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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던트러스트오픈] 미켈슨 시즌 첫 승

    ‘기다려라, 타이거’‘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그늘에 머물러 왔던 세계 골프랭킹 2위 필 미켈슨(이상 미국)이 올 시즌 ‘2인자’의 멍에를 벗을 수 있을까. 미켈슨이 1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의 리비에라골프장(파71·7279야드)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노던트러스트오픈 4라운드에서 1언더파 70타를 때려 최종합계 12언더파 272타로 우승했다. 이븐파에 그친 2위 제프 퀴니의 맹추격을 2타차로 따돌린 시즌 첫 승. 올해부터 닛산오픈에서 노던트러스트오픈으로 이름을 바꾼 이 대회에서 미켈슨은 처음으로 우승트로피에 입을 맞췄고,PGA 투어 통산 승수도 ‘33’으로 늘렸다. 우즈의 뷰익인비테이셔널 우승 3주 만에 질세라 투어 ‘마수걸이승’을 신고, 올 시즌 우즈와의 대접전도 예감케 했다. 퀴니에 1타 앞선 단독 선두로 4라운드를 출발한 미켈슨은 전반에 버디 1개와 보기 1개로 제자리 걸음,2타를 줄인 퀴니에게 선두를 내줬다. 미켈슨은 10번홀(파4)과 11번홀(파5) 연속 버디로 흐름을 뒤집은 뒤 15번홀(파4)에서 1타를 까먹었지만 퀴니가 11번홀 버디 직후 3개홀 ‘줄보기’를 포함,4개의 보기를 쏟아내는 바람에 우승컵을 낚아챘다. 소니오픈 이후 5주 만에 시즌 2승째를 벼르던 1라운드 선두 최경주(38·나이키골프)는 1타를 줄이는 데 그쳐 최종합계 5언더파 279타, 공동 7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비록 우승은 못했지만 올 시즌 두 번째 ‘톱 10’ 입상으로 상승세의 고삐는 풀지 않았다. 위창수(36·테일러메이드)는 1타를 까먹어 합계 3언더파 281타로 공동 14위. 나상욱(24·코브라골프)은 3오버파 287타, 공동 55위로 부진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7) 일 하다 먹는 ‘들밥’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7) 일 하다 먹는 ‘들밥’

    장정이 7명, 젖먹이 어린애가 한 명, 더벅머리 꼬마가 한 명, 그리고 젖을 먹이는 아낙이 한 명이다. 뙤약볕에서 일을 했는지 장정 다섯은 웃저고리를 벗고 맨살을 드러내고 있다. 큼지막한 밥사발을 들거나 앞에 놓고 먹고 있는데, 가난한 살림이라는 것은 절로 짐작이 간다. 김홍도 그림 ‘들밥’의 왼쪽을 보면 두 사내가 한창 밥을 먹고 있는데, 반찬 그릇은 오직 하나다. 그림 중앙의 사내는 아예 반찬 그릇조차 없다. 모든 밥은 아낙네의 앞에 놓인 보자기를 덮은 방구리에서 나온 것이다. 장정 일곱의 밥이 방구리 하나에서 나오다니, 좀 쓸쓸하다. 방구리는 한쪽이 열려 있는데, 조심스럽게 보면 그릇을 담은 것이 아니라, 단일한 품목의 물건을 담은 것으로 보이는데, 내 눈에는 보리밥으로 보인다. 아닌가. 하기야 들밥에 무슨 음식의 종류가 있을까. 보리밥에 풋고추와 된장이면 족할 것이다. 하지만 빠질 수 없는 것이 막걸리가 아닌가. 그래서 새참은 동시에 ‘술참’이 된다. ●김 매는 노동뒤에 배불리 먹는 포만감 흔히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을 하지만, 사실 직업에는 귀천이 있다. 편안하고 쾌적한 사무실에서 깔끔한 복장으로 앉아 커피를 마시며 업무를 보고 월급을 받는 것과, 저 땅 속에서 비지땀을 흘려가며 석탄가루를 뒤집어쓰고 석탄을 캐는 노동으로 대가를 받는 것이 선택사항이라면 당신은 어느 쪽을 택하겠는가. 양반들은 언필칭 농자천하지대본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이 곧 농민이 가장 고귀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식량은 인간의 필수적 생존조건이다. 그런 의미에서 식량을 생산하는 농사가 가장 중요한 것일 뿐, 뙤약볕에 몸을 내맡기고 허리가 끊어져라 김을 매는 노동은 사실상 선택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사실 농사일은 엄청난 중노동이다. 농업의 기계화가 이루어지기 전의 농사는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것이 인간의 손끝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노동의 강도는 대단히 높고, 칼로리의 소모도 엄청난 것이다. 그 소모되는 칼로리를 공급하는 것이 들밥이고 새참이 것이다. 강희맹이란 분이 있는데, 한국한문학사에 꽤나 이름이 높은 분이다. 그 분의 저술에 ‘금양잡록(衿陽雜錄)’이란 책이 있는데, 농사일에 관한 책이다. 금양은 지금의 과천인데, 그는 한때 과천에서 씨를 뿌리고 채소를 가꾸고 나무를 심는 등 직접 농사일을 하여, 농사 제반에 대해 제법 알게 되었다. 강희맹은 먹물이었으니, 그는 또 먹물답게 거기서 얻은 지식을 ‘금양잡록’이란 책으로 엮는다. 책의 내용은 곡식의 종류, 농사짓는 법, 농민과의 대화 등등이지만, 뜻밖의 것도 있다. 농민들이 농사를 지을 때 노래를 부르는데 듣고 보니, 괜찮다. 그래서 한시로 옮긴다. 이것이 ‘농구(農謳)’ 14편이다. 말이 길었지만, 여기에 ‘들밥을 기다리며’란 시가 있는 것이다.(‘농구’는 모두 14수다. 그 중 여덟 번째 작품이 ‘들밥을 기다리며’이다). 작품을 읽어보자. 큰 며느리 절구질 서둘러 작은 며느리 부엌으로 들어가자 푸른 연기 모락모락 피어나고 주린 창자에선 우레 소리 울린다 들밥 기다릴 때는 호미 들 힘조차 안 남았네 남자들이 들에 나가서 김을 매고 있을 때 집안에서 부녀들은 들밥 준비에 바쁘다. 고된 노동을 하면서 오로지 들밥만을 기다릴 뿐이다. 그렇지 않은가. 나는 한 끼 밥을 즐겁게 먹기 위해 오전의 노동을 견디고, 한 끼 저녁밥을 즐겁게 먹기 위해 오후의 노동을 감내한다. 농사일은 강도 높은 노동이다. 새벽에 나와서 허리를 꼬부리고 계속 일을 하다가 정오 때가 되면 뱃속에서는 우레 소리가 울리고 호미 들 힘조차 남지 않는다. 드디어 들밥이 오고, 배불리 먹는다. 그 다음은 ‘배를 두드리며’란 작품이 이어진다. 광주리 향기로운 보리밥 아욱국 달디 달아 숟갈에 매끄럽게 흐르네. 어른 젊은이 차례로 둘러앉아 왁자지껄 밥 먹는 소리 요란하다. 달게 포식하매 속이 든든하니 배를 북처럼 두드리고 그저 흡족할 뿐 어떤가, 힘든 노동 끝에 배불리 먹고 흡족해 하는 농민의 심정을 느낄 수 있으신지. 전근대 사회는 농업사회이니 당연히 농사에 관한 한시가 많이 남아 있다. 그런 한시 중에서 들밥을 내 가는 여성은 단골로 등장하는 제재다. 성종 때 관료로서 시인으로서 대제학 벼슬까지 했던 서거정의 ‘전가(田家)’란 시를 보자. 고사리나물을 반찬삼아 밥을 먹고 농담을 하며 웃음소리가 낭자하다. 봄비도 넉넉히 내렸다. 굳이 두레박으로 논물을 퍼 올리지 않아도 된다. 여유 있는 풍경이다. 한데 들밥 자체에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다. 고려 말 시인인 안축이 삼척 죽서루를 읊은 8수의 한시 중 ‘밭이랑에 들밥을 내어가는 아낙네’란 시를 보자. 아낙은 들밥 차리느라 자기 밥도 아니 먹고 새벽부터 마음이 논밭에 가 있네 점심나절 밭이랑으로 걸음을 재촉하여 남편을 배불리 먹인 뒤 신이 나서 돌아오네. 남편은 꼭두새벽에 들로 나갔다. 한여름의 농사일은 너무나 고되다. 아내는 그 남편이 너무나 안쓰럽다. 그것을 생각하고 서둘러 밥을 지으며 정작 자신의 식사는 잊어버린다. 정오가 되어 서둘러 들로 나가 남편이 배 불리 먹는 것을 보고는 그제서야 편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온다. 앞서 들었던 서거정의 시보다는 현실에 훨씬 더 가깝다. 김홍도의 그림도 그렇다. 김홍도의 그림에서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여성의 표정을 보라. 자식에 대한 따스한 눈길을 느낄 수 있다. 사랑하는 대상에게 무언가를 먹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의 표현이 아니겠는가. 먹이는 것은 인간의 생명의지를 충족시켜 주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남편 배불리면 굶어도 흐뭇한 아낙 그런데 이 시에 꼭 맞는 그림이 남아 있다. 역시 김홍도가 그린 ‘들밥 내가는 아낙네’라는 그림이다. 논에서 농부들이 김을 매고 있고, 그 아래에 아낙네가 머리에 밥을 담은 광주리를 이고 있다. 그 앞의 사내는 지게를 지고 있는데, 역시 먹을 것이 담겨 있을 것이다. 각설하고 조선후기 가사체 농서인 ‘농가월령가’를 보자.‘농가월령가’는 월령이란 말대로 달마다 농사꾼이 해야 할 일을 열거한다.6월령의 점심 먹는 부분을 인용해 보자. 날 새면 호미 들고 긴긴 해 쉴 틈 없이 땀 흘려 흙이 젖고 숨 막히고 맥 빠진 듯 때마침 점심밥이 반갑고 신기하다 정자나무 그늘 밑에 앉을 자리 정한 뒤에 점심 그릇 열어 놓고 보리단술 먼저 먹세 반찬이야 있고 없고 주린 창자 채운 뒤에 맑은 바람 배부르니 낮잠이 맛있구나 농부야 근심 마라 수고하는 값이 있네 아마 이 부분은 김홍도의 그림과 흡사할 것이다. 점심밥의 내용물은 무엇인가.5월령을 보면,“보리밥 찬국에 고추장 상추쌈을, 식구들 헤아리니 넉넉히 준비하소”라고 했으니, 보리밥에 찬국에 고추장과 상추쌈이었던가 보다. 논문 실적이 개인 능력에 대한 야박한 평가가 된 요즘, 원고를 내놓으라는 독촉에 시달리며, 뜬금없이 다시 태어나면 들밥을 먹으며 농사를 짓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근골을 움직여 나와 내 가족이 먹을 정도로만 수확을 얻는다면, 나머지 시간은 그냥 놀다가 늙어지면 죽어 흙으로 돌아가는 그런 삶 말이다. 욕심이 너무 과한가. 한국의 농업이 무너지고, 수천㎞ 바다를 건너온 식량에 목을 매고 사는 이 시대를 생각하면 그런 생각 더욱 간절하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부고] ‘광화문 연가’ 작곡가 이영훈씨

