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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살 아들 호텔방에 2주간 버려둔 25세 엄마…아이가 꺼낸 첫 마디는

    6살 아들 호텔방에 2주간 버려둔 25세 엄마…아이가 꺼낸 첫 마디는

    중국의 한 20대 엄마가 여섯 살 아들을 호텔방에 홀로 남겨두고 2주 넘게 자취를 감춰 현지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 홀로 남겨진 아이를 호텔 직원들이 가족처럼 보살피며 돌봤고, 뒤늦게 돌아온 엄마를 향해 아이는 오히려 “엄마, 괜찮아”라며 위로했다. 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보도에 따르면, 허난성 정저우의 한 호텔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 25세 여성 웨씨는 지난 2월 여섯 살 아들 청청을 데리고 이 호텔에 투숙했다. 처음에는 밤에 나갔다가 낮에 돌아오는 생활을 반복했지만, 3월 들어 아예 연락도 없이 사라졌다. 아이 혼자 호텔방에 남겨진 기간은 보름이 넘었다. 청청은 홀로 방 안에서 시간을 보내며 청소 직원들에게 말을 걸거나 안아달라고 졸랐다. 창가에 쪼그리고 앉아 밖을 내다보는 모습도 자주 목격됐다. 호텔방 인공지능 스피커에 “너도 부모님이 있어?”라고 물은 뒤 “엄마가 돌아왔으면 좋겠어”라고 말하기도 했다. 호텔 직원들은 번갈아 가며 아이를 돌보고 먹을 것도 챙겨줬다. 그중 청소 담당 직원 한 명은 엄마 대신 매일 청청과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놀아줬다. 직원들은 엄마의 복귀를 촉구하는 공개 호소문도 냈고, 경찰과 지역 사회복지사들도 웨씨를 찾는 데 힘을 보탰다. 그러다 지난 24일 웨씨가 마침내 호텔로 돌아왔다. 청청은 엄마를 보자마자 달려가 품에 안겼다. 웨씨는 자신이 아팠고 아이에게 병을 옮길까 두려웠으며 빚까지 쌓이다 보니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청청은 눈물짓는 엄마에게 “엄마, 원망하지 않아. 나는 혼자서도 잘할 수 있어. 빨리 어른이 돼서 엄마를 지켜줄게”라고 말했다. 청청은 각별하게 지낸 청소 직원의 눈물을 닦아주며 전화번호를 물어보고 꼭 연락하겠다고 약속했다. 한 직원은 웨씨에게 “처음엔 다들 원망했다”면서도 “앞으로 다시는 청청을 혼자 두지 않겠다고 약속해달라. 나중에 이 호텔에 오게 되면 공짜로 묵게 해주겠다”고 전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중국 미성년자 보호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으며 심각한 경우 아동 유기죄가 적용돼 최대 5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고 봤다. 이후 모자는 지역 당국의 도움을 받아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가정 형편이 어렵다는 이유로 지역 여성연합회는 청청을 형편이 나은 위탁 가정에 임시로 맡겼다. 청청은 이후 처음으로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 서울시의회 이커머스 특별위원회, ‘2026 서울여성 이커머스 포럼’ 참석

    서울시의회 이커머스 특별위원회, ‘2026 서울여성 이커머스 포럼’ 참석

    서울시의회 이커머스 시장의 여성 인력 취·창업 활성화를 위한 특별위원회(위원장 이새날, 국민의힘·강남1)는 지난 3월 31일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2026 서울여성 이커머스 포럼’에 참석했다. 이날 현장에는 이새날 위원장을 비롯한 특위 위원들이 함께 참석해 연간 2300명의 여성 이커머스 전문 인재 양성을 위한 120개 교육과정 쇼케이스를 참관했다. 위원들은 패션·디자인·뷰티 산업의 디지털 전환 흐름에 발맞춰 설계된 현장 수요 기반의 교육 모델을 살피고, 서울 여성 이커머스 인재 양성의 미래 비전 선포식에도 함께했다. 미래 비전 선포식에는 이상봉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장이 대표로 비전을 발표했다. 아울러 김은하 아이스크리에이티브 대표, 정승희 뷰티블러바드 대표, 홍유리 ㈜엔드게임벤처스 대표, 황현욱 G마켓 매니저, 정기열 에스엔패션그룹(주) 부대표, 정명훈 한국여성스타트업협회 이사, 고아라 명지대학교 교수 등 패션·디자인·뷰티 이커머스 관련 각 분야 전문가들이 자리를 빛냈다. 이 위원장은 이날 포럼 개회식에서 축사를 전하며 “오늘날 이커머스 시장은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을 넘어 기술과 감성, 그리고 콘텐츠가 융합된 무한한 기회의 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시는 패션과 뷰티, 디자인 산업의 중심지로서 우리 여성들이 가진 섬세한 감각과 창의력이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 위원장은 최근 특위에서 현장 방문했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내 비더비(B the B)와 쇼룸을 언급하며 “그 과정에서 느낀 것은, 좋은 공간과 기회가 연결될 때 창업의 가능성이 훨씬 더 커진다는 점이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참석자들을 향해 “세상의 변화를 읽어내는 통찰력과 자신만의 고유한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그 용기 있는 발걸음이 머지않아 서울을 넘어 세계 시장을 움직이는 커다란 물결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격려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이 당당하게 꿈을 펼치고 성장할 때까지 서울시의회 이커머스 특별위원회가 늘 여러분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함께 걷겠다”고 약속했다.
  • 트럼프 “호르무즈 개방, 내 임무 아냐…너희들이 직접 가서 열어라”

    트럼프 “호르무즈 개방, 내 임무 아냐…너희들이 직접 가서 열어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이란 전쟁이 곧 끝날 것으로 믿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 개방 문제는 “해협을 이용하는 나라들이 가서 직접 열면 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일간 뉴욕포스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곳(이란)에 그리 오래 있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당장 그들을 완전히 초토화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곳에 오래 머물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그들에게 남은 공격 능력이 무엇이든, 그 공격력을 없애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더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문제에 대해서는 “내 생각에 그것은 자동으로 열릴 것”이라며 “그들에겐 힘이 남아 있지 않다. 해협을 이용하는 나라들이 가서 직접 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왜냐하면 석유를 통제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든 해협을 여는 것에 기뻐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회는 전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고, 미국과 이스라엘 선박의 통항을 금지하는 내용의 관리안을 승인했다.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일종의 ‘톨게이트’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은 더 이상 당신들을 돕기 위해 그곳에 있지 않을 것”이라며 “당신들 기름은 알아서 챙겨라”라고 미국의 이란 전쟁 수행을 돕지 않은 동맹국을 향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호르무즈 해협 폐쇄가 계속되더라도 이란을 상대로 한 군사 작전을 끝낼 의사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솔직히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다. 내 유일한 임무는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떠나면 해협은 자동으로 열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이 전날 이란 중부 이스파한 지역 탄약고에 벙커버스터 폭탄(지하 관통탄)을 투하한 것에 대해선 폭발 규모가 예상보다 컸다며 “그들이 엄청난 것들을 가지고 있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그들의 핵 능력을 제거하고 있고, 정권 교체도 달성했다”며 “지금 우리는 완전히 다른 사람들을 상대하고 있으며, 그들은 이전보다 훨씬 더 합리적이다. 이것이 진정한 정권 교체”라고 했다. 스티브 윗코프 중동 특사나 JD 밴스 미 부통령을 이란과의 협상을 위해 파견할 것인지에 대해선 “말하고 싶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향후 며칠이 결정적”이라며 이란이 합의하지 않을 경우 더 강도 높은 타격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 “네가 가라, 호르무즈”…‘삐친’ 트럼프, 동맹국들에 ‘직접 지켜라’ 떠넘겨 [핫이슈]

    “네가 가라, 호르무즈”…‘삐친’ 트럼프, 동맹국들에 ‘직접 지켜라’ 떠넘겨 [핫이슈]

