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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기업 탐방-강원랜드] 재활 의지 있는 도박중독자 직업훈련

    [공기업 탐방-강원랜드] 재활 의지 있는 도박중독자 직업훈련

    강원랜드의 사회공헌 사업은 ‘지역 밀착형’으로 압축된다. 강원랜드는 교육환경 개선과 지역 자생력 확보 등 사회공헌 사업에 연간 250억원 정도를 쓰고 있다. 대표적인 교육문화 사업으로는 하이원 해피스쿨이 꼽힌다. 각 학교별로 특성에 맞는 전인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면 심사를 통해 선정하는 방식이다. 2008년부터 현재까지 총 43개 학교에 31억원을 지원했다. 지역 재활력 사업은 사회경제적 파급효과에 중점을 두고 추진한다. 지난 4월부터 본격적인 빵 생산에 들어간 하이원 베이커리 공장이 첫 모델이다. 2010년 말부터 재활 의지를 가진 도박중독자를 대상으로 직업훈련 교육 등을 실시, 이들의 사회복귀를 돕고 있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지난 1월 제과제빵 시범생산을 마치고 현재 강원랜드 직원 식당과 호텔 베이커리 숍, 골프장 그늘집 등에 부분적으로 납품하고 있다”며 “하이원 베이커리를 향후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설립한 하이원희망재단이 하이원 베이커리의 사회적기업 추진과 취약계층 사회복귀 순환체계 구축을 전담하고 있다. 강원랜드 임직원들도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이다. 임직원 3000여명은 77개 봉사단을 통해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특히 하이원 사회봉사단의 재능기부는 수혜자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직원 한 사람당 연평균 17시간의 봉사활동을 하고 있으며 임직원 참여율도 99%에 달한다. 지난달 말에는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는 영세 유통업체들을 돕기 위해 이들이 공단에 납품하지 못한 제품을 구매했다. 강원랜드는 개성공단영업기업연합회로부터 5000만원어치의 라면을 사들여 강원도 태백·정선·영월·삼척 등 폐광지역의 사회복지시설 130곳에 제공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행복한 100세를 위하여] (2부) 일하는 노년을 꿈꾸다 ⑦4대 적을 극복하라

    [행복한 100세를 위하여] (2부) 일하는 노년을 꿈꾸다 ⑦4대 적을 극복하라

    10평 남짓한 작은 임대 아파트에는 전자기타 2대와 통기타 1대가 놓여 있었다. 군데군데 악보들도 눈에 띄었다. 지난 11일 인천 부평구 삼산동 집에서 만난 지연영(79·여)씨는 극심한 우울증을 앓았던 사람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밝은 표정이었다. 기타와 음악 이야기를 하는 1시간 내내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지금이요? 우울할 틈이 없어요. 신곡 나올 때마다 악보 새로 따야죠, 기타 연습해야죠, 살림도 해야지. 하루가 얼마나 빨리 가는데요.” 일산노인종합복지관에서 호수실버밴드를 창단한 것은 2001년 5월이었다. 이곳에서 밴드 활동을 하기 전 지씨는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개인파산 신청을 한 직후였다. “괴로웠죠. 세상이 날 버린 거 같았어요. 난 왜 태어났나. 세상이 원망스러웠고….” 지씨는 연좌제의 그늘에 묶여 결혼하지 않고 홀로 살았다. 예순줄에 들어서자 갑자기 외로움이 밀려왔다. 자식은커녕 친척붙이 하나 없었다. 가난도 그를 괴롭혔다. 집도 없이 친구네 집을 전전했다. 수렁에서 구해준 것은 음악이었다. 지씨는 1965년 국내 최초의 여성밴드인 ‘세븐 시스터즈’의 창단멤버다. 10년 동안 음악을 했지만 멤버들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그만뒀다. 이후에는 꽃꽂이, 일본어 번역 등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극심한 우울증에 세상과 동떨어져 살던 어느 날 지인으로부터 ‘노인복지관에서 밴드를 모집한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밴드 연습을 하는 목요일에는 인천에서 버스와 전철을 몇 차례 갈아타고 3시간 걸려 일산에 도착한다. 그래도 지치지 않는단다. 지씨는 “밴드 연습하러 갈 때마다 친구들도 만나고 기타도 칠 생각에 신이 난다. 절대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밴드는 66~87세 노인 6명(남자 4명, 여자 2명)으로 구성돼 있다. 지씨는 밴드의 터줏대감이다. 몇몇 멤버들은 세상을 떠났다. 호수실버밴드는 흘러간 가요부터 최신 트로트까지 다양한 장르를 연주한다. 지씨가 제일 좋아하는 곡은 ‘베사메무초’다. 한 달에 세 번 정도 노인복지관 등 각종 행사에 공연을 가는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고등학교에 공연하러 갔을 때다. “학생들이 우릴 보고 환호하는데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우리 같은 늙은이들도 쓸모 있다는 게 신나잖아요.” 지씨는 지금도 수입이 없고 봉양해 줄 자식도 없지만 “행복하다”고 말한다. 공연을 하고, 무대에 서고, 음악을 흥얼거리는 생활이 그를 지탱하게 한다. 지씨는 “이제는 우울증이 다가올 틈이 없다”면서 “아파도 자연 치유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지씨는 시간이 남아돈다고 경로당에서 고스톱만 치지 말고 뭔가를 배우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한다. “저는 인터넷 사용법도 자진해서 배웠어요. 100세까지 산다고 하잖아요. 70세 노인이 지금부터 배우면 30년은 써먹을 수 있어요.” 100세 시대의 필수 조건은 건강이다. 그중에서도 노년의 4대 적으로 ‘우울증’, ‘비만’, ‘술’, ‘담배’가 꼽힌다. 우울증은 정신건강을 해치고, 비만·술·담배는 각종 성인 질환을 일으킨다. 지난 12일 찾아간 서울 마포구 창전동의 시립 마포노인종합복지관은 진지한 수업 열기로 가득했다. 이곳에는 다양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이 있지만 ‘건강’ 관련 강좌가 단연 인기다. 신주애 사회복지사는 “건강체조, 에어로빅, 댄스스포츠, 라인댄스, 한국무용, 요가 수업에는 수강생이 항상 몰린다”면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짝을 이루는 춤 종류가 특히 인기”라고 귀띔했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한 시간 동안 열리는 건강체조 교실은 강사도 노인이다. 주옥남(78·여)씨는 13년째 이곳에서 체조를 가르치고 있다. 시작할 때만 해도 수강생 중 한 명이었던 주씨는 어느 날 강사가 “할머니 정말 잘하시는데 앞에 나와서 해보시라”고 말하면서 보조 강사가 됐고, 얼마 후 정식 강사로 자리잡았다. 고혈압을 앓고 있어 혈압약을 꾸준히 먹어야 하지만 건강체조를 하면서부터 악화되지 않았단다. 주씨는 “과도하게 무리하지 않으면서 운동할 수 있어 건강에 좋다”면서 “체조를 배우는 학생들의 표정을 보면 나도 신난다”고 말했다. 그가 이끄는 건강체조는 단순 동작으로 구성돼 있지만 노래마다 동작을 달리해 노인들에게 인기다. 차차차, 트위스트, 탈춤, 에어로빅 등을 접목했다. 가수 DJ DOC의 ‘DOC와 함께 춤을’에 맞춰 체조할 땐 어깨와 팔을 양쪽으로 흔드는 가수의 춤을, 설운도의 ‘사랑의 트위스트’에서는 트위스트 춤을 추는 식이다. 뾰족구두를 신거나 치마를 입은 노인들도 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고 쉽다. 강좌에 참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노인들은 어깨춤을 추면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무대에서 시범을 보이는 주씨는 연신 “힘껏 쭉쭉 펴세요. 잘 못해도 괜찮습니다. 자신있게!”를 외쳤다. 한 시간 동안 체조를 하고 나면 땀에 흠뻑 젖는다. 심근경색을 앓다가 친구의 추천으로 건강체조를 시작한 이현규(75)씨는 “올해 초부터 체조를 했는데 폐활량이 늘어나 심근경색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면서 “노인에게 건강보다 중요한 것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채(76·여)씨는 며느리의 추천으로 올해 초부터 건강체조 강좌를 들었다. 시장 다녀오는 것도 힘들 정도로 다리 힘이 없었던 김씨는 최근에 부쩍 근육이 붙은 것을 느낀다. 김씨는 “우리끼리 단체로 체조하고 끝나고 수다도 떠니까 정신까지 맑아지는 기분”이라면서 “또래 노인이 강사를 하니까 더 친근하게 느껴지고 열심히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공정·乙의 권리’ 주장에 숨은 권력층의 말장난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공정사회, 진정성, 국격, 권리, 평화’ 등의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이런 가치들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속내는 감춘 채 언어의 외형만 치장하려는 권력 의지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책의 핵심이라 할 문장이다. 표현은 어려워도 내용은 쉽다. 공정과는 거리가 멀고, ‘을의 권리’ 따위는 아예 없는 한국 사회가 말만 번지르르하게 한다는 얘기다. 왜? 정치, 경제 등에서 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이 좋은 의미의 단어를 선점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끔 상황을 호도하려 들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언어 고유의 의미는 퇴색하고, 정치적 논리에 따라 오용되고 만다. 바로 이 지점, 그러니까 권력의 논리가 담긴 채 변질된 의미로 굳어진 말들을 두고 저자들은 ‘언어의 배반’이라고 부른다. 책은 정치학자(김준형)와 언어학자(윤상헌)가 서로 묻고 답하는 형식을 빌려 ‘배반한’ 언어들에 대해 짚는다. 이들이 끄집어낸 화두와 던진 질문들은 대단히 유효한 것들이다. 유별난 강조는 되레 그 부재를 드러낸다는 착상 또한 기발하다. 한데 유효한 질문들을 적절한 해법으로 이끌지 못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예컨대 첫 번째 장의 공정사회가 그렇다. 책은 양반 이지도와 다물사리라는 여성의 소송을 예로 들며 노비제가 횡행했던 조선 사회의 불공정성을 꼬집고 있다. 아울러 노비제라는 큰 틀에서 사건을 보지 못하고, 절차의 공정성에만 천착한 판관의 실수 또한 작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는 소수의 자본가가 부를 독점하고, 기층 민중은 노예와 같은 생활을 한다는 한국 사회에 대한 비유일 텐데, 우리 사회 전체가 조선처럼 노비제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제가 논리 비약적이라면 결론 또한 제 방향을 잃고 만다. 그런 면에서 책은 이념적이다. ‘언어의 배반’은 ‘좌우’를 가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양비론적 시각이 좀 더 해결책에 가까운 것 아닐까.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경제 블로그] 관치 금융의 그늘 언제까지…

