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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초구 횡단보도 앞에서 ‘태양을 피하는 방법’

    서초구 횡단보도 앞에서 ‘태양을 피하는 방법’

    서울 서초구는 무더위를 앞두고 폭염 속에서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는 시민들을 위해 지역 내 대형 그늘막인 서리풀 원두막 54개를 설치했다고 19일 밝혔다.구 관계자는 “2011년 4일간 발동됐던 폭염특보가 2016년에는 41일로 늘어나는 등 갈수록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지역 노약자는 물론 일반 시민들도 폭염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서리풀 원두막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서리풀 원두막이라는 이름은 서초구의 옛 이름인 서리풀과 한여름의 무더위를 피하던 원두막을 조합해 만들었다. 높이 3m, 폭 최대 5m로 성인 20여명이 햇빛을 피할 수 있는 크기로 제작했다. 통풍이 잘되고 자외선을 차단할 수 있으면서 주변과 잘 어울리도록 초록과 아이보리색 메시 원단을 사용했다. 태풍 등 강풍에 날아가는 등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동별 관리자도 별도로 지정해 관리하도록 했다. 서초구는 주민들의 반응에 따라 여름이 오기 전까지 서리풀 원두막을 지역 내 20여곳에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잠시나마 주민들이 폭염을 피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서리풀 원두막을 준비했다”며 “앞으로도 주민들이 생활 속에서 불편한 점은 없는지 곳곳을 살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영화관서 휠체어 본 적 있나요

    영화관서 휠체어 본 적 있나요

    장애인석 적고 그나마 맨 앞줄 “어지럽고 눈 아파서 안 간다” 청각·시각장애 보조장치도 없어 “장애인 문화예술 접근권 보장을”“휠체어석은 아무리 많아도 세 개 정도 될까요? 그나마 맨 앞줄이어서 눈이 아프고 머리도 어지러워요. 영화관 갈 생각 자체를 안 합니다.”-지체장애인 2급 김모(54·여)씨 “전 시각장애가 있어서 한국영화만 봐요. 청각장애인은 자막이 있는 외국 영화만 본다더군요. 친구들과 외국 액션영화를 보는 게 꿈입니다.”-저시력장애인 김모(30)씨 우리나라 영화시장이 연매출 2조원, 연간 관객 수 2억명을 기록하는 등 지난 수년간 급격하게 커졌지만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장애인들은 영화 관람 보조기기는커녕 법에 명시돼 있는 보조인력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하소연은 실제로 투정이 아니다. 취재 결과 복합영화관인 메가박스는 전국 영화관에 있는 장애인전용석 161석 가운데 157석(97.5%)을 맨 앞줄에 배치해 놓고 있다. 롯데시네마도 약 80%의 장애인 전용석이 가장 앞줄이다. 한 장애인은 “장애인석의 위치도 문제지만 영화관에서 장애인 좌석을 일반인에게 파는 경우도 꽤 있다”며 “영화를 볼 때마다 이동을 도와줄 직원을 찾지만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2015년 4월부터 300석 이상의 대형 영화상영관은 장애인 전용석을 갖추고 보조인력을 배치토록 한 바 있다. 시민단체 ‘상상 행동 장애와 여성 마실’ 김광이 대표는 “일반인조차 영화를 제대로 즐길 수 없는 자리라면 장애인에겐 더욱 힘든 자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화관 관계자는 “구조와 안전상의 이유로 어쩔 수 없다. 뒷자리는 계단을 오르내려야 해 불편하고 비상시 신속한 대피를 위해서도 앞자리가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영화 상영에 대한 장애인의 불편을 감안해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해 약 7억원을 들여 청각장애인 및 시각장애인을 위한 한글자막·화면해설 상영 사업을 진행했다. 일명 ‘배리어프리’(장벽 해소) 사업으로, 지난해 전국 52개관에서 30편의 영화를 이런 형태로 상영했다. 하지만 총관람객은 약 4만명, 전체 영화관람객의 0.02%에 그치고 말았다. 장애인 단체들은 2011년 7월 방송법 개정을 통해 지상파 방송에 대해 청각장애인용 자막이나 수화 등을 의무화한 것처럼 영화관에 대해서도 장애 없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법 개정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관계자는 “그간 장애인에 대한 논의가 생존권에 집중되다 보니 문화예술 분야를 접하는 데 따른 어려움은 소홀히 다뤄졌다”며 “장애인들이 보다 동등하게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법과 제도의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트럭 올라탄 탈진 늑대에 물 건네는 친절한 운전사

    트럭 올라탄 탈진 늑대에 물 건네는 친절한 운전사

    그늘 찾아 트럭에 뛰어 오른 야생 늑대에게 친절을 베푼 트럭운전사 영상이 화제다. 16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최근 브라질 리마베라 두 레스치 인근 한적한 도로의 트럭 위로 탈진한 야생 늑대가 올라탄 영상을 기사와 함께 소개했다. 외딴 비포장도로를 달리던 트럭. 트럭에 탄 남성들이 길가 늑대를 발견했고 사진을 찍기 위해 트럭을 멈췄다. 그 순간 쏟아지는 땡볕을 피하기 위해 거의 탈진한 상태의 늑대가 그늘을 찾아 트럭 짐칸으로 올라탄 것. 남성들은 늑대를 트럭에서 끌어내려고 애를 써 보지만 더위에 지친 늑대는 짐칸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결국 일행은 늑대가 의식을 잃기 전에 올가미를 사용해 트럭에서 끌어냈다. 거친 숨을 몰아 쉬며 의식을 점점 잃어가는 늑대에게 남성들은 파란색 양동이에 물을 떠 목을 축이게 했다. 몇 분 동안 물을 받아먹던 늑대는 이내 활력을 되찾았고 남성이 올가미를 풀어주자 인사도 없이 숲으로 사라졌다. 영상 속 늑대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등지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의 갈기늑대로 열매나 설치류 등 작은 포유동물을 잡아먹는 잡식성 동물로 알려졌다. 사진·영상= Only Video youtube 손진호 기자 nasturu@seoul.co.kr
  • [길섶에서] 오래된 풍경/황수정 논설위원

    꽃이며 과일에 빛의 음영이 짜임새 있어야 정물화가 되는 건 아니다. 할머니의 노점도 붙박이 정물화다. 우체국 모퉁이는 날이면 날마다 할머니의 세상이다. 한복판에 플라스틱 의자 하나 깔고 앉으면 두어 평 좌판은 작은 우주다. 쑥, 얼갈이, 부추, 시금치, 쪽파로 오종종한 바가지 행성들이 할머니 우주의 궤도를 돈다. 외상도 할부도 없고 꺼먼 ‘비니루 봉다리’가 세상의 중심인 우주. 시들지도 않는 푸성귀들은 매일같이 어디서 대오이탈 없이 저 오래된 궤도로 흘러들까. 석양이 짧은 다리를 뻗는 시간. 주름이란 주름은 다 모은 할머니 얼굴에 시시각각 빛의 깊이가 달라진다. 솎음배추 떨이에 개선장군이 됐다가, 흥정하다 떨이가 글러 먹은 부추단에 시든 부추로 풀이 죽었다가. 봄이 얼마나 더 깊어야 할머니의 겨울 털조끼는 벗겨질까. 이대로 시들 수 없다는 냉이, 대파한테 온종일 짙은 그늘로 비위 맞춰 준 장우산 아래. 봄이 아무리 요란했어도 봄볕 한번 다녀간 적 없는, 냉이 한 소쿠리와 대파 한 단에 짧은 봄을 또 양보하는, 오래돼도 낡을 수가 없는 우주가 있다.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 제주 고사리 좀 꺾어수과?

    제주 고사리 좀 꺾어수과?

