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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근로자와 노동자/오일만 논설위원

    [씨줄날줄] 근로자와 노동자/오일만 논설위원

    일본 제국주의의 뿌리가 참으로 질기다. 해방을 맞고도 70년이 넘었건만 우리의 제도와 문화 곳곳에 아직도 일본식 용어가 남아 있다. 전체적 국가주의와 권위주의적 식민지 잔재가 아직도 온존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다. ‘천황 만세’를 외쳤던 친일파가 해방 이후 역사적 단죄를 받지 않고 득세한 것은 반공을 국가 정책으로 삼은 미국의 세계 전략 덕분이다. 일제의 잔재가 더욱 고착화된 것은 군부 독재 시기였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나 정일권 국무총리 등 권력 핵심부는 일본 육사나 만주 육사를 거치면서 일본식 교육을 신봉했던 인물들이다.이들의 그늘 아래 친일파들은 정치·경제·교육·문화 등 각계각층에서 식민주의적 이데올로기를 유지·발전시키면서 세력을 확대하는 계기로 삼았다. 타율성과 정체성을 강요한 교육을 주입한 것은 일제의 차별적인 억압 정책을 관철하기 위함이다. 군부 독재의 통치 이데올로기가 손을 잡은 이유는 간단하다. 자연과 인간, 사물에 대한 주체적 회의와 사유를 거세해 말 잘 듣는 순종형 인간형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자유와 평등, 창의를 앞세우는 민주주의적 가치관은 독재 체제 유지에 걸림돌일 뿐이다. 친일 기득권과 군부 독재의 결합, 이것이 식민주의 유산이 이처럼 맹위를 떨치는 근본적 이유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모든 법률에서 사용하는 ‘근로’라는 용어를 ‘노동’으로 일원화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한다. 박 의원은 ‘근로’라는 용어는 일제시대 근로정신대에서 유래한 것으로 수동적이고 사용자에 대한 종속적 개념으로 국제노동기구와 세계 입법례에도 없다고 설명한다. 한자문화권인 중국, 대만, 일본 노동법에서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 군부 독재 시기였던 박정희 정권이 1963년 ‘노동절’ 명칭을 ‘근로자의 날’로 변경한 것도 같은 이유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일왕을 위한 충군애국을 강요한 교육칙어나 유신시대 국민교육헌장을 줄줄 외어야 했던 통치 시스템의 뿌리는 같은 것이다. 이참에 우리 사회에 끈질기게 남아 있는 일제 식민주의 잔재를 청산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아직도 우리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식민사관이다. 역사는 민족의 정체성을 이루는 근본적 뿌리이자 우리의 혼이라는 점에서 식민사관의 폐해는 지대하다. 국회 동북아역사 왜곡특위가 밝혀낸 것처럼 식민사관의 연장선상에서 왜곡된 역사를 하나하나 제자리로 돌려놓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오일만 논설위원 oilman@seoul.co.kr
  • 분단, 어둠, 죽음에 내리는 애도의 꽃비

    분단, 어둠, 죽음에 내리는 애도의 꽃비

    “꽃은 화려하고 아름다워 축하의 의미도 있지만 어둠과 죽음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우리의 현실도 마찬가지입니다. 밝은 면이 있지만 그늘도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죠.”분단의 풍경을 그려 온 작가 송창(65)은 몇해 전부터 꽃에 꽂혔다. 2010년 경기 연천군 미산면의 유엔군 화장장을 방문했을 때 6·25전쟁 당시 타국에서 스러져간 유엔군 참전용사들의 넋이 마치 붉은 꽃으로 다시 피어난 듯한 강한 인상을 받으면서부터였다. 1952년 금굴산에서 중공군과 맞서 싸우다 희생된 벨기에군과 영국군을 화장했던 곳이다. ‘영국군 화장터’라고도 불리는 곳을 찾았을 때엔 죽음을 상징하는 망초꽃이 키높이로 자라 방치돼 있었고, 특히 화장터에 누군가 놓고 간 조화가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바래고 삭은 상태로 놓여 있는 것에 가슴 한구석이 아렸다.“분단의 구조가 결국 죽음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라지고 잊혀진 사람들에게 애도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작가는 이후 경기 파주, 연천, 포천과 강원 철원 등 분단 지대의 스산한 풍경에 꽃을 ‘심는’ 작업을 계속해 왔다. 2010년 이후 작품들에서 그는 분단이라는 주제에 꽃이라는 또 다른 미학적 선을 덧댄다. 공동묘지에 버려진 조화들을 틈나는 대로 주워다 접착제로 캔버스에 부착하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학고재 갤러리에서 ‘꽃그늘’이라는 제목으로 그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출품된 39점의 작품 중 절반 가까이가 꽃 작업이다. 농밀하고 묵직한 느낌이 드는 회화에 붉은 꽃들이 피어난 느낌은 매우 강렬하다.본관 안쪽 벽에 걸린 대작 ‘꿈’은 마치 꿈속에서 본 듯한 전쟁의 폐허를 재현한다. 한국전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는 연천군 군남면 남계리의 풍경은 매우 비현실적이면서도 강하게 다가온다. 붉은 하늘을 배경으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용암이 식으면서 만들어진 주상절리와 끊어진 다리 아래의 강바닥에 흘날리는 꽃들이 묘한 감동을 안겨 준다. 작가는 “푸른 하늘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였다”며 “꽃은 전쟁으로부터 걸어온 기나긴 여정에 바치는 헌화였다”고 말했다.세 개의 화면으로 분할된 회화작품 ‘그곳의 봄’에서 작가는 화장장 시설이 그려진 중앙 캔버스 위에 수많은 조화를 놓았다. 왼쪽에는 작가가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 보았던 망초를, 오른쪽에는 영국을 상징하는 견종인 레브라도 리트리버 반려견이 돌아오지 않는 주인을 그리워하는 듯한 모습으로 서 있다. 전시의 제목으로 쓰인 설치작품 ‘꽃그늘’은 나무 실탄박스, 연습용 포탄 및 실탄에 조화를 흩뿌린 것이다. 탱크, 끊어진 철길 등 분단과 전쟁을 상징하는 대상을 그린 작품에도 ‘잊혀진 이들에 대한 애도’를 상징하는 꽃비가 내린다. 작품마다 빗물이 흘러내린 듯한 흔적도 눈길을 끈다. 작가는 “철책선이라든지 탱크라든지 굳건히 서 있는 대상들이 녹슬고 헐어서 없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1952년 전남 장성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작가는 일상 속에 스며든 가난과 전쟁의 고통을 겪으며 어린 시절을 지냈고 1980년대 광주에서 대학 시절을 보내며 또 다른 비극을 접했다. 사회문제에 대해 예술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고찰해 온 작가는 현실참여적 작가들과 교류하며 1980년대 초반부터 ‘임술년’ 동인으로 활동했다. 전쟁의 아픔과 민족상잔의 비극, 그로부터 비롯된 여러가지 사회문제들을 적극적으로 표현해 온 작가의 초기 작품도 이번 전시에 소개되고 있다. 작가는 대학 졸업 이후 서울 근교에 미술교사로 부임해 출퇴근하면서 목격한 도시 변두리 풍경을 담았다. 신관 지하 2층에서는 개발의 불도저가 기층민들의 삶을 밀어붙이는 독산동 근처 시흥의 산동네, 난민 천막촌이 자리잡은 강남, 난지도 매립지 등을 그린 ‘매립지’ 시리즈를 볼 수 있다. 신관 지하 1층에서는 한국 근현대사 장면을 주제로 한 실크스크린 작업을 볼 수 있다. “역동적이지만 혼란스럽기도 한 근현대사에 대한 성찰의 필요성을 느껴 많은 공부를 했다”는 작가가 우리 현대사의 그늘을 포착한 작품들이다. 전시는 9월 24일까지. 글 사진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MLB] “너무 힘줬나” 초보 홈런왕, 헛스윙 퍼레이드

