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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佛 유혹 ‘시작이 반’…

    파리에도 봄이 왔다. 해가 바짝 나온 토요일 오후에 이 도시의 유행을 선도하는 제4구(區)와 건너편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제6구(區)를 거닐다 보면, 벚나무 그늘이 드리운 수천개의 노천카페 틈바구니에서 전혀 딴판인 현대적인 외양의 커피 전문점 앞에 길게 늘어선 행렬을 볼 수 있다. 미국 시애틀에 본부를 둔 세계적인 체인점 스타벅스가 ‘침공’은 아니지만 파리지앵의 취향을 거의 따라잡아 철옹성처럼 여겨지던 카페문화를 바꾸고 있다고 경제주간 ‘비즈니스 위크’ 인터넷판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금연 정책도 양보하는 등 현지화 전략 많은 나라에서 거둔 큰 성공에도 불구하고 스타벅스에 프랑스는 여전히 벅찬 곳이다. 담배 연기 자욱한 바와 보도에 다닥다닥 테이블이 놓인 노천카페는 ‘프랑스 다운’ 상징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진하디진한 에스프레소는 물론이다. 여기에 비하면 밝고 약동적인 이미지에 테이크아웃할 수 있는 커다란 종이컵과 달착지근한 스낵, 금연 정책들로 상징되는 스타벅스는 한참 거리가 있다. 또 하나, 스타벅스가 프랑스 공략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첨단 패션과 음식, 영화를 사랑하는 프랑스사람들이 오래 뿌리를 내려온 것에 쉽게 지조를 버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스타벅스가 프랑스내 가맹점을 23곳으로 늘리는 데는 공력이 많이 들었다. 맥도널드가 저소득층의 주머니를 노려 값싼 메뉴로 공략했다면, 스타벅스는 상류층을 겨냥했다. 미국이나 아시아에서 건너온 관광객들은 스타벅스 매장에서 에스프레소나 카푸치노를 찾는 반면, 이 도시의 일류 대학생들은 가장 비싼 5달러짜리 ‘프라푸치노’(얼음을 갈아 만든 카푸치노)를 서슴없이 사서 마신다. 또 현지인의 입맛에 맞춰 블루베리 머핀과 함께 카라멜 첨가 커피를 판매한다든지, 가게 안에선 여전히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지만 길거리쪽 의자에선 마음대로 연기를 내뿜을 수 있게 하고 있다. ●“관광 중심지서 브랜드이미지 구축” 스타벅스가 프랑스의 문을 두드릴 때, 이미 지난 1994년 창립된 토착 브랜드 콜럼버스 카페가 확고한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과거 10년동안 30개 점포로 그 수를 늘렸던 콜럼버스 가맹점 가운데 여러 곳이 문을 닫아 24곳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인건비와 임대료 부담 때문에 스타벅스가 남는 장사를 한 것 같지는 않다. 또 하나, 최근 500호점이 문을 연 영국과는 달리 프랑스는 중요한 시장이 될 것 같지는 않다고 잡지는 덧붙였다. 그럼 전세계 1만 1000개의 가맹점을 거느린 스타벅스가 굳이 비싼 운영 비용과 문화적 저항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공략에 매달리는 이유는 뭘까?런던의 컨설팅 회사 ‘알레그라 스트레티지’의 제프리 영은 “세계의 관광 수도인 이곳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커리어 우먼] 김민경 통계청 차장

    [커리어 우먼] 김민경 통계청 차장

    “여성 공직자가 적을 때는 희소가치가 있었지만, 이제 은퇴할 사람에게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네요.” 정부대전청사 집무실에서 만난 김민경(59) 통계청 차장은 변함없이 당당했고 여전히 친근감을 느끼게 했다. 푸근한 인상과 달리 김 차장은 극도의 정확성이 요구되는 통계분야에서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스페셜리스트이다. 공직에 입문한 뒤 37년동안 통계인으로 외길을 걸어왔고, 통계 공무원으로는 처음으로 1급에 올랐다. 그는 “통계를 공부했기에 천직으로 알고 오늘까지 왔을 뿐”이라며 멋쩍어 하는 바람에 인터뷰 사진을 찍는 데 애를 먹었다. 고교시절 수학을 좋아해서 전국 대학에 4개뿐이던 통계학과에 진학했다는 김 차장은 4학년에 재학하던 1969년 경제기획원 조사통계국에 7급으로 특채됐다. 봉급이 훨씬 많은 산업은행으로 자리를 옮겨보기도 했지만 1970년 7월 산업은행이 맡던 통계업무가 경제기획원으로 넘겨지면서 ‘제자리걸음’을 하게 된다. ●대학4학년때 경제기획원 특채 김 차장의 이름 앞에는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가 줄곧 따라 붙었다. 조사통계국 첫 여성공무원, 경제부처 첫 여성사무관, 경제기획원 첫 여성과장, 재정경제부 첫 여성국장이 그것이다. 하지만 그늘도 없지않아 사무관 시절에는 업무에 치이고, 윗사람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로 심각하게 ‘방향수정’을 고민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김 차장은 위기에서 좋은 선배를 만난 것이 행운이라고 했다. 당시 한 선배는 “어떤 사람이 아닌 국가와 자신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위로 겸 질타를 했다. 더불어 “전문가가 되라.”는 충고를 따르면서 다시 일에 충실할 수 있었다. 1993년 발표된 ‘고령화 보고서’는 그에게 책임감을 되새기는 기회가 됐다.199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재생산한 이 보고서가 센세이션을 불러왔고, 정책에 반영되면서 통계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데 전율을 느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유엔이 정한 고령화사회(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7% 이상)에 접어들었음을 경고했고, 정부가 노인복지정책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통계는 사회를 변화 시키는 힘 가져” ‘공무원’보다 ‘통계인’이 됐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다는 김 차장은 “통계는 공기와 같다.”고 말했다. 반드시 필요하지만 정작 중요성을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통계가 없다.’는 말은 투자와 노력이 부족함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김 차장은 지금 한권의 책을 준비하고 있다. 자신의 과거사가 담긴 회고록이 아닌 37년동안 직접 체험한 ‘통계 발전사’를 만들어 후배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통계는 국민을 위해, 국민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진리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는 후배들에게 보내는 충고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김민경 차장은 ▲1947년 제주생▲고려대 통계학과, 미국 조지워싱턴대 대학원 경제학과(석사)▲경제기획원 통계분석과장▲통계청 인구통계과장, 사회통계국장, 경제통계국장▲통계청 차장(현재)
  • [심상덕의 서울야화 (3)] 쑥고개엔 쑥이 없다

    [심상덕의 서울야화 (3)] 쑥고개엔 쑥이 없다

    절기의 변화는 막을 수가 없습니다. 길을 지나다가 잘 한번 보세요, 양지바른 쪽으로는 벌써 풀잎들이 파릇파릇 돋아나 있고, 또 들판에 나가 보면 그 왜 쑥 있잖아요, 이 쑥 순이 파릇파릇하게 돋아나는 모습이 여간 보기 좋은 게 아닙니다. 이 쑥이 우리 몸에 그렇게 좋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이 쑥으로 만들어 먹는 음식들, 예를 들어 쑥떡도 있고 쑥 범벅도 있고 쑥국이나 쑥 나물도 있고 그리고 또 쑥을 넣어 만든 쑥국수도 있고,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쑥을 이용한 술, 쑥술을 드셔본 적이 있나 모르겠네요. 혹시 쑥술을 드셔 보셨습니까. 쑥을 잘 씻어 그늘에 말린 다음, 그릇 속에 소주와 설탕을 함께 담아 밀봉을 한 뒤에 약 삼 개월 정도만 지나면 쑥의 성분이 완전히 우러나는데요. 그 예전부터 이 쑥술이 혈압을 조절하는데 그렇게 좋다고 했거든요. 지금처럼 좋은 약이 없던 예전엔 민간요법에서 가장 많이 이용한게, 그게 바로 쑥이었던 겁니다. 쑥에는 독특한 향기와 쓴맛이 있지만 비타민A 와 비타민C를 함유하고 있어서 야맹증이나 피부미용에 효과가 있는 걸로 알려졌더라고요. 그리고 쑥술을 하루에 한 두 잔씩 장기간 복용하면 식욕증진은 물론이고 천식이나 이뇨 작용에도 효험이 있다는 거죠. 또 이 쑥술을 복용하면 감기예방과 치료에도 좋다, 이런 얘기들, 그 예전부터 널리 알려져 온 얘기잖아요. 쑥술을 한 잔 마신 뒤에 온 몸에 퍼져나는 그 쑥 향기는 은은하고 좋습니다. 그 옛날 우리의 옛 시에도 때 묻지 않은 신선한 아가씨를 칭찬할 때는 온 몸에서 쑥의 향기가 난다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쑥향낭자’라고 불렀습니다. 그래서 하는 얘깁니다. 온몸에서 쑥 향기가 물씬 풍겨나도록 이 봄철에 쑥떡도 좀 많이 해먹고 쑥국도 좀 많이 끓여먹고, 아무튼 쑥을 좀 많이 드십시오. 우리 몸에도 좋다고 하잖아요. 예전엔 그랬습니다. 마을에 무슨 돌림병이 돈다든지 아니면 또 집안에 우환이 있을 때 이 쑥을 사립문 밖에다 걸어놓기도 했었거든요. 그렇게 하면 온갖 나쁜 잡귀들이 다 물러간다. 이렇게 알고 있었던 거죠. 그리고 전에는 왜 우리 고향에서 낫으로 풀을 베러 다니다가 손가락을 낫에 베게 되면 이럴 때 어떻게 했었습니까. 그 낫으로 베인 자리에 이 쑥을 돌로 찧어 즙을 내가지고 그 피나는 자리에다 붙였잖아요. 다시 말해서 지혈제의 역할도 했던 겁니다. 그런데 우리 서울의 지명중에 이 쑥이 등장하는 고개가 있다는 건 알고 계십니까. 관악구 봉천동에 가면 ‘신림 2동’으로 넘어가는 고개. 그 고개가 바로 ‘쑥고개’잖아요. 그러나 지금은 그 쑥고개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쑥고개라는 이름의 걸맞을 정도로 그렇게 쑥이 많은 그런 고개가 아니거든요. 그렇다면 그 예전엔 이 쑥고개에 정말 쑥이 그렇게 많았던 걸까요. 그래서 쑥고개란 이름이 붙은 걸까요. 사실은 그게 아닙니다.‘봉천동’의 그 ‘쑥고개’라는 이름은 쑥 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는 고개입니다. 그럼 봉천동 쑥고개에는 왜 쑥고개라는 이름이 붙은 걸까요. 세월을 거슬러 거슬러 올라가 그 예전엔 이 고개가 소나무 숲이 울창했던 그런 고개였습니다. 숯을 굽던 가마가 있었고요. 그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숯을 구워 생계를 유지 했었기 때문에 그래서 그 고개 이름을 숯고개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동안 그 ‘숯고개’가 ‘쑥고개’로 바뀌어 지금까지 불려오고 있습니다. 지금은 봉천동 쑥고개 주변이 전부 다 주택가로 변하다 보니 그 예전에 숯을 굽던 흔적은 찾아 볼 수 없게 됐습니다. 그리고 관악구 봉천동의 쑥고개뿐만 아니라 경기도 평택의 쑥고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평택에 있는 쑥고개도 원래는 소나무 숲이 우거진 고개였고 그곳에 숯을 굽던 가마가 있었는데, 그 ‘숯고개’가 ‘쑥고개’로 바뀌게 된 겁니다. 그래요, 쑥고개 얘기를 하다 보니 갑자기 그 옛날 쑥개떡이 다시 한 번 먹고 싶어지는 군요.
  • [부모님의 위한 인테리어] 중후하고 고풍스러운 운치

