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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일 개장 국내 최대 인공 ‘대전 한밭수목원’ 가보니…

    9일 개장 국내 최대 인공 ‘대전 한밭수목원’ 가보니…

    “수목원에 어떻게 그늘이 없어요.” 개장 이틀째인 지난 10일 대전 서구 둔산동 한밭수목원 동원(東園)에서 만난 조정현(36·회사원·서구 관저동)씨는 이 점을 먼저 지적했다. 대전 시민들은 시에서 도심 한 복판에 조성한 국내 최대 규모의 인공 수목원이 완전 개장한 것에 대해 “웅장하게 참 잘 만들었다.”고 후한 평가를 주면서도 보완할 부분을 짚어주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조씨는 “관람객이 다니는 길가에 큰 나무를 심을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수목원의 최대 포인트인 연못 데크는 그늘이 한점 없었다. 양산을 쓰고 다니는 이들이 눈에 많이 띠었다. 구경도 하고 뜨거운 햇볕을 피해 쉬려던 시민에게 수목원의 숲은 그늘을 제대로 제공하지 못했다. 이날 수목원에는 연인이나 가족단위의 나들이객들로 붐볐다. 카메라를 매고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사람도 많았다. 친구 2명과 함께 온 유소완(19·한남대 1년)양은 “벤치에도 그늘이 없어 앉기가 싫다.”면서 “음용수대도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인공적인 느낌이 강한 수목원”이라고도 했다. 연못이나 수목원이 한눈에 보이도록 데크 옆이나 길가에 큰 나무를 심지 않는 등 휴식보다는 조망에 중점을 두고 수목원을 만들었다는 인상을 주었다. 대전시 푸른도시과 정진석씨는 “서원(西園)이 생태계에 초점을 뒀다면 동원은 공원 및 자연학습장 역할에 중점을 둬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2005년 4월 문을 연 서원에는 계족산, 우성이산 등 대전의 산을 모델로 해 실개천 등이 만들어져 있다. 반면 동원은 장미원, 유실수원, 야생화원, 식물원, 암석원 등으로 꾸며졌다. 산수유, 금낭화, 꿀풀, 오동나무 등 수많은 나무와 꽃이 있고 이름을 적은 팻말을 그 앞에 세워 놓았다. 개장 후 이틀간 동원에만 2만명 가까운 시민이 찾았다. 한밭수목원은 정부대전청사와 엑스포과학공원 사이에 조성한 것으로 남문광장 좌우로 서원과 동원이 있다. 면적은 서원이 16만㎡, 동원이 17만㎡에 이른다. 남문광장은 6만 4000㎡이다. 서원은 101억원이 들었고 동원은 109억원이 투입됐다. 동원의 연못은 가로 215m 세로 44m 크기로 한밭수목원의 백미다. 수심이 최대 2m로 수변에 나무 데크와 정자가 설치돼 있다. 조성비는 비슷하지만 서원보다 더 웅장하고 화려한 느낌이 드는 이유다. 경관이 뛰어나고 걷는 맛이 각별하다. 서·동원에는 모두 2170종 86만 4000여 그루의 나무와 꽃이 식재됐다. 대전시는 오는 8월까지 20억원 가까이 들여 서·동원 사이 2만 5000㎡의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잔디광장을 만든다. 1993년 대전엑스포 당시 목재로 지어진 남문이 있는 이곳은 각종 축제와 공연을 여는 장소로 활용된다. 서·동원 수목원을 숲으로 연결하는 역할도 한다. 동원 매점 앞 벤치에 모여 있던 시민들은 “돈을 엄청 들인 맛이 난다.”면서 “야간 개장하면 사람들이 바람 쐬러 무척 많이 찾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한밭수목원은 다음달부터 9월까지 오후 9시까지 야간 개장을 한다. 나머지 달은 오후 6시 문을 닫는다. 입장료는 없다. 박성효 대전시장은 “불편한 점을 적극 보완하겠다.”면서 “한밭수목원은 정부청사 도시숲, 샘머리공원, 보라매공원 등을 잇는 도심 녹지축으로 대전에서 가장 사랑받는 명품 숲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글 사진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탈레반·알카에다 척결 공동대응”

    “탈레반·알카에다 척결 공동대응”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과 첫 3자 회동을 가졌다. 세 정상은 탈레반·알카에다 배격과 경제협력, 민주주의 확대, 부패 척결 등에 대해 합의를 이뤘다. ●경제협력·민주주의 확대·부패청산 합의 오바마 대통령은 회담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테러세력을 무너뜨려 패퇴시키기 위한 공동의 목표로 만났다.”고 밝혔다. 또 아프간, 파키스탄 국민들의 생활수준 향상에도 협력할 것이라며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그는 그러나 “앞으로의 길은 더욱 험난할 것이다. 더 많은 폭력과 후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이번 회담의 목표는 두 가지다. 미국과 깊은 불신과 갈등을 불러온 두 국가 정상과 접촉하고, 무법천지로 변한 아프간, 파키스탄 국경지대에서 준동하는 테러세력에 대한 공동대응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회동은 오바마 정부의 핵심 외교정책인 아프간, 파키스탄에 대한 새 전략을 보여 주는 ‘쇼케이스’였다고 할 수 있다. ●오바마 “아프간 민간인 희생 최소화” 하지만 전날 미국의 아프간 공습이 이번 회담에 그늘을 드리웠다고 영국의 더 타임스가 7일 보도했다. 미국이 5일 탈레반 통제 아래 있는 파라 주(州)의 발라 발룩 마을 두 곳을 공습하면서 어린이와 여성 등 120명의 민간인이 숨졌다. 이번 공습은 2001년 이래 단일사건으로는 최대의 사상자를 낸 참사로 기록됐다.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민간인 사상을 피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을 뿐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아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그간 수차례에 걸친 미국의 아프간 공습은 민간인 사상자만 키우고 테러집단에 대한 카르자이 정부의 대항능력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에도 현지 국민들 사이에서 분노가 확산되면서 두 정상의 미국과의 협력이 난관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번 공습으로 지난달 말부터 촉발된 파키스탄 정부군과 탈레반 세력의 전투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게이츠 美국방 “파키스탄 파병 안해” 오바마 정부는 올해 아프간에 2만 1000명의 추가 파병안을 확정했다. 하지만 파키스탄에는 파병할 계획이 없다고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부 장관이 이날 밝혔다. 미 정부는 파키스탄에 향후 5년간 학교, 도로 등의 재건사업과 민간인 지원 프로젝트 등 비군사적 원조를 위한 75억달러(약 9조 4500억원) 사용 승인을 의회에 요청해 놓은 상태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촛불집회 1년] 자발적 정치광장 마련… 성격 변질돼 갈등 부르기도

