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그리
    2026-03-05
    검색기록 지우기
  • 호주
    2026-03-0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46,633
  • [세종로의 아침] 집값엔 더 나은 삶을 찾는 마음이 있다

    [세종로의 아침] 집값엔 더 나은 삶을 찾는 마음이 있다

    동네에 3차선이 놓인 길 하나를 두고 아파트 단지가 모여 있다. 2000년대 중반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대기업 건설사 브랜드 아파트들로 생활 환경은 비슷하지만 길 양쪽 단지들의 평당 가격은 크게 다르다. 뚜렷한 차이는 배정되는 초등학교다. ‘초품아’ 속 선호도 높은 초등학교에 배정되는 단지가 그렇지 못한 길 건너 단지보다 더 비싸다. 아이 봐줄 사람이 여의찮아 출퇴근 조건이 좋은 곳을 찾다 얼떨결에 들어온 학군지 동네에서 마주한 솔직한 욕망의 모습이었다. 대한민국에서 교육과 부동산만큼 인간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투영하는 도구가 있을까. 집값이 오르는 덴 그만한 이유가 있다. 신축, 역세권, 직주근접, 학세권 등 보다 편리하고 윤택하게 생활하고 싶은 마음에 집을 고르고, 기왕 인생에서 가장 큰 지출을 하는 만큼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고 싶은 것이 평범한 욕심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들어 전국에서 아파트 가격 상승폭(2.74%)이 가장 높은 경기 용인 수지를 최근 둘러봤다. 이곳 가격은 특히 정부의 10·5 대책 발표 이후 가파르게 뛰었다. 천정부지로 오른 서울 아파트값 여파가 경기 과천, 판교, 분당을 거쳐 수지로 옮겨붙은 셈이다. 같은 동네여도 신분당선역까지 걸어 다닐 수 있는 아파트가 비쌌고, 같은 단지여도 일조량에 따라 가격 차가 났다. 언덕 위 브랜드 아파트는 젊은 부부들이, 바로 옆 평지 구축 단지는 어르신들이 선호했다. 몇 달 사이 2억~3억원씩 뛰자 집을 내놓으려던 사람들도 마음이 바뀌고 있다고 한다. 분당이나 강남으로 옮기고 싶지만 돈이 좀 부족하니 더 기다려 보자는 심산에 매물을 거두는 것이다. 반면 강남 집을 팔고 넘어오려는 중장년층과 통근버스가 다니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직원들은 더 늦기 전에 집을 사고 싶다며 부쩍 찾아와 상승폭을 키운다. 아파트 거래량, 변동률 수치에도 각각의 사연이 있다. 수지 이전에 지난해 최대치에 달하는 오름폭을 찍었던 서울 강남 3구와 ‘한강벨트’ 그리고 과천, 판교, 분당도 비슷한 이유로 선호 지역이 된 지 오래다. 올해 들어선 서울 관악, 경기 안양 동안, 하남 등 교통과 직주근접이 좋은 지역들도 매주 가격이 뛰며 이들과의 ‘갭 메우기’가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동력은 더 나은 삶을 바라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세밀한 욕망들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직장 다니기 편한 곳, 아이 키우기 좋은 여건, 나와 가족의 삶을 잘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을 찾는 마음을 악한 것이나 억눌러야 할 소수의 이기심으로 치부하기보다는 오히려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게 정책의 본질이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수도권 도심과 주요 입지에 총 6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1·29 대책의 방향은 긍정적이다. 공급을 통한 집값 안정 의지를 확실하게 내보였고, 주거 취약층인 청년과 신혼부부들이 선호도 높은 도심 생활권에 머물 수 있도록 한다는 정책 취지도 지향할 만하다. 그럼에도 시장을 잠재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이어진다. 과거에도 숱하게 등장한 공급 계획들이 행정 규제, 주민 반발 등으로 공수표가 된 것을 수없이 지켜봤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껏 오른 집값에 불안한 수요자들은 몇 년 뒤의 장밋빛 청사진이 아닌 당장 나와 가족이 생활할 수 있는 집을 원한다. 무섭게 뛰는 부동산 시장에 과연 내 집이 있을지, 지금이라도 구해야 덜 낭패를 보는 것 아닌지 하는 불안을 누르려면 가시적인 실현이 빠르게 뒷받침돼야 한다. 편리한 교통, 좋은 일자리와 학교, 각종 생활 인프라 등 서울이 아니어도 삶의 질이 보장되는 환경을 더욱 넓혀야 한다. 도심 공급 계획은 속도를 높이고, 3기 신도시의 인프라 확충도 서둘러야 한다. 정부가 시장을 승부의 대상이 아니라 삶 속의 솔직한 소망들과 마주하고 그걸 담아낼 그릇을 어떻게 빚어갈지 고민을 키워야 시장과 함께 속도를 맞출 수 있을 것이다. 허백윤 산업부 기자(차장급)
  • “대중이 문학 즐길 수 있도록 힘쓸 것”

    “대중이 문학 즐길 수 있도록 힘쓸 것”

    새달 ‘이달을 빛낸 문학인’ 사업 시행‘한국문학기행’ 여행 상품 개발·보급 “‘국립한국문학관’이라는 이름을 보세요. ‘박물관’이 아니라 ‘문학관’입니다. 만약 박물관이라면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겁니다. 하지만 문학관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을 넘어서서 대중이 문학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힘쓸 것입니다.” 지난달 국립한국문학관의 새 관장으로 부임한 문학평론가 임헌영(본명 임준열·85) 관장이 9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사업 계획과 포부를 밝혔다.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법인으로 설립된 국립한국문학관은 아직 정식 기관 건물이 없다. 현재 서울 은평구 진관동 일대에 짓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 중 완공 및 개관 예정이다. 국립한국문학관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문학의 대중화’라는 게 임 관장의 생각이다. 우선 한국문학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문학인을 매월 선정하고 기념행사를 여는 사업인 ‘이달을 빛낸 문학인’을 오는 3월부터 시행한다. 당장 오는 5월은 한용운의 시집 ‘님의 침묵’ 초판본이 발간된 지 100주년이 되는 달이다. 6월에는 이상화의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가 발표 100주년을 맞는다. 오는 10월에는 소설가 박경리가 탄생 100주년을 맞는다. 아울러 작가와 작품의 이야기를 따라 여행하며 문학을 깊이 있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한 ‘한국문학기행’이라는 여행 상품도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개발·보급할 예정이다. 아울러 국립한국문학관이 수집한 12만여점의 소장품을 관리하고 쉽게 검색·활용할 수 있도록 ‘한국문학 자료관리시스템’도 개발한다. 임 관장은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서 신명 나는 춤판을 벌이는 축제가 문학”이라며 “문단을 위한 문학이 아닌, 역사와 철학 그리고 정치, 경제 심지어 과학까지도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진심 다하니 결국 답을 받아… 용기 낼 힘을 주고 싶어요”

    “진심 다하니 결국 답을 받아… 용기 낼 힘을 주고 싶어요”

    창원서 무작정 상경147일간 노숙, 창고 기거밴드 중식이 만나 새 전기‘나는 반딧불’ 리메이크지난해 폭발적 인기발라드계 중심으로 우뚝55인조 풀 오케스트라와‘사랑과 우정사이’ 등 준비“‘나는 반딧불’도 꼭 부를 것” 노래를 잘하고 싶었다. 노래 연습을 하다 음악의 매력에 빠져 가수를 꿈꿨다. 경남 창원시에서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홍익대 근처에서 노숙을 불사했다. ‘죽자 살자’ 음악을 하고 수많은 곡을 썼지만 상황은 여전했고,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때 떠올린 질문은 ‘꿈을 포기해야 하나’가 아니라 ‘언제쯤이면 꿈을 포기할 수 있을까’였다. 그 순간조차 가사가 됐다. “수없이 많은 숫자와 이유가// 결국엔 이 순간으로 돌아”왔고 “지금 이대로 나는 좋아서”(‘얼마쯤에 내 꿈이 포기가 될까’ 중) 다시 세상에 나가기로 했다. 그 끝에 가수 황가람(41)은 발라드계의 중심에 우뚝 섰다. 2년 전 밴드 중식이의 곡 ‘나는 반딧불’을 커버한 영상이 리메이크 음반 발매로 이어지면서 지난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래도 괜찮아 나는 빛날 테니까’라는 희망적인 가사는 묵묵히 음악을 해온 그의 시간과 겹치면서 큰 공감과 위로를 일으켰다. ‘힐링송’의 주인공 황가람은 오는 2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서울신문 주최 ‘2026 봄날음악회’ 무대에 올라 진솔한 음악 이야기를 들려준다. 음악회에 앞서 서면으로 만난 황가람은 147일간 노숙하고 창고에서 기거한 몇 년을 “돌아보면 아찔하지만 열정과 에너지가 넘치던 시절이었기에 너무나 행복했다”고 떠올렸다. 고1 때 짝이었던 친구를 비롯해 지금 함께 음악을 하는 ‘가족 같은 존재’를 만난 시간이라 더없이 소중하다. 오히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모르는 것들 투성이였던 어린 시절이 아니라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다는 것을 느낄 때였다고 했다. ‘얼마쯤에 내 꿈이 포기가 될까’를 만들어 친구들과 뮤직비디오를 찍으며 다시 힘을 냈고 생애 처음 오디션프로그램도 도전했다. 이때 중식이의 정중식도 만나며 음악 활동의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서정적인 가사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깊이 있는 목소리가 강점인 그는 여전히 “많이 부족한 보컬”이라고 말한다. “평범한 사람이 만들어낸 목소리라 공감하고 더 사랑받을 수 있을 듯하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부연했다. ‘봄날음악회’에서는 55인조 풀 편성 오케스트라와 무대에 올라 ‘기억속의 먼 그대에게’, ‘사랑 그놈’, ‘사랑과 우정사이’, ‘미치게 그리워서’를 들려줄 예정이다. ‘사랑과 우정사이’는 그가 보컬로 참여하고 있는 밴드 피노키오의 대표곡이다. ‘나는 반딧불’도 “무조건 들려드린다”면서 독자를 향한 대답에 ‘♡’를 곁들였다. 관객들에게 어떤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은지 묻자 대뜸 “객석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무대로 올라오는 관객들이 간혹 있다”는 말을 꺼냈다. 자신도 “그렇게 올라온 것 같다”는 것이다. “언젠가 무대로 올라갈 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낼 힘을 주고 싶습니다. 언젠가 저도 내려갈 테죠. 그때 아래에서 올라갈 수 있도록 힘껏 밀어주고 더 크게 응원하겠습니다.”
  • “대미투자법 입법하면 관세인상 유예 가능성”