    제주의 봄나물은 고사리다. 봄이 찾아온 제주 들판과 숲에는 요즘 야생 고사리 채취가 한창이다. 고사리를 찾아내는 눈맛과 툭툭 꺾는 손맛에다 직접 꺾은 햇고사리를 먹어 보는 고사리 삼매경에 푹 빠져 있다. 최근에는 관광보다는 고사리만 꺾으러 다니는 고사리 투어가 인기를 끌면서 육지 사람들까지 고사리 꺾기 행렬에 가세했다.고사리가 뭐길래, 4월 제주에서는 마치 수렵 채취하던 원시시대로 돌아간 듯 너도나도 들판으로 숲으로 야생 고사리를 찾아 나선다. 제주 자연이 봄이면 아낌없이 주는 노다지 야생 고사리. 제주섬은 요즘 온통 고사리앓이 중이다. ●해녀들도 잠시 물질 멈추고 바다 아닌 들판으로 “고사리 좀 꺾어수과?” 4월 제주의 봄 인사는 고사리다. 진료실의 의사도 연구실의 교수도 휴일이면 한번쯤은 고사리꾼으로 변신한다. 심지어 해녀들도 잠시 물질을 멈추고 바다가 아닌 들판으로 향한다. 노인들로 넘쳐 나던 시골 동네 병원은 갑자기 손님들이 뚝 끊기면서 비수기를 각오해야 한다. 시골동네 경로당도 마을회관도 개점휴업이다. 할망(할머니), 하르방(할아버지)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매일 고사리 사냥을 떠난 탓이다. 제주에서 야생 고사리를 꺾을 수 있는 시기는 4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딱 한 달간. 5월 하순이면 고사리 잎이 펴 버리고 줄기가 단단해져 맛도 없다. 야생 고사리는 아직 잎이 피지 않고 동그랗게 말린 새순을 꺾는다. 고사리를 잡아채 톡톡 툭툭 꺾는 손맛은 느껴 본 사람들만 안다. 들판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초록색의 가늘고 긴 고사리는 백고사리, 가시덤불 등 그늘에서 자란 진한 갈색의 통통한 고사리는 흑고사리다. 고수 고사리꾼는 흑고사리만 고집해 곶자왈 가시덤불로 뛰어들고 초보 고사리꾼은 들판의 백고사리에도 만족해한다. 조상 모시기에 유별난 제주의 제사상에는 반드시 고사리가 올라간다. 집집이 그해 꺾은 햇고사리를 잘 보관했다가 정성껏 제사상에 올린다. 양진건 제주대 교수는 16일 “봄에 제사상에 올릴 고사리를 미리 충분히 꺾어 놓아 보관해 두는 게 제주사람들의 오랜 풍습”이라며 “가시덤불을 헤쳐서라도 봄에 질 좋은 고사리를 좀 꺾어 둬야만 조상들 볼 면목이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야생 고사리 줄기는 꺾어도 아홉 번까지 새순이 돋아난다. 4월 중순부터 제주에는 비가 자주 내린다. 이 비는 고사리를 땅속에서 쑥쑥 키워내 ‘고사리 장마’라 부른다. 고사리 장마철이면 앞사람이 지나간 곳을 뒤따라 가도 금세 자란 새 고사리를 만날 수 있다. 제주에는 ‘고사리는 아홉 성재(형제)다’는 속담도 있다. 고사리처럼 자손들이 강하게 자라고 번성하기를 바라는 제주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고사리 꺾기 고수는 혼자, 하수들은 몰려 다녀 제주 고사리는 예로부터 ‘귈채’라 불리며 임금님께 바친 진상품으로 쫄깃하고 뛰어난 맛과 향기를 자랑한다. 곶자왈이며 오름(기생 화산) 등 제주의 청정 자연환경이 키워내 제주산 고사리는 명품 대접을 받는다. 최고의 품질답게 소고기보다도 비싸다. 1㎏ 제주 한우 등심이 7만원여원인데 잘 말린 제주 햇고사리는 12만~13만원을 호가한다.시골의 할망들은 고사리 철이면 한 달 동안 부지런히 발품 팔아 200만~300만원을 거뜬히 번다. 제주 오일장에 내다 놓으면 관광객들에게 날개 돋친 듯 팔린다. 최근에는 고사리 꺾기에 관광객도 가세했다. 관광은 뒷전이고 고사리만 꺾는 고사리 투어가 인기다. 박미정 제주올레 홍보팀장은 “봄이면 어느 올레길에 고사리가 많이 있는지 문의 전화가 온다”며 “올레길 주변을 조금만 벗어나면 고사리를 흔하게 발견할 수 있어 올레길도 즐기고 고사리도 꺾는 올레길 고사리 투어객이 부쩍 늘어났다”고 말했다. 제주 이주민들은 고사리철이면 신바람이 난다. 도시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야생 고사리 꺾기에 하루하루가 설레고 즐겁다. 이주민 김민희(52)씨는 “제주 토박이들은 어디선가 크고 굵은 고사리를 수북이 꺾어 오지만 고사리 꺾기 초보 이주민들은 작은 고사리에도 만족해한다”며 “고사리 꺾기에 푹 빠져 꿈에도 고사리 꺾는 꿈을 꾸곤 한다“고 말했다.제주 토박이에겐 나만이 알고 있는 고사리 포인트가 있다. 할망들은 며느리에게도 고사리 포인트를 안 알려준다고 한다. 야생 고사리가 많은 곳으로 유명한 서귀포시 남원읍 일대는 요즘 고사리꾼들로 넘쳐난다. 남원 토박이 김만수(53)씨는 “여행객까지 가세하면서 요즘 남원 들판에는 고사리보다 고사리꾼들이 많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며 “고사리 꺾기 고수들은 나만의 포인트를 찾아 혼자 가고 하수들은 여럿이 몰려 다닌다”고 말했다. 조선 중기 제주에서 10년간 유배생활을 했던 정온(1569~1641)은 야생 고사리를 즐겨 먹었고 인조반정으로 제주에서 풀려난 후 병자호란을 겪은 뒤 그의 은거지도 고사리를 캐는 집이라는 뜻의 채미헌(採薇軒)이라 지었다. 고사리철이 되면 119도 바짝 긴장한다. ‘길 잃음’ 안전사고 주의보를 발령하고, 고사리 채취객 등을 대상으로 안전사고 예방 홍보에 발 벗고 나선다. 지난해 제주에서 발생한 길 잃음 사고 75건(89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45건(48명)이 고사리를 채취하다 숲속에서 길을 잃은 사고다. 제주도소방본부 관계자는 “숲속에서 고사리를 꺾다 보면 나도 모르게 더 깊은 숲속으로 자꾸 들어가게 돼 자칫하면 길을 잃을 수 있고 더구나 제주 지리에 밝지 않은 관광객이나 이주민들은 주의해야 한다”며 “일행을 동반하고 휴대전화와 호루라기 등 연락 가능한 장비를 반드시 휴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9~30일 한남리서‘ 한라산 청정 고사리 축제’ 야생 고사리가 절정을 이루는 이달 말이면 제주에서는 고사리 축제가 열린다. 오는 29~30일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국가태풍센터 인근)에서는 ‘생명이 움트는 남원읍, 몽클락헌(몽특한) 고사리와 함께’라는 주제로 한라산 청정 고사리 축제가 펼쳐진다. 축제가 열리는 한남리 일대는 제주에서 야생 고사리가 가장 많은 곳이다. 고사리 꺾기와 고사리를 삶고 말리는 제주 고사리 풍습, 고사리를 넣은 흑돼지 소시지 등 고사리 음식 만들기, 고사리 염색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고사리 축제를 기념해 머체왓 숲길 걷기대회도 열린다. 머체왓 숲길은 남원읍 한남리 공동목장 일원에 야생화 숲길, 돌담쉼터, 머체왓 전망대, 산림욕 숲길, 목장 길, 머체왓 집터, 서중천 숲 터널 등 6.7㎞ 코스다. 머체왓 숲길 중간지점에는 40~50년 전에 마을주민들이 거주했던 머체왓 마을집터와 올레 등을 부분적으로 복원해 놓았고 방목 중인 소와 말들을 구경하면서 목장길을 자유롭게 걸을 수 있다. 축제 기간 오토캠핑장도 운영한다. 남원읍 축제위원회 관계자는 “제주 들판에서 고사리를 꺾으면서 제주의 아름다운 봄기운을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다”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축제여서 관광객도 잠시나마 고사리 삼매경에 빠져 보면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콜롬비아 평화협정, 노벨평화상의 그늘…피해자 840만

    콜롬비아 평화협정, 노벨평화상의 그늘…피해자 840만

    반세기 넘게 이어진 내전으로 콜롬비아에서 발생한 피해자가 840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콜롬비아에선 지난 9일(현지시간) '희생자의 날' 행사가 열렸다. 내전 희생자를 추모하고 서로를 용서하자는 취지로 6년 전 제정된 날이다. 올해 '희생자의 날' 행사는 52년 만에 처음으로 반군과 정부군의 무장갈등 없이 열려 각별한 관심을 끌었다. 후안 마누엘 산토스 대통령은 "피해자의 수를 보면 평화로운 국가를 만들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며 "진실을 밝히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도록 하는 게 희생자들에게 대한 최고의 예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콜롬비아 정부가 관리하는 공식통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내전으로 발생한 피해자는 837만6463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713만4646명은 위험을 피해 정든 곳을 떠나 떠돌이 생활을 한 피난민이다. 살해된 사람은 98만3033명, 실종된 사람은 16만5927명을 헤아린다. 고문을 당한 사람은 1만237명, 납치된 사람은 34만814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콜롬비아 정부는 완전한 내전 종식을 위해선 피해자 보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후안 마누엘 크리스토 콜롬비아 내무장관은 "반세기 이상 계속된 내전을 완전히 끝내기 위해선 피해보상이 꼭 필요하다"며 지원을 약속했다. 콜롬비아 의회는 이날 내전 피해자를 초청해 증언을 듣는 등 행사를 열었다. 마우리시오 리스카노 의장은 "(진행되고 있는) 평화협정의 주인공은 바로 피해자들"이라며 "국가는 더 이상 1사람의 피해자도 나오지 않도록 국가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콜롬비아 정부는 지난해 11월 24일 좌파 반군과 평화협정에 서명했다. 1964년 내전이 시작된 지 52년 만이다. 평화협상을 주도한 산토스 대통령은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산토스 대통령은 수상식에서 "콜롬비아가 지구 각지의 무장갈등에 평화적인 해법을 찾는 모델이 될 것"이라며 대화를 통한 내전 종식에 강한 의지를 확인했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김연아 라이벌’ 아사다 마오, 전격 은퇴 선언

