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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지는 것들을 위한, 사라지지 않을 편지

    사라지는 것들을 위한, 사라지지 않을 편지

    김대성 ‘곳간’ 대표, 그린피스 협업잃어가는 환경에 대한 애도와 묵상5명의 작가들과 소설로 풀어내“소설가야말로 진정 환경 활동가”꼭 모두에게 읽힐 필요는 없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한 편지’라 해도 문학은 제 역할을 다한 것이다. 마음이 온전히 가닿기만 하면 된다. 그리하여 독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깊은 흔적을 남기면 된다. 변화는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기후 위기라는 말은 많지만 실제로 체감되진 않잖아요. 그러다가 이야기로 전달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고 주제를 확정해 버리면 선전물이지 문학이라고 할 순 없잖아요. 그래서 작가들에게 ‘사라지는 것’에 관해 써달라고 했어요.” 문학평론가이자 1인 출판사 ‘곳간’ 대표인 김대성은 12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와 협업한 앤솔로지 소설집 ‘한 사람에게’ 출간이 계기가 됐다. 그의 말처럼 ‘사라지는 것’을 주제로 한 다섯 편의 소설이 묶였다. 김멜라, 김보영, 김숨, 박솔뫼, 정영선. 걸출한 작가진이 김 대표의 취지에 공감하고 작품을 보내왔다. “사실 문학도 기후 위기의 공범인 셈이죠. 소설은 작은 학교입니다. 문학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시민’임을 알게 되고 ‘사람답게’ 산다는 게 뭔지 배우죠. 하지만 우리가 상상하는 인간다운 삶이라는 게 결국은 ‘탄소경제’를 바탕으로 한다는 사실까지 인지하진 못합니다. 보편적이라고 생각되는 가치가 실은 지구를 좀먹는 것이라면, 그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리가 문학을 쓰고 읽는 방식 자체가 달라져야 합니다.” 그렇다고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이 모두 ‘생태적인’ 소설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작가들은 다만 사라져 가는 게 무엇인지 묵상하고 거기에 깊은 애도를 전해왔을 뿐이다. 김숨의 ‘이곳은 정류장이 아닙니다’는 작가가 버스 정류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을 만난 기록이다. “여기, 내 집 없어.” “방글라데시 내 집이 없어.” 불완전한 한국어가 소설의 문장으로 붙잡힌다. 그 어색한 언어에서 우리는 우리가 일상에서 무엇을 욕망했는지, 또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생각하게 된다. 기후 위기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하지만 과연 관련이 없다고만 할 수 있을까. “한 사람에 가닿기를 바라는 게 편지잖아요. 그렇게 되기를 바라며 ‘쓸 수 없는 마음’을 쓰는 게 편지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한 사람에게 닿길 바라는 마음이 실제로 가서 닿을 가능성은 얼마 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편지는 기도와도 닮았습니다. 기도는 간곡하게 말하는 것이죠. 그것은 자기를 온전히 내려놓아야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자기를 내려놓지 않는 이가 기도할 필요 있나요. ‘내가 원하는 것을 달라’고 말하는 건 기도가 아닙니다. 나를 내려놓게 해달라는 게 기도죠.” 소설가는 누구일까. 자기만의 방에서 조용히 공상하고 글쓰기만 하는 사람일까. 김 대표는 “자기가 구축한 세계를 세상에 내보이고 끊임없이 독자와 대화한다는 점에서 소설가야말로 진정한 ‘활동가’”라고 강조했다. 평론가이기도 한 그는 책 뒤에 실린 해설의 제목을 ‘사라지는 것을 위한 가장 내밀한 직접행동’이라고 지었다. ‘가장 내밀한 직접행동’이라는 역설. 이것은 문학이 어떻게 세계를 바꾸는지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문구다. 김 대표와 그린피스는 이번 협업을 시작으로 후속 작업도 준비하고 있다. 한국을 넘어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의 작가들과 연대하는 것이 목표다. 죽음과 멸망이 빠른 속도로 뒤쫓아 오는 세계에서 사랑이란 무엇인지 성찰하고 있는 김보영의 ‘축제’ 중 한 문장이 가슴팍에 날아와 박힌다. 이렇게 변화가 시작되는 듯하다. “나는 이제 누구하고든 짝을 지을 것이다. 재지 않을 것이다. 가장 처음 마주친 인어를 끌어안으리라. 알을 잔뜩 낳으리라. 내년에도 그 후년에도 쉼 없이 아이를 낳으리라. 뒤에 놓고 온 죽음만큼 이 생명을 이어가리라.”
  • 불계패의 연속인 미생에게 승부수는 ‘나의 삶’이다

    불계패의 연속인 미생에게 승부수는 ‘나의 삶’이다

    바둑에서 호구(虎口)는 바둑돌 세 개에 둘러싸인 위태로운 지점을 뜻한다. 어수룩해서 쉽게 속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이 소설의 주인공 윤수는 ‘호구’다. 할아버지를 따라 자주 간 동네 공원에서 바둑 구경을 하다 귀동냥으로 익숙해진 바둑 용어가 어느새 윤수의 별명이 됐다. 공부 잘하고 성실한 고등학생 윤수는 묵묵히 제 몫을 다하며 친구들을 배려한다. ‘강하고 멋들어진 것을 좋아하지만 적성이 아니’라서, 좋은 성적을 받았을 때 행복해하는 할아버지, 엄마와 ‘평생 완전’하게 살고 싶어서 공부에 매진할 뿐이다. 하지만 친구들은 이런 윤수를 만만하게 여기며 무시한다. 3선 국회의원의 아들 권이철에게 찍힌 게 화근이었다. 반에서 ‘쫄’이라 불리며 괴롭힘 당하는 주온과 대화를 나누니 착한 척하는 위선자란다. 소아마비 탓에 키가 140㎝ 정도인 할아버지와 함께 있는 모습에 ‘난쟁이’라는 별명까지 붙였다. 할아버지와 TV에서 바둑을 보던 윤수는 각성했다. ‘흉내 바둑으로 흑을 이긴 백처럼 되리라.’ 윤수는 이철을 관찰했다. 목소리가 크고 욕을 입에 달고 살며 ‘개눈깔’을 뜬 이철처럼 “아주 크고, 무겁고, 더러운 사람”(110쪽)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가정교육도 못 받았냐”라는 이철의 말은 윤수의 분노를 터뜨리는 기폭제가 됐다. 이철의 얼굴에 주먹을 내리꽂은 순간, 분위기가 달라졌다. “누군가의 가슴에 깊이 꽂혀서 영영 지워지지 않은 채 남고 싶었다. 그러니 이 욕망은 불가항력이었다. 호구보다는 개새끼가 오래 남잖아.”(134쪽) 소설은 축, 사활, 불계패와 같은 바둑 용어를 따라가며 윤수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그 끝은 ‘신의 한 수’지만, ‘묘수 세 번이면 바둑 망한다’는 유명한 바둑 격언도 있듯이 결말이 그리 눈부시지는 않다. 할아버지는 이젠 안 계시고, 주온은 나쁜 선택을 했고, 여전히 가난하다. 일들이 쌓이고 쌓여 윤수를 돌려세웠다. 까만 밤하늘에 홀로 뜬 달이 윤수의 눈에는 “호구 속의 백돌”로 보일 만큼 인생은 여전히 어렵지만 윤수에겐 단단한 한 수를 내리칠 미래가 있다. “행복할 때보단 불행할 때가 더 많아. 하지만 할아버지, 나는 지금 인생을 살고 있어.”(212쪽) 작가는 이 소설을 두고 “행복하지 않아도 내 삶의 깊이를 추구하겠다는 선언”이자 ‘고해성사’라고 밝혔다. 책은 청소년 소설이지만 삶의 목적을 좇다 지친 어른들에게도 응원을 건넨다.
  • AI 시대 외국어 배우는 이유…“합리적인 자아·사회의 열쇠”

    AI 시대 외국어 배우는 이유…“합리적인 자아·사회의 열쇠”

    기원전 196년 고대 이집트에서 제작한 로제타석은 고대 그리스어, 이집트 민중문자, 이집트 신성문자라는 세 가지 다른 기호로 동일한 텍스트를 기록했다. 당시 이집트 사람들이 다중언어 구사자였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정신과 언어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는 심리언어학자인 저자는 기원전부터 이어오고 있는 다중언어의 역사 속에서 그동안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다중언어의 놀라운 힘을 소개한다. 저자 자신이 루마니아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고 러시아어와 영어는 물론이고 독일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거기다 중국어, 일본어, 태국어 등등 10개가 넘는 언어를 구사하는 다중언어 능력자다. 저자는 “다른 언어를 쓸 때마다 또 다른 자아가 된다”고 설명한다. 아는 언어가 많아질수록 정보를 추출하고 해석하는 방식이 달라지면서 생각과 감정, 인식과 기억, 의사결정, 아이디어와 통찰력에 더해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를 사용할 때 ‘정직의 목소리’가 커지며 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다고 소개한다. 오랫동안 과학계에서는 뇌가 언어를 옮겨갈 때 하나의 언어를 꺼두고 다른 언어를 켜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여겼다. 하지만 다중언어 사용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어떤 단어를 들으면 비슷한 발음의 다른 언어를 동시에 떠올린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자는 뇌가 다른 언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항상 활성화된 상태로 남아 있어서 저절로 동시에 일을 처리한다는 ‘병렬 활성화’에 집중하며 다중언어 사용자의 뇌가 가진 잠재력과 가능성에 주목한다. 나아가 저자는 언어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뿐 아니라 사회적 맥락에서도 언어를 폭넓게 살핀다. 사회 구조는 물론 정치, 역사, 과학에서도 언어의 힘이 작용하며 수학, 인간의 DNA 코드 등도 언어의 눈높이로 해석한다. “상징체계가 우리 정신의 코드이고 우리 정신이 우주로 통하는 창문이라면, 언어는 우주의 신비를 여는 열쇠를 쥐고 있다. 다중언어 사용은 우리가 자물쇠에 딱 맞는 열쇠를 찾을 가능성을 높여준다.” 인공지능(AI)이 순식간에 언어를 번역해주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언어가 AI의 한계를 초월할 힘이 있다고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숨막히는 새벽의 붉은 빛줄기…지구의 끝 ‘태양의 집’을 거닐다

