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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테네 2004] 장용호­-임동현­-박경모 남단체 2연패 쾌거

    [아테네 2004] 장용호­-임동현­-박경모 남단체 2연패 쾌거

    |아테네(그리스) 특별취재단| 한국 양궁의 그리스 신화는 박경모(29)의 짜릿한 엑스텐(X-10)과 함께 막을 내렸다. 이미 2차례나 애국가가 울려 퍼졌던 파나티나이코 경기장에서 한국 남자 양궁팀이 20일 새벽 장용호(28)-임동현(18)-박경모 트리오를 앞세워 다시 한번 태극기를 휘날렸다. 여자팀이 중국과의 단체전 결승에서 박빙의 승부 끝에 골드를 움켜쥔 터라 남자 결승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점쳐졌다.그러나 막상 경기에 돌입하자 개인전 노메달인 ‘장-임-박’ 트리오의 집중력은 살아났다. 남자 양궁도 언제나 세계 최고로 평가받았지만 늘 개인·단체전을 석권한 여자팀의 그늘에 가려 있었다.올림픽에서는 더욱 그림자가 짙었다. 한국 남자는 단체전이 처음 도입된 서울올림픽에서 박성수-전인수-이한섭을 앞세워 금메달을 거머쥐었지만 4년 뒤 바르셀로나에서는 유럽세에 밀려 시상대에조차 오르지 못했고,96애틀랜타올림픽에서는 오교문-김보람-장용호가 미국에 249-251로 패배,은메달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 시드니올림픽에서 김청태-장용호-오교문이 12년 만에 단체 금메달을 되찾았고,아테네에서 마침내 2연패를 일궈내 진정한 강자로 인정받았다. 한국 양궁 사상 첫 올림픽 3회 출전에 빛나는 장용호가 많은 국제경기를 통해 쌓은 노련미로 팀을 이끌었다.개인전에서는 가장 먼저 탈락,아들 재연(3)에게 금메달을 선물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그러나 남자 선수로는 가장 많은 메달(금2 은1)을 거머쥐는 영광을 누렸다. ‘소년 궁사’ 임동현은 언제나 선배들을 긴장시키는 존재였다.발동이 걸리면 신들린 듯 10점을 거푸 쏘아붙였지만 뜬금없이 7∼8점을 쏴 선배들의 애간장을 녹이기도 했다.시력이 0.7밖에 되지 않는 임동현이 올림픽에서 금메달까지 목에 걸 수 있었던 것은 서로의 끊임없는 노력과 선배들의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박경모는 꼭 임동현 나이였던 지난 93년 세계선수권에서 남자 양궁 사상 처음으로 개인전 1위를 차지하며 혜성과 같이 등장했다.그러나 이듬해 아시안게임 개인·단체 석권 이후 두차례 올림픽이 지나갈 동안 슬럼프에 허덕였다. 생애 첫 올림픽에서 아쉽게도 개인전 입상에 실패,세계 양궁 사상 첫 그랜드슬램(아시안게임·세계선수권·올림픽 2관왕)을 놓쳤지만 그의 서른 잔치는 시작이다. 한편 중국과 타이완 등 다크호스들이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아테네에서 다시 한번 최강을 입증한 한국 양궁의 독주는 계속될 전망이다. 서거원 남자대표팀 감독은 “윤미진 등 여자 선수들이 모두 어려 베이징올림픽에도 출전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남자들 또한 자기관리가 철저해 계속 대표로 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window2@seoul.co.kr
  • [사설] 일자리 창출 약속 빈말이었나

    통계청과 노동부가 발표한 실업관련 통계와 분석자료를 보면 경기 침체의 그늘이 고용부문에 짙게 드리워져 있음을 알 수 있다.실업률이 5개월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가운데 건설 현장이 직격탄을 맞았다.강력한 투기억제책의 여파로 7월 중 건설 현장에서 줄어든 일자리가 전체 일자리 감소분 7만 2000개보다 7000개나 많았다.게다가 청년층 실업자는 지난해 말에 비해 외형적으로는 4만 6000명 줄었다지만 취업준비생 등 ‘청년 백수’까지 합치면 실업률은 최고 9.8%에 이른다고 한다. 청년층의 고실업률은 선진국의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하지만 우리와 단순 비교할 바는 아니라고 본다.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전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소득 1만달러의 덫에서 벗어나려면 역동성 있는 젊은 인력들이 우리의 산업현장에 꾸준히 공급돼야 한다.그래야만 침체의 늪에 빠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미래의 성장동력도 확충할 수 있다.바로 이런 이유로 정부도 연초부터 일자리 창출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고,재계에 대해서도 일자리 창출을 독려했다. 하지만 10대 대기업들은 작년 상반기보다 2.2배나 많은 15조원의 순이익을 남겼음에도 신규 고용인력은 공공부문과 엇비슷한 1만명 수준에 그쳤다.국가 경제와 미래 세대를 위해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겠다고 공언했던 재계의 약속이 빈말이었음을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재계는 당장 써먹기 편한 경력직만 선호한 것으로 드러났다.그러면서 재계는 여전히 청년층의 비현실적인 ‘눈높이’와 공급인력 과잉의 탓으로 돌렸다. 10년에 걸친 장기 불황을 겪은 일본의 제조업체들은 최근 첨단분야를 중심으로 국외 생산시설을 국내로 이전하는 등 국내 생산을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자본과 기술,인력 유출이 장기불황을 가속화시켰다는 반성에서다.재계도 일본의 이러한 움직임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그 출발점은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이어야 한다.
  • [다음생각] 올림픽 ‘파트너 선수’를 아시나요

    [다음생각] 올림픽 ‘파트너 선수’를 아시나요

    |미디어다음 조혜은기자|파트너 선수는 늘 국제대회 출전 선수와 함께 생활하고 똑같이 땀 흘려 연습하지만 출전 선수 뒤에 가려져 있는 경우가 많다.파트너 선수는 출전 선수 못지않은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대표 선발전에서 아깝게 떨어져 출전 선수의 연습을 돕는 상대를 말한다.올림픽 개막을 3일 앞두고 태릉선수촌 레슬링 경기장을 방문했다.이번 올림픽 자유형 84㎏급의 기대주 문의제(29·삼성생명) 곁에는 그의 파트너 노재현(24·상무)이 있었다. “항상 문의제 선수에게 필요한 기술이 어떤 것인지 함께 고민하고 직접 상대가 되어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연습상대가 되어주죠.출전 선수를 위해 존재하는 기쁨조라고 할까요.” 파트너 선수들은 연습을 위해서 자신을 버리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이들은 비디오 분석을 통해 상대 선수의 기술과 특성을 연구한 뒤 그것을 직접 몸에 익혀 상대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노재현은 그래도 문의제가 선배이기 때문에 자신의 노력이 선배를 위한 희생이고 또 언젠가는 자신도 그 자리에 오를 거라는 희망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도 많다.나이가 같거나 자신보다 어린 선수를 위해 연습을 함께하는 경우도 있다.또 한 체급에 실력이 월등히 뛰어난 선수가 있으면 평생 그 선수의 파트너를 하다 은퇴하는 경우도 있다. 그레코로만형 55㎏급의 임대원(삼성생명)은 심권호의 그늘에 가려 오랜 세월 그의 파트너 선수로 지내다 28살의 나이에 아테네올림픽 대표로 선발된 케이스다.이번에 임대원은 대표팀 트레이너인 심권호를 파트너 선수로 삼아 비지땀을 흘렸다.파트너 선수들의 바람은 단 하나다.임대원처럼 다음 번에는 ‘내가 꼭 저 자리에 서겠다는 것’이다.노재현은 “지난 연습 기간 동안 가족처럼 지냈으니 그 누구보다 열렬히 응원하게 될 것”이라며 “부디 아무 부상 없이 좋은 결과를 얻고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100자 의견 ●화이팅입니다 강구영님 늘 이치가 그렇죠.승리의 월계관을 쓴 사람 뒤에는 보이진 않지만 월계관을 쓰게 만들어 준 멋진 영웅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사장님가정을버려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서 땀을 흘린 파트너 선수들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이런 선수들이 있기에 메달이 더욱 값진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완기 선수 말씀하시는군요 star1004님 바르셀로나 때 황영조 선수의 페이스 메이커였던 김완기 선수.사실 황영조 선수가 나타나기 전에 김완기 선수는 우리나라 마라톤을 한단계 끌어올렸던 선수로 기억합니다. ●‘이름없는 별들’이 생각나는군요 pdKim님 ‘작전’에는 이름없이 희생을 바친 이들의 공로가 있기 마련이죠.골을 어시스트한 사람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한 것처럼.
  • [아테네 2004] 박성현은 누구