    ‘김연아 라이벌’ 아사다 마오, 전격 은퇴 선언

    일본 여자 피겨 선수 아사다 마오(淺田眞央)가 10일 은퇴를 선언했다. 아사다 마오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갑작스럽지만, 나 아사다 마오는 피겨 스케이트 선수로서 끝내려는 결단을 했다”며 “지금까지 오랫동안 스케이트가 가능했던 것도, 많은 일을 극복해 올 수 있었던 것도 많은 분들로부터 지지와 응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아사다는 “실제로 선수로 해보지 않았으면 모르는 일들이 많았다. 자신이 원하는 연기와 결과를 내지 못하고 고민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리고 지난해 전일본 대회를 마친 후 지금까지 나를 지탱해온 목표가 사라지고, 선수로서 계속할 기력도 없었다”고 은퇴 결정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피겨스케이팅 결정에 후회는 없다. 스스로 큰 결단이지만, 인생에 있어서 또 하나의 통과점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새로운 꿈과 목표를 발견하고 미소를 잃지 않고 전진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사다 마오는 한때 김연아(은퇴)의 라이벌로 꼽히던 일본 피겨 최고의 스타다. 그러나 김연아의 그늘에 가려져 2인자에 그쳤다. 지난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6위에 그쳤지만, 그해 세계선수권에서는 1위를 기록하며 부활 가능성을 알렸다. 평창올림픽에서 부활을 노렸지만, 이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아사다 마오는 내년 2월 평창 동계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준비해왔지만, 일본이 최근 열린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올림픽 출전권 2장을 얻는데 그쳐 ‘평창 드림’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자치광장] 유수지에서 많은 용 난다/조길형 영등포구청장

    [자치광장] 유수지에서 많은 용 난다/조길형 영등포구청장

    행정자치부가 매년 발간하는 ‘2016년 행정자치통계연보’에서 ‘주민 1인당 면적’이라는 흥미로운 통계를 봤다. 서울의 전체 면적을 인구수로 나눈 결과다. 1명의 시민이 60.4㎡(18.3평)의 공간을 가진 걸로 나타났다. 인근의 경기(812㎡), 인천(358㎡)과 비교하면 초라하다. 서울에서의 공간 활용이 쉽지 않음을 다시 한번 느꼈다.영등포구는 유휴공간으로 눈을 돌렸다. 영등포구 유수지(저수지) 4곳의 면적을 합하면 13만㎡에 이른다. 유수지는 집중호우 시 재해를 예방하는 방재시설이다. 하지만 여름철 우기를 제외하면 마땅한 용도가 없다. 활용 가능성이 넘쳐나는 새로운 공간인 것이다. 특히 양평유수지(3만 4000㎡)는 10년 전만 해도 주민들의 민원이 많았던 곳 중 하나다. 악취가 심했고, 해충이 들끓었다. 이후 생태공원화 사업이 모든 걸 바꿔놨다. 기피시설은 철새와 곤충들이 날아드는 생태하천으로 거듭났다. 높이 10m가 훌쩍 넘는 메타세쿼이아, 수양버들 등 유수지를 둘러싼 나무 300그루는 주민에게 그늘을 제공했다. 생태연못, 사각정자 등의 시설도 자랑거리로 뽐낼 만하다. 대외적으로 성과도 인정받고 있다. 강원 철원군과 경기 부천시에서 유수지 활용의 모범사례로 영등포구를 벤치마킹할 정도다. 2014년 서울시가 선정한 ‘사색의 공간 87선’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양평유수지의 변신은 아직도 진행 중에 있다. 2017년 지하에 대용량의 저류조를 설치해 악취를 차단할 예정이다. 지상에는 체육공원을 만들어 구민들에게 한발 더 다가서는 생태공원으로 거듭날 것이다. 더불어 도림유수지의 유휴공간에도 생활체육 시설을 확충 중에 있다. 내년 4월 준공예정인 배드민턴 전용 실내 체육관은 유수지 일부를 복개해 지상 3층 규모로 조성된다. 12면의 배드민턴장과 각종 주민편의시설도 들어설 예정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유수지 측면에 인공암벽장을 준공한다. 물론 영등포구 이외에도 유수지 활용사례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영등포구 사례가 더욱 빛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적은 녹지와 구도심이라는 단점을 극복했기 때문이다. 구민 모두에게 행복한 유수지가 될 수 있도록 밤낮없이 고민했다. 그 결과 주민들에게 외면받던 혐오시설은 주민이 찾아오는 도심 속 힐링공간으로 바뀌었고 대외적으로 성과를 인정받는 명소가 됐다. 앞으로도 유수지를 부족한 녹지 확충에 활용하고, 각종 문화행사와 생활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장소로 만들겠다. 외면받던 유수지는 독특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변모할 것이다.
  • 벚꽃만 꽃이더냐

    벚꽃만 꽃이더냐

    봄꽃들이 한창이다. 매화, 벚꽃 등이 나라 안 여기저기서 흐드러지는 때다. 한데 이름값은 덜해도 곱기로는 뒤지지 않는 봄꽃들도 있다. 참꽃, 산벚꽃처럼 두메에 피어 이름조차 불러 주지 못했던 꽃들이다. 이 봄, 기억해 둘 만한 봄꽃 명소들을 모았다. 절정의 진달래●경남 창녕 화왕산 진달래 모가지 꺾어 봉오리째 떨어지는 꽃은 동백뿐만 아니다. 진달래도 그렇다. 절정에 이른 자태 그대로 낙화한다.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오기가 느껴지는 장면이다. 이 모습 보며 시인은 읊조렸을 것이다. 나는 당신이 가도 울지 않을 것이라고. 심지어 당신 가는 길 위로 자신의 꽃술을 아낌없이 뿌려 주겠다고 말이다. 경남 창녕의 화왕산(757m)은 4월 중순이면 산 전체가 진달래의 영토로 변한다. 화왕산(火旺山)이 아니라 ‘화(花)왕산’으로 써야 옳을 지경이다. 화왕산은 품이 넓다. 진달래와 초원, 억새, 그리고 눈꽃이 계절을 따라 번갈아 흐드러진다. 기암절벽도 옹골차다. 이 특유의 산세 때문에 탐화객뿐 아니라 암릉 산행을 즐기는 이들도 곧잘 찾는다. 진달래 산행은 자하곡 매표소~정상~화왕산성 동문~배바위를 거쳐 원점 회귀하는 게 일반적이다. 거리는 7㎞ 남짓. 산행 시간은 4시간 안팎이다. 기왕 창녕까지 갔으니 ‘지구와 동년배’라는 우포늪까지 돌아보는 게 좋겠다. 천지에 복사꽃●경북 경산 반곡지 복사꽃 벚꽃이 지고 나면 복사꽃이 핀다. 유치환의 시처럼 ‘열여덟 아가씨의 풋마음 같은 새빨간 봉오리’가 인상적인 꽃이다. 복사꽃으로 가장 이름 난 곳은 경북 영덕이다. 지품면, 달산면 일대가 죄다 복사꽃밭이다. 한데 주변과 어우러진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꼽자면 경북 경산의 반곡지가 단연 앞선다. 분홍빛 복사꽃과 신록으로 물든 왕버드나무가 무릉도원 같은 풍경을 펼쳐 낸다. 바람 없는 아침이면 그 자태가 물 위에 고스란히 반사된다. 자연이 그린 데칼코마니다. 반곡지가 속한 남산면 일대는 경산 최대의 복숭아 산지다. 봄이면 마을 초입의 밤별곡 고개 일대가 온통 연분홍 꽃구름으로 가득 찬다. 마을 뒤편 삼성산엔 트레킹 길도 조성돼 있다. 다만 이른 아침엔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몰려드는 통에 몹시 번잡하다. 차들이 엉키는 경우도 흔하다. 이 시간을 피해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 반곡지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에 계정숲이 있다. 이팝나무와 느티나무 등이 우거진 숲 그늘에서 산책하기 좋다. 불타는 참꽃숲●대구 비슬산 참꽃 군락지 ‘대구의 어머니 산’이라 불리는 비슬산(1084m)은 일년에 한 차례 꽃단장을 한다. 4월 하순이면 참꽃이 무리 지어 피어 온 산을 붉게 물들인다. 참꽃은 진달래꽃을 이르는 이름이다. 먹지 못하는 ‘개꽃‘(철쭉)과 달리 먹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참꽃’이라 불린다. 참꽃 군락지는 대견사 위, 그러니까 해발 1000m에 달하는 고위평탄면에 99만㎡(약 30만평) 규모로 펼쳐져 있다. 참꽃들이 절정을 이룰 때면 산 전체가 붉은빛을 띨 만큼 거대한 규모다. 대견사는 개창 연대가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고찰이다. 일연 스님이 22년간 주지로 주석하면서 ‘삼국유사’ 집필을 구상한 절집이기도 하다. 비슬산 역시 빼어난 산세로 사철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명산이다. 특히 약 2㎞ 길이의 암괴류(천연기념물 435호)가 일품이다. 암괴류는 둥글거나 각진 바위 덩어리들이 아주 천천히 흘러내리면서 쌓인 것을 일컫는다. ‘반딧불이 전기차’를 타고 오르다 보면 확연히 굽어볼 수 있다. 깊은 산 꽃사태●충남 금산 보곡산골 산벚꽃 산벚꽃들은 개화 시기가 늦다. 길가의 벚꽃들이 질 무렵에야 꽃술을 연다. 충남 금산의 보곡산골이 널리 알려진 산벚꽃 명소다. 국내 최대 규모인 660만㎡(약 200만평)의 산지에 산벚나무들이 빼곡하다. 보곡산골은 합성어다. 금산에서도 오지로 꼽히는 군북면 보광리와 상곡리, 산안리에서 한 글자씩 따 조합했다. 산골마을이다 보니 평균 기온도 타 지역보다 섭씨 4~5도 정도 낮다. 개화 시기 역시 반 박자 늦다. 다른 곳에서 낙화 소식이 들릴 때쯤 보곡산골에선 꽃사태가 펼쳐진다. 한꺼번에 피지도 않는다. 오늘은 여기서 피었다가 내일이면 저기서 진다. 그 덕에 매일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세 마을 가운데 가장 이름이 알려진 곳은 산안리다. 마을을 휘휘 도는 임도를 따라 ‘산벚꽃길’을 조성해 뒀다. 거리는 9㎞쯤 된다. 천천히 돌아볼 경우 세 시간 정도 걸린다. 코스 중간중간 ‘보이네요 정자’ ‘산꽃세상 정자’ ‘봄처녀 정자’ 등 쉴 곳도 마련해 놓았다. 신선의 이팝꽃●이팝나무 두른 경남 밀양 위양못 봄이 여름으로 향할 무렵 이팝나무 꽃이 핀다. 대략 5월 중·하순 즈음이 절정이다. 이팝나무는 보통 가로수로 식재되거나, 산간 오지에 저 홀로 자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경남 밀양의 위양못에선 다르다. 고택 완재정과 어우러져 기막힌 절경을 펼쳐 낸다. 위양못은 둘레 166m에 불과한 자그마한 저수지다. 규모는 작아도 축조 시기는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작은 연못 안에 5개의 섬과 휘휘 늘어진 버드나무 등이 어우러져 빼어난 풍경을 그려 낸다. 특히 바람이 없는 아침나절 잔잔한 물 위로 주변 풍경이 모두 담길 때면 신선의 세계를 엿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풍경의 화룡점정은 완재정이다. 못 가운데 섬에 세워진 정자다. 1900년에 안동 권씨 후손들이 지었다고 전한다. 완재정 풍광은 담장 옆에 선 이팝나무꽃이 흰쌀밥처럼 피어나는 이맘때가 가장 아름답다. 이 무렵 전국 내로라하는 사진작가들의 발걸음도 잦아지기 시작한다. 연못 주변으로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함혜리 선임기자의 예술산책] 美 현대미술 발전 견인차… 문화거리 창출 ‘걸작 둥지’