    이란과 전쟁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에 응하지 않는 유럽 등 동맹국을 향해 강한 분노를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에 “호르무즈 해협 때문에 석유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모든 국가들, 가령 이란 (지도부) 참수에 참여하길 거부했던 영국 같은 나라들에 제안을 하나 하겠다”고 적었다. 이어 “첫째, 미국에서 원유를 사 가라. 우리에게는 충분히 많다. 둘째, 뒤늦은 용기라도 내서 호르무즈 해협으로 가라. 그리고 석유를 가져가라”라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들은 스스로 싸우는 법을 배우기 시작해야 한다. 당신들이 우리를 위해 그곳에 있지 않았듯, 미국도 더 이상 당신들을 돕기 위해 그곳에 있지 않겠다”면서 “이란은 사실상 초토화됐고 어려운 부분은 끝났다. 가서 당신들의 석유를 직접 확보하라”라고 강조했다. 이런 발언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손에 쥐고 전황을 흔들고 있음에도 동맹국이 미국에 유리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격노하는 가운데 나왔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앞서 지난달 30일 동맹국들의 이 같은 행동을 비판하면서 “전쟁이 끝난 이후 미국과 유럽 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해서도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별도의 게시물에서도 동맹국인 프랑스를 비난했다. 그는 “프랑스라는 나라는 군수 물자를 실은 채 이스라엘로 향하는 비행기들이 프랑스 영토 위로 날아가는 걸 허용하지 않으려 했다. 프랑스는 매우 성공적으로 제거된 ‘이란의 도살자’와 관련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면서 “미국은 이를 기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 동맹들 반응은?트럼프 대통령이 괘씸해하는 유럽 동맹의 중심에는 스페인이 있다. 스페인 국방장관은 지난달 30일 “미군의 스페인 내 기지는 허용되지 않으며, 이란과의 전쟁을 위한 스페인 영공 이용도 당연히 허용되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다. 앞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도 개전 이후부터 꾸준히 이번 전쟁을 두고 “국제법 위반”, “엄청난 실수”라고 평가하며 정면 비판해 왔다. 대서양에서 지중해로 가는 길목에 있는 스페인이 공군기지를 내주지 않고 영공마저 막아버리면 실제로 미군과 이스라엘군은 상당한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영국 역시 미군의 공군기지 이용은 허용하면서도 파병 등에는 선을 긋고 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건 우리의 전쟁이 아니고 여기에 끌려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프랑스는 이스라엘로 향하는 미국 무기 수송기에 대해 자국 영공 통과를 허용하지 않았다. 프랑스는 중동 동맹국 방어에는 협력하되 이란 공격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 중이다. 폴란드 또한 자국에 배치된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을 중동으로 보내달라는 미국의 제안을 공식 거절했다. 유럽이 이란전 참전에 거부감 가지는 이유유럽 내 동맹국들이 이렇게 강경한 기조를 보이는 배경 중 하나는 여론이다. 유럽 내 여론은 이번 전쟁에 대한 반감이 매우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조사 기관 유거브의 지난달 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영국 국민은 13%뿐이었다. 포르투갈에서는 ‘미국이 전쟁 목적으로 군 기지를 쓰는 것을 불허하라’는 대정부 공개서한에 최소 8500명의 국민이 서명했다. 유럽 입장에서 실익이 없는 전쟁에 군비를 투입해야 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이미 유럽 각국은 중동에 주둔하는 자국군의 기지를 방어하는 데 큰돈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랑스군은 라팔 전투기의 ‘미카’ 공대공 미사일로 이란 드론 수십 기를 격추했는데, 미사일 한 발 가격은 약 100만 유로(17억 5000만원)에 달한다. 드론 격추에만 한 달 동안 수백억 원을 쓴 셈이다. 영국도 키프로스에 있는 영국군 기지 방공을 위해서 구축함과 헬리콥터를 보낸 상황이다. 트럼프 “2~3주 내 미군 철수”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3주 내에 전쟁을 종료하고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백악관에서 “우리는 매우 곧 떠날 것”이라며 “2주, 어쩌면 3주 안에 전쟁을 마무리하고 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합의 여부는 상관없다”며 “이란이 오랜 기간 석기시대로 돌아가 핵무기를 만들 수 없다고 판단되면 떠난다”고 덧붙였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없이도 전쟁을 종료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고 보도했고, 이에 국제사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책임함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 MLB 엇갈린 출발… 폰세 무릎 통증으로 쓰러진 날, 와이스는 2이닝 무실점 호투

    MLB 엇갈린 출발… 폰세 무릎 통증으로 쓰러진 날, 와이스는 2이닝 무실점 호투

    지난해 한국 프로야구 KBO리그에서 한화 이글스를 19년 만에 한국시리즈로 이끈 두 외국인 투수 코디 폰세(32·토론토 블루제이스)와 라이언 와이스(30·휴스턴 애스트로스)가 빅리그에서 엇갈린 출발을 보였다. 폰세는 31일(한국시간) 캐나다 토론토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2026 메이저리그(MLB) 콜로라도 로키스와 안방 경기에 선발 투수로 등판하며 5년 만에 빅리그 마운드를 밟았다. 1회초를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으며 기분 좋게 출발한 폰세는 2회 1사 때 TJ 럼필드에게 2루타를 허용했지만 후속 타자들을 헛스윙 삼진과 뜬공으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3회를 볼넷으로 시작한 폰세는 후속 타자 에두아르드 쥘리앵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지만, 투구가 포수 뒤로 빠지면서 주자가 2루로 진루했고 다음 투구 때 보크 선언으로 1사 3루 위기를 맞았다. 이어 후속 제이크 매카시의 내야 땅볼을 직접 처리하다가 공을 놓쳤고, 이때 오른쪽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다행히 의료진 부축 없이 직접 일어났지만 투구를 이어가지 못하고 구단 카트를 타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경기는 토론토가 5-14로 크게 패했다. 지난 28일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전에서 9회 구원 등판하며 꿈에 그리던 MLB 데뷔를 이룬 와이스는 이날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다이킨 파크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경기에서 8회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 2이닝 무피안타 1볼넷 3탈삼진 호투를 펼쳤다. 최고 구속은 시속 155.8㎞를 찍었고, 시즌 평균자책점은 3.00으로 낮아졌다. 휴스턴이 8-1로 이겼다.
  • [양창섭의 클래식 한마디] 미완의 선물, 버르토크 ‘백조의 노래’

    [양창섭의 클래식 한마디] 미완의 선물, 버르토크 ‘백조의 노래’

    버르토크 벨러라고 하면 클래식 음악팬들 중에도 고개를 내젓는 사람들이 있다. 어렵다고. 공연기획자들은 버르토크 앞에서 항상 고민한다. 티켓이 안 팔린다고. 버르토크답지 않은 버르토크의 진수, 피아노 협주곡 3번은 어떨까. 헝가리의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버르토크는 환갑을 맞은 1940년 미국으로 떠났다. 그는 나치가 유럽을 전쟁에 몰아넣는 것을 잠시나마 피하고 싶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은 민속음악 연구원 자리를 제안했고 피아니스트로 돈도 벌 수 있었다. 행복도 잠깐. 미국이 2차대전에 참전하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연구원 자리도, 피아니스트 기회도 사라졌다. 설상가상으로 병마가 습격했다. 본인은 몰랐지만 백혈병이었다. 그를 안타깝게 여기던 보스턴 심포니의 음악감독 쿠세비츠키가 거금을 주며 작곡을 부탁했다. 그렇게 태어난 곡이 걸작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이다. 젊은 아내는 혼자 남게 될 것이었다. 1945년 유명 비올라 연주자 프림로즈가 비올라 협주곡 작곡을 부탁했지만 버르토크는 피아니스트인 아내 디터의 깜짝 생일선물이 될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작곡하느라 바빴다. 자신이 죽은 후에도 아내가 연주하면서 돈을 벌 수 있어야 했다. 열심히 작곡했지만 마지막 부분을 마치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다행히 동료가 곡을 마무리 지었다. ‘백조의 노래’여서일까. 평소 그의 음악에서는 만나기 힘든 의미가 녹아 있다. 압권은 느린 2악장. 나지막한 첫 부분은 절대자에게 드리는 기도다. 베토벤이 병에서 겨우 회복해 신에게 감사드린다며 악보에 적었던 현악사중주 15번을 닮았다. 버르토크도 잠시 병세가 호전되었을 수도 있고, 전쟁이 끝나고 고국의 친구와 가족이 무사함에 감사했을 수도 있다. 높은 곳을 바라보았던 시선은 자연으로 옮아간다. 피아노와 관악기가 표현하는 새소리는 신비하고 청량하다. 1악장과 3악장에서는 민속음악이나 옛 스타일을 가져왔는데, 그의 시선은 저 먼 고향과 과거로도 향해 있다. 음악으로만 불러올 수 있는. 아내는 혼자 남았다. 곡은 피아니스트에게도 어렵지 않고, 관객에게도 난해하지 않았다. 아내가 이 곡을 잘, 그리고 자주 연주하게 하기 위해서 그렇게 작곡한 것이다. 하지만 아내는 버르토크 사후 오랫동안 이 곡을 연주하지 않았다. 아니, 연주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곡을 완성했던 셰를리는 디터를 끈질기게 설득했고 1960년대에 음반녹음이 이루어졌다. 음반은 구하기 힘들지만, 유튜브에서 찾아 들을 수 있다. 유명 피아니스트들보다 훨씬 느리지만 곡의 배경이나 의미를 곱씹으면 충분히 설득력 있다. 마침 오늘(4월 1일) 교향악축제에서 국립심포니와 쇼팽 콩쿠르 입상자 빈센트 옹이, 7월에는 서울시향과 현대음악 스페셜리스트 피에르로랑 에마르가 이 곡을 연주한다. 그들의 연주는 어떤 생각을 표현할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관객과 기획자는 어떤 표정을 지을지도. 양창섭 음악칼럼니스트
  • 우주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머금은 영화 [정지욱의 창가에서 바라본 영화]