    ‘신의 땅에서 활의 여신으로 거듭나다.’ ‘대기만성’ 박성현이 ‘신들의 고향’ 아테네에서 여신 아르테미스로 거듭 태어났다.아르테미스는 제우스의 딸이자 태양의 신 아폴론의 쌍둥이 남매로 활 솜씨가 매서웠다. 첫 근대올림픽 주경기장으로 사용된 파나티나이코 양궁 경기장은 그녀가 2인자 껍질을 깨고 1인자로 거듭나기에 가장 어울리는 장소였다. 에게해와 인접해 바람 빠르기가 초당 2.5∼4m를 넘나들고 회오리도 자주 일어나 과녁 한 가운데 화살을 꽂기가 힘든 곳이었지만 170㎝의 키에 몸무게 72㎏의 탄탄한 체격에서 시속 196㎞의 화살을 뿜어내는 ‘파워 슈터’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여자 선수로는 드물게 남자 선수 못지 않은 강궁을 사용하는 박성현.70인치(약 178㎝) 길이에 당기는 힘이 무려 44.5파운드(약 20㎏)나 되는 활,탄탄한 기본기와 과감한 플레이가 그녀의 무기였다. 박성현을 이야기하려면 ‘국내 1인자,국제 2인자’라는 꼬리표를 달아 준 동갑내기 윤미진과의 관계를 먼저 꺼내지 않을 수 없다. 국제양궁협회(FITA) 랭킹 2위인 그녀는 태릉선수촌에서 연습할 때나 국내대회에서는 세계 1위 윤미진을 앞섰지만 국제대회만 나가면 번번이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라이벌을 넘어서기 위한 노력이 오늘의 영광을 이룰 수 있었다.박성현은 은근히 아테네 결승에서의 라이벌전을 그려 왔지만 윤미진이 8강전에서 타이완의 위안슈치에게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 이어 또 덜미를 잡히는 바람에 성사되지는 않았다. 박정복(53)씨와 강순자(49)씨 사이에서 딸 부잣집 막내로 태어나 1993년 군산 소룡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활을 잡았다. 전북체고 때만 해도 그저 신체조건이 좋고 양궁을 즐기는 소녀 궁사로만 여겨졌을 뿐 이렇다 할 성적은 없었다. 세상에 이름을 처음 알린 것은 고교를 갓 졸업한 2001년 3월 종별선수권대회에서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국가대표선발전을 1위로 통과하면서부터. 어찌 보면 이른 나이라고 할 수 있다.그러나 고교시절 이미 시드니올림픽 금메달을 쏜 윤미진에 견주면 오히려 늦은 도약. 이후 크고 작은 국제 경험을 쌓으며 실력도 쑥쑥 자라났다.그해 5월 코리아국제양궁에서 개인 3위,단체 1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인정받았고,7월 유럽그랑프리 3차리그에서는 개인전 2위를 거머쥐더니 윤미진이 참가하지 못한 9월 세계선수권에서는 ‘맏언니’ 김경욱(33·모비스)을 연장 접전 끝에 누르고 우승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이듬해부터 윤미진과 팽팽한 맞수 관계를 유지했다.7월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맞대결을 벌여 1위를 내줬으며,8월 아테네 프레올림픽에서도 윤미진과 준결승에서 마주쳐 동메달에 그치는 등 1인자의 그늘에 가렸다. 같은 달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 드디어 맞수를 꺾고 정상에 올랐으나 국내에서 열린 데다 대회의 위상도 낮아 흡족한 결과는 아니었다. 올해 들어 올림픽 금메달보다 어렵다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꾸준히 1위를 유지,일찌감치 아테네 출전을 확정한 박성현은 가장 큰 무대인 올림픽에서 마침내 자신을 활짝 꽃피웠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예전 방학천변은 잊어주세요”

    그동안 무허가건물의 난립과 상습침수 등으로 애물단지였던 방학·중랑천변이 생활체육 및 녹지공간으로 거듭났다. 서울 도봉구(구청장 최선길)는 18일 방학동 방학천변에 ‘발바닥공원’을 조성해 주민들에게 개방했다. 총 연장 1㎞,면적 2만 1829㎡ 규모인 발바닥공원은 22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착공 4년만인 최근 완공됐다. 구는 공원에 생태연못·산책로·지압보도 등을 설치했으며 감나무·사과나무 등 유실수와 야생화 등으로 된 녹지공간을 학생들의 자연학습장과 생태교실로 활용할 방침이다. 구는 지난달 말 도봉동 중랑천변에도 6억여원을 들여 미니 체육공원을 조성하고 평행봉·허리돌리기 등 10종 29점의 체육시설과 정자·그늘막 등을 갖췄다. 녹음 및 유실수를 심어 한낮에도 나무숲을 걸을 수 있도록 했고 바닥에는 지압용 잔디블록을 설치했다. 주민 이진한(36)씨는 “과거의 천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며 “건강을 챙기고 이웃들과 접촉할 시간이 많아져 생활의 여유가 생겼다.”고 만족해했다. 최 구청장은 “방학·중랑천변이 공원으로 탈바꿈돼 주민들의 여가선용과 건강증진에 기여하게 됐다.”며 “각종 시설물을 연차별로 확충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책꽂이]

    ●광어와 도다리(안휘 지음,문학공원 펴냄) 한국기자협회장을 지낸 저자가 인터넷 순수문학 사이트 ‘스토리 문학관’에 발표해온 단편들을 묶은 소설집.표제작을 포함해 ‘카인의 몽상’‘까치들을 위한 비망록’ 등 12편 수록.8000원. ●사라진 이틀(요코야마 히데오 지음,서혜영 옮김,들녘 펴냄) 지난해 일본열도를 강타한 베스트셀러 소설.아내를 죽인 현직 경찰관의 모호한 범행 행적을 더듬는 미스터리.8500원. ●브람빌라 공주(E T A 호프만 지음,곽정연 옮김,책세상 펴냄) 독일 후기 낭만주의 대표작가 호프만의 현실비판정신이 집약된 소설.프랑스 풍자화가 야콥 칼로의 동판화 8장 수록.5900원. ●고호 가는 길(이희숙 지음,문학수첩 펴냄) 1993년 ‘시와 시학사’로 등단한 시인이 9년 만에 내놓은 두번째 시집.모천회귀와 자아성찰의 메시지가 녹아있는 시 65편이 묶였다.7000원. ●의혹(카린 슬로터 지음,서현정 옮김,베텔스만 펴냄) 대학가 젊은이들의 잇단 자살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사랑과 갈등.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막바지 더위를 달래줄 범죄소설.전2권.각권 8500원. ●노 러브 노 섹스(윤효 지음,이룸 펴냄) 세 여자의 사랑과 갈등을 통해 현대인들의 사랑,섹스,결혼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들춰낸 장편소설.노골적이되 경쾌해서 부담없는 성담론.전2권.각권 9000원. ●솔방울 박새(변형규 지음,모아드림 펴냄) 대구에서 교단에 서고 있는 시인이 1999년 ‘대구문학’으로 등단한 이래 낸 첫번째 시집.‘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팔공산’ 등 향토색 짙은 70편의 시 수록.6000원.
  • [문학이 머문 풍경] 신동엽과 금강

    [문학이 머문 풍경] 신동엽과 금강

    대중가요 얘기를 담았던 ‘서울탱고’에 이어 한국문학을 살찌운 시나 소설의 배경이 된 고장이나 작가의 고향을 찾아보는 ‘문학이 머문 풍경’을 새롭게 시작한다.그 고장이나 고향이 창작의 근본 힘이 된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문학의 배경이 된 이유나 작가와 관련된 추억,그곳이 작가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지인이나 주민들의 얘기를 통해 되돌아 본다.번잡한 여행길에 잠시나마 문학의 향기에 취해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자. ‘내 인생을 시로 장식해 봤으면/내 일생을 사랑으로 채워 봤으면/내 일생을 혁명으로 불질러 봤으면’ 한국 최고의 민족시인 신동엽(申東曄·1930∼69)은 1962년 ‘서둘고 싶지 않다’라는 글에서 “언젠가 부우연 호밀이 팰 무렵 나는 사범학교 교복 교모로 금강줄기 거슬러 올라가는 조그만 발동선 갑판 위에서…넓은 벌판과 먼 산들을 바라보며 ‘시’와 ‘사랑’과 ‘혁명’을 생각했다.”면서 이같이 소망한다.신 시인의 문학적인 저력은 금강이 유장하게 흐르는 고향인 ‘백제의 고도(古都)’ 충남 부여로부터 잉태된 듯하다.부인 인병선(69·짚풀생활사박물관장)씨는 “고향과 금강은 백제정신을 토대로 하는 민족의식을 키워줬다.”고 평했다. ●고향이 큰 시인으로 만들었다 전주사범 입학 전까지 신동엽 시인은 부여초등학교를 다니며 고향에서 유년시절을 보낸다.줄곧 우등생으로 6학년 때는 부여초교 대표로 일본에 성지참배를 다녀오기도 한다.문학평론가들은 이 일이 있은 이후 그가 세상을 보는 눈이 뜨이기 시작했다고 얘기한다. 신 시인은 부여의 자연과 사람을 사랑했다고 전해진다.이종사촌 동생인 김동수(59·부여읍 구아리)씨는 “시비(詩碑)가 있는 금강변 야산에서 산책을 즐겼다.”고 말했다.당시 이 야산은 숲이 울창해 산토끼와 다람쥐가 뛰어놀고 원추리 등 꽃이 만발했다고 한다.특히 금강 본류의 한 구간인 백마강변을 거닐며 사색하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또 신 시인이 야학을 했다는 알려지지 않은 얘기도 들려줬다.김씨는 “전주사범을 다닐 땐가,중퇴한 뒤인가 모르지만 문맹이 많았던 당시 동네 아가씨와 아저씨들을 자기 집 골방으로 불러 가르쳤다.”며 “내 누나도 거기서 형에게 공부를 배웠다.”고 말했다. ●‘불온인’에서 ‘거목 시인’으로 지난 70년 4월 18일 신 시인의 시비가 금강변에 건립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낙화암이 있는 부소산에 세우려 했으나 일부 유지들이 ‘어릴적 행적이 불투명하다.’는 등 이유로 반대했다.그가 한국전쟁 당시 인공치하에서 민청 선전부장으로 일했던 일을 트집 잡았던 것이다.부여문화원 김인권 사무국장은 “신 시인을 ‘빨갱이’라고 말하는 주민도 더러 있지만 선전부장하면서 나쁜 일을 안해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인공때 ‘부여의 모스크바’로 불리던 초촌면 우익 총책임자가 신 시인 집에 숨어 있었다는 얘기도 있을 정도로 사상에 경도된 시인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산에 언덕에’라는 시가 새겨진 시비는 세월의 흔적이 더께더께 남아 남루했다. 부여읍 동남리 군청 인근 기와집 생가의 뜰에는 감나무와 은행나무,오동나무 등이 한여름의 무더위를 식히는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방문 창호지는 곳곳이 찢어지고 별채는 지난 3월 폭설에 한쪽이 무너져내려 천막으로 덮어놓았다.대문 위에 ‘신동엽 생가’란 문패가 있고 방문 처마에는 신영복 교수의 글씨로 ‘우리의 만남을 헛되이 흘려버리고 싶지 않다.‘는 인씨의 글이 새겨진 액자가 걸려있다.대표작 ‘껍데기는 가라’가 쓰여진 나무판도 매달려 그의 생가임을 알려준다.생가는 지난해 3월 인씨가 부여군에 기증했다. ●문학관 건립추진 시인의 묘는 경기도 파주 월룡산 기슭에서 93년 10월 부여읍 염창리 부모 산소 밑으로 이장했다.김 국장은 “아버지(1990년 사망)보다 먼저 가 고향으로 오지 못하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이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북 장수에서 발원한 금강은 동학군이 일·관 연합군과 접전을 벌이다 패배한 공주 우금치(고개)를 휘돌아 금강 하구둑까지 장구한 역사를 담고 390㎞를 내달리고 있다.시인이 타고 ‘시’와 ‘사랑’과 ‘혁명’을 꿈꾸었다던 장항까지 오가던 발동선은 백마강을 도는 유람선으로 바뀌어 있다. 시인은 195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장시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로 입선한 뒤 고향을 떠나 40세 간암으로 요절할 때까지 한해 앞서간 김수영과 함께 한국 현대시사에 기념비작으로 꼽히는 ‘껍데기는 가라’와 ‘4월은 갈아엎는 달’‘진달래 산천’ 등 작품을 쓰며 참여시의 새장을 연다. 지난해 5월 ‘시인 신동엽 추모백일장’을 개최한 부여문화원은 오는 9월 두번째 백일장을 마련한다.부여군도 폭설에 무너진 생가를 복원하는 한편 내년 말까지 생가 옆에 원고와 유품을 전시할 ‘신동엽문학관’을 건립키로 하고 유족과 협의중이다. 글 부여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문화마당] e -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김욱동 서강대 영문과 교수·문학평론가