    [함혜리 선임기자의 예술산책] 美 현대미술 발전 견인차… 문화거리 창출 ‘걸작 둥지’

    뉴욕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관 휘트니미술관은 ‘미국 미술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최고 기관’이라는 뚜렷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미국 미술의 수집, 보존, 해석, 전시를 사명으로 하는 휘트니미술관은 세계 최고의 20세기 미국 미술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 미술의 최근 발전을 조망하는 휘트니 비엔날레를 열고 있으니 그럴 만한 자격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휘트니미술관은 2015년 5월 첼시 지역에 프리츠커상에 빛나는 건축계 거장 렌조 피아노가 설계한 근사한 새 건물을 지어 재개관하면서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미트패킹 디스트릭트에 새 둥지를 튼 휘트니미술관은 하이라인파크와 함께 뉴욕 여행에서 꼭 찾아야 할 명소가 됐다.동시대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20세기와 현대 미술을 폭넓게 소개하는 이 미술관은 뛰어난 여류 조각가였던 거트루드 밴더빌트 휘트니(1875~1942)의 예술가를 향한 아낌없는 지원 덕분에 설립됐다. 거트루드 휘트니는 미국 철도왕 밴더빌트의 손녀로 태어나서 역시 엄청나게 부유한 휘트니 가문의 아들과 결혼한 ‘다이아몬드 수저’였다. 심지어 뛰어난 조각가이기까지 했던 거트루드 휘트니는 작업에 전념하기 위해 문화반란자들의 중심지였던 그리니치빌리지에 1907년 작업장을 마련했다. 자유로운 영혼의 예술가들과 어울리면서 그녀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지니고 실험적인 작품을 하는 미국 작가들이 작품을 발표하거나 판매할 길이 없어 곤궁한 삶을 산다는 것을 알게 됐다.# 캔틸레버식 입구… 건물 외부는 대형 공용 공간 휘트니는 1914년 그리니치빌리지의 작업실 옆에 ‘휘트니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전통 학계가 외면한 동시대 미국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쇼케이스를 마련해 주었다. 젊은 예술가들 중에서 특히 로버트 헨리를 중심으로 모인 ‘애시캔(쓰레기통)파’ 화가들의 실험적인 작품을 자신의 전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중요한 모던아트 수집가가 됐다. 컬렉션 작품이 500점을 넘어서자 1929년 휘트니는 자신의 소장품을 기부금과 함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거절당하자 직접 새로운 미술관 설립을 구상한다. 유럽의 예술가들에게 경도된 당시 분위기와 미국의 실험적인 아티스트들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상황에서 태어날 새 미술관의 목적은 미국의 아티스트와 작품만을 다루는 것이었다. 1930년 휘트니는 25년간 모은 600여점의 현대미술 컬렉션을 토대로 미술관을 설립하고 1931년 그리니치빌리지 웨스트 8번가에 휘트니미술관을 개관했다. 그녀는 1942년 사망할 때까지 미국 미술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했다. 미술관은 1954년 확장을 위해 웨스트 54번가로 이전했다가 이 장소도 비좁아지자 1966년 맨해튼의 부자들이 모여 사는 매디슨 애비뉴 75번가에 마르셀 브로이어가 디자인한 미술관 건물로 이전했다. 피라미드를 거꾸로 세운 모양의 브로이어 빌딩은 폐쇄적 외관 때문에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부자 동네라는 지역의 덕을 톡톡히 봤다. 기존 54번가에서는 모마(뉴욕현대미술관)의 그늘에 가려 있던 휘트니미술관이 매디슨 애비뉴로 이사 오면서 급성장했다. 1974년 부임한 톰 암스트롱 관장은 뛰어난 기획력으로 블록버스터급 전시를 터뜨려 일일 관람객 수가 3000~5000명까지 늘자 증축 필요성을 제기한다. 1991년 새 관장에 부임한 데이비드 로스는 이사회를 설득해 증축 논의를 급진전시켰고 건축가로 파리의 퐁피두센터를 지은 렌조 피아노를 선임했다. 휘트니의 소장품이 2만점을 넘어선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전시공간의 확보였다. 서측 지역의 활성화를 위해 블룸버그 시장은 휘트니에 시가 소유한 첼시의 거대한 땅을 공시지가의 절반값에 줄 테니 하이라인 초입부에 새 미술관을 짓자고 제안한다. 휘트니 이사회는 소호의 갤러리들이 이전하면서 예술거리로 새롭게 뜨고 있는 첼시 지역의 위상을 감안해 뉴욕시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새 미술관이 첼시 지역의 예술계와 연동하고 뉴욕 서측 지역 다운타운의 활성화에 부합할 뿐 아니라 더 많은 소장품을 공공에게 열어줄 수 있다는 기대에서였다. 매디슨 애비뉴의 증축안에서 하이라인 남쪽 입구의 위치로 설계 방향을 바꾸게 된 렌조 피아노는 새 건물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새 미술관 디자인은 휘트니미술관의 필요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이 놀라운 부지의 특징을 기반으로 삼았습니다. 부지의 생명력을 살리는 동시에 다채로운 특징을 돋보이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기 위한 첫 번째 방법은 캔틸레버(공간에 삐죽하게 나온 지붕 혹은 테라스) 식의 입구를 채택한 것으로 건물 바깥 부분을 안전한 대형 공용공간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하이라인 공원 아래에 위치한 이 모임 공간에 서면 건물 입구와 웨스트사이드 쪽 대형 창문을 통과해 허드슨강 너머까지 눈에 들어옵니다. 여기에서 물, 공원, 산업구조 공간, 다양한 사람까지 한번에 볼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조화되는 한가운데에 새 건물과 미술 경험이 있습니다.”# 비대칭적 외관, 주변 빌딩·고가철도와 잘 어울려 브로이어 건물에서의 역사는 2014년 10월 20일로 마감하고 휘트니미술관은 2015년 5월 1일 갠즈보트가 99의 새로운 건물에서 재개관했다. 하이라인의 남쪽 끝 지점, 허드슨 강변에 위치한 새 휘트니미술관은 총 9층 높이에 실내 전시면적만 4600㎡(약 1400평)에 이른다. 렌조 피아노는 특유의 투명성과 개방성으로 미술관 건물을 설계했다. 미술관의 중심이 되는 전시공간을 건물 중앙에 위치시키면서 건물 전체를 수직으로 삼등분해 저층부는 거리와, 중층부는 하이라인과, 상층부는 외부 테라스 공간과 접하도록 했다. 6층부터 8층까지 야외 테라스를 두어 서측으로 허드슨 강변을, 동측으로는 맨해튼을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해 질 녘 테라스에서 보는 허드슨 강과 맨해튼의 경치가 장관이다. 비대칭적인 외관은 고층건물과 고가철도로 이루어진 주변 경관과 잘 대응해 튀지 않으면서도 현대적이고 조각품 같은 존재감을 드러낸다. 갠즈보트가를 따라 펼쳐진 캔틸레버식 입구는 하이라인공원 남쪽 출입구에서부터 ‘라르고’라는 실외 모임공간을 이룬다. 새 건물에는 전시공간 외에도 최신식 시설을 갖춘 교육센터와 함께 영화와 비디오 상영, 공연을 할 수 있는 다용도 블랙박스 무대를 갖추고 있다. 허드슨 강이 내려다보이는 170개 좌석 규모의 극장, 보존 연구소, 도서관 열람실도 있다. 뉴욕 요식업계 거물 대니 마이어의 유니언스퀘어호스피탤리티가 운영하는 1층의 레스토랑 ‘언타이틀드’(무제)와 8층의 ‘스튜디오 카페’도 식도락가라면 가볼 만하다. # 재개관 2년째… 도심 문화지형 완전히 변모시켜 미술관 소장품은 영문 명칭대로 미국 미술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현대미술의 거장 앤디 워홀, 재스퍼 존스, 클래스 올덴버그, 로이 리히텐슈타인, 제프 쿤스, 찰스 레이, 리처드 에스테스, 에드워드 호퍼 등 미국에서 활동한 20~21세기 예술가 3000명의 작품 2만 1000점을 소장하고 있다. 미술관에서는 소장품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기획전과 특별 기획전, 실험적인 작가들의 초대전을 마련하고 있다. 이번 겨울~봄 시즌에는 8층에서 추상미술 작가 카르멘 레레라 회고전, 7층과 6층 전시실에서는 휘트니 소장품 중에서 20세기 초부터 현재까지 인물을 다룬 다양한 장르의 작품으로 꾸며진 ‘휴먼 인터레스트’전이 열렸다. 장 미셸 바스키아의 ‘할리우드 아프리칸’, 앤디 워홀이 미술품 수집가 에델 스컬의 표정을 담은 ‘에델 스컬의 36회’, 에드워드 호퍼의 자화상, 이란 출신 예술가 시린 네샤트의 자화상이 눈길을 끈다. 5층에서는 1905년부터 최근까지의 예술영화 흐름을 보여 주는 전시가 열렸다. 미술관 입구에는 연일 입장을 기다리는 긴 줄이 서 있다. 첼시 마켓에서 식사를 하고 온 뉴요커, 하이라인파크에서 산책을 하고 오는 사람, 예술에 관심이 많은 관광객 등 다양하다. 재개관한 지 채 2년이 되지 않은 새 휘트니미술관이 외형뿐 아니라 다운타운의 문화 지형까지 완전히 바꿔 놓았다는 것은 굳이 말로 할 필요가 없다. 글 사진 lotus@seoul.co.kr
  • [씨줄날줄] 금산(禁山)과 식목/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금산(禁山)과 식목/서동철 논설위원

