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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빈치의 눈으로 본 인간, 온몸에 우주를 담다

    다빈치의 눈으로 본 인간, 온몸에 우주를 담다

    다빈치, 비트루비우스 인간을 그리다/토비 레스터 지음/오숙은 옮김/뿌리와 이파리/320쪽/1만 5000원 고대 로마의 건축가 마르쿠스 비트루비우스 폴리오는 기원전 25년 ‘건축에 관한 열 권의 책’, 즉 ‘건축 10서’를 집필해 아우구스투스에게 헌정한다. 그는 고대의 철학자, 수학자, 신비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인체의 설계가 우주에 감춰진 기하학과 일치하며 원과 정사각형이 각각 신(神)적인 것과 세속적인 것을 상징한다고 믿었다. 그에게 인체란 곧 축소된 우주였으며 만물의 척도였다. 그는 광대한 우주를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균형 잡힌 인체를 연구하는 것이라며 이상적인 인체의 비례가 어때야 하는지도 설명했다. 그로부터 1500년이 지난 1490년, 당시 38세이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원과 정사각형 안에 한 건장한 사내가 팔다리를 쭉 뻗고 있는 그 유명한 그림 ‘비트루비우스 인간’을 그렸다. 서양사의 묵직한 주제를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으로 전하는 저널리스트 출신 작가 토비 레스터는 ‘다빈치, 비트루비우스 인간을 그리다’에서 이 상징적 그림이 탄생하는 과정을 사상의 역사, 미술사 등을 엮어 솜씨 좋게 풀어낸다. 인체가 바로 세계 전체라는 소우주론은 수세기에 걸쳐 유럽의 종교·과학·미술 사조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중세 유럽에서는 불, 공기, 물, 흙이 세계를 구성하고 있으며 이 네 가지 원소의 특성이 사계절과 인간의 네 가지 신체 기질, 열두달과 연결돼 있다는 이론이 설득력을 얻었다. 중세의 필사본에서는 그리스도가 소우주의 현신으로 나타난다. 중세 역사에서 가장 독특한 인물인 독일 빙겐의 성녀 힐데가르트는 1140년쯤 눈부신 일련의 환영을 보는데 그녀 앞에 나타난 것은 소우주의 현신으로 나타난 인간의 모습과 흡사했다. 12세기 중반 소우주론은 아랍의 해부학 텍스트와 결합한다. 소우주의 이미지는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지만 정작 비트루비우스가 쓴 건축 10서 자체를 필사하거나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1415년쯤 이탈리아의 인문주의자 포조 브라촐리니가 스위스 생갈렌수도원 도서관에서 건축 10서 8세기 필사본을 발견해 피렌체로 필사본을 보내면서 비트루비우스의 소우주론은 실제 건축가와 화가들의 연구 대상이 된다. 책에서 다빈치는 모든 면에서 중세적이며 중세가 낳은 인물로 그려진다. 인체 설계가 우주를 반영한다면 인체 연구를 통해 전체로서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해부학, 기계설계, 지리학, 수학, 기하학, 음악, 물리학에 이르기까지 비례는 모든 것의 열쇠라고 판단했다. 피렌체에서 밀라노로 간 다빈치는 자기 예술의 우월성을 증명하고 궁정에서 건축가로서 일자리를 얻고 싶은 욕망으로 인체와 비례에 대한 연구에 뛰어들었다. 비트루비우스의 건축 10서를 비롯해 중세 텍스트를 샅샅이 뒤지면서 인체에 관해 배울 수 있는 실질적인 정보들을 습득하고 분석한 끝에 그는 세계를 축소한 해부학적 모델로서 인체라는 관념에 이르는 자기만의 길을 발견한다. 책은 소우주론의 역사와 다빈치가 그림을 완성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오가다 ‘비트루비우스 인간’에서 마무리된다. 저자는 나아가 이 그림의 주인공이 다빈치 자신일 수 있다는 흥미로운 주장을 편다. 매우 섬세하게 묘사된 얼굴은 동시대인들이 묘사한 다빈치의 외모와 일치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그림의 힘 또한 얼굴에서 나온다고 덧붙인다. 중세적 인간에서 비로소 르네상스적 인간으로 거듭난 다빈치의 얼굴일지도 모른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깊이 40m…세계에서 가장 깊은 수영장 화제

    깊이 40m…세계에서 가장 깊은 수영장 화제

    혹시 평소 잠수를 즐기지만 동네 수영장의 깊이가 마땅치 않았던 분들은 이곳을 방문해보는 것이 어떨까? 12층 건물 높이에 육박하는 깊이 40m의 수영장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국 일간 메트로는 수심 40m로 세계에서 가장 깊은 수영장으로 알려진 Y-40 딥 조이(Deep Joy)의 자세한 사항을 21일(현지시간) 소개했다. 이탈리아 몬테그로토 테르메의 테르메 밀리피니 호텔에 위치한 이 수영장은 깊이가 무려 40m에 달하는데 브라질 리오 데 자네이루 예수 그리스도 상(38m), 미국 뉴욕 자유의 여신상(45m) 높이와 맞먹을 정도로 엄청난 규모다. 12층 건물 높이 또는 2층 버스 9대를 층층이 쌓아올린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물론 처음부터 40m 깊이로 풍덩 빠지는 구조는 아니다. 해당 수영장은 –1.3m, -12m처럼 다양한 깊이의 풀을 보유하고 있으며 20~40m에 이르는 깊이의 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스쿠버 다이빙 장비를 착용해야 한다. 이 장비는 수영장에서 무료로 대여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40m 풀 안쪽에는 호텔 방문객들이 잠수 중인 스쿠버 다이버와 수영장 내부 구조를 볼 수 있는 수중통로까지 존재한다. 이곳을 통하면 몸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40m 수영장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총 4300 입방 미터(cubic meter) 규모에 32~34℃ 수온이 꾸준히 유지되는 해당 수영장은 이탈리아 건축가 에마누엘레 보레토에 의해 설계됐다. 그는 “이 수영장은 세계 어느 곳과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는 이 수영장을 장기적으로 호텔 뿐 아니라 지역 사회발전까지 기여할 수 있는 명소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Y-40 딥 조이가 등장하기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깊은 수영장은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네모 33(Nemo 33)이었다. 참고로 이곳의 최대 깊이는 34.5m다.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무려 12층 높이…세계서 가장 깊은 40m 수영장