    15세기 말엽 요한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발명한 것은 서구 문명사에서 굵직한 획을 그은 크나큰 사건이었다.구술 매체를 대체한 활자 매체 시대에 이르러 인간의 의식 전반에 걸쳐 그야말로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였다.구술 문화가 지혜나 슬기에 무게를 실었다면 활자 매체는 지식에 무게를 실었다.금속 활자가 발명되지 않았더라면 서구 세계는 계몽주의는커녕 그 컴컴한 중세의 터널을 아직도 빠져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그러나 20세기 중엽에 들어와 활자 매체는 마침내 영상·전자 매체에 그동안 제왕처럼 누리던 자리를 내어준다.컴퓨터의 발명과 그에 따른 인터넷의 보급은 인간의 삶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데이터를 바이트 단위로 처리하는 영상·전자 문화에서는 구술 문화나 활자 문화와는 달리 지혜나 지식보다는 정보에 훨씬 더 무게를 싣는다.서양 근대 학문에 불을 지핀 프란시스 베이컨은 “아는 것이 힘”이라고 말하였지만 정보를 돈을 주고 팔고 산다는 정보 시대에 “정보는 곧 힘”이라고 할 수 있다.그리하여 이제 문맹(文盲)이 아니라 ‘컴맹’과 ‘넷맹’을 말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런데 빛이 있으면 으레 그늘이 있듯이 이 정보 사회도 순기능에 못지않게 역기능이 있다.언뜻 인터넷을 통한 정보가 무궁무진한 것처럼 보인다.안방에 앉아 손가락 하나만 까닥하면 5대양 6대륙에 흩어져 있는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정보의 바다’라는 말은 바로 이런 것을 두고 일컫는 표현이다.그러나 인터넷 검색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듯이 막상 이 정보의 바다에서 유용한 정보를 낚아 올리기보다는 자칫 익사하기 십상이다.인터넷을 통한 정보는 거의 대부분 쓰레기 정보라고 해도 그렇게 틀리지 않다.이렇게 쓰레기와 다름없는 정보가 범람하는 현상을 두고 어떤 학자는 ‘인포카오스(infochaos)’라고 부른다. 얼마 전 미국의 아동옹호단체인 ‘아동연합’은 한 보고서에서 컴퓨터가 어린이의 신체 발달은 말할 것도 없고 정신 건강과 발달에도 치명적인 해를 끼친다고 밝혀 큰 관심을 끌었다.“컴퓨터는 어린이들에게 시력 저하나 비만 같은 신체적 악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창의성을 떨어뜨리고 인간 관계를 악화시키는 등 정신발달 장애를 유발하기 쉽다.”고 지적한다.컴퓨터를 지나치게 사용하면 광기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학자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컴퓨터가 군림하는 정보 시대에 사람들은 좀처럼 책을 읽으려 하지 않는다.컴퓨터 앞에 하루에도 몇 시간씩 앉아 있으면서도 책을 읽는 것은 여간 꺼려하지 않는다.학생들은 입학시험과 관련한 책만 읽으려 하고,어른들은 어쩌다 주간지나 월간 잡지를 읽는 것이 고작이다.지금 출판사와 서점은 책이 팔리지 않아 문을 닫아야 할 형편에 있다.시중에서 팔리는 책마저 두고두고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라 일회용 용품처럼 한 번 읽고 버려도 좋은 그런 책들이 거의 대부분이다.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하듯이 악서도 양서를 쫓아내는 것이다.이러다가는 서점이나 도서관은 모두 없어지고 책들이 역사적 유물로 박물관에 소장될 날이 오게 될는지도 모른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인쇄된 종이에서 지식이나 정보를 얻는다는 것 이상의 큰 의미를 지닌다.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삶은 말할 것도 없고 자신의 문화와 역사를 되돌아본다.또한 책을 쓴 저자와 무언(無言)의 대화를 나누는 것이요,삶에 대하여 깊이 있게 관조하는 것이다.여름도 한풀 꺾이고 가을이 손짓하는 이 계절 현란한 컴퓨터 모니터에서 잠시 눈을 돌리고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겨볼 때이다. 김욱동 서강대 영문과 교수·문학평론가
  • 상장사순익 1분기엔 사상최대… 2분기 11%급감

    상장사순익 1분기엔 사상최대… 2분기 11%급감

    갈수록 짙어가는 불황의 그늘이 2·4분기 기업실적에 그대로 반영됐다.1분기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기업이익이 2분기 들어 마이너스로 꺾였다.점차 경기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와는 정반대로 1분기에 이미 정점(頂点)을 찍어버린 셈이다.고유가,수출둔화 등 즐비하게 늘어선 악재들을 감안할 때 당분간 상승국면으로 돌아서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2분기 순익 마이너스 반전 증권거래소·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증권시장은 17일 각각 12월 결산 상장기업 535개사(일부 제외)와 등록기업 733개사의 상반기 실적분석을 발표했다.거래소 상장기업들은 2분기 매출이 147조 5420억원으로 1분기(141조 9520억원)보다 3.9% 늘었지만 순익은 14조 2296억원에서 12조 6123억원으로 11.4%나 줄었다.1분기 흑자에서 2분기 적자로 바뀐 40개를 포함,전체 상장회사의 18%인 94개사가 적자를 냈다. 제조업체의 순익은 2분기에 12조 4928억원으로 1분기보다 7.9%가 줄었고,가계·중소기업의 대출연체가 심각한 금융업체는 1196억원으로 81.9%나 감소했다.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통상 6월말 반기결산에 맞춰 대규모로 충당금을 적립하는 관행 때문에 금융회사들의 2분기 순익이 상대적으로 더욱 줄었다.”고 설명했다. 코스닥 등록기업들도 사정이 비슷했다.2분기 매출은 13조 8117억원으로 1분기보다 9.3% 늘었지만 순익은 5056억원에 불과,거꾸로 22.1%가 줄었다.기업 10개 중 3개꼴(31.0%)인 227개사가 적자를 냈고 이 중 116개사는 1분기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상반기 전체로는 순익 90% 증가 그러나 1,2분기를 합한 상반기 전체로는 사상 최대의 실적이 났다.상장기업의 경우,매출(289조 4940억원)은 전년동기 대비 17.7%,순익(26조 8419억원)은 89.1%가 늘었다.등록기업은 매출(26조 4458억원)과 순익(1조 1543억원)이 전년동기 대비 각각 21.7%와 103.9% 증가했다.대우증권 전병서 리서치본부장은 “상반기에 반도체·화학·철강·조선 등 주력제품의 수출단가가 높았고 설비투자 부진으로 회계상 비용지출이 줄어든 것 등이 높은 순익증가의 이유”라고 설명했다.기업간 실적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다.국내 최대기업 삼성전자의 상반기 순익은 6조 2719억원으로 상장회사 전체 순익의 23.4%를 차지,전체 비중이 지난해 상반기(17.9%)보다 크게 늘었다.코스닥 등록기업 전체와 비교하면 5.4배에 이른다.대그룹 편중도 심화됐다.올 상반기 삼성·LG 등 10대 그룹 순익은 15조 1148억원으로 상장기업 전체의 56.3%를 점유,전년동기(48.3%) 대비 8%포인트나 뛰었다. 기업실적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경기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국내 최대 삼성전자조차 2분기 영업이익과 순익이 전분기보다 각각 6.9%와 0.2% 줄었다.특히 지금은 고유가,내수침체의 장기화,세계 IT(정보·기술)경기 하강,중국경제 성장둔화 등 온갖 악재가 맞물려 있는 상황이다.기업실적이 1분기에 정점을 찍었고,앞으로는 더 떨어질 일만 남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동원증권은 자사 분석대상 139개 상장회사의 영업이익이 2분기 14조 889억원에서 3분기 13조 7197억원,4분기 13조 6014억원으로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LG투자증권 박윤수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일본의 경기회복이 주춤해지고 중국경제의 성장이 둔화되는 등 수출환경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고유가로 인한 개인 가처분소득의 감소는 내수침체를 더욱 장기화시킬 것”이라면서 “이렇게 나라경제 안팎의 사정이 모두 안좋아 하반기에도 실적둔화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책꽂이]

    ●초콜릿 전쟁(로버트 코마이어 지음,안인희 옮김,비룡소 펴냄) 학교폭력과 교사 비리를 고발하고 10대 청소년들의 현실을 직설적으로 묘사해 1974년 출간 이후 큰 화제를 모아온 청소년 소설.‘호밀밭의 파수꾼’‘아웃사이더’와 함께 영미권에서 3대 청소년 소설로 꼽히기도.9000원. ●내가 증오한 사랑(이유하천 지음,창작정신 펴냄) 도발적 문화비평집 ‘나는 제사가 싫다’의 저자가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탐구한 장편소설.전근대적 가족문화의 그늘에서 왜곡되어가는 남녀간 사랑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다.1만2000원. ●뱀에게 피어싱(가네하라 히토미 지음,정유리 옮김,문학동네 펴냄) 2004년 아쿠타가와상 공동수상작.피어싱과 문신이라는 자극적 소재,적나라하고 대범한 문학적 표현 등으로 일본 문단에 충격을 던진 스무살 신예 여류작가의 화제작.8000원. ●한여름밤의 고전 산책(박서림 지음,샘터 펴냄) 고사성어,구전설화 등에서 인생의 지혜를 배우는 ‘고전(古典)산책’.고암 정병례의 전각이 갈피갈피에서 운치를 더한다.8000원. ●달콤한 열대(유재현 지음,김주형 그림,월간 말 펴냄) 두리안 망고스틴 파인애플 파파야 잭프루트 구아바 등 열대과일에 얽힌 ‘달콤쌉싸래한’ 생활사.색다르게 과일을 즐길 수 있는 몇몇 방법도 아울러 소개하는,눈과 입이 함께 즐거운 열대과일 기행기.1만 1000원.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팀 오브라이언 지음,김준태 옮김,한얼미디어 펴냄) 베트남 전쟁을 체험한 미국인 작가의 베트남전 소재의 연작소설.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총 22편의 중·단편들이 전장의 헬리콥터 소리를 듣고 있는 듯 사실적 묘사를 자랑한다.9000원. ●흑자갈의 노래(이춘우 지음,한빛 펴냄) 국군기무사령부에 근무중인 현역군인이 고향과 자연을 노래한 한·영 시집.‘도시의 두더지’‘디딜방아’ 등 향수짙은 서정시 49편 수록.9000원.
  • [산 오르記]홍천 팔봉산