    우주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머금은 영화 [정지욱의 창가에서 바라본 영화]

    어릴 때 외삼촌의 자전거 뒷자리에서 올려다본 밤하늘엔 눈이 부실 만큼 멋진 은하수가 펼쳐져 있었다. 운명이라고 해야 할까? 내 생일날 개봉한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필 로드 감독, 2026)는 우주를 향한 내 꿈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펼쳐 준 작품이었다. 이 영화는 우주선에서 홀로 생존한 그레이스(라이언 고슬링)가 외계 생명체 ‘로키’를 만나 각자의 행성계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공상과학(SF) 영화이면서도 우주의 신비와 종교적 신비를 함께 담아 놓은 게 눈에 띈다. 제목의 ‘헤일메리’(Hail Mary)는 미식축구에서 경기 종료 직전에 성공 가능성이 낮음에도 역전을 노리고 도박처럼 시도하는 작전을 가리킨다. 1975년 가톨릭 신자였던 댈러스 카우보이스의 선수 로저 스타우벅이 경기 종료 24초를 남기고 역전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킨 후 인터뷰에서 ‘성모송’(Hail Mary)을 외우며 던졌다고 한 것이 계기가 됐다. 주인공 이름이 ‘그레이스’(Grace)인 것 역시 성모송의 첫 구절인 ‘Hail Mary, full of Grace(은총)’를 떠오르게 한다. ‘은총’이 ‘성모송’이라는 우주선을 타고 지구(태양)를 구하러 간다는 설정이 얼마나 성경에 바탕을 두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칠흑 같은 우주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지만, 종교적인 해석과 함께 따스한 희망을 관객들에게 던져 주고 있는 것이다. 감동의 크기가 ‘프로젝트 헤일메리’에 비견할 만한 SF 영화는 ‘E.T.’를 꼽을 수 있다. ‘달러 낭비’라는 논란 때문에 미국에서 개봉하고 2년이 지난 1984년에 국내 개봉한 이 영화를 나는 어둠의 경로로 만났다. 고등학교 친구네 안방에서 불법 복제 베타비디오 테이프로 본 이 작품은 정말 놀라웠다. 어렵게 사 보던 일본 월간 잡지 ‘스크린’을 통해 화보를 접하긴 했지만, 그동안 영화에 등장했던 수많은 외계인과 별 차이 없이 이상하거나 흉측한 외모를 지녔던 외계인이 이전과는 달리 지구인과 우정을 쌓고 나눴기 때문이다. 그동안 공포의 대상이었던 외계인이 우리들의 친구라니?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전의 외계인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한꺼번에 날려 버리는 작품이었다. 일련의 충격은 아마추어로 천문 활동을 하던 내게 더 큰 불길을 던졌음은 자명했다. 지금까지 50년 가까이 천체 관측을 하고 있는 내게 본격적으로 하늘의 신비를 전해 준 것은 서울 광진구 어린이회관의 육영천문회였다. 이곳에서 변상식 선생님을 만나 밤하늘의 별을 관측하고 촬영하는 기초를 배웠다. 한 달에 한 번씩 어린이회관에서 철야 관측도 했다. 당시 등화관제 훈련을 하던 날은 내게 서울의 밤하늘도 멋지다는 사실을 일깨워 줬다. 이후 ‘아폴로박사’로 불리던 고성(孤聖) 조경철(1929~2010) 박사님을 만나며 우주와 과학뿐 아니라 인생과 예술에 대한 깊이와 폭이 넓어졌음은 말할 나위가 없으리라. 박사님과는 함께 개기일식을 관측하기 위해 해외로 나가기도 했고, 젊은 시절 큐레이터를 하면서 우주를 그린 조 박사님의 작품을 모아 개인전을 기획하기도 했다. 그때 전시됐던 작품들은 지금도 강원 화천군 광덕산에 있는 조경철천문대에 가면 만나 볼 수 있다. 그리고 나는 함께 살다 6년 전 고양이 별로 떠난 ‘냥딸’의 이름을 딴 나나천문대를 지어 날씨가 좋고 하늘이 맑은 날이면 여전히 천체 관측과 촬영을 하며 지낸다. 이런 나를 친구들은 ‘외계인’이라 부르기도 한다. 원고를 쓰고 있는 오늘도 하늘이 너무 맑고 좋아 천체 촬영을 하고 싶지만 꾹 참아가며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영화 ‘초속 5센티미터’도 나 같은 아마추어 천문인에게 맞춤한 작품이었다. 원작 애니메이션과 달리 실사만의 특별함과 별을 사랑하는 남성의 두근거리는 가슴이 오롯이 담겨 있다. 아이돌이 외계인의 지구 침략을 무찌른다는 무척 황당한 이야기지만 소소한 즐거움을 던져 준 애니메이션 ‘좀비 랜드 사가: 유메긴가 파라다이스’도 얼마 전 개봉했고, 앞서 소개한 ‘초속 5센티미터’도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올봄이라고 특별히 우주를 담은 작품이 많은 것은 아니겠지만 유난히 더 눈에 띄는 것은 사실이다. 1983년 비디오로 ‘E.T.’를 보며 외계인과 지구인의 우정에 짜릿한 감동을 얻었던 내가 2026년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보며 또다시 감동에 휩싸인다. 주인공 ‘그레이스’와 ‘외계인 로키’의 브로맨스와 엔딩크레디트에 펼쳐지는 황홀한 심우주의 풍광을 보며 감동하고, 넋을 놓을 수밖에 없다. 4월은 과학의 달이다. 4월 15일이 과학의 날이고, 소련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이 인류 최초로 우주비행을 한 것을 기념하는 세계적인 행사 ‘유리스 나잇’이 11일 서울에서 개최되는 등 한 달 내내 과학 관련 행사가 가득하다. 극장은 물론 온라인동영상플랫폼(OTT)을 찾아보면 과학영화를 쉽게 만날 수 있다. 가족이 함께 보며 우주의 지식을 나눠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오늘 밤에도 정릉골 어느 곳에서 외계를 향해 망원경을 겨누고, 사진을 촬영하는 이상한 영화평론가를 만난다면 그게 바로 나다. 반가이 인사를 해 준다면 망원경의 아이피스로 우주를 함께 보여 주며, 따뜻한 한잔의 차를 나눌지도 모른다. 외계인 영화평론가와 함께 우주를 담은 영화를 보며 우주의 생활을 즐겨 보면 어떨까? 정지욱 영화평론가
  • 日작가 나라의 ‘낫싱 어바웃 잇’, 한국 경매 최고액 150억 낙찰

    日작가 나라의 ‘낫싱 어바웃 잇’, 한국 경매 최고액 150억 낙찰

    구사마 ‘호박’은 104.5억에 거래 일본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나라 요시토모의 회화 ‘낫싱 어바웃 잇’이 150억원에 낙찰되며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서울옥션은 31일 진행된 기획 경매 ‘컨템퍼러리 아트 세일’에서 이 작품이 147억원에서 시작해 최종 150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고 밝혔다. 국내 경매 시장에서 낙찰가가 100억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 작품은 지난해 11월 서울옥션에서 94억원에 거래된 마르크 샤갈의 회화 ‘꽃다발’이었다. ‘낫싱 어바웃 잇’은 글로벌 경매 시장에서 꾸준히 최고가를 경신해 온 작가의 대표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품으로, 경매 전부터 높은 관심을 모았다. 작품 속 아이는 단순한 캐릭터를 넘어 저항과 순수, 그리고 현대인의 근원적인 고독을 담고 있다. 특유의 치켜뜬 눈매를 통해 외부 세계의 규범에 길들지 않으려는 자아를 드러내는 작품이다. 이날 구사마 야요이의 100호 크기 회화 ‘호박’ 역시 104억 5000만원에 거래돼 화제가 됐다. 시작가 95억원에 출발한 이 작품은 104억 5000만원에 팔렸다. 이는 국내 미술품 경매에서 두 번째로 높은 경매가이자 구사마 작품 가운데 최고가 기록이다.
  • “피 한 방울의 진정성… 제주 4·3 아픔 기억하고 치유하는 일”