    [MLB] “너무 힘줬나” 초보 홈런왕, 헛스윙 퍼레이드

    34경기째 연속 삼진 ‘불명예 신기록’ 누적 삼진도 162개… MLB 전체 2위 에런 저지(25·뉴욕 양키스)는 올 시즌 미국프로야구(MLB) 최고의 신인으로 불린다. 2년차이지만 첫해에 출전이 적어 올해도 신인 자격(전년도 130타수 미만)을 갖춘 그는 벌써 37개의 홈런을 만들어 내며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을 예약했다.1987년 마크 맥과이어(49홈런)와 1956년 프랭크 로빈슨(38홈런)에 이어 역대 신인선수 한 시즌 최다 홈런 3위를 달린다. 올해 올스타전 홈런더비에서도 선배들을 모두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괴물 신인’이라 부를 만하다. 하지만 빛이 강하면 그늘도 깊은 법이다. 저지는 홈런 기록만큼 놀라운 연속 삼진 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18일 뉴욕 메츠전에 3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동안 안타·볼넷 ‘0’에 삼진만 3개를 먹었다. 지난 7월 9일 밀워키전부터 34경기 연속 삼진이다. 2012년 애덤 던(32경기)이 달성한 야수 기준 단일 시즌 최다 경기 연속 삼진 기록을 훌쩍 넘었다. 투수까지 넓힐 경우 1971년 빌 스톤먼이 35개, 바이다 블루가 34개로 이 부문 1, 2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저지가 역대 공동 2위 기록을 맛본 것이다. 올 시즌 누적 삼진 기록도 부끄럽다. 저지는 116경기 413타수 동안 162개의 삼진을 당했다. 미네소타의 미겔 사노(168개)에 이어 MLB 전체 2위에 해당한다. 지금까지 양키스에서 저지보다 많은 삼진을 당한 선수는 2012년 195개, 2011년 169개를 기록한 커티스 그랜더슨뿐이다. 저지는 200개 삼진 페이스를 달리고 있어 이대로라면 단일 시즌 기준으로 역대 가장 많은 삼진을 당한 양키스 선수에 오를지 모른다. 송재우 야구해설위원은 “아무래도 홈런 타자는 큰 스윙을 많이 하다 보니 삼진을 자주 당한다. 더군다나 투수와의 수싸움에서 숱하게 허를 찔리는 것 같다. 아직 체력 컨디션 조절에도 미숙해 후반기 들어 타격 페이스가 떨어지는 것도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험을 쌓으면서 스스로 풀어야 할 숙제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우창윤 서울시의원 ‘보도시설물 설치기준 마련 토론회’ 개최

    우창윤 서울시의원 ‘보도시설물 설치기준 마련 토론회’ 개최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 우창윤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은 지난 8월 17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제1대회의실에서 ‘보도 시설물 설치 기준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서울시 보도에 전반에 대한 상황을 점검하고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그늘막 등 보도 내의 시설물 설치 기준을 마련하여 보행자의 안전과 편의를 도모하는데 방향을 제기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창(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발제를 통해 기존의 가이드라인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새로운 가로시설물 등의 등장(성동구에 임시시설물로 설치되어있는 횡단보도 쉘터 등)으로 가로시설물 설치기준의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임을 강조했다. 이에 새로운 디자인으로 안전 문제를 극복하고 횡단보도 쉘터의 설치기준을 마련하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인순(한국장애인개발원 유니버설디자인환경부장)은 서울 청계천 주변의 보도 가운데 가로수가 심겨있는 사진 등을 제시하며 보도의 주인은 시설물이 아니라 보행자라는 점을 강조햇고, 윤혜경(연세대학교) 연구교수는 해외 사례를 제시하며 보도 위 시설물의 설치시 디자인과 보행자의 안전성을 모두 고려하여 시설물이 지역의 브랜드화가 될 수 있도록 당부했다. 또한, 홍서준(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위원은 어린이·노인·장애인·임산부 등 교통약자가 불편하다고 느끼면 제고 없이 제거해야 한다고 말하며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arrier Free)를 강조하였고, 이방일(도시교통본부 보행정책) 과장은 보도 시설물은 보행자의 안전하고 편리한 통행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설치하되 ‘교통약자의 안전성’을 우선 교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권완택(안전총괄본부 보도환경개선) 과장은 시설물 설치자들에 대한 교육매뉴얼이 만들어져서 설계부터 시공·유지관리까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날 토론회의 좌장으로 나선 우창윤 의원은 “장애인이 행복해야 전 국민이 행복하다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불편함 없이 걸어다녀야 보도의 참 모습이 아닌가”라며 일관성 없고 관리가 부족한 보도 시설물들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했다. 아울러 “먼저, 서울시가 쾌적한 보도환경조성을 위해 만든 매뉴얼을 잘 지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꼭 필요한 시설물이라면 베리어 존(Barrier Zone)을 지정하고 그 구역 안에만 시설물을 설치하여 모든 보행자의 안전과 편리를 도모해야 한다”면서 “현재 성동구에 설치되어 있는 임시시설물(횡단보도 쉘터)은 철거 또는 베리어 존으로 이동하고, 그늘막에 대한 디자인심의와 설치 등에 대해 서울시에서는 별도의 가이드 라인을 만든 후 다른 관련부서와의 협의를 통해 시설물 관리에 철저를 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날 토론회에는 약 100여명이 참석했으며, 한국시각장애인협회 소속의 한 장애인은 토론 후 질문을 통해 보도 위 시설물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해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나는 정말 외롭습니다. SOS - 제주 이중섭 미술관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나는 정말 외롭습니다. SOS - 제주 이중섭 미술관

    “삶은 외롭고, 서글프고 그리운 것” 화가 이중섭(1916-1956)은 외로웠다. 죽을 때까지 혼자였다. 어차피 모든 사람은 외롭게 죽을 운명이라고 낙담하였던 세계적인 조각가 쟈코메티(1901-1966)보다도 더 빨리, 더 고독하게 죽었다. 그가 서귀포 구석진 바람벽, 휘뚜루마뚜루 써 놓았던 시(詩), ‘소의 말’에서도 삶은 그에게 이미 서글프고 그리운 것이 되어 있었다. 한국전쟁의 전화(戰禍)를 피해 원산에서 내려온 그의 가족들은, 1951년 1월부터 12월까지 제주도 서귀포의 무너진 돌담집 한 켠에 자리를 잡는다. 이 곳에서 한라산의 성근 부추를 뜯고, 해초(海草)나 게를 잡아먹는 가난한 생활을 하였지만 두 아들, 아내와 함께하는 모처럼의 단란한 시간도 누린다. 서귀포 생활은 그늘진 그의 운명이 허락한 마지막 행복이었다는 사실을 그때의 그는 몰랐으리라. 제주 이중섭 미술관이다. 이제서야 그의 삶은 주목을 받고 있다. 흔히들 한국의 반 고흐, <소>그림에 빠져버린 민족화가, 온갖 기행을 일삼던 경제관념 없던 미치광이 화가, 담뱃갑 은박지에 그림을 그리던 은지화(銀紙畵)의 선구자 등등 그를 수식하는 용어는 무수히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외로운 화가였다. 1916년 평안남도 평원에서 출생한 그는, 아버지는 없었으나 어머니, 형, 누이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으며 부유하게 성장한다. 이후 3.1운동 당시 33인의 민족지도자 중 한 명인 이승훈이 세운 오산학교(五山學校)에 진학하면서 그의 삶은 변화의 한 가운데에 서게 된다. 당시 오산학교는 홍명희, 조만식, 김억, 염상섭 등과 같은 당대 내로라하는 문인과 예술가들이 이끌어가던 민족주의적 색채가 강한 명문 학교였다. 더구나 미국 예일 대학에서 수학했던 화가 임용련(任用璉. 1901~ ? )이 미술선생으로 교편을 잡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1930년대의 서구 미술의 주류 중 하나였던 입체주의와 표현주의에 대한 심도 있는 수업이 이중섭에게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오산학교 졸업과 일본 유학생활 이후, 그의 그림은 입체주의와 표현주의 경계를 넘나드는 야수파적인 매우 강렬한 색채와 선묘 위주의 특이한 조형 감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그럼에도 비록 감각은 서구적이었으나 소재는 민족적인 정서를 담고 있었는데 주로 소, 닭, 어린이, 게, 가족 등의 일상적인 그림을 서정성을 지닌 채 자신만의 방식으로 나타내었다. 그의 대표작인 <소>, <흰소>, <투계>, <집 떠나는 가족>, <물고기와 게와 아이들>, <바다가 보이는 풍경> 등은 이렇듯 서구적인 조형성에 한민족 삶의 원형이 확연히 드러나는 작품들로 볼 수 있다. 이중섭의 삶은 한국전쟁의 참화로 인해 모든 것이 변하였다. 그를 아끼며 든든한 경제적, 정서적 후원자였던 어머니와 형, 누이를 고향에 남겨두어야 했다. 또한 ‘아고리’라는 애칭으로 그를 각별히 사랑했던 아내 마사코(山本方)와 두 아들마저 생활고로 인해 일본으로 떠나보낸 뒤 그는 부산과 통영의 부두 노동자로서의 삶을 살게 된다.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담배곽에 싸여 있던 은박지를 뜯어 그림을 그려야만 했고, 늘 일본의 가족을 그리워했다. 1955년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전시회를 미도파 백화점에서 열게 되었지만 경제적인 여유는 전혀 생기지 않았다. 이후 그는 대구 성 누가 정신병원을 거쳐 1956년 서대문 적십자 병원에서 영양실조로 인한 간장염으로 만 40세에 쓸쓸히 숨을 거둔다. 그의 곁에 남은 것은 처음부터 밀린 병원비 독촉장이 전부였다. 그가 아내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편지의 내용은 이러하였다. “나는 정말 외롭습니다. SOS...SOS...SOS...언제나 건강하고, 다정한 당신의 소식을 들을 수 있다면 기쁘기 그지없겠습니다.....“ <제주 이중섭 미술관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 제주도 서귀포 일정이 하루 정도 여유가 있다면 2. 누구와 함께? - 가족과 함께 3. 가는 방법은?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이중섭로 27-3 (064-760-3567) 4. 감탄하는 점은? - 이중섭 미술관 주변의 벼룩시장.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미술관 규모로서는 아담한 편. 레플리카(복제화) 외에도 좀 더 많은 진품이 소장되기를 6. 꼭 봐야할 그림은? - 황소 7. 관람 예상 소요시간은? - 약 1 시간 정도.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culture.seogwipo.go.kr/jslee/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제주 올레 6코스, 쇠소깍, 천지연폭포, 외돌개, 소암기념관, 서귀포시기당미술관, 서복전시관 10. 총평 및 당부사항 - 이중섭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추천. 미술관 주변 거리의 벼룩시장이 볼만하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2017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해방부터 상업 쇠퇴까지 지켜본 서울역… 이제 사람을 지킨다