    무려 12층 높이…세계서 가장 깊은 40m 수영장

    혹시 평소 잠수를 즐기지만 동네 수영장의 깊이가 마땅치 않았던 분들은 이곳을 방문해보는 것이 어떨까? 12층 건물 높이에 육박하는 깊이 40m의 수영장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국 일간 메트로는 수심 40m로 세계에서 가장 깊은 수영장으로 알려진 Y-40 딥 조이(Deep Joy)의 자세한 사항을 21일(현지시간) 소개했다. 이탈리아 몬테그로토 테르메의 테르메 밀리피니 호텔에 위치한 이 수영장은 깊이가 무려 40m에 달하는데 브라질 리오 데 자네이루 예수 그리스도 상(38m), 미국 뉴욕 자유의 여신상(45m) 높이와 맞먹을 정도로 엄청난 규모다. 12층 건물 높이 또는 2층 버스 9대를 층층이 쌓아올린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물론 처음부터 40m 깊이로 풍덩 빠지는 구조는 아니다. 해당 수영장은 –1.3m, -12m처럼 다양한 깊이의 풀을 보유하고 있으며 20~40m에 이르는 깊이의 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스쿠버 다이빙 장비를 착용해야 한다. 이 장비는 수영장에서 무료로 대여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40m 풀 안쪽에는 호텔 방문객들이 잠수 중인 스쿠버 다이버와 수영장 내부 구조를 볼 수 있는 수중통로까지 존재한다. 이곳을 통하면 몸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40m 수영장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총 4300 입방 미터(cubic meter) 규모에 32~34℃ 수온이 꾸준히 유지되는 해당 수영장은 이탈리아 건축가 에마누엘레 보레토에 의해 설계됐다. 그는 “이 수영장은 세계 어느 곳과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는 이 수영장을 장기적으로 호텔 뿐 아니라 지역 사회발전까지 기여할 수 있는 명소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Y-40 딥 조이가 등장하기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깊은 수영장은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네모 33(Nemo 33)이었다. 참고로 이곳의 최대 깊이는 34.5m다.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너 때문에 못봤잖아!’개 달래는 사이 건물발파 순간 놓친 여성

    ‘너 때문에 못봤잖아!’개 달래는 사이 건물발파 순간 놓친 여성

    애완견의 지루함을 달래주다가 정작 보려고 했던 건물 발파 순간을 놓친 여성의 영상이 인터넷상에서 화제다. 케빈 숀리(Kevin Sohnly)란 계정으로 유튜브에 게재된 53초 가량의 영상에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저먼타운의 퀸 레인 아파트의 건물 발파 해체작업의 모습을 담고 있다. 영상에는 발파 직전의 퀸 레인 아파트의 모습과 이를 구경하려는 구경꾼들이 보인다. 애완견과 함께 한 흑인 여성이 아파트의 발파 해체작업을 보기 위에 카메라 앞에 서 있다. 잠시 후, 강아지가 오랜 기다림에 지루한 듯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 여성이 애완견의 행동을 말리기 위해 뒤로 돌아본 순간, 레인 아파트 건물이 발파되며 5초 만에 와르르 무너져 해체된다. 여성이 개를 안고 앞을 쳐다보지만 아쉽게도 퀸 레인 아파트는 사라지고 난 이후다. 13일 유튜브에 올라온 이 영상은 현재 7만 9800여 건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한편 18세기 중반에 퀘이커(17세기 중반 영국과 식민지 아메리카에서 일어난 그리스도교 집단)에 의해 건축된 퀸 레인 아파트 건물 부지는 1900년대 초반까지 저먼타운에서 죽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나 뮬라토(흑백혼혈), 낯선 이방인들이 묻히는 매장지로 사용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영상= Kevin Sohnly youtube 손진호 기자 nasturu@seoul.co.kr
  • 종교전쟁을 통해 싹 트는 관용의 정신

    종교전쟁을 통해 싹 트는 관용의 정신

    관용의 역사/김응종 지음/푸른역사/487쪽/ 2만 5000원 오늘날 관용이란 다른 사람의 권리를 존중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하지만 16세기에 관용의 의미는 ‘종교적인 용인’에 머물렀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313년 공인된 이후 그리스도교는 한마디로 박해하는 종교였다. 관용의 역사가 자고린은 “과거와 현재의 모든 거대 종교 중에서 그리스도교는 가장 불관용적인 종교”라고 규정했을 정도다. 그리스도교의 불관용적인 태도는 1965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면서 공식적으로 변화하게 된다. 그리스도교는 오랜 독선과 불관용을 버리고 여러 종교들 가운데 하나의 종교임을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신간 ‘관용의 역사’는 르네상스에서 계몽주의까지의 서양 근대사회를 관용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저자는 시기를 이렇게 한정한 이유에 대해 “이 시기에 유럽이 그리스도교의 지배에서 벗어나 세속사회로 들어서기 시작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저자는 이단을 박해하고 종교전쟁을 벌이는 기독교의 이율배반적 측면을 집중 조명한다. 1517년 마르틴 루터가 일으킨 종교개혁은 관용의 관점에서 볼 때 역사의 전환점을 알리는 일대 사건이다. 그러나 저자는 프로테스탄트의 교회 또한 불관용이라는 역사의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한다. 스스로 양심의 자유를 말하지만, 타인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는 모순에서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종교개혁의 직접적인 결과인 종교전쟁을 통해 관용의 정신이 발아했다고 본다. 프랑스에서 관용이라는 말이 등장한 것은 종교전쟁이 시작된 1562년이고, 양심의 자유라는 말이 사용된 것도 이 무렵이다. 독일에서는 1618년 시작된 30년 전쟁 중 관용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1787년 루이 16세는 관용칙령을 공포해 프로테스탄트들에게도 종교의 자유를 부여한다. 그러나 여전히 관용은 ‘용인’ ‘시혜’의 의미를 지니는 구체제의 개념이었기에 곧바로 폐기된다. 관용의 정신이 서구 정신에 내면화되기엔 장구한 역사가 필요했다. 책에 따르면 관용의 의미 변화는 근대에 들어 자연법과 자연권 사상이 발전하면서 개인의 권리 개념이 등장한 덕분이다. 계몽주의자들에게 종교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는 더이상 군주가 용인하거나 시혜를 베풀 대상이 아니었다. 볼테르는 “인간은 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타자를 존중해야 한다”는 논리로 관용이 자연권임을 주장했다. 프랑스혁명은 “종교의 자유가 자연적이고 양도 불가능하며 신성한 권리”라고 선언함으로써 관용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종교 플러스]

    양화진문화원 9월 목요강좌 운영 양화진문화원은 4일 서울 마포구 양화진길 한국기독교선교기념관에서 ‘9월 목요강좌’를 개강했다. 이날 강의는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포츠, 축구’로 진행됐다. 오는 11일에는 인재진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총감독의 ‘인연과 우연’, 18일에는 이어령 양화진문화원 명예원장의 ‘인문학으로 찾는 신-니체, 신은 죽었다’, 25일에는 정연정 절두산순교성지 주임신부의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과 그 의의’ 강좌가 열린다. 매주 목요일 오후 8시, 누구나 무료로 강연을 들을 수 있다. (02)332-9171 ‘행복한 배움터 만들기’ 13일 심포지엄 천주교주교회의는 오는 13일 오후 1시 가톨릭대 성신교정 대강의실서 ‘모두가 행복한 배움터를 만들기 위한 실천’이란 주제의 제3회 그라눔 심포지엄을 연다. 이번 심포지엄은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참행복’을 실천하며 살아가려 노력하는 천주교 교육자들이 실천한 내용을 함께 나누는 자리다. 1부 ‘행복이야기’에서는 박준양 신부가 ‘기쁨과 행복, 그리고 진리에 관한 신학적 성찰’ 특강을 한다. 2부 ‘행복실천나눔’은 한국가톨릭교육실천네트워크 류경애·정혜숙 수녀, 최태선 선교사, 이윤식 교수와 함께하는 나눔의 시간으로 진행된다.
  • ‘최후의 만찬’ 언급된 1500년 전 파피루스 발견