    [부모님의 위한 인테리어] 중후하고 고풍스러운 운치

    ‘너는 맛있게 먹으라.’ 하셨습니다. 당신은 배 부르다고.‘너라도 따뜻하고 행복하라.’ 하셨습니다. 당신은 그런 너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하고 행복해진다고. 늘 자식을 위해 퍼주기만 하신 부모님을 위해 이제 우리가 해드릴 때. 지친 몸이 편안하게 쉴 수 있고, 마음이 사랑으로 가득차도록 부모님의 공간을 꾸며 드리세요. 꼭 비싸야 하나요. 존경과 사랑을 담은 작은 소품이라도 좋습니다. 다가오는 5월. 내 집 예쁘게 꾸미고 솜씨 내는 것도 좋지만, 부모님을 위해 효도 인테리어를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사랑과 존경으로 가득 채운 편안한 공간을 만들어보자. 작은 것이든, 큰 것이든 자식의 마음과 정성을 담은 인테리어는 가장 행복한 공간이 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 툇마루에 앉아 운치있게 마음 같아선 공기 맑고 텃밭 있는 전원주택으로 모시고 싶지만, 여의치 않다. 발코니를 트거나, 방 한 쪽에 차 한 잔 즐길 수 있는 툇마루를 연출해보자. 거실 발코니를 틀 경우에는 목공 공사로 거실의 높이보다 약간 높게 올리면 넓어보이면서 독립된 개별 공간의 느낌을 준다. 나무의 결과 질감이 살아있는 재질의 바닥재를 깔아 시골집의 툇마루를 얹어 놓은 듯한 분위기를 낸다. 거창하고 비싼 탁자가 아니라도 좋다. 투박하고 작은 나무 탁자에 폭신한 방석을 놓기만 해도 전원의 운치가 풍긴다. 발코니를 확장하면 기존의 새시가 아닌, 전용창으로 교체해야 단열, 방음 등을 유지할 수 있다. # 작은 소품이라도 좋아 간접조명은 눈부심이 없고, 공간에 퍼지는 빛의 양이 일정해 방 전체를 온화한 분위기로 만든다. 연로한 어르신이나 아이들이 있는 가정에 추천할 만하다. 그늘진 구석에는 스탠드를 두어 보조 조명의 효과를 높인다. 스탠드는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활용하기 쉽다. 동양적인 느낌이 나는 디자인이나 한지 전등갓을 씌운 스탠드로 고풍스러운 멋을 더한다. 중후하고 편안하게 꾸미려다 보면 자칫 허전한 느낌이 들 수 있다. 이때는 가족사진을 이용해 따뜻하고 화목한 가족 사랑을 벽에 불어넣어 보자. 벽지가 하얀색이나 베이지색이라면 액자를 장식이 화려한 것으로 고른다. 크기와 색상을 다양하게 해 변화를 주는 것이 좋다. 액자를 벽에 걸 때도 일렬 반듯한 것보다 자유롭게 배치하는 것이 더욱 세련돼 보인다. 커다란 가족사진 하나 덩그러니 있는 것보다 아기자기한 느낌으로 장식 효과가 높다. ■ 도움말:LG데코빌 신보현 디자이너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분수에서 한밤중의 정사

