 목표로 삼았고 2년 연속 다승왕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해마다 목표로 대상을 지목해왔던 박현경은 올해는 통산 10승 고지에 오르는 걸 먼저 내세웠다. 지금까지 8번 우승한 그는 겨울 훈련 동안 내내 머릿속에 ‘10승’을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박현경이 겨우내 정성을 들인 부분 역시 퍼팅과 쇼트게임이다. 그린 주변에서 띄우고 굴리는 등 다양한 샷을 연습했고 벙커샷 연습도 많이 했다. 김민솔도 쇼트게임이 동계 훈련의 주된 과제였다. 그는 “단순히 기술 연마뿐만이 아니라, 볼을 때리는 순간에 초첨을 두고 연습하면서 플레이 할 때의 상상력을 키우고 다양한 샷을 시도해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민솔의 시선은 ‘시즌 3승’에 맞춰졌다. 그는 “3승을 올리면 신인왕을 따라올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KLPGA투어 최다승(21승)에 도전하는 박민지는 “목표는 2승”이라고 못박았다. 19승을 올린 박민지는 1승을 보태면 최다승 타이, 2승을 하면 최다승 신기록을 세운다. 겨울 동안 여러 준비를 다 했다는 박민지는 “바른 생활을 하려고 노력했다”면서 “20살의 무모함도 필요하겠지만 27살이니 노련함, 영리함, 그리고 컨디션 관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이미향, 9년 만에 LPGA 정상… 올 시즌 한국 1호

    이미향, 9년 만에 LPGA 정상… 올 시즌 한국 1호

    18번 홀 깃대 맞힌 웨지샷 후 버디어깨 통증 부상·강풍도 뚫고 쾌거 이미향이 어깨 부상을 딛고 9년 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 정상에 올랐다. 이미향은 8일 중국 하이난성 젠레이크 블루베이 골프코스(파72)에서 끝난 LPGA투어 블루베이 LPGA(총상금 260만 달러)에서 최종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우승했다. 이날 우승으로 이미향은 올해 LPGA투어에서 한국 선수로는 가장 먼저 챔피언 대열에 올랐다. 우승상금은 39만 달러(약 5억 7915만원)이다. 2017년 7월 스코틀랜드오픈 이후 10년 가까이 우승과 거리가 멀었던 이미향은 이날 우승으로 LPGA투어 통산 3승째를 거뒀다. 공동 2위 그룹에 3타차로 앞선 채 이날 최종 라운드에 나선 이미향은 전날부터 찾아온 어깨 통증이 더 심해진데다 코스에서는 강풍까지 불어 고전했다. 5번(파4), 9번 홀(파4) 등 두번이나 더블보기를 적어냈다. 9번 홀까지 4타를 잃어 우승 가능성이 흐릿해졌다. 하지만 이미향은 타수를 잃을 때마다 만회하는 버디를 잡아내며 버텼다. 특히 9번 홀 더블보기 직후 10번 홀(파4)에서 천금같은 버디로 분위기를 돌렸다. 13번 홀(파4)에서도 영리한 그린 공략으로 버디를 보태며 우승 불씨를 되살렸다. 16번 홀까지 4타를 줄여 1타 앞서가던 장웨이웨이(중국)가 17번 홀(파3)에서 3퍼트로 1타를 잃은 덕에 이미향은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이미향은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깃대를 맞히고 한뼘 거리에 멈추는 신기의 웨지샷으로 우승을 확정짓는 버디를 잡아냈다. 고향에서 생애 첫 우승을 기대하던 장웨이웨이는 1타차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김아림과 최혜진은 작년 우승자 다케디 리오(일본)와 함께 공동 5위(7언더파 281타)에 올랐다.
  • 10년 만에 돌아온 연극 ‘홍도’… 1930년대 신파를 다시 보다

    10년 만에 돌아온 연극 ‘홍도’… 1930년대 신파를 다시 보다

    1930년대 대표 신파극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가 현대적 감각을 입고 관객들을 다시 찾는다. 오빠의 학업을 위해 기생이 된 홍도와 명문가 아들 광호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은 가부장제의 악습과 신분 사회의 단면을 포착해 관객의 심금을 울렸다. 1939년 동명 영화로 제작되어 당대 최고의 흥행을 기록했으며, 주제곡 ‘홍도야 우지마라’와 1960년대 리메이크 영화(신영균·김지미 주연)를 통해 국민적 서사로 자리 잡았다. 고선웅 연출이 이끄는 극공작소 마방진은 진부할 수도 있는 신파 이야기를 간결한 무대와 리듬감 넘치는 대사, 과장된 몸짓으로 재해석한 연극 ‘홍도’를 2014년 선보였다. 한국적인 미장센에 한(恨)의 정서를 세련되게 녹여냈다는 호평 속에 국내 주요 연극상을 휩쓸었다. 2016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립극장 초청 당시엔 전석 매진과 기립 박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홍도’가 마방진 창단 20주년을 기념해 4월 10~26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10년 만의 서울 공연을 올린다. 공연제작사 옐로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이 제작에 참여했다. 캐스팅도 화려하다. 주인공 홍도 역에는 초연의 주역 예지원을 비롯해,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주는 박하선, 마방진 소속 배우 최하윤이 캐스팅됐다. 예지원은 “한층 성숙해진 무대”를, 박하선은 “시대의 아픔 속에서도 잃지 않은 홍도의 순수함”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광호 아버지 역에는 배우 정보석이 합류해 중심을 잡는다. “고 연출과 꼭 한 번 작업해 보고 싶었다”는 그는 “마방진 20주년이라는 뜻깊은 무대에 함께하게 되어 기대가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 연출은 “감정은 덜어내고 담백하게, 격조 있게 그려내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홍도’는 서울 공연에 이어 5월부터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대구 수성아트피아, 안산문화예술의전당, 포항문화예술회관, 밀양아리랑아트센터, 부산시민회관, 안성맞춤아트홀 등 전국 7개 도시에서 공연한다.
  • [서울광장] 대통령일 땐 모른다, 권력의 오래된 각본