    [촛불집회 1년] 자발적 정치광장 마련… 성격 변질돼 갈등 부르기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을 요구한 시민들의 자발적 촛불집회가 2일로 1년이 됐다. 먹거리를 걱정하며 촛불을 들고 시작된 집회는 일반인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비폭력성 등으로 ‘촛불문화’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후 정치·사회적 이슈가 생길 때마다 촛불이 저항과 압력 수단으로 활용된 경우도 적지 않아 또 다른 논란을 가져 왔다. 우리 사회의 새로운 소통문화 코드로 인식되고 있는 촛불집회 1년의 명암을 짚어 본다. ●촛불이 밝힌 희망 촛불집회 1주년을 맞아 촛불의 공과를 가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좌우 진영에서 촛불관련 토론회와 책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학생과 주부, 직장인 등 생활인들이 광장으로 몰려 나와 국민 모두가 자발적 참여자가 됐다는 점은 어느 누구도 부정하지 못했다. 그동안 정치사회적으로 약자였던 주부들과 학생들이 촛불의 도화선이 돼 이슈의 전면에 등장했다. 보수진영의 변철환 뉴라이트전국연합 대변인은 “촛불을 성원하는 국민들의 환호가 열렬해지면서 주도단체들도 뜻하지 않았던 성원을 받았고 멈출 수 없을 정도로 기세가 세차게 흘러갔다.”고 평가했다.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제1조는 전국을 뒤흔들었다. 시민들은 촛불집회 3개월여 동안 대의정치에서 참여정치로, 제도정치에서 생활정치로 주권자로서 직접 민주주의를 실천했다. 지난달 29일 치러진 경주 국회의원 재보선에 ‘아고라’책의 저자인 시민대표 채수범씨가 무소속으로 출마한 것도 촛불 정신이 토대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앙대 사회학과 신진욱 교수는 이를 ‘헌정 애국주의’로 정의내렸다. 신 교수는 “민족에 기반한 기존의 맹목적 내셔널리즘을 벗어나 시민들이 대한민국을 자신들의 정치적 공동체로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개인, 가족의 울타리를 넘어 ‘우리’라는 공동체주의가 싹을 틔웠다는 분석이다. ●촛불이 드리운 그늘 하지만 촛불의 부작용도 만만찮다. 시민축제의 장이 정치적 이념 대립의 장으로 변질되면서 촛불이 꺼질 수밖에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자발적인 국민들의 요구를 이어가고 대안을 마련하기보다 이명박 대통령을 반대하는 이른바 ‘반MB 전선’으로 촛불이 확산되면서 불거진 좌우 갈등을 일컫는 대목이다. 촛불집회 막바지 무렵에는 정권퇴진 운동으로 촛불을 이어가야 한다는 정치적 견해도 있었다. 변 대변인은 “애초 순수성이 사라지는 바람에 오히려 국민들의 의견이 정부에 전달되는 길이 차단되고 정부 역시 소통의 움직임을 닫아 버렸다.”고 지적했다. 최홍재 공정언론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광우병에 대한 왜곡된 정보, 언론보도 속에서 오히려 누구의 말도 신뢰하지 못하는 등 사회적 권위가 해체됐다.”고 비판했다. 진보진영은 다른 각도에서 촛불의 한계를 들춰 냈다. 촛불의 ‘연대’ 정신을 살리지 못했다는 자성이다. 광우병 위험에 그토록 예민하게 반응했던 촛불이 정작 벼랑 끝 삶을 살고 있는 실업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를 끌어 안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다. 인터넷카페 미친소닷넷의 운영자 백성균씨는 “촛불이 소외계층을 외면한 측면이 있다.”면서 “뒤늦게나마 용산 철거민 같은 서민들을 끌어 안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盧 전대통령 소환] 권력형 비리 부른 폐쇄된 특권

    [盧 전대통령 소환] 권력형 비리 부른 폐쇄된 특권

    2009년 4월30일은 13년 6개월 만에 또다시 ‘전직 대통령의 불행한 날’로 우리 역사에 기록된다. 이는 우리 사회에 존경받는 통치리더십의 실종을 의미하며, 권력층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사회적 갈등을 잉태한다. 전직 대통령이 존경받는 존재로 남기 위해서는 어떤 길을 걸어야 할까. 실태와 원인, 대안을 3차례에 걸쳐 모색해본다. 전직 대통령들이 퇴임 이후 부패와 권력형 비리로 얼룩진 뒷모습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벌써 세번째다. 사법적 문제보다 더 큰 문제는 전직 국가 최고 통치자였다는 상징성을 뛰어넘어 사회원로라는 측면에서도 리더십의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계는 전직 대통령들이 연이어 사법 처리를 받는 데 대해 “대통령제가 갖는 한계인 대통령의 폐쇄적 특권에 대한 견제와 자정능력이 결핍된 결과”라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이같은 일이 반복되면서 정치에 대한 불신과 권력에 대한 혐오가 누적되고 있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전직 대통령이 사법적 심판에 처음 거론된 것은 1995년 10월19일이었다. 당시 박계동 의원이 “노태우 전 대통령이 재임 중 각계에서 받은 거액의 비자금을 퇴임 후에도 은닉하고 있다.”고 폭로했고, 한달여 뒤인 11월1일 노 전 대통령은 검찰에 소환됐고 보름 뒤인 16일에 전격 구속됐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11월24일 5·18특별법 제정을 지시했고 특별수사본부는 5·18 민주화항쟁에 대해서 전면 재수사에 돌입했다. 12월3일 전두환 전 대통령은 검찰 소환에 반발해 서울 연희동 집 앞에서 ‘골목길 성명’을 발표하고 고향 합천으로 내려갔지만 다음날 새벽 전국에 생중계되는 상황에서 체포되는 굴욕을 당했다. 12월21일, 5·18특별법이 제정·공포된 뒤 이듬해 8월26일 전 전 대통령에게는 사형이, 노 전 대통령에게는 징역 22년6월이 선고됐다. 두 사람에게는 뇌물죄와 군 형법상 반란 및 내란죄가 적용됐다. 이 판결은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통념을 깬 결정으로 전세계의 눈길을 끌었다. 1997년 12월 김영삼 대통령이 ‘국민 대화합’을 명분으로 특별사면했지만 국민들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정치 혐오증 차원이 아니라 사회의 권위가 통째로 무너지는 사회 해체에 가까운 현상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과 교수는 “전직 대통령들이 수사를 받고 법정에 서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국민들에게 ‘권력은 비리를 저지르고 부패하는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줬다.”면서 “정치 혐오증이 더욱 악화되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박건형 유대근기자 kitsch@seoul.co.kr
  • SK가 명품 김치 담그는 까닭은?

    김치, 조림(造林), 장학사업….에너지와 이동통신이 주력인 SK그룹과는 언뜻 어울리지 않는 사업들이다. 하지만 SK 사람들은 “회사의 정신이 깃든 사업”이라고 치켜세운다. 고(故) 최종현 회장의 발자취 때문이다. 최태원 회장도 “가장 존경하고 그래서 좇아가려 힘쓰면서도 그 그늘에서 벗어나려 애쓰는 유일한 분”이라고 말하곤 한다.최종현 회장은 1973년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이 나무를 심는다.”며 조림사업을 시작했다. 회사 안팎에선 부동산 투자 가치가 높은 수도권 근처를 권했지만 그는 산간오지를 택했다. 충주 인등산을 비롯해 천안 광덕산, 충북 영동, 경기도 오산 등 4개 사업소 4100㏊(여의도 면적 13배)에서 150만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다.장학사업도 같은 해에 시작됐다. TV프로그램 ‘장학퀴즈’는 36년째를 맞았다. 세계적인 학자 배출을 위해 해외 유학을 지원하고, 국내외 학자들을 지원하는 한국고등교육재단도 35년이나 됐다. 연간 110억원 규모의 장학 및 학술사업을 벌이고 있다.워커힐 호텔의 ‘SUPEX(수펙스) 명품 김치’도 최종현 회장이 “계절에 상관없이 항상 맛이 똑같은 최고의 김치를 만들라.”고 지시해 탄생했다. SK의 경영정신이기도 한 수펙스는 ‘Super Excellent’의 줄임말로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를 뜻한다. 수펙스 김치는 남북 정상회담, 다보스 포럼 등 국내외 행사 만찬장에 단골로 나간다. 1979년 완성된 SKMS(SK경영관리체계)는 SK그룹의 ‘신앙’처럼 자리잡았다. SKMS는 ‘인간 중심 경영’이라는 SK의 철학과 일처리 방법 등을 담아 명문화한 경영기법이다. 지난달 31일 그룹 수뇌부가 총출동해 30주년 기념식을 치렀다. 최근에는 10주기 추모 학술집을 책(최종현, 그가 꿈꾼 일등국가로 가는 길)으로 펴내기도 했다. SK의 한 임원은 “지난해가 10주기여서 부각된 측면이 없지 않지만 최종현 회장의 정신은 그룹 차원에서 발전시켜야 할 핵심 가치”라고 말했다.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일모/장석남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일모/장석남

    일모/장석남 저기 뒹구는 것은 돌멩이 저것은 자기 그늘을 다독이는 오동나무 저것은 어딘가를 올라가는 계단 저것은 곧 밤이 되면 보이지 않을 새털구름 그리고 저것은 근심보다 더 낮은 데로 떨어지는 태양 화평한 가운데 어디선가 새소리 짧게 들리다 만다 오늘 저녁은 새의 일생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한다 이 시장기
  • [서울광장] 조기숙씨를 반박함/이목희 수석논설위원