    분수에서 한밤중의 정사

    映畵街이얘기저얘기-金洙容(김수용)감독 우리들은 항상 선의의 피해자이다. 작품 하나를 놓고 두 감독을 저울질하는 제작자나, 배역 하나에 두 배우가 걸려들어 본의아닌 경합을 하게 되고 끝내는「라이벌」의식이 노골화 되어 동료사이의 정을 끊어놓는다. 빼앗긴 쪽은 빼앗은 자를 저주하지만 체면상 화를 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또 상황은 쉽게 역전이 되기도 한다. 대개의 경우 여자주연을 선정할 때 우선 세아가씨의 이름이 후보자로 동시에 대두되며 그들의 이름은 南貞妊(남정임) 文姬(문희) 尹靜姬(윤정희)양이다. 도매금으로 물망에 올랐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미끄러지는 두사람은 항상 의미없는 피해자가 된다. 이것은 쏟아지는 작품에 비해서 숫적으로나 질적으로 부족 하기만한 「톱·스타」들의 유명세이며 한국영화계의 피할 수없는 악순환이기도 하다. 항상 여주인공 선정에서 톱스타 文姬·尹靜姬경합 「엘리자베드·테일러」와 「소피아·로렌」정도의 개성 차이가 있다면 몰라도 文姬와 尹靜姬 두 여우를 놓고 볼때 그들 사이엔 별로 큰 차이가 없다. 차이가 없다는 것을 선의로 해석하면 두 사람의 연기의 폭이 넓고 유사형이란 뜻이 되겠지만 이것은 배우로서는 결코 장점이 될 수 없는 것이다. 현대에 있어서 배우의 생명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그것은 강렬한 개성이라고 대답해야 옳을 것이다. 아무리 잘 생기고 예뻐도 그 용모에 개성이 깃들지 않았으면 배우의 자격은 없다. 결코 미남이라고 말할 수없는「장·폴·베르몽드」나 「스티브·매퀸」의 줏가가 높은 것도 개성 제일주의를 설명해주고 있는 것이다. 정연희의 장편 『石女』를 「스크린」에 옮기게 되었을 때 그 주인공으로 두 아가씨가 예외 없이 물망에 오르게되었고 文姬양으로 낙착될 때까지 제작자와 감독 사이에 적지 않은 의견 충돌이 있었다. 이러한 뒷 이야기를 듣고도 못들은 체 하며 「카메라」앞에서 태연히 연기를 해야하는 장본인의 마음도 약간은 괴롭겠지만 배역의 경합이 심하면 심할수록 열연의 도는 뜨겁게 마련이다. 사랑의 환상적인 의식도 영화에선 실제로 찍어야 그날밤 J공원 분수를 밤새도록 내뿜게 하고 그 솟구치는 물줄기 속에서 정사장면을 촬영하게 되었다. 쉴새없이 폭발하는 수압(水壓)과 열띤 사랑의 유희…. 나는 오래 전부터 그러한 영상세계에 흥미를 갖고 있었으며 기회만을 노리고 있었던차라 서슴지 않고「카메라」를 그 곳에 세우게 된 것이다. 성격차이와 정신적인 학대속에서도 가정이란 굴레를 오히려 자신의 오만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방책으로 삼고 있는「인텔리」가정주부 文姬의 밀회장소…사나이 申星一은 긴 침묵을 깔고 뜨거운 눈빛으로 여인을 뇌쇄시키려 든다. 여인은 견디기 힘든 시선을 피해 분수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사나이의 뜨거운 애무에 몸부림치는 자신의 모습을 의식의 눈으로 보게되는 것이다. 말이나 글로는 그렇게 쉽고 간단하게 설명할 수가 있지만 은막의 언어란 좀체로 간단하지가 못하다. 분수속에서 애무하는 장면이 있으면 배우가 실지로 물속에 몸을 잠그고 그 숱한 물줄기를 다 맞아야 한다. 이런때 文姬양 만큼 고분 고분하게 감독의 말을 들어주는 여우도 흔치 않다. 『옷을 어떻게 할까?』 『또 불려 가게요』 요즈음 음란물 단속의 여파는 확실히 우리들의 작업장에 영향력을 미치게 되었다. 나는 남녀 배우들 앞에 옷을 하나도 벗지않고 정사「신」을 연기할 수있도록 미리 연구한 도표를 내놓았다. 여배우의「클로즈·업」된 얼굴 둘과 남배우의 大寫(대사)된 손두「커트」, 그리고 남녀의 전신 한 장면으로 구분된 그림을 연결하는 것이다. 침대위에서 옷을 입고 뒹굴었다면 보는 사람의 빈축을 사기 안성마춤이겠지만 야외 나무 그늘이나 풀밭이라면 그래도 용서받을 수가 잇을 것같다. 보는 사람에겐 시원하기만한 분수지만 그 힘센 물줄기를 통째로 맞아가며 애무하는 연기를 해낸다는 것은 분명히 커다란 육체적인 고통이 따르게 된다.「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 文姬는 쉴새없이 물을 마시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申星一의 뜨거운 호흡에 말려드는 동작은 계속되었고 감독이「카메라」를 멈출 때까지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참고삼아 여기 그 장면 하나 하나를 설명해 보자. 먼저「카메라」를 뒤로한 男과 女는 서로 얽혀 쓰러진다. 두번째는 남자의「클로즈·업」 된 손을 따르는「카메라」. 그 손이 여인의 허리에서 옷속으로 등을 향해 뻗어가고 다시 서서히 앞 가슴 쪽으로 옮겨진다. 세번째 그림은 여인의 충격적인 얼굴에서 특히 눈언저리를 크게 잡는다. 네번째는 다시 남자의 손. 이번 손은 목에서부터 서서히「블라우스」의 단추를 풀게 되고 그 손은 다시 배꼽아래로 뻗는다. 다섯번 째는 여인의 얼굴이 대사되고 특히 윤기있는 입언저리를 「클로즈·업」 한다. 이러한 장면들이 차례로 찍히는 동안 모름지기「섹스」나 음탕한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다. 그것은 옷을 입었을 뿐만 아니라「카메라」에 포착된 곳만 움직임을 갖기 때문에 도무지 정사의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촬영이 끝났을때 여배우의 양쪽 귀에선 물이 주르르 흘러 나왔다. 그리고 그녀의 눈은 빨갛게 충혈 돼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곤히 잠자리에서 휴식을 취하는 한밤중 물속에 잠겨 본의 아닌 뜨거운 정사를 연기하는 여배우의 얼굴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본다. 그러면서도 끝내 배역을 얻지 못한 또 한사람의 얼굴이 눈앞에 떠오르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톱·스타」들은 본의건 본의가 아니건 항상 경합속에서 살아야 하고 차가운「라이벌」 의 눈초리를 참아 넘길 수 있는 무딘 신경이 또한 필요한 것이다. [ 선데이서울 69년 8/24 제2권 34호 통권 제48호 ]
  • [서울광장] 양극화 논쟁을 보는 눈/우득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양극화 논쟁을 보는 눈/우득정 논설위원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연설에 이어 청와대가 국정브리핑을 통해 양극화 시리즈를 쏟아내면서 양극화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이번 지방선거의 쟁점을 양극화 문제로 몰고갈 태세다. 국정브리핑은 1탄 ‘기적과 절망, 두개의 대한민국’에서 9탄 ‘시장맹신주의와 성장지상주의를 극복하자’에 이르기까지 지금의 양극화는 과거 개발독재시대가 추구한 ‘압축성장’의 그늘이라고 진단한다.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카지노 경제’ 논리가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약자의 목을 죄고 있다는 식이다. 그러면서 양극화의 혜택을 누려온 보수층은 대척점에서 신음하고 있는 빈곤층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고 힐난한다. 참여정부의 잘못된 배분정책으로 성장잠재력이 위축되고 빈곤층은 도리어 늘었다는 보수층의 공세에 대한 ‘의도된’ 역공인 셈이다. 여권은 대립과 갈등의 ‘비정한 사회’에서 상생과 협력의 ‘따뜻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양극화의 실상을 ‘폭로’하고 있다. 하지만 우선 양극화는 단어 자체가 지극히 계급이념적이고 전투적이다. 야권과 보수층이 논리에 앞서 조건반사적으로 반발하는 이유다. 그리고 글로벌경제에 편입된 한국을 따로 떼어내어 양극화의 수혜계층과 피해계층으로 이분화하는 것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한국이라는 외딴섬에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제로섬 게임이 아닌 것이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가 지적했듯이 양극화 심화의 직접적인 이유인 경쟁 격화는 효율적인 자본주의로 가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특히 중국과 인도라는 거대한 ‘블랙홀’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잃은 산업과 기술은 낙오자 대열로 편입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끊임없는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낙오자는 사회안전망의 확충을 통해 보호해야 한다. 민간부문은 경쟁력을 북돋우고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는 보호와 훈련을 통해 재활의 기회를 부여해야 하는 것이다. 양극화를 사전적으로 제어하겠다고 정부가 섣불리 개입하면 규제로 이어져 경쟁력 약화와 자원배분의 왜곡으로 귀결된다.100m선상에서 함께 손잡고 출발해 동시에 골인하려다가는 공멸하게 되는 것이다. 국정브리핑의 지적처럼 보수층이 양극화 문제를 외면해온 탓에 현재로서는 여권의 공세가 먹혀드는 듯하다. 보수층은 선거를 앞두고 특정계층 공격을 통한 세(勢)결집 의도라며 반발하기에 급급한 모습이다.‘양극화의 심화는 참여정부의 정책 실패 탓’(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이라거나 ‘성장이 분배를 개선한다’는 고답적인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최근 이상 조짐을 보이고 있는 지표를 들먹이며 ‘경기도 신통찮은데 양극화 타령만 하느냐.’며 짜증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야권이나 보수층은 공격을 해도 시원찮을 판에 수비하기에 바쁘니 분통이 터질 노릇일 것이다. 사실 과거 같으면 야당이나 보수층은 “참여정부 3년 동안 살림살이가 좀 나아졌습니까?”라고 빈정대기만 해도 절로 불만세력을 규합할 수 있었다. 상대적 박탈감을 부채질하는 것으로 충분했다는 얘기다. 지난달 말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의 양극화 대토론회에 이어 최근 삼성경제연구소가 여권과는 전혀 다른 분석과 처방을 내놓았다. 어차피 양극화 문제가 공론의 장으로 옮겨온 이상 접점이 모아질 때까지 치열한 논쟁이 지속됐으면 한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생활의 지혜] 조화의 먼지 제거는

    비닐봉지에 소금을 한 줌 넣은 다음 조화를 넣고 잘 흔들어주면 조화에 묻어 있는 먼지가 소금에 묻어나 새것처럼 깨끗해진다. 그런 다음 물로 헹궈 그늘에서 말리면 된다.
  • 기형 고치는 진정 아름다운 성형

    언청이로 태어났지만 값비싼 수술비 때문에 평생 흉터를 지니고 살아온 30대 주부가 있다. 시댁 식구들은 사고로 생긴 상처로만 알고 있다. 자신이 언청이라는 사실이 알려질까 봐 가슴졸이며 살아간다. 성형으로 새 삶을 찾을 수 있다면? 사고로 생긴 커다란 흉터를 없애지 못해 고민하는 20대 젊은이가 있다. 성형으로 흉터를 없애고 콤플렉스를 벗어날 수 있다면? 일견 괜찮아 보이는 외모에도 더 예뻐지기 위한 성형이 우리 사회에 봇물이라 성형 수술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천형(天刑)과도 같은 외모 콤플렉스 때문에 자신감을 잃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성형은 삶에 대한 용기를 되찾는 한 가닥 빛이 될 수도 있다. 케이블·위성 채널 KM이 마련한 색다른 감동 프로젝트가 눈에 띈다.4일부터 매주 화요일 오후 6시 방송되는 ‘헬프 美-체인지 유어 라이프’이다. 평범한 외모조차 허락받지 못한, 그래서 더욱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외적으로, 심리적으로 치료받으며 삶의 행복과 자신감을 얻어가는 과정을 진솔하게 담아내는 프로그램이다. 사고나 선천적 기형 때문에 심리적으로 힘겨운 삶을 살아온 이들에게 새 인생을 찾아주자는 것. 이 점에서 아름다움에만 초점을 맞춰온 여타 성형 프로그램과는 궤를 달리한다. 형편이 어려운 사연 신청자들을 중심으로 두 명을 뽑아 이들이 성형을 받는 과정은 물론, 그간 지녔던 콤플렉스를 이겨내는 과정까지 2주 단위로 전달하게 된다. 인기 개그맨 김늘메가 진행을, 인기 그룹 파란이 게스트를 맡아 사연 신청자들의 그늘진 얼굴에 웃음을 되찾아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제작진은 “성형에 대한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성형을 단순한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한 행위가 아닌, 자신감 있는 삶을 살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된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면서 “돈 있는 사람만의 웰빙 특권이 아닌, 외모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의 삶을 바꿔주자는 게 이 프로그램의 의도”라고 말했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산간·오지에도 인터넷망 구축

    ‘인터넷 오지’가 아직 있었네. KT가 초고속인터넷의 마지막 오지로 남아 있던 전국 산간, 섬지역 8만여가구에 대한 인터넷망 구축에 나선다. 전체의 3% 정도다. 다음 달 시작해 내년 말에 마무리한다. 이렇게 되면 인터넷 강국의 그늘로 남았던 지역이 모두 없어져 전국토가 ‘인터넷 통일’을 이루게 된다.KT는 우선 4월부터 중앙정부 및 해당 지자체와 초고속인터넷망 구축 협약체결에 나선다. 첫 사업으로 30일 KT전남본부가 전남도청과 협정을 체결했다. 망 구축 시기는 30∼50가구 규모의 마을(5만 3000가구)은 올 하반기까지,30가구 미만 마을(3만 3000가구)은 내년 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KT는 “사회 양극화 해소차원의 사업이며 내년말까지 모든 서비스 체제가 갖춰진다.”면서 “무엇보다 농어촌 주민은 김, 미역, 특산품 등 무공해 청정 농수산물을 인터넷을 통해 팔 수 있고, 학생들은 인터넷 원격교육 혜택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KT는 2002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858억원을 투입, 농어촌지역 347만 가구의 97%에 해당하는 50가구 이상 339만 가구에 초고속인터넷망을 구축했다.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이동국 환상 4호골… 득점 선두