    [서울광장] 대통령일 땐 모른다, 권력의 오래된 각본

    어떤 자리는 그 자리의 사람을 유독 크고 빛나게 만든다. 그 사실은 그가 자리를 떠나야만 드러난다. 퇴임 후 작아진 모습을 보고서야 자리가 사람을 만들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깨달음은 늘 뒤늦게 오기에 실수가 반복된다. 재임 중 대통령이 행하는 말과 행동에 집중하느라 권력 그 자체가 사람을 흥분시키고 중독시키며 결국 과잉 행동으로 이끈다는 작동 방식을 놓친다. 정치의 절반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임기 동안 위임된 권력은 위로 솟은 포물선을 그린다. 초기에는 빌린 물건마냥 조심스럽다. 그러다 어느 순간 권력이 곧 ‘나’인 듯 느껴진다. 임기 후반기가 되면 내려놓아야 하는 시점에 맞닥뜨린다. 그 하강 국면을 레임덕이라 부른다. 상승 국면을 칭하는 용어는 없으나 권력의 성쇠를 여러 차례 지켜본 이들은 공감한다. 권력은 살아 있는 생물처럼 자신의 주기를 지켜 작동한다. 심지어 서로 상극인 윤석열과 이재명조차 그 곡선 위에서 비슷한 경로의 행태를 보일 정도다. 최고 권력자가 권력을 빌린 것처럼 대할 때는 통합, 실용, 소통 같은 말이 자주 들린다. 막상 임기 동안의 권력이 어떤 색깔인지는 이런 단어를 쓰는 빈도가 줄어들 때 드러난다. 권력이 내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해 권력에 중독되는 시점부터 언어가 바뀐다. ‘할 수 있다’가 ‘해야 한다’는 당위로, ‘해야 한다’가 ‘나만 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바뀔 때가 임계점이다. 여소야대 정부의 윤석열 전 대통령은 행정력을 활용한 ‘작은 성공’들로 임기 초반 상승 곡선을 채웠다. 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 양곡관리법 거부권, 각종 카르텔 타파 정책 등의 논리를 설명해 가며 국정의 자신감을 축적했다. 강수가 통하자 칼끝이 바뀌기 시작했다. 권력에 익숙해질수록 자기 오류 가능성에 대한 경계도 줄었다.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재정준칙 원칙은 손댈 수 없고, ‘주 69시간’ 노동개혁 발표에 쏟아진 역풍을 예상조차 못 하는 정부가 되었다. 도어스테핑은 61회 만에 중단했지만, 취임 170일째 비상경제민생회의는 돌연 80분 전체를 생중계했다. ‘나는 열심히 하는데 몰라 주는 게 문제’라는 인식을 보여 주는 무대였다. 확신이 깊어질수록 대통령 지시는 점점 세목으로 내려갔고, 설명은 줄었다. 청소년에게 술을 판 자영업자 처벌 유예, 킥보드 헬멧 미착용 처벌 같은 즉흥 지시에 이어 의대 2000명 증원까지 일방적으로 발표됐다. 단독 입법이 가능한 의회 의석을 확보한 이재명 대통령의 시작은 달랐다. 취임 직후 대미 관세협상이라는 악재를 장관과 기업을 총동원한 숙의형 접근으로 돌파했다. 코스피 5000을 이뤄낸 뒤엔 ‘이재명은 할 수 있다’는 확신이 권력 발동의 근간이 됐다. 자신감은 날카로운 언어들을 등장시켰다. 이 대통령의 소셜미디어(SNS)에서 다주택자는 마귀, 농지 소유 도시민은 투기 세력으로 묘사됐다. 생중계되는 국무회의와 업무보고는 대통령이 누구를 질타하는지 전 국민에게 보여 주는 무대가 됐다. 지시가 세목으로 향하는 양상도 판박이다. 탈모약 급여화에서 환단고기 연구, 촉법소년 연령까지 다양한 의제가 대통령 발언으로 시작됐다. 만기친람은 권력이 자신의 손에 있다는 효능감을 가장 선명하게 확인시키는 통치 방식이기도 하다. 익숙한 권력의 경로가 걱정스러운 것은 그 파괴적인 끝을 이미 봤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의 인공지능(AI) 강국 선언은 전임 정부의 이차전지 육성처럼 구호가 역량을 앞서고 있다. ‘명청 갈등’과 ‘뉴이재명’ 세력은 이준석 축출과 친윤 재편을 연상시킨다. 여당 내 공소취소 의원모임 결성은 지난 정부 검찰이 윤 전 대통령 검증 보도를 한 기자들을 압수수색한 선례와 닮았다. 구호가 역량을 앞선 국정과제는 주가는 부양했지만 산업 경쟁력엔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여권 내 권력 재편은 정부 성과보다 개인의 안위에 정치 자원을 집중시켜 ‘업적 없는 정부’를 만들었다. 대통령의 과거를 재구성하는 시도는 국가기관의 기능을 낭비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권력의 상승기엔 하강을 대비하기 어렵다. 밀어올리는 힘에 취해 권력이 쓰는 각본대로 떠밀려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시간이다. 홍희경 논설위원
  • 태몽 없이 태어난, 퀴어… 시로 채운 서사의 빈터