    ‘최후의 만찬’ 언급된 1500년 전 파피루스 발견

    기독교 신약성서 속 ‘최후의 만찬’이 언급된 1500년 전 파피루스가 발견돼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후의 만찬’은 예수 그리스도가 수난을 당하기 전날 밤, 열두 제자와 함께 가진 저녁식사 또는 그 자리에서 일어난 일을 뜻한다. 이 파피루스는 영국 맨체스터대학교 도서관에 보관돼 있다가 재발견 한 것으로, 100년 넘도록 특별한 연구가 진행되지 않아 ‘실체’를 알 수 없었다. 연구팀은 이것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독교 부적’(Christian charms)라고 명명했으며, 이 안에는 ‘최후의 만찬’과 관련한 가장 오래 전 내용이 언급돼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안에는 주술적 단어들 및 지금까지 대중에 공개된 적이 없는 역사적인 부분들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뿐만 아니라 찬송가와 마태복음 일부와 유사한 부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를 이끈 존 라이랜즈(John Rylands) 연구기관의 로베르타 마자 박사는 “이 파피루스가 초기 기독교를 연구하는데 매우 중요한 새 단서가 될 것”이라면서 “특히 기독교가 고대 이집트 사람들이 위험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한 부적을 어떻게 자신들의 것으로 받아들였는지를 알 수 있는 근거”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재활용된 파피루스를 활용한 것이며, 이것을 만든 사람은 1500여 년 전 당시 곡물을 물물교환 하면서 썼던 일종의 영수증 뒷면에 이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것을 제작한 사람의 신분은 확인할 수 없었으며 내용상 고대 이집트 헤르모폴리스에 살았던 것으로 추측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 파피루스가 기독교와 관련한 매우 희귀한 자료로 보고 있으며 고대 이집트의 기독교를 연구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분단 고통 한국민에 화해의 여정 이루길 기도”

    지난 14∼18일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 국민들에게 평화와 번영의 선물을 주시길 기도한다”는 방한 소감을 밝혔다. 21일 천주교 서울대교구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20일(현지시간) 오전 10시 로마 교황청 바오로6세홀에서 열린 일반 알현에서 한국 사목방문에 대한 소회를 처음으로 표명했다. 일반 알현이란 교황이 매주 수요일 사전 신청 접수된 세계 각국의 신자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는 자리다. 교황이 일반 알현에서 한국 방문 소감을 밝힌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소감을 요약한다. 저는 순교자들의 증언 위에 세워졌고 선교의 영에 의해 활기 넘치는, 젊고 역동적인 교회를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형제인 한국의 주교들과 대통령, 그리고 모든 공직자들과 저의 방문을 위해 도움을 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이번 사도적 방문의 의미는 세 가지 단어로 요약됩니다. 기억, 희망, 증언입니다. 한국 국민들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고 규율을 따르며 질서를 지키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선조들로부터 전해 받은 힘을 지속해가는 사람들입니다. 교회는 기억과 희망의 수호자입니다. 과거 순교자들의 기억은 현재에서 새로운 증언이 되고 또 미래의 희망이 됩니다. 이런 전망에서 이 방문의 주요한 두 행사의 의미를 읽을 수 있습니다. 124위 한국 순교자들의 시복식과 여섯 번째 아시아 청년대회에서 젊은이들을 만난 것입니다. 한국의 신앙 역사 안에서 문화를 말살하지 않고, 수 백년, 수천년을 거친 백성들의 여정을 억압하지 않으면서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그리스도와 같은 소중한 형제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제 함께 기도합시다. 전쟁과 분단의 결과로 고통받는 한국의 모든 자녀들이 형제애와 화해의 여정을 이룰 수 있도록 말입니다. 어머니다운 성모님의 중재를 통해 주님께서 한국 국민들을 축복해 주시고 그들에게 평화와 번영의 선물을 주시길 기도합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인왕산 백운동계곡 서울시 문화재 지정