    [산 오르記]홍천 팔봉산

    팔봉산 제 1봉은 들머리부터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쉬운길’과 ‘험한길’이라고 적힌 안내판 앞에서 선뜻 ‘험한길’을 택할 수 있는 용기를 내기란 쉽지 않다.각자 능력과 체력에 따라서 길을 고르도록 한다.대체로 걸어서 오르는 ‘쉬운길’에 비해 ‘험한길’은 바위 사이로 매어놓은 로프를 잡고 오르는 곳도 나온다. 제2봉 오르는 길 역시 가파르고 험하다.로프와 쇠난간을 잡고 암릉을 지나면 바위 봉우리 꼭대기에 작은 사당이 하나 보인다.삼부인당(三婦人堂)이다.400여년 전 조선 선조 때부터 어유포리에 살던 이씨,김씨,홍씨 등 세 며느리의 효성을 기리기 위해 세운 것이다.마을의 평온과 풍년을 기원하고 액운을 막는 당굿을 올린다. 팔봉산 최고봉인 제3봉은 수직 철계단을 오른 후 암릉에서 거대한 바위를 만난다.이 바위를 돌아서 오르면 표지석이 있는 정상이다.바위틈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들의 연륜이 만만치 않음을 느낄 수 있다.북서쪽으로 줄지어 선 다섯 봉우리는 마치 설악산 용아장성릉의 축소판 같다.철계단을 내려가면 3봉과 4봉 사이의 안부다. 제4봉은 팔봉산 등산로 가운데서 가장 어려운 곳이다.특히 철계단을 올라선 4봉 마지막 부분은 비스듬하게 수직으로 뻗은 굴이라서 침니등반 기술을 써먹기에 좋다.그러나 몸이 뚱뚱한 사람은 절대 빠져나갈 수 없다.잘 살펴보면 돌아서 오르는 길도 있으니 절대로 무리하면 안 된다. 이 굴은 ‘산파바위’라고도 하는데 산모가 아이를 낳을 때 고통을 겪는 것만큼이나 통과하기 어렵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밑에서 받쳐주고 밀어주면 그만큼 빠져나가기가 쉽다.어려움 끝에 정상에 서면 기쁨도 그만큼 크다.팔봉산을 에돌아 흐르는 푸른 강물이 백사장과 어우러져 발 아래 한 폭 그림으로 펼쳐진다. 가장 어려운 4봉을 올랐으면 5,6,7봉은 문제없다.암릉길이 이어지며 가파르거나 위험한 구간에는 로프와 철계단이 있다.7봉에서 내려서는 길이 가장 길며 우뚝 솟은 8봉이 잘 보인다.팔봉산 등산로는 봉우리 꼭대기까지 올랐다가 다시 안부에 내려선 후 다시 봉우리로 오르는 길의 연속이다. 오르기 위해서 내려가는 몸짓을 되풀이하다 보면 우리네 인생길과 흡사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마음을 비우고 겸손해야만 산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7봉과 8봉 안부에서 하산길을 잡는 게 보통이지만 암벽 등반 경험과 장비가 있으면 8봉에 도전해 본다.그러나 체력이 약하거나 노약자,부녀자는 등반을 삼가달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제8봉은 로프에 의지해서 수직 암벽을 오르기 때문이다. 8봉 꼭대기에 서면 널찍한 암반이 펼쳐져 있으며 산들바람이 시원한 그늘 드리운 노송과 더불어 반긴다. 8봉에서 하산은 상당한 주의를 요한다.급경사 구간인데다 미끄럽기 때문이다.그러나 로프가 설치돼 있어 위험하지는 않다.마지막 철계단에 이어 수직 계단을 내려서면 바로 강변이다.암벽 밑으로 길이 나있는데 좁은 철판을 딛고 로프에 의지해서 강물 위를 건너는 곳도 있다.발판이 없어서 쇠줄을 디딘 채 로프를 잡고 건너기도 한다. 8봉까지는 총 4㎞에 3시간이 걸린다.경우에 따라서는 30년 같은 3시간 산행이 끝나면 팔봉산 여덟 봉우리가 오랜 벗처럼 친근하게 다가온다. ●볼거리·먹을거리 홍천읍에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있는 무궁화동산을 들러본다.남궁억 선생의 동상이 있으며 홍천이 무궁화의 고장이 된 유래를 알 수 있다.희망리 읍사무소 앞에 있는 고려시대 삼층석탑(보물 79호) 또한 그냥 지나칠 수 없다.원래는 홍천초등학교에 있던 것을 현재의 위치로 옮겨놓았다. 동면 덕치리 공작산 수타사 역시 홍천에서는 꼭 들러볼 만한 곳이다.대적광전,소조사천왕상,영산회상도 등이 강원도 유형문화재다. 홍천강을 따라서 모곡유원지 밤벌유원지 등은 가족이 함께 물놀이를 즐기기에 적합한 곳이다. 홍천강에는 견지낚시 명소도 즐비하다.팔봉산과 홍천강 일대에서는 잡고기매운탕 잘 하는 집이 여럿 있다.모래무지,꺽지,빠가사리 등 잡고기와 버섯,깻잎 등 야채를 넣고 펄펄 끓인 다음 수제비를 곁들인 매운탕을 뚝배기에 담아서 먹는 맛이란 정말 그만이다.4인분 3만원.홍천강 잡고기 매운탕은 팔봉산 산행과 더불어 오래도록 홍천강의 추억으로 남길 만한 별미로 꼽힌다. 윤정이네식당(033-434-3315),팔봉산시골집민박식당(434-0267),팔봉산민박호남식당(434-0678). ●가는 길 구리시 교문동 사거리에서 가평,강촌,광판삼거리와 남동진 거쳐 팔봉산까지 2시간 걸린다.홍천읍 거쳐 부사원검문소에서 좌회전,구만리 지나 팔봉산으로 가는 길은 40분 걸린다. 버스로는 상봉터미널(02-435-2129)에서 홍천을 거쳐 반곡리 팔봉산 입구까지 2시간50분 걸린다. 서울에서는 하루 40회,홍천(033-432-7893)에서는 하루 네 번 있다.팔봉산국민관광지 입장료 어른 1500원,어린이 500원.주차료 소형 3000원,중형 4000원. 산악문학인 안재홍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12) 황복이 사라진 이유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12) 황복이 사라진 이유