    [2017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해방부터 상업 쇠퇴까지 지켜본 서울역… 이제 사람을 지킨다

    서울신문이 서울시 및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7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12차 ‘서울역 공중정원 야행’이 지난 12일 서울역 일대에서 저녁 7시부터 진행됐다. 낮의 폭염이 무색하게 서울역에서 맞는 한여름밤은 쾌적했다. ‘서울문화의 밤’과 일정이 겹쳤지만 예약자 30명에 대기자 10명까지 모두 출석하는 ‘만원사례’를 기록했다. 베테랑 정순희 해설사는 서울역 광장 강우규 동상~서울역 7017~만리동 광장의 새 공공미술 명물 윤슬~손기정 기념관~약현성당~염창동 수제화거리로 솜씨 좋게 투어단을 이끌었다.참석자들의 시선은 서울로 7017 공중정원의 화려한 야경과 이벤트에 쏠린 듯했다. 서울역 광장을 종횡으로 가로지르며 공중에서 바라보는 황홀한 풍광에 마음을 뺏길 만했다. 남산 N서울타워와 빌딩숲이 병풍처럼 펼쳐졌고, 맞은편 서울스퀘어의 미디어캠버스에서는 현란한 조명이 솟구쳤다. 정겨운 비잔틴풍의 옛 서울역 돔…. 서울역 고가도로의 변신은 눈부셨다. 하지만 이 자리에 서울역이 들어서고, 고가도로가 놓이게 된 역사와 그 변천사도 기억해야 한다. 서울로 7017은 단순한 도시재생이 아니다. 도시공간의 무한 확장과 이에 따른 지역 불균형의 해결이라는 측면에서 이해되고 소비돼야 할 것이다.서울역은 서울의 관문인가? 과거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1970년대까지 압도적인 ‘서울의 얼굴’로 군림했다. 국내의 모든 철도망을 끌어들이는 일극(一極)중심이었다. 중국과 일본, 러시아를 오가는 국제관문이기도 했다. 500년 이상 지속된 조운(漕運)중심의 교통물류체계를 철도수송으로 바꾼 상징물이다.서울역의 역사는 서대문역과 남대문정거장(남대문역)시절을 거쳐 1925년 경성역(서울역)으로 거듭났다. 스위스 루체른역을 모델로 도쿄대학 쓰카모토 야스시가 설계했다. 명동성당, 천도교중앙대교당, 성공회 성당, 덕수궁 석조전, 서울대병원의 전신 대한의원, 혜화동 옛 공업전습소, 서울시청,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등과 함께 근대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건축물 중 하나이다. 이광수의 흙, 채만식의 ‘인형의 집을 나와서’,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이상의 ‘날개’ 등 경성역 시절을 다룬 근대문학 작품 속 이미지는 ‘첫인상’ ‘관문’ ‘고독한 공간’이었다. 숱한 현대 작품에서는 도시의 물질적 유토피아와 정신적 디스토피아의 단골 소재로 그려졌다.1981년 사적 제284호로 일찌감치 지정된 덕분에 철도부지 활용 차원에서 계획된 철거 시도에서 살아남았다. KTX 민자역사의 건설과 함께 2011년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문화역서울284’는 ‘문화역’이라는 목적성, ‘서울’이라는 지역성에 ‘284호’라는 사적지정 번호를 접목한 이름이다. 더는 서울의 대표 관문은 아니지만 통일 이후 유라시아횡단철도가 부활하면 문화 발신기지로서의 역할을 꿈꾼다. 해방과 분단 이후 광적인 서울로의 인구집중은 서울역을 이촌향도(離村向都)의 애환이 교차하는 산업화 시대의 상징공간으로 변모시켰다. 남부역사(1957년), 동부역사(1969년), 서부역사(1974년)가 차례로 신축됐고, 서울역과 동부역(서울스퀘어) 간 지하도로와 서부역을 잇는 육교가 완성됐다. 이 시절 고가도로 건설은 개발의 아이콘이었다. 서울역고가도로는 1970년 퇴계로~서울역 구간 건설을 시작으로 1974년 퇴계로~청파로, 1983년 퇴계로~만리동 구간에 순차적으로 놓였다. 이후 서울 전역에 101개가 건설됐다. 서울로 7017의 모태이다.1970년 경부고속도로의 개통과 80년 지하철 2호선이 개통되기 전까지 서울역과 광장의 그늘에 가려진 지역과 사람의 희생을 간과해선 안 된다. 서울역을 둘러싼 중림동, 염창동, 만리동, 동자동, 양동, 청파동, 서계동은 조선시대 사대문 안으로 물자가 들어오는 메인스트림이었다. 마포~만리재~염창동~남대문이 물자의 유입통로였고, 칠패시장에 이어 남대문시장이 번성했다. 문제는 서울역과 거대한 플랫폼이 차단벽을 형성해 이들 지역을 도시에서 격리시켰다는 점이다. 서울역을 중심으로 사대문 안쪽과 전면부는 번영과 재개발의 혜택을 보았지만 바깥쪽과 후면부인 중림동과 만리동, 청파동과 서계동지역은 남대문시장 의류봉제의 배후 공장지대가 되면서 낙후와 고립을 면치 못했다. 도시의 애물단지가 된 서울역고가도로를 철거하는 대신 보행친화적 고가공원으로 재생한다는 방침에 따라 네덜란드의 건축가 비니 마스의 ‘서울수목원’이 국제현상설계에서 당선됐다. 서울역고가를 나무로, 여기서 뻗어나가는 17가닥의 길을 가지로 잇는다는 것이 설계 개념이다. 서울역을 중심으로 회현동과 남산, 남대문시장, 중림동, 만리동과 공덕동, 서계동과 청파동으로 가지가 퍼져 나간다. 지상에서 끊어진 길들이 공중에서 얽히고설켜 서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서울역고가도로 아래 청소차고지로 버려졌다가 ‘윤슬’이라는 공공미술작품으로 되살아난 만리동처럼.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사진 김학영 연구위원 다음 일정 <자유를 위한 함성> 일시: 19일 오전10시 국립4·19묘지 버스정류장(수유역 2번출구) 신청(무료):서울시 서울미래유산 (futureheritage.seoul.go)
  • [공희정의 컬처 살롱] 순성놀이