    “피 한 방울의 진정성… 제주 4·3 아픔 기억하고 치유하는 일”

    수장·행방불명 등 가슴에 뭉친 恨8촌 피까지 검사… 절대 포기 못 해채혈 과정서 기억 나누고 서로 위로유해 421구 가운데 154명 신원 확인70년 이상 묻힌 뼈, DNA 훼손 심각오염 제거하는 과정만 6개월 소요혈연관계 많아 신원 확인에 어려움“국가 폭력에 대한 문제 깊이 생각”“아버지를 70여 년 동안 찾지 못했습니다. 포기했던 순간도 있었지만 손자들의 피 한 방울이 결국 아버지를 찾아줬습니다.” 1949년 10월 트럭에 실려 정뜨르비행장(현 제주공항)으로 끌려간 뒤 행방불명된 고 송태우씨. 그의 유해는 2007년 제주공항 발굴 작업에서 수습됐고 최근 유전자 감식을 통해 신원이 확인됐다. 지난 2월 신원보고회에서 아들인 송승문 전 제주4·3유족회장은 눈시울을 붉히며 신원 확인 작업의 중심에 있는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연구팀에게 거듭 감사를 표했다. 제주공항에서 발굴된 유해 421구 중 154명의 신원을 확인한 이숭덕·조소희 교수를 지난 12일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에서 만났다. 두 교수는 “유전자 감식은 사회가 과거를 기억하고 치유하는 과정”이라며 “핏줄을 찾는 일은 유족에게 일종의 의식이자 힐링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신원 확인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사람은. 이 교수 “우리에게 감사 인사를 건넨 송 회장이다. 2008~2009년 제주공항 유해 발굴 때부터 아버지를 찾으려는 마음이 간절했다.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에 나오듯) 바다에 수장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마도까지 가서 위령제를 지내고 올 정도였다.” 조 교수 “재미 제주도민회(뉴욕) 이한진 회장도 기억에 남는다. 타국에서 고향을 그리며 살아오다가 한국에 잠시 왔을 때 유가족 채혈에 참여했는데 기적적으로 단 한 번의 검사로 작은 형님의 유해가 확인됐다. 4·3 당시 어머니와 누님을 잃었고 형제들도 군법 회의와 사형으로 행방불명된 사연이 가슴 아팠다.” -제주4·3 유족에게 채혈은 어떤 의미일까. 이 교수 “단순한 DNA 검사가 아니라 치유의 의식과 같다. 피를 뽑으며 가슴에 맺힌 한을 조금씩 풀어내고 그 과정에서 기억을 나누고 서로 공감한다. 어떤 분들은 이미 채혈했는데도 다시 오기도 한다. 어쩌면 찾을 확률이 ‘0’이라는 슬픈 예감에도 그만큼 찾고 싶은 마음을 나누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유족들도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다. 지금이라도 더 많은 채혈이 이뤄져야 한다.” 조 교수 “신원 확인할 때 ‘유가족 몇 명이면 된다’고 단순하게 계산할 수 없다. 형제라도 유전자 공유 확률이 25~75%로 다르다. 뼈에서 DNA를 추출하는 작업도 일반 친자 검사보다 훨씬 오래 걸린다. 현재 8촌의 채혈까지 기다리고 있다. 포기할 수 없다. 포기해서도 안 된다.” -154명의 신원을 확인하기까지 얼마나 걸렸는지. 이 교수 “내 청춘(웃음)을 다 바쳤다. 뼈 유전자는 손이 정말 많이 간다. 기술도 계속 발전하지만 작업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유전자 감식 방식도 변화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조 교수 “그동안 표준화된 단일염기반복(STR) 방식이 주로 사용됐다. STR은 유전자 특정 구간의 반복 횟수를 비교하는 것이라 DNA 길이가 충분해야 한다. 유해처럼 DNA가 분해돼 짧아진 경우에는 분석이 어려울 수 있다. 반면 단일염기다형성(SNP) 방식은 특정 부분 유전자의 종류가 다른 걸 보는 방법으로 DNA가 훼손된 상태에서도 분석 가능성이 높다.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은 STR과 SNP에 모두 적용할 수 있는 신기술로 길이가 짧은 DNA에서도 더 많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 교수 “요즘 새로운 분석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며 직계 가족이 줄어들면서 삼촌·조손 관계보다 더 먼 친족을 확인해야 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SNP 검사 방식’이라 할 수 있다. 현재 법원에서 쓰고 있지만 4·3 유해 신원 확인에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검증이 필요하다. 검증 단계가 되면 제주도에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유해 신원 확인이 미국 등 해외보다 어려운 이유는. 이 교수 “기록 부족이 큰 문제다. 미국은 전쟁 실종자라도 사망 장소와 가족 관계 기록이 비교적 정확하다. 하지만 4·3은 기록이 거의 없다. 게다가 제주에는 같은 성씨와 혈연관계가 많아 유전자 패턴이 비슷하게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조 교수 “70년 넘게 땅속에 있던 뼈는 DNA가 심하게 훼손된 상태다. 박테리아나 습기 때문에 유전자가 잘려져 있는 경우가 많다. 뼈 표면을 갈아내고 오염을 제거하는 과정만도 6개월 이상 소요된다.” -스스로에게 4·3이란 어떤 의미인가. 이 교수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하고 세상을 다시 깨우치게 한 사건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가 곧 국민이고 국민이 곧 국가인데 국가가 이래도 되는 건가 하고, 황망해질 때가 많다.” 조 교수 “제주를 여행지로만 생각했는데 정방폭포를 그냥 보지 않게 됐다. 비극이 서려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 장소에서 역사를 다시 보게 되고 이 일의 무게와 의미를 다시 되새기게 되는 것 같다. 슬픔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피해자가 가해자처럼 숨는, 제주인들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울컥한다.” -4·3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진정성 또는 사명감인 것 같다. 이 교수 “국가 폭력이라는 문제를 깊이 생각하게 됐다. 유해를 찾는 일도 중요하지만 폭력의 그때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사회가 기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사람을 찾는 단기 성과에 집착하면 안 된다. 돌아가신 희생자를 욕 먹이는 것과 같다.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될 때 국가가, 국민은 무엇을 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그때 희생된 숫자를 다시 소환해야 한다.” 제주4·3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가 확정한 희생자 수는 1만 5225명이다. 이 가운데 수형인은 4500여명이다. 384명이 사형을 당했고 322명은 옥중 사망했다. 행방불명은 4078명(도내 2173명·도외 1905명)에 달한다. 제주4·3은 제주만의 사건이 아니다. 두 교수는 모두 감정보다 논리가 앞서는 ‘T사고형’(MBTI)인데 신원 보고회에 눈물을 글썽였다. 70년 넘게 잠들어 있는 희생자 이름을 더 많이 찾지 못해,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지 못해 너무 미안해서 흘리는 눈물이었다.
  • 총구 앞에서도 “모른다, 아무것도 몰라”… ‘몰라구장’ 김성홍씨의 명예 회복