    “대미투자법 입법하면 관세인상 유예 가능성”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9일 “대미투자특별법이 3월 국회에서 통과되면 미국이 관세 인상을 유예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여야가 특별법 처리에 합의한 만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인상’ 엄포가 실제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현재로선 크다는 의미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미국은 한국과의 비관세 장벽 관련 협상에서 진척이 없으면 관세를 인상해 무역적자를 개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 장관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을, 조 장관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각각 만나 관세 인상을 저지하기 위한 설득전에 나섰으나 빈손으로 귀국했다. 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주요 현안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입법 지연을 이유로 관세 인상을 한다고 했기 때문에 그 이슈 해결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본질적 이슈를 해결하면 어느 정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지 기대하고 있다”며 “최우선 목표는 관세 인상 없이 현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는 이날 3500억 달러(51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이행을 지원하는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논의하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특별법은 다음달 9일 이전에 여야 합의로 처리될 전망이다. 김 장관은 “러트닉 장관과 지난주 두 차례 화상으로 회의했다. 여야가 처리에 합의한 것을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 관세 인상 발언 이후 2주가 흘렀는데도 아직 관보 게재가 이뤄지지 않은 건 그간 다각적인 노력이 미국 측에 전달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한국 국회가 대미투자특별법을 처리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으며 한국산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을 통보한 배경에 대해 김 장관은 “일본과의 차이가 원인이 된 것 같다”면서 “일본은 법안 없이 곧바로 프로젝트에 돌입했는데, 우리는 법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어서 미국이 아쉬워한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대미투자 프로젝트 1호’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는 “몇 가지 안을 놓고 논의 중인 건 사실이다. 원자력 등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논의가 나왔고 논의되는 프로젝트가 있다”면서도 “상호 간 대외 보안 이슈가 있어서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법안 통과에 맞춰 합의되면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쿠팡 사태를 비롯한 ‘비관세 장벽’ 문제와 관련해 김 장관은 “미국은 대미투자특별법 지연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뭔가 건수가 있으면 이참에 ‘숟가락을 얹어서’ 한꺼번에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면서 “평소 한국에 대해 아쉬워하던 부분을 이번 기회에 한꺼번에 쏟아내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이어 “쿠팡 수사 이슈는 대미투자나 비관세 장벽과 분리해 보고 있다”면서 “미국 회사에서 자국 성인 80%의 정보가 해외로 유출됐다면 어떻게 했겠느냐며 역지사지의 입장을 전달했고, 미국 측도 어느 정도 수긍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그리어 대표와 만나 나눈 대화를 일부 공개했다. 그리어 대표는 조 장관에게 “한국 정부에 투자 요청과 함께 비관세 장벽 개선을 요청했는데 투자는 양국 정상 간 합의 이후 진척이 없고, 비관세 분야는 추가로 협의하기로 했는데 잘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한국 시장에 많은 시간을 쏟을 수가 없으니 ‘감정 없이’ 관세를 높여 무역적자를 개선하려는 것을 이해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그리어 대표는 각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를 정리한 표를 조 장관에게 보여 주며 “이 문제를 빨리 협의해 달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아울러 조 장관은 이달 중으로 핵추진 잠수함과 우라늄 농축·재처리 등 이른바 ‘한미 안보 패키지’와 관련해 미국 협상팀이 방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한국 잠수함, 이건 꼭 사야 해!”…캐나다 국민 댓글 폭발, 이유는? [밀리터리+]

    “한국 잠수함, 이건 꼭 사야 해!”…캐나다 국민 댓글 폭발, 이유는? [밀리터리+]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차기 잠수함 사업 수주를 위해 한국 방산업체뿐 아니라 한국 배터리 소재 기업, 정부가 하나로 뭉쳐 총력전을 펼치는 가운데, 캐나다 국민 사이에서는 한국산 잠수함을 사자는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캐나다 최대 방송사 중 하나인 CTV의 최근 기사 아래에는 한국의 잠수함을 사자는 댓글이 다수 달렸다. 네티즌들은 “다른 나라들이 한국 무기를 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한국 잠수함이 커서 승조원 근무 환경도 좋을 것 같다”, “독일 잠수함은 주문하면 언제 올지 알 수 없다” 등 한국 잠수함에 대한 우호적인 댓글을 쏟아냈다. 반면 독일 잠수함을 사자는 의견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캐나다 군사 안보 전문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커뮤니티에는 “한국 잠수함에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수직 발사관이 있어 다양한 전략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캐나다에 필수적인 원거리 잠항 능력이 월등하다”, “이참에 한국과 군수·방위·산업 동맹을 맺어야 한다” 등 우호적인 의견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캐나다의 전직 군사정보 장교는 “한국 잠수함은 캐나다의 전략적 소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며 호평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잠수함 수주전에 뛰어든 한화오션은 여론을 의식한 듯 캐나다 버스와 정류장 등 거리 곳곳에 옥외 광고판을 설치해 이미지 관리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더불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해안에 잠수함을 실제로 보내 정박시켜두고 시민들이 볼 수 있도록 하는 이벤트도 계획 중이다. 잠수함+α 원하는 캐나다 “결정 기준은…”캐나다 잠수함 도입 사업을 두고 한국의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과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의 제안서 제출 마감일인 3월 2일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캐나다 정부는 양국을 저울질하며 철강 및 자동차, 에너지, 광산 등의 산업에서 민간 분야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8일(현지시간) “캐나다 정부는 한국과 독일이 잠수함 계약 외에 무엇을 더 제시할 수 있는지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티븐 퓨어 캐나다 국방조달특임장관은 지난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국 측에 잠수함 외에 자동차 분야 협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퓨어 장관은 “한국과 독일은 모두 자동차 제조국이고, 이런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이 있다면 방산을 넘어 더 큰 경제 협력으로 확장하고자 한다”며 “이것은 잠수함 사업보다 훨씬 더 큰 사업”이라며 말했다. 이어 “이번 구매 사업의 핵심은 비용, 일정, 그리고 캐나다에 미치는 경제적 이익”이라면서 “이 사업은 국가간 대항전(G2G) 성격으로 발전했고, 승자와는 수십 년간 관계를 맺게 될 것이므로 결국 누가 캐나다에 가장 최선의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시 한번 말하지만, 결정 기준은 어느 나라가 캐나다에 최선의 경제적 가치를 제공하느냐”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한화오션은 지난달 26일 캐나다 최대 철강 기업 알고마 스틸과 캐나다 잠수함 사업 지원을 위한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를 위해 한화오션은 약 3억 4500만 캐나다 달러(한화 약 3650억 원)를 출연한다. 더불어 한화시스템은 캐나다 위성통신 기업 텔레셋과 저궤도(LEO) 위성 통신 협력을 위한 MOU도 체결했다. 이날 한화그룹이 잠수함 수주를 위해 MOU를 체결한 캐나다 기업은 5곳에 달하며 분야는 철강과 인공지능(AI)부터 우주까지 광범위하다. 캐나다가 솔깃할 만한 독일 전략은?독일은 캐나다에 잠수함 건조 외에 공동 훈련 및 군수 지원 등을 내세우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간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지난해 10월 캐나다를 방문했을 당시 “우리는 단순히 특정수의 잠수함을 파는 것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수십 년에 걸친 협력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독일 TKMS는 캐나다 입찰에서 한국 제안을 누르기 위해 자국 및 노르웨이 기업들과 ‘수십억 달러 규모’ 투자 패키지를 제시하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특히 캐나다가 솔깃할 만한 희토류 공동 개발, 전기차 배터리 생산 설비 구축 등도 포함돼 있다. 캐나다가 단순한 잠수함 도입이 아닌 자동차 산업을 포함한 전방위 분야에서의 장기 협력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기술력 과시는 기본이고, 경제성과 실현 가능성을 모두 갖춘 제안서를 제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캐나다 국방협회연구소(CDAI)의 사비에르 델가도 연구원은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이번 입찰 경쟁으로 찾아온 독특한 기회의 순간을 활용하고 있다”며 “이것은 그가 보여주는 협상의 기술 버전”이라고 평가했다.
  • 젤렌스키 “라팔 100대+그리펜 150대 도입 계약 체결”…무슨 돈으로? [핫이슈]