    “옛말에 ‘10년 계획으로 나무를 심는다’는 말이 있다. 지역에 알맞은 나무를 심으면 봄에는 꽃을 보고, 여름에는 그늘을 즐기며, 가을에는 열매를 얻는다. 그뿐 아니라 재목과 기구도 되니 모두 자산을 늘리는 방법이다. 그리하여 옛사람들도 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을 중히 여겼다.”오늘은 식목일이다. 조선시대 실학자 홍만선(1643~1715)은 ‘산림경제’(山林經濟)에서 이렇게 나무심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종 때 영의정을 지낸 허적(1610∼1680)도 거듭되는 가뭄으로 피해가 극심해지자 그 대책으로 식목을 제시했다. 산림이 농업용수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조선 왕조는 출범 초기부터 산림의 가치에 관심을 많았는데, 태종은 즉위 7년(1407) 각도 수령에게 명하여 기존 산림을 관리하는 것은 물론 초봄에 소나무를 심게 했다. 특히 해안 지역에 소나무를 심고 기르는 것은 수령의 평가에도 반영했다. 소나무는 건축 자재이자 병선(兵船)을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재료였다. 정조는 식목에 특별한 관심을 가진 인물이었다. 특히 수원 화성을 건설하면서 대대적으로 나무를 심었다. 화성 축조 이전의 팔달산은 대머리산이라는 뜻의 독산(禿山)이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헐벗었다고 한다. 정조는 행궁을 감싸고 있는 팔달산에 나무를 심는 것과 함께 녹지를 조성하고 가로수를 식재하는 데 힘썼다. 화성의 식목이 철저하게 목적을 가진 사업이었다는 것은 특기할 만하다. 성 안팎에는 소나무, 참나무, 상수리나무를 심었는데 성곽의 보수 및 관리를 위한 장비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주거지 안팎에 뽕나무와 삼나무를 권장한 것은 소비도시에 머물지 않는 자급자족 도시로 만들겠다는 뜻이었다. 방죽 주변에는 버드나무를 심어 그늘을 제공하도록 했고, 방죽 내부에는 연꽃을 심어 경관을 아름답게 하면서 먹거리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조선의 산림 정책은 왕실과 조정의 주도로 벌채를 막는 금산(禁山)과 식목의 병행이었다. 여기에 조선 후기가 되면 향교나 서원은 물론 마을과 문중, 개인까지 식목 주체의 범위가 넓어졌다. 특히 마을과 문중은 공유숲과 선산을 가꾸고 지키는 송계(松契)를 조직하기도 했다. 정조 12년(1788) 공포한 송금사목(松禁事目)은 최초의 전국 단위 산림 보호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너비가 30리(12㎞)와 10리(4㎞)를 넘는 고을은 산지기를 각각 3명과 2명, 너비 10리 미만이면 산지기 1명을 두고, 일체의 잡역이나 군역을 면제해 주었으니 산림 관리에 적지 않은 공력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80세 할아버지 조폭 등장, 일본 초고령사회 그늘

       일본 조폭인 야쿠자 조직원에 80살의 조폭이 등장하는 등 조직폭력의 세계도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4일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2015년 말 현재 전국 폭력조직의 조직원 2만 100여명 중 40% 이상이 50대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아사히(朝日)신문 등 현지언론이 전했다. 경찰관계자는 “50대 이상 조직원의 비율이 이렇게 높아진 것은 통계가 남아있는 2006년 이후 처음”이라면서 “야쿠자 조직도 초고령 사회로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연령대별로는 50대가 20.0%, 60대가 15.1%, 70대 이상도 6%였다. 2006년 말과 비교하면 20대 조직원의 비중이 12.6%에서 4.7%, 30대는 30.6%에서 20.0%로 지난 10년간 격감한 것으로 밝혀졌다. 체력이 왕성한 20~30대 조직원이 대폭 감소한 것이다. 반면 40대 조직원의 비중은 22.1%에서 34.1%로 높아졌다.  일본 최대의 폭력조직인 야마구치구미(山口組. 본부 고베(神戶)시) 산하 조직의 한 두목(組長)급 조직원(70)은 아사히신문에 “지병도 있고 해서 뒤를 맡길 사람만 있으면 얼른 은퇴해 편하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야마구치구미와 고베 야마구치구미의 직계 두목 중 최고령자는 각각 80세와 79세다.  또 다른 경찰관계자는 “작년 말 기준 일본 전국의 폭력조직 조직원(준 조직원 포함)은 3만 9100명으로 통계가 있는 1985년 이후 처음으로 4만명 밑으로 줄었다”면서 “조폭들이 이권 사업이 급격하게 줄면서 젊은 층 유입이 급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盧 꼬리표’ 떼고 ‘정치근육’ 붙인 文…“두번 패배 없다”

    ‘盧 꼬리표’ 떼고 ‘정치근육’ 붙인 文…“두번 패배 없다”