    [경제 블로그] 관치 금융의 그늘 언제까지…

    지난 5일 KB금융의 차기 회장으로 정해진 임영록 내정자가 14일에도 회사에 출근하지 못했습니다. 국민은행 노조가 출근을 막고 있기 때문이죠. 노조는 이른바 ‘모피아’(재무부 출신을 마피아에 빗댄 표현)가 민간금융사 회장으로 낙점된 것은 ‘관치’라며 임 내정자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임 내정자는 행정고시 20회로 재정경제부 2차관까지 지낸 대표적인 재무 관료 출신입니다. 2010년 어윤대 회장이 취임하면서 KB금융 사장이 됐습니다. 임 내정자가 자신이 ‘낙하산’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임 내정자는 “3년간 같이 근무한 사람을 이제 와서 낙하산이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게다가 “회장 내정자로서가 아닌 KB금융 사장으로서 업무를 챙기기 위해 출근을 하려는 것인데 왜 못 하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도 합니다. 노조가 이렇게까지 반대를 하는 배경에는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발언이 있습니다. 신 위원장은 지난 1일 “관료 출신도 금융지주 회장이 될 수 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습니다. 노조는 신 위원장이 이런 발언을 하면서 회장 선임 과정에 개입했다고 주장합니다. 임 내정자 입장에서는 신 위원장의 말이 외려 ‘긁어 부스럼’이 된 셈이지요. 노조는 연일 집회를 열고 임 내정자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측과 노조의 갈등은 진실 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박병권 노조위원장은 “임 내정자는 노조와 대화하려는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고 있다. 대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면서 “노조와 소통하려는 마음이 전혀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KB금융 관계자는 “임 내정자가 노조와 물밑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데 노조에서 ‘대화는 필요 없고 무조건 물러나라’고 하니 협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김옥찬 행장 대행을 앞세워 노조와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하네요.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씨줄날줄] 노인 왕따/정기홍 논설위원

    나이 일흔이 되면 어떤 일을 해도 법도와 사리에 어긋남이 없다고 한다. 공자는 이를 ‘종심소욕 불유구’(從心所欲 不踰矩)로 표현했다. 칠십 나이를 종심(從心)이라 한 데는 이런 뜻이 담겼다. 예부터 나이를 먹으면 그에 걸맞은 행동과 생각을 가려서 해야 했다. ‘하늘 뜻을 안다’는 오십이 그렇고, ‘귀가 순해진다’는 육십도 마찬가지다. 유가(儒家)에서는 이때를 ‘성인(聖人)의 길’로 들어섬을 일컫는다. 2년 전의 일이다. 칠십 중반인 집안 어르신이 찾아와 깨알같은 글을 적은 종이 두 장을 건네고 가셨다. “노인정에서 사소한 일로 말다툼을 하다가 왕따를 당했다”며 억울해하셨다. 언쟁의 자초지종이 담겼겠지만 어르신들의 일이라 읽어 보지는 않았다. 당시 어르신의 왕따는 무척 생소한 말이었다. 그 후 가끔 뵙는데도 그날 종이에 적힌 내용에 대한 말씀은 없다. 의학계에서는 노인 심리변화의 하나로 어린이처럼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신체의 노화로 인한 박탈감과 불안감, 억울함을 그 원인으로 꼽는다. 삶의 목표를 상실한 상태에서 주위의 무관심과 무시가 그 요인이 아닌가 싶다. 노인에게 무력감과 고독감은 부지불식간에 들이닥친다. 별스러운 일도 아닌데 뜬금없이 고함을 지르고, 지하철 노인석에 앉은 젊은이를 보고 큰 소리로 타박을 주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이때 상실감을 충족하고자 하는 심리가 발동한다는 말이다. 의학계는 이런 증상을 노인심신증(老人心身症)이라고 부른다. 증상이 심해지면 뇌혈관 장애나 파킨슨병 등 치명적인 신경질환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노인 간의 학대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지난해 3500건에 이르는 노인 학대 가운데 86.9%가 배우자·자식 등 친족에 의한 것이었다니 그야말로 가정 상실의 시대이다. 눈길을 잡는 것은 가해자의 34%가 60대를 넘긴 노인이란 점이다. 50~60대 저소득 노인 자녀가 70대 이상의 부모를 학대한다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노(老)-노(老) 학대’라는 자극적인 표현까지 서슴지 않는다. ‘호모 헌드레드’ 시대의 그늘이 벌써부터 이렇게 짙어지고 있으니 안타까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은 전체 인구의 10%를 넘어 600만명에 이른다. 노인 왕따에 이은 노인 학대 문제는 사실 그동안 잠재돼온 측면이 크다. 팽개쳐진 노인의 인권을 되찾을 방도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팔순 노인과 마흔살 소의 교감을 잔잔하게 그린 영화 ‘워낭소리’가 새삼 가슴에 와 닿는 요즘이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손현주의 계절 밥상 여행] 화천 산채밥상