    숨막히는 새벽의 붉은 빛줄기…지구의 끝 ‘태양의 집’을 거닐다

    세계 최대 분화구 ‘할레아칼라산’일출 압권… 한낮에도 色다른 절경분화구 속 크고 작은 분화구 매력마카푸우 일대 혹등고래 관찰 명소탄탈루스 전망대 일몰은 명불허전루비빛 샌디 비치는 서퍼들의 천국화산이 만든 원초적 세계, 미국 하와이주의 두 번째 여정이다. 마우이섬과 오아후섬이 목적지다. 두 섬은 모양새가 퍽 다르다. 화산이 만들었다는 것 외엔 공통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마우이는 빅 아일랜드처럼 극한의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활화산은 없어도, 화산이 하와이에 남긴 풍경 가운데 가장 매혹적인 경관이 이 섬에 있다. 하와이주의 주도인 오아후섬이야 설명이 필요 없는 하와이의 대표 섬이다. 마우이와 오아후 여정에서 가장 기대한 건 사실 ‘우영우 고래’ 혹등고래와 바다거북 관찰이다. 결과적으로는 둘 다 실패했다. 그래도 그 파란 바다 아래 전설적인 동물들이 유영하고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하와이의 풍경은 충분히 감동적이다. 마우이섬은 색으로 말한다. 우주 어딘가에서나 볼 법한 색과 마주할 수 있다. 거기가 할레아칼라산이다. 둘레 33.5㎞, 지름 14㎞로 세계 최대 분화구다. 높이 3055m. 백두산과 서울의 남산을 합친 높이쯤 된다. 고도는 높아도 정상까지 도로가 시원하게 뚫려 있다. 봉우리에 가까워질수록 비릿한 담뱃잎 냄새도 강해진다. 물론 유황 냄새다. 산자락의 집들은 죄다 지붕에 굴뚝을 이고 있다. 아니, 웬 굴뚝? 하와이에서 난방을 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하와이의 연평균 기온은 22도 정도로 온화하다. 한데 마우이의 할레아칼라산이나 빅 아일랜드의 마우나케아산은 다르다. 고지대여서 낮에도 제법 춥다. 특히 절경으로 입소문 난 새벽 일출과 ‘스타리 스타리 나이트’를 이루는 별밤을 보려면 최소 늦가을 옷차림이 필수다. 숙소에서 대형 수건을 챙겨가는 것만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는다. 할레아칼라는 하와이어로 ‘태양의 집’이라는 뜻이다. 외계 행성에 온 듯한 휴화산 분화구는 새벽 무렵에 숨 막힐 정도로 다양한 색상의 일출을 선사한다. 하와이 사람들은 새벽에 나타나는 이 붉은 줄무늬를 ‘카헤 라’라고 부른다. 주로 시 같은 문학 작품에 흔히 쓰이는 표현이라는데 ‘새벽의 붉은 빛줄기’ 정도의 의미다. 태양이 중천으로 오르면 분화구 안에 여태 한 번도 본 적 없을 빨강, 분홍, 주황 등의 색조가 드러난다. 빅 아일랜드의 킬라우에아 화산이 거칠고 남성적이라면 할레아칼라 화산은 우아하고 현란한 여성미가 압권이다. 분화구 안의 크고 작은 분화구(제주의 ‘오름’과 같다)들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봉긋 솟아올랐다. 분화구 내 토양은 형형색색으로 반짝거린다. 표면이 달과 흡사해 실제 우주비행사들의 훈련 장소로 이용되기도 했단다. ‘슬라이딩 샌즈 트레일’(키오네히에 트레일)을 통해 분화구 안을 둘러볼 수 있다. 할레아칼라 방문자 센터 약간 아래에 있다. 트레일 길이는 16㎞ 정도다. 공원 관계자는 “키오네히에 트레일 전체가 꽤 길어서 하루 만에 완주하기는 어렵다”면서 “깊은 인상을 받을 수 있는 부분만 돌아보기를 권한다”고 밝혔다. 할레아칼라 분화구 건너편은 미 항공우주국(NASA) 천문관측소다. 차로 수월하게 갈 수 있다. 이 일대에서 굽어보는 마우이섬 전경이 일품이다. 섬 드라이브에 나선다. ‘로드 투 하나’(하나 고속도로)는 섬의 동쪽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대표적인 드라이브 코스다. 거리는 약 85㎞다. 길지는 않지만 만만히 볼 도로는 아니다. 머리핀처럼 굽은 구간이 617개, 1차선 다리가 59개, 사각지대도 수없이 많다. 제한속도가 시속 25마일(40㎞)이어서 도로 주행 시간은 평균 2시간 30분에 이른다. 현지에선 ‘이혼의 길’이라 불린다. 글쎄, 난폭운전은 잦은 다툼과 이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려나. 마우이엔 오아후만큼이나 가볼 만한 해변이 즐비하다. 카팔루아 비치가 가장 널리 알려졌다. 흔히 플레밍 비치 파크라 불리는데, 몇 해 걸러 한 번씩 ‘미국 최고의 해변’에 꼽힐 만큼 명성이 자자하다. 카아나팔리 비치 역시 ‘2003년 미국 최고의 해변’에 꼽혔다고 한다. 백사장 길이가 4.8㎞나 된다. 마우이 서쪽에 있다. 이 해변 북쪽의 푸우 케카아, 흔히 ‘블랙 록’이라 불리는 암초 지대는 스노클링 명소다. 라우니우포코 비치 파크는 아이들이 놀기 좋은 곳으로 꼽힌다. 용암석으로 둘러싸인 천연 수영장이다. 이제 오아후섬으로 넘어간다. 마우이에 ‘로드 투 하나’가 있다면 오아후엔 ‘72번 국도’가 있다. 탄탈루스, 다이아몬드 헤드, 진주만 기념공원 등 오아후의 거의 모든 명소가 이 도로에 굴비처럼 매달려 있다. 와이키키를 기준으로 가급적 오전 10시 이전에 출발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보는 게 좋다. 교통량, 주차 등에 유리하다. 하루에 다 돌아보기는 어렵다. 섬 동쪽 해안의 경우 마카푸우 전망대나 좀 더 위의 카일루아 비치 정도에서 복귀하는 게 좋다. 시내 와이키키 해변 뒤의 탄탈루스 전망대는 일몰을 겨냥해 찾아가면 된다. 해넘이 풍경이 명불허전이다. 야경도 빼어나다. 오아후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다이아몬드 헤드는 사실 우리나라에도 있다. 제주 성산일출봉이 다이아몬드 헤드와 생성 과정이 정확히 일치한다. 바다에서 화산이 만든 풍경은 매우 드물다. 성산일출봉과 하와이 다이아몬드 헤드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이유다. 섬 동쪽 코스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카이 전망대다. 여긴 한국인들에게 이른바 ‘한반도 지형’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정확히는 산 중턱의 분지에 들어선 주택들이 한반도 형상과 닮았다는 곳이다. 사실 ‘한반도 지형’은 코웃음이 나올 정도의 억지춘향 작명이지만 코코헤드 분화구 풍경만큼은 아주 빼어나다. 여행객들이 자주 들르는 것도 사실 코코헤드를 보기 위해서다. 라이나 전망대는 현지의 한 잡지에서 본 사진 한 장에 이끌려 찾아간 곳이다. 제주 지질트레일 중 용머리 해안의 축소판 같다. 주름진 코코 헤드 분화구와 억겁의 풍화, 침식으로 형성된 해안 바위 지대가 멋들어지게 어울렸다. 좀 더 위의 샌디 비치 공원은 큰 파도가 자주 몰려오는 곳이다. 서퍼들이 즐겨 찾는다. 일몰 때면 연한 루비 색깔로 물드는 하늘이 황홀경을 펼쳐낸다. 오아후에서 가장 유명한 마카푸우 전망대는 동쪽 해안 끝에 있다. 사방으로 펼쳐진 풍경이 장쾌하다. 구글 지도엔 대놓고 ‘고래 관찰 명소’라고 표기했다. 주차장에서 1시간 정도 걸어 올라야 한다. 마카푸우 전망대에 오른 건 역시 혹등고래를 보기 위해서다. TV 드라마로 유명해진 이른바 ‘우영우 고래’다. 우리도 그렇지만 미국 사람들도 혹등고래와 바다거북에 아주 각별한 감정을 갖는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범고래가 혹등고래 새끼를 사냥하거나, 뱀상어가 바다거북의 등껍질을 갈가리 찢는 걸 보면 강한 분노와 안타까움을 느낀다. 연민을 넘어 거의 동류의식에 가까운 듯하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매우 각별하게 보호 활동을 벌인다. 하와이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바다거북 곁에 약 3m 이내로 접근하지 말라는 법까지 만들었다. ‘대항해 시대’에 멸종에 이르도록 잡아먹었던 죄를 씻으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혹등고래는 등이 울퉁불퉁하다. 현재까지 알려진 생태는 남극 등 극지방의 어장에서 크릴새우 등을 잔뜩 먹은 뒤 지구 반 바퀴를 헤엄쳐 하와이 등 따뜻한 바다에서 새끼를 키운다. 사실 따뜻한 열대 바다엔 혹등고래가 좋아하는 크릴새우 등 먹잇감이 전혀 없다. 따뜻한 바다는 그저 새끼를 위한 보육원일 뿐이다. 마카푸우 일대의 물빛은 제주 바다와 비슷하다. 지구 끝에 온 것 같은 아름다운 빛이다. 같은 화산섬이니 당연하다. 다만 제주 바다와 달리 오아후는 파도가 거세 수영보다는 서핑 등 해양 스포츠를 즐기기에 적합하다. 열대섬 하면 연상되는 반얀트리 나무는 오아후에 세 그루 있다. 카메하메하 동상 옆, 와이키키 해변 인근, 그리고 바다거북 관찰로 유명한 노스 쇼어의 터틀베이다. 이 중 터틀베이 인근의 반얀트리가 가장 크다. 카이마나 비치는 와이키키 동쪽 끝에 있는 한적한 해변이다. 운이 아주 좋으면 하와이 특산종인 몽크 바다표범과 마주할 수 있다. 워낙 귀한 녀석이라 몽크 바다표범이 등장하면 곧바로 해변을 폐쇄하고 ‘인간’의 출입을 통제한다. 카카아코는 거리 벽화 덕에 힙스터의 성지가 된 곳이다. 9개 블록의 거리에 다양한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호놀룰루 시가지에서 바닷가 쪽에 있다. 하와이를 찾는 신혼부부를 위해 현지의 전설 하나 소개한다. 하와이를 대표하는 꽃 중 하나는 나우파카다. 만개해도 쥘부채처럼 절반만 핀 듯한 형상의 꽃이다. 해변에 핀 건 나우파카 카하카이, 산에 핀 건 나우파카 쿠아히위다. 두 꽃은 각각 나우파카 공주와, 그의 약혼자이자 어부인 카우이의 화신이다. 카우이의 사랑을 갈망했던 ‘불의 여신’ 펠레가 둘을 질투해 각각 산과 해변에서 자라게 갈라놨다고 한다. 하와이의 연인들은 종종 완전한 사랑을 꿈꾸며 각자의 팔뚝에 두 꽃을 문신으로 나눠 새긴다. 두 꽃을 표현한 거리 벽화, 액세서리도 흔히 볼 수 있다. ■ 여행 수첩 -하와이 모든 지역의 출입 절차가 예전보다 복잡하고 까다로워졌다. 입장료도 비싼 편이다. 특히 마우이섬의 할레아칼라는 돈이 있어도 못 들어갈 수 있다. 하루 입장객과 차량 수를 제한한다. 할레아칼라로 가는 도로(Hy. 378)는 일출 예약제로 운영된다. 24시간 연중무휴이지만 매일 오전 3시부터 7시까지는 예약자 외에 공원 출입이 제한된다. 일출 관람객이 많을 경우 추첨을 하기도 한다. 누리집(www.recreation.gov)에서 2개월 전 예약이 필수다. 예약 수수료 1달러, 입장료는 자동차 한 대당 30달러다. 패스는 3일 연속 유효하다. 방문 48시간 전 오전 7시에 추가 티켓을 판매하긴 하나, 하와이 가기 전에 예약해 두길 권한다. 할레아칼라 일대에서 오래 머물 계획이라면 음식과 음료를 충분히 챙겨야 한다. 음식점은 물론 편의점도 없다. -할레아칼라의 아름다운 색이 담긴 사진은 한낮에 촬영해야 한다. 일출, 일몰 전후엔 분화구가 그늘에 가려 암석의 색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사이를 권한다. -마우이는 12~4월 혹등고래가 몰려드는 세계적 명소다. 1~3월이 절정으로 알려졌다. 마우이와 몰로카이, 라나이섬 사이의 아우 해협이 유명하다. 호오키파 비치 공원에선 바다거북을 볼 가능성이 높다. 오아후에선 마카푸 전망대가 고래 관찰 명소, 바다거북이 자주 출몰하는 곳은 노스 쇼어 일대다. -진주만 기념관에선 속이 보이지 않는 가방을 들고 들어갈 수 없다. 소지품 보관함에 맡겨야 한다. 핵심 시설인 애리조나 기념관, 미주리호, 태평양 항공 박물관, 보우핀 잠수함 등은 오가는 셔틀과 보트 등의 예약이 필수다.
  • 과학자에서 기업가로… 창업하기 좋은 강소국 싱가포르[초격차 과학인재 1만人 프로젝트]