    ‘독일행 노터치.’ ‘라이언킹’ 이동국(포항)이 4호골을 폭발시키면서 독일월드컵 주전 굳히기에 돌입했다. 이천수(울산)도 2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며 골게터 경쟁에 불을 붙였다. 이동국은 29일 포항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 제주와의 경기에서 후반 회심의 왼발슛으로 결승골을 뽑아냈다.2경기 연속골이자 시즌 4호골을 기록한 이동국은 성남 우성용과 함께 득점 공동 1위로 올라섰다. 특히 올 시즌에 치른 5경기 가운데 4경기에서 골을 뽑아내며 기복없는 골감각도 뽑냈다. 포항은 이동국의 골로 1-0으로 승리,3승1무1패(승점 10)가 돼 이날 전남과 1-1무승부를 이뤄 연승행진에 제동이 걸린 선두 성남(4승1무 승점 13)을 바짝 추격했다. 0-0의 팽팽한 균형을 이루던 후반 11분 제주 문전에서 고기구가 헤딩으로 밀어준 공을 이동국이 달려들면서 왼발 터닝슛, 공은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연고지를 옮긴 제주는 애타게 기다리는 첫 승을 올리지 못한 채 3연패의 늪에 빠졌다. ‘킬러본능’을 유감없이 보여준 이동국은 K-리그에서 골퍼레이드로 독일월드컵 최전방 공격수 경쟁에 성큼 앞서 나갔다. 국가대표팀 딕 아드보카트에게 다시 한번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이동국은 지난 98프랑스월드컵에서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선배들의 그늘에 가려 제대로 뛰지 못했다. 이어 한·일월드컵에서는 엔트리에도 들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이후 절치부심했고 결국 4년이 지난 현재 전세는 완전히 역전,‘독일행’을 넘어 주전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지난 26일 환상적인 프리킥으로 시즌 마수걸이 골을 터뜨린 이천수도 이날 열린 경남전에서는 후반 38분 선제 결승골을 터뜨려 1-0 승리를 견인했다. 그동안 부상으로 신음했던 한·일월드컵 전사 송종국(수원)은 아드보카트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 대구와의 경기에서 풀타임 맹활약, 건재함을 과시하며 대표팀 복귀에 청신호를 밝혔다. 송종국이 풀타임을 뛴 건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여 만이다. 최근 아드보카트 감독은 “오른쪽 윙백으로 송종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식지 않은 신뢰를 보냈다. 그러나 경기는 무득점으로 끝났다.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새달 6일부터 4일간 ‘2006 뮤직 포레스트’

    새달 6일부터 4일간 ‘2006 뮤직 포레스트’

    한국 대중음악 창작의 숲을 거닐며 산소 같은 음악을 들이마셔 보자. 일곱 빛깔 무지개가 드리워진 숲이다. 대중성보다는 음악성이 돋보이는 뮤지션의 공연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새달 6일부터 4일 동안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열리는 ‘2006 뮤직 포레스트’가 무대다. 제3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수상의 영광을 품은 뮤지션들 가운데 7팀이 초청돼 릴레이 콘서트를 펼친다. 앞선 3일 동안은 두 팀이 차례로 단독 공연을 연 뒤,30분 정도 협연을 벌이며 흔하게 접해볼 수 없는 음악의 향연을 선사하게 된다. 감수성 짙은 재즈 연주를 들려주는 밴드 트리오로그가 첫 날 테이프를 끊는다. 데뷔 앨범 ‘Speak Low’로 ‘올해의 연주’ 부문과, ‘It Rains’로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싱글’ 부문을 거머쥐었다. 연주 음악 토양이 척박한 상황에서 한국 재즈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어 담백한 노랫말과 감각적인 멜로디가 돋보이는 2인조 소규모아카시아밴드(올해의 신인 공동수상)가 무대에 오른다. 홍대 클럽가에서 확고한 팬 층을 갖고 있는 밴드다. 7일에는 한국 록 음악의 대부 신중현의 두 아들, 시나위의 기타리스트 신대철의 동생인 신윤철·신석철이 이끄는 서울전자음악단(최우수 모던록-싱글)이 나선다. 아버지와 형의 그늘에 가려진 것 같지만 그에 못지않은 음악 세계를 펼쳐낼 예정이다. 지난해 ‘Where The Story Ends’를 내놓으며 새로운 감각의 행복한 일렉트로니카를 선보이고 있는 W(올해의 가수-그룹·최우수 모던록-앨범)가 함께 한다. 8일은 “그동안 한 번쯤 함께 공연을 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던 두 팀이 함께 하는 날이다. 아이돌의 껍질을 깨고 아티스트로 성장한 이상은(올해의 가수-여자)과 펑크와 솔을 바탕으로 국내 흑인음악계에서 떠오르고 있는 5인조 밴드 윈디시티(최우수 알앤비&솔 싱글·앨범)의 순서다. 윈디시티의 음악은 미국의 전설적인 솔·펑크 그룹 어스 윈드 앤 파이어나 슬라이 앤 더 패밀리스톤의 것과 비교해 들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마지막날에는 올해의 앨범, 올해의 신인(공동수상), 최우수재즈&크로스오버-앨범 등 3개의 타이틀을 따내며 올해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두번째달이 단독무대를 갖는다. 드라마 ‘아일랜드’(2004년)의 주제곡 ‘서쪽 하늘에’로 이름을 알렸고 숱한 CF 배경음악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낸 다국적 7인조 에스닉 퓨전 밴드다. 최근에도 드라마 ‘궁’ OST에 참여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전혀 시장성이 없어보였던 켈틱 민요 등 월드뮤직을 화두로 한 이들의 연주는 음악 팬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며 파란을 일으켰다.(02)559-1333.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파란나라를 보았니?

    파란나라를 보았니?

    직접 페인팅하며 집을 가꾸면 비용도 절감되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도 있다. 낡고 색이 바랜 벽면, 주방의 칙칙한 타일, 손 때 묻은 가구 등 페인트로 변신시킬 수 있는 공간과 소품은 무궁무진하다. 봄을 맞아 아이들이 좋아하는 분위기로 아이방을 변신시켜보자. 아이가 방에 더욱 애착을 갖고, 정서에 도움도 준다. 벽면을 수족관처럼 페인팅해주는 것은 어떨까. 파란색으로 벽을 칠하고 형형색색의 물고기를 그려넣거나 붙여주면 시원한 수족관으로 탄생한다. 파란색은 머리를 식혀주는 색으로 알려져 있다. 자극적이지 않고 안정감을 주는 파란색은 정서적으로 불안한 아이에게 좋다. 지적인 이미지의 파랑으로 칠한 방에서 아이는 사고력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내성적인 아이라면 더욱 우울해질 수 있으니 피한다. 아이들 방에 칠할 페인트는 낙서나 때에 강한 것으로 고른다. 냄새가 거의 없고, 인체에 해롭지 않은 친환경 수성페인트를 추천한다. 색상을 직접 만들 때는 수성페인트에 색소를 조금씩 넣으면서 색상을 만들고, 보드에 칠한 뒤 다 마르면 정확한 색을 비교한다. 색을 만들 때는 반드시 그늘 진 곳에서, 실내 조명을 감안한다. 형광등에서는 전혀 다른 색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KCC의 ‘인 캔 시스템(In Can System)’과 같이 원하는 색상을 만들어주는 서비스를 이용해도 좋다. 페인트는 다른 제품과 섞어 사용하지 않는다. 또 비나 눈이 오는 날, 습도가 높은 날(85% 이상), 온도가 너무 높거나 낮은 곳(40℃ 이상,5℃ 이하)에서는 작업을 하지 않는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아이방 페인트칠 이렇게 ■ 도움말 KCC 숲으로 기술영업팀 김창섭 과장 #준비물: 페인트, 붓, 롤러, 트레이, 면장갑과 천, 마스킹테이프(페이트를 묻히지 않을 곳을 가려주는 제품), 퍼티 제품, 사포 #과정: 1. 벽의 고르지 못한 부분을 다듬는다. 못을 뽑아 생긴 구멍은 퍼티 제품으로 메운다. 2. 손을 보호하기 위해 면장갑을 낀다. 문틀, 전등 등 페인트를 칠하지 않을 부분에 마스킹테이프를 붙인다. 3. 붓에 묻은 먼지나 풀 등을 털어내어 털을 고르게 한 뒤 아래 위로 결을 따라 골고루 모서리나 코너 부위를 칠한다. TIP:붓의 2분의 1이나 3분의 1만 페인트를 묻힌다. 너무 많이 묻혀 칠하면 막이 두꺼워지거나 흐른다. 4. 넓은 벽면은 롤러로 칠한다. 작업 순서는 천장, 벽면, 바닥 순. 흐르지 않게 골고루 바르려면 W자 형태로 칠한다. 5. 페인트가 마르면 덧바르는 것을 2∼3회 반복한다. 6. 덧바른 것까지 마르면 원하는 스티커를 붙인다. 7. 마스킹테이프를 제거하고 마무리한다.
  • 느림, 그러나 빠른 깨달음