    ‘광화문 연가’‘사랑이 지나가면’ 등의 히트곡으로 유명한 작곡가 이영훈씨가 14일 대장암으로 별세했다.48세. 고인은 1986년부터 가수 이문세와 함께 콤비를 이뤄 ‘난 아직 모르잖아요’를 시작으로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깊은 밤을 날아서’‘붉은노을’‘옛사랑’ 등을 잇달아 발표하며 국내 팝 발라드계를 이끌어 왔다. 이영훈씨 측 관계자는 “고인이 2006년 초부터 대장암으로 투병하면서도 계속 음악 작업을 해왔고, 병실을 찾은 이문세씨에게 함께 CCM 앨범을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했었다.”며 고인을 회고했다. 고인은 2006년과 2007년 자신의 인기곡을 정리해 만든 편집앨범 ‘옛사랑’을 발표하고, 별세 전까지도 방송인 김승현씨와 자신의 히트곡으로 엮을 창작뮤지컬 ‘광화문연가’ 제작을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8일 오전 8시. 유족으로는 부인 김은옥씨와 아들 정환군이 있다.(02)3410-3153.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한국의 대표기업] (12) LG화학

    [한국의 대표기업] (12) LG화학

    오늘날의 LG화학을 있게 한 것은 ‘화장품 뚜껑’이다.1940년대 중반 젊은 구인회 사장(LG그룹 창업주)은 럭키크림을 빅히트시켰지만 툭 하면 깨지는 크림통 뚜껑이 고민거리였다. 부족한 그 2%를 채우기 위해 설립한 회사가 바로 LG화학이다. 우리나라에 플라스틱 시대가 열리는 역사적 순간이기도 했다. 이후 LG화학은 국내 화학산업을 개척하며 국민들의 삶을 소리없이 바꿔놓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비니루’ 장판, 플라스틱 빗, 새시 등이 모두 LG화학의 손에서 탄생했다. 스스로 ‘화학 명가(名家)’라고 자부해도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 이유다. 다만 회사이름이 국민들에게 덜 친숙한 까닭은 일반 소비자보다는 기업을 상대로 하는 거래(B2B)가 많기 때문이다. ●화장품 뚜껑이 연 플라스틱 시대 1947년 1월5일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를 설립한 구인회 사장은 아우 구태회 전무(현 LS전선 명예회장)와 의기투합해 플라스틱 사업을 시작했다.“전쟁통에 투자 확대는 위험하다.”는 주위의 만류에도 1951년 10월 미국에서 큰 돈을 들여 기계(사출성형기)까지 수입해왔다. 이 기계에서 처음 나온 제품이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플라스틱 제품인 오리엔탈 빗이다. 엄청나게 팔렸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재형 당시 상공부 장관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이것이 바로 국산 빗”이라고 소개하자 이승만 대통령이 신기해하며 한 개 달라고 했다는 일화도 있다. 국내 기업 최초로 대졸사원을 공채(57년)하고 증시 상장(70년)을 이뤄낸 곳도 LG화학이다.70년대 중반에는 파이프에 쓰이던 폴리염화비닐(PVC)을 창호재로 개발,‘하이샤시’라는 획기적 신제품을 내놓았다. 오일 쇼크로 온 나라가 ‘창문에 비닐 대기’ 캠페인에 몰두하는 데서 착안한 아이디어였다.PVC 창호재는 목재창호보다 방풍, 단열 효과가 탁월했다. 지금도 ‘샤시’는 창호재의 고유명사처럼 쓰인다. 얼마나 큰 성공을 거뒀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1등에 드리운 그늘 거침없는 1등은 독이 되어 돌아왔다. 늘 선두이다보니 어느 틈에 편하게 일을 하려는 타성이 생겨났다. 목표의식도 느슨해졌다. 급기야 2006년 최악의 실적을 내기에 이르렀다. 전년보다 덩치(매출)만 커졌을 뿐, 영업이익, 경상이익, 순익이 모두 뒷걸음질쳤다. 특히 순익은 1000억원 가까이 급감(4003억원→3188억원)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번졌다. 확실한 방향타가 절실했다. 하지만 ‘최고경영자(CEO)가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목표의식은 곤란하다.’는 게 새 CEO(당시 김반석 사장)의 지론이었다. 회사내 465개팀 1만 1000여명의 임직원들이 다섯달 동안 끈질기게 머리를 맞댔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지향점이 지금의 ‘차별화된 소재와 솔루션’이다. 일단 목표를 찾고나니 내달리기는 수월했다.60년 1등 기업의 저력도 한몫 했다. 불과 1년 만에 전혀 다른 성적표가 나왔다. 지난해 LG화학은 영업이익(해외법인 포함 1조 1815억원) 1조원 시대를 열었다. 본사 매출(10조 7953억원)도 사상 처음 10조원을 돌파했다.GS그룹(허씨일가)과의 분리 이후 가라앉는 듯하던 모(母)그룹 사세에 반전의 돌파구를 제공하기도 했다.LG전자·LG필립스LCD와 더불어 효자 삼총사로 꼽히는 이유다. ●첨단자동차 핵심전지 개발 현재 LG화학은 중국, 인도, 미국, 폴란드, 독일 등 전세계 15개국에 28개 생산·판매법인 또는 지사를 두고 있다. 해외매출이 절반을 넘는 글로벌 기업이다.3대 성장 축은 석유화학, 산업재, 정보전자 소재사업이다. 덩치로만 따지면 석유화학 사업이 가장 크다. 지난해 전체 매출의 63%(6조 8000억원)가 여기서 나왔다. 전기·전자 제품이나 자동차 등에 사용되는 고기능 플라스틱 합성수지(ABS수지)는 부동의 세계 1위다. 생산규모만 국내외 100만t이다.LG대산유화,LG석유화학을 과감히 합병시킨 것도 사세를 키운 요인이다. 모태나 다름없는 산업재 사업은 바닥장식재(모노륨, 깔끄미),PVC창호재(하이샤시), 인조대리석(하이막스), 자동차 내외장재(시트, 범퍼) 등으로 영역을 끊임없이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프리미엄 건축장식재 브랜드 ‘지인’(Z:IN)을 선보이기도 했다. 정보전자 소재사업은 90년대 들어 뛰어든 미래 먹거리다. 노트북컴퓨터에 주로 쓰이는 리튬이온전지를 대량생산한다. 대량생산 체제를 갖춘 곳은 삼성SDI 등 국내에 세 회사뿐이다. 대용량(2400미리암페어) 원통형 2차전지와, 빛샘 방지 편광판(빛을 한 곳으로 보내주는 TV의 핵심부품)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차량용 중대형 전지에서도 잇단 결실을 거두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내년 하반기 목표로 개발 중인 국내 최초 하이브리드카의 리튬폴리머전지 단독 공급권을 따냈다. 미국 GM이 개발 중인 충전식(Plug-in) 하이브리드카의 전지 개발업체로도 선정됐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연혁 ▲1947년 락희화학공업사 창립 ▲1952년 국내 최초 플라스틱 빗 개발 ▲1957년 국내 최초 ‘비니루장판’ 개발 국내 기업 최초 ‘대졸사원 공채’ 실시 ▲1969년 국내 최초 기업공개 ▲1976년 국내 최초 PVC 창호 ‘하이샤시’ 개발 ▲1979년 대덕 중앙연구소 개소 ▲1995년 중국시장 진출 ▲2000년 국내 최초 TFT-LCD용 편광판 개발 ▲2001년 기업 분할 (LG화학,LG 생활건강,LG생명과학) ▲2003년 세계 최초 저빛샘용 편광판 개발 세계 최초 원통형 리튬이온전지 개발 ▲2006년 LG대산유화 합병 ▲2007년 LG석유화학 합병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6) 쌍겨리와 소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6) 쌍겨리와 소