    인왕산 백운동계곡 서울시 문화재 지정

    종로구 인왕산 백운동계곡이 서울시 문화재로 지정된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 문화재위원회는 지난 8일 백운동계곡에 대해 기념물 지정을 의결했다. 시는 21일자 시보에 기재해 향후 한달에 걸쳐 각계의 의견을 듣는다. 백운동계곡 일대 8675.5㎡와 구한말 법무대신이자 독립운동가인 동농 김가진 선생이 1903년(광무 7년) 백운동천(白雲洞天)이라는 글을 적은 바위가 대상이다. 총 7개 필지로 바위와 3개 필지는 서울시, 1개 필지는 종로구, 3개 필지는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 소유다. ‘동천’이라는 말은 기막힌 절경을 뽐내는 곳에 붙인다. 서울 도심의 비밀 정원으로 불리는 청와대 뒤 부암동 백석동천(白石洞天)의 자취도 커다란 바위 글씨와 함께 또렷이 남아 있다. 현재 자하문터널 위쪽에 위치한 백운동계곡 인근은 조선 때 ‘백운동’(白雲洞)으로 불렸다. 각 관아의 사무 처리에 필요한 행정법규와 사례를 편집한 행정법전인 ‘육전조례’와 각 도의 지리, 풍속 등을 기록한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청계천의 수원으로 기록돼 있다. 또 성현(1439~1504)이 지은 ‘용재총화’와 이긍익(1736~1806)의 ‘연려실기술’ 등 조선시대 문집이나 사서, 역사지리지에서 명승지로 소개돼 있다. 한양도성도(1770년), 동여도(1856~1872년) 등 고지도에서도 그 지명을 확인할 수 있다. 겸재 정선(1676~1759)의 ‘백운동’(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회화에 기록된 풍경의 일부가 남아 있다. 백운동은 삼청동, 인왕동, 쌍계동, 청학동과 함께 조선 5대 명소로 꼽히기도 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열린세상] 프란치스코 정신과 중간광고/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열린세상] 프란치스코 정신과 중간광고/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을 면담하고 난 직후여서 그랬을까.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각보다 늙고 힘들어 보였다. 지난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는 그를 제대 앞 지척에서 뵈었을 때 순간 너무나 힘들고 지친 인간적인 모습에 놀랐다. 미사에 참석한 나를 포함한 5만여 가톨릭 신자는 ‘비바 파파(viva papa, 교황 만세)’를 외치며 환호했고, 언론들도 그의 방한을 대서특필하며 환영과 기대를 표시하고 있었지만 정작 교황은 초라하기까지한 소탈한 노인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날도 그는 입버릇처럼 하시던 “나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라고 했다. 이후 생방송되고 연일 신문의 1면을 장식했듯이 그 초라한 인간의 모습을 한 그는 4박5일간의 방한 기간 동안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의 근본적 메시지와 성자적 실천을 전파해 사람들을 놀라서 깨어나게 했다. 한 신문의 기고문에서 신달자 시인은 교황의 한국방문 “100시간이 갖는 의미는 100년을 느끼고 재생하는 그리스도의 기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현재뿐만 아니라 앞으로 두고두고 되새길 100년의 가르침을 주고 가셨다는 것이다. 짧은 방한기간 동안 교황이 주신 말씀과 실천은 최소한의 ‘들을 귀’가 있는 사람들에게 저마다 나름대로 공감과 울림, 성찰적 반성과 감동적 치유, 가난한 마음과 실천적 의지 등으로 새겨졌을 터다. 100년의 가르침에 해당된다는 교황의 방대하고도 깊이 있는 메시지들을 요약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을 게다. 다만 ‘사랑하는 한국땅, 한국사람’들에게 남긴 그의 소중한 메시지들을 그것의 영향력과 파급력의 크기, 교황의 인기, 심지어 경제적 효과나 정치적 이해관계 등 속물적 기준으로 받아들이는 건 경계해야 할 일이다. 우리가 진정 되새길 것은 ‘프란치스코 효과’가 아니라 가난한 성자이신 교황이 남기고 간 ‘프란치스코 정신’이다. 그는 성직자들이 부와 명예, 권력 등 속세의 욕망에 어느새 사로잡힐 수 있음을 경계하며 “목자에게는 양 냄새가 나야 한다”라고 했다. 그는 최고위 가톨릭 성직자가 아니라, 초라하고 가난한 양치기 인간의 모습으로 우리 곁에 오셔서 100시간 동안 머물다 가셨다. 사람들은 화려하고 값비싼 향수냄새가 아니라 불편할 수도 있는 소박한 인간 교황의 양 냄새에 울고 웃고 치유도 받을 수 있었다. 스스로 낮추고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챙김으로써 영육 간에 건강한 사회, 정의로운 사회, 평화로운 사회가 될 수 있음을 새삼 되새기게 됐다. 프란치스코 정신이 특히 가진 자와 있는 자에 깃들어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을’의 마을에 사는 사람들을 먼저 돌보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교황이 그랬던 것처럼 대통령과 여당이 먼저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을 사랑으로 품어 세월호 문제를 속 시원하게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일까. 참혹한 세월호 참사에서도 체험한 바 있지만, 프란치스코 정신을 되새기며 우리 사회가 물질보다 생명, 정신, 영혼을 먼저 생각하는 사회로 거듭날 수는 없는 것일까. 우연의 일치일까. 교황 방한 중이던 지난 17일 문화방송(MBC)이 한 탐사프로그램에서 자사의 경영상 어려움을 타개하려고 프로그램 중간에 광고방송을 하는 ‘중간광고’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 논란이 됐다. 방송통신위가 지난 8월 초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검토를 발표하면서 MBC 등 지상파 방송사들은 종합편성채널 등 케이블채널과 같이 중간광고 허용을 주장해 왔고, 일부 학자들도 지상파업계의 편을 들고 있다. 명분은 시청자 복지 향상, 한류콘텐츠 제작비 마련 등인데 진실은 종편 채널처럼 프로그램 도중에 광고를 넣어 돈을 더 벌자는 것이다. 프로그램 중간에 강제로 광고를 봐야 하게 생겼는데 무슨 시청자 복지란 말인가. 중간광고는 프로그램 중간에 살짝 끼워 넣는, 그저 그런 광고가 아니다. 중간광고는 시민이 자유롭게 향유해야 할 방송문화의 파괴자이고 국민의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매국노다. 미국 지상파 등도 중간광고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거대한 황무지’(vast wasteland)로 전락했다는 미국 상업방송이 우리의 모델이 돼선 안 된다. 진짜 문화 선진국인 유럽의 공영방송은 광고를 아예 금지한다. 지상파 방송 지원책도 좋지만 죄 없는 시청자의 정신을 혼란하게 하는 중간광고 허용은 ‘정신 나간’ 정책이다.
  • [아디오스! 프란치스코] 빗속 시민들 “힘든 때 선물처럼 내리셨다”

    [아디오스! 프란치스코] 빗속 시민들 “힘든 때 선물처럼 내리셨다”

    18일 오전 서울 중구 가톨릭회관 앞마당. 인근 명동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 초대받지 못한 시민 1000여명은 쏟아지는 빗줄기에도 흩어질 줄 몰랐다. 오전 9시 45분 미사가 시작될 무렵부터 내리기 시작한 빗줄기가 점점 굵어졌지만 시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가톨릭회관 앞마당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보며 감동적인 순간을 함께했다. 1950년대 이승만 정권 반대 투쟁을 시작으로 1970~80년대 민주화운동의 성지이자 인권 보호를 위한 마지막 보루, 가난하고 억눌린 이들을 위한 성소로 자리매김한 명동성당은 종교적으로는 서울 대교구 주교좌로 한국 천주교회의 심장이다. 방한 내내 낮은 곳으로 임해 국민에게 큰 감동을 안겼던 교황이 평화와 화해 메시지를 전달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장소인 셈이다. 명동성당 바깥에는 미사에 초대받지 못한 시민들이 아침 일찍부터 모여들었다. 교황의 마지막 공식 일정인 만큼 먼발치에서라도 보기 위한 염원을 저마다 가슴에 안고 찾아온 사람들이다. 오전 11시 45분쯤 미사를 마친 교황이 검은색 쏘울 승용차에 올라타 명동성당 앞 도로를 지나자 여기저기에서 “비바! 프란치스코” 외침이 터져 나왔다. 저마다 휴대전화를 꺼내 교황의 모습을 담기에 바빴다. 밖에서 미사를 함께 한 심종숙(47·여)씨는 “로마에서도 보기 어려운 교황의 모습을 먼발치에서나마 볼 수 있었던 것은 신도들에게는 큰 선물”이라며 “아침부터 비를 많이 맞았지만 너무 즐거웠다”고 말했다. 오전 8시부터 교황을 기다렸다는 오연숙(58·여)씨는 “빈부 문제나 청년 실업, 세대 갈등 등 한국이 어려움을 겪는 시점에 방한한 교황이 정신적 지도자로서 큰 감동을 주셨다. 마지막 모습까지 지켜보려고 왔다”고 말했다. 회사에 휴가를 내고 자원봉사를 한 신자 장지을(30)씨는 “교황을 위해 봉사할 수 있어 보람됐다”고 밝혔다. 교황이 명동성당을 떠난 뒤에도 기념사진을 찍는 이들로 붐볐다. 부인과 함께 이곳을 찾은 김성원(49)씨는 “민주화 성지인 명동성당을 교황님이 찾은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면서 “방한 중 찾은 곳 하나하나에 모두 깊은 뜻이 담겨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미사 직후 오직예수선교단 등 10여명이 ‘로마 교황은 적그리스도’ ‘마리아 성령의 승천이 가까웠다’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 등을 들고 교황을 비방하다가 주변 시민들에게 제지당하기도 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아디오스! 프란치스코] “형제가 죄 지으면 일흔일곱 번이라도 용서”… 남북 화해 메시지