    느림, 그러나 빠른 깨달음

    “어찌하여 느림의 즐거움은 사라져 버렸는가? 아, 어디에 있는가, 옛날의 그 한량들은? 민요들 속의 그 게으른 주인공들은, 이 방앗간 저 방앗간을 어슬렁거리며 총총한 별 아래 잠자던 그 방랑객들은? 시골길, 초원, 숲속의 빈터, 자연과 더불어 사라져 버렸는가?” -밀란 쿤데라 『느림』중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숨가쁘게 돌아가는 우리네 삶. 가끔 무엇인가 알 수 없는 허무함이 가슴을 메이게 한다.‘도대체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 피곤에 찌들린 일상에서 벗어나 그동안 살아온 생활을 돌아보고 재충전할 기회를 갖고 싶다면 ‘명상’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반박자만 느리게 살면 인생이 달라질 것이다. 명상으로 잠시 느림의 미학에 빠져보자. 만물이 생동하는 봄, 자신을 찾고 마음에 평안을 얻고 싶은 사람들은 가족과 함께 가까운 명상 센터를 찾아보자.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봄햇살이 따사로운 주말. 충북 진천에 있는 수선대를 찾았다. 여기는 수선재(043-536-0013,www.soosunjae.org)에서 운영하는 야외 명상 수련원이다. 지난 1999년 폐교인 진천 두촌분교를 개조해 만들었다. 숙소와 식당 등도 있어 편하게 자연과 벗하며 명상에 빠져들 수 있다. 어슴푸레 대지를 밝히려는 새벽,50여명이 손을 모으고 앉아 있다. “지금 막 태양이 빛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여러분 자신이 태양의 가운데 있다고 명상하세요. 그 찬란한 빛이 온몸을 감싸고 태양의 기운을 가득 받은 여러분 몸과 마음 어디에도 그늘진 곳은 없습니다.” 조용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이고(수선대 원장)씨가 명상의 세계로 사람들을 이끈다. 30분이 지났다. 다리가 아플만 하지만 어느 누구 신음소리 한번 내지 않는 적막감이 커다란 교실을 꽉 채운다.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 5시부터 시작된 수련은 아침해가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오전 8시쯤 끝났다. # 자신을 찾아가는 길 수련을 마친 사람들의 표정은 맑고 깨끗했다.“힘들지 않았어요.”라는 질문에 한결같이 웃음으로 답하는 그들은 과연 ‘득도’를 한 것일까. 수련한 지 3개월 됐다는 민정화(28·그린티샵 매니저)씨는 “오늘 수련은 특히 너무 좋았다.”며 “마음의 평안 그 자체인 것 같다.”고 말했다. 녹차 전문점을 운영하는 그녀는 사람들에게 받는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이 편할 날이 없었다. 그래서 명상에 입문을 하게 됐다.“항상 내 자신의 가슴, 즉 내면을 들여다보며 반성하고 씻어내니 그저 마음도 몸도 편해진다.”고 말한다. 민씨의 권유로 명상을 시작한 언니 여경(35·대학원)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다니다가 지난해 그만두고 대학원에 입학했다.“이젠 생활의 중심이 잡히는 것 같아요. 내성적인 성격 탓에 남들에게 휩쓸려 다니는 일이 많았는데 이젠 스스로 돌아보고 결정하며 행동하는 모습에 제 자신도 놀라지요. 사람들을 만날 때 당당해지고 내면의 소리를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성격으로 변했어요.” # 거대한 자연 속의 자신을 만나다 아침밥을 먹고 그들은 무변대란 곳으로 간다. 수선대에서 걸어서 20여분 거리에 있는 ‘무변대’는 제2의 수련원을 지을 곳이란다. “무변대는 볼텍스(Vor-tex)가 있는 곳으로 명상을 하기에 정말 좋은 장소.”라고 이고 원장은 설명한다. 볼텍스란 소용돌이, 와동이라는 뜻으로 지구 표면에서 발생하는 전자기장이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올라가거나 또는 지구 표면으로 빨려드는 현상으로 쉽게 말하면 ‘에너지 마당’이다. 우주에서 에너지가 내려와 좋은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한 10여분을 걷자 이 원장은 “자 이제 왼손 바닥은 하늘로 향해 하늘의 기운을 받고 오른손 바닥은 땅을 향해 받은 기운을 쏟아내고 땅의 기운을 받아들입니다. 천천히 머릿속을 비우며 걸으며 자신에게 집중해 보세요.”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마치 무엇엔가 홀린 사람들처럼 나란히 서서 걷는다. 어디까지 가는지,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 아무도 묻는 사람들도 없이 산길을 따라 간다. 수북하게 쌓여 있는 나뭇잎을 밟으며 사각사각 걷는다. 고행을 떠나는 성자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문득 따사로운 햇살과 지저귀는 새소리에 그저 마음이 편안해지며 잡념이 사그라짐을 느낀다.1시간 정도를 그렇게 걷더니 김재은 사범의 말에 따라 모두 모여 간단한 체조를 한다. 서서 호흡을 고르던 그들은 이제 황금빛 잡풀들이 누워 있는 땅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는다. 그리고는 다시 명상에 들어간다. 눈을 감았다. 몸을 스치는 바람, 새소리, 온몸에 공명이 되어 울린다. “바람이 불어옵니다. 이제 바람이 몸을 통과해 지나갑니다. 가슴 깊이 있던 응어리와 분노들이 보이십니까. 바람에 날려보내세요.” 미움, 시기, 증오 등 우리를 옥죄고 있는 나쁜 마음들과 이별을 하고 따사로운 햇살을 가득 가슴에 품고는 일어선다. 이종민(38·에코샵 홀씨 대표)씨는 “이렇게 자연을 걸어 보고, 들어 보고, 함께 하다 보면 자신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풀 한 포기, 꿈틀대는 벌레 하나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으며 자신 또한 인생의 주인임을 느끼게 하지요.”라고 수련소감을 말한다. 또한 이하정(25·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씨는 “이렇게 앉아 자연의 힘을 느끼고 돌아가면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항상 웃으며 일할 수 있는 에너지가 됩니다.”라고 했다.5살 아들을 둔 박정인(35·주부)씨도 “이렇게 명상을 하면 급하다며 안달복달하는 마음이 없어지고 여유가 생깁니다.”고 의미를 부여한다. 비우려 하니 편해지고 다시 채워질 여유가 생겨서일까 다들 얼굴이 행복해 보였다. ■ 도심에서 명상 즐겨볼까 # 명상 백화점 웰빙 열풍을 타고 도심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명상을 할 수 있는 수련장이 생겨났다. 서울 종로경찰서 바로 뒤 인사동에 위치한 명상 아루이 선(02-722-6653)은 대표적인 명상카페. 아담한 한옥집을 개조해 만든 공간으로 차를 마실 뿐 아니라 다양한 명상 체험이 가능하다. 홍옥·청옥·자수정·맥반석 등 오색영롱한 광물들의 기운을 맨발로 느끼는 ‘걷기명상’을 비롯해 돌명상, 그림명상, 감촉(곡물)명상, 음악명상 등 10여 가지의 명상 체험을 할 수 있다. 헤드셋에서 나오는 내레이션을 듣거나 명상 지도사가 체험을 도와준다. 또한 귀한 차를 마실 수 있다. 산에서 직접 채취한 약재들로 끓여 기운을 북돋아주는 아루이선(仙)차, 호두·대추·밤을 넣어 두뇌 활동에 도움을 주는 고향 하늘차, 백련차 등 각종 선차가 송화다식, 녹차다식과 함께 나온다. 가격 1만원. # 차와 함께 명상을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 있는 초의차명상원은 차를 마시며 명상을 하는 곳이다. 미얀마에서 명상과 선차 수행을 하고 돌아온 지장스님이 누구나 쉽고 편하게 명상을 할 수 있도록 하게 하자는 뜻에서 만든 공간이다. 명상에 쉽게 빠져들기 위한 매개로 차를 이용하는 독특한 방법으로 명상을 자연스럽게 유도해 인기가 많다. 스님과 함께 찻잔에 차를 따르고, 향·빛깔 등을 음미하며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방법으로 수련을 한다. 또한 녹차, 보이차, 타이차 등 여러 종류의 차를 마시는 즐거움도 있다.(02)732-7209. # 깨달음을 통한 명상 서울 가회동에 있는 안국선원은 ‘간화선’이란 독특한 방법으로 명상을 유도한다. 선원장인 수불스님이 던진 선문답을 고민하며 답을 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간화선은 각박한 삶을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 정신적인 깨달음을 주는 것으로 참선을 통해 스스로 번뇌를 깨치고 삶의 근원적인 답을 구하며 마음의 평안함을 되찾게 만든다. 종교와 상관없이 수행을 할 수 있다.(02)732-0772,www.ahnkookzen.org로 신청하면 된다.
  • [여성&남성] 이런 남자-이런 여자 만나지마!

    [여성&남성] 이런 남자-이런 여자 만나지마!