    [서울광장] 조기숙씨를 반박함/이목희 수석논설위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리 의혹을 둘러싸고 온 나라가 시끄럽다. 그런 중에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술자리 논쟁의 안줏거리 하나를 제공했다. 조 전 수석이 주장한 요지는 “노 전 대통령의 잘못은 생계형 범죄”라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얼마나 청렴했으면 주위 사람들이 안타깝게 여겨 사후에 쓸 돈을 마련해 놓았겠느냐는 논지였다. 노 전 대통령의 가족·참모들이 돈을 챙긴 게 전직 대통령의 생활이 어려울까봐 그랬을까. 전직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재임시 봉급의 95%를 받는다. 연금과 예우보조금을 합쳐 월 1300만∼1400만원 수준이다. 국가에서 봉급을 주는 1급 비서관 1명, 3급 비서관 2명을 둘 수 있다. 이 정도로 풍족하다고 하긴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대통령을 지낸 그늘이 얼마인가. 문제되지 않을 정도로 도움을 줄 손길은 언제라도 열려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퇴임 직후 쪼들린다는 소문이 돌자 측근들이 갹출, 몇천만원을 금세 만들어 줬다고 한다. 조 전 수석은 ‘생계형 범죄’의 반대어로 ‘조직적 범죄’를 들었다. 권력을 이용해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만든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조직적 범죄를 진두지휘한 사람”이라고 지목했다. 노무현과 전두환·노태우는 전혀 다르다고 했다. 먼저 권력을 이용했다는 부분에서는 차별성이 크게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측이 권력을 잡지 못했어도 기업인들이 그런 돈을 주었을까. 청와대 예산을 횡령하는 일은 더욱 하기 힘들었을 터이다. 노 전 대통령의 잘못 역시 권력형 비리의 테두리에 들어간다. 비리 액수에서 양측이 차이가 난다. 그래도 일반국민 처지에서는 그게 그거다. 수천억원의 도둑질이 엄청난 범죄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수십억원의 도둑질이 면책되진 않는다. 수십억원 범죄를 ‘생계형’이라고 하다니, 생활고에 허덕이는 서민들의 염장을 지르는 말이다. 1억원짜리 피아제 시계 선물을 ‘평범’으로 포장할 수 있겠는가.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이들 비리가 모두 구조적이라는 점이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재임 때도 정치자금을 물 쓰듯 썼지만, 퇴임 후 정치입지를 위해서 비자금을 만들었다. 돈이 없으면 비호세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주변이 돈을 모으고, 사업을 벌인 원인도 비슷하다고 본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국회의원에 출마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열망이 그만큼 강했다. 공직 출마까지는 아니더라도 정치적 영향력을 계속 발휘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얼마간의 정치자금을 축적하는 게 필요했던 이유가 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분위기가 가족·측근들에게 전해지면서 오늘날의 사태가 벌어졌다면 이는 ‘구조적인 범죄’이다. 노 전 대통령이 정치 야망을 버렸다면 사태는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텃밭에서 농사를 짓고, 숲 해설가로 여생을 소일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봉하마을의 집 주변도 너무 호화롭다. 잘살 수도 있는데 절제하면 멋지게 비친다. 노 전 대통령에게 바란다. 이제라도 정치를 완전히 떠나야 한다. 그는 한때 우리나라를 총체적으로 책임졌던 이였다. 그리고 그의 시대는 갔다. 여론몰이,이런 것을 잊어야 한다. 어쭙잖은 말솜씨로 동정을 사려 하지 말아야 한다. 진실을 솔직히 털어놓은 뒤, 책임질 일 있으면 지고, 정말 담담하게 여생을 사는 게 그의 행복일 것이다. 이목희 수석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18) 태백 금대봉 분주령 꽃길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18) 태백 금대봉 분주령 꽃길

    강원도 태백시의 금대봉(1418m)과 대덕산(1307m) 일대는 국내 최고의 야생화 군락지로 천연기념물인 하늘다람쥐가 날아다니고 꼬리치레도롱뇽이 집단 서식하는 자연생태계 보전지역이다.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를 품고 있어 일찍부터 주목받았으나 그 속에 풍부한 야생화 군락은 최근에야 알려졌다. 복주머니란, 한계령풀, 갈퀴현호색, 노랑무늬붓꽃 등 희귀식물을 비롯해 다양한 종의 식물들이 봄에서 가을까지 능선과 계곡을 수놓는다. 특히 금대봉과 대덕산 사이의 분주령(1080m) 일대는 점봉산의 곰배령과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드문 고산초원을 이뤄 풍광이 빼어나다. 분주령으로 접근하는 길은 두 가지다. 태백의 두문동재(싸리재)에서 능선을 따르는 코스와 창죽동에서 계곡을 오르는 코스. 다양한 들꽃을 만날 수 있는 계곡을 따라 분주령에 이르고 능선을 따라 대덕산까지 갔다가 내려오는 원점 회귀 코스가 좋다. ●천연기념물 하늘다람쥐 등 서식 검룡소 입구인 태백시 창죽동에서 산길이 시작된다. 주차장에서 10분쯤 들어가면 검룡소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은 검룡소, 분주령으로 가는 오른쪽 길을 따르면 토종 민들레가 지천으로 깔려 있다. 갈림길에서 분주령까지 40분쯤 걸리는데, 중간 중간 계곡 사이로 보이는 홀아비바람꽃, 얼레지 등이 발목을 붙잡는다. 꽃을 쓰다듬으며 인사를 나누고 이마에 땀이 송송 맺힐 무렵 분주령에 도착한다. 분주령 일대는 드넓은 꽃밭이다. 현호색, 산괴불주머니, 노루귀, 꿩의바람꽃 등이 어우러져 한바탕 꽃잔치를 벌인다. 특히 군락으로 자라는 보랏빛 얼레지는 하늘을 향해 올라간 꽃잎의 우아한 자태가 아름다워 봄의 여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봄꽃들은 다른 산이라면 이미 시들지만, 금대봉과 대덕산은 산이 깊어 4월 중순쯤 만개한다. 배부르게 꽃구경을 했으며 대덕산으로 이어진 능선을 탄다. 길은 부드럽고 꽃으로 덮여 힘이 든 줄 모른다. 꽃이 아무리 아름답다고 해서 꽃을 캐면 안 된다. 간혹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은 꽃을 뿌리째 뽑아가는데 야생화는 인간의 손이 닿으면 대부분 죽기 때문에 아무 소용이 없다. 대신 사진을 찍으면 그 아름다움과 감동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다. 또한 야생화 도감을 준비해 이름 모를 꽃을 만날 때마다 찾아보면 야생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쌓을 수 있다. ●신비로운 분위기 검룡소 분주령에서 대략 40분 지나면 갑자기 나무 그늘이 사라지고 하늘이 열린다. 가슴이 후련해지는 들꽃 세상, 바로 대덕산 정상이다. 바람 부는 이곳에 풀을 베고 누우면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고요히 흐른다. 천상의 세계가 따로 없다. 남쪽 방향으로는 금대봉~은대봉~함백산~태백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마루금이 장관이다. 정상에서 마음껏 시간을 보냈으면 하산은 남쪽을 따른다. 15분쯤 능선을 걸으면 오른쪽으로 내려서는 길을 만나게 된다. 20분쯤 내려오면 검룡소 갈림길에서 분주령으로 올라오던 길과 만나게 된다. 하산길에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에 꼭 들려보자. 한강의 발원지답게 신비스러운 분위기가 철철 넘치고, 이무기가 용이 되려고 승천하면서 몸부림쳤다는 폭포가 장관이다. 검룡소는 금대봉과 대덕산 능선에 숨어 있는 제당굼샘과 고목나무샘에서 솟아나는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었다가 나오는 것이다. 그 물을 한 모금을 들이켜면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 시원하다. 태백시 창죽동에서 시작해 분주령, 대덕산을 거쳐 창죽동으로 원점 회귀하는 코스는 약 8㎞, 4시간쯤 걸린다. ●가는 길과 맛집 태백시에서 창죽동 가는 버스가 뜸해 자가용을 이용하는 게 좋겠다. 태백시에서 35번 국도를 타고 피재를 넘으면 창죽동이 나온다. 창죽동 검룡소 주차장(무료)에 차를 세우고 산행을 시작한다. 들꽃 트레킹 가이드와 숲해설사가 필요하면 태백의 숲전문가인 김부래(011-9919-3267)씨에게 문의하면 된다. 주말엔 무료로 가이드를 하는데, 태백시청(033-552-1360) 환경과에 반드시 예약해야 한다. 태백 시내의 태성실비집(033-552-5287)은 연탄불에 질 좋은 태백 한우를 구워 먹고, 너와집(553-4669)은 너와지붕의 전통 가옥에서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다. 너와정식 1만 5000원 이상. 쌈밥정식 8000원. <여행전문작가>
  • “날 좀 보소” 악전고투 제3후보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결, 친이 대 친박 싸움, 무소속 연대…. 유독 양날의 대립구도가 뚜렷한 4·29 국회의원 재선거에 묵묵히 고군분투하는 ‘제3의 후보들’이 있다.민주노동당 김응호(인천 부평을) 후보, 민주당 채종한(경북 경주) 후보, 한나라당 전희재(전주 덕진) 후보가 그렇다. 각 지역 ‘공룡후보’들의 그늘에 가려져 있지만 저마다 ‘필승’의 각오를 다지며 선거에 임하고 있다.●부평을 민노 김응호 “부패정치 심판”최대 격전지인 부평을의 민노당 김 후보는 20일 “민노당이 부패정치를 심판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대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집권 여당과 제1야당의 대결로만 비치는 선거 구도에 대해 김 후보는 “한나라당과 정책적 차별성이 가장 큰 정당은 민노당”이라면서 “이번 선거에서는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고, 민심을 외면한 보수 정당에 책임을 추궁하며, 동시에 최근 리스트 정국에서 부정부패와 연루된 민주당을 견제해야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경주 민주 채종한 “친이·친박 대결 신물”친이·친박 대결이 펼쳐지고 있는 경주의 민주당 채 후보 쪽은 “국회의원 선거를 개인 친분관계로 좌지우지하는 것은 코미디”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채 후보는 “막상 경주에 와 보면 친이·친박 대결에 주민들은 신물이 나 있다.”고 강조했다. ●덕진 한나라 전희재 “전주도 변해야”무소속 연대를 형성한 정동영 후보가 민주당과 일전을 겨루고 있는 덕진에서는 전북 행정부지사를 지낸 한나라당 전 후보가 ‘행정 전문가’라는 차별화 전략으로 틈새를 파고 들고 있다. 전 후보는 “언론에는 정 후보가 우세하다고 나오지만 전주의 ‘공기’는 그렇지 않다.”면서 “전주도 변해야 한다는 열기가 확산돼 힘있는 여당 후보에 표를 주자는 분위기”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노무현-박연차 게이트] 노 前대통령, 소환대비 숨고르기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소환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15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사저에서는 검찰 조사를 대비해 하나씩 준비하며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날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의 사저에는 비서관과 경호원 등 사저 근무자들이 마당을 청소하는 등 겉으로는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김경수 비서관은 이날 “노 전 대통령은 평소처럼 책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사건 진행 상황을 차분하게 지켜보면서 (소환에 대비한) 적절한 조치와 필요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사저 안의 근황을 전했다. 앞서 지난 14일 오후 6시쯤 노 전 대통령은 카메라기자 수십명이 사저를 향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부인 권양숙 여사와 함께 사저 뒷마당을 5분쯤 여유롭게 거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가벼운 옷차림을 한 노 전 대통령과 권 여사는 뒷마당 나무그늘 사이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도 눈에 띄었다. 김 비서관은 전날 검찰에 재소환됐다가 귀가한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가 사저를 방문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검찰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았고 이런 상황에서 사저를 방문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조사가 늦어질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취재진들의 봉하마을 취재열기도 다소 식은 모습이다. 지난 7일 노 전 대통령 사과문 발표 후 봉하마을에 상주하며 사저를 향해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기다리던 취재진 숫자는 그동안 50여명에서 이날은 30여명으로 줄었다. 봉하마을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사저 주변 골목길과 봉화산 정상 등에 카메라 장비를 설치해 놓고 기다리는 취재진의 모습에 호기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방문객 김모(69)씨는 “노 전 대통령이 사과문을 발표한 뒤부터는 사저 안에서만 왔다갔다 한다더라.”며 사저 안의 움직임에 관심을 나타냈다. 김해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전남체신청 집배원 봉사단 ‘꿈과 사랑의 메신저’ 발대