    젤렌스키 “라팔 100대+그리펜 150대 도입 계약 체결”…무슨 돈으로? [핫이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방위력 강화를 위해 스웨덴의 그리펜 전투기 150대와 프랑스의 라팔 전투기 100대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지난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영 통신 우크린포름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키이우 항공 연구소(KAI) 학생 및 교수진과 나눈 대화 내용을 보도했다. 앞서 지난 6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립대학인 KAI를 방문해 항공 전력 강화가 국가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임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우크라이나는 그리펜 전투기 150대와 라팔 전투기 100대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면서 “이 전투기들은 세계 최고의 전투기라고 생각하며 모두 신형 기종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어 “우크라이나는 현재 F-16 전투기를 운용하고 있지만 신형은 아니다”면서 “파트너 국가들이 이 항공기들을 인도하면 항공 역량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우크라이나의 그리펜과 라팔 전투기 도입 방침은 지난해 연말부터 가시화됐다. 앞서 지난해 10월 스웨덴을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방위력 강화를 위해 ‘JAS 39 그리펜’ 최대 150대를 도입하기로 했으며 2026년 첫 인도를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바로 다음 달 그는 프랑스 파리 근교 빌라쿠블레 공군기지를 방문해 라팔 전투기 100대의 구매 의향서에 서명했다. 결과적으로 우크라이나가 그리펜 전투기 150대와 라팔 전투기 100대를 합쳐 총 250대를 구매하겠다는 의지를 만천하에 알린 셈이다. 그러나 실제로 전투기가 인도될지는 미지수다. 가장 중요한 핵심인 전투기 구매 자금에 대한 계획과 내용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KAI를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에도 총 250대 규모의 전투기 도입 계약을 했다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자금 조달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현재 우크라이나 공군이 운용하는 대부분의 전투기는 구소련 시대의 미그기다. 러시아와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는 서방에서 F-16과 미라주 2000을 제공받았으나 여전히 공군력이 열세인 상황이다.
  • 가볍게 오르는 한라산의 겨울, 어승생악

    가볍게 오르는 한라산의 겨울, 어승생악

    가벼운 트레킹으로 한라산의 겨울을 즐기는 방법이 있다. 해발 1169m의 어승생악은 한라산 국립공원에 속한 기생 화산으로, 정상까지 오르는 데 30분 남짓이면 충분하다. 높이만 놓고 보면 결코 낮은 산은 아니지만, 완만한 경사와 잘 정비된 탐방로 덕분에 ‘한라산에서 가장 쉬운 산’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어승생악의 매력은 ‘가벼움’에 있다. 장비를 갖추지 않아도 긴 시간을 내지 않아도 한라산의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눈 덮인 한라산 정상을 오르기엔 부담스럽지만 겨울 산의 기운은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이곳은 좋은 대안이 된다. 짧은 오르막 끝에 만나는 풍경은 계절의 변화를 온전히 전해준다. 어승생악은 약 250m 둘레의 원형 화구호를 품은 오름이다.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분화구는 지금은 고요한 숲과 억새, 풀밭으로 채워져 있지만, 정상에 서면 이곳이 분명 화산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잘 정돈된 나무 계단과 평지로 이어지는 탐방로는 초보자나 가족 단위 탐방객도 부담 없이 오를 수 있을 만큼 완만하다. 겨울의 어승생악은 한라산 고지대 특유의 차분한 분위기를 띤다. 탐방로 양옆으로 늘어선 나무들은 잎을 떨구고 있고 햇살이 비치는 날이면 마른 가지 사이로 빛이 스며든다. 등산로에 길을 안내하듯 조릿대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도 이색적이다. 눈이 내린 뒤라면 풍경은 한층 달라진다. 나무 계단 위로 얇게 쌓인 눈, 얼어붙은 흙길, 그리고 고요함이 더해져 짧은 트레킹임에도 산행의 밀도가 깊어진다. 정상에 오르면 어승생악의 또 다른 얼굴을 만난다. 정상부에는 1945년경 조성된 일제강점기 군사시설 흔적이 남아 있다. 콘크리트 구조물과 참호는 자연 속에 묻혀 있으면서도 분명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제주의 산과 오름 곳곳에 남아 있는 근현대사의 흔적처럼 어승생악 역시 자연과 역사가 겹겹이 쌓인 공간임을 보여준다. 조망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정상에 서면 한라산 국립공원의 숲과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제주시 일대와 중산간 풍경까지 시야에 담긴다. 겨울철에는 공기가 맑아 시야가 더욱 또렷해져 짧은 산행에 비해 만족스러운 조망을 선사한다. 어승생악 탐방은 한라산 국립공원 어승생악 탐방로 입구에서 시작된다. 초입부터 나무 계단과 흙길이 번갈아 이어지며, 경사가 완만해 걷는 데 부담이 없다. 탐방로는 편도 약 1km 남짓으로, 오르내리는 데 약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겨울철에는 일부 구간이 미끄러울 수 있으나 전반적으로 길이 넓고 정비 상태가 좋아 가벼운 트레킹에 적합하다. 어승생악 인근에는 한라산의 또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는 장소들이 자리하고 있다. 어리목 탐방로는 한라산의 대표적인 숲길 코스로 윗세오름, 한라산 남벽을 만날 수 있는 인기 코스이며 제주절물자연휴양림은 울창한 삼나무 숲 속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어 짧은 산행 후 여유롭게 걷기 좋다.
  • 가볍게 오르는 한라산의 겨울, 어승생악 [두시기행문]

    가볍게 오르는 한라산의 겨울, 어승생악 [두시기행문]

    가벼운 트레킹으로 한라산의 겨울을 즐기는 방법이 있다. 해발 1169m의 어승생악은 한라산 국립공원에 속한 기생 화산으로, 정상까지 오르는 데 30분 남짓이면 충분하다. 높이만 놓고 보면 결코 낮은 산은 아니지만, 완만한 경사와 잘 정비된 탐방로 덕분에 ‘한라산에서 가장 쉬운 산’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어승생악의 매력은 ‘가벼움’에 있다. 장비를 갖추지 않아도 긴 시간을 내지 않아도 한라산의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눈 덮인 한라산 정상을 오르기엔 부담스럽지만 겨울 산의 기운은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이곳은 좋은 대안이 된다. 짧은 오르막 끝에 만나는 풍경은 계절의 변화를 온전히 전해준다. 어승생악은 약 250m 둘레의 원형 화구호를 품은 오름이다.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분화구는 지금은 고요한 숲과 억새, 풀밭으로 채워져 있지만, 정상에 서면 이곳이 분명 화산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잘 정돈된 나무 계단과 평지로 이어지는 탐방로는 초보자나 가족 단위 탐방객도 부담 없이 오를 수 있을 만큼 완만하다. 겨울의 어승생악은 한라산 고지대 특유의 차분한 분위기를 띤다. 탐방로 양옆으로 늘어선 나무들은 잎을 떨구고 있고 햇살이 비치는 날이면 마른 가지 사이로 빛이 스며든다. 등산로에 길을 안내하듯 조릿대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도 이색적이다. 눈이 내린 뒤라면 풍경은 한층 달라진다. 나무 계단 위로 얇게 쌓인 눈, 얼어붙은 흙길, 그리고 고요함이 더해져 짧은 트레킹임에도 산행의 밀도가 깊어진다. 정상에 오르면 어승생악의 또 다른 얼굴을 만난다. 정상부에는 1945년경 조성된 일제강점기 군사시설 흔적이 남아 있다. 콘크리트 구조물과 참호는 자연 속에 묻혀 있으면서도 분명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제주의 산과 오름 곳곳에 남아 있는 근현대사의 흔적처럼 어승생악 역시 자연과 역사가 겹겹이 쌓인 공간임을 보여준다. 조망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정상에 서면 한라산 국립공원의 숲과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제주시 일대와 중산간 풍경까지 시야에 담긴다. 겨울철에는 공기가 맑아 시야가 더욱 또렷해져 짧은 산행에 비해 만족스러운 조망을 선사한다. 어승생악 탐방은 한라산 국립공원 어승생악 탐방로 입구에서 시작된다. 초입부터 나무 계단과 흙길이 번갈아 이어지며, 경사가 완만해 걷는 데 부담이 없다. 탐방로는 편도 약 1km 남짓으로, 오르내리는 데 약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겨울철에는 일부 구간이 미끄러울 수 있으나 전반적으로 길이 넓고 정비 상태가 좋아 가벼운 트레킹에 적합하다. 어승생악 인근에는 한라산의 또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는 장소들이 자리하고 있다. 어리목 탐방로는 한라산의 대표적인 숲길 코스로 윗세오름, 한라산 남벽을 만날 수 있는 인기 코스이며 제주절물자연휴양림은 울창한 삼나무 숲 속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어 짧은 산행 후 여유롭게 걷기 좋다.
  • 워크스테이션 시장에서 AMD 따라 하기? 인텔의 ‘착해진 가격’ 뒤에 숨겨진 절치부심 [고든 정의 TECH+]

    워크스테이션 시장에서 AMD 따라 하기? 인텔의 ‘착해진 가격’ 뒤에 숨겨진 절치부심 [고든 정의 TECH+]