    [공희정의 컬처 살롱] 순성놀이

    한 번은 반 만 걸었고, 두 번은 다 걸었다. 서울 내사산(內四山)인 낙산, 남산, 인왕산, 북악산을 따라 나 있는 성곽길. 이 길엔 흥인지문, 광희문, 숭례문, 소의문, 돈의문, 창의문, 숙정문, 혜화문까지 사대문(四大門) 사소문(四小門)이 있다. 조선시대 한양 사람들은 봄이나 여름에 하루쯤 시간을 내 이 길을 걸으며 도성 안팎의 풍경을 즐겼다고 한다. 이름하여 ‘순성(巡城)놀이’. 꽤 오랫동안 함께하고 있는 걷기 모임에서 순성놀이를 해 보자 했을 때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성곽길의 총길이는 18.627㎞, 평지의 경우 한 시간에 5㎞ 정도 걸을 수 있으니 계산상으론 4시간이면 충분했다. 거기에 경사로 구간과 도로가 섞여 있는 일부 길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하니 몇 시간, 중간에 점심을 먹고 짬짬이 약간의 휴식을 취해야 하니 또 몇 시간을 보탠다 해도 8시간에서 9시간이면 족할 것이라 생각했다. 첫 순성놀이는 봄이었다. 경쾌한 출발과 달리 성곽길은 만만치 않았다. 현기증이 날 만큼 아찔한 경사로도 있었고, 규사(硅砂) 때문에 미끄러운 곳도 많았다. 경치를 구경하려면 슬슬 걸어가야 하는데 이건 완전한 산행이었다. 점심을 먹고 나니 무릎에서 열이 나기 시작했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찌르는 듯한 통증은 그 강도를 더해 왔다. 얕잡아 보았던 첫 번째 순성놀이는 결국 중도 포기라는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여름, 광복절 다음날인 16일에 다시 순성놀이를 했다. 꼭 3년 전 오늘이었다. 출발은 아침 7시. 숭례문에서 동쪽으로 길을 잡았다. 한여름의 열기는 출발한 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온몸을 땀에 젖게 했다. 입안은 마르고 살은 벌겋게 익어 갔다. 다리는 생각보다 빨리 무거워졌다. 중도 포기를 하지 않기 위해 속도와 강도를 조절하며 걸었다. 가장 큰 고역은 더위였다. 성곽길은 그늘이 많지 않아 태양을 피할 방법이 없었다. 챙 넓은 모자와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지만 온몸을 포위해 오는 뜨거움은 감당하기 어려웠다. 정신이 혼미해질 만큼 힘들 땐 한 번씩 가던 길을 멈췄다. 턱까지 차오른 숨을 가다듬고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리는 땀을 닦고 다시 걸었다. 오후 2시가 넘어서면서 정점에 이른 태양은 누가 이기는지 한번 겨뤄 보자는 듯 이글이글 타올랐다. 땅도 채 삼키지 못한 화기(火氣)를 마구 토해 냈다. 낮 기온이 31.8도라고 했지만 체감온도는 40도도 넘는 듯했다. 땀은 흐를 사이 없이 말라붙어 소금이 됐다. 그날 우리의 순성놀이는 12시간 만에 끝났다. 아는 길이 더 무섭다고 한 번의 중도 포기가 있었기에 시작부터 걱정이 앞섰던 순성놀이. 까마득한 성곽을 올려다볼 땐 막막했지만 가다 보니 성곽길 위에 올라가 있었고 또 가다 보니 어느새 종착점이 보였다. 주저앉고 싶을 때마다 같이 걷는 친구들은 손을 잡아 주었고, 멈추고 싶은 유혹이 꼬리칠 때마다 애써 먼 산을 바라보았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고행과 같은 놀이를 하겠다고 한 것은 도성 안팎의 풍경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 길에서 만난 바람 한 자락, 그늘 한 뼘은 덤이었다. 다음해 봄에도 나는 그 길을 한 번 더 걸었다. 처음 걸을 땐 보이지 않던 풍경들이 보이고, 초행자에게 손을 내밀어 줄 여유가 생긴 것을 보면 순성놀이는 해 보면 알게 되고, 아는 것은 나눠야 하는 우리들 삶과 참 많이 닮아 있었다. 올해도 난 즐겁게 성곽길을 걸었다.
  • [길섶에서] ‘시집 나온’ 시(詩)/박건승 논설위원

    시를 가까이하고 싶지만 손에 쉬 잡히지 않는 것이 시집이다. 책방 시집 코너를 지나면서도 번번이 빈손이다. 다 읽지 못할 것이란 부담감과 시인에 대한 미안함에서다. 둑방 산책로엔 유명 시를 담은 입간판이 곳곳에 있다.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정호승,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그리고 ‘때론 방황해도 좋고 틀려도, 실패해도 괜찮다?’는 법륜을 만날 수 있다. ‘비가 와도 가야할 곳이 있는 새는 하늘을 난다’는 양광모도 한자리를 차지한다. 지하철 스크린 도어에는 ‘고지가 바로 저긴데’의 이은상과 같은 유명 시인만 있는 게 아니다. ‘시민시인’이 대부분이다. ‘시집 밖으로 나온 시’는 낭송회에서 보듯 나름대로 힘이 있다. 꼭꼭 찍어 전달하는 울림이 책 속에 묻혀 있을 때와 사뭇 다르다. ‘문이 열리네요/그대가 들어오죠/내리면 타야지?.’ 가수 ‘유리상자’의 ‘사랑해도 될까요’를 개사한 재치 있는 시다. 지하철이 오자마자 머리부터 내미는 이들에 대한 일침이다. 서울시가 ‘지하철 시민 시’ 100편을 뽑아 10월에 게시할 예정이란다. 어떤 시상(詩想)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中 거침없는 ‘인터넷 굴기’… 애플·구글·아마존 아성 넘본다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中 거침없는 ‘인터넷 굴기’… 애플·구글·아마존 아성 넘본다

    중국 인터넷 기업들의 성장세가 무섭다. 인터넷 상위 100대 기업의 매출액이 1조 위안(약 168조원)을 돌파한 데다 글로벌 인터넷 기업 시가총액 상위 20개사 가운데 중국 인터넷 기업이 35%를 차지하는 등 중국 인터넷 기업들이 뛰어난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중국 정보기술(IT) 분야의 총괄 부처인 공업신식(信息·정보)화부가 내놓은 ‘2017년 중국 인터넷 100대 기업 분석 보고’에 따르면 이들 인터넷 100개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6.8%나 급증한 1조 700억 위안이다. 중국 인터넷 기업 상위 100개사의 매출액 규모가 1조 위안을 넘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기업 중 31개사의 매출 증가율은 100%를 돌파했으며, 나머지 69곳의 매출 증가율도 20%를 넘어서는 등 초고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관영 경제일보가 지난 8일 보도했다. 장펑(張峰) 공업신식화부 총공정사는 “올해 중국 100대 인터넷 기업의 매출액과 순이익 등이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고 혁신 활동의 성과도 눈부실 정도로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인터넷은 중국에서 가장 활발한 혁신과 광범위한 응용이 이뤄지는 분야”라며 “세계적인 수준,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신생 벤처기업)도 계속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세계 인터넷 기업 시가총액 상위 20개사 가운데 중국 기업이 7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벤처투자회사 클라이너 퍼킨스의 파트너 메리 미커가 발표한 ‘2017 인터넷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텅쉰(騰訊·Tencent)을 비롯해 알리바바(阿里巴巴·Alibaba)와 바이두(百度·Baidu) 등 3개 기업이 글로벌 인터넷 기업 시총 10위권 안에 들었다. 이어 알리바바 계열 금융회사 앤트 파이낸셜(13위),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라이벌인 징둥(JD)닷컴(14위),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디디콰이디(滴滴快的·15위),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小米·17위) 등이 20위 안에 드는 기염을 토했다인터넷 기업들의 득세는 스마트폰이 대중화하면서 중국인들의 모바일 이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터넷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는 전년보다 11% 증가한 6억 9600만명에 이른다. 이용 시간은 무려 30%나 늘어나 이용자 증가율의 3배에 육박했다.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5조 달러(약 5674조원)로 1년 만에 2배 넘게 증가했다. 100위안 미만의 소액 결제가 급증했는데, 편리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모바일 결제는 알리바바와 텅쉰이 주도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알리페이와 텅쉰의 위챗페이는 각각 올해 1분기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의 54%와 40%를 각각 점유했다. 중국의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전자상거래 총거래 규모는 지난해 24% 늘어난 6810억 달러에 이른다. 이 중 모바일의 비중은 무려 71%로 데스크톱을 압도했다. 인터넷 산업의 가파른 성장세를 이끄는 기업은 역시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다. 이 중 텅쉰과 알리바바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1~2위를 달리는 두 기업의 매출과 순이익은 이들 100대 기업 총매출액과 순이익의 각각 28%, 83%에 육박했다. 메신저 앱인 웨이신(微信·Wechat)이 중국 메신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텅쉰은 중국 게임업계 1위, 핀테크, 인공지능(AI) 등 ‘안 되는 사업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서 눈부시게 활동하고 있다. 텅쉰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보다 55%나 급증한 495억 5200만 위안, 순이익도 58% 늘어난 144억 7600만 위안을 기록하는 등 실적도 날개를 달았다. QQ와 웨이신 등 텅쉰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와 제3자 결제 서비스인 웨이신페이, 게임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모바일 게임 ‘영광의 왕’(王者榮耀) 등이 골고루 인기를 얻고 있는 덕택이다. 이에 힘입어 텅쉰은 올해 주가가 65% 이상 폭등하면서 미국 페이스북의 상승률 31.7%를 크게 앞질렀다. 텅쉰의 시가총액도 3783억 5950만 달러(약 431조원)로 글로벌 기업 가운데 5위에 올랐다. 텅쉰의 시총이 세계 8위에 오르면서 마화텅(馬化騰) 회장의 총자산도 362억 달러로 늘어나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356억 달러)을 제쳤다.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미국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알리바바의 주식을 사지 않은 것은 실수라고 인정했을 정도로 눈에 띄는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전자상거래로 시작한 알리바바는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등을 바탕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한편 택배와 온라인 결제 및 금융, 문화·엔터테인먼트 사업 등의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 알리바바 생태계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알리바바 주가도 연일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며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77%나 급등한 주가는 올 들어서도 상승세를 멈추지 않아 상반기 주가 상승률도 65%에 육박한다. 이에 따라 알리바바의 시총은 최근 한 달 반 만에 240억 달러 이상이 불어나는 기염을 토했다. 바이두(660억 달러), JD닷컴(596억 달러) 시총의 절반 가까이가 순식간에 늘어난 셈이다. 앨릭스 야오 JP모건 애널리스트는 “알리바바의 사업 확장은 시장조사, 브랜드 인지도, 고객서비스 등과 같은 비거래 부문 쪽에 진입해 알리바바에 지속적인 매출과 성장을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최대의 검색엔진 바이두(百度)는 텅쉰과 알리바바의 그늘에 가려 있지만 사실 굉장한 기업이다. 검색할 때마다 뜨는 곰 발바닥 탓에 ‘굼뜨고 느리다’는 이미지가 연상되지만 혁신에서는 세계 최고다. 바이두의 시작은 앞선 글로벌 기업을 따라하는 ‘카피캣’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정도로 미미했다. 그러나 바이두는 이제 ‘중국의 구글’이 아니라 ‘세계를 지배할 플랫폼 회사’를 꿈꾸는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샤오두(小度)는 바이두가 만든 ‘신병기’다. 태어난 지 세 돌도 안 된 아기 로봇인 샤오두는 지난 1월 중국 인기 TV 프로그램인 ‘최강 두뇌’(最强大腦)에 출연했다. 이 프로그램은 중국 최고 신동들이 나와 누구의 ‘뇌’가 더 우수한지 겨루는 프로그램이다. 샤오두는 어린이 암기왕 왕위헝(王昱珩)과 맞대결을 펼쳤다. 왕위헝은 1시간 내 2280개 숫자를 암기하는 신동이다. 결과는 샤오두의 2대0 완승이었다. 바이두의 역량을 여실히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구글의 짝퉁’이라는 비아냥까지 듣던 바이두가 혁신을 통해 이처럼 짧은 시간에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바이두는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지난해 선정한 세계 50대 스마트기업 순위에서 아마존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혁신의 대명사처럼 언급되는 테슬라도 4위에 머물렀고,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8위에 그쳤다. 어느새 구글보다 더 똑똑한 기업이 된 셈이다. 이런 상승 요인 덕에 바이두의 올 2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3% 오른 30억 8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온라인 마케팅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5.6% 증가한 26억 4000만 달러에 이른다. 전체 매출액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바이두의 순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9%나 폭증한 6억 5100만 달러를 기록해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를 웃도는 성과를 냈다. 바이두의 순이익이 상승세를 보인 것은 최근 3분기 만에 처음이다. 바이두는 머지않아 인터넷 기업보다 자동차·인공지능·헬스케어 회사로 더 깊게 각인될 것이다. 바이두의 자율주행용 인식기술 정확도는 세계 최고 수준인 92.65%에 이른다. khkim@seoul.co.kr
  • 쿠바 개방의 그늘… 관광객 넘치는데 생필품 태부족