    전남체신청 집배원 봉사단 ‘꿈과 사랑의 메신저’ 발대

    “저보다 힘든 이웃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서 제가 더 기쁩니다.” 전남 화순우체국 집배원 윤재석(38)씨는 14일 “주민들이 점심도 주는 등 평소 제게 베풀어 주신 것에 비하면 봉사활동은 그저 약과”라고 겸손해했다. 그는 낮에 우편물을 배달하면서 봐뒀던 집으로 퇴근 후에 동료들과 함께 찾아간다. 장애우 시설인 사랑의 집을 시작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남성이 홀로 사는 아파트와 역시 홀로 사는 할머니 집을 돌다 보면 밤이 된다. 청소와 목욕은 기본이고 생필품도 꼼꼼히 챙겨 놓는다. 어렵게 사는 다문화가정에서는 낡은 벽지와 장판을 바꾸고 손재주 있는 직원들이 전기시설도 교체한다. 이처럼 지역사정을 꿰뚫고 있는 집배원들이 그늘진 이웃들에게 손발이 되고 있다. 주인공은 전남체신청 산하 352개 우체국 집배원 1500여명으로 구성된 365봉사단이다. 16일 전남체신청에서는 365 봉사단의 보폭을 한 단계 높인 ‘꿈과 사랑의 메신저’ 발대식을 갖는다. 또 이날 체신청 직원들은 복장 갖추기, 먼저 인사하기, 존댓말 쓰기 등 5대 서비스를 다짐하는 결의대회도 연다. 광주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나눔 바이러스2009] “보금자리 나눔엔 불황 없다”… 후원금 52% 급증

    [나눔 바이러스2009] “보금자리 나눔엔 불황 없다”… 후원금 52% 급증

    소외 계층에게 집을 지어 주거나 고쳐 주는 ‘보금자리 봉사’에 팔을 걷어붙이는 기업이 늘고 있다. 사회의 그늘을 보듬기 위한 기업들의 이웃사랑 실천 노력이 경제 난국에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각 기업들이 홀몸노인과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등의 주거환경을 개선해 주는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한국해비타트(한국사랑의집짓기운동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들이 이 단체에 무주택 집짓기 운동 등 목적으로 전달한 후원금은 64억여원으로 집계됐다. 2007년 후원액 42억원에 견줘 52% 급증했다.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곤두박질치고 국내 기업들도 앞다퉈 비용 절감에 올인했던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증가폭이다. 같은 기간 참여 기업들의 규모도 50여 곳에서 70여 곳으로 40%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기업들의 후원 및 직접 봉사 활동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집은 가족문화를 담는 그릇으로 일자리 창출보다 더 필요한 인간 행복의 근원”이라면서 “어려운 상황일수록 기업들이 솔선수범해서 사회 어두운 구석에서 신음하는 이웃들에게 사랑 나눔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스코는 제철소가 위치한 포항과 광양 지역 주민들을 위한 ‘사랑의 집 고쳐 주기’봉사에 매진하고 있다. 2005년 이후 포항과 광양 지역에서 모두 89채의 주택을 고쳐 줬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말 소록도에서 한센병(나병) 환우들의 거주 단지인 ‘대우조선해양 희망마을’을 새로 조성했다. 한센병 환우들이 낡은 건물 3개 동에서 비좁게 생활하는 것을 알고 최신 건물로 교체해 준 것이다. 앞으로 주거 시설 7가구를 추가로 짓고 기존 시설 3개 동, 24가구도 보수할 방침이다. 삼성중공업은 유조선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한 충남 태안 지역 7개 마을과 자매결연을 갖고 마을회관 및 공동식당 보수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대제철은 ‘희망의 집수리 사업’을 올해 주력 사회공헌 활동으로 추진한다. 모든 임직원이 각자 월급에서 조금씩 후원금을 떼어내 불우 이웃의 집을 고치는 비용으로 쓰고 있다. 린나이코리아도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6일 한국해비타트와 후원 협약식을 맺었다. 해비타트 입주 가정에 가스레인지 100대도 제공했다. 건설업계도 ‘전공’인 집짓기 봉사에 힘을 쏟고 있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지난 9일 기업들로부터 모금한 114억여원의 성금으로 전남 장성군 장성읍에 ‘장성 사랑의 집’을 열었다. 지역 독거노인 38명이 새로운 보금자리를 얻었다. 대한주택공사도 지난 8일 한국해비타트와 사회공헌 협력 증진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삼성물산은 10년째 ‘사랑의 집짓기’활동을 해오고 있다. 지금껏 무주택자들에게 지어준 집이 231가구에 이른다. 2012년까지 천안에 116가구가 들어서는 ‘희망의 마을’을 건립하는 계획도 진행하고 있다. 봉사는 해외로도 확산되고 있다. 외국 현지 진출 기업들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베트남 지점을 통해 두 달에 한 번씩 100만원을 들여 현지 ‘사랑의 집 짓기’ 행사를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22채를 지어 기증했다. GM대우는 지난해 말 시민단체와 함께 의료진 14명으로 봉사단을 구성해 베트남 남부 번째성 주민들에게 주택 10채를 지어 주고 학교 2곳에 빗물을 이용한 식수탱크와 수세식 화장실을 각각 설치해 줬다. 올해는 스리랑카와 미얀마 등 국가로 확대할 계획이다. 포스코도 전국 40개 대학 100명의 학생이 참여하는 ‘POSCO 대학생 봉사단’을 조직해 인도 뭄바이·델리, 태국 촌부리 등에서 집을 지어 주고 있다. 한국해비타트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보면 아직도 주거 안정 도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 및 이웃들이 많다.”면서 “더 많은 기업들이 봉사 활동과 후원금 전달에 노력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길섶에서]우이령 길/강석진 수석논설위원