    비무장지대(DMZ) 일대는 흔히 ‘생태계의 보고’로 일컬어진다.하지만 이는 진실의 일부분일 뿐이다.민간인통제선∼남방한계선 지역은 이미 개발의 여파로 신음하는 곳이 상당수에 이른다.임진강변에 바짝 붙어서 진행되고 있는 대규모 농지정리사업은 당장 농약의 대거 유입이 예고돼 있고,하천 골재채취와 군부대의 공사 등 취재팀이 현장에서 목격한 DMZ 생태계 보전의 위협요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2부에서는 사람과 자연이 서로 부대끼면서 빚어낸 ‘공존의 그늘’을 5회에 걸쳐 조명한다.(편집자 주) 어부 함종화(42)씨는 지난 4월 북위 38도에 인접한 경기 파주 적성면 두지리 임진강에서 올해 처음 황복을 잡았다.40㎝를 웃돌 만큼 큰 놈이 그물에 올라왔다.함씨는 그러나 실망했다.매년 처음 잡히는 녀석이 크면 그해 황복잡이가 시원치 않았던 것은,경력 20여년의 함씨뿐 아니라 임진강 어부 모두가 경험으로 알고 있다.아니나 다를까.함씨를 포함한 파주어촌계 소속 6개 선단 88척의 어선이 올해 황복잡이가 끝난 6월 중순까지 잡은 황복은 모두 300㎏ 정도.지난해엔 2t에 육박했었다.임진강에서 황복이 사라지고 있는 이유는 뭘까. 어민들은 예년보다 많이 내린 비를 우선 꼽는다.진달래가 필 무렵(4월 중순) 황복은 산란하러 서해안에서 임진강을 거슬러 올라오는데 오염원이 비에 섞여 강으로 대거 유입됐고,그 탓에 수질에 민감한 황복의 회귀가 부진했다는 것이다.북한의 함경남도 마식령에서 발원해 DMZ를 가로질러 내려오다 한강에 합류하는 임진강은 한탄강·사미천 등 수많은 지천을 끼고 있다.유역의 도시화로 인한 생활오수와 공업화가 진전되면서 공장에서 배출되는 산업폐수의 증가가 황복의 회귀율을 결정적으로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남획도 빼놓을 수 없다.1980년대 이전,임진강 황복은 잉어·메기에 비해 천대를 받았다.올 파주 어촌계의 수매가는 ㎏당 6만 5000원이었지만 당시엔 “암수 두 마리를 한 데 꿰어 묶어 팔아도 지금의 50분의1 값을 받았다.”고 한다.돈이 안되니 방치하다 썩혀 버리는 일도 많았다.하지만 80년대 들어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황복이 예부터 성가가 높은 고급 어종임이 알려지면서 수요가 급격히 늘자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이때부터 삼중어망까지 동원한 무차별 어획이 이뤄졌다.황복의 회귀 출발점인 한강 하류 김포지역부터 파주 문산∼파평∼적성까지 상·하류를 가리지 않고,더구나 치어까지 남획하는 바람에 황복은 한때 임진강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면서 멸종위기보호종 지정까지 검토되기도 했다.청평내수면연구소 이완옥 박사는 “황복잡이 선단의 어획장면을 보면 황복이 그 많은 그물을 피해 상류로 올라오는 게 신기할 정도”라고 말했다. 수질오염과 남획 외에도 파주시가 1998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임진강 준설작업과 골재·모래채취 작업은 황복을 비롯한 임진강 어류의 종(種)다양성을 심각하게 해치는 또 하나의 원인이다.90년대 후반 극심한 수해 이후 임진강의 유량을 늘리기 위해 하천 준설작업이 대대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자갈이 깔린 하천에 산란하는 황복 등 온갖 어류의 서식처는 크게 위협받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파주시 동파리 일대는 골재채취 작업이 한창이다.2000년 이후 통일대교에서부터 시작해 북쪽으로 임진강을 거슬러 올라가며 모두 130만㎥의 골재와 모래가 채취됐는데,올해도 32만㎥의 채취가 허가됐다.작업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는 “수심 4m 정도 파내려가면 (하천 바닥의)암반이 드러난다.”고 전했다.하천바닥이 보일 정도로 싹쓸이한다는 얘기다.여파는 과연 어느 정도나 될까. “그렇게 준설을 하면 어류 생태계엔 치명적입니다.기존에 살고 있는 물고기들이 죄다 바뀌게 되는데,어느 곳에서도 잘 적응하는 붕어·잉어 정도만 서식할 뿐인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지요.상류에서 떠내려오는 물고기들은 깨끗한 물에서만 살던 녀석들이니 하류에서는 생존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취재팀과 동행한 최승호(전북대 생물다양성연구소) 박사는 바닥까지 훑는 준설작업 얘기를 듣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파주시는 환경단체 등의 비난이 거세지자 올해의 경우 치어 보호 등을 위해 황복산란기(4∼6월)엔 작업을 중단했지만,“골재채취 자체를 중단할 계획은 없다.”고 한다.이 사업으로 2000년 이후 107억원의 재정수입을 올렸고,올해도 10억원의 수입을 기대하고 있는 파주시는 “골재채취 사업은 경영원리에 입각해서 추진한다.”는 원칙을 이미 세워두었다.하지만 개발이익에만 몰두하지 말고 당장의 폐해와 환경보전 정책으로의 전환에 따른 미래의 수혜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따져봐야 할 시점이다. DMZ의 청정지역 산하를 가로질러 서해로 이어지는 임진강의 보전과 오랫동안 이곳을 터전으로 삼아온 황복의 삶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방법은 없을까.이완옥 박사는 “어민 소득을 위해 황복의 어획량을 확보해야 하고 동시에 임진강의 어류 생태계도 보호해야 하는 미묘한 문제다.수질을 개선하고 어민들의 남획 자제 노력과 함께 환경보전에 대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주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전문가 칼럼 약초꾼을 따라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는 지역에 어렵게 들어가 산양을 만났던 적이 있다.약초꾼들이 다니는 길을 따라 산을 넘어 골짜기로 내려섰다.사람들의 그림자는 찾을 수 없고 멀리 철책선과 초소가 보일 뿐이었다.바람소리와 햇볕을 가리는 우거진 숲,그리고 비탈을 가로질러간 야생동물의 발자국이 있는 곳….자연이 제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숲 속에 몸을 숨기고 야생동물의 움직임을 쫓았다.눈은 한 곳에 온통 쏠려 있고 귀는 들리는 소리를 따라 멀리까지 열려 있었다.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온몸은 바짝 움츠러들고 눈길은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뚫어져라 박혔다. 마침내 산양의 그림자가 눈에 비치면 가슴은 방망이질쳤고 한가롭게 풀을 뜯으며 산비탈을 오르는 녀석의 모습엔 모든 사고작용마저 멈추었다.산양이 숲속으로 사라지고 어둠이 밀려오면 튼튼하게 지어진 움막에 들어 밤을 보냈다.어둠 속에서 삶을 이어가는 많은 야생동물의 울음소리며 은밀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희미하게 귓가에 닿곤 했다.어둠 속에서도 생명의 소리는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것이었다. 민간인 통제구역은 그 이름과는 달리 늘 열려 있다.미확인 지뢰지대라는 팻말이 붙어 있지만 막무가내로 드나드는 사람들을 막을 재주는 없나 보다.그들은 산삼이나 약초를 캐고 양봉도 하면서 봄,여름,가을을 보낸 뒤에야 그곳을 나온다. 불행한 것은 밀렵꾼들이 이런 곳을 가만 놓아두지 않는다는 점이다.곳곳에 올무를 걸어 놓고 탐욕에 찬 눈을 부라리며 야생동물을 찾는다.그렇게 해서 죽어가는 야생동물의 수는 통계로도 잡히지 않는다.무방비 상태로 사라져가고 있을 뿐이다.주로 멧돼지를 잡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올무는 야생동물의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어떤 녀석이라도 올무에 걸리면 죽음으로 이어질 뿐이다.천연기념물인 산양의 주검도 이미 여러 차례 보았다.올무에 걸려 날뛰는 멧돼지를 눈앞에서 보고도 풀어줄 수 없어 되돌아섰던 기억이 난다.다음날 멧돼지는 사라졌고 올무는 풀려 있었다.자연이 살아있는 곳으로 여겨지는 민통선 지역에서도 사람들의 간섭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으며 간섭에 의해 생태계의 고리인 야생동물은 이렇듯 하나씩 사라지고 있다.우리네 인간들도 생태계 속에서 하나의 고리일 뿐이다.야생동물이 우리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인간들이 지구의 생태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여기는 것은 스스로 멸종의 길을 재촉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박그림 설악녹색연합대표
  • 더 늦기전에 수상레포츠 배워볼까