    쿠바 개방의 그늘… 관광객 넘치는데 생필품 태부족

    주민들은 식료품 찾아 암시장行 NYT “관광객, 쿠바의 점심 삼켰다”“거리에는 관광객이 넘치는데 우리 삶은 고통스럽다.” 2년 전 미국과의 국교를 회복하며 개방의 길을 걷고 있는 쿠바가 심각한 물자 부족을 겪고 있다고 10일 일본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물자가 부족한 상태에서 개방 직후 미국, 유럽 관광객이 밀려 들어오면서 서민들은 식료품조차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뉴욕타임스는 “관광객이 ‘쿠바인의 점심’을 먹어 버리고 있다”면서 “과거 암시장이 이 정도로 번성한 적은 없다”고 전했다. 지난해 쿠바 관광업은 400만명에 달하는 관광객을 불러들이며 사상 최고 호황을 누렸다. 반세기 이상 적대시해 온 미국과 2015년 국교를 맺자마자 나타난 효과다.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레스토랑과 관광가이드, 관광 택시 등도 늘어났고, 고급 바와 상점 등도 확산되고 있다. 한 자루에 7300달러(약 828만원)짜리 몽블랑 볼펜과 100달러(약 11만원)짜리 라코스테 상표가 붙은 반바지 등이 전시된 가게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현지인들에게 이는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당장 생필품조차도 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관광객이 늘어날수록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실제로 수도 아바나에서 구색을 가장 잘 갖춘 슈퍼에서도 쌀과 참치 통조림 몇 개가 남아 있을 뿐, 우유와 요구르트, 치즈, 계란, 고기 등을 찾기란 매우 힘들다. 한 50대 주부는 “토마토 퓌레와 요구르트, 닭고기를 찾아 헤맸지만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오늘 저녁은 감자 수프뿐”이라고 말했다. 슈퍼에서 생필품을 구하지 못하면 암시장에서 훨씬 비싼 값에 살 수밖에 없다. 쿠바는 미국과의 국교는 회복했지만 아직 미국 의회에 의한 금수조치가 해제되지 않아 물자가 부족하다. 도·소매업도 발달하지 않았다. 관광업자도 일반 슈퍼에서 물건을 사야 하기 때문에 결국 일반 시민에게 돌아갈 몫이 남지 않게 된다. 레스토랑이나 호텔, 공장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식재료 등을 집으로 가져가 암시장에서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실종견 덕배는 왜 죽었나

    실종돼 유기동물보호소에 있던 반려견이 보호소 측의 무성의한 관리로 폭염 속에 방치된 채 죽어간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10일 서울신문 취재 결과 지난 5일 밤 12시쯤 창원시 성산구 반송동 길거리에서 리트리버 2마리가 헤매고 있는 것을 경찰이 발견해 유기동물보호소로 보냈다. 이 개들은 인근에 사는 오모씨가 8년 동안 가족처럼 키우고 있던 ‘졸리’와 ‘덕배’였다. 오씨의 어머니가 문을 제대로 잠가놓지 않아 집을 나갔다가 길을 잃은 것이다.  오씨 어머니는 실종 다음날인 일요일 아침 파출소 등에 수소문한 끝에 농업기술센터 유기동물보호소에 두 반려견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안도했다. 보호소 측에 전화했더니 당직자가 “일요일이라 담당자가 없으니 월요일에 와서 데려가라”고만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날 부산 출장에서 돌아온 오씨는 월요일까지 기다릴 수 없어 오후 3시 보호소로 무작정 찾아갔다. 하지만 오씨에 따르면 보호소 당직자는 “내일 와서 담당자를 만난 뒤 데려가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이에 오씨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이라도 하게 해 달라”고 하자 당직자는 마지못해 보호시설 안을 이리저리 다니며 찾지 못하다 야외 마당에 있는 철장시설로 오씨를 안내했다고 한다.  폭염 속에 방치된 철장을 보는 순간 숨이 막혔다는 오씨는 “땡볕이 내리쬐는 야외 철장 안에 졸리와 덕배가 쇠줄로 묶여 있었다”며 “덕배는 입으로 쇠창살을 문 상태로 축 늘어져 누워 있었고 그릇 안은 물 한 방울 없이 말라 있었다”고 했다. 이어 “덕배가 철장안에서 폭염을 견디다 못해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치며 쇠창살을 물어뜯다 열사병으로 죽은 것 같다”고 했다. 함께 묶여 있었던 졸리는 그나마 철장 지붕 그늘 아래로 몸을 피해 목숨을 건졌다.  숨진 덕배의 주검을 인계받아 집에서 장례를 치렀다는 오씨는 “가족과도 같은 덕배를 부주의로 허무하게 떠나보낸 것을 생각하면 너무 미안하다”고 자책했다. 이어 “유기견 관리 공무원들의 무성의한 태도에 화가 난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경우 보호소 측에 제재를 가할 규정은 딱히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호소 관리 책임자인 농업기술센터 이삼규 축산담당은 “반려견이 관리 소홀로 사망한 데 대해 사과한다”며 “다시는 이런 사태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보호소에서는 현재 300여마리의 유기견을 현장 공무원 2명과 자원봉사자 5~6명이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실종견 덕배는 왜 죽었나…창원 유기동물보호소 관리 허술 논란