    서울 우이동과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교현리를 연결하는 북한산 우이령 길이 오는 6, 7월쯤 개방된다고 한다. 1968년 1월21일 북한 124군 소속 특수부대원이 이 길을 따라 청와대를 습격한 뒤 줄곧 닫혀 있던 길이다. 인수봉 바로 밑 인수산장에서 계곡을 따라 우이령 쪽으로 가는 길도 덩달아 막혀 있었다. 사람 발길이 드물었던 그 길은 상상만으로도 솔 향기 가득하고 다람쥐 눈망울엔 구름 빛 어려 있을 것 같다. 이 봄 보는 이 없어도 진달래 가득 피어났을 터. 가을엔 아기 손같이 발갛게 달아오른 단풍이 파란 하늘을 향해 손을 흔들 것이다. 계곡엔 수녀의 마음처럼 맑은 물 돌돌돌 흐르고 청아한 산새 소리 앞 산 바위를 돌아 들려오겠지. 충분히 휴식한, 그리하여 온전해진 해맑은 얼굴로 사뿐히 우리 앞에 다가온 우이령 길은 역설이지만 ‘공비(共匪)’가 남긴 선물. 깨끗한 계곡물에 떨어져 내린 산그늘 파란 빛에 바람과 함께 온 몸을 적시는 꿈이 황홀하게 다가온다. 강석진 수석논설위원 sckang@seoul.co.kr
  • [백남준 추모제] 백남준이 남긴 선물

    [백남준 추모제] 백남준이 남긴 선물

    지난 1월 29일은 힘없는 나라의 백성의 한 사람으로 태어나 격동의 20세기를 온몸으로 살다간 세기의 대예술가 백남준이 소천(召天)한 지 3년째 되는 날이다. 백남준에게 역사는 조이스의 말처럼 내가 깨어나길 원하는 악몽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백남준아트센터는 여느 때와 다르게 전시실 안에 조용히 분향소를 차려놓고 국화와 향으로 참배객을 맞았다. ‘무량광명’ ‘무량수명’이라는 아미타불을 상징하는 글귀를 그의 영정 양 옆에 배치하니 모양이 제대로 나왔다. 굿을 하거나 어떤 퍼포먼스도 생략하였다. 미망인도 조카도 공식 초청하지 않았다. 단지 조촐한 분향소를 차리면서, <백남준의 선물 1>이라는 국제세미나 개최 사실을 알렸고, 참석을 희망하는 분들을 위해 사전 예약을 홈페이지에 당부하였다. 2월 3일은 세미나의 프레 오픈 형식으로, 백남준의 가장 절친한 친구 중의 한 명인 마리 바우어마이스터 여사를 초청하여 특별 강연을 서울 프라자 호텔에서 가졌다. 이틀간 세미나는 매우 진지하고 열띤 분위기에서 개최되었고, 발표와 토론 속에서 수차례 감동적인 분위기가 터져 나왔다. 그렇다면 백남준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이고 얼마만큼 중요한 인물일까? 84년 2천 4백만 시청자들에게 공연된 <굿모닝 미스터 오엘>의 제작을 위해 34년 만에 금의환향을 한 백남준에게 기다리고 있던 것은 공희에 대한 고마움이 아니라 교환과 투자 대상으로서의 그의 비디오 조각품과 명성에 대한 과도한 선전과 집착이었다. 백남준은 신기한 발명가나 재능 있는 예술가가 아니라 세상 이치를 깨우친 도인처럼, 심지어 세계의 비밀을 알고 있는 외계인처럼 어느 날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왔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믿음이 급속도로 희박해져 가는 현대 사회의 거친 정신적 퇴락 과정 속에서, 그는 어떠한 영웅, 천재, 교조, 지배자의 언술이 아니라 자유와 창조의 과업을 성취해 가는 열정적인 유목자로서, 또한 지혜와 유머로 충만한 ‘초인’으로 우리에게 온 것이다. 청년 시절 한때 심취했던 쇤베르크의 <달에 홀린 광대>처럼, 그는 공모와 협잡과 경쟁에 물든 시스템 속에서 허름하고 바보스런 단순성으로 사람들을 편하게 대했다. 심지어 남이 자신을 속이는 것에조차 개의치 않았다. 니체의 가르침처럼 거침없음과 어리석음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진정 우리가 빠뜨리고 있는 것은 보다 정확한, 보다 많은 소통의 문제가 아니며 (우리는 그것을 이미 너무 많이 갖고 있다) 차라리 생성하고 있을지 모르는 것에 대한, 그것이 우리 자신 속에서 현실화 되는 특이한 시간과 논리에 대한, 그리고 우리들 서로간의 관계에 대한 보다 견실한 믿음의 문제이다. 그 점에 있어 불교는 백남준에게 있어 최상의 깨달음을 제공했던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첫 전시(1963)가 비디오 아트를 개시하는 역사적인 기념비가 된다는 것을 명석한 청년 백남준은 알았을 것이다. 13대의 TV 모니터의 영상 화면을 조작하는 발상과 매체 혁신 속에는 중요한 사실을 포함하고 있다. 바보상자가 참여적 성격을 띠면서 인상적인 반기술 오브제로 전환되는 상황을 만들어내고, 피가 뚝뚝 떨어지는 잘려진 검은 소머리를 전시장 바깥 입구에 걸어 입장객에게 일대 정신적 충격을 가했다. 게다가 서양 고전 음악과 현대 음악의 종주국인 독일 국민들 앞에서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거침없이 부숴버리는 행위를 했다. 이런 일련의 행위 속에는 현대 문명에 억눌린 야생적 사고(Cahier Savage)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내재해 있다. 서구식 근대화, 계몽주의 교육의 추방, 억압해 온 우연과 생명의 법칙을 현대인의 생각과 정서, 일상 안으로 다시 끌어들여 예기치 않은 변화를 만들어내는 시도이다. 따라서 상극적인 것들 간의 수평적 결합은 평생에 걸친 그의 작업의 모티프였다. 현대의 신화론자인 백남준에게 있어 인간적인 것, 자연적인 것, 기계적인 것이 혼융을 이루고 있는 점에서 그는 요즘 어법으로 말해 상호학제적 ‘통섭’의 선구자이기도 하다. 테크놀로지를 다루는 방식도 그것을 해석이나 분석 도구로 사용하기보다는 심리적 정서적 감응에 호응하는 인간적 속성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것은 지구의 위성인 달에서 영감을 얻으며, 그것을 대신하는 인공위성을 이용해 새로운 예술을 시도하는 것이다. 1969년 우주비행사가 달에서 생생한 영상을 보내온 바로 그날은 공교롭게도 백 선생이 출생한 날이기도 하다. 전 인류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TV를 지켜본 바로 그날, 백은 달(위성) 시대의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단지 꿈이 아니라 현실화할 생각을 했을 것이다. 백남준은 달(태음)이 쌍어궁(물고기좌)에 진입하는 타이밍에 서울에서 태어났다. 고요한 달밤에 강에 달빛이 가득 드리워지는 이미지는 세종대왕이 죽은 왕후를 그리워하며, 아들(세자)에게 시를 짓게 해 부인에게 바친 <월인천강지곡>을 떠올린다. 부처의 사랑과 자비가 온 세상에 가득함을 비유한 노래다. 달은 청정한 마음, 불성을 의미한다. 백남준의 널리 알려진 <TV 부처>에서 TV 모니터의 표면은 쉼없이 흐르는 물과 같다. 전기의 생명선이 강물의 흐름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고요한 강물 위로 비춰진 달의 형상처럼 부처의 모습이 은은하게(그는 은은함을 좋아했다) 모니터의 표면에 달처럼 둥실 떠오른다. “달은 인류 최초의 TV”라는 백남준의 멋진 표현처럼 석기 시대를 거슬러 인류의 먼 기억을 어떻게 현재화 할 것인가의 문제 설정은 창조적 감응의 세계로 통하는 신화적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수상기가 없는 빈 TV 케이스에 촛불을 켜놓은 그의 작품은 한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동안 인간이 영토와 공간의 확장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 온 태양 중심의 문명이 퇴조하고, 이제 새로운 영적, 우주적 질서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는 영적인 소통, 본성의 것, 파동의 것, 음적인 것에로의 이동을 말해주며, 전 지구적인 문화 변동의 새로운 움직임 속에서 백남준 선생은 가난하고 힘겹게 살아온 백성들 모두에게 신이 내린 큰 선물이라 생각한다. 지나간 20세기 예술의 지성사가 전위 예술의 그루였던 마르셀 뒤샹의 것이었다면, 21세기는 뒤샹의 바깥 세계로 통하는 출구를 만들어낸 백남준의 세기가 되어야 한다. 그는 태양이 달을 보러 물고기궁으로 들어서는 그 시간에, 태양의 문명이 사그라지는 긴 그늘의 시작점에 먼 타향 마이애미 하늘 아래에서 지상에서의 삶을 마감했다. 한국 나이로 74세. 그가 떠난 자리에는 선생이 남기고 간 말, “내일, 세상은 아름다울 것이다”라는 희망과 예견의 메시지가 마음 속에 긴 여운을 남긴다. 글 이영철 백남준아트센터 초대관장
  • 모험을 즐기는 여우… 프랑소와즈와 닮았다