    2018년 AMD는 회심의 대작이었던 젠(Zen) 아키텍처에 기반한 워크스테이션 CPU인 스레드리퍼를 공개했습니다. 당시 스레드리퍼는 32코어 플래그쉽인 2990WX가 1799달러(262만원), 24코어 2970WX가 1299달러로 비슷한 가격의 인텔 CPU와 비교해서 코어 숫자가 월등히 많았습니다. 따라서 코어 한 개의 성능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모든 코어의 성능을 종합한 멀티스레드 성능에서는 압승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AMD는 젠 아키텍처에서 코어 한 개의 성능을 과거보다 비약적으로 끌어올려 인텔의 뒤를 바짝 추격하는 한편 코어 수를 대폭 늘려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특히 워크스테이션과 서버 시장에는 8코어 칩렛을 여러 개 붙여 만든 스레드리퍼와 에픽 CPU를 선보여 인텔을 강하게 위협했습니다. 그 결과 이제는 서버 시장과 워크스테이션 시장에서 AMD의 비중이 놀랄 만큼 커졌습니다. 반면 인텔은 심각한 위기에 내몰린 상태입니다. 이런 뒤바뀐 운명은 최근 인텔이 공개한 제온 600 워크스테이션(코드 네임 그래나이트 래피즈, Granite Rapids)에서도 명확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래나이트 래피즈는 2024년 말 출시한 인텔의 서버 CPU로 레드우드 코브 (Redwood Cove) 고성능을 최대 128개 탑재하고 있습니다. 인텔3 공정으로 제조되었고 최대 12채널 DDR5 메모리를 지원합니다. 워크스테이션 시장을 겨냥한 제온 600 시리즈는 코어 숫자가 최대 96개로 줄고 8채널 DDR5 지원으로 최대 메모리 대역폭을 약간 줄인 대신 가격도 낮춰 출시했습니다. 최상위 모델인 제온 698X는 86코어, 336MB의 L3 캐시, 2.0GHz 기본 클럭, 최대 4.8GHz 부스트 클럭, 3.0GHz 올코어 부스트 클럭, 350W 기본 TDP, 420W MTP(최대 터보 전력),128개의 PCIe Gen5 레인, 그리고 최대 6400 MT/s(DDR5 UDIMM) 및 8000 MT/s(MRDIMM) 속도의 8채널 메모리 지원을 특징으로 합니다. 최대 지원 가능한 메모리 용량은 4TB입니다. 이전 세대 제온 플래그십 모델인 제온 3595X 비교하면 코어 수가 60개에서 86개로 43.4% 증가하고 L3 캐시 메모리는 무려 3배인 336MB로 증가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기본 TDP는 35W 낮은 350W, MTP TDP는 42W 더 낮은 420W가 됐습니다. DDR5 메모리 지원도 기본 6400MT/s으로 4800MT/s에서 더 빨라지고 8000MT/s 지원도 추가됩니다. 참고로 그래닛 래피즈는 멀티 스레드 지원 모델로 최대 172 스레드 지원이 가능합니다. 아무래도 서버 시장에서는 스레드 숫자가 중요한 만큼 멀티 스레드를 유지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전 세대와 비교해 싱글스레드 성능은 9%, 멀티스레드 성능은 64% 정도 좋아졌다는 게 인텔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이런 기술적 설명보다 더 눈길을 끄는 대목은 가격입니다. 86코어 플래그십 모델인 제온 698X은 AMD의 스레드리퍼 플래그십 모델인 9995WX(96코어)보다 코어 수는 약간 적지만, 권장 소비자가격(RCP)이 7699달러(1124만원)로 AMD 9995WX(1만 1699달러)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마찬가지로, 64코어 128스레드를 탑재한 인텔 제온 696X의 가격은 5,599달러인 반면, AMD의 64코어 스레드리퍼 9985WX는 8000달러에 판매됩니다. 이렇게 코어 수에 비해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했던 것은 과거 AMD가 인텔을 추격하기 위해 즐겨 사용했던 방법입니다. 이제는 운명이 뒤바뀐 상태로 오히려 인텔이 코어 당 가격을 더 저렴하게 책정했습니다. 그럼에도 이제는 CPU 시장에서 AMD의 상승세를 막기 힘든 게 인텔의 상황입니다. 다만 최근 인텔은 최신 모바일 CPU인 팬서 레이크에서 18A 공정을 실제로 적용해 미세 공정에서 인텔의 부활을 예고함과 동시에 강력한 내장 그래픽 성능으로 업계와 소비자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18A 공정을 도입한 서버 CPU를 만든다면 인텔에게 충분히 반격의 희망이 보인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인텔은 첫 18A 서버 프로세서인 클리어워터 포레스트(Clearwater Forest)를 올해 시장에 내놓을 계획입니다. 최대 288개의 고효율 코어를 장착한 클리어워터 포레스트가 서버 및 워크스테이션 시장에서 인텔의 부활을 예고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 워크스테이션 시장에서 AMD 따라 하기? 인텔의 ‘착해진 가격’ 뒤에 숨겨진 절치부심 [고든 정의 TECH+]

    워크스테이션 시장에서 AMD 따라 하기? 인텔의 ‘착해진 가격’ 뒤에 숨겨진 절치부심 [고든 정의 TECH+]

    2018년 AMD는 회심의 대작이었던 젠(Zen) 아키텍처에 기반한 워크스테이션 CPU인 스레드리퍼를 공개했습니다. 당시 스레드리퍼는 32코어 플래그쉽인 2990WX가 1799달러(262만원), 24코어 2970WX가 1299달러로 비슷한 가격의 인텔 CPU와 비교해서 코어 숫자가 월등히 많았습니다. 따라서 코어 한 개의 성능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모든 코어의 성능을 종합한 멀티스레드 성능에서는 압승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AMD는 젠 아키텍처에서 코어 한 개의 성능을 과거보다 비약적으로 끌어올려 인텔의 뒤를 바짝 추격하는 한편 코어 수를 대폭 늘려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특히 워크스테이션과 서버 시장에는 8코어 칩렛을 여러 개 붙여 만든 스레드리퍼와 에픽 CPU를 선보여 인텔을 강하게 위협했습니다. 그 결과 이제는 서버 시장과 워크스테이션 시장에서 AMD의 비중이 놀랄 만큼 커졌습니다. 반면 인텔은 심각한 위기에 내몰린 상태입니다. 이런 뒤바뀐 운명은 최근 인텔이 공개한 제온 600 워크스테이션(코드 네임 그래나이트 래피즈, Granite Rapids)에서도 명확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래나이트 래피즈는 2024년 말 출시한 인텔의 서버 CPU로 레드우드 코브 (Redwood Cove) 고성능을 최대 128개 탑재하고 있습니다. 인텔3 공정으로 제조되었고 최대 12채널 DDR5 메모리를 지원합니다. 워크스테이션 시장을 겨냥한 제온 600 시리즈는 코어 숫자가 최대 96개로 줄고 8채널 DDR5 지원으로 최대 메모리 대역폭을 약간 줄인 대신 가격도 낮춰 출시했습니다. 최상위 모델인 제온 698X는 86코어, 336MB의 L3 캐시, 2.0GHz 기본 클럭, 최대 4.8GHz 부스트 클럭, 3.0GHz 올코어 부스트 클럭, 350W 기본 TDP, 420W MTP(최대 터보 전력),128개의 PCIe Gen5 레인, 그리고 최대 6400 MT/s(DDR5 UDIMM) 및 8000 MT/s(MRDIMM) 속도의 8채널 메모리 지원을 특징으로 합니다. 최대 지원 가능한 메모리 용량은 4TB입니다. 이전 세대 제온 플래그십 모델인 제온 3595X 비교하면 코어 수가 60개에서 86개로 43.4% 증가하고 L3 캐시 메모리는 무려 3배인 336MB로 증가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기본 TDP는 35W 낮은 350W, MTP TDP는 42W 더 낮은 420W가 됐습니다. DDR5 메모리 지원도 기본 6400MT/s으로 4800MT/s에서 더 빨라지고 8000MT/s 지원도 추가됩니다. 참고로 그래닛 래피즈는 멀티 스레드 지원 모델로 최대 172 스레드 지원이 가능합니다. 아무래도 서버 시장에서는 스레드 숫자가 중요한 만큼 멀티 스레드를 유지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전 세대와 비교해 싱글스레드 성능은 9%, 멀티스레드 성능은 64% 정도 좋아졌다는 게 인텔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이런 기술적 설명보다 더 눈길을 끄는 대목은 가격입니다. 86코어 플래그십 모델인 제온 698X은 AMD의 스레드리퍼 플래그십 모델인 9995WX(96코어)보다 코어 수는 약간 적지만, 권장 소비자가격(RCP)이 7699달러(1124만원)로 AMD 9995WX(1만 1699달러)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마찬가지로, 64코어 128스레드를 탑재한 인텔 제온 696X의 가격은 5,599달러인 반면, AMD의 64코어 스레드리퍼 9985WX는 8000달러에 판매됩니다. 이렇게 코어 수에 비해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했던 것은 과거 AMD가 인텔을 추격하기 위해 즐겨 사용했던 방법입니다. 이제는 운명이 뒤바뀐 상태로 오히려 인텔이 코어 당 가격을 더 저렴하게 책정했습니다. 그럼에도 이제는 CPU 시장에서 AMD의 상승세를 막기 힘든 게 인텔의 상황입니다. 다만 최근 인텔은 최신 모바일 CPU인 팬서 레이크에서 18A 공정을 실제로 적용해 미세 공정에서 인텔의 부활을 예고함과 동시에 강력한 내장 그래픽 성능으로 업계와 소비자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18A 공정을 도입한 서버 CPU를 만든다면 인텔에게 충분히 반격의 희망이 보인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인텔은 첫 18A 서버 프로세서인 클리어워터 포레스트(Clearwater Forest)를 올해 시장에 내놓을 계획입니다. 최대 288개의 고효율 코어를 장착한 클리어워터 포레스트가 서버 및 워크스테이션 시장에서 인텔의 부활을 예고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 미 육군, 7월에 M777 대체할 차륜형 자주포 선정 계획