    문재인(64)의 두 번째 도전이 시작됐다. 이번에는 고 노무현(1946~2009) 전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 오롯이 ‘정치인 문재인’으로 승부를 겨루려고 한다. 오랜 세월 그를 지켜본 이들은 “눈빛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정치인에게 꼭 필요한 절실함과 권력의지, ‘정치 근육’이 생겼다는 의미일 게다.5년 전 운명에 떠밀리듯 대선 무대에 강제 소환됐지만, 2017년의 문재인은 더는 ‘운명’을 담지 않는다. 2011년 자전에세이 ‘문재인의 운명’의 마지막 페이지에 “당신(노무현)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고 한탄하듯 말했다. 하지만 노무현의 ‘친구’(실제로는 문 전 대표가 여섯 살 적다. 다만 노 전 대통령이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고,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이자 참여정부 마지막 비서실장이란 꼬리표는 더이상 문재인의 전부가 아니다. 대신 ‘왜 대통령이 되려는가’란 물음에 “재조산하(再造山河)”라고 답한다. 폐허가 된 나라를 다시 만든다는 의미다. 그 기반은 ‘노무현의 자산’이 아닌 ‘문재인의 자산’이다.여전히 노무현을 언급하지 않고 문 후보를 온전히 설명할 수는 없다. 1982년 첫 만남 이후, 둘은 인권변호사의 길을 함께 걸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로 들어가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비서실장 등을 역임하며 참여정부의 성공과 좌절을 함께 경험했다. 노 전 대통령 탄핵 때는 대리인단 간사 변호인을 맡았고, 퇴임 후에도 양산 자택과 봉하마을을 오가며 곁을 지켰다. 노무현은 그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인 동시에 아킬레스건이다. 2012년 대선 당시 “참여정부는 모든 면에서 큰 성취가 있었던, 총체적으로 성공한 정부였다”고 강변하다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문 후보를 소환해 미완의 참여정부를 완성하고, 정치적 복권을 하려는 친노(친노무현)의 욕망이 외려 ‘정치인 문재인’의 성장을 가로막은 셈이다. 문 후보의 지갑에는 여전히 노 전 대통령의 유서가 있다. ‘운명’에서 그는 “별 이유는 없다. 그냥 버릴 수가 없어서 그럴 뿐”이라고 썼다. 문 후보의 측근은 “지금도 그때처럼 버리지 못해 넣어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 후보는 5년 전처럼 참여정부에 대한 강박적 옹호를 펴지 않는다. 지난달 24일 광주에서 열린 대선 경선 토론회에선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호남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은 호남의 인사차별을 뿌리 뽑지 못했고, 일자리 문제 등 삶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자성하기도 했다. 정치인 문재인으로 홀로 서기를 한 이후 얻은 건 세력이다. 친문(친문재인) 진영은 당 지도부를 장악했고, 소위 ‘문빠’란 말이 생길 정도로 충성도 높은 지지층도 있다. 물론 세력의 또 다른 얼굴은 ‘패권’이다. 문 후보 측이 항변하듯 경쟁자들이 만든 근거 없는 프레임이든, 실제 권력에 도취한 ‘패거리 권력’이든 문 후보에게는 양날의 칼이다. 한솥밥을 먹었던 안철수, 김한길, 박지원, 김종인 등은 패권주의를 지목하며 당을 떠났다. 자연인 문재인은 구여권과 반문(반문재인) 인사들도 인정할 정도로 소탈한 사람이다. 여전히 연필을 즐겨 쓰는 문 후보는 양복 주머니에 고무지우개를 넣고 다니기도 한다. 진지한 설득형으로, 법조인 출신답게 논리에 진정성을 담아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래서 그의 화법은 어눌하지만 담백하고 설득력 있다. 대충 얼버무리면 될 것도 기자들이 질문하면 모범답안으로 답하려고 노력한다. 겸손과 배려, 외유내강, 원칙주의자 등은 문 전 대표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단어들이다. 부산에서 변호사를 하던 시절 부인이 청약 저축에 가입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청약저축은 집 없는 사람들에게 우선 분양권을 주기 위한 제도니, 우리처럼 집 있는 사람들은 가입해선 안 된다”며 크게 화를 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문 전 대표는 청와대에 있으면서 출입기자들과 단 한 차례도 식사 자리를 갖지 않았고, 동창회에는 물론, 친구들과도 연락을 끊었다. 그런 그도 경남중·고교 시절에는 공부만 하는 모범생과는 거리가 멀었다. 싸움에 말려 친구와 의리를 지키려다 정학을 당했고, 술과 담배도 하는 ‘문제아’(실제 경남고 시절 별명)였다. 1·4 후퇴 흥남철수 작전 당시 고향(함경남도 흥남)을 떠난 실향민 부모를 둔 문 후보는 1953년 경남 거제에서 피란살이 중 태어났다. 역사학자가 되고 싶었지만, 부모와 교사의 설득으로 꿈을 포기하고 재수 끝에 경희대 법대에 4년 전액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심리학자 김태형씨는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에서 ‘기대를 저버리지 못했던 착한 아이 콤플렉스’라고 표현했다. 문 후보는 유신 반대시위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1975년 시위를 주도하다 구속, 제적됐고 강제징집을 받아 특전사로 배치됐다. 특전사 경력은 안보관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그의 방패막이가 됐다. 1980년 복학한 문 후보는 복학생 대표를 맡아 ‘서울의 봄’의 복판에 나섰다. 5·17 확대 계엄조치가 발동되면서 또 구속됐다. 1982년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졸업했지만, 시위 전력 탓에 판사로 임용되지 못했다. 덕분에 노 전 대통령과의 운명적 만남이 이뤄졌다. 종종 극우·보수진영에서 ‘좌파’, ‘안보관이 불안하다’는 공격을 받지만 그의 정치적 성향은 ‘진보’보다는 ‘중도개혁’에 가깝다. 특히 경제 정책에서는 균형과 안정을 중시한다. 재벌개혁을 주장하나 법인세 증세는 증세의 후순위에 뒀다. 이런 이유로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친재벌’이란 비판도 받았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이념적 진보가 아니라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민생진보”라고 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30대 그룹 2만명 감축…삼성 1만3006명 최다

    30대 그룹 2만명 감축…삼성 1만3006명 최다

    경기 불황이 고용 한파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30대 그룹이 지난해 2만명 가까이 고용을 줄였다.2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30대 그룹 계열사 중 사업보고서를 낸 253개사의 지난해 말 고용 인원은 93만 124명이다. 2015년 말에 비해 1만 9903명(2.1%) 줄었다. 남성 직원은 2.1%(1만 5489명), 여성 직원은 2.0%(4414명)씩 줄었다. 그룹별로는 삼성이 1만 3006명(6.6%) 줄여 최다를 기록했다. 지난해 삼성전자, 삼성중공업,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엔지니어링, 삼성물산 등 주요 계열사가 단행한 희망퇴직, 사업부 매각 등 대규모 구조조정의 결과다. 이어 현대중공업그룹이 4912명(13.0%)을 줄였고, 두산(1991명, 10.6%), 대우조선해양(1938명, 14.7%), 포스코(1456명, 4.8%), KT(1291명, 2.6%) 등도 1000명 이상씩 감축했다. 반면 신세계그룹은 전년보다 고용을 1199명(9.4%)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롯데(684명, 1.2%), CJ(599명, 3.1%), 현대백화점(516명, 5.6%) 등 나머지 유통 중심 그룹들도 일제히 고용을 확대했다. 이 밖에 효성(942명, 5.8%), LG(854명, 0.7%), 한화(577명, 1.8%)도 큰 폭으로 고용을 늘렸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장기 수주가뭄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몸살을 앓는 ‘조선 3사’는 지난해 고용 감축 기업 ‘톱5’에 모두 포함됐다. 이들 3사에서만 8347명(15.3%)이 줄어들었다. 삼성SDI(1969명, 17.8%), 삼성물산(1831명, 15.2%), 두산인프라코어(1517명, 37.7%), 삼성전기(1107명, 9.4%) 등 구조조정을 단행한 기업들의 고용이 1000명 이상씩 줄었다. 반면에 253개사 중에서 현대차(1113명, 1.7%)와 효성ITX(1045명, 13.9%)는 1000명 이상 고용이 늘어 대조를 이뤘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지금, 이 영화] ‘분노’, 믿고나서 배신 당할 것인가 의심하고 고통 받을 것인가