    모험을 즐기는 여우… 프랑소와즈와 닮았다

    배해선은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다. 아니, 오히려 그런 두려움을 기꺼이 즐긴다. 끊임없는 한계 상황에 스스로를 던져 놓고, 그 안에서 배우로 한 걸음씩 성장하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낀다. ‘맘마미아’ ‘아이다’ ‘시카고’ 등 대작 뮤지컬의 헤로인을 도맡으며, 최고의 뮤지컬 여배우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녀가 8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와 1인극에 도전하는 것도 그래서다. 피카소를 사랑한 네 여인의 독백을 옴니버스 식으로 엮은 서울연극제 개막작 ‘피카소의 여인들’(16~26일·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그녀는 마흔살 연상의 피카소를 사랑하는 화가 프랑소와즈를 맡았다. 피카소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 다른 여인들과 달리 프랑소와즈는 피카소가 바람을 피우자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오는 독립적인 여성이다. 실제 성격도 프랑소와즈와 비슷하다. 어렸을 때부터 하루빨리 독립적인 삶을 살고 싶어 했고, 연애할 때도 아니다 싶으면 미련 없이 먼저 돌아섰다. “연인이면서 동시에 예술 동료로서 프랑소와즈가 피카소에게 느꼈던 애증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이에요. 프랑소아즈의 이성적인 면모를 유지하면서도 섬세한 내면을 나타내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더 매력적인 역할이기도 하고요.” 2시간이 넘는 공연 중 그녀가 혼자서 무대를 책임지는 시간은 약 40분. 재클린 역의 김성녀, 올가 역의 서이숙, 마리테라즈 역의 이태린이 앞뒤로 무대에 오른다. 연극 출연은 2001년 ‘배장화 배홍련’이 마지막이었던 데다 온전한 1인극은 아니지만 어쨌든 첫 모노극 도전인 만큼 부담감이 크진 않을까. 게다가 춤과 노래, 무대장치의 도움이 큰 뮤지컬과 달리 의자 하나만 달랑 놓인 텅 빈 무대에서. “사실 저 혼자 하는 1인극이었다면 망설였을 거예요. 그러기엔 많이 부족하다는 걸 아니까요. 하지만 김성녀 선생님, 서이숙 선배님 같은 쟁쟁한 분들이 버티고 계시니 든든하죠.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하자고 맘먹으니 오히려 편안한 걸요.(웃음)” 연출자인 폴 게링턴과의 인연도 작품 선택에 한몫을 했다. 2000년 영국 에든버러페스티벌에서 ‘피카소의 여인들’을 연출한 경험이 있는 폴 게링턴은 ‘맘마미아’와 ‘댄싱섀도우’에 이어 연거푸 그녀를 캐스팅했다. “말은 안 통해도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연출자와 배우의 관계예요. 그래서 작업하는 순간이 참 즐거워요.” 배우 배해선에 대해 사람들이 오해하는 두 가지가 있다. ‘외국 작품만 한다’와 ‘주연만 한다’는 것. 그녀는 “그렇지 않다.”고 정색했다. 최근 몇 년간 라이선스 대작을 연이어 하다 보니 그런 소문이 난 것일 뿐이란다. 올가을엔 조광화 연출의 역사 뮤지컬 ‘남한산성’에 출연할 예정이다. 작품만 좋으면 조연이든 앙상블이든 개의치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1997년 극단 유의 ‘택시 드리벌’로 데뷔하면서 단역부터 출발했기 때문에 배역에 대한 편견이나 아집은 없다. 지난해 박정자 주연의 뮤지컬 ‘19 그리고 80’에서 단 세 번 등장하는 역할을 맡은 것도 “배울 점이 많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이제 삼십대 중반. 여배우로서 위기감을 느낄 수도 있는 나이지만 그녀는 “나이가 들면 그만큼 연륜이 묻어 나는 연기를 할 수 있지 않느냐. ”며 환하게 웃었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양천 자투리 공간 보행도로로

    양천구는 양천공원과 파리공원 주변에 쓰지 않는 주차공간 등을 새롭게 꾸며 주민들에게 돌려준다. 9일 양천구에 따르면 구는 지역 공원 주변에 버려진 공간을 걷기와 달리기 등 운동을 겸할 수 있는 보행로와 녹지공간을 만드는 ‘그린웨이 조성사업’을 추진한다. 지난 2004년 양천공원과 파리공원의 주변 인도를 고무칩으로 포장해 보행로는 물론 주민들의 조깅이나 걸을 수 있는 웰빙 운동공간으로 꾸몄다. 그러나 보도폭이 2.5m 내외로 좁아 걷거나 운동하는 데 불편을 겪고 있다. 양천구는 목동아파트 건설 당시 공원 주변에 만든 폭 3m의 주차공간을 없애고, 보도를 확장하기로 했다. 확장된 보도는 충격을 완화해주는 고무칩으로 포장해 주민들에게 돌려준다. 또 중앙부에 심은 감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수목보호판을 설치하며, 도로변 쪽에는 쥐똥나무 수벽을 만들었고, 가로등은 도로변으로 옮겼다. 박기준 푸른도시과장은 “양천공원과 파리공원의 그린웨이 조성사업이 완료되면 시원한 숲 그늘에서 주민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웰빙공간으로 탈바꿈할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자투리 공간을 찾아 주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그린웨이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17) 서대문 안산 벚꽃길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17) 서대문 안산 벚꽃길