    김홍도의 그림 ‘쌍겨리’다. 그림은 위쪽과 아래쪽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먼저 위쪽을 보자. 남자 둘이 쇠스랑을 들고 일을 하고 있다. 쇠스랑은 주로 두엄을 쳐내고 퇴비를 긁어 올리는 데 사용하며, 드물게는 밭을 가는 데도 사용된다. 쇠스랑은 그림에서처럼 발이 세 개인 것이 일반적이고 이따금 둘인 것도 있다. 자루는 대개 참나무로 만들고 발은 당연히 쇠로 만든다. 그런데 이 그림의 농부 둘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두엄을 쳐내는지, 퇴비를 긁는지, 아니면 밭을 가는지 그림만으로는 알 수가 없다. ●지방마다 쟁기 끄는 소의 마릿수 달라 아래쪽의 사내는 소 두 마리로 쟁기질을 하고 있는 중이다. 소 엉덩이에 똥이 묻은 것까지 자세하게 그렸으니, 어지간한 관찰력이다. 어쨌거나, 쟁기질이라니, 아마도 봄이리라. 흥미로운 것은, 쟁기를 끄는 소가 두 마리라는 것이다. 소 한 마리에 멍에를 지우는 것을 외겨리, 혹은 독겨리라 하고, 쌍멍에에 소 두 마리를 지우면 쌍겨리라 한다. 대개 논과 밭을 갈 때 땅이 평평하여 쉽게 흙을 팔 수 있으면 외겨리로 하지만, 화전 같은 경사지거나 흙이 단단하거나 돌이 많은 곳은 힘이 많이 들기 때문에 쌍겨리로 하는 것이다. 대개 쌍겨리는 땅을 깊이 갈기 위해 고안된 방법인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강진에 귀양 가서 ‘탐진농가’란 시를 지었는데, 여기에 흥미롭게도 외겨리, 쌍겨리 이야기가 나온다(탐진은 강진의 옛이름이다). 모두 10수인데,7번째 작품을 보자. 게으른 습성은 정말이지 옥토에서 생기는 법 상농(上農)도 해가 중천인데 잠에 빠졌다가 느릅나무 그늘에서 술주정을 부리다 말고 느지막이 소 한 마리 몰고 마른밭을 가는구나 이 시에 주석이 붙어 있는데,“경기 지방의 마른밭은 소 두 마리로 간다.”라고 되어 있다. 곧 전라도 강진에서는 외겨리로 밭을 갈지만, 경기도에서는 쌍겨리로 갈았던 것이다. 우하영의 ‘천일록’은 지방에 따라서 쌍겨리로 밭을 가는지, 외겨리로 가는지를 밝히고 있다. 이에 의하면, 관동지방은 영서·영동을 막론하고 쌍겨리로, 황해도 봉산·재령·신천·안악 등도 쌍겨리, 경상도는 대개 쌍겨리로 하고, 남쪽 지방은 외겨리로, 전라도는 산간 지방은 쌍겨리, 평야 지대는 외겨리로 한다는 것이다(주강현,‘두레’). 혼자 소 두 마리를 가지고 있다면 문제가 없지만, 소란 것이 농민이면 누구나 손쉽게 가질 수 있는 재산이 아니어서, 이웃과 함께 어울려 소 두 마리를 메기도 하였던 것이다. 위의 그림도 그런 사정을 말해 주는 것이 아닌가 한다. 쌍겨리로 논밭을 갈면서 부르는 노래를 ‘쌍겨리소리’라 하는데, 경기도 가평의 쌍겨리소리를 들면 이렇다.“어져, 저 소야, 줄 잡아 당겨라. 이랴, 이랴. 먼저 나가지 말고, 두 마리가 잘 잡아 당겨라.” 물론 노래는 소리를 길게 뽑고 후렴구를 넣기도 하여 길게 늘어진다. ●농우 확보위해 도살 금했지만 ‘고려공사 사흘´ 농우는 농사를 짓는 데 필수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농민들에게 소가 언제나 넉넉하게 돌아갔던 것은 아니다. 성종 때 시인이자 관료였던 강희맹이 쓴 농서 ‘금양잡록(衿陽雜錄)’을 보면 농촌에 소가 아주 드물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동리에 100집이 있는데, 가축이 있는 집은 10집 남짓이고, 소는 한두 마리에 불과하다. 거기서 송아지를 제외하고 농사일을 맡길 만한 소는 겨우 몇 마리에 불과하다.100집의 밭을 몇 마리 소가 갈자 하니 힘이 부치기 마련이다.”라고 하고 있으니, 농사지을 소가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다. 거기다 도둑떼까지 소를 잡아먹어 남은 소로는 경작이 불가능해 하는 수 없이 사람이 쟁기를 끄는데, 아홉 명이 쟁기를 끌어도 소 한 마리를 당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농업사회인 조선조에는 소가 늘 부족했다. 소 전염병도 자주 돌았다. 예컨대 인조 15년,16년 두 해에는 소 전염병이 너무 심하여, 성균관에서 공자에게 올리는 봄 가을의 제사, 곧 석전 때도 제물로 소 대신 돼지를 쓰게 했으며, 현종 11년 전국의 소가 거의 다 죽어 사람이 대신 쟁기를 끌었다고 한다. 한데 소가 모자라는 가장 큰 이유는 쇠고기의 소비 때문이었다.‘세종실록’ 7년 2월4일조를 보면 국가에서는 농우의 확보를 위해 소의 도살을 금지하고 있다. 읽어보면 다음과 같다.“먹는 것은 백성의 근본이 되고 곡식은 소의 힘에서 나오므로 우리나라에서는 금살도감(禁殺都監)을 설치하였고, 중국에서는 쇠고기의 판매를 금지하는 법령이 있으니, 이는 농사를 중히 여기고 민생을 후하게 하려는 것이다.” 조선조 500년 동안 지속된 세 가지 금령이 있는 바, 소나무의 벌채를 제한하는 송금(松禁), 술을 빚는 것을 금하는 주금(酒禁), 그리고 바로 소의 도살을 금하는 우금(牛禁)이 그것이었다. 조선 정부는 이처럼 소의 도살을 막았지만, 그것이 성공한 적은 없었다. 왜냐하면 정책을 수립하는 지배층 자체가 쇠고기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계층이었기 때문이었다. ●소는 농가 최고 재산… 세금 못내면 끌고가기도 정조 때 박제가가 쓴 ‘북학의’에 의하면 당시 날마다 소 500마리를 도살한다 하였다. 서울에는 쇠고기를 파는 24개의 푸줏간이 있고, 지방 300여 고을 관아에서도 빠짐없이 쇠고기를 파는 푸줏간을 열고 있다 했으니, 실로 쇠고기의 소비량이 대단했던 것이다.‘정조실록’ 17년 9월11일조의 대사간 임제원이 올린 상소문을 보면, 이해 가을 작황을 보니 좋은 날씨로 인해 유례 없는 풍년이 들었는데도, 뜻밖에도 모내기도 못한 곳이 있다면서 그 이유로 농사지을 소의 부족을 들었다. 즉 소를 잡아먹는 일이 최근 너무 심해져 소가 부족해졌다는 것이다. 큰 도시에서 쇠고기를 파는 가게가 늘어서 있으며, 호서 지방과 호남 지방이 가장 쇠고기를 먹는 데 열중한 나머지 소 값이 올라 논밭을 가는 소가 모자라게 되고, 그 결과 사람이 대신 쟁기질을 하므로 모를 내지 못하는 곳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요컨대 소를 잡아먹는 것을 금하자는 것이었지만, 고려공사 사흘이라고 아무리 금령을 발동해도 고쳐지지가 않았다. 소는 농사를 짓거나 고기만으로 이용되는 것이 아니었다. 짐을 끄는 것도 소가 하는 중요한 노동이었다. 영조 때의 시인인 홍신유가 쓴 시에 ‘우거행(牛車行)’이란 작품이 있다.‘수레를 끄는 소에 대한 노래’란 뜻이다. 서울 한강 근처에 강을 통해 서울에 도착한 양곡이며, 땔나무를 도성 안으로 옮기는 수레를 끄는 소를 제재로 삼은 것이다. 이 작품의 소는 짐을 싣고 도성으로 들어가다가 큰 비로 생긴 웅덩이에 빠졌다가 천신만고 끝에 나오지만, 다시 좁은 비탈길에서 양반네 행차를 만나 놀란 나머지 진흙 구덩이에 빠져 버둥거리다 죽고 만다. 시인은 소를 가엽게 여겨 이렇게 말한다.“한 해 가고 두 해 가면/ 전신은 성한 데 없고/ 가죽은 마르고 살은 쫄아 붙어/ 영락없이 고사목처럼 되고 말지/ 그 소 마침내 푸주로 끌려와서/ 잡아먹히게 되는데/ 수레 끄는 소는 고기 맛이 없다고/ 말들 한다네/ 소의 힘 모두 빨고/ 마침내 그의 고기까지 먹으니/ 사람들 잔인하기/ 어찌 이와 같단 말가?”(임형택 편역,‘이조시대 서사시(상)’) 평생 노동력을 빼앗고, 죽으면 고기까지 먹으니, 인간처럼 잔인한 짐승이 지구상에 또 있을까? 소는 농가의 최고 재산이었다. 조선시대 한시를 보면 세금을 내지 못한 농가에 아전들이 들이닥쳐 소를 끌고 가는 장면이 흔히 나온다. 아니,20세기에도 소는 대학생의 등록금이 아니었던가. 위 그림의 소를 부려 농사짓는 사람은 그나마 넉넉한 농민이었던가 보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10일 TV 하이라이트]