    더 늦기전에 수상레포츠 배워볼까

    “끼∼약 난다,날아.”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북한강변에 메아리 친다.더위는 물론 스트레스까지 날려 버리는 목소리다.즐기는 사람들뿐 아니라 듣는 사람까지 들뜨게 한다. 어렵게 배우지 않아도 속도감과 짜릿한 공포감을 느낄 수 있는 플라이피시(일명 나는 가오리)를 비롯, 땅콩보트,바나나보트를 타고 물 맑은 북한강에 빠져보자.스트레스 없다∼. 어려워 보이지만 수상스키와 웨이크보드도 도전하자.20분만 교육받으면 누구나 물위를 달리는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더욱이 뜨거운 날씨로 덥혀진 북한강물은 10월까지도 따뜻해 수상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지금이 초보가 배우기엔 딱 좋다.사람들도 한물 빠져나가 개인 코치도받을 수 있다. 내년 시즌에 멋진 모습으로 북한강의 주인공이 돼 물살을 가르는 나를 꿈꾸며,지금 북한강변으로 달려가 보자. ■ 이젠 타보자 수상스키 이글거리는 태양이 작열하는 8월의 오후 북한강 초입에 있는 바투 종합레져(031-584-5353)를 찾았다.물위에 떠 있는 바지선에 들어서자마자 낮은 음이지만 힘이 있는 소리로 ‘부릉 부릉’ 출동 준비를 하고 있는 멋진 모터보트 3척이 눈에 들어온다. 마침 권형민(27·법률사무소 직원)씨와 김신아(25·학생)씨가 커플로 수상스키를 즐기기 위해 출발을 하고 있었다.모터보트가 ‘왜앵’하며 굉음을 뿜고 출발하자 줄이 짧아 앞에 있던 신아씨가 물 속에서 솟구쳐 오르며 물살을 가르고 곧이어 형민씨도 솟아올라 뒤를 따랐다.연인인 두 사람이 서로 합쳐졌다가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며 그려내는 물보라가 정말 멋졌다.10여분 동안을 아름다운 북한강변을 달리다 바지선으로 들어왔다. 가쁜 숨을 몰아 쉬는 수상스키 2년차인 형민씨는 “최곱니다.시속 60㎞까지 달리는 스피드감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노라면 몸 속의 세포가 하나하나 살아있는 느낌이죠.”라고 이야기한다.여자 친구인 신아씨도 “짜릿한 스피드 감이 최고”라며 “물살을 온몸으로 맞으며 하는 레포츠라 칼로리 소모가 높아 다이어트에 그만”이라며 수상스키를 자랑한다. 그러자 옆에 있던 권혁준(27·자영업)씨가 “어느모로 보나 웨이크보드가 수상레포츠의 꽃”이라며 반격에 나섰다.“수상스키에 비해 속도감은 떨어지지만 모터보트가 만들어 내는 파도를 이용하여 점프,회전 등 다양한 묘기를 부릴 수 있어 훨씬 더 재미있다.”고 주장한다.또한 형민씨는 “수상레포츠 하면 사람들은 돈이 많이 든다고 생각한다.하지만 보통 주중 저녁에 친구들 만나서 술 먹고 노는 돈을 아끼면 충분히 할 수 있다.”면서 “웨이크를 하루에 3번을 타면 힘이 들어서 더 이상 탈 수가 없다.한번 타고나면 의자에 앉아서 쉬거나 2층에서 선탠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1∼2시간 후에 타기 때문에 하루 5만원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수상레포츠를 즐기는 업체의 바지선에는 2층에 선탠시설과 간단한 휴식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아이들은 바지선 옆에서 수영을 하며 물놀이를 즐긴다.빵이나 간단한 음료를 사 가지고 가도 된다.바투수상레저에는 물위에 떠 있는 부표를 밟고 목표지점까지 가는 워터레이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TV ‘출발 드림팀’에서 경기용 소품으로 사용한 적이 있는 놀이기구로 중심을 못 잡으면 물에 빠지게 된다. 바투수상레저의 이해춘(39)사장은 “요즘은 바나나보트나 플라이피시를 타러오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가족끼리 단합도 되고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고자 한다면 여기로 오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 출출할땐 메기찜 먹을까 수상레포츠를 하면 배가 고파진다.북한강에서 직접 잡은 자연산 메기와 붕어찜 요리가 맛있는 ‘어부의 노래’(031-584-6399)가 레포츠마니아들이 가는 집.주인 오범석씨가 매일 북한강으로 배를 타고 나가서 잡은 물고기를 이용해 신선하다.특히 살아있는 메기를 이용한 메기찜이 별미.무와 시래기를 깔고 그 위에 살아있는 메기를 올려서 쪄냈기 때문에 입에서 살살 녹는다.4인용이 2만원,6인용은 3만원으로 양도 푸짐하고 가격도 저렴하다.붕어찜과 모래무지찜도 맛있다. ■ 골라해보자 수상레저 ●웨이크보드는 물위에서 즐기는 스노보드.X게임의 하계종목 중 하나로 신세대 수상레포츠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인기몰이 중이다.고출력의 모터보트가 만들어 내는 파도를 넘나들며 점프,360도 회전 등의 다양한 기술을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 수상스키가 ‘스피드’라면 웨이크보드는 ‘기술’.웨이크보드는 스노보드와 유사한 보드의 구조상 부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처음에는 배우기 쉽다.그러나 다양한 형태의 점프나 회전 등 고난도의 기술을 구사하려면 전문강사의 지도 아래 수개월 동안 꾸준히 연습을 해야 한다.다만 공중기술을 부리고 착지할 때의 충격으로 무릎과 허리를 다칠 수 있다.체험강습비는 5만원정도.30분 정도 지상교육을 받고 2회에 걸친 강에서 교육을 통과하면 초보딱지는 떼게 된다.그 다음부터는 1회에 1만 8000원. ●수상스키는 누구나 다 아는 여름 수상레포츠.10분만 타도 다리가 후들거려 제대로 걸을 수 없을 정도의 운동효과와 물위를 질주할 때 일어나는 물보라가 마사지 효과를 일으켜 저절로 살이 빠져 여성들에게 인기 만점.허리를 쭉 펴고 약간 뒤로 누워 보트를 끌어당기는 듯한 자세를 취하며 팔을 절대로 굽히면 안된다.스키는 양발에 신는 ‘더블스키’와 외발스키 ‘슬라롬스키’가 있다.체험강습비용은 5만원.지상교육과 2회 강에서 직접 스키를 탄다.그 이후는 1회 1만 5000원. ●플라이피시는 바나나보트의 스피드와 패러세일링의 스릴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신종 수상레포츠.마니아들은 ‘나는 가오리’라고도 부른다.공기주입식 튜브가 병렬로 연결된 형태로 보통 6인승이다.하지만 좀 더 속도감과 스릴을 느끼기 위해 2명이 타는 것이 제일 좋다.한번 즐기는 데 2만원.그 이외 7명이 정원인 바나나보트는 1인당 1만원.2명이 정원인 땅콩보트도 1인당 1만원이다. ■ 삼겹살 구워먹는 야외수영장 90년대만 해도 야외수영장을 가면서 ‘부르스타’라 불리던 야외용 가스레인지와 삼겹살을 챙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한참 수영하다 배가 고플 때면 어머니는 노릇노릇하게 구운 삼겹살을 상추에 싸서 입에 쏙 넣어주시곤 했다.정말 ‘꿀맛’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런 풍경이 사라졌다.대부분의 야외수영장에 취사는 물론 음식물 반입을 금지시켰기 때문이다.물론 청결유지를 위해서 이는 옳았다.그러나 수영장의 맛도 없고 비쌌다. 90년대를 추억하며,수영하며 삼겹살을 구워먹을 수 있는 야외수영장을 찾아라. 서울에선 태릉 육군사관학교 근처의 워터캐슬이 취사가 가능한 유일한 수영장이다.1만 5000평 규모에 물의나라,숲의나라,꽃의나라 등 테마로 꾸며져 있다.숲의나라에서 그늘막이나 텐트를 설치해 취사가 가능하다.토끼,꿩이 있는 미니 동물원은 아이들이 먹이를 주거나 만질 수 있다.그외 어린이 놀이터,선탠베드,운동장도 있다. 경기도 광주의 금원농원은 좀 특별한 수영장이다.수영장 바로 옆 2000여 평의 소나무 숲에서 돗자리를 펴고 산림욕을 즐기다 밥을 해먹을 수도 있다.하루 1만원을 내면 텐트를 치고 숙박도 가능하다.10만여 평의 농원에 운동장,어린이 놀이터,자연학습장,산책로,사슴목장 등을 갖추고 있다.중부고속도로 경안IC에서 빠져 팔당댐 방향으로 20여분 가거나 미사리 팔당대교를 거쳐 팔당댐을 건너 좌회전을 해서 15분 정도 가면 된다. 고양시 풍동에 있는 YMCA 일산수영장은 지정된 취사지역에선 음식을 해 먹을 수도 있다.골프연습장 아래 위치해 연습장 그물이 적당한 그늘을 만들어 준다.수영장 수심이 낮아 아이들이 안심하고 놀 수 있다.일산 백마역 부근 애니골에 위치하고 있다. 경기도 여주군 장흥면 일대에 있는 야외수영장들은 모든 곳이 취사가 가능하다.장흥유원지 내 뉴파라다이스 수영장과 오뚜기 수영장은 수영장 바로 옆,천막에서 취사가 가능하다.또 유아풀이나 간단한 미끄럼틀이 있어 가족나들이로 제격이다. 수원 팔달구 원천유원지내 파도수영장은 파도풀,유수풀,워터슬라이더 등을 갖추고 있고 삼겹살을 실컷 구워 먹을 수도 있다.경부선 수원IC나 동수원 IC에서 빠져 아주대학교쪽으로 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6
  • [재계 인사이드] GS ‘LG탈색’ 잰걸음

    내년중으로 예정된 LG그룹과 GS그룹의 법적분리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고 있다.사명 변경 작업도 탄력을 받고 있다. ㈜GS홀딩스는 10일 560만주가 자전거래됐고 ㈜LG도 이날 1000만주가 자전거래됐다.GS홀딩스 허창수 회장 등 허씨들은 LG지분을,구본무 LG회장 등 구씨들은 GS홀딩스 지분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GS홀딩스는 ㈜LG에서 분할돼 지난달 1일자로 출범한 지주회사로 LG칼텍스정유·LG유통·LG홈쇼핑 등 자회사와 LG건설 등 계열사를 두고 있다.GS홀딩스의 출범으로 LG그룹 구씨가문과 허씨가문의 동업관계가 막을 내렸지만 여전히 GS홀딩스의 최대주주가 구본무 회장으로 남아있는 등 지분구조는 바뀌지 않은 상황이다.앞으로 허씨들은 현재 보유중인 ㈜LG의 지분 약 10%를 구씨들에게,구씨들은 GS홀딩스 지분 약 32%를 허씨들에게 매각,지분관계를 정리할 예정이다. 사명 변경도 가시화되고 있다. GS그룹은 원칙적으로 새로운 브랜드를 사용키로 했었지만 지금까지 각 계열사들은 95년이후 10년 가까이 사용해 온 LG브랜드를 버리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었다.이미 법적 분리가 끝난 LG화재가 여전히 LG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LG의 ‘그늘’이 워낙 짙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GS홀딩스 출범과 관련된 언론보도가 쏟아지고 지난 3일 재상장되자마자 ‘본가’인 ㈜LG 시가총액을 앞서는 등 화제가 되면서 ‘GS’브랜드가 충분히 알려지자 상황이 바뀌었다.게다가 LG정유의 파업사태를 계기로 ‘LG’브랜드를 떼고 가칭 ‘GS칼텍스정유’로 새롭게 출발하는게 낫지 않느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GS홀딩스 고위관계자는 “그동안 사명변경에 부정적이던 계열사들이 최근들어 부쩍 자신감을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대주주간 지분정리가 끝나는 대로 계열사별로 새로운 CI(Corporate Identity)를 선포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길섶에서] 사람이 소에게…/심재억 문화부 차장

    지금처럼 소를 오로지 쇠고기로만 알기 전 일이지만,소도 사람의 말상대가 되곤 했습니다.자식없이 일찍 홀로 돼 소 한마리 키우는 재미로 사는 ‘된 할아버지’,아침이면 소 잔등을 쓸며 “더울 때는 나대지 말고 그냥 그늘에서 놀아.”라며 자식에게 하듯 타이릅니다.한낮에는 물가로 데려가 “목 좀 축여.넌들 안덥겄냐?”라며 아예 고삐를 놔줍니다. 들일 할 때도 자분자분 소와 얘기합니다.쟁기 맨 소에게 “힘이 부치면 그냥 서.뒈질 양으루 미련하게 하지 말고.”합니다.그런 맘을 아는 듯 소는 게으름을 피우다가도 할아버지가 ‘쯧쯧’하고 혀를 차면 알았다는 듯 뒷다리에 빠득 힘을 실어 보습을 끕니다.고삐를 당기지 않아도 ‘이랴이랴’하면 오른쪽으로,‘저리저리’하면 왼쪽으로 틀림없이 길을 잡고,씩씩 날뛰다가도 ‘와와’하면 금세 고개를 주억거립니다.축생을 말동무 삼아 둘이 그렇게 꽤 오래 살았습니다. 그 소를 내다 판 날,된 할아버지,잔뜩 취해 토방마루에 널브러져 푸념합니다.“옘병할,다신 소 안키울 거여.팔려가는 눔이 왜 자꾸 쳐다봐.”그렇게 산게 불과 얼마 전인데,외롭지 않아선지 요새는 사람끼리도 묵묵 말없이들 삽니다.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 [자문위원 칼럼] 참신한 기획 ‘DMZ 대탐사’/심재웅 한국리서치 여론조사부장