    과학자에서 기업가로… 창업하기 좋은 강소국 싱가포르[초격차 과학인재 1만人 프로젝트]

    연구·사업 이어주는 ‘내셔널 그리프’시제품 제작비 지원… 시장성 확인‘블록71’ 고밀도 스타트업 클러스터연구원·정부 관계자·투자자 등 상주 “현재 공중화장실 청소 인력의 대부분은 외국인 노동자나 연로한 노동자입니다. 그마저도 인력난이 심각해 머지않아 30~40%는 로봇으로 대체될 겁니다.” 리셔브 패트웨리는 싱가포르국립대(NUS) 학부생 시절인 2020년 미국 스탠포드대와 실리콘밸리에서 공부하던 중,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귀향길에 올랐다. 싱가포르에서 계속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던 그는 자신처럼 고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시선이 향했다. 그들의 부재로 ‘공중화장실 청소’ 인력 시장에 큰 구멍이 뚫린 것 같았다. 이를 계기로 그는 공중화장실 전용 로봇청소기 프로토타입(시제품)을 만들어 하이브보틱스(HiveBotics)를 창업했다. 하이브보틱스의 로봇청소기는 변기 뚜껑을 열고 비누칠을 한 뒤 물을 분사해 씻어내는 작업까지 한다. 패트웨리는 “아주 구석까지 청소하지 못하는 한계는 있지만, 청소 능력만 보면 사람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가격만 1억원이 넘지만, 미국·유럽·일본·한국 등 각국의 공항과 쇼핑몰에서 문의 전화가 몰린다고 했다. 500만명 남짓이 사는 싱가포르는 지난해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약 9만 4000달러(약 1억 3000만원)로 세계 7위인 ‘작지만 강한’ 나라다. 우리나라(약 3만 5000달러)와 비교해도 월등히 높고, 세계 경쟁력 순위 1위에 여러번 올랐다. 싱가포르의 이런 저력에는 패트웨리처럼 ‘과학자’에서 ‘기업가’로 변신한 산업 역군들의 활약이 크다. NUS와 난양공대(NTU)가 합심해서 만든 ‘내셔널 그리프’(National GRIP)는 연구를 사업으로 이어주는 핵심 통로다. 과학 연구와 상업성 사이의 간극을 메워 스타트업이 시장에 잘 안착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돕는다. 하이브보틱스 역시 그리프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스타트업이다. 패트웨리는 “3달 동안 1만 달러(약 1500만원)를 받고 프로토타입 제작에 성공한 뒤 10만 달러를 지원받았다”고 말했다. 관절염 전용 약품을 만드는 프로니오바이오테크(Proniobiotech)도 그리프의 도움으로 탄생했다. 프로니오바이오테크를 창업한 지오르지아 파스토린 교수는 “나는 평범한 과학자”라며 “그리프가 없었다면 제품이 완성되지도 시장성을 확인하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NUS 엔터프라이즈(Enterprise)와 싱가포르 정부는 블록(BLOCK)71이라는 스타트업 단지를 만들었다. 폐건물을 리모델링해 세계에서 가장 밀도 높은 클러스터로 키워냈다. 창업을 꿈꾸는 연구원들과, 정부 관계자, 투자자 등이 상주해있다. NTU 역시 관광명소로 잘 알려진 캠퍼스 내 ‘하이브’ 건물을 스타트업 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정부의 연구 지원 역시 산업 생태계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 국립연구재단(NRF)은 5년마다 한번씩 연구 지원을 위해 어느 정도의 자금을 투입할지, 어느 분야에 지원을 집중할지 등을 발표한다. 지난해 12월 발표에서 재단은 370억 싱가포르달러(약 41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핵심 분야로는 반도체 등 제조업, 헬스케어, 지속가능성, 인공지능(AI) 등을 꼽았다.
  • 美 “대미 투자와 301조 관세는 별개”… 쿠팡이 또 발목 잡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11일(현지시간) 한국 등을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하면서 기존 무역 합의 체결국에도 추가 관세가 부과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지난해 3500억 달러(약 518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합의했음에도 새로운 관세 위협에 놓이게 됐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번 조사가 한국이나 일본 등과 이미 체결한 무역 합의에 미칠 영향에 대해 “합의는 그대로 유지된다”면서도 “관세나 기타 조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기존 무역 합의는 상호관세와 품목별 관세를 인하한 대가이며 새로 진행되는 301조 조사와는 별개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부는 일단 이번 조치가 연방대법원 판결로 효력을 상실한 상호관세를 복원하기 위한 것인 만큼 한국에 새로운 관세를 물리는 수단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브리핑에서 “미국 정부 목표는 기존에 합의한 무역 딜을 최대한 그대로 보존하고 유지하는 것”이라며 “(글로벌 관세 10%의 유효 기간이 종료되는) 7월 중순 이후부터는 301조를 통해 상호관세 위헌 판결 이전의 관세(15%) 수준으로 복원된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301조 조사는 상호관세와 성격이 달라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의 무역을 제한하거나 부담을 주는 외국 정부의 차별적인 관행에 대응하기 위해 관세 등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외교부는 12일 방한한 마이클 디솜브리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의 면담에서 주요국 대비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미측은 쿠팡 문제도 거론하며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 美 “한중일 등 16국 301조 조사”… 추가 관세 시사

    美 “한중일 등 16국 301조 조사”… 추가 관세 시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1일(현지시간) 한국과 중국, 일본 등 16개 경제 주체를 대상으로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절차인 무역법 301조 조사에 착수했다. 정부는 다른 국가에 비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 측과 협의하겠다고 밝혔고,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한미 무역협상 후속 조치를 담은 대미투자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 등에 대한 조사 개시 사실을 밝히며 “‘과잉 생산’과 연관된 다양한 불공정 무역 관행이 드러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주요 교역국이 수요보다 많은 생산을 통해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미국의 제조업 발전을 저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USTR은 특히 연방 관보 공지 문서를 통해 “한국은 대규모 또는 지속적 (대미) 무역 흑자를 통해 구조적 과잉 생산의 증거를 보여 주고 있다”며 주력 수출 산업인 자동차와 철강, 선박 등을 지목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과잉 생산을 문제 삼은 건 연방대법원으로부터 위법 판결을 받은 상호관세를 대체하는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명분 쌓기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대법원 판결 직후 무역법 122조를 활용해 전 세계에 10%의 ‘글로벌 관세’를 매겼지만, 의회 동의가 없는 한 150일까지만 유지할 수 있어 오는 7월 말 유효기간이 종료된다. 청와대는 “기존 한미 관세 합의에서 확보한 이익 균형이 훼손되지 않고 주요국 대비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미국 측과 적극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선 대미투자특별법이 재석 242명 중 찬성 226명, 반대 8명, 기권 8명으로 가결됐다.
  • 골목이 들려주는 도시의 역사, 포항 일본인 가옥 거리