    잘나고 똑똑하다는 여자들도 남자 문제에서는 바보가 되기 쉽다. 단순히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에는 옆에서 볼 때 한심한 경우가 많다. 문화평론가와 일본전문가로 알려진 김지룡(42)씨가 최근 ‘이런 남자 제발 만나지 마라’(흐름출판)를 펴냈다. 멀쩡한 여자들이 끊임없이 ‘공공의 적’ 같은 남자를 만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기 때문이란다. “여자의 돈만 보고 무조건 덤비는 남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상상도 못하실 겁니다.” 흔히 남자는 여자의 외모를 우선적으로 본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본인의 재력이 출중한 경우다. 요즘은 돈부터 따지는, 아니 돈만 보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겉보기에 소탈해 보일수록 실제로는 여자의 돈을 보고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김씨의 지론.“돈이 실제로 많고 적고를 떠나 ‘있는 집 자식’ 티를 내는 것은 실속없이 파리만 꼬이게 만드는 지름길입니다.”돈 밝히는 남자 다음으로 꼽는 ‘나쁜 남자’는 돈 문제에 깔끔하지 못한 사람들. 부모 돈을 자기 돈이라고 생각하는 남자는 안 만나는 게 좋다. 돈이란 무릇 내 주머니에 들어와야 돈이 되는 법. 설사 유산으로 받는다고 해도 그때는 이미 나이 쉰살이 넘은 뒤일 가능성이 크다. 비싼 옷, 비싼 음식, 비싼 차를 좋아하는 남자도 경계 대상이다. 실속을 차릴 줄 아는 남자가 진짜 남자다. 물론 알뜰과 인색은 구분해야 한다. 꼭 써야 하는 곳에 돈을 아낀다면 구두쇠라고 생각해도 좋다. “지나치게 가정적이거나 나에게 다정한 남자도 한번 뒤집어 볼 필요가 있지요. 집안일에만 충실하고 매일 회사로 여자를 데리러 오는 남자들, 십중팔구 사회적 성공과는 거리가 먼 남자들입니다. 툭하면 회사 때려 치우고 사업하겠다는 남자도 웬만하면 잊으세요. 스스로 조직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사업가가 돼 조직을 이끌지도 못합니다.” 간혹 남자가 효자인 것을 문제삼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효자에도 진짜와 가짜가 있는데 후자만 경계하면 된다. 자기 집 일은 덮어놓고 감싸도는 남자는 가짜 효자다. 시험 삼아 애인 가족들의 흉을 봐라. 듣지도 않고 화부터 내거나 참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얼굴색이 변했다면 다시 생각해 봐라. 부모가 반대한다며 이별을 고하는 남자라면 미련 없이 돌아서는 게 좋다고 한다. 부모님이 병석에 계시는 게 아니라면 반대한다는 이유로 헤어지자는 것은 사랑하지 않는다는 의미다.‘너밖에 없다.’‘너를 위해 부모도 버릴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경계대상이다.“그런 남자들은 여자에게 뭔가 바라는 것이 있는 기생충일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죠.” 이른바 ‘조건’은 어디까지 봐야 할까.“화력, 전투력, 매력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한다. 화력은 재력, 학력, 집안 등을 말하고 전투력은 그것을 활용한 능력 즉 인내심, 명석함 등을 말한다. 어느 하나에만 혹해서 남자를 만나거나 어느 하나가 부족하다고 평가절하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것이다.“소개팅이든 우연히 만났든 적어도 세 번은 만나 보십시오. 겉모습이 아닌 진짜 모습을 보려면 속을 들여다 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이런 여자 만나지마! 나쁜 남자를 알아 보는 법과 매력적인 여자를 얻는 법에 대한 책들은 많아도 나쁜 여자에 대한 책은 찾아 보기 힘들다. 세상에는 흔히 유형화되는 나쁜 남자만이 존재하는 것일까. 남성들은 연애 지침서 없이도 쉽게 ‘내 여자’를 찾을 수 있는 것일까. 천만의 말씀!못 알아 보는 것뿐이지 남자를 파멸로 이끌고 가는 ‘팜므파탈’은 우리 주위에 꼭 한 두명씩은 있다. 데이트 코치이자 연애지침서 ‘연애본능’의 저자인 칼럼니스트 임경선(34·여)씨에게 절대 조심해야 할 ‘그녀들’을 들어 봤다. 임씨는 연애상담을 하러 오는 남자들 중 절반은 ‘날 갖고 노는 여자’에 대해 고민한다고 했다. 순진한 남성에게 접근하는 영화 속 악녀가 아니더라도 말로는 싫다면서 가끔 전화를 하고, 술 취하면 보고 싶다고 마음을 흔드는 등 여지를 남겨 주는 그녀, 정말 위험하다.“지금 사귀고 있는 A에게서 충족되지 않는 부분을 B를 통해 채우려는 타입으로 혼자 있는 것을 못 견뎌하는 여성들이죠. 이런 여성은 아마 B와 함께 있다가도 A가 부르면 당장 모범택시 타고 날아갈 겁니다.” 헤어진 옛 애인이 갑자기 전화를 한다고 해도 너무 기대하면 안된다. 미련없이 헤어진 남자와 진정으로 다시 시작해 보려는 여성은 얼마 되지 않는다. 임씨는 “남자는 상대방이 먼저 이별을 고했거나 아직 미련이 남았을 때 옛 애인을 잡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지요. 반면에 여자는 다른 남성을 만나기 전 공백기 동안 허전함을 달래려 ‘헌 것’이라도 찾는 것일 수 있으니 신중하게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아무리 인형같이 예쁘고 우아한 여성이라도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면 일찌감치 접는 게 좋다.“영화·놀이공원·깜짝선물 등 상대방에게 항상 이벤트를 기대하는 여성들이 있죠. 그래야만 자신이 사랑받고 대우받는다고 느끼는 유형들인데 대체로 피상적인 조건만을 따질 가능성이 큽니다.” 정말 내 사람인지 궁금하면 차분하게 대화를 해보는 게 좋다. 술을 마시지 않고 다른 것을 안 하면서 2시간 동안 서로에 대해서만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다면 바로 그 사람이 내 사람이다. 임씨는 ‘그늘 있는 여자’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의 상처와 아픈 경험을 남자를 유혹하는 무기로 쓰려는 여자와는 밝은 미래를 함께 계획하기 힘들다는 것.“처음에는 아픈 여자를 보호해 주고 싶고 끌리는 마음이 들겠지만 과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그녀는 결국 남자의 기운마저 빼앗아 버릴 수 있어요. 이런 유형의 여성은 상처를 훈장처럼 지니며, 모든 아픔의 원인을 상대방으로 돌리고 스스로 불행을 만드는 타입이지요.” 그는 또 학력이나 사회적 지위 등 객관적으로 보기에 자기보다 우월한 그녀의 조건이 부담될 것 같으면 아예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다. 겉으로는 신경 안쓰려 해도 결국은 파탄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인간은 모두 외로운 존재이고, 연애는 생존을 위한 절실한 본능이죠. 실패를 경험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그 실패를 내 사람을 고르는 안목으로 키우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연예인 2세’ 탐사보도 유감/황용석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신문독자의 이탈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많은 전문가들은 신문보도의 기능을 ‘속도’에서 ‘깊이’로 그 무게 중심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 선두에는 이른바 기획탐사보도라는 저널리즘 모델이 있다. 기획탐사보도는 이제 신문의 질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었다. 최근 들어 많은 신문사들이 탐사보도팀을 꾸리고 정기 또는 부정기적으로 기획탐사물을 게재하면서 우리나라 신문들도 본격적으로 취재 깊이의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서울신문도 여기서 예외는 아니다. 서울신문이 최근에 보여준 몇몇 탐사보도물은 우리사회에 잠재되어 있는 중요한 문제를 부각시키는 데 일익을 담당해 왔다. 지난 2월22일에 보도된 ‘고학력 시대의 그늘’과 2005년 10월11일에 보도된 ‘우울한 장애인의 성’등은 주제의 참신성이나 구조적 해결을 지향하는 접근방식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그러나 지난 3월24일 보도된 ‘연예인 2세, 특권세습’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이 기사에 ‘탐사’라는 이름이 붙기에는 몇 퍼센트 모자란다. 탐사보도라고 불리는 저널리즘 모델은 몇 가지 공통된 특성이 있다. 첫째 독자들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제를 다루어야 한다. 공익을 훼손하는 내용을 다룰수록 그 가치가 높아진다. 둘째, 드러나지 않았거나 의도적으로 숨기는 사건을 밝히는 데 중요한 의의가 있다. 셋째, 단순 보도보다는 더 많은 시간과 복잡한 조사도구와 기법을 동원한다. ‘컴퓨터활용보도(CAR)’나 과학적 조사기법을 동원하는 ‘정밀 저널리즘’이 탐사보도와 결합된 형태로 나타나는 것도 탐사보도가 보다 복잡하고 정교한 조사기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탐사보도와 관련된 기자들의 모임인 IRE에서 해마다 선정하는 탐사보도상의 기준도 위에 나열한 것과 같은 선상에 있다. 그러나 ‘연예인 2세’보도는 주제가 갖는 신선함이나 대중문화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에도 접근 방식과 발견한 사실의 빈약함으로 아쉬움을 남긴다. 이 기사는 많은 비용을 들여 조사전문회사에 서베이까지 의뢰하고 그 결과를 보도하고 있지만, 여론조사 보도의 기본 원칙을 지키고 있지 못하다. 조사방법(조사시기, 문항, 표본추출방식 등)이 제대로 명시되어 있지 않은 것은 물론, 조사 결과표 역시 읽는 이에게 혼란을 준다. 조사결과에 대한 분석수준은 단순 빈도분석에 머무르고 있다. 이 기사가 의도했던 ‘연예인 2세들이 특권을 받는지’에 관한 내용을 일반 수용자를 통해 제대로 밝힐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 기사의 가장 큰 약점은 발견한 사실의 빈약함이다. 이 기사가 다루는 새로운 사실은 여론조사를 통해 일반인들이 이 사안에 대해 생각하는 정도를 수치로 보여주는 정도이다.‘세습 1세대’가 실제로 부모의 후광을 받았다는 경험적 증거는 기사 어디에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이 기사는 마치 문화면 피처기사나 논평기사 같은 느낌이 든다. 전개방식도 양비론적이고 추측성 내용이 많다. 마지막으로 이 보도의 결론이 갖는 모호함이다.‘비리’에 대한 증거가 없기에 ‘비리의 원인과 척결방향’에 대해 제대로 된 언급이 없다. 기사는 어정쩡하게 ‘공정 경쟁’과 같은 규범적 주장을 하는데 그친다. 그렇다고 이 기사가 가치 없다는 말은 아니다. 탐사보도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모자란다는 의미이다. 그 모자람의 원인은 서울신문 편집국 내부의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탐사보도팀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지는 않았는지, 시간에 대한 압박은 없었는지, 다양한 조사기법을 통제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있는지, 그리고 탐사보도에 대한 구성원들의 이해와 목표에 대한 공유가 이루어졌는지 등을 포괄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겠다. 황용석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길섶에서] 늙은 소가 전하는 말/이호준 뉴미디어국장

    그게 언제부터였는지는 분명치 않다. 들판에 나가 우렁우렁 소리를 내지르거나 우두두두 내달리는 것보다, 가는 햇살 명주실처럼 풀어져 내리는 처마 아래 누워 누렇게 바랜 흑백사진 같은 지난날들을 되새김질하는 시간이 좋아졌다. 그래, 아비는 이가 빠지고 근육이 풀려 더 이상 쓸모없는 존재가 돼버렸다. 하지만 최소한 너만큼은, 아비 뺨에 흘러내리는 한 줄기 눈물 외면하지 말아라. 아들아, 이 아비의 목에 무거운 멍에 얹혀지고 뜨거운 햇살 아래 숨이 가빴던 날, 그날들이 있어 너는 그늘 아래 노래할 수 있었느니. 내 떨리는 네 다리와 옹이 박힌 어깨 있어 네 어린날들 감미로울 수 있었느니. 나는 알 수 있다. 그날이 가까워 오고 있음을. 내 정수리에 날카로운 정 하나 깊숙이 박혀들고, 내 골수 허공에 목화송이처럼 흩날리는 날…. 아들아, 내 혀 굳고 동공 풀리기 전에 이 말을 남긴다. 지금의 네 우람한 근육 단단한 발굽 우렁찬 목소리는 풀잎 끝에 맺힌 이슬만도 못한 것. 항상 귀 기울여 들어라. 바람이 전하는 진리의 말을. 이호준 뉴미디어국장 sagang@seoul.co.kr
  • 해외·채권형 펀드로 갈아타볼까