    태몽 없이 태어난, 퀴어… 시로 채운 서사의 빈터

    “바다 밀려오든 남김없이 밀려가든규정 밖 우린 영원히 여기 서 있어”남녀 규정 거부 비이분법적 퀴어부재·불일치 감각으로 독자 압도교보 출판브랜드 북다 시인선 1번기사·태몽의 정의·변희수 하사 초상여러 텍스트·이미지 시와 어우러져 꿈은 존재의 시(詩)다. 이성과 논리가 다 포섭할 수 없는 존재의 잉여를 도발적으로 품어낸다. 어쩌면 그것은 저 거대한 무의식이 숨기고 있는 존재의 비밀을 풀어낼 열쇠일지도 모른다. 김선오(34) 시인의 새 시집 ‘말 꿈 몸’을 펼치기 전 시집 마지막에 실린 ‘작업노트’를 먼저 읽어보길 권한다. “논바이너리 젠더퀴어로서 나에게 태몽이 없었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개인 서사의 빈터를 시로 다시 써볼 수 있을까. 나를 환영해 줄 장소가 전통적 가족 공동체의 내부는 아닐 것이다.” 부재와 불일치의 감각이 시를 밀어붙인다. 강력한 힘으로 독자를 단숨에 압도한다. “번들거리며 희박해지는 잉어와 나. 유리창이 모자이크를 걷어낸다. 나의 눈동자에 얹히는 잉어의 눈동자, 기꺼이 잉어의 살이 되려 하는 나의 뺨. 한 개의 몸으로 응결되지 않으려는 몸짓.// 보여? 또렷이/ 보여? 익사하지 않고 우리는/ 우리가 된단다.// 우리?”(‘하나’ 부분) 꿈이 무의식의 발현이라면, 태몽은 어느 한 집단의 ‘문화적 무의식’이다. 거기에는 젠더를 둘로 나누는 데 익숙해진 언어의 편견과 욕망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시인의 작업은 태몽의 내부를 폭파하는 것이다. ‘잉어가 나오는 꿈을 꾸면 아들을 낳는다’는 신화적 망상을 해체하는 일이다. 시적 자아와 “잉어”가 ‘하나’가 되려는 순간, 그들이 “우리”라는 이름으로 엮이려는 찰나에 시인은 과감히 물음표를 찍어버린다. ‘일치’를 거부하며 당연시되던 관습을 의문시하는 태도. 시의 힘은 여기서 비롯된다. “꿈은 나를 달래고 보호합니다./ 꿈은 열망과 고통을 식히고 기도에 몰두하게 합니다./ 꿈이 없었다면, 나를 낫게 하는 꿈이 없었다면 지금쯤 나는 누더기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유일한 기도는 꿈꾸지 않게 해달라는 것……/ 대신 나의 꿈을 세계에 돌려주라는 것입니다.” 시 ‘깃과 기척’(42쪽) 바로 앞쪽에 실린 이 글에는 딱히 제목이 없다. 시인지 산문인지 불분명하다. 만약 이 글이 시라면 화자의 말일 테고, 그렇지 않다면 시인 김선오의 목소리일 것이다. 하지만 어느 하나로 확정할 수 없다. 시인과 화자 사이의 경계를 지우는 게 김선오의 의도일 수도 있다. 이분법적 구분은 이제 질색이니까. “꿈이 투명한 실처럼 내게서 풀려나와 세계의 찢어진 부위를 부드럽게 봉합할 수 있기를……” 언어는 세계를 둘로 나눈다. 그러나 언어 바깥에 있는 꿈은 언어가 찢어놓은 세계를 다시 연결한다. 아주 부드럽게. “꿈을 말하는 목소리는 노이즈다. 사회적, 역사적 거대 서사를 구성하는 패턴화된 리듬에 포섭되지 않는다. 노이즈로서의 꿈-말하기에 귀 기울이기 위해 어떤 방법론을 사용할 수 있을까. 끝없이 ‘노이즈 캔슬링’ 하는 세계에서 어떻게 이 소음을 들리는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작업노트’ 부분) 김선오는 2020년 시집 ‘나이트 사커’를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신춘문예, 문예지 신인상 등 일반적으로 시인이 되는 경로를 거치지 않았다. 지난해 문지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등 최근 평단의 주목을 받는 시인이다. 이번 시집은 교보문고의 출판 브랜드 북다의 시인선 ‘어떤시집’의 첫 번째 책이기도 하다. ‘어떤시집’은 하나의 테마로 하나의 시 세계를 구축하는 새로운 형태의 소시집이다. 시인이 고른 키워드를 중심으로 시집 전체를 기획한다. ‘말 꿈 몸’도 구성이 독특하다. 단순히 시만 있는 게 아니라 신문의 기사, 꿈과 트라우마에 관한 논문, 태몽의 사전적 정의, 동료 시인 김리윤이 그린 고 변희수 하사의 초상 등이 아울러 실려 있다. 다채로운 텍스트가 시와 맞물려 한 편의 대화처럼 읽힌다. 자기 몸과의 불일치, 세상과의 불화로 괴로워하는 이들에게 시인이 전하는 낮은 위로처럼 읽히는 시구가 있다. “바다 밀려오라,/ 밀려가라, 남김없이/ 우리는 영원히 이곳에 서 있을 것이다”(‘밝고 밝아 보이는 세계’ 부분)
  • 손끝의 고백처럼 느리게… 신라의 봄밤을 거닐다[박상준의 문장 여행]

    손끝의 고백처럼 느리게… 신라의 봄밤을 거닐다[박상준의 문장 여행]