    골목이 들려주는 도시의 역사, 포항 일본인 가옥 거리

    동해를 마주한 철의 도시 포항은 빠르게 성장한 산업도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도시의 화려한 발전 뒤편에는 오래된 골목과 시간이 머문 공간도 함께 남아 있다. 그 대표적인 곳이 바로 포항 구룡포 일본인 가옥 거리다. 바쁜 도심에서 조금만 발걸음을 옮기면 만날 수 있는 이 거리는 포항이 걸어온 근현대의 시간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일본인 가옥 거리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형성된 상권이 남아 있는 공간으로, 오래된 상점 건물과 일본식 가옥, 낡은 간판들이 골목을 따라 이어져 있다. 지금은 조용한 골목처럼 보이지만 한때 이곳은 포항에서 가장 활기가 넘치던 거리 가운데 하나였다. 어부들이 잡아온 생선이 시장으로 들어오고 상인들이 물건을 팔기 위해 모여들던 곳, 그리고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가 뒤섞이던 생활의 중심지였다. 골목을 천천히 걷다 보면 당시의 흔적들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오래된 목조 건물과 붉은 벽돌 건물, 그리고 세월이 묻어 있는 창문과 문틀은 이곳이 단순한 골목이 아니라 한 시대의 생활 공간이었음을 보여준다. 지금은 카페나 작은 상점으로 다시 문을 연 곳도 있지만, 건물 곳곳에는 여전히 과거의 시간이 그대로 남아 있다. 예전 이 거리에는 포항에서 꽤 유명했던 다방이 있었다고 한다. 그 시절 다방은 단순히 차를 마시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 소식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던 공간이었다. 어부들은 바다의 상황을 이야기했고 상인들은 장사를 논했으며, 젊은이들은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지금으로 치면 작은 문화 공간 같은 역할을 했던 셈이다. 하지만 이 거리는 즐거운 기억만을 품고 있는 곳은 아니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 상인들이 이 일대에 상점과 주택을 지으면서 거리의 모습이 형성됐고, 그 흔적이 지금까지 건물 곳곳에 남아 있다. 당시 화려해 보였던 거리의 풍경 뒤에는 식민지 시대라는 아픈 역사도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곳을 걷다 보면 오래된 건물들이 단순한 관광 자원이 아니라 시간을 증언하는 기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도시가 성장하면서 포항의 중심 상권은 다른 지역으로 옮겨갔다.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면서 이 거리는 점차 잊혀 가는 듯했지만, 이곳을 ‘근대문화 역사 거리’로 정비하면서 다시 천천히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화려한 관광시설이 있는 곳은 아니지만 골목을 따라 걸으며 도시의 옛 모습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여행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일본인 가옥 거리를 둘러본 뒤에는 포항의 바다 풍경도 함께 즐겨보는 것이 좋다. 차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영일대해수욕장은 포항을 대표하는 해변으로, 바다 위에 세워진 영일대 누각과 함께 시원한 동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조금 더 시간을 낼 수 있다면 일출 명소로 유명한 호미곶도 함께 둘러볼 만하다. 숙소는 영일대해수욕장 주변에 호텔과 게스트하우스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어 여행객들이 이용하기 편하다. 바다 전망을 갖춘 숙소들도 많아 포항의 밤바다를 바라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좋다. 먹거리 역시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죽도시장과 영일대 일대에서는 포항의 대표 음식인 물회와 대게, 과메기 등 신선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 골목이 들려주는 도시의 역사, 포항 일본인 가옥 거리[두시기행문]

    골목이 들려주는 도시의 역사, 포항 일본인 가옥 거리[두시기행문]

    동해를 마주한 철의 도시 포항은 빠르게 성장한 산업도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도시의 화려한 발전 뒤편에는 오래된 골목과 시간이 머문 공간도 함께 남아 있다. 그 대표적인 곳이 바로 포항 구룡포 일본인 가옥 거리다. 바쁜 도심에서 조금만 발걸음을 옮기면 만날 수 있는 이 거리는 포항이 걸어온 근현대의 시간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일본인 가옥 거리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형성된 상권이 남아 있는 공간으로, 오래된 상점 건물과 일본식 가옥, 낡은 간판들이 골목을 따라 이어져 있다. 지금은 조용한 골목처럼 보이지만 한때 이곳은 포항에서 가장 활기가 넘치던 거리 가운데 하나였다. 어부들이 잡아온 생선이 시장으로 들어오고 상인들이 물건을 팔기 위해 모여들던 곳, 그리고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가 뒤섞이던 생활의 중심지였다. 골목을 천천히 걷다 보면 당시의 흔적들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오래된 목조 건물과 붉은 벽돌 건물, 그리고 세월이 묻어 있는 창문과 문틀은 이곳이 단순한 골목이 아니라 한 시대의 생활 공간이었음을 보여준다. 지금은 카페나 작은 상점으로 다시 문을 연 곳도 있지만, 건물 곳곳에는 여전히 과거의 시간이 그대로 남아 있다. 예전 이 거리에는 포항에서 꽤 유명했던 다방이 있었다고 한다. 그 시절 다방은 단순히 차를 마시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 소식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던 공간이었다. 어부들은 바다의 상황을 이야기했고 상인들은 장사를 논했으며, 젊은이들은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지금으로 치면 작은 문화 공간 같은 역할을 했던 셈이다. 하지만 이 거리는 즐거운 기억만을 품고 있는 곳은 아니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 상인들이 이 일대에 상점과 주택을 지으면서 거리의 모습이 형성됐고, 그 흔적이 지금까지 건물 곳곳에 남아 있다. 당시 화려해 보였던 거리의 풍경 뒤에는 식민지 시대라는 아픈 역사도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곳을 걷다 보면 오래된 건물들이 단순한 관광 자원이 아니라 시간을 증언하는 기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도시가 성장하면서 포항의 중심 상권은 다른 지역으로 옮겨갔다.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면서 이 거리는 점차 잊혀 가는 듯했지만, 이곳을 ‘근대문화 역사 거리’로 정비하면서 다시 천천히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화려한 관광시설이 있는 곳은 아니지만 골목을 따라 걸으며 도시의 옛 모습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여행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일본인 가옥 거리를 둘러본 뒤에는 포항의 바다 풍경도 함께 즐겨보는 것이 좋다. 차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영일대해수욕장은 포항을 대표하는 해변으로, 바다 위에 세워진 영일대 누각과 함께 시원한 동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조금 더 시간을 낼 수 있다면 일출 명소로 유명한 호미곶도 함께 둘러볼 만하다. 숙소는 영일대해수욕장 주변에 호텔과 게스트하우스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어 여행객들이 이용하기 편하다. 바다 전망을 갖춘 숙소들도 많아 포항의 밤바다를 바라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좋다. 먹거리 역시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죽도시장과 영일대 일대에서는 포항의 대표 음식인 물회와 대게, 과메기 등 신선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 [송민순 칼럼] 힘이 합의를 밀어내는 세계, 한국의 힘은?

    [송민순 칼럼] 힘이 합의를 밀어내는 세계, 한국의 힘은?

    평화(pax)와 합의(pacta)의 어원은 같다. 평화는 합의가 지켜질 때 유지된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벌거벗은 힘’으로 ‘합의’를 밀어내면서 미국 주도의 평화질서 자체가 붕괴 중이다. 이미 전철을 밟은 러시아와 중국은 물론 2차대전 패전의 무게에 눌려 온 독일과 일본까지도 ‘힘’을 강조한다. 세계는 미국의 행보가 ‘트럼프의 미국’에 그칠지, ‘미래의 미국’이 될지를 가늠 중이다. 미 연방대법원의 트럼프 관세 위법 판정과 벌집을 쑤신 이란 공격으로 미국은 안팎의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미국민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어떤 경우에도 트럼프 이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미 바이든 행정부부터 국가 산업정책, 일자리 강제 송환, 대외 개입 축소와 방위 부담 이전, 국제합의의 선택적 이행으로 퇴행해 왔다. 적게 일하고 많이 쓰는 미국의 저노동·고소비 패턴은 바뀌기 어렵다. 누가 백악관 주인이 되더라도 내부의 모순을 밖에서 해소하려는 유혹을 떨치기 어려울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중, 미러의 ‘전략적 안정’(strategic stability)을 유난히 강조한다. “서로의 핵심 안보 영역은 존중하자”는 신호다. 결과는 미주대륙과 태평양, 중국과 동아시아,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서유럽으로 구분되는 ‘세력권 국제질서’로의 회귀다. 조정자도 맹주도 없는 중동이 먼저 화염에 휩싸였다. 한반도는 누구의 핵심 영역에 속하는가? 중국은 ‘역사의 바른편’을 들고나온다.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이 동원했던 담론을 이제 중국이 내세우면서, 주변국부터 가담하란다. 중국은 전략무기 감축협정 참여를 거부하면서 미국에 필적할 전략 핵무력을 구축 중이다. 군사행동에 신중한 군부의 반대그룹도 숙청 중이다. 일본은 2월 총선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이끄는 보수 자민당에 압승을 안겨 주었다. 국민총생산(GNP)의 2%를 방위비에 투입하고 통합작전사령부를 발족시키면서, 동아시아에서 미국이 비울 공간을 채울 태세를 갖추는 중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결국 러시아로 기울 가능성이 있다. 숨을 돌릴 러시아는 “북한의 핵은 번영을 위한 보장이므로 제재를 가해서는 안 된다”면서,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고자 한다. 미중 대립의 가중과 러·우 전쟁의 파생효과로 중국과 러시아의 북한에 대한 안보와 경제 지원이 전보다 두터워지고 있다. 이런 배경으로 김정은은 2월 당대회에서 ‘사탕도 총알도 다 만든다’면서 핵·경제 병진에 나름의 자신감을 보였다. 이 험난한 세계에서 미국이 안보우산을 접으면 한국은 구명조끼 없이 급류에 쓸려 갈 처지다. 안보의 절대적 대외 의존은 통상협상에도 여지없이 작용한다. 국가의 자율성이 절박한 시기에 접어들었다. 첫째는 한미동맹을 자립형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남북 핵 불균형의 극복, 작전통제 권능, 그리고 사기를 갖춘 군이 관건이다. 미국의 핵우산이 작동하는 동안 우라늄 농축 같은 평화적 핵능력에 집중해야 한다. 작전통제권 전환은 한반도의 안보를 ‘미국·북한’에서 ‘남한·북한’ 구도로 바꾸는 길이다. 미국도 미군 주둔을 전제로 전환하고자 한다. 이 과제들은 대통령이 최우선적 집중력으로 지휘해야 성취할 수 있다. 둘째는 남북을 ‘정상적 이웃’ 관계로 설정해야 한다. ‘통일’이라는 목표는 역설적으로 통일을 멀리 보낸다. 통일은 ‘설계’가 아니라 다가올 수 있는 하나의 ‘결과’로 상정해야 한다. 주변 누구도 가능하다고 보지 않는 ‘한반도 비핵화’와 ‘통일’을 목표로 내걸고 있으면, 한국의 대외자율을 불필요하게 제약하고 스스로를 ‘을’의 처지에 가두게 된다. 북한에는 “앞으로 나오지 않으면 쏘지 않는다. 그러나 나오면 쏜다”는 ‘보장과 억지’ 태세를 확고히 견지해야 한다. 북한 핵위협 때문에 서해를 포함한 주변 지역에서 적정 수준의 한미 연합훈련이 불가피하다. 중국에도 한국이 이 점을 적극적으로 교신하는 동시에 방공식별구역(ADIZ) 같은 민감한 문제도 한국이 주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평화적 핵능력, 작전통제 권능, 남북의 ‘정상적 이웃’ 관계는 한국이 갖추어야 할 ‘힘’의 세 가지 기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 [기고] ‘기업가 정신’과 사모펀드의 충돌