    실종견 덕배는 왜 죽었나…창원 유기동물보호소 관리 허술 논란

    유기동물보호소에 보호 중이던 반려견 리트리버 종 한 마리가 보호소 측 관리 소홀로 폐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기동물보호소의 유기견 관리 업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10일 창원시 농업기술센터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밤 12시쯤 창원시 성산구 반송동 길거리에서 리트리버 2마리가 헤매고 있는 것을 반송파출소 경찰관이 발견하고 구조해 당일 유기동물보호소로 보냈다. 구조된 리트리버는 발견 장소 인근에 사는 오모씨가 8년 동안 가족처럼 키우고 있던 ‘졸리’와 ‘덕배’라는 이름의 반려견이었다. 오씨는 “어머니가 잠깐 문을 열어놓은 사이 졸리와 덕배가 함께 집을 나섰다가 길을 잃고 집을 찾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오씨 어머니는 실종 다음날 아침 파출소와 소방서 등에 수소문을 한 끝에 농업기술센터 유기동물보호소에 졸리와 덕배가 보호돼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비로소 안도했다. 오씨는 “어머니가 반려견을 데려오기 위해 유기동물보호소에 전화를 했더니 당직자가 전화를 받아 ‘일요일이라 유기견 관리 당담자가 없으니 월요일에 방문해 데려가라. 담당자에게 연락을 해 놓겠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어머니는 가능하면 빨리 졸리와 덕배를 집으로 데려오기 위해 유기동물보호소 담당자한테서 연락이 오기를 애타게 기다렸지만 소식이 없었다”고 오씨는 말했다.오씨는 “지난 5일 부산에 업무차 갔다가 다음날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로부터 반려견이 실종된 상황에 대해 자초지종을 듣고 그날 오후 3시 아내와 함께 유기동물보호소로 무작정 찾아갔다”고 밝혔다. 그는 “보호소에 도착해 당직자에게 ‘반려견을 찾으러 왔다’고 했더니 ‘이전 당직자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듣지 못 했다. 내일 방문해 담당자를 만나 처리를 하고 데려가라’는 대답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어디에 있는지 확인이라도 하게 해 달라”는 오씨의 요청에 당직자는 유기견 보호시설 안을 이리저리 다니며 찾지 못하다 야외 마당에 있는 철장 시설로 오씨를 안내했다는 것이다. 오씨 부부는 푹푹 찌는 야외에 놓여있는 철장을 보는 순간 숨이 막혔다고 했다. 오씨는 “한여름 땡볕이 내리쬐는 폭염 속 야외 철장 안에 졸리와 덕배가 목에 연결된 쇠줄로 묶여 있었으며 덕배는 입으로 쇠창살을 물고 있는 상태로 축 늘어져 누워 있었고 그릇 안은 물 한 방울 없이 말라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철장 위에 간이 지붕이 설치돼 있었지만 해가 이동하면서 뜨거운 햇볕이 철장 안으로 그대로 쏟아졌다. 오씨는 “덕배가 철장 안에서 폭염을 견디다 못해 빠져나오려고 몇 시간 동안 발버둥을 치며 쇠창살을 물어뜯다 쇠창살을 입에 문 채 결국 열사병으로 죽은 것 같다”고 안타까워 했다. 함께 묶여 있었던 졸리는 그나마 다행히 철장 지붕 그늘이 만들어지는 곳으로 몸을 피할 수 있어 목숨을 건졌다. 오씨 부부는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나온 창원 유기동물보호소 관리책임자인 농업기술센터 이삼규 축산담당으로부터 사과의 말을 듣고 졸리와 숨진 덕배를 인계받아 집으로 돌아와 덕배 장례를 마쳤다. 오씨 부부는 “8년을 한 집에서 가족처럼 지낸 덕배를 부주의로 허무하게 떠나 보낸 것을 생각하면 너무 미안하고 허탈하다”고 자책했다. 오씨는 “유기견 관리 담당 공무원의 무성의한 태도에 특히 화가 난다”고 말했다. 그는 “유기견 관리 담당 공무원이 월요일 오전에 전화를 해 ‘어제 오전 9시 30분쯤 보호소로 출근해 2시간 동안 유기견들을 돌보고 덕배도 괜찮은 것을 확인했다’면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다 마지못해 ‘죄송하다’는 한 마디를 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오씨는 “이번 덕배의 죽음을 계기로 전국 유기동물보호소의 시설 개선과 유기동물 관리 업무가 체계적으로 이루질 수 있도록 제도 보완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농업기술센터 이삼규 축산담당은 “보호소에서 보호하던 반려견이 보호·관리 소홀로 사망한데 대해 죄송하고 사과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유기동물 보호 관련 업무를 개선해 다시는 이런 사태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창원시 농업기술센터에는 창원과 마산·진해 등 3곳에 유기동물보호소가 있다. 창원 유기동물보호소에는 현재 300마리가 넘는 유기견 등을 보호·관리하고 있다. 유기견을 관리하는 현장 공무원은 2명이다. 자원봉사자 5~6명이 매일 보호소를 찾아 관리를 돕는다. 창원 유기동물보호소 측은 몇해 동안 안락사는 시키지 않고 있어 보호 유기동물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서울포토] ‘덥다~ 더워~~’

    [서울포토] ‘덥다~ 더워~~’

    연일 폭염의 날씨가 계속되는 가운데 7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동물원의 호랑이가 따가운 햇볕을 피해 그늘에 누워있다.용인 이호정 전문기자 hojeong@seoul.co.kr
  • 중랑구 ‘물놀이 천국’

    중랑구 ‘물놀이 천국’

    서울 중랑구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찾아가는 물놀이장’을 운영하면서 주민들 사이에 인기를 얻고 있다. 중랑천은 물론 아이들을 학교로 찾아가고, 집 근처 공원에 물놀이장을 조성하는 아이디어로 구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피서를 즐길 수 있도록 폭염 속 시원한 방학을 선물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6일 중랑구에 따르면 구가 지난해 6월 중랑천 둔치 장안교 상류에 조성한 ‘중랑천 물놀이장’은 중랑천을 배경으로 710㎡ 규모의 평지형 물놀이장과 330㎡ 규모의 수영장 등을 갖췄다. 몽골텐트 8개 동과 차광막을 설치해 그늘에서 쉴 수 있는 공간도 자랑한다. 이용자 수가 8만명을 돌파했다. 이용 요금은 만 3~12세 2000원이다. 또 지역 내 4개 초등학교와 2개 공원에서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27일까지 이동식 물놀이장을 운영한다. 그동안 새솔초등학교와 망우초등학교, 면목초등학교 운동장에서 1만여명이 물놀이를 즐겼다. 이동식 물놀이장은 오는 9일부터 13일까지 용마폭포공원, 16~20일 묵동초등학교 운동장, 25~27일 능산 공원에서도 열린다. 구는 특히 지난 3일 친수놀이공간인 530㎡ 규모의 물놀이장을 신내근린공원에도 조성해 운영 중이다. 종합놀이터, 워터터널, 워터드롭 등 물놀이 시설은 물론 쉬면서 책을 볼 수 있는 책방, 앉음벽, 샤워장 등 편의시설도 있다. 무료다. 물놀이장은 아이들이 이용하는 만큼 안전 요원이 배치되고, 수질검사, 저수조 청소관리 등 정기적인 위생점검이 이뤄진다. 나진구 중랑구청장은 “폭염에 지친 주민들이 가까운 학교와 공원, 중랑천을 찾아 시원한 여름을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내홍 격화… 安 “독배 마실 것” 千 “이게 새 정치냐”

    내홍 격화… 安 “독배 마실 것” 千 “이게 새 정치냐”

    정동영 “安 지도력으론 당 소멸” 천정배 “구태… 몰염치의 극치” 安 “강소정당·지방선거 승리를” 스마트정당 등 4대 혁신안 발표 국민의당의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의 출마 선언이 도화선이 됐다. ‘친안(친안철수)파’와 ‘비안파’로 또 ‘호남’대 ‘비호남’으로 쪼개져 갈등을 지속하고 있다.6일엔 안 전 대표가 당 혁신 방향을 발표하는 간담회를 계획하자 당권 주자인 천정배·정동영 의원도 이에 맞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안 전 대표는 간담회에서 “많은 분이 지금은 보약을 먹으며 추후 대선을 준비하라고 했지만, 당의 생존을 위해 독배라도 마시면서 당과 운명을 함께하기로 결심하고 출마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젊고 스마트한 정당, 분권정당, 당원중심 정당, 민생정당을 혁신의 4대 방향으로 정해 국민의당을 강소정당으로 만들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당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실용주의에 입각한 한국형 제3의 길을 가겠다. 좌우 이념에 매몰되지 않고 중도개혁 노선으로 집권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극중(極中)주의’를 강조했다. 제2창당위원회, 인재영입위원회, 정치혁신위원회를 만들고 지방선거 후보 중 30% 이상을 정치 신인에게 배정, 시도당 중심으로 당을 운영하겠다는 구체 방안도 발표했다. 천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안 전 대선후보의 당 대표 출마는 구태 중의 구태정치”라면서 “누울 자리, 누워서는 안 될 자리조차 구분 못 하는 몰상식, 몰염치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당 대표 자리를 대선 패배에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대선후보가 차지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그렇게 부르짖던 새 정치인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안 전 대표에 이어 간담회를 가진 정 의원은 “이런 지도력으로 또 1년, 2년을 한다는 것은 국민의당이 소멸로 가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지난 1년 6개월 사당화의 그늘 속에 (정당별 지지율)성적표가 5%다. 당 의원들의 절대다수가 (안 전 대표의 출마에) 반대하는데 민심을 거스르고 살아남는 정치인은 없다”고 질타했다. 이어 안 전 대표의 ‘극중주의’와 관련, “한국 정치에서 듣도 보도 못한 구호다. ‘새 정치’라는 말처럼 모호하다”면서 “방향이 없고 신념이 없다는 점에서 기회주의적이다. 지난 1년 반 당이 걸어온 길이 극중주의라면 실패한 것이고, 당의 보수화를 말하는 것이라면 촛불민심으로부터의 이탈”이라고 비난했다. 황주홍·조배숙 의원 등 ‘안 전 대표 출마 반대파’ 의원들은 이날 저녁 회동을 갖고 안 전 대표 출마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안 전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들은 안 전 대표의 출마를 반대하는 동교동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지원 전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국민의당 전당대회가 안철수 전 대표의 참가로 요동친다”면서 “전당대회 국면에서 친안 vs 비안, 호남 vs 비호남 구도가 형성되거나 정체성 즉 노선 투쟁으로 진행된다면 과연 누가 행복해질까요”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의 출마를 반대하는 박 전 대표는 화합과 통합을 강조하면서도 “호남만 가지고도 승리할 수 없지만, 호남을 빼고도 승리할 수 없는 게 국민의당”이라면서 ‘정치적 홈베이스’로서 호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안 전 대표는 “호남대 비호남 구도, 친안 대 비안 구도는 실체가 없다”면서 “호남은 국민의당의 모태다. 이렇게 나누려는 시도가 정말 이해가 되지 않고, 오히려 당을 분열시키려는 의도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안철수 때리기 나선 천정배·정동영…“독불장군”, “사당화의 그늘”