    총구 앞에서도 “모른다, 아무것도 몰라”… ‘몰라구장’ 김성홍씨의 명예 회복

    “모른다. 모른다. 아무것도 모른다.” 제주4·3 당시 마을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애썼던 구장(區長·현재의 이장)이 세상을 뜬 지 40여년 만에 뒤늦게 희생자로 인정됐다. 토벌대의 총구 앞에서도 “모른다”고 버텼던 그의 선택은 많은 생명을 살렸지만 정작 자신은 평생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다 생을 마감했다. 제주4·3 기록물 ‘4·3은 말한다’에는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구장이었던 고 김성홍씨 이야기가 나온다. ‘토벌대는 구장 김성홍에게 자꾸 주민들의 성향을 물었다. 이에 대한 답변이 애꿎은 희생으로 이어질 게 뻔했기 때문에 구장은 무조건 ‘모른다’고 일관했다. 이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그를 ‘몰라구장’이라 불렀다.’ 김수열 시인은 몰라구장을 채록하는 과정에서 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죽은 병아리를 위하여’란 시를 발표하기도 했다. 서울신문이 지난 16일 신흥리에서 만난 몰라구장의 딸 김복순(91)씨의 기억에도 고초를 겪었던 아버지 모습은 선명했다. 4·3 당시 14세였던 김씨는 “아버지는 3개월 넘게 매일 지서에 끌려가 조사를 받았고 맞고 돌아왔다. 이후에도 1~2년 동안 폭행과 고문을 당했다. 총이 가슴에 겨눠진 채 협박당하기도 했다고 들었다”고 돌이켰다. 화장실을 가지 못할 정도로 몸이 망가지고 오랜 세월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던 고인은 결국 1982년 82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44년이 흐른 올해 2월 뒤늦게 4·3 희생자로 인정받았다. 외손자 오상권씨는 “할아버지는 4·3 의인으로 평화공원에 전시됐지만 사건 당시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경우가 아니어서 희생자 신청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도 관계자는 “4·3 희생자 및 유족 심사 결정 및 명예 회복을 심의 의결하는 기구가 2000년 8월 출범했다”면서 “초기 심사 기준은 사건 기간(1947~1954년) 중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경우에 집중돼 있었다”고 전했다. 몰라구장의 행적은 지역 사회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오씨는 “모슬포에서 만난 사람이 ‘당신 할아버지 덕분에 살았다’고 말한 적도 있다”고 귀띔했다. 신흥리 마을 한편, 집에서 30m 남짓 떨어진 정자 옆에는 ‘4·3 의인 몰라구장’을 기리는 안내판이 그날의 역사를 말해주듯 조용히 서 있다. 오씨는 “기억하는 일이야말로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는 길”이라며 “모든 희생자와 유족의 억울함이 풀릴 수 있도록 아직 드러나지 않은 진실까지 모두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 종로 새 공공문화공간 ‘김창열의 집’ [현장 행정]

    종로 새 공공문화공간 ‘김창열의 집’ [현장 행정]

    30여년 창작 활동한 국내 작업실카페·아카이브실·수장고 등 갖춰2609점 전시… 5월 말 정식 개방정 구청장 “작가정신 살리려 노력” ‘물방울 화가’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김창열(1929~2021) 화백의 평창동 자택을 서울 종로구가 공공문화예술공간인 ‘김창열 화가의 집’으로 조성해 31일 준공식을 열었다. 평창동의 문화 자산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전날 기자 설명회에서 “작가가 생전 작업하던 공간을 아카이브 형식으로 보존해 대중에게 선보이고자 사업을 시작했다”며 “관람객 동선을 확보하느라 불가피한 변화는 있었지만, 김 화백의 작가정신이 그대로 느껴지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고인은 영롱하게 빛나는 물방울과 동양의 철학을 상징하는 천자문을 캔버스에 쓰고 그리며, 회화의 본질을 사유한 현대미술의 거장이다. 구는 2020년 유족과 협약을 맺고 자택을 매입한 뒤 2024년 12월 본격적인 리모델링에 착수했다. 이곳은 김 화백이 별세하기 전까지 가족과 거주하며 창작을 한 국내 유일의 작업실이다. 리모델링은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을 설계한 홍재승 플랫폼아키텍처 소장이 맡았다. 연면적 511.96㎡ 규모의 시설은 지하 2층, 지상 2층으로 조성됐다. 지상에 카페와 기획전시실을, 지하에 아카이브실과 수장고를 갖췄다. 공간의 핵심인 지하 2층은 작업실과 서재를 재현한 상징적 장소다. 원형 천창을 통해 은은한 빛이 스며드는 구조로, 생전 “작업을 위해 빛을 들이지 않고 동굴 같은 곳에서 내면의 빛에 의지한다”고 했던 작가의 철학을 반영했다. 구는 유가족으로부터 기증받은 작품 390점을 포함해 총 2609점의 자료와 고인이 사용했던 캔버스, 화구 등을 전시할 계획이다. ‘김창열 화가의 집’은 5월 말 정식 개방된다. 정 구청장은 “김창열 화백의 자택이 공공문화시설로 새롭게 태어났다”며 “국내외 미술 애호가들이 찾는 상징적인 장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 경쾌하게, 쓸쓸하게… 조성진의 건반, ‘춤’을 추다

    경쾌하게, 쓸쓸하게… 조성진의 건반, ‘춤’을 추다

    설렘에서 불안으로, 공포에서 기쁨으로. 언어로는 쉽게 담을 수 없는 이 감정의 낙차를 음(音)으로 포착한다. 경쾌함과 우울함을 바쁘게 오가면서도 이야기의 끈을 놓지 않는다. 가만히 듣고 있으면 그 모든 게 연결돼 있음을 깨닫게 된다. 봄의 충만함이란 그런 것이다. 피아니스트 조성진(32)은 그렇게 한반도 남쪽 끝에서부터 봄이 밀려오고 있음을 절실하게 알렸다. ●설렘과 불안, 공포와 기쁨 넘나든 변주 지난달 27일 개막한 ‘2026 통영국제음악제’가 폭발적인 관심을 받는 이유는 단연 조성진의 이름값 때문이다. 30일 경남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린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이 그 사실을 증명했다. 공연 시작 전 음악당 로비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티켓 구합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서 있는 사람까지 보였다. 정말 간절해 보였다. 첫 곡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파르티타 제1번’. 연주를 시작하자마자 따뜻한 햇살이 비추듯 경쾌함이 공연장을 감싼다. 연주자의 몸짓이 잠에 빠진 작은 새를 깨우려는 것처럼 보였다. 살살 어르기도 하고 깜짝 놀라게 하기도 한다. 그의 손길에 따라 피아노는 잠에서 막 깨어난 새처럼 지저귄다. 인간의 말로는 세계의 풍성함을 다 담을 수 없다. 그때 음악이 필요하다. 피아노가 갑자기 비명을 지른다. 이어진 아르놀트 쇤베르크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에서다. 12음 기법이 사용된 쇤베르크 최초의 작품이다. 따뜻함은 오간 데 없이 사라졌고 대신 스산한 공포와 전율이 청중을 휘감았다. 연주자의 목적은 피아노 안에 갇힌 영혼을 해방하는 것. 그래서일까. 다른 곡을 연주할 때보다 조성진은 훨씬 자유로워 보였다. 하지만 자유에는 불안이 뒤따른다. 곡이 진행될수록 불안 역시 점점 고조됐다. 그리고 그 어떤 것도 해결하지 못한 채 작품은 마무리된다. 명랑하게 찾아온 기쁨 뒤에 갑작스레 들이닥친 고통을 우리는 받아들일 수 있는가. 익살스러운 표현과 현란한 기교가 돋보인 로베르트 슈만 ‘빈 사육제의 어릿광대’를 끝으로 1부가 마무리됐다. ●폴란드 민속춤의 향수 담아낸 ‘왈츠’ 2부에서는 프레데리크 쇼팽의 왈츠 열네 곡을 연달아 연주했다. 춤곡이라고 무작정 산뜻할 거라고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쇼팽에게 왈츠는 그런 게 아니었다. 그는 왈츠를 폴란드 민속춤의 리듬과 향수를 담은 하나의 음악적 양식으로 이해했다. 왈츠 안에 자기의 문화적 정체성을 담아낸 것이다. 쇼팽의 의도에 부응한 조성진은 왈츠의 다채로운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쓸쓸한 왈츠, 화려한 왈츠, 발랄한 왈츠, 비장한 왈츠, 우울한 왈츠…. 분위기가 종잡을 수 없이 튀는데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모든 감정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내는 데 주력했다. 앙코르도 쇼팽이었다. 조성진은 모두에게 익숙한 ‘녹턴(야상곡) 2번’으로 황홀하게 공연을 마무리했다. ●후배 연주자 위한 ‘일일 강사’ 변신도 조성진은 앞서 음악제 개막 공연(27일) 피아노 협연을 펼쳤고 ‘마스터클래스’(29일)에서 후배 피아니스트들을 가르치는 일일 강사로 나섰다. 통영국제음악제는 통영 출신 세계적인 작곡가였던 윤이상을 기리기 위해 2002년부터 시작된 음악축제다. 올해는 ‘깊이를 마주하다’를 주제로 오는 5일까지 26개의 공연이 이어진다.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틴 하델리히의 리사이틀(1일), 호주 출신의 실험음악가 주빈 캉가의 ‘더 사이보그 피아니스트’(3·4일), 카운터테너 야쿠프 유제프 오를린스키 리사이틀(4일) 등이 준비돼 있다.
  • [포착] 907㎏ 벙커버스터 위력…트럼프, 이란 군사 요충지 ‘이스파한’ 또 타격한 이유 (영상)

    [포착] 907㎏ 벙커버스터 위력…트럼프, 이란 군사 요충지 ‘이스파한’ 또 타격한 이유 (영상)