    미 육군, 7월에 M777 대체할 차륜형 자주포 선정 계획

    미 육군이 현재 운용 중인 M777 155㎜ 견인포를 대체할 차륜형 자주포를 7월에 선정할 예정이다. 2월 초, 미국 군사 매체 브레이킹 디펜스는 미 육군 화력사업실 대변인을 인용하여 7월까지 155㎜ 자주포 도입을 위한 계약 업체를 선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대변인은 2월 말에 시제품 제안서 초안을 발표하고, 3월에 최종안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동 전술포(Mobile Tactical Cannon)로 알려진 신형 자주포는 상급 부대가 궤도형 자주포로 할 수 있는 것과 경량 및 중간급 부대가 견인포로 할 수 있는 것 사이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헤 도입될 예정이다. 현재 운용중인 미 육군 견인포와 자주포는 모두 155㎜ 구경에 39구경장으로 우리나라와 유럽에서 표준화된 52 구경장 포보다 사거리가 짧다. 미 육군은 작년 9월에 관련 업체에 정보 제공을 요청하는 정보요청서, RFI를 발송했다. 당시 RFI에는 플랫폼의 국내 생산, 높은 수준의 장갑, 그리고 미국산 탄약 사용 능력 등의 요건이 포함되어 있었다. 경쟁 예상 업체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독일의 라인메탈과 KNDS, 이스라엘 엘빗 시스템즈 등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 육군의 M109A7 PIM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BAE 시스템즈도 유력한 경쟁자로 꼽히지만, 아직 차륜형 모델에 대한 정보는 알려지지 않았다. 요구사항 문서에는 미국에서 생산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외국 기업의 참여가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 자회사 한화 디펜스 마이크 쿨터 사업부장은 요구사항 문서 공개 후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 생산 의무화에 대해 우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제안업체들은 M795 고폭탄과 모듈식 장약부터 엑스칼리버나 정밀 유도 키트(Precision Guidance Kit) 같은 정밀 유도탄약에 이르기까지 미군이 보유한 탄약 및 신관과의 상호 운용성을 입증해야 하며, 고성능 장약과 NGRAP, ERAP 같은 개발 중인 장거리 포탄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미 육군은 지난해 12월 업계 설명회 자료에서 신형 곡사포가 초기에는 스트라이커 여단전투팀의 M777 견인포를 대체하고, 이후에는 기동 여단전투팀과 보병 여단전투팀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 미 육군, 7월에 M777 대체할 차륜형 자주포 선정 계획 [최현호의 무기인사이드]

    미 육군, 7월에 M777 대체할 차륜형 자주포 선정 계획 [최현호의 무기인사이드]

    미 육군이 현재 운용 중인 M777 155㎜ 견인포를 대체할 차륜형 자주포를 7월에 선정할 예정이다. 2월 초, 미국 군사 매체 브레이킹 디펜스는 미 육군 화력사업실 대변인을 인용하여 7월까지 155㎜ 자주포 도입을 위한 계약 업체를 선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대변인은 2월 말에 시제품 제안서 초안을 발표하고, 3월에 최종안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동 전술포(Mobile Tactical Cannon)로 알려진 신형 자주포는 상급 부대가 궤도형 자주포로 할 수 있는 것과 경량 및 중간급 부대가 견인포로 할 수 있는 것 사이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헤 도입될 예정이다. 현재 운용중인 미 육군 견인포와 자주포는 모두 155㎜ 구경에 39구경장으로 우리나라와 유럽에서 표준화된 52 구경장 포보다 사거리가 짧다. 미 육군은 작년 9월에 관련 업체에 정보 제공을 요청하는 정보요청서, RFI를 발송했다. 당시 RFI에는 플랫폼의 국내 생산, 높은 수준의 장갑, 그리고 미국산 탄약 사용 능력 등의 요건이 포함되어 있었다. 경쟁 예상 업체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독일의 라인메탈과 KNDS, 이스라엘 엘빗 시스템즈 등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 육군의 M109A7 PIM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BAE 시스템즈도 유력한 경쟁자로 꼽히지만, 아직 차륜형 모델에 대한 정보는 알려지지 않았다. 요구사항 문서에는 미국에서 생산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외국 기업의 참여가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 자회사 한화 디펜스 마이크 쿨터 사업부장은 요구사항 문서 공개 후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 생산 의무화에 대해 우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제안업체들은 M795 고폭탄과 모듈식 장약부터 엑스칼리버나 정밀 유도 키트(Precision Guidance Kit) 같은 정밀 유도탄약에 이르기까지 미군이 보유한 탄약 및 신관과의 상호 운용성을 입증해야 하며, 고성능 장약과 NGRAP, ERAP 같은 개발 중인 장거리 포탄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미 육군은 지난해 12월 업계 설명회 자료에서 신형 곡사포가 초기에는 스트라이커 여단전투팀의 M777 견인포를 대체하고, 이후에는 기동 여단전투팀과 보병 여단전투팀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 72홀 승부가 진짜… KLPGA, 日보다 비중 높지만 더 늘려야 [권훈의 골프 확대경]

    72홀 승부가 진짜… KLPGA, 日보다 비중 높지만 더 늘려야 [권훈의 골프 확대경]

    54홀 LIV 세계 랭킹 포인트 못 받아PGA 투어는 72홀이 절대적 원칙KLPGA 30개 중 60%가 4라운드JLPGA는 올해 처음 4R 50% 넘어LET도 반전… 4라운드 비중 급증54홀은 하루만 잘 치면 우승 가능72홀 운 아닌 경기력·체력이 필수랭킹 포인트·상금·흥행 ‘진검승부’ LIV 골프가 그동안 세계랭킹 포인트를 받지 못했던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특히 72홀 경기가 아니라 54홀로 치렀다는 사실이 컸다. 남자 프로 골프 대회는 4라운드가 기본이다. 이벤트 대회나 3라운드를 치르지 정규 투어 대회는 4라운드 72홀로 우승자를 가려야 한다는 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원칙으로 여긴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대회는 날씨가 나빠서 경기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면 일요일이 아닌 월요일까지 대회를 이어가 72홀을 채우곤 한다. 닷새 동안 경기해도 72홀을 채울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54홀로 우승자를 결정짓는 경우가 아예 없지는 않지만 아주 드물다. 최근 10년 동안 54홀 경기로 우승자를 가린 대회는 2016년 취리히 클래식과 지난 2024년 AT&T 페블비치 프로암 두 차례 뿐이다. 그만큼 현대 골프에서는 72홀로 우승자를 가려야 제대로 된 대회로 쳐준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는 딱 2개 대회만 3라운드 54홀로 치른다. 남자 골프와 거의 비슷해진 모양새다. 다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에는 3라운드 대회가 아직 많다. 한국, 일본, 유럽 모두 최근 빠르게 4라운드 대회가 많아지는 추세다. 올해 KLPGA투어는 매치 플레이를 제외한 30개 가운데 60%인 18개 대회를 4라운드 경기로 치른다. 3라운드 대회는 12개로 절반에 못 미친다. LPGA투어와 비교하면 4라운드 대회가 많이 부족하지만 경쟁 투어인 JLPGA투어보다 4라운드 비중이 더 높고 4라운드 확대 속도도 더 빠르다. 2017년까지만 해도 KLPGA투어는 3라운드 대회가 대세였다. 2017년 당시 31개 대회 가운데 8개만 4라운드 72홀이었다. 2021년 10개로 늘어났으나 여전히 3라운드 대회가 더 많았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뒤부터 4라운드 확대라는 대세에 올라탔다. 2023년과 2024년 4라운드 대회가 절반에 가까운 14개로 증가하더니 지난해 KLPGA투어는 매치 플레이를 뺀 29개 대회 가운데 15개 대회를 4라운드 경기로 치러 4라운드 비중이 50%를 넘어섰다. JLPGA투어는 올해 38개 대회 가운데 20개가 4라운드로 치른다. 3라운드 대회는 18개다. 4라운드 대회가 52.6%인 셈이다. 4라운드 대회 수는 한국보다 많지만 비중은 한국보다 낮다. JLPGA투어에서 4라운드 대회가 3라운드 대회보다 더 많아진 건 올해가 처음이다. 한국보다 1년 늦었다. JLPGA투어는 2019년까지 3라운드 대회가 4라운드 대회보다 2배 더 많았다. 3라운드 대회가 28개 열렸고, 4라운드 대회는 13개 뿐이었다. 2022년부터 JLPGA투어는 4라운드 대회 확대에 팔을 걷어붙였다. 2023년 18개로 늘어난 4라운드 대회는 드디어 올해 절반을 넘기는 ‘쾌거’를 이뤘다고 JLPGA투어는 자찬했다. 한국과 일본 양국 여자 프로 골프 투어가 4라운드 대회를 빠르게 늘리는 건 투어와 소속 선수들의 경쟁력 제고와 깊은 관련이 있다. 3라운드 54홀 경기는 하루만 잘 치면 우승이 가능하다. 4라운드 경기는 하루만 잘 해서는 우승이 어렵다. 반대로 3라운드 대회는 하루라도 주춤했다가는 우승하기 어렵다. 4라운드 대회 때는 하루 정도는 쉬어가도 우승이 가능하다. 관객에게는 경기를 보는 재미가 2배, 3배 늘어난다. 4라운드 경기는 경기력이 뛰어난 선수가 우승할 가능성이 3라운드 경기보다 훨씬 높다. 더 강한 체력, 더 강한 집중력을 지닌 선수에게 유리하다. 운이 좋아서 우승하는 경우가 줄어든다. 경기력이 뛰어난 선수가 더 많은 우승, 더 많은 상금을 가져가는 구조가 확립된다. 더 현실적인 이점 하나는 바로 세계랭킹 포인트를 더 받는다는 사실이다. LIV 골프의 사례에서 보듯 세계랭킹 포인트는 변별력이 더 높은 4라운드 대회가 중심이다. 여자 대회라도 3라운드는 4라운드 대회보다 랭킹 포인트를 적게 받는다. 작년까지 KLPGA투어 대회 상위 랭커가 JLPGA투어 정상급 선수들보다 세계랭킹 포인트를 더 받았던 건 KLPGA투어의 4라운드 대회 비중이 더 높았던 점과 무관하지 않다. LET가 올해부터 4라운드 비중을 확 늘린 것도 눈에 띈다. LET는 한동안 LPGA투어와 공동 주관하는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과 브리티시 여자오픈 등 일부 대회를 빼고는 대부분 3라운드로 치렀다. 그런데 올해부터 3라운드였던 아람코 시리즈가 모두 4라운드 72홀 대회로 개편되는 등 4라운드 대회 21개, 3라운드 대회 8개로 극적인 반전을 이뤘다. KLPGA투어가 조금 앞섰고 조금 더 빨랐다는데 안주하면 안 되는 이유다. 언젠가, 아니 이른 시일 안에 대부분 대회를 4라운드로 치르겠다는 각오와 다짐, 그리고 실행이 요긴하다.
  • [사설] 불씨 번지는 관세 전선… 한미 대화 채널 조마조마하다