    작은 고분 ‘마총’ 찾아가는 길아득한 사랑의 시작이 떠올라오아르미술관 창문 너머 고분금관총 지나 봉황대까지 산책3월 대릉원의 밤은 목련 명소불같은 사랑의 계절 지나간 듯황남리고분군에선 평온하게어느 커다란 무덤 앞에서 당신이 내 손바닥을 펴더니 손끝을 세워 몇 개의 글자를 적어 보였다. 그러더니 다시 손바닥을 접어주었다. 나는 무엇이 적힌 줄도 모르면서 고개를 한참 끄덕였다. -‘그해 경주’(박준) 당신이 내 손바닥에 적은 건 사랑의 고백이었을까. 봄밤의 서정이었을까. 아니면 말로 할 수 없어 그려 나간 암호 같은 기호였을까. 그것이 무엇이든 손끝을 세워 점 하나를 찍는 순간 사랑은 시작되었을 것이다.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사는 이 도시에서, 커다란 무덤은 유구한 약속의 증표였으며 그 또한 하나의 점을 찍는 데서 출발했을 터이므로. ●사랑이 꽃피는 무덤가에서 제133호 고분 마총(馬塚)은 제일 작은 무덤이다. 경북 경주시에 가기 전, 지도 앱을 펼치고 손가락 끝으로 위치를 옮겨 다녔다. 노서동에서 노동동으로 황리단길을 건너 대릉원으로 가장 작은 고분을 찾으려 이름 없는 작은 원들을 살폈다. 점 하나라도 남기고 싶은 절박한 심정은 왜 꼭꼭 숨겨둔 사랑의 고백을 닮아 보이던지. 알고는 있다. 고분의 크기가 곧 권위다. 작은 무덤은 말석일 확률이 높다. 지도의 축척조차 표현하지 못한 너비가 있을 것이고, 그 터만 남아 한없이 초라해지기도 했을 것이다. 또 어떤 무덤은 이름조차 얻지 못한다. 고분에는 능(陵)이 있고, 총(塚)이 있고, 분(墳)이 있다. 능은 왕과 왕비의 무덤이다. 미추왕릉은 삼국유사에 그의 무덤이라 기록된 바다. 총은 유물이 있어 왕릉으로 추정하나 이름을 알 수 없는 무덤이다. 금관이 나와서 금관총이고 천마도가 나와서 천마총이라 부른다. 가치는 있으나 유물도 없고 주인도 모르는 큰 무덤은 분이다. 분의 근원을 알 수 있는 무언가가 나오면 총이 되고 능이 될 수도 있겠지. 그러니 실은 어느 것이 크고 어느 것이 작은 무덤인지 알 수 없다. 오늘은 그저 눈에 띈 가장 작은 것을 찾아 헤맬 따름이다. 왠지 그것이 ‘그해 경주’를 닮은 사랑의 깃대가 되어 줄 듯해서. 마총에 가려고 경주역에서 내려 버스를 탔다. 앞자리에는 젊은 연인이 앉았다. 버스는 황리단길까지 20분이 걸렸다. 그 짧은 동안에도 그들은 사소하게 다투고 서둘러 화해했다. 버스에서 내리기 전, 남자는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사랑해.” 나는 왜 이토록 일상적인 사랑의 뒷자리에 앉아 있는가. 설레고 흔들리는 마음, 아무것도 모르면서 고개만 끄덕이게 하는 불안한 흔적들을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까. 지난해 가을, 우연한 기회로 경주에서 박준 시인의 강연을 들었다. 그는 시를 느리고 모호하게 표현하는 문학이라 정의했다. 뜨거운 감정은 말로 전하기 힘들어, 뜨거운 채로 건네지면 상처를 남긴다. 그래서 에둘러 건네는 복잡한 마음은 부풀어 시가 된다. 그날 시인이 읽어준 시가 ‘그해 경주’였다. 시인의 육성을 들으며 문득 이 시가 생각나면 다시 경주를 찾아야지 하고 마음먹었다. 내게도 아득한 어느 날 당신이 손끝을 세워 써준 몇 개의 글자가 있을 테고, 접었던 손바닥을 스스로 펴보면 암호 같던 그 말들을 뒤늦게나마 알아챌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작은 고분과 명소가 된 미술관 마총은 노서리고분군 가장자리에 간신히 걸쳐 경계를 이루고 있었다. 지름 11~14m, 높이 3.4m인 이 작은 무덤은 ‘고분’이란 말조차 버거워 보인다. 처음 연 지도에는 이름조차 나오지 않는 작은 원이었다. 다른 지도에는 방문자 리뷰가 4건 있었는데 대체로 노서리고분군을 대신한 표시였다. 그나마 이름이 있고 안내판이 있어 가능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말뼈와 마구가 발견되어 붙은 마총은 얼마나 무심한 명명인가. 고분의 위용은 외려 이름 없는 134호 고분이 두드러진다. 남과 북의 두 기가 겹친 규모로 마총을 압도한다. 마총 곁에는 지난해 4월 1일 오아르미술관이 개관했다. 작은 고분 곁에 일어난 거짓말 같은 일. 오아르는 ‘오늘 만나는 아름다움’을 뜻한다. 유현준 건축가가 설계했다. 건축가의 명성 덕분인지 단숨에 경주의 명소로 떠올랐다. 고분과 접한 미술관 동쪽은 2층 전체가 거대한 창이다. 고분군의 풍경을 잔뜩 품어 안는다. 그래서 미술관을 소개하는 글에는 어김없이 ‘고분을 품은 미술관’ ‘왕릉 뷰’라는 수사가 따른다. 그때 고분과 왕릉에는 금관총과 봉황대 등 커다란 고분이 오르내린다. 마총은 미술관 가장 가까이에 있지만 슬며시 이름을 감춘다. 작은 봉분을 마주하려 미술관을 짓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문을 여는 건 고작 작은 열쇠 하나다. 미술관 1층은 카페와 전시장이 공존한다. 카페만 이용할 수도 있는데 다정한 시간을 원하는 연인들은 그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다. 그들이 1층에서 바라보는 건 어김없이 마총이다. 거대 고분군을 배경으로 소담하게 솟은 마총은 아래쪽 석재가 높이의 절반을 차지한다. 기단처럼 보이지만 봉분 안의 널길이나 돌방의 일부일 것이다. 본래의 크기는 인근에 있는 쌍상총(지름 17m, 높이 5m) 정도로 추정한다. 그러니 카페에서 보이는 마총의 서남쪽은 훼손된 형체, 시간이 지나 부서지고 무뎌진 자취다. 그 자리에서 ‘그해 경주’는 마총으로 인해 달리 읽힌다. 당신이 내 손바닥에 적은 말들은 어쩌면 접어 쥔 손안에서 모래시계처럼 흘러내려 이별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그해 경주’가 실린 산문집의 제목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난다)이다. 사랑이 지나간 후의 노래 같아서 책 속에는 ‘그해’로 남은 시가 유독 많다. ‘그해 인천’과 ‘그해 경주’가 첫 장을 열고 여수, 협재, 묵호, 행신, 삼척을 지나 ‘그해 연화리’라는 글로 닫힌다. 그해 경주에서, 시 속의 당신과 내가 나란히 앉아 바라보던 무덤은 혹여 마총 같은 자그마한 고분은 아니었을까. 다만 사랑했으므로 우리의 맹세는 그 무덤을 커다랗다고 믿게 만들지는 않았을까. ●경주의 시간을 걷는 길 오아르미술관 2층에는 134호 고분의 정상부가 눈을 맞춘다. 마총은 보이지 않는다. 134호 고분은 하부가 절반쯤 사라진 높이로 주변의 고분과 부유한다. 창가로 한 걸음 다가가자 비로소 마총이 보인다. 한층 낮아진 고분 곁으로 손을 마주 쥔 연인들이 지난다. 그들에게는 이 모든 고분이 사랑의 배경이 될까. 마침 전시의 제목은 ‘잠시 더 행복하다’(2026년 3월 16일까지)다. 박서보, 야요이 쿠사마, 줄리안 오피 등의 작품을 본다. 시간을 겹겹으로 쌓아 그리는 박서보, 이우환과, 김문호 관장이 천진함에 반했다는 아야코 록카쿠가 세대를 넘나든다. 작품은 없지만 옥상은 잠시 더 행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장소다. 계단식 전망대가 고분 위에 앉아 경주를 내려다보는 듯한 시점을 제공하는데, 봉분들은 파도처럼 넘실대고 능선 끝에서 기어이 경주 남산까지 가닿는다. 교촌마을의 한옥 또한 옹기종기하다. 천년 경주의 스펙트럼이 그 한 장면 안에 있다. 다시 부풀고 설레는 마음. 이런 황홀한 풍경을 같이 바라볼 때, 연인은 그 감정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처음으로 손을 잡을지 모르겠다. 미술관을 나와서는 금관총을 지나 봉황대를 돌아본다. 그러고는 대릉원으로 옮겨간다. 오로지 고분만을 따라 걷는 산책이다. 지도 위에 무뚝뚝한 직선을 그으면 500~600m 남짓이지만 발끝을 세워 걸으니 누그러져 부드러운 곡선을 그린다. 이때만은 옛 무덤의 문을 두드리듯 능이나 총이라 이름 붙여진 고분의 사연을 물어도 좋겠다. 금관총은 봉분이 없다. 대신 돔을 덮어 유적 전시관으로 거듭났다. 신라의 고분은 어떻게 지어졌을까. 그 대답이 금관총 안에 고스란하다. 지난해 APEC 2025 정상회의 기간, 국립경주박물관은 신라 금관 여섯 점을 한데 전시해 주목받았다. 금관총은 처음 신라의 금관을 발견한 고분이다. 주막 주인이 언 땅을 파헤친 게 계기다. 2013년에는 ‘이사지왕’(爾斯智王)이란 이름을 새긴 고리자루큰칼이 출토되며 한 번 더 세상을 놀라게 했다. 봉황대는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다. 마총과 반대로 경주에서 가장 큰 고분이다. 지금은 엄두도 못 낼 일이지만 조선시대 문인들은 구릉인 줄 알고 올라 경주를 조망하는 시를 읊었다. 고목 아홉 그루가 사슴 뿔처럼 무덤을 장식한다. 보는 방향에 따라 조금씩 변화해 연인들은 자꾸만 무덤 주위를 맴돈다. ●봄밤 그리고 목련 대릉원은 봄밤의 다정한 산책에 적합하다. 노서리와 노동리고분군이 집들과 경계 없이 한데 어울린다면 미추왕릉, 천마총, 황남대총은 담장을 둘러 한층 은밀하다. 어둠에 묻힌 능은 서로의 능선이 엇갈리며 길을 만들고, 그 사이로 다정한 걸음을 낼 때 봄밤의 상큼한 기운을 물씬 풍긴다. 그 또한 밤의 무덤일 텐데 두렵지 않은 건 왜일까. 고분과 고분, 대나무숲과 연못 사이를 거닐 때는 도심마저 잊힌다. 손끝에 아지랑이가 피어나는 연인들은 3월 중순이 나을 수도 있겠다. 대릉원 황남대총 동쪽은 목련 한 그루가 유명하다. 박준 시인의 ‘그해 경주’를 사진으로 그려내면 이런 장면이 아닐까. 두 봉분 사이로 하얗게 핀 목련은 고분 위에 쓰인 연서인 듯 하다. 목련 앞에는 사진으로 추억하려는 이들이 늘 길게 늘어선다. 고분의 목련은 경주오릉도 뒤지지 않는다. 오릉은 ‘능’이니 그 이름의 주인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삼국사기는 신라 시조 박혁거세와 왕비 알영부인 그리고 후대 네 임금의 무덤이라 기록한다. 경주오릉 숭덕전 담장에는 여러 그루의 목련이 전각보다 높게 자란다. 잎도 나기 전에 꽃부터 피운 나무는 사랑에 비유하면 풋풋하여 풋사랑이다. 그래서 어느 날 후드득 꽃잎을 떨구는 것이려나. 대릉원과 오릉 사이에는 황남리고분군이 있다. 고분 사이에 키 큰 메타세쿼이아가 눈길을 끈다. 남쪽에는 테라로사 경주점이 있는데 한옥의 대청마루에서 그 전경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먼 데서 보는 황남리고분군은 지척의 노서동이나 품 안의 대릉원과는 또 다른 감흥을 안긴다. 불같은 사랑이 지나가고 평온한 시절의 연인을 보는 듯 하다. “손끝을 세워 몇 개의 글자를 적어” 보는 대신 발끝을 세워 나란하게 지나온 궤적들, 오므린 손바닥을 가만히 펴서 지난 ‘그해’의 시간들을 들여다본다. 사랑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셈할 수 없는 발견이었을 뿐, 간절한 것은 또 얼마나 오래 걸려 이곳으로 왔던가.
  • [포착] ‘트럼프 아들♥北 김주애’ 결혼하면 벌어질 일…밈 확산하는 이유