    [아디오스! 프란치스코] “형제가 죄 지으면 일흔일곱 번이라도 용서”… 남북 화해 메시지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출국 전 서울 명동성당에서 집전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는 교황 방한의 마지막 공식 행사이자 교황의 메시지가 결집된 자리였다. 교황 방한 전부터 나라 안팎의 큰 관심이 쏠린 미사였다. 교황이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가 관심의 초점이었다. 실제로 교황은 미사 강론 중 “저의 방문은 이 미사 집전을 통해 정점에 이르게 된다”고 밝혔다. 관심이 쏠렸던 주변국 중국, 일본에 대한 언급은 없었고 대신 형제끼리의 용서와 화해를 거듭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별렀던 것처럼 평화와 화해를 또렷이 주문했다. 그 메시지는 반목 대신 대화에 치중됐으며 화해의 지름길은 형제들을 남김 없이 용서하라는 것으로 집약된다. 교황은 미사 강론을 통해 “주님은 ‘형제가 죄를 지으면 일곱 번이나 용서해 줘야 하느냐’고 베드로가 묻자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이 말씀은 화해와 평화에 관한 예수님 메시지의 깊은 핵심을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만일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들을 용서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우리가 어떻게 평화와 화해를 위해 정직한 기도를 바칠 수 있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그러면서 “예수님께서는 용서야말로 화해로 이르게 하는 문임을 믿으라고 우리에게 요청하신다. 우리의 형제들을 남김 없이 용서하라는 명령을 통해 예수님께서는 전적으로 근원적인 무언가를 하도록 우리에게 요구하시고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은총도 우리에게 주신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로 이것이 제가 한국 방문을 마치며 여러분에게 남기는 메시지”라면서 “그리스도 십자가의 힘을 믿고, 화해시키는 은총을 여러분의 마음에 기쁘게 받아들이고, 그 은총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당부에 그치지 않고 “모든 한국인이 같은 형제 자매이고 한 가정의 구성원들이며 하나의 민족이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더욱더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미사는 평일 미사 형식으로 진행됐다. 소외된 이웃 1000명과 그들을 위해 일하는 700명이 초청돼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난한 자들을 위한 낮은 사목을 그대로 보여줬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7명과 새터민 5명, 납북자 가족 5명, 경남 밀양과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자리를 같이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참석해 미사를 지켜봤으며 교황이 퇴장할 무렵 다가와 감사 인사를 건네자 화답했다. 교황과 휠체어를 타고 입장한 위안부 할머니들의 만남은 특히 큰 관심을 모았다. 종교 지도자들과 만난 뒤 지팡이를 들고 입장하던 교황은 맨 앞줄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7명을 발견하자 발걸음을 멈추고 허리 굽혀 일일이 할머니들의 손을 잡았다. 김복동(89)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정신적 고통으로부터 해방돼 자유롭게 날기를 염원하는 의미를 담은 노랑나비 배지를 교황에게 건넸다. 그 자리에서 자신의 흰색 제의에 배지를 단 교황은 미사 내내 배지를 달고 있었다. 교황에게 묵주를 받고 사진과 함께 일왕도 사죄하라는 문구가 적힌 명함을 전했다는 이용수(87) 할머니는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평화적 해결에 나서도록 교황님께서 도와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교황방한위원회 위원장 겸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주교는 마감 브리핑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종(교황)은 며칠 안 계셨지만 한반도의 평화와 동북아의 평화를 간절히 소망하시며 평화는 전쟁이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결과라고 못 박으셨다”며 “우리 사회가 교황의 마음을 본받아 계층 간 반목과 대립을 극복하고 연민과 존중의 사회로 나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대화와 공감으로 그리스도인 정체성 지켜라”

    프란치스코 교황은 17일 아시아 주교들에게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지키고 ‘대화와 공감’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교황은 이날 충남 서산 해미성지에서 열린 아시아 주교들과의 만남에서 “다양한 문화가 생겨난 광활한 아시아에서 교회는 유연성과 창의성을 발휘해 대화와 열린 마음으로 복음을 증언하라”고 당부하고 “대화는 아시아 교회 사명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른 이들이나 문화와 대화할 때의 시발점은 그리스도인이란 정체성”이라며 “그런 정체성을 갖고 다른 이들과 공감해야 진정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했다. 교황은 “우리의 대화가 독백이 되지 않으려면 생각과 마음을 열고 다른 사람, 다른 문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대화의 본질인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흔드는 세 가지 세속 정신의 유혹을 경계하라고 주문했다. 그 첫째로 상대주의를 들었다. 교황은 “상대주의는 진리의 빛을 흐리고, 우리가 딛고 선 땅을 뒤흔들고, 혼란과 절망에 빠뜨린다”면서 “급변하는 혼란스러운 세상에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많은데도 이런 사실을 잊어버리게 한다”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매일의 일상에서 나타나는 상대주의를 경계했다. 두 번째는 피상성을 꼽았다. 이는 무엇이 옳은지 분별하기보다 최신 유행이나 기기, 오락에 빠지는 것을 일컫는다고 했다. 교황은 “덧없는 것을 찬양하고 회피와 도피의 길이 수없이 열려 있는 문화는 성직자들의 사목 활동과 이론을 가로막는다”며 “그리스도 안에 뿌리를 두지 않으면 건전한 신자·청년과의 만남이 어려워지고, 우리 삶의 원칙인 진리는 후퇴하고, 덕행은 형식적이고, 대화는 한갓 협상이나 합의로 전락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안전을 택하는 것을 세 번째 유혹으로 거론했다. 교황은 “쉬운 해결책, 기존 공식, 규칙과 규정들 뒤에 숨어 자신에게 몰두하지 말고 신앙의 본성인 ‘밖으로 나가는 것’을 저버리면 안 된다”면서 “담대하면서도 겸손하게 희망과 사랑을 증언해 주고 누가 희망의 이유를 물어도 대답할 수 있도록 항상 준비하라”고 말했다. 교황은 끝으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은 정의와 선과 평화의 열매를 맺는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여러분의 교회는 사회 변두리에서 신음하는 사람과 가난한 사람을 위한 봉사에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이 드러나고 있느냐”고 물은 뒤 “그들의 경험, 희망, 소망, 고난과 걱정도 들을 수 있는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만남은 아시아 각 나라의 추기경·주교 50여명, 한국 주교 19명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 20여분간 진행됐다.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각국 주교들은 오전 9시부터 잇따라 도착했고 예정된 시간에 교황이 행사장에 들어서자 일제히 일어나 박수로 맞이했다. 행사장 밖에서는 우산과 비옷을 입은 신자 등 수십명이 교황을 보기 위해 서성댔다. 오즈월드 그라시아스(추기경·뭄바이 대주교)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 의장은 환영 인사에서 “아시아는 전 세계 인구의 60%가 사는 젊은 대륙이지만 세속화와 물질주의에 물들어 생명 경시와 가족 간 유대의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사람들이 예수를 더 많이 이해하고 사랑하도록 교황이 이끌어 달라”고 희망했다. 서산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하트로 마음 전한 장애아 엄지로 최고 표시한 교황