    ●외국인 도전, 골든벨(KBS1 오후 7시) 한국어 잘하기로 소문난 23개국의 외국인 100명이 골든벨에 도전한다. 제아무리 한국말에 능숙하다지만, 그래도 문화와 환경의 차이에서 빚어지는 외국인들의 모습은 엉뚱하기만 하다. 설날을 맞아 한국에서 살아가는 외국인들의 생각을 엿보고 한국에 대한 그들의 애정과 지식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본다.   ●사랑의 공부방(EBS 낮 12시) 낡고 고장난 컴퓨터 책장, 몇 년간 갈지 않아 누더기가 되다시피한 장판, 곳곳에 곰팡이로 가득 찬 벽, 사물함조차 없다보니 늘 엉망으로 뒤엉키고 마는 아이들 옷과 가방…. 수리가 하루가 급한데도 경제적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미뤄질 수 밖에 없었던 경남 고성 영오면 일대의 공부방이 리모델링된다.   ●인사이드 월드(YTN 오후 5시30분) 오늘날 일본은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많은 발전을 이뤘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기술적 발전의 그늘에는 늘 공해 문제가 뒤따랐던 것도 사실이다. 이따이이따이 병을 비롯한 공해병 환자들이 발생했던 1960년대를 되짚어 보고 그런 사회문제를 일본은 어떻게 해결해 왔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MBC 오후 5시20분) 오세훈 서울시장이 특별 출연한다. 시장 당선 후 처음으로 방송에 출연하는 오 시장은 서울시 공관을 방송 최초로 공개한다. 현재 오 시장과 그 가족들의 보금자리이기도 한 서울시 공관은 1940년 당시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서울시의 오랜 역사가 배어있는 오 시장의 공관 곳곳을 엿본다.   ●도전! 1000곡 커플열전(SBS 오전 8시) 1부에서 각축을 벌인 준결승 진출자들이 무대위에 다시 오른다. 순금 메달을 놓고 벌이는 ‘윷놀이 고향 노래방’ 코너로 설 명절 흥을 돋군다. 조영구와 신재은, 루베이다와 붐, 백남봉과 박윤희, 배칠수와 전영미, 양희은과 김영철, 김재우와 백보람, 이재은과 이경수 등이 커플로 출연한다.   ●여러분의 천만원 송(KBS2 오전 10시40분) 6명의 인기 가수가 문제를 내고 노래의 달인임을 자부하는 6명의 일반인 도전자가 문제를 맞추는 노래 가사 퀴즈쇼. 천 만원의 상금을 놓고 불꽃 튀는 대결을 펼치는 도전자들은 뮤지컬 배우, 합창단, 가요대전에서 대상을 차지한 의사 등 각 분야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노래의 달인들이다.
  • [사설] 민노당, 시대정신 외면하면 설 땅 없다

    민주노동당이 분당 위기에 처했다. 당내 최대 계파인 자주파가 시대정신을 읽지 못하고 새로운 진보정당으로의 출발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자주파는 그제 열린 당대회에서 비상대책위 대표였던 심상정 의원이 제시한 혁신안을 부결시켰다. 이에 따라 심 의원은 비대위 대표직을 사퇴했고, 민노당에서 탈당 행렬이 가속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민노당 활동 전체를 종북주의(從北主義)로 매도하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강경 평등파가 자주파에 반발, 선도 탈당을 감행한 행동도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민노당, 특히 자주파가 통일운동에 매몰되어 일부 구성원들이 과도하게 친북 노선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심 전 대표는 일심회 관련자들을 제명함으로써 종북, 친북 이미지를 털려 했다. 자주파와 평등파의 해묵은 대립을 해소하고, 민노당을 향한 국민의 관심을 되살릴 수 있는 대안이었다고 본다. 그럼에도 자주파는 숫자의 힘을 앞세워 심 전 대표의 충정어린 제안을 묵살했다. 민노당이 제도권 진보정당으로 출범한 지 8년이 지났다.2004년 총선에서는 13%의 지지율을 얻어 원내에 안착하는 성공을 거뒀지만 지난해 대선에서는 3%로 떨어졌다. 민노당이 지금 새롭게 태어나지 못하면 그 득표율조차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자주파가 이제라도 종북주의 그늘을 벗어나는 게 바람직하지만 그런 기대를 걸기 어려워 보인다. 온건 평등파까지 당을 떠나면 그들에겐 철저한 고립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민노당은 더 친북해야 한다.’는 피켓을 들고 국민 지지를 얻을 수 있겠는가. 종북주의에 반대하는 세력이 따로 진보정당을 차리라는 여론이 높아가고 있다. 심 전 대표의 제안처럼 비정규직·환경·여성을 살피는, 제대로 된 진보정당을 보고 싶은 것이다.4월 총선에서 어느 쪽이 진정한 진보정당인지 국민 심판을 받는 것도 장기적으로 진보세력의 앞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 새정부 ‘6%성장’ 속앓이

    새정부 ‘6%성장’ 속앓이

    ‘경제 대통령’을 표방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경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고유가와 같은 기왕의 그늘 외에도 주가 폭락, 무역수지 적자, 물가불안 등 신규 악재가 한꺼번에 돌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자력으로 당장 어떻게 하기 힘든 불가항력적 외생변수인 측면이 다분하지만,“경제를 살려달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이 당선인측으로서는 부담을 느낄 만하다. ●이경숙“매우 심각…마음 무겁다” 이경숙 인수위원장이 2일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한 데서 부담감의 일단을 읽을 수 있다. 이 위원장은 인수위 업무조정회의에서 “우리나라의 무역 적자가 연속해서 나타나는 현상을 보면서 마음이 가볍지 않다.”면서 “우리가 의존할 것은 수출과 무역인데, 이 부분이 힘들어지면 상당히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생활물가 상승률이 5%를 넘는 등 환경이 좋지 않고 심각하다.”며 “물가상승률에 대해 온갖 지혜를 발휘해서 대처할 부분은 새 정부 출범 전에 미리 잘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인수위는 4일 오전 전체회의에서 설 연휴를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로 지칭되는 생활물가를 낮추는 방안들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물가대책과 맞물려 백화점과 재래시장 간 경기양극화 대책 마련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李당선인, 현정부와 논의 지시 이 당선인도 3일 무역적자와 물가불안 등의 사태에 대해 현 정부와 논의해 대책을 마련하라고 인수위에 지시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무역적자의 경우 일도양단의 해법을 도출하기 힘들고, 물가의 경우도 발휘할 만한 수단이 뻔하다는 점이 조바심을 불러일으킬 법하다. 강만수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가 이날 권오규 경제부총리로부터 들은 대답은 얼마전 재경부가 내놓은 상반기 물가동결 대책을 재확인하는 수준이었다. 인수위 내부적으로는 새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을 연착륙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조심스럽게 나오기 시작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이날 “현 경제상황으로 미뤄 올해 성장률 6% 목표는 달성이 힘든 게 사실”이라면서 “국민들이 너무 큰 기대를 품지 않도록 인수위 차원에서 누군가 나서서 설명을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국민 기대감 낮출 필요있다” 이 당선인과 인수위측의 입장은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성장률 목표 하향 조정 가능성에 대해 “그런 계획은 없다.”고 일축했다. 이 대변인은 “물가관리가 안 되면 성장잠재력을 까먹을 수 있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위기는 곧 기회라는 이 당선인의 말처럼 상황이 어렵지만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경숙 위원장도 전날 “새 정부에서 일하는 분들과 무역인, 기업인들이 ‘할 수 있다, 기회를 활용하자.’는 기업가 정신을 갖는 쪽으로, 다시 한번 해보는 마음으로 적극성을 띠었으면 한다.”고 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황훈성 시집 ‘지상에 남겨진 신발’

    영문학자이자 시인인 황훈성(53) 동국대 교수가 처녀시집 ‘지상에 남겨진 신발’(도담 펴냄)을 냈다.‘지상에 남겨진 신발’을 비롯해 사랑과 종교, 역사와 일상의 삶을 그린 60여편의 시가 실렸다. “문화 쓰레기는 결코 만들지 않겠다.”고 공언해온 그가 첫 시집을 낸 데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아마도 낯섦과 불편함으로 문단에 좀처럼 동화되지 못한 자신의 상처와 그늘을 생(生)체험으로 극복하려는 게 아닐까. “눈을 감기 전/ 동공에 담아 갈/ 마지막 그림을 구하듯/ 사물을 노려/ 보아라”(지은이 ‘발문’에서) 절망에 맞서는 절대 순수의 시적 공간을 추구해온 시인은 때론 부조리한 세상에 분노하고 때론 부정한 사랑을 내동댕이쳐버릴 것을 권유한다. 그렇다고 해서 시인이 세상과의 불화를 조롱하는 것은 아니다.“아침햇살에/ 깨어나는 시간들은/ 분초를 다투며/도끼날로 변해/ 도둑처럼/ 나무를 찍어갔다/(중략)/ 아/ 그래서 장자는/ 벌목꾼들을 피해/나비가 되었나 보다”(‘호접몽’중에서) 시인은 이렇게 욕망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1만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강서구 “복지 근본 문제 해결합니다”

    강서구 “복지 근본 문제 해결합니다”