    [기고] ‘기업가 정신’과 사모펀드의 충돌

    기업의 역사는 두 유형의 자본이 충돌해 온 기록이다. 하나는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미래에 베팅하는 기업가 정신, 다른 하나는 현재 가치를 빠르게 회수하려는 금융 자본이다. 우리는 산업적 관점의 오류에 대한 대안으로 후자에 주목해 왔지만 절대 선이란 없다. 패권주의와 자원 무기화, 자유시장경제 체제의 균열 속에서 국가 안보 차원의 새로운 경제 문법과 화두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자본과 금융 중심의 자유시장경제 패러다임에 대한 회의론은 산업적 관점과 기업가 정신에 대한 재조명과 고찰로 이어지고 있다. 오는 24일 고려아연 주주총회는 두 유형의 자본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장이자 패러다임 시프트가 본격화하는 중요한 자리가 될 전망이다.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 통합 제련소 프로젝트가 주요 의제로 다뤄진다. 총 74억 달러(약 11조원) 규모의 이른바 ‘크루서블 프로젝트’는 아연·연·구리 등 비철금속과 금·은 등 귀금속, 안티모니·게르마늄·갈륨 등 미국 정부 지정 핵심 광물 11종을 포함해 총 13개 제품을 생산하는 제련소를 짓는 게 핵심이다. 전체 투자비의 90% 이상을 미국 측이 부담하는 구조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이를 “핵심 광물 판도를 바꾸는 획기적인 딜”이라고 평가했다. 이 제련소가 완공되는 2029년 이후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예상 마진은 17~19% 수준으로, 현재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본체에 맞먹는 현금 창출력(연간 약 1조 3000억원)이 새로 생기는 셈이다. 고려아연의 투입 자금은 전체의 10% 미만이다. 조지프 슘페터가 정의한 기업가 정신의 본질은 ‘창조적 파괴’다. 진정한 기업가 정신은 분기 실적이 아니라 10년 후 시장 지형을 그리는 데서 발현된다. 고려아연이 50년간 축적한 세계 최고 수준의 제련 기술을 기반으로 미국의 핵심 광물 공급망 전략에 파트너로 편입하고, 트로이카 드라이브 신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바로 그 교과서적 실천이다. MBK파트너스로 대표되는 사모펀드는 구조적으로 다르다. 펀드 만기 내 회수를 전제로 설계된 자본은 장기 기술 축적이나 신뢰 기반 파트너십과 공존하기 어렵다. 크루서블 프로젝트에 대한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은 단순한 법적 다툼이 아니라 장기 기업가 정신과 단기 회수 논리의 충돌이었다. 실제로 고려아연이 적대적 인수합병(M&A) 공세에도 2025년 사상 최대 실적과 44년 연속 흑자를 달성한 것은 기업가 정신이 살아 있을 때 나타나는 결과다.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기관투자자와 의결권 자문사들은 단순한 안건 평가를 넘어 시대적 흐름과 패러다임 전환의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 공적 기금들의 역할도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이번 주총은 기업의 향후 10년, 나아가 다음 50년을 이끌 패러다임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를 묻는 자리가 될 것이다. 장기 투자와 혁신을 지속할 수 있는 경영 주체인가, 아니면 단기 투자 회수에 집중할 자본인가. 이 질문에 대한 투자자들의 답이 24일 결정된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 [서울신문·삼성 공동 캠페인] 삼성과 손잡은 청년들, 문화 콘텐츠로 ‘잠자는 마을’ 깨웠다

    [서울신문·삼성 공동 캠페인] 삼성과 손잡은 청년들, 문화 콘텐츠로 ‘잠자는 마을’ 깨웠다

    청년, 도시 재생·문화예술 사업 기획지역 문제 해결 경험·아이디어 공유지자체와 협력 확대… 정책과 연계사업이 끝나도 지역에서 계속 활동6년간 61개 지역·101개 단체 지원삼성생명·삼성물산 임직원도 동참 #사례1 : 경남 창원 가로수길에서는 지난해 저녁이 되면 거리 곳곳에서 음악이 흐르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청년들이 직접 기획한 문화축제였다. 지역 예술가들과 협업해 음악 공연과 영화 상영, 먹거리 장터를 결합한 행사다. 청년 단체 ‘뻔(Fun)한창원’이 중심이 돼 준비한 이 축제에는 문화예술가 132명이 참여했다. 평소 한산했던 거리는 하루 동안 지역 문화가 어우러진 축제 공간으로 바뀌었다. #사례2 : 전남 순천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났다. 청년 단체 ‘7AM 모든 순간을 칠하다’는 지역 청소년을 대상으로 웹툰·디자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청년 작가들이 강사로 참여해 청소년 34명이 직접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을 함께했다. 프로그램 마지막에는 작품 전시회가 열렸고, 2000여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청년이 지역의 문화 교육을 만들어낸 사례다. ●청년 단체에 사업비·컨설팅 제공 지역 청년이 직접 문화와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지역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를 지원하는 민관 협력 사업이 삼성과 행정안전부, 사회연대은행이 함께 운영하는 ‘청년희망터’다. 청년희망터는 청년 자립과 지역 소멸이라는 두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2021년 시작됐다. 만 19~39세 청년이 설립한 지방 기반 청년 비영리단체를 대상으로 공모와 서류 심사, 현장 실사, 면접 등 4단계 평가를 거쳐 매년 20여개 단체를 선발한다. 선정된 단체에는 1년 동안 약 5000만원 규모의 사업비와 함께 교육과 컨설팅 등 조직 역량 강화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지역 문제를 외부에서 해결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 청년이 직접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도록 돕는 구조가 사업의 핵심이다. 삼성은 2021년부터 올해까지 5개 기수를 운영하며 전국 61개 지역의 101개 청년 단체를 지원했다. 지금까지 2801명의 청년이 참여해 329개의 공익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도시 재생과 문화예술, 관광 활성화, 농촌 정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역 기반 활동이 이어졌다. 청년 단체 간 협력도 사업의 중요한 축이 되고 있다. 청년희망터는 참여 단체들이 경험과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도록 매년 네트워크 워크숍과 성과 공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난해 경남 창원에서 열린 워크숍에서는 전국 청년 단체들이 활동 사례를 발표하며 협력 프로젝트 가능성을 논의했다. 올해 진행 중인 5기 사업에는 19개 지역에서 21개 청년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1387명의 청년과 함께 90개의 공익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역 활성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참여 규모가 늘면서 지역 청년 활동의 범위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우수 단체 선정 규모 확대 특히 올해 사업에서는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 확대가 눈에 띄는 변화다. 삼성은 지난 5일 경상북도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청년희망터 참여 단체에 대한 정책 연계 지원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사업이 끝난 뒤에도 청년 단체가 지역에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자체 정책과 연결하는 방식이다. 경상북도는 ‘청년자립마을’, ‘청년행복뉴딜’, ‘K로컬 창업스쿨’, ‘청년 예비창업’ 등 기존 청년 정책과 연계한 후속 지원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원 구조도 보완됐다. 사업 성과가 우수한 단체에 대한 활동 지원 연장은 기존 3곳에서 4곳으로 확대됐다. 또 청년희망터 활동을 마친 단체들이 공동으로 공익 사업을 추진하는 협업 프로젝트 지원도 강화됐다. 공동 사업 지원 규모는 기존 3000만원에서 최대 5000만원으로 늘었고, 홍보 간행물 제작 지원과 공익활동 목적의 임차·설비·운영자금 무이자 대출 등 후속 지원도 추가됐다. 기업 임직원의 참여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생명 임직원과 가족들은 지난해 경주와 전주, 거창, 거제, 아산, 부여 등 6개 지역을 찾아 청년 단체와 함께 공익 활동을 진행했다. 삼성물산도 사내 공모로 선발된 61명의 임직원 멘토가 도시 재생과 관광 활성화, 문화예술 분야에서 청년 단체를 지원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청년희망터 사업 공로로 2022년 행정안전부 장관상, 2024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민간 기업과 정부, 지역 청년이 협력해 지역 문제 해결 모델을 만들어 가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 고유가·고환율에 노봉법… 주주권한 강화·3%룰에 재계 초긴장

    고유가·고환율에 노봉법… 주주권한 강화·3%룰에 재계 초긴장

    기업들 “노봉법 1호 사례 되면 안 돼현장 논쟁에 정부 가이드라인 필요” 개정상법 시행 앞두고 표대결 변수 일부 기업들 지배구조 정비 속도전 산업계가 국제유가와 환율 상승 그리고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했다. 다음주부터 본격 돌입하는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는 하반기에 시행될 개정 상법에 대비해야 한다. 대응해야 할 변수가 계속 쌓이면서 산업계의 경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10일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산업 현장에서는 노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무엇보다 향후 노사 관계의 기준이 될 수 있는 만큼 ‘1호 법적 분쟁 사례’는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수천 개의 협력업체와 복잡하게 얽힌 원·하청 구조를 지닌 조선업이나 철강업, 프로젝트마다 인력 수요의 변동성이 큰 건설업계는 특히 걱정이 크다. 전날 하청업체 34개 노조의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한 포스코 등 기업들은 추가 절차를 이어 가고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하청업체마다 기업 단위든 작업 단위든 어디까지 사용자성을 인정하느냐가 아직 모호하다”며 “사용자성 판단을 두고 현장에서 논쟁이 계속될 수 있어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치솟던 국제유가 상승세는 다소 주춤했지만,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수급 불안은 여전히 위험요소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원유와 가스뿐 아니라 알루미늄, 에탄올, 설탕, 요소, 황, 헬륨 등 주요 원자재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동에서 나프타를 공급받는 석유화학 업체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앞서 여천NCC가 고객사에 불가항력을 선언한 데 이어 롯데케미칼도 지난 10일 ‘불가항력 가능성’을 고객사에 공지했다. 앞으로 나프타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 공급 불가 가능성이 있다고 미리 알린 것이다. 상장사들은 다음주부터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 돌입한다. 삼성전자 주주총회가 오는 18일에 열리고 LG전자는 23일, SK하이닉스는 25일이다. 소수 주주 권한 강화와 이사회 견제 기능 확대를 골자로 하는 개정 상법 시행을 앞둔 가운데 일부 기업들은 정관 변경 등 지배구조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7월 23일부터는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 룰’이 확대 시행된다. 이어 9월 10일부터는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규정이 도입된다. 한화그룹 계열 상장사들은 정기 주총을 앞두고 이사 임기를 기존 ‘2년 이내’에서 ‘3년 또는 3년 이내’로 확대하는 정관 변경안을 일제히 상정했다. 집중투표제가 적용되는 대규모 기업에서는 한 번에 선임하는 이사가 많을수록 소수 주주가 지지하는 후보의 이사회 진입 가능성이 커진다. 반면 기업이 이사 임기를 늘리면 한 번에 교체되는 이사가 줄어들어 이러한 가능성이 낮아질 수도 있다. 또 주주환원 정책도 화두다. SK증권에 따르면 3차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10일까지 자사주 소각을 발표한 기업은 48개, 규모는 6조 9970억원에 달했다.
  • 신화를 벗기다 [으른들의 미술사]