    미국이 이란 중부 도시 이스파한에 벙커버스터 폭탄을 투하했다. 3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미국이 이스파한에 있는 대형 탄약고를 907㎏에 달하는 벙커버스터로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날 트루스소셜에 폭격 모습을 담은 31초짜리 영상을 공개했으나 아무런 설명은 달지 않았다. 실제 공개된 영상을 보면 연이은 폭발과 함께 거대한 화염이 일어나고 밤하늘은 주황색으로 물든다. WSJ는 “이 영상은 이번 공습 장면을 담은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정확한 피해 규모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페르시아 제국의 수도였던 이스파한은 역사적인 도시로, 군사적 관점에서 보면 이란의 ‘전략적 심장부’로 평가받는다. 이란 군수 산업의 중심지인 이곳은 핵 시설뿐 아니라 미사일 생산, 공군 전력, 그리고 방공망의 핵심 요소들이 고도로 밀집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지난해 6월 미국은 벙커버스터를 동원해 이스파한 핵시설을 폭격했는데, 아직도 이란이 보유한 농축 우라늄 재고(약 440㎏) 중 절반 이상(약 220㎏)이 이곳 시설 잔해에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공격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유조선을 공격한 것에 대한 군사적 응징의 성격도 띠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외신은 특히 이번 공격이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이 나온 직후 이루어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앞서 30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진행 중인 종전 협상이 불발될 경우 이란의 발전소와 석유 시설 등을 파괴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합의 불발 시 “그들(이란)의 모든 발전소, 유정, 그리고 하르그섬(아마도 모든 담수화 시설까지)을 폭파하고 완전히 초토화함으로써 이란에서의 우리의 사랑스러운 ‘체류’를 끝낼 것이다. 우리는 이것들을 의도적으로 아직 ‘건드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메시지는 이란에 대한 고강도 경고인 동시에 미국이 별도의 휴전 합의 없이도 일방적으로 대이란 공격을 매듭지을 수 있음을 밝힌 것이어서 주목된다.
  • [기고] 한불 140년 잇는 타케의 제주 벚나무

    [기고] 한불 140년 잇는 타케의 제주 벚나무

    올해는 한국과 프랑스가 수교한 지 140주년이 되는 해다. 정치·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의 교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00여년 전 식물을 통해 한국과 프랑스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한 한 프랑스인을 떠올리게 된다. 프랑스 출신 선교사 에밀 타케(1873∼1952), 한국 이름 엄택기 신부다. 타케 신부는 1898년 조선에 도착해 55년 동안 한국에 머물며 부산, 진주, 대구, 목포 등지에서 선교와 교육 활동에 헌신했다. 그가 식물 분야에 큰 족적을 남긴 시기는 1902년부터 1915년까지 제주 서귀포 홍로본당에서 사목하던 시절이다. 일본에서 활동하던 선교사 포리 신부의 영향을 받아 시작한 식물 채집은 한라산을 중심으로 서귀포 중문과 산방산 일대까지 폭넓게 이뤄졌다. 그가 채집한 우리나라 식물 표본은 약 1600종, 1만 점 이상으로 추정된다. 특히 좀갈매나무, 한라부추 등 특산식물을 비롯해 여러 한반도 식물의 학명에 그의 이름이 남아 있다. 현재까지 확인되는 것만도 58종에 이른다. 타케 신부가 수집한 표본들은 유럽과 북미의 연구기관으로 보내져 제주의 식물을 세계 학계에 알렸고, 한반도 식물 연구의 중요한 기록으로 남게 됐다. 오늘날 우리나라 특산식물로 알려진 구상나무도 그의 채집에서 학문적 연구가 시작됐다. 타케 신부가 1909년 한라산 해발 약 1400m 지점에서 채집한 표본은 1920년 미국 하버드대 아널드수목원의 식물학자 윌슨이 구상나무 신종을 발표할 때 포함됐다. 지금 구상나무는 기후변화로 한라산 정상부에서 빠르게 고사하고 있다. 타케 신부가 과거에 표본을 채집했던 지역은 100년이 지난 지금 기후변화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으며, 그가 남긴 기록은 오늘날 구상나무 복원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식물은 제주왕벚나무다. 타케 신부는 1908년 제주 서귀포 해발 약 600m 지점에서 채집한 벚나무 표본을 독일 식물학자 쾨네에게 보냈고, 쾨네는 이를 왕벚나무의 새로운 변종으로 학계에 보고했다. 제주왕벚나무는 왕벚나무와 달리 자연 상태에서 교잡으로 형성된 우리 자생식물로, 한반도 식물의 진화와 생물지리적 역사를 보여 주는 중요한 식물이다. 타케 신부는 식물학뿐 아니라 지역 사회의 삶에도 흔적을 남겼다. 1911년 포리 신부로부터 받은 온주밀감 14그루를 제주에 시험 재배했는데, 이것이 오늘날 제주 감귤 산업의 시작이 됐다. 선교 활동 속에서 주민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바라본 그의 관심이 결국 지역의 먹거리와 산업으로 이어진 셈이다. 55년을 한국에서 보낸 그는 1952년 1월, 78세를 일기로 대구에서 선종했다. 평생을 이름 없이 산을 오르고, 표본을 정리하고, 씨앗을 심었던 한 사람의 조용한 마지막이었다. 그가 떠난 자리에 남긴 것들은 지금도 제주의 땅과 숲속에 그리고 전 세계 연구기관에 표본으로 남아 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우리는 벚꽃이 피기를 기다린다. 국립수목원은 한불 수교 140주년을 맞아 올해 식목일을 기념해 제주에서 분양받은 제주왕벚나무 35그루를 전시원에 식재할 예정이다. 이는 100여년 전 한 식물의 발견을 기념하는 일이자 자연과 식물을 통해 이어진 한국과 프랑스의 인연을 되새기는 작은 상징이 될 것이다. 벚꽃이 피어나는 그 공간이 식물이 이어 준 한국과 프랑스의 140년 인연을 기억하며, 자연이 만들어 낸 또 하나의 외교 상징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해 본다. 임영석 산림청 국립수목원장
  • 복수, 되갚음 할 텐가 한풀이 할 텐가