    “잦은 자살 시도 전력을 가진 알코올 중독자 어머니와 살고 있는 은영(가명·11)이는 학습지도와 정신적 안정이, 어머니는 체계적인 정신과 치료와 생활지원이 절실합니다.” 31일 강서구청 3층 회의실에서 열린 ‘수급자 사례관리’에서 강경원(화곡7동 사회복지사)씨가 은영이네의 어려운 형편에 대해 설명했다. 설명이 끝나자 정하나(주민생활지원과)씨가 “어머니에 대한 입원과 보호자 면담은 신은정(강서 정신보건센터)씨가, 학습지도와 정신적인 멘토링은 김혜진(청소년자활지원관) 선생님, 은영이집 정리는 장승철(등촌9동 복지관) 팀장이 도와 주세요.”라며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위한 회의 풍경이다. 강서구는 지난해 6월부터 어려운 가정에 단순히 쌀이나 연탄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종합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복합적인 문제를 가진 가정의 상황을 분석하고 종합사회복지관, 경찰서, 아동보호전문기관 등 사례별 전문 기관 담당자들이 수시로 모여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세웠다. 지난해 11월 아픈 노모와 함께 어린 자녀 2명을 키우고 있는 이모(42·가양2동)씨는 무기력증에 빠져 자신의 건강은 물론 아이들도 영양실조 증세를 보이는 등 문제가 많다는 정보가 입수됐다. 곧바로 사례관리 회의를 열고 이씨와 두 자녀가 건강증진 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게 했고 아픈 노모는 후견기관으로부터 간병인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자원봉사기관을 연계해 도배와 장판을 교체하여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등 맞춤형 복지서비스 제공으로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었다. “너무 감사해서…. 어떻게 이 은혜를 다 갚을지.” 이씨는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우리 사회에 그늘진 부분에 맞춤형 복지서비스가 빛을 발한 것이다. 강서구는 지난해 6월부터 16가구의 문제를 맞춤형복지서비스로 해결했다. 올해도 25가구에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재춘 주민생활지원과장은 “구와 여러 단체가 하나로 뭉쳐 종합적인 복지서비스를 제공코자 새로운 지원시스템을 만들었다.”면서 “이를 통해 우리 구가 인정이 넘치는 살기 좋은 지역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스포츠 라운지] 신인왕 노리는 현대캐피탈 배구 새내기 임시형

    [스포츠 라운지] 신인왕 노리는 현대캐피탈 배구 새내기 임시형

    지난 30일 서울올림픽공원 제2체육관.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경기가 끝난 뒤 장비를 철수하느라 어수선한 코트가 더 왁자하게 시끄러워졌다. 현대캐피탈 임시형(23)의 인터뷰용 사진을 찍는 도중 지나가던 선배 오정록(28)이 건넨 한 마디.“어∼, 사진 그냥 찍으면 안되는데…생님(선생님) 얼짱 각도로 찍을 거 아니면 그거 나중에 뽀삽질(포토샵)로 얼굴 길이 좀 줄여야 해요.” 한 때 ‘특급 용병’ 숀 루니(26)와 한 방을 썼던 오정록은 지금은 까마득한 후배 임시형의 룸메이트다. 너스레로 유명한 그가 후배를 향해 날린 평가는 제법 따뜻하다.“시형이가 신인왕 탈 거예요. 왜냐고요?일단 얼굴이 길잖아요. 얼굴이 길면 상복도 많다는데….” ●신인왕? 이름값보다는 실력 임시형은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4순위로 현대캐피탈에 지명됐다. ‘인하대 삼총사’였던 김요한(LIG), 유광우(삼성화재)와 함께 나란히 드래프트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지명 순서는 셋 가운데 맨 나중이었다. 그 만큼 그의 이름은 나머지 둘에 견줘 알려진 편이 아니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배구공을 처음 잡은 이후 지금까지 그랬다. 운동을 좋아해 이것 저것 건드려보다 현재 한국배구연맹(KOVO) 심판으로 있는 최정순 당시 감독으로부터 “배구 한 번 해 보라.”는 말을 듣고는 냅다 배구공을 집어들었다. 당시 키는 150㎝였지만 센터를 맡았다.6학년 때 초등부 6개 대회 전관왕을 휩쓴 뒤 중학교 2학년 때 레프트 공격수로 돌아섰다.“그치만 주니어 시절부터 대표팀엔 한 번도 못들어갔어요. 가장 섭섭한 부분이죠.” 그는 특출나게 빼어나진 못했다.2006∼07년 인하대가 한 시즌 4개 대회를 2년 연속 석권할 당시 혁혁한 공을 세우기 전까지도 이름은 동갑내기 김요한과 유광우의 그늘에 가려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셋 가운데 가장 ‘상종가’를 치고 있는 신인왕 후보다. 유광우가 발목 부상으로 시즌을 접은 데다 김요한과의 경쟁에서도 아직은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은 반전의 연속임을 실감케 해준다. ●‘코리안 지바’가 뭐야? “임시형의 플레이는 ‘배구 도사’ 박희상을 보는 듯하다.”는 게 팬들의 평가다. 물론 아직 설익은 면도 있지만 공·수 양면에서 펼치는 활약이 빠르고 힘이 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지금까지 브라질 배구스타 지바에 꽂혀 있었다.“재작년 천안에서 월드리그 경기가 열릴 때 브라질 대표로 온 지바를 처음 봤는데 숨이 턱 멎더라고요. 내가 하고 싶은 배구가 바로 저런 것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난해 만든 인터넷 미니홈페이지 ‘문패’도 그래서 ‘코리안 지바’다. 새내기 시즌의 목표는 당연히 일생에 한 번밖에 기회가 없는 신인왕 수상이다. 팀 우승맛도 봐야 하는 건 물론이다. 한 차례도 입어보지 못한 국가대표 유니폼도 가슴을 더 설레게 한다. 그는 아직 주전이 아니라 ‘백업 멤버’다. 그러나 그만큼 자신이 일궈내야 할 목표가 누구보다 많다는 걸 다행으로 여긴다.“실력을 인정받으면 선발 기회가 지금보다 더 많아지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주전으로도 나설 거고 대표도 될 겁니다. 그 다음엔 ‘한국의 지바’로 이름을 콱 박아버려야죠.”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불을 가진 아이/사계절 펴냄

    아빠는 동네 반쪽이산의 채석장에서 일을 하다 그만 한쪽 눈을 잃었다. 엄마는 오늘도 봉고 차에다 화장품을 싣고 다니며 장사를 한다. 초등학교 4학년 동배네 집은 시장통 골목의 허름한 쪽방. 언제부터였을까. 학교에서 동배는 문제아다. 동배네 가족은 온갖 그늘을 다 짊어지고 있는, 어쩌면 이 시대의 자화상이다. 아직 구구단도 못 외우고, 준비물이라고는 챙겨와 본 적이 없으며, 짝꿍 지갑에서 슬쩍한 돈으로 오락실로 줄달음질치는 아이. 이 ‘문제적’ 꼬마 주인공의 상처엔 어떻게 해야 희망의 새 살이 돋을까. 초등학교 교사로 ‘우리 엄마 데려다줘’‘손바닥에 쓴 글씨’ 등을 써낸 작가 김옥씨의 새 동화에 해답이 있다.‘불을 가진 아이’(김윤주 그림, 사계절 펴냄)는 그러나 어두운 어조로 동배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어린 주인공의 현실은 고달프지만, 책이 슬픔을 녹여내는 요령은 천연덕스럽고 여유있다. 밥상에서 생선을 뒤집었다는 이유만으로 아빠에게 매를 맞기도 하는 동배는 아빠가 일하는 반쪽이 산에 불을 지르는 꿈을 꾸며 울화를 푼다. 그래도 착한 아들이 되고 싶은 속마음은 늘 굴뚝같다. 수학여행을 다녀오면서 비록 가짜이지만 반지를 아빠 선물로 사오고, 엄마가 집을 나가버릴까봐 날마다 애가 탄다. 좌충우돌 사고뭉치로 보일 뿐 동배의 심성이 곱다는 건 독자들도 금세 알아 차린다. 서문에서 작가는 말한다. 동배의 상처를 쓸어 주는 처방은 그 무엇도 아닌 ‘사랑’이라고. 우툴두툴 꼬인 데가 많은 아이의 마음을, 와락 껴안아 체온을 나눠 주는 훈기있는 동화다. 초등2학년 이상.85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한국의 대표기업] (9) KT