    [포착] ‘트럼프 아들♥北 김주애’ 결혼하면 벌어질 일…밈 확산하는 이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막내아들 배런 트럼프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를 결혼시키면 세계 평화가 올 것이라는 내용의 밈(meme·유행 이미지)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 페이스북과 엑스 등 SNS에서는 배런과 김주애가 결혼을 앞두고 교제 중인 모습의 가상 사진이 퍼지기 시작했다. 공유된 게시물을 보면 두 사람이 각각 미국 성조기와 북한 인공기를 배경으로 손으로 하트를 그리고 있다. 이들 옆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표정은 매우 심기가 불편한 듯 보인다. 해당 밈에는 “세계 평화를 위해 배런 트럼프와 김주애가 결혼해야 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네티즌들은 “세계 평화를 위한 가장 간단한 해결책이 될 듯”, “의외로 핵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일 수 있다”, “미성년자 자녀를 정치 풍자 소재로 쓰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미국이 이란의 핵 보유를 막겠다는 명분으로 대규모 공습을 가하고 이란이 격하게 보복하면서 중동 전역의 전운이 짙어지는 가운데, 배런과 김주애의 결혼 밈은 미국과 북한의 ‘정략결혼’이 차후 핵무기를 두고 벌어질 또 다른 전쟁을 미리 방지하는 해법일 수 있다는 다소 황당한 기대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덴마크령인 그린란드 병합 의지를 언급했던 시기엔 배런과 덴마크 이사벨라 공주의 결혼을 통해 그린란드를 지참금으로 받으면 된다는 식의 풍자 게시물이 SNS에서 확산했었다. ‘하메네이 참수’ 성공한 미국, 북한에 대한 입장은?핵무기 보유를 꿈꾸던 이란이 미국의 거센 공격을 받자 역시 핵 보유국을 노려온 북한과 김 위원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4일 브리핑에서 핵무기 추구를 이유로 이란을 공격한 것이 북한에 대한 미국의 태세에 변화를 주느냐는 질문을 받고 “북한과 관련해 어떤 입장 변화도 없다”고 답했다. 북한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대해 “미국의 패권적 불량배적 행태”라고 비난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에는 말을 아끼고 있다. 그동안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2기 들어 여러 차례 보내온 러브콜을 보란 듯이 무시해 왔으나 당분간은 미국 측의 대화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마냥 대화를 거부한다면 이란·베네수엘라와 같은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부담 속에 결국 협상장에 끌려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와중에 세력 과시한 北…함정에서 순항미사일 발사김 위원장은 중동 정세가 혼란스러운 틈에도 함대지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하며 자신의 세력을 과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5일 “3일부터 4일까지 이틀 동안 김 위원장이 남포조선소에 있는 구축함 ‘최현호’에 올라 해병들의 함운용훈련 실태와 함의 성능 및 작전 수행 능력 평가 시험공정을 료해(파악)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관영 매체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최현호에선 적어도 4발의 순항미사일이 연속 발사됐고, 김 위원장은 지상에서 발사 장면을 지켜봤다. 북한이 함정에서 순항미사일을 연속으로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전문가들은 전술핵을 탑재할 수 있는 순항미사일 연속 발사로 해상 핵무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 KLPGA 코스 쉬워 LPGA 가면 쩔쩔?… 훈련 여건·방식의 차이 [권훈의 골프 확대경]