    [손현주의 계절 밥상 여행] 화천 산채밥상

    별빛이 길을 안내하던 산골짜기에도 전기불이 들어오고 휴대전화가 펑펑 터지니 ‘궁벽한 오지’가 사라진 시대다. 하지만 살면서 심산에 숨어들어 사나흘 세상을 잊고 싶을 때가 있다. 나룻배를 타고 들어가면 좋겠다. 걸어온 내 경계를 지울 수 있으니까. 산이 가로막아 한나절은 걸어야 닿는 곳이면 좋겠다. 중간에 맘 바뀌어 돌아서지 못하게. 구들에 장작을 밀어 넣어 주고, 산 쪽 으슥하게 자리 잡은 화장실이 무서워 밤이면 풀숲에 실례를 하는 곳. 허나 아침이면 내 어머니를 닮은 촌부가 조물조물 열두 가지 나물을 무치고 된장찌개 바글바글 끓여 한 상 내오는 곳. 처음 보는 주인집 아저씨와 오래된 식구처럼 한 뚝배기에 숟가락을 담그는 곳. 밥상 물리기도 전에 동네 아주머니들이 몰려와 서울 사람 참견을 하는 곳. 비 오는 날 계곡 돌 굴러가는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와르르와르르 요란한 곳. 들꽃이 흔들릴 때마다 두고 온 일상에 대해 내 뇌가 삭제 버튼을 작동시키는 곳. 그렇게 산과 강이 가로막은 곳을 찾아, 치유의 밥상을 찾아 떠난 곳은 강원 화천 속의 오지 비수구미였다. 오죽하면 호랑이 소동으로 마을이 알려졌을까. 화전 일구고 나물 뜯고 뱀을 잡아 생계를 이어 가던 자연이 전 재산인 동네인데, 트레킹 코스가 생기면서 숲에서 사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마을은 4년 전 내려온 도회지댁 나 홀로 혜자씨만 빼면 나머지 세 가구는 토박이다. 그 덕에 우린 산 여인들이 억척스럽게 따낸 산채 밥상을 받는 호강을 누린다. 해가 가장 먼저 뜬다는 해산(日山)의 발목, 비수구미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최북단이면서 가장 길다는 해산터널(1986m)을 지나 구절양장 멀미 나는 곡예 길을 내려가는데 비포장도로로 20여분 갔을까. 길이 끊겼다. 강 건너 빈 배로 보아 강을 건너야 마을로 들어서지 싶다. 어쩌자고 비는 내린다. 차에 옷가지를 놔둔 채 렌즈 배낭만 달랑 메고 산 위쪽으로 열린 이른바 ‘올레길’로 접어들었다. 20여분 걸으니 ‘출렁다리’가 나온다. 다리 건너 첫 집이 이장 댁이다. 간밤 비로 계곡물이 제법 불었다. 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예약을 하지 않는다. 그러니 무작정 숨어든 것이고, 비가 와서 길이 패어 난장인데 산을 넘어온 여인을 보고 이장 부부는 할 말을 잃은 듯했다. 마루로 올라서며 밥을 주셔야 하고 잠도 자야겠다고 생짜를 놨다. 일순 어이없는 웃음이 터졌다. 난 안방에서 커피를 마신 것으로 하룻밤 허락받았다고 간주했다. 열목어가 노닌다는 계곡을 돌고 오니 둥근 ‘양은 밥상’이 안방으로 들어왔다. 가운데에 된장찌개가 놓이고 찬은 비린 것 한 토막 없는, 모조리 나물이다. 허나 귀한 병풍쌈이 올랐다. 데쳐 놓은 이파리를 집어 손바닥에 펼치니 차고도 넘친다. 병풍쌈을 반 갈라 손에 얹고 밥 한 수저와 집 고추장, 무장아찌를 얹었다. 커서 볼이 미어지겠다. 오물오물 그 큰 잎을 씹느라 머릿속 잡념이 모두 지워졌다. 꿀꺽 넘기니 기분이 묘하게 좋아진다. 은은한 향과 매끄러운 식감이 역시 나물의 여왕이지 싶다. 마치 유년 시절 ‘밥상의 묵언’을 강조하시던 아버지와 겸상한 것처럼, 난 이장 어르신과 수시로 수저를 부딪치며 말없이 한 뚝배기 속 된장을 퍼냈다.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나물, 고봉밥 한 그릇이 순식간에 비워졌다. 텔레비전이야 세상 얘기를 떠들건 말건, 치열하게 집중한 밥상이 얼마 만인가. 나물 찬과 따뜻한 밥 한 그릇의 위로가 참으로 크다. “병풍쌈은 해발 1000m 이상 깊은 곳에서 자생해요. 약간 습하고 그늘진 곳을 좋아해서 여성들은 접근하기 힘듭니다. 각종 비타민과 섬유질이 많아 피부 미용에 좋다고 하죠. 따놓기 무섭게 팔려 나가요. 밥상에 올라온 나물은 다 집 주변에서 채취한 거예요. 갓 딴 나물의 향은 이루 헤아릴 수 없지만 정말 맛있는 것은 말린 묵나물이에요.” 그러고 보니 환갑이 넘은 이장 김상준씨(62) 얼굴이 장판처럼 팽팽하다. 열 살은 젊어 보인다고 너스레를 떨었더니 부부는 “산나물만 먹어서 그렇다”며 활짝 웃는다. 약속 없이 들이닥친 손님이라 찬 걱정을 하더니만 다음 날 아침 밥상은 산채가 더 늘었다. 데쳐서 들기름에 무치고, 볶고, 조물조물한 나물 찬이 12가지다. 집 두부 숭덩숭덩 썰어 넣고 직접 발효시킨 청국장이 올라왔다. 20년간 고집 부리던 아침 단식이 무너졌다. 이 정갈한 나물 밥상을 보고 어찌 식탐이 안 생길까. 아주머니의 배웅을 받으며 우체국 일을 겸하는 김 이장을 따라 강가로 나왔다. 배 건너편에는 ‘이장님 배’를 타고 파로호 다른 언덕배기로 가야 하는 두 할머니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 밥이란, 밥상이란 이래야 한다. 산이 텃밭인데 더 무엇을 바랄까. 봄 볕 좋은 날 장을 담가 항아리에 다독거려 놓고 깊은 산중 그윽한 산채를 따다 쌈을 싸 먹는 소박한 영혼의 음식. 도시의 독기를 빼기 위해 단 며칠이라도 그 산중 밥상과 마주하기를 당신에게만 귀엣말로 속삭이노니. “떠나세요.” 글 사진 화천 음식평론가 손현주 marrian@naver.com 여행수첩 강원도 화천군 동촌2리. 비수구미 마을로 가는 길은 두 가지다. 트레킹을 하거나 배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화천에서 해산령터널을 지나자마자 우측에 트레킹 쪽문이 열려있다. 6㎞ 약 2시간 코스. 두 번째는 배편. 평화의 댐 20m 전, 비수구미 이정표를 따라 비포장 길을 내려가면 선착장에 닿는다. 민박에 연락해 배를 타거나 최근 산 쪽으로 난 출렁다리 길로 걸어 들어가는 방법이다. 20분 소요. 해산민박 이장 댁과 만동이네집이 산채 밥상을 내놓는다. 예약 필수. 계절맛집(지역번호 033) 해산민박 이장 댁(김상준, 442-0962, 산채 밥상, 닭도리탕), 만동이네집 민박(김영순, 442-0145, 산채 밥상, 붕어찜 등 민물 생선 요리), 비수구미 산장 펜션(이혜자, 442-0994)
  • 높은 山만 제맛인가, 바위맛도 한번 보소