    [지금, 이 영화] ‘분노’, 믿고나서 배신 당할 것인가 의심하고 고통 받을 것인가

    영화 ‘분노’는 제목처럼, 분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기까지 도달하는 데는 한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포스터 문구에 쓰인 대로, “믿음 불신 그리고 분노”의 순서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분명 이 작품은 분노라는 감정의 정체를 들여다보는 것을 앞세우고 있지만, 그 뒤에는 이런 물음-‘무조건적인 타인의 환대는 가능한가?’라는 명제가 놓여 있다. 분노가 솟구치는 사례 중 하나는 타인을 철석같이 믿었다가 배신당한 경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모르는 누군가를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이 영화는 세 개의 에피소드로 우리에게 묻는다.첫째, 지바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3개월 전 가출한 아이코(미야자키 아오이)는 윤락업소에서 일하다 만신창이의 상태로 발견된다. 그런 딸을 겨우 찾아내 집으로 데리고 돌아온 요헤이(와타나베 켄)의 마음은 착잡하다. 동네 사람들은 아이코를 뒤에서 손가락질하지만, 항구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청년 다시로(마츠야마 겐이치)만은 그러지 않는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린다. 그런데 요헤이는 자기 자신을 자꾸 숨기려드는 다시로가 수상쩍다.둘째, 도쿄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회사원 유마(쓰마부키 사토시)는 게이 클럽에서 만난 나오토(아야노 고)에게 함께 살지 않겠느냐고 제안한다. 나오토는 고개를 끄덕인다. 유마는 어딘지 불안하고 애처로운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나오토에게 호감을 가졌고, 나오토도 본인에게 호의를 베푸는 유마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유마는 나오토가 어떤 여자와 카페에서 만나는 모습을 목격한다. 그런 적이 없다고 시치미를 떼는 나오토를 보며 유마는 혼란에 빠진다. 셋째, 오키나와에서 펼쳐지는 일이다. 무인도에 놀러 간 고등학생 이즈미(히로세 스즈)와 다츠야(사쿠모토 다카라)는 그곳에 머물고 있는 배낭여행자 다나카(모리야마 미라이)와 만나게 된다. 친절한 다나카에게 이즈미와 다츠야는 여러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렇지만 얼굴에 언뜻언뜻 드리우는 그늘, 다나카는 뭔가 비밀을 가진 남자처럼 보인다. 세 개의 에피소드가 교차되는 가운데, 경찰에서 공개한 살인 용의자 사진이 뉴스에 보도된다. 어찌 된 까닭인지 다시로·나오토·다나카가 그와 닮았다. 슬금슬금 모두의 마음에 의심이 깃든다. 재일 한국인 3세 이상일 감독은 “‘분노’는 스릴러 장르를 따르기는 하지만, 핵심에 있는 건 범인 찾기나 추리가 아닌 ‘믿는다는 것의 어려움’ 혹은 ‘사람을 의심해 버린 어둠’”이라고 밝히고 있다(원작을 쓴 소설가 요시다 슈이치도 후반부를 쓸 때까지 범인을 특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분노가 치미는 사례 중 다른 하나는 타인을 끝까지 믿지 않았다가 낭패를 당했을 경우다. 그때 분노는 타인이 아니라 스스로에게로 향한다. 믿고 배신당하느냐, 의심하고 고통받느냐, 그것이 분노를 둘러싼 문제다. 30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단독] 자살률 급증… ‘젊은 도시’ 세종시의 그늘

    [단독] 자살률 급증… ‘젊은 도시’ 세종시의 그늘

    공무원 자살률 상승 추이와 비슷 직무스트레스 관리 등 대책 시급‘젊은 도시’ 세종의 자살률이 최근 수년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정부청사의 세종시 이전과 맞물린 기간이다. 28일 세종시와 경찰청,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지역별 자살률이 세종의 경우 2013년 14.7명에서 2014년 15.2명, 2015년 19.7명으로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전통적으로 자살률이 높은 강원은 같은 기간 10만명당 자살률이 32.0명-29.9명-28.7명, 충남은 30.3명-30.9명-28.1명, 충북은 29.3명-26.6명-25.0명으로 감소세를 보이거나 큰 변동이 없었다. 세종은 2015년 말 현재 내국인 기준으로 20~49세의 비율이 48.0%로, 가장 젊은 도시로 꼽힌다. 서울은 같은 연령대 인구가 47.1% 수준이다. 세종시와 세종경찰서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자료를 보면 세종시 관내 자살자 수는 2013년 23명에서 2014년 25명, 2015년 49명, 2016년 52명으로 최근 3~4년 사이 2배 이상 늘었다. 세종의 자살률 상승은 공무원 자살률 변화 추이와도 일치한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공무원 중 자살자 수가 2013년 73명에서 2014년 87명, 2015년 92명으로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일반인의 자살자 수는 1만 4198명에서 1만 3571명, 1만 3344명으로 감소해 대조를 보였다. 세종 지역 공무원의 자살률이 세종시 자살률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세종청사 ‘마음톡톡 상담지원센터’ 박명희 센터장은 “1주일에 50~60명의 공무원이 센터를 찾는다”며 “세종 공무원의 정신건강을 위해 무엇보다 관리자의 문제 인식과 문제 해결에 대한 의식 전환이 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정부세종청사의 관련 부처 어디에서도 세종청사 공무원의 자살(고의적 자해) 현황과 추이를 체계적, 종합적으로 관리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세종청사 공무원의 근무환경이나 정신건강, 직무 스트레스를 개선하고 중장기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정책적인 접근과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시 정신건강증진센터 김현진 센터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정신건강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세종시 차원의 체계적인 인프라와 안전망이 아직은 부족하다”며 “세종시에 입주한 중앙행정기관의 경우 지역 사회의 정신건강 프로그램과 연계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 [강태진의 코리아 4.0]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리더

    [강태진의 코리아 4.0]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리더

    새 정부가 들어서는 올해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여는 원년이 돼야 한다. 새 세상을 여는 원동력은 기술 혁신이고, 혁신을 이끄는 힘은 우수한 인재에서 나온다. 이러한 시대에 지도자의 리더십 또한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세상의 변화를 읽어 내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많은 젊은 인재들은 책임감이 없고 정직하지 않으며 민주사회의 기본 요체인 시민정신조차 부족한 리더들의 그늘에 가려 오늘도 ‘혼돈에 빠진 청춘’으로 살아간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우리가 해결해야 할 산적한 문제 중에서도 정치적 리더십을 둘러싼 이상과 현실은 우리가 먼저 풀어야 할 숙제다. 진정한 리더십은 남녀노소 구분을 초월한다. 가부장적인 전통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역사적으로 정실과 비밀주의로 혼란과 불행을 자초한 것은 대부분 남성 리더의 몫이었다. 남성을 뛰어넘어 세계 정상의 리더십을 발휘한 여성 리더가 이미 여럿이다.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인 마거릿 대처는 국영 기업을 민영화하는 등 과감한 정책 추진으로 고질적인 ‘영국병’을 치유하며 최장기 집권했다. 엄격한 자기 관리와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리더십의 결과였다. 동독 출신의 앙겔라 메르켈은 여성 과학자로는 첫 번째로 독일의 총리가 됐다. 원리원칙에 충실하면서도 뛰어난 정치 감각과 결단력으로 ‘자유세계의 총리’로 불린다. 그녀는 떠도는 130만명의 시리아 난민을 독일 품에 안으며 섬세한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회 깊숙이 뿌리내린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면 여성이나 젊은 리더가 반드시 혁신적이고 민주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은 최근의 국정 농단 사태를 통해서도 잘 드러났다. 우리만이 아니다.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은 국무장관 시절 개인 이메일로 측근들과 은밀하게 소통하며 국가 기밀을 유출한 의혹에 휘말렸고, 아전인수식의 고집으로 추락했다. 변화에 대한 민주적인 리더십은 ‘다름’을 ‘틀림’으로 보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우리는 흔히 이 둘을 혼동한다. 다르다고 반드시 틀린 것은 아니다. ‘연대감으로부터의 분리’, ‘떨어져 있음’에 대한 두려움이 편견을 키운다. 촛불과 태극기 시위가 서로 ‘틀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는 심한 국론 분열을 겪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 ‘다름’에 대한 두려움을 깰 수 있는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 리더는 시민정신을 먹고살기에 우리 사회가 성숙한 시민의식이 없이는 그런 리더의 출현을 기대할 수 없다. 지금 대한민국의 민주공화주의는 몸살을 앓고 있다. 리더와 시민 모두 ‘공화’에 대한 개념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한마디로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의 구현이다. 서울대 구민교 교수는 ‘코리아 어젠다 2017’에서 “우리나라의 공화주의는 권력을 함께 나눈다는 데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공평하고, 공변되고, 상대를 높이는 것은 소홀히 하는 결과를 낳았다. 공(公)과 사(私)를 구분하는 데서부터 민주공화주의의 복원이 시작된다”고 지적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지 않으면 약속된 미래는 오지 않는다. 공들여 육성한 인재는 비옥한 땅과 맑은 바다와 같다. 옛것에 얽매이지 않고, 열린 곳으로 과감하게 밀고 들어가는 미래 인재 육성은 빠를수록 좋다. 인성은 어릴 때는 폭을 알 수 없는 미완의 영역이지만, 굳고 나면 바꾸기 어렵다. 생각의 폭은 교육을 통해 넓어진다. 기웃거리지 않는, 진정성을 갖춘 인재가 넘쳐날 때 서로 격렬하게 부딪치더라도 차이를 ‘편견’이 아닌 새로운 ‘융합’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 글로벌 마인드로 이분법의 편견을 극복한 서구의 젊은 인재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세계 곳곳에서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타협과 배려, 공감과 조화의 리더십은 그런 인재 육성을 위한 시대적인 당위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아픔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래 인재를 키워 낼 국가 지도자의 기본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 서울시의회 강감창의원 “탄천 광평교 일대 주민 휴게공간 조성”