    신화를 벗기다 [으른들의 미술사]

    ●탑에 갇힌 여성 그리스 신화에서 다나에는 아버지의 명령으로 탑에 갇힌 불운한 공주였다. 다나에가 탑에 갇히게 된 이유는 예언 때문이었다. 아르고스의 왕 아크리시우스는 후계를 이어받을 아들이 없어 델포이 신탁을 찾았는데, 그곳에서 다나에가 낳은 아들이 결국 자신을 죽일 것이라는 예언을 듣게 된다. 이 예언을 두려워한 아크리시우스는 딸이 남자를 만나지 못하도록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높은 탑에 가두어 버렸다. 이 이야기에서 탑은 인간이 운명을 피하려 할수록 오히려 운명의 덫에 걸리고 만다는 고대의 비극적 세계관을 보여 주는 장치로 해석된다. 그러나 제우스는 황금비로 변신하여 다나에에게 다가왔다. 그는 황금비의 형태로 방 안으로 스며들어 다나에와 결합했고, 그 결과 둘 사이에서 영웅 페르세우스가 태어난다. 그러나 클림트의 화면에서 중요한 것은 비극적인 신화의 서사보다, 그 황금빛이 몸에 닿는 순간에 드러나는 간지러운 감각이다. 예언을 피하려던 아크리시우스의 행동은 오히려 예언을 실현시키는 계기가 됐고, 훗날 페르세우스는 경기 중 던진 원반이 우연히 외할아버지 아크리시우스를 맞히면서 결국 예언은 이뤄졌다. 신화는 그렇게 인간의 의지와 다르게 마무리됐다. ●황금기 절정 클림트는 다나에를 화면 가득 웅크린 자세로 배치했다. 얇은 보라색 천과 금빛 장식은 그녀의 몸을 감싸지만 동시에 궁금하게 한다. 특히 허벅지 사이로 흘러드는 황금빛 비는 신화적 사건을 상징하면서도 감각적 화면을 만들어 낸다. 이는 단순한 누드가 아니라 욕망의 순간을 시각화한 것이다. 미술사학자들은 이 작품을 클림트의 ‘황금기’ 대표작으로 보며, 비잔틴 장식성과 상징주의가 결합된 결과라고 평가한다. 흥미로운 점은 다나에가 외부 세계와 거의 단절된 채 스스로의 감각 속에 잠겨 있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관객을 바라보지 않는다. 대신 눈을 감고 몸을 웅크린 채 순간의 감각에 빠져 있다. 사회적 규범과 시선이라는 겉옷을 벗어 던질 때 인간은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감각과 마주하게 된다. 클림트의 다나에는 바로 그 찰나를 상징한다. ●태아 자세 ‘다나에’에서 여인이 몸을 웅크리고 있는 자세는 단순한 신체 표현이 아니라 작품의 의미와 감정을 강조하기 위한 구성이다. 먼저 이 자세는 태아와 비슷한 ‘태아형 자세’로 해석되며, 황금비가 내려오는 순간을 내밀하고 폐쇄적인 공간 속 사건으로 표현한다. 웅크린 자세는 에로틱한 황홀감과 내적 몰입을 표현하는 장치로 이해된다. 또한 몸을 둥글게 만 자세는 인물을 화면 안에 응축시키며 관객의 시선을 그녀의 몸과 황금빛 비에 집중시키는 효과를 만든다. 결국 이 그림에서 보라색 베일로 흘러내리는 것은 옷이 아니라 역할이다. 왕의 딸, 신화 속 인물, 혹은 도덕적 규범의 대상이라는 여성의 정체성이 사라지고 한 인간의 감각적 존재만 남는다. 황금빛 비가 떨어지는 순간, 다나에는 더 이상 신화 속 인물이 아니라 자기 내면의 세계로 들어가는 존재가 된다. 클림트는 그 은밀한 순간을 화려한 금빛 장식 속에 봉인해 뒀다. 신화라는 외피를 잠시 내려놓은 자리에 인간이라는 존재가 황금빛 속에서 조용히 드러난다.
  • 미 고등방위연구계획국의 신개념 항공기 프로젝트 ‘X-76 스프린트’

    미 고등방위연구계획국의 신개념 항공기 프로젝트 ‘X-76 스프린트’

    미 고등방위연구계획국(DARPA)은 세계 무기 개발을 선도하는 미국에서도 신기술과 신개념 연구를 이끄는 곳이다. 지난 9일(현지시간) DARPA는 실험용 제트 컨버전 항공기 ‘X-76’을 공개했다. X-76이라는 명칭은 미국 건국 연도인 1776년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X-76은 V-22 오스프리 틸트로터기보다 빠른 속도로 비행할 수 있는 수직이착륙 비행체를 설계하기 위해 2023년부터 시작한 ‘고속 및 활주로 독립(SPRINT) 프로그램’에 의해 탄생했다. 2023년 11월 DARPA는 오로라 플라이트 사이언스, 벨 텍스트론, 노스롭그루먼 그리고 피아세키 에어크래프트와 옵션에 따라 1500만~2000만 달러 사이의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SPRINT 프로그램 매니저는 속도가 주요 요구사항 중 하나라고 설명하면서 400~450노트(시속 740~833㎞)의 속도로 비행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참고로 V-22 오스프리의 최대 속도는 270노트(시속 500㎞)다. 그는 항공기가 공중을 맴돌며 안정적일 수 있어야 하며, 공중을 맴돌거나 전방으로 비행하는 전환기 동안 모든 추진 시스템에 효과적으로 동력을 공급하는 분산 동력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DARPA는 2024년 5월에 2단계 프로그램 업체로 오로라 플라이트 사이언스와 벨 텍스트론을 선택했다. 벨 텍스트론은 수직 상승 후 프로펠러 모드에서 접이식 로터 시스템으로 변환되는 형태를 제안했다. 고속 수평 비행은 터보팬 엔진으로 움직이게 된다. 보잉 자회사인 오로라 플라이트 사이언스는 블랜디드 윙 본체 플랫폼에 통합된 저소음 팬인윙 설계를 제안했다. 이번에 공개된 X-76은 벨 텍스트론의 설계를 기반으로 한다. 현재 핵심 설계 검토(CDR)를 성공적으로 통과했고, 이후 시제기의 생산, 통합, 조립 및 지상 시험 단계로 넘어갈 예정이다. 비행 시험은 2028년 초에 시작된다. SPRINT 프로그램은 DARPA와 미 특수전 사령부(USSOCOM)의 공동 사업이다. 앞서 소개한 속도 요구조건 외에 극한 환경에서의 공중 정지 비행, 미포장 지형에서의 이착륙 가능 정도만 알려졌다. 벨 텍스트론의 X-76 설계는 정지 비행에서 수평 비행으로 전환한 후, 날개가 접히는 윙팁 프로펠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스톱·폴드 로터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이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수직 이착륙 및 정지 비행 기능을 제공하는 동시에, 로터를 접어서 항력을 줄임으로써 고속 수평 비행을 가능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수평 비행 시에는 별도의 기존 제트 추진 시스템이 추진력을 제공한다. 벨 텍스트론은 2021년부터 다양한 스톱·폴드 로터 시스템 설계를 선보여왔는데, 이번에 DARPA가 공개한 이미지는 벨 텍스트론이 2024년 공개한 이미지와 유사하다. SPRINT 프로그램은 주로 화물과 인원 수송이 가능한 설계에 초점을 맞춰 왔지만, 벨 텍스트론은 유인 및 무인 항공기를 포함하여 공격 임무용으로 구성할 수 있는 다양한 변형 모델의 렌더링 이미지를 공개했다. SPRINT 프로그램에 따라 공개된 X-76이 높은 기술적 난제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개념의 고속 항공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미 고등방위연구계획국의 신개념 항공기 프로젝트 ‘X-76 스프린트’ [최현호의 무기인사이드]

    미 고등방위연구계획국의 신개념 항공기 프로젝트 ‘X-76 스프린트’ [최현호의 무기인사이드]

    미 고등방위연구계획국(DARPA)은 세계 무기 개발을 선도하는 미국에서도 신기술과 신개념 연구를 이끄는 곳이다. 지난 9일(현지시간) DARPA는 실험용 제트 컨버전 항공기 ‘X-76’을 공개했다. X-76이라는 명칭은 미국 건국 연도인 1776년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X-76은 V-22 오스프리 틸트로터기보다 빠른 속도로 비행할 수 있는 수직이착륙 비행체를 설계하기 위해 2023년부터 시작한 ‘고속 및 활주로 독립(SPRINT) 프로그램’에 의해 탄생했다. 2023년 11월 DARPA는 오로라 플라이트 사이언스, 벨 텍스트론, 노스롭그루먼 그리고 피아세키 에어크래프트와 옵션에 따라 1500만~2000만 달러 사이의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SPRINT 프로그램 매니저는 속도가 주요 요구사항 중 하나라고 설명하면서 400~450노트(시속 740~833㎞)의 속도로 비행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참고로 V-22 오스프리의 최대 속도는 270노트(시속 500㎞)다. 그는 항공기가 공중을 맴돌며 안정적일 수 있어야 하며, 공중을 맴돌거나 전방으로 비행하는 전환기 동안 모든 추진 시스템에 효과적으로 동력을 공급하는 분산 동력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DARPA는 2024년 5월에 2단계 프로그램 업체로 오로라 플라이트 사이언스와 벨 텍스트론을 선택했다. 벨 텍스트론은 수직 상승 후 프로펠러 모드에서 접이식 로터 시스템으로 변환되는 형태를 제안했다. 고속 수평 비행은 터보팬 엔진으로 움직이게 된다. 보잉 자회사인 오로라 플라이트 사이언스는 블랜디드 윙 본체 플랫폼에 통합된 저소음 팬인윙 설계를 제안했다. 이번에 공개된 X-76은 벨 텍스트론의 설계를 기반으로 한다. 현재 핵심 설계 검토(CDR)를 성공적으로 통과했고, 이후 시제기의 생산, 통합, 조립 및 지상 시험 단계로 넘어갈 예정이다. 비행 시험은 2028년 초에 시작된다. SPRINT 프로그램은 DARPA와 미 특수전 사령부(USSOCOM)의 공동 사업이다. 앞서 소개한 속도 요구조건 외에 극한 환경에서의 공중 정지 비행, 미포장 지형에서의 이착륙 가능 정도만 알려졌다. 벨 텍스트론의 X-76 설계는 정지 비행에서 수평 비행으로 전환한 후, 날개가 접히는 윙팁 프로펠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스톱·폴드 로터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이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수직 이착륙 및 정지 비행 기능을 제공하는 동시에, 로터를 접어서 항력을 줄임으로써 고속 수평 비행을 가능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수평 비행 시에는 별도의 기존 제트 추진 시스템이 추진력을 제공한다. 벨 텍스트론은 2021년부터 다양한 스톱·폴드 로터 시스템 설계를 선보여왔는데, 이번에 DARPA가 공개한 이미지는 벨 텍스트론이 2024년 공개한 이미지와 유사하다. SPRINT 프로그램은 주로 화물과 인원 수송이 가능한 설계에 초점을 맞춰 왔지만, 벨 텍스트론은 유인 및 무인 항공기를 포함하여 공격 임무용으로 구성할 수 있는 다양한 변형 모델의 렌더링 이미지를 공개했다. SPRINT 프로그램에 따라 공개된 X-76이 높은 기술적 난제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개념의 고속 항공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정지욱의 창가에서 바라 본 영화] 우리 곁에 찾아온 봄날 같은 멜로영화