    복수, 되갚음 할 텐가 한풀이 할 텐가

    연극 ‘말벌’사회에서 위치 바뀐 학폭 당사자들관계 거듭 변모하는 심리 스릴러뮤지컬 ‘홍련’아버지를 죽이고 저승 법정 선 딸 트라우마 직시하고 씻김굿 승화수많은 예술작품에서 복수는 서사를 지탱하는 단단한 뼈대다. 주인공을 움직이게 하는 강력한 동력이 되기도 하고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선명한 대립 구도가 전복되는 과정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주기도 한다. ‘치유하지 못한 상처는 어떻게 괴물을 만들어내는가’라는 질문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복수의 완성에 다다르는 과정은 완전히 다른 두 작품이 있다. 연극 ‘더 와스프’(THE WASP·말벌)의 복수는 침에 쏘인 듯 직관적이면서도 사라지지 않는 얼얼함을 남긴다. 뮤지컬 ‘홍련’이 그리는 복수는 분노의 해소에 머물지 않고, 복수라는 행위 이면에 응축된 한(恨)을 들여다보고 구원을 찾는 심리적 해방에 가깝다. ‘말벌’은 두 여자의 이야기다. 조용한 카페에서 20년 만에 만난 학교 동창생 헤더와 카알라가 마주 앉은 장면으로 시작한다. 두 사람은 겉모습부터 완전히 다르다. 헤더(김려원·한지은·이경미)는 단정한 트렌치코트를 입고 우아하게 앉아 있다. 틀이 잘 잡힌 핸드백은 비싸 보인다. 청바지에 점퍼를 입은 카알라(권유리·정우연)는 다섯째를 임신한 채 담배를 피우고 있다. 헤더는 학창 시절 잊히지 않는 고통을 받았고 현재는 아이가 생기지 않아 고민이다. 그런데 카알라는 관심이 없다. 카알라가 보인 태도는 헤더의 분노에 불을 지핀다. 남편을 죽여달라는 헤더의 요청으로 그의 집에 들어서면서 극은 심리 스릴러로 빠르게 전환된다. 단순해 보이던 무대는 베일을 하나씩 벗어 가면서 깊은 구렁텅이로 끌고 간다. 아슬아슬한 줄타기 같은 둘의 대화가 이어지면서 둘의 위치는 변화를 거듭한다. 과거 학교폭력의 피해자와 가해자는 재력으로 계층이 바뀌고 복수의 실현이라는 상황에서 또다시 위치가 변한다. 헤더가 카알라에게 ‘진짜 복수’를 하기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몰입감도 높다. ‘말벌’은 영국 런던에서 2015년 세계 초연했다. 제목은 타란툴라 사냥말벌에서 따왔다. 사냥말벌은 맹독으로 타란툴라 거미를 마비시켜 그 몸속에 알을 낳아 성장시킨다. 반전의 충격파를 남기는 ‘말벌’은 4월 26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무대에 오른다. ‘홍련’은 고전 설화 ‘장화홍련전’과 무속 신화 ‘바리데기’를 접목했다. 죽은 자를 심판하는 ‘천도정’에서 아버지를 죽이고 동생의 팔을 자른 홍련(이지혜·강혜인·김이후·홍나현)이 재판을 받는다. 13만 9998번째 재판의 판사는 바리(이아름솔·김경민·이지연). 자신을 버린 부모를 위해 기꺼이 저승에 가 생명수를 구해온 바리는 자비와 용기의 상징이다. ‘효’의 대명사와도 같은 바리가 반항기 가득한 홍련을 심판하는 설정은 묘한 대비를 이룬다. 랩을 하고 무대를 휘젓는 홍련은 바리의 과거를 비웃고 “당신들이 해야 할 일을 대신 했다”면서 당당하게 내뱉는다. 유교적 가부장제의 피해자, ‘사적 복수’를 한 범죄자 사이를 오가던 홍련은 재판이 진행될수록 잊힌 과거, 트라우마(심리적 외상)를 마주하게 된다. 바리가 왜 그토록 집요하게 홍련을 추궁했는지, 홍련의 내면에 자리한 고통이 무엇이었는지 드러나는 순간 천도정은 한 판의 씻김굿 현장으로 바뀐다. ‘홍련’은 신선한 서사, 록과 국악이 어우러진 음악, 조명으로 분위기가 달라지는 무대 연출로 2024년 초연 당시 탄탄한 팬덤을 확보했다. 제9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작품상을 수상했고, 중국 상하이와 광저우 등 해외 무대를 거쳐 다시 한국 관객들과 만났다. 홍련이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고 바리가 홍련을 향해 부르는 ‘씻김’과 둘의 넘버 ‘사랑하라’가 이어지면 객석에선 작은 흐느낌이 번진다. 공연은 오는 5월 17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중극장블랙에서 열린다.
  • 풍경에 새겨진 시간의 얼룩을 담다

    풍경에 새겨진 시간의 얼룩을 담다

    같은 풍경 속에 서로 다른 감정과 기억이 녹아 있다. 현재는 분절된 시간이 아니라 과거, 미래라는 시간의 흐름을 관통한다. 하나의 풍경 속에 각자의 감각과 여러 시간의 층위를 녹여낼 수 있을까. 풍경 속 ‘시간의 얼룩’과 ‘시간의 밀도’를 표현하고자 하는 작가 이우성(43)이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에서 ‘너에게 물으면 알 수 있을까’ 전시를 선보인다. 한동안 ‘인물’을 집중적으로 그려 왔던 작가는 이번 전시에선 다층적인 시간과 감각을 포괄하는 ‘풍경’에 주목한다. 캔버스 작업부터 대형 걸개그림까지 4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이우성은 “이번에는 인물이 있던 상황과 배경을 더 그려 보려고 시간을 많이 썼다”면서 “어쩌면 사람을 더 드러내기 위해서 주변 배경을 더 많이 그리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시작에는 서울 한강대교, 종로3가역, 뚝섬유원지, 제주 성산일출봉, 정방 폭포와 같은 특정 장소부터 논과 밭, 계곡, 폭포 등 어딘지는 알 수 없지만 자연 친화적 공간까지 다양한 장소가 등장한다. 작가는 직접 방문했던 장소에서 촬영하거나 기록한 장면을 바탕으로 작업을 시작하고 이후 감각, 상상을 더해 화면을 재구성했다. 최근작인 ‘새벽녘 폭포 아래서’(2025~ 2026)는 제주의 3대 폭포 중 하나이자 1948년 제주 4·3 사건 당시 학살터였던 정방 폭포를 배경으로 한다. 그 속에 만화처럼 그려진 사람들은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부둥켜안고 있는 사람, 자연 풍광을 즐기는 사람, 기타를 연주하는 사람 등이 한 폭에 담겨 아름다움과 슬픔이 공존하는 작품이 탄생했다. 사람을 만화처럼 묘사한 점에 대해 작가는 “누구도 아니지만 누구도 될 수 있는 존재”라며 “구체성이 덜한 작업으로 자유로울 수 있고 저 멀리 풍경과 인물이 공존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인물의 구체성을 지움으로써 관람객은 상상하는 그 누군가와 작품 속 인물을 치환하며 각자의 드라마를 펼칠 수 있게 된다. 이번 전시 작품 속 시간은 대부분 새벽이나 해질녘이다. 세밀하게 묘사된 풍경과 달리 현실적이지 않은 구름, 물결 등은 작품을 초현실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그는 “사람을 몽글몽글하게 만드는 찰나, 경계의 시간”이라며 “그 시간을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전시장에는 작가가 풍경 속에서 녹음한 다양한 소리도 함께 들을 수 있어 마치 그곳에 있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전시는 4월 26일까지.
  • ‘건반 위의 구도자’ 70년 소회…말 아닌 슈베르트 연주로 표현

    ‘건반 위의 구도자’ 70년 소회…말 아닌 슈베르트 연주로 표현

    “음악은 천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은 그중 하나죠. 그래도 되도록 많은 면모를 알고자 노력하는 게 우리의 인생이니까.” ‘건반 위의 구도자’ 피아니스트 백건우에게 2026년은 조금 특별하다. 1946년생으로 꼬박 여든 살이 된 그가 데뷔 70주년을 맞기 때문이다. 백건우는 열 살 때인 1956년 해군교향악단과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 무대를 선보이며 음악인으로 삶을 시작했다. 해군교향악단은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전신이다. 30일 서울 영등포구 신영체임버홀에서 만난 백건우는 담담하게 음악 인생 70년을 회고했다. “슈베르트는 익숙하면서도 특별한 작곡가입니다. 어떤 작품은 작곡가가 구상한 흔적이 보이는데, 슈베르트의 곡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 같아요. 때로는 이 음악이 인간이 쓴 건가 싶기도 해요. 천국에서 온 것은 아닌지 착각이 들죠.” 팔순으로 접어들었음에도 백건우는 여전한 현역이다. 탄생 80년, 데뷔 70년을 자축하는 앨범을 최근 발매했다. 지난 26일 유니버설뮤직을 통해 발매된 새 앨범 ‘슈베르트’는 백건우 음악의 ‘시작이자 마지막’이라고 칭할 만하다. 노(老)연주자가 평생에 걸쳐 탐구한 슈베르트 음악의 정수가 담겨 있다.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13번, 14번, 18번, 20번이 수록됐다. 어떤 해답을 구하려고 애쓰지 않는 것. 어떨 때는 음악이 스스로 노래하도록 두는 것. 백건우가 이번 음반을 녹음하면서 깨달은 것들이다. “(슈베르트를) 13년 만에 다시 연주하는 것이지만, 특별히 떠났다가 돌아오는 것 같지 않아요. 늘 내 안에 있었던 거죠.  내가 곡을 선택한 게 아니라 곡이 나를 선택했다고들 하잖아요. 필연적이라고 할까요.” 자신의 생일인 5월 10일에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선보인다. 앨범과 마찬가지로 독주회에서도 슈베르트의 음악을 들려준다.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13번과 20번을 연주하는데, 두 곡은 각각 작곡가의 청년기와 노년기를 대표한다. 삶의 두 장면을 한 무대에 올리는 것으로써 백건우는 생의 찬란함과 원숙함을 동시에 담아낸다. “연주자로서 저는 제가 느낀 걸 말로 표현하고 싶지 않아요. 소리로 표현하고 싶지. 그래서 음악을 좋아해요. 손의 힘으로 내는 이 소리로서 충분히 이해될 것이라는 믿음. 연주자에겐 이게 중요한 것이죠.”
  • 트럼프 “이란 합의 안 되면 하르그섬 폭파”

    트럼프 “이란 합의 안 되면 하르그섬 폭파”