    [한국의 대표기업] (9) KT

    영화 올드보이에는 층(層)과 층 사이에 숨겨진 사설감옥이 나온다. 서울 종로구 세종로 KT광화문 사옥에도 1층과 2층 사이에 M1층이 있다. 하지만 영화와 달리 M1층에는 구리길이라는 ‘동도(銅道)’가 있다. 하나당 7200가닥의 전화선과 144가닥의 광케이블을 묶은 케이블이 가득찬 곳으로 전국에 거미줄처럼 깔려있는 통신망의 시작점이다. 통신회사로서의 KT의 모습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하지만 KT가 탈(脫)통신회사를 선언했다. 종합미디어·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1896년 10월 덕수궁에 처음으로 전화가 설치됐다. 이후 전화망은 계속 뻗어나갔고 경제가 발전하면서 1980년대에는 비약적인 전화수요가 생겼다. 이를 뒷받침할 대규모 통신시설의 확충과 효율적 관리를 위해 1981년 12월 만들어진 것이 현재 KT의 전신인 한국전기통신공사다. 한국전기통신공사는 전국의 전화망을 1조 9524억원에 인수했다. 한국전기통신공사는 2002년 민영화를 통해 KT가 됐다.1조 5610억원의 자본금으로 만들어진 KT는 2006년 12월 현재 자산 17조 9623억원, 매출 11조 7721억원의 공룡기업으로 변신했다.KT는 뉴욕과 런던증권거래소에도 상장되어 있다. KT의 경쟁력은 102년동안 축적된 통신망에서 나온다. 도시는 물론 전국의 산과 바다에 깔려 있는 유선전화망과 초고속인터넷망 등은 다른 사업자가 쉽게 넘볼 수 없는 자산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17일 “KT의 힘은 망(網)에서 나온다.”고 말할 정도다. 이같은 통신망을 바탕으로 KT는 성장을 했지만 더이상 통신회사로만 불리는 것을 거부한다. 남중수 KT 사장조차 지난해 10월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 케이블·위성방송협회 총회에 참석해 “KT는 더 이상 통신업체가 아니다.”면서 “최고 수준의 초고속인터넷과 통신망을 기반으로 한 종합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사업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KT의 자회사들을 보면 이같은 남 사장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자회사엔 이동통신사인 KTF와 디지털주파수공용통신 사업자인 KT파워텔 등도 있지만 싸이더스FnH와 올리브나인이라는 곳도 있다. 싸이더스는 국내 최대의 영화제작사로 지난해 12월 ‘용의주도 미스신’을 시작으로 배급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싸이더스를 내세워 KT가 영화배급사업에 손을 댄 셈이다. 특히 남 사장은 취임 한달만에 싸이더스를 인수했다.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남 사장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올리브나인은 왕과 나, 주몽, 불멸의 이순신, 해신, 파리의 연인 등을 만든 잘나가는 드라마 외주 제작사 중 하나다.KT는 2005년엔 싸이더스를, 지난해엔 올리브나인을 손에 넣었다. 또 자회사인 KTF를 통해 도레미레코드의 지분을 지난해 인수했다. 전산장비와 컴퓨터 등 IT장비를 임대하던 KT렌탈은 의료장비와 건설용기계, 자동차 임대사업부문까지 영역을 넓혔다.KT렌탈의 리스금융과 할부금융이 독립해 KT캐피탈이라는 자회사를 만들었다. KT는 종합미디어·엔터테인먼트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유·무선 통합 등 네트워크 통합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등의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KT관계자는 “올해는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 이에 따른 LG통신그룹의 공격적 경영활동 등 통신환경의 급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당장 유·무선 통합을 핵심사업의 첫번째로 꼽고 있다. 우선 유선시장에선 초고속인터넷인 메가패스를 중심으로 인터넷TV(IPTV)인 메가TV, 이동통신, 유선전화를 결합한다는 것이다. 무선시장에서도 휴대인터넷(와이브로)과 인터넷전화(VoIP), 근거리무선통신인 와이파이(Wi-Fi)와 3세대 이동통신도 합친다는 계획이다.KT의 다른 관계자는 “올해 KT의 중점 신성장사업은 메가TV, 와이브로,VoIP”라며 “메가TV는 150만, 와이브로는 40만,VoIP는 100만 가입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민영화 이후 처음으로 매출 12조원의 벽을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유선전화 명성찾기 ‘안간힘’ 통신업계의 공룡 KT에도 약점은 있다. 다름아닌 유선전화 사업이다.KT 영화(榮華)의 요체가 유선전화였다는 점에 비춰볼 때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유선전화는 KT에서 매출 비중이 가장 높다.‘효자’라고 해도 틀린말이 아니다. 민영화 초기인 2002년의 유선전화 매출 비중은 전체의 61%를 차지했다.2006년에는 50.7%, 지난해엔 48% 정도였다. 아직도 매출의 절반가량이 유선전화에서 나온다. 문제는 유선전화의 매출이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침체의 연속이다.98%에 달했던 시내전화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초 92%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0월엔 90.8%로 곤두박질했다. 후발업체들의 틈새공략이 먹혀들었다. 집전화뿐만 아니라 시내전화와 시외전화 통화량도 계속해서 줄어드는 추세다. 유선전화 매출이 줄어들면서 전체 매출도 정체상태다.5년째 11조원대다.‘마(魔)의 12조원’이란 말이 나온다. 유선전화 때문에 인터넷전화(VoIP) 사업에 소극적이었던 측면도 없지 않다. 인터넷전화 활성화는 곧 유선전화 매출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KT는 지난해까지 유선전화 지키기에 안간힘을 썼다. 문자메시지(SMS), 통화중 자동연결 등 다기능 집전화기 안폰을 전면에 내세웠다. 안폰은 가입자당 매출이 일반전화보다 3000원가량 높아 수익면에서 도움이 되고 있다. 또 시내·시외통화요금이 같은 전국단일요금제 등 3종의 할인요금제도 선보였다. 하지만 집전화보다는 이동전화가 대세라는 점을 KT도 모르는 바가 아니다.KT 내부에서조차 “집전화 감소를 감안하면 현재의 유선전화 매출은 오히려 마케팅을 잘한 ‘성과’”라고까지 해석한다.KT는 유선전화 가입자 2000만명을 마지노선으로 설정하고 있다. 다른 부문의 매출 비중을 높여간다고는 하지만 매출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유선전화 사업을 포기할 순 없다. 동시에 VoIP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유선전화와 VoIP의 조화와 균형이 KT의 약점을 보완해줄지 결과가 주목된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KT호(號) 이끄는 남중수 사장 ‘넥타이를 왜 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사장이 되니까 옷 스타일을 내 맘대로 할 수 있어서 좋다.”며 소탈하게 웃음짓는 사람.“최고경영자를 뜻하는 CEO의 E는 경영이 아닌 연예 E(엔터테인먼트)의 약자”라며 “CEO는 즐거움을 주는 사람”이라고 상큼함을 전하는 사람. 직원들을 위해 칵테일 쇼와 색소폰을 연주하는 사람.KT 남중수 사장이다. 3월이면 남중수 사장의 2기가 시작된다. 남 사장은 2005년부터 KT 사장직을 맡고 있다. 지난해 12월 사장추천위원회에서 차기 사장후보에 추대됐다.3월 주총에서 통과되면 앞으로 3년간 KT를 이끌게 된다.5년 넘게 국내 최대 통신업체를 지휘하게 되는 셈이다. 남 사장은 온화한외모와 달리 냉철한 승부사 기질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2000년 IMT-2000사업을 총괄하는 KT IMT사업추진본부장으로 비동기식 사업권을 따냈다. 한국통신의 민영화 작업에도 견인차 역할을 했다.2001년 재무실장으로 있을 때다. 남 사장은 KT의 신성장동력인 휴대인터넷(와이브로)과 IPTV의 전 단계인 메가TV를 본궤도에 올려놓았다. 해외 인수·합병에도 수완을 발휘했다. 러시아 연해주를 거점으로 하고 있는 이동통신회사를 인수,1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한 시장점유율 1위의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부드러운 이미지는 그의 발언에서 쉽게 포착된다. 남 사장은 항상 역지사지(易地思之)를 강조한다.“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라. 그러면 이해와 배려가 싹트고 이는 신뢰로 연결된다.”고 말한다. 남 사장의 철학은 기업의 경영과 사회적 책임이란 축으로 묶인다. 그가 CEO에 올라 지켜온 철칙이 ‘상생’이다. 지난해 2월 IT 지식 나눔을 통한 소외계층 해소를 목표로 한 사회공헌 활동인 ‘IT서포터스’를 만드는 등 사회공헌활동에 앞장서 왔다. 상생의 전도사인 남 사장은 지난해 말 산업자원부가 주최하고 대한상공회의소와 산업정책연구원이 공동으로 주관한 지속가능경영 대상에서 기업인 부문 최초로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국내 통신업계 최초로 사회적 책임(CSR) 보고서를 발간해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의지를 밝히고 IT 전문지식을 사회에 기부하는 활동을 추진한 것이 수상의 배경이 됐다. 화려함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남 사장에겐 ‘그늘’도 있다. 경영 수치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오르지 않고 있다. 그가 심혈을 기울인 와이브로도 움이 트는 단계다. 메가TV의 가입자가 늘고 있지만 활짝 꽃을 피우려면 2∼3년은 필요하다. 이런 시선에 대해 남 사장은 “지금까지는 기초 다지기”라고 가볍게 받아넘긴다. 남 사장은 지난해 모죽(母竹)론을 들고 나왔다.“심은 지 5년이 지나야 쑥쑥 크는 모죽처럼 그동안의 기반을 바탕으로 KT가 올해는 새로운 성장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노숙자로 전락한 퇴역미군 실상