    KLPGA 코스 쉬워 LPGA 가면 쩔쩔?… 훈련 여건·방식의 차이 [권훈의 골프 확대경]

    LPGA 기회 잡은 국내 선수들코스·세팅 어려운 메이저 출전경기력 저하로 쉽게 타수 잃어볼 똑바로 치는 게 우선인 한국쇼트게임 연습 공간 너무 적어美는 넓고 굴곡진 그린서 훈련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에 출전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선수들이 맥을 못추자 KLPGA 대회 코스가 너무 짧고 쉽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힘을 얻었다. KLPGA투어 대회에서 쉬운 코스만 접하다가 LPGA투어 메이저대회의 길고 난도 높은 코스에 쩔쩔맸다는 지적이었다. 특히 코스 난도에 가장 큰 요소인 코스 길이가 미국보다 훨씬 짧다는 주장이 많았다. 과연 KLPGA투어 대회 코스는 LPGA투어보다 짧을까? 지난 시즌 KLPGA투어가 열린 코스 평균 전장은 6366야드(약 5821m)라고 KLPGA투어는 밝혔다. LPGA투어는 6599야드다. 18개 홀 가운데 10개를 차지하는 KLPGA투어 코스의 파4홀 평균 길이는 381야드, 미국은 391야드다. KLPGA투어 대회 코스가 미국보다 짧은 건 사실이지만 큰 의미가 있는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눈에 띄게 차이가 나는 건 따로 있다. 한국과 미국 양쪽에서 경기했던 선수들의 드라이버 샷 비거리를 비교했더니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한국 코스에서 경기할 때보다 미국 코스에서 약 20야드 더 멀리 쳤다. 국내 대회에서 평균 257야드를 쳤던 방신실은 미국에서는 279야드를 때렸다. 국내에서 248야드를 보내던 황유민은 미국에서는 274야드를 날렸다. 미국에서 평균 273야드를 때린 윤이나는 국내 대회에서는 251야드로 줄었다. 미국 골프 코스는 대부분 평지인데다 페어웨이가 단단해서 국내 코스에서 칠 때보다 드라이버 비거리가 더 나온다는 건 상식이다. 이런 기록을 고려하면 KLPGA투어 코스가 미국보다 크게 짧은 건 아니다. 그렇다면 왜 해외 원정을 다녀온 KLPGA투어 선수들이 미국 코스가 어렵다고 말할까. 답은 그들이 출전한 대회가 대부분, 아니 전부 메이저대회라는 사실에서 찾아야 한다. 메이저대회는 어려운 코스를 골라서, 어렵게 세팅한다. KLPGA투어에서도 메이저대회 코스는 어렵다. KB금융 스타챔피언십이 열리는 블랙스톤 이천 GC,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을 개최하는 블루헤런 골프클럽은 아주 어려운 코스인데 대회 때는 더 어려워진다. 한국에서 뛰다가 잠깐 건너간 선수가 시차 적응도 제대로 못한 채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코스에서, 더구나 최근 들어 더 어려워진 LPGA투어 메이저대회 코스에서 제대로 된 경기력을 발휘하긴 쉽지 않다. LPGA투어 메이저대회 코스는 KLPGA투어 메이저대회보다 더 어렵다. 지난해 LPGA투어 메이저대회 우승 스코어 평균은 8.6언더파였다. KLPGA투어 메이저대회 평균 우승 스코어는 10.5언더파였다. 메이저대회를 뺀 LPGA투어와 KLPGA투어 일반 대회 우승 스코어 평균은 각각 16.2언더파와 15.2언더파로 집계됐다. KLPGA투어 대회에 출전했던 리디아 고(뉴질랜드)는 “LPGA투어 메이저대회 코스는 우리한테도 어렵다. KLPGA투어에서 뛰는 선수가 사나흘 전에 도착해서 잘 치기가 쉽지 않다. 또 KLPGA투어 대회 코스가 쉽다고 느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물론 KLPGA투어 선수와 LPGA투어 선수와 실력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다만 그 차이가 코스보다는 훈련 여건과 방식 차이에서 나온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국 선수들은 드라이버와 우드, 하이브리드, 아이언을 똑바로 치는 편이다. 연습장에서 볼을 똑바로 때리는 연습량이 어릴 때부터 워낙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쇼트게임이 약하다. 쇼트게임은 다양한 상황과 다양한 라이, 다양한 길이와 상태의 잔디에서 연습해야 하는데 한국에는 그런 연습을 할 공간이 아주 제한적이다. 프로 대회에서조차 선수들이 잔디에서 쇼트게임을 연습할 장소가 제공되지 않는다. 대회 전에 좁은 연습 그린에서 똑바로 공을 굴리는 연습만 할 뿐이다. 그린의 굴곡에 따라 공을 태워서 굴리는 연습도 어렵다. 미국 선수들은 멀리, 똑바로 때리는 연습 이전에 어릴 때부터 그린 주변 잔디에서 그린에 볼을 올리는 놀이처럼 연습한다. 연습장으로 제공되는 그린은 아주 크고 굴곡도 다양하다. 당연히 쇼트게임과 그린 플레이가 뛰어날 수밖에 없다. 일본 선수들도 한국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좋은 연습 여건에서 훈련한다. 쇼트게임과 그린 플레이 연습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잔디 연습장과 크고 굴곡진 연습 그린이 잘 갖춰져 있다. 이런 차이 때문에 KLPGA투어에서 뛰던 선수들은 리커버리 상황이 많을 수밖에 없는 LPGA투어 메이저대회 코스에서 쉽게 타수를 잃는다. 지난해 LPGA투어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일본의 사이고 마오와 야마시타 미유는 비거리는 아주 짧은 편이지만, 쇼트게임과 그린 플레이를 앞세워 정상에 올랐다. 결국 KLPGA투어 선수들의 경기력이 LPGA투어 메이저대회에서 맥을 추지 못하는 이유를 KLPGA투어 대회 코스에만 돌리는 건 한쪽 면만 보는 단견이 아닐 수 없다. 더 세심한 분석과 그에 걸맞은 처방이 필요하다.
  • ‘브리저튼4’의 당당한 신데렐라… 손숙 외손녀 “핵심은 사랑이죠”