    안철수 때리기 나선 천정배·정동영…“독불장군”, “사당화의 그늘”

    국민의당 당권 도전에 나선 천정배 전 국민의당 대표와 정동영 의원이 5일 안철수 전 대표 때리기에 나섰다.우선 천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독불장군에게 미래가 없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대선 패배와 당의 위기를 초래한 당사자가 반성과 성찰 없이 나서는 것이야말로 우리 국민의당을 또 한 번 죽이는 길이다”고 덧붙였다. 천 전 대표는 안 전 대표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대선 패배와 당의 위기를 초래한 당사자’란 표현으로 안 전 대표를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천 전 대표는 안 전 대표가 8·27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한 지난 3일에도 페이스북 글을 통해 “국민께도, 우리 국민의당에도, 안 전 후보 자신에게도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최악의 결정”이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정 의원도 이날 주요 당원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안 전 대표를 향한 날 선 비판을 했다. 전북을 찾은 정 의원은 전주 갑 지역위원회를 열고 “그동안 국민의당은 안철수의 지도력 안에 있었고, 이것이 바로 ‘사당화의 그늘’이었다”며 “(전당대회를 앞둔) 지금 국민의당은 강력한 공당으로 가느냐, 사당에 머무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당은 국민의 힘으로 만들어졌다. 최근 당의 잇따른 잡음으로 당원의 자존심이 땅에 떨어졌다”며 “당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을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천 전 대표와 정 의원이 안 전 대표를 향한 비판의 포문을 열면서 당권 레이스는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천 전 대표는 6일 오전 11시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지지기반을 다지고 여론전을 펼친다. 정 의원 역시 6일이나 7일 기자간담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도 천 전 대표와 같은 날 오후 2시 ‘국민의당 혁신비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의 향후 노선과 혁신 방향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온열질환 주의…일사병·열사병 예방 및 대처법

    온열질환 주의…일사병·열사병 예방 및 대처법

    토요일인 5일도 전국에 찜통더위가 이어지는 등 최근 30도를 웃도는 더위가 계속돼 온열질환에 주의해야 한다.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온열 질환자는 해마다 가장 더운 기간인 8월 첫째 주에서 둘째 주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특히 온열 질환은 어린이와 65세 이상 고령자, 고혈압·심장병·당뇨병 등이 있는 환자의 경우 더 위험하다. 여름철 대표적인 온열 질환으로는 일사병과 열사병이 있다. 일사병은 장시간 고온에 노출돼 열이 체외로 잘 배출되지 못해 체온이 37도에서 40도 사이로 상승하는 경우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어지럼증과 두통이 발생하며 땀을 많이 흘린다. 심할 경우 구토나 복통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며 실신할 수도 있다. 열사병은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올라갈 때 생긴다. 일사병과 달리 발작, 경련, 의식 소실 등 중추신경계 기능 이상 증상을 보인다. 신장, 간 등 장기 기능 손상이나 쇼크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도 있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온열 질환 증상이 나타나면 체온을 빨리 낮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환자를 서늘한 곳으로 옮기고 젖은 수건이나 차가운 물로 체온을 빨리 떨어뜨려야 한다. 환자가 의식이 뚜렷하고 맥박이 안정적이면서 구토를 하지 않으면 일단 서늘한 곳에서 물이나 전해질 음료를 마시게 하는 것이 좋다. 열사병과 일사병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고온에서 장시간 활동을 피하는 것이다. 최근처럼 폭염주의보 또는 폭염경보가 발령된 날의 낮 시간에는 야외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꼭 외출을 해야하는 경우에는 챙이 넓은 모자나 헐렁한 옷을 착용하고, 술이나 카페인 음료를 멀리해야 한다. 더운 곳에서 작업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경우 자주 그늘에서 쉬고, 물을 충분히 마셔야 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우리 학교가 하룻밤 만에 물놀이장으로 변했어요.”…‘성북문화바캉스’ 인기

    “우리 학교가 하룻밤 만에 물놀이장으로 변했어요.”…‘성북문화바캉스’ 인기

    “우리 학교가 하룻밤 만에 물놀이장으로 변했어요.” 4일 오후 1시, 서울 성북구 숭인초등학교 운동장은 2000여명이 들어선 물놀이장으로 변해 있었다. 운동장 한가운데 가로 20m, 세로 20m 크기의 대형 풀장이 들어섰고 4m 높이의 물풀 미끄럼틀도 세워졌다. 풀장 안에는 물장구를 치며 노는 아이, 튜브를 타고 물 위를 떠다니는 아이, 친구와 물총 싸움을 하는 아이 등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늘마다 빼곡히 들어선 돗자리에는 아이들과 함께 나온 부모들이 더위를 식혔다.학교 정문 인근에는 물놀이 후 주린 배를 채울 수 있는 어묵, 추로스 등을 판매하는 푸드트럭도 자리잡았다. 안전을 위해 풀장 주변에는 75명의 안전요원이 배치됐고 구급차도 대기하고 있었다. 하루아침에 학교 운동장이 물놀이장으로 변할 수 있었던 것은 성북구와 성북문화재단이 휴가를 떠나지 못한 주민이 집 가까운 곳에서도 충분한 피서의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합심했기 때문이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하는 성북문화바캉스는 어느덧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기다리는 행사로 자리잡았다. 지난해에는 하루 4000명이 다녀가기도 했다. 성북구민뿐 아니라 먼 곳에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경기 파주에서 온 조명선(38)씨는 “매년 이맘때쯤만 되면 아이가 학교 물놀이장에 가자고 조르다보니 3년째 빠지지 않고 오고 있다”며 “굉장히 시설을 좋게 해 둬서 매년 하루 이틀만 하고 문을 닫는 게 아쉬울 정도”라고 말했다. 물놀이장은 올해 두 번에 나눠 개장했다. 1차는 지난달 28~ 29일 열렸다. 2차는 이날부터 5일까지 열린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용할 수 있으며 풀장 개장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다. 입장료는 무료며 수영모 또는 모자를 착용해야만 입장할 수 있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최근에는 어려운 경제 사정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휴가를 떠나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며 “방학 기간의 비어 있는 운동장을 활용해 온 가족이 부담 없이 안전하고 즐겁게 이용할 수 있는 물놀이장을 만든 것처럼 부모의 소득수준에 따라 아동의 여가와 문화생활이 차별받는 상황을 줄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붉게 탄 소양강, 격렬한 내린천… 여름이 흐른다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붉게 탄 소양강, 격렬한 내린천… 여름이 흐른다