    MBC ‘W’는 18일 오후 11시50분 ‘무방비 도시, 케냐 나이로비를 가다 외’편을 방송한다. 위기를 맞은 아프리카 케냐의 민주주의, 최초의 백인 게이샤, 퇴역 미군의 생활 등을 생생하게 전해 준다. ‘아프리카의 모범생’이라 불리는 케냐. 아프리카 민주주의의 표본으로 통했던 이 나라가 폭동에 휘말렸다. 지난해 12월27일 네 번째 대통령 선거일 이후, 국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경찰이 최루탄과 총으로 맞서 지금까지 600여명의 사망자와 40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이같은 소요의 원인은 케냐 대통령의 부정선거 논란 때문이다. 케냐 국민들은 “우리의 소중한 한 표를 도둑맞았다.”고 외치고 있다. 얼마 전 백인 게이샤 관련 기사가 인터넷을 달궜다. 게이샤 사회의 400년 전통을 깨고 정식 게이샤로 데뷔한 호주 출신 여성이 화제의 주인공이었다.일본에서도 신비에 싸여 있는 게이샤 사회에 이방인이 발을 들이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도쿄 아사쿠사에서 게이샤 생활을 시작한 최초의 백인 게이샤 사유키를 만난다. 미군의 퇴역 후 생활을 살펴보는 코너도 흥미롭다. 오늘날 미군은 전세계에 손길을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하다. 이같은 활약에도 불구하고 미군의 퇴역 이후 생활은 안정적이지 않다. 한창 일할 나이임에도 사회로 복귀한 그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허드렛일뿐이다. 그나마도 여의치 않은 퇴역군인들은 노숙자로 전락하기까지 한다. 전쟁터에서의 스트레스로 정신 장애를 앓는 사례에서부터 사회부적응자로 내몰린 사례까지 미국 사회의 또다른 그늘이 돼버린 퇴역 군인들의 실상을 조명한다.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가자! 베이징] (15) 체조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올림픽 첫 금메달을 건져라.’베이징 올림픽 체조 대표선수단에 내려진 지상과제다. 특히 세계선수권 금메달은 여러 차례 차지했으면서도 ‘올림픽체조 노 골드’라는 숙원 역시 베이징에서 모두 풀어내야 한다. 그동안 올림픽 성적은 은메달 3개, 동메달 4개가 전부. 하지만 베이징에서는 조금 다르다. 양태영-김대은-유원철로 이어지는 ‘평행봉 삼총사’가 금메달의 가능성을 모락모락 키우고 있다. 평행봉이 있기 때문에 어렵지만은 않은 목표다. 기계체조(금 17개)와 리듬체조(단체·개인전 2개), 트램폴린(남녀개인 2개) 종목으로 나눠진 체조에는 모두 21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4년 전 금메달 1개에 그쳤던 중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최소 6개 이상의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8개의 금메달을 휩쓸며 최강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홈 텃세까지 더해지면 압도적 싹쓸이도 예상된다. 미국과 유럽세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기계체조의 평행봉만큼은 중국이 아닌, 한국이 최강국에 속한다.4년 전 아테네에서 심판의 어처구니없는 오심으로 금메달을 빼앗긴 ‘비운의 동메달리스트’ 양태영(29)이 대표팀의 맏형으로서 단단히 벼르고 있다. 오른손 검지손가락, 왼쪽 무릎 등 온갖 부상이 있었지만 모두 극복해냈다. 김대은(24) 역시 아테네에서 은메달을 따냈고, 아시안게임 금메달,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 등 화려한 성적을 갖고 있지만 양태영의 그늘에 가려진 느낌을 털어내겠다는 다부진 각오다. 양태영의 대를 이을 선수로 평가받으며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딴 바 있는 유원철(24) 또한 “이번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생각하겠다.”며 금빛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리듬체조 분야에서 ‘체조계의 김연아’로 일컬어지는 신수지(17·세종고)의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신수지는 지난해 9월 그리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개인 종합 결선에서 24명 중 17위를 차지,20위까지 주어지는 올림픽 진출권을 따냈다. 리듬체조의 올림픽 진출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이후 16년 만이다. 신수지가 선보일 회심의 기술은 ‘9회 연속 백 일루션(Back illusion)’.‘백 일루션’은 한쪽 다리를 축으로 나머지 다리를 360도 수직회전하여 원을 만드는 고난이도 동작이다. 신수지는 세계 최초로 9회 연속 백 일루션을 성공시킨 바 있다. 그에게 조심스럽게 올림픽 메달을 기대해보는 근거이기도 하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중세를 여행하는 사람들/오정환 옮김

    2005년 중세사람들의 생활과 내면을 추적한 ‘중세유럽산책’을 펴낸 일본의 중세 사학자 아베 긴야가 이번엔 중세 서민 풍속사에 주목했다. 세계사 연표에 오르내리는 권력자 중심의 역사가 아니라 역사학 논의에서 늘상 괄호 밖 존재였던 서민들을 통해 중세를 새롭게 이해했다.‘중세를 여행하는 사람들’(오정환 옮김, 한길사 펴냄)이 그 산물이다. ‘중세 통(通)‘인 저자의 명성은 그대로 책의 신뢰로 이어진다. 중세 서양의 풍속자료를 풍부하게 인용하고 있는 데다 중세 서민층을 ‘정착’과 ‘이동’이라는 상반된 삶의 방식으로 나누어 재편한 시도가 새롭다. 중세 민중을 정착계층과 이동계층의 두 개 층위로 구분해 파악한 것이다. 이를테면 농민, 목욕탕 주인, 제분업자, 빵집 주인은 정착자의 세계에 속했고 집시, 거지, 직공 등은 방랑자의 부류에 들었다. 민중으로 뭉뚱그려져 있었으되 실상 전혀 다른 유형의 삶을 살았던 그들의 세계를 되짚는 과정에서 독자는 역사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관점을 체험하게도 된다. 성직자와 기사들의 그늘에 가려 존재감을 잃었던 중세 민초들의 삶이 그림처럼 생생히 재현됐다. 관리가 닭을 조세로 징수하러 농가를 방문했다가도 임산부가 있는 집에는 닭의 몸뚱이를 던져주고 갔다거나 나무껍질을 함부로 벗긴 자의 창자를 꺼내 나무에 감아둔 풍속 등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정보이다. 통행에 필요한 중세의 토목공사와 통행로에 만들어진 여인숙, 목로주점 등의 풍경을 상상하며 중세의 숨겨진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다. 페트라르카, 에라스무스 등 인문주의자들의 기록을 비롯해 쉼없이 인용되는 인문학적 사료들로 풍요로운 책읽기가 보장된다.1만 3000원. 특히 독일 중세사에 밝은 지은이는 그림형제의 독일설화집에서 중세의 또다른 면모를 발견하기도 했다.‘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양억관 옮김, 한길사 펴냄)를 함께 펴냈다. 설화집의 작은 모티프에서 출발해 중세 어린이들의 생활상을 그려낸, 역시 독특한 접근방식의 저작이다.1만 2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문화마당] 서울에 내리는 눈/이윤택 동국대 연극학과 교수·극작·연출가

    근년에 눈 내리는 풍경을 보기 힘들었다. 지구 온난화 현상 때문인지 겨울시즌에도 좀체로 눈을 보기 힘들었고, 눈이 온다 하더라도 질척거리는 겨울비를 동반하든지 때 아닌 진눈깨비가 쏟아지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눈의 아름다움과 정서를 잊어 버렸다. 지상 위 모든 색상을 압도하는 강렬한 백색, 그러면서도 따뜻하고 평화로운 은총이 쏟아지는 세상을 꿈꾸는 것이다. 연인, 혹은 가족과 함께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며 구르몽의 시에 노래를 붙인 샹송을 흥얼거리거나 식민지 시대의 시인 오장환의 시를 떠올릴 수도 있다. 어서 내려라 갈매빛 바다와 짙은 회색의 도시 위에 퍽퍽 내려다오 태양이 또 그 위에 빛나리라 오랜만에 눈이 내렸다. 올해 첫달 열흘 밤부터 내린 눈은 열하룻날 새벽에 이르러 서울 시가지 풍경을 완전한 백색으로 지워 버렸다. 게릴라소극장 이층방에서 잠들었던 배우들은 “눈이다!” 소리치며 반갑게 골목길로 뛰쳐나갔다. 그러나 눈을 맞이하러 극장을 뛰쳐 나간 배우들은 눈밭을 뒹굴지 못하고 변변한 눈사람 하나 만들지 못하고 곧장 극장 안으로 들어와야 했다. 오장환의 시처럼 태양이 그 위에 빛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울의 매연 때문인지 을씨년스러운 세상 기운 탓인지 무척 추웠고 칼바람까지 불었다. 서울 시가지는 오히려 인적이 끊어지고 심하게 질척거렸다. 우리가 눈을 그리워하던 마음은 이런 게 아니었다. 지난 시대 깊게 파인 골을 메우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자연의 영약(靈藥)이기를 바랐다. 구차한 변명, 파렴치한 구설수, 소모적인 불화 따위 온갖 세상의 어두운 그늘을 지우면서 희망이란 단어가 눈송이처럼 내려주기를 바랐다. 그 위로 태양이 떠올라 말끔하게 씻긴 서울이 다시 평화로운 풍경으로 회복되기를 바랐다. 현실은 추악하고 인생은 너덜난다. 우리는 매번 개혁이란 이름으로 누각을 짓고 새로운 세계라고 믿으며 부패한다. 명색 세상의 짐을 지겠다고 나선 정치가들이 이것이 시대정의요 살 만한 세상이요 떠들면서 현실을 부분적으로 짜깁기한들 언젠가 스스로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외로워진다. 그 점에서 정치는 계속되는 사상누각(沙上樓閣)의 문명사(文明史)다. 정치적 의도나 문명의 힘으로 인간은 결코 인간다운 삶에 도달하지는 못한다.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음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은 오히려 저 눈 내리는 풍경이다. 덕수궁 돌담 길 나무 위에서 여전히 재잘대는 새들의 지저귐이다. 이것이 자연의 재생력이다. 우리가 눈 내리는 풍경을 기대할 수 있으므로 현실의 모든 추악함을 견딜 수 있고, 덕수궁 돌담길을 같이 걸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믿기에 서울은 여전히 살 만한 도시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에 내리는 눈조차 현실의 난기류(亂氣流)에 뒤섞여 질척거린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두운 그늘을 드리울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는 지난 시대를 통과하면서 너무 많은 주장들이 뒤섞이고 악의적인 싸움으로 골이 파이면서 집단적인 트라우마(trauma:우울, 무기력, 환멸 등으로 드러나는 신경증세)에 빠져 있다. 이제 현실로부터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라. 서울 하늘에 드리워진 회색 구름을 걷어내고 어떻게 맑은 해를 띄울 수 있을 것인가, 순결한 눈을 내리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해야 할 시간이다. 눈을 녹이려면 뜨거운 키스 내 마음을 울리려면 이별의 키스…. 시몬, 내 동생 눈은 뜰에 잠들었다 시몬, 너는 나의 눈 나의 사랑 (구르몽의 시에서) 이윤택 동국대 연극학과 교수·극작·연출가
  • 한국 사람 만나면 한국말로 해요