    높은 山만 제맛인가, 바위맛도 한번 보소

    ‘불수사도북’이라고 합니다. 한강 이북, 그러니까 서울 강북과 남양주 등 경기 북부 지역을 둘러친 불암산(507.7m)-수락산(637.7m)-사패산(552m)-도봉산(740m)-북한산(836.5m)을 뭉뚱그려 일컫는 표현입니다. 등산 애호가들에게 서울 등 수도권은 축복받은 곳일 겁니다. 지하철, 혹은 버스를 타고 조금만 나가도 이 같은 명산들과 만날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니 외국인들이 한국처럼 산행하기 좋은 나라 드물다고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요. ‘불수사도북의 막내’ 불암산에 올랐습니다. 크기와 높이가 다른 산들에 뒤질지언정, 갖출 건 다 갖췄습니다. 우람한 기암들의 기세는 융융했고, 잎 너른 나무들이 이룬 숲은 제법 깊었습니다. 정상에서 맞는 풍경 또한 어지간한 명산에 뒤지지 않더군요. 꼭 고산준봉에 올라야 제맛이겠습니까. 멀찍이 떨어져 가슴으로 품어도 좋은 것이지요. 마음 단단히 먹고 산에 오르기 부담스러운 당신이라면 불암산이 좋은 대안이 되지 싶습니다. 불암산은 서울과 경기 남양주 등에 걸쳐 있다. 두 도시의 경계가 되는 산이기도 하다. 도시와 인접한 산이다 보니 등산로가 많다. 서울 쪽에서만 무려 열 개다. 걷기 열풍에 힘입어 조성된 불암산 둘레길까지 포함하면 11개의 길이 뒤엉켜 있다. 오르는 길이 많으니 들머리를 어디로 해야 하는지를 두고 고민하기 십상이다. 산속에 들더라도 상황은 비슷하다. 기존 등산 이정표에 둘레길 이정표까지 함께 세워져 있어 어디로 가야할지 헷갈리기 일쑤다. 이게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들고 나는 곳을 임의로 정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루트로 오르내릴 수 있다. 등산 거리와 산행 시간 등을 각자 상황에 맞게 조정하기 쉽다는 뜻이다. 예전엔 남양주 쪽의 불암사 코스로 오르는 게 일반적이었다. 요즘엔 서울 공릉동 백세문(제9등산로)을 들머리 삼는 이들이 많다. 거리는 5.3㎞로 다른 코스들에 비해 월등히 길다. 원점 회귀한다면 소요시간 또한 4~5시간 이상으로 확 늘어난다. 여느 코스들의 2~3시간에 견줘 다소 긴 편이다. 이 길의 최대 장점은 평탄하고 수월한 길을 자박자박 걸을 수 있다는 것. 불암산 정상 아래 깔딱고개까지 언제 도착했나 싶게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다. 공릉동 백세문을 들머리 삼아 오른다. 길 양쪽으로 철조망이 쳐 있다. 인근 군부대, 그리고 태·강릉 등 문화재 지역을 등산로와 구분하려는 철책이다. 30분 만에 첫 전망대와 만난다. 발 아래로 육군사관학교 등 태릉 일대의 풍경이 펼쳐져 있다. 서울을 둘러싼 명산에 전설 한 자락 없으랴. 등산로 중간의 안내판에 담긴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불암산은 원래 금강산에 있었단다. 그러다 조선 개국 초기, 위정자들이 한양을 도읍지로 정하려다 남산이 없어서 주저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게 된 불암산은 한양의 남산이 되고 싶다는 욕심에 사로잡힌 끝에 무작정 상경을 결심한다. 한데 서울에 와 보니 남산이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었고, 발끈한 불암산은 그때부터 서울을 등지고 서 있게 됐다는 얘기다. 공명심을 좇는 건 사람과 산이 다르지 않은 게다. 104마을 갈림길과 삼육대 갈림길 등을 줄줄이 지나면 학도암 갈림길이다. 예서 학도암까지는 약 500m 남짓. 왕복 1시간 이상을 험한 내리막과 오르막길을 번갈아 걸어야 한다. 현재 학도암 전체가 공사 중이니만큼, 꼭 절집을 들러야 할 이유가 없다면 굳이 발걸음 하지 말길 권한다. 학도암의 자랑은 길이 13m의 화강암 바위에 새겨진 마애관음보살좌상이다. 조선 후기에 명성황후의 지시와 후원으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정으로 주변의 돌들을 모두 파내는 ‘돋을새김’ 방식으로 조각돼 한결 이채롭다. 마애불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상계동 달동네다. 바짝 육박해 온 아파트 숲과 허름한 달동네가 묘한 대조를 이룬다. 학도암에서 헬기장을 지나 깔딱고개에 이르면서 풍경이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삐죽 솟은 기암들 가운데 일부는 바깥쪽으로 너른 반석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풍경 전망대를 겸해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등산로를 벗어나 거대한 암릉을 타고 아슬아슬하게 오르는 이들도 종종 눈에 띈다. 특수 리지화를 신고 암벽 등반을 즐기는 이들이다. 불암산은 워낙 암릉이 발달해 북한산에 견줄 만큼 암벽 리지 등산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불암산 정상은 360도 파노라마 전망대다. 어느 한곳 막힘이 없다. 온통 암벽으로 이뤄진 석장봉 너머로 ‘불수사도북’의 형제산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 장쾌한 풍경이다. 최근 ‘불암산 둘레길’을 이용하는 ‘걷기 마니아’들도 늘고 있다. 정상은 밟지 않고 불암산 서쪽 자락을 따라 걷는다. 잎 넓은 나무들이 푸른 그늘을 만들어 여름철에 특히 돋보이는 구간이다. 학도암과 남양주 쪽의 삼육대를 거쳐 ‘한국 스포츠의 요람’ 태릉선수촌, 육군사관학교 옆의 메타세쿼이아 길까지 이어진다. 길이는 총 13㎞ 정도다. 둘레길의 ‘실질적인 들머리’는 노원구 상계동 지하철 4호선 상계역 1번 출구다. 상계역을 나와 좌회전, 다시 좌회전해 큰길로 나와 경남아파트단지 왼쪽 편을 끼고 크게 돌면 ‘불암산 공원’이라 쓰인 큰 비석이 보인다. 이게 둘레길의 출발점이다. 시멘트 포장길을 100m 정도 오르면 ‘불암산 숲탐방로 입구’라고 쓰인 안내판 옆으로 갈림길이 나온다. 활엽수림 사이로 난 길은 높낮이를 달리하며 이어지는데, 운동효과가 만점이다. 힘든 산행 뒤 맛있는 국수로 일정을 마무리 짓는 것도 좋겠다. 연세방병원~공릉초등학교 사이 1.3㎞ 구간에 국수거리가 조성돼 있다. 멸치국수, 비빔국수, 칼국수 등 다양한 국수를 파는 맛집들이 늘어서 있다. 산행 들머리인 공릉동 백세문 가는 길은 쉽다. 원자력병원 뒤쪽, 효성아파트 옆에 있다. 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 1번 출구로 나와 도보로 10분 거리다. 글 사진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그날 밤 해가 지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동산 마루가 날 샐 무렵처럼 희뿜하게 밝아오더니, 스무날을 지난 조각달이 빠끔하게 얼굴을 내밀었다. 곽개천과 동행할 일곱 사람은 어느덧 몸이 물먹은 솜처럼 나른해지면서 눈두덩이 천근같이 무거워오고 허리에 맥이 빠지기 시작했다. 여느 때 같았으면 차렵이불을 덮지 않아도 부들자리 위에 네 활개를 내던지고 쓰러지면 그대로 곯아떨어졌을 테지만, 그날 밤만은 접소의 넓은 봉노에서 말뚝잠으로 밤을 지새웠다. 졸음이 줄기차게 밀려와 연신 턱방아를 찧으면서도 어느 누구도 눕는 법이 없었다. 앞으로 다가올 열흘 동안의 말미를 놓치면 모든 게 허사로 돌아갈 것이란 정한조의 말이 귓가를 맴돌아 도저히 잠들 수 없었다. 축시 말쯤 털고 일어난 일행은 마른세수로 면상의 검댕만 털고 새벽동자도 거른 채 말래 도방에서 발행을 서둘렀다. 그들의 차림새도 평소와는 달랐다. 원상의 차림새도 아닌 길손이나 농사꾼 차림이었고, 몸에는 이렇다 할 병장기도 지니지 않아 약초꾼이나 대갓집 행랑짜리들로 보이기 십상이었다. 괴나리봇짐에 짚신 몇 켤레가 대롱대롱 매달려 걸음을 옮겨놓을 때마다 엉덩이 뒤에서 달랑거렸다. 지니고 있는 병장기는 없었으나 일행 모두 유심히 살펴보면 한결같이 말뚝을 뽑은 것처럼 허우대가 단단해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원상은 넷이었고, 셋은 십수 년 동안 행중들과 고락을 같이하였던 차인꾼들 중에서 선발한 사람들이었다. 쪽지게도 없는 단출한 행색이었으니, 행보는 바람 부는 날에 띄운 울릉도 소금 배처럼 미끄러지듯 빠를 수밖에 없었다. 중화 전에 샛재 비석거리 어름에 당도하였다. 그러나 일행은 비석거리를 먼발치로 비켜갔다. 변복을 하였으나 만에 하나 그들의 정체가 눈총들이 번다한 샛재 술청거리에 퍼질까 염려했기 때문이다. 샛재에서 한나무재까지는 짐승들만 알고 지나다니는 또 다른 조도가 있었는데, 소금 상단 중에서 그 길을 알고 있는 사람은 포수 출신인 곽개천 한 사람뿐이었다. 샛재에서 구억터를 거치고 너삼밭, 자치골을 지나 한나무재까지는 장정 걸음으로 하루 행보였다. 그러나 그들은 어쩐 셈인지 해가 아직 나절가웃이나 남아 있던 구억터에서 바위 그늘을 찾아 야숙하였다. 구억터에서 야숙할 아무런 이유도 없었는데, 곽개천을 따라 오들오들 떨며 또다시 밤을 지새운 것이었다. 게다가 비 오는 소리까지 들렸다. 토굴 밖으로 기어나갔다가 되돌아온 일행이 나직하게 속삭였다. “비 오는 기세가 아무래도 지나가는 산돌림은 아닌 것 같군.” “아무려니 봄비일시 분명한데 한동안 지분거리다가 그치겠지….” “아녀. 그런 말 있지. 상고대라구. 산 위에서부터 몰아치는 비바람이 억센 걸 보면 진작 그칠 비가 아닌 게야.” 듣고만 있던 곽개천이 한마디 던졌다. “가근방 산기슭에는 손바닥만 한 천둥지기 다랑논들이 갯가의 바위에 붙은 조개처럼 다닥다닥하지 않은가. 그 모내기 앞둔 다랑논에 봄비가 푸짐하게 내려준다면 그런 분복이 어디 있겠나. 모주 먹은 돼지처럼 투덜거리지 말고 모두 눈들 붙이게.”
  • 견공도 장애인도 가자! 동해바다로