    담수화 포함 모든 발전소 공격 경고해협 개방 불발 땐 ‘일방 종전’ 시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모든 발전소와 하르그섬, 담수화시설을 폭파하겠다”고 30일(현지시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에너지 시설 공격 유예 시한인 다음달 6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전면 개방 등 이란을 재차 압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이란과) 곧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이 즉시 ‘상업용으로 개방’되지 않는다면”이라며 이같이 경고했다.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협상을 중단하고 대대적인 공습을 재개해 전쟁을 일방적으로 끝내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는 옛 정권의 47년간의 ‘공포 통치’ 동안 이란이 잔혹하게 도륙하고 죽인 우리의 수많은 군인과 다른 이들에 대한 보복이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하르그섬을 점령할 수도 있다. 점령한다면 일정 기간 (미군이) 그곳에 머물러야 할 것”이라며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우리는 약 3000개의 목표물이 남아 있다. 우리는 1만 3000개의 목표물을 폭격했고, 아직 수천 개가 남아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합의가 가까워졌다며 여전히 대화가 진행 중임을 내비쳤다. 그는 전날 워싱턴DC로 돌아오는 전용기에서 “이란은 (미국이 제시한) 15가지 요구사항을 대부분 수용했고 (우리가) 몇가지 추가 요구를 할 수 있다”며 “(이란은) 선물로 20척 분량의 원유도 줬다”고 말했다.
  • 하나님 믿는 거 맞아?…美국방장관 “예수 이름으로 이란에 압도적 폭력을” 기도 논란 [핫이슈]

    하나님 믿는 거 맞아?…美국방장관 “예수 이름으로 이란에 압도적 폭력을” 기도 논란 [핫이슈]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이란과의 전쟁에서 종교적 발언을 쏟아내 논란이 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등 현지 언론의 29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지난 25일 국방부에서 진행한 기도에서 헤그세스 장관은 “우리 병사들이 자비를 베풀 가치가 없는 자들을 향해 압도적인 폭력을 가하기를 기도한다”면서 “우리는 위대하고 강력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담대한 확신을 가지고 이를 간구한다”고 말했다. 이는 이슬람 신자가 다수인 이란과의 전쟁을 ‘예수의 이름으로’ 치르겠다고 공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워싱턴포스트는 “헤그세스 장관의 개인 SNS에는 반대 세력을 ‘하나님의 적’으로 규정하고 기독교가 미국인의 삶을 지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글도 있다”고 지적했다. 헤그세스의 지나친 종교적 독단에 “끔찍한 상황” 비판도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헤그세스 장관은 국방장관 취임 이후 군 내에서 적극적인 전도 캠페인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가 고위 군 관계자들을 통해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해그세스 장관은 매월 국방부에서 복음주의 예배를 주최하면서, 본인이 속한 소규모 기독교 교파의 성직자들을 설교자로 초빙하고 있다. 설교자 중에는 ‘여성은 투표권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목사도 포함됐다. 또 헤그세스 장관은 장병들의 종교적 정체성을 나타내는 행정 코드 분류를 두고 “과도하다”고 지적하며 한꺼번에 수십 개 코드를 삭제하기도 했다. 사실상 소수 종교를 군 관리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전직 군 고위 관계자들은 헤그세스 장관의 이러한 군 운영 방식이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를 명시한 미국 헌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수십 년간 국방부에서 근무한 한 고위 군무원은 “끔찍한 상황”이라며 “만약 군인들이 ‘하나님은 우리 편’이라 믿도록 훈련받는다면 이들이 승리를 위해 무슨 일을 하든 누가 막을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미국 합참의장 보좌진 출신 관계자는 “개인의 종교적 신념을 상대방의 목구멍에 밀어 넣는 일에 찬성할 수 없다”며 “최상층 지휘부가 (군사) 작전을 지나치게 기독교적인 어조로 표현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 우리 군인들이 지키겠다고 맹세한 그 자유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콜린 파월 전 합참의장·국무장관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퇴역 육군 대령 래리 윌커슨은 “미군은 종교와 관련해 평정심, 공정함, 정의라는 말이 어울리는 놀라운 여정을 걸어왔다”면서 “그러나 헤그세스 장관의 행동은 이 모든 것을 매우 빠르게, 전적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레오 14세 교황 “예수는 전쟁을 거부한다”헤그세스 장관의 종교적 발언은 무엇보다 평화를 중시하는 기독교적 교리와 사고를 개인의 의지대로 전쟁과 폭력을 지지하는 데 활용했다는 점에서 더욱 논란이 됐다. 레오 14세 교황은 이날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종려주일(부활절 직전 일요일) 미사에서 “전쟁을 벌이는 이들의 기도는 거부당할 것”이라며 “예수는 전쟁을 거부하고, 누구도 전쟁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황은 특정 인물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이란에 대한 미군의 살상 행위가 파괴적인 효과를 내길 예수의 이름으로 기도한 헤그세스 장관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더불어 교황의 지적은 복음주의 기독교와 매우 강한 정치적 연대를 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가톨릭 신자인 J.D. 밴스 부통령 등 이번 전쟁을 일으킨 미 행정부 고위 인사들을 향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교황은 지난 13일에도 “분쟁에서 중대한 책임을 지는 기독교인들에게 고해성사할 겸손과 용기가 있는가”라며 미국 집권 세력을 겨냥한 바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자신이 천국에 가길 원한다고 공식 석상에서 발언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13일 자신의 전용기에서 가자 휴전 합의 중재로 천국에 갈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내가 천국에 갈 일이 없을 것 같다. 아마 나는 천국행이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지난해 8월 19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 사람들을 구하고 싶다면서 “난 가능하다면 노력해서 천국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 “우리도 식이섬유가 필요해” 기생충도 식이섬유 좋아한다? [핵잼 사이언스]

    “우리도 식이섬유가 필요해” 기생충도 식이섬유 좋아한다? [핵잼 사이언스]

    최근 과학자들은 인간의 장 속에 살아가는 수많은 장내 미생물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인간이 소화하지 못하는 식이섬유를 분해해 에너지를 얻고 숙주에게도 영양분의 일부를 제공한다. 나아가 나쁜 세균과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고 공동 운명체인 숙주의 건강을 지키는 역할도 한다. 식이섬유가 건강에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이처럼 장내 미생물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식이섬유가 장내 미생물뿐 아니라 ‘기생충’에게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30일 학계에 따르면 최근 체코과학원 생물학센터 기생충학 연구소의 카테리나 지르쿠와 동료들은 장내 기생충 역시 식이섬유에 상당히 의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기생충은 숙주의 영양분을 가로채고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유해 생물로 여겨졌다. 위생 환경 개선과 의학 발전을 통해 기생충을 박멸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선진국에서는 기생충이 거의 사라졌지만, 모든 질병이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기생충 감염률이 떨어진 선진국에서는 오히려 자가면역 질환과 염증성 장 질환이 증가했다. 이후 과학자들은 이 현상이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위생 가설’을 제시했다. 기생충이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역할을 했고 인체는 이를 감안해 강력한 면역 반응을 유지했는데, 기생충이 사라지자 면역 반응이 과도하게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과학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병원성이 낮은 기생충을 이용한 치료법도 시도했지만 효과는 일관되지 않았다. 기생충이 과도한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는 사례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그 이유가 식이섬유와 이를 분해하는 미생물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실험동물로 흔히 사용되는 쥐에 감염되는 기생충인 ‘쥐촌충’(Hymenolepis diminuta)을 이용해 이 가설을 검증했다. 연구 결과 예상대로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단을 먹은 쥐의 장내에서는 기생충이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번식해 숙주의 강한 면역을 억제했다. 반면 식이섬유가 부족한 서구식 식단을 섭취한 쥐의 기생충은 에너지를 절약하는 휴면 상태에 들어갔고 면역 억제 효과도 사라졌다. 실제로 저섬유 식단을 섭취한 쥐에서는 기생충의 크기와 성숙도, 번식 능력이 모두 크게 떨어졌고 관련 유전자 발현 역시 전반적으로 억제됐다. 이 차이는 장내 미생물 변화와 맞물려 있었다. 식이섬유가 충분하면 미생물 다양성이 증가하고 이들이 섬유질을 분해해 생성하는 짧은 사슬 지방산 같은 대사산물이 늘어난다. 이러한 물질은 숙주의 면역을 조절하는 동시에 기생충의 에너지원으로도 활용된다. 결국 식이섬유가 장내 미생물을 거쳐 기생충, 그리고 면역 반응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연결고리를 형성하는 셈이다. 이번 연구는 기생충 치료의 효과가 일정하지 않았던 이유를 설명해 준다. 치료 목적으로 단순히 기생충을 투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장내 미생물 환경, 특히 식이섬유 섭취가 함께 고려돼야 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장내 생태계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앞으로 기생충을 이용한 치료는 물론 장내 면역 환경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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