    해외·채권형 펀드로 갈아타볼까

    올들어 주식시장이 푹 꺼지자 그동안 부진했던 해외투자 펀드와 국내 채권형 펀드가 빛을 내고 있다.지난해 주식형만 승승장구하고 채권형 등은 허덕이던 것과 정반대의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증시 호조는 계속된다고 강조한다. 다만 이번 조정 기간에 증시의 등락에 관계없이 긴요한 해외투자와 분산투자에 관심을 가지라고 권유하고 있다. ●잘 나가던 주식형 곤두박질 21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16일까지 주식투자비중이 60% 이상인 244개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5.43%로 펀드 유형 가운데 가장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형펀드의 지난해 평균 수익률은 62.38%였다. 지난해 수익률이 1.86%에 그쳤던 채권형펀드는 올들어 채 3개월도 지나기 전에 1.19%를 기록, 수익률 2위에 올랐다. 지난해 연 수익률 14.85%로 주식형펀드의 그늘에 가려졌던 해외펀드도 연초이후 수익률이 8.04%에 달해 최고의 투자대상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올들어 해외혼합펀드(0.98%)와 머니마켓펀드(0.75%)도 주식형과 달리 플러스 수익을 내고 있다. ●스타급은 지고, 안정형은 뜨고 올해 부진한 펀드에는 지난해 ‘스타급’으로 이름을 날리던 펀드도 많다.‘펀드 구조는 볼 필요없이 이름만 보고 들어간다.’는 미래에셋 계열의 펀드들도 우수수 떨어졌다. 반면 삼성 계열사 등 안정된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솔로몬나이스주식형1’(-13.9%)은 지난해의 명성을 잃고 수익률이 가장 저조했다. 판매매진 사태를 자랑하던 ‘광개토주식’(-10.72%)이나 ‘광개토일석이조주식’(-10.45%) 등도 올들어 10%가 넘는 손실을 보이고 있다. 반면 ‘한국삼성그룹적립식1’(1.42%)과 ‘한국부자아빠삼성그룹주식1’(0.82%),‘한국골드적립식삼성그룹주식1’이 나란히 수익률 상위 1,4,7위에 올랐다. ●해외펀드, 적립식이 분산투자법 ‘단기 조정’‘장기 상승’의 증시에선 분산투자가 손실을 줄이고 수익을 높이는 방법이다. 분산투자 요령은 채권, 해외펀드 등 투자대상을 다양하게 하는 방법과 투자금을 분할하는 방법 등이 있다. 외국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는 해외펀드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144개 가운데 24개가 연초이후 10% 이상의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매릴린치LIFE뉴에너지’가 22.92%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렸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의 ‘인도포커스’와 ‘차이나포커스’ 펀드도 각각 17.50%,17.15% 수익을 내고 있다. 투자금을 분할하는 방법에는 적립식펀드가 적합하다. 주가가 높을 때에는 덜 사고 낮을 때에는 더 사는 효과 때문에 리스크 관리와 목표 수익률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 한국펀드평가 이동수 애널리스트는 “공격적인 주식형펀드가 지속적으로 시장대비 초과 수익률을 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면서 “따라서 펀드를 선택할 때 자산배분에 관심을 두라.“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총성없는 전쟁’ 평택 미군기지터 르포] “세번째 강제이주…이젠 못나가” 긴장의 대추리

    [‘총성없는 전쟁’ 평택 미군기지터 르포] “세번째 강제이주…이젠 못나가” 긴장의 대추리

    휴일인 19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거리에는 ‘미군기지 확장이전 결사반대’‘평택은 평화를 원한다’ 등 흑색·적색으로 쓰인 플래카드와 깃발이 어지러이 내걸려 있다. 일부 집들은 대문에 ‘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하는 집입니다. 국방부 우편물 수취거부, 감정평가 거부’라는 표지판을 붙였다. 밥맛 좋기로 유명한 평택쌀의 주산지로 평화로운 농촌마을이었다는 느낌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국방부가 미군기지 확장지역으로 선정한 이후 1년반 이상을 투쟁의 소용돌이 속에 지내온 평택 팽성읍 대추리와 도두리는 무거운 긴장 속에, 그렇게 봄을 맞고 있었다. “예전에는 내 땅에서 쫓겨나도 나라 없고 나라 약한 설움이라 여겼지만 이젠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어. 내 땅에서 농사짓다가 죽을 거야. 살아서는 절대로 못 나가지.” 확 트인 농토를 바라보는 토박이 정태화(71)씨의 주름진 얼굴에 어두운 그늘이 더욱 짙어졌다. 소작과 머슴살이를 하며 한평생 고생해 농지를 1만 5000평으로 키우고 1남5녀를 길러낸 정씨는 이곳을 떠나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 서울 용산미군기지 이전으로 285만평에 이르는 기지 확장공사가 예정된 팽성읍 대추리와 도두2리 주민들의 강제 이주는 이번이 세번째다. 팽성읍 일대가 산지없이 평평하고 근처에 항만이 있어 천혜의 군사요충지의 입지를 갖고 있는 게 문제였다. 이곳 주민들은 처음에는 일제 강점기인 1942년 일본군이 안정리·송화리 일대에 비행장을 건설할 때 강제로 대추리로 이주당했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52년 10월에는 미군이 들이닥쳐 집과 농토, 학교와 산소를 깔아뭉개더니 얼마 후 K-6(캠프 험프리스)기지가 생겼다.150여가구는 초겨울 삭풍을 안고 다시 인근 마을로 쫓겨났다. 이 와중에 30여명이 얼어죽었다. ●한 세기에 세번 내몰린 주민들 하지만 정씨와 마을 사람들의 생명력은 질겼다. 개펄 위에 움집을 지어 주거지를 마련하고 소금기 가득하던 신 대추리 농토를 꾸준히 개간했다. 농한기에 인근 저수지에서 물보를 터 민물을 끌어온 뒤 땅의 소금기를 빼는 작업만 30여년 동안 이어갔다.2000평 가량 지어야 겨우 쌀 한가마니 내뱉던 소금땅은 요즘 50가마니의 기름진 쌀을 만들어내는 옥토로 변했다. 미질이 뛰어나 시중에서 비싸게 판매되고 있는 ‘평택쌀’이 이곳 산이다. 주민 대표 김명오(58)씨는 “대추리 농지는 쌀 수확량만 따져도 평택시민들이 6개월 동안 먹고 살 수 있는 비옥한 토지”라며 “미군들을 위해서는 땅 한 평도 내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떻게 옥토로 만들어 놓은 땅인데….” 1959년 경남 합천군에서 개펄 개간작업이 한창이던 도두2리로 홀어머니 손을 이끌고 이사온 정현대(64)씨도 마찬가지다. 정씨 역시 이곳에서 소작농으로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삶을 이어왔다.79년 한해 동안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공사현장으로 가서 번 돈으로 80년대초 7500평 가량의 농토를 간신히 손에 넣었다. 이곳으로 집을 옮겨 1년 넘게 살고 있는 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 범 국민대책위원회 상임대표 문정현 신부는 “대추리 주민들의 상황은 미군 사격장이 있었던 화성 매향리 주민보다 더 처절하다. 매향리는 폭격장 고통 속에 살아왔지만 재산을 빼앗기지는 않았으나 대추리 주민들은 삶을 송두리째 뽑히고 있다.”고 했다. 미군기지 확장저지 팽성대책위원회 김택균(42) 사무국장은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우리는 지난해와 똑같이 농사를 지으며 평화투쟁을 이어갈 것”이라면서 “농민들에게 최고의 투쟁 방법은 몽둥이를 들고 싸우는 게 아니라 논을 갈고 모를 심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평택 김병철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73만평 매수 거부 이유는 국방부가 2004년 7월 미군기지 확장 예정지역으로 택한 곳은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도두2리 285만평과 서탄면 금각2리 64만평 등 모두 349만평이다. 서탄면 64만평은 원래 미 공군의 비행기 이착륙지역으로 소음공해가 심해 주민들은 일찌감치 협의매수를 끝내고 이주했다. 하지만 대추리·도두2리는 전체 285만평 중 73만 8000평 가량이 아직 매수되지 않고 있다. 국방부는 이 땅을 법원 공탁에 걸어뒀다. 대립의 가장 큰 이유는 보상금이다. 국방부는 시가에 준하는 평당 15만∼18만원 상당의 보상금을 마련해 두고 있다. 국방부 미군기지이전 부지확보실 관계자는 “보상금이 적다는 주민 요구로 최근 토지감정을 했지만 보상금보다 감정가가 적게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민들의 얘기는 다르다. 한 주민은 “인근 농지가 이미 미군기지 확장을 이유로 땅값이 평당 30만원 이상 뛰어 보상금으로 같은 땅을 사면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의 이주단지도 쟁점이다. 국방부와 국무총리실은 지난해 초 충남 서산간척지의 현대건설 보유 농지 150만평에 대체농지를 마련하고 주민들에게 옮길 것을 권유했다. 국무총리실 주한미군대책기획단 전금배 사무관은 “농지는 10년 전부터 쌀농사를 지어왔던 땅으로 지난해 농민들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보도록 했다.”면서 “지난해 일부 주민들이 86만평 가량을 분양받아 이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간척지를 둘러본 주민들은 고개를 저었다. 서산간척지에 갔다 왔다는 주민은 “이주단지는 역시 개펄로 소금 땅이기 때문에 농지로 개간하려면 또다시 수십년이 걸린다. 농군이 갈 땅이 못된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이달 말 한·미 공동 측량작업에, 오는 10월에는 기반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완강하다. 주민들은 일단 본격적인 농번기를 맞아 흙갈기와 못자리 준비 작업을 할 예정이다. 다음달에는 2004년 9월1일부터 자발적으로 시작한 촛불집회 600일을 맞이하는 대규모 집회도 연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평택 사태 일지 평화롭던 평택 땅에 미군기지 이전 회오리가 찾아온 것은 2004년 7월이었다. 국방부는 용산·동두천 미군기지를 없애고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와 도두2리 및 서탄면 일대에 이전확장 기지를 짓기로 미군과 합의했다. 대추리·도두2리 주민들은 곧바로 팽성읍 이장 모임과 청년회, 부녀회 등 14개 단체를 모아 ‘미군기지 확장저지 팽성대책위원회’를 조직했다. 그해 9월1일부터 대추초등학교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국방부와 국무총리실은 지난해 초 충남 아산의 현대아산 소속 간척지 150만평을 불하받아 이주단지를 마련했고 6월부터 주민들과 토지 협의매수에 들어갔다. 올 1월 국방부는 토지 소유권 이전 등기 및 잔류 땅 법원 공탁을 완료했다. 반면 주민들은 관련협정들이 위헌이라며 지난해 3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하지만 헌재는 지난달 23일 헌소에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달 15일에는 국방부가 용역업체 직원 100여명을 동원해 농로 폐쇄 작업을 하다 주민, 시민단체 회원 수백명과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박래군씨 등 2명이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됐고 평택 출신 가수 정태춘씨 등 38명이 불구속 입건됐다.17일부터는 주민들이 논갈이 투쟁에 나섰다. 지금까지 대추리에서는 144가구 중 70가구, 도두2리에서는 67가구 중 30가구 가량이 정부와 협의매수를 마쳤다. 나머지 110여가구는 끝까지 투쟁을 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보상금 3000만~5000만원… 어떻게 사나” “안보가 중요하다고 주민들을 이런 식으로 내쫓아서는 안됩니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윤용배(41)씨는 20일 “대추리 주민들에게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된다.”며 “정부와 우리 모두 함께 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씨는 “주민들이 받는 보상금은 3000만∼5000만원에 불과한데 평생 농사만 짓던 농민들이 이 돈으로 어디서 어떻게 살겠느냐.”며 “결국 도시빈민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걱정했다. 그는 평당 10만∼20여만원하던 주변 땅값이 엄청나게 올라 대추리 주민들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정부에서는 서산 간척지와의 대토를 유도하고 있으나 농토만 있고 집이 없는 데 어떻게 살 수 있겠느냐.”며 “이런 미봉책으로는 주민의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미간의 전략적 유연성 합의’도 기지확장 이전 반대의 빌미가 되고 있다. 윤씨는 “한반도 전쟁억제라는 주한미군의 역할이 바뀌고 있는 마당에 미군기지를 확장하려는 것은 중국과 타이완 등 분쟁지역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며 “국민적 합의와 동의를 먼저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요구는 미군 철수가 아니라 기지 확장반대”라며 반미운동이나 이념문제로 왜곡되는 것을 경계했다. 윤씨는 “앞으로 대추리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솔직히 걱정이 앞선다.”며 “나이 드신 주민들이 죽기를 각오하고 투쟁하고 있기 때문에 일이 나도 큰 일이 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평택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사회 어두울수록 더 노래할 것”