    “어디 호젓한 벚꽃길 없을까?” 여의도 윤중로에서 벚꽃 구경하다 사람들에게 치여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해봤을 생각이다. 서울에서 벚꽃 좋은 곳은 윤중로뿐만 아니라 남산, 서울대공원, 중랑천, 석촌호수 등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벚꽃 명소 역시 넘쳐나는 사람들로 번잡함을 피할 수 없다. 부드러운 산길을 걸으며 호젓하게 벚꽃을 감상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서대문구의 안산(鞍山·295.9m)을 추천하고 싶다. 안산의 왕벚나무들은 4월10일쯤이면 서대문구청 뒤쪽의 벚꽃 광장과 산 중턱에서 일제히 꽃을 피워 산을 화사하게 물들인다. 벚꽃 광장을 들머리로 부드럽고 순한 안산을 한 바퀴 돌면서 찬란한 봄날의 행복을 만끽해 보자. ●무악주산론 대 북악주산론 서울 서대문구에 자리 잡은 안산은 무악재를 사이에 두고 인왕산과 마주 보는 산으로 예전 이름은 무악이다. 서울의 명산인 북한산, 관악산, 인왕산 등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지만, 조선왕조의 한양 천도 과정에서는 무악주산론(毋岳主山論)이 강력하게 떠오르기도 했다. 하륜이 제시한 무악주산론은 무악을 주산으로 하자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지금의 연희동과 신촌 일대가 궁궐터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조선의 경복궁은 정도전이 주장한 북악주산론(北岳主山論)에 따라 지금의 자리에 건설된다. 그리고 북악산, 인왕산, 남산, 낙산을 따라 도성을 쌓으며 안산은 사대문 밖으로 밀려나게 된다. 안산으로 오르는 길은 북아현동, 홍제동, 홍은동, 연희동, 현저동 등을 들머리로 등산로가 거미줄처럼 많다. 하지만 벚꽃이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 곳은 서대문구청 뒤편이므로 이곳을 들머리로 전망 좋은 봉수대까지 올랐다가 원점 회귀하는 코스가 좋겠다. 서대문구청 왼쪽 도로를 따라 5분쯤 올라가면 왼쪽으로 벚꽃 광장을 만난다. ‘서울에 이렇게 좋은 벚꽃길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무들도 굵고, 꽃들이 풍성하다. 게다가 주로 찾는 사람들이 동네 주민들이라 어느 벚꽃 축제보다 호젓하게 꽃구경을 할 수 있다. 천천히 벚꽃 터널을 따르면 은은한 꽃향기가 가득하고 고개를 들면 잉잉거리는 왕벌들의 날갯짓이 분주하다. 지나는 사람들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피었고, 꽃그늘 아래 가족이 둘러앉아 김밥을 나누어 먹는 모습이 정겹다. 그 풍경 속을 걷다 보면 살아 있다는 행복감에 가슴이 뭉클해져 온다. ●호젓한 벚꽃 명소…가족 나들이에 제격 벚꽃길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산길이 시작되지만, 곧 도로를 만난다. 이 도로는 안산을 한 바퀴 도는 순환도로인데, 차량 통행을 금지해 시민들의 산책길로 이용되고 있다. 도로를 벗어나 산길을 따르면 개나리가 지천으로 핀 계단이 나오고 곧 연흥약수터에 닿는다. 안산의 좋은 점 중의 하나가 약수다. 산 곳곳에 무려 22곳의 약수터가 있다. 이곳에서 산길은 크게 두 가지. 봉수대가 가까운 능선길과 산비탈을 부드럽게 타고 도는 산허리길인데, 능선길 따라 봉수대에 올랐다가 산허리길로 내려오는 것이 정석이다.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하늘을 찌르는 능선을 15분쯤 오르면 봉수대에 닿는다. 마치 거대한 포탄을 세워 놓은 듯한 이곳 봉수대의 본래 이름은 무악 동봉수대지(毋岳東烽燧臺址)다. 조선시대 봉수체제가 확립되었던 세종 24년(1438)에 무악산 동·서에 만든 봉수대 가운데 동쪽 봉수대터다. 평안북도 강계에서 출발해 황해도와 경기도 내륙을 따라 고양 해포나루를 거쳐온 봉수를 남산에 최종적으로 연락하는 곳이었다. 그동안 터만 남아 있던 것을 1994년에 자연석을 사용해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하였다. ●서울 시내와 한강 전망이 좋은 봉수대 지금의 봉수대는 봉화를 올리지 못하지만, 이곳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기가 막히다. 북동쪽으로 인왕산이 우뚝하고 그 너머로 북한산 비봉능선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서쪽으로는 한강이 휘어져 서해로 흘러가는 모습이 시원하고, 서울 시내가 손금 들여다보듯 훤하다. 봉수대에서 내려오면 큰 정자가 세워진 무악정이 나온다. 무악정에서 산허리를 둘러 내려오는 길을 따르면 곧 옥천약수가 나오고, 이어 벚나무들이 늘어선 꽃길을 지난다. 한적한 산길에 늘어선 벚꽃 터널은 사람을 그냥 지나치도록 두지 않고 그 아래 벤치에서 숨을 고르게 만든다. 여기서 300m쯤 가면 올라오면서 보았던 메타세쿼이아 숲을 만나게 된다. 하산은 벚꽃 광장에서 마무리된다. 서대문구청~봉수대~무악정~서대문구청 원점회귀 코스는 약 2시간쯤 걸린다. 서대문구청에서는 4월12일 오전 7시 안산 벚꽃길 걷기대회를 연다. <여행전문작가> ●가는 길과 맛집 홍제역 3번 출구로 나와 7738, 7739 버스를 타면 산행 들머리인 서대문구청으로 간다. 서대문구청과 보건소 사이 골목으로 100m쯤 들어가면 나오는 일화성(02-333-2011)이 맛집이다. 화교가 운영하는 곳으로 짬뽕과 탕수육, 해물누룽지탕을 잘한다.
  • 카우보이의 고향 美 텍사스를 가다