    견공도 장애인도 가자! 동해바다로

    피서철, 해수욕장 개장을 앞두고 강원 동해안 자치단체들이 애견 전용, 장애인 전용 해변 등을 별도 조성하며 차별화에 나섰다. 강원도 환동해본부는 7일 다음 달부터 속속 개장에 들어가는 동해안 해변들이 해마다 되풀이되는 단순 놀이행사에서 벗어나 ‘애견 전용 해변’과 ‘장애인 전용 해변’ 등 차별화된 해변 운영으로 피서객을 맞는다고 밝혔다. 우선 강릉시는 다음 달 12일부터 8월 29일까지 개장하는 경포해변 인근에 애견 전용 해변을 운영하기로 했다. 경포해변에서 북쪽으로 1㎞쯤 떨어진 사근진 해변에 문을 연다. 상가 밀집지역과 민가에서 다소 멀리 떨어져 있고 해송(海松)이 어우러진 조용한 사근진 해변에 폭 300m 백사장을 할애해 펜스를 치고 별도 공간으로 마련된다. 이곳에는 애견을 동반한 피서객들만 이용이 가능하다. 애견들을 위해 전용 파라솔과 그늘막이 설치되고 애견과 함께 샤워를 할 수 있는 별도의 샤워장까지 갖출 예정이다. 애견들끼리 함께 놀고 쉴 수 있는 별도의 공간과 애견 전용 호텔까지 마련된다. 동물병원과 애견 미용실은 물론이고 애견들의 먹이와 간식을 함께 살 수 있는 애견 용품점 입주까지 계획하고 있다. 별도의 애견 관리인과 청소인력까지 두고 명품 애견 해변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하루 500명 이상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임용수 강릉시 관광과장은 “올해 처음 애견 해변을 시범 실시한 뒤 반응이 좋으면 범위를 넓혀 해마다 운영할 예정이다”며 “입장료는 무료지만 애견을 묶어 놓을 수 있는 말뚝 등은 해변 운영 주체인 마을위원회에서 5000원씩 받을 예정이다”고 말했다. 다음 달 1일부터 8월 29일까지 개장하는 속초해변에서는 장애인 전용 해변이 지난해에 이어 2년째 운영된다. 도로에서 속초해변으로 이어지는 가장 가까운 곳에 남녀로 구분해 대형 텐트 2동을 지어 놓고 장애인들이 탈의와 쉼터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이용해 쉽게 바다로 통할 수 있도록 도로에서 텐트까지 이어지는 25m 백사장에 장애인리프트가 설치되고 텐트에서 바다까지의 20여m 모래 위에도 나무데크를 깔았다. 도움의 손길을 위해 장애인재활센터 직원과 아르바이트생들이 항상 배치된다. 별도의 응급간호사와 긴급구조대 인력도 상시 근무한다. 3대의 휠체어가 고정 배치되고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안내견 휴식소도 마련된다. 장애인들이 쉽게 물놀이를 할 수 있도록 튜브 등도 무료 대여된다. 채용생 속초시장은 “지난해 1300여명의 장애우들이 찾아 피서를 즐겼지만 올해는 더 많은 장애우들이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릉·속초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가자’ 폭격에 세 딸 잃고도 “증오하지 않는다”

    ‘가자’ 폭격에 세 딸 잃고도 “증오하지 않는다”

    2009년 1월 16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이스라엘에서 쏜 포탄이 떨어졌다. 난민촌에서 일하던 의사 이젤딘 아부엘아이시의 집에도 여지없이 포탄이 날아들었다. 그는 평소처럼 이스라엘TV에 전화를 걸어 가자의 상황을 알리는 중이었다. 폭격으로 세 딸이 숨진 직후 절규하는 그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이스라엘에 생방송됐다. 또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퍼졌다. 지난 수십년간 이어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이 지긋지긋한 전쟁으로 인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아부엘아이시가 이스라엘에 복수를 다짐하길 원했다. 하지만 그는 증오나 복수를 택하지 않았다. 세 딸이 죽고 자신은 살았다고 깨달은 순간부터 그 비극이 좋은 일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리랑TV는 3일 오전 7시 ‘코리아 투데이’에서 ‘그러나 증오하지 않습니다’(I Shall Not Hate)의 저자인 아부엘아이시의 삶을 소개한다. 전 세계 20개 언어로 번역·출간된 저서는 자신과 죽은 세 딸, 그리고 가자지구의 일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 딸이 사람들의 생각, 마음, 영혼에서 희망이라는 의미로 부활하기를 바란 그는 책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평화와 희망을 호소했다. 아부엘아이시는 이스라엘에 점령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자발리야 난민촌에서 자랐다. 유엔이 주는 우유 배급표를 모아 팔고 지우개를 잃어버릴까 실에 꿰어 걸고 다녔다. 어린 시절 그의 꿈은 교육을 잘 받아 난민촌을 벗어나는 것이었다. 이집트에 유학한 뒤 산부인과 의사가 됐다. 가자와 이스라엘의 병원을 오가며 돈을 벌었다. 풍족했던 삶에 2008년 그늘이 드리워졌다. 세 딸을 남겨놓고 아내가 급성백혈병을 앓다 숨진 것이다. 아픈 아내를 병원으로 옮기고, 다시 시신을 집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그는 검문소의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운명을 맡겨야 하는 난민의 처지를 절감했다. 그리고 몇 달 뒤인 2008년 말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를 재침공했다. 아부엘아이시는 최근 저서의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 생애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프로그램에선 아부엘아이시와의 인터뷰 내용을 방영한다. 외세의 침입, 식민 통치, 영토 분할까지 한국과 팔레스타인의 닮은꼴 역사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한반도의 분단 현실과 관련해 남북한이 한민족임을 강조했다. 희망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는 뜻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그 속에서 “이스라엘의 안전이 우리의 안전”이라 말하는 아부엘아이시의 평화, 공존의 메시지를 들어볼 수 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특파원 칼럼] 일본을 떠나며…/이종락 도쿄 특파원