    하트로 마음 전한 장애아 엄지로 최고 표시한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이 충북 음성군 맹동면에 자리 잡은 꽃동네를 방문해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격려했다. 꽃동네는 의지할 곳 없는 노인 등 2100여명이 수도자들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고 있는 한국 천주교의 최대 복지시설이다. 교황은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시복식을 마친 후 오후 4시 10분쯤 꽃동네에 도착해 가장 먼저 장애 아동 42명, 장애 어른 20명, 노인 환자 8명, 입양이 예정된 아기 8명이 기다리고 있는 희망의 집을 찾았다. 교황은 꽃동네 측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의자에 앉지 않은 채 장애 아동들의 공연을 관람한 뒤 그들의 이마에 입맞춤하며 사랑을 전했다. 공연을 마친 장애 아동이 ‘사랑합니다’라고 외치며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려 하트를 그리자 교황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장애 아동들은 한번은 부모로부터, 또 한번은 장애 아동의 입양을 꺼리는 사회로부터 버려져 세상에서 가장 소외된 이들이라는 게 천주교 청주교구의 설명이다. 교황은 장애인들에게서 자수 작품과 종이학 등을 선물받은 뒤 희망의 집을 찾은 장애인들에게 다가가 일일이 그들의 얼굴을 쓰다듬고 입맞춤하며 위로했다. 1994년 꽃동네에 버려져 20년째 식물인간처럼 살고 있는 뇌성마비 장애인 오리나(23·여)씨는 교황이 다가오자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 꽃동네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강행군 탓에 피곤해 보였지만 장애인들을 만나는 동안 교황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희망의 집 밖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교황과 장애인들의 만남을 지켜본 신자 3만여명 가운데 상당수는 눈시울을 적셨다. 청주교구 교황방문준비위원회 홍보부 이현로(59) 신부는 “한국 방문 시 세상에서 가장 소외된 이웃들을 만나 사랑을 전하고 싶다는 교황의 뜻에 따라 장애 아동들이 생활하는 꽃동네를 추천해 이번 방문이 성사됐다”고 말했다. 김경숙(51) 베드로수녀는 “그동안 학수고대했던 만남”이라면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교황은 이어 팔과 다리가 모두 없는 장애를 극복하고 선교사로 활동 중인 이구원(24)씨를 만나 함께 생명의 기도를 올린 뒤 잇따라 한국 수도자들과 평신도들을 만나 감사의 뜻을 전하며 교회 발전에 기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꽃동네 사랑의 연수원에서 수도자 4500여명과 만남의 시간을 가진 교황은 “사랑받는 이 나라에서 하느님 나라 건설에 헌신하는 여러분과 모든 형제 자매들에게 감사를 드린다”면서 “여러분의 노력으로 한국 교회의 삶이 놀랍도록 풍요로워졌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자신만을 위하는 봉헌 생활을 간직하지 말고 사랑받는 곳곳으로 그리스도를 모시고 가 봉헌 생활을 나눠 달라”며 “복음을 선포하고 성덕과 사랑 안에서 하느님을 건설하는 사명에 열정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꽃동네 영성원으로 자리를 옮겨 평신도 지도자 150명을 만난 자리에서도 교황은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우리 사회의 변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주님을 모셔다 드리는 여러분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모두가 품위 있게 일용할 양식을 얻고 가정을 돌보는 기쁨을 누리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지속적인 교리 교육과 영성 지도를 통해 알찬 평신도 양성에 나서 달라”면서 “한국 교회의 발전에 여러분의 공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만남의 시간이 끝난 뒤 교황이 사진 촬영에 응하면서 일부 평신도들은 교황과 기념사진을 찍는 영광을 누렸다. 음성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현장 블로그] 사람들은 왜 비바 파파를 외쳤을까

    [현장 블로그] 사람들은 왜 비바 파파를 외쳤을까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수십만명이 몰렸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해 한국 천주교 순교자 124위를 복자로 추대하는 시복식을 거행했기 때문입니다. ‘베로니카’라는 세례명의 가톨릭 신자인 저는 취재 기자가 아닌 17만명의 신자 중 한명으로 시복미사에 참석했습니다. 정해진 인원만 참석할 수 있었기에 주변에서는 부러운 눈길을 보냈지만 사실 야외 시복식은 맨바닥에 앉아 한여름 뙤약볕을 온몸으로 견디며 한나절을 보내야 하는 고생스러운 행사였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먼발치에서라도 교황을 보겠다며 밤새 전국 각지에서 찾아왔습니다. 천주교 신자가 아닌 일반 시민도 광화문과 시청 인근에 모여들었습니다.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감수하며 교황을 찾아왔을까요.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번 방한은 천주교인은 물론 우리 국민들에게 큰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교황이 이례적으로 한국을 직접 방문해 순교자 124위를 복자로 인정하면서 선교사 없이 자생적으로 뿌리내린 우리 천주교의 자부심을 다시 한번 되새겼습니다. 어렵게 터 잡은 한국 천주교는 어두운 근현대사에서 민주주의에 앞장서며 사회 정의를 밝히는 횃불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종교가 일상생활에서 점점 멀어지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신자 수가 늘어나는 동시에 냉담자도 조금씩 늘어났지요. 종교가 세속화 논란에 휩싸이고, 종교인이 비리에 연루되는 등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요. 이런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는 종교인들이 잊고 지냈던 ‘종교 본연의 책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가난한 이를 위한 가난한 교회가 얼마나 좋습니까”라고 말한 교황은 작은 차를 타고 작은 방을 선호하며 노숙인들을 불러 함께 식사를 하는 등 낮은 데로 임하는 자세를 몸소 보여줬습니다. 시복식에 앞서 카퍼레이드 행사 때 차에서 내려 세월호 유가족의 손을 꼭 잡는 모습을 보며 많은 신자들은 저절로 고개를 숙였습니다. 광화문광장에서 벌어진 단식 농성이 30일을 넘어가면서 “교황님이 오시는데 어떡하나” 하고 투덜거리는 사람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교황은 이들의 슬픔을 외면하지 않고 끌어안았습니다. 한 유가족은 “처음으로 존중받는 느낌이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복미사 강론에서 “막대한 부요함 속에서 비참한 가난이 소리 없이 자라나고 가난한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순교자들의 삶은 많은 것을 일깨워 준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가 어려움에 처한 형제 자매들을 도움으로써 당신을 사랑하라고 요구한다”고 말했습니다. 사회에 무관심하지 말라는 가르침으로 크게 다가옵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한복 차림 성모상·4괘 새긴 의자… 한국색 물씬

    한복 차림 성모상·4괘 새긴 의자… 한국색 물씬

    지난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한 124위 시복미사에서는 한복 차림의 성모마리아상과 4괘가 새겨진 의자, 무궁화가 그려진 걸개그림 등 한국색을 가득 담은 상징물들이 곳곳에서 눈길을 끌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한복 차림의 성모마리아상이다. 한복을 입고 비녀를 꽂은 성모가 복건을 쓴 아기 예수를 안고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다. 정식 명칭은 ‘한국 사도의 모후상’이다. 스승예수의제자수녀회 소속으로 임마쿨라타라는 세례명을 쓰는 한 수녀가 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린 예수 그리스도를 세상에 내주는 성모마리아의 모습을 형상화했는데 제단 오른쪽에 놓여 시복식 내내 눈길을 끌었다. 교황이 앉은 의자에도 태극 무늬가 숨어 있었다. 시복식에서 교황은 태극기 네 모서리에 그려진 ‘건, 곤, 감, 이’ 4괘를 새긴 의자를 사용했다. 천주교 측은 “건, 곤, 감, 이가 의미하는 하늘, 땅, 물, 불이 모두 하나님의 조화라는 뜻에서 이를 새겨 넣었다”고 밝혔다. 교황을 비롯한 주교단이 입던 제의에도 한국적 아름다움이 담겼다. 제의 속 십자가는 모두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표현됐는데 이는 고통의 십자가가 아닌 영광과 찬미의 십자가를 상징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순교자 124명을 복자로 선포한 순간 공개된 대형 걸개그림은 이날 행사의 백미였다. 수채물감과 연필, 파스텔 재료 등으로 그려진 그림은 순교자들을 희고 긴 겉옷을 입고 종려나무 가지를 든 한국적 모습으로 풀어냈다. 12세의 어린 나이에 순교한 이봉금 복자는 가장 앞에서 무궁화와 백합 꽃다발을 든 모습으로 그려졌고, 어느 누구 하나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뜻에서 원근법을 무시하고 동일한 크기로 표현됐다. 순교자들과 관련된 문헌 자료 등을 바탕으로 가톨릭미술가협회 회원들이 그린 작품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젊은이여, 깨어 있으라… 잠들어 있는 사람은 춤출 수 없다”