    [사설] 불씨 번지는 관세 전선… 한미 대화 채널 조마조마하다

    대미 관세 협상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한미 간 대화 채널 전반에 미세한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관세율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길어지면서 협상 의제는 비관세 장벽 문제로까지 확장됐고,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협의 속도가 눈에 띄게 더뎌졌다. 한국의 입법 지연을 이유로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25% 인상을 예고한 이후 국회는 뒤늦게야 부랴부랴 대미투자특별법 처리에 나섰다. 정부도 외교·통상 라인을 총동원해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관세 협상에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하면서 상황은 오히려 더 복잡해지고 있다. 협상이 교착되자 미국은 관세를 지렛대로 농산물 시장 접근, 디지털 규제, 플랫폼 정책 등 한국의 입법·제도 환경 전반을 문제 삼으며 압박 범위를 넓히고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무역 적자를 줄이지 않으면 관세로 균형을 맞추겠다”고 밝힌 발언은 관세 인상이 목표가 아니라 수단임을 분명히 보여 준다. 우리 측 고위 당국자가 이번 국면을 초래한 핵심 요인으로 “비관세 장벽”을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이런 사안을 조율할 공식 협의 틀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미국의 일방적 회의 취소 이후 재개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무엇 때문에 틀어졌는지 정확하게 맥을 짚지도 못하는 와중에 미국의 요구만 일방적으로 더 쌓여 가는 모양새다. 통상 협상의 경색은 외교·안보 분야에도 부담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통상과 관련해 미국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미 국무장관의 발언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관세 문제가 원자력, 조선, 핵추진잠수함 합의사항 추진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인정했다. 통상과 안보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온 합의 구조에서 한쪽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 다른 한쪽의 진전도 속도를 내기 어렵다. 최근 비무장지대(DMZ) 관리를 둘러싼 마찰 역시 이런 흐름 속에서 위기 신호로 읽힌다. 이 지점에서 일본의 대응은 대비된다. 일본은 관세 협상 타결 직후 대미 투자 약속을 곧바로 사업 단위로 구체화하고, 정부 금융과 민간 자금을 결합한 이행 구조를 신속히 가동했다. 일본의 선제적 이행은 한국에 대한 압박 기준으로 작동할 수 있다. 관세를 무기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려는 미국의 계산은 늘 분명했다. 대화가 늦어질수록 우리 선택지만 줄어들까 걱정이다.
  • [기고] 쓰레기 문제, 해법은 감량

    [기고] 쓰레기 문제, 해법은 감량

    2026년 1월부터 서울시민이 배출한 생활폐기물을 인천 수도권매립지에 직매립할 수 없게 되면서 이른바 ‘쓰레기 대란’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그러나 마포구 상황은 비교적 차분하게 이어지고 있다. 마포구는 생활폐기물을 외부 소각장으로 반출하지 않고 있다. 하루 약 750t 규모로 운영되는 마포자원회수시설은 반입·소각 체계를 유지하며 자체 처리 구조를 가동 중이다. 그럼에도 쓰레기 문제를 둘러싼 논의는 여전히 ‘처리 용량’ 확대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쓰레기가 늘어나면 소각장을 더 지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원인을 따지기보다 결과에 대응하는 방식에 가깝다. 마포구는 시설 확충 대신 기존 처리 체계가 실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반입과 소각 과정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를 관리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두었다. 추가 소각장 건립 논의와 관련해 마포구가 일관되게 강조한 것은 ‘배출 단계의 관리’다. 쓰레기 문제의 원인은 소각장 수의 부족이 아니라 폐기물이 얼마나 발생하고 어떻게 배출되는지에 있다. 종량제 봉투 관리 강화, 분리배출 기준의 엄격한 적용, 재활용 확대 정책은 모두 소각 이전 단계에서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기 위한 핵심 수단이다. 실제로 마포구가 배출된 20ℓ 종량제 봉투 100봉지를 성상 분석한 결과 64.3%가 재활용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바른 분리배출만 이뤄져도 상당한 양의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렇듯 쓰레기 문제의 핵심은 처리 능력의 한계가 아니라 재활용 가능한 자원까지 소각 처리되는 구조에 있다. 소각시설에 대한 접근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 마포구는 추가 소각장 건설보다 현재 운영 중인 자원회수시설의 안전성과 효율을 유지·개선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소각시설 증설은 또 다른 지역 갈등을 낳을 수 있는 만큼 관리와 운영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최근 서울시 역시 직매립 금지 시행에 대응하기 위해 시민 참여형 감량 정책을 발표했다. 이는 시민과 현장 중심의 쓰레기 감량 문화를 확산해 자원순환 정책 변화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쓰레기 문제의 해법은 어디에 소각장을 더 짓느냐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쓰레기 발생을 줄이고 분리배출에 동참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쓰레기 재활용률 제고를 위한 구조적 접근도 필요하다. 동네마다 재활용 분리배출 시설을 활용해 생활폐기물을 세척, 분류하고 폼목에 따라 분쇄, 압축 등의 과정을 거쳐 깨끗한 재활용 자원으로 만들어 내는 자원순환 방식도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마포구 사례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다. 감량과 분리 그리고 안정적인 운영. 이 기본 원칙이 지켜질 때 직매립 금지 이후의 불안도 충분히 관리 가능한 과제가 될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시설 증설 논쟁이 아니라 쓰레기 감량을 위한 시민의 선택과 실천이다. 박강수 마포구청장
  • [차현진의 박람궁리] 트럼프의 실수, 파월의 실수

    [차현진의 박람궁리] 트럼프의 실수, 파월의 실수

    요즘 많은 정치인과 연예인들이 자신의 비서관이나 매니저가 남긴 녹음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미국의 닉슨 전 대통령은 정반대였다. 주변 사람들을 절대 믿지 않았던 그는 자신의 모든 대화를 스스로 녹음했다가 그것 때문에 망했다. 1973년 7월 워터게이트 사건에 관한 의회 청문회 도중에 그 녹음테이프의 존재가 알려졌고, 거기서 미처 삭제하지 못한 18분간의 결정적 대화가 닉슨을 사임으로 몰았다. 닉슨이 남긴 방대한 녹음테이프 중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에 대한 비난과 협박도 있다. 1971년 여름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자 “아서 번즈 의장은 연준의 독립성이라는 헛소리를 진짜로 믿나 봐? 내가 그 친구 턱을 날려 주겠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대통령의 거친 말을 전해 들은 번즈 의장은 깜짝 놀라서 그해 가을 두 번이나 금리를 인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금리를 낮추지 않는 파월 연준 의장을 공개리에 모욕하는 수준을 넘어 이제는 위증죄로 조사까지 하고 있다. 여차하면 형사처벌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열흘 전 파월의 후임자를 미리 발표한 것도 임기가 아직 100일 이상 남은 현직 의장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다. 이런 히스테리는 먼 훗날 트럼프의 큰 패착으로 기록될 것이다. 다행히 파월 의장은 외롭지 않다. 각국 중앙은행, 국제기구 그리고 학자들이 일제히 파월 편에 섰다. 파월을 응원하는 공개 성명서에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아홉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그렇다고 파월의 잘못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세 가지 면에서 큰 실수를 저질렀다. 첫째는 2020년 여름 채택했던 ‘평균 물가목표제’다. 과거 수년 동안 물가가 충분히 안정되었으니, 앞으로는 물가가 오를 조짐이 보이더라도 상당 기간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정책을 결정할 때 흔히 저지르는 오류의 하나는 과거에 얽매이는 것이다. 그것을 잘 아는 파월이 ‘과거 평균치’를 이유로 금리 인상 시점을 한참 뒤로 미룬 것은, 당시 재선에 도전하는 현직 대통령 트럼프에게 잘 보이려던 곡학아세였다. ‘장기 전략’이라는 이름의 그 기막힌 논리는 2025년 조용히 폐기되었다. 둘째는 물가 관리와 금융 안정 실패다. 평균 물가목표제는 예상대로 1970년대 이후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 그러자 파월은 2022년 하반기부터 허둥지둥 금리를 올렸다. 그 속도와 폭이 너무 커서 2023년 5월 급기야 실리콘밸리은행이 파산하고, 금융시장은 크게 경색되었다. 과유불급이다. 파월은 그제야 금리 인상을 멈췄다. 셋째는 기술 혁신 앞에서의 좌고우면과 우왕좌왕이다. 연준은 미국 지급 인프라의 최정점이지만, 블록체인 기술로 대변되는 대변혁 앞에서 무소신으로 일관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이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를, 트럼프 대통령이 스테이블코인을 앞세울 때 대통령 뒤에 꼭꼭 숨었다. 그러는 가운데 지급 서비스 분야의 스타트업인 더내로 은행과 커스토디아 은행이 연준에 당좌예금 계좌 개설을 신청했다. 이들 은행은 고객에게 받은 예금을 100% 연준에 예치한 뒤 이자 수입을 얻으면서 지급 서비스만 제공한다. 대출과 투자는 없다. 요즘 주목받는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은행권으로 끌어들이는 시도다. 연준은 그런 참신한 도전 앞에서 좌고우면하면서 5~6년을 허송세월했다. 해당 은행들이 소송하는 지경에 이르자 2024년 말 마지못해 입장을 밝혔다. 이들 은행은 어쩐지 위험해 보이므로 거래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돌연 “지급 서비스 전문 은행들도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일반 은행과 차별하지 않는다”며 1년 전 결정을 뒤집었다. 트럼프 시대의 여론과 해외 중앙은행들의 전향적 입장을 감안한, 만시지탄이다. 파월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대통령에게 많이 시달렸다는 것이 그의 업적이 될 수는 없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평가하면 그는 아마도 역대 의장 중에서 평균 이하로 기억될 것이다. 그에게는 곡학아세, 과유불급, 만시지탄의 꼬리표가 붙는다. 과유불급과 만시지탄은 정치인과 연예인들이 처신할 때도 유념해야 할 리스크다. 차현진 호서대 디지털금융경영학과 교수
  • [모종린의 문화로 읽는 AI시대] ‘AI 도시’ 샌프란시스코, 어떤 삶이 만들어지고 있나