    한국 사람 만나면 한국말로 해요

    킬링필드에서 온 스님 린사로 스님은 1년 6개월 째 한국 생활을 해오고 있다. 2005년 캄보디아의 큰 스님을 따라 한국 여행을 온 것이 계기였다. 그 이듬해인 2006년 4월 아예 한국 유학의 길을 택했다. 스님은 지금 도선사에서 한국 불법(佛法)을 배우고 있다. 한국 불교뿐만 아니라 한국어를 비롯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각별하다. 한국 생활도 이젠 꽤 익숙해졌다. 스님이 구사하는 부드러운 한국어를 듣고 있으면 스님이 얼마나 성실하게 한국 생활을 해 왔는가를 잘 알 수 있다. 스님을 처음 만났을 때 시선을 끈 것은 특이한 옷차림이었다. 오렌지 빛이 강렬한 가사는 박음질이 전혀 없는 큰 천으로 몸 전체를 둘둘 말고 있는 듯했는데, 옷을 어떻게 입는지 그 방법이 자못 궁금했던 것이다. 스님의 설명에 따르면 오렌지 빛 가사는 캄보디아를 비롯하여 태국, 미얀마, 라오스, 스리랑카, 베트남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동남아시아 일대의 스님들이 입는 남방 가사이다. 이곳 스님들은 속옷만 입은 채 다른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로 가사를 입는데, 세 조각으로 이뤄진 천을 몸에 칭칭 감고 둘둘 말아 입는단다. 스님들은 이 가사를 절대로 벗지 않는다고 한다. 겉을 두르는 한 조각은 절 안에서는 잘 개어서 왼쪽 어깨 위에 걸치고, 절 밖에서는 활짝 펼쳐서 몸에 두른 다음 둘둘 말아 왼쪽 어깨 뒤로 넘겨 겨드랑이 밑으로 넣는다.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슬리퍼를 신은 스님들은 몸놀림이 가뿐하고 시원하다는 것이다. 캄보디아의 더운 기후에 맞춰진 가사인 셈이다. 앙코르와트의 그늘 지상 어느 나라인들 아픔의 역사가 없을까만 캄보디아는 드물게 큰 고통의 현대사를 안고 있다. 20세기 최악의 학살 사건으로 유명한 킬링필드의 나라. 그 현장에 세워진 위령탑엔 죽임을 당한 이들의 해골이 전시되어 있어 당시의 아픔을 일깨워 준다. 최대의 불교 유적지인 앙코르와트의 그늘에 이런 슬픈 역사가 있다는 건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아무튼 캄보디아는 대표적인 불교 국가다. 인구의 96% 이상이 불교를 신봉하는 캄보디아에서는 태어나면 바로 절에 와서 스님의 축복을 받고, 절에서 시행하는 교육을 받는 것이 의무이다. 청년시절에는 일정기간 출가수행 과정을 밟아야 한다. 스님도 스무 살에 이 수행과정을 밟게 되었고, 이후 승려의 길을 걷게 되었다. 보통 30명이 출가 수행과정을 밟으면 1~2명만이 승려로서의 삶을 살게 된다 하는데, 가족 중에 승려가 있다는 게 아주 기쁜 일이어서 승려로 살아가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란다. 스님이 이방의 나라 한국에서 배우는 한국 문화와 한국 불교의 체험은 색다르고 낯설 수밖에 없다. 언어, 기후, 음식부터가 다르고, 남방불교와 한국불교가 판이하다는 건 상식이니까 말이다. 스님은 하루에 두 끼만 먹는단다. 보통 아침과 점심을 먹는데 4시 이후에는 물 이외의 음식은 절대 취하지 않아야 하는 게 남방불교의 방식인데, 한국에서도 이를 그대로 지키고 있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 했지만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익힌 불법(佛法)은 이국의 땅에서도 지켜야 하는 계율인가. 수요일을 제외한 평일 오전 9시부터 1시까지 동국대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스님의 일정을 생각해 볼 때, 식습관을 지키는 것부터가 매우 힘든 수행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캄보디아에서는 절에서는 취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매일 탁발로 먹을 것을 마련한단다. 가정집을 번갈아 방문하면서 공양을 하는 탁발에 익숙한 스님에게 식당에서 식사 후에 돈을 지불하는 일은 흥미로운 경험이다. 음식을 돈주고 사먹다니! 기후는 가장 큰 어려움 중의 하나일 게 분명하다. 머지않아 다가올 한국의 겨울나기도 이 스님에겐 큰 수행이 아닐 수 없겠지만, 이미 익숙해져서 괜찮다면서 미소를 짓는다. 꿈 이야기 스님에게 언어 문제는 더 이상 장벽이 아니다. 동국대학교에서 1년이 넘게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는데, 지금은 한국어 과정의 마지막 단계인 6급 수업을 진행 중이다. 한국어로 하는 토론과 연설까지 가능한 수준이니, 6급을 마치고 인도철학과에 진학하여 배움의 길을 걷겠다는 스님의 꿈도 요원하지만은 않겠다. 스님은 앞으로도 수년 더 한국에 머물면서 한국 문화와 한국 불교를 체득할 계획이다. 한국에서 대학 공부를 마치고 캄보디아로 돌아가면 그곳의 불교대학에서 불교 교육을 맡아 할 것이라 한다. 부드럽지만 강한 어조로 스님은 자신의 꿈을 살짝 열어 보여준다. 궁금했는데, 깜빡 잊고 물어보지 못한 말이 있다. 스님도 꿈을 꾸느냐고, 그렇다면 한국에서 꾼 꿈에서는 캄보디아말과 한국말 중 어떤 언어로 꿈을 꾸느냐고. 아니, 이건 질문거리도 되지 않을 듯하다. 한국 사람 만나면 한국말을 하고 캄보디아 사람 만나면 캄보디아말을 할 게 뻔한 노릇이니까. 글 전해수 문학평론가, 동국대 국제교육원 강사 월간 <삶과꿈> 2007년 11월호 구독문의:02-319-3791
  • [사설] 재판 장사한 부장판사 법조계 떠나라

    수도권의 모 부장판사가 자신이 맡았던 재판과 관련해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재판 장사’를 했다는 얘기다. 그는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사표를 냈고, 대법원이 이를 수리했다. 문제의 판사가 사실 관계를 인정하자, 법원측이 서둘러 마무리하려 한 음습한 행태라 유추하지 않을 수 없다. 사법권의 마지막 보루인 판사마저 이렇게 타락할 수 있단 말인가. 국민들로서는 이제 어디서 사회 정의의 판단과 실현을 기대한단 말인가. 참담하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가 된 판사는 지난해 또 다른 사건에서도 청탁을 받고 유리한 판결을 내려, 정직 10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고 한다. 이런 판사가 법원의 그늘 속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법부의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사법부는 그동안 사안별 양형 기준 마련, 사건 수임 변호사와의 개인적 접촉 제한 등 시스템에 의한 재판 공정성 확보를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그같은 주장이 얼마나 위선이었는지 다시 한번 확인케 하는 작은 예에 불과하다. 일찌감치 사법처리를 통해 이같은 인물은 더이상 법조계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했어야 마땅했다. 법원의 제식구 감싸기는 근절돼야 한다. 판사의 독직, 수뢰 등 의혹이 제기됐을 때마다 당사자를 현직에서 떠나도록 하는 것만으로 적당히 넘어가는 관행이 이번 사태를 낳지 않았는가. 재판 결과를 뒤집거나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비리를 저지를 경우, 법조계를 영원히 떠나도록 하는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이번 사태가 그 출발이 되길 기대한다.
  • [씨줄날줄] 승지원/함혜리 논설위원

    삼성그룹 창업자인 고 이병철 회장은 우리 문화를 무척 아꼈다. 수십년간 고미술품과 골동품 수천점을 수집했고 그윽한 국악 선율을 들으며 휴식을 취하길 즐겼다. 망중한의 집무실에서 오전 한때를 붓글씨를 쓰면서 보내기도 했다. 특히 한국식 목조건축에 매료됐다. 호암자전(湖巖自傳)에서 그는 ‘살아있는 듯 숨쉬는 목재가 잘 배합되고, 직선과 곡선이 융합·조화된 우리 한옥은 실로 독창적인 운치를 지니고 있다.’고 썼다. 유서깊은 전통건물들이 개발의 그늘에서 사라져 가는 것을 아쉬워했던 그는 용인자연농원에 전통 한옥을 짓고 자주 머물렀다. 호암미술관을 마주보고 오른편에 있는 호암장이다. 건평 230여평에 잘 꾸며진 정원이 딸린 이 집을 지을 때 호암은 목수, 와공(瓦工)과 직접 대화를 나누며 한옥 고유의 형상과 색조, 선의 조화를 표현하려고 부심했다. 호암장을 지은 지 십여년 뒤에 좀더 정교하고, 한국 고유의 건축미를 갖춘 한옥을 서울 한남동에 하나 더 짓고 승지원(承志園)이라고 이름 붙였다. 선대 회장의 유지를 이어받는다는 뜻으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승지원이라고 이름지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호암의 거처였던 승지원은 1987년 이 회장이 물려받아 영빈관과 집무실로 쓰고 있다. 대지 300평에 건평 150평의 단층 한옥(본관)과 2층 양옥으로 된 부속건물로 이뤄져 있다. 한남동 자택에서 걸어서 7∼8분 거리에 있는 이곳에서 이 회장은 대부분의 업무를 본다. 외국의 귀빈을 접대하고, 핵심적인 의사결정을 대부분 이곳에서 내린다. 새 경영화두로 삼고 있는 ‘창조경영’도 2006년 6월 승지원에서 열린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처음 나왔다.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특별검사팀이 그제와 어제 삼성그룹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삼성 경영 70년의 혼이 서린 ‘그룹의 성지(聖地)’ 승지원도 포함됐다.‘어느 곳도,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는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불법 비자금 조성과 정관계 로비, 경영권 승계 등 각종 의혹들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한다. 삼성도 이번 특검을 계기로 모든 의혹을 털고 진정으로 존경받는 세계적 기업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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