    [특파원 칼럼] 일본을 떠나며…/이종락 도쿄 특파원

    3년 4개월 가까이 주재했던 일본을 곧 떠나게 된다. 지난 2010년 2월에 도쿄특파원으로 부임한 뒤 정말 많은 일들을 겪었다. 사무실 창문너머로 보이는 히비야 공원을 물끄러미 쳐다보니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자민당의 55년 장기 집권체제를 무너뜨리고 등장한 민주당 정권. 낡은 것을 타파하고 침체된 일본을 개혁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정권 운영 미숙으로 3년 3개월 만에 허무하게 자민당에 정권을 다시 헌납했다. 2010년은 한·일 강제병합 100년이 된 해로 새로운 한·일관계가 부각됐다. 100년 전 일본에 주권을 빼앗긴 아픔을 딛고 세계 8위의 무역대국으로 올라선 한국의 위상은 일본에도 달라져 있었다. 일본 주요 전자업체 9개사의 영업이익을 합친 금액이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자 일본은 한국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한국의 빠른 의사결정,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을 배워야 한다고 일본 매스컴이 연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1000년 만에 온다는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과 사상 최대의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일본의 모든 것을 바꿔놨다. 침체된 일본 경제를 더욱 그늘지게 했고, 도호쿠 지방을 중심으로 모든 일본인이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능과 사투를 벌여야 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12일 한국 특파원단의 일원으로 방사선량이 서울과 도쿄에 비해 1만배가 넘는 후쿠시마 원전 내부를 취재했던 경험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듯하다. 요즘 들어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들의 애환과 집단소송 관련 기사들이 부쩍 눈에 들어온다. 설마 그런 일은 없겠지만 30년 뒤에 나타난다는 피폭 후유증이 남의 얘기로만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촉발된 한국과 일본의 갈등은 두 나라의 현주소를 다시금 되돌아본 계기가 됐다. 2010년만 해도 한류 드라마만 유행했지만 그후 K팝 열풍이 일본 열도를 뒤흔들며 한류가 일본 내 정착 문화로 자리 잡았다. 극우 정치인들의 그릇된 역사인식으로 인해 한·일 정부가 갈등에 놓인 지금도 한국의 음식과 음악, 드라마 등 대중문화는 일본인의 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자연스러운 일부가 됐다.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인접 국가 간에는 크고 작은 문제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웃 국가로서 공유하는 역사가 많은 만큼 그 역사가 남긴 응어리도 많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 내의 잘못된 과거인식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건강한 양국 관계를 해치는 극우인사들을 일본 내 양심세력과 확실히 구별지어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일본은 민주주의, 인권, 시장경제 등의 가치를 우리와 공유하는 인접국이다. 급변하는 동북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구축해 갈 동반자라는 점에서 양국 간 다양한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 한·일 관계는 이미 연간 인적 교류 550만명, 무역액 1000억 달러 시대에 진입했다. 매주 500편 이상의 항공편이 양국을 연결하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한·일 관계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꾸준히 발전해 왔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접 국가인 한·일 간에는 좋든 싫든 공생을 모색해야 한다. 양국 국민이 소통을 확대하고 상호 이해의 폭을 넓혀 가면서 진정한 상생과 협력의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그것이 일본을 활용하면서 우리의 힘을 키우는 길이다. jrlee@seoul.co.kr
  • [바하마 클래식] 홀로 피어난 꽃 이일희 ‘세리 키즈’ 완결판 쓰다

    [바하마 클래식] 홀로 피어난 꽃 이일희 ‘세리 키즈’ 완결판 쓰다

    이일희(25·볼빅)가 ‘세리 키즈’의 완결판을 써냈다. 이일희는 27일 오전 바하마 파라다이스 아일랜드의 오션클럽 골프장에서 끝난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퓨어실크·바하마 클래식 마지막날 12개 홀로 치러진 3라운드에서 버디로만 5타를 줄인 합계 11언더파 126타를 적어내 우승했다. 프로 데뷔 7년, LPGA 투어 네 번째 시즌 만에 얻은 값진 우승 트로피다. 그 역시 박세리(36)를 보고 자란 1988년생 용띠다. 동갑내기 박인비(25·KB금융그룹), 신지애(25·미래에셋)에 가려 국내외에서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하던 이일희는 첫 승을 신고, ‘세리 키즈’ 가운데 마지막 성공 신화를 써내며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폭우는 그쳤지만 이번에는 강풍이 몰아친 가운데 이일희의 샷이 초반부터 불을 뿜었다. 첫 홀부터 버디를 잡은 이일희는 두 번째 홀(파4)에서 ‘칩인 버디’를 잡은 데 이어 세 번째 홀(파5)에서는 2.5m짜리 버디퍼트를 홀에 떨궜다. 공동 5위로 3라운드를 시작한 이일희는 이 버디로 먼저 경기를 끝낸 아이린 조(19)와 공동 선두에 올라섰다. 이일희는 여덟 번째 홀(파4)에서 또 버디를 보태 단독 선두를 낚아채더니 마지막홀(파5) 러프에서 친 두 번째 샷을 그린 위에 올린 뒤 가볍게 버디를 잡아 첫 승에 진한 마침표를 찍었다. 우승상금 19만 5000달러(약 2억 1600만원)를 챙겨 상금랭킹도 종전 37위에서 12위(30만 9000달러)로 대폭 끌어올렸다. 이일희는 스타급들이 즐비한 LPGA 투어에서 혈혈단신 ‘독립군’이었다. 미국 생활 초반 후원사가 없어 ‘절친’ 신지애에게 의탁했지만, 이후 독립을 결정한 뒤 모든 투어 일정을 스스로 판단하고 소화하며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투어 경비를 줄이기 위해 제일 값싼 비행기 좌석을 얻는 건 물론 육로 이동 때에는 이동 수단이 없어 염치불구하고 동료들의 차를 얻어 타는 게 다반사였다. 호텔 대신 대회장 근처 빈 방이 있는 가정집에서 무료 투숙하는 ‘하우징’까지 서슴지 않았다. 뚜렷한 성적을 남기지 못하자 미국생활 2년 만에 ‘유턴’을 시도했다. 그러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드 선발전에서 낙방, 국내 투어에서 뛸 발판을 닦는 데 실패한 이일희는 어쩔 수 없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이듬해 국산 골프공 제조업체인 볼빅을 든든한 후원사로 맞으면서 달라졌다. 쪼들렸던 투어 생활을 청산하고 걱정 없이 운동에만 전념했다. 성적도 덩달아 좋아졌다. 지난해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서 공동 4위,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공동 9위에 올라 자신감을 챙긴 이일희는 지난 6일 끝난 킹스밀챔피언십에서는 공동 3위(10언더파 274타)에 올라 우승이 머지않았음을 예고했다. 결국 이일희는 폭우로 사흘간 36홀의 ‘미니 대회’로 치러진 카리브해의 조그만 섬나라 바하마에서 그토록 갈망하던 우승 샴페인을 터뜨렸다.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 시인協, 박정희·이승만 찬양 논란 ‘사람’ 전량 회수

    한국시인협회가 인물 찬양 논란을 낳은 시집 ‘사람-시로 읽는 한국 근대 인물사’를 전량 회수하기로 했다. 신달자 시협 회장은 23일 홈페이지에 올린 글(‘한국시인협회를 생각하는 시인들의 질문에 답합니다’)을 통해 “근대사의 주요 인물들이 남긴 빛과 그늘을 문학의 눈으로 살펴보겠다는 취지와는 달리 충실히 반영되지 못한 작품들이 일부 수록되었고 누락된 인물도 있는 등 시인들과 관계자 여러분들에게 걱정과 심려를 끼쳤다”며 시집을 전량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시협 관계자는 “전날 밤 4시간여의 집행부 회의를 거쳐 시집의 전량 회수를 결정했다”면서 “초판된 시집 1000부 가운데 기증본 300부를 제외한 나머지 서점 유통 분량은 모두 거둬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협은 오는 30일로 예정된 시집 출판기념회 등 일체의 관련 행사도 하지 않기로 했다. 시협은 최근 한국 근대 인물 112명에 대한 시를 시집으로 펴내면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등 역사적 평가가 끝나지 않은 인물들의 공적을 부각해 논란을 빚었다. 이에 지난 22일 고영, 김요일 등 시협 소속의 시인 55명은 홈페이지에 “세속적 허명을 위해 시의 영혼을 파는 참혹한 양태를 맨 정신으로는 묵과할 수 없다”며 항의 성명서를 올리고 시집의 전량 회수를 요구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소장파 시인들 뿔났다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는 특정 인사의 공로만을 치켜세워 논란이 된 한국시인협회의 ‘사람-시로 읽는 한국근대인물사’ 출판에 반발해 시인 수십여명이 항의 성명서를 발표한다. 21일 문학계에 따르면 고영, 김요일, 박정대, 손택수, 함민복 등 소장파가 중심이 된 시인 수십명은 22일 시인협회 홈페이지에 집행부의 사과와 출간된 책의 전량 회수를 골자로 한 성명서를 게재한다. 이들은 성명서 초안을 완성한 뒤 20~21일 이틀간 시인들의 서명을 받았으며 서명에는 최소 50여명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3일 시협은 창립 56주년을 맞아 시집 ‘사람’을 출판했다. “근대사의 주요 인물들이 남긴 빛과 그늘을 문학의 눈으로 살펴보자”는 서문과는 달리 박정희, 이승만 전 대통령 등 역사적 평가가 끝나지 않은 인사들의 공로만을 지나치게 부각해 논란이 됐다. 중진 시인 이태수씨가 ‘박정희’에서 ‘당신은 날이 갈수록 빛나는 전설’, ‘언제까지나 꺼지지 않을 우리의 횃불’, ‘위대한 지도자요, 탁월한 선지자였습니다’ 등의 표현을 쓴 것이 대표적이다. 항의 성명에 참여한 한 시인은 “협회 회원이라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로 참담한 심정”이라면서 “시를 쓰는 것은 자유겠지만 역사적 논란이 있는 인물에 대해서는 협회 차원에서 더욱 신중히 접근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폭력 피해학생 북소린 달라… 감정 풀 기회 줘야”