    ‘브리저튼4’의 당당한 신데렐라… 손숙 외손녀 “핵심은 사랑이죠”

    넷플릭스 영어쇼 부문 글로벌 1위“외할머니 연기 보며 배우 꿈 키워할리우드서 동양인 대변에 책임감” “시대 배경은 19세기지만 그것보다 시리즈를 어떻게 현대적으로 만들지 고민한 것 같아요. 핵심은 ‘사랑’이거든요.” 당당하고 우아한 ‘한국계 신데렐라’. 넷플릭스 시리즈 ‘브리저튼4’의 주인공 소피 백 역을 연기한 배우 하예린(28)은 4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브리저튼4’는 지난 1월 파트1(1~4화)을 공개해 2주 연속 넷플릭스 영어 쇼 부문 글로벌 1위를 차지하며 높은 관심을 받았다. 지난달 26일에는 파트2(5~8화)를 공개했는데, 마찬가지로 1위에 오르며 전 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인간의 감정과 진실을 표현하는 게 중요했고 거기에 집중했어요. 오늘날 시청자들이 자기의 환상을 투영할 수 있도록 말이죠. 그게 전 세계 관객에게 가닿을 수 있었던 힘 같습니다.” ‘브리저튼4’는 사랑과 계급에 관한 이야기다. 브리저튼 가문의 차남인 베네딕트 브리저튼(루크 톰슨 분)과 하녀 신분인 소피 사이의 로맨스를 그린다. 사랑만으로 신분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커다란 뼈대만 보면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다. 하지만 정부(情婦)가 돼 달라는 베네딕트의 제안을 거절한다. 이로써 소피는 단순한 신데렐라에서 벗어난다. 어려운 여건 가운데서도 끝내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잃지 않는 존재로 거듭난다. “신데렐라와 많이 비교하시지만 저는 좀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소피는 어릴 적 트라우마를 품고 있는 인물이거든요. 겉으로는 강하지만 속은연약한 그 이중적인 면모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하예린은 한국 연극계를 개척해 온 원로배우 손숙(82)의 외손녀다. 어렸을 때 손숙의 연기를 보며 배우의 꿈을 키웠다. 손숙은 하예린에게 연기에 관한 조언은 하지 않았다. 다만 시리즈를 다 보고서 “자랑스럽고 사랑한다”는 문자메시지만 한 통 남겼다고 한다. “(저를 향한 관심이) 순전히 운 때문이라면 그게 언제 다할지 두렵기도 합니다. 하지만 책임감도 있어요. 오늘날 할리우드에서 (여전히 생소한) 동양인을 대변하는 일에 있어서 말이죠. 변화가 필요한 곳에서 제가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 역할을 기쁘게 맡겠습니다.”
  • “은평의 봄 안전하도록”… 직접 발로 뛰어 해빙기 위험 막는다 [현장 행정]

    “은평의 봄 안전하도록”… 직접 발로 뛰어 해빙기 위험 막는다 [현장 행정]

    갈현동 일대 초교·재개발 공사지지반 침하 여부·가설물 상태 확인갈현초~선일초 보행 안전도 살펴 “현장에서 확인된 사항은 즉시 보완하고, 위험 요인은 사전에 차단해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김미경 서울 은평구청장) 서울 은평구가 해빙기를 맞아 지난달 25일 갈현동 일대 주요 사업 현장의 안전점검을 했다고 4일 밝혔다. 겨울에 얼었던 지반이 녹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김미경 은평구청장과 안형준 부구청장은 물론, 주차관리과와 정비사업신속추진과 등 담당 과장들이 ▲갈현초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및 복합화시설 공사현장 ▲갈현제1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현장을 차례로 점검해 지반침하 여부와 가설시설물 설치 상태 등을 확인했다. 갈현초 복합화사업 대상지는 연면적 6061㎡로, 지하 2층부터 지상 1층 규모의 지하 공영주차장(주차장 150면) 및 다목적체육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2028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한다. 지난해 11월 착공한 갈현1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은 대지면적 약 23만 8967㎡에 총 4116가구의 대단지가 조성된다. 22층 이하 규모의 단지 총 32개동이 들어선다. 개학을 맞은 점을 고려해 갈현초~선일초 인근 통학로의 보행 안전 확보 여부도 함께 점검했다. 공사 차량 운행에 따른 학생 불편과 보행 안전 저해 요소가 없는지 살피고, 안전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강조했다. 비가 오거나 우산을 사용하는 날에는 시야가 좁아져 안전사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는 만큼, 학생 대상 안전교육 강화의 필요성도 언급됐다. 김 구청장은 공사 기간별 주의사항과 통학로 이용 유의점 등을 학생 눈높이에 맞게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학부모 연수 등을 통해서도 관련 내용을 적극 공유해 달라고 당부했다. 구는 이달 25일까지를 해빙기 집중 점검 기간으로 정하고, 중·대형 공사장과 급경사지, 옹벽 등 취약시설 317곳을 점검하고 있다. 시설물 관리 부서별 자체 점검반 운영과 전문가 합동 점검을 병행해 현장 중심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해빙기에는 작은 균열과 지반 변화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주민의 일상 동선까지 함께 살피는 종합적인 점검이 중요하다”며 “주민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 한정식에 서양 향신료 버무리듯… 다채로운 수묵 풍경의 맛 그리다