    “젊은이여, 깨어 있으라… 잠들어 있는 사람은 춤출 수 없다”

    “잠들어 있는 사람은 아무도 기뻐하거나 춤추거나 환호할 수 없습니다.” 17일 충남 서산시 해미읍성에서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 폐막 미사를 집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강론에서 성경의 시편 구절을 인용해 젊은이들에게 사회 참여를 당부했다. 그는 또 “아시아의 젊은이 여러분은 그리스도에 대한 고귀한 증언, 위대한 증거의 상속자들”이라며 “죽음을 이긴 그리스도의 승리에 우리도 동참한다는 확신으로, 이 시대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아가려는 도전에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말했다. 교황은 “여러분은 사회생활에 온전히 참여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이 시대 문화의 어떤 측면들이 사악하고 타락해 우리를 죽음으로 이끌어 가는지도 알아볼 수 있다”며 항상 깨어 있을 것을 주문했다. 이어 “젊은 시절의 특징인 낙관주의와 선의, 에너지는 여러분의 삶과 문화에서 희망과 사랑을 위협하는 모든 것을 극복하고 승리하게 하는 길”이라고 확신을 심어줬다. 특히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관심을 가져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언제나 하느님께 더욱 가까이 다가가라”며 “주교, 신부들과 함께 외로운 이들, 아픈 이들, 소외된 이들을 찾아 섬기며 사랑하는 교회를 일으켜 달라”고 했다. “우리에게 도움을 간청하는 사람을 밀쳐 내지 말라”면서 “도움을 바라는 모든 이들의 간청에 연민과 자비와 사랑으로 응답해 주신 그리스도처럼 살라”고도 당부했다. 또 “복음의 기쁨에 대한 우리의 감각을 무디게 하는 죄와 유혹, 압력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여러분이 그리스도와 함께하면 많은 기쁨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황은 이날 오후 4시 30분쯤 시작된 폐막 미사에서 강론하면서 “잠자면 안 된다”며 ‘깨어나라’를 수차례 외쳤다. 그럴 때마다 청년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교황은 중간에 둥근 모자인 흰색 ‘주케토’가 바람에 날아갔지만 그대로 강론을 이어 갔다. 이날 폐막 미사가 열린 해미읍성 안에는 청년대회 참가자 등 2만여명이 들어찼고, 읍성에 들어가지 못한 시민 등 2만여명은 해미읍성 앞에 서서 벽에 설치된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으로 미사를 지켜봤다. 내내 비가 내리다 미사 2시간 전부터 멈췄지만 읍성 안이나 밖에 있는 사람 대부분이 비옷을 입거나 우산을 들고 있었다. 푸른 기와지붕 모양으로 꾸며진 무대의 반대편 문으로 교황이 무개차를 타고 들어오자 읍성 안 청년대회 참가자들이 ‘지저스 크라이스트, 유 아 마이 라이프’(예수, 당신은 내 인생)라고 합창했다. 환호도 쏟아졌다. 비옷을 입고 교황을 맞은 청년들은 “교황과 같은 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흥분이 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교황은 무대까지 가면서 수차례 무개차를 멈춘 뒤 아이의 볼에 입을 맞추는 등 변함없는 아이 사랑을 보여줬다. 인근 홍성에 사는 개신교 신자 이경주(35·여)씨는 “교황은 종교나 정파를 초월한 분이 아니냐”며 환영했다. 강원 속초에서 온 박형순(75·여)씨는 “교황을 만나려고 인천에 사는 딸과 함께 어제 서산에 왔다”면서 “모든 교황이 훌륭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서민적인 분이라서 더 존경한다”고 말했다. 경북 안동에서 일가족 6명이 출동한 천주교 신자 양혜선(49)씨는 “진솔한 교황을 직접 보니 믿음이 더 굳건해진다”면서 “아시아청년대회에 참가한 마카오 청년 2명을 홈스테이하면서 도산서원도 구경시켜 줬다”고 자랑했다. 해미면 시가지 곳곳에는 ‘프란치스코 교황님, 우리는 언제나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문구와 교황의 사진이 담긴 대형 현수막이 내걸려 환영 분위기를 북돋웠다. 해미성지에서 폐막 미사가 열리는 해미읍성까지 교황이 무개차를 타고 1.3㎞ 옮길 때도 길가에 늘어선 신자와 시민들은 박수를 치고 ‘비바 파파’(교황 만세)를 외쳤다. 교황은 앞서 해미성지에서 아시아 주교들과 만남을 가진 뒤 성지 구내식당에서 주교 등과 함께 해미 꽃게찜, 서산낙지어죽, 한우 등심구이와 생강한과 등으로 점심을 했다. 서산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서산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희망 뺏는 사막같은 세상… 청년들이여, 평화와 우정 나누길”

    “희망 뺏는 사막같은 세상… 청년들이여, 평화와 우정 나누길”

    “평화와 우정을 나누며 사는 세상, 장벽을 극복하고 분열을 치유하며 폭력과 편견을 거부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하느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일입니다.” 15일 오후 4시 35분, 헬기로 충남 당진의 솔뫼성지 인근에 내린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지 입구에서 무개차로 갈아타고 아시아 각국에서 찾아온 2000여명 청년들의 ‘비바 파파’ 구호에 화답했다. 지난 13일 솔뫼성지에서 개막한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를 찾아 청년들과 대화하고 고민을 나누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이 꽃을 피우는 순간이었다. 교황은 인근 시민 등 6000명 가까운 전체 참석자들에게 “주님은 순교자들의 영웅적인 증언을 통해 당신의 영광을 비추셨던 것처럼, 여러분의 삶에서 당신의 영광이 빛나게 하시고, 또 여러분을 통해 아시아 대륙에 생명의 빛을 밝히기를 원하고 계신다”며 “그리스도는 일어나 깨어 있으라고, 삶에서 진정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깨달으라고 여러분을 부르고 계신다”고 말했다. 또 교회의 역할을 강조하고 물질과 권력에 물들어가는 사회 현실을 비판했다. 그는 “(불의한) 세상에 하느님의 자리는 더 이상 없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정신적인 사막이 온 세상으로 퍼져 나가고 있는 것 같다. 이는 청년들에게도 영향을 미쳐서 희망을 앗아가고, 많은 경우에 삶 그 자체를 앗아가기도 한다”며 탄식하기도 했다. 그는 진실되고 기쁜 마음으로 복음을 증언할 수 있다며 “날마다 기도하고 그리스도의 힘과 진리를 믿으라”는 세 가지 방법을 제안했다. 교황은 이날 솔뫼성지에 도착해 헌화와 기도를 마친 뒤 청년들과 본격적인 만남을 가졌다. 폭 40m, 길이 135m의 ‘만남의 장막’에서 캄보디아, 홍콩, 한국 출신의 청년들로부터 각각 성소(하느님께 받은 소명), 선교, 가치관 등에 관한 질문을 받아 답변했다. 대화는 영어로 진행됐다. 아시아청년대회는 1999년 태국에서 처음 개최된 이후 세계청년대회와 겹치지 않는 해에 번갈아 열리고 있다. 한국에선 올해 처음 개최되며, 역대 교황이 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교황은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첫 대규모 미사를 집전한 뒤 오후 1시 세종시 대전가톨릭대학교 구내식당을 찾아 청년대회 참가자들과 음식을 나눴다. 오찬에는 인도와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네팔 등 아시아 17개국 청년대표 등 20명이 참석했다. 청년대회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가수 보아(세례명 키아라)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교황은 17일 청년대회 폐막 미사도 직접 집전할 예정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노란리본 단 파파, 고통받는 한국을 위로하다