    “폭력 피해학생 북소린 달라… 감정 풀 기회 줘야”

    “요즘 아이들은 뛰고 땀 흘리면서 스트레스를 풀 기회가 너무 없어요. 학교 폭력이 불거지는 것도 이런 배경이라고 봅니다. 악기를 치고 두드리면서 스트레스를 조절하면 폭력의 상처와 앙금도 금세 치유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학교폭력에 연루된 학생들을 국악으로 보듬고 치유하는 교사가 있어 화제다. 서울 금천구 국립전통예술고에서 전통 타악기인 소고를 가르치는 교사 박부현(27)씨가 주인공. 박 교사는 지난달 13일부터 금천구 일대의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 13명을 위한 ‘힐링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박 교사는 “폭력을 당한 아이들의 북소리는 달라요. 상처와 분노, 무관심 등의 감정이 그대로 느껴지죠. 악기를 통해 나쁜 감정을 해소할 수 있게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타악이 나쁜 에너지를 해소시켜 주는 희망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라고 설명했다. 박씨가 재능 기부에 나서게 된 배경에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악기를 배우던 친구의 영향이 컸다.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반 친구들 사이에서 매를 맞던 친구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전형적인 학교폭력이었다. 그는 “애들이 레슬링을 하자면서 일방적으로 친구를 때리고 얼굴에 분필로 낙서까지 하더라고요. 충격적이었죠. 서로 더욱 악기에 매진하자고 했죠. 사물놀이는 몸집이 아주 작았던 우리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힘이었거든요”라며 당시를 돌아봤다. 결국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친구는 악기로 자신감을 얻고 학교 폭력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후 박씨와 친구는 대통령상,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는 등 각종 대회를 휩쓸며 예고와 중앙대 국악대에 나란히 입학했다. 그는 “2008년 군 복무 중에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면서 사물놀이를 접어야 하는 위기를 겪었고 그때 많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받고 큰 힘을 얻었다”면서 “경험이 적어 방황하고 실수할 수밖에 없는 학생들에게 작지만 보탬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열린세상] 동북아의 역사 시계는 거꾸로 가는가/조성환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동북아의 역사 시계는 거꾸로 가는가/조성환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21세기 동북아는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가? 냉전 종식 직후 동북아는 근대 이후의 세계사를 주도했던 유럽과 미국을 능가할 수 있는 21세기 세계 중심 지역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냉전 종식을 전후해 일본 경제는 세계 2위로 성장했다. 개방을 택한 중국은 톈안먼 사태의 위기를 겪었으나 파죽지세의 고도성장 경제를 구축했다. 한국은 북방정책으로 대륙국가와 해양세력을 연결하는 중계 국가를 지향하며 북한과 동시에 유엔에 가입했고, 불가침협정과 비핵화 선언도 이끌어 냈다. 동북아의 한·중·일은 21세기 아시아·태평양 세기를 선도할 국가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것이다. 그러나 21세기가 이미 10년 이상 지난 지금의 동북아는 공존과 공영이 아니라 갈등과 대립, 분쟁의 암운이 점점 짙어만 가고 있다. 세습 전제(專制)의 북한 김정은 정권은 3차 핵실험을 감행하여 한반도를 핵 그늘로 덮어 버렸다. 이로 인해 동북아에는 핵 도미노와 신냉전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아베 총리가 이끄는 일본 우파 정부의 망언과 망동은 군국주의의 망령(亡靈)을 되살려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경계심을 고조시키고 있다. 고도 성장으로 주요 2개국(G2)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중국은 굴기(?起)의 기치로 패권적 지배력을 투사하는 데 골몰할 뿐, 대국으로서 역내 리더십을 발휘할 고민과 성찰이 없다. 소수 민족에 대해서는 강압 정책과 왜곡된 역사 공정을 통해 중화민족의 우월성을 고양하는 전근대적인 ‘중화주의’의 복원에 애쓰고 있다. 일본의 경제대국화, 신흥공업국의 발전, 중국의 고도성장으로 동북아 지역은 이미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이 경제 발전은 지역의 공존·공영을 구조화시키기보다는 시대착오적인 국가주의적 대립을 부추기고만 있다. 북한의 모험주의적 핵무장, 일본의 극우화, 중국의 중화주의화는 동북아의 역사 시계 방향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 위험한 시도들이다. 극단적 국가주의의 재현은 대중의 정념민족주의로 집단화되어 역내 갈등의 골을 깊게 하고 있다. 그야말로 동북아의 역사 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동북아는 과거행 열차가 아니라 미래로 비상하는 비행기를 타야 한다. 역내 국가의 정치인과 지식인들은 ‘21세기 세계 중심 지역’이라는 장밋빛 구호에만 도취되어서는 안 되며 ‘국가’와 ‘지역’의 유기적·발전적 융합을 통한 공존·공영의 질서 구축을 위해 창조적 역량을 결집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역사에 대한 성찰을 통해 문명적 공감과 연대에 기반 한 ‘공동체적 비전’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다음 달에는 한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이 회담의 중심의제는 북한 핵문제가 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엔저 충격에 대한 대응, 양국의 경제협력 방안도 논의될 것이다. 그러나 이 회담이 각종 현안에 대한 대증(對症)적 처방을 도출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물극반전’(物極反戰)과 ‘변즉통’(變卽通)이라는 ‘역경’(易經)의 경구를 유념하라고 주문하고 싶다. 이 경구는 “어떤 사태가 극단에 이르면 완전히 전변(轉變)하며, 이 상황에 대한 입장과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양국의 지도자는 ‘변통’(變通)을 화두로 동북아의 국가주의적 교착상태를 지역주의적 미래 패러다임으로 전환시켜야 할 것이다. 한·중 정상은 미래의 공영을 위한 ‘동북아식 가치외교’를 창안하라. 대국화에 상응하는 중국의 발전적 역내 리더십, 동북아 지역화에 대한 한국의 역할, 북한의 정상국가화와 한반도 통일, 일본의 보통국가화를 위한 발전적 조건 등등 동북아의 큰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미래 비전을 제시하라. 세계대전의 폐허를 넘어서게 한 드골과 아데나워의 독·불 화해 회담, 냉전 종식을 선언한 조지 H W 부시와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몰타회담의 의미와 성과를 음미, 재음미하라. 지도자들의 창조적 결단은 역사를 크게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라. 박 대통령은 방중을 앞두고 ‘한·미동맹 미래 비전’에 상응하는 ‘한·중 가치외교의 미래전략’을 준비하라.
  • ‘칭찬 인색’ 이성재 아버지의 진심

    ‘칭찬 인색’ 이성재 아버지의 진심

    배우 이성재 아버지가 방송에 나와 아들에게 칭찬에 인색했던 이유를 이야기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7일 방송된 MBC ‘나 혼자 산다’에서는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부모님을 만나는 출연진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이성재는 “세상에서 아버지가 제일 무섭다”면서 “요즘은 그래도 좀 나아진 편이지만 정말 무서운 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장 큰 칭찬은 ‘수고했다’, ‘고생했다’ 정도였다”고 전했다.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이성재 아버지는 “사람이 유명해지면 밝은 면도 있지만 그늘도 있지 않나”라면서 “혹시라도 아들이 자만해 실수하게 될까봐 칭찬하질 못한다”고 아들에게 칭찬을 인색하게 했던 진짜 이유를 털어놓았다. 이어 “아들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진심어린 애정을 드러냈다. 이성재 아버지 인터뷰를 본 네티즌들은 “이성재 아버지, 진심으로 아들을 사랑하시는 듯”, “이성재 아버지 칭찬에 인색한 이유가 있었구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국민행복기금 시행 1개월… 빛과 그늘