    서울시의회 강감창의원 “탄천 광평교 일대 주민 휴게공간 조성”

    현재 잡목이 우거지고 나무그늘이 부족하여 삭막해 보이는 탄천변이 싱그러운 녹음이 가득한 주민 휴게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서울시의회 강감창 의원(송파, 자유한국당)은 “탄천 광평교 ~ 훼밀리아파트와 문정지구 서측 ~ 대곡교에 이르는 2,500미터 구간에 대한 생태복원 및 녹화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생태복원 및 녹화사업은 서울시비 8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송파구에서 시행하며, 하천변 녹지를 자연과 주민이 함께 공존하는 생태적인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산책로 및 자전거길에 그늘 휴식공간을 위한 가로수 450그루 식재 ▴훼손사면 정비를 위한 식생매트 설치 ▴서울시 가이드라인을 적용한 노후안내시설 정비 ▴그늘목 주변 벤치조성 및 휴게공간 설치 등으로 하천의 경관을 개선하고 주민 웰빙공간으로써의 기능을 강화하게 된다. 강감창 의원은“탄천은 도심을 통과하는 하천으로 많은 주민의 생활체육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으나 그늘진 공간 부족, 잡목으로 인한 경관의 저해 등의 문제점이 있었다”며 “생태복원 및 녹화사업이 완료되면 인근 훼밀리아파트와 문정지구 주민은 물론 이곳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휴식공간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강 의원은 “송파구 가락1동에 위치한 탄천유수지를 복합문화 및 체육공원으로 개발하기 위한 용역도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 탄천이 지역주민을 위한 친환경 생태녹지 공간으로 조성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탄천 생태복원 및 녹화사업은 5월까지 설계용역 및 설계심의를 마친 후 6월부터 착공에 들어가서 10월중에 완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모바일 픽!] 팀워크란 이런 것…훈훈하고 기발한 협동 장면

    [모바일 픽!] 팀워크란 이런 것…훈훈하고 기발한 협동 장면

    누군가의 편의를 위한 희생 혹은 팀워크는 아름다워 보이는 동시에, 때로는 그 기발한 방식에 박수를 치기도 한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사람과 사람 혹은 사람과 동물, 동물과 동물간의 아름답고도 기발한 팀워크 장면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눈길을 끄는 사진 중 하나는 개와 고양이의 협동 장면이다. 대형견의 등 위에 올라 두 발로 선 고양이가 정수기의 물을 핥아 마시는 사진은 종이 다른 동물 간에도 협동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유병을 입에 물고 새끼 양에게 젖을 먹이는 대형견의 모습 역시 따뜻한 모성애를 연상케 하는 팀워크의 모습이다. 어린 아이들 사이에서도 팀워크는 존재한다. 대여섯 살 정도의 어린 쌍둥이 자매는 매장에 전시된 스마트 기기를 사용해보기 위해, 한 아이가 다른 아이를 번쩍 들어 받쳐주는 훈훈한 모습을 담고 있다. 진짜 팀워크가 필요한 공사현장을 담은 모습도 있다. 노동자 한 명이 아래에 텅 빈 공간이 있는 곳에 널빤지를 대고 작업을 하고 있고, 나머지 노동자 3명은 반대쪽에서 널빤지가 기울지 않게 나란히 서 있다. 땡볕에서 타이어를 고치는 아버지와 딸의 협동심도 눈길을 끈다. 열 살 내외로 보이는 어린 딸이 차에 바짝 붙어 타이어를 손보고 있는 아버지 옆에 서서 자신의 작은 우산으로 아버지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는 모습이 훈훈한 감동을 준다. 이밖에도 왼쪽 바퀴가 빠진 트랙터를 운전하는 할아버지와 그 위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오른쪽 바퀴 위에 앉은 할머니의 모습을 담은 사진도 네티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정찬주의 산중일기] 산중의 봄맞이

    [정찬주의 산중일기] 산중의 봄맞이

    한겨울 내내 참았다가 터트리는 이른 봄 개구리 소리는 청아하다 연못가에는 매화가 꽃을 피웠지만 향기는 보낼 수 없으니 안타깝다보름 전에 마당가 연못이 바닥을 드러내 물을 댔다. 그러자 겨울잠에서 깬 개구리들이 어김없이 연못으로 모여들었다. 알을 낳기 위해서다. 산방 부근에 사는 개구리들의 출생지는 아마도 마당가 연못이 아닐까도 싶다. 연못에는 벌써 개구리 알들이 듬성듬성 무리 지어 있다. 물이 나오는 소나무 홈통은 젊은 김 목수가 선물한 수제품이다. 산중 농부들은 ‘연못을 파면 개구리들이 뛰어든다’고 말한다. 경험에서 우러난 말인데 때로는 흥미로운 비유로 바뀐다. 산방을 짓고 난 뒤 내가 텃밭을 하나 장만하려고 서둘렀더니 한 농부가 연못을 팠으니 개구리들이 뛰어들 거라며 만류했다. 산방에 가만히 있어도 밭주인들이 자기 땅을 사라고 찾아올 거라는 귀띔이었다. 지금은 고인이 돼 버린 그 농부 덕에 나는 착한 값을 치르고 텃밭을 장만했다. 그늘진 밭 윗부분에는 차밭을 조성했고 밭이랑 끝에는 매화나무와 뽕나무, 블루베리 몇 그루를 심었다. 또 밭두둑에는 고구마와 고추 농사를 1년마다 번갈아 지어 자급자족했으니 얼치기 농사꾼으로서는 최고의 텃밭인 셈이다.다산 정약용이 강진 유배 생활을 하면서 왜 굳이 텃밭을 일구고 땀을 흘렸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다산은 거처를 초당으로 옮기면서 텃밭을 하나 갖고 싶어 했다. 실학자다운 계산도 있었겠지만 농사지으면서 자연의 섭리와 농부의 수고를 알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물론 다산은 선비의 책무를 다하고자 부지런히 강학하고 제자를 가르쳤다. 그 결과 초당 제자가 열여덟 명이나 됐다. 나 역시 텃밭 농사를 지으면서 깨달은 것이 많다. 귀동냥한 지식은 남의 것이지만 체험 속에서 자각한 지혜는 내 것으로 쌓였다. 줄기와 잎이 지나치게 무성한 고구마는 허장성세, 민망할 정도로 부실한 뿌리를 보여 주었으니 말이다. 서울에서 방일했던 내가 꼭두새벽에 일어나는 습관이 든 것도 산중 농부들 덕분이리라. 17년 전 낙향했을 때였다. 나야말로 얼마나 게으른 사람인지 자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농부들은 동창이 훤해질 무렵까지 자던 나와 달리 새벽부터 다랑이 논밭에서 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20리밖에 있는 면 소재지로 나가 호미 한 자루를 사와 방벽에 걸어 두고 ‘지금 나는 무엇을 하나?’라고 스스로 묻곤 했는데, 그 무렵의 나를 항상 잊을 수가 없다. 조광조가 능주로 유배 와서 사약을 받은 뒤 처음으로 묻힌 곳이 있다. 내 산방에서 1㎞쯤 떨어진 서원터 마을이다. 옛날에는 조대감골로 불렸다고 한다. 그곳에 사시는 팔십대인 구씨 농부도 나에게는 고마운 분이다. 내 산방으로 오르는 길이 가파르고 구불구불하여 구 노인의 밭을 사서 길을 넓혀야만 손수레라도 다닐 수 있었다. 구 노인은 선뜻 자신의 밭에서 길이 될 부분만 팔겠다고 허락했다. 그러면서 길은 그냥 내어주는 법이라며 몹시 미안해했다. 그런데 그날 밤 구 노인 부인이 찾아와 길 부분만 떼어내 팔면 쓸모없는 땅이 된다며 밭을 다 사라고 하소연했다. 내가 듣기에는 노파의 부탁도 일리가 있었다. 결국 나는 원래의 평당 가격에다 구 노인의 선한 마음까지 보태 후한 값을 치르고 밭을 샀는데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미소가 지어진다. 오늘따라 구노인의 안부가 자못 궁금하다. 연못에 햇볕이 비쳐 드는지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이른 봄에 듣는 개구리 울음소리는 곡진하고 청아하다. 한겨울 내내 참았다가 터트리는 소리이니 절절할 수밖에 없으리라. 때마침 연못가에서는 백매, 홍매, 청매가 다투어 꽃을 피우고 있지만 도시에 사는 지인들에게 향기를 보낼 수 없으니 안타깝다. 그러나 오늘은 내가 서울의 소식에 마음이 격동돼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에 어느 쪽이든 눈물 흘릴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불가의 자비란 말을 풀어 본다. 자(慈)는 측은지심이고 비(悲)란 틀린 것을 아니라고 바로잡고 심판하는 마음이 아닐까. 이제는 어떤 주장을 폈든 자비 안에서 화합하기를 갈망하지 않을 수 없다. 광화문광장의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이 자와 비를 상징하는 듯하다. 결코 잊어버려서는 안 될 우리 민족의 빼어난 진면목이 거기에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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