    [정지욱의 창가에서 바라 본 영화] 우리 곁에 찾아온 봄날 같은 멜로영화

    연초부터 여러 언론 매체 기자들에게 전화를 받았다. 전화에는 다양한 질문들이 있었는데, ‘멜로 영화’에 대한 게 특히 많았다. 지난 연말 개봉한 김도영 감독의 ‘만약에 우리’가 좋은 성적으로 흥행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현재 260만명의 관객이 이 작품을 봤다. 2024년, 2025년의 한국영화산업 현황을 봤을 때 많은 관객들을 모았고, 큰 흥행을 이룬 셈이다. 이런 까닭으로 멜로 영화에 대한 질문이 쇄도한 것이리라. 내가 기억하는,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멜로 영화는 무엇일까? 대학 시절을 전후해 봤던 작품, 곽재용 감독의 ‘비 오는 날의 수채화’를 비롯해 내가 유바리국제영화제 출품에 관여했던 ‘클래식’, 지금 살고 있는 동네를 배경으로 했던 이용주 감독의 ‘건축학 개론’이 떠오른다. 하지만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곽지균 감독의 ‘겨울 나그네’가 으뜸이겠다. 운명의 장난으로 어둠의 길로 추락한 의대생 ‘민우’(강석우 분)와 첫사랑을 지키지 못해 가슴 아파하는 ‘다혜’(이미숙 분)의 비극적이고 애달픈 청춘 로맨스는 당시 젊은이들의 가슴을 후벼 팠고, 길고 긴 여운으로 지금까지 남아 있다. 물론 예쁘고, 아기자기하며 통통 튀듯 밝은 사랑 이야기도 있지만, 우리 곁에 오래도록 기억나는 작품은 어쩌면 슬프고 아픈 이야기다. 왜 그럴까? 그만큼 안타깝고 가슴을 저미게 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여기서 작동하는 요소가 바로 ‘신파’적 요소라 하겠다. 그렇다면 신파란 무엇일까? ‘신파’(新派)란 일본에서 전해진 개념으로 19세기 초 일본의 전통 예능인 가부키와 대비되는 ‘서양극’을 지칭하며 형성됐다. ‘구극’(舊劇), ‘구파’(舊派)에 맞서 새로움을 표방한 연극이란 의미로 신파라 칭했다. 이처럼 초기엔 계몽사상이 대부분을 차지하던 서양극이었지만 점차 애정, 가족 등 통속적 소재를 담아내게 된다. 일제강점기를 통해 우리에게도 전해져 지금은 통속적 소재 자체를 일컫는 개념이 됐다. 영화에서 ‘신파’(shinpa)란 영문도 발음 그대로 표기되며, 감정의 과잉을 통해 관객을 몰입시키는 서사적 기법으로 정의되고 활용된다. 단순히 남녀 관계에 그치지 않고 가족이나 국가 관련 내용에서도 관객들을 극에 몰입시키고 감동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에 많은 상업영화에서 이를 활용해 신파극(新派劇)을 제작하는 것이다.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은 가족에 대한 정을 소재로 한 신파, 재작년 말 조용히 광풍을 가져온 영화 ‘서울의 봄’과 ‘파묘’도 또 다른 신파적 요소로 관객들을 관람에 몰입시키고 가슴 저미는 울림을 전해준 영화라 할 수 있다. 다시 영화 ‘만약에 우리’로 돌아가 보자. 이 작품은 2018년 중국에서 개봉한 유약영 감독의 ‘먼 훗날 우리’(后来的我们)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우연히 만난 청춘 남녀가 만나고 헤어지고, 한참 시간이 흘러 재회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달콤한 사랑도, 시디신 이별도 겪는다. 관객들은 눈물과 미소를 함께 곁들이며 영화를 관람하게 된다. 나 역시 울컥하기도 하고,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하며 이 영화를 봤다. 관람객의 입장에선 다 똑같은 것이다. 매력적인 청춘 남녀 은호와 정원, 우연한 만남, 누구보다도 이들을 잘 이해해 주는 아버지, 우여곡절의 이야기가 두 남녀를 두고 스크린 가득 펼쳐진다. 우리에게도 있었음 직한 신기루 같은 사랑 이야기를 가슴 저미게 들려주기에 여러 다양한 관객들의 수많은 감성을 제각각 건드린다. 상영되는 동안 올곧이 스크린에 몰입하게 되고, 엔딩크레디트가 다 올라가면 긴 여운과 함께 극장을 나서게 된다. 그야말로 신파를 그득히 머금은 모습으로. 이런 작품들로는 ‘건축학 개론’, 김현석 감독의 ‘세시봉’ 등을 들을 수 있고, 이들 작품은 청춘의 사랑과 아련함으로 신파적 요소를 더 탄탄히 무장하고 있다. 그들의 사랑이 완벽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끝내 이뤄지지 않았기에 관객들의 마음에 더 깊은 여운을 남겼을 것이다. 물론 그래서 흥행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지만. 이처럼 장르적으로 멜로 영화는 요즘처럼 영화산업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어쩌면 좋은 탈출구와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연기력이 잘 갖춰진 배우들을 캐스팅한다면 지나치게 많은 제작비를 들이지 않더라도 좋은 작품을 제작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겨울 우리 곁에 다가온 반가운 멜로 영화처럼 우리 영화산업의 봄날에도 잔잔한 미소가 찾아와 주면 기쁠 것이다. 곧 본격적인 봄이다. 훈훈한 봄을 맞으며 우리 인생의 멜로를 떠올려 보면 어떨까? 경복궁 국립중앙박물관에서의 첫 데이트, 대한극장 ‘마지막 황제’의 긴 여운, ‘서편제’의 휘몰아친 한 줄기 바람, 혜화동에서의 여러 공연들, 달리던 경춘선 열차에서 나직이 속삭이던 대화, 부석사 새벽 예불 시간의 종소리, 을지로 오뎅집에서 도루묵구이와 함께 기울이던 대폿잔, 도쿄의 봄날에 흔적으로 내린 눈, 바람이 몹시 불던 가마쿠라 에노시마 요트장의 추억. 종각에서 재야의 종소리와 새해맞이, 내 마음속 정원이는 어찌 지낼까? 영화 ‘만약에 우리’를 보면서, 또 이 글을 쓰며 잠시나마 두근거려 본다. 정지욱 영화평론가
  • 역사는 폭력·평화의 무한 반복… 모순을 안고 사랑을 결단하라 [오경진의 폐허에서 무한으로]

    역사는 폭력·평화의 무한 반복… 모순을 안고 사랑을 결단하라 [오경진의 폐허에서 무한으로]