    신문의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는 매일매일의 이슈와 쟁점을 분석하고 사건과 사고의 경중을 가려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다.그러나 단순히 오늘의 뉴스를 넘어서 새로운 정보와 흐름을 소개함으로써 독자의 관심의 폭과 지평을 넓혀주는 것도 신문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그런 면에서 올해로 창간 100주년을 맞은 서울신문이 지난 7월6일부터 연재하기 시작한 ‘DMZ(비무장지대)생태계 대탐사’ 시리즈는 주목할 만하다. 지난 50여년간 남과 북이 대치한 우리 국토의 한 가운데에 생태계의 보고가 간직되어 왔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역사의 아이러니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민족의 비극과 슬픔에 대한 자연의 위로인지도 모른다.‘DMZ의 숨소리’,‘사람과 자연,공존의 그늘’,그리고 ‘DMZ 미래에 진 빚’ 등 크게 세편으로 기획된 이번 생태계 대탐사 시리즈는 저널리즘의 관점에서 여러 가지 의미를 갖는다. 우선 이 시리즈는 서울신문의 취재기자와 관련분야의 학계,연구소,시민단체 그리고 정책을 담당하는 전문가가 공동으로 기획하고 참여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내용도 단순한 답사기가 아니라 관련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하여 취재기자의 기사와 전문가 칼럼이 같이 게재되고 있다.주제 역시 천혜의 습지와 숨겨진 하천,희귀한 동식물 등 생태계 전반에 걸쳐 다양하고 알차다. 특히 전문가 칼럼은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생태공원 그 자체’라는 이 지역의 생태학적 의미를 되새기고 생태계의 보존과 관련된 학술연구와 정책적 지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인식하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그러나 이 시리즈와 관련하여 무엇보다도 돋보이는 것은 지금까지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비무장지대 생태계의 모습을 생생한 사진으로 전해준다는 것이다.전쟁의 상처 위에 펼쳐져 있는 습지와 물길의 처연한 아름다움은 무더운 여름에 신선함을 전해준다.최근까지 생태계와 관련한 포토저널리즘의 비중은 매체의 특성상 방송에 비해 신문이 다소 인색한 편이었다.그러나 이번 비무장지대 생태계 시리즈는 다양한 시진과 과감한 편집을 통해 숨겨진 보물을 생생하게 전달해 주고있다. 필자는 이 시리즈를 통해 우선 환경과 생태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과 호응을 기대해 본다.자연 생태의 아름다움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우리 모두의 소중한 자산이다.특히 입시경쟁과 진로선택에 대한 걱정으로 위축되어 있는 젊은이들,그리고 어린이들이 이런 기사와 사진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자연과 과학의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또 서울신문의 ‘DMZ 생태계 대탐사’가 비무장지대의 생태계에 대한 학술연구와 보존방안을 남북한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새로운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남북한이 공동으로 비무장지대 이남과 이북의 생태계를 연구하고 보존하는 일도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등의 경제협력 못지않게 남북한간의 화해와 협력을 조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더 나아가 일각에서 거론중인 비무장지대 생태계를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으로 등재하여 전쟁과 비극의 상징이었던 한반도의 비무장지대가 평화와 생태의 상징으로 새롭게 태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지지부진한 경기,정치권의 지루한 정체성 논쟁 그리고 연쇄살인사건 등이 무더운 여름의 무게를 더해주는 요즈음 ‘비무장지대 생태계 대탐사’ 시리즈는 여러 면에서 신선한 느낌을 주는 참신한 기획이다.이제 막 ‘DMZ의 숨소리’를 전하고 있는 이 시리즈의 후속 기사와 사진을 기대해 본다. 심재웅 한국리서치 여론조사부장
  • [쏟아지는 중산층 파산] ‘과소비 파산’은 소수… 금융정책 ‘그늘’ 탓

    [쏟아지는 중산층 파산] ‘과소비 파산’은 소수… 금융정책 ‘그늘’ 탓

    흔히 파산자는 씀씀이가 헤프고 책임없이 소비를 한 사람으로 단정한다.이유가 있으니 파산하지 않았겠느냐는 인식이 지배적인 것이다. 서울신문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파산자의 33%가 실직·질환·사고 등에 의한 파산이었고,저소득·사업부진 등 생계형 파산이 20.9%였다.이들 가운데 과거 5년 동안 골프장·호텔·콘도를 이용한 사람은 전혀 없었고,국내외 여행을 해 본 사람도 60명에 불과했다.그마저도 대부분 신혼여행이었다.파산은 채무자의 과소비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대출과 마구잡이 카드 발급 등 경제적·변제 능력에 대한 검토없이 회원 확장에만 급급했던 채권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더 크다고 지적한다. ●생활보호자·사망자에게도 카드발급 박순애(가명·83·여)씨는 한달에 27만원을 지원받는 생활보호대상자다.2001년 아들이 신용카드회사의 연대보증인이 되어달라고 부탁했다.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실직 상태였던 아들은 결국 파산했다.L사 등 3곳의 카드회사는 박씨가 보증한 8200만원을 갚으라고 독촉했다.결국 박씨도 지난 6월 파산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감사원에 따르면 신용카드회사들은 소득이 없어 국민연금의 납부조차 면제받은 184만명에게도 431만장의 신용카드를 발급했다.또 19개 카드사는 2000년에서 2001년 사이에 사망한 189명과 발급을 신청한 뒤 사망한 451명에게도 신용카드를 발급해줬다.정부의 카드사에 대한 부실한 관리 감독을 자인한 셈이다. ●“몸 팔아서 갚아라” 막가는 채권추심 전문 채권추심기관의 추심 방법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신용카드 대금 200만원을 두달 동안 연체한 김모(24·여·학생)씨는 카드사 직원이 보증을 선 친척에게 “김씨가 3억원의 빚이 있는데 모두 당신에게 떠넘기려 한다.”고 말한 것을 알게 됐다.항의하자 카드사 직원은 “그렇게 억울하면 몸이라도 팔아 돈을 갚으면 될 것 아니냐.”며 오히려 화를 냈다.지난 1월부터 대출금 1700만원의 이자를 연체한 이모(35)씨도 어처구니없는 일을 겪었다. 카드사 직원이 집에 혼자 있는 장애인 어머니를 온갖 험한 말로 협박한 것.이 때문에 어머니는 며칠 동안 앓아 누웠다.이씨는 카드사로부터 “협박이 뭔지 알고나 그러느냐.”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윤모(43)씨는 카드사의 채권추심에 아예 회사를 그만뒀다.카드사가 회사로 보낸 편지 봉투 겉면에 붉은 글씨로 ‘윤씨는 억대의 채무로 파산할 사람’이라고 씌어 있었던 것.편지 봉투 하나로 윤씨는 직장을 잃었다. 채무자들은 불법적인 채권추심 앞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미국은 공정채권추심법을 만들어 우편물에 다른 사람이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추심회사의 상호조차도 쓸 수 없도록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채무자에게 저항권을 부여,채권자에게 문서로 항의하면 법적절차의 진행사항을 전달하는 것 이외에는 접촉을 할 수 없다.우리는 이같은 제도적 장치가 전무하다. 안동환 유지혜기자 sunstory@seoul.co.kr
  • [Doctor & Disease] 중앙대 용산병원 김세철 박사

    [Doctor & Disease] 중앙대 용산병원 김세철 박사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발기부전’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금기다.전근대적 도덕률에 스스로를 옭아매 이를 드러내는 걸 부끄럽게 여기고,그래서 그 침묵의 그늘 속에서 남자는 남자대로,또 여자는 여자대로 하릴없이 시들어 간다.그러나 숱한 보양식품이 동나는 현실은 이 침묵의 병증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삶을 아프게 갉아대는지를 입증하는 증거가 된다.“보세요.40대같은 50대가 있는가 하면 50대 같은 40대도 많습니다.문제는 성기능,즉 발기인데,삶의 질을 얘기할 때 이건 아주 중요한 조건입니다.” ●4회 시도 1회 이상 장애땐 발기부전 우리나라 비뇨기학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중앙대 용산병원 비뇨기과 김세철(58) 박사는 “치료의 필요성조차 못느끼고 사는 숱한 발기부전 환자들의 삶이 어떨 것인가는 보지 않아도 안다.”며 이렇게 말했다. 발기부전이란 어떤 질환인가. -간단히 말해 만족스러운 성행위가 가능할 정도로 발기가 이뤄지지 않거나 설령 발기가 되어도 성행위를 계속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진단 기준은 무엇인가. -성행위를 4회 시도해서 1회 이상 장애가 나타나면 발기부전으로 진단한다.여기서 장애란 만족스러운 성취가 불가능하거나 성취는 했더라도 부부가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다. 발병 추세는 어떤가. -많이 늘고 있다.특징적인 것은 10년 전의 경우 이렇다 할 치료법이 없어 가정파탄 등 심각한 경우에만 병원을 찾았지만,요즘은 삶의 질에 관심이 많아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편이다.연령대도 과거엔 30대가 많았던 반면,요즘은 60대가 많다. ●40대 이상 10명중 3명이 환자 그는 여기서 발기부전을 보는 사회적 인식의 진부함을 꼬집었다.“그게 사는 게 아닌데,다들 용해요.우리나라의 경우 40∼80대의 발기부전 환자는 27.9%로 세계 평균 17.8%보다 훨씬 높습니다.간단히 10명 중 3명이 환자인데,이들 중 치료를 받는 사람은 고작 2%에 불과합니다.놀랍지요.그런데도 국민 87%는 성이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발기부전에 관해 생각과 행동이 따로인 거지요.” 2%라는 게 납득이 되지 않는데. -인식차라는 게 있다.4번 중 3번을 실패해도 문제로 여기지 않는 사람도 있다.또 병원을 찾은 환자의 67%가 이전에 정력제 등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고 한다.그렇게 낫는 게 아닌데 왜곡된 보신문화의 병폐다. 이 질환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가장 중요한 요인은 노화다.노화에 따른 30대의 발기장애 가능성을 1로 보면 40대는 3.7배,50대는 5.2배,60대는 11배,70대는 무려 22배로 늘어난다.당뇨병도 발병하면 성건강이 10년 이상 노화돼 40대 당뇨병 환자의 성능력은 50대에도 못미친다.고혈압,관상동맥질환,비만,흡연과 습관적 음주,스트레스,간경화 등 만성질환도 원인이다. ●약물치료, 편하고 안전성도 뛰어나 진단은 어떻게 하는가. -환자의 상태와 병력(病歷)이 가장 중요하다.병력만으로 80%는 진단이 가능하다.발기 장애로 병원을 찾은 사람의 99%는 이미 발기부전이 진행된 상태다.이런 환자에게 다른 검사가 별 의미가 있겠나. 자가진단도 가능한가. -사고 등 법의학적 문제와 결부된 경우가 아니면 4회 성행위를 시도해 1회 이상 실패한 경우 발기부전으로 보면 된다. 치료법은 어떤가.최근 약물치료가 일반화된 느낌인데…. -발기부전은 노화의 표출로 감기와는 다르다.마치 나이들어 돋보기를 사용하듯 발기부전도 증상을 개선하는 것이 최선이지,60대를 30대로 돌려 놓는 치료법은 없다.그런 점에서 경구용 약물요법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이다.여기에 반응하지 않으면 주사요법을 적용하고 그래도 개선되지 않으면 음경보형물 삽입술이라는 수술요법을 적용한다. 각 치료법의 예후는 어떤가. -약물은 전체 환자의 60%,주사는 85%,수술은 거의 100% 성공한다.문제는 안전성과 편의성인데,그런 점에서는 약물의 효과가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노화와 병증에서 기인한 발기부전을 따로 구분할 수 있나. -간혹 발기부전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연관 질환을 찾아낸 경우는 있지만,대부분은 둘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증세는 같다. ●운동만 규칙적으로 해도 예방 가능 그의 답변은 구체적이고 예시적이었다.그에게 발기부전 예방법을 묻자 일반적인 심혈관질환 예방법과 같다고 말한다.미국 메사추세츠 노화연구소에서 8년 동안 40∼60세 남성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1일 210㎉를 소모하는 운동(30분 정도의 속보)을 계속한 경우 발병률이 65%나 감소했다.그가 전한 운동효과의 사례다.고혈압이나 심장질환에 적용하는 섭생과 운동만으로도 위험군의 65%가 발기부전을 예방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치료 약제 범람이 문제가 되는 현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또 의존성 등 약제의 부작용은 없나. -성 문제는 항상 양면적이다.이를 상업화하면 위험하지만,부부관계 개선이 목적이라면 숭고한 것이다.약제는 기본적으로 의존성이 없다. 현재 시판중인 경구용 치료제에 대해 솔직한 평가를 내려줄 수 있는가. -환자에게 비아그라,시알리스,레비트라 등 3개 약제를 4회씩 복용하도록 해 반응을 조사중이지만 결과는 3년 후에나 나올 것이다.각기 특성이 다르지만 지금 말할 수는 없다. ●“남성의 음경은 작은 심장” 김 박사는 “남성의 음경은 작은 심장”이라며 “발기부전이 심장병 등 다른 질환의 전조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은 만큼 50세를 넘겨 발기에 문제가 있다면 병원에서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그는 “‘삶의 질’에서 그 질이 구체적으로 무얼 의미하는지 생각해 보면 발기부전이라는 병증이 주는 심각성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말을 맺었다. ■ 김세철 박사 △중대의대 대학원(의학박사)△뉴욕주립대 다운스테이트의료원 연수△중대부속 용산병원장 역임△현 대한불임학회장△대한비뇨기과학회 국제교류위원장△한국평활근학회 부회장△한국발생생물학회 이사△국제남성과학회 학술위원△아시아비뇨기과학회 집행이사△아시아-태평양 성기능장애연구학회 집행이사△중대의대 비뇨기과 교수△대한비뇨기과학회 차기이사장.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한여름 이만큼도 안 더울라꼬”