    한정식에 서양 향신료 버무리듯… 다채로운 수묵 풍경의 맛 그리다

    서양 기법 더한 수묵화로 한 우물“여전히 ‘꼭 갖고 싶게’ 그리려 애써”산천 사계절 담은 ‘9m 대작’ 준비 “그림을 그리는 게 어려운 게 아니에요. 남을 감동시킬 수 있는 그림을 그리는 게 어려운 거죠.” 반세기 넘게 화업을 이어온 오용길(80) 화백이 어느덧 30번째 개인전을 연다.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청작화랑에서 만난 오 화백은 “내 그림은 허투루 그린 부분이 하나도 없다”며 “여전히 ‘꼭 갖고 싶은 그림’을 그리려고 애쓴다”고 말했다. 오 화백은 경기 안양시에서 태어나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했다. 1973년 국전 문화공보부장관상을 비롯해 1978년 동아미술상, 1991년 월전미술상 등을 받았으며 지난해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그는 지필묵(紙筆墨)으로 우리 수묵화의 맥을 이으면서도 서양화의 조형 감각과 공간 개념을 적용해 ‘수묵풍경’이라는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여백의 미를 중시하는 전통 산수화와 달리 그의 작품은 서양 풍경화처럼 화면 가득 풍경을 채워 넣는다. 여러 개의 붓을 쓰기보다 거의 하나의 붓으로 강약을 조절하며 한지와 화선지의 특성을 활용해 작품을 완성한다. 오 화백은 “음식으로 비유하면 한정식에 서양 향신료를 섞는 것과 비슷한데, 그걸 맛있게 만드는 게 내 몫”이라며 “서울예고 시절부터 소묘, 수채화, 유화를 훈련했기 때문에 (작품에) 동양적인 것과 서양적인 것이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봄의 전령사’라는 별명답게 그는 이번 개인전에서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경남 거창군 용원정의 모습을 연작으로 선보인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경기 안양예술공원의 풍경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자연을 고스란히 담지 않고 작가 나름의 연출이 포함된 것이 특징이다. 한국 미술에서 단색조 추상화가 대세를 이룰 때도 오 작가는 지금의 작업을 고수했다. 그는 “나름대로 조금씩 스펙트럼을 넓히고 감상자와 코드를 맞추긴 하지만, 그러면서도 ‘오용길’ 하면 딱 하고 떠오르는 그림이 있어야 한다”며 “원래 한 우물만 파는 기질이라 ‘누가 뭘 해서 잘 됐다’에 흔들리기보다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작업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재언 미술평론가는 “오용길 작가는 법고창신, 즉 ‘새것을 창조하되 근본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철학적 토대 위에 굳게 서 있다”며 “작은 차이들 혹은 평범함들이 모여 큰 차이를 이루는 경지”라고 평했다. 오 화백은 내년에는 9m에 이르는 초대형 작품을 포함해 우리 산천의 사계절을 담은 대작 위주의 전시를 준비 중이다. 전시는 18일까지.
  • 따스한 예능이 분다

    따스한 예능이 분다

    외딴 시골 마을에서 어르신들의 머리를 다듬는 박보검과 폐교 위기 초등학교의 연극반 선생님으로 나선 김태리. 자극적인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무해한 웃음과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착한 예능’이 주목받고 있다. ●도시의 자극 대신 시골의 무해함 물씬 tvN ‘보검 매직컬’은 초보 이발사 박보검이 좌충우돌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다. 지난 1월 첫 방송에서 박보검은 군 복무 중 취득한 이용사 국가 자격증을 활용해 전북 무주군 앞섬 마을에 이발소를 열었다. 배우 이상이는 네일 아트 국가 자격증을 취득해 동네 주민들의 손을 다듬고 곽동연은 따끈한 붕어빵과 어묵을 손님들에게 대접한다. 이 프로그램은 세 배우가 마을 사람들과 유대감을 쌓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어느새 이발소는 동네 사랑방이 되고 박보검은 손님들의 머리뿐 아니라 마음까지 함께 다듬어 준다. 이상이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손님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이웃집 할머니의 일손을 거들기도 한다. 정성을 다하는 서비스에 감동한 마을 사람들은 이발소에 밑반찬을 갖다주면서 정을 쌓아간다. 지난달 27일 방송된 5회에서는 백발을 까만 머리로 염색한 할머니 손님의 영정 사진을 촬영하는 장면이 방송돼 먹먹한 감동을 안기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지난달 22일 첫 방송한 tvN ‘방과후 태리쌤’에서 김태리는 경북 문경시 용흥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연극을 가르친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친절한 설명과 아낌없는 칭찬으로 수업에 활력을 불어 넣으며 아이들과 함께 연극 ‘오즈의 마법사’를 준비한다. 배우 최현욱도 보조 교사로 합류해 아이들의 수업 준비를 돕는다. 연출을 맡은 박지예 PD는 “지방 소멸 시대와 맞물려 폐교되는 작은 학교들이 많아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현실에 도움이 되고 의미가 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일 첫선을 보인 MBC ‘마니또 클럽’은 학창 시절 유행하던 ‘마니또 게임’을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으로 재해석했다. ‘마니또 게임’은 상대방 몰래 도와주고 편지나 선물을 보내는 놀이의 일종으로 서먹서먹한 친구 관계를 가깝게 하는데 활용되곤 한다. ●이효리·이상순 , 장애인 상담소장 으로 ‘착한 예능’ 바람은 계속될 전망이다. 오는 8일 처음 방송되는 SBS ‘내 마음이 몽글몽글-몽글상담소’는 사랑을 꿈꾸는 발달장애인 청춘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이효리·이상순 부부가 함께 출연한다. 상담소장을 자처한 부부는 발달장애인 청년들과 8주간 여정을 함께 하며 이들이 인생 첫 로맨스를 활짝 꽃피울 수 있도록 돕는다. 4월 방송 예정인 tvN ‘앙상블’은 뮤지컬 대가 김문정 음악감독이 다문화 가정 아이들과 함께 합창단에 도전한다. 17개국 출신 31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의 100일 도전기를 통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청소년들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화합해가는 과정을 담는다. ●‘앙상블’ ‘봉주르빵집 ’등 온기는 계속 소외된 어르신들을 찾아가는 힐링 예능도 기다리고 있다. 오는 5월 공개 예정인 쿠팡플레이 ‘봉주르빵집’은 배우 김희애와 차승원이 파티시에로 변신해 시골 마을에서 ‘시니어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며 주민들과 온기를 나눈다. ‘마니또 게임’을 기획한 김태호 PD는 4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그동안 주류를 이룬 독한 예능에 대한 반대급부로 인해 ‘착한 예능’의 수요가 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단절되고 소외된 디지털 시대에 인간관계를 이어주는 아날로그 감성의 선하고 따뜻한 콘텐츠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