    카우보이의 고향 美 텍사스를 가다

    │포트워스·댈러스(미 텍사스주) 박록삼특파원│100년 전 어느날, 가끔씩 흙먼지 휘몰아치는 휑한 황무지, 말 잔등 위에서 꺼덕대는 카우보이는 외로웠다. 머리 위 뙤약볕은 그의 고독함을 재촉했다. 그는 이방인, 이 땅의 주인은 따로 있었다. 그 이전 오랜 시간 선인장과 잡목들이 띄엄띄엄 대지를 지켜왔고, 구름이 잠깐의 그늘을 드리우는 동안 뱀들은 그 바닥에 배를 깔고 혀를 낼름거려왔다. 그리고 그 세월만큼 얼굴이 붉었던 인종들이 대지와 어울려 지내왔다. 고독한 카우보이는 얼굴 붉은 이들의 피를 대지에 흩뿌리거나 자신의 피를 내줬다. 혹은 또다른 카우보이와 죽고 죽임을 교환하며 이제는 그 땅의 주인이 됐다. 그렇다고 그를 마냥 칭송할 수만도, 비난할 수만도 없다. 그 역시 자신과 식솔을 위해 척박한 운명을 개척해왔을 뿐이었다. 미국의 카우보이는 이 땅이 일궈낸 억센 서부 개척 역사이자 ‘강한 미국’의 상징이다. 미국을 찾는다면 ‘고독한 카우보이의 고향’, 텍사스를 빼먹지 말 일이다. 물론 단추 하나 누르면 미사일이 한치 오차 없이 내리꽂는 세상에서, 그리고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절대 미덕인 사회에서 한가로이 소떼 모는 ‘낭만의 카우보이’는 시대착오적이다. 텍사스는 지금 박물관 유리전시창 안에 덩그러니 놓여 있을 수만은 없다는 절박함 속에서 박제화와 현대화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변화를 향해 몸부림치는 카우보이의 두 얼굴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포트워스(Fort-Worth)다. 이는 곧 미국의 두 얼굴이기도 하다. ●미국여행의 숨겨진 보물 포트워스 한국에서 텍사스는 먼 곳이다. 줄잡아 14~16시간의 비행이 필요하다. 게다가 서부영화에 나오는 카우보이 말고는 떠오르는 이미지도 그다지 강렬하지 못하다. 하지만 초등학교 소풍 때 보물찾기를 돌이켜보자. 늘 그렇듯 보물은 꼼꼼하거나 운좋은 이들의 눈에만 포착되기 일쑤다. 포트워스는 미국을 찾은 성실한 여행자에게만 주어지는 숨겨놓은 보물이다. 인구 70만명의 작은 도시 포트워스는 댈러스-포트워스(DFW)공항에서 서쪽으로 28㎞쯤 떨어져 있다. 올해 미국에서 ‘가장 특색있는 여행지 12곳’ 중 하나로 선정됐으며 텍사스 관광 1순위로 꼽힐 정도로 미국인들에게는 선망의 여행지다. 실제 지난해 방문객만 540만명에 달했다. 일단 DFW공항이 있는 그레이프바인에서 포트워스 스톡야드 역으로 향하는 ‘빈티지 레일로드’를 타자. 이 증기기관차는 서부시대로 떠나는 타임머신이다. 오후 1시에 떠나며 요금은 왕복 20달러, 편도 14달러. 4월 마지막 주말에는 강도가 말을 타고 열차를 터는 이벤트도 있다. 증기기관차를 타고 1시간30분 달리면 스톡야드다. 스톡야드는 1800년대 말 목축과 소 거래가 이뤄진 곳으로, 서부 정통 카우보이 정취를 안겨주기에 맞춤이다. 불과 1㎞도 채 안 되는 짧은 거리(익스체인지 애비뉴)에 로데오 경기장, 100년 가까이 된 상점, 선술집, 식당들이 즐비하다. 하루에 두 차례(오전 11시30분, 오후 4시) 보여주는 ‘소떼 몰기’는 옛 카우보이에게는 생계와 관련된 절박함이었겠지만, 이제는 과거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는 미국인들에게는 서부시대로 돌아간 듯 야릇한 흥분을 주는 관광명물로 자리잡았다. ●뉴욕을 닮고픈 도시 댈러스 이것이 전부라면 텍사스 여행은 그저 박제화된 복고풍에 그치고 만다. 카우보이의 후손들은 내심 뉴욕과 같은 초현대적인 메트로폴리스를 닮고자 한다. 실제로 댈러스와 포트워스, 그레이프바인은 지리적 이점 덕에 각종 컨벤션 회의를 유치하고 있다. 곳곳에 널린 광대한 쇼핑몰, 숨겨진 비기(秘技)인 와인산업 등 호재가 풍부하다. 미국 500대 기업 중 25개가 댈러스, 포트워스에 본사를 두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졌다고 자랑하는 쇼핑몰인 하이랜드 파크빌리지와 국제적 명품백화점 니먼 마커스, 생활용품 백화점 제이시 페니는 물론, 메이시스·노르드스톰·노스파크가 하나의 건물로 묶인 노스파크센터, 웨스트 빌리지 등 쇼핑몰이 댈러스 곳곳에 펼쳐져 있다. 또 뉴욕에 ‘뮤지엄 마일’이 있다면, 댈러스에는 예술문화거리(Arts district)가 있다. 일본과 중국, 인도의 예술 작품 500여점을 전시하고 있는 아시안 아트 크로 컬렉션 박물관과 국내에도 잘 알려진 조나단 보로프스키·조지 시걸 등의 조각품이 전시된 내셔 조각센터, 댈러스 박물관에다가 모튼 메이어슨 심포니 센터 등이 있다. 포트워스에도 박물관 5개가 모여 있다. ●서부 여행의 정수 랜치에서 하룻밤 댈러스와 포트워스 여행은 이것이 끝이 아니다. ‘짝퉁 뉴욕’ 댈러스의 소비문화에 지쳤거나, ‘꾸며진 서부시대’ 포트워스에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면 텍사스 여행의 또다른 정수인 랜치(목장)에서 하룻밤을 묵어보자. 텍사스에는 와일드캐터랜치, 웨스트포크랜치, 오일랜치, 오스틴랜치 등 리조트 기능을 겸하고 있는 랜치하우스 550곳이 있다. 와일드캐터랜치(Wildcatter Ranch)는 포트워스에서 차를 타고 북서쪽으로 144㎞ 정도 달리면 나타난다. 그 면적이 여의도의 두 배가 넘는 180만평이다. 호젓함을 누릴 수 있음은 물론, 카우보이 모자를 쓴 채 말을 타고 넓은 목장을 누비는 짜릿함이 있고, 야생 그대로는 아니지만 클레이접시를 향해 방아쇠를 당겨볼 수도 있다. 카누타기, 트레킹, 소 먹이주기 체험 등도 있다. 오두막집 스타일의 캐빈은 1박에 350달러가 넘을 정도로 비싸지만 드넓은 황무지에서 맞는 일출과 석양, 바람은 하룻밤 방값 이상의 가치가 충분하다. ■오감 만족 -쇼핑천국 댈러스·멕시코식 스테이크 양도 푸짐 텍사스주는 멕시코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멕시코에 편입됐다가 2년에 걸친 치열한 독립전쟁 끝에 승리, 텍사스 공화국으로 지내다가 1845년 28번째로 미연방에 편입됐다. 텍사스의 별칭인 ‘외로운 별(Lone Star)’의 역사적 배경이다. 한반도의 세 배 면적의 땅덩이 크기만큼 박물관도, 쇼핑몰도, 조각품도 모두 크다. 텍사스의 맛은 ‘텍스-멕스(멕시코식 텍사스음식)’로 통칭된다. 바비큐를 처음 발명했다는 자부심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어디를 가도 무지막지하게 큰 스테이크와 햄버거를 만날 수 있다. 정통 멕시코 음식은 포트워스 다운타운의 ‘조 T 가르시아스’에서 맛볼 수 있다. 주말이면 길게 줄을 서야 하고 현금만 받는다. 장사 잘되는 집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로 오만하다. 특히 텍사스 식도락에서 유념해야 할 점은 ‘양이 엄청 많고 짜다.’는 것. 일단 우리네 팝콘처럼 나초(옥수수 칩)를 바구니 가득 내준다. 어지간한 사람은 샐러드 하나면 충분할 것이다. 만약 격식을 갖춘다고 샐러드에 주요리까지 시켰다가는 낭패보기 십상이다. 또한 담백하게 구워주는 스테이크가 아닌 이상, 주문할 때 ‘짜지 않게 해달라.’는 말을 잊지 말라. ●일주일에 세 차례 인천공항 직항 텍사스 댈러스-포트워스(DFW)공항까지는 일주일에 세 차례(화, 목, 토) 인천공항에서 직항이 있다. 하지만 왕복 요금이 일본 도쿄를 경유하는 델타항공의 두 배에 가깝다. DFW공항에서는 슈퍼셔틀(25달러) 또는 택시(50~60달러)가 원하는 호텔까지 데려다준다. 그러나 차를 빌리는 것이 비용 측면이나 이동성 측면에서 편리하다. 댈러스 유니언역은 전국 각지에서 암트랙(열차)이 오고간다. 고속버스인 그레이하운드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글 사진 youngtan@seoul.co.kr
  • [노무현 전격고백 파장] 前대통령 부인 또 검찰 조사 받나

    [노무현 전격고백 파장] 前대통령 부인 또 검찰 조사 받나

    권력의 그늘은 깊었다. 때론 비참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그 가시밭길을 비껴가지 못했다. 1993년 2월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군부정권과 통합해 권력을 잡았지만 사정의 칼날을 빼들어 전직 대통령들을 감옥에 보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비자금 9000억원을, 노태우 전 대통령은 4000억원을 만든 혐의를 받았다. 대법원이 확정한 추징금만 둘 다 2000억원을 웃돌아 오늘까지도 다 내지 못했다. 때문에 2004년 전 전 대통령의 은닉자금으로 추정되는 뭉칫돈이 포착됐을 때 검찰이 부인 이순자씨, 아들 재용씨, 처남 이창석씨를 줄줄이 소환했다. 전직 대통령의 불법자금을 파헤쳤던 김영삼 전 대통령도 검은 유혹을 떨쳐 내지 못했다. 2001년 안전기획부 예산 1200억원을 불법 전용한 혐의로 김기섭 전 안기부 차장과 강삼재 전 한나라당 의원이 기소됐는데 강 전 의원이 “안기부 예산이 아니라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라고 법정에서 폭로했다. 대법원도 2005년 이렇게 결론냈다. 김 전 대통령은 사법처리를 면했지만 ‘소통령’이라 불리던 아들 현철씨는 정권 말기인 1997년 5월 한보사건으로 구속됐다. 기업인 6명으로부터 66억여원을 받은 혐의였다. 대통령 아들의 첫 형사처벌이라는 진기록을 세웠지만 후임자는 금세 나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가 2003년 5월 기업체로부터 이권 청탁 명목으로 25억여원을 수수하고, 정치자금 명목으로 22억여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쇠고랑을 찼다. 막내 홍걸씨도 2001년 3월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로비 등으로 36억 9000여만원을 받고 2억 2000여만원의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로 구치소로 향했다. 장남 홍일씨도 이용호·진승현 게이트에 연루돼 소환조사를 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가 악습을 이어받았다. 그는 농협에 압력을 넣어 증권회사를 인수하도록 하면서 수십억원을 받고,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불법 정치자금을 여당 후보에게 배달한 혐의로 구속됐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가시밭길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부인 권양숙 여사가 빚을 갚으려고 정상문 전 청와대 비서관에게 부탁해 박 회장의 돈을 받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의 소환은 물론이고 부인이 사법처리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5년마다 되풀이되는 최고권력자 가족의 ‘쇠고랑 행렬’을 국민들은 답답한 심정으로 지켜 보고 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아름다운 사이/공광규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아름다운 사이/공광규

       이쪽 나무와 저쪽 나무가  가지를 뻗어 손을 잡았어요  서로 그늘이 되지 않는 거리에서  잎과 꽃과 열매를 맺는 사이군요    서로 아름다운 거리여서  손톱 세워 할퀴는 일도 없겠어요  손목 비틀어 가지를 부러뜨리거나  서로 가두는 감옥이나 무덤이 되는 일도    이쪽에서 바람 불면  저쪽 나무가 버텨주는 거리  저쪽 나무가 쓰러질 때  이쪽 나무가 받쳐주는 사이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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