    “밀양은 오늘 몇 도랍니까?” 경남 밀양이 한국의 ‘대표 찜통’으로 인상지워지고 있다.10년 만의 무더위라는 올여름,더위에 지친 사람들은 우리 동네보다 훨씬 더 뜨거운 고장이 있다는 데 위안을 삼곤 한다. 밀양은 4일에도 35도까지 올랐다.영천의 35.2도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기온이다.밀양은 지난달 23일과 30일에는 각각 38도까지 치솟으며 당당히 올해 전국 최고기온 기록을 작성했다.한여름에도 한기가 느껴지는 얼음골에다 밀양강을 끼고 있어 피서지로 이름난 밀양이 왜 이렇게 높은 기온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4일 밀양 시내의 아스팔트는 신발바닥에서 끈적함이 느껴질 정도로 녹아내리고 있었다.거리는 에어컨을 틀어놓은 채 창문을 꽁꽁 닫은 승용차며 화물차가 간혹 지나다닐 뿐이었지만,밀양강과 주변 솔밭에는 수천명의 피서객이 늦게까지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엇갈리는 지역 주민들의 반응 “올 여름이 덥기는 덥십미더.” 내일동사무소 앞 나무 그늘에 앉아 더위를 식히고 있던 최진복(77) 할아버지 등 마을 노인들은 “밀양이 더운 곳이라고는 하지만 이번 여름은 근년 들어 가장 더운 것 같다.”며 연신 부채질을 해댔다. 그러나 전국 최고의 여름 기온을 체감하기는 쉽지 않은 탓인지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여름에 이 정도는 더워야 곡식과 과일이 제대로 익제.” 내일동 시장거리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임용태(62)씨는 “한여름 이만큼 안 더울라꼬.”라며 예년과 비슷한 날씨인데 신문·방송에서 너무 호들갑을 떤다고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밀양의 신비,천연기념물 제224호 얼음골은 요즘 피서지로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얼음은 6월 들어 모두 녹아 버렸으나 결빙지점의 기온은 섭씨 2∼3도를 유지하고 있다.얼음골 관리인 김영근(49)씨는 “부산·대구·울산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평일에도 하루 5000명이 넘는 피서객이 몰려온다.”고 말했다. ●관측소 주변의 도심화로 측정 기온 높아졌나 밀양시 김진구 공보경영담당관은 “피서지로 알려져 있는 밀양이 전국에서 가장 더운 곳으로 보도되고 있어 무척 곤혹스럽다.”고 털어놓았다. 김 담당관은 “기온을 측정하는 밀양기상관측소 주변의 인위적인 환경변화가 측정 값을 높이는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다.”고 애써 더위의 원인을 다른 데로 돌렸다. 1984년 당시 허허벌판에 지었다는 내이동의 관측소를 찾아가 보았다.관측시설은 20여m 떨어진 앞·옆에 최근 2년 사이에 들어선 대형 유통업체 건물 2곳이 바람을 막고 있었다.앞쪽 할인마트에서는 에어컨 송풍기 2대가 관측시설 쪽으로 더운 바람을 내보내고 있었다.지난달 밀양의 기온이 잇따라 전국 최고를 기록하자 측정에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나무판으로 송풍기 앞을 최근 반쯤 막아 놓았다. 관측시설 10여m 뒤쪽으로는 왕복 4차선 아스팔트 도로가 지나고 있었다.2차선이던 것을 관측소 쪽으로 올해 초 2차선을 더 넓혔다. 밀양기상관측소 조군석(41) 소장은 “관측소 주변에 최근 건물이 들어서는 등 환경이 많이 바뀌었지만 기온 측정에 별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그는 “그렇지만 하루 평균 기온을 따져보면 밀양이 대구 등 혹서지역보다 낮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더운 곳이라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8월 들어 밀양에서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열대야 현상이 나타난 것은 지난 1일 하루뿐이다. ●기압골 배치가 고온(高溫)의 원인 부산기상청 관계자는 밀양지역의 올여름 기록적인 고온현상은 분지라는 지형 조건에 기압골 배치가 더해졌기 때문으로 분석했다.현재 우리나라가 북태평양 고기압권에 들어있는 가운데 밀양시·합천군을 비롯해 경남 내륙쪽이 경북과 중부 쪽보다 기온이 더 높은 형태로 기압배치가 돼 있다는 것이다.이 관계자는 “까닭에 분지인 밀양의 기온이 높게 나타나는 때가 많다.”며 “기압배치는 계속 바뀌고 그에 따라 최고 기온 지역도 달라지기 때문에 기상 전문가들은 어느 지역의 최고기온 기록에는 그다지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밀양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문화마당] 베스트셀러 만드는 법/정은숙 ‘마음산책’ 대표·시인

    지난달 15일,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한 ‘인간 개발 보고서 2004’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인간 개발지수’ 순위는 지난해보다 약간 올라간 28위다.이 지수는 단지 경제적 층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각국 사람들이 얼마나 인간답게 사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자원이 적고,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의 인간 개발지수가 계속 높아지기를 나는 바란다. 최근 경제 불황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는데,이 점을 내가 종사하는 출판계에 대입해 보면,불행히도 아직 우리가 손대지 못하고 있는 인간 개발의 측면이 너무 많은 데 놀라게 된다.출판 불황의 원인에는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결국 인간의 문제로 귀결되는 듯하다.우리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결국 출판 불황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출판과 관련하여 인적인 능력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책을 쓰는 ‘필자’ 그리고 그 책을 만드는 ‘편집자’의 문제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편집자는 현실을 읽고 현실을 새롭게 만들어나가는 사람이다.독자를 견인하는 메시지가 담긴 책을 만들기 위해서 편집자는 스스로를 개발해야 한다.책의 장르가 문학서든 실용서든 인문서든 아동서든지 간에 그 안에는 새로움과 치열함이 들어 있어야 한다. ‘읽으면 좋은 책’은 많다.하지만 독자는 책을 다 읽어보고 사는 것은 아니다.그 독자에게 책을 사게 하려면 책 자체가 강력한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컨셉트가 선명해야 한다.그러니 마땅히 편집자는 공부해야 하지 않겠는가. 다음으로 필자의 문제를 생각해보자.필자가 없으면 편집자에게 좋은 기획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도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구체적인 토대가 마련되지 않는다.사실 필자의 문제는 비단 출판사만의 문제는 아니다.결국 책은,또 필자는 그 사회의 문화적 수준의 바로미터다.문화적 세련성이란 어느날 문득 달성되는 것이 아닌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필자들에 대해서도 할말이 있다.우리 필자들은 너무 엄숙하거나 너무 온건하다.너무 엄숙하다는 것은 어떤 필자의 경우 책을 단지 경력 관리 차원에서만 경직되게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에서,너무 온건하다는 것은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술에 등한하다는 바로 그 점에서 나온다. 미국의 유명저자 빌 브라이슨의 예를 살펴보자.그는 저널 출신의 여행가이자 집필가로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냈다.그의 저작들은 여행기뿐 아니라 언어개발서까지 있다.미국의 애팔래치아 산맥 종주기인 ‘나를 부르는 숲’은 우리나라에도 번역되어 많은 독자들을 사로잡았다.그의 글쓰기는 철저한 자기 관리에서 나왔다.주제에 대한 엄청난 양의 공부와 자기 헌신으로 유명하다.얼마 전 그가 펴낸 과학책도 미국과 한국에서 모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제목도 야심적인 ‘거의 모든 것의 역사’가 바로 그 책이다.자연과학 책으로는 전례가 드물게 미국내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기도 한 이 책은 과학 저술로도 모범적인 저작으로 손꼽힌다. 그런데 빌 브라이슨은 이 책을 쓰기 전에는 ‘원자’가 무엇인지도 몰랐다고 한다.놀랍지 않은가.빌 브라이슨은 우리들에게 ‘인간 개발’과 ‘필자 개발’의 참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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