    [모종린의 문화로 읽는 AI시대] ‘AI 도시’ 샌프란시스코, 어떤 삶이 만들어지고 있나

    도시로 온 테크 라이프스타일테크기업, 자기기술 적용 도시로 이동일·삶 도시 전체로 확장… 동네가 일터재택근무 강화, AI가 핵심도구로 작용도심 생활→동네 중심의 삶으로 이동테크 라이프스타일의 그림자창업자 중심의 강력한 통제 정당화일·삶 경계 허무는 극단적 노동 전환테크 종사자 동네 임대료·집값 급등구도심은 공실 늘고 우범지대 전락현재 테크산업·바람직한 미래반정부·반권위 표방하던 테크 문화국가권력과 결합, 배타적으로 변모개인 자유 중심 기술 사회 실현 과정우리가 지지·선택하는 삶의 방식 중요 인공지능 도시란 무엇인가? 흔히 두 가지 답이 제시된다. 첫째, AI 산업이 집중된 도시. 둘째, AI 기술로 교통·에너지·치안을 관리하는 스마트 시티. 이 기준에서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명백한 AI 도시다. 세계 AI 산업을 선도하고, 거리를 달리는 웨이모 자율주행 택시가 기술 적용의 선진성을 증명한다. 그러나 AI 도시를 이렇게 정의하는 것은 본질을 놓친다. 증기기관이 도시를 바꾼 핵심은 공장이 아니라 노동과 주거의 분리였고, 자동차가 도시를 재편한 이유는 도로 기술이 아니라 교외 도시의 탄생 때문이었다. 기술이 도시를 바꾸는 것은 산업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이 만들어 내는 삶의 질 때문이다. 따라서 AI 도시를 이해하는 핵심 질문은 AI가 어떤 산업과 시스템을 만드는가가 아니라 어떤 삶을 사는 도시를 만들어 내고 있는가다. 샌프란시스코는 이 질문에 가장 먼저 답을 보여 주는 도시다. 이 도시는 AI 이전부터 테크 라이프스타일의 실험장이었고 지금도 AI 시대의 현재형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테크’는 도시를 선택의 공간으로 바꿔 테크 라이프스타일은 산업 분류가 아니라 삶의 방식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테크는 더 이상 기업 이름이나 산업 섹터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사람들이 어디서 일하고, 어떻게 이동하며, 무엇을 소유하지 않기로 선택하는지로 드러난다. 20세기 자본주의의 표준적 삶의 모델은 은행가였다. 금융을 중심으로 한 이 삶은 도심 오피스, 정장, 출퇴근, 자동차 소유, 안정된 경력 경로를 전제로 했다. 도시는 이 삶의 방식을 지원하기 위해 중심업무지구(CBD)를 중심으로 조직됐고 질서와 위계는 도시의 미덕이었다. 테크 엘리트는 이 모델을 전복하기보다 다른 규칙을 제안했다. 위험을 관리하는 금융과 달리 테크는 불확실성을 실험하는 산업이었다. 그 결과 테크 라이프스타일의 핵심은 소유보다 접근, 안정성보다 유연성, 위계보다 자율성이 됐다. 은행가 라이프스타일이 도시를 ‘관리의 공간’으로 만들었다면 테크 라이프스타일은 도시를 ‘선택의 공간’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초기의 하이테크 산업은 도시적이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까지 테크 산업의 중심은 실리콘밸리의 교외 캠퍼스였다. 자동차 이동, 넓은 대지, 사내에서 완결되는 일과 놀이. 이 시기의 테크 라이프스타일은 여전히 교외형이었다. 전환점은 2010년대 초반이다. 개인과 개인, 소비자와 기업을 연결하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부상과 함께 실리콘밸리의 테크 기업들은 자신의 기술이 적용되는 도시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기업의 이전은 곧 삶의 방식의 이전이었다. 일과 삶은 회사 안이 아니라 도시 전체로 확장됐고 카페와 공원, 코워킹 스페이스와 동네가 새로운 일터가 됐다. 이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 장면이 2012년 마크 저커버그의 샌프란시스코 이주다. 그는 돌로레스 하이츠 지역에 주택을 구입하며 도시 생활을 시작했다. 테크 엘리트의 삶의 무대가 폐쇄된 교외 캠퍼스가 아니라 도시의 공공 공간과 동네로 이동했음을 보여 주는 사건이었다. 이후 테크 라이프스타일은 더욱 강한 도시적 특성을 띠기 시작했다. 공유경제의 확산과 함께 자동차 소유를 거부하고 대중교통과 자전거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고 이동의 자유보다 이동하지 않을 자유, 즉 동네 안에서 삶이 완결되는 구조가 중요해졌다. ●재택근무·디지털 노마드, 동네로 회귀 이러한 동네 중심 삶의 방식은 2020년 이후 재택근무의 구조화로 더욱 강화됐다. 팬데믹은 원격근무를 일시적 대안이 아니라 기본값으로 만들었고, AI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도구로 작동했다. 중요한 변화는 단순히 ‘집에서 일한다’는 사실이 아니었다. 도심 오피스로의 출퇴근이 사라지면서, 사람들은 직장 위치가 아니라 살고 싶은 동네를 기준으로 거주지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 도심에서 일하던 테크 노동자들은 미션 디스트릭트, 헤이즈밸리는 물론 오클랜드, 버클리, 심지어 샌타크루즈 같은 교외 소도시로 분산됐다. 이는 교외화가 아니라 동네의 재발견이었다. 디지털 노마드의 확산 역시 유사한 효과를 가져왔다. 디지털 노마드는 특정 회사나 도시에 고정되지 않은 채 일하는 삶의 방식이다. AI 도구의 발전은 개인이 혼자서도 고부가가치 노동을 수행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고 이는 디지털 노마드를 소수의 예외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가능한 삶의 형태로 전환시켰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반드시 ‘떠도는 삶’만을 사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많은 이들은 몇 달은 다른 도시나 국가에서, 몇 달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생활하며 이동과 정착을 반복한다. 그리고 이들이 돌아오는 곳은 도심 오피스가 아니라 동네다. 카페에서 일하고, 공원을 산책하며, 동네 식당에서 식사하는 일상. 디지털 노마드에게 중요한 것은 이동의 자유가 아니라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질 높은 동네의 존재였다. 재택근무든 디지털 노마드든, AI 시대의 테크 라이프스타일은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한다. 도심 오피스 중심의 삶에서 벗어나 동네 중심의 삶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플랫폼과 AI 산업이 샌프란시스코의 준공업 지역 SoMa(South of Market)에 집중되면서 미션 디스트릭트, 헤이즈밸리 같은 주거 지역이 새로운 테크 라이프스타일의 거점으로 부상한 것도, 벌링게임, 산마테오 같은 소도시들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은 과거 실리콘밸리의 고립된 캠퍼스가 아니라 일·여가·주거가 근거리에 모인 완결된 동네를 추구한다. ●권위주의 탓 테크 라이프스타일 변질 그러나 AI 시대 삶의 방식에는 어두운 이면이 존재한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회자되는 ‘파운더 모드’(Founder Mode)는 창업자 중심의 강력한 통제를 정당화한다.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후 대량 해고와 극단적 업무 강도가 보여 주듯 자율과 유연성을 표방하던 테크 문화는 권위주의적 기업 운영으로 선회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곳곳의 해커 하우스(Hacker House)는 이를 공간적으로 드러낸다. 좁은 방에 2층 침대를 넣고 장시간 노동에 몰두하는 이 공간에서,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은 일과 삶의 경계를 허무는 극단적 노동으로 전환된다. 이러한 변화는 테크 엘리트들의 주거 방식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뉴욕타임스는 2024년 8월 메타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팰로앨토의 부유층 주거지 크레센트파크에서 지난 14년간 약 1억 1000만 달러를 들여 인근 주택 11채를 매입해 대규모 사유지 단지를 조성한 과정을 상세히 보도했다. 끊임없는 공사 소음, 교통 차단, 감시 카메라 설치, 주차 공간 잠식은 이웃 주민들의 일상을 침해했고 일부 주택을 사립학교로 전환하면서 공공 공간의 사유화 논란이 불거졌다. 주민들은 시 정부가 저커버그에게 특혜를 주었다고 비판했지만, 긴 공사와 강력한 보안은 계속되고 있다. 2012년 저커버그가 샌프란시스코 돌로레스 하이츠 주택 구매 시 보여 주었던 개방성과는 반대로 팰로앨토에서는 배타적 요새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테크 붐이 샌프란시스코 양극화 유발 동시에 테크 붐은 샌프란시스코의 도시 구조 자체를 양극화시켰다. 테크 종사자들이 선호하는 미션디스트릭트, SoMa, 헤이즈밸리의 임대료와 주택 가격은 급등했다. 반면 과거 도심의 중심이었던 유니언스퀘어와 마켓스트리트는 재택근무 확산으로 오피스 공실률이 치솟으며 우범지대로 전락했다. AI와 테크 라이프스타일이 만들어 낸 도시는 고소득 테크 노동자를 위한 창조적 동네와 그들이 떠난 후 방치된 구도심으로 분리되고 있다. 선택의 자유를 강조하는 테크 라이프스타일은, 그 선택에서 배제된 이들에게는 배제의 논리로 작동한다. 이 모든 변화의 배경에는 테크 산업과 국가 권력의 결합이 있다. AI, 반도체, 우주, 국방 기술이 핵심 산업으로 부상하면서 팔란티어, 앤듀릴 같은 국방 기술 기업이 실리콘밸리 중심부로 들어왔다. 반정부·반권위를 표방하던 테크 문화는 이제 안보와 통제의 언어를 적극 수용한다. 군산복합체는 플랫폼 기업과 AI 기업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개방을 상징하던 테크 라이프스타일은 배타성과 차단의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미래는 기술 아닌 우리의 선택에 달려 AI 도시를 산업 집적지나 스마트 시티 기술로만 정의한다면, 우리는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친다. 도시를 바꾸는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이 만들어 내는 삶의 질이다. 샌프란시스코가 AI 도시로서 의미를 갖는 이유는 오픈AI나 앤스로픽 본사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AI 기술이 실제로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 사는 곳, 이동 패턴, 소유 태도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샌프란시스코가 보여 주는 테크 라이프스타일은 모순적이다. 권위주의적 기업 문화, 극단적 노동, 요새화된 주거, 양극화된 도시가 한 측면이라면 동네 중심의 삶, 소유가 아닌 접근, 이동의 자유는 다른 측면이다. 후자는 1970년대 이후 실리콘밸리가 추구해 온 개인 자유 중심 기술 사회가 도시에서 실현되는 과정이다. 히피 운동과 해커 윤리에서 출발한 테크 문화의 본질-위계보다 자율성, 소유보다 접근, 통제보다 선택-은 AI를 통해 더 많은 이들에게 열릴 가능성을 보여 준다. 중요한 것은 이 가능성이 아직 닫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샌프란시스코는 두 방향의 테크 라이프스타일이 경합하는 도시다. 결국 AI 도시의 미래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삶의 방식을 선택하고 지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 여수세계섬박람회 日 등 25개국 유치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 성공 개최를 가늠할 참가국과 관람객 유치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 조직위원회는 총 30개 국가 및 국제기구 참여를 목표로 한 가운데 8일 기준 프랑스, 일본, 그리스, 필리핀, 케냐 등 25개국, 세계보건기구(WHO), 유엔아동기금(UNICEF) 등 3개 국제기구를 포함한 총 28개국 및 국제기구 참가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섬, 바다와 미래를 잇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행사는 오는 9월 5일부터 11월 4일까지 여수 돌산 진모지구 일원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섬박람회 참여국과 국제기구들은 박람회 기간 동안 각국의 섬 정책과 문화, 기술, 지속가능한 발전 사례 등을 전시·공유해 국제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한편 기후 변화 대응 등 인류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협력의 장을 만들어갈 예정이다. 조직위는 다음달 말까지 참여국 및 국제기구를 확정한 뒤 해당 국가들을 대상으로 전시 콘텐츠 구체화, 9월 세계 섬 도시대회 연계 등 협의를 진행해 섬박람회 프로그램을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다. 조직위는 흥행을 이끌 관람객 300만명 유치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까지 섬박람회 입장권 판매액은 14억여원에 이른다. 조직위는 지난해부터 서울시, 부산시, 남해군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기업·단체 입장권 판매 강화, 제휴 할인, 관광상품 개발 등 다양한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 해외 관람객 유치를 위해 이달 말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지역 여행사·언론인 대상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영국 국제관광 박람회’에 참여했다. 특히 섬박람회 기간에 국제 크루즈 5개 선사가 10항차에 걸쳐 여수항에 입항할 예정이다. 여수공항에서 중국, 베트남, 일본 등을 오가는 국제선 부정기편 운항도 추진하고 있다. 김종기 조직위 사무총장은 “남은 준비 기간 동안 콘텐츠 완성도를 더욱 높여 전 세계가 주목하는 국제행사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 이건용표 행위미술, 수행하는 신체로 다시 읽다