    ‘해 저문 소양강에 황혼이 지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읊조렸을 대중가요 ‘소양강 처녀’의 첫 구절입니다. 그럼 그 소양강에 황혼이 질 때면 어떤 풍경이 펼쳐지는지 본 적 있으신지요. 열여덟 딸기 같은 소양강 처녀를 애끓게 했던 그 풍경 말입니다. 저물녘에 강원 인제군 남면 일대의 소양강 상류를 찾으면 그 장면과 마주할 수 있습니다. 가을보다 더 서정적이고 겨울보다 더 가슴 시린 풍경이 펼쳐집니다. 어디 그뿐일까요. 내린천에서 격렬하게 래프팅을 즐기고, 비밀스러운 동아실 계곡의 가마소로 숨어들 수 있는 건 이 여름 인제에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이지요. 여기에 목마를 타고 떠난 시인 박인환의 발자취를 좇다 보면 어느새 하루해가 집니다.소양강 하면 대개는 춘천을 먼저 떠올린다. 소양호와 소양댐이 춘천에 속해 있어 그렇다. 한데 춘천 쪽의 소양강은 품이 넓다. 외경스러워 선뜻 다가서기가 쉽지 않다. 이보다 폭이 작은, 그러니까 ‘열여덟 딸기 같은 어린’ 소양강을 만나려면 좀더 상류로 거슬러 올라야 한다. 거기가 인제 남면 일대다. 소양강은 인제 북쪽 무산에서 발원한다. 설악산에서 흘러내린 북천과 방천 등의 지류를 끌어안고, ‘인제의 두물머리’ 합강정에서 내린천까지 품은 뒤에야 비로소 강의 모습을 갖춘다. 합강정에서 제 이름을 얻은 소양강은 인제와 양구를 적시고 춘천으로 흘러든다. 바로 이 구간, 그러니까 합강정에서 춘천에 이르기 전까지 구간에서 소양강은 유장하게 흐르는 강의 모습을 유감없이 펼쳐 낸다. 여름의 소양강 주변은 초록빛 초원이다. 초여름에 강변을 푸르게 물들였던 청보리는 베어졌지만, 그 자리에 키 낮은 잡초들이 자라 또 한번 초록으로 일렁거린다. 신남 배터 주변은 언제 가도 한갓진 풍경을 내어 준다. 특히 저물녘 풍경이 일품이다. 한낮을 달궜던 해가 산자락 너머로 모습을 감출 때면 하늘도, 강물도 붉게 탄다. 때마침 고기잡이배라도 한 척 지나가면 그야말로 선경이 따로 없다.주변에 소양강 둘레길도 조성됐다. 빼어난 강변 풍경을 갈무리하고 있는 길이다. 인제 읍내에서 시작해 인제 38대교 일대까지 걷는다. 현재 3구간까지 조성된 상태다. 외지인이 전 구간을 걷기는 사실 쉽지 않다. 둘레길 2코스 출발점인 38대교나 살구미교, 둘레길 들머리인 남북리의 자유수호희생자위령탑 공원 등 일부 구간을 택해 걸어 볼 만하다. 신남 배터를 지나 인제 38대교 방향으로 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남전리 가는 길을 만난다. 저 유명한 원대리 자작나무숲도 이 길을 따라간다. 원래 남전리는 일반 여행객들이 눈길조차 주지 않던 오지였다. 남전과 원대, 내린천을 잇는 포장도로가 놓이면서 이제 첩첩 오지의 느낌도 많이 사라졌다. 반장동 고개를 넘어 작은 마을을 하나 지나면 오른쪽으로 이정표를 잔뜩 매단 교통 표지판과 만난다. 이 길이 바로 동아실 계곡으로 드는 길이다. 동아실은 남전리 초입에 있는 마을 중 하나다. 오래전엔 복숭아나무가 마을을 뒤덮을 정도로 많았다 해서 ‘도화실’이라 불렸다고 한다. 한때 화전민이 촌락을 이루고 살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애써 민가를 찾아야 할 만큼 띄엄띄엄이다. 초입부터 펼쳐지는 계곡은 제법 그늘이 깊다. 장마철 뒤끝이라 그런지 계곡물의 양도 풍성하다. 기암절벽 아래로 크고 작은 소와 폭포가 연이어 펼쳐진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폭포와 만난다. 가마소 폭포다. 폭포 주변의 소가 가마솥과 비슷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낙폭은 크지 않지만, 기암이 곧추서 있고 주변의 나무들이 짙은 숲 그늘을 만들어 퍽 웅숭깊은 자태다. 턱거리 폭포라고도 불린다. 동아실 계곡을 오르느라 숨이 턱까지 찰 때쯤 만난다는 뜻인 듯하다. 여름이면 폭포 주변은 더위를 피하려는 사람들로 빼곡하다. 동아실 계곡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도 사실 이맘때뿐이지 싶다. 대개 폭포 주변마다 피서객의 출입을 막는 금줄이 쳐 있기 마련인데, 가마소엔 없다. 주변에 매점 등 피서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설들도 전혀 없다. 여느 폭포에 견줘 한결 깔끔하다는 느낌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일 터다. 동아실 계곡과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사실 같은 산의 다른 사면이다. 원대리가 동북쪽, 동아실 계곡이 서남쪽이다. 두 곳을 묶어 트레킹을 즐기는 이들도 있다. 일반적으로는 산악자전거 동호인들이 즐겨 찾는 코스다.인제 하면 역시 내린천이다. 특히 이맘때면 래프팅을 빼놓을 수 없다. 소와 급류가 번갈아 펼쳐져 짜릿한 쾌감을 맛볼 수 있다. 원대리에서 밤골 쉼터까지 약 8㎞ 구간에서 래프팅을 즐기는 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인제 읍내의 합강교 근처에선 번지점프 등 아슬아슬한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홍천에서 인제로 접어드는 내린천을 따로 미산계곡이라 부르기도 한다. 미산계곡은 미산마을을 지나 10㎞ 가까이 이어진다. 이 일대에서도 리버버깅, 래프팅 등 수상 레포츠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인제는 한국전쟁 당시 격전지였다. 그 흔적이 여태 곳곳에 남아 있다. 리빙스턴교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미군 장교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안내판에 따르면 1951년 6월 리빙스턴 소위(중령이라는 견해도 많다)의 부대가 인북천을 건너다 적의 공격으로 많은 병력이 목숨을 잃었다. 자신도 중상을 입은 리빙스턴 소위는 미국으로 후송된 뒤 부인에게 다리를 지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에 따라 1957년 다리가 놓여졌다. 당시 교량 전체가 붉은빛을 띠어 ‘붉은 다리’라 불리기도 했다. 인제 38대교 주변에도 몇몇 기념물과 공원이 조성돼 있다. 다리 아래쪽의 38선 휴게소에서 저무는 해를 보며 커피 한잔 마시는 재미도 쏠쏠하다.인제는 30세의 나이로 요절한 ‘모던 보이’ 박인환(1926~1956)의 고향이다. 해방 전후의 격동기에 모더니즘 시인으로 활동하며 ‘목마와 숙녀’, ‘세월이 가면’ 등의 시를 남겼다. 한잔의 술을 마시고, 버지니아 울프의 생을 노래하던 시인의 흔적이 인제 읍내 박인환 문학관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꼭 둘러보길 권한다. 입장료는 없다. 문학관 앞마당에 서면 박인환의 동상이 객을 맞는다. 시상을 떠올리는 듯, 코트를 입은 시인은 넥타이를 휘날리며 만년필을 꼭 쥔 모습이다. 작품명은 ‘시인의 품’.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하나로 2011년 조성됐다. 문학관은 박인환의 생가터에 조성됐다. 안으로 들어서면 박인환이 활동했던 해방 전후의 서울 종로와 명동거리가 펼쳐진다. 박인환이 스무 살 무렵 종로에 세운 서점 ‘마리서사’, 시인들이 모여 모더니즘 시를 논했던 선술집 ‘유명옥’, ‘봉선화 다방’ 등이 사실적으로 묘사돼 있다. 문학관 옆은 인제산촌민속박물관이다. 인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역시 무료입장이다. 문학관 뒤편으로 ‘박인환의 거리’가 이어진다. 그의 시가 새겨진 공공미술작품과 조형물들이 늘어서 있다.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33) →가는 길:서울양양고속도로 동홍천 나들목으로 나와 44번 국도로 갈아타고 곧장 간다. 38선 휴게소와 신남 배터 주변의 소양강 풍경이 곱다. 동아실 계곡은 38선 휴게소를 지나 남전리 방향으로 우회전해 원대리 자작나무숲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맛집:내린천 일대에 맛집이 많다. 피아시 매운탕(462-3334)은 잡어 매운탕이 맛있다. 양념이 강하지 않아 약한 불로 끓여 가며 먹어야 맛있다. 미산막국수(463-0539)는 상호처럼 막국수를 내는 집이다. 부린촌(463-8055)은 능이백숙으로 이름났다. →잘 곳:부린촌(463-8055), 미산마을(463-9036) 등에 펜션 등 숙박단지가 조성돼 있다. 미산마을의 경우 리버버깅 등 다양한 레포츠 체험 장비가 준비돼 있다. 일반 숙박업소는 인제읍에 몰려 있다.
  • 도시숲은 천연 에어컨

    가로수와 교통섬의 나무 그늘 등 도시숲이 일상생활에서 시민들의 더위를 식혀주는 ‘천연 에어컨’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무더위에는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 체감 온도를 낮추는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2일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폭염경보가 내린 지난달 19일 오후 2~4시까지 서울권 교통섬 245곳과 가로수 417곳 등에서 열화상 카메라로 분석한 결과 교통섬 나무 그늘은 평균 4.5℃, 가로수는 평균 2.3∼2.7℃ 온도가 낮은 것으로 측정됐다. 이처럼 사거리나 횡단보도 중간에 설치된 교통섬의 나무 그늘 효과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잎이 많은 키 큰 나무의 활발한 증산작용으로 온도를 낮추고, 직사광선을 직접 차단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도시 숲의 온도 저감 효과는 여의도숲을 통해서도 입증된다. 여의도숲은 1999년 조성됐는데 조성 전인 1996년 여의도 광장의 표면온도는 주변보다 평균 2.5℃ 높은 29.2℃였으나 숲이 조성된 2015년은 0.9℃ 낮은 27.6℃로 측정됐다. 대규모로 조성된 도시숲이 심각해지고 있는 도시 열섬을 친환경적으로 줄일 수 있는 대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도심과 외곽 숲을 연결하는 가로수는 ‘바람길’ 역할로 도시의 허파 기능을 수행한다. 이창재 산림과학원장은 “가로수 아래에 관목이나 초본류만 심어도 나무그늘 효과를 높일 수 있다”면서 “가로수나 숲이 도시계획의 부속물이 아닌 미세먼지뿐 아니라 폭염의 피해를 줄이는 기반시설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림과학원은 도시숲에 대한 시민들의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복층 가로수나 터널 숲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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