    “끊임없이 창작 욕구를 만들어 주는 어두운 사회에 감사합니다. 사회가 어두울수록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영광스러운 수상 순간에 터져 나온 소감치곤 사뭇 느낌이 다르다.‘노래하는 문화노동자’ 연영석(39)이 최근 열린 제3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던진 말이다. 만장일치로 특별상을 받았다. 대중성보다는 음악성을 중요시하는 이 시상식에서 그가 특별상을 받았던 까닭은 민중가요 30년의 역사성과 현재성을 확인시켜주는 결과물로 갈채를 받았기 때문. “아직도 민중가요가 있나?”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있다면 연영석의, 어깻죽지를 들썩이게 하는 흥겨운 가락과 사회 구석구석을 향해 외치는 직설적인 노랫말을 접해보라고 하고 싶다. 민중가요의 생생한 들숨과 날숨을 느낄 수 있으니까 말이다. ●조소 전공하다 서른 넘어 민중가요 투신 “음악에 뛰어든 8년의 시간을 이렇게 위로받아서 되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미안하기도 하고요. 여러 곳에서 힘들게 싸우고 있는 사회 활동가들의 지친 모습을 보면 더욱 그렇죠.” 지난 17일 서울 홍익대 근처에서 연영석을 만났다. 집회 현장과 대학 행사가 주된 라이브 무대인 그가 내뱉은 첫 마디는 주위에 대한 미안함이다. 원래 조소를 전공했던 미술학도였고, 대학을 졸업한 뒤 노동미술운동에 뛰어들었다.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3년, 문화예술생산자연합에서 함께 했던 록밴드 메이데이에게 ‘전선은 있다’ 등의 가사를 써주면서부터. 당시엔 기타를 칠 줄도 몰랐다. 고단했던 자신의 삶을 위로하기 위해 흥얼거렸던 구절들을 후배들에게 코드를 물어가며, 기타를 배워가며 노래로 완성시켰다. 그렇게 만들었던 ‘라면’ 등을 98년 1집 ‘돼지다이어트’에 담아 내놓으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마음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주변에선 말렸다. 서른이 훌쩍 넘은 나이에 늦깎이로 음악에 뛰어든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영석은 2집 ‘공장’(2001년),3집 ‘숨’(2005년)을 들고 노숙자, 철거민, 해고 노동자, 이주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실업자 곁에서 노래 부르기를 이어왔다. ●철거민·실업자등 곁에서 노래 그가 뮤지션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늦깎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연주 실력과 빼어난 창작력에도 있으나, 무엇보다 삶에 대한 진정성이 고스란히 노래에 담겨있기 때문이다.“음악은 거의 밥 같은 느낌이에요. 라이브로 밴드와, 관객과 소통하는 것도 너무 재미있어요. 늦게 시작했지만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았죠. 정말 잘하고 싶어요.”라는 말에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속내를 읽을 수 있었다. ●“음악은 밥같은 것”… 삶의 진정성 담겨 그는 민중가요 또는 노동가요가 집회 공간에서만 쓰여지는 ‘기능성’ 음악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민중이, 대중이 갖고 있는 내면의 감정, 삶의 호흡과 에너지를 울리게 하는 음악이라는 설명.80∼90년대와는 상황이 달라져 자기와 같이 별 볼일 없는 사람이 과분한 상을 받기도 했지만 민중가요는 새로운 방식으로 살아남아야 한다고 했다. 자본과 상업 논리가 거대한 물결을 이루고 있어 작은 것은 존재하기가 힘든 요즘, 주류에서 외면된 다양한 삶의 모습을 반영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언젠가 연영석은 노래 부르기를 멈추게 될지 모른다. 물론 사회의 어두운 그늘이 없어져야 한다는 점이 전제로 깔려있다.“제 노래 가운데 많은 부분은 사실 없어져야 해요. 사회의 어두운 부분이 밝아진다면 말이죠. 언제 그런 날이 올까요?” 글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CEO칼럼] 2만달러 시대를 위한 고언/노영인 동양메이저 시멘트 사장

    [CEO칼럼] 2만달러 시대를 위한 고언/노영인 동양메이저 시멘트 사장

    우리는 오랫동안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갈망했다. 또 이를 선진국에 진입하는 통과 의례처럼 여겨왔다. 하지만 90년대 말 외환위기의 여파로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 경제구조는 건실해졌고, 기업의 경쟁력은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늦어도 2010년에는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주요 선진국은 이미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진입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04년 기준 국민소득 2만달러 이상 국가는 모두 23개국이며,3만달러 이상도 16개국이나 된다. 선진국 기준이 3만달러인 셈이다. 때문에 2만달러대 국가인 이탈리아나 캐나다는 경제 성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도 2만달러 시대를 최대한 앞당기며,3만달러를 내다보는 경제의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진정한 선진국으로의 진입뿐 아니라, 턱 밑까지 쫓아온 중국을 따돌리고 산업 경쟁력에서 우위를 지킬 수 있는 길이다. 기존 산업구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우리 경제를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21세기형 신(新)성장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에서는 이미 다각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는 차세대성장 동력사업으로 지능형 로봇과 미래형 자동차, 차세대 반도체, 바이오 신약 및 장기 등 10대 산업을 선정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기업도 미래지향적인 ‘수종(樹種)’사업을 발굴해 핵심 양을 투입하고 있다. 그야말로 ‘제2의 삼성전자’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전개되는 것이다. 그 와중에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각광받던 바이오 분야에서 ‘대지진’이 일어났다. 이른바 ‘황우석 사건’이 지난해 12월 터져 나라를 들쑤셔놓았다. 개인적으로는 황우석 박사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국민 감정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이사건의 여진이 가라앉고 있는 터여서 차분하게 ‘복기(復碁)’를 해봤다. 문득 장자(莊子)에 나오는 ‘목계론(木鷄論)’이 떠올랐다. 닭싸움을 좋아했던 제나라 왕을 위해 기성자가 싸움닭을 훈련시키고 있는데 열흘쯤 돼서 왕이 불러 물었다.“닭이 다 됐느냐?”,“아직 멀었습니다. 위세를 부리고 힘에만 의존하려 듭니다.” 그 후 열흘 뒤 다시 불러 물었다.“아직 덜 되었습니다. 소리가 나거나 그늘이 들면 그와 싸우려 듭니다.” 다시 열흘이 지나 물었다.“상대를 보면 노려보고 기세를 꺾지 못합니다.” 다시 열흘이 지난 뒤 비로소 “이제 됐습니다. 다른 닭이 울어도 아무런 반응이 없고 마치 나무로 깎아놓은 닭과 같습니다. 덕(德)이 갖춰져 다른 닭들이 대들기는커녕 등지고 도망쳐 버립니다.”라고 답했다. 필자는 제나라 왕에게 눈길이 갔다. 제나라 왕은 기성자에게 싸움닭의 훈련을 맡긴 뒤, 그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고 기다렸다. 무소불위 권력을 지닌 왕이라면 서둘라고, 혹은 재촉을 하거나 이런저런 간섭을 했을 법도 한데, 열흘에 한번씩 경과만을 물었을 뿐이다. 목계론은 지나친 조급증과 성과지상주의에 빠진 우리 사회가 알게 모르게 ‘황우석 사건’을 잉태시켰는지 자문(自問)해봤다. 그리고 이제라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제나라 왕이 되는 일이라고 자답(自答)한다. 걸음마를 내딛는 차세대 사업에 대한 지원과 격려는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당장의 결과보다 미래를 내다보는 원대한 포석이 필요하다. 물론 철저한 검증을 통해 옥석을 가릴 것은 가리고, 지원할 것은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노영인 동양메이저 시멘트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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