    노란리본 단 파파, 고통받는 한국을 위로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5일 광복절과 천주교 성모승천대축일을 맞아 한국사회의 안정과 평화를 거듭 축원하면서 고통과 아픔 치유에 천주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앞장설 것을 당부했다. 방한 이틀째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을 만나 아픔을 위로했고, 유가족이 건넨 노란 리본을 왼쪽 가슴에 달고 사목 행보를 이어갔다. 가톨릭계에 따르면 교황이 성직자 옷인 수단이나 미사를 집전할 때 입는 제의에 성물(聖物)이 아닌 다른 상징물을 부착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교황은 이날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천주교 신자와 시민 등 5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강론을 통해 “한국인들은 국가의 역사와 민족의 삶 안에서 활동하시는 성모님의 사랑과 전구를 인식하면서, 전통적으로 성모승천대축일을 거행한다”면서 “하느님의 계획대로 세상을 변모시키려는 우리의 노력을 이끌어 주시도록 간청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 나라의 그리스도인들이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빈다”며 인간 존엄성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를 배척하자고 밝혔다. 교황은 또 “고귀한 전통을 물려받은 한국 천주교인으로서 여러분은 그 유산의 가치를 드높이고, 이를 미래 세대에 물려주라는 부르심을 받고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새롭게 회개해야 하고, 우리 가운데 있는 가난하고 궁핍한 이들과 힘없는 이들에게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초 예정됐던 헬기 대신 KTX를 이용해 대전으로 내려간 교황은 이날 미사를 마친 뒤 대전과 충남 당진 등을 찾았고, 가는 곳마다 신자와 시민들이 몰려들어 축복과 은혜를 청했으며 교황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교황은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국 초기 순교자 124위에 대한 시복식 미사를 집전하며 미사가 끝난 뒤 충북 음성 꽃동네로 이동해 장애인들과 수도자, 평신도들을 잇달아 만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여덟번 차 세워 신자 악수·아기에 입맞춤… 축복의 스킨십

    여덟번 차 세워 신자 악수·아기에 입맞춤… 축복의 스킨십

    프란치스코 교황이 15일 한국에서 처음 일반 대중과 함께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가 5만여명의 가톨릭 신자가 모인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성대하게 진행됐다. 교황이 직접 집전한 이날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전국의 가톨릭 신자들은 새벽 4시부터 경기장에 모여드는 등 대전월드컵경기장은 이른 아침부터 뜨거운 종교적 열기로 달아올랐다. 버스에서 내린 신자들은 기대에 찬 모습으로 게이트를 통해 경기장 안으로 속속 들어갔다. 경기장 곳곳에는 ‘프란치스코 교황님 당신과 함께합니다’, ‘교황님 사랑합니다’, ‘모두가 이웃입니다’라고 쓰인 현수막이 걸렸다. 전북 고창에서 왔다는 한 신자는 “세월호 참사와 군부대 사고로 어수선한 가운데 교황님이 오셔서 분위기가 전환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초등학생은 “친할아버지처럼 친근한 교황님을 볼 수 있다는 기쁨에 밤잠을 설쳤다”면서 “교황 할아버지가 세월호 참사로 희생당한 형과 누나들의 아픔을 달래줬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오전 10시 10분쯤 경기장 인근에 도착한 교황은 무개차로 갈아탄 뒤 경기장 밖에서 새벽부터 기다리던 신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경기장 밖에서 7분간 카퍼레이드를 한 교황은 여섯 번이나 차를 세우며 신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교황의 오픈카는 현대차 흰색 싼타페를 개조한 것이다. 오픈카 싼타페는 지붕을 걷어내고 뒷좌석을 높인 뒤 주위를 유리창으로 둘러싸 교황의 모습을 보기 쉽도록 개조했다. 천주교 신자인 가수 인순이와 소프라노 조수미의 식전공연을 감상하며 경기장 안에서 기쁨과 설렘으로 교황을 기다리던 신자들은 오전 10시 20분쯤 교황이 행사장에 나타나자 ‘와~’ 하는 감탄사와 함께 ‘비바 파파’(교황 만세)를 외치며 환영했다. 사회자의 제안에 따라 신자들은 파도타기를 하기도 했다. 수많은 신자들은 교황의 얼굴과 ‘당신과 함께 예수님을 따른다’는 글이 새겨진 흰 손수건을 흔들었다. 교황의 모습을 찍기 위해 스마트폰을 꺼내 든 신자들도 많았다. 교황은 경기장을 한 바퀴 돌면서 아기의 이마에 입맞춤하며 아이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도 보여 줬다. 인사를 마치고 차에서 내린 교황은 미사 직전에 10여분간 세월호 참사 생존자와 가족들을 비공개로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세월호 유족들은 이번 미사에서 억울하게 죽은 영혼들을 위로해 달라는 뜻을 전했고 교황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황은 미사 말미에 진행된 삼종기도를 통해 “세월호 침몰 사고로 생명을 잃은 모든 이들과, 국가적인 대재난으로 여전히 고통받는 이들을 성모님께 의탁한다”면서 “주님께서 세상을 떠난 이들을 당신의 평화 안에 맞아주시고 울고 있는 이들을 위로해 달라”고 기도했다. 대전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용어 클릭] ■성모승천대축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15일 집전한 성모승천대축일은 성모 마리아가 지상에서의 생활을 마친 뒤 영혼과 육신이 함께 하늘로 불려 올라갔음을 기념하는 날이다. 성모마리아 대축일, 예수 부활 대축일, 예수성탄대축일과 함께 가톨릭 교회의 4대 의무 축일이다. 성모승천은 성서에 기록된 것은 아니지만 초대교회부터 내려오는 전승에 따라 받아들여졌다. ■삼종기도 대천사 가브리엘이 성모 마리아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수태를 알린 사건(성모영보)을 기념해 바치는 가톨릭 교회의 기도다. ‘삼종’은 종을 세 번 친다는 뜻으로, 성당과 수도원 등에서 오전 6시와 낮 12시, 오후 6시에 종을 칠 때마다 기도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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