    평화는 영원히 도달 못 할 이상향쟁취된 자유·평화 과연 정당한가절대적인 선악은 없고 ‘친구와 적’적을 없애면 과연 적은 사라질까폭력과 아름다움 양면성의 모순불안정한 평화 속 끝없는 대화뿐 “주권자란 예외상태를 결정하는 자다.”(카를 슈미트, ‘정치신학’) 평화는 찰나였다. 세계는 다시 전쟁에 돌입했다. 돌이켜보면 역사는 평화보단 폭력으로 점철돼 있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슈미트가 말한 ‘예외상태’가 무엇인지 깊이 음미해야 한다. 예외상태는 전쟁인가, 평화인가. 그동안 무수히 많은 전쟁을 일삼았던 인간에게는 오히려 평화가 예외상태 아닐까. 그렇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주권자의 의지로 평화를 구현할 수 있는가. 평화는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이상향이다. 역사와 정치는 그곳을 무한히 추구하는 과정에 불과하다. 이사야마 하지메 원작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은 정치적 결단의 복잡성을 치밀하게 구조화한 작품이다. 지난해 국내 개봉한 뒤 큰 성공을 거둔 극장판 ‘더 라스트 어택’이 오는 13일 재개봉한다. 불완전한 평화를 위해 주인공 에렌 예거가 슬프게 결단했던, ‘땅울림’의 철학적 의미를 다시 곱씹을 기회다. “구축해 주마. 이 세상에서 한 마리도 남김없이!”(‘진격의 거인’ 주인공 에렌의 대사) 에렌은 벽 안에 갇힌 인류에게 자유를 선사하리라는 신념을 가진 인물이다. ‘몰아서 쫓아낸다’는 뜻의 다소 생소한 일본식 한자 ‘구축’(駆逐)은 에렌의 의지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거대한 벽 안으로 몰린 에르디아인과 파라디섬에 얽힌 비밀을 알게 된 에렌은 작품에서 가장 극단적인 폭력인 ‘땅울림’을 기어코 결단한다. 수천만의 ‘초대형 거인’을 일으켜 인간과 문명을 닥치는 대로 짓밟는다. 땅울림으로 인류의 80%가 말살됐다. 아무 죄가 없는 순진무구한 어린아이까지 포함돼 있음은 물론이다. 이렇게 쟁취된 자유와 평화는 정당한가. 평화를 누릴 존재조차 없는 텅 빈 들판의 막막한 고요. 그것을 과연 우리는 평화라고 부를 수 있을까. “역사상 최악의 악인으로 손꼽히는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이것은 이란 국민뿐 아니라 하메네이와 그의 잔인한 깡패집단(THUGS)에 의해 무참히 희생된 위대한 미국인 그리고 전 세계 모든 이를 위한 정의 구현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루스소셜, 2026년 2월 28일) 팽팽했던 긴장의 끈이 끊어졌다. 자타공인 세계 최강 패권국 미국은 자신들의 적장을 단숨에 처단했다. 그렇게 또 하나의 전쟁이 시작됐다. 트럼프는 이것을 ‘세계 정의를 위한 결단’으로 포장했다. 무자비한 폭격 가운데 죽음을 맞이한 건 “악당” 하메네이만이 아니다. 이란 남부 미나브에 있는 한 학교에서는 초등학생 175명이 목숨을 잃었다. 인권 단체에 따르면 이란 전역에서 1100명 정도의 민간인이 사망했다. 만화에서나 그려져야 할 끔찍한 디스토피아가 현실에서 펼쳐진다. 결단의 무게를 짊어진 ‘진격의 거인’ 에렌은 슬프고 고뇌에 찬 표정을 짓고 있다. 트럼프는 다르다. 한껏 상기된 표정이다. 멋진 제스처까지 취해 보이는 그에게서는 세상을 고통에서 해방한 영웅의 흥분이 엿보인다. 지난 9일(현지시간) 공화당원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는 흥겨운 리듬에 몸을 맡기기도 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하메네이를 처단해 줘서 고맙다는 의미로 ‘트럼프 댄스’를 추는 이란인들의 영상이 공유됐었다고 한다. 트럼프는 진정 본인이 세계 평화를 위한 결단을 내렸다고 생각할 것이다.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 “세계는 잔혹해. 그리고 아름다워.”(‘진격의 거인’ 중 미카사 아커만) 폭력과 아름다움의 모순이 세계를 추동한다. 이 양면성을 끌어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 하메네이가 실제로 악(惡)이었는지 아닌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힘은 본디 나에게 있으면 선한 것이고 적에게 있으면 악한 것이니까. 정치를 “적과 동지의 구분”(‘정치적인 것의 개념’)이라고 했던 슈미트의 오래전 진단처럼 우리 세계에 절대적인 ‘선악’은 없다. ‘친구’와 ‘적’이 있을 뿐이다. 적을 없애면 적이 사라질까. 그렇지 않다. 새로운 적은 계속해서 나타난다. 적대와 폭력은 영원하다. 지구라는 좁디좁은 행성 안에서 서로를 끊임없이 갉아먹는 이 지긋지긋한 ‘내전’은 그렇게 무한히 반복된다. 서서히 종말로 치닫는 세계에서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머지않아 봉착하게 될 멸망을 예견할 수 있을 것이다. 찰나의 아름다움으로 우리를 도취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한 걸까. 다시 ‘진격의 거인’으로 돌아가 보자. 에렌의 폭주 이후 땅울림을 멈춘 건 그의 친구 미카사였다. 미카사는 자기 자신보다도 사랑했던 에렌의 목을 직접 자르고 그의 얼굴을 품에 안았다. 수심이 가득했던 에렌의 얼굴은 미카사의 품에 안겼을 때 마침내 평화를 찾았다. 물론 에렌의 죽음 이후에도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파라디섬의 에르디아인들은 땅울림 이후 살아남은 인류의 보복이 두려워 군비를 증강한다. 미카사와 친구들이 파라디섬에 평화사절단으로 파견되지만, 성과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 힌트가 있다. 전쟁이 아니라 끝없는 대화를 선택하는 것. 그렇게 달성한 평화가 불완전할지라도 계속 추구하는 것. 그리하여 적대 대신 ‘사랑’을 결단하는 것. 이 모든 건 인간이 폭력만큼이나 아름다움도 추구할 줄 아는 존재임을 알아챌 때 가능한 일이다.
  • 이 풍경의 길 끝에 뭐가 있을까

    이 풍경의 길 끝에 뭐가 있을까

    지중해성 기후가 만들어내는 화려한 색감의 꽃들과 이글대는 형상으로 하늘로 뻗은 사이프러스. 그 사이로 난 길의 끝은 하늘에 닿는다. 흐드러지고 흔들리는 꽃과 나무는 길과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지우며 어우러진다. 가수 겸 화가 권지안(솔비·42)이 서울 강남구 갤러리 위 청담에서 풍경을 담은 30여점의 작품으로 개인전 ‘허밍 로드’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작 가운데 다수의 작품에서 길이 등장한다. 그는 이 길이 특정 목적지를 향해 가는 경로라기보다 삶의 시간이 축적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권지안은 10일 서울신문과 통화에서 “단순히 풍경을 재연하는 게 아니라 풍경과 함께 있는 순간을 그리고 싶었다”면서 “어느새 마흔을 넘었고 그림을 그린 지도 15년이 됐는데, 여전히 막연하다. 길은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자 앞으로 펼쳐 나갈 길에 대한 다짐”이라고 소개했다. ●붓 대신 손으로 그리는 그림 추구 앞서 그는 ‘사과는 그릴 줄 아느냐’라는 비아냥에서 시작된 ‘애플’ 시리즈와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 놓인 ‘허밍 레터’ 시리즈 등을 2012년부터 꾸준히 선보여 왔다. 붓 대신 손가락을 사용하며 물감을 직접 얹고 밀어내는 신체적 행위를 중시하는 게 권지안 작품의 특징이다. 그는 이번 개인전을 준비하며 지난해 빈센트 반 고흐의 숨결이 살아있는 프랑스 남부 도시 아를로 향했다. 그 영향인지 작품의 색감이 기존에 비해 훨씬 밝아졌다. 고흐의 작품 속에도 자주 등장하는 사이프러스도 작품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사이프러스는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나무이자 죽음과 애도를 상징하는 나무다. 작가에게는 사이프러스가 또 다른 길인 셈이다. ●글자로 옮긴 ‘허밍’ 소리는 또 다른 언어 길과 맞닿는 부분에 적힌 의미를 알 수 없는 글씨들은 작가가 꾸준히 작품에 담아온 ‘허밍’이다. 흥얼거리던 소리는 작품 속에서 흘린 글씨 모습으로 남았다. 권지안은 “나의 허밍은 떠나보낸 아버지를 향한 마음에서 시작됐다”며 “내게 허밍은 기억과 감정을 잇는 통로가 됐고 점차 다양한 세계로 연결하는 하나의 언어로 확장됐다”고 설명했다. 혼란함이 마음을 지배할 때 그는 자연의 작은 소리에 귀 기울이기를 제안한다. “우리는 때론 길 위에서 멈칫하며 방향을 잃기도 하잖아요. 그 과정에서 또 다른 길을 발견하기도 하고요. 그때 자연에서 흘러나오는 작은 허밍에 다시 걸어갈 동력을 얻길 바랍니다.” 전시는 다음 달 4일까지.
  • 살 빼고 시력 잃을 수도…“오젬픽 쓰고 시력 상실, 줄소송 진행 중” [건강을 부탁해]

    살 빼고 시력 잃을 수도…“오젬픽 쓰고 시력 상실, 줄소송 진행 중” [건강을 부탁해]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당뇨병·비만 치료제인 오젬픽 처방 이후 시력을 상실했다고 주장하는 환자들의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폭스뉴스는 9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에 거주하는 토드 엥겔의 사례를 전했다. 그는 2023년 트럭 운전사로 일하던 당시 주치의로부터 당뇨병 관리를 위해 오젬픽 처방을 받았다. 이듬해 눈이 침침해지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고 의료진으로부터 오른쪽 눈의 시력이 완전히 상실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당시 그는 오젬픽 복용과 실명과의 연관성을 전혀 알지 못했다. 10개월 뒤에는 왼쪽 눈의 시력마저 잃었다. 이 남성의 정확한 진단은 비동맥성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NAION)으로 확인됐다. 이 병은 시신경 앞부분으로 가는 혈류가 갑자기 감소하면서 발생하는 시신경 손상 질환이다. 이후 엥겔은 법적으로 시각 장애인 인정을 받았다. 그는 폭스뉴스에 “실명 진단을 받은 뒤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아내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직장을 포기해야 한다는 현실에 매우 무서웠다”고 말했다. 점점 심화하는 법적 분쟁폭스뉴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수십 건의 유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엥겔을 포함한 원고들은 오젬픽 제조업체가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경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앞서 유럽의약품청(EMA)은 오젬픽의 주요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가 실명을 유발하는 이상 반응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노보노디스크의 당뇨 및 비만 치료제인 오젬픽, 위고비, 리벨서스에 공통으로 포함된 GLP-1 수용체 작용제로, 최근 비만 치료제 시장 확장을 이끄는 핵심 성분이다. EMA는 제2형 당뇨병 환자 35만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에서 세마글루타이드 계열 약물이 NAION 발병 위험을 두 배 이상 높일 수 있다고 발표했다. 특히 오젬픽으로 2년간 치료받은 환자에서 타 약물 대비 비동맥성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 발생률이 유의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MA는 제품설명서에 비동맥성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을 ‘매우 드문 부작용’으로 명시하고, 환자가 시야 손실이나 시력 저하를 경험할 경우 즉시 의사 상담을 받도록 권고했다. 캐나다 연구진 “황반변성 위험 2배 높여”캐나다에서는 오젬픽과 위고비가 비동맥성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뿐 아니라 다른 안과 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진은 66세 이상 당뇨병 환자 13만 9002명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세마글루타이드가 노년 안과 질환인 신생혈관성 연령 관련 황반변성(nAMD)의 발생 위험을 두 배가량 높인다고 발표했다. 신생혈관성 연령 관련 황반변성은 노화로 인해 눈에 생기는 비정상적인 혈관이 터지면서 황반이 젖어 실명으로 이어지는 질환이다. 노화와 흡연이 대표적인 유발 요인으로 알려졌다. 2020년 기준 전 세계 약 1억 9600만명의 환자가 보고됐다. 연구진은 신생혈관성 연령 관련 황반변성 빈도가 높은 것은 아니라고 인정하면서도, GLP-1을 오래 복용한 사람의 경우 발생 위험이 크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오젬픽은 한국에서 2022년 5월 당뇨 치료제로 허가됐다. 이후 체중 감소 효과가 주목받으며 비만 치료 및 다이어트 목적의 처방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오젬픽 등 GLP-1 계열의 한국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1억 2280만 달러에서 2030년 약 3억 8610만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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