    이건용표 행위미술, 수행하는 신체로 다시 읽다

    초기 퍼포먼스 영상 등 30점 선봬李 “그린다는 것은 내 몸의 움직임” 나와 너,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장소들. 그 속에서 인간은 끊임없이 원활한 소통을 꿈꾸지만 언제나 문제가 발생한다. 한국 행위미술의 중추적 인물인 이건용(84) 작가는 어릴 때부터 언어의 정확성에 의문을 품었다. 그리고 그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몸에서 찾았다. 수행하는 신체를 통해 언어가 가진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서울 용산구 페이스 갤러리에서 열린 이건용의 개인전 ‘사유하는 몸’은 작가의 작업 세계를 관통하는 ‘신체와 논리’에 대한 문제의식을 중심으로 그의 작품을 조망하는 전시다. 전시에는 그가 1970년대 중반부터 선보인 초기 퍼포먼스의 기록 영상과 사진, 작업 노트, 회화 등 약 30점을 선보인다. 그중에는 깁스한 손으로 건빵을 먹는 ‘건빵먹기’(1977), 화랑 안에 울타리를 만들어 그 속에 들어가는 ‘화랑 속의 울타리’(1977) 등이 있다. 이건용은 한국 아방가르드협회(AG)의 주요 인물이자 한국 전위 예술 그룹 에스티(ST)의 창립 구성원으로 신체와 행위가 시간의 구조 안에서 어떻게 새롭게 인식될 수 있는지를 탐구한 행위미술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75년 스스로 ‘이벤트’라고 명명한 퍼포먼스 작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하며 신체를 세계를 인식하는 하나의 매체로 활용해 왔다. 지난 4일 전시장을 찾은 작가는 1975년 홍익대 운동장에서 선보였던 퍼포먼스 ‘장소의 논리’를 재연했다. 작가는 분필을 들고 진중한 표정으로 가로, 세로 2m 크기의 널빤지 위에 섰다. 이어 몸을 컴퍼스 삼아 큰 원을 그려냈다. 원 밖으로 나온 작가는 원 안을 가리키며 “저기, 저기, 저기”라고 외쳤다. 이어 원 안으로 들어가더니 아까와 같은 장소를 가리키며 “여기, 여기, 여기”라 했다. 원을 등진 채 빠져나온 뒤에는 어깨 너머에 있는 또 같은 지점을 가리키며 “거기, 거기, 거기”라고 말했다. 이후 원을 따라 밟으며 “어디, 어디, 어디”라 했다. 퍼포먼스를 마친 뒤 작가는 “장소는 내가 한계를 지었기 때문에 특별한 장소가 된 것이지 어디에나 다 있을 수 있는 것이고 방향에 따라서 지칭도 달라질 수 있다”며 “저기, 여기, 거기, 어디는 우리가 함께 공감했던 정보를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그린다’는 것 역시 다르게 정의했다. 그에게 그림은 “내 몸이 움직이는 것으로 파악되는 것”이다. 그 속에서 ‘바디 스케이프’와 같은 작품이 탄생했다. 나이가 들면서 신체를 활용한 작업이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작가는 오히려 “그게 재미난 것”이라 답했다. “힘이 모자라 손까지 떨릴 때 그야말로 재미난 작품이 나오는 거예요. 신체가 건강하든 노쇠하든 어떤 경우라도 몸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게 중요한 겁니다.” 전시는 3월 28일까지.
  • 아이들의 귀여운 묵언수행… ‘쓸데없는 말’ 어른들 비틀기

    아이들의 귀여운 묵언수행… ‘쓸데없는 말’ 어른들 비틀기

    ‘쓸데없는 말’이라도 하는 게 나을까, 아니면 그냥 입을 다물고 ‘침묵’을 지키는 게 좋을까. 지루한 일상을 유쾌하게 비틀며 말과 침묵 사이에 있는 ‘마음’의 본질을 들여다보는 고전영화가 영화팬들을 찾아온다. ●1959년 작품 디지털 복원… 11일 개봉 미조구치 겐지, 나루세 미키오, 구로사와 아키라와 함께 일본 영화 4대 거장으로 꼽히는 오즈 야스지로(1903~1963)의 걸작 ‘안녕하세요’가 오는 11일 국내 극장 개봉한다.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는 1959년 작품을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복원한 것이다. 사후 서구 영화계에서 재발견된 오즈 감독은 빔 벤더스, 짐 자무시 등 세계적 거장들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쓸데없는 말 아니에요. 텔레비전 사 달라는 거지.” “그게 쓸데없는 거야.” “어른도 쓸데없는 말 하잖아요. ‘안녕하세요, 날씨 좋네요, 예 그러네요, 어디 가세요, 저기 좀, 예 그러세요….’ 어디 가는지 알 게 뭐야. ‘그래요’ 라니, 뭐가 그래.” 텔레비전이 귀했던 1950년대 일본. 미노루와 이사무 형제는 텔레비전을 사달라고 떼를 쓰다가 아버지로부터 “쓸데없는 말을 한다”고 엄하게 꾸중을 듣는다. 여기에 반항하는 미노루의 대사가 퍽 의미심장하다. 왜 어른들은 이 쓸데없는 말로 세상을 채우고 있는 걸까. 그리하여 미노루와 이사무 형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한다. 소년들의 귀여운 ‘묵언수행’은 군더더기로 가득한 어른들의 세계에 의도치 않은 변화를 일으킨다. ●‘다다미 쇼트’ ‘필로우 쇼트’ 기법 눈길 67년이나 된 영화임에도 하나도 낡지 않았다는 게 놀랍다. 오밀조밀 붙어있는 일본의 작은 동네 풍경을 담은 미장센, 과하지 않고 절제된 미감을 보이는 등장인물들의 패션이 ‘레트로’(복고) 감성을 자극한다. 오즈 감독만의 혁신적인 촬영 기법도 엿볼 수 있다. 마치 카메라를 다다미 높이에 고정한 듯하다고 해서 붙여진 ‘다다미 쇼트’는 절제된 카메라 움직임으로 낮은 각도에서 인물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장면과 장면 사이에 마치 베개처럼 정적인 풍경을 삽입해 시적인 여운을 남기는 ‘필로우 쇼트’도 이 영화만의 독보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이바지한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