    # 여든 넘은 노모와 함께 살며 집 수리일을 하던 A(62)씨. 노모가 뇌출혈로 쓰러져 장애 판정을 받은 그날부터 악몽이 시작됐다. 은행에서 큰돈을 빌려 병원비를 댔지만 턱없이 모자랐다. 사무실 보증금까지 빼서 병원비를 막아야 했다. 일용직을 하며 근근이 버텼지만 병 간호와 고령 탓에 일하는 날이 적어 수입이 급격히 줄었다. 얹혀 살던 동생네마저 보증을 잘못 서 집이 넘어갔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된 A씨는 여관 등을 전전했다. 그러다 국민행복기금을 알게 돼 찾아갔다. 은행 빚 870만원 중 70%가량이 면제됐고 나머지 260여만원의 채무는 10년에 걸쳐 갚는 것으로 조정됐다. 자포자기했던 A씨에게 삶의 희망이 생겼다. # 신용불량자인 B씨는 지난달 국민행복기금에 채무조정 신청을 하러 갔다가 “대상이 아니다”란 말에 허탈하게 발길을 돌렸다.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영세 대부업체에 빚을 지고 있었던 탓이다. 은행과 사채업자 등의 빚을 두루 지고 있는 C씨는 최근 은행 채무에 대해서만 국민행복기금 지원을 받았다. 그는 “은행 빚을 해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채업자들의 빚 독촉이 요즘 한층 심해졌다”며 울상을 지었다. 빚더미에 허덕이는 서민층을 지원하기 위해 시행된 국민행복기금이 지난달 22일 접수를 시작한 지 1개월가량 지났다. 이달 15일까지 기금을 신청한 사람은 약 11만명에 이른다.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새 출발을 하게 된 사람들도 있지만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채무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오히려 더 커졌다. 채무 조정에 참여하지 않는 금융회사의 채무는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게 대표적이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사채 등으로 고통받는 경우 법원의 개인파산·개인회생 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더 낫다는 대안도 제시된다. 금융위 측은 “모든 금융기관을 다 가입시키기 힘들지만 점차 기금 대상자와 협약 금융기관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시론] 다문화가족 아동·청소년 문제 해결 방안/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

    [시론] 다문화가족 아동·청소년 문제 해결 방안/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

    2000년대 들어 국제결혼 급증으로 결혼 이민자와 한국인 배우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가 크게 늘었다. 양육이 쟁점인 영·유아뿐 아니라 학교에 다니는 어린이·청소년까지 포괄하게 됐다. 앞으로는 그들의 군 입대와 취업까지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다. 정부와 사회에서는 다문화가족과 그 자녀를 통합하기 위한 정책을 개발·추진하고 있다. 국제결혼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 방지, 결혼 이민자와 다문화가족 자녀 양육 등 가족 정책은 물론이고, 다문화가족 어린이·청소년들이 학교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다문화 교육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정부는 학교 교육 과정에 다문화 사회에 걸맞은 시민으로서의 자세를 추가했고, 언론에서는 다문화 사회에서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기 위한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문화가족 자녀의 사회적 차별 사례는 빈발하고 있다. 최근 사회적 관심을 끌었던 ‘리틀 싸이’ 황민우군에 대한 공격도 그중 하나다. 베트남 출신 어머니를 둔 황군은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면서 유명해졌다. 그렇지만 그는 학교폭력의 피해자였다. 최근에는 인터넷 사이트에 그를 노골적으로 공격하는 글이 다수 게시됐다. 학교폭력의 한 형태인 집단 따돌림은 개인의 사소한 특성을 과장하면서 시작된다. 외모에서 여느 한국인 아동과 그다지 차이 나지 않는 다문화가족 자녀는 사소한 신체적 특징이나 말투, 또는 부모의 출신지 등을 근거로 공격당한다. 황군은 외모에서 일반 아동과 다르지 않지만, 엄마가 외국 출신이라는 사실을 부각해 일부 급우들이 그를 특별한 존재인 것처럼 따돌렸다. 다문화가족 아이들은 엄마 또는 아빠가 외국 출신이라는 게 알려지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그 점을 알아야 “엄마, 학교에는 제발 오지 마”라고 말하는 아이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인터넷 게시 글은 더욱 폭력적이다. 온갖 악담과 비아냥 및 저주로 가득하다. 황군이 그 글을 작성한 사람에게 아무런 피해를 입힌 적이 없지만, 그들은 황군이 마치 ‘철천지 원수’인 것처럼 폭언을 퍼붓고 있다. 그들은 자신의 병적 혐오감을 익명의 그늘에 숨어 표출하며, 자신의 좌절과 불만을 해소하고 있다. 그런 글을 작성한 사람들 중에는 청소년이 포함됐다고 한다. 왜 그 청소년들은 게시판에 그러한 욕설을 적었을까. 아이는 사회의 거울이다. 우리 사회에 자리 잡고 있는 그릇된 인식, 출신 배경과 신체상의 특성 등을 빌미로 약자를 깔보고 무시하는 잘못된 관행이 그 아이들의 행동으로 표출된 것이다. 학교 교육을 통해 말 또는 글을 이용해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행동은 강력한 제재를 받는 범죄라는 점을 알려야 한다. 청소년의 학교폭력이 인터넷으로까지 확산돼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남의 나라 일인 것으로만 생각했던 혐오 범죄가 우리 문제로 다가와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학교폭력과 인종·종족·민족 차별이 중첩돼 있으므로 피해자의 고통은 더욱 크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정부의 다문화가족 자녀 정책은 약자 지원이라는 관점을 탈피해 미래 인재 육성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다문화가족 자녀의 역량을 키워 줄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생겨야 한다. 그렇지만 다문화가족 자녀만을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일반 한국 아동·청소년과 함께하는 게 필수다. 다문화가족 아동·청소년만 지원하는 정책은 결과적으로 그들을 분리하고 식별해 내는 역기능을 갖고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타인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행동이 다문화 사회의 안전과 평화를 위협하는 요소라는 점을 가르쳐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한국인의 인식을 전반적으로 바꿔야 한다. 순혈과 혼혈의 이분법을 넘어서야 한다. 순수 혈통이 인종주의에 기초를 둔 개념이라는 점을 인식해 혼혈이라는 개념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다문화가족 아동과 청소년이 자신의 정체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모든 한국인이 다문화가족 아이들도 한국인의 아이들과 동등한 존재라는 점을 인식해 똑같이 대하도록 해야 한다.
  • 朴 복심… 당·청 공조 가속

    ‘당청 관계는 맑음, 대야 관계는 안개.’ 15일 공식 출범한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 체제의 향후 정국 기상도는 한마디로 이렇게 평가된다. 최 신임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오른팔’, ‘복심’(腹心) 등으로 불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당·청 관계에서도 조화와 협력을 중시할 가능성이 높다. 당·청 간 불협화음이 부각되기보다는 물밑 접촉이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조 친박(親朴)’으로 통하는 최 원내대표가 비박(非朴)계 김기현 정책위의장과 호흡을 맞추면서 친박-비박으로 대표되는 기존 계파 지형이 무의미해지는 계기도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새누리당이 한 묶음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여나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정책 공약이나 정치 현안을 다루는 과정에서 추진 세력 또는 저항 세력 등으로 나뉠 수 있다. 친박계 내부적으로도 주류와 비주류,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한 소계파 형태 등으로 분화할 수도 있다. 실제 이날 원내대표 경선에서 최 원내대표의 득표율이 52.7%(146명 중 77명)로 비교적 저조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선거전 초반만 해도 다소 싱거운 승부가 될 것으로 점쳐지기도 했으나, 친박 주류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용해 박빙 승부가 연출된 것으로 분석된다. 대야 관계에서는 상대적으로 긴장감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최 원내대표가 여야 간 최대 정책 현안인 경제민주화에 대해 ‘속도조절론’을 제기하고 있는 데다, 정치 쟁점인 개헌에 대해서도 신중론을 펴고 있는 만큼 정책 추진의 수위와 속도 등을 놓고 여야 간 대립각이 커질 수 있다. 당 관계자는 “대야 관계를 어떻게 이끌어가느냐가 신임 원내지도부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원내대표 입장에서는 박 대통령을 돕는 ‘조력자’에서 벗어나 당의 중량감 있는 ‘리더’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2007년과 지난해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 경선 때 박근혜 캠프의 총괄본부장을 연이어 맡을 정도로 박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지만, 역으로 보면 박 대통령의 그늘이 그만큼 깊다고도 볼 수 있다. 경제관료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때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낸 데 이어 이번에 핵심 당직인 원내대표까지 무난하게 수행할 경우 친박계라는 계파를 넘어 당 전체의 구심점이 될 수도 있다. 김기현 신임 정책위의장은 판사 출신으로, 당을 대표하는 정책통이다. 지난 3∼4월 정부조직개편안 협상 당시 원내수석부대표로서 실무협상을 주도했으며, 합리적